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99 1572년 12월 하순



이 때, 확실히 역사는 움직였다. 오다(織田)-도쿠가와(徳川) 연합군에 의한 타케다(武田) 군의 괴멸 및 신겐(信玄)의 전사는 일본을 뒤흔들었다.

패권의 세대교체를 고하는 소식은, 토오토우미(遠江)의 서쪽에 위치한 시라스카(白須賀)에 포진하고 있던 노부타다(信忠, 키묘마루(奇妙丸))에게도 새벽이 오기 전에 전해졌다.


"읏샤아아아아아!!!"


들어온 보고를 다 듣기도 전에 노부타다는 쾌재를 불렀다. 노부타다를 따라 수하의 무장들도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양손을 하늘 높이 치켜올리며 환희했다.

개중에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는 무장도 있었으나, 이번만큼은 무리도 아니었다.


다들 불안했던 것이다. 어려움을 견디며 필사적으로 쌓아 온 모든 것이 타케다라는 압도적 폭력 앞에 손쓸 방법도 없이 빼앗긴다. 그 광경을 누구나 환시(幻視)하고 있었다.

이 시대에서 타케다 군이란 그 정도의 존재였으며, 공포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카이(甲斐)에서 출진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래로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공포.

이 길보(吉報)에 의해 공포는 불식되고, 위축되고 억압되어 있던 감정이 폭발했던 것이다.

비탄의 눈물이 아닌, 그만한 위업을 달성해낸 동료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자, 같은 깃발을 아우르는 일원이라는 환희의 눈물이었다.


이 소식은 멀리 떨어진 노부나가에게도 이윽고 도착했다. 밤을 새워 달려간 전령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근시(近習)는, 거듭 확인하여 틀림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남의 눈도 개의치 않고 달려갔다.

굉장한 기세(剣幕)에 호위병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둥그렇게 뜨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발걸음 소리도 요란하게 노부나가가 있는 큰 방(広間)으로 달려들어갔다.


"주, 주군(ご注進)!! 저, 전령이 이것을 가져왔습니다!"


근시는 전속력으로 달렸기 때문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서장(書状)을 내밀려 했다.


"내용을 말하라!"


태연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누구보다 속앓이를 하고 있던 노부나가는, 근시의 무례함을 일체 탓하지 않고 전령의 내용을 말하라고 명했던 것이다.

근시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여 숨을 고른 후, 무시무시한 중압감을 내뿜는 노부나가의 시선에 견디면서 말을 이었다.


"미,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에서 우리 군과 도쿠가와 군이, 타케다 군을 격파했습니다!"


일순의 정적이 흐른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길보라는 걸 알게 된 오다 가문 가신들이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노부나가만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태도였지만, 품 속에 감추고 있던 손으로 힘있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게다가 신겐을 처치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밖에도 이름높은 타케다 가문의 장수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우선 타케다 가문 최강의 적비대(赤備え)인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는, 모리 카츠조(森勝蔵) 님이 일기토 끝에 처치하셨습니다!"


"오옷! 그 야마가타를 처치했다는 건가!"


"카츠조의 수훈에는 보답해줘야 하겠지"


타케다의 적비대라고 하면, 정강무비(精強無比)로 이름이 드높은 부대이며, 붉은 색 일색으로 통일된 갑주를 입는다.

전장에서의 붉은 무사(赤武者, 적비대)와 마주친 적은 전의를 상실하고 자발적으로 타케다의 군문(軍門)에 투신했다고까지 하는 정강함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적비대를 이끌고 있던 것이 야마가타 마사카게다. 그는 '야전(野戦)의 수싸움(駆け引き)에서는 비길 자가 없다'고까지 평가되어, 그 용명(勇名)은 후세에까지 전해졌다. 그야말로 타케다 가문 최강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그 야마가타 마사카게를 처치한 전과는 크다. 노부나가가 바로 포상을 생각할 정도로 큰 공이며, 카츠조의 이름은 야마가타 마사카게를 패배시킨 사람으로서 천하에 울려퍼지게 된다.


"이어서 바바 노부하루(馬場信春)를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님이! 그리고——"


차례차례 타케다의 주력인 무장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처치한 사람의 이름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제 미카타가하라 전투에 참전한 사람들의 무공은 하늘을 찌른다고(青天井) 할 수 있었다.

타케다 군을 격퇴시킨 것이 아니라, 피해 규모를 보아도 괴멸시켰다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말로 해냈구나. 준비는 갖춰졌으렷다!"


"옛! 일체의 차질 없이!"


보고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씨익 웃은 후, 가신들에게 호령했다.


"지금부터 마지막 대청소를 한다. 다들, 타케다와 싸운 자들에게 지지 않도록 마음껏 무공을 세워라"




천하를 가르는 대전(大戦)에서 승리한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면면은, 부상병들을 데리고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귀환했다.

전투중에는 흥분상태여서 깨닫지 못했으나, 하마마츠 성에 돌아오자 생환을 실감했는지, 병사들은 서로 껴안으며 무사함을 기뻐했다.


"아ー, 그런데 시즛치,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말야"


시즈코들이 입성을 대기하고 있을 때, 문득 케이지(慶次)가 시즈코에게 말을 걸었다.

보기에도 거북한 듯한 표정을 떠올리는 케이지를 보고 안 좋은 예감이 스쳐간 시즈코는, 케이지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화내지 않을테니, 정직하게 말해요)"


"(저기, 말이지. 실은 어떤 무장을 붙잡았는데 말야…… 보고하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거 무토 키헤에(武藤喜兵衛) 님 말이에요?)"


"(아ー 맞아맞아. 본진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다보니 깜빡 잊어버렸네)"


정말 심한 이야기로, 생사여탈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적진에 방치되는 건 고문에 가깝다. 몸둘 바 모르는 포로를 지금까지 방치해 둔 사실에, 시즈코는 눈가를 누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빨리 데려와요. 패군(敗軍)의 장수라고 하지만 신의(信義)에 어긋나요"


"어, 바로 데려올게"


시즈코에게 재촉받고 케이지는 서둘러 무토 키헤에를 부르러 갔다. 본인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드물게 겸허(殊勝)한 태도였다.


"당신이 총대장이십니까"


기다리다 진이 빠진 무토 키헤에는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취급되어도 불평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함부로 취급받고 유쾌하게 생각하는 인물은 없다.


"마에다(前田) 님을 맡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그렇게 됩니다. 우선 오래 기다리시게 한 불찰(不手際)을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 이쪽도 태도를 고치도록 하지요. 앞서 약속의 절반은 지켜주었고, 남은 절반도 지금 지켜졌습니다"


시즈코가 케이지의 실수를 자신의 불찰로서 사과한 것에 놀란 무토 키헤에였으나, 즉시 의식을 바로하고 대답했다.


"하여, 참수는 언제쯤이 됩니까"


"네!? 싸움은 끝났습니다. 저는 수급을 원하지는 않고, 이제와서 목을 받아도 곤란한데요. 호송까지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돌아가시겠다면 뜻대로 하세요"


"네?"


시즈코의 너무나 상식에서 벗어난 말이 이해되지 않아 무토 키헤에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보통은 포로로 잡은 무장의 취급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보를 캐낸 후에 참수하여 처치한 수급으로서 무공으로 삼는다. 또 하나는 살려둔 채 수하로 받아들여 자신의 전력으로 하는 것이다.

시즈코가 말한, 포박한 무장에 대해 돌아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라는 것은 고생해서 붙잡은 의미가 없다.


"저는 제 목과 맞바꾸어 형님들의 목과 병사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이미 대가를 받았는데 뻔뻔하게 살아서 수치를 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논공행상은 나중이라고 해도 이미 급한 전후처리는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승전 축하연(祝勝会)이라고 흥분해 있는 병사들에게 지금부터 지저분한 일을 부탁하는 건 미안하지요. 애초에 케이지 씨가 그 자리에서 목을 베지 않았잖아요?"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케이지가 의도적으로 목을 베지 않았으니, 그게 케이지의 판단이고, 그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었다.

출세를 바라지 않는 시즈코에게 수급 같은 건 굳이 바라는 것도 아니라,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것 같은 짓을 하면서까지 얻을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케이지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것만이 문제였다.


"내가 제시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카이로 귀국하는 것, 아니면 어디까지나 주군에게 충성하고 싶다면 목을 베어주지 못할 것도 없어. 뭐 원하는 대로 선택해"


시즈코의 마음 속을 헤아린 케이지는, 무토 키헤에 자신에게 자신의 길을 선택하게 하기로 했다. 예상외의 선택이 주어진 무토 키헤에는 숙고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 바람을 말씀드리지요. 케이지 님이 말씀하신 두 가지 선택, 그 어느쪽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우선은 사나다(真田) 가문이 어찌될지 그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사나다 가문이 존속하던 대가 끊기던, 그 결과가 보였을 경우 반드시 당신 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신다면 환영하겠지만, 배신자라는 비난은 면할 수 없습니다. 이대로 사나다와 운명을 함께한다, 는 길을 선택하시는 것도 지금이라면 가능한데요?"


무토 키헤에의 말에 시즈코는 솔직한 의문을 던졌다. 형 둘을 잃은 사나다가 어떻게 될 지 지켜본 후 시즈코의 밑으로 오겠다고 무토 키헤에는 말했다.

이것은 명백하게 주군 가문(主家)인 타케다에 대한 배신이며, 주군 가문에게 칼을 들이댄 이상 두번다시 카이로 돌아갈 수 없다.

그의 말투를 볼 때, 가족과는 인연을 끊고 단신으로 시즈코에게 투항하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두번다시 가족과 만날 수도 없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가족과 적대하여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수라(修羅)의 길이다.


"무례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당신의 가신들은 다들, 당신을 닮아서 지나치게 바보처럼 정직합니다"


"그게 어쨌다는 것인지?"


무토 키헤에의 거리낌없는 말투에 노기를 띤 병사들을 손으로 제지하며 시즈코는 말을 이을 것을 재촉했다. 대담한 웃음을 떠올린 무토 키헤에는 재촉받은대로 말을 이었다.


"지금의 저에 대한 대응, 그것이 당신을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당신의 가신이나 병사들은 당신에게 반하여(心酔) 당신을 위해서라면 기쁘게 목숨조차 내던지겠죠. 지금까지라면 그걸로도 괜찮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타케다를 패배시켰다는 평가가 붙게 되면 그래서는 안 되지요. 그들의 태도는 알기 쉽고, 거기에 당신이 있다는 것이 쉽게 파악되어 버리는데다, 주위의 반응으로부터 당신의 의도를 읽혀 버립니다. 당신 대신 전면에 나서서 배짱좋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腹芸) 사람이 필요해지겠지요"


"그게 당신이라는 건가요"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미덕이겠지요. 허나, 남의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는 어떨까요? 이건 무능을 넘어선 해악(害悪)이 됩니다. 당신의 이름은 오다 가문에서 부동(不動)의 것이 되었지요. 이제부터는 알기쉽게 적대해주는 상대들 뿐일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친근한 태도로 다가와서 당신의 실각을 꾀하는 적들이 반드시 나타나겠지요"


"그 부족함을 당신이 메워주시는 건가요?"


시즈코의 질문에 무토 키헤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칫하면 오만하다고도 받아들여지게 될 태도였으나, 그 정도의 담력이 없으면 머리좋은 자들(知恵者)을 상대로 속고 속이는 짓은 못 한다.

그에게는 뭐 하나 잃지 않고 고향(国許)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주위가 모두 적이라는 상황에서 자신의 유용함을 어필해 보였다.


무토 키헤에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타케다가 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스로의 몸을 아끼지 않는 용맹한 장수들에, 그들을 거느리면서도 난세(乱世)梟雄의 효웅(梟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주군, 타케다의 패배는 필연적이었다.

이제부터도 타케다에게 예전의 힘이 돌아오지는 않으리라. 오다 가문에서 요직(要職)을 맡으면서도 수비가 약한, 스스로의 힘을 살릴 수 있는 장소, 즉 시즈코의 수하가 되는 것이 가장 유망한 미래로 보였다.

단순히 타케다에서 오다로 갈아타봤자, 뒷배경이 없는(根なし草) 사나다 따위 훅 불면 날아가는 존재가 된다.

사나다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표리부동(表裏比興)한 자라고 경멸받더라도 시즈코의 직속 부하(直参)가 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능력을 파는(売り込み) 것이 아니다. 무토 키헤에와 사나다 일족 전체의 생존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이었다.


"(과연 이에야스(家康)조차 두려워한 지장(知将)으로 이름높은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인가) 좋아요.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반대로 제게 팔려고 한 당신의 수완을 사들이도록 하죠. 제가 마음대로 고용할 수는 없으니, 영주님(お館様)의 재가를 얻어야 하지만, 일단 반대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옛"


만년(晩年)은 불우했으나, 전국시대에 이름높은 지장, 모장(謀将)으로 활약한 그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시즈코는 기대에 가슴을 부풀렸다.


"그럼 하마마츠 성으로 가죠. 아까까지는 패군의 장수였지만, 지금은 임시라고는 해도 제 객장(客将)입니다. 당신에 대한 부당한 취급을 용납할 정도로 저는 마음이 좁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무토 키헤에의 구속을 풀도록 명령했다. 일순 놀란 병사들이었으나, 명령받은 대로 무토 키헤에의 구속을 풀었다. 그리고 압수했던 칼도 돌려주었다.


"지금까지의 저는 당신의 방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거짓으로 행동했으며, 실은 당신에게 한 칼 먹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 때는 너구리에게 한 방 먹고 죽은 얼간이가 있었다, 고 역사에 남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를 베면 당신은 후회하게 되겠죠. 사나다 가문은 객장이 되었으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은 비겁자라는 이름을 남기고, 당신 자신은 죽음을 간절히 원할 정도로 괴로움을 당하게 됩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확정된 미래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시즈코에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묘하게도 그 말대로 될 것이라고 직감해 버렸다.


"하핫, 실례했습니다. 저는 너구리라고 자인(自認)하고 있었습니다만, 당신은 귀신(鬼)을 키우고 계시는 듯 하군요"


무토 키헤에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돌려받은 칼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이것이 저의 당신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만약 수상한 거동을 보였다고 생각하시면 사양하지 마십시오"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이면 사양말고 베어버려도 좋다. 무토 키헤에의 태도는 그것을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얕볼 수 없는 너구리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스스로의 각오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시즈코를 시험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세상에 이름높은 지장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바라더라도 불가능한 곳에 시즈코는 지금 서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기쁜 일은 없었다.


"맡아두도록 하죠. 하지만 쓸 일 없이 돌려드릴 거라 생각합니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도록 하죠"


무토 키헤에의 칼을 시즈코가 받아들었을 때, 입성을 기다리던 행렬이 이동을 개시했다. 이제 곧 하마마츠 성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무토 키헤에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 나라에서 만든 술을 천천히 음미해 주십시오"




시즈코가 대량으로 수송시킨 것은 농성용의 물자가 아니라, 군수물자를 제외하면 싸움 전후에 열릴 연회를 예상한 식료품이었다.

당연한 듯 승리를 의심치 않고, 대량의 식료품과 술통이 반입되어 있었다.


"다들, 잘 싸워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한다"


오다 군의 아시가루(足軽)나 잡병들을 향해 시즈코는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듣지 않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내심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말을 이었다.


"하핫! 다들 내 말보다 얼른 술이 마시고 싶은 것이구나. 모처럼의 축하술이다, 예의 따위는 집어치우자(無礼講). 술도 음식도 잔뜩 준비시켰으니, 다들 실컷 먹고 마시도록!!"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좋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오늘만큼은 오다도 도쿠가와도 없다. 함께 강적과 싸운 전우들에게 내가 주는 작은 보답이다. 오늘은 딱딱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들도록!"


시즈코의 목소리를 신호로, 병사들은 각자 요리에 달려들어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취향까지는 모르기 때문에, 탁주(濁り酒)와 청주(清酒) 양쪽이 준비되었으나, 역시 보기 힘든 청주 쪽이 빨리 줄어드는 듯 했다.

후환(後顧の憂い)도 없어진 승리 축하연인 만큼, 싸움 전날의 연회보다도 떠들썩하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시미츠(足満)를 대동하고 이에야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시미츠 아저씨, 간자분 들에게도 음식과 술을 보내줘요. 눈에 보이는 전과는 없지만, 정확한 정보를 필요할 때에 전해줬으니까, 그에 맞는 보수를 줘야 해요"


"알겠다. 녀석들에겐 내가 말해두지"


"잘 부탁해요. 그럼 나중에 봐요"


거기서 시즈코의 호위는 아시미츠에서 사이조(才蔵)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무렵, 아시미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시선은 그대로인채 의식만을 토비카토(鳶加藤)에게 향하며 말했다.


"술과 음식을 놓아두었다. 마음껏 먹고 마음껏 마시도록. 오늘만큼은 취해 쓰러져도 뭐라 하지 않겠다"


(……옛)


"……그리고 시즈코로부터의 전언이다.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다"


(……)


"두 번은 말하지 않는다. 감사의 말을 실컷 음미해 둬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시미츠는 시즈코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시미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무렵, 토비카토는 슬쩍 중얼거렸다.


(고맙다……라. 두려움의 대상이 된 적은 있어도, 감사의 말은 처음이다. 나쁜 기분은 들지 않는군)


그렇게 중얼거리고 토비카토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있던 장소에는 작은 물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다른 무장들이나 아시미츠와 합류한 시즈코는, 나란히 이에야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에야스가 있는 큰 방(広間)에 도착하자, 이미 축하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담소하고 있던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이, 시즈코가 들어온 것을 알자마자 대화를 뚝 멈추고 시즈코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다.


"다들, 당신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들은 타케다를 쓰러뜨린 영예를 얻는 동시에 우리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깜짝 놀라고 있는 시즈코에게 이에야스가 가신들의 행동을 설명했다. 심히 낯간지러운 태도를 감추지 않고 시즈코는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오다 군의 무장들이 모두 앉자, 이에야스는 술잔을 한 손에 들고 말했다.


"우선은 오다 님께서 보내신 원군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들 도쿠가와는 타케다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만으로는 타케다의 발을 묶을 수 있었을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이에야스의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대로라면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이에야스는 참패했다.

하지만 시즈코들의 진력(尽力)에 의해 대패를 맛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야스의 인물상(人物像)을 상징하는 '찡그린 상(しかみ像)'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시즈코 님, 이번의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옛, 과분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다짜고짜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시즈코의 대답에 이에야스는 싱긋 웃었다.


"그럼…… 이번 싸움에서 죽은 사람들을 장사지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카타가하라 대지에서 죽은 자를 장사지낼 허가를 받고 싶습니다"


"흠? 죽은 사람들은 모두 운구해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사상자 숫자는 적다. 거기에다 죽은 사람은 후에 장사지내기 위해 진으로 운구되었다.

사망자는 한꺼번에 화장된 후, 모발이나 유품의 형태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에 의해 정성껏 장례가 치러진다. 대체 누굴 장사지낼 생각인지 몰라서 이에야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은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도 마찬가지라, 시즈코가 장사지낼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싸움에서 우리 측은 경미한 손해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죽은 사람들은 많아서, 지금도 그 유해가 들판에 널려 있습니다. 우리들도 병사들을 잃었지만, 타케다가 잃은 병사들은 우리들과 비할 바가 아닙니다"


많은 시체가 들판에 널려서 부패하게 되면,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들이 역병(疫病)을 매개하여 주변 일대가 오염된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죽은 사람들을 반드시 매장해야 한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도쿠가와 님과 타케다 사이에 쉽게는 씻을 수 없는 불화(確執)가 있음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말씀드릴 생각은 없고, 받아들여주시지 않겠다면 포기할 생각힙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이에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야에는 눈가를 꾹 누른 채 오열하는 이에야스의 모습이 비쳤다.

이에야스 뿐만이 아니었다.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이나, 오다 가문 측 무장들조차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울 정도로 원한(確執)이 강했다면, 석회 처리 같은 걸로 어떻게 해볼까 하고 생각했을 때, 결연하게 얼굴을 든 이에야스가 소리쳤다.


"다들 들었느냐! 멋대로 쳐들어온 자들에게도 자비를 보이시다니…… 실로 시즈코 님께서는 자비로우시다. 나는 마음 속으로부터 감동했으며, 나 자신의 도량이 좁음이 부끄럽다"


"어, 저기, 잠깐 기다려 주세요. 뭔가 성대하게 어긋난 느낌이……"


"우리들도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그 목숨을 던지는 것이다. 타케다에게도 젊은이가 있었으리라.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처자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모습은 언젠가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승리한 우리들이 장사지내지 않고 누가 그들을 장사지내겠느냐. 다들 오래된 원한은 있겠지, 하지만 죽으면 다들 곧 부처(仏)인 것이다. 훌륭하게 싸우다 죽은 타케다 가문의 사람들을 장사지내주도록 하자"


현재의 미카타가하라는 곳곳에 시체가 굴러다니며 그야말로 시산혈해(屍山血河)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시즈코는 위생면(衛生面)의 관점에서, 추위로 시체가 잘 부패하지 않는 지금 매장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이지만, 이에야스에게는 다른 형태로 받아들여져 버렸다.


"(이제와서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 그래서, 그…… 매장해도 괜찮을지요?"


"물론입니다. 저희들도 도울테니, 뭐든지 명하십시오"


"각별하신 배려, 감사드립니다"


쓸데없는 말을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오해가 있어도 그대로 진행하는 쪽이 낫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오해를 해소하지 않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다행히 이에야스는 승리에 취해 있어 시즈코의 속셈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야기를 진행했고, 때를 봐서 이에야스의 선언과 함께 승리의 연회가 개시되었다.




연회는 단시간에 종료되었다.

애초에 시즈코가 대량의 청주를 공출했기 때문에, 청주를 입에 댈 기회가 적은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이 다투듯 퍼마셨고, 상쾌한 첫맛과는 달리 강한 주정(酒精)에 취해 쓰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타다카츠(忠勝) 같은 경우에는 시즈코가 직접 잔에 술을 따라주자, 그대로 단숨에 마셔버리고 금방 취해서 쓰러져버렸다.

눈 앞에서 쓰러진 타다카츠에 시즈코는 당황했으나, 한조(半蔵)와 야스마사(康政)가 그녀를 손으로 제지한 후, 타다카츠를 문자 그대로 연회장에서 끌고나가서 빈 방에 던져넣었다.

비몽사몽(夢見心地) 간에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 타다카츠를 음식물 쓰레기라도 보는 눈으로 운반한 두 사람은, 빈 방의 맹장지를 열어젖히고는 타다카츠를 던져넣었다.

기둥에라도 부딪힌 것인지 쿵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으나, 타다카츠는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기에 조용히 맹장지를 닫아 봉인했다.


타다카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차례차례 취해 쓰러져 실려나가서 연회는 순식간에 종료되엇다.

물론, 시즈코는 한 방울도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로부터도 술을 권유받지 않도록 아시미츠와 사이조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와 시바타(柴田)와 미츠히데(光秀)가 번갈아가며 철벽의 방어로 봉쇄했다.


"후우, 끝났다"


밤바람을 쐬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술을 마신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로 취한 기분이 들었기에, 이렇게 밤바람을 맞으며 기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이쪽이 끝났으니, 이번에는 영주님이 나가시마 잇코잇키슈(長島一向衆)를 공격하게 되겠네"


타케다와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이 싸워서 승리햇을 때, 시즈코의 최후의 작전이 발동한다.

그것은 타케다의 패배를 알고 주위가 혼란에서 깨어나기 전에, 나가시마를 공겨해서 그들을 쫓아내는 작전이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수만 명이나 죽음을 당했다는 가열(苛烈)찬 나가시마 침공이었으나, 시즈코의 작전은 재빨리, 하지만 확실하게 공격하여 단기간에 결판을 내는 작전이다.

그러기 위한 밑준비를 1년을 들여 했던 것이다. 타케다와의 싸움이 성공한 이상, 나가시마도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만이르이 사태도 생각되었으나, 그것은 시즈코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다.


"내일부터 오다 군의 대부분이 이동하겠네. 나는 남아서 토오토우미의 타케다 군 소탕에 협력하겠지만"


오다 군은 내일부터 복수로 나뉘어져 활동한다. 태반의 무장은 나가시마에서의 싸움에 참전하지만, 시즈코나 사이조, 나가요시들은 토오토우미의 성에 들어앉은 타케다 군 소탕을 도쿠가와 군과 공동으로 수행한다.

케이지(慶次)는 피곤하다고 말해서 나가시마 침공에는 참전하지 않고 귀국한다. 타카토라는 가장 많은 쿠로쿠와슈(黒鍬衆)를 거느리고 있었기에 미카타가하라 대지에서의 매장 작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시즈코 직속(肝いり)의 텟포슈(鉄砲衆)는 다른 가신들과 마찬가지로 나가시마로 가서 노부나가의 직할 무대로서 일하게 된다.


예상으로는 노부나가가 준비를 마치고 나가시마에 착진(着陣)하는 것과, 텟포슈나 무장들이 노부타다와 합류해서 나가시마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동시인 24일이나 25일이 된다.

정월(正月)까지의 날짜는 얼마 안 남았지만, 절반 정도의 요새를 함락시킬 수 있으면 감지덕지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게 된다. 그것을 그녀가 알게 되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 후였다.


"아ー 관두자 관둬,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자 소용없어. 자, 다들 자자ー"


곁에 있는 비트만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꼬리를 흔들며 모여들었다. 시즈코는 비트만 패밀리에게 둥글게 둘러싸여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시즈코를 깨우러 온 도쿠가와의 소성(小姓)이, 그 광경을 보고 질겁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타케다의 패배와 신겐의 부보(訃報). 노부타다나 노부나가에게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반 오다 연합 진영, 그리고 중립을 지키고 있던 자들에게도 그 소식은 전해지기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아사쿠라(朝倉)는 즉각 귀국했다. 겨울이 깊어져 눈이 쌓여서 행군이 늦어진다는게 이유였으나, 누가 봐도 타케다의 패배를 알게 되어 반 오다 연합에서 재빨리 빠져나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자이(浅井)는 주요 가신들조차 어쩔 줄 몰랐고, 개중에는 오다와 내통하는 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신들이 그런 상태였기에, 병사들 또한 보신을 위해 도망을 꾀했다.

오다니 성(小谷城)에 남겨진 병사들은 부상자들이나 병자들, 도망칠 여유가 없는 자들만 남게 되었다. 성의 방위에 돌릴 수 있는 병사들이 적어졌기에, 몇 개의 방어시설은 포기되었다.

그밖에 반 오다 연합에 참가한 소국의 영주(国人)들도 대응은 비슷비슷했다.


혼간지(本願寺) 등 종교 세력들(寺社勢力)도 충격을 받았다. 쾌진격을 거듭하고 있던 타케다 군이 서서히 패한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의 싸움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

이시야마 혼간지(石山本願寺)에 있는 켄뇨(顕如)는 전령의 보고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도 마찬가지로, 뭐가 어떻게 되어서 타케다가 패했는지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을 이해함에 따라, 그들은 지금 상태에서 오다와 싸우는 건 상책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문을 굳게 닫고 농성에 집중하는 한편, 각지에 간자를 풀어 정보수집을 수배했다.

문을 닫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될 것도 모른 채.


쇼군 요시아키(義昭)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보고를 믿을 수 없어서 전령을 큰 소리로 매도하여 쫓아낼 정도였다.

그러나, 주위의 반응으로부터 전령의 보고가 사실임을 깨닫자, 급격히 소심해져서 머리를 감싸쥐고 벌벌 떨 뿐이었다. 그 한심한 모습에, 쇼군을 따라 오다에게 반역한 가신들도 정나미가 떨어졌다.


오다에 적대한 자들의 동요는 엄청났다. 그 정도로 타케다 신겐이 패배했다는 사실은 무겁다.


반면 노부나가는 이 기세를 최대한 이용하여 나가시마에서 일향종(一向宗)을 구축할 생각이었다.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짜증나는 존재인 일향종을 확실히 구축하려면 지금이 호기였던 것이다.

아사쿠라가 귀국한 것으로 서쪽의 방어망에 여유가 생긴 노부나가는, 당장 병사들을 데리고 나가시마로 향했다. 때를 같이하여, 하마마츠 성에서 출진한 오다 군은 노부타다와 합류하여 나가시마로 향했다.


24일 이른 아침에 노부나가의 본군, 노부타다의 2군, 합계 5만의 군세가 나가시마에 집결했다. 코키에 성(小木江城)에서 작전회의를 가진 후, 점심 전부터 복수의 군으로 나뉘어 침공할 것이 결정되었다.

쿠와나(桑名) 방면에서 지원이 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타키카와(滝川)나 쿠키(九鬼) 수군(水軍)이 도착하는 대로 해상봉쇄를 한다.

이리하여 각자의 행동이 확정된 후, 각자 진군을 위한 작업을 개시했다.


뭐니뭐니해도 신식총의 탄약 제조가 급선무였다. 이 신식총을 대량 투입할 수 있는지 아닌지로 전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료는 있어도 뇌관(雷管)을 만드는 것은 통상의 종이 약실(紙薬包)보다 훨씬 시간이 걸린다. 그 때문에, 전투 개시일에는 신식총의 대량 투입을 보류했다. 그래도 오다 군의 쾌진경은 멈추지 않았다.


"키묘(奇妙) 님, 이치노에 요새(一ノ江砦)를 함락시키고, 이어서 우구이우라 요새(鯏浦砦)로 진군중이라 합니다"


"아케치(明智) 님이 오오미나토(大湊)의 에고우슈(会合衆, ※역주: 자치회)로부터 간쇼지(願証寺)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시바타 님이 카토리 요새(香取砦)를 함락시키고 간쇼지로 진군중이라고 합니다"


"쿠키 님의 선단(船団)이 도착. 내일부터 해상 봉쇄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노부나가의 앞에 차례차례 보고서가 놓였다. 하나같이 노부나가를 만족시키는 것이었으며, 나가시마 잇코잇키슈가 일방적으로 패배하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무리 견고한 문을 만들어도, 작렬통(炸裂筒) 하나만 꽂히면 산산조각으로 날아간다. 비장의 화승총을 꺼내려고 해도, 쏘기도 전에 오다 측의 신식총에 벌집이 된다.

나가시마 잇코슈(一向衆)에 처음부터 승산 따윈 없었다. 오다-도쿠가와 연합군과 타케다는 싸움이었지만, 노부나가와 나가시마 잇코슈로는 싸움조차 되지 않는다.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사냥하는, 일방적인 유린, 원사이드 게임이었다.


"가슴이 다 후련한 보고들 뿐이구나. 요새를 공격하고 있는 무장들에게 명하라. 적은 가능한 한 많이 살려두라고 말이다. 놈들이 아군에게 우리들의 강함과 무서움을 선전해줄 것이다"


노부나가의 명령은 즉기 각 무장에게 전달되었다. 철저히 짓밟는게 아니라 어느 정도 살려두어서, 도망친 적이 도망친 곳에서 오다의 무서움을 아군에게 이야기하게 한다.

노부나가는 타케다가 도쿠가와를 침공할 때 쓴 수법을 흉내낸 것이다. 결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타케다가 오다에게 패한 것과, 하루만에 요새가 함락된 것, 그것이 요새를 지키는 자들에게 상상 이상의 공포가 되었다.


요새가 하루만에 함락된다. 그것은 원군을 부탁해도 제때 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새를 지키는 자들에게 이만한 공포는 달리 없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윤중(輪中) 바깥쪽에 있는 요새는, 가족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것을 조건으로 항복을 타진했다.

노부나가는 무장 해제와 나가시마를 떠나서 곧장 이시야마 혼간지로 갈 것을 조건에 더해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물론,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거리를 하면 그 자리에서 일가친지를 씨몰살시키겠다는 협박도 전했다.


사방팔방에서 오다 군의 맹공에 노출된 간쇼지도 겨우 반나절만에 함락되었다. 이곳은 마지막까지 저항이 거셌으나, 오다 측의 손해는 거의 없었고, 태반이 일향종의 시체들이었다.

이리하여, 겨우 며칠만에 윤중에 있는 나가시마, 야나가시마(屋長島), 나카에(中江), 시노바시(篠橋), 오오토리이(大鳥居)의 다섯 개 성을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함락되었다.


"내일부터 텟포슈가 최전선에 선다. 우선은 시노바시 성과 오오토리이 성이다"


지금까지는 요새였기에 빠르게 공격해서 함락시켰지만, 다음부터는 공성전이 된다. 적도 필사적이 되어 지킬 것이기에, 지금까지보다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고 누구나 예측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라. 이미 나가시마는 함락 직전이다. 지나치게 긴장해서 헛발질하지 말도록"


사쿠마(佐久間)나 시바타가 오오토리이 성, 츠다 노부히로(津田信広)나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가 시노바시 성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주위를 견제하면서 노부나가 본진이 나가시마 성을 공략하는 흐름이 되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나 그가 데려온 병사들은, 오우미(近江) 나가하마(長浜)에 있는 히데요시에게 돌아갔다. 미츠히데도 오오미나토의 에고우슈와의 정치적 협상(調略) 후에 쿄(京)에서의 임무를 위해 쿄로 돌아갔다.

다른 세력에 대한 견제를 겸한 포진이었으나, 견제 따위 할 필요도 없었다. 누구 하나 방비가 허술해진 쿄에 손대려 하지 않았고, 노부나가의 쾌진격을 들을 때마다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히데요시 군이나 아케치 군이 빠져서 병력 수가 좀 줄기는 했으나, 오다 군의 맹공은 멈추지 않았고, 거꾸로 기세가 올라갈 뿐이었다.


"영주님! 나가시마 성 앞에 네고로슈(根来衆)와 사이카슈(雑賀衆)의 철포대(鉄砲隊)가 포진하고 있는 것을 확인! 그 숫자, 2000 정도로 보입니다!"


오시츠케 요새(押付砦)와 토노메 요새(殿名砦)가 있는 장소에 포진한 노부나가에게, 나가시마 성 앞에 철포대가 다 모여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신식총을 쓰는 오다의 텟포슈는 본진에는 300명 정도밖에 배치되어 있지 않다.

시즈코의 텟포슈는 총 1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에, 2000이라는 숫자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영주님! 다른 부대에 분산시킨 텟포슈를 도로 데려와야 합니다!"


"필요없다. 300으로 문제없느니라"


진언하는 가신의 말을 노부나가는 일축했다. 깜짝 놀라는 가신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텟포슈를 이끌고 있는 겐로(玄朗)를 불렀다.


"적은 2000으로 기다리고 있다. 너는 300의 텟포슈를 이끌고 보기좋게 쳐부수고 와라"


"2000입니까. 좀 부족하군요"


"핫핫핫, 잘 말했다!"


노부나가의 명령에 대해 겐로는 씨익 웃더니 너무 쉬워서 재미없다고 은언중에 내비쳤다. 그걸 들은 노부나가는 기분좋게 웃었다.


"그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일 각(刻)만 있으면 결판은 날 것입니다"


"반 각에 끝내라"


"알겠습니다. 사반각(四半刻)에 끝내겠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노부나가와 겐로의 대화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나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사반각 후에 알게 된다.


"다들, 우리들은 네고로슈와 사이카슈를 쳐부수는 임무를 받았다. 별 것 없다, 사반각만 있으면 충분하다. 얼른 끝내서 우리들의 힘을 알게 해주자!"


"오옷!!"


겐로는 텟포슈를 고무한 후, 네고로슈와 사이카슈가 포진하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도착 후, 맞은편 기슭에 네고로슈와 사이카슈가 빽빽히 포진한 것이 보였다.

강폭이 가장 좁은 곳에서 도하하여 진군할 거라고 예상하고, 오다 군이 상륙하기 전에 철포로 섬멸한다는 작전이라고 겐로는 생각했다.


"아마 다른 곳에서 상륙하려고 해도 도하 그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감시병을 두고 있을테니, 바로 발각되어 총알비가 쏟아지겠지. 그렇다면 할 일은 하나뿐이다"


"겐로 님, 거리는 250에서 300미터 사이라고 합니다. 충분히 사정거리입니다"


"좋아, 일제 발사다!"


겐로의 호령과 함께 신식총에서 탄이 발사되었다. 강 저편에 있는 네고로슈와 사이카슈가 쓰러져갔지만, 겐로는 신경쓰지 않고 제압사격을 계속했다.

20분도 지나기 전에 결판이 났다. 네고로슈와 사이카슈의 사망자를 합치면 700정도, 부상자 숫자는 1000명 이상은 될 것이다, 그에 반헤 겐로의 텟포슈는 사망자 제로, 부상자 제로였다.

이 결과가 되는 것도 당연했다. 네고로슈와 사이카슈는 탄이 닿지 않는데 반해, 신식총은 여유롭게 살상권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300 이상의 거리에서 사격 훈련이 거의 없었기에 탄의 명중률은 나빴다. 그것은 발사숫자로 커버했다.

명중률은 낮아도 압승이다. 누가 봐도, 어떻게 변명을 하더라도, 전국시대에서 철포 명수(名手)로 이름높던 사이카슈와 네고로슈가 구축된 것에 변함은 없다.


"과연 대단하다"


30분 후, 겐로가 있는 곳으로 온 노부나가는, 반대쪽 강기슭의 참상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다 군은 파죽의 쾌진격을 거듭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나가시마를 침공하는 부대를 줄이고, 나가시마에 협력적이었던 호족(豪族) 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사용하여 차례차례 굴복(調略)시켜갔다.


나가시마와의 관계를 끊는다면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 하지만, 끝까지 나가시마에게 협력한다면 풀뿌리를 파뒤집어서라도 찾아내어 일가친지까지 씨몰살시켜버리겠다.


노부나가의 말은 이것뿐이었다. 관계를 끊는다면 관대한 태도로 대응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가시마에게 협력한다면 씨를 말려주겠다. 이만큼 알기쉬운 내용은 없었다.

대부분의 호족은 노부나가에게 복종했다. 일부 반역한 호족들도 있었으나,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일가친지까지 몰살당했다.


29일 새벽, 최후의 저항이라고 말하든 시모츠마 라이탄(下間頼旦)을 시작으로 나가시마의 일향종을 지휘해온 자들과 정예병 1000이 노부나가 본진에 특공(特攻)을 걸어왔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본진에 도달하기도 전에 시모츠마 라이탄 이하 다수의 지휘관이 사살되는 결과로 끝났다.

이 결과를 알자, 모든 것에 절망한 간쇼지 5세인 켄닌(顕忍, 쇼이(証意)의 적자(嫡子))은 키소가와(木曽川)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이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가시마 측은, 노부나가에게 성문을 열 테니 전원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는 무장해제, 불필요한 재물의 반출 금지, 이쪽의 지시에 따라 나가시마를 퇴거하여 이시야마 혼간지로 곧장 갈 것을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

조금 시간은 걸렸으나 나가시마 측은 노부나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여, 야나가시마와 나카에 두 성에 대해 저항을 멈추고 노부나가의 지시에 따르도록 명했다.


29일 점심때부터, 각 성에 틀어박혀있던 병사들이나 일반인들이 오다 병사들에게 감시받으며 성을 나섰다.

노부나가는 퇴거가 끝난 성이나 요새를 검사했다. 어딘가에 재산이나 무기를 숨겨좋지 않았는지 조사한 것이다.

결과는 노부나가의 예상대로였다. 나가시마 성을 시작으로, 많은 성이나 요새에 금은이나 돈이 감춰져 있었다.

금은이나 돈을 감춰서 남겨놓은 이유, 그것은 그들이 훗날에 요새나 성을 빼앗으러 올 생각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항복은 이 자리를 면하기 위한 거짓에 불과하다, 고 노부나가는 이해했다.


내심 분노가 치밀어오른 노부나가는, 병사들을 시켜 그것들을 아무렇게나 꺼내서 산처럼 쌓아놓았다. 다 쌓자, 노부나가는 나가시마 잇코잇키와의 싸움에 참전한 무장들을 모았다.


"뭐냐 이것은"


금은이나 돈을 앞에 두고 노부나가는 자군의 무장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애초에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노부나가는 무장들의 놀라움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부처를 섬기는 몸이면서 속세에 관여하고, 나아가 불필요하게 재물을 축적한다. 백성의 신심(信心)을 이용하여 앞잡이로 삼으면서, 자신들은 처자를 거느리고 윤택한 생활을 한다. 그런 놈들이 부처의 이름을 말한다는 거냐!"


노부나가는 쌓여있던 금은을 걷어찼다. 일부가 무너지며 여기저기 금이나 은이 굴러갔지만, 누구 하나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다들 노부나가가 뿜어내는 노기를 앞두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


"뭐가 부처의 가호냐. 결국, 놈들은 부처가 아니라 놈들 자신이 소중한 것 뿐이다. 추악한 놈들, 구역질이 난다!"


분노를 내뱉듯이 노부나가는 성대하게 한숨을 쉬었다. 어느 정도 진정된 노부나가는, 무장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군에게 약탈(乱取り)을 금지시키고 있다. 그건 어째서인가. 백성에게서 살아갈 양식을 빼앗으면, 백성들은 우리들을 위해 일하지 않게 된다. 백성들의 마음이 떠나면, 나라는 순식간에 기울게 된다. 그렇기에 약탈은 금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용서하겠다!"


"오오오옷!!"


약탈 금지령을 해제하는 명령에 아시가루들이 환호하며 기뻐했다. 무장들도 병사들의 좋은 분풀이가 될 거라고 생각하여 노부나가의 약탈금지 해제를 기뻐했다.


"부처의 재물이라면 나도 약탈을 금하겠다. 하지만 놈들이 축적한 재물은 놈들 자신을 위한 것 뿐이다. 그런 놈들에게서 모조리 빼앗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라! 뿌리째 남김없이 빼앗아라!"


약탈 금지 해제의 대호령이 발령되었다. 그날부터 이틀에 걸쳐, 나가시마는 구석구석 샅샅이 조사되었다.

무기 탄약은 물론이고, 금은이나 대량의 돈, 그리고 보존식(保存食) 등이 여기저기 감춰져 있었다.

그것들 모두를 아시가루나 잡병들이 빼앗았다. 개중에는 금괴를 잔뜩 가지고 돌아가는 아시가루나, 정월을 맞이하기 전에 가족에게 좋은 선물이 생겼다고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기뻐하는 잡병들도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서 수만명이 죽음을 당했다고 하는 나가시마에서의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아시가루나 잡병들이 재물을 서로 빼앗는 인의(仁義)없는 싸움은 벌어졌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른채, 하마마츠 성에 있던 시즈코 군이 오와리(尾張)에 도착했다.


토오토우미의 타케다 군 소탕은 실로 맥없이 끝났다. 간자를 써서 타케다 군이 패배한 사실을 퍼뜨리자, 그때까지 강경 일변도였던 타케다 군은 앞다투어 도망쳤다.

이에야스가 우세해졌기에, 타케다의 군문에 투항했던 토오토우미의 영주들은 도쿠가와로 변절했다. 개중 일부는 선물이라고 말하듯, 카이로 철수중이던 스와 카츠요리(諏訪勝頼)나 코우사카 마사노부(高坂昌信)를 배후에서 습격했다.

그러나 '도망치는 데는 귀신(逃げ弾正)'이라는 별명을 가진 코우사카 마사노부 앞에서 토오토우미의 영주들은 가볍게 농락당했고, 스와 카츠요리는 변변한 피해도 입지 않은 채 카이로 철수하는 데 성공한다.


"결국, 무인(無人)의 나가시마 성을 파괴하기 위해 쓰게 되었네, 최종병기"


저택으로 돌아온 후 나가시마의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최종병기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게 되었다. 시즈코가 말하는 최종병기는, 알루미늄 분말을 이용한 테르밋(Thermit) 탄 비슷한 것이었다.

알루미늄 우산의 알루미늄 프레임을 분말로 만들어 처리하여, 몇 가지 소재와 혼합하여 연소시키면 테르밋 반응을 일으킨다.

이 떄, 반응의 중심에서는 무려 섭씨 3000도에 달하는 고온이 발생하여, 복사열(輻射熱)이 주위를 덮틴다.

그렇게 되면 유효 범위내에 있는 인간은 '사라진다'. 연소조차 허용하지 않고 즉각 잿더미로 변하는 것이다.

운좋게 중심에 없더라도 반경 수 미터는 고온에 노출되어, 갑자기 불을 뿜으며 타오른다.

게다가 그 바깥쪽에 있더라도 뜨거워진 공기가 폐를 태워서, 한 호흡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병기였다.


"뭐 당초의 예정과는 다르지만, 사람에게 쏘지 않았다면 괜찮겠지"


애초에 테르밋 탄은 이시야마 혼간지의 성문 등에 사용하여 저항은 소용없다고 깨닫게 하기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성문이 일순간에 '녹아'내리면 농성 따윈 무의미하다고 생각할지도,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노부나가도 그냥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나가시마 성에서 나가는 일향종에게, 테르밋 탄의 위력을 확실히 눈에 새기게 한 후 풀어주었다.


노부나가 자신이 선전(吹聴)하기보다, 아군으로부터의 보고 쪽이 몇 배나 공포를 부추긴다. 나가시마 일향종과의 싸움에서 노부나가는 그것을 배웠다.

동시에 시즈코가 완강하게 사람에게 쓰면 안 된다, 고 말했던 테르밋 탄의 위력도 인식했다.

그리고 인식한 후, 뒷날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테르밋 탄을 봉인하도록 명했다.


"자, 새해가 오고 조금 지나면 새 집(新居)으로 이동할테니, 짐정리를 해야 하는데…… 내년 일은 내년에 열심히 하자"


보고서를 다 읽은 시즈코는,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방바닥에 누웠다. 가까이 있던 비트만 패밀리는 시즈코가 바닥에 눕자 즉시 일어나서 그녀의 주위에 자리잡았다.

시즈코가 방바닥에 드러눕는다 = 일이 끝났다, 는 것을 최근 비트만들은 학습했다. 그래서 시즈코가 드러눕지 않으면 곁에 자리잡지 않는다.


"후아~아, 내년에는 좀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네. 내년은 싸움 따위는 잊어버리고 밭일이나 하며 지내고 싶어"


매년 똑같은 것을 연말에 바라고 있지만 시즈코는 잊고 있었다. 그 바람이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을. 오히려 타케다를 쓰러뜨린 주역(主役), 이라는 것으로 더욱 무대 전면에 나서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의식하지 않는 시즈코는 비트만들과 느긋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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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