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3 1568년 2월 초순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좋게 말하면 획기적,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이질적인 마을이었다.

먼저 각 가정에 매립식 코타츠(掘り炬燵)와 이로리(囲炉裏)를 설치했다. 습도를 높이기 위해 젖은 타올을 놓는 장소도 있다.

이것은 1년 중에 12월부터 2월에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활성화되어 대유행을 일으킨다.

그 대책으로서 습도를 높이는 것과 집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을 이용하면, 당연하지만 장작의 사용량은 무시할 수 없다.

추위 대책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여 장작의 확보에 분주한 결과로서 민둥산을 양산했다가는 단기적으로는 좋아도 장래적으로는 상황이 악화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보였다.


해결책은 죽탄(竹炭, ※역주: 대나무 숯)이다.

죽탄은 비장탄(備長炭) 등의 목탄(木炭, ※역주: 나무 숯)보다 화력이 떨어지고 연소 시간도 목탄의 5, 6시간보다 짧은 3, 4시간 정도다.

모든 면에서 목탄보다 떨어지는 죽탄이지만, 원료가 되는 대나무의 성장 속도는 나무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쓸만한 크기가 되는 데 3개월에서 4개월, 죽제품 등의 가공품에 쓸만한 품질이 되는 데는 4년 정도다.

그에 반해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10미터 전후로밖에 자라지 않는다.


죽탄에 가장 적합한 것은 맹종죽(孟宗竹)이지만, 맹종죽이 일본 전국에 퍼진 것은 에도 시대라고 한다.

사원 관계자가 중국에서 가지고 왔다, 라는 설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확증은 없다.

가능하다면 맹종죽의 죽탄을 양산하고 싶었던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씨앗, 또는 지하경(地下茎, ※역주; 땅 속 줄기)의 입수를 의뢰했다.

전래의 설이 있던 사원 관계자와 중국으로부터의 밀수, 두 가지 루트에서 찾아보도록 의뢰했다.

맹종죽, 참죽, 담죽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맹종죽은 마디의 고리가 한 개, 새로 난 대나무는 하얀 가루가 붙어 있기에 고리 아래에 있는 하얀 가루가 눈에 띈다.

참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 가느다랄 경우 위쪽 고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위의 고리의 촉감이 각진 부분이 없다.

담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로 참죽과 같지만, 줄기 전체가 희뿌옇게 보이고 위의 고리가 비교적 각이 져 있다.


따라서 마디 고리가 하나, 그리고 새로 난 대나무의 고리에 하얀 가루가 있으면 그것은 맹종죽이라고 한다.

지하경이라면 5개 정도, 씨앗이라면 있는대로라고 전했을 때, 큐지로는 평소의 수상쩍은 웃음을 띄우며 수락했다.

상담(商談)이 성립되었다는 것으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선금과 공작비용을 건넸다. 관리들이나 사찰 사람들은 돈에 약하다.

그를 위한 공작 자금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그만큼 얹어서 큐지로에게 건넨 셈이다.

꽤나 돈을 써버렸기에, 당분간은 절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 자금이 줄어든 것 뿐으로, 후세에 부농(豪農)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각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맹종죽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 시즈코는 참죽과 담죽의 죽림(竹林, ※역주: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양쪽 다 상당히 광범위한 죽림을 만들었기에 연료에 곤란해할 일은 없으리라.


죽탄을 만들면 부산물로서 죽초액(竹酢液)과 나무 타르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쪽은 원액을 정치법(静置法)이라는 수법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정치하여 죽초액과 타르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죽초액은 냄새 제거나 살균, 방균, 방충 효과, 토양 개량이나 농약 줄이기, 퇴비 만들기, 스킨 케어나 목욕물에 넣어서 탕이 식는 걸 방지하는 등 다종다양한 용도가 있다.

나무 타르도 석유에서 만드는 콜 타르와는 달리 살균 작용이 있다. 냄새도 석유 냄새가 나는 콜 타르와는 선을 긋는 독특한 향기가 난다.

성능도 죽초액과 마찬가지로 방충, 곰팡이 방지, 방수, 방산(防酸), 방유(防油), 방염(防塩), 방부, 개미 방지 등 고성능이다.

건축 자재에 칠하면 방충성이나 방수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다가 한 번 건조하면 고온이 되어도 연화되지 않는다.

완전히 건조하면 무취가 된다. 살균 성능이 높기에,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인 약으로 쓰였다.

물로 희석해서 타르 워터로 만들면 용도는 더욱 다양해진다.

유일한 결점은 정치할 필요가 있기에, 즉석의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사정은 에도 시대에 맞추기로 했다. 퍼세식 변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그것들을 정기적으로 퍼내어 분뇨 저장소로 옮겨서 비료의 하나로 가공한다.

또 위생면의 강화로서 입욕의 습관화를 장려했다. 아무래도 매일의 입욕은 비용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1주일에 2, 3번 정도는 들어갈 수 있도록 연료의 준비를 했다.

그 때, 태우는 건 당연하지만 대나무다. 대나무는 기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연소 속도가 빠르고, 또 속이 빈 구조로 되어 있어 지나치게 물을 뜨겁게 끓이는 일 없이 다 타버리므로 적당했다.


식사에 관해서는 '식당'을 설치했다.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요리를 만들기보다, 한번에 한꺼번에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다.

각 가정에서 폐기품을 모으기보다, '식당'에서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편이 쉽다. 또, 마을의 곳곳에 퇴비용 유기 쓰레기 전용의 회수 상자를 설치해서 정기적으로 회수했다.

하지만 여성진은 요리라는 중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원래 가정에서 요리하던 부인들이다.

그 관계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요리의 맛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맛의 취향에 따라 '식당'에 편차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걱정했지만, 의외로 마을 사람들은 각 '식당'의 맛이 다른 것을 일종의 오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비 문제는 현대의 경칠 기구를 참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라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실제로는 직업 경찰관을 선출하여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파출소에 배치하여 교대로 근무하는 정도의 간소한 조직이다. 그래도 개와 경비원을 한 세트로 하여, 2인 1조로의 행동을 기본으로 했다.

개는 훈련시키면 경비, 정찰, 전령, 부상병의 발견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적인 훈련을 쌓아 주종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 개냐 하는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류 최고(最古)의 파트너는 개다,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개와 인간의 관계는 깊다.

전세계에 있는 고대인의 화석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개의 화석이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의 깊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이 아닌 개였던 이유, 그것은 조명이 부족했던 시대에 어둠 속에서 습격해오는 적을 한 발 빨리 감지해주는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개의 사회성, 그리고 우수한 후각이나 청각 덕분에 인간은 몇 번이나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다.

군용견의 역사도 길어서, 오래된 사례로는 고대 그리스에서 군단으로서 운용되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켈트 인이나 게르만 부족 등 숲 속에서 흩어져서 싸우는 적에 대해, 개의 군단을 만들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또 공격 뿐만이 아니라 방어용으로도 사용되어, 그리스 인이나 고마 인은 요새 안에서 개를 키우며, 날카로운 후각이나 청각으로 적의 접근을 감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개는 용맹과감한 전사로서, 동시에 인간에게 충실한 친구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개는 소박, 충실, 용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번견으로서는 더 이상 듬직할 수 없는 존재다.

마을 내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간자 대책이 되며, 설령 침입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냄새나 기척을 개가 감지해 준다.

애초에 그것들을 회피할 노력을 한다 해도, 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우리라.

왜냐 하면,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군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군사 기술을 민간용의 기술로 전용하거나, 현대에 있던 각종 공구류를 재현하거나 하기 위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장인 마을의 생활에 간신히 익숙해졌을 무렵, 그들에게 시즈코의 무모한 명령 제 1탄이 날아들었다.


"어…… 이것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겁니까?"


모아진 목공 장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인물이 자리를 대표하여 시즈코에게 의문을 표했다.


"맞아요. 정확히는 이 뚜껑 부분, 이걸 재현하는 거에요"


그들의 곤혹스러움을 일부러 무시한 시즈코는 생긋하고 사람이 좋아 보이는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페트병이니까.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에 장인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화승총에도 쓰이고 있는 나사 기술을 응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안의 액체가 새지 않고 높은 기밀성을 얻을 수 있어요. 잘 봐요"


나무판을 끼워넣어 뚜껑을 덮기만 한 대나무 수통과,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몇 개의 페트병 중 하나를 뒤집었다.

그러자 나무 판자를 끼워넣은 쪽은 물의 압력에 못 이겼는지, 뚜껑 역할을 하는 나무판이 튀어나오며 안의 물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페트병 쪽은 내용물이 새지 않고, 또한 뚜껑이 빠지지도 않고 물을 막고 있었다.


"오, 오오오……"


놀라면서도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장인들. 이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그들이 감동하고 있는 동안 말을 이었다.


"기간은 2개월, 조건은 대나무 수통으로 재현할 것과 설계도대로의 직경일 것. 연구 비용은 이 나무 상자에 들어있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쓰세요. 아, 기간은 꼭 지켜줘요. 그러지 않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테니까"


페트병의 뚜껑에 관한 설계도, 연구 비용, 연구에 쓰기 위한 원본품.

그것들을 차례차례 건네준 후,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시즈코는 목공장인들의 집회소를 나갔다.

시즈코가 떠나고 얼마가 지나자, 간신히 머리로 이해하게 된 그들은 페트병을 조심조심 만져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차츰 그들은 장인 혼에 불이 붙어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비슷한 일을 길쌈 장인, 도자기 장인, 생활 대장장이들에게도 했다.

길쌈 장인에게는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T셔츠, 속옷, 스테테코(ステテコ, ※역주: 주로 남자들이 입는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의 재현. 도자기 장인은 계단식 가마(登り窯)의 사용법을 마스터해서 도자기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

생활 대장장이에게는 시즈코가 그린 수많은 농경 기구의 재현이다.


공동으로 하는 것도 있다. 시즈코는 대장장이와 목공 장인들에게 나무통 증류기의 제조를 명령했다.

그녀는 증류기란 스테인리스 등의 금속과 고무로 된 것이라고 계속 착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고무가 없는, 또는 있었다고 해도 고급품이 되는 에도 시대, 어떻게 증류해서 소주(焼酎)를 만들었는가, 라는 것을 깨달았다.

힌트는 뭔가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카고시마(鹿児島)에 여행갔을 때 '나무통 증류기'의 견학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소량의 금속과 벽돌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나무와 대나무였다. 증류기의 원리나 기법은 목재든 금속이든 다르지 않다.


"으―음…… 고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식물성 유지(油脂)에 유황을 첨가해서 제조하는 팩티스(서브, ※역주: factice)가 천연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충분…… 할까? 하지만 혼합비가 많아서 어느게 좋을지……"


천연 고무가 없어도 고무의 대용품은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팩티스라고 하는 것이다.

팩티스의 역사는 오래되어, 중세 유럽에서는 아마인유(亜麻仁油)와 유황을 반응시켜 탄성이 있는 수지 상태의 물질로서 활용했다.

방부 작용이 있어서, 주로 외과용 약품으로서 사용된 기록이 남아있다.

또 합성고무가 출현한 후에는 증량제, 연화제를 거쳐 가공 보조제로 역할이 바뀌었다.


"식물 기름은 해바라기에서 얻는다 치고…… 문제는 유황이네. 흑색 화약에서 쓰니까 유황을 입수하는 건 간단하지만, 실험으로 계속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으니까"


현 상황에서는 개발의 우선 순위도 있어서 대량으로 유황을 유용하는 것은 어렵다. 식물 기름도 귀중품인 이상, 지금은 사치스러운 연구는 할 수 없는 것을 시즈코는 이해했다.


각 기술자들에게 물건을 만들게 하고 있지만 특히 생활 대장장이 쪽이 힘들어서, 완성품을 만들면 끝이 아니다.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때그때 피드백하여, 그것들을 해결하여 버전업시켜가는 순환 개발을 한다.

생활 도구는 천하통일 후에도 계속 사용된다. 처음에는 느슨해도 점차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개시 시기가 빠르면 빠를 수록 문제점이 밝혀지는 법이니까, 재현도가 낮더라도 계속 시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시즈코는 어느 정도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사용 실험을 할 것을 명령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하기만 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시즈코도 스포츠 백에 들어있던 모와 씨앗을 재배할 필요가 있다.


노트의 주인은 씨악이나 묘목을 재배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전부 다 키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조합이 엉망진창인 것이다. 이래서는 첫 해는 좋아도, 몇 년 안에 흙을 못 쓰게 될 것이다.

무턱대고 씨앗이나 묘목을 모은 것을 보니, 노트의 주인은 농업에 대해서는 초짜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초짜는 '일단 많이 키우고 싶다'고 다양한 종류를 키우려고 한다. 실제로, 시즈코도 처음에는 그랬다가 텃밭을 전멸시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컴패니언 플랜츠 처럼 조합하면 좋지만, 반대로 천적을 같이 재배했다가는 작물은 공멸해버린다.


우선은 씨앗과 모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스포츠 백을 다시 열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얼핏 봤을 때는 몰랐지만, 잘 관찰해보니 몇 개의 모가 손상되어 있었다. 손상 상태에서 추측할 때, 강한 힘을 측면에서 받은 느낌이다.

가방을 안은 채로 뭔가에 격돌한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곧 원인을 알아봤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모나 씨앗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매실의 묘목이 제일 심한 손상을 입었다.

매실은 자가결실성(自家結実性)이 약한 품종이라, 꽃가루가 많은 품종과 함께 키워야 한다. 가장 바깥쪽에 있었던 탓인지 두 종류 모두 큰 손상을 입었다.

현대라면 수복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보강 테이프 등의 도구류가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시즈코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상은 매실 뿐만이 아니었다. 레몬이 두 개, 귤은 한 개의 묘목이 수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

결국, 무사했던 것은 레몬의 묘목 하나, 가장 안쪽에 있던 귤의 묘목 둘 뿐이었다.

게다가 비극은 계속되었다. 부러진 모가 스낵파인의 모에 꽂혀 있었다. 스낵파인의 모 20개 중 6개를 폐기처분했다.

부러진 모는 추가로 꽃씨가 들어있던 봉투도 찢어서, 나무 알로에와 스트렐리치아, 코스모스의 봉투가 찢어져 있었다. 씨앗이 뒤섞여버렸기 때문에, 분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눈 딱 감고 파기할 것을 선택했다.


최종적으로 키울 쌀은 두 종류, 그리고 귀리.

야채는 시금치, 배추,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 땅콩.

과일은 레몬과 귤과 수박과 스낵파인.

꽃은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 섬게선인장,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였다.


귀리와 해바라기는 풋거름용으로 쓸까 했는데, 그러러면 해바라기의 씨앗과 귀리의 열매가 필요했다.

따라서 귀리는 특유의 심근성(深根性)을 이용한 토양 개량 효과를 얻는 데 그쳤다. 해바라기는 씨앗 이외에는 분쇄해서 풋거름에 쓰기로 했다.

월계수, 프렌치 마리골드는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공생시키기 위해 키우기로 했다.

달리 무사한 꽃을 키우지 않는 것은 키울 여유가 시즈코에게 없기 때문이었다. 비료나 부엽토, 각종 질병에 대한 약제가 있는 현대라면 가능하지만, 그것들을 구할 수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키워봤자 무의미했다.

가능한 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선별한 결과이다. 또, 자소류는 무서운 번식력으로 계속 증식하기 때문에, 다른 것과 똑같이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시즈코의 시대에서도 '작물 게릴라'의 이름을 시작으로 테러리스트 등의 나쁜 이미지의 호칭이 많다. 가정 텃밭에서도 프로 농가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육성해야 한다'는 품종이 있다.

자소는 그 부류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매실장아찌를 절일 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재배 장소를 다른 것들과 격리하고 벽돌로 간소한 플랜터 재배를 하기로 했다.

섬게선인장은 단순한 선인장이기에 키울 의미는 별로 없지만, 손이 가지 않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종류도 시기를 계산해서 준비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에게서 새로운 지시가 시즈코에게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소금을 증산하라'였다.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문제없었지만, 명령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시즈코의 마을의 주민들을, 확장중인 마을로 이주시킨다'라는 수수께끼의 명령이었다.




갑작스런 주민 이주에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현을 신청했더니, 의외로 빨리 알현 허가가 내려왔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분이 좋았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서둘러서 노부나가에게 갔다.

알현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질문했다. 이 시기에 갑작스레 마을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잘못하면 생산고가 떨어져 버려서 충분한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사람을 이주시킬 것인가라고.


"상관없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노부나가가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기에, 시즈코는 일순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건가 하고 착각했다.


"하, 하지만 이대로는 대폭적인 감산이 될 가능성이……. 그 문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람의 이주를 강행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지만 바로 머리를 흔들고는 노부나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금년의 세금이 적어도, 내년 이후의 세금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기술을 전수받은 백성들을 각지에 이동시켜서 추가적으로 전수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만 속에 감추고 있던 계획을 말했다.

그의 계획은 전국시대에서도, 아니 현대에서도 기상천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었다.

철저한 효율주의의 계획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우선 각 마을에서 20명에서 30명을 뽑는다. 이 때, 시즈코를 포함한 초창기의 백성 30명은 제외된다.

모은 사람들로 마을을 6개 만들어, 그 마을을 기점으로 3개에서 5개 마을을 위성처럼 묶는다.

묶인 마을은 '조(組)'라는 단위로 하여, 그 '조'를 3개 합쳐서 '가(街)'라는 단위로 부른다.

노부나가는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삼조지일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해에는 시즈코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점이 되는 마을이 각 마을에 농업의 교육, 지원을 한다.

그리고 첫 해의 수확에서 '담보'가 되는 비축쌀을 오다 가문에 바친다.

다음 해부터 각 '조'마다 재배하는 작물을 1년마다 교대한다.

예를 들면 첫 해의 '갑조'는 쌀과 콩, '을조'는 쌀과 고구마, '병조'는 쌀과 계란. 둘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고구마, '을조'는 쌀과 계란, '병조'는 쌀과 콩. 셋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계란, '을조'는 쌀과 콩, '병조'는 쌀과 고구마.

그리고 넷째 해는 첫째 해와 같은 재배를 하여, 3년 전에 바친 '담보'가 반환된다. 하지만 다음의 3년용으로 새로운 '담보'가 필요해진다.

현대에서 말하는 2년 약정이니 3년 약정이니 하는 고정 계약이다. 당연하지만 3년 안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경우에는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보로 맡긴 비축쌀이 페널티로서 몰수된다.

이 패턴을 5번 반복하면 세율이 50%에서 40%로 변경된다.


추가로 복리후생의 일환으로서 정월 및 수확제 때 떡이 지급된다.

마을 사람 한 명 당 3개, 그리고 마을마다 거울떡(鏡餅)이 하나 지급된다. 이것은 노동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노동 의욕 향상과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우대라고 할 특례 조치를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는 미리 공표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은혜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맛보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의 당근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금씩만 내놓는다.

당연하지만 당근만을 주는 게 아니라, 알기 어려운 부분을 불리하게 고쳐 밸런스를 잡는다.


"그, 그래서는 째째하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요……"


"무릇 군주가 되어서 구두쇠라는 평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과만 좋으면, 수단은 항상 정당화된다. 따라서 내가 백성들을 속이더라도, 그 결과는 백성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백성들은 내 정책을 신경쓰지 않는다. 백성들에게는 적당한 꿈을 꾸게 하면서 살찌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과연……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진의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석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괜찮다. 지금부터도 의문이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묻도록 해라. 그것이 더 좋은 의견을 낳는 경우도 있다"


그 말에 시즈코는 솔직히 놀랐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생각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에 간단히 남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선을 눈치챈 노부나가는, 대단히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굳이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나는 지금까지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에게서 세계를 알게 되며, 내 경험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깨달았다. 세계는 넓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자가 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 따라서 나는 그놈들의 지식을, 경험을 배워서 내 피와 살로 삼겠다고 결정한 것 뿐이다"




2월 하순,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대형 염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안부(湾岸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안부는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소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물이다.


세로로 길고 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는 큰 하천이 없어 만성적인 물부족 상태였다.

따라서 빗물이 모인 못(池)이 백성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한번 간벌이 일어나면 바로 기근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쇼와(昭和) 36년(1961년) 9월에 완성되는 '아이치 용수(愛知用水)'가 가동될 때까지, 백성들은 항상 간벌의 공포와 싸워왔다.

아이치 용수란 기소(木曽) 강의 상류에서 치타 반도의 돌출부 끝부분까지를 종단하는 112km의 간선 수로, 인체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동맥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동맥에서 갈라져나와 몸의 곳곳에 영양을 운반하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는 1012km나 되는 지선 수로로 구성된다.

이 대사업의 중심 인물은 독농가(篤農家)인 쿠노 쇼타로(久野庄太郎)와 안죠(安城) 농업고등학교(農林高校) 교사인 하마지마 타츠오(浜島辰雄)의 두 사람.

그들이 꿈꾼 미래는 구상에 9년, 착공 후 4년이 지나, 총 공사비 423억엔을 사용하여 실현된다. 2차 대전 이후의 일본 최초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되었다.


다행히도 쇼와 시대 만큼의 인구는 아니었기에, 물 한 방울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고, 사람이 정착하지 않은 지역의 작은 개울에서 음용수를 입수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음용수 뿐이고 농업용수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또 작은 개울밖에 없기에 하천 공사도 어렵다.

결국, 치타 반도의 뿌리 근처에 대형의 염전을 만들어서 음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를 텐파쿠(天白) 강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그 후에는 노부나가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살게 한다.

그걸로 끝날 예정이었다. 다만, 그것은 시즈코의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냉엄했다.


"어업조합?"


정착할 마을 사람들의 대표인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 오다 님과 의논하여 저희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소금의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불안하여, 그 이야기를 오다 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뭐 이해는 되네요"


소금의 생산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소금의 생산이 실패로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 뿐이니까.


"그 때 오다 님께서, 어업을 겸업하면 어떠냐고 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업에 관한 기술 지도를 시즈코 님께서 해주실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만……?"


"에엑―……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지) 뭐, 저로 괜찮다면, 겉핥기 정도로는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고기잡이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뿐'으로, 본격적인 어업 경험은 없다.

대형 어선이나 수송선의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 설계도는 현대의 단위로 치수가 적혀 있기에, 당장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마을이 완성되면, 영주님께 도량형을 MKS 단위계로 통일시켜 주시게 하자. 대응표를 써서 했다간 오차가 나왔을 때 웃어넘길 수 없으니까. 일시적인 수입 감소, 이익 감소를 각오하고 기준을 통일하는 게 좋을지도)


기준을 통일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져 악덕 상인이 줄어든다. 땅의 크기에서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다, 세금을 상당히 정확한 수치로 예측할 수 있어 잉여분을 영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단위 통일은 이득이 된다. 그리고 도량형의 제정은 근세까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은 히데요시나, 에도 막부를 연 이에야스도 도량형을 통일했었다.


"죄송합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실례지만 어선이 안 보이는데, 어디에 있나요?"


그들은 매번 그렇지만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모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집을 지은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중요한 어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선을 정박시킬 부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선 건조부터 시작하는 건가, 하고 시즈코는 진절머리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뇨, 그런 건 오다 님께서 준비해 주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무래도 어선 건조는 다른 장소에서 하고 있고, 그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 좋아요. 그러네요…… 음―, 뭐 일단 주낙(延縄) 어업, 통발 어업, 항아리 어업 세 가지면 되려나. 익숙해지면 채개 어업(採介漁業, ※역주: 손으로 성게나 조개 종류 등을 따는 것)이 좋겠네요.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줍기라던가……?"


"네에……"


"(그렇게 불안한 듯한 표정 짓지 않아도 설명할 거야!!) 먼저 주낙 어업에 대해서인데요―"


결국, 돌아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설명하게 된 시즈코였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간신히 어선이 그들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바로 그들의 마을로 향했다. 도착 후에 어선을 보자, 중형 규모의 어선이 3척, 소형의 2인승 보트급 사이즈가 8척으로 합계 11척이 선착장에 계류되어 있었다.

문어항아리 비슷한 것이나 미끼를 넣은 '통발', 주낙 어업을 위한 도구도 완성된 듯, 그들은 도착한 날에 어선에 올라타 설치하고 왔다고 했다.

어구의 구조가 간단하고 조업도 비교적 간편한 항아리 낚시나 통발 낚시는, 어획 성능이 좋기 때문에 초짜라도 일정한 양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어획 성능이 지나치게 좋아서, 자원 보호의 관점상 현대에서는 사용하는 통발의 숫자에 제한이 걸려 있다.


"이래저래 설치한 지 3일이 지났으니 슬슬 회수할 시기일까요"


"네. 유감이지만 어제와 그제, 주낙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소를 바꾸어 설치했습니다. 물론, 시즈코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깃발이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 번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대참사는 피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난사고는 1912년(메이지(明治) 45년) 4월 14일, 영국 선적 객선 '타이타닉'이 처녀 항해중에 빙산에 충돌하여 침몰. 1517명이 사망한 사고다.

1914년(타이세이(大正) 3년) 5월 29일, 캐나다 선적 객선 '엠프레스 오브 아일랜드'가 짙은 안개 때문에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노르웨이 선적 화물건 '스토르스태드(Storstad)'와 충돌하여 침몰, 사망 및 행방불명은 1024명이나 되었다.

일본에서는 1910년(메이지 43년) 4월 15일에 일본 해군의 '제6 잠수정'이 히로시마(広島) 앞바다에서 가솔린 잠항 실험 훈련중에 침몰. 함장 사쿠마 츠토무(佐久間勉) 이하 승무원 14명 전원이 순직했다.


전국시대에 해난사고가 일어나면 더욱 비참하다.

배에서 내던져져, 파도에 휩쓸려버리면 끝이다. 두 번 다시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없다.

그들은 어부인 동시에 소금을 만드는 장인이다. 가능한 한 '목숨을 소중히 해라' 작전을 철저히 따라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그들에게 어떤 규칙을 부과했다.


어업을 하는 경우에는 마을의 장소를 알리는 깃발을 세울 것 (알기 쉬운 귀환 목표).

새끼줄로 묶은 대나무 통을 몸에 두를 것(구명조끼 대용품).

자신의 몸과 배를 끈으로 연결하고 어업을 할 것 (생명줄).

야간, 또는 날씨가 나쁜 날에는 어업을 하지 않을 것 (위험회피).


그 규칙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선을 압수하고 소금 생산에 전념시킬 것이라고 그들에게 통고했다.

처음에는 그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어제 어떤 마을 사람이 배에서 내던져졌을 때 절감했다.

바다의 날씨는 거칠어지기 쉽고, 약간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시즈코의 규칙은, 그것들을 가능한 한 회피하기 위한 규칙이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이해했다.


"오,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볼 때……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라, 어업 성과는 좋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어선은 부두에 도착했다. 로프를 계류 기둥에 감아서 어선을 계류시켰다.

그런 것들이 끝나자 어부들은 수확물이 들어 있을 상자를 어선에서 내렸다.

몇 명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굳었다.

모든 상자가 시즈코 앞에 늘어놓아지자, 그 중 하나의 상자의 뚜껑을 잡으면서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전부 가지고 왔습니다만…… 저기, 이게 뭡니까?"


말과 함께 뚜껑이 열렸다.

안에 있던 것은 참문어였다. 그 외에도 살오징어나 흰꼴뚜기 같은 해양 연체동물들이 들어 있었다.


"(……설마 본 적 없는 건가? 저기―, 한 가지 묻겠는데, 혹시 바다에서의 낚시는 처음인가요?"


"예, 예에. 창피하지만 지금까지는 강에서밖에 낚시해본 적이 없어서…… 실은 이렇게 바다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강 낚시 전문의 어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양 생물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리라,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뭐, 뭐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른 건 뭐가 들어 있나요?"


아이스 박스 대용의 나무 상자를 열었다.

통발 낚시로는 새우, 게가 들어 있었다. 새우는 보리새우가 많았고, 게는 꽃게가 많이 들어 있었다.

주낙 쪽을 확인하자, 보리멸이나 문절망둑도 섞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갱이가 많은 것 같았다.

잘 보니 복섬(クサフグ, ※역주: 복어의 일종)이 조금 섞여 있었기에, 시즈코는 그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에―, 이 복어라는 생선은 먹으면 위험해요.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하세요"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목숨을 잃어요"


조심조심 묻는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복섬 등이 체내에 축적하는 독의 주 성분은 테트로도톡신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유명한 독물인 '청산가리'의 850배 정도의 독성을 갖는 물질이다.

경구섭취할 경우, 표준적인 성인 남성이 1, 2mg의 섭취로 죽게 된다. 또 열에도 강해서 조리의 범주에서 쓰이는 300도 정도의 열량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단 몸 안에 들어간 경우, 약물 투여에 의한 분해가 어려워서, 강심제를 투여해서 심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뇨제를 사용해서 독물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 테트로도톡신은 신경계에 작용하여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물 투여와 병행하여 인공호흡의 보조가 필요해진다.


"참고로 어디에 독이 있는지는 종류에 따라 달라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리고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독이 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복어를 보면 즉시 바다에 돌려보내세요"


"예, 옛"


말이 끝날 무렵에는 촌장의 얼굴은 새파래져 있었다.

하지만 테트로도톡신은 정말로 위험한 독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복어를 직접 만지는 것만으로는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뭐 이렇게 부풀어오르니까 알기 쉬워요. 자, 이 녀석은 바다로 던져버리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복어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복어는 바다에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마을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우선은 살아있는 문어의 처리 방법이에요"


"처리요?"


"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은 그대로는 기운이 너무 넘치니까요. 처리해두지 않으면 날뛰어서 위험해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적당한 문어를 아무렇게나 잡아서 준비해 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문어는 아직 기운이 넘친다, 고 주위에 어필하듯이 복수의 흡반이 달린 8개의 촉수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손에 대나무 꼬치를 굵게 만든 것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을 처리하는 데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도구를 준비했던 것이다.


"많은 흡반이 달린 8개의 다리가 주로 먹을 수 있는 부위에요. 촉수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얼핏 머리로 보이는 부위는 사람으로 말하면 배 부분이에요. 실제의 머리는 이 눈이 달려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양 눈 사이에 식칼이나, 또는 이런 도구로 한번 찔러서 처리해요"


식칼로 양쪽 눈 사이를 베던가, 또는 송곳(千枚通し)으로 마구 찌르면 문어를 처리할 수 있다.

급소를 잘 찔렀는지 어쩐지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잘 찌를 경우에는 다리 전체가 순식간에 하얘져요. 자, 아까까지 붉은 색을 띠고 있던 다리가 단번에 하얘졌죠"


그녀의 말대로, 문어의 다리가 마치 탈색된 듯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다리도 축 처져서, 한눈에 절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


촌장을 포함한 어부들이 감탄의 소리를 냈다.


"다음에는 머리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내장을 끄집어내요. 거칠게 간 무로 씻어서 끈적임을 없앱니다"


"무…… 말입니까?"


"네, 소금으로 해도 되지만, 비싼 소금으로 끈적임을 없애기보다는 간 무로 끈적임을 없애는 편이 싸게 먹히니까요"


소금으로 문어의 끈적임이 없어지는 원리는, 소금에 의해 단백질이 변성되어 굳어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무는 성분의 소화효소계로 떠오르게 한다.

무 쪽이 깨끗하게 없앨 수 있는데다 디아스타아제(아밀라제)가 문어를 부드럽게 해 주지만, 반면 끈적임을 없애는 힘이 약해서 시간이 걸린다.


"끈적임은 안쪽에 남기 쉬우니까, 주의해서 씻어냅니다"


소금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간 무로 씻었다. 그걸로 간신히 밑처리가 완료된다.


"자, 다음은 여러분 차례에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빨리 익숙해져라?"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결코 기분 탓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시즈코는 곤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덧붙였기에.


"괜찮아요, 문어는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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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2 1568년 1월 초순



전국시대의 무사들의 정월 풍경은 현대인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친척이나 동료들과 함께 정월의 첫 참배에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며 정월을 만끽한다.

다른 구석을 들어보면, 주군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등성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중신이나 다른 가신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이다.


시즈코의 마을에 있는 케이지와 나가요시도 예외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이조만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아타고곤겐(愛宕権現, ※역주: 일본의 신 중 하나)에게 참배하러 가기를 원했다.

사이조가 젊었을 때부터 아타고곤겐의 독실한 신자인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시즈코는 세 명에게 어느 정도의 준비금과 먹을 것을 건네주었다. 가는 길에 곤란한 일이 있을 경우를 위해서라고 생각한 것인데, 정작 세 명은 과한 배려에 곤혹스러워했다.

시즈코로부터의 배려를 사양할까 생각했던 세 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시즈코니까'라는 걸로 납득하고 감사히 받기로 했다.


한편 시즈코는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과 정월의 연회를 열고, 이틀째에 주군인 노부나가에게 인사하기 위해 등성여, 그대로 술자리에 참가한다.

금년에는 'NO 음주'를 결심하고 있었기에, 술을 마시고 추태를 보이는 일은 없었다.

저번과 달리 다소 말을 걸어오는 인물들도 늘어났지만, 오다 가신들 중에서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즈코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인은 이름을 팔 생각이 없었기에, 무명 상태로도 딱히 곤란한 점은 없었다. 필요한 권한이나 재료 등은 아야를 통해서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생활에 딱히 곤란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술자리에 참가하였으면서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귀가길에 오른 시즈코는, 집이 조용한 것에 약간 쓸쓸함을 느꼈다.


그 쓸쓸함을 달래려고, 시즈코는 마지에 다양한 기구를 기억해내어 스케치했다. 조류는 다방면에 걸쳐서, 조리 기구나 토목공사 도구 및 농기구, 측정 도구 등이다.


기구의 스케치를 하고 있는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첫 해, 둘째 해와는 달리 시즈코는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면, 지금까지 바빠서 불편하다고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들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에 띈 것이 일용품이었다. 전국시대는 무기에 철광류를 소비하고 있었기에, 생활도구가 극히 빈약하다.

약한데다가 사이즈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래서는 지금은 괜찮아도 천하통일 후에 곤란해질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일용품류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실은 돌가마를 만든 것도, 오븐 레인지의 대용품을 재현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시즈코는 기억나는 모든 일용품을 스케치했다. 이 때, 단위는 MKS(※역주: 미터법) 단위를 기준으로 했다.

원래는 이 이야기와 동시에 오다 영토에 일제히 MKS 단위 계열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대규모의 규격 통일에 의한 장인들의 혼란이 문제시되었다.

의논한 결과, 시험적으로 하나의 마을에서 도입을 한다는 형태로 결정이 났다.

어떤 이유로 새로운 마을의 구상을 하고 있던 시즈코는 마침 잘됐다고 생각, 계획에 편승하는 형태로 생활도구 계열의 대장장이, 길쌈 장인, 이미 도자기는 유통시키고 있었지만 도자기 장인, 대나무나 목재를 가공할 수 있는 목공 장인을 모집했다.

메인은 대장장이로, 길쌈 장인을 포함한 다른 장인들은 미안하지만 덤이었다.


대장장이는 크게 나누면, 화승총 등 무구를 만드는 도공 대장장이와 농기구 등을 만드는 생활 대장장이의 두 종류가 있다.

도공 대장장이는 각지의 영주들이 데리고 있지만, 생활 대장장이에 관해서는 도공 대장장이보다 아래 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다만, 에도 시대가 되자 도공 대장장이와 생활 대장장이는 입장이 뒤바뀌어, 먹고살기 위해 도공 대장장이는 생활 대장장이에게 가르침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시대, 따라서 생활 대장장이는 적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우려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필요없었다.


겨우 이틀만에 어느 직종이고 규정 인원수를 채웠던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의 오다 영토는 돈과 물품이 넘치는 장소인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장사나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기에, 필연적으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유입되기 쉽다.

물론, 그 반대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미미한 숫자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오다 가문이 장인을 모집하고 있다, 라고 하면 장인들이 쇄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선발 시험을 실시해서 규정 인원수까지 줄여야 했지만, 덕분에 실력이 좋은 장인들을 다수 보유할 수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오다 가문 소속의 기술집단이지만, 실제로는 시즈코 휘하의 기술자 집단이었다




일부러 시즈코가 기술자 집단을 거느린데는 이유가 있다.

시즈코에게서 농업 기술의 계승을 받은 백성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수확물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뻐했지만, 그 상식을 벗어난 수확량이 큰 문제로 변했다. 그것은 수확량에 걸맞는 저장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량의 작물을 한번에 손에 넣은 백성들은 가족의 소비 및 만일을 위한 비축을 아득히 뛰어넘는 양을 감당하지 못했다.

상인에게 팔면 가격을 후려칠 것은 뻔했다. 애초에 멋대로 파는 건 노부나가와의 계약상 불가능하다.

몰래 판 사실을 들키면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모른다. 고민하다못해 시즈코에게 하소연한 것이다.


하지만 하소연받은 시즈코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비교적 보존이 쉬운 곡물류라면 그렇다치고, 야채 등 상하는 게 빠른 작물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최소한 며칠은 필요하므로, 그 동안에 작물이 못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와서 모든 양을 소비로 돌린다는 것도 무리한 얘기다. 고민한 결과, 그들에게 원래는 예정되지 않았던 가공, 보존, 저장의 지혜를 전해주기로 했다.

어째서 예정되지 않았냐고 하면, 보존식이라는 건 각 가정에서 전해지면서 거기에서 독자성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일할 생각은 시즈코에겐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각 가정의 독자적인 맛내기를 권장할 방침이었다.


어쨌든 급피치로 간소한 저장시설을 만들고, 저장용으로 가공한 작물을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장용의 도구류가 부족해졌다.

이것만큼은 시즈코의 지식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 출입하는 상인들이나 노부나가에게 부탁해 모을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1할 가까운 야채를 파기하게 되었지만, 어찌어찌 모든 공정을 해낼 수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노부나가들에게 부탁하면 어떻게 된다, 라고 잔뜩 방심하고 있었던 자신을.

이 일을 크게 반성하여,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구류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이 많은 전국시대에는, 생활에 관련된 기구를 만드는 장인이 적어서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시즈코는 생각했다. 사람이 적다면 모아서 마을을 만들어 버리자. 내친 김에 MKS 단위계를 퍼뜨리자, 라고.


미터, 킬로그램, 초에는 하나같이 원기(原器)가 필요하다.

우선 미터의 원기인데 이것은 시즈코의 현대 물품 중에서 스테인리스 제의 자, 대나무 자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원기로 삼기로 했다.

초의 원기에는 원자시계가 최고지만, 전국시대에는 원자를 관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해시계를 일용품으로서 사용하여, 그걸로 시간 감각을 익히게 하기로 했다.


골치아팠던 것이 킬로그램의 원기다.

하지만 무게의 원기는 분량을 속인다는 부정을 없애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어떡할까 하고 고민했는데, 문득 시즈코는 에도 시대에 킬로그램의 원기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저울로 재는 것으로, 기본이 되는 무게가 필요했다. 1그램의 무게를 가진 것이 없나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까이 있던 것이 그 문제를 해소해 주었다. 현대의 화폐이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1엔 동전이 1그랩, 500엔 동전이 7그램이라고 법률로 정해져 있다. 밀리그램 단위의 오차는 있지만, 그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재료가 모였기에 1엔 동전으로 그램의 원기를, 그램을 여러 개 모아서 킬로그램의 원기를 제조했다.

그램은 그렇다치고 킬로그램 쪽은 오차가 있지만, 그것도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뭣보다 지금은 완벽함보다 단위계를 퍼뜨리는 쪽이 중요하니까.


그리하여 원기에서 기구를 복제시켜, 기술 마을의 사람들에게 MKS 단위계를 침투시키고 있을 무렵, 시즈코의 마을을 수상한 남자가 한 명 방문했다.




그 남자는 딱 봐도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헷헷헤, 시즈코 님. 안녕하십니까"


손을 주물럭대며 안부를 묻는 남자의 이름은 큐지로(久治郎).

이래뵈도 노부나가에게 시즈코의 마을의 출입을 허가받은 상인 중 한 명이다.

성은 불명, 태생은 오우미(近江)였지만 성인식과 동시에 행상이 되어 각지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들었다.


실제 연령은 20대 초반이지만 겉보기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다, 정수리는 물론이고 뒤통수까지 대단히 위험한 레벨로 머리숱이 적은 덕분에, 겉보기의 수상함은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다만 오우미 상인이니만큼 장사 수완도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특히 물건을 '팔 곳'에 대한 후각이 날카롭기 떄문에, 노부나가에게서 같은 물건을 사들이고 있는 다른 상인들보다 빨리, 그리고 비싸게 팔아치우고 있다.

그런 빈틈없는 면도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용건이신가요"


"잠깐 봐 주셨으면 하는 상품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이"


시즈코의 말에 히죽히죽 수상한 미소로 대답한 후, 큐지로는 뒤에 있던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짧게 대답한 후, 두 개의 나무상자 중 왼쪽에 있는 것을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큐지로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호위대인 케이지가 경계하면서 상자를 열었다.


"뭐야 이게?"


내용물을 확인한 케이지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무리도 아니다.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크기가 다양한 돌 뿐이었다.

케이지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사이조와 나가요시도 안을 보았다. 돌멩이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사이조는 고개를 갸웃하고, 나가요시는 큐지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치고 있었다.

그런 세 명의 반응을 보고도 큐지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여전히 수상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자, 다들 거기까지. 나한테도 보여줄래?"


그렇게 말하면서 세 명을 밀어내고 나무 상자 안을 확인했다. 손에 들고 자세히 보니, 하얀 것이 반점처럼 섞여 있었다.

완전히 백색의 돌도 있었지만, 연질의 돌인지 꽤나 물렀다. 돌이라기보다 암석으로 보인 그것을 손에 들어보면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암석, 어디서 구했지요?"


"헷헷헤, 원래는 상품의 출처는 비밀입니다만, 다름아닌 시즈코 님의 질문이시니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우에스기(上杉)나 유자(遊佐) 영토 방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과연. 좋아요, 그쪽이 원하는 가격에 사들이죠"


암석을 나무 상자에 되돌려놓으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돌멩이를 사들인다는 말에 놀란 세 명이었지만, 본인이 결정한 이상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않았다.


"과연 시즈코 님. 이게 무엇인지 알아주신 것 같군요. 뭐, 저도 시즈코 님께 배운 입장이니 잘난 척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헤헷"


"뭐 진짜라고는 생각하지만, 일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다음 번은 기다려 줘요"


"괜찮습니다. 외부인이긴 하나 잘 아는 녀석이 있어서 확인했습니다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뭐, 그 녀석은 '입막음'을 해 두었습니다만. 어이쿠, 이건 상관없는 얘기였군요"


"그리요…… 아야 짱, 돈을 가져와 줄래?"


그가 말하는 '입막음'은 '시체가 되는 것'이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이 암석이 시즈코가 예상한 대로의 암석이라면, 용도를 알고 있는 외부인이 파내게 되면 장사의 방해가 될 거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리라.


"(어이 시즈코, 이 돌멩이에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거야?)"


궁금해진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 귓속말을 했다. 다른 두 명도 궁금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할께. 일단 이 암석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면 쓸모가 있어. 아마도, 그는 이걸로 내가 뭔가를 만들 것을 계산에 넣고 있다고 생각해)"


"(……저 야비한 놈. 알았어, 일단 나중에 듣지)"


"상의는 끝나셨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이쪽을…… 분명히 시즈코 님도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서 떨어진 순간, 큐지로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시즈코의 앞에 있는 나무 상자를 옆으로 밀어내더니, 다른 하나의 나무 상자를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까의 나무 상자와는 달리, 장방형의 모양을 가진 나무 상자였다. 케이지가 시즈코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아까와 마찬가지로 경계하면서 나무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도 뭔지 잘 알 수 없었던 케이지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뒤에서 나무 상자를 본 시즈코는 약간 얼굴이 굳었다.


"시즈코 님, 돈을 가져왔습니다"


"……큐지로 씨, 이 쪽도 사겠어요"


아야에게서 억지로 돈이 든 견고한 나무 상자를 빼앗더니, 시즈코는 그것을 그의 앞에 놔두고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만큼 가져가도 좋습니다"




의외로 큐지로는 시즈코의 "원하는만큼 가져가라"는 말에 대해, 이마를 탁탁 친 후, 그가 본래 생각하고 있던 가격만큼만 나무 상자에서 꺼내갔다.


"헷헷헤, 보통의 상인이라면 통째로 가져가겠지만, 이 큐지로는 그런 천박한 짓은 안 합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수상쩍은 미소를 지으며, 큐지로는 돈을 받고는 나무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이후에도 다른 상담(商談)이 있기에,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시즈코 님, 달리 뭔가 필요하시면 부디 이 큐지로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수상쩍은 미소를 띄우고 큐지로는 남자와 함께 나갔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문을 지나 시즈코의 마을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큐지로의 곁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큐지로 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저만큼 큰 돈은 그리 흔하게……"


"아아?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건 나를 시험한 것일게다"


남자의 말에 큐지로는 멍청한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 큰 돈을 전부 가지고 가봐라. 나는 저 여자가 벌이는 신규 사업에서 빠지게 됐을 거다. 그리고 억지로 파고들면 오다 나으리께 찍히게 되겠지. 욕심을 부려서 그 결과 짭짤한 얘기에서 빠지게 되는 건 사양이다.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건 사카이(堺) 놈들로 충분해"


"네, 네에……"


"알겠냐, 장사는 그 자리에서 사고파는 것 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득과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배불려 줄 필요도 있지. 그 때의 투자가 나중에 큰 돈이 되어서 내 품에 굴러들어오는 거다. 요는 손해를 보고 이득을 취해라, 라는 게야"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라니…… 아이고―, 너는 정말 내 아들이냐. 조금은 장사의 기본을 이해해라. 오늘부터 오우미 상인의 장사 10계명, 그리고 산포요시(※역주: 三方よし,  판매자에게 좋고 구매자에게 좋고 세상 사람에게 좋고(즉 Win-Win)는 에도 시대 상인의 중요한 경제 이념으로, 판매자·구매자·사회(三方)에게 모두 좋은 것이라는 의미의 표현이다 -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를 복창해 둬라, 이 얼간아!"


큐지로는 노성에 움찔하는 아들을 한번 쳐다본 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아들은, 머리로 이해가 된 후에는 서둘러 큐지로의 뒤를 쫓았다.


한편, 암석과 '어떤 것'을 산 시즈코는, 암석을 한 손에 들면서 케이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말야, 도석(陶石)이라는 광석이야"


"도석……?"


"그래, 도자기를 만들 때의 원료. 오와리, 미노에서는 구할 수 없고, 다른 나라도 아직 발굴하지 않았으니 귀중한 거야"


도석은 단독으로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백색 연질의 암석이다. 하지만 도석은 오와리, 미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

가까운 곳에는 도석광맥(이시카와(石川) 현의 핫토리(服部), 카와이(河合) 도석이나 기후 현의 키요미(清見), 이사이(伊西), ・시부쿠사(渋草) 도석 등)이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타국의 영토이기에 마음대로 파러 갈 수는 없다.

애초에 도석 자체가 에도 시대부터 발굴되었기에, 전국시대에는 일단 볼 수 없다.


게다가 비금속이라고는 해도 광석을 파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갱도를 파지 않고, 지표에서 소용돌이치듯 파내가는 노천채굴이라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보통의 광산보다는 드는 비용이 적다.

노천 파내기는 광상이 지표에 가깝고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도석 채굴에 적합하다.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타국에서 광석을 파는 것 같은 요란한 활동을 하며, 그 토지의 지배자에게 반드시 들키게 된다.

노부나가가 상락하기 전에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의 계획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어쩔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무렵, 그 이야기를 들은 큐지로가 그쪽까지 가서 광산을 팠던 것이리라.


"용케 영주의 눈길을 끌지 않았군…… 저 자식"


"이건 철이나 구리, 은, 금과 다른 계통이니까. 즉, 제대로 가공하지 않으면 쇼우조 군이 말한 것처럼 '근처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거든. 쓸모없는 걸 상인이 파내더라도 아마도 신경쓰지 않은게 아닐까. 그리고 뇌물이라도 줬을지도"


어느 쪽이든, 이것이 진짜 도석이라면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본래의 역사에서는 도자기는 에도 시대 초기에 사가(佐賀) 현 아리타쵸(有田町) 동부의 이즈미 산(泉山)에서 백자광(白磁鉱)이 발견되고, 그것을 써서 자기를 생산한 아리타야키(有田焼)가 시초이다. 그 때 만들어진 도자기는 백색 단일색의 도자기였다.

8세기에 도자기의 기술을 완성시킨 중국이 만드는 도자기를 동경한 일본인에게, 백색뿐인 단색 도자기는 수요가 없어, 곧장 그림 문양과 장식이 있는 도자기가 생산되었다.

순식간에 백색 뿐인 단색 도자기는 밀려나고, 장인의 손으로 다양한 모양이 그려진 일본 그릇이 생산되었다.


도자기를 생산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번 도자기 굽는 걸 해보고 싶다, 는 별거 아닌 이유였다.

노부나가는 무력만을 믿는 원숭이가 아니라 문화인으로서의 깊은 교양을 가진 사람이다, 라고 어필하는데 쓸 수 있다, 라는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참으로 시즈코다운 이유였다.


"뭐어 쓸 수 있게 가공한 후, 장인들한테 만들게 해볼까. 나도 하나 만들어 보겠지만"


"호오, 시즛치는 도예의 취미도 있는 거야?"


"그런 고상한 취미는 없어. 단지 딱 좋은 기회니까, 한 번 체험해 볼까? 하고.

뭐 우선은 점토로 가공해야 되지만 말야. 아야 짱, 나무 통이랑 세토(瀬戸)의 흙을 수배해 줘―"


"알겠습니다. 세토의 흙이란, 세토의 도자기 장인들이 쓰고 있는 흙 말인가요?"


"응, 그걸로 부탁해. 도석 쪽은 나무 통이 갖춰진 후에 작업할 거니까 지금은 됐어. 이쪽의 나무 통은 내 방으로 옮겨 놓을게. 피곤하니까 내용물을 확인하는 건 나중에 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하나의 나무통 쪽을 들어올렸다.

의외로 무거운 듯 묵직한 무게를 손에 느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한 채 방을 나섰다.


"아, 다들 적당히 해산해도 좋아. 이제 사람이랑 만날 예정도 없으니까"


나가기 직전,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의 안색을 살폈다.

딱히 시즈코의 행동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것에 시즈코는 내심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방을 나서서 시즈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나무 상자를 방의 한복판에 놓고는 방의 문단속을 확실히 했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다시 방의 한복판에 놓여진 나무 상자를 마주했다.

살짝 뚜껑을 들어올리고 안쪽을 확인했다. 내용물이 변할 리는 없기에, 그녀의 예상대로의 물건이 나무 상자 안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어째서 쿠지로 씨가 이걸……?

아니, 애초에 어째서 내가 가지고 있던 것 이외의 현대 물품이 이 시대에 떨어져 있는 거야……?)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것, 그것은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검은 스포츠 백이었다.




스포츠 백은 상당히 대형 사이즈인듯, 80cm 정도의 길이였다.

게다가 그냥 스포츠 백이 아니었다. 주인이 오랫동안 애용한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방은 낡았고, 그리고 진흙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지워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핏자국이 가방에 배어 있었다.

가방의 주인의 피에 의한 핏자국일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는 모른다. 시즈코는 떨리는 손으로 스포츠 백의 지퍼를 열었다.

대량의 작은 비닐봉투와 묘목 같은 것들이 조금, 그리고 일기장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것이나 묘목이 신경쓰인 시즈코였지만, 우선은 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남의 일기를 멋대로 읽는 것은 조금 꺼려졌던 그녀였지만, 꺼림칙한 마음보다도 소유주의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 쪽이 강했다. 마지막 부분의 정보부터 보려고 시즈코는 뒤쪽부터 읽었다.


"6월 15일

드디어 딸이 이 집에서 나갔다. 아니, 나갔다는 건 올바르지 않다. 정확하게는 결혼하여 새로운 가족에게 갔다, 겠지.

하지만 뭐 결혼식에서는 기습을 받았어. 애초에 그 녀석이 유치원 때, 그 녀석을 위해 만든 옷을 가지고 나오다니 비겁해.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크게 울어 버렸어. 그리고 진정되었을 때 그 녀석이 말했어. 엄마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엄마 몫까지 애정을 쏟아주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어요. 나는 아빠의 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라고 말야…… 그래서 또 크게 울었어, 나. 어떡하지. 마누라 사진이 짠물 투성이가 되어 버렸어. 그 녀석의 결혼 사진을 마누라한테 보여줄 수 없잖아"


"8월 1일

딸이나 사위가 집에 자주 온다. 쓸쓸하지 않은 반면, 그 녀석들에게 너무 마음을 쓰게 한 걸까?

좀 떨떠름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꺼내 봤다. 역시 내가 혼자서 외롭지 않은지 신경쓰고 있던 모양이다.

사위는 같이 살자고 권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일단 뭣보다도 딸 부부가 두 사람의 가정을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인터넷에서는 자주 같이 살 생각을 해서 돌봄을 받으려고 부심하는 부모가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거지같은 놈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딸하고 사위에게 말했다. 같이 살자는 말은 굉장히 기쁘다. 하지만, 딸아, 네 가족은 네 옆에 있는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서방, 이런 영감을 신경써줘서 고맙네. 하지만 나보다 딸에게 신경을 써 주게.

괜찮아, 아직 노망들 나이는 아니다. 그리고 요즘, 가정 텃밭을 가꾸고 있는 덕분인지, 뱃살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

그렇게 말했더니 둘 다 웃으면서도 울어주었다. 그게 웃다가 나온 눈물이라고 아빠는 생각하겠다, 딸아"


"8월 7일

어지간한 과일이라면 심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넓은 마당의 유효 활용을 생각했다.

옛날에 딸이 넓은 마당의 이유를 물었었는데, 그 때는 주차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서라고 거짓말을 했었다. 응, 사실은 마누라랑 같이 가정 텃밭을 일구거나 꽃을 키우거나 하면서 같이 나이를 먹자고 생각했었다.

첫 단계에서 소용없어졌지만.

그렇군…… 마누라가 좋아했던 꽃, 딸과 사위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키워 볼까"


"8월 8일

이쪽에서 전화할 일은 없으니 긴장했다. 하지만 어째서 사위가 받은 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가 남자가 좋아하는 걸 물어본다는 게 얼핏 보면 위험하지 않을까. 뭐, 가정 텃밭에서 뭘 키울지 고민되서, 가족이 좋아하는 거라도 키워보려고 생각해서, 라고 말하면 되려나"



"8월 10일

사위는 젊은데도 야채를 좋아하는 건가, 조금 의외다. 회사의 신입들은 대부분 고기라고 대답하는데…….

뭐 괜찮겠지, 분명히 부장이 아는 사람 중에 농업의 프로가 있다고 말한 적 있으니, 내일에라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보자.

어디보자 딸이 좋아하는 게 시금치랑 배추, 귤이랑 수박, 그리고 쌀이군. 그리고 사위가 소송채, 백화두(白花豆), 백설콩, 감자, 레몬, 매실장아찌인가…….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두 사람 다 정말로 젊은이 맞아? 뭔가 시골 할아버지랑 할머니 같은 취향이네.

과일과 야채가 섞여 있으니 빨리 연락하는 편이 좋으려나. 일단 부장에게 전화해보자"


"8월 13일

부장의 수완과 빠른 행동에는 매번 질린다. 전화한 다음 날에는 유급휴가 신청을 했다니 대체 뭐야…….

아니 뭐 괜찮지만 말야. 하지만 시골은 굉장하네, 전화하고 며칠만에 물건이 모이다니. 무섭다, 시골 네트워크.

분명히 F1종이 아니라 고정종이라고 했는데…… 애초에 F1종이라는 게 뭐지? 씨앗에 뭔가 차이라도 있는 건가?

F1이라니 설마 F1 레이서 같은 거? 뭔가 잘 모르겠어. 나중에 구글에서 검색해보자"


"8월 14일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이라고 생각햇는데, 지정된 장소는 더 시골이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오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 대였을 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

묘목이라는 녀석을 받아야 하기에 출장갈 때 쓰던 스포츠 백을 가져왔는데…… 괜찮으려나.

역시라고 할지 소개받은 농업의 프로는 고집쟁이 영감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게는 비밀병기가 있었다.

나는 인사한 후에, 살짝 어떤 것을 그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부장에게서 '그 할아버지는 민채당(民菜堂)의 밤양갱(栗羊羹)을 좋아한다'라고 들었었다.

예상대로, 할아버지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효과 죽이는데!"


"8월 15일

버스 문제로 그 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술을 마셨다고 할아버지는 기뻐했다.

받아든 씨앗과 묘목을 확인했다. 씨앗은 시금치, 배추, 소송채,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okra), 수박. 묘목은 귤과 레몬과 매실. 예정 외의 품종이 매실장아찌용의 텐진(天神) 적자소라는 것과 풋거름용의 귀리 씨앗이군. 그리고 맥주 마실 때 좋다고 억지로 쥐어준 땅콩.

쌀은 토모호나미(ともほなみ)라고 하는 모양인데 너무 마이너해서 모르겠다. 애초에 쌀은 코시히카리(コシヒカリ)라던가 아키타 코마치(あきたこまち) 정도밖에 모르지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뭐라는 이름이더라…… 분명히 어려운 한자를 쓴 것 같은데…… 뭐 됐다.

어이쿠, 꽃도 확인이다. 제충국, 해바라기, 코스모스, 알로에벨라, 나무 알로에, 섬게선인장(金鯱), 프렌치 마리골드, 스트렐리치아, 마가렛, 로리에(월계수)…… 좋아, 전부 있군.

그런데 내 마누라지만 어째서 이 라인업인거지……? 갓난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 써놓고 보니 숫자가 많군. 뭐 이만큼 숫자가 많으면 우울할 일도 없겠지.


묘목은 타올이나 종이로 싸서 상하지 않게 하고, 남은 공간에 씨앗을 넣었다.

모는 크지만 씨앗은 몇백개가 되던간에 한 알 한 알이 작으니까 컴팩트하네. 모보다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

의외로 많이 들어가서 좀 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한 것은 실수였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에 돌아갔나 했더니, 바로 종이봉투를 한 손에 들고 돌아왔다. 뭡니까 그거, 라고 묻자 스낵파인의 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지인에게서 모를 받은 모양인데, 키울 생각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던 듯 하다. 뭐 괜찮겠지, 무리라면 그걸로 좋으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가 흔들려서 졸음이 오기 시작하니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 굿나잇"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음에 쓰인 문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꽤나 난잡하게 적혀 있었다.


"??월 ??일

여긴 어디야! 이상하다…… 나는 버스 안에서 자고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삼림 투성이인 장소에 있는 거야!

서, 설마 버스의 운전수가 나를 어딘가에 버리고……?

아니, 그럴 리는 없을 거다. 그런 짓을 해도 운전수에게 아무 이득도 없고, 뭣보다 짐이 무사하다. 하지만 어디야 여기……?

일단 일본…… 이지?

그리고 지금 깨달은 건데, 나는 칼집을 손에 쥐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칼집 같은 걸 짐에 넣은 기억이 없는데……?"


(칼집……? 분명히 영주님은 노파에게서 '검'이 '때의 서출'을 불러온다고 들었다고 하셨는데……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계속 읽어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다시 일기에 시선을 옮겼다.


"??월 ??일

코스프레 강도? 그도 아니면 묻지마살인범?

뭔지 모르겠지만 일본도를 들고 상투를 튼 남자들에게 쫓겨다녔다. 시대극의 코스프레인지 뭔지라면 다른 데서 해줘.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공격해왔다.

농담도 뭣도 아니라고 깨닫고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상대쪽이 유리했던 듯 금방 따라잡혔다.

살해당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들 중 한 명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료들과 뭔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단어가 굉장히 무서웠지만, 나는 작심하고 물어보았다.

너희들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호모? 라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속옷? 훈도시(褌)? 를 벗는 걸 보니 내 안 좋은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그, 그만둬 나는 그런 취미는 없어! 라고 정조의 위기?에 빠진 순간, 남자 한 명이 대나무가 쪼개지듯 두 토막이 났다.

강도 뒤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때는 진짜로 신이 나타났다, 고 생각했어. 그 녀석은 순식간에 도적들을 참살했다. 나는 한심하게도 눈 앞의 처참한 광경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월 ??일

강도?를 벤 남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간호해주었다. 일단 살았습니다, 라고 감사를 했다.

그 후에 남자가 어째서 나를 도왔는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별볼일없는 아저씨고, 뛰어난 재능도 없다.

말하긴 뭐하지만 가방끈도 길지 않다. 돈도 없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남자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정황 증거가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게 했다.

머리가 나쁜 나라도 그건 알 수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설마 SF영화의 주인공처럼 되어 있다니"


"??월 ??일

이 쪽으로 온 지 3일째, 나는 도와준 남자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전국시대에서도 돈은 중요하구나.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

나중에 이 짐은 꽤나 거추장스럽다는 걸 알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씨앗과 묘목은 가방째로 상인에게 팔아야겠다.

하지만 이 가방, 너덜너덜해서 사 줄지 불안했는데…… 역시 보기좋게 예상은 적중했다.

수상쩍은 상인이 사들이기까지, 마음이 꺾일 정도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수상쩍은 상인은 내 물건에 흥미를 보이며, 상당한 가격으로 사들여주었다. 가방을 한 번도 열지 않았는데 어째서 산 걸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묻는 것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말없이 팔기로 했다.

가방 안에 있는 마누라와 딸의 사진, 지갑과 휴대전화, 그리고 만에 하나를 위해 사탕깡통만 가져간다.

이 일기도 같이 놓아눈다. 괜히 가지고 있다가 눈에 띄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서 일기는 끊겨 있었다. 아마도 거기까지 쓰고 가방 안에 넣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는데, 페이지를 펄럭펄럭 넘기자 뭔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이 일기장을 읽은 사람에게 부탁한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이나 묘목을 키워주지 않겠나.

멋대로인 부탁인 건 알고 있다. 무리라면 버려도 좋다.

하지만, 이 녀석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탁한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시즈코는 노트를 가방 안에 넣었다.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고는 그녀는 드러누웠다. 이런저런 정보가 한꺼번에 머리에 들어와서 피곤해진 것이다.


(일기에 쓰여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 외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 노파의 말을 빌리면, 전원이 '때의 서출'인걸까)


적어도 가방의 주인은 때의 서출이다. 노트나 연필류를 사용하고 있으니 확실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남성에게 현실을 알려준 남자, 이쪽이 상당히 애매했다.

남성에게 전국시대에 대해서, 타임 슬립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걸 보면 이쪽 남자도 때의 서출이라고 생각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가 걸린다. 그 남자에 관해서는 단순한 타임 슬리퍼와는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가. 사람을 주저없이 벨 수 있는 감각과, 전국시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거야)


현대에서 사람을 베면 경찰에 체포되어, 법률에 의거해 처벌을 받는다.

살인귀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거라면 노트의 주인을 도울 이유가 없다.


(이 남자는 요주의 인물이네. 높은 전투 능력을 가진데다, 전국시대의 지식이 있다고 하면…… 성가신 인물이 되겠어)


성가신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태는 대단히 위험하다.

동료가 되어 준다면 좋다. 하지만 적대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죽일 필요가 있다.

역사를 알고 있기에 무서운 게 아니다. 역사를 알고 있으니, 눈 앞의 위험에 대해 회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었을 때, 기존의 역사 내용을 바꾸거나, 또는 없었던 일이 된다. 그게 오다 진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완전하게는 부정할 수 없다.


(일단 남자의 정보는 최우선 사항이네. 정보를 모아야지……)


자신과 같은 때의 서출, 그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불안이 시즈코의 마음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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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1 1567년 9월 중순



노부나가는 거성(居城)을 기후(岐阜) 성으로 옮겼다. 하지만 기후 성은 개수중이라, 이번의 시즈코와의 알현은 코마키(小牧) 산성에서 하게 되었다.

알현실에서 노부나가는 시종 기분이 좋았다.

세금으로 운반되어 온 쌀가마니가 예상 숫자를 크게 웃돌아 창고에 다 들어가지 않았기에 또다시 창고의 증축이 필요해졌지만, 그래도 노부나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면화의 장점을 증명하는 것을 가져왔다고 하더구나"


그것은 시즈코가 '면화의 장점을 체험하실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겠습니다'라는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것이 나올지, 어떻게 체험하는 것일지, 노부나가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네. 그리고 또 하나, 건축 재료로 쓸만한 소재를 가지고 왔습니다. 목면 쪽은 시간이 걸리므로, 먼저 건축 자재 쪽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내자 시즈코는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거기서 사이조와 케이지가 둘이서 쟁반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오……"


그것을 본 가신 중 누군가가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윽고 노부나가의 눈 앞에 쟁반이 놓이자, 케이지와 사이조는 인사를 하고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남만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축 자재, 콘크리트이옵니다"


"……흠, 매끄러운 표면이군. 멋진 솜씨라고 하고 싶다만, 하나뿐으로는 의미가 없겠지"


"영주님, 성급함은 금물입니다. 확실히 콘크리트는 하나입니다만, 이것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턱에 손을 대고 콘크리트 블록을 보았다.

이것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잠시 생각하겠다'라는 신호이다. 그는 미지의 것을 보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표현의 매끄러움은 훌륭하군. 마치 명도로 절단한 듯한 표면이다. 단단함은…… 호오, 상당하군. 두께가 있다면 화승총조차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면을 주의깊게 만져보거나, 콘크리트 블록을 들어올려보거나, 가볍게 두들겨서 단단함을 확인하거나 하면서 노부나가는 콘크리트 블록을 지긋이 검사했다.


"후훗, 콘크리트의 비밀인가. 막연하지만 알겠다, 시즈코. 이것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돌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영주님. 혜안에 감복할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엎드렸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네가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즐겁다. 그럼 시즈코, 이것을 만드는 재료는 무엇이냐. 설마 귀중한 물건을 쓴다고 하지는 않겠지"


"재료는 시멘트라고 부르는 석회석과 점토와 석고와 미량의 철의 혼합물, 자갈, 모래, 물, 공기입니다. 그것들을 어떤 혼합비로 섞고, 순서에 따라 가공하여 30일 정도 말려서 만듭니다. 콘크리트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재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만 전체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가집니다"


"무엇이라! 그것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경악했다. 재료가 하나같이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힘들여 구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렇기에 누군가가 깨달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네. 제법은 이쪽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과연 빈틈없구나. 거기까지 준비를 해 두었다니"


콘크리트의 제법이 기록되어 있는 서류를 받아들고 노부나가는 그것에 시선을 주었다.

써 있는 내용을 쭉 읽은 후, 그것들을 곁에 있던 소성에게 던지듯이 넘겨주었다.


"오카베(岡部)에게 건네주어라. 녀석이라면 이것을 써먹을 수 있겠지"


던져진 서류를 당황하여 받아든 소성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살폈지만, 노부나가가 한 번 노려보았기에 다급히 알현실에서 물러났다.


"그럼 다음으로, 면화의 장점을 이해하실 수 있는 것을 헌상하겠습니다"


노부나가의 앞에 있던 콘크리트 블록을 케이지와 사이조가 치웠다.

하지만 바로 다른 것을 둘이서 옮겨와서 그것을 노부나가 앞에 천천히 놓았다.

콘크리트 블록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놓은 두 사람은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호오"


그것은 두께가 있는 천 같이 보였다. 하지만 천을 그냥 겹쳐놓기만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안에 부드러운 뭔가를 채워넣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늘, 면화의 장점을 즐겨보시게 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이름을 이불(布団)이라 합니다"


이불은 일본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침구 중 하나다.

잘 때에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보온하며, 체중이 한 점에 집중되어 몸이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이 쓰이게 되는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서민이나 전국 시대의 무장들은 낮에 입고 있던 옷을 덮고 자거나, '깔개(寝むしろ)'나 '돗자리(寝ござ)'에서 잤다.

그것은 목면 등의 '솜'이 명나라와의 무역에서밖에 손에 들어오지 않는 고가품이었기 때문이다.


"영주님,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옵니다. 이불의 장점을 체험하시기 위해서, 잠옷으로 갈아입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호오…… 내게 여기서 잠옷 차림을 드러내라고 너는 말하는 것이구나. 재미있군"


화난 듯한 말투 치고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표정의 노부나가는, 일단 알현실에서 나갔다.

잠시 후 그는 잠옷을 입고 돌아왔다.


"이쪽으로"


까는 이불 위에 눕도록 시즈코가 손짓하자, 노부나가는 히죽 웃고는 까는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마찬가지로 솜이 채워져 있는 베개에 노부나가가 머리를 올린 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덮는 이불을 일단 들어올렸다.

아무 장치도 없다는 것을 노부나가와 가신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것이 끝나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발부터 천천히 덮는 이불을 덮어 나갔다.

어깨까지 덮은 후, 시즈코는 세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났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것와 차원이 다른 쾌적함이 노부나가를 감쌌다. 천천히 퍼져가는 기분좋은 따스함에, 그는 무의식중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장 그는 덮는 이불을 박찰 기세로 일어났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어깨로 숨을 쉬는 듯한 모습에 가신들은 놀라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한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 이것은 너무 쾌적해서 거꾸로 위험하다. 나도 모르게 이불에 몸을 완전히 내맡길 뻔 했다"


별 게 아니라, 노부나가는 이불의 마력 때문에 잠들 뻔했던 것이다.

오늘은 가을답게 시원한 기온이었기에, 노부나가가 자기도 모르게 졸음을 느낀 것도 어쩔 수 없다.

그 후 노부나가는 잠옷에서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다시 알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턱에 손을 대고 이불을 다시 바라보았다.


"흠…… 확실히 목면의 장점을 느꼈노라"


하지만 금방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콩이나 흑설탕의 예상 생산량의 보고를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포상으로 금일봉을 받았다.

견사가 날개돋친 듯 팔린 것에 대한 상이었다. 시즈코는 모르지만, 오다 마크가 붙은 오와리의 견사는 현재 교토나 사카이에서 화제의 상품이었다.

일류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의 견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에는 다른 것에 없는 특색이 있었다.

그것은 품질의 균일화였다. 견사를 만드는 데는 많은 공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대부분의 공정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질에 고르지 못한 부분이 생겨버린다.

견사를 10단계 평가로 말하자면, 통상의 견사는 9나 10에 해당하는 견사와, 1이나 2에 해당하는 견사가 섞여 있다.

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는 균일화되어 있기에, 5나 6의 견사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들여서 비싸게 파는 것이지만.


정작 시즈코 본인은 현금을 받아도 쓸 데가 마땅치 않았다.

상당한 금액이 내려졌지만, 애초에 그녀는 소비하는 쪽이 아니라 소비하는 것을 생산하는 쪽이다.

농기구 등을 사들일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모든 마을의 농기구를 새로 바꿀 정도로 많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다 쓰지 못하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의미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긴급용의 자금으로서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케이지, 사이조, 아야, 나가요시에게 분배했다.

나가요시는 시즈코를 섬기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훈련생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 명보다 다소 적었다. 그래도 상당한 액수이긴 하지만.


"호―, 통이 크네 시즛치는"


"이러한 배려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벼운 태도로 감사를 표하는 케이지와, 고지식한 분위기로 감사를 표하는 사이조였다.


"뭐 그 뭐냐, 고맙게 받겠다"


"보너스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금일봉을 받으셨다면 쓰시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지적을 하는 아야였다.

하지만 지금도 백성 치고는 재산이 많으면서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시즈코였다. 이 이상 돈이 늘어나봤자 죽은 돈이 될 것이 뻔히 보였다.


"하핫. 확실히 벽돌 만들 때 재료비로 꽤나 썼지만, 그래도 반도 못 썼어. 그럼 나 혼자서는 다 쓰지 못할 게 뻔히 보이니까"


"뭐어…… 시즈코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보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 쪽이 신경쓰이네. 금년은 콩이 풍작일 기미가 보이니까, 작년보다도 많이 수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지금부터 통을 잔뜩 준비하는 편이 좋으려나"


돈보다 밭의 작물이 신경쓰인다. 무욕이라기보다, 세상의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욕심의 소유주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만일을 위해 통을 수배해 놓겠습니다"


콩의 수확을 기대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은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고, 12월 초순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콩의 수확이 시작되었다.

천일(天日) 건조를 하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다, 각자 따로따로 작업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해서, 뿌리째 뽑아내서 전부 시즈코의 마을로 모았다.

뿌리를 아래로 해서 대나무로 만든 T자형 건조대에 기대어세워 말린다. 아무래도 모든 마을의 콩이 모이자, 그 수는 한 마디로 압권이었다.

천일 건조가 끝나면 탈곡을 하고, 껍질, 벌레먹은 콩, 안에 있는 벌레, 깨끗한 콩을 각각 분류한다.

순수하게 많은 사람 손이 필요하기에,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탈곡을 했다.

탈곡과 분류 작업이 끝나자, 통을 늘어놓고 각각의 마을의 수확량을 계산했다.

아사마치, 미소마치, 미츠마치, 타케마치, 모토마치의 재배 면적은 각각 20ha, 20ha, 20ha, 20ha, 50ha가 된다.

각각 18톤, 19.5톤, 16톤, 17.2톤, 52톤, 합계 122.7톤의 수확량이었다.

사탕수수는 모두 5ha로 공통되어 있으나, 대신 한계까지 틈새를 없애서 재배수를 늘리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사탕수수를 크게 키우기보다, 한번에 재배할 수 있는 숫자를 늘리는 쪽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은 간격을 140cm 정도 띄우는 사탕수수를, 80cm에서 100cm의 간격으로 재배했다.

결과, 통상의 재배보다 조금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밭 하나 정도라면 미미한 차이지만, 지금부터 밭을 늘려가면 이윽고 그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가 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간격을 파악하는 것이 금후의 과제가 된 시즈코였다.

중요한 사탕수수의 수확량은 처음이라는 것도 있어, 어느 마을이건 대략 1ha당 60톤에서 70톤의 평균 수확량이었다.

그리고 사탕수수의 총 중량에서 4할 정도가 설탕이 된다. 실제로는 조금 더 내려가서, 약 400톤이라는 3할 정도의 채취량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격적인 수확량이다.

노부나가는 앉아있는 것만으로 품 속에 콩이 대략 60톤, 흑설탕이라고는 해도 200톤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거기서 추가로 낮은 가격으로 콩과 흑설탕을 시즈코 등 백성들에게서 사들인다. 이것은 백성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사들이는 것이기에 불확정한 양이지만, 다른 것과 달리 킬로그램 단위로 거래했다.


그만한 양을 운반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더욱 큰일은 보관 장소이다.

하지만 쌀의 문제도 있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와 미노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성에 목제 사일로의 건축을 의뢰했었다.

그 덕분에 운반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보관 장소에 대해서 머리를 썩히는 일은 없었다.


쌀도 콩도 설탕도 납세가 끝났다.

그 이후에는 다음 봄까지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돌가마, 라는 게 완성되었다고 들었노라"


노부나가에게 콩과 흑설탕을 바치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작스레 노히메가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다.

시즈코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 상태였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네에…… 돌가마를 만들었습니다만……?"


게다가 그녀는 혼자서 찾아온 게 아니라, 시종들과는 별도로 귀인을 대동하고 방문했던 것이다.


"네가 노히메 님께서 말씀하셨던 시즈코인가?"


"나이는 우리들과 비슷해 보이는구나"


노히메와 함께 온 여성이 두 명 있었으며, 나이는 둘 다 20 전후라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볼 때 사이가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히메와 행동을 함께 했다는 것은,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중신의 정실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오오, 너는 처음이었구나. 이쪽은 키노시타 님(※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오네(おね, ※역주: 네네), 그리고 이쪽이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토시이에)의 정실인 마츠(まつ)니라. 아, 시즈코 밑에 있는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케이지)은 아니다"


"네,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시즈코는 이해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굉장히 좋게 느껴진 것을.

오네와 마츠라면 납득되었다. 뭐라 해도 아즈치(安土) 시절에는 집이 이웃이고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도 있어 다른 무장들의 부인보다 가깝게 사귀었다.

그 두 사람과 노히메가 어울리는 사이였다는 건 놀랐지만, 시즈코는 주군과 신하라는 점에서 뭔가 역사에 남지 않은 연결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오, 이게 돌가마인 것이냐"


돌가마가 있는 장소로 세 명을 안내하자, 노히메가 어린애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사용중인 돌가마를 이래저래 만져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만져보려고 했다간 전력으로 말려야 하지만.


"하면 시즈코야. 이걸로 어떤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는 것이냐?"


"어, 네…… 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닭찜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닭, 이라는 단어에 오네와 마츠가 반응했다. 닭이나 소, 말 등의 고기는 기피해야 할 대상, 이라는 것이 전국시대의 상식이다.

백성들은 그렇다치고 무사나 무가의 딸은 어릴 때부터 절에서 교육을 받는 일이 많다.

그 때문에 닭을 꺼리는 무장들은 지금도 많다.


"노히메 님, 닭은 기피해야 할 짐승고기입니다. 어째서 그런 것을……"


"호호홋, 무슨 말이냐 마츠. 네가 지금까지 먹은 들새와 닭에 뭔가 차이가 있더냐?"


마츠의 쓴소리에 노히메는 웃으면서 반론했다. 하지만 가벼워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말에는 강한 중심이 있었다.


"게다가 부처를 섬기는 땡중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고 태연하게 술이나 여자를 탐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들이 참는다는 건 이치에 안 맞지 않더냐"


"그, 그건……"


"윗사람이 저건 안 된다, 이것도 안 된다고 하는 건 맛있는 것들 뿐이다. 결국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게 되니까, 천한 자들은 먹지 말라고 하는 것 뿐이다. 그런 바보들의 헛소리 따윈 들을 필요가 없느니라"


과연 노부나가의 정실이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전국시대의 사람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 윤리관을 가지고 있기에 노히메는 노부나가의 정실이 될 수 있었던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 시즈코야. 어서 그걸 만들어서 내 혀를 즐겁게 해다오"


그 후, 오네와 마츠는 완성된 닭요리를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여, 시즈코의 몫까지 먹어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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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0 1567년 9월 중순



마에다 케이지 토시마스(前田慶次利益)와 카니 사이조 요시나가(可児才蔵吉長), 두 명의 무인이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었다.

애초에 호위대의 건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크게 말썽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우수한 무인을 뽑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군 내부에 있어서의 파워 밸런스의 붕괴를 의미한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에도 관계되므로, 누구나 유능한 가신을 내어주는 것을 주저했다.

결국 '유능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따돌림받던 무장들 중에서 두 명이 선택되었다.


우선 케이지는 양부인 마에다 토시히사(前田利久)가 노부나가에 의해 억지로 은거당하고, 그 대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오와리 아라코(荒子) 2천 관(貫)의 땅(약 4천 석)을 이었다.

그 때, 케이지는 양부를 따라 아라코 성에서 퇴거했다. 의지할 상대가 없는 케이지는, 세상을 구경하러 방랑 여행에 나설 결의를 했다.

그것을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부나가였다. 그는 케이지에게 "특이한 녀석을 섬겨 볼 생각은 없느냐"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던 케이지였으나, 노부나가가 유일하게 데리고 있는 여자 가신, 그리고 오다 가문 가신들이 약간이라고는 해도 여자 가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최종적으로 그는 "섬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거취의 자유를 인정한다"라는 조건부로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는 것을 수락했다.


한편 사이조에게는 케이지만큼 복잡한 사정은 없었다. 그는 사이토 씨(사이토 타츠오키, 斎藤龍興)가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멸망한 후, 오다 가문 가신을 섬기게 되었다.

노부나가는 처음에는 사이조를 장수로 만들려고 생각했으나, 무공이나 평소의 언동을 볼 때 병사를 이끄는 장수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이조를 히데요시의 수하에 두었으나, 그는 히데요시와 뜻이 맞지 않아, 곧 시바타 밑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전, 노부나가는 그를 시즈코의 호위대로 쓰려고 생각을 바꾸어, 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달리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두 명을 시즈코에게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예정외의 인물을 노부나가는 추가했다.

훈련생 취급인 쇼우조, 즉 훗날의 모리 나가요시이다.

나가요시는 미노와 오우미(近江, ※역주: 현대의 시가(滋賀) 현)의 건달이나 떠돌이를 모아 나가요시 군단을 결성했다. 그에 대해 근린 주민으로부터의 민원이 노부나가 가신들에게 들어갔다.

그 이야기를 노부나가가 들었고, 미노 평정주에 쓸데없는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우선 나가요시와 군단 전원을 포박. 치안을 어지럽혔다는 죄로 나가요시 이외에는 전원 처형. 당연하지만 나가요시 군단은 강제 해산. 그리고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자랐던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렸다. 최종적으로는 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교정은 무리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시즈코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그 밑에 두었다.

물론 시즈코의 마을이나 다른 마을은 노부나가의 직할지이므로, 이상한 짓을 했다간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것을 통고한 후에.

물론, 그 정도로 제멋대로 자란 나가요시가 태도를 고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보통의 마을과는 다른 시즈코의 마을의 세례를 그는 받게 된다.


먼저 마을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닭을 훔쳐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피냄새를 알아채고 비트만 가족이 현장으로 급행. 그리고 운나쁘게 고기를 먹는 도중에 그들은 마주쳤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심플했다.

영역 내에서 자신들보다 서열이 낮은 나가요시가, 수령인 시즈코의 것인 닭을 멋대로 먹고 있다.

군대보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늑대 사회에서,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당연하지만 처벌이라는 이름의 제재가 가해진다.

무기의 휴대가 허락되지 않은데다, 멈추면 몇 마리나 되는 늑대에게 공격받기 때문에 나가요시는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무기가 있었더라도,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즈코 님의 늑대는 영주님께서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신다"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나가요시였기에,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늑대를 다치게 해서 할복했습니다, 라는 건 수치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기에.


몇 번인가 그늘에 숨어서 피하려고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발견되어 쫓기게 된 나가요시는 노선을 변경했다.

늑대들은 시즈코의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보스인 시즈코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첫번째는 그 속셈을 눈치챈 케이지에 의해 저지되어 미수로 끝났다.

두번째는 용케 시즈코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의 방에 도착했지만 그의 운은 거기서 끝났다.

그 날, 어쩌다 잠버릇이 나빴던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온 나가요시를 붙잡더니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것이다.

완전히 수면 상태인 시즈코였지만 팔꺾기 역십자굳히기(腕ひしぎ逆十字固め) 등의 갖가지 서브미션 기술을 걸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에 나가요시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들은 아야는 현장에 급행했으나, 현장을 본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쉰 후에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요시를 못본 척 했다.

결국, 비명에도 끄떡없이 깊이 잠든 시즈코에게 아침까지 관절을 꺾였다.

뒤척임이 섞인 완급 조절을 포함하는 몇 시간에나 걸친 고문에 나가요시는 혼이 다 빠져나갔고, 이곳은 자신의 힘이 통용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후 그는 시즈코에게 뭔가 하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것이 너무 늦었다.


아야는 감시라는 임무에서는 해제되었지만, 평소의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시즈코지 나가요시가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나가요시의 지금까지의 악행도 보고에 첨부했다.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나가요시를 불러들여, 그를 설명도 없이 어떤 장소로 데려갔다.

그곳은 약간 몸이 움츠러들 정도의 높이가 있는 폭포였다. 대체 뭐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나가요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모리 요시나리는 이렇게 말했다.


"기어올라올 수 있다면 이번의 일은 묻지 않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를 폭포로 걷어차 떨어뜨렸다.

모리 요시나리는, 사자는 자기 새끼를 천야만야한 골짜기에 떨어뜨린다, 를 농담도 뭣도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던 것이다.

즉 폭포에서 기어올라오지 못하면 모리 가문에서 쫓아낸다,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가 하고 생각했던 나가요시도, 폭포에 걷어차여 떨어졌을 때부터 농담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죽기살기로 절벽을 기어올랐다.

간신히 기어올라온 나가요시였지만, 마지막에 또 하나의 불행이 그를 덮쳐온다.

시즈코에게 홀딱 반한 상태인 타다카츠에게, 어떤 경위인지는 불명이지만 시즈코 습격 미수의 건이 전해져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가요시가 갑작스럽게 불행에 직면하는 것은 좀 더 뒤의 일이다.




나가요시에게 그런 벌이 내려진 따위 모르는 시즈코는, 갑자기 순종적으로 변한 나가요시에게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방 의문은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나가요시를 단련시켜 달라, 고 해도 시즈코는 군인의 훈련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금방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서도 단련법이 다르기에,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사용하는 무기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모리 요시나리와 마찬가지로 창을 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 기본 전술은 '후려친다'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기병이 상대라면 후려치면 대부분 낙마시킬 수 있고, 보병이 상대라면 머리를 후려치면 기절해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찌르기'와 '휘두르기(払う)'가 쓸모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길이를 무기삼은 광범위의 '휘두르기'는, 몸을 빼서 피한다는 방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창으로 적병의 관절부나 목 등을 '찌를' 수 있다면,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후려친다'가 세 가지 동작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후려친다'는 동시에 '베기'도 가능하므로.

그것을 고려한 시즈코는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했다.


"으으으으윽……!"


"그래그래, 힘내―"


검도 등에서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자세가 되어도 균형을 유지하는 강한 다리와 허리이다.

지구력 및 밸런스 감각을 단련하는 것으로, 장시간의 혹사에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간(体幹)을 만든다.

특히 넓적다리를 중점적으로 단련하는 것으로 자세 제어의 핵심이 되는 근육을 강화한다.


그것을 최적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단련하는 방법으로서, 시즈코는 '야산을 달린다'를 나가요시에게 시키기로 했다.

사람이 밟고 걷는 길이 아닌, 문자 그대로 여기저기의 짐승의 길이다. 그것을 갑주를 입힌 채로 시키고 있으니 나가요시에게는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리라.

애초에, 산 아래로 돌아간 후에는 '1분간 스쿼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산 아래든 산 위에서든 힘든 트레이닝을 받는 것에 차이는 없지만.


"젠장! 어째서 그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으억!"


"아, 거기 구덩이가 있어…… 라니 이미 늦었네"


"크으으으!!!! 빌어먹을! 질 수는 없다!"


기합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 나가요시는 전속력으로 산을 달려올라갔다. 하지만, 금방 부엽토에 감춰진 구덩이에 또 빠졌다.


"……저기 말야, 일직선으로 돌진해서 어쩔거야. 용기와 무모함은 다른 거야. 무공을 세우고 싶다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우라고"


한숨을 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대꾸할 말도 없는지, 나가요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에도 조용하여, 산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나가요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단련하는 것은 신체 뿐만이 아니다.


"그 한자는 틀려. 이 글에서 쓰는 한자는 이쪽"


학문도 마찬가지로 주입했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게 쥐약인 나가요시는, 현대의 유치원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잇는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


"으그그그극…… 하, 학문 따위 무슨 소용이 있냐!"


"말 뒤에 감춰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주님의 애매한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잖아. 정확한 숫자의 계산을 하지 못하면 아군과 적군의 비교를 할 수 없어. 뭣보다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영주님을 따라갈 수 없거든"


불만을 입에 올렸지만 시즈코는 용서없이 정론을 후려쳤다. 찍 소리도 내지 못한 나가요시는, 이를 갈면서도 시즈코가 만든 문제를 풀어나갔다.


"알았어? 쇼우조 군. 싸움에 강한 사람은 굉장히 성실해"


"전하무쌍의 호걸보다도냐"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문제를 풀 줄 알았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놀란 시즈코였으나, 곧 작은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용맹과감한 호걸은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말야?

윗사람이 볼 때는, 그 호걸은 어디까지 활약할지 모르거든. 화려한 장면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면 평범한 장면이나 참아야 하는 장면에서는 몸을 아낄지도 몰라.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칠지도 몰라"


"……"


"쇼우조 군. 나는 말야, 네가 자신이 활약할 자리만을 찾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해. 화려한 장면도, 진흙탕스러운 장면도, 스스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 장면도, 어떤 때이건 주인의 명령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돌격하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일만의 병사라도 돌격하고, 물러서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뼈만 남더라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 그런 책임감이 강한 아이가 되었으면 해"


"……"


"아, 물론 이건 내 희망이고, 쇼우조 군이 그리는 미래는 달리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참고 정도로만 들어줘"


"흥"


그 말만 하고 나가요시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다.

나가요시의 태도에 시즈코는 어깨를 움츠리고는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 가까이 틀렸지만, 그걸 바로 말하진 않았다. 지적은 문제를 다 푼 다음에 한다고 정해두었으니까.




케이지와 사이조가 호위대로 임명된 지 수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각 마을은 쌀의 수확 시기에 들어갔다.

아사마치(麻町), 미소마치(味噌町), 미츠마치(蜜町), 타케마치(茸町), 그리고 시즈코가 있는 모토마치(元町)는, 각각 40ha, 40ha, 40ha, 100ha의 논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벼를 막 베어낸 상태지만, 거기서 시즈코는 대략적인 수확량을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아사마치는 873가마니, 미소마치는 909가마니, 미츠마치는 810가마니, 타케마치는 856가마니, 그리고 모토마치는 2611가마니, 합계 6059가마니가 되었다.

미츠마치만 다른 곳보다 숫자가 적은 것은 병해(病害)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해가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즈코는 병해 구역의 벼를 통째로 베어내 버렸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900가마니는 확실할 거라 예상했던 만큼, 병해의 발생은 뼈아픈 사태였다.


호박이나 고구마의 수확은 양호했다. 각 마을마다 매일 먹어도 내년까지는 버틸 정도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구마의 잎은 보존할 수 없기에 여름 야채로 먹었지만, 줄기는 토란 줄기로서 보존식으로 삼았다.

잎도 줄기도 다른 야채류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게다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몇 번이나 수확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시즈코는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콩은 풍양(豊穣)이라고 할 정도로 열매맺음이 좋아서 대풍작이 될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건 마치, 지금부터 노부나가가 상락(上洛, ※역주: 교토로 올라가는 것)할 것을 하늘이 축복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실(麻糸)은 슐리히텐 박피기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

당초에는 한 대였던 슐리히텐 박피기도 이익이 올라감에 따라 두 대, 세 대로 늘어나, 일괄 처리하기 위한 간이 공장까지 세워졌다.


견사(絹糸) 쪽은 자동 조사기가 6대 가동하여, 순조롭게 견사의 대량 생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견사를 생산해도 시즈코는 판매 루트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노부나가와 독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생산하는 견사는 노부나가 이외에 팔지 않을 것, 12개를 한 세트로 할 것, 가격은 노부나가가 시장에 내는 가격보다 낮을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타케마치나 미소마치, 미츠마치는 말할 것도 없이, 차례차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사이클이 갖춰져갔다. 노부나가는 그것들 전부에 견사와 마찬가지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

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생산한 것을 노부나가가 사들여, 그것들을 노부나가의 부하가 미노나 오와리의 상인들에게 팔아치운다.

백성들은 부업으로 수입을 얻고, 노부나가는 상인들에게 팔 때의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 WIN-WIN의 관계다.


모든 마을에서 판매용으로 생산되는 것들의 숫자는 많다.

꿀벌의 둥지를 가열압축하여 만드는 밀랍. 그것은 왁스나 접착제에 쓰이거나, 양초의 원료로서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의 수염은 '남만모(南蛮毛)'라는 생약, 심 부분은 접착제, 껍질은 섬유가 튼튼하기에 끈이나 짚신의 재료 등 버릴 것 없이 쓸 수 있다.

고구마의 줄기는 건조시키면 년 단위로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비타민 C, E, K, 칼슘, 폴리페놀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 숨겨진 영양식품이다.

뽕잎은 건조시켜서 찻잎으로, 영양 풍부한 뽕나무 열매는 흑설탕을 섞어 잼으로, 열매와 잎을 맺지 못하게 된 뽕나무는 벌채하여 목재로 만든다.

슐리히텐 박피기로 삼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나오는 펄프로 마지(麻紙, ※역주: 삼나무 껍질로 만드는 종이)도 생산되게 되었다.

곡지(穀紙, ※역주: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일본 종이)에 비해 치밀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는 마지는 일정하게 인기가 있었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왕유(王乳), 즉 로열젤리다.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값이 비싸지지만, 그 효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양한 상품이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오와리와 미노의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물건이 있으면 사람은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떨어진다. 돈이 떨어지면 마을은 풍족해진다.

그리고 상인은 이익을 얻으려고 중계 지점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물건과 돈이 흐르는 루트가 생겨난다.

동쪽으로는 미카와 국이나 카이(甲斐) 국, 서쪽은 교토나 사카이(堺) 등에서 상인들이 상품을 찾아 오와리, 미노로 왔다.


현대에서 말하는 전매 장인의 흉내를 내기만 하는 것으로, 노부나가는 군자금이 풍족해지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풍족해지는 것은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이 혜택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간사해서, 지금까지 시즈코나 그녀를 우대하는 노부나가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자들도,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자마자 아주 쉽게 태도를 바꾸었다.




쌀 수확으로부터 2주일 후, 각 마을은 노부나가에게 바칠 세금의 쌀가마니나 견사, 벌꿀 등을 차례차례 짐수레에 실었다.

준비가 끝난 짐수레가 어느 정도 모여들자 호위를 붙여서 출발시켰으나, 짐수레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장사의 행렬이 생겨났다.


"휘익―, 이게 전부 오다 나리께 가는 건가"


짐수레에 실려가는 쌀가마니나 상품을 말 위에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이만한 물자가 세금으로 운반되는 광경은 본 적이 없소"


마찬가지로 말에 타고 있는 사이조가 감상을 늘어놓았다.


"오다 나리가 어째서 시즛치(静っち)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게 이거였다니"


"케이지 님. 시즈코 님은 우리가 섬기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는 건 삼가는 게 좋을 듯 하오. 그리고 그 괴이한 복장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카― 뭐 어때. 본인도 문제없다고 하니까"


사이조와 케이지,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이상하게도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사이조, 너는 시즛치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고 하셔도. 희한한 분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소. 공가(公家)의 피를 이으신 분이, 백성들이 하는 일을 하시다니 들어본 적도 없고 말이오"


"흠…… 그야― 저 여자가 대지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대지의 사랑을 받는다?"


이상한 평가에 사이조는 눈썹을 찌푸렸다. 케이지는 작게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걸 봐라. 백성들의 얼굴을. 다들, 이 난세를 느끼게 하지 못하는 얼굴이잖나. 그리고 이 수확량, 이건 대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밖에 할 수가 없지"


"과연, 일리가 있군. 케이지 님이 아직 시즈코 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것이 이유인 것이오?"


"그렇지. 대지의 사랑을 받는 여자를 데리고 있는 오다 나리가, 어디까지 갈 지 보고싶어. 그러니까 당분간은 호위대 임무를 열심히 할 거다"


"매일 놀고 먹으면서, 목욕탕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케이지 님의 입에서, 호위대 임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사이조의 지적대로, 케이지는 호위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매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가끔 어딘가의 유곽 같은 장소에 가서는 며칠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급료는 빼먹지 않고 받고 있으니까 급료 도둑이라고 욕먹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즈코는 '카부키모노(傾奇者, ※역주: 튀는 행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됨)라는 건 그런 거잖아?"라며, 케이지의 말이나 행동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해심이 너무 깊은 것도 문제라고 사이조는 생각했다.


"아니, 그 말을 들으면 귀가 따갑지만 말야"


"거참…… 그럼, 슬슬 준비가 끝나겠소. 시즈코 님께서 부르시기 전에 그 분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사이조는 말머리를 돌려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지식하구만, 읏차"


사이조의 고지식함에 질린 표정이 된 케이지는 한숨을 쉬면서도, 말을 돌려 그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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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9 1567년 7월 중순



오다 가문 상담역에 임명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2개월 가까운 시일이 흘렀음에도 노부나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호위대(馬廻衆)나 병사의 이야기도 일체 없었고, 그들을 데리고 사람이 찾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농번기를 피해서 이야기하려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인 것이지만, 아무 말도 없는 상황에 시즈코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의 일거리는 '소금과 칠판의 생산 및 제법을 기록해라'라고 시즈코는 예감했다.

그것들에 필요한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갈대발(よしず)이나 발(すだれ), 그리고 그것들을 매달기 위한 재목(材木)이다.

칠판은 먹과 감물(柿渋, ※역주: 날감의 떫은 즙. 방부제로 사용)에 판형의 목재, 분필은 풀과 석고가 있으면 된다.

내친 김에 돌가마(石窯, ※역주: 참숯 제조용 가마)를 만들자, 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금방 문제가 발견되었다. 당시의 일본에는 벽돌(煉瓦)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벽돌만이라면 재료를 반죽해서 햇빛에 말리면 되지만, 돌가마는 내화(耐火) 벽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방식(連房式) 도자기 굽는 가마(登窯)의 건설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소성(焼成) 온도가 최고 1300°C 전후로 유지되는 도자기 굽는 가마는, 내화 벽돌을 양산하기에 최고의 가마이다.

의기양양하게 흑역사 노트를 펼쳐들고 도자기 굽는 가마의 구조를 찾아본 시즈코는,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자기 굽는 가마에 필요한 재료 목록에, 내화 벽돌이 쓰여 있었다.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내화 벽돌이 필요하다는 수수께끼의 딜레마에 빠진 시즈코였다.

고민한 끝에 간신히 그녀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화 벽돌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가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행히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마의 제작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인의 지식의 정수인 결과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벽돌이 구워질 리는 없었기에, 작업의 각 공정에서 실패하고, 그에 대한 원인 분석에 시간을 필요로 했다.

먼저 점토를 만들기 위해 토련기(土練機)가 필요한데, 이 기계를 설계했을 때 시즈코는 커다란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조립해 버렸다.

그 때문에, 토련기는 가동 직후에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며 뒤틀려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시즈코는 파손된 토련기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설계도와 파손 상태와 눈싸움을 하며,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내는데 2주일이나 소비한 끝에, 가동 후에 발견된 작은 문제점을 모조리 수정하여 토련기 2호기를 제작했다.

이번에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사용하면서 미세 조정을 반복하여 점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보였다.


그것만 극복하면 내화 벽돌을 만들수 있다, 라는 건 아니고 역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벽돌은 다 구운 후에 시간을 들여 식힐 필요가 있는데, 시즈코는 그걸 빼먹고 급격하게 식혀 버렸다. 당연하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간 벽돌은 그것에 견디지 못하고 수축된 후 갈라졌다.

내화 벽돌 제조용의 가마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앞쪽과 안쪽에서 온도차가 발생하여 균등하게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 대책으로서 연기를 내는 구멍 '연도(煙道)', 즉 굴뚝을 다른 것으로 교환했다.

무려 3미터가 넘는 긴 굴뚝으로 바꾸어 기압차에 의해 연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불을 안쪽까지 끌어들여 전달시켰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농업처럼 실천을 거듭하여 체득한 지혜와 달리, 내화 벽돌 제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기는 커녕, 그 실패조차 즐기고 있었다. 문제점이 있으면 원인 조사, 수정, 검증이라는 지루한 작업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런 진흙탕 생활이 1개월 반 정도 이어졌을 무렵, 간신히 제대로 된 내화 벽돌이 완성되었다.

구워진 벽돌의 숫자는 3백개 정도로 숫자는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열매를 맺은 것을 증거하듯, 내화 벽돌은 작은 망치로 때리면 금속을 때렸을 때처럼 높고 맑은 소리가 났다.

지금부터 수천, 어쩌면 수만 개의 내화 벽돌이 필요해지지만, 지금부터는 천천히 만들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화 벽돌에 대해 어떤 것을 잊고 있었다.

돌가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화 벽돌은, 강철을 제련 가능한 용광로에도 전용 가능한 전략적 자원이기도 한 것을.




"하―, 평화롭네……"


때때로 파발마를 통한 타다카츠의 편지가 오는 정도로, 시즈코의 마을은 평화 그 자체였다.

기술 전달은 그 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기쁘게도 성모용(成苗用) 2조식(二条植)의 인력 이앙기가 완성되었다.

다소 정비가 번거롭지만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내기에 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면화도 잘 자라고 있네…… 혼다 님이 직접 씨앗을 가져왔을 때는 놀랐지만……"


공동 면화 재배는 표면적으로는 노부나가로부터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타다카츠가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토가 관련되면 바로 장소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계획은 내년도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년까지 한 번은 면화 재배를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 '면화의 씨앗을 보고 싶어요'라는 어련무던한 말을 덧붙였다.

그걸로 씨앗을 손에 넣는다면 이득, 안 되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타다카츠의 행동은 시즈코의 예상을 벗어났다.


"시즈코 님! 씨앗을 가져왔습니다!"


설마 하던 타다카츠 본인이 씨앗을 전해주러 왔다. 두 사람의 편지의 중계 지점이 되어 있던 니와도 이것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니와가 말해도, 타다카츠는 '소생이 시즈코 님께 전하겠소!'라고 고집을 부리며 양보하지 않아, 결국 시즈코가 호출되게 되었다.


"시즈코 님, 모리 님께서 오셨습니다"


"으엑, 뜬금없네. 응, 알았어. 바로 갈게"


멍한 얼굴에 기합을 넣은 후,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오래 기다리셨…… 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서자,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성인 남성 두 명과 어린애 한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거대한 체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국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거구의 소유주였다.

다른 한 명은 고지식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야성미도 느껴지는 신비한 인물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항상 앉는 장소에 앉았다.

그녀가 앉는 것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위대의 건으로 왔소. 파발마도 보내지 않고 급하게 와서 미안하오"


"어, 아뇨, 문제없습니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도 미안하니 짧게 하도록 하겠소. 우선은 호위대를 소개하지. 오른쪽에 있는 것이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님,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이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역주: 카니 요시나가(可児吉長))이오"


소개된 사람들 중, 시즈코를 재미있는 녀석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케이지라고 불러줘. 당신이지? 얼마 전에 오다 나으리의 술자리에서 굉장한 전설을 만든 게"


(뭐야, 그 굉장한 전설이라는 게!?)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위로의 술자리에 시즈코는 참가햇었으나,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방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두의 태도가 싹 변했었다.

묘하게 저자세로 나오는데다, 그 이유를 물어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니와를 추궁해 봤더니 전력으로 도망쳤다.

노부나가는 변함없었지만, 그 '뭔가'가 영향을 끼쳤는지 노히메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소인은 사이조라고 합니다. 사이조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시바타(柴田) 님을 섬길 예정이었습니다만, 뭔가 사람이 안 모인다고 하여 급거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거기서 시즈코는 깨달았다. 마지막의 소년이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을.


"저어…… 그런데 뒤쪽의 소년은?"


"응? 아, 이 애는 내 아들이오"


묘하게 노려보는 소년에 몸이 움츠러든 시즈코는, 어색하게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지금도 물어뜯을 듯한 분위기에, 시즈코는 차남인 모리 무사시노카미 나가요시(森 武蔵守 長可)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은 쇼우조(勝蔵)요"


안 좋은 예감만 적중한다, 고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네에…… 그런가요. 자, 잘 부탁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순간, 그의 머리에 모리 요시나리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나가요시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픈 곳을 감싸쥐었다.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시즈코 님은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이시자, 영주님의 중요한 요인이시다"


"하, 하지만, 아버지. 아무리 영주님의 요인이라고 해도, 여자가 아닙니까! 이 사람에게서 제가 무얼 배우라는 겁니까!"


(어라―, 뭔가 얘기가 이상한 거 같은데?)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의문을 입에 올리려 했다.

그 전에,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힌 나가요시가 시즈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이라고는 하나, 여자를 섬기는 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저어―, 뭔가 불안을 느끼는 단어가 들리는데요……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요?"


작게 손을 들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묻자, 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군에도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소이다"


"네"


"그래서 쇼우조를 시즈코 님 밑에서 단련하게 하라는 명이시오"


"………………………………………………………………네?"


뭔 소리래 이 사람, 이라고 말할 뻔 했기에 시즈코는 다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단련을 시키다니 뭐를 말인가요?"


"그건 시즈코 님께 맡기신다고 합니다"


"(모조리 떠넘기는 겁니까……) 저기, 거부권은…… 없, 겠죠?"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아직도 기분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나가요시를 어떻게든 설득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딱히 불만은 없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에게 대들지 않았다.

특히 케이지 쪽은 시즈코가 어떻게 움직일지 즐기고 있는 듯, 히죽히죽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약―간 터무니없고 위험하지만…… 이 방법으로 갈까) 저기, 일단 쇼우조 군……이면 되려나. 나를 섬긴다느니 단련받는다느니 하는 게 불만인 거지?"


"……"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입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나는 독심술사가 아니고…… 뭐 이대로는 평행선이니, 여기는 승부를 해서 이야기를 결판짓자"


"승부우?"


괴이쩍다는 표정을 떠올린 나가요시였지만, 바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승부 = 무예 대결이라고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내가 이기면 얌전히 말을 들을 것. 지면 내가 영주님께 이 임무를 취소해 달라고 설득할께. 어때?"


"흥, 너 따위가 영주님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거냐"


"싫다면 승부를 거절해도 좋지만, 그 경우 너는 '여자가 승부를 걸었는데 도망쳤다'는 평판이 따라다닐 걸?"


신경에 거슬렸는지 나가요시는 눈을 크게 뜨고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그것에 내심 겁먹으면서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네"


"잠깐, 누가 거절한다고 했냐. 좋아, 그 승부 받아주지"


"좋아. 승부의 방법인데…… 말을 꺼낸 건 나니까, 내가 정해도 될까?"


"상관없다.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


나가요시가 함정에 빠진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모리 님. 죄송하지만, 승부의 증인이 되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모리 요시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후, 시즈코는 나가요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시 승부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승부의 방법을 정하는 건 나. 그리고 내가 이겼을 경우에는, 영주님의 명령에 따를 것. 제가 졌을 경우에는, 제가 영주님께 이 이야기를 없었던 걸로 해 주시도록 설득하겠음. 괜찮지?"


"그걸로 좋다. 그래서, 중요한 승부는 뭐냐? 말이냐? 활이냐? 아니면――――"


"아아, 응. 보기좋게 내 예상대로의 내용이네. 하지만 아니야. 내 승부는 굉장히 간단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붓을 손에 들고, 종이에 글자를 적어갔다.

괴이쩍다는 표정을 짓는 나가요시를 무시하고 뭔가를 다 적자, 시즈코는 종이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걸 일본의 말로 번역해봐. 훌륭하게 번역하면 네 승리. 번역하지 못하면 네 패배야"


전원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HIZUKO "Why don't you listen to me?"

SYOZO "No problem. Everything's fine"


번역)

시즈코 "어째서 내 말을 안 듣는거야?"

쇼우조 "괜찮아. 문제없다"


20초 가까운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그것을 깬 것은 나가요시의 절규였다.


"뭐, 뭐야 이게――――――――――!?"


"뭐냐니, 남만의 문자 중 하나야. 자, 번역해 봐?"


나가요시의 동요고 짜증이고 싹 무시하고 시즈코는 대단히 태연한 태도로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자, 장난하지 마! 뭐냐 이 승부는! 남만의 문자 따윌 어떻게 알아!?"


"장난이 아니야, 아주 진지해. 그러니까 몇 번이나 물었잖아. 승부는 내가 정해도 되냐고. 그에 대해서 너는 내가 정해도 된다고 단언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었다는 거야"


"뭣……!?"


여전히 뭔가 격하게 말하려던 쇼우조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국시대의 남만인이라고 하면 포르투갈인이나 스페인인중 하나로, 유명한 루이스 프로이스(※역주: Luís Fróis)도 포르투갈 출신의 카톨릭 사제이다.

그렇기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 뿐, 영어를 쓸 수 있는 남만인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이상, 시즈코는 '전국시대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승부에 영어를 쓴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무예로 승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단지 네가 그렇게 믿었을 뿐이야.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큰코 다치는 법이거든?"


"이, 이 비겁――――"


"적당히 해라"


부들부들 떨면서 고함치던 나가요시였으나, 그것은 모리 요시나리의 말 한 마디에 지워졌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 듯한 느낌에 시즈코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케이지도,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사내답지 않게 아우성치는 그 추태,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구나"


담담하게, 평소대로의 말투로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상냥해보이는 미소는 없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네놈은 시즈코 님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느냐.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라고 대답하지 않았더냐. 잊어버렸다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다. 상대가 반드시 네놈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네놈은 그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걸 잘 이해하고, 아우성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라"


"……"


"이 승부, 시즈코 님의 승리다"


모리 요시나리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의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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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8 1567년 5월 상순



지적 호기심에 들뜬 노부나가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없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강제로 깨워져서,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이것저것 질문공세.

도중에 몇 번인가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날이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술이나 전략 등의 군사 관계는 물론, 정치나 사회학, 나아가서는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아무래도 전문외라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있지만, 알고 있는 한도에서는 대답한 시즈코였다.

특히 노부나가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 중국의 삼국지 시대에서 난세의 간웅으로 불렸던 조조, 역사상 최대의 몽골 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5현제였다.

그들은 어떻게 대국을 건국했는가, 어떤 수법으로 대국을 계속 유지하였는가, 외적으로부터 어떤 수단으로 몸을 지켰는가.

병사의 숫자는, 진형은, 무장은, 지휘계통은, 등등 노부나가의 흥미는 끊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세계의 역사를 말만으로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칠판과 분피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부나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떻게 만들었느냐', '이것은 양산이 가능한 것이냐' 등등 질문공세를 받은 시즈코였다.

그것들을 끝내고 칠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역사를 설명할 때까지 반나절을 필요로 했다.


(마치 학교의 수업 같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부나가에게 타국의 역사를 설명했다.

한동안 역사 등을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지금까지의 내용을 되새겨보았다. 그 결과, 그의 흥미는 장르에 따라 편중된 곳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는 그야말로 '알아둘 뿐'의 레벨로, 자세히 알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종교는 어떤 시대에서도 해악이 될 뿐이다, 라고 더욱 종교 혐오를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것에 대해 네 의견을 들어보겠다"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소성이 뭔가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져왔다. 노부나가가 그것을 집어들자, 소성은 한 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났다.


"네가 만든 크로스보우를, 내 나름대로 개량해 보았다. 네가 볼 때 어떤지, 의견이 듣고 싶다"


"네, 네"


건네어진 크로스보우에 시선을 향했다.

시위를 당길 때 되감기 기구를 이용한 구조에서, 펌프 액션 같은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전상(前床)을 앞으로 당겨보았지만, 상당히 강한 힘이 아니면 당길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즈가 중형과 대형의 중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력을 희생하여 연사성을 높인 타입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시위를 당기는 구조는 이런 형태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구조 쪽이 적은 힘으로 강한 시위를 당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레버라고 불리는 막대기 형태의 것을 앞뒤로 왕복시켜서 시위를―――"


"그것이다!"


레버 액션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깜짝 놀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등을 똑바로 세우고 굳어버렸지만, 노부나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턱에 손을 댄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화살에 구멍을 뚫어 출혈을 유도하는 구조로 만들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렛대의 원리라는 걸 이용하면, 크로스보우의 시위 당김, 장전, 발사를 단시간에 할 수 있다"


"어, 저, 저기……?"


"선마로 일격이탈 전법을 사용하면, 적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부나가는 완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다.

말을 거러 방해하는 것도 꺼려졌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곁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는 칠판 앞에 서더니, 분필을 사용하여 뭔가를 써갈겼다. 칠판에 문자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겠지,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아, 직필을 손에 넣을 찬스였는데. 아까운 짓을 했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시즈코는, 아까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가 의식을 자신에게 향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성이 술자리 이야기를 전해올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고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즈코는 약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자문자답했다.

그 후, 소성에게 술자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도 얼결에 참가한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술자리에서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분명히 누군가가 술을 권한 건 기억에 있는데……"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자극하면서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몇 번을 해도 사고는 안개가 낀 듯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생각해내려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무장들의 태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노부나가의 측근들이, 시즈코를 보자마자 묘하게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그들은 그런 태도가 아니라, 어느 쪽이냐 하면 오만해보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물으려고 했으나, 다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도망쳤다.

그것이 시즈코의 불안에 박차를 가했다.


"아아―――, 대체,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


자포자기한 듯 외쳤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온전 시설의, 그것도 노부나가나 특정 인물만 사용할 수 있는 구획.

그곳에 있는 온천에 노히메는 당당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있는 것은 그녀 뿐으로, 같이 있는 첩은 조마조마해하며 출입구를 신경쓰고 있었다.


"후우―,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이 이 정도로 기분이 좋을 줄이야. 하여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사치로구나"


한 번 기지개를 켠 후, 노히메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빙글 돌리고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도 그런 곳에 서 계시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순간, 출입구가 거칠게 열렸다. 노히메의 말대로, 입구 저편에 노부나가가 있었다.

첩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직전에 가까스로 삼켰다.

노부나가는 그쪽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큰 걸음으로 탕 쪽으로 향했다. 그가 욕조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노히메는 시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는 것이 온천의 예의라고 들었습니다만?"


"흥, 그런 예의 따위 모른다"


"그런가요. 그럼, 이쪽은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하면 노부나가에게 작은 사발을 내밀었다. 그는 말없이 사발을 받아들고 그것을 보았다.

걸쭉하고 희뿌연 것과, 탱탱한 느낌이 드는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노부나가가 고개를 갸웃하자, 짓궂어보이는 웃음을 떠올린 노히메가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온천계란, 이라는 것입니다. 걸쭉한 식감이 재미있고 꽤나 맛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독 검사는 소첩이 확실히 해 두었습니다"


"그래놓고, 덴뿌라 때처럼 일본 최초를 빼앗아갔다는 거냐"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씀을 하시네요. 소첩은 영주님을 생각하여 독 검사를 했을 뿐입니다"


손톱만큼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않는 건 명백했지만, 노히메는 기죽은 기색도 없이 말했다.

잔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아진 노부나가는, 거칠게 사발을 기울이고 나무로 된 숟가락으로 온천계란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뭐, 나쁘지 않군"


"호호호, 영주님은 좀 더 진한 간이 취향이실까요?"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사발을 노히메 쪽으로 내밀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노히메는 사발을 받아들고는, 욕조 안에 가라앉아 있는 바구니 속에서 계란을 하나 집어들었다.


"시즈코는 이상한 여아로군요. 소첩들이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아주 쉽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심지가 굳은 구석이 있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어라, 술자리에서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시고 화가 나셔서 쟁반을 걷어차셨다고 들었는데요?"


"귀가 밝구나"


"곁에서 모시는 자들을 보면, 대략 예상은 가지요. 하지만 걷어차셨다는 건 거짓말이지요?

사실은 순종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셔서, 동요하신 나머지 일어나 버리셨는데 그 때 쟁반이 몸에 부딪혔다, 라는 걸까요?"


그 질문에 노부나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노히메는 눈만 움직여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찌푸린 표정과 침묵이 긍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노히메는 굳이 추궁하지는 않고 혼자서 이해하고 있엇다.


(본인은 술의 효과로 잊고 있지만, 무장들은 영주님의 분노를 보고 벌벌 떨었지. 그런 영주님을 앞에 두고, 당당했던 시즈코……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여아로다)


"영주님, 소첩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네나 마츠를 불러도 괜찮을까요?"


노히메를 한 번 쳐다본 후, 노부나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사용시의 조건을 말했다.


"한 가지만 지켜라. 내게 방해되는 짓은 하지 말도록"




영문모를 이유로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피하고 있는 시즈코는, 처음에는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금방 포기의 경지에 도달했다.

영문모를 일에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나, 타초경사를 범할 수도 없다.

노부나가 본인이 뭔가 말하지 않는다면, 주위의 부하들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 심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약간 우울해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 햇살이 기분좋아"


채네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자, 라는 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곳에 드러누웠다.


"옆자리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아야노코우지 님"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무렵,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여인 같은 얼굴을 한 예쁘장한 남자가 시즈코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드러누운 상태로는 실례였기에, 시즈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예쁘장한 남자는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시즈코의 옆에 앉았다.


"실례. 소생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역주: 타케나카 시게하루(竹中重治))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의 수상쩍어하는 태도를 느꼈는지, 예쁘장한 남자는 시즈코가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밝혔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시즈코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님자를 붙이면 등이 간질거려!)"


약간 움츠리며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타케나카 한베에라고 하면 많은 군공에 관한 일화나 미담을 남겼지만, 그것들 중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후세의 창작이며, 역사적 사실로서의 활약의 실태가 확실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나바 산성을 16, 또는 17명으로, 그것도 겨우 하루만에 탈취하거나, 노부나가가 가신으로서 등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등, 나름대로의 재능은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시즈코 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시간이 괜찮으신지요?"


"괜찮습니다. 일광욕을 할 정도로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외람되지만……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어떤 것이지요?"


일광욕이라는 부분에서 순간적이지만 표정이 변했던 타케나카 한베에였으나, 바로 원래의 예쁘장한 남자의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정가운데 직구 같은 질문을 입에 올렸다.


"천하통일, 인가요? 음―, 그러네요……"


새삼스레 생각해 봤지만, 시즈코는 천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명확한 비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본을 통치하는 것, 일까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느낌입니까?"


"법이라는 질서를 구축하고, 화폐,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고, 중앙관리하의 부(府)와 현(県)으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조세제도 개혁, 학교제도 제정, 사회생활 기반의 정비……일까요"


"과연,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제정하는 것이군요"


감탄한 듯이 한베에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디에 감탄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시즈코는 애매한 웃음을 띄웠다.


(누구든지, 저 오다 님조차, 천하통일이란 쿄(京, ※역주: 교토)를 제압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것에 명확한 반론을 했던 시즈코 님의 천하통일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는데…… 과연, 오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만하군)


교토에 있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에게도, 천하를 노리는 지방의 영주에게도 없는 일본 통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만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애매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상 따위가 아니라, 단계를 밟고 목표를 내걸어 실현의 절차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한베에는 무의식중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일어선 후, 한베에는 시즈코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시즈코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뭐였지?"


생각해 봤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시즈코는, 기지개를 펴고 다시 드러누웠다.


"느긋하게 낮잠을 잘 여유는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나가가 체재하는 동안에는, 낮잠을 잘 여유가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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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7 1567년 5월 상순



마치 재고 있었던 것처럼, 덴뿌라를 다 먹었을 무렵에 노부나가로부터 전령이 왔다.

내용은 서둘러 지정한 장소로 올 것, 이었다.

재빠르게 몸단장을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향했고, 약 5분 정도에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다.

노부나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마른 나무등걸에 앉아 있었다.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노부나가에게 다가가서 시즈코는 머리를 숙이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를 일별하더니 턱짓을 했다.

거기에 앉아라, 라는 의미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노부나가보다 높이가 낮아지는 장소를 골라 앉았다.


자세히 보니 노부나가는 혼자였다. 소성은 물론, 호위대나 수하 무장들도 없었다.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서로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내 질문에 거짓 없이, 진실만을 대답해라"


말투에 날카로움이 있었다. 아니, 말투 뿐만이 아니라 눈이나 표정, 나아가서는 분위기까지.

전신에서 예리한 일본도 같은 패기가 흘러나왔다.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노출된 시즈코는, 무의식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호, 혹시 이게 본래의 노부나가……?)


문헌 등에서 '노부나가의 부하들은, 그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축되었다'라는 말을 자주 본 시즈코였지만, 지금까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부나가 앞에 앉아보니, 그러한 문헌들이 과장도 뭣도 아니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다.

솔직한 얘기로,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시즈코,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렷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 단정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갑자기 핵심을 찔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도 있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헉!"


"좀 더 정확히 말하지. 너는 이 난세에 태어난 게 아니다. 물론, 남만도 아니다. 좀더 다른…… 뭔가 다른 장소라고 하면 될까. 어쨌든, 너는 이 일본에서 생을 얻은 것이 아니렷다"


"어, 아, 으……"


"네가 말해도 되는 건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다. 안심해라. 거짓이 아니라면 네 목을 칠 일은 없으니"


그건 반대로 말하면 거짓을 말하면 목을 치겠다, 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다.

사람을 물린 것, 그리고 뭣보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예'라고 대답할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예"


그녀는 단념했다.

증거도 뭣도 제시되지 않았지만, 노부나가는 그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 확증을 얻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대답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당연한 것, 이라는 느낌이었다.


"흠, 역시 그렇군"


"저어……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만, 언제 제 정체를 눈치채신 건가요?"


턱에 손을 대고 있는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런 부분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가능한 한 전국시대의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시즈코 본인 뿐이었던 모양이다.


"네게 그만한 지식을 얻게 하는 데 얼마만한 돈과 노력이 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너를 방치하는 건 있을 수 없지. 게다가 너는 중놈들의 영향이 지나칠 정도로 적다. 부처의 가르침을 소중하다고도, 그렇다고 경멸하지도 않는 태도. 결정적으로는 돈에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 자신이 가진 기술의 전수를 위해서 바보처럼 돈을 쏟아붓지"


"어, 저, 그게……"


"여기까지 말해도 모르겠느냐?

너는 존재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스승으로 모셨는지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는 것 치곤, 그 기술 자체는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전수하는 걸 아까워하지도 않지"


"그, 그건 영주님의 힘이 되도록……"


"그렇다고 해도"


시즈코의 변명같은 말을 노부나가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너는 한 번도 내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것은 하나같이 내게 이익을 가져오는 것 뿐이다. 내게는 너 자신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노부나가의 말은, 시즈코가 요구하는 것에 본인의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전국시대는 오랜 세월 주군을 섬긴 가신이더라도, 공을 세웠다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게을리하면 이반, 배신, 다른 주군으로의 변절은 당연하게 일어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진탕 욕을 먹고 쫓겨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욕심도 별로 없고, 성격이 까다롭지도 않고, 어설픈 인간도 아니다.

명령받은 일은 묵묵히 수행한다. 그리고 성공에 대해 우쭐하는 일이 없다.

겨우 2년 일하는 동안 수많은 공적을 세웠지만, 노부나가가 상을 주기 전에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노부나가는 일종의 공포심을 느겼다.


"그 외에는…… 그렇군, 하나 더 있다. 너와 만나기 조금 전에, 나는 이상한 노파를 만났다"


"노파……입니까?"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코미요이케(小澪池, ※역주: 정확한 독음을 모르겠음)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는 갑자기, 짙은 안개에 휩싸여 앞뒤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주위를 경계했을 때, 갑자기 노파가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는 나를 무시하고, 노파는 이렇게 말했다. '검'이 '때(刻)의 서출(落胤, ※역주: 귀한 집안의 사생아)'을 불러오리라'라고 말이다"


"'때의 서출'……?"


'서출이란 정통의 혈통에서 벗어난 아이를 말한다. 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간 등을 나타내는 말에 많이 쓰이고 있으니,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즉 노파의 말이 옳다면, 너는 우리들과는 다른 시간에 태어난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납득되는 이야기지. 애초에,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었는지 노부나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걸로 전부터의 의문이 해결되었다. 뭐, 네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나는 네 목숨을 지키겠다. 따라서, 너는 지금부터도 내게 재주를 보여라"


그 말에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인 후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그곳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분위기를 띤 노부나가가 아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에 넘치는 노부나가가 있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지식을 전부 넘겨라,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과 변함없이 주어진 일을 수행해라, 라는 명령이었다.

이것은 갑자기 시즈코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에 의해 주위에 불신감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없을 수는 없었다.


"네게는 지금부터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을 내리겠다. 그 지식, 머리 회전을 나를 위해 쓰거라"


시즈코에게는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이름은 달라도 실질적으로는 오도키슈(御伽衆, ※역주: 전국시대에 주군의 말상대를 하던 사람)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만일을 위해 확인하기로 했다.

노부나가의 경우, 드물게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으니까.


"영주님,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 하심은 대체……?"


"기본적으로 지금 하는 것과 별 차이는 없다. 내 질문에 대답하고,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필요한 권한은 내가 그때그때 주는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뒷일을 생각하면 신변 경호를 늑대에게만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겠군. 시즈코, 네게 병사를 500, 그리고 호위대를 내리겠다"


"으엑! 예, 옛……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라는 건 제가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호오, 네게는 뭔가 생각이 있는 거냐"


"남만에 있는 로마라는 나라의 군단병은, 전투 뿐만이 아니라 도시 건설의 익스퍼트…… 전문가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본받아, 토목건축 등의 기술에 특화된 부대, 즉 쿠로쿠와(黒鍬)와 전투를 양립시킬 수 있는 부대를 만들고 싶사옵니다"


쿠로쿠와는 전국시대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 토목 작업을 담당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퍼졌다.

군에 포함되어 쿠로쿠와슈(黒鍬衆)로서 운용되게 되어, 진지의 구축이나 다리의 건설 등 전략적인 토목작업에 종사했다.

전후처리로서 전사자의 수용이나 매장 등도 쿠로쿠와슈의 일이었다. 민간에서도 농기구로서의 '쿠로쿠와(※역주: 여기서는 자루가 짧고 각도가 예리한 괭이를 말함)의 원산지로서 유명해진, 오와리 치타(知多) 군(郡)의 토공 집단인 '쿠로쿠와구미(黒鍬組)'가 유명하다.


시즈코는 전투공병을 양성하여, 각지에서 토목, 치수 공사, 신규 농지의 개발, 도로 정비 등의 사회생활기반을 정비하는 부대로 만들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부대이기에, 어느 정도 전투도 하지 못하면 곤란하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였다. 위험해지면 전력차를 생각하지 않고 즉시 퇴각이다.


"그리고 기반을 쌓을 시간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그 이유는"


"남만에 있는 나라,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했습니다. '갑자기 지위던 무엇이던 이어받게 되어버린 자에게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맨 먼저, 그리고 즉각적으로, 기반을 다치는 것이다.' 저는 지금까지 수백 단위의 사람을 한번에 관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기반이 되는 관리 체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후회했다. 마키아벨리의 이름과 그 사상을 섣불리 입에 올린 것을.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노부나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역시나 그는 굉장히 좋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그 웃음은 사악한 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인가 하는 자는 좋은 말을 했군. 시즈코,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예, 옛"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사본을 내놓아라, 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현대에서는 객관적, 근대적인 정치학의 시조로 생각되고 있으나, 전국시대의 유럽에서는 카톨릭 교회의 대항개혁의 일환으로 금서 목록에 올라가 불태워졌다.

마키아벨리 자신도 "배신을 좋아하는 배덕한 작가"라고 계속 비난받았고, 18세기에 재평가될 때까지 '군주론'은 입지가 좁았다. 그만큼 중세 유럽 시대의 도덕이나 종교에 있어서는 문제 투성이인 '군주론'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노부나가에게는 관계없었다.


"남만의 도덕심 따위 필요없다. 내가 일본의 상식이니라"




그 이후에도 노부나가로부터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평소에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 부모나 형제는 잘 있느냐, 그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 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네가 살고 있던 곳에서는 어떤 정치 체제가 세워져 있느냐, 군은 어떤 관리 체제이냐, 규모는, 무기의 종류는, 적국에 침략받은 적은 없느냐, 만약 침략받았을 때는 어떻게 격퇴하느냐, 등등 사회나 정치 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었다.

게다가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백성이 우둔할 경우, 우둔한 통치자밖에 태어나지 않는다"

"의무교육은 일정한 지식을 준다는 점에서는 뛰어나지만, 동시에 우수한 사람을 매장시켜 버린다. 재주있는 자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을 갖춰 주어야 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좋지만, 벌칙이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

특히 나라의 돈으로 사복을 채우는 놈이 금고형이라니 언어도단. 참수에 처해야 한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매스미디어인가 하는 것들 따위는 없애버려라. 스스로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무능한 놈들 따위에게 존재가치는 없다. 오히려 해악이다"

"기술자를 경시하는 무능한 놈들 따윈 필요없다. 그리고 우쭐한 기술자도 필요없다. 평생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지 않는 기술자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냐"


등등 자신이 문제점이라 생각한 것들은 용서없이 쳐내버리고 자신의 지론을 늘어놓기도 했다.

가치관이나 생사관이 다르다고 말하면 그뿐이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무능한 자나 어리석은 자도 살아갈 수 있는 시즈코의 세계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으리라.

하지만 이국의 세계는 이상하다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는 게 노부나가였다.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장소가 생기면, 그곳에 보통 사람은 다가가지 않고, 대신 죄인들이 자리잡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깨어진 창문 이론……이라. 실로 훌륭한 이론이다"


"제 나라에서는 경비 파출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설치하여, 그곳에 사람을 몇 명 대기시켜 둡니다. 그 사람들은 정해진 범위를 순찰하고, 경미한 질서 위반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흠,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당장 검토해보도록 하지. 잘하면 간자 대책에 쓸 수 있겠다"


(……저는 슬슬 지쳤습니다…만)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가볍게 묻는 정도였다. 하지만 서서히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져, 언제부터인가 시즈코가 살고 있던 일본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자신으로부터 지식을 뿌리째 뽑아갈 생각인가 하고 시즈코는 일순 생각했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고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비뚤어짐이 없는 소년의 눈동자, 솔직한 미소, 그리고 왕성한 호기심. 그것은 겉과 속이 다른 곳을 느낄 수 없는, 자기도 모르게 반해버릴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남자가 남자에게 반한다, 라는 건 이런 심정일까 하고 시즈코는 문득 생각했다.


"선마(セン馬, ※역주: 거세한 말)라는 건 좋은 생각이다. 거세하여 성질을 억누르고 다루기 쉽게 하며, 적에게 빼앗겨도 번식에 쓸 수 없게 할 수 있고, 발정기에 흥분하게 하지 않는다, 였던가. 무사들 사이에서는 날뛰는 말을 좋게 치는 풍조가 있으나, 그런 한심한 생각 따윈 내다 버리면 된다. 그리고 편자(蹄鉄)였던가…… 흠, 그것도 검토해볼 가치는 있다."


"……저어, 생각에 잠겨있으신데 죄송합니다만, 슬슬 저택에 돌아가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이제 일각만 있으면 해가 질 거라 생각하오니"


지적받고 그제서야 깨달은 듯, 노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서쪽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두시간 정도면 거의 해가 질 거라 생각한 노부나가는 말없이 일어서더니 엉덩이의 먼지를 털었다.


"그럴 것 같구나. 돌아가자"


"예, 예!"


휴 하고 한숨을 쉰 시즈코도 일어섰다. 그녀는 먼지를 털면서 간신히 해방된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생각이었다. 노부나가는, 일어선 시즈코를 향해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야기는 저택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계속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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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6 1567년 5월 상순



그 후, 미카와 무사들은 니와의 저택을 물러나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말을 걷게 하여 미카와를 향했다. 가운데에 타다카츠, 오른쪽이 야스마사, 왼쪽이 마사시게, 주위를 그들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운데의 타다카츠는 생기가 없이 흐린 눈을 한 채로 입을 다물고 있어, 마치 장례식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자자, 기운을 내라"


잠시 말없이 말을 걷게 하고 있던 세 명 중에, 처음으로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야스마사였다.

그는 앞을 향한 채로 옆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넸다.


"으, 음…… 뭐, 뭐어 공동재배가 성립되면, 7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치게 되지"


만약 오와리 국의 노부나가와 미카와 국의 이에야스가 공동재배에 합의할 경우, 미카와 측은 타다카츠를, 오와리 측은 시즈코를 대표자로 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동재배라기보다, 시즈코가 양산하기 위한 재배방법을 확립하고, 그것을 타다카츠가 미카와 국으로 가져갈 뿐이지만.


"소생은 학문이 없기에, 여차할 때는 잘 부탁한다"


"뭐어, 그 여자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뭣보다…… 그렇군, 그 여자가 남을 속일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아"


동조하듯히 마사시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카츠가 반한 여자라길래 어떤 여걸인가 하고 흥미가 생겨 그를 따라왔던 두 사람이었는데, 만나보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무리 봐도 흔한 시골 처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순박, 나쁘게 말하면 어벙해 보이는 어린 계집애라는 게 그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즈코 님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아. 그 분의 마음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고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을 아낌없이 주는 햇님처럼 빛나고 있다"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다……만"


"당면의 과제는, 어떻게 주군을 설득하느냐로군"


"뭐, 그건 우리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주군과 오다 오와리노카미 님께서 어떻게 결정할지다"


맞아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야스마사는 가벼운 분위기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때까지 무공을 세워서 어엿한 무사가 되기라도 하면 그 여자도 돌아볼지도 모르지 않겠어?"


"그거다!"


예상 이상으로 큰 타다카츠의 목소리에 야스마사와 마사시게, 주위의 부하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두 손을 힘껏 움켜쥐면서 말했다.


"소생이 강해져 무훈을 세워서 입신출세하면 되는 거다! 음, 그렇게 정했으니 특훈이다!"


"아, 아니, 그……?"


폭주하고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 야스마사였으나, 이미 그의 목소리는 타다카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타다카츠는 말을 갑자기 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놈들아! 서둘러 미카와 국으로 돌아가자―!"


"호, 혼다 님―!?"


혼자 폭주하는 타다카츠를 몇 명의 사람들이 당황해서 쫓아갔다.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를 지키는 부하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야스마사와 타다카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버려둬라……"


피곤한 듯 한숨을 쉰 후, 야스마사는 동요하는 부하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내용을 알 수 없다고는 해도,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를 살짝 엿본 아야는 그걸 어떻게 보고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뭐가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밖에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모리 요시나리의 대답은 지극히 간결했다.


'당분간 감시는 관두고, 시즈코 님의 잔심부름에 진력하라. 그리고 시즈코 님의 소유물은 모두 돌려드리도록'


내용에 곤혹스러워한 아야였으나, 겨우 간자 한 명 정도에게 모리 요시나리나 노부나가가 모든 걸 이야기할 리가 없다.

따라서 노부나가의 뜻을 전한 모리 요시나리의 두 마디째 말은 '잔심부름에 진력하라'였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정보를 억지로 듣는 것보다, 상담이라는 형태로 기술을 끌어내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자신이 이어받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이해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이익만을 향유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이 타국에 유출되거나, 자신의 영토를 노림받거나 하는 디메리트도 받고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시즈코 쪽이다.

그녀에게는 노부나가의 비호 아래, 표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전국시대의 세상에서 여성 혼자 의식주의 불편 없이 안온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설령 목숨을 노림받더라도, 노부나가가 그녀 앞에 나서서 대처해주는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몸을 지킬 수 있으므로.


모리 요시나리는 아야에게 명령을 내린 후, 노부나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러 그의 거성으로 발을 옮겼다.


"시즈코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순조롭더냐"


보고하러 온 모리 요시나리에게 노부나가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질문했다.


"옛,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함부로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만, 저번의 대답은 '양호'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순조로운가. 크큭, 하여튼 녀석에게는 항상 놀라고 있지만, 이 계획은 나조차 간담이 서늘했노라. 설마 내 밑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저도 재료에서 뭐가 만들어질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성공하면, 그녀가 후하게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입을 다물겠지요"


시즈코는 오와리 후다이슈(譜代衆, ※역주: 대대로 한 가문을 섬기는 신하들)인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에 있지만, 실제로는 노부나가의 직신(直臣)에 가깝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 가문의 친족이나 자식들, 모리 요시나리나 젖형제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중신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등의 오와리 후다이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에다가 키가 크고(전국시대에는 아무리 미녀라도,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 추녀로 취급된다), 게다가 혼인을 하지 않은 노처녀인데도 대우받고 있다, 고 하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도 이상하지는 않다.

실제로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몇 번이나 그녀의 대우에 대해 노부나가에게 직소한 사람들은 있다.

그 때마다 노부타가는 "재주있는 자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내게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녀석 이상가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고 대답했다.

즉, "불만이 있으면 시즈코가 필요없다고 생갈될 정도의 재능을 내게 보여봐라"라는 것이다.


"녀석이 문외불출의 기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나, 그 기술을 잇기에 적당한 인재를 모아두어라"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그렇게 명한 후, 살짝 술잔을 기울였다.




미노 공략으로부터 1개월 후, 간신히 미노 평정이 정리된 노부나가는 특정한 가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싸움이 아니라, 미노 공략시에 특별히 공을 세운 자들만 모은 위로의 술자리를 여는 것 뿐이었다.

그 관계로 시즈코의 마을 및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부름받은 것은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 시바타 카츠이에,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 뒷날의 오다 군을 떠받치는 무장들.

쿠로호로슈(黒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카와지리 요헤에 히데타카(川尻与兵衛秀降), 아카호로슈(赤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마에다 마타자에몬 토시이에(前田又左衞門利家), 노부나가의 호위대(馬廻衆)인 후세 토우쿠로(布施藤九郎), 아사히 마고하치로(朝日孫八郎).

미노 공략시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번번이 오다 군을 괴롭힌 지략을 가진 타케나가 한베에 시게하루(竹中半兵衛重治)가 특례로서 참가자에 더해졌다.


쟁쟁한 멤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참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는 시즈코는 태평한 얼굴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 요리는, 남만 요리인 덴뿌라(天ぷら)입니다―"


그것은 덴뿌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유채기름을 채취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의 완성도를 확인하려고 생각했다.

기름이라고 하면 튀김요리, 하지만 고로케나 돈까스에 필요한 빵가루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메뉴를 덴뿌라로 변경했다.


"크흐흐…… 생산자만의 특권이네. 대량으로 기름을 쓰는 건, 이 시대에서는 사치니까"


재료는 어패류를 취급하고 있는 항상 드나드는 상인에게서 오늘 아침에 막 잡은 망둥이와 보리멸을 살아있는 상태로 바닷물째로 통에 넣어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직접 준비한 몇 가지의 산나물과 고구마이다.

망둥이는 겉보기에 기분나쁘게 생겼고, 보리멸은 등이 보통 알고 있는 바다 물고기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며 상인은 꺼림칙해했기에 상당히 값싸게 손에 넣었다.


"시즈코 님, 뭘 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진정해 주십시오"


"으, 미안해. 덴뿌라는 오랜만이라…… 오, 좋은 느낌으로 온도가 올라갔네"


전혀 반성하지 않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재료를 기름 안에 투입했다.

순간, 기름으로 튀기는 소리가 성대하게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에 평소에 냉정한 아야가 드물게 당황했다.


"시, 시즈코 님! 뭐,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진정해, 진정해, 워워…… 그야 튀기고 있으니까, 이 정도 소리는 나거든?"


약간 패닉 상태인 아야를 진정시킨 후, 그녀는 차례차례 튀김옷을 입힌 재료를 기름에 넣었다.

접시에 작은 산처럼 쌓여서 김을 풍기고 있는 덴뿌라를 보며 약간 겁을 먹은 아야는, 쭈뼛거리며 질문했다.


"이것……은?"


"남만 요리 덴뿌라.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야"


"튀김……? 요리는 찌고, 삶고, 굽는 세 종류 뿐입니다만……?"


"아니, 튀기거나 볶는다는 요리 방법도 있어. 뭐 튀기는 건, 보는대로 대량의 기름을 쓰니까, 그렇게 간단히 할 수는 없지만"


"네, 네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러고 저러는 와중에, 시즈코에 손에 의해 모든 재료는 덴뿌라로 변모했다.


"훗훗후, 이걸로 일본에서 최초로 덴뿌라를 먹은 사람이 될 수 있어!"


"호오, 네놈은 그런 가당찮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느냐"


큰 접시를 하늘높이 들어올리고 있던 시즈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녹슨 기계처럼 머리를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호호, 과연 영주님의 총애를 받는 만큼, 제법 재미있는 아이로군요"


거기에 있던 것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부나가와 낯설은 여성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 정도, 옷은 화려하지만 결코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머리 모양은 스베라카시(垂髪, ※역주: 여자 머리 모양의 한 가지; 앞머리를 좌우로 부풀게 하고 머리채를 뒤로 길게 늘어뜨림(지금은 황족(皇族)의 정장(正裝) 때의 머리))라는 풍모였다.

명백히 고귀한 신분인 것은 알겠지만, 중요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근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여성의 이름이 남는 경우는 드물었고, 설령 남았다고 해도 대부분은 통칭(通称, ※역주: 실명이 아니라 흔히 부르는 별명 등)으로 남는 데 그쳤다. 따라서 시즈코가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냉정함을 되찾은 시즈코는 큰 접시를 가까운 탁자 위에 놓고, 먼지를 털고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신분이나 이름을 몰라도, 노부나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당히 신분이 높은 여성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시즈코,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저 노란 것은 뭔지 설명하라"


하지만 시즈코의 생각 따위 신경쓰지 않는 노부나가는, 부채로 튀김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나, 남만 요리 중 하나인, 덴뿌라이옵니다"


덴뿌라는 남만요리가 조상이지만, '소재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는 요리법 자체는, 나라(奈良) 시대나 헤이안(平安) 시대에 쌀가루 등을 튀김옷으로 사용한 튀김 요리가 전래되어, 채소 요리(精進料理)나 싯포쿠 요리(卓袱料理, ※역주: 일본화된 중국식 요리) 등에 의해 일본에서 확립되었다.

한편, 16세기에 남만요리에서 파생된 '나가사키 덴뿌라(長崎天ぷら)'이 등장한다.

이것은 밀가루를 물에 녹여, 설탕, 소금, 술 등의 조미료를 더한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 튀김옷 자체에 진한 간이 되어 있기에 소금이나 튀김국물 등에 찍지 않고 먹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남만 요리에서 유래된 덴뿌라와 옛부터 있던 튀김 요리가 혼동되어 버렸기 때문에, 옛날부터 기원이나 어원에 혼동이 보인다.

그러한 경위도 있기에, 지금도 서일본에서는 생선살을 으깬 것을 튀김옷 없이 튀긴 것, 소위 말하는 '튀김어묵'도 덴뿌라로 부르는 지역이 있다.

여담이지만 현대의 덴뿌라와 거의 같은 것이 문헌 등의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간분(寛文) 11년(167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도(江戸) 막부(幕府)가 열린 것이 케이쵸(慶長) 9년(1603년)인 것을 생각하면 백년 가까이 시대를 앞당긴 셈이다.


덴뿌라의 어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며, 어느 설이 올바른지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설에는 포르투갈어로 사계절의 재일(斎日)을 가리키는 '템포라(tempora)'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사계절의 재일이란, 계절의 첫 3일 동안 기도와 금식을 하는 로마 교회의 독특한 관습이다.

이 기간 동안, 로마 교회의 신자들은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생선 등에 밀가루옷을 입힌 요리를 먹었다.

이 요리가 일본에 전해져 '템포라'가 '덴뿌라'가 되었다고 한다.


즉 시즈코의 설명은 미묘하게 틀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덴뿌라는, 나가사키 덴뿌라를 에도(江戸, ※역주: 현대의 도쿄)의 요리사가 '에도의 세 가지 맛'이 될 때까지 개량한 에도 요리이다.

그 조리법이 각지로 퍼져, 최종적으로 전래되었을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의 일본 요리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사를 잘 안다고 해도 요리의 역사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녀가 덴뿌라 = 남만 요리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호호, 남만 요리라니 특이한 것을 만드는구나"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은 여성이 노부나가보다 앞으로 나서더니, 그녀는 망설임없이 덴뿌라가 담겨 있는 접시 앞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시즈코, 노부나가나 그보다 뒤에 있던 시녀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덴뿌라를 한 입 먹었다.


"……흠, 표면의 것은 씹는 맛이 있는데, 안쪽에 있는 것은 부드럽구나. 두 가지 씹힘맛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식감을 내고 있도다"


"노, 노히메(濃姫) 님! 그, 그런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노히메라니 노부나가의 정실(正室) 부인이잖아!?)


자기도 모르게 노히메를 바라본 시즈코였지만, 당사자는 주위의 시선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영주님께서 총애하시는 아이가 나를 독살한다는 거냐,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아이야, 이름은 뭐라 하느냐?"


"으엑! 아,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시즈코, 오늘부터 나를 섬기거라"


그게 자연의 섭리인 양, 노히메는 아주 간단하게 문제 발언을 했다.

네라고도 아니오라고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노부나가에게 보냈다.


"시즈코는 줄 수 없다. 이 녀석에게는 아직 시킬 일이 많으니까"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 노부나가였으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히메와의 대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어머나, 남자가 질투하시면 기량을 의심받을텐데요"


"흥, 무슨 말이던 해라. 어쨌든, 네게 시즈코는 줄 수 없다"


노부나가와 노히메, 얼핏 보면 부부 사이는 나빠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에서 볼 때, 시즈코에게 부부 사이는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히메는 긴장감 있는 대화를 즐기고 있었으며, 노부나가는 긴장감 있는 대화에서 기분좋은 긴장감을 얻고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부부 사이는 양호, 하다고도 할 수 있다.


(위장이…… 위장에 중압이……!)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조마조마함의 연속으로, 도저히 안심할 틈이 없었다.


"뭐어 이 아이와는 오래 보게 될 예감이 드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영주님, 소첩에게 이 아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노부나가를 놀리는 것에 만족했는지 노히메는 생긋 웃은 후 주방에서 나갔다.


"곤란한 것 같으니. 시즈코, 나중에 할 말이 있다. 준비해 두거라"


"네, 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노부나가도 주방에서 나갓다.


"흐―음,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받겠지만…… 우선은 덴뿌라를 먹을까―"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시즈코는 후에 처절하게 후회하게 된다.

간단히 '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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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5 1567년 5월 상순



날이 밝기 전, 키묘마루의 저택에서 살금살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좋아, 여길 빠져나가면 그 이후에는 입구까지 일직선이다)


그 인물은 저택의 주인인 키묘마루였다. 그가 여기저기 경계하면서 걷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날, 기침병을 앓고 있던 키묘마루는 자신의 정체를 시즈코에게 말했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행위였기에, 며칠 머리를 식히라고 근신처분을 받게 되었다.

현대인의 발상으로는, 정체를 밝히거나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정도로 근신처분을 받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전국시대의 가장제도에서는 노부나가의 권한은 절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처자나 일족이라도, 가장의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를 의무가 있다. 거역하면 가장의 성패권에 의해 피가 흐르는 일조차 있었다.

설혹 일족이나 처자 쪽이 이치에 맞았더라도.


(아버님의 의향을 무시한 것이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야)


실은 노부나가에 의한 근신처분은 이미 풀려 있었지만, 그게 없어도 그는 외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키묘마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교육 담당자의 교육열이 다시 타올랐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꼼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노부나가도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키묘마루에게는 좋은 약이다'며 할아범을 격려하는 상황.


(여길 빠져나가면―――)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키묘마루 님"


골 지점은 눈앞, 그렇게 생각한 키묘마루가 발에 힘을 주어 달리려고 한 순간, 그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대로 굳어버린 키묘마루는, 녹슨 기계처럼 목만을 움직여 등 뒤를 보았다.

무표정한 할아범이 그곳에 있었다.


"자, 잠깐 화장실에… 말이지"


"화장실은 저쪽에 있습니다만"


아까까지 키묘마루가 걷고 있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할아범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지?"


등에 땀을 대량으로 흘리면서 키묘마루는 변명을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 뻔한 거짓말을 한 시점에서, 키묘마루의 발언에 신용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하여,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아니…… 마, 맞아! 오늘은 시즈코의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시즈코 님께는 당분간 가지 않아도 좋다고 영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게다가 시즈코 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지식이란 복수의 정보원에서 조사하여 비교하거나, 선인의 가르침을 듣거나 해서 최종적으로 몸에 붙는 것. 내 얘기에만 편중되는 것은 위험하고, 지식만 있는 껍데기는 우자에게조차 못 미친다' 고"


"으윽"


"'그리고 지식은 활용할 수 있을때 처음으로 지혜가 된다'고도 말씀하셨지요. 키묘마루 님, 오늘은 아침식사 후에 활과 말타기의 연습이 있습니다. 그러면 할아범은 준비가 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키묘마루 님, 부디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찍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정론에 얻어맞은 키묘마루는 할아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타다카츠에의 답신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노부나가에게 확인하고 시즈코가 답장을 쓰는 것보다,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명하여 답장을 쓰는 편이 세세한 점에서의 무례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급적 온건한 느낌으로 초대를 거절하는 내용의 글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맡긴 지 며칠 후에 타다카츠에게 도착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라는 인물을 조금 얕보고 있었다.


5월 8일, 시즈코는 니와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가장 많은 니와가 어째서 시즈코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명령을 내린 건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그의 집으로 가는 것 외에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으니까.


처음 찾아가는 장소였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예정된 시각에는 니와의 집에 도착햇다.

집, 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시즈코의 집보다 몇 배, 어쩌면 십수배는 큰 집이었다.

저택의 스케일에 압도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안내역의 몸종이 말을 걸어왔다. 님 소리를 들으니 등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얌전히 몸종을 따라갔다.

이 때, 그녀가 조금 더 주의깊게 주위를 관찰했다면, 낯설은 집단이 있는 것을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저택에 압도되어 있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즈코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들라 하라"


문 너머로 몸종이 말을 걸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입실 허가였는지, 몸종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다 열자, 문 저편에 있는 주인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한 인사를 끝내자, 몸종은 시즈코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흠칫거리는 느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시즈코의 왼쪽에 니와가 있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오"


그리고 오른쪽에는 혼다 타다카츠와 낯설은 남자가 두 명 있었다. 시즈코는 니와가 권하는 대로 그의 옆에 앉았다.


"소생,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혼다 헤이하치로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카키바라 코헤이타(榊原小平太)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혼다 야자에몽(本多三弥左衛門)이라 합니다"


시즈코가 앉은 것을 확인한 타다카츠가 이름을 밝히고, 두 남자도 그에 따랐다.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도쿠가와 일족의 신하…… 혼다 타다카츠,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혼다 마사시게(本多正重)의 세 명이라…)


도쿠가와 삼걸(徳川三傑)에 꼽히는 혼다 타다카츠와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카이도(海道, ※역주: 토카이도(東海道)를 말하는 듯함) 제일의 용사라는 별명을 가진 혼다 마사시게.

하나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들이지만, 이 때는 아직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으로 발탁되어 요리키(与力, ※역주: 이 경우에는 기병을 말하는 듯) 50기로 구성된 하타모토(旗本) 부대를 이끄는 장수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 세 사람이 니와의 저택을 방문했는지, 시즈코는 그걸 알 수 없었다.


"전에는 큰 폐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소생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 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타다카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타다카츠의 그 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시즈코는 어떤 결단이 내려졌는지 몰랐지만,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이해하고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쪽의 여성분께도 폐를 끼쳤습니다.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말을 걸자 시즈코는 조금 놀라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네,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오다(織田) 오와리노카미(尾張守)의 신하, 라고 말하진 않은 것은 아무래도 여자인 자신이 오다 일족의 신하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시즈코 님이시군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타다카츠는 자신의 뒤에 있던 보퉁이를 손에 들고 시즈코의 앞에 놓았다.

높이가 꽤 있는 보퉁이가 뭔지 모르는 니와와 시즈코는 내용물이 뭔지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타다카츠가 보퉁이의 봉인을 풀었다. 사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이 드러났다.


"오오……"


내용물을 본 니와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꽃이지만, 군데군데 크림이나 핑크색이 섞여 있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근래에 저희 미카와 국에 전래된 면화(綿花, ※역주: 솜)라는 꽃입니다. 까탈스러운 꽃이지만, 어찌어찌 피어 있는 꽃을 한 송이 구했습니다"


(면화……? 그거 7월이나 8월 정도에 만개했던 것 같은데……)


면화는 5월에서 6월 상순에 씨를 뿌리고, 개화는 7월에서 8월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벌써 개화한 목면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씨뿌리는 시기를 틀려서 우연히 성장해서 개화한 것 뿐이라 생각했다.


일본산 목면은 에이쇼(永正) 7년(1510년)에, 코후쿠지(興福寺)의 대승원(大乗院)에 남아 있는 '에이쇼 연중기(永正年中記)'에 '미카와(三川) 목면'을 연공 180문 만큼 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1530년 무렵에는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을, 상인들이 필사적으로 교토 방면으로 판매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목면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던 것은 미카와에서도 극히 일부의 상인들 뿐으로, 대대적인 판로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미카와의 상인들에게 뼈아팠던 것은, 명(중국)이 목면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시대 말기가 될 때까지, 일본산 목면이 관심을 받는 일은 없었다.


(으―음,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얘기려나. 꽃이 마음에 들었으니 씨앗이 가지고 싶다, 라고 말하면 의심받지 않을지도……?)


가치가 낮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시즈코가 면화의 씨앗을 손에 넣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게 그야말로 가치가 낮다, 는 점이었다.

미카와 국의 일부에서만 관심을 끄는 면화를, 꽃을 사랑할 만한 성격도 아닌 노부나가가 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호의적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수상한 언동이라고 주위에서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시즈코는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면화응 씨앗을 입수하려고 생각했다.


"소생은 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그대를 꽃에―"


타다카츠가 더듬거리는 느낌으로 말하고, 그 옆에 있는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것에 의식을 향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목면을 키울 방법, 그것과 노부나가를 설득할 방법을.


(이쪽에 왔을 때 입고 있던 내 셔츠…… 분명히 목면 T셔츠였을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그걸 쓰면 설명도 간단히 되려나? 아니, 안 돼. 그런 고도의 직물을 내놨다간 내가 의심받을 뿐이야. 그렇게 되면 다른 방법으로 목면의 장점을 알게 할 필요가……)


"……그렇게 되어, 그…… 시, 시즈코 님!?"


타다카츠의 미묘하게 큰 목소리에 사고의 늪에서 끌어올려진 시즈코는, 깜짝 놀란 얼굴로 타다카츠를 보았다.

그는 볼을 약간 붉히고, 작은 주머니를 움켜쥐며 이렇게 말했다.


"소, 소생과…… 소생과 함께 이 꽃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마음 속에서 잘게 씹으며 골똘히 생각한 시즈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받아들이겠습니다"




타다카츠의 마음은 날아오를 듯 했다.

다만 옆에 있던 마사시게는 쓴웃음을 짓고, 야스마사는 아예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는가, 그건 지극히 간단했다.


'면화의 공동 재배는 아무래도 영주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나라에서 재배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네요. 니와 님, 국경 부근에 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울까요?"


타다카츠는 자신과 결혼하여, 자신의 곁에서 함께 꽃을 키우자, 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미카와 국과 오와리 국의 공동 사업으로서 면화를 공동재배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메마사와 마사시게는 시즈코가 공동재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라고 바로 이해했다.

그렇기에 둘 다 어이없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두 사람의 모습과 시즈코의 말을 듣고, 뒤늦게나마 타다카츠도 이해했다.

자신의 말에는 중요한 부분이 모자라서, 상대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 하하……"


타다카츠의 얼굴에서 감정이라는 감정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엄청난 기세로 기쁨의 감정이 치솟았던 만큼, 실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빨랐다.


"어, 그럼 혼다 헤이하치로 님. 대답에 대해서는 뒷날에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만약 공동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네"


소위 말하는 탈진 증후군이 된 타다카츠는, 시즈코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네네 하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가엾어진 야스마사가, 니와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타다카츠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니까 말했잖냐. 네놈의 말투는 너무 빙빙 돌려서 거꾸로 알기 어렵다고.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해지도록 하라고)"


"(하, 하지만 말이다…… 도무지 쑥스럽달까…… 그……)"


"(확실히 여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면화를 준비한 건 너로서는 한 발자국 진보한 거다. 여자는 예쁜 걸 좋아하니까, 라는 내 조언으로 꽃을 떠올린 것도 칭찬해 주마. 하지만 마지막이 글렀다. 저래서는 같이 꽃을 키우죠, 라고 말하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아!)"


"(크윽…… 아니, 기다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것도 한 발자국 진보다. 뭣보다 면화 때문에 시즈코 님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 그렇다면, 이건 이거대로 좋다!)"


"(……뭐,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그걸로 됐다만……)"


한편, 시즈코도 니와에게서 귓속말을 듣고 있었다.


"(시즈코 님, 저 면화라는 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면화라는 꽃이 아니라, 열매 쪽에 가치가 있습니다)"


"(호오…… 괜찮다면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이라는 섬유는, 보온, 통기성이 우수하고 가볍습니다. 게다가 싼 값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섬유로서 평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뒷날의 이야기지만…… 뭐 괜찮으려나) 남만 얘기입니다만, 면화 재배는 인도라는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대영제국이 대대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수입이 좋은 사업입니다)"


"(그 정도의 것이라면, 이미 미카와 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게?)"


"(목면은 명에서 수입하고 있기에, 사카이(堺) 등의 상인들은 국산 목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카와 국의 사람들도, 목면의 가치를 깨달은 것은 극소수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판매자와 상품이 있더라도, 구매자가 없으면 장사는 성립되지 않지요)"


"(과연…… 하지만 가치가 낮다면, 씨앗 따윈 간단히 입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요?

어째서, 공동 재배라는 번거로운 방법을 취하십니까?)"


"(가치가 없는 것을, 합리주의자인 영주님께서 뜬금없이 원하신다고 말씀하지면 수상하지 않겠습니까?)"


"(……즉, 시즈코 님께서는 이 기회에 씨앗을 입수하여, 공동 재배를 한 후에 오와리 국에 도입하는 쪽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오와리 국에 전래되어, 그 후에 대대적인 생산을 하는 편이 좋다.

서둘러서는 일을 망친다, 라는 속담도 있다. 목면의 도입을 서둘렀다가 주위에서 불신감을 품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손해일 것이다.


"혼다 헤이하치로 님, 귀하의 이야기는 영주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대답은 뒷날 하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쪽도 갑작스러운 이야기로 크게 실례했습니다"


타다카츠가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숙이자, 그에 따르듯 니와도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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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4 1567년 4월 중순



"기침병을 어떻게 치료했느냐, 인가요"


아픈 부분을 쓰다듬으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을 되물었다.

여전히 노부나가의 주먹은 아팠지만, 꽤나 손에 힘을 뺐었던 듯 아픔은 금방 가셨다.

평범하게 불러줬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불평했지만,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의 뭔가 말하고 싶은 듯 가늘게 뜬 눈을 보고 시선을 피한 그녀였다.


"어떻게고 뭐고, 단지 병이 낫는데 효과적인 환경을 만든 것 뿐입니다만?

애초에 기침병의 원인은 수백가지나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침병, 감기에 특효약은 없다. 따라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즈코는 그 면역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환경을 만든 것 뿐이다.


"그것 뿐이냐? 뭔가 남만의 비술 같은 걸 쓴 것은 아니냐?"


설명을 다 들은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질문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기침병에 대한 특효약은 제가 아는 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치유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면역기능이라고 말하면 편하지만, 전국시대의 사람은 그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니까. 으으…… 의학은 전문외니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어려워)


"흠…… 원인이 수백가지가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들 수 없는 것인가"


"기침병은 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으로 낫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을 먹어도 금방 낫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감기의 치료법은 자신의 몸에 맡길 수밖에 없다, 가 현대에서는 통설이 되어 있다.

물론, 급격한 발열로 생명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의 해열, 소염, 진통 등의 대증요법을 취하는 경우는 있다.

항생물질 등에 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특효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석이 아니기에 생략한다.

즉, 그 이외에는 그야말로 '될 대로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라"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도록 채근했다.


"기침병은 미열이나 발열, 콧물의 과분비, 기침, 재채기,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제가 알고 있는 한도를 전제로 할 때, 기침병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병원균이라는 것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발병합니다"


"……"


"(체온을 올려서 면역력을 UP. 즉 백혈구의 작용을 평상시 체온보다 활발하게 한다…… 고 말해도 모르겠지. 병원균은 열에 약하다는 걸로 해두자) 대체적으로 이 병원균이라는 것은 열에 약합니다. 이 때문에 발열은 인체가 이물질인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의 온도…… 체온을 올려 퇴치하려고 하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체온을 올리면 몸에 이상을 일으키기에 병원균과 자신의 참을성 싸움이 됩니다. 재채기는 체온의 조절을 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콧물이나 기침, 구토는 몸 안에 있는 나쁜 것을 밖으로 꺼내려는 행위입니다"


"……"


"그리고…… 식욕부진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우선 사람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만…… 저희들이 먹을 것을 먹어 체력을 붙일 때, 우선 음식을 이빨로 잘게 씹어부숴서, 목구멍을 통해 위장 부분까지 이동시켜, 거기서 음식을 녹여서 몸에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킵니다. 이 일련의 흐름을 소화라고 부릅니다"


"……"


"(마, 말이 없는 게 괴로워……!

으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건가)저기, 실은 이건 의외로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입니다. 단단한 것이나 큰 음식을 먹는다거나, 또는 많은 양을 먹거나 하면 그만큼 소화에 큰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체력을 많이 사용해도, 그만큼 많은 음식을 몸에 흡수할 수 있기에 더하기빼기에서는 이득이 됩니다. 하지만 병 같은 긴급시에는, 마치 전쟁터 같은 것으로…… 알기 쉽게 말하자면, 병원균이라는 적을 물리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한가하게 논밭을 일굴 틈은 없다, 라는 몸으로부터의 통보입니다. 그것들을 잘못 판단할 경우, 기침병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키묘마무는 얼굴을 살짝 피했다.

아마도 무리하게 식사를 한 거겠지, 라고 시즈코는 예상했다.


"과연,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있으나, 우리들의 몸에는 처음부터 병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것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몸이 가진, 외적을 물리치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작용, 이것을 자연치유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침병을 치료하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무기는 항상 손질해두어야 하지. 손질을 게을리하면 여차할 때 쓸모가 없다"


"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손질의 방법에 대해서입니다만, 명나라에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사상이 있습니다. 이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매일 먹는 것은 뿌리가 같다, 는 생각입니다. 매일 먹는 것을 생각해서 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꾀하는 것, 이것을 식양생(食養生)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약선(薬膳)입니다. 뭐…… 뜬금없는 표현입니다만, 매일 몸의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합시다, 라는 것입니다만"


"그거에 대해선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기침병을 앓았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하고, 수분을 섭취하고, 식사는 부드러운 죽 같은 것을 소량만, 신속하게 방의 네 귀퉁이에 뜨거운 물이 담긴 통을 놓아 방을 덥히고(습도를 높임), 따뜻한 차림새를 하고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침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기침병은 자연의 건강법입니다. 기침병을 앓은 후에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듯 몸이 깨끗해집니다"


"호오, 꽤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마음에 들었다"


뭐가, 라고 말하려던 시즈코였지만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괜한 소릴 했다가 추가로 질문공세를 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으므로.


(그건 그렇고, 정말로 탐욕스러운 지식욕이네―)


시즈코가 하는 기침병의 설명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질문해온 노부나가.

거기서 다시 의문이 생기면 질문, 납득하지 못하면 지론을 입에 올려 토론 비슷한 것을 했다.

덕분에 설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그 빨간 책?

같은 것은 쓸모가 있구나. 내용을 복제하여 내게 가져오도록. 종이는 항상 하던 식으로 보내겠다"


"으엑!?"


빨간 책에 시선을 돌렸다. 최하 300페이지 이상은 되는 붉은 책을, 완전히 복사하라고 노부나가는 말했다.


(피, 필요없는 논문이라던가 법률 부분을 커트하면…… 가, 가능할까?)


슬프게도, 거부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노부나가에게 순종적인 시즈코였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미노를 손에 넣은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이오이우어?"


"시즈코 님, 입에 뭘 문 채로 말씀하시는 건 품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로의 주연(酒宴)입니다"


지적받은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 안에 든 것을 삼켰다.


"미안해. 그래서, 영주님께서 여시는 위로의 주연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게 나랑 뭐 관계가 있어?"


노부나가는 미노 공략에 특히 공헌한 자들에 대한 특별 보수를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와, 맛있는 술과 요리의 주연, 그리고 며칠의 휴가다.

뭔가 평범한 보수이며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도 아니라고 느낀 시즈코는, 아야에게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금은이나 장식품 등의 하사품이 주어진 후의 추가 보수라는 것이었다.

다만 미노 공략 직후라서, 상을 언제 내릴지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 며칠 동안 근처가 소란스러워 질테니 주의하라는 거?"


온천을 이용한다면 확실히 옆에 있는 노부나가의 별장이 쓰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 노부나가와 주요 무장들이 모이는 것이니, 당연히 호위나 시중을 들러 따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사전에 통보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느끼게 하지 말아라, 라는 속셈인가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예상은 간단히 뒤집혔다.


"아뇨, 그게 아니라…… 영주님께서 참가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4월 하순, 시즈코가 관할하는 각 마을에는 육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즈코 자신은 육모 작업을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작업을 지휘해서는 농업 기술의 계승이 완전히 끝나지 않기 떄문이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고 있느냐 하면, 농작업의 매뉴얼화였다.

지금은 전원이 1차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금후에도 각 마을의 백성들이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언 게임 방식으로 전해질 가능성도 있어, 그것들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농작업의 매뉴얼화는 필수였다.

하지만 매뉴얼화한다는 것은, 농작업의 기술이 쉽게 타국에 알려지는 디메리트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집필을 마친 매뉴얼을 사용하는 타이밍은 노부나가에게 맡기려고 생각했다.

그런 매뉴얼을 3분의 1 정도 썼을 때, 시즈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거…… 어떡하면 좋아……"


편지를 다 읽은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렸다.


"판단은 시즈코 님께 맡깁니다만, 답장에는 주의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아야가 표면적으로는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그러나 미묘하게 잔소리를 섞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마…… 이런 편지가 오다니"


편지의 발신인은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다. 그것도 미카와 국의 직위인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 ※역주: 하타모토는 본래 영주의 직속 호위에 해당하는 무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하타모토 선봉역(先手役)은, 단순히 호위 임무가 아니라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부대를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그냥 친위대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로서 보내온 상황이다.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안녕하십니까. 저번에는 대단히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또, 훈제 무 절임이라는 것을 잔뜩 나눠주셔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사죄와 답례를 겸하여, 그대에게 미카와의 맛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신, 그 주먹밥에 들어 있던 노란 것은 무엇인가요?'


단적으로 말하면 식사 초대였다. 즉, 현대식으로 말하면 이 편지는 러브레터, 내용은 데이트 초청이다.

편지에 쓰여 있던 글을 읽으면, 그에게 사심은 없고 순수한 호의로 초청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거절한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웠다.

애초에 거절하면 그의 체면을 뭉개는 게 된다. 이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편지로 초대받았다고 설렁설렁 가는 것도 문제다.

우선 도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이동은 리스크가 너무 높다. 게다가 오와리가 아니라 미카와이기에, 치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아―, 어쩌지……"


초청을 받아도 지옥, 초청을 거절해도 지옥.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

결국, 일 각 정도 고민했지만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시즈코는, 최종수단을 택했다.


"아야 짱―, 영주님께서는 이 편지에 대해서 뭐라고?"


그건 노부나가에게 판단을 모조리 떠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타다카츠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직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영주님의 판단을 듣고 싶네. 아마 거절하라고 하실 거 같지만……"


"그러네요. 시즈코 님이시라면, 미카와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실 것 같기도 하니까요"


"……저기, 아야 짱. 아야 짱은 나를 모시는 거지? 뭔가 요즘, 빡세지 않아?"


"무례를 무릅쓰고 주인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도 아랫사람의 도리입니다"


비난의 뉘앙스를 담은 말투였지만, 아야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 상태였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무렵의, 어딘가 벽이 있는 듯한 언동보다는 낫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좋아. 맞다맞다, 신사의 건축은 어떻게 돼가?"


"예정보다 빨리, 신전을 포함한 시설은 거의 건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뭔가 오카베 님께서 의욕이 넘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미노의 성 건축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쪽의 작업은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부탁했던 부속 시설은?"


"6할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즈코 님께서 명하신 것들 중에, 몇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기에 한 번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럼, 농업의 확인을…… 우선 재거름은 각 마을에 다 배포됐어?"


"각 마을에 있는 모든 밭에 산포가 끝났습니다. 퇴비도 산포 완료. 경운, 정지 등의 작업도 끝나서 토양 만들기는 완료되었습니다"


"오, 거기까지 스스로 한 건가. 토양산도계(土壌酸度計)가 없으니까 계측은 못 하지만, 그건 각자의 감에 맡길 수밖에 없으려나… 모 만들기는?"


"다이이치 님의 감상으로는 잘 되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솜씨좋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다만, 역시 올해에 생긴 마을의 백성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뭐 그렇지, 익숙하지 않을테니―. 뭐, 내년에는 모양이 잡힐 거라 생각하니,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으려나"


"계란에 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문제는 없습니다. 농업 관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야의 보고대로,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을 싹 없앴기에,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문제랄 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순조로운 시작을 보이고 있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당분간은 다이이치들에게 다 맡겨놓아도 문제없으리라.


"미소마치(味噌町: 된장 마을)에서 시험적으로 만들고 있는 장은?"


"다소 당황하고 있지만, 제법이 비슷하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장…… 아마, 간장이라는 이름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중요한 조미료거든. 다음, 아사마치(麻町: 삼베 마을)는?"


"마는 시즈코 님께서 설계하신 슈… 슈슈휘텐 박피기 덕분에,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생산량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슐리히텐 박피기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이 담당하고 있는 견사(絹糸, ※역주: 명주실) 쪽은 수차(水車)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繰糸機, ※역주: 실 뽑는 기계)가 가동하고 있었지. 그쪽은 어때?"


혀가 꼬여서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던 아야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헛기침을 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쪽은 더욱 생산량이 올라갔습니다. 다만 장시간 가동시키면 실에 균일하지 못한 부분이 생긴다고 합니다. 2각(※역주: 1각은 약 2시간)마다 한 번, 반 각 정도 쉬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질좋은 견사를 대량생산할 수 있기에, 영주님께서도 기뻐하고 계셨습니다"


견사는 누에고치에서 실마리를 뽑아낸 후, 목표로 한 굵기가 되도록 몇 가닥을 합쳐서 꼰다.

그리고 한 가닥의 생사로 집속된 후, 물레(小枠)라고 불리는 것에 감는다.

이 공정이 가장 시간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간다. 그래서 시즈코는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를 킨조에게 만들게 했다.

슐리히텐 박피기는 본래의 설계도가 있지만,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는 시즈코의 오리지널이다.

게다가 설계한 이유가 구동의 조사기를 보고 '자동화할 수 없나'라고 생각한 게 발단이라는, 그야말로 이과계열의 기술자 같은 이유였다.

결국, 그럭저럭 자동화 장치가 완성되어,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에 견사가 만들어진다는, 거의 자기만족적인 형태로 끝났다.

그 때의 경험을 지금 활용한 셈이다.


"마, 명주, 이쯤 되면 면도 있으면 좋겠네"


"면?"


"응. 뭐 그건 기회가 있으면, 정도면 될까. 이웃나라인 미카와 국에 전래되고 있을 텐데, 그쪽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물물교환으로 간단히 얻을 수 있겠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그게 정해진 미래 같은 말투……) 상인을 통해 입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야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고 대답했다.


"완성품은 필요없어. 나는 목면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거야. 즉,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그렇습니까. 미츠마치(蜜町: 벌꿀 마을)와 타케마치(茸町: 버섯 마을)에는 딱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흠흠, 순조로운 시작이라는 거네. 뭐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보고를 올려줘"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 편지를 어떡할지 생각해 볼게"


밝은 목소리로 손에 든 편지를 살랑살랑 흔드는 시즈코였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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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3 1567년 4월 중순



그 날은 아침부터 쾌청하여 그야말로 전쟁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미 항례 행사가 되어 있는 이른 아침부터의 평범한 전투는 중지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수행했다.

그렇기에 사이토 측의 병사들도 항상 하던 대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 생각했다.

이미 기력만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곧 그 기력을 지탱하는 마음은 꺾이게 된다.


에이로쿠(永禄) 10년(1567년) 4월 14일의 오전 9시 반, 드디어 오다 군은 이나바 산성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선두에 나선 것은 오다 가문 가신 제일의 무투파, 모리 요시나리.

그의 맹수의 포효 같은 외침은,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발이 굳어버릴 정도였다.

그 뒤를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이나 병사들이 따랐다.


전황이 이해되지 않는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었지만, 곧 자신들이 있는 곳이 격전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항상 하던 대로 다른 곳에 원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오다 군의 맹공을 받고 있어 우리에게 원군을 보낼 여유 없음'이었다.


"사양할 필요 없다! 지금까지의 울분을 놈들에게 풀어라!"


"병사들이여! 다른 놈들에게 뒤쳐지지 마라! 눈 앞의 적을 베고, 베고, 닥치는 대로 베어라!"


각 무장들의 외침에 호응하여 오다 군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그 열량은 킨카(金華) 산을 뒤덮을 정도였다. 말단의 병사들조차 기염을 토하며 날뛰는 상태를 보고, 사이토 측의 병사들은 간신히 이해했다.

오다 군은 전군 전력의 총공격을 걸어온 것이라고.


성주에게 전령을 보내라, 고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거듭된 싸움으로 피로가 축적되었고, 게다가 총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였기에, 병사들의 대부분은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명령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향해 말한 건지 알지 못하고, 그리고 의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은 그냥 밀어닥쳐오는 오다 군과 싸움을 계속했다.

분명히 '누군가'가 전령이 되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그만둔 것처럼.

그 병사들의 피로에 의한 사소한 실수가, 사이토 타츠오키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한편, 오다 군 총공격의 혼란을 틈타, 히데요시는 이나바 산성의 뒤쪽 계곡에 있는 미즈루테라 산(瑞琉寺山, ※역주: 정확하지 않음. 구글 검색에서도 딱히 걸리는 게 없었음)의 샛길로 들어서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것은 하치스카 마사카츠(蜂須賀小六)나 산기슭의 사냥꾼인 호리오 요시하루(堀尾茂助) 등 겨우 7명이었다.

동굴을 통해 이나바 산성으로 침입한 히데요시는 주위를 경계했으나, 아직 총공격의 소식이 도달하지 않았는지 성 안은 전시 특유의 분주함은 있었으나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마침 잘됐다는 듯 히데요시는 더욱 안으로 침입하여, 성의 병사들을 베어넘기고 나뭇간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쓰러뜨린 성의 병사들의 창끝에 허리에 매달고 있던 표주막을 묶더니, 그걸 한 손에 들고 큰 바위(텐구이와, 天狗岩)로 올라갔다.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아아아아~~~~~!!"


히데요시는 정면의 성의 정문 쪽에 있는 오다 군에게 들리도록, 보이도록 표주박이 달린 창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승전보를 외쳤다.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히데요시의 승전보는 양 진영의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그 반응은 정반대의 것이었다.

오다 군은 히데요시가 기습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하고 더욱 공격에 힘을 넣었으나, 사이토 군은 성이 함락되었다고 착각하고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다.

몸을 지탱하고 있던 마음이 산산조각난 사이토 군은, 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눈 앞을 오다 군이 지나가도, 떨어뜨린 어깨를 올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뭇간에 불이 질러지고 정면의 성 정문이 함락되자 간신히 타츠오키와 중신들은 현재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오다 군이 6일 동안이나 성과를 올리지 않는 상황에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겨우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성의 뒷문 쪽에서 히데요시들이 기습을 걸었고, 정면의 성의 정문에서는 오다 군이 물밀듯 밀고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항복이나 자결 중 하나이다.


타츠오키의 결단은 빨랐다.

목숨을 아까웠던 그는 오다 군과 칼날을 맞부딪히는 일 없이 빠르게 항복을 선택했다.

그 결단에 각오를 굳힌 가신들이었지만, 타츠오키와 타츠오키 주변의 아첨꾼이나 알랑꾼들이라 야유받던 가신들만은 달랐다.


타츠오키는 항복을 전하는 사자를 보낸 후, 몸단장을 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물론, 이건 새빨간 거짓말로, 그는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급히 긁어모은 후, 일개 병졸 같은 차림새로 갈아입고 성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항복하면 무슨 말을 하던 반드시 목이 잘려 효수될 것이다, 라고.

즉 그는 보신을 위해 미노의 통치자로서의 책임을 내던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어서, 그들도 들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손에 들고 타츠오키와 함께 도망쳤다.

남겨진 가신들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들이 킨카 산을 내려가 배를 타고 성 아래의 나가라 강을 따라 한참 내려갔을 무렵이었다.

결국, 몇 명이나 되는 가신들로부터 품행을 바로잡을 것을 간언받았어도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던 타츠오키였다.




타츠오키의 항복을 받아들인 노부나가였으나, 그 이후는 전광석화, 그리고 난세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럴 때, 성 안에서는 승자에 의한 폭력과 행패가 당연한 것인데, 노부나가는 측근을 포함한 병사 전원에게 그것을 금지시키고, 위반하는 자는 누구든 참수하겠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것은 엄격하게 지켜져, 부녀자를 폭행한 상급 아시가루(足軽) 다섯 명이 변명도 해보지 못하고 참수되었다.


다음으로 노부나가는 살아남은 미노의 병사들을 전원 무장해제시킨 후에 하산시켰다.

그에게 오와리(尾張) 병사의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미노 병사들은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탐이 났다.

병사들을 하산시킨 후에는, 여자나 어린아이, 노인 등의 보조 전투원이나 비전투원을 하산시켰다.

마지막으로 성 안에 남아 있는 무구류를 전부 내가게 한 후, 그제서야 노부나가는 이나바 산성에 입성했다.


입성하자 곧 타츠오키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한번 웃을 뿐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타츠오키가 있었을 방에 가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토 가문 가신들이 있었다.

다들 흰 소복 차림이었다.


"적이지만 너희들의 싸움, 실로 훌륭하였다"


그 말에 사이토 가문 가신들은 의미를 알 수 없어 멍해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배를 가르기 전에 네놈들에게 묻겠다. 스스로의 목숨을 내게 바칠 기개가 있다면,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나를 섬겨라. 하지만 나는 강요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주군에 대한 충의를 지킬 것인지, 나를 섬길 것인지는 네놈들이 정해라"


마지막으로 그들을 일별한 후, 노부나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어서 주요 오다 가문 가신들도 자리를 떴고, 남겨진 것은 그들을 감시하는 병사들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말에 그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전례가 없는 태도다. 노부나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걸 알 수 없어 그들은 미지의 존재와 조우한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 후에 다시 한 번 숙고한 끝에 간신히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패배한 자신들에게도 꽃을 들려준 것이라고.


그걸 모욕이라고 받아들일지, 온정이라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달랐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도 각자 달랐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고 미노를 떠났다.

어떤 사람은 사이토 가문에 대한 충의를 위해 자결했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 흥미를 가지고, 섬기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되었던 것은 누구도 타츠오키를 위해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은 것이었다.

충의를 위해 자결한 사람도, 죽은 후에도 섬기려고 생각한 상대는 사이토 요시타츠(斉藤義龍)였다.


노부나가의 최후의 일격으로, 그들의 마음은 타츠오키에서 완전히 떠났다.

이후, 타츠오키가 접촉을 꾀해봤자 상대도 하지 않으리라.

이미 타츠오키는 두려울 게 없다, 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나가라 강을 내려가고 있는 타츠오키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사이토 요시타츠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노부나가는 드디어 염원하던 미노를 손에 넣었다.




사후처리를 가신들에게 맡기고 거성인 코마키(小牧) 산성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노부나가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키묘마루가 쾌유했다, 는 낭보가. 그것은 시즈코가 키묘마루를 진찰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병에도 강하다면, 녀석의 정체를 신경쓰는 놈들이 나오겠지만…… 그건 당분간 공가(公家) 출신이라고 해 두자. 공가의 복장을 몸에 걸쳐도, 공가다움도 기품도 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겉보기만 요란해지는 게 아닌가, 라고 일말의 불안을 느끼면서도 노부나가는, 코마키 산성으로 돌아가면 공가의 복장을 수배하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예법 등을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당연히 하루아침에 몸에 붙는 게 아니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매일 다니고 있었다.


"음―"


이유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있는 책들이었다.

키묘마루의 교육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노부나가가 모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인지, 어쨌든 키묘마루의 저택에는 몇백권이나 되는 장서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묵묵히 읽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읽고 있는 탓인지, 그녀의 주변에는 다 읽은 책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할 일이 없다"


"키묘마루 님께서도 시즈코 님을 본받아, 조금은 책을 읽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턱을 괴고 무료하다고 불만을 늘어놓던 키묘마루였으나, 교육 담당자로부터 아픈 곳을 찔려 침묵했다.

애초에 시즈코가 책벌레가 된 것은, 키묘마루의 기침병이 낫기 시작할 무렵에 교육 담당자가 공부용의 책을 가져온 탓이지만.


"저기 시즈코, 나는 따분하다만?"


"응―"


"세계의 위인의 이야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은?"


"응―"


"……너, 틀림없이 내 말 안 듣고 있지!"


"응―"


이거 답이 없군, 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키묘마루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때, 방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가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벅저벅 하고 거친 발소리와 함께 문이 기세좋게 열렸다.


"책벌레 상태라는 건 정말인 모양이구나"


열린 문의 저편에 있던 인물은, 깜짝 놀라는 키묘마루들을 무시하고 시즈코에게 다가가더니, 주먹을 가볍게 쥐고 그녀의 머리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키묘마루의 방에 짜부러진 개구리 같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키묘마루의 기침병은 시즈코의 헌신적이자 효과적인 간병에 의해 완치되었다.

하지만 거의 계속 달라붙어 있었기에 그녀는 집을 거의 비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이이치나 킨조 등이 서포트해 주었기에, 농사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집을 장기간에 걸쳐 비우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늑대들도 없…고)


아야였다. 그녀는 엄중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가 신경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평소에는 비트만들이 있지만, 시즈코가 집을 거의 비우게 된 후에는 방 안에 있지 않고 한결같이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천재일우의 호기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만 역시랄까 봉인 자체는 손으로 풀지 못했다.

그건 봉인 자체가 튼튼한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퍼즐처럼 복잡한 조합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무리인가라고 그녀가 포기하려 했을 그 때, 아야는 나무 상자 옆에 다른 작은 상자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상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혹시 이 봉인된 나무 상자의 내용물이 아닐까?)


언제 늑대가 방에 올지 모르는 이상, 아야는 그 나무 상자의 출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작은 나무 상자를 손에 들었다. 이쪽은 엄중한 봉인 따위 되어 있지 않아서, 간단히 열 수 있었다.

아야는 한 번만 방의 입구를 보았다. 늑대들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살짝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몇 권의 노트였다. 다만, 아야는 노트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에게는 미지의 물건인, 광택이 나고 부드러운 촉감의 노트를, 아야는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듯 만져보았다.


약간 머뭇거린 아야였으나, 뜻을 굳히고 노트를 손에 들고 펴보았다.

그리고, 이 때의 그녀는 동요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했으나, 노트의 제목은 '전국시대와 현대 과학 기술의 고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즉, '만약 자신이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하게 되면, 이런 거나 저런 걸 해보고 싶다'라는, 시즈코의 상상(망상이라는 이름의 흑역사)가 적혀 있엇다.

그렇기에 아야가 읽은 것을 시즈코가 알게 되면, 그녀는 성대하게 머리를 감싸쥐고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그러나 이 메모장의 내용이 충실한 덕분에, 시즈코는 지금도 전국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 얄궂다고 하면 얄궂은 일이다.


(……뭐, 뭐가 쓰여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국시대의 먹과 붓으로 쓰여진 문자와, 현대의 연필로 쓰여진 문자는, 같은 일본어이지만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시즈코처럼 전국시대의 문자와 현대의 문자 양쪽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노트의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없다.

즉 아야에게는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 뭐가 적혀있는지 거의 알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아야 자신이 보고에 필요한 만큼만 읽고쓰기를 배우지 않았다는 원인도 있지만.

하지만 아야라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성격인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는 문자 뿐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대수확의 경우, 쌀의 보존은 쌀가마니로는 불충분해. 목제 사일로를 만들 필요가 있어. 사일로란 쌀, 밀,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 및 가축의 사료를 저장, 보관하는 창고를 말해. 사일로의 이점은 벼 상태로 쌀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점이야. 설계도는 목제지만 스마트폰에 보존'


그 그림 부근에 연필로 쓰여진 시즈코의 메모가 있었다. 하지만 아야에게는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자가 혼재한 문장은 뭐가 쓰여 있는지 해독할 수 없었다.


(느낌이지만…… 저장고?

하지만 이 그림…… 마치 풍경을 잘라낸 것 같아…… 뭐야 이거…… 아차차, 시간이 없으니 다음 걸 보자)


일단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찾자고 생각하고, 아야는 노트의 페이지를 넘겼다.


'소금의 생산은 유하식 염전을 채용. 쿄우코 언니 왈, 소금은 매실 장아찌, 된장, 간장을 만드는 데 필수 조미료니까, 천하 통일은 소금의 양산 가능 여부에 달려 있음. 소금의 역사에 관한 장서를 고서관에서 읽었는데 납득. 이온 교환막 제염법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대적으로 어렵겠지'


(소금……? 이 막대기가 늘어서 있는 그림은 뭐지? 으―음, 모르겠어…… 다음)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입수할 수 있는 병법서도 준비해 둘까. 손자의 병법서는 원문은 50엔이니까 싸지. 남만 무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으니, 그 사전이나 간단한 교재도 구입해 둘까. 아마도 회화 따윈 무리겠지만……'


(지, 지렁이가 꿈들대는 것 같은 문자 투성이…… 남만어? 다음)


'된장과 간장의 생산을 위해, 콩을 대량 생산할 필요가 있어. 분명히 할아버지가 10a 500kg 생산할 수 있는 스페셜 농법을 고안했다, 고 했었는데…… 다음에 물어볼까. 특히 간장은 필수야. 간장이 없다니 생각도 할 수 없어. 중요하니까 몇 번이든 말하겠어. 간장은 일본인에게 혼의 조미료야'


(……다음)


'오늘은 쿄우코 언니와 철포에 대해 이야기했어. 역시 화승총을 단번에 진화시킬 방법은 없다는 얘기. 애초에 재료가 너무 부족해. 쿄우코 언니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보크사이트를 손에 넣으라고 하지만…… 알루미늄의 제법은 어려운 거 아냐?'


(언니……? 시즈코 님, 언니가 계신 걸까…… 읽을 수 없어…… 다음)


'집 근처에서 공사가 있었는데, 그걸 보다가 생각했어. 콘크리트라는거 유용하지 않을까?

라고. 돌아가서 찾아보니, 재료는 대단치 않아. 바닷물을 쓴 콘크리트도 있는 모양이야. 제법에 관해서는 평소처럼 스마트폰에 보존. 철근을 넣는 건 무리니까 죽근(竹筋) 콘트리트려나?

도로 포장 공사는 무조건 마카담 포장. 기초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으니 껌'


(뭐야 이 노란 판 투성이의 물건…… 하지만 색이 선명해서 예뻐……)


아야는 일단 숨을 내쉬었다. 예상 이상으로 머리를 혹사시킨 듯, 왠지 어깨가 무거웠다.

정신을 다잡고 노트의 나머지를 읽었다. 하나하나 읽어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한 아야는, 일단 훑듯 읽기로 했다.


'옛날에 만들었던 동력원이 수차의 자동 조사기(※역주: 실 제조기)에 관한 자료가 나왔어. 옛날 생각 나네…… 할아버지나 근처의 양잠가 사람들과 자주 얘기했었지. 금속을 피했던 나를 이상하게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금속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 하지만 뭐…… 완성되기는 했지만 성능은 그저 그랬지. 그리고 여름방학의 자유연구로 제출했더니, 선생님이 기겁했던가……'


'기후(岐阜)를 발전시키려면 역시 사람이 모여야 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교통망의 정비, 하나는 물류의 확립, 하나는 은행…… 아우 많아. 일단 정리해 보자……'


'불평: 수업중에 검토하다가 선생님한테 들켰다. 몰수될 뻔 했지만, 내용을 본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쉰 다음 돌려줬다. 미안해, 어차피 어린애의 망상 메모장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이어져 있었으나, 아야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삼베는 슐리히텐 박피기가 좋겠지. 비단도 자작한 자동 조사기를 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남은 건 면인가. 하지만 면은 미카와(三河) 국이었지. 어떻게든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실을 뽑는 건 비단용을 조금 개량하면 되려나. 비단은 쿄(京, ※역주: 교토, 수도라는 뜻도 있음), 삼베랑 목면은 절반을 자국에서 소비하고, 절반을 다른 나라에 수출이려나'


'고구마는 빠르게 퍼뜨릴 필요가 있어. 널리 알려져서 곤란한 작물은 아니니까. 뭣보다 널리 퍼지는 편이 천하통일 후에, 국민의 영양개선을 할 필요가 없어져'


거기까지 읽고 간신히 아야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이질적인 노트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독려했다.


'칠판은 나무 판대기에 먹을 바르고, 그 위에 감즙을 바르면 어떻게든 돼. 분필은 석회와 물과 풀이었던가?

그것들이 완성되면 서당(寺子屋)을 전국에 보급시켜야지. 교육은 중요하네, 왓튼 군'


'어업 기술은 필요하다고 쿄우코 언니는 말했어. 하지만 조선 기술이나 항해 기술은 어려워…… 이것들은 남만에서 들여오는 편이 편하겠네. 생선은 역시 말린 생선일까……'


'식림(※역주: 숲을 조성함) 기술은 생각했지만, 단순히 나무를 심고 방치해서는…… 안 되겠지. 진지하게 연구하자'


'쿄우코 언니에게 '철포를 갖추면 천하통일은 가까워질까?'라고 물어봤다. 코웃음치더라. 철포를 갖춘다니 자금원은 어떡할 거야, 라는 얘기. 그리고 대량의 화약을 어떻게 준비할 거냬. 으―음, 확실히 게임처럼 착착 갖춰지지는 않겠지. 일단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 그것에 대해서는 조사해봤으니 메모를 끼워두자'


'인구 증가에는 역시 오기노 식(※역주: 여성의 월경에 관한, 배란일 계산법)이 좋으려나, 라고 쿄우코 언니에게 물어봤다가 따귀를 맞았어. 아무래도 내가 아기를 만든다고 착각한 모양이야. 일단 따귀맞은 이유는 알겠지만 뭔가 불합리해……. 뭐어, 오기노 식의 내용을 아래에 적어두겠음―'


거기가 한계였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허용량을 넘어선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기피하듯이 노트를 나무 상자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초조함과 공포, 그리고 비트만들이 신경쓰였던 그녀는, 손에서 노트를 떨어뜨렸다.


(이런…… 늑대들이 눈치채겠어)


당황해서 노트를 주운 후 재빨리 나무 상자 안에 곱게 넣으려고 했다.

그 때, 작은 종이조각이 노트에서 떨어졌다. 아무래도 작은 종이조각이 끼워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야는 그것을 손에 들도 다시 노트에 끼우려고 했다.


'배양법(극비)'


하지만 종이조각에 쓰여져 있던 글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뭔가 신경쓰인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종이조각을 다시 한 번 지긋이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엇다.


'배양법(극비)'


●개요

우수한 품질의 초석을 생산하는 방법.

생산효율, 품질 모두 최고로 이 이상의 방법은 없음.

다만 유럽에서 초석을 대량 수입하는 쪽이 편하긴 함.


●재료

피(※역주: 식물), 담배, 메밀, 삭(※역주: 식물), 삼, 땅두릅, 무라타치(※역주: むらたち, 뭔지 모르겠음), 쿠사야(아카리)(※역주: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음), 샤키(※역주: しゃき, 뭔지 모르겠음), 누에 똥, 사람 오줌, 기름진 논의 흙(上田土), 삼밭의 흙(麻畑土)


●제조 방법

・볕이 잘 드는 장소에 헛간을 지음

・안에서 흙, 풀 종류, 분뇨를 혼합해 쌓아놓음

・이후, 때때로 뒤섞어주며 충분히 부패한 분뇨를 추가

・상기 작업을 3년에서 5년동안 반복

・진흙화되면, 표면의 흙을 긁어모음

・추출~졸임~건조로 초석을 추출함

(방법은 고토법과 마찬가지. 별지 참조)


●화학 반응

부패물이나 오줌에서 나온 암모니아→박테리아의 작용으로 아초산

2NH3+3O2→2H2O+2HNO2

아초산→산화되어 초산

2HNO2+O2→2HNO3

초산→흙 속에 있는 칼슘 성분과 결합하여 초산 칼슘

2HNO3+CaO→Ca(NO3)2+H2O

초산 칼슘→잿물(탄산칼륨)이 작용하여 초산칼륨(초석)

Ca(NO3)2+K2CO3→2KNO3+CaCO3


●비고

'본 제법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이외에 알고 있는 것은 고카야마(五箇山), 시라카와(白川)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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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2 1567년 4월 중순



빠른 말을 빌려 되돌아온 시즈코는 곧장 키묘마루의 침소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 키묘마루는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방의 네 구석에 뜨거운 물을 넣은 통을 놓아 주세요. 그리고, 차가운 물과 수건을 몇 개…… 갈아입을 옷도 있는대로 준비해 주세요"


키묘마루의 곁에 시림하고 있던 교육 담당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의 말대로 하라"


시즈코의 말에 당황하던 교육 담당자에게 키묘마루는 그렇게 명령했다.

그는 한 번 머리를 숙이고는 방을 나가서 허드렛일꾼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


"빠른 말로 달렸다고는 해도, 왕복했으니 시간적으로는 괜찮겠지"


본래는 반나절 정도 재워놓는 게 좋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작은 대나무 통을 꺼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무와 벌꿀, 즉 목이 아플 때 복용하는 무엿이다.

목제의 숟가락으로 위에 뜬 것을 퍼서 상태를 보기 위해 자신의 입에 넣었다. 물엿 대신 벌꿀을 썼기 때문에 통상의 무엿과는 달랐지만, 적당한 단맛과 물기라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뭐냐 그건……?"


"무엿. 사실은 물엿으로 만드는 건데, 없어서 벌꿀로 만들었어. 목이 아릿할 때 먹으면 효과가 있어"


무가 가진 효소(아밀라제, 리파제, 프로테아제)에는 소화를 돕거나 목의 점막의 염증을 완화하는 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대로 먹어도 되고, 끓인 물로 엷게 해서 먹어도 된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여 무를 주사위 모양으로 자르고, 그 후에는 물엿이나 벌꿀에 담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뿐이다.

조금 지나면 무에서 수분이 나오기 떄문에, 위로 떠오른 것을 건져 먹으면 된다. 단, 무의 효소는 열에 약하므로 그것만은 주의가 필요하다.


"……음, 달군"


"뭐 벌꿀이 들어갔으니까. 그 외에도 이것저것 먹어야 돼. 체력의 유지에는 위장의 움직임이 불가결하니까―"


"뭐… 식욕은 그다지 없지만, 노력해 보지"


그 후, 교육 담당자가 수건과 통에 담은 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수건으로 키묘마루의 땀을 닦아내고, 땀투성이의 옷을 갈아입혔다. 몸을 닦을 때 키묘마루가 묘하게 저항하여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이에 걸맞게 창피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미묘한 남자 마음은 깨닫지 못하는 시즈코였다.


"구, 굴욕이다…… 그건 그렇고 그건 대체 뭐냐?"


키묘마루는 시즈코가 가져와서 억지로 겨드랑이에 끼우게 한 유리로 만든 걸로 생각되는 막대기 모양의 것에 시선을 향하며 의문을 입에 올렸다.


"응― 체온계…… 37.9도. 어제부터의 체온을 모르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뭐 목숨에 관계될 만한 체온은 아니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만……"


"뭐 체력을 붙여서 조섭하는 수밖에 없네. 일단 다진 파를 베갯머리에 둘게. 밥은 고구마 밥과 다진 생강과 파를 끓는 물에 넣어. 그 후에는 구운 매실장아찌려나…… 병에는 자양강장과 영양보급이 뭣보다 중요하니까"


"……뭐랄까 너무 간단해서 거꾸로 불안해진다만"


감기에 좋은 식품으로서 생강이나 파, 무나 고구마 등이 있지만 전국시대에는 그런 지식은 없다.

애초에 한방의 사고방식은, 평소의 식생활로 질병에 지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며, 서양 의학처럼 대증요법적인 약은 별로 없다.

전국시대는 식사는 배를 채우는 것이 제일이며, 영양소 따위 발견되지 않은 시대이니 무리도 아니다.

따라서 키묘마루의 시점에서 보면, 시즈코가 말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 지 짐작도 가지 않는 것이다.


"자자, 여기는 시즈코 누나를 신용하라고"


"아니, 너를 믿지 않는 건 아니… 다만?"


그 말에 거짓은 없다.

키묘마루에게 있어, 지금 시즈코는 '이해타산이나 입장을 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인 것이다.

만약 시즈코가 남자라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벗이 되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시즈코가 여자인 것이 실로 안타까웠다. 동시에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신비한 것이구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키묘마루는 눈을 감았다. 이마에 얹혀진 수건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

전신의 나른함도 있었기에, 키묘마루의 의식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어라? 벌써 자? 뭐 괜찮겠지…… 잘 자, 차마루 군"


그 말이 귀에 닿은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




키묘마루의 기침병에 대해서는 멀리 떨어진 전장에 있는 사나이에게도 즉시 전해져 있었다. 


"뭣이, 시즈코가?"


미노 국 이노구치(井之口)에 있는 사이토 씨의 거성(居城), 이나바(稲葉) 산성을 공격하고 있던 노부나가였다.

그는 키묘마루가 기침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약사 등 현대에서 말하는 의사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파견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그 후 1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있다는 등의 보고는 오지 않았다. 다른 자식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노부나가에게 키묘마루는 가문을 이을 적자다.

지금 병으로 죽어서는 곤란했다. 이거 어쩐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시즈코가 키묘마루의 간호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옛. 가문에서 일하는 자의 말에 따르면, 뭔가 기묘한 지시가 많다고 합니다. 뜨거운 물이 든 통을 방의 네 구석에 놓는다던가, 베갯머리에 다진 파를 놓는다던가…… 또, 식사에도 이것저것 주문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


턱에 손을 대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보고에 따르면 키묘마루는 자신의 남은 목숨이 길지 않다, 고 생각하고 시즈코에게 정체를 밝혔다고 했다.

그걸 알면서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기침병을 치료하려 하고 있다. 무슨 속셈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금방 노부나가는 그 생각이 쓸데없는 의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계집이 요령좋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내게 오지는 않았겠지. 즉 시즈코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단순히 선의에서 가까운 사이인 키묘마루의 기침병을 치료하려고 하는 것 뿐이겠지)


"가문에서 일하는 자들에게 시즈코의 지시에 따르도록 명하라. 녀석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가능한 한 준비하도록. 시즈코에게는 자세한 보고를 나중에 듣겠다고 전하라"


"옛!"


깊이 머리를 숙이고 대답한 후, 전령에게 노부나가의 말을 전하러 몸을 돌렸다.


"시즈코 님은 농업 뿐만이 아니라 병에 대해서도 박식한 것인가"


모리 요시나리가 약간 감탄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노부나가는 그 말에 동의하려 했으나, 잠시 생각한 후,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의 박식함은 놀랍지만, 녀석은 여기가 좋은 것 뿐만이 아니다. 그 녀석의 무서운 점은, 상대에 맞춰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어휘가 풍부한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키묘마루나 니와, 그리고 아야의 보고를 받고 있던 노부나가는, 어떤 하나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시즈코는 박식하지만, 그 지식을 '타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그걸 깨달은 노부나가는, 손자의 병법서나 그 외의 병법서, 남만에서의 전기(伝記) 등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어떤 병법서도 다른 것보다 훨씬 간결하고, 그러면서 알기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해석 방법도 일관성이 있으며, 또 난해한 부분에는 적당한 주석이 붙어 있어, 전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확실히 영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녀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요점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설명해주니까요"


"그렇다. 뭐 지금은 그 녀석은 놔두도록 하지. 예의 도쿠가와의 가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었나?"


"이미 도쿠가와(徳川) 종5위하(従五位下) 미카와노카미(三河守) 님께 인도는 끝났다고 합니다"


"음, 그러면 됐다. 이 시기에 쓸데없는 소동으로 골치를 앓고 싶지 않다. 미적지근한지도 모르지만, 본인에게 못을 박아두는 정도로 하지"


"영주님의 혜안, 실로 훌륭하시옵니다. 미노와 싸울 때, 등 뒤에 우환이 있으면 긴장상태를 강요받게 되니까요"


오와리(尾張)의 방비가 허술한 시기에 미카와 국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은 노부나가에 있어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로 이웃나라들이 미노에 손대지 못하게 한 고생이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타다카츠의 건으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노부나가는 타다카츠가 시즈코의 마을에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고, 니와와 타다카츠는 우호 관계가 있다, 라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했다.

물론, 타다카츠는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락했다.

애초에 그는 주인인 이에야스(家康)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태세였지만.


"이나바 산성의 상황은 어떠냐"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표정을 바로잡았다.


"성 아래의 이노구치(井口)을 불태워 이나바 산성은 알몸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성의 주위의 목책 설치를 완료한 상황입니다"


"좋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각 거점의 병사를 나누어라. 10명을 한 조로 하여 7명에게 낮 경계, 3명에게 밤 경계를 시켜라"


"예……?"


병사를 나누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거기서 다음 명령이 뭘 의미하는 지 몰라 모리 요시나리는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의 내심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사악한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끈기 싸움이니라"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는 수하에게 노부나가의 진을 정찰하게 했으나, 그 보고를 듣고 그는 심한 혼란에 빠졌다.

주요 가신의 절반 가까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부터 자군 측이 월등히 유리하게 생각되었으나, 남아 있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정찰한 사람도 잘 알지 못하고, 흙을 쌓고 있다느니, 구덩이를 파고 있다느니 하는 요령부득의 보고만 들어왔다.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가 포위망을 짜려고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 탓인지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치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농성할 것인지, 가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딱 둘로 갈라져 버렸다.

타츠오키 자신도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이나바(稲葉), 우라베(卜部), 안도(安藤)의 미노(美濃) 3인방에게 밀사를 보내고, 그 대답을 기다려 행동을 결정하려고 했다.

다행히도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내용은 '오다 군을 상대하는 중이기에, 병사가 도착할 때까지 10일 전후 걸린다'였다.

이걸로 결론은 나왔다. 타츠오키는 이나바 산성에 농성하여, 그들의 원군을 기다리는 작전을 채택했다.

가신들에게도 반대 의견은 없었다. 노부나가 군의 병력이 반으로 줄어 있는 것도, 서(西) 미노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얼핏 어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판단으로 보였지만, 그들은 작은, 그러나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인 변화를 놓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다의 군세는 성의 동쪽으로부터 나가라(長良) 강을 도하하여 진을 치고, 총력을 다해 공성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도착하자마자 군을 나누어 절반을 서 미노로 보낸 노림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어째서 미노 3인방은 원군을 10일 전후로 보낼 수 있다고 바로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인가.

하나하나는 사소한 문제지만, 상대의 관점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에 의해 도출되는 필연을 타츠오키 진영은 깨닫지 못했다.

이미 자신들은 노부나가의 손바닥 안에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사지(死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이나바 산성을 포위한 노부나가가 가신들에게 내린 명령은 지극히 간단했다.

'적극적으로 전과를 올리려 하지 말고 자군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정도의 평범한 전투를 7일 동안, 밤낮없이 쉬지 말고 반복해라'와 '공격 병력을 당번제로 하여, 교대하여 순서대로 휴식을 취하게 해 전선의 사기를 항상 높게 유지하라', 그리고 '장소를 바꾸어 격전지역을 만들어, 막연하게 방어에 전념할 수 없게 하라'의 세 가지였다.

노부나가의 목적을 알 수 없어 당황한 가신들이었지만, 그들은 명령을 충실하게 받들어 평범한 전투를 반복했다.

그러나 가신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노부나가는 타츠오키 따위를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킨카(金華) 산은 절벽이 많은 험한 산이다. 그리고 산 정상에 있는 이나바 산성은 많은 망루(櫓)와 창고(蔵)와 울타리(郭)를 갖추고 다수의 병사를 배치한 견고한 성이다.

게다가 병사들은 지금까지 많은 수라장을 헤쳐나온 백전연마의 강자들 투성이다. 이걸 격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을 노부나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백전연마의 강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것을 위한 작전이 '밤낮을 가리지 않은 평범한 전투'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는 문자 그대로 24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평범한 전투도 문자 그대로 평범하게 싸우는 것을 말한다.

얼핏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이 작전에 즉효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숙련된 정예라도 몸에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축적되어 간다.


극도의 긴장 상태를 항상 강요받는 것에 의한 '스트레스'.

안심하고 잘 수 없는 상태를 강요받는 것에 의한 '수면부족'.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를 강요받는 것에 의한 '영양과 수분 공급 부족'.


그것들은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약점이다.

'수면부족'이 계속되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긴급 사태에 즉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면역력이 저하되어 몸 상태가 나빠지고, 전장이라는 비일상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감정의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수분 부족'은 문자 그대로 체내의 수분량이 부족하여, 탈수 증상이나 열중증, 저혈압을 일으킨다.

게다가 인체는 보유하고 있는 수분의 15%를 잃으면 생명 활동의 유지에 지장이 생기고, 20%를 넘으면 죽음에 이른다.


노부나가는 인체에 그렇게까지 해박한 것은 아니다.

그는 경험으로부터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상태가 계속되는 것과, 잠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것 뿐이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에 대해서는 시즈코가 한 말이 관계되어 있었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이상, 노부나가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며칠 후, 그는 '수면부족'과 '영양, 수분 부족'이 인체에 대단히 치명적인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이나바 산성을 포위한 지 4일째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강한 저항을 받아왔던 오다 가문 가신들은, 백전연마의 정예의 반격이 힘을 잃은 것을 깨달았다.

공격할 때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노부나가로부터 '7일 동안'이라는 엄명이 있었기에, 그들은 조바심을 억누르며 평범한 전투를 계속했다.

그러나 제어가 가능했던 것도 6일째까지였으며, 7일째를 눈앞에 둔 밤에 노부나가에게 공격의 허가를 받고자 직접 담판을 지으러 온 사람이 나왔다.


"영주님, 부디 이 원숭이에게 한 부대를 맡겨 주십시오. 타츠오키 놈의 목을 어전에 바쳐보이겠습니다"


가장 먼저 본진에 도착한 히데요시는, 앉아 있는 노부나가에게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쪄서 말린 고구마를 입에 물고 있던 노부나가는, 그걸 삼킨 후에 이렇게 말했다.


"원숭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고 있다. 다른 놈들도 곧 오겟지. 그 때까지 잠시 앉아서 기다려라"


그 말을 따른 히데요시는 본진의 한 구석에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공성에 참가하고 있던 대부분의 무장들이 본진에 도착했다.


"이 6일 동안, 평범한 전투를 계속하니 어떻더냐"


노부나가는 모여든 무장들에게 그렇게 물었다.

대부분의 무장들은 노부나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당황을 감추지 못했지만, 눈치 빠른 무장들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첫날, 둘째날은 저항이 격심하여 피해를 줄이는 데 고생하였습니다만, 나흘이 지났을 무렵에는 눈에 띄게 기세가 줄었습니다"


"닷새째의 야습에서는 보초가 기능하지 않았으며, 화살을 쏘아붙였더니 그제서야 반응이 있었던 정도였습니다"


"방어전 도중에 힘이 다해 쓰러지는 병사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모리 요시나리나 히데요시가 입을 열자, 다른 무장들도 차례차례 말을 꺼냈다.


"소생이 담당하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닷새 째부터 반응이 둔해진 것 같은……"


"적장은 목이 쉬도록 아군을 고무하고 있었습니다만, 병졸들의 움직임은 느릿하고 사기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이쪽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군요"


그 후에도 무장들이 시끌벅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그것들을 노부나가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반쯤 잡담 상태인 상황이 되었어도, 오로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이읃고 무장들이 할 말이 떨어졌을 무렵을 노려서 노부나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꽤나 울분이 쌓여 있겠지. 내일은 그것을 놈들에게 실컷 풀고 와라"


그것은 명확한 말은 아니었지만, 무장들은 모두 '총공격의 허가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 후 아무 일도 없이 회담은 끝나고, 그들은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돌아간 직후, 당장 무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무장들은 총공격 준비에 착수했다.

물론, 당초의 예정대로 야간의 공격은 계속하고 있었다. 밤 담당의 병사들 이외에는 충분한 식사와 휴식을 취하게 하여 내일을 대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훈을 세우는 것은 무인의 영광. 그들은 이나바 산성을 공격한 지 이레 째만에 그 기회를 얻었다.

남은 건 그걸 움켜쥐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철저히 준비를 갖추어,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모리 요시나리 만큼은, 평소와 태도가 다르지 않았다.

주위의 열기에 동화되어 진언한 부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세가 왕성한 건 좋다. 그러나 공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발밑을 소홀히 해서는 이류. 일류의 무사는 영달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스려, 먼저 살아남은 후에 주인의 명을 완수하고, 그 다음에 자신의 입신출세를 이루는 것이다"


그 말에 부하는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모리 요시나리는 그걸 한 손으로 제지하고, 마치 아들을 보는 듯한 상냥한 미소를 띄우고 이렇게 말했다.


"무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면, 여차할 때 실수하게 된다. 젊기에 위를 향하는 것은 인지상정. 쿠우야(空也) 스님의 말씀에 '몸을 버려야 떠오르는 때도 있다'고 하였으나, 나는 '살아있어야 떠오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바심내지 말고 자신 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 돕고, 살아서 영주님이 보여주시는 다음 세상을 향하도록 하자"


그 후, 부하를 물러나게 한 모리 요시나리는 말 그대로, 마지막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밤을 보냈다.

그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였다.

그는 몇 명의 부하들을 모으는 한편, 대다수의 병사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 피아 각각의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노부나가의 이나바 산성 공략 이레째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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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1 1567년 4월 상순



어색한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야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니 약간 한심하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침묵에 견디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어, 언제부터 거기에?"


"'이 문제를 잊고 있었어'라는 데서부터입니다"


"아예 처음부터잖아!? 어째서 말을 걸어주지 않은거야!"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라 말을 걸기도 꺼려져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 배려는 필요없거든? 다음부터는 사양하지 말고 말 걸어도 되거든!?"


머리를 감싸며 그렇게 외치는 시즈코였지만, 아야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마루 님께서 오셨습니다. 화공이라고 말씀하실 틈이 있으시면,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에둘러서 바보같은 말을 외치지 말고 일을 해 달라는 느낌을 주는 은근히 무례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면서 아야는 온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발을 돌렸다.


"……응, 알았어"


결국, 무슨 말을 해도 냉정하게 되돌아오니 거꾸로 시즈코 쪽이 대미지가 커진다.

그렇게 이해한 그녀는, 조금 고개를 숙이고 아야의 뒤를 따라갔다.


"어, 시즈코냐. 콜록…… 기다렸다"


집에 돌아가자 자기 집처럼 익숙한 상태인 키묘마루가 방에서 딩굴거리고 있었다.

차나 차에 곁들이는 과자가 있는 걸 보니, 아야가 가져온 것이리라.


"아―미안해, 밭을 보고 있었거든…… 안색이 나쁜데 괜찮아?"


방에서 딩굴거리고 있는 키묘마루가, 시즈코의 눈에는 어딘가 열이 있는 듯 보였다.

감기라도 걸렸냐고 그녀가 묻기 전에, 키묘마루 쪽이 대답했다.


"음, 좀 기침병에 걸려버렸다. 콜록…… 뭐 금방 낫겠지"


"그래? 무리하면 안 돼. 당분간은 따뜻하게 하고 자"


"알고 있다"


약간 걱정하면서도 시즈코는 키묘마루와 어울렸다.

결국 평소대로 머물던 키묘마루는, 평소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만 한 가지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 때까지 매일같이 시즈코의 집에 다니던 키묘마루가, 그 날을 경계로 방문이 뚝 끊겼다.



키묘마루의 방문이 끊긴 지 1주일.

처음 며칠은 걱정하던 시즈코도, 매일의 작업에 쫓기다보니 의식에서 완전히 빠져버렸다.

키묘마루의 소식이 끊긴 지 다시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시즈코의 집에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시즈코 님은 계십니까"


그것은 복장을 잘 갖춘 50대 전반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인물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이야기하러 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리 요시나리나 니와 나가히데 본인이나, 그들이 보낸 파발마이다.

교육자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노인과는 한 번도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대체 누굴까 하고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 노인은 작게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다 가문 가신 중 한 명으로, 키묘마루 님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네에……(키묘마루라니 분명히 오다 노부타다의 아명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분이 제게 무슨 용무이신가요?"


시즈코는 키묘마루와 차마루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모른다.

따라서, 키묘마루의 교육 담당이 어째서 자신을 찾아온 건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키묘마루 님께서 걸리신 기침병은 악화되기만 하여, 완전히 자리에 누워 버리셨습니다. 완전히 마음이 쇠약해지셨는지, 최근에는 마지막으로 한 번 시즈코 님께 남길 말이 있으시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네, 네에……"


"갑작스레 죄송하오나, 지금 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애초부터 거부할 리도 없는 시즈코였지만, 그래도 키묘마루의 교육 담당은 한결같이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그에게 키묘마루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이리라. 그것만 알면 시즈코에게는 충분했다.


"머리를 들어 주세요. 애초에 저는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 급한 것 같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가시지요"


그 후, 아야에게 뒤를 부탁한 시즈코는 재빨리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섰다.

시즈코의 집까지 말로 달려온 교육 담당이었지만, 목적지까지는 시즈코의 보조에 맞추기 위해 말에서 내려,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길을 서둘렀다.


키묘마루의 집에 도착하자 바로 마부가 말을 건네받았고, 곧장 키묘마루의 침소로 향했다.

그 뒤를 급하게 따라가는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집에 도착했을 무렵부터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쩐지…… 어디서 본 듯 한데……?)


처음 봤을 텐데 처음이 아니다, 그런 기시감을 그녀는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위화감을 느낀 이유를 알게 된다.


"키묘마루 님, 시즈코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콜록콜록…… 음, 들여보내라"


그 말과 함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잘 와 주었다, 시즈코"


문 저편으로부터 말을 건 인물은, 야위어 있었지만 틀림없이 시즈코가 아는 차마루 그 사람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억지로 작게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속여서 미안했다. 내 진짜 이름은 키묘마루……다"


아직도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 시즈코는, 교육 담당 노인의 재촉을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키묘마루의 머리맡에 앉는 동시에, 키묘마루는 무리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기침으로 체력을 잃었는지, 몸을 움찔움찔거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차마루 군이…… 키묘마루 님? 영주님의 적자인……?"


"역시 시즈코로군. 그 말 대로다…… 콜록! 미안했다, 가짜 이름을 대서"


"아니, 괜찮아 그런 건"


권력자나 그 후계자가 암살 등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대단찮아 보이는 이름을 붙이거나, 몇 개의 가명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유명한 영주나 그 자식들의 아명이 엉터리로 보이는 것도, 거창한 이름을 붙이면 요절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타국과 동맹 관계를 맺을 때의 인질로서 자식을 내놓을 때, 정이 생겨나버리는 것을 막는 의미도 있었다.


"보는 대로, 병을 앓고 있다. 네 말대로 따뜻하게 하고 지내고 있지만 전혀 나을 기색이 없구나"


"……"


"분하구나…… 병 따위에게 이렇게 농락당하다니"


메마른 웃음과 함께 키묘마루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의 자신에 넘치는 키묘마루의 얼굴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절망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시즈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가 머릿 속에서 회전하며 키묘마루에 대한 대답이 소홀해져 있었다.


"아버님의 뒤를 이어, 훌륭한 천하인이 될 꿈이―"


"에라잇―"


중얼중얼거리던 키묘마루의 머리에, 간신히 머리로 이해가 된 시즈코가 기묘한 기합소리와 함께 수도를 내리쳤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뒤에서 보고 있던 교육 담당 노인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키묘마루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시즈코가 입을 열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인생이 이미 끝난 것같은 소리나 하고. 언제부터 차마루 군은 그렇게 포기가 빨라졌어?"


"하, 하지만 말이다. 콜록콜록……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목은 아프고, 기침이 멎질 않는다. 벌써 반 달이나 이런 상태라고"


확실히 시즈코라도 감기가 2주일이나 계속되면 우울해진다. 하지만 키묘마루와 시즈코에게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정확한 치료 방법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가'이다.

그리고 시즈코는 치료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도 머리 속 외에, 또 하나 현대에서 가져와 빛을 보지 못한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물건이.


(설마 보건 체육의 부교재로 강제로 사게 됐던 그것…을 쓸 때가 오다니)


현대라면 그런 것에 의지하기보다 병원에 가는 쪽이 빠르고 확실하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누름돌 정도의 취급으로, 시즈코는 특별히 중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묘마루의 상태를 보고, 역시 400년이라는 방대한 시간은 모든 분야를 성장시킨 것을 실감했다.


"알겠어? 키묘마루 군. 병은 마음에서, 야.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마음이 약해질 때가 아냐. 오히려 뭐야 이 자식, 이라는 정도의 기개를 가져줬으면 해"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약사가 달여 준 약탕조차 효과가…… 콜록콜록, 없었단 말이다. 이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런 수상한 약 따윈 버려. 어쨌든, 내게는 비밀병기가 있어. 지금부터 집에 가지러 갔다올 테니까, 그 때까지는 얌전히 안정을 취하고 있어"


검지손가락으로 키묘마루의 이마를 빙글빙글 문대면서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뒤에 있던 교육 담당의 노인은 슬슬 거품을 물고 쓰러질 듯한 분위기였지만, 시즈코는 그쪽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 내 병은 낫는… 거냐?"


뭔가에 기대하는 듯한, 매달리는 듯한 느낌으로 묻는 키묘마루에게, 그녀는 대단히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즈코 누나에게 맡겨둬!"



말을 빌려 자택으로 돌아온 시즈코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정도 설명하지 않고 아야에게 명령을 날렸다.

기본적으로 걸어다니는 그녀가 말을 탈 수 있는 것은 승마 등이 취미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니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여, 니와는 긴급 이동 수단으로서 시즈코에게 말을 타는 법을 가르친 것인데, 그런 뒷사정 따윈 모르는 그녀는 시키는 대로 승마를 배웠다.


"무, 벌꿀, 대파, 생강은 저번에 들여놨었지. 그리고 숯도 몇 개 준비해 줘. 준비가 끝나면 그걸 이 가방에 담아줘"


평소 자주 가지고 다니는 가죽 배낭을 던지듯이 아야에게 건넨 후,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시즈코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 등 세 마리가 사이좋게 웅크리고 있었다.

문을 기세좋게 열어젖혔을 때의 소리에 놀랐는지, 그들은 깜짝 놀라면서 시즈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거기 있는게 시즈코라는 걸 알자, 세 마리는 꼬리를 흔들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 마리를 균등하게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방의 한 구석에 있는 물건 앞까지 걸어갔다.


(…어디…보자)


그것은 아야가 내용물을 보고싶어했던, 엄중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시즈코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했을 때 가져온 것이다.

그 안에는 현대 과학품 이외에, 아직 노부나가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들어 있다.


엄중한 봉인을 풀고, 시즈코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역시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병기 일람'이라는 책이다. 책이라고 해도 모두가 떠올리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기세좋게 모서리로 내려치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 정도의 두께를 가진, 백과사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것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으로 통일된 책, 보건체육에 어울리지 않는 가정용 의학책이다.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 있어, 특별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질병, 상처 이외의 증상과 응급 조치 방법, 그 질병이나 상처에 관한 기초 지식이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세간에서 관심이 높은 테마나, 질병이나 상처의 셀프 체크 리스트, 나아가서는 체온계 등의 간소한 의료 도구가 몇 개 붙어있는, 도대체 어떤 독자층을 노리고 편집된 것인지 불확실했다.

말할 것도 없이 시즈코가 다녔던 학교의 학생들은, 이권 관계 때문에 강제적으로 구입하게 된 것이라 생각되었다.


두꺼운데다 무겁고, 애초에 이런 책에 의지하지 않고 얌전히 병원에 가라, 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태반은 함부로 다루었다.

그 이외에도 이유가 있다.시즈코가 살고 있던 현대에는 전자서적이 널리 보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종이책이 극단적일 정도로 적은 것이다.

인쇄 기술 및 제본에 관한 기술이 실전되지 않도록, 학교의 교재나 특별한 서적만이 종이책으로 되어 있었다.

그 이외의 신문, 광고 등의 전단지, 만화, 소설, 잡지, 실용이나 문예, 사진집 등의 민간 기업이 출판하는 것은 거의 모두 전자서적이다.

시즈코도 전자서적에 친숙하여,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는 많은 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관심가는 걸 찾자마자 원클릭으로 구입하는 시즈코와, 언니인 쿄우코가 시즈코의 단말기로 전자서적을 구입하기 때문에,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뭐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시즈코 자신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아―…… 이제 구입은 할 수 없으니, 조만간 목록을 만들어 둘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새빨간 책을 가방에 넣고 나무 상자를 정리하려고 할 때, 그녀의 눈에 스마트폰이 들어왔다.

무의식중에 그걸 손에 쥐고, 의미도 없이 톡톡 하고 화면을 두드려, 딱히 목적도 없이 안에 있는 데이터를 열람했다.

현대인들에게 흔한 휴대전화를 체크하는 버릇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2년 정도로는 없어지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로컬에 저장되어 있는 기사를 훑어보았다. 본래는 이대로 적당히 본 후에 어쩐지 만족하여 스마트폰을 집어넣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떤 뉴스 사이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을 때, 시즈코의 손가락이 딱 멎었다.


"……"


그것은 현대의 일상에 흔해빠진 것에 대한 기사였다.

도시의 부흥에는 반드시 관계되는 '그것'은, 실은 다양한 것의 축적에 의해 생겨난 기적의 재료였다.

그리고 낮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친환경적인 것이다, 라고 기사에는 적혀 있엇다.

하지만 시즈코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곳이 아니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 목록을 보고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환하게 미소지었다.


"설마, 이렇게 좋은 기사가 있었다니. 크흣, 이건 꼭 활용해야겠네"


기사를 한번 더 읽은 후, 시즈코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나무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고, 다시 엄중하게 봉인하여 원래 위치에 돌려놓았다.

그대로 키묘마루의 집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시즈코는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시간이 아까웠기에 숯으로 필요한 걸 종이에 적어서 1/4로 접은 후,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섰다.



현관에 도착하자 이미 준비를 끝낸 아야가 대기하고 있엇다.

부탁했던 짐을 그녀에게 받아들며, 시즈코는 아까 써서 접은 종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 재료들을 준비해놔줘―. 가능하면 많이 준비해주면 고맙겠어"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하핫, 잠깐 감기 환자를 치료하고 올게. 내일 아침에는 일단 돌아올거야"


아야가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대단히 느긋한 태도로 시즈코는 집을 나섰다.

예상대로, 시즈코의 얼빠진 느낌에 아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약간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곤란하네, 라고 말하고 싶은 미소로 시즈코를 전송한 후, 아야는 건네받은 종이를 펴 보았다.


"……회반죽이라도 만드실 생각이세요?"


쓰여 있는 내용을 보고, 아야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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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0 1567년 4월 상순



일순, 주위에 긴장이 흘렀지만, 그것은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

침입자가 와키자시(脇差, ※역주: 단도)을 멀리 던져버려서 재빠르게 무장해제를 한 후 순순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걸 보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약간 어깨의 힘을 뺐다.

하지만 다시 방심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경계하면서 침입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저항의 의사를 보이지 않고, 순순히 양손이 뒤로 묶였다.

기대어 세워져있던 창과 땅에 떨어진 칼은 회수되어 니와가 있는 곳으로 모아졌다.


"아, 그 창 잠깐 보여주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창 쪽이 신경쓰였던 시즈코는, 창을 들고 있는 병사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병사는 니와 쪽을 보았고, 니와는 말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는 창의 중간쯤을 잡고, 창끝을 뒤집어 밑둥 쪽부터 그녀에게 창을 내밀었다.

창을 받아들자 시즈코는 창날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겨우 이해했다.

이 창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감각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라는 것을.


"새겨져 있는 건 범어(梵字, ※역주: 불교 등에서 쓰이는 인도 문자)와 삼고검(三鈷剣, ※역주: 일본 밀교에서 마귀를 쫓는 무기. 불교의 금강저와 비슷하다). 이거 미카와몬쥬 파(三河文珠派, ※역주: 유명한 도공일파인 村正(무라마사) 중 도쿠가와(徳川) 영지에 있던 일파를 가리킴), 후지와라 마사자네(藤原正真) 작품이네. 아마도, 톤보기리(蜻蛉切, ※역주: 잠자리베기라는 뜻)라는 이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침입자가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시즈코 쪽으로 향했다.


"어, 어떻게 그 이름을!?"


눈을 크게 뜨고 경악을 드러내고 있는 그를 보고, 니와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시즈코 님. 혹시, 이 자의 정체를 아십니까?"


"으―음, 톤보기리를 사용하는 창잡이라고 하면…… 아마도 미카와 국 사람으로, 도쿠가와 가문 가신인 혼다 헤이하치로(本多平八郎, ※역주: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 님이 아닐까요―"


약간 자신없는 듯 하면서도 시즈코는 니와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미카와 국, 훗날의 에도(江戸) 막부(幕府) 초대 쇼군(将軍)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다스리는 나라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에이로쿠 5년에 이에야스와 키요스 동맹(清洲同盟)을 성사시켰다.

키요스 동맹이 있는 이상, 아무리 도둑이라도 도쿠가와 가문 가신이라면 그렇게 간단히 처단할 수는 없었다.


"소생은 어떤 처벌을 받아도 상관없소. 부디, 부디 소생의 주군에게까지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소생 혼자의 죄로서 끝내 주시기 바라오"


정식 수속도 없이 오다 영토 중에서도 비밀스럽게 감춰진 장소에 들어가버린 것을 알게 된 타다카츠(忠勝)였지만, 본인은 딱히 조급해하는 기색도, 당황하는 기색도 없었다.

다만 주인인 도쿠가와 가문에게까지 책임 문제로 발전시키지 말아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 정도는 기쁘게 내놓겠다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그걸 듣고, 이게 죽기 직전, 아니, 죽어서도 이에야스에게 충성을 다하려 했던 혼다 타다카츠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가 저지른 일은 설령 동맹국 사이라고 해도 무죄방면하기에는 너무 컸다. 영토 침범은 물론, 표고버섯의 인공재배라는 당시로서는 극비 중의 극미에 해당하는 정보를 목격해 버린 것이다.

그걸 타다카츠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의 분위기로부터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버린 것을 느꼈던 것이리라. 거구의 몸을 움츠린 채 풀이 죽어 있었다.


"(어쩌죠……)"


시즈코는 옆에서 걷고 있던 니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는 그녀로서는, 가능하다면 온건하게 처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으―음, 어떻게 하려고 해도…… 영주님의 명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니와 쪽도, 일을 크게 만들어 국가간의 외교 문제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노부나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혼다 타다카츠의 처우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타다카츠의 처리를 노부나가에게 묻기 위해, 니와는 파발을 보냈다. 그 동안, 타다카츠는 병사 주둔소의 한 방에 연금하기로 했다.


"잘 알겠소"


당분간 신병을 구속할 것을 설명하자, 타다카츠는 단지 그 한 마디를 입에 올렸을 뿐이었다.

호담한 것인지 배짱을 부리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니와였지만, 일단 얌전히 있어 준다면 얘기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다카츠를 감옥으로 이송하려고 한 그 때, 땅울림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뱃속의 벌레가 성대하게 울어제낀 본인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작게 떨고 있었다. 잘 보니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창피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고 시즈코와 니와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이렇게까지 호쾌하게 배에서 소리가 나서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 그렇지 니와 님! 저, 새로운 주먹밥을 생각했거든요. 잠깐 감상을 들려주지 않으시겠어요?"


"으, 음, 그, 그런가요. 그럼 먹어보도록 하죠"


타다카츠에게 창피를 주지 않으려고 방법을 궁리한 시즈코는, 마치 지금 생각났다고 말하려는 듯 양손을 탁 하고 쳤다.

니와 쪽은 약간 어색한 느낌은 있었지만, 시즈코에게 맞추었다.

두 사람은 약간 굳은 얼굴로 서로를 본 다음, 나란히 타다카츠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 혼다 님도 함께 어떠십니까?"


"그렇군요. 저녁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여기서 요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음…… 감사합니다. 사실은 산에서 헤매다가 가지고 있던 식량도 떨어져, 하루종일 물 이외에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두 분의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타다카츠는 자세를 바로하더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상당히 억지스러웠지만 세 명의 생각이 일치하여, 이 자리에서 주먹밥 감상회를 열게 되었다.


(후우…… 어거지였지만 어떻게 됐네)


마음 속으로 안도하면서 시즈코는 숄더 백에서 주먹밥을 꺼냈다.

마침 딱 세 개가 있었다. 대나무 잎으로 감싼 큼직한 주먹밥을 니와와 타다카츠에게 하나씩 건넸다.


"원래는 젓가락을 준비해야 하겠지만, 주먹밥이니까 그냥 손으로 잡고 드셔 주세요"


"진중식(陣中食, ※역주: 싸움터에서 먹는 밥) 같은 것이군요. 어디……"


세 명은 각자 이로리 가장자리에 앉았고, 니와는 대나무 잎을 풀었다. 안에 있던 것은 현미와 잡곡쌀의 고구마밥으로 만든 주먹맙, 그리고 훈제 무 절임(いぶり漬け)이 몇 개 들어 있었다.


"시즈코 님, 이건 대체?"


절임 같으면서 조금 다른 훈제 무 절임을 가리키며 니와가 물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걸 입에 넣는 건 꺼려진 그였지만, 타다카츠 쪽은 달랐다.


"……맛있군. 주먹밥 따위 이미 질리도록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노란 것에는 적당한 단맛이 있어 질리지 않는 맛이군. 이쪽의 절임 같은 것은 훌륭하군. 어딘가 그리운,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정말 마음에 스며드는군"


그는 주먹밥을 집더니 한입 먹고, 이어서 훈제 무 절임을 한 조각 입에 넣었다.

경계하지 않고 이쪽에서 내놓은 먹을 것을 입에 넣는 태도에 니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입 안에 든 것을 삼킨 후 타다카츠는 이렇게 말했다.


"소생의 얼굴에 뭔가 붙어있소이까?"


"아니, 독을 의심하지 않는가 해서 말이오"


"귀하들이 소생을 독살하는 것 같은 얄팍한 무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고, 죽일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지 않소?"


"그, 그렇소만……"


남자다운 미소를 띤 채, 타다카츠는 주먹밥을 먹었다.

놀라서 맥이 쭉 빠져버린 니와는, 그를 따르듯이 주먹밥과 훈제 무 절임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후, 타다카츠는 감옥이 아니라 빈 방에 보초를 세우는 형태로 구금되었고, 다음 날 다른 장소로 옮겨지게 되었다.

타다카츠르르 둘러싸는 듯한 배치로, 호위 겸 감시역인 병사들 30명과 니와가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딱히 조급해하는 모습도 없었고, 소중하게 훈제 무 절임이 든 꾸러미를 안고 말에 타고 있었다.


어째서 그가 그런 것을 안고 있냐고 하면, 훈제 무 절임이 대단히 마음에 들어 맛의 포로가 된 타다카츠는, 출발 직전에 시즈코에게 조금 나누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딱히 비밀도 아닌데다 훈연되어 있어 상할 걱정도 별로 없는 음식이었기에 그녀는 두말없이 승락했던 것이다.

상당한 양이 들어 있는 천 꾸러미를 그에게 건네주자, 타다카츠는 시즈코의 손을 양손으로 쥐고 감사의 말을 했다.

참고로, 타다카츠가 타인에게 양손을 맡기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알기 힘든데다가, 대부분 타다카츠는 텐션이 높기 때문에 상대에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벚나무인가"


문득 옆을 본 타다카츠의 눈에 벚나무가 비쳤다.

이미 태반은 진 벚나무를 본 그는, 문득 마음 속에 어떤 말이 떠올랐다.


"봄바람이 벚꽃을 지게 하더라도 눈부시게 피는 내 마음의 꽃"

(※역주: 원문은 春風が 桜の花を 散らせども 輝き咲くは 我が心の花로, 일본에서 5글자 7글자에 맞춰 짓는 시 종류임)


"예?"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오"


곁에 있던 니와가 괴이쩍은 표정을 짓는 것을 깨달은 타다카츠는,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했다.

어째서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왔는지, 그 자신도 잘 몰랐다.


"앞으로 일각 정도에 도착합니다"


"알겠소"


딱히 신경쓰지 않고 니와는 화제를 돌렸다.

그걸 기회로 타다카츠는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금방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곳에서 영주님으로부터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아무래도 어떤 판단이 내려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하면 그 장소에 있던 것을 이 이상 추궁받고 싶지 않군) 알겠소. 가능하면 주군께는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면 감사하겠소"


그건 그렇고, 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리더니 타다카츠는 그 뒷말을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말이 도망가버려서 헤메다가 그 장소에 들어갔다니 수치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4월 초, 다이이치에게 논밭의 작업 관리를 맡긴 시즈코는, 작년에 콩을 심은 밭에 와 있었다.

그녀는 우물을 파는 도구로, 콩과 옥수수를 심었던 장소의 흙을 각각 파냈다.

파내어진 흙을 지층처럼 늘어놓았다.


"……망했네. 이 문제를 잊고 있었어"


얼핏 보면, 그녀 앞에 늘어놓은 흙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이 보면 일부분만 흙이 심하게 건조되어 있었다. 그것은 지상에서 대략 1.5m 근처의 땅 속에서 채취한 흙이다.

지표면은 나무랄 데 없이 수분을 머금고 있는 흙인데, 일정한 깊이에 있는 흙 속에는 수분이 고갈되어 있었다.

주위에서 보면 이상한 현상이지만, 시즈코는 이 원인을 알고 있었다.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콩과 함께 키우는 옥수수는 흙 속의 수분을 상당히 빨아들이는 걸 잊고 있었어……"


원인은 콩 용으로 늘어놓고 키우던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수분 함유량이 실제 중량 대비 4분의 3 정도나 되는 작물이기 때문에, 다른 곡물보다 많은 농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동일 면적으로 비교하면, 옥수수는 밀의 세 배나 되는 농업용수가 필요해진다.

필연적으로 토양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도 다른 작물보다 많이 흡수되어 버린다.


지표면 근처에는 물을 줘서 항상 수분 함유량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옥수수의 뿌리는 230cm 정도나 뻗어나간다고 한다.

이것은 콩이나 밀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것으로, 감자나 벼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길다.


게다가 시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옥수수가 가장 잘 성장하는 시기는, 밭의 수분 증발이 심한 더운 시기와 겹친다.

따라서 본래는 1년 동안 강우량이 많아지는 장마나 여름의 소나기에 의한 수분이, 지하수 층까지 달하기 전에 흡수되어 버려 서서히 지하수가 줄어든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으―음…… 파내는 것도 중노동이네"


농업용수의 계산을 실수한 것과 강우량이 적었던 것에 의해 발생한 토양의 수분 부족이지만, 다행히 밭의 규모가 작았기에 피해는 경미했다.

하지만 이대로 콩의 생산고 확대와 함께 옥수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강물만으로는 부족해져서 지하수를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급격하게 빨아올려지는 지하수에 의해 지반 침하가 일어난다.

최종적으로는 지하수를 고갈시켜버려, 토양 수분 부족이 악화되어 토양이 건조, 소위 말하는 갈수를 거쳐 사막화를 일으켜 버릴 것이다.


현대에서는 옥수수라고 하면 미합중국이 유명하지만, 그 나라는 지표면에 물을 뿌리기만 하는 방법을 200년 동안 계속해 왔다.

수원은 물론 지하수다.

미합중국에는 지하수원이 여럿 있어, 장소에 따라서는 비축된 물의 양이 4조 톤(비파호의 물 150배에 해당)이라는 규모의 지하수원도 있다.

막대한 저수량이긴 하지만, 광대한 농지를 적시기 위해 그곳으로부터 끝없이 퍼올리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지하수가 고갈 상태가 되어버렸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일본의 면적 정도 되는 거대 지하수원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이것들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5000년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옥수수에 의한 토양의 수분 부족 및 지하수의 대량 사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휴경을 하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콩의 생산도 멈추게 된다.

만약 콩이 시즈코의 예상대로의 생산고가 된다면, 노부나가는 확실히 생산고의 유지를 요구해 올 것이다.

하지만 계속할 경우 풍요로운 토지인 오와리(尾張)를 파괴해 버린다. 잘못하면 수십년 안에 오와리는 불모의 땅이 되어 버릴 것이다.


"병충해 대책…… 방법은 있지만, 이번에는 쌀 재배가 소홀해질 것 같네"


콩은 화학비료에 의한 증산 효과는 높지 않기 떄문에, 생산고는 지력과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 세균의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콩을 유기재배할 때의 기술적 문제점은 병충해의 다발(多発)이나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이다.

특히 병충해가 만연하면 콩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옥수수였는데, 이번에는 옥수수에 의한 지하수의 고갈이 문제가 된 셈이다.


콩의 주요 해충은 노린재류와 박각시나방류다. 어느 쪽도 잡초가 무성해지는 밭두렁 등의 그늘에 주로 서식한다.

그리고 초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주로 여물어 가는 콩의 콩깍지나 어린 열매에 해를 끼친다.

즉 해충을 막으려면, 콩을 심기 전에 포장(圃場) 주변의 잡초를 남김없이 베던가 태우던가 할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해 겨우살이 벌레의 개체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뿌리째 뽑아버릴 필요가 있다.


"……응, 그러네. 금년에는 방법을 바꿔보자"


또 하나의 문제, 잡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단하다. 콩은 사이갈이, 북주기를 주체로 한 잡초 대책이 효과가 있다.

콩을 키우기 전에, 잡초의 발아 억제 조치를 철저히 해 두면, 사이갈이, 북주기만 해도 상당히 달라진다.


옥수수에 의한 지하수의 고갈 대책은 거창한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기본적이면서 견실성이 있는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옥수수 밭에 대나무로 만든 송수관을 설치한다.

물론, 그냥 송수관은 아니고, 군데군데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거기에 물을 흐르게 하면 뚫어둔 작은 구멍에서 조금식 물이 새어 지표를 항상 가볍게 적신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의 사용량을 70%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뿌리를 내리는 데 쓰이는 영양이 성장에 쓰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먼저 할 것은 잡초 대책이었다. 이걸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수확량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생긴다.


"즉…… 화공(火攻)이다―!"


그런 의미불명의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기세좋게 뒤로 돌았다.


"……"


바로 코앞에 아야가 있는 것도 모른 채.




※작가의 웹연재분 코멘트


옥수수 부분에서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잔뜩 심는 것만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는 일은 없습니다.


○ 옥수수가 성장하는 시기는 더운 시기와 겹쳐, 밭의 물이 증발하기 쉽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양이 다른 것보다 많이 필요하다.

○ 다른 작물보다 토양의 수분을 많이 흡수한다.


그런 작물을 연간 강우량이 적은 건조 지역에서 재배하여, 농업용수를 지하수로 보충하려고 제한없이 퍼올리면, 지하수가 보충되지 않고 계속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농업을 하는 이유는, 건조 지대에는 강력한 태양빛, 이산화탄소가 있기에 물만 있으면이라는 조건부의 농업 적합지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단순히 옥수수 쪽이 수량 단가가 높은 것이 이유였습니다.

나름 조사를 하고 있지만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옥수수 재배에 대해, 불안이나 오해를 부르는 묘사를 해 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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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9 1567년 3월 하순



호적을 만들려니 주소가 필요해졌지만, 그건 딱히 집착이 없었기에 간단한 내용으로 때웠다.

먼저 마을을 넷으로 나누어, 각각 '정(丁)'의 번호를 붙인다. 그리고 '정'을 넷으로 나누어 '번(番)'의 번호를 붙인다. 가장 북동쪽을 1정목(丁目) 1번지(番地)로 하여 남쪽이 1정목 2번지, 서쪽이 1정목 3번지가 된다. 마찬가지의 순서로 번호를 붙여나가서 대각이 되는 가장 남서쪽이 4정목 4번지가 된다.

이렇게 하여, 어떤 마을도 '정'은 넷, '번'은 16개로 통일된다. 전부를 통일해두면 관리가 쉬워지는 것이다.

나아가 마을마다 특색을 부여하기 위해, 각각의 마을에 특산품을 만들게 했다.

'삼베(麻)'를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아사마치(麻町, 삼베마을)'로 하고, 이름 그대로 '삼베'를 생산하게 했다.

'된장(味噌)'을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미소마치(味噌町, 된장마을)', '벌꿀(蜂蜜)'을 생산하는 마을은 '미츠마치(蜜町, 꿀마을)', 산에 가까운 마을은 '키노코마치(茸町, 버섯마을)'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즈코의 마을을 '모토마치(元町,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고 이름붙였다. 이것은 시즈코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던 기반을 각 마을로 옮겨 분산시켰기에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각 마을에 '마치(町, 마을 정)'가 붙어있는 것은, 단지 어감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대단한 의미는 없다.

애초에 시즈코에게 있어 무라(村, 마을 촌)이던 마치(町)던 아무래도 좋았고, 식별하기 위한 코드가 룰에 따라 만들어져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마지막으로 안내 간판을 설치하여, 전령 등의 사람들에게도 방향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해 전령의 실수나 길을 잃는 등의 로스를 극력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마을 사람들도 헤매는 경우가 적어져, 정보 전달을 확실히 하기 위해 중요한 시간과 공간의 인식에 대한 공유화 중 공간 쪽은 거의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조로웠던 것은 거기까지로, 시간에 대한 인식의 공유화에는 막대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날짜 시간이나 요일 등이 일상에 정착된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시대에 따라 역법은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면 전국시대에 쓰였던 주된 달력은 선명력(宣明暦)이다.

하지만 역도(暦道)릂 담당하던 카데노코우지(勘解由小路) 가문(카모우(賀茂) 씨)가 단절된 영향으로, 쿄(京, ※역주: 수도를 말함, 여기서는 교토)와 지방에서 달력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 독자적인 달력(民間暦, 민간력)이 쓰이고 있는 상태였다.

에도(江戸) 시대에 들어서는 천문방(天文方, 천체관측을 하던 관청)이 천체 관측을 기초로 달력을 만들었다.


이번의 경우에는, 오다 가문과 자신들의 마을에서 날짜와 시간이 공유화되면 되는 것이므로, 정월(正月)을 기점으로 1월 1일을 정하여 공유화하기로 했다.

당장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즈코는 월일(月日)을 공유하기 위한 캘린더를 만들었다.

동시에 칠요제(七曜制, ※역주: 7일을 1주일로 잡는 것)를 도입하여, 가능한 한 시즈코가 현대에서 사용하던 그레고리 력의 캘린더에 근접하게 했다.


시각은 해시계로 커버하기로 했다. 당시의 시간의 개념은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서 아침, 태양이 중천에 걸릴 무렵이 정오이며, 해가 진 이후가 밤이라는 조잡한 것이었다. 이래서는 집회를 할 때에 불편하다. 일이 끝난 후의 밤에 촌장 집으로 모이도록 지시하더라도 지평선이 보이고 일몰이 관측되지 않을 경우, 밤의 기점은 개개인의 주관에 의존한다. 그 때문에 전원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이 나쁘다. 그 점에서 해시계는 전원이 공유 가능한 시간의 단위를 객관적으로 정할 수 있어 유효했다.

해가 지거나 날씨가 나쁠 때는 시각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결점은 있지만, 우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전술한 밤의 집회 시간을 공유화하기 전의 단계로서, 개개인이 공유할 수 있는 단위 시간의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금석으로 도입한다.

그렇기에 다소의 디메리트는 감수하기로 했다.


사실은 정각마다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 쪽은 노부나가로부터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종을 치기 위해서는 절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말하고 보니 그러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노부나가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무신론자다.

절을 짓겠습니다라고 하면 불같이 화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안 되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상신했다. 그러자 의외의 사실이 판명되었다.

노부나가는 불교 등의 종교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무익한 외래어를 일본어로 옮기고 그걸로 인간적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나, 풋내나는 이상론을 백성에게 들려주는 한편 금지되어 있는 육식이나 여색, 금품을 얄팍하게 탐하는 타락한 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듯 했다.

그래서 시즈코의 마을 근처에 절을 세우면, 배고픈 쥐떼처럼 모여들 게 틀림없다, 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알게 되면 대책을 생각하는 건 간단했다.

시즈코는 절을 세우고 싶은 게 아니라, 종을 칠 시설을 세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절이 아니라 신사를 건축하는 허가를 노부나가에게 신청했다. 물론, 신사 뿐만이 아니라 종을 설치할 시설, 서당(寺子屋) 등의 교육 시설, 숙박 시설, 화장터, 멥쌀을 키울 논이나 작은 밭 등도 함께 신청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몇 가지 작은 의문점은 있지만 내용에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건축을 허가한다'였다. 일단 허가가 떨어진 것에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쓰여 있던 한 문장에 다시 그녀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그것들을 물을 기회를 마련할 테니 예정을 비워 두도록'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시즈코였지만, 그것들은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캘린더는 각 마을에 설치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해시계도 마찬가지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부근에 설치했다.

그 외에도 사람이 모일 만한 장소에 캘린더나 해시계를 설치했다.


거기까지 하게 되자, 간신히 연락망에 쓰이는 회람판을 쓸 수 있었다.

현대에는 당연한 듯 있는 연월일, 요일, 시간, 주소, 전화나 메일 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실패와 성공이 거듭되어 태어난 것인지 시즈코는 지겨울 정도로 알게 되었다.


회람판의 운용을 시작한 후 1주일 정도는,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당황으로 곤혹스러워했지만, 이윽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예정을 맞추는 데 편리한 점을 이해했다. 그 이후로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백성들은 차례차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 갔다.

지금도 1, 2시간 정도의 시간 오차는 있었지만, 날짜를 틀리거나 하는 연락 미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이 아니라, '마을의 게시판을 보면 된다'고 바뀌었기 때문에, 직접 1차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 전언(伝言) 게임식의 해석에 의한 정보의 변용이 없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시즈코는 불안했기에, 각 마을은 몇 번인가 시찰했다.

연락망은 제대로 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사실은 잘못 해석되어 있지 않은지, 등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각 마을이 시즈코가 구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는 호적의 원본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본을 갖기로 했다.

이에 의해 내용이 바뀌어도 대조해보면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종이를 두 배로 필요로 하는데다 내용을 갱신할 때 원본과 동기화시키는 등의 관리상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결점이 있었다. 운용면에서는 목간을 사용하여 1년분의 내용 변경을 모아 두었다가, 1년에 한 번 종이로 청서(清書)하면서 노부나가의 원본과 대조하여 목간의 내용 이외의 변경이 없는지 체크하는 제도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마을의 규모의 파악이나 간자의 잠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노부나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추어졌기에, 종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극력 낭비를 줄여라, 라는 엄명도 함께 받았지만.


"호―, 이게 호적이라는 놈인가. 확실히 누가 어디에 사는지 일목요연하군"


그런 노력의 결정체인 호적표본을, 키묘마루는 느긋한 얼굴로 읽고 있었다.

고심의 작품이 함부로 취급되는 것처럼 보인 시즈코는 어쩐지 낙담해버렸다.

하지만, 애초에 호적 초본, 등본도 주소도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애초에 촌장을 뿌리로 해서 가족마다 갈려져나가 개인은 이파리로서 관리하는 나무 구조의 정보를 일괄 관리하기 위한 서류니까. 그러니까 소중하게 다뤄 줘. 자칫 잘못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 거야"


"그건 무섭네. 맞다맞아, 잊기 전에 말해두지. 미안하지만 숯을 팔아주지 않겠어?"


"숯? 괜찮은데, 왜 갑자기?"


키묘마루의 말에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에서 벌채한 나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여, 건조시킨 후에 숯을 만들었다.

일부러 마을 한 구석을 사용해서 목재를 보관한 것은, 연료로서 숯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이지만, 사실은 목초액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목초액은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대용품이 되는 것 외에 물을 정화하는 작용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과학적인 분석 결과 알게 된 것이다. 옛날에는 숯을 구울 때 생긴 목초액은 산림에 그냥 흘려버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흘려버리는 상태였던 덕분에, 나무의 성장이 촉진되거나 하천의 물이 정화되었던 것이니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농약적인 용도로서는 해수, 해충에 대한 기피제, 퇴비의 발효 촉진제나 쓰레기 처리용 소취제 등으로서도 쓰인다. 생활을 질을 향상시키는 용도로서는 입욕제로서 사용하여 소취, 살균, 소독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목초액은 성분에 편차가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변이원성의 것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취급에도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기에, 과도한 기대는 할 수 없는 물건이다. 기껏해야 효과가 있으면 이득,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시즈코의 숯은 연기가 거의 안 나오더군. 모양도 균등하게 잡혀있으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이겠지. 내 것은 연기가 나오고 모양도 나쁘니까"


(그건 그냥 불완전 연소상태일 뿐인게……)


건조한 나무를 불 속에 넣기만 해서는 숯을 만들 수 없다.

새카만 숯처럼 보여도 단지 산화한 것 뿐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숯처럼 탄화되어 있지 않다.

그 두 가지는 겉보기가 닮았을 뿐이지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다.

키묘마루가 쓰고 있는 숯은 단지 태우기만 한 것을 재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충 만든 조악품인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응, 뭐 좋아"


숯은 그럭저럭 여유가 있었기에 키묘마루에게 팔아도 문제없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승락했다.




4월이 되고 조금 지났을 무렵, 시즈코는 어떤 것을 수확하러 산에 올랐다.


"그럼, 봄의 표고버섯 수확날입니다…… 아무도 없지만"


그것은 봄의 표고버섯이다. 원래 표고버섯은 봄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버섯이라 하루코(春子)라고 불린다.

초봄에 생기는 버섯은 종류가 적기 때문에, 하루코는 봄의 맛거리로서 즐기는 것이다.


"오,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이야, 아야 짱이 화내길래 급거 확장했는데…… 나쁘지 않네"


시즈코는 애초에 개인이 소비할 정도의 양밖에 생산할 생각이 없어서 재바장은 상당히 대충 만들어졌었다.

일조량은 조절되지 않고, 게다가 울타리도 없어서 멧돼지가 먹기도 했다. 그래서 원목의 수는 많았지만, 수확할 수 있었던 양은 백몇십개라는 결과였다.

아야에게서 단단히 설명을 듣고, 노부나가로부터 '표고버섯을 증산해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시즈코는 겨우 표고버섯이 고급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로부터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빴다. 원목을 대량으로 입하하여, 그것을 늘어놓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일조량을 조절하기 위해 주위의 나무를 베고, 나아가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했다.

너무 밀집시키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몇 개인가의 블록으로 나누어 재배하기로 했다.


키노코마치(버섯마을)의 사람들과는 별도로, 시즈코가 가지고 있는 표고버섯 재배 블록은 세 개다.

하나만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부분은 밀집되어 있기에 멧돼지가 종종 먹으러 온다.

대부분은 울타리로 막을 수 있지만, 무리하게 넘으려고 해서 울타리가 파괴되어도 곤란하기에, 유도용으로 몇 개인가의 원목을 울타리 밖에 놔두었다.


"이건 못쓰겠네…… 이건 아직 작네. 이쪽은 오케이―"


원목의 표고버섯은 모두 자라 있는 건 아니었다. 못쓰게 된 것, 작아서 채취 시기가 아닌 것도 있다.

병이 들거나 한 표고버섯은 전부 떼어내서 적당한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묻었다. 그 이외에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을 사슴가죽으로 만든 숄더백에 넣었다.


사슴을 처리할 때마다 쌓여간 가죽이지만, 가죽은 무두질하지 않으면 쓸 수 었다.

무두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현대에서도 주류가 된 방법은 크롬 무두질과 탄닌 무두질이 있다. 하지만 크롬 무두질은 다종다양한 약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채 기름을 사용하는 백무두질이나 식물 탄닌을 사용하는 탄닌 무두질이 선택지로서 남는다. 유채 기름은 달리 쓸 곳이 있기에, 여기서는 탄닌 무두질을 했다.

가죽에서 피혁이 되기까지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반년 이상, 식물 탄닌 무두질 용해액이 든 통에 담궈놓아야 한다.

그 동안 탄난의 농도를 서서히 높여갈 필요가 있었다.

다소 손이 가는 탄닌 무두질 피혁이지만, 크롬 무두질 피혁에 비교하면 신축정이나 탄성은 적어도 견고하고 가소성(변형되기 쉬운 성질)이 있어 성형에 적합하다.

따라서 가방 등을 만드는 데 적합하여, 시즈코도 가죽을 사용한 숄더백이나 배낭을 만들었다.

가방의 이점은 뭐라 해도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리라.

보자기 등은 부정형의 물건도 쌀 수 있지만, 반면에 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손이 막혀 버린다.

따라서 산을 오를 때에는 보자기보다도 양 손을 쓸 수 있는 배낭 쪽이 유리한 것이다.


버섯을 수확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부스럭 하고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카이저와 비트만, 그리고 쾨니히가 있었다.

세 마리 모두 시즈코를 발견하자 그녀에게 다가와서 아양부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주위를 과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 어, 혹시 영역에 뭔가가 침입했나……?)


그것을 이해한 순간,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비트만들의 표정을 보니, 누군가가 산 속에 들어온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영역을 어지럽히는 상대를 쫓아내기 위해 산에 들어와서 도중에 시즈코를 발견한 것이리라.


시즈코는 숄더백에서 목간을 꺼내 숯으로 아야 앞으로 편지를 썼다.

내용은 '산에 침입자의 흔적이 있음. 만약을 위해 병사 파견을 요청함'이었다. 그것을 쾨니히에게 묶은 후, 수화 비슷한 사인으로 그에게 명령했다.

잘 전달된 듯, 쾨니히는 한 번 끄덕이더니 방금 온 길을 되돌아갔다.


카이저와 비트만을 데리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을 향했다.

봄의 산나물은 다른 산에서도 채취할 수 있으니 일부러 산 속에 들어와서 찾을 필요성도 없다. 그렇다면 침입자의 목적은, 이 산에만 존재하는 표고버섯 밭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말린 표고버섯은 명나라에 대한 주요 수출품이다. 바구니 가득 가지고 돌아가면 상당한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에 도착한 시즈코는 우선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딱히 어지럽혀진 흔적은 없었고, 크게 자란 표고버섯이나, 지금부터 성장할 표고버섯이 원목에 한가득 나 있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은 괜찮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일까……?)


시즈코는 세 군데 있는 표고버섯 밭 중에서 가장 환경이 좋지만, 마을에서 좀 지나치게 멀리 떨어진 마지막 표고버섯 밭으로 향했다.

이윽고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의 코앞까지 왔을 때, 카이저가 약간 낮게 으르렁댔다.

역시 누군가 있다, 그렇게 이해한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가쎠다.


이윽고 그들은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의 문은 풀과 나무로 간소하게나마 묶여 있었을텐데, 예리한 날붙이로 깨끗하게 잘려 있었다.

시즈코는 부근에 있는 풀과 나무를 모아서 그것들을 나무에 단단히 감고, 막대기를 물려서 비틀었다.

유일한 출입구를 막은 후, 시즈코는 울타리를 따라 바깥쪽으로 돌며 상황을 관찰하면서, 이걸로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군자는 위험한 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지. 상황을 살피는 정도로만 하자)


발소리를 죽이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 안쪽을 관찰했다. 그러자, 밭 안쪽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는지, 그 인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괴이한 장소로다. 어째서 벤 나무를 늘어놓은 거지. 그리고 이건……"


생각의 바다에 잠겨 있는지, 목소리의 주인은 비트만들의 낮은 으르렁거림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혼잣말을 계속했다.

시즈코는 비트만들에게 목소리를 죽이도록 명령한 후, 다시 한 번 주위를 관찰했다.

시즈코는 가까운 울타리에 뭔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대신창(大身槍)으로 분류되는 긴 찬이었다.

무기를 손에서 놓다니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바보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침입자 이외의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카이저나 비트만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침입자는 혼자라고 생각해도 틀림없으리라.


(길이는 5에서 6미터 정도………… 어라?)


창 쪽을 보니, 통(樋, 날 중앙의 홈)에 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루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그녀가 생각한 순간, 멀리 뒤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즈코 님―!!! 무사하십니까―!"


니와(丹羽)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수십명이나 되는 발소리나, 갑주가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마도 침입자라고 하니 상당한 숫자의 병사를 데리고 온 것이리라.

그리고 시즈코에게 들렸으니, 당연하지만 침입자에게도 들렸다.


"헛!"


쭈그리고 있던 침입자가 목소리에 반응하여 일어섰다.

그 인물에게 동요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곧장 창을 잡으러 발길을 돌렸다.

순간, 비트만이 크게 포효했다.


"뭐, 어, 헛!"


그것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는다기 보다, 어딘가 최후 통첩을 들이대는 듯한 결연한 포효였다.

늑대는 개와 달리 거의 짖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큰 소리로 짖는 것 같이 눈에 띄는 행위는 자신의 몸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울음소리나, 일본늑대처럼 멀리서 짖는 습성이 없을 경우, 기본적으로 늑대는 침묵한다.

따라서 회색늑대인 비트만이 짖는 이유는, 침입자에 대해 '내가 상대다, 지금부터 네놈을 사냥하겠다'라고 고하는 것과 동시에, 무리에 대해 전투의 개시를 알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걸 보고, 시즈코는 비트만보다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늑대의 무리의 리더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족인 비트만들을 지키려는 마음 쪽이 강했다.

그래서 무모하다는 건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발은 앞으로 나섰다.


한편, 의식 밖에 있던 방향에서 갑자기 늑대의 포효가 들려왔기 때문에, 침입자는 순간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며 발을 멈춰 버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이 떨고 있으면서도 양팔을 벌리고 있는 시즈코와, 이빨을 드러낸 늑대 두 마리였다.

아무래도 완전히 예상 밖이었는지, 침입자는 패닉을 일으켰다.


"뭐, 뭐, 뭣! 무엇을!"


그리고 그 이상, 침입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발의 화살이 발 앞에 꽂혔다.


"움직이지 마라"


겨우 도착한 니와를 포함한 오다 군의 병사들에게, 울타리 너머로 주위를 완전히 포위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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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8 1567년 3월 중순



노부나가의 싸움은 바뀌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미노(美濃) 공략에 관여한 자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나쁘게 말하면 기세를 몰아서의 강행 돌파가 많았다. 그 자체는 보편적인 전술이며, 추세를 결정하는 훌륭한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기책(奇策, ※역주: 기이한 책략)만으로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고,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정면에서의 총력전이 된다.

문제는 그것을 행할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이 잘못되면, 아군만 피해를 입고 끝나게된다.


"군사를 예의 장소까지 물려라"


"예, 옛!"


노부나가가 지시한 것은 결코 많지는 않다.

성을 지키는 무장이 혈기왕성한 상대라면, 강행 돌입을 하여 일부러 패퇴한 듯 군사를 물린다.

그러면 상대방이 취할 선택은 대략 두 가지가 된다. 하나는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끝날 뿐.

그리고 또 하나는, 더욱 상대에게 피해를 주려고 공격하러 나오려고 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횡재한 것이다. 견고한 성의 보호에서 빠져나와, 무방비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 주는 것이니까.


"화살을 쏘아라"


"옛!!"


감쪽같이 유인당한 된 무장은 위지(囲地)라고 하는, 적을 공격하는 데 절호의 지형으로 유인되었다.

노부나가 측은 높은 곳에서 활을 안전하게 쏴댈 수 있고, 적장 측은 도망칠 장소가 한 곳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당연하지만 적장 측은 무장도 포함해서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퇴로에는 노부나가 측의 병사가 매복해 있어, 퇴각은 성공하지 못하고, 멈춰서는 아군과 속속 퇴각해 오는 병사와의 사이에 정체가 일어난다.

이렇게되면 싸움은 일방적이다. 화살이 아니라도 바위나 쓰러진 나무 등을 집어던지는 것만으로, 재미있을 정도로 적병을 쓰러뜨릴 수 있다.


"주, 주군!! 뒤는 잡병이 쇄도하여 도망칠 수 없습니다! 아, 앞에는 오다 군이 버티고 있습니다! 우, 우리는 포위되어 버렸습니다!"


"크윽! 병사를 물린 것은 이 때문이었나! ……무사한 자를 모아서, 오다 군 쪽으로 정면 돌파를 꾀한다!"


이렇게 외친 적장이지만, 그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마치 타이밍을 잰 것처럼, 적장에게 무수한 화살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수십 대나 되는 화살이 적장의 목이나 가슴, 팔이나 다리에 꽂혔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는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물론 항상 이렇게 잘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피해만 입고 있었다. 시원찮은 전황에 노부나가가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그는 대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잘 되고 있군"


그 뻔뻔하기까지 한 태도는 그야말로 태연자약을 체현하고 있었다.

허세를 부리고 있는 듯 생각되었지만, 국소적인 승패에 고집하지 않고 대담하고 병사를 운용하여, 최후에는 승리를 거두었다.

분노나 초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심으로는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애초부터 불 같은 성격의 노부나가는 애써 냉정한 태도를 취하려고 부심하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일수록 뻔뻔하게 웃는다.

이것이 노부나가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얼핏 보면 단지 허세를 부리고 있는 듯 보이리라.

그러나 그는 묵직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피아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하려고 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성가신 것으로, 얼마만큼 부정할 수 있는 재료가 있더라도 완전히는 불식시킬 수 없고, 작은 불안의 씨앗이 싹터 자라간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자군의 '불안'을 가능한 한 제거하고, 반대로 적에게는 불안이나 불안의 근거가 되는 의심의 씨앗을 뿌렸다.


어떤 역경에 몰리더라도, 지휘관이 부하 앞에서 동요하면 사기는 떨어져 버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노부나가가 잘 안 풀릴 때 마구 화풀이를 해 대면, 그건 부하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주게 된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무신경할 정도로 매사에 동요하지 않는 투장(闘将)'을 이미지하고, 사태의 경중이나 길보, 흉보에 상관없이 항상 예상 범위 내의 사태인 듯 당당한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이게 의외로 효과를 거두어, 무장들은 물론, 아시가루들도 용기백배하게 된다.


반대로 적에게는 적극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책략을 도입했다.

함락시킨 성의 잡병에게서 갑주를 벗겨서 그걸 간자에게 입혀., 어딜 봐도 성에서 도망친 듯한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

당초에는 그대로 '불안'을 선동할 만한 보고를 시키려고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약하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래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더욱 효과적인 수단을 모색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사실도 전하지 않는 보고', 즉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생략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보고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말이나 벌어진 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쉽다. 설령 그것이 거짓이라도, 보고를 받은 사람이 받아들이기 쉬운 스토리라면 사람은 그렇게 해석한다.

따라서 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자의적인 사고 유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간자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혐의를 받을 일도 없다.


예를 들면 간자에게 "노부나가는 다음 성을 향해 진군중"이라고 보고하게 했다고 하자.

얼핏 보면 보통의 보고로 보인다. 하지만 이 보고는 중요한 부분이 일부러 빠져 있다.

노부나가가 진군중,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느리는 무장이나 병력 등 규모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당연히 일개 병졸의 보고를 그대로 믿을 무장은 없다. 진형이나 병력에 대해서도 묻게 되겠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하면 되고, 그러면 추가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척후를 보내려고 하리라. 하지만 이것은 판단에 요구되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나(예를 들면 바로 근처에 노부나가가 와 있는 등), 그 정보를 뒷받침할 증거를 무장들에게 발견하게 하는(예를 들면 실제로 노부나가의 군세가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등) 것으로 판단을 부채질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이 천재일우의 찬스라고 착각하고, 노부나가의 등 뒤를 급습하려고 부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이끌고 있는 군은 기마병으로만 구성된 속도 우선의 미끼이며, 유인된 적군의 등뒤를 본대가 급습한다. 그리고 적의 움직임이 멈췄을 대 노부나가의 부대도 반전하여 협격한다.


치명적인 실책을 깨닫고 보고자를 질책하려고 해도, 그 때에는 당사자는 모습을 감추었으니 자신의 불운을 저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간자에게는 연기력과 담력 이외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의 재치 등 높은 능력이 요구되므로, 인재 확보가 금후의 과제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노부나가는 새로운 진형도 도입했다. 밀집진형, 소위 말하는 팰랭스(Phalanx, ※역주: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밀집보병 진형).

그렇다고는 해도 지중해나 마케도니아 식처럼, 정예에 의해 구성된 진형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인원도 적어서 총 30명에서 40명 정도다.

그리고 5명을 한 줄로 삼아, 맨 앞줄이 볼품없는 나무판자로 만든 몸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방패를 들고, 2번째 줄부터 뒤로 20명 정도가 노부나가가 개발한 장창을 손에 들고, 맨 뒷줄에 크로스보우를 든 병사를 몇 명 배치했다.

진형을 구성하는 병사들은, 처음 겪는 진형에 당황하고 놀라 삐걱대고 있었다.

그래도 전장에서 죽음을 가까이 느꼈기 때문인지, 몇몇 부대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발휘하여 하나가 되어 공격하고 있었다.

맨 앞줄이 상대의 화살을 막고, 접근해 오는 적병에게는 장창이, 성 가퀴(※역주: 성벽 등에 만들어진 화살을 쏘는 구멍)로부터의 공격에는 크로스보우가 대응했다.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산성이 아닌 한, 자연의 지형을 이용하여 산의 곳곳에 울타리, 해자, 흙벽을 쌓는다는 정도의 방어 설비밖에 없는 장소에는, 팰랭스처럼 집단이 한 덩이가 되어 혈로를 여는 전술은 일정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밀집진형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금후의 과제로군, 요시나리"


"옛. 아까 최종 방어선을 돌파하여, 현재 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좋아, 잘 했다. 밀집진형의 병사들을 물려라. 그리고 아시가루들도 물려라. 남은 건 잡병들만으로 충분하겠지"


그 말대로, 이미 산성은 함락 일보직전 상태였다.

이미 산꼭대기로부터 검은 연기가 몇 개나 올라가고 있었다. 그게 노부나가측의 잡병들이 불을 지른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산성의 사람들이 자포자기하여 불을 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해 흥미가 없었던 노부나가는 연기를 한 번 본 후, 모리 요시나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남은 성도 이 기세로 함락시킨다"


"옛!"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모리 요시나리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볼에 한 줄기 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서웠다. 남만과 명나라의 지식을 자기 속으로 흡수하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여 전과를 올리는 노부나가가.


(……영주님께서는 그것을 습득하여, 이렇게 실천하고 계신다. 시즈코 님의 지식도 놀랍지만, 역시 영주님의 천품(天稟)에는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르겠군)


병법서, 아야로부터의 보고, 키묘마루로부터의 보고, 그 외에 시즈코로부터 직접 흘러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

그것들 중에서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합리적인 형태로 실현시키는 노부나가에게 모리 요시나리는 무의식중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소심한 놈이라 비웃음당해도 좋다. 나는 영주님이 두렵다. 대체 이 분은 어디까지 거대해지실 것인가)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의 등을 보았다.

보기에는 보통 사람의 등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텐데, 어째서인지 모리 요시나리의 눈에는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크고 무섭게 보였다.




한편, 전장에서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한적한 농촌 지대에 있는 시즈코는, 슬슬 비밀병기 1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밭갈이에 쓰는 '하네쿠리 빗추(※역주: はねくり備中, 삽과 쇠스랑을 합쳐놓은 듯한 농기구의 일종. 참고 링크: http://doyano.sytes.net/oyaku/hanekuri/index.html)다.

종래의 밭갈이 작업은 곡괭이나 쇠스랑을 사용하여 앞으로 숙이고 작업하기 때문에 허리를 다치기 쉽다.

그래서 서서 작업할 수 있는 하네쿠리 빗추를 사용하여 작업 효율을 향상시키고 허리의 부담을 줄이려고 생각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흙을 갈기 때문에 힘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타이쇼(大正) 시대(※역주: 1912년~1926년)에 개발되어 쇼와(昭和) 초기(※역주: 1927년~)부터 쇼와 40년대(※역주: 1965년~1974년)까지, 밭갈이라고 하면 하네쿠리 빗추를 써서 논밭을 가는 것, 이라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한 명에 하나씩 줄 여유는 없지만, 각 마을에 30개 정도 배포할 수 있는 숫자는 생산할 수 있었다.


"농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호적 쪽이 문제네. 역시 처음부터 만드는 건 방대한 작업이구나"


호적 쪽은 아직도 정리중이었다. 애초에 호적을 만들려면, 먼저 주소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주소 뿐만이 아니다. 가족 구성을 남편과 아내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상태도 문제였다.

전국시대, 싸움터에서 돌아왔더니 자식이 늘어 있었다, 라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남자 쪽은 딱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식이 늘어난 것을 기뻐할 정도였다.

물론, 모두 원만하게 풀리는 건 아니고 아내의 간통을 의심하여 추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늘어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애매한 사고방식으로는 중요 군수 거점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생긴다. 타국의 스파이, 즉 간자의 개입을 허용해버리는 것이다.

남편이 전쟁 등으로 집을 비웠을 때, 아내가 간자와 간통하여 비밀을 흘리거나 하면 큰 문제이다.

그것만큼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용납할 수는 없었다. 호적의 정비도 간자 대책의 하나이지만,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시즈코가 가진 농업기술이 노부나가의 심복에게 '널리 퍼진' 상태가 될 때까지, 극력 외부와의 접촉을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언젠가 시즈코의 농업 기술은 타국도 알게 될 것이고, 생산량 증가를 위해 도입할 것이다.

그 때, 시즈코 혼자만 기술을 쥐고 있는 상태로는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

농업 기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시즈코라는 것을 타국이 알게 되면, 그들은 오다 가문의 세력을 깎기 위해 시즈코의 암살을 꾀할 것은 확실하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작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노림받고 살해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시즈코 혼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단계인 '불특정 다수의 백성이 알고 있는' 상태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 상태가 되면, 시즈코 한 명을 암살해도 큰 효과는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녀는 꾸준히 기술을 주변에 퍼뜨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은 '최저 수준의 향상'이라는 부국 정책에 가까웠다.

농업 기술은 시즈코의 마을을 기점으로 부채꼴로 퍼져나가, 이윽고 오다 영토의 백성 모두에게 알려진다.

그렇게 되면 오다 영토는 전국시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확량을 자랑하는 나라가 된다.

'최저 수준의 향상'의 가장 무서운 점은, 기점이 된 장소를 없애버려도 이미 의미가 없는 점이다.

이미 영토 내에 퍼진 상태에서 시즈코의 마을을 공격해도, 그걸로 오다 영토 전체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뿌리내린 지식을 근절시키려면, 영민을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시키고 모든 기록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다 가문을 멸망시킬 필요가 있으며, 오다 가문의 전력을 깎기 위해 오다 가문을 괴멸시켜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뭐, 한탄해도 소용없나. 그보다 전력의 방법은, 파발 이외에는 없으려나"


파발꾼을 하루에 몇 번이나 쓰는 건, 아무래도 비용이 지나치게 든다.

좀 더 간편한 방법으로 정보의 전달을 할 수 없을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이, 시즈코―, 놀러왔다―…… 으악! 깜짝이야……"


팔짱을 끼고 생각하고 있자니, 현관에서 키묘마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중에 비명이 섞였기에, 시즈코는 무슨 일인가 하고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왜 그래―?"


그렇게 말하며 현관을 내다보니, 카이저와 쾨니히가 키묘마루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를 발견하더니 두 마리는 놀라는 키묘마루를 내버려두고 꼬리를 흔들며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두 마리 다 시즈코 앞에 앉아서, 바닥을 쓸듯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이것은 무리의 상급자에 대해, 최대한의 애정과 경의를 표할 때 나오는 동작이다. 말로 하면 '뭐든지 명령해 주십시오!'이다.

그걸 이해한 시즈코는, 그러고보니 요즘 바빠서 비트만들에게 별로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외로우니까 신경써줘 신경써줘'라는 느낌이리라. 이래서는 비트만들에게 스트레스가 쌓여, 몸에도 마음에도 좋지 않다.


"좋―아, 어차피 내일 해도 되니까, 오늘은 일은 관두자. 카이저, 그거 가져와"


시즈코는 카이저 앞에서 어떤 동작을 취했다. 그게 뭔지 이해한 카이저는, 즉시 일어나서 그것을 가지러 갔다.

그걸 본 후, 시즈코는 자주 쓰는 개피리를 불었다. 내용은 '전원 집합'이다. 기다렸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이 비트만들은 금방 모여들었다.

모두 시즈코를 보자마자 입을 핥으며 '너무 좋아요' 어필을 했다. 이래저래 일이 쌓여 신경써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듯이, 시즈코는 조금 요란하게 그들의 몸을 쓰다듬었다.

모두 모였을 때 카이저가 부탁한 것을 입에 물고 돌아왔다.

그것은 원반 모양, 소위 말하는 프리스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녀는 그걸 받아들고, 아직도 멍해 있는 키묘마루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카이저네랑 놀 건데, 키묘마루 군도 같이 할래?"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무서운 걸 도리어 보고 싶은 마음에 키묘마루는 작게 끄덕였다.




노부나가는 본진을 갖추고 잠시 쉬고 있었다.

현재 공격하고 있는 성은 이미 함락 직전. 그리고, 이 다음에 공격하려고 예정했던 성으로부터 투항하겠다는 사자가 왔다.

노부나가의 진영은 큰 병력 손해가 없어 순조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하지만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가 있는 이나바(稲葉) 산성을 함락시키지 않는 한 그는 안심할 수 없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위한 비밀병기 중 하나인 크로스보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요시나리, 이 크로스보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노부나가는 곁에 있던 모리 요시나리에게 질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노부나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위력은 강합니다. 하지만 시위를 당기는 데 도구가 필요하여, 그 때가 빈틈투성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흠, 역시 시위를 당길 때가 문제인가"


애초에 노부나가는 시즈코로부터도 '시위를 당기는 시간이 길다'는 경고는 받았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는 시험적으로 싸움에 도입했던 것이다.

결과는 시즈코의 경고대로였다. 노부나가는 화승총, 화궁, 그리고 크로스보우를 머릿속에서 비교했다.


유효사정거리가 가장 긴 것은 화궁, 다음으로 크로스보우, 마지막으로 화승총.

연사능력도 화궁, 다음으로 크로스보우, 마지막으로 화승총.

제조 비용은 압도적으로 크로스보우가 싸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화승총.

위력은 화승총이 압도적이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크로스보우.

유지비는 흑색 화약을 소비하는 화승총이 압도적으로 높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크로스보우.


"……요시나리, 문득 생각했는데, 이 크로스보우…… 화살을 얹는 곳에, 다른 것을 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크로스보우에는 나무로 된 받침대가 있어, 그곳에 화살을 얹고 발사하도록 되어 있다.

시위를 받아내야 하는 점도 있어,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평탄한 부분이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 위에 화살 이외의 무언가를 얹을 수 없을지 생각했던 것이다.


"옛, 확실히 다른 것을 얹을 수 있을 듯 합니다만…… 얹을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제한될 듯 합니다"


"상관없다. 놈(사이토 타츠오키)을 기겁하게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 시위를 당기는 기구, 이것도 다른 뭔가로 대용할 수 없으려나"


말하면서 노부나가는 기구를 사용해 현을 당겼다. 힘을 쓰는 게 이 때 뿐이라고는 해도 답답한 시간이었다.

난전으로 들어가면 이 시간은 사활문제. 하지만 시위를 느슨하게 하면 위력이 떨어진다. 위력을 낮추지 않으면서 시위를 당기는 시간을 짧게 하는 방법은 없을지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게다. 화살을 33간(※역주: 1간은 약 1.818m, 즉 33간은 약 60m) 날릴 수 있는 숙련자를 10명 모으기보다, 이 크로스보우의 결점을 극복한 것을 100개 준비하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크로스보우를 봤지만, 역시 해답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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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7 1567년 2월 하순



2월에 들어선 후부터는 눈이 돌 정도로 바빴다.

간신히 건조한 목재를 사용하여 숯을 굽고, 또 그 기술을 니사쿠들에게 전수했다.

모리 요시나리로부터 간소한 크로스보우를 30개 생산해 달라고 부탁받아, 기구를 간략화한 되감기 방식의 크로스보우를 30개 생산했다.

노부나가로부터의 보수인 인부 200명에 노부나가로부터의 계획서가 딸려왔다.

그리고 그 계획서를 가져온 니와 나가히데로부터 사과를 받고, 또 자기도 모르게 맞사과하여 사과배틀을 벌였다.

그런 식으로, 본래는 아직 느긋하게 지낼 수 있었을 2월은, 노름판처럼 분주해졌다.


그리고, 니와 나가히데와 대화한 시즈코는, 그에 대해 '오다 가문의 가신들은 성격이 만만찮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평가되는데, 이야기해보면 의외로 견실한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노부나가로부터 받은 계획서는, 군수 생산거점의 확대 계획이었다.

당시의 백성은 기본적으로 세금이 되는 쌀이나 콩을 영주나 사원, 막부에 바치는 대신, 그들의 군사력에 의한 비호를 받고 있었다.

노부나가도 지금까지는 다른 영주들과 마찬가지로 오와리(尾張)의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대신 그들을 비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즈코에게 마을의 운영을 2년 맡겨보고, 그는 어떤 구상을 떠올렸다.

그것은 지금까지처럼 백성에게 맡겨 작물을 생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전부 오다 가문에서 관리, 운영하는 구상이다.


그 구상을 시험하기 위한 시금석으로서 시즈코의 마을을 대개조할 필요가 생겼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인지, 병행하여 마을에 방위 시설이 건축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의 방위시설의 설계는 시즈코가 아니라, 오와리 아츠타(熱田)의 궁목수(宮大工)인 오카베 마타에몬(岡部又右衛門)이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계획의 영향을 받아 마을의 규모를 확대하게 되었다.

겨우 백 명 조금 넘는 마을에, 평시에는 백성이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병사가 되는 반농반병(半農半兵)의 사람들이 160명. 그리고 호위를 위한 전업의 위사부대(衛士部隊)가 3백 명 가까이 주둔하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그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그들의 가족인 처자식이나 조부모 등도 세트로 따라온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마을에 있는 땅으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 따위 예상했던 노부나가는, 니와에게 어떤 명령을 내렸다.

땅이 없으면 만들어라, 였다.

주위에 다른 농촌이 없는 것에 착안한 노부나가는, 이후에 시즈코의 마을이 발전하여 인구가 증가하기 전에, 미리 자신의 수하들로 장소를 점거하려고 생각했다.

이에 의해 간자가 끼어들 여지를 줄이고, 게다가 시즈코의 마을에 간자가 들어와도 도망치기 전에 출입구를 봉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애초에 노부나가는 생산거점을 한군데에 몰아넣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리스크 분사를 위해, 시즈코의 마을을 기점으로 3~4개의 마을로 분산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마을을 직영의 군수생산지로서 관리, 운영한다.

그런 관계로 세금을 내는 것은 각 마을마다가 아니라, 모든 마을을 하나의 시설로 간주한 상태에서 그에 걸맞는 세금이 부과되었다.


노부나가가 제시한 최저 라인은, 쌀 500가마니(가마니 하나에 30kg, 합계 약 15톤), 콩 800관(약 3톤), 흑설탕 8관(약 30kg)였다.

그리고 최저 라인을 바치면 되는 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얼마를 생산하던 5할이 노부나가, 나머지가 시즈코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라는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생산물도 물건에 따라서는 5할을 바칠 필요가 있다. 다만 고구마나 호박 등의 야채류와 계란은 비과세가 되었다.


노부나가가 제시한 최저 라인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시즈코는 당초 예정했던 300ha의 농지 확대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녀는 할당하는 경작지를 인구 1인당 2ha로 하고, 1ha를 쌀, 남은 1ha를 콩에 할당했다. 다만 콩은 컴패니언 플랜츠(companion plants)로 키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콩의 재배 면적은 1인당 50a가 된다.

사탕수수 밭은 각 마을에 5ha로 하고, 야채나 계란, 잡곡 등은 각 마을의 자율에 맡겼다.


이에 의해 쌀과 콩의 최대 총면적은 390ha가 된다. 물론, 가동률 10할로 작물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싸움에 의한 징병이나 백성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대략 8할 정도의 가동률이 되리라.


게다가 주요 작물인 쌀과 콩의 경작지를 각 마을마다 거주 지구에 병설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만에 하나 작물에 병충해가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디메리트로서 생산거점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되어, 각각 방위시설이 필요해진다.


이만한 규모가 되면 현재의 노동인구로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리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선 쌀의 수확량에 관하여 말하자면, 모든 마을에 있는 논의 총면적을 260ha, 1ha당 흉작이나 병충해 등도 고려하여 평균 30가마니의 현미를 수확할 수 있다고 가정하여 가동률을 8할로 계산할 경우, 총 생산량은 6240가마니라는 파격적인 생산량이 된다.

노부나가에게 절반인 3120가마니를 바쳐도, 나머지 3120가마니가 남는다. 약 3000가마니를 마을 사람 약 300가구에 분배할 경우, 한 가족당 10가마니 분배 가능하며, 남는 숫자는 비축미로서 유사시에 대비한다.


"에―, 이번의 최저 목표는 500가마니에요.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어요. 작년과 똑같이 하면 간단히 달성할 수 있어요. 다만 다른 마을은 개간이 많기 때문에, 이 마을은 특별히 1인당 10가마니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촌장님. 뭐 작년보다 좀 마음은 편… 할까요?"


"그, 우리는 특별히 10가마니잖아. 그러면 보통이라면…… 그"


"백성 1인당 3가마니 정도야. 뭐 새로운 마을 쪽은, 이쪽과는 달리 싸움터에 갈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네"


금년은 어느 정도 릴랙스할 수 있는 것을 이해했는지,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 그늘은 없었다.

다만, 마을이 비정상적인 스피드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노부나가로부터의 기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압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애초에 니와 나가히데는, 백성들의 농사일에 영향이 없도록 배려하면서도, 재빠르게 마을을 담장으로 둘러싸고 병사 대기소와 마을의 입구에 성문으로 착각할 정도의 훌륭한 문을 건축했다.

게다가 365일 24시간 마을 주위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병사들이 경호한다는 파격적인 대우가 세트로 따라온다.


논밭의 확장, 그리고 마을의 주위의 방위 시설 외에, 시즈코의 집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 이랄까 거의 이웃집 위치에 한 채 집이 세워졌다.

소유주는 오다 노부나가, 즉 노부나가의 별장이라는 것이다. 꼼꼼하게도 온천으로 통하는 건물에 직결되는 통로까지 만들어졌다.

이것저것 지적하고 싶은 게 가득했지만, 이제와서 뭘 말해도 늦었다고 이해한 시즈코는, 작게 어깨를 늘어뜨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으면 시간은 빨리 간다(待たぬ月日は経ち易い)는 속담처럼 순식간에 2월이 끝나고, 봄의 숨결을 느끼기 시작하는 3월 상순.

마을 주위의 방위시설이 반 정도 완성되고, 다른 마을도 거의 완성 직전. 그리고 대규모 농지가 8할 정도 완성되었을 무렵, 시즈코에게 놀라운 정보가 들어왔다.




그것은 키묘마루가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로, 시즈코의 집에 온 날의 저녁 때의 일이었다.


"우엑!? 서 미노(美濃)랑 동 미노(美濃)가 떨어졌어!?"


"야!!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아, 미안……"


키묘마루에게 큰 목소리로 지적당한 시즈코는 서둘러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수상해 보이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하던 키묘마루였지만, 그러한 기척이 느껴지지 못하는 걸 안 순간,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지 마. 간자가 들으면 큰일이라고"


"(비트만들의 귀와 코를 돌파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응, 미안해"


비트만들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영역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영역 두 종류를 영역으로서 설정하고 있었다.

사냥터는 마을을 중심으로 산 등 광대하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장소는 시즈코의 집이다.

그렇기에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와도, 금방 영역을 침범당한 것을 눈치챘다.

키묘마루도 처음에는 그렇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잊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이려나.

아무튼 시즈코의 집 안에 한해서 말하자면, '타인'이 들어올 여지는 거의 없다.


"남은 건 중앙의 미노(美濃) 뿐인데, 이게 골치아프네"


"그러네…… 이나바(稲葉) 산성에서는 상대의 행동이 다 보이니까―"


예전에 기후(岐阜) 성(이나바 산성)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맞장구쳤다.

정비된 현대에서조차 바위밭의 급경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힘든 장소이다.

하지만 공기가 맑기 때문에, 산꼭대기로부터는 미노 평야가 다 보인다.

이래서는 노부나가의 행군 따위 금방 발견되어, 도착할 무렵에는 확실히 방위체재에 들어가 있으리라.


"……뭐 그렇지. 역시 여기는 시간을 들여서 공략할 수밖에 없겠지"


"뭐, 내가 이러니저러니 해서 함락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보다 나는 소금이 있었으면 좋겠네―"


차를 마시며 시즈코는 그런 말을 했다.


소금은 기본적인 조미료로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 원소인 나트륨 공급원, 염소(塩素)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존재이다.

짠맛이 옅은 요리를 맛없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소금을 원하는 증거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어, 예전에 이온 교환막 법이라는 제법이 확립되기 전까지 귀중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샐러리맨' (샐러리란 생활에 필수적인 소금을 사기 위한 봉급을 받고 일한다는 의미가 있다),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敵に塩を送る, ※역주: (적의 약점을 틈타지 않고) 곤경에 빠진 적을 도와준다)', '몸소 돌보아 기른다(手塩にかける)' 등의 말에 그 잔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혈압의 원인이 되며, 위암의 발생으로 이어져버리기도 한다.

특히 일본인은 염분을 과잉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 고혈압이 유발하는 뇌졸중(脳卒中)은 현대 일본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호오, 소금이라"


"하지만 뭐 아무래도 너무 욕심부리는 건 좋지 않지.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소금은 꽤나 이권이 얽혀 있을 테니까"


시즈코의 말대로, 소금에는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권이 얽혀 있었다.

예를 들면 18세기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 아사노 타쿠미노카미(浅野内匠頭)의 유신(遺臣), 오오우치 쿠라노스케(大内内蔵助) 등이 키라 코우즈케노스케(吉良上野介)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츄우신구라(忠臣蔵)'.

무사의 충성심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애초에 아사노 타쿠미노카미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는 어째서 다툼을 벌였는가.

그 원인에 소금의 존재가 있었다고 한다.

아사노 타쿠미노카미의 영지인 아코우(赤穂, 현재의 효고(兵庫) 현 아코우(赤穂) 시)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의 영지인 키라(현재의 아이치(愛知) 현 키라쵸(吉良町))는, 둘 다 소금의 명산지로서 알려져 있었다.

그 이권이나 제법을 둘러싸고 두 가문 모두 오랜 세월에 걸쳐 반목해 온 사이였다. 키라 코우즈케노스케가 아사노 타쿠미노카미를 면전에서 욕한 것도, 아사노 타쿠미노카미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에게 칼을 들고 덤벼든 것도, 그러한 오랜 세월에 걸친 다툼이 배경에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소금은 보존식을 만드는 데 빠질 수 없으니까. 으―음. 그렇다고는 해도 생산량이 올라가면 유통량도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이권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으려나"


현대라면 몰라도, 전국시대의 이권단체는 이권을 침해당하는 것이 먹고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에 직결된다.

그렇기에 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혼간지(本願寺)가 이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여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발하여 전국의 잇코잇키(一向一揆)를 동원하여 10년 동안이나 철저하게 항전한 이시야마(石山) 전쟁은 이권투쟁으로서 유명하다.


"그거라면…… 영주님께 말씀드리면 되잖아. 뭐냐 그…… 이권단체인가 하는 게 무섭다면, 오다 가문의 사업으로 하면 되는 거고"


"그거 '영지를 빌려주세요'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시즈코는 오다 가문의 군수생산지를 맡은 몸이잖아?

소금을 생산하겠다고 말하면, 영주님께서는 기쁘게 영지를 빌려줄 거라 생각하는데?"


"으―음, 그럴까. 뭐 기회가 있으면. 지금도 자주 편의를 받고 있으니, 이 이상 뭔가 요구하는 것도 안 좋지 않을까"


거기까지 본격적으로 소금 생산에 나설 생각이 없었기에,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현재 5개의 마을을 총괄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지금까지 없었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에, 소금의 양산에 대해서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선 순위가 낮았다.


(어쩌지…… 연락망)


시즈코는 그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시즈코의 마을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도는 위성(衛星)처럼 네 개의 마을이 생겼다.

각각이 독립된 마을이지만, 농업기술은 시즈코의 마을을 베이스로 수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하나의 마을에서는 직면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큰 것은 의사전달의 수단이다. 이것을 연락망이라 부른다.

쌀이나 콩의 재배를 연대하여 하려면, 긴밀한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다.

병사들도 연대를 할 필요가 있기에, 그들로부터 파발을 몇 명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연락이 전해지는 속도이다.


병사들은 병사 대기소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전달하면 다소의 타임랙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보는 전달된다.

하지만 시즈코의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정보를 전달할 경우,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해가 있는 채로 기술이 전해져, 최악읠 경우 수확이 극단적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바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단번에 다섯 마을에 기아(飢餓)가 덮쳐오게 된다.


사람을 파견해서 기술지도를 해야 할지, 라는 계획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자신의 마을의 농작업이 소홀해진다.

애초에 증산을 해야 하는데, 기술지도만을 위해 몇 개의 논밭을 희생하는 건 본말전도(本末転倒)이다.

다섯 개의 마을이 동시에 기술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으―음"


팔짱을 끼고 생각했지만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타임 리밋은 얼마 안 남았다. 그리고 이미 나쁜 전달 효율에 의한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옆마을에는 전달되었을 정보가, 그 옆마을에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적이 있다. 그것은 전달을 부탁받은 마을 사람이 잊고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어느 날 회의를 하기 위해, 각 촌장들에게 지정한 날짜에 집합하라는 연락을 했을텐데, 실제로 모인 것은 절반이었다.

오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모이는 날이 며칠 틀리게 전달된 게 원인이었다.

그 외에도 많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연락 부족이나, 연락을 오해한 것이 원인이었다.


지금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볍씨의 준비나 육묘(育苗)의 밑준비가 끝나면, 나쁜 전달 효율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화라던가 메일이라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는 걸 조르듯이 시즈코는 불평했다.


"아― 안 돼 안 돼. 이렇게 되면 발상의 전환이야…… 우선 어째서 전화가 필요해졌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시즈코는 뭔가 힌트가 없나 생각해보려고, 우선 전화가 태어난 이유를 생각했다.

전화는 단적으로 말하면 전화회선을 통해 멀리 있는 상대에게 음성을 전달하여,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수단이다.

원격지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고, 또 마찬가지로 시간을 나눠가면서 발신하고 수신한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를 의식하는 일 없이, 남녀노소가 같은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화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쇼와(昭和) 후기에는, 기업이나 상점에 연락하는 방법으로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직접 전한다. 이건 일단 무리네. 전기 따위 없고. 그러고보니 전화는 어떻게 상대를 판별했더라……? 아아, 전화번호네…… 번호?)


그 때, 시즈코는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생각했다.

전화가 태어난 이유를. 애초에 전화는 어떤 것인가를.


(뭔―가 걸리네. 전화…… 전화…… 휴대전화…… 고정 전화…… 정보를 전하기 위한 도구. 그리고 상대를 판별하는…… 어!?)


빛났다, 라고 말하듯이 그녀는 바닥을 양 손으로 힘껏 후려쳤다.

그 솔에 깜짝 놀라 가까이서 누워 있던 비트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맞아, 이 방법이 있었어! 아야 짱―! 아야 짱――――――!!"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으셔도 잘 들립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시즈코 님"


복도에서 얼굴만 내민 아야는, 흥분이 멈추지 않는 시즈코에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이걸로 진정하지만, 이번에는 묘안이 떠오른 듯 전혀 효과가 없었다.


"먹과 종이를 준비해 줘! 영주님께 편지를 한 통 쓸 거니까! 그리고 그걸 부탁해!?"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진정해 주세요"


"아니아니, 이래뵈도 진정한 거거든!?"


(…………어디가?)


지적하는 것도 바보스러워졌는지, 아야는 어이없는 표정인 채로 먹과 종이를 가지러 갔다.

그것들을 손에 들고 돌아오자,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비트만을 쓰다듬고 있는 시즈코가 보였다.

어째서 그걸로 진정되는 건지 아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즐거워 보였고, 비트만은 황홀해하고 있었고, 다른 늑대들은 "나도 나도"라고 말하는 듯 시즈코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기에, 아야는 그들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고형의 먹을 벼루 위에 갈면서, 아야는 시즈코를 보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시즈코 님, 영주님께 편지를 한 통, 이라고 하셨는데, 뭘 쓰실 생각이신가요?"


"아무래도 수백명을 머리로 기억하는 건 무리니까―. 조금 마을의 관리 방법을 바꾸는 거야"


"어떤 방법인가요?"


그 질문에, 기다렸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호적(戸籍)을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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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6 1567년 1월 하순



정초의 3일이 끝나면 딱히 이벤트도 없고, 겨울 야채나 유채기름용의 재배를 계속할 뿐이었다.

간신히 양파의 생산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여, 식용으로서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묘(種苗)와 경작지가 부족하여, 본격적인 증산은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즈코는 자신이 생산 관리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았다.

야채는 옥수수, 부추, 호박, 가지, 토마토, 무, 파, 양배추, 토란, 소송채, 킨토키 당근, 순무 등 12종류.

군수물자로서 쌀, 콩, 표고버섯, 벌꿀, 사탕수수. 비상식으로서 고구마. 게다가 독자의 양계장에서 닭고기와 계란. 기름이 되는 유채꽃(菜種)과 피로 회복에 가장 잘 듣는 식품인 양파.

규모는 작지만 양잠에 의한 견사(絹糸) 생산과, 뽕나무 잎을 사용한 뽕나무 찻잎, 그리고 뽕나무 열매.

인구가 겨우 100명 정도의 마을이 생산하는 규모를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규격외적인 양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니, 잘 생각해보니 꽤나 종류가 많았네"


자신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을 목록으로 정리한 시즈코는, 어딘가 감회가 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하나의 공동 농장으로 본다면, 현대 사회에서도 한 거점에서 이만큼의 품목을 생산하는 것은 드물지만, 그녀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가 나온 것을 단순히 기뻐하고 있었다.


"이게 꽤나인가……? 내 눈에는 명백히 비정상적으로 생각되는데"


이로리의 재 속에 묻어두었던 군고구마를 파내며 소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차마루(茶丸) 군? 나로서는 좀 더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데. 특히 견사 쪽을 늘리고 싶을까"


차마루라고 불린 소년이었지만, 물론 이것은 가명이고 본래의 이름은 키묘마루(奇妙丸)이다.

부친인 노부나가의 지시대로, 그는 입장이나 신분을 숨기고 시즈코에게 접근하여, 지금은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를 쌓고 있었다.

이것에는 아야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소년이 노부나가의 아들인 키묘마루라는 것은 모른다.

시즈코에게 알려진 것은 노부나가의 혈연자라는 사실과, 노부나가의 형제의 아들이라는 거짓말 뿐이다.

아무래도 노부나가의 친족을 막 대할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그를 대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그녀는 키묘마루를 받아들여, 지금은 경계심 제로로 집에 들일 정도로 그를 신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케 이만큼 손댈 수 있군. 이만큼 있으면…… 영주님은 꽤나 기뻐하시겠지.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리더니, 그는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 이렇게 말을 꺼냈다.


"가정의 이야기지만…… 만약 시즈코가 천하를 얻는다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얻을 거지?"


"뜬금없이 무슨 얘기야? 어린애에게 그런 얘기는 아직 이르지 않아?"


"천하를 꿈꾸지 않는 사나이 따위 이 세상에 없어. 아직 성인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전장에 나가게 되면 적을 베어 쓰러뜨리고, 계속 싸워나가면 언젠가는 천하가 손에 들어온다. 최근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말을 끊더니, 자세를 바로한 키묘마루는 시즈코를 똑바로 보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서 손자병법의 내용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해. 과연 계속 싸우기만 하면 천하는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라고.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너라면 어떤 방법으로 천하를 얻을지 묻고 싶어"


"으―음…… (전국시대를 모티브로 한 전쟁사 게임의 공략법 같은 걸 말하면 되려나……)"


팔짱을 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병법서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고, 천하를 얻는 것 따위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키묘마루의 열의를 접한 그녀는, 뭔가 조언할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했다.

약간 고민했지만, 그녀는 문득 예전에 플레이했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용을 떠올렸다.


"……손해나 문제를 무시하고 대충 말하자면, 나라면 먼저 키나이(畿内, ※역주: 교토에 가까운 다섯 지방, 야마시로(山城, 현재의 교토(京都) 부(府) 남부 지방), 야마토(大和, 현재의 나라(奈良)현), 카와치(河内, 현재의 오사카(大阪)부 동부 지방), 이즈미(和泉, 현재의 오사카부 남부지방), 셋츠(摂津, 현재의 오사카부 북서부와 효고(兵庫)현 남동부 지방)의 총칭)…… 즉 쿄(京, ※역주: 수도권 비슷한 의미)를 제압하려나. 그것과 동시에 뒤로는 지방의 농촌에 대해 평생 썩히는 작전을 쓸지도?"


"어째서 의문형이지? 그건 그렇고, 과연 쿄를 먼저 제압하는 건가…… 해서, 그 이유는"


"우선 쿄에 있는 천황의 권위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분명히 수십년 전에 즉위한 103대 고츠치미카도(後土御門) 천황은, 천황이라는 존재의 무력함에 절망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흘렸을 정도니까, 지금도 여전히 천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겠지. 우선 그 권위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국내에 있는 모든 영주들에게 '천황의 권위, 여전히 쇠하지 않았노라'고 알리는 거야"


현대에 비해 전국시대나 에도(江戸) 시대의 무가 사회는, 핏줄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신격화되어 있었다.

정통의 혈통을 계승한다, 는 것만으로 강한 무장이 모여들 정도이다.

미카와(三河, ※역주: 현재의 아이치(愛知) 현의 동쪽 절반)의 산 속의 토호인 도쿠가와(徳川) 가문이, 일부러 선조는 세이와(清和) 천황의 자손, 즉 겐(源) 씨의 핏줄을 잇고 있다고 선언한 것도,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 ※역주: 카마쿠라(鎌倉) 시대 이후의, 정치와 군사의 최고 권력자를 말함)은 겐 씨의 성을 가진 사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다.

천하통일을 이룬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헤이(平) 가문의 후예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식으로 혈통을 선언했기에, 고명한 무장들의 가계도는 대부분이 엉터리다.

하지만 혈통의 정당한 중심에 있는 것은 반드시 천황이었다.


"그 후에는 권위가 부활한 천황으로부터 정식으로 정이대장군으로 임명되면, 그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주들은 반항 따위 생각하지 않게 돼. 뭐라 해도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권위와 지위로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 거스르면 천황에게 검을 겨누는 게 되니까, 사방팔방 모두가 적이 되는 거야. 자칫 잘못하면 신뢰하고 있던 심복에게도 배신당하겠지"


"하지만 천황이나 상황(上皇, ※역주: 천황이 양위한 후의 존칭)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말하긴 뭐하지만…… 이미 몰락한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와 동격인데"


"무로마치 막부는 고작 200년 정도. 그에 비해 천황가는 1000년도 넘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살아온 일족이야. 만약 차마루 군이 이 일본 뿐만이 아니라 남만도 내다보고 있다면, 긴 역사를 갖는 왕족이나 황족은 절대로 필요해"


그 말에 키묘마루는 처음에는 깜짝 놀란 후,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언제부터 눈치챘지"


"도중에 왠지, 였지만, 차마루 군은 지금까지 이런 거,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가벼운 잡담 정도로 했었잖아"


"쳇, 나도 모르게 너무 열을 올렸나, 실패했네. 뭐,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해서 내 공으로 하려고 획책했는데 포기해야겠군. 핫핫핫핫"


시즈코에게 계획을 간파당한 키묘마루였지만, 본인은 딱히 신경쓰지도 않고 쾌활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까의 이야기는 흥미깊군. 천하를 취할 계획, 그걸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무경칠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끔은 이런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


"(나는 흥미없지만 말야…… 뭐 게임 같아서 기분전환은 되려나)아야짱―, '지도'를 가져와 줘―"


잠시 후, '지도'가 아야의 손에 의해 방으로 운반되어 왔다.

'지도'라고 해도 조잡하게 일본의 형태가 그려져 있는 것 뿐으로, 정확히 산이나 강의 위치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영주들이 비장하고 있는 것보다 정확하게 그려져 있지만.


"일본의 형태는 전에 설명했었지. 여기가 현재 우리들이 있는 장소, 여기가 쿄…… 여기가 영주님께서 지금 공격하고 있는 미노(美濃)네"


표시 대용으로 적당히 커팅한 나무 조각을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욕심을 말하자면 좀 더 대형의 종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손에 들어온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까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지. 키나이를 재빠르게 제압하고, 그 이외에는 비밀 작전인 평생 썩히기를 쓴다고. 키나이를 공격하는 건 알겠어. 쿄, 그리고 사카이(堺)를 수중에 넣으면, 그것만으로 천하에 가까워지니까. 하지만 평생 썩히기 작전이라는 걸 잘 모르겠어"


"……애초에, 차마루 군은 싸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그렇게 물은 시즈코였지만, 물론 시즈코도 전국시대의 싸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전장에 나간 경험은 없어도, 그것을 기록한 서적에서 얻은 지식이 있다.


"싸움이란 건 무공을 세우는 장소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아아, 응. 전혀 모른다는 건 알겠어"


전장에서의 군세 중에 무사가 점하는 비율은 1할에서 2할 정도로, 나머지 8할에서 9할은 아시가루(足軽)나 백성(잡병)이었다.

그리고 군세 중에서 전원이 싸움에 참가하는 일은 없고, 짐 운반이나 토목공사 등의 인부나 소성(小姓), 전문직 등의 비전투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 더해, 군대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도 함께 부속되어 있었다.

즉 군세 5만 등으로 역사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싸우는 병사의 숫자는 많아봐야 5할 정도다.

1000명 정도만 사상자가 나오면 군으로서는 큰 손해, 라는 것은 이런 사정이 있다.


"무공을 세우고 싶은 건 무사들 뿐이야. 나머지 아시가루나 잡병들의 목적은 대부분 그것 이외의 목적이야"


"……그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 그것 뿐이야"


적장의 목을 취하거나, 성 등을 함락시켜 무공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사들 뿐이다.

그럼 나머지 잡병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장에서 잡병들은 방화, 약탈, 폭행이나 행패, 기타 이런저런 짓을 하며 노획한 것을 자신의 수입으로 삼았다.

그걸 생업으로 하는 상인(※역주: 노획품을 매입하는 상인이라는 뜻)도 존재했으며, 유통 시장도 생겨나,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 후에 인신매매 시장이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전장에 따라서는 먹고살기 힘든 낙오자들, 도적이나 산적 등도 섞여 약탈 행위가 행해졌다.

전국 다이묘들도 폭행이나 행패를 묵인하거나, 적의 성을 함락한 후의 병사들에 대한 포상으로 삼았다.

오히려 약탈 행위에 의해 영지가 풍요로워지기에 일석이조였으며, 장려하는 전국 다이묘가 있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당시에는 전투 후의 행패는 상식으로, 나쁜 짓이라고 간주되지조차 않았다.


"……"


전장에 어딘가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키묘마루는 조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걸 본 시즈코가 다급히 덧붙였다.


"뭐, 뭐어 거기까지 처참한 건 드물어. 어, 어쨌든 그걸 반대로 이용하는거야, 평생 썩히기 작전은"


"반대로……?"


"응. 잡병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 가는 이유는,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럼, 애초에 그런 걸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조금 생각하고 이해된 키묘마루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애초에 전장에 가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 잡병은 마을의 규모에 따라서는 강제적으로 징발되지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가족도 일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전장으로는 안 보내겠지?"


"과연. 확실히 잡병들의 입장에서 보면…… 응? 혹시 이게 손자병법에 있던 '싸우지 않고 이긴다'인가!?"


간신히 납득되었다고 말하는 듯, 키묘마루는 양손을 짝 하고 쳤다.


"잡병들에게 먹고 살 길을 마련해 줘서 징병을 싫어하게 하는 거군. 그렇게 하면 영주들은 싸움을 하고 싶어도 잡병이 모이지 않아서 곤란한 상태가 되겠지. 시즈코의 말로는 군세의 대부분을 잡병이 차지하니, 그렇게 되면 상대의 전력은 극단적으로 떨어지겠군. 아무리 강한 무사가 있더라도, 그 인물만으로 1만의 병사를 상대하는 건 무모하겠지"


"하나 더 말하면, 농촌에 식량 공급을 끊으면 그들로서도 대단히 곤란할 거야. 그래서, 공급할 수 없는 원인이 그 땅을 다스리는 영주에 있다고 하면 그들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까?"


"이미 나라로서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는군. 거기서 우리 군문에 투항하라고 교섭하면, 병사를 잃지 않고 나라를 빼앗을 수 있겠어"


"(뭐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히 풀리진 않지만―)ㅡ 먼 곳은 지도에서 보면 이쯤…… 키나이보다 먼 장소는, 기본적으로 농업 기술이 낮아서 항상 기아(飢餓) 상태야. 그래서 다들, 전쟁을 해서 자신들이 먹고 살 것을 확보하려고 하는 거지. 또는 전쟁해서 사람을 줄이려고 하는 거야"


시즈코는 시코쿠(四国)、큐슈(九州)、토호쿠(東北) 지방 등에 작은 돌을 놓았다.


"게다가, 이 주변은 이쪽에서 가기에는 꽤나 멀지. 싸움을 하기 전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어버려. 그보다는 유통 시장을 만들어서, 그들로부터 싸울 이유 그 자체를 빼앗는 쪽이 결과적으로는 싸게 먹혀. 이 땅을 지배한 후에도 경제 지배는 계속할 수 있으니까"


"호우호우, 과연 시즈코로군. 착안점이 나나 아버지와는 전혀 틀려. 게다가 얄미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군. 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아버지는 뼛성쟁이라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얘기를 이해해 줄지 어떨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키묘마루를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노부나가의 혈연자였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여기서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부모나 시중드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뭐 어린애가 하는 말이니까, 그다지 상대해 주는 사람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주위에서 어린애의 헛소리라고 치부해버릴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예전에 자주 생각했던 "이 때, 나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역사의 IF 얘기'를 차마루에게 이야기했다.

손자병법 등의 무경칠서도 그녀 독자적인 해석이 아니라, 예전에 읽은 책의 해석을 알기쉽게 정리해서 들려줄 뿐이다.

그것들 모두는 자신과 차마루 사이에서 끝나는 얘기라고, 시즈코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니 부담없이 알려줬다.

그 인식이 큰 착각이라는 것도 모르고.




노부나가는 키묘마루가 시즈코로부터 들은 '손자병법'을 읽고 있었다.

본래의 '병법'은 100편 가까운 분량에다 난해하지만, 그것을 위(魏)나라의 무제(武帝)인 조조(曹操, ※역주: 삼국지의 그 조조 맹덕)가 13편으로 정리 편집하고 주석이나 해석을 넣은 것이 '위무주손자(魏武注孫子)', 즉 오늘날의 '손자병법'이다.

거기에 추가로 예시 등을 넣은 것이 시즈코의 머릿속에 있는 '손자병법'이다.


(놀랍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군. 이 정도로 우수한 병법서가 명나라에 존재했다니……)


싸움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를 기재하고 있는 '손자병법'은, 노부나가의 싸움에 대한 생각을 모조리 새롭게 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분명히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병법서'는 그냥 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걸 자신의 안에서 정리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라고)


설령 '손자병법'이라 하더라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의 주의를 받았다, 고 키묘마루는 보고해 왔다. 병법서를 읽은 노부나가는 과연, 이라고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보고서를 넘겼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싸움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승산없는 전투를 피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 그리고 싸움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겨,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을 제일 목표로 할 것'


간단히 정리하면, '전쟁은 국민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으므로, 국가의 중대사라고 생각할 것. 질 것을 알고 있는 싸움은 피할 것. 만약 전쟁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적을 통째로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명심하라'였다.

그 외에도 '병참이야말로 생명선'이나 '간자(間者)는 싸움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원', '싸움에서 정보는 제일이라 명심하라' 등이 쓰여진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확실히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간자에 대한 보고로군)


하나같이 오다 가문의 가보로 취급할 만한 자료였지만, 특히 무서운 것은 간자의 예를 적은 보고였다.

예제는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그에 따르면, 신겐은 정보 수집을 가장 중요시하여, 미츠모노(三ツ者)라고도 슷파(素破)라고도 불리는 밀정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인간은 승려나 상인 등 다양한 인간으로 변장하고 여러 나라에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또, 갈 곳이 없는 어린아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신매매자로부터 사들인 소녀를 모아서 간자로서의 기술을 가르쳐, 표면적으로는 '유랑무녀(歩き巫女)'로 만들어 전국에 배치하여 첩보 활동을 하게 한다.

수집된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 그 나라의 내정(内情)이나 가신의 동향, 보유 병력, 성주의 능력이나 취미, 기호, 성이나 요새의 구조 등이다.

신겐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여 전략을 짜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자국에 유리한 전투를 벌여 상승(常勝) 군대를 만들어 낸 것도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타케다에 관한 내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종이에는, 타케다 씨의 전략, 전술을 기재한 군학서(軍学書) '갑양군감(甲陽軍鑑)'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키묘마루가 자신의 집에 시즈코를 초대했을 때 기록된 내용이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키묘마루가 권하는 대로 술을 마셨다.

얼마 안 가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갑자기 타케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내용이 타케다의 정보 수집, 그리고 '갑양군감'의 두 가지였다.

훗날,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음주 금지령'을 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술자리에서 말한 내용과, 자신이 얻은 정보를 대조해 보았다.

몇 군데 불명확한 곳은 있지만, 한없이 사실에 근거한 보고라고 노부나가는 이해했다.


(……타케다의 측근조차 모르는 것을 그 계집애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수수께끼다. 하지만 이 정보가 진짜라면…… 아니,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거기까지 이해한 상태에서, 그는 타케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타케다나 우에스기(上杉) 가문에 선물을 헌상하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판단했다.


(보고서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지금밖에 못 하는 일…… 이외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 보고의 진위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후라도 좋다)


노부나가는 최후의 종이를 보면서 작게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길어야 6년에서 7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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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5 1567년 1월 상순



백 명 가까운 인원으로 구성되는 위로의 연회였지만, 그곳은 무가 사회의 연회, 시작부터 꽤나 딱딱했다.

우선 시작이라고 하는 듯 떡국이었다. 역시 현대와는 달리, 위액이 나오기 쉬운 음식 뿐이었다.

매너를 흠잡을 데 없이 지키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그 내심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혼간지(本願寺)의 잇코잇키(一向一揆) 무리들로부터 제육천마왕(第六天魔王)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약무인하다는 평가의 오다 노부나가지만, 예의범절에는 놀라울 정도로 엄격하고, 그리고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교육받지 않으면 몸에 밸 리가 없는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평가는 에도 시대에 도쿠카와(徳川) 가문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를 더 좋은 쇼군(将軍)으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악인처럼 적은 것이 많다고 시즈코는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녀는 이해했다. 오다 노부나가는 결코 방약무인한 행동만 하는 폭군이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에 걸맞는 예의범절을 몸에 익히고 있다고.


(역사적 발견이네…… 하지만, 훗날의 통치자가 예전의 통치자를 나쁘게 말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니까……)


그런 걸 멍하니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잔에 든 술을 마셨다.

전국시대이기에 청주(清酒)라기보다 탁주(どぶろく)에 가깝지만, 첫 맛은 달착지근하여 미성년인 시즈코도 쉽게 마실 수 있었다.

원래는 청주와 다름없는 알콜 도수일테지만, 아마도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인가 뭔가로 희석한 것이리라.

딱히 엄청난 애주가가 아닌데다 별로 마시지 못하기에, 물로 희석된 것은 거꾸로 고마웠다.


술과 요리를 찔끔찔끔 먹고 잇는 시즈코는, 주위에서 말을 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단지 시즈코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볼 때 다소 이상한 매너가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먹는 방식은 일정한 예법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거꾸로 말을 걸기 어려웠던 것이다.

본인은 '예의바르게 먹지 않으면 혼날 것 같아' 정도의 인식이지만.


"뭐냐, 시즈코는 쓸쓸하게 술을 마시는구나"


시즈코가 세 잔 째의 술을 비웠을 때, 그녀의 앞에 앉으며 말을 거는 인물이 있었다.

잔을 입에서 떼고 눈 앞의 사람을 봤을 때, 그녀는 이상한 숨을 내뱉을 뻔 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소년이, 술병(徳利) 같은 것을 들고 앉아 있었다.


"(어―, 이건 괜찮은 거야……?) 술을 잘 못 마셔서……"


소년의 예법은 문제없는건가,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주위에서 주의를 주지 않는 걸 보니,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리라.

그래서 시즈코도 지적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처럼의 연회다. 궁상맞은 얼굴로는 재미없잖아?"


"네에……"


"맥없는 대답이구나. 맞다, 여기서 만난 것도 뭔가의 인연. 저번에 말했던 손자에서 뭔가 다른 건 없느냐. 가능하면 적어 주면 고맙겠다"


머리에 술기운이 올라온 시즈코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미리 준비해 뒀는지, 소년이 눈짓을 하자 즉시 소성(小姓)으로 보이는 인물이 종이와 먹을 가지고 왔다.

소성이 내민 가는 붓을 받아들고, 시즈코는 딱히 생각하지 않고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기질여풍(其疾如風)、기서여림(其徐如林)、침략여화(侵掠如火)、부동여산(不動如山)、난지여음(難知如陰)、동여뢰진(動如雷震)、약향분중(掠郷分衆)、곽지분리(廓地分利)、현권이동(懸権而動)'

(※역주: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하게, 불처럼 침탈하고, 산처럼 서두르지 않고, 그림자처럼 알기 어렵게, 번개처럼 움직여야 한다. 마을에서 식량을 조달하려면 부대를 나누어야 하고, 요충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도 부대를 나누어야 하며, 그럴 때는 잘 생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손자의 병법에서 군쟁편(軍争篇) 제 7장에 쓰여 있는 유명한 일절이다.

그리고 전국시대에는 카이(甲斐)의 전국 다이묘(大名),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기지물(旗指物; 군기)에 쓰여 있었다고 한다.

어째서 시즈코가 이것을 골랐느냐 하면, 단지 유명(시즈코의 안에서만)한 일절인데다, 한자로 쓰면 멋져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이다.


"여기 있습니다"


"기다려. 그대로 줘봐야 내게는 의미를 알 수 없다. 설명을 해라, 설명을"


"네, 그게 말이죠. 우선―――"


설명하려고 입을 연 순간, 시즈코의 귀에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노부나가가 어딘가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우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불리운 이상 무시할 수도 없었다.

소년에게 머리를 숙여 양해를 구한 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앞까지 이동했다.


"연회는 즐기고 있느냐"


시즈코가 앉는 것과 동시에 노부나가는 그렇게 물었다.

그녀로서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걸 하품으로라도 입 밖에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머리를 숙였다.


"네, 이러한 연회에 불러 주셔서 어찌 감사드려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훗, 그렇다고 해 두지. 우선 마셔라"


솔직히 술은 봐달라고 하고 싶은 시즈코였지만, 설마 여기서 거절합니다라고 할 수도 없어서, 솔직히 잔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술을 단번에 마셨다. 올바른지, 올바르지 않은지 미성년인 시즈코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이쪽이 맛과 냄새를 신경쓰지 않고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술이라고는 해도 청주가 아니라 탁주이고, 게다가 제법이 나쁜지 약간 쌀겨 냄새가 났다.


"(잘…… 모르겠어, 술맛은) 맛있사옵니다"


"음, 시원하게 마시는구나. 그럼, 네놈을 부른 건 다른게 아니다. 크로스보우는 가져왔겠지?"


"아, 네. 틀림없이 가져왔습니다"


그 대답에 노부나가는 냉혹한 미소를 띄우더니, 자신의 무릎을 가볍게 치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그럼 나와 활 승부다"




노도 같은 전개였다.

애초에 시즈코의 대답 따위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노부나가는 곁에 있던 소성에게 명령했다.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에, 시즈코는 눈이 돌아갈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휩쓸리고 있자니, 순식간에 활 승부의 장소로 끌려나갔다.


"승부다"


"네, 네에……!"


크로스보우를 어깨에 멘 채로 시즈코가 놀라서 말했다.

여기서 간신히 그녀는 머리로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했을 뿐, 이미 상황을 뒤집는 것 따위 불가능했다.

그녀는 눈만 움직여 주위를 보았다. 자신과 노부나가를 중심으로, 좌우에 의자에 앉은 무장들이 있었다.


"시즈코 님, 활입니다"


"아―, 그 화살로는 안 됩니다. 이쪽에서 화살은 준비했으니 문제없습니다"


화궁(和弓)의 화살을 건네받은 시즈코였지만, 명백하게 길이가 맞지 않았기에 화살은 그대로 돌려주었다.

크로스보우는 겉보기와 달리 화살의 길이와 무게의 지정이 까다롭다. 맞지 않는 화살을 쓰면 거꾸로 크로스보우 자신이 손상되어 버린다.

몇 번이나 조정해서 얻은 최적의 화살 이외의 것을 쏘면, 최악의 경우 그 자리에서 파손되어 버린다.

다시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크로스보우를, 술자리에서 대파시키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승부 내용은 간단하다. 10발 중, 얼마나 맞췄는지, 그것 뿐이다"


노부나가는 화궁을 한 손에 든 채로 말했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짊어진 채였다.

활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부분의 부하들로부터 의문과 쓴웃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응…… 곡마단 같네) 네, 알겠습니다"


눈에 띄는 일은 피하고 싶은데다, 처음부터 의욕이 제로 이하인 시즈코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주연 자체가 빨리 끝나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건 역시 주연 같은 건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나부터다"


그렇게 말하더니 노부나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활을 쏘았다. 과연 매일 훈련하고 있는 만큼, 가볍게 표적에 맞췄다.

다음은 시즈코 차례, 라고 말하고 싶은 듯 노부나가는 작게 웃음을 띄우며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그걸 봐도, 시즈코는 의욕이 나기는 커녕 오히려 저하될 뿐이었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령이라고는 해도, 역시 눈에 띄는 건 거북하네)


어깨에서 크로스보우를 내리고, 시위를 당겨 화살을 놓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크로스보우를 잡고, 천천히 표적을 조준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물론 부하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무시하고 시즈코는 방아쇠를 당겼다.

화궁과는 다른 소리를 내며 화살이 날아갔다. 표적에 명중한 화살은, 기세가 너무 강했는지 표적을 그대로 관통했다.

표적의 재질을 화궁에 맞춰서 만들었기에, 그것보다 강력한 힘으로 화살을 쏠 수 있는 크로스보우의 관통력에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리라.


(얼래, 관통해버렸어)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 그녀를 진지한 표정으로 노부나가가 보고 있었다.


(……기괴한 활이로다. 시즈코의 가는 팔로 시위를 당길 수 있는데, 그에 반해 위력이 강하군. 아니, 뚫는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쏘는 자세는 화승총과 흡사하군. 하지만 역시 가장 놀라운 것은, 시위를 당긴 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의 것보다 구조를 간단하게 하면 농성전에는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시가루(足軽)의 갑주를 가져와라!"


"예……?"


"어서 하지 못하겠느냐!"


"예, 옛!"


갑작스런 노호에 부하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그들의 놀라움을 무시하고 재차 명령했다.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의 그들이었지만, 노부나가의 노성에 질겁하고 서둘러 아시가루의 갑주를 가지러 갔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시즈코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가 뭘 목적으로 하고 있는 건지, 어떤 생각이 있는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조금 지나 아시가루용의 갑주가 준비되었다. 그것은 본래의 활 용의 표적보다 조금 앞쪽에 두 개가 놓였다.

장식하는 듯한 느낌으로 세워져 있는 갑주를 보면, 누구나 다음 표적은 갑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라라, 아시가루용의 갑주는 천이나 대나무로 만든 게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조정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쏴 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애초에 수렵용으로 준비한 것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크로스보우 자신이 손상되는 게 아니라, 화살이 손상될 뿐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후, 노부나가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고 말없이 화살을 쏘았다.

무언의 중압에 배 쪽이 시큰시큰 아파지는 고통에 견디면서, 시즈코도 말없이 크로스보우를 쏘았다.

그건 마지막 10발째를 쏠 때 까지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노부나가의 기색이 이상하다고 부하들도 생각한 듯, 다들 한결같이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즈코, 이 활을 당겨봐라"


활 승부가 끝난 순간, 노부나가는 아까까지 자신이 당기던 활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뭘 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지만, 그 말대로 시위를 당겼다.


"윽, 으그그극……!"


활시위는 무서울 정도로 팽팽하여, 시즈코가 전력으로 당겨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결과이다. 화궁은 전신의 근육이나 뼈를 이용해 당기는 것으로, 제대로 절차를 지켜야 한다.

게다가, 전국시대의 화궁은 전쟁의 도구이기에, 현대의 화궁보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만들어져 있다.


"푸핫…… 헉―, 헉―, 헉―……"


결국, 시즈코가 전신의 힘을 써서 당길 수 있었던 건 아주 약간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모멸이나 조소의 표정이 아니라, 약간 눈을 가늘게 하고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활 쓰는 법을 전혀 모르는군)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억지로 당기고 있는 것 뿐으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활을 당긴다'는 말 뿐이었기에, 시즈코는 '활시위를 당긴다'고 해석했다.


(과연, 이 녀석은 지식은 풍부해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지식만 쓰는군. 즉 시즈코에게서 지식을 끌어내려면, 이 계집에게 '지식을 내놓아야 하는 환경'을 만들면 되는 거다)


시즈코의 지식은, 이제 한 나라 전체를 내놓아도 남을 정도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본인의 성격이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기에, 우쭐해서 쓸데없이 참견하는 법이 없다.

노부나가에게 이만큼 다루기 쉽고, 그리고 편리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양쪽 다 10발 명중인가. 그 크로스보우, 흥미가 생겼다. 며칠 빌리겠노라"


"으엑! 네, 네에……"


놀란 소리를 내면서도,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노부나가에게 내밀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미묘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그 후에는 여흥 따위 없었고, 딱히 문제도 없이 위로의 연회는 종료되었다.

시즈코도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야와 합류하여, 해가 지기 전에 귀가길에 올랐다.

그러나 연회장에서 돌아가지 않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노부나가의 측근인 타키카와 카즈마스, 모리 요시나리, 니와 나가히데, 그의 후계자인 키묘마루다.


"그 계집애, 만드는 게 매번 이상야릇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타키카와는 크로스보우를 매만졌다.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그는 시즈코가 가진 도구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희한한 짓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만큼 본격적이면…… 그건 그거대로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남만궁, 쓰기는 편해 보이지만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기괴합니다. 쉽게 다룰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많은 숫자를 준비하는 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하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있었지만, 노부나가가 손을 내밀어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숫자는 30, 다음의 공성 때에 쓰겠다"


그것이 노부나가의 결정이었다.

애초에 모리 등을 부른 것은, 크로스보우에 대한 의논이 아니라, 각각 필요한 역할을 그들에게 부여하기 위해서였으므로.


"요시나리, 아야를 통해 시즈코에게 크로스보우의 생산을 명하라"


"옛"


"타키카와, 화궁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병사 30명을 모아라"


"……옛"


"니와, 키묘마루, 시즈코에게서 명나라의 병법서에 대해 알아내라. 그리고 그걸 적어둬라"


"알겠습니다"


"알겠어, 아버지"


전원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원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녀석의 군사에 관한 지식, 반드시 내 손에 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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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4 1567년 1월 상순



1년의 계획은 새해 첫날에 세워야 한다(一年の計は元旦にあり)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시대의 정월(正月)은 중요한 이벤트이다.

그리고 정월에 나오는 떡(餅)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었다.

원래 떡은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음식으로서 경사나 축제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가난한 백성이라도, 정월에는 반드시 떡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시즈코도 당연하지만 정월의 준비를 하기 위해, 연말부터 이것저것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월의 준비를 할 때 특히 중요한 아이템이 '카도마츠(門松, ※역주: 문 앞에 장식하는 소나무), 시메카자리(しめ飾り, ※역주: 문 앞에 장식으로 치는 금줄), 카가미모치(鏡餅, ※역주: 둥근 거울 같은 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애초에 설날(元旦)은 '세덕신(歳徳神)'이라고 하는, 집집마다 신년의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카도마츠는 신년에 세덕신이 내려올 때를 위한 표식이며, 또한 집에 맞아들이기 위한 그릇(依り代).

시메카자리는 세덕신을 맞이하기 위해 깨끗이 정화된 장소인 것을 나타내는 청정함, 신성함의 표시.

카가미모치는 집에 맞이하는 세덕신에 바치는 공물이며, 또한 그릇(거처)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좋게 치는 것은 12월 28일까지로, 그 이후의 날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할 일은 있었다. 설날을 축하할 연회의 준비이다.

작년과 달리, 금년에는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입식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대연회에 가까웠다.

그런저런 이유로, 조금 정신없는 느낌으로 정월을 맞이했다.


설날.

이 날 만큼은 평소에는 추위로 잘 나오지 않는 마을 사람들도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며 일출을 기다렸다.

몇 시간 후,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모두 합장하고 1년 동안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기원했다.


그것이 끝나면 다음에는 떡찧기이다.

절구와 절굿공이를 준비하고, 찹쌀을 밑준비하여 찐 후, 쌀알의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찧는다.

아무래도 사람 수가 사람 수다보니, 여러 개의 절구와 절굿공이가 필요했다.


떡찧기가 시작되고 조금 지났을 때,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도착했다.

신년의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시즈코에게 선물을 건넸다.

니사쿠는 며칠 전, 큰 멧돼지를 세 마리나 잡았던 것이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고 말하는 그는 그 일부를 가져왔던 것이다.


어떻게 요리할까 하고 생각한 결과, 멧돼지 전골(ぼたん鍋)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옛부터 냄비는 가장 기본적인 취사도구이며, 동시에 신성한 것으로 취급되었기에, 냄비에 직접 젓가락을 대어 더럽히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하지만 '같은 솥의 밥을 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같은 것을 둘러싸고 먹는 것은 연대감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결국, '냄비'가 아니라 '이로리'를 둘러싸는 요리라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요리를 덜어갈 때 쓰는 젓가락을 준비해 두기로 했다.


멧돼지 요리와는 별도로, 시즈코는 정월에 흔히 먹는 떡을 주체로 한 국물요리, 소위 말하는 떡국(雑煮, ※역주: 일본 떡국을 말하는데, 한자 그대로 한국의 떡국과는 달리 '잡탕'에 가깝다)을 준비했다.

떡국이라는 말은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쓰인 '영록가기(鈴鹿家記, 스즈카카키)'에 처음 나온다.

하지만 에도(江戸) 시대가 될 때까지 쌀은 비싼 물건이며, 동시에 세금이었기에 일반 서민은 떡 대신 토란(里芋)을 먹었다.

무가 사회에서는 연회에서 가장 먼저 먹는 길한 음식이다. 떡국을 먹지 않으면 연회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우선 떡국이 대접되었다.

하지만 쌀 이외의 작물로 밭농사(定畑)나 화전(焼畑)을 하던 지역에서는, 정초의 3일 동안 떡을 신불에게 바치거나 먹는 것을 금기로 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쌀이 자신들의 토지에서 나지 않는 바깥에서 온 식품이었기 때문에, 신불에게 바칠 음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떡국에는 호쾌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무로마치 시대에 정식 일본 요리(本膳料理)의 전채로서 나온 국물이 발단이 된, 떡, 참마, 토란, 콩 등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넣는 것이 관습이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해산물 등도 넣은 예도 있다.

그것이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떡을 간단히 구할 수 있게 되자, (홋카이도(北海道)와 오키나와(沖縄)를 제외한) 전국에서 정월은 떡국으로 축하한다는 풍습이 퍼졌다.

그 때, 떡국(雑煮)이라는 말은 '뭐든지 잡다하게 넣고 끓인다'고 해석되어, 본래의 떡국처럼 몸에 좋은 재료 이외의 것까지 사용되게 되었다.

오늘날, 떡국이 지역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른 것은, 이 오해에 의해 생겨난 게 아닐까 하는 설이 있다.


떡찧기 등이 끝난 후, 전원 마을의 공민관 같은 건물에 모였다.


"어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즈코는 새해가 되어 세덕신을 맞이할 때의 인삿말을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마을 사람들도 시즈코를 따라 인삿말을 했다.

이것은 신에 대한 감사의 말을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에 의해, 진심으로 세덕신을 맞이하는 것을 기뻐한다는 의미가 있다.


"에―, 올해도 무사히 신년을 맞이한 것,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오늘부터 3일 동안 먹고 마시며 새해의 영기를 비축합시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의외로 분위기를 잘 타는 마을 사람들이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한 순간, 정월을 축하하는 연회는 시작되었다.




떡국이나 멧돼지 전골 등, 평소 먹을 수 없는 요리에 마을 사람들은 입맛을 다셨다.

그걸 상석에서 보면서 니사쿠나 그 가족들, 다이이치 등과 무난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시즈코였는데, 연회의 중반 쯤에 손님이 왔다.

맞이한 것은 아야이기에 본인이 직접 연회장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부나가로부터의 파발이라고 했다.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밖의 추위에 몸을 떨었다.


"으―추워…… 아, 맞다. 파발로 온 사람도 추울테니, 차를 준비해 줘"


"차……라고 하시면, 뽕나무 잎을 말린 그건가요?"


뽕나무 잎을 물로 씻은 후 가볍게 찐다. 그리고 다 찐 잎을 짜서 3mm 정도로 잘게 썰어 햇볕에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말린다.

그것만으로 만들어지는 뽕나무 잎 차는, 다양한 효능을 숨기고 있는 건강에 좋은 차이다.


"응, 그거. 미지근한 물에 우린 걸 큼직한 그릇에, 뜨거운 물에 우린 걸 작은 그릇에 담아줘"


"두 개인가요. 그건……"


"자, 자, 지금은 내 말대로 해 줘.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이상하게 생각한 아야이지만, 나중에 이유를 설명해주겠다고 하기에 지금은 솔직히 따르기로 했다.

그걸 본 후, 시즈코는 파발로 온 사람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입구에서 밖으로 나가자 더욱 추위가 몸에 스며들었다. 오랜 시간 밖에 있는 건 힘들 것이다.


"시즈코 님이시군요. 영주님으로부터의 명령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곁에 말과 함께 서 있던 갑옷을 입은 무사가, 시즈코를 발견하자마자 그렇게 말을 걸었다.

추위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인지, 그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일, 영주님께서 위로의 연회를 여십니다. 그 때, 시즈코 님도 참가하시라고 하십니다"


"네"


"그 때, 크로스보우라는 활을 가지고 오라고 하십니다"


"어, 아, 네…… (나, 크로스보우를 영주님께 보여드렸던가?)"


조금 의문으로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어딘가에서 보여줬겠지라고 생각하고 금방 의식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참가하겠다는 뜻을 파발로 온 사람에게 전한 후, 시즈코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추위에 몸이 얼어붙으시는 것 같으시겠죠. 따뜻한 차를 준비했으니, 드시고 가세요"


"아, 아니…… 죄송합니다"


억지로 참고 있어도 추위는 뼈에 사무치는지, 파발로 온 사람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시즈코가 그를 현관까지 안내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아야가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지시받은 대로, 미지근한 물로 우린 차를 그릇 같은 용기에,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차를 작은 용기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우선 목을 축이시죠. 이쪽의 큰 그릇에 있는 차를 드세요"


"네? 네에……"


어딘가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을 하면서도 파발로 온 사람은 들은 대로 큰 그릇의 차를 마셨다.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던 그도, 미지근한 물이라 마시기 편하다고 알게 된 순간, 급하게 그릇을 비웠다.

말에 타는 건 체력이 필요하려나,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시즈코였다.


"그럼, 다음에 이쪽의 뜨거운 차를 드세요"


"감사합니다…… 앗뜨뜨……"


이번에는 김이 날 정도로, 겉보기에도 뜨거운 차를 건넸다.

하지만 추위로 손이 얼어붙어있던 파발로 온 사람에게는, 손을 덥힐 수 있는 좋은 열원이었다.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의 삼헌차(三献茶)는, 에도 시대의 창작이라고는 하지만, 접대의 배려로서는 우수하지)


아무래도 세 잔이나 마실 여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두 잔으로 했지만, 그래도 파발로 온 사람에게는 고마웠다.

추위로 몸이 얼어붙는 가운데, 한 잔의 뜨거운 물이 얼마나 고마운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한 파발로 온 사람은 자세를 바로하고, 시즈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잘 마셨습니다. 시즈코 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 아뇨"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한번 더 머리를 숙인 후, 파발로 온 사람은 재빠르게 말에 올라타 달려갔다.




설날의 연회는 크게 북적였고, 해가 지기 직전까지 연회는 계속되었다.

시즈코의 마을의 남자들도, 니사쿠의 마을의 남자들도 다들 취해 쓰러져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은 시즈코의 마을에 묵게 되었다.

뭣보다, 그 날은 남녀 관계없이 취해 쓰러진 사람이 많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회장에서 쓰러져 잤지만.


한편, 시즈코는 아침부터 목욕하여 몸을 씻어, 가능한 한 정갈한 차림새를 하였다.

위로의 연회라고 하면 러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무가 사회에서의 연회는 상당히 딱딱한 부류에 속한다.

확실히 말하면 사교계의 파티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 나름대로의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연회를 연 사람의 체면을 구기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추워―…… 이로리 방에 틀어박히고 싶어……)


추위에 떨면서도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코마키(小牧) 산성(山城)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사전에 갈아입었기에, 성 안에서 갈아입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연회장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무가 사회이므로,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인사를 하는 건 시즈코 혼자가 아니다. 노부나가를 직접 섬기는 무장, 그리고 그 무장을 섬기는 무사들도 또한,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덕분에 알현실 앞에는 장사진이 늘어서 있었다.


(……맨 뒤는 이쪽, 이라는 간판이라도 들면 재미있을지도)


이벤트 개최전이구나, 라고 불성실한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도 줄을 섰다.

줄을 선 순간, 소리를 들었는지 앞에 있던 무사 한 명이 돌아보았고, 그리고 경악의 표정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뭔가 하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즉시 그가 무엇에 놀랐는지 이해했다.

키 차이이다. 무사의 키는 시즈코의 가슴 언저리밖에 되지 않아서, 아무리 봐도 150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큰 편으로, 앞을 잘 보니 더 키가 작은 무사가 제법 보였다.


(뭐…… 당시에는 평균 140cm 정도였으니까)


새삼스레 자신이 크다는 걸 이해했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키가 줄어들 리 없다.

결국, 알현실에 들어갈 때까지 시즈코는 무사들로부터 곡마단의 동물처럼 구경당했다.

그리고 줄을 서길 수십분, 간신히 자기 차례가 왔다.

라고는 해도 특이한 말 따윈 선택하지 않고, 앞 사람과 비슷한 무난한 인사를 했다.


인사가 끝나면 연회장으로 이동이다.

미리 자리가 정해져 있는지, 하인 같은 사람에게 그녀는 장소를 안내받았다.

하지만 앉은 후 좀 지났을 때, 안내받은 것은 자신 뿐이라는 걸 시즈코는 깨달았다.

다른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의 장소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으―음…… 이 자리……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녀의 안 좋은 예감은 10분 정도 후에 적중하게 된다.




시즈코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가, 노부나가의 자리에서 묘하게 가까운 것을 깨달아야 했다고 늦게나마 그녀는 후회했다.

눈만 움직여서 시즈코는 주위를 보았다. 옆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 중에서도 가장 무용으로 이름난, '공격의 산자(攻めの三左)'라고 불리는 모리 요시나리가 앉아 있었다.

반대쪽을 보자, 거기에 앉아있던 것은 후에 오다 사천왕의 일각을 담당하는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가, 어딘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지금은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후에 오다 사천왕의 한 명으로, 오다 가문 제일의 맹장이라고 불리게 되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가 있었다.

그리고 노부나가에게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는 2대에 걸쳐서 노부나가의 인척이 되며, 오다 사천왕, 오다 오대장(五大将)의 한 사람이며, 시바타 카츠이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맹장인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가 앉아 있었다.

후에 오다 사천왕에 들어가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는, 에이로쿠(永禄) 11년(1568년)부터 에이로쿠 12년(1569년) 사이에 오다 가문의 가신이 되었다고 하기에, 현재는 이 자리에 없었다.

훗날의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되는 키노시타 토우키치로(木下藤吉郎)도 역시 노부나가의 자리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즉, 시즈코의 주위에는 쟁쟁한 멤버가 앉아있는 것이다.


(위장이…… 위장약이 필요해……!)


무장들이 내뿜는 위압감으로 위장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이제와서 자리를 바꿔 달라고도 못하고, 그냥 말없이 견딜 수밖에 없었다.

본심을 말하면 그녀는 이런 자리는 어려워서, 설령 참가해도 구석에서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쪽이다.

추가하자면 추운 날에 외출 따위 하고 싶지 않은 니트 기질이 있지만.


(우우…… 오늘은 빨리 끝나지 않으려나―)


그런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그로부터 수십분 지나도 연회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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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3 1566년 12월 상순



목소리에 반응하여 시즈코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10세 전후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정돈된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본인의 의사라기보다 타인이 갖춰준 느낌이 강했다.


"뭐야? 내 얼굴에 뭐가 묻었냐?"


성에 있으니 시즈코는 그는 무장의 아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있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12세 이하라고 판단했다.


에도 시대, 칼은 무사의 혼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 이전의 시대에는 성인의 증거라는 생각이었다.

백성이라도 성인식을 치르면 와키자시(脇差, ※역주: 단검)을 허리에 차고, 이름을 바꾸고, 성인의 머리 모양으로 바꾸거나 했다.

즉 허리에 칼이 없는 남자아이는,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어린애라는 뜻이 된다.

사정에 따라 성인식을 일찍 치르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2세에서 16세 사이, 늦어도 20세까지는 치른다.

그러니까 시즈코는 그를 12세 이하라고 본 셈이다.


"아니요, 딱히"


"그런가. 그런데 너, 땅바닥에 뭘 쓰고 있는 거냐?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이상야릇한 모양만 그리고 있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아아…… 단지 계산식을 쓰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 남만식의"


"뭐라고! 남만에서는 그런 모양으로 산술을 하는 것이냐. 으―음…… 보면 볼수록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구나"


시즈코의 말에 놀란 소년은, 그녀를 밀어젖히고 계산식 앞에 쭈그려앉았다.

꽤나 억지스런 애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장적으로는 약한 시즈코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소년은 한동안 땅바닥에 쓰여 있는 계산식에 감탄하거나, 놀라거나,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했다.

아마도 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신기한 것에 호기심이 가득한 것이리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흐뭇해진 시즈코는, 어느 틈에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만이란 이런 모양으로 산술을 하는 것인가. 으음…… 여자, 달리 뭐 없느냐"


"네? 네에…… 일단 있긴 한데요……?"


"뭐든지 좋다. 그렇군, 싸움에 관계되는 거라면 더 좋다. 아버님께 자랑할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조금 고민했다. 싸움에 관계되는 것 따위, 팟 하고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하나, 소년의 바람에 해당되는 것이 있었다.


"……남만은 아닙니다만, 중국…… 명나라에는 옛부터 전해지는 병법서가 있습니다"


"병법서?"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화나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전략이 쓰인 병법서의 이름을.


"그 책의 이름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이라고 합니다"




손자의 병법서.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손무(孫武)가 썼다고 하는 병법서이다.

만들어진 지 수천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략에 관해서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한다.

물론 서양에도 비슷한 책이 있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역주: 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 앙투안 앙리 조미니(※역주: Antoine-Henri Jomini)의 '전쟁개론' 등이다.

좀 더 뒤의 시대의 것이지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나란히 칭해지는 20세기의 전쟁학, 전략학의 명저 바실 헨리 리델 하트(※역주: Sir Basil Henry Liddell Hart)의 '전략론'도 있다.


"명나라에는 우수한 병법서가 총 7개가 있으며, 총칭하여 무경칠서(武経七書)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병법서입니다."


"호호우"


"손자(孫子), 오자(呉子), 율요자(尉繚子), 육도(六韜), 삼략(三略), 사마법(司馬法), 이위공문대(李衛公問対). 그들은 각각―――"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서 '손자'인가에 대해 말해라"


"(칫, 얼버무리지 못했나……) 그럼, 손씨에 대해서입니다만, 유명한 말을 들어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즈코였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잘 아는 건 아니다.

애초에 언니가 가지고 싶다며 사 놓으라고 부탁했던 것을 읽은 정도이다. 전자서적으로서 스마트폰 속에 전부 들어 있지만, 스스로 내켜서 읽는 일은 일단 없었다.


"(인생, 뭐가 도움될지 모르는 거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참이야말로 생명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로군요"


"으, 으음…… 꽤 어려운, 아니, 꽤 좋은 말이군!"


소녀는 미묘하게 굳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실은 시즈코도 그렇게 잘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니므로 거기서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래서, 어떤 의미이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의 사정을 알고, 자신의 실제 사정을 알고 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억 밑바닥에서 '손자병법'의 해설서의 문장을 떠올렸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에 영향을 주었다, 라는 것 때문에 병법서를 읽은 정도의 시즈코였으므로, 너무 과도한 지적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년이 생각해서 의문을 입에 올리기 전에, 다음 설명을 입에 올렸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백 번 전쟁을 하여 백 번 승리를 거두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의 전의를 꺾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요는 자신의 병사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상대의 나라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에게 4만의 병사가 있고, 상대에는 3만. 이걸 소모해서 나라를 빼앗기보다, 자국의 병사 4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상대의 나라를 빼앗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겠지요? 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땅바닥에 한자로 숫자를 썼다.


"예를 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상대의 군대를 고스란히 흡수하면 병사의 수는 7만명. 싸워서 서로 절반이 된 상태에서 승리한다면 병사의 수는 3만 5천명. 무공 등의 측면도 있습니다만, 쓸데없는 싸움을 피한데다 병사가 늘어난 편이 좋지 않을까요?"


"으음…… 화, 확실히 그렇지만……"


"물론 싸워야 할 곳이라는 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병력을 가능한 한 온존시켜두고, 가장 중요할 때 전군을 투입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손해가 적어집니다. 거기서 마지막 말, '병참이야말로 생명선'이 관계됩니다"


땅바닥에 대충 지도를 그리면서 시즈코는 설명을 계속했다.


"자국에는 병량이 5만명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국에는 4만명. 만약 자국에서 병량을 옮기려고 하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병량을 조달하는 편이 간편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장수는 가능한 한 적지에서 식량을 조달하도록 노력하라는 의미입니다"


"……으, 으음…… 남만이나 명나라에서는 싸움에 그렇게까지 궁리를 하고 있는 건가"


간신히 머리로 이해된 소년은, 대단히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낯선 생각이었지만, 소년인 덕분에 그렇게까지 거절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이 무장이 아니었기에, 시즈코의 말도 다소는 받아들여진 걸지도 몰랐다.


"꽤나 흥미깊은 이야기였다. 슬슬 돌아가야 하기에, 이 이상 물을 수 없는게 아쉽군"


"그렇습니까. 그럼,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하시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음 속으로는 다음이 없기를 비는 시즈코였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무장의 아들이니, 어설프게 화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본심과 겉모습을 나누어, 무난한 말을 입에 올리는 쪽이 편한 것이다.


"음! 그런데 네 이름은 무엇이라고 하지?"


"……시즈코, 입니다. 저, 괜찮으시면 성함――――"


"시즈코인가, 기억했다. 그럼, 다음 기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지. 그럼!"


소년의 이름을 물으려고 한 시즈코였지만, 그 전에 소년은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떠날 때도 갑작스러웠으며 눈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돌아갈까"


허무하게 허공을 잡은 손을 내린 후, 시즈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편, 소년 쪽은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대로 껑충거릴 듯한 기세의 그에게, 어떤 인물이 이렇게 말을 걸었다.


"뭐냐 키묘마루(奇妙丸), 꽤나 즐거워 보이는구나"




12월 중순, 혹독한 추위가 뼈에 시릴 무렵, 시즈코의 집에 간신히 어떤 설비가 완성되었다.


"짠―, 이로리(居炉裏, ※역주: 일본의 농가 등에서 마룻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고 난방용·취사(炊事)용으로 불을 피우는 장치)입니다―"


"즐거우신 듯 하군요, 시즈코 님"


그건 이로리(居炉裏)였다. 실내에 항구적으로 설치되는 난로의 일종으로, 주로 난방, 조리 목적으로 사용되는 설비다.

옛날에는 히타키(比多岐)나 지화로(地火炉)라고도 불렀다. 전통적인 일본의 가옥에는 반드시 있는 것이다.

이로리에는 난방, 조리, 조명, 의류나 생목(生木) 등의 건조, 나무 타르에 의한 가옥의 내구성 향상,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편리한 기능이지만, 시즈코의 텐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야의 반응은 무뎠다.


"부― 부―, 반응이 무뎌―. 하지만, 이걸로 겨우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겠네―"


집의 완성 자체는 빨리 되었지만, 이로리만이 재료가 부족하여 완성하는데 시간이 걸려 버렸다.

그 때문에 노부나가가 공사 관계자를 몇 번인가 질책했지만.


"그보다 시즈코 님, 저건 뭔가요?"


이로리보다 다른 것이 신경쓰인 아야는, 그것이 있는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즈코에게 물었다.

그곳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옆으로 긴 좌식 의자(座椅子) 같은 것이 있었다.

길이는 시즈코가 누워도 충분히 여유가 있을 정도로, 아야가 누우면 절반쯤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야는 좌식 의자가 낯설었다, 라기보다 애초에 용도가 짐작되지 않았다.


"저건 좌식 의자야. 등받이가 달려있어서 꽤나 쾌적해"


"좌식 의자……?"


"음…… 상궤(床几)에 가까우려나? 하지만 이쪽은 등받이에 기대어 앉은 의자니까, 조금 다르려나"


신사나 결혼식장 등에서 쓰이는 이동용의 간이 의자를 상궤라고 한다.

다리 두 개를 X자 모양으로 조립하고, 상단에 가죽이나 천을 씌워 좌석으로 삼으며, 이동시에는 접어서 휴대한다.

일본에서 의자가 보급된 것은 메이지(明治)에 들어선 이후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였다.

현대에도 드물게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등받이나 발판을 다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발판 정도밖에 달지 않는다.

그건 등받이가 있을 경우, 등 뒤로부터 습격받았을 때 등받이가 없을 때보다 한 동작 더 움직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차이지만, 그것이 생사를 가를 가능성도 있기에, 기본적으로 등받이는 달지 않는다.


"이렇게 누우면, 놀랍게도 간이 침소! 아아…… 쾌적해, 쾌적해"


좌식 의자를 간이 침소로 삼은 시즈코는, 귀중한 천을 써서 방석(座布団), 아니 베개 같은 것을 머리에 괴었다.

내용물은 닭털을 쓰고 있기에 면처럼 쾌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국시대라는 걸 생각하면 사치품인 것에 변함은 없다.


"그렇습니까…… 아니, 이런 데서 주무시지 마세요. 주무실 거면 제대로…… 아아 하여간! 침이 흐르잖아요!"


이로리에 의한 따뜻한 공간, 좌식 의자에 의한 침소, 푹신푹신한 베개에 의한 쾌적함에 의해 시즈코는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그로부터 아야가 궁극적인 조치, 좌식 의자에서 걷어차 떨어뜨리는 것을 실행할 때까지 시즈코는 꿈나라에 있었다.




이로리가 완성된 후 시즈코는 그 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이로리로 불을 쬐면서 시간을 보냈다.

필연적으로 아야도 그 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방에 틀어박히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만 틀어박힌게 아니라, 어디나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도, 평소라면 일출부터 일몰 사이이지만, 겨울만은 점심시간 전부터 일몰 한 시간 전이라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다.

가사를 하는 여성은 좀 더 일찍 활동하지만, 세탁은 온천의 미지근한 물을 쓰거나, 식사는 간편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국물류가 많아지거나 했다.

남성 쪽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능한 한 차가운 물에는 닿지 않도록 하거나, 농작업 후에는 목욕을 하여 몸을 덥히거나 했다.


마을 사람들은 나름대로 추위 대책을 세우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좀 더 뭔가 없을까 생각했다.

인체는 한랭환경에 놓일 경우, 체온이 저하하지 않도록 말초 혈관이 수축되거나 몸을 떠는 등의 체온 조절 반응을 일으킨다.

그에 부수하여 근육의 움직이미 나빠져서 손으로 작업하기 어려워지거나, 추위의 스트레스로 심신이 모두 지치거나 하는 등 다양한 생리적, 심리적 부담이 생겨난다.


그런 부담을 가능한 한 경감하려고 생각한 결과, 시즈코가 떠올린 것은 '목욕 후의 스트레칭'과 '라디오 체조' 두 가지였다.

오래 목욕을 한 후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이 늘어나 몸이 유연해지고, 부교감신경이 움직여서 릴랙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몸을 유연하게 해 두는 것으로 몸이 뻣뻣해지지 않게 되어 요통이나 혈행 불량에 의한 냉증 등을 막을 수 있다.


라디오 체조의 첫번째 동작은 아침에 하면 뇌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잠이 덜 깬 머리를 상쾌하게 깨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우 3분 10초에 13종류의 동작이 들어가 있어, 400종류 이상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 근육 트레이닝, 스트레칭, 밸런스 운동의 요소를 겸비하여, 근육이나 관절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계속하면 체열의 생산이나 자세의 유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골격근(骨格筋)'의 근력 향상이나 혈행 촉진, 기초신진대사의 향상 효과 등, 실은 구석구석까지 세심히 배려되어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퍼뜨려 봤지만, 매번 그렇듯이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1주일, 2주일 계속하니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걸 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이 흉내내어, 지금은 마을 사람들 전원이 아침에 라디오 체조를 하고 저녁에 목욕한 후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다.


"……영차. 후우, 꽤나 구부려지게 되었네. 그런데 이 천천히 따뜻해지는 게 기분좋구만―"


"내 쪽이 더 구부려진다. 이 것 덕분에 밤에도 푹 잘 수 있어"


"어―이, 미안한데, 누가 등 좀 밀어줘―"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즈코의 마을은, 전국시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시간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했다. 아니, 바랬다는 쪽이 맞으리라.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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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2 1566년 12월 상순



설탕을 정제하려면 상당한 수고와 인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한가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작업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탕수수의 줄기를 잘게 으깨서 즙을 짜고, 거기에 굴껍질 등의 조개를 태워 만든 굴재를 침전 보조제로서 첨가한다.

그리고 불순물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액체의 웃물을 걷어내고 졸여서 결정을 만든다.

현대라면 원심분리기 등에 넣어서 더욱 농축하지만, 그런 기구도 대용품도 전국시대에는 없다.


(자전거 같은 걸 만들면 되긴 하지만…… 돌리는 사람은 지옥이겠지……)


힘으로 돌리면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그러한 노력의 의미도 없다.

흑설탕이라도 전국시대에는 충분히 고급품의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촌장님―. 이 즙 굉장히 달군요―"


"너무 많이 먹지 않게 주의하세요. 양이 줄어들면 영주님께서 화내시니까요―"


짜고 난 찌거기를 핥아본 농민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옛부터 술과 감미료는 신에 바치는 제물로 취급되어, 서민은 웬만해서는 입에 대지 못했다.

대더라도 담쟁이를 달인 즙이나 물엿, 시상(柿霜, ※역주: 곶감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 정도로 단맛은 설탕이나 벌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금과 달리 설탕 등의 감미료는 생활의 필수 조미료는 아니었다.

게다가 과일 종류 쪽이 단 간식으로 일반적이었기에, 순수한 설탕은 기호품에 가까웠다.


(분명히 설탕은 권력 과시인가 뭔가에 쓰였던가?)


전국시대, 일본에서 설탕은 생산할 수 없어 오직 해외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설탕의 질이나 색은 불명이지만, 무로마치 시대에 설탕 한 근(약 675g)에 대해 250문이나 되는 가치가 붙었다고 하니 상당한 고급품이 된다.

그렇기에 설탕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은, 해외와의 연줄이 있다는 동시에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릴 수 있다.


"뭔가 끈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촌장님"


"슬슬 때가 되었네요. 준비해둔 용기로 옮겨 주세요"


수분을 증발시켜 농축한 것을 식혀서 굳히면 흑설탕이 완성된다.

틀에 차례대로 부어넣는 액체에서 남은 열을 빼고, 이후에는 천연 냉장고 같은 차가운 장소로 옮긴다.

상급의 백설탕과 달리 미네랄이 포함된 흑설탕은, 섭취량을 계산한다면 벌꿀과 마찬가지로 영양만점의 감미료이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의 설탕은 보관해두고 싶네)


차례차례 틀에 부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시즈코는 얼마만큼을 보관해 둘 지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당은 필수 영양소는 아니다. 오히려 섭취하지 않고 생활하는 편이 건강에는 좋다.

순수한 '당분'으로서의 에너지라면 쌀이나 된장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탕의 용도는 오로지 '약'이 된다.

실은 설탕에는 식품 등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을 빼앗는 성질이 있어, 그에 의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상처에 설탕을 바르는 치료법에 이르러서는 농담처럼 생각되지만, 미국의 의사가 7년 동안에 걸쳐 시험한 결과, 일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실적이 있다.

그 이유는 설탕에 수분이 흡수되기 때문에 박테리아의 증식이 억제되어, 상처의 자연 치유가 저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이 그래뉴당(※역주: 고운 정제 설탕)이라고 하지만, 흑설탕으로도 충분히 효과는 얻을 수 있다.

그런 사용법이 가능할 정도로 윤택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는 소지해두고 싶었다.


(분명히 토사(土佐, 현대의 코우치(高知) 현)의 쵸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元親)가 오다 노부나가에게 30근(약 19kg)의 설탕을 선물한 기록이 '신장공기(信長公記)'에 있었지. 그걸 생각하면, 헌상할 양은 3kg 정도 있으면 되려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말을 거는 인물이 있었다.


"시즈코 님, 잠시 괜찮으실까요?"


아야였다. 그녀는 머리의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말없이 있었지만, 간신히 그 기

회를 잡을 수 있었다.


"왜? 단과자라면 나중에 만들어 줄게?"


"그게 아니에요! 언제부터 전 먹보가 된 건가요!?"


"어, 어어, 미안해. 그래서, 무슨 일이야?"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은 것에 분개한 아야였지만, 냉정함을 되찾기 위해 작기 헛기침을 했다.

그녀는 시즈코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이럻게 말했다.


"설탕이라고 하셨는데…… 저 틀에 부은 즙이 설탕인가요?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이렇게…… 가루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아아……"


흑설탕은 간단히 말하면 사탕수수의 즙을 짜서 졸이고 식혀서 굳힌 것이다.

그 도중에 졸인 액체가, 아야에게는 도저히 설탕과 머릿속에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리라.


"나중에 식혀서 굳히면 아야 짱이 알고 있는 설탕이 되는 거야. 물을 차게 하면 얼음이 되는 건 알지?"


"그건…… 네"


"그거랑 똑같아. 지금은 물을 머금고 있으니까 즙으로 보이는 것 뿐이야. 물이 빠지면 아야 짱이 알고 있는 가루 형태의 설탕이 되는 거야"


"그런가요?"


"뭐 사실은 더 세세한 제조 과정이 있지만, 아무래도 초짜인 나한테는 이게 한계지"


창피한 듯 머리를 긁는 시즈코였지만, 애초에 설탕을 정제할 수 있는 시점에서 아야에게는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늘로 운반되는 틀을 아야는 다시 한 번 보았다.

얼마만한 양인지 눈대중으로는 추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재산 되는 것은 틀림없었다.

자신이 보내어진 장소가, 실은 이 세상과는 다른 곳이 아닐까, 라고 아야는 자신의 머리를 의심했다.


"금년 마지막 헌상품은 콩, 흑설탕, 그리고 곶감 등의 건물인가. 아야 짱, 그런 것들을 언제 가져가면 될지 확인해줘"


"……네"


"뭐 흑설탕은 도구도 없고 만드는 법도 익숙하지 않으니 조금 적으려나. 내년에는 좀 더 정제율을 올려야지"


보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야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헌상품의 양이었다.

흑설탕은 얼마만큼 만들어질지 불명이지만, 시즈코는 그렇게까지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지금 판명되어 있는 것은 곶감이 25개, 건표고버섯이 50개, 그리고 콩이 200kg이다.


(이런 보고를 했다가 혼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특히 콩의 양이 너무 많았기에, 어떻게 보고할지 아야는 한동안 골머리를 썩혔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 흑설탕의 정제가 끝나 단지에 담겼을 무렵, 노부나가로부터 통지가 왔다.

내용은, 이번의 헌상품을 운반하는 데 호위할 병사를 파견하는 것, 아야 뿐만이 아니라 시즈코도 성으로 올 것, 그 두 가지였다.

최근에는 아야에게 다 맡겨놓고 있었기에, 시즈코가 노부나가의 성으로 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한 두 사람은,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성에 도착했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정장으로 갈아입혀지고 몸단장을 받은 시즈코였는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알현실에서 장시간 방치되는 일은 없었다.

1시간 정도만에 노부나가가 알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약간 놀라면서도 시즈코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


"이번의 헌상품, 실로 훌륭하도다"


입을 열자마자 노부나가는 작게 미소를 띄우며 시즈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갑작스런 칭찬에 시즈코는 깜짝 놀랐지만, 노부나가는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군자금이 되는 건표고버섯, 설탕, 군마의 사육에 필요한 콩. 우리 군은 대폭적인 전력 증강을 손에 넣었다. 미노(美濃) 공략의 큰 발판이 되리라"


처음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시즈코였지만, 그 말에 간신히 머리로 이해되었다.

지금까지 헌상한 것들은 군사 물자에 해당하지 않는 작물이었다. 유일하게 쌀이 군사물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의 헌상품인 콩, 흑설탕, 건표고버섯은 거의 군사물자라고 할 수 있었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기에 많은 군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할 수 있는 스테이터스 심볼로도 쓸 수 있다.


전국시대에 한하지 않고, 그리고 동양, 서양을 불문하고, 근대까지 희소품이라는 것은 자신의 재력, 권력을 알리는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서양, 유럽의 경우에는 향신료이다.

중세 후기의 유럽에서 후추 등의 향신료는, 같은 무게의 금과 교환되었을 정도로 귀중품이었다.

특히 후추는 향신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후추는 방부(防腐), 소취(消臭), 조미(調味)라는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육식 문화인 유럽에서는,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마법의 향신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추, 당시에는 열대나 아열대에서밖에 재배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이슬람 상인과의 거래로 손에 넣었다.

당연하지만 중개하는 상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최초의 거래 가격보다 가격은 뛰어오른다.

최초의 거래 가격의 무려 6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후추가 매매되었다, 라는 일화도 있을 정도다.

참고로, 여담이지만 대항해시대의 막이 열린 원인도, 15세기 중반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손에 의해 동유럽 제국이 멸망하여 이슬람 상인과의 거래 수단이나 통행 수단을 잃게 되어, 유럽이 향신료를 입수할 길이 닫혀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서양 뿐만이 아니라 동양, 그리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옛날의 일본 요리는 맛보다도 요리에 '걸맞는 색'이 중요한 요소였다.

지금 기준으로도 먹으면 맛있는 요리는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으로서는 맛보다 오히려 겉보기를 중시했다.

그 때문에 필요했던 것이 설탕이나 향신료, 표고버섯 등의 귀중한 물건들이다.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표고버섯의 재배, 성공시킨 네놈의 수완은 훌륭하도다. 또 마찬가지로 건물인 곶감도 훌륭했다. 나는 먹을 것에 집착은 없지만, 네놈이 만든 곶감은 실로 맛있었다"


노부나가는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표고버섯은 쇼와(昭和) 17년(1942년)에 농학 박사인 모리 키사쿠(森喜作) 씨가, 그때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표고버섯의 인공 재배에 성공할 때까지 그림의 떡이었다.

에도 시대에도 표고버섯의 인공재배 방법은 있었지만, 벌채한 원목에 벌목도로 상처를 내서 표고버섯이 자라기 쉽게 할 뿐이라는, 무척 정신이 까마득해지는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실패하면 패가망신이라는 궁극의 도박 재배이기도 했다.


"이번의 상은 네놈이 원하는 것을 주마. 뭐든지 말해보아라"


기분이 매우 좋은 얼굴로 노부나가가 말했다.

원하는 것, 이라고 해도 시즈코는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사양하면 노부나가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쌀의 상으로서 훌륭한 집을 받았다. 몸종으로서 아야도 있다. 이 이상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떠오르지 않은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


"……외, 외람되지만, 영주님께 부탁드릴 게 있사옵니다"


"상관없다. 마음대로 말해보거라"


"현재, 저희 마을은 농지 확장을 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 손이 부족하옵니다. 그래서 인부를 1개월 정도 빌리고 싶사옵니다"


시즈코의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어서 농지 확장을 하고 있지만, 역시 평소의 작업과 병용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넓게 만들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는 문제없지만, 시즈코로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이즈까지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흉년이 들게 되면 먹을 것에 곤란을 겪는 것이 전국시대이다. 따라서 남은 작물을 환금하거나 비상식으로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인부의 수는 200명 정도를 바라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너무 욕심을 부렸나 하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여러 번 요구하기보다도 한번에 많은 인원을 빌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만드는 논밭이 금후 마을에서 농작물을 만들 때의 기본 사이즈가 되기 때문에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노부나가가 기분이 좋아서 배포좋게 상을 주는 기회도 적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한 인원수를 필요로 하니,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네. 작년과 금년, 저희 마을의 농작물은 풍작이었사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흉년이 드는 해가 올 것입니다. 그 때에 당황하지 않도록, 비상식을 비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수확량으로는 필요 최저한의 비축조차 할 수 없사옵니다"


"……"


"마을의 사정일 뿐이옵니다만, 부디 용서를"


"큭큭큭, 욕심이 없는 계집이로다"


영토나 금품류가 아니라, 논밭을 확장하기 위한 인력을 원한다.

도저히 보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부나가였지만, 본인이 원하는 이상 뭐라고 참견할 생각은 없었다.


"좋다, 원하는 대로 네놈에게 인부 200명을 쓸 권한을 주겠노라"


작게 웃으며 그는 시즈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조금 대화를 나누고 노부나가와의 알현은 끝났다.

남은 건 귀가하는 것 뿐이기에 성을 나오려고 했지만, 그 전에 모리 요시나리가 불러세웠다.

그는 아야에게 용무가 있는 듯 하여, 시즈코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를 데리고 갔다.

급한 용무도 없고, 빨리 돌아갈 필요도 없는 시즈코는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 앉아서 그녀는 땅바닥을 이용해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했다.


보기좋게 200명의 인부를 손에 넣었지만, 얘기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원래 있는 논밭을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제로에서 논밭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계획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자칫하면 1개월 동안 2백명을 놀려두게 될 뿐이니까.


(……백성 한 명당 3ha의 농지를 담당시키자. 지금은 80명 정도지만…… 나중에 늘어날 테니까)


농지를 더욱 확장하는 것은 보존식을 만들기 위한 것 이외에 또 하나 이유가 있었다.

원래 있던 마을 사람들은 2년 가까이, 금년에 입식된 농민들은 1년 가까이 시즈코의 지도 아래 생활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는 있었지만, 이 2년만에 마을은 달리 유례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렇게 의식주가 안정된 그들은, 최근 비슷한 얘기를 시즈코에게 상담해 왔다.

그것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이 마을로 불러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 아이를 파는 거나 마찬가지로 돈벌이 시키러 보냈거나 했는데, 이번의 수확물을 팔면 그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돈은 손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다만 자기들 멋대로 할 수는 없으니 시즈코에게 상담했던 것이다.


시즈코로서도 다음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이 돌아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게 아니라 나쁜 면도 있다.

현재, 노동력인 마을 사람들의 먹거리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택하다는 것도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먹기만 하지 노동력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먹여살릴수 있겠냐, 라는 것이다.


(뭐 갑자기 받아들이는 건 어렵겠지. 상대의 사정도 있고…… 일단 처음에는 10명. 그것도 여자애 6명, 남자애 4명으로 하자. 거기서 문제가 없으면 조금씩 더 데려오는 식으로)


아이들은 한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씩 데려오기로 했다.

첫 번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마을 그 자체가 붕괴해 버린다.


"그걸 계산에 넣고…… 3ha가 100명으로 환산해서 300ha는 필요. 하지만 쌀 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필요하니까, 실제의 밭은 더 커진다…… 아아, 그러고보니 쌀의 인공 교배도 해야지. 하지만 그건 10년은 걸리니까…… 으―음……"


"뭘 중얼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지?"


땅바닥에 글자를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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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1 1566년 10월 하순



시즈코는 며칠 후에 일어나는 어떤 자연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현대라면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관측할 수준의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전국시대에는 재앙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던 듯 하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지, 가 시즈코의 고민이었다.


(지구라던가 달이라던가 태양…… 이라는 설명으로 알려나?)


입으로 설명하는 거라면 간단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걸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이 없다.

따라서 실제 이야기의 절반 정도만 듣고 중요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라는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천체 쇼가 일어나는 건 일본 시간으로 22시 45분에서 다음날 2시 18분 사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국시대의 사람은 거의 볼 일이 없다. 해가 진 후에는 잘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의 이유로 깨어나서 보는 일도 없으, 려나?)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누가 눈치채면 그걸 동화틱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그럴듯한 사실을 섞으면서,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 알려주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한다.

결론이 나온 시즈코는 당장 이야기를 생각하려고 노트 대신 쓰고 있는 모래판에 펜을 놀렸다.


(햇님이 달님의 뒤에 숨어 있다, 는 느낌으로 먹히려나)


그런 동화틱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를 놔두고, 아야는 시즈코가 짐을 보관하고 있는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라고 해도 시즈코가 꾸준히 하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지저분한 곳은 없었다.

기껏해야 빗자루로 쓰는 정도로 끝난다.

아무리 재능을 조사하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일상적인 시중을 들어야 한다.

가정부 일을 하면서 조사하는 것이니 고생스러운 듯 보이지만, 실은 이렇게 하는 쪽이 유리했다.

뭐래 해도 집의 청소라고 하고 그녀의 사물을 마음대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즈코는 아야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고 속편하게 청소를 맡기고 있는 상황.


시즈코의 방은 세 개였으며, 하나는 짐을 두는 곳이고 하나가 작업장, 마지막이 개인 방이었다.

그녀의 집이 보통의 백성보다 넓은 것은, 첫 해와 두번째 해에 헌상한 작물에 대한 노부나가로부터의 상이었다.

보통의 황폐한 집이었지만 간소하나마 울타리가 설치되고, 거의 건물 제조장으로 쓰이고 있지만 뜰이 만들어지고, 비트만들의 집이 만들어지고, 양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방을 가진 집이 주어졌다.

그렇게되자 필연적으로 식모가 필요해지므로, 그걸 틈타 아야가 파견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었다.

먼저 시즈코가 쓰고 있는 방의 어딘가에 늑대들이 항상 2, 3마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방을 청소하는 김에 뭔가 하려고 해도, 소리에 반응하고 늑대들이 방으로 들어온다.

감시당하는 기분의 아야였는데, 실제로 늑대들은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야가 상상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은 아니고, 단순히 '쫄따구가 보스의 방에서 뭘 하는 거냐'라는 서열에 기반한 생각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아야가 발견한 기묘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튼튼한 밧줄로 묶인 약간 큼직한 나무 상자.

그리고 또 하나는 시즈코가 사냥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형의 크로스보우이다.

나무 상자는 시즈코가 자주 사용하는 방에 놓여 있었으며, 열려고 해도 아야의 힘으로는 간단히 열릴 것 같지 않았다.

꽤나 단단하게 밧줄이 감겨 있기 때문에, 정말로 열기 위해서는 밧줄을 자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아야가 몰래 조사하고 있는 것을 시즈코가 알게 되어 버린다.

신중하게 기회를 엿보며 내용물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아야는 생각했다.


그에 반해 크로스보우는 지극히 간단했다.

나무 상자만큼 엄중히 관리되고 있지 않고, 다른 사냥 도구와 함께 쌓여 있었다.

청소한다고 하며 그걸 옮겨도 시즈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건 '무기'니까 취급에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만 들었다.

그 '무기'라는 말이야말로, 아야가 크로스보우에 강한 흥미를 가지게 된 원인이지만.


(본 적 없는 구조…… 시즈코 님은 활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활 본 적 없어요)


시즈코가 관리하고 있는 크로스보우는 세 종류다.

첫번째는 구조가 심플한 크로스보우, 두번째가 세 종류 중에서 가장 대형이며 활시위가 강한 크로스보우, 마지막 세번째가 도르래가 달린 소위 말하는 컴파운드 타입의 크로스보우이다.

첫번째 것에서 대형화하여 사슴의 사냥에 쓰고 있던 것이 두번째의 크로스보우인데, 활시위를 당기는 데 반드시 전용의 기구가 필요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시즈코가 언니의 책을 뒤져보았더니, 도르래가 달린 컴파운드 타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도르래야말로, 전용의 기구보다도 더 상위의 기술이 필요했다.

킨조와 함께 전용의 가공 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가공 기구를 만들어 도르래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수차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울의 흐름에 따라 완성되는 시간이 좌우되었다.

상태가 좋을 때 도르래를 하나 만드는 데 약 3개월, 개울의 흐름이 나쁘면 5개월 가까이 걸렸다.

병렬로 한번에 20개 정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부품 하나에 걸리는 시간이 방대했다.

그 때문에 예비 부품을 여러 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물론 도르래 뿐만이 아니라, 손떨림 억제를 위한 총상(※역주: 총의 견착대나 개머리판을 말함)이나 귀중한 금속으로 만든 방아쇠, 활시위를 당기기 위한 보조용 도구 코킹(cocking) 끈, 등에 지고 운반하기 위한 사슴 가죽제의 숄더 벨트 등, 그밖에도 자잘한 면에서 여러가지 개량이 이루어졌다.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식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시즈코는 눈대중으로 약 150파운드에서 180파운드 정도라고 계산했다.

그녀에게 위력은 아무래도 좋았고, 요는 사슴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는지 아닌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3세대 크로스보우는 간단히 활시위를 당기고 안정된 자세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기에 사냥 효율이 올라갔다.

코킹 끈도 보조라서 평소에는 필요없었기에, 대부분 그냥 가지고 갈 뿐이었다.


그런 오버 테크놀러지가 가득한 크로스보우를 본 아야는, 직감적으로 노부나가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수수께끼의 물건의 존재를 보고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지만, 아무래도 크로스보우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시즈코가 이 크로스보우를 보고하지 않는 것은, 화승총보다 모든 스펙이 뒤떨어지기에 사냥 정도에나 쓸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리 화살을 쏘는 회수를 늘려도, 초속(初速)이 빠르고 관통력이 높아도, 크로스보우인 이상 화궁(和弓, ※역주: 일본 활)보다 화살이 짧기 때문에 확실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거리가 50m에서 70m 정도로 상당히 짧다.

병사에게 크로스보우를 들려줄 정도라면, 화승총을 들려주는 편이 효과적인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야는 그런 역사적 배경을 모른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모리 님께 전달하는가, 네요)


컴파운드 타입의 크로스보우를 보며 아야는 생각했다.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기에 분실되면 확실히 시즈코가 알아챈다.

그 때, 청소가 일상적인 시중을 들고 있는 아야가 가장 먼저 의심받는다.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한 아야였지만,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어? 크로스보우를 빌려달라고? 그래"


살짝 부탁해보기로 한 아야였는데, 그 대답은 예상밖으로 승낙의 말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말하니, 원하는 대답을 얻었음에도 아야는 놀란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안전장치 같은 게 없으니까, 취급에는 주의해. 뭐, 저번에 사용법은 가르쳐줬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다시 책상 쪽으로 돌아앉아 자신의 작업을 재개했다.

작업의 방해를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없었기에, 아야는 머리를 숙인 후 방을 나왔다.


잠시 후, 아야는 모리 요시나리의 심부름꾼을 불러내어 그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내용은 짧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즈코 님, 남만에서 유래하였다고 생각되는 무기를 소지"




10월 27일, 아야는 그 길로 크로스보우를 모리 요시나리에게 전달하고, 그와 함께 노부나가에게 갔다.

본래 아야는 노부나가를 알현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입장이지만, 이번의 물건은 모리 요시나리도 설명하기 어려워서,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던 아야에게도 설명하게 하기로 했다.

알현의 인사를 마치자,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노부나가에게 크로스보우를 보였다.


"……이게 활……이라고?"


눈썹을 찌푸리며 노부나가가 물었다.


일본에도 크로스보우 등의 쇠뇌는 존재했지만, 무사가 탄생하고 소규모 인원간의 전투가 늘어나면서 공을 세우기 어렵고 관리가 필요한 쇠뇌는 점차 소멸되어 갔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무로마치(室町) 시대에는 쇠뇌의 제조 방법을 알고 있는 장인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대신 관리가 쉽고 간편한 경갑과 활, 화살이 주류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보병을 주체로 하는 병사의 대집단이 재등장했을 때도, 장궁은 복합 소재를 사용하여 긴 사정거리를 갖는 것으로 발전되어 있었기에, 쇠뇌가 재조명받는 일은 없었다.


노부나가는 크로스보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깨지는 물건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크로스보우의 구조를 확인했다.

5분 정도 지긋이 관찰한 그는, 쟁반 위에 크로스보우를 놓더니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전장에서는 쓸 수 없다"


두 사람의 반응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그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 말했다.


"구조가 너무 복잡기괴하다. 파손된 경우, 수리하기가 쉽지 않겠지. 정확한 제조 방법은 모르겠지만, 손이 많이 가는 건 틀림없다. 그리고 시즈코가 짐승의 사냥에 쓰고 있다는 건, 그 정도의 위력밖에 없다, 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리 요시나리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코는 모든 것을 알고 일부러 내게 보고하지 않았다, 라는 것이다. 전장에서 쓸 수 없는 것을 보고해도 무의미, 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라고 중얼거린 노부나가는, 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시즈코는 남만의 병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큰 수확이니라"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쓸 수 있겠습니까?"


화승총은 일본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지만,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다.

쇠뇌나 크로스보우도 다시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위력에서는 화승총에, 속사성에서는 활에 밀리는 어정쩡한 무기라고 판단되어 보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는 사용할 수 있어도 일본의 환경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라는 무기는 존재한다.


"쓸 수 없다면 쓸 수 있게 개량하면 된다. 이 활처럼 복잡기괴한 구조가 아니라면, 말이지"


예상보다 빨리 남만의 기술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노부나가는 무의식중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11월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12월에 들어선 직후부터 조금 바빠졌다.

콩과 사탕수수가 수확 시기에 들어섰던 것이다.

재배 면적은 사탕수수가 1ha, 콩이 50a 정도였지만 충분한 수확이 기대되었다.

특히 콩은 질소 비료가 적기 때문에 수확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예상을 뒤엎은 대풍작이었다.


(질소 비료가 모이면 할아버지 스페셜 재배로 10a 400kg 수확이 가능한데…… 뭐 내년이나 내후년이려나)


시즈코는 잊고 있었지만 콩은 군마의 사료로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군사 물자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간장이나 된장의 원료 정도로 묘하게 콩의 가치가 낮았다.


"으―음, 된장이나 간장에는 소금이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는 대량으로 구할 수가 없지"


현대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팔고 있는 소금이지만, 전국시대에는 이온 교환막 제법 등이 가능할 리도 없고, 오로지 염전을 이용한 소금의 제법 뿐이다.

하지만 다대한 노동력을 투입해서 생산할 수 있는 소금의 양은 병아리 눈물 만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유하식(流下式) 염전을 조금 개조해서 소금을 대량생산할까. 어쨌든 소금이 부족한 시점에서 상당히 안 좋네)


조미료의 기본이기도 하고, 다른 조미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기도 한 소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유기물이 아닌 소금이니까 곰팡이도 슬지 않고, 병균이 성장하기 위한 양분도 없다.

따라서 대량으로 생산해도 보존이나 관리 방법에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까놓고 말하면, 단지나 통에 넣어서 창고에 보관해 두면 된다.


(쌀도 대량 생산하면 보관이 어렵지만…… 이쪽은 목제 사일로(silo)를 만들면 되려나. 그 뒤는 수확한 쌀의 탈곡이나 탈피를 하는 시설이 필요할지도


시설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기계적인 설비는 필요없고, 컨베이어 벨트처럼 전송대 작업이 가능한 시설을 시즈코는 상상했다.

다행히 동력은 수차로 해결할 수 있으니, 레인을 만드는 데 그다지 큰 수고는 필요없다.


"그건 그렇다치고…… 일단은 콩이네―"


콩을 수확한 직후에는 천일(天日) 건조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모양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장소 확보이다. 작은 뜰에는 이미 빽빽하게 천일 건조중인 것들이 있다.

아무리 봐도 무리한 양이었기에, 시즈코는 집 앞에 긴 건조장을 만들고 거기서 콩을 건조하기로 했다.

입구 근처라서 통행이 조금 불편해지지만, 1주일에서 2주일 동안이기에 그 때까지 참기로 했다.


탈곡하기 위한 건조가 끝나면, 다음은 본격적인 탈곡을 해야 한다.


땅바닥에 큼직한 천을 깔고, 콩깍지가 붙은 콩가지를 약간 깊은 통에 후려친다.

그것만으로 대부분은 떨어지지만, 개중 도저히 안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또 콩깍지나 가지 부스러기도 쌓여간다.

그것만이라면 차라리 낫지만, 개중에는 벌레먹은 콩깍지 속에서 유충이 나온다.

한 마리 한 마리 상대해서는 시간낭비이기에, 어느 정도 쌓이면 크고 얕은 통으로 옮긴다.


거기서부터는 인해전술이었다. 콩과 그 이외의 것을 나누는 선별을 한다.

이 때, 콩도 깨끗한 콩과 벌레먹은 콩이나 식용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콩을 선별해간다.

하지만 혼자서 하면 시간이 걸리므로, 콩과 부스러기의 1차 선별과 콩의 분별을 하는 2차 선별로 나누어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하루를 더 들여서 분별을 끝낸 깨끗한 콩은 480kg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내년의 파종에 쓸 것을 분별하고, 최종적으로 식용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콩은 400kg가 되었다.

그리고 나온 부스러기나 벌레는 퇴비의 재료로 삼아 내년의 퇴비로 쓴다.


"무흐흐, 좋은 느낌으로 수확할 수 있었네. 내년은 이 열 배는 수확하고 싶어"


"노동력도 10배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리를 끝낸 콩이 든 통을 보고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의 아야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시즈코가 말했다.

보는 사람이 보면 보물의 산이지만, 시즈코에게는 단순한 콩의 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걸 써서 된장과 간장을 만들까―"


"(간장……?) 정리해서 절반을 영주님께 헌상한 후에 부탁드려요. 그리고 저 이상한 억새풀은 대체……?"


"알고 있어―. 다음은 사탕수수 쪽을 처리해야지. 얼른 흑설탕을 만들까"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최후의 대 수확물, 사탕수수의 처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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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0 1566년 10월 중순



주요 농작물의 수확 및 헌상이 끝났기에, 시즈코의 마을에는 일종의 늘어지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본래라면 겨울을 나기 위해 먹거리 확보에 분주하지만, 금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풍족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고구마는 충분히 있었고, 겨울을 위한 야채인 호박도 다수 확보해 두었다.

쌀도 그럭저럭 있었기에, 낭비하지만 않는다면 내년 가을까지 먹을 것이 부족할 일은 없다.


해야 할 작업도 추가적인 농지 확장을 하는 것 이외에는 큰 작업은 없었다.

유채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유채 씨를 심었지만, 그 이외의 겨울 야채는 이미 재배중이었다.

농지 확장도 현대처럼 복잡한 수속을 할 필요는 없이, 단지 "여기부터 여기까지 농지로 만들자" 정도면 되었다.

물론, 확장한 농지에 대해서는 후일 노부나가에게 보고할 필요는 있었지만, 그것들은 아야에게 일임하고 있었기에 굳이 시즈코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럼, 오늘은 버섯 사냥을 가볼까"


"……시즈코 님. 갑자기 바구니를 들려서 묻지도 않고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아야의 냉정한 지적에 시즈코는 굉장한 기세로 엉뚱한 방향을 보며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었다.

어이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아야였지만, 쓴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되어 무거운 한숨을 한 번 쉴 뿐이었다.


"자자, 가을은 버섯의 계절이니까, 버섯 사냥을 도와줘. 잔뜩 딸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 손이 부족해서 말야―"


뒤통수를 긁으면서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버섯의 계절은 종류에 따라서 좌우되지만, 대부분 9월에서 10월, 늦어도 11월 무렵에 제철을 맞이한다.

하지만 버섯은 기본적으로 10월이 본격적인 수확 시기이다.

산의 소유주는 노부나가이지만, 특정한 자원 이외라면 보고하지 않고도 이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두었다.

광물 종류, 즉 금이나 은, 철은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음후후…… 작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못 땄지만, 금년은 확실히 쓸어버리겠어"


근처에는 니사쿠의 마을 이외에는 없기에, 그들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으면 마음껏 수확할 수 있다.

즉 가을의 미각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어, 뭘 따실 생각이신가요?"


시즈코의 텐션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야는, 약간 망설여졌지만 뭘 할 생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빙글빙글 돌고 있는 시즈코에게 질문을 했다.


"응? 응―, 그러네. 금년은 잎새버섯, 땅찌만가닥버섯, 만가닥버섯, 연기색만가닥버섯, 맛버섯, 그리고 뭐라 해도 송이버섯이지! 아, 그러고보니 작년에는 실패했지만, 금년에는 표고버섯의 재배가 잘 되었으려나―"

(※역주: 버섯 이름은 확실히 정리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서 검색되는 대로 썼으나, 틀릴 수도 있음)


순간, 아야가 굉장한 기세로 뿜었다.

게다가 기침을 시작했기에, 시즈코는 당황해서 그녀의 등을 문질러주었다.


"괘, 괜찮아!?"


"괜찮습니다. 조금 사래들린 것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호흡을 조절하는 아야였지만, 시즈코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소의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갑자기입니까……) 그럼, 갈까요 시즈코 님"


"응…… 무리하면 안 돼―. 무리일 것 같으면 집에서 자도 되거든?"


"괜찮습니다. 오히려 시즈코 님을 혼자 두면, 걱정되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서요"


"실례네. 이래뵈도 산은 잘 안다고"


설득력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말이었지만, 아야는 작게 한숨을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게는 주인과 하인이라기보다,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보고할 필요가 있네요) 그런데 시즈코 님. 표고버섯의 재배라고 하셨는데, 그걸 재배해서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어쩌다니, 표고버섯을 먹는 것 이외에 어디다 써? 아, 국물을 낼 거면 말린 편이 맛있어―"


그 대답을 들은 아야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시즈코는 현대의 감각으로 말하고 있으니 모르지만, 표고버섯은 20세기에 인공 재배 방법이 확립될 때까지 고급품이었다.

옛부터 일본에서 나고 있었지만 인공 재배의 방법이 확립되지 않아, 자생한 것을 채취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한편으로 채소 요리(精進料理)에서 국물을 내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도우겐(道元)이라는 카마쿠라(鎌倉) 시대 초기의 선승(禅僧)이, 중국의 왕조의 하나인 남송(南宋)에 건너갔을 때, 현지의 승려에게 말린 표고버섯을 가지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일화가 있을 정도다.

역사에 남은 표고버섯 요리도 있을 정도로 고급품인 버섯이지만, 현대의 감각이 남아있는 시즈코에게는 슈퍼에서 팔고 있는 정도의 싸구려 버섯이다.


반대로 그녀가 고급품이라고 생각하는 송이버섯이야말로, 전국시대의 사람이 보면 귀한 것도 뭣도 아닌 것이다.

산에 올라가면 여기저기 나 있는데다, 일부러 송이버섯을 먹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이다.

배를 채우는 게 최우선인 시대에는, 향을 즐길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뭐, 작년에는 재배에 실패했으니, 금년도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대단히 태평하게 말한 후, 시즈코는 바구니를 고쳐 메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아야가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갔다.


(모리 님의 말씀대로야. 이 사람의 가치관은 어딘가 달라……)


콧노래를 부를 듯이 쾌활한 시즈코의 등을, 아야는 노려보는 듯한 느낌으로 보았다.

살기조차 느껴질 정도의 시선이지만, 그 시선을 받는 당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태평하게 산을 올라갔다.


"이제 곧 가닥버섯 밭이니까, 바구니 준비를 부탁해"


눈치채기는 커녕 아야에게 전혀 악의가 없는 미소를 보내는 지경이었다.

정말로 시즈코라는 인물을 모르겠다고 생각한 아야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똑바로 앞을 보시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시즈코가 가진 재능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대화를 계속하며 걷기를 수십분, 두 명은 이윽고 시즈코의 첫 목적지인 가닥버섯 밭에 도착했다.

가닥버섯 밭이라고 해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본격적으로 인공 재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따기 쉬운 구역을 시즈코가 버섯의 이름을 붙여 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건 먹기 좋을 때네. 이건 아직… 이건 독버섯. 어이쿠, 이건 굉장한 크기네"


날카로운 후각이 있는 건지, 시즈코는 차례차례 버섯을 발견해서는 바구니에 집어넣엇다.

순식간에 손에 든 바구니에 버섯이 가득찼고, 그것들을 메고 있는 바구니에 조심스레 넣었다.

주위에 있던 버섯은 남김없이 수확되었고, 남은 것은 아직 작은 것과 독버섯 뿐이었다.


"다음은 잎새버섯―. 그 다음이 송이버섯이네. 표고버섯은 마지막에 가지 뭐"


아야에게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시즈코는 바구니를 고쳐메고 다음 채집 장소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서둘러 쫓아가는 아야였지만, 산에 익숙한 시즈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도저히 의문을 입에 올릴 여유가 없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는 아야의 몸 상태를 신경써서 걷는 스피드를 늦추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겨우 깨달았다.


"좋아, 잎새버섯의 사냥터에 도착했다―. 바로 발견!"


간신히 도착했기에 조금 휴식을 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아야였지만, 시즈코는 잎새버섯을 발견했는지 굉장한 기세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달릴 만한 힘은 없었고 눈에서 벗어날 거리도 아니었기에, 이마의 땀을 닦은 후 허리에 차고 있던 대나무 수통으로 목을 축였다.

조금이나마 차가운 물이 뜨거워진 몸에 대단히 기분좋게 느껴졌다.


"이 정도로 10kg 정도는 되려나. 아, 저쪽에도 있다! 금년은 풍작이다―!"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야를 내버려두고, 시즈코는 오로지 잎새버섯의 채집에 열중했다.


가닥버섯류, 잎새버섯, 송이버섯을 땄을 때, 바구니가 가득 찼기에 그녀들은 일단 산을 내려왔다.

시즈코는 표고버섯은 다음에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야가 꼭 보고 싶다고 했기에 그녀들은 다시 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산을 오른 지 10분 후, 두 명은 시즈코가 만든 표고버섯의 재배장소에 도착했다.


"금년엔 자랐구나―"


멀리 내다보는 듯한 포즈로 시즈코가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반대로 아야는 숨을 들이키며 눈 앞의 광경에 빠져들었다.


가득 뒤덮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표고버섯이 나 있었다.

이만큼 있다면 한 재산 될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시즈코는 표고버섯의 재배가 성공한 것만 기뻐하고 있었다. 돈 운운의 욕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아무래도 이 양은 영주님께 보고드려야겠네요"


"어? 그래? 겨우 표고버섯 가지고?"


순간, 아야는 엄청나게 피곤한 한숨을, 시즈코에게 보라는 듯 내쉬었다.



결국 두 명은 표고버섯을 남김없이 채집해서 가지고 돌아갔는데, 시즈코는 당장 구워먹으려고 했다.

그걸 아야가 전력으로 말려서, 벌레먹은 것을 제외하고 전부를 건표고 버섯으로 만들기 위해 가공했다.

표고버섯을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B를 잃지만, 대신 비타민 D가 충분히 증가한다.

맛성분도 증가하고, 게다가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표고버섯은 생보다 말린 쪽이 훨씬 좋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표고버섯이 그렇게 비싸?"


도무지 표고버섯의 가치가 이해되지 않는 시즈코는, 묵묵히 작업을 하는 아야에게 표고버섯의 가치를 물었다.

그녀는 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쉰 후, 말리기 위한 바구니에 늘어놓은 표고버섯을 보며 말했다.


"저도 얼마만큼인지는 모르지만, 소문으로는 15관(약 56.25kg) 정도 있으면 성을 하나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만큼 있으면, 커다란 집을 살 수 있겠네―. 청소하기가 장난이 아닐테니 필요없지만"


"……만약 사람을 많이 고용할 수 있다면, 넓은 집을 지으실 건가요?"


"어? 그렇게 집이 넓으면 다 못 쓰잖아. 지금 집으로 충분해"


가정의 이야기를 꺼내 시즈코가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는지 알아보려고 한 아야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무욕(無慾)이었다.



산에서 나는 것을 수확하는 건 하루나 이틀로는 끝나지 않는다.

며칠 동안이나 산에 올라서 목적한 것을 수확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서는 가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날 그날 따러 가는 것이 틀리다.

자생하고 있는 떫은 감이나 단감을 수확하는가 하면, 떨어져 있는 밤을 밤송이째로 수확하거나, 참마를 파내거나,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줍는 등, 다종다양한 산에서 나는 것들을 수확했다.

감 이외의 과일도 수확했지만 이것들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채집중의 간식으로 그 자리에서 먹었다.


"떫은 감은 얼른 곶감으로 만들어버리자"


펄펄 끓고 있는 냄비 앞에서 시즈코는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겼다.

다 벗기자 그녀는 감의 중심에 끈을 꿰어, 5초 정도 끓고 있는 냄비 속에 감을 넣었다.

그게 끝나면 준비해둔 건조장에 감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끈을 묶었다.

감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고 30개 정도였지만, 그녀는 아야도 놀랄 정도의 솜씨였다.


"이걸로 오케이. 대략 40일 정도면 완성되려나"


표고버섯이나 감 등 다종다양한 건물(乾物)이 늘어놓아진 광경에 시즈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가을은 소득이 많아서 좋네―"


"……그러네요. 그런데 시즈코 님, 버섯에 대해 견식을 가지신 듯 한데, 그런 지식은 어디서 얻으신 건가요?"


말리고 있는 것들을 체크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어디까지나 내추럴한 이야기로 흘러가도록 주의하면서 질문했다.

자칫 눈치채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만, 아쉽게도 시즈코는 약간 나사가 빠졌기에, 아야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고는 털끝만큼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응? 아, 친척이 버섯 학자시거든―. '버섯은 재미있단다, 시즈코!'라고 흥분하셔서 이것저것 가르치셨어―"


"그런가요"


"예전에 살고 있던 곳은 고령화가 진행되서 말야. 그래서 다들, 후계자를 원했던 걸까?

뭔가 이것저것 배웠어. 어릴 때부터 배운 덕분에, 농림수산성 직할의 농업고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


"노, 농림? 농업…… 고교? 이, 입학?"


시즈코의 말 중, 뒤쪽 말은 전혀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후계자 욕심에 가르친 것이라는 건 알았다.

즉 시즈코는 그 마을이 가진 지식의 집대성, 이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이 정도의 기술을 가진 마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좋아, 끝났다. 슬슬 추워지니까 방으로 돌아갈까"


"……그렇군요"


시즈코의 정체를 알려고 했지만, 되려 수수께끼가 깊어져 막막해진 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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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9 1566년 10월 상순



시즈코가 쓰고 있는 우물 굴착기는, 핸드 오우거라고 불리는 간이 지질조사 도구이다.

본래는 땅 속에 오우거라고 불리는 드릴 형태의 천공기계를 설치하고, 인력으로 회전압입시켜 땅을 절삭하여, 땅 속에 구멍을 뚫어서 시료의 채취나 관찰을 하기 위해 쓰인다.

지표면 아래 수 미터의 부드러운 토층에서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갖는 점성토나 사질토의 채취나 관찰에 적합하다.

인력이기 때문에 채굴 심도가 3미터를 넘으면 작업 효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지만, 현대에서도 개인이 하는 우물 조사에는 자주 쓰이는 도구이다.


"분명히 여기에 지하 수맥이 있는 거야"


늑대는 귀와 코가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어떤 연구에서는, 늑대는 숲 속에서는 반경 6마일(약 9.5km), 탁 트인 장소라면 반경 10마일(약 16km)나 되는 범위의 소리를 지각할 수 있다고 한다.

주파수로 말하면 25KHz 이상도 들린다고 하며, 연구자에 따라서는 80KHz까지 들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뭐라 해도 늑대라고 하면 우수한 후각이리라.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어, 동료의 몸에 밴 냄새로 행동의 정보를 파악하거나, 멀리 떨어진 사냥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쩌면 물 냄새를 알아채고 여길 파라고 하는 걸지도 몰라)


카이저가 물 냄새를 알아챘을 가능성이 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추측이며 사실인지 어떤지는 실제로 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단순히 엉뚱한 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장소를 찾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에, 카이저가 가리키는 장소를 파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기도 했다.


"영차…… 어?"


3미터 정도 팠을 때, 갑자기 핸드 오우거의 감촉이 달라졌다.


단단한 흙을 파고 있다기보다 개울의 모래바닥 아래를 파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급해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오우거의 내용물을 꺼내보자, 시즈코의 예상대로 물이 스며든 모래 덩어리가 나왔다.


"이건 성공일지도……?"


구멍의 위치부터 마을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재 보았다.

다소 거리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트여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위에 절벽 같은 위험한 장소도 없다.

우물막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넓이는 있었기에, 빗물을 막을 수도 있었다.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에 스며들어서 그게 아래로 흐르고 있는 장소를 판 걸까……?)


4~5m 정도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3m 정도로 갑자기 물이 스며든 흙으로 바뀐 것을 보니, 지하 수맥은 산의 사면을 따라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개울물이 지하에 스며든 것인지,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를 흐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걸로 제 1단계는 클리어되었다.


"영차…… 물이 슬슬 나올 것 같은데……"


"곧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나왔습니다 촌장님!"


다시 1m 좀 넘게 파들어가자, 드디어 목적의 지하수가 오우거 속으로 들어왔다.


다음으로 클리어해야 할 것은, 그 지하 수맥이 '음용에 적합한지'였다.

기껏 지하 수맥을 파내도, 뭔가에 오염되어 있어서는 마실 물로서 이용할 수 없다.


킨조가 오우거에 들어온 물을 작은 나무통에 흘려넣었다.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냄새도 오염물도 없는 담수였다.

하지만 광물에 오염되어 있을 경우, 눈으로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카이저, 이 물 마실 수 있니?"


기계나 약품으로 체크할 수 없기에, 시즈코는 늑대인 카이저의 후각에 걸었다.

만약 카이저가 거부한다면, 그 물은 뭔가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이저가 나무통에 얼굴을 들이밀고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을 시즈코는 두근두근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냄새맡는 것을 마친 카이저는,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나무통에 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카이저가 물을 마신 것으로, 그 장소에 있는 지하 수맥은 음용에 적합하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우물파기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럼, 여기를 파죠. 라고는 해도, 몇 명이면 충분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도구를 옮겨와 주세요―"


시즈코가 지금부터 만드는 우물은 원우물이라고 하는 땅을 파서 만드는 우물이 아니라, 보링(boring) 공법으로 만드는 분수식 우물이다.

원우물은 사람이 아래쪽까지 파들어갈 필요가 있어, 생매장이나 가스 등의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배출 토사도 많이 나오기 댸문에, 우물을 파는 작업자와 토사를 처분하는 작업자가 필요해진다.

작업 인원수가 많아질 필요가 있으므로, 발 디딜 곳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 속에서는 너무 위험하다.


그에 대해 분수식 우물은 불투수층(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지층)을 전용의 도구로 뚫고, 그 아래에 있는 대수층(지하수층)에 대나무 관을 넣어 물을 퍼올리는 우물을 말한다.

장소를 차지하지 않고, 게다가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다 배출되는 토사도 소량으로 끝난다.

다만 장소에 따라서는 물의 양이 적은 경우도 있기에,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쪽이 무조건 우수한 공법이라는 건 아니다.


타고사쿠들은 20분 정도 지나자 도구를 메고 돌아왔다.

마을에서 적당히 가까워서, 우물까지 왕복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고생할 일은 없는 입지였다.

도구가 갖춰진 후에는 남자들은 킨조와 타고사쿠만을 남기고, 니사쿠와 다이이치는 먼저 니사쿠의 마을로 돌려보냈다.

니사쿠는 완전히 무리를 하고 있는 걸 흘긋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의 긍지도 있어 직접 쉬라고 말해도 옹고집이 될 뿐이리라.

그래서 '다이이치와 함께 마을에 있는 여과중인 통을 확인해 달라'는 일을 부탁했다.

표면적으로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작게 한숨을 쉰 것을 킨조와 타고사쿠,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두 명이 돌아가는 것을 눈으로 전송한 후, 시즈코는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킨조 혼자서 했고, 타고사쿠는 시즈코가 말한 도구를 그에게 건네주는 역할, 그리고 시즈코는 킨조에게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지시를 할 뿐이었다.

좁은 장소에서 몇 명이나 작업하면 거꾸로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또, 작업 방법을 시즈코 혼자만 알고 있기보다, 킨조나 타고사쿠 등 마을사람들도 아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촌장님, 말씀하신 대로 설치가 끝났습니다"


킨조가 한동안 물을 퍼올리는 대나무 관의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겨우 설치가 완료되었다.

이후에는 미리 준비한 부품을 조립할 뿐이었지만, 과거에 킨조는 몇 번인가 조립해 보았기에 시즈코의 지시가 없어도 능숙하게 작업을 완수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겨우 분수식 우물이 완성되었다.




시즈코는 핸드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켰다.

안전하게 물을 빨아들일 수 있을지 아닐지에 의해 이 우물의 가치가 결정된다.

만약 요령이 필요한 우물이라면, 사용하는 사람이 한정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키는 것만으로도 물구멍에서 물이 기세좋게 뿜어졌다.

킨조가 환희의 함성을 지르면서도 나무통에 물을 받았다.

어느 정도 물을 받자, 시즈코는 핸들의 조작을 멈추고 킨조와 타고사쿠와 함께 나무통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하네요―"


"딱히 더러운 것도 안 보이네요"


"물이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이만큼 깨끗하면 괜찮겠네요―"


탁한 곳 없이 깨끗한 물을 보며 세 명은 한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남은 작업은 우물까지 길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건 시즈코들이 선두에 서서 작업할 필요는 없다.

니사쿠들의 마을의 취향에 맞춰 만들면 된다.

세세한 곳까지 지시할 필요도 없고, 너무 지나치면 생색내는 태도가 되어버리니까.


"그럼, 도구를 가지고 니사쿠 씨에게 돌아갈까요―"


"그러네요. 슬슬 해도 질 것 같으니, 얼른 돌아가죠"


"그렇죠―…… 그런데 카이저들은?"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고 카이저나 쾨니히, 비트만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세 마리는 땅바닥에 늘어진 나뭇가지로 놀고 있었다.


"어―이, 돌아가자―"


시즈코가 그렇게 말을 걸자, 카이저들은 한 번 짖은 후,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발 밑에 도착하자, 다들 어리광부리듯 몸을 시즈코의 다리에 비벼댔다.


"그래그래, 착하지―"


카이저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후,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10분 후,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한 시즈코는 도구는 타고사쿠에게 맡기고, 그에겐 먼저 마을로 돌아가도록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도 신경쓰고 있을테니, 일단 소식을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괜찮다는 거면 되겠죠?"


"그렇네요―. 효과가 나오는 건 좀 더 나중이지만, 어쨌든 우물은 생겼으니 물 부족은 해소되려나?"


"그러네요. 그럼 촌장님, 나중에 뵙죠. 저는 다이이치 씨와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타고사쿠도 다이이치는 니사쿠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대답하기 힘든 내용이기에, 시즈코는 쓴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여과장치의 효과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 후, 시즈코는 킨조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돌아가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지만, 왠지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은 어드바이스를 한 정도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사쿠의 마을의 문제가 해결된 지 며칠 후, 시즈코에게 모리 요시나리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혼자가 아니라, 어떤 인물을 데리고 방문했다.


"……몸종…… 인가요"


"그렇소. 그리고 나와의 연락담당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자세를 바로 하고 있는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시립해 있는 인물에게 시선을 옮겼다.

9세 정도의 소녀였다. 시즈코는, 겉보기에는 차분한 소녀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야라고 합니다. 필요하신 일은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시선을 느낀 소녀, 아야가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절을 하면서 말했다.

왠지 자신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야와 마찬가지로 자세를 바로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 이쪽이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제대로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모리 요시나리, 그리고 아야는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나,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슨 말로 수습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두 명의 표정이 점점 딱딱한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몸종에 대해 머리를 숙인 사람은 처음입니다"


"나도 처음이다"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몸종이 어떤 역할인지를 떠올렸다.

신분이 높은 사람의 곁에서 모시며 잡일을 하는 여성이 몸종이다.

기본적으로 여자만의 직업으로, 남자가 되는 경우는 일단 없다.


반대로 남자만이 되는 역할로서는 소성(小姓)을 들 수 있다.

소성이란 호종(扈従)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며, 원칙적으로 무가의 젊은이가 맡는다. 주된 역할로서는 주군의 곁에서 모시며 이런저런 잡일을 처리하는, 현대의 비서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역할의 성질상, 주군과 함께 다양한 회담을 수행할 필요가 있어, 광범위한 지식과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일류의 예법을 익히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는 주군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가 될 필요가 있기에 무예에도 뛰어나야 했으므로, 재능이 넘치는 젊은이가 맡는 각광받는 직업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주군에게 좋게 보일 경우 출세는 약속되어 있어, 후에 측근으로서 활약하는 자도 많았다.


"뭐 좋소. 그게 시즈코 님의 매력이니까"


"허으억! 다,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이후, 뭔가 할 말이 있다면 아야를 통해 전달해 주시오. 영주님께서는 바쁘신 몸이니, 가능한 한 시간 낭비는 피하고 싶으니"


"예, 예엣, 알겠사옵니다"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아야 쪽을 향했다.


"지금부터 성심성의껏 시즈코 님을 섬겨라"


"옛! 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시즈코 님의 몸종 일을 훌륭히 해내보이겠습니다"


(머, 멋있다아!)


주군을 지키는 무사 같은 분위기로 단언한 아야를, 시즈코는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음, 잘 부탁한다"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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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8 1566년 10월 상순



니사쿠의 마을과 주위를 관찰한 시즈코는, 역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했다.

개울은 마을 가까운 곳과 조금 떨어진 곳 등 두 군데 있었지만, 어느 쪽도 무릎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얕은데 갈색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퍼올려보니 물과 함께 작은 모래알이 건져졌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 따라 3일 정도 갈색으로 물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요 며칠간 비가 내린 적은 없다.

애초에 모래알이 건져지는 개울은, 토사에 의해 완전히 오염된 개울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음료수로 사용할 수 없다.

세탁도 원래는 무리지만, 이 장소 이외에는 없었으리라.


(간벌을 하지 않았기에 토양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 내린 비와 함께 토사가 흘러서 개울에 쌓이고 있는 거겠지. 얼른 조치하지 않으면 토사붕괴 등의 산지 재해가 일어나는 삼림이 되어 버리겠어)


마을을 둘러싸는 삼림 속을 가볍게 걸어보았지만, 어디도 흙이 마르지 않고 끈적한 상태였다.

조금 걷는 것 만으로 짚신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못쓰게 되었다.

비트만이나 카이저, 쾨니히도 진흙에 발이 빠져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래서는 초식 동물이나, 그것을 먹이로 삼는 육식 동물이 다가오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네"


대충 본 것만으로도 산의 상태는 심각했다. 현대라면 내년에는 산지재해 위험지구로 인정될 정도였다.

자칫하면 무너진 토사가 자신들의 마을까지 내려와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조차 있을 수 있었다.

2년의 세월을 들여 겨우 부흥하기 시작한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졌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시즈코는 전율했다.


"적어도 니사쿠 씨의 마을이 안정될 필요가 있네. 그게 우리 마을의 안전으로도 이어지고"


상황을 살필 시간은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탄원하여 일시적으로 인부를 빌릴 필요가 있다.

신속하게 발육이 나쁜 나무나 뿌리가 다 드러난 나무 등을 솎아내어, 삼림이 본래 가지는 공익적 기능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돌아가자"


비트만들에게 짧게 명령을 내린 시즈코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니사쿠의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에 돌아가자 니사쿠들에게 건넨 도시락은 대부분 마을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식사 탓인지,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밥을 털어넣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약간 오버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들은 계속 굶주렸던 것을 떠올렸다.


(위가 놀라서 쇼크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니사쿠를 찾았다.

행인지 불행인지 어른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방 니사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끼리 뭉쳐 있던 모양으로, 조부와 조모로 보이는 노인, 처와 딸이 그의 곁에 있었다.

다들 피골이 상접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어떻게 좀 해야겠네) 니사쿠 씨, 잠깐 괜찮으시겠어요?"


그렇게 말을 건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의 시선이 시즈코에게 모였다.

사방에서 응시당하여 자기도 모르게 위축된 시즈코였지만, 그런 시즈코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은 도시락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양 손을 모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을 받게 되어 놀란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이 노인인 것을 알았다.

거기에서 도출되는 해답은 하나이다.


(내 마을도 그렇지만, 이 마을도 극단적으로 노인과 어린아이가 적어. 즉 입 줄이기를 했다는 걸까……)


먹을 수 있는 게 적을 경우, 필연적으로 노파나 노인이 입 줄이기의 대상이 된다.

거기서 더욱 먹을 것이 줄어들면, 다음에는 몸이 약한 사람이나 일할 수 없는 사람, 마지막으로 어린아이가 입 줄이기의 대상이 된다.

노인과 어린아이가 없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피골이 상접한 아사 직전의 상태.

그건 입 줄이기를 해도 그날그날 먹을 것을 충분히 손에 넣지 못한다, 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대랑(大狼=큰 늑대) 님, 부디 저희 마을을 구해주십시오"


(……어? 대랑……?)


어떤 마을 사람의 말에 시즈코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여기가 산속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일본의 중부, 관동 지방의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늑대를 신의 사자, 즉 권속이라는 신앙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신'으로서 숭배된 것은, 미츠미네 신사(三峰神社)를 시작으로, 치치부(秩父, ※역주: 일본 사이타마 현 치치부 시) 지역에 서식하고 있던 늑대들이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그곳에 서식하고 있던 일본늑대는 멸종되었지만.


늑대 신앙을 떠올린 시즈코는,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카이저를 보았다.

비트만과 바르티의 새끼로, 제일 위의 순위를 가진 새끼 늑대이다.

새끼 늑대라고는 해도 늑대는 1년만 지나면 성체와 같은 크기가 된다. 하지만 성적으로 성숙하려면 2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카이저만은, 이미 성체와 큰 차이 없을 정도의 크기로 성장해 버렸다.

다른 새끼들은 새끼다운 크기인데, 어째서 그만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는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겉보기와는 달리 어리광쟁이라 항상 시즈코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어미인 바르티에게 달라붙어 있었지만.


"(늑대 신앙이라……) 슬슬 작업을 개시할테니, 죄송하지만 나무를 벨 사람들을 모아 주시겠어요?"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엎드려 있었지만, 시즈코는 그건 일단 무시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생각했다.




도시락이 효과가 있었는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벌목꾼으로 자원했다.

총 20몇명으로, 10명 정도를 예상했던 시즈코에게는 기쁜 오산이었다.


"이 부근 일대의 나무를 솎아냅니다. '간벌'이라고 하는데, 뭐 그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겠죠. 일단 수목 한 그루 한 그루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게 합니다"


"알겠습니다!"


기합 충분, 이라는 느낌으로 마을 사람들이 외쳤다.

근성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즈코이지만, 지금은 그것에 솔직히 기대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벌채한 나무는 산기슭까지 운반해 주세요. 거기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건네주면 끝입니다"


목재나 장작으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무를 건조시켜야 한다.

하지만 보관 장소나 가공하기 위한 작업 장소를 산 속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의 마을에서 목재로 가공할 수 있을 만한 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맞춰 자르고, 나머지를 숯이나 장작으로 가공하기로 했다.

건조시키는 동안, '엎어굽기(伏せ焼き)'를 할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지만, 최소한으로 잡아도 수 개월을 필요로 하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가공을 끝내고 그래도 남은 것은, 화톳불에 쓰기 위해 쪼개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선별할테니, 그 표시가 붙은 나무는 뿌리째 철거를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그 말만 하고는 시즈코는 벌채할 나무에 차례차례 표식을 붙여갔다.

등간격이 아니라 거의 시즈코의 눈대중이지만, 지금은 정확함보다도 일단 태양광을 지면까지 충분히 도달시키는 환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휑해보일 정도로 나무를 벌채할 필요가 있었다.


"이건 튼튼하니까 남겨두자. 이건 안 되겠네, 벌채버리죠. 여기서부터 다음 나무는……"


수목의 상태를 간이 체크하면서 시즈코는 벌채 대상의 나무를 선별해 갔다.




어느 정도의 범위의 선별을 끝낸 시즈코는, 벌목꾼들을 그 자리에 남기고 니사쿠의 마을로 돌아갔다.


"타고사쿠 씨, 다이이치 씨. 준비는 다 되었나요―?"


시즈코는 마을로 돌아가자 즉시 타고사쿠와 다이이치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에는 개울물을 여과하기 위한 설비와, 우물을 파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개울물을 여과하는 설비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이쪽을 먼저 끝내기로 했다.


"모두 준비되었슴다"


그렇게 말하며 타고사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타고사쿠의 뒤에는 나무통 위에 약간 느슨한 상태로 천이 고정되어 있었다.


"개울물은 이거네. 우와, 다시 봐도 흙색이네―"


천으로 위가 막혀 있지 않은 나무통에는, 진흙으로 잔뜩 오염된 개울물이 들어 있었다.

전부를 침전시키려면 하루 이상 걸리리라. 그래도 물이 깨끗해질지 어떨지 의심스러웠다.


"그럼, 천 위에 숯, 초목, 자갈을 순서대로 놓죠"


거기서 시즈코가 생각한 것이, 서바이벌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즉석의 여과장치다.

본래라면 좀 더 세세한 재료가 필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조달할 수 있는 레벨의 것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어려운 설비를 만들면, 니사쿠의 마을에 있는 것이 고장날 때마다 시즈코의 마을까지 올 필요가 있다.

그것은 쌍방에게 시간낭비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따라서, 니사쿠들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할 것이 중요했다.


"숯은 물을 정화하고, 초목은 물에 포함된 모래를 제거해요. 자갈도 뭐 같은 효과가 있지만요"


그렇게 설명을 하지만 니사쿠나, 만들고 있는 타고사쿠나 다이이치도 말의 태반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물이 깨끗해진다'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준비가 다 된 나무통부터 그들은 물을 흘려넣었다.

흙이 침전되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그래도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그 동안, 시즈코는 우물을 판다는 마지막 작업에 착수했다.


"마지막은 우물인데…… 잘 찾을 수 있으려나―"


우물로서 쓸 수 있는 지하 수맥을 찾는데는 그를 위한 도구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 번이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에, 인내심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시즈코도 예전에 자신들의 마을에서 우물을 파려고 했지만, 5회 도전하여 전부 실패라는 결과였다.

다만 그 때 준비한 도구가 지금 여기서 활약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얄궂었다.


"나무의 가지가 땅을 향하고 있는 것을 찾을까. 아니면, 이 천연의 자석을 써서 지하 수맥이 만드는 자장을 계측해볼까……"


우물을 파는 데 실패했을 때, 시즈코는 우연히도 자석을 발견했다.

자철광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자석인지 자철광인지는 시즈코에게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의 자철광은 나라(奈良) 시대의 속 일본기(続日本紀) 상권 제 6에, 오우미(近江) 국(=사가(滋賀) 현)에서 자철광이 발견되어, 와도(和銅) 6년(713년) 5월 21일에 자석으로서 천황에게 헌상된 것이 기술되어 있다.

그 후, 방위자석이 헤이안(平安) 시대에 해외로부터 전해졌다.

이후 일본에서도 해외로부터 자철광을 수입하여 방위자석을 만들었다.


그런 귀종한 자석을 손에 넣은 시즈코였지만, 당연하게도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크다.

먼저 하나밖에 없는 점이다. 부서지면 다음 것을, 이라는 건 안 된다.

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석 따위 지면을 파헤쳐서 찾을 수 있을지 어떨지 의심스러우니까.

그리고 형태가 검은 구체에 가까웠기에, 방위를 알아보려고 해도 북쪽과 남쪽의 구별을 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시즈코는 자석을 가느다란 끈에 매달고, 대나무 판을 끼워 북쪽과 남쪽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겉모습이 최악이라, 옆에서 보면 그냥 작은 돌로 수상한 짓을 하고 있는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도 찾을 수 있으려나―. 뭐 일단 시험해 볼까"


한숨을 쉬면서 시즈코는 자석으로 지맥을 찾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그들은 우물을 팔 수 있는 장소를 찾았지만, 예상대로 우물에 적합한 장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파뒤집어도 진흙뿐이거나, 입지적으로 곤란한 장소거나 하여, 어쨌든 우물에 적합한 장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멀리 찾아보면 최적의 장소가 있겠지만, 그래서는 물을 뜨러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럴 거면 산기슭까지 내려오는 편이 빠르다, 는 게 되기에 걸어서 5분 정도의 장소에 우물을 파야 했다.


"……없네요, 촌장님"


"프레셔를 주지 마세요……"


"프레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단 지금은 찾을 수밖에 없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산기슭에서 퍼올리는 기계가 필요해질지도……"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가 킨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엄청난 기세로 엉뚱한 방향을 향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수수께끼의 장치로 골머리를 썩게 되는 건 당분간 사양하고 싶다고 등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어쩔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곁에 있던 카이저가 짖었다.

뭔가 동물이라도 나왔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는 짖은 후에 어딘가를 향해 달려나갔다.

너무 갑작스런 일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 시즈코들이었지만, 상황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카이저를 쫓아갔다.


"기다려, 카이저! 어딜 가는 거야―!"


시즈코가 말을 걸었지만 카이저는 멈추지 않았다.

새끼 늑대라고는 해도 야생의 동물, 순식간에 시즈코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멀리 갈 생각은 없었던 듯, 금방 카이저에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욘석아, 갑자기 뛰지 마. 대체 왜 그래?"


그 말에 반응한 카이저는, 어떤 지면을 가볍게 파면서 짖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한 시즈코였지만, 즉시 카이저가 이곳을 파라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


"촌장님―! 왜 그러시나요―!?"


카이저가 앞발로 탁탁 치고 있는 지면을 조사하고 있으니, 간신히 킨조나 타고사쿠가 따라잡았다.

다이이치나 니사쿠는 숨을 헐떡이고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지는 않았다.


"좋아, 여기를 파 보자!"


그렇게 말하자마자 시즈코는 킨조가 등에 메고 있는 수동식 우물 굴착기를 뺏어들고 그 자리를 굴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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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7 1566년 10월 상순



창고에 넣을 쌀가마니의 숫자를 계산한 후로, 노부나가는 아까까지의 태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형식적인 보고를 마친 후에도, 어려운 주문을 하는 일 없이 시즈코를 풀어주었다.

갑작스런 변모에 고개를 갸웃거린 시즈코였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 없이 성을 뒤로 했다.

그리고 시즈코가 떠나고 잠시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를 불렀다.


"시즈코에 대해선 어떻게 되었나"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사오나,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죄송한 듯한 얼굴로 머리를 숙인 타키카와를 흘긋 본 다음, 이번에는 모리 요시나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노부나가가 뭘 묻고 싶은 건지 이해한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그러한 재주가 있는 줄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 앞에서, 한자와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쓰고, 게다가 계산식을 이용해서 사칙연산을 했다.

현대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얘기지만, 그게 전국시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산술(算術)은 기본적으로 상인 가문의 사람이나, 오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 클래스의 사람 이외에는 거의 모른다.

자기 진영의 병사가 몇만, 적 쪽이 몇만이라는 피아의 전력차를 분석하는 능력이라면 무장들도 가지고 있지만, 그건 대단히 조잡한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한자를 쓰고, 주판을 쓰지 않고 자세한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백성 출신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은 아닌 것이다.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 쪽은"


"시즈코 님과 같은 여아가 태어났었다는 보고는 없는 듯 합니다"


"……"


타키카와의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녀석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 번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5분 정도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그 상태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은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건……"


"그 때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중에 신경쓰여서 시즈코에게 물었다. 녀석이 뭐라고 답했는지 아나?"


그 물음에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은 노부나가를 잘 알고 있지만, 시즈코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단번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간자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즈코에게서 악의나 적의 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장과 요시모토사몬지(義元左文字, ※역주: 노부나가가 소유했던 전국시대의 명검 이름)다"


예상외의 대답에 두 명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분명히 '다섯 잎 모과 문장(五つ葉木瓜紋)'이 그려진 겉옷(肩衣)이었다. 그리고 요시모토사몬지를 허리에 차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 뿐이다"


부채를 손 안에서 가지고 놀면서 노부나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녀석은 여러 나라가 원할 정도로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자랑하는 기색조차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공가(公家, ※역주: 문관 귀족이나 관리)의 가문명을 가지기 때문인지, 예의범절에도 밝지. 그리고 타케다나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린 후,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를 보면서 말했다.


"녀석 자신이 깨닫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즈코는 남의 재능을 간파하고 가장 적합한 일을 맡길 정도로 사람을 다루는 게 능숙하다. 그거야말로 시즈코의 가장 무서운 재주겠지. 그걸 이해했을 때, 나는 녀석과 만나게 해준 신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영주님. 자신의 출생에 대해 말하지 않는 자를 신용하는 것은, 약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흠…… 확실히 지나치게 신용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 개인의 느낌으로는, 그녀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간자에는 맞지 않습니다"


타키카와의 쓴소리에 대해, 모리 요시나리는 동조하면서도 시즈코를 감쌌다.

이 중에서 가장 시즈코와 접점이 많은 그는, 시즈코가 간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아까도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던 것처럼, 전국의 세상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솔직한 성격 때문이었다.


"요시나리의 말 대로다. 하지만 카즈마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필요도 없지만, 보험은 들어 둘 필요가 있겠지"


팡 하고 노부나가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그곳에는-.




모리, 타키카와 등 심복과 노부나가가 시즈코의 처우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때.

그녀는 어떤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으―응…… 결단하라고 해도……"


"죄송합니다, 촌장님.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운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왼쪽에 있던 전 촌장인 다이이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킨조나 타고사쿠, 그리고 사키에 소라 등, 원래 있던 마을 사람들의 태반이 모여 있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그들은 마을의 공공 시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큰 집(長屋)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촌장인 시즈코가 앉고, 좌우에 초기의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차림새를 한, 마치 산 속에 사는 사냥꾼 같은 차림새의 남자들이 네 명 정도 있었다.

차림새는 각각 달랐지만 다들 하나같이 깡말라 있어, 극도의 영양실조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뻔뻔스러운 부탁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버립니다. 부디 자비를"


그렇게 말하며 네 명 중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시즈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자신보다 한참 연하인, 그것도 여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깊게 상처입히리라.

하지만 그런 겉치레를 신경쓸 여유조차 그들에게는 없었다.


"(설마 이 마을과 산 속에 있는 마을이 원래 하나의 마을이었다니……) 머리를 들어 주세요, 니사쿠 님. 저도 지원하는 데 이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라고 시즈코는 전제를 둔 후 조용히 말했다.


"이대로 지원을 해도 가까운 장래에 니사쿠 님 등은 마을을 버리게 될 거에요"


그것은 니사쿠도 이해하고 있었는지, 시즈코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작년부터 니사쿠의 마을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년이 되어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갈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에게 직접 지원을 부탁해 왔던 것이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저희들도 할 만큼 해봤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 이상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났는지, 니사쿠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린 그는, 머리를 가볍게 흔든 후 시즈코에게 머리를 숙였다.


"저도 모르게 무례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그 쪽의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 보죠. 하지만 그 전에……"


시즈코는 현관을 향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현관 문이 열리고 이어서 몇 명의 여성이 손에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그것들을 니사쿠를 포함한 전원의 앞에 놓은 후, 그녀들은 인사하고 물러갔다.


"멀리 오시느라 피곤하시겠죠. 우선 배를 채우세요. 이야기는 그 후에 하도록 하죠"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요리였다.

그것은 매실장아찌가 들어간 흰 죽, 그리고 몇 장의 누카즈케였다.




처음에는 요리에 당황한 니사쿠 등이었지만, 시즈코의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라는 말에 죽을 먹기로 했다.


죽을 처음 본 것인지 흠칫거리며 먹었지만, 이윽고 식욕이 앞섰는지 그들은 걸신들린 듯 먹어치웠다.


"이런 대접을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아뇨, 네"


본인의 성격인지, 아니면 원래는 무가 사람이나 뭐 그런 거였는지, 니사쿠는 대단히 예의발랐다.

시즈코로서는 니사쿠 등이 극도의 영양실조에 의한 추위에 떨고 있었기에, 소화가 잘 되고 몸도 따뜻해지는 죽을 대접한 정도였지만.


"그래서 문제점입니다만, 그 전에 제 예상을 말해보겠습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정정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예상, 이라고 시즈코는 말했지만 실은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거의 다 맞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금년 봄에는 그 문제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마을의 문제이기 때문에 손대는 것을 자제했던 경위가 있다.


"니사쿠 님의 마을은, 강물에 진흙이 많이 섞여서 생활을 위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죠?"


순간, 니사쿠들의 표정이 굳었다.

니사쿠들 뿐만이 아니다. 다이이치나 타고사쿠, 킨조 등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굳어 있었다.

그 표정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지적이 그다지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산이 낮에도 어둡고 습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냥터에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고기나 털가죽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매일매일 먹을 것이 모자라죠. 이 두 가지가 문제점이 아닌가요?"


"……당신은 신통력이라도 쓸 수 있는 것입니까. 어째서, 우리들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니에요.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장작, 숯, 목재, 광물, 짐승 고기, 피혁을 생산하니까, 거기서 추측한 것 뿐이에요"


광물은 화폐, 날붙이, 농기구나 일상용품 등에 쓰이기 때문에, 산이 어두워도 영향은 적다.

그래서 산이 어두워서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냥꾼이나 숯 굽는 사람, 나무꾼 등의 사람들이다.


"나무들이 뒤섞여서 밀림이 되어 나무들의 성장이 나빠지고, 태양광이 거의 비추지 않는 상황이죠.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흡수력도 저하되어 있고, 나무 밑에 나는 잡초도 자라지 않아서, 나무가 뿌리를 확실히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쇠약해져 있는 거에요. 그 결과, 아래쪽 가지가 시들어서, 어느 나무던 깡마른 상태라 장작으로 팔 수가 없죠. 그런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신 말씀의 태반은 의미를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 말씀에 틀림이 없습니다. 장작이 될 만한 나무가 자라지 않고, 게다가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이 없기에 짐승들이 다가오지 않아 고기를 팔 수도 없습니다"


"역시 그런가요. 그렇게 되면 해결책으로는 '우물'과 '간벌', 그리고 강물을 여과하는 설비가 필요하군요"


몇 년, 어쩌면 십수년이나 되는 세월에 걸쳐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괴롭힌 문제에 대해, 시즈코는 시원스레 해결책을 제시했다. 너무 간단히 말했기에, 니사쿠는 처음에 그녀가 뭘 말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킨조 씨. 예전에 부탁했던 '우물'을 위한 도구류. 전부 갖춰졌나요?"


"네? 아, 네. 일단, 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의 물건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좋아요. 타고사쿠 씨, 숯, 길쭉한 초목, 자갈류를 모아와 주세요. 다이이치 씨는, 큼직한 통하고 그걸 감쌀 수 있을 정도의 천 준비를 부탁드려요"


"옙, 알겠슴다!"


"알겠습니다"


그걸로 필요한 것은 갖춰질 거라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니사쿠들을 보고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사키 씨와 소라 씨, 마을에 가져갈 도시락 준비를 부탁드려요. 저쪽 분들도 일해주셔야 하는데, 배가 고프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한 소라는, 그대로 기세좋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시락의 메뉴고 뭐고 말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거기까지 세세한 지정은 불필요할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저기…… 뭘 하시려고?"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니사쿠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즈코에게 질문했다.


"지금부터 니사쿠 님의 마을로 가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해결하는 거에요"


니사쿠의 불안을 날려버리듯이 시즈코는 대단히 밝게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각(약 2시간) 후, 각자 준비한 것을 손에 들고 시즈코들은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아무래도 산을 올라가는 것이니 사키와 소라는 마을에서 대기하게 하고, 도시락류는 마을의 남자들이 운반하기로 했다.

시즈코는 2년 가까이 산에서 이것저것 채집하거나 사슴을 사냥하거나 했기에, 자기 집 앞마당처럼 가볍게 올라갔다.

하지만 산 따위 오르지 않게 된 지 오래된 킨조나 타고사쿠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의 절반 근처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 때문인지, 예정보다 조금 늦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했다.


"잠, 이제 무립니다…… 죽을 것 같아요……"


"촌장님…… 어디에 그런 힘이…… 우풉"


마을에 도착한 순간, 킨조와 타고사쿠는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헉헉하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 허리에 매달린 대나무 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채집하거나 사슴을 쫓아다니거나 했으니까요―. 그 때문에 체력이 붙은 게 아닐까요?"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해,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시즈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약간 땀은 흘렸지만, 킨조와 타고사쿠처럼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는 모습이 그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작업 개시니까, 그때까지는 숨을 골라 두세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늘어져 잇는 두 사람과, 억지로 참으며 무리하게 서 있는 다이이치를 놔두고 니사쿠의 마을로 들어갓다. 선두에 니사쿠들, 그 뒤에 시즈코, 그리고 그 뒤에 비트만과 카이저, 쾨니히라는 순서였다.


"아, 촌장님 어서오세――――히익!!"


늑대 세 마리를 데리고 온 탓인지, 만나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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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6 1566년 9월 중순



쌀을 수확하는 도중, 시즈코는 별도로 어떤 것을 확보하기 위해 외출했다.

한동안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했던 장소 부근에 설치해 두었던 일본꿀벌의 벌통이다.

그곳은 비트만과 재회한 장소인 동시에, 도적에서 습격당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 도적 사건을 노부나가에게 보고했더니, 그는 크게 분개한 후, 병사를 파견해서 부근 일대의 도적의 씨를 말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영지에서 도적이 나온 게 대단히 화가 났던 모양이다.

역사적 사실대로 급한 성질이라고 시즈코는 떨면서 생각했다.


"뭐, 덕분에 안심이지만…… 뭔가 복잡하네"


"뭐가 말입니까, 촌장님?"


꿀을 따러 데리고 온 타고사쿠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시즈코의 혼잣말이 들린 듯 했지만, 그 의미까지는 알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준비는 됐어요?"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타고사쿠가 슬쩍 한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젠 세는 것이 바보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일본꿀벌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타고사쿠가 겁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럼 먼저 측백나무 계열의 잎사귀로 연기를 발생시킵니다"


"괜찮으려나 정말……"


걱정하면서도 타고사쿠는 미리 준비했던 흙풍로 위에 시즈코가 준비한 측백나무 계열의 잎사귀를 늘어놓았다.

잎사귀는 금방 뜨거워졌지만, 건조하지 않은 생잎사귀였기에 대량의 연기가 발생했다.

그 연기를 일본꿀벌의 벌통이 있는 쪽으로 부채질해서 보냈다.


즉시 일본꿀벌에 변화가 생겼다.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던 일본꿀벌은,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벌통으로 도망친 것이다.

5분도 지나기 전에, 벌통 밖을 날아다니고 있던 일본꿀벌은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로 줄어들었다.


"다음은 이것을……"


흙풍로를 손에 들더니, 시즈코는 그것을 벌통 근처에 놓았다.

그리고 태울 잎사귀를 추가 투입해서 연기의 양을 늘렸다.

연기는 금세 벌통을 뒤덮을 정도의 양이 되었기에, 약간 남아있던 일본꿀벌도 벌통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준비 완료에요"


"우와……"


순식간에 일본꿀벌을 벌통 속으로 밀어넣은 시즈코에게 타고사쿠는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여기서 시즈코가 한 일은, 연기를 이용해 일본꿀벌에게 산불이 일어났다고 착각하게 한 것이다.

착각하게 하면, 일본꿀벌은 벌꿀을 식량으로서 많이 모으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하면 월동하기 위한 꿀을 확보하게 하고, 꿀벌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

꿀벌은 배가 부르면 공격성과 행동력이 함께 줄어들어 벌집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방호복 등의 벌을 막는 장비가 없어도 간단히 벌통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럼 다음에는 여왕벌을 찾아야겠네. 아, 타고사쿠 씨는 벌집판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슴다"


흙풍로를 치운 후, 시즈코는 벌집틀의 구석을 가볍게 콩콩하고 두드렸다.

그 후, 벌통을 분해해서 여왕벌을 찾았다.

의외로 간단히 발견하여, 여왕벌이 들어 있는 벌집틀을 새롭게 설치하는 벌통에 섞어넣었다.

이렇게 하면 여왕벌의 이동을 감지한 일벌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여러 벌집틀에 걸쳐 벌집이 있으므로, 꿀벌은 벌집의 빠진 부분을 보수하려고 한다.


예상대로, 일본꿀벌들은 오래된 벌통에서 차례차례 이동해 갔다.

대충 다 이동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바닥단과 벌집틀을 전부 회수했다.

그리고 받침대 위에 새로운 바닥단을 놓고, 타고사쿠가 감탄할 정도의 손놀림으로 벌통을 조립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벌통이 그 자리에 설치되었다.


"이걸로 됐겠지"


"굉장해…… 그런데 이건 뭔가요?"


대바구니에 든 벌통을 이상한 듯 보면서 타고사쿠가 물었다.


"뭐냐니 벌집틀이에요. 여기서 벌꿀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 대충 3kg정도 되려나?"


"네? 벌꿀……?"


"아-, 뭐 귀중한 약이에요. 영주님께 헌상하고 이것저것 좀 무리한 부탁을 해볼까 해서요"


"네에……"


"약간 맛을 즐기는 정도는 괜찮지만, 이거 잘못 섭취하면 위험하거든요-"


벌꿀은 자연계에서 가장 단 꿀로, 약 8할의 당분과 2할의 수분으로 구성된다.

비타민이나 미네랄류 등의 영양소도 약간은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분이 많다.

하지만 뭐라 해도 벌꿀의 최대의 장점은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살균작용일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3천년 전의 벌꿀이 발굴되었지만 전혀 변질되어 있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벌꿀에는 강한 살균 작용이 있다.

꼭 식용으로 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살균 작용을 이용하여 상처의 소독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이 시대에, 벌꿀을 너무 많이 먹어서 당뇨병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뭐, 촌장님 덕분에 전쟁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도 중요한 거겠죠. 틀림없이 운반하겠습니다!"


"앞으로 벌통이 두 개 더 있으니, 힘내서 채집해야지-"


구호를 외친 후, 시즈코와 타고사쿠는 남은 두 개의 벌통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집틀을 회수했다.

수확할 수 있었던 꿀은 대충 10kg 정도였지만, 애초에 일본꿀벌은 꿀의 수확량이 나쁘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수확 시기가 겨울이 되는 콩 이외에 전부 수확을 마친 시즈코는, 쌀가마니, 야채, 벌꿀 등의 헌상품을 짐수레에 실었다.

모두 실은 후, 대기하고 있던 짐수레의 호위인 노부나가의 병사들에게 출발 신호를 했다.

운반량이 작년하고는 비교도 안 되기 때문에, 몇 시간의 이동이라도 안전을 기하기 위해 노부나가의 병사들에게 호위를 의뢰했던 것이다.

금년의 헌상품을 팔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즈코였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노부나가가 있는 코마키(小牧) 산성(山城)에 도착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바로 만날 수 있을 리도 없어, 몸단장을 받고 꽤나 무거운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하지만 매번 있는 일이니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나타날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쾅쿵쾅하고 굉장한 발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려왔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출입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순간, 기세좋게 출입문이 열어젖혀졌다.

부서지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기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자세를 바로했다.


맹장지 저편에 있었던 것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귀신도 맨발로 도방칠 정도로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를 몰라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큰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없이 시즈코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꾸엑!"


꿀밤을 먹은 시즈코는 아픈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정장이 무거워서 그녀는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장소를 신경쓰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그 정도로 아픈 꿀밤이었다.


"이 답없는 멍청이가. 저런 괴물 가마니를 가져올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라!"


"네에!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외치는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로부터 대답은 없었고 추가로 꿀밤을 맞았다.

과연 남존여비의 전국시대, 여자에 대해서도 용서가 없는 철권이야, 라고 시즈코는 현실도피를 하며 아픔을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픈 건 아프다.


"여, 영주님. 화를 가라앉혀 주십시오. 일단 시즈코 님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시즈코가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몸부림치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알현실로 들어왔다.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노부나가의 측근, 모리 요시나리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얼굴을 들자, 귀신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노부나가를 필사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측근의 말인데다, 꿀밤을 먹인 것으로 분노를 발산시킬 수 있던 것도 있어, 노부나가는 조금식 냉정을 되찾아갔다.


"……시즈코, 설명해 봐라. 저 큰 가마니를"


말하자마자 주저앉아 있는 시즈코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더니 노부나가는 그녀를 질질 끌면서 이동했다.

그 뒤로 곤혹스런 표정의 모리 요시나리가 따라간다는, 대단히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강제적으로 이동당한 그녀가 도착한 장소는 창고였다.

가까운 곳에 쌀가마니가 놓여져 있는 걸 보니, 세금으로 거두어진 쌀을 보관하는 장소인가 뭔가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저 괴물 가마니 때문에, 창고에 넣을 숫자가 결정되질 않는다. 지금부터 전부 다시 넣는 것도 시간이 걸리지. 그럼, 시즈코. 저 괴물 가마니로 가져온 이유, 확실히 설명해 봐라"


"아, 어, 예, 옛. 가마니라는 게 저 크기…… 가 아닌가요……?"


시즈코는 가마니라고 하면 하나에 60kg, 폭 75cm, 직경 47cm가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로는 30kg, 20kg, 10kg 등, 가마니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그걸 까맣게 잊고 있던 시즈코는, 60kg 사이즈의 가마니에 쌀을 전부 담아서 가져왔던 것이다.

가마니를 만들 짚이 모자랐기에, 여기저기 손을 써서 모자라는 짚을 구하는 노력까지 해가면서.


하지만 그녀의 노력도 허무하게 노부나가의 창고는 30kg, 현대에서 말하는 반가마니가 규격이었다.


거기까지 이해한 시즈코는, 일부러 손을 써서 짚을 모아 만든 쌀가마니를 다시 한 번 보았다.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겨우 3개밖에 실려 있지 않았는데,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괴물 가마니라고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갔다.

옆에 있는 30kg의 쌀가마니가, 마치 갓난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작게 보였으니까.


"저 크기가 네놈의 상식이냐. 그러냐, 그러면 저 숫자를 보관할 창고가 몇 개 필요한지 대답해 봐라"


"예, 예?


"못 들었느냐. 네놈이 바친 쌀가마니를 보관할 창고, 그게 몇 개 필요한지 대답해라"


창고의 숫자를 대답해라, 라고 노부나가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새로 지을 창고가 몇 개 필요한지 계산하라고 시즈코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일에 패닉을 일으킬 뻔한 그녀였지만, 심호흡하여 간신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저기…… 죄송합니다, 지금 쓰지 않는 창고는 몇 개나 있나요? 그리고, 창고 하나에 쌀가마니는 몇 개 들어가죠?"


"……분명히 창고가 하나 정도 남아있었을 게다. 그리고 창고 하나에 쌀가마니는 120개 들어간다"


"네, 감사합니다. 저기…… 계산할테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대략 듣고 싶었던 정보를 손에 넣은 시즈코는, 연필 대신 쓰고 있는 나무 막대기를 소매에서 꺼냈다..

계산하거나 이런저런 계획을 생각하거나 할 떄, 그녀는 노트 대신 땅바닥에 쓰고 있다.

그런 이유로 끝이 조금 뾰족한 나무 막대기를 항상 휴대하고 있었다.


그걸 손에 쥐더니, 시즈코는 계산식을 땅바닥에 썼다.


(어디보자…… 내 쌀가마니가 60kg. 영주님의 쌀가마니가 30kg……인가?

일단 그걸로 계산하자. 그래서, 창고 하나에 120개 들어간다는 건, 내 쌀가바니는 반 밖에 안 들어가네. 단순히 생각하면 창고가 두 개 더 있으면 다 들어가겠지)


시즈코가 바치는 쌀가마니의 수가 100개였기에, 노부나가는 창고를 하나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달된 쌀가마니의 사이즈가 규정의 두 배였기 때문에, 창고 하나에는 다 들어가지 않았다.

단지 그것뿐으로,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얘기는 아니었다.

단순 계산해서 50가마니씩 한 창고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 다른 쌀가마니를 수납하면 문제없다.


(30kg가 120개니까, 수납용량은 3,600kg. 60kg 가마니를 50개 넣으면 3,000kg. 600kg 정도 남게 되니까 30kg 쌀가마니를 20개 수납하면 되겠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은 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주가 되는 것은 자신의 쌀가마니이므로, 추가로 넣는 30kg의 쌀가마니는 어쩌면 더 적을 가능성도 있다.

그건 임기응변으로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았습니다. 창고는 두 개를 씁니다. 한 창고에 제가 바친 쌀가마니를 50개 넣어 주세요. 약간 공간이 비게 되니까, 원래의 쌀가마니를 20개씩 넣어 주세요. 20개가 전부 다 들어갈지는 모르겠으니, 혹시 안 들어갈 경우에는 숫자의 조정을 부탁드립니다"


계산이 깔끔하게 끝난 것에 만족한 시즈코는, 손에 묻은 흙을 턴 후에 노부나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태도가 좀 지나치게 거리낌없었던 것을 깨달은 그녀는 당황해서 자세를 바로하고 엎드렸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도 않았고 태도에 화를 내지도 않았다.

다만 시즈코가 땅바닥에 쓴 문자, 아니 계산식을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계산식, 그것은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30 X 120 = 3600kg ……A

A-(60 X 50) = 600kg ……B

B/30=20 ……C


창고 하나에 큰 가마니 50에 작은 가마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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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5 1566년 9월 중순



오다 노부나가가 미노(美濃) 포위망을 쳐놓고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와 미노 국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싸움의 싸 자도 느낄 수 없는 시즈코의 마을은, 마을사람들이 총출동하여 벼를 베고 있었다.

풍족하게 열매를 맺은 벼가 가득 들어서 있는 모양은 그야말로 대풍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벼를 베는 것은 벼농사에서 가혹한 노동 중 하나다.

종래의 방법은 낫으로 벼를 베어, 어느 정도 모이면 다발로 묶는다.

이 방법은 허리를 굽히고 할 필요가 있어, 필연적으로 허리에 부담이 가게 된다.


그래서 시즈코는 벼를 베기 위한 인력 수확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베기만 할 수 있고 묶는 것을 동시에 하지는 못하지만, 숙이고 작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베기와 묶기를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작업의 부하를 경감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확하는 양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 기계를 도입해도 여전히 눈이 돌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고통의 표정은 없었다.


"이야, 대풍작 대풍작. 예정보다 적지만, 좋은 느낌으로 벼를 수확할 수 있었어"


벼를 수확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며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하고 있던 양보다 약간 적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수량이라고 할 수 있다.

벼베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고 싶었지만, 수확한 후에도 아직 작업이 남아 있다.


먼저 벼를 말릴 필요가 있다.

다발로 묶인 벼를 장대에 걸어서 말리는 건조 작업은 쌀의 맛에 크게 관계된다.

날씨에 따르기는 하지만 대충 1주일에서 2주일 정도가 기준이다.


건조가 끝나면 쌀의 탈곡, 그리고 겉겨를 제거하는 탈피, 마지막으로 정미(精米)다.

하지만 겉겨를 제거하면 장기간 보존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모든 쌀을 탈피하지 않은 상태로 쌀가마니에 담았다.

냉장고고 뭐고 없는 전국시대이므로, 장기 보존을 제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탈피와 정미의 경우, 정미에 대해서는 시간은 걸리지만 정미 수차를 사용해서 할 수 있었다.

여섯 시간에 한 말(斗, 15kg 정도)의 작업 효율이지만, 태반의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데다, 기계 정비처럼 쌀알이 열을 품지 않기에 쌀 본래의 맛과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탈피는 달랐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탈피한 후의 현미와 겉겨의 선별이다.

경사진 홈이 달린 복수의 요동판(揺動板)을 준비해서, 그것들을 수평 방향으로 진동시켜서 현미와 겉겨의 비중이나 마찰계수의 차이로 선별하는 요동식을 이용했지만, 마지막에는 사람 손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종래의 만석식(万石式)과는 달리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양이 많으면 그런 건 관계없다.

산처럼 쌓인 벼를 앞두고는 누구나 진절머리가 난다.


(역시 전자동으로는…… 안 되겠지)


현대처럼 기계를 이용한 수확이나 건조, 탈곡에서 정미 작업은 바랄 수도 없다.

기계를 도입하여 작업 효율을 올리고 있지만, 모두 인력이다.

역시 한계는 있다.


(뭐, 여기쯤이 한계겠지. 많은 걸 바라는 건 좋지 않으니까)


지금은 이 이상의 효율은 바랄 수 없다.

그렇게 이해한 시즈코는, 자신도 수확 작업에 참가하기 위해 논으로 발을 옮겼다.


5분 후, 그 작업은 어떤 인물의 내방에 의해 중단되게 된다.




"먼저 수고를 치하하도록 하겠소. 용케 저만큼 수확할 수 있었군"


"감사합니다"


생긋 웃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 대해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온 것은 모리 요시나리와 그 호위들이었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랐지만, 또 노부나가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닐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럼, 오늘 찾아온 것은 다른 게 아니오. 시즈코 님께 부탁이 있소"


"네,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우리는 미노를 공격하고 있소. 하지만 이 이상의 장기전은 우리 군에게도 어렵소"


"(이 시대는 1만의 군세가 있어도 천 명 죽는 것만으로 패배니까)……네, 네. 저기, 그게 저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실제로, 전황의 여하에 대해서는 시즈코에게 있어 거의 관계가 없다.

노부나가가 명령한 것은 어디까지나 농업에 대해서, 였다.

그 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고, 또 시즈코도 주제넘게 참견할 생각도 없었다.

자기 분수를 넘는 일을 하면,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야기라는 건 가른 게 아니라, 미노 공략이 끝난 후의 일이오"


"미노 공략 후의 일……?"


그 말을 들은 시즈코는 역사를 떠올렸다.


사이토 타츠오키의 거성, 이나바(稲葉) 산성을 오다 노부나가가 공격하여 차지했다고 하는 이나바 산성 전투.

그곳이 함락됨으로서, 오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둘 수 있었다고 한다.

함락된 날은, 미노 사람들이 항복한 에이로쿠 10년(1567년) 8월 15일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 때, 사이토 타츠오키는 배로 나가라(長良) 강을 타고 이세(伊勢)의 나가시마(長島)로 탈출했다.

이후, 당시 20세였던 그가 다시 다이묘로서 미노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미노 공략 후, 오다 노부나가는 작은 전투를 거듭한 후에, 상경(上洛)하여 쇼군을 옹립했다.

에이로쿠 11년(1658년) 9월, 즉 지금부터 2년 후의 일이다.


"미노는 사이코쿠(西国)에 속하는 나라. 영주님께서는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나라이오. 그것을 이룬 후, 영주님께서는 나라의 기반을 강화하려고 생각하고 계시오"


(뭐 미노와 오와리(尾張)를 합쳐 백만석이 되니까. 영주님으로서는 꼭 손에 넣고 싶으시겠지)


"그에 대해서 시즈코 님께 내정(内政)의 일부를 맡기겠다, 고 하셨소"


"(역시 자급률의 향상에 대해서일까) …………………………네?"


시즈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현대라면 몰라도, 전국시대에 여자는 거의 인권 따위 없었다.

당연하지만 정치 같은 것에 관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중요한 직책은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그게 필연이자 상식이다.


"저기…… 저, 여자인데요? 여자가 정치에 관여하다니, 전 처음 듣습니다만!?"


"물론,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소.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이미 그렇게 정하신 듯 하오"


"아니 그…… 어째서?"


혁신적인 오다 노부나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이라 생각되었다.

애초에 당시의 여성은, 설령 유명 다이묘의 정실이라도 역사서에 이름이 남지 않을 정도의 취급이다.

촌장이라면 사정에 따라 여성이 맡았던 적도 있겠지만, 한 나라의 방침을 좌우하는 위정자가 되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계시오"


"그런가요? 딱히 칭찬받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후후후, 겸손하지 마시오. 시즈코 님은 죽어가던 마을을 보기좋게 되살려내고, 금년에는 풍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확보했소. 보통의 방법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지"


"그건 마을사람들이 열심히 해 주었기에……"


"그것도 있겠지만, 시즈코 님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오"


대놓고 칭찬받은 시즈코는 등골이 간지러웠다.


"흠…… 이건 내 생각이오만, 어쩌면 그대를 타국에 빼앗기기 전에, 라는 생각이 영주님께 있으신지도 모르겠소"


"아, 네……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시즈코가 아무리 성과를 올려도 결국 하나의 마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시즈코가 다른 조건에 끌려서 노부나가의 밑을 떠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노부나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시즈코가 도망치지 않도록 목줄을 채우기로 했다.

아마도 그런 거라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러고보니 시즈코 님, 한 가지 물어도 되겠소? 예전부터 신경쓰였는데, 밭의 한 구석에 있는 대나무 같은 것은 무엇이오?"


"대나무……? 아아, 사탕수수 말씀인가요"


"사탕수수?"


익숙하지 않은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저기…… 그게요. 잠시 괜찮을까요? 비밀입니다만……"


사탕수수가 뭔지 현 시점에서 주위에게 알라고 싶지 않았던 시즈코는 목소리를 낮추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다가갔다.

약간 경계했던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시즈코에게 수상한 움직임이 없음을 이해하자 어느 정도 어깨의 힘을 뺐다.


"(영주님과 모리 님께는 보고드리지만…… 저건 설탕의 원료입니다)"


"(설탕이라고 하셨소!?)"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낼 뻔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직전에 억누르고 소리를 죽였다.

하지만 눈은 크게 뜨고 있어, 그가 경악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다.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죠. 오늘 아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잘라낸 사탕수수가 있습니다. 이쪽의 줄기를 깨물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줄기 두 개 중 하나를 모리 요시나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독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듯, 시즈코는 사탕수수의 줄기를 깨물었다.

아직도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조용히 사탕수수의 줄기를 손에 들고 줄기 끝을 깨물었다.


"(……! 확실히 달군…… 이것이 설탕의 원료라는 말이오……!?")


"(네. 뭐 얼핏 보면 좀 이상하게 생긴 억새풀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저게 밭의 작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죠)"


"(음…… 확실히 그렇군. 나도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대나무라고 생각했소)"


"(으~음, 기왕 말이 나온 김이니 괜찮으려나. 저기, 작년부터 부탁드렸던 재료로 뭘 만들 수 있나, 라는 말씀 말인데요)"


"응……? 아, 그거 말이오?"


작년부터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어떤 재료를 정기적으로 모아 줄 것을 의뢰했었다.

모아들인 재료를 대체 무엇에 쓸 건지, 수배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리 요시나리였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대답은 언제나 "지금은 간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니 대답할 수 없다"였다.


"(그게, 정말 가능할지 불안해서 지금은 확실히 가능하다고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드디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모리 요시나리가 나이도 잊고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흥분은, 곧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건 화약이 됩니다)"




"이야기는 마치고 왔나?"


시즈코의 마을에서 노부나가에게 돌아온 모리 요시나리는, 보고를 위해 곧장 노부나가를 만나러 갔다.

노부나가도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 보고를 받기 위해 그를 우선적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왔는지 물었던 것이다.


"옛!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시즈코 님은 쾌히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런가. 뭐 여자를 내정에 쓰는 건 전대미문이니"


"예…… 하지만 시즈코 님을 알게 된 지금, 영주님께서 어째서 그녀를 우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호오?"


즐거운 듯 웃은 노부나가는 턱으로 말을 잇도록 재촉했다.

그것을 본 모리 요시나리는,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하여 어떤 것을 노부나가의 앞으로 가져가게 했다.


"이것은……?"


그것은 그릇 위에 담긴 몇 장의 야채였다.

무와 순무, 두 개의 야채가 반원 모양으로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시즈코 님이 만든 '누카즈케(糠漬け, ※역주: 야채 따위를 소금겨(겨된장)에 담근 것)'라는 것입니다. 염분이 높기에 과도한 섭취는 금물, 이라고 하기에 몇 장만 가져왔습니다"


"여전히 영문모를 것을 만드는 여자로군"


그렇게만 말하고 노부나가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무를 입 안으로 가져갔다.


"맛있군. 씹는 느낌이 제법 좋다"


"저도 먹어보았습니다만,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신기하고, 그리고 맛있는 것 뿐입니다"


"나도 처음에 먹었을 때는 솔직히 놀랐지"


"그래서 이해하였습니다. 시즈코 님이 가진 지식은 무서운 것입니다. 확실히 그 지식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큰 위협이 됩니다"


"음. 그래서, 그 여자는 얼마만한 쌀을 수확했더냐?"


"다소 오차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략 2백 가마니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지정한 25가마니를 가볍게 넘겼군. 겨우 백 명 정도의 마을에서 그만한 수확량이니, 그 놈에게 권한을 주어 더욱 증산을 시키면, 나도 싸움의 계획을 세우기가 쉬워지겠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전국시대의 쌀의 생산량은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단위를 석고(石高)라고 하여, 의미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쌀의 양이다.

에도 시대 중기에는 현재로 환산하면 150kg라고 정해졌다.

전국시대에는 거의 자발적 신고제였기에, 정확한 수치는 불명이고 이후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석고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도 시대나 전국시대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굳이 내정을 맡게 하지 않으셔도, 현재 상태로도 괜찮지 않습니까"


"그 여자는 어딘가 모자란다. 간자에게 속아서 배신하면 큰일이지. 게다가 그 녀석은 품은 자가 많을 수록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무른 인간이다"


"그 말씀은……?"


모리 요시나리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젓가락을 놓은 후, 한번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시즈코가 가진 재주는 내게 필요한 것이 많다. 그렇다면 내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다른 영주를 섬겨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그 녀석이 마을사람들을 저버리고 도망치지 못했다, 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렇군요"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버리지 못하지. 어린애처럼 무르기에, 그 녀석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주는 거다. 그렇게 하면 녀석의 지식이 내 것이 되고, 동시에 녀석이 배신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하지만 녀석의 지식을 조급하게 뽑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시즈코가 눈치채고 도망칠 가능성은 있으니까"


"모든 지식을 알려준 후에는 처분된다, 고 생각하겠지요"


"그 말대로다. 녀석은 아직 더 일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거기서 모리 요시나리와의 대화는 끝이었다.

노부나가는 그를 물러나게 한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부국강병…… 이라"


과거에 시즈코가 한 말을 노부나가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여자, 상상 이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군. 지금은 내정이지만, 곧 군사에 대해서도 남만의 지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겠어)


남만의 지식을 군에 적용한다.

그 날이 오는 것이 벌써부터 목이 빠지게 기다려지는 노부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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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4 1566년 6월 상순



눈 앞에서 동료의 모습이 사라진 것 때문에 도적들은 크게 낭패한 모습이었다.

초조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도적 중 한 명이, 동료가 사라진 원인을 발견했다.


"히이익!"


"왜 그래…… 뭐, 뭐야! 이 괴물은!"


남자의 비명에 반응하여 도적들은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맨 처음 반응했던 남자와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시즈코는 도적들이 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형의, 몸길이가 140cm 가까운 늑대가 있었다.

그리고 늑대 근처에, 시즈코 앞에 있던 도적이 쓰러져 있었다.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 채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옆에서 남자의 목을 물고, 그 깨무는 힘으로 간단히 목을 부러뜨린 것이다.

늑대가 깨무는 힘은 180kg나 되기 때문에, 영양이 부족한 이 시대의 인간의 뼈 따위 가볍게 씹어 부술 수 있으리라.

그런 괴물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닌 늑대를 보고도, 시즈코는 이상하게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 늑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비트만?"


그것이 자신 곁에 있던 늑대라고 직감했다.

확증 따윈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답하듯 늑대가 한 번 짖었다.

그것을 들은 도적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당시의 사람들은 키가 150cm도 되지 않는다.

비교적 영양 상태가 좋은 무장들 조차 160cm나 되면 큰 편이다.

거기에 어깨 높이가 80cm 가까운 늑대가 나오면 그것만으로 죽음을 예감하게 된다.

게다가 주위는 어둠으로 뒤덮여 시야 따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밤눈이 밝은 늑대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어렵다.


공황 상태에 빠진 도적들을 향해 늑대는 크게 짖었다.

그러자 다른 방향에서,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다른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의 늑대보다 좀 작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이적인 사이즈였다.

눈에 띄는 특징으로, 그 늑대는 이마에 X자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히, 히이익-!"


두 마리 째가 등장하자, 진퇴양난에 빠진 도적들은 거미새끼들처럼 흩어져 도망쳤다.

늑대는 쫓지 않았다. 도망치는 도적 따위 쫓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 승자인지, 그것만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어서 와, 비트만"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의 목소리에 대답하듯이, 비트만은 작게 짖었다.




당연하지만 비트만과 그 부인 늑대가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경이적인 사이즈의 늑대가 두 마리나 마을에 들어오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패닉에 빠질 상황이다.

놀라지 말라는 쪽이 무리한 주문이다.

하지만 놀란 건 새로 온 입식자들 뿐으로, 원래부터 있던 마을사람들은 "또 촌장님이 뭔가 하셨다"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시즈코에게 단련된 덕분인지, 그들은 그야말로 무신경일 정도로 매사에 놀라지 않았다.

날도 저물어 밤이 되어 있었지만, 아무래도 입식자들의 불안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비트만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한 시간의 설명을 끝낸 후, 간신히 납득해 준 입식자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불안을 털어낸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은 참아야지)


전원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받아들여 주는 것 따위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로 망상에 가까운 희망적 관측이다.

시간이 해결하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 그렇게 이해한 그녀는 끙끙거려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가 모르는 곳에서, 입식자들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미덥지 않은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늑대 두 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걸 보고 "사실 그녀는 거물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어차피 참수될 것이기에, 그녀에게 마지막 찬스를 맡기려고 생각한 입식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의욕을 내게 되었다.


그렇게 입식자들의 생각이 변하고 조금 지났을 때.

발아를 마치고 씨뿌리기 준비가 완료된 볍씨가 모였기에, 다음 공정인 파종(播種) 작업을 했다.

이것은 2월 하순에 준비하고 있던 땅을 사용해서, 그곳에 볍씨를 균일하게 늘어놓는다.

여기서 키운 모를 나중에 본래의 논에 옮겨심을 예정이다.

역시 입식자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순순히 시즈코의 명령에 따랐다.


모가 자랄 때까지 약간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모내기를 하기 위한 논의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논밭을 얕게 대충 갈아엎는 작업. 대충 갈아엎은 후, 물을 넣고 대충 써레질을 하는 작업. 그리고 며칠 후에 마무리 써레질.

그 공정들이 끝났을 무렵, 모는 충분한 크기로 자라 있었다.


다음 공정은 쌀겨와 모를 사용해서 가장 중요한 모내기를 하는 것이다.

여기가 가장 중요하여, 모내기를 제대로 하냐 안 하냐에 수확량이 크게 좌우된다.

모에 안심하고 대충 했기 때문에 수확량이 쥐꼬리만큼, 같은 결과가 되면 끝장이다.



몰를 심을 때 현대에서는 정석인 방법에 대해, 당연하지만 마을사람들 중 아무도 몰랐다.

여기서 시즈코는 정조식이라고 하는, 쌀의 모를 가로세로로 줄맞추어 심는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하지 않고 '난잡하게 심기'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심었기에 수확량은 대단히 나쁘고, 심할 때는 전혀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난잡하게 심기를 정조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수확량은 크게 올라간다.


그 이유는 햇볕이 충분히 들고 공기가 통하기 쉬워져, 잡초나 해충을 제거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메이지(明治) 30년대 후반 무렵에 실시되었기에, 약 200년 정도 시대를 앞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절대적으로, 그 이후 정조식은 쌀 재배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장점 뿐만 아니라 당연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먼저 전국시대에 모내기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조식을 하려면 정확히 가로세로로 맞춰서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시즈코가 내놓은 해결책은, '모내기틀(枠まわし)'이라는 도구를 써서 심을 포인트를 미리 확정해 두는 것이었다.

문자 그대로, '모내기틀'을 굴리면 모를 심을 포인트가 논에 찍힌다.

하지만 논 안에 직접 '모내기틀'을 굴리면 물이 진흙으로 흐려져버려서 기껏 포인트를 만들어도 찾을 필요가 생긴다.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논의 한 쪽에서 다른 쪽까지 이어지는 긴 밧줄을 준비했다.

그리고 '모내기틀'로 심을 포인트를 결정하고, 그 장소와 밧줄이 겹치는 부분에 짚을 묶었다.

이렇게 하여, 짚을 표시로 삼으면 물 속을 찾지 않아도 심을 장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모를 다 심어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쌀겨를 뿌릴 필요가 있다.

쌀겨를 뿌리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분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산에 의해 잡초가 싹을 틔우거나 뿌리를 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것.

두번째는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

세번재는 미생물이 증식하여 벼에 영양 공급을 할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다.


모내기가 끝나면 다음은 방사 유기물(放線有機)을 뿌리는 것과 제초작업 뿐이다.

방사 유기물이란 흙, 쌀겨, 사슴의 내장, 닭의 내장, 뼛가루, 썩은 고기, 썩은 야채, 닭의 깃털축(羽軸)과 유효 미생물을 섞어 만든 발효 비료이다.

이것에 의해 땅 속의 미생물이 작용하기 쉬워진다. 천연의 완효성(緩効性) 비료로서 무논에 심는 벼의 밑거름으로 최적인 비료이다.

다만 적시에 벼의 상태를 보고 뿌려야 하기에, 얼마나 사용할지, 몇 번 뿌릴지는 논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비료는 경험에 근거하여 산발적으로 뿌리기만 하면 되니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다.


모내기 다음으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제초작업이다. 게다가 가혹한 노동이 필요한 것 치고는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즈코는 회전식 잡초 제거기라는, 벼와 벼 사이를 굴려서 논 안에 자란 잡초를 뿌리째 뽑는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도구이므로, 시즈코는 마을의 기술자들과 상의하여 제작했다.


회전식 잡초 제거기의 원형은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져, 타이쇼(大正) 초반 무렵에는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하루에 20a 정도의 작업 효율로, 볏그루 사이로 덜컹덜컹 굴리며 사이갈이 제초를 할 수 있는 우수한 물건이다.


사이갈이란 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발육 도중에 겉흙을 얕게 가는 것이다.

이것에 의해 흙이 섞이며 풀리기 때문에, 뿌리에 산소가 보내어져 호흡이나 뿌리내림이 촉진된다.

또 비료의 흡수도 촉진된다. 게다가 흙 속에 있는 유해 가스(황화수소, 메탄 가스 등)가 빠지고 잡초를 방제할 수 있다.


말하자면 모내기가 끝난 후에는, 수확할 때까지 이 사이갈이 제초가 주된 작업이 된다.

그리고 벼농사에서 가장 가혹한 작업 중 하나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도구이기에 시즈코는 타협하지 않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냈다.

사이갈이 제초는 모내기에서 1주일에서 열흘 후, 모가 자리잡은 후에 처음으로 한다.

그 후에는 열흘에 두 번 사이갈이 제초를 한다. 회수는 적지만, 그만큼 한번의 작업이 가혹하다.


그렇게 사이갈이 제초만을 남겨놓은 6월의 어느 날.

비트만이 데려온 암컷 늑대(시즈코가 붙인 이름은 바르티)가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마을에 처음으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날이었다.




"귀여워-"


눈이 떠진 새끼 늑대들을 보면서 시즈코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쓰다듬거나 너무 가까이서 빤히 보거나 하면 바르티가 화내기 때문에 꽤나 거리를 두고 있지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 건 앞으로 1주일에서 2주일 후였지만, 그래도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는 새끼 늑대들을 보면 자연히 얼굴이 풀어졌다.


"귀여워-"


1주일 후가 기대되는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것을 달갑잖게 생각하는 존재가 있었다.

비트만이었다. 그는 1년 가까이 시즈코와 함께 있으면서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었기에, 당연하지만 새끼들에게 애정이 가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갖다대고 비비거나 입가를 핥으며 애정을 어필하거나 했다.하지만 완전히 자신에게만 애정을 쏠리게 할 수는 없었던 듯 했다.

평소에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는 비트만이지만, 이 때만큼은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그래, 비트만도 귀여워-"


비트만의 애정 어필에 대답하는 듯, 시즈코는 좀 지나칠 정도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만으로 꼬리를 붕붕 휘두르는 비트만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는 사이즈가 크다.

수십 cm나 되는 꼬리를 휘두르면 그것만으로 가벼운 흉기가 되는 것이다.


"으아! 기쁜 마음은 알겠으니까 진정해-!"


아니나다를까, 주위의 물건을 쳐 쓰러뜨리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시즈코에게 야단맞은 비트만이 슬픈 듯한 소리를 내고, 그걸 들은 바르티가 웃는 듯한 소리를 냈다.




6월이 끝나고 계절은 7월.

당초에는 회전식 잡초 제거기에 당황했던 마을사람들도, 후반이 되니 익숙해져서 하루 정도에 작업을 끝냈다.

7월에 들어서면 제초 작업도 거의 끝난다. 남은 작업은 대부분 해충 대책이다.

애초에 논에는 훌륭하게 자란 벼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것이다. 마을사람들 모두 "이렇게 많은 벼가 자란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꽤나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을 거라 예측할 수 있었다.


해충 대책 이외에도 할 일은 있다.

먼저 도랑파기라고 해서, 2미터에서 3미터 간격으로 배수를 위한 도랑을 파는 것이다.

이것에 의해 수확할 때까지 물관리도 하기 쉬워지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모내기 후 35일이 지나면 분결수(分結数)가 최고치에 달한다고 하므로, 중간낙수(中干し), 토왕낙수(土用干し)라고 하는 흙을 건조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

배수를 위한 도랑을 이용해 논에서 일단 물을 뺀다.


토왕낙수를 하는 이유는, 과도한 분결이나 효과없는 분결을 억제하여 토양 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미생물의 사체를 비료로 쓴다.

또, 토양을 굳혀서 벼가 쓰러지는 것을 막고, 땅을 갈라지게 하여 호기성(好気的)의 환경을 만들어, 부패에 의한 발효를 막아 메탄 가스의 발생을 방지한다.

또 땅을 갈라지게 하여 벼의 뿌리에 자극을 줘서 뿌리를 지표형(地表型)에서 지중형(地中型)으로 바꾼다.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질소를 줄이면 필연적으로 노린재 종류도 막을 수 있으니까-)


벼의 해충이라고 하면 노린재가 필두로 거론되지만, 농약을 쓰지 않으면 노린재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질소를 흡수한 벼가 노린재에게 있어 맛있는 먹이가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농약 따위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당연히 무농약에 유기농 재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노린재의 천적이 논에 서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의외로 해충 대책은 안 해도 될지도?)


벼에게 해충이 되는 생물이 발생해도, 그것을 먹이로 하는 천적이 똑같이 발생한다.

물론,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해충 대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논 안쪽은 물론, 논둑 제초도 철저하게 했다.

그리고 제거한 잡초를 부엽토의 재료로 썼다.

논 속에서 깨끗한 순환 시스템이 완성되어, 모든 것을 낭비 없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수확할 때까지 제초가 주된 작업이 된 8월의 어느 날,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노부나가가 드디어 움직였다.




에이로쿠(永禄) 9년(1566년) 8월, 노부나가는 키소(木曽) 강을 건너 미노(美濃)에 침입했다.

그 소식을 받았을 때, 시즈코의 머리에는 '패퇴'라는 문자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홍수를 만나 패퇴하고, 히데요시(秀吉)를 파견해서 미노와 오와리(尾張) 국경에 위치하는 요충지인 스노마타(墨俣)에 성채를 쌓게 했지. 거기가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의 거성인 이나바(稲葉) 산 이노쿠치(井ノ口) 총공격의 전선기지가 되었어)


그런 것은 떠올린 시즈코였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일에 대해 골머리를 앓아도 의미는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자,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그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기분을 새롭게 하고, 눈 앞에 펼쳐진 벼를 보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음음,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이거라면 당초의 예정대로 수확량이 나오려나"


솔직히 8ha라는 토지를 수십명 정도로 작업하기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어찌어찌 수확 일보 직전까지 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정도의 벼를 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영주님이니까, 내년 쯤에 또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일을 시키겠지……)


내년의 이맘때쯤에 오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둔다. 그렇게 되면 오와리, 미노를 합쳐 백만석의 생산 지역을 손에 넣게 된다. 시즈코에게 생산량 증가를 명령할 것은 예상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일이다.


(그 때문에라도, 킨조 씨에게 부탁해둔 인력 모내기 기계가 빨리 완성되어야 하는데. 그게 완성되면 10a를 겨우 세 시간에 모내기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킨조는 시즈코가 그린 인력 모내기 기계의 설계도(라는 이름의 낙서 수준의 문서)를 보고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인력 모내기 기계, 회전식 잡초 제거기, 페달식 탈곡기, 하나같이 농사일 중에서 가혹하다고 하는 작업을 경감하기 위한 도구이다.

게다가, 여자나 아이, 노인이라도 작업할 수 있으므로, 전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끼리 농사일을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작업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가족에 따라 밭이나 논 작업을 나눌 수도 있다.


"자, 그럼, 내년 쯤에는 60ha 정도 넓은 땅을 받아볼까"


야채나 고구마의 토지는 현재 사이즈로 충분했다.

수확할 수 있었던 봄야채는, 농민들은 물론이고 헌상한 노부나가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전장에서도 쓰는 것은 역시 쌀이다.

미노를 손에 넣은 후, 노부나가는 전쟁을 하는 횟수가 많아지기에 추가적인 증산을 명령할 것이다.

쌀이 대량으로 있느냐 아니냐에 병사들의 식량 사정이 달라진다.


"계란 산업도 순조롭고…… 하지만 카이저네가 덮칠 것 같은 예감이"


카이저, 비트만과 바르티 사이에 태어난 새끼 늑대.

이미 생후 2개월이 지났기에, 사회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젖도 뗀 상태였다.

슬슬 소굴인 시즈코의 집에서 떠나게 될 때였다.


그 와중에 이미 서열이 결정되어서, 서열에 맞춰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라고 이름붙였다. 황제, 왕, 귀족, 기사, 전사라는 계급 그대로의 의미였다. 부모가 독일어였기에 새끼도 독일어라는 별 생각없는 작명이다.


"뭐 그 때는 그 때지. 적당히 사냥을 시키지 않으면 녹스니까"


사육되는 것에 가까운 형태지만, 당연히 가족이 생기면 늑대는 사냥을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때 야생 사슴을 덮치는 건 상관없지만, 계란 산업용의 닭을 덮치는 건 곤란하다.


"어릴 때부터 가르칠 수밖에 없겠네"


그래도 몇 마리는 희생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미래를 상상하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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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