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2
이것도 지난번처럼 짤막한 이야기들이 몇 개 나오는 것인데, 최근에 전쟁파트로 이어지는 이유도 있어 한동안 조금 급피치로 번역했더니 피로감이 느껴져서… 한꺼번에 모아서 번역하지 않고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01 아버지(父親) 들의 고뇌(苦悩)
사키히사(前久)가 시즈코로부터 양도받은 별저(別邸)에, 세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노부나가(信長), 사키히사, 아시미츠(足満) 등 세 명은, 요즘 빈번하게 모여서는 어떤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하여, 시즈코의 혼사(婿取り)는 어찌하실 것이오?"
시즈코의 혼사,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중대사이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촌장이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시즈코는 천하에 가장 가까운 오다 가문의 중신(重臣)이자, 비공식적이긴 해도 오섭가(五摂家)인 고노에 가문(近衛家)의 영애(姫)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볼 때, 혼사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시즈코 자신도 평범하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시즈코가 가진 문제란, 그 절대적인 사업 권익이다. 본인은 장부상의 숫자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그녀가 낳는 이익은 대영지(大領地)의 영주(国人)조차 능가할 정도로 불어나 있었다.
이 시대의 관습상, 시즈코의 남편은 그 막대한 권익을 그대로 받게 된다.
돈, 권력, 무력 등 모든 것이 갑자기 손에 들어오면,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가진 사람은 왕왕 그 자신을 망치게 된다.
"나는 시즈코가 원하는 남편 이외에는 용납하지 않는다. 설령 시즈코가 인정했다고 해도, 시즈코에게 불이익을 가져온다면 베어버린다"
아시미츠의 주장은 일관되고 '시즈코가 인정한 상대'일 것이었다.
시즈코의 주위에 있는 남자들은 항상 아시미츠에게 품평(値踏み)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코의 주위에는 남녀 관계에 관한 소문(浮いた噂)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국(戦国)의 세상은 남성 사회이기에, 당연히 남자는 있지만, 시즈코를 여자로 보고 만만하게 여겨 다가오는 패거리는 사전에 아시미츠에 의해 차단되어 버리기에, 그런 관계가 될 가능성은 전무했다.
"아시미츠 님의 이야기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독신으로는 시즈코 님도 불편해지겠지요. 난세(乱世)에서 20세를 넘어서 독신이라고 하면, 퇴물(大年増)이라는 비방을 면할 수 없지요"
사키히사의 지적도 당연했다. 현대 일본이라면 30대의 독신자는 드물지도 않지만, 전국 시대는 뭔가 이유가 있는 여자(※역주: 부정적인 의미임)라고 간주된다.
그건 무사의 존재 의의(在り方)가 '집을 지키는(핏줄을 후세에 남기는)' 것을 가장 우선하고(至上) 있는 것에 기인한다.
배우자를 맞이하지 않고 생애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그 집안을 번영시켜야 할 당주로서의 자각이 없다고 단정지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생애 독신을 고집한 우에스키 켄신(上杉謙信)이나 호소카와 마사모토(細川政元), 이이 나오토라(井伊直虎) 같은 예외도 있다.
"문제는, 시즈코의 머릿속에 천하를 뒤엎을 수 있는 비법이 잠자고 있는 것이지. 오다 가문의 재정이 왕성한 것도 시즈코가 가져온 지식이나 기술이 바탕이 된 것이다"
시즈코의 머리에는 다양한 기술이나 미지의 정보가 잠자고 있다. 노부나가 자신이 공개를 명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태반은 스스로 공개했다.
시즈코에게는 별거 아닌 기술이라도, 이 시대에서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헤아릴 수 없다.
노부나가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별 생각없이 기술 개혁 같은 걸 했다가는 영지를 통치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시즈코 님은 시집을 가더라도 밭일을 계속할 것 같군요. 그러면, 그 가문은 급격하게 힘을 기르게 되지요"
설령 시즈코가 시집을 가더라도, 얌전히 안방마님 노릇 같은 걸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점이 문제였다.
자신이 먹을 정도의 논밭을 꾸리는 정도라면 문제없지만, 시즈코의 성격을 볼 때 주위를 끌어들여 대규모화할 것은 뻔히 보였다.
그렇게 자각 없이 이익을 뿌려대어 주위에 신봉자와 협력자를 끌어들이고, 그러다보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일대 세력이 된다. 그 범위가 집에서 마을(村)이 되고, 도시(街)를 거쳐 나라가 된다.
"시즈코를 아직 오와리(尾張)에 묶어두고 있는 것도, 녀석이 자리잡은 장소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 몸 하나로 재력과 권력을 모두 창출해 버리기에 아주 골치가 아프지"
"의도하지 않아도 나라를 비옥하게 하고, 그로 인해 생겨난 여유 때문에 영주(国人)들은 착각을 하지요. 그러면 난세(乱世)로 되돌아가는군요"
"수확량이 늘어난 정도로 천하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나는 벌써 열 번은 천하인이 되었을거다"
노부나가는 술잔을 기울여 단숨에 비웠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었다. 시즈코가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조금씩 내놓는 이유.
기술이란 축적하는 것이며, 다 건너뛰고 최첨단의 것만을 주더라도 그걸 뒷받침할 토대가 없으면 붕괴해 버린다.
우선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겼을 때 기술자(職人)들을 모아서, 방향성은 주더라도 다양한 연구를 기초부터 시키고 있다.
오늘 먹을 것도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만한 잉여 식량을 창출해낸 것은 훌륭하다, 고 노부나가는 평가하고 있었다.
맨 처음부터 신식총(新式銃)을 만들려고 했다면 머지않아 실패했을 것이다.
"나는 시즈코를 신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남편은 아니지"
"애초에 시즈코 님이 시집을 가도 좋다고 생각하시는 남자가 있겠습니까? 그녀만한 재주가 있다면 집을 지키는 생활 따위 너무 따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군. 시즈코라면 남아도는 시간을 안온하게 지내거나 하진 않겠지. 일거리를 효율화시켜 여유를 만들고, 언젠가 제멋대로 뭔가를 시작하지"
"그 부분은 오노(お濃, ※역주: 노히메)와 닮아버린 건지도 모르겠군"
술잔을 기울이며 남자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거기에 그녀의 무장이나 병사들이 어떻게 될지, 는 간단히 상상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오다 가문에 남는 녀석은 있겠지만, 태반은 시즈코를 따라가겠지. 특히 쿠로쿠와슈(黒鍬衆)는 시즈코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그만큼 공을 들였으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말이지"
"내가 시즈코 님과 만나기 전부터 키웠던 것 같군. 그 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시즈코 님으로부터 계승하고 있어서 평시(平時)에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라고 하던데"
"평시에는 물레바퀴부터 집까지 짓고, 여차하면 진지구축(陣立て) 성채 건설 등, 녀석들이 필요한 곳은 일일이 셀 수가 없지. 한 번은, 적이 틀어박힌 성의 코앞에서 녀석들이 공성병기를 만들기 시작한 적이 있는데, 그건 꽤나 유쾌했다. 성에 있던 놈들은 점점 조립되어가는 거대한 병기에 공포에 질려 일찌감치 항복 의사를 밝혀왔지"
무로마치(室町) 시대부터 직업은 세분화나 전문화가 진행되어, 각자가 최첨단을 달리는 스페셜리스트였다.
하지만 시즈코의 쿠로쿠와슈는 로마 병사들처럼, 토목건축 기술이라는 분야 전체의 기초를 철저히 교육받았다.
완전히 전문직화된 기술도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폭이 넓기에, 부대가 여럿으로 나뉘어져도 각 부대가 균일한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문득 생각났습니다만, 만약 시즈코 님이 어딘가의 가문에 시집가게 되면, 그녀는 군을 해산시켜 버리겠지요. 그렇게 되면 시즈코 님의 후방지원부대가 거의 없어집니다. 현재 상황에서 그녀의 후방지원부대가 없어지게 되면 어렵지 않습니까?"
"어렵지. 이젠 오다 군의 장수들은 시즈코의 후방지원부대를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길을 정비하고, 물건을 수송하고, 무구(武具)나 성을 수리하고, 진지를 세우는 그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하게 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사람은 한 번 편한 걸 알아버리면 고생했던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지"
시즈코가 결혼하면 문제가 되는 건 권력 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군의 취급 역시, 노부나가에게는 머리가 아파지는 문제였다.
측근인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평범하지 않은 자들이고, 병사들 또한 시즈코가 독자적인 생각으로 구축했기에 괴짜(色物) 군단이 되어 있었다.
보통이라면 바로 붕괴해버릴 아웃사이더(くせ者) 투성이인 군이 그런대로 군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도 시즈코라는 사람이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설령 남편이 그대로 이어받더라도 기능하지는 않는다. 자칫하면 공중분해되어 완전히 군이 붕괴한다.
그리고 시즈코의 군이 붕괴하면, 오다 군에게는 대단히 큰 문제가 된다. 전력적인 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시즈코 군이 오다 군의 병참을 떠받치고 있는 것에 있다.
무공(武功)을 추구하는 무장들과 달리, 시즈코는 그림자 역할에 철저하면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다 군의 뒷바라지 역할(縁の下の力持ち)을 맡아왔다.
처음에는 삐걱댔으나, 지금은 시즈코의 후방지원부대는 오다 군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대이다.
방면군(方面軍)이 원활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것도 병참을 시즈코 군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즈코 군의 후방지원부대를 잃는다는 것은, 오다 군에게 허용할 수 없는 큰 손실이 된다.
"……역시, 신랑감 고르기는 어려운가"
"현 상황을 생각하면, 결점이 너무 큽니다"
"애초에 시즈코가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다, 고 말하지 않는다. 나나 오다 님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지"
"하지만 말이지, 여자의 행복은 자신의 아이를 안는 것이 아닌가? 그걸 우리들의 편의 때문에 막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괴롭군"
술이 들어간 탓인지, 아니면 본심을 말해도 문제없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평소의 노부나가로부터는 상상할 수 없는 감상적인 대사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문제다. 시즈코가 주위의 소동에 말려들 가능성은 있지"
"하핫, 오다 님은 걱정이 많으시군요"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즈코가 독신이라는 것 때문에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듣는 게 싫을 뿐이다. 또 바보 아들놈 같은 놈이 나오면, 이번에는 모가지를 날려버리겠다"
그건 걱정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라고 생각한 사키히사와 아시미츠였으나, 지적하면 귀찮아질 것 같기에 흘려듣기로 했다.
"역시 말이지ーー"
"아니, 그건 좀ーー"
"두 분, 그건ーー"
밤이 깊어져도 남자들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았기에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세 사람은 잊고 있었다. 문제를 뒤로 미룬 횟수가 이미 10번을 넘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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