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2



03 여자식(女子式) 다도회(茶の湯)



전국시대, 다도회(茶の湯)는 무가(武家)나 공가(公家)에게 필수라고도 할 수 있는 교양이었다. 상락(上洛) 시에 다도회에 착안한 노부나가는, 후에 어차탕어정도(御茶湯御政道)라는 정책을 실시한다.

간단히 말하면 다도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가신들에게 허가없이 다도회를 여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노부나가는 큰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만 허가를 해주는 것으로, 다기(茶器)를 토지와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실제로 어차탕어정도라는 이름이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히데요시(秀吉)의 편지에 '다도회를 처음으로 허락받아 감동하였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다도회가 허가제였던 것을 엿볼 수 있다.

또, 모반을 일으킨 자에게 다기를 헌상하면 용서해 준 것 등, 다기의 브랜드화나 가치의 창출에 노부나가가 힘을 쏟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노히메(濃姫)에게 다기는 그냥 그릇이었다. 그녀에게는 좋은 다기를 내놓아봤자 차가 맛있어질 리도 없고, 반대로 어깨가 뻐근해지는 답답함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남자들은 외국산(唐物) 다기니 뭐니 시끄럽지. 다도회 같은 건 맛있는 차와 차과자가 있으면 되는 것 아니더냐. 딱딱한 예법(手順) 따윈 의미없느니라"


사키히사(前久)의 전차도(煎茶道)에 가깝게, 노히메의 다도회도 자유로웠다.

다도회라고 하면 다기와 차도구(茶道具), 차실(茶室), 그리고 주객(主客)에 이르기까지 일체감을 따지지만, 노히메의 다도회는 일체감 따윈 개나 줘버려였다.

도중에 자리를 떠도 문제없고, 잡담을 하면서 차과자를 집어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풍류 같은 것을 즐기는 것이 다도회라면, 노히메의 다도회는 차를 마시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노히메 류(流) 다도회는 남자 금지였다. 이유는 단순히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쌓였던 불만을 노히메의 다도회에서는 당당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당연히 대화는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을 수비의무(守秘義務)가 있다. 이것을 지키지 못할 경우 다도회에는 참가할 수 없다. 본심을 말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얼핏 보면 무질서해지기 쉬운 노히메의 다도회였으나, 몇 가지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아까의 대화에 관한 수비의무도 글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와 차과자가 맛있을 것이다.

또, '차과자는 차에 어울릴 것'이라는 규칙도 있다.


차과자는 중요하다. 맛있는 차, 그리고 차에 어울리는 맛있는 과자, 그 두 가지가 있기만 해도 대화는 활발해진다. 반대로 말하면, 차와 과자가 맛없으면, 자연스레 대화도 네거티브한 것이 된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지만, 그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기에, 어디까지나 계절감은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는 권장사항에 불과했다.


"오늘의 차도, 차과자도 맛있구나"


"오늘은 좀 맛이 옅은 차라고 하여, 마른과자(干菓子)를 준비했습니다"


차과자로서 쓰이는 일본 과자(和菓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주로 팥(餡)을 사용한 주과자(主菓子)와, 설탕이나 밀가루(粉) 등을 섞어 굳힌, 수분이 적은 편인 마른과자로 크게 구별된다.

양자를 구별하는 요령은 간단해서, 과자의 수분량이 적은 쪽이 마른과자, 많은 쪽이 주과자이다. 그런 이유로 맛이 진한 편인 차는 주과자, 옅은 편인 차는 마른과자가 좋다고 한다.


"라쿠간(落雁)으로 계절을 표현하다니, 꽤 좋은 취향이로다"


노히메가 접시에 담긴 일본과자를 집어먹었다.


라쿠간이란 건조시킨 쌀가루에 물엿, 설탕을 섞은 후에 반죽하여 틀에 넣어 착색한다. 이후에는 틀로 찍어 모양을 낸 후, 배로(焙炉)로 건조시키거나 자연건조시키면 완성이다.

세세한 공정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기에 깊이가 있어, 재료의 질이나 나무틀의 품질, 착색 방법이나 모양 등, 기술자의 기량과 센스가 시험된다.


"작은 새가 동백나무(椿) 가지에 앉아있는 그림인가. 실로 아름답구나. 먹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


"눈으로 즐기고, 향을 즐기고, 그리고 맛을 즐긴다. 남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오락이군요"


"다도회는 딱딱해서 곤란하지요"


"그렇지. 오락으로서 즐기지 못하는 것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주군께서도 어깨의 힘을 빼는 오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셔서 말이지"


그런 불평을 이야기하면서 노히메들은 다도회를 즐겼다. 차를 마시고 과자를 집어먹으며 담소한다. 그녀들에게는 다도회도 정쟁(政争)의 도구가 아닌 오락이었다.


"그러고보니 시즈코는 어디 있느냐"


"오다 님께 불려가서 자리를 비웠습니다"


"나의 즐거움을 빼앗다니, 주군께서도 멋없는 짓을 하시는군"


노히메의 다도회에 시즈코도 호출되었으나, 그걸 안 노부나가가 기회다 하고 시즈코를 불러냈다.

노부나가에게 어려운 일을 떠넘겨지는지, 아니면 노히메의 장난감이 되는지, 어느 쪽이든 시즈코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만, 어느 쪽이 나은지는 수수께끼이다.


"하지만, 시즈코가 일했기에 우리들의 오락이 늘어난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이 자리에 없더라도 나중에 재미있는 것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느니라"


"좋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지 못하지요"


"그렇지요. 오락 없는 세상 따윈 참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동심으로 돌아가 노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차과자를 먹으면서 그녀들은 담소했다. 매일 집을 지키는 그녀들도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즈코 덕분에 다양한 휴식이 가능하게 되었다.

일하는 짬짬이 적당한 휴식이 가능하게 되자, 매일매일에 여유가 생기게 되어, 지금은 이렇게 다도회를 즐기기에 이르렀다.


"그러고보니, 시즈코는 '라아멘(らあめん)'이라는 걸 만들고 있더구나"


"들은 적이 있습니다. 듣자하니 외국(唐)의 면(麺) 요리라고 하더군요. 어떤 맛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시즈코의 마을에서는 몇 군데나 '라아멘'을 내놓는 가게가 생겼다더군요"


"그렇군. 다음에 그 녀석에게 만들게 하자"


본인이 없는 것을 기회라고 말하는 듯, 그녀들은 마음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시즈코가 라멘 요리를 만드는 것은 그녀들 안에서 확정 사항이 되었다.


"에취!"


같은 시각, 등골이 서늘해진 시즈코는 크게 재채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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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