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61 1569년 9월 상순
쌀의 수확에서 세금 징수까지 끝났을 무렵부터, 시즈코는 이세 만(伊勢湾) 방면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항만도시군 계획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일본 지도를 숙독한 노부나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 몇 개의 항만도시를 건설하여 이세와 오와리를 해운으로 연결하는 도시 계획을 세웠다.
현재의 어업이나 양식업에서 생산된 것을 빠르게 쿄(京)나 사카이(堺), 미카와(三河)로 운송하는 것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이 계획의 목적이었다.
해운은 중량이나 거리당 비용이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아, 그야말로 대량, 장거리 운송에 최적의 방법이다.
운송 시간은 육로보다 길어지지만, 노부나가처럼 정밀한 일본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해로에 의한 대량 운송은 충분히 메리트를 향유할 수 있다.
애초에 이세 만 주면은 해운이 활발한 지역이다.
오우미(近江) 국과 토우고쿠(東国)와의 물자의 중계 지점인 이세 쿠와나(桑名), 아노츠(阿濃津)를 시작으로, 이세 신궁(伊勢神宮)의 외항으로서의 오미나토(大湊)나 토바(鳥羽) 토마리우라(泊浦) 등을 중심으로 많은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오미나토는 토우카이도(東海道) 일대에 펼쳐지는 신궁 령(領)의 공양미가 하역되는 유명한 땅이기에, 물자 이외에 사람이나 돈도 많이 모여서, 상당한 액수의 관문세 수입이 있었다고 한다.
노부나가 직영의 항구 도시는, 이미 다종다양한 선박이 활발하게 왕래하고 있었다.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키나이(畿内), 사이고쿠(西国), 토우고쿠(東国)을 불문하고 정박이 가능하며, 추가로 보증금을 지불하면 항구 도시에서의 상거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항구 도시이긴 하나, 범죄의 증가나 지역 주민과의 마찰은 일어나지 않고 양호한 치안이 유지되고 있었다.
상선은 많은 물자를 효율좋게 운송한다. 따라서 한 번의 상거래에서 움직이는 돈은 육로와는 단위가 다르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던 노부나가는, 안전의 확보와 치안에 대한 신뢰야말로 항구 도시가 번영하는 대전제라고 생각하여, 경라대의 총력을 기울여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의 적발이나 범죄 방지에 힘을 쏟았다.
또, 다른 치안부대와 달리, 항구 도시의 경라대에는 6개조(정리, 정돈, 청결, 청소, 예절(作法), 예의(躾))의 교육을 했다.
평범한 일을 소홀히하지 않고 매일 묵묵하게 치안유지에 힘쓰는 것으로, 노부나가의 항구 도시는 단기간에 상인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 중의 하나, 완성되면 오와리 최대급의 규모가 될 항구도시에 시즈코는 사이조를 데리고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코토(琴) 씨"
환락가에 있는 찻집, 그 가게 앞에 놓여진 걸상(縁台)에 앉아 담뱃대를 피우고 있는 요염한 여성을 보자마자 시즈코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졸린 건지 귀찮은 듯 얼굴만 돌린 코토라고 불린 여성은, 상대가 시즈코인 것을 알게 되자 그녀가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만들었다.
"어이쿠, 시즈코 님. 천한 창녀(女郎)에게 무슨 일이신가요"
"며칠 전에 유곽(花街)에서 싸움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 후에 어떻게 되었나 해서요"
시즈코는 코토의 말을 반쯤 흘리면서 그녀가 비워 준 공간에 앉았다.
"유곽에서는 싸움은 금지, 어떤 사람이던 싸움은 양쪽 모두 처벌. 오다 님께서 정하신 대로, 경라대에게 인계하고 끝났지요. 점주(店主), 차랑 메밀떡 2인분"
"그건가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런데 메밀떡을 2인분이라니, 그렇게 좋아하시나요?"
"……사이조 님. 시즈코 님은 가끔 멍한 구석이 있으시군요"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한숨을 쉬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시즈코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즈코 님 식으로 말하면 '쏘는' 겁니다. 이쪽은 덕분에 장사를 잘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어딜 가도, 쓰레기들의 '패거리'들이 시비를 걸어왔으니까요"
"저는 어디까지나 장소를 제공한 거에요. 장사가 번성하고 있다면, 그건 코토 씨들이 열심히 한 증거가 아닐까요"
"……여전히 특이한 분이시군요. 창녀가 앉아 있는 곳 따위 언어도단(言語道断)이라는 인간들이 많은데, 당신은 신경쓰지 않고 앉으시네요"
시즈코의 언동에 어이가 없어진 코토는, 담뱃대를 한 번 피운 후, 담배를 비치된 재떨이에 버렸다.
환락가의 일각을 차지하는 유곽에는 크게 세 개의 구역이 있었으며, 각각의 구역에 유력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1번 구역의 유력자 코토, 2번 구역의 유력자 사키(咲), 3번 구역의 유력자 오토(音).
세 사람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유곽의 이익을 독점하고 있었다.
유곽의 이익 독점에 대해 노부나가가 용인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들이 성적 서비스를 포함한 창녀들의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넘치는 도시는, 얼마나 엄하게 단속해도 창녀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유곽을 처음부터 환락가에 포함시키고, 그곳에 창녀들을 밀어넣으면 된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것을 이유로 노부나가는 창녀령(女郎令)을 시행하여, 그 내용이 적힌 나무팻말을 곳곳에 세웠다.
창녀 명부에 등록할 의무를 창녀에게 부과하여 무등록 영업을 금지했다. 또, 등록자도 유곽 이외에서의 영업을 금지했다.
이것들을 위반한 사람은 체포되어서 조사를 받은 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도시에서 추방된다.
하지만 태반의 위반자들은 경라대의 조사가 아니라, 유곽의 유력자들로부터 영역 침범에 대한 제재(린치)를 받았다.
"저는 제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담뱃대를 옆에 내려놓고, 코토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빠르군요. 이 도시에도 다양한 나라의 간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타케다(武田), 우에스기(上杉), 호죠(北条), 동맹국인 아자이(浅井)와 도쿠가와(徳川), 그리고 혼간지(本願寺)에 엔랴쿠지(延暦寺)네요. 그 밖에도 여럿 있지만, 대충은 그 정도지요"
유곽은 노부나가로부터 이익의 독점을 용인받는 대신, 다양한 임무를 받고 있다. 타국의 간자를 조사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밖에도 무허가의 창녀에게 제재를 가해 성병의 만연을 방지하거나, 세금 대신 상납금을 바치거나 하는 등 세세한 규칙이 합의되었다.
"영주님께서는 대규모의 항만도시군(群)을 만들려고 하고 계시니까요. 설령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조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겠죠"
"저는 정치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어이쿠, 점주. 이제야 메밀떡을 가져왔나요"
찻집 안에서 차와 넓은 접시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늦어진 것을 사과하면서, 양손에 들고 있는 쟁반을 시즈코와 코토에게 건넸다.
쟁반을 받아들고 코토는 대금을 점주에게 건넸다. 대금이 충분한지 세어본 후, 점주는 웃는 얼굴로 "매번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가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코노 씨, 잘 먹을게요"
"무슨 말을 하나요. 이쪽은 시즈코 님 덕분에 단 과자를 쉽게 먹을 수 있는 처지니까요. 감사해야 하는 건 제 쪽이지요"
메밀떡은 메밀가루, 쌀가루, 소금, 폐당밀(廃糖蜜, 원래는 설탕), 물을 섞은 후에 불에 가열하면서 반죽하여 모양을 잡아 찐 것이다. 차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쑥(よもぎ) 차였다.
해운(海運)은 선원이 영양부족이 되기 쉽다. 그 점을 고려하여, 항구도시의 식사는 맛있고 영양이 있는 것을 저가격에 제공하는 가격제한령(価格制限令)이 시행되고 있었다.
감주(甘酒)나 군고구마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구입할 수 있도록 최고 5문(文), 메밀국수(蕎麦)나 가케소바(かけ蕎麦)는 최고 15문으로 가격을 제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끄는 음식이 군고구마와 새구이로, 정박하는 선박 숫자에 따라서는 경라대가 줄의 정리에 동원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메밀떡은 맛있지만, 폐당밀을 쓰는 관계로 색이 단색이 되어버리네요"
"그건 점주의 솜씨에 달린 부분이겠죠"
폐당밀은 식품 폐기물의 일종이긴 하나, 60퍼센트 정도 당분을 함유하고 있다.
시즈코는 이 폐당밀을 비료, 에탄올, 럼주, 갑류소주(甲類焼酎, white liquor)의 재료에 쓰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일본과자(和菓子)의 감미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저는 슬슬 가볼게요"
잡담을 섞은 정보 교환이 끝나자, 시즈코는 코토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드리지요"
코토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시즈코를 전송했다. 시즈코는 한번 더 고개를 숙인 후, 사이조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등 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담배를 담뱃대에 채우면서 코토는 살짝 중얼거렸다.
"여전히 꿍꿍이 속을 알 수 없는 애네"
8월 26일.
키타바타케(北畠) 가문의 중신인 오오미야 뉴도(大宮入道)가 농성하는 아자카(阿坂) 성에, 히데요시를 앞세운 오다 군이 공성을 개시했다. 아자카 성 공격에는 모리 요시나리도 참가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나가요시와 케이지도 아자카 성 공격에 참가했다.
공성이 시작되기 전,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에게 "어엿한 무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주위가 납득할 만한 재주를 보여봐라"라는 말만 하고 케이지와 함께 아시가루(足軽)들 속으로 던져넣었다.
케이지와 함께 던져넣는 걸 보면 자식에 대한 무른 구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래도 어린애라는 이유로 나가요시를 특별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조금은 놀라긴 했으나 나가요시는 토라지거나 하지 않고, 반대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카츠조, 쓸데없는 긴장은 하지 마라. 뭐, 걱정하지 마. 실수하면 죽는 것 뿐이니까"
벼르는 게 지나쳐서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있는 나가요시에게, 케이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지었다.
케이지의 태도에 긴장이 풀린 나가요시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호흡을 정돈했다.
2초 정도 코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그대로 5초 동안 숨을 참는다. 그리고 10초 가까운 시간을 들여 입에서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이것을 세 번에서 네 번 연속해서 반복하니, 나가요시에게서 쓸데없는 힘이나 긴장이 빠져나가며 심신 모두 릴랙스된 상태가 되었다.
"이번은 성 안이 전장이다. 십자창(十文字槍)으로는 길이 때문에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지. 흠…… 맞다, 그 무기를 써 보자"
"첫 출전에서 시험이라니, 꽤나 재밌는 생각을 하잖아. 그런 거, 난 싫지 않아"
두 사람이 따분함을 달래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병사들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해했다. 전군(前軍)이 아자카 성 공격을 개시한 것을. 바로 나가요시와 케이지가 있는 중군(中軍)에도 아자카 성 공격의 명령이 날아들었다.
명령을 들은 나가요시는 자신을 고무시키기 위해, 땅바닥을 힘차게 밟으면서 포효를 내질렀다. 그것은 가까이 있던 잡병들이 모두 귀를 막을 정도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무장의 목은 어디냐―!!"
저돌맹진(猪突猛進)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나가요시는 기세좋게 달려나갔다.
갑주를 몸에 두른 상태로 효율좋게 달리는 훈련을 나가요시는 매일 묵묵히 해왔다. 그 덕분에 그는 똑같이 달리는 아시가루나 잡병들을 순식간에 제치고, 어느 틈에 중군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오다 군과 키타바타케 군의 잡병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를 빠져나가, 나가요시는 오로지 성의 입구를 목표로 달렸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여러 가지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모닝스타(Morning Star)를, 그는 어느 틈에 손에 쥐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도깨비가 든 금쇄봉(金砕棒, ※역주: 우리나라에서 흔히 도깨비 방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형태의 것)이 모닝스타와 유사한 무기이다.
동양 서양을 가리지 않고, 갑옷은 베어 끊는 것은 어렵지만, 타격에 대해서는 내성이 낮다.
넓은 공간이라면 구타 무기는 리치의 차이가 문제가 되지만, 성은 급격한 계단이나 좁은 통로가 많고(※역주: 일본의 성은 다른 나라의 성에 비해 방어를 목적으로 극단적으로 내부 통로를 좁고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이 특징 중 하나임), 그 때문에 리치가 긴 무기는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 문제점의 해결책으로서, 나가요시는 타격 무기를 직감적으로 떠올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듯, 나가요시는 당장 대장간에 모닝스타의 제작을 의뢰했다.
완성된 물건은 중량감 있는 외형을 하고 있었으나, 지렛대의 원리와 원심력으로 구타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은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걸리적거린다―!!"
성문 앞에서 히데요시 군의 발을 묶고 있던 적병의 옆구리에, 난데없이 옆에서 나타난 나가요시의 모닝스타가 틀어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살이 뭉개지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적병은 비명도 지르기 전에 뼈와 내장이 뭉개지는 고통으로 쇼크사했기 때문이다.
피와 살, 체액을 뿜어내며 적병의 사체가 걸레짝처럼 굴러갔다.
상황을 처음부터 목격한 양 진영의 병사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나가요시를 보면서 멍하니 서 있었다.
나가요시는 그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멍하니 서 있는 키타바타케 병사들을 차례차례 때려죽였다.
이윽고 나가요시의 갑주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무렵, 간신히 키타바타케 병사들이 머리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의 전의는 완전히 분쇄되었다.
"아, 악마다―!! (※역주: 일본에서 오니(鬼)라는 단어는, 우리말에서 귀신, 도깨비, 악마라는 세 가지 뜻으로 모두 사용됨. 여기서는 상황에 맞추어 의역하였음)"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적병들이 도망쳤다.
"예의가 없는 놈들일세"
모닝스타를 걸머지며 나가요시가 중얼거렸다. 그는 도망치는 적병을 무시하고 성 안으로 돌격했다.
아자카 성 안은 이미 난전 상태로, 가는 곳마다 오다 군과 키타바타케 군이 충돌하고 있었다. 키타바타케 군은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기 어려워서, 오다 군의 기세에 휘말려 병사들은 차례차례 목숨을 잃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잡병들 끼리의 난전을 무시하고, 적 무장의 목을 찾아서 성 안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딱 알맞게 적 무장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는 성 안을 뛰어다니면서도, 잡병들 상대로 5피트(약 1.5미터)의 창, 칼이라기보다는 단검(脇差し)에 가까운 길이의 칼 등, 좁은 장소에 맞는 무기의 효과를 시험했다.
그 중에서 1미터 정도 길이의 모닝스타는 간편하고 쓰기 쉽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 번 휘두르면 기세의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결점은 있으나, 거의 일격에 잡병을 때려죽일 수 있고, 흉악한 외관으로 적병의 전의를 상실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뭣보다 모닝스타는 중량감 있는 외관을 가지고 있어, 적과 아군을 불문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 그것이 그에게 무엇보다 기분좋았다.
(공기가 무거워. 이게 전장의 공기인가…… 나쁘지 않아!)
덤벼드는 적병들을 박살내면서 나가요시는 성 안을 뛰어다니며 무훈이 되는 무장을 찾았다.
오다 군의 승리가 거의 확정되었을 무렵, 간신히 그는 적 무장을 발견했다. 주위를 아시가루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 적 무장은 나름대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가요시는 추측했다.
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덤벼드는 오다 병사들을 베어넘기며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적 무장의 분석을 시작했다.
(……조금 부족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첫 싸움에서 적장의 목을 벨 수 없어. 좋아!)
기합을 넣은 후, 나가요시는 모닝스타에서 창으로 바꿔잡았다. 만에 하나, 얼굴을 뭉개버리면 적장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 강대한 오다 군이라고 해도, 병사들은 별 거 아니구나!"
오다 병사들을 조롱하며 적 무장은 가까운 적병을 베어갔다. 공포에 질린 오다 병사는, 멍하니 자신에게 덮쳐오는 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 무장의 칼은 오다 병사를 베지 못했다. 나가요시의 창이 적 무장의 칼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그대로 힘으로 칼을 밀어냈다. 예상 외의 사태에 동요하던 적 무장은, 나가요시의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몸이 뒤로 젖혀졌다.
"잡병들 뿐이라 지겨웠겠지. 와라, 상대해주마"
여유있는 표정을 띄운 나가요시는, 오른손의 엄지 이외의 네 손가락을 위로 하고 접었다 폈다 하면서 적 무장에게 싸구려 도발을 날렸다.
"꼬맹이가! 그 창과 같이 토막쳐주마!?"
도발에 넘어간 적 무장은 주위를 물리치고 나가요시를 베기 위해 칼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가 칼을 치켜든 순간, 나가요시의 창이 정확히 적 무장의 목을 관통했다.
"싸구려 도발에 간단히 넘어가는 네 이름 따윈 필요없다. 목만 두고 가라"
"커헉…… 쿨럭……"
뜻을 알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적 무장이 쓰러졌다. 한 번 칼을 주고받지도 못한 채, 자신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나가요시가 순식간에 승패를 결정지은 것에 다들 말을 잃었다.
"목, 받아간다"
그 자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멍하니 서 있는 잡병들을 향해, 나가요시는 당연하다는 듯 선언했다.
예전에 무로마치 막부 3만의 군세에도 버텨내며 '난공불락의 성'의 명성을 천하에 알렸던 아자카 성은 오다 군의 맹공 앞에 그날로 함락되었다.
키타바타케 가문의 필두 가노(家老)인 중신이자 아자카 성의 성주인 오오미야 뉴도(大宮入道) 간닌사이(含忍斎)는 붙잡혔다.
아깝게도 그의 장남이자, 히데요시의 대퇴부에 중상을 입힌 오오미야 뉴도 간닌사이의 장남 오오미야 다이노죠(大宮大之丞) 카게츠라(景連)는 도망쳤다.
자신의 대퇴부에 중상을 입한 카게츠라를 보기좋게 놓친 것에 히데요시는 분개했다.
당장 찾아내라고 병사들에게 명하기는 했지만, 그 자신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는지 명령을 내린 후에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나가요시도 또한,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 후에 목을 몇 개 더 베었지만, 하나같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 뿐이었다. 첫 전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던 나가요시였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찾는 방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야겠군"
"오, 카츠조. 어때? 첫 전투는 화려하게 장식했냐?"
축성의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 나가요시가 생각하고 있자, 공성 때에 홀연하게 모습을 감추었던 케이지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라면 뭘 하고 있었는지 추궁했을 나가요시였으나, 의기소침한 지금의 그에게는 케이지를 추공할 기력조차 솟아오르지 않았다.
"첫 전투가 화려한 결과였다면, 지금쯤 이런 데서 부루퉁해있지 않겠지"
"와하하핫, 그거 안 됐군. 하지만, 뭐든지 잘 풀리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없다고 생각해"
"알고 있지만, 너한테 들으면 짜증이 난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잡병들이 묘하게 약했는데, 뭐 아는 거 없어?"
나가요시는 공성중의 일을 떠올렸다. 견고한 아자카 성의 병사들에게 어울리지 않게, 잡병이나 아시가루들은 금방 항복했다.
처음에는 겁쟁이들이라고 깔봤지만, 성주인 오오미야 뉴도가 오다 군의 항복 권고에도 응하지 않고 철저 항전 태세를 보인 점을 생각하면, 아시가루들의 빠른 항복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얘기지. 키타바타케의 영토는, 보기드문 흉년이 들었어. 보고 왔는데, 성 안에는 거의 비축이 남아있지 않았지. 아마도 아시가루나 잡병들은 오늘 먹을 것도 부족할 정도였던 거겠지"
"……비축이 전혀 없었어?"
"잡병을 시켜서 식량 창고를 이 잡듯이 뒤졌어. 포로를 심문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식량이 고갈되어 있다는 것 외의 결론은 나오지 않아. 흉년인데다 비축이 바닥났다, 그러니 아시가루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던 거겠지"
"흐―음. 역시 시즈코는 특수하다는 건가. 그 녀석의 경우, 가뭄이나 흉년의 기미가 보이면, 뭔가 잘 알 수 없는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까. 가뭄으로 수확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일정한 수확량은 항상 확보하고 있고"
"뭐 우리는 시즛치가 없었다면, 군비가 훨씬 적었을거라 생각해. 대군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으니까"
키타바타케가 다스리는 남(南) 이세(伊勢)는 흉년에 의한 식량 부족이 일어나고 있는데, 오다 군과 싸우기 위해 억지로 식량을 매점했다.
백성은 지배자가 누구인건간에,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면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배자가 백성들을 간단히 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손바닥을 뒤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굶주린 백성들을 회유하는 책략을 펼쳐 그들의 신뢰를 얻었다.
현지 백성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게 되면, 키타바타케 군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의도적으로 정보가 차단되게 하거나, 허위 정보를 흘려서 키타바타케 진영을 혼란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군비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키타바타케 군에 비해, 오다 군은 충분한 군비가 있었고, 게다가 시행단계라고는 해도 병참을 도입하고 있었다.
오와리, 미노에서 무구(武具) 종류나 식량이 차례차례 진중으로 실려와서, 짐이 없어진 마바리대에 보급이 이루어졌다.
이 차이에 키타바타케 군은 물론이고, 아군인 코우베(神戸) 씨나 나가노(長野) 씨도 노부나가에게 공포를 느꼈다.
작년의 세금으로 얻은 쌀을 방출하여 금년에 거둘 세금의 보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남 이세 침공 시기를 9월로 정했다, 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다 군은 이것저것 실험만 하고 있군. 2군 체제도 그 일환이지"
"뭐야 그게?"
"키타바타케가 농성할 것을 예측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의 전투는 5만의 병사를 1개월 단위로 교대시킨다고 하더군"
노부나가는 당초, 이세 침공에 10만이라는 대군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세 침공의 작전을 생각하다보니, 그는 중대한 문제를 깨달았다. 10만이나 되는 대군으로 침공했을 때, 무구 종류나 식량의 소비량은 어느 정도인가. 물자의 수송 비용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키타바타케 진영이 농성을 선택하여 해를 넘기기를 기다리는 작전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노부나가는 최전선에서 어느 정도 싸운 부대는 일단 후방으로 물려 보급과 휴양을 주기로 했다.
5만의 병사를 30일에서 40일마다 교대시키면, 키타바타케 진영에 대해 정신적인 중압을 줄 수 있고, 나아가 타국에 대해서도 아직 병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전력의 축차 투입(※역주: 병력을 한번에 몰아치지않고 찔끔찔끔 땜빵하는 형식으로 일부만 투입하다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노부나가는, 작전의 전부를 5만의 병사로 수행할 수 있는지 어떨지로 계산했다.
"농성하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항복시키기 위한 압력인가"
"그래, 오카와치(大河内城) 성의 사방을 포위하고 항복을 재촉하는 작전이지. 하지만 키타바타케 부자가 열세에 처해도 완고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으니 시간은 걸릴 거라 생각하지만 말야"
"흥, 어차피 60일도 지나기 전에 항복할 거야"
"그렇겠지. 그걸 생각하면, 키타바타케 씨도 바보라고밖에 할 수 없어. 옛부터 비축이 없는 농성은 지옥같이 비참한데다, 사태가 호전될 일은 일단 없는데 말야"
"배가 고픈 정도로 나약하게시리, 라고 하고 싶지만, 아자카 성의 잡병들을 보니, 비쩍 야윈 잡병들은 적에게는 고맙지만, 아군일 경우에는 골치가 아프겠네"
"오다 군은 식량난에는 빠지지 않으니까. 게다가 금년에는 시즛치의 정책이 결실을 보는 해지"
"아아, 기후 쌀이었던가. 확실히 그건 맛있는 쌀을 많이 만들 수 있는 품종, 이라고 시즈코가 말했었지"
기후 쌀은 원래 좁은 땅에서 생산고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된 품종이다.
적미(赤米)나 흑미(黒米)를 뛰어넘는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며, 게다가 적미나 흑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다.
또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교잡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유기재배라도 농약재배에 가까운 수확량이 가능하다.
그 기후 쌀 생산이, 금년부터 오와리, 미노 전투로 퍼진 것이다.
"나도 보고서에서 추측된 수치를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시즈코가 아니었다면 머리를 의심했을 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뭐, 나는 기후 쌀보다 오와리 쌀이 취향이지. 분명히 금년은 상당한 양을 생산했을테니, 돌아가면 기대되는데"
"오와리 쌀은 하사품으로도 사용되니까, 얼마나 남을진 모른다"
그런 대수롭지 않은 잡담을 하면서 두 사람은 진으로 돌아갔다.
그 후, 오다 군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키타바타케 토모노리(北畠具教), 토모후사(具房) 부자가 농성하는 오카와치 성을 포위했다.
8월 28일.
노부나가는 오카와치 성의 동쪽에 있는 산에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을 거느리고 진을 쳤다.
서쪽에는 히데요시 (秀吉), 우지이에 보쿠젠(氏家ト全),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등을, 북쪽에는 사이토 신고(斉藤新五), 사카이 우콘노죠(坂井右近将監) 등을, 남쪽에는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恆輿, ※역주: 한자가 조금 다른데 오타인 것 같음)、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등을 두었다.
게다가 사방에 울타리(鹿垣)를 이중삼중으로 설치하게 하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등이 울타리를 경비했다.
포위 개시로부터 며칠 후, 노부나가는 일단 윤택하게 보유한 흑색 화약과 사카이(堺)에서 조달한 화승총을 사용하여 키타바타케 부자에게 군비의 차이를 보여주어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는 작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통상의 전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흑색 화약을 사용하여 성의 일부를 벌집으로 만들면서 몇 번이나 항복을 권고하는 서한을 오카와치 성에 보냈지만, 열흘 정도 지나도 항복에 응하는 내용의 서한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포위한 지 12일째인 9월 8일, 노부나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야습을 결의했다.
하지만, 그 날은 점심 때가 지났을 무렵부터 이세의 산들 위에 회색 구름이 나타나고,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도 가을 치고는 뜨뜻미지근했다. 노부나가는 뜨뜻미지근한 바람은 느끼면서 생각에 잠긴 후, 모리 요시나리를 호출했다.
"요시나리, 오늘 밤에 비는 내릴 거라 생각하느냐?"
"……확실히 단언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나쁜 예감이 들어맞는 경우는 많습니다"
"흠"
노부나가는 야습 시에 비가 내리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비 때문에 화승총을 쓸 수 없고, 시야가 나빠지기에 거리감이 어긋난다. 그것은 야습이 실패할 리스크를 올리는 것 뿐이라는 것을 이해한 노부나가는, 야습의 지시를 약간 변경했다.
남쪽에 포진하고 있는 니와 나가히데, 이케다 츠네오키, 이나바 잇테츠(稲葉一鉄) 등에게 야습을 시키는 것 자체는 변동이 없지만,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야습을 하지 않고 병력을 온존하도록 명령을 변경했다.
또, 비 때문에 시야가 나빠지는 것은 상대방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에, 각 방면에 있는 무장들에게 '상대방의 야습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 덕분에, 역사적 사실에서는 소나기 때문에 철포를 쓰지 못하고 성 병사들의 저항에 손해를 입고 퇴각해야 했던 츠네오키 등이었으나, 비가 내렸기에 노부나가의 지시대로 야습을 하지 않고 철수했다.
무모하게 돌격하지 않고 병사를 물린 것에 기분이 좋아진 노부나가는, 니와 들을 치하하고 야습에 동원되려던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도록 지시했다.
9월 11일, 키타바타케 부자는 여전히 항복 권고에 응하지 않고 철저 항전의 자세를 풀지 않았다.
남 이세의 공략을 단기간에 끝내고 싶은 노부나가였으나, 농성하는 상대를 힘으로 밀어붙이면 병사의 손해를 무시할 수 없다.
(식량이 없다고 생각되는 성에서 농성하면서 가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비축은 고갈될 분위기, 원군은 기대할 수 없고, 식량을 매점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몇 개월이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원래대로라면 불평불만에 의하 가신들 사이에 불온한 공기가 감돌아야 하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식량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사냥개(猟犬) 부대를 불러라!"
노부나가는 가까이 있던 소성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냥개 부대란, 훈련된 개를 중심으로 하는 군용견 부대이다. 개는 굉음에 약한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투, 전령, 탐지, 추적, 경호, 초계, 운반 등 인간과의 공동작업에 종사하는 충실함이 있다.
개의 한자는 이밖에 '구(狗)'가 있지만, 이것은 '하급의, 뒤떨어지는'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구(狗)'가 아니라 '견(犬)'의 한자를 사용했다.
"밤눈이 밝은 자들을 모아서, 적의 보급로를 찾아라"
잠시 후 사냥개 부대의 대장들이 모였다. 그들에 대해 노부나가는 짧게 명령했다.
짧게 대답한 후, 사냥개 부대의 대장들은 부대 내에서 엄선한 사람들을 모았다.
4일 후, 병사들이 다 잠든 밤에서 새벽에 걸친 시간대에 조사를 한 사냥개 부대는, 몇 가닥의 보급로가 오카와치 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이틀 동안 면밀하게 조사하자, 보급은 한 번에 대량의 물자를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보급로로 나눠서, 그리고 며칠에 걸쳐서 소량의 물자를 운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의미한 고집을 보이면서, 뒤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을 짜고 있었는가. 실로 훌륭하다. 보급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멍청한 표정만 짓고 있었겠지"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칭찬했다. 열세에 몰려도 백기를 들지 않고 승리할 기개를 유지하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솔직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급로를 없앨까요?"
"아니, 보급로는 놔둔다. 며칠 동안은, 이쪽이 준비한 보급물자를 운반하게 하지"
"예, 옛"
노부나가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모리 요시나리는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진의를 말하지는 않았다.
9월 20일, 노부나가는 보급물자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물자를 자신들이 준비한 것으로 바꿔친 후에 오카와치 성으로 운반하게 했다.
게다가 그는 무장들에게 주위에 잇는 논밭의 작물을 모두 베게 했다. 그리고 주변의 마을, 성 주위의 주민들을 모두 성 안으로 몰아넣었다.
며칠 만에 이변을 알아챈 키타바타케 진영이었지만, 그걸 내다보고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진영의 보급로를 끊었다.
보급로 사이에 몇 군데 간이 관문을 설치하고, 병사들에게 짐의 절반을 관문세로 징수하도록 명했다.
명확한 방해공작(いやがらせ)임을 알아도 키타바타케 진영은 속수무책이었다.
관문으로 쳐들어가면 그 길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다 진영에게 알려주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관문을 그대로 방치하면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늘어난 주민들 때문에 1개월도 지나기 전에 군비가 고갈된다.
주민을 방치해서 굶어죽게 하면, 이윽고 주민에 의한 식량 폭동이 일어나 노부나가와 전투를 벌일 상황이 아니게 된다.
이런저런 부정적 정보들에 의해, 순식간에 키타바타케 진영은 불온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보고로는 성 안에서 때때로 노성이 들린다고 하더구나"
"예. 주민들에 의한 폭동이 발생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요시나리의 말에 노부나가는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방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궁지에 몰린 놈들이, 여기서 단번에 만회하겠다고 야습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 각 무장들에게 야습 대책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환기시켜 두어라"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키타바타케의 후나에슈(船江衆)가 우지이에 보쿠젠의 진지에 야습을 걸어왔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지시를 따라 야습 대책을 세워놓고 있던 우지이에 보쿠젠은 야습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나아가 철저히 몰아넣어 후나에슈를 괴멸시켰다.
우지이에 보쿠젠의 진지에 가해진 야습은 막아냈지만, 키타바타케 진영을 너무 몰아넣은 탓에 노부나가는 뼈아픈 보복을 받았다.
타키카와 카즈마스가 서쪽의 마무시(魔虫) 계곡에서 공격해 올라갔으나, 성 안에서 화살, 철포가 빈틈없이 쏘아졌고, 게다가 창끝에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인 수만개의 죽창이 날아왔다.
오카와치 성으로부터의 격렬한 저항에 타키카와는 뼈아픈 손해를 입고 전과를 올리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미 놈들에게 힘은 남아있지 않다. 사방팔방에서 파상공격을 건다"
타키카와의 패퇴에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군이 풍전등화 상태라고 생각하고, 사방에서 파상공격을 걸기로 결정했다.
병사의 교대가 끝나는 9월 27일부터, 오다 군은 오카와치 성에 대해 파상공격을 걸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맹공, 하지만 성에서 치고 나가면 즉시 철수하는 오다 군의 태도에, 키타바타케 군은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가중될 뿐이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활로를 뚫는 것도 하지 못한 채, 키타바타케 진영은 대단히 힘든 상황에 빠졌다.
"일체의 관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조리 죽일 생각으로 성을 공격하라"
하지만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가 얼마만큼 무장과 병사를 잃던 간에 가신들에게 사정을 봐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일 후인 10월 3일, 드디어 키타바타케 진영은 백기를 올리고 노부나가에게 강화를 타진했다.
강화의 타진을 받은 노부나가는, 즉시 오카와치 성으로 사자를 보냈다.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 부자는 오카와치 성에서 출성(出城)할 것. 챠센마루(茶筅丸)를 토모후사의 양사자(養嗣子, ※역주: 대를 이을 자격을 가진 양자)로 삼고, 키타바타케 토모노리의 딸인 유키히메(雪姫, 센다이고젠(千代御前))의 남편으로 받아들여 챠센마루를 키타바타케 가문의 후계자로 삼을 것.
그 외에 이런저런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면 항복을 인정하겠다고 사자는 키타바타케 진영에 통보했다.
내용은 완전히 키타바타케 가문을 빼앗겠다는 것이지만,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는 노부나가의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고 오카와치 성에서 퇴거했다.
10월 4일,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 부자를 오카와치 성에서 출성시킨 후, 타마루(田丸) 성을 시작으로 키타바타케 휘하의 성을 철거시켰다.
그리고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에게 성을 제압하게 한 후, 챠센마루가 오카와치 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앗다.
또, 노부나가는 여행객들을 괴롭히던 이세의 모든 관문을 폐지하고, 관문세의 징수를 엄히 금지하는 포고를 내렸다.
10월 5일, 우지야마다(宇治山田)로 가서 이세 신궁(伊勢神宮)의 내궁(内宮), 외궁(外宮), 아사마(朝熊) 산에 참배한다.
10월 6일, 코사쿠(小作)에 숙박한다.
10월 8일, 이가(伊賀) 우에노(上野) 성으로 이동하여 노부나가는 여기서 군을 해산시켰다.
10월 9일, 호위대와 함께 쿄(京)로 향한다. 하지만 치구사(千草)까지 갔을 때 큰 눈에 발이 묶여, 하룻밤을 묵게 된다.
10월 10일, 오우미의 이치하라(市原)에 숙박한다.
10월 11일, 쿄에 들어가 이세 국 평정을 쇼군 요시아키에게 보고한다.
쿄에서 4일에서 5일 정도 정무를 수행한 후, 노부나가는 17일에 미노의 기후로 돌아온다.
그 스케줄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나가요시 등이 돌아오는 것은 10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케이지와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예상보다 하루 늦은 11일에 귀가했다. 그들은 짐 정리를 마치자 우선 목욕탕에 들어갔고, 다음으로 식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그들이 귀가한 이후, 무장들도 입욕을 목적으로 차례차례 찾아왔다. 그들은 노부나가가 내방할 때까지 얼마 안 되는 휴식을 만끽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걸 해야 되는 거지……?"
17일에 기후로 돌아온 노부나가는, 쌓은 정무를 처리한 후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왔다.
그는 온천을 만끽하기 전에, 시즈코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밥을 해라, 였다.
전국 시대,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특히 무장이나 영주에게 식사를 낼 수 잇는 요리인은 극히 적었다.
왜냐하면 영주가 몸이 나빠져서 병에 걸리면 제일 먼저 의심받는 입장이며, 게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 같은 명예는 거의 얻을 수 없지만 책임은 중대하다는, 대단히 불우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교의 가르침이 뿌리깊은 전국시대는, 노부나가처럼 사치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은 악덕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역으로 찔러 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교의 개조(開祖)인 석가불타(釈迦仏陀, ※역주: 석가모니)는 '모든 생명은 똑같이 고귀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네놈들은 부처의 말을 무시하고 생명에 우열을 두려는 것이냐?
모든 것에 감사하며, 남김없이 먹는 것이야말로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네놈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론을 말하고는 있지만, 노부나가의 본심은 "일일이 남이 먹는 것에 참견하지 마라"였다.
그는 먹을 것에 집착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의미도 없이 지적받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밥을 부탁한다, 라고 다 떠넘기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불평을 말해도 소용없지만,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버리는 시즈코였다.
하지만 식사회는 유리 제품의 장점을 노부나가에게 전달할 좋을 기회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의욕적으로 메뉴를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한 메뉴는 닭고기와 민가닥 버섯(本しめじ)을 넣어 지은 밥, 송이버섯 국물, 잎새버섯(舞茸)과 표고버섯의 덴뿌라, 계절 야채의 찜요리(温野菜)였다.
여기에 식전주로서 매실주, 그리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올린 밤 푸딩을 냈다.
시즈코가 아이스크림이나 푸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미츠오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기술자 마을에서 기어나 크랭크의 재현에 성공했기 때문에, 시즈코는 원심분리기의 개발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깊이 생각한 탓인지, 설계도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미츠오가 나타나서 어어하다가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구조가 너무 심플해서 불안해진 시즈코였으나, 실제로 제조해보니 놀랄만큼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결점은 있지만, 일단 원심분리기로서의 기능은 충족시키고 있었다.
후에 아시미츠에게 "미츠오는 일요일 목공일이 취미다"라고 듣고, 그가 원심분리기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었던 이유가 판명되었다.
애초에 원심분리기가 없어도, 생그림은 우유를 가만히 놔두면 멋대로 지방분이 분리된다.
그 생크림을 용기에 넣고 상하로 흔들면 단시간에 버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생크림도 버터도 일본 요리에서는 필수 조미료가 아니기 때문에, 시즈코는 크게 바라지는 않았다.
있으면 편리, 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우유나 생크림이 손에 들어오면, 푸딩이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거의 문제는 없다.
바닐라 에센스 등은 아무래도 입수할 수 없지만, 없어도 아이스크림이나 푸딩을 만드는 데 그다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밤 푸딩의 재료는 삶은 밤, 우유, 설탕, 계란. 아이스크림은 생크림, 설탕, 계란, 우유가 최저한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이 중요하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텀블러 글래스를 얹은 쟁반을, 시즈코는 긴장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의 앞에 놓았다.
"호오…… 이건 자기나 도기와도 다른 그릇이구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군. 그게 참으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로다"
텀블러 글래스는 아름다운 푸른색의 컷 글래스였다.
망원경에 쓸 수 있는 유리 렌즈의 제조가, 유리 개발의 최종 도달점이다. 그에 반해 컷 글라스는 반 시즈코 파를 침묵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완성도에 따라서는 반발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킬 수 있다고 유리 장인 견습생들은 생각하고, 그들을 깜작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대나무잎에 마(麻)의 잎사귀 문양.
야라이미스지몬(矢来三筋紋, ※역주: 독음 확실하지 않음)이나 에도 키리코(江戸切子)에 흔한 디자인을 그들은 선호했다. 이것은 에도 키리코가 친숙한 일본식(和) 문양을 세공하고 있는 것이 이유이다.
"남만에서 유리라고 부르는 그릇입니다. 저는 오와리 키리코(尾張切子)라 부르고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푸른색의 컷 글라스는 신비로운 빛을 뿜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한 눈에 반한 듯, 내용물이 없어진 유리를 손 위에서 굴리면서 유리의 빛을 즐기고 있었다.
"여, 영주님. 유리는 깨지면 예리한 날붙이가 되기 쉬우니, 손을 다치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급에는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응?
그러냐…… 만약, 이 중에 지금이라도 시즈코에게 불만을 가진 자가 있다면 나서 보거라. 이 정도로 아름다운 그릇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노부나가의 물음에 대답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럼,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요리를 가져오거라!"
노부나가는 가신들을 한 번 쳐다본 후 호령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성들이, 노부나가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요리를 운반해왔다.
"과연, 시즈코로구나. 대단한 진수성찬을 만들었도다"
매실주에서 밤 푸딩까지 대체로 호평이었다. 특히 잎새버섯과 표고버섯의 덴뿌라가 대호평으로, 노부나가는 드물게 세 번이나 추가 주문을 했다. 물론, 무장들도 추가 주문을 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참으로 맛있군요"
"이 버섯과 고기를 섞은 밥은 매일 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뭐, 민가닥 버섯은 내 시대에서도 사치품이었으니까)
역사적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다행히 노부나가에게서 빌리고 있는 산은 버섯의 보고(宝庫)였다. 물론, 위험한 독버섯도 있지만 그것들은 깊은 구덩이에 묻어서 버리고 있다.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즈코의 입장은 군침이 흐를 것이다.
송이버섯, 잎새버섯, 민가닥 버섯, 게다가 인공재배 표고버섯. 그 외에도 마이너하지만 맛있는 버섯을 제철에 딸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만에 하나 그것을 어기면 엄격한 처벌이 내려진다.
"온천에서 몸을 치료하고,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영기(英気)를 축적하도록"
노부나가는 배불리 밥을 먹는 가신들에 대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모두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띠고 식사를 하는 가운데 묵묵히 먹는 사람이 있었다. 히데나가(秀長)였다.
반 시즈코 파를 부추긴 히데나가는 속셈이 실패했지만, 애초에 그는 어떤 결과라도 상관없었다.
반 시즈코 파가 강해지만, 주류파와의 사이를 중재하여 양쪽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주류파가 힘으로 반 시즈코 파를 억누르면, 반 시즈코 파를 자기 진영에 끌어들일 수 있다.
시즈코가 실패하여 실각하면, 그녀를 건져내어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인다. 시즈코가 성공을 거두어 훌륭한 결과를 낸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다.
이번의 소동은 그에게는 떠보기 정도로, 시즈코를 제거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저 계집, 의외로 담이 크군. 설마 해를 넘기기 전에 성과를 보이다니. 그냥 주위에 끌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야. 적에 대해서는 용서없이 치고 들어오는 패기가 있군. 주류파가 그녀를 옹호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표면만 본다면,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마음대로 이용당하기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빈약한 분위기는 위장이며, 내면에는 무장에 뒤지지 않은 투쟁심이 있다고 히데나가는 생각했다.
(여자라고 얕보다간 뼈아픈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는 잠시 상황을 살피도록 하지요. 하지만, 때가 되면 그 힘은 오다 님이 아니라 형님을 위해 써 주셔야겠소, 시즈코 님)
이세를 평정하고 천하포무에의 길은 순풍에 돛을 단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산 넘어 산, 그야말로 시련과 곤란의 연속인 것을 그들은 모른다.
오다 가문을 둘러싼 불온한 분위기는 서서히, 그리고 착실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겨울의 도래를 맞아, 추위도 한층 뼈에 스며들 무렵.
오우신 신사(櫻信之社)에 있는 사무소(社務所) 겸 주거구역에서, 두 자루의 애도를 허리에 차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아시미츠가 나왔다.
머플러는 그가 골랐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북유럽 계열의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아시미츠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어떤 나무 뿌리에 앉았다. 명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물론 그는 명상 따위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쇼군(公方)은 밀서를 아사쿠라(朝倉)에게 보냈는가?"
(예. 당신께서 예측하신 대로, 아시카가(足利) 쇼군께서는 밀서를 각지에 보냈습니다)
눈으로 볼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아시미츠의 물음에 대해 노인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는 듯 질문을 이어갓다.
"오다가 각지의 영주에게 상락을 부추기고 있는데, 아사쿠라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군"
(수하가 조사한 바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자이(浅井)에게 보내진 밀서는 누가 받았는가. 비젠노카미(備前守)인가, 아니면 사효노죠(左兵衛尉)인가"
(사효노죠께서 먼저 받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아사쿠라와 거래를 하겠지. 그 부분을 주의깊게 감시해라. 비젠노카미는 그렇다치고 사효노죠는 아사쿠라 정도의 송사리에 집착할 가능성은 높다"
아자이 가문은 롯카쿠(六角) 가문과 오랜 세월에 걸쳐 세력다툼을 계속해왔다.
그런 롯카쿠 가문으로부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아자이 가문은 킨키(近畿) 북부의 명가인 아사쿠라 가문과 동맹을 맺었다.
이후, 아자이 가문과 아사쿠라 가문은 서로 깊은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고 한다.
하지만 아자이 가문과 아사쿠라 가문은 대등한 관계였는가. 몇 가지 증거를 보게 되면 그 의문이 떠오른다.
"최후(詰め)의 성"에 위치하는 오오즈쿠(大嶽)에 있는 성은, 아자이 가문의 성이 아니라 아사쿠라 가문의 성이다.
오다니(小谷) 성을 시작으로, 주변의 아자이 씨의 성곽에는 모두 아사쿠라의 성곽 기술이 사용되었다.
아자이의 영토인 오우미(近江) 국과, 아사쿠라의 영토인 에치젠(越前) 국과의 국경 부근에, 아자이가 성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아사쿠라의 본거지인 에치젠 이치죠다니(一乗谷)에는, 아사쿠라의 가신들에 섞여 아자이 씨의 저택이 있다.
비밀(禁制) 서류(書留文言)에 아사쿠라 카게타케(朝倉景健)의 '하지(下知, ※역주: 분부함)'에 대해,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비밀 서류에는 '집달(執達, ※역주: 윗사람의 뜻을 아랫사람에게 전함)라고 쓰여 있는 등, 이상한 점을 들자면 끝이 없다.
특히 아사쿠라와의 국경 부근에 성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 비정상적이다.
한 번은 동맹이었다가 후에 적대 관계가 된 노부나가에 대해서는, 아네가와(姉川) 전투 전에 미노(国境)와의 국경에 있는 성의 방비를 강화하기 위해 급거 수축(修築) 등을 진행했다.
아이치(愛知) 강을 끼고 대립 관계였던 롯카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국경의 방어를 담당하는 '경계선(境目)의 성'을 구축했다.
하지만 아사쿠라와의 사이에만 '경계선의 성'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아사쿠라에게만 국경이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아자이 가문의 태도야말로, 아자이 가문이 에치젠 아사쿠라 가문의 피관(被官, 슈고(守護) 다이묘(大名)에 종속되는 영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외람되오나 아사쿠라 가문은 유서깊은 명가. 송사리라는 평가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만)
"유서깊은 명가라, 그게 뭐라는 거냐. 아시카가 씨도 이름만이라면 오래되었지만, 지금은 쇼군 한 명 지킬 힘조차 없다. 오다 가문의 재력과 군사력이 있기에 놈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지"
(……당신께서는 아시카가 씨를 위해 움직이고 계시는 게 아닌 겁니까)
"착각하지 마라, 토비카토(鳶加藤). 내게는 쇼군이 죽던, 아시카가 씨가 멸망하던 관계없다. 물론,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비젠노카미와 오이치를 신경쓰고 있지. 그래서 나는 움직이고 있는 것 뿐이다"
여자아이를 달래는 듯한 눈으로, 잘 깨지는 것을 만지듯 상냥한 손길로 머플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상냥한 눈의 안쪽에서 광기를 느낀 토비카토는, 무의식중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네게 타케다(武田)의 암살을 알린 것도, 상냥함 같은 값싼 이유가 아니다. 네 능력이 내게 도움이 된다. 단지 그뿐이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살아난 것은 사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몸이지만, 마지막까지 당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나를 위해 일해라"
그 말만 하고 아시미츠는 몸을 일으켰다.
앉을 때는 없었던 자루가 그루터기에 놓여 있었으나, 아시미츠는 신경쓰지 않고 사무소 겸 주거구역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그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토비카토는 작게 중얼거렸다.
(한 번도 방심하지 않으셨다. 철저하시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저 분은 항상 배신당해 오셨으니까. 그래도 저 광기가 내 영혼을 뜨겁게 한다. 훗, 나도 이미 광기에 휩쓸린 인간인지도 모르겠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가벼운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었다.
나무들의 흔들림이 멎었을 때, 그루터기에 있던 자루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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