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3 1568년 2월 초순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좋게 말하면 획기적,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이질적인 마을이었다.
먼저 각 가정에 매립식 코타츠(掘り炬燵)와 이로리(囲炉裏)를 설치했다. 습도를 높이기 위해 젖은 타올을 놓는 장소도 있다.
이것은 1년 중에 12월부터 2월에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활성화되어 대유행을 일으킨다.
그 대책으로서 습도를 높이는 것과 집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을 이용하면, 당연하지만 장작의 사용량은 무시할 수 없다.
추위 대책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여 장작의 확보에 분주한 결과로서 민둥산을 양산했다가는 단기적으로는 좋아도 장래적으로는 상황이 악화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보였다.
해결책은 죽탄(竹炭, ※역주: 대나무 숯)이다.
죽탄은 비장탄(備長炭) 등의 목탄(木炭, ※역주: 나무 숯)보다 화력이 떨어지고 연소 시간도 목탄의 5, 6시간보다 짧은 3, 4시간 정도다.
모든 면에서 목탄보다 떨어지는 죽탄이지만, 원료가 되는 대나무의 성장 속도는 나무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쓸만한 크기가 되는 데 3개월에서 4개월, 죽제품 등의 가공품에 쓸만한 품질이 되는 데는 4년 정도다.
그에 반해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10미터 전후로밖에 자라지 않는다.
죽탄에 가장 적합한 것은 맹종죽(孟宗竹)이지만, 맹종죽이 일본 전국에 퍼진 것은 에도 시대라고 한다.
사원 관계자가 중국에서 가지고 왔다, 라는 설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확증은 없다.
가능하다면 맹종죽의 죽탄을 양산하고 싶었던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씨앗, 또는 지하경(地下茎, ※역주; 땅 속 줄기)의 입수를 의뢰했다.
전래의 설이 있던 사원 관계자와 중국으로부터의 밀수, 두 가지 루트에서 찾아보도록 의뢰했다.
맹종죽, 참죽, 담죽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맹종죽은 마디의 고리가 한 개, 새로 난 대나무는 하얀 가루가 붙어 있기에 고리 아래에 있는 하얀 가루가 눈에 띈다.
참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 가느다랄 경우 위쪽 고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위의 고리의 촉감이 각진 부분이 없다.
담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로 참죽과 같지만, 줄기 전체가 희뿌옇게 보이고 위의 고리가 비교적 각이 져 있다.
따라서 마디 고리가 하나, 그리고 새로 난 대나무의 고리에 하얀 가루가 있으면 그것은 맹종죽이라고 한다.
지하경이라면 5개 정도, 씨앗이라면 있는대로라고 전했을 때, 큐지로는 평소의 수상쩍은 웃음을 띄우며 수락했다.
상담(商談)이 성립되었다는 것으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선금과 공작비용을 건넸다. 관리들이나 사찰 사람들은 돈에 약하다.
그를 위한 공작 자금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그만큼 얹어서 큐지로에게 건넨 셈이다.
꽤나 돈을 써버렸기에, 당분간은 절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 자금이 줄어든 것 뿐으로, 후세에 부농(豪農)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각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맹종죽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 시즈코는 참죽과 담죽의 죽림(竹林, ※역주: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양쪽 다 상당히 광범위한 죽림을 만들었기에 연료에 곤란해할 일은 없으리라.
죽탄을 만들면 부산물로서 죽초액(竹酢液)과 나무 타르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쪽은 원액을 정치법(静置法)이라는 수법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정치하여 죽초액과 타르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죽초액은 냄새 제거나 살균, 방균, 방충 효과, 토양 개량이나 농약 줄이기, 퇴비 만들기, 스킨 케어나 목욕물에 넣어서 탕이 식는 걸 방지하는 등 다종다양한 용도가 있다.
나무 타르도 석유에서 만드는 콜 타르와는 달리 살균 작용이 있다. 냄새도 석유 냄새가 나는 콜 타르와는 선을 긋는 독특한 향기가 난다.
성능도 죽초액과 마찬가지로 방충, 곰팡이 방지, 방수, 방산(防酸), 방유(防油), 방염(防塩), 방부, 개미 방지 등 고성능이다.
건축 자재에 칠하면 방충성이나 방수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다가 한 번 건조하면 고온이 되어도 연화되지 않는다.
완전히 건조하면 무취가 된다. 살균 성능이 높기에,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인 약으로 쓰였다.
물로 희석해서 타르 워터로 만들면 용도는 더욱 다양해진다.
유일한 결점은 정치할 필요가 있기에, 즉석의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사정은 에도 시대에 맞추기로 했다. 퍼세식 변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그것들을 정기적으로 퍼내어 분뇨 저장소로 옮겨서 비료의 하나로 가공한다.
또 위생면의 강화로서 입욕의 습관화를 장려했다. 아무래도 매일의 입욕은 비용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1주일에 2, 3번 정도는 들어갈 수 있도록 연료의 준비를 했다.
그 때, 태우는 건 당연하지만 대나무다. 대나무는 기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연소 속도가 빠르고, 또 속이 빈 구조로 되어 있어 지나치게 물을 뜨겁게 끓이는 일 없이 다 타버리므로 적당했다.
식사에 관해서는 '식당'을 설치했다.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요리를 만들기보다, 한번에 한꺼번에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다.
각 가정에서 폐기품을 모으기보다, '식당'에서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편이 쉽다. 또, 마을의 곳곳에 퇴비용 유기 쓰레기 전용의 회수 상자를 설치해서 정기적으로 회수했다.
하지만 여성진은 요리라는 중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원래 가정에서 요리하던 부인들이다.
그 관계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요리의 맛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맛의 취향에 따라 '식당'에 편차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걱정했지만, 의외로 마을 사람들은 각 '식당'의 맛이 다른 것을 일종의 오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비 문제는 현대의 경칠 기구를 참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라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실제로는 직업 경찰관을 선출하여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파출소에 배치하여 교대로 근무하는 정도의 간소한 조직이다. 그래도 개와 경비원을 한 세트로 하여, 2인 1조로의 행동을 기본으로 했다.
개는 훈련시키면 경비, 정찰, 전령, 부상병의 발견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적인 훈련을 쌓아 주종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 개냐 하는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류 최고(最古)의 파트너는 개다,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개와 인간의 관계는 깊다.
전세계에 있는 고대인의 화석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개의 화석이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의 깊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이 아닌 개였던 이유, 그것은 조명이 부족했던 시대에 어둠 속에서 습격해오는 적을 한 발 빨리 감지해주는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개의 사회성, 그리고 우수한 후각이나 청각 덕분에 인간은 몇 번이나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다.
군용견의 역사도 길어서, 오래된 사례로는 고대 그리스에서 군단으로서 운용되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켈트 인이나 게르만 부족 등 숲 속에서 흩어져서 싸우는 적에 대해, 개의 군단을 만들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또 공격 뿐만이 아니라 방어용으로도 사용되어, 그리스 인이나 고마 인은 요새 안에서 개를 키우며, 날카로운 후각이나 청각으로 적의 접근을 감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개는 용맹과감한 전사로서, 동시에 인간에게 충실한 친구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개는 소박, 충실, 용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번견으로서는 더 이상 듬직할 수 없는 존재다.
마을 내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간자 대책이 되며, 설령 침입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냄새나 기척을 개가 감지해 준다.
애초에 그것들을 회피할 노력을 한다 해도, 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우리라.
왜냐 하면,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군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군사 기술을 민간용의 기술로 전용하거나, 현대에 있던 각종 공구류를 재현하거나 하기 위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장인 마을의 생활에 간신히 익숙해졌을 무렵, 그들에게 시즈코의 무모한 명령 제 1탄이 날아들었다.
"어…… 이것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겁니까?"
모아진 목공 장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인물이 자리를 대표하여 시즈코에게 의문을 표했다.
"맞아요. 정확히는 이 뚜껑 부분, 이걸 재현하는 거에요"
그들의 곤혹스러움을 일부러 무시한 시즈코는 생긋하고 사람이 좋아 보이는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페트병이니까.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에 장인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화승총에도 쓰이고 있는 나사 기술을 응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안의 액체가 새지 않고 높은 기밀성을 얻을 수 있어요. 잘 봐요"
나무판을 끼워넣어 뚜껑을 덮기만 한 대나무 수통과,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몇 개의 페트병 중 하나를 뒤집었다.
그러자 나무 판자를 끼워넣은 쪽은 물의 압력에 못 이겼는지, 뚜껑 역할을 하는 나무판이 튀어나오며 안의 물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페트병 쪽은 내용물이 새지 않고, 또한 뚜껑이 빠지지도 않고 물을 막고 있었다.
"오, 오오오……"
놀라면서도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장인들. 이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그들이 감동하고 있는 동안 말을 이었다.
"기간은 2개월, 조건은 대나무 수통으로 재현할 것과 설계도대로의 직경일 것. 연구 비용은 이 나무 상자에 들어있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쓰세요. 아, 기간은 꼭 지켜줘요. 그러지 않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테니까"
페트병의 뚜껑에 관한 설계도, 연구 비용, 연구에 쓰기 위한 원본품.
그것들을 차례차례 건네준 후,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시즈코는 목공장인들의 집회소를 나갔다.
시즈코가 떠나고 얼마가 지나자, 간신히 머리로 이해하게 된 그들은 페트병을 조심조심 만져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차츰 그들은 장인 혼에 불이 붙어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비슷한 일을 길쌈 장인, 도자기 장인, 생활 대장장이들에게도 했다.
길쌈 장인에게는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T셔츠, 속옷, 스테테코(ステテコ, ※역주: 주로 남자들이 입는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의 재현. 도자기 장인은 계단식 가마(登り窯)의 사용법을 마스터해서 도자기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
생활 대장장이에게는 시즈코가 그린 수많은 농경 기구의 재현이다.
공동으로 하는 것도 있다. 시즈코는 대장장이와 목공 장인들에게 나무통 증류기의 제조를 명령했다.
그녀는 증류기란 스테인리스 등의 금속과 고무로 된 것이라고 계속 착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고무가 없는, 또는 있었다고 해도 고급품이 되는 에도 시대, 어떻게 증류해서 소주(焼酎)를 만들었는가, 라는 것을 깨달았다.
힌트는 뭔가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카고시마(鹿児島)에 여행갔을 때 '나무통 증류기'의 견학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소량의 금속과 벽돌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나무와 대나무였다. 증류기의 원리나 기법은 목재든 금속이든 다르지 않다.
"으―음…… 고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식물성 유지(油脂)에 유황을 첨가해서 제조하는 팩티스(서브, ※역주: factice)가 천연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충분…… 할까? 하지만 혼합비가 많아서 어느게 좋을지……"
천연 고무가 없어도 고무의 대용품은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팩티스라고 하는 것이다.
팩티스의 역사는 오래되어, 중세 유럽에서는 아마인유(亜麻仁油)와 유황을 반응시켜 탄성이 있는 수지 상태의 물질로서 활용했다.
방부 작용이 있어서, 주로 외과용 약품으로서 사용된 기록이 남아있다.
또 합성고무가 출현한 후에는 증량제, 연화제를 거쳐 가공 보조제로 역할이 바뀌었다.
"식물 기름은 해바라기에서 얻는다 치고…… 문제는 유황이네. 흑색 화약에서 쓰니까 유황을 입수하는 건 간단하지만, 실험으로 계속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으니까"
현 상황에서는 개발의 우선 순위도 있어서 대량으로 유황을 유용하는 것은 어렵다. 식물 기름도 귀중품인 이상, 지금은 사치스러운 연구는 할 수 없는 것을 시즈코는 이해했다.
각 기술자들에게 물건을 만들게 하고 있지만 특히 생활 대장장이 쪽이 힘들어서, 완성품을 만들면 끝이 아니다.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때그때 피드백하여, 그것들을 해결하여 버전업시켜가는 순환 개발을 한다.
생활 도구는 천하통일 후에도 계속 사용된다. 처음에는 느슨해도 점차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개시 시기가 빠르면 빠를 수록 문제점이 밝혀지는 법이니까, 재현도가 낮더라도 계속 시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시즈코는 어느 정도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사용 실험을 할 것을 명령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하기만 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시즈코도 스포츠 백에 들어있던 모와 씨앗을 재배할 필요가 있다.
노트의 주인은 씨악이나 묘목을 재배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전부 다 키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조합이 엉망진창인 것이다. 이래서는 첫 해는 좋아도, 몇 년 안에 흙을 못 쓰게 될 것이다.
무턱대고 씨앗이나 묘목을 모은 것을 보니, 노트의 주인은 농업에 대해서는 초짜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초짜는 '일단 많이 키우고 싶다'고 다양한 종류를 키우려고 한다. 실제로, 시즈코도 처음에는 그랬다가 텃밭을 전멸시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컴패니언 플랜츠 처럼 조합하면 좋지만, 반대로 천적을 같이 재배했다가는 작물은 공멸해버린다.
우선은 씨앗과 모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스포츠 백을 다시 열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얼핏 봤을 때는 몰랐지만, 잘 관찰해보니 몇 개의 모가 손상되어 있었다. 손상 상태에서 추측할 때, 강한 힘을 측면에서 받은 느낌이다.
가방을 안은 채로 뭔가에 격돌한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곧 원인을 알아봤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모나 씨앗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매실의 묘목이 제일 심한 손상을 입었다.
매실은 자가결실성(自家結実性)이 약한 품종이라, 꽃가루가 많은 품종과 함께 키워야 한다. 가장 바깥쪽에 있었던 탓인지 두 종류 모두 큰 손상을 입었다.
현대라면 수복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보강 테이프 등의 도구류가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시즈코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상은 매실 뿐만이 아니었다. 레몬이 두 개, 귤은 한 개의 묘목이 수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
결국, 무사했던 것은 레몬의 묘목 하나, 가장 안쪽에 있던 귤의 묘목 둘 뿐이었다.
게다가 비극은 계속되었다. 부러진 모가 스낵파인의 모에 꽂혀 있었다. 스낵파인의 모 20개 중 6개를 폐기처분했다.
부러진 모는 추가로 꽃씨가 들어있던 봉투도 찢어서, 나무 알로에와 스트렐리치아, 코스모스의 봉투가 찢어져 있었다. 씨앗이 뒤섞여버렸기 때문에, 분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눈 딱 감고 파기할 것을 선택했다.
최종적으로 키울 쌀은 두 종류, 그리고 귀리.
야채는 시금치, 배추,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 땅콩.
과일은 레몬과 귤과 수박과 스낵파인.
꽃은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 섬게선인장,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였다.
귀리와 해바라기는 풋거름용으로 쓸까 했는데, 그러러면 해바라기의 씨앗과 귀리의 열매가 필요했다.
따라서 귀리는 특유의 심근성(深根性)을 이용한 토양 개량 효과를 얻는 데 그쳤다. 해바라기는 씨앗 이외에는 분쇄해서 풋거름에 쓰기로 했다.
월계수, 프렌치 마리골드는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공생시키기 위해 키우기로 했다.
달리 무사한 꽃을 키우지 않는 것은 키울 여유가 시즈코에게 없기 때문이었다. 비료나 부엽토, 각종 질병에 대한 약제가 있는 현대라면 가능하지만, 그것들을 구할 수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키워봤자 무의미했다.
가능한 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선별한 결과이다. 또, 자소류는 무서운 번식력으로 계속 증식하기 때문에, 다른 것과 똑같이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시즈코의 시대에서도 '작물 게릴라'의 이름을 시작으로 테러리스트 등의 나쁜 이미지의 호칭이 많다. 가정 텃밭에서도 프로 농가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육성해야 한다'는 품종이 있다.
자소는 그 부류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매실장아찌를 절일 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재배 장소를 다른 것들과 격리하고 벽돌로 간소한 플랜터 재배를 하기로 했다.
섬게선인장은 단순한 선인장이기에 키울 의미는 별로 없지만, 손이 가지 않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종류도 시기를 계산해서 준비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에게서 새로운 지시가 시즈코에게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소금을 증산하라'였다.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문제없었지만, 명령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시즈코의 마을의 주민들을, 확장중인 마을로 이주시킨다'라는 수수께끼의 명령이었다.
갑작스런 주민 이주에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현을 신청했더니, 의외로 빨리 알현 허가가 내려왔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분이 좋았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서둘러서 노부나가에게 갔다.
알현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질문했다. 이 시기에 갑작스레 마을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잘못하면 생산고가 떨어져 버려서 충분한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사람을 이주시킬 것인가라고.
"상관없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노부나가가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기에, 시즈코는 일순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건가 하고 착각했다.
"하, 하지만 이대로는 대폭적인 감산이 될 가능성이……. 그 문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람의 이주를 강행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지만 바로 머리를 흔들고는 노부나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금년의 세금이 적어도, 내년 이후의 세금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기술을 전수받은 백성들을 각지에 이동시켜서 추가적으로 전수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만 속에 감추고 있던 계획을 말했다.
그의 계획은 전국시대에서도, 아니 현대에서도 기상천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었다.
철저한 효율주의의 계획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우선 각 마을에서 20명에서 30명을 뽑는다. 이 때, 시즈코를 포함한 초창기의 백성 30명은 제외된다.
모은 사람들로 마을을 6개 만들어, 그 마을을 기점으로 3개에서 5개 마을을 위성처럼 묶는다.
묶인 마을은 '조(組)'라는 단위로 하여, 그 '조'를 3개 합쳐서 '가(街)'라는 단위로 부른다.
노부나가는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삼조지일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해에는 시즈코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점이 되는 마을이 각 마을에 농업의 교육, 지원을 한다.
그리고 첫 해의 수확에서 '담보'가 되는 비축쌀을 오다 가문에 바친다.
다음 해부터 각 '조'마다 재배하는 작물을 1년마다 교대한다.
예를 들면 첫 해의 '갑조'는 쌀과 콩, '을조'는 쌀과 고구마, '병조'는 쌀과 계란. 둘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고구마, '을조'는 쌀과 계란, '병조'는 쌀과 콩. 셋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계란, '을조'는 쌀과 콩, '병조'는 쌀과 고구마.
그리고 넷째 해는 첫째 해와 같은 재배를 하여, 3년 전에 바친 '담보'가 반환된다. 하지만 다음의 3년용으로 새로운 '담보'가 필요해진다.
현대에서 말하는 2년 약정이니 3년 약정이니 하는 고정 계약이다. 당연하지만 3년 안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경우에는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보로 맡긴 비축쌀이 페널티로서 몰수된다.
이 패턴을 5번 반복하면 세율이 50%에서 40%로 변경된다.
추가로 복리후생의 일환으로서 정월 및 수확제 때 떡이 지급된다.
마을 사람 한 명 당 3개, 그리고 마을마다 거울떡(鏡餅)이 하나 지급된다. 이것은 노동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노동 의욕 향상과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우대라고 할 특례 조치를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는 미리 공표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은혜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맛보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의 당근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금씩만 내놓는다.
당연하지만 당근만을 주는 게 아니라, 알기 어려운 부분을 불리하게 고쳐 밸런스를 잡는다.
"그, 그래서는 째째하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요……"
"무릇 군주가 되어서 구두쇠라는 평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과만 좋으면, 수단은 항상 정당화된다. 따라서 내가 백성들을 속이더라도, 그 결과는 백성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백성들은 내 정책을 신경쓰지 않는다. 백성들에게는 적당한 꿈을 꾸게 하면서 살찌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과연……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진의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석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괜찮다. 지금부터도 의문이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묻도록 해라. 그것이 더 좋은 의견을 낳는 경우도 있다"
그 말에 시즈코는 솔직히 놀랐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생각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에 간단히 남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선을 눈치챈 노부나가는, 대단히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굳이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나는 지금까지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에게서 세계를 알게 되며, 내 경험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깨달았다. 세계는 넓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자가 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 따라서 나는 그놈들의 지식을, 경험을 배워서 내 피와 살로 삼겠다고 결정한 것 뿐이다"
2월 하순,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대형 염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안부(湾岸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안부는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소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물이다.
세로로 길고 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는 큰 하천이 없어 만성적인 물부족 상태였다.
따라서 빗물이 모인 못(池)이 백성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한번 간벌이 일어나면 바로 기근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쇼와(昭和) 36년(1961년) 9월에 완성되는 '아이치 용수(愛知用水)'가 가동될 때까지, 백성들은 항상 간벌의 공포와 싸워왔다.
아이치 용수란 기소(木曽) 강의 상류에서 치타 반도의 돌출부 끝부분까지를 종단하는 112km의 간선 수로, 인체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동맥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동맥에서 갈라져나와 몸의 곳곳에 영양을 운반하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는 1012km나 되는 지선 수로로 구성된다.
이 대사업의 중심 인물은 독농가(篤農家)인 쿠노 쇼타로(久野庄太郎)와 안죠(安城) 농업고등학교(農林高校) 교사인 하마지마 타츠오(浜島辰雄)의 두 사람.
그들이 꿈꾼 미래는 구상에 9년, 착공 후 4년이 지나, 총 공사비 423억엔을 사용하여 실현된다. 2차 대전 이후의 일본 최초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되었다.
다행히도 쇼와 시대 만큼의 인구는 아니었기에, 물 한 방울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고, 사람이 정착하지 않은 지역의 작은 개울에서 음용수를 입수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음용수 뿐이고 농업용수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또 작은 개울밖에 없기에 하천 공사도 어렵다.
결국, 치타 반도의 뿌리 근처에 대형의 염전을 만들어서 음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를 텐파쿠(天白) 강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그 후에는 노부나가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살게 한다.
그걸로 끝날 예정이었다. 다만, 그것은 시즈코의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냉엄했다.
"어업조합?"
정착할 마을 사람들의 대표인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 오다 님과 의논하여 저희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소금의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불안하여, 그 이야기를 오다 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뭐 이해는 되네요"
소금의 생산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소금의 생산이 실패로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 뿐이니까.
"그 때 오다 님께서, 어업을 겸업하면 어떠냐고 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업에 관한 기술 지도를 시즈코 님께서 해주실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만……?"
"에엑―……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지) 뭐, 저로 괜찮다면, 겉핥기 정도로는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고기잡이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뿐'으로, 본격적인 어업 경험은 없다.
대형 어선이나 수송선의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 설계도는 현대의 단위로 치수가 적혀 있기에, 당장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마을이 완성되면, 영주님께 도량형을 MKS 단위계로 통일시켜 주시게 하자. 대응표를 써서 했다간 오차가 나왔을 때 웃어넘길 수 없으니까. 일시적인 수입 감소, 이익 감소를 각오하고 기준을 통일하는 게 좋을지도)
기준을 통일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져 악덕 상인이 줄어든다. 땅의 크기에서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다, 세금을 상당히 정확한 수치로 예측할 수 있어 잉여분을 영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단위 통일은 이득이 된다. 그리고 도량형의 제정은 근세까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은 히데요시나, 에도 막부를 연 이에야스도 도량형을 통일했었다.
"죄송합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실례지만 어선이 안 보이는데, 어디에 있나요?"
그들은 매번 그렇지만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모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집을 지은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중요한 어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선을 정박시킬 부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선 건조부터 시작하는 건가, 하고 시즈코는 진절머리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뇨, 그런 건 오다 님께서 준비해 주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무래도 어선 건조는 다른 장소에서 하고 있고, 그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 좋아요. 그러네요…… 음―, 뭐 일단 주낙(延縄) 어업, 통발 어업, 항아리 어업 세 가지면 되려나. 익숙해지면 채개 어업(採介漁業, ※역주: 손으로 성게나 조개 종류 등을 따는 것)이 좋겠네요.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줍기라던가……?"
"네에……"
"(그렇게 불안한 듯한 표정 짓지 않아도 설명할 거야!!) 먼저 주낙 어업에 대해서인데요―"
결국, 돌아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설명하게 된 시즈코였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간신히 어선이 그들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바로 그들의 마을로 향했다. 도착 후에 어선을 보자, 중형 규모의 어선이 3척, 소형의 2인승 보트급 사이즈가 8척으로 합계 11척이 선착장에 계류되어 있었다.
문어항아리 비슷한 것이나 미끼를 넣은 '통발', 주낙 어업을 위한 도구도 완성된 듯, 그들은 도착한 날에 어선에 올라타 설치하고 왔다고 했다.
어구의 구조가 간단하고 조업도 비교적 간편한 항아리 낚시나 통발 낚시는, 어획 성능이 좋기 때문에 초짜라도 일정한 양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어획 성능이 지나치게 좋아서, 자원 보호의 관점상 현대에서는 사용하는 통발의 숫자에 제한이 걸려 있다.
"이래저래 설치한 지 3일이 지났으니 슬슬 회수할 시기일까요"
"네. 유감이지만 어제와 그제, 주낙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소를 바꾸어 설치했습니다. 물론, 시즈코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깃발이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 번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대참사는 피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난사고는 1912년(메이지(明治) 45년) 4월 14일, 영국 선적 객선 '타이타닉'이 처녀 항해중에 빙산에 충돌하여 침몰. 1517명이 사망한 사고다.
1914년(타이세이(大正) 3년) 5월 29일, 캐나다 선적 객선 '엠프레스 오브 아일랜드'가 짙은 안개 때문에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노르웨이 선적 화물건 '스토르스태드(Storstad)'와 충돌하여 침몰, 사망 및 행방불명은 1024명이나 되었다.
일본에서는 1910년(메이지 43년) 4월 15일에 일본 해군의 '제6 잠수정'이 히로시마(広島) 앞바다에서 가솔린 잠항 실험 훈련중에 침몰. 함장 사쿠마 츠토무(佐久間勉) 이하 승무원 14명 전원이 순직했다.
전국시대에 해난사고가 일어나면 더욱 비참하다.
배에서 내던져져, 파도에 휩쓸려버리면 끝이다. 두 번 다시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없다.
그들은 어부인 동시에 소금을 만드는 장인이다. 가능한 한 '목숨을 소중히 해라' 작전을 철저히 따라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그들에게 어떤 규칙을 부과했다.
어업을 하는 경우에는 마을의 장소를 알리는 깃발을 세울 것 (알기 쉬운 귀환 목표).
새끼줄로 묶은 대나무 통을 몸에 두를 것(구명조끼 대용품).
자신의 몸과 배를 끈으로 연결하고 어업을 할 것 (생명줄).
야간, 또는 날씨가 나쁜 날에는 어업을 하지 않을 것 (위험회피).
그 규칙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선을 압수하고 소금 생산에 전념시킬 것이라고 그들에게 통고했다.
처음에는 그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어제 어떤 마을 사람이 배에서 내던져졌을 때 절감했다.
바다의 날씨는 거칠어지기 쉽고, 약간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시즈코의 규칙은, 그것들을 가능한 한 회피하기 위한 규칙이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이해했다.
"오,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볼 때……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라, 어업 성과는 좋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어선은 부두에 도착했다. 로프를 계류 기둥에 감아서 어선을 계류시켰다.
그런 것들이 끝나자 어부들은 수확물이 들어 있을 상자를 어선에서 내렸다.
몇 명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굳었다.
모든 상자가 시즈코 앞에 늘어놓아지자, 그 중 하나의 상자의 뚜껑을 잡으면서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전부 가지고 왔습니다만…… 저기, 이게 뭡니까?"
말과 함께 뚜껑이 열렸다.
안에 있던 것은 참문어였다. 그 외에도 살오징어나 흰꼴뚜기 같은 해양 연체동물들이 들어 있었다.
"(……설마 본 적 없는 건가? 저기―, 한 가지 묻겠는데, 혹시 바다에서의 낚시는 처음인가요?"
"예, 예에. 창피하지만 지금까지는 강에서밖에 낚시해본 적이 없어서…… 실은 이렇게 바다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강 낚시 전문의 어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양 생물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리라,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뭐, 뭐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른 건 뭐가 들어 있나요?"
아이스 박스 대용의 나무 상자를 열었다.
통발 낚시로는 새우, 게가 들어 있었다. 새우는 보리새우가 많았고, 게는 꽃게가 많이 들어 있었다.
주낙 쪽을 확인하자, 보리멸이나 문절망둑도 섞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갱이가 많은 것 같았다.
잘 보니 복섬(クサフグ, ※역주: 복어의 일종)이 조금 섞여 있었기에, 시즈코는 그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에―, 이 복어라는 생선은 먹으면 위험해요.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하세요"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목숨을 잃어요"
조심조심 묻는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복섬 등이 체내에 축적하는 독의 주 성분은 테트로도톡신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유명한 독물인 '청산가리'의 850배 정도의 독성을 갖는 물질이다.
경구섭취할 경우, 표준적인 성인 남성이 1, 2mg의 섭취로 죽게 된다. 또 열에도 강해서 조리의 범주에서 쓰이는 300도 정도의 열량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단 몸 안에 들어간 경우, 약물 투여에 의한 분해가 어려워서, 강심제를 투여해서 심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뇨제를 사용해서 독물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 테트로도톡신은 신경계에 작용하여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물 투여와 병행하여 인공호흡의 보조가 필요해진다.
"참고로 어디에 독이 있는지는 종류에 따라 달라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리고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독이 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복어를 보면 즉시 바다에 돌려보내세요"
"예, 옛"
말이 끝날 무렵에는 촌장의 얼굴은 새파래져 있었다.
하지만 테트로도톡신은 정말로 위험한 독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복어를 직접 만지는 것만으로는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뭐 이렇게 부풀어오르니까 알기 쉬워요. 자, 이 녀석은 바다로 던져버리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복어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복어는 바다에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마을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우선은 살아있는 문어의 처리 방법이에요"
"처리요?"
"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은 그대로는 기운이 너무 넘치니까요. 처리해두지 않으면 날뛰어서 위험해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적당한 문어를 아무렇게나 잡아서 준비해 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문어는 아직 기운이 넘친다, 고 주위에 어필하듯이 복수의 흡반이 달린 8개의 촉수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손에 대나무 꼬치를 굵게 만든 것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을 처리하는 데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도구를 준비했던 것이다.
"많은 흡반이 달린 8개의 다리가 주로 먹을 수 있는 부위에요. 촉수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얼핏 머리로 보이는 부위는 사람으로 말하면 배 부분이에요. 실제의 머리는 이 눈이 달려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양 눈 사이에 식칼이나, 또는 이런 도구로 한번 찔러서 처리해요"
식칼로 양쪽 눈 사이를 베던가, 또는 송곳(千枚通し)으로 마구 찌르면 문어를 처리할 수 있다.
급소를 잘 찔렀는지 어쩐지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잘 찌를 경우에는 다리 전체가 순식간에 하얘져요. 자, 아까까지 붉은 색을 띠고 있던 다리가 단번에 하얘졌죠"
그녀의 말대로, 문어의 다리가 마치 탈색된 듯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다리도 축 처져서, 한눈에 절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
촌장을 포함한 어부들이 감탄의 소리를 냈다.
"다음에는 머리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내장을 끄집어내요. 거칠게 간 무로 씻어서 끈적임을 없앱니다"
"무…… 말입니까?"
"네, 소금으로 해도 되지만, 비싼 소금으로 끈적임을 없애기보다는 간 무로 끈적임을 없애는 편이 싸게 먹히니까요"
소금으로 문어의 끈적임이 없어지는 원리는, 소금에 의해 단백질이 변성되어 굳어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무는 성분의 소화효소계로 떠오르게 한다.
무 쪽이 깨끗하게 없앨 수 있는데다 디아스타아제(아밀라제)가 문어를 부드럽게 해 주지만, 반면 끈적임을 없애는 힘이 약해서 시간이 걸린다.
"끈적임은 안쪽에 남기 쉬우니까, 주의해서 씻어냅니다"
소금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간 무로 씻었다. 그걸로 간신히 밑처리가 완료된다.
"자, 다음은 여러분 차례에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빨리 익숙해져라?"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결코 기분 탓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시즈코는 곤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덧붙였기에.
"괜찮아요, 문어는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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