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0 1570년 11월 중순
9월 23일, 노부나가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와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를 후위로 남겨놓고, 노다(野田), 후쿠시마(福島)에 전개중인 모든 병사를 물려 에구치(江口)의 나루터로 향했다.
에구치는 중, 근대에 있어 수상 교통의 요충지로, 쿄(京)에서 온 배편도 여기서 타고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지가와(宇治川), 요도가와(淀川)의 지류(支流)가 섞여드는 에구치 부근은 물살이 세고 수량이 많다.
그리고, 에구치의 나루터 일대는 이미 잇키(一揆)의 봉기 하에 있어,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반대쪽 기슭에 몰려있는 상태였다.
"시작해라"
긴박한 사태에 뒷걸음치는 아시가루(足軽)들을 후방으로 물리고, 아시미츠(足満)는 투석병(投石兵) 100명을 세 부대로 나누어 기슭에 배치했다.
잇코잇키슈는 죽창을 들고 모여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여기서 돌을 던지면 효과는 절대적이다.
그들은 돌이 닿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전국시대의 투석은, 기본적으로 손으로 던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쳐라"
아시미츠의 짧은 호령으로 기슭에 모인 돌이 100개, 하늘을 날아 반대쪽 기슭에 있는 잇코잇키슈를 덮쳐갔다.
제대로 된 방어구를 장비하고 있지 않은 그들은, 돌이 반대쪽 기슭까지 도달한 것에 경악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날아오는 돌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을.
차례차례 날아드는 돌에 잇코잇키슈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노부나가는 가장 먼저 말을 강으로 몰아넣으며 뒤에 있는 전군에 도하(渡河)를 명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사전에 가신들에게 보폭을 작게 해라, 수평으로 가로지르지 마라, 발을 끌면서 걸어라, 흐름에 대해 대각선으로 향해라, 하류 방향을 향해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등, 서바이벌에서의 도하 기술을 전수했다.
"계속 던져라"
단순히 돌이 날아오기만 하는 공격은 막기 어렵다. 방어에만 몰리게 되면 잇코잇키슈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아무 것도 없다.
개중에는 돌의 소나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반격에 나서 돌격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물에 발목을 잡혀 기동성이 떨어진 인간 따위, 궁기병대에게는 좋은 과녁이었다.
예상대로, 돌격한 사람들은 강을 반도 건너기 전에 궁기병대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잇코잇키슈는, 철수하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하지만, 잇코슈(一向衆)가 뿔뿔히 흩어져 철수를 개시하기 전에 오다 군은 강을 다 건넜다. 설령 무기를 버렸다고 해도 오다 군에게는 관계가 없었고, 그들은 잇코잇키슈를 측면에서 급습했다.
오다 군의 신속하고 과감한 돌격에, 잇코잇키슈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괴멸했다. 반대쪽 기슭의 안전이 확보되자, 남아있던 아시미츠들도 강을 건넜다.
등 뒤에서 추격하는 적병들을 뿌리치고, 겨우 하루도 되지 않아 노부나가는 쿄로 돌아갔다. 24일에는 노부나가는 오오츠(大津)에서 사카모토(坂本)로 진군하여, 우사 산성(宇佐山城)을 구원하러 갔다.
노부나가의 전광석화같은 행동에, 우사 산성을 공격하고 있던 아자이(浅井), 아사쿠라(朝倉) 연합군은 당황하여, 츠보카사 산성(壺笠山城)이나 히에이 산(比叡山)으로 서둘러 도망쳤다.
오다 본군과 전투하게 되면 확실하게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도망치는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쳐다보지도 않고 즉시 우사 산성에 입성했다.
"현 상황을 보고하라"
"옛, 저희들은 사카모토에서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진군을 저지했습니다만, 23일에 진이 괴멸했습니다. 그 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오오츠의 바바(馬場), 마츠모토(松本), 그리고 야마시나(山科)를 불태우며 이 우사 산성을 공격했습니다"
아오치 시게츠나(青地茂綱)가 자리를 대표하여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외에도 노부성(野府城) 성주(城主)인 오다 노부하루(織田信治),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의 가노(家老)인 카가미 모토마사(各務元正) 등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곳에 우사 산성 성주(城主)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은 없었다.
감이 좋은 노부나가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질문을 했다.
"요시나리는 어디 있느냐"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들이 말없이 모리 요시나리의 갑주(甲冑)를 노부나가 앞에서 조립했다.
피투성이가 된 갑주를 보고 노부나가는 싫어도 모리 요시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해했다.
"바보 같은 놈이. 누가 목숨을 걸라고 명령했더냐"
노부나가는 비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제로, 그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최악의 경우에는 우사 산성을 버려라'고까지 명령했었다.
성은 다시 지으면 된다. 빼앗긴 영토는 되찾으면 된다. 하지만 모리 요시나리라는 인물은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사람이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서도, 노부나가는 평정을 유지한 표정으로 모리 요시나리의 갑주 앞으로 이동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갑주를 바라본 후, 노부나가는 갑주의 어깨에 손을 대고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하였다"
노부나가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 일동은 눈물을 흘렸다.
나가요시(長可)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 모습은 태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홀연히 사라졌나 싶더니, 승병(僧兵)이나 연합군의 척후(斥候)를 붙잡아서 성으로 돌아와, 심문(尋問)이라는 이름의 고문(拷問)을 했다. 하지만, 그건 화를 적에게 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흐윽…… 부, 부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행. 오, 오다에게는 언, 젠가…… 부처의 벌…… 이 내, 릴 것이다"
"그러면 부처를 데려와. 이 자식아, 어떻게 된 거냐. 부처의 벌이나 신의 벌을 내릴 수 있다며"
승병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팔이나 다리도 굽혀지지 않은 방향으로 굽혀진데다, 손가락이 몇 개나 뜯겨나가 있었다.
"부처를 데려와! 내가 죽여버릴 테니까!"
손에 든 메이스로 있는 힘껏 승병을 후려갈겼다. 나가요시의 일격에 완전히 의식이 날아간 승병이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팔을 반대로 휘둘러 다시 승병을 후려갈겼다.
"부처의 힘이란 걸 보여보라고!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이 비린내나는 땡중들아!!"
"그만둬. 이미 그 놈은 죽었다"
나가요시의 폭주를 케이지(慶次)가 제지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평소의 밝은 표정이 아니라, 깊은 슬픔이 감돌고 있었다.
"젠장!"
나가요시는 승병의 시체를 걷어찼다. 체액이 주위로 뿌려져서 두 사람의 주위는 처참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쓸 여유가 그들에겐 없었다.
지금까지 방어에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오다 본군이 합류한 지금, 생각할 시간이 잔뜩 생겨버렸다.
"결국…… 결국, 나는 아버지를 따라잡지 못했어. 뭣 때문에, 지금까지 죽기살기로 단련해 온 거야. 나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힘을 손에 넣었을 텐데……"
"뒤돌아보지 마라, 카츠조(勝蔵). 괴로울 때일수록 앞을 봐라. 그리고, 네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마"
나가요시의 가슴을 가볍게 친 후, 간신히 평소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고 케이지는 말을 이었다.
"싸움은 불합리(理不尽)하고 부조리(不条理)하지. 그러니까, 내키는 대로 싸우고, 불합리하게 죽자고"
"……흥,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은 없어. 더 강해져서 아버지의 등을 넘겠어"
점점 평소의 상태를 되찾고 있는 나가요시는, 케이지에게 밉살스럽게 쏘아붙였다.
주위에 처참한 승병들의 시체가 없었다면, 전쟁영화처럼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주면에는 피와 내장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시즛치는 어쩌고 있냐"
분위기를 바꾸려고 생각한 케이지는 다른 화제를 나가요시에게 꺼냈다.
"아버지를 죽게 해버린 책임을 느끼고 있는 건지, 오늘도 아침부터 일만 하고 있어"
"……좋지 않구만"
"그래, 그 녀석 잘못이 아니야. 아버지는 중상이었어…… 누가 진찰해도 살아나지 못했겠지"
나가요시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지금의 시즈코는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그녀는 쓰러진다. 그러나, 시즈코의 귀에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어. 그 상처를 입고 살아났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이라는 걸"
그래도, 나가요시는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시즈코라면 어떻게든 해 줄거라고, 그런 아련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허무한 바람이었다는 것을, 모리 요시나리의 시체를 보았을 때 그는 깨달았다.
(아버지…… 미안해)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면서, 나가요시는 마음 속으로 모리 요시나리에게 사죄했다.
슬픔에 휩싸인 우사 산성에 오다 본군이 입성한 지 며칠 후, 노부나가는 엔랴쿠지(延暦寺)의 승려들을 호출했다.
주군을 잃은 슬픔은 분노로 변하여, 엔랴쿠지의 승려들은 저주와 비슷한 분노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오다 군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살기를 얼마나 뿜어내던 간에, 오다 군은 꼼짝도 못할 것이라고 얕보고 있었다.
엔랴쿠지를 호출한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단적으로 말했다.
"산문령(山門領)을 반납하겠다. 그 대신, 무가(武家)의 전투에 끼어들지 말고 중립을 지켜라. 아니면, 모두 잿더미가 되는 쪽을 원하느냐"
강경한 협박에 일순 두려워진 승려들이었으니 금방 침착함을 되찾았다.
히에이 산은 부처가 다스리는 불입(不入)의 땅이며, 동시에 성역(聖域)이다. 그곳에 있는 엔랴쿠지의 승려들인 자신들에게는 항상 부처의 가호가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엔랴쿠지는 과거에 두 번 불태워졌으나, 불태운 인물들이 모두 가신들에게 배신당하는 결말을 맞이한 것이, 부처의 가호가 있다고 그들이 확신하는 이유였다.
"……?"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려들은, 가끔 뭔가 끌리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무거운 무언가를 끄는 소리와, 물 같은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섞여,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대해 노부나가나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끄는 소리는 점점 자신들에게 가까워져왔다. 그래도 노부나가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계속 엔랴쿠지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리의 발생원은 승려들이 있는 방 앞에서 일단 멈췄다. 무슨 일인가 하고 눈썹을 찌푸린 승려들의 귀에, 입구가 조용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흐,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신경쓰인 승려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큰 소리에 다른 승려들도 등 뒤에 있는 것이 신경쓰여 돌아보았다. 그리고, 처음의 승려와 마찬가지로 비명을 질렀다.
믿기지 않는 인물이 입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갑주 차립의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전신이 흙으로 더러워져 있고, 이곳저곳에 화살이 박히고, 피가 끊임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망설임없이 승려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승려들은 공포에 질렸다. 수급은 취하지 못했으나, 심장을 화살에 꿰뚫린 모리 요시나리는 전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쇼우쥬라이코우지(聖衆来迎寺)에 모리 요시나리의 무덤이 있다는 것과, 그곳까지 오다 병사들이 모리 요시나리의 시체를 운반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인물은 틀림없이 노부나가의 오른팔인 모리 요시나리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하여, 승려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채, 혼란되어 제대로 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중에게는 입구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교의(教義)라도 있는 것이냐"
노부나가의 말에 승려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승려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승려 중 한 명이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소리를 내며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고 승려들을 노려보는 모리 요시나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노부나가는, 한숨을 쉬고 승려가 가리킨 장소를 한 번 보았다. 하지만, 바로 쓴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입구에 뭐가 있다는 것이냐.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이, 어! 모, 모모모모……!"
공포에 질린 나머지, 승려의 입에서는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구에 서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승려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듯 움직였다. 시선을 승려들로부터 떼지 않고, 침묵한 채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걷기 시작했다.
이미 승려들은 분노의 표정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모리 요시나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승려들의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한 노부나가는 일어서더니, 눈앞에 있던 상을 걷어차면서 외쳤다.
"적당히 해라! 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나와 이야기하는 게 싫다면 꺼져라!"
순간, 승려들은 튕겨오르듯 일어나서 방에서 달려나갔다.
잠시 후 병사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사라지고, 방에 고요함이 찾아들자, 노부나가는 성대하게 웃었다.
"와하하하핫! 보았느냐, 요시나리. 놈들의 얼굴을!
부처의 가호를 받는다고 큰소리친 주제에, 죽은 자의 연기 따위에 겁먹고 필사적으로 내빼는 꼴을!"
어지간히 유쾌했던 것이리라. 노부나가는 배를 잡고 웃었다.
"유감입니다. 눈 앞에서 팔을 떨어뜨릴 준비는 다 해 놓았는데, 선보일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연기를 지도해주신 시즈코 님이 안됐군요"
노부나가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대답했다. 그에게서는 음산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소의 침착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큭큭큭, 유감이다. 요시나리의 팔이 떨어졌다면, 놈들은 놀란 나머지 눈알이 튀어나왔겠지!"
지나치게 통쾌했는지, 아니면 웃음의 포인트를 건드린 건지, 노부나가는 잠시 동안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배를 잡고 웃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버지이이이이이이이!!! 서, 서서서서서서서성불하시죠―!?"
당연하지만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을 본 아오치 시게츠나나 케이지, 사이조(才蔵), 나가요시, 모리 요시나리의 가로인 카가미 모토마사 등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전원이 놀라는 모습에 모리 요시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뺨을 긁었다.
"다리는 붙어 있다. 자, 봐라"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면서 모리 요시나리는 익살을 부렸다 (※역주: 일본의 귀신은 다리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함). 하지만, 나가요시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알 수 없어,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전원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노부나가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하지만, 비밀을 밝히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모든 계획을 세운 시즈코를 호출했다.
"미안해, 모리 님이 죽었다는 얘기, 그거 거짓말이야"
호출된 시즈코는, 쥘부채(檜扇)로 자신의 뺨을 찌르면서 가볍게 비밀을 밝혔다.
"어, 잠, 잠깐 기다려. 그럼, 아버지가 빈사의 중상이었다는 얘기는?"
가장 먼저 머리로 이해가 된 나가요시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의문을 입에 올렸다.
"확실히 빈사였어. 마지막에는 모리 님의 생명력에 걸었으니까. 그 도박엔 보기좋게 성공했지"
"아, 그렇구나. 아니, 그게 아니고 말야. 어째서 아버지가 죽은 걸로 한 거야!"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얘기하지. 그 날, 나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창을 쥘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따져묻는 나가요시에게, 모리 요시나리가 가벼운 말투로 중대한 이야기를 했다.
"카츠조, 너라면 알겠지. 창을 쥘 수 없는 나 따위, 전선에 있어봐야 쓸모없다. 그렇다면, 죽은 것으로 하여, 놈들을 방심시키는 쪽이 훨씬 좋지"
"그, 그럼 시즈코가 내간 시체는……?"
"도중까지는 모리 님이 연기하셨지만, 쇼우쥬라이코우지에 운구할 때는 다른 사람이었어. 참고로, 시체는 사카모토에서 주워왔어. 모리 님이랑 닮은 시체를 찾는 거 꽤 고생했거든"
"아버지 시체 앞에서 자신을 베라고 말한 건?"
"그건 연기야. 간자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도, 요란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었어"
"운구되기 전에 성대하게 울었던 건?"
"그것도 연기야. 비장감을 드러내서 모리 님이 확실하게 죽었다고 간자들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야. 설마 병사들이 덩달아 울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죽을 정도로 일하던 건?"
"그것도 연기야. 정신적으로 몰린 느낌을 내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들킬 테니까"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냐!!"
여기서 간신히 전원이 머리로 이해하게 되어,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의 엉뚱한 계획을 이해했다. 죽음을 감추는 경우는 있어도, 죽은 것을 선전하여 퍼뜨린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들, 두 사람의 작전에 보기좋게 말려들어, 완전히 모리 요시나리가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 상태라면 간자가 무슨 짓을 하던,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애초에,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시즈코와 본인인 모리 요시나리, 도중부터 노부나가 등 세 명이다. 거기에 시즈코와 노부나가에게는,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었으면 하고 바라기 쉬운 배경이 있다.
만에 하나, 두 사람 중 한 명이 살아있는 것을 발설하더라도,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망상이나 바램이 입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 작전만큼은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했어. 그러니까, 적을 속이기 위해서, 아군인 모두를 속인거야. 사괴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미안해"
"시즈코 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소. 이것은 내가 부탁한 일이다. 탓하려면 나를 탓해라. 그녀는 내 부탁에 대해 최대한으로 협력해준 것 뿐이다"
고개를 숙이는 시즈코 옆에서, 모리 요시나리도 또한 고개를 숙였다.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전모를 알게 된 나가요시는 피곤한 듯한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놀랐지만…… 그, 필요한 책략이었겠지. 그럼,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나가요시 본인은 묵직한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힘을 넣지 않고 가볍게 친 것 뿐이었다.
시즈코 자신도 아픔은 거의 없었고, 카츠조가 무거운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한 짓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시즈코는 농담을 하려고 머리를 든 순간, 갑자기 시야가 컴컴해졌다.
"어라……?"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마치 건전지가 다 된 것처럼 시즈코는 의식의 끈을 놓았다.
모리 요시나리는 전사했다. 그것이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 잇코슈가 조사한 결과였다.
실제로, 놓치기는 했으나, 죽음 직전까지 모리 요시나리를 몰아부였다. 또, 우사 산성에서 엄중하게 유체가 운구되는 광경을 간자들이 목격했다.
쇼우쥬라이코우지에서 공양되고 묘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그 후, 오다 군의 분투나 그들의 분노를 바탕으로, 연합군은 수급은 베지 못했지만 모리 요시나리가 전사했다고 판단해다.
하지만, 그곳에는 쌍방의 다소의 착각이 있었다.
우선 모리 요시나리는 확실히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직전에 나가요시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위험을 알린 것, 나가요시가 외침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던진 것이 적병의 얼굴에 맞아 겨냥이 빗나간 것으로, 모리 요시나리의 심장을 꿰뚫을 화살이 가슴에서 어깨에 걸쳐 관통하는 방향으로 빗겨갔다.
다행히도 그 화살은 주요 혈관이나 폐 등의 내장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에서 어깨를 관통한 화살은 모리 요시나리에게 중상을 입혀, 누가 어떻게 봐도 죽어가는 몸으로 보였다.
전국시대의 의료기술이라면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하지만, 시즈코가 알고 있는 의료기술은 수백년 후의 기술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평범하게 알려진 치료로 충분했다. 그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현실은 비정하여 그는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
왼쪽 어깨에 꽂힌 화살이 어깨 근육을 찢었기에, 모리 요시나리의 왼팔에는 후유증이 남았다. 후유증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그를 괴롭게 한 것은 창을 휘두를 힘을 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창을 잘 쓸 수 없다는 것은, 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의사가 아닌 시즈코에게는, 화살로 파괴된 어깨의 치료는 불가능했다.
일상생활에 영향은 적었지만, 싸울 힘을 잃은 그 날, 9월 23일에 모리 요시나리는 무변자(武辺者)로서는 죽었다.
상담을 받는 시즈코는 즉시 이런저런 연기를 하여, 마치 모리 요시나리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가짜 시체를 준비하고, 묘를 준비하고, 거짓 정보를 아군에 흘려 모리 요시나리의 죽음을 진실로 고정시키고, 연합군 측에 '사람을 거쳐 전해지도록' 했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죽은 인간을 살아있는 것으로 하는 책략에는 생각이 미쳐도, 살아있는 인간을 죽은 것으로 하는 책략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 보기좋게 모리 요시나리가 죽었다고 착각했다.
즉, 쌍방의 정보 발신원이 되는 시즈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오다 군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완전히 믿었다.
사진도 영상도 없는 전국시대이기에 가능한 책략으로, 현대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거짓을 간파당한다.
그래도,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거짓말을 상대에게 믿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단순하면서도 그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사람은 부정하게 입수한 정보나, 믿고 있는 상대로부터 들은 정보는 무조건적으로 믿어버리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 끝, 이라고 생각되었으나 모리 요시나리는 엄청난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하는 것만으로는 재미없다, 뭔가 연합군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게 엔랴쿠지의 승려들을 대상으로 벌인 소동이었다. 묘에서 되살아난 모습으로 승려들을 말없이 노려본다. 그리고,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은 승려들에게만 보이는 것으로 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은 일체 보이지 않는 척 했다.
이 계획은 대성공을 거두어, 승려들은 혼란에서 패닉을 일으켜, 꼴나사운 모습을 주위에 보이면서 엔랴쿠지로 도망쳤다.
"그 때의 중놈들의 얼굴, 너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노부나가, 모리 요시나리와 그의 가노인 카가미 모토마사 등, 아오치 시게츠나에 노부 성 성주인 오다 노부하루가 금후의 대응을 생각하기 위해 작전회의를 열었다.
9월 23일에 다수의 병사를 희생시키면서도,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많은 가신들은 전사를 면했다. 많은 병사들이 사병(死兵)으로 화한 덕분에 추격을 받지 않아서 살아남았다고도 할 수 있다.
노부나가는 엔랴쿠지로 도망친 아자이, 아사쿠라 군의 인도를 엔랴쿠지에 요구했으나 대답은 없었다.
애초에, 히에이 산 엔랴쿠지는 쿄의 간방(丑寅, 북동쪽)에 위치하여, 국가진호(国家鎮護), 불교 신앙의 성지로서 지금까지 무가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또, 대단나(大檀那, ※역주: 큰 시주)인 아사쿠라 씨를 시작으로 많은 무가 신자들과 관계를 맺어 전국의 잇키(一揆)의 뒤를 봐주거나 승병을 용병으로 보내거나 하는 등 일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다 포위망이 완성된 지금, 노부나가는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하여 엔랴쿠지는 노부나가에 양보할 생각은 일체 없었다.
"……나도 적이 너무 많다. 우선 아자이나 아사쿠라 중 어느 쪽을 쳐부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랴쿠지를 포위할 필요가 있다"
"실례입니다면 영주님, 엔랴쿠지는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포위하더라도 엔랴쿠지 측이 응할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니, 신경쓰지 마라. 곧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온다. 눈이 내리면 아사쿠라는 에치젠(越前)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지. 그걸 이용해서, 요여(神輿, ※역주: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를 이용하여 조정에서 칙허(勅許)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놈들도 무리한 짓은 할 수 없게 된다"
노무나가의 생각은 옳아서, 아사쿠라는 오다 군의 포위 때문에 에치젠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에치젠은 4개월 가까이 아사쿠라 가문 당주와 아사쿠라 본군이 부재인 상태에 빠진다.
주변국이 가만히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아사쿠라는 눈이 내리기 전까지 에치젠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눈이 내릴 무렵이다. 그 때까지는 절대 긴장을 풀지 말도록"
"옛, 알겠습니다"
"하지만 몸이 상한 시즈코와 모리 요시나리, 너희들은 먼저 기후(岐阜)로 돌아가서 몸을 쉬어라. 아무 것도 신경쓰지 마라. 몸을 쉬게 하는 것도 일이다. 지금, 너희들이 무리해서 쓰러지면 곤란하다"
연기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시즈코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사 산성의 방어, 모두가 잠들 무렵에 모리 요시나리의 치료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입성한 후에도 아침부터 밤중까지 바빴던 것과 사카모토 전투의 피로가 겹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쌓여, 결국 쓰러져 버렸다.
우사 산성에 있는 병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던 시즈코가, 건전지가 다 된 것처럼 뒤로 쓰러졌을 때는 성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땡중은 죽인다, 부처도 죽인다고 공언하고 있던 나가요시는 신불(神仏)에게 기도하기 시작하고, 냉정해보이는 사이조는 보고서를 거꾸로 든 채로 읽기 시작했으며, 케이지에 이르러서는 담배에 불을 붙여놓고는 피우지 않은 채 재만 날리고 있었다.
아시미츠에 이르러서는 항상 위압감을 뿜어내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살의를 뿜어내는 지경이었다.
원인은 과로에서 오는 심인성(心因性) 발열로 며칠 안정을 취하면 진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강우량아였던 시즈코가 쓰러진 것에 노부나가도 적지않게 동요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우리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피로가 극심한 시즈코를 이 이상 일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노부나가는 케이지와 사이조, 아시미츠와 병사 2000의 호위를 붙여 오와리(尾張)로 귀환시킬 것을 결정했다.
시즈코 군은 병력 7500이었으나 사카모토 전투, 그리고 우사 산성의 방어에서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들어, 지금은 3000과 쿠로쿠와슈(黒鍬衆) 500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1000명과 나가요시는 우사 산성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오와리로 귀환시킨다는 모양새였다. 그 후, 아시미츠와 병사 2000 및 쿠로쿠와슈는 코키에 성(小木江城)에서 방어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본래는 전원을 귀환시킬 예정이었던 노부나가였으나, 나가요시와 일부 병사들이 남아서 싸우겠다며 귀환을 단호히 거부했다.
최종적으로 나가요시와 병사 1000만을 남기는 것을 타협안으로 삼았다. 남은 병사들은 피로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사기가 높았다. 아니, 사카모토 전투를 시작하기 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요시나리, 네 아들은 듬직해졌구나. 지금은 훌륭한 무장이다. 조금 거친 구석은 있지만, 젊은이는 그 정도가 딱 좋지"
"황송한 말씀입니다. 아직 풋내기이지만, 영주님을 위해 분골쇄신하도록 당부해두겠습니다. 부디 마음껏 부려 주십시오"
깊이 머리를 숙이는 모리 요시나리의 눈에는 한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카모토 전투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시즈코 부대는 병력을 절반 이상 잃었다.
시즈코 군은 재편성을 하여, 케이지와 사이조는 본래의 임무인 시즈코의 호위대(馬廻衆)에 전념하게 된다.
시즈코 자신도 연일의 전투로 체력을 극심하게 소모했고, 게다가 이런저런 중압 때문에 몸이 나빠져, 지금은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모리 요시나리 또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장남이 지키고 있는 모리 가의 봉토(知行地)로 돌아가 재활에 전념했다.
즉 나가요시의 고삐를 잡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가 둘 다 나가요시의 곁에 없는 상태였다.
노부나가로부터의 기대를 느낀 나가요시는, 지금 이상으로 활약하려고 생각했다. 즉, 튀는 행동에 나섰다.
후세에 시가(志賀)의 진(陣)이라고 불린 전투에서, 나가요시는 전국시대에 이름을 남긴 무장들 중에서도 특히 광기어린 일화를 남겼다.
처음에는 노부나가의 '엔랴쿠지에 협력하는 마을을 설득하고 와라'는 명령에 대한 대응이었다.
임무를 받은 그는, 기대를 마음에 품고 마을을 설득하러 갔다. 하지만, 다음 날 돌아오니, 마을 사람들은 전멸, 집부터 밭까지 모든 게 불태워져 있었다.
마을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한 것은 명백했으나, 나가요시는 노부나가를 앞에 두고 태연하게 말했다.
"촌장을 설득하려 했습니다만, 대화 도중에 등 뒤에서 습격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다"
노부나가는 나가요시의 말에 순순히 납득했다. 게다가, 그는 '좋았어, 더 해라'라는 의미를 상당히 완곡하여 나가요시를 부추겼다.
설득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 나가요시였으나, 일체 처벌을 받지 않은 그는 더욱 튀는 행동에 나섰다.
다음으로 한 것은, 엔랴쿠지가 관할하는 관문(関所)이었다. 당연하지만 오다 군의 통행을 관문은 인정하지 않았다. 보통은 다양한 책략을 쓰던가, 주군에게 대응 방법을 물으러 갈 것이다.
하지만 나가요시는 달랐다. 문지기들 모두 죽이고 관문에 불을 질렀다. 문지기의 시체를 버려둔 채로 진군하여 마을을 습격하고, 거기서 또 실컷 참살(惨殺)과 약탈을 한다는 악마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노부나가에게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광기어린 대사를 노부나가에게 말했다.
"지나갈 수 없었기에 지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수고했다"
관문에서의 학살과 방화, 그리고 마을의 습격을 해도 나가요시가 처벌받는 일은 없었다.
그를 통해 울분을 풀고 있는 것처럼, 노부나가는 나가요시의 행동을 인정하고 부추기는 듯한 언동을 하는 모양새였다. 양쪽 다 악의가 없는 만큼 엄청나게 질이 나빴다.
어느 날, 병사들을 숙박시킬 숙소로서 엔랴쿠지 세력의 절을 발견하자, 나가요시는 상대의 사정 따위 신경쓰지 않고 절 안으로 쳐들어가서 멋대로 병사들을 휴식시켰다.
그리고 항의를 하러 온 승려들에게 "밥을 준비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승려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으나, 그걸 들은 나가요시는 담담하게 승려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절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그는 문득 생각했다. 아무래도 불상을 태우는 건 문제가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나가요시는 아시가루들에게 불상을 운반하여 절이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한 후, 아무 문제없다고 중얼거리고는 절에 불을 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절을 보면서 그는 아시가루들을 향해 광기어린 대사를 내뱉었다.
"절이 잘 보이니 부처도 꽤나 기뻐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는 그로부터 5일 후, 자신이 가져다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길 옆에 내팽겨쳐진 상태의 불상을 파괴하여 장작 재료로 쓰는 악마적 행위를 저질렀다.
나가요시의 광기어린 행동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엔랴쿠지의 척후로 보이는 승병을 붙잡자, 심문이라는 이름의 고문에 처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는 말을 들을 판인데, 그는 승병을 기둥에 묶더니, 산채로 화형에 처했다.
"도망쳤기에 추적했습니다만, 승병이 분신자살을 해버렸습니다"
현장을 보면 명백하게 나가요시가 태워죽인 것으로 보였으나, 역시 노부나가는 탓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미 나가요시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신은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이리하여, 일화가 나올 떄마다 적의 누군가가 희생이 되는데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혀 자책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 나가요시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오다 가문 가신들은 귀신(鬼)도 몰살시킬 기세의 그를 '오니키리(鬼斬)'라고 불렀다.
적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명실공히 광기의 무변자 취급을 받은 나가요시였으나, 그 정도로 그가 생각을 고쳐먹지는 않았고, 게릴라 전술을 자기 나름대로 개조하여 여기저기서 잔학무도의 끝을 보여주었다.
역사적 사실 이상으로 머리의 회전이 빨라서 더욱 질이 나빠진 나가요시는, 전국 역사상 최흉최악(最凶最悪)의 비상식인의 간판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날뛰었다.
그 후, 히에이 산이나 사카모토에서 산불 소동을 일으켰을 때는, 제아무리 노부나가라도 나가요시를 호출했다.
이걸로 조금은 얌전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가신들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나가시마(長島)에서 잇코잇키가 창궐하고 있다. 네게 병사 2천을 맡기겠다. 코키에 성으로 가서 나가시마의 잇코잇키에 대비하라"
"옛, 알겠습니다. 나가시마의 잇코잇키는 어떻게 할까요"
"철저히 짓밟아라"
단순히 나가요시가 설칠 장소가 바뀐 것 뿐이었다. 그래도 그가 이동한다는 것에 가신들 대부분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과로로 쓰러진 시즈코는 1개월 가까이 자택에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만일을 위해 요양생활을 강요한 셈이지만, 역시 이 요양생활도 반 시즈코 파가 떠드는 원인이 될 뻔 했다.
하지만, 키노시타 히데나가(木下秀長)가 이번에는 반 시즈코 파의 면면과 회담을 가지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다 가문을 위해 스스로 전선에서 싸운 그녀를 '가신'이 아니라 단순히 '장기말'로 취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소. 우리들은 슬슬, 그녀가 훌륭한 오다 가문의 '가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불씨를 만들고, 스스로 진화하는, 말하자면 병주고 약주는 짓을 한 히데나가였으나, 그것을 모르는 반 시즈코 파는 그의 설득을 받아들여 서서히 목소리를 낮췄다.
1개월쯤 지나니 그런 목소리도 사라져,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 다시 반 시즈코 파가 떠오르는 일은 없어졌다. 그들의 행동에 만족한 히데나가는, 다음으로 시즈코에게 '말린 은어(アユ)'라는 선물을 보냈다.
은어의 제철은 6월에서 8월, 산란기라 맛이 떨어지는 은어는 9월에서 10월이다.
오우미(近江) 상인연합(商人連合)과 연줄을 가지고 있는 히데요시(秀吉)는 은어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원 보호를 명목으로 11월에서 5월까지 은어 낚시를 금지시켰다.
동시에 은어를 하룻밤 말린 것이나 말린 은어, 훈제 은어 등, 보존성이 뛰어난 조리법을 퍼뜨렸다. 은어의 금어 시기(禁漁時期)를 정하고, 보존성이 뛰어난 조리법을 공포하는 것으로 은어의 가치는 올라갔다.
특히 말린 은어는, 말리는 것으로 감칠맛이 응축되고 민물고기(川魚)의 독특한 냄새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어를 경원하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상품이 되었다.
히데요시의 행동에 주목한 노부나가는, 간장(醤油)과 맛국물 된장(出汁味噌)의 판매 구역을 확대하기 위해, 말린 은어나 은어를 하룻밤 말린 것을 이용한 레시피를 제 6군에 퍼뜨리도록 명했다.
각 지역에 이주하여 '첩자(草)'로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은, 말린 은어의 솥밥(釜飯)이나 말린 은어의 감로찜(甘露煮) 등 다양한 요리를 각 지역에 퍼뜨렸다.
요리 방법이 퍼질 때마다 간장이나 맛국물 된장의 사용 지역이 늘어나고, 그에 대해 상인들이 모두 오다 가문으로부터 간장이나 맛국물 된장을 구입하게 되었다.
쿄에 사는 요리인들도 처음에는 시골의 조미료라고 깔보았지만, 후에 간장의 만능성을 알게 되자 태도들 바꾸어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3대 조미료의 일각으로까지 부상한 간장은, 노부나가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그 막대한 부를 가져온 간장의 제조법을 노부나가에게 전수한 시즈코는, 또다시 새로운,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수상한 조미료의 개발을 하고 있었다.
"으―음, 그저 그러려나"
그건 유자후추(柚子胡椒)이다. 유자라는 이름에서 유자와 후추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유자 껍질과 풋고추가 원료인 조미료이다.
큐슈(九州)나 나가노(長野)의 일부에서는 고추를 후추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고, 또 유자후추의 발상지가 큐슈라고 하기 떄문에, 유자고추가 아니라 유자후추라고 불리고 있다.
옛부터 가정의 조미료로 이용되는 한편, 쇼와(昭和) 25년(1950)년에 상품으로서 판매된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유자후추의 발상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여러 지역이 발상지라고 추측되고 있다.
유자후추는 유자나 고추의 비타민 A나 B6, C, E, 나트륨이 풍부하여, 일본식(和風) 요리의 고명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닭고기의 훈제나 숯불구이에 유자후추를 첨가하거나, 스낵과자에 풍미를 내는 재료로서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매운 맛은 있지만, 시즈코는 유자후추를 조미료의 하나로 추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닭의 숯불구이, 유자후추맛 정식은 유행하지 않을지도"
"새로운 요리의 제공 형태야? 확실히 따로따로 나오는 것보단 좋지만, 바쁜 사람에게 맞겠네"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뺨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시대, 식사는 그릇을 마룻바닥에 놓고 먹는 경우가 많다. 위생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즈코의 집에서는 밥상(膳)에 놓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밥상은 작은 것밖에 없어서, 몇 개의 밥상으로 나뉘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필연적으로 아야의 부담이 늘어나기 떄문에, 시즈코로서는 정식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밥상이 필요해졌다.
하코젠(箱膳, ※역주: 식기 보관통과 밥상의 역할을 겸하는 일본식 개인 밥상)도 생각했지만, 기름을 쓰는 요리가 있는 이상 하코젠의 이점인 씻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사라진다.
"(이쪽을 취하면 저쪽이 문제된다……인가) 흐―음, 뭐 이것저것 생각해볼까.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
"요양 때문에 외출을 맘대로 못해서 그런 거야?"
"칩거(蟄居)하고 있는 기분이야. 이제 건강해졌는데 '내가 확인할 때까지 문에서 나가지 마라'잖아. 행동범위가 너무 좁아서 곤란해"
출입문과 창을 닫고, 자택의 한 방에서 근신하는 형벌을 칩거라고 한다.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공가(公家)나 무가에 대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시즈코는 칩거를 명령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녀가 자유롭게 행동하려면 노부나가가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지만, 그는 지금 히에이 산을 포위하는 중이다.
즉, 시즈코가 자유롭게 되는 것은 꽤나 나중인 것이 확정되어 있다.
"시즈코 님, 이즈미노카미(和泉守)와 마고로쿠(孫六)에게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오, 마침 좋을 때 시간때우기 도구가 왔네. 이쪽으로 가져와줘"
"사이조 님께 협력을 받아, 이미 상자를 이쪽으로 운반해 놓았습니다"
말과 함께 맹장지가 열리고, 거기서 사이조가 큰 나무상자를 두 개 안고 들어왔다. 시즈코 앞에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그는 공손히 인사를 한 후, 그녀의 곁에 앉았다.
"설마 반년만에 완성되다니. 과연 미노(美濃)를 대표하는 도공(刀工)들이네"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다양한 크기와 두께를 가진 나타(鉈, ※역주: 네이버 일본어 사전에서는 '손도끼'라고 되어 있는데, 손도끼와는 다르고 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정글도나 벌목도 같은 것. 막칼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여기서는 한글 명칭을 정하기보다 그냥 일어 원어를 쓰겠음)였다.
시즈코의 쿠로쿠와슈 500명의 장비는 다목적 군용 세이버(saber), 켄나타(剣鉈)인 마타기(マタギ, ※역주: 일본의 특정 지역의 사냥꾼 집단) 칼, 손도끼이다.
시즈코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을 진행한 것은 다목적 군용 세이버였지만, 켄나타나 코시나타(腰鉈)도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실제로 써봐야 처음으로 불만이 나온다. 그걸 알기 위해서, 도공글에게 나타의 제조를 의뢰했다.
나타라고 해도 일본도를 제조하는 기술이 응용되어 있기에, 두께가 있는 나타는 겉보기가 흉악했다.
"그리고 시즈코 님. 카츠조 님이 히에이 산을 떠나 코키에 성의 방어임무에 당한다고 합니다. 도중에 이곳에 들리겠다고 파발마로 보고가 있었습니다"
"오, 마침 잘 됐네. 그럼, 이 나타를 카츠조 군에게 운반시킬까"
코키에 성에 있는 쿠로쿠와슈 500명은, 성 및 주변을 요새화하기 위해 전원이 공사에 달라붙어 있었다.
누구한테 가지러 오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으나, 나가요시가 코키에 성으로 간다면 그에게 건네주는 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마을에 도착한 나가요시에게 나무 상자를 건네주자, 그는 '한 자루 가지고 싶다'고 시즈코에게 부탁했다.
용도를 짐작하지 못했던 시즈코였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고 나가요시에게 길쭉한 코시나타를 주었다.
날길이 300mm, 칼등폭 6mm의 코시나타는 겉보기의 박력이 굉장하여, 나가요시는 한눈에 반했다.
나가요시의 나타에 '골통(脳天) 쪼개기(かち割り) 나타'라는 일화가 붙은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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