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94 1572년 11월 하순



10월 3일, 오다 가문에 격진(激震)이 흘렀다.

타케다(武田)가 움직였다. 신겐(信玄)이 이끄는 2만 2천의 군세가, 본거지인 코우후(甲府)에서 출진했다는 보고가 도착한 것이다.

신겐이 출진하기 전에,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와 아키야마 토라시게(秋山虎繁)가 각각 5000의 병사를 이끌고 진군하고 있는 걸 볼 때, 타케다가 가진 힘을 총동원하여 싸움에 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진용을 볼 때도 명확히 알 수 있듯이 목표는 도쿠가와(徳川) 뿐만이 아니다. 그 배후에 있는 오다 가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기후(岐阜)를 떠나 오우미(近江)에 있는 요코야마 성(横山城)에서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에 대비한 상황을 확인하고 있을 때 타케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말의 숫자, 마바리(小荷駄)의 규모를 볼 때 겨울을 나는 것을 상정한 대원정(大遠征)입니다. 병사의 숫자에서도 도쿠가와와의 소규모 충돌이 아니라, 타케다 가문이 가진 전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타케다의 모든 전력. 그 말에 제장(諸将)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자이-아사쿠라가 계속 성에 틀어박혀 있던 이유를, 쇼군(将軍) 요시아키(義昭)가 오다 가문과의 관계를 끊은 이유를,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던 혼간지(本願寺)가 활발해진 이유를.

그 대답이 타케다 가문의 대원정이었다.


감이 좋은 자들은, 한 번은 풀어졌던 오다 포위망이 다시 닫히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사냥감을 몰아넣고, 숨통을 끊는 것은 타케다가 해 준다.

오다 포위망에 참가하는 면면들은 사냥감이 도망칠 수 없도록 하고 기다리면 된다.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였다.

노부나가만은 태연했으나, 맹장(猛将)으로 이름높은 시바타(柴田)조차 긴장 때문인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 황공합니다만 아뢰옵니다. 이 사실에 의해 타케다와 오다의 우호 관계는 깨졌습니다. 즉시 도쿠가와에 원군(後詰め)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군은 보내지 않는다"


미츠히데(光秀)가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상식적인 대책을 상신했으나, 노부나가는 단박에 기각했다. 그 말을 듣고 제장들에게도 동요가 흘렀다.


"하지만 도쿠가가와 깨지면 다음은 우리 오다 가문. 그렇게 되면 우리들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이 상황 하에서 보낼 수 있는 병력은 한계가 있겠지요. 하지만 도쿠가와만으로는 패배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황하지 마라. 아무도 버린다고 하지는 않았다"


노부나가의 말에 제장들은 더욱 당황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타케다 군이 코우후에서 출진했다는 보고는, 오와리(尾張)에 있는 시즈코에게도 도착했다.


"아, 그렇구나"


하지만 보고를 받은 아야(彩)의 당황과는 대조적으로, 시즈코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였다. 그 부동(不動)의 태도를 보고, 시즈코와 장기를 두고 있던 케이지(慶次) 쪽이 놀라고 있었다.


"그렇구나, 가 아닙니다! 타케다라고요!!"


"워워, 진정해. 당황해봤자 상황은 변하지 않아. 아, 아시미츠(足満) 아저씨에게 이리로 오도록 전해줘. 가는 김에 창고에서 그걸 가져와 줬으면 좋겠다고 전해주겠어?"


"어, 아, 네"


"이 판이 끝나면 케이지 씨는 평소의 면면을 불러와줘요. 뭐 아시미츠 아저씨가 도착하지 않으면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하지만"


"어, 음"


시즈코의 흔들림없는 모습에 아야는 약간 냉정함을 되찾았다. 대답하고 즉시 곳곳에 지시를 내리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났다. 다급한 발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시즈코는 자기 차례에 수를 두었다.


"당황하다 넘어지지 않으면 좋겠네"


"나는 시즛치의 침착함이 이해가 안 되는데. 타케다라고 듣고 눈썹 하나 까딱 안 한 녀석은 시즛치 정도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당황해서 상황이 변한다면 얼마든지 당황해보이겠어.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아. 그럼 당황해봤자 손해잖아? 어이쿠, 감사!"


"앗"


케이지도 내심으로는 동요하고 있었기 떄문인지, 평소에는 놓치지 않는 수를 놓쳐 중요한 말(大駒)인 비차(飛車)를 간단히 먹혀 버렸다.

자신의 각(角)과 교환하여 시즈코의 비차를 잡아 시즈코의 행동력을 빼앗을 방침이었기에, 전황은 열세는 커녕 괴멸 상태로 몰려버렸다.


"……틀렸군, 지금 상황으론 제대로 싸울 수 없어. 항복이야"


"동요하면 빈틈이 생겨버리니까요. 자, 케이지 씨. 그 사람들에게 연락을 부탁해요"


장기말을 한 손으로 가지고 놀면서 시즈코는 케이지에게 연락 담당을 의뢰했다. 케이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으면서 방을 나갔다.

아무도 없어진 방에서 시즈코는 확신했다. 이미 분수령은 넘었고, 활로는 타케다를 쳐부순 뒤에만 생기는 것이다.


"후훗, 딱히 불안이 없…… 는 건 아니지만 말야"


인간의 감정은 체취(体臭)에도 나타난다. 시즈코의 불안을 냄새로 눈치챈 비트만들이 몸을 부벼댔다.

시즈코는 괜찮다고 말하듯 쓰다듬었지만, 비트만들은 그대로 시즈코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최초로 아시미츠가 도착하고, 이어서 케이지가 다른 멤버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멤버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장인 케이지, 나가요시(長可), 사이조(才蔵), 타카토라(高虎), 아시미츠, 시즈코 군 본대의 부대를 이끄는 겐로(玄朗), 니스케(仁助), 시키치(四吉)였다.

시즈코 군 본대에는 이밖에도 대장급 사람들은 있지만, 시즈코가 처음에 이야기를 터놓는 것은 이 8명이라고 정해두었기에, 최초의 작전회의는 이 멤버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럼, 이미 들었을거라 생각하지만, 타케다 군이 코우후에서 출진했습니다"


회의용의 방으로 이동해서 처음으로 입을 연 시즈코는 전원을 향해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서상 작전(西上作戦)이 개시되었음을 알렸다.

타케다 군의 출진에 놀라는 사람, 반대로 투지를 불태우는 사람, 평소와 다름없는 사람,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아시미츠 이외에는 다들 어떤 공통의 의문을 품고 있었다.


"주군, 타케다의 출진은 알겠습니다. 그것과 저희들이 모인 것에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타케다의 출진은 확실히 오다 가문 존망의 위기이다. 하지만 노부나가로부터 지령이 없는 상태에서 작전회의를 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전원의 공통된 의문이었다.


"아ー…… 벌써 얘기해버려되 되려나요? 거의 확정인데, 도쿠가와의 원군으로 가는 건 우리들이거든요"


"네에엣!?"


"어이쿠, 진정해요. 자세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할게요"


당황하는 면면들을 진정시키면서, 시즈코는 아야에게 사람들을 물리도록 지시했다. 아야의 움직임에 맞춰 비트만들도 시즈코의 뜻을 따라 소정 범위를 감시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잠시 후 저택에서 사람들의 기척이 사라졌다. 기밀이 샐 위험이 없어진 단계에서 시즈코는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품에서 지도를 꺼내 펼쳤다.


"대략적인 하마마츠 성(浜松城) 주변 지도에요. 타케다는 가진 전력을 총동원하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도쿠가와와 소규모 충돌을 할 생각은 아니지요"


"대략적인 병력수는?"


"야마가타(山県) 사부로(三郎) 효에노죠(兵衛尉)는 병력 5000을 이끌고 시나노(信濃)에서 미카와(三河)로, 아키야마(秋山) 호우키노카미(伯耆守)는 병력 5000을 이끌고 동(東) 미노(美濃)로, 타케다 군 본대는 병력 2만 2000을 이끌고 코우후에서 출진하여 미카와를 향해 진군하고 있어요. 아키야마는 동 미노의 견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병력수는 2만 7000이네요"


"약 3만입니까. 그만한 병력을 상대로 우리들만으로는……"


겐로의 표정이 절망으로 흐려졌다. 그가 의기소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 군의 전군을 동원해도 1만 정도, 도쿠가와의 진용은 확실하지 않지만 국력으로 볼 때 마찬가지로 총동원해봤자 1만이라고 하면, 양 군을 합쳐 2만 가까이 되기는 한다.

숫자의 단계에서 지고 있는데다, 상대는 두 배가 되는 병력과 호각을 이룬다는 정강무비(精強無比)한 타케다 군이다. 승산이 없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숫자의 불리는 어떻게 해도 뒤집을 수 없지요. 그러니 무기의 질로 숫자를 보충합니다"


망을 끝냄과 동시에 시즈코는 아시미츠에게 가져오게 한 신형 화승총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전원의 시선이 거기에 쏟아졌으나, 얼핏 봐서는 눈에 익지 않은 부품이 몇 개 달린 화승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야야, 화승총만으로는 방법이 없어. 아니면 뭐야, 이건 굉장한 성능을 숨기고 있는거야?"


나가요시가 화승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즈코에게 의문을 표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안 했지만 나가요시와 같은 생각이었다.


"겉보기에는 기묘한 화승총으로밖에 안 보이니까. 화승(火縄, ※역주: 도화선)을 쓰지 않게 되었으니 화승총이 아니야. 일단 명칭은 나중에 붙이기로 하고, 신식총(新式銃)이라고 부르기로 할게. 어쨌든 타케다 전의 분리를 뒤집을 장비 중 첫번째야"


"무기 성능만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문제없어. 싸움에도 법칙성이 있거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무기 성능에 병력수의 2승(乗)을 곱한 숫자를 전투능력으로 대입하는거야. 그 계산에 따르면, 숫자의 우위를 뒤집으려면 무기 성능으로 크게 앞설 수밖에 없어. 카츠조(勝蔵) 군의 의문은 당연하지만, 백문은 불여일견. 그 성능을 보면 의문 같은 건 날아갈거야"


시즈코가 말하는 싸움의 법칙이란, 란체스터의 제2 법칙을 가리킨다.

현대에서는 비즈니스 전략 등에 인용되며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으나, 원래는 전투의 수리(数理) 모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란체스터의 제2 법칙을 꺼내려면, 기관총같이 혼자서 복수의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병기가 전제로서 필요해진다.

따라서 신식총이라도 단발식(単発式)이라, 타케다 군과의 싸움에서 란제스터의 제2 법칙을 적용하기에는 좀 불안하다.

즉, 모두의 불안을 떨쳐내기 위한 허풍이다.


"뭐, 말보다 보는 게 빠르지. 지금부터 아시미츠 아저씨가 성능을 보여줄거야. 그럼 부탁해"


"알았다. 다들, 따라와라"


테이블에 놓인 신식총을 집어들고, 아시미츠는 전원에게 말하며 일어섰다. 남겨진 면면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후, 시즈코에게 시선을 보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시즈코는 수통의 물을 입에 머금고 삼킨 후에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입으로 아무리 말해봐야, 자신의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 쪽이 설득력에서 우위를 가진다. 시즈코에게 재촉받고는 각자 아시미츠의 뒤를 따랐다.


"자, 다들 어떤 표정을 하고 돌아오려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건조한 총성(銃声)이 높이 울려퍼졌다. 다들 멍해 있으려나, 아니면 환희하고 있으려나, 어느 쪽일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각자의 성격에서 반응을 상상한 시즈코는 혼자서 깔깔 웃었다.


"타케다 전이 끝나면 오퍼레이션 리서치도 도입할 수 있으려나?"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줄여서 OR이라고 부르는 것——이란, 모든 문제를 과학적, 즉, '이치에 맞는 방법'을 사용하여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학(問題解決学)'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전에 미국이 독일, 일본에 대해 효과적으로 승리를 얻기 위해 연구했을 때 태어난 학문이다.

란체스터의 법칙이나 게임 이론을 조합하여, 효율적으로 승리를 얻을 방법을 모색했다.

최근에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뮬레이션'도 OR이 의식적으로 받아들인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OR는 군사에 발단을 두고 있으나, 그것에 그치는 학문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OR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한 역사 그 자체가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분석하여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하는 수법, 소위 말하는 '능숙한 방법'의 축적. 그것이 OR의 정석이 되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전 세계의 OR 연구자들이 매일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여 그에 대한 문제 해결의 수법을 연구하고 발표하고 있는 'OR학회' 같은 것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 '분석과 의사결정'에 대한 효과적이 어프로치가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히 폭넓은 응용력을 갖는다고 평가되는 근거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표준적인 사고방식으로 만들고 싶네. 여러가지 분야를 자극받을테도, 축적해가기만 해도 재산이 되니까"


보급시키고 싶은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OR 수법이 보급되는 것에 의한 각종 산업 업계에 대한 자극이다.

오다 가문이 발전시킨 산업은 이색적이며, 외부에서 자극을 받는 경우가 극히 적다.

내부에서만 굳어져버리면 문제가 발생해도, 그건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붙잡혀서, 이윽고 벽에 부딪혀서 동맥경화처럼 언젠가는 파열된다.

그러한 것들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OR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착수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떤 식으로 보급시킬지를 생각하고 있자니, 다급한 발소리가 여럿 다가오는 것을 깨달았다.

서둘러서 돌아온 걸까, 하고 생각한 순간, 입구의 맹장지가 본래 움직이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시즈코오! 저건 뭐냐!!"


예상대로 맨 먼저 뛰쳐들어온 것은 나가요시였다. 케이지, 사이조와 다른 사람들도 그 뒤를 이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맹장지는, 반대측에 맹장지에 꽂혀 무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건 통째로 한 세트 새로 사야겠네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수통의 물을 들이키고 냉수를 끼얹는 듯한 말을 했다.


"일단 전원의 급료에서 맹장지 수리비를 빼겠어요"


"어!? 저, 저건 맹장지가 멋대로 날아간 것 뿐이거든"


"농담이에요. 다들 의문은 있겠지만, 일단 얌전히 앉아요"


닫을 수 없게 된 입구를 일별하면서 전원이 소정의 위치에 앚았다. 아야에게 부탁해서 예비 맹장지를 세워걸어 급한 불을 껐을 때 아시미츠도 돌아왔다.

그가 앉은 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이야기를 재개했다.


"뭐 본 대로에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내가 이것저것 준비했던 것은 알았겠죠?"


"어, 뭐. 저런 거, 어떻게 만든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시즈코가 뭔가 준비하고 있었던 것만은 알겠어"


"그거면 됐어요. 나는 어디까지나 상황을 준비한 것 뿐이에요. 마지막에 붙잡는 건 당신들의 의욕에 달렸어요"


다 말하지 않아도 전원이 이해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원군이지만, 시즈코는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원정에서 패한 적이 없는 타케다 군. 그 최초이자 최후의 패배를 우리들이 안겨주는 거에요. 어때요?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박(大金星)이에요. 압도적 불리함을 뒤집은 승리, 이거야말로 원군의 진면목(真骨頂) 아니겠어요?"


오다를 쳐부수려고 전군을 총동원하여 원정하고 있는 타케다 군을, 반대로 오다 군——정확히는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이 쳐부순다.

병력수도 숙련도도 압도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이 작전이 성공하면 오다 가문의 이름은 천하에 울려퍼진다.


"카츠조 군, 슬슬 자신의 힘을 시험하고 싶겠지. 그러니까 너는 야마가타 사부로 효에노조를 처치해 줘"


"야마가타……인가!"


타케다 군의 선봉장(先駆け武将)으로, 타케다 군 최강의 적비대(赤備え)를 이끄는 야마가타 마사카게에게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부딪힐 생각이었다.


"무서워?"


"당연하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야마가타의 목을 딸 의욕이 넘치기 시작했어!"


나가요시의 군은 젊은이들이 많아 경험이 부족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기에 무서운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적비대에 대한 공포심이 적다. 즉, 적비대를 봐도 기세를 유지한 채 싸울 수 있다.


"사이조 씨는 바바(馬場)를 처치해 줬으면 해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바바에게 가장 잘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사이조 씨의 군이라고 생각해요. 케이지 씨, 요키치(与吉) 군, 아시미츠 아저씨는 돌격 신호만 내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각자의 판단으로 자유롭게 움직여줘요"


"하지만, 그래서는 시즈코 님의 주변이……"


"사이조가 말하고 싶은 것을 시즈코는 이해했다. 이해한 상황에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전원이 목숨을 거는 거에요. 나 혼자 안전한 장소에 있어도 사기가 떨어질 뿐이에요. 처음에 지시를 내리면 총지휘관은 불필요. 게다가 상대는 타케다, 내가 선두에 서지 않으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아요. 대장이 선두에 서게 되면 병사들은 분발하여 승리를 믿을 수 있게 되니까요"


"시즈코 님…… 옛! 소생은 목숨을 걸고 바바를 처치하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그리고 겐로 할아버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줘요"


"옛! 모아서 어찌할까요?"


겐로의 질문에 시즈코는 아시미츠가 사용한 신식총을 손에 들더니 그걸 겐로에게 건네주었다.


"이번의 타케다 전, 기세를 바꾸는 것은 텟포슈(鉄砲衆)가 될 거에요. 겐로 할아버지의 역할은 텟포슈를 이끄는 거에요. 니스케 씨나 시키치 씨도 마찬가지지만, 말을 타면서 총을 사용하니까 느낌은 좀 다르려나요"


"예? 어, 옛!?"


세 사람이 나란히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총(鉄砲)을 다루는 집단이라고 하면 사이카슈(雑賀衆)나 네고로슈(根来衆)처럼, 그것만으로도 용병집단으로 성립할 정도의 무장집단이 된다.

그걸 이끈다고 하면 대단한 출세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시즈코 군 내부에서만이 아니다. 외부에도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주는 것은 기회 뿐이에요. 이름을 드높일지, 아니면 웃음거리가 될지, 그건 당신들에게 달렸어요"


"으……"


"나는 당신들을 믿고 있어요. 이 총을 다루는 선구자가 될 것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을"


절묘하다, 고 케이지는 생각했다. 겐로들은 내력이 파란만장하기에, 시즈코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 바로 그렇기에 시즈코 군 안에서 순조롭게 출세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시즈코 군 내부에서의 평가에 그치고, 다른 오다 군에서는 어차피 잡병이라는 취급이었다. 이름있는 부모로부터 지위를 물려받은 패거리와 전혀 무명인 사람들은 대접에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번의 싸움에서 텟포슈의 존재감을 드러내면, 그 명성은 만민(万民)이 알게 된다.

전과에 따라서는 아군이 그 이름을 듣고 안도하고, 적은 그 이름을 듣고 공포에 떠는 존재조차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불우한 대우를 감수하고 있던 그들에게는 시즈코의 신뢰에 부응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저를…… 알겠습니다, 주군. 저는 주군의 믿음에 부응하겠습니다!"


"저, 저희들도입니다. 주군, 저희들 일동, 분투하여 믿음에 부응하겠습니다!"


세 사람은 감격에 겨워 시즈코를 향해 깊이 절했다. 조금 오버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무명은 커녕 마이너스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그들이다.

이번에는 일생일대의 대승부, 전에 없던 무공을 올릴 찬스이며, 이걸 놓치면 이제 희망은 없다. 그만큼 큰 기회라는 것을 세 사람은 이해했다.


"사람을 다 모으면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신식총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세요"


"옛!"


"그밖에도 의문이 있으면 말해요. 가능한 한 대답해줄게요"


전원을 둘러보며 물었으나, 아무도 의문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전원의 눈에는 투지가 깃들어, 스스로의 역할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 특유의 패기가 넘치고 있었다. 충분한 반응을 느낀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모두의 기합은 충분하네요.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해산, 각자 훈련과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서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려줘요"


"오오!"


시즈코의 마무리 말에 전원 기백이 담긴 목소리로 화답했다.




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나가요시는 가장 먼저 방을 나갔다. 이어서 겐로, 니스케, 시키치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케이지만은 자리를 뜨지 않고 앉은 채로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걸까, 라고 느낀 시즈코는, 상황을 살피고 있던 아시미츠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조금 고민했으나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쳐지나갈 때 케이지와 뭔가 이야기를 한 후 아시미츠는 방을 나갔다. 남은 것은 시즈코와 케이지 뿐이었으나, 케이지는 바로 입을 열려고 하지는 않았다.


"꽤나 전부터 궁금했는데, 시즛치는 어쨰서 겐로 할아범을 높게 평가하는 거야?"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자니, 문득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손을 멈추고 다시 케이지를 바라본 후, 시즈코는 조용히 웃음을 떠올렸다.


"주인(主人)에게 간언(諌言)할 수 있는 사람은 전장에서 가장 먼저 창을 내지르는 사람보다 소중한 법"


"……"


시즈코의 말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명언인 "주인의 악행(悪事)을 보고 간언하는 가노(家老)는, 전장(戦場)에서 가장 앞장서 창을 찌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마음을 먹은 것(※역주: 의역 내용이 정확한지 모르겠음)"이 베이스가 되었다.

주인의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본인이나 주위에서는 힘을 과신하기 쉬워진다. 그 상태에서는 주인의 악행이나 잘못을 지적하고 충고하는 것은 어렵다.

또, 주인 쪽도 창피를 당했다는 생각이 앞서기에, 아무리 올바른 의견이라도 간언을 싫어하게 된다.


"스스로 말하기도 뭣하지만, 내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은 줄어들거야. 그리고 충고하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하면 틀림없다, 라는 인식이 만연해져. 그런 걸 막기 위해서도, 겐로 할아버지는 귀중한 사람이야. 중용하지 않는 쪽이 이상해"


"과연. 그런 이유가 있었나"


"확실히 겐로 할아버지의 무공은 미묘해. 이번에 텟포슈의 두령으로 발탁한 것은 적지않은 반발이 있을거야. 하지만, 타케다 전이 끝나면 텟포슈의 존재는 유력자들의 눈에 들게 될 거야. 그렇게 되었을 때 강자에게 굽실거리는 것밖에 못하는 사람으로는 곤란해. 설령 윗사람에 대해서라도 잘못이 있으면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돼"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주인(使う側, ※역주: 사용자나 고용주라고 하자니 조금 이상하여 의역함)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어서인가"


"맞아. 물론 나도 모든 의견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거든? 하지만, 간언을 받는다는 건, 적지않게 문제 의식을 주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발을 멈추고 한 발 물러서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거야. 그렇게 하면 대실패를 하기 전에 방향수정을 할 수 있잖아?"


시즈코의 말에 케이지는 미소가 깊어졌다. 누구든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귀찮은 법이다.

자신과 동조하여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패거리를 중용하게 되어, 이윽고 간언은 귀에 닿지 않게 된다.


(과연. 그래서 겐로 할아범이 가장 높이 평가받는 거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 생각하는 바가 있어도 말로 꺼내지 않지. 하지만 겐로 할아범은 보신(保身)보다도 시즛치를 우선시하여 간언하지. 그 차이를 시즛치는 이해하고 있는건가)


단순히 겐로의 처지를 알고 동정하는 건가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점에 케이지는 안도했다.

시즈코는 철저히 비정해지지 못하는 어설픈 면이 있기에, 그게 나쁜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겐로의 대발탁은 과거의 헌신에 대한 온정인가 하고 생각햇으나, 내심을 듣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

조금 안심했으나, 금후에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었기에, 이제부터도 시즈코의 행동은 항상 지켜보자고 그는 생각했다.


"맙소사, 그냥 어설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네"


"어째서 나는, 아무 생각도 없다고 생각되는 걸까"


"어쩔 수 없어. 시즛치의 행동은, 결과가 보여야 처음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잘 모르면 기세만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거든"


"에엑~, 꽤 알기쉽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불평했다. 하지만 시즈코 기준의 시점에서 보면 알기 쉬운 것이지, 부감(俯瞰)적인(※역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뜻, 여기서는 (시즈코가) 역사나 미래의 각종 지식을 가진 것을 바탕으로 한) 시점을 갖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알기 어렵기 짝이 없다.


"그건 시즛치 뿐이겠지. 자, 의문도 해소되었으니, 마을에서 놀다 올까"


원하는 때 원하는 일을 한다. 타케다와의 싸움을 앞두고 주위가 필사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던 어쨌던, 놀고 싶으니까 논다. 그것이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라는 존재이다.


"늦어지면 저녁밥 못 먹을거야"


"그거 큰일이네. 뭐, 지나치지 않게 놀고 올게"


케이지는 시즈코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면서 방을 나갔다. 쓴웃음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케이지를 따라 손을 흔들어 그를 배웅했다.

케이지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방에 남은 것은 시즈코 뿐이었다.

정리를 마친 후 시즈코도 방을 나와서 그 길로 자기 방으로 갔다. 방에 돌아오자 미리 내용을 적어둔 서신을 노부나가에게 보내도록 수배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가)


서상 작전이 실시된 이상, 이제 시즈코는 멈춰서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가는 것 외에 길은 없다.

타케다가 멸망할지, 아니면 시즈코 군이 전멸할지, 찾아올 미래는 둘 중 하나이다. 물론, 호락호락 져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타케다가 출진한 이상, 치고 나갈 각오였다.


(생각해봤자 소용없지만, 지금부터 여러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야 해. 그걸 생각하니 좀 우울하네)


책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아군조차 기만할 필요가 있다.

대체적으로 기만하는 상대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얻을 수 있는 효과도 그에 비례해 커진다. 하지만, 거짓말이 서투른 자신이 타인을 기만할 수 있을 것인가, 시즈코의 고난은 이어진다.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지, 말의 앞뒤가 맞는지, 의식해서 사람을 속여본 적이 적은 시즈코에게는 허들이 높은 난제였다.


"……뭐, 어떻게 되겠지"


생각해도 소용없다고 결론지은 시즈코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타케다 군은 파죽지세로 침공하고 있었다. 사흘에 하나의 성을 함락시키며, 이에야스의 거성(居城)을 목표로 맹렬히 진격하고 있었다.

타케다 군 본대와는 별대로, 야마가타가 미카와로부터도 침공하고 있었기에 미카와의 군을 움직일 수 없어, 이에야스는 토오토우미(遠江)의 병력 8000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같은 편의 영주(国人)들이 타케다 측으로 변절하는 것을 두려워한 이에야스는, 10월 14일에 출진하여 미카노가와(三箇野川)나 히토코토자카(一言坂)에서 타케다 군과 싸웠으나, 병력이 열세였기에 자연스레 패퇴했다.


하지만 타다카츠(忠勝) 등 충신들의 활약도 있어, 주요 무장은 싸움터에서 탈출하여 하마마츠 성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

이 때의 타다카츠의 활약상에 신겐이나 타케다 가문 가신들은 감탄하여,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는 도쿠가와에게는 과분한 자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에도 타케다 군의 기세는 멈추지 않아, 11월에 들어서도 전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손쓸 방법은 없는 건가"


이에야스는 절망적인 말을 내뱉았다.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히토코토자카의 일전에서 피아의 전력차를 어쩔 수 없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의 도쿠가와에 타케다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희망 따윈 없었다.


"오다에 원군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리다. 오다도 사방을 적에게 포위당했다. 우리들에게 병력을 보낼 여유는 없다"


가신 중 한 명이 오다에 원군을 요청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자이에 아사쿠라, 혼간지 등 오다 포위망에 관여한 자들로부터 집요한 공세를 받고 있는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에게 병력을 보낼 여력은 없다.

그걸 알고있기 때문에 오다에 원군을 요청하는 안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주군, 이대로는 도쿠가와는 끝장입니다. 이제는 타케다에게 투항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도 이제와서 무리다. 타케다는 미카와와 토오토우미를 유린할 때까지 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항복하자는 안도 나왔으나, 이제와서 항복이 받아들여지진 않을거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설령 항복이 이루어져도, 땅을 뺏기고 오다에 대한 첨병으로서 이용당하고 소모될 것은 뻔히 보였다. 어느 쪽으로 가도 지옥(行くも地獄戻るも地獄)이라는 말이 그야말로 딱 맞았다.


"주군, 한 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한조(半蔵)가 이에야스에게 진언했다. 어쨌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 이에야스는 한조의 발언을 허가했다.


"혼다 님이 대단히 집착(執心)하고 있는 시즈코 님이, 전군을 오와리에 배치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누, 누누누누누누가 지지집착한다고!"


눈에 띄게 동요하는 타다카츠였으나 한조는 상대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스운 광경에, 가신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떠올렸다. 무거운 분위기가 약간은 가벼워졌다고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그건 기묘한 이야기군. 지금 오다 님에게 병력을 놀려둘 여유는 없지.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뭔가를 노리고 있는 것인가……?"


"이와무라 성(岩村城)으로 갈 병력이 아닐까요?"


동(東) 미노(美濃)에서 권위를 휘둘렀던 이와무라 성의 성주 토오야마 카게토우(遠山景任)가 5월에 병으로 죽었다. 노부나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 미노에 가신을 파견하여 이와무라 성을 점령했다.

카게토우의 처이자 노부나가의 숙모(叔母)인 오츠야노카타(おつやの方)는, 노부나가의 5남인 오다 카츠나가(織田勝長)를 양사자(養嗣子, ※역주: 구민법에서, 호주 승계인의 신분을 가진 양자)로 삼았다.

그리고 자신은 당주의 자리를 이어 오다 카츠나가의 후견인(後見人)이 되었다.


그러나, 타케다의 서상 작전이 개시되자, 오츠야노카타는 타케다 군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이와무라 성에 있던 노부나가의 군을 쫓아내고 타케다로 변절했다.

이 갑작스런 배신에 노부나가는 격노했다.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라, 오츠야노카타의 배신에는 동 미노에 있던 토오야마 씨족(諸氏)들도 반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카미무라(上村) 전투가 벌어졌다고 하는데, 카미무라 전투는 겐키(元亀) 원년(元年)과 겐키 3년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으며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일족의 배신이니, 철저하게 짓밟겠지요. 동 미노의 지배도 확립할 수 있으니까요"


"확실한 증거는 있느냐?"


"예. 시즈코 군은 싸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병사의 단련도 하고 있으니, 틀림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얼핏 앞뒤가 맞는 이야기였으나, 이에야스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한조의 보고에 따르면 시즈코 군은 시즈코와 노부나가가 공들여 키워낸 군이다.

눈앞에 타케다라는 위협이 닥쳐오는 가운데, 일족의 뒷처리에 시즈코 군을 투입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알았다. 일단 타케다를 해결한다. 일단은 그걸 생각하자"


하지만 말과는 반대로, 타케다를 해결할 계책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11월 하순쯤 되니 오다 가문 내에는 긴박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들려오는 것은 타케다 군의 쾌진격에 대한 보고 뿐으로, 그 이외에 희망적인 화제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타케다라는 괴물에게 모든 것이 삼켜진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절망에 가까운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 무렵이 되어서도 노부나가는 명확하게 타케다와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얼핏 노부나가의 행동은 소심해보인다. 하지만 상대가 타케다라면, 아무리 노부나가라도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다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는 서류와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차례차례 운반되어오는 물자의 체크에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하지만 하나같이 중요한 물자였기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총의 부품이 아직 부족해. 이대로 계산하면 500개 정도 부족할 거야)


고민 끝에, 시즈코는 할당량을 두 배로 해서 달성한 사람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부 숙련공이라면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다. 이걸로 아슬아슬하게 부품이 필요수에 달할 거라 예상되었다.

소성(小姓)에게 돈이 보관되어 있는 창고의 열쇠와 증산(増産) 지시서를 함께 던져주고는 시즈코는 다음 서류에 달라붙었다.

갑주 아래에 입는 장비에 관해서, 생산 자체는 늦어지지 않았으나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역시 예비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수 주일 간의 증산을 지시했다. 이쪽도 할당량의 배를 달성한 사람에게는 많은 포상금을 약속했다.


"보통이 아닌 블랙 노동이 되겠지만, 이 몇 주일 동안은 참아달라고 할 수밖에 없네"


나쁜 소문은 빨리 퍼진다. 타케다가 총력을 기울여 도쿠가와 영토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도쿠가와 다음은 오다가 될거라고 백성들이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타케다와의 결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오다 영토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제와서 감춰봐야 의미가 없기에, 시즈코는 거꾸로 그것을 이용해서 전시동원(戦時動員)이나 마찬가지의 무리를 떠넘기고 있었다.

무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고 있으나, 타케다에게 유린당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일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걸로 때에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저쪽은 더 힘들겠지만"


모든 서류의 결재를 마친 시즈코는 책상 위에 엎어졌다. 병사들에 대한 훈련은 모리 요시나리(森可成)가 담당하고 있었기에, 그쪽은 다른 의미에서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평소에 가혹한 훈련을 받고 있는 시즈코 직할 부대에서조차, 요시나리의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죽이려고 드는 거다, 라고 투덜댈 정도였다.

나가요시의 경우에는 평소에는 밤에 만큼은 기운이 넘쳤는데, 요시나리의 훈련에 참가한 이래로는 저녁식사 전에 돌아와서 목욕과 식사를 마치면 그대로 이불 위로 쓰러졌다.


"겐로 할아버지는 고생할 것 같네"


겐로는 재능이 있는 병사 1000명을 엄선하여 텟포슈로 조직했다.

하지만 창설 당시부터의 인원으로 결속력이 강한 궁기병대(弓騎兵隊)와는 달리, 여러 부대에서 뽑아온 통일성 없는 부대였기에, 처음에는 삐걱대면서 제대로 부대 운용을 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 간신히 결속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지금도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것도 이유가 되어 훈련에 대폭 지연이 발생했다. 예정으로는 다 끝났어야 할 훈련이, 아직 반 이상이나 남아있었다.

그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던 시즈코였으나, 문득 묘안이 떠올랐다. 간자 대책도 될 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훈련 예정을 크게 변경했다.

진보가 늦은 것이 거꾸로 유리하게 작용하여, 훈련 내용을 바꾼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제는 때가 되기를 기다릴 뿐, 인가"


조금 계획을 수정했으나, 이대로 가면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은 12월 10일 전후가 될 예정이었다. 그 무렵이 되면, 타케다는 이미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로 향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이후에는 승리의 여신이 이쪽에 미소를 지어준다면, 오다 가문이 승리를 주울 수 있다.

하지만 싸움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그걸 어떻게 받아넘겨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궤도 수정을 할지, 마음에 걸리는 점은 그것 뿐이었다.


(아, 그리고 보니 벌써 11월도 끝이네. 슬슬 영주님에게서 도쿠가와에 원군을 보낸다는 이야기가 올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다급한 발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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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