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62 1569년 12월 상순



12월 중순, 노부나가는 쿄(京)의 일각에 휘하의 상인들의 점포를 차례차례 개점했다.

음식점, 의상점, 잡화점 등 내용은 다방면에 걸쳤으나, 판매하는 것은 전부 오와리(尾張), 미노(美濃)의 특산품이었다.

하지만 상품이 풍부해져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모이지 않으면 시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점을 인식하고 있던 노부나가는, 소비자들이 모일 방법을 궁리했다.


노부나가는 상품의 정보를 효율좋게 사람들에게 전달, 확산시키는 것이 소비자를 모으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시미츠에게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높이는 전단지를 만들게 하여, 그것을 시즈코가 만든 등사판 인쇄기로 대량으로 인쇄하여 시장이나 거주지에서 전단지를 무료로 배포했다.

전단지를 사용한 선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쿄에 퍼져나가, 구경하려거나 신기함에 모여드는 자들이나, 적정 시찰을 겸한 장사꾼들이 발길을 옮겼다.


소비자의 구매나 상인간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노부나가는 동란으로 황폐해진 쿄의 부흥을 명목으로, 모든 거래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했다.

세금은 일부 사치품에만 부과되는 특별세와, 현대 일본의 소비세와 유사한 일반 간접세였다.

징수한 세금은 궁궐(禁裏)의 수리 비용, 파손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인프라의 정비 비용, 치안을 유지하는 경라대의 비품 구입 비용 등에 사용되었다.

게다가 노부나가는 징수한 세액, 그리고 세금의 사용 용도를 쿄의 백성들에게 공표했다.


이러한 정책을 노부나가가 시행하는 이유는, 요시아키(義昭)의 쇼군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었다.

요시아키는 노부나가의 조력으로 쇼군의 자리에 올랐지만, 어릴 때부터 불문(仏門)에 있었던 그는 믿을 수 있는 가신이 적었다.

이대로는 막부의 운영은 일찌감치 파탄난다. 그래서 요시아키는 노부나가로부터 몇 명의 가신을 빌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막부를 운영하려고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요시아키의 요청에 쾌히 응하여, 무라이 사다카츠(村井貞勝)를 시작으로 몇 명의 가신을 쿄에 파견하여 막부의 업무를 도왔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막부의 업무를 돕는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막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요시아키의 보좌로서 아시카가(足利) 막부를 뒷받침하는 입장이다.

또, 특정한 영주를 끌어들여 막부를 성립시키는 운영 방법은 노부나가가 처음은 아니다.

제 10대 요시타네(義稙)의 오오우치 요시아키(大内義興)와 호소카와 타카쿠니(細川高国), 제 12대 요시하루(義晴)의 롯카쿠 사다요리(六角定頼) 등, 이중 정권은 후기 아시카가 막부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중 정권으로 막부를 운영하며 노부나가의 우수한 가신을 다수 끌어들이더라도, 중요한 요시아키는 쇼군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또 그는 권위를 높이기 위해 시행한 토지 재판의 조정, 그리고 조정에 대한 참견 등 외교를 둘러싼 여러 실책으로 주위의 불평을 사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요시아키에 대해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노부나가는 우려하여, 요시아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근래, 쿄의 백성들로부터 쇼군(御所)에 대한 불평이 끊이지 않습니다. 평소의 행동을 좀 더 반성하시어, 백성들이 불평을 하게 된 원인을 고쳐 주십시오"


편지로 쇼군을 꾸짖을 정도로 노부나가는 요시아키의 연이은 실책에 화가 나 있다고 가신들은 두려워했으나, 정작 노부나가 본인은 미움보다는 피로감에 젖어 있었다.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몇 안 되는 수하들만 데리고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다.

머리를 비우고 탕치(湯治)하는 것이, 노부나가의 몇 안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기 때문이다.


"한숨도 안 나온다"


술잔을 기울이며 노부나가는 불평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노부나가가 뜨겁게 데운 술을 퍼마시는 걸 보니, 그가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을 시즈코는 알 수 있었다.


"힘드시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노부나가의 심적 피로를 헤아린 시즈코였으나,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중간한 상냥함은 상냥함이 아니라는 것을 시즈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부나가가 단순히 상냥함을 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영주님, 고노에(近衛)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안내하라"


소성에게 짧게 대답한 후, 노부나가는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소성들에게 술잔이나 술병을 치우게 하는 것과 동시에, 사키히사가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사키히사 혼자라면 딱히 신경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사키히사를 따라 아시미츠도 방에 들어온 것에 시즈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오다 님. 얼마나 힘드실 지 짐작이 갑니다"


인사하면서 사키히사는 적당한 곳에 앉았다. 아시미츠는 노부나가와 사키히사를 한 번 쳐다본 후, 두 사람과 시즈코 사이에 앉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두 사람으로부터 시즈코를 지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어허, 아시미츠 님에게는 미움받은 모양이군"


어깨를 움츠리면서 사키히사가 놀리듯 말했다. 노부나가도 아시미츠의 태도에서 꿰뚫어 본 듯,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시미츠는 두 사람의 태도에 대해 신경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나, 시즈코에게는 그가 약간 신경이 곤두선 듯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태도에 신경이 곤두섰다기보다, 다른 무언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뭐에 대해서 아시미츠가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인지까지는 시즈코도 알지 못했다.


"후훗, 그럼 지극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아는 대로, 쇼군 님의 실태(失態)는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내가 쇼군님의 명예회복을 꾀하면, 이유 불문하고 기분나빠하지. 하지만, 방치해두면 막부는 내부로부터 붕괴한다"


"제 쪽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립니다. 특히 전례를 무시한 조정에 대한 간섭은,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불만을 사고 있는 듯 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볼 때 요시아키의 실태는 위험 수준에까지 달해 있다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쇼군 님의 실태가 문제인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인가요?"


"상관없다. 지금은 기탄없는 의견이 필요할 때다. 시즈코와 아시미츠, 두 사람도 금후의 일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


자칫하면 막부의 운영을 뿌리부터 뒤엎는 얘기가 된다. 그런 것에 참가당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노부나가의 대답으로 입장에 속박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아시미츠와 마주본 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 괜찮으시면 협력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기대는 하지 말도록"


"후훗, 그걸 판단하는 것은 오다 님이시죠. 그럼, 제 의견입니다만 쇼군 님이 오다 님의 동향을 얌전히 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뭔가 수를 써 오겠지요. 하지만 쇼군 님은 군을 소유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오다 님에게 등을 돌릴 경우, 쇼군 님은 어디서 군을 얻으실까요"


아시카가 쇼군 가문이 운영하는 무로마치 막부는, 일본의 정치기관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무로마치 막부의 실태는 비참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우닌(応仁)의 난(乱) 이후, 막부군의 주 전력인 막부 호코슈(奉公衆)는 각지의 영주들에게 가신단으로서 흡수되었다.

영지도 쿄를 중심으로 한 키나이(畿内)는 얘기가 다르지만, 지방은 이미 무법지대로 화해 있었다.

권력도 에이로쿠 사변(永禄の変, 미요시(三好) 가문에 의한 아시카가 요시테루 암살사건) 이후 완전히 실추되었다. 경제 기반도 약하여, 이미 무로마치 막부는 껍데기만 남은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히 처음부터 군을 준비할 필요는 없지. 각지에 밀서(御内書)를 보내어 비밀리에 오다 가문만을 정치,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포위망을 구축해서 오다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거지. 적당히 약해졌을 때 다른 나라들에게 군세의 파견을 요청하여, '역적 토벌'의 대의명분 하에 오다 가문을 제거한다. 호코슈를 잃은 아시카가 쇼군 가문으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겠지"


사키히사의 의문에 아시미츠가 대답했다. 그는 현실적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의 무로마치 막부는 그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과연, 다른 나라의 군세를 이용하는 것이군요"


"하지만 오다 가문은 키나이의 세력을 거의 장악하고 있지. 만약 쇼군이 다른 나라의 군세를 이용한다면, 아마도 아자이(浅井), 아사쿠라(朝倉), 모리(毛利), 타케다(武田), 우에스기(上杉) 정도다. 누구든 좋다고 생각한다면 혼간지(本願寺)나 엔랴쿠지(延暦寺)에 기댈 가능성이 있지"


"막부의 권위가 실추된 지금, 각 세력이 하나로 뭉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시즈코의 지적은 옳았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오다 포위망을 구축한 요시아키였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각 세력은 한 번도 뭉치는 일 없이 제멋대로 오다 가문에 반발했다.

그 때문에, 노부나가는 적대 세력이 싸움을 걸어와도, 그 후에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또, 포위망을 구축한 세력이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력에 싸움을 걸어도 다른 세력이 원군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노부나가는 각 세력을 분열시켜 약화시키는 데 착수했다.

대소를 가리지 않고, 노부나가는 적대 세력에 대해 정략(調略) 또는 섬멸을 하여, 11년에 걸친 오다 포위망을 돌파했던 것이다.


"한 번은 뭉치겠지. 하지만 금방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하여, 포위망으로서의 단결력을 잃을 것이다. 즉, 설령 오다 포위망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최초의 포위망만 돌파하면 오다 포위망을 뭉개버릴 수 있는 가능성은 남는다"


"흠…… 만약 오다 포위망이 완성된다고 하고, 지금부터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지?"


노부나가의 물음에 세 사람은 조금 생각한 후, 각자의 대답을 말했다.


"물량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의 발전이군요"


"물자의 생산 기반을 반석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기(火器)의 공업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개발해 두는 것, 일까"


사키히사, 시즈코, 아시미츠의 대답은 하나같이 중요했다. 물량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 기반, 화기를 다수 보유하는 것, 대군을 유지할 수 있는 물자 생산력은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잘못하면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들여 조금씩 환경을 갖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그것을 각자의 목표로 삼아라"


노부나가의 한 마디에 각자가 행동할 방향성이 정해졌다.


그 후, 사키히사는 부채머리 독수리를 한 번 보고 싶다며 시즈코와 함께 자리를 떴다. 노부나가와 아시미츠 두 명은 그 자리에 남아서, 잠시 말없이 술잔을 나누었다.

그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시미츠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 채로 중얼거렸다.


"키소(木曽) 삼천(三川)에 저수지를 만들고 있었지. 그것의 공사를 앞당기거나, 아니면 사람을 늘릴 수는 없는가"


"……사람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헌데 그 이유는 무엇이냐"


치수(治水) 및 이수(利水) 대책으로서, 노부나가는 우선 키소 삼천에 대해 저수지 공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저수지 공사에 착수한 이유는,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장마나 태풍이 오고 한번에 대량의 비가 내리면 하천의 물이 늘어난다. 수량이 하천의 허용량의 한계에 달하면 범람이 일어나 강을 따라 위치한 촌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하지만 저수지를 설치하면, 맑을 때는 일정의 수량을 저수지에서 방출하고, 태풍이나 큰 장마 때는 미리 방류를 하여 용량을 비워서 큰 비에 의해 늘어난 하천 물의 일부를 저수지에 저장해두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저수지에서 방류하는 양을 조절하여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는 수법을 홍수 조절이라고 한다.


"저수지의 수량은 막대하지. 자칫 잘못하면 미증유의 재해가 발생할 정도로 말이다"


"네놈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걸 실행할지는 내가 판단한다"


"상관없다. 나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니"


"……저수지의 확장 공사를 명해 두지"


아시미츠의 계책을 실행하면 미증유의 재해가 발생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태연하게 계책으로서 제안하는 것에 노부나가는 소름이 끼쳤다.




노부나가의 오와리, 미노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최우선 개발 지역이 미카와(三河) 국과 접하는 동(東) 오와리. 다음으로 치타 반도(知多半島)를 포함하는 남(南) 오와리, 세번째가 미노 국과 접하는 북(北) 오와리이다.

하지만 마지막 지역인,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을 포함하는 서(西) 오와리는, 다른 곳과 달리 정책 수립의 예정조차 없었. 정책 수립의 예정이 없는 이유는, 서 오와리가 노부나가의 지배하에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오와리 국과 이세(伊勢) 국의 국경에 있는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은, 키소 강의 흐름에 의해 육지로부터 격리된 지역이다.

육지의 고도(孤島, ※역주: 외딴 섬) 같은 지역은 일곱 개의 윤중(輪中, ※역주: 제방 등으로 둘러싸인 저습지의 촌락)으로 나뉘어져, 예전에는 나나시마(七島)라고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지 나나시마가 변하여 나가시마(長島)로 불리게 되었다.

이세 국 쿠와나(桑名) 군(郡)에 있지만, '신장공기(信長公記)'에 의하면 오와리 국 카와치(河内) 군(郡)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501년(분키(文亀) 원년(元年)), 스기에(杉江) 지역에 간쇼지(願証寺)가 창건되어, 렌뇨(蓮如)의 6남인 렌쥰(蓮淳)이 주지로 취임하였다.

이후, 혼간지는 현지의 영주 계층을 끌어들여, 나가시마 주위에 나카에 성채(中江砦), 오오토리이 성채(大鳥居砦) 등의 방어 시설을 증설하여 무장 강화를 꾀하고, 수십 개의 사원, 도장을 세워서 지역 일대를 완전히 지배했다.


나가시마는 노부나가와 복잡한 관계가 있는 땅이기도 하다.

노부나가에 적대한 자들, 또는 과거에 적대하여 패퇴한 자들이 도망치는 곳이 나가시마였다.

츠시마(津島)의 남쪽에 있는 카와치(河内)에 세력을 가진 핫토리(服部) 당의 두령, 핫토리 토모사다(服部友貞)는, 1560년(에이로쿠(永禄) 3년) 오케하자마(桶狭間) 전투에서 이마가와(今川) 군에 참가하여 노부나가와 적대했다.

1567년(에이로쿠 10년), 이나바(稲葉) 산성(山城)의 전투에서 노부나가에게 패배한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는, 북 이세의 나가시마로 망명했다고 전해진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는 나가시마를 공격하지 않고, 북 이세의 지방 영주들을 복속시키는 데 그쳤다.

에이로쿠 4년에 오와리 통일을 이루었을 때에도, 노부나가는 나가시마를 포함하는 키소 삼천 하류지역의 지배를 단념했다.


노부나가도 진군을 주저하는 윤중 지대를 지배하는 렌쥰은, 이 무렵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노부나가가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했지만, 그에 대해 자신들(혼간지 세력)을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그의 주장을 알기쉽게 말하면, 기술을 넘겨라, 이익의 일부를 넘겨라이다.

노부나가가 혼간지에 복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가 나가시마를 한 번도 공격하지 않는 것에 렌쥰은 우쭐해져서 무가(武家)인 노부나가가 종교적 권위를 갖는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엇다.


또 하나는 니히메(仁比売)의 존재였다. 혼간지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니히메에 대해 조사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정보가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이 니히메를 조사하고 있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수익에 관계된다. 노부나가가 지배하는 오와리, 미노는 석고(石高)로 따지면 대략 100만에서 110만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백만 석이 아니라, 그 세 배인 3백만 석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수수께끼였으나, 니히메의 존재를 알게 되자, 노부나가는 니히메로부터 기술을 계승받았다고 켄쥰은 생각했다.

즉, 니히메를 혼간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노부나가의 수익을 그대로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렌쥰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니히메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익한 정보는 무엇 하나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니히메의 이미지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니히메는 노부나가에 의해 만들어진 시즈코의 허상이다. 물론,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이미지를 그대로 니히메에게 채용하지 않았다.

전국시대의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綾小路俊量)가 죽은 것이 1518년, 거기서부터 역산해보면 니히메는 50세에서 60세 전후의 노파라고 주위에서 믿도록 정보를 조작했다.


정보가 모이지 않는 것에 렌쥰은 초조함을 느끼면서도, 니히메에 대해서는 그렇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노부나가가 니히메에 대해 높은 지위나 상을 내렸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종교적 권위가 있는 지위를 준다고 말하면, 니히메는 간단히 혼간지 세력으로 올 거라고 그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그런 소리를 하면 태반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전국시대에는 종교적 권위가 세력을 떨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니히메가 자신들에게 간단히 넘어올 거라고.


"후―, 끝났다―. 비트만들의 브러싱은 꽤나 피곤하네"


그러나 니히메의 실상인 시즈코에게, 종교적 권위는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보다 못했다.

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는 그녀였으나, 지장(地蔵)이나 불상, 묘를 보면 합장한다.

시즈코는 종교나 신불(神仏)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현대 일본인에게 많은 창창종교(創唱宗教)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특정 종파에 입신하여 교의를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무종교파일 뿐이다.




사람들이 연말연시의 준비에 착수할 무렵, 시즈코를 포함하는 오다 군은 쿄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군사 행동이 아니라, 요시아키의 민폐를 덮어쓴 가신들을 위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초대자가 막부의 신하들(幕臣)이라는 것 때문에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에 더해 모리 요시나리, 시바타, 삿사, 사쿠마, 히데나가, 타케나카 형제 등 오다 가문의 정예 가신단도 종군했다.


아케치(明智)나 무라이(村井)를 필두로 하는 오다 가문으로부터 쇼군 가문으로 파견되어 있는 가신들,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나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 사카이(堺)의 호상(豪商) 등, 노부나가와 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위로회(慰労会)에 초대되었다.

쇼군인 요시아키는 주위에 막대한 민폐를 끼치는 원인이었기에 위로회에는 초대되지 않았다.


위로의 요리를 만드는 대임을 맡은 인물은 고로였다.

몇 년 전까지는 쿄에 있는 이름없는 요리점에서 견습으로 일하던 그였으나, 마음을 새롭게 먹고 미츠오나 아시미츠, 시즈코에게 요리를 배우던 도중에 요리사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느 틈에 노히메의 요리사일 뿐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요리사로도 임명되어, 지금은 오다 가문의 주방을 책임지는 수석 요리사(料理頭)로까지 출세했다.


처음에는 위축되었던 고로였으나, 덜덜 떨리는 심신에 기합을 넣고, 보기좋게 위로회를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그가 만든 요리는 포르투갈인이나 중국인들과 교역을 하며 산해진미를 모조리 먹어보았다고 자부하는 사카이의 호상들도 맛있다고 보증을 할 정도였다.

특히 수분을 많이 포함하는 관계로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생과자들은 참가자들의 혀를 매료시켰다.


위로회 후, 시즈코나 고로는 콩으로 만드는 콩가루(きな粉), 찹쌀로 만드는 백옥분(白玉粉, ※역주: 찹쌀가루를 물에 담가 희게 한 후 말린 것), 멥쌀(うるち米)로 만드는 상신분(上新粉, ※역주: 정백미를 빻은 가루), 감자로 만드는 얼레짓가루, 옥수수로 만드는 콘 스타치(cornstarch) 등, 조리용 가루에 관한 제조법을 노부나가 소유의 요리점에 전수했다.

2개월만 지나면 노부나가 휘하의 상인들의 가게에서 미타라시 경단(みたらし団子)이나 백옥경단(白玉だんご) 등이 팔리고, 그것들을 목적으로 호상(豪商)이나 공가(公家) 등의 유력자들이 쿄에 돈을 쓰고 간다는 식이다.


정무나 다양한 안건들을 모두 처리한 후, 오다 군은 기후로 귀환했다. 모리 요시나리가 노부나가에게 보고를 마치자, 오다 군은 해산하여 각자 귀로에 올랐다.


"여러분,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오와리로 돌아온 지 1주일 후, 시즈코도 또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위로회 겸 망년회를 열었다.

참가자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 키묘마루, 할아범, 아시미츠, 미츠오, 츠루히메(鶴姫), 시바(芝), 그리고 시즈코까지 열한명이다.

처음에는 연회에 가까운 형식으로 할까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모처럼의 망년회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예의를 집어치운 연회 형식으로 바꾸었다.

최종적으로 시즈코는 대형의 통짜형 풍로(切り出し七輪)를 여러 개 늘어놓고, 그 위에서 꼬치구이를 하는 바베큐에 가까운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연회 형식을 채용한 폐해로서, 전례없는 행위를 용인할 수 있는 사람들밖에 초대하지 못했다.


꼬치구이의 재료는 다양하여, 고기는 닭이나 거위, 메추라기는 물론이고 사슴이나 멧돼지 고기도 준비했다.

짐승고기 뿐만 아니라 양파나 호박, 파 등의 제철 야채나, 혼모로코(ホンモロコ)나 겨울숭어(寒ボラ), 감성돔(黒鯛) 등의 제철 어류도 갖추었다.

제철은 아니지만 새우나 게, 전복, 가리비, 소라, 대합, 양식중인 굴도 준비했다.

각각의 재료에 밑준비를 한 후, 밑준비가 끝난 재료부터 꼬치에 꽂으면 준비는 완료된다. 이후에는 각자 취향대로 구워서 원하는 때에 소스를 뿌리면 완성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무사히 연말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딱딱한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은 실컷 먹고 마시며 영기를 북돋아주세요. 남자들아, 기뻐하도록. 술은 잔뜩 준비했노라. 도가 지나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오늘은 아무리 마셔도 좋다!"


순간, 남자들이 환성을 질렀다.

그녀의 말대로, 방의 한 구석에 청주의 술동이(약 18리터)가 4개, 탁주가 든 술동이가 3개 놓아져 있었다. 가까운 테이블에는 술을 뜨겁게 데워먹을 때 쓰는 술병(徳利)이나 작은 사기 잔(猪口), 술잔이 가득 놓아져 있었다.


시즈코의 감독 하에 청주는 제조되고 있지만, 시장에 돌아다니는 청주의 양은 극히 미미하다. 그 청주를 마음대로 마셔도 좋다고 하니 남자들이 기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배의 선창에 전원이 이어서 화답했다. 시즈코의 인사가 끝나자, 각자 멋대로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 묵묵히 구워먹기만 하는 사람, 술대결을 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부레이코(無礼講, ※역주: 신분이나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마음놓고 즐기는 주연으로, 한글로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일본어 독음으로 적었음)였다.


여담이지만 입장이나 자리 순서, 예의바름을 무너뜨리지 않는 젓을 인긴코(慇懃講)라고 한다.

또 부레이코의 본래 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다.

헤이안(平安) 시대, 공가 사회의 연회는 자리 순서가 신부닝 높은 사람부터 엄숙하게 정해져 있어, 한 번 그 자리에 앉으면 결코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없었다.

하지만 고다이고(後醍醐) 천황이 가마쿠라(鎌倉) 막부(호죠(北条) 씨)를 쓰러뜨릴 의사를 살피기 위해, 미노(美濃) 겐(源) 씨의 토키 요리사다(土岐頼貞), 타지미 쿠니나가(多治見国長), 아스케 시게나리(足助重成) 등을 초대한 주연에서 상식이나 예의, 전통을 무시했다.

예의나 전통을 무시한 이유는, 내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신분 관계를 제쳐놓고, 세상을 속이기 위해 연회를 가장한 협의 자리인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주연의 모습에 크게 놀라, 격식을 내려놓은 연회를 부레이코라고 불렀다. 이것이 부레이코의 유래이다.


처음에는 꼬치구이와 술을 만끽하고 있던 위로회였으나, 참가자의 태반이 취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서서히 혼돈의 장으로 변해갔다.


"아, 아저씨. 진짜 세…… 군"


"분하다…… 우풉"


"후후훗, 근처 선술집에 얼굴사진이 첨부되어 무한리필을 금지당한 저와 술대결을 하다니, 백 년은 이르군요"


케이지와 사이조는, 무모하게도 간장만큼은 명예 러시아인인 미츠오와 술대결을 벌였다. 술고래인 케이지조차 패한 것을 보니, 정말로 미츠오는 술에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요시도 케이지들과 함께 바닥에 엎어져 있었지만, 귀찮으니 시즈코는 세 사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멋져요, 미츠오 님"


큰 잔을 한 손에 들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는 미츠오를, 츠루히메는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미츠오에 뭐에 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의 연애사정에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센스가 없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쪽이 재밌으니까, 라는 본심을 마음 속 깊이 처박아두고.


"시즈코, 마시고 있느냐―. 아―, 너는 못 마셨지"


이미 취기가 오른 키묘마루가, 묵묵히 꼬치를 굽고 있는 시즈코에게 엉겨붙었다.

전국시대, 영주나 무사 계급은 성인식을 마친 후, 농어촌에서는 '와카슈(若衆)', '무스메나카마(娘仲間)' 조직에 가입하여 성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받은 후에 음주가 허락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미성년이 어른의 기분을 맛보기 위해 숨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끊이지 않는다.


"너는 확실히 마시고 있네"


"어,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없으니까 말이다. 할아범도 취해 있으니, 지금이라면 시끄러운 사람은 없지!"


웃으면서 키묘마루는 들고 있던 술잔을 기울였다.

할아범은 아시미츠와 함께 마시고 있는데다, 뭔가 즐거운 듯 대화하고 있어 키묘마루에게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잔소리를 듣지 않을거라고 키묘마루가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일 숙취 때문에 고생해도 난 몰라. 음―, 대합이 맛있네. 살아있는 채로 운반하는 데 고생했는데, 그에 걸맞는 맛이야"


"나는 새구이의 껍질이 좋군. 밥이 당기는 게 결점이지만"


"야채도 먹어"


"핫핫핫핫, 하지만 사양하겠다. 그러고보니 쿄에서 바테렌(伴天連)과 회담을 했다고 하던데, 대체 뭘 하고 온 거냐?"


"지금은 아직 비밀이려나. 뭐 그렇게까지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어"


쿄에서 오와리로 귀환하기 전날에, 시즈코는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애초에, 시즈코의 목적은 프로이스와 회담하여 어떤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딱히 다투는 일 없이 쌍방은 성과를 얻었다. 세간에서 볼 때는 프로이 쪽이 큰 이익을 얻었다.

왜냐 하면 프로이스가 얻은 것은 괴혈병의 치료약에 관한 정보였다. 괴혈병은 비타민 C를 섭취하면 되지만, 비타민 C와 괴혈병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1932년이다.


300년 이상 미래의 기술이나 지식을 얻은 프로이스에 대해, 시즈코가 얻은 것은 '다양한 품종의 수입에 대해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즈코가 원하는 농작물의 묘목이나 동물을, 예수회가 책임을 지고 일본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시즈코가 프로이스에게 최초로 요구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후추의 묘목,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말의 품종개량종인 아랍종, 맥주의 원료인 홉 등 세 가지였다.

그 이외에도 요구할 품종은 있었으나, 시즈코 측의 치료약에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그녀는 세 가지로 제한했다. 물론, 성과가 나오면 수입에 진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괴혈병의 치료 방법이 확립된다는 건…… 식민지 주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자)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는, 본래의 특효약인 파슬리 당의정(糖衣錠)이 아니라, 스펀지(海綿)를 이용한 콩나물(もやし)의 속성재배를 괴혈병의 특효약으로서 알려주었다.

콩나물은 물과 태양과 녹두(緑豆)가 있으면 된다. 배 위에서는 물과 생야채가 귀중품이지만, 흡수성이 높은 스펀지를 쓰면 재배용으로 물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에 반해 파슬리 당의정은 파슬리와 기름과 벌꿀과 죽초액(竹酢液)을 섞어 반죽하고, 그것을 백설탕으로 감싼 알약이다. 백설탕으로 감싸는 이유는, 습기 대책과 너무 써서 먹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다.

보존에 신경쓰면 1년 가까이 버티고, 콩나물보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배 위에서의 콩나물 재배보다 고효율이기에, 식민지 지배가 앞당겨지는 것을 두려워한 시즈코는 파슬리 당의정을 비밀로 했다.


구운 대합을 먹으면서 아직도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키묘마루에게 시즈코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뭐…… 이래저래 사정이 있는 거야, 이래저래"




노부나가가 이세를 평정한 것 때문에 주변국이 졸지에 소란스러워졌다.

주변국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노부나가의 동향에 서쪽으로는 모리(毛利), 동쪽으로는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 등의 유력한 영주들은 물론이고, 일본 전체의 영주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종교 세력이나 조정도,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피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많은 영주들은 노부나가의 대두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주시하는 데만 그치고 있었다.

혼간지나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는, 노부나가로부터의 군비 요구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의 정책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점에서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조정은 거의 사육되고 있는 입장으로, 적대시하면 자신들의 살림이 불을 뿜을 것은 자명했기에, 상황을 살피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노부나가에 대해 명확한 적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요시(三好) 3인방과 아사쿠라 가문 뿐이었다.

그 아사쿠라 가문과 관계가 깊은 아자이 가문은, 요시아키가 보낸 밀서가 원인으로 가문이 둘로 딱 갈라지는 집안소동이 일어났다.

지금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의 노부나가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파벌과, 요시아키의 밀서에 따라 맹우(盟友)인 아사쿠라 가문과 연대하여 노부나가를 치자는 파벌이었다.

전자는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가 필두였고, 후자는 아사이 히사마사(浅井久政)가 필두였다. 억지로 은거당하여 권한을 대부분 잃은 히사마사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배경에는, 친 아사쿠라 파의 가신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아무리 쇼군(公方) 님의 밀서가 왔다 하더라도, 주변국이 간단히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은 아시카가(足利) 장군가(将軍家)는 단순히 장식이며, 장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영주가 나올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오다 가문을 솔선하여 적대하여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는 이상, 지금은 태도를 보류하는 편이 낫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가마사 진영은 '한동안 상황을 본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쇼군 님의 의향은 오다의 말살. 밀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들에게는 대의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오다를 치면, 아자이 가문은 장군가에 대해 발언력을 늘릴 수 있다. 좋게 생각하라. 지금의 오다는 자신 이외의 권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이윽고 아자이 가문은 복종을 강요받고, 거절하면 멸망당할 것이다. 아자이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맹우인 아사쿠라 가문과 연대하여, 오다라는 역신을 쳐야 한다"


그에 대해 히사마사 진영의 의견은 '솔선하여 밀서에 따라야 한다'였다.


양쪽 모두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었고, 아자이 부자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기만 했다.

가신의 대부분은 히사마사 진영이었으나, 나가마사 진영은 오우미(近江) 국의 상인 연합이 지원하고 있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는 상태였으나, 사소한 일로 우열이 갈릴 위험성도 품고 있었다.


"이상이 오우미 국의 근래 상황입니다"


"음, 훌륭하다. 간자들에게는 충분한 상을 주고, 다음에 대비해 휴식을 취하게 해라"


타키카와(滝川)에게서 오우미 국의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타키카와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의 제6군단은 정보기관이며, 간자들을 이용한 타국의 정보 수집이 업무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노부나가의 의향에 따라, 오우미 국의 내정을 가능한 한 조사하고 있었다.


"정확성이 높은 정보는 때로 1만의 병력조차 능가한다. 지금부터도 잘 부탁한다"


"칭찬해 주셔서 황공합니다"


타키카와를 물러가게 한 후, 노부나가는 보고를 되새기며 생각에 잠겼다.


(자, 이걸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판명되었다. 다음에는 히사마사 진영에서 무능한 놈을 선별하여, 오우미 상인 연합에게 열렬하게 환영해주도록 의뢰해 둘까)


노부나가에게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인가 아군인가, 둘 중 하나이다.

그것은 설령 동맹국이라도 예외는 없어, 그는 아자이 가문의 내정을 노사하여 적과 아군을 구별했다.

적이 명확해지면, 다음에는 적 중에서 무능한 자를 고른다. 무능한 자를 꽤나 유능한 인물처럼 다루어 열렬한 환영을 반복하면, 이윽고 그 인물은 조직 내에서 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유능하지 않은 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내부는 이윽고 와해된다. 붕괴해버리면 이쪽 마음대로, 유능한 인간을 받아들이고, 무능한 자를 처벌하면 뒤탈도 없다.


(지금은 위험을 범할 때가 아니다. 정보 수집에 철저하며,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연말이라도 노부나가에게 쉴 틈은 없었다.




일거리 하나를 끝마친 시즈코는, 지저분해진 몸을 씻기 위해 곧장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야 짱. 나 좀 씻어야 겠으니 먼저 목욕할게. 식사는 그 후에 할래"


"알겠습니다. 갈아입으실 옷은 나중에 가져가겠습니다"


"잘 부탁해―"


손을 팔랑팔랑 흔든 후, 시즈코는 온천으로 향했다. 권력은 원하지 않는 시즈코였지만, 매일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만큼은 오기로라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목욕을 하는 쾌감은, 전국시대를 살아남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대충 씻고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한 순간, 그녀의 귀에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비트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녀의 주위를 돌면서 애교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샴푸라도 필요하려나, 너희들도 들어갈 거야?"


시즈코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비트만들은 가벼운 울음소리를 냈다.


"알았어. 오늘은 탕의 온도를 좀 낮춰야겠네"


개나 늑대는 냄새가 자기주장의 도구이기 때문에, 냄새가 사라지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특히 늑대의 경우에는 냄새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신의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사활문제이다.

하지만 위생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한 달에 한두번은 샴푸를 해줄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이 하면 피부가 상해 버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흐흐흥~. 그런데 언제부터 목욕해도 괜찮게 된 걸까. 바르티는 처음부터 여유였지만, 비트만들은 싫어했는데"


물은 마시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아무리 시즈코의 부탁이라도 비트만들은 목욕을 거부했다.

하지만 바르티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지, 그녀만은 순순히 시즈코의 샴푸를 받아들였다.

그것을 본 비트만들은 질투의 불꽃을 격하게 불태웠다.


애초에 비트만들은 물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만, 첫 목욕에 자기들도 모르게 겁을 먹어 버렸다. 그것을 바르티가 꿰뚫어본 것이라고 비트만들은 생각한 것이리라.

처음에는 물 속에 잠수하는 훈련을 하고, 이어서 물 속을 헤엄치는 훈련을 자기들 스스로 했다.

그렇게 눈물 없이는 말할 수 없는 노력을 거듭한 비트만들은, 드디어 3미터의 잠수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즈코가 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거듬한 그들은, 간신히 목욕탕에 겁내지 않고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맛본 샴푸의 감상은, 최고라는 말 뿐이었다.


"타올 오케이, 전부 준비 오케. 으으, 추워추워…… 얼른 들어가자"


코소데(小袖)나 속옷을 벗어 바구니에 넣은 후, 목욕 세트를 옆구리에 낀 시즈코는 여성 전용의 온천에 들어갔다.

자신의 머리나 몸을 재빨리 씻은 후, 무환자나무 분말을 물에 타서 비트만들에게 샴푸를 해 주었다.

아무래도 전원을 한꺼번에 샴푸해 주다보니 땀이 났지만, 그건 물을 끼얹어 씻어냈다.


"후이~, 극락이로다"


뜨거운 물에 담그는 순간의 쾌락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비트만들은 전용의 미지근한(37도 정도) 목욕물에 나란히 들어갔다. 그 풀어진 표정들은 신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늑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프로이스 씨한테 이불 같은 거 선물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려나"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프로이스로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받은 시즈코는, 받기만 해서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여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프로이스에게 도테라(どてら, ※역주: 솜을 누빈 잠옷), 코타츠(炬燵), 이불, 목욕용 나무통(木桶風呂)을 선물했다.

아는 사람이 알게 되면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타락시킬 도구라고 생각하겠지만, 시즈코에게는 추위를 이기기 위한 정도의 의식밖에는 없었다.


"일본의 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한 목욕은 최고다냐―"


최고급품의 키소 노송나무(木曽檜)에서 감도는 향기를 즐기면서, 적당히 따뜻한 온천으로 피로를 푼다.

비트만들도 욕조의 가장자리에 머리를 올려놓고 풀어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보고, 시즈코도 욕조 가장자리에 팔짱을 끼고 얼굴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가슴이 답답해"


가슴의 답답함에 시즈코는 눈을 떠서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눈에는, 욕조의 가장지리와 자신의 몸 사이에 끼어 뭉개지고 있는 자신의 가슴이 보였다.


컴파운드 보우로 사슴 사냥을 하는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대흉근이 단련되어 있었다.

궁도에서도 양궁에서도 활을 쏘기 위해서는 팔 뿐만이 아니라 다리, 허리나 상반신의 근육을 쓸 필요가 있다.

그 영향으로 완력 뿐만이 아니라 어깨 주변의 근육이나 등 근육도 단련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단련되는 것이 대흉근이다.


여성의 대흉근은 유방을 지지하는 받침대 역할의 근육으로, 여기가 약해지면 가슴의 모양이 흐트러진다. 하지만 평소의 생활에서는 대흉근을 단련하는 것이 어렵기에,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서 함께 쇠퇴해 버린다.

하지만 활은 대흉근이 적당히 단련되기 대문에, 버스트 업 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활을 다루면 반드시 버스트 업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즈코의 경우에는 성장기에 활을 다루는 일이 많아졌고, 또 원래의 식생활이 좋았던 탓에, 가슴이 커지는 효과가 나와 버렸다.

그 이외에도 등 근육이 단련되어 자세가 좋아지고, 운동과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체내의 신진대사가 높아져 있었다.


"군살이 붙은 건 아니니까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야. 하지만 가슴이 커지면 천을 감기 힘들다고. 프로이스 씨랑 만날 때 얼굴을 감출 필요가 없어진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말야"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욕조 가장자리에 팔을 올리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녀에게 가슴이 커져도 큰 이점은 없고, 오히려 코소데를 입을 때 약간 괴롭다는 결점만이 눈에 띄었다.

입는 방법을 연구한 덕분에 괴로움은 사라졌지만, 지금 이상으로 성장하면 귀찮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관두자. 아무 생각도 없이 머리를 비우는 편이 좋네"


두통을 느낀 시즈코는 가볍게 머리를 흔든 후, 눈을 감고 욕조 가장자리에 엎드렸다.




프로이스는 평소와 같이 펜을 손에 들고, 예수회에 보낼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오다 님의 곁에 있는 두건 재상은 무섭다. 그는 피를 토하는 병(괴혈병)의 치료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이웃나라가 옛부터 치료약으로서 섭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치료약은 본래 비밀스러운 제법이지만, 어떤 것과의 교환을 조건으로 제법을 적은 비전서를 양도해 주겠다는 곳까지 거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란, 우리 조국도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 이슬람의 말(아랍 종), 후추의 묘목이라는 것, 그리고 홉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나 혼자의 재량으로는 결정할 수 없기에, 승인을 얻기 위한 서류를 별도 제출하였다"


승인서를 먼저 송부한 프로이스였으나, 거부될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동식물로 불치의 병에 대한 치료약에 손에 들어온다면, 본부에서 말의 수입에 난색을 표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요구를 볼 때, 두건 재상은 일본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한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에 보석이나 금세공을 헌상했지만 그다지 반응은 좋지 않았으며, 게다가 몇 가지는 수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오다 님에게 헌상한 큰 독수리는 그가 키우고 있는 것을 볼 때, 내 추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큰 동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볼 대, 개, 고양이, 새 등 소형에서 중형의 동물이 취향이라고 추측된다"


거기까지 쓴 후 프로이스는 펜을 내려놓고 한 숨 돌렸다.


그로서도 이번의 이야기는 좋은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거짓말을 하기보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가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교회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와의 거래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거래가 성공하고, 실험이 성공하면 프로이스에게도 이익이 생긴다.

그는 예전부터 포르투갈 상인들의 인신매매를 혐오하고 있었다. 물론, 인류애 같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교회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치며, 상인들은 인신매매를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서둘러야 합니다. 이 나라는 타국과 달리, 문화나 군사력이 뛰어납니다. 추방령이 내려지면, 이번에야말로 포교 그 자체가 금지될 것입니다"


보고서를 정리한 후 프로이스는 당장이라도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쿄의 치안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호위도 붙이지 않고 밤중에 외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으으…… 조금 추워졌군요. 하지만 과연 두건재상. 이 코타츠인가 하는 것은 쿄의 추위를 경감해 줍니다. 그러고보니 도테라라는 의상이 있었군요. 그 밖에도 분명히…… 마침 좋은 기회이니 아츠칸(熱燗, ※역주: 술을 뜨겁게 데워먹는 것)에도 도전해보지요"


그 후 프로이스는 도테라를 입고 마루청을 뚫어 설치한 코타츠(掘り炬燵)에 들어가, 카라스미를 안주로 뜨거운 술을 마시며 몸과 마음이 모두 만족한 상태에서 이불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오와리 문화에 머리 끝까지 물든 프로이스는, 다음 날 보고서에 이렇게 덧붙였다.


"두건 재상에게서 선물받은 코타츠라는 도구, 이것은 악마의 발명품이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도테라라고 불리는 의상을 입으면 이미 저항은 불가능해진다. 만약 이 보고서를 읽고, 일본을 방문하려고 생각한 선교들은, 덕을 잔뜩 쌓아두기를 권한다"




사키히사가 기후에 저택을 마련한 지 수 개월, 그는 공가의 유력자들과 쿄 주변의 실력자들을 모아 연회를 벌이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옆에서 보면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는 것뿐으로 보이지만, 공가 사회에서 연회는 중요한 의식이자 정치 활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리 순서 뿐만 아니라, 좌석 그 자체가 중요시된다.


당주가 쿄에서 추방된 몸이라도, 고노에(近衛) 가문은 반석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연회에 초대받고 거절할 수도 없어, 처음에는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태도로 유력자들은 연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사키히사는 그들이 두 번 다시 연회를 거절하지 못하게 될 책략을 꾸몄다. 그것은 미식(美食)이라는 '맹독(猛毒)'이었다.

전국시대, 몰락한 공가는 경제적으로 핍박되어, 지방의 장원에 눌러앉거나 유력한 영주들의 신세를 지거나 했다.


빠듯한 경제 상황에 놓인 공가는 수입을 얻기 위해 정신이 없어, 오락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다.

그런 그들에게 미식의 유혹은 강렬한 '맹독'이 된다.

한 번 알아 버리면 두번 다시 저항할 수 없고, 무리하게 저항하면 막대한 정신적 긴장을 강요받게 된다.

미식이라는 단순한 책략, 아니, 매일 반드시 하는 식사이기에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키히사는 값비싼 식재료나 희귀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공가 사람들이 많이 봐서 익숙한 재료에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요리가 제공되는 사키히사의 연회는 입소문으로 퍼져, 다른 자들에게 권유받고 마수에 빠지는 식으로 공가 사회는 미식의 맹독에 침식되어 갔다.


"잘 와 주셨습니다. 편히 계시면서 오늘의 연가회(連歌会, ※역주: 連歌 - 두 사람 이상이 和歌의 상구(上句)와 하구(下句)를 서로 번갈아 읽어 나가는 형식의 노래)를 즐겨 주십시오"


사키히사의 연가회 겸 연회는, 기본적으로 17명이라는 적은 인원밖에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전원 키나이(畿内)에서는 실력자이며, 한 명 한 명이 다양한 인맥을 가진 권력자이기도 하다.


"고노에 님, 오늘은 반가선(半歌仙, 십팔구(十八句))으로 괜찮겠습니까"


575를 상구(上句), 77을 하구(下句)로 하여, 이 둘을 각각 일구(一句)라고 부른다.

십팔구란 사키히사로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다음 구를 붙여 전개하여, 마지막 사람인 18명째의 구로 완성된다.

그 밖에도 36구인 '가선(歌仙)', 44구인 '세길(世吉)', 100구인 '장련가(長連歌, 백운(百韻)이라고도 부른다)'가 있다.

참고로 장련가를 10작품 모은 것이 '천구(千句)', 이 '천구'를 10작품 모은 것을 '만구(万句)'라고 부른다.


"그렇습니다"


"저(麻呂)로서는, 조금 더 떠들썩한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결코 고노에 님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하핫,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군 님의 눈길이 엄하여, 여러분을 초대하여 연가회를 즐기는 것조차 좋지 않은 일을 꾸미다니 괘씸하다고 의심받는 지경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을 초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조금 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게 되면, 연가회도 화려해질텐데…… 실례, 여러분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요"


슬쩍 흘린 사키히사였으나, 물론 이 불평조차도 계산에 넣고 말한 것이었다.

식(食)의 맹독이 전신에 퍼진 사람들은 사키히사의 연회가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며, 설령 용무로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대리인을 보낼 정도였다.

선물로 매실장아찌나 맛국물 된장, 간장 등 오와리의 특산품을 사키히사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맛에 중독증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체면 관계상 낮게 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고노에 가문의 선물이라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핑계가 생기는 것이다.


"호호호, 저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사키히사의 옆에 있던 인물이 가볍게 흘리면서 싯구를 읊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생글거리고 있었으나, 내심으로는 현 쇼군인 요시아키에게 배알이 뒤틀리는 심정이었다.

그는 사키히사의 맹독에 전신이 침식되어, 말기 상태의 간장광이었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다.

맛국물 된장이나 간장에 정신이 홀린 사람들은 이미 두 손으로는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유력자들이 갖는 인맥을 이용하여, 사키히사는 조정에 간접적인 어프로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과연 고노에 님. 요리도 술도 좋은 것을 준비하셨군요. 또 요리인의 실력도 좋습니다"


"저는 이 반짝이는 구이(照ぬ・焼き, ※역주: 데리야키를 말하는 듯)가 좋군요. 아름답게 빛나면서, 뿌려져 있는 즙이 참으로 맛있습니다"


"아니, 이쪽의 타누타누… 즙(타르타르 소스)도 만만치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회의 요리를 실력자들은 격찬했다. 쿄의 요리를 알 만큼 알아서 혀가 고급인 그들조차 격찬할 정도의 진수성찬들을 앞에 두고, 사키히사는 남몰래 웃었다.


"(후후훗, 실컷 맛보고 미식의 독에 중독되도록. 저항하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오늘은 술과 요리를 잔뜩 준비해 두었습니다. 여러분, 부디 느긋하게 즐겨 주십시오"


사키히사는 사키히사 나름대로의 수단으로 착실하게 조정에 대한 기반을 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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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