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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6.09.26 004 - 1565년 4월 하순 6
  11. 2016.09.26 003 - 1565년 4월 상순 3
  12. 2016.09.26 002 - 1565년 3월 하순 6
  13. 2016.09.26 001 - 1565년 3월 중순 11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3 1566년 4월 상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계절은 돌고 돌아 4월 상순, 시즈코가 이 시대로 온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어떤 원리나 방법으로 타임 슬립했는지, 그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 가지 현대의 기술품을 가지고 왔지만, 현재 그녀가 그걸 쓰는 일은 없었다.

편리하지만 대용품이 없는 상태에서 망가지면 답이 없다.


지식을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태양광 충전기가 달린 핸들 발전식 LED 라이트를 써서 충전한다.

평소 쓰는 것은 그 정도로, 달리 있는 도구는 기본적으로 대용품을 만든 후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시즈코에게만 부담이 갈 뿐으로, 마을사람들은 아무 작업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핸들 발전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시즈코는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가을 무렵에 노부나가에게 수확량 증가를 선언한 시즈코. 그걸 받아들였는지, 노부나가는 엄청난 말을 했다.

그것은 50명의 농민을 보내는 대신, 25가마니의 쌀을 수확하라는 명령이다.

그리고 모자라는 분량은 한 가마니당 두 명을 죽인다는 협박섞인 말까지 했다.


그 주저없음을 보고 시즈코는 역시 전국시대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현대의 감각이나 논리 따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수준이라고 이해했다.


겨울에 들어서고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약속한 농민 50명을 시즈코의 마을로 보냈다.

거기에 가족이 붙어 있었기에 상당한 대인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군대에서 끌려온 것이 아니라, 시즈코가 오기 전의 이 마을처럼 수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지역에서 끌려왔다.

정든 땅을 억지로 버리게 되고 이 땅으로 이주당했으니 그 스트레스는 상당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사정을 참작해 줄 여유 따윈 없었다.


촌장이 시즈코라는 걸 알고 놀라는 입식자들이었지만, 반발하는 목소리 따윈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반발하던 순종하던 그들이 갈 길은 하나 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리라.

즉, 시즈코를 따라서 약속한 25가마니를 넘는 수확을 달성하는 것 이외에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라고.


새해가 밝은 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라고는 해도, 처음에는 밭이나 논의 정비다.

1월 중순에 농작물용의 2ha, 사탕수수용의 1ha, 고구마용의 1ha, 논 8ha의 정비를 마쳤다.

이것은 사전에 시즈코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준비했던 덕분이었다.


2월 하순, 못자리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볍씨를 적당히 뿌리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못자리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그걸 가르치는 데 며칠을 소비했다.

모판을 심기 한 달 이상 전에 준비해야 흙이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만, 역시 농민들은 반신반의한다는 느낌이었다.


3월 하순, 볍씨에 대해 염수선(塩水選)을 했다. 역시 여기에서도 입식자들의 대부분은 괴이쩍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애초에 꽉 찬 볍씨를 고르는 것 자체가 전국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비중 1.16의 소금물을 만들고, 떠오른 볍씨를 제거하는 작업은 단순했다.

하지만 이걸로 씨담그기에 필요한 볍씨가 모였기에, 합격한 볍씨를 강물을 담은 통에 넣어 가급적 수온이 오르지 않도록 그늘진 장소에 안치했다.

볍씨에 충분히 물을 흡수하게 하여 한번에 발아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입식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적산 온도의 조정, 이라고 말해도 모르겠지-)


하지만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시즈코는 다른 작업도 해야 했다.

먼저 가을이 끝나기 전에 무환자 나무의 열매를 수확하여 비누가루를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이걸 필요로 하는 것은 당분간은 시즈코 뿐이었기에, 수확한 후에는 거의 그녀가 혼자서 작업했다.


다음으로 계란 산업을 하기 위해 닭을 늘릴 필요가 생겼다. 처음에는 닭끼리 교배시켜 유정란을 만들어 부화시키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닭은 해체하는 정도밖에 할 줄 모르는 시즈코였기에, 병아리가 추위로 죽거나 크게 자라지 못하거나 했다.

게다가 암, 수를 구별하는 데 1개월 정도 기다릴 필요가 있어, 그 때까지는 공통의 먹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서도 병아리의 성별을 판별하는 기술은 국가 자격으로, 양계 분야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그 자격의 유용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시즈코였다.

물론, 시즈코는 그런 국가 자격을 갖는 기술자는 아니었기에, 몇 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죽게 하거나 솎아내거나 하면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수를 불려 나갔다.

죽게 하거나 솎아낸 병아리나 영계에 가까운 닭은 모두 퇴비에 섞었다.

절대로 그냥 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반년 정도로 수컷을 7마리, 암컷을 20마리까지 불려서 당분간 필요한 숫자를 갖출 수 있었다.

지금부터 유정란을 만드는 조와 무정란을 만드는 조로 나누어 사육한다.

유정란을 만드는 조는 수컷 한 마리 당 암컷 다섯 마리를 두 조, 무정란을 만드는 조는 암컷 10마리로 했다.


닭의 모이는 야채 부스러기나 생선 뼈나 조개껍질 등을 가루로 만든 것을 섞은 사료로 통일했다.

왜냐하면 산란은 어떤 종류의 닭이라도 2년이면 페이스가 떨어진다, 라는 얘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년 동안 먹이를 통일해두는 편이 편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물론, 갓 태어난 병아리 때는 부드러운 먹이를 주지만.


야채의 재배 방법도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기묘한 방법이었지만, 이쪽은 조금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태반의 공정은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문모를 작업으로 의문시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퇴비를 잘 섞은 2ha 넓이의 경작지를, 한 변 50미터의 사이즈로 나누었다.

따라서 경작지가 8등분되어, 봄 야채와 가을 야채의 이어짓기와, 그 경작지들을 1년마다 순환시키는 돌려짓기를 할 환경이 완성되었다.

먼저 두 경작지를 한 쌍으로 간주하여, 각각 A-1, A-2, B-1, B-2, C-1, C-2, D-1, D-2라고 번호를 붙였다.

봄에는 A-1에 옥수수, A-2에 부추, B-1에 호박, B-2에 가지, C-1에 토마토, C-2에 무, D-1과 D-2에 양계장을 설치했다.

물론, 모두 전국시대의 재배방법은 아니고 시즈코가 알고 있는 현대의 재배방법으로지만.

가을에는 수확하고, 그 후에 가을 야채로서 A-1에 파, A-2에 양상추, B-1에 토란, B-2에 소송채(小松菜), C-1에 킨토키(金時) 당근 (※역주: 특정 품종명으로 보임), C-2에 순무, D-1과 D-2은 여전히 양계장을 계속하기로 했다.

분할해놓고 1년마다 토지를 순환시키므로, 그것들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푯말을 준비했다.

봄이 올 때마다 이 푯말을 돌려박아, 지금 무엇을 재배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하여 순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푯말은 의외로 마을사람들에게도 호평이었다. 듣자 하니 '재배하고 있는 게 뭔지 알기 쉽다'고 했다.


예상외였던 것은 입식자 중에 양잠(養蚕)을 해봤던 사람이 몇 명 있었던 것이다.

당장 시즈코는 양잠을 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었다.

아무래도 마을 안에서는 할 수 없었기에 양잠 장소를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설치했다.

뽕나무 잎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조금 먼 곳이긴 하지만 뽕나무가 조금 자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양잠장 부근의 나무를 전부 뽕나무로 교체하기로 했다.

현재로는 뽕밭, 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열매나 목재도 이용할 수 있다.

다행히 뽕나무는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몇 년만 지나면 뽕나무 열매와 누에의 먹이가 되는 잎을 얻을 수 있으리라.

육성도 자연에 맡긴다고 할지 그냥 방치할 뿐으로, 할 일은 매년 묘목을 심는 것 뿐이다.


또 하나 예상외의 일에 시즈코는 생각이 미쳤다.

집을 지을 때 남은 목재를 보고, 꿀을 따기 위한 벌통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서양꿀벌은 없지만, 일본꿀벌은 옛부터 일본에 있기에 그것으로 꿀을 채취하기로 했다.

시즈코의 할아버지 친구가 고안해낸 꿀을 따는 것을 중시한 형태의 벌통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만들어냈다.

한 단의 높이를 대략 120mm 정도로 하고, 그것들을 네 개 겹치는 것에 의해 수확물을 채취하기 쉽고, 또 여왕벌을 발견하기 쉬운 구조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양봉가의 일을 책이나 견학으로는 알고 있어도,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다.

애초에 여왕벌이 수중에 없었기에, 설치해도 벌이 벌집을 만들어 줄지 어떨지는 거의 운에 맡기는 것에 가까웠다. 즉, 놔두기만 하고 나머지는 운을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설치 장소는 자생하는 유채꽃이 많이 피어 있는 장소로 했다. 합계 5군데에 설치하고, 그 뒤로는 정기적으로 보러 와서 벌통에 일본 꿀벌이 살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편한 반면, 벌꿀의 채취량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곤 해도 시즈코는 단지 생각난 김에 했을 뿐으로, 벌꿀을 대량으로 얻지 못해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었기에, 전국시대에 벌꿀이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완전히 잊고 있던 그녀였다.


사탕수수는 작년 여름에 모로서 다시 심은 것과, 봄부터 심었던 것을 전부 모로 사용하여 추가적인 양산 체제를 갖췄다.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뭘 심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설탕은 이 시대에 꽤나 귀중한 조미료. 그렇다면 설탕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그걸 영주님께 헌상하는 것으로 이 마을 사람들은 징병을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소금 같은 조미료도 우선적으로 융통받을 수 있고)


고구마 쪽도 금년에는 처음부터 대량으로 모심기를 햇다. 하지만 고구마 다음에 밭을 놀려두는 것도 아까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을부터 유채를 키우기로 했다. 유채로부터는 유채 기름을 얻을 수 있고, 월동하는 일본 꿀벌의 먹이로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본래는 채(菜), 즉 잎사귀 야체로서 이용되고 있었다.

고사기(古事記)에는 키비(吉備)의 푸성귀로서, 만엽집(万葉集)에서는 사노(佐野)의 줄기로 등장한다.

식물 기름을 얻을 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에도(江戸) 시대부터로, 주로 등잔불 기름의 원료로서 이용된 생활에 밀착된 기름이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콩(大豆)의 생산이었다.

된장, 간장의 원료이며, 기름의 원료이며, 생약이기도 하고, 그리고 식용이기도 한 만능의 존재다.

하지만 콩의 육성은 일단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질소 비료가 대량으로 필요한데다, 다른 작물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시대에 질소 비료 따위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기에, 닭똥을 사용한 퇴비를 만들 수밖에 없다.

해충 대책도 생각해야 하기에 머리가 아픈 일 투성이였다.

그래서 시즈코가 생각한 것은 컴패니언 플랜츠(※역주: Companion Plants)라는 재배 방법이다.

이것은 공영(共栄) 작물이라고 불리는 농학, 원예학 상의 개념이다.

콩과 옥수수의 경우, 옥수수의 해충은 콩의 냄새를 싫어하고, 그리고 콩의 해충은 옥수수의 해충이 천적이라 먹혀 버린다.

그야말로 농약을 쓰지 않고 해충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이다.

다만 경험적인 부분이 대부분이라, 현대에서도 과학적으로 해명된 예는 적다.

시즈코는 이 기술을 도입하여 100a 중에 콩을 50a, 남은 50a에 옥수수를 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매운 양파인데, 이것은 가을에 뿌리고 다음 해 여름에 수확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아직 양산체제는 아니라서, 전부 씨앗을 얻기 위해 사용되었다.

식용으로서 재배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만성 피로나 근육 피로 등 피로에도 잘 듣는 식품으로서 사랑받아왔다.

매일 양파를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간단히 지치지 않는 체력이 붙는 것이다.

또 비타민 B1의 흡수를 높일 수 있으므로, 콩이나 닭의 간과의 상성이 좋다.


하지만 시즈코가 진두지휘를 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백성들의 주식인 잡곡 등의 재배는 마을사람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대화하고, 귀를 기울이고, 승인하고, 맡겨주지 않으면 사람은 자라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즈코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선두에 서는 것은 목표량이 있으며 세금이기도 한 쌀 재배, 농지 개량, 구획 정리, 용수(用水)의 정비 등, 중요한 인프라 정비나 농업 정비 뿐이다.


할 일이 가득이라 매일 악전고투했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나날들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노부나가의 어려운 과제가 없다면, 말이지만.

하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노부나가는 또다시 어려운 과제를 시즈코에게 떠넘겼다.




"으~음, 5개 설치했는데 3개 밖에 벌집이 안 생겼네"


벌통을 보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내부는 보기좋게 텅 비어, 여왕벌이 집을 지은 듯한 흔적은 없었다.


5개 정도 설치한 것 중에, 처음에는 4개에 벌집이 지어졌다.

하지만 도중에 한 마리의 여왕벌은 벌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만들다 만 벌통을 버리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일본 꿀벌은 신경질적이기에, 다소의 환경 변화조차 싫어하여 벌집을 버린다.

인간에게는 알 수 없는 작은 변화를 알아챈 여왕벌이 벌집을 버린 것이리라.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고민해봤자 억울하기만 할 뿐이므로.


"할 수 없지. 아차, 슬슬 해가 지네. 어서 돌아가야지"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숲 속에서는 해가 지는 것이 빠르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컴컴해져서 아무 것도 안 보이게 된다.

마지막 벌통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시즈코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달렸다.


"비트만이 있으면 어두워도 돌아갈 수 있는데…… 지금 신부를 찾으러 나가 있으니"


늑대인 비트만은 발정기가 가까워졌을 무렵 신부를 찾기 위해 마을을 나갔다.

솔직히 돌아올지 어쩔지는 미묘했지만, 그래도 시즈코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었다.


"뭐 혹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원래 야생동물이었으니까 그대로 어딘가로 가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조금 앞쪽에서 부스럭부스럭하고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작은 동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그걸 피하기 위해 가볍게 점프했다.


"!?"


하지만 나온 것은 작은 동물도 대형의 동물도 아닌, 굵은 나무 막대기였다.

이미 점프하고 있던 시즈코는 자세를 바꿀 수 없었다.

그 나무 막대기에 발목을 맞고 공중에서 균형을 잃었다.

어깨부터 떨어져 몇 번인가 땅바닥을 구른 후, 등부터 나무 줄기에 격돌했다.


"커헉!"


충격으로 단번에 폐의 공기가 밀려나온 시즈코는, 산소 결핍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헤헤헤, 여자다"


"여자는 비싸게 팔리겠는데. 게다가 미인이야"


"이런 곳에 혼자라니…… 덮쳐달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 전에 들려온 천박한 음성이 시즈코의 의식을 억지로 깨웠다.

아픈 어깨를 손으로 붙잡고 그녀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섯 명 있었다. 들고 있는 것은 창이나 칼, 농기구인 낫 등이었다.


(싸움터에서 도망친 아시가루(足軽)……?) (※역주: 시대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국시대에는 용병이나 강제징병된 병사를 말한다. 여기서는 용병의 개념으로 쓰인 듯)


그렇게 생각했지만 방어구 등을 몸에 걸치지 않은 것을 보니, 전쟁에 말려든 농민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웃차, 소리내지 말라고"


시즈코가 뭔가 말하기 전에, 도적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시즈코의 목젖에 들이댔다.

소란을 피우면 이대로 찌른다, 말로 하지 않아도 그런 뜻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헤헤, 한동안 궁했었으니, 실컷 즐긴 다음에 팔아치울까"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고 도적 한 명이 히죽히죽 웃으며 시즈코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코가 막힐 듯한 냄새를 풍기는 도적이 시즈코의 옷을 벗기려고 손을 뻗은 순간.


바사삭 하고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모습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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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 1565년 8월 상순  (6) 2016.09.30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2 1565년 10월 중순



커다란 고구마 구덩이가 다섯 개, 말린 고구마를 넣은 항아리가 선반에 30개 정도 놓여 있었다.


금년의 고구마는 대풍작이었다.

이만큼 있으면 내년의 여름까지 먹는 데는 문제없다고 확실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단맛을 갖는, 배가 든든해지는 먹거리다. 마을사람들의 기분이 고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는 달다는 것만으로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는 시대였다.


"오~ 구워졌다 구워졌어"


그릇에 가득 담긴 군고구마를 보며 시즈코는 즐거운 듯 목소리를 냈다.

살짝 감도는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위를 자극했다.

그건 마을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힐끔힐끔 군고구마 더미를 보고는 침을 삼키고 있었다.


"전원 모인 것 같으니, 각자 고구마를 손에 들어주세요-"


보기에 시즈코 등이 마지막이었던 듯, 그 목소리와 함께 마을사람들이 군고구마 더미에 몰려들었다.

1분도 지나기 전에 군고구마 더미는 깨끗이 모습을 감추었다.


"촌장님-, 뭔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대로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전원 시즈코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선창이 필요하다고 이해한 그녀였지만, 아무래도 30명의 시선을 일제히 받게 되니 움츠려졌다.


"어-, 뭐 어려운 얘기나 긴 얘기는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한 시즈코는 의외로 의욕적이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고구마가 대풍작입니다. 오늘은 마시고 먹고 놉시다! 내년의 풍작을 기원하며!?"


"오-!"


시즈코가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자, 그것에 호응하듯이 마을사람들도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몽상적이지만, 모티베이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소한 일을 신경써서는 시작이 안 된다.


그 목소리가 축제 시작의 신호였다.


"자 그럼, 예쁜 황금색의 고구마 씨. 당신은 무슨 맛일까요~"


마을 사람이 껍질째로 먹거나 밀어넣듯 먹고는 목이 메는 것을 보면서 시즈코는 천천히 고구마의 껍질을 벗겼다.

벗길 때마다 보기좋은 황금색의 속살이 보이며, 그녀는 나이값도 못하고 두근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호오,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 색이구나"


3분의 1 정도 껍질을 벗겼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에 반응하여 뒤돌아보려 했지만, 그 전에 고구마를 든 손이 강하게 잡아당겨졌다.


"음. 딱 좋은 단맛이라 맛있군"


시즈코의 팔을 잡아당긴 인물은, 어이없게도 그녀의 고구마를 주저없이 베어물었다.

순간적으로 껍질을 벗긴 부분이 절반 정도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인물에 대해 불평 따위 하지 않고, 거꾸로 경악하여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여, 여여여여여여영주님!?"


시즈코의 고구마를 먹은 인물은, 그녀의 주인인 오다 노부나가였다.




"말린 고구마인가. 적당한 씹는 맛과 단맛이 좋구나"


"네에……"


그릇에 담긴 말린 고구마를 먹고 있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반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방문한다는 연락은 전혀 받지 못했고, 정말 갑작스런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어, 영주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출진하기 전에 온천에 들어가려고. 그리고 네게 용무가 있다"


(출진…… 아아, 슬슬 미노(美濃)를 공격할 시기네)


오다 노부나가가 오와리(尾張)와 미노의 2개국을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에이로쿠 10년(1567)년이라고 한다.

노부나가의 일대기인 '신장공기(信長公記)'에는 8월 쯤에 미노를 지배했다고 쓰여 있다.

정확한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에이로쿠 10년 11월 9일자로 노부나가에게 미노 국내로 생각되는 직할령(御料所) 탈환을 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이 노부나가에게 명했다는 윤지(綸旨)가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에이로쿠 10년(1567년)이 미노를 지배한 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소규모 분쟁이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 중 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는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예? 제게요?"


전쟁은 이해했지만 자신에게 용무가 있다, 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용건인지도 모르기에 시즈코는 단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되는 50명의 농민. 그놈들은 전장에 데려가지 않겠다. 대신 너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이곳을 일대 생산거점으로 바꾸어라"


"예, 예에?"


"그리고 이 말린 고구마는 가져가겠다"


"네에…… 그건 문제없습니다만. 어째서 생산거점을 만들라고 명하시는 건가요?"


애초부터 생산 증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 쪽에서 명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스로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노부나가가 이곳을 생산거점으로 만들라고 명령한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너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시즈코는 대답이 궁했지만, 노부나가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고, 단지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대답이 궁해 있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묘끼리의 소규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나라도 백성도 한계까지 피폐해져 있겠지. 빨리 나라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만이나 명나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


조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노부나가는 작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선은 네가 말한 '부국강병'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반석같은 기반 없이, 나라를 통일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말한 후, 노부나가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내쉬었다.


"시즈코, 네가 세운 공적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적은 인원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일의 어려움을"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쌀의 대량 생산을 명한다. 네 역할, 확실히 완수해야 한다"


옅은 웃음을 띄우는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깊숙히 머리를 숙여 대답했다.


이상한 느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말하고 있는 것은 명령이고, 그걸 이루었을 때 상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노부나가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 나라를 통일하면, 다음에는 명이나 남만을 뛰어넘는 나라로 발전시킨다. 그런 후에-"


시즈코는 알고 있다. 지금 꿈을 얘기하는 노부나가는 결코 천하 통일따위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의 도중에 모반당하여 그 인생을 끝내게 되는 것을.


그래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어디까지 길을 달려가는지를.

인생 그 자체를 일순에 주파하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진심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기록한 노부나가가 아냐. 지금, 눈 앞에 있는 노부나가를 알고 싶어)




결국, 만든 말린 고구마의 대부분은 노부나가가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대신 전장에 가지 않아도 되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수확물은 세금으로 징수당하고 일손인 농민을 전부 전장으로 끌려가게 되니까.


"시즈코를 따라 수확량을 늘려라. 그것이 너희들의 역할이다!"


말 위에서 노부나가는 마을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나라의 기반을 강화할 생각이라는 것을.


(상경까지의 몇 년 동안, 상식을 뛰어넘는 국가 기반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


전국시대, 쌀이나 작물의 수확량은 농민의 수나 토지에 따라 달라졌다.

대량생산도 효과적인 농업기술도 아무것도 없다.

현대처럼 최소한의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년 거의 운에 맡기는 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영주님, 기대해 주십시오. 내년 이맘때쯤, 앗 하고 놀라실 양의 쌀을 수확해 보이겠습니다"


하지만 시즈코는 다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국시대에서 현대까지 사이에 태어난 육성 방법이 있다.

현대의 지식을 이용해 재배하면, 그것만으로 수확량은 대폭 달라진다.


"호오, 그거 기대되는구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즈코를 보고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을사람들 중 몇 명인가는 비명을 지를 뻔 했으나, 시즈코만은 작게 웃고 있었다.


절대적인 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

현대에서는 상식인 기계가 전국시대에는 전혀 없다.

타임슬립했을 때 가져온 현대 기술품은 있지만, 그걸로 뭐든지 다 될 정도로 만능도 아니다.

망가지면 대용품을 써야 하기에, 함부로 막 쓸 수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은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대한 농지를 경작하고, 그것들을 사용해서 대량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그녀는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제 지식을 이용하여, 어떤 나라보다도, 그리고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생산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자신이구나. 그만큼 큰소리를 치다니"


"저 혼자서는 이렇게까지 큰소리를 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반년 가까이 따라와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힘을 합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을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의 수확도 그녀 혼자서 성공한 게 아니다.

마을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고구마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세도 되지 않은 애송이인데, 그들은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처음에는 협박받아서 억지로 따라왔지만, 지금은 모두가 단단한 유대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다음에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렇게 말하더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하는 듯 노부나가는 말머리를 돌렸다.

그것을 본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였고, 그리고 그런 시즈코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잠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윽고 들리지 않게 되자 시즈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 노부나가의 모습은 없었다.


"후우, 이래저래 바빠지겠네-"


방금 전에 노부나가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느긋함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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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1 1565년 8월 하순



8월 하순, 시즈코 등은 스위트 콘과 고구마를 제외하고 모든 작물을 수확했다.

시기가 지난 스위트 콘을 방치해 두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수확하지 않고 시들 때까지 방치해 두면 열매가 익어서 씨를 얻을 수 있다.

즉, 내년에 쓸 씨앗을 만들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F1이 아니라서)


옥수수에는 두 가지 종류 존재한다.

하나는 재래종이라던가 고정종이라고 하는, 옥수수 본래의 종류이다.

또 하나는, 두 가지의 다른 순계(純系)를 합쳐서 만든 1대 잡종, 통칭 F1이라고 하는 종류이다.

F1은 크기가 크고 질병에도 강한 것이 자라지만, 반면 다음 해에도 똑같은 옥수수가 자라지는 않는다.

항상 1대째의 개체로서 소비되어, 2대째 이후가 자라나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운좋게 2대째가 자라나도, 1대째와는 전혀 다른 형태나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 버린다.

이것은 뒤집을 수 없는 F1 개체의 숙명이다.


다행히 시즈코가 가지고 있던 옥수수의 씨앗은 할아버지가 옛날부터의 재래종을 독자적으로 품종개량한 것이었다.

따라서 다음 해에 씨앗을 뿌려도 완전히 똑같은 품종이 자라난다.

질병에 강하고 알껍질이 매우 부드럽고, 그리고 산뜻한 단맛을 갖는 다수확형이다.

단점으로서 물을 보통 옥수수보다 많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수도요금이고 뭐고 관계없는 시즈코에게는 그것은 거의 단점이 되지 않았다.


(으-음, 돌려짓기의 이어짓기를 할 땅은 2ha를 여덟 개로 나눌까. 사탕수수에 1ha, 고구마에 1ha, 논은 메인이니까 2ha 사이즈로 가자)


이어짓기란, 같은 밭에서 같은 작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돌려짓기란, 같은 땅에 다른 성질을 갖는 농작물을 몇 년에 한 번 주기로 재배하는 방법이다.

재배하는 작물을 주기적으로 바꿈으로서, 토양의 영양 밸런스가 잡혀 수확량과 품질이 향상된다.

또, 이어짓기에서의 병원체, 해충 등에 의한 수확량과 품질 저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시즈코는 한 주기를 4년으로 생각하고, 0.5ha의 경지 면적 두 곳을 한 세트로 움직이기로 했다.


(봄과 가을의 이어짓기, 그리고 1년마다 경지의 변경, 퇴비에 의한 토양의 영양 개선. 그것만으로도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가지)


현재의 농지를 완전히 정리하여, 돌려짓기와 이어짓기용의 토지로 개조하는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도 지금의 농지를 전부 개간하면 예정의 2ha와 같은 넓이가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농지가 부족하다.

사탕수수에 1ha, 고구마에 1ha, 논에 2ha가 필요해진다.

합계 4ha도 부족했다. 노부나가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명한 농민 50명이 오는 것은 내년의 이야기다.

그때까지는 최소한 토지의 구획 정비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으-응, 할 수 없지. 모리 님께 부탁해서 일시적인 노동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려나)


순수하게 노동력이 너무 부족하기에, 모리 요시나리에게 부탁해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국책이라고 해도 좋은 시즈코의 농지 개혁이기에, 모리 요시나리는 쾌히 받아들여주리라.

하지만 너무 과하게 받을 수도 없다. 당연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뭐, 앞으로 반년…… 그 때까지 개간할 수 있으면 되겠지)


결국 깊이 생각해도 결론은 안 나온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어려운 생각을 하는 것을 관뒀다.


(자, 그럼, 오늘도 이래저래 일해볼까)


눈 앞의 작업을 해치우기 위해, 시즈코는 작업 도구를 걸머지고 집을 뒤로 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오늘은 전원이 제 1회, 고구마 수확을 합니다"


"오-!"


5월 상순에 심었던 고구마의 수확 시기인 약 4개월 후, 즉 9월 상순에 고구마의 제 1회 수확시기가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 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상태로 성대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시험삼아 캐냈을 때 가장 호평이었던 것이 고구마였던 것이다.

역시 다른 것과는 달리 배가 든든하고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호평의 포인트였다.


"지난 주에 시험삼아 캤을 때 상당한 크기였으니, 오늘은 저 푯말이 있는 곳까지 캐냅니다"


모를 1주일마다 심었기에, 광대한 경지에 심은 고구마도 성장 정도가 달랐다.

그것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시즈코는 심은 시기를 알리는 푯말을 세워 두었다.

그 주변을 경계로 삼으면 쓸데없이 일찍 캐내지 않아도 된다.


"먼저 수확할 고구마의 줄기를 잘라냅니다. 그게 끝나면 고구마를 수확합니다"


"촌장님-, 수확한 건 어떡하면 되나요?"


"흙을 털어서 나무 통에 넣은 것을 마을로 가지고 돌아갑니다. 수확한 고구마는 하루 동안 햇볕에 말리고, 다음으로 1주일 정도 그늘에서 말릴 거니까요"


그 순간, 마을사람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조용히 하세요!

수확 후에 금방 먹어도 맛이 없어요. 말리면 단맛이 늘어난다고요. 달고 먹음직스러운 고구마랑 그냥 고구마…… 당신들은 어느 쪽이 먹고 싶어요?"


손에 든 목제 삽을 마을 사람에게 겨누며 시즈코는 선언했다.

아무래도 그냥 고구마는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마을 사람들은 거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마을사람들이 납득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시즈코는,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확한 고구마는 그대로 마을로 가져가서, 거기서 가볍게 흙을 턴 후에 햇볕에 말렸다.

쓸데없는 부분은 모아서 모두 퇴비나 부엽토의 재료로 썼다. 파뒤집은 흙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런 수확은 1주일에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경지의 정비에 시간을 들였다.

세로 200미터, 가로도 200미터의 경지를 여덟 개로 분할하는 작업이다.

농작물 하나당 0.5ha의 크기를 갖는 경지가 된다는 계산이다.

경지 두 개를 한 셋트로 생각해서, 그것들을 4년 주기로 회전시킨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없는 양계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이 돌려짓기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닭을 사육할 장소에 왕겨를 까는 형태를 평사(平飼い)라고 한다.

그 위에 닭똥이 떨어지므로, 밭으로 바뀔 때는 흙에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식사도 야채 부스러기나 동물이나 생선의 뼈를 가루로 만든 것, 또는 조개껍질 가루 등, 본래 인간이 먹지 않는 것들이니 문제없다.


반면, 옥수수 등을 주지 않으니 난황이 노랗게 되지 않고 허연 색이 된다.

기본적으로 난황의 색은 어미 닭이 먹는 먹이에 따라 변화한다.

만약 파란 색의 먹이를 계속 주면, 난황은 퍼런 색이 되는 것이다.

뼛가루 등을 계속 주면, 당연하지만 난황은 허연 색이 된다.


(뭐, 나 외에는 난황이 선명한 노란색이라는 인식도 없을 테고…… 문제없겠지-)


계란 산업이 없는 이상, 달걀이라는 식품은 귀중하고 고급품이 된다.

따라서 달걀의 난황이 노란색 외의 다른 색이라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근데 닭을 간단히 받을 수 있을까……?"


유정란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을지도, 라고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였다.




아니나다를까, 닭이라고 하자 모리 요시나리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때를 알리는 새로서 신성시되며 주로 애완동물로서 취급되었기 때문에, 들새의 고기는 먹어도 닭은 알조차 식용으로 간주되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계란 산업은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결국 수컷 한 마리, 암컷이 5마리밖에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초의 불안이 적중하여, 유정란에서 병아리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


부화기 따윈 없는 시대니까 주위에 있는 걸로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것은 의외의 것에 의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온천이었다.

원래는 폐탕으로서 강에 버리고 있었지만, 그 열을 이용하여 부화기 같은 장소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일단 탕을 흘리는 장소에 작은 헛간을 세우고, 방수를 위해 바닥에 옻을 칠한다. 이걸로 간이 바닥 난방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흙과 왕겨를 바닥에 깔고, 오리 등 들새의 깃털을 모아서 하나 하나 감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만드는 데 2주일 가까이 걸렸고, 게다가 가설 양계장을 가까운 곳에 지은 것을 포함하면 3주일이 소요되었다.

준비가 갖춰진 후 모리 요시나리에게 닭의 운반을 부탁하자, 옮기는 데 2주일 걸린다는 무정한 대답이 돌아왔다.


양계장이나 부화기 비슷한 헛간을 만드는 동안에도 고구마의 수확은 계속되었다.

1주일 말린 고구마는 딱 좋은 단맛으로 마을사람들에게는 대호평이었다.

하지만 재배한 숫자가 많았기에, 도중부터 고구마를 저장할 '고구마 구덩이'라는 것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깊은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짚을 깔고, 고구마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겉겨를 넣어 확실히 보온을 한 후에 흙으로 덮는다.

알기 쉽게 푯말을 세우고, 번호를 적어서 소비할 순서를 정한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동시에 말린 고구마도 만들기로 했다.

공정이 조금 복잡하지만 곰팡이가 좀 슬어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드는 법은 다소 복잡하지만, 익숙해지면 간단하다.

수확 후에 차게 하여 당화시키는 등의 조치를 한 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에 걸쳐 찐다.

껍질을 벗긴 고구마를 발에 늘어놓고 1주일 정도 햇볕에 말린다.

그것들을 항아리에 담은 후 서늘하고 어두운 장소에 늘어놓고 보관하면 문제없다.


이걸로 내년 봄까지 식량 걱정은 없고, 또 영양면에서도 상당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고구마도 적절하게 보관해 두었기에, 식량은 남아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확도 거의 끝났고…… 수확 기념으로 군고구마 대회다-!"


풍작을 기념하기 위해, 시즈코는 고구마를 이용한 군고구마 대회를 열기로 했다.

물론, 마을사람들에게서 반대의 목소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확을 끝낸 시즈코 등은, 지금부터 고구마를 주식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음 해의 수확까지로, 너무 오래 이어지면 영양 밸런스가 다른 의미에서 무너져 버린다.

어디까지나 고구마는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고 또 보조적인 식량이었기에, 항상 먹는 주식을 담당하는 것은 쌀이다.


(2ha 있으면 대략 12톤일까. 쌀가마니로 하면 200가마니 정도인가…… 하지만 그건 풍작일 때지. 단순히 예산하면 10톤 정도일까?)


현대에서는 쌀의 수량은 10a에서 10가마니, 1ha면 100가마니가 표준이다.

한 가마니는 60kg로 합계 6000kg, 즉 6톤이 표준이다.

다만, 이것은 전국시대로부터 수백년 후의 이야기.

농업 기술이 낮기 떄문에, 전국시대에는 같은 넓이에서 1톤 생산되면 다행이다.

전국시대의 농업기술이라면, 말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가 말인가요? 촌장님"


살짝 중얼거린 말에 전 촌장, 다이이치가 반응했다.


"응-, 내년에는 쌀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해서요"


"그렇네요. 그 고구마라는 것도 맛있습니다만, 전 역시 쌀을 먹고 싶네요-"


"영주님께 바칠 걸 빼더라도 100가마니 정도 만들고 싶네요"


"100가마니!?"


아무 생각 없이 말한 시즈코의 말에, 다이이치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촌장님? 정말 그 정도로 수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의 재배 방법을 전부 버려야 하지만요. 제 방법대로 하면 풍작은 틀림없어요"


"하아…… 뭐 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믿겠습니다만……"


"촌장님-! 고구마가 다 구워졌는데요-!?"


미묘한 표정을 지은 다이이치에게 대답하려고 했을 때, 멀리서 킨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가요-! 뭐, 내년 일은 그 때 설명할게요"


뭔가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즈코를 보고, 다이이치는 내년의 쌀은 풍작이 될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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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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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0 1565년 8월 상순



시험 수확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겉모습에 꺼려하던 마을사람들도, 맛을 알고는 앞다투어 요리를 먹어치웠을 정도다.

스위트 콘이나 호박은 단맛이 강한 야채이기에, 마을사람들에게는 진수성찬으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이번에는 시험 수확 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수확하여 노부나가에게 헌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수확물을 헌상하지 않았기에, 일찌감치 헌상하여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또 움직이기 힘든 정장을 하고 영주님을 뵈러 가는 건가……"


이번에 노부나가에게 헌상하는 야채는 고구마, 호박, 스위트 콘, 토마토의 네 종류이다.

고구마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시험삼아 캐낸 작물로서 맛을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의 헌상품에 추가하기로 했다.

시험삼아 파낸 것과 달리, 호박은 햇볕에 말린 것이고, 스위트 콘과 토마토는 당일 아침에 수확했다.


그것들을 나무로 만든 대형의 짐수레에 실었다.

원래는 소로 끌지만, 소는 훌륭한 노동력이기에 마을의 유일한 소를 쓸 수도 없었다.

결국, 인력으로 끌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킨조 씨, 타고사쿠 씨, 잘 부탁드려요~"


소 대신 끄는 두 사람에게 시즈코가 말을 걸었다. 그 말에 두 명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으로 대답했다.

핸드 사인을 가르친 것은 물론 시즈코였지만, 의외로 마을사람들(의 남자들)은 마음에 들어했다.


두 명이 짐수레를 끌 준비를 마치자, 시즈코는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이미 방문한다는 얘기는 모리 요시나리를 통해 노부나가에 전했다.

다만, 그 때의 대답이 "기대하고 있겠다"였기에, 시즈코는 내심 상당히 겁먹고 있었다.


"누가 좀 대신해 줬으면~"


그렇게 말하며 킨조와 타고사쿠 쪽을 돌아보았지만, 보기좋게 시선을 회피당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더워지겠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몇 시간이나 걸려 성시(城下町, ※역주: 제후의 거성을 중심으로 해서 발달된 도읍)에 도착하여, 성의 문지기에 설명하고 내부로 들어간 후,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알현실에서 기다리기를 수십분, 드디어 노부나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를 보이겠다고 했지"


머리를 숙이고 있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담담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내게 성과를 보여라. 얼굴을 들라"


그 말에 반응하여 시즈코는 얼굴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와,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 주셨으면 하옵니다"


"요리……라고"


"옛. 부탁드립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하여, 헌상하는 농작물과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날라오도록 했다.

요리를 본 순간 노부나가가 약간 반응을 보인 것을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노부나가는 신기한 것을 좋아하지.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람이면서, 지구본을 이해할 정도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본 적 없는 요리도 어느 정도 흥미를 보일…… 거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눈 앞에 쌓인 수확물을 짚으며 말했다.


"오늘 헌상드릴 물건은 세 가지. 첫번째는 호박, 두번째는 옥수수, 세번째는 토마토이옵니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수확은 아직인 고구마이옵니다만, 오늘은 맛을 아셨으면 하여 헌상품에 더하였습니다"


"허어…… 본 적이 없는 모양을 한 것들 뿐이군"


헌상품을 보고 주위의 무장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한 손을 들자, 그 술렁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속하라"


"네. 그리고 요리입니다만…… 먼저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 삶은 옥수수, 고구마와 된장이 들어간 주먹밥, 토마토는 소금만 뿌려서 잡수시기 바랍니다"


"호오…… 이 옥수수인가 하는 것, 색깔이 마치 빛나는 황금 같구나. 하지만 우선은 이 호박인가 하는 걸 먹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젓가락을 들어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을 입에 넣었다.

독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노부나가는 그런 것에 무심한 것일까.

아니면 사전에 독의 유무가 확인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평범하게 씹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걸 멈추더니 노부나가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기분 탓인지 초조한 표정으로도 보였다.

얼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시즈코는 물론 주위의 신하들도 다급해졌다.


"여, 영주님! 설마 시즈코 님, 독을!"


"멈춰라!"


다급해진 히데요시가 요리에 독을 넣은 것이라고 착각하여 시즈코에게 달려들었지만, 직전에 그것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은 노부나가이다. 아까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여, 영주님? 어라……?"


"이 음식,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식감이로다. 그런데 씹는 맛이 있어 매우 좋구나. 약한 단맛도 맛을 끌어내고 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입가를 끌어올려 웃음을 띄우며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으로 독이 착각이었음을 이해한 신하들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로부터 노부나가는 말없이 요리를 전부 먹어치웠다.

음식에 무관심하다고 하는 노부나가였지만, 역시 새로운 것이 신경쓰이는 것인지 맛을 음미하며 먹고 있었다.

젓가락을 천천히 쟁반에 내려놓더니 노부나가는 시즈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확실히 맛있었다. 그리고 이만한 양을 헌상할 수 있으니 풍작이겠지"


웃음을 띄우며 말하는 노부나가를 보고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 즉시 표정이 바뀐 노부나가는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물었다.


"쌀이 아닌 이유는 무엇이냐. 작물과 달리, 쌀은 중요한 물자이기도 하다. 네 모습을 보아하니 쌀은 생산하지 않았겠지. 그 이유를 말하라.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희한한 먹거리라는 이유는 아니겠지?"


전국시대, 겨울에 전쟁이 많았던 것도 쌀을 생산하는 농민이 농사일을 마친 뒤였기 때문이다.

야채와는 달리 쌀은 전쟁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물자인 것이다.

얼마나 쌀을 많이 확보하는가가 전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였다.


"……영주님, 그리고 신하 분들 앞에서 황공하옵니다만,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상관없다, 말하라"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똑바로 노부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천하통일을 이루시기 위해서는 '부국강병'을 행할 필요가 있다, 고 저는 생각하옵니다"


"부국강병이라고?"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 산업의 육성과 군대 강화, 라는 의미의 말이옵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을 조금 강하게 말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한, 부국강병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사옵니다"


순간, 노부나가의 표정이 변했다.

시즈코의 말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어떤 다이묘도, 설령 쇼군이라도 부국강병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즉 그 안에 노부나가도 들어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신하들의 표정도 변했지만,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노부나가는 손으로 제지했다.


"계속하라"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우롱할 생각은 없사옵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관없다. 다만 그렇게 말한다는 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있으렸다?"


날카로운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묻는 노부나가로부터, 시즈코는 그게 없다면 용서하지 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백에 저도 모르게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지만, 그걸 떨쳐내듯 시즈코는 마음을 다잡았다.


"부국강병 중, 강병은 군사 제도 개혁에 의해 군비를 증강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사옵니다. 하지만, 우선은 부국 쪽…… 즉 국력의 증가를 꾀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것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평민의 생활 기반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사옵니다"


"……"


"이번에 헌상드리는 작물은, 메마른 토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게다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즉 쌀을 재배하면서 옆에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옵니다"


쌀의 재배는 기본이기에 안할 수 없다.

하지만 쌀 이외의 재배를 하지 못하면, 흉년이 들었을 때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메마른 토지에서도 자라는 작물이 중요해진다.


(특히 고구마는 번식 능력이 높고, 메마른 토지에서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자라지. 그러니까 초심자라도 비교적 키우기 쉽고. 에도 시대 이후에 기근 대책으로서 널리 재배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


게다가 시즈코가 재배한 것은 전래 당시의 고구마가 아니라, 현대 과학에 의해 품종 개량된 품종이다.

고구마, 호박, 토마토, 스위트 콘, 사탕수수 모두 병충해에 강하여 웬만해서는 시들 걱정은 없다.


"영양가도 높아, 영양실조에 의한 어린아이의 사망률도 낮출 수 있사옵니다"


어린아이의 사망률이 낮아지면, 그것만으로도 농사일의 노동력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백 명의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반 밖에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나라와, 9할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라는 기반에 차이가 생긴다.

병력은 물론, 농사로 생산되는 쌀이나 야채류도.


"효과적인 방법에 의한 작물 생산량의 증가. 그에 따른 평민의 영양 개선. 그것들을 실현하여 부국을 만듭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에 의해, 장래의 병사의 증가를 꾀합니다. 이걸로 강병을 이룰 수 있사옵니다"


그녀가 말을 끝낸 순간, 건조한 부채 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훌륭하다! 겨우 농사일로 거기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다니. 네 능력, 확실히 보았노라"


일어서며 부채로 시즈코를 가리키며 노부나가가 말했다.

그것을 본 무장들이 전원 머리를 숙였기에, 시즈코도 당황하여 머리를 숙였다.


"고개를 들라, 시즈코"


"네"


천천히 고개를 든 시즈코의 이마에 노부나가는 부채 끝을 가볍게 댔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그녀는, 노부나가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네 빠른 머리 회전,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담력은 제법이다. 여자인 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지"


"네, 네에……"


"다시 말하지. 너는 내 것이다. 내게서 떠날 때는 죽을 때 뿐이다"


부채를 시즈코의 이마에서 떼더니, 노부나가는 옅게 웃음을 띄우며 말을 이었다.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얼굴을 펴며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의 발언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배신하면 죽인다"는 내용이 없다.

순수하게 시즈코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느꼈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할 일은 무엇인지 노부나가는 물은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나는 이 전국시대를 살아남겠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노부나가의 수하가 되어 일할 수밖에 없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전국시대를 살아남아야 한다.

게다가 이 시대, 여자를 수하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다이묘는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시즈코에게는 노부나가를 위해 일하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새삼 이해한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가만히 결의를 굳혔다.


"요시나리! 농민을 50명 정도 모아라"


"옛!"


"시즈코, 나는 미노(美濃)를 친다. 네게는 새로이 영지를 맡기겠다. 거기서 모은 마을사람들을 써서 오와리(尾張)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추어라"


"옛!"


머리를 숙이며 시즈코는 역사를 떠올렸다.


(분명히 노부나가가 오와리, 미노 두 나라를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지금부터 2년 후인 에이로쿠 10년(1567년)…… 거기부터 노도의 기세로 영토 확장을 했으니까, 그 때까지 생산력을 강화해야겠네)


세상은 전국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상 어딘가의 영주끼리 전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 나가는 병사는 평소에는 농민인 지방 토착 무사가 많다.

그리고 전사자가 그대로 쌀의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다.


(에이로쿠 11년(1568년) 7월에 이치죠인 카쿠케이(一乗院覚慶,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의 법명)가 노부나가에게 접근해서, 에이로쿠 11년(1568년) 9월에 교토로 상경을 시작하지…… 지금부터 3년 뒤인가. 으-음, 그게 충분히 갖춰지는 건 이세(伊勢) 침공의 타이밍일까


농민이 전쟁에 끌려나가도 그걸 메울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춘다.

그것이 시즈코가 착수해야 할 과제라고 확신했다.


(이어짓기에 돌려짓기, 이모작도 해야겠네. 논도 볍씨를 직접 뿌리는 게 아니라 모판을 만들어서 못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바꿔야겠어. 정조식(正条植)을 하기 위한 모내기틀, 제초를 위한 회전식 잡초뽑이, 베어낸 벼의 이삭을 털어내서 볍씨로 만드는 데 쓰는 탈곡기, 그것들만 써도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


솔직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눈이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광대한 농경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대로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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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9 1565년 7월 중순



장마가 끝나고 초여름이 되자, 더위가 피부에 추적거렸다.

그런 상태가 되어도 시즈코의 일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자꾸 증가하기만 했다.


"더워……"


대나무로 만든 물통으로 수분을 보급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만사를 잊고 미역을 감고 싶은 기분이었다. 반약 주위의 눈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으리라.

머리부터 물을 뒤집어쓰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질 듯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허락되지 않았다.

눈 앞에서 온천, 아니, 요새 같은 집을 건축하고 있었기에.

게다가 시즈코는 건축의 현장감독, 만사 내팽개치고 놀 수 없는 입장이다.


"마을에 이런 육중한 건물이 있으면 위화감이 쩌는데…… 뭐 괜찮겠지"


아무래도 온천만 호화스러워서는 주위의 건물과의 위화감이 심해서 수상하게 보인다.

그래서 시즈코는 주위의 집도 마찬가지로 할 것을 진언했다.

그 결과, 허가를 받았기에 마을의 집들은 완전히 새로 지을 수 있었다.

집이 깨끗해져서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호평이었지만, 비트만에게는 새로운 집이 좀 어색한 모양이었다.

종종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아, 슬슬 사슴을 사냥해 와야지"


현장 감독이라고 해도 오늘 아침에 할 일을 정해 두면 그 이후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마을사람들과 달리 필사적이지 않기에, 오늘의 문제는 내일로 미루어도 문제는 없었다.

그것은 시즈코에게 있어서 고마운 일이라면 고마운 일이었다.


"준비하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즈코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비트만은 없었지만, 강 부근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준비에 착수했다.


준비, 라고 해도 특별한 것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수분 보충을 위한 대나무 물통, 피를 뽑기 위한 나이프, 포박용의 밧줄, 비트만에게 명령하기 위한 피리, 그리고 사냥용의 크로스보우였다.

사냥용의 도구로서 태어나 후에 무기로서도 쓰이게 된 활이 아니라 크로스보우를 들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활은 위력이 늘어날수록 사람의 힘으로 당기는 것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크로스보우의 경우에는 구조 관계상, 지렛대나 도르래 등의 기구나 기계를 병용할 수 있다.

이것들을 이용하여 사람의 힘으로는 당기기 어려울 정도의 위력의 활이라도 비교적 쉽게 사용 가능하다.

또, 조준기를 부착하여 조준을 쉽게 할 수 있다.

애초에 명중 정밀도가 높은 크로스보우로 더욱 명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 기간이 활보다 짧은 것도 메리트다.

활처럼 장인의 솜씨가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좋다.


반면, 구조상의 문제로 연사 성능은 없어진다.

하지만 사냥은 일격필살이 기본이기에, 연사를 생각할 필요는 거의 없다.

게다가 현대에서는 위력이 약해서 무기로서는 낮게 취급받지만, 총조차 귀중품이던 전국시대라면 훌륭한 무기가 된다.


정리하면 크로스보우의 메리트는 발사음이 거의 나지 않는 점, 탄환 이외에도 날릴 수 있는 점, 낮은 비용으로 제작 가능, 높은 신뢰성, 목재로만 만들기 때문에 가벼운 점, 유지보수가 용이한 점, 다소의 연습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점, 100미터 이내라면 명중 정밀도가 높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디메리트는 장거리에서의 사격에는 맞지 않는 점, 연사가 거의 불가능한 점, 위력은 어느 일정 수준 낼 수 없다는 점, 강도가 금속보다 낮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시즈코로서는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과 수평 사격으로 이미지를 파악하기 쉽다는 접에서 활보다 크로스보우를 선택했다.

애초에 활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은 그녀에겐 없다.

그렇다면 군용 새총과 마찬가지의 이미지로 쏠 수 있는 쪽이 차라리 간단했다.

그래도 몇 번 정도 연습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완성 당초에는 자주 연습을 했다.

덕분에 멈춰 있는 상대라면 수십미터 범위 내 한정으로 높은 명중률을 보일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화살은 몇 개만 있으면 되겠지"


대량으로 사냥할 필요성이 없었기에, 화살통에 넣어서 운반할 정도의 화살은 필요없다.

나머지는 활줄을 감는 기구를 챙기면 준비 완료였다.


"그럼 준비완료. 비트만을 부를까"


그렇게 중얼거린 후, 시즈코는 입에 피리를 물고 힘껏 숨을 불어넣었다.



사냥, 이라고 해도 시즈코가 하고 있는 것은 사슴의 유년층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사냥이었다.

그걸 계속하여 사슴 사회를 고령화시켜, 번식력의 저하를 일으킨다.

하지만 사슴 수는 장난 아니게 많아서, 시즈코 혼자로는 얼마나 사냥하던 한계라는 것이 있다.

게다가, 쓸데없이 살처분해서 단백질을 잃어버릴 수도 없었다.

아무리 말린 고기를 만들더라도 보존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하나도 버리지 않으면서 사슴의 수를 줄인다는, 정밀한 밸런스가 요구되었다.


"아, 사슴 발자국이다. 그것도 꽤 새롭네…… 가까이 있을지도"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사슴의 발자국을 관찰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바람 방향을 확인하자 발자국 저쪽이 바람 불어오는 쪽이었기에, 추적해도 상대에게 자신들의 냄새 때문에 들킬 걱정은 없다.


"새끼 사슴이 둘, 어른이 하나…… 가족이네. 비트만, 새끼 사슴을 노려줘"


발자국에서 사슴의 수를 예측했다.

그리고 극력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며 전진하자, 조금 트인 장소로 나왔다.

아무래도 잡초가 나는 먹이터에 가족이 식사를 하러 와 있는 모양이었다.


"어디 있으려나…… 저깄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세 마리의 사슴이 있었다.

눈으로 측정했을 때 거리는 30미터 정도, 충분히 크로스보우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하지만 사슴의 방향이 나빠, 이쪽에서 보면 가로가 아니라 세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비트만, 안쪽의 새끼 사슴은 내가 노릴테니까, 오른쪽에 있는 새끼 사슴을 부탁해)"


손으로 심플한 명령을 비트만에게 내린 후, 시즈코는 등에 메고 있던 크로스보우를 풀었다.

활줄은 산에 오르기 전에 이미 쳐 놓은 상태였기에 남은 건 화살을 얹는 것 뿐이었다.

다시 바람 방향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피리를 입에 물며 사슴을 조준했다.


조준이 정해진 순간, 시즈코는 크로스보우의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이 호를 그리며 정확하게 새끼 사슴의 뒤통수에 박혔다.

외적을 알아챈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은 숲을 향해 쏜살같이 달아났다.


시즈코는 물고 있던 피리를 힘껏 불었다. 그것은 비트만에게 GO사인을 내는 명령이다.

피리에 의한 명령을 이해한 비트만은 풀숲에서 뛰쳐나갔다.

단기 작전이므로 단번에 최고 속도인 시속 70km까지 가속했다.

사슴도 최고속도는 늑대에 가깝지만, 새끼 사슴은 거기까지 속력을 내기 위한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도망치는 어미를 따라가지 못하고, 저항다운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반격은 없나"


어미 사슴으로부터의 반격을 예상하여 크로스보우를 겨누고 있었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크로스보우에서 화살을 들어낸 후, 시즈코는 다시 피리를 불었다. 이번에는 미묘하게 간격을 두는 리듬이었다.

명령을 일본어로 바꾼다면 '사냥감을 가져와'라는 내용이 된다.


늑대는 인간보다 엄격한 수직 사회이기에, 순번이 위인 개체부터 사냥감을 먹는 것이 허락된다.

따라서 시즈코는 사냥감은 전부 처리를 마친 후, 자신이 가볍게 먹고 나서 비트만에게 고기를 주고 있었다.

현대라면 '불쌍하다'라던가 '너무하다'라는 골빈 발언을 하는 놈들이 나올법 하지만, 늑대를 키우려면 늑대의 습성이나 생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시즈코는 어릴 적에 개에게 물린다는 뼈아픈 경험에서 배운 것이었지만.


새끼 사슴 두 마리를 그 자리에서 피를 뺀 후 적당한 나무 막대기에 묶어서 들쳐멨다.

산을 내려가서 항상 작업하는 장소에서 다시 피를 빼고 냉각 작업을 했다.

한시간 이내에 내장을 제거하면 되기에, 산에서는 피뽑기 밖에 하지 않는다.

버려도 되지만, 썩혀서 퇴비 재료로 쓸 수 있기에 가급적 가지고 돌아가고 있다.


"새끼 사슴이라 고기는 적네-"


성숙한 사슴만큼 털이나 고기는 얻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의 양은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시즈코가 해체한 것은 한 마리 뿐으로, 다른 한 마리는 비트만 용의 식사였다.

간장을 적출하여 그것에 소금을 가볍게 뿌려서 구웠다. 단순한 요리지만, 증혈 작용이 있는 식품은 귀종하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둘 필요가 있다.


"자, 다 먹었으니까 다음은 비트만이네"


간장을 전부 먹어치운 후, 시즈코는 다른 한 마리의 새끼 사슴을 강에서 꺼냈다.

그리고 털만 제거한 후, 그대로 비트만 앞에 놓았다.


"네 고기야"


그 말을 이해한 비트만은 엄청난 기세로 새끼 사슴의 고기를 물었다.

근육이나 연골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고기를 뜯어먹었다.


"과연 씹는 힘 180kg의 늑대……"


눈 깜짝할 사이에 새끼 사슴을 먹어치운 비트만에게 감탄한 시즈코였다.



해체한 새끼 사슴의 고기는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소위 말하는 나눔, 이라는 행위다. 이것으로 마을사람들의 영양 개선을 할 수 있고, 또한 고기를 먹는다는 것으로 모티베이션이 올라간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애초에 사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며칠이나 사슴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슴과 마주쳐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운나쁘게 바람 불어오는 쪽에 있으면 냄새로 바로 들킨다.

바람 불어가는 쪽에서 사슴보다 먼저 발견하지 않으면 사냥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네 신부, 어디 있을까"


바닥에 드러누운 시즈코는 옆에 있는 비트만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코를 보고 있던 비트만이었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는지 얼굴을 앞으로 향했다.


(사이즈로 볼 때 추운 지방의 개체. 수컷 암컷 양쪽을 세트로 데려왔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물론 죽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비트만도 빈사상태였던 것이다.

만약 시즈코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확실히 목숨을 잃었으리라.

뭣보다 늑대는 무리로 하는 사냥조차 성공률은 1할 정도로 낮다.

그런데 단독이라면 성공률 따위 1퍼센트나 되면 다행이리라.


"동물의 시체를 먹고 살아남았던가, 아니면 정말 죽었던가…… 애초에 암컷 개체는 없었던가. 아- 그만할래"


생각해도 해답 따위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결국 될 대로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이 항상 나오는 결론이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자자 자자"


잠자리를 깔고 겉옷을 벗어 덮는 이불처럼 위에서 덮었다.


"그럼 잘 자, 비트만"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겨우 수십 초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8월 상순, 여름도 본격적이 되는 시기.

고구마와 사탕수수를 제외한 토마토, 스위트 콘, 호박의 수확이 가능한 시기에 들어섰다.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럭저럭 큼직한 야채로 성장했지만, 정작 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먹거리이기에 조금 꺼림칙해하고 있었다.


"음-, 토마토는 그럭저럭. 수분(受粉)도 해 놓았고, 곁순은 따버렸으니까 좋은 크기네. 슬슬 먹을 수 있으려나?"


아직 빨갛게 익지 않은 상태인 토마토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태반의 토마토는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성장을 검사하기 위해 몇 개 수확한 후, 시즈코는 다음으로 호박이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껍질 색깔이 짙은 녹색이고, 꼭지에 생기는 콜크 재질의 상태도 좋네. 크기도 그럭저럭 괜찮고, 이건 이제 수확해도 되려나"


개화 후 30일에서 40일에 적정기에 들어서는 호박이기에, 7월에 했던 인공수분으로부터 생각하면 슬슬 수확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단은 본격적인 수확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시험 수확을 해볼 필요가 있다.


"스위트 콘은 어떨까나-"


적당한 호박을 세 개 정도 수확한 후, 마지막으로 스위트 콘 쪽으로 갔다.

열매의 앞부분에 달리는 털이 갈색이 되어 있는 옥수수를 네 개 수확한 후, 그걸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다.

미리 마을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해 두었기에, 돌아가서 준비할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사키 씨, 소라 씨, 준비는 됐나요-"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들에게 시즈코가 말을 걸자, 그 중 한 명이 그녀 쪽을 돌아보았다.

야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인, 이라고 할 정도로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운 물은 준비됐습니다. 다른 하나도 준비는 됐는데…… 솔직히 맞게 한 건지 불안해서요"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모습은 여자인 시즈코가 봐도 귀엽다고 느꼈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


옥수수나 토마토를 깨끗하게 물에 씻은 후, 옥수수는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냄비 속에 던져넣었다.

수확 직후의 옥수수는 간이고 뭐고 필요없다. 그대로 삶아서 그대로 먹는 것이 최고로 맛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샛노란 알갱이가 잔뜩 달려있었기에, 소라는 약간 꺼림칙해하고 있었다.


"토마토는 그대로 슬라이스하고, 호박은 한입 크기로 자르자. 씨앗은 쓸 거니까 남겨 두고…… 사슴 고기랑 같이 삶을까. 간은 된장이랑 술로"


사실은 7일에서 10일 정도 햇볕에 말리는 게 좋지만, 수확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에 건조하는 공정은 커트했다.

호박의 씨앗을 꺼낸 후, 그걸 물이 든 나무 통에 담가 두었다. 나중에 물로 씻어서 씨앗만 빼내기 위해서였다.

과육은 한입 크기로 잘라서, 마찬가지로 사슴 고기도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끓는 물 속에 넣었다.

이어서 술, 된장의 순서로 넣고 뚜껑을 닫았다. 나머지는 푹 삶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완료. 자, 얼마나 잘 되었으려나?"


끓고 있는 냄비를 보며 시즈코는 완성될 요리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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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8 1565년 6월 상순



계절은 봄에서 장마를 향해 바뀌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이미 고구마의 모심기는 끝났고, 그 후에는 잡초 뽑기가 주된 작업이었다.


현재 키우고 있는 고구마, 호박, 토마토는 빗물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물을 줄 필요도 없기에, 잡초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사이갈이나 북돋우기는 수확할 때까지 세 번 정도면 되므로 빈번하게 할 필요도 없다.

사탕수수도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품종이라 해충 구제도 그다지 필요없었다.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빗물과 강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밭에 대해 큰 작업은 거의 없었다.

수차를 만들어 작업의 자동화를 꾀하는 일과 해수 대책이 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슴 대책에는 덫 외에 다른 비밀병기가 손에 들어왔다.


"굉장해…… 늑대를 길들이다니…… 과연 촌장님이셔!"


"맞아, 너무 굉장합니다 촌장님!"


"아, 아하하-, 고, 고마워요"


마을사람들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에 압도당하면서 시즈코는 쓴웃음을 띄웠다.

옆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마을사람들로부터 경의를 받게 된 원인인, 사나운 얼굴을 한 늑대가 있었다.


그 날 사슴고기에 끌려 온 늑대는, 식사를 한 후에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과 반대로, 늑대는 그녀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개의 선조는 늑대,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부분 일치된 생각이다.

즉, 개의 습성은 거의 늑대에게서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늑대는 시즈코를 무리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무리의 일원이 되려고 생각했다.


"뭐 괜찮겠지-"


애초에 개를 키워봤었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시즈코는 태평했다.

그보다도 주위의 산들을 다시 수색한 결과, 추정치로 천 마리 가까운 사슴이 있을 가능성이 밝혀진 것이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렇게까지 사슴이 늘어난 원인은 간단했다.

산을 어설프게 벌목했기 때문에, 산의 지면에 햇빛이 비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산 속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천적인 늑대 등의 육식동물의 모습도 없었다.

가까이에는 농지도 있어 식량이 풍부한 점 등, 그야말로 사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환경으로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슴은 번식력이 왕성해서 4년에 약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다처라서 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도 번식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대에도 사슴의 증가 원인이 천적인 일본늑대의 멸종이나 중산간지※1의 과소화(過疎化). 그리고 버려진 경작지의 증가와 온난화에 따른 겨울의 적설량 감소 등이 이유니까)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번식의 원인은 현대와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그녀의 시대에서는 사슴이 증식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중산간지 뿐이었다.

평탄한 농경지가 적고 농업의 생산 조건이 불리한 지역인 중산간지는 애초에 농작물의 생산성이 나쁘다.

천적도 없고 퇴치하는 사람도 손으로 꼽을 정도.

현대의 중산간지는 사슴이 번식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에서나 전국시대에서나, 사슴이 까다로운 해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한 번 번식할 환경이 갖춰져 버리면, 그 환경을 뒤엎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나무를 심으려고 해도 사슴이 새싹일 때 먹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사슴이 먹어치우는 식물을 생각해보면 적당한 개체수 조절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노동력을 전혀 확보할 수 없다.

작은 마을이니까 노동이 가능한 사람은 20명 정도이고, 개중 10명은 밭일에서 손을 뗄 수 없다.

대장장이나 목재를 가공하는 사람도 5명이 있고, 남은 5명도 퇴비 만들기가 전문이다.

즉, 이 마을에서, 상시 사슴 사냥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음-, 그렇게 되면…… 일단 증가를 막으려면…… 그거네요"


턱에 손을 대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새끼를…… 중점적으로 노려서…… 증가를 막는다.

그리고 수컷보다는 암컷을 노려서 개체수 조절을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트만이 얼른 무리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암컷 본 적 있니?"


옆에 있던 늑대, 즉 비트만 앞에서 쭈그리고 앉았다.

이름을 붙인 것은 당연히 시즈코였지만, 어째서 독일 이름이냐고 스스로 지적해 버렸다.


시즈코는 비트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다.

머리를 쓰다듬자 비트만은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없겠지. 너 일본늑대인가 했는데, 회색 늑대니까…… 신부는 못 찾겠지-"


새삼 비트만의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몸 길이는 140cm에 가깝고 체중도 50kg를 넘었다.

꼬리 길이도 40cm 가까이 되는,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늑대의 모습을 되찾았다.

일본 늑대는 몸 길이가 1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있기에, 140cm에 가까운 사이즈가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대륙으로부터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일본으로 들여온 것이리라.


(전국시대에 동물 수입 규제법 같은 건 없으니까. 개인이 맘대로 들여온 거겠지)


유럽이나 중국에 있는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헌상품으로서 일본에 들여왔다.

그리고 쇼군이나 유명한 영주, 아니면 사카이(堺)의 거상에게 넘겼으리라.

하지만 늑대는 틈을 봐서 탈주, 그대로 산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비트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쩌면 다른 회색 늑대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의외로 이 부근에서 사슴 사냥을 하고 있을지도?"


회색 늑대는 한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을 중심으로 하는 7~13마리의 무리로 생활한다.

그리고 늑대의 무리를 팩(Pack)이라고 부른다. 엄격한 수직 사회로, 모든 개체에 순위가 정해져 있다.

가장 높은 순위의 수컷을 알파 메일(Alpha Male),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순위의 암컷을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알파 메일과 피메일이 짝을 지으며, 그 외의 암컷은 새끼를 낳지 않는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늑대의 기본적인 생태는 그렇게 되어 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해도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결론짓고, 시즈코는 농업을 마을사람들에게 맡긴 후, 비트만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



사슴의 새끼를 노린다, 라고 해도 그렇게 간단히 마주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뭣보다 상대는 야생동물이라 경계심이 대단히 강하다.

운좋게 마주쳐도 바람불어오는 쪽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냄새로 알아채고 도망가 버린다.

바람불어가는 쪽에 위치해서 상대보다 먼저 발견, 이라는 사냥꾼 같은 스킬은 시즈코에겐 없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러 산에 올라간 걸까.


"이 근처가 먹이터 포인트일까"


그건 사슴의 먹이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산 전체가 사슴에게 풍부한 먹이터인 것은 아니다.

먹이가 되는 잡초가 풍부하게 우거진 장소가 산의 여기저기에 점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사슴은 식사할 때 잡초가 풍부한 장소로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번에는 밧줄을 설치할 수 있겠네. 비트만, 잠깐 가만히 있어줘"


비트만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시즈코는 배에 감아두었던 밧줄을 풀어냈다.

늑대를 구속하기 위해 묶어놓은 게 아니고, 다른 목적으로 늑대의 몸에 밧줄을 묶어두었다.

매듭을 풀자 밧줄은 간단히 풀려나가, 이윽고 네 가닥의 긴 밧줄이 되었다.

그걸 튼튼해 보이는 굵기의 나무에 묶은 후, 반대쪽을 가까운 나무에 연결했다.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천적의 냄새가 밴 밧줄"


모든 밧줄을 묶어놓은 시즈코는 달성감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먹이터가 되는 포인트에 천적인 육식동물의 냄새를 설치한다.

사슴은 이 냄새를 두려워하여 먹이터에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밧줄의 효과는 별로 없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없다고 알게 되면 분명히 먹이터에 들어올 테니까"


냄새만 있고 천적이 실제로 없다고 알게 되면 사슴은 먹이터로 들어올 것이다.

즉 시간 제한이 있는 장치이며 언젠가는 무의미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 돌아갈까"


나중 일을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내듯 시즈코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장마철,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바깥에서의 작업은 거의 중지된다.

즉, 할 일이 없어져서 시즈코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한가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일은 있지만, 시즈코는 큰맘먹고 늘어지기로 했다.

즉 뒹굴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시즈코의 뒹굴거림은 점심이 지났을 때 끝을 고했다.


"갑자기 방문해서 미안하오"


왜냐 하면, 점심이 지났을 때 모리 요시나리가 시즈코의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때 시즈코는 사슴의 말린 고기를 먹으면서, 삼백초로 끓인 차를 마시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실례되기 짝이 없는 꼴이었지만, 모리 요시나리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아, 아뇨……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부끄러움에 볼을 붉힌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해서 분위기를 얼버무렸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음. 먼저 시즈코 님이 만든 온천인가 하는 것에 관해서요"


"네? 저기…… 온천이 왜요?"


"영주님께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말이오. 온천을 대개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진두 지휘를 시즈코 님에게 부탁하고 싶소"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입 안에 들어 있던 삼백초 차를 뿜어낼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참고 삼켰다. 그래도 기관에 걸렸는지 약간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그 온천을 대개조한다니,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영주님께서는 물론, 상으로서 쓰는 것도 생각하고 계시오. 그렇다고 해서 시즈코 님에게서 빼앗지는 않소. 요는 상으로 들여보낼 온천과, 평소에 시즈코 님이 쓰는 온천을 따로 나누어 줬으면 하시는 거요"


"아 네……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만. 하지만 꽤나 큰 개조가 되겠네요. 온천을 넷으로 나눠야 하니까요"


"그 부분도 포함해서 시즈코 님이 진두 지휘를 해주었으면 하오. 물론, 성공했을 때는 상을 내리시겠다고 영주님께서도 말씀하셨소"


그렇게 말하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뭣보다 뜨거운 물의 양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온천은 심플하게 온천원의 탕을 간소한 필터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처리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욕실로 운반한다.

24시간 내내 흐르면서도 탕이 마르지 않는 것을 보면, 방대한 지하수가 뭔가의 열로 덥혀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확인할 방법은 전무했지만.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가, 고맙소"


그렇게 말하며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여전히 저자세인 사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재료 말인데, 어찌어찌 모을 수 있었소"


"아,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헌데 그러한 것을 대체 무엇에 쓸 것이오?"


"뭐 여러가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최소한 3년 후라서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알겠소. 하지만 하나만 묻겠소. 그건 영주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오?"


그 물음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하면 오다 노부나가는 물론이고 전국의 영주들이 들고 일어나 원하게 될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일본에서는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되고 있는 물건이다.


(현대에서는 별거 없는 정보라도, 이 시대에서는 극비 중의 극비 취급인 정보. 간단히 입을 열 수는 없어. 요구한 재료로는 30kg 정도밖에 못 만들겠지만…… 그래도 충분하네)


"알겠소. 그러면 시즈코 님을 믿겠소"


"감사합니다"


모리 요시나리의 말에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역주:

(※1: 中山間地, 일본의 농림수산성의 지역구분 기준으로, 평야의 가장자리에서부터의 산간 지역을 이르는 말. 참조: http://www.maff.go.jp/j/nousin/tyusan/siharai_seido/s_about/cy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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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7 1565년 5월 중순



1565년 5월 중순



포획한 사슴은 어느 쪽도 살아 있었지만,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야생동물은 재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고기에 특유의 냄새가 밴다.

한 마리는 텍사스 게이트에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상처는 없고, 또 한 마리는 베어트랩에 걸려 다리를 다쳤다.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할지는 명백했다.


"먼저 덫에 걸린 쪽을 처리할거에요. 사전에 말했던 준비는 다 됐어요?"


"문제없습니다, 촌장님"


시즈코의 질문에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시즈코는 손에 들고 있는 스탭 슬링에 돌을 장전했다.


"그럼 가요"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일어서서 숨어 있던 덤불에서 뛰쳐나갔다.

시즈코 등을 발견한 사슴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 쪽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잘 맞으려나…… 에잇!"


시즈코가 버둥거리는 사슴의 뒤통수를 겨냥해서 내려치자, 장전된 돌은 깔끔하게 호를 그리며 사슴의 뒤통수를 직격했다.

충격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슴은 몸을 비틀거린 후 땅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상황을 살폈지만, 사슴은 일어나지 않고 완전히 기절해 있었다.


"뒷다리부터 묶어요! 끝나면 덫을 해제하고 앞다리를 결박!"


"알겠습니다!"


사슴은 죽지 않았기에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운반중에 의식을 찾아서 버둥거리면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마을사람들은 사슴의 다리를 묶는데 쩔쩔매고 있었다.


"그럼, 그놈을 들고 도살장으로 가죠"


운좋게 사슴이 일어나기 전에 네 다리를 모두 묶을 수 있었다.

그걸 메고 강 근처에 설치한, 피를 빼기 위해 매다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피를 빼면 혈압 저하로 버둥거리거나 하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농장 근처에 강이 있는 입지였기에, 도착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메고 온 사슴을 매다는 장소에 매달았다.


"그럼 내가 해체할테니 잠시 기다려요"


"옙, 근데 촌장님은 사슴을 해체하실 수 있나요?"


"음-, 뭐 할아버지가 하는 걸 예전부터 봤었고, 실제로 몇 번 해체해본 적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해체용의 나이프를 준비했다.

14세 생일때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야생동물을 해체하기 위한 나이프 세트였다.

현대 일본이라면 총도법 위반으로 체포될 듯한 길이의 나이프에서, 관절을 분해할 때 쓰는 듯한 소형 나이프까지 다종다양한 사이즈가 있었다.

여중생에게 수렵용 나이프 세트를 선물하는 할아버지도 어지간하다, 라는 지적은 있었지만, 시즈코는 이 나이프 세트가 마음에 들었다.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해체하는 기술은, 엽우회(猟友会) 소속의 할아버지 친구나 할아버지에게서 교육받았다.

약관 10대의 나이이면서, 시즈코는 야생동물의 해체를 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해체용의 나이프를 손에 든 시즈코는 사슴의 목을 베었다.

경동백을 베면 뇌의 혈압이 낮아져서 순식간에 의식도 없어지지만, 심장은 의식이 없어져도 계속 움직이기에 모세혈관의 피까지 뽑아내준다.

사슴에게도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피를 뺄 수 있다.


(……전국시대가 아니었다면 사슴을 죽이다니 불쌍해, 잔혹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겠지)


현대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어떤 방법으로 처리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야생동물의 도살 현장을 보고 '불쌍하다'라던가 '잔혹하다'라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교육을 받은 시즈코는, 그건 위선 이하의, 최저의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산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빼앗는 것. 뭔가를 먹는 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가지는 것. 살기 위해서는 살생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치. 도살장을 보고 불쌍하다거나 잔혹하다는 생각 따위 한심하다……였지. 저말, 먹을 것에 고생해보니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할아버지)


턱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머리부터 아래 전체를 버리는 곳 없이 처리하여,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전부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사슴에 대한 공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피 빼는 건 슬슬 됐겠네. 그럼 내장을 적출할게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 하나는 강물을 담아줘요. 또 하나는 그대로 두면 돼요"


"알겠습니다-!"


간장과 그 이외의 내장을 나누기 위해, 시즈코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하도록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왜 나누냐 하면, 간장은 비타민 보급을 할 수 있는데다가 증혈 작용이 있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처리하면 소금을 뿌려서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에는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쪽은 나무 통에 넣어서 방치하여, 썩힌 다음 발효시켜 퇴비의 재료로 쓴다.


"물이 든 나무 통 준비됐습니다-!"


"고마워요"


내장 제거가 완료되어 모두 물이 들어있지 않은 나무 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간장만을 꺼내서 칼집을 내어 물이 든 나무 통의 물로 씻었다.


"사슴을 내려서 강물로 씻어주세요. 다리를 들고 물 속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돼요"


"옙"


마지막 피를 빼는 작업을 마을 사람에게 부탁하고, 시즈코는 간장에 있는 얇은 껍질을 벗긴 후 다시 피빼기 작업을 했다.

고기는 훈제해도 먹을 수 있지만, 간장은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해 버린다.


(빨리 상하는 먹을 것부터 처리해 가야지…… 일단 손을 씻고 다음에는 가죽벗기기인가)



한 마리째를 강물에 담궈놓은 후, 마찬가지로 두 마리째도 피뽑기와 내장 적출 처리를 했다.

그리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강물에 담궈놓아 피뽑기와 저온 처리를 했다.


그 동안 간장은 소금을 뿌려 구워먹었다.

하루 두 끼의 이 시대, 점심에 식사를 하는 관습은 없지만, 냉동보존도 할 수 없는데 그냥 밖에 놔둘 수도 없었다.

따라서 간식 같은 느낌으로 간장만을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마을사람들이었지만, 간장이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내가 먼저라고 다투었다.


"이번에는 머리를 위쪽으로 해서 매달아 주세요"


슬슬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가, 강에서 사슴을 꺼내기로 했다.


"네-"


시즈코의 명령에 기운좋게 대답하고는 마을사람들은 머리를 위로 해서 다시 매달았다.

해체용의 나이프와 자신의 손을 씻은 시즈코는, 이번에는 가죽과 고기의 해체에 착수했다.


(가죽을 다 벗기면 뒷다리 처리를 해야지)


목까지 가죽을 벗긴 후, 다음에는 뒷다리를 해체했다.

등뼈에 이어지는 요골을 따라 나이프를 넣어서, 관절 중심에 있는 힘줄을 잘랐다.

그것만으로 간단히 해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숙련된 솜씨를 요구한다.


뒷다리, 그리고 앞다리를 떼어내고, 다음에는 등 로스를 떼어냈다.

등뼈 안쪽에 있는 등뼈 안쪽살, 몸통 안쪽의 안심, 갈비뼈 주변의 갈비살, 목 주변의 고기와, 몸통의 고기를 부위별로 해체해 갔다.

모든 고기를 해체하자, 이번에는 다리의 중심을 관통하는 뼈를 떼어냈다.

앞다리에만 주걱 모양으로 들어 있는 견갑골이 까다로웠지만, 어찌어찌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넓적다리 고기에서 뼈를 분리한 다음에는 머리에서 아늠살과 혓바닥 고기를 잘라냈다.


(후우…… 꽤나 고생이네. 할아버지는 이런 걸 항상 혼자서 한 건가)


사슴 한마리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조차 중노동이었다.

솔직히, 또 한마리 처리하기엔 피곤하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혼자서 괜찮으니까 농사일을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사슴을 다 매단 마을사람들에게 시즈코는 농사일을 하도록 명령했다.

아침부터 사슴 대책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농사일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멀어져가는 마을사람들을 바라본 후, 시즈코는 의욕을 끌어올려 고개의 해체에 착수했다.

그리고 또 한 마리를 마찬가지로 다 해체했을 때는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겨우 끝났다……"


전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체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건 아니었다.

다음은 해체한 대량의 고기를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소금에 절일 필요가 있었다.

냉장고도 뭣도 없는 이 시대, 고기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썩는다.

식료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현대라면 신경쓰지 않겠지만, 전국시대에서 고기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참고로 676년의 육식 금지령으로, 소, 말, 개, 일본 원숭이, 닭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분명히 닭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에도 시대가 되어서 무정란은 부화하지 않는 게 발견된 다음…… 이었지)


그 때까지 닭은 시간을 알려주는 새로서 신성시되어, 주로 애완동물로 취급되었다.

그렇기에 계란 산업은 전국시대의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먹는 것조차 필사적이면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을 버리다니…… 얼마나 M(※역주: 마조히스트)이었던거야 옛날 사람들은)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작업을 재개하려고 스트레칭을 했을 때, 뒤에 뭔가의 기척을 느꼈다.

별 생각 없이 돌아보니, 거기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그 짐승은 긴 털로 덮인 4족 보행형의 동물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식육목 개과 개속에 속하는 포유동물, 즉 늑대였다.


(어, 어어어어어어떡하지. 설마 피랑 고기 냄새를 맡고!?)


시즈코의 등 뒤에는 해체된 사슴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슴의 고기에서 나는 냄새에 끌려 사람 사는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늑대는 3km 이상 떨어진 동료의 냄새를 알아챌 정도로 후각에 관련된 능력이 우수하다.


(지금, 마을사람들은 다들 다른 곳에 있으니…… 나 핀치!?)


무기도 뭣도 없이 절체절명의 핀치라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늑대를 자세히 보니, 기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뭔가…… 꽤나 후들후들거리고 있는 거 아냐?)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자세히 봤다. 아까부터 늑대는 미묘하긴 해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는 공포심 때문에 몰랐지만, 몸도 야위어 거의 뼈와 가죽만 남은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청나게 쇠약해져 있는 상태인 것은, 시즈코 같은 초짜의 눈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던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늑대는 무리지어 사냥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다.

그런데 무리가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즉 외톨이 늑대라는 거네. 그거라면 쇠약해진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 애초에 집단으로 사냥해도 성공률은 10% 이하니까. 혼자라면 성공률이 더 낮다고 봐도 되겠지)


쇠약해져 있다면 걷는 것조차 힘든 상태이다.

다만 필사적, 이라는 말도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목젖을 물어뜯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긴장하면서도 늑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잠시 서로 노려보던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은 금방 끝났다.

눈 앞에 있던 늑대가 갑자기 태엽이 풀린 인형처럼 풀썩 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시즈코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으아! 괘, 괜찮니!?"


한계에 달한 것을 알아챈 시즈코는, 서둘러 늑대에게 달려갔다.

조심성 없이 안아 일으켰지만, 늑대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것이다.


"왜, 왜 이렇게 가벼워!? 며칠이나 굶은 거야!?"


원래의 체중은 모르겠지만, 안아 일으킨 늑대는 10kg나 될까 의심스러웠다.


"이대로는 쇠약사해버리겠어"


늑대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시즈코는 사슴을 해체하던 장소로 급히 돌아갔다.

적당한 고기를 집어들어 그걸 해체용 나이프로 잘게 썰었다.


"지금 상태로는 씹을 힘도 없겠지. 이렇게 잘게 썰어서……"


사슴고기를 잘게 다진 다음, 그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던 나무 통에 강물을 담았다.


"자, 이거면 먹을 수 있겠지"


고기와 물을 가지고 늑대에게 돌아가서, 시즈코는 늑대의 입에 고기를 내밀었다.

냄새를 알아챈 늑대는 시즈코를 약간 경계했지만, 배고픔이 한계였는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쇠약해져도 씹을 힘은 있었는지, 몇 번 씹으며 고기를 먹었다.


"물도 마셔"


나무 통을 눈 앞에 놓자, 이번에는 경계하지 않고 안에 들어 있던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 쇠약해져 있었던 듯, 늑대는 한동안 물을 마셨다.


"아-아, 정말…… 위선 이하네"


자연계는 약육강식, 먹이를 얻지 못한 개체는 죽어갈 뿐.

아까까지는 습격받은 상태였는데, 눈 앞에서 쓰러지니 자기도 모르게 도와줘 버렸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못본척 할 수는 없었……지"


그로부터 잠시 후, 작업에서 돌아온 마을사람들이 늑대를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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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중순



"호오……"


뭔가를 시험하는 듯한 표정의 노부나가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입구가 열리고, 거기서 소성(小姓, ※심부름 등을 하는 하급 무사)이 헌상품을 쟁반에 담아 노부나가의 앞까지 가져왔다.

그걸 본 순간, 노부나가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냐……? 본 적도 없는 물건이로다"


주위에 있던 무장들도 헌상품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헌상품으로 바쳐진 물건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길 잘했다, 일본 지도책)


시즈코가 헌상품으로서 바친 것, 그것은 현재에서는 극히 보통으로 팔리고 있는 지도책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시즈코가 가져온 책은, 전문가가 쓸 듯한 두꺼운 서적이었다.


시즈코는 농업 등의 1차 산업은 거의 습관에 가까웠지만, 물론 그 이외에도 취미 등은 있다.

그것이 역사와 지리다.

틈만 나면 역사책이나 지리책을 정신없이 읽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역사는 잘 알고 있고, 평소 가방 속에 일본 지도나 세계 지도가 들어 있었다.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날에는 마침 일본 지도를 넣어두었었다.


(에도 시대에도 지도는 국가 기밀품으로 반출 금지였지. 전국시대라면 더욱 귀중한 자료로 취급될 것이고. 강의 흐름은 치수 공사로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리와 방향은 정확할 거야)


"시즈코, 이건 무어냐. 설명해라"


노부나가는 부채로 일본 지도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미묘하게 꺼리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호기심 쪽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시즈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노부나가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사이에 있는 것은 일본 지도 뿐.


"설명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일본 지도책을 펼쳤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책을 펼친다, 는 행위를 흥미깊게 관찰했다.

전국시대에는 제본기술 따윈 없었고, 책 따위는 잘해봐야 화지(和紙)를 끈으로 철한 정도의 물건이다.

보통은 두루마리나 목간이 표준이다. 풀로 철한 책 따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컬러 인쇄였다.

본 적도 없는 선명한 색깔이 들어간 종이, 그것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지도를 대가로, 소금을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행위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 작은 파문을 만든 것을.

작은 파문, 하지만 그것은 천천히 점차 큰 파도로 번져갔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2개월이 경과했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려고 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매일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잡초를 봅거나 적당히 물을 뿌리거나 하는 정도다.

하지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인데,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아…… 어떤 해수(害獣, ※역주: 해로운 짐승) 대책을 세워야 할까……"


그것은 해수 대책. 시즈코가 있던 시대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었다.

피해 금액이 수천만엔이 된다던가, 농작물을 거의 수확하지 못하게 되던가 했지만, 최대의 문제는 농가의 모티베이션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농가의 경작 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전국시대에는 사활문제가 된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현재, 피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될 무렵에는 위험 수준까지 올라갈 것은 필연적이었다.

대량으로 재배해도 모조리 해수에게 먹혀 버리면 의미가 없다.


"소라(空) 씨, 타고사쿠(田吾作) 씨, 해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알려주세요"


시즈코는 근처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마을 사람, 소라라는 여성과 타고사쿠라는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남성은 풀뽑기에 필사적인 듯 했지만, 여성은 시즈코의 목소리를 들었다.


"뭐라 해도 사슴이 많이 있네요. 예전에는 여우나 족지베도 있었지만…… 사슴이 너무 늘어난 탓인지 요즘에는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뭐 멧돼지도 조금 있습니다만……"


"으-응, 사슴인가……"


현대의 농가에게 해수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사슴, 멧돼지, 여우, 족제비 네 종류이다.

그 중에 제일 심한 것이 사슴이다. 뭣보다 번식력이 높고, 수렵기에는 야행성이 되는 까다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해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서 항상 1위에 빛나는 존재다.


(얘기로는 다른 동물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어…… 그렇다기보다 사슴이 부근 일대를 지배하고 있어서 다른 동물이 살기 어렵게 된 걸까?)


여우와 족제비가 없다는 것은 새로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으니 편했지만, 그렇게 되면 사슴을 얼마나 포획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현대에서는 사슴의 처분에도 귀찮은 수속이 필요하지만, 이 시대라면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 잔뜩 있으면 대량으로 포획해서 말린 고기를 만들어서 그걸로 굶주림을 해결하는 게 나으려나)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빨라도 9월말. 그 때까지 입에 풀칠할 수단을 손에 넣어야 한다.

시즈코는 어디까지나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이기에 정기적으로 식량을 받고 있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슴이 대량으로 있다면, 그걸 식량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구마가 손에 들어오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어. 그 때까지는 멧돼지나 사슴 고기를 손에 넣어야 해……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네……)


엽총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현대가 아닌데다, 총 자체가 비싼 물건(현대 가격으로 대략 50만 엔)이다.

뭣보다 탄을 쏘는 화약이 귀중품이라, 총을 사용해 사슴을 사냥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천연 초석은 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고…… 어라? 잠깐……)


그 때, 시즈코의 뇌리에 뭔가 걸렸다.

즉시 기억을 파헤쳐보자, 어떤 중요한 정보를 떠올렸다.


(으~응…… 재료는 모리 님께 부탁드리면 들여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겠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기반을 갖추는 데 몇 개월은 걸릴 거 같고, 하지만 뭐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해둘까. 뭐 그건 그렇다치고…… 사슴 대책이 좋은 게 떠오르질 않네)


생각이 옆길로 샜을 때,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즈코였지만 중요한 해수 대책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슴이 대량 번식하고 있는 건, 천적이 되는 육식 동물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늑대를 살게 한다던가……?

아니, 안 돼. 살아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뭣보다 너무 장기적이야)


현대에서도 사슴이나 멧돼지가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도, 천적인 일본늑대가 멸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시대라면 아직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에도 시대에 시볼트(※역주: 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가 늑대와 승냥이 양쪽을 키웠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덫을 놓겠지만…… 조류처럼 그물로 막기는 어렵겠지……)


슬쩍 머리 위를 보니 그물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류 대책으로 농장은 짚으로 만든 간이 그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만드는 데 1개월 가까이 걸렸지만, 덕분에 조류 피해는 거의 막을 수 있었다.


(아예 게이트처럼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서 유…… 도……!?)


순간, 시즈코는 사슴 대책으로 할아버지와 대화했을 때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 때 할아버지는 중요한 정보를 말했었다. 그것은 전국시대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이었다.


"그렇지…… 우제류 동물인 사슴이 절대로 지나가지 못하는 길을 만들면 되잖아!"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낸 시즈코에게 놀란 타고사쿠.

소라는 가까이 없었기에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역시 갑자기 큰 소리를 낸 시즈코 때문에 놀랐다.


"(저기 소라 씨, 또 촌장님이 뭔가 이상야릇한 걸 생각해 낸걸까?)"


타고사쿠는 소라의 근처까지 이동하더니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닐가. 하지만 촌장님은 정말 박식하시네. 용케 저렇게 많이 뭐가 떠오르시네)"


"(확실히…… 처음에는 몰랐지만, 해 보니까 처음으로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어)"


"(이야기 내용을 보니 사슴을 어떻게 하는 방법이라도 떠올리신 거 아닐까?

뭐, 또 저 녀석들이 부려먹힐테니, 고생하겠네-)"


"(그러게……)"


땅바닥에 쭈그리고 뭔가를 쓰고 있는 시즈코를 본 두 명은, 공작조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한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시즈코가 뭔가를 떠올리고 1주일하고 조금 더 지났을 무렵, 농장 주변에는 기묘한 장치가 빼곡하게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마을사람들은 이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즈코의 방법으로 성공했으므로, 어쩐지 잘 될려나 하는 낙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응응, 퍼펙트하네. 베어트랩이랑 텍사스 게이트"


봉 같은 걸 걸머멘 시즈코는, 눈 앞의 장치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 공사로 만든 것 치고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뭐, 내년에는 농장을 확대하기 때문에 금년만 쓸 수 있는 장치이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위법인 베어트랩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써도 문제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손에 든 봉 같은 것을 휘둘렀다.

그것은 1미터 정도 길이의 끝이 갈라진 장대였다.

앞부분에 돌을 끼울 수 있는 폭이 넓은 부분을 가진 끈이 달려 있었지만, 끈의 반대쪽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보기에는 갈라진 부분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투석기(스탭 슬링)에 의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지지. 원래는 끈만 써도 되지만, 지렛대의 원리로 사정거리와 위력이 더욱 늘어나니까, 이쪽이 좋거든-. 최악의 경우에는 창을 대신하는 무기로도 쓸 수 있고"


투석기(스탭 슬링).

전장은 대략 1미터 정도, 중량은 300에서 500그램, 사정거리는 100미터에서 150미터 정도의 투석기이다.

기원전 4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쓰였던 무기로, 활에 떨어지지 않는 비거리를 자랑하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투척할 때 약간 시간이 걸리는 것과 연사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시즈코는 밑둥 부분에 약간 뾰족한 철제 기구를 부착했다.

이것으로 중심을 중앙으로 안정시킬 수 있고, 지면에 세울 때 자루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칼날만큼 예리함은 없지만, 그래도 찔리면 아프다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의 타격력도 있다.


"저기-, 촌장님.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저희들 이제 뭘 해야……?"


"쉿-, 이제부터 저 덫의 효과를 보여줄게요"


"네에……"


농장으로부터 바람 불어가는 쪽…… 의 덤불에 숨어 있는 시즈코와 몇 명의 마을사람들.

하지만 시즈코 이외에는 숨어 있는 의미도, 덫의 의미도 전혀 몰랐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런 건 설명하기보다 효과를 보여주는 쪽이 빠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조금씩이지만 사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산에서 내려온 개체인 듯 했으며, 숫자는 전부 9마리 정도 되었다.


"3…… 4…… 뿔이 큰 게 수컷이니까 네 마리가 수컷, 나머지는 암컷으로 봐도 되겠네"


"상당한 숫자인데요……"


아무래도 이만한 숫자를 한번에 본 적은 없는지, 마을사람들은 약간 겁먹고 있었다.

역시 무리라는 것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 마리의 개체가 곧장 텍사스 게이트로 향했다.


"오, 이제 곧이다…… 자, 여러분, 저게 덫의 효과에요"


곧장 사슴은 텍사스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몇 걸음 걸었을 때,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태에 사슴이 울음소리를 냈다.


"오오-"


마을사람들이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텍사스 게이트에 끼인 사슴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다.

거기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슴이 방해가 되어 후속의 사슴들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단백질 공급원 한마리 겟(Get). 자 그럼, 나머지는 베어트랩에 걸려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사슴의 비명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였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원래 있던 장소로 도망쳐갔다.

울음소리가 난 쪽을 보니, 한 마리의 사슴이 베어트랩에 다리가 끼어 있었다.


"두 마리인가…… 나쁘지 않네"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고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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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상순



"이게 바로 극락이로다"


몸의 힘을 뺀 릴랙스 상태의 노부나가는, 어깨까지 뜨거운 물에 담그고 온천을 만끽하고 있엇다.

반대로 시즈코는 바닥에 엎어져서 완전히 그로기 상태였다.


(피, 피곤해…… 설마 전신을 씻게 할 줄이야……)


대량의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를 보고 기분이 고양되었는지, 노부나가는 옷을 벗고 바로 탕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씻지 않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오염물이 탕에 떠다니게 되므로 비위생적이다.

그래서 그대로 전라로 욕조에 들어가려던 노부나가를 어찌어찌 설득하여, 몸을 씻을 필요성을 말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순순히 받아들이고는, 시즈코가 준비한 욕실 의자에 앉았다.

일순 당황한 시즈코였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노부나가의 옷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머리, 얼굴, 몸 순서로 씻겼다.


(하지만…… 몸을 단련하는 게 취미인 만큼, 굉장한 몸이네요)


현대인인 시즈코가 보기에는 단련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노부나가의 몸은 전신 근육덩어리였다.

악력이 얼마나 될까, 같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자택은 꽤나 청결하게 했다고 전해지지…… 몸도 그렇게 지저분하지는 않고, 의외로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걸까, 노부나가라는 사람은)


"마침 좋은 기회로군…… 네게 물을 것이 있다"


"(스모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신체능력이 높은 것도 이해가 가네) 아, 네. 무엇이옵니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노부나가가 말을 걸었다.

갑작스런 일에 조금 놀란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만 박력있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슬슬 네 정체가 무언지, 이실직고해라"


"……어, 저기, 묵비권은…… 없겠죠……?"


"싫다면 할 수 없지. 베어버리겠노라"


조심스럽게 말한 시즈코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농담도 뭣도 아닌 명확한 협박에 시즈코는 단숨에 패닉을 일으켰다.


"(어, 어쩌지! 미래에서 왔다, 라고 말해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거고…… 일단 남만! 남만에서 왔다고 말하자!) 나, 남만! 네, 남만에서 왔습니다!"


"호오, 몇 살 때 남만을 나왔느냐"


"어, 저기…… 13세……?"


시즈코가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한 순간, 노부나가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노부나가는 시즈쿠에게 불신감을 품고 있다고,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태도였다.

뭔가 변명을 하려고 한 시즈코였지만, 뭘 말해도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괜히 자기 무덤을 파게 될 거라는 걸 이해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 좋다. 네가 어디에서 왔건, 내게 이익을 가져오면 됐다. 처음에 말한 대로, 네가 내 곁을 떠날 때는 죽을 때다"


"네, 네 (뭔가 배신하면 벤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시즈코의 상상은 정답으로, 처음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너는 네 재주를 내게 보여라. 그게 네가 할 일이다"


"며,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얘기는 이만이다. 하지만 온천이라는 건 아주 훌륭하군. 상으로서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


"아, 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武田太郎晴信, ※역주: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가지고 온 욕실 도구를 정리하면서 시즈코는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라고……?"


조용하지만 살기마저 어린 듯한 목소리로 노부나가가 물었다.


"네. 그 사람, 비탕(隠し湯)이니 뭐니 하면서 탕치장(湯治場)을 개발했었고요. 그걸 부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으니 뭔가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아서요. 아, 지금은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이었던가요. 얼마 전에 출가해서 개명했던 걸로……?"


시즈코가 말하면 말할 수록 노부나가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솟아올랐다.


노부나가를 등지고 욕실 도구를 정리하고 있던 시즈코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정보를 입에 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피로에서 오는 권태감이, 그녀의 위기감이라는 중요한 것을 둔화시켰던 것일지도 몰랐다.


"……닥쳐라……"


뭐, 이제와서 위기감을 가진들 늦었지만.


"네? 지금, 뭔가 말씀하……셨……나요?"


나무 통이나 의자를 안고 일어선 시즈코는, 아무 생각 없이 얼굴만 돌려 노부나가를 보았다.

순간, 그녀의 손에서 나무 통이나 의자가 미끄러 떨어졌다. 탱그랑 하는 건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정도로 시즈코의 정신에는 여유가 없었다.

살기마저 감돌고 있는 노부나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라는 편이 무리한 주문이다.


"네놈, 타케다의 간자냐"


그 질문에 시즈코는 열심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쇼군(将軍)의 간자냐"


다시 물은 내용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남만의 간자냐"


뭘 말해도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시즈코였다.

애초에 간자(현대에서 말하는 스파이)로 착각되면 끝이다. 잘해봐야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참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이 시대에서 타케다 신겐의 탕치장은 극비 정보였지-!)


시즈코가 있던 시대, 먼 미래라면 타케다 신겐의 정보는 간단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는 누가 어디에 있는 정도의 정보조차 간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시즈코 처럼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툭툭 내뱉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뭐 좋아, 나는 약속을 지키는 남자다. 네놈이 나를 배신하지만 않으면 벨 필요도 없겠지"


"예, 예엣……"


이젠 웃을 수밖에 없기에, 시즈코는 그냥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메마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기분 탓인지 욕의가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더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군. 너, 지금 당장 출발 준비를 해라"


"예……?"


"지금부터 성으로 돌아간다"


굳은 채로 멍한 표정을 짓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전국시대, 성에 살기 시작한 것은 노부나가가 최초인 듯 하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현실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시즈코가 지금 처한 상황은 위에 좋지 않았다.


(위에 구멍이 뚫리겠어……)


시즈코는 좌측을 훔쳐봤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리 요시나리 이외에는 모두 시즈코를 이상하다는 듯한 태도로 보고 있던가, 수상한 인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갑자기 소집령이 떨어져서 와 봤더니 여자가 한 명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시즈코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얼굴을 들라"


"(다, 다리가 저려……) 네"


큰절 모드를 해제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말대로 얼굴을 들었다.

푸른 힘줄이 떠오를 듯한 삼엄한 눈초리의 노부나가와 순간적이지만 눈을 마주쳐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해버렸지만, 누구든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면 눈을 피할 것이다.

그 증거로, 신하들도 미묘하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시즈코,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에 대해 말해라"


"네?"


갑작스런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타케다 신겐에 대해 떠올렸다.

보통이라면 타케다 신겐 따위 이름을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시즈코는 농업 뿐만이 아니라 역사나 지리도 좋아했다.

아무래도 희귀한 책까지는 읽지 못했지만, 역사적인 자료 등은 대부분 읽어보았다.

특히 무로마치(室町) 시대 말기부터 에도(江戸) 시대까지를 매우 좋아하여, 그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 이벤트라면 대부분 외울 수 있었다.


"음!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 카이 국(甲斐国)의 수호(守護, ※역주: 시대에 따라 경비 책임자나 영주를 뜻함)로서 타케다 가문 제 19대 당주. 실명(謂)은 하루노부, 통칭은 타로(太郎). 출가하여 법명을 얻은 후에는 토쿠에이켄(徳栄軒信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타케다 신겐에 대해 줄줄 말하는 시즈코를 보고 모리 요시나리를 비롯한 신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는 역사를 말할 수 있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대단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라기보다 반쯤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에치고 국(越後国)의 수호인 나가오 카게토라(長尾景虎, 훗날의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과 몇 번의 항쟁을 거듭하면서 시나노(信濃, ※역주: 현재의 나가노(長野) 현)를 거의 평정하고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한편 내정에도 정력적으로 임하여, 경제적으로는 남만에서 흘러들어온 굴삭 기술이나 제련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막대한 양의 금을 산출했습니다. 그 금을 밑천으로 금본위 제도를 갖춰 코우슈킨(甲州金; 고이시킨(碁石金); ※역주: 일본 최초의 금화)"을 주조했습니다. 이것은 일본 최초의 금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폐의 유통으로 활성화된 재력을 바탕으로 치수 사업이나 군비 확충을 꾀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모르겠는데)


"치수 사업에 있어서는 신겐이 스스로 앞장서서, "고후(甲府,) 분지를 종종 덮치는 수해를 막기 위해 신겐 제방(信玄堤)이라고 불리는 제방을 정비했습니다. 이것에 의래 하천의 범람을 막고 광대한 새 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국력의 밑바탕 향상을 꾀했습니다. 이 치수 공사에는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 됐다"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박력을 가진 노부나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말을 제지당해 불만을 느낀 시즈코였지만,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고 그런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두 토막이 날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는, 들고 있는 부채로 뭔가 리듬을 맞췄다.

통통, 통통 하고 가벼운 소리만 울렸다.


"……베겠다"


그 순간, 시즈코의 등골에 진땀이 대량으로 흘렀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놈의 농지 개혁,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 결과에 따라 생각하지"


"……휴"


일단 지금 당장 베일 일은 없다는 것을 안 시즈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을 미룬 것 뿐이다. 실패하면 베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오나 영주님, 이 자는 너무 위험하옵니다. 영주님께 다가가려는 간자일지도 모릅니다"


시즈코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의 부하 중 한 명이 진언했다.


"원숭이, 이 자가 간자로 보이느냐? 내겐 그냥 멍청한 꼬마 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숭이, 라고 불린 인물은 노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얼굴을 시즈코에게 향했다.


(원숭이……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확실히 간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자가 간자라면, 시골 계집조차 간자이겠지요"


"언니도 아닌데 스파이라니……"


"뭐? 시다고?(※역주: 일본어로 '(맛이) 시다'라는 단어의 발음이 '스파이'이다)"


"(아차, 혼잣말이 나와버렸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쓸데없는 발언은 자제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일단 엎드려 조아린 채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시대가 시대니까. 신분증명 따위 불가능에 가깝지. 쓸데없는 의심을 사는 발언은 위험하네)


시즈코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후세에 전해진 내용이다.

전국시대의 사람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던 것이 아니다.

뭐가 비밀 정보고, 어디에 간자가 있는지 모르는 이상, 말은 가급적 적게 하는 편이 좋았다.


"됐다.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지식은 달리 얻기 힘든 것"


"옛……"


뭔가 더 말하려고 하던 히데요시였으나, 노부나가의 발언을 듣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물러났다.

다른 무장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일하게 모리 요시나리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즈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지. 영주님께 드릴 헌상품이 있었사옵니다"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떤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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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하순



농업은 대지와의 싸움이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마을에 온 지 3주일 동안, 당연하지만 토양 정비를 하는 가혹한 작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평범한 농장 정비를 계속한 덕분에, 스위트 콘이나 호박, 토마토나 사탕수수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또, 1주일에 한 번씩 퇴비의 재료를 쌓아놓은 무더기를 뒤섞고, 자란 고구마의 모종을 차례차례 밭에 심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목욕을 그립게 생각한 시즈코는, 공작조에 판형의 목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활약할 기회는 전혀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좌절하게 될 것 같아진 시즈코였다.


그러던 중, 어쩌다 전 촌장 집의 뒤에 있는 절벽을 보고 있자니, 약간 절벽이 젖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

신경쓰여 조사해보니, 시즈코의 키보다 조금 위, 대략 2미터 정도 부근에 작은 구멍이 있으며, 거기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수인가 생각했지만, 만져보니 묘하게 따뜻했다.

설마하면서도 물을 시간을 들여 모아보니, 그건 천연의 뜨거운 물, 즉 온천수였다.


"후, 후후…… 기적이야. 신이여, 감사합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땅을 평탄하게 고른 후 물을 저장할 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멍에서 새고 있던 물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절벽에 있는 구멍의 사이즈를 조정했다.


조금씩 모여 가는 뜨거운 물에, 시즈코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흙 등의 오염이 있는 탕은 의미가 없었기에, 여과기를 설치해서 탕을 깨끗하게 하기로 했다.

여과기라고 해도 돌이나 숯, 모래나 자갈을 섞은 극히 심플한 것이다.

심플하지만 효과는 발군이라, 처음에는 숯같은 검은 색을 띠고 있던 탕이 서서히 깨끗한 탕으로 변했다.


그 깨끗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집으로 보낸다.

집이라고 해도 탕에 들어갈 수 있는 전용의 설비만을 갖춘 장소, 즉 욕실 같은 것이었다.

참고로 전 촌장의 집이 욕탕을 설치하는 데 방해가 되었는데, 시즈코는 문답무용으로 철거해버렸다.

나중에 시즈코는 말했다. 그 때의 울 것 같은 전 촌장의 얼굴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리고 드디어 간이 욕실이 완성되었다.

강행 공사였지만 시즈코의 귀기어린 박력에 공포를 느낀 마을 사람들이 평소 이상으로 힘을 낸 덕분이기도 했다.


"후우---, 최고다……"


혼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의 뜨거운 목욕물을 만끽하는 시즈코. 물론, 남탕과 여탕은 나누어 놓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목욕이라는 걸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에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목욕은 생명의 원천이네-"


샴푸나 린스 따위 있을 리 없지만, 시즈코는 목욕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위생면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네-. 어떻게 해서든 비누의 대용품을 손에 넣어야지…… 하지만 정말, 온천을 발견하다니 엄청나게 행복해-)


실없는 표정으로 둥둥 떠 있는 시즈코.

그녀는 모른다. 후에 이 온천이 원인이 되어 엄청난 사태에 말려드는 것을.




마을에 온 지 1개월.

그 무렵에는 최초의 당황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마을 사람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구마의 모종을 심고 있었다.

다른 농작물,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의 씨앗이나 모종은 다 심었다.

이제는 적당한 타이밍에 제초나 사이갈이, 배토를 하면 여름 무렵에 수확할 수 있다.

퇴비 만들기, 고구마의 모종 심기가 주가 될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외의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시즈코가 신경쓰인 것은 음료수.

현재는 강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우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중노동인데다, 애초에 물이 솟는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

온천은 기적의 산물이지만, 우물도 마찬가지로 운좋게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뭐, 천천히 찾아볼까)


처음 1개월 동안 해야 할 일은 대부분 끝났기에, 지금은 몸을 쉬게 하는 편이 좋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최근에는 느긋한 작업만을 시키고 있었다.

고구마의 모종을 심을 밭두렁을 만들고, 잡초를 봅고, 퇴비의 원료를 섞으면서 쌀겨나 짚을 추가한다.


퇴비에 관해서는 말똥이 손에 들어온 것이 컸다.

쇠똥과 달리 말똥은 퇴비를 만드는 데는 우수한 재료다.

하지만 농가의 도구인 소와 달리, 전국시대에 말의 방목 따윈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다이묘가 소유한 군마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즈코는 마을에 왔을 때, 모리 요시나리에게 관리하고 있는 말의 똥을 달라고 부탁했다.

의외로 쉽게 승락받아,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을에 배달되게 되었다.


(퇴비를 쓰는 것은 겨울이랑…… 내년의 농작물을 키울 때일까)


흙이 부드러워지는 겨울에 토양 정비를 하는 것과, 작물의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1주일 전의 도합 2번.

그 타이밍에 퇴비를 쓰려고 시즈코는 계획하고 있었다.


"촌장님-, 모종 심기 끝났습니다-"


"아, 네. 수고했어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토양 정비와 모종 심기를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고 생각되는 태양의 위치였다. 숙련에 따른 작업효율 향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리라.


"모종 심기를 예정했던 밭의 8할 정도가 끝났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에는 전부 끝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라, 예상했던 것보다 모종이 늘어나는 양이 많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건 굉장하네요. 1주일 전에 거의 다 모종으로 잘라냈는데, 오늘 보니까 여기저기서 싹이 나왔었으니까요"


"(그야 화산재가 쌓인 땅에서도 성장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예정외이긴 하지만 농장 범위를 넓히죠. 수확량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쪽 밭을 파서 일구고 오겠습니다"


"부탁해요-"


밝은 미소로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으로 향했다.

역시 밭에 성과(라고 해도 모종 뿐이지만)가 나오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리라.


"후우…… 나도 오늘의 목표를 끝내고, 냉큼 목욕해야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자신의 작업을 재개했다.




(오늘도 작업을 끝내고 따뜻한 목욕을 만끽입니다!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가능할 리가 없었다.

눈 앞의 인물의 위압감이, 싫어도 시즈코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왜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하는 게 아니었나?"


히죽 웃음을 띄운 30대 전후의 남성.

시즈코의 후견인이며, 또다른 이름을 오다 노부나가라고 했다.


"죄송합니다들떠있었습니다정말죄송합니다. 부디부디 용서를---!!"


완전 큰절로 조아림 모드의 시즈코는, 부들부들 떨면서 사죄의 말을 지껄였다.

너무 말이 빨라서 노부나가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네놈이 친 큰소리에 걸맞는 성과를 보이라고 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거 화내고 있는 거죠--!!?)저,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약간의 충동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업이 순조로워서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약간 풀어졌다.

높은 곳에서 농장을 내려다보면서 "이 상태로 농장을 확장할 수 있다면 빈곤한 식량사정이 일변해서, 오다 님도 내 마을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겠지! 단번에 중요 지역이 된다던가"라고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내어 중얼거려버렸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도 없는 혼잣말이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하필 그 때 노부나가 본인이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어 버렸다.

혼잣말을 하기 전에 주위를 확인해야 했다고 시즈코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뭐 좋다. 그래서 온천인가 하는 건 어디 있나?"


"네? 온천이요?"


뜬금없이 온천이란 소리에 시즈코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냐. 요시나리의 보고로는, 네놈이 온천이라는 걸 파냈다고 들었는데……?"


"아, 네. 확실히 온천은 나왔습니다……만……?"


점점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 시즈코는, 어쩐지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제발 살려달라고 생각했다.


"나도 온천이라는 걸 몸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러니, 네놈이 온천으로 안내해라"


하지만 현실은 비정했다.




전국시대의 타케타 신겐이나 우에스기 켄신은, 온천의 효능에 주목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도 마찬가지였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가 정답이리라.

그리고 온천을 체험하고 싶다, 는 것은 온천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즉 그것은, 오다 노부나가는 온천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까 시즈코에게 안내하게 한다. 그 말의 의미는.


(혼욕하라는 거죠------!)


같이 목욕해라, 라는 것이다.


애초에 노부나가가 온 이유도, 시즈코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온천에 대해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온천이 뭔지 모르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쓸데없는 개인 감정을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했다.

보통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끝나겠지만, 노부나가라는 인물은 굉장히 호기심이 왕성하다.

의문으로 생각하고,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뭘 하고 있나. 빨리 해라!"


"지, 지금 갑니다--!!"


노부나가의 노성에 찔끔한 시즈코는, 각오를 굳히고 노부나가를 욕실로 안내했다.

원래 욕실 근처에 있었기에 그렇게 많이 걸을 일도 없었다. 겨우 5분 정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오…… 비좁은 장소로군"


"(뭐랑 비교하셨어요) 어 그게, 앞에서 볼 때 좌측이 남성용, 우측이 여성용입니다. 온천은 남녀가 따로 들어가는게 예의이므로-----"


"그런 예의범절이나 전통 따윈 아무래도 좋다. 냉큼 안내해라"


"(아뇨아뇨아뇨아뇨! 잠깐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 따위가 함께 하다니 신하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 같은……"


노부나가 자신도 혼욕을 하고 싶다거나 그런 상스러운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온천에 대해서 모르기에.

설령 그가 혼욕하고 싶다고 말해도,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는 권력을 노부나가는 가지고 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고 있기에, 더더욱 선택지가 없다는 말이 된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네놈이 나를 해하려고 해봤자, 여자나 아이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느니라"


"(그렇겠죠-) 그, 그럼 안으로 드시죠"


언젠가 신하들 중 누군가에게 칼을 맞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욕실의 문을 열었다.




시즈코가 준비한 것은 욕실 의자, 한손 통, 목욕통, 비누 대용품인 무환자나무 열매를 가루로 만든 것, 옷을 넣는 대나무로 짠 바구니, 욕실 안에서 입는 욕의였다.


무환자나무 열매에는 천연의 계면활성제인 사포닌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열매를 건조시켜 가루 상태로 만들면, 비누 대용품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또 사포닌은 생물에게는 독이며, 새나 벌레는 열매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농약이고 비료고 아무 것도 필요없는 완전한 자연 재배를 할 수 있고, 게다가 열매를 서둘러 수확할 필요도 없다.

일본의 기후에서라면 니이가타(新潟) 등의 특별히 추운 장소를 제외하고 햇볓이 잘 들고 습기가 많은 산 속에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부근의 산을 한바퀴 돌아보니, 여기저기 무환자나무가 잔뜩 자라고 있었다.


(배워두길 잘했어, 에코 지식)


에코 계열의 잡지를 읽었을 때, 무환자나무의 열매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면 천연의 비누가 된다, 는 기사를 시즈코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온 무환자나무의 열매는 숫자가 많지 않아, 금년의 수확기까지 소량으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수확 시기가 11월부터니까, 초봄인 요즘에 소량이라고는 해도 손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뭐, 견딜 수 밖에 없어. 금년에는 대량으로 수확해 주겠어-!?)


그런 느낌으로 기합을 넣고 있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함께 남탕 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 전신을 목욕물에 담그는 타입의 목욕탕은 없고, 한증막 타입의 입욕, 즉 사우나가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급 무장, 즉 오다 노부나가처럼 영주급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우연히 천연의 온천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원래는 대량의 장작을 준비해야 하고, 품과 시간도 드는 사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전국 무장들 사이에 "목욕 인사(風呂会釈)"라던가 "접대 목욕" 등, 손님이나 가신을 목욕탕에서 접대하는 풍습은 있었지만 이것도 사우나다.

그렇기에 욕조를 만들어고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탕을 '온천'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농민이나 하급 무장의 목욕 사정은 더욱 비참했으니까.

사우나를 준비하는 것 따윈 꿈도 꿀 수 없고, '행수(行水)'가 일반적인 목욕 사정이었다.

욕조에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이 보급되는 것은 에도(江戸) 시대가 된 이후이다.

그것도 에도(※역주: 현재의 도쿄) 한정으로, 지방에서는 며칠이고 목욕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타케다 신겐이나 우에스키 켄신이 비탕(隠し湯)이라고 칭하며 탕치장(湯治場) 등을 가지고 있던 적은 있지만, 그것도 측근이나 중요한 손님 등 상당히 한정적인 사람밖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즉 시즈코가 원인불명(조사할 수 없으니)의 열원으로 덥혀진 물을 사용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목욕탕이라는 설비를 건축한 것은, 실은 당시의 배경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설비인 것이다.


"호오……"


약간 수증기가 감도는 방의 중앙, 다섯 명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정도의 욕조를 보고 노부나가는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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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상순



눈 앞에는 몇 개인가의 밭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메말라 있어, 도저히 작물이 자랄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4……5개일까. 하지만 토양 정비는 중노동이고, 전부를 정비하는 건 불가능. 여기는 큰 농장 두 개 이외에는 버릴 수밖에 없어)


강에 적당히 가깝고, 또 비에 의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나가지 않는 장소가 두 군데 있었다.

아마도 제일 나은 작물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간신히 농작물 전멸이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1ha(헥타르; 10,000평방미터 = 한 변이 100미터)정도일까. 고구마나 호박을 재배하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강에 제일 가까운 곳에 스위트 콘, 그 다음에 토마토, 호박으로 첫번째 밭은 OK일까. 남은 하나의 밭에 고구마를 심고, 구석에는 사탕수수를 심자. 그러기 위해서도 땅을 파서 일궈둬야 해)


"어흠…… 저기 두 군데의 밭만을 씁니다. 나머지 밭에는 금년 1년은 아무 것도 심지 않아요"


"어, 그러면 작물이 적은 게……"


"문제없어요. 토양 정비는 상당한 중노동이에요. 전부에 대해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보다는 노동력을 집중해서 한시라도 빨리 쓸 수 있는 농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 먼저 흙을 파서 일구는 것부터 부탁드려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뭔가 수근거렸지만, 결국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농기구를 걸머지고 지정된 밭으로 향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도 2개월 후니까-)


메말랐다, 고 해도 불모의 토지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구마나 호박 등, 환경에 강한 작물이 아니면 수확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는 메말라 있었다.

현대라면 퇴비나 부엽토를 사들여서 토양의 정비에 쓰겠지만, 아쉽게도 전국 시대에는 구입이라는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직접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짚, 왕겨, 쌀겨는 있었고 쇠똥은 문제없고…… 말똥이 있으면 좋겠네…… 아, 그렇지!) 잠깐 기다리세요!"


묘안을 떠올린 시즈코는 옆에 있던 을병정반에 그렇게 말하고는 어떤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10분 후, 돌아온 시즈코는 생글생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을병정반 사람들이었지만, 굳이 지적하기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넘어갔다.


"자, 그럼 병반은 퇴비를 만들어주세요. 이거 중요한 작업이니까 열심히 해 주세요-"


"퇴비......?"


생소한 말에 병반 사람들은 이상한 듯 물었다.


"간단히 말하면 유기물을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한 비료에요. 유기 비료와 같은 의미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거에요"


"그런 거 준비하지 않아도, 직접 똥을 뿌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농농. 똥은 발효할 때 가스를 발생시켜요. 그게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나아가서는 해충을 불러들이게 되어버려요. 지금까지 뿌리가 썩거나 이상하게 해충이 끓었던 적 없어요?"


"그건……뭐……"


"퇴비는 잘 분해되는 유기물을 완전히 분해한 거니까 가스나 해충은 생기지 않아요. 부식질의 공급과 토양 상태의 개선, 미생물을 공급하는 것에 의한 병충해의 억제, 완충기능의 증대에 의한 토양의 안정화. 그것들을 위해서는 퇴비 만들기는 필수에요. 만드는 데 최소 반년은 걸리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니까 할 필요는 있어요"


거기까지 설명하고 시즈코는 마을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여우에라도 홀린 듯한 얼굴인 것을 깨달았다.

역시 너무 어려웠나, 라고 시즈코는 뒤늦게 실패한 것을 이해했다.


(미생물이라던가 병충해라던가, 그런 지식은 이 시대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우니까-. 하지만 퇴비가 없으면 내년의 농작업에 영향이 있을 거고…… 어쨌든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밀어붙여야지!)


"저기-"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하던 방법으로는 무리일테니…… 당신 의견에 따르지요"


설득하려고 말을 꺼낸 순간, 의외로 마을사람들 쪽에서 납득했다는 말을 했다.

아니, 납득한 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리라. 그 증거로, 아직도 퇴비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필요하다고 하니까 한다"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도 되겠지)


마지막 을반과 정반은 설명이 편했다.

일단 목재를 모아와 달라고 하면 끝인 것이다.

물론, 그냥 모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 모은 다음이 중요했다.


(삽이랑 농업용 쇠스랑, 그게 없으면 퇴비를 만드는 데 엄청 고생하겠지. 남은 건 멧돼지 대책으로 경사진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고)


멧돼지는 입체감이 있는 것을 어려워해서, 비스듬하게 세워진 울타리는 넘지 못한다.

위에 철책이 있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만으로 멧돼지로부터 농지를 지킬 수 있다.

금속은 없으니까 목재로 만들 필요는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1개월 정도는 매일 중노동이겠네……으으……목욕하고 싶어-)


전국시대에 서민이 입욕 같은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리도 없고, 결국은 물로 몸을 씻을 수밖에 없다.


(입지를 볼 때 온천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나중에 산책해 볼까)


매일 장작을 태워서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노력은 할 수 없지만, 온천이라면 뜨거운 물을 끌어오기만 하면 된다.

운좋게 발견하면 좋은 거고, 없더라도 주변의 환경을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억지로 납득한 후, 시즈코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4일 정도 지났지만, 하고 있는 일은 퇴비 만들기, 부엽토 만들기, 토양 정비 뿐이었다.

처음에는 부엽토 따위 필요없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낙엽이 꽤 모이기에 급거 만들기로 했다.

부엽토 만들기는 간단해서, 통 속에 낙엽을 넣고 적당한 크기의 돌을 위에 덮는다.

그 후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휘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삽이나 농업용 쇠스랑도 현대의 것처럼 깨끗한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대용품으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었다.

퇴비 만들기나 토양 정비의 효율이 올라가, 당초의 예정보다 조금 빨리 끝났다.


(모종도 꽤나 자랐네. 슬슬 밭의 구석에 심을까)


작았던 모종도 지금은 통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슬슬 양산을 위해 모종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현대라면 아직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아쉽게도 전국시대. 해 두면 좋다는 수준의 공정은 생략할 수밖에 없네)


"그럼, 슬슬 나무통의 모종을 농장으로 옮깁니다"


"예에에에? 아직 흙을 파서 일구기만 한 상태인데요-!"


"문제없어요. 요놈은 갈라진 땅에서도 성장하는 생명력이 강한 작물이거든요"


고구마나 호박, 토마토 등은 메마른 대지에서도 자란다.

섬세함이 요구되지 않기에, 과거의 기근 당시 활약했던 것이다.

특히 고구마는 영양이 풍부하기에,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뭐 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나무통을 가져와 주세요-. 그리고 작은 통에 물도 부탁해요"


토양정비반에게 나무통과 물을 부탁한 후, 시즈코는 목제 삽을 한 손에 들고 밭으로 이동했다.

역시 4일 정도로는 정비 상황은 썩 좋지는 않아, 절반 가까이 손대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종을 늘려서 심어 가는 것이 주목적이니 문제는 없다.


"여기면 되려나……"


구석 쪽에 목표를 정한 후, 시즈코는 밭의 흙을 일구었다.

보기에는 메말라 있다고는 해도 비로 겉흙이 쓸려간 정도고, 쓸려가지 않은 곳까지 일구어서 섞으면 충분히 작물은 자란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다음은……"


흙을 일군 시즈코는 밭두렁 만들기에 착수했다.

원래는 정식하기 약 1주일 정도 전에 만드는 거지만, 그런 시간적 여유 따위 없다.


"촌장님-, 가져왔습니다…… 뭐 하시는 건가요?"


"이거? 밭두렁을 만드는 거에요"


시즈코는 높이 30cm에서 40cm 정도의 밭두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흙을 쌓아놓은 시즈코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4일이나 침식을 함께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금방 답이 나온다.

즉,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건 관두자"이다.


"헤-, 오늘은 그걸 만들면 되는 건가요?"


"두 줄만 있으면 돼요. 아무튼 잘 부탁해요-. 아, 통은 거기에 놔두면 돼요"


"알겠심다"


토양정비반은 통을 땅바닥에 놓고,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을 갈았다.

보고 흉내내서 밭두렁을 만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건지 모양이 엉망이었다.


"자, 그럼, 모종은……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4……아니 5모는 되겠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인지, 고구마의 모는 엄청난 기세로 증식하고 있엇다.

애초에 그늘에서도 1주일 지나면 증식할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은 통에서 꺼내서…… 미리 파둔 구멍에 묻고……"


흙이 들어 있는 나무통에서 모종을 꺼내서, 주위의 흙까지 함께 구멍에 넣었다.

남아 있던 흙을 주위에 덮은 후, 다음에는 물이 든 나무통으로 물을 뿌린다.

너무 많이 줘도 문제이므로, 약간 적은 느낌으로 주었다.


"다음은 모종 심기-"


처음의 모종을 심은 후, 다음에는 자라 있는 모종을 잘라내어 새로운 모종으로 만들었다.

잘린 부분을 물에 담근 후, 마찬가지로 구멍을 파고 모종을 심어갔다.

모종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기에 비스듬하게 심고, 물을 저장하기 위해 작은 구덩이를 팠다.


"이걸로 완료. 나머지는 1주일 후에 대비해서 밭두렁을 만드는 건데…… 대충 끝났으려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밭두렁을 만들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면서, 시즈코는 나무통에 들어있는 물로 손을 씻었다.




주된 농작물은 고구마라고 정했기에, 시즈코로서는 고구마의 모종을 거의 한계까지 양산할 예정이었다.

대신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는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4월 하순에 밭두렁을 만들고, 5월 초에 씨를 뿌리면 충분히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이 시대에 설탕은 분명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으면 상당한 강점이 되겠지)


하지만 사탕수수의 모종은 별로 많지 않다. 금년에 심는다고 해도 수확한 것은 전부 모종으로 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2년 후이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여기서 살아갈 것도 생각해야……)


길을 걷고 있더니 전국시대로 왔으니까, 어쩌면 길을 걷다 보면 현대로 돌아갈 수 있으맂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했지만, 돌아갈 수 있을 듯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태도를 바꿨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고구마, 토마토, 호박, 스위트 콘, 사탕수수, 하나같이 현대의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것들 뿐. 그러니까 환경에 강하고, 그리고 전래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이걸로 노부나가의 호감을 살 수 밖에 없지만…… 성과가 나오는 게 10월쯤이니까-)


시험삼아 조금 캐내서 가지고 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 정도로 만나줄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임팩트가 있는 고구마를 산처럼 쌓아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어디 그럼, 대체 얼마만큼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으려나"


매주 모종을 늘려간다. 그걸 6월 말까지 반복한다.

말로 하긴 쉽지만, 기계도 뭣도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전부 수작업이다.


"(강이 있으니까 소형의 수차를 만들 필요도 있을지도. 뭐, 뭣보다) ……목욕이 그리워……"


욕조를 떠올리면서 시즈코는 나무 통을 짊어지고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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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하순



그 광경을 눈 앞에 두고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다 노부나가는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행동적이었다.

그런 감상을 느낄 정도로 갑작스런, 그 탁류 같은 행동력에 압도되었다.


옆에 있는 남성을 슬쩍 보았다.

말에 탄 50대 초반의 남성이었지만, 그 얼굴은 나이에 의한 쇠퇴함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은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森三左衛門可成), 노부나가가 가장 신뢰했던 무장 중 한 명이었다.

어떤 역경에서도 노부나가의 곁에 있으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전해진다.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가신에게 성을 하사한 것도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라고 한다.


(하지만 보기에는 굉장히 겸손한 아저씨네……말하면 죽을 것 같지만)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니 엎드려 있는 남녀 합쳐 30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대에는 어디에나 있는 농촌 중 하나. 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금년에도 너희들의 공물은 지정된 양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냐"


병사 중 한 명이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마을에서 바치는 공물의 양은 적었다.

지정된 공물의 반도 바치지 못했고, 게다가 해가 갈수록 양이 줄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에, 노부나가는 마을을 없애버릴 셈이었다.

그런데 그 때 시즈코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마을에게 지정된 연간 공물을 바치게 한다. 또는 농작물을 대량으로 출하하게 한다……가 명령인가)


성으로 초대되어 시즈코를 휘하에 두겠다고 노부나가가 말했을 때, 당연하지만 휘하 무장들은 반대했다.

당연히 노부나가도 그럴 것을 알고 있었던 듯, 그는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된 관습에 흥미는 없다. 쓸 수 있는 것은 쓴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용서없이 버린다. 시즈코는 농업에 대한 남만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여 내게 네 재주를 보여라]


그것만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노부나가가 시험한다, 고 하는데 휘하 무장들이 불평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장으로서 휘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에 안도한 무장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여자가 무장 흉내 따위 낼 수 없는데다……아니 그보다 나, 칼 따위 잡아본 적도 없어!)


자신의 언니라면 기쁘게 칼을 손에 들고 전장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전쟁광이 아니다.

극히 보통의, 소위 말하는 일반인이며, 농업의 지식과 실천 경험이 그럭저럭 있는 정도의 여자애였다.


"본래는 목이 잘려야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매우 자비깊으시다"


거기서 병사가 시즈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앞으로 나와라, 라는 뜻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머뭇거리며 병사 옆에 섰다.


"여기,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의 지시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해라"


"에엑!"


농민들로부터 경악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야 그렇겠지. 소개된 것이 나이어린 소녀였으니까.

놀라지 말라는 쪽이 무리한 얘기다.


(뭐, 나도 같은 말을 했겠지-)


"불복이냐? 그렇다면 너희들의 목을 대신 받아야 한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사들이 허리의 칼을 뽑았다.


삶이냐 죽음이냐, 그 양자선택밖에 없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겁먹었지만, 여기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수상하게 생각될 것이므로 온 힘을 다해 태연함을 가장했다.


"아, 아뇨아뇨아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하도록"


(에엑-! 갑자기 말인가요-!?)


이래저래 지적하고 싶은 곳이 잔뜩 있었지만, 애초에 선택지가 없는 시즈코는 병사의 말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 어흠. 그럼 일단 밭을 보여주세요. 다음으로 생활 환경을. 마지막으로 마을 주위를 한바퀴 안내해 주세요"


할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이고 뭐고 모른다면,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력과 환경 적응력에 눈물지으며 시즈코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밭, 집 따위의 생활 환경, 마을 주위를 시즈코는 시찰했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밭의 흙은 나쁘지 않은데…… 땅이 개울 쪽으로 경사져 있어서, 비가 내리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내려가는 모양이네)


일단 마을 중앙에는 그런대로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개울을 경계로 서쪽이 집 등의 촌락, 동쪽이 밭 따위의 농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촌락 쪽은 평탄했지만, 농지는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실제로 물이 흐른 듯한 자국이 몇 개나 있었으며, 그것이 강을 향해 도랑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아무리 토지를 경작해도, 제일 중요한 토양이 메마를 뿐이다.


(다행히 경사는 대단하지 않으니까 밭두렁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토양이 쓸모없으니, 일단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겠네-)


만드는 데는 정식(定植, ※역주: 묘판에서 재배한 모종을 정식으로 심는 것) 약 1주일 정도 전 예정.

그 때까지는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기 위한 재료가 문제였다.


(소는 마을에 두 마리밖에 없어. 아마도 마을 사람들의 공동재산적인 위치겠지. 하지만, 두 마리 만으로는 좀 부족해)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 배설물과 함께 볏짚이나 쌀겨 등의 부재료를 혼합해서 쌓아놓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같이 섞을 수 있으니까, 가축 배설물의 퇴비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큼직한 통을 준비해서 거기다 만드는 게 좋으려나. 장소는 소가 있는 곳에서 하면 되고……)


"어떻겠소, 시즈코 님"


"으햐악!"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말을 걸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 버렸다.

약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돌아보니, 거기에는 말에 타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예, 옙! 일단 토양 정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흙을 다지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서둘러서 엎드려 조아리며 시즈코는 빠른 말로 그렇게 지껄였다.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는 있지만, 역시 전국시대의 무장.

현대인인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께 기대를 걸고 계시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노력하시기 바라오"


"예, 예엡!"


시즈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리 요시나리는 주위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성으로 돌아간다!"


"옙!"


그 구령과 함께 모리 요시나리를 포함한 병사들은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전원은 아니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병사들이 남아 있었다.


(아-, 아마도 감시겠지. 아무래도 갑자기 신용할 리는……없겠지-)


다른 사람 일처럼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 전원이 모여 있었기에, 일단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알게 된 것은, 남성의 인원수가 20명이고 여성이 10명이라는 것.

그리고 남성 중에서 대장간 기술자가 1명, 건축 등의 목재 가공이 가능한 기술자가 3명.

촌장만이 나이가 많아 40대 초반이었기에, 순수한 노동력은 15명 정도라는 것.


(5명을 한 조로, 토양 정비, 목재 모으기, 퇴비 만들기. 기술자들은 대용 공구 만들기일까. 이 시대에 농기구는 갖춰도 이 마을로는 숫자가 너무 부족해)


마을사람들 쪽을 보니, 다들 영양부족으로 깡말라 있었다.

촌장도 40대라고는 했지만, 겉보기에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듯 보였다.


(금년은 고구마를 메인으로 해야겠다. 그건 기근일 때 쓰일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그렇게 되면……)


"저, 저어, 촌장님? 저희들 뭘 하면……"


"아아, 미안해요. 그럼 죄송하지만, 일단 목재 가공하고 대장간 기술자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한 조를 짜 주세요-"


"알겠습니다-"


한 배에 탄 입장이라는 것을 뼈저릴 정도로 이해한건지, 여자인 시즈코가 명령해도 싫은 얼굴은 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죽음, 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의 협박이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지금부터의 계획을 정리했다.


5분 정도 지나서 세 개의 조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시즈코는 다음 명령을 했다.


"반을 알기쉽게 이름을 붙이겠어요. 왼쪽부터 갑, 을, 병으로 합니다. 기술자 분들은 정반이라고 합니다. 자기 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맨 앞에 있던 소년으로도 청년으로도 보이는 남성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일단 갑반은 토양정비를 합니다. 뭐, 농지의 땅을 파뒤집기만 하는거에요. 다만 평소보다 조금 깊게 파주세요. 다음으로 을반은 목재를 모읍니다. 이건 정반이 도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니까 정반도 같이 작업하세요. 병반은 퇴비를 만듭니다. 큰 통을 준비해 주세요. 가능하면 세 개 정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한 개라도 상관없습니다"


"아, 예에……"


"자, 준비 개시- 후딱 움직이세요-!"


"네, 네-!"


독려받은 갑을병정 반은 도망치는 토끼처럼 각각 지시받은 것을 가지러 갔다.


"저어? 저희들은 뭘 해야……"


남성들이 떠난 후, 이번에는 여성들이 머뭇거리는 느낌으로 물어왔다.


"나무 통을 하나 준비해 주세요. 거기에 흙을 넣어주세요. 흙은 어디서 가져와도 상관없어요. 그 후에는 물도 준비해 주세요"


"네, 네-"


여성들도 지시받은 물건을 가지러 갔다.

아마도 지시의 태반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지금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해야지…… 그럼, 나도 고구마의 모종을 가지러 갔다 와야지)




그로부터 30분 후, 각각 필요한 것이 준비된 마을사람들은 아까와 같은 장소에 모였다.

모종을 심을 나무통, 물이 담긴 병, 퇴비를 만들 때 쓸 나무 통 세 개, 농기구 한 벌, 벌채도구.

조금 낡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고 시즈코는 생각하기로 했다.


"자. 먼저 여성들부터 작업 시작합니다. 하지만 할 일을 간단해요. 먼저 흙에 구멍을 파고 이걸 심어서……"


말하면서 시즈코는 싹이 나온 고구마의 일부를 흙 속에 묻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신기한 듯 보면서 시즈코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다음엔 물을 뿌립니다. 모종을 위해 쓰는 것이니 하루에 한 번 정도면 돼요. 그리고 이걸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설치하고 와 주세요. 그걸로 여성들의 작업은 끝입니다. 나머지는 평소 하던 대로 해 주세요"


"이것뿐…… 인가요?"


"네. 그럼 잘 부탁해요. 다음은 토양 정비의 갑반-. 농장으로 가요-. 다른 반은 그 자리에서 대기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농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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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중순



역사상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면 대체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그런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었다.

단지 '만약'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노트에 이것저것 글로 적어보며 만족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망상 노트라는 부류에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오늘부터 그 노트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네놈, 대체 누구냐"


타임 슬립해버렸으니까.



(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떻게 된거야-------------!)


패닉중의 소녀는 눈 앞의 인물과 지금의 자신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 그러니까, 분명히 할아버지 집에서 농사일을 도운 후에, 몇 가지 수확물하고 씨앗을 받아서…… 그리고 할머니의 조림 요리를 가지고 돌아가려고 할 때 언니한테서 전화가 와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떠올려봤지만, 타임 슬립한 이유 따위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타임 슬립 자체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조차 몰랐다.


(밀리터리 물을 사오라고 해서, 무겁길래 지름길인 짐승들이 다니는 샛길을 통해서 집 뒤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소녀는 왼쪽을 보았다. 이어서 오른쪽을 보았다. 어느 쪽을 봐도 울창한 삼림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 나 있는 나무들은, 집 근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종류의 것들 뿐이었다.


"계집. 나는 성질이 급한 편이다"


다시 패닉에 빠질 뻔 했지만,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쭈뼛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하자, 거기에는 푸른 핏대를 세운 30세 정도의 남성이 말 위에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네놈,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칼자루에 손을 댄 상태로 말을 걸어오는 인물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결코 만날 수 있을 리 없을, 그 인물의 이름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


그 때, 뚝 하고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소녀는, 전 신경을 집중시켜 바로 옆으로 뛰었다.


"네놈…… 그 목숨이 필요없는 것 같구나!"


참격을 날린 남성은 이마에 푸른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죽일 생각에 가득찬, 다음에는 확실히 죽인다는 걸 뚜렷하게 보여주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히에에에에엑----!! 그러고보니 전국 시대에는 실명을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


전국시대, 다이묘 클래스의 사람의 이름은 현대 일본인이 본다면 복잡기괴하다.

예를 들면,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정식 명칭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織田上総介三郎平朝臣信長)다.

오다(織田)가  성씨라고도 가명(家名)이라고도 하여, 그 사람이 소속된 가족의 이름이다.

카즈사노스케(上総介)가 가명(仮名: 통칭)이라고 하여, 직업 같은 것이지만 자칭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사부로(三郎)는 배행명(輩行名)이라고 하여, 부모가 자식을 부를 때 등에 쓰는, 현대의 '이름'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타이라(平)가 씨(氏)라고 하여, 자신의 일족의 뿌리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관록을 더하기 위해 멋대로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손(朝臣)이 성(姓)이라고 하여, 조정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노부나가가 실명이다.

그리고 실명은 달리 휘(諱)라고 부른다. 이것은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이름'이라는 의미다.

어째서 그렇게 불리느냐 하면, 전국시대에는 실명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존중하는 뜻에서 실명을 부르지 않는 것을 예의로 쳤다.

바꿔 말한다면 소녀처럼 아무리 봐도 아랫것이 실명을 부르는 것은 대단히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즉,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죄, 죄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카즈사노스케 님! 부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럼 어떻게 타인을 불러야 하냐면, 남자의 경우에는 "관직명" 등의 통칭에 경칭을 붙여 부르는 것이 올바른 호칭법이다.

흔히 드라마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히데요시(※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노부나가 님!"이라고 부르는 묘사가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간 농담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실명이 사용되는 경우는, 노부나가보다 상당히 높은 사람이 노부나가를 부를 때 정도밖에 없으니까.

또는 조정의 공문서 등에 쓰이는 경우이다. 애초에 그런 경우에는 조정과의 관계를 뜻하는 '타이라노아손노부나가'라는 이름으로 기재된다.


"……본래는 베어버려야 하지만, 네놈의 그 이상야릇한 옷차림에 흥미가 있다. 세 번째는 없다. 네놈의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이마에 핏대를 세운 노부나가는 손을 움찔거리면서도 칼을 칼집에 넣었다.

다음에야말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배드 엔딩 코스, 즉 그 자리에서 베일 것을 이해한 소녀는 입술을 떨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静子)……아야노코우지(綾小路) 시즈코라고 하옵니다"




엎드렸다기보다 엎어져 조아린 상태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유심히 보면서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차림새로다. 이런 차림새는 본 적이 없군…… 그러면 남만(※역주: 유럽)인가)


적인지 아군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첩자라기에는 꽤나 멍청하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아까부터 떨고 있는데다가 움직임도 느려 간단히 처치할 수 있을 듯 했다.


(……남만 사람은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걸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시즈코라고 했느냐……네놈, 태어난 나라는 어디냐?"


"네? 태어난 나라? 아, 태어난 장소 말입니까. 어, 그게…… 도쿄입니다만"


"도쿄?"(※역주: 이 시대에는 '도쿄'가 아니라 '에도'라는 이름이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과 차림새, 그리고 소지하고 있는 물건으로부터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죽이기보다 시즈코가 가진 기술을 써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이름이로다. 뭐 좋다, 용무는 끝났으니 가도 좋다"


"……네?"



하지만 시즈코가 자신에게 얌전히 복종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부나가는 꾀를 하나 냈다.


혼자라는 점에서, 시즈코는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다.


멍청한 꼴을 보니 첩자질은 무리일 것이다.


"못 들었느냐. 당장 꺼지라고 했다. 나도 슬슬 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어, 그게……아, 저기!"


혼자라면 누군가의 비호가 없이는 전란의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다행히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과 불안한 상태를 보아 비호를 청해올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가,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없으신가요!?"


"거절한다"


"커헉!"


"내가 네놈 같은 정체를 모르는 것을 데려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냐"


"어! 그게, 어……"


시즈코는 안절부절 못하며 메리트를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보며 입술을 치켜올려 웃음을 띄웠다.


(이 계집으로부터 남만의 기술을 손에 넣는다. 그것으로 세계에 맞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


"아! 그, 그그그그렇습니다. 저, 농업을 배웠기에…… 그것으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호오, 농작물인가"


(나쁘지 않군. 나는 먹는 것에는 흥미는 없지만, 식량 자급률을 올리는 것은 부국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백성들의 봉기 같은 것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전국시대, 봉기의 문제는 끊이지 않는 두통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봉기라도 일으키면, 생산성이 확 떨어져 버린다.

그건 공물로 걷어들일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좋아. 네놈의 능력 나를 위해 쓰거라. 네놈이 나에게서 떨어질 때는 죽을 때, 그것을 잊지 말아라"


"네, 네!"


그건 "배신하면 죽인다. 뭔가 실수해도 죽인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당장 눈앞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꽉 찼는지 그걸 깨닫지 못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군. 남만의 기술이 손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원숭이(※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별명, 노부나가는 생전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항상 '원숭이'라고 불렀다)나 요시나리(※역주: 모리 요시나리)를 설득할까)


들고 있던 가방을 등에 메고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따라갔다. 당연하지만 도보로.

말에 태워줄 리도 없으니,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게 되었다


(언니의 책…… 버리고 싶지만, 만약 돌아갔을 때 없으면 언니한테 죽을거야……)


폭군인 언니가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부탁(명령)한 물건, 이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병기 일람'이라는 책이다.

밀리터리 매니아인 언니다운 물건으로, 그 외에 두 개 정도 사게 되었지만, 그쪽도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받은 몇 종류의 씨앗. 그걸 이용해서 노부나가를 놀라게 해야겠어……)


역사대로라면 노부나가는 성질이 급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두 토막이 난다.

하지만 그 반면, 전국시대의 무장 중에서는 이단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혁신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주였다.

신기한 것이나 미지의 것 등을 꺼리기는 커녕 흥미를 가지고 관찰할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했다.



(분명히 고구마는 에도 시대에 카고시마를 경유해서 퍼진 것…… 그러면 고구마는 '미지의 맛'일 거야)


가방을 고쳐 메면서 시즈코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정리했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호박 씨앗, 스위트 콘(옥수수) 씨앗, 토마토 씨앗, 소송채 씨앗, 매운 양파 씨앗, 사탕수수의 정식모. 그리고 수확해서 받은 고구마가 세 개, 편의점에서 산 티롤 초콜렛 몇 개랑 과일맛 사탕……좋아!)


이거면 되겠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고구마는 물에 담궈서 싹이 나오면 심으면 되고, 화산재 토양에서도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추위에는 약하지만, 노부나가가 있다고 하면 미노노쿠니(美濃国, ※역주: 현재 일본의 기후 현 남부) 또는 오와리노쿠니(尾張国, ※역주: 현재 일본의 아이치 현 서부) 중 하나이다.


(오와리노쿠니는 토카이도에 있는 아이치 현 서부. 기후는 충분하고 호박이나 토마토, 소송채는 손이 별로 안 가고 영양가가 높고 수확량도 많아.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필요하지만 그건 어떻게 되겠지. 게다가 뭐라 해도 사탕수수. 이 시대에 일본은 설탕을 엄청나게 수입했으니, 설탕이 손에 들어온다는 건 큰 강점이겠지)


토마토나 스위트 콘의 선명한 색깔, 고구마나 호박의 수확량, 그리고 사탕수수.

어느 것도 노부나가에게는 '미지의 것'에 해당한다. 애초에 서양(남만)에서도 미지의 것이다.


(전래된 것과 다르게, 이쪽은 21세기의 과학기술 등으로 품종개량된 야채. 또, 농업기술도 이 시대에서는 오버스펙적인 지식이 된다)


시즈코가 가진 지식은, 노부나가가 있는 시대에는 미지의 과학기술에 해당한다.

당연히, 노부나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자신을 마구 부려먹을 것이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 시대는 여자가 나서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시대……지)


전국시대는 여자가 말에 끼어드는 것조차 기피되던 시대이다.

쉽게 말하면 여자에게 인권 따윈 없었다.

정략결혼이 당연하고, 자유연애 끝에 결혼한다는 것 따위는 덧없는 꿈이라는 세계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부나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너무 실적을 올려버려서 다른 부하들에게 반감을 사도 안 돼. 어, 어려워~~~~~~~~~~~~~~!!)


노부나가가 "놓치기엔 아깝다"라고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버리면 이번에는 부하들의 반감을 산다.

절묘한 밸런스가 요구된다.


(언니 왈, '병사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은 둘. 하나는 병, 다른 하나는 굶주림이다'라고 했으니까,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다면……)


병사들을 써서 직접 공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병사들의 강함을 뒷받침한다면 반감은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말하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병사들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 따윈 모르고, 어쨌든 살아남을 수밖에 없어!)


불안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이 전국의 세상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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