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60 1569년 8월 하순



때는 조금 거슬러올라가 에이로쿠(永禄) 12년(1569년) 5월, 남(南) 이세(伊勢)의 키타바타케(北畠) 가문은 노부나가에 대해 항전할 것인지 항복할 것인지로 의견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키타바타케 토모노리(北畠具教)의 친동생으로 코즈쿠리(木造) 성을 지키고 있던 코즈쿠리 토모마사(木造具政)가, 코즈쿠리 일족이라고 전해지는 겐죠인 슈겐(源浄院主玄, 타키카와 카츠토시(滝川雄利))과 츠게 사부로자에몬(柘植三郎左衛門) 등의 부추김을 받고, 오다 가문과 내통하여 종가(宗家)에 모반을 일으켰다.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의 책략인 것을 알게 된 키타바타케 토모노리는 즉시 군세를 파견하여 코즈쿠리 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나가노(長野) 가문이나 코우베(神戸) 가문이 오다 군으로서 원군으로 달려왔고, 또 코즈쿠리 성이 수비에 유리한 저습지(低湿地)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키타바타케 토모노리는 코즈쿠리 성을 공격하지 못하고 군을 물려야 했다.


노부나가는 코우베(神戸) 성의 공략을 경계로, 대군에 의한 힘으로 공격하는 전투에서 정치적 책략(調略)을 주로 하는 전투로 전환했다.

그 정치적 책략전으로 노부나가는 차례차례 이세의 성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 키타바타케 토모노리의 힘을 깎아나갔다.

병력의 차이나 노부나가의 정치적 책략으로 키타바타케 토모노리는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항복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노부나가와 대결할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키타바타케 토모노리의 태도를 보고 노부나가는 본격적으로 이세 공략에 나섰다.

그는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키노시타 토우키치로(木下藤吉郎, ※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시작으로 하는 가신들에게 이세 침공을 발표했다.

이세 침공의 발표는 물론 시즈코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내용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와― 엄청 놀랍네"


노부나가로부터의 발표 내용을 확인한 시즈코는 반쯤 어이없는 듯 중얼거렸다. 그는 불러낸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에게 발표 내용을 설명했다.

주인장(朱印状)에는 케이지와 나가요시 두 명은 이세 침공군에 참가. 시즈코와 사이조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종군하지 않고 자택 대기. 아야는 시즈코와 사이조를 보좌할 것, 등 세세하게 지시가 적혀 있었다.


"두 사람은 모리 님의 지휘하에 들어간다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는 유격병에 가까운 취급이 아닐까"


"으―음, 오랜만에 큰 싸움이군. 몸이 근질거리는데"


"성인식 전에 참전할 수 있다니…… 이만큼 명예로운 일은 없다"


이세 침공 이야기를 들은 케이지는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고, 나가요시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릴 듯 했지만 얼굴을 들고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출진은 8월 20일이니까, 18일까지 준비를 마쳐둘 필요가 있겠네. 창고는 열어둘 테니까, 쓸 게 있으면 나중에 아야 짱에게 보고해둬"


"그럼 5번 창고에 있는 칼, 그거 가져가도 돼?"


시즈코의 발언을 듣자마자 나가요시가 들떠서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시즈코는 5번째 창고에 어떤 칼을 한 자루 보관하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아―, 그거. 딱히 상관없어. 아니, 애초에 네가 성인식을 치렀을 때 주려고 생각했던 칼이니까"


"정말이냐! 그런데 그렇게 좋은 칼, 누구에게 받은 거야?"


"오이치(市) 님께 매실주를 보냈더니, 답례로 보내신 칼이야"


"……너는 여전히, 이상한 것에 손을 대는구나. 그런데 칼의 이름은 뭐야?"


"글쎄. 내가 받았을 때는 딱히 이름 같은 건 없었어"


"그럼 네가 정해 줘"


"응?"


약간 놀란 시즈코였으나, 기대를 품고 있는 나가요시를 보고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그. 도공(刀鍛冶)의 이름 쪽이……"


"뭐 어때. 카츠조도 저렇게 말하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기대를 품고 케이지와 사이조에게 시선을 향한 시즈코였으나, 기대는 보기좋게 배신당했다.

한 번 무거운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고개를 돌렸다.


"멋진 이름을 부탁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独尊)은 안되겠지) 으―음, 사자성어면 명경지수(明鏡止水), 일기당천(一騎当千), 위풍당당(威風堂々), 강의과단(剛毅果断), 견인불발(堅忍不抜) 정도일까"


"……미안, 듣기는 좋은 느낌인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미안. 지금 쓸 테니까 잠깐 기다려"


시즈코는 방금 말한 사자성어를 종이에 써서 나가요시에게 건네주었다.

그걸 받아든 나가요시는, 각각의 종이를 보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의미가 아니라 한자의 독음, 그리고 겉보기만으로 정했다.


"좋아…… 이 명경지수라는 걸로 하자. 의미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야!"


"그러면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참고로 명경지수의 의미는, 잡념(邪念)이 없고 조용히 안정된,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말하는 거야"


"와하하핫! 잡념 투성이인 카츠조에게는 딱 어울리잖아!"


명경지수의 의미를 들은 케이지는, 나가요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폭소했다.




노부나가는 이세 침공을 개시하기 1주일 전, 시즈코에게 어떤 것을 자신의 거관(居館)으로 운반하도록 명했다.

명령을 받은 시즈코는 전용으로 쓰고 있는 창고의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지상으로 꺼낸 후, 신규 개발한 리어카에 모두 싫었다. 짐을 다 실은 후, 위장을 위해 대량의 말린 풀을 덮었다.

작업이 끝나자 시즈코는 케이지를 대동하고 노부나가의 거관을 향해 리어카를 끌었다.


"왜 갑자기……"


무거운 리어카를 끌면서 시즈코는 불평했다.


리어카는 견인차량으로서 해외에서 들여온 사이드카의 개념과, 당시에 주류였던 대형 짐수레(大八車)를 융합시킨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등장은 1921년(타이쇼(大正) 10년) 무렵으로 늦은 편이며, 발명자는 시즈오카(静岡) 현 후지(富士) 시 아오시마(青島)의 모치즈키 토라이치(望月虎一, ※역주: 이름이 코이치인지 토라이치인지 정확히 모르겠음)라고 한다.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고, 진동과 소음이 억제되어 있고, 중심이 낮아지기 때문에 안정된 운반이 가능해진 리어카는 순식간에 대형 짐수레를 대체했다.


시즈코의 리어카는 금속제 파이프의 대용품으로 대나무로 만든 골조에 마(麻)제 플라스틱 판을 끼워넣고, 타이어는 공기 대신 수지를 넣은 노펑크 타이어다.

대나무는 가공만 제대로 하면 금속제 파이프의 대용품이 될 수 있다. 현대에서도 대나무로 된 자전거나 휠체어(車椅子)의 플게임에 대나무가 쓰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철이나 알루미늄 등의 금속제 프레임보다도 튼튼하고 가벼운데다, 휘어지는 성질 때문에 노면의 진동을 완화시키고 목재보다도 내구성이 높으며, 거기에 목재보다 입수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수지를 넣은 타이어는 승차감은 좋지 않지만, 짐을 옮기는 데는 나무랄 데 없는 성능을 가졌다.


평탄한 포장도로 이외에서는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에 언덕길(특히 내리막길)에서의 이동이 어려운 등의 결점은 있지만, 그래도 짐수레로서는 파격적인 성능을 가지는 것이 리어카이다.

뭣보다 말을 쓰지 않고 인력만으로 수백 kg이나 되는 짐을 운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공구가 필요없는 접이식을 채용했기 때문에, 파손되어도 다시 만들 필요는 없고 부품 교환만으로 충분한 장점도 있다.


"내용물이 내용물이니까―. 시즛치 이외의 사람이 옮기면, 돌아가는 길에 머리와 몸통이 작별해 버릴걸"


"……알고 있어. 내용물이 대단히 중요한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무겁거든 이거……"


얼핏 보면 실린 짐은 말린 풀로만 보이지만, 진짜 짐은 그 밑에 감춰져 있다.

잔뜩 실린 말린 풀로 감춰진 진짜 짐, 그것은 노부나가의 숨겨진 재산인 금막대기 80개, 은막대기 120개였다.


말할 ㅍ리요도 없이 시즈코는 금광(金山)을 가지고 있지 않고, 또 금광 개발에 착수한 것도 아니다.

금광이나 은광을 갖지 않는 시즈코가 어떤 방법으로 금은을 획득했는가, 그 비밀은 정제하지 않은 구리(粗銅)에 있었다.


일본 국내의 광석에서 제련된 구리는 많은 금은을 함유하고 있었지만, 에도 시대가 될 때까지 일본에는 구리에서 금은을 분리하는 기술이 없었다.

그 때문에 옛부터 구리와 금은을 분리하는 기술을 가진 명나라(明)나 남만인들은, 일본에서 구리를 헐값에 사들여 금은을 추출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1591년, 뒤에 스미토모(住友) 재벌의 창업자(業祖)로 불리는 소가 리에몬(蘇我理右衛門)이, 센슈(泉州) 사카이(堺)에서 난반부키(南蛮吹き)라고 하는, 귀금속을 많이 함유한 구리에서 금은을 분리하는 제련 기술을 완성시키면서 값싼 비정제 구리의 해외 유출은 멈추었다.


황동(荒銅)에서 금은을 분리하는 난반부키 덕분에, 시즈코는 광산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대량의 금은동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필요로 하는 금속은 구리와 은 두 가지다.

제련이나 가공이 용이한 점, 열전도성이나 전기 전도성, 내구성이 뛰어난 구리는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으며, 이미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은은 유리(硝子)에 무전해 코팅(은경반응(銀鏡反応)) 처리를 하면 반사층을 형성한다. 이것을 이용한 것이 거울이다. 거울은 육분의(六分儀)나 거리 측정기(測距儀)를 만드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설마 황동에 그만한 금은이 함유되어 있을 줄이야……"


금은동이 노부나가가 묵인해 줄 정도의 양이라면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출입하는 상인들이 황동을 모아다가 시즈코에게 파는 것을 반복한 결과, 그녀의 손에는 약간이라고 할 수 없는 금은동이 모였다.

명백하게 분수에 맞지 않는 금은을 앞에 두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보고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아무래도 황동에서 금은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은 노부나가도 상상의 영역을 아득히 넘은 이야기였으나, 시즈코 전용의 창고 지하에 보관된 금괴와 은괴를 보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시즈코와 노부나가는, 금은은 한동안 창고에 보관할 것, 시기를 봐서 조금씩 노부나가의 창고로 운반할 것, 그리고 운반은 시즈코가 할 것, 등의 규칙을 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째서 내가 운반하게 된 거지?"


"그야― 시즛치. 저만한 금괴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녀석이 얼마나 있겠어"


기원전 시대부터 금은 부의 상징이며, 황금의 빛과 불변의 가치는 역사상의 지배자들을 끊임없이 매료시켰다.

일본에서는 전국시대, 전비 획득을 위해 각국이 금광 개발을 한 결과, 골드 러시가 일어났다. 그 시대를 제압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또한, 황금의 차실(茶室)이나 변소(便所)를 만들 정도로 금에 매료되었다.

현대에서도 금 1kg당 500만엔 가까운 가치가 있으며, 인류 역사상 금이 무가치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그런 금에 대해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시즈코가 케이지에게는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돈이 남아도는데, 금막대기를 소유해 봤자 처치곤란일 뿐이야"


"하나 정도…… 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케이지 씨, 내 나라에는 이런 말이 있어. '신용을 얻는데는 긴 세월이 필요하지만, 이걸 잃어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게다가 신용은 금전으로는 살 수 없다. 이걸 되찾으려면 배전의 노력이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은 1955년(쇼와(昭和) 30년) 3월, 야쿠모(八雲) 공장(工場) 식중독 사건 발생 후, 당시 유키지루시(雪印) 유업(乳業) 주식회사의 사장인 고(故) 사토 미츠기(佐藤貢)가 전 사원에 대해 한 말의 일부분이다.


불만을 입에 올려도 사실은 시즈코도 이해하고 있었다. 금은을 시즈코에게 운반시키는 이유는, 시즈코라면 숫자를 속이거나 하지 않고 정제된 금은을 가져올 것이라고 노부나가가 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즈코를 신용하지 않았다면, 노부나가는 신임할 수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운반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신용을 푼돈으로 배신하는 짓은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그건 지금까지의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위나 재산을 추구하는 게 나쁘다고 하진 않아. 다만, 나는 그런 사람들과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것 뿐이야. 자,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얼른 기후에 가서 물건을 배달하자―"


말을 끝내자마자 시즈코는 리어카를 미는 힘을 조금 더했다. 조금 떨어져 있던 케이지는 시즈코의 등을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시즛치는 신기하네"


하지만 그게 좋지, 라고 케이지는 마음 속에서 중얼거리며 시즈코의 등 뒤를 쫓았다. 그로부터 도중에 아무 일 없이, 시즈코와 케이지는 무사히 노부나가의 거관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뭐냐, 네가 뒤집어쓰고 있는 그 이상야릇한 물건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마중한 노부나가였는데, 시즈코가 쓰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건 밀짚모자입니다. 말 그대로 밀짚으로 짠 모자입니다. 통기성이 좋고, 햇빛을 가려주는 챙이 넓어서 꽤 마음에 듭니다"


일본에서는 밀짚을 표백이나 염색하여, 납작하게 펴서 넓적하고 두껍게 엮은 무명 끈(真田紐)을 소용돌이 형상으로 짜서 만든 것을 밀짚모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풀이나 무늬목(経木) 등의 소재로 만든, 챙이 넓은 모자의 통칭으로서 밀짚모자라는 단어가 쓰이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오카야마(岡山) 현은 밀짚모자가 주 생산품이었기에, 지금도 밀짚모자를 취급하는 전업 메이커나 역사 박물관이 존재한다.


"흠, 모자와 뒤의 짐수레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를 듣지. 우선은 물건을 창고로 옮기자"


노부나가에게 안내된 장소는 여러 창고 중 하나였다. 밖에서 보면 다른 창고와 다름없는 분위기였으나, 자세히 보면 창고의 창문이 다른 것보다 좀 작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차이지만 출입 가능한 곳을 극력 줄이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고였다.


"그럼 짐을 내리겠습니다"


리어카에 실려 있는 마른 풀을 치우자, 그 아래에는 마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상자보다 가벼운 플라스틱 박스는, 사용 환경에 따라서는 100회 이상 짐의 왕복에 견딜 수 잇는 강도를 가지고 있기에, 금은을 운반하는 데는 안성맞춤인 박스다.


시즈코와 케이스는 플라스틱 박스에서 1kg의 금막대기와 은막대기를 꺼내서 노부나가가 지정한 위치에 막대기를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금은을 합쳐 200kg나 되면 그에 걸맞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작업을 마치고 한숨 돌린 두 사람에 대해, 노부나가는 막대기의 산을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상당한 양이군. 이만큼 있으면 당분간 전비가 모자라지는 않겠다"




노부나가가 기후 성을 출진한 지 3일 후에 코즈쿠리 성에 입성했을 무렵에 노히메가 시즈코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평소의 인원인 네네와 마츠에, 모리 나가요시의 모친인 '에이(えい)'가 더해져 있었다.

그녀들은 남편이나 자식들이 전장에 가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듯, 아침부터 와서는 온천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심식사 전에 시즈코는 그녀들에게 불려나갔다.

불려나오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된 시즈코는, 의문조차 품지 않고 노히메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다도회 비슷한 것…… 인가요?"


"그렇다. 주군께서는 다도회니 뭐니 하시지만, 내가 볼 때는 대단히 시시하노라. 교양이니 다기(茶器)니 하는 시시한 것에 신경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다도회를 열고 싶노라. 그에 대해 좋은 생각은 없느냐, 라는 것이다"


노히메의 요구는 실로 간단했다.

무장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도회처럼, 자잘한 예의범절이나 형식에 구애받는 것은 바보스럽다.

좀 더 속편하게, 누구든 참가할 수 있는 다도회를 열고 싶은데, 그것에 대해 좋은 생각은 없느냐, 라는 것이었다.


"으―음, 다도회가 아니라 끽차(喫茶, 차를 마신다는 의미, ※역주: 일본에서는 찻집, 카페를 킷사텐(喫茶店)이라고 함)일까요. 차를 마시면서, 차에 곁들이는 과자를 먹는 정도의……"


"호오, 제법 좋구나. 하지만 찻가루는 입수하기가 어렵지. 그러한 것의 생산은 시작했느냐? 그리고 메밀국수(ざるそば)라는 것은 아직이더냐. 나는 빨리 먹고 싶느니라"


"노히메 님, 한번에 말씀하시면 시즈코도 곤란해져 버립니다"


잇따라 말하는 노히메에게 마츠가 부드럽게 직언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멈춘다면 오다 가문 제일의 자유분방공주라는 칭호는 얻을 수 없다. 자유분방 칭호는 시즈코가 멋대로 붙인 것 뿐이지만.


"무슨 말이더냐, 마츠. 주군들이 나가 계시는 지금, 우리들이 제일 먼저 '메밀국수'인가 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니라. 그러고보니, 너는 시즈코의 밭에서 상당한 양의 수박을 수확했지 않았더냐"


"저는 시즈코에게 분명히 의뢰를 하였으니까요. 그러고보니, 네네 님께서 시즈코의 창고에서 벌꿀주라는 것을 꺼내가셨지요"


"시즈코에게 창고 있는 것은 꺼내가도 괜찮다고 허가는 받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에이 님도 시즈코의 창고에서 매탕(매실주)을 꺼내가셨지요"


"어라, 네네 님도 마찬가지로 매탕을 가져가시지 않았던가요?"


네 사람의 말을 듣고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특정한 창고 이외에는 안에 있는 것을 자유롭게 꺼내가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행동하면, 반출을 금지하는 편이 나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하는 시즈코였다.

애초에 말해봤자 귀를 기울여 줄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긴 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메밀국수를 가져왔습니다"


무거운 한숨을 쉬었을 때, 아야가 그 말과 함께 메밀국수를 가져왔다.

그녀가 방에 들어선 순간, 지금까지 시즈코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이조가 눈만 움직여 아야 쪽을 본 것을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자기 몫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한 거구나……)


자신이 원인이라고는 해도, 후세에 이름을 남긴 무인을 먹을 것에 집착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버린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대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고 시즈코는 내심 머리를 감싸쥐었다.


"흠, 사전에 듣기는 했다만, 메밀가루, 츠나기(つなぎ, ※역주: 이 경우, 녹말 가루처럼 점성을 높이기 위해 넣는 재료), 물로 반죽한 것을 실처럼 가늘게 자르다니 참으로 이상야릇한 조리법이구나"


말을 끝냄과 동시에 노히메는 직감적으로 먹는 법을 이해햇는지, 시즈코가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왼손으로 양념장 용기(蕎麦猪口)를 들고, 오른손의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어올려 먹기 시작했다.

국수를 후루룩 먹자 입 안에 부드러운 감촉이 퍼지며, 씹으면 씹을수록 메밀의 향기와 단맛이 콧구멍을 간지럽혔다.


"으, 어, 저기, 노히메 님……?


"뭐냐, 시즈코. 묘한 얼굴을 하고…… 메밀국수는 맛있구나, 다들 먹거라"


"괜찮은 건가……"


"후훗, 먹는 법에 문제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한 모양이지만, 신경쓸 것 없노라. 내가 맛있다고 느낀 방법이야말로 올바르게 먹는 법이니라"


시즈코의 걱정을 노히메는 일소에 부쳤다.




9월 초, 시즈코는 쿄나 큐슈(九州)에서 들여온 작물을 재배하는 밭의 상태를 살폈다. 들여온 씨앗이나 모종의 관계상, 다른 밭과 달리 재배면적은 제각각이고, 재배하고 있는 작물도 종류가 잡다했다.


시즈코는 재배하고 있는 작물들의 상태를 모조리 살폈다. 우선 맨 처음 작물이 순무의 변종인 스구키카부라(酸茎蕪)였다. 이걸 사용한 절임이 스구키즈케(酸茎漬け)이다.

스구키즈케는 전통적인 쿄 절임의 하나로, 시바즈케(柴漬), 센마이즈케(千枚漬)와 함께 교토(京都) 3대 절임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시즈코가 이것을 재배하는 이유는 스구키즈케는 유산발효 절임이며, 독감 예방에 좋다고 하는 식물성 유산균 '라브레 균(Lactobacillus brevis subsp. coagulans)'이 있기 때문이다.

쿄에서도 재배를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오와리에서 재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쿄와 오와리 양쪽에서 재배를 개시했다.


다음은 고추(唐辛子)이다.

고추의 원산지는 중남미로, 멕시코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식용으로 재배되었다.

일본에는 1552년에 포르투갈 선교사 발타자르 가고(Balthasar Gago)가 분고(豊後)를 방문하여, 오오토모 소우린(大友宗麟)에게 '고추'의 씨앗을 선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16세기 중반에는 유럽에서 일본으로 고추가 전래되었다고 하는데,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설이 있어 아직 정설이 정해지지 않았다.

당(唐)이라는 글자를 볼 때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중국에 고추가 전래된 시기는 일본보다 더 늦은 17세기 중반(명나라 말기)이다.


전국시대, 고추는 관상용, 약, 독약, 버선(足袋)의 발가락 부분에 넣어 동상을 예방하는 데 쓰였다.

에도 시대에는 식용으로 쓰인 기록이 여럿 있으나, 하나같이 생선이나 야채 본래의 맛을 해치지 않는 '조심스런 매운 맛'을 내는 방법으로 쓰였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 음식의 다양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고추는 조연 같은 존재였다.

유럽에서도 고추는 오랫동안 관상용 식물로서 재배되었으며, 조미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들어선 이후이다.


고추는 식재료나 조미료, 자연농약 재료 등 쓰임새가 풍부한 작물이다. 그런 관계로 고추는 다른 작물보다 널리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재배하고 있는 고추에는 단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전래된 고추의 종류가 기록에 남아있지 않았기에, 대체 어느 정도의 매운 맛을 가진 고추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현대 일본에서 가장 매운 고추는, 노타카(能鷹) 고추라고 불리는 품종으로 스코빌 수치가 10만에서 12만 5천이라고 한다.

시판되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강력한 최루 스프레이가 18만 스코빌, 일반적인 최루 스프레이는 1만 5천에서 9만 스코빌이라는 점을 생각해면, 노타카 고추가 얼마나 강력한 매운 맛을 숨기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세계에는 캐롤라이나 리퍼(Carolina Reaper, 캐롤라이나의 사신(死神))이 150만에서 300만 스코빌, 트리니다드 스콜피온 버치 테일러(Trinidad scorpion 'Butch Taylor')가 146만 3700 스코빌이라는,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런 매운 맛이 필요한지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고추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는 일본박하(日本薄荷)이다. 이것은 일본 고유종이 아니라 중국이 원산지라고 하지만 기원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확실하지 않다.

메이지(明治) 원년에 박하 취사유(取卸油)로서 수출된 것이 일본의 독점품이었기 때문에 이름에 일본이 붙게 되었다는 자소과 박하속의 다년초이며, 해외에서는 화종박하(和種薄荷)로 불려졌다.

서력 918년(엔키(延喜) 18년)에 완성된 '본초화명(本草和名)'이라는 약물 서적에서는, 중국의 박하는 일본의 '메구사(めぐさ, 페니로열(Pennyroyal))'에 해당한다는 기술이 있다.

이에 의해 박하라는 명칭이 정착되어, 옛부터 약용으로 재배되어 왔다.


기록에 의하면 안세이(安政) 연간(1854~1860년), 즉 에도 시대 말기에 오카야마(岡山) 현이나 히로시마(広島) 현에서 상용 작물로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대적으로 재배된 것이 에도 시대이며, 전술한 대로 헤이안 시대부터 존재하는 작물이고 츄고쿠(中国, ※역주: 중국이 아니라 일본 열도의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명칭) 지방에서 입수할 수 있는 것을 시즈코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 출입하는 상인들을 통해 사카이의 호상(豪商)들, 그리고 아마가사키(尼崎)의 호상들과의 연줄을 이용하여 보기좋게 네 그루의 꺾꽂이용 일본박하를 입수했다.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쳤기에 그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었지만, 일본박하에서 얻어질 수익을 생각하면 사소한 액수기에 선행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박하의 재배는 비교적 쉬워서 강우량이 적고 온난하기만 하면 초보자라도 키울 수 있다.

또, 지하경(地下茎)을 형성하는 식물이 다 그렇듯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 땅 속 깊숙하게 구획을 나누는 등의 대처를 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이 세력을 확대해간다.


"이게 큰 돈이 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금년에는 무리지만, 내년부터는 박하유(薄荷油), 박하뇌(薄荷脳, 멘톨(menthol)), 정유(精油, 取卸油)를 채취할 수 있어. 뭐, 박하는 재배가 간단하니까 그렇게 손이 안 가는 품종이야"


일본박하는 다른 박하에 비해 박하유 속의 멘톨 함유량이 크게 높아서, 페퍼민트가 약 50%인데 비해 일본박하는 무려 80% 가까이 함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약용으로는 적합하지만, 요리나 허브티에는 맞지 않는 품종이다.


"그보다 녹나무(樟) 모으는 건 어때?

가능한 한 못 쓰는 부분으로 모아달라고 주문했는데, 잘 되고 있어?"


"입하된 것들은 모두 창고로 운반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장작으로도 쓸 수 없는 부분으로 대체 뭘 만드시는 건가요?"


시즈코는 출입하는 상인들에게 녹나무를 모아 달라고 의뢰했는데, 그 때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들이나 가지치기한 가지, 뿌리 등'이라는, 시장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장작으로도 쓸 수 없는 나무부스러기에서 무슨 가치를 보았는지, 그걸 알 수 없는 아야는 시즈코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장뇌(樟脳)야. 이쪽도 장뇌유(樟脳油)랑 장뇌결정(樟脳結晶)을 만들 수 있어. 박하와 마찬가지로 수증기 증류를 하니까, 이쪽도 만들어 두는 편이 좋을거라고 생각해서"


"네, 네에"


장뇌는 셀룰로이드의 가소제(可塑剤)로서 대량으로 소비되어, 일본의 국익을 담당하는 전매품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고도 성장기에 셀룰로이드가 석유 플라스틱으로 대체되며 수요가 급감하게 되었다.

현재는 큐슈 지방에서 몇 군데 정도가 천연 장뇌를 제조하는 데 불과하다. 큐슈 지방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로서 장뇌의 원료인 녹나무 분포가 편중된 점이 있다. 일본의 녹나무의 무려 8할이 큐슈에 집중되어 있어, 원재료를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는 생산거점만이 살아남아있는 것을 보여준다.


"장뇌 제조에서 녹나무의 남은 찌거기를 태워 만든 재를 밭의 비료, 장뇌를 채취하고 남은 녹나무는 열원으로서 재는 마찬가지로 처리, 장뇌 결정과 장뇌유는 방충제, 방취(防臭), 방향(芳香)으로 판매할 거야. 박하는 수증기 증류해서 황녹색의 정유(精油)를 만들어. 거기서 정제해서 박하뇌랑 박하유를 채취하지. 사용한 박하는 가축 사료로 쓰면 돼. 어때? 거의 대부분 모은 재료로 만들 수 있지? 게다가 방충 작용이 있는 건 굉장히 편리하거든. 때로는 벌레가 질병을 옮기는 경우도 있고. 그 점을 생각하면 영주님이나 노히메 님게도 필요할 거라 생각하는데, 아야 짱은 어떻게 생각해?"


"……배운 게 없는 저에게는 시즈코 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거의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즈코 님께서 어쨌든 나중 일을 생각해서 행동하시는 건 이해했습니다"


"뭔가 칭찬받는 건지 비하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뭐 좋아. 방충 효과가 있는 건 여름이 되면 편리하니까"


잘라낸 박하의 생초를 건조시킨 후, 수증기 증류하면 정유를 얻을 수 있다.

일본박하의 경우, 정유를 냉각하기만 해도 멘톨 결정이 검출된다. 고체를 제거한 후의 액체가 30% 전후의 멘톨을 함유하는 박하유가 된다.


"휘발성이 높으니, 기름종이의 생산과 항아리 모양 자기(磁器) 생산을 의뢰했는데, 그쪽은 어때?"


"특별히 문제없이 순조롭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박하유나 장뇌유는 휘발성이 높아, 기밀성이 낮은 용기에 보관하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증발한다.

따라서 자기병에 뚜껑을 닫고, 기름종이로 뚜껑을 덮어 끈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고온, 다습, 화기(火気), 직사광선을 피하여 차갑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산에 자생하고 있는 칡덩쿨로 만든 갈포(葛布, ※역주: 칡의 섬유로 만든 피륙)의 판매는 어때?"


"갈포는 오와리, 미노보다 쿄에서 잘 팔린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흠흠…… (칡가루는 노력이 필요하니 포기하고 칡덩쿨로 한정시켰는데, 나쁘지 않은 매상이네)"


칡은 엉겨붙은 나무를 마르게 하기 때문에, 시즈코는 인부를 시켜 나무에 엉겨붙은 칡덩쿨을 모조리 벌채했다.

뿌리를 수확하면 당분간 기세를 억제할 수 있지만, 칡이 지표면을 뒤덮으면 토양을 빗방울의 침식으로부터 보호하고, 낙엽이 부식물(腐植質)을 더하여 땅의 지력을 증진시키고 보수력(保水力)을 높이기 떄문에 뿌리는 수확할 수 없었다.


신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밭의 경과 관찰을 마친 시즈코는, 다음으로 과수원의 경과 관찰을 했다.

과수원은 시즈코들의 거주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그만큼 넓은 땅을 쓸 수 있었다.

현재 재배하고 있는 과수는 키나이(畿内)에서 운반해 온 금귤(金柑), 중국 원산의 자두, 카마쿠라(鎌倉) 시대 초기부터 재배되고 있는 야마나시(山梨) 현 원산의 코우슈(甲州) 포도, 미츠오가 가져온 수박, 중국 원산의 비파나무, 일본에 옛부터 있는 살구(杏)와 으름, 복숭아, 단감이다.

매실도 과실이니까 과수원에서 재배해야 하나 하고 시즈코는 고민했지만, 매실장아찌가 군수품이 되는 관계로 분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다른 땅에서 매실만 따로 키우기로 했다.


떪은 감이 재배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미노에는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이어지는 도우죠(堂上) 하치야(蜂屋) 감이 있기 때문이다.

조정(천황)이나 쇼군에게 헌상되어, 조정에 승전(昇殿)을 허락받은 격을 가진다는 의미의 '도우죠(堂上)'의 이름을 허락받은 하치야 감의 맛에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삼걸은 하나같이 매료되었다.


도우죠 하치야 감은 미노의 기후풍토가 있기에 완성된다.

따라서 시즈코는 떫은 감이 아니라, 1214년에 발견된 일본 고유종의 단감인 '젠지마루(禅寺丸)'를 재배하기로 했다.

물론 기존의 하치야 감에 대해서도 재배를 장려하여, 더욱 크고 더욱 단 감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지도도 했다.

결과적으로 고급스럽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맛을 자랑하는 하치야 감의 지명도는 천하에 울려퍼졌고, 시즈코는 매년 품질이 좋은 곶감을 받게 되었다.

하치야 감을 사랑해 마지않는 노부나가가 조금, 아니, 상당히 부러워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난한 공가(公家)에게서 환금귤(丸金柑)을 사들여서 이식했는데, 순조롭게 뿌리를 내리고 있네. 뭐 내가 원하는 품종은 수입되기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닝보(寧波) 금귤…… 이었던가요. 확실히 그쪽은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었지요. 얼마 전 받은 편지에는 상당한 숫자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만……"


금귤의 원산지는 중국의 장강(長江) 중류 유역인데, 현재 일본에서 주류인 금귤은 서강성(逝江省) 닝보에서 재배되고 있는 닝보 금귤이다.

닝보 금귤은 에도 시대(1826년)에 전래되었으나, 시즈코가 재배하고 있는 환금귤은 카마쿠라 시대에서 무로마치 시대 사이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딱히 금귤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그밖에도 잔뜩 있는 이웃나라의 과일을 우리 나라에 도입할 거니까. 다소 잘 알지 못하는 작물이라도 괜찮아"


맹종죽(孟宗竹) 때에 어느 정도 상업 루트가 구축되었는지, 가느다랗기는 해도 시즈코는 중국이나 인도, 유럽과의 교역 루트를 손에 넣었다.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시즈코는 원래대로라면 에도 시대나 메이지(明治) 초기에 전래되는 작물이 일찌감치 일본에 전래되도록 진력하는 것이다.


현재, 시즈코가 전래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는 품종은 아래와 같다.

닝보 금귤과 에도 시대 말기에 전래한 당(唐) 금귤.

1654년에 명나라에서 귀화한 인겐(隠元) 선사가 전한 노란 강낭콩(インゲン豆).

19세기 말의 안세이 연간에 전래된 결구(結球型) 형의 양배추.

에도 시대에 전래된 보탄나(ボタンナ)라고 불리는 자색 양배추.

에도 시대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무화과나무나 라이치.

사과나 배의 접붙이기 밑나무로 사용되는 벚잎꽃사과(マルバカイドウ, ※역주: 정확히는 벚잎꽃사과의 변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한글 품종명이 검색되지 않아 임의로 적음).

그밖에도 시즈코는 올리브나 아보카도, 아세로라 같은 유럽이나 신대륙 원산의 씨앗이나 모종의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새삼 생각해보니 유럽의 영향은 크네. 대항해시대에 그들이 씨앗을 가져오지 않으면 이쪽은 아무 것도 못 하니까)


시즈코가 원 작물의 전래 시기를 앞당기는 이유는, 원 작물의 육종(育種, 품종개량이라고도 함)을 하기 위해서다.

염색체나 DNA 감정을 할 수 없는 이상, 시즈코는 교잡(交雑) 육종법밖에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교잡 육종법은 하나의 품종을 만드는 데 약 10년이 걸린다. 그 때문에, 재배 환경을 일찍부터 갖춰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레몬은 순조롭게 열매를 맺고 있네"


레몬은 품종마다 적절한 수확 시기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1년 내내 계절에 관계없이 수확할 수 있다.

수확하지 않고 과실을 방치해두면 나무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일찌감치 수확을 할 필요가 있지만, 레몬을 많이 쓸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시즈코는 수확한 레몬을 조미료인 소금레몬, 그리고 또 하나는 운동 후의 피로회복에 좋은 벌꿀 레몬을 만들기로 했다.


소금레몬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레몬을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털고, 양 끝을 잘라낸 후에 8등분의 빗 모양으로 자른다.

다음으로 살균한 보존병에 레몬을 넣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뚜껑을 기름종이로 두르고 끈으로 묶으면, 그 후에는 2, 3일에 한 번 병을 흔들어주면 된다.


발상지인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는 레몬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사용하지만, 토막내거나 페이스트 상태, X형으로 자르는 편이 소금이 잘 배어든다.

하지만 수입된 감귤류에는 '포스트 하베스트(post harvest) 문제'가 있다. 그 때문에 현대에서 소금레몬을 만드는 경우에는 국산 레몬을 쓰는 편이 바람직하다.

중탄산소다(重曹)를 써서 농약 왁스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지만, 약품이 과육에까지 스며들어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국산 레몬 쪽이 더 안전하다.


벌꿀 레몬은 껍질째로 토막친 레몬에 벌꿀, 취향에 따라 설탕과 간 생강을 넣어 섞은 후, 하루 냉장보관하면 완성이다.

비타민 B1, B2, C, 포도당, 구연산이 함유된 벌꿀 레몬은 높은 피로회복 효과를 가진다.


소금레몬의 보존기간은 매실장아찌에 필적하여, 미개봉일 경우 10년이나 보존된 예도 있다.

벌꿀 레몬도 벌꿀의 살균효과에 의해, 상온에서도 반년 가까이 간다. 당연하지만, 양쪽 다 장기 보존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어 염분 및 당분이 과도하게 가미되어 있기에, 항상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탱자의 성장도 순조롭네. 왠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서 조금 무서울 정도야"


레몬 나무를 늘리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감귤류는 열매를 맺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같은 품종을 대량 생산하려면 접붙이기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접가지(穂木)와 밑나무인 탱자나무의 재배를 병행하고 있었기에 아직은 접붙이기 기법으로 늘리지 못했다.


질병에 대한 내성이나 내한성이 뛰어나고 감귤류와 친화성이 높으며 과실 품질이 뛰어난 탱자나무는 이후에도 많이 쓰일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려 200그루라는 방대한 숫자를 심고 있었다.

1년 동안 탱자나무를 재배하고, 거기서 접붙이기 기법으로 레몬과 귤을 늘리면, 수년 후에는 수백 그루를 재배하는 귤밭과 레몬밭이 생겨난다.

원래는 탱자나무는 2년생 밑나무가 바람직하지만,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기에 처음에는 1년생 밑나무로 접붙이기를 한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최하 3, 4년(1573년 무렵)은 필요하다.

그 때까지 노부나가가 참아줄 필요가 있었다. 약간 불안은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단념할 수밖에 없다.


일단 접붙이기 기법을 재현할 수 있게 되면, 접붙이기 잡종이라는 다른 품종의 작물을 접붙이기하여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위적인 신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전혀 의도하지 않은 접붙이기 잡종이 생길 가능성도 있지만.




시즈코의 경과 관찰은 계속되었다.

다음에는 각지에서 모아들인 작물을 키우는 밭이 아니라, 조금 특수한 재배를 하는 밭이었다.

그 밭은 작물이 보이지 않고, 대신 대나무가 지면에 꽂혀 있고, 곁에는 감물로 물들인 삼베와 대나무로 만든 지주(支柱) 네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매번 그렇지만, 시즈코 님이 하시는 일은 너무 뜬금없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밭의 순찰에 따라온 아야가 기묘한 것을 보는 눈으로 밭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흐흥―, 이건 내 독자적인 재배방법이거든. 뭐, 딱히 비밀도 뭣도 아니야. 이건 참마(自然薯)의 재배야. 그물을 쳐 놓은 건, 주아를 수확하기 쉽게 하기 위한 거고"


참마의 재배에 있어서는 종자(種イモ)의 채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천연의 참마는 마 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것을 재배해도 수율이 나쁘다. 하지만 이병종(罹病種)의 대부분은 해안가에서 15km 이내에 집중되어 있어, 해안에서 충분히 떨어진 깊은 산 속의 그늘에 자생하는 우량종을 선정해서 채취하는 것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잠재적 감염자를 피했다고 해도, 진딧물 등을 매개로 감염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방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참마의 번식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빠른 방법이 절우종(切芋種)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새싹이 나 있을 것이 조건이지만, 그 해에 수확할 수 있으며, 또한 수량이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참마는 흙 속에서 파도치듯 성장한다. 참마를 다치게 하지 않고 캐야 하는 점을 고려해도, 똑바로 성장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현대라면 클레버 파이프(clever pipe)를 사용한 재배를 많이 볼 수 있지만, 비닐도 없는 전국시대에는 클레버 파이프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무판을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이쪽도 감물로 물들여서 방부처리를 할 필요가 있고, 게다가 평평한 판을 만드는 수고를 생각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주위에 있는 것으로 대용품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한 결과, 시즈코는 대나무를 클레버 파이프 대용으로 쓰는 것을 떠올렸다.

대나무는 마디를 관통시키기만 하면 되고, 길이도 조정하기 쉽다. 게다가 흙에 묻어도 부패하지 않고, 참마의 재배 기간인 반년 정도라면 충분히 버틴다.

한 번 가공이 끝나면 몇 년은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자신의 죽림(竹林)에서 대나무를 벌채하여 클레버 파이프 비슷한 것을 만들엇다.


시즈코는 맹종죽의 죽림을 하나, 참죽(真竹)의 죽림을 세 개, 담죽(淡竹)의 죽림을 두 개 가지고 있다.

죽림 등의 삼림 자원은 군수품에 해당하지만, 그녀는 기술자 마을의 장인들에게 자유로운 벌채를 허가했다.

또, 다른 농촌에서도 연락만 하면 벌채의 허가를 내주었다. 대신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땅을 파고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것 이외에는 관리하지 않아, 삼림적인 아름다움은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불문율로서 '지하경은 파지 말 것'만큼은 철저하게 지키게 했다. 땅을 파서 지하경을 다치게라도 하면 죽림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직경과 길이를 고려해서 시즈코는 참죽으로 클레버 파이프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클레버 파이프의 길이는 대략 1m, 참죽은 마디 사이의 길이가 30cm에서 40cm. 잘 가공하면 마디의 가공은 세 군데만 하면 된다.

도구도 선반에 주축이 하나인 간이 드릴 프레스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천공 가공은 간단히 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공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드릴 프레스와 밀링 머신(フライス盤)의 개발에 착수하도록 했다.

양쪽 다 선반을 응용하면 제조가 가능했기에, 선반만큼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드릴 프레스가 있으면 구리선(銅線)의 양산이 가능해진다. 구리선의 기초 기술인 다이스 신선(ダイス伸線, 강판의 구멍에 선을 끼워넣어 잡아늘리는 신선법(伸線法))의 공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구리를 잡아늘리는 힘은 인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19세기 초반에 일본에서는 수차의 동력을 이용하여 구리선을 양산했다.

그렇다면 전국시대에도 구리선의 제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해서 구리 덩어리를 판 모양으로 잡아늘리거나, 선 모양으로 늘리거나 해서 구리를 형성하는 신동(伸銅) 공장의 건설에 착수했다.

공장의 기본 구상은, 동력을 비인력화, 자동화시켜, 구리 덩어리에서 선, 판 전반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근대 공장에 가까웠다.


"주아는 철분,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거든. 이걸 재배하지 않을 수는 없지. 뭐…… 주아도 참마도 자양강장에는 좋지만, 정력제 효과가 있는 아르기닌(argenine)을 포함하고 있으니까 괜찮을지 어떨지 걱정이네"


"뭐가 괜찮은 건가요?"


"아직 아야 짱에겐 이른 얘기야. 어흠, 뭐 산에 자생하는 참마가 아니고, 재배 품종이니까 참마(山芋, ※역주: 일본어 명칭이 다름) 쪽이 부르기 편하려나?"


"명칭은 뭐라도 문제없습니다. 설령 전례가 있더라도, 영주님께서 바꿔 버리실 테니까요"


"……있을 법 하네. 자, 자, 참마(自然薯), 가 아니라 참마(山芋)지. 이게 재배되면 참마즙(トロロ) 보리밥이라던가, 참마로 만든 장어구이(蒲焼き) 같은 걸 만들 수 있겠지만, 가는 데 수고가 들 것 같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저로서는 시즈코 님께서 이 이상의 권익을 늘리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만……"


"잉? 권익? 나, 권익 같은거 없는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코를 보고 아야는 머리가 아파졌다.


지금은 오와리, 미노에서 시즈코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절이나 사원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의류의 경우 시즈코는 삼실(麻糸), 견사(絹糸), 무명(木綿)의 세 가지를 제조하고 있다. 삼실은 범용성이 높아, 군수 물자로 말하면 모래주머니, 생활 물자로서는 그물 등에 이용된다.

견사는 고급 의류의 재료로서, 무명은 화승총의 도화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외에도 농작 기술에 의한 수확 향상과 재배 품종의 증가, 어촌에서는 소금의 생산량 향상 및 부산물에 의한 신제품.

물건이 있어도 교통수단이 열악하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머캐덤(macadam) 포장기술로, 오와리, 미노는 교통편이 대단히 좋고, 게다가 낙시낙좌 정책 덕분에 상인들이 장사하기 편하다.


노부나가는 상인의 보호를 명목으로 그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면 된다. 장사할 수 있는 물건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노부나가에게 들어오는 돈은 늘어난다.

즉, 시즈코가 새로운 사업이나 재배를 시작하는 것은, 그대로 노부나가의 군자금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주변국에게 수수께끼로 보이고 있는 노부나가의 연금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수수께끼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시즈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노부나가의 의향이 거의 개입되지 않기 떄문이다. 그녀가 멋대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그것을 상인들이 재빨리 발견해서 장사를 하면, 노부나가에게 들어오는 돈이 늘어난다.


모든 것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성립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시즈코 본인이 인간으로서의 욕심은 있어도,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은 단호하게 '불필요'하다고 잘라버리기 때문에, 오다 가문 가신들에게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위기감을 주지 않는 것도 관계가 있다.


"시즈코 님께서는 이제는 오다 가문의 중진(重鎮). 그 의미를 잘 이해해 주십시오"


"나, 그런 권익은 전부 영주님이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했는데?"


"명목상은 영주님이시지만, 실제로는 시즈코 님이 가지고 계시는 겁니다. 가끔 오는 돈, 그건 시즈코 님이 가진 권익을 이용한 상인들에게서 얻은 세금의 일부를 상으로 보내시는 겁니다만?"


"어? 그런 거야?

딱히 필요 없는데…… 하지만, 영주님으로서는 신상필벌을 하실 필요가 있으니, 필요한 조치려나"


본인에게 자각이 없다고는 해도, 오다 군의 군자금을 늘리고 있는 시즈코에게 상을 주지 않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있어 여러가지로 문제가 된다.

고용인(奉公人)에게 상을 주지 않는 째째한 영주, 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부하들의 기개(気概)에도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칭찬하고 보상금을 줄 의무가 있다. 그 돈을 써서 시즈코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녀가 항상 돈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은, 실은 돈을 늘리는 노력이나 다름없었다.


"에엑―, 하지만 돈을 모으는 것도 경제적으로 문제거든. 케이지 씨 정도로 팍팍 써준다면 나는 고마운데"


시즈코가 새로운 사업에 돈을 쓰는 이유는, 호위대인 사이조는 돈을 잘 쓰지 않고, 나가요시는 훈련을 하느라 돈을 쓸 틈이 없으며, 아야는 말할 것도 없어, 케이지 이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혈액과 같은 것이라, 돈을 시장에 흘려보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곳저곳의 업계에 돈을 뿌리는 행위는, 경제 활동을 자극하는 의미에서도 필요한 조치인 것이다.

특히 노부나가의 화폐경제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돈을 가진 사람이 시장에 계속 돈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다.


"돈을 쓰는 습관이 없어서……"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 그러다보면 싫어도 화폐 거래가 될 테니까"


시즈코에게 지적을 받아도 어딘가 납득되지 않는 표정의 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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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9 1569년 7월 중순



7월, 포르투갈 선교사 프로이스는 로렌초를 데리고 기후를 방문했다.

방문의 이유는 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교사 추방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리고 노부나가에게 자신의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선교사 추방 운동의 주도자인 니치죠(日乗)와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니치쵸로부터 필사적으로 지키는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 사이에 서신이 오갔다.

텐쇼(天正) 원년을 기점으로 정치판에서 사라지는 니치죠이지만, 이 때의 그는 노부나가의 심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는 그 탁월한 수완을, 노부나가의 쿄 지배의 만반을 기하기 위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게다가 궁궐 안의 각종 사정에 정통해 있었기에 조정과의 창구도 담당하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외교 정책의 일익을 담당하는 니치죠는, 일관적으로 선교사를 배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선교사가 있는 곳에는 소란이 일어나 파멸한다'며 노부나가에게 진언한 것을 볼 때, 그는 무엇인가를 알고 선교사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리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록에 남아있지 않다.


기독교(キリスト教)를 증오하고 있는 니치죠와 와다 코레마사의 대화에 진전은 거의 없었으며, 거꾸로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프로이스는 노부나가에게 보호를 요청할 것을 결의했던 것이다.


그는 우선 한밤중인 4시에 오우미(近江) 국으로 출발하여, 사카모토(坂本)에서 로렌초와 합류했다.

그 때, 로렌초는 니치죠의 서신을 지참하고 와다 코레마사가 있는 코시미즈(越水) 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레마사는 니치죠의 서신을 본 후, 그걸 바닥에 집어던졌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로부터 추측하건대, 니치죠의 서신은 그에게 좋지 않은 내용이었으리라.


로렌초로부터 프로이스가 미노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코레마사는 노부나가의 가신들 앞으로 한 통, 기후에 있는 여관 주인 앞으로 한 통, 총 두 통의 편지를 로렌초에게 건네주었다.

이 두 통의 서신을 가지고 로렌초는 프로이스와 합류하여, 배로 사카모토에서 아사즈마(朝妻)로 향했다.

아사즈마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육로로 오우미 국에서 미노 국으로 들어가, 기후에 있는 코레마사가 추천한 여관에 묵었다.

바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와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가 쿄에서 기후로 돌아오지 않았고, 또 히데요시가 오와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남게 된 프로이스는 로렌초와 함께 기후의 성 주변 마을(城下街)을 산책했다.

여기저기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며, 마치 바빌론의 혼잡함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기후의 성 주변 마을은 낙시낙좌(楽市楽座) 정책 덕분에, 방문한 사람들이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번화했다.


낙시낙좌는 영지(領国) 경제 진흥 정책으로서, 노부나가가 실시하기 전에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나 사이토 도우산(斎藤道三), 롯카쿠 죠테이(六角承禎) 등이 실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부분적으로밖에 도입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노부나가가 처음이다.

그는 에이로쿠 10년(1567년)에 기후 성 아래의 카노우 시장(加納市場)을 낙시(楽市)로 삼아, 이듬해에 낙좌령(楽座令)을 발표했다. 이에 의해 노부나가는 상거래의 기득권익을 배제했다.


무로마치(室町) 말기로부터의 기득권익의 폐해는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었다.

상인이 장사를 시작할 경우, 우선 시장을 관장하는 사원에 납입금을 낼 필요가 있었다. 이 납입금에 의해 영업권을 취득했던 것이다.

납입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무장 집단이 장사 도구나 가게를 파괴, 경우에 따라서는 상인이나 그 가족에게까지 행패를 부렸다.

또 조합(座)도 생산에서 판매의 독점권을 가지고, 이 조합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권리주(株)라는 이름의 회원권이 필요했다.

물론, 이것을 취득하지 않고 장사를 할 경우, 역시 무장 집단이 행패를 부렸다.

이 폐해를 없애기 위해, 노부나가는 낙시낙좌를 시행함과 함께, 행패를 부리는 자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거기에 노부나가는 관문(関所)도 정리했다.

이 관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오해가 많기 때문에, 우선 관문에 대해 설명한다.

먼저 에도 시대로부터의 관문과, 에도 시대 이전(무로마치~아즈치 모모야마(安土桃山) 시대)의 관문은 역할이 다르다.


에도 시대의 관문은 요지(要地)에 설치되어, 거기서 '미분아라타메(身分改め)'라는 여행 허가증(신분증명서)과,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관문 허가증(関所手形)의 검열, 위험물의 반입, 반출이 없는지 검사하는 화물 검사 등, 말하자면 현대의 입국 수속에 가까운 일을 했다.


참고로 에도 시대에 여성의 관문 통과가 대단히 어려운 이유는, 인질인 다이묘의 처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에도에서 여성이 홀로 여행하는 것은 확실히 관문에서 차단되었다. 부모형제 동반이나, 남성을 포함하는 그룹 여행, 남성 고용인 등이 없으면 안 되었다.

참고로 여성에게는 통상적인 허가증 외에, 관문 여성 허가증(御関所女手形)이라는 것이 특별히 필요했다.


이것을 입수하려면, 우선 번(藩)의 담당자나 명주(名主, ※역주: 정장(町長)이나 촌장(村長))에게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다음으로 그걸 가지고 마치부쿄(町奉行, ※역주: 이 경우 동사무소나 뭐 그런 기관을 말하는 듯)에서 허가를 신청한다.

마지막으로 막부(幕府) 오루스이(御留守居, ※역주: 현대에서 말하는 영사 같은 직책)에게 필요 서류를 제출하면 간신히 관문 여성 허가증이 발행되었다.

하지만 관문 여성 허가증이 있으면 무사 통과, 라는 것은 아니었다.

에도 시대에는 전국에 53개소의 관문이 있었으며, 그 중에 중요한 관문은 22개소였다.

그 중에 17개소에는 히토미온나(人見女)나 아라타메우바(改姥)라고 불리는 여성 전용의 검사관이 있었다.

그녀들은 2인 1조로 검사를 하여, 어느 한 쪽이라도 부결시키면 아무리 관문 여성 허가증이 있어도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이 검사에서 탈락한 여성은, 다시 에도로 돌아가 막부 오루스이로부터 새로운 증명서를 발급받아 다시 관문으로 간다는 까마득한 노력을 강요받았다.

15일이 지나 겨우 관문을 지났다, 라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여성의 관문 통과는 힘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대극 등에서 관문은 하나라고 생각되기 쉬운데, 가장 중요한 관문이라 불린 '하코네(箱根) 관문'은 본 관문 이외에 다섯 개의 뒤쪽 관문(裏関所)이라는 게 있어, 본 관문을 포함한 그것들 전부가 울타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우회하려면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고, 발각되면 문답무용으로 사형이라는 중죄였기 때문에, 어지간히 뒤가 구린 사정이 없는 한 시간이 걸려도 관문을 통과하는 쪽이 안전했다.


그에 반해 에도 시대 이전의 관문은, 막부가 아니라 그 땅을 다스리는 영주가 멋대로 설치한 것이었다.

그리고 반입하는 물건들에 대해 통일된 관문세(関銭)가 없고 영주마다 다 제각각이었다.

본래, 관문세는 다음 관문까지의 안전 보장에 대한 보호비(警固料, 대가)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영주들은 조세의 하나로서 관문의 숫자를 늘렸고, 결국에는 겨우 15km 거리(이세(伊勢)의 쿠와나(桑名)에서 히나가(日永))에 60개나 되는 관문이 만들어진 곳도 생겼다.

오사카(大坂)와 교토(京都)를 잇는 요도(淀) 강의 운송로(問, ※역주: 확실하지 않음)에는, 한 때 백 개 이상의 관문이 설치되어 다종다양한 관문세가 부과되었다.

이에 의해 운송업자나 상인들의 이동 비용이 크게 뛰어, 물류의 동맥경화가 발생했다.


이 막부, 공가, 종교 세력에 의한 관문의 난립을 막고, 쓸데없는 관문을 폐지한 것이 노부나가였다.

그는 우선 오와리, 미노의 관문을 정리하고, 상락을 이룬 후에는 키나이(畿内)의 관문을 정리하였으며, 이세 국에서 노부나가의 영향 아래 있는 지역의 관문을 정리했다.

다만 이 관문 정리, 물리적으로 관문을 없앤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렇지는 않다.

관문 폐지 정책은, 국방, 유통 루트, 운송비용이나 운송시간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하여, 필요한 장소에서만 교통세를 걷고, 불필요한 장소에서는 교통세를 걷지 않도록 한 것 뿐이다.

게다가 그는 적 세력의 관문에 대해 생트집에 가까운 이유를 대며 억지로 교통세를 폐지시켰다.

이것은 적 세력의 자금원을 빼앗는 동시에, 자신의 영토로 상인이나 상품이 원활하게 흘러들어오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즉 노부나가는 기득권익을 배제, 또는 파괴하고 다닌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기득권익을 오다 가문이 '독점'할 수 있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낙시낙좌는 시장 개방처럼 들리지만, 기후의 경우에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성 주변 마을 부흥의 의미가 강했다.

그래도 상인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라, '오다 영지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장사할 수 있다'는 말만으로 상인들이 기후로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물론, 뭘 해도 되는 자유가 아니라 명확한 규칙이 있었다.

상인들은 각종 세금 면제, 책무 파기, 각종 노역이 면제되는 대신, 후려치기(押し買い), 행패, 싸움, 말싸움, 불법 점거, 불법자를 시장 안으로 들이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엄격히 지켜야 했다.

또, 각종 세금 면제라고는 해도, 오다 가문의 공공 서비스를 받으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있었고, 가게를 열 때는 최저한이기는 하나 보증금을 낼 필요가 있어, 다른 나라의 시장보다 낮다고는 해도 상거래에는 일정한 세금이 부과되었다.


(기후는 물건이 넘치고, 그걸 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리고 이 땅에서 돈을 쓴다. 오다 님의 정책은 훌륭하군. 우리 나라에도 도입할 수 없을지 검토가 필요하겠다)


수도에서 떨어진 지역이 번영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한 그는, 이 방법을 자신의 나라에도 응용할 수 없을지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에 잠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우선 눈 앞의 적을 어떻게 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


프로이스는 시바타나 삿사와 회담을 하고, 기후를 돌아보며 히데요시가 오와리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바타와 만났을 때, 프로이스는 노부나가와 만날 수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회담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기후에 도착한 지 며칠 후, 간신히 오와리에서 히데요시가 돌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 덕분인지 히데요시와 회담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히데요시는 협의 후, 프로이스들이 지참한 초안(草案)을 노부나가에게 건넸다. 노부나가는 내용을 확인한 후, 서기(右筆)를 불러들여 조정과 요시아키(義昭)에게 선교사들을 비호하는 내용의 편지를 쓰게 했다.

그 후, 천하포무(天下布武) 도장이 찍힌, 선교사들을 비호하는 내용의 편지를 히데요시에게 주었고, 히데요시는 다시 프로이스들을 위해서 코레마사와 니치죠에게 프로이스를 비호하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두 통 다 프로이스에게 건넸다.


"이번에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편지의 답례를 하기 위해, 프로이스는 시바타에게 노부나가와의 회담을 청했다. 노부나가도 이래저래 생각이 있었는지, 시바타로부터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들을 거관으로 초대했다.


"신경쓰지 말도록"


노부나가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프로이스는 다시 한 번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숙인 후, 문득 주위를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

노부나가의 지혜주머니인 두건재상(시즈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노부나가와 함께 행동한다고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보면 노부나가가 쿄에 있을 때 그가 없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을 프로이스는 기억해냈다.


"영주님, 시식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응?

오오, 그랬지. 프로이스여, 오늘은 요리의 시식회를 할 예정인데, 그대도 어떠한가"


"괜찮으십니까"


"상관없다. 쿄의 요리는 아니지만, 기후의 요리를 즐기고 가도록 하라"


"감사합니다. 그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이스의 말에 만족한 노부나가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가 미소를 지은 이유는 프로이스의 대답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어떤 꿍꿍이가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시작하라!"


노부나가의 호령과 함께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선두에는 프로이스와 알현했을 때의 복장을 한 시즈코, 그 위에 소성들 두 명이 각각 상(お膳ぜん, 1인분의 식기와 음식을 얹은 상)을 들고 들어왔다.

시즈코를 본 프로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시즈코는 신경쓰지 않고 노부나가의 앞에 앉아서 상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첫번째 요리는 닭껍질과 파의 볶음밥입니다. 닭껍질과 파와 밥, 그리고 물에 푼 계란을 섞어 볶기만 한 단순한 요리입니다. 나무 숟가락으로 떠서 드셔 주십시오"


노부나가로부터 약간 옆으로 이동한 후, 시즈코는 헛기침을 하고는 요리의 설명을 했다.


"이 나무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구나…… 음, 맛있다. 비빈 밥을 볶기만 해도 이렇게 맛이 달라질 줄이야"


깊이갸 얕은 나무 숟가락으로 먹는 노부나가를 보고, 프로이스와 로렌초도 그것을 흉내내어 먹었다.

입 안에 넣은 순간, 밥알이 떠다니는 듯한 식감에 프로이스는 놀랐다. 이어서 간장의 좋은 향기, 닭껍질의 오득거리는 식감 등 씹을 때마다 새로운 맛과 향에 눈이 핑핑 돌았다.


"맛있군"


대단히 평범한 표현이지만, 프로이스는 그 이외에 명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흠, 닭껍질을 볶기만 한 것이 아니구나. 껍질의 기름이 거의 없는데, 밥이 기름을 먹고 끈적거리는 것이 없다"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띤 노부나가가 볶음밥을 먹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혜안이 놀라우십니다. 닭껍질은 볶으면 많은 기름이 나옵니다. 원래는 버리는 부분이나, 이 기름에 파와 마늘(大蒜), 생강을 넣어 향을 배게 하면, 독특하고 향기로운 풍미를 더해주는 기름, 계유(鶏油)라는 것이 만들어집니다. 아까의 볶음밥은, 그 계유를 사용하여 조리하였습니다"


"과연. 원래는 버리는 기름을, 밥에 풍미를 더하는 기름으로 변화시킨 것이냐. 실로 훌륭한 역전의 발상이로다"


노부나가는 기분좋게 시즈코를 칭찬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프로이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남은 걸로 만들었다, 고 말하면 듣기에는 나쁘지만, 남은 것으로 이 정도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얼마나 있을까.

새삼스레 두건재상의 지혜, 그리고 발상력에 놀란 프로이스였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다음 요리로 넘어가겠습니다"


시즈코는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번에는 소성이 세 명, 새로운 요리를 얹은 상을 날라왔다.

상이 노부나가의 앞에 놓여지자, 가볍게 헛기침을 한 후 시즈코는 요리의 설명을 했다.


"두 번째는 닭고기 감자조림입니다. 닭다리살, 감자, 양파, 시라타키(しらたき, ※역주: 전골 따위에 쓰이는 실 모양의 아주 가는 곤약)를 설탕, 미림, 술, 간장, 맛국물로 만든 조림국물로 시간을 들여 조렸습니다"


"감자……? 그 관상용의 감자 말씀입니까?"


감자, 라는 말에 프로이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럽에 감자가 전래된 것은 16세기이지만, 식품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은 18세기 중반이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감자를 식품으로 생각한 인물은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이다.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가 추위에 강하고 밟아도 괜찮으며 수확량은 밀의 세 배, 필요할 때에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 부국강병을 추진하는 데 있어 안성맞춤인 작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1756년에 감자령을 발표하여 영민들에게 감자 재배를 추천했다.


유럽에서 감자가 식품으로서 받아들여질 때까지, 감자는 관상용의 꽃으로 취급되었다.

동시에 '성경에 나와 있지 않는 작물'로서 '악마의 식물' 취급도 받았다.

토마토가 전래되었을 때, 유럽에서 식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프로이스에게는 감자는 악마의 식물이며,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재료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감자는 싹이나 녹색으로 변한 부분을 섭취하면 복통이나 구토를 일으킵니다만, 제거하면 사실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감자는 가지 과로 분류되며, 싹이나 녹색으로 변한 부분에는 천연 독소의 일종인 솔라닌(solanine)이나 챠코닌(chaconine, 카코닌이라고도 한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섭취하면 두통, 구토, 설사, 식욕감퇴 등이 일어난다.

당시의 유럽은 감자에 대한 레시피가 엉망진창이라, 이 솔라닌을 섭취하게 되는 레시피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녀, 중독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월터 로리(Sir Walter Raleigh)가 감자를 엘리자베스 여왕에서 헌상했을 때, 요리사가 잘못해서 잎사귀와 줄기를 조리했기 때문에 여왕이 식중독을 일으킨 일화도 있다.


"감자에 맛이 잘 배어 있군. 게다가 따끈따끈하고 식감도 좋다. 하지만 감자가 아니라 토란(里芋)으로도 대용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고로에서 토란이 대용품이 될 수 있는지 연구하라고 명해두거라"


"알겠습니다"


노부나가와 시즈코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프로이스는 감자를 앞에 두고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분 가까이 망설인 후, 그는 큰맘먹고 감자를 입 안에 넣었다.

처음에는 눈물을 글썽이며 싫은 표정을 짓고 있던 프로이스였으나, 점차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맛있군. 감자는 쓰고 흙냄새가 나서 도저히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요리의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맛있어지는 것인가"


처음의 혐오감도 잊고, 프로이스는 닭고기 감자조림을 차례차례 입에 넣어 순식간에 깨끗이 비웠다.


"이 국물에 섞여 있는…… 그, 간장입니까?

이게 대단히 좋은 맛을 끌어내주고 있군요"


"우리 나라에서 개발된 간장이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간장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게다가 초기에는 타마리쇼유(たまり醤油)였다.

17세기에는 일본 국외에 수출되었던 점을 볼 때, 그 때 이미 본격적인 간장이 발명되어 양산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타마리쇼유에서 본격적인 간장으로 전환된 시기를 기록한 문헌은 유감이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즉, 노부나가의 시대에는 간장은 어딘가 일부에서만 쓰였던가, 아니면 시즈코가 일고 있는 현대의 제법이 아닌 방법으로 간장으로서 제조되었던가 둘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그의 마음에 든 간장을 자신의 이름과 함께 역사에 새기기 위해, 일부러 '우리 나라에서 개발했다'고 단언한 것이다.

따라서 본래의 간장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어도, 이미 오다 상표가 붙은 간장이 조정, 쇼군, 동맹국에 뿌려지고 있었기에, 역사에 이름이 나올 일은 없어졌다.

참고로,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조미료인 '맛국물 된장(だし入り味噌)'도, 노부나가는 같은 수법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노부나가는 소성을 부르더니, 가열 처리된 간장을 병입하여 프로이스에게 건네도록 명했다.

이 때, 도기(陶器)로 된 병(콘프라병(コンプラ瓶))에 담겨져 역청(歴青)으로 밀봉된 간장병 중, 한 병이 포르투갈로 전해져 추기경이자 뒷날의 포르투갈 왕이 되는 엔리케의 손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죽을 때까지 간장을 각별히 사랑하여, 친족은 물론이고 포르투갈의 대귀족, 성직자, 관료에 이르기까지 간장을 선물하는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음식을 소개하겠습니다"


상에는 큰 접시 하나에 치킨카츠(※역주: 치킨까스)가 올려져 있었다.

그 옆에 토마토 케첩, 간 무와 섞은 폰즈, 타르타르 소스의 세 종류가 들어 있는 작은 접시들이 곁들여져 있었다.


"닭가리살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겨낸 카츠(カツ)라는 요리입니다. 술, 물, 간장으로 맛을 낸 후에 밀가루, 물에 푼 계란, 빵가루 순서대로 옷을 입혀 튀겼습니다. 위에 얹는 것은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케첩, 간 무에 폰즈를 부은 것, 그리고 타르타르 소스입니다"


"카츠(勝つ, ※역주: 일본어로 이기다라는 뜻)인가. 참으로 좋은 이름이다"


"나약한 자신(치킨(chicken), ※역주: 영어로 겁장이라는 뜻)에게 이긴다(勝つ)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후하하하핫! 실로 좋은 뜻이다. 마음에 들었노라"


기분좋게 웃은 후, 노부나가는 세 종류의 소스로 치킨카츠를 먹으며 비교했다.

프로이스들은 노부나가보다 한 발 늦는 모양새로 먹으며 비교했다.


"위에 얹는 것으로 이렇게 맛이 달라지다니 신선하군요"


"튀김옷의 식감이 기분좋습니다"


세 가지 음식 모두 프로이스와 로렌초에게 호평이었기에 시즈코는 내심 안도했다.

실은 시식회를 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로, 자신들의 요리로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놀래키는 것이 노부나가의 목적이었다.

특히 노부나가는 간장을 선전하겠다는 의욕이 강해서, 시즈코에게 남만인이 잘 먹지 못하는 식재료를 쓴 간장 요리를 만들어라, 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감자가 혐오되는 것에 착안한 시즈코는, 메인이 감자로 보이기 쉽도록, 그러면서 맛의 조정이 쉬운 닭고기 감자조림을 내기로 했다.


"이상으로 요리의 시식회를 종료하겠습니다. 이어서 과자의 시식회로 넘어가겠습니다"


시즈코의 말과 함께 과자를 얹은 상이 운반되었다.

하지만 소성들이 운반해온 상은, 아까 요리를 얹은 상보다 한층 더 컸다.

그 이유는 소서가 달린 커피컵, 그리고 비교적 큼직한 2단 상자(重箱)가 상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뭐냐, 이 시커먼 액체는"


커피컵에 담겨 있는 검은 액체에 노부나가는 고개를 갸웃하며 시즈코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선 상자의 뚜껑을 열어 주십시오. 그 안에는 세 종류의 과자가 들어 있습니다"


시키는대로 노부나가들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안을 보고 노부나가는 감탄을 발하고, 그에 반해 프로이스는 얼굴의 근육을 경직시켰다.


"상단의 왼쪽부터 순서대로 콘페이토(金平糖), 벌꿀을 바른 팬케이크, 산딸기 찹쌀떡(大福). 하단에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미타라시 경단(みたらし団子), 팥(餡) 도넛, 양갱(羊羹)입니다. 검은 액체는 콩(大豆) 커피라는 음료입니다"


"콩… 커피?"


커피라는 단어에 노부나가는 물론이고 프로이스나 로렌초도 고개를 갸웃했다.

프로이스가 커피를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커피는 17세기 전반에 베네치아 상인을 통해 유럽에 퍼지기 전에는 희한한 음료 취급이었다.

그 때문에, 식물학자나 의학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그 존재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반대로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는, 9세기의 콩의 조리법이 기술될 정도로 옛부터 즐겨 마셨다.


"네. 콩을 볶아서 열을 식힌 후, 달인 콩을 갑니다. 그 간 콩을 천으로 감싸, 끓는 물을 부어 여과한 것이 콩 커피입니다"


커피 대용품의 하나이기에, 본래의 커피와 비교하면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카페인지 없고 가볍게 마실 수 있으면서 시원한 쓴맛과 풍부한 깊은 맛, 콩의 독특한 향기가 있다.

게다가 콩의 영양가가 높게 평가되어, 콩 커피는 건강식품으로 취급된 적도 있다.


"쓰군…… 하지만 과자를 먹은 후에 마시면, 이 쓴맛이 중독될 것 같다"


"시원한 쓴맛이, 과자로 달아진 입을 씻어주는군요"


"단 팥, 그리고 신맛이 강한 산딸리, 양쪽이 섞여서 뭐라 할 수 없는 맛이 입 안에 퍼져나갑니다"


노부나가, 프로이스, 로렌초 세 명은 과자와 콩 커피가 대단히 마음에 든 모양으로, 요리를 세 가지나 시식한 후임에도 여섯 가지의 과자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맛있었다. 하지만 벌꿀의 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맛이 진한 것, 염분이 강한 것, 그리고 단 것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는, 벌꿀의 양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게 적정량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반드시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는 즉시 노부나가에게 반론했다.


"조금이라면 문제없지 않겠느냐?"


"안 됩니다"


"식후에 운동을 열심히 하면―――"


"자중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지"


"이해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과도한 단맛의 섭취는 건강을 해치므로, 부디 주의해 주십시오 (……내가 모르는 데서 잔뜩 바를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자세를 바로한 시즈코는, 한번 세 사람을 둘러본 후, 깊이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으로 소생의 시식회는 종료하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노부나가와 프로이스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났다. 프로이스는 노부나가의 전송을 받으며 로렌초와 함께 기후의 여관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오다 님을 중심으로 이 나라는 변화해 가겠군요"


"네. 저희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을 차례차례 실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건재상 님이 요리에도 해박하다니 의외의 발견입니다. 그는 뛰어난 무인이자, 교양이 높은 문화인이기도 한 것이겠죠"


프로이스는 즐거운 듯 말했다. 그에게는 뭐든지 신의 인도인 것이다.

따라서 프로이스는 시즈코 같은 이단아와 만나는 것도, 신이 자신에게 시련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대단히 긍정적, 나쁘게 말하면 뭐든지 신을 맹신하는 사고방식이다.


"언젠가 이 나라가 오다 님에게 지배되는 날에는, 그를 우리 조국으로 초대하고 싶군요. 저러한 영지(叡智)의 소유주라면 분명히 대답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로렌초의 말에 프로이스는 생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뱃사람이 두려워하는 피를 토하는 병(괴혈병)과, 우리 조국이나 주변국을 덮치는 검은 병(흑사병)입니다. 모두 우리 교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질병들…… 하지만 그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그건 아무래도 무리인 게"


"아니오, 그는 콘페이토를 본 것만으로, 똑같은 과자인 콘페이토(金平糖)를 만들었습니다. 뭔가 우리들은 알 수 없는, 그러면서 핵심에 접근하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렌초는 반신반의했지만, 프로이스는 시즈코가 무언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현자에 필적하는 영지를 가진 인간이 여행을 떠나는 것을 누구 하나 말리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분명히 무언가를 알아냈지만, 당시의 권력자에게 위협으로 간주되어 추방된 것일거라고 프로이스는 생각했다.


"우선 오다 님께 오늘의 건에 대해 선물을 보내지요.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서서히 그에게 다가가면, 자연스레 두건재상과 연줄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 후, 프로이스는 노부나가에 어떤 것을 보내는데, 그는 즉시 '그것'은 감당이 안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시즈코에게 몽땅 떠넘겼다.




"크다!"


나가요시가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물론, 놀라고 있는 것은 그뿐이 아니라 케이지나 사이조도 멍한 표정이었다. 아야에 이르러서는 실신할 듯한 상태였다.


"오오…… 이거 또 꽤나 신기한 게 왔네"


노부나가의 하사품인 거대한 우리(檻), 그 안에 있는 동물은 시즈코에게 신기하게 보였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우리는 한 변이 2m 이상, 높이는 너끈하게 사람 키의 두 배는 되었다. 그 안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한 마리의 독수리였다.

일본에서는 흰죽지참수리(大鷲), 검둥수리(犬鷲), 흰꼬리수리(尾白鷲)의 세 종류를 볼 수 있지만, 흰죽지참수리는 홋카이도(北海道)로 연어를 찾아서, 흰꼬리수리는 겨울철에 북일본으로 날아오기(겨울 철새) 때문에, 전국시대의 사람들이 검둥수리 이외의 독수리를 볼 일은 일단 없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매사냥은 주로 새매(鷂)와 참매(大鷹)의 두 종류가 사용되는데, 작은 새에게는 소형의 새매를, 꿩이나 오리, 토끼에는 중형의 참매가 사용되었다.


"주위를 바쁘게 둘러보고 있는데, 낯선 땅에서 경계심이 강해진 걸가?

일단 생고기 먹을래?"


생고기를 보여준 순간, 독수리의 표정이 변했다. 명백하게 사냥감을 노리는 표정이지만, 케이지(cage)가 방해되어 노릴 수 없었다.


"어디보자…… 고기를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하도록 조교되어 있습니다. 대단히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입니다. 부디 귀여워해 주십시오…… 라니 정말인가 이거"


같이 전달된 설명서를 읽었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독수리가 배고픈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집오리의 고기를 우리 안으로 던져넣었다.

순간, 앉아 있던 나무 봉에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독수리가 날아내렸다. 고기를 발로 움켜쥐고 주위에 방해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고기를 쪼기 시작했다.

쪼고 있다기보다, 고기를 잡아뜯고 있다고 표현하는 쪽이 올바르지만.

기세좋은 호쾌한 식사 광경이었지만, 그건 상당히 오랫동안 먹이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그야 일본에서는 짐승고기 같은 건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겠지 (……이 애도 비트만이랑 마찬가지로 인간의 사정으로 태어난 고향에서 억지로 끌려나온 아이인가)"


독수리는 새끼 때 서식지에서 이동되어, 배 위에서 조교되며 일본의 큐슈(九州)로 왔다.

처음에는 헌상받은 영주들도 기뻐했지만, 성장함에 따라서 식사량은 증가. 드디어 인부 한 명을 3개월은 고용할 수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식량을 겨우 한 달만에 소비하는데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영주는 주머니 사정을 무시할 수 없게되어, 결국 선교사들에게 독수리를 돌려주게 되었다. 다른 다이묘들도 같은 결과가 되어, 결국 선교사들도 독수리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헌상품으로서의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선교사들은, 쿄의 프로이스에게 헌상품으로 쓰라고 떠넘겼다.

떠넘겨진 프로이스도 처음에는 취급에 골머리를 썩었지만, 매사냥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라면 독수리를 기뻐할 거라 생각하고, 한 가닥 희망을 걸고 그에게 헌상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자신에게는 감당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시즈코에게 하사품 명목으로 떠넘긴 셈이다.


프로이스도 모르지만, 실은 시즈코에게 하사된 독수리보다 더 대형의 독수리가 한 마리 있었다.

하지만 반년 전, 주인이 쇠로 된 우리에서 나무로 된 우리로 독수리를 옮겼다.

그로부터 며칠 후의 밤, 대형의 독수리는 나무로 된 우리를 박살내고 유유자적하게 도망쳤다고 한다.


"우리 집은 비트만들이 있으니까 고기는 잔뜩 있지. 이제와서 독수리가 한 마리 늘어나도 큰 차이는 없네"


노부나가는 닭, 집오리, 거위(鵞鳥), 그리고 최근에는 집오리와 청둥오리의 교잡종(合鴨)과 메추리 양식까지 손을 뻗쳤다.

고쵸슈(五鳥衆)이라는 새 양식 전문의 직업을 신설한 것만 봐도 그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이 고쵸슈란 양식 기술의 규격 통일은 물론이고, 생태의 관찰 및 연구, 양식의 기술을 범용화하거나 간략화하는 연구, 효율이 좋은 양식 방법의 연구, 깃털 하나에 이르기까지 낭비없는 이용 방법의 연구 등, 다종다양한 연구가 기본적인 역할이다.


노부나가는 '완전히 터득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양식 기술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여, 새 양식에 관해서는 철저한 규격 통일과 범용화, 합리화를 추구했다.

정월에 배포된 '식사 12개조'의 영향도 있어, 계란 산업은 오와리, 미노의 백성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가, 지금은 일대 산업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럼, 이 애를 팔에 태워 볼 건데…… 누구 도전하고 싶은 사람 있어?"


순간, 전원이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다.

우리에 있는 독수리는 참매와 비교하면 어른과 갓난애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발톱 길이는 눈으로 보기에 15cm 이상, 전장은 무려 1미터 가까이 되었으니까.


다소 무섭기는 했지만, 독수리를 팔에 태워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시즈코는, 자신의 팔에 굵은 밧줄을 감고, 그 위에 사슴 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꼈다.

준비가 끝나자 시즈코는 우리 속에 있는 독수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독수리를 잘 관찰한 그녀는, 우리 속에 있는 독수리를 본 적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부채머리 독수리(オウギワシ)?"


정수리에 있는 검은 부채 모양의 도가머리(冠羽), 얼굴 주위에 있는 복슬복슬한 털, 보기에 전장 1m에 가깝고, 발톱 길이는 20cm에 가까운 등, 부채머리 독수리의 특징과 하나같이 일치하고 있었다.

전장을 볼 때 대형의 암컷 개체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수컷보다 암컷 쪽이 대형화하는 맹금류이기 때문이다.


"혹시 네이티브 아메리칸(Native American)한테서 받은 걸까?"


네이티브 아메리칸은 중앙 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부채머리 독수리를 잡아서 길들이고, 장식용으로 도가머리를 사용했다.

또, 살아있는 부채머리 독수리를 키우고 있던 사람은 동료들로부터 대단히 존경받았다고 한다.


(설마 이 이상가는 크기의 독수리라니…… 멸종한 그 독수리는 아니겠지)


말도 안 돼, 라며 시즈코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날짜에 멸종했다는 근거는 없다.

단지 멸종했을 거라고 추측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때문에 소수나마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었다.


"(뭐 지금은 부채머리 독수리에 집중하자) 자 여기, 여기에 타는 거야. 오― 그래그래…… 착하다 착해"


자신의 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부채머리 독수리가 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부채머리 독수리는 우리에서 나와 시즈코의 팔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악력 100kg 이상으로 움켜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0kg 가까운 무게가 시즈코의 팔에 가해졌다.


"(분명히 TV 같은데서, 매사냥꾼은 상을 줬었지) 자, 상으로 고기를 줄게"


오랜만의 고기였는지, 부채머리 독수리는 정신없이 집오리의 고기를 뜯어먹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고기를 주지 않으면 주인이라고 인정하지 않겠지) 좋아, 네가 살 헛간을 만들어야겠네. 철제 우리는 좁을테니까"


시즈코는 부채머리 독수리가, 편지의 내용대로 단순히 고기를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인정할 거라고는 생각되자 않았다.

인간에게 아양을 부리지 않고, 다른 개체와 무리짓지도 않고, 다만 평생 하나의 반려와 살아간다. 그런 고고한 삶이 맹금류의 매력이다. 그 맹금류와 신뢰 관계를 맺지 않으면 주인이라고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매사냥도 마찬가지다. 매사냥꾼과 매 사이에 굳건한 신뢰관계가 있기에 매사냥이 가능한 것이다.


"뭐, 당분간은 철제 우리로 참아줘"


시즈코의 말을 이해했는지, 부채머리 독수리는 한번 높게 울었다.




시즈코가 정식으로 키우고 있는 동물은, 비트만 등의 회색 늑대와 노부나가에게서 하사받은 부채머리 독수리다. 하지만 그녀의 주위에 있는 동물들은 그 두 종류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의 거주지 일대는 지금도 개간이 계속되고 있지만, 주로 인프라 정비이며 규모는 작다.

인구 밀도도 낮고, 축력(畜力) 개간은 규모에 따라서는 몇 년이 걸리므로, 아직 사람 손에 닿지 않은 자연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곳에 다종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눌러앉아 살기 시작했다.


그 중에 몇 가지 종류가 시즈코와 관계되었다.

우선 농업과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인 까마귀다. 일본에는 좁은부리 까마귀(ハシボソガラス)와 큰부리 까마귀(ハシブトガラス)가 많고, 현대 일본에서는 대형의 조류로 분류되는 큰부리 까마귀가 도시에서 자주 보인다.


여담이지만 좁은부리 까마귀과 큰부리 까마귀에는 큰 차이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좁은부리 까마귀는 단독이나 페어 행동이 많고, 그에 대해 큰부리 까마귀는 무리로 행동하는 경우가 않다.

또 좁은부리 까마귀는 땅 위를 걷는 경우가 많지만, 큰부리 까마귀는 먹을 때와 목욕할 때 이외에는 항상 높은 곳에 있다.

이것은 좁은부리 까마귀가 트인 장소에서 서식하는 것에 대해, 큰부리 까마귀가 밀림 속에서 서식했던 것이 이유라고 한다.


좁은부리 까마귀는 큰부리 까마귀보다 작아서 자주 먹이를 빼앗기거나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창의력이나 학습 능력이 대단히 높다.

현대 일본에서 횡단보도에 호두를 떨어뜨려 자동차를 이용해 껍질을 깨거나, 새전함(賽銭箱)에서 돈을 훔쳐 비둘기 먹이를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거나 하는 까마귀는 대부분 좁은부리 까마귀다.

물론, 큰부리 까마귀가 저능하다는 것은 아니며, 큰부리 까마귀 역시 영리함을 보이는 다양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동물 계열을 좋아하는 큰부리 까마귀와 달리, 주로 식물계의 먹이를 좋아하는 좁은부리 까마귀가 시즈코의 거주지 주변을 영역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처음에는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좁은부리 까마귀를 쫓아내던 시즈코였으나, 얼마 후 그녀는 좁은부리 까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결코 좁은부리 까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거기에는 좁은부리 까마귀의 놀랄만한 전략이 있었다.


농작물을 노리면 시즈코가 대책을 세울 거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먹이를 농작물에서 밭의 해충으로 바꾸었다.

잡식성인 좁은부리 까마귀는 곤충이나 개구리 등도 먹는다. 농작물에서 해충으로 주식을 변경해도 아무 문제 없었다.

이렇게 자신들은 적이 아니다, 라고 시즈코에게 계속 어필하여 그녀의 적개심을 없애가는 것이다.

이 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어, 보기좋게 좁은부리 까마귀의 집단은 시즈코의 거주지 근처에 영역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

대략 30마리의 무리는, 야채 부스러기는 솎아낸 농작물, 해충 등의 피해를 입은 작물에 한정할 경우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시즈코와 야생동물의 공생관계는 딱히 좁은부리 까마귀에 한정되지 않았다.

혼모로코를 양식하고 있는 지역에는 일본 수달이 자리를 잡고, 양식장 밖의 강으로 도망친 혼모로코나 주위에 사는 개구리를 먹이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시즈코가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산에는 2, 3쌍의 참수리가 언제부터인지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초겨울까지는 연어를 노리고 홋카이도로, 그 이외의 계절에는 혼모로코가 주목적, 때로는 어촌에서 버리는 생선을 받으러 갔다.


양잠업이 활발한 지역이나 곡물을 보관하는 구획에는 언제부터인가 무수한 일본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걸 알게 되자마자, 시즈코는 즉시 '고양이를 목줄로 묶어놓지 말 것'이라는 금지령이 쓰여진 나무 팻말을 세웠다.

귀중한 애완동물인 고양이를 가능한 한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목줄을 묶어놓는 주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지령을 내리자 처음에는 고양이 주인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고양이를 풀어 키울 것을 엄명한 시기를 경계로 쥐에 의한 피해가 눈에 띄게 격감했다.

이 결과를 눈으로 본 고양이 주인들은, 고양이를 목줄로 묶는 것은 쥐를 구축한다는 고양이 본래의 역할을 방해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시즈코에게 항의했던 것을 사과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환경은 대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생물들이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순환 사이클이 생기고, 생태 피라미드가 완성된다.

따라서 시즈코 주위에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그렇다고 해도 들개까지는 필요없거든"


하지만 야생동물 중에는 불청객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동물이 들개였다.

족제비도 들개와 마찬가지로 해수(害獣)이지만, 족제비는 대형의 맹금류가 서식하는 지역에는 살지 않는다.

사슴은 현대 일본이라면 농작물을 어지럽히는 해수이지만, 시즈코의 거주지 주변에는 많은 육식동물들이 서식하는 관계로, 해수라기보다 산의 환경을 파괴하는 문제동물 취급이었다.


"아마, 이 근처라고 생각하는데"


시즈코는 카이저들을 데리고 들개가 침입한 구역으로 이동했다.

카이저들로서는 영역에 침입한 들개는 본보기의 의미도 담아 처치하고 싶었지만, 시즈코는 설령 들개라고 해도 쓸데없이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영역의 지배는 시즈코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이걸 게을리하면 비트만들이 안심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하지만 정확하게 들개의 무리를 통솔하는 리더를 처치하기로 했다.

이것을 하는 것으로 시즈코는 믿음직하다고 비트만들이 생각하게 되고, 또한 들개의 무리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희생이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싸우지 않으면 영역을 잃는다. 그리고 들개에게 영역을 빼앗긴다는 것은, 주위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비트만들의 주인으로서, 시즈코는 영역을 지켜낼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강자의 논리를 들개에게 들이대며 리더를 죽이는 이상,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다.

리더는 정중하게 매장하고, 남은 들개들은 진드기나 벼룩의 제거, 각종 건강진단 후, 훈련을 거쳐 경비견이나 전령견으로 쓰고 있었다.


"자, 이 주변일 텐데…… 어라?"


컴파운드 보우를 들고 주위를 경계하자 들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이쪽에 의식을 향하지 않고 나무 밑에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시즈코들의 냄새를 감지하자, 들개들은 경계와 위협의 울음소리를 냈다.

다른 들개들보다 한층 크게 짖는, 들개들에게 호위받고 있는 개가 리더라는 것을 시즈코는 눈치챘다. 화살을 통에서 꺼내는 동시에, 주위의 풀숲에서 들개가 차례차례 나타났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공포는 없었다. 바로 곁에 있는 듬직한 호위들을 쓰다듬고는, 화살을 재면서 짧게 말했다.


"카이저, 쾨니히, 앞뒤의 경계를 부탁해. 아델하이트, 릿터, 루츠는 좌우의 경계. 한번에 끝내자"


순간, 카이저들이 사납게 포효했다.

시즈코는 다섯 마리의 회색 늑대, 그에 대해 들개는 30마리 가까이 거느리고 있었다. 숫자의 차이는 압도적으로 불리했지만, 카이저들은 대형견을 뛰어넘는 체구인데다, 뭣보다 투쟁심의 차이가 있었다.

그 기세에 말려든 들개들은 머리를 낮추고 귀를 머리 쪽으로 내렸다. 그것을 본 리더가 두려워하는 들개들을 독려하려고 주위의 들개들에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렸다!)


리더의 의식이 시즈코에게서 수하들로 옮겨간 순간을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 재고 있던 화살을 리더의 머리통을 향해 쏘았다.

화살을 쏘는 소리를 리더가 감지했지만, 아무래도 시즈코에게 눈을 뗀 상태에서 초속 100m를 넘는 컴파운드 보우의 화살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머리를 관통당한 리더는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약간 경련한 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 이후의 일은 간단했다. 무리의 리더가 죽자 들개들은 저항의 의지를 잃고, 그 자리에 드러누워 시즈코에게 복종의 포즈를 취했다.


"루츠, 아야 짱한테 편지를 전해줘. 아델하이트와 릿터는 들개를 정렬. 카이저랑 쾨니히는 일단 주위의 경계를 부탁해"


개피리가 없어도 시즈코의 말을 이해했는지, 카이저들의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루츠는 편지를 아야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갔고, 아델하이트와 릿터는 울음소리를 내며 들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시즈코는 절명한 리더에게 합장한 후, 들개들이 흥미를 보이던 장소로 향했다. 나무 아래까지 이동하자, 들개들이 흥미를 보인 것이 뭔지 이해했다.


"……올빼미?"


나무 아래에 있던 것은 올빼미의 새끼였다. 하지만 털은 지저분했고 움직임도 느릿하여, 보기에도 쇠약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울음소리가 나무 위에서도 들려, 적어도 올빼미 새끼가 두 마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무를 올라가서 둥지를 확인해보니, 이쪽에도 쇠약사 직전의 새끼가 한 마리 있었다.

부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니, 뭔가의 이유로 부모가 새끼를 포기했던지, 아니면 상처나 병으로 죽었던지 둘 중 하나이리라.


"할 수 없지. 봐 버린 이상, 모른 척 할 수도 없으니까"


새끼를 둥지째 안고 나무에서 내려온 후, 땅바닥에 있던 새끼를 둥지 안에 넣었다.

두 마리 다 성체의 깃털이 나 있는 것을 보니, 생후 2개월 정도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분명히 올빼미는 생후 3개월이면 어른에 손색없는 모습이 되지만…… 그런 것 치고는 큰 것 같네"


애기털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새끼가 생후 2개월 정도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어미새에게서 먹이를 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해도, 올빼미 새끼 치고는 큰 것이다.

그리고 큰 것은 떨어져 있던 새끼 뿐만이 아니라 둥지 안에 있던 새끼도 그에 지지 않을 만큼 컸다.


(……우리 집에 오는 건 대형의 맹금류 뿐인가?)


왠지 지겨운 예감이 들면서도, 시즈코는 올빼미 새끼 두 마리를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서 그들을 위한 헛간을 지었다. 물론, 그들이 단순한 올빼미가 아닌 것을 시즈코는 후에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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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8 1569년 6월 하순



전혀 이세(伊勢) 침공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노부나가에게, 각국이 파견한 간자들은 주인에 대한 보고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행군을 위한 특별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으며,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한 대책 이외에는 이렇다 할 지시조차 내리지 않았다.

틈만 나면 소규모의 씨름(角力) 대회를 주최하고, 그 자신도 출장하여 겨루면서 땀을 흘렸다. 때때로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싶으면 며칠 동안 소식이 없었다.

(실제로는 시즈코의 마을로 가서 온천에서 유유자적하게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어나오는 노부나가의 행동을 돌아보면, 아무래도 그냥 노는 데 정신이 팔린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간자들은 '노부나가는 매일 변화없이, 틈만 나면 놀고 있습니다'라고밖에 보고를 올릴 수 없었다.

당연히, 그런 보고를 반복해서 듣는 고용주들은 간자의 태만을 의심하고, 결국에는 격노하여 간자들을 심하게 질책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면 질책당하기에, 간자들은 영주들이 바라는 정보를 얻으려고 무리를 하다가 포박당하거나, 보고 내용을 사실이 아니라 고용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각색하고, 나아가서는 완전히 날조하는데 이르렀다.

그 결과 복수의 경로에서 올라오는 정보는 정합성이 없는 지리멸렬한 것이 되어, 간자들을 더욱 질책한다는 악순환에 빠져들어 사방이 꽉 막힌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초에 간자들이 보고한 내용은 사실을 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바둑이나 장기 같은 놀이에 힘을 쏟고 있었다.

전국 시대, 바둑이나 장기는 규칙이 통일되지 않고 몇 가지 유파가 존재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것들을 연구하고 통합하여 새로운 노부나가 독자적인 규칙을 제정, 오와리 바둑(尾張囲碁), 오와리 장기(尾張将棋)라는 규정서를 만들어 퍼뜨렸다.

그 때 시즈코로부터도 조언을 들었다.

시즈코가 현대에 있을 때는 마을의 노인 상대로 바둑이나 장기 상대를 했었기에 대략적인 규칙은 파악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져 낭비를 없애고 세련된 현대의 규칙과, 거칠면서도 특색이 있는 전국시대의 규칙을 통합하여, 거기서 노부나가에 의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 규칙을 취사선택했다는 배경이 존재했다.


주위에서 보면 여흥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노부나가는 이러한 놀이들에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상상력'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노부나가는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며, 유능한 인재는 '상상력'이 풍부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상상력'을 단련하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상상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유능한 인재로 넘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생각했던 노부나가가 착안한 것이 놀이였다.

그는 바둑이나 장기 등의 놀이를 이용하여 부하들의 '상상력'을 강화하려고 생각했다.

놀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에 긴장하지 않고 본인이 즐길 수 있다.

또 외부에는 힘만 쓸 줄 아는 무식한 무사가 아니라, 예능을 진흥하는 문화인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사실, 노부나가가 놀이에 힘을 쏟는 이유를 어떤 간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은 퍼뜨릴 대상을 자신의 신하로 한정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상인이나 백성에게까지 직접 정한 규정서와 기구를 배포하고, 게다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놀이 대회를 빈번하게 주최하여, 우승자에게는 장려금과 함께 명인의 명예를 주었다.


"상대가 누구이든 전력을 다하라. 그것이 상대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승산이 없다고 해서 상대를 멸시하지 마라. 그것은 지금까지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행위이다. 그런 어리석은 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와라. 내가 직접 철권제재(鉄拳制裁)를 내려주마!"


놀이대회를 개최할 때, 노부나가는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결코 영주로서의 위엄을 무너뜨리지 않고, 그러나 의젓하고 개명적(開明的)인 문화인처럼 행동했다.


"신분의 귀천은 따지지 않는다. 재주 있다 생각하는 자는 앞으로 나서라"


그런 놀이 붐에 휩싸인 오와리에, 다양한 가축을 찾아 여행을 떠났던 미츠오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가축 이외에, 시즈코들의 예상 밖의 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거북한 분위기가 방을 지배했다.

미츠오는 확실히 류큐(琉球) 재래종의 돼지를 원종으로 하는 아구를 가지고 돌아왔다. 뭘 했는지 모르지만 류큐 국의 왕으로부터 하사품까지 받아왔다.

산양도 입수했으니 그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 동행했던 큐지로(九次郎)도 맹종죽(孟宗竹)이나 작물의 씨앗을 입수하여, 이쪽도 목적을 달성했다.

류큐 국으로부터의 하사품에 놀라기는 했지만 문제시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쪽 분은 누구신가요?"


문제는 갔을 때보다 사람이 두 명 추가된 점이다.

한 명은 화려한 옷을 입은, 보기에도 어린 소녀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은 30대가 되기 직전의 여성으로 태도를 볼 때 그녀의 시녀로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노예라도 사들인건가 하고 엄청나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 시즈코였으나, 들어보니 나이가 8세라는 소녀는 행동에 기품이 느껴져, 아무리 봐도 백성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하자면 길어집니다만"


"긴 이야기 따위 필요없다. 간결하게 요점만 말해라"


미츠오의 말을 아시미츠가 용서없이 잘라버렸다.


"류큐에 가서 술내기(음주량을 겨루는 대회)를 하고 사츠마(薩摩)에 돌아왔더니 붙잡혀서, 석방을 걸고 술내기를 해서 이겼더니, 어떻게 된 건지 공녀님을 아내로, 라는 말을 들어서 곤란한 상황입니다"


판단하기 곤란한 내용이었다. 애초에 술내기를 한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미츠오…… 너 알콜에 강하다고 해서, 술내기를 해서 어린애를 받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아저씨, 암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어째서 제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엄청난 오해입니다"


"그럼, 어째서 술내기를……? 너는 알콜 분해능력만큼은 명예 러시아인의 칭호를 받았잖나"


"저쪽이 제의해 온 거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붙잡힌 제게 그런 승부의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 승부를 유리하게 끌어가려고 생각했다던가?"


아저씨들(미츠오, 아시미츠, 고로)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시미츠와 고로의 태클에 곤란한 표정으로 반론하고 있는 미츠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 2의 부부생활을 즐겨 주세요"


끼어들면 쓸데없는 소동에 말려든다. 그걸 이해한 시즈코는 시선을 회피했다.

미츠오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아시미츠를 보았다. 순간, 그도 또한 미츠오의 시선에서 도망쳤다.

고로, 나가요시, 케이지, 사이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니, 저한테 말씀하셔도…… 시마즈(島津) 가문에서 정식으로 처로 삼아달라고 한 거잖아요. 그러면 포기하고 부부가 되세요"


"그렇다미츠오두번째인생이다힘내라"


"맞아맞아아저씨"


엄청나게 성의없는 태도로 억양없이 말하는 아시미츠와 고로.

자기 편이 없음을 이해한 미츠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을 쉬었다.

가엾지만 포기하게 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정식으로 처로서 출가해 온 그녀를 그냥 돌려보내면 시마즈 가문의 체면을 뭉개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미츠오가 시마즈 가문의 호감을 샀다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다.


"……일단 소개하지요. 그녀는 츠루히메(鶴姫), 그리고 시녀 분은 시바(芝) 씨입니다"


소개받은 두 사람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결국 미츠오의 장가 소동으로 금후의 방침을 의논할 기회를 놓친 일동은, 천천히 이야기를 중단했다.

미츠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아구를 늘리는 일에 전념하게 하기로 했다.

문제를 뒤로 미룬 것 뿐이지만, 지금의 미츠오에게는 그 편이 좋았는지, 바쁜 일도 웃는 얼굴로 받아들였다.

낙농의 문제가 해결된 시즈코는, 어떤 것의 양식에 착수했다.




시즈코의 양식, 그것은 자라였다.

작년에 노부나가가 유일하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것과, 밭에 서식하는 우렁이가 이유였다.

현대 일본에서도 왕우렁이(ジャンボタニシ)라는 이름으로 해충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애플 스네일(apple snail, スクミリンゴガイ)이라는 우렁이가 있다.

다행히 왕우렁이는 1981년에 대만에서 일본으로 식용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수입된 후에 야생화되어 수전(水田) 작물에 가해성을 나타낸 침입유해동물(侵入有害動物)이다.

즉, 전국시대에 왕우렁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렁이 자체는 존재했으며, 간 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인 쇄쨈물우렁이(マメタニシ) 등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진흙탕 밑바닥에 축적된 쓰레기 등을 먹는 고마운 생물이다.

기본적으로는 유익한 동물이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오와리에서는 수전이나 용수로에 우렁이가 대량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국시대에 고무장화 같은 것을 바랄 수도 없으니, 논밭에서 작업할 때 다리를 물리는 우렁이는 농민들의 공통의 적이기도 했다.

식용으로 할 수도 있지만, 전술한 대로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처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잡식성인 자라의 먹이로서 이용할 수 없을지 생각한 셈이다.


왕우렁이의 구제에 자라가 방류되어 효과를 본 실적이 있으므로 우렁이는 자라의 먹이로 쓸 수 있다.

현대 일본에서는 자라는 대단히 가치가 높은 것이기에, 논밭에 방류한 자라를 생각없는 사람들이 훔쳐갔다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서는 야생의 자라가 여기저기 서식하고 있다. 다소 포획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

뭣보다 오와리의 지배자인 노부나가로부터 시즈코는 어느 정도의 벌채나 포획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다. 근처 강에서 자라나 뱀장어를 포획해서 집으로 가지고 가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고지식하게도 사람이 살고 있으면 먼저 상의하고, 포획한 숫자를 보고해서 너무 많이 잡지 않았는지 확인한 다음에 돌아갔다.

그 덕분에 그녀는 근처 마을과도 일정한 교류가 있었으며, 또한 '잘 알 수 없는 것을 긁어모으는 좀 이상한 높은 분' 취급을 받고 있었다.


"자라의 쌍을 20조 확보!

부화장이 필요없어졌으니, 뭔가에 온천의 폐탕(廃湯)을 쓸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자라라면 최적이네. 우렁이 따윈 썩어날 정도로 잡을 수 있으니까"


양계(養鶏)가 오와리, 미노 전토에 퍼진 이상, 시즈코가 특별 부화장을 유지하여 병아리를 계속 생산할 의미는 별로 없어졌다.

쓰지 않는 건 아깝다고 생각한 결과, 폐탕을 이용하여 자라의 양식을 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마침 자라의 산란 시기(6월에서 9월)이라는 것도 이유였다.

양식지(養殖池)는 자라가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을 파내려 한층 깊게 하고, 자라가 일광욕을 할 장소로서 양식지 중앙 부근에 바위터도 만들었다.

그 후에는 기슭 부분까지 진흙을 쌓아올리고 수초를 덮어 자라가 숨을 장소를 확보한다. 자라는 대단히 겁이 많은 동물이라 숨을 장소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가 장기간 계속되면 자라는 서로 잡아먹어 죽어버린다. 따라서 자라가 숨을 장소를 만드느 것은 자라의 양식장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산란장인 모래밭, 그리고 그 자리로 이어지는 입구를 설치하면 대략적인 설비는 완성이다.


부화기도 닭처럼 세세한 환경은 필요없고, 흙과 분무기가 있으면 문제없다. 대나무로 만든 분무기가 완성된 지금, 자라의 양식에는 아무 지장도 없다.

치구지(稚亀池, ※역주: 어린 자라를 두는 못)와 육성지(養成池, ※역주: 자라를 키우는 못)의 사이즈를 볼 때, 허용량은 2만 마리 정도라고 추측되었다. 다만 허용량을 오버해도 대책은 있다.

휴경하는 밭에 물을 넣고 지붕을 설치해서 비가 직접 들어가지 않게 하고, 또 울타리 등을 설치해서 자라가 도망치지 않게 한다.

이렇게 하면 그 뒤에는 적당이 먹이를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장한다. 게다가 부산물로서 논밭에 영양분이 보충된다.


"자라라…… 작년에 먹은 그거지?"


"그렇겠지. 물어뜯는 거북이라…… 그건 악식(悪食)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몸에 스며드는 맛이었지"


"뭔가 바닥이 두꺼운 흙냄비를 대량으로 굽고 있었으니, 본격적으로 늘리려는 거겠지"


시즈코의 작업 풍경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 그들은 이미 자라를 먹는 것 밖에 머릿속에 없었다.


"……머리가 아프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자라는 아미노산, 칼슘, 비타민의 보고(宝庫)로, 게다가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오늘날에는 고급 요리로서 일반적으로는 친숙하지 않은 식재료이지만, 에도 시대에는 서민도 먹는 값싼 식재료였다.

하지만 여우나 너구리처럼, 지역에 따라 자라는 요괴 취급받기도 했다.

그리고 자라는 내장이나 피에 기생충이 있다. 따라서 생혈(生血)은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생혈은 소주로 희석해서 정력제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겠네. 증류기도 팩티스 덕분에 모양새가 갖춰질 것 같고, 기생충이 무서우니까 내장은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돌릴까. 남은 고기는 식용, 토별갑(土鼈甲)은 한방약으로 판매하자"


자라의 등껍질을 건조시킨 것을 토별갑(土鼈甲)이라고 한다. 이것을 가루로 만든 것은 한방약으로 취급되어, 정력제나 건강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도저히 쓸 수 없는 부분은 깊은 구덩이를 파고 생석회와 함께 묻어버리는 것으로 병해충의 확산을 방지하기로 했다.


"하아…… 뒤에서 떠들고 있는 트리오를 위해서 한번 더 자라를 낚아올까"


자라의 맛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는 세 사람을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보면서 시즈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라의 산란기는 6월에서 9월로, 1회의 산란에서 10개에서 50개 정도를 낳는다. 평균적으로 한 마리의 암컷이 30개 정도 산란한다는 계산이 되는데, 이것만큼은 개체에 따라 다르다.

번식기는 4월에서 6월이기에, 6월에 포획한 암컷은 이미 교미가 끝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이 되도록 수컷도 포획한 이유는, 내년 이후에 수컷이 모자라지 않게 하기 위함과, 번식 육성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이다.

자라는 생식이 가능해질 때까지 5~6년 걸린다. 즉, 이번에 포획한 짝은 수년간 번식용으로 일해줘야 하게 된다.


운이 좋았는지, 그로부터 얼마 후 사육중인 암컷들이 1회째의 산란을 마쳤다.

환경이 갑작스레 바뀐 영향인지 평균 산란수는 20개로, 알의 합계는 350개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 중에 2회에서 3회 산란하기 때문에, 1회째의 숫자가 적다고 신경쓸 필요는 없다.


태어난 알은 재빨리 회수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방조(防鳥), 방수(防獣) 네트를 쳐 놓았다고는 해도 방심은 그물이다. 실제로 알을 노리고 몇 마리 새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었다.

새들 뿐만이 아니다. 뱀이나 소형 포유류도 알을 노리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비트만 등 대형 육식동물이 영역으로서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소형 포유류는 거의 다가오지 못했다.

구렁이나 살무사로 대표되는, 사람 사는 마을에도 나타나는 뱀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마을 주위는 담벼락과 해자로 둘러싸여 있어 덤불과 접촉하고 있지 않기에 들어오는 절대수가 적다. 또, 그 난관을 빠져나온 소소의 뱀도 배고픈 병사들의 간식으로 사라졌다.


회수를 마친 알들은 우선 유정란(有精卵)인지 무정란(無精卵)인지 판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식이 있으면 간단히 판별 가능하다. 태어난 후 1, 2일이 지나면, 유정란일 경우 알껍질 윗부분이 하얗게 변한다.

이 변색은 '극(極)'이라고 하며, 이게 없으면 무정란이라고 구별할 수 있다.

무정란이나 뭔가의 요인으로 손상된 알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약 3백 개 정도가 되었다.


알에 나타난 '극'을 위로 하여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한다. 닭 부화 환경에서의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30도 전후의 부화장을 만드는 데 고생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자라는 습도가 높지 않으면 부화하지 않기 때문에, 부화용의 나무통에 물이끼를 깐다. 직접 알을 적시면 질식사하므로, 주위에 잇는 물이끼를 적셔 습도를 올린다.

온천의 폐탕으로 어느 정도 습도가 유지되고 있기에, 온도와 습도에 관해서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분무해 주고, 60일 정도 열심히 관리하면 부화, 할지도 모른다.


"잘 되면 9할 정도는 부화하려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첫 시도니까, 그렇게 간단히 될지 모르겠지만…… 뭐,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될지를 생각하는 쪽이 건설적이겠지"


자라의 양식은 순조로웠다. 어디까지나 '자라의 양식'에 대해서는, 이었지만.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시즈코가 새로 시작한 자라의 양식으로 출입하는 상인들의 눈빛이 변한 것과, 노부나가를 필두로 자라를 먹고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추측이지만 상인들은 한방약으로서 팔 수 있는 토별갑을, 노부나가는 자라 요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리라.

큐지로 같은 경우에는 감출 생각은 아예 없는지 평소 이상으로 수상한 웃음을 띠며 상담을 해 왔다.


6월 하순.

포획한 자라 중, 암컷은 산란을 고려해서 양식장에 방류하고 수컷만을 식용으로 쓰기로 했다.

며칠 정도 깨끗한 물에 넣어 진흙을 뺀 후, 자라의 조리에 착수했다.

하지만 자라의 조리법 같은 건 모르는 시즈코는, 아시미츠와 미츠오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시미츠는 전국시대로 돌아온 후 야생의 자라를 낚아서 먹었다. 또 미츠오는 자라 전골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 조리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전골을 먹고 남은 맛국물을 쓴 잡탕밥이 절품이니, 무정란을 써서 잡탕밥으로 만들죠"


"흠, 계란에 비하면 작은데 9인분에 9개면 충분한가?"


"너무 많은 알을 넣으면 맛이 흐려지니 이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등껍질과 뼈와 다시마의 준비 다 됐어요. 물만이 아니라 술도 넣어서 끓이는 건가요?"


세 명은 척척 움직였다.

이번에 자라 전골과 잡탕밥을 먹는 인물은, 노부나가가 이런저런 이유로 파견해 온 히데요시와 타케나카 형제.

항상 시식을 맡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 미츠오의 처인 츠루히메, 시녀인 시바까지 도합 9명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라 전골은 밑처리부터 시간이 꽤 걸린다. 전원이 모이기 몇 시간 전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항상 흐르는 깨끗한 물에 사는 자라는 몰라도, 진흙 속에서 양식하고 있으니까요. 냄새 대책으로 술과 생강을 넣어서 끓이는 겁니다"


"과연. 조리용으로 쓰는 청주와 미림은 음양주(吟醸酒)에서 깎여나간 부분으로 담궜으니까 싸게 먹혀서 좋았는데, 탁주였으면 어떤 맛이 되었을까요?"


"상상에 맡기지요"


자라 용으로 만든 흙냄비에 말린 다시마와 얇게 썬 토생강(土生姜)을 깔고, 그 위에 해체한 자라 고기와 쿠죠 파(九条葱, ※역주: 일본에서 품종개량된 파의 일종)를 비스듬히 썬 것을 얹은 후 조리용 술을 붓는다.


"어라, 뚜껑은 안 덮나요?"


"원래는 끓어넘치게 하는 편이 냄새가 잘 빠지므로 뚜껑을 안 덮는 것인데, 아영할 때는 강한 냄새가 퍼지는 건 좋지 않았기에 일부러 뚜껑을 덮었던 겁니다"


여기서부터 아시미츠는 약 20분 동안, 떫은 맛을 제거하고 끓이는 데 전념했다.

이 떫은 맛 제거와, 밑처리 단계에서 등껍질에 끓는 물을 부어 표면에 있는 얇은 껍질을 제거해서 버리지 않으면 진흙냄새나는 전골이 되어버려 식용으로 쓸 수 없다.

아무래도 큰 냄비에 9인분의 자라를 넣었기 때문에 냄비가 새하얗게 물들 정도로 떫은 액체의 양이 많았다.

팍팍 떫은 액체를 제거해가며, 미츠오는 끓임 상태를 보면서 맛을 조절하고, 시즈코는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자라에 불이 들어가면 제철 야채나 표고버섯을 넣고, 간장과 미림으로 맛을 내어 끓인다. 모두 끝나면 국물과 함께 1인분의 흙냄비로 나눠담는다.

다시마와 카츠오부시에 간장과 식초에 유자를 짠 즙을 더해서 하룻밤 재운 것을 꺼내, 소쿠리(笊)로 고형물을 걸러낸다.

현대의 폰즈(ポン酢)를 가능한 한 재현한 것이 이것이다. 이것에 생강을 갈아넣어 깊은 접시에 담는다.

전날부터의 작업을 제외해도 조리 개시로부터 3시간 이상이 지나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즈코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입구를 조용히 열었다.

흙냄비에 뚜껑이 닫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어나오는 그윽한 향기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우선은 생강과 간장의 향기, 이어서 도미(鯛)의 우시오지루(潮汁)를 닮은 어패류의 맛을 방불케하는 냄새가 전원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것은 평소에 과묵한 태도인 타케나카 한베에조차,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자라 전골을 응시할 정도였다.

시즈코가 히데요시, 타케나카 형제의 앞에, 아시미츠가 케이지 등 네 명의 앞에, 미츠오가 츠루히메와 시바의 앞에 자라의 양식에 맞춰 조달한 특제 화로에 얹은 흙냄비를 놓았다.

상차림이 끝나자 시즈코, 그 뒤에 미츠오와 아시미츠가 앉았다.


"오와리 명물이 되기를 바라며 만든 자라 전골입니다. 앞접시에 있는 폰즈에 찍어 드셔 주세요.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그 국물로 잡탕밥을 만들것이므로, 국물은 남겨놓아 주세요. 그럼, 드셔 주세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맨 먼저 케이지가 젓가락을 댔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흙냄비에서 자라를 집어올리더니, 폰즈도 찍지 않고 그대로 입에 넣었다.


"크으~~~, 맛있다! 전에 먹었던 자라도 맛있었지만, 이건 더 맛있어!"


자라의 고기는 닭이나 오리(合鴨, ※역주: 청둥오리와 집오리의 잡종)와도 다른 식감이었다.

굳이 말하면 탄력이 강한 닭가슴살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가깝게 느껴진다.

닭가슴살같은 치밀한 육질이면서 탱글탱글한 탄력이 있어, 씹으면 안에서 지방의 맛이 흘러나온다.

라면 스프로 대표되는 닭껍질 스프의 상탕(上湯)을 끓이면서 잡미를 제거해 깨끗하게 만든 것 같은 모순을 실현하는 자라의 독특한 맛이 고기를 매혹적인 맛으로 승화시켰다.

다른 짐승고기나 생선과도 다른 자라이기에 가능한 맛이 혀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씹어서 우선 고기의 맛을 즐기고, 이어서 스프와 지방과 육즙이 혀 위에서 얽히는 것을 즐기고, 마지막으로 목구멍을 넘어갈 때의 파와 생강의 향기가 약간 남은 냄새를 지우며 입 속에는 맛의 잔재만이 남는다.


고기를 두 입 정도 먹었을 뿐인 케이지였으나, 이미 자라 전골의 매력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폰즈인지 뭔지에 찍지 않아도 대단히 맛있는데, 폰즈와 함께 먹으면 맛의 윤곽이 선명하게 느껴지는군"


엠페러(등껍질 가장자리에 있는 부드러운 부분)에 폰즈를 찍어서 사이조는 그것을 입 속에 넣었다.

농후하고 깊은 맛이 넘치는 스프와 폰즈의 신맛이, 그 자체는 강한 맛을 가지지 않는 나타데코코(nata de coco) 같은 식감과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젤라틴질과 합쳐져 안카케(餡かけ) 처럼 혀에 길게 남는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꿀꺽 하고 목젖을 울리며 그 두 개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 폰즈의 신맛과 자라의 단맛이 깊은 맛이 되어 목구멍에 긴 여운을 남겼다.


마치 요리 프로그램의 나레이터처럼 그럴듯한 해설을 말하면서 케이지와 사이조는 자라 전골을 먹었다.

그에 이끌리듯이 다른 사람들도 젓가락을 들고 자라를 입에 넣었다.


거북의 발인 것이 명백한 고기조각에 주저한 사람도 있었으나, 뜻을 굳히고 한 입 물자마자 눈빛이 변했다.

냄비에 직접 젓가락을 넣는 것에 대한 혐오감도 잊고 다들 자라 전골을 정신없이 먹어댔다.


입 가득 고기를 물로 넘치는 육즙을 즐기고, 다음으로 자라의 스프를 머금은 두터운 표고버섯, 투둑하고 기분좋은 식감과 함께 표고버섯의 맛이 더해진 스프를 뿜어냈다.

충분히 맛을 느낀 시점에서 비스듬하게 썰린 쿠죠 파를 입에 넣었다.

스프를 머금어 부드러운, 그러나 약간 매운 맛을 남긴 아삭아삭한 식감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자라를 주역으로 하고 조역을 확고하게 배치한 전골이 연주하는 다중주. 압도적이 맛에 다들 말수가 적어지고 오직 맛을 느끼는 데 열중했다.


순식간에 비워진 자라 전골이었으나, 그 후에 스프를 사용한 잡탕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로 대충 씻은 밥을 넣고, 국물이 탁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번 더 끓였다. 마지막으로 물에 푼 알을 넣고 화력 조정을 위해 넣은 숯을 꺼내면 끝이다.


"자라 잡탕밥입니다. 나무 숟가락으로 작은 접시에 덜어서 드세요. 취향에 따라 간장이나 폰즈를 뿌려 드셔도 맛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신분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기에, 원래는 이런저런 예의범절이 있지만, 시즈코는 일부러 무시하기로 했다.

아니나다를까, 다들 신경쓰지 않고 나무 숟가락으로 작은 그릇에 덜어서 자라 잡탕밥을 입에 퍼넣었다.

땀을 흘리면서도 정신없이 자라 전골과 잡탕밥을 먹어치운 아홉 명이었다.




히데요시의 목적은 노부나가를 대신하여 시즈코의 자라 양식을 시찰하는 것과, 갑작스레 나타난 츠루히메의 취급에 대해서였다.

미츠오에게는 단순히 어린애라도, 히데요시나 타케나카가 볼 때는 타국의 공녀가 멋대로 가신에게 시집오는 일은 국방상의 문제가 된다.

평소라면 미츠오에게는 엄한 벌이 주어지겠지만, 시즈코가 낙농이라는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그를 중요 인물로 간주하고 있는 관계로 그게 어려웠다.


"아시다시피 오다 가문과 시마즈 가문에는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그 시마즈 가문의 공녀께서, 저희 나라의 가신과 혼인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냥 못본체 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들로서는 곱게 사츠마로 돌아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히데요시들에게는, 츠루히메가 사츠마 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이다. 하지만, "네, 그렇군요"라고 츠루히메가 고개를 세로저을리가 없다.

입장상으로는 츠루히메가 불리한 것은 자명하지만, 히데요시는 다투다가 자포자기한 츠루히메가 오다 영토의 정보를 타국에 팔아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었기에 그녀에게 강하게 나갈 수 없었다.


"키노시타(木下) 님께서 우려하시는 바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마즈 가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고, 하물며 시마즈 가를 위해 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물론, 입으로 말해도 신용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예, 그렇지요. 사츠마와 오와리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당신들이 간단히 시마츠 가문과 연락을 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사람으로서는, 그 말씀만으로는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는 평행선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설전에 종지부가 찍히는 것은 일단 있을 수 없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하고 있는 미츠오였지만, 그에게는 이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한 마디도 말해서는 안 된다, 고 경고했다.

틀림없이 그는 현대 감각으로 츠루히메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식의 차이는, 이 대화에서는 너무 위험하다. 최악의 경우, 미츠오도 공범자로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뒷배경이 없는 미츠오는, 잘못하면 참수될 가능성도 있다.


"……흠, 이야기는 평행선이군. 거기서 내게 한 가지 생각이 있는데, 어떠할까?"


침묵하고 있던 아시미츠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상황을 타개할 기회를 바랬는지, 전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미츠오와 츠루히메는 부부가 되게 하지만, 행동을 감시할 사람을 두도록 하지. 얼마나 감시자를 둘 지는 비밀이다. 만약 감시역이 누군가 조사하거나, 시마즈 가문에 오다 영토의 정보를 유출하거나, 허가 없이 물건을 보낸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벌을 받는 것으로. 반대로 말하면, 감시자의 보고가 '문제없음'이라면, 이쪽은 당신들에게 극력 간섭하지 않도록 하지…… 어떻겠나?"


결론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뭐라 해도 츠루히메가 문제 행동을 일으키지 않고 보통 부부 생활을 하면 그녀의 바람대로 미츠오의 처가 될 수 있다.

그것도 오다 가문에게 공인된 부부이다.


"저는 문제없습니다"


"이쪽도 일단 영주님께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아마도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상대로 양쪽은 아시미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노부나가는 자신이 마개조한 오우신 신사(櫻信之社)에 참배했다.

하지만 참배자는 그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정실인 노히메도 함께였다. 라고는 해도, 그녀는 오기는 했지만 배례할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노부나가의 참배 이후가 본론, 이라는 태도였다.


"하여튼 주군께서는 배례에 시간을 너무 들이십니다. 지금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터인데 애태우는 것이 능숙하시군요"


"……대답은 보류하지. 그보다 오늘은 대체 무슨 용건이냐"


노히메가 의미도 없이 신사에 참배하러 올 사람이 아닌 것을 노부나가가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


"후훗, 이번에는 죽은 이와의 회담입니다"


"죽은 이……?"


"자자, 함께 가시죠.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해도 노부나가는 따라가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면 노히메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고, 섣불리 영적인 무언가를 겁냈다고 하면 체면에 관계된다.

결과적으로 노히메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에게 약간 짜증을 내면서 노히메와 함께 걸었다.


폐전(幣殿, 배전(拝殿)과 본전(本殿)을 잇는 부분)에 들어가, 더욱 안쪽에 있는 본전에 도착했다.

폐전이나 본전은 신역(神域)이나 금족지(禁足地)로 인식되고 있어, 타국의 간자라도 그렇게 쉽게는 숨어들지 못한다.

신앙심이 옅은 현대인이라면 몰라도, 전국시대에는 설령 파락호라고 해도 신불(神仏)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즉,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데 신사의 본전은 딱 맞는 장소이다.


"운수소관(運否天賦)에 목숨이 좌우되는 사람에게 신불의 분노를 사는 것은 무엇보다 두려운 일. 그렇기에 비밀의 대화에는 안성맞춤이지요"


그렇게 말하며 노히메는 입구를 거침없이 열어젖힌 후, 본전에 경외심이고 뭐고 없는 태도로 들어갔다.


"……묘한 연극은 필요없다, 고 했을 텐데"


본전 안은 깨끗했다. 그 방의 중심에, 아시미츠가 정장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주군, 소개하지요. 이 신사의 관리인이며, 그리고 죽은 이입니다"


"뭣…… 무슨 의미냐"


"호홋, 성급함은 손해라고 하지요. 우선 앉아 주십시오.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 이후입니다"


노부나가는 그 말대로 적당한 장소에 앉았다. 노히메가 이런 태도로 나올 때는 얌전히 말을 듣는 편이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경험에 의해 나온 반응이었다.

솔직히 앉은 노부나가에게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은 노히메는, 약간 과장되게 팔을 펼치며 말했다.


"그럼 주군, 기억하고 계신지요. 몇 년 전, 쿄에서 일어난 대사건…… 니죠 궁궐 습격 사변(에이로쿠 사변)을"


"음, 기억하고 있다. 내가 쫓아낸 미요시 3인방과, 제일 먼저 항복해 온 마츠나가(松永)가 당시의 쇼군을 해친 사변 아니냐? 그게 어쨌다는…것…?"


거기까지 말한 노부나가는 지금까지의 정보를 정리했다. 하나씩 천천히 조합해가자, 어느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다.

그걸 확인하는 듯, 노부나가는 아시미츠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했다. 이윽고 가설이 옳다는 것을 이해한 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죽은 이, 라는 것인가"


스스로 말해놓고도 바보같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아니면 헛소리를 내뱉는 사기꾼 종류던가.

하지만 노히메가 그 정도의 거짓을 꿰뚫어볼 수 없는 어리석은 여자가 아닌 것은 노부나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 눈…… 틀림없다. 내가 예전에 배알했을 때와 같군. 살아 계셨는가…… 아시카가(足利) 좌근위중장(左近衛中将) 참의(参議) 종3위(従三位)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 미나모토노아손(源朝臣) 요시테루(義輝) 님"


에이로쿠 2년(1559년 3월 10일)에, 겨우 오와리를 통일해가고 있던 노부나가는 백 명 정도의 군세를 이끌고 상락했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의사가 아니라, 쇼군의 초빙을 받아 배알하러 갔다고 하는 편이 옳다.

무로마치 막부 쇼군의 권위는 요시테루의 수완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기에, 노부나가는 요시테루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금품을 바쳤다.

당시, 요시테루는 오와리 수호(守護) 시바(斯波) 가문의 저택을 개수한 니죠 저택에 살고 있었다. 그곳에 노부나가가 출사(出仕)하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어쨌든 당시의 노부나가의 재력으로는 돈을 바치는 것이 한계였다. 그 댓가로서 오와리를 지배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쇼군 가문의 승인을 대의명분으로 삼은 노부나가는 귀국한 후, 오와리 통일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오다 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 때, 그 장소에서, 그 남자는 죽었지. 이곳에 있는 것은, 그 남자의 찌거기라 할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너는 말을 못하는 시체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있는 죽은 이. 그렇다면, 네가 가진 힘을 내 주군을 위해 써 주어야겠다"


"……그건 상관없다. 하지만 하나만 진언하지. 최신예의 병기를 개발해도, 언젠가 현물을 도둑맞아 복제되는 게 뻔하다. 나로서는 병기 개발보다, 간접적으로 상대를 무력화, 쇠퇴시키는 전략을 노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화승총도 처음에는 두 자루였지만, 겨우 수십년 만에 일본은 세계 유수의 화승총 보유국가가 되었다.

병기 개발은 숨바꼭질이다. 아무리 극비 사항으로 하더라도 비밀이라는 것은 반드시 새어나간다.

전장에서 사용하는 이상 파손되거나 손실되고 노획될 수 있다. 도둑맞은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떨어지는 복제품 같은 병기가 만들어진다.

시험 제작해서 시험 사용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져, 최종적으로는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예상사이다.

새로운 살육병기의 개발은, 그것을 뛰어넘은 살육병기가 개발되는 효시가 되는 것이다.


"호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냐?"


"……흠, 겨우 이야기가 이해되었다. 그럼…… 아시미츠여, 너는 어떻게 적을 쓰러뜨릴 것이냐?

가상적의 예를 들 거라면, 이세(伊勢)의 키타바타케(北畠) 가문을 들어보아라"


말 그대로 간신히 머리로 이해한 노부나가가 평소의 태도를 되찾았다.


"첫번째는 이미 진행중이다. 수하의 간자를 써서, 이세에서 마진(麻疹, ※역주: 홍역)을 의도적으로 유행시켰다. 오다 님도 노히메 님도, 시즈코로부터 자세히 들었겠지. 마진에 대한 치료방법을……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극소수이다"


"과연. 놈들은 마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 그걸 약점으로 삼아 공격해 들어간다는 이야기인가"


"그 다음에는 논밭을 망가뜨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불타우는 것이 아니다. 밭의 흙을 파괴하여 의도적인 흉년을 일으킨다"


"밭의 흙을 파괴한다고?"


"이건 시즈코가 잘 알고 있지만, 작물이 훌륭하게 성장하려면 흙의 상태가 대단히 중요하지. 그 애가 쌀의 육모(育苗)를 백성들로부터 분리시켜, 다 자랐을 때 나눠주는 방식을 취한 건 그 흙 때문이다"


작물을 키우려면 그냥 흙에 씨앗을 뿌리면 되는 것은 아니다.

토양 만들기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키울 작물에 최적화된 토양 분석을 해야 한다.

자주 거론되는 토양pH(※역주: 토양 산도)도 작물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면 쌀은 육모중에는 ph가 5.0이나 5.5가 최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전(水田)에서 키울 때는 ph는 6.0에서 6.5로 약산성이 최적이 된다.

그 밖에도 보수성(保水性)이 높고, 배수가 잘 되며, 통기성이 좋고, 보비력(保肥力, ※역주: 땅이 비옥함을 유지하는 힘)이 있을 것 등, 농업에서 흙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다.

이 토양 만들기의 성패에 따라 작물의 수확이 크게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애초에 시즈코가 쌀의 육모를 백성들에게서 분리시킨 것은, 토양 만들기 뿐만 아니라 우량 개체를 선별하기 위해서와, 백성들이 잘못해서 볍씨를 먹어도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백성들은 깨닫지 못하지. 자신들의 발 밑에 있는 흙에 수작이 부려져 있다는 것을. 이것은 기근의 영향만큼 장기적이지는 않기에, 싸움을 시작할 해에 시행하는 것이 좋겠지"


기근의 영향이란, 흉작이 일어나면 수확량이 줄기 때문에 식량의 가격이 올라간다.

먹을 것을 얻는 것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적은 식량을 두고 싸운다.

한편, 백성들도 먹을 것이 줄어들기에, 최악의 경우 볍씨까지 먹어버린다.

그 때문에, 이듬해는 더욱 수확량이 감소해 버린다.


이 악순환에 빠져들면 식량은 만성적으로 부족해지고, 살기 위해서는 타국에서 약탈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게 된다.

전국시대, 아니, 근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모든 전쟁은, 기근에 의한 부(負)의 사이클에서 발생한 식량 부족을 메우기 위한 식량 쟁탈이 그 시작인 것이다.


"그럼, 잊고 있었는데 내 조건을 말하지. 그렇다고는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 애를 데리고 행군할 경우, 잡병들에게 약탈을 시키지 말도록. 그 애는 전장에서 약탈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추한 쓰레기들의 악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 알고 있다고는 해도, 실제로 보지 않는 편이 좋은 경우도 있지"


"시즈코를 데려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 경우에는 상관하지 않겠다. 쓰레기놈들에게 좋을대로 하게 하라"


아시미츠의 조건은 대단히 알기 쉬웠다.

그는 시즈코가 관여되는 일에는 참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 상관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신은 비정하다고 할 수 있는 수단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홋, 과연 아시미츠. 너는 정말로 시즈코가 소중한 것이구나"


"그 애에게는 목숨과, 그리고 마음을 구원받았다. 나는 이미 죽은 자이지만, 이 몸이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그 애를 위해 이 몸을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노히메의 약간 놀리는 듯한 말에, 아시미츠는 지극히 진지하게 대답했다.




7월 상순, 시즈코는 창고에서 도자기 항아리를 꺼내 집으로 옮겼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흑설탕으로 만든 흑당매실주(黒糖梅酒)였다.

시즈코가 매실주를 만든 이유는, 술을 즐긴다기보다 약용주(薬用酒)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매실주에는 피로회복, 혈류(血流)의 개선, 위장의 상태 개선을 통한 식욕 증진, 흑설탕이나 매실에 원래 포함되어 있는 비타민, 미네랄, 칼슘 섭취 등의 효과가 있다.


"뭐 매실장아찌를 만들고 남은 것으로 만들었으니 맛은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매실장아찌를 담글 때 빠질 수 없는 적자소(赤紫蘇)는 2개월 정도면 수확할 수 있기에 대량으로 준비했지만, 매실에 비해 적자소가 부족하여, 매실만 조금 남아버렸다.

이 때 담근 매실장아찌의 일부가 노부나가에게 헌상되었고, 다시 노부나가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에게 보냈다.

시즈코는 몰랐지만 그녀가 만든 매실장아찌는, 진중(陣中)의 술안주는 매실장아찌, 라는 켄신이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여 감사장을 보냈을 정도의 품질이었다.


그 매실장아찌의 비결은 벌꿀을 섞어 마일드하게 마무리한 것에 있다.

전국시대의 매실장아찌라고 하면, 염장(塩蔵)되어 바싹 마른, 대단히 짠 것이다.

한편, 시즈코가 담근 그것은 소금을 줄이고 살균 작용이 강한 벌꿀을 넣어서, 수분을 남긴 상태에서의 저장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두툼하고 부드러운 매실 과육에 짠맛과 신맛, 단맛이 자아내는 부드러운 맛의 조화에는 매실장아찌에 일가견이 있는 켄신조차 저항할 수 없었다.


그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시즈코의 매실장아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무장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이 되었다.


"금년에는 얼마나 만들면 되려나. 일단 배달되는 매실을 순차적으로 매실장아찌로 만들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양이 너무 많아……"


백화충제국(白花虫除菊)을 사용한 모기향을 만들고 있는 관계로, 매실장아찌를 만드는 레시피를 적어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매실장아찌는 군수품인 점, 그리고 적자소의 취급이 어렵다는 것 때문에 간단히 외부에 위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돌아온 시즈코는 흑당매실주의 완성도를 확인했는데, 술맛을 모르는 그녀에게는 단순히 흑설탕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정도밖에 알 수 없었다.

케이지에게 마시게 해보니 반응은 좋았지만 "많이 마실 술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술을 많이 마시는 쪽이 좀 그런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굳이 지적하지 않은 시즈코였다.

휴식중인 병사들에게도 시음시켜보았으나,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평가들 뿐이고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그 결과, 시즈코는 매실주를 술이 아니라 약탕이라는 형태로 취급하기로 생각했다.


매실주는 식전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식전주(食前酒)라는 개념이 없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매실주를 '매약탕(梅薬湯)'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술이 아니라 약이라는 인상을 전면에 강하게 내세웠다.

실제로 매실주를 뜨거운 물로 희석한 것은 적정량을 마시면 몸에 좋고, 겨울에는 알코올의 효과로 몸이 따뜻해진다.

매일 마시면 매실주에 중독되는 것을 걱정하여, 시즈코는 여름에만 2, 3일에 한 번, 그 이외에는 1주일에 1, 2회 정도로 하려고 생각했다.

현대라면 몸이 안 좋아져도 병원에 다니면 충분하지만, 의료 시설이 충분치 않은 전국시대에서는 몸이 안 좋아지기 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항상 완벽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 마시기에는…… 아, 맞다"


매실주의 처리방법을 생각하던 시즈코는, 얼마 전에 노히메에게서 어떤 의뢰가 왔던 것을 떠올렸다.

내용은 '오이치(お市)의 산후의 회복이 썩 좋지 않구나. 뭔가 좋은 것은 없느냐?'라는 것이었다.

편지 내용을 볼 때 챠챠(茶々)의 출산인가 하고 생각한 시즈코는, 매실주가 영양보급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매실주 등의 알코올을 산후에 섭취하면 모유에 알코올이 포함되는 영향이 발생하지만, 전국시대에는 유모가 아기의 육아를 담당하기에 문제되지 않는다.

뜨거운 물 또는 찬물로 희석해서 저녁식사 후에 한 잔 마시면 좋다, 라는 메모를 첨부해 합계 다섯 항아리를 노히메에게 보냈다.

다섯 개로 한 이유는, 노히메 자신도 마시고 싶다고 말할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


"뭐, 술이니까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 않겠지. 아, 맞다. 슬슬 스낵파인이 수확 시기려나"


1년 반에 걸쳐 키운 스낵파인이 수확 시기가 된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파인애플은 심은 후 수확까지 1년에서 1년 반, 늦은 포기는 2년 가까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번에는 오와리 지방의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1년 4개월 정도에 수확이 가능해졌다.

참고로 이것은 스낵파인의 재배기간으로, 파인애플의 품종에 따라서는 심은 후 열매를 맺기까지 3년을 필요로 하는 품종도 있다.


"흡아(吸芽) 같은게 있으면 늘릴 수 있으니, 그런 것도 체크해야지"


파인애플은 한 번 열매를 맺은 포기는 다시 열매를 맺지 않게 된다.

그럼 어떻게 포기를 늘리느냐 하면, 크라운(冠芽)이라고 불리는 상부의 잎 부분을 사용한 꺾꽂이 싹(挿し芽), 열매를 맺는 줄기 아래의 이파리 부분에서 자라는 '흡아', 열매를 맺는 줄기에서 자라는 '곁순(えい芽)', 지하경(地下茎)에서 자라는 '괴경순(塊茎芽)'을 채취하여 이것을 재배하여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다만 품종에 따라서는 흡아를 남겨놓으면 다음 열매를 맺는 경우도 있다.


"으―음, 역시 없네. 현대에서도 일반 농가는 모종을 얻는 데 고생하니까. 역시 토막(輪切り) 증식법(増殖法)에 도전할 수밖에 없나"


괴경순은 모종에 적합하지 않고, 흡아나 곁순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모종을 늘린다는 이유로 크라운을 회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래서는 모종이 전혀 늘지 않는다.

운에 맡기는 흡아나 곁순으로는 이후에도 모종을 입수하는 데 불안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일반농가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토막 증식법'을 시즈코는 채용하기로 했다.

원래 열매를 맺은 후의 파인애플은 밭에 끼워넣는(漉き込まれる, ※역주: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음) 형태로 파기된다.

하지만 골드 배럴처럼, 품종의 특성에 따라 모종이 되는 크라운, 곁순, 흡아의 발생 숫자가 극단적으로 적은 종류도 있다. 그러한 품종의 모종을 늘리는 방법이 토막 증식법이다.

(※역주: 파인애플 관련한 용어 및 파기에 관한 표현은 검색해도 걸리지 않는 내용이 많아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막 증식법은, 열매를 맺은 후에 파기되는 파인애플의 모경(母茎)을 회수하여 잎사귀와 뿌리를 잘라낸 후, 2cm에서 4cm로 토막친다.

이것을 살균제에 담가 살균하고, 토막친 모경을 연화재배(伏せ込み, ※역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하여 싹을 키운다. 그 후에는 성장한 삭을 채모하여 가식(仮植, ※역주: 임시로 심음)하여 모종으로서 사용하면 된다.

이 방법을 쓰면 한 포기에서 모종을 4, 5개, 적절한 온도와 시비(施肥)의 관리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에서 10개 이상의 모종을 얻는 것도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국시대에 완전한 온도 관리는 불가능하므로, 한 포기로 모종을 몇 개나 만들 수 있을지는 신만이 아시는 일이다.


"뭐, 포기는 적으니까 오늘은 수확만 하자. 으―음, 파인애플은 오랜만이네. 게다가 비싼 스낵파인…… 이건 맛이 기대되네"


"호오. 여전히 그런 걸 몰래 먹는 것이 네 취미이냐?"


순간, 시즈코는 파인애플을 껴안은 채로 움직임이 멎었다.

녹슨 기계처럼 머리만 움직여 뒤를 보니, 짓궂은 장난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의 노부나가와, 파인애플을 흥미깊게 보고 있는 사키히사가 있었다.


"……저어, 별 상관 없는 일을 여쭙겠는데, 어째서 고노에 님께서 이곳에……?"


"내가 초대했다. 뭔가 문제라도 있느냐?"


"아뇨,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호위를 대동하지 않으시는 건 좀 위험한 게 아닐까…… 해서"


"신경쓸 것 없다. 겨우 간자 따위가 내 목을 취하는 것 따위 천 년은 이르다. 그래서, 그 삐죽삐죽한 흉악한 몰골의 그것은 무엇이냐"


"(아, 이건 넘어가주지 않는 거구나)어흠…… 그, 이것은 남만의 과일로 파인애플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쓰면 봉황(鳳凰)의 봉(鳳)에 배 이(梨) 자를 써서 봉리(鳳梨)라고 부릅니다"


파인애플은 일본에 전래된 시기가 19세기 초로, 대만이 17세기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다.

게다가 도쿄의 오가사와라 제도(小笠原諸島)의 치치지마(父島) 섬에서 재배된 기록은 있지만, 동시에 남만 무역으로 나가사키(長崎)에 도입된 기록도 남아 있다.

참고로 스낵파인의 원산지는 대만이며, 대만에서는 대만4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파인애플로서는 파인애플 과의 보골 종에 속한다.


"호오, 그래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노부나가가 좌우의 주먹을 맞대기 시작했다.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다, 는 사인이었다.


"그…… 이렇게 잡아뜯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스낵파인의 특징은 일반적은 파인애플보다 작고, 과육 사이의 틈이 크며,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며, 향기가 강하고, 중심 부분이 부드럽고 달기 때문에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과(小果)를 손으로 뜯어먹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스낵(간식) 감각으로 먹는 파인애플이라는 것을 줄여서 스낵파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달군. 하지만 강한 단맛 속에 적당한 신맛이 있구나"


"단맛과 신맛의 조화, 그윽한 향기, 이건 좋은 과일이군요"


두 사람은 감상을 늘어놓으며 스낵파인의 소과를 뜯어먹었다.

결국, 시즈코의 손에 남은 것은 크라운 뿐이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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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7 1569년 5월 상순



회담 후에,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선물로서 간장, 맛국물 된장, 매실장아찌를 1주일분 정도 건넸다.

그게 최후의 함정인 것을 모르는 사키히사는, 시즈코가 건넨 선물을 웃으면서 받아들여버렸다.

그 선물이야말로 지효성(遅効性)의 독이며, 선물을 다 쓴 후의 식어빠진 맛없는 식사에 견디지 못하고 다음 회담을 손가락을 꼽으며 마음 속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사키히사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시즈코가 제시한 두 가지 요구 중, 더욱 무게를 두고 있던 것은 사키히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목적은, 혼간지(本願寺) 제 14세 종주 켄뇨의 장남, 쿄뇨(教如)와 사키히사의 유자(猶子) 관계의 해소였다.


이것을 시즈코가 목적으로 삼은 이유는, 혼간지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노부나가의 숙적은 이시야마(石山) 혼간지라는 종교 세력이다. 11년이나 이어진 이시야마 전투는 노부나가의 천하포무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었다.

문제의 이시야마 전투가 시작한 날은 겐키(元亀) 원년(元年, 1570년) 9월 12일이다.

그 날을 경계로 중립을 지키고 있던 이시야마 혼간지와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반 노부나가의 기치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 배경에 전 칸파쿠(関白) 고노에 사키히사가 있었다.

키나이(畿内)에서 제 1차 노부나가 포위망의 움직임이 일어나자, 사키히사는 미요시(三好) 3인방에게 켄뇨에게 궐기할 것을 촉구하도록 설득할 것을 의뢰받았다.

조정의 실력자인 사키히사가 속세의 권력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시야마 혼간지의 켄뇨를 어떻게 움직였는가.

그것은 일단 혼간지의 뒷사정을 알 필요가 있다.


혼간지는 신란(親鸞)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퍼뜨리며 하층민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후, 혼간지는 큰 문제에 직면한다. 거대화된 조직, 광대한 소유지와 방대한 숫자의 문도들, 그것들을 지켜낼 힘이 당시의 혼간지에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것을 손에 넣으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조정에서 내려지는 '수호사불입권(守護使不入権)'이다.


수호사불입(守護使不入)은 수호불입(守護不入)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막부가 정한 특정한 공령(公領, ※역주: 막부 직할령)이나 장원(荘園)이 행사 가능한 권리이며, 이것을 인정받으면 수호(守護, 수호 다이묘(大名))나 수호사(守護使, 수호 다이묘가 파견한 관리)가 단전(段銭, ※역주: 세금의 일종) 징수나 범죄자 추적 등의 명목으로 출입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원래 '수호사불입권'은 카마쿠라(鎌倉) 막부가 성립했을 때, 수호나 마름(地頭)의 횡포에서 조정이나 종교 세력이 소유한 영지를 지키기 위해 설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키나이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종교 세력에 전답을 기증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는 하나같이 조세 면제를 목적으로 한 움직임이었다.

이 움직임 덕분에, 국가에 대한 조세를 거부할 수 있는 '불수권(不輸の権)' 뿐만 아니라, 장원 외부로부터의 사자의 출입을 거부할 수 있는 '불입권(不入の権)'을 얻게 되는 장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권리가 확대됨에 따라, 종교 세력의 토지나 민중들에 대한 사적 지배가 시작되었다.


그 '수호사불입권'을 획득하려면 '문적사원(門跡寺院)'이 될 필요가 있다.

'문적사원'이란, 친왕(親王)이나 오섭가(五摂家) 출신의 사람이 주지를 맡는 사원으로, 그러한 사원들에는 조정에서 '수호사불입권'을 포함한 다양한 특권이 주어졌다.

당연히, 혼간지 종주(宗主)는 친왕도 오섭가 출신의 사람도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문적사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유자(猶子)'라는 방법을 쓰면 그게 가능해진다.


유자(猶子)란, 형제나 친척, 타인의 아이와 친자관계를 맺는 제도이다.

양자(養子)와는 달리 법률적인 요소가 강하며, 또 상황에 따라 관계를 간단히 해소할 수 있다.

예로서 오오우치 요시나가(大内義長)의 경우를 소개한다.

요시나가는 분고(豊後) 오오토모(大友)씨의 제 20대 당주 오오토모 요시아키(大友義鑑)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마고(尼子) 씨와 오오우치(大内) 씨의 싸움에서 후계자를 잃은 오오우치 요시타카(大内義隆)의 부탁을 받고 유자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후에 요시타카에게 친자식인 요시타카(義尊)가 탄생했을 때 유자관계가 해소되어 분고로 귀국했다.

물론 이 일방적인 결연 해소는 큐슈(九州)의 다이묘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반석같은 입장은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오섭가의 누군가와 유자 관계를 맺는 것이 혼간지 종주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오섭가의 유자가 되지 못하면 '문적사원'의 자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간지 제 10세 종주인 쇼뇨(証如)는, 조정의 뒷배경을 손에 넣기 위해 오섭가의 하나인 쿠죠(九条) 가문에 접근하여, 제 15대 당주 쿠죠 히사츠네(九条尚経)의 유자가 되었다.

그의 장남인 켄뇨도, 쿠죠 가문의 제 16대 당주 쿠죠 타네미치(九条稙通)의 양자가 되었다.

이로써 혼간지는 '문적사원'이 되어 '수호불입권'을 획득했다.

제 9세 종주인 지츠뇨(実如)에서 제 11세 종주 켄뇨에 이르는 백 년 동안, 혼간지의 교세는 현저하게 발전하여,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일대 세력의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조정의 뒷배경이라는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조정과 동등한 세력으로 생각되는 종교 세력도, 실제로는 조정의 지배 체제와 무관할 수는 없고, 오히려 종속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오다 가문으로 되돌리자.

시간이 흘러 저번의 회담으로부터 2주일이 경과하고, 오늘 시즈코는 고노에 사키히사와 다시 회담을 가지고 있었다.

사키히사로부터 저번 정도의 적의나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지만, 시즈코가 제시한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신뢰 관계까지는 구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회식 때는 독 검사를 하지 않는 등, 확실한 진보를 보이고 있었다.

저번 회담 때부터 완전히 사키히사의 마음에 든 식후의 매실다시마차를 마시며 한숨 돌린 후, 사키히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저번의 요구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사키히사의 표정이 변했다. 맛있다는 듯 차를 홀짝이던, 어딘가 빈틈이 있는 사키히사가 아니었다.

동란기에 칸파쿠 좌대신(左大臣), 태정대신(太政大臣)를 맡아, 이매망량이 발호하는 조정의 세계에서 무려 14년 동안 칸파쿠를 맡은 걸물이 그곳에 있었다.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움켜잡혀 중압에 깔려버릴 듯한 시즈코였으나, 어금니를 악물고 기합으로 견뎌냈다.


"대답해 주십시오, 시즈코 님. 당신의 말에 찬동한다고 하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이지요?"


저번과 달리 사키히사는 시즈코의 이름을 말했다. 그 의미를 시즈코는 진절머리날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설령 시즈코가 10살이나 연하인 여자라고 해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했다는 것과 동시에, 여자라 해도 사키히사는 일체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노에 님의 물음에 대답하기 전에, 이 회담의 저의 독단에 의한 것이며, 제 주인이신 오다 단죠노죠 님의 의향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반할 의도가 있다'고 간주될 수 있는 시즈코의 독단행동이었으나, 그녀는 이 회담은 목숨을 걸고라도 성공시켜야 했다.


"새삼스럽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노에 님이 바라시는 것은 쇼군과 니죠(二条) 칸파쿠 님의 제거, 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호오…… 아니, 속을 떠보는 짓은 하지 않겠소. 확실히 내가 바라는 것은 시즈코 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요. 하지만 오다 님은 쇼군을 옹위하여 상락하셨소. 그런 오다 님이, 쇼군의 제거에 협력적이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근거없는 죄를 물어 걸물로 이름높으신 고노에 님을 추방하는 어리석은 자를 제 주인이 언제까지나 섬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핫, 시즈코 님은 용서가 없군요"


"본심을 이야기하자, 고 하셨기에 저의 쇼군에 대한 평가를 정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훗, 그랬지요…… 좋소, 시즈코 님의 이야기에 찬동하지요"


의외로 순순히 사키히사는 찬성의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몸에서 힘이 빠지려고 했다.


"다만, 시즈코 님의 요구에 걸맞는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 주셔야겠소"


사키히사의 말에 다시 몸에 기합을 넣었다.


시즈코가 말한 사키히사와 노부나가의 이해의 일치는 결과론이며, 대가로서 제공되는 이득은 될 수 없다.

오다 진영으로 옮겨, 쿄뇨(教如)와의 유자 관계를 해소하는 데는 그에 걸맞는 것을 그가 손에 넣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렇군…… 흠, 나의 지인이 각병(脚病, 각기병)을 앓고 있소이다. 약사가 달인 약탕이나 가지 기도(加持祈祷)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를 써 봤으나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디 시즈코 님께서 치료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그건 도저히 무리입니다!"


사키히사의 말에 나가하루가 먼저 반응했다.

각기병은 비타민 B1이 발견된 후에도 난치병 취급이었으며, 1950년대 후반이 될 때까지 많은 사망자를 냈다.

게다가 이것은 쇼와(昭和) 시대의 이야기로, 전국시대라면 불치병 취급이다. 즉, 사키히사의 요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라는 생트집이 된다.


"시즈코 님이 말씀하시는 유자 관계의 해소라는 것은 그 정도로 어려운 일.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걸맞는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주시지 않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지요. 자, 그러면 시즈코 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만"


"문제없습니다. 그 정도……로 고노에 님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면 값싼 대가이지요"


"호오, 각병을 치료하실 자신이 있다는 건가요. 실례지만 각병이 무엇인지, 시즈코 님은 알고 계십니까?"


"우선 식욕부진, 전신의 권태감. 이어서 심장의 두근거림, 숨참, 감각의 마비, 다리의 저림이나 붓기. 더 진행될 경우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지요. 마지막에는 심장에 이상이 발생하여 죽음에 이릅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리고 각병을 앓고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많지요. 반면 병이 나은 사람은 극히 소수. 그래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각병이 나았을 때는, 나는 오다 가문의 편을 들 것을 확약하지요. 하지만, 낫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각오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협박을 하는 사키히사였으나, 시즈코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작게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대 파란을 보인 시즈코와 고노에 사키히사의 회담은 약 두 시간 정도의 짧은 것이었으나, 곁에 시립하고 있던 나가하루와 아야에게는 반나절로 느껴졌을 정도의 긴장을 강요받는 것이었다.


회담으로부터 며칠 지나지도 않아 사키히사는 각기병 환자를 기후로 옮겨왔다. 회담 전부터 준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른 일처리에 시즈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을 위해 시즈코는 환자를 진찰하기로 했다.

간단한 문진(問診)에서 건반사(腱反射)를 보는 나무망치에 의한 슬개건(膝蓋腱) 반사확인을 해보자, 역시 주위의 견해대로 공가(公家)에 발생이 잦은 각기병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기병의 원인은 비타민 B1 부족이며, 치료법은 단순명쾌하다.

비타민 B1을 주면 된다. 따라서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다음과 같은 치료방침을 전달했다.


"제가 드리는 지시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식사는 하루에 세 번 할 것. 하나는 식사 때마다 반드시 삼씨를 세 개, 무와 순무 잎의 겨된장절임, 감주(一夜酒)를 마실 것. 하나는 세 번의 식사 이외에는 자유롭게 행동하게 할 것. 이상의 사항을 지켜주시면, 열흘도 지나지 않아 눈에 띌 정도로 증상이 개선될 것입니다"


각기병이라고 하면 죽을 병이라는 인식이 있는 사키히사는,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에, 약탕도 마시게 하지 않는 방법에 자신을 속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사키히사의 눈으로 봐도 시즈코는 대단히 진지했으며, 그걸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사키히사는 시즈코의 지시대로의 식이요법을 환자에게 적용했다.


치료를 개시한 지 7일 후, 예정보다 빨리 사키히사 측에서 회견 신청이 왔다.

즉시 수락한다는 답장을 하고, 시즈코는 기후의 별장으로 발을 옮겼다.

환자가 쾌차했다는 보고일 것이라는 추측을 마음 속에 담고 말을 몰았다. 예상은 적중했지만, 예상 외의 덤까지 따라왔다.


"우선은 결과를 보고하지요. 시즈코 님의 지시대로 한 결과, 각병에 걸린 벗은 며칠 전의 용태가 거짓말처럼 차도를 보였습니다"


"그런가요. 그건 다행입니다"


"약속대로, 나는 이시야마 혼간지를 나와서 오다 님의 진영으로서 미력하나마 힘을 다하도록 하지요. 또, 시즈코 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쿄뇨 님과의 유자관계도 해소하겠소"


"감사합니다"


"하지만 시즈코 님의 요구는 두 가지, 나는 아직 한 가지밖에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주시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요구를 하고 싶습니다"


"제게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문제없습니다"


"하핫, 약간 협박같이 되어버렸군요. 아니, 두번째의 어려운 조건은, 오다 님과 회견할 자리를 만들어 주시면, 직접 오다 님께 말씀드리고 싶군요"


"네?

네. 그, 영주님께 상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얼마간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렇군요. 시즈코 님께서 문제없으시다면, 오다 님과의 회견까지 이 집을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 하지만, 말씀드리긴 뭣한데, 이 집은 좁습니다만?"


애초에 시즈코의 별장은 거주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도저히 오와리에 돌아갈 수 없을 때 임시로 묵기 위해 지은 집이다.

따라서 최저한의 생활 환경이 갖춰져 있기는 하나, 고관대작(公卿)이 기거할 정도의 설비는 없다.

고노에 가문 당주가 살기에는 도저히 격이 맞지 않는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상관없소. 무상관(無常観)이 감도는 정원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있는 대로 지내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시다면 문제없습니다만……"


일단 시즈코의 목적인 고노에 가문을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리고 사키히사와 쿄뇨의 유자 관계 해소도 성공했다.

혼간지 측의 설득 공작은 있겠지만, 그가 약속을 저버릴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이걸로 반 오다 연합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공작은 절반은 끝난 걸까. 뭐라 해도 반 오다 연합의 축은 혼간지가 아니라 고노에 가문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니까……)


요시아키(義昭), 아사쿠라(朝倉), 아자이(浅井), 혼간지(本願寺), 엔랴쿠지(延暦寺), 타케다(武田), 그 외 크고작은 다양한 세력이 결탁하여 노부나가를 크게 괴롭히는 '노부나가 포위망'은, 혼간지가 주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온건파인 켄뇨에게 거병을 결단하게 한 것도, 11년 후에 이시야마 혼간지가 성문을 열게 만든 것도, 사키히사가 크게 관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조정에서 사키히사를 추방한 요시아키도, 후에 노부나가와 관계가 악화되자, 사키히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반 노부나가 연합군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결국 요시아키가 켄뇨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조정은 물론이고 많은 영주들, 그리고 종교 세력에까지 연줄과 인맥을 가지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는 오섭가 필두 고노에 가문의 힘이 절대적으로 불가결했다.


(남은 건 코가(甲賀)를 끌어들이는 것 뿐이네. 영주님은 독자적으로 쿄단(饗談)이라는 시노비 집단을 가지고 계시지만, 코가는 있으면 좋지. 아, 이가(伊賀)는 무리네. 거기는 이가 죠닌(上忍) 세 가문이 지배하고 있어서 간단히 계책이 먹히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바보 아들래미의 대학살은 막아야지)


이가, 코가와 오다 가문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텐쇼(天正) 6년(1578년), 노부나가의 차남인 오다 노부오(織田信雄)가 8천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이가에 독단적으로 침공하는, 소위 말하는 '텐쇼 이가의 난(天正伊賀の乱)' 사건이 일어났다.

다만 이 때, 이가는 현대에서 말하는 게릴라 활동을 전개하여, 겨우 수백의 이가 닌자군에게 노부오 군은 괴멸. 노부오 본인도 허둥지둥 도망쳤다.

참고로 노부오 군의 무장들의 명예를 위해 언급하지만, 애초에 노부오의 이가 침공은 주위가 필사적으로 마음을 바꾸도록 진언했을 정도로 무모한 작전이었다.

그 때문에, 침공하기 전부터 군의 사기는 낮고 통제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런 상태의 군으로는 설령 이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괴멸시킬 수 있었으리라.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8천의 병사에 6천을 잃고, 게다가 중신인 츠게 야스시게(柘植保重)가 전사하는 등 참담한 결과에 노부나가는 격노했다.

하지만 이것에 의해 노부나가는 닌자에 대해 경계심을 강화하게 되어버려, 수년 후에 오다 군이 전군을 투입하여 이가를 침공하는 '제 2차 텐쇼 이가의 난'이 일어나 버렸다. 이 때의 총대장도 노부오였다.

노부오는 '제 1차 텐쇼 이가의 난'의 원한을 풀듯, 함락된 사원이나 마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몰살시켰다.

후세에는 노부나가가 이가 닌자를 학살했다고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바보 아들로 이름높은 노부오가 남김없이 몰살시킨 것 뿐이다.


"(뭐 그건 이세 침공 후에 생각하자. 고노에 님의 동향에 약간 불안은 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짓거리는 안 하는 편이 좋겠지) 그러면 이 집은 고노에 님께 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하신 대로 이용해 주십시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정한 성과가 보인 것에 시즈코는 어깨의 힘을 뺐다.




니죠 성 축성이 모양새를 갖추게 되자 노부나가는 미츠히데에게 뒷일을 맡기고, 그 외의 사람들을 데리고 기후로 돌아갔다.

귀국 직전, 그는 이세에 대해 요시아키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남(南) 이세를 지배하는 키타바타케(北畠)와의 싸움에는 요시아키도 난색을 표했다.

뭐라 해도 키타바타케 씨는 공가 출신, 게다가 쇼군보다 높은 종 3위의 품계를 가지고, 곤노츄나곤(権中納言)에도 임관되었다.

즉 요시아키는 키타바타케 씨를, 무로마치(室町) 막부를 지탱하는 일원으로서 인식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무로마치 막부를 지탱하는 일원인 노부나가와의 싸움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요시아키의 입장에서는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요시아키는 골치가 아팠다.

요여(神輿, ※역주: 요시아키)의 반응을 보는 정도의 기분이었던 노부나가였으나, 이건 예상외로 귀찮다고 재차 인식했다.

노부나가는 설득과 구슬림을 구사하여, 금년중에 싸움이 결판나지 않을 경우에는 요시아키를 중재자로 하여 화해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세 국 평정을 허용한다라는 확약을 요시아키에게서 받아냈다.


사실상의 면장(免状)을 얻은 노부나가는 즉각 이세 국 평정에 나설 거라고 생각되었으나, 주위의 예상을 뒤짚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후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수하들을 치하하고 병사들을 훈련시킬 뿐이었다.

즉단즉결(即断即決)을 신조로 하여 전광석화처럼 행동하는 노부나가의 침묵에 각국의 영주들은 한결같이 긴장하게 되었다.

사실은 군수물자의 피축이 규정량을 밑돌았기 때문에, 물자의 소비가 격심해지는 행군을 자제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군비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서 이세를 침공하기보다, 철저히 정보수집에 치중하며 기회를 노리는 편이 상책이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 비축도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 정책을 오와리, 미노 전토에 펼치고 있었기에, 9월에서 10월쯤 되면 막대한 양이 손에 들어온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추정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 8월 하순까지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9월부터 침공해도 이세를 평정할 수 있는 승산이 있었다.


기후로 돌아온 노부나가는 당장 시즈코를 불러내어 고노에 사키히사와의 회담의 목적을 캐물으려 했다.


"여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같은 멋없는 일은 하지 마시지요"


하지만 그걸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히메였다.


"이대로 내버려두라고 너는 말하는 것이냐?"


"지금까지 시즈코는, 반드시 주군을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시켰지요. 그게 이번에 독단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는 것은 주군을 통하지 않는 편이 주군의 이익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겠지요"


"……하아"


성대하게 한숨을 내쉰 후, 노부나가는 거칠게 앉았다.


"후훗, 따돌림받아서 화가 나신 건가요?"


"글쎄. 그건 그렇고 고노에 가문을 우리 진영으로 끌어들이다니…… 여전히 시즈코의 재주에는 놀라게 되는군"


"네, 여전히 예상 밖의 행동으로 즐겁게 해 주는 여아이지요, 시즈코는. 그럼, 그런 시즈코가 끌어들인 고노에 가문 당주님께서 주군께 회담을 신청해왔습니다만…… 대답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말할 것도 없지. 시즈코가 공을 들여 마련한 자리, 여기서 물러서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회담의 준비는 즉시 이루어졌다.

이틀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별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거관이라도 문제없었지만, 시즈코의 별장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이렇게 발걸음을 한 것이다.


"처음 뵙겠소이다, 오다 단죠노죠 님"


한 쪽은 조정 제일의 실력자이자 오섭가 필두 고노에 가문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 한 쪽은 쿄의 실권을 쥐고 천하인(天下人)에 가장 가까운 영주인 오다 노부나가.

역사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의 순간에 동석한 것은, 정원을 둥지로 삼는 벌레들 뿐이었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마주보았으나, 뜻을 정한 듯 사키히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언제까지 서로 마주보고 있어도 시작되지 않지요. 차를 한 잔 올리지요"


"……받도록 하지"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다도회(茶の湯)가 아니라 전차(煎茶).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차를 마시면서 청담(清談)이나 나누도록 하지요"


"……"


"라고, 시즈코 님께 배웠지요. 이게 제법 좋더군요. 최근에는 정원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는 일에 빠져 있습니다"


사키히사의 말대로, 그의 예법은 노부나가가 쿄에서 배운 다도회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다도회와는 다른 우아함이 느껴져,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다고 노부나가는 느꼈다.


"신비한 여인이군요, 시즈코 님은"


"그렇군. 나도 때때로 놀라고 있네"


내어진 차를 받아들며 노부나가는 주저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군. 다도회에서 맛보는 차와는 또 다른 맛이군"


"후훗, 그렇겠지요. 나도 처음에는 괴상한 차도 다 있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시원한 저녁 바람을 쐬며 한 잔 마시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키히사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로부터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냥 정원을 안주삼아 차를 마신다, 그것 뿐이었다.

다만 두 사람을 둘러싼 분위기는 상쾌하고,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고요함이 있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나는 또 한 가지 시즈코 님께 요구하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재가를 오다 님께 받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첫번째는 무엇이었나"


"시즈코 님은 나에게 오다 가문에 대한 협력을 부탁했지요. 그 대신 나는, 벗의 각병을 치료해 줄 것을 부탁하고, 이미 치료가 되었습니다"


"그 멍청이가……"


각병은 불치병 취급받고 있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발병의 기전이나 치료법까지 전해듣고 있었다.

그 이점을 이용하여 각병이 많은 공가를 끌어들이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추어 두어야 할 카드를, 시즈코는 고노에 사키히사와의 회담에서 써 버린 것이다.

19세에 칸파쿠에 임명된 준영(俊英)인 사키히사다. 각병에는 무엇이 좋은지, 대략적인 검토는 끝냈을 것이리라.


(고노에 가문의 힘을 손에 넣은 것으로 그 실수는 상쇄할 수 있나)


"시즈코 님의 또 하나의 부탁은 쿄뇨 님과의 유자 관계를 해소하라는 것, 이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움직이도록 하지요. 그에 대해 내가 바라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상쾌한 미소를 지은 사키히사는, 그 표정과 반대로 엄청난 말을 꺼냈다.


"나는 시즈코 님과 유자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 당주와 친자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노부나가에게 청천벽력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시즈코가 고노에 사키히사의 유자가 될 경우, 그 영향이 어디까지 파급될지 노부나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노부나가의 모습에서 그의 심정을 헤아린 것이이라. 사키히사는 작게 한숨을 쉬고 이렇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이건 아직 시즈코 님께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즈코 님이 거절한다면 거기서 끝나는 이야기지요"


"고노에 님은 시즈코를 꽤나 높게 평가하고 계신 것 같군"


"그야 그렇지요. 세상에 나올 일이 없는 여인의 몸으로, 이 나를 앞에 두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관철시켰소이다. 어지간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거기서 한 호흡을 쉬고 사키히사는 남아있던 차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가볍게 한숨을 쉰 후, 그는 말을 이었다.


"오다 님께서 천하통일의 길을 걸으신다면, 언젠가 시즈코 님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지요"


"본인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이것저것 획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만"


"하핫,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언젠가 그녀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가 아니지요. 난세라는 존재가, 그녀가 뒤에 숨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됩니다. 시대가 그녀를 필요로 하여, 반드시 무대 앞에 서게 될 날이 오겠지요"


"설마…… 그걸 위한 유자인 것인가?"


"그렇습니다. 세상에 나왔을 때, 그냥 여자아이로서는 불리하겠지요. 나의 유자라면, 나름대로 관록은 붙을 겁니다"


노부나가에게는 관록이 붙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확실히 관록은 붙겠지. 하지만 그 유자를 맺는 시기는, 이쪽에서 지정하고 싶다"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부터 시즈코 님을 지키기 위한 책략. 주인 되시는 오다 님이 좋다고 생각하실 때 선언하시지요. 그 때까지 나는 조정에서의 입장을 확고한 것으로 해 두지요"


"그건……"


"오다 님의 꿈은 천하통일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언젠가 현 칸파쿠 님과 쇼군이 방해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패도는 이룰 수 없습니다"


"훗, 확실히 그렇군"


사키히사의 가식없는 말에 노부나가는 즐거운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 매사냥이라는 공통의 화제가 있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해가 지기 직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6월 중순.

톱니나 크랭크 등의 동력전달기구의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한여름을 앞두고 간신히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양산할 수 있는 전망이 섰다.

기술자 마을의 부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수차 동력식 자동세탁기(이후에는 수차식 세탁기라고 줄임)는 전술한 동력전달기구 문제를 해결한 것에 의해 규격화된 제품으로서 조립되었다.

현재 프로토타입을 운용중이다. 내구 시험을 클리어하면 수차동력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지 수차식 세탁기를 설치할 수 있다.

세제로서 사용되는 무환자나무 분말은 생분해성이 대단히 높기 떄문에, 세탁 배수를 하천으로 흘려보내도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할 위험은 낮다.

그렇다고는 해도 절대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으며, 또 어독성(魚毒性, 물고기가 섭취하여 생체 농축하는 것에 의해 독성을 가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배수의 처리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조 마을도 각종 양조 시설과, 장인들이 사는 연립주택(長屋)이 완성되어, 준비가 된 사람들부터 이주를 개시하였다.

마을의 관리도 기술자 마을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특히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고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쌀식초(米酢), 소금누룩(塩麹), 미림(みりん), 된장(味噌), 간장(醤油), 청주(清酒)나 소주(焼酎)를 포함하는 일본주(日本酒) 등, 일본의 대표적인 조미료를 시작으로 발효가 관계뙤는 것이라면 뭐든지 제조한다.


물론, 기술자 마을이나 양조 마을은 하나뿐이 아니다. 노부나가는 이후, 이러한 마을을 분산시켜 각지에 건조할 예정이다.

분산 고나리와 집중 관리의 방법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지만, 노부나가는 기술 유출의 리스크를 각오하면서까지 분산 관리를 선택했다.

생산 거점이 분산되는 것으로 관리 비용이나 기술 유출 리스크가 배가되지만, 분산화에 의해 재해나 전쟁으로 거점이 붕괴해도 기술이나 생산이 끊기지 않고 다른 곳에서 대체 가능하다는 가용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또, 각각의 생산 거점이 서로 보완하는 것으로, 타국에게는 공격해야 할 치명적인 급소를 판단할 수 없게 된다는 메리트가 있다.


급료(salary)의 어원이 되는 소금은 중요한 군수물자임과 동시에, 된장이나 간장의 제조에 빠질 수 없는 생활물자이기도 하다.

이것들의 증산에 힘을 쏟은 결과, 유하식(流下式) 염전의 규모 확장이나 생산을 담당하는 마을도 늘어나, 유통량이 대폭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시장에의 유입이 수요를 초과하여, 소금의 가격붕괴가 일어났다.

애초에 비쌌기 때문에 수요가 낮았을 뿐이며, 잠재적인 수요는 사람 숫자만큼 된다.

즉시 공급량에 걸맞는 수요가 발생하여, 가격은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지금은 오와리, 미노 한정으로 소금은 귀중품이 아니라, 서민들조차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조미료가 되었다.


생산 거점의 확대에 따라, 시즈코가 실시한 기술 지도의 답례로서 농산물이나 소금, 양조품이나 공업제품이 시즈코에게 배달되었다.

순수하게 지도에 대한 답례이지만, 저희들은 이만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선생님에게 숙련도를 확인받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받아들이는 건 시즈코 혼자였기에 방대한 물자가 모이게 되어, 물자 집적용의 창고를 급거 추가로 짓게 되었다.


"……없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많아도 곤란하네"


시즈코 개인이 수백 kg이나 되는 소금을 소비하는 게 가능할 리도 없어, 다양한 보존식을 만든 후, 남은 것들은 노부나가의 군비로서 비축하기로 했다.


전국시대, 뇌물과 사례금과 사례품으로 불리는 사례의 경계선은 미묘했다.

사례금을 뇌물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금지한 것은 통일적인 권력을 수립한 에도 시대 이후의 일이다.

즉, 권력자 측에게 유리하게 농업 개혁이 이루어졋다고 해도, 그것으로 이익을 얻었을 경우에은 농촌 측에서 사례금을 보내는 당연한 예의이자 도리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배달된 대량의 선물 중에서는, 감사 이외의 의도를 포함한 것들도 섞여 있었다.

오와리에서만 다 소비할 수 없는 물자는 당연히 상인을 통하여 일본 전국으로 유통된다.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자라면 시즈코 본인에게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기술 지도를 하는 핵심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정보를 원해서 뇌물이나 수고비를 출입하는 상인에게 중개시키는 자들도 생긴다.

시즈코에게 배달되는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물건들은, 단물의 원천을 발견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이건 책략(빼돌리기)네. 사람을 경유해서까지 책략을 쓰는 걸까"


말할 필요도 없이 전국시대는 실력주의이며, 파벌이나 혈연 등에 관계없이 땀과 실력만으로 출세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주가 있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빼돌리기 공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노부나가에 의한 오와리, 미노의 농지 개혁을 뒤에서 주도한 시즈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영주에게 알려질 정도의 재간을 드러낸 죄라고 해야 할까"


배달된 선물들에 첨부된 글을 읽은 키묘마루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흥. 무조건 제놈들 밑으로 들어오라니.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천하의 패권을 장악한 오다 가문도 꽤나 가볍게 보였나 보군"


나가요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내게 오면 오다 가문 이상의 두터운 대우를 약속한다는 공수표.

이 종이조각 한 장으로 시즈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무도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런 공작을 해도 무의미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하지만 돌려보내려고 해도 중개한 상인들이 하나같이, 상대방의 체면을 뭉개는 게 되니까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흠. 뭐,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딱히 이래저래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처리할 지는 흥미가 있다"


"다기(茶器)는 흥미 없으니까 편지랑 같이 영주님께 보내면 되려나. 금품은 필요없으니, 이것도 영주님께 드려서 논공행상에서 공이 있는 사람에게 환원하시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나한테 돈이 계속 모이는 것도 불건전하니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권력이나 돈을 추구하지 않는 시즈코에게 다기는 감당이 되지 않는 물건이었다. 다도의 도구를 수집하는 취미는 없고, 뭣보다 이름있는 다기를 소유하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도회는 정치적에 깊은 관계를 가지기에, 권력의 연출 장치로서 노부나가가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권력에 과도하게 다가갈 우려가 있는 다도회는, 시즈코에게 위험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이제와서 내가 빠져봤자, 영주님의 개혁은 멈추지 않는 단계에 와 있는데 말이지"


"호오, 그건 흥미로운 이야기구나"


"별로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내가 없어도 개혁 기구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으니까. 그 기구가 구축된 지금, 내가 빠져도 정체는 생기겠지만, 길게 보면 큰 영향은 없어. 뭐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다른 곳으로 갈 생각도 없지만"


농업 개혁을 할 때, 시즈코는 자신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시스템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담이 허용량을 넘거나, 몸이 망가지거나 하면 모든 것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없어도 문제없이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모르겠군. 그러면 너는, 언젠가 버려진다는 말인데?"


시즈코의 생각이 잘 납득되지 않는지, 팔짱을 끼고 나가요시가 중얼거렸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앞서가는 사람은, 항상 목숨의 위험에 노출되는 거야. 나는 겁이 많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살해되는 건 싫거든?

그러면 어느 정도의 길을 만든 후에는 냉큼 몸을 빼는 편이 위험은 적어져"


"그런 어리석은 놈들의 질투 따위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남을 시샘하는 것밖에 못하는 놈들 따위, 존재 가치는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으니"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현실주의에 겁장이야. 타인에게서 악의를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낙관적이 되진 못해. 내가 있는 곳만 수확이 좋으면, 언젠가 주위에서 질투해서 습격받게 돼. 그래서 오와리, 미노 전토의 생산력을 올린거야.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건, 정치적인 파벌 싸움에 말려드는 걸 피하기 위해서고. 그리고 평화가 왔을 때, 문관과 무관은 확실하게 권력 투쟁을 하니까, 그것에도 말려들고 싶지 않아. 나는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싶으니까, 권력투쟁 따윈 사양이야"


"뭐 네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오다 가문은 너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간단히 조용한 여생은 찾아오지 않지 않을까"


"여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감정을 우선시하기 쉬운 여자에게 과도한 권력을 주지 않는 편이 좋아. 단지 감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악귀나찰(悪鬼羅刹)이 될 수 있지.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7월 왕정 시대에서 프랑스 제2 공화정 시대까지의 정치가이자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겉보기에 약한 여성이라도, 모친이라는 존재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라는 의미이다.


"확실히 당(唐, ※역주: 여기서는 특정 왕조가 아니라 그냥 중국을 지칭하는 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여자의 악영향으로 멸망한 왕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니, 딱히 시즈코가 그렇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 점은 주의해야 할까"


"딱히 신경쓰지 않아. 게다가, 나도 언제 이론보다 감정을 우선시하게 될 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보험으로서, 누군가가 멈출 수 있게 해 둬야지. 뭐, 지금은 그게 영주님이시지만"


"과연. 즉 다른 곳에서는 그 보험에 잘 기능하지 못해서 암살당할지도 모르니까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도 이유 중 하나려나"


"나는 정치 같은 어려운 것은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네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분하다"


"후훗, 고마워"


나가요시의 말에 기뻐진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나가요시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지만, 직전에 손을 멈췄다.

그는 빨리 성인식을 치루고 성인이 되고 싶어하고 있다. 그런 그를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미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이것저것 다 빼고 간단히 말하면, 나는 여기가 좋으니까. 여기는 내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야"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시즈코에게, 두 사람은 어딘가 기쁜 듯한, 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는 기술자 마을을 두 번째 시찰차 방문하고 있었다.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기와지붕의 시옹법인 세로(縦桟) 나사 고정 공법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것.

목제 선반(旋盤)이 완성된 것. 자동 세탁기가 완성된 것. 톱니나 크랭크의 연구 성과가 빛을 보게 된 것이었다.


"오오! 이것이 '선반'이냐!

참으로 해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만, 이것 하나로 장인들 몇 명 몫의 작업을 생략할 수 있다는 건가!"


눈 앞에서 벌어진 데몬스트레이션을 본 노부나가는 표정이 풀어지며 격찬했다. 뭐라 해도 볼품없게 제재되었던 각재(角材)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균일한 굵기의 봉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가공의 흐름에 노부나가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가공된 봉을 휘둘러보고, 구체(球体)를 집어들더니 여기저기 굴려보며 구면의 매끄러움을 확인했다.


"(굉장히 흥분했네……) 저, 저어 영주님, 즐기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발 밑으로 굴리면 아무래도 위험하오니……"


"오오, 미안하다. 각진 나무조각이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멋진 구슬이 되다니…… 어쩐지 얼마나 둥근지 확인하고 싶어져서 말이다"


"(어쩐지, 로 사람이 있는 장소에 굴리지 말아 주세요. 장인들이 다른 의미로 무서워하잖아요) 어흠, '선반'의 성능은 보신 대로입니다. 사용법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장인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마무리했던 가공이, 누구나 단시간에 균일한 정밀도의 제품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음, 그 삼실을 가공하는 기계에도 놀랐지만, 이번 것은 그 이상이구나"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떠올렸다. 노부나가가 슐리히텐 박피기를 시찰했을 때의 일을.

그 때도 노부나가는 희색이 만면하여 슐리히텐 박피기를 조작했다. 이번 시찰에 동행하는 호위대가 적은 것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인가, 라고 시즈코는 어쩐지 이해했다.


"슐리히텐 박피기로군요. 소모 부품의 제조에 시간이 걸리기에 현재도 여섯 대 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대라도 생산력은 압도적입니다. 견사(絹糸) 용의 방적기(紡績機)는 12대 1조로 계산하면 9조가 있습니다"


"분명히 견사로 만들지 못하는 것을 너는 명주솜(真綿)이라고 했지. 그걸로 만든 덮는 이불은 정말 좋았다"


대량의 견사를 생산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모든 누에에서 생사(生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사의 품질에 이르지 못하는 누에고치도 생긴다.

그래서 저품질의 고치를 모아 가공하여 명주솜을 만들기로 했다. 명주솜은 희고 광택이 있으며,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덮는 이불 속에 채워넣는 소재로서는 우수한 것이다.

참고로 중세 일본에서의 양잠(養蚕)은 오직 명주솜의 생산을 의미했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견사만이 인기가 있어, 국내에서 생사를 견사로 자아내는 기술이 유실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톱니바퀴나 크랭크에 관해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이 기구들을 응용하여 콘페이토(金平糖)를 제조하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흑설탕을 많이 소비합니다만, 간신히 콘페이토의 시공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콘페이토냐. 흠, 바테렌(伴天連)의 공물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것도 맛있구나. 후훗, 바테렌 녀석들이 놀라는 얼굴이 눈에 선하구나"


(그것 때문에 콘페이토를 만들어라, 라고 하신 건 아니겠죠?)


콘페이토의 잠재능력(맛은 물론이고 영양가, 보존성, 운반성(可搬性) 등)에 매료된 노부나가는, 당장 시즈코에게 제조를 명했다. 에도 시대에도 개인적인 제조가 가능할 정도로 콘페이토의 레시피는 어렵지 않다.

심재(芯材)에 끊임없이 뜨거운 꿀을 발라서 식힌다는 공정을 반복한다는 인내심을 시험받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한 작업을 경감하기 위해 톱니바퀴나 크랭크가 필요해졌다. 다만, 그래도 고열 환경에서의 장시간 작업이라는 가혹함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으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질문 등이 없으시면, 이어서 식사하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분명히 남만의 파온이라는 먹거리를 준비했다고 하였지"


"네. 유럽에서의 주식입니다. 감자라는 다른 주식도 있습니다만, 이쪽은 양산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민초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 이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식재료가 늘어날수록 우리 나라는 부유해진다. 여유가 있는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라"


새로운 작물은 서서히 생산 거점을 늘려서 양산 체제에 들어가고 있지만, 역시 1년 정도로는 모든 생산 거점에 충분한 모종을 제공할 수 없어 대체 작물을 심고 있는 거점도 생기고 있다.

내년 이후라면 가까운 마을에 제공하고, 거기서 문제가 없다면 '삼조지일가'에 배포한다. 거기까지 궤도에 오르면 단번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삼조지일가'도 순조롭다. 이미 오와리, 미노는 타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식량의 불안이 없는 덕분에, 백성들로부터의 불만도 적어졌다. 솔직히,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이만큼 효과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내일의 식사를 걱정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백성들은 다소의 일에 대해서는 못본척 하니까요……"


"그 조맹덕(曹孟徳)은 백성들의 식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행군할 수 있는 군비를 확보했다. 나도 그 수법을 이용하겠다"


"그럼……"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행군을 위해 매점매석을 하면 치안이 악화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진군중에 발밑이 불안해지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타국의 개입 때문에 잇코잇키(一向一揆)가 존재할 수 있는 이상, 백성에게는 적당히 식량을 줄 수 있는 상태가 좋다"


"의식주 중, 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어풉"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었다. 갑작스런 일에 시즈코는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모양이 유쾌한 느낌이 되어버렸으나, 노부나가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식사란 살아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가 만드는 요리는 내 눈을 즐겁게 해주고, 향기를 즐기게 해주고, 식감을 즐기게 해주고, 맛을 즐기게 해준다. 이제는 오노(お濃, ※역주: 노히메. 일본에서는 여자 이름의 앞 글자만 따서 그 앞에 오~를 붙여서 부르기도 한다) 녀석이 식사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하여튼, 너는 대단한 녀석이다. 항상 내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구나"


그로부터 잠시 동안 노부나가는 계속 시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술자 마을에 이어 노부나가는 양조 마을을 방문했다.

이쪽은 노부나가와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주요 가신들, 시즈코의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도 동행했다.


이번의 양조 마을 시찰의 목적은 술, 그것도 청주(清酒)였다.

전국시대의 술은 기본적으로 탁주(濁酒)이며, 또 술의 제조는 종교 세력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청주의 시작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셋츠(摂津) 코우노이케(鴻池)의 야마나카 쇼우안(山中勝庵)이 탁주에 재를 넣어 청주를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현대의 청주의 제법에 가까운 방법이 '어주지일기(御酒之日記)', '다폐원일기(多閉院日記)' 등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 탁주에서 청주로 바뀌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술은 단순한 기호품에 그치지 않고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끊임없이 계승되는 술의 역사를 알고 있는 시즈코는, 현역에서 은퇴하거나 종교 세력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의 양조 기술자(杜氏)들을 모아서 현대의 청주의 제조 방법을 전수했다.

청주의 제법은 탁주의 그것과 비교하여 필요한 작업 공정이 많아 양조 기술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맑은 물 같은 맛있는 술이라고 듣자, 그 길의 전문가로서는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청주 제조 공정의 9할은 추운 시기에서 장마 시기 즈음에 끝나지만, 최후의 공정은 저장이며, 2개월로 끝내는 경우도 있고 3년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술의 종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에 담근 청주는 엄선한 오와리 쌀을 윤택하게 깎아내서, 무려 바깥쪽의 4할을 깎은 본양조주(本醸造酒)로 만들었다.

약 반년을 들여 시험 제작을 거듭하여, 노부나가에게 제공할 수 있을 만한 품질을 확보한 통(반년 숙성)의 첫 선을 보이는 것이었다.


"자, 그럼 첫 마개를 따볼까요"


술을 검사하기 위해, 탱크의 마개(呑口)를 여는 것을 '마개따기(呑切り)'라고 한다. 이것은 첫 마개따기를 하는 6월에서 출하되는 가을까지 1개월마다 한다.

에도 중기 무렵까지 일본주는 1년 내내 만들어졌다. 시즈코의 양조 마을도 예외는 아니라, 탁주지만 거의 1년 내내 양조가 행해지고 있었다.

이번의 첫 마개따기 대상은, 품질이 뛰어난 것이 만들어지는 '칸즈쿠리(寒造り)'로 만든 청주였다.


양조용의 큰 통에서 이번의 첫 마개따기 용으로 준비한 한 말짜리 통에 옮겼다.

청주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에 가득하자, 다들 하나같이 그 향에 취한 표정이 되었다.

가신들 중에서도 삿사와 시바타와 케이지는, 지금일까 지금일까 하고 기다릴 수 없는 모습으로 묘하게 초조해하고 있었다.


"오늘은 첫 마개따기에 모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청주가 무엇인가, 라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니, 우선 드셔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우선 검은 색의 술잔에 청주를 따랐다. 탁주가 아니다, 라는 증명이었다.

이어서 흰 색의 술잔에 따르고, 그 투영함을 노부나가나 주된 가신들에게 어필했다.


"오오, 마치 물처럼 투명하군"


의도한 대로의 반응을 얻은 시즈코는, 한층 더 훌륭한 두 개의 술잔에 청주를 따랐다.

그녀의 주군인 노부나가와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를 위한 것이다. 술잔을 쟁반에 얹어 우선 노부나가에게 바쳤다.

노부나가는 말없이 술자는 받아들었다. 이어서 사키히사가 술잔을 받아들었다.


두 사람은 먼저 잔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향기를 즐겼다.


"흠, 꽤나 주정(酒精)이 약한 것인가. 탁주 정도로 향이 강하진 않군"


"그렇군요. 대신 약간 달콤한 과실 같은 향기가 나는군요. 복숭아 같기도 하며 싱싱한 신맛도 엿볼 수 있는 실로 그윽한 향기, 이건 맛이 기대되오이다"


봉인을 땄을 때 향을 맡은 시즈코는, 라이치(litchi)와 닮은 향이라고 느꼈다.

사키히사의 말을 신호로 두 사람은 동시에 잔을 기울였다.

물과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강한 주정이 목구멍을 불태우며, 목구멍을 확 하고 뜨겁게 하는 액체가 지나갔다. 일순간 코가 뻥 뚫리는 과실과 비슷한 달콤한 향기에 혀에 작렬하는 주정과 쌀의 맛.


"이건 생각보다도 강한 술이군. 확 뜨거워지는 목넘김과 뒤에 남는 향기가 훌륭하다"


"탁주 같은 잡미(雑味)가 없는 만큼, 쌀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군요"


"시즈코, 요시나리들에게도 마시게 해 줘라. 슬슬 참지 못하게 된 녀석이 세 명 정도 있으니 말이다"


노부나가의 말대로, 시바타와 삿사와 케이지는 당장이라도 통에 손을 집어넣을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쓴웃음을 지으며 시즈코는 각 무장들에게 술잔을 돌리고 청주를 따라주었다.

역시 주군이 맛있게 마셨던 영향인지, 술을 받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술잔을 기울였다.


"항상 마시고 있는 술과는 격이 틀리군요"


"물처럼 투명한 것이 좋군. 술잔에 그림이 있다면 더욱 풍류가 느껴지겠지"


"문제는 저도 모르게 과음해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군요"


좋은 감촉을 얻은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술만 드셔도 좋습니다만, 청주는 요리와 함께 드시면 또 다른 표정을 드러냅니다. 어제 그물에 걸린 생선 중에 좋은 것이 있었기에, 몇 가지 요리해 봤습니다. 술안주로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가 신호를 하자 안쪽에서 대기하던 아야나 하녀들이 요리를 가져왔다.

도기(陶器) 그릇에 대나무 잎을 깔고 놓여진 생선의 소금구이. 일부러 소금 입자가 남도록 발라서 구운, 보기에도 아름다운 흰살이 빛나고 있었다.


"이 생선은 부사리(ヒラマサ)라고 합니다.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특징입니디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으므로 부디 술과 함께 드셔봐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에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든 것은 역시랄까 노부나가였으며, 그에 이어 사키히사가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뜯어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독 검사니 뭐니 하는 촌스러운 소리를 하는 자들은 없었다.


"호오!

잉어(鯉) 같은 살이면서 전혀 흙냄새가 나지 않는군. 역시 바다의 생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구운 소금의 단맛, 짠맛이 생선의 맛을 정리해주고 있군"


"쿄에서는 이런 맛은 도저히 맛볼 수 없군요. 송어(鱒)나 은어(鮎), 곤들매기(岩魚)도 맛있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다만 약간 지나치게 담백한 경향이 있군요"


그리고 이어서 청주를 한 모금 마셨다. 입 속에 가득하던 짠맛이 선명한 향기와 함께 씻겨내려갔다.


"과연, 이거 좋군. 술과 함께 먹으면, 지나치게 담백한 맛이 거꾸로 한 입 더 먹고 싶어지게 된다"


"짠맛이 강한 안주와 매운 맛이 있는 상쾌한 술. 이것을 번갈아가면서 먹는 것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쾌감이군요"


상석의 상황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차례차례 젓가락을 댔다. 여기저기서 환성이 터지고, 청주가 받아들여진 것에 시즈코는 웃음을 지었다.


"이쪽에 찍어 드셔도 맛있습니다"


시즈코의 신호에 이번에는 빨간 무더기가 접시 옆에 놓였다.


"이것은 양조 마을에서 담근 매실장아찌의 과육을 갈아서 약간의 술과 맛국물로 개어 만든 매장(梅醤)입니다"


담백한 흰살에 짠맛, 그리고 매실의 풍미와 산미(酸味)가 더해져서 상쾌함이 배가된다.


"이럴 수가! 매장과 함께 부사리를 먹은 후에 청주를 마시니 향기가 바뀌는군!"


아직 일본에는 전래되지 않았기에 다들 모르는, 라이치 같은 달콤한 향기에 매실의 풍미가 더해져서 과실 같은 향기에서 스파이스 같은 복잡한 향기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것이 청주…… 이것에 세상에 퍼지게 되면 탁주를 몰아낼지도 모르겠군"


사키히사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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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6 1569년 5월 상순



4월 상순, 시즈코의 마을을 포함하는 다섯 마을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주인장(朱印状)이 발행되는 것으로 정식으로 해체되게 되었다.

이후에 그녀의 마을에서 북쪽은 기후 주변, 남쪽은 치타(知多) 반도의 뿌리 부분까지 본격적인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치타 반도의 주변에는 몇 개의 항구 도시가 만들어진다. 또, 그 항구 도시와 도중에 있는 마을 등을 도로로 연결한다.

도로는 1리(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시즈코의 1리는 4km) 마다 도조신(道祖神)을 배치한다.

이것은 여행자의 표식으로서 설치되는 것으로, 팽나무 등의 나무를 심어 여행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게다가 주요 도로 한정이지만 5리마다 물터, 10리마다 찻집이 설치될 예정이다.

물터를 포함하는 땅은 오다 가문의 영토지만, 어떠한 신분이라도 자유롭게 물을 마시는 것이 허락되고, 불법 점거할 경우 무력으로 섬멸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또, 찻집은 여행자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참고로 도조신에는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비밀 정보가 새겨져 있었다.

도조신의 설치 장소는, 경위도(経緯度)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GPS 위성이 없다면 알 수 없다고 생각되기 쉬운 경위도이지만, 실은 태양이냐 별을 관측하여 관측지점의 경위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필요한 것은 중학교 레벨의 지식, 중학생이 보통 사용하는 도구, 나머지는 몇 명의 관측 협력자가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현대 레벨의 정밀도는 바랄 수도 없기에, 쉽게 km 단위의 오차가 생긴다. 거기다가 육지에서밖에 계측할 수 없어, 해상의 경위도를 알기 위해서는 크로노미터(정밀도가 높은 휴대용 태엽시계)가 필수이지만.


이 재개발 사업에서는 오와리의 주요 도시를 간선도로로 잇고, 그 외의 모든 마을에 지선도로를 깔아서 항구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잇는다.

간선도로로 이어지는 주요 도시는 규모는 다르지만 현대에서 말하는 현청소재지(県庁所在地)에 해당한다. 그에 걸맞도록 도시의 중앙에 입법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을 두고, 서쪽에 공업지대와 상업지대, 동쪽에 농업지대와 양조, 어업지대를 배치한다.

그리고 각지에 군사시설을, 미노와 오와리의 국경, 그리고 세키가하라(関ヶ原) 부근에 요새를 건설한다.


아무래도 이 계획은 몇 년 만에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10년, 어쩌면 수십년이나 걸린다. 그야말로 대형 국가 프로젝트이다.

인프라를 제로에서 구축하는 것이니 당연하지만, 인프라의 정비가 궤도에 오르면 그것 만으로도 이익을 낳는다.

즉, 종래에는 종교 세력이 독점적으로 쥐고 있던 물류와 상업의 제어를, 노부나가 자신이 관장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종교 세력과는 달리, 그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필요가 있다.

노부나가에게는 종교 세력이 오랜 세월 쌓아온 지배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를 실행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트러블에 대한 대처 등의 견식이 없다.

그 노하우를 효율좋게 모으기 위해, 노부나가는 책임이 있는 입장의 사람들 전원에게 정기 보고서에 더하여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발생 원인부터 그 대처, 결과까지의 일련의 흐름을 기록한 장해대처보고서를 반년마다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이 종이도 노부나가는 개혁을 했다. 미농지(美濃紙)를 공용 종이로서 사용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종이의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통일성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도량형을 제정해도, 실제로 쓰이는 것에 제정한 도량형이 쓰이지 않으면 의미는 없다.

그 점을 고려하여, 노부나가는 현대의 A0에서 A6에 해당하는 7가지 치수를 제정한 '용지표준규격령'을 발표했다.

물론, 제정과 동시에 시즈코가 양산하고 있는 '자'도 무료 배포했다. 그와 동시에, 작년에 이어 마을사람들의 강제 이주 정책이 진행되었다.


쾌정하다고 말해도 좋은 어느 날, 다이이치를 필두로 한 초기의 마을 사람들 30명은 마을 입구에 집합했다.


"촌장님, 지금까지 신세를 졌습니다"


노부나가의 이주 계획에 의해 그들은 익숙한 땅을 떠나게 되었다. 다이이치들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 님, 당신께는 크게 신세를 졌습니다. 솔직히, 당신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굶어죽었겠죠"


방위 라인 문제상, 니사쿠 들도 또한 이주하게 되었다.

다이이치는 그렇다치고, 산의 백성인 니사쿠들과는 이야기가 까다로워질거라 생각했던 노부나가였으나, 딱히 다툼 없이 순조롭게 이야기가 통했다.


"아뇨, 저는 계기를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아요. 여러분이 힘을 쥐어짜 스스로가 살 곳을 쟁취했기에 지금이 있는 거에요"


"하핫, 여전히 겸손하시군요. 조금은 스스로의 위업을 자랑하셔도 좋습니다. 뭐, 촌장님이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렇지. 어느 쪽이냐 하면, 시즈코 님은 홀연히 나타나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시는 인상이 강하군요"


그게 정곡을 찔렀는지,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답하기 곤란해진 시즈코는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당시에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어린 계집애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만약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하핫, 뭐 저도 그렇게 보여도 어쩔 수 없겠네라고 생각했어요"


설령 그게 틀린 생각이라도, 그들은 이 땅에서 정착하여 지금까지 생활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즈코 같은 어린 계집애가 나와서, 지금부터 그녀가 촌장이라는 말을 들어도 마을 사람들은 간단히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당신은 저희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셨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고, 농사일을 간략화하고, 저희들에게 평온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말하는 겁니다만, 이게 어떤 문제를 낳았습니다"


"문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다소의 실패는 있었으나, 계획이 크게 흔들릴 만한 실패는 들은 적이 없다.

무슨 일인지 이상하게 생각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코에게, 다이이치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평온해진 탓에, 마을에 일부에서 불만이 나왔었습니다. 촌장이 여자라니 마음에 안 들어, 라고 대단히 실례되는 불만이……"


"어? 그런 불만은 들은 적이 없는데요"


"저희들과, 아야 님이 어떻게든 틀어막았습니다만, 역시 무리하게 억누른 게 좋지 않았던 거겠지요. 동조하는 자들이 늘어가기만 해서…… 하지만, 이런 걸 촌장님이 아시게 할 수도 없어서, 결국 전원을 이주시켜서 회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이이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2년째까지는 괜찮았지만, 3년째부터 시즈코는 거의 마을 일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이이치들은 노부나가의 일이 바쁘기 때문에 이쪽에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름만 촌장인 시즈코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시즈코가 실패하도록 획책해서 마을에서 쫓아내자, 라는 생각을 하는 패거리도 있었다.

그런 패거리들과 다이이치들은 몇 번이나 대화를 나누었지만 평행선인 채로 끝났다. 이대로는 조공에도 영향이 나올 거라 생각한 다이이치는, 아야를 통하여 노부나가에게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고 탄원했다.

그 결과가 마을에 새롭게 추가된 50명의 백성과 가족의 대이주였다.

갑작스레 추가된 50명의 백성와 가족을 통째로 이주시킨 노부나가의 속사정을 이해하게 된 시즈코였다.


"아, 아―, 과연, 그래서 그만큼 빼간 거군요. 하지만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건 저도 생각햇습니다만, 오다 님께서 '그렇게 촌장이 하고 싶다면 하게 해주마'라고 말씀하시며 이주시켜 버렸습니다"


"하아…… 그런가요"


"아마도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다 님께서는 '시즈코만큼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즈코가 이룬 성과의 절반을 요구하겠다. 네놈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한 일의 겨우 절반이다. 이걸 못 하겠다면 그 때는 쓸모없는 놈들이라는 낙인과 함께 추방해주마'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우와아"


뭘 요구했을지 손에 잡힐 듯 알 수 있었던 시즈코였다.

실현불가능한 터무니없는 난제는 말하지 않는 노부나가였으나, 죽기살기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레벨을 요구한다.

즉 노부나가는 상대에게 편한 요구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노부나가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전국시대, 목숨은 가볍지만 책임은 무거운 것이 표준이었다. 현대 감각으로는 믿을 수 없을 듯한 요구도, 목숨을 걸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댓가도 큰데다 능력이 있으면 더욱 출세를 노릴 수 있지만.


"영주님의 명령은 힘들어요. 뭔가 의문이 있으면 질문공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대답에 의문이 생기면 다시 질문이……"


"네, 네에. 그건 저도 탄원하러 갔을 때 느꼈습니다. 그걸 계속 해오신 촌장님께서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안고 가는 상태인 것도 문제이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희들은 촌장님의 가르침대로, 저희들의 손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그리고 죽을 장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 이유들도 있었기에 이번의 오다 님의 이주 계획을 받아들였습니다"


"뭐어 이 나이에, 다이이치와 함께 다시 마을을 개척할 줄은 몰랐지만"


"애초에 산의 백성들과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을 사람들을 나눈 것인데, 겨우 수십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네"


두 사람은 그런 말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지금부터 신천지로 향하는 불안 따위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는 확신했다. 그들은 괜찮다. 이후 그들에게 곤란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고.


"하핫…… 그럼 저희들은 슬슬 가보겠습니다. 촌장…… 아니, 시즈코 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당신께 받은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대단한 힘은 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저희들은 당신께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언제든지 달려올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동시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마을 사람들도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주시니까…… 부디 건강하시길. 저는 이 땅에서, 여러분들의 새로운 생활에 행운이 가득하도록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시즈코는 울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간신히 참으면서 그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게 지금까지 꾸려온 마을의, 그리고 몇 년에 걸쳐 맡았던 촌장으로서의 마지막 일이었다.




다이이치들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시즈코는 그들을 전송했다.

그들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 후 시즈코도 자신의 집으로 발을 옮겼다.


걸으면서 그녀는 사람의 인연이란 신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초상현상(超常現象)으로 전국시대로 날려져,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과 교류했다.

처음에는 어째서 내가, 라고 현 상황을 한탄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타임슬립한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생각은 없어. 단지 내가 관여한 것으로 이 전국시대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오다 막부(幕府)가 완성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흐름은 변하지 않고 혼노지(本能寺) 사변이 일어날 것인가. 어느 족이든, 이제와서 역사가 바뀐다 운운하는 생각을 해봤자 소용없네)


이미 역사는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노부나가는 지금, 적극적으로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아자이 나가마사의 배신을 저지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아자이 나가마사는 배신할 것인가.

어느 쪽이던 시즈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새롭게 결의했다.


그녀에게 감상에 빠질 틈은 없었다. 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빠서 순식간에 2주일이 지났다.

그 무렵에는 나가요시나 케이지, 사이조의 임시 거처가 완성되었고, 다시 일주일 후에 키묘마루의 임시 거처도 완성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틈만 나면 시즈코의 집에 눌러앉았다. 특히 식사 때가 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제는 처음부터 5인분(시즈코, 아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결식아동녀석들. 우리 집에 있는 식량을 다 먹어치울 생각인가"


문제시할 레벨은 아니라고는 해도, 이대로 계속되면 쌀의 분배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와리 쌀(토모호나미 계열의 쌀)이 큰일이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헌상된 오와리 쌀을 도쿠가와와 아자이, 그리고 쿄에 있는 요시아키(義昭)와 천황에게 각각 선물했다.

자신의 영토에서 맛있는 쌀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주위에 알리려고 한 것이리라. 하지만 결과는 노부나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전원 오와리 쌀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평소에는 보리밥인 이에야스도 "이 쌀이라면 매일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천황과 요시아키는 "모종(苗)을 내놔라"고 말하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와리 쌀은 일본의 중부 지방,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치(愛知) 현의 환경에 맞춰 품종개량되어 있기에, 킨키(近畿) 지방에서의 재배는 어려웠던 것이다.

뭣보다 오와리 쌀의 정보는 군사 기밀이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생산 난이도가 높은 점을 전면에 내세워 상대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 후, 오와리 쌀의 선행 예약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쇼군과 천황에게서 이것저것 보내져 온 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런 오와리 쌀을 매일 먹고 있는 결식아동 3인방(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이었던 것이다.


"내년이 되면 10명은 먹일 수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지만…… 으―음, 금년은 조금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되려나"


"오다 나으리가 오와리 쌀의 생산을 허가제로 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모종 상태로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게 시즛치 뿐이고, 생산 허가가 내려진 것은 원래 시즛치의 마을에 있었던 사람들 뿐이었던가?"


"응. 그래서 상당한 넓이의 수전(水田)을 만들었으니까 내년에는 문제없거든. 대충 1ha당 40에서 50가마니를 평균으로 해서…… 전부 해서 60ha니까 최대 3000가마니려나. 생산은 문제 없지만…… 일단 전부 회수되는게 번거롭네"


오와리 쌀은 다른 세금과 달리, 생산된 것 전부가 노부나가에 의해 회수된다.

거기서 세금을 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다른 것과 달리 오와리 쌀은 반납되지 않고, 대신 한 가마니당 3에서 4가마니의 기후 쌀이 지급된다.

즉 오와리 쌀 50가마니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최대 200가마니의 기후 쌀이 손에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시식품으로 뿌렸던 기후 쌀은 서민에게 큰 반응을 얻었고, 반대로 오와리 쌀은 무가(武家)나 공가(公家)에 크게 어필한다는, 일종의 공존 관계가 생겼기에,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은 혜성같이 출현한 오와리 쌀을 둘러싸고 노부나가, 이에야스, 나가마사, 요시아키, 그리고 천황 사이에 격렬한 정치적 흥정이 오가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는 모르는 이야기고, 만약 알았다고 해도 '난 상관없음'이라는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노부나가도 잊고 있었지만, 오와리 쌀은 물의 관리가 대단히 빡빡하다.

그리고 병에 강하다고 해도,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병에 대해 정확한 케어를 할 수 없다면 다른 쌀과 마찬가지로 전멸하는 경우도 있다.

요약하면 오와리 쌀은 다른 쌀에 비해 재배하는 것이 대단히 번거롭다. 게다가 이 번거로운 부분은, 영주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뭐 맛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매일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으니까"


"……그야, 너는 그만큼 부식을 먹어대니까. 그런데 카츠조 군(※역주: 모리 나가요시의 아명인데, 처음 등장했을 때 원문에서는 독음이 ‘쇼우조’로 되어 있었으나, 원문에 표기된 독음이 ‘카츠조(かつぞう)’로 바뀌기 시작함. 일웹을 검색해보니 예전에는 쇼우조라고 읽었는데, 요즘은 카츠조라고 읽는 경향이 있는 듯함. 이후에는 카츠조라고 통일), 그 훈제 무 절임, 어디서 빼왔는지는 모르지만, 포장해 놓은 건 혼다 님에게 보내는 거니까 조심해"


순간, 나가요시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 태도를 볼 때, 시즈코는 그가 혼다 타다카츠 용으로 포장해놓은 훈제 무 절임에서 몇 개 빼온 것을 이해했다.


"나중에 아야 짱에게 말은 해 둬.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돌가마를 써볼까"


별장이 완성된 탓인지, 시즈코는 노히메들로부터 자주 편지를 받게 되었다. 편지라기보다는 9할은 요구사항이었지만.

그 중에서 오네로부터 온 편지에 '파온(빵의 포르투갈어)이라는 남만의 음식을 먹고 싶다'라는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문제는 빵을 부풀리기 위한 천연 효모였다. 전국시대 일본에는 천연효모를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뭘 만들지는 모르지만"


"시식이라면"


"맡겨 주십시오"


나가요시, 케이지, 사이조가 호흡이 맞는 선언을 했다.


"사이가 좋네, 너희들. 오늘 만드는 건 남만의 주식이야. 이쪽에 비교하면 쌀이겠네"


16세기 유럽에서는 루터에 의한 로마 교회에의 항의(종교개혁의 시작)나, 로마 카톨릭 교회에 대한 반란(독일 기사 전쟁)에 의해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종교 개혁에 의한 영향으로, 로마 카톨릭 교회는 11세기부터 13세기의 최전성기를 자랑한 정치 권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빵은 신의 살, 와인은 신의 피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시즈코도 착각하고 있는 것이 기독교의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유럽은 밀 빵, 파스타 이외에는 주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뭣보다 쌀을 키우려면 대량의 물과 고온이 필요하여, 유럽의 기후에서는 일단 재배할 수 없다.

그리고 감자는 대항해시대에 안데스에서 유럽으로 전래되기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냉한한 기후에서도 자라는 밀이 메인이 된 것이다.


"그러네…… 세계의 주식인 쌀과 밀과 감자. 각각 뭔가 만들어 볼까"


감자의 겨울 재배에 성공한 시즈코는, 개인적으로 소비한다면 문제없을 정도의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품종은 알 수 없었지만 웅성불임(雄性不稔)의 남작서(男爵薯)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왜냐하면, 겨울 재배한 감자에 열매가 맺혔기 때문이다.

본래 감자는 뿌리(芋)를 심고 뿌리를 거두는 영양번식식물이며, 열매가 맺히지 않아도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과실은 중요했다.

왜냐 하면 과실 속에는 씨앗(真正種子)이 수십개 들어 있다. 그리고 씨앗에서 자란 모종은, 뿌리 숫자(芋数, ※역주: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음)나 무게, 크기에서 부모를 능가하는 우수한 모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자라고 하면, 그 동그란 거 말이야?

솔직히, 그거 먹을 수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 얼마 전에 감자 먹었을 텐데?"


시즈코가 그렇게 말하자 세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감자를 먹은 기억은 없다.


"그, 닭고기랑 양파랑 감자 조림. 셋이서 큰 접시를 서로 다투었던 그거 말야"


"……! 아, 아―! 그건가. 어, 그거에 감자가 들어 있었어?"


이해가 간 나가요시가 양손을 탁 하고 치면서 말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도 기억이 났는지, 나가요시와 마찬가지로 양손을 탁 쳤다.


"분명히 말했는데…… 뭐 됐어. 우선은 빵이려나"


몇 가지 있는 천연 효모 중에서 시즈코는 건포도를 선택했다.

건포도는 보존식으로서 우수한데다, 천연 효모 중에서는 빵과 상성이 좋다.

약간 신맛이 나고 드라이 이스트 정도는 아니지만, 무발효 빵보다는 훨씬 부풀어오른다.


만드는 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우선 포도를 말려서 건포도로 만든 후, 물로 한번 씻어 표면의 지저분한 것을 털어낸다.

다음으로 끓는 물로 소독한 용기에 건포도를 옮기고, 건포도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그 후에는 하루에 네 번 정도 용기를 흔들고, 뚜껑을 열어 공기를 통하게 해주면 끝이다.

건포도가 전부 떠올라서 하얀 거품이 나면 완성이다.


천연 효모가 있다면 그 후에는 빵을 만드는 것 뿐이었다.

다만 우유나 버터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쓰지 않고 설탕과 소금, 기름과 천연 효모, 밀가루만으로 식빵을 만들엇다.

발효나 돌가마의 온도 조정으로 시간은 걸렸지만, 몇 개의 빵을 구워냈다.


"이제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면 끝이려나. 감자는 이번에 닭다리살과 함께 소금누룩(塩麹)으로 조리기만 했으니 편하네"


이래저래 하는 동안 순식간에 저녁이 되었다.

덕분에 전원의 저녁식사가 계란 샌드위치, 남만 타르타르 소스 치킨 샌드위치, 닭다리살과 감자의 소금누룩 조림, 된장국과 오와리 쌀이라는 의미불명의 메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빵 계열의 식사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금년에는 어떤 실험을 하자, 고 시즈코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실험은 '쌀의 양동이 재배'와 '농작물의 공중재배' 두 가지였다.

양동이 재배는 이름 그대로 양동이를 써서 쌀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결코 효율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쌀 재배의 메커니즘을 실제 체험을 통해 학습하게 할 수 있는 교재로서 중히 여겨진다.


오히려 메인은 농작물의 공중재배다.

이것은 거꾸로 매달아서 재배한다고도 하며, 땅에서 떨어뜨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메리트로서는 거친 땅을 밭으로 개간할 필요가 없고, 종래의 토양에 심어 재배하는 것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디메리트는 보수능력이 낮기 때문에 통상 재배보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며, 또 재배가 끝난 후에 흙의 교환 작업이 발생하는 점이다.

그래도 산성 등 통상적으로는 밭을 개간할 수 없는 장소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메리트는 디메리트를 압도할 정도로 크다.

이 공중재배에서 가장 좋다고 하는게 고구마다.


통상적으로 고구마는 평지에서 재배되지만, 이 고구마를 여러 층의 선반에서 재배하는 방법이 공중재배다.

여러 층의 선반의 단에 따라서는 겨우 1평방미터에서 20kg나 되는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지하수맥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성에서 대량의 고구마 재배를 할 수 있다.

농성전이 되어 보급로가 완전 봉쇄되어도, 어느 정도의 식량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다. 병사들의 분뇨를 퇴비로 가공하는 시설을 함께 설치하면 순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소나무와 함께 고구마의 공중재배는 만에 하나를 위한 대비로서 최적이었다.

이 고구마의 공중 재배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플랜을 알아내는 것이 시즈코의 일이었다.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은, 약간의 흙과 퇴미로 많이 수확할 수 있으며, 물의 소비가 적은 것이다.

그 이상적인 환경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 계측을 계속하는 시즈코였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5월이 되기 직전, 매일 숫자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찻잎이 보내져왔다.

계절상 처음 딴 차에 해당하는 찻잎이었으나, 배달된 찻잎은 말차(抹茶, 찻잎을 비비지 않고 건조하여 분말로 만든 것)가 아니었다.

재배 방법으로 종류를 구별하여, 전차(煎茶), 옥로(玉露), 카부세차(冠茶) 등 3종류를 준비했다.

새싹이 나온 후에 딸 때까지 일절 햇빛을 차단하지 않는 것인 전차, 새싹이 나왔을 무렵부터 차를 따기 3주일 정도 전부터 피복재배(被覆栽培, 빛을 가리는 천을 덮음)로 키워서 따는 것이 옥로.

차를 따기 10일에서 1주일 정도 전에 피복재배를 하여, 옥로보다 낮은 차광률로 키워서 다는 것이 카부세차이다.


빛을 차단하여 차나무에 광합성을 시키지 않는 이유는 맛에 관계가 있다.

찻잎은 광합성을 하면 떫은 성분인 카테킨(catechine)이 늘어나고 맛있는 성분인 테아닌(theanine)의 함유 비율이 줄어든다.

즉, 광합성을 억제하면 찻잎의 카테킨의 증가를 억제하고, 테아닌의 함유 비율을 올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전차는 적당히 떫은 맛과 상쾌한 향기, 옥로는 단맛과 깊이가 있는 맛과 차광 재배의 독특한 덮음 향기(覆い香)라고 하는 향기, 카부세차는 전차와 옥로의 중간적인 맛이라는 차이가 생긴다.


"꽤나 많이 보내왔네. 그만큼 풍작이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본 시즈코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차를 시음하시겠습니까?"


"응, 물론 할거야. 아, 식었어도 좋으니까 밥이랑 매실장아찌도 내줘"


"그건……? 아아, 네, 알겠습니다. 식은 밥입니다만 가져오지요"


"그 뜸들임이 뭔지 신경쓰지이지만, 뭐 됐어. 어차피 결식아동들도 냄새를 맡고 올 테니까, 아야 짱을 포함해서 5인분 부탁해"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시즈코에게 머리를 숙인 후, 아야는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가 찻잎을 받은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시즈코는 차밭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이미 차밭을 가진 농가와 계약을 한 것이다.

전국시대, 차는 고급품이긴 하나, 우지차(宇治茶) 같은 고급품도 있고, 조금 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차들도 있었다.

기후는 미노차(美濃茶)가 있었지만, 일본 3대 차로 꼽히는 시즈오카차(静岡茶), 우지차(宇治茶), 사야마차(狭山茶) 또는 카고시마차(鹿児島茶) 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따라서 시즈코라도 잘 되면 계약을 하는 것은 가능했다. 뭣보다 노부나가의 이름을 팔면 이야기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계약에 이르기까지는 시즈코의 화술에 좌우되었지만.


차밭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최종적으로 시즈코는 네 군데의 농가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라고 해도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시즈코의 지시대로 차나무의 환경을 갖춰 육성하고, 딴 찻잎은 지정된 가공을 하는 등 서로의 약속 사항에 가깝다.

그리고 독점 계약이기에 당연히 처음 딴 차부터 네 번째로 딴 차까지는 전부가 시즈코의 몫이다. 그 대신 찻잎의 대금 대신 쌀이나 소금 등의 식료품을 시즈코는 농가에 보내고 있다.


그녀가 차밭 농가와 독점계약을 한 이유는, 어촌에서 '작은 물고기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해온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비료로 만들어서 밭에라도 뿌릴까 생각했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도 아니고 그날그날 달랐다.

생선을 압착해서 지방을 제거하고 건조시킨 후 분쇄한 '어박(魚粕)'을 만들어도 사용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어백이 효율적인 작물은 뭔지 생각했다.

그 결과, 차밭을 가진 농가에게 쓰게 하려고 독점계약을 맺은 것이다.

즉 어촌이 작은 물고기의 처리에 곤란을 겪지 않았다면, 시즈코는 차밭을 가진 농가와 독점계약을 맺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30분 후.

정말 어디서 듣고 왔는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세 명에 더해, 키묘마루와 그의 교육을 담당하는 할아범까지 차를 시음하러 모여들었다.


"오늘은 대체 어떤 게 나오는거야?"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 그렇게 물었다.


"……오늘은 말이지, 전차도(煎茶道)를 위한 찻잎을 시험할거야. 참고로 말차를 쓰는 말차도(抹茶道)와는 다르게, 찻주전자(急須)를 써서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형식이니까, 다들 알고 있는 다도와는 상당히 달라"


일반적으로 다도라고 하면 말차를 쓰는 말차도를 말하며, 찻주전자로 끓인 차를 마시는 전차도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본래 중국 문화였던 전차를 일본에 퍼뜨린 것은 에도 시대 초기에 황벽송(黄檗宗, 선종(禅宗)의 한 갈래)의 시조가 된 인겐 류우키(隠元隆琦)라고 한다.

전국시대에서, 전차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대의 다도는 산센(三千) 가문이 주도하고 있지만, 전차도는 주류파가 존재하지 않는 군웅할거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찻주전자는 한 벌씩 준비해 두었으니, 전차, 카부세차, 옥로의 순서대로 마시는 거야"


전문적으로 전차도를 배우지 않은 시즈코였지만, 애초에 전차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전차를 마시는 '전차 취미(煎茶趣味)'가 기본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차를 끓일 때 주의해야 할 '펄펄 끓는 물은 쓰지 않는다', '찻주전자를 돌리지 않는다', '한번에 찻잔에 따르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포인트만 지키면 문제없다.

참고로 물의 온도는 전차는 대략 80도, 카부세차와 옥로는 60도 정도가 좋다고 한다.


끓인 물을 식히는 데 쓰는 그릇에 물을 부어 식힌 후, 찻잎 준비에 착수한다.

준비를 마친 후, 80도 가깝게 식은 물을 찻주전자에 따르고, 찻잎이 벌어지는 것을 기다린다(약 1분 30초).

옥로나 카부세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차를 끓인다.


"뭐 일단은 차만 마셔봐. 참고로 케이지 씨, 아까부터 저기에 있는 식은 밥을 보고 있는데, 그건 나중에 틀림없이 먹게 해줄거야"


시즈코의 말에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은 케이지는, 다른 두 사람으로부터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옥로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음― 뭐랄까, 설탕이 들어있지 않는데 달달한 차로군"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라. 흠…… 확실히 다도회에서 마시는 차와는 맛이 다르군"


"다도회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이건 맛있구나 시즈코!"


"맛있다. 그 말밖에 생각나지 않아"


"노인에게는 다도회는 피곤하기에, 이쪽이 마음에 드는군요"


나름대로 좋은 평가가 나온 것에 만족한 시즈코는, 밥그릇에 밥을 담고 차를 부은 후, 마지막으로 매실장아찌를 곁들였다.

소위 말하는 차즈케(茶漬け, ※역주: 차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이다. 뜨거운 물을 부은 경우에도 차즈케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뜨거운 물을 부은 경우에는 유즈케(湯漬け)라고 불러 구별한다.

차즈케가 시작된 것은 엽차(番茶)나 전차가 보급되고, 차가 서민의 기호품으로서 정착한 에도 시대 중기 이후라고 전해진다.

전차에는 약간의 감칠맛 성분(글루타민산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어 뜨거운 물보다 맛이 좋았지만, 서민은 기본적으로 엽차(전차같은 어린 찻잎이 아니라 성장한 찻잎)를 부어먹었다.


"유즈케가 아니라 차즈케라. 이렇게 먹는 방법도 있군"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요리를 낸 거지?"


"……언제였더라. 시험삼아 만든 걸 먹고 있었더니 치사하다던가 말했던 사람이 네 명 정도 있었는데?"


순간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키묘마루 등 네 사람은 시선을 피했다.




5월 상순, 시즈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장난 편지인가 하고 의심했던 아야였으나, 그렇다기에는 질이 좋은 종이가 사용되어 장난으로 보기에는 정성이 들어 있었다.

의문으로 생각하면서도 일단 모든 확인을 마친 후, 최종적인 판단을 청하기 위해 시즈코에게 건넸다.


"이거 봉서지(奉書紙)네. 이걸로 편지를 보내온다는 건……"


손의 촉감이나 종이의 두께를 볼 때 봉서지라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편지를 펼치고 내용을 읽었다.

닥나무를 원료로 한 두꺼운 종이로, 기본적인 구조는 동백나무 종이(椿紙)와 다르지 않지만, 닥풀(黄葵)의 뿌리나 백토(白土) 등을 섞어서 강도와 두께를 부여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 종이는 무로마치 시대때부터 만들어졌으며, 또 무로마치 막부가 봉서지를 공문서로서 사용하였던 것 때문에 명령서라는 의미의 '봉서(奉書)'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흠…… 흠흠……으으으음……"


"저기, 대체 누가 보낸 건가요?"


미간을 찌푸리며 편지를 읽는 시즈코에게 아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부나가에게서 편지가 왔을 때조차 보인 적이 없는 표정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 아야였으나, 시즈코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아야 짱! 얼마를 써도 좋으니까, 기후에 있는 내 별관을 청소해 줘!

아, 그리고 이것저것 식재료를 모을 건데, 내가 꼼꼼히 검사할 거니까 보내는 건 보류해 줘!"


이거 안 되겠다고 생각한 아야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시즈코의 머리에 촙을 내려쳤다.


"꺄웅"


"진정되셨나요, 시즈코 님"


"아파요…… 지, 진정했으니까 그 손을 내려주면 고맙겠어"


아야가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재빨리 머리를 감싸면서 몇 걸음 물러섰다.

성대하게 한숨을 쉰 후, 아야는 손을 조용히 내렸다. 어느 쪽이 주인인지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래서, 어느 분에게서 편지를 받으신 건가요. 시즈코 님이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흥분하시는 상대는, 솔직히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일단 말해두지만, 이건 쇼군(公方様)께서 보내신 봉서가 아니야. 나는 쇼군께 볼 일도 없고"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쇼군께서 시즈코 님께 일부러 편지를 보낼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뭐 그렇지. 보낼 거라면 영주님께 보내겠지. 그래서, 누구한테서 왔냐 하면…… 훗훗훗, 듣고 놀라지 마시라. 현재 고노에(近衛) 가문 당주님에게서 온 거야!

이거 봐, 화압(花押, ※역주: 수결)이 공가(公家)의 양식이 아니라 무가(武家)의 양식이잖아. 고노에 님은 10년 가까이 전부터 무가 양식의 화압을 사용하고 있으니 틀림없어"


"(어째서 그런 사정을 알고 계시는 건지…… 는 물어도 의미없네요) 실례지만, 현 고노에 가문 당주님은 쇼군의 형님을 죽이는 데 가담한 죄가 있었습니다만……?"


"응,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듯한 태도의 시즈코를 보고 질문한 아야는 말이 막혔다.


"그거에 대한 사정은 아야 짱보다 자세히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그런 나쁜 소문을 고려해도, 고노에 가문은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일 가치가 있어"


"……알겠습니다. 시즈코 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분명히 유능하신 분이겠죠"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편지를 보내고 완전히 무시당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든 걸까. 뭐, 생각해도 소용없나. 어쨌든 이 이야기를 잘 끌어가서, 고노에 가문 당주를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이자"


주먹을 쥔 시즈코는 기합을 넣었다.

그 후, 시즈코는 선언한 대로 노부나가가 준비한 시즈코용의 별관에, 자신이 고른 최고급의 식재료를 가져갔다.

시어머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방의 구석구석까지 청소가 잘 되었는지 체크하고, 잘 되지 않았으면 다시 하게 할 정도로 꼼꼼했다.


요란한 움직임을 보인 시즈코였기에, 당연히 고노에 가문 당주와 회담한다는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갔다.

평소에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과 얽히지 않고 철저히 배후에서 일하는 시즈코가 치밀한 준비를 하고 고노에 가문 당주와 회담에 나선다. 무엇이 목적인지, 노부나가도 그녀의 꿍꿍이를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세한 내용은 아야에게도 전달하지 않고, 그냥 입버릇처럼 '고노에 가문 당주는 오다 진영에 큰 힘이 된다'고밖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큰 힘이 무엇인가, 노부나가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골머리를 썩게 된다.

약간 고민하긴 했으나, 그는 시즈코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자신에 대한 적의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주위에 호위를 겸하는 간자를 몇 명 집어넣는데 그쳤다.


이래저래하여 시즈코의 주위가 약간 소란스러워졌을 무렵, 고노에 가문 제 17대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와 고노에 가문 가신이자 케이시(家司, ※역주: 지체높은 가문의 집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인 신도 나가하루(進藤長治)가 기후에 도착했다.


"그럼, 죽은 자의 말은 거짓일까 참일까"


기후의 거리를 감상하면서 사키히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섭가(五摂家, ※역주: 섭정이나 칸파쿠(関白)가 될 수 있는 다섯 가문)의 하나인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는, 나이는 33세였지만 20대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젊은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공가 사람답지 않게 호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풍격(風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사키히사는 겨우 19세 때 칸파쿠가 되었을 정도로 조정 제일의 정치가였으나, 에이로쿠(永禄) 11년에 노부나가가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받들어 상락을 한 후, 그는 제 1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 살해에 관여한 혐의로 조정에서 추방되었다.

추방된 후에는 쿠로이(黒井) 성의 시모타테(下館)에 머물렀고, 2개월 후에 칸파쿠에서 해임되자 셋츠(摂津) 국 오사카(大坂)의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에 거처했다.


"하, 하지만…… 그 꿈에 나온 죽은 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실 것은 없지 않으십니까"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그놈의 광인같은 눈은 잊을 수 없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코가(古河) 성에 남겨졌을 때보다도 소름이 끼쳤다. 따라서 회담을 해서 얼른 그 녀석을 성불시켜야지"


나가하루의 진언도 무시하고, 사키히사는 농담을 섞어가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뺨에 한 줄기 땀이 흐르는 것을 나가하루는 물론이고 사키히사 본인도 깨닫지 못했다.

그로부터 잠시 기후를 관광한 후, 두 사람은 반 각 정도 걸려 시즈코의 별관에 도착했다.


"……작군"


사키히사의 첫 감상은 그것이었다.

기후에 있는 시즈코의 별관은, 주위에 있든 다른 오다 가문 가신들의 저택과 비교해서 두 단계는 작았다.

나쁘게 말하면 초라하고, 좋게 말하면 과한 장식을 배제하고 필요 최소한만을 남기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시즈코의 별관은 툇마루(縁側)가 있는 전통적인 일본 가옥이었다. 물론, 기와지붕 등 몇 가지 선진적인 기술을 도입하고는 있다.


"하지만 나쁘지 않군"


처마를 깊게 잡아, 시각적으로 저중심의 차분한 모습의 집아 사키히사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문 앞에서 서 있을 수도 없었기에, 나가하루가 문을 몇 번 두들겼다.

미리 문 근처에서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는지, 문은 금방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고노에 님"


마중나온 것은 아야였다. 평소의 움직이기 쉬운 옷차림이 아닌, 공가의 사람과 만나는 데 어울리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제 주인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키히사는 호위하는 병사가 없는 것에 놀랐지만, 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따라갔다.

문에서 집 안에 들어올 때까지 무섭도록 조용한 것에 사키히사는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음조차 나지 않는, 속세와 차단된 장소로 착각할 듯할 정도였다.


"시즈코 님, 고노에 님을 모셔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야는 미닫이문을 조용히 열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노에 님"


"……어, 음"


고노에 사키히사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사전에 시즈코라는 존재를 가능한 한 빠짐없이 조사했다.

시즈코가 여성인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보다 한 세대는 젊은 인물이 오다 가문 가신 중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는 인물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문이 막힌 그였지만, 마음을 다져먹고 인삿말을 늘어놓은 후, 시즈코가 지정한 자리에 앉았다.


"먼저 선언해 두지만, 서로 속을 떠보는 짓은 시간 낭비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오. 숨기는 것 없이, 서로의 본심을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물론, 사키히사는 솔직히 본심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본심을 이야기하자고 말해도, 시즈코는 본심을 숨기고 회담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길 찔러서 회담의 주도권을 쥐려고 사키히사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도 무의미했다.


"그렇군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쪽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다 진영의 편을 들어 주실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혼간지(本願寺) 법왕(法王) 켄뇨(顕如)와의 유자(猶子) 관계를 해소해주셨으면 합니다"


왜냐 하면, 시즈코는 본심을 감출 필요 따윈 없었으므로.




"그렇다고는 하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피곤하시기도 하겠죠. 식사를 준비했으니 괜찮으시다면 드셔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툇마루에 있는 손님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최상석에 사키히사가 앉고, 남향의 툇마루 쪽에 나가하루가 앉았다. 두 사람의 안내를 마친 시즈코는 맹장지 앞의 하석에 앉았다.

그녀는 사키히사를 한 번 쳐다본 후, 가볍게 손뼉을 쳐 신호했다. 곧 맹장지를 열고 아야가 방에 들어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밥그릇을 올려놓은 밥상을 세 사람 앞에 놓았다.


"오와리는 쿄에 비하면 시골이기에 일류라고는 할 수는 없으나 이쪽이 준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우선 이쪽을 드셔 주십시오"


두 사람은 눈 앞에 놓인 밥그륵에 주목했다.

얼핏 보면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뚜껑 달린 밥그릇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차가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뚜껑이 있는데다 나무로 된 숟가락이 함께 나온 걸 보니 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만져보자 확실히 열이 전해져오는 걸 보니, 내용물은 뜨거운 국(羹)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호오…… 이러한 요리는 본 적이 없는데, 대체 뭐라고 하는 이름의 요리이오?"


사키히사의 물음에,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시즈코가 대답했다.


"바로 얼마 전에 오와리에서 만들 수 있게 된 차완무시(茶碗蒸し, ※역주: 여기서는 계란찜의 일종으로 보임)라고 합니다. 계란을 주 재료로 한 찜요리입니다"


시즈코의 설명을 듣고 나가하루가 씌워져 있던 뚜껑을 열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꾸미지 않은 색깔(生成り色)의 부드러운 표면. 이어서 건더기로서 들어간 두툼한 표고버섯의 검은 색. 그리고 곁들여진 생선알로 생각되는 적갈색에, 선명한 녹색을 띠는 감귤류의 껍질 같은 것.

눈으로 보기에도 화려한 색채는, 먹기 전부터 나가하루에게 맛의 기대를 품게 했다.


"뜨거울 때 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만, 독 확인도 하지 않고 드실 수도 없겠지요. 원하신다면 제가 독을 확인하겠습니다만, 어떠실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독 확인은 소생이 맡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당신께서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당연하신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이의가 없습니다"


나가하루의 제안에 시즈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완무시를 일단 걷은 후, 각각의 밥상에 나가하루가 무작위로 골라서 재배치했다.


놓여진 차완무시를 먼저 시즈코가 먹고,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다음으로 나가하루가 먹는다. 하지막으로 시간을 두고 사키히사가 먹는다는 흐름으로 회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시즈코는 차완무시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퍼서 입 안에 넣었다.

네 번 정도 그녀가 입에 넣은 것을 확인한 나가하루는, 시선으로 사키히사에게 확인을 받은 후 뚜껑을 열었다.

확 하고 퍼져오는 좋은 향기가 나가하루의 위장을 당장 휘어잡았다. 그윽한 맛국물의 향기에, 상쾌한 감귤류의 향기가 기분좋게 느껴졌다.

공복 상태는 아니었는데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가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어 꾸미지 않은 색깔 부분을 퍼서 입에 넣었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완전히 뭉그러진 죽보다도 더 부드럽군요"


이어지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에 머금은 순간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촉감. 그 반면 농후한 맛국물 맛을 입에 남기고 사라져갔다.

지금까지 체험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식감에, 나가하루는 한 숟가락 더 퍼서 입으로 가져갔다. 독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항상 머리 한 구석에 있었지만, 그의 손은 그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였다.

두터운 표고버섯을 씹었다. 버섯이 가지는 좋은 향기와 함께 폭발하는 맛덩어리로 변한 즙이 입 속을 유린했다.


"이 적갈색을 한 알갱이는 대체 무엇이지?"


최상석에서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던 사키히사가 질문했다.


"이것은 근해에서 우연히 잡힌 연어(鮭)라는 생선의 알을 간장에 절여, 설실(雪室)에서 재워둔 것입니다. 약간 튀는 맛이 있습니다만 기운을 보하는 식품이므로, 이렇게 바탕의 계란과 연어 알, 유자 껍질을 함께 드셔봐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하니 먹을 수 밖에 없어진 나가하루는 흘깃 사키히사를 쳐다보았다.

사키히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신호로 나가하루도 숟가락을 넣어 연어알의 간장절임과 함께 차완무시를 입에 넣었다.

약간 단조로워지기 쉬운 맛을 강한 짠맛으로 마무리하는 생선알이 톡톡하고 씹을 때마다 터지면서 어패류의 맛을 토해냈다.

그 비린내를 상쾌하게 씻어주는 감귤류의 껍질. 이것은 대단히 완벽하게 계산된 섬세한 요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여 맛은 어떻더냐? 아까부터 부드럽다는 말밖에는 안 했잖느냐"


주인인 사키히사의 말에 난처해진 나가하루.

즉시 대답하고 싶지만 자신의 지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에 솔직히 감상을 늘어놓았다.


"제가 지금까지 입에 대었던 것들 중 최상의 맛인 것은 보증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맛을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비슷한 맛의 음식조차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우선은 모두 맛보고 독 확인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가하루는 다시 차완무시에 달려들었다.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또 다른 건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얗고 맨질맨질한 표면을 드러낸 양파 같은 모양을 한 미지의 식재료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것은 백합근(百合根)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백합의 인경(鱗茎), 즉 뿌리지요. 토란(芋)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을 듣고 나가하루는 고개를 갸웃했다. 백합근은 백합(百合)이라는 한방약이라는 것이 나가하루가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쓴 맛과 떪은 맛이 강한 약이라고 알고 있는 그는, 백합근을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입에 넣은 순간, 백합근은 약간의 쓴 맛을 품으면서도 달고 덧없이 녹아내렸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 이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아내는 미각의 향연.

어설프게 맛을 아는 혓바닥을 가진 만큼 깊게, 깊게 매료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한 조각까지 퍼서, 예의에 어긋나게도 숟가락까지 입에 물고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안타깝지만 제철이 지났기에, 완전한 차완무시를 낼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이오나, 마음에 드신 듯 하니 다행입니다. 그렇게까지 기뻐해 주시면 만든 보람이 있습니다. 조금 식어버렸습니다만 슬슬 고노에 님께서도 드시는 게 어떠실지요?"


제철이 오면 이 요리는 지금보다 더 맛있어지는 건가 하고 전율을 느끼는 나가하루를 보고, 결국 조바심이 난 사키히사가 차완무시를 손에 들고 한 숟가락 퍼서 입에 가져갔다.


(과연…… 나가하루가 말을 잃은 것도 이해가 가는군. 단순하게 보이지만 엄청나게 완성도가 높은 요리이다)


약간 열기가 남은 차완무시는, 평소에 먹는 식어빠진 요리와는 차별되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확인하듯이 입에 가져가는 사키히사를 보면서, 시즈코가 다음 것을 준비하도록 했다.


"식사를 하실 준비가 되셨으니 주 요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시즈코가 손뼉을 쳤다. 다시 안쪽의 맹장지가 열리고, 쟁반을 든 아야가 나타났다.

이번의 요리는 무게가 있기 때문인지 두 번에 걸쳐서 날라져왔다.


눈 앞에 늘어놓아진 물체를 사키히사는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히츠(櫃, ※역주: 장어덮밥 등에 쓰이는 나무로 된 직사각형의 밥그릇)인가요? 자랑하시는 오와리 쌀을 먹을 수 있는 거군요"


"네, 그것도 의도하였습니다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들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쿄에서 장어를 마구 잡은 적이 있었지요"


약간 볼을 붉히면서 쓴웃음을 섞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장어를 맛있게 먹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그 결과가 이쪽입니다. 히츠마부시(櫃まぶし, ※역주: 장어덮밥)라고 합니다"


그렇게 덧붙이며 히츠의 뚜껑을 열었다.

당장 폭력적인 향기가 주위에 넘쳐났다. 밥 위에 올려진 장어의 배를 가르고 소스를 발라 구운 것, 밥에까지 소스가 스며들어 갈색의 바탕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위에 뿌려진 산초(山椒) 가루가 한 줄기 산들바람을 곁들였다.


"우선 이대로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가 직접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내밀어진 밥그릇에는 기름이 오른 장어가, 소스를 머금은 밥이 폭력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움켜쥐듯 젓가락을 집어든 나가하루는 장어와 밥에 젓가락을 찔러넣었다. 상당한 명인이 구운 것인지 저항다운 저항도 없이 젓가락이 파고들었다. 떠올린 밥과 장어를 입에 넣고 깨물었다.


"――――――――!!!!"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가하루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을 잘 알면서, 그는 밥그릇에 입을 대고 젓가락으로 쓸어담듯이 입으로 퍼넣었다.

한껏 기름이 오른 장어는 입에 들어가자 사르를 녹으며, 기름과 함께 끈적할 정도의 맛을 해방시키고, 그것을 매콤달콤한 소스가 맛을 마무리했다.

주역은 장어였지만, 천황이나 쇼군조차도 매료시킨 오와리 쌀이 있었기에 가능한 맛이었다.

장어의 기름과 소스를 빨아들이면서도 쌀 자체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고 묵직하게 받아내어 혼연일체가 된 맛을 자아냈다.

오와리 쌀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맛을 품을 수는 없었을 끈기와,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맛이 나가하루의 입 속 가득히 퍼졌다.


"다음에는 고명(薬味)을 곁들여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에 나가하루는 정신이 들었다.

이미 당초의 목적 따윈 머릿속에 없었고, 또 다른 맛을 제공해주는 시즈코를 응시했다.

히츠의 곁에 놓여진 접시에서 세 가지 고명을 얹은 밥그릇을 내밀자, 그는 나꿔채는 듯한 기세로 밥그릇을 받아들었다.

나가하루가 알 수 있는 것은 잘게 썬 파 뿐으로, 뭔가 검은 종이 같은 잘게 썬 것과 옅은 황록색의 무엇인가를 갈아놓은 것은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게 무엇인가, 를 생각하기 전에 히츠마부시를 입 속에 넣고 있었다.


"이 고명은 파(파), 잘게 썬 김, 와사비를 간 것입니다. 와사비는 상당히 매우므로 한번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귀에 남아서, 흘려듣고 있는데도 말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먹어가면서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장어의 기름이 끈적하게 느껴지게 되기 직전의 타이밍에서의 고명들.

파의 매운 맛으로 기름기가 중화되고, 잘게 썬 김이 바다의 향기를 전하고, 그리고 소량의 와사비와 함께 먹으니 끈적함이 단번에 씻겨나갔다.

배가 부른 상태나 맛에 대한 익숙해짐을 계산하여,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도록 철저히 연구된 절품 요리였다.

고명을 조절하면 그 맛은 천변만화(千変万化)하여, 각자가 다른 자신만의 진정한 맛을 추구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있었다.


"마지막 한 그릇은 차즈케로 하여 드셔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빈 밥그릇에 다시 퍼담아진 밥과 장어, 그 위에 잘게 썬 김과 고추냉이, 그리고 훈제 무 절임이 놓여진 후 흙병에서 차가 부어졌다.

배가 불러와서 슬슬 젓가락을 놓을까 생각했을 때, 차의 그윽한 향기가 다시 식욕을 자극했다.

보통의 차로는 이렇게까지 향기가 나지 않는다, 고 그는 괴이쩍게 생각했다.


"일전에 좋은 차가 들어왔기에, 불에 볶아 호지차(ほうじ茶)로 만들어 봤습니다. 깔끔하고 마시기 좋기 때문에 차즈케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끓이기만 해도 좋은 향기를 내는 차가, 볶으면 더욱 그윽한 향기를 내게 되는 건가)


나가하루는 몇 번이나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을 자각했다.

차즈케가 된 히츠마부시를 다시 입에 넣었다. 차와 고명과 장어와 소스, 각자 다른 향기였으나 이상하게도 서로 싸우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맛이 되어 있었다.

배가 거의 불러와 약간 피로해진 위장에 차즈케가 진하게 스며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웠다.


"하여 독은 들어 있더냐? 아니, 이제 됐다. 나도 먹지"


사키히사는 그렇게 말하고 히츠의 뚜껑을 열고, 거기서 감돌고 있는 향기를 실컷 빨아들였다.

이미 차완무시를 다 먹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위장은 빨리 먹으라고 자신을 괴롭혔다.

나가하루가 그랬듯이, 우선 그대로 한 그릇의 밥을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다음으로 고명을 한 종류씩 얹어 각각의 맛을 즐겼다. 마지막으로 모든 고명과 차를 부어 충분히 뜨거운 차즈케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멍해진 듯 한숨을 쉬었다.


"만족하신 모양이니, 식후의 차를 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야와 함께 히츠마부시를 치운 후, 새 쟁반에 밥그릇을 올려서 돌아왔다.

차완무시의 때와는 달리 뚜껑이 없는 밥그릇에서는 좋은 향기가 풍겼다.

차만의 향이가 아니라, 어딘가 새콤한 향기도 감돌고 있었다.


"조금 별종이긴 합니다만, 식후에 마시면 이상하게도 진정되는 차입니다. 맛을 보시지요"


두둑해진 배를 문지르며 나가하루는 밥그릇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향기로움과 함께 부드러운 떫은 맛과 바다의 향기,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씻어내는 매실의 향기.


"매실다시마차(梅こぶ茶)라고 합니다. 다시마라는 해초를 건조시켜 깎아내어 차와 함께 끓이고, 말린 매실을 풀어넣었습니다"


완벽하게 계산된 환대를 받고, 사키히사는 시즈코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담 전부터 이 정도의 계산을 하는 인물에게 섣불리 부딪혓다가는 자신의 밑천을 드러낼 것이 뻔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한동안 우의를 맺은 후에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자신은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의를 맺는다는 것은, 이런 자리도 또 있게 되리라. 그 자신의 미식에 대한 욕구를 협상에 필요한 것이라고 정당화시킨 사키히사는 시즈코에게 말했다.


"시즈코 님, 나는 조금 지나치게 조급했던 것 같소. 그쪽이 원하는 바는 확실히 들었습니다. 차후에 다시 날을 잡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시즈코는 자신의 환대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을 확신하자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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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5 1569년 3월 상순



(※역주: 원문에서 프로이스 등을 キリシタン, 伴天連, イエズス会 등으로 적고 있는데, 역자는 해당 종교의 엄밀한 구분명칭과 일본에서의 선교 역사 배경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관계로, 네이버 일한사전을 참고하여 임의로 크리스천, 기독교(도), 예수회 등으로 번역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아시는 분들이 지적해주실 경우 검토하여 반영하겠습니다)


이 날의 회견은 두 시간 남짓 이어졌다.

일본이라는 섬나라에서 다 볼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노부나가다운 회견이었다.

노부나가는 세계에 대해 프로이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프로이스가 대답하고, 가끔 시즈코에게 확인을 하여 나름대로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 몰두했다.

표면상으로는 평온하고 문화적인 회견이었지만, 프로이스는 당초의 목적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이스를 시작으로 하는 선교사들은, 예전부터 포교를 위한 윤허장(권력자가 후원하는 허가증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저번에는 알현은 하되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 때문에 포교로 이어지는 근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의 회견에 반응을 느낀 프로이스는, 큰맘먹고 노부나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다 님, 새삼스럽지만 이번 회견에서 부디 검토를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어냐, 새삼스럽게. 신경쓰지 말고 부담없이 말해보거라"


"저희들은 지금, 쿄에서의 포교를 허용받지 못했습니다…… 부디 힘을 빌려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저희들의 포교가 허용되게 되면 그에 걸맞는 사례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제 1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足利義輝)는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보호하고 쿄에서의 포교 활동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가 암살당하자 상황이 뒤집혀서, 이번에는 쿄에서 추방되었다.

그 상태에서 몇 년이 지나고, 노부나가가 상락하여 지금까지 쿄를 지배하고 있던 미요시 3인방을 제거했다.

작년(1568년)까지는 노부나가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프로이스였으나, 쿄의 정세를 듣고 그와 회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첫 회견은 아무 성과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윤허장을 손에 넣고 싶었다.


프로이사 등 쿄의 크리스천들은 은을 늘여 만든 막대기 세 개를 준비하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와다 코레마사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일곱 개의 은막대기를 준비했다.

그것을 바치고 윤허장을 얻으려고 프로이스 등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노부나가에 대해서 말하자면 역효과였다.

노부나가는 헌상된 은막대기 10개를 한 번 쳐다본 후, 프로이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프로이스여, 그대는 나를 조금 오해하고 있구나"


"……네?"


프로이스는 그 말에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노부나가는 은막대기를 눈 앞에 두고 기뻐하고 있다기보다, 거꾸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만한 은을 준비하는 데 꽤나 고생했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보거라. 내가 너희들의 포교에 협력하는 대가로 이것을 받게 되면, 나는 폭력으로 권력을 쥐고 그것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부패한 권력자와 똑같아지게 된다"


권력을 배경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허가를 주어 사복을 채운다. 그것은 그야말로 노부나가가 싫어하는 일향종(一向宗) 등 썩어빠진 땡중들이 하는 짓과 똑같았다.

노부나가는 상상했다. 그 은막대기를 받아들인 후, 자신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를.

천박한 웃음을 띄우는 그것은 이미 자신의 얼굴로는 생각되지 않는 짐승의 얼굴이었다.


"착각하지 말거라, 프로이스여. 그대는 자신의 신념의 실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뇌물을 거절했다. 종래대로라면 효과적이었을 노력을 한 것 자체는 올바르다.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네"


"올바름이란 사람의 숫자만큼 존재하며, 절대적인 정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자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올바르다. 다만 그것이 타인의 정의와 부딪히는 것도 또한 필연. 이야기를 되돌리지. 쿄에서의 포교 활동에 대한 허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윤허장은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뭐,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고, 며칠 정도다"


그 말에 프로이스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허장이 손에 들어온다면 쿄에서의 포교가 가능해진다.

불교도로부터의 방해는 지금부터도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신자를 늘려서 이쪽도 어느 정도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소수파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것은 세상의 예상사이므로.


"저희들의 소원을 들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뒷날, 다시금 정식으로 예를 올리겠습니다"


프로이스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노부나가에게 사의를 표했다.




그 후, 노부나가는 와다 코레마사를 부르더니, 프로이스와 함께 니죠 성의 건설 현장을 견학하도록 지시했다.

건설 현장 견학을 마친 프로이스는, 다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인사를 하고 귀로에 올랐다.


"프로이스 님, 저희들의 비원이 드디어 이루어졌군요"


로렌초가 기쁜 듯이 말했다.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가 암살당한 후, 그들은 쿄에서 쫓겨나 사카이로 도망쳤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간신히 쿄에서의 체류가 허가되고, 거기에 포교의 허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로렌초와는 달리 프로이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반응이 둔한 것을 깨달은 로렌초는, 프로이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점이 있으셨습니까?"


"……오다 님의 곁에 시립해 있던, 소년처럼 높은 목소리의 종자(従者). 그는 우리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네"


"어, 아, 아아…… 그 두건을 쓰고 있던 사람 말이군요. 확실히 여인처럼 높은 목소리였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신경쓸 인물인가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가 한 말은, 성경의 한 구절이지. 우리들 선교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성경의 한 구절을, 어째서 그는 읊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우리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정도로 내 조국에 대해 정통한 자가, 이 일본에 왔다는 소식은 받은 적이 없네"


유럽의 문화를 선교사들이 전하는 경우는 있어도, 일본인이 유럽의 문화를 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프로이스는 유럽에 정통한 인물, 또는 유럽에서 누군가가 일본으로 이주하여 노부나가를 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정력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라면, 발자취 하나나 둘 정도는 남겨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쟀든, 그의 언동이 오다 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네. 와다 님께 그가 누군지 물어보도록 하지"


"하지만…… 와다 님께서 알고 계실까요. 거기서 유일하게 얼굴을 감추고 있었는데, 오다 님이 탓하지 않으셨는데요"


"으으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가"


지금부터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한 그는, 노부나가에게 묻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확보해둔 여관으로 돌아갔다.

눈이 핑핑 도는 하루였기 때문에 피로를 느낀 프로이스였으나, 기합을 넣고 책상으로 향했다.


프로이스는 어학과 문필의 재능을 높게 평가받고 있어, 1561년에 고아(Goa)에서 사교(司教)로 서품되어, 각 선교지로부터의 통신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했다.

그 외에도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리는 편지나 보고서를 가끔 보냈다. 이 보고서는 예수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프로이스를 따라 일본에 오는 선교사들이, 적응정책을 펼칠 때 참고자료로서 숙독했을 정도였다.

책상에 앉은 프로이스는 오늘의 일을 기억해내면서 붓을 놀렸다.


'오늘,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인 오다 님과 회견을 가졌다. 소문이란 믿을 게 되지 못한다. 냉혹, 비정, 감정적인 인물이라고 들었으나, 실제로 만나보니 그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다.

그는 대단히 이지적이고 총명한 인물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문이 생기면 바로 질문을 하는 등,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면, 그는 아무 신앙도 가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신은 물론이고, 승려들이 믿는 부처라는 이교의 신조차 믿지 않는다. 법화경에 귀의하였으나, 그것조차 제대로 믿지 않는다.

자신이 신이라고 우쭐할 줄 알았으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불교도를 미워하고 있는 건가 했지만, 그런 느낌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의 신앙에 대한 태도는 기묘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내로서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쿄에서의 체류가 허가될 가능성이 높은 점, 포교를 허락받은 점 등 다양한 보고를 기재했다.

이윽고 다 쓴 프로이스는 붓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어떤 점이 빠져 있는 것을 깨닫고, 그는 붓을 손에 쥐고 글의 마지막에 덧붙였다.


'오다 님의 휘하에 단 한 사람, 기묘한 인물이 있었다. 얼굴을 두건으로 가리고, 목소리는 마치 소년처럼 높아서 젊은 나이임을 추측할 수 있는데, 현자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영지(叡智)로 넘치고 있었다. 오다 님의 태도를 볼 때, 그는 오다 님의 지혜주머니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들에게 포교의 허가가 떨어진 것은, 그의 의견에 의한 점이 크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인물은 오다 님에 대해 어딘가 두려움을 품고 있었으나, 그만은 있는 그대로, 극히 자연스럽게 오다 님과 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오다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추측이지만, 그는 극히 오다 님의 신뢰가 두텁고, 뛰어난 영지로 그의 요망을 차례차례 실현하였던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가 그만큼 신뢰받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한 그가 우리들의 신을 믿어준다면, 이만큼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다"




프로이스는 시즈코를 남자, 그것도 노부나가의 측근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노부나가가 의도적으로 오해하도록 유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프로이스는 시즈코에게 편의상 '두건 재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목소리가 높은 인물'이라는 걸로는 정보량이 너무 적었기에 좋은 보고를 들을 수 없었다.

이래저래 하는 사이에 그를 괴롭히는 인물이 나타났다.



천태종(天台宗)의 승려인 아시야마 니치죠(朝山日乗)였다.

고나라(後奈良) 천황에게서 니치죠 상인(上人, ※역주: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 또는 본래 덕이 높은 승려에게 내려지는 호칭)의 칭호를 받은 그는, 일관적으로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의 추방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노부나가에게 집요하게 선교사 추방을 주장했다. 어느 날, 프로이스가 노부나가를 찾아왔을 때, 우연히 니치죠가 동석하고 있었다.

거기서 사소한 일을 계기로 프로이스와 니치죠에 의한 종교 토론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에 걸친 긴 토론 결과, 프로이스의 말에 니치죠는 크게 노하여 이를 갈며 일어섰다.

로렌초의 목을 베겠다고 외친 그는 방의 한 구석에 있던 노부나가의 나기나타(長刀, ※역주: 그냥 긴 칼을 말하는 건지 '나기나타'를 말하는 건지 불확실함)를 향해 돌진하여, 나기나타의 칼집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행동은 간과할 수 없었기에 노부나가, 와다 코레마사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다른 영주들이 일제히 니치죠를 제압했다.

노부나가는 여러 명에 의해 제압되어 움직일 수 없는 니치죠를 보며 말했다.


"말로 당할 수 없으니 칼을 뽑는 것이냐. 네놈의 폭거를 용납하면 이 웃기는 수작에 지금까지 끌려왔던 우리들도 미개한 토인이 되는 셈인데, 네놈은 그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른 영주들도 같은 의견이었는데, 프로이스 등 기독교도들을 보호하고 있는 와다 코레마사는 "오다 님 앞이 아니었다면 당장 니치죠의 목을 날려버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프로이스와의 종교 토론은 니치죠의 폭주로 끝났으나, 그 후에도 그는 선교사 추방 공작을 계속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기독교도들의 추방을 지시하지 않는 것을 보자마자, 다음에는 요시아키(義昭)에게 갔다.

여기서도 좋은 대답을 받지 못한 그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듯이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에게 하소연했다.

간신히 여기서 '기독교도 추방 윤지(綸旨, ※역주: 칙지를 받아 근시(近侍)가 내는 문서)'를 받아든 그는, 그걸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요시아키에게 갔다.

하지만 '기독교도 추방 윤지'를 본 요시아키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궁(内裏)에 전하라. 누구를 수도(都)에 들일지 추방할지는 내 관할이며, 폐하께서 지시하실 일이 아니다. 나는 사제에 대해 이 일본에서 자유롭게 포교할 허가장을 내렸다. 또, 이에 더해 어부(御父) 오다 단죠노죠(弾正忠殿) 공의 허가장도 받았다. 따라서, 그들을 추방할 이유는 없다"


쉽게 말하면 '조정이 참견하지 마라. 정치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인 내가 지휘한다'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기독교도 추방 윤지'에 대해, 궁에 일임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의해, 쿄에서는 또다서 선교사 추방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와 미츠히데, 시즈코라는 오다 가문의 사실상의 중진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노히메는 어떤 것을 질문하기 위해 아시미츠를 불러냈다.


"아시미츠, 나는 예전부터 궁금하던 것이 있다만, 한 가지 물어도 되겠느냐?"


점심을 먹으면서 노히메는 눈 앞에 시립하고 있는 아시미츠에게 말을 건넸다.

어느 쪽이든 '네'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아시미츠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러냐. 그럼 한 가지만…… 네가 소중히 차고 있는 그 칼, 어디서 손에 넣은 것이냐?"


"도적들을 쫓아냈을 때 한 자루 얻은 것 뿐입니다"


"그러냐. 그럼 그 도적은 꽤나 신분이 높은 자였던 게구나. 다름아닌 산죠 무네치카(三条宗近)가 만든 미카츠키(三日月)를 소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카츠키라는 단어에 아시미츠는 약간이나마 동요를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약간의 시간을 노히메의 눈은 놓치지 않고, 그가 동요에서 회복할 때까지의 태도를 빠짐없이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한 명도(名刀)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함부로 다루었던 제 어리석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후훗, 감출 것 없다. 아시미츠…… 네가 그 칼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더냐?"


흰쌀밥을 천천히 씹어 삼킨 후, 노히메는 긴장감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나라도 놀랐느니라. 설마 살해당한―"


마지막까지 노히메가 말을 마치기 전에 아시미츠가 움직였다. 그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품에 숨기고 있던 소도(小刀)을 뽑아들더니 주저없이 집어던졌다.


"성급한 사내로구나"


하지만 그 소도는 노히메가 아니라 입구의 맹장지 하나에 꽂혀 있었다.

아시미츠는 노히메의 말을 무시하고, 맹장지에 꽂힌 소도를 손에 잡고 아무렇게나 뽑았다.

소도를 뽑은 후 조금 지나자, 맹장지 저편에서 작은 물소리와 함께 무거운 것이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소도에 묻은 붉은 액체를 닦아내고는 그것을 품에 넣었다.


"모처럼 타케다(武田)의 간자를 가지고 놀려고 생각했는데, 금방 망가져 버렸구나"


"……한 가지만 말하지. 너는 내가 만나본 여자들 중에 최고로 악취미인 여자다"


"칭찬해 봤자 나올 것도 없느니라. 하지만 처리한 간자가 슬슬 30에 달하니, 내게는 이 이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죽은 양반이 어째서 이제와서 모습을 나타낸 것이냐?"


화제를 돌리지 못했기에 아시미츠는 혀를 찼다. 칼부림 따윈 신기하지도 않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신경도 쓰지 않은 건지,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노히메의 존재는 너무 위험했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해서, 자신의 정체를 눈치챘는지를 알 수 없었으므로.


"그렇게 경계할 것 없느니라. 전에도 말했지만, 네게는 주군의 꿈을 도와줬으면 하는 것 뿐이니라. 설령 네가 존귀한 출신이라도 말이다"


"……그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유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기묘한 노파에게 '네 역할을 다 하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도대체, 그 역할이라는 게 무엇인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흠…… 뭐 좋다. 게 누구 없느냐, 치우거라"


노히메가 그렇게 선언하자, 어디선가 시녀들이 여러 명 나타나서 그녀의 앞에 있는 식기들과 맹장지 저편에 있는 간자의 시체를 익숙한 손길로 치웠다.

그녀들이 정리를 마치고 조용히 나간 것을 확인한 후, 노히메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시미츠. 심심하구나,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느냐?"




급한 것들을 일단 정리한 시즈코는 남은 작업을 인계한 후, 권모술수가 소용돌이치는 쿄에서 도망치듯 오와리로 돌아갔다.

갈 때보다 올 때 붙은 인원이 많아진 것이 신경쓰였지만, 그만큼 안전은 확보된다고 시즈코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기후에 도착하여, 거기서 대열의 반 이상은 기후에 머물렀다. 오와리에 도착할 무렵에는 출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5백 명의 부하들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뿐이었다.


(역시 쿄의 옷은 예뻤네)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심플한 승마용 바지(袴, 검도 등의 연습복에 가깝다)였다. 평상복은 코소데(小袖, ※역주: 통소매의 평상복)이었지만 이것도 심플한 무늬였다.

그녀는 아직 20세가 되지 않았다. 멋을 내고 싶은 기분은 남들만큼은 있었다.


(모처럼이니 예쁜 무늬의 코소데라도 살까)


시즈코는 단조로운 문양의 반복이 아닌, 계절감이 있었던 다채로운 그림 문양이 그려진 염색이나 자수가 들어간 코소데를 이미지했다.

나쁘지 않아, 라고 생각한 그녀는 귀가 후, 아야를 통해 다채로운 그림 문양이 그려진 코소데, 라는 조건을 붙여 다섯 벌 정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장인들은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다섯 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생각한 후,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만족스러운 수확이네. 정말로 손에 들어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도우지기리야스츠나(童子切安綱)와 오오카네히라(大包平))


노부나가가 다도회에 눈을 뜬 것과 같은 시기, 시즈코는 누구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고 도검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 일본도를 교묘하게 다룰 실력은 없다. 훗날에 흩어져 사라질 명도를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술품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명도나 명창이 손에 들어오면 고생할 일이 없다. 대부분은 남의 것, 그것도 신분이 높은 인물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았다. 노부나가의 기분을 좋게 만든 것, 그리고 프로이스와의 회견에서 훌륭하게 보좌를 수행한 것에 대한 상으로서 하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거기서 시즈코는 통하면 이득이라는 식으로 두 자루의 칼을 원했다. 그것이 도우지기리야스츠나와 오오카네히라였다.

평소에는 감사장만으로 끝나는 시즈코가 드물게 현물을 희망한 것에 노부나가는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까지 몫까지 보상해주겠다고 분발했다.

사람을 써서 오오카네히라를 찾아내고, 거의 무력을 배경으로 현재의 소유주에게 헌상시켰다.

도우지기리야스츠나는 아시카가 장군가가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명도로서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쪽도 무력을 배경으로 거의 협박해서 빼앗은 모양새였다.


참고로 역사적 사실에 다르면 도우지기리야스츠나는 요시아키에게서 히데요시, 이에야스(※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 히데타다(秀忠, ※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셋째 아들이자 도쿠가와 막부 제 2대 쇼군)로 이어졌다.

오오카네히라는 노부나가의 중신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의 차남인 이케다 테루마사(池田輝政)의 대부터 오랫동안 이케다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케다 가문 이전의 전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시즈코도 노부나가가 오오카네히라를 입수한 경로를 몰랐다.


"다음 일을 잘 처리하면 오니마루쿠니츠나(鬼丸国綱)를 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천하오검(天下五剣)이 손에 들어오다니 꿈만 같아"


현대에서라면 일단 소유가 불가능한 명도를 자신의 관리 하에 두고 목적을 향해 매진할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남몰래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는 별개로, 농사일에 기술자 마을에서의 회의, 그리고 양조(醸造) 관계 시설을 집약시킨 마을의 건설 등, 시즈코는 항상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즈코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유리 개발이다.

딱히 희귀하기에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유리 렌즈를 사용한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었다.

망원경은 구경이 큰 대물렌즈와, 구경이 작은 접안렌즈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갈릴레오 식 망원경은 대물렌즈가 볼록렌즈, 접안렌즈가 오목렌즈로 정립상(正立像)을 얻을 수 있지만 시야가 매우 좁다.

케블러 식 망원경은 대물과 접안 렌즈가 모두 볼록렌즈로 도립상(倒立像)이 되지만, 그 반면 시야가 넓다.

거꾸로 보이는 도립상이지만 정립(正立) 프리즘이라는 기술을 적용하면 정립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이 기술을 응용하면 측거의(測距儀)도 만들 수 있다. 기본은 삼각 측량이며,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으면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다.


유리의 재료는 미노, 오와리에서 모을 수 있었고, 연마제도 에도 키리코(江戸切子)에서 쓰이는 금강사(가넷 분말)로 가능했다.

케블러 식 망원경의 완성에서 문제가 되는 소재는 하나도 없다. 문제는 유리 장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유리라는 서양의 기술을 하고 싶다는 장인이 과연 있을까, 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파리(玻璃)로 알려진 유리 공예 이상가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은 기술자 마을에 여덟 명이나 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세대였으나, 그들은 시즈코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의욕에 넘치고 있었다.


그들은 기초적인 것을 시즈코에게 배운 후, 3단 계단식 가마를 개조하여 유리 제작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깔려있는 레일을 걷는 것 같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유리를 녹이려면 1300도 이상이나 되는 고온이 요구되지만, 그들은 계단식 가마 내부의 온도를 1300도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요령을 파악하는 데 1개월을 소비했다.


그들은 1개월이나 되는 기간 동안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귀중한 연료를 계속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다른 장인들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 낭비할 거라면 이쪽에 달라며 항의나 불만이 분출했다.

유리가 꼭 필요했던 시즈코는, 그들에게 '2개월 이내에 유리를 제조할 것'이라는 기한을 설정했다.

그리고 이 2개월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재능이 없다고 판단, 이후 그 여덟 명에게는 유리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엄격한 조치를 내걸었다.


이걸로 다른 장인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었으나, 여덟 명은 항상 등 뒤에서 '재투성이(장작을 태워 재를 만들기만 하는 사람)'라고 놀림받았다.

계단식 가마를 제어하여 유리 제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의 제조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아직 과제는 많았다. 완성된 유리는 철분의 제거가 불완전했기에, 도저히 렌즈에 쓸 수 있는 투명함은 없었다.


"으―음, 크리스탈 글래스와는 거리가 먼가"


앞에 놓여진 유리를 확인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옅은 갈색의 유리에서, 색이 혼재되어 있는 유리 등, 거의 투명하다고 할 수 있는 유리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모양도 문제였다. 작은 사발 상태에서 유리를 펴는 작업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펴는데, 이 작업이 숙련된 기술을 요구한다.

이제 겨우 유리 가공을 할 수 있게 된 그들로는, 어그러짐이 없는 균일한 품질을 가진 유리를 제조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높은 이상을 품었던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한 여덟 명은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뭐 처음부터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우선은 가마를 바꿔보자. 계단식 가마로는 넓이가 있어서 열전도율이 나빠. 탱크식 가마……는 무리니까 항아리식 가마가 되려나"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는 항아리식 가마이지만, 그만큼 연료의 소비가 개조된 계단식 가마나 탱크식 가마보다 낮다.

유리 가공의 제법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만들게 하는 방법밖엔 없었는데, 그래도 연료의 소비는 억제해야 한다.

여전히 연료를 계속 소비하는 그들에게 다시 불만이 쏟아질 것이 뻔히 보였다.


"가마의 재료는 나중에 들여오기로 하고, 설계도는 이거야. 유감이지만 사람은 고용할 수 없었으니, 너희들이 조립할 수밖에 없어"


"네, 넵"


설계도를 펼쳐도 누구 하나 얼굴을 들지 못했다. 무리도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박살난 상태였다.

2개월 걸려서 겨우 요령을 파악했는데, 다시 환경을 몽땅 바꿔서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심연(深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난제에 하나같이 희망을 느낄 수 없었다.


"……너희들의 의욕은 그 정도였어?"


약간만 악역이 되어 독려할 수박에 없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물론, 이 정도로 그들이 얼굴을 들지 않는 것은 예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봤을 거야. 새로운, 누구도 지나간 적이 없는 길을. 불안과 기대를 느끼며 봤을거야. 하지만 몇 번의 실패로 너희들은 그 길을 포기하려고 하고 있어. 너희들은 열정은 그 정도였던 걸까? 다소의 실패로 정열을 잃을 정도로 한심한 거였던 걸까?"


"……"


"7일을 주겠어. 그 때까지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봐. 여기서 그만두는 것도 좋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도 좋아. 나는 강요하지 않겠어. 오로지 너희들 자신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거야"


그 말만 하고 그녀는 자료를 정리해서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 직전, 그녀는 여덟 명에게 등을 돌린 채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




한편 시즈코는,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로 자원을 계속 낭비하는 개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해명을 할 필요가 생겼다.

만약 시즈코가 자신의 봉토(知行地)를 가지고, 그 지배하에 있는 토지의 자원으로 개발을 한 거였다면 이런 사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낭비하는 자원은,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토지에서 모아들인 것이다.


오다 가문에서의 시즈코의 지위는 노부나가의 총애도 있고, 또 보통 사람으로는 성과가 나오기 힘든 방면에서 성과를 계속 거두고 있는 점도 있어, 이미 중진으로서의 입장을 확고하게 하고 있었다.

여인인데다 나이도 어리고 전장에서 공을 세운 것도 아닌, 안전한 곳에서 농사일을 할 뿐이며 우연히 운이 좋았을 뿐인 벼락출세라는 식으로 보는 패거리도 당연히 있었다.

다만 그러한 자들은 오다 가문에 있어 비주류파이며, 게다가 급선봉이었던 시바타(柴田)와 삿사(佐々)도 우연이라고는 하나 주류파에 회유되어 버린 상황이다.


그에 대해 주류파의 사람들은, 시즈코의 공적이나 이번의 실험에도 이해를 나타내고 있었다.

본래는 비방중상 같은 걸 무시해도 문제는 없었으나, 시즈코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세력으로 만든 인물이 있었다.

그 이름은 키노시타 히데나가(木下秀長, 훗날의 토요토미 히데나가(豊臣秀長)). 히데요시의 씨다른 동생으로서 오다 가문 내부에서 비밀리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던 사내였다.


그는 결코 표면적으로 시즈코를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고, 반의(反意)을 품은 인물에게 접촉하여 누구누구도 그런 말을 했었다는 소문끼리 연결하는 수법으로 시즈코 반대파를 부추겼다.

반 시즈코 세력은 스스로의 의사로 단결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뒤에서 손을 뻗어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히데나가가 획책하고 있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반 시즈코 세력의 사람들은 숫자를 믿고 곳곳에서 시즈코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낭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그냥 놔두는 것은 신상필벌의 신념에 반한다고 난리를 쳐서, 시즈코 옹호파인 오다 가문 주류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즈코 옹호파와 반 시즈코 파가 가신들끼리의 다툼이라면 노부나가의 일갈로 끝났겠지만, 반 시즈코 파가 챠센마루(茶筅丸, 훗날의 오다 노부타카(織田信雄))를 급선봉으로서 내세웠기에 간단히 끝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 소동은 노부나가에게 맡기는 것으로 일단 진정되었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를 통해, 1년 이내에 뭔가의 성과를 보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부나가로부터의 지시에 시즈코는 혼자 고민했다. 애초에 지위나 명성에 흥미가 없었기에, 자신 혼자서 책임을 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렌즈 개발은, 공격력만 지나치게 강해진 오다 가문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 기술이다.

다방면에서 쳐들어와 수세에 몰렸을 때 정보를 한 발 빨리 취득할 수 있는 관측 기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다만 기술이라는 건 한 명이 비장하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널리 전파시켜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바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리 장인 수습생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책임을 물어 개발이 단절되어 버리는 것은 피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 그 후에는 일개 촌장으로서 그들을 지켜볼 각오를 굳혔다.


7일 후, 시즈코는 다시 여덟 명의 유리 장인 수습생들의 공방을 찾았다.

여덟 명은 저번과는 달리, 목숨을 걸고 일하러 가는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시즈코는 대답을 이해했으나, 일부러 그들에게 물었다.


"답은 나왔어?"


"예…… 저희들, 계속 고민했습니다. 모자란 머리로 고민하고, 고민하고…… 그래서 나온 답이, 지고 싶지 않다였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희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그 말과 함께 여덟 명이 고개를 숙였다.


"1년. 지금부터 1년 이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를 필두로 너희들도 책임을 묻게 될거야.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목숨도 잃고 명예도 땅에 떨어져. 그걸 각오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 싶다고 하는 거라 생각해도 좋을까?"


"네! 이걸로 안 된다면, 저희들은 처벌을 기다릴 것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패할 생각은 저희들에게 없습니다!"


"좋아요. 그 말과, 너희들 안에 있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믿겠어요"


그 후, 시즈코는 그들에게 개발 자금과 오목렌즈의 설계도를 건넸다.

기한은 이듬해 여름이 끝나는 9월 상순.

그 때까지 망원경에 쓸 수 있는 유리 렌즈가 완성되지 않으면, 시즈코 자신의 실각을 조건으로 하더라도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허가될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들의 과제는 판유리의 제조 기술과 그 판유리를 오목렌즈로 연마하는 기술 두 가지였다.

그건 그야말로 장인의 기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기술이며, 시즈코도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였다.

여덟 명은 그걸 손으로 더듬어가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달리,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시즈코 자신도 이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죽음의 땅에서 살 길을 찾아내는 결사의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시즈코는 분명히 될 거라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 시즈코 파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렌즈 이외에 하나 더 눈으로 가치를 알 수 있는 유리 공예품이 필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렌즈의 전 단계로서, 키리코(切子, 커팅 글래스)의 설계도도 그들에게 주었다.

에도 키리코(江戸切子), 사츠마 키리코(薩摩切子) 등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이라면, 반 시즈코 파의 사람들을 설득하기 쉬워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즈코는 유리 렌즈에만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밖에도 많은 프로젝트들에 관여하고 있다.

그것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시즈코의 일 중 하나였지만, 지금까지와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그리고 그의 동생인 타케나카 큐사쿠(竹中久作)가 따라오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동생은 형인 타케나카 한베에를 호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형인 타케나카 한베에는 뭐가 목적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악의를 가지고 달라붙는 게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목적을 알 수 없었기에 약간 소름끼치는 느낌이 든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개인적 흥미로 시즈코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기에.


"호오…… 이것이 주판(算盤)입니까. 전에 마에다 마타자에몬(前田又左衞門) 님께서 쓰고 계셨던 것은 이러한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만"


"그건 외국식 주판(スワンパン, ※역주: 중국에서 전래된 형태를 말하는 듯 하여 의역함)이에요. 제 것은 10진법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계산 보조 기구에요. 10진법…… 뭐어, 숫자를 셀 때 0에서 9를 사용해서 세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연…… 가능하면 다음에 사용법을 가르침받고 싶습니다"


"아, 아하하, 기초적인 것 뿐이지만, 저로 괜찮으시다면. 그런데 거기서 관계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쇼우조 군. 원래는 네게 가르칠 내용이니까, 모르는 척 해도 소용없어"


순간, 나가요시는 엄청나게 싫은 표정을 지었다. 공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머리보다 몸을 움직이는 쪽이 좋은 듯 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알아 줬으면 좋겠는데,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지만 강요하는 것은 거꾸로 악화를 초래한다.


"주판이라…… 시즛치, 그 주판은 나한테도 가르쳐주지 않을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케이지가 드물게 의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단, 이유를 묻겠는데 주판을 배워서 뭐에 쓰려고?"


"숙부를 놀려줄 거야"


"……케이세이마치(傾城町) 때처럼 너무 장난치지 말아줘"


전에 쿄에 갔을 때, 케이지는 일을 하지 않고 케이세이마치(시마하라(島原))라는 공창가에서 진탕 놀고 있었다.

그 때 '종이비행기'를 가르쳐준 시즈코였는데, 그걸로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린다는 대단히 악취미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질이 나쁜 손님만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문을 쓴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건 좀)


한문의 내용도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마라' 같은 내용이었는데, 잘 모르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둥실둥실 날고 있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덕분에 질이 나쁜 손님들이 다가오지 않게 되어 공창가 사람들에게는 호평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두통거리였다.

하지만 카부키모노(傾奇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던 시즈코는, 입장상 잔소리는 했지만 '카부키모노' 식의 풍류를 좋아했다.


"그럼, 주판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어. 수차형(水車型) 세탁기는 시험중, 톱니는 연구중, 크랭크는 프로토타입을 제작중…… 남은 건 모래주머니를 20개 가지고 가면 되려나?"


목제 선반(旋盤)은 작년 10월에 간신히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거기서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지난 달에 두 대의 선반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프로토타입에서 더 부품이 추가되어, 제품은 총 중량이 100kg 가까이 나가게 되었다. 주요 부품은 10kg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일단 설치해 버리면 쉽게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결국, 부품별로 운반해서 가동시킬 장소에서 하루 가까이 시간을 들여 조립하게 되었다.

고생은 잔뜩 했지만 그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수차형 세탁기는 이름 그대로, 수차가 동력원인 전자동 세탁기 비슷한 것이다.

이쪽은 힘의 전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강도를 중시하면 힘의 전달이 나쁘고, 반대로 힘의 전달을 중시하면 강도가 낮아진다.

그에 관련하여 톱니나 크랭크라는 기구를 알려준 것이다.


기술자 거리는 여성에게 잡혀 있는 집안이 많은지, 장인들은 부인들로부터 재촉받고 있는 상태였다.

뭐라 해도 세탁물을 집어넣으면, 그 후에는 시간만 지나면 세탁이 끝나는 것이다. 땡볕 아래에서, 또는 몸이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강물에 들어가 빨래판으로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수동식 세탁기처럼 시간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니 부인들이 장인들을 재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래주머니라면 소생도 좀 많이 필요하군요. 구획을 만드는 데 딱 좋으니까요"


타케나카 한베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물론 시즈코 처럼 '비료 운반용 자루' 같은 용도로 사용하진 않는다.

시즈코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모래주머니는 군대에서 진지의 설영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어디에나 있는 흙으로 내탄성(耐弾性, ※역주: 총알 등에 대한 방어력)이 있는 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시즈코가 만드는 것들은 얼핏 보면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도구가 많지만, 실은 사용법을 궁리할 경우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원래 도구 종류는 민간 시장에 나도는 군용 물품에서 개발된 것이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것을 남김없이 찾아내는 것이, 시즈코를 잘 관찰하고 있는 타케나카 한베에의 목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성과를 올린 것이 모래주머니와 그물이었다.

모래주머니는 흙을 넣어 쌓아올리기만 하면 화승총이나 화살조차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벽을 만들 수 있다. 물을 먹여서 높은 곳에서 던지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로 변한다.

삼실이 원료였으나, 시즈코가 만든 슐리히텐 박피기 덕분에 삼실은 간단히 입수할 수 있다.

즉 어디에나 있는 흙으로 만들 수 있고, 흙을 빼면 운반은 쉬우며, 다소의 구멍 정도라면 꿰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못쓰게 되면 불을 피우는 재료로 삼으면 된다, 라는 버릴 곳 없는 군사물자인 것이다.


그물도 투망(投網)이라는 점에서 대활약이다.

기병이나 보병의 집단에 던지면 그물이 얽혀서 행동에 큰 제약이 가해진다. 그 후에는 화살을 그물을 향해 쏘면 그것만으로도 패닉이 일어난다.

산악 등 행동에 제한되기 쉬운 장소에서 쓰면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문제가 있다면, 설치해도 100퍼센트 상대가 걸려준다는 보장이 없는 점이다.


"타케나카 님은 농사일을 하셨던가요?"


제일 문제되는 점은, 그런 전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즈코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 부분이 개선되면, 시즈코로부터 더욱 편리한 군용물품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종종 생각했다.


"간이 벽을 만드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금은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어, 아뇨, 그 점은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발판을 만드는 데나 쓰는 자루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뭐, 이래저래 있습니다. 이래저래"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후세에 '에치고(越後)의 호랑이', '에치고의 용', '군신(軍神)'으로 숭배된 우에스기 헤이조 카게토라(上杉平三輝虎, '후시키안켄신(不識庵謙信)'은 법명. 1570년 12월부터 칭했다)가 다스리는 에치고 국(國).


그 카게토라는 거성인 카스가(春日) 산성에서 노키자루(軒猿, ※역주: 닌자의 호칭 중 하나)로부터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오다 영지의 상황은 어떻더냐?"


"옛, 역시 영주님이 보신 대로, 오다 군은 방대한 군수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어림잡아서…… 5만의 군세를 60일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양입니다"


곁에 있던 나오에 카게츠나(直江景綱)가 카게토라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는 나가오 타메카게(長尾為景), 하루카게(晴景), 카게토라(景虎, 훗날의 우에스기 카게토라) 등 3대에 걸쳐 섬긴 원로 가신이었다.

주로 내정, 외교 면에서 활약했으나, 시치테구미(七手組) 대장으로서 군사면에서도 활약한, 그야말로 나가오 가문(우에스기 가문) 가신들 중에서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그런가. 백성들의 모습은 어떠하더냐"


"압정에 신음하는 모습은 없다고 합니다. 이 난세에 놀랄 정도로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고 노키자루들은 자기 눈을 의심한 모양입니다. 도적이나 무뢰한(乱波)들도 엄하게 단속되어, 치안은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무엇이냐?"


"그 치안을 유지하는 체제가, 과하게 높은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합니다. 노키자루의 보고로는 개가 많았다고 합니다"


나오에의 보고를 다 들은 카게토라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오다 령지의 번영은 우에스기의 눈으로 볼 때 비정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라고 카게토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오다 영지에는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 동맹국인 도쿠가와(徳川)나 아자이(浅井)의 간자가 몇 명이나 들어가서 정보수집에 매진하고 있었다.


(견고한 방어를 자랑하는 장소…… 게다가 개를 부리는 인간이라. 이만큼 까다로운 건 없군)


카게토라는 개의 무서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도망 무사(落ち武者)들이 죽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들개에게 습격받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노키자루나 다른 나라의 간자들이라도, 들개를 상대로는 너무나 불리하다. 특히 들개는 통솔이 잡힌 무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단독이나 몇 명이 움직이는 간자들은 처음부터 열세인 것이다.


"하여, 대체 어떠한 자가 오다 영지를 번영시킨 것이냐. 상당히 영지가 넘치는 자이겠지"


천천히 눈을 뜨면서 카게토라는 나오에에게 물었다.


"그것이…… 정말 기묘하게도, 그럴듯한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봉토를 받았다던가, 막대한 부를 하사받았다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 게냐?"


"기괴하게도 그러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한 때 오다가 감사장을 대량으로 발행했다는 정도로, 그 이외의 이야기는……"


"점점 더 해괴한 이야기로다. 그만한 공을 세운 자라면, 그에 걸맞는 상이 주어져야 하는 법. 다만 그것을 오다와, 그 인물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면 감사장으로 만족한 것인가……"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와리의 수확량을 두 배로 올리고 그 상이 감사장 한 장인 것에 만족하는 사람 따위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카게토라와 나오에에게 상식이었다. 물론, 시즈코에게 그 상식이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시즈코에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인물을 찾아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라. 비옥한 대지를 가진 오와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그 힘, 반드시 우리 나라에 도움이 된다"


"옛, 노키자루에게 총력을 다해 찾아내라고 명하겠습니다"


"음. 아마도 다른 나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지금부터 누가 제일 먼저 그 자를 찾아내는가가 승부가 된다"


카게토라의 예감을 닮은 생각은 들어맞고 있었다.


"오다 영지를 풍요롭게 만든 인물을 찾아내라. 그 자의 힘, 이 난세에서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가 노키자루에게 명령을 내렸을 무렵, 그의 숙적인 타케다 신겐(武田信玄)도 또한 자신이 거느린 시노비(忍び, ※역주: 닌자의 호칭 중 하나) 집단에게 시즈코 수색의 대호령을 내리고 있었다.


"오다 영지를 부유하게 만든 인물은 숨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힘…… 나를 위해 쓰게 하겠다. 후우마(風魔, ※역주: 유명한 닌자 집단)에게 명하라, 반드시 그 인물을 찾아내라고"


때를 같이하여 호죠도 카게토라나 신겐과 마찬가지로, 시즈코 수색의 대호령을 후우마에게 내렸다.

물론, 시즈코를 노리는 영주는 적국뿐만이 아니었다.


"한조(半蔵), 부하들을 풀어 시즈코 님의 행동을 낱낱이 조사해라. 가능한 한 자극은 하지 말도록. 어디까지나 신중하게 처리하라"


동맹 상대인 미카와(三河) 국의 영주인 이에야스도 또한, 시즈코를 노리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세 명과 다른 점은, 그가 시즈코의 능력을 정확히, 그리고 노부나가 이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시즈코를 노부나가에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엿보면서 그 기술을 옆에서 훔쳐배우려는 것 또한 다른 영주들과 다른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가 노부나가를 제칠 생각이 없고, 또 조금 뒤처지는 쪽이 극히 자연스럽게 기술이 퍼졌다고 노부나가가 생각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카이(甲斐)나 에치젠(越前) 같은 적국, 그리고 동맹국이 하나같이 오와리, 미노의 기술을 원하는 것은 딱히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노부나가는 입증했던 것이다. 날씨가 나빠지기 쉽고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난세라 해도, 농업의 기술을 터득하면 안정된 수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에취…… 으으음, 감기 걸렸나"


단지 매번 그렇지만 시즈코 본인은, 자신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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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4 1569년 3월 상순



노부나가의 짜증은 2월 상순에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는 2월, 3천의 군세를 이끌고 다른 곳에 진을 쳤다. 그리고 항구도시인 아마가사키(尼崎)에 시전(矢銭, ※역주: 군자금을 요구하는 것)을 부과했으나, 아마가사키 슈(衆)는 이것을 거부했다.

사카이(堺) 슈에 이은 아마가사키 슈의 태도에, 노부나가는 군사적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마가사키 슈와 일전을 벌인 후, 각각 독립된 도시(町)인 아마가사키 사정(四町) (이치니와쵸(市庭町), 벳쇼쵸(別所町), 후로츠지쵸(風呂辻町), 타츠미쵸(辰巳町))를 모조리 불태웠다.

이 철저한 초토화 작전에 각 도시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노부나가에의 복종을 주장하는 파, 끝까지 철저 항전을 주장하는 파, 혼간지(本願寺) 등 다른 세력과 연대할 것을 주장하는 파 등,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

내부 분열에 의한 자멸이야말로 노부나가의 진짜 목적인 것도 모르고.

결국, 아마가사키 슈를 선동하고 있던 사카이 슈는 굴복하여, 2월 11일에 사실상 사카이가 접수되어 노부나가의 사자(上使)들이 파견되었다.

사카이의 에고우슈(会合衆, ※역주: 카이고우슈라고도 읽는 듯. 자치회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함)는 군자금 2만 관을 내고, 이후 병사를 고용하지 않을 것과 낭인(牢人, 주인 가문을 떠나 봉록을 잃은 자. 에도 시대 중기 무렵부터 낭인(牢人)을 낭인(浪人)이라 부르게 되었다)을 품지 않을 것을 노부나가에게 맹세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겨우 용서받은 셈이지만, 노부나가는 다른 도시들에 대한 경고도 겸하여 사카이에 가혹한 조세를 부과했다.


이에 의해 사카이에는 큰 손해를 입고 몰락(凋落)한 자들과 이 기회에 세력을 키운 자들이 뚜렷이 갈렸다. 두각을 나타낸 자들의 필두가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였다.

그는 한 발 빠르게 노부나가에게 복종의 태도를 보였기에, 이후 노부나가의 철포(鉄砲) 수주를 한 손에 거머쥐는 철포, 화약의 어용상인이 되었다.

이에 의해 이마이 소우큐는 단번에 사카이 슈의 톱이 되었다. 하지만 매사가 순조로워 보이던 그에게도 생각지 못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환심을 사려고 다도회(茶の湯)에 초대한 이마이 소우큐였으나, 그의 예상과 반대로 노부나가는 다도회에 눈을 떠 버렸다.

노부나가는 예전에 헤이 가문(平家)을 서쪽으로 쫓아내고 상락을 달성한 미나모토노 요시나카(木曽義仲)와 같은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뭣보다 다도회는 당시의 귀인(貴人)들의 소양, 즉 스테이터스 심볼이다.

공가(公家)나 쿄의 사람들에 대한 컴플렉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무력 뿐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문화를 몸에 익히고 천하의 다기(茶器)를 소유하는 것으로 천하를 쥐는 데 어울리는 실력자임을 증명하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도회에 눈을 뜬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최저한의 다기를 갖추고 스스로의 숙련도에 맞춰 단계를 밟아 도구를 바꿔나간다는 정석을 일체 무시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지만 골동품이나 미술품 등의 수집은 돈만 내면 되는 게 아니다.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무턱대고 모아서는 졸부 취미가 되어 버리고, 진위를 간파하는 눈썰미를 가지지 못하면 가짜에 속는 일도 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무력을 배경으로 위압하는 것으로 질이나 품위가 뛰어난 것들을 내놓게 하고,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싹쓸이했다.

후세에 '다기 사냥', '명물 사냥', '명기 사냥' 등으로 불리는 노부나가의 다기 수집은, 사카이나 쿄의 다도인들을 진심으로 떨게 만들었다.


명물 사냥에서 조금은 분이 풀렸는지, 노부나가의 기분은 약간 나아진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주 중 식주 환경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잠자리, 입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 특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9명이나 되는 요리사들이 해고되었기에, 한시라도 빠른 해결이 요구되었으나, 해결책을 내 줄 것 같은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오와리를 떠나지 못했다.

결국, 3월 상순까지 히데요시나 미츠히데는, 노부나가의 살기에 가까운 위압을 계속 받게 되었다.




3월 상순, 간신히 시즈코는 진두지휘를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낼 수 있었다.

그보다 조금 전, 2월 상순에 세 대의 목제 선반(旋盤)이 완성되고, 2월 하순에 수동식 세탁기가 완성되어 가동을 개시했다.

고비는 넘겼다고 하나, 아직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오와리를 떠나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그녀였지만,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에게서 날아오는 편지의 간격이 짧아졌기에 이 이상 미루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속부하 500명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을 데리고 쿄로 향했다. 엄중한 경호가 붙은 대열이었기에 시즈코 자신이 준비한 짐도 많았지만, 편승해서 쿄까지 물자를 운반하는 마바리의 행렬도 이어져 훗날의 다이묘(大名) 행렬처럼 보였다.

시즈코 자신은 짐보다 먼저 쿄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기에 소수 정예를 이끌고 말을 바꿔타면서 앞서갔다.

뒤이어 쿄에 오는 마바리대도 히데요시로부터 파견된 병사들 덕분에, 며칠 늦게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쿄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쿄에 도착한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마중을 받았다.


"수고했소, 잘 와 주었소. 강행군의 피로가 있겠지만, 영주님을 잘 부탁드리오"


"아케치 님이 직접 마중해주시다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위통을 앓고 있는 그는, 시즈코를 향해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츠히데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시즈코가 여자인 것에 놀라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와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인물은, 거의 전원이 시즈코의 성별과 젊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츠히데가 다른 사람에게 시즈코에 대해 들었을 가능성을 더하더라도, 시즈코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그거 거기까지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욕조 쪽은 부하들에게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영주님께 올릴 오찬의 준비에 착수하겠습니다"


"음, 미안하지만 잘 부탁드리오. 조리장 쪽은 준비를 마쳐 두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위장 언저리를 누르며 떠나갔다. 방치해두면 위궤양으로 쓰러질 듯한 기세였다.

이대로는 노부나가의 스트레스가 부하들에게 전염된다. 최악의 경우, 그게 한 원인이 되어 내부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노부나가가 어째서 식사에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시즈코는 생각했다. 대답은 대단히 단순했다.

쿄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안 한다. 그에 반해 노부나가는 무가(武家) 출신이다. 필연적으로 쿄의 사람들보다 많은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 등 무가 문화와, 귀족 등의 공가 문화는 거쳐온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하지만 공가는 쿄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 야만스러운 미개인이라고 생각하고 우월감에 빠진다.

자신들이야말로 일본의 중심이라고 우월감에 빠져, 자신들의 문화를 멋대로 상위라고 해석하고, 다른 문화를 야만스럽다고 한 끝에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그런 행위야말로 인류 역사상 자주 등장하여 충돌을 낳은 최악의 '야만'적인 행위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야기의 초점을 음식으로 돌려보자.

오와리 출신의 노부나가는 진한 간을 좋아한다. 그걸 가지고 쿄의 문화인이 뒤에서 노부나가의 미각을 비웃더라도, 쿄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이다.

현실은 비정하다. 노부나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쿄의 미래는 밝아지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끌려나오는 것은 좀 불쾌했지만, 불평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식사에 대한 불만의 원인을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칸사이(関西)와 칸토(関東)의 간이 다른 것은 꽤나 복잡한 사정이 있다.

예를 들면 메밀국수의 국물(つゆ)은, 칸사이에서는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국물, 칸토에서는 색이 진하고 농후한 국물이 사용된다. 이 차이는 '맛국물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한다. [*1]

칸사이 풍과 칸토 풍 모두에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을 조합하여 감칠맛을 끌어내고 있는 점이다.

글루타민산은 다시마나 간장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며, 한편 이노신산은 카츠오부시(鰹節)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감칠맛 성분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가 식문화의 역사적 배경으로서 나타난다.


칸사이에서는 애초에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있었기에 다시마로 글루타민산, 카츠오부시로 이노신산을 보충하고, 소금 또는 옅은 간장으로 맛을 냈다.

이 때문에 색이 옅은 맛국물이라도 강한 감칠맛을 갖는 요리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편 칸토는 다시마가 생산지로부터 운반되는 시기가 늦었고, 게다가 교통기관의 미발달에 의해 다시마는 고급품의 부류였다.

따라서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없어, 진한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보충했다.

이에 의해 카츠오부시(이노신산)에 진한 간장(글루타민산)을 더하는 것으로 감칠맛을 구성하여, 색이 진한 칸토 풍의 국물이 탄생했다.


정리하면 칸사이에서는 다시마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옅은 간장을 조금만 써도 되었고, 칸토에서는 짙은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다시마는 필요없었다.

설령 칸토에도 다시마가 대량 유통되었다고 해도 보급되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칸토의 물은 경도가 높은 '경수(硬水)'이기 때문이다. 경수로 다시마를 삶으면 물에 포함된 칼슘이 다시마에 달라붙어 감칠맛을 추출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달라붙은 칼슘이 다시마의 성분과 결합하여 떪은 맛이 되어 맛국물을 흐려버린다. 게다가 경수로 삶으면 다시마의 좋은 향과 동시에 나쁜 냄새도 잘 나게 된다.

'경수'로도 다시마 맛국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다 연수(軟水)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 식으로 과제가 많았기에 칸토에서 다시마가 쓰이지 않은 것은 역사적 필연이었다.


(사소한 불편이라면 조용히 참는 영주님께서 큰 목소리로 불만을 말한다는 건, 표층(表層)이 아니라 뿌리 부분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의 예상은 되었지만 결정적인 정보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요리에 관여한 사람, 그리고 그의 생활에 관여한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기대한 대로의 대답이 돌아왔기에, 시즈코는 즉시 조리에 착수했다. 점심 먹기에 딱 좋은 시간에, 그녀는 요리를 완성시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쟁반을 든 소성과 함께 노부나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상석에 노부나가가 앉아 있고, 그의 왼쪽에 히데요시와 미츠히데가 앉아 있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


히데요시가 시즈코를 보자마자 표정이 밝아졌지만, 나온 요리를 보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소박한 요리였다.

밥그릇에 담긴 밥, 파가 든 된장국, 닭고기 감자조림, 소송채 나물, 순무 껍질의 아사즈케(浅漬け).

닭고기 감자조림은 그렇다치고, 히데요시가 볼 때 시즈코가 내놓은 요리는, 오와리에서는 무장이라면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것들이었다.


"어서 드십시오"


쟁만을 노부나가의 앞에 놓는 동시에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먹기 전에, 어째서 이 요리를 택했는지 듣지"


노부나가의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 그걸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였으나, 시즈코는 긴장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실례지만 영주님께서 요 며칠 드셨던 식사들을 조사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사치를 부린 쿄 풍의 진수성찬들 뿐이었습니다. 며칠 정도라면 신기함도 있기에 괴롭지는 않겠지만, 매일같이 진수성찬만 먹으면 질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만, 영주님께서는 식사를 하시는 것에 고통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전히 제 눈으로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녀석이구나"


"그 말씀은 긍정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질리지 않는 일상적인 식사와, 평소에는 한 번이면 끝나는 진수성찬은 의도하는 바가 다릅니다. 미식에 식상함을 보이시는 영주님께는 고향인 오와리를 생각나게 하는 일상적인 요리야말로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훗, 마음의 평온을 주는 요리인가. 좋아, 사양않고 먹겠다"


노부나가는 닭고기 감자조림의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에서 서서히 험악함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이번 작전은 성공햇다고 시즈코는 확신했다.


"마음을 만족시키는 식사, 라……"


요리를 깨끗이 비운 노부나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가 중얼거린 말이, 고독감으로서의 외로움이 포함된 것처럼 들린 시즈코였다.




"잠시 괜찮으시겠소? 시즈코 님"


사이조를 데리고 노부나가의 식기를 걷어가고 있던 시즈코는,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불러세운 것은 미츠히데였다. 그는 시즈코의 앞까지 오더니, 등 뒤에 가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즈코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다.


"감사하오"


짧지만 그것이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해 준 것에 대한 감사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당황해서 미츠히데에게 고개를 숙였다.


"화, 황송합니다"


"하하핫, 겸손하지 않아도 좋소. 하지만 이야기로는 들었으나, 정말로 젊은 여자였을 줄이야. 조금 놀랐지만, 저 영주님을 앞두고 동요하지 않는 담력은 훌륭했소"


미츠히데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럼 실례하겠소. 지금부터도 영주님의 힘이 되어 주시오"


그렇게 말하고 미츠히데는 떠나갔다. 그의 등 뒤에 있던 가신들은 시즈코에게 인사를 하고는 미츠히데의 뒤를 쫓았다.

다양한 평가가 있는 미츠히데지만, 시즈코의 눈에는 성실한 성격의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그는 일본 통일 직전의 노부나가를 해치고, 게다가 후계자인 노부타다까지 해친 인물이다.

미츠히데가 혼노지(本能寺) 사변을 일으킨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완전히 그를 신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사람 더, 오다 가문 가신 중에 주시해야 할 인물이 있는데……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확증이 없는 이상, 섣불리 오다 가문 가신을 계속 의심하는 것은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킨다.

지금은 혼노지 사변이 일어날 징조를 모조리 없애버릴 힘을 축적할 시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려면 많은 협력자가 필요한데…… 섣불리 파벌을 만드는 것도 문제네―)


"시즈코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케치 님에 대해 무슨 생각이라도 드셨습니까……?"


미츠히데가 보이지 않게 된 이후에도 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즈코에게 사이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쿄 치안유지 경라대에 대해 묻지 못했네, 라고 생각해서"


"아,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아케치 님이 인수하셨었지요"


"현재 상황을 알고 싶었는데…… 뭐, 이번에는 됐으려나"


시즈코의 말에 납득했는지, 사이조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주방에 식기를 가져다주고 와야지"




식사 사정의 개선 이외에도 시즈코에게 맡겨진 안건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먼저 오와리로부터 운반해온 오카베(岡部, ※역주: 노부나가 휘하의 기술자 이름) 식의 나무통 욕조와 족욕용의 통으로, 노부나가의 목욕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킨다. 잠자리는 단순히 이불을 들여놓은 것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허가 없는 이불의 제조는 금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별장에 놔두고 있던 이불 세트를 운반해오기로 했다.

나무통 욕조, 족욕용의 통, 이불 세트, 그 외에 방석이나 도자기 등, 모두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쿄로 운반해왔으나, 그 후에 노부나가는 그것들은 시즈코의 예측과는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자기로 된 식기는, 노부나가가 쓰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며, 다양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밥그릇과 된장국, 반찬을 올리는 그릇을 나열하여 처음으로 하나의 그림을 이루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세토(瀬戸)의 도기(陶器)와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 만드는 자기(磁器)에 대해 다양한 보호 정책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자기 자체가 드문 전국시대에, 디자인성까지 뛰어난 식시를 당연한 듯 다룬다.

그것으로 지금까지 노부나가를 '문화적 교양이 없는 거칠고 난폭한 산원숭이'라고 무시해 온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열등감을 품게 된다. 족탕이나 뜨거운 물을 담은 통욕조, 이불을 알게 되고 더욱 할 말을 잃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는 타이밍을 재어가며 몇 명인가에게 도자기를 상으로 하사했다. 마치 그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신경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하듯이.

받은 사람들은 도자기의 독창성에 경탄했다. 개중에는 이 정도의 물건을 자랑하는 촌놈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려던 사람도 있었으나, 그 자신이 그 이상의 물건을 도저히 준비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명예에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대단히 사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고 시즈코는 훗날 얘기했다. 그 자신이야말로 문화인이라고 큰소리치는 놈들에게, 문화적이면서 그들이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을 선물하는 것이니 꽤나 속이 시원했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 자신도 깨닫지 못한 점이 있었다. 인간은 살고 있는 지역이나 문화적 배경, 인종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깊은 공포가 있다.

그 중에 '미지의 것은 무섭다'라는 게 있다. 즉 노부나가로부터 도자기를 선물받게 되자,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특히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도자기를 선물한 것은 '자랑'에 가까웠으며, 적의나 악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공포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가 시즈코에게 적의를 보이는 것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보다 '미지의 존재'라는 이유가 강하다.


노부나가가 문화인 패거리들에게 복수하고, 식사에 크게 만족하며,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이불에서 기분좋게 자기 시작한지 7일 후.

이제는 노부나가에 공포를 느끼는 부하들은 없었고, 그들은 기운차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노부나가 자신도 처음의 살기에 가까운 분위기는 조용해지고, 지금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쿄에서의 목적은 달성되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로 돌아갈 뜻은 노부나가에 전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조금 더 쿄에 체류하라'였다.

이유를 듣기 위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며칠 전에 남만(南蛮)의 선교사가 알현을 신청해왔다. 그 남만의 선교사와 만나는 것이 내일이라는 얘기였다.


(아―, 시기는 좀 어긋났지만, 상대는 루이스 프로이스(Luís Fróis)겠네)


작년의 상락 때, 노부나가가 루이스 프로이스와 만난 적은 없었다.

가신인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로부터 루이스 프로이스의 상황은 들었으나, 그는 '남만인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 모른다'는 이유로 만나는 것을 거절했다.

그 때는 선물을 하나만 받았으며, 그 이외에는 만나지 않는 것을 사과하기 위해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되돌려주었다고 한다.


"남만이라는 것이 영 와닿지가 않는군. 마침 잘 됐다, 오늘은 세계에 대해 듣지. 너는 남만 출신이니까 말이다"


"……………………………네? 아, 네. 그, 그랬네요. 네…… (아직 유효했구나, 그 설정)"


미래에서 온 것은 들키지 않았으나,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 출신이 아니라고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만 출신이라고 들었을 때, 시즈코는 잠시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잡념을 털어버리고 머릿속을 정리한 후 서둘러 노부나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좋다…… 거기서는 이야기하기 어렵군. 좀 더 가까이 와라"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두 발자국 정도 노부나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납득하지 못했는지 그는 "좀 더 가까이 와라"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노부나가의 눈치를 살폈다. 이윽고 상좌(上座) 바로 앞까지 와 버렸지만, 그래도 노부나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억…… 이, 이 위에 올라가도 되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관없다. 냉큼 올라와라"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상좌에 올라올 것을 재촉했다.

소성이나 부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시즈코 쪽이 놀라고 있었다. 상좌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앉는 곳이며, 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다.

잠시 망설인 시즈코였으나, 허리를 굽히고 상좌에 올라갓다. 여기까지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뭔가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즈코가 노부나가의 거의 코앞까지 이동했을 때,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라는 신호이다.


"말만으로는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손으로 들 수 있는 흑판을 준비했다. 그걸 설명의 보조로 쓰도록"


말과 함께 흑판을 건네받았다. 잘 보니 흑판에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것에 의식을 향하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라]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볼 뻔했으나 직전에 멈췄고, 시즈코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흑판을 가볍게 쓸었다.

손으로 노부나가가 쓴 글자를 잘 지우고는 흑판을 노부나가에게 돌려주었다.


"품질에 문제는 없군요. 영주님께서도 뭔가 쓰실 거라 생각되니, 말하는 사람이 흑판을 들기로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흠…… 좋은 생각이구나, 그렇게 하지. 먼저…… 나는 부처와 신의 차이를 모르겠다. 중놈들은 기독교를 사교도라고 욕하지. 하지만, 양쪽 다 신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대체, 신과 부처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


[종교세력은 견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냐]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흑판을 건네받았다. 가급적 흑판에 의식을 돌리지 않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군요…… 부처도 신도 '힘을 나타낸다'라는 점에서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나타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부처는 힘을 '성질'로서 드러내고, 신은 힘을 '인격'으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원은 요새도시이며, 무기 제조의 기지이기도 합니다. 또 상업 및 물류의 거점을 지배하고 있어, 거기서 이윤을 낳아 막대한 부를 얻고 있습니다]


"힘을 드러내는 형태가 다른 것이냐.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신이나 부처나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군. 결국은, 사람이 '힘'을 어떻게 보느냐에 불과한 것이구나"


[키나이(畿内)의 종교 세력 중 세력이 강한 곳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부처도 신도 믿지 않습니다. 아뇨…… 믿지 않는다기보다 맹신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좋을까요"


[우선 일본 최대의 부호 조지이자, 장원(荘園) 영지(領地를 다수 소유하고, 고리대금업 같은 약점을 잡는 대부업을 하여 상업 및 물류를 지배하고 있는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 현재의 히에이 산의 천태좌주(天台座主, ※역주: 엔랴쿠지의 주지 겸 천태종 불교 소속의 사원들을 총괄하는 직책)는 후시미노미야 사다아츠(伏見宮貞敦) 친왕(親王)의 5남인 오우인 뉴도(応胤入道) 친왕(親王)입니다]


"호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네게는 부처의 신앙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만?"


[혼간지는]


"제 할머니는 항상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두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해라. 그것들을 전부 다 한 다음에 처음으로 사람 손으로는 닿지 않는 것에 대해 신이나 부처의 힘을 청해야 한다, 고"


[혼간지는 키나이의 유통 거점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주님이 기후에서 시행하신 낙시낙사(楽市楽座) 정책(※역주: 당시 기성 세력의 기득권을 뒤엎은 경제개혁정책)의 원형으로 이윤을 낳고 있습니다. 혼간지의 제 11대 종주는 켄뇨(顕如). 켄뇨는 법명이며, 계명(院号)은 신교인(信樂院), 휘(諱)는 코우사(光佐). 부인은 뇨슌니(如春尼)로, 그녀의 언니는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의 정실인 산죠노카타(三条の方)]


"자신이 한 일을 신에게 보이고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것이냐"


[여전히 자세히도 아는구나]


"진인사이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린다, 고 말합니다"


[어째서 자세히 아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나,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게 의지하는 게 편하지 않느냐?"


[그건 묻지 않겠다. 출신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재주있는 자를 멀리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 게다가 너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나는 너를 신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나라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의 왕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부하들은 만능의 왕의 결단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여, 무슨 일이건 왕의 판단을 따릅니다. 설령 부부싸움에 대해서도요"


[재주없는 몸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처음부터 강자에게 의지하는 태도는 확실히 기분이 나빠지는군. 과연,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후에 하늘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인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지. 기독교란 어떤 것이냐?"


[이야기를 되돌릴까.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에 적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양할 필요는 없다. 숨김없이 이야기해라]


노부나가는 과장되게 헛기침을 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던 것이리라.

물론, 주위의 사람들이 아닌 자신과 시즈코 사이의 분위기였지만.


"남만…… 저는 유럽(欧州)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유럽 최대의 종교입니다. 다른 종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소규모라고 해도 좋겠지요"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과 적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우선은 영주님께 적의를 품고 있는 아사쿠라(朝倉)와 아자이(浅井) 사효노죠(左兵衛尉, ※역주: 관직명) 님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영주님께 적대할 거라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아자이 신쿠로(浅井新九郎) 님을 이쪽 진영으로 끌어들일 것을 아룁니다]


"이쪽의 불교 같은 것이냐"


[아무래도 상황은 내 상상보다 훨씬 나쁜 것 같구나]


"그렇군요. 일본의 불교처럼,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널리 믿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쪽으로 선교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결코 헛된 위협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만…… 한번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면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영주님께서는 답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허용 범위를 설정하고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과연. 너무 선입관이 지나쳐도 좋지 않겠지. 기독교 이야기는 이 정도로 좋다"


이야기는 끝났다. 간신히 끝난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간으로는 두 시간 정도였지만, 그녀는 반나절 가까이 이야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즈코는 천천히 상좌에서 내려갓다. 이야기가 끝났으니 상좌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고, 뭣보다 상좌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조여들어왔다.


"수고했다.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도록"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실례하겠습니다"


"음, 내일도 잘 부탁한다"


흘려들을 수 없는 말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를 마주보았다.

그는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미소를 띄우며 시즈코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너도 동석하거라"




다음 날, 노부나가가 선언한 대로 시즈코는 프로이스와의 알현에 동석하게 되었다.

방범(防犯的)의 의미에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다, 는 것으로 두건을 쓰고 무가의 정장을 착용하고, 가슴 부분에 천을 묶어 가능한 한 남자로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


(가, 가슴이 답답해……!!

아니, 남한테 자랑할 정도로 가슴이 큰 건 아니지만 말야. 게다가 얼굴이 푹푹 쪄……)


이렇게까지 하면서 알현에 참가시키고 싶은건가라고 생각했으나, 잘 생각해보면 이번의 알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그녀는 이해했다.

쿄나 사카이는 법화종(法華宗) 신도가 많다. 하지만 이 법화종, 신도를 확대하기 위해 다른 종의 비방중상을 하는 등 상당히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그 결과, 전투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비린내나는 항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자주 있엇다.

그런 다툼에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이리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출석시키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라는 게 시즈코의 본심이었다.


역사적 사실대로, 노부나가는 니조 성을 만들고 있는 공사현장의 다리 위에서 프로이스와 만나게 되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노부나가로, 그로부터 조금 지나자 사제로 보이는 인물과 신도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루이스 프로이스 사제(司祭), 그리고 통역인 로렌초(Lorenzo Ryosai(了斎)) 수도사네)


멀리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 중, 40대 가까운 남성이 프로이스 사제.

반대쪽에 일본인 예수회 회원인 로렌초 료사이 수도사(irmão)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크리스천 보호파인 와다 코레마사가 보이지 않네. 분명히 문헌에서는 프로이스를 가마에 태우고 이쪽으로 왔을텐데……?)


눈만 움직여서 와다 코레마사로 보이는 인물을 찾았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루이스 프로이스입니다. 오늘은 배알할 영광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특유의 인터네이션으로 프로이스와 자기소개와 회견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오늘은 햇살이 강하지. 모자를 쓰도록"


(저는 얼굴이 푹푹 찌는데요)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두건 속은 조금 더웠다. 하지만 벗을 수도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루이스 프로이스를 보았다. 외모는 유럽인 특유의 얼굴과 체형이었다. 신장은 평균적인 일본인보다 머리 하나는 크지만 그 대신 깡말라 있었다.

프로이스는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력을 가졌으며, 그가 쓴 보고서는 예수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다 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념으로, 오늘은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아, 유명한 그게 나오는구나)


처음부터 게임 클리어 상태에서 약간 재미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 책으로 아는 것과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은 감동에 차이가 생긴다.

프로이스가 뭘 헌상할지 알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두근두근거리는 시즈코였다.


"콘페이토(Konpeitō, 金平糖)와 알펠로아(alféloa, 有平糖)입니다"


그걸 본 노부나가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풀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 그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무사들도 그 신기한 것에 순간적으로 매료되었다.

유일하게 그게 뭔지 알고 있는 시즈코만이, 내심으로는 감동하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프로이스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하지만 금방, 얼굴을 두건으로 감추고 있으니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꽤나 흥미깊구나"


바로 손으로 들 거라 생각되었던 노부나가였으나, 그는 콘페이토가 든 프라스코(frasco) 병을 시즈코에게 건네주도록 손짓으로 지시했다.


"(아―, 이게 뭔지 말하라는 거구나) 이쪽, 프라스코 병에 들어 있는 것은 콘페이토군요. 양귀비 씨앗에 당밀(糖蜜)을 묻혀 굳힌 설탕과자입니다 (※역주: 흔히 말하는 별사탕)"


"코, 콘……?"


발음을 잘 듣지 못했는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노부나가가 다시 물었다. 시즈코는 약간 기분을 진정시킨 후, 다시 한 번 콘페이토(金平糖)의 어원이 된 포르투갈어의 단어를 말했다.


"콘페이토, 입니다. 일본어로 옮기면, 콘페이토(金平糖)가 됩니다"


"……과연, 이쪽의 통 같은 것은 무엇이냐"


"알펠로아입니다. 이쪽도 일본어로 옮기면, 아리헤이토(有平糖)가 됩니다"


콘페이토와 아리헤이토 모두 남만 과자의 일종이다. 양쪽 다 습기에만 주의하면, 설탕과 마찬가지로 2년에서 3년은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콘페이토는 전통적 제법으로 만들면, 습기만 주의하면 20년에서 30년은 간다고 할 정도로 보존성이 좋다.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 섭취, 타액의 분비 촉진, 컬러풀한 과자를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기에, 얼음사탕(氷砂糖)과 함께 비상식량인 건빵에 동봉된 적이 있다.


(양쪽 다 포르투갈 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으니 조금 알아듣기 힘들려나…… 어라?)


시선을 느낀 시즈코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프로이스와 로렌초가 안색이 나빠져서, 뚜렷한 두려움을 느끼며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헌상한 남만과자 등은, 어떤 영주에게도 놀란 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프로이스가 일본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노부나가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의 곁에 시립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에게 자신의 선물이 무엇인지 간파당해 버렸다.

프로이스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으나, 그것을 신앙심으로 억지로 눌렀다.


(주여, 가호해 주십시오)


프로이스는 그의 소문을 여럿 들었으나, 별로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노부나가는 부하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본 것 외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부하에게서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 중에서 최상의 것과 자신의 의견을 조합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에 와서 몇 명이나 되는 지배자를 알현했으나, 노부나가 같은 타입은 처음이라고 프로이스는 생각했다.

선한 인성과 명석한 판단력을 가진 보기 드문 우수한 인물이며, 큰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가졌다.

가신들이 노부나가에 대해 어딘가모르게 두려워하고 있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엇다. 그 이상으로 불길하게 느껴진 것이, 얼굴을 감춘 무사(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느긋한 표정으로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노부나가가 프로이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프로이스가 대답한다는 느낌이었지만.

그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서, 나이는 몇인가, 살고 있는 나라는 어딘가, 인도란 어떤 나라인가, 일본어를 배우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등 호기심 왕성한 노부나가다운 내용이었다.


그 물음에 대답한 후, 때때로 얼굴을 감춘 무사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이 프로이스는 약간 신경쓰였다.


"프로이스여, 네 친족은 너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예, 아, 아뇨…… 괜찮습니다"


갑작스럽게 질문이 개인적인 내용으로 바뀌었기에 프로이스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가. 하지만 부모는 소중히 해야 한다. 효도하고 싶을 때 부모가 없는 것은 쓸쓸하니 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을 때에는 부모는 없다"였다. 말하자면 프로이스를 배려한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어떤 좌절을 겪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효도라고. 저는 그 가르침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나라에서 데우스의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선교사의 사명은 다른 나라에 데우스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프로이스는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약간 흥미를 가졌다.


"설령 신자가 한 명만 남더라도, 저는 그 사람을 위해 평생 일본에 머무를 결의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프로이스의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눈은, 그 말에 거짓이나 꾸임이 없는 본심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이 나라를 찾았다고 판단했다.

프로이스는 깨닫지 못했지만, 노부나가는 프로이스 등 예수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본국의 척후이며, 침략을 돕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 예수회의 선교활동이 '적응정책(適応政策)'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예수회에 대해 일본에서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영주였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식민지 정책의 척후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진심으로 신앙심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노부나가는 스스로의 마음 속으로는 '포교의 허가를 내린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어, 수하들에게 물었다.

질문받은 쪽은 미칠 노릇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단지 질문을 받은 무사들의 대부분은 무난한 대답밖에 하지 않았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조바심이 난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향해 물었다.


"지금부터 그들에게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승들은 그들을 사교라 욕하며 포교의 방해를 하겠지요.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나오겠지요"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한번 눈을 감았다 뜬 후 말을 이었다.


"루이스 프로이스 님, 로렌초 료사이 님. 두 분께서는 적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까?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마태복음 제 5장 44절)'하실 수 있습니까?"


"그 말…… 네, 저희 주님의 가르침은 '미워하지 말라. 너의 적을 사랑하라'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성경의 한 구절이 나온 것에 프로이스는 순간적이나마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풀더니, 자애로움에 가득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영주님, 저…… 소생은 그들의 포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아룁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랑으로 포교를 한다면, 소생에게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소생은 그들과 칼을 맞대고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소생은 그들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


그럴듯한 말을 하고는 있지만, 실은 시즈코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쩐지 떠오른 말들을 늘어놓고, 어쩐지 식자(識者) 같은 분위기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만인과 벗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복할 거라 생각했다만


그 생각이 노부나가에게 들켰는지, 그는 히죽하고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의문을 말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시즈코의 종교관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외람되지만 영주님. 소생이 그들을 설복해서 머리를 숙이게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때의 소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그들을 내려다보기 위해 설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생이라는 존재를, 그리고 영주님을, 지금부터 알게 하기 위해 벗이 되는 것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재미있구나"




【참고문헌】


[*1]Column Latte


칸사이와 칸토, 메밀국수 국물의 색이 다른 이유는? 맛국물에서 배우는 일본 식문화

(関西と関東、そばつゆの色が違うのはなぜ?出汁から学ぶ日本食文化) (1/2)


   참고 URL:latte.la/column/2696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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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통합)  (16) 2018.04.18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3 1569년 1월 상순



그 질문에 시즈코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타임 슬립 직후라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했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전국시대에 오래 눌러앉아 버렸다. 금생의 이별이라고 생각한 것 만으로도 무의식중에 가까운 사람들이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그런 그녀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미츠오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뭐 빠르게 결론을 내는 것은 어렵겠죠. 하지만 각오는 해 주십시오. 그 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츠오는 타임 슬립 이야기를 억지로 끝맺었다.


거기서 미츠오는 자신은 시즈코와 처음 만나는 것이며, 아시미츠도 시즈코와의 대화를 우선하여 자신의 소개를 해 주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런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새삼스럽지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미츠오, 풀 네임은 다나카(田中) 미츠오입니다. 별볼일없는 평사원이죠. 사실은 이런 말투가 아닙니다만, 정중한 말투를 쓰려고 노력하다보니 버릇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리죠. 제가 현대에서 관여하던 업종은 축산업입니다만, 저는 축산을 행하는 계약농가가 아니라, 축산 경영을 보좌하는 쪽입니다. 아, 부업으로 음식점의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요리 실력에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습니다"


"축산 경영을 보좌하는 쪽……?"


요리 실력을 자랑한 미츠오였지만, 그쪽은 보기좋게 상대해주지도 않았기에 약간 낙심했다.

하지만 바로 기분을 고쳐먹고는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이었다.


"네, 축산도 원래는 농업의 일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논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과, 소나 돼지를 키우는 축산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실제로는 혼동하시는 농가 분들이 많고, 그 중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밭을 갈아엎고 축산으로 전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축산의 기초를 가르쳐주거나, 사료를 제공하거나, 해충에 대한 대처법, 육식가공업자 등의 출하처를 알선하는 등, 축산업의 일련의 흐름을 종합 서포트하는 일입니다"


"과연…… 그럼, 축산업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으시다는 거군요?"


그 물음에 미츠오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감이지만 저는 축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 시대에 있는 당연한 품종에 대해서밖에 대처법을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닭이라고 하면 계란용 품종으로는 화이트 레그혼, 육용 품종으로는 브로일러 종이 유명하죠. 그것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만, 원종(原種)에 가까운 닭에 대해서는……"


미츠오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현대에서 사육되고 있는 품종에 대해서다. 도중의 품종이나, 초기의 품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미츠오의 잘못이 아니다. 그 업종에 있다고 해서 역사를 자세히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다고 하셔도, 기초라는 건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니지요. 어느 정도 원종에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네에…… 뭐어…… 이 길에서 15년은 밥을 벌어먹었으니까요"


시즈코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축산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다고는 해도, 미츠오는 그 업종에서 15년은 일했다.


그렇다면 실행하지 못하고 좌초되어 있던 계획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지식이 있더라도, 그가 막심한 고생을 할 것은 훤히 보였다.

그래서 시즈코의 이 계획의 성패는 미츠오의 의욕에 달려 있었다.


"흐―음, 좀 여쭙겠는데, 미츠오 씨는 지금부터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말입니까? 저는 이 시대에 뼈를 묻을 각오입니다"


시즈코의 질문에 미츠오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현대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도 없고, 딸도 시집보내서 현세에 미련이랄 만한 미련이라고 하면 손주의 얼굴을 보는 것 정도입니다. 그보다도 이 세계에서 자신의 힘을 쥐어짜 살아가는 데 필사적이 되었고, 정신이 들어보니 매일매일이 대단히 충실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같은 일본인데 모르는 표정을 보여주는 세계가 있고, 자신의 요리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사람들도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는 저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가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군요, 시즈코 양.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자라는 동물은 단순합니다. 죽을 뻔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농담거리로 삼아버릴 정도로 말이죠. 뭐 그런 고로 다나카 미츠오, 전국시대에서 제 2의 인생을 걷겠다,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흠흠…… 그렇다면 제2의 인생으로서, 저희들과 함께 오다 영지에서 축산을 견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 막심한 고생을 하시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미츠오 씨의 의욕에 달린 거니까요"


팔짱을 끼고 미츠오는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아시미츠가 작게 웃음을 띄우면서 속삭였다.


"해 보는게 어떠냐, 미츠오. 입장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지. 그게 재미있는 것이라면 더 좋지. 어차피 현대에 얽매일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큰맘먹고 모험하는 것도 재미있지. 뭐, 걱정하지 마라. 실패해도 누를 끼치는 건 네 몸 하나니까"


부추기는 건지, 아니면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건지 모를 아시미츠의 말이었지만, 미츠오는 조금 생각한 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 군요. 요리 뿐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아온 축산의 지식과 경험을 썩히는 것도 아까우니까요"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츠오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 후회나 불안의 빛은 없었다.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며 미지와의 조우를 기대하는 듯 보였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라고 해도…… 으―음, 닭은 지금 품종으로 괜찮겠죠. 돼지는 류큐(琉球) 왕국(※역주: 오키나와)에서 1385년에 도래한 혈통의 흑돼지(아구)를 들여오죠. 분명히 지금의 류큐 왕국은 정치적 부패가 심각해서, 어느 정도의 돈만 쥐어주면 흑돼지를 들여오는 것도 가능할 거에요. 그리고 멧돼지의 사육도 시야에 넣어서―"


"꽤, 꽤나 많군요"


닭과 소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미츠오는 시즈코가 늘어놓은 품종에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물리는 짓은 남자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아, 소는 꼭 필요해요. 천연두(天然痘)의 대책으로서 소는 필수니까요. 산양은 유아의 젖 대용으로 쓸 수 있어요. 소보다 알러지 반응이 적으니까, 산양도 필수네요……"


전국시대에 가장 유행했던 2대 질병, 그것이 홍역(麻疹)과 천연두였다.

홍역은 전염력이 대단히 강하고 합병증을 일으키기 쉽다. 천연두도 강한 감염력과, 일설에 의하면 40%라는 높은 치사율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천연두는 우두(牛痘)를 사용한 종두(種痘)가 개발되는 18세기 말까지, 때로는 나라나 민족이 멸망하는 원인이 되었다.


"과연, 확실히 우두는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지요. 저나 아시미츠 씨, 시즈코 양은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이 시대 분들은 받지 않았으니, 천연두 백신으로서는 필수겠군요"


시즈코의 시대에서는 전 국민에게 정기 예방접종이 의무화되어 있엇다. 이것은 바이러스를 사용한 세균병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리고 박멸이 선언된 질병이 다시 유행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것은 예방 접종은 권장이 아니라 의무였으며, 위반하면 '고의로 질병을 만연, 유행시키려고 한' 죄로 벌금형 또는 금고형에 처해진다.

그만큼 세균병기에 의한 테러를 경계한 것이지만, 예방접종의 의무화는 여러 단체로부터 반발이 일었다.

반대하는 단체가 감정론으로 항의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정부는 항의를 무시하고 예방접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소가 특히 중요하군요"


"그렇지요. 수고를 끼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미츠오가 축산 대상으로 하는 것은 소, 흑돼지, 산양, 멧돼지, 닭이다.

광대한 토지와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지만, 교통 편의성 등의 이유로 개척이 이루어지지 않은 땅은 얼마든지 있다.


"미츠오의 이야기는 끝인가?

그럼 다음은 나로군. 이라고는 해도, 과거의 일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시미츠라는 이름도 가명이지"


"아, 분명히 시즈코 양에게 도움받았을 때부터 과거의 기억이 없으였지요 아시미츠 씨는"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대단히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먼저 아시미츠라는 이름은 가명으로, 그의 본명은 누구도 모른다. 본인도 기억해내려 해도 수수께끼의 단어가 떠오를 뿐, 중요한 풀 네임은 기억해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떠올린 단어를 늘어놓고 '아시미츠(足満)'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시즈코에게 발견되었을 때, 피투성이의 만신창이, 거의 빈사의 중상으로 쓰러져 있었다.

숨도 거의 넘어갈 상태였기에, 시즈코의 신고로 달려온 구급대원들도 십중팔구는 긴급 후송중에 숨을 거둘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그였으나,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장기간의 재활이었다.

먼저 그는 극도의 영양실조, 전신타박상에 긁힌 상처에 도검에 의한 상처, 목숨에 관계될 정도로 깊은 자상이 네 군데. 그런 만신장이인 상태에서도 아시미츠는 뽑아든 칼을 손에서 놓지 않고 굳게 쥐고 있었다.

3개월은 침대에 누워만 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후로부터는 의사도 놀랄 정도로 경이적인 회복력을 보여, 겨우 반년만에 퇴원하여 정기 통원치료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의 처우에 대해서 의사는 골치가 아팠다.

외국인이라고 생각된 그였으나, DNA 검사 결과, 일본인 특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아시미츠는 틀림없이 일본인이긴 했지만,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에 관한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도검에 의한 상처 등 외상에 사건성이 있는 경우 의사에게는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담당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극도로 경찰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아시미츠는 경찰이 뭔지 모른다, 는 상황이었기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보류되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미츠는 시즈코의 부모가 보증인이 되어 신병을 인수하게 된다.


"뭐 처음에는 고생했어요. 뭐라 해도 기억상실…… 욕실이나 화장실 사용법, 휴대전화나 TV등의 가전제품 사용법, 뭐 하나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어째서인지 가전제품은 무서워하기까지 했지요"


"어쩔 수 없지. 내게는 모든 게 미지의 존재였으니까. 이거고 저거고 당연한 듯이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고아 같은 기분이었다"


"TV를 처음 봤을 때는 비참했어요. 뭔가를 두려워한 끝에, 봉으로 후려쳐서 파괴해버렸으니까요. 그 뒤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언니가 보고 싶은 방송을 못 보게 되어서, 발광한 언니와 아시미츠 아저씨가 대판 싸웠으니까요"


"……그런 일도 있었군"


같이 살기 시작했을 당초의 일을 떠올린 건지, 시즈코는 그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시미츠에게는 창피한 추억이었으리라. 그는 볼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과연, 평소에 쿨한 아시미츠 씨도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딱히 쿨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뿐이지. 뭐, 생활에 익숙해지는 건 간단했다. 다만 과거의 나는 싱거운 맛을 좋아했는지, 좀 진한 맛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은 고생했지"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기억상실인 것 치고는 의외로 박식하신 아시미츠 씨는 어디서 그만한 지식을?"


"호적이 없는 아시미츠 아저씨는 아르바이트 같은 건 못 했으니까요. 그래서 집에 있는 책을 읽었는데…… 중간에 도서관에 틀어박혔었죠"


구해준 보답으로서 아시미츠는 뭔가 도우려고 생각했지만, 슬프게도 그는 농사일의 초보자였으며, 현대 지식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었기에 우선은 지식의 흡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다행히 아시미츠는 머리가 좋아서,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1년쯤 지나자 의무교육 레벨은 문제없는 레벨까지 흡수했다.

그 후, 책을 읽는 것에 눈을 뜬 그는,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서적을 읽어댔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는 특히 심리학을 좋아하여, 다양한 서적을 찾아 이곳저곳의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또 이야기가 빗나갔군. 어쨌든 나는 자신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 아시미츠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라고 생각해주면 돼. 그렇지, 잊기 전에 말해두지. 미츠오가 가져온 현대의 물건들이 든 가방은 시즈코의 손으로 넘어간 모양인데, 그 외에도 조금 더 있다. 라고는 해도, 가족의 사진이나 약간의 조미료 외에는 자잘한 것들이군. 내 물건은 시즈코도 알고 있지만, 칼 두 자루와 토시(籠手) 뿐이다.


"그 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 사고에 말려든다는 건 상상이 안 가는데요…… 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겠죠. 어흠…… 그럼 마지막으로 저네요. 그렇게 말해도 이름이 시즈코인 것과, 얼마 전까지 여고생이었습니다 정도밖엔 없네요―"


억지스러운 헛기침을 하고 시즈코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나 소개라고 해도 할 말은 적었다.

애초에 현대에서 뭘 하고 있었는가, 라고 말해도 여기에서는 무의미하고 아무 소용도 없다.


"명목상으로는 영주님, 즉 오다 님의 휘하인 모리 님의 휘하…… 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허울좋은 심부름꾼이네요"


"과연…… 입장적으로는 시즈코 양이 제일 고생하고 있군요. 저희들은 그냥 요리사니까요"


"익숙해졌어요, 영주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하지만 노부나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전부 부응했기에 시즈코는 홀몸이면서 안정된 생활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묘한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일단 저는 변함이 없고, 미츠오 씨는 축산. 그렇게 되면 아시미츠 아저씨는…… 신사(神社)의 신주(神主)?"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신사의 신주는 예상 밖이었는지, 아시미츠는 기묘한 것을 보는 눈으로 시즈코를 보았다.


"실례합니다, 분명히 노부나가는 종교를 싫어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데 신주 같은 걸 하면 죽음을 당하는 게?"


시즈코가 뭔가 말하기 전에 미츠오가 손을 들며 의문을 입에 올렸다.


노부나가가 불교도를 싫어하고, 기독교(伴天連)를 보호하여 쿄에서 포교를 허가했지만, 결고 기독교를 믿은 적은 없었다.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나 그밖의 절과 신사를 불태우거나, 혼간지(本願寺)의 잇코잇키(一向一揆) 무리를 철저히 학살하거나, 기독교의 신자였던 타카야마 우콘(高山右近)에게 '선교사를 죽이고 성당을 불태우겠다'라고 협박하거나 했다.

노부나가가 종교에 대해 냉혹비정한 태도를 관철한 것은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적이라면 신이나 부처조차 베어버린다, 며 야유받은 노부나가였지만 그건 좀 다른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최근에 생각하고 있었다.


"영주님께서는 종교가 싫다, 라기보다 특정 종교가 권력을 가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걸로 보입니다. 뭐 간단하게 말하면, 종교가가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 겠죠. 하지만 종교 세력은 기득권익을 침해당하지 않으려고 반발했으니, 사원이 가진 검단권(検断権)을 없애기 위해 철저하게 탄압한 거겠죠"


중세 일본에서 경찰, 치안유지, 형사재판에 관한 직무나 행위, 권한을 총칭한 말을 검단(検断)이라고 하였으며, 검단을 행할 권한을 검단권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세 일본에서는 검단권을 영주인 무사와 사원의 두 세력이 가진다는 이중지배구조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혼간지는 명확하게 혼간지로서의 영토를 갖지 않고, 엄연하게 영주가 존재했다.

하지만 영민은 영주에게 세금을 바치면서도 혼간지에 귀의한다는 지배구조가 되어 있었기에, 영주와 사원의 검단권이 중복 존재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목표로 하는 천하포무(天下布武)란, 무사에 의한 일본의 일원 통일이다.

사원의 검단권을 모두 없애고, 영주인 무사만이 검단권을 가진다는, 정교분리원칙을 철저히 하려고 했다.


"현대의 우리들이라면 몰라도, 근대까지 영민들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영주님의 행동은 불교를 철저히 탄압하는 것처럼 보였겠죠"


"하지만 노부나가는 혼간지의 잇코잇키 무리들을 몰살시키거나, 스스로 신을 칭하듯이 제육천 마왕(第六天魔王)을 자칭했었죠"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자신을 불법(仏法)의 수호자라고 선언한 편지에, 영주님은 확실히 자신을 제육천마왕이라고 칭하며 답신했습니다. 제육천마왕은 불교에서 신앙을 방해하는 욕망을 관장하는 천마(天魔)입니다만, 동시에 제육천마왕을 마주하는 것에 의해 신앙을 깊게 하는 일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위트에 넘치는 답장을 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요. 뭐어 후세에는 확실히 신이 되었지만요……"


"네?"


후세에 노부나가는 신이 되었다, 라는 말에 미츠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교토(京都)에는 메이지(明治) 천황에 의해 노부나가를 주 제신(主祭神, ※역주: 해당 신사에서 모시는 가장 중요한 신)으로 삼은 타케이사오(建勲) 신사(구 명칭 타케시오리타(健織田) 신사(社))가 있지. 덤으로 자식인 노부타다(信忠, ※역주: 키묘마루)도 같이 모시고 있다"


미츠오의 의문에 아시미츠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본이 외국 세력에 침략받지 않은 것은, 천하포무를 목표로 삼아 일본을 하나로 통일한 노부나가의 덕분이다.

그렇게 생각한 메이지 천황은, 메이지 2년 11월 8일(1869년 12월 10일)에, 천하포무, 조의부흥(朝儀復興) 등을 추진한 노부나가를 찬양하기 위해 타케시오리타 신사의 창건을 결정했다.

타케이사오 신사는 노부나가의 업적을 기념하여 국가안태(国家安泰), 난국돌파(難局突破), 대원성취(大願成就)의 신사로 친다.


"애초에, 오다 씨는 에치젠 국(越前国) 뉴 군(丹生郡) 오다(織田)의 오다 츠루기 신사(織田劔神社)의 신관을 지내던 일족입니다. 후에 에치젠 수호직(守護職, ※역주: 태수, 치안 책임자) 시바(斯波) 씨를 따라, 그가 수호를 맡고 있던 오와리로 이주한 것 뿐입니다. 즉 영주님은 신관 일족이며, 나름대로의 종교 지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신사에 관해서는 상당히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건립을 지휘했던 '오우신(櫻信) 신사'도 영주님의 취향이 꽤나 들어가 있으니까요"


"오우신 신사?"


"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신사가 있습니다. 당초에는 단순한 신사가 될 예정이었지만, 영주님께서 상당히 손을 대셔서, 지금은 아예 다른 물건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알리기 위해 시즈코가 건립한 오우신 신사는, 그녀의 예정으로는 작은 본전(本殿)과 종이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기외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시즈코에게 불만을 느꼈는지, 아니면 스스로 신사를 설계하고 싶어졌는지, 언제부터인지 노부나가가 이것저것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사의 경계를 정비하고, 시설이나 설비를 차례차례 더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보통의 신사로서 손색이 없는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흥이 돋았는지 마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 확장은 가속되어, 노부나가의 신사 건립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아무리 메이지 시대에 신사가 국가의 관리하에 들어가기 전까지 신사 그 자체의 구성은 통일성이 없었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의미불명의 설정이 된 신사를 받아도 시즈코는 곤란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마개조에 만족하셨는지, 건조가 끝나자 아무 말씀도 안 하시게 되었지만요. 그러니까 신주라기보다는 관리인일까요"


"성직자가 늘어나면, 교육자의 설득력이 붙으려나. 서당(寺子屋)도 대부분 불승들이 운영했으니"


"그것도 있겠네요. 어쨌든 이걸로 각자 방향성은 정해졌어요. 미츠오 씨가 가장 일찍 바빠지실 것 같은데, 잘 부탁드려요"


"이거 좀 노력해야겠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미츠오였으나, 목소리에서는 허세는 있어도 난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은 아시미츠, 미츠오 두 사람의 고용주인 노히메의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이건 쉽게 양해를 얻었다.

일단 노히메의 요리는 8할이 미츠오 담당으로, 남은 두 사람은 보좌밖에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시미츠를 빼가는 것을 노히메는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츠오의 배속변경에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흑돼지나 산양 등, 축산을 하는 것으로 짐승고기의 배리에이션이 늘어날 것이라고 듣자마자 미츠오의 전속을 허가했다.

정확히는 완전한 전속은 아니고, 미츠오는 노히메 전속의 요리사 겸 축산농가라는 입장이지만.

흑돼지나 사냥 고기를 맨 처음 먹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노히메는 미츠오에 대한 원조를 약속했다.

전속 요리사로서는 갑작스레 홀로 남게 된 고로였으나, 그는 낙담하기는 커녕 '노히메 님을 감동하게 할 요리를 만들어 보이겠다!'라며 기합을 넣을 정도는 되는 요리사였다.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분주했다. 미츠오의 첫걸음은 큐지로(久治郎)나 다른 상인과 함께 흑돼지나 산양을 찾아서 오키나와(沖縄), 큐슈(九州)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아시미츠를 신사의 관리인으로 삼는 주인장(朱印状)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얼마 후 그로부터 아시미츠를 관리인으로 삼는 것을 허가하는 주인장이 도착했다. 이걸로 아시미츠는 정식으로 신사의 관리인으로 채용되었다.

그 아시미츠는 원래 관리하고 있던 사람들과 처음에는 삐걱댔지만, 과묵하지만 성실한 성격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서 금방 친해졌다.


한편, 시즈코는 어떤 특수한 설비의 건조에 착수했다.

그것은 얼핏 보면 대형의 흙벽으로 만든 광(土蔵)으로 보였으나, 내용물은 마개조된 설실(雪室)이었다.

흙벽으로 만든 광은 광 내부의 온도와 습도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 기능을 이용하여 눈을 쓴 천연의 냉장고를 만드는 것이다.

소빙하기인 전국시대,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은 드물지 않았기에, 대량으로 모으는 것은 쉬웠다.


다만 현대의 냉장고와는 달리, 광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았다.

실험용의 통의 물이 얼어붙은 날도 있었고, 얼지 않고 물 상태를 유지한 날도 있었다. 거기에서 시즈코는 광의 온도는 마이너스 5도에서 5도 사이 정도일 거라 추측했다.

게다가 광의 지하에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만들었다. 콘크리트의 냉복사(冷輻射) 작용을 이용한 천연의 냉동고였다.

이쪽도 역시 온도는 일정해지지 않았으나, 냉동야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이너스 18도 이하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겨울 동안에는 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지만, 역시 동해 쪽과 다르게 태평양 쪽은 눈이 내리지 않게 될 때까지의 기간이 짧았다.

에치젠(越前) 근방으로부터의 운반 루트를 구축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으나, 에치젠이 노부나가의 영토가 될 때까지 그것은 불가능하다.


설실과는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어촌으로 발을 옮겼다.

이세(伊勢) 만(湾)에 접한 토우카이(東海) 지방에는, 옛부터 이 시기에 먹던 어떤 생선이 있었다. 그것은 숭어(ボラ)이다.

겨울의 숭어는 '찬숭어(寒ボラ)'라고 하여, 기름이 올라 맛있는 생선으로서 중히 여겨지고 있다. 구별법은 간단해서, 찬숭어는 눈에 지방이 껴서 흐릿한 상태가 되어 있다.

현대에서는 오염된 하천의 영향을 받아 냄새가 강한 숭어가 많지만, 전국시대에는 오염된 하천은 적었기에 냄새가 적은 숭어가 많았다.

애초에 숭어의 냄새의 원인은 피이며, 피빼기 처리를 제대로 하면 찬숭어가 아니더라도 냄새를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


다른 생선이 아니라 숭어를 선택한 것은 딱히 다루기 쉽기 때문만은 아니다.

숭어의 난소를 소금에 절인 후에 건조하면, 일본 3대 진미라고 하는 카라스미(カラスミ)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카라스미 제조는 첫 시도, 10월에 잡은 숭어는 난소를 적출하는 데 몇 번이나 실패했고, 어쩌다 용케 적출해도 피빼기가 잘 되지 않아 냄새가 났다.

11월은 비교적 나아졌지만 소금 간을 실패해서, 도저히 진미라고는 할 수 없었다.

12월에 간신히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명산품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그래도 술안주로는 좋다, 고 노부나가의 평가는 좋았다.


카라스미와는 별도로, 숭어의 살코기를 이용한 훈제 만들기도 전수했다.

숭어는 30cm에서 50cm 정도 되며, 말리기보다는 모아서 훈제 처리하는 쪽이 효율적이다.

훈제는 건어물로는 완전히 억제할 수 없는 '지방의 산화'와 '세균의 발생'을 해결하기 때문에, 건어물보다 보존성이 우수하다.

게다가 훈제로 만들면, 어느 정도 잃어버린다고는 해도 숭어는 영양가 높고, 또 훈제로 생으로 먹는 것과는 다른 풍미나 맛이 가미된다.

추위나 거친 바다 때문에 고기잡이에 나갈 수 없는 날이 많은 혹한기의 식량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숭어의 훈제를 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 시즈코는 굴(牡蠣)의 양식도 시작했다.

굴은 우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바다의 현미(玄米)'라 불린다.

죠몬(縄文) 시대부터 귀중한 먹거리였던 굴은, 일본에서는 텐몬(天文) 시대(1532-1555) 무렵에 양식이 이루어진 기록이 있다.

사실은 좀 더 이른 단계, 작년 8월까지는 준비하고 싶었지만, 상락(上洛)과 그 후의 처리에 정신이 없었기에, 이듬해로 미뤄지게 되어 버렸다.

양식하는 굴은 일본 2대 굴 중 하나인 참굴(真牡蠣)이었다. 이것은 일본 전역에서 수확할 수 있으며, 채묘(採苗)로부터 1년만에 출하할 수 있다.

3년만 지나면 씨가 굵어지지만, 생존확률이 해마다 낮아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1년 만에 출하된다.

사실은 태평양으로부터의 쿠로시오(黒潮)와 이세 만으로부터의 바닷물, 그리고 키소 삼천(木曽三川)과 미야(宮) 강으로부터의 담수가 적당히 섞이는 우라무라(浦村) 만 주변에서도 양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남(南) 이세는 노부나가의 영토가 아니기에, 이세 침공이 끝난 후에 사업을 시작하자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넓은 바다를 굴 양식에만 쓰는 것은 아깝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굴 양식 이외에 김과 미역 양식에도 손을 댔다.

현대의 마른 김이 등장하는 것은 에도 시대 이후로, 전국시대에는 생김이 주류였다. 하지만 희소가치가 높은 것 치고는 김은 불우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김이나 미역의 주된 산지에 이세 만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김의 양식은 가능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김도 미역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9월 하순에서 11월로 농번기가 끝난 직후다.

미역의 양식 기간은 11월에서 이듬해 5월 무렵, 김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튜브(浮き輪)를 쉽게 만들 수 없었기에, 김은 지주식(支柱式)으로 양식하게 되었다. 대량의 대나무 목재를 준비할 필요가 생겼으나, 시즈코는 자신의 대나무 숲에서 준비했다.


"김과 미역, 그리고 굴. 이 세 가지를 바다에서 양식하자. 김과 미역은 1년, 굴은 1년에서 2년. 순조롭게 진행되면 5년 후에 양식 사업이 궤도에 오르겠지. 완성형이 되려면 10년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것도 그물이나 밧줄의 원재료인 마(麻) 섬유, 그리고 지주 등에 쓰이는 대나무를 풍족하게 가지고 있는 시즈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김 같은 걸 어디다 쓰는 거냐"


"음, 마를 대량으로 쓰면서까지 양식인가를 할 필요가 있는건가"


키묘마루와 나가요시가 입을 모아 의문을 표시했다.

호위 3인방은 항상 함께 다니지만, 키묘마루까지 따라온 것에는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머리가 아파졌다.


"유비무환. 급해졌을 때 부족하다고 해봤자 늦어. 평소에 얼마나 밑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가 중요해"


"그런 건가"


"가끔 있지. 급한 상황이 되어서, 큰일이라고 말해봤자 늦는다고. 위기관리 능력은 중요하거든?"


"과연……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케이지가 화로에서 굽고 있던 작은 물고기. 그것도 뭔가의 준비인가"


"……들어넘길 수 없는 말이 들렸지만, 지금은 일단 넘어가겠어"


육지의 작물 생산을 궤도에 올린 시즈코는, 다음으로 해산물에 대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김, 미역, 굴의 양식. 그리고 작은 물고기인 혼모로코(ホンモロコ, ※역주: 잉어과의 담수어. 한국어 명칭은 따로 없는 듯)와 미꾸라지(ドジョウ)의 양식이었다.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김, 미역, 굴을 그녀가 버릴 리가 없다.

지금까지 해산물에 지원하지 않았던 이유는, 마 섬유를 풍족하게 생산할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모로코와 미꾸라지의 양식이네. 뭐 영주님이 땅을 빌려주셨으니까 실행할 수 있는 거지만. 미꾸라지는 장어에 필적하는 영양을 가지고 있고, 혼모로코를 양식하면 땅이 비옥해져"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좀 더 좋은 집에 사는 게 어떠냐"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넓은 땅과 장인을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넓은 땅을 혼모로코와 미꾸라지의 양식장으로 대개조해버렸다.

나름 넓은 땅이, 거의 양식장이라는 이름의 연못으로 뒤덮인 것에 노부나가의 머리가 아파졌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그렇다치고 혼모로코에는 어떤 문제가 있엇다.

비와(琵琶) 호수에서 산 채로 운반할 필요가 있는데, 현대라면 수온을 유지하거나 산소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어 펌프나 수온계)가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물론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써서 오와리까지 운반할 것인가, 이것이 시즈코에게 최대의 문제였다.

결국, 무식한 방법이 가장 심플하고 계획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장인들을 써서 비와 호수에서 양식장 사이의 각지에 점재(点在)하는 여관에 혼모로코를 일시적으로 방류해서 보관할 수 있는 연못을 만들게 했다.

그 연못을 써서 혼모로코를 산 채로, 오와리까지 운반한다는 무식한 작업을 성공시켰다.

당연히, 약한 개체는 운반 도중에 죽었지만, 그것은 운반을 담당한 사람들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저거 분명히 집을 짓는게 어떠냐, 라고 내려진 상이었지?)"


"(그렇지. 장인들은 안됐지만, 시즈코 님이시니 어쩔 수 없지)"


노부나가가 두통에 시달린 원인을 이해하면서도, 두 사람은 '완곡한 표현을 쓴 노부나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 두 사람, 뭐 하고 있는거야? 이곳 이외에도 돌아볼 거니까, 느긋해할 여유는 없어―"


설실의 설치 작업이나 어촌의 기술 전수 등, 농한기라고 해도 시즈코는 매일 바쁜 것에 변함은 없다.

그런 바쁜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시즈코에게 전달된 편지의 발신인은, 아케치 미츠히데와 히데요시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노부나가와 함께 니죠 성을 건설하고 있다. 그 두 사람이 공동으로 편지를 보내다는 무슨 일인가 하고 시즈코는 순간적으로 의아해했다.

하지만 내용을 읽은 후에는 어이없다는 말만 나왔다. 편지의 내용은 '영주님께서 최근, 땡깡이 심해져서 대응이 어렵소. 시즈코 님이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소'였으니까.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게 해라. 맛이 싱거우니 어떻게 해봐라. 잠자리가 딱딱해서 못 견디겠다…… 그냥 땡깡이잖아……"


"그만큼 신뢰받고 있다, 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편지를 집어던지고 마루 위에 엎어진 시즈코에게 차를 마시고 있던 키묘마루가 태평하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이 일대를 재정비할 안건도 있는데…… 거기에 쿄에 계시는 영주님의 땡깡까지는 대응 못 해"


"원인의 일단은 시즈코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네가 생각하는 생활 환경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쾌적하니까"


"알고 있어……"


시즈코가 전국시대의 생활 스타일을 개량하여 쾌적한 생활 환경을 구축한다. 그것을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여 도입한다.

그런 것을 계속한 탓인지, 노부나가는 생활의 쾌적함이 압도적으로 향상되어 버렸다. 아무리 쿄가 당시의 유행의 최첨단이라고는 해도, 수백년 후의 생활 스타일에 미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으―음, 하지만 지금 당장은 못 움직이겠지. 금후를 감안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이동시켜야 하고…… 뭣보다 챠마루 군이 이쪽으로 이사할테니까 그 구획이―"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고 신음했다.

노부나가는 상락을 성공시켜 많은 우군을 얻었다.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영주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적도 늘어났다. 조금 전까지 토우코쿠(東国, ※역주: 도쿄를 기준으로 한 칸토(関東) 지방)의 시골 영주였던 노부나가가, 일약 일본을 대표하는 영주가 된 것이다.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정책은 서민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기득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기득권익이라고 해도 생활 기반에 직결되어 있었기에 간단히 침해를 용납할 수는 없었고, 그것이 적을 늘리는 요인도 되었다.

적이 늘어나면서 그의 흠을 찾으려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났다. 거기서 시즈코의 주위가 특이한 환경이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그들을 멀리 떨어뜨려 놓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노림받는건 사양, 이라고 말하듯이 노부나가의 이주 정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케이지 씨에 사이조 씨, 쇼우조 군도 이쪽으로 이사하겠지. 게다가 무장들이 묵을 숙박 시설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해서 논밭은 갈아엎을 수 없고…… 으아아―"


마을 사람들을 전원 이주시킨 후, 노부나가는 온천과 부속 시설을 개량하고, 나아가 어느 정도의 병사들을 장기 주둔 또는 정착시킬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진행되어, 우선 시즈코의 마을을 포함하는 다섯 개를 없애 빈 터로 만든다.

거기서 우선 방위 시설을 제일로 고려하여, 주위를 둘러싸는 방위망을 강화한다.

그게 끝나면 노부나가의 별장, 시즈코의 집을 개축. 동시에 케이지나 사이조의 집을 건축, 무장들이 온천에 묵기 위한 숙박시설을 건축한다.

그 안에 뚜렷하게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논밭이 들어가는데, 그보다도 더 놀랄 일이 있다.

노부나가는 별장의 관리를 키묘마루에게 일임했다.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것을 이유로, 그의 교육 담당자도 마찬가지로 이사하지만, 그걸 빼더라도 주위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너에게 교육을 받아라, 라고 아버지는 말씀하고 싶으신 거겠지"


"그거 참 황당한 생각을 하시네, 영주님은. 그런데 계획서 안에 여성용 숙박 시설이 있다는 건……"


계획 중에 논밭과 마찬가지로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있었다. 그게 아무리 봐도 여성용의 숙박 시설이었다.

그것을 노부나가의 계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인물은 한 명 밖에 없다. 안 좋은 예감에 오싹거리는 것을 느끼며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물었다.

당연히, 그녀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네 예상대로다. 그런 시설을 아버지의 계획에 집어넣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서 한 분 밖에 없지"


"역시…… 노히메 님이시구나, 이걸 넣은 거. 정원의 한 구석에 수박밭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마츠 님의 희망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네"


"뭐, 포기해라. 딱히 네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니까"


무거운 한숨을 쉬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남의 일 처럼 말했다.


"……하아, 영주님의 대응은 다음 달이려나. 그 때까지 참아주면…… 좋겠지만"


"기대는 못 하겠군"


그렇겠지, 라고 시즈코는 중얼거리고 다시 한번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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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2 1569년 1월 상순



에이로쿠(永禄) 12년 1월 5일 (1569년 1월 31일), 쿄(京)의 혼코쿠지(本圀寺, 당시에는 혼코쿠지(本国寺)라고 쓰였음. 에도 시대에 들어와서 혼코쿠지(本圀寺)로 개명됨. 여기서는 개명 후의 명칭을 사용합니다)를 호우코슈(奉公衆)와 함께 임시 궁궐(御所)로서 사용하고 있던 무로마치(室町) 막부 제 15대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가, 시코쿠(四国)로 도망친 미요시(三好) 3인방에게 습격받는 소위 '혼코쿠지 사변'이 일어났다.


요시아키의 경호는 미츠히데를 중심으로 오우미(近江)와 와카사(若狭)의 쿠니슈(国衆, ※역주: 지방 무사)들 뿐으로, 노부나가의 본대는 거의 관계되지 않았다.

쿄에 있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어디까지나 쿄의 치안을 유지하는 부대이며, 요시아키의 호위는 임무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장비가 빈약했다.

그들은 주된 임무의 성질상, 행패를 부리는 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창이나 활 등의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휴대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전투 행위를 할 경우, 일단 틀림없이 막대한 피해를 내고 괴멸될 것은 명백했다. 그 문제점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상대하지 않고 진군했다.


애초에 사원이자 임시 궁궐로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는 해도 견고한 요세와는 거리가 먼 혼코쿠지로는 함락도 시간 문제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미요시 세력의 선두인 야쿠시지 사다하루(薬師寺貞春)의 군세를, 와카사의 쿠니슈인 야마가타 겐나이(山県源内)나 우노 야시치(宇野弥七) 등이 분전하여,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몇 번이나 저지했다.

결국, 그들이 버틴 덕분에, 이 날의 혼코쿠지는 함락되지 않고 날이 저물었다. 다음 날을 대비하여 미요시 3인방은 병력을 물렸다.


같은 날, 혼코쿠지 습격의 소식을 들은 노부나가는 즉시 출발했다.

폭설이라는 악천후 속의 행군이었으나, 그는 본래 3일은 걸리는 거리를 이틀 만에 주파했다.

하지만 심한 추위와 급한 출발의 댓가인지, 노부나가 휘하의 인부들이 몇 명 동사해버렸다. 그런 희생을 내면서도, 노부나가는 8일에 10기가 채 되지 않는 부하들을 이끌고 혼코쿠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도착하기 전, 1월 6일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나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 셋츠(摂津) 쿠니슈인 이타미 치카오키(伊丹親興),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 등 키나이(畿内) 각지로부터의 오다 세력이 집결했던 것이다.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얕보았다. 그들은 힘은 약하지만 5천명이라는 방대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키나이 각지에 있는 오다 세력에의 급보, 단시간에 그들이 도착하기 위한 길안내, 미요시 3인방에 대한 스파이 행위 및 게릴라 활동, 아군에의 물자 보급 등 직접적인 전투 이외의 후방 지원을 총괄하며 오다 세력의 역습을 뒷받침했다.

5천명이라는 정원은 노부나가가 그냥 생각난는 대로 입에 올린 숫자가 아니다. 평상시에는 쿄의 치안을 유지하고, 유사시에는 군의 병참 및 후방지원이 가능한 규모로서 필요한 인원을 계산한 결과가 5천인 것이다.


불리함을 깨달은 미요시 3인방은 퇴각을 시도했으나, 아시카가, 오다 군의 추격을 받았다.

카츠라 강(桂川) 강변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나, 본래의 전력이나 지휘관의 열세에 의해 미요시 3인방은 무참하게 박살났다.

후세에 '로쿠죠(六条) 전투', '혼코쿠지 사변'으로 불리는 요시아키 습격 사건은, 아시카가, 오다 군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국, 노부나가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결판이 났다.

쿄에 도착한 그는 우선 전공이 있는 이케다슈(衆, ※역주: 무리나 패거리를 말하는데, 둘 다 어감이 좋지 않아 굳이 번역하지 않고 일본어 독음으로 적었음) 이케다 마사히데(池田正秀), 첫날에 분전하며 버텨낸 와카사 쿠니슈 야마가타 겐나이나 우노 야시치에게 상을 내렸다.

다음으로 요시아키의 질책을 받았다. 다만 태도만큼은 달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으나, 그가 한 말의 10할을 노부나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요시아키 같은 성격의 소유주는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게 놔두면 된다, 고 노부나가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긴 것 치고는 실속이 없는 헛소리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쇼군 궁궐의 건설에 착수했다.

물론, 새로운 쇼군 궁궐로서 니죠(二条) 성의 조영에 착수하는 것은 요시아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요시아키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이나 키나이의 장기말들이 전사하는 것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1월 10일, 요시아키 측의 미요시 요시츠구 등은 사카이(堺)의 난보쿠노쇼(南北荘, ※역주: 독음 확실치 않음)에 사자를 파견하여, 사카이슈(堺衆)가 미요시 3인방을 도운 것을 질책했다.

미요시 3인방은 아와(阿波, 토쿠시마(徳島) 현에서 일단 사카이우라(堺浦)에 총 집결, 정월에 쿄로 들어가 5일에 쇼군 요시아키가 있는 혼코쿠지를 포위했다.

사카이우라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을 볼 때, 미요시 요시츠구는 사카이의 상인들 중에 미요시 3인방을 지원한 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자에 난보쿠노쇼는 두려움을 느끼고, 노인과 아이들 및 물건 등을 네코로(根来), 코나가와(粉川) 마키노오데라(槇尾寺) 등에 감추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자를 파고 무기고를 개방하는 등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카이가 명확한 대결 자세를 보이는 상태는 2월 11일까지 계속되었다.


노부나가는 사카이의 행동을 감시하면서도 미츠히데와 히데요시 두 사람에게 니죠의 궁궐 공사(普請)를 명하고, 나아가 쿄의 봉행(奉行, ※역주: 장관급 관리, 여기서는 책임자라는 의미에 가까움)에 임명했다.

니죠 성의 대궐(御殿) 등의 건설을 총괄하는 대행(代行) 봉행에 무라이 사다카츠(村井貞勝)와 시마다 히데미츠(島田秀満)의 두 사람을 임명했다.

보청 총봉행(普請総奉行), 즉 공사의 진두지휘를 하는 인물은 노부나가 자신이다.

건물의 대부분은 혼코쿠지의 건축물을 해체, 재조립하고, 돌은 호소카와 일족의 분가인 텐큐(典廐) 가문 호소카와 후지타카의 옛 저택에 있는 명석(名石), 후지토(藤戸) 석이 사용되었다.

그 외에, 쿄의 이곳저곳에서 모아들인 묘석(墓石)이나 석불(石仏)도 사용되어, 본격적으로 돌담(石垣)을 쌓은 성으로서 야마시나 토키츠네(山科言経)가 '이시쿠라(돌담(石くら)의 별칭)'를 보고 경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쿄는 니죠 성의 축성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 무렵, 시즈코는 약간 귀찮은 일에 착수하고 있었다.




정월 직전, 시즈코는 노부나가로부터 '기공총봉행(技工総奉行)'라는 관직에 임명되었다.

어떤 관직인지 확인해보니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고, 주위의 기술적인 개혁을 성공시키도록 지식을 빌려주는 상담역 겸 진두지휘자, 라는 얘기였다.

다른 점은 명확한 관직과 권한이 노부나가에게서 부여되었기에, 시즈코 단독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처럼 시즈코로부터 아야, 아야로부터 모리 요시나리, 모리 요시나리로부터 노부나가, 노부나가로부터 각 조직으로라는 경로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시즈코가 사람이나 조직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것에는 제약이 있어서, 시즈코가 명령하려면 기술개혁을 할 책임자의 서명이 필요하다. 즉, 개혁을 할 인물이 없으면, 아무리 노부나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도 그녀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지금과 큰 차이 없다고 이해한 시즈코는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큰 개혁을 할 인물은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매번 그렇듯이 무참하게 깨어졌다. 그녀가 '기공총봉행'에 임명되고 '로쿠죠 전투'로부터 일주일 후, 타케나카 한베에가 시즈코를 찾아왔던 것이다.


"군의 식량 사정의 개혁, 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상으로 대군을 동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군수품이 식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의 이야기는 군의 식량의 개혁이었다.

즉, 군사행동 중에 각 병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combat ration, ※역주: 전투식량)을 개혁하고 싶다, 는 얘기였다.


"……어째서 식량인가요?


처음으로 식량 사정에 생각이 미친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의문을 품은 시즈코는 그렇게 물었다.


"식사란 누구나 매일 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릅니다. 또, 좋아하는 것만 계속 먹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소생은 식사에서 몸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섭취해야 한다, 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식사로 몸에 필요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몸에 필요한 것을 '영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연, 영양입니까. 학문이 없어 죄송합니다만, 만약 영양이 몸에서 없어지게 되면 사람은 어떤 상태가 되는 겁니까?"


"사물을 분간할 수 없게 되거나,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거나, 옛 상처가 도지거나, 걷는 것이 힘들게 되거나 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군요"


"그렇습니까. 당신의 설명을 들으니, 역시 소생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않았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시즈코의 설명을 듣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얘기로, 설령 노부나가라도 군용식에 대한 개혁은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오히려 그는 식사에 집착이 없다.

최근에는 영양을 신경쓴 식사를 하고는 있지만,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신 뿐이며, 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뭐어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정월에 가신들에게 대해 '식사 12개조'를 배포했을 정도니까)


정월에 주연을 여는 것은 노부나가의 항례 행사였지만, 금년에는 인사하러 온 가신들에게 식사의 훈시라고도 할 수 있는 12개조를 적은 글을 건넸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하나         식사는 하루 세 번, 매번 국과 나물을 함께 먹을 것

7일에 한 번, 새고기나 생선을 먹을 것

어린아이에게는 성인식을 할 때까지 3, 4일에 한 번은 계란을 줄 것

소금, 된장, 간장, 미림은 필수 조미료로서 항상 떨어지지 않게 관리할 것

다섯         이틀 동안은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말린 고기를 상비해 둘 것

여섯         잡곡, 현미를 중히 여기어, 백미의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일곱         단맛의 과잉 섭취는 삼갈 것

여덟         술은 하루 2잔 정도로 조절하여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아홉         식사 전에 '잘 먹겠습니다', 식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등 식사의 예절을 명심할 것

부인, 아이에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주지 못하는 당주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열하나 모든 음식에 감사하며 남기지 않고 먹을 것

열둘 모든 음식에 귀천은 없음. 똑같이 하늘이 내려주신 맛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법이 아니라 훈시이며, 노부나가 자신도 농담을 섞어가며 가신들에게 배포했기에, 반드시 지키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하관계가 엄격한 전국시대에, 모시는 주군으로부터 훈시로서 받은 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노부나가는 기분파인 경향이 있어, 언제 훈시가 엄수해야 하는 법률로 바뀔지 모른다. 노부나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강제력이 붙은 12개조를 지키기 위해 가신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이 뒷날 오와리, 미노에 사는 사람들의 식생활을 혁신시키는 것을, 이 때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군용의 식사, 임시로 '전투식(戦闘食)'이라고 이름붙일까요. 이래저래 조건이 까다롭군요"


"그렇군요. 우선 수송에 견딜 수 있는 보존성이 필요하겠죠. 다음으로 영양 보급이 우수한 것이군요. 욕심을 말하자면 가볍고 입수하기 쉬운 재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고영양 보급식은 있기는 있습니다만……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조금 곤란하군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아야를 불러 어떤 것을 만들게 했다. 바로 완성된 그것을, 아야는 타케나카 한베에의 앞에 놓았다.

시험용으로 만든 오트밀이었다. 그릇은 세 개가 있었으며, 왼쪽부터 물로 불리기만 한 것, 된장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 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이었다.


"……흠, 보리 향이 강하군요. 확실히 이건 조금 문제입니다. 된장이나 간장 쪽은 냄새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있습니다만, 물만으로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트밀은 간단하게 영양 보급이 가능한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보리 향이 강하기 때문에, 쌀이 주식인 일본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면 어느 정도는 완화되지만, 그래도 보리 냄새를 완전히는 없애지 못한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더라도, 전장은 정신적 중압이 강한 장소입니다. 식사는 중요한 오락이므로, 맛없는 밥이나 단조로운 식사로는 질려서 사기의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행군 중에는 상인들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잡병들의 식사는 그들에게 장사거리입니다. 섣불리 그들의 장사에 끼어들어 반발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전장에는 무장, 무장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 아시가루(足軽, ※역주: 여기서는 무사라는 뜻), 잡병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는 매력적인 환경이다.

상인은 물이나 음식을 가지고 전장으로 가서, 잡탕 등의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의 기호품을 팔아 이익을 얻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인들의 시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대규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적지의 경우에는 아시가루나 잡병들은 다양한 물건들을 약탈하는데, 이런 약탈품들을 매입하는 것도 군을 따라다니는 상인들이었다.

다만 사들인 상품을 다른 잡병들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완전히 쫓아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붙잡힌 잡병들로부터 음식의 가격이 새어나가도 문제. 역시 잡병들은 현재 상태대로, 상급 아시가루들부터 무장은 독자적으로 준비, 가 좋겠지요"


상인이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이 뛴다는 것은 진중에 있는 식량이 부족한 것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주들은 붙잡은 잡병들로부터 진중에서 팔리고 있는 음식의 가격을 캐물어 적의 식량 사정을 어느 정도 추측했다.

이것을 교란, 또는 감추기 위해서는 진중에서 소비되는 식량을 모두 직접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재, 그만한 비축은 오다 군도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익이 높은 전장에서 상인들을 쫓아내면, 평상시의 매매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투식을 배급하는 대상은, 행군할 때마다 정하도록 하지요. 우선은 이 보리죽이 받아들여질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귀리……였던가요?

그것의 양산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귀리는 봄과 가을, 두 번 수확이 가능합니다. 재배에도 별로 손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보리죽은 귀리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 가공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산의 경우에는 전용의 기계를 만들 필요가 있겠군요"


"과연, 그런 점도 고려해서 금후의 방침을 결정하지요. 지금은 영주님께서 쿄에 계시므로 이야기를 크게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 아니,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있군요"


"그건 어떤 부분인가요?"


"아니, 별 것 아닙니다. 보리죽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보리와 쌀을 섞어보는 겁니다. 잡곡쌀도 쌀에 밤이나 피를 섞고 있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보리와 살을 섞어보면 어떨까요. 잘 되면 쌀의 소비를 줄이면서 영양이 있는 전투식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대에도 백미에 납작보리 등을 섞어서 밥을 짓는 사람은 있다. 오트밀은 단시간에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쌀과 함께 밥을 짓지 않고 다 지은 후에 섞어서 찌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이것은 백미의 맛과 오트밀의 '씹는 맛'이 섞여서, 보통의 백미를 먹는 것보다 높은 만족감과 포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얼마나 섞을지는 실험이 필요하지만, 타케나카 한베에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타케나카 한베에와 전투식의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킨카(金華) 산의 산기슭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에서 노히메는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동안이 아니었으며, 설령 노부나가라는 주인이 있더라도 노히메의 분방한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노히메가 멋대로 행동하는 걸 허락받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 본인이 내버려두는 것이 주 원인이었지만, 본인의 이런저런 언동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먼저 그녀는 노부나가에게 시집올 때, 아버지인 사이토 도우산(斎藤道三)으로부터 '노부나가가 진짜 멍청이라면 이걸로 찌르거라"라며 작은 칼을 건네받았다. 그걸 받은 그녀는 "그런 재미없는 말을 하는 아버지부터 찔러드리죠"라고 대답하여 도우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또 사이토 도우산과 사이토 요시타츠(斎藤義龍)의 싸움(나가라(長良) 강 전투)이 끝난 후, 요시타츠에게서 편지로 "네가 있으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돌아오지 마라"라고 귀가를 거부당했다.

누가 봐도 돌아갈 곳이 없는 궁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노히메는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아니 오히려 미노(美濃) 공략을 고민하는 노부나가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자에 대한 날카로운 후각을 가지고 있는지, 노부나가 거관에 들어와 있는 타국의 간자를 발견하고는 혼란시키거나 위통(胃痛)으로 망가지게 만들거나 했다.

때로는 피를 토하고 쓰러진 간자도 있었지만, 노히메가 대체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부나가가 질문해도 그녀는 생글생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중을 드는 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종적으로 '노히메는 자유롭게 행동하게 놔 둬라'라는 암묵의 동의가 형성되었다.


그런 이물질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노히메는, 아시미츠에게 기묘한 위화감을 품고 있었다.


"아시미츠, 너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환경을 걸어왔지 않느냐?"


위화감을 느낀 후의 노히메의 행동은 신속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아시미츠를 홀로 불러내어 단도직입적으로 정체를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보잘것 없는 요리사이옵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듯이 아시미츠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그의 태도에 화를 내기는 커녕, 꽤나 유쾌한 듯이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후훗, 그렇게 경계하지 말거라. 내 질문 몇 가지에 대답하면, 네가 찾는 것에 편의를 봐 줄수도 있느니라"


"……무슨 말씀이신지요"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다는 것이냐. 시간을 들여 신용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속을 떠볼 기분도 아니니라.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주군께 말씀드려 결코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만?"


순간, 아시미츠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가 변했다. 가볍게 들뜬 분위기가, 날카롭게 갈린 칼날 같은, 목숨을 노리고 싸우는 긴장된 분위기로. 그래도 노히메의 태도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하지만 네 태도를 볼 때, 그 녀석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어느 쪽이냐 하면…… 그렇구나, 애지중지하는 상대, 라고 해야겠구나"


"……그 애한테 손대게 하진 않는다. 그게 설령 신이나 부처 같은 것이라도"


"그 마음가짐은 훌륭하다면, 나는 딱히 녀석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느니라?

적어도, 이 오와리, 미노에서 그 녀석을 해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느니라. 자, 알았으면 그 흉칙한 물건을 얼른 거두거라"


아시미츠는 망설였다. 여기서 노히메를 베는 것은 쉽지만, 그 후의 전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잘못하면 오와리, 미노에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한숨을 쉬며 아시미츠는 시커먼 감정을 뱉어서 흩어버렸다. 그게 대답이라고 이해했는지, 노히메는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니라. 그럼 바로 말하겠는데, 너와 거래를 하고 싶느니라"


"거래?"


"그러하니라. 네가 찾는 사람, 즉 오와리에 있는 시즈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마. 대신 주군의 꿈에 협력해 주어야 하겠느니라"


"……그 애가 있으면, 나 따위는 필요없을텐데. 대체, 뭘 협력하라는 거지?"


"시즈코는 확실히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있느니라. 그만큼, 간자가 늘어낫지만 뭐 그건 간자를 처리하면 되겠지. 그게 아니라 시즈코는 불가능한 방면으로, 주군의 꿈을 도와주었으면 하느니라"


"그런 얘기인가"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다방면에 걸치고 있으나, 일부분만 노린 것처럼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애에게는 불가능한,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원한다고, 네년은 말하고 있는 것이군"


그것은 병기 개발이었다.

시즈코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전장식 라이플 보병총인 미니에 총이나 그것에 가까운 것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흑색 화약을 추진력으로 이용하여 국지적인 로켓탄이나, 염소산 칼륨을 정제하여 흑색 화약의 수류탄을 만들거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즈코는 흑색 화약의 재료인 초산 칼륨의 인공 정제 이후, 그러한 것들을 연구, 개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주군의 주변에 있는 적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놈들 뿐이니라. 그런 놈들을 굴복시키려면, 엇비슷한 무력만으로는 부족하지. 놈들과는 일획을 긋는 압도적인 폭력이야말로 지금의 주군께는 필요한 것이니라"


"의외로군. 네년은 그냥 멀리서 구경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놈들의 허를 찔러 망연자실한 꼬라지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필경 최고의 소일거리가 되지 않겠느냐"


미친 년, 이라고 아시미츠는 마음 속으로 욕했다.


"알았다. 하지만 오다 나으리가 순순히 협력을 요청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뭐, 신경쓰지 말거라. 조금 취미는 살리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는 듯 아시미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출입구의 문에 손을 댔을 때, 그는 돌아보지 않고 노히메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지. 어째서 나를 택한 것이냐. 그런 지식이라면 미츠오가 가지고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냐"


"무얼 새삼스레. 그런 건, 네 정체로 대답이 나오지 않느냐?"


"……실례하지"


노히메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시미츠는 떠나갔다. 그가 떠나가고 잠시 후, 노히메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역시 아시미츠만 태연한 것이 묘하구나. 시즈코와 미츠오는 땅에 발이 붙어있지 않지. 두 사람에게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억지로 존재하고 있는 듯한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시즈코와 미츠오와 같은 냄새가 나지. 자,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수수께끼가 지나쳐 괴이쩍게 생각되는 일조차, 노히메에게는 사고를 할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1월 중순을 조금 지났을 무렵.


"오늘만큼은 놓치지 않겠노라"


노히메는 그런 말을 하며 시즈코를 노부나가의 별장으로 납치해갔다.

연말연시, 노부나가는 정신없이 바쁜데다 현재는 쿄에서의 공사현장 감독을 하고 있다. 주위의 무장들도 이래저래 움직이고 있어, 필연적으로 정실(正室)도 집안일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놀러다니는 노히메의 신경은 얼마나 굵은 건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오네나 마츠도 매우 바쁘니라. 내 놀이 상대가 아무도 없느니라. 유일하게 한가할 거라 생각했던 시즈코도, 타케나카 한베에와 이것저것 바쁘다니 예상 외로구나"


"아니, 한가한 쪽이 좋은데요…… 그보다, 어디서 타케나카 한베에 님과의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의논을 한 지 아직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나가요시나 케이지, 사이조에게 오트밀의 시식을 시켜본 정도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노부나가에게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방탕한 노히메가, 마치 당연한 듯 정보를 입수해오는 것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을 느낀 시즈코였다.


"홋홋홋, 나는 간자의 필두이니라. 정보를 입수하는 것 따위 아무 것도 아니지. 내가 명령하면 영토 내에 있는 1만의 간자들이 순식간에 완벽히 조사해 오는 것이니라"


"……농담, 이시죠?"


"음, 농담이니라. 설마 믿은 것 아니겠지?"


(조, 종잡을 수 없는 분이네…… 과연, 그 사이토 도우산에게 '역시 내 딸이다'라는 말을 하게 한 사람답네)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의 심리를 아주 쉽게 꿰뚫어보는 헤아릴 수 없는 안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의 심정을 참작하지 않는 노부나가가, 어째서 상대의 심리면을 예측하여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인가. 그 대답이 노히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시즈코를 놀리는 것도 이쯤 하지. 내 명물 요리인을 소개하마"


"소개고 뭐고, 제가 쿄에서 데려온 요리인인데요…… 그보다, 정말 나머지 9명을 해고하신 거군요"


"문화란 흐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정해진 형태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놈들이 주군의 희망을 이루는 것 따윈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뭐어……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노부나가는 쿄의 장인들을 기후로 데리고 와서, 거기서 원래의 기후 문화와 일본 최첨단이라고 하는 쿄의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즈코나 다른 무장들을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장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유행의 최첨단에 있었다고 하는 자존심이 방해가 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장인들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노부나가나 노히메의 눈에 맞지 않은 장인들은 결국 쿄로 돌아갔다. 애초에 돌아가봤자 그들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그냥 소개하는 것도 재미없구나. 시즈코, 네가 무언가 문제를 생각하거라. 그걸 내 요리인들이 푸는 것이다. 어떠냐, 재미있지 않겠느냐?"


"네, 네에…… 그럼…… 으―음, 그러네요. 그럼 평소에 접하는 재료와, 고구마를 쓴 요리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그냥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매일, 그 요리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흠흠, 꽤나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럼 확인해 볼까. 요리의 재료는 평소에 접하는 것과 고구마를 조합한 것. 조건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이게 맞느냐?"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요리에 조건을 붙인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난 것이 아니다.

영양면을 생각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역시 먹는 데 익숙하지 않은 작물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백성들의 영양 개선을 하려면,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를 항상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의 시즈코가 가장 보급되었으면 하는 작물이 고구마였다.

고구마에 포함되는 카로틴은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변하여 야맹증의 예방이나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

그리고 비타민 C는 백혈구의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열에 약한 비타민 C이지만, 고구마는 가열해도 비타민 C를 잃어버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함이나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레시피가 세트로 필요하다. 게다가 한두번으로 만족할 정도로 너무 맛있는 요리……로는 안 된다.

미식이 지나치면 이틀 연속으로 먹을 수 없다. 따라서 매일 당연하게 먹고 있는 재료에 고구마를 포함시켜야 한다.


"그럼, 요리사들에게 그렇게 전하거라"


시즈코의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여흥으로 받아들였는지, 여전히 뱃속에서 뭘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노히메는,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지난 후, 노히메의 요리사들의 만든 요리가 노히메와 시즈코의 앞에 놓여졌다.


"오호라, 이것은"


(……당했네. 설마 이런 방법으로 실현할 줄이야)


두 사람의 앞에 놓은 요리는 '섞어지은 밥(炊き込みご飯)'이었다. 원래 섞어지은 밥은 잡곡밥(糅飯)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보리나 피, 들풀이나 잡곡 등의 밥밑(糅)이라 불리는 재료들을 약간의 쌀과 섞어 양을 불려 지은 요리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나라(奈良) 시대 초기에 끈기가 있는 밤만 섞어서 지은 '밤밥(栗飯)'이 원형이라고 전해진다.

쌀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없었던 시대에, 쌀을 절약하기 위해 태어난 요리이다.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쌀요리로서 등장하여, 에도(江戸) 시대에는 풍미나 계절감을 즐기는 요리로 발전했다.


(씹는 맛은 먹을 때의 만족감으로 이어지지. 고구마의 약점은 씹는 맛이 없어서 먹는 즐거움이 없다는 것…… 그걸 이런 방식으로 보완할 줄이야)


고구마의 단맛은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는 작용이 있고, 풍부한 식물섬유 덕분에 완식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씹는 맛이 없기에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는 식사는 대사를 저하시킨다.

섞어지은 밥이라면 다른 재료에서 씹는 맛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모양을 즐기며 쌀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복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졌군요"


"홋홋홋, 요리에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느냐. 굳이 들자면 맛이 없다면 지는 거지…… 음, 맛있구나"


노히메에게 이번 일은 승부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장기말의 자랑이었다. 시즈코가 놀라서 지금 같은 태도를 취한 시점에서 노히메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요리사를 이리로 데려오거라"


식사를 계속하며 노히메는 몸종에게 명령했다.

잠시 지나자 입구 저쪽에서 몸종의 말이 들려왔다. 대응이 신속한 걸 보니, 그들은 평소에도 자주 노히메에게 호출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어, 이번 뿐이겠지)


솔직한 얘기로, 노히메의 요리사와 시즈코는 접점이 너무 적다. 이번에 소개받더라도, 몇 달 뒤에는 이름조차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는 얼굴로 절임을 먹고 있자니, 입구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한숨과 함께 그쪽을 본 시즈코였으나, 어떤 것을 본 순간 전신이 경직되었다.

정확히는 문 저편에 있는 세 사람, 그 중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왼쪽부터 고로, 미츠오, 그리고―"


"아시미츠"


노히메가 마지막까지 말하기 전에 시즈코가 살짝 중얼거렸다.

입에 물고 있던 젓가락을 쟁반에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대며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섞어지은 밥이 나왔는지 납득이 가네요. 아시미츠 아저씨……가 관여했다면, 그게 나와도 이상하진 않으니까요"


"뭐냐, 너는 아시미츠와 아는 사이였느냐?"


아시미츠는 너무 티가 난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노히메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는 사이입니다만…… 얼마 전까지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요"


"정말이냐, 아시미츠"


노히메의 질문에 아시미츠는 눈을 감고 웃었다.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웃음을 띄우면서 아시미츠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시즈코. 대략 4년만…… 인가"




미묘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감돌았다.

평소에는 희로애락 중 '락(樂)' 이외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 시즈코가, 드물게 노기를 띠고 있었다.

그 감정의 대상일 아시미츠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당당한 태도였다.

노히메에 이르러서는 자리를 수습하기는 커녕, 이 상황을 즐기며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 고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여 눈을 크게 뜬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저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저도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작게 손을 들며 미츠오가 그렇게 말했다.

그걸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했는지, 시즈코는 퍼뜩 정신이 든 표정을 지은 후, 볼을 빨갛게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실례, 미츠오 씨. 조금 감정적이 되었네요"


"아뇨아뇨, 신경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시즈코 양은 너무 침착합니다. 당신 정도의 나이라면 감정적이 되어도 별로 이상하지도 않으니까요"


미츠오는 생글생글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든 성격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흠, 지금부터 대략 10년 정도 전에, 빈사 상태였던 그를 주워서 병원으로 옮긴 게 시작이었습니다. 1년 정도만에 완치된 후, 제 부모님이 '갈 곳이 없다면 우리 집에서 살도록'이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제가 이곳으로 올 때까지, 약 6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그대의 부모님은 꽤나 훌륭한 인물 같구나.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빈사의 남자를, 아직 어린 딸이 있는 곳에 끌어들이는 부주의함도 있는 듯 하다만"


"뭐어,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미츠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범죄자였을 경우, 시즈코는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골 특유의 폐쇄감만 결여되고 느긋함밖에 남지 않은 부모님은, 제 3자가 볼 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했다, 라고 그녀는 새삼 생각했다.


"흠……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는 묻지 않겠노라. 하지만 재회하게 되었으니 할 말도 많겠지. 나는 자리를 비울 테니 마음껏 대화를 나누거라"


그 말만 하더니 시즈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노히메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가는 노히메와 아시미츠들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던 고로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를 깨달았는지, 허둥지둥 방에서 나갔다.

방에 남겨진 것은 시즈코, 아시미츠, 미츠오 등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 사이에는 재회를 기뻐하는 분위기는 없었고, 어느쪽이냐 하면 어색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시즈코 양은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이대로는 얘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 미츠오는, 두 사람이 입을 열기 쉬운 화제를 꺼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 모르는 그에게, 반드시 관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타임 슬립이다.


"아뇨, 저는 아무 것도……"


하지만 시즈코에게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은 없었다. 미안한 듯한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츠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는지, 그다지 낙담하지 않은 태도였다.


"그런가요. 아뇨, 저도 직전의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시미츠 씨만이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군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시즈코는 아시미츠를 응시했다.

기계로 빼낸 것처럼 당시의 기억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미츠오의 얘기로는 아시미츠에게만 약간 기억이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약간 기대를 품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대만큼 그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미츠오가 타고 있던 버스가 사고를 일으킨 것과, 그리고 나와 시즈코는 그 현장에 우연히 같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 말은……"


시즈코의 말에 아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타임 슬립의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하지만 원인은 하나 뿐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잇는 세 사람이 전국시대로 날아왔다. 버스 운전수는…… 분명히 민가에 전화를 빌리러 갔으니 날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버스의 사고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노후화된 버스였으니…… 아마도 엔진을 꺼먹고 밭에라도 추락한 거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납득했다.

버스 운전수가 죽었다면 확실히 폐지될 마을 유일의 버스 노선은, 구형의 중고 버스였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는데다, 허구헌날 엔진을 꺼먹거나 엔진 이상 등의 고장이 발생했다.

거의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타고 오기에 이용률도 낮다.

"오랜 세월 운행했으니까"라는 한 마디로 유지되고 있는 버스 노선이었다.


"아마도 초상적인 힘이 작용하여 우리들은 전국시대로 날려보내진 거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타임 슬립의 원인이나 돌아갈 수단을 찾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뭐라 해도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뭐어…… 그렇지. 솔직히, 그 부분도 생각해서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가 먼저 발견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 때는 정말로 낙담했다."


"심한 말이군요. 뭐 제가 아시미츠 씨의 입장이라도 마찬가지로 느꼈겠지만요"


두 사람의 대화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을 찾고있던 두 사람에게 그녀는 의문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특수한 위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구나, 시즈코. 이 시대, 뒷배경이 없는 자가 먹을 것을 구하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 먹을 것조차 손에 들어올지 어떨지 모르지. 그렇기에 시즈코처럼 농업에 관계된 사람이 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네에……"


"굶주렸을 때는 소나무 껍질을 물에 불려서 먹었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는 먹을 게 없는 겁니다. 뒷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자신이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까지 나눠주시는 분은 부처님 정도입니다"


거기까지 듣고 시즈코는 간신히 이해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어서, 식량도 어느 정도는 노부나가에게서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르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의 뒷배경이 없고, 농사일이나 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몸 하나 뿐이었다.

신분을 보증해주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잘 곳이나 식량을 자력으로 손에 넣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밑으로 올 때까지 매일매일이 서바이벌이었던 것이다.


"만화나 게임에서는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 분쟁을 일으킵니다만, 현실은 그런 여유 따위 없습니다.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자멸 뿐이니까요"


"그렇지. 이해타산만을 생각해봐도,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의 분쟁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동료를 스스로 줄여서 어쩌겠다는 거냐고 생각되는군"


"뭐, 뭐어 만화니까…… 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어이쿠, 이야기가 빠졌군요. 아무튼 서로 협력한다고 하고, 우선 시즈코 양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각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면 반문하자, 미츠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에 뼈를 묻을지, 그렇지않으면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지,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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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1



01 분노의 무신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 (本多平八郎忠勝)



칸온지(観音寺) 성의 싸움은 미츠쿠리(箕作) 성 싸움이 주 전장으로 거론되기 일쑤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와다야마(和田山) 성과 칸온지 성에서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둘 중 하나, 와다야마 성에서는 이나바 요시미치(稲葉良通)가 이끄는 제 1대에 섞인 도쿠가와 군의 모습이 있었다.

오다 군에 비교하여 도쿠가와 군은 천 명으로 숫자가 적어, 오다 군의 일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 한층 눈에 띄는 존재가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물러나라! 물러나라!!"


도쿠가와 군 굴지의 무장,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

후세에 도쿠가와 사천왕(四天王), 도쿠가와 16신장(十六神将), 도쿠가와 삼걸(三傑)에 드는 그도, 이 때는 아직 20세 전후의 젊은 무장이었다.

하지만 19세에 직속군 선봉으로 발탁되어 병사 50기가 맡겨질 정도의 실력을 보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그는 '톤보키리(蜻蛉切り)'를 한 손에 들고 롯카쿠 병사들을 닥치는대로 베어넘기고 있었다. 그가 톤보키리를 휘두를 때마다 롯카쿠 병사들의 피와 살점이 날아다녔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내 앞에 나서 보아라!"


잡병 40명이 타다카츠에게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타다카츠의 기염 한 마디에 발이 멈췄다.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타다카츠를 눈앞에 다가오는 죽음으로 인식하고 등골에 고드름이 박힌 듯 온몸이 굳어졌다. 당장 도망치려고 해도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뱀 앞의 개구리 상태의 잡병들에게 타다카츠는 톤보키리를 휘두르며 돌격했다.

창을 한 번 휘두르자 세 명의 잡병들이 비스듬하게 두 토막이 났다. 일순의 시간차를 두고 피가 튀며 내장이 흘러내렸다. 날카로움이 지나쳐, 단숨에 죽지 못한 잡병들의 소름끼치는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무참하기 짝이 없는 지옥같은 광경에 살아남은 잡병들은 물론 아군 병사들까지 전율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수 이상이 베여 쓰러졌다.


"내 이름은 혼다 헤이하치로!! 자신있는 자는 덤벼라!"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말에 타고 있던 한 명의 무장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고작 한 기(騎), 두려워할 게 못 된다! 내 이름은-"


"걸리적거린다!"


창을 손에 들고 이름을 밝힌 무장이었지만, 한 합도 겨루기 전에 타다카츠가 베어버렸다.


롯카쿠 군 사이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무장이었는지, 그가 타고 있던 말의 목과 함께 일도양단되어버리자 롯카쿠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공포가 전선에서 전장 전체로 전파되어 갔다.

다들 타다카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거미 새끼가 흩어지듯 도망쳤다. 그 중에는 무기를 내던지고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는 병사도 있었다.


"도망치지 마라!! 롯카쿠 병사들은 겁쟁이 뿐이냐!? 나는 여기 있다! 전공을 세워 봐라!"


창을 휘두르며 포효했을 때, 날아온 화살을 튕겨냈다.

운명의 장난인지,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었지만, 롯카쿠 병사들에게는 눈 앞에 다가오는 화살을 베어 떨어뜨리는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였다.


"히, 히이이이이익!! 괴, 괴물이다-!"


롯카쿠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여, 당장 대오도 갖추지 못하는 오합지졸로 화했다. 타다카츠라는 귀신같은 맹장의 손에 의해.


"……어째서 헤이하치로는 저렇게 미쳐 날뛰고 있는 건가?"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야스마사(康政)에게, 마사시게(正重)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야스마사는 크게 한숨을 쉰 후,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가 만들어 준 주먹밥을 허리에 매달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롯카쿠 병사가 못쓰게 만든 모양일세"




02 시즈코가 만들고, 노부나가가 먹는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상락한 지 조금 지났을 무렵의 어느 날. 그 날, 시즈코는 쿄의 백성들을 인부로서 20명 정도 고용했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시즈코가 선언한 직후, 고용된 쿄의 백성들은 앞다투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우지마루(宇治丸), 즉 자연산 뱀장어였다. 뱀장어의 제철은 겨울이지만, 지금은 초여름에 들어선 무렵이라 제철과 상당히 어긋나 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제철 따윈 관계없었다. 그녀는 자연산 뱀장어를 써서 사치스러운 장어덮밥을 먹고 싶은 것 뿐이었다.

현대에서는 인구에 비해 제공 가능한 자연한 뱀장어의 수는 적어서 희소하다.

그걸 쓴 장어덮밥쯤 되면 적어도 5천엔은 한다. 고교생이었을 때의 시즈코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대단히 힘들지만, 전국시대에는 썩어 넘칠 정도로 돈이 남아돌고 있었다.

사람을 임시로 고용하여 자연산 뱀장어를 모으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낚시하는 게 아니라 강으로 뛰어들다니…… 파워풀하네)


"잡았습니다!"


팔짱을 끼고 그들의 어그레시브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 벌써 뱀장어를 포획한 인물이 달려왔다.

뱀장어가 들어 있는 나무통을 들여다보자, 제철이 지난 것 치고는 멋진 뱀장어가 들어 있었다.


"좋아, 제철이 지난 것 치고는 굵네. 이건 보수를 지급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돈이 들어 있는 나무상자를 열고, 안에 들어 있던 돈을 한웅큼 집어들었다. 집어든 것을 작은 자루에 넣은 후, 그걸 인부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돈을 받자 그는 그것을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 뱀장어를 옮긴 후 나무통을 들고 다시 우지(宇治) 강을 향해 달려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지, 우지 강에서 뱀장어를 찾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며 뱀장어를 찾기 시작했다.


"시즛치는 통이 크구만―"


"화폐 경제를 만들려면, 일단 돈을 써야 하니까. 나는 남아돌고 있으니까 팍팍 써야지"


곁에 있던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물자의 생산을 담당하는 1차 산업 종사자의 입장이면서, 다양한 이권을 자기도 모르는 와중에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로부터 얻어지는 권익 덕분에, 그녀의 지출은 적은데 수입이 막대하다는, 소위 말하는 돈이 남아도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돈을 쓸 곳이 거의 없다. 가끔 큰 돈을 쓰지만 평소에는 소박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남아돌아서 썩게 만들 정도라면, 뭔가 요란하게 써 보자고.

거기서 시즈코가 떠올린 것이, 현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두 겹 장어덮밥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돈을 아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자, 팍팍 잡아줘요"


시즈코는 우지 강에 있는 쿄의 백성들을 독려했다.

최종적으로 굵은 뱀장어가 10마리 잡혔을 때, 시즈코의 뱀장어 남획은 막을 내렸다.


뱀장어의 진흙을 빼면서, 그녀는 예전에 어딘가의 사이트에서 봤던 뱀장어 전문점의 비전 소스를 겉보기 흉내로 만들었다.

악전고투하면서도 뱀장어를 처리하고, 더위에 견디면서 화덕(七輪)에 자연산 뱀장어를 구웠다.

군데군데 태워버렸지만, 간신히 그녀는 자연산 뱀장어를 두 마리나 쓴 호화로운 장어덮밥을 완성시켰다.


"음, 맛있군"


그 맛에 노부나가도 크게 만족했다.




03 좋아, 그렇다면 전쟁이다



비트만을 알파 메일로 하는 그의 무리는, 알파 피메일인 바르티, 새끼인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 등 합계 7마리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개체가 하나같이 소빙하기의 영향인지, 대형으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특히 카이저는 아비인 비트만을 넘어설 정도였다.

카이저만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아비인 비트만과 위치 싸움을 벌인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지위가 아니다. 시즈코가 낮잠을 잘 때의 베스트 포지션 싸움이다.

무리 사회로 들어선 이후, 특히 시즈코에게 귀여움을 받(았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는 카이저는, 사나운 풍모에 어울리지 않게 대단히 어리광쟁이 늑대로 성장했다.

그것은 성체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체가 되어 파워와 스피드가 붙은 만큼, 어리광쟁이 성질은 더 강해졌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 사회성을 가질 때까지는 어미, 무리의 일원이 된 후에는 시즈코에게, 라는 식으로 어쨌든 카이저의 성격은 어리광쟁이였다.

아비인 비트만으로부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성질은 새끼들 모두에게 이어졌다.

그렇기에, 그들은 베스트 포지션을 놓고 다투었다.


그들의 베스트 포지션이 어딘가 하면, 그것은 시즈코가 봤을 때 왼쪽이다.

그 밖에도 머리나 발 밑 등 다른 장소도 있지만, 그들에게 지고의 위치라고 하면 왼쪽인 것이다.

반대로 오른쪽은 인기가 없었다. 그 이유가, 시즈코는 자고 있을 때 오른팔을 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컷들이 왼쪽을 놓고 배틀을 벌이고 있을 때, 바르티는 냉큼 오른쪽을 차지해버리거나 한다.


그들이 얼마나 바라던 간에 왼쪽에는 한 마리 밖에 누울 수 없다.

그걸 정하기 위해 비트만의 무리는 독특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것은 트라이애슬론이다.

룰은 지극히 단순하여, 시즈코의 집에서 마을을 한바퀴 도는 형태로 달려, 맨 처음 돌아온 개체가 왼쪽에 누울 수 있는 영예를 손에 넣는다.

이 때 만큼은 무리의 계급 따윈 관계없었다. 전력으로 도전하여, 승리한 자에게만 옥좌에 앉을 영예가 주어진다.


"오늘이야말로 베스트 포지션을 차지하겠다"


"좋아, 그렇다면 전쟁이다"


라는 식의 응수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늘도 다시 비트만들은 누울 권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04 노부나가 둑(信長堤)



오와리(尾張)와 미노(美濃)를 수중에 넣은 노부나가였으나, 광대한 토지를 지배하는 것에 따른 문제가 드러났다.

그것은 홍수였다. 키소(木曽) 삼천(三川)(키소 강, 나가라(長良) 강, 이비(揖斐) 강)은, 옜부터 홍수에 의한 수해가 심각하여, 대홍수에 의해 때때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명령으로 키소 강 왼쪽 기슭에 카코이 둑(御囲堤)이 건설되었을 정도로 옛부터 수해에 고통받고 있었다.

과거의 노부나가라면 수해를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그는 수로(水路)의 지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단순히 강권(強権)으로 수리(水利)를 독점하면 큰 반발을 받게 된다.

사람이 반론하기 어려우면서 그럴듯한 대의를 내걸고, 그 뒤에서 수리의 실권을 쥔다.

물은 가장 중요한 라이프라인이며, 수리를 손에 쥐면 영민들의 생사여탈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수해를 막아서 영민들에게 감사받으면서 실권을 쥘 수 있는 둑의 건축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노부나가는 결론지었다.


하지만 둑(이 경우에는 저수지를 가리킨다) 및 제방을 건축하는데는 방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게다가 자재(資材)도 문제였다.

한 방에 해결되는 방법은 없나, 노부나가는 며칠에 걸쳐 생각했지만 좋은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예 중요한 포인트만 골라서 대응할까 하고 그가 포기하려 했을 때, 신의 계시라고도 해야 할 번득임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지…… 그거라면 자재도 시간도 돈도 해결된다"


그가 떠올린 생각, 그것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골조에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그 위에 흙이나 자갈을 덮어 제방을 짓는 방법이다.


우선 처음에 상류 지역에 몇 개의 저수지를 만든다.

저수지를 만들면 우기와 건기에 관계없이 항상 안정된 수량을 공급할 수 있다.

그게 끝나면 다음에는 호안 공사(護岸工事)를 한다. 제방은 모두 하천의 최대 유량에 버틸 수 있는 강도가 필요하다.


여기서 노부나가는 제방에 콘크리트를 쓸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제방을 설치하는 부근에 장방형의 콘크리트 블록을 만든다. 블록이라고 해도 무게가 100kg 가까이 나가기에 바위 덩어리에 가깝다.

이걸로 제방의 토대로 삼을 겸 작업 구역을 명시화한다. 그 뒤에는 블록을 쌓아올려, 하천의 물이 넘치지 않는 높이까지 쌓아올린 후, 직접 콘크리트를 흘려넣어 모양을 잡아 간다.

필요한 높이까지 콘크리트의 벽을 만든 후, 그 위에 녹화(緑化) 콘크리트, 펄라이트를 섞은 혼합토(混合土), 마지막으로 잡초나 경관을 위한 나무를 심으면 완성이다.


콘크리트라면 하천 제방을 만들기 위한 돌을 쓰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 녹화 콘크리트로 덮으면, 주위의 경관에 녹아들도록 제방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병사를 쓰면 되고, 공병으로서 교육받고 있는 시즈코의 부대를 진두지휘로서 파견하게 하면 된다.


노부나가는 하천제방계획에 추가로 키소 삼천에 의해 형성된 충적평야(沖積平野), 즉 노우비(濃尾) 평야의 대규모 개발도 포함시켰다.

효율적인 토지 개발을 하여, 오와리, 미노에서도 유수의 생산 지대로 개조한다. 물자 운반은 키소 삼천의 수로를 이용하고, 육로에 대해서는 역마차를 설치하여 필요 거점으로 수송한다.


상류 지역에서 저수지나 제방, 노우비 평야의 개발이 끝나면, 남은 것은 하류 지역 뿐이다.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은, 그야말로 홍수와의 싸움의 역사였다.

하류 지역은 나가라 강, 키소 강, 이비 강이 그물 모양으로 흘러, 홍수가 날 때마다 지형이 바뀌는 지경이었다.

카코이 제방은 키소 강의 왼쪽 기슭에 약 50km에 달하는 대제방이지만, 노부나가는 수상운반로의 권익 독점, 홍수의 방어, 서쪽 각국 세력의 침입을 막는다는 군사적인 목적을 주로 하여, 키소 삼천의 완전 분류(分流)를 생각했다.


노부나가의 계획에서 그려진 완성도는, 기묘하게도 현대의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과 같은 형태였다.

그것이 노부나가의 의도인지, 시즈코에게서 얻은 지도를 흉내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쩄든 그의 계획은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의 완전 개수 공사 완료에 의해 공사가 종료된다.


완성되는 데는 백 년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전국시대 최대의 치수 공사였으나,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치수는 비원이며, 또한 오와리는 주요 촌락이나 도시가 서쪽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노부나가의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부나가의 진짜 목적은 깨닫지 못했다.

그의 진짜 노림수는, 이세 만(伊勢湾)의 제해권을 쥐는 것, 이세 나가시마(伊勢長島) 등의 윤중 지대(輪中地帯)를 지배 하에 두는 것, 그리고 혼간지(本願寺) 세력의 구축(駆逐)이었다.




05 전국시대식 양치



충치가 생기면 치과 의사에게 가면 된다. 그것이 현대인의 감각이지만, 전국시대에 치과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양치하는 습관 따윈 없다. 이것은 석유에서 정제할 수 있는 첨가 중합계(付加重合系)의 합성수지가 손에 들어올 때까지 칫솔의 안정된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현대에서 항상 양치를 하고 있었기에, 이빨을 닦지 않는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우연히 가지고 있던 거즈 손수건을 칫솔 대용으로 쓰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지를 재배하여, 열매 꼭지를 까맣게 태워서 소금과 섞은 것을 치약으로 삼았다.

칫솔은 말갈기 등으로 만든 특주품으로, 이걸로 아침저녁으로 양치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


당연하지만 양치의 습관이 없는 노부나가 등에게는, 시즈코의 행동은 희한하게 비춰졌다.

충치는 정제 설탕의 대량 섭취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설탕 자체가 귀중한 전국시대에는 충치의 발생률이 현대에 비해 낮다. 다만,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충치균은 옛부터 존재하고 있다.


구강 케어는 중요하다. 현대에서 이를 닦는 사람과 닦지 않는 사람의 수명 차이는, 양치를 하지 않는 것에 기인하는 발암도 포함하여 13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게다가 충치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는 해도, 이빨을 닦지 않으면 치주병(歯周病)에 걸린다. 치조농루(歯槽膿漏)로 이빨이 모두 없어지면,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건 딱히 인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야생의 짐승들도 이빨을 잃으면 먹을 수 없어 죽게 된다.


"아야 짱도 꽤나 양치에 익숙해졌네"


"네, 시즈코 님께서 억지로 제 입을 벌리고, 입 안을 칫솔인가 하는 것으로 닦으신 덕분이네요"


아야는 시즈코에 의해 양치의 습관을 철저히 교육받았다.

당연하지만 아야는 그런 습관이 없기에 몇 번이나 잊었으나, 그 때마다 시즈코는 억지로 양치를 시켰다.

때로는 목을 조르면서까지 아야에게 양치를 시킨 시즈코였다.


"앗하하―, 미안해 아야 짱. 하지만 나, 아무래도 입 속이 청결하지 않은 사람은 견딜 수 없거든"


노부나가처럼 거리가 있다면 견딜 수 있지만, 몸 가까이에서 접하는 아야의 숨에서 냄새가 나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치주병 예방은 중요해. 이빨이 나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쉬우니까"


말할 필요도 없이 이빨은 중요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껌을 씹는 것은 딱히 과자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씹는 것으로 뇌로 가는 혈류를 활성화시켜 집중력을 높이고, 순발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빨의 교합이 좋으면 몸의 밸런스가 안정되고, 파워도 이빨이 나란하지 않는 사람보다 강해진다.


그리고 키묘마루도, 나가요시도, 케이지도, 사이조도 이 양치의 습관만큼은 싫어도 교육받았다. 그게 어느 새 노부나가에게 전해졌고, 그가 흉내내기 시작하자 모리 요시나리나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가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히메도 흉내내기 시작했기에, 오와리, 미노에서 일시적으로 가지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06 도쿠가와의 참마즙 보리밥



오와리(尾張)와 미카와(三河)에서 면화 공동 재배 회의가 있는 날, 우연히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이에야스(家康)는, 변덕을 부려 회의에 참가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도 크게 놀라는 일은 많았지만, 그 날 그가 가장 놀란 것은 식사 때의 일이었다.


"(헤이하치로, 왜 그녀가 식사를 만들고 있는 게냐?)"


그것은 오와리 진영의 식사를 시즈코가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 시즈코는 오와리 진영의 톱, 아무리 생각해도 식사를 만든다는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니와(丹羽)를 필두로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들떠서 완성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과연 시즈코 님! 스스로 식사를 만들어서 가신을 위로하시다니……)"


"(음, 네게 물은 내가 바보였던 것 같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듯한 기세의 타다카츠를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쳐다본 후, 시선을 시즈코 쪽으로 돌렸다.


"시즈코 님. 실례인 줄은 알지만, 시즈코 님의 요리를 견학하고 싶습니다"


"어, 아, 네. 뜻대로 하세요-"


가까이서 견학한 덕분에 보리밥을 짓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절구로 갈고 있는 것이 뭔지 이에야스는 알 수 없었다.

실은 시즈코가 절구로 갈고 있는 것은 천연의 참마였다. 껍질을 벗긴 참마를 직접 절구로 갈고, 그 후 맛국물을 더해서 불린다.

맛을 내기 위해 술, 미림, 간장, 계란, 된장 등을 더해서 즙으로 만들면, 보리밥에 부을 토로로(とろろ, ※역주: 밥 위에 부어 먹는 소스 같은 것)의 완성이다.

남은 맛국물은 된장국을 만들 때도 쓴다.


"완성"


밥을 담고 위에서 토로로를 부은 후, 된장국과 야채절임을 곁들여 '토로로 정식'의 완성이다.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에야스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실제로 맛있으리라. 오와리 진영 사람들은 맛있다 맛있다라고 말하며 보리밥을 입으로 퍼넣고 있었다.


(으으윽…… 먹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맨얼굴을 드러낼 수는 없다!!)


강철의 의지로 식욕을 억누르는 이에야스에게, 아무 것도 모르는 시즈코는 악의없는 추가 공격을 가했다.


"두 분도 어떠신가요?"


"크흡! 저, 저는-"


"잘 먹겠습니다!!"


다시 흔들리려 한 이에야스의 말을 덮어버리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남자,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에야스의 살기가 타다카츠를 향한 것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한 노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여, 나온 참마즙 보리밥을 온 신경을 집중해서 퍼먹고 있었다.


(헤이하치로-----!!!)


주먹을 꽉 쥔 이에야스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숨을 한 번 쉰 후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병을 앓고 있기에, 여러분께 등을 돌리고 먹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참마즙 보리밥의 냄새에,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릴 수 있는 이에야스의 강철의 정신은 드디어 함락되었다.


"그건 어쩔 수 없지요. 신경쓰지 말고 드시지요-"


그는 참마즙 보리밥 정식을 시즈코에게서 받아들고, 타다카츠를 등지고 앉았다. 그리고 겨우 두건의 앞 부분만 풀었다.

순간, 참마즙 보리밥의 냄새에 더 참을 수 없게 된 이에야스였다.


"시즈코 님, 맛있습니다"


멀리서 가노(家老, ※역주: 신하들의 우두머리)가 천박하게 먹는 것을 나무라는 듯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에야스는 무시하고 주위와 마찬가지로 보리밥을 퍼먹었다.


(아아…… 참을 수 없구나)


맑은 하늘 아래, 뭐라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 이에야스는, 그 후 참마즙 보리밥을 세 그릇이나 더 주문했다.


후일 이에야스가 타다카츠에게, 그 때의 참마즙 보리밥의 레시피를 시즈코에게서 알아내도록 명령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07 마성(魔性)의 여인 노히메(濃姫)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라무네이옵니다"


"여러 가지 색깔이나 모양을 한 과자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하구나, 시즈코"


접시에 담긴 다양한 색깔의 라무네 과자를 보고 노히메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무네 과자는 포도당, 녹말, 구연산 세 가지로 만들 수 있다. 포도당은 고구마의 전분으로 만들고, 녹말은 감자로 만든다.

유일하게 구연산만 까다로운데, 쓰는 물의 양을 줄이고 레몬을 짠 즙으로 대용할 수 있으므로 문제없었다.


"몸에 잘 흡수되는 당분을 사용하고 있사오니, 너무 많이 잡숫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호호, 주의하도록 하겠다. 그럼, 조금 싸 주겠느냐?

주군께도 잡숫게 해드리지 않으면 나중에 시무룩해지실 것 같으니 말이다"


"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싸드리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라무네 과자를 작은 항아리에 넣어 노히메에게 건넸다.

그 후 한동안 시즈코가 있는 곳에서 놀 만큼 논 노히메는,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기후(岐阜)의 노부나가의 저택으로 귀가했다.

귀가한 후, 곧장 노부나가와 라무네 과자를 먹으려고 한 노히메였지만, 저택에서 일하는 소성 한 명이 불러세웠다.


"무어냐, 나는 주군께 용무가 있느니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에 노히메 님을 섬기던 시녀인 츠유(露) 말입니다만, 건강이 나빠져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츠유 대신 새로운 시녀를 고용했습니다"


"호오…… 그럼 즉시 새로운 시녀에게 일거리를 주도록 하지. 이 글을 주군께 전해드리고 오거라. 니히메(仁比売)로부터, 라고 하면 주군께서는 이해하실 게다"


그렇게 말하며 편지를 새로운 시녀에게 건네고는, 노히메는 그대로 대답도 듣지 않고 그 자리를 떴다.

그 후 시종 말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 노히메였으나, 방의 문을 닫자 이윽고 그녀는 표정이 변했다.


(새로운 시녀라고…… 멍청한 놈이. 저건 시녀가 아니라 타국의 간자니라. 뭐 대강 예측은 되는군. 나에게서 니히메가 있는 곳을 캐낼 생각이겠지)


니히메의 존재는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노부나가가 막대한 부와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게 된 가장 그럴듯한 이유로서 타국에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니히메는 종4위상(従四位上)이 첫 품계이다. 헤이안(平安) 시대에 절대적인 권세를 자랑했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의 아들, 요리미치(頼通)조차 승전(昇殿)이 허용되는 5위가 첫 품계였다.

맥이 끊긴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의 딸,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인물에게, 요시아키(義昭)의 종4위하(従四位下)를 뛰어넘는 종4위상이 주어지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사람은 혁신적인 기술을 훔치기 위해, 니히메가 있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타국의 간자가 아무리 고생해서 탐색해봐도, 아직까지 니히메가 있는 곳의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게다가 니히메가 존재하는 쪽이, 조정이나 사사(寺社, ※역주: 종교 세력) 놈들에게 유리하지. 니히메가 주군의 계략을 눈치채는 건 과연 언제가 되려나. 하여튼 주군도 사람이 나쁘시지)


어딘가의 방에 숨어 자신에게서 받은 글을 서둘러 베껴쓰고 있을 간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노히메는 키득하고 웃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정보라면 사실일 거다, 라고 사람들은 쉽게 믿지.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서 약간의 사실을 섞어 두면, 점점 더 사실이라고 믿게 될 터. 날카로눈 자라면 거짓이라고 알아채겠지만, 이번에는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지. 내게는 어느 쪽이든 좋은 결과야)


노히메의 편지는 거짓이 3할, 전혀 의미가 없는 정보가 6할, 진실이 1할의 비율로 쓰여 있다.

다만 진실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간자 대책으로 흘리고 있는 내용을 노히메가 나름대로 바꿔 적은 내용이다.

즉 진실이 들어있는 듯 하면서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단순한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는 편지다.


(그럼, 다음 간자는 언제까지 버텨 줄까)


천사로도 악마로도 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노히메는 새롭게 손에 들어온 장난감을 다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08 쌀 + 마 = 바이오 플라스틱



이듬해부터 오와리, 미노 전토에서 기후(岐阜) 쌀의 재배를 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시즈코는 드디어 마(麻)를 사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마만으로도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시즈코가 알고 있는 제법 중에서 가장 안전, 그리고 전국시대에서도 원재료를 모으기 쉬운 것이, 쌀과 겨릅대(麻幹)를 혼합한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다.


이 제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군수품인 쌀이 관계되어 있는 점이다.

현대 일본이라면 비축미(備蓄米) 중 오래 묵은 쌀이 정기적으로 대량 발생하므로, 마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를 제조하는 데 쌀을 이용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오래 묵은 쌀을 처리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서는 쌀의 양이 그대로 유지 가능한 군대의 규모에 직결되기 때문에, 개발에 돌릴 여유가 생겨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도 기후 쌀의 등장으로 끝난다.

지금까지의 기법에 조금 수고를 더하기만 하면 농약을 살포한 쌀과 동등한 수확량이 손에 들어오는 기후 쌀이라면,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의 개발에 돌릴 여유가 생겨난다.


마에 대해서는 간단했다. 오와리, 미노 전토에서 재배하면 충분한 양의 겨릅대가 손에 들어온다.

전용의 토지는 1년 내내 재배하지만, 백성이 사용하는 토지는 겨울에 재배를 집중시키면 농번기와 겹치지 않는다. 그것을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전국민 영양개선 계획을 떠올렸다.

조금 생각한 그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겨릅대를 안정적으로 입수하며, 나아가 삼씨를 백성들에게 항상 먹게 하여 양쪽 모두 이익이 되는 방법을.


우선 시즈코는 마의 재배를 전국적으로 추천했다.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백성들에게 이익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마의 줄기 부분으로만 타겟을 좁혔다. 시즈코는 백성들에게 '마의 줄기를 오다 가문에 가져오면 무료로 섬유로 가공해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마에서 섬유를 뽑는 작업은 슐리히텐 박피기 덕분에 간소화 되어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이걸 할 수는 없었기에, 옛부터 전해지는 방법으로 섬유를 뽑을 필요가 있다.

분배는 백성이 6, 오다 가문이 4로, 게다가 오다 가문의 몫인 4 중에 1이 신사에 봉납된다. 즉 백성들에게는, 마의 줄기를 가져다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섬유가 배달되는 구조다.

시즈코는 섬유가 아니라 겨릅대가 필요했기 때문에, 섬유 자체는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다. 뭣보다 그녀는 광대한 직영 마밭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마의 섬유는 남아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사에 삼실을 봉납한다는 점에서 시즈코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씨는 신불(神仏)이 주신 선물, 감사하며 남김없이 먹도록 합니다. 어른은 하루 두 알, 어린아이는 하루 한 알만 먹으면 됩니다"


삼씨는 천연의 영양제라고 할 정도로 밸런스 좋게 영양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항상 먹기만 해도 신체 기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저압 압착법으로 삼씨를 짜면 마자유(麻の実油)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삼씨는 기름을 짜내면 단백질이 늘어난다. 이것을 가루로 만든 삼씨 파우더는 천연의 단백질 보충제가 된다.

이것에 착안한 노부나가는 물론, 노히메, 키묘마루, 모리 요시나리, 히데요시, 타키카와, 니와, 시바타, 삿사, 타케나카 형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에 아야 등, 시즈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삼씨 너츠(nuts), 마자유, 삼씨 파우더를 항상 먹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도 삼씨 너츠를 항상 먹으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여성 한정이지만 마자유는 식용 이외에 스킨케어에도 활용되고 있었다.


팔곡(八穀)에 삼씨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쩌다 섭취할 뿐이지 백성들은 항상 먹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갑자기 항상 먹으라고 백성에게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삼씨를 '신불이 주신 선물'이라고 속여, 먹는 것이 신불에 대해 감사드리는 것이라고 백성들을 설득했다.

신앙심이 현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독실했던 전국시대에서의 설득 방법이었다.


예상대로, 이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인 백성들은, 하루에 두 알, 어린아이에게는 한 알을 주기 시작했다.

이걸로 몇 년만 지나면, 전국민 영양새선 계획의 제 2단계인 '영양실조의 개선'이 완료된다.

겨릅대도 안정적으로 입수할 수 있고, 쌀도 대폭 증산이 기대되었기에 간신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럼…… 바이오 플라스틱을 정말 이 시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이것만큼은 신만이 아시는 일이네"


마제의 바이오 플라스틱이 완성되면, 일일 생활용품에 수지 제품을 쓸 수 있게 되어, 생활 레벨의 기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특히 현저한 효과가 기대되는 운송 분야에서는, 물자를 운반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는 나무 상자를 대체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나무 상자를 만들려면 먼저 강도가 있는 목재가 필요해진다. 하지만 목재의 원료가 되는 벌채된 원목을 운반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며, 또 원목에서 목재로 가공하는 데는 장기간의 건조 작업이 필수다.

한 번 목재로 제재(製材, 가공)된 후에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나무 상자를 만들려면 몇 명이나 되는 장인들의 수작업이 필요하여, 완성될 때까지 드는 인건비와 기간은 무시할 수 없다.

기간이 길고 많은 인건비가 들면 나무 상자의 가격은 그에 걸맞게 책정되어,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게 된다.


그에 대해 플라스틱은 소위 말하는 합성수지이며, 나무 틀이나 금형을 써서 튼튼하고 가벼우며 나무보다 손쉽게 여러가지 모양으로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에서는 당연한 듯 이용되고 있는 비닐봉지도 석유에서 생성되는 합성수지다.

투명하게 비춰 보일 정도의 얇기이면서 두꺼운 천에 필적하는 인장강도를 가지고, 물이나 약품에 강하며, 액체를 침투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다.

두껍게 형성하여 폴리에틸렌 양동이(ポリバケツ)로 대표되는 액체를 간단히 운반 가능한 용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들은 조합하여 뚜껑이 달린 밀폐 용기를 만들 수 있게 되면, 화약의 운반이나 신선 식품의 운반 등,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특별 조치를 강구해야 하였기에 채산이 안 맞던 운송이 가능해진다.


전국시대의 육상 수송에서의 주역인 마바리는 목제의 수레바퀴를 사용하고 있다. 목제 수레바퀴는 무겁고 딱딱하기 때문에 노면의 요철을 다이렉트로 흔들림으로서 전달하고, 또 마찰도 크기 때문에 견인하는 우마의 부담도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고무 타이어의 대용품을 합성수지와 팩티스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게 된다. 팩티스를 쓴 고무 튜브의 대용품을 만들고, 그 외부를 덮도록 수지제의 외피를 사용하면 현대의 고무 타이어에 비교적 가까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타이어의 외측 부분이 만들어지면 림(rim)이나 스포크(spoke) 부분은 대나무가 되겠지만, 자전거나 리어카의 제조가 가능해진다.

자전거는 다양한 과제가 있기는 하나,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리어카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운반 코스트는 대형 짐수레(大八車)나 역마차를 쓰는 것보더 더욱 낮출 수 있게 된다.


마제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석유 계열의 플라스틱보다 강도는 떨어지지만, 필요없게 되면 분쇄해서 묻어버리면 나머지는 미생물이 분해해 주는 이점이 있다.

마가 갖는 항균성을 유지하며, 횡절 강도는 폴리프로필렌보다 우수하고, 내열성은 폴리프로필렌(약 100도)와 동등한, 전국시대에서는 꿈의 소재이다.

그리고 기술이 도둑맞아도 문제는 없다. 애초에 소재는 겨릅대와 쌀이다. 특히 쌀을 소비하는 것이 타국에게 타격이 된다.


"반 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해…… 이세(伊勢) 침공에 때를 맞출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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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51 1568년 12월 중순



노히메 전속 요리사들과 시즈코 일행 양 쪽이 마을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일 없이, 시즈코 일행이 먼저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마을에 도착한 후, 5백 명의 병사를 해산시키고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케이지는 술을 한 손에 들고 목욕탕으로, 나가요시는 갑주을 입은 채로 산으로 돌격, 남은 사이조만이 시즈코의 호위를 맡고 있었다. 병사들도 익숙한 평소의 광경이었다.


시즈코는 짐을 정리한 후 밭으로 이동했다. 배추가 수확 시기였기에, 오늘 수확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재배하고 있는 배추는 대형이었기에 대바구니(籠)에 하나나 둘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이조도 대바구니를 등에 메고 수확을 도왔다.

시즈코가 메고 있는 대바구니에 둘, 사이조가 메고 있는 대바구니에 둘, 그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 하나, 합계 다섯 개를 수확했다.


"시간적으로 배추절임(浅漬け)을 만들 수 있으려나"


"소생은 이러한 작물을 처음 봅니다. 그 때문에,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물이 적은 전국시대, 다종다양한 작물이 손에 들어오는 환경은 그것만으로도 오락거리가 된다.

까다로운 성격의 사이조는 처음에는 과한 사치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시즈코에게 '모든 것은 부처님 앞에서는 평등'이라는 말을 듣고 납득하여, 그녀가 지정한 식생활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습관이 몸에 밴 지금은, 술은 즐기는 정도로 마시고, 닭이나 사슴 등의 짐승고기, 말린 생선이나 말린 오징어 등의 해산물, 마을에서 재배하고 있는 야채류를 가리지 않고 먹고 있다.


"배추절임과 소금절이(塩漬け)를 만들까. 밤에는 전골 재료이려나―"


"기다려 주십시오, 시즈코 님. 그런 말씀을 들으면 더 배고파집니다"


"아아, 미안해. 배추절임은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얼른 만들까"


수확한 배추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때, 시즈코는 그녀를 찾고 있는 아야와 길이 어긋나 버렸다.

그 때문에, 노히메가 노부나가의 별장에 있는 것도 모르고, 시즈코는 평소에 들어가지 않는 조리장에서 배추 요리를 시작했다.


"배추절임은 매실장아찌랑 염장 다시마가 있으면 좋겠네"


기본적으로 배추는 유산균 발효시켜 먹는 절임식품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것과 달리 간단한 절임요리를 만들 수 있다.

우선 배추를 잘 씻는다. 다음으로 심 부분을 5mm 정도, 잎 부분을 1cm 정도로 썰어서 대발에 담는다.

염장 다시마도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고, 매실장아찌는 씨앗을 빼고 손으로 적당한 사이즈로 찢는다.

물기를 뺀 배추, 매실, 염장 다시마를 그릇에 넣고, 가볍게 주물저부면서 세 가지 재료를 섞는다.

부드러워지면 그릇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뚜껑을 덮고 30분 정도 재워둔다.


"자, 완성!"


재워둔 배추를 씻지 않고 가볍게 짠 후에 접시에 담기만 하면 완성이다.


"……매실장아찌가 들어있기에 약간 시큼하지만 맛있습니다. 밥이 당기는 게 문제군요"


"뭐 그렇지"


추임새를 넣으며 시즈코는 배추 하나를 사등분했다. 남은 세 개는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천으로 감싸서 차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상온(5도에서 10도)에서도 통째로는 3주일 동안은 보관 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빙실(氷室) 같이 0도에 가까운 환경에 두면 4주일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을 조금씩 수확하려고 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장기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시즈코였다.


"이건 천일 건조해 두자"


"소생은 밥이 먹고 싶군요. 그러고보니 아야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점심식사 때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 같은 건 없었을 텐데요……"


"희한한 일도 다 있네―"


그렇게 말한 후, 천일 건조용의 배추를 안고 시즈코는 집 밖으로 나갔다. 순간, 아까까지 화제에 올랐던 아야가 눈 앞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바로 정지한 후, 굉장한 기세로 시즈코 쪽을 돌아보며 그녀 쪽으로 달려왔다.


"후우, 하아…… 찾아다녔습니다, 시즈코 님"


"어라? 영주님에게서 전령이라도 왔어? 미안, 배추를 수확하고 있어서 어딘가에서 길이 엇갈렸는지도 모르겠네"


이마의 땀을 닦으며 호흡을 가라앉히고 있는 아야에게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뺨이 상기되어 있던 아야였으나, 호흡이 진정되자 평소의 포커 페이스로 돌아왔다.

아까워라, 라고 잠깐 생각한 시즈코였다.


"노히메 님께서 내방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에―, 또 왜……"


"보기 드문 요리사를 자랑…… 어흠, 소개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그쪽이 본심이네. 알았어, 일단 아야 짱에겐 미안하지만, 잠깐 도와줘. 아, 밥 남은 거 있으면 사이조 씨한테 내주면 고맙겠어"


"문제없습니다. 오늘 아침 지은 밥이 남아있을 겁니다. 그걸 사이조 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 말만 하고 아야는 바로 사이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노히메가 데려온 보기드문 요리사, 라는 얘기였으나, 그녀는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건 시즈코의 요리에 대한 생각이, 주로 '값싸고 먹기 편하고 영양이 풍부한 요리'가 기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식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경우도 있다.


"보기드문 요리사인가요. 흥미는 생기지만, 사치스러운 미식은 제 분수에 맞지 않습니다"


"오오, 시즈코도 제법 말을 잘하게 되지 않았느냐. 뭐, 네가 볼 때는 재미도 없겠지만, 가끔은 내 취향에 맞춰 주거라"


"네에……"


"참참, 오이치(お市)에게도 '가끔은 이쪽으로 놀러오거라'라고 편지를 보내 부르긴 했다만, 아자이(浅井) 님이 허가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하여튼, 그릇이 작은 남자는 이래서 곤란하느니라"


"(대, 대답하기 곤란한 소리를……) 뭐, 뭐어, 부인이 걱정되시는 게 아닐까요……?"


오이치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는 부부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에 전해지는 역사에 따르면 노부나가를 배신한 후에도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일 없이 사이좋은 부부로 살았다.

오이치는 차차(茶々,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측실(側室)), 하츠(初, 쿄고쿠 타카츠구(京極高次)의 정실(正室)), 고우(江, 도쿠가와 히데타다(徳川秀忠)으 후처(継室)) 등 세 명의 아이가 있다.

차차가 태어난 것이 에이로쿠(永禄) 12년이라고 하니, 지금은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았지만.


"(아, 그럼 아이가 태어날 것 같으니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걸까. 그거라면 납득)"


"뭘 중얼거리고 있는게냐. 그보다, 배추인가 하는 것의 요리는 아직이냐. 나는 아주 기대하고 있노라"


기다리기 힘들다는 느낌으로 노히메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위기가 반대로 시즈코를 냉정하게 만들었는지, 그녀는 보기 드물게 태연했다.

그것은 곧 바쳐질 요리보다도, 현재 착수하고 있는 연구개발에 의식을 빼앗겨 있었다. 현재의 주된 연구는 세탁기였으나, 우연한 기회에 유황을 소량이나마 입수할 수 있었기에, 팩티스의 연구도 병행하여 개시하기로 했다.

타이어의 고무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능이 기대되었다.


(그러고보니 보리로 오트밀을 만들어야지. 이유식으로서는 우수하니까…… 보리 냄새가 강하니까 호불호는 갈릴 것 같지만)


재배한 귀리는 가을 무렵에 심었는데 이미 수확 가능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정확한 품종명을 알 수 없었기에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었으나, 가을부터 심으면 겨울에, 봄 무렵부터 심으면 가을 무렵에 수확이 가능한 성장이 빠른 품종일 거라고 예측했다.

일부러 열매를 수확하는 이유는, 귀리로 만드는 오트밀이 갓난아기의 이유식으로서 높은 코스트 퍼포먼스를 갖기 때문이다.


오트밀을 만드는 법은 단순하여, 탈곡한 보리를 으깨거나 갈아서 가루 형태로 만드는 것 뿐이다.

카나카나 표시로는 알기 어렵지만, auto meal이 아니라 oat(귀리) meal(식사)이며, 귀리를 사용한 식품 전반을 가리킨다. (※역주: 알다시피, 일본어는 으 발음이 없고 기본적으로 모음이 아이우에오라서, 오트(oat)와 오토(auto)가 똑같이 オート가 된다)

물이나 우유를 넣고 불려서,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은 뮤즐리(Muesli).

설탕이나 벌꿀을 넣고 식물기름을 묻혀 오븐에서 구운 것을 그라놀라(granola)라고 부른다.


어째서 오트밀이 이유식으로서 높은 코스트 퍼포먼스를 가지는지는 실로 간단한다.

먼저 귀리는 재배에 수고가 들지 않는다.

대충 재배해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알아서 성장해간다. 물론, 적절한 환경이라면 성장 속도는 더 빠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나, 작물과 달리 세세하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오트밀은 현미에 비해 식물 섬유가 약 3.5배, 철분은 2배, 칼슘의 경우에는 5배나 풍부한 식품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단백질도 풍부하여 영양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

GI수치가 낮기에 탄수화물이 많은 것치고는 지방으로 잘 변하지 않으며, 인슐린 수치가 낮기에 기초대사가 향상된다.

건조식품이기에 적절하게 보존하면 1년 가까이 보존할 수 있다. 잡탕죽(雑炊)이나 죽(おじや)(※역주: 기본적으로 雑炊이나 おじや는 동의어로도 쓰이는 모양인데,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다르게 구별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며, 여기서는 후자는 그냥 '죽'으로 번역했음)처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아서 이유식으로도 쓸 수 있다.


장점뿐인 오트밀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그 상태 그대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다. 다음으로 보리 냄새가 강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뭣보다, 물에 끓이기만 해서는 맛이 없다는 점이다.

그 점을 해결한다면 오트밀은 대단히 우수한 식품이 된다.


(달게 하기보다, 죽이나 리조또 스타일이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된장으로 끓인다던가 하는 건 괜찮지 않을가……?)


"실례합니다. 시즈코 님, 영주님으로부터 전령이 왔습니다. 긴급한 호출입니다"


"……또 무슨 호출……?"


"바로 올 것, 이라고밖에 듣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서둘러 주십시오. 호위대나 병사들은 이미 수배해 두었습니다"


(그렇게까지 급할 용건이 있었던가?)


어쨌든 호출받았는데 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구나. 어쩔 수 없지, 요리사들에게 배추인가 하는 것의 요리라도 만들게 해야겠구나"


"죄송합니다. 이 벌충은 나중에……"


시즈코는 노히메에게 사과한 후, 준비를 갖추고 바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때, 시즈코는 도중에 노히메의 전속 요리사들이 멀리서 보고 있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눈치챘더라면, 그녀는 제정신으로 노부나가에게 갈 수 없었으리라.


길이 엇갈리는 운명이 되어버린 시즈코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노부나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부터 해가 질 기색이 보였기에, 오늘밤은 누군가의 집에 묵게 되려나 하고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희망적 관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 날, 노부나가에게 불려간 일행은 도중에 몇 번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아침까지 도로 정비에 대해 왁자지껄하고 뜨겁게 토론하게 되었다.




12월의 어느 날,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 노부나가와 주요 가신단이 집합해 있었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생산된 자기(磁器)를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자기의 재료를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오다 영지 내에서는 공공연하게 자기의 매매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생산지를 속여 타국의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고 있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일본에서 자기가 생산된 것은 에도 시대에 들어선 이후이며, 그 때까지는 중국이 만드는 도자기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즉, 자기라고 하는 것만으로, 예를 들면 디자인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비싼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자기는 남만인(南蛮人, ※역주: 유럽인)에게도 비싸게 팔아넘길 수 있다.


애초에 유럽 귀족은 중국의 자기를 '하얀 황금'이라고 부르며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유럽 자기의 최고봉이라 칭찬받는 독일의 마이센 제품은 전 세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마이센도 원래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동경이 자기 생산의 시작이었다.

독일의 작센 선제후로, 신성 로마제국 폴란드 왕을 겸임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Friedrich August II)는 열렬하게 동양 자기를 사랑했다.

아예 드레스덴의 츠빙거(Zwinger) 성에 '일본궁'이라는 수집한 일본의 자기를 보관하는 건물을 지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서 동양의 자기 같은 것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 생산되는 자기는, 주로 세 가지 색깔이 사용되고 있다.

구리의 녹을 사용한 적색, 철의 녹을 사용한 흑색, 그리고 군청색 잿물(呉須)을 사용한 청색이다.

이 세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자기는 깊은 색을 띠고 있어, 노부나가가 한눈에 반했을 정도였다.

특히 그는 발색이 어려운 적색을 주로 하는 아카에(赤絵)를 선호했다.


"호오! 이번에는 꽤나 많구나"


노부나가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앞에 잇는 아카에의 자기를 쓰다듬었다.

그의 말대로, 자기는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전위적인 디자인의 그릇부터, 식사에 쓰기보다는 장식하는 타입의 자기까지 있었다.

무늬도 아양하여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장식에 공이 들어가 있었다.


아카에 자기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처음으로 성공했던 사카이다 카키에몬(酒井田柿右衛門)의 아카에 자기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는 한 종류의 적색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카키에몬 양식은 밝은 '화적(花赤)', 감의 색깔을 나타내는 깊이감 있는 '농적(濃赤)', 선을 그리기 위한 거무스름한 주황색(カバ) 등 세 종류의 적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 세 종류의 적색을 낳는 조합 방법은 사카이다 가문에 전해지는 "적회구각(赤絵具覚)"에 쓰여 있으나, 내용은 카키에몬의 이름을 계승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비전 중의 비전이다.

특별히 공개된 일부에는, '염분을 뺀 산화철'을 사용한다, 고 재료 중 하나가 쓰여 있었다.

문자 그대로 산화철을 물에 담궈 염분을 빼는 것이다. 이 작업은 대단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여, 최소 십 년은 걸린다고 한다.


카키에몬 양식이 아닌 다른 방법이지만, 아카에 자기용의 적색을 만드는 법을 시즈코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쪽도 재료를 갖추는 데 최소 5년은 걸린다.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는 당분간 구리의 녹을 사용한 적색으로 대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약 4백 장 있습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자기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자기의 판매를 개최합니다"


그 말과 함께 자기 벼룩시장이 개최되었다.


자기 벼룩시장이라고 해도, 보통의 벼룩시장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매매로 움직이는 돈의 액수의 단위가 다르다. 아무리 양산되고 있다고는 해도, 자기는 아직 고급품의 부류에 들어간다.

또 작품이 마음에 들면 '선행투자'라는 명목으로 장인에게 직접 돈을 건넬 수 있다.

장인이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중간 마진을 없애고, 또 장인들은 자신들의 평가를 직접 알 수 있다. 뭣보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은 완고함을 가진 장인도 있지만.


(응, 잘 되고 있는 걸까?)


시즈코는 벼룩시장의 상황을 관찰했다. 모리 요시나리가 대접을 손에 들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청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대접이 취향인 모양이다.

히데요시는 금장 처리된 그릇, 타케나카 형제는 평소에 쓸 법한 타입의 식기, 니와는 그릇보다도 항아리가 취향인 모양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자기를 찾아서 구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바와 삿사는 대단히 전위적인 디자인의 그릇이 취향인 듯 했다. 삿사의 경우, 어떻게 봐도 식기로서의 의미를 잃은 그릇을 보며 환희하고 있었다.


"오오, 다들 굉장히 기뻐하네…… 나도 뭔가 살까?"


하지만 시즈코는 노부나가만큼 자기를 고급품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식기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여 구매욕이 일지 않았다.

도중에 말을 걸어온 장인이나 가신들의 상대를 하며, 시즈코는 윈도우 쇼핑을 즐겼다.


"오, 이건 케이지 씨한테 맞으려나…… 이건 사이조 씨. 이쪽은 쇼우조 군일까. 이 예쁜 건 아야 짱에게 사다주자. 으―음, 혼다 님에게도 몇 장 보낼까"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케이지 등의 선물을 사는 데 그쳤다.

이유는 그들은 참가자로서도, 또 시즈코의 호위로서도 참가할 수 없었다. 안됐지만 인선은 노부나가가 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시즈코 님, 그대도 자기 고르시는 것이오?"


목소리에 반응하여 돌아보자 만면에 웃음을 떠올리고 있는 시바타와 삿사가 있었다.

약간 움츠러든 시즈코였으나, 그들은 대단히 기분이 좋은 것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러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어떻게 감사할지 모르겠소이다"


"그렇지요. 그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까지 초대하는 그 도량에, 소생의 속좁음이 부끄러울 뿐이외다"


"어, 아뇨…… 초대자를 정하신 건 영주님이십니다……만"


당황해서 부정하였지만 흥분해 있는 그들에게 시즈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이쿠, 불러세워 미안하오. 그럼 우리들은 이만"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힘을 보태지요. 실례하겠소"


입을 모아 시즈코를 칭찬한 후, 두 사람은 기분좋게 떠나갔다.

남겨진 시즈코는, 그저 멍하니 두 사람을 전송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벼룩시장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런저런 뒷정리를 다른 사람에 맡기고 먼저 귀가한 시즈코는, 사온 자기를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케이지에게는 몇 종류의 술잔, 나가요시에게는 돈부리(どんぶり) 밥그릇, 사이조에게는 찻잔(湯のみ, ※역주: 찻잔이라고 해도 흔히 생각하는 홍차 등을 마시는 데 쓰는 찻잔이 아니라, 흔히 음식점에서 나오는 자기로 된 물컵 형태의 것을 말함), 아야에게는 색색의 화려한 작은 그릇을 몇 장 주었다.

타다카츠 용으로 준비한 넓적하고 얇은 접시를, 시즈코는 편지 한 장을 동봉하여 함께 발송을 의뢰했다.

다들 시즈코가 선물한 자기에 기뻐했다. 케이지는 술잔을 받아들자마자 술을 한 손에 들고 사이조와 나가요시에게 목욕탕으로 가지고 했을 정도였다.


자기 벼룩시장이 끝난 후에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가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연말 가까이까지 농사일이 거의 없는 시즈코는, 쉬는 틈에 다양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에게 '이거야말로 기후(岐阜)!라는 특산 요리로 뭐 생각나는 게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식의 명력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단순히 뭐 좋은거 없겠냐라는 질문에 가깝다.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지만 노부나가의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콩으로 두부나 유부(油揚げ), 유부에서 유부초밥(稲荷寿司), 오징어밥(イカ飯), 닭튀김(唐揚げ) 등의 단품에서, 새우덮밥이나 오야코 덮밥(親子丼, ※역주: 닭고기와 계란이 들어가는 덮밥) 등의 덮밥류.

나아가서는 소형의 흙냄비를 사용한 키리탄포(きりたんぽ鍋, ※역주: 밥을 반 정도 으깨어 꼬치에 끼워 구운 것; 또, 이것을 닭고기∙채소 등을 넣고 끓인 아키타(秋田) 지방의 향토 요리)나 백숙(水炊き), 멧돼지 전골(ぼたん鍋) 등을 준비했다. 뱀장어도 생각했으나, 뱀장어는 조리가 어려운데다 이미 우지 강에서 잡히는 뱀장어로 만드는 통초밥(姿鮨)이 평판이 좋았기에 제외했다.

시식 담당인 케이지나 나가요시 등에게는 호평이었으나, 노부나가가 볼 때는 '무조건 이게 좋다'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라 전골에 노부나가는 흥미를 가졌다.

조금 생각해보고 자라라면 명산품이 될 거라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자라를 모으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자라는 수온이 낮으면 동면해버리기에, 겨울에 자라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

양식을 시작하려면 따뜻해지고 산란 시기인 6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줄을 긋고…… 계산식에 대입하면 이만한 거리가 필요하니까…… 음, 이걸로 양식장으로서의 면적은 확보했어. 이젠 시기가 올 때까지 방치하면 되겠지)


자라 양식을 시작하이게는 충분한 넓이였다.

설계도의 이미지와 실제의 넓이가 일치하는 지 확인하러 갔더니, 다소 비좁은 느낌이었지만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슬슬 시설을 추가할 공간이 없어졌지만, 지금 당장 시설이 필요할 안건은 없다.

자라의 양식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노부나가에게 제출했다. 노부나가는 자라를 양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긴급연락망을 써서 시즈코를 호출했다.


"수온과 서로 잡아먹는 점, 소란스러운 점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자라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저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영주님의 희망에 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의 양식이 가능할지는 현 시점에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흠……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자세는 높이 산다. 결과가 따르면 더욱 좋지"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는 소성을 불렀다. 즉시 한 명의 소성이 나무 상자를 안고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공손하게 나무 상자를 내려놓은 후, 인사를 하고 소성은 뒤로 물러났다.


"이번은 미리 비용을 건네두마"


"네, 네에!?"


나무 상자의 내용물은 돈이었다. 거금이라고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액수가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노부나가의 행동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가 느리구나. 나도 자라 전골이 마음에 들었으니, 이렇게 자금을 내놓는 것이다. 즉, 그 정도로 네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 네에…… 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몇 번이나 말하지만 기대하고 있느니라"


약간 뼈가 있는 웃음을 떠올리며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눈이 돌 정도로 바쁘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정도로 연말을 맞이하는 노부나가는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성과 중에서도 요시아키(義昭)를 통하지 않고 직접 조정과 연결되는 루트를 확보한 것이 가장 컸다.

물론 비공식 루트에서의 접촉으로, 공식적으로는 쇼군인 요시아키를 통해야 한다.

회사에 비유하면, 정이대장군인 요시아키는 총괄본부장, 노부나가는 총괄본부 밑의 일개 부장이라는 위치가 된다.

사원이 직속 상사를 건너뛰고 수뇌부인 조정에 직접 접촉하거나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걸 허용하면 조직이 붕괴한다.


요시아키에게 알려지면 불리한 입장이 되는데, 그렇게까지 하여 조정과의 연결을 추구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조정에서 종교 세력(寺社勢力)을 쫓아내는 것이다. 조정과 가까웠던 헤이 가문(平家)이 멸망한 이래, 조정은 주변에 의지하는 상태이다.

그 조정 안에서도 가장 영향력을 갖는 것이 종교 세력이다. 하지만 조정에 대한 영향력을 손에 넣으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시즈코의 성인 아야노코우지(綾小路)였다. 아야노코우지 가문은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綾小路俊量) 이후 맥이 끊겼다.

이츠츠지 가문(五辻家)에서 아야노코우지 타카아리(綾小路高有)가 1613년에 들어설 때까지 가문 이름의 부활은 없다. 그야말로 딱 좋은 이유였다.


노부나가는 조정에 대해 헌금, 그리고 오와리 쌀이나 자기, 종이 등의 일용잡화를 선물로 보냈다.

갑작스런 선물에 조정이 놀랄 것을 예견하고, 노부나가는 이유를 적은 편지를 한 통 동봉했다.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에게는 숨겨진 자식이 한 명 있었다는 것, 그 자식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기에 가문의 기록에서 말소된 것, 그래도 얻은 이익을 조정에 헌상한다는 것, 병으로 누워 있기에 직접 인사드리러 가지 못하는 것을 사죄하는 것.

편지에는 허실을 뒤섞으면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도록 거창하게 쓰여 있었다.

시즈코 본인이 알게 되면 배를 잡고 웃을 내용을,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은 모두 믿었다.


조정의 재정은 핍박하였고 권위도 땅에 떨어지려 하고 있어, 대부분의 공가(公家)나 무가(武家)에게서 버림받았고, 헌상금 등의 지원을 하는 인물은 모우리 모토나리(毛利元就), 혼간지(本願寺) 법주(法主)인 켄뇨(顕如), 상락한 노부나가 뿐이었다.

곤궁한 조정의 재정과 권위가 회복되긴 하였으나, 천황은 그들이 곤경에 빠져 있는 자신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정의 권위를 이용하기 위해 헌금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천황은 요시아키보다 자신의 입장, 그리고 현실을 진절머리날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욕심없는 헌상에 마음이 끌린 것이다.


천황이 이것을 무조건적으로 믿은 것은, 노부나가가 봉정(奉呈)해왔다는 점이 크다.

만약 자신이 노부나가라면 일부러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이름을 써서 선물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선물해도, 병으로 누워 있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숨겨진 자식에게 알려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소문의 내용으로부터 천황이 상상한 노부나가의 이미지는, 대가 없는 행위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타산적인 인물이었다. 결코 이런 일을 할 인물이 아니다.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숨겨진 자식이 이름조차 없는 것을 천황은 가슴아파하며, 자신의 휘(諱)에서 '니(仁, 타인에 대한 친애의 정이라는 의미)'의 문자를 따서 '니히메(仁比売)'라는 이름을 내렸다.

또 노부나가에게 '니히메를 잘 요양시키도록'이라는 칙명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니히메'에게 '종4위상(従四位上)'의 품계를 내린다는 이례적인 상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헌상금을 바친 모우리 모토나리의 '종5위하(従五位下)'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건 똑같은 선물이라도, 니히메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조정 따위 돈과 물건만 건네주면 된다'라는 노골적인 생각이 엿보였다. 그에 대해 니히메의 선물은, 상대를 배려하여 고른 선물들이었다.


물러터진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천황 자신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공가나 황가로부터 버림받고, 많았던 장원의 지배권을 잃고, 무가에 이르러서는 자신들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머릿속에 없었다.

종교 세력은 설령 난세라고 해도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무장 집단이 되어 있는 현실에 한탄하는 천황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은 좋은 느낌으로 니히메에게 경도되고 있군"


천황에게서 도착한 편지를 전부 읽은 노부나가는, 한번 숨을 내쉰 후에 감상을 말했다.

그에게 조정은 이용하기만 할 존재. 하지만 조정의 정치력은 얕볼수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보험으로서 조정과의 커넥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군께서 갑자기 편지를 써라, 고 하시길래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꽤나 공을 들이셨군요"


곁에 있는 노히메가 킥 하고 웃었다. 지금 방에 있는 것은 시중 담당이나 소성은 없이 두 사람 뿐이었다.


"이상할 건 없겠지. 전투는 거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준비를 잘 갖췄는지가 승부가 된다. 천하통일도 마찬가지다. 천하를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천하통일 이후의 준비를 잘 갖췄는지에 따라, 그 후의 평정(平定)이 몇 년만에 끝날지, 아니면 천년동안 계속될지가 결정된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부흥, 이라는 명분을 만드신 것이군요?"


"그렇다"


"호홋, 주군께서 상락으로 시즈코를 데리고 가셨을 때, 소첩은 또 시즈코를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부흥에 쓰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책략(搦め手)을 준비하실 줄이야. 이래서 주군께서는 재미있으십니다"


"이상할 것은 아무 것도 없지. 권력을 손에 넣으면 영향력은 늘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시즈코는 지금의 자유로운 환경에 만족하고 있지.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빼앗는 것은, 녀석의 나에 대한 '충의'에 대해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전국시대는 에도 시대와는 달리, 가신은 개인에 대한 충성은 없고, 가문에 대해 충성을 맹세한다.

타케다(武田) 가문의 예를 들면,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아버지인 노부토라(信虎)를 쫓아낸 가신단의 행동은, 당시의 가치관에서 볼 때 단순하게 불충한 자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충의를 맹세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타케다 가문'이며, 노부토라 개인이 아니다. 한편, 노부토라는 가신들을 돌아보지 않고, 영민들이나 호족들(国人衆)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으며, 도의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등 통치자로서의 적성이 부족했다.

어리석은 노부토라를 포기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하루노부(晴信, 信玄(신겐))를 추대하는 편이 타케다 가문의 장래는 밝다고 판단하고 배신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에, 노부나가에게 오다 가문이 아니라 오다 노부나가라는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시즈코는, 사실은 대단히 귀중한 인재인 것이다.

게다가 '가문'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가신과, '주군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가신은, 서로 파벌을 만들어 다툼을 일으키기 십상이지만, 시즈코는 의식주 관계를 쾌적하게 만들고 있기에 이것도 일어나기 어렵다.


"시즈코는 주군께 충성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참참, 맡아가지고 있으라고 말씀하신 책 말인데, 한가해서 읽어봤습니다"


"……내 주위에 간자들이 얼쩡거리고 있었기에 네가 있는 곳에 감춘 것이다만?"


"어라, 그러셨나요. 하지만 꽤나 자극적인 내용들 뿐이더군요. 무경칠서(武経七書), 군주론(君主論), 전략론(戦略論), 전쟁론(戦争論), 지정학(地政学), 정치학(政治学), 조직을 만드는 법(組織の作り方) 등등 다방면에 걸쳐 있더군요.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기 쉬웠습니다. 출처는 시즈코겠지요?"


노부나가는 혀를 찼다.

노히메의 개인 방(私室)은 감출 장소로서 우수하긴 하나, 본인이 읽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을 빠뜨리고 있었다.

상대의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어보는 노히메는, 글자의 읽고쓰기는 물론이고 폭넓은 견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시즈코의 책도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걸 고려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짜증이 났지만, 일어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는 한숨을 쉬었다.


"소첩은 군주론이 좋았사옵니다. 주군께서는 군주론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타국의 배경을 자세히 알 수 없기에, 몇 가지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은 있다. 하지만 그걸 빼더라도, 물러터진 이상을 버리고 철저한 현실 주장을 관철하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럼…… 아아, 안 되겠군요. 이 이상, 주군의 비장의 책에 대해 입에 올리는 것은. 하지만 소첩도 주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사옵니다"


"……여전히 언어 유희를 좋아하는 녀석이구나. 하지만 싫진 않다"


노히메의 말에 포함된 의미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면서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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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50 1568년 8월 중순



8월 15일, 노부나가는 요시아키(義昭)를 방문하여 기후(岐阜)로 귀국할 뜻을 전했다.

다음 날, 노부나가는 요시아키로부터 겉장에 '어부(御父)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라고 쓰인 감사장을 받았다.

동시에 아시카가(足利) 가문의 문장인 '키리몬(桐紋)'과 '히키료스지(引両筋)'를 받았다.


요시아키의 후원에 사의를 표하는 것과 함께, 그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의 5천 명과, 아케치 미츠히데를 필두로 한 몇 명의 무장들, 그들을 호위하는 병사들을 쿄에 배치시키고, 나머지를 데리고 기후를 향했다.

도중에 아자이 나가마사의 거성인 오다니(小谷) 성에서 회담에 하루를 소모했으나, 나흘 후인 8월 19일에 오다 군은 기후에 도착했다.

거기서 상락군을 위해 결성된 오다 군은 해산되어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피곤해―"


시즈코는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를 데리고 자기 집에 도착했다. 갑주나 활, 백팩의 내용물 등을 정리한 후, 일동은 온천에 들어가 몸을 치유했다.

1개월 가까이 제대로 목욕을 하지 못했기에 몸은 굉장히 지저분했다. 무환자나무 분말로 몸의 구석구석까지 씻은 후, 가볍게 탕에 들어가기만 하고 욕탕에서 나왔다.

그 이후에 논밭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을 사람들이나 아야에게 맡겨두었다고는 해도, 역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되지 않는 시즈코였다.

수박을 적당히 수확한 후, 덩굴풀로 짠 그물에 넣어 개울에 담궈 차갑게 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즈코 님. 마중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귀가했을 때는 없었단 아야가, 짐을 들고 모습을 나타냈다.


"오, 어서 와―. 어디 갔다 왔어?"


"노히메 님과 오네 님과 오마츠 님께 수박을 가져다드리고 왔습니다"


"……묘하게 갯수가 적다 했더니, 그 사람들이 먹었구나……"


밭을 봤을 때 수박의 숫자가 뿌린 씨에 비해 적은 것에 의문을 느꼈던 시즈코였는데, 그 위화감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수박은 열매가 맺힌 윗부분의 덩굴손이 땅에 붙은 부분까지 완전히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 수확해도 된다, 고 알려준 탓인가, 라고 약간 후회하는 그녀였다.


"노히메 님도 그러시지만, 특히 오마츠 님께서 수박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댁에서도 재배하고 싶다, 고 하셨는데, 이건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야는, 마츠로부터의 선물인 코소데(小袖, ※역주: 겉옷의 일종), 책이나 두루마리 그림(絵巻物) 등을 시즈코에게 보여주었다.


"……딱히 선물 같은 건 필요없는데 말이지. 내년에 재배하는 양을 늘리면 될 뿐이니까. 아, 하지만 영주님, 그리고 도쿠가와 님이나 혼다 님에게도 보낼 거니까, 엄선할 수 있을 만한 숫자는 남겨놔 줘"


"그 점은 확실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파발이 왔습니다. 내일 영주님, 모리 님이나 시바타 님 등의 무장 분들, 그리고 챠마루 님이 이쪽으로 오십니다"


"어째서 한꺼번에 오는 거야……"


"온천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 한 마디로 납득한 시즈코였다. 지금은 노부나가나 그의 측근은, 입욕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시즈코를 싫어하는 시바타나 삿사도, 온천 개발의 공로만큼은 그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정도였다.

특히 노부나가는 온천 의자, 한손잡이통(片手桶), 목욕물통(湯桶), 무환자나무 분말과 재를 넣은 나무상자, 몸을 씻는 브러시(거의 수세미에 가까움)라는 5점 세트를 상비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성에도 설치 가능하고 간단히 쓸 수 있는 욕탕을 고안해라, 라는 터무니없는 명령을 오카베(岡部)에게 내린 노부나가였다.

이것 때문에 오카베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하…… 또 바빠질 것 같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날이 이어지는 것에 시즈코는 묵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시즈코의 마을에 도착한 노부나가는 즉시 입욕했다. 두발과 몸을 씻고, 욕조에 몸을 담궈 피로를 풀엇다.

그것이 끝나자 목욕탕에서 나와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측근들을 전원 집합시켰다.


"요시나리, 사카이(堺)에 대한 보고를 들어볼까"


"옛! 사카이 무리에 대해서는 한 발자국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마이(今井) 님의 결사적인 탄원과 큐지로를 이용한 공작이 주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키나이(畿内)의 인사를 하거나 요시아키와 어울리고 있었을 때, 부하들에게 명령한 것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 노부나가는 자신을 손님맞이의 미끼로 써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모았던 것이다.

키나이의 인사나 쿄의 치안 회복, 조정에 대한 탄원 등을 하면, 주위가 무시할 수 없었기에 싫어도 노부나가의 동향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부나가의 뒤에 숨어서 활동하고 있던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숭이, 칸온지(観音寺) 성 부근의 상황은"


"현재도 롯카쿠의 수하들이 쥐새끼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만 있으면 모두 진압해 보이겠습니다"


"그 지역은 교통의 요충지다.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니와, 오우미(近江)의 상인 연합 쪽은 어떠냐"


"딱히 반대는 없이 우리들에게 협력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미노(美濃)에서 쿄 까지의 기간 도로 정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북 오우미를 지배하는 아자이 가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일정 간격마다 여관을 준비하고, 기간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기서 숙박시키게 하는 건 어떠냐. 그렇게 하면 미노에 도착하는 동안, 돈이 오우미에 떨어진다. 상인들은 도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돈이 떨어지는 것으로 놈들의 욕심을 자극하면 고개를 세로젓기 쉬워지겠지"


"옛, 그 방향으로 다시 교섭해 보겠습니다"


미카와(三河), 오와리(尾張), 미노(美濃), 오우미(近江), 쿄(京) 사이에 기간도로를 구축하여 육상 교통로로 삼는다. 그리고 도로를 이용하는 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1km마다 킬로 포스트가 아닌 일천총(一粁塚)을 설치한다.

그리고 여행의 표준 장비을 한 사람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마다 여관을 준비한다. 여관은 짐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엄중한 창고를 함께 갖도록 하여, 장사꾼들이 장사할 물건을 안심하고 운반할 수 있는 대책을 취한다.

그것이 노부나가가 생각하는 상업도로 구축 계획이다. 노부나가는 현재의 물물교환에 의한 경제에서 화폐를 이용한 경제로 변경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악화(悪貨)나 카피품이 어느 정도의 양이 되면 정규 화폐로 교환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상인과 상품의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화폐 경제를 촉진하는 데 있어 최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사카이나 그 외 상업 지역이 축적하고 있는 부를 각지로 방출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시즈코, 쿄에서 모은 장인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네. 가족을 포함하여 300여명의 장인들은 모두 기후나 주요 마을에 분배했습니다. 다만 요리사가 열 명 정도 있었습니다만, 노히메 님께서 시험을 하신다고 하고 데려가셨습니다……"


"……뭐 좋다. 요리사라면 그다지 영향도 없겠지. 그 녀석은 내버려 둬라"


"알겠습니다"


시즈코가 맡은 역할은 쿄에서 죽치고 있는 솜씨 좋은 장인들을 모으는 것이다.

치안의 열악함 때문에 재료의 입수가 곤란, 또는 입수할 수 있어도 바가지를 쓰게 되고, 조합도 결성 당초의 목적을 잊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런 쿄의 현실에 탄식하며 부루퉁해 있는 장인들에게 '기후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쿄의 장인들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떠 보았다.

장인들의 폭은 대장장이에 한정되지 않고, 베를 짜는(機織) 장인이나 목공 장인 등 폭넓게 모았다. 그 중에는 쿄에 집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태반은 노부나가의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

최종적으로 가족을 포함하여 300명, 기술자는 다방면에 걸쳤지만 100명 이상이 모였다. 그런 그들을 어느 정도 모아서 기후로 몰래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에 300명을 이동시킨 것은 아니므로, 100명 이상의 기술자가 기후로 이주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와리에 있는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과 경쟁시켜, 오와리, 미노에 새로운 문화를 구축한다. 전에 말했던 양조(醸造) 마을에 대해서도 허가하지"


"감사합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전원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규모가 커진 우리 군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군의 구조를 바꾼다. 각자 정신차리고 듣거라"


그 말에 무장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군의 구조를 변경한다, 는 것은 자신들의 진퇴를 좌우하는 중요 사항이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움직이는 제 1군과 제 2군. 요시나리를 필두로 하는 제 3군. 아케치를 필두로 하는 제 4군. 니와를 필두로 하는 제 5군. 타키카와를 필두로 하는 제 6군. 합계 6개의 군이다"


노부나가는 지금까지의 중앙집권화, 절대복종형에서 권한 이양형으로 서서히 변경해나갈 생각이었다.

이것은 오다 반대파가 군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게릴라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었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매번 중앙의 자신들에게 문의하고 있어서는 대응이 늦어진다.

뭐든지 직접 결정하던 시절의 노부나가를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6군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직접적인 전투력보다, 정치나 군사의 두뇌를 담당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제 1군.

오다 군 내부에서 엄선된 정예로 구성되는 주력인 제 2군.

모리 요시나리를 대표(御名代)로 하여 그 아래로 복수의 군단장으로 구성되는 제 3군.

쿄의 치안유지, 장군가의 신변경호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4군.

모든 종류의 전투 지원이나 후방 지원 등, 병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5군.

정보 수집 등의 첩보 활동, 협력자의 포섭, 타국의 정보 조작 등의 모략 활동 등, 오다 군의 정보기관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6군.


제 3군만 특수하여, 군단장 단위로 전투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노부나가가 전장에 없을 경우에도 군단장 단위로 조직적인 전투가 가능해진다.


"지금 당장 익숙해지라고 하지는 않겠다. 적어도 이세(伊勢)를 평정할 때까지는 지금 이대로 갈 것이다. 하지만 이세를 평정하면 지금보다 적이 늘어날 것은 틀림없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군의 구성이 지금 이대로여서는 불리하다"


거기서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생각한 결과가, 언제든지 전투를 할 수 있는 상비군을 각 방면에 파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만에 하나, 노부나가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서로 공통의 목표를 인식하고, 어느 정도 권한을 이양하면 된다.

게다가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지 않고, 뭘 어떻게 할지를 각자 생각하게 하면 간자에 대한 대책도 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상대는 대책을 검토조차 할 수 없으므로.


"요시나리는 당분간 나와 행동을 함께 하라.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시간을 들여서라도 알아야 한다"


"옛"


"아케치가 담당하는 것은 쿄의 수호이다. 니와, 너는 후방지원군을 담당한다"


"알겠습니다"


"타키카와, 너는 정보기관을 담당한다. 자세한 내용은 훗날 이야기하겠으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은 미리 말해두겠다"


"옛"


전원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 타케나카 한베에나 시즈코가 회합을 가지고 있을 무렵, 기후에 있는 노히메는 시즈코가 모아들인 요리사 10명에 대해 어떤 시험을 하고 있었다.

내용은 '쿄 분위기의 요리를, 이쪽이 준비한 재료로 만들어라'였다. 처음에는 간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요리사들이었으나, 재료를 본 순간 그런 어설픈 생각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재료의 9할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식재료였던 것이다. 고구마나 양파 등의 생야채, 말린 야채에 말린 새우에 말린 생선 등의 건물(干物), 조미료는 소금과 된장과 흑설탕과 간장 등이 놓여 있었다.

조리 기구도 마찬가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들 뿐이었다. 요리사들은 당연히 노히메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녀는 야무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시험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무리라고 말하는 거짓말장이들 따위 영주님께서는 흥미가 없으시다. 이 정도의 시험조차 통과할 수 없다면 짐을 싸서 당장 쿄로 돌아가도록. 영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쿄의 요리사'가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요리사'이니라"


노히메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노부나가는 쿄의 요리와 기후의 요리를 융합시켜, 새로운 요리 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꼭 요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문화도 쿄와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따라서 '쿄의 요리'를 고집하는 인재는 필요없었다. 원하는 인재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인재였다.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요리사들은 화를 내며 돌아가 버렸다. 남은 요리사는 한 명, 그리고 그의 조수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요리사를 보았다.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 말만 하고 그녀는 요리사들 앞에서 떠나갔다. 노히메가 떠나고 잠시 후, 간신히 진정이 된 요리사가 뒤통수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오다 나으리의 부인께서는 성격이 대단하시다고 들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성격이시군"


"하지만 고로(五郎) 씨. 저 분의 말은 정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알고 있어, 아저씨. 돌아간 녀석들은 결국 쿄의 요리사라는 긍지를 버릴 수 없었던 거겠지"


세 명 중 가장 젊은 고로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쿄에서는 어떤 새로운 요리를 창작하더라도 '전통이 아니다'라는 한 마디로 무시당했다.

그래서 다들 쿄를 빠져나와 기후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고 고로는 아까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녀석들은 어딜 가도 불만만 늘어놓는 인간들이었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에 고로는 자신이 사람이 보는 눈이 없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저는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언제쯤 되어야 이름을 기억해 주실 건가요"


입으로는 불만을 말하면서도 정말로 싫은 건 아닌지, 미츠오라는 이름의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볼을 긁었다.


"……말다툼을 해도 의미는 없지. 저 부인의 말씀을 노부… 오다 나으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돌아간 아홉 명에게 미래는 없겠지"


"그러네, 아시미츠(足満) 씨 말이 맞아. 생각해봤자 소용없어. 될 대로 되겠지"


고로는 그렇게 말하며 식재료를 탁자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눈 앞의 식재료는 그야말로 미지(未知)와의 조우였다.

어떤 맛이 날 지, 어떤 요리에 맞을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고로의 얼굴에 불안은 없었다.

오히려 미지와의 조우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로 씨, 역시 요리사군요. 보통은 저만큼 모르는 식재료를 늘어놓으면 말로 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낄 거라 생각되는데요?)"


아시미츠의 옆으로 슬쩍 이동한 미츠오가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식재료지만)"


"(그렇다고 하면, 역시 아시미츠 씨가 찾으시는 사람은 노부나가의 곁에 있다는 건가요?)"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표정을 지은 그는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더니 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걸 보고 확신했다. 역시 그녀는 이 오다 가문의 어딘가에 있어)"




3인 3색, 각자의 생각이 있었으나 일단은 노히메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쿄 분위기의 요리를, 이쪽이 준비한 재료로 만들어라'라는 내용에서 기후의 식재료를 사용하요 쿄 요리를 만들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쿄 분위기의 요리'에 해당하는 게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쿄 분위기의 요리라고 하면 소금이겠지요.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안 돼요. 기후나 오와리는 분명히 된장이 유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저씨, 그런 건 잘 아네. 하지만 나는 된장 요리 같은 건 만들어 본 적이 없고…… 애초에 된장의 맛이 쿄에 있는 것과 너무 틀려"


"미츠오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쪽의 간장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된장 요리와 간장 요리 두 가지. 이걸로 쿄 분위기의 화(和)의 요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간장 요리는 내가 담당하지"


"아시미츠 씨, 뭘 만들 생각인가요?"


"화(和) 볶음밥이다. 다행이 말린 새우나 말린 야채가 있고, 프라이팬도 있으니 문제없겠지"


아시미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고로였으나, 어쨌든 한 가지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고맙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얘기로, 그는 요리사였지만 미츠오와 아시미츠에 비해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뭐, 뭐 잘 부탁해. 나는 어쩔까…… 이렇게 된 거, 세 명이서 한 가지씩 만들까?"


"흠……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 그 노선으로 요리를 만들죠. 저는 야채와 닭고기의 된장볶음을 만들겠습니다. 고로 씨는 쿄의 요리를 부탁드립니다"


"어? 그거 문제되는 거 아냐?"


"쿄 분위기라는 얘기지만, 일단 비교대상이 없으면 안 되죠. 그러니까 쿄의 요리, 된장 요리, 간장 요리를 늘어놓죠"


"호오호오, 아저씨 의외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네"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그런 콩트를 하면서 세 사람은 각자의 요리를 만들었다.

이윽고 전원 요리가 완성되기 직전, 이라는 시점에서 갑자기 노히메가 조리장에 나타났다. 아까와 다름없이 내심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슬슬 때가 되었나 싶었느니라. 어떠한 요리가 완성되는지 견학하러 왔지…… 흠, 말린 새우의 간장볶음밥, 야채와 닭고기의 된장볶음, 그리고 쿄의 요리인가. 과연, 비교 대상이 필요하니 쿄의 요리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이냐"


노히메의 말에 세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번 보고 세 사람이 각각 만들고 있는 요리를 맞췄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리고 세 사람의 모습을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띠고 보고 있던 노히메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말을 이었다.


"딱히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애초에 요리 소재는 이쪽이 준비한 것이니라. 뭐 본업은 아니기에 소재의 조합을 보고 대략적으로 추측해본 것 뿐이니라. 내가 맞췄다고 해서 실격시키지는 않는다. 어서 맛있는 요리를 가지고 오너라"


시종 여유가 있는, 그리고 마음 속이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는 노히메는, 세 명에게 그 말만 하고는 등을 돌려 조리장을 나갔다.

세 사람은 그녀가 나간 출구를 바라보며 잠시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후, 그들은 요리를 노히메에게 인정받아, 오다 가문의 요리사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요리사, 가 아니라 노히메 전속의 요리사라는 지위였지만.




9월 중순, 전작의 작물을 모두 수확한 후, 휴경하는 밭 이외에 후작의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수확했다고 해도 해바라기, 수박, 오크라, 감자, 백화두(白花豆)는 씨앗을 늘리기 위해 식용으로 쓸 수는 없다.

다행히 감자의 경우에는 중간지(中間地, ※역주: 표고 200m에서 400m 사이의 지역을 말하는 듯)에서 재배한다면 9월에 심고 12월 상순에 수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작(連作) 장해 때문에 3년은 간격을 둘 필요가 있으므로, 벽돌로 플랜터(Planter)를 만들어서 겨울에 재배가 가능한지 시험할 예정이었다.

잘 되면 봄에는 밭에서, 겨울에는 벽돌 플랜터의 2회 수확이 가능해진다.

감자는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비타민 C가 풍부하며 불과 물에 의해 잘 파괴되지 않는 작물이다. 그 밖에도 비타민 B1, B2, B6, 칼륨이 풍부하고, 장기간의 보존도 가능한 겨울의 보존식이다.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긴급시의 비상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까운 것은 가지 과의 식물로 분류되는 감자는 녹색 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솔라닌(solanin)이 많이 들어 있어, 고구마처럼 잎이나 줄기를 식용으로 쓸 수 없다.


쌀의 수확에도 착수했다. 토모호나미(ともほなみ) 계열은 1반(10a) 당 6가마니, 이름없는 쌀은 1반(10a) 당 8가마니였다.

각각 2ha만큼 심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토모호나미 계열은 112가마니, 이름없는 쌀은 145가마니였다. 양쪽 다 유기 재배이면서 농약을 쓴 쌀과 동등한 수확량을 목표로 개발된 쌀이지만, 예상 이상의 수확량에 시즈코 자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확량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이 두 가지 쌀에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식감이 종래의 쌀과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전국시대의 쌀은 주로 적미(赤米; 대당미(大唐米))와 흑미(黒米)이다.

적미는 나라(奈良) 시대부터 쌀의 주역이지만 상당히 질이 나빠서, 갓 지은 밥이라도 점착성은 거의 없다. 흑미의 경우에는 소금을 넣어서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볼 때, 그 맛은 짐작이 갈 것이다.

수백년도 넘게 맛에 연구를 거듭해온 성과인 쌀을 노부나가가 받아들일지, 그건 그야말로 신만이 아실 일이었다.


일종의 도박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하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만에 하나, 받아들여졌을 경우를 고려해서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두 종류의 쌀에서 랜덤으로 한 가마니씩 빼놓았다. 나머지는 전부 볍씨로 삼아서 각각 다른 창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빼놓은 쌀을 탈곡하여 현미로 만들었다. 그리고 현미를 반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을 정미했다.

이 현미와 백미를 각각 밥으로 지어서, 소금간만 한 주먹밥을 만들어 노부나가에게 시식하게 할 것이었다.

어느 형태를 마음에 들어할지는, 실제로 노부나가가 먹기 전까진 알 수 없다. 모두 마음에 들어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보험으로서 부하들 몫의 주먹밥도 만들어 두었다.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라도, 모리 요시나리나 니와 등이 마음에 들어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배를 계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위통을 느끼며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알현했다.


"오늘은 영주님께서 맛을 보아주셨으면 하여 찾아뵈었습니다"


"호오, 맛이라. 대체 뭘 맛을 보라는 것이냐?"


"쌀이옵니다"


그렇가 말하며 시즈코는 입구 쪽에 있는 사이조에게 눈짓을 했다. 사이조는 입구의 문을 약간 열고, 근시(近侍)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쟁반을 든 소성들이 들어오더니, 그들은 그것을 노부나가와 부하들 앞에 두었다.


"주먹밥이냐"


쟁반 위에는 주먹밥이 올려진 그릇이 여섯 개 있었다. 각각의 그릇 밑에는 번호가 적힌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이번의 쌀은 적미나 흑미와는 계통이 다르기에, 식감이나 맛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양산을 하기 전에, 여러분께서 맛을 보아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다, 다들 들거라"


그로부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예상대로 토모호나미 계열과 이름없는 쌀의 주먹밥을 먹었을 때,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주먹밥을 다 먹은 노부나가는, 시즈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취향에 맞지 않았나하고 시즈코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시즈코, 너는 정말 곤란한 녀석이다"


"이, 입에 맞지 않으셨사옵니까?"


"그 반대다 멍청아. 네놈 때문에 지금까지 먹었던 밥이 흙탕물로 지은 반죽으로밖에 생각되지 않게 되었느니라"


"아, 네……"


주위를 일별하자, 모리 요시나리 등의 부하들도 쌀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백미냐 현미냐에 따라 취향이 갈려 있었으나, 누구의 접시에도 적미의 주먹밥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현대의 쌀은 전국시대의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졌다.

대량생산의 길이 열린 것에 안도한 시즈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가지 쌀 모두 맛있다. 내년 이후에 양쪽 다 양산에 힘쓰도록"


"네. 저기, 1번 쌀은 오와리의 환경 이외에는 재배할 수 없는 쌀이라…… 아마도 3번, 4번 쌀 쪽은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흠……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너와 각 마을에서 1번 쌀 생산에 힘쓰도록. 숫자로 말하는 것도 번거롭군. 1번은 오와리 쌀, 3번은 기후 쌀이라고 이름짓도록 하지"


(그건 나쁘지 않은…가? 하지만 토모호나미 계열이라는 이름은 기니까)


시즈코도 쌀의 이름에 집착은 없었고, 이름 없는 쌀 쪽은 한자의 독음을 몰랐다. 노부나가가 붙인 이름이라면, 이후에 이름 때문에 쓸데없는 혼란을 초래할 일도 없으리라.

괜히 이름에 대해 말을 꺼낼 필요가 없다고 시즈코는 생각을 고쳐먹고, 그가 붙인 이름을 쓰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내년부터 오와리 쌀과 기후 쌀의 생산에 힘쓰겠습니다"


내년도 또 바빠지겠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다.




9월 중순, 시즈코는 양계(그 중에서도 채란(採卵))을 위해 준비해둔 땅을 재정비했다.

닭은 이미 근린 일대에까지 사육이 퍼져있어, 광대한 사육장을 유지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즈코는 닭에서 집오리 사육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집오리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사육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옛부터 일본에 전래되고 있다. 게다가 잡식성이라 기본적으로 뭐든 먹는다.

산란으로부터 30일 정도에 새끼가 부화하고, 새끼가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은 5개월에서 6개월, 번식이 가능해지는 성적 성숙(性成熟)은 생후 6개월에서 7개월 정도이다.

즉 1년이면 새로운 세대가 산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결점으로서 집오리는 닭보다 부화율이 낮고, 사육하면 알을 품지 않는 개체가 되기 쉽다.

고기를 얻는 데 6개월 정도 걸리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뭐라 해도 최대의 매력은 깃털이다.

30마리 정도면 다운 자켓 한 벌, 150마리 정도면 오리털이불 한 채를 만들 수 있다. 극한지에서의 작업복에 사용되는 다운 페더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정비를 마치자마자, 시즈코는 당장 출입하는 상인들에게 집오리의 조달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때, 시즈코는 요구하는 숫자를 전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실수를 했기 때문에, 상인에게서 예정 외의 양을 구입해야 하게 되었다.

시즈코로서는 30마리에서 40마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200마리를 훌쩍 넘어버렸고, 거기에 거위까지 섞여 있었다.

집오리와 거위는 겉보기가 닮은데다, 전국시대에는 제대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섞여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을 시즈코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결국, 급거 거위용의 사육장을 설치하고, 입하된 집오리 중에서 병약해 보이는 개체를 솎아냈다.

거위는 18마리, 집오리는 우량건강체 50마리까지 줄였다. 남은 집오리는 깃털을 뽑고 고기는 주위에 나눠주거나 비트만들의 위장으로 들어갔다.


그 도중에 어떤 것을 떠올린 시즈코는, 다시 출입하는 상인들에게 입하를 의뢰했다.

그것은 메밀의 열매의 껍질, 즉 메밀 껍질이었다. 메밀 껍질은 정말로 쓰레기 취급이었기에, 이번에야말로 시즈코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상인들은 곤혹스러워했다.

대체 뭐에 쓸 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나, 상당한 금액으로 사들여 주었기 때문에 잔뜩 준비해서 시즈코에게 팔았다.

모아들인 메밀껍질을 선별한 후, 시즈코는 그것들을 천일(天日) 건조했다. 천일 건조가 충분히 끝난 뒤에 베개에 채워넣었다.

저가격, 그리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메밀베개다.


메밀베개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 시대에 최고급의 베개로서 쇼소인(正倉院, ※역주: 나라의 토우다이지(東大寺)에 있는 목조 창고. 나라 시대의 건축물로 많은 미술품, 공예품, 및 기록이 소장되어 있다)에 보관될 정도였다.

코스트 퍼포먼스가 뛰어나지만, 쓸 때마다 메밀껍질이 뭉개져서 가루가 흘러나오는 결점이 있다.

또, 물세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물은 반년에서 1년마다 한 번 갈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베개 커버와 메밀껍질을 채울 튼튼한 천이 있다면, 당시 흔히 쓰이던 나무 베개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메밀껍질을 천일 건조하는 동안 깃털을 모았다.

상당한 숫자의 깃털이 모였기에, 시즈코는 그것들을 가공해서 방한복을 네 벌 만들었다.

이것은 모두 비단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방한성을 높이기 위해 비단이 복잡하게 짜여 있고, 그 안에는 다운 페더라는 현대의 코트에 필적하는 방한복이었다.

양산할 수 있으면 눈 속에서도 행군이 가능해지지만, 비단과 다운 페더의 소비량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잘해봐야 노부나가나 그의 측근들에게까지밖에 준비할 수 없으리라.


"역시 대량의 견사를 사용한 가치가 있어. 따뜻하네"


코트라기보다 망토에 가까운 방한복을 입은 시즈코는, 가을의 추위도 티끌만큼도 느끼지 못했다.

중세 서양에서 망토라고 하면 권위의 상징이었으나, 시즈코는 겉모습보다도 기능성을 중시했기에, 망토 치고는 수수했다.

물론, 그만큼 비할 데 없는 성능으로 완성되었다.


"시즛치가 만드는 건 기묘한 것들이 많지만 편리하기도 하군"


화려한 문양의 망토를 걸친 케이지가, 담뱃대를 아래위로 까딱거리며 말했다.

담배는 들어있지 않은 듯, 담뱃대에서는 연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추위 따윈 기합으로 견딜 수 있어. 하지만, 이 겉옷(羽織)은 나쁘지 않아"


생각나는 모든 것을 집어넣은 무늬의 나가요시는, 콧김을 뿜어대며 기세좋게 말했지만 망토는 빈틈없이 걸치고 있었다.


"기합으로 어떻게 될 거라면 시즈코 님께서는 추위 대첵을 세우시지 않겠지.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마음먹기 만으로는 견딜 수 없다는 얘기다"


아타고곤겐(愛宕権現, ※역주: 일본의 신 중 하나)이 그려진 망토를 걸친 사이조는, 나가요시의 말을 냉정하게 받아쳤다.


네 사람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수수하지만 고급감이 감도는 망토를 걸친 시즈코. 카부키모노로밖에 보이지 않는 화려한 무늬의 망토를 걸친 케이지.

잡다하니 혼돈을 체현한 게 아닌가 싶은 희한하기 짝이 없는 무늬의 망토를 걸친 나가요시. 아타고곤겐이 그려진 망토를 걸친 사이조.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 때문에 사람들은 네 명을 카부키모노라고 굳게 믿었다.


"그럼, 영주님께서는 무슨 용무로 부르신 걸까"


그의 용무가 그야말로 지금 착용하고 있는 망토라는 것을 그녀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잠시 후였다.




10월이 되기 전, 시즈코는 땅콩의 수확에 착수했다. 기본적으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건조땅콩으로 수확하는 것이다.

땅콩은 땅 속에서 콩 부분이 열매를 맺는 좀 특이한 작물이다. 땅 위에 있는 부분은 필요없지만, 수확이나 천일건조에 편리하기에 한꺼번에 수확한다. [*1]

뿌리째 뽑아낸 땅콩은 진흙을 씻어내고, 몇 개를 다발로 묶어서 대나무 장대에 뿌리를 위로 하여 걸어놓는다. 이 상태로 2주일 정도 천일 건조한다.

건조 공정 종료의 판단은 콩깍지를 흔들어서 안의 콩이 껍질에 부딪히는 딸깍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면 된다.

여기까지 오면 콩 이외의 부분은 필요없어지기에 줄기에서 콩깍지를 떼어낸다. 여기까지 오면 여러분에게 친숙한 껍질이 붙은 땅콩 상태가 된다.

그리고 대발 같은 것에 펼쳐놓고 며칠 천일 건조하면 건조땅콩이 완성된다.

천일 건조한 땅콩은 곰팡이가 피는 일은 있지만 1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곰팡이가 핀 경우에는 물로 씻어서 다시 천일 건조하면 다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생산자만의 특권인데, 갓 따낸 땅콩은 진흙을 털어내고 소금물에 데치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리법은 땅콩이 생야채 상태일 때만 먹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땅콩은 건조시키지 않으면 오래 보존할 수 없는 작물인 것이다.


한 그루에 20에서 30깍지(약 70~100g) 정도, 전체 숫자는 6700깍지 정도지만, 절반 가까이는 내년의 씨앗으로 삼을 것이기에, 식용 가능한 양은 3천 깍지 정도가 된다.

하지만 땅콩은 어린아이(키묘마루나 나가요시)에게는 호평이었으나, 어른(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 등)에게는 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기름기가 많은 식품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최초로 땅콩을 재배한 것은 카나가와(神奈川) 현 오이소마치(大磯町)의 농가, 와타나베 케이지로(渡辺慶次郎)라고 한다.

그는 1871년(메이지(明治) 4년)에 요코하마(横浜)의 친척으로부터 땅콩 씨앗을 받아서 시험삼아 자신의 밭에서 재배했다.

땅콩의 지하 결실성(地下結実性)을 모르고 수확 때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생략한다. 그는 이 작물을 판로에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1877년(메이지 10년)에 막과자 가게에 팔았더니 큰 반향이 있어, 경제 재배의 전망이 섰다고 한다.


9월에 12월 상순까지 수확하는 작물은 다양했다.

수고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작물은 현물을 보내지 않고 목록을 작성하여 노부나가에게 제출했다.

그 후, 노부나가를 통해 어용 상인에게 매각, 가공하여 지정된 창고로 운반, 그대로 지정된 목제 사일로로 운반하는 등의 지시서가 도착했다.

이것들에 따라 작물은 처리되었다. 이 때, 역시 단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노부나가는 느꼈는지, 시즈코에게 MKS 단위계의 채용을 전하는 서류가 도착했다.

서류에 따라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의 장인들에게 해당 공구의 생산을 지시했다. 실제로 쓰는 도구와 연습용의 2세트가 완성될 때마다, 공구류를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운반했다.


수완좋게 처리하던 시즈코였으나, 면화에서만 예상 밖의 문제가 생겼다.

면화는 건조나 씨앗 빼기 등의 처리를 마치면, 일단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운반하게 되어 있다.

질이 좋은 것을 세금으로서 바친 후의 나머지가 시즈코나 작업을 담당한 마을 사람들의 몫이 된다. 가공법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면화를 노부나가에게 팔아치웠지만, 이불 등의 가공법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당장 어린이 사이즈의 이불을 생산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전에, 노부나가로부터 이불의 생산을 금지하는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이불은 하사품으로 쓸 것이기 때문에 시즈코가 이불을 생산하면 곤란하다, 라고 적혀 있었다.

굳이 주인장으로 명령하지 않더라도 한 마디 말로 되는 거 아니었나, 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인장을 통한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하기로 한 시즈코는 마스크나 손수건 종류의 생산으로 전환했다.

고무류가 없기 때문에, 마스크는 목 뒤에서 묶는 타입의 것이었다.

손수건을 만들게 되자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는 손을 씻읍시다'를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소품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탁물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금후, 방한복 등 의류나 소품 종류가 늘어날 때마다, 부인들의 세탁에 관한 부담이 커지리라.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세탁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프로펠러를 돌리는 모터가 없는데다 전기가 없다.

결국, 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소형 세탁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형이라도 완성되면, 차가운 개울의 물에 견디면서 빨래판으로 세탁할 필요가 없어진다. 세제에 관해서는 무환자나무의 분말이 있다.

최악의 경우, 잡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끓는 물에 30분 정도 담궈 두면 세탁물의 잡균은 소멸한다.

크랭크나 나무 나사 등,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다방면에 이르지만, 완성되면 세탁의 집중화가 가능해진다.

동력부가 특수하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설계도를 그려서 다 떠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즈코가 기술자 마을로 가서, 개발자들을 모아 설명하면서 몇 번이나 회의를 열 필요가 있었다.


"오늘도 시즈코는 없는 것이냐?"


그것이 불만인 사람, 노히메는 오늘도 기분이 저조한 모습으로 아야에게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 물었다.


"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외출하셔서, 돌아오시는 건 저녁 무렵이 될 듯 합니다"


"모처럼 요리사를 자랑하러 왔건만, 시즈코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지 않느냐"


"네, 네에……"


애초에 기별도 없이 갑자기 내방하시기 때문이잖아요, 라고 생각한 아야였지만 결코 지적하지 않고 애매한 미소를 띄우며 대응했다.


"주군께서도 뭔가 하고 계셔서 상대해주시지 않으신다. 오네와 마츠와 함께 시간을 때우려 해도, 시즈코가 없어서는 좀 재미가 없느니라"


"그렇군요"


오늘도 넋두리를 듣는 날이 되는 건가, 하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아야는 적당히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점심 때를 지났을 무렵, 전령인 병사가 시즈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항상 해가 질 무렵에야 돌아오시는데 희한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아야는 노히메에게 시즈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오,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내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라고 전하거라"


"이, 일단 5백 명의 병사를 데리고 있기에, 시간은 제법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상락 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시즈코에게는 5백 명의 병사가 따라붙게 되었다.

다른 병사들과 달리 토목건축에 관계가 있거나, 부모가 토목건축 기사였거나 하는 장점 등을 이유로 기술력을 중시하여 모아진 병사들이다.

현재로서는 기술력이나 작업 속도가 떨어지지만, 장래적으로는 즉석에서 다리를 건축할 수 있다거나, 진이나 참호를 단시간에 만들어내거나, 프리패브(prefab) 가건물(小屋) 같은 간소한 건물을 건축할 수 있는, 현대에서 말하는 공병부대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집단 생활을 시키고, 식생활도 개선시키고 있다.


"문제없느니라. 나도 요리사를 데려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전령을 보내어 요리사들을 데려오도록 전하거라"


"네"


쓸데없는 소란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라고 속으로 바라지 않을 수 없었던 아야였다.




【참고문헌】


[*1]ヤマポン総合研究所/趣味と田舎自慢系シンクタンク

 地産地消を楽しむ 野の幸・ホームフルーツ・手作り作品などなど

 自家製手作り加工食品

 落花生の焙煎

 참고URL: www.geocities.jp/yamapon65/tisantisyou_rakkasei_bais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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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9 1568년 8월 중순



그 이후에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또 오다 군은 롯카쿠 군으로부터 기습을 받지도 않고 평온무사하게 다음 날을 맞이했다.

오다 군 4만에서 5만 정도, 도쿠가와 군 1천 정도, 아자이 군 3천 정도, 총 6만에 가까운 상락군.

그에 대해 본진의 칸온지 성에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六角義治), 요시하루의 아버지인 요시카타(義賢), 그리고 요시하루의 동생인 요시사다(義定)와 정예 호위대 1천 기, 미츠쿠리 성에는 강하고 용감한 것으로 알려진 요시다 시게미츠(吉田重光), 타케베 히데아키라(建部秀明), 코마 슈리노스케(狛修理亮), 요시다 신스케(吉田新助)를 필두로 한 3천여명, 그리고 와다 산성에 타나카 지부노다유우(田中治部大輔) 등을 대장으로 하는 6천여명을 배치한 총 1만 정도의 롯카쿠 군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롯카쿠 군은 상락군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와다 산성을 공격하면 배후를 미츠쿠리 성에게 잡히고, 본진인 칸온지 성을 공격하면 와다 산성과 미츠쿠리 성으로부터 협공을 받는다.

미츠쿠리 성이 있는 미츠쿠리 산은 표고 3백 미터 정도의 작은 산이지만, 성으로 통하는 길은 급경사의 외길밖에 없는데다, 그 주위가 큰 나무로 뒤덮힌 천연의 요새다.


미츠쿠리 산은 두 곳의 정상을 가지며, 그 중 하나인 북쪽 정상에 미츠쿠리 성이 있다.

북쪽의 미츠쿠리 산에서 북서쪽으로 칸온지 산(현재는 키누가사(繖) 산이라고 한다)이 있으며, 칸온지 성이 있다.

그리고 칸온지 산에서 동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아이치 강과 다이도(大同) 강의 합류점의 서쪽에 위치하는 표고 180m 정도의 와다 산, 그 산꼭대기 부근에 와다 산성이 있다.

와다 산성은 50m x 100m 정도의 성역 주위에 흙성을 둘러, 남쪽에서 마출곡륜(馬出曲輪, ※역주: 일본 성의 특정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 이후의 주곡륜, 노대도 마찬가지로, 자세한 내용은 http://underzero.net/html/casl/cas_m_a.htm 등을 참조), 주곡륜(主曲輪)이 연이어 배치되어 있고, 게다가 주곡륜 뒤쪽에 10m x 10m 정도의 노대(櫓台)가 배치되어 있다.


미츠쿠리 산과 칸온지 산은 코토(湖東) 평야, 즉 오우미 분지(近江盆地)에 있는 산이다.

그리고 두 개의 산 사이에는 좁고 험한 길이 형성되어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현대에는 국도 8호선, JR 비와코선, 및 신칸센이 키누가사 산과 미츠쿠리 산 사이를 지나고 있다.

이 루트를 장학하기 위해서 롯카쿠 씨가 칸온지 산에 본성, 그리고 미츠쿠리 산에 지성을 쌓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긴 세월에 걸쳐 쌓아올린 방위선에 롯카쿠 씨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불행이 닥쳤다.

그것은 그가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는 방위망, 및 이번의 작선이나 인원의 배치, 옛 방식에 따라 도주하는 루트 등, 대부분의 군사 관계 정보들 중 기록에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노부나가와 그의 주요 부하들에게 알려져 있는 점이다.


"롯카쿠 따위에게 책략을 부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가진 힘으로 놈을 유린하라"


노부나가가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칸온지 성 전투의 막이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전투를 개신한 오다, 도쿠가와, 아자이 3군은, 아이치 강을 건넌 후 세 부대로 나뉘었다.

이나바 요시미치(稲葉良通)가 이끄는 제 1대가 와다 산성, 시바타와 모리 요시나리가 이끄는 제 2대가 칸온지 성, 니와, 히데요시, 그리고 노부나가가 이끄는 제 3대가 미츠쿠리 성으로 향했다.

싸움은 미츠쿠리 성에서 시작되었다. 북쪽 입구에서 히데요시가 이끄는 2천 3백명이, 동쪽 입구에서 니와가 이끄는 3천명이 공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미츠쿠리 성은 급경사나 큰 숲에 둘러싸인 견고한 성. 그리고 요시다(吉田) 이즈모노카미(出雲守隊) 대의 수비도 굳건하여, 히데요시와 니와는 고전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 동안, 노부나가는 뭘 하고 있었는가. 그것은 미츠쿠리 성으로 이어지는 외길의 봉쇄였다.

미츠쿠리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하나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거목으로 뒤덮여 있거나 경사가 급한 짐승이나 다니는 길이거나 했기에 통상의 군사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즉 외길이 봉쇄되면 미츠쿠리 성에 있는 수비대는, 조직적인 철수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산기슭에 세 군데, 그리고 길 위에 네 군데의 봉쇄를 마친 노부나가는, 어떤 것이 들어있는 항아리를 대량으로 운반해 왔다.

어느 정도의 숫자가 모이자, 병사들은 그것을 성을 향해 던져넣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항아리가 깨지고, 내용물이 주위에 튀었다.

노부나가가 항아리에 넣은 것, 그것은 알코올 도수가 60도를 넘는 액체였다. 술이라기보다 위험물에 해당하는 그것을, 노부나가는 계속 성 안으로 던져넣게 했다.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는 노부나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여, 곤혹스러워하면서도 히데요시 대나 니와 대를 상대했다.

이윽고 일부 바닥에서 작은 물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던져진 알코올이, 주위의 열기에 반응하여 조금식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츠쿠리 성에 경고 피리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에 호응하듯이 히데요시 대와 니와 대가 공격을 멈추고 재빠르게 철수했다.

그들의 행동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아,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진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는,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서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한 대의 불화살이 성으로 쏘아졌다. 그것이 기화한 알코올에 닿은 순간, 세계는 일변했다.

순식간에 미츠쿠리 성이 불바다로 뒤엎였다. 그 상황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였으나, 현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된 순간, 패닉이 병사들을 휘감았다.

만약 그들이 알코올은 연소 속도는 빠르지만, 순발력 뿐이지 지속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또 다른 미래가 펼쳐졌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주위가 단번에 불바다에 뒤덮여, 어디로 도망쳐야 안전한지 방향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허둥댔다.

그것이 패닉의 전염에 박차를 가했다. 짧은 시간에 그들은 집단 패닉 상태가 되어, 요시나 이즈모노카미 대는 궤멸되었다.


애초에 롯카쿠 군은 롯카쿠 가문 당주인 롯카쿠 요시하루가 그릇도 재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높아서 거드름피는 태도로 명령만 했기에 사기가 낮았다.

그런 그들이 불바다가 된 미츠쿠리 성을 지킬 리가 없었고, 무구류를 내던지고 앞다투어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도주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오다 군이, 성으로 이어지는 외길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츠쿠리 성 함락. 그것은 성이 공격받은지 겨우 6시간 후의 일이었다.

반나절 정도에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에 롯카쿠 군, 특히 현 당주인 롯카쿠 요시하루는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와다 산성과 칸온지 성, 그리고 미츠쿠리 성을 동시에 공격받았지만, 앞의 두 곳에서는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의 기세로 간다면 상락군을 되밀어내는 것도 가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달랐다.

상락군은 성에서 그들을 끌어내기 위해, 또 미츠쿠리 성의 상황을 의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밀리는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기가 서투른 자들도 있었기에, 어딘가 어색한 느낌으로 싸움에 지는 것을 연기하고 있던 상락군이지만, 승산이 있다는 것에 눈이 먼 롯카쿠 군은 그 어설픈 연기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요시하루는 칸온지 성에 있었지만, 책략에 넘어간 그의 아버지와 동생은 호위대 7백을 이끌고 성을 나서 버렸다.

다급히 아버지와 동생에게 칸온지 성으로 돌아올 것과, 와다 산성에 농성해서 버티도록 전령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전령이 가져온 정보는 그를 절망에 빠뜨리는 내용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내 정예 호위대가 전멸, 게다가 아버지와…… 동생이 전사했다고!"


정예의 호위대 1천 기 중, 7백이나 되는 호위대가 전멸. 게다가 그 7백을 끌고 나간 아버지 요시카나와 동생 요시사다는 전사했다.

게다가 와다 산성은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으로 거의 와해되어 버렸다. 잡병들은 물론이고, 무장들도 무구를 버리고 앞다투어 도망쳤다.

요시하루는 겨우 반나절 만에 미츠쿠리 성과 와다 산성을 잃었다. 해가 완전히 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의 계절은 여름, 가을이나 겨울에 비해 낮이 길다.

그 시간을 겨우 2백여 정도의 호위대로, 1만을 넘는 상락군을 상대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이해한 순간, 요시하루는 무릎을 찧으며 무너져내렸다.


"어, 어째서냐, 어째서 이렇게 상락군에게 유리한 일만 일어나는 것이냐!!"


분통을 터뜨리는 어린애처럼, 그는 바닥을 양손으로 두들겼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상락군은 칸온지 성을 노리고 있다.

와다 산성과 미츠쿠리 성에 비해, 칸온지 성은 방어가 약하다. 이미 촌각을 다툰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옛부터의 예를 따라 코우가(甲賀)로 도망친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래는 야음을 틈타 이동할 필요가 있지만, 그 때까지 칸온지 성이 버틸 가능성은 낮다.

요시하루는 도망칠 것을 측근에게 전하고, 서둘러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칸온지 성에서 도망치기 위한 비밀통로는 몇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각자의 장소로 도망쳐라. 나는 코우가 방면으로 가겠다"


그 말만 하고 그는 호위대 중에서도 가장 신뢰하고 있는 자들 20여명을 이끌고 도주 루트 중 하나를 이용해 칸온지 성에서 탈출했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비밀 통로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멀리서 승전보 같은 목소리가 요시하루의 귀에 들어왔다.

원통하다는 표정으로 비밀통로의 입구를 노려본 후, 그는 숨을 죽이고 비밀통로를 걸었다. 한동안 걷자 산 속의 나무들로 숨겨진 출구에 도착했다.

경계하면서 호위대 중 한 명이 비밀통로에서 기어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없고, 멀리서 상락군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호위대가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호위대 20여명과 요시하루가 비밀통로에서 기어나왔다.

의복의 먼지를 털어낸 후 요시하루는 코우가 방면을 향해 이동했다.


"도망칠 방향은 이쪽이다. 가자"


그렇게 말하며 맨 앞을 걷고 있던 요시하루였는데, 몇 발자국 걸었을 때 갑자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갑작스런 일에 호위대는 웅성거리면서 요시하루를 찾았다. 나무들이 스치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본 호위대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요시하루를 발견했다.

그는 트랩에 걸려, 하늘로 던져졌던 것이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몇 번 난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요시하루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물론, 트랩은 요시하루로만 끝나지 않았다. 망연자실 상태였던 호위대에게도 덮쳐갔다. 앗 하는 사이에 호위대는 전멸하고, 살아남은 것은 요시하루 뿐이었다.


"뭐, 뭐…… 가……"


"설마 롯카쿠 가문 당주께서 스스로 맨 먼저 함정에 걸려서 부하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다니, 선도자(露払い)를 세울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서두르신 것이오?"


요시하루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만 움직였다. 타키카와와, 그가 이끌고 있는 닌자 집단이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보였다.


"어째서……"


비밀통로의 출구가 알려진 것, 이 장소에서 자신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미리 함정을 설치해둔 것, 등 다양한 의문을 떠올리며 요시하루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타키카와는 요시하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사무적인 말투로 짧게 말했다.


"편하게 해 줘라"


그것이 남 오우미를 지배하고 있던 롯카쿠 가문의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가 이 세상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남 오우미에서 벌어진 상락군과 롯카쿠 군의 전투, 칸온지 성 전투(또는 미츠쿠리 성 전투)는 겨우 하루 만에 결판이 났다.

오다 군은 천 명 정도의 피해, 도쿠가와 군은 수십명의 피해, 아자이 군은 300명 정도의 병사의 피해, 나가마사의 가신 와키자카 야스아키라(脇坂安明)가 전사했다.

이에 대해 롯카쿠 군은 롯카쿠 가문 당주 요시하루, 아버지 요시카타, 그리고 동생인 요시사다는 전사. 정예 호위대 1천 기는 전멸, 롯카쿠 가문을 떠받치고 있던 유력한 무장들은 대부분이 전사했다.

병사는 4000 정도의 피해, 4500이 도망, 남은 병사들은 최후까지 주군과 함꼐, 라는 등의 기특한 마음가짐은 없었고, 전에 아군이었던 자들의 시체에서 장비를 강탈하는 상황이었다.

칸온지 성, 와다 산성, 미츠쿠리 성은 폐성, 나머지 무사한 지성들도 롯카쿠 가문의 노신(老臣)인 가모 카타히데(蒲生賢秀)가 지키는 히노(日野) 성 이외에는 대세가 결정된 그 날에 상락군에 항복한다는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 히노 성도 뒷날 오다 가문의 무장 칸베 토모모리(神戸具盛)가 단신으로 히노 성으로 들어가서 가모 카타히데를 설득했다. 어째서 그에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 하면, 그것은 토모모리의 아내가 카타히데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다.

토모모리의 설득에 응한 카타히데는 항복했고, 친아들을 바치고 노부나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때의 친아들이, 노부나가의 딸인 후유히메(冬姫)를 아내로 맞이한 카모 우지사토(蒲生氏郷)이다.


"그래서, 겨우 하루 만에 함락되었는데, 이건 상대가 도망칠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진 대기를 명령받은 키묘마루, 나가요시, 시즈코 등 세 명.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던 키묘마루와 나가요시는, 롯카쿠가 하루 만에 무너진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이나 모레에는 쿄(京)인가……"


"그 전에 롯카쿠다. 무너진 원인, 그걸 생각하는 것이 무장으로서의 역할이랄까"


"그래…… 뭐 열심히 해. 나는 딱히 무장이 아니니까. 애초에, 그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적인 전술이니까"


"잠깐, 그렇게 간단히 결론짓지 마라. 너라면 뭔가 자세히 알고 있겠지? 영주님께서도 이것저것 물으셨다고 하니까"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해"


어떤 명장이라도 하루 만에 성을 함락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하루 만에 결판을 낸다'라는 생각과, 롯카쿠의 '상황이 나빠지면 철수'라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술이 일치한 결과, 칸온지 성 전투는 하루 만에 결판이 난 것이다.

애초에 요시하루는 장기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겨우 하루 만에 철수를 선택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은 그에게도 예상 밖이었으리라.


"지금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모르겠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걸 줘"


"음―, 뭐 그거라면 괜찮으려나"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면, 키묘마루와 나가요시에게서 사고하는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 그렇게 생각해서 시즈코는 일부러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힌트 없이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큼직한 종이에 힌트가 되는 정보를 적어나갔다.


종이의 중앙에 롯카쿠라고 쓴 후, 비와 호(琵琶湖, 오우미 해(近江海)라고도 부른다), 후와노세키(不破関, 미노(美濃)), 아라치노세키(愛発関, 에치젠(越前)), 키몬슈고(鬼門守護, 히에이 산(比叡山)), 그리고 코우가(伊勢)를 써넣었다.

롯카쿠 글자 옆에 '쿄시키(京職, 쿄(京)의 치안 유지)'와 '케비이시(検非違使(조정 경찰))'을 써넣은 후, 그 종이를 키묘마루 앞에 놓았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이 두 사람, 어느 틈에 사이가 좋아졌지?)


나이가 비슷한 탓일까, 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이 배치를 보면, 롯카쿠의 세수(税収)는 비와 호에 의존하고 있군"


"그렇게 되면 북 오우미의 아자이와 적대한 것은 롯카쿠에게는 심한 타격이라는 건가"


"아니 잠깐. 그것만으로는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되지 않아. 롯카쿠에게 불리한 것…… 분명히 문헌인가 뭔가에서 후와노세키와 아라치노세키, 그리고 스즈카노세키(鈴鹿関)는 삼관(三関)이라고 부르고 있었지. 생각할 수 있는 건, 후와노세키도 오다 영토가 되었기에, 처음부터 도망을 계산에 넣고 있던 게 아닐까?"


"아자이 가문에겐 배신당하고, 사이토(斉藤) 가문은 멸망하고, 그 대신 미노를 지배한 오다 가문과는 적대…… 흠, 롯카쿠의 '불리해지면 철수'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술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군"


(오오, 좋은 포인트를 잡았네. 뭐어 롯카쿠는 '강자'에 기생하는 타입이니까, 처음부터 싸울 생각 따위 없었다고 생각해)


롯카쿠가 사는 남 오우비는 비와 호와 3대 방위 거점(히에이 산, 후와노세키, 아라치노세키)으로 보호받는 땅이다.

세수도 비와 호와 3대 방위 거점에 기생하고 있다. 하지만 땅의 태반이 비와 호라는 입지상, 보유할 수 있는 병사는 항상 소수다.

동원 병력은 많이 잡아도 1만 전후 정도. 그런 상태의 롯카쿠는 기생할 곳이 히에이 산, 후와노세키와 아라치노세키, 비와 호의 상인연합 등 복수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롯카쿠 자체가 분열되어서 단합력이 없다.


남 오우미는 대대로 종종 큰 싸움의 장소가 되기 때문에, 대군이 밀어닥치면 숨어서 지나가길 기다리고, 전화(戦火)가 사그러들때까지 몸을 숨기는 수단이 롯카쿠 군의 상투 수단으로 변했다.

관문(関所), 또는 히에이 산이 뚫리면, 그들은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덤으로 쿄로 올라가려고 하는 영주들은 대부분이 수만의 대군으로 밀고들어오며, 기백도 군비도 롯카쿠 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상하군. 어째서, 롯카쿠 가문 당주는 처음부터 도망칠 태세를 취하지 않는 거지? 상락군은 약 5만, 그에 대해 놈들이 동원할 수 있는 병사들의 숫나는 1만 정도. 옛부터의 예를 따른다면, 처음부터 상락군을 통과하게 하고 몸을 숨겨야 할텐데"


"내게 말해도…… 단순히 당주가 상황 파악조차 할 수 없는 멍청이였던 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지. 첫째 날의 상황에서 금후의 예정을 생각했던 걸까?

그렇다면 반나절만에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이 롯카쿠에게는 예상 밖이었다는 건가"


"으―음, 역시 내게는 단순하 멍청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군. 듣자하니 농성하고 있어야 할 칸온지 성에서 병사와 다수의 무장이 나왔잖아? 평범하게 생각하면 농성 중에 병사를 내보내다니 바보 이외의 무엇도 아닌데……"


그 후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거의 처음 만나는 것에 가까운 두 사람인데, 어째서인지 시즈코에게는 문경지교(刎頸之交)라고 해야 할 만한 굳건한 인연으로 맺어진 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미츠쿠리 성에서 화공을 했는데, 불씨를 어떻게 운반한 걸까"


"응? 그건 이걸 쓴 거라고 생각해"


나가요시의 말에 시즈코는 파이어 피스톤을 꺼내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파이어 피스톤은 단순한 나무 막대기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당연한 반응이다.


"남만에서 쓰이고 있는 불피우는 도구의 일종이야.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 쓰고 있는 것은 아야 짱이려나?"


나무 막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불씨를 만들 수 있다고 해봤자 두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의 앞에서 불피우기를 실제로 해 보였다. 작은 천쪼가리가 앗 하는 사이에 불씨로 변하자 두 사람은 나란히 경악했다.


"이런 도구가 있다니. 하지만 확실히 이거라면, 일부러 불씨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크기도 지나치지 않으니, 숨기는 것도 가능하겠군"


"만드는 것도 작은 칼 하나면 되니까. 세 개 만들었는데 영주님이 전부 가져가셨어"


"당연하지, 멍청아. 불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는 게 얼마나 유리한지 모르는 거냐"


불씨는 불씨를 보관하는 전용 장인이 있을 정도로, 전국 시대에는 귀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히이레(火入れ, ※역주: 불씨를 보관하는 작은 그릇)라는 전용의 도구를 준비하여, 아궁이로 불을 유지하는 등의 연구를 하여 불씨를 계속 유지해 왔다. 그 정도로 불피우기는 힘든 작업인 것이다.


"하여튼, 시즈코에게는 항상 놀라는군"


"그렇군. 그런 편리한 도구가 있다면 더 일찍 내놓았어야지"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후로도 좋은 관계로 계속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었던 시즈코였다.




6월 30일.

앗 하는 사이에 남 오우미를 평정한 노부나가는, 곧장 후와 미츠하루(不破光治)를 요시아키가 있는 곳으로 보내어 입락(入洛)의 준비를 하게 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7월 10일, 요시아키는 쿄를 향해 출발한다. 7월 15일, 노부나가는 미이데라 고쿠라쿠인(三井寺極楽院, 시가(滋賀) 현 오오츠(大津) 시)으로 진을 옮겼다.

다음 날, 노부나가는 미이데라 고쿠라쿠인에서 요시아키를 맞이했다. 그리고 7월 17일, 노부나가는 드디어 쿄에 입성한다.


노부나가가 토우후쿠지(東福寺)에 진을 치자, 선진(先陣)인 시바타 카츠이에, 하치야 요리타카(蜂屋頼隆), 모리 요시나리, 사카이 마사히사(坂井政尚)의 군은 카츠라(桂) 강을 건너, 우선 사전 연습삼아 세이류지(青竜寺, 勝竜寺(쇼우류지)라고도 한다)에 있는 미요시 3인방 중 한 명인 이와나리 토모미치(岩成友通)를 공격했다.

미요시 세력은 저항했으나 곧 농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노부나가의 승리에 안심했는지, 요시아키도 쿄에 있는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들어갔다.


다음 날, 노부나가의 본진이 출진해오자 이와나리 토모미치는 단념하고 항복했다. 그 후에도 노부나가는 손을 멈추지 않고, 미요시 측의 성을 차례차례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아쿠타가와(芥川) 성의 호소카와 아키모토(細川昭元), 미요시 나가야스(三好長逸)는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퇴거했고, 코시미즈(越水) 타키야마(滝山) 성의 시노하라 나가후사(篠原長房)도 성을 버리고 퇴거했다.

텅 비게 된 아쿠타가와 성에 요시아키는 입성했다.

그 동안 오다 군은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의 거성인 이케다(池田) 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여기만큼은 다른 성과 달리 저항이 격렬하여, 오다 군은 전사자가 다수 나오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저항하는 이케다 카츠마사도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오다 군 앞에 이윽고 항복하고, 노부나가에게 인질을 바쳤다.

미요시 3인방과 대립하고 있던 미요시 가문 당주 요시츠구(義継) 진영의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는, 최고급의 다기(茶入れ)인 '츠쿠모가미(九十九髪)'를 노부나가에게 헌상하고 그의 부하가 되었다.


상락군은 상락 후 겨우 며칠만에 키나이(畿内) 및 주변의 나라들을 지배하에 두었다.

압도적인 쾌진격을 계속한 노부나가였으나, 여기서 상락군에 어떤 문제가 드러났다. 아자이 군의 사기가 저하한 것이다.

오다 군은 병농분리(兵農分離)를 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도쿠가와 군과 아자이 군은 백성들을 잡병으로 징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자이 군의 잡병들은 논밭의 상황이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기에, 거의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다.


원래는 농번기 이후였을 상락 예정을, 무리하게 단축시켜 7월 전으로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노부나가였다.

따라서 그는 아자이 군의 사기 저하에 대해 한 마디도 불만을 말하지 않고, 반대로 나가마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의 몸 상태에 신경썼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 노부나가의 태도에 나가마사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아직 현저하지는 않지만, 도쿠가와 군도 곧 사기가 저하할 거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7월 20일에 상락군을 해산했다.


금후의 일은 노부나가에게 일임한다, 는 요시아키의 언질을 받은 노부나가는, 이에야스와 나가마사의 귀국을 전송한 후,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요시아키가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이 되려면 천황의 칙령으로 임명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부나가가 조정과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교섭을 하고 있는 동안, 요시아키가 아쿠타가와 성에서 혼코쿠지(本国寺, 本圀寺)로 옮기거나, 헌상품을 가지고 인사하러 온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나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거나 하는 등, 노부나가는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키나이를 평정한 후 대략 3주일 후인 8월 12일, 요시아키는 황궁(内裏)에 입궐(参内)하여 정이대장군에 임명되었다.

여기에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 최후의 쇼군이 되는 제 15대 아시카가 요시아키가 탄생했다.


요시아키를 쇼군의 자리에 앉힌 노부나가는, 그의 허가를 받아 키나이의 인사에 착수했다.

요시아키 휘하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를 쿄(京) 산성(山城)에 배치하고, 마찬가지로 요시아키 휘하의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를 셋츠(摂津) 타카츠키(高槻) 성에 넣었다.

셋츠에 있는 그 밖의 성에 배치한 인원은 이타미(伊丹) 성에 이타미 타다치카(伊丹忠親), 이케다(池田) 성에는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다.

카와치(河内)에 있는 성은 와카에(若江城) 성에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타카야(高屋) 성에는 하타케야마 타카마사(畠山高政)、그리고 야마토(大和)에는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를 배치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에게 항복한 요시아키 휘하 이외의 무장, 즉 옛 미요시 계 무장들이 가진 영지의 소유권을 인정해주었다.

이것은 미요시 3인방과, 미요시 가문 당주 요시츠쿠 및 마츠나가 히사히데의 대립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켜 노부나가에게 항복한 대부분이 무장들이 미요시 3인방 반대파였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에게는 그들의 영지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미요시 3인방의 세력을 뭉개고, 나아가 미요시 3인방 반대파와의 적대를 피하려는 속셈이 있었다.

약간 요시아키의 의도도 들어가 있었지만, 그건 정말 새발의 피 정도였다. 그걸로 요시아키는 만족했기 때문에, 정말 멍청한 쇼군이시라고, 책략을 쓴 노부나가는 어이없어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마친 노부나가는, 다음으로 영지 내의 관문과 조합(座)을 폐지했다. 이것은 쿄의 민중들의 지지를 얻고 치안을 회복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예상대로 쿄에 사는 민중의 대부분이 노부나가의 정책을 지지했다. 민중의 지지를 얻은 노부나가는 추가적인 개혁을 시행했다.

쿄의 치안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자신의 병사를로부터 5천 명 정도를 모아서 '쿄 치안유지 경라대(警ら隊)'를 결성했다.

경라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즈코가 기술자 집단의 마을에서 실시했던 경찰 시스템을 유용한 것 뿐이다.

하지만 이 경라대, 노부나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민중에게 침투했다.


경라대는 쿄의 정식 직함을 가진 집단은 아니지만, 노부나가의 정규군인 것에 변함은 없다.

따라서 범죄자들은 그들에게 손을 댈 수 있을리 없었기에 도망치듯 쿄에서 나갔다.

범죄자가 없어진 결과, 경범죄를 포함하는 사건은 눈에 보이게 줄었다. 치안의 회복과 함께 경라대는 민중들에게 환영받았다.


치안 회복과 인사 등을 포함하여 요시아키는 노부나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능악(能楽, ※역주: 일본의 가면 음악극)을 열었다. 이 때, 요시아키는 호소카와 후지타카나 와다 코레마사 등을 사자로 삼아, 노부나가를 부 쇼군(副将軍)이나 관령(管領) 직에 임명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신참자인 제가 부 쇼군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라고, 요시아키의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거절했다.

대신 원래는 능악의 연주곡을 5번까지 줄이려고 했던 노부나가였으나, 사죄라는 형태로 13번까지 요시아키와 함께 관람했다.

부 쇼군을 사퇴하는 이유, 그리고 좋은 사교성에 요시아키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물론, 일부러 쇼군인 요시아키와 시간을 보낸 것은,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비밀리에 명한 것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시간을 조금 거슬러올라가서, 요시아키가 쇼군이 되고 '쿄 치안유지 경라대'가 결성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쿄의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함께 한 것은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 카이저와 쾨니히였다. 그녀가 노부나가에게 명령받은 임무는, 장인을 많이 기후(岐阜)로 보내는 것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스카웃이다. 그와는 별개로, 시즈코는 쿄에 있는 책을 사들이며, 현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문화재를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한 문화재는 건조물, 회화, 조각, 공예품, 서적(書跡, ※역주: 여기서는 유명한 서예가나 승려가 쓴 글을 말함), 전적(典籍, ※역주: 중국이나 일본의 오래된 책 및 불교의 경전 등을 말함), 고문서(古文書, ※역주: 여기서는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기록이나 일기, 편지 등을 말함), 참고 자료, 역사 자료 등 다방면에 이르렀다.

또, 현대에서는 국보지만 당시에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 간주되는 것들도 사모았다.

사모으다, 라기 보다는 문화재의 보호를 명목으로 하고 있지만.


"대박대박, 오늘도 잔뜩 샀어"


산 것들은 어떤 공가(公家)의 장편일기 20권, 해외에서 수입되었지만 읽을 수 없어 헐값에 팔린 책 4권, 제작된 시기가 확실치 않은 공예품이 몇 점, 잘 알 수 없는 조각이 1점이었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


"네가 시즛치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굉장하다고 생각해, 쇼우조"


"슬슬 책 때문에 바닥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인데"


호위라기보다 짐꾼이 된 세 명은, 시즈코가 산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공가의 일기의 뭐가 좋은 것인지,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시즈코에게는 어떤 것이든지 전국시대를 알 수 있는 제 1급의 사료(史料)인 것이다.

특히 일기류는 훗날의 역사가가 편찬한 자료류에는 없는, 당시의 사람들의 생생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쿄의 거리를 걷는 시즈코를, 쿄의 백성들은 멀리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의 상락군은 과거와는 달리, 규율이 바로잡힌 군대라서 대규모의 약탈이나 학살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부나가가 약탈 행위를 엄금하여, 위반한 병사는 엄하게 처벌받는데다, 애초에 병사들에게는 군율을 잘 지키며 임무를 수행하면 충분한 보상이 확실히 약속되어 있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쿄 치안유지 경라대'도 결성되었기에, 쿄의 백성들은 대부분 상락군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 상락군 안에서 시즈코가 하고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노부나가가 가장 중요한 명령이라고 한 장인 찾기, 두번째는 고아를 모아서 고아원에 살게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사체 처리 등 위생면의 개선이다.

그런 틈틈이 시즈코는 사장되어있던 곰팡내나는 목상(木像)이나, 언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화(硬貨), 가난한 공가가 쓴 일기 등의 책을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폐품 회수를 해 준다면 좋다, 라고 말하듯 쿄의 백성들은 물건을 팔았다.

그 중에는 가짜를 팔아넘기려 한 패거리도 있었지만, 그녀의 감정안(鑑定眼) 앞에 어이없이 간파되어, 누구 하나 가짜를 팔아넘기지 못했다.


"작물의 씨앗도 꽤나 입수했으니 아주 좋아 (매번, F1종인지 고정종인지 조사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네―)"


씨앗의 권리 단체가 존재하지 않은 전국시대에는, 물물교환으로 고정종의 씨앗을 쉽게 입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 고정종을 손에 넣는 것은 어렵다.

일단 씨앗의 입수는, 그에 관련된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고정종을 취급하고 있는 연구기관, 또는 개인적으로 씨앗의 연구를 하고 있는 농가에서 구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에 반해 F1종은 시장에 넘쳐나고 있어 씨앗을 입수하는 것은 쉽다.


어째서 이만큼 차이가 생겼는가.

그것은 생육이 빠르고 모양이 균일하며 질병에 강한 F1종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고정종은 질병에 대해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모양새는 들쭉날쭉하며, 육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시장에 출하하는 농가도, 가정텃밭을 하는 사람들도, 고정종을 키우는 일은 일단 없다.

F1종을 취급하는 회사나 농협 조합이 정기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고정종을 시장에서 배척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도, 주위의 환경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고정종을 키우는 것은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다.


"그럼, 경라대의 보고를 받으러 가볼까요"


그렇게 중얼거린 후, 시즈코는 케이지 들을 데리고 경라대가 이용하고 있는 기지 시설로 향했다.




시즈코가 맡고 있는 세 가지 일 중, 사체 처리가 제일 간단했다. 사체를 도시 밖까지 운반하여, 최저 1.5m의 흙을 덮게 하는 것과, 사체에 생석회를 뿌리는 것으로 끝났다.

장인 찾기도 쿄의 백성들과 사이가 좋아지게 되면,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에 간단히 찾을 수 있다. 그 후에는 교섭에 달렸지만, 딱히 지체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고아원의 확보와 고아의 소집이었다. 전쟁고아를 방치해두면, 이윽고 도당을 결성해서 도적이 된다.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고아들은 날마다 먹고살기 위해 절도 등의 죄를 저지른다.

전쟁고아들이 도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아원에 살게 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며, 수양부모(里親)를 모집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에도 시대의 악법으로 이름높은 살생금지령(生類憐れみの令, ※역주: 도쿠가와 5대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徳川綱吉)가 포고한, 일반적인 동물 외에도 물고기, 조개, 심지어 벌레까지 죽이는 것을 금한 좀 황당한 법이라고 하는데, 당연하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고 한다)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도가 지나친 동물 애호법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살생금지령은 병자나 버려진 아이의 구제도 규정하고 있다.

6대째 이에노부(家宣, ※역주: 도쿠가와 이에노부(徳川家宣). 원문에는 家督이라고 되어 있는데, 오타로 보임)가 쇼군이 되었을 때 살생금지령은 폐지되었으나, 이 버려진 아이의 교육 제도는 남겼을 정도로 뛰어난 제도였다.


하지만 뛰어난 제도가 시행되어도, 고아들이 순순히 말을 들을 리도 없다.

대부분의 고아는 잡히지 않으려 도주, 어쩌다 잡혀서 고아원에 넣어져도 탈주를 반복한다, 는 완전히 숨바꼭질 상태였다.


"으―음, 오늘은 세 명 탈주. 개중 두 명은 금방 붙잡혔지만, 한 명은 절도……라. 힘으로 억누르면 괜히 더 악화될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자칫 도시 밖으로 나가게 하면 도당을 결성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쿄 치안유지 경라대로부터의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며 책상에 엎드렸다.

명목상으로는 노부나가의 휘하이지만, 실제로 경라대의 행동 지침을 결정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시즈코였다.

2인 1조로의 순찰, 경비견의 도입, 순찰 루트의 제정 등, 그들에게는 처음 겪는 것들 뿐이었기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기술자 마을에서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도입에 관해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오늘까지 하루 이상 도망친 적은 없습니다만…… 금후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젊은 병사가 시즈코에게 그렇게 진언했다. 그는 남방 경라대 2번대의 대장이다.

북방, 동방, 남방, 서방 각각을 담당하는 치안유지대, 사무, 경리 등의 뒷일을 담당하는 업무지원대, 그리고 다섯 대의 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위생대.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크게 나누어 이 여섯 개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무로마치 막부의 쿄우시키(京職, 쿄의 치안 유지)는 있으나 마나한 것.

조정 주변의 치안 유지는 계통이 다르기에 기능하고 있었으나, 쇼군 주변, 나아가서는 쿄의 치안유지는 노부나가의 군사력과 재력이 있었기에 성립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치안유지 조직을 편성하여 노부나가의 부하인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에게 인수인계하는 것이 시즈코의 역할이다.


(뭐어 인수인계라고 해도, 내가 작성한 서류를 아케치 미츠히데의 부하에게 넘기고 끝이지만……)


시즈코는 때가 되면 오와리로 돌아가지만, 미츠히데를 포함하는 부하 몇 명은 쿄에 남는다.

금후, 쿄 치안유지 경라대가 효율좋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실은 시즈코의 조직 편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것을 시즈코는 모른다.


"이거에 관해서는 평범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네. 고아를 솎아내기…… 같은 걸 했다간 오다 반대파에게 이용당할테니까"


고아가 도망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평범하게 계속 붙잡는 것 이외의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아를 죽이면, 오다 반대파가 그 점을 이용해 올 가능성이 높다.


"경비견의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고 있지요?"


"그다지 순조롭지 않습니다. 수백 명의 부대라면 몰라도, 치안유지대는 4천 명을 넘는 규모라서…… 년 단위를 고려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흠…… 그러네요. 여기서 서둘러 도입해서 실패하는 건 피하고 싶으니까요. 개의 훈련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해 주세요. 물론, 빨리 끝내는 게 제일 좋지만요"


치안유지대는 네 개의 대를 합하면 4천 명을 넘는다. 경비견을 도입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애초에 개의 브리더(breeder) 조차 없는 전국시대이다. 개를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다, 경비견으로서의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적다. 경비견의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겠지요. 보고, 연락, 상담을 잊지 말고, 이후에도 업무에 힘써 주세요"


더 들을 게 없어진 시즈코는, 각 대의 대장을 돌아보면서 종합적인 이야기를 한 후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그로부터 8월 12일까지, 그녀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정리했다.

하지만 8월 13일,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정식으로, 미츠히데에게 '쿄 치안유지 경라대'에 관한 권한 이양과 인수인계를 하도록 명령받았다.

그리고 8월 15일, 오랫동안 쿄에 체재하고 있었던 노부나가였지만, 이 이상 기후를 비워두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여, 귀국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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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8 1568년 6월 중순



노부나가와 가신들에 의한 병참 회의는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군의 중핵을 이루는 중요 안건이었지만, 노부나가가 결정하여 상의하달(上意下達)로 끝내지 않고 가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부나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도입되었던 '오(伍, ※역주: 5명으로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의 대. 현대의 분대 같은 것)' 시스템을 채용하여, 잡병에서 정예병에 이르기까지 5명을 한 조로 하여 군사 행동의 최소 단위로 삼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기본으로 가신들은 병참을 구상했다.


처음으로 의견을 낸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다.

그는 자신도 활용하고 있는 보온병을 응용하여, '오'의 한 끼 식량을 넣을 수 있는 식량통을 제안했다.

먼저 말린 밥, 말린 야채, 닭고기 등의 말린 고기, 살균 작용이 있는 매실장아찌를 보온병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조리할 때, 끓인 물을 식량통에 붓기만 하면 된다. 말하자면 현대의 인스턴트 식품에 가깝다.

말린 고기나 말린 야채는 완전히 건조시키면 상온에서도 3주일 가까이 보존이 가능하다. 말린 밥은 최고 20년은 간다고 한다.


또 병참을 유지하려면 군사물자 운반용의 도로 정비가 필요하다, 라는 의견을 낸 것은 모리 요시나리와 니와 나가히데였다.

그들은 시즈코가 정비한 머캐덤 포장을 채용하여, 그것을 사용하여 도로를 정비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비가 잘 된 매커넘 포장 도로는, 비가 내려도 물이 잘 빠지고, 도로의 양쪽 도랑을 통해 물이 배출된다.

즉, 어느 정도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군수품을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포장도로이기에 마바리의 속도도 올라가며, 게다가 우천에 의해 노면이 진창으로 변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수송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고 등이 없어져 수송 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도로가 정비된다면 마차가 나올 차례이다, 라는 것으로 수송용 병기로서 시즈코는 39식 치중차(三九式輜重車)를 제안했다.

무구, 식량 등의 물자를 말 한 마리로 끄는 목제의 짐마차로, 메이지(明治) 39년(※역주: 1906년)에 제식화된 이래로,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일본군이 해체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본래의 적재량은 220kg이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수준의 성능은 낼 수 없으리라. 그래도 말의 등에 실어 운반하는 것보다는 많이 운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물자를 운반하는 상자에 어떤 가공을 하여, 운반 도중에 적의를 가진 인물에 의한 독물의 혼입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구조는 단순하여, 우선 식량통을 넣는 전용의 상자를 만든다. 그 상자에 안쪽에서부터 열리는 부분에 종이를 붙인다. 그 상태에서 반대쪽으로부터 식량통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나무못을 박아서 바닥을 붙여 고정시킨다.

그렇게 하면 개봉한 순간 끼어 있던 종이가 찢어지기 때문에 개봉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안쪽에 붙어 있는 이상, 종이를 찢지 않고 다시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무못을 사용하였기에 못을 뽑을 수는 없고, 어설프게 수작을 부리려 해봤자 나무못은 간단히 부러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짐마차를 이용해서 운반하는 것에 대해 히데요시는 어떤 의문점을 제시했다. 그는 말을 계속해서 며칠이나 달리게 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히데요시는 하루 동안 말을 달려서 운반할 수 있는 거리마다 방위 시설에 해당하는 '역(駅)'을 설치하고, 거기서 하루마다 말을 교대시켜 달리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소위 말하는 역마차 제도다.

그렇게 하면 운반할 수 있는 양과 이동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말의 사료를 짐수레에 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처음의 말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차례차례 짐을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느 아이디어도 실현될 때까지는 최소 2년은 걸리지만, 운용하여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른 군사 행동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병참, 즉 노부나가의 병참관리 시스템은 평시에서의 응용 이용도 가능하다. 통상의 물류와 군수품의 물류를 한 손에 장악하면, 뭐가 어디로, 얼마만한 양이 흘러가고 운반되어 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을 쓰지 않고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간자를 이용하여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 이상은 됐다. 우선은 롯카쿠, 그리고 미요시 3인방을 박살내는 것만 생각하라. 아시카가 님을 쇼군으로 추대한 후, 이것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


"옛!"


그 한 마디로 이번의 회의는 해산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피곤해진 시즈코는 어깨를 두들기며 방을 나섰다.

아직 10대 후반인데 벌써 아저씨같은 짓을 하는 시즈코에게, 등 뒤에서 시바타가 말을 걸었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시즈코 님"


"흐억!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시바타 님"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시바타, 그리고 삿사가 있었다. 양쪽 다 신속하고 용맹과감, 그리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특히 삿사 나리마사 쪽이 지독하게 지는 것을 싫어하여, 노부나가도 '네 결점은 고집이 너무 센 점이다'라고 쓴소리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호로슈(母衣衆, ※역주: 호로(母衣)라는 것은 일본의 방어구의 일종으로, 돌이나 화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갑옷이나 투구 뒤에 비단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부착한 것이라 하는데, 이것이 다이묘 직속의 정예무사들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호로슈는 다이묘 직속 친위대의 일종이라고 보여진다)의 대장에 임명될 정도로 노부나가의 신뢰를 얻고 있기도 했다.


(이 두 사람,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무장들의 급선봉이었지……)


그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맞물려서인지, 아니면 자신들보다 여자 따위가 중용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오다 가문에 가신들 중에 시즈코가 있는 것을 싫어하고 있다.

반대로 적극적인 활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타케나카 한베에, 니와 나가히데였다.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의 의견에 따르는 스타일이었기에, 한결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도였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되겠지요. 시즈코 님이 쉬고 있는 곳에서 이야기해도 괜찮겠소?"


"네, 네에…… 저기,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문제없을까요"


"문제없소"


진중에서 시즈코가 머무르는 장소에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어째서인지 나가요시가 머물고 있엇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 것 보다는, 이라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이리라. 매춘부로 착각되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시바타와 삿사를 데리고 돌아가자, 생각대로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가 있었다. 시즈코에게도 예상 밖이었던 것은, 키묘마루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있었던 점이었다.

케이지는 처음에 시즈코와 시바타, 삿사를 쳐다보았지만, 드러누운 상태에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사이조가 허리를 곧게 펴고 일어나 세 명에 대해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나가요시와 키묘마루는 컴파운드 보우로 과녁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타케나카 한베에가 지켜보고 있었다.

상당히 혼돈스러운 광경이었다. 일단 나가요시와 키묘마루의 놀이를 그만두게 한 후, 시즈코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그래서…… 이야기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키묘마루들을 보았다. 자리를 피할 생각이 없는 그들은, 각자의 장소에 앉아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아예 감출 생각도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바타 들의 대화를 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시바타와 삿사는 동시에 헛기침을 했지만, 입을 연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바타였다.


"어설픈 탐색은 익숙하지 않으니, 솔직히 말하겠소. 나와 삿사 님이 그대를 무척 싫어하는 것은 그대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리에 맞는 이야기까지 반발하진 않소. 우선 이것부터 이해해 주셨으면 하오"


"네"


"그럼 이야기 말인데, 내게는 병참의 장점이 전혀 이해되지 않소. 그것에 집착하는 그대의 생각도 노림수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군. 확실히 말하자면 어쩐지 너무 기분이 나쁘오"


(기분이 나쁘다……? 아아…… 과연)


그 말에 간신히 시즈코는 그들이 자신을 매우 싫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두려운 것이다. 시즈코가 언젠가 자신들을 대신하게 되어, 자신들의 존재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이.

두 사람은 속마음을 감추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시즈코가 간단히 본심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우직함이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다.


"먼저, 저는 병참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참을 결여, 또는 소홀이 하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패배하게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병참 만으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병참은 현재의 기술과 경제를 베이스로 한 군대, 말하자면 국가의 축소판에 해당한다.

전술, 전략보다 상위의 가치관이 아니라, 그 둘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전쟁을 하면, 전술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어도 전략적으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어째서, 병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오. 집착이 없다면, 지금 이 시기에 말할 필요도 없지 않소"


"그건 뭐…… 영주님께서 흥미를 보이셨다고밖에는"


"아아……"


그 한 마디로 납득한 시바타와 삿사였다. 엄청난 설득력이네, 라고 말한 본인인 시즈코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할까. 나, 딱히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우연히 타케타 신겐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언니의 말을 떠올린 것 뿐이고……)


"제 나름대로 병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만"


팔짱을 끼고 끙끙거려봤지만 두 사람에게 병참의 유익함을 이해시킬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을 무렵,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타케나카 한베에가 입을 열었다.


"시즈코 님은 병참을 구축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으신 게 아니라, 병참이라는 개념을 아는 것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곳이 보이게 된다, 고 말씀하고 싶은신 게 아닐까요"


"음…… 확실히 지금까지 식량 사정을 고려에 넣지는 않았지만……"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을 다방면에 등용하고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영주님께서는 매사에 따라 보는 것의 위치를 바꾸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어 보이게 되는 것, 보아야 할 것,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따라서 유익하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시는 것이지요"


"과연. 영주님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나. 내 얕은 생각이 부끄러울 뿐이군. 소생이 학문이 짧아 그런 것이니 용서를 바라오"


"하―, 영주님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던 건가요"


"……어째서, 거기서 시즈코 님이 감탄하시는지는 대단히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소생도 이로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삿사에게서 냉정한 지적을 받은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노부나가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승복할 수 없다면 시즈코를 뛰어넘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라는 것은, 그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뒷부분부터 타케나카 한베에게 설득에 가까운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조용히 듣고 있던 시즈코였다.




한베에의 설득에 의해 일단 납득은 했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을 바꿀 수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생각은 역사(戰史)를 배우고, 실제 전장에서 적과 칼날을 맞부딪히며 길러진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뀌면 고생할 일이 없다. 하지만 그들도 무의미한 반말은 불화를 초래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이제부터는 노골적으로 시즈코에게 반발하는 것은 삼가기로 했다.

물론, 반론해야 할 곳은 설령 노부나가가 찬동하더라도 반론하겠지만.


이래저래 꽤나 밀도높은 첫째날이었으나, 이틀째는 딱히 사건이나 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노부나가-도쿠가와 연합군은 아자이(浅井) 군과 합류한 후, 아이치 강(愛智川) 북쪽 기슭 부근까지 이동하여 포진했다.

포진한 후, 노부나가는 스스로 말을 몰아 직접 적정 시찰을 하고, 공격 목표를 칸온지(観音寺) 성, 미츠쿠리(箕作) 산성, 그리고 롯카쿠 진영의 최전선 기지인 와다(和田) 산성으로 정했다.

입지적으로 아이치 강의 반대쪽 기슭에 와다 산성, 그 후방에 롯카쿠 씨의 본거지인 칸온지 성, 동쪽에 지성(支城, ※역주: 본성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보조적 역할을 가지는 성, 요새, 진지 등)인 미츠쿠리 성이 있었다.

이 세 성을 선으로 이으면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간선(幹線)은 이 삼각형 안쪽을 지나고 있다.

거기까지 파악한 노부나가는 롯카쿠가 어떠한 책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롯카쿠의 방어 태세는 우선 와다 산성에 주력을 배치하여 이곳에 상락군을 못박아둔다. 그 동안 칸온지 성과 동쪽에 있는 지성인 미츠쿠리 성의 병력을 이용하여 상락군을 협공하는 작전에 나설 것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그는 남 오우미(南近江)의 지금까지의 전사(戦史)를 조사하여, 이 주변에 있는 영주들은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전장에서 도망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긍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불리해지면 철수하여 권토중래를 바라며 자복(雌伏)한다는 것이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처세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놈들은 놓치면 성가시다. 싸구려 도발에 넘어오지 않고 철저하게 몸을 숨기니까. 그런 주제에, 마치 쥐새끼처럼 쫄래쫄래 움직이지. 롯카쿠는, 이 땅에서 완전히 씨를 말릴 필요가 있겠군)


방침이 정해진 노부나가는 호위들을 데리고 진지로 돌아갔다.

상락군의 대부분이 오다 군이라고 해도, 롯카쿠를 공격하려면 작전 회의를 열어야 한다.

4만이라는 대군을 움직이는 노부나가는 강한 발언권을 가지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상락군은 노부나가를 포함하는 연합군'이라는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작전 회의는 자기 혼자 결정하지 않고 아자이, 도쿠가와와 의논하고, 전투에서는 위험한 장소에 먼저 들어간다.

그것을 말하고 반드시 지키는 것으로 동맹 상대를, 특히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생각이 아니라, 노히메의 의견이 채용된 것이었다.


(하여튼, 뭐가 '아사쿠라 가문 당주는 주군께 요여(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역주: 요여(神輿)는 제례 때 신위(神位)를 모시고 메는 가마)를 새치기당하여 심히 화가 난 듯 합니다. 따라서 할아버님 대부터 친한 사이이자 맹우(盟友)인 아자이 가문 영감님(ご隠居, ※역주: 자식이나 후계자에게 가문이나 사업을 물려주고 은퇴한 노인을 뜻한다)께는 절대 방심하지 마시길'이냐. 어이없군…… 하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흘려들을 수 없는 것 뿐이다)


한 번도 접촉이 없는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와 노부나가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 그것은 아시카가 요시아키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가 류우쇼지(立政寺)에서 노부나가와 회담한다는 것을, 2년이나 신세를 진 요시카게에게 알린 것은 출발 직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요시카게는 세 번에 걸쳐 요시아키를 말리려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결국 요시아키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러한 흐름이, 요시카게에게 노부나가에 대한 반발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비젠노카미(備前守, 아자이 나가마사의 통칭, ※역주: 우리 말로 하면 비젠(備前) 태수 정도로 이해하면 됨)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지금 당장 사효노죠(左兵衛尉,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의 통칭, ※역주: 일본의 관직 중 하나)가 이래저래 움직일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으니. 우선은 요여를 쿄(京)로 옮기고, 그걸 처리한 후에 다음 일을 생각하자)


진지에 도착하자마자, 노부나가는 아사히 나가마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작전 회의 개최 요청을 보냈다.

수락하는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대답을 확인한 노부나가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곧이어 주요 부하들을 호출했다.


"그럼, 오늘은 밤까지 바빠지겠군"


노부나가는 제법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가 적정 시찰을 하고 있을 때, 본진에 있던 시즈코는 따분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노부나가에게 모두 전달했기에,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카이저와 쾨니히를 쓰다듬는 것도 지겨워졌다.

주위가 지금부터의 싸움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 여유가 넘치는 태도의 시즈코였다.


"……너무 한가해. 잠깐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즈코는 가지고 있던 도구로 목제의 파이어 피스톤(Fire Piston)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세 개를 만들고 지겨워진 그녀는, 산책을 나서려고 생각했다.

참고로 파이어 피스톤은 동남아시아의 원주민이 사용하던 발화 도구의 일종으로, 19세기에 로렌스 반 데르 포스트(Sir Laurens Jan van der Post)에 의해 유럽에 보고되었다.

단열 압축이라 불리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디젤 엔진의 점화 방식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불씨를 불쏘시개로 옮기기까지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지만, 심플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발화석 같은 특수한 재료가 필요없고, 그리고 단시간에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전국 시대에는 오버 스펙인 발화 도구이지만, 시즈코에게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든 정도의 인식이었다.


백팩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도구를 소형 백에 옮겨서 등에 멨다.

카이저와 쾨니히, 그리고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를 데리고 시즈코는 본진 주위를 산책하기로 했다.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뭣보다, 이제 곧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광유람 분위기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한 얘기였지만.


"으―음, 역시 자연이 많이 남아 있네.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게 잔뜩 있어"


여기저기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주워모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에 수작이 부려져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뭔가 시간 때울 만한 건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길을 걸었다.

20분 정도 걸었지만 역시 세상이 그렇게 편리하진 않아서,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커브길을 지난 시즈코가 돌아갈까 하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카이저의 귀가 자신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쾨니히가 몸을 움직이며 전달했다. 두 마리의 행동을 보니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다, 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케이지나 사이조도 인기척을 느낀 듯, 기척이 나는 방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소매에서 포켓 화장거울을 꺼냈다.

화장도구류는 이미 못 쓰게 되었지만, 거울 같은 소품은 지금도 쓸 수 있다.

헌터 케이스(Hunter Case, ※역주: 일반적인 회중시계 형태를 말한다) 타입의 회중시계처럼 용두를 눌러 뚜껑을 열자, 안에는 직경 5.5cm의 원형 거울이 끼워져 있었다.

디자인은 그냥 심플할 뿐이지만, 기능성을 중시하는 시즈코가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위화감은 없었다.


손거울의 위치를 잘 조정해서 뒤쪽에 숨어 있는 인물을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금방 거울을 닫았다.

거울에 비친 것은 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한 번 감싸쥔 후,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혼다(本多)님, 거기서 뭘 하고 계시나요"


순간, 가까이서 수풀의 잎이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그것은 숨어서 시즈코를 살피고 있던 인물이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라는 확신을 주는 소리였다.


(어쩐지 카이저와 쾨니히가 반응하지 않더라. 적의가 아닌 단순한 시선이라면 얘네들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두 마리가 소리에만 반응한 이유가 납득이 간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덤불 저편에 숨어 있던 타다카츠가 뻘쭘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거 참 우연이군요, 시즈코 님!"


이 상황에서도 아직 뻔뻔하게 얼버무리려는 타다카츠에게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일단 진지로 돌아가죠"


타다카츠가 이 장소에 있었던 이유는 묻지 않기로 한 시즈코였다. 물었다간 괜히 더 피곤해질 듯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그는 단순히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 뿐이며 딱히 깊은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직감만으로 찾아내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재능이지만.


어떻게든 시즈코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보려고 획책한 타다카츠였지만, 카이저와 쾨니히 두 마리가 절묘한 컴비네이션으로 타다카츠를 계속 블로킹했다.

두 마리의 공방에 패한 타다카츠는, 결국 대단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뭣보다 헤어지기 직전에, 주먹밥과 훈제 무 절임을 나눠받는 것으로 기운을 되찾을 정도의 실의였지만.

갑작스레 기운이 난 탓인지, 그의 실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려져, 어째서인지 롯카쿠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변환되어 버렸다. 불합리한 분노를 받게 된 롯카쿠 병사들이 가엾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참고로, 그는 시즈코를 발견하기 전에 나가요시를 발견했다.

야스마사(康政) 왈, 두 사람의 대화는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라고 했으나, 내용을 모르는 시즈코는 나가요시가 자신을 약간 피하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해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며 곤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 그리고 나가마사의 상락군은 다음 날 전투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어느 군이 어떤 성을 공격할지를 정하고, 작전 회의가 끝나기 직전 무렵, 이에야스가 그제서야 떠올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다 님. 귀하의 명물 병사를 보고 싶은데,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명물 병사?"


무슨 소리냐는 듯한 태도의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괜한 겸손이시군요. 뭔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짐승을 거느리고 있는 병사가 있다고 저희 군에서는 소문이 자자합니다만"


"그건 저도 들은 적이 있소. 형님,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구경하고 싶군요"


이에야스의 말에 나가마사가 자신도 생각난 듯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 내용에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이해한 노부나가는 잠시 생각했다.


(……확실히 박력이 있는데다 경외의 대상으로서 위엄이 있는 늑대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쿄에 도착하기 전에 소문이 났나)


옛부터 일본에는 늑대 신앙이 있다.

예전에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의 산에 서식하고 있던 일본 늑대는,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잡아먹었다.

그 때문에 늑대는 신의 사자, 즉 신사(神使)로서 신앙의 대상이었다.

늑대가 사람을 습격하는 위험한 해수라는 생각은, 메이지 시대 이후에 서양에서 들어온 잘못된 생각이며, 일본은 그때까지 늑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의 교토(京都)시 후시미(伏見)구 후카쿠사오오카메다니(深草大亀谷)는, 옛날에는 산성(山城)의 나라인 오오카메다니(大亀谷)라고 불렸다.

이 산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등장한다. 그것은 늑대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중재에 들어간 사람이, 그 덕에 의해 입신출세하여 행복해지는 이야기이다.

킨키(近畿) 지방(※역주: 교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2부(府) 5현)에 있는 야부(養父) 신사(神社)는, 에도 시대부터 몇 안 되는 늑대 신사로 알려져 있었다.


즉 키나이(畿内)에서 늑대는 사람을 돕는 신의 사자이기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시즈코의 호위는 케이지와 사이조였지만, 그에 대해 종군에 관록을 붙게 하는 의미로 데려오라고 명령한 노부나가였으나, 예상밖으로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을 깨달았다.


"흠…… 뭐 좋겠지. 허나 녀석은 보통 괴상한 녀석이 아니니, 그건 우선 이해해 두도록"


"오다 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다니…… 조금 무섭군요"


말과는 달리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이에야스였다. 너구리 녀석, 이라고 노부나가는 마음 속으로 내뱉으며 작전 회의를 일찍 끝냈다.

그리고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를 데리고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호위니 뭐니 따라오기 때문에 상당한 인원수가 되어 버렸다.


"시즈코, 지금 괜찮……"


노부나가의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적한 인물인 시즈코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카이저의 등에 머리를, 쾨니히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본진에 있다고는 해도 적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무방비하게 코를 골고 있는 배짱에 노부나가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그녀의 근처에서 솔잔을 한 손에 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 한편 나가요시는 4미터나 될 듯한 긴 죽창를 사용하여, 실에 매달아놓은 영락전(永楽銭, ※역주: 중국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永楽帝) 때 주조되기 시작한 동전(엽전)으로, 일본에는 무로마치 시대 때 대량으로 수입되어 에도 시대 초기까지 유통되었다)의 구멍에 끼워넣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사전에 '상대는 엄청나게 이상한 녀석이다'라고 듣고 있던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도 이것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위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관자놀이 주변을 누르면서 자고 있는 시즈코에게 다가갔다.

어벙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에 한 번 한숨을 쉰 후, 그는 시즈코의 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실로 멋진 침구에서 일찌감치 취침이라니 너는 참 팔자 한 번 좋구나"


"흐억! 여, 여우이(영주님)!? 아아어(아파여)―――!"


행복한 꿈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깨워진 시즈코는, 패닉을 일으키면서도 노부나가임을 깨달았다.


"됐으니까 그 얼빠진 얼굴을 빨리 조여라"


그 말만 하도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볼에서 손을 뗐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잡아당겼던 부분을 양손으로 문지르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얼핏 보니, 높은 신분의 사람이 둘에 나머지가 호위라고 추측했다.

갑자기 사람이 늘어나자 카이저는 경계를 나타내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쾨니히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주위의 상황을 바쁘게 살피고 있엇다.


(또 뭔가 안 좋은 예감이……)


참고로, 케이지 등 세 명은 어느 틈에 술잔이나 죽창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태세전환이 빠르네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도 자세를 바로하고 노부나가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노부나가와 두 명의 남자가 의자에 앉았다.


"보면 볼수록 크군……"


"무섭군…… 저 하얀 털의 늑대, 머리는 사람만큼 좋은 걸까"


"검은 털 쪽은 지금도 목을 물어뜯어올 듯 하지 않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즈코에게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확실히 카이저와 쾨니히는, 일본 늑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함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애초에 늑대는 경계심이 강하여, 사람 앞에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극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형 늑대가 다수 서식하는 캐나다에서, 늑대에게 공격받을 확률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물론, 절대로 공격받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육아중의 늑대에게 부주의하게 접근하거나 고의로 무리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하면, 늑대에게 보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저런 괴물이 곁에 있으면, 언제 자다가 공격받을 지 모르겠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저 여자가 부추길지도 모르지 않나"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 시즈코는 수근대는 자들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다.


"겁장이 놈들이 시끄럽게 재잘대지 마라"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시즈코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던 말을 자기도 모르게 삼켰다.


"나는 가신을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들으라는 듯 험담하는 비겁한 놈들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게 말해봐라"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노부나가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오다 님의 말씀이 맞군요. 저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했습니다. 이래서는 겁장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고요함이 지배하는 자리를 처음으로 깬 것은 의외로 노부나가의 옆에 있던 이에야스였다.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다 님, 시즈코 님. 제 가신들의 결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너희들, 이 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라"


노부나가와 시즈코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이에야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부하들에게 박력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누가 험담을 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에야스는 솔직히 결례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형님, 저도 결례를 사과드립니다. 애초에 제가 꺼낸 이야기인데, 기분을 해치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한 템포 늦게 나가마사도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였다. 여기서 시즈코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라……? 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난 거야……?"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결례를 사과했다. 당연히 그는 시즈코의 이름을 모르기에,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처음부터 노부나가와 시즈코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뭐어 아자이 쪽은 영주님에게 사과한 것 뿐일까?)


가신에게까지 일부러 사과한 이에야스였지만, 시즈코는 그냥 이에야스가 꼼꼼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 기세를 돋을 겸, 신의 사자의 가호를 받아보도록 하죠"


이에야스는 말하자마자 일어나서 큰 걸음으로 카이저에게 걸어갔다. 가신들이 말릴 틈도 없이 이에야스는 시즈코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시즈코에게 맞춘 후, 이에야스는 목소리를 낮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면화(綿花) 때도 그러했지만, 그대는 퍽 흥미롭소. 가능하면 오다 님이 없는 자리에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소"


"네……?"


처음부터 시즈코의 대답 따윈 고려하지 않았는지, 이에야스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카이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 겁내면서 카이저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 했으나, 카이저는 교묘하게 머리를 움직여 그 손을 피했다.


"실로 안타깝군요. 아무래도 신의 사자께서는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오"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은 무리라고 이해한 이에야스는, 과장된 태도로 익살을 떨어 보였다.




※용어나 명칭에 대한 역주 내용의 기본적인 출처는 역자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 외에는 네이버 일한사전 및 구글, 일본 위키피디아입니다. 역주마다 일일이 출처를 기재하자니 본문의 가독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것 같아 이렇게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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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7 1568년 6월 중순



노부나가가 요시아키와 류우쇼지에서 회견한 것이 같은 해 6월 23일.

더 거슬러올라가서 요시아키가 노부나가와 회견하기 위해 이치죠다니(一乗谷)를 출발한 것이 같은 해 6월 12일.

그것과 별 관계는 없지만 이에야스가 병사를 이끌고 기후(岐阜)에 도착한 것이 6월 25일.

그리고 에이로쿠(永禄) 11년(1568년) 6월 26일. 이 날, 노부나가의 본거지인 기후는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오오, 역시 압권이네"


당세구속(当世具足, ※역주: 일본 갑주의 일종)을 걸치고 있는 시즈코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에는 말을 이용하는 시즈코였지만, 군대의 행군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료의 준비나 말을 보살피는 사람을 고용할 틈도 없었기에, 그녀는 도보로 행군하게 되었다.


지정된 장소를 찾아 시즈코는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남녀의 체형 차이는 갑주 정도로는 완전히 감출 수 없어, 자세히 보면 시즈코가 여자인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사들은 시즈코를 빤히 쳐다보며 호기심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금방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좌측에는 평범한 차림새를 한 사이조, 우측에는 카부키모노(傾奇者)의 차림새를 한 케이지, 그리고 뒤에는 카이저와 쾨니히 등 두 마리.

그들로부터 일제히 시선을 받으면, 잡병들은 얽히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이전에 시즈코의 차림새도, 잡병들이 볼 때는 이질적이었다.

그녀는 대형의 백팩을 메고 있었다.

가죽제였지만 수납구가 많아, 대나무 수통에서 식량, 정비용 도구류, 여행용품이나 사슴 해체용으로 쓰고 있는 나이프 등 다양한 것들을 세세하게 구별되어 넣을 수 있었다.

본래는 사슴 사냥에 쓰던 것이지만, 백팩의 범용성이 높아서 전장에서도 내용물에 따라서는 충분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모양새가 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져온 컴파운드 보우, 그리고 이대(矢竹)로 만든 화살과 그것을 넣을 화살통이었다.


컴파운드 보우는 사슴 사냥용으로 쓰고 있는 만큼, 육지에서라면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시즈코는 사람을 쏴본 적은 없고, 지금까지의 사냥감은 모두 동물 뿐이었다.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며 위력은 낮지만 연사성이 높은 타입의 컴파운드 보우였지만, 화궁(和弓, 일본 활)을 능가하는 성능은 아니다.

그리고 정비에도 손이 많이 간다.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한 성능'의 활이다.

하지만 그러한 도구들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갑주 차림새에 백팩, 그리고 컴파운드 보우라는 모습은 대단히 괴이하게 보였다.


(컴파운드 보우는 조정해서 위력을 올렸지만…… 아마 60파운드 정도려나. 뭐, 활용할 상황 따윈 없지 없어. 어차피 이동중에 식량을 구하기 위한 도구가 될 뿐이야)


모양새만 나면 돼, 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실제로는 카부키모노 수준으로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역주: 옛날 일본에서 말하는 카부키모노라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현대에서 말하는 (특히 일본의) 폭주족이나 헤비메탈이니 펑크 패션 등을 연상하면 대충 얼마나 이질적인 느낌일지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나가요시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 조금 전, 갑자기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쇼우조 녀석,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거 아니었던가"


노부나가가 상락할 때, 나가요시의 나이는 10세에서 11세.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13세인가 14세 정도에 성인식을 치렀지만, 그것은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와 형인 모리 요시타카(森可隆)가 사망하여, 정식으로 모리 가문의 당주가 되기 위해서다.

어째서 상락에 따라갈 허가가 떨어졌는가 하는 의문에 케이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쇼우조 군은 전에 있었던 씨름 대회의 포상으로, 이번의 상락에 종군할 수 있는 허가를 오다 님께 받았다고 하더군"


"과연, 그래서 어린애인데도 참가할 수 있었다는 건가…… 어이쿠, 도착한 건가"


케이지의 말에 두 사람은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늠름한 표정으로 말에 타고 있는 나가요시의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 모리 요시나리는 있었지만, 나가요시보다 약간 연상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형인 모리 요시타카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오와리에 있는 모리 씨의 구 영지를 맡아 지키고 있었다.


"시즈코, 영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시즈코의 신하, 마에다 케이지. 마찬가지로 영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니 사이조. 오다 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나가요시에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모리 요시나리에게 인사를 했다.


"음, 이야기는 들었소. 셋은 쇼우조와 행동을 함께 해 주시오"


"옛, 알겠습니다"


인사와 간단하 의논을 마친 세 명은 쇼우조 쪽으로 이동했다.

어린애면서도 상락의 싸움에 참가할 수 있었던 그였지만, 당연하게도 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건 아니고 기본적으로 후방에서 견학이다.

그래도 전투에 대한 대비는 게을리하지 않아, 십자창(十文字槍)을 들고 있었다. 유일하게 묘한 구석을 꼽자면, 그도 또한 컴파운드 보우를 장비하고 있는 점이리라.

하지만 시즈코의 컴파운드 보우와는 달리, 화궁의 화살도 쓸 수 있도록 사이즈가 변경되어 있었다.

대형화된 만큼 총 중량도 올라갔지만, 그것은 가죽제의 숄더 벨트로 커버했다.


"오, 시즈코인가. 이번의 상락에 참가하다니 놀라운데"


시즈코를 보고 나가요시는 어깨를 움츠리며 익살을 떨었다. 그 ㅈ신도 이례적인 참가지만, 시즈코와 달리 주위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잘 부탁해. 근데 뭐, 쇼우조 군은 그렇다치고 나는 뒤에서 견학 확정이네"


"그런가? 네 활솜씨는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명중 숫자 승부에서는 지고 있으니까"


"그야 해수 구제 때문에 활동하고 있으니까"


시즈코가 사는 마을의 주위에는 사슴이 서식하고 있다. 니사쿠들의 활동에 의해 산의 환경이 개선되었다.

당연하지만 사슴들도 생활 범위가 넓어져, 결과적으로 뭉쳐 있던 무리가 분산되어 버렸다.

원래 니사쿠들의 구역이 생활권으로서 성립하지 않았던데다, 풍부한 먹이터가 밀집되어 있었기에 사슴들도 밀집되어 있었던 것 뿐이다.

산의 환경을 정비하여 복원하면, 자연스레 사슴들도 분산된다. 그리고 분산된 것 뿐이지 숫자는 줄지 않았다.

되려 먹이터가 늘어난 것에 따라, 몇 년 전보다 사슴의 숫자는 늘어났다.

가죽이나 고기가 손에 들어오니 니사쿠들에게는 기뻐할 일이지만, 농사일을 하는 시즈코들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니사쿠들에게 맡겨두었던 사슴의 사냥을, 시즈코들도 할 필요가 생겼다.

거기서 수행을 빙자하여 나가요시, 그리고 케이지나 사이조도 사냥을 돕게 하던 시즈코였다.


"얕보고 있었어, 사슴의 대증식을…… 삼림도 파괴당하니, 적절한 숫자로 조정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민둥산이 되겠어"


현대 일본에서도 사슴의 대증식에 의해 수목이 마구 먹히고 있다. 사슴의 식해(食害)는 보통이 아니라,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조차 말라버린다.

모처럼 산이 본래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게끔 정비한 환경이 사슴에 의해 모조리 파괴되어 간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숫자까지 줄이고, 항상 삼림이 파괴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빈번하게 사슴 사냥에 참가한 때문인지, 나가요시는 숙련된 사냥꾼과도 견줄 만한 실력이 되었다.

컴파운드 보우는 활 자체의 특성상 화살을 당긴 상태에서 조준을 하기 때문에 높은 명중 정밀도를 자랑한다.

한편 화궁은 숙련되는 데 시간을 필요로 하여, 단기간의 수련으로는 도저히 써먹을 수 없다.

유일한 문제점으로서 예비 활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갑자기 화궁으로 바꿔잡을 필요가 생길 경우에는 일단 표적에 명중하는 일은 없으리라.


장점만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컴파운드 보우는 명중 정밀도가 높을 뿐이고, 활에서 화승총으로의 세대교체의 과도기를 담당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

나쁘게 말하면, 이미 활은 '어정쩡한 무기' 취급인 것이다. 아무리 컴파운드 보우가 단순한 발상이나 원리에 비해 고위력이라도, 화궁 만한 성능은 없다.


"뭐어, 나도 너도 나갈 차례는 없겠지. 예외는 케이지와 사이조 정도인가"


"뭐, 그렇겠지"


나가요시와 담소하고 있는데 전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말을 달리며 뭔가 말하고 있었다.

불운하게도 거리가 있었기에 절반은 들리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들려오는 말에서 전령의 내용을 추측했다.


"아무래도 상락의 행군이 시작된 모양이다. 꽤나 오래 얘기했는데, 뭐 여기는 중군이니까"


전국시대, 군은 전군(前軍), 중군(中軍), 후군(後軍)의 세 부대로 나누어 행군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군이 앞에 척후(斥候)를 내보내면서 전진하고, 중군이 좌우로 척후를 내보내면서 진군한다.


"전군의 외침이 가늘게 들려오는군. 영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 크윽, 나도 듣고 싶었어!"


전국시대에서 군단의 사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투 전에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자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적 측의 부당성을 소리높여 외치는 언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언쟁, 군단의 사기가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싸움이지만, 때로는 상대의 역린을 건드려 전의를 고양시키는 경우나, 예상 외의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머리에 피가 솟구쳐 군사 기밀을 흘리는 혈기왕성한 자들도 있었기에, 군에 따라서는 언쟁을 벌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는 군령을 내린 곳도 있다.


"으―음, 이 근처가 행군을 개시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네"


전군의 외침에 자극받은 병사들이 기염을 토하고 있는 가운데, 시즈코는 느긋하게 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상락할 때 노부나가를 가로막는 것은 남(南) 오우미(近江)를 지배하는 롯카쿠 씨만 남았다.

1개월 전, 롯카쿠 씨와 7일간에 걸쳐 상락군에 가담하도록 설득했으나 설득은 결렬되었다.

이에 따라 노부나가는 롯카쿠 씨의 정벌을 결단했다. 그에 앞서 그는 어떤 책략을 꾸몄다.

오다 가문 신하인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를 오우미, 야마시로(山城)에 파견하여, 쿠니슈(国衆, ※역주: 지방 토호, 무사들) 및 막부(幕府) 호코슈(奉公衆, ※역주: 쇼군(将軍) 직속의 군사력)에 상락군의 편을 들도록 손을 썼다.

게다가 서가(庶家, ※역주: 방계), 즉 본가에서 분가한 계열의 롯카쿠 요시카타(六角義賢)가 남 오우미의 영주(守護)가 된 것을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롯카쿠 종가(惣領家)에 공작을 하여, 오우미의 쿠니슈를 상락군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 책략에 의해 노부나가는 수많은 키나이 장수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반대로 롯카쿠를 약체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류우쇼지에서 요시아키에게 상락을 표명한 다음날, 노부나가는 오우미 타카미야(高宮)에 도착했다.

여기서 노부나가의 여동생인 오이치(お市)와 혼인하여 동맹 관계가 된 아자이(浅井)의 군세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발생했는지, 다음날인 28일에 노부나가와 이에야스와 합류할 계획으로 변경되었다.


"뭐어, 그게 아니라도 이틀은 인마를 쉬게 해야 하니…… 왜 그러냐, 시즈코. 배탈이라도 났냐?"


"……어째서 네가 여기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마주 앉아있는 키묘마루를, 시즈코는 어이없는 감정을 담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뭐, 아버지가 공부라고 하셔서 말이지.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라는 거겠지. 물론, 전투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좋고, 어째서 남이 만든 밥을 당연한 듯이 먹고 있는 걸까? 라고 하고 싶거든?"


계절은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이었지만, 전국시대는 소빙하기(小氷期)였기에 현대와 달리 평균 기온이 낮아서 밤은 제법 쌀쌀하다.

뭔가 따뜻한 것을 먹자고 생각한 시즈코는 말린 밥을 사용해서 죽을 만들기로 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해서 속이 깊은 프라이팬으로 물을 끓이고, 말린 밥, 말린 고기, 말린 야채의 순서대로 넣고,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내고, 마지막으로 살균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매실장아찌를 넣는 것 뿐이다.

맛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행군중에는 식사를 충분하게 할 수 있기만 하면 감지덕지다.

전투식량인 죽을 완성시킨 후, 카이저와 쾨니히에게 식사를 주고 있는데 키묘마루가 나타난 것이다.


"뭐 거기는 너와 나 사이니까, 라는 걸로"


"……하아, 나중에 꼭 돌려줘. 아무래도 식량은 자기 몫밖에 없고, 갑작스러웠기에 예비는 얼마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말해서 마바리(小荷駄, ※역주: 중세 일본에서 말이나 작은 수레에 물자를 실어 운반하던 물자 또는 보급 부대)의 물자에서 받아오지"


"횡령은 하면 안 돼"


"무슨 소리냐, 정식으로 나눠받는 것 뿐이다…… 어이쿠"


스푼에서 죽이 넘칠 뻔 했기에 키묘마루는 급히 균형을 잡았다.

넘치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스푼에 담긴 죽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네가 만든 간장, 이었던가. 아버지는 대단히 마음에 들어 하시더군.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선다고 하던데"


"내가 고안한 건 아니지만 말야. 뭐 영주님께서는 진한 맛이 취향이시니까, 간장이 취향과 일치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전에 생선의 간장조림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셔서, 요리사들에게 금일봉을 내렸을 정도니까"


"……그렇구나. 그런데 차마루 군, 아무리 본진이라고 해도 혼자서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은데―"


"아― 시끄러시끄러. 너까지 할아범처럼 잔소리하지 말라고. 기침병 때부터 오늘까지 공부, 훈련, 공부였단 말이다. 조금은 쉬게 해 줘"


"뭐 나중에 혼나는 건 차마루 군이니까 상관없지만…… 말야"


식사 후, 물이 담긴 나무통에 두 사람의 식기와 조리도구를 담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군에 따라온 상인들에게 식사를 살 걸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만 완성 후에 생각났기에 이미 늦었다.

카이저와 쾨니히는 시즈코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긴장이 풀려서 기분좋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도 귀는 키묘마루 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최저한의 경계는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롯카쿠는 어째서 상락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지?"


카이저나 쾨니히와 스킨십을 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질문을 던졌다.


"아시카가 님은 예전에 롯카쿠 씨의 영토에 있었거든. 그런데 미요시 3인방에게 습격당했으니까 롯카쿠 씨는 아시카가 님이 자신들을 원망하고 있다, 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건 자기 몸조차 지키지 못하는 쇼군 가문의 현재 상황을 한탄해야 할 일이군"


"사람은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편이 편하니까. 뭐, 쇼군 가문은 한 세대 전의 제13대 쇼군(公方)께서 암살당했을 때부터 몰락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제와서 한탄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흠…… 상락도 아버지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키묘마루는 식후의 감주(甘酒, 누룩으로 제조)를 마셨다.


"생강 즙이 들어 있어서 마시기 편하군. 그러고보니 감주(一夜酒)를 군의 상비품으로 삼도록 진언한 게 시즈코였던가. 대체 이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영양이라는 말이 있거든. 이건 사람이 몸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의 총칭이야. 이래저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뭐 단적으로 밥을 먹어서 취할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해 줘. 그리고, 이것들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어서, 그게 부족하면 사람의 몸은 기능 장해를 일으키게 돼"


"아버지의 식사가 바뀐 것은 그 때문인가. 나도 이래저래 쓴 소리를 들었어"


"뭐, 그건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니까. 그리고, 쌀누룩으로 만든 감주는, 그 영양을 보급하는 데 효율이 좋아"


감주에는 비타민 B계열, 쌀에서 유래한 식이섬유나 아미노산 종류, 그리고 포도당으로 대표되는 다량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영양제의 링거로서 이용되는 유산 링거액 + 쌀에서 유래된 성분에 해당하는 구성으로, 감주는 '마시는 링거'라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시는 링거'라고 불리는 것에 경구(経口) 보수액(補水液)이 있다. 이것은 물에 소량의 소금과 많은 설탕을 녹여서 만들 수 있다. (※역주: 스포츠 드링크를 말하는 듯)

단순이 물만을 마시는 것보다 수분이 흡수되기 쉽고, 게다가 에너지와 염분(전해질)을 재빨리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에 구연산 등의 중탄산 전구체를 첨가하면 흡수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아까 시즈코가 먹은 매실장아찌를 넣은 죽도, 일본식의 경구 보수액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감주, 경구 보수액 양쪽 다 우수한 음료이지만, 전국 시대에는 설탕이 귀중품이기 때문에 시즈코는 쌀누룩으로 만드는 감주를 추천한 것이다.


"배가 고파서 비틀거리는 병사와, 건강하고 의식이 또렷한 병사. 어느 쪽이 강하다고 생각해?"


"그건 뭐 후자겠지. 굶주린 잡병 따위, 아무리 노력해도 사기가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그런 거야. 설령 1만의 병사라도, 영양실조 상태의 사람들로는 힘을 제대로 낼 수 없으니까"


병사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것 만으로도 군이 가지는 힘은 상당히 달라진다.

하지만 식량 사정의 개선은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는다.

먼저 공급 과잉이 될 정도로 작물의 생산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전쟁에 의해 농업 인구가 감소해도 생산력이 필요 공급량을 밑돌지 않는 초 고효율형의 농업 시스템이 필수다. 인구 한 명 당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잉여 인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초 고효율형의 농업 경영을 생각하려면, 작부 면적, 수확량, 10아르 당 수확량과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해진다.

그 데이터를 통일된 포맷으로 기재하려면 등사판 인쇄기가 필요해진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 작업이지만, 등사판 인쇄기는 금후에도 쓸모가 있기에,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에서 재현할 수 없을지 연구중이었다.


"(1893년 무렵에 토머스 에디슨이 원형을 만들었으니까, 등사판은 전국 시대에서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뭐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닌가) 그건 그렇고 행군이라는 건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네. 낭비를 없애도록 개선하면 편해질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낭비라고 생각한 거냐?"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대의 문제는 병참이네"


"병참……? 마바리가 아닌 것이냐?"


마바리는 군대에 직접 부속되는 보급품의 운반 부대로, 후방에서 모든 지원을 하는 병참 부대와는 다른 것이다.


"전혀 다른 거야. 전선에 같이 따라오는 마바리대가 아니라, 병참은 군수품의 수송, 물자 보급, 연락망의 확보 등의 후방 지원을 말하는 거야"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는지 키묘마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쟁의 명인이라고 불렸던 우에스기 켄신이나 타케다 신겐도, 마바리에 식량을 실어 끌고 적과 싸웠으며, 마바리의 식량이 다 떨어지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전국 시대의 전쟁의 정석이며, 히데요시가 토우카이(東海) 가도 연변(街道筋)으로 쌀을 매점하여 호죠(北條, 北条를 옛 글자로 쓴 것)을 공격할 때까지 굳건한 상식이었다.


"뭐 후방 지원대를 만드는 건 보통의 군세를 만드는 것보다 번거롭고 손도 많이 가니까. 효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에―――――"


거기까지 말을 끝냈을 때, 시즈코의 어깨를 누군가가 가볍게 두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키묘마루와, 그와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동시에 그 인물에게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이해했을 때, 두 사람의 표정이 굳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나도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시즈코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까"


상락 군의 톱, 노부나가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면서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큰일이다, 라며 시즈코의 마음 속은 편치 않았다.

돌아온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카이저와 쾨니히에게 짐을 지키게 한 후, 노부나가에게 키묘마루와 함께 연행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후, 노부나가는 준비한다고 말을 하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 그는 대형의 흑판과 주요 가신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마침 좋은 기회다. 이 녀석들도 참가시키겠다"


그건 그야말로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주요 가신들도, 시즈코도, 싫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 무투파 가신들은 불복하는 표정이었지만, 시즈코는 일부러 못 본체 했다.

그들이 노려봐도 시즈코에게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반대로 타케나카 한베에, 그의 동생인 시게노리(重矩), 니와는 흥미진진한 느낌이었다.


"그럼, 우선은 병참과 마바리의 차이점이군. 내게는 똑같이 들린다만, 그 차이를 설명해 보겠느냐"


"네, 네. 우선…… 마바리는 종군하는 보급품의 운반 부대입니다. 그에 대해 병참은 군의 전투 능력의 유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전략적으로는 전투 행위 이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역할, 전술적으로는 전투 행동을 계속하여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시즈코 님, 잠시 괜찮겠습니까"


타케나카 한베에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당장 뭔가 의문이 떠오른 걸까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말을 잇게 했다.


"저도 그렇지만, 아마도 여기에 계신 분들 전원이, 전술, 전략이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거기부터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우선 전략이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말합니다. 그리고 전술이란, 전략에 의해 정해진 구상을 따라, 전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법을 말합니다. 이번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전략이란 '영주님께서 아시카가 님을 쇼군으로 추대하는 것'입니다. 전술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롯카쿠 씨를 정벌하는 것', '쿄(京)에 있는 미요시 3인방을 정벌하는 것' 등입니다"


어떤 규모부터 전략, 전술이라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지만, 개념상으로는 구분되어 있다.

전략이란 전쟁 전채에서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지도하는 술책이며, 전술은 전장에서 실제로 승리하기 위한 전투부대를 지휘통제하는 술책이다.

이 두 가지의 명확한 구분 기준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양쪽 모두 목표 달성의 수단이라는 공통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물론, 고려해야 할 문제의 대소나 시야의 폭 등,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사항들은 있습니다만, 혼재되기 쉽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만을 들겠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라 하면, 대략적으로 물과 식량 등의 생활 물자, 갑주나 칼, 창, 활과 화살 등의 병기, 우마(牛馬)의 사료 등이지요. 그리고 이것들을 수송하는 병사가 필요해집니다. 이것들을 묶어서 병참이라고 합니다"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병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물이 윗자리에 앉았을 때, 원래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사람에 대해 '기합이 부족하다'라며 정신론을 꺼내며 죽게 놔두거나, 보급선을 위험한 레벨까지 늘리거나, 필요한 식량을 주지 않고 굶어죽게 하는 등의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실제로, 전국 시대에서 병참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제 2차 세계 대전중의 대일본 제국군이 무모한 행군을 반복한 것도, 병참이라는 단어가 군의 교과서에 나올 뿐 제대로 기능시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병참의 능력을 충실하게 갖추는 쪽이 이긴다'라는 당연한 것을, 근대의 일본군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증거이다.


"……마바리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들리는군요. 그것에 대해 어떠한 점이 문제인지 알고 싶습니다"


조용하게 손을 든 것은 니와였다.


"마바리에는 마바리의 장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마바리는 못 쓴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군의 행동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마바리에는 어떤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토우고쿠(東国, ※역주: 칸토(関東) 지방)의 우에스기, 타케다, 호죠를 이용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이 셋을 선택한 이유는, 마바리의 문제를 말하는 데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바리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이 셋의 싸움의 승패가 좀처럼 갈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타케다 및 우에스기는, 호죠가 틀어박힌 오다와라(小田原) 성을 둘러싼 적은 있지만, 결국 대단한 전과를 내지 못하고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철수할 때 호죠로부터 추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호죠가 토우고쿠에서 가장 견고한 성인 오다와라 성에 틀어박혔다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마바리에 실은 식량을 다 먹어치웠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마바리가 가진 식량을 다 먹어치우면, 그 이상의 전투 행위는 하지 않고 본국으로 철수한다.

일본의 전투는 그게 정석이며, 식량의 준비가 충분한 성에서 견고한 수비에 전념하면 대부분 상대가 패한다.

포위한 쪽의 식량이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남북조 시대부터 전국 시대까지 끊임없이 전쟁 소동이 이어진 것이다.


"마바리는 기동성이 좋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만, 운반 중인 물자가 다 떨어지면 군 행동이 종료된다, 는 결점이 있습니다"


이유를 더 들자면, 대부분의 경우 백성을 잡병이나 종군 인부로 고용하기 때문에, 농한기 외에는 전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농한기가 끝나면 잡병들은 농사일이 그리워지며, 군의 사기가 대폭 하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참이라는 보급병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언제 싸움이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을"


상세한 묘사까지 상상할 수 있었는지, 무장들 중 몇 명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 중에는 시바타도 있었지만, 시즈코는 그것을 못 본척 하기로 했다.


"계전(継戦) 능력이 있다, 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위협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끝없는 공포를 상대에게 주게 됩니다"


"……과연, 겨우 맥락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조용히 시즈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노부나가였으나, 갑자기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년 전, 내가 너를 주웠을 때부터, 너는 일관되게 기술을 퍼뜨리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병참이라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한 계집이로다"


"…………………어, 아니, 저기요?"


뭔가 엄청난 착각에 의한 고평가라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당황해서 부정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노부나가의 안에서는 시즈코의 평가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선 농업을 개혁하여, 그에 의한 높은 생산력을 손에 넣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다음으로 그것을 세상에 퍼뜨려 국가의 생산력을 높인다. 타국에 알려지게 되겠지만,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참이라는 힘을 우리 군에 도입한다. 흠…… 부국을 이루어 강병을 만든다, 라는 것일까"


"과연. 확실히 행군을 받치는 생산력이 없다면, 병참이라는 생각도 망상이 되겠군요"


"그녀가 퍼뜨린 것들은 쌀, 소금, 콩, 그 외의 작물도 많이 있었지. 하나같이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물자이기에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


그와 함께 가신들로부터의 평가도 급등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뭘 말해도 늦었다,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완전히 체념했다.


(하, 하하…… 어쩌지……)


시즈코는 일관되게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 농업 기술을 퍼뜨리고, 견사나 삼실이나 목면의 생산에 착수하고, 기술자 마을을 만들어 연구, 개발을 했다.

의식주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사람은 간신히 여유가 생겨나고, 그 여유를 가지고 교육을 하면 나라는 번영한다.

옛부터 지식이란 좋건 나쁘건 권력자가 독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식이란 민중이 권력자에게 저항하기 위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전 국민에게 학문을 닦게 해야 한다. 그에 관련된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의 '학문의 권유(学問のすすめ)'이다.


제 1편의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문구에서, 학문의 권유는 인류 평등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오해되기 쉽다. 그 때문인지 후쿠자와 유키치는 성인군자처럼 생각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학문의 권유'는 그 문장 이후에,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현명한 사람과 우둔한 사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높은 신분의 사람과 낮은 신분의 사람이 있지. 그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학문을 닦고 있는가 아닌가이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전 17편에 걸쳐 '어리석은 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 '권력자에게 탄압받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 '외국에 침략받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라는 내용으로 학문을 닦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마키아벨리와 나폴레옹을 더해서 농축한 듯한 극단적인 매파 영감이다.

그리고 '학문의 권유'에 '아코우 로우시(赤穂浪士, ※역주: 일본의 유명한 연극인 충신장(忠臣蔵)에 등장하는 47명의 무사들로, 무사도의 교과서처럼 취급됨)?, 존황양이(尊皇攘夷, ※역주: 일왕을 받들고 서양 세력을 쫓아내자는 사상)? 바보 아냐?'라던가 '유학(儒学) 같은 걸 어디다 써'라던가 '학자 양반들은 옛날부터 변한 데가 없군요'라던가 하는 대단히 위험한 말을 태연하게 써제끼는 독설 영감이기도 하다.


"그럼, 즉시 검토로군"


"(병참 따윈 생각하지 않았어. 언니의 책을 읽었기에 알고 있는 것 뿐인데……) 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말에 넋이 나간 상태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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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예고  (3) 2018.02.02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6 1568년 6월 상순



시즈코는 야채의 작부(作付, ※역주: 작물을 심음)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새롭게 입수한 씨앗이나 묘목을 고려해서, 재배의 계획을 다시 짜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4년 주기의 돌려짓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변경하지 않는다. 변경하는 것은 재배할 작물에 한정시킨다.


하지만 이게 제일 골치아팠다.

작부 계획서는 작물의 밭갈이부터 수확까지 계산에 넣지 않으면, 수확과 그 뒤에 심는 작물의 밭갈이가 겹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실패하면 씨뿌리기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퍼즐 같은 조합은, 원래 일본인이 특기로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시기에 관해서도, 달력이라는 공통의 역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씨앗을 심는 시기를 착각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아직 전래되지 않은 작물을 제외하고, 현재 상태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의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나, 상성이 좋은, 또는 상성이 나쁜 작물의 조합의 자료를 작성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줬다.

즉, 백성들은 시즈코의 진두 지휘가 없어도, 스스로 작부 계획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사람들이 이주하여 생긴 남는 토지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 남은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보았지만, 그들의 작부 계획에 대해서는 상담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무래도 50명이 쓰고 있던 논밭을 30명으로 분배했기에, 상당히 넓은 논밭을 가지게 되었다.

분배된 토지를 정비하자, 시즈코는 밭을 돌려짓기용의 밭을 세 개,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을 키울 밭 하나로, 총 4개로 나누었다.


먼저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로 간주되는 호박, 고구마, 당근, 소송채 등 네 종류를 재배하는 구역. 이것들은 토지를 회전시키지 않고 매년 같은 순서로 재배한다.

다음으로 돌려짓기 플랜 A였다. 이것은 콩을 키울 구역이기에 가장 넓은 밭을 포함한다. 그룹 A에 땅콩, 그룹 B에 옥수수와 콩, 그룹 C에 고구마, 그룹 D는 계란이다.

돌려짓기 플랜 B는 그룹 A의 전작(前作, ※역주: 같은 땅에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먼저 재배하는 작물,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후작(後作)이 배추. 그룹 B의 전작이 가지, 후작이 무. 그룹 C의 전작이 토마토, 후작이 시금치. 그룹 D는 계란이다.

마지막으로 돌려짓기 플랜 C는 그룹 A가 수박, 그룹 B가 오크라, 그룹 C가 감자, 그룹 D는 백화두(白花豆)이다.


하지만 논밭을 깔끔하게 다 쓰지는 못하여, 손바닥만한 토지가 몇 군데 남았다.

방치하는 것도 아까웠기에, 시즈코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나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영양소가 포함된 수송나물(オカヒジキ)이라는 작물을 심었다.

이것은 벌레가 잘 달라붙지 않기에 농약이 필요없고, 조건만 맞으면 재배에 손이 가지 않는다. 몇 번이고 수확이 가능하여 소송채처럼 키우기 쉬운 작물이다.

비누의 재료인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 수송나물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비누를 만드는 것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

올리브 오일이 일용품으로 취급되는 서양과 달리, 일본은 유채 씨앗이나 깨 기름 등의 식물성 오일은 귀중품이다.

게다가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장작이 사용되며, 부산물로 생성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토양 오염이나 대기 오염 등의 환경 오염도 일어난다.

그러한 리스크들을 감안하고 비누를 만드느니, 무환자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열매 껍질을 입수하는 편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전작과 후작을 하는 밭이 있는 한편, 단일 품종만을 심는 밭도 있는데, 이것은 휴경 등을 하기 위해서다.

항상 작물을 계속 키우게 되면 토지가 피폐해져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휴경지로 만들어서 대지의 활력을 되찾게 해야 한다.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는 컴패니언 플랜츠이기 때문에, 벽돌용의 흙을 유용하여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사각형의 화분에 심었다. 시기를 봐서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구역에 둘 예정이다.


과일은 넓은 토지를 준비했지만, 중요한 묘목이 하나나 둘 밖에 없겄기에, 넓게 정지(整地)된 토지의 한 구석에 듬성듬성 묘목이 심어져 있는 모습은 정말 쓸쓸했다.

본래는 감이나 밤도 같이 재배할 예정이었지만, 감이나 밤나무에 작물의 해충이 몰려들 것을 생각하면, 밭 근처에서 재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식수(植樹, ※역주: 나무를 심는 것)는 단념했다.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도 광대한 토지를 준비했다. 특히 백화충제국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때, 백화충제국은 모기향의 재료로 쓰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때, 시즈코는 신에게 감사하며 신앙심이 싹텄다. 하지만, 그건 들어올렸던 손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지며 이마에 격돌했을 때 제로가 되었지만.


모기향은 제법이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발군이다. 현대에서도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모기향은 모기장과 함께 의료 관계자가 중시하고 있다.

알로에벨라도 '의사가 필요없음'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 이 쪽도 양산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해바라기도 씨앗은 식품으로 보면 약간 기름기가 많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또 식물성 기름을 씨앗에서 채취할 수 있다.

유일하게 아무 메리트도 없는 섬게선인장이었지만, 이건 키우면 키울수록 대형화하므로, 관상용이라 생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쌀 두 종류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역시 질병에 강해지도록 품종개량된 것이 큰 반면, 비료를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품종이기도 하기에 토양 관리가 어려웠다.

근처에 지금까지 재배했던 벼의 모가 있었는데, 그것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느껴지는 벼로 보였다.

하지만 질병에 강한 벼라도, 백미(白米)로 만들면 영양을 잃어버리므로, 그걸 어떻게 개선할지가 문제였다.


시즈코는 바쁘지만 충실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약속대로, 긴급한 명령 이외에는 내리지 않았고, 한결같이 시즈코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속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표정은 딱딱했다. 그것은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오는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노 공략과도 다른, 그러면서 미노 공략 때보다 강한 열기를 느낀 시즈코는, 가까운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해했다.


(드디어 상락이 시작되는구나)


천하포무의 첫걸음, 교토로 상락하여 키나이(畿内)를 손에 넣는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노부나가가 상락을 실행한다, 그 판단을 내린 근거는 직감 뿐만이 아니다.

먼저 시즈코가 올리는 다양한 상신(上申)에 대한 노부나가의 응답이 둔해져 있었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겠지만, 세 번이나 계속되면 필연이다.

또, 일주일에 한번 꼴로 편지를 주고받던 타다카츠의 편지가 격주(隔週)로 오게 되었다. 면화의 공동 재배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것은 노부나가의 이례적인 물자의 구입이었다. 물품도 다종다양하여, 쌀이나 소금 등 군수품에 포함되는 식량이나 목재, 숯, 가죽 등의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군사행동에 필요한 모든 물자가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알려지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노부나가가 군사 행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을.

이후, 노부나가가 상락 때까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의 그녀는 그쪽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시즈코, 빨리 굽거라"


노부나가나 가신들이 바빠져 가는 데 비례하여, 오다 가문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노히메, 그리고 그에 수반하여 오네와 마츠가 자주 마을을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잡담을 하러 온 것은 아니고,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히메는 시즈코가 대꼬챙이를 사용한 '꼬치구이'나 '닭꼬치' 등을 시험삼아 만들어보고 있는 것을 파악하여, 그녀들에게는 생소한 요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가스 따위 존재하지 않는 전국시대, 당연히 전부 숯불구이가 된다. 이게 의외로 노력이 필요한데다 열기 때문에 체력을 소모한다.


"기, 기다리셨습니다. 허벅다리살, 네기마(ねぎま, ※역주: 닭고기와 대파를 넣어 만든 닭꼬치), 연골, 뱃살, 껍질입니다"


땀범벅이 되면서도 닭꼬치를 굽는 시즈코. 아야가 있으면 분업태세도 가능했겠지만, 그 아야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불려가서 이 자리에는 없다.

게다가 나가요시나 케이지나 사이조도 각각 호출받았다.

호위대나 측근만이 호출을 받았는데 어째서 그녀 본인만 방치된 건지 약간 납득이 가지 않았던 시즈코였다.

하지만 소리쳐봐야 상황이 바뀔 리도 없다. 닭꼬치나 꼬치구이를 굽는 것이 지금의 그녀가 할 일이었다.


"오오, 기다렸노라…… 으음, 맛있구나"


"이 즙이 정말 맛있다. 매콤달콤하니 맛있구나, 시즈코"


"남자들은 독 검사니 뭐니 해서 식어빠진 밥밖에 못 먹으니까, 이런 뜨끈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의 특권이지"


뜨거운 닭꼬치를 먹는 데 열중하는 세 사람. 영주나 무장들은 독 검사 등의 관계로, 대부분 식어빠진 밥밖에 먹지 못한다.

그에 반해 정실, 측실은 독살당할 가능성이 무장들보다는 낮다. 애초에 독살당해도 다음 여자를, 이라는 식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실이 한 명 뿐이라고 엄밀하게 규정된 것은 에도 시대의 무가제법도(武家諸法度) 이후의 일이다. 헤이안 시대의 쿠쿄우(公卿), 히데요시의 챠챠(茶々/淀殿(요도도노))나 쿄고쿠 타츠코(京極竜子/松の丸殿(마츠노마루도노)) 등, 동시대의 자료에서는  그녀들이 정실로 취급되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물론, 독살당할 가능성은 제로가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칼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후계자 다툼은, 어느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기에.


"호홋, 독의 걱정따윈 하지 않노라 시즈코. 만약 네가 독을 탔다고 해도, 그건 내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을 뿐이니라"


"아, 아뇨, 그런 독을 타는 짓 따위"


"사람의 변절은 예상사라 하지만, 적어도 너는 근본적으로 바보라서 권모술수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는 않겠지"


"바, 바보라뇨"


심한 평가라며 시즈코는 볼을 부풀리며 항의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반응에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띠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시즈코. 너는 지금까지 얼마만한 쌀이나 콩을 주군께 헌상했느냐?

그리고 최근에는 초석이나 소금을 주군께 헌상했다지 않느냐. 너의 지금까지의 소산을 고려해보면, 이런 시골의 촌장을 계속하는 쪽이 이상한 일이니라"


"노히메 님의 말씀대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의 피를 잇는 사람의 정실이 되어,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시골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닭꼬치를 굽고 있지 않느냐"


"그렇지. 뭐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 게 시즈코의 매력이기도 하다만"


혹평을 당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칭찬받게 되어 시즈코는 등이 간지러워졌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다른 의도가 없는 칭찬은 거북한 그녀였다.


"아니, 저는 그냥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고 있는 것 뿐이고……!"


양손을 내저으며 수줍어하는 시즈코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

세상에 퍼져 있는 기술 같은 건,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 한 명이 생각해낸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저는 무슨무슨 류(流)이오, 소생은 이러이러 류이오, 하고 마치 자기 것처럼 이야기하지"


"그, 그건 자기 안에서 기술을 승화시켜, 새로운 길을……"


"그렇다면 시즈코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네가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얼마만한 노력을 필요로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여, 지금까지 주군의 이런저런 명령을 받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건 확실히 시즈코의 안에 기술이 뿌리내렸기 때문이 아니냐?"


"윽……"


시즈코는 말이 막혔다. 그녀는 지금까지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나 대성공을 거두었건, 어차피 자신은 수백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온 사람들의 기술을 훔치고 있는 것 뿐, 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서 자신은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칭찬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시즈코의 갈등 따위 무의미하다고 말하듯이 잘라버렸다.


"만약, 네가 타인의 기술에만 의지하는 상황이 싫다고 한다면, 무언가 한 가지, 무엇이든 좋으니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보거라"


"자신만의…… 것"


"그렇다. 네가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것을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두거라, 시즈코. 노력한 사람 모두가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이니라"


"……"


노히메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조용한 공간에, 젓가락 받침대에 젓가락을 올려놓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어떤 길을 걸을지는 시즈코의 자유이니라. 노력이 헛되게 되는 것이 싫다, 고 포기하고 지금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노력해서 자신이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붙잡는 것도 좋다. 그걸 붙잡기 전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좋다. 모두 네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걷는 것이다. 아,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것들이 있어도 무시해 버리거라.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책임은 자신 이외에는 질 수 없는 것이니"


"네, 네! 감사, 합니다!"


마음의 답답함이 조금 덜어진 듯한 느낌이 든 시즈코였다. 지금부터 무엇을 선택하여 걸을지 그녀 자신에겐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앞길에 고난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 걷는 것을 멈추는 건 그만두자,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호홋,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노히메 님의 설법…… 제가 대상이 아님에도 마음 속에 스며듭니다"


갑자기 마츠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오다 님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미노의 일로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길래, 뺨을 후려쳐서 기합을 넣어준 것 뿐이니라"


(그건 그거대로…… 뭐랄까 굉장한 거 같은데?)


용케 노부나가의 분노를 사지 않았네, 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그 때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고민할 정도라면 가서 부딪혀라. 뭐어 하기도 전부터 포기하고 후회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다음에 후회해라, 라는 것이지. 간단히 말하면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쓸 바에야, 미노를 제압할 책략을 생각하는 데 시간을 써라, 라는 게다"


"저기, 노히메 님은 사이토(斉藤) 가문 분이시죠? 미노를 제압해버려라, 라는 건 이래저래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버님은 오라버니에게 배신당해 전사하셨다. 오라버니는 아버님을 배신한 주제에, 맥없이 병으로 쓰러졌지. 그 시점에서 나는 미노에 대한 마음을 잃었느니라. 본 적도 없는 오라버니의 아이에게 정은 생기지 않고, 이야기를 듣자 하니 상당히 무능하다고 하더구나. 그렇다면 주군께서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멸망시켜 주시는 편이 좋지 않느냐?"


(용서없네……)


노부나가에 대해 '사이토 가문의 당주는 무능하니 멸망시켜 버려라'고 딱 잘라 말하는 노히메에게 진심으로 경탄했다.


전국시대, 공수동맹(攻守同盟)을 맺어도 맹약이 지켜진다는 보증은 없다.

그래서 관계 강화를 위해 정략결혼이 이루어졌다. 이에 의해 혈족이 되는 것으로 관계 강화의 담보로 삼았다.

하지만 정략결혼으로 시집간 여성에게는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되는 임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친정이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꾀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노부나가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배신에 의해 카네가사키(金ヶ崎)에서 궁지에 빠졌을 때, 한 발 빨리 아자이 나가마사의 배신을 알린 것이 오이치 쪽이었다고 전해진다.

시집간 아자이 가문에서 보면 괘씸한 배신 행위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훌륭한 행동이다. 이것도 오이치 쪽이 남편인 아자이 나가마사보다 자신의 친정인 오다 가문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있기에, 남편이 아내의 친정과 험악한 관계가 되면, 아내는 남편의 허가 없이 행동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정으로 돌려보내지게 된다.


노히메의 입장이라면, 오다 가문의 내정을 살피는 스파이 행위, 경우에 따라서는 노부나가가 방심했을 때 노부나가를 해칠 것이 요구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언동은 정반대로, 사이토 가문을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행동이다. 사이토 가문에 미래가 없으니까라고 말해도, 육친의 정을 버리고 합리성이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럽게 생각하고 있구나, 시즈코. 하지만 이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빼앗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듯이 달래던가, 아니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멸망시키던가. 우연히 미노 공략 때에 주군께서 취한 행동이,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쪽이었던 것 뿐이니라"


그녀의 말에서는 사이토 가문을 멸망시킨 노부나가에 대한 증오, 사이토 가문이 멸망한 데 대한 슬픔, 그 어느 쪽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의 마을에서 노히메가 느긋하게 닭꼬치를 음미하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류우쇼지(立政寺)에서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와 회견하고 있었다.

이 때, 그는 요시아키에게 돈 1천관, 검, 갑주, 말 등을 선물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홋홋홋,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 공. 그대의 충성을 나는 기쁘게 생각하노라"


요시아키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실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지지하며 상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한 번, 에이로쿠(永禄) 8년에 노부나가 상락의 계획이 세워졌다.

그 때, 북 오우미(北近江)를 지배하는 아자이와는 동맹 관계가 없어 적인지 아군인지 불명, 미노를 지배하는 사이토와는 전쟁 상태였다.

요시아키는 그들 각각에게, 강화 또는 동맹 관계를 맺어 협력할 것, 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당연하지만 어떤 영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아시카가 요시히데(足利義栄)를 떠받드는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이, 롯카쿠 씨에게 계속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상락시키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었다.

만약 롯카쿠와 아자이, 또는 롯카쿠와 사이토가 결탁하면, 그것만으로 노부나가는 독 안에 든 쥐 상태가 된다. 일족의 파멸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노부나가가 아니라도 머뭇거리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결국,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상락 따위 불가능한 꿈, 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여 이 이야기를 없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쇼군(将軍) 가문인 아시카가 가문의 명령은 따르는 것이 당연, 이라는 인식의 요시아키는 이것에 대해 대단히 화를 냈다.

결국, 오다 가문의 중신인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는 에이로쿠 9년 8월 28일자로, 야마토(大和, ※역주: 현대의 나라(奈良)현)의 야규 무네요시(柳生宗厳)에게 "오우미의 정세가 불온하기에 노부나가의 상락은 연기한다"고 전했다.

상락을 연기한 그 해, 노부나가는 키소 강(木曽川)을 건너 미노를 공격해 들어갔지만 사이토 측에게 대패를 당해 버렸다.

요시아키가 노부나가를 "전대미문의 추태, 그야말로 천하의 웃음거리구나"라고 비웃으며 깎아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상락은 언제쯤을 예정하고 있는고?

나를 비호하던 아자이 가문은 말뿐으로, 나를 몇 년이나 방치해 두었으니 말이다. 나도 조금 걱정이 되느니라"


"심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흘 후에는 쿄(京)로 진군을 개시할 것입니다"


비굴한 표정으로 노부나가를 보는 요시아키에게, 그는 태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사, 사흘!?"


"예, 사흘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쿄에 있는 미요시 놈들을 몰아낸 후, 쇼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때까지 잠시동안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그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확정된 미래를 말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것에 듬직함을 느낀 요시아키였지만, 그와 함께 노부나가를 회견하고 있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는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 더한 행동력. 보통,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 행동은 년 단위로 준비하는 법. 그것이 겨우 사흘…… 이 남자, 처음부터 상락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는 건가)


호소카와는 요시아키와 노부나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요시아키는 명백하게 노부나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있었다.

당연하다. 그의 마음 속에서 최대의 희망의 빛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요시아키는 켄신에게 편지를 잔뜩 보냈다.

자신을 추대하여 상락하도록 몇 번이나 손을 쓰고, 또 그를 적대하는 자는 우에스기와 동맹을 맺도록 공작을 폈다.

하지만 켄신에게는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행동을 일으킬 여력은 없었기에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시아키는 계속 편지를 썼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추대하여 상락할 것을 결정한 후에도 켄신에 대해 편지를 계속 쓴 것을 볼 때, 얼마나 요시아키가 켄신에게 기대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본래는 롯카쿠 요시하루(六角義弼) 공을 설득하여 쿄까지의 길을 확보하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하지만, 그 쪽은 쇼군 가문의 사자의 설득에도 응하지 않았기에, 강행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으윽, 그 놈이! 내가 사무라이도코로 쇼시다이(侍所所司代, ※역주: 현대의 검찰, 경찰을 합친 기관의 차관 정도의 지위로 보임)의 지위를 약속했건만!"


분개하는 요시아키였으나 노부나가, 그리고 호소카와는 롯카쿠가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과거에 미요시 3인방과 결탁하여 요시아키를 죽이려고 했었다.

이제와서 요시아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만약 그런 짓을 하면, 이번에는 미요시 3인방에게 공격당할 것이 확실하다.


"상관없다! 그런 놈 따위 멸망시켜 버리거라!"


"안심하십시오. 쇼군(公方)께 적대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모두 정의의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이대장군(쇼군)이 아닌 요시아키였지만, 노부나가는 일부러 그를 그렇게 불렀다.


"음! 그대에게는 기대하고 있노라!?"


쇼군 나으리(神輿)께서는 머리가 나쁘시기 때문에.




"흠흠흠흐~음"


노부나가와 요시아키와의 회담 다음 날, 시즈코에게도 노부나가 상락의 소식은 전해졌다.

그걸 들은 시즈코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훗훗후, 옛부터 무사는 길흉을 따지는 법. 예외없이 쇼우조 군도 케이지 씨도 사이조 씨도 다들 없어졌네)


전국시대, 여성은 부정(不淨)하다는 생각이 상식이었다. 백성들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무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출진 3일 전부터 여자와의 성행위는 금지,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 것도 금지. 또, 임신중인 여자가 군복(軍衣)에 손대는 것도 금지였다.

며칠 후에 출진을 앞두고 잇는데 태연하게 시즈코를 부른다거나, 케이지 처럼 신경도 쓰지 않거나, 사이조처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물은 드물었다.

그런 그들도 상락이라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에는 아무래도 길흉을 따지고 싶어졌으리라.


(즉! 지금부터 당분간,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농사일을 할 수 있어!

쇼우조 군도 씨름 대회의 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락에 따라갈 수 있는 모양이니―. 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밭을 일굴 수 있다니 너무 멋져―!)


한 번 출진하면 1개월 가까이 소식이 없어지는 건 당연하고, 불러들이려 해도 본래 시즈코의 경호를 담당할 5백명의 병사는 상락의 영향으로 아직 배치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6월이니 최소한 7월 중순까지는 방치될 것이 틀림없다. 상락 후에도 이래저래 바쁠테니, 그걸 생각하면 9월 정도까지는 평화로울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카이저, 쾨니히, 거기 도구 집어줘―"


요 몇달 동안 상대해주지 못했던 카이저들에게 시즈코는 명령을 내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카이저와 쾨니히는 도구를 물고 시즈코에게 달려갔다.


"오―, 그래그래, 잘했어 잘했어"


시즈코는 도구를 가져온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밭이기에 약간 조심스레 꼬리를 흔드는 두 마리.

그렇다고는 해도 두 마리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즈코였다.


"루츠, 이 밧줄을 물고…… 그래그래…… 좋아. 이제 됐어―. 아, 리터랑 아델하이트, 나무통을 이쪽으로 가져와 줘. 바르티는…… 비트만이랑 놀고 있…네"


이것저것 손발처럼 움직여주는 비트만들은, 밭일을 할때 든든한 파트너다.

평소에도 믿음직하지만, 특히 밭일이라면 오른팔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논에서 작업할 때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한 번, 말렸는데 카이저가 논에 들어와서, 진흙에 발이 빠져 움직이 못하게 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밭일은 도움받고 있지만 논에서 일할 때는 가까이서 대기하게 하고 있었다.


"으―음, 오늘은 이 정도면 되려나―. 분무기의 시제품이 완성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중에 상황을 보러 갈까"


분무기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다.

스트로를 두 개 준비하여, 구별하기 쉽도록 한쪽을 검게 칠한다.

액체를 비이커 등의 용기에 넣고, 거기에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를 세로로 세운다.

다음으로 검은 스트로를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대고 옆에서 숨을 불어넣는다.

이 때, 숨의 분출구가 세워놓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어느 정도 가려지게 하면, 스트로 본체에 충돌한 숨이 막혀 기류의 박리가 발생한다.

이것에 의헤 세워놓은 스트로 머리부분 부근의 압력이 낮아져, 비이커 안의 액체를 빨아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트로 같은 건 없었기에 대용품을 써서 실험하며 분무기의 원리를 장인들에게 전달했다.


(뭐, 아무래도 그걸 보여준 후에, 이렇게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니까 만들어라, 라는 건 가혹했나……?)


하지만 완성되면 목초액(木酢液)이나 죽초액(竹酢液)을 잎에 뿌리는 것이 편해진다. 어떻게해서든 쓸만한 것을 만들어줬으면 했는데, 의외로 싱겁게 완성된 모양이다.

약간 장인들을 얕보고 있었다고 시즈코는 반성했고, 선반이 완성되면 그들에게 축하 선물을 해줄 예정이다.


"아, 그러고보니 마늘이나 고추의 씨앗은 아직이려나. 고추는 그렇다치고, 마늘은 이미 재배되고 있을 텐데 말야"


분무기가 필요한 건 죽초액 등을 뿌리기 위해서지만, 또 하나가 식재료 등을 사용한 자연 농약을 뿌리기 위해서다.

무농약은 몸에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마늘을 갈아만든 즙을 사용한 것도 농약이다.

목초액이나 죽초액이나 파즙 등도 농약이 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인기를 끄는 삼백초도, 밀가루와 쌀겨와 함께 반죽하면, 방충 효과가 높은 삼백초 경단이라는 농약으로 쓰인다.

농약은 외부에만 쓰는 것이 아니다. 작물이나 과실에는 곰팡이나 병충해의 피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면역에 해당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소위 말하는 '생체방어 단백질(감염특이적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끔 알러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꽤나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당할 때마다 늘어난다. 거꾸로 농약을 써서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막을수록,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농약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농약이 쓰이지 않았는가를 신경쓰는 편이 좋다.


농작물이 안정 공급을 생각하면 농약이라는 약제는 필수다.

다만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화학 농약이라 불리는 것은 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작물이 갖는 능력을 이용하여 만드는 자연 농약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자연 농약 중에 부족한 게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자연 농약은 목초액, 식초, 소주를 섞으면 되지만, 중요한 소주가 없어. 이것에 고추랑 마늘을 섞어서 강화할 필요도 있어. 으―음, 증류기가 완성되었다고는 해도, 소주가 만들어지는 건 내년이고…… 고추는 씨앗이 손에 들어올지 수상하고, 마늘도 미묘하려나……)


소주에 담근 고추액, 마늘액, 재거름(草木灰), 그리고 목초액, 쌀식초, 소주, 마늘, 고추를 섞어 담근 것 등이 있다.

간편하고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재거름이다. 이것을 잎 표면에 살포하여 병해충 전반에 대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작물의 병해로서 유명한 흰가루병(ウドンコ病), 모자이크병, 부패병에 대해서는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 진딧물이나 달팽이가 갉아먹은 작물에 대해서도 직접 살포하면 해충을 격퇴할 수 있는데다, 잎 표면에 붙은 재거름은 표면의 수분과 결함하여 알칼리성의 막을 형성한다.

이것에 의해 잎이 단단해져 병원균이나 해충이 잘 달라붙지 않게 된다. 물에 녹으면 알칼리성을 띠지만, 비 등에 의해 뿌리 쪽으로 씻겨나가도 토양 표면의 산성을 중화하여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칼륨 성분의 영양이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농약이 없는' 상태와 비교해서 효과가 있는 것 뿐으로, 결코 과신해서는 안 된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간주해야 한다.


"일단 재거름을 생산해서 밭 전체에 뿌려야지. 지금 제일 입수하기 편하고 효과가 높은 게 그거 정도니까"


재료라도 모아둘까, 하고 생각했을 때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쌀 문제도 있어 마을 사람들과 밭의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즈코에게 용무가 있는 인물 외엔 이쪽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그 인물을 보았다.


"뭐야, 아야 짱이구나"


항상 쿨 페이스인 아야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야호―, 아야 짱. 일은 끝났어?"


"네, 전부 문제없이 끝났습니다"


여전히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는 애네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웃으면 예쁜데, 라고도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시즈코는 아야를 히죽히죽 소름끼치는 웃음을 띠고 보고 있었다. 아야가 약간 뒤로 물러난 것은 비밀이다.


"수고했어. 자자…… 이걸로 한동안 느긋하게 지낼 수 있으려나"


"안타깝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시즈코 님께 갑주가 배달되었습니다"


"………………………………………………뭐? 미안, 내가 잘못 들었나. 내 앞으로 갑주가 배달되었다니, 말도 안 돼"


손을 휘휘 저으며 아야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런 시즈코에게, 아야는 평소의 쿨 페이스로 지옥으로 밀어떨어뜨리는 말을 꺼냈다.


"……유감이지만 꿈도 환상도 아닌 현실입니다"


"Hi! 잠깐 기다려보자. Why? 갑주? 대체 뭣 때문에 나한테 배달된 건데? 그 부분을 자세히!"


너무 황당한 일에 착란을 일으켜서 이상한 말투로 말하는 시즈코였지만, 그녀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냉정해지는 아야였다.

아야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부나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를 전장에 데려가지 않았다.

사람이 부족해서 철포대(鉄砲隊, ※역주: 라이플 부대)나 장창(長槍) 부대에 여자가 들어가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의 상락은 병사의 숫자가 오다 군 만으로 대략 4만.

동맹인 도쿠가와나 아자이를 더하여 총 7만의 군세가 된다고 한다. 즉, 병사가 부족해서 여자를 데려간다, 라는 조건은 맞지 않는다.


"그 건에 대해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영주님의 편지를 받아왔으니, 거기에 쓰여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엄청나게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노부나가의 편지에 좋은 기억이 없는 시즈코는 표정이 흐려졌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지 않으면 노부나가가 어째서 자신에게 갑주를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아야에게서 편지를 받아들고 그것에 시선을 옮겼다. 필요없는 부분은 건너뛰고, 해당하는 부분만 지긋이 읽었다.


"……응, 역시 안 좋은 일이었어"


편지의 내용은 단적으로 말하면 "여자가 군중에 있는 건 길하지 않다, 라는 미신 따위 부숴버리겠다"였다.


전국시대, 여성이 전장에 나가는 것은 드물다. 여성은 집을 지키기 위해, 라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분리되어서 여자는 싸움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농성전에서 밥을 짓는 것은 여자의 일이고, 성주를 도망치게 할 때 시간벌이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는 약하다는 의식은 에도 시대 이후의 것으로, 거꾸로 전국시대의 여자는 늠름했다.

혼다 타다카츠가 남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때의 싸움은, 사람이 부족해서 여자도 전장에 끌려나왔었지. 남자 중에는 피냄새를 맡기만 해도 쓰러지는 녀석도 있었는데, 여자는 피에 익숙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리고 배짱도 좋았지. 공격받았을 때, 가장 먼저 돌격한 건 여자였지. 정말 여자는 씩씩해"


하지만 히데요시가 전장에 정실, 측실을 데려와도 OK, 라는 허가를 내릴 때까지 전장에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NG였다.

그 이유가 '재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노부나가에게 의미 없는 미신이므로,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기 위해 시즈코를 데려가는 것이리라.


(끌려가는 쪽은 배겨낼 재간이 없지만 말야……)


아야는 편지라고 했지만, 시즈코에게 보내진 편지의 마지막에 '천하포무'의 도장(朱印)이 찍혀 있었다.

즉 도장이 찍힌 공문서 '주인장(朱印状)'이다. 기업에 비유하면 사령장(辞令)에 해당한다.


"……뭐 ……알았어. 그런데 갑주가 배달되었다는 건, 이제 곧 전쟁에 가는 거지? 대체 언제야?"


시즈코의 물음에 아야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모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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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5 1568년 4월 중순



5백 명의 병사와 그에 따른 가족들이 이주한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면 그것만으로 마을 하나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새 마을 확장 계획은 부득이한 연기에 연기을 거듭하게 되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노부나가의 상락(上洛)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하여, 병사를 한 명이라도 많이 모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두고, 도쿠가와와는 키요스(清洲) 동맹, 아자이(浅井)는 오이치(お市, ※역주: 노부나가의 여동생)를 시집보내 동맹을 맺는 등, 착실하게 교토에 대한 포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 오우미(南近江)를 지배하는 롯카쿠 씨(六角氏)만이 노부나가에 대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일체 고개를 세로젓지 않는 롯카쿠에게 분노를 느끼면서, 그는 이세(伊勢) 국 북부(北伊勢)를 판도에 더하려고 침공을 계속했다.

미노 때와는 달리, 높은 숙련도를 자랑하는 크로스보우 부대와 팰랭스(※역주: phalanx) 부대에 의해, 이세 국 북부의 침공은 노부나가의 상상 이상의 스피드로 진행되고 있었다.

전장에 있는 무장들은 막연하게 깨달았다. '개인'의 싸움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집단'의 싸움이 지금부터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집단'의 싸움이 주류가 되더라도, '개인'을 이끌어 '집단'으로 만드는 '장수'가 필요하게 되는 것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그런 오다 군 내부의 변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시즈코의 마을은, 오늘도 나가요시의 교육과 농사일로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훈련의 나날 속에서, 부드러운 모래로 된 2백 미터의 레인을 20회 정도 달리거나, 모래를 통에 넣어 백 미터 앞의 포인트에 모래언덕을 만들거나, 야산을 갑주 차림으로 뛰어다니거나, 사이토 도산(斎藤道三)도 했던 것처럼, 일문전(一文銭)의 중심에 있는 네모난 구멍에 대나무로 된 장대 끝에 매단 굵은 바늘을 찔러넣거나 하고 있었다.

신체를 단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는 히라가나(平仮名), 카타카나(片仮名), JIS 1급 수준의 한자(2965자)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수학은 기본적인 사칙연산이나 암산 등이었다.

슬슬 전지의 열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스마트폰에 있는, '72시간만에 다시 배우는 의무교육' 시리즈를 옮겨적었지만, 다른 시리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옮겨적으려고 생각한 시즈코였다.


도중까지는 그걸로 문제없었으나, 어떤 문제를 깨달은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같은 집에 살게 했다.

문제라는 것은 식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영양의 문제였다. 전국시대는 물론,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나가요시도 예외는 아니라 먹고 있는 것들의 밸런스가 나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총량이 낮았다.

이래서는 '비상시의 괴력'을 낼 수 없다. 그걸 걱정한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식사를 바꾸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나가요시가 닭에 대해 딱히 혐오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식사를 아침점심저녁의 3식으로 변경하고, 발아현미밥에 켄친 장국(けんちん汁), 닭가슴살에 겨된장절임 등의 절임을 조합한, 국 하나에 반찬 셋을 기본으로 했다.

운동량이 많은 나가요시에 맞췄기에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도 그런대로 높은 메뉴가 되었다.

그게 신기했는지, 언젠가부터 케이지와 사이조와 아야도 끼어들어, 시즈코를 포함한 다섯 명은 일본에서도 톱 레벨의 건강체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최강의 건강체는, 이에야스가 아니라 실은 노부나가였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40대 무렵부터 고혈압에 시달렸던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가, 영양학에 대한 책에서 입수 불가능한 식재료를 제외하고 정리한 서류를 건넨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서류에 있는 체크 항목의 결과가 자신의 증상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가벼운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노부나가는 시험삼아 해본다는 기분으로 식생활을 바꾸어 보았다.

처음 1개월은 효과가 없었으나, 2개월에서 3개월 무렵부터 두통이 사라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꼈던 권태감이나 가끔 느꼈던 구토감도 사라졌다.

정확하게 영양학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의 섭취에 의해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그는 체감적으로 이해했다.

애초에 묘한 데서 철저한 노부나가는, 라디오 체조나 스트레칭 등도 도입하여, 지금은 현대인조차 능가할 정도로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가요시의 몸은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순발력과, 옛부터 일본에서 먹던 식사에 의한 지구력 양 쪽이 갖춰졌다.

그런 그에게 훈련의 성과를 보일 장소가 제공되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주최한 씨름(角力) 대회였다.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씨름 대회는 금년에도 어김없이 개최되었지만, 금년은 조금 양상이 달랐다.

그것은 영지 내의 무가에 소속된, 성인식(元服)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 치르는 대회도 같이 개최된 것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어린이 씨름대회 같은 것이었다.

나가요시는 10세였기에 당연히 성인식을 치르지 않았다. 무가의 남자아이에 성인식 전이라는 두 조건을 그는 문제없이 클리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멋대로 참가했다 혼나고 싶진 않았기에, 나가요시는 슬쩍 시즈코에게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시즈코는 딱히 문제삼지 않고 참가를 승인했고, 모리 요시나리도 시즈코가 인정했다 하면 문제없다며 승낙했다. 그리하여 그는 어린이 씨름대회에 참가할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 날을 위해 특훈을 한다, 라는 기특한 짓은 하지 않는다. 평소대로 생활하고, 평소대로 훈련할 뿐이었다.


대회 전날, 시즈코에게 '씨름 대회의 분위기를 띄우러 오도록'이라고 노부나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나가여시만 참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에게,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만약을 위해 아야에게 만들게 한 도시락을 한 손에 들고, 시즈코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나가요시를 데리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도착하자 이미 참가자들과 그 일행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참가자를 무가의 아이로 한정한 만큼, 표정이 늠름한 아이들 뿐이었다.

도중에서 참가자인 나가요시와 헤어지고 구경할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손짓해 부르는 것이 시야 한 구석에 들어왔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그곳에는 나가요시의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모리 님, 안녕하십니까"


시즈코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자, 뒤에 시립하고 있던 케이지와 사이조도 그에 따라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시오, 시즈코 님. 그대들의 자리는 이쪽에 준비해 두었소"


모리 요시나리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했다.


"죄, 죄송합니다. 모리 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


"핫핫핫, 신경쓸 것 없소. 오늘, 우리들은 씨름의 당사자가 아니라, 속편한 구경꾼의 입장이니. 조금은 걷지 않으면 몸이 둔해져서 못쓰는 법이지요"


황망해한 시즈코였지만, 정작 모리 요시나리 본인은 지극히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쪽이오"


그런 말과 함께 안내된 장소는, 특등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였다.

전국 스모 대회(大相撲)의 단체석 같네, 라고 자기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가리킨 장소에 나란히 앉았다.

제일 앞자리라는 부분이 신경쓰였지만, 이제와서 불평해도 소용없다.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에게는 별도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던 모양으로, 두 사람은 그쪽으로 안내되었다.


"빨리 시작하지 않으려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감한 시즈코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사반각 정도 지나 어린이 씨름대회는 시작되었다.

역시 어린아이들만이 출전하기 때문인지, 씨름대회라고는 해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교의 대운동회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판정인(見極め人, 진행과 심판을 맡는 사람)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였다. 당시에는 씨름에 판정인 같은 건 없어서, 미묘한 승부가 될 경우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런 일로 진행이 정체되는 것을 싫어한 노부나가가 판정인을 둔 것이 교지(行司, ※역주: 스모의 심판)의 시초라고 한다.

참고로 씨름판(土俵)의 원형이 생긴 것은 에도 시대 이후로, 그 때까지는 구경꾼이 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씨름을 했다.

씨름꾼(力士)과 구경꾼의 경계선이 애매했기 때문인지, 승부를 방해하는 구경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경꾼끼리, 또는 구경꾼과 씨름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 노부나가는 링처럼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것들을 밧줄로 둘러싸, 그 안에서 씨름을 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현대의 씨름판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노부나가 나름대로의 합리적이고 특수한 룰은 있는 씨름대회였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눈에 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소성으로 임명되면 영달의 길이 열린다. 필연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의욕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씨름대회는 일종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시즈코 님, 다음이 쇼우조의 차례이오만…… 자신있으십니까?)"


살기가 번득이는 싸름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모리 요시나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부모로서는 자식의 역량이 어느 쯤인지 알고 싶으리라. 시즈코는 잠깐 생각하고,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음―…… 쇼우조 군에게 이길 수 있는 아이를 찾는 쪽이 힘들겠죠)"


"(그건……)"


그 말의 뜻을 물으려고 햇던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전에 나가요시의 차례가 돌아왔기에 거기서 대화를 중단했다.

승부의 결과에서 나가요시의 역량을 재려고 생각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생각은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했다.


나가요시와, 어디의 누군지 모르는 아이의 씨름은 순식간에 끝났다.

승자는 나가요시였지만, 그 승부 내용이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나가요시는 상대의 샅바를 붙잡고 용쓰거나 하지 않고, 손바닥치기(張り手) 한 방으로 상대를 KO시켜 버렸던 것이다.

겉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단단한 체구를 하고 있는 나가요시지만, 허리나 등 근육 등의 근력과 뼈의 밀도가 높은 나가요시의 손바닥치기는, 그것만으로도 필살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대전자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아픔을 느끼기 전에 기절했던 것이리라.


"(뭐 저런 느낌입니다. 꽤나 혹독한 훈련 같은 걸 시켰으니, 보통 아이라면 상대하는 것은 어렵겠죠?)"


시즈코의 예상대로, 어린이 씨름대회에서 나가요시는 무쌍 상태였다. 연상이던 연하던, 자신보다 체구가 큰 사람이던,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던, 한꺼번에 휩쓸어버렸다.

어떤 때는 손바닥치기 한 방으로, 또 어떤 때는 샅바를 붙잡고 메다꽂았다. 전국시대의 씨름은 다소 거친 행위도 허용되었기에, 나가요시는 상대의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메다꽂기도 했다.


도중에 나가요시의 대전자가 시합 후에 트라우마에 걸리거나, 싸우기 전부터 항복하거나 하게 되어, '도전해 온 상대하고만 싸운다'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재미없군"


한가해져버린 나가요시가 누가 좀 덤비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해서 도발적인 말을 중얼거렸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 씨름대회는 나가요시가 간단히 우승했다.

도중부터는 대전자가 없어져서, 나가요시에 대해 도전하는 상대와 매칭한다는 특수 룰로 변경되었지만, 누구 하나 나가요시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회는 성인식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이라는 규정이 있기에, 어른이 도전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부모가 부추기거나 했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나가요시의 역량을 싫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망설였고, 결국 도전자가 끊겼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 육모와 밭갈이가 시작된 5월 상순,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마을에 시찰을 왔다.

시찰하는 마을은 항상 가던 온천이나 논밭이 있는 마을이 아니라,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기술자 집단 쪽이었다.

가동한 후 몇 달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시찰하러 온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의 행동과 관계가 있다.


그는 시즈코가 만든 대나무제의 보온병이 궁금해져, 시즈코에게 자신과 남동생용으로 두 개를 제조 의뢰했다.

이 보온병은 대나무의 마디를 이용해, 바닥 부분에는 마디를 남기고 윗부분은 마디 직전에 절단한다.

게다가 위쪽 가장자리를 뚜껑에 맞춰 대나무를 깎아 직경을 조정하고, 나선형의 홈을 파 두었다.

뚜껑은 대나무 통보다 한층 큰 마디가 달린 대나무를 돌려빼는 뚜껑으로 가공한 것을 맞춘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용법에 당황했지만, 1주일이 지나자 두 명 다 보온병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했다.

표주박은 물을 넣는 것이 고생스러운데다 파손되기 쉽다. 그에 비해 보온병은 뚜껑을 돌려 열고 직접 물에 담그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위생면에서도 세척이 가능한 대나무제 보온병 쪽이 뛰어나다. 뭣보다 목이 마를 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점이 최대의 메리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했다고 해도, 대나무제 보온병은 장식이 없는 심플한 구조였다.

그래서 그들은 멋대로 장식을 달거나 문자를 새겨넣는 등, 취향껏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하면 주위는 흥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돌고돌아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간다는 셈이다.

지금까지 일용품이라고 들었기에 시찰을 하지 않았던 그였으나, 대나무제 보온병 같은 편리한 소도구를 만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먼저 작은 것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은 목공 장인들이 만든 소도구입니다"


시즈코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는 비좁을 정도로 조리용 소도구들이 늘어놓아져 있었다.

주걱, 볶음주걱, 뒤집개, 버터 나이프, 다양한 사이즈의 국자, 무를 가는 강판, 집게, 샐러드 서버, 쌀씻기봉(米とぎ棒), 사사라(ササラ, ※역주: 대 끝을 잘게 쪼개어 묶은 또는 잘게 쪼갠 대를 다발지은 도구(밥통 따위를 씻는 데 씀,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머들러(muddler), 차조리(茶こし), 김밥말이, 대꼬챙이, 스푼, 포크, 스푼/포크 홀더, 젓가락, 요리용 긴 젓가락, 젓가락 받침, 젓가락통, 대발, 대바구니.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통이나 찬합, 대나무살로 만든 부채, 목제 식기, 대나무제 식기, 대나무제 걸상,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준 대나무제 보온병.

약간 목제 도구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항균작용이 있는 대나무제였다. 외관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쓰는 데는 문제없다.


"흐음……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쓰고 있군. 어째서 대나무를 많이 쓴 것이냐"


"대나무는 균일한 굵기와, 목질(木質)이면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목재로서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대나무는 겨우 4년에서 5년만에 목재로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 세공으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목공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구나"


대나무 세공이나 대나무 공예에 쓰는 대나무는, 벌채 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그늘에서 건조시켜 수분을 빼고, 불에 쬐어 기름기를 뺀 후, 마지막으로 1개월 정도 천일건조시키면 처리가 완료된다.

목재도 건조시켜서 안의 수분을 빼거나 하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대나무와 나무는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운반 루트다. 대나무는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청죽(青竹, 벌채 직후의 대나무)이라도 적은 인원수로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목재는 벌채한 후에 모양을 다듬고, 강에 띄워서 일단 상류에서 모은 후, 똇목을 짜서 목재를 지정한 장소까지 강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도착한 후에도 처리는 계속된다. 먼저 수분을 풍부하게 머금은 목재를 건조시키고, 그 후에 원하는 판으로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목재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원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재보다 저비용이고 단기간에 준비가 갖춰지는 대나무에 시즈코가 눈을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목공 장인들은 대나무 세공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소형의 일용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인들이 숙련도를 높이게 되면, 대바구니나 의자 같은 대형의 일용품 제작에 착수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림(※역주: 대나무숲)은"


"참죽, 담죽은 이미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명나라에서 맹종죽이라는 종류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쪽은 상인으로부터의 입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시 빈틈없구나"


"감사합니다. 목공 장인들이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는 도자기 장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데리고 목공 장인들의 마을에서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로 이동했다.

각 마을은 포장된 주간(主幹) 도로로 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구불구불한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길이구나"


"머캐덤(macadam) 포장이라는 방법으로 길을 포장했습니다. 장래에는 말로 끄는 수레라는 탈것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완성을 기대하고 있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가마, 6단식의 계단식 가마와 3단식의 계단식 가마 두 개가 있다.

보통은 6단식으로 한번에 구워내며, 뭔가 실험이나 검증을 할 때에 3단식을 이용한다.


"과연, 돌가마를 만든 것은 이게 목적이냐"


"혜안에 감복했사옵니다. 작년, 내화 벽돌을 만들었습니다만, 갑자기 계단식 가마 같은 대형 설비를 건조하는 것은 조금 불안했기에, 우선 돌가마로 실험을 했습니다"


내화 벽돌을 제조해도 내구 실험이나 내화 실험을 한 건 아니다. 갑자기 계단식 가마로 한번에 가는 것보다, 돌가마로 성능 체크를 하면 실패했을 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 생각도 있어서 시즈코는 돌가마를 만들어서 내화 실험이나 내구 실험을 했다. 때때로, 노히메가 돌가마의 요리를 요구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규칙성이 없는 실험을 할 수 있었으므로, 노히메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랐다.


"돌가마에서 생긴 문제점을 검증하여, 최종적으로 이 계단식 가마를 건조했습니다. 이걸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만, 이 마을에는 또 하나의 이점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했었는지, 시즈코가 눈짓을 하자 즉시 나무 상자를 든 남자들이 나타났다.

남자들에게서 나무 상자를 받아들더니, 시즈코는 그 뚜껑을 열고 안쪽을 노부나가에게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도기(陶器) 이외에 자기(磁器)도 구울 수 있습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짚으로 둘러싸인 직경 20cm 정도의 큰 그릇이 들어 있었다. 구리나 철, 잿물(呉須) 등으로 그려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정중앙에는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문자가 힘있게 그려져 있었다.


"……자기라. 과연, 큐지로를 써서 돌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들었다만, 이것 때문이었느냐"


"네. 오와리와 미노는 자기의 재료(도석)이 산출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타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 타국의 영주들은 자기에 쓰이는 재료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테니, 가능한 한 빨리 긁어모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 네놈도 빈틈이 없구나. 좋다, 큐지로에게는 잔뜩 모으라고 전해라…… 응? 저 하얀 알갱이 같은 것은 무엇이냐"


자기를 감상하고 있던 노부나가의 시야에, 알갱이가 작은 돌을 넣은 나무 상자가 들어왔다.


"이것은 펄라이트(발포체, pearlite)라고 하는 것입니다. 화산 부근에서 발견되는 경석의 친척뻘 됩니다. 보시는 대로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어, 이곳에 공기나 물 등을 품기 때문에 보수성(保水性)이나 단열성이 뛰어납니다. 이것을 토양에 섞으면 생육 촉진이나 뿌리가 썩는 것의 방지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펄라이트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흑요석이나 진주암이라 불리는 광물을 100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시키면 광석 안의 구조수(構造水)가 가스가 되어 발포한다.

흑요석제의 펄라이트는 잘 부서지지 않아 장기간의 사용에도 견딜 수 있다. 한편 진주암제의 펄라이트는 보수성이 뛰어나다.


"과연. 네놈이 기술자 집단을 만든 것도, 자신이 가진 기술을 재현하기 위해서냐"


"네, 저나 마을의 장인들만으로는 손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은 구상 뿐입니다만, 내년에는 양조 관계…… 된장, 간장, 술, 쌀식초, 쌀누룩 등을 제조하는 마을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정리해서 제출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오카베 님의 협력을 받아 연구하고 있는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오카베의 주도로 집의 건축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구역으로 노부나가를 안내했다.

그곳은 크게 나누어 3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지붕의 재료인 기와를 연구하는 구획, 마루나 벽 등의 건축 자제를 대나무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하는 구획, 그리고 집의 구조를 연구하는 설계 구획이다.

아무래도 건축 기술은 잘 알지 못하는 시즈코였기에, 기와 이외의 기술적인 부분은 오카베에게 거의 다 맡기는 형태로 의존하고 있었다.

즉 오카베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어떤지 검증, 시즈코는 가능할 경우의 규격화를 담당하고 있다.


"중놈들의 절에 잇는 기와와는 모양이 틀리구나. 그쪽은 둥근 느낌이다만, 이쪽은 구불구불한 모양이다. 뒤쪽에는 뭔가 걸리는 구조가 있는 것이냐?"


"지붕을 보시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붕에 잔목(桟木)이라는 각재를 못으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기와의 손톱 부분을 걸고, 다시 두 군데를 못으로 고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부나가가 지붕 부분으로 얼굴을 돌리자, 시즈코의 설명대로 지붕에 붙어 있는 판자 위에 옆으로 쳐져 있는 각재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민가인 것이냐"


"민가는 집의 기초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면, 다리나 성에 응용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규모를 크게 응용시키면 시킬수록 문제도 커져서, 이윽고 파탄이 옵니다"


"기초가 중요, 라. 좋다, 마음껏 좋은 것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그 후에도 시즈코의 설명은 이어졌다. 목통 증류기는 가동중이었기에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폐당밀(廃糖蜜)이다. 폐당밀은 절반을 흑당비료(黒糖肥料)로 만들고, 남은 절반 중에 발효시켜 증류한 것을 떡갈나무로 만든 통에 반을 넣고, 나머지를 증류시켜 나무통에 넣고 재워놓았다.

전자가 술, 후자가 소독용 알코올이다. 폐당밀은 럼주의 원료가 될 정도로 알코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만들라고 명했던 '알코올'이란 것은 순조롭느냐"


"증류기가 있으면 알코올을 정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농도를 너무 높일 경우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만……"


"불씨를 가까이 대면 바로 불이 붙는 정도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면 보통의 싸움에서는 쓸 수 없겠구나. 역시 공성에서, 여기다 할 때에 쓰기 위해 모아두는 편이 좋겠군"


"……저기, 알코올은 어떻게 쓰실 예정이십…니까?"


"알고 싶으냐?"


노부나가는 싸늘하고 짓궂은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물었다.

그 웃음만으로 대답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으며 그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공성전에서 쓴다고 하면 대답은 하나, 성을 불태우기 위한 재료로 쓴다, 였다.

기본적으로 성은 파괴해버리면 재건축에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침략한 후에 적의 성을 재이용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방위상의 이유로 파괴해야 하는 성', 이라는 것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적에게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지만, 이쪽에게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다.

그런 성은 일찌감치 처분해야 한다. 그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불을 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와 달리, 불을 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상대도 방화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기화하기 쉬운 알코올을 사용하여 빠르게 불이 번지게 하려는 것이리라.

알코올의 디메리트는 연소 시간이 짧다는 점이지만, 그것을 고려한 노부나가가 뭔가를 생각할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방화라…… 성냥 같은 게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지)


발화성이 있는 혼합물(성냥대가리)를 짧은 나무 막대 끝에 묻힌 것이 성냥이다. 하지만 화학약품이 필요한데다, 정확한 혼합비를 시즈코는 모른다.

지포라이터는 구조가 간단하지만, 중요한 부싯돌을 일본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결국, 성냥이나 라이터는 '그림의 떡'같은 아이템이었다.


"대체적인 것은 알겠다. 단위인가 하는 것도 불편은 없어보이는구나. 하지만 퍼뜨리는 것은 조금 기다려라"


"네"


상락할 때에 단위계를 퍼뜨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상 대부분의 내용은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뭔가 신경쓰이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흠…… 현 시점에는 없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반(旋盤, ※역주: 밀링 머신)'이라는 것이 완성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이곳에 오지"


"알겠습니다"


오랫동안 계속 설명한 탓인지, 시즈코는 그렇게 말한 후 피로를 뱃속에서 토해내듯이 긴 숨을 내뱉었다.




노부나가의 시찰로부터 1주일 후, 시즈코는 방에서 혼자 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충전지가 열화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2년이나 버티면 감지덕지하고, 슬슬 못 쓰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꺼내려고 했지만, 먹과 화지(和紙)로는 효율이 나빴기에, 시즈코는 일단 연필과 흑역사 노트에 베껴쓰고 있었다.

이쪽이라면 스마트폰이 못 쓰게 된 후에도 한동안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필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거기에 그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럼, 이쪽의 노트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노트를 손에 들었다. 그것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가 아니라, 스포츠 백의 주인의 노트였다.

그 날, 일기장을 읽은 후 시즈코는 슬쩍 '남자 2인조'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상대의 용모나 연령을 알 수 없다.

일기장의 주인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 남자는 더욱 수수께끼였다. 따라서 정보가 너무 적어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와리, 미노에 있는지도 확실히 않았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력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하다못해 일기의 남자 쪽은, 이라고 생각해서 일기장을 다시 읽고 있던 시즈코는 어떤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가 농가에 건넸을 양갱과, 그 농가에서 받은 씨앗과 묘목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려나. 분명히 겐키치(源吉) 할아버지에게 이것에 쓰여 있는 씨앗 중 일부를 부탁받은 기억이……. 그리고 겐키치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히 민채당의 밤양갱이었고……)


시기도 일치하고 있었다. 마을에 사는 겐키치라는 노인으로부터, 일기장에 기재되어 있는 씨앗의 일부를 달라, 고 부탁받은 것이 8월 11일. 그리고 그것을 건네준 것이 다음 날인 12일.

씨앗을 건네줬을 때, 겐키치는 '며칠 후에 어떤 사람에게 줄 거다'고 말했다. 일기장에는 8월 14일이나 15일에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할아버지의 마을에 온 사람과 같다고 생각되네. 그 마을은 말하긴 미안하지만 깡촌이고……)


보기드문 고정종의 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 이외에, 그 마을에는 이렇다 할 명산품도 관광이 될 만한 장소도 없다.

따라서 그 마을에서 사람이 나가는 일은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은 친지 이외에는 없다. 친지라면 친지라고 말하겠지만, 겐키치는 '어떤 사람'이라고 타인을 가리키는 말로 표현했다.


"곤란하네…… 그 마을 출신이라면 알지만, 타인이라면 전혀 몰라"


노트를 다시 봐도 스포츠 백의 주인이 어떤 직업에 종사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공사혼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지, 일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적혀있지 않았다. 뭔가를 가르치던 입장 같지만 교사인지, 아니면 단순히 부하 교육인지, 그것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일기에서 개인 특정을 할 수 없는 점을 보면, 보안 관계의 사람일까? 아니면 탐정이라던가 흥신소에 관련된 사람? 으―응…… 모르겠어"


그녀는 노트를 내던지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스포츠 백에서도, 일기장에서도 개인의 용모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방법이 없다.


"이 사람도 그렇지만, 애초에 문제는 어떻게 타임 슬립했는지, 려나"


아직도 타임 슬립한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타임 슬립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타임 슬립하기 전의 기억은, 어느 정도 사라진 점.

타임 슬립할 때 가지고 있던 짐은 같이 따라오는 점.

성별이나 특정 직업에 있는 사람 등, 사람을 골라서 타임 슬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 짐 등이 타임 슬립의 조건이 된 건 아니라는 점.

'검', '칼집', '때의 서출' 등, 각각 고유명사 같은 것이 있는 점.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사람은, 현재 알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 그리고 금후에 늘어날지 어떨지가 확실하지 않은 점.

확증에 이르지 못한 것이 많지만, 일단 정리할 수는 있었기에, 시즈코는 현재 상황을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예감이지만, 이 이상 타임 슬립할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막연하지만 시즈코는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은 동시에 타임 슬립했고,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다른 해에 떨어진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여기저기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출현할 터였다.


(……어라?)


으응으응하고 신음하면서 타임 슬립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는데, 문득 어떤 가정을 떠올렸다.

어이없다며 웃어버릴 얘기였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니, 설마…… 하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하지만 그런 SF 영화같은)


시즈코는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볼을 때리거나, 머리를 젓거나 하며 생각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에 반해 머릿속에서는 점점 더 그 생각이 강해져갔다.

그 중압이 한계에 달했을 때,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그 생각을 토해냈다.


(……나……는…… 타임 슬립한 게…… 아니야?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타임 슬립에 휘말려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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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정 공지  (2) 2017.12.19
Posted by 가리아

후... 바쁜 일이 대충 끝나서... 한숨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고로... 다음 에피소드... 체력이 허락한다면 하나쯤 더... 주말중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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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정 공지  (2) 2017.12.19
043 - 1568년 2월 초순  (12) 2017.12.18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4 1568년 2월 하순



문어 다음은 오징어. 그게 끝나면 생선의 처리법 등을 가르쳤다.

작은 생선은 처리해도 의미는 없지만, 중형에서 대형의 생선은 처리해두는 편이 고기가 상하지 않고 관리도 하기 쉽다.


"전갱이는 째서 말리죠. 내장을 빼고, 째서 바닷물에 어느 정도 담궈둔 후에, 저녁에서 다음날에 걸쳐 하룻밤 말립니다"


"예, 옛"


실제로 해보이면서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건어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시즈코의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가 있었다.


"거참, 우리 공주님은 박식하구만. 어떤 스승에게서 배웠는지 조금 궁금해지는데"


"오다 가문 상담역이시니까, 시즈코 님은. 하지만 젊은 나이에 저만한 지식, 어떻게 익혔는지 소생도 조금 궁금하긴 하군"


두 사람은 주위를 신경쓰면서 시즈코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프로 어부는 아니고, 프로 요리사도 아니다. 건어물을 능숙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새우도 말리지만, 껍질은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것들도 같이 말립니다. 살은 그대로 놔두지만, 껍질은 나중에 절구로 갈아서 가루 형태로 만듭니다"


"네에―"


어느 정도 모여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시즈코는 순서대로 이동하면서 지시를 내렸다.

바빠 보이는 건 누가 봐도 알겠지만, 케이지나 사이조는 도울 일이 없다. 기껏해야 뒤를 따라가는 게 고작이다.

뒤에 있어도 작업의 방해만 되기 때문에, 그들은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시즈코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생선의 내장도 씻어서 말려 주세요―. 그것들은 생선비료에 쓸 거니까…… 아아, 퇴비 생성소를 만들어야겠네요. 밭의 작물은 무나 파, 그리고―"


"으―음, 한동안 공주님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군"


멀리서 들려오는 시즈코의 이야기는 아직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잠깐 측간"


그렇게 말하고 그는 손을 살래살래 저으며 어딘가로 가버렸다.

사반각 정도 후, 그는 상쾌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자리를 떴을 때는 가지고 있지 않던 창을 손에 들고 있었다.


"늦었군"


"어, 측간이 붐벼서 말야. 너도 가고 싶으면 미리 가는 게 좋을거다"


나가요시의 말에 케이지는 가벼운 분위기로 대답했다.

하지만 반대쪽에 있는 사이조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세 명인가"


"아니, 두 명이다"


그것만 말하고는 케이지는 나가요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쇼우조―, 공주님한테 '슬슬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전하고 와라"


"어째서 내가…… 알았어 알았어, 갈 테니까! 그 수상한 웃음은 그만둬!?"


불만을 입에 올렸던 나가요시였으나, 케이지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케이지가 이런 행동을 취할 때는 대부분 가당찮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나가요시는 알고 있었다.

몸으로 겪어서 경험했기에.


"하여튼……"


투덜거리면서도 나가요시는 시즈코에게 갔다.

그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무렵, 케이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같은 편의 소행일 거다. 보아하니, 공주님이 공적이 눈에 거슬려서 뭔가 실수를 하지 않는지 캐고 있던 거겠지"


"어디에도 그런 패거리는 있는 법이군"


"위쪽에서 평가가 좋은 녀석이라는 건 누구라도 이런 식의 질투를 한몸에 받는 법이지. 뭐, 간자는 처리했다"


"당분간 주의해 둘 필요가 있군. 아니면 일부러 이야기를 크게 만들어서 영주님의 귀에 들리도록 해야 할까"


"아―, 그 경우에는 간자를 푼 것에 오다 나으리가 화를 내셔서 가문 폐쇄 처분을 내릴 건 틀림없겠군"


그렇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이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3월 중순, 노부나가에게 선별된 백성들이 그가 지정한 마을로 이동을 개시했다.

현대의 말로 말하자면 이사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결정한 땅에 사는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대신 살 집, 의복류, 약간의 식량이 지급된다. 준비금으로서 그 나름대로의 현금도 함께 지급되기에, 당장 먹고사는 데 곤란할 상황에 빠질 일은 없다.

게다가 그들의 친족은 이사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치되어 있었다. 이 한 해, 그들의 아이들이나 친족을 불러오려고 했던 것을 강제적으로 막았던 것에 대한 속죄일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우리 마을에서는 50명이 뽑혀가다니…… 결국, 첫 해 째로 되돌아온 것 뿐인가, 어흐흑)


시즈코의 마을에서는 2년째에 추가되었던 백성 50명과 가족 전원이 뽑혀갔다.

마을의 사람 숫자가 한꺼번에 줄었기에 세수도 대폭 줄었지만, 이 수입 감소도 노부나가에게는 계산된 범위일 것이다.


500명의 병사 이야기는 생각 외로 시간이 걸렸다.

병사 주둔소를 같이 만드는데다, 시즈코는 모래밭 구역의 건설을 의뢰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다섯 명 정도가 달릴 수 있는 길이 200m의 모래로 된 레인. 그리고 한 변이 100m인 정사각형의 대형 모래밭.

시설에 사용할 모래의 반입에 시간이 걸려, 완성 예정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될 예정이 되었다.

시설 완성을 서두를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예정의 지연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래는 무게가 있고, 거기에 양질의 모래의 경우 시간이 걸리는 것도 당연하다.


3월 하순, 드디어 오와리 국과 미카와 국 사이에 정식 협정이 체결되었다.

양국이 대규모의 면화 재배 계획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첫번째의 회의가 키요스(清州) 성에서 열리게 되었다. 오와리 측은 시즈코가 필두가 되었고, 미카와 국 측은 타다카츠가 필두가 되었다.


"오늘은 먼 곳에서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반대쪽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타다카츠 측으로부터의 대답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시즈코는 고개를 들었다.

타다가츠는 곤혹스럽다, 기보다 당황한 듯 보였다. 뭔가 이상한 게 있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에게 사이조가 귀띔했다.


"(시즈코 님, 아마도 미카와 국 측은 이러한 자리 배치는 처음일 것입니다. 소생도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두에게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일동은 서양식 원탁의 다리를 자른 것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 오와리 측, 미카와 측으로 나뉘어 앉아 있었다.


"(아, 아아…… 미안해요) 어흠…… 오늘, 이러한 배치를 한 것은, 저희들의 생각을 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그의 진지한 눈빛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엿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즈코는 눈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희 주군 오다 카즈사노스케(織田上総介) 님과, 혼다 헤이하치로 님의 주군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徳川従五位下三河守) 님은 동맹을 맺고 계십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대등한 입장…… 따라서 어느 쪽이 상석에 앉을지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확실히, 동맹이란 대등한 것. 하지만 지금은 시즈코 님 쪽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계십니다만? 그걸 생각하면 당신이 상석에 앉는 데 대해 소생은 이의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럼, 우선은 그 차이를 없애지요"


시즈코의 말에 눈썹을 찌푸린 타다카츠 등 미카와 국 사람들이었으나, 그것은 오와리 측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시즈코 이외의 전원이 그녀의 발언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는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소성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거기서 쟁반을 손에 든 소성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소성들은 쟁반을 미카와, 오와리의 각 사람들 앞에 놓더니,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타다카츠는 쟁반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제법 두꺼운 종이다발이 놓여 있었다.


"들고 읽어 보십시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며 종이다발을 읽을 것을 채근했다. 약간의 당황을 남기면서도 타다카츠는 종이다발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쪽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적어 놓았습니다. 물론, 면화에 대해서입니다"


종이다발은 면화에 대한 자료였다.

그것도 시즈코가 아는 한, 전국시대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까지 기재되었다. 그야말로 이 전국시대에서 가장 면화에 대해 자세히 적힌 책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너무나 상세했기 때문에 미카와 측은 물론, 오와리 측도 아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타다카츠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으며, 야스마사나 마사시게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미카와 국의 사람들도 다들 서류를 손에 든 채 굳어 있었다.


오와리 진영도 시즈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만약 노부나가의 '시즈코의 마음대로 하게 해라'라는 명령이 없었다면 전원이 그녀를 억지로 퇴출시킨 후 진의를 따져 물었으리라.


(아―…… 조금…… 너무 자세히 적었나?

으―음, 책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쓴 것 뿐인데…… 실패했네. 단순히 지식을 통일시킬 생각이었지만……)


양 진영의 다양한 감정이 담긴 시선을 받으며 작전이 실패한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을 떠올렸다.


"……시즈코 님,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어떻게 만회할까 하고 시즈코가 생각하고 있는데, 미카와 측에 있던 두건을 쓴 인물이 발언했다.


"실례. 소생은 몸에 병이 있어, 여러분께 옮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두건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용서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이신지요"


"학문이 없는 소생이라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종이에는 대단히 상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립니다만, 먼저 패를 모두 꺼내보이는 태도에 의문을 느낍니다. 그런 정보를 아까운 기색도 없이 저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당신께"


전국시대는 현대와 같이 정보가 범람한 사회가 아니다. 장인들은 자신의 은밀한 기술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하고 상식이다. 시즈코처럼 동맹 상대로 아까운 기색도 없이 정보를 무상제공하는 사람은 없다.

거짓 정보를 섞어서 중요한 부분을 숨길 생각인가, 하고 미카와 진영은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깊다.


"……이 일본에 화승총이 전래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어, 아니…… 죄송합니다. 소생은 알지 못합니다"


"텐몬(天文) 12년 8월 25일(1543년 9월 23일)…… 지금부터 약 24년 전입니다"


순간, 미카와 진영은 웅성거렸다.

화승총이라고 하면 전쟁의 병기의 하나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그 화승총이 전래된 지 겨우 2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에 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24년 만에 전 일본에 퍼진 이유, 그것은 단기간 내에 여러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철포(鉄砲, ※역주: 총) 제조 기술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철포와는 달리 면화는 군사적으로 관련되기 힘든 물건입니다. 그러므로, 전 일본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래서 동맹국인 미카와 국과 공동 재배를 하자, 라고 생각하신 거군요. 하지만 그래서는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의문? 무엇인지요"


두건을 쓴 남자는 한 호흡을 쉰 후, 시즈코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이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자료를 보는 한, 면화에서 만들어지는 목면은 비단이나 마와 동등한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선은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게 상식이겠지요. 그걸 뛰어넘어서 갑자기 저희 나라와 공동 재배를 한다, 라는 부분이 의문입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민란 대책, 하나는 어린아이의 사망을 줄이는 것, 하나는 재배에 광대한 토지가 필요한 점이 이유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세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재배에 광대한 토지가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의류에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요"


"……"


"다음으로 어린아이의 사망을 줄이는 것입니다만, 목면으로 만든 의류는 여름에 시원하게,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싸움 이외에서 죽을 때, 주된 원인으로서 들 수 있는 것이 굶주림, 질병, 추위입니다. 그 중에 가장 흔한 '추위'는 목면으로 만드는 의류를 대량 생산하면 몸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추위에 의한 사람의 죽음은 당연한 일처럼 발생했다. 특히 저항력이 약한 갓난아기나 어린아이가, 질병이나 추위에 의해 매년 다수 사망했다.

대 한파가 발생해서 난민 캠프에 있던 어린 아이 서른 명이, 그 날 전원 사망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도 있다.

추위로 죽는 것은 민간인 뿐만이 아니다. 러일전쟁 전에 내한훈련으로 군인 2백 명이 사망하고, 러일전쟁시에 2천명 이상이 동사했다.

그만큼 '추위'라는 것은 몸 가까이 느끼는 자연 현상 중에서도 확실한 위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란 대책입니다만…… 사람은 의식주라는 물질적인 부자유가 사라지면 처음으로 예절에 마음을 돌릴 여유가 생겨납니다. 그 상태를 유지하여 안정시키면, 사람들은 민란 따위 일으키지 않게 됩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입을 것을, 먹을 것을…… 그것들을 버리면서까지 민란이라니 바보스럽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보다 온건한 형태로 윗사람과 대화하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뭐 백성들을 필요 이상으로 몰아넣거나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만"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도 일종의 히에라르키(hierarchy) 계급제와 질서가 갖춰져 있으면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순종적이 되어 열악한 환경조차 받아들여 버린다.

특히 일본인은 한 번 안정된 환경을 손에 넣을 경우, 웬만해서는 거기서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백성들에게 의식주를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합니다만"


"(……나쁜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눈은 아니군)과연…… 당신의 의도는 민란 대책으로, 목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즈코의 말에 두건을 쓴 남자는 뼈가 있는 말을 했다.




결국, 시즈코가 정보를 조금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공개했기 때문에, 미카와 측의 경계심이 강해져버려 회의는 큰 진전 없이 끝났다.

그래도 재배 작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것에 합의하고, 양 진영에서 사람이 파견되어 취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쓸데없이 사태를 악화시킬 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후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작업을 진행시켰다.

첫 인상이 문제였기 때문에, 미카와 진영은 시즈코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타다카츠는 여전히 시즈코에게서 주먹밥이나 훈제 무 절임을 받아들고는 기뻐하고 있었다.

야스마사나 마사시게는 어이없어하면서, 그 굵은 신경에 나쁜 의미로 경탄했다.

그런 일부만 느긋하지만 대부분은 따끔거리는 상태 속에서 면화를 공동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조금 지난 3월 하순, 시즈코는 헛간에서 어떤 것을 꺼냈다.

그것은 대단히 냄새가 강한 것이었다. 두꺼운 천으로 코나 입을 덮고 있는데도 고약한 냄새를 느낄 정도였다.


(우헤―, 얼른 끝내자. 이걸로 3년 동안의 성패를 알 수 있으니, 기합을 넣어야지)


고약한 냄새의 산에서 재료를 어느 정도 긁어모은 후, 시즈코는 며칠에 걸쳐 그것에 포함된 것을 추출했다.

추출이 끝난 날의 점심 무렵, 모리 요시나리가 그녀를 방문했다.


"그것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소. 아쉽게도 영주님께서는 시간을 내실 수 없어, 대신 내가 입회하게 되었소"


"조합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이것만큼은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요"


"핫핫핫, 뭐 실패했을 때는…… 영주님의 꿀밤은 각오해 두시길"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사람 좋게 웃었다. 반대로 시즈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위 주변을 손으로 누르면서 조합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우, 우――…… 아무래도 '초석'의 조합은 처음이니…… 성공했으면 좋겠어―)


그녀가 3년의 세월을 들여 소중하게 꾸려 온 초석산. 얼핏 보면 고약한 냄새가 감도는 그냥 쓰레기 더미지만, 특정한 순서에 따라 작업하면 '초석'을 채취할 수 있다.

본래는 4년에서 5년을 들여야 하지만, 채취 자체는 3년째부터 가능하다. 단, 이론적으로는, 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그리고 초석을 조합해서 만드는 것이 '흑색 화약'이다. 만약 초석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되면, 오다 군은 타국의 군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한 사정들도 있어, 본래는 노부나가 본인이 확인하러 올 예정이었으나, 오우미 방면에 용무가 생겨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잠시 후 흑색 화약의 조합이 완료되고, 화승총을 든 아시가루가 다섯 명 정도 모리 요시나리 앞에 섰다.

그들은 깊게 머리를 숙인 후, 마치 미리 정해놓았던 것처럼 능숙하게 일렬로 섰다. 화승총의 발사는 숙련자라도 30초 가까이, 보통은 1분 가까이 걸린다.

그리고 1분 후, 사격 준비가 갖춰진 한 명의 아시가루가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화승총에서 납탄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시즈코의 초석 조합이 성공한 증거였다. 그것이 우연이 아닌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화승총이 차례차례 불을 뿜었다.

합계 20발의 탄이 발사되었는데, 한 발도 불발이 일어나지 않고 모두 발사되었다.


"성공이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리 요시나리를 보며, 시즈코는 간신히 위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4월 하순, 시즈코는 밭일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작년 이상의 밭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맡아왔던 시즈코였지만, 이제와서 갑자기 농사일에만 전념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시즈코는 얼마 전에 몇 년에 걸쳐 생성한 초석을 헌상했다. 그 양은 무려 200kg이었으니 놀랄만 하다.

화승총의 사격에 사용되는 화약의 양은 3g에서 5g이다. 얼마 되지 않는 화약량에도 불구하고 한 발 당 비용은 현대 가격으로 600엔이나 된다.

흑색 화약은 초석(산화제)과 유황, 목탄(가연물)의 혼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초석은 일본에서 채취할 수 없었기에 남만에서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비싸지는 것이다.

화약 생산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석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의의는 대단히 크다. 초석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이나 중요 군수물자를 외부에 의존하는 위험성이 낮아지게 되고, 또한 화약을 충분히 사용하여 실 사격 훈련을 쌓는 것으로 숙련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소금의 증산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방식(입병식(入浜式) 염전 제염)보다도 몇 배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숙련된 장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절차가 높이 평가되었다.

종래의 입병식 염전은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중노동이며, 사람 손도 필요하고 숙련된 기술도 필요해진다.

'바닷물을 긷는 데 3년, 바닷물을 뿌리는 데 10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닷물을 퍼올려서 염전에 균일하게 뿌리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에 대해 유하식(流下式) 염전은 사람이 맡아 하던 중노동을 태양열과 바람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진한 소금물(함수)를 채취하는 작업(채함)은, 그냥 바닷물을 유하시켜 태양열과 바람에 의해 건조시키는 것 뿐이다.

적절하게 설계된 설비가 있다면, 1년 내내 채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닷물을 균일하게 뿌릴 필요도, 무거운 모래를 옮길 필요도 없어져, 장인들은 중노동에서 해방되었다.

효율적인 소금의 생산 방식을 증명하듯, 시즈코는 초석과 함께 대량의 소금을 헌상했다.


방대한 양의 인공 초석의 생산에 성공한 것. 1개월 정도의 주기로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것. 또 그 양이 종래의 염전을 압도할 수 있는 것.

소금과 초석이라는 중요한 군수물자를 헌상하고, 게다가 그것들을 지금부터 정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시즈코의 공적은 크다.

노부나가가 아주 좋은 기분으로 "무엇이든 원하는 상을 주겠노라"라고 말한 것도 당연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넓은 토지와…… 그리고 농사일을 할 시간을 주십시오"


이 말에 노부나가를 비롯한 수하 전원의 의식이 헛돈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 원하는 상을 주겠다고 했더니, 설마하던 농사일을 할 시간을 달라, 였으니.

돈도 명예도 다 건너뛰고 그 말이 맨 처음 나온 것에 전원이 시즈코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평소보다 몇 배나 상냥한 목소리로 시즈코에게 진의를 물었다.

그에 따르면, 아무래도 최근에 일이 많아서 프러스트레이션(frustration)이 쌓이고 쌓였던 모양이다.

그 프러스트레이션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무 생각 없이 밭일을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즈코가 찾아낸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농사일보다 다른 일이 더 많이 맡겨진 상태였다. 이래서는 프러스트레이션이 더욱 쌓이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이 쯤에서 시원하게 털어버리기 위해서도 농사일에 전념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겸연쩍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지금, 그녀는 급한 일은 얘기가 다르지만, 나중에 해도 문제없는 일에서는 제외되어, 마음껏 농사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진흙과 땀으로 범벅된 그녀였지만, 그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충만한 표정이었다.


"빛나고 있군"


"빛나고 있군요"


"빛나고 있네"


그런 시즈코를 멀리서 바라보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


"지나치게 빛나는 거라 생각하는데"


"시즈코 님은 우리들과는 다른 감성을 가진 분이시니까요"


"단순히 한가하게 노는 것만으로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즈코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는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라 등 세 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시즈코는 자신 전용의 넓은 농지를 며칠 만에 다 갈아 버렸다. 그리고 흙 만들기, 씨뿌리기 등의 작업을 차례차례 처리했다.

현대에서 온 두 종류의 쌀도 재배를 시작했지만 씨앗이 적어서, 둘 다 합쳐도 4ha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았다.

첨부되어 있던 증명서나 메모의 내용을 보면, 한 쪽은 오와리 등의 중부 지방 한정이지만 도열병에 강하고, 수확이 유기재배면서도 농약 재배만큼의 양을 기대할 수 있는 토모호나미 계열의 품종.

다른 하나는 어려운 한자가 쓰인데다 독음이 써 있지 않았기에 시즈코도 읽을 수 없었지만, 대단히 질병에 강하고 또 추운 지방이나 더운 지방에서도 문제없이 재배가 가능한 품종 같았다.

수확량도 풍작 때의 코시히카리의 7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결점으로서 맛이 2급품의 브랜드보다도 떨어지는 레벨, 이라고 쓰여 있었다.

즉, 다른 품종이 흉작이었을 때 같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재배하죠, 라는 품종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토모호나미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벼 쪽을 기뻐했다.


토모호나미는 맛이 코시히카리에 필적하는 레벨이지만, 재배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 양산은 어렵다.

하지만 어떤 지방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은, 북쪽으로는 홋카이도에서 남쪽으로는 카고시마까지 다 가능한 것이다.


애초에 한랭지에서의 벼농사는 어려움이 따른다.

중국에서 전래된 참파(Chăm Pa) 벼를 심어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벼농사를 가능하게 한 예는 있다.

이 품종은 현재의 베트남 남부 참파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장립종(長粒種)의 쌀이다. 해충 피해나 가뭄에 강하지만, 추위에는 굉장히 약하다.

전래된 중국에서도 식문화는 '북면남반(北麺南飯)'이라고 하여, 추위가 혹독한 북부에서는 밀을 가공한 면류를, 온난한 남부에서는 쌀을 먹는 것이 주류이다.


일본의 쌀 중에도 추위에 강한 벼는 적다. 한랭한 토호쿠(東北) 지방에서도 벼농사는 짓고 있지만, 태평양 쪽은 재넘이(※역주: 산을 넘어 내리부는 건조한 바람,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이 골칫거리였으며, 냉해에 의한 심각한 피해를 계속 받아왔다.

평화가 찾아온 에도 시대부터는 홋카이도(北海道) 오시마(渡島) 반도에서도 벼농사를 지었지만, 그 규모는 미미한 것이었다.

홋카이도에서 대규모의 벼농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한랭지에서 벼농사가 가능한 벼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기술 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한성이 있는 벼를 개발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을 양산하는 것으로 잃지 않아도 되는 목숨이 있다면, 시즈코는 찬탈자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응? 시즈코 님이 허리에 매달고 있는 대나무통, 조금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멀리서 시즈코를 바라보고 있던 다케나카 한베에가,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대나무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외견을 볼 때 물 등의 액체를 넣는 것인 건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묘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아, 저건 시즛치가 목공 장인들한테 만들게 한 '수통'이라는 거라더군. 여기, 나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입에 대는 거야"


타케나카 한베에의 의문에 케이지가 허리에 매달고 있던 똑같은 것을 보여준 후, 대나무 수통의 윗부분을 손으로 돌렸다.

별 것은 아니다. 현대에서 말하는 보온병을 대나무로 만든 것 뿐이다. 물론, 현대 제품같은 진공 단열 기능이 없기에, 보냉, 보온 효과는 대단히 나쁘다.

표주박을 쓰는 편이 훨씬 간단하지만, 이 대나무 수통은 마시기 전에 안의 액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위생면에서도 관리 면에서오 이쪽이 훨씬 뛰어나다. 결점은 가공에 시간이 필요하여, 완성품 하나가 만들어질 때까지 시간이 보통 대나무 수통보다 오래 걸리는 것과, 소재를 엄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나무의 나이 중 가장 강도가 높아지는 4년생에서 5년생, 그리고 수분 함유량이 가장 낮아지는 9월에서 11월에 벌채한 것이 필요하다.

물론, 2년생이나 3년생, 가을 이외에 벌채한 것으로도 제작 가능하다. 엄선하는 이유는, 단지 장기간의 사용이나 거친 취급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다.

시즈코의 대나무 수통은 실용시험용의 최종 릴리즈 판으로 3년생의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지만, 일주일 동안 농사일을 할 때 매달고 있어도 딱히 파손되는 일은 없었다.

전투 등의 격한 환경에서는 어떻게 될지 검증되지 않았지만.


"표주박으로 문제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 이거대로 이점이 있어 보이는군요. 가장 큰 이점은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표주박과는 달리 다른 것도 넣는 것이 가능하군요"


궁금해진 타케나카 한베에는 케이지에게서 대나무 수통을 받아들고 어떤 구조인지 살폈다.

주둥이 직경이 크기 때문에 단시간에 물을 넣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과, 액체 이외에도 주먹밥 등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반면, 접합부의 가공에 손이 많이 가서 양산이 어려울 거라 느꼈다.


"뚜껑에 해당하는 부분의 가공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선반(旋盤)'이라는 도구를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야. 꽤 많은 인원을 투입하고 있으니, 상당히 크고 복잡한 거겠지. 그 외에도 '신장 측정기'라던가 '체중 측정기'라던가, 여러가지 수수께끼의 물건들을 만들고 하려고 있어. '목통증류기'라는 건 완성되어서, 그걸 써서 뭔가 만들려고 하고 있고"


"흠…… 뭔가 거창한 기계 도구 같군요. 하지만 신장이나 체중이란 것은…… 처음 듣는 말입니다만"


"시즛치 말로는 '기술이나 도구는 언젠가 타국에도 알려진다. 하지만 [이것]은 흉내내려고 해도, 지효성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였었지. 분명히…… '전국민 영양 개선 계획'이었던가?"


국민의 영양 상태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1975년(쇼와 50년) 무렵의 일로, 그때까지 국민들은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특히 2대 국민병이라고 불린 것이 결핵과 각기(脚気)병이다.

결핵은 얘기가 다르지만 각기병이 유행한 이유는, 비타민 B1을 포함하지 않는 흰쌀밥만을 먹고, 부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에도 시대에 흰쌀밥 주식 문화의 에도에서, 우동보다 메밀국수가 유행한 배경에는 각기병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메밀국수를 먹으면 각기병의 예방, 또는 각기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각기병은 비타민 B1의 결핍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이므로, 비타민 B1을 많이 포함하는 메밀국수를 먹으면 비타민 B1 부족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비타민 결핍증은 무서운 질환을 발병시킨다.

비타민 A라면 야맹증.

비타민 B1이라면 각기병, 베르니케-코르사코프(Wernicke-Korsakoff) 증후군, 고 파이루빈산염혈증, B2라면 구내염이나 지루성(脂漏性) 피부염, B6라면 빈혈, 설염(舌炎), B12라면 말초신경염, 아급성(亜急性) 연합척추변성증(連合脊髄変性症).

비타민 C라면 괴혈병, 비타민 D라면 골연화증, 비타민 E라면 보행 부진 등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누구나 비타민 결핍증에 걸리는 것이 이 질병들의 무서운 점이다.


"'전국민 영양 개선 계획'이라. 여전히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렇군요 키노시타 님.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모리 요시나리와 히데요시였으나, 입가에는 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쌀이나 콩 등의 군수물자를 대량 생산했다. 얼마 전에는 흑색 화약의 원료인 초석을 직접 생산했다. 전에 없던 속도로 오다 가문의 영토는 진화하고 있다)


시즈코에게 얼굴을 돌린 타케나카 한베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천하포무도 단순한 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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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노부나가의 신하들이 노부나가를 부르는 명칭인 'お館様'과, 2인칭으로 쓰일 경우 주로 '나으리, 주군' 등의 의미로 쓰이는 '殿'를 별 생각없이 일괄적으로 '주군'으로 번역했었는데, 등장인물이 점점 많아지고 상하 관계도 복잡해지면서 혼동이 올 소지가 크다고 판단, 'お館様'를 '영주님'으로 전체 수정하였습니다 (오타 때문에 빼먹은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영주님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중세 일본이 서양처럼 봉건제였던 점과, お館様라는 호칭이 가문이나 조직의 주인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인데, '가주님'은 뭔가 무협지스러워서^^;; 영주님으로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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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3 1568년 2월 초순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좋게 말하면 획기적,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이질적인 마을이었다.

먼저 각 가정에 매립식 코타츠(掘り炬燵)와 이로리(囲炉裏)를 설치했다. 습도를 높이기 위해 젖은 타올을 놓는 장소도 있다.

이것은 1년 중에 12월부터 2월에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활성화되어 대유행을 일으킨다.

그 대책으로서 습도를 높이는 것과 집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을 이용하면, 당연하지만 장작의 사용량은 무시할 수 없다.

추위 대책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여 장작의 확보에 분주한 결과로서 민둥산을 양산했다가는 단기적으로는 좋아도 장래적으로는 상황이 악화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보였다.


해결책은 죽탄(竹炭, ※역주: 대나무 숯)이다.

죽탄은 비장탄(備長炭) 등의 목탄(木炭, ※역주: 나무 숯)보다 화력이 떨어지고 연소 시간도 목탄의 5, 6시간보다 짧은 3, 4시간 정도다.

모든 면에서 목탄보다 떨어지는 죽탄이지만, 원료가 되는 대나무의 성장 속도는 나무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쓸만한 크기가 되는 데 3개월에서 4개월, 죽제품 등의 가공품에 쓸만한 품질이 되는 데는 4년 정도다.

그에 반해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10미터 전후로밖에 자라지 않는다.


죽탄에 가장 적합한 것은 맹종죽(孟宗竹)이지만, 맹종죽이 일본 전국에 퍼진 것은 에도 시대라고 한다.

사원 관계자가 중국에서 가지고 왔다, 라는 설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확증은 없다.

가능하다면 맹종죽의 죽탄을 양산하고 싶었던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씨앗, 또는 지하경(地下茎, ※역주; 땅 속 줄기)의 입수를 의뢰했다.

전래의 설이 있던 사원 관계자와 중국으로부터의 밀수, 두 가지 루트에서 찾아보도록 의뢰했다.

맹종죽, 참죽, 담죽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맹종죽은 마디의 고리가 한 개, 새로 난 대나무는 하얀 가루가 붙어 있기에 고리 아래에 있는 하얀 가루가 눈에 띈다.

참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 가느다랄 경우 위쪽 고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위의 고리의 촉감이 각진 부분이 없다.

담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로 참죽과 같지만, 줄기 전체가 희뿌옇게 보이고 위의 고리가 비교적 각이 져 있다.


따라서 마디 고리가 하나, 그리고 새로 난 대나무의 고리에 하얀 가루가 있으면 그것은 맹종죽이라고 한다.

지하경이라면 5개 정도, 씨앗이라면 있는대로라고 전했을 때, 큐지로는 평소의 수상쩍은 웃음을 띄우며 수락했다.

상담(商談)이 성립되었다는 것으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선금과 공작비용을 건넸다. 관리들이나 사찰 사람들은 돈에 약하다.

그를 위한 공작 자금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그만큼 얹어서 큐지로에게 건넨 셈이다.

꽤나 돈을 써버렸기에, 당분간은 절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 자금이 줄어든 것 뿐으로, 후세에 부농(豪農)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각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맹종죽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 시즈코는 참죽과 담죽의 죽림(竹林, ※역주: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양쪽 다 상당히 광범위한 죽림을 만들었기에 연료에 곤란해할 일은 없으리라.


죽탄을 만들면 부산물로서 죽초액(竹酢液)과 나무 타르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쪽은 원액을 정치법(静置法)이라는 수법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정치하여 죽초액과 타르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죽초액은 냄새 제거나 살균, 방균, 방충 효과, 토양 개량이나 농약 줄이기, 퇴비 만들기, 스킨 케어나 목욕물에 넣어서 탕이 식는 걸 방지하는 등 다종다양한 용도가 있다.

나무 타르도 석유에서 만드는 콜 타르와는 달리 살균 작용이 있다. 냄새도 석유 냄새가 나는 콜 타르와는 선을 긋는 독특한 향기가 난다.

성능도 죽초액과 마찬가지로 방충, 곰팡이 방지, 방수, 방산(防酸), 방유(防油), 방염(防塩), 방부, 개미 방지 등 고성능이다.

건축 자재에 칠하면 방충성이나 방수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다가 한 번 건조하면 고온이 되어도 연화되지 않는다.

완전히 건조하면 무취가 된다. 살균 성능이 높기에,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인 약으로 쓰였다.

물로 희석해서 타르 워터로 만들면 용도는 더욱 다양해진다.

유일한 결점은 정치할 필요가 있기에, 즉석의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사정은 에도 시대에 맞추기로 했다. 퍼세식 변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그것들을 정기적으로 퍼내어 분뇨 저장소로 옮겨서 비료의 하나로 가공한다.

또 위생면의 강화로서 입욕의 습관화를 장려했다. 아무래도 매일의 입욕은 비용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1주일에 2, 3번 정도는 들어갈 수 있도록 연료의 준비를 했다.

그 때, 태우는 건 당연하지만 대나무다. 대나무는 기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연소 속도가 빠르고, 또 속이 빈 구조로 되어 있어 지나치게 물을 뜨겁게 끓이는 일 없이 다 타버리므로 적당했다.


식사에 관해서는 '식당'을 설치했다.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요리를 만들기보다, 한번에 한꺼번에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다.

각 가정에서 폐기품을 모으기보다, '식당'에서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편이 쉽다. 또, 마을의 곳곳에 퇴비용 유기 쓰레기 전용의 회수 상자를 설치해서 정기적으로 회수했다.

하지만 여성진은 요리라는 중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원래 가정에서 요리하던 부인들이다.

그 관계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요리의 맛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맛의 취향에 따라 '식당'에 편차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걱정했지만, 의외로 마을 사람들은 각 '식당'의 맛이 다른 것을 일종의 오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비 문제는 현대의 경칠 기구를 참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라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실제로는 직업 경찰관을 선출하여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파출소에 배치하여 교대로 근무하는 정도의 간소한 조직이다. 그래도 개와 경비원을 한 세트로 하여, 2인 1조로의 행동을 기본으로 했다.

개는 훈련시키면 경비, 정찰, 전령, 부상병의 발견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적인 훈련을 쌓아 주종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 개냐 하는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류 최고(最古)의 파트너는 개다,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개와 인간의 관계는 깊다.

전세계에 있는 고대인의 화석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개의 화석이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의 깊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이 아닌 개였던 이유, 그것은 조명이 부족했던 시대에 어둠 속에서 습격해오는 적을 한 발 빨리 감지해주는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개의 사회성, 그리고 우수한 후각이나 청각 덕분에 인간은 몇 번이나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다.

군용견의 역사도 길어서, 오래된 사례로는 고대 그리스에서 군단으로서 운용되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켈트 인이나 게르만 부족 등 숲 속에서 흩어져서 싸우는 적에 대해, 개의 군단을 만들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또 공격 뿐만이 아니라 방어용으로도 사용되어, 그리스 인이나 고마 인은 요새 안에서 개를 키우며, 날카로운 후각이나 청각으로 적의 접근을 감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개는 용맹과감한 전사로서, 동시에 인간에게 충실한 친구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개는 소박, 충실, 용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번견으로서는 더 이상 듬직할 수 없는 존재다.

마을 내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간자 대책이 되며, 설령 침입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냄새나 기척을 개가 감지해 준다.

애초에 그것들을 회피할 노력을 한다 해도, 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우리라.

왜냐 하면,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군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군사 기술을 민간용의 기술로 전용하거나, 현대에 있던 각종 공구류를 재현하거나 하기 위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장인 마을의 생활에 간신히 익숙해졌을 무렵, 그들에게 시즈코의 무모한 명령 제 1탄이 날아들었다.


"어…… 이것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겁니까?"


모아진 목공 장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인물이 자리를 대표하여 시즈코에게 의문을 표했다.


"맞아요. 정확히는 이 뚜껑 부분, 이걸 재현하는 거에요"


그들의 곤혹스러움을 일부러 무시한 시즈코는 생긋하고 사람이 좋아 보이는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페트병이니까.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에 장인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화승총에도 쓰이고 있는 나사 기술을 응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안의 액체가 새지 않고 높은 기밀성을 얻을 수 있어요. 잘 봐요"


나무판을 끼워넣어 뚜껑을 덮기만 한 대나무 수통과,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몇 개의 페트병 중 하나를 뒤집었다.

그러자 나무 판자를 끼워넣은 쪽은 물의 압력에 못 이겼는지, 뚜껑 역할을 하는 나무판이 튀어나오며 안의 물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페트병 쪽은 내용물이 새지 않고, 또한 뚜껑이 빠지지도 않고 물을 막고 있었다.


"오, 오오오……"


놀라면서도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장인들. 이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그들이 감동하고 있는 동안 말을 이었다.


"기간은 2개월, 조건은 대나무 수통으로 재현할 것과 설계도대로의 직경일 것. 연구 비용은 이 나무 상자에 들어있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쓰세요. 아, 기간은 꼭 지켜줘요. 그러지 않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테니까"


페트병의 뚜껑에 관한 설계도, 연구 비용, 연구에 쓰기 위한 원본품.

그것들을 차례차례 건네준 후,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시즈코는 목공장인들의 집회소를 나갔다.

시즈코가 떠나고 얼마가 지나자, 간신히 머리로 이해하게 된 그들은 페트병을 조심조심 만져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차츰 그들은 장인 혼에 불이 붙어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비슷한 일을 길쌈 장인, 도자기 장인, 생활 대장장이들에게도 했다.

길쌈 장인에게는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T셔츠, 속옷, 스테테코(ステテコ, ※역주: 주로 남자들이 입는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의 재현. 도자기 장인은 계단식 가마(登り窯)의 사용법을 마스터해서 도자기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

생활 대장장이에게는 시즈코가 그린 수많은 농경 기구의 재현이다.


공동으로 하는 것도 있다. 시즈코는 대장장이와 목공 장인들에게 나무통 증류기의 제조를 명령했다.

그녀는 증류기란 스테인리스 등의 금속과 고무로 된 것이라고 계속 착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고무가 없는, 또는 있었다고 해도 고급품이 되는 에도 시대, 어떻게 증류해서 소주(焼酎)를 만들었는가, 라는 것을 깨달았다.

힌트는 뭔가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카고시마(鹿児島)에 여행갔을 때 '나무통 증류기'의 견학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소량의 금속과 벽돌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나무와 대나무였다. 증류기의 원리나 기법은 목재든 금속이든 다르지 않다.


"으―음…… 고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식물성 유지(油脂)에 유황을 첨가해서 제조하는 팩티스(서브, ※역주: factice)가 천연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충분…… 할까? 하지만 혼합비가 많아서 어느게 좋을지……"


천연 고무가 없어도 고무의 대용품은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팩티스라고 하는 것이다.

팩티스의 역사는 오래되어, 중세 유럽에서는 아마인유(亜麻仁油)와 유황을 반응시켜 탄성이 있는 수지 상태의 물질로서 활용했다.

방부 작용이 있어서, 주로 외과용 약품으로서 사용된 기록이 남아있다.

또 합성고무가 출현한 후에는 증량제, 연화제를 거쳐 가공 보조제로 역할이 바뀌었다.


"식물 기름은 해바라기에서 얻는다 치고…… 문제는 유황이네. 흑색 화약에서 쓰니까 유황을 입수하는 건 간단하지만, 실험으로 계속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으니까"


현 상황에서는 개발의 우선 순위도 있어서 대량으로 유황을 유용하는 것은 어렵다. 식물 기름도 귀중품인 이상, 지금은 사치스러운 연구는 할 수 없는 것을 시즈코는 이해했다.


각 기술자들에게 물건을 만들게 하고 있지만 특히 생활 대장장이 쪽이 힘들어서, 완성품을 만들면 끝이 아니다.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때그때 피드백하여, 그것들을 해결하여 버전업시켜가는 순환 개발을 한다.

생활 도구는 천하통일 후에도 계속 사용된다. 처음에는 느슨해도 점차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개시 시기가 빠르면 빠를 수록 문제점이 밝혀지는 법이니까, 재현도가 낮더라도 계속 시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시즈코는 어느 정도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사용 실험을 할 것을 명령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하기만 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시즈코도 스포츠 백에 들어있던 모와 씨앗을 재배할 필요가 있다.


노트의 주인은 씨악이나 묘목을 재배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전부 다 키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조합이 엉망진창인 것이다. 이래서는 첫 해는 좋아도, 몇 년 안에 흙을 못 쓰게 될 것이다.

무턱대고 씨앗이나 묘목을 모은 것을 보니, 노트의 주인은 농업에 대해서는 초짜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초짜는 '일단 많이 키우고 싶다'고 다양한 종류를 키우려고 한다. 실제로, 시즈코도 처음에는 그랬다가 텃밭을 전멸시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컴패니언 플랜츠 처럼 조합하면 좋지만, 반대로 천적을 같이 재배했다가는 작물은 공멸해버린다.


우선은 씨앗과 모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스포츠 백을 다시 열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얼핏 봤을 때는 몰랐지만, 잘 관찰해보니 몇 개의 모가 손상되어 있었다. 손상 상태에서 추측할 때, 강한 힘을 측면에서 받은 느낌이다.

가방을 안은 채로 뭔가에 격돌한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곧 원인을 알아봤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모나 씨앗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매실의 묘목이 제일 심한 손상을 입었다.

매실은 자가결실성(自家結実性)이 약한 품종이라, 꽃가루가 많은 품종과 함께 키워야 한다. 가장 바깥쪽에 있었던 탓인지 두 종류 모두 큰 손상을 입었다.

현대라면 수복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보강 테이프 등의 도구류가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시즈코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상은 매실 뿐만이 아니었다. 레몬이 두 개, 귤은 한 개의 묘목이 수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

결국, 무사했던 것은 레몬의 묘목 하나, 가장 안쪽에 있던 귤의 묘목 둘 뿐이었다.

게다가 비극은 계속되었다. 부러진 모가 스낵파인의 모에 꽂혀 있었다. 스낵파인의 모 20개 중 6개를 폐기처분했다.

부러진 모는 추가로 꽃씨가 들어있던 봉투도 찢어서, 나무 알로에와 스트렐리치아, 코스모스의 봉투가 찢어져 있었다. 씨앗이 뒤섞여버렸기 때문에, 분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눈 딱 감고 파기할 것을 선택했다.


최종적으로 키울 쌀은 두 종류, 그리고 귀리.

야채는 시금치, 배추,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 땅콩.

과일은 레몬과 귤과 수박과 스낵파인.

꽃은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 섬게선인장,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였다.


귀리와 해바라기는 풋거름용으로 쓸까 했는데, 그러러면 해바라기의 씨앗과 귀리의 열매가 필요했다.

따라서 귀리는 특유의 심근성(深根性)을 이용한 토양 개량 효과를 얻는 데 그쳤다. 해바라기는 씨앗 이외에는 분쇄해서 풋거름에 쓰기로 했다.

월계수, 프렌치 마리골드는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공생시키기 위해 키우기로 했다.

달리 무사한 꽃을 키우지 않는 것은 키울 여유가 시즈코에게 없기 때문이었다. 비료나 부엽토, 각종 질병에 대한 약제가 있는 현대라면 가능하지만, 그것들을 구할 수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키워봤자 무의미했다.

가능한 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선별한 결과이다. 또, 자소류는 무서운 번식력으로 계속 증식하기 때문에, 다른 것과 똑같이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시즈코의 시대에서도 '작물 게릴라'의 이름을 시작으로 테러리스트 등의 나쁜 이미지의 호칭이 많다. 가정 텃밭에서도 프로 농가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육성해야 한다'는 품종이 있다.

자소는 그 부류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매실장아찌를 절일 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재배 장소를 다른 것들과 격리하고 벽돌로 간소한 플랜터 재배를 하기로 했다.

섬게선인장은 단순한 선인장이기에 키울 의미는 별로 없지만, 손이 가지 않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종류도 시기를 계산해서 준비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에게서 새로운 지시가 시즈코에게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소금을 증산하라'였다.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문제없었지만, 명령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시즈코의 마을의 주민들을, 확장중인 마을로 이주시킨다'라는 수수께끼의 명령이었다.




갑작스런 주민 이주에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현을 신청했더니, 의외로 빨리 알현 허가가 내려왔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분이 좋았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서둘러서 노부나가에게 갔다.

알현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질문했다. 이 시기에 갑작스레 마을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잘못하면 생산고가 떨어져 버려서 충분한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사람을 이주시킬 것인가라고.


"상관없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노부나가가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기에, 시즈코는 일순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건가 하고 착각했다.


"하, 하지만 이대로는 대폭적인 감산이 될 가능성이……. 그 문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람의 이주를 강행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지만 바로 머리를 흔들고는 노부나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금년의 세금이 적어도, 내년 이후의 세금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기술을 전수받은 백성들을 각지에 이동시켜서 추가적으로 전수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만 속에 감추고 있던 계획을 말했다.

그의 계획은 전국시대에서도, 아니 현대에서도 기상천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었다.

철저한 효율주의의 계획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우선 각 마을에서 20명에서 30명을 뽑는다. 이 때, 시즈코를 포함한 초창기의 백성 30명은 제외된다.

모은 사람들로 마을을 6개 만들어, 그 마을을 기점으로 3개에서 5개 마을을 위성처럼 묶는다.

묶인 마을은 '조(組)'라는 단위로 하여, 그 '조'를 3개 합쳐서 '가(街)'라는 단위로 부른다.

노부나가는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삼조지일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해에는 시즈코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점이 되는 마을이 각 마을에 농업의 교육, 지원을 한다.

그리고 첫 해의 수확에서 '담보'가 되는 비축쌀을 오다 가문에 바친다.

다음 해부터 각 '조'마다 재배하는 작물을 1년마다 교대한다.

예를 들면 첫 해의 '갑조'는 쌀과 콩, '을조'는 쌀과 고구마, '병조'는 쌀과 계란. 둘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고구마, '을조'는 쌀과 계란, '병조'는 쌀과 콩. 셋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계란, '을조'는 쌀과 콩, '병조'는 쌀과 고구마.

그리고 넷째 해는 첫째 해와 같은 재배를 하여, 3년 전에 바친 '담보'가 반환된다. 하지만 다음의 3년용으로 새로운 '담보'가 필요해진다.

현대에서 말하는 2년 약정이니 3년 약정이니 하는 고정 계약이다. 당연하지만 3년 안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경우에는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보로 맡긴 비축쌀이 페널티로서 몰수된다.

이 패턴을 5번 반복하면 세율이 50%에서 40%로 변경된다.


추가로 복리후생의 일환으로서 정월 및 수확제 때 떡이 지급된다.

마을 사람 한 명 당 3개, 그리고 마을마다 거울떡(鏡餅)이 하나 지급된다. 이것은 노동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노동 의욕 향상과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우대라고 할 특례 조치를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는 미리 공표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은혜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맛보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의 당근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금씩만 내놓는다.

당연하지만 당근만을 주는 게 아니라, 알기 어려운 부분을 불리하게 고쳐 밸런스를 잡는다.


"그, 그래서는 째째하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요……"


"무릇 군주가 되어서 구두쇠라는 평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과만 좋으면, 수단은 항상 정당화된다. 따라서 내가 백성들을 속이더라도, 그 결과는 백성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백성들은 내 정책을 신경쓰지 않는다. 백성들에게는 적당한 꿈을 꾸게 하면서 살찌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과연……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진의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석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괜찮다. 지금부터도 의문이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묻도록 해라. 그것이 더 좋은 의견을 낳는 경우도 있다"


그 말에 시즈코는 솔직히 놀랐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생각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에 간단히 남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선을 눈치챈 노부나가는, 대단히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굳이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나는 지금까지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에게서 세계를 알게 되며, 내 경험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깨달았다. 세계는 넓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자가 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 따라서 나는 그놈들의 지식을, 경험을 배워서 내 피와 살로 삼겠다고 결정한 것 뿐이다"




2월 하순,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대형 염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안부(湾岸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안부는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소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물이다.


세로로 길고 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는 큰 하천이 없어 만성적인 물부족 상태였다.

따라서 빗물이 모인 못(池)이 백성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한번 간벌이 일어나면 바로 기근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쇼와(昭和) 36년(1961년) 9월에 완성되는 '아이치 용수(愛知用水)'가 가동될 때까지, 백성들은 항상 간벌의 공포와 싸워왔다.

아이치 용수란 기소(木曽) 강의 상류에서 치타 반도의 돌출부 끝부분까지를 종단하는 112km의 간선 수로, 인체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동맥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동맥에서 갈라져나와 몸의 곳곳에 영양을 운반하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는 1012km나 되는 지선 수로로 구성된다.

이 대사업의 중심 인물은 독농가(篤農家)인 쿠노 쇼타로(久野庄太郎)와 안죠(安城) 농업고등학교(農林高校) 교사인 하마지마 타츠오(浜島辰雄)의 두 사람.

그들이 꿈꾼 미래는 구상에 9년, 착공 후 4년이 지나, 총 공사비 423억엔을 사용하여 실현된다. 2차 대전 이후의 일본 최초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되었다.


다행히도 쇼와 시대 만큼의 인구는 아니었기에, 물 한 방울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고, 사람이 정착하지 않은 지역의 작은 개울에서 음용수를 입수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음용수 뿐이고 농업용수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또 작은 개울밖에 없기에 하천 공사도 어렵다.

결국, 치타 반도의 뿌리 근처에 대형의 염전을 만들어서 음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를 텐파쿠(天白) 강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그 후에는 노부나가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살게 한다.

그걸로 끝날 예정이었다. 다만, 그것은 시즈코의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냉엄했다.


"어업조합?"


정착할 마을 사람들의 대표인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 오다 님과 의논하여 저희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소금의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불안하여, 그 이야기를 오다 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뭐 이해는 되네요"


소금의 생산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소금의 생산이 실패로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 뿐이니까.


"그 때 오다 님께서, 어업을 겸업하면 어떠냐고 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업에 관한 기술 지도를 시즈코 님께서 해주실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만……?"


"에엑―……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지) 뭐, 저로 괜찮다면, 겉핥기 정도로는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고기잡이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뿐'으로, 본격적인 어업 경험은 없다.

대형 어선이나 수송선의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 설계도는 현대의 단위로 치수가 적혀 있기에, 당장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마을이 완성되면, 영주님께 도량형을 MKS 단위계로 통일시켜 주시게 하자. 대응표를 써서 했다간 오차가 나왔을 때 웃어넘길 수 없으니까. 일시적인 수입 감소, 이익 감소를 각오하고 기준을 통일하는 게 좋을지도)


기준을 통일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져 악덕 상인이 줄어든다. 땅의 크기에서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다, 세금을 상당히 정확한 수치로 예측할 수 있어 잉여분을 영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단위 통일은 이득이 된다. 그리고 도량형의 제정은 근세까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은 히데요시나, 에도 막부를 연 이에야스도 도량형을 통일했었다.


"죄송합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실례지만 어선이 안 보이는데, 어디에 있나요?"


그들은 매번 그렇지만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모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집을 지은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중요한 어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선을 정박시킬 부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선 건조부터 시작하는 건가, 하고 시즈코는 진절머리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뇨, 그런 건 오다 님께서 준비해 주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무래도 어선 건조는 다른 장소에서 하고 있고, 그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 좋아요. 그러네요…… 음―, 뭐 일단 주낙(延縄) 어업, 통발 어업, 항아리 어업 세 가지면 되려나. 익숙해지면 채개 어업(採介漁業, ※역주: 손으로 성게나 조개 종류 등을 따는 것)이 좋겠네요.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줍기라던가……?"


"네에……"


"(그렇게 불안한 듯한 표정 짓지 않아도 설명할 거야!!) 먼저 주낙 어업에 대해서인데요―"


결국, 돌아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설명하게 된 시즈코였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간신히 어선이 그들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바로 그들의 마을로 향했다. 도착 후에 어선을 보자, 중형 규모의 어선이 3척, 소형의 2인승 보트급 사이즈가 8척으로 합계 11척이 선착장에 계류되어 있었다.

문어항아리 비슷한 것이나 미끼를 넣은 '통발', 주낙 어업을 위한 도구도 완성된 듯, 그들은 도착한 날에 어선에 올라타 설치하고 왔다고 했다.

어구의 구조가 간단하고 조업도 비교적 간편한 항아리 낚시나 통발 낚시는, 어획 성능이 좋기 때문에 초짜라도 일정한 양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어획 성능이 지나치게 좋아서, 자원 보호의 관점상 현대에서는 사용하는 통발의 숫자에 제한이 걸려 있다.


"이래저래 설치한 지 3일이 지났으니 슬슬 회수할 시기일까요"


"네. 유감이지만 어제와 그제, 주낙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소를 바꾸어 설치했습니다. 물론, 시즈코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깃발이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 번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대참사는 피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난사고는 1912년(메이지(明治) 45년) 4월 14일, 영국 선적 객선 '타이타닉'이 처녀 항해중에 빙산에 충돌하여 침몰. 1517명이 사망한 사고다.

1914년(타이세이(大正) 3년) 5월 29일, 캐나다 선적 객선 '엠프레스 오브 아일랜드'가 짙은 안개 때문에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노르웨이 선적 화물건 '스토르스태드(Storstad)'와 충돌하여 침몰, 사망 및 행방불명은 1024명이나 되었다.

일본에서는 1910년(메이지 43년) 4월 15일에 일본 해군의 '제6 잠수정'이 히로시마(広島) 앞바다에서 가솔린 잠항 실험 훈련중에 침몰. 함장 사쿠마 츠토무(佐久間勉) 이하 승무원 14명 전원이 순직했다.


전국시대에 해난사고가 일어나면 더욱 비참하다.

배에서 내던져져, 파도에 휩쓸려버리면 끝이다. 두 번 다시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없다.

그들은 어부인 동시에 소금을 만드는 장인이다. 가능한 한 '목숨을 소중히 해라' 작전을 철저히 따라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그들에게 어떤 규칙을 부과했다.


어업을 하는 경우에는 마을의 장소를 알리는 깃발을 세울 것 (알기 쉬운 귀환 목표).

새끼줄로 묶은 대나무 통을 몸에 두를 것(구명조끼 대용품).

자신의 몸과 배를 끈으로 연결하고 어업을 할 것 (생명줄).

야간, 또는 날씨가 나쁜 날에는 어업을 하지 않을 것 (위험회피).


그 규칙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선을 압수하고 소금 생산에 전념시킬 것이라고 그들에게 통고했다.

처음에는 그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어제 어떤 마을 사람이 배에서 내던져졌을 때 절감했다.

바다의 날씨는 거칠어지기 쉽고, 약간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시즈코의 규칙은, 그것들을 가능한 한 회피하기 위한 규칙이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이해했다.


"오,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볼 때……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라, 어업 성과는 좋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어선은 부두에 도착했다. 로프를 계류 기둥에 감아서 어선을 계류시켰다.

그런 것들이 끝나자 어부들은 수확물이 들어 있을 상자를 어선에서 내렸다.

몇 명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굳었다.

모든 상자가 시즈코 앞에 늘어놓아지자, 그 중 하나의 상자의 뚜껑을 잡으면서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전부 가지고 왔습니다만…… 저기, 이게 뭡니까?"


말과 함께 뚜껑이 열렸다.

안에 있던 것은 참문어였다. 그 외에도 살오징어나 흰꼴뚜기 같은 해양 연체동물들이 들어 있었다.


"(……설마 본 적 없는 건가? 저기―, 한 가지 묻겠는데, 혹시 바다에서의 낚시는 처음인가요?"


"예, 예에. 창피하지만 지금까지는 강에서밖에 낚시해본 적이 없어서…… 실은 이렇게 바다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강 낚시 전문의 어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양 생물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리라,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뭐, 뭐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른 건 뭐가 들어 있나요?"


아이스 박스 대용의 나무 상자를 열었다.

통발 낚시로는 새우, 게가 들어 있었다. 새우는 보리새우가 많았고, 게는 꽃게가 많이 들어 있었다.

주낙 쪽을 확인하자, 보리멸이나 문절망둑도 섞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갱이가 많은 것 같았다.

잘 보니 복섬(クサフグ, ※역주: 복어의 일종)이 조금 섞여 있었기에, 시즈코는 그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에―, 이 복어라는 생선은 먹으면 위험해요.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하세요"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목숨을 잃어요"


조심조심 묻는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복섬 등이 체내에 축적하는 독의 주 성분은 테트로도톡신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유명한 독물인 '청산가리'의 850배 정도의 독성을 갖는 물질이다.

경구섭취할 경우, 표준적인 성인 남성이 1, 2mg의 섭취로 죽게 된다. 또 열에도 강해서 조리의 범주에서 쓰이는 300도 정도의 열량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단 몸 안에 들어간 경우, 약물 투여에 의한 분해가 어려워서, 강심제를 투여해서 심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뇨제를 사용해서 독물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 테트로도톡신은 신경계에 작용하여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물 투여와 병행하여 인공호흡의 보조가 필요해진다.


"참고로 어디에 독이 있는지는 종류에 따라 달라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리고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독이 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복어를 보면 즉시 바다에 돌려보내세요"


"예, 옛"


말이 끝날 무렵에는 촌장의 얼굴은 새파래져 있었다.

하지만 테트로도톡신은 정말로 위험한 독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복어를 직접 만지는 것만으로는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뭐 이렇게 부풀어오르니까 알기 쉬워요. 자, 이 녀석은 바다로 던져버리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복어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복어는 바다에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마을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우선은 살아있는 문어의 처리 방법이에요"


"처리요?"


"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은 그대로는 기운이 너무 넘치니까요. 처리해두지 않으면 날뛰어서 위험해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적당한 문어를 아무렇게나 잡아서 준비해 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문어는 아직 기운이 넘친다, 고 주위에 어필하듯이 복수의 흡반이 달린 8개의 촉수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손에 대나무 꼬치를 굵게 만든 것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을 처리하는 데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도구를 준비했던 것이다.


"많은 흡반이 달린 8개의 다리가 주로 먹을 수 있는 부위에요. 촉수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얼핏 머리로 보이는 부위는 사람으로 말하면 배 부분이에요. 실제의 머리는 이 눈이 달려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양 눈 사이에 식칼이나, 또는 이런 도구로 한번 찔러서 처리해요"


식칼로 양쪽 눈 사이를 베던가, 또는 송곳(千枚通し)으로 마구 찌르면 문어를 처리할 수 있다.

급소를 잘 찔렀는지 어쩐지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잘 찌를 경우에는 다리 전체가 순식간에 하얘져요. 자, 아까까지 붉은 색을 띠고 있던 다리가 단번에 하얘졌죠"


그녀의 말대로, 문어의 다리가 마치 탈색된 듯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다리도 축 처져서, 한눈에 절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


촌장을 포함한 어부들이 감탄의 소리를 냈다.


"다음에는 머리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내장을 끄집어내요. 거칠게 간 무로 씻어서 끈적임을 없앱니다"


"무…… 말입니까?"


"네, 소금으로 해도 되지만, 비싼 소금으로 끈적임을 없애기보다는 간 무로 끈적임을 없애는 편이 싸게 먹히니까요"


소금으로 문어의 끈적임이 없어지는 원리는, 소금에 의해 단백질이 변성되어 굳어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무는 성분의 소화효소계로 떠오르게 한다.

무 쪽이 깨끗하게 없앨 수 있는데다 디아스타아제(아밀라제)가 문어를 부드럽게 해 주지만, 반면 끈적임을 없애는 힘이 약해서 시간이 걸린다.


"끈적임은 안쪽에 남기 쉬우니까, 주의해서 씻어냅니다"


소금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간 무로 씻었다. 그걸로 간신히 밑처리가 완료된다.


"자, 다음은 여러분 차례에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빨리 익숙해져라?"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결코 기분 탓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시즈코는 곤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덧붙였기에.


"괜찮아요, 문어는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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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2 1568년 1월 초순



전국시대의 무사들의 정월 풍경은 현대인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친척이나 동료들과 함께 정월의 첫 참배에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며 정월을 만끽한다.

다른 구석을 들어보면, 주군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등성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중신이나 다른 가신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이다.


시즈코의 마을에 있는 케이지와 나가요시도 예외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이조만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아타고곤겐(愛宕権現, ※역주: 일본의 신 중 하나)에게 참배하러 가기를 원했다.

사이조가 젊었을 때부터 아타고곤겐의 독실한 신자인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시즈코는 세 명에게 어느 정도의 준비금과 먹을 것을 건네주었다. 가는 길에 곤란한 일이 있을 경우를 위해서라고 생각한 것인데, 정작 세 명은 과한 배려에 곤혹스러워했다.

시즈코로부터의 배려를 사양할까 생각했던 세 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시즈코니까'라는 걸로 납득하고 감사히 받기로 했다.


한편 시즈코는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과 정월의 연회를 열고, 이틀째에 주군인 노부나가에게 인사하기 위해 등성여, 그대로 술자리에 참가한다.

금년에는 'NO 음주'를 결심하고 있었기에, 술을 마시고 추태를 보이는 일은 없었다.

저번과 달리 다소 말을 걸어오는 인물들도 늘어났지만, 오다 가신들 중에서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즈코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인은 이름을 팔 생각이 없었기에, 무명 상태로도 딱히 곤란한 점은 없었다. 필요한 권한이나 재료 등은 아야를 통해서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생활에 딱히 곤란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술자리에 참가하였으면서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귀가길에 오른 시즈코는, 집이 조용한 것에 약간 쓸쓸함을 느꼈다.


그 쓸쓸함을 달래려고, 시즈코는 마지에 다양한 기구를 기억해내어 스케치했다. 조류는 다방면에 걸쳐서, 조리 기구나 토목공사 도구 및 농기구, 측정 도구 등이다.


기구의 스케치를 하고 있는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첫 해, 둘째 해와는 달리 시즈코는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면, 지금까지 바빠서 불편하다고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들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에 띈 것이 일용품이었다. 전국시대는 무기에 철광류를 소비하고 있었기에, 생활도구가 극히 빈약하다.

약한데다가 사이즈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래서는 지금은 괜찮아도 천하통일 후에 곤란해질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일용품류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실은 돌가마를 만든 것도, 오븐 레인지의 대용품을 재현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시즈코는 기억나는 모든 일용품을 스케치했다. 이 때, 단위는 MKS(※역주: 미터법) 단위를 기준으로 했다.

원래는 이 이야기와 동시에 오다 영토에 일제히 MKS 단위 계열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대규모의 규격 통일에 의한 장인들의 혼란이 문제시되었다.

의논한 결과, 시험적으로 하나의 마을에서 도입을 한다는 형태로 결정이 났다.

어떤 이유로 새로운 마을의 구상을 하고 있던 시즈코는 마침 잘됐다고 생각, 계획에 편승하는 형태로 생활도구 계열의 대장장이, 길쌈 장인, 이미 도자기는 유통시키고 있었지만 도자기 장인, 대나무나 목재를 가공할 수 있는 목공 장인을 모집했다.

메인은 대장장이로, 길쌈 장인을 포함한 다른 장인들은 미안하지만 덤이었다.


대장장이는 크게 나누면, 화승총 등 무구를 만드는 도공 대장장이와 농기구 등을 만드는 생활 대장장이의 두 종류가 있다.

도공 대장장이는 각지의 영주들이 데리고 있지만, 생활 대장장이에 관해서는 도공 대장장이보다 아래 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다만, 에도 시대가 되자 도공 대장장이와 생활 대장장이는 입장이 뒤바뀌어, 먹고살기 위해 도공 대장장이는 생활 대장장이에게 가르침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시대, 따라서 생활 대장장이는 적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우려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필요없었다.


겨우 이틀만에 어느 직종이고 규정 인원수를 채웠던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의 오다 영토는 돈과 물품이 넘치는 장소인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장사나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기에, 필연적으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유입되기 쉽다.

물론, 그 반대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미미한 숫자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오다 가문이 장인을 모집하고 있다, 라고 하면 장인들이 쇄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선발 시험을 실시해서 규정 인원수까지 줄여야 했지만, 덕분에 실력이 좋은 장인들을 다수 보유할 수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오다 가문 소속의 기술집단이지만, 실제로는 시즈코 휘하의 기술자 집단이었다




일부러 시즈코가 기술자 집단을 거느린데는 이유가 있다.

시즈코에게서 농업 기술의 계승을 받은 백성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수확물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뻐했지만, 그 상식을 벗어난 수확량이 큰 문제로 변했다. 그것은 수확량에 걸맞는 저장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량의 작물을 한번에 손에 넣은 백성들은 가족의 소비 및 만일을 위한 비축을 아득히 뛰어넘는 양을 감당하지 못했다.

상인에게 팔면 가격을 후려칠 것은 뻔했다. 애초에 멋대로 파는 건 노부나가와의 계약상 불가능하다.

몰래 판 사실을 들키면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모른다. 고민하다못해 시즈코에게 하소연한 것이다.


하지만 하소연받은 시즈코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비교적 보존이 쉬운 곡물류라면 그렇다치고, 야채 등 상하는 게 빠른 작물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최소한 며칠은 필요하므로, 그 동안에 작물이 못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와서 모든 양을 소비로 돌린다는 것도 무리한 얘기다. 고민한 결과, 그들에게 원래는 예정되지 않았던 가공, 보존, 저장의 지혜를 전해주기로 했다.

어째서 예정되지 않았냐고 하면, 보존식이라는 건 각 가정에서 전해지면서 거기에서 독자성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일할 생각은 시즈코에겐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각 가정의 독자적인 맛내기를 권장할 방침이었다.


어쨌든 급피치로 간소한 저장시설을 만들고, 저장용으로 가공한 작물을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장용의 도구류가 부족해졌다.

이것만큼은 시즈코의 지식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 출입하는 상인들이나 노부나가에게 부탁해 모을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1할 가까운 야채를 파기하게 되었지만, 어찌어찌 모든 공정을 해낼 수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노부나가들에게 부탁하면 어떻게 된다, 라고 잔뜩 방심하고 있었던 자신을.

이 일을 크게 반성하여,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구류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이 많은 전국시대에는, 생활에 관련된 기구를 만드는 장인이 적어서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시즈코는 생각했다. 사람이 적다면 모아서 마을을 만들어 버리자. 내친 김에 MKS 단위계를 퍼뜨리자, 라고.


미터, 킬로그램, 초에는 하나같이 원기(原器)가 필요하다.

우선 미터의 원기인데 이것은 시즈코의 현대 물품 중에서 스테인리스 제의 자, 대나무 자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원기로 삼기로 했다.

초의 원기에는 원자시계가 최고지만, 전국시대에는 원자를 관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해시계를 일용품으로서 사용하여, 그걸로 시간 감각을 익히게 하기로 했다.


골치아팠던 것이 킬로그램의 원기다.

하지만 무게의 원기는 분량을 속인다는 부정을 없애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어떡할까 하고 고민했는데, 문득 시즈코는 에도 시대에 킬로그램의 원기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저울로 재는 것으로, 기본이 되는 무게가 필요했다. 1그램의 무게를 가진 것이 없나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까이 있던 것이 그 문제를 해소해 주었다. 현대의 화폐이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1엔 동전이 1그랩, 500엔 동전이 7그램이라고 법률로 정해져 있다. 밀리그램 단위의 오차는 있지만, 그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재료가 모였기에 1엔 동전으로 그램의 원기를, 그램을 여러 개 모아서 킬로그램의 원기를 제조했다.

그램은 그렇다치고 킬로그램 쪽은 오차가 있지만, 그것도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뭣보다 지금은 완벽함보다 단위계를 퍼뜨리는 쪽이 중요하니까.


그리하여 원기에서 기구를 복제시켜, 기술 마을의 사람들에게 MKS 단위계를 침투시키고 있을 무렵, 시즈코의 마을을 수상한 남자가 한 명 방문했다.




그 남자는 딱 봐도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헷헷헤, 시즈코 님. 안녕하십니까"


손을 주물럭대며 안부를 묻는 남자의 이름은 큐지로(久治郎).

이래뵈도 노부나가에게 시즈코의 마을의 출입을 허가받은 상인 중 한 명이다.

성은 불명, 태생은 오우미(近江)였지만 성인식과 동시에 행상이 되어 각지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들었다.


실제 연령은 20대 초반이지만 겉보기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다, 정수리는 물론이고 뒤통수까지 대단히 위험한 레벨로 머리숱이 적은 덕분에, 겉보기의 수상함은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다만 오우미 상인이니만큼 장사 수완도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특히 물건을 '팔 곳'에 대한 후각이 날카롭기 떄문에, 노부나가에게서 같은 물건을 사들이고 있는 다른 상인들보다 빨리, 그리고 비싸게 팔아치우고 있다.

그런 빈틈없는 면도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용건이신가요"


"잠깐 봐 주셨으면 하는 상품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이"


시즈코의 말에 히죽히죽 수상한 미소로 대답한 후, 큐지로는 뒤에 있던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짧게 대답한 후, 두 개의 나무상자 중 왼쪽에 있는 것을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큐지로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호위대인 케이지가 경계하면서 상자를 열었다.


"뭐야 이게?"


내용물을 확인한 케이지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무리도 아니다.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크기가 다양한 돌 뿐이었다.

케이지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사이조와 나가요시도 안을 보았다. 돌멩이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사이조는 고개를 갸웃하고, 나가요시는 큐지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치고 있었다.

그런 세 명의 반응을 보고도 큐지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여전히 수상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자, 다들 거기까지. 나한테도 보여줄래?"


그렇게 말하면서 세 명을 밀어내고 나무 상자 안을 확인했다. 손에 들고 자세히 보니, 하얀 것이 반점처럼 섞여 있었다.

완전히 백색의 돌도 있었지만, 연질의 돌인지 꽤나 물렀다. 돌이라기보다 암석으로 보인 그것을 손에 들어보면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암석, 어디서 구했지요?"


"헷헷헤, 원래는 상품의 출처는 비밀입니다만, 다름아닌 시즈코 님의 질문이시니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우에스기(上杉)나 유자(遊佐) 영토 방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과연. 좋아요, 그쪽이 원하는 가격에 사들이죠"


암석을 나무 상자에 되돌려놓으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돌멩이를 사들인다는 말에 놀란 세 명이었지만, 본인이 결정한 이상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않았다.


"과연 시즈코 님. 이게 무엇인지 알아주신 것 같군요. 뭐, 저도 시즈코 님께 배운 입장이니 잘난 척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헤헷"


"뭐 진짜라고는 생각하지만, 일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다음 번은 기다려 줘요"


"괜찮습니다. 외부인이긴 하나 잘 아는 녀석이 있어서 확인했습니다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뭐, 그 녀석은 '입막음'을 해 두었습니다만. 어이쿠, 이건 상관없는 얘기였군요"


"그리요…… 아야 짱, 돈을 가져와 줄래?"


그가 말하는 '입막음'은 '시체가 되는 것'이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이 암석이 시즈코가 예상한 대로의 암석이라면, 용도를 알고 있는 외부인이 파내게 되면 장사의 방해가 될 거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리라.


"(어이 시즈코, 이 돌멩이에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거야?)"


궁금해진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 귓속말을 했다. 다른 두 명도 궁금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할께. 일단 이 암석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면 쓸모가 있어. 아마도, 그는 이걸로 내가 뭔가를 만들 것을 계산에 넣고 있다고 생각해)"


"(……저 야비한 놈. 알았어, 일단 나중에 듣지)"


"상의는 끝나셨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이쪽을…… 분명히 시즈코 님도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서 떨어진 순간, 큐지로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시즈코의 앞에 있는 나무 상자를 옆으로 밀어내더니, 다른 하나의 나무 상자를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까의 나무 상자와는 달리, 장방형의 모양을 가진 나무 상자였다. 케이지가 시즈코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아까와 마찬가지로 경계하면서 나무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도 뭔지 잘 알 수 없었던 케이지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뒤에서 나무 상자를 본 시즈코는 약간 얼굴이 굳었다.


"시즈코 님, 돈을 가져왔습니다"


"……큐지로 씨, 이 쪽도 사겠어요"


아야에게서 억지로 돈이 든 견고한 나무 상자를 빼앗더니, 시즈코는 그것을 그의 앞에 놔두고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만큼 가져가도 좋습니다"




의외로 큐지로는 시즈코의 "원하는만큼 가져가라"는 말에 대해, 이마를 탁탁 친 후, 그가 본래 생각하고 있던 가격만큼만 나무 상자에서 꺼내갔다.


"헷헷헤, 보통의 상인이라면 통째로 가져가겠지만, 이 큐지로는 그런 천박한 짓은 안 합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수상쩍은 미소를 지으며, 큐지로는 돈을 받고는 나무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이후에도 다른 상담(商談)이 있기에,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시즈코 님, 달리 뭔가 필요하시면 부디 이 큐지로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수상쩍은 미소를 띄우고 큐지로는 남자와 함께 나갔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문을 지나 시즈코의 마을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큐지로의 곁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큐지로 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저만큼 큰 돈은 그리 흔하게……"


"아아?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건 나를 시험한 것일게다"


남자의 말에 큐지로는 멍청한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 큰 돈을 전부 가지고 가봐라. 나는 저 여자가 벌이는 신규 사업에서 빠지게 됐을 거다. 그리고 억지로 파고들면 오다 나으리께 찍히게 되겠지. 욕심을 부려서 그 결과 짭짤한 얘기에서 빠지게 되는 건 사양이다.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건 사카이(堺) 놈들로 충분해"


"네, 네에……"


"알겠냐, 장사는 그 자리에서 사고파는 것 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득과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배불려 줄 필요도 있지. 그 때의 투자가 나중에 큰 돈이 되어서 내 품에 굴러들어오는 거다. 요는 손해를 보고 이득을 취해라, 라는 게야"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라니…… 아이고―, 너는 정말 내 아들이냐. 조금은 장사의 기본을 이해해라. 오늘부터 오우미 상인의 장사 10계명, 그리고 산포요시(※역주: 三方よし,  판매자에게 좋고 구매자에게 좋고 세상 사람에게 좋고(즉 Win-Win)는 에도 시대 상인의 중요한 경제 이념으로, 판매자·구매자·사회(三方)에게 모두 좋은 것이라는 의미의 표현이다 -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를 복창해 둬라, 이 얼간아!"


큐지로는 노성에 움찔하는 아들을 한번 쳐다본 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아들은, 머리로 이해가 된 후에는 서둘러 큐지로의 뒤를 쫓았다.


한편, 암석과 '어떤 것'을 산 시즈코는, 암석을 한 손에 들면서 케이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말야, 도석(陶石)이라는 광석이야"


"도석……?"


"그래, 도자기를 만들 때의 원료. 오와리, 미노에서는 구할 수 없고, 다른 나라도 아직 발굴하지 않았으니 귀중한 거야"


도석은 단독으로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백색 연질의 암석이다. 하지만 도석은 오와리, 미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

가까운 곳에는 도석광맥(이시카와(石川) 현의 핫토리(服部), 카와이(河合) 도석이나 기후 현의 키요미(清見), 이사이(伊西), ・시부쿠사(渋草) 도석 등)이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타국의 영토이기에 마음대로 파러 갈 수는 없다.

애초에 도석 자체가 에도 시대부터 발굴되었기에, 전국시대에는 일단 볼 수 없다.


게다가 비금속이라고는 해도 광석을 파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갱도를 파지 않고, 지표에서 소용돌이치듯 파내가는 노천채굴이라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보통의 광산보다는 드는 비용이 적다.

노천 파내기는 광상이 지표에 가깝고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도석 채굴에 적합하다.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타국에서 광석을 파는 것 같은 요란한 활동을 하며, 그 토지의 지배자에게 반드시 들키게 된다.

노부나가가 상락하기 전에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의 계획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어쩔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무렵, 그 이야기를 들은 큐지로가 그쪽까지 가서 광산을 팠던 것이리라.


"용케 영주의 눈길을 끌지 않았군…… 저 자식"


"이건 철이나 구리, 은, 금과 다른 계통이니까. 즉, 제대로 가공하지 않으면 쇼우조 군이 말한 것처럼 '근처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거든. 쓸모없는 걸 상인이 파내더라도 아마도 신경쓰지 않은게 아닐까. 그리고 뇌물이라도 줬을지도"


어느 쪽이든, 이것이 진짜 도석이라면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본래의 역사에서는 도자기는 에도 시대 초기에 사가(佐賀) 현 아리타쵸(有田町) 동부의 이즈미 산(泉山)에서 백자광(白磁鉱)이 발견되고, 그것을 써서 자기를 생산한 아리타야키(有田焼)가 시초이다. 그 때 만들어진 도자기는 백색 단일색의 도자기였다.

8세기에 도자기의 기술을 완성시킨 중국이 만드는 도자기를 동경한 일본인에게, 백색뿐인 단색 도자기는 수요가 없어, 곧장 그림 문양과 장식이 있는 도자기가 생산되었다.

순식간에 백색 뿐인 단색 도자기는 밀려나고, 장인의 손으로 다양한 모양이 그려진 일본 그릇이 생산되었다.


도자기를 생산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번 도자기 굽는 걸 해보고 싶다, 는 별거 아닌 이유였다.

노부나가는 무력만을 믿는 원숭이가 아니라 문화인으로서의 깊은 교양을 가진 사람이다, 라고 어필하는데 쓸 수 있다, 라는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참으로 시즈코다운 이유였다.


"뭐어 쓸 수 있게 가공한 후, 장인들한테 만들게 해볼까. 나도 하나 만들어 보겠지만"


"호오, 시즛치는 도예의 취미도 있는 거야?"


"그런 고상한 취미는 없어. 단지 딱 좋은 기회니까, 한 번 체험해 볼까? 하고.

뭐 우선은 점토로 가공해야 되지만 말야. 아야 짱, 나무 통이랑 세토(瀬戸)의 흙을 수배해 줘―"


"알겠습니다. 세토의 흙이란, 세토의 도자기 장인들이 쓰고 있는 흙 말인가요?"


"응, 그걸로 부탁해. 도석 쪽은 나무 통이 갖춰진 후에 작업할 거니까 지금은 됐어. 이쪽의 나무 통은 내 방으로 옮겨 놓을게. 피곤하니까 내용물을 확인하는 건 나중에 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하나의 나무통 쪽을 들어올렸다.

의외로 무거운 듯 묵직한 무게를 손에 느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한 채 방을 나섰다.


"아, 다들 적당히 해산해도 좋아. 이제 사람이랑 만날 예정도 없으니까"


나가기 직전,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의 안색을 살폈다.

딱히 시즈코의 행동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것에 시즈코는 내심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방을 나서서 시즈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나무 상자를 방의 한복판에 놓고는 방의 문단속을 확실히 했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다시 방의 한복판에 놓여진 나무 상자를 마주했다.

살짝 뚜껑을 들어올리고 안쪽을 확인했다. 내용물이 변할 리는 없기에, 그녀의 예상대로의 물건이 나무 상자 안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어째서 쿠지로 씨가 이걸……?

아니, 애초에 어째서 내가 가지고 있던 것 이외의 현대 물품이 이 시대에 떨어져 있는 거야……?)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것, 그것은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검은 스포츠 백이었다.




스포츠 백은 상당히 대형 사이즈인듯, 80cm 정도의 길이였다.

게다가 그냥 스포츠 백이 아니었다. 주인이 오랫동안 애용한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방은 낡았고, 그리고 진흙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지워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핏자국이 가방에 배어 있었다.

가방의 주인의 피에 의한 핏자국일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는 모른다. 시즈코는 떨리는 손으로 스포츠 백의 지퍼를 열었다.

대량의 작은 비닐봉투와 묘목 같은 것들이 조금, 그리고 일기장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것이나 묘목이 신경쓰인 시즈코였지만, 우선은 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남의 일기를 멋대로 읽는 것은 조금 꺼려졌던 그녀였지만, 꺼림칙한 마음보다도 소유주의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 쪽이 강했다. 마지막 부분의 정보부터 보려고 시즈코는 뒤쪽부터 읽었다.


"6월 15일

드디어 딸이 이 집에서 나갔다. 아니, 나갔다는 건 올바르지 않다. 정확하게는 결혼하여 새로운 가족에게 갔다, 겠지.

하지만 뭐 결혼식에서는 기습을 받았어. 애초에 그 녀석이 유치원 때, 그 녀석을 위해 만든 옷을 가지고 나오다니 비겁해.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크게 울어 버렸어. 그리고 진정되었을 때 그 녀석이 말했어. 엄마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엄마 몫까지 애정을 쏟아주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어요. 나는 아빠의 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라고 말야…… 그래서 또 크게 울었어, 나. 어떡하지. 마누라 사진이 짠물 투성이가 되어 버렸어. 그 녀석의 결혼 사진을 마누라한테 보여줄 수 없잖아"


"8월 1일

딸이나 사위가 집에 자주 온다. 쓸쓸하지 않은 반면, 그 녀석들에게 너무 마음을 쓰게 한 걸까?

좀 떨떠름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꺼내 봤다. 역시 내가 혼자서 외롭지 않은지 신경쓰고 있던 모양이다.

사위는 같이 살자고 권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일단 뭣보다도 딸 부부가 두 사람의 가정을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인터넷에서는 자주 같이 살 생각을 해서 돌봄을 받으려고 부심하는 부모가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거지같은 놈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딸하고 사위에게 말했다. 같이 살자는 말은 굉장히 기쁘다. 하지만, 딸아, 네 가족은 네 옆에 있는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서방, 이런 영감을 신경써줘서 고맙네. 하지만 나보다 딸에게 신경을 써 주게.

괜찮아, 아직 노망들 나이는 아니다. 그리고 요즘, 가정 텃밭을 가꾸고 있는 덕분인지, 뱃살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

그렇게 말했더니 둘 다 웃으면서도 울어주었다. 그게 웃다가 나온 눈물이라고 아빠는 생각하겠다, 딸아"


"8월 7일

어지간한 과일이라면 심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넓은 마당의 유효 활용을 생각했다.

옛날에 딸이 넓은 마당의 이유를 물었었는데, 그 때는 주차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서라고 거짓말을 했었다. 응, 사실은 마누라랑 같이 가정 텃밭을 일구거나 꽃을 키우거나 하면서 같이 나이를 먹자고 생각했었다.

첫 단계에서 소용없어졌지만.

그렇군…… 마누라가 좋아했던 꽃, 딸과 사위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키워 볼까"


"8월 8일

이쪽에서 전화할 일은 없으니 긴장했다. 하지만 어째서 사위가 받은 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가 남자가 좋아하는 걸 물어본다는 게 얼핏 보면 위험하지 않을까. 뭐, 가정 텃밭에서 뭘 키울지 고민되서, 가족이 좋아하는 거라도 키워보려고 생각해서, 라고 말하면 되려나"



"8월 10일

사위는 젊은데도 야채를 좋아하는 건가, 조금 의외다. 회사의 신입들은 대부분 고기라고 대답하는데…….

뭐 괜찮겠지, 분명히 부장이 아는 사람 중에 농업의 프로가 있다고 말한 적 있으니, 내일에라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보자.

어디보자 딸이 좋아하는 게 시금치랑 배추, 귤이랑 수박, 그리고 쌀이군. 그리고 사위가 소송채, 백화두(白花豆), 백설콩, 감자, 레몬, 매실장아찌인가…….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두 사람 다 정말로 젊은이 맞아? 뭔가 시골 할아버지랑 할머니 같은 취향이네.

과일과 야채가 섞여 있으니 빨리 연락하는 편이 좋으려나. 일단 부장에게 전화해보자"


"8월 13일

부장의 수완과 빠른 행동에는 매번 질린다. 전화한 다음 날에는 유급휴가 신청을 했다니 대체 뭐야…….

아니 뭐 괜찮지만 말야. 하지만 시골은 굉장하네, 전화하고 며칠만에 물건이 모이다니. 무섭다, 시골 네트워크.

분명히 F1종이 아니라 고정종이라고 했는데…… 애초에 F1종이라는 게 뭐지? 씨앗에 뭔가 차이라도 있는 건가?

F1이라니 설마 F1 레이서 같은 거? 뭔가 잘 모르겠어. 나중에 구글에서 검색해보자"


"8월 14일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이라고 생각햇는데, 지정된 장소는 더 시골이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오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 대였을 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

묘목이라는 녀석을 받아야 하기에 출장갈 때 쓰던 스포츠 백을 가져왔는데…… 괜찮으려나.

역시라고 할지 소개받은 농업의 프로는 고집쟁이 영감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게는 비밀병기가 있었다.

나는 인사한 후에, 살짝 어떤 것을 그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부장에게서 '그 할아버지는 민채당(民菜堂)의 밤양갱(栗羊羹)을 좋아한다'라고 들었었다.

예상대로, 할아버지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효과 죽이는데!"


"8월 15일

버스 문제로 그 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술을 마셨다고 할아버지는 기뻐했다.

받아든 씨앗과 묘목을 확인했다. 씨앗은 시금치, 배추, 소송채,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okra), 수박. 묘목은 귤과 레몬과 매실. 예정 외의 품종이 매실장아찌용의 텐진(天神) 적자소라는 것과 풋거름용의 귀리 씨앗이군. 그리고 맥주 마실 때 좋다고 억지로 쥐어준 땅콩.

쌀은 토모호나미(ともほなみ)라고 하는 모양인데 너무 마이너해서 모르겠다. 애초에 쌀은 코시히카리(コシヒカリ)라던가 아키타 코마치(あきたこまち) 정도밖에 모르지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뭐라는 이름이더라…… 분명히 어려운 한자를 쓴 것 같은데…… 뭐 됐다.

어이쿠, 꽃도 확인이다. 제충국, 해바라기, 코스모스, 알로에벨라, 나무 알로에, 섬게선인장(金鯱), 프렌치 마리골드, 스트렐리치아, 마가렛, 로리에(월계수)…… 좋아, 전부 있군.

그런데 내 마누라지만 어째서 이 라인업인거지……? 갓난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 써놓고 보니 숫자가 많군. 뭐 이만큼 숫자가 많으면 우울할 일도 없겠지.


묘목은 타올이나 종이로 싸서 상하지 않게 하고, 남은 공간에 씨앗을 넣었다.

모는 크지만 씨앗은 몇백개가 되던간에 한 알 한 알이 작으니까 컴팩트하네. 모보다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

의외로 많이 들어가서 좀 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한 것은 실수였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에 돌아갔나 했더니, 바로 종이봉투를 한 손에 들고 돌아왔다. 뭡니까 그거, 라고 묻자 스낵파인의 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지인에게서 모를 받은 모양인데, 키울 생각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던 듯 하다. 뭐 괜찮겠지, 무리라면 그걸로 좋으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가 흔들려서 졸음이 오기 시작하니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 굿나잇"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음에 쓰인 문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꽤나 난잡하게 적혀 있었다.


"??월 ??일

여긴 어디야! 이상하다…… 나는 버스 안에서 자고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삼림 투성이인 장소에 있는 거야!

서, 설마 버스의 운전수가 나를 어딘가에 버리고……?

아니, 그럴 리는 없을 거다. 그런 짓을 해도 운전수에게 아무 이득도 없고, 뭣보다 짐이 무사하다. 하지만 어디야 여기……?

일단 일본…… 이지?

그리고 지금 깨달은 건데, 나는 칼집을 손에 쥐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칼집 같은 걸 짐에 넣은 기억이 없는데……?"


(칼집……? 분명히 영주님은 노파에게서 '검'이 '때의 서출'을 불러온다고 들었다고 하셨는데……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계속 읽어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다시 일기에 시선을 옮겼다.


"??월 ??일

코스프레 강도? 그도 아니면 묻지마살인범?

뭔지 모르겠지만 일본도를 들고 상투를 튼 남자들에게 쫓겨다녔다. 시대극의 코스프레인지 뭔지라면 다른 데서 해줘.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공격해왔다.

농담도 뭣도 아니라고 깨닫고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상대쪽이 유리했던 듯 금방 따라잡혔다.

살해당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들 중 한 명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료들과 뭔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단어가 굉장히 무서웠지만, 나는 작심하고 물어보았다.

너희들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호모? 라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속옷? 훈도시(褌)? 를 벗는 걸 보니 내 안 좋은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그, 그만둬 나는 그런 취미는 없어! 라고 정조의 위기?에 빠진 순간, 남자 한 명이 대나무가 쪼개지듯 두 토막이 났다.

강도 뒤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때는 진짜로 신이 나타났다, 고 생각했어. 그 녀석은 순식간에 도적들을 참살했다. 나는 한심하게도 눈 앞의 처참한 광경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월 ??일

강도?를 벤 남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간호해주었다. 일단 살았습니다, 라고 감사를 했다.

그 후에 남자가 어째서 나를 도왔는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별볼일없는 아저씨고, 뛰어난 재능도 없다.

말하긴 뭐하지만 가방끈도 길지 않다. 돈도 없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남자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정황 증거가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게 했다.

머리가 나쁜 나라도 그건 알 수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설마 SF영화의 주인공처럼 되어 있다니"


"??월 ??일

이 쪽으로 온 지 3일째, 나는 도와준 남자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전국시대에서도 돈은 중요하구나.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

나중에 이 짐은 꽤나 거추장스럽다는 걸 알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씨앗과 묘목은 가방째로 상인에게 팔아야겠다.

하지만 이 가방, 너덜너덜해서 사 줄지 불안했는데…… 역시 보기좋게 예상은 적중했다.

수상쩍은 상인이 사들이기까지, 마음이 꺾일 정도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수상쩍은 상인은 내 물건에 흥미를 보이며, 상당한 가격으로 사들여주었다. 가방을 한 번도 열지 않았는데 어째서 산 걸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묻는 것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말없이 팔기로 했다.

가방 안에 있는 마누라와 딸의 사진, 지갑과 휴대전화, 그리고 만에 하나를 위해 사탕깡통만 가져간다.

이 일기도 같이 놓아눈다. 괜히 가지고 있다가 눈에 띄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서 일기는 끊겨 있었다. 아마도 거기까지 쓰고 가방 안에 넣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는데, 페이지를 펄럭펄럭 넘기자 뭔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이 일기장을 읽은 사람에게 부탁한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이나 묘목을 키워주지 않겠나.

멋대로인 부탁인 건 알고 있다. 무리라면 버려도 좋다.

하지만, 이 녀석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탁한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시즈코는 노트를 가방 안에 넣었다.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고는 그녀는 드러누웠다. 이런저런 정보가 한꺼번에 머리에 들어와서 피곤해진 것이다.


(일기에 쓰여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 외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 노파의 말을 빌리면, 전원이 '때의 서출'인걸까)


적어도 가방의 주인은 때의 서출이다. 노트나 연필류를 사용하고 있으니 확실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남성에게 현실을 알려준 남자, 이쪽이 상당히 애매했다.

남성에게 전국시대에 대해서, 타임 슬립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걸 보면 이쪽 남자도 때의 서출이라고 생각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가 걸린다. 그 남자에 관해서는 단순한 타임 슬리퍼와는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가. 사람을 주저없이 벨 수 있는 감각과, 전국시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거야)


현대에서 사람을 베면 경찰에 체포되어, 법률에 의거해 처벌을 받는다.

살인귀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거라면 노트의 주인을 도울 이유가 없다.


(이 남자는 요주의 인물이네. 높은 전투 능력을 가진데다, 전국시대의 지식이 있다고 하면…… 성가신 인물이 되겠어)


성가신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태는 대단히 위험하다.

동료가 되어 준다면 좋다. 하지만 적대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죽일 필요가 있다.

역사를 알고 있기에 무서운 게 아니다. 역사를 알고 있으니, 눈 앞의 위험에 대해 회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었을 때, 기존의 역사 내용을 바꾸거나, 또는 없었던 일이 된다. 그게 오다 진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완전하게는 부정할 수 없다.


(일단 남자의 정보는 최우선 사항이네. 정보를 모아야지……)


자신과 같은 때의 서출, 그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불안이 시즈코의 마음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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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1 1567년 9월 중순



노부나가는 거성(居城)을 기후(岐阜) 성으로 옮겼다. 하지만 기후 성은 개수중이라, 이번의 시즈코와의 알현은 코마키(小牧) 산성에서 하게 되었다.

알현실에서 노부나가는 시종 기분이 좋았다.

세금으로 운반되어 온 쌀가마니가 예상 숫자를 크게 웃돌아 창고에 다 들어가지 않았기에 또다시 창고의 증축이 필요해졌지만, 그래도 노부나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면화의 장점을 증명하는 것을 가져왔다고 하더구나"


그것은 시즈코가 '면화의 장점을 체험하실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겠습니다'라는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것이 나올지, 어떻게 체험하는 것일지, 노부나가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네. 그리고 또 하나, 건축 재료로 쓸만한 소재를 가지고 왔습니다. 목면 쪽은 시간이 걸리므로, 먼저 건축 자재 쪽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내자 시즈코는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거기서 사이조와 케이지가 둘이서 쟁반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오……"


그것을 본 가신 중 누군가가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윽고 노부나가의 눈 앞에 쟁반이 놓이자, 케이지와 사이조는 인사를 하고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남만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축 자재, 콘크리트이옵니다"


"……흠, 매끄러운 표면이군. 멋진 솜씨라고 하고 싶다만, 하나뿐으로는 의미가 없겠지"


"영주님, 성급함은 금물입니다. 확실히 콘크리트는 하나입니다만, 이것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턱에 손을 대고 콘크리트 블록을 보았다.

이것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잠시 생각하겠다'라는 신호이다. 그는 미지의 것을 보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표현의 매끄러움은 훌륭하군. 마치 명도로 절단한 듯한 표면이다. 단단함은…… 호오, 상당하군. 두께가 있다면 화승총조차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면을 주의깊게 만져보거나, 콘크리트 블록을 들어올려보거나, 가볍게 두들겨서 단단함을 확인하거나 하면서 노부나가는 콘크리트 블록을 지긋이 검사했다.


"후훗, 콘크리트의 비밀인가. 막연하지만 알겠다, 시즈코. 이것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돌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영주님. 혜안에 감복할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엎드렸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네가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즐겁다. 그럼 시즈코, 이것을 만드는 재료는 무엇이냐. 설마 귀중한 물건을 쓴다고 하지는 않겠지"


"재료는 시멘트라고 부르는 석회석과 점토와 석고와 미량의 철의 혼합물, 자갈, 모래, 물, 공기입니다. 그것들을 어떤 혼합비로 섞고, 순서에 따라 가공하여 30일 정도 말려서 만듭니다. 콘크리트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재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만 전체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가집니다"


"무엇이라! 그것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경악했다. 재료가 하나같이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힘들여 구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렇기에 누군가가 깨달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네. 제법은 이쪽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과연 빈틈없구나. 거기까지 준비를 해 두었다니"


콘크리트의 제법이 기록되어 있는 서류를 받아들고 노부나가는 그것에 시선을 주었다.

써 있는 내용을 쭉 읽은 후, 그것들을 곁에 있던 소성에게 던지듯이 넘겨주었다.


"오카베(岡部)에게 건네주어라. 녀석이라면 이것을 써먹을 수 있겠지"


던져진 서류를 당황하여 받아든 소성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살폈지만, 노부나가가 한 번 노려보았기에 다급히 알현실에서 물러났다.


"그럼 다음으로, 면화의 장점을 이해하실 수 있는 것을 헌상하겠습니다"


노부나가의 앞에 있던 콘크리트 블록을 케이지와 사이조가 치웠다.

하지만 바로 다른 것을 둘이서 옮겨와서 그것을 노부나가 앞에 천천히 놓았다.

콘크리트 블록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놓은 두 사람은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호오"


그것은 두께가 있는 천 같이 보였다. 하지만 천을 그냥 겹쳐놓기만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안에 부드러운 뭔가를 채워넣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늘, 면화의 장점을 즐겨보시게 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이름을 이불(布団)이라 합니다"


이불은 일본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침구 중 하나다.

잘 때에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보온하며, 체중이 한 점에 집중되어 몸이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이 쓰이게 되는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서민이나 전국 시대의 무장들은 낮에 입고 있던 옷을 덮고 자거나, '깔개(寝むしろ)'나 '돗자리(寝ござ)'에서 잤다.

그것은 목면 등의 '솜'이 명나라와의 무역에서밖에 손에 들어오지 않는 고가품이었기 때문이다.


"영주님,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옵니다. 이불의 장점을 체험하시기 위해서, 잠옷으로 갈아입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호오…… 내게 여기서 잠옷 차림을 드러내라고 너는 말하는 것이구나. 재미있군"


화난 듯한 말투 치고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표정의 노부나가는, 일단 알현실에서 나갔다.

잠시 후 그는 잠옷을 입고 돌아왔다.


"이쪽으로"


까는 이불 위에 눕도록 시즈코가 손짓하자, 노부나가는 히죽 웃고는 까는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마찬가지로 솜이 채워져 있는 베개에 노부나가가 머리를 올린 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덮는 이불을 일단 들어올렸다.

아무 장치도 없다는 것을 노부나가와 가신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것이 끝나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발부터 천천히 덮는 이불을 덮어 나갔다.

어깨까지 덮은 후, 시즈코는 세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났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것와 차원이 다른 쾌적함이 노부나가를 감쌌다. 천천히 퍼져가는 기분좋은 따스함에, 그는 무의식중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장 그는 덮는 이불을 박찰 기세로 일어났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어깨로 숨을 쉬는 듯한 모습에 가신들은 놀라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한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 이것은 너무 쾌적해서 거꾸로 위험하다. 나도 모르게 이불에 몸을 완전히 내맡길 뻔 했다"


별 게 아니라, 노부나가는 이불의 마력 때문에 잠들 뻔했던 것이다.

오늘은 가을답게 시원한 기온이었기에, 노부나가가 자기도 모르게 졸음을 느낀 것도 어쩔 수 없다.

그 후 노부나가는 잠옷에서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다시 알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턱에 손을 대고 이불을 다시 바라보았다.


"흠…… 확실히 목면의 장점을 느꼈노라"


하지만 금방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콩이나 흑설탕의 예상 생산량의 보고를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포상으로 금일봉을 받았다.

견사가 날개돋친 듯 팔린 것에 대한 상이었다. 시즈코는 모르지만, 오다 마크가 붙은 오와리의 견사는 현재 교토나 사카이에서 화제의 상품이었다.

일류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의 견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에는 다른 것에 없는 특색이 있었다.

그것은 품질의 균일화였다. 견사를 만드는 데는 많은 공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대부분의 공정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질에 고르지 못한 부분이 생겨버린다.

견사를 10단계 평가로 말하자면, 통상의 견사는 9나 10에 해당하는 견사와, 1이나 2에 해당하는 견사가 섞여 있다.

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는 균일화되어 있기에, 5나 6의 견사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들여서 비싸게 파는 것이지만.


정작 시즈코 본인은 현금을 받아도 쓸 데가 마땅치 않았다.

상당한 금액이 내려졌지만, 애초에 그녀는 소비하는 쪽이 아니라 소비하는 것을 생산하는 쪽이다.

농기구 등을 사들일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모든 마을의 농기구를 새로 바꿀 정도로 많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다 쓰지 못하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의미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긴급용의 자금으로서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케이지, 사이조, 아야, 나가요시에게 분배했다.

나가요시는 시즈코를 섬기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훈련생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 명보다 다소 적었다. 그래도 상당한 액수이긴 하지만.


"호―, 통이 크네 시즛치는"


"이러한 배려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벼운 태도로 감사를 표하는 케이지와, 고지식한 분위기로 감사를 표하는 사이조였다.


"뭐 그 뭐냐, 고맙게 받겠다"


"보너스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금일봉을 받으셨다면 쓰시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지적을 하는 아야였다.

하지만 지금도 백성 치고는 재산이 많으면서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시즈코였다. 이 이상 돈이 늘어나봤자 죽은 돈이 될 것이 뻔히 보였다.


"하핫. 확실히 벽돌 만들 때 재료비로 꽤나 썼지만, 그래도 반도 못 썼어. 그럼 나 혼자서는 다 쓰지 못할 게 뻔히 보이니까"


"뭐어…… 시즈코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보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 쪽이 신경쓰이네. 금년은 콩이 풍작일 기미가 보이니까, 작년보다도 많이 수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지금부터 통을 잔뜩 준비하는 편이 좋으려나"


돈보다 밭의 작물이 신경쓰인다. 무욕이라기보다, 세상의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욕심의 소유주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만일을 위해 통을 수배해 놓겠습니다"


콩의 수확을 기대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은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고, 12월 초순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콩의 수확이 시작되었다.

천일(天日) 건조를 하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다, 각자 따로따로 작업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해서, 뿌리째 뽑아내서 전부 시즈코의 마을로 모았다.

뿌리를 아래로 해서 대나무로 만든 T자형 건조대에 기대어세워 말린다. 아무래도 모든 마을의 콩이 모이자, 그 수는 한 마디로 압권이었다.

천일 건조가 끝나면 탈곡을 하고, 껍질, 벌레먹은 콩, 안에 있는 벌레, 깨끗한 콩을 각각 분류한다.

순수하게 많은 사람 손이 필요하기에,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탈곡을 했다.

탈곡과 분류 작업이 끝나자, 통을 늘어놓고 각각의 마을의 수확량을 계산했다.

아사마치, 미소마치, 미츠마치, 타케마치, 모토마치의 재배 면적은 각각 20ha, 20ha, 20ha, 20ha, 50ha가 된다.

각각 18톤, 19.5톤, 16톤, 17.2톤, 52톤, 합계 122.7톤의 수확량이었다.

사탕수수는 모두 5ha로 공통되어 있으나, 대신 한계까지 틈새를 없애서 재배수를 늘리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사탕수수를 크게 키우기보다, 한번에 재배할 수 있는 숫자를 늘리는 쪽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은 간격을 140cm 정도 띄우는 사탕수수를, 80cm에서 100cm의 간격으로 재배했다.

결과, 통상의 재배보다 조금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밭 하나 정도라면 미미한 차이지만, 지금부터 밭을 늘려가면 이윽고 그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가 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간격을 파악하는 것이 금후의 과제가 된 시즈코였다.

중요한 사탕수수의 수확량은 처음이라는 것도 있어, 어느 마을이건 대략 1ha당 60톤에서 70톤의 평균 수확량이었다.

그리고 사탕수수의 총 중량에서 4할 정도가 설탕이 된다. 실제로는 조금 더 내려가서, 약 400톤이라는 3할 정도의 채취량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격적인 수확량이다.

노부나가는 앉아있는 것만으로 품 속에 콩이 대략 60톤, 흑설탕이라고는 해도 200톤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거기서 추가로 낮은 가격으로 콩과 흑설탕을 시즈코 등 백성들에게서 사들인다. 이것은 백성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사들이는 것이기에 불확정한 양이지만, 다른 것과 달리 킬로그램 단위로 거래했다.


그만한 양을 운반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더욱 큰일은 보관 장소이다.

하지만 쌀의 문제도 있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와 미노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성에 목제 사일로의 건축을 의뢰했었다.

그 덕분에 운반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보관 장소에 대해서 머리를 썩히는 일은 없었다.


쌀도 콩도 설탕도 납세가 끝났다.

그 이후에는 다음 봄까지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돌가마, 라는 게 완성되었다고 들었노라"


노부나가에게 콩과 흑설탕을 바치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작스레 노히메가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다.

시즈코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 상태였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네에…… 돌가마를 만들었습니다만……?"


게다가 그녀는 혼자서 찾아온 게 아니라, 시종들과는 별도로 귀인을 대동하고 방문했던 것이다.


"네가 노히메 님께서 말씀하셨던 시즈코인가?"


"나이는 우리들과 비슷해 보이는구나"


노히메와 함께 온 여성이 두 명 있었으며, 나이는 둘 다 20 전후라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볼 때 사이가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히메와 행동을 함께 했다는 것은,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중신의 정실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오오, 너는 처음이었구나. 이쪽은 키노시타 님(※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오네(おね, ※역주: 네네), 그리고 이쪽이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토시이에)의 정실인 마츠(まつ)니라. 아, 시즈코 밑에 있는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케이지)은 아니다"


"네,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시즈코는 이해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굉장히 좋게 느껴진 것을.

오네와 마츠라면 납득되었다. 뭐라 해도 아즈치(安土) 시절에는 집이 이웃이고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도 있어 다른 무장들의 부인보다 가깝게 사귀었다.

그 두 사람과 노히메가 어울리는 사이였다는 건 놀랐지만, 시즈코는 주군과 신하라는 점에서 뭔가 역사에 남지 않은 연결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오, 이게 돌가마인 것이냐"


돌가마가 있는 장소로 세 명을 안내하자, 노히메가 어린애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사용중인 돌가마를 이래저래 만져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만져보려고 했다간 전력으로 말려야 하지만.


"하면 시즈코야. 이걸로 어떤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는 것이냐?"


"어, 네…… 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닭찜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닭, 이라는 단어에 오네와 마츠가 반응했다. 닭이나 소, 말 등의 고기는 기피해야 할 대상, 이라는 것이 전국시대의 상식이다.

백성들은 그렇다치고 무사나 무가의 딸은 어릴 때부터 절에서 교육을 받는 일이 많다.

그 때문에 닭을 꺼리는 무장들은 지금도 많다.


"노히메 님, 닭은 기피해야 할 짐승고기입니다. 어째서 그런 것을……"


"호호홋, 무슨 말이냐 마츠. 네가 지금까지 먹은 들새와 닭에 뭔가 차이가 있더냐?"


마츠의 쓴소리에 노히메는 웃으면서 반론했다. 하지만 가벼워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말에는 강한 중심이 있었다.


"게다가 부처를 섬기는 땡중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고 태연하게 술이나 여자를 탐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들이 참는다는 건 이치에 안 맞지 않더냐"


"그, 그건……"


"윗사람이 저건 안 된다, 이것도 안 된다고 하는 건 맛있는 것들 뿐이다. 결국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게 되니까, 천한 자들은 먹지 말라고 하는 것 뿐이다. 그런 바보들의 헛소리 따윈 들을 필요가 없느니라"


과연 노부나가의 정실이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전국시대의 사람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 윤리관을 가지고 있기에 노히메는 노부나가의 정실이 될 수 있었던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 시즈코야. 어서 그걸 만들어서 내 혀를 즐겁게 해다오"


그 후, 오네와 마츠는 완성된 닭요리를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여, 시즈코의 몫까지 먹어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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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0 1567년 9월 중순



마에다 케이지 토시마스(前田慶次利益)와 카니 사이조 요시나가(可児才蔵吉長), 두 명의 무인이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었다.

애초에 호위대의 건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크게 말썽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우수한 무인을 뽑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군 내부에 있어서의 파워 밸런스의 붕괴를 의미한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에도 관계되므로, 누구나 유능한 가신을 내어주는 것을 주저했다.

결국 '유능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따돌림받던 무장들 중에서 두 명이 선택되었다.


우선 케이지는 양부인 마에다 토시히사(前田利久)가 노부나가에 의해 억지로 은거당하고, 그 대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오와리 아라코(荒子) 2천 관(貫)의 땅(약 4천 석)을 이었다.

그 때, 케이지는 양부를 따라 아라코 성에서 퇴거했다. 의지할 상대가 없는 케이지는, 세상을 구경하러 방랑 여행에 나설 결의를 했다.

그것을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부나가였다. 그는 케이지에게 "특이한 녀석을 섬겨 볼 생각은 없느냐"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던 케이지였으나, 노부나가가 유일하게 데리고 있는 여자 가신, 그리고 오다 가문 가신들이 약간이라고는 해도 여자 가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최종적으로 그는 "섬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거취의 자유를 인정한다"라는 조건부로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는 것을 수락했다.


한편 사이조에게는 케이지만큼 복잡한 사정은 없었다. 그는 사이토 씨(사이토 타츠오키, 斎藤龍興)가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멸망한 후, 오다 가문 가신을 섬기게 되었다.

노부나가는 처음에는 사이조를 장수로 만들려고 생각했으나, 무공이나 평소의 언동을 볼 때 병사를 이끄는 장수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이조를 히데요시의 수하에 두었으나, 그는 히데요시와 뜻이 맞지 않아, 곧 시바타 밑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전, 노부나가는 그를 시즈코의 호위대로 쓰려고 생각을 바꾸어, 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달리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두 명을 시즈코에게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예정외의 인물을 노부나가는 추가했다.

훈련생 취급인 쇼우조, 즉 훗날의 모리 나가요시이다.

나가요시는 미노와 오우미(近江, ※역주: 현대의 시가(滋賀) 현)의 건달이나 떠돌이를 모아 나가요시 군단을 결성했다. 그에 대해 근린 주민으로부터의 민원이 노부나가 가신들에게 들어갔다.

그 이야기를 노부나가가 들었고, 미노 평정주에 쓸데없는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우선 나가요시와 군단 전원을 포박. 치안을 어지럽혔다는 죄로 나가요시 이외에는 전원 처형. 당연하지만 나가요시 군단은 강제 해산. 그리고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자랐던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렸다. 최종적으로는 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교정은 무리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시즈코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그 밑에 두었다.

물론 시즈코의 마을이나 다른 마을은 노부나가의 직할지이므로, 이상한 짓을 했다간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것을 통고한 후에.

물론, 그 정도로 제멋대로 자란 나가요시가 태도를 고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보통의 마을과는 다른 시즈코의 마을의 세례를 그는 받게 된다.


먼저 마을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닭을 훔쳐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피냄새를 알아채고 비트만 가족이 현장으로 급행. 그리고 운나쁘게 고기를 먹는 도중에 그들은 마주쳤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심플했다.

영역 내에서 자신들보다 서열이 낮은 나가요시가, 수령인 시즈코의 것인 닭을 멋대로 먹고 있다.

군대보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늑대 사회에서,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당연하지만 처벌이라는 이름의 제재가 가해진다.

무기의 휴대가 허락되지 않은데다, 멈추면 몇 마리나 되는 늑대에게 공격받기 때문에 나가요시는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무기가 있었더라도,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즈코 님의 늑대는 영주님께서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신다"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나가요시였기에,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늑대를 다치게 해서 할복했습니다, 라는 건 수치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기에.


몇 번인가 그늘에 숨어서 피하려고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발견되어 쫓기게 된 나가요시는 노선을 변경했다.

늑대들은 시즈코의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보스인 시즈코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첫번째는 그 속셈을 눈치챈 케이지에 의해 저지되어 미수로 끝났다.

두번째는 용케 시즈코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의 방에 도착했지만 그의 운은 거기서 끝났다.

그 날, 어쩌다 잠버릇이 나빴던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온 나가요시를 붙잡더니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것이다.

완전히 수면 상태인 시즈코였지만 팔꺾기 역십자굳히기(腕ひしぎ逆十字固め) 등의 갖가지 서브미션 기술을 걸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에 나가요시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들은 아야는 현장에 급행했으나, 현장을 본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쉰 후에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요시를 못본 척 했다.

결국, 비명에도 끄떡없이 깊이 잠든 시즈코에게 아침까지 관절을 꺾였다.

뒤척임이 섞인 완급 조절을 포함하는 몇 시간에나 걸친 고문에 나가요시는 혼이 다 빠져나갔고, 이곳은 자신의 힘이 통용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후 그는 시즈코에게 뭔가 하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것이 너무 늦었다.


아야는 감시라는 임무에서는 해제되었지만, 평소의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시즈코지 나가요시가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나가요시의 지금까지의 악행도 보고에 첨부했다.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나가요시를 불러들여, 그를 설명도 없이 어떤 장소로 데려갔다.

그곳은 약간 몸이 움츠러들 정도의 높이가 있는 폭포였다. 대체 뭐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나가요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모리 요시나리는 이렇게 말했다.


"기어올라올 수 있다면 이번의 일은 묻지 않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를 폭포로 걷어차 떨어뜨렸다.

모리 요시나리는, 사자는 자기 새끼를 천야만야한 골짜기에 떨어뜨린다, 를 농담도 뭣도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던 것이다.

즉 폭포에서 기어올라오지 못하면 모리 가문에서 쫓아낸다,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가 하고 생각했던 나가요시도, 폭포에 걷어차여 떨어졌을 때부터 농담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죽기살기로 절벽을 기어올랐다.

간신히 기어올라온 나가요시였지만, 마지막에 또 하나의 불행이 그를 덮쳐온다.

시즈코에게 홀딱 반한 상태인 타다카츠에게, 어떤 경위인지는 불명이지만 시즈코 습격 미수의 건이 전해져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가요시가 갑작스럽게 불행에 직면하는 것은 좀 더 뒤의 일이다.




나가요시에게 그런 벌이 내려진 따위 모르는 시즈코는, 갑자기 순종적으로 변한 나가요시에게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방 의문은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나가요시를 단련시켜 달라, 고 해도 시즈코는 군인의 훈련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금방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서도 단련법이 다르기에,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사용하는 무기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모리 요시나리와 마찬가지로 창을 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 기본 전술은 '후려친다'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기병이 상대라면 후려치면 대부분 낙마시킬 수 있고, 보병이 상대라면 머리를 후려치면 기절해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찌르기'와 '휘두르기(払う)'가 쓸모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길이를 무기삼은 광범위의 '휘두르기'는, 몸을 빼서 피한다는 방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창으로 적병의 관절부나 목 등을 '찌를' 수 있다면,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후려친다'가 세 가지 동작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후려친다'는 동시에 '베기'도 가능하므로.

그것을 고려한 시즈코는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했다.


"으으으으윽……!"


"그래그래, 힘내―"


검도 등에서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자세가 되어도 균형을 유지하는 강한 다리와 허리이다.

지구력 및 밸런스 감각을 단련하는 것으로, 장시간의 혹사에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간(体幹)을 만든다.

특히 넓적다리를 중점적으로 단련하는 것으로 자세 제어의 핵심이 되는 근육을 강화한다.


그것을 최적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단련하는 방법으로서, 시즈코는 '야산을 달린다'를 나가요시에게 시키기로 했다.

사람이 밟고 걷는 길이 아닌, 문자 그대로 여기저기의 짐승의 길이다. 그것을 갑주를 입힌 채로 시키고 있으니 나가요시에게는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리라.

애초에, 산 아래로 돌아간 후에는 '1분간 스쿼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산 아래든 산 위에서든 힘든 트레이닝을 받는 것에 차이는 없지만.


"젠장! 어째서 그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으억!"


"아, 거기 구덩이가 있어…… 라니 이미 늦었네"


"크으으으!!!! 빌어먹을! 질 수는 없다!"


기합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 나가요시는 전속력으로 산을 달려올라갔다. 하지만, 금방 부엽토에 감춰진 구덩이에 또 빠졌다.


"……저기 말야, 일직선으로 돌진해서 어쩔거야. 용기와 무모함은 다른 거야. 무공을 세우고 싶다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우라고"


한숨을 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대꾸할 말도 없는지, 나가요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에도 조용하여, 산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나가요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단련하는 것은 신체 뿐만이 아니다.


"그 한자는 틀려. 이 글에서 쓰는 한자는 이쪽"


학문도 마찬가지로 주입했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게 쥐약인 나가요시는, 현대의 유치원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잇는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


"으그그그극…… 하, 학문 따위 무슨 소용이 있냐!"


"말 뒤에 감춰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주님의 애매한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잖아. 정확한 숫자의 계산을 하지 못하면 아군과 적군의 비교를 할 수 없어. 뭣보다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영주님을 따라갈 수 없거든"


불만을 입에 올렸지만 시즈코는 용서없이 정론을 후려쳤다. 찍 소리도 내지 못한 나가요시는, 이를 갈면서도 시즈코가 만든 문제를 풀어나갔다.


"알았어? 쇼우조 군. 싸움에 강한 사람은 굉장히 성실해"


"전하무쌍의 호걸보다도냐"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문제를 풀 줄 알았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놀란 시즈코였으나, 곧 작은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용맹과감한 호걸은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말야?

윗사람이 볼 때는, 그 호걸은 어디까지 활약할지 모르거든. 화려한 장면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면 평범한 장면이나 참아야 하는 장면에서는 몸을 아낄지도 몰라.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칠지도 몰라"


"……"


"쇼우조 군. 나는 말야, 네가 자신이 활약할 자리만을 찾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해. 화려한 장면도, 진흙탕스러운 장면도, 스스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 장면도, 어떤 때이건 주인의 명령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돌격하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일만의 병사라도 돌격하고, 물러서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뼈만 남더라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 그런 책임감이 강한 아이가 되었으면 해"


"……"


"아, 물론 이건 내 희망이고, 쇼우조 군이 그리는 미래는 달리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참고 정도로만 들어줘"


"흥"


그 말만 하고 나가요시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다.

나가요시의 태도에 시즈코는 어깨를 움츠리고는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 가까이 틀렸지만, 그걸 바로 말하진 않았다. 지적은 문제를 다 푼 다음에 한다고 정해두었으니까.




케이지와 사이조가 호위대로 임명된 지 수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각 마을은 쌀의 수확 시기에 들어갔다.

아사마치(麻町), 미소마치(味噌町), 미츠마치(蜜町), 타케마치(茸町), 그리고 시즈코가 있는 모토마치(元町)는, 각각 40ha, 40ha, 40ha, 100ha의 논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벼를 막 베어낸 상태지만, 거기서 시즈코는 대략적인 수확량을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아사마치는 873가마니, 미소마치는 909가마니, 미츠마치는 810가마니, 타케마치는 856가마니, 그리고 모토마치는 2611가마니, 합계 6059가마니가 되었다.

미츠마치만 다른 곳보다 숫자가 적은 것은 병해(病害)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해가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즈코는 병해 구역의 벼를 통째로 베어내 버렸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900가마니는 확실할 거라 예상했던 만큼, 병해의 발생은 뼈아픈 사태였다.


호박이나 고구마의 수확은 양호했다. 각 마을마다 매일 먹어도 내년까지는 버틸 정도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구마의 잎은 보존할 수 없기에 여름 야채로 먹었지만, 줄기는 토란 줄기로서 보존식으로 삼았다.

잎도 줄기도 다른 야채류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게다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몇 번이나 수확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시즈코는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콩은 풍양(豊穣)이라고 할 정도로 열매맺음이 좋아서 대풍작이 될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건 마치, 지금부터 노부나가가 상락(上洛, ※역주: 교토로 올라가는 것)할 것을 하늘이 축복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실(麻糸)은 슐리히텐 박피기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

당초에는 한 대였던 슐리히텐 박피기도 이익이 올라감에 따라 두 대, 세 대로 늘어나, 일괄 처리하기 위한 간이 공장까지 세워졌다.


견사(絹糸) 쪽은 자동 조사기가 6대 가동하여, 순조롭게 견사의 대량 생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견사를 생산해도 시즈코는 판매 루트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노부나가와 독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생산하는 견사는 노부나가 이외에 팔지 않을 것, 12개를 한 세트로 할 것, 가격은 노부나가가 시장에 내는 가격보다 낮을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타케마치나 미소마치, 미츠마치는 말할 것도 없이, 차례차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사이클이 갖춰져갔다. 노부나가는 그것들 전부에 견사와 마찬가지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

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생산한 것을 노부나가가 사들여, 그것들을 노부나가의 부하가 미노나 오와리의 상인들에게 팔아치운다.

백성들은 부업으로 수입을 얻고, 노부나가는 상인들에게 팔 때의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 WIN-WIN의 관계다.


모든 마을에서 판매용으로 생산되는 것들의 숫자는 많다.

꿀벌의 둥지를 가열압축하여 만드는 밀랍. 그것은 왁스나 접착제에 쓰이거나, 양초의 원료로서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의 수염은 '남만모(南蛮毛)'라는 생약, 심 부분은 접착제, 껍질은 섬유가 튼튼하기에 끈이나 짚신의 재료 등 버릴 것 없이 쓸 수 있다.

고구마의 줄기는 건조시키면 년 단위로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비타민 C, E, K, 칼슘, 폴리페놀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 숨겨진 영양식품이다.

뽕잎은 건조시켜서 찻잎으로, 영양 풍부한 뽕나무 열매는 흑설탕을 섞어 잼으로, 열매와 잎을 맺지 못하게 된 뽕나무는 벌채하여 목재로 만든다.

슐리히텐 박피기로 삼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나오는 펄프로 마지(麻紙, ※역주: 삼나무 껍질로 만드는 종이)도 생산되게 되었다.

곡지(穀紙, ※역주: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일본 종이)에 비해 치밀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는 마지는 일정하게 인기가 있었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왕유(王乳), 즉 로열젤리다.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값이 비싸지지만, 그 효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양한 상품이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오와리와 미노의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물건이 있으면 사람은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떨어진다. 돈이 떨어지면 마을은 풍족해진다.

그리고 상인은 이익을 얻으려고 중계 지점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물건과 돈이 흐르는 루트가 생겨난다.

동쪽으로는 미카와 국이나 카이(甲斐) 국, 서쪽은 교토나 사카이(堺) 등에서 상인들이 상품을 찾아 오와리, 미노로 왔다.


현대에서 말하는 전매 장인의 흉내를 내기만 하는 것으로, 노부나가는 군자금이 풍족해지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풍족해지는 것은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이 혜택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간사해서, 지금까지 시즈코나 그녀를 우대하는 노부나가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자들도,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자마자 아주 쉽게 태도를 바꾸었다.




쌀 수확으로부터 2주일 후, 각 마을은 노부나가에게 바칠 세금의 쌀가마니나 견사, 벌꿀 등을 차례차례 짐수레에 실었다.

준비가 끝난 짐수레가 어느 정도 모여들자 호위를 붙여서 출발시켰으나, 짐수레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장사의 행렬이 생겨났다.


"휘익―, 이게 전부 오다 나리께 가는 건가"


짐수레에 실려가는 쌀가마니나 상품을 말 위에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이만한 물자가 세금으로 운반되는 광경은 본 적이 없소"


마찬가지로 말에 타고 있는 사이조가 감상을 늘어놓았다.


"오다 나리가 어째서 시즛치(静っち)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게 이거였다니"


"케이지 님. 시즈코 님은 우리가 섬기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는 건 삼가는 게 좋을 듯 하오. 그리고 그 괴이한 복장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카― 뭐 어때. 본인도 문제없다고 하니까"


사이조와 케이지,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이상하게도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사이조, 너는 시즛치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고 하셔도. 희한한 분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소. 공가(公家)의 피를 이으신 분이, 백성들이 하는 일을 하시다니 들어본 적도 없고 말이오"


"흠…… 그야― 저 여자가 대지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대지의 사랑을 받는다?"


이상한 평가에 사이조는 눈썹을 찌푸렸다. 케이지는 작게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걸 봐라. 백성들의 얼굴을. 다들, 이 난세를 느끼게 하지 못하는 얼굴이잖나. 그리고 이 수확량, 이건 대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밖에 할 수가 없지"


"과연, 일리가 있군. 케이지 님이 아직 시즈코 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것이 이유인 것이오?"


"그렇지. 대지의 사랑을 받는 여자를 데리고 있는 오다 나리가, 어디까지 갈 지 보고싶어. 그러니까 당분간은 호위대 임무를 열심히 할 거다"


"매일 놀고 먹으면서, 목욕탕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케이지 님의 입에서, 호위대 임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사이조의 지적대로, 케이지는 호위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매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가끔 어딘가의 유곽 같은 장소에 가서는 며칠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급료는 빼먹지 않고 받고 있으니까 급료 도둑이라고 욕먹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즈코는 '카부키모노(傾奇者, ※역주: 튀는 행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됨)라는 건 그런 거잖아?"라며, 케이지의 말이나 행동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해심이 너무 깊은 것도 문제라고 사이조는 생각했다.


"아니, 그 말을 들으면 귀가 따갑지만 말야"


"거참…… 그럼, 슬슬 준비가 끝나겠소. 시즈코 님께서 부르시기 전에 그 분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사이조는 말머리를 돌려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지식하구만, 읏차"


사이조의 고지식함에 질린 표정이 된 케이지는 한숨을 쉬면서도, 말을 돌려 그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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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9 1567년 7월 중순



오다 가문 상담역에 임명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2개월 가까운 시일이 흘렀음에도 노부나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호위대(馬廻衆)나 병사의 이야기도 일체 없었고, 그들을 데리고 사람이 찾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농번기를 피해서 이야기하려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인 것이지만, 아무 말도 없는 상황에 시즈코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의 일거리는 '소금과 칠판의 생산 및 제법을 기록해라'라고 시즈코는 예감했다.

그것들에 필요한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갈대발(よしず)이나 발(すだれ), 그리고 그것들을 매달기 위한 재목(材木)이다.

칠판은 먹과 감물(柿渋, ※역주: 날감의 떫은 즙. 방부제로 사용)에 판형의 목재, 분필은 풀과 석고가 있으면 된다.

내친 김에 돌가마(石窯, ※역주: 참숯 제조용 가마)를 만들자, 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금방 문제가 발견되었다. 당시의 일본에는 벽돌(煉瓦)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벽돌만이라면 재료를 반죽해서 햇빛에 말리면 되지만, 돌가마는 내화(耐火) 벽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방식(連房式) 도자기 굽는 가마(登窯)의 건설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소성(焼成) 온도가 최고 1300°C 전후로 유지되는 도자기 굽는 가마는, 내화 벽돌을 양산하기에 최고의 가마이다.

의기양양하게 흑역사 노트를 펼쳐들고 도자기 굽는 가마의 구조를 찾아본 시즈코는,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자기 굽는 가마에 필요한 재료 목록에, 내화 벽돌이 쓰여 있었다.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내화 벽돌이 필요하다는 수수께끼의 딜레마에 빠진 시즈코였다.

고민한 끝에 간신히 그녀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화 벽돌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가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행히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마의 제작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인의 지식의 정수인 결과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벽돌이 구워질 리는 없었기에, 작업의 각 공정에서 실패하고, 그에 대한 원인 분석에 시간을 필요로 했다.

먼저 점토를 만들기 위해 토련기(土練機)가 필요한데, 이 기계를 설계했을 때 시즈코는 커다란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조립해 버렸다.

그 때문에, 토련기는 가동 직후에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며 뒤틀려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시즈코는 파손된 토련기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설계도와 파손 상태와 눈싸움을 하며,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내는데 2주일이나 소비한 끝에, 가동 후에 발견된 작은 문제점을 모조리 수정하여 토련기 2호기를 제작했다.

이번에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사용하면서 미세 조정을 반복하여 점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보였다.


그것만 극복하면 내화 벽돌을 만들수 있다, 라는 건 아니고 역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벽돌은 다 구운 후에 시간을 들여 식힐 필요가 있는데, 시즈코는 그걸 빼먹고 급격하게 식혀 버렸다. 당연하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간 벽돌은 그것에 견디지 못하고 수축된 후 갈라졌다.

내화 벽돌 제조용의 가마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앞쪽과 안쪽에서 온도차가 발생하여 균등하게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 대책으로서 연기를 내는 구멍 '연도(煙道)', 즉 굴뚝을 다른 것으로 교환했다.

무려 3미터가 넘는 긴 굴뚝으로 바꾸어 기압차에 의해 연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불을 안쪽까지 끌어들여 전달시켰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농업처럼 실천을 거듭하여 체득한 지혜와 달리, 내화 벽돌 제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기는 커녕, 그 실패조차 즐기고 있었다. 문제점이 있으면 원인 조사, 수정, 검증이라는 지루한 작업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런 진흙탕 생활이 1개월 반 정도 이어졌을 무렵, 간신히 제대로 된 내화 벽돌이 완성되었다.

구워진 벽돌의 숫자는 3백개 정도로 숫자는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열매를 맺은 것을 증거하듯, 내화 벽돌은 작은 망치로 때리면 금속을 때렸을 때처럼 높고 맑은 소리가 났다.

지금부터 수천, 어쩌면 수만 개의 내화 벽돌이 필요해지지만, 지금부터는 천천히 만들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화 벽돌에 대해 어떤 것을 잊고 있었다.

돌가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화 벽돌은, 강철을 제련 가능한 용광로에도 전용 가능한 전략적 자원이기도 한 것을.




"하―, 평화롭네……"


때때로 파발마를 통한 타다카츠의 편지가 오는 정도로, 시즈코의 마을은 평화 그 자체였다.

기술 전달은 그 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기쁘게도 성모용(成苗用) 2조식(二条植)의 인력 이앙기가 완성되었다.

다소 정비가 번거롭지만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내기에 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면화도 잘 자라고 있네…… 혼다 님이 직접 씨앗을 가져왔을 때는 놀랐지만……"


공동 면화 재배는 표면적으로는 노부나가로부터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타다카츠가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토가 관련되면 바로 장소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계획은 내년도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년까지 한 번은 면화 재배를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 '면화의 씨앗을 보고 싶어요'라는 어련무던한 말을 덧붙였다.

그걸로 씨앗을 손에 넣는다면 이득, 안 되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타다카츠의 행동은 시즈코의 예상을 벗어났다.


"시즈코 님! 씨앗을 가져왔습니다!"


설마 하던 타다카츠 본인이 씨앗을 전해주러 왔다. 두 사람의 편지의 중계 지점이 되어 있던 니와도 이것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니와가 말해도, 타다카츠는 '소생이 시즈코 님께 전하겠소!'라고 고집을 부리며 양보하지 않아, 결국 시즈코가 호출되게 되었다.


"시즈코 님, 모리 님께서 오셨습니다"


"으엑, 뜬금없네. 응, 알았어. 바로 갈게"


멍한 얼굴에 기합을 넣은 후,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오래 기다리셨…… 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서자,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성인 남성 두 명과 어린애 한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거대한 체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국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거구의 소유주였다.

다른 한 명은 고지식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야성미도 느껴지는 신비한 인물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항상 앉는 장소에 앉았다.

그녀가 앉는 것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위대의 건으로 왔소. 파발마도 보내지 않고 급하게 와서 미안하오"


"어, 아뇨, 문제없습니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도 미안하니 짧게 하도록 하겠소. 우선은 호위대를 소개하지. 오른쪽에 있는 것이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님,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이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역주: 카니 요시나가(可児吉長))이오"


소개된 사람들 중, 시즈코를 재미있는 녀석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케이지라고 불러줘. 당신이지? 얼마 전에 오다 나으리의 술자리에서 굉장한 전설을 만든 게"


(뭐야, 그 굉장한 전설이라는 게!?)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위로의 술자리에 시즈코는 참가햇었으나,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방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두의 태도가 싹 변했었다.

묘하게 저자세로 나오는데다, 그 이유를 물어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니와를 추궁해 봤더니 전력으로 도망쳤다.

노부나가는 변함없었지만, 그 '뭔가'가 영향을 끼쳤는지 노히메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소인은 사이조라고 합니다. 사이조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시바타(柴田) 님을 섬길 예정이었습니다만, 뭔가 사람이 안 모인다고 하여 급거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거기서 시즈코는 깨달았다. 마지막의 소년이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을.


"저어…… 그런데 뒤쪽의 소년은?"


"응? 아, 이 애는 내 아들이오"


묘하게 노려보는 소년에 몸이 움츠러든 시즈코는, 어색하게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지금도 물어뜯을 듯한 분위기에, 시즈코는 차남인 모리 무사시노카미 나가요시(森 武蔵守 長可)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은 쇼우조(勝蔵)요"


안 좋은 예감만 적중한다, 고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네에…… 그런가요. 자, 잘 부탁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순간, 그의 머리에 모리 요시나리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나가요시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픈 곳을 감싸쥐었다.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시즈코 님은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이시자, 영주님의 중요한 요인이시다"


"하, 하지만, 아버지. 아무리 영주님의 요인이라고 해도, 여자가 아닙니까! 이 사람에게서 제가 무얼 배우라는 겁니까!"


(어라―, 뭔가 얘기가 이상한 거 같은데?)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의문을 입에 올리려 했다.

그 전에,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힌 나가요시가 시즈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이라고는 하나, 여자를 섬기는 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저어―, 뭔가 불안을 느끼는 단어가 들리는데요……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요?"


작게 손을 들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묻자, 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군에도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소이다"


"네"


"그래서 쇼우조를 시즈코 님 밑에서 단련하게 하라는 명이시오"


"………………………………………………………………네?"


뭔 소리래 이 사람, 이라고 말할 뻔 했기에 시즈코는 다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단련을 시키다니 뭐를 말인가요?"


"그건 시즈코 님께 맡기신다고 합니다"


"(모조리 떠넘기는 겁니까……) 저기, 거부권은…… 없, 겠죠?"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아직도 기분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나가요시를 어떻게든 설득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딱히 불만은 없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에게 대들지 않았다.

특히 케이지 쪽은 시즈코가 어떻게 움직일지 즐기고 있는 듯, 히죽히죽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약―간 터무니없고 위험하지만…… 이 방법으로 갈까) 저기, 일단 쇼우조 군……이면 되려나. 나를 섬긴다느니 단련받는다느니 하는 게 불만인 거지?"


"……"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입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나는 독심술사가 아니고…… 뭐 이대로는 평행선이니, 여기는 승부를 해서 이야기를 결판짓자"


"승부우?"


괴이쩍다는 표정을 떠올린 나가요시였지만, 바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승부 = 무예 대결이라고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내가 이기면 얌전히 말을 들을 것. 지면 내가 영주님께 이 임무를 취소해 달라고 설득할께. 어때?"


"흥, 너 따위가 영주님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거냐"


"싫다면 승부를 거절해도 좋지만, 그 경우 너는 '여자가 승부를 걸었는데 도망쳤다'는 평판이 따라다닐 걸?"


신경에 거슬렸는지 나가요시는 눈을 크게 뜨고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그것에 내심 겁먹으면서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네"


"잠깐, 누가 거절한다고 했냐. 좋아, 그 승부 받아주지"


"좋아. 승부의 방법인데…… 말을 꺼낸 건 나니까, 내가 정해도 될까?"


"상관없다.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


나가요시가 함정에 빠진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모리 님. 죄송하지만, 승부의 증인이 되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모리 요시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후, 시즈코는 나가요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시 승부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승부의 방법을 정하는 건 나. 그리고 내가 이겼을 경우에는, 영주님의 명령에 따를 것. 제가 졌을 경우에는, 제가 영주님께 이 이야기를 없었던 걸로 해 주시도록 설득하겠음. 괜찮지?"


"그걸로 좋다. 그래서, 중요한 승부는 뭐냐? 말이냐? 활이냐? 아니면――――"


"아아, 응. 보기좋게 내 예상대로의 내용이네. 하지만 아니야. 내 승부는 굉장히 간단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붓을 손에 들고, 종이에 글자를 적어갔다.

괴이쩍다는 표정을 짓는 나가요시를 무시하고 뭔가를 다 적자, 시즈코는 종이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걸 일본의 말로 번역해봐. 훌륭하게 번역하면 네 승리. 번역하지 못하면 네 패배야"


전원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HIZUKO "Why don't you listen to me?"

SYOZO "No problem. Everything's fine"


번역)

시즈코 "어째서 내 말을 안 듣는거야?"

쇼우조 "괜찮아. 문제없다"


20초 가까운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그것을 깬 것은 나가요시의 절규였다.


"뭐, 뭐야 이게――――――――――!?"


"뭐냐니, 남만의 문자 중 하나야. 자, 번역해 봐?"


나가요시의 동요고 짜증이고 싹 무시하고 시즈코는 대단히 태연한 태도로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자, 장난하지 마! 뭐냐 이 승부는! 남만의 문자 따윌 어떻게 알아!?"


"장난이 아니야, 아주 진지해. 그러니까 몇 번이나 물었잖아. 승부는 내가 정해도 되냐고. 그에 대해서 너는 내가 정해도 된다고 단언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었다는 거야"


"뭣……!?"


여전히 뭔가 격하게 말하려던 쇼우조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국시대의 남만인이라고 하면 포르투갈인이나 스페인인중 하나로, 유명한 루이스 프로이스(※역주: Luís Fróis)도 포르투갈 출신의 카톨릭 사제이다.

그렇기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 뿐, 영어를 쓸 수 있는 남만인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이상, 시즈코는 '전국시대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승부에 영어를 쓴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무예로 승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단지 네가 그렇게 믿었을 뿐이야.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큰코 다치는 법이거든?"


"이, 이 비겁――――"


"적당히 해라"


부들부들 떨면서 고함치던 나가요시였으나, 그것은 모리 요시나리의 말 한 마디에 지워졌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 듯한 느낌에 시즈코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케이지도,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사내답지 않게 아우성치는 그 추태,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구나"


담담하게, 평소대로의 말투로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상냥해보이는 미소는 없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네놈은 시즈코 님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느냐.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라고 대답하지 않았더냐. 잊어버렸다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다. 상대가 반드시 네놈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네놈은 그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걸 잘 이해하고, 아우성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라"


"……"


"이 승부, 시즈코 님의 승리다"


모리 요시나리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의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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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8 1567년 5월 상순



지적 호기심에 들뜬 노부나가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없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강제로 깨워져서,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이것저것 질문공세.

도중에 몇 번인가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날이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술이나 전략 등의 군사 관계는 물론, 정치나 사회학, 나아가서는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아무래도 전문외라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있지만, 알고 있는 한도에서는 대답한 시즈코였다.

특히 노부나가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 중국의 삼국지 시대에서 난세의 간웅으로 불렸던 조조, 역사상 최대의 몽골 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5현제였다.

그들은 어떻게 대국을 건국했는가, 어떤 수법으로 대국을 계속 유지하였는가, 외적으로부터 어떤 수단으로 몸을 지켰는가.

병사의 숫자는, 진형은, 무장은, 지휘계통은, 등등 노부나가의 흥미는 끊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세계의 역사를 말만으로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칠판과 분피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부나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떻게 만들었느냐', '이것은 양산이 가능한 것이냐' 등등 질문공세를 받은 시즈코였다.

그것들을 끝내고 칠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역사를 설명할 때까지 반나절을 필요로 했다.


(마치 학교의 수업 같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부나가에게 타국의 역사를 설명했다.

한동안 역사 등을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지금까지의 내용을 되새겨보았다. 그 결과, 그의 흥미는 장르에 따라 편중된 곳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는 그야말로 '알아둘 뿐'의 레벨로, 자세히 알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종교는 어떤 시대에서도 해악이 될 뿐이다, 라고 더욱 종교 혐오를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것에 대해 네 의견을 들어보겠다"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소성이 뭔가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져왔다. 노부나가가 그것을 집어들자, 소성은 한 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났다.


"네가 만든 크로스보우를, 내 나름대로 개량해 보았다. 네가 볼 때 어떤지, 의견이 듣고 싶다"


"네, 네"


건네어진 크로스보우에 시선을 향했다.

시위를 당길 때 되감기 기구를 이용한 구조에서, 펌프 액션 같은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전상(前床)을 앞으로 당겨보았지만, 상당히 강한 힘이 아니면 당길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즈가 중형과 대형의 중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력을 희생하여 연사성을 높인 타입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시위를 당기는 구조는 이런 형태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구조 쪽이 적은 힘으로 강한 시위를 당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레버라고 불리는 막대기 형태의 것을 앞뒤로 왕복시켜서 시위를―――"


"그것이다!"


레버 액션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깜짝 놀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등을 똑바로 세우고 굳어버렸지만, 노부나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턱에 손을 댄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화살에 구멍을 뚫어 출혈을 유도하는 구조로 만들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렛대의 원리라는 걸 이용하면, 크로스보우의 시위 당김, 장전, 발사를 단시간에 할 수 있다"


"어, 저, 저기……?"


"선마로 일격이탈 전법을 사용하면, 적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부나가는 완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다.

말을 거러 방해하는 것도 꺼려졌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곁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는 칠판 앞에 서더니, 분필을 사용하여 뭔가를 써갈겼다. 칠판에 문자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겠지,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아, 직필을 손에 넣을 찬스였는데. 아까운 짓을 했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시즈코는, 아까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가 의식을 자신에게 향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성이 술자리 이야기를 전해올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고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즈코는 약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자문자답했다.

그 후, 소성에게 술자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도 얼결에 참가한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술자리에서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분명히 누군가가 술을 권한 건 기억에 있는데……"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자극하면서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몇 번을 해도 사고는 안개가 낀 듯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생각해내려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무장들의 태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노부나가의 측근들이, 시즈코를 보자마자 묘하게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그들은 그런 태도가 아니라, 어느 쪽이냐 하면 오만해보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물으려고 했으나, 다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도망쳤다.

그것이 시즈코의 불안에 박차를 가했다.


"아아―――, 대체,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


자포자기한 듯 외쳤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온전 시설의, 그것도 노부나가나 특정 인물만 사용할 수 있는 구획.

그곳에 있는 온천에 노히메는 당당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있는 것은 그녀 뿐으로, 같이 있는 첩은 조마조마해하며 출입구를 신경쓰고 있었다.


"후우―,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이 이 정도로 기분이 좋을 줄이야. 하여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사치로구나"


한 번 기지개를 켠 후, 노히메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빙글 돌리고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도 그런 곳에 서 계시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순간, 출입구가 거칠게 열렸다. 노히메의 말대로, 입구 저편에 노부나가가 있었다.

첩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직전에 가까스로 삼켰다.

노부나가는 그쪽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큰 걸음으로 탕 쪽으로 향했다. 그가 욕조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노히메는 시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는 것이 온천의 예의라고 들었습니다만?"


"흥, 그런 예의 따위 모른다"


"그런가요. 그럼, 이쪽은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하면 노부나가에게 작은 사발을 내밀었다. 그는 말없이 사발을 받아들고 그것을 보았다.

걸쭉하고 희뿌연 것과, 탱탱한 느낌이 드는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노부나가가 고개를 갸웃하자, 짓궂어보이는 웃음을 떠올린 노히메가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온천계란, 이라는 것입니다. 걸쭉한 식감이 재미있고 꽤나 맛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독 검사는 소첩이 확실히 해 두었습니다"


"그래놓고, 덴뿌라 때처럼 일본 최초를 빼앗아갔다는 거냐"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씀을 하시네요. 소첩은 영주님을 생각하여 독 검사를 했을 뿐입니다"


손톱만큼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않는 건 명백했지만, 노히메는 기죽은 기색도 없이 말했다.

잔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아진 노부나가는, 거칠게 사발을 기울이고 나무로 된 숟가락으로 온천계란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뭐, 나쁘지 않군"


"호호호, 영주님은 좀 더 진한 간이 취향이실까요?"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사발을 노히메 쪽으로 내밀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노히메는 사발을 받아들고는, 욕조 안에 가라앉아 있는 바구니 속에서 계란을 하나 집어들었다.


"시즈코는 이상한 여아로군요. 소첩들이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아주 쉽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심지가 굳은 구석이 있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어라, 술자리에서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시고 화가 나셔서 쟁반을 걷어차셨다고 들었는데요?"


"귀가 밝구나"


"곁에서 모시는 자들을 보면, 대략 예상은 가지요. 하지만 걷어차셨다는 건 거짓말이지요?

사실은 순종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셔서, 동요하신 나머지 일어나 버리셨는데 그 때 쟁반이 몸에 부딪혔다, 라는 걸까요?"


그 질문에 노부나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노히메는 눈만 움직여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찌푸린 표정과 침묵이 긍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노히메는 굳이 추궁하지는 않고 혼자서 이해하고 있엇다.


(본인은 술의 효과로 잊고 있지만, 무장들은 영주님의 분노를 보고 벌벌 떨었지. 그런 영주님을 앞에 두고, 당당했던 시즈코……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여아로다)


"영주님, 소첩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네나 마츠를 불러도 괜찮을까요?"


노히메를 한 번 쳐다본 후, 노부나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사용시의 조건을 말했다.


"한 가지만 지켜라. 내게 방해되는 짓은 하지 말도록"




영문모를 이유로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피하고 있는 시즈코는, 처음에는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금방 포기의 경지에 도달했다.

영문모를 일에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나, 타초경사를 범할 수도 없다.

노부나가 본인이 뭔가 말하지 않는다면, 주위의 부하들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 심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약간 우울해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 햇살이 기분좋아"


채네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자, 라는 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곳에 드러누웠다.


"옆자리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아야노코우지 님"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무렵,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여인 같은 얼굴을 한 예쁘장한 남자가 시즈코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드러누운 상태로는 실례였기에, 시즈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예쁘장한 남자는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시즈코의 옆에 앉았다.


"실례. 소생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역주: 타케나카 시게하루(竹中重治))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의 수상쩍어하는 태도를 느꼈는지, 예쁘장한 남자는 시즈코가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밝혔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시즈코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님자를 붙이면 등이 간질거려!)"


약간 움츠리며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타케나카 한베에라고 하면 많은 군공에 관한 일화나 미담을 남겼지만, 그것들 중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후세의 창작이며, 역사적 사실로서의 활약의 실태가 확실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나바 산성을 16, 또는 17명으로, 그것도 겨우 하루만에 탈취하거나, 노부나가가 가신으로서 등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등, 나름대로의 재능은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시즈코 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시간이 괜찮으신지요?"


"괜찮습니다. 일광욕을 할 정도로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외람되지만……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어떤 것이지요?"


일광욕이라는 부분에서 순간적이지만 표정이 변했던 타케나카 한베에였으나, 바로 원래의 예쁘장한 남자의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정가운데 직구 같은 질문을 입에 올렸다.


"천하통일, 인가요? 음―, 그러네요……"


새삼스레 생각해 봤지만, 시즈코는 천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명확한 비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본을 통치하는 것, 일까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느낌입니까?"


"법이라는 질서를 구축하고, 화폐,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고, 중앙관리하의 부(府)와 현(県)으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조세제도 개혁, 학교제도 제정, 사회생활 기반의 정비……일까요"


"과연,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제정하는 것이군요"


감탄한 듯이 한베에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디에 감탄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시즈코는 애매한 웃음을 띄웠다.


(누구든지, 저 오다 님조차, 천하통일이란 쿄(京, ※역주: 교토)를 제압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것에 명확한 반론을 했던 시즈코 님의 천하통일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는데…… 과연, 오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만하군)


교토에 있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에게도, 천하를 노리는 지방의 영주에게도 없는 일본 통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만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애매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상 따위가 아니라, 단계를 밟고 목표를 내걸어 실현의 절차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한베에는 무의식중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일어선 후, 한베에는 시즈코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시즈코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뭐였지?"


생각해 봤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시즈코는, 기지개를 펴고 다시 드러누웠다.


"느긋하게 낮잠을 잘 여유는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나가가 체재하는 동안에는, 낮잠을 잘 여유가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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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7 1567년 5월 상순



마치 재고 있었던 것처럼, 덴뿌라를 다 먹었을 무렵에 노부나가로부터 전령이 왔다.

내용은 서둘러 지정한 장소로 올 것, 이었다.

재빠르게 몸단장을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향했고, 약 5분 정도에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다.

노부나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마른 나무등걸에 앉아 있었다.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노부나가에게 다가가서 시즈코는 머리를 숙이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를 일별하더니 턱짓을 했다.

거기에 앉아라, 라는 의미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노부나가보다 높이가 낮아지는 장소를 골라 앉았다.


자세히 보니 노부나가는 혼자였다. 소성은 물론, 호위대나 수하 무장들도 없었다.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서로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내 질문에 거짓 없이, 진실만을 대답해라"


말투에 날카로움이 있었다. 아니, 말투 뿐만이 아니라 눈이나 표정, 나아가서는 분위기까지.

전신에서 예리한 일본도 같은 패기가 흘러나왔다.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노출된 시즈코는, 무의식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호, 혹시 이게 본래의 노부나가……?)


문헌 등에서 '노부나가의 부하들은, 그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축되었다'라는 말을 자주 본 시즈코였지만, 지금까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부나가 앞에 앉아보니, 그러한 문헌들이 과장도 뭣도 아니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다.

솔직한 얘기로,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시즈코,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렷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 단정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갑자기 핵심을 찔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도 있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헉!"


"좀 더 정확히 말하지. 너는 이 난세에 태어난 게 아니다. 물론, 남만도 아니다. 좀더 다른…… 뭔가 다른 장소라고 하면 될까. 어쨌든, 너는 이 일본에서 생을 얻은 것이 아니렷다"


"어, 아, 으……"


"네가 말해도 되는 건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다. 안심해라. 거짓이 아니라면 네 목을 칠 일은 없으니"


그건 반대로 말하면 거짓을 말하면 목을 치겠다, 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다.

사람을 물린 것, 그리고 뭣보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예'라고 대답할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예"


그녀는 단념했다.

증거도 뭣도 제시되지 않았지만, 노부나가는 그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 확증을 얻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대답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당연한 것, 이라는 느낌이었다.


"흠, 역시 그렇군"


"저어……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만, 언제 제 정체를 눈치채신 건가요?"


턱에 손을 대고 있는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런 부분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가능한 한 전국시대의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시즈코 본인 뿐이었던 모양이다.


"네게 그만한 지식을 얻게 하는 데 얼마만한 돈과 노력이 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너를 방치하는 건 있을 수 없지. 게다가 너는 중놈들의 영향이 지나칠 정도로 적다. 부처의 가르침을 소중하다고도, 그렇다고 경멸하지도 않는 태도. 결정적으로는 돈에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 자신이 가진 기술의 전수를 위해서 바보처럼 돈을 쏟아붓지"


"어, 저, 그게……"


"여기까지 말해도 모르겠느냐?

너는 존재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스승으로 모셨는지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는 것 치곤, 그 기술 자체는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전수하는 걸 아까워하지도 않지"


"그, 그건 영주님의 힘이 되도록……"


"그렇다고 해도"


시즈코의 변명같은 말을 노부나가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너는 한 번도 내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것은 하나같이 내게 이익을 가져오는 것 뿐이다. 내게는 너 자신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노부나가의 말은, 시즈코가 요구하는 것에 본인의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전국시대는 오랜 세월 주군을 섬긴 가신이더라도, 공을 세웠다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게을리하면 이반, 배신, 다른 주군으로의 변절은 당연하게 일어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진탕 욕을 먹고 쫓겨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욕심도 별로 없고, 성격이 까다롭지도 않고, 어설픈 인간도 아니다.

명령받은 일은 묵묵히 수행한다. 그리고 성공에 대해 우쭐하는 일이 없다.

겨우 2년 일하는 동안 수많은 공적을 세웠지만, 노부나가가 상을 주기 전에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노부나가는 일종의 공포심을 느겼다.


"그 외에는…… 그렇군, 하나 더 있다. 너와 만나기 조금 전에, 나는 이상한 노파를 만났다"


"노파……입니까?"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코미요이케(小澪池, ※역주: 정확한 독음을 모르겠음)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는 갑자기, 짙은 안개에 휩싸여 앞뒤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주위를 경계했을 때, 갑자기 노파가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는 나를 무시하고, 노파는 이렇게 말했다. '검'이 '때(刻)의 서출(落胤, ※역주: 귀한 집안의 사생아)'을 불러오리라'라고 말이다"


"'때의 서출'……?"


'서출이란 정통의 혈통에서 벗어난 아이를 말한다. 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간 등을 나타내는 말에 많이 쓰이고 있으니,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즉 노파의 말이 옳다면, 너는 우리들과는 다른 시간에 태어난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납득되는 이야기지. 애초에,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었는지 노부나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걸로 전부터의 의문이 해결되었다. 뭐, 네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나는 네 목숨을 지키겠다. 따라서, 너는 지금부터도 내게 재주를 보여라"


그 말에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인 후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그곳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분위기를 띤 노부나가가 아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에 넘치는 노부나가가 있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지식을 전부 넘겨라,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과 변함없이 주어진 일을 수행해라, 라는 명령이었다.

이것은 갑자기 시즈코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에 의해 주위에 불신감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없을 수는 없었다.


"네게는 지금부터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을 내리겠다. 그 지식, 머리 회전을 나를 위해 쓰거라"


시즈코에게는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이름은 달라도 실질적으로는 오도키슈(御伽衆, ※역주: 전국시대에 주군의 말상대를 하던 사람)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만일을 위해 확인하기로 했다.

노부나가의 경우, 드물게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으니까.


"영주님,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 하심은 대체……?"


"기본적으로 지금 하는 것과 별 차이는 없다. 내 질문에 대답하고,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필요한 권한은 내가 그때그때 주는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뒷일을 생각하면 신변 경호를 늑대에게만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겠군. 시즈코, 네게 병사를 500, 그리고 호위대를 내리겠다"


"으엑! 예, 옛……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라는 건 제가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호오, 네게는 뭔가 생각이 있는 거냐"


"남만에 있는 로마라는 나라의 군단병은, 전투 뿐만이 아니라 도시 건설의 익스퍼트…… 전문가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본받아, 토목건축 등의 기술에 특화된 부대, 즉 쿠로쿠와(黒鍬)와 전투를 양립시킬 수 있는 부대를 만들고 싶사옵니다"


쿠로쿠와는 전국시대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 토목 작업을 담당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퍼졌다.

군에 포함되어 쿠로쿠와슈(黒鍬衆)로서 운용되게 되어, 진지의 구축이나 다리의 건설 등 전략적인 토목작업에 종사했다.

전후처리로서 전사자의 수용이나 매장 등도 쿠로쿠와슈의 일이었다. 민간에서도 농기구로서의 '쿠로쿠와(※역주: 여기서는 자루가 짧고 각도가 예리한 괭이를 말함)의 원산지로서 유명해진, 오와리 치타(知多) 군(郡)의 토공 집단인 '쿠로쿠와구미(黒鍬組)'가 유명하다.


시즈코는 전투공병을 양성하여, 각지에서 토목, 치수 공사, 신규 농지의 개발, 도로 정비 등의 사회생활기반을 정비하는 부대로 만들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부대이기에, 어느 정도 전투도 하지 못하면 곤란하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였다. 위험해지면 전력차를 생각하지 않고 즉시 퇴각이다.


"그리고 기반을 쌓을 시간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그 이유는"


"남만에 있는 나라,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했습니다. '갑자기 지위던 무엇이던 이어받게 되어버린 자에게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맨 먼저, 그리고 즉각적으로, 기반을 다치는 것이다.' 저는 지금까지 수백 단위의 사람을 한번에 관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기반이 되는 관리 체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후회했다. 마키아벨리의 이름과 그 사상을 섣불리 입에 올린 것을.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노부나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역시나 그는 굉장히 좋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그 웃음은 사악한 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인가 하는 자는 좋은 말을 했군. 시즈코,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예, 옛"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사본을 내놓아라, 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현대에서는 객관적, 근대적인 정치학의 시조로 생각되고 있으나, 전국시대의 유럽에서는 카톨릭 교회의 대항개혁의 일환으로 금서 목록에 올라가 불태워졌다.

마키아벨리 자신도 "배신을 좋아하는 배덕한 작가"라고 계속 비난받았고, 18세기에 재평가될 때까지 '군주론'은 입지가 좁았다. 그만큼 중세 유럽 시대의 도덕이나 종교에 있어서는 문제 투성이인 '군주론'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노부나가에게는 관계없었다.


"남만의 도덕심 따위 필요없다. 내가 일본의 상식이니라"




그 이후에도 노부나가로부터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평소에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 부모나 형제는 잘 있느냐, 그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 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네가 살고 있던 곳에서는 어떤 정치 체제가 세워져 있느냐, 군은 어떤 관리 체제이냐, 규모는, 무기의 종류는, 적국에 침략받은 적은 없느냐, 만약 침략받았을 때는 어떻게 격퇴하느냐, 등등 사회나 정치 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었다.

게다가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백성이 우둔할 경우, 우둔한 통치자밖에 태어나지 않는다"

"의무교육은 일정한 지식을 준다는 점에서는 뛰어나지만, 동시에 우수한 사람을 매장시켜 버린다. 재주있는 자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을 갖춰 주어야 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좋지만, 벌칙이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

특히 나라의 돈으로 사복을 채우는 놈이 금고형이라니 언어도단. 참수에 처해야 한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매스미디어인가 하는 것들 따위는 없애버려라. 스스로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무능한 놈들 따위에게 존재가치는 없다. 오히려 해악이다"

"기술자를 경시하는 무능한 놈들 따윈 필요없다. 그리고 우쭐한 기술자도 필요없다. 평생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지 않는 기술자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냐"


등등 자신이 문제점이라 생각한 것들은 용서없이 쳐내버리고 자신의 지론을 늘어놓기도 했다.

가치관이나 생사관이 다르다고 말하면 그뿐이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무능한 자나 어리석은 자도 살아갈 수 있는 시즈코의 세계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으리라.

하지만 이국의 세계는 이상하다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는 게 노부나가였다.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장소가 생기면, 그곳에 보통 사람은 다가가지 않고, 대신 죄인들이 자리잡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깨어진 창문 이론……이라. 실로 훌륭한 이론이다"


"제 나라에서는 경비 파출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설치하여, 그곳에 사람을 몇 명 대기시켜 둡니다. 그 사람들은 정해진 범위를 순찰하고, 경미한 질서 위반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흠,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당장 검토해보도록 하지. 잘하면 간자 대책에 쓸 수 있겠다"


(……저는 슬슬 지쳤습니다…만)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가볍게 묻는 정도였다. 하지만 서서히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져, 언제부터인가 시즈코가 살고 있던 일본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자신으로부터 지식을 뿌리째 뽑아갈 생각인가 하고 시즈코는 일순 생각했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고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비뚤어짐이 없는 소년의 눈동자, 솔직한 미소, 그리고 왕성한 호기심. 그것은 겉과 속이 다른 곳을 느낄 수 없는, 자기도 모르게 반해버릴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남자가 남자에게 반한다, 라는 건 이런 심정일까 하고 시즈코는 문득 생각했다.


"선마(セン馬, ※역주: 거세한 말)라는 건 좋은 생각이다. 거세하여 성질을 억누르고 다루기 쉽게 하며, 적에게 빼앗겨도 번식에 쓸 수 없게 할 수 있고, 발정기에 흥분하게 하지 않는다, 였던가. 무사들 사이에서는 날뛰는 말을 좋게 치는 풍조가 있으나, 그런 한심한 생각 따윈 내다 버리면 된다. 그리고 편자(蹄鉄)였던가…… 흠, 그것도 검토해볼 가치는 있다."


"……저어, 생각에 잠겨있으신데 죄송합니다만, 슬슬 저택에 돌아가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이제 일각만 있으면 해가 질 거라 생각하오니"


지적받고 그제서야 깨달은 듯, 노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서쪽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두시간 정도면 거의 해가 질 거라 생각한 노부나가는 말없이 일어서더니 엉덩이의 먼지를 털었다.


"그럴 것 같구나. 돌아가자"


"예, 예!"


휴 하고 한숨을 쉰 시즈코도 일어섰다. 그녀는 먼지를 털면서 간신히 해방된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생각이었다. 노부나가는, 일어선 시즈코를 향해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야기는 저택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계속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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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6 1567년 5월 상순



그 후, 미카와 무사들은 니와의 저택을 물러나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말을 걷게 하여 미카와를 향했다. 가운데에 타다카츠, 오른쪽이 야스마사, 왼쪽이 마사시게, 주위를 그들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운데의 타다카츠는 생기가 없이 흐린 눈을 한 채로 입을 다물고 있어, 마치 장례식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자자, 기운을 내라"


잠시 말없이 말을 걷게 하고 있던 세 명 중에, 처음으로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야스마사였다.

그는 앞을 향한 채로 옆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넸다.


"으, 음…… 뭐, 뭐어 공동재배가 성립되면, 7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치게 되지"


만약 오와리 국의 노부나가와 미카와 국의 이에야스가 공동재배에 합의할 경우, 미카와 측은 타다카츠를, 오와리 측은 시즈코를 대표자로 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동재배라기보다, 시즈코가 양산하기 위한 재배방법을 확립하고, 그것을 타다카츠가 미카와 국으로 가져갈 뿐이지만.


"소생은 학문이 없기에, 여차할 때는 잘 부탁한다"


"뭐어, 그 여자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뭣보다…… 그렇군, 그 여자가 남을 속일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아"


동조하듯히 마사시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카츠가 반한 여자라길래 어떤 여걸인가 하고 흥미가 생겨 그를 따라왔던 두 사람이었는데, 만나보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무리 봐도 흔한 시골 처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순박, 나쁘게 말하면 어벙해 보이는 어린 계집애라는 게 그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즈코 님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아. 그 분의 마음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고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을 아낌없이 주는 햇님처럼 빛나고 있다"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다……만"


"당면의 과제는, 어떻게 주군을 설득하느냐로군"


"뭐, 그건 우리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주군과 오다 오와리노카미 님께서 어떻게 결정할지다"


맞아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야스마사는 가벼운 분위기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때까지 무공을 세워서 어엿한 무사가 되기라도 하면 그 여자도 돌아볼지도 모르지 않겠어?"


"그거다!"


예상 이상으로 큰 타다카츠의 목소리에 야스마사와 마사시게, 주위의 부하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두 손을 힘껏 움켜쥐면서 말했다.


"소생이 강해져 무훈을 세워서 입신출세하면 되는 거다! 음, 그렇게 정했으니 특훈이다!"


"아, 아니, 그……?"


폭주하고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 야스마사였으나, 이미 그의 목소리는 타다카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타다카츠는 말을 갑자기 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놈들아! 서둘러 미카와 국으로 돌아가자―!"


"호, 혼다 님―!?"


혼자 폭주하는 타다카츠를 몇 명의 사람들이 당황해서 쫓아갔다.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를 지키는 부하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야스마사와 타다카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버려둬라……"


피곤한 듯 한숨을 쉰 후, 야스마사는 동요하는 부하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내용을 알 수 없다고는 해도,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를 살짝 엿본 아야는 그걸 어떻게 보고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뭐가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밖에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모리 요시나리의 대답은 지극히 간결했다.


'당분간 감시는 관두고, 시즈코 님의 잔심부름에 진력하라. 그리고 시즈코 님의 소유물은 모두 돌려드리도록'


내용에 곤혹스러워한 아야였으나, 겨우 간자 한 명 정도에게 모리 요시나리나 노부나가가 모든 걸 이야기할 리가 없다.

따라서 노부나가의 뜻을 전한 모리 요시나리의 두 마디째 말은 '잔심부름에 진력하라'였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정보를 억지로 듣는 것보다, 상담이라는 형태로 기술을 끌어내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자신이 이어받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이해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이익만을 향유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이 타국에 유출되거나, 자신의 영토를 노림받거나 하는 디메리트도 받고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시즈코 쪽이다.

그녀에게는 노부나가의 비호 아래, 표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전국시대의 세상에서 여성 혼자 의식주의 불편 없이 안온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설령 목숨을 노림받더라도, 노부나가가 그녀 앞에 나서서 대처해주는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몸을 지킬 수 있으므로.


모리 요시나리는 아야에게 명령을 내린 후, 노부나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러 그의 거성으로 발을 옮겼다.


"시즈코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순조롭더냐"


보고하러 온 모리 요시나리에게 노부나가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질문했다.


"옛,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함부로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만, 저번의 대답은 '양호'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순조로운가. 크큭, 하여튼 녀석에게는 항상 놀라고 있지만, 이 계획은 나조차 간담이 서늘했노라. 설마 내 밑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저도 재료에서 뭐가 만들어질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성공하면, 그녀가 후하게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입을 다물겠지요"


시즈코는 오와리 후다이슈(譜代衆, ※역주: 대대로 한 가문을 섬기는 신하들)인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에 있지만, 실제로는 노부나가의 직신(直臣)에 가깝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 가문의 친족이나 자식들, 모리 요시나리나 젖형제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중신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등의 오와리 후다이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에다가 키가 크고(전국시대에는 아무리 미녀라도,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 추녀로 취급된다), 게다가 혼인을 하지 않은 노처녀인데도 대우받고 있다, 고 하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도 이상하지는 않다.

실제로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몇 번이나 그녀의 대우에 대해 노부나가에게 직소한 사람들은 있다.

그 때마다 노부타가는 "재주있는 자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내게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녀석 이상가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고 대답했다.

즉, "불만이 있으면 시즈코가 필요없다고 생갈될 정도의 재능을 내게 보여봐라"라는 것이다.


"녀석이 문외불출의 기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나, 그 기술을 잇기에 적당한 인재를 모아두어라"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그렇게 명한 후, 살짝 술잔을 기울였다.




미노 공략으로부터 1개월 후, 간신히 미노 평정이 정리된 노부나가는 특정한 가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싸움이 아니라, 미노 공략시에 특별히 공을 세운 자들만 모은 위로의 술자리를 여는 것 뿐이었다.

그 관계로 시즈코의 마을 및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부름받은 것은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 시바타 카츠이에,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 뒷날의 오다 군을 떠받치는 무장들.

쿠로호로슈(黒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카와지리 요헤에 히데타카(川尻与兵衛秀降), 아카호로슈(赤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마에다 마타자에몬 토시이에(前田又左衞門利家), 노부나가의 호위대(馬廻衆)인 후세 토우쿠로(布施藤九郎), 아사히 마고하치로(朝日孫八郎).

미노 공략시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번번이 오다 군을 괴롭힌 지략을 가진 타케나가 한베에 시게하루(竹中半兵衛重治)가 특례로서 참가자에 더해졌다.


쟁쟁한 멤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참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는 시즈코는 태평한 얼굴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 요리는, 남만 요리인 덴뿌라(天ぷら)입니다―"


그것은 덴뿌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유채기름을 채취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의 완성도를 확인하려고 생각했다.

기름이라고 하면 튀김요리, 하지만 고로케나 돈까스에 필요한 빵가루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메뉴를 덴뿌라로 변경했다.


"크흐흐…… 생산자만의 특권이네. 대량으로 기름을 쓰는 건, 이 시대에서는 사치니까"


재료는 어패류를 취급하고 있는 항상 드나드는 상인에게서 오늘 아침에 막 잡은 망둥이와 보리멸을 살아있는 상태로 바닷물째로 통에 넣어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직접 준비한 몇 가지의 산나물과 고구마이다.

망둥이는 겉보기에 기분나쁘게 생겼고, 보리멸은 등이 보통 알고 있는 바다 물고기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며 상인은 꺼림칙해했기에 상당히 값싸게 손에 넣었다.


"시즈코 님, 뭘 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진정해 주십시오"


"으, 미안해. 덴뿌라는 오랜만이라…… 오, 좋은 느낌으로 온도가 올라갔네"


전혀 반성하지 않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재료를 기름 안에 투입했다.

순간, 기름으로 튀기는 소리가 성대하게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에 평소에 냉정한 아야가 드물게 당황했다.


"시, 시즈코 님! 뭐,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진정해, 진정해, 워워…… 그야 튀기고 있으니까, 이 정도 소리는 나거든?"


약간 패닉 상태인 아야를 진정시킨 후, 그녀는 차례차례 튀김옷을 입힌 재료를 기름에 넣었다.

접시에 작은 산처럼 쌓여서 김을 풍기고 있는 덴뿌라를 보며 약간 겁을 먹은 아야는, 쭈뼛거리며 질문했다.


"이것……은?"


"남만 요리 덴뿌라.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야"


"튀김……? 요리는 찌고, 삶고, 굽는 세 종류 뿐입니다만……?"


"아니, 튀기거나 볶는다는 요리 방법도 있어. 뭐 튀기는 건, 보는대로 대량의 기름을 쓰니까, 그렇게 간단히 할 수는 없지만"


"네, 네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러고 저러는 와중에, 시즈코에 손에 의해 모든 재료는 덴뿌라로 변모했다.


"훗훗후, 이걸로 일본에서 최초로 덴뿌라를 먹은 사람이 될 수 있어!"


"호오, 네놈은 그런 가당찮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느냐"


큰 접시를 하늘높이 들어올리고 있던 시즈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녹슨 기계처럼 머리를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호호, 과연 영주님의 총애를 받는 만큼, 제법 재미있는 아이로군요"


거기에 있던 것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부나가와 낯설은 여성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 정도, 옷은 화려하지만 결코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머리 모양은 스베라카시(垂髪, ※역주: 여자 머리 모양의 한 가지; 앞머리를 좌우로 부풀게 하고 머리채를 뒤로 길게 늘어뜨림(지금은 황족(皇族)의 정장(正裝) 때의 머리))라는 풍모였다.

명백히 고귀한 신분인 것은 알겠지만, 중요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근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여성의 이름이 남는 경우는 드물었고, 설령 남았다고 해도 대부분은 통칭(通称, ※역주: 실명이 아니라 흔히 부르는 별명 등)으로 남는 데 그쳤다. 따라서 시즈코가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냉정함을 되찾은 시즈코는 큰 접시를 가까운 탁자 위에 놓고, 먼지를 털고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신분이나 이름을 몰라도, 노부나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당히 신분이 높은 여성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시즈코,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저 노란 것은 뭔지 설명하라"


하지만 시즈코의 생각 따위 신경쓰지 않는 노부나가는, 부채로 튀김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나, 남만 요리 중 하나인, 덴뿌라이옵니다"


덴뿌라는 남만요리가 조상이지만, '소재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는 요리법 자체는, 나라(奈良) 시대나 헤이안(平安) 시대에 쌀가루 등을 튀김옷으로 사용한 튀김 요리가 전래되어, 채소 요리(精進料理)나 싯포쿠 요리(卓袱料理, ※역주: 일본화된 중국식 요리) 등에 의해 일본에서 확립되었다.

한편, 16세기에 남만요리에서 파생된 '나가사키 덴뿌라(長崎天ぷら)'이 등장한다.

이것은 밀가루를 물에 녹여, 설탕, 소금, 술 등의 조미료를 더한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 튀김옷 자체에 진한 간이 되어 있기에 소금이나 튀김국물 등에 찍지 않고 먹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남만 요리에서 유래된 덴뿌라와 옛부터 있던 튀김 요리가 혼동되어 버렸기 때문에, 옛날부터 기원이나 어원에 혼동이 보인다.

그러한 경위도 있기에, 지금도 서일본에서는 생선살을 으깬 것을 튀김옷 없이 튀긴 것, 소위 말하는 '튀김어묵'도 덴뿌라로 부르는 지역이 있다.

여담이지만 현대의 덴뿌라와 거의 같은 것이 문헌 등의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간분(寛文) 11년(167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도(江戸) 막부(幕府)가 열린 것이 케이쵸(慶長) 9년(1603년)인 것을 생각하면 백년 가까이 시대를 앞당긴 셈이다.


덴뿌라의 어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며, 어느 설이 올바른지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설에는 포르투갈어로 사계절의 재일(斎日)을 가리키는 '템포라(tempora)'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사계절의 재일이란, 계절의 첫 3일 동안 기도와 금식을 하는 로마 교회의 독특한 관습이다.

이 기간 동안, 로마 교회의 신자들은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생선 등에 밀가루옷을 입힌 요리를 먹었다.

이 요리가 일본에 전해져 '템포라'가 '덴뿌라'가 되었다고 한다.


즉 시즈코의 설명은 미묘하게 틀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덴뿌라는, 나가사키 덴뿌라를 에도(江戸, ※역주: 현대의 도쿄)의 요리사가 '에도의 세 가지 맛'이 될 때까지 개량한 에도 요리이다.

그 조리법이 각지로 퍼져, 최종적으로 전래되었을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의 일본 요리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사를 잘 안다고 해도 요리의 역사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녀가 덴뿌라 = 남만 요리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호호, 남만 요리라니 특이한 것을 만드는구나"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은 여성이 노부나가보다 앞으로 나서더니, 그녀는 망설임없이 덴뿌라가 담겨 있는 접시 앞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시즈코, 노부나가나 그보다 뒤에 있던 시녀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덴뿌라를 한 입 먹었다.


"……흠, 표면의 것은 씹는 맛이 있는데, 안쪽에 있는 것은 부드럽구나. 두 가지 씹힘맛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식감을 내고 있도다"


"노, 노히메(濃姫) 님! 그, 그런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노히메라니 노부나가의 정실(正室) 부인이잖아!?)


자기도 모르게 노히메를 바라본 시즈코였지만, 당사자는 주위의 시선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영주님께서 총애하시는 아이가 나를 독살한다는 거냐,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아이야, 이름은 뭐라 하느냐?"


"으엑! 아,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시즈코, 오늘부터 나를 섬기거라"


그게 자연의 섭리인 양, 노히메는 아주 간단하게 문제 발언을 했다.

네라고도 아니오라고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노부나가에게 보냈다.


"시즈코는 줄 수 없다. 이 녀석에게는 아직 시킬 일이 많으니까"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 노부나가였으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히메와의 대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어머나, 남자가 질투하시면 기량을 의심받을텐데요"


"흥, 무슨 말이던 해라. 어쨌든, 네게 시즈코는 줄 수 없다"


노부나가와 노히메, 얼핏 보면 부부 사이는 나빠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에서 볼 때, 시즈코에게 부부 사이는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히메는 긴장감 있는 대화를 즐기고 있었으며, 노부나가는 긴장감 있는 대화에서 기분좋은 긴장감을 얻고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부부 사이는 양호, 하다고도 할 수 있다.


(위장이…… 위장에 중압이……!)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조마조마함의 연속으로, 도저히 안심할 틈이 없었다.


"뭐어 이 아이와는 오래 보게 될 예감이 드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영주님, 소첩에게 이 아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노부나가를 놀리는 것에 만족했는지 노히메는 생긋 웃은 후 주방에서 나갔다.


"곤란한 것 같으니. 시즈코, 나중에 할 말이 있다. 준비해 두거라"


"네, 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노부나가도 주방에서 나갓다.


"흐―음,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받겠지만…… 우선은 덴뿌라를 먹을까―"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시즈코는 후에 처절하게 후회하게 된다.

간단히 '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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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5 1567년 5월 상순



날이 밝기 전, 키묘마루의 저택에서 살금살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좋아, 여길 빠져나가면 그 이후에는 입구까지 일직선이다)


그 인물은 저택의 주인인 키묘마루였다. 그가 여기저기 경계하면서 걷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날, 기침병을 앓고 있던 키묘마루는 자신의 정체를 시즈코에게 말했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행위였기에, 며칠 머리를 식히라고 근신처분을 받게 되었다.

현대인의 발상으로는, 정체를 밝히거나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정도로 근신처분을 받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전국시대의 가장제도에서는 노부나가의 권한은 절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처자나 일족이라도, 가장의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를 의무가 있다. 거역하면 가장의 성패권에 의해 피가 흐르는 일조차 있었다.

설혹 일족이나 처자 쪽이 이치에 맞았더라도.


(아버님의 의향을 무시한 것이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야)


실은 노부나가에 의한 근신처분은 이미 풀려 있었지만, 그게 없어도 그는 외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키묘마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교육 담당자의 교육열이 다시 타올랐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꼼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노부나가도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키묘마루에게는 좋은 약이다'며 할아범을 격려하는 상황.


(여길 빠져나가면―――)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키묘마루 님"


골 지점은 눈앞, 그렇게 생각한 키묘마루가 발에 힘을 주어 달리려고 한 순간, 그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대로 굳어버린 키묘마루는, 녹슨 기계처럼 목만을 움직여 등 뒤를 보았다.

무표정한 할아범이 그곳에 있었다.


"자, 잠깐 화장실에… 말이지"


"화장실은 저쪽에 있습니다만"


아까까지 키묘마루가 걷고 있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할아범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지?"


등에 땀을 대량으로 흘리면서 키묘마루는 변명을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 뻔한 거짓말을 한 시점에서, 키묘마루의 발언에 신용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하여,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아니…… 마, 맞아! 오늘은 시즈코의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시즈코 님께는 당분간 가지 않아도 좋다고 영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게다가 시즈코 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지식이란 복수의 정보원에서 조사하여 비교하거나, 선인의 가르침을 듣거나 해서 최종적으로 몸에 붙는 것. 내 얘기에만 편중되는 것은 위험하고, 지식만 있는 껍데기는 우자에게조차 못 미친다' 고"


"으윽"


"'그리고 지식은 활용할 수 있을때 처음으로 지혜가 된다'고도 말씀하셨지요. 키묘마루 님, 오늘은 아침식사 후에 활과 말타기의 연습이 있습니다. 그러면 할아범은 준비가 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키묘마루 님, 부디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찍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정론에 얻어맞은 키묘마루는 할아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타다카츠에의 답신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노부나가에게 확인하고 시즈코가 답장을 쓰는 것보다,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명하여 답장을 쓰는 편이 세세한 점에서의 무례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급적 온건한 느낌으로 초대를 거절하는 내용의 글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맡긴 지 며칠 후에 타다카츠에게 도착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라는 인물을 조금 얕보고 있었다.


5월 8일, 시즈코는 니와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가장 많은 니와가 어째서 시즈코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명령을 내린 건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그의 집으로 가는 것 외에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으니까.


처음 찾아가는 장소였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예정된 시각에는 니와의 집에 도착햇다.

집, 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시즈코의 집보다 몇 배, 어쩌면 십수배는 큰 집이었다.

저택의 스케일에 압도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안내역의 몸종이 말을 걸어왔다. 님 소리를 들으니 등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얌전히 몸종을 따라갔다.

이 때, 그녀가 조금 더 주의깊게 주위를 관찰했다면, 낯설은 집단이 있는 것을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저택에 압도되어 있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즈코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들라 하라"


문 너머로 몸종이 말을 걸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입실 허가였는지, 몸종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다 열자, 문 저편에 있는 주인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한 인사를 끝내자, 몸종은 시즈코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흠칫거리는 느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시즈코의 왼쪽에 니와가 있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오"


그리고 오른쪽에는 혼다 타다카츠와 낯설은 남자가 두 명 있었다. 시즈코는 니와가 권하는 대로 그의 옆에 앉았다.


"소생,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혼다 헤이하치로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카키바라 코헤이타(榊原小平太)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혼다 야자에몽(本多三弥左衛門)이라 합니다"


시즈코가 앉은 것을 확인한 타다카츠가 이름을 밝히고, 두 남자도 그에 따랐다.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도쿠가와 일족의 신하…… 혼다 타다카츠,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혼다 마사시게(本多正重)의 세 명이라…)


도쿠가와 삼걸(徳川三傑)에 꼽히는 혼다 타다카츠와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카이도(海道, ※역주: 토카이도(東海道)를 말하는 듯함) 제일의 용사라는 별명을 가진 혼다 마사시게.

하나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들이지만, 이 때는 아직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으로 발탁되어 요리키(与力, ※역주: 이 경우에는 기병을 말하는 듯) 50기로 구성된 하타모토(旗本) 부대를 이끄는 장수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 세 사람이 니와의 저택을 방문했는지, 시즈코는 그걸 알 수 없었다.


"전에는 큰 폐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소생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 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타다카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타다카츠의 그 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시즈코는 어떤 결단이 내려졌는지 몰랐지만,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이해하고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쪽의 여성분께도 폐를 끼쳤습니다.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말을 걸자 시즈코는 조금 놀라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네,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오다(織田) 오와리노카미(尾張守)의 신하, 라고 말하진 않은 것은 아무래도 여자인 자신이 오다 일족의 신하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시즈코 님이시군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타다카츠는 자신의 뒤에 있던 보퉁이를 손에 들고 시즈코의 앞에 놓았다.

높이가 꽤 있는 보퉁이가 뭔지 모르는 니와와 시즈코는 내용물이 뭔지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타다카츠가 보퉁이의 봉인을 풀었다. 사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이 드러났다.


"오오……"


내용물을 본 니와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꽃이지만, 군데군데 크림이나 핑크색이 섞여 있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근래에 저희 미카와 국에 전래된 면화(綿花, ※역주: 솜)라는 꽃입니다. 까탈스러운 꽃이지만, 어찌어찌 피어 있는 꽃을 한 송이 구했습니다"


(면화……? 그거 7월이나 8월 정도에 만개했던 것 같은데……)


면화는 5월에서 6월 상순에 씨를 뿌리고, 개화는 7월에서 8월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벌써 개화한 목면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씨뿌리는 시기를 틀려서 우연히 성장해서 개화한 것 뿐이라 생각했다.


일본산 목면은 에이쇼(永正) 7년(1510년)에, 코후쿠지(興福寺)의 대승원(大乗院)에 남아 있는 '에이쇼 연중기(永正年中記)'에 '미카와(三川) 목면'을 연공 180문 만큼 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1530년 무렵에는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을, 상인들이 필사적으로 교토 방면으로 판매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목면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던 것은 미카와에서도 극히 일부의 상인들 뿐으로, 대대적인 판로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미카와의 상인들에게 뼈아팠던 것은, 명(중국)이 목면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시대 말기가 될 때까지, 일본산 목면이 관심을 받는 일은 없었다.


(으―음,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얘기려나. 꽃이 마음에 들었으니 씨앗이 가지고 싶다, 라고 말하면 의심받지 않을지도……?)


가치가 낮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시즈코가 면화의 씨앗을 손에 넣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게 그야말로 가치가 낮다, 는 점이었다.

미카와 국의 일부에서만 관심을 끄는 면화를, 꽃을 사랑할 만한 성격도 아닌 노부나가가 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호의적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수상한 언동이라고 주위에서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시즈코는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면화응 씨앗을 입수하려고 생각했다.


"소생은 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그대를 꽃에―"


타다카츠가 더듬거리는 느낌으로 말하고, 그 옆에 있는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것에 의식을 향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목면을 키울 방법, 그것과 노부나가를 설득할 방법을.


(이쪽에 왔을 때 입고 있던 내 셔츠…… 분명히 목면 T셔츠였을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그걸 쓰면 설명도 간단히 되려나? 아니, 안 돼. 그런 고도의 직물을 내놨다간 내가 의심받을 뿐이야. 그렇게 되면 다른 방법으로 목면의 장점을 알게 할 필요가……)


"……그렇게 되어, 그…… 시, 시즈코 님!?"


타다카츠의 미묘하게 큰 목소리에 사고의 늪에서 끌어올려진 시즈코는, 깜짝 놀란 얼굴로 타다카츠를 보았다.

그는 볼을 약간 붉히고, 작은 주머니를 움켜쥐며 이렇게 말했다.


"소, 소생과…… 소생과 함께 이 꽃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마음 속에서 잘게 씹으며 골똘히 생각한 시즈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받아들이겠습니다"




타다카츠의 마음은 날아오를 듯 했다.

다만 옆에 있던 마사시게는 쓴웃음을 짓고, 야스마사는 아예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는가, 그건 지극히 간단했다.


'면화의 공동 재배는 아무래도 영주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나라에서 재배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네요. 니와 님, 국경 부근에 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울까요?"


타다카츠는 자신과 결혼하여, 자신의 곁에서 함께 꽃을 키우자, 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미카와 국과 오와리 국의 공동 사업으로서 면화를 공동재배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메마사와 마사시게는 시즈코가 공동재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라고 바로 이해했다.

그렇기에 둘 다 어이없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두 사람의 모습과 시즈코의 말을 듣고, 뒤늦게나마 타다카츠도 이해했다.

자신의 말에는 중요한 부분이 모자라서, 상대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 하하……"


타다카츠의 얼굴에서 감정이라는 감정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엄청난 기세로 기쁨의 감정이 치솟았던 만큼, 실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빨랐다.


"어, 그럼 혼다 헤이하치로 님. 대답에 대해서는 뒷날에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만약 공동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네"


소위 말하는 탈진 증후군이 된 타다카츠는, 시즈코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네네 하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가엾어진 야스마사가, 니와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타다카츠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니까 말했잖냐. 네놈의 말투는 너무 빙빙 돌려서 거꾸로 알기 어렵다고.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해지도록 하라고)"


"(하, 하지만 말이다…… 도무지 쑥스럽달까…… 그……)"


"(확실히 여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면화를 준비한 건 너로서는 한 발자국 진보한 거다. 여자는 예쁜 걸 좋아하니까, 라는 내 조언으로 꽃을 떠올린 것도 칭찬해 주마. 하지만 마지막이 글렀다. 저래서는 같이 꽃을 키우죠, 라고 말하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아!)"


"(크윽…… 아니, 기다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것도 한 발자국 진보다. 뭣보다 면화 때문에 시즈코 님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 그렇다면, 이건 이거대로 좋다!)"


"(……뭐,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그걸로 됐다만……)"


한편, 시즈코도 니와에게서 귓속말을 듣고 있었다.


"(시즈코 님, 저 면화라는 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면화라는 꽃이 아니라, 열매 쪽에 가치가 있습니다)"


"(호오…… 괜찮다면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이라는 섬유는, 보온, 통기성이 우수하고 가볍습니다. 게다가 싼 값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섬유로서 평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뒷날의 이야기지만…… 뭐 괜찮으려나) 남만 얘기입니다만, 면화 재배는 인도라는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대영제국이 대대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수입이 좋은 사업입니다)"


"(그 정도의 것이라면, 이미 미카와 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게?)"


"(목면은 명에서 수입하고 있기에, 사카이(堺) 등의 상인들은 국산 목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카와 국의 사람들도, 목면의 가치를 깨달은 것은 극소수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판매자와 상품이 있더라도, 구매자가 없으면 장사는 성립되지 않지요)"


"(과연…… 하지만 가치가 낮다면, 씨앗 따윈 간단히 입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요?

어째서, 공동 재배라는 번거로운 방법을 취하십니까?)"


"(가치가 없는 것을, 합리주의자인 영주님께서 뜬금없이 원하신다고 말씀하지면 수상하지 않겠습니까?)"


"(……즉, 시즈코 님께서는 이 기회에 씨앗을 입수하여, 공동 재배를 한 후에 오와리 국에 도입하는 쪽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오와리 국에 전래되어, 그 후에 대대적인 생산을 하는 편이 좋다.

서둘러서는 일을 망친다, 라는 속담도 있다. 목면의 도입을 서둘렀다가 주위에서 불신감을 품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손해일 것이다.


"혼다 헤이하치로 님, 귀하의 이야기는 영주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대답은 뒷날 하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쪽도 갑작스러운 이야기로 크게 실례했습니다"


타다카츠가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숙이자, 그에 따르듯 니와도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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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4 1567년 4월 중순



"기침병을 어떻게 치료했느냐, 인가요"


아픈 부분을 쓰다듬으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을 되물었다.

여전히 노부나가의 주먹은 아팠지만, 꽤나 손에 힘을 뺐었던 듯 아픔은 금방 가셨다.

평범하게 불러줬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불평했지만,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의 뭔가 말하고 싶은 듯 가늘게 뜬 눈을 보고 시선을 피한 그녀였다.


"어떻게고 뭐고, 단지 병이 낫는데 효과적인 환경을 만든 것 뿐입니다만?

애초에 기침병의 원인은 수백가지나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침병, 감기에 특효약은 없다. 따라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즈코는 그 면역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환경을 만든 것 뿐이다.


"그것 뿐이냐? 뭔가 남만의 비술 같은 걸 쓴 것은 아니냐?"


설명을 다 들은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질문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기침병에 대한 특효약은 제가 아는 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치유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면역기능이라고 말하면 편하지만, 전국시대의 사람은 그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니까. 으으…… 의학은 전문외니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어려워)


"흠…… 원인이 수백가지가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들 수 없는 것인가"


"기침병은 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으로 낫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을 먹어도 금방 낫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감기의 치료법은 자신의 몸에 맡길 수밖에 없다, 가 현대에서는 통설이 되어 있다.

물론, 급격한 발열로 생명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의 해열, 소염, 진통 등의 대증요법을 취하는 경우는 있다.

항생물질 등에 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특효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석이 아니기에 생략한다.

즉, 그 이외에는 그야말로 '될 대로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라"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도록 채근했다.


"기침병은 미열이나 발열, 콧물의 과분비, 기침, 재채기,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제가 알고 있는 한도를 전제로 할 때, 기침병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병원균이라는 것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발병합니다"


"……"


"(체온을 올려서 면역력을 UP. 즉 백혈구의 작용을 평상시 체온보다 활발하게 한다…… 고 말해도 모르겠지. 병원균은 열에 약하다는 걸로 해두자) 대체적으로 이 병원균이라는 것은 열에 약합니다. 이 때문에 발열은 인체가 이물질인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의 온도…… 체온을 올려 퇴치하려고 하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체온을 올리면 몸에 이상을 일으키기에 병원균과 자신의 참을성 싸움이 됩니다. 재채기는 체온의 조절을 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콧물이나 기침, 구토는 몸 안에 있는 나쁜 것을 밖으로 꺼내려는 행위입니다"


"……"


"그리고…… 식욕부진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우선 사람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만…… 저희들이 먹을 것을 먹어 체력을 붙일 때, 우선 음식을 이빨로 잘게 씹어부숴서, 목구멍을 통해 위장 부분까지 이동시켜, 거기서 음식을 녹여서 몸에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킵니다. 이 일련의 흐름을 소화라고 부릅니다"


"……"


"(마, 말이 없는 게 괴로워……!

으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건가)저기, 실은 이건 의외로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입니다. 단단한 것이나 큰 음식을 먹는다거나, 또는 많은 양을 먹거나 하면 그만큼 소화에 큰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체력을 많이 사용해도, 그만큼 많은 음식을 몸에 흡수할 수 있기에 더하기빼기에서는 이득이 됩니다. 하지만 병 같은 긴급시에는, 마치 전쟁터 같은 것으로…… 알기 쉽게 말하자면, 병원균이라는 적을 물리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한가하게 논밭을 일굴 틈은 없다, 라는 몸으로부터의 통보입니다. 그것들을 잘못 판단할 경우, 기침병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키묘마무는 얼굴을 살짝 피했다.

아마도 무리하게 식사를 한 거겠지, 라고 시즈코는 예상했다.


"과연,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있으나, 우리들의 몸에는 처음부터 병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것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몸이 가진, 외적을 물리치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작용, 이것을 자연치유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침병을 치료하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무기는 항상 손질해두어야 하지. 손질을 게을리하면 여차할 때 쓸모가 없다"


"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손질의 방법에 대해서입니다만, 명나라에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사상이 있습니다. 이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매일 먹는 것은 뿌리가 같다, 는 생각입니다. 매일 먹는 것을 생각해서 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꾀하는 것, 이것을 식양생(食養生)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약선(薬膳)입니다. 뭐…… 뜬금없는 표현입니다만, 매일 몸의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합시다, 라는 것입니다만"


"그거에 대해선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기침병을 앓았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하고, 수분을 섭취하고, 식사는 부드러운 죽 같은 것을 소량만, 신속하게 방의 네 귀퉁이에 뜨거운 물이 담긴 통을 놓아 방을 덥히고(습도를 높임), 따뜻한 차림새를 하고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침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기침병은 자연의 건강법입니다. 기침병을 앓은 후에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듯 몸이 깨끗해집니다"


"호오, 꽤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마음에 들었다"


뭐가, 라고 말하려던 시즈코였지만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괜한 소릴 했다가 추가로 질문공세를 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으므로.


(그건 그렇고, 정말로 탐욕스러운 지식욕이네―)


시즈코가 하는 기침병의 설명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질문해온 노부나가.

거기서 다시 의문이 생기면 질문, 납득하지 못하면 지론을 입에 올려 토론 비슷한 것을 했다.

덕분에 설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그 빨간 책?

같은 것은 쓸모가 있구나. 내용을 복제하여 내게 가져오도록. 종이는 항상 하던 식으로 보내겠다"


"으엑!?"


빨간 책에 시선을 돌렸다. 최하 300페이지 이상은 되는 붉은 책을, 완전히 복사하라고 노부나가는 말했다.


(피, 필요없는 논문이라던가 법률 부분을 커트하면…… 가, 가능할까?)


슬프게도, 거부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노부나가에게 순종적인 시즈코였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미노를 손에 넣은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이오이우어?"


"시즈코 님, 입에 뭘 문 채로 말씀하시는 건 품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로의 주연(酒宴)입니다"


지적받은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 안에 든 것을 삼켰다.


"미안해. 그래서, 영주님께서 여시는 위로의 주연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게 나랑 뭐 관계가 있어?"


노부나가는 미노 공략에 특히 공헌한 자들에 대한 특별 보수를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와, 맛있는 술과 요리의 주연, 그리고 며칠의 휴가다.

뭔가 평범한 보수이며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도 아니라고 느낀 시즈코는, 아야에게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금은이나 장식품 등의 하사품이 주어진 후의 추가 보수라는 것이었다.

다만 미노 공략 직후라서, 상을 언제 내릴지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 며칠 동안 근처가 소란스러워 질테니 주의하라는 거?"


온천을 이용한다면 확실히 옆에 있는 노부나가의 별장이 쓰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 노부나가와 주요 무장들이 모이는 것이니, 당연히 호위나 시중을 들러 따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사전에 통보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느끼게 하지 말아라, 라는 속셈인가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예상은 간단히 뒤집혔다.


"아뇨, 그게 아니라…… 영주님께서 참가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4월 하순, 시즈코가 관할하는 각 마을에는 육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즈코 자신은 육모 작업을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작업을 지휘해서는 농업 기술의 계승이 완전히 끝나지 않기 떄문이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고 있느냐 하면, 농작업의 매뉴얼화였다.

지금은 전원이 1차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금후에도 각 마을의 백성들이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언 게임 방식으로 전해질 가능성도 있어, 그것들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농작업의 매뉴얼화는 필수였다.

하지만 매뉴얼화한다는 것은, 농작업의 기술이 쉽게 타국에 알려지는 디메리트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집필을 마친 매뉴얼을 사용하는 타이밍은 노부나가에게 맡기려고 생각했다.

그런 매뉴얼을 3분의 1 정도 썼을 때, 시즈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거…… 어떡하면 좋아……"


편지를 다 읽은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렸다.


"판단은 시즈코 님께 맡깁니다만, 답장에는 주의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아야가 표면적으로는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그러나 미묘하게 잔소리를 섞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마…… 이런 편지가 오다니"


편지의 발신인은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다. 그것도 미카와 국의 직위인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 ※역주: 하타모토는 본래 영주의 직속 호위에 해당하는 무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하타모토 선봉역(先手役)은, 단순히 호위 임무가 아니라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부대를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그냥 친위대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로서 보내온 상황이다.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안녕하십니까. 저번에는 대단히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또, 훈제 무 절임이라는 것을 잔뜩 나눠주셔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사죄와 답례를 겸하여, 그대에게 미카와의 맛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신, 그 주먹밥에 들어 있던 노란 것은 무엇인가요?'


단적으로 말하면 식사 초대였다. 즉, 현대식으로 말하면 이 편지는 러브레터, 내용은 데이트 초청이다.

편지에 쓰여 있던 글을 읽으면, 그에게 사심은 없고 순수한 호의로 초청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거절한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웠다.

애초에 거절하면 그의 체면을 뭉개는 게 된다. 이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편지로 초대받았다고 설렁설렁 가는 것도 문제다.

우선 도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이동은 리스크가 너무 높다. 게다가 오와리가 아니라 미카와이기에, 치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아―, 어쩌지……"


초청을 받아도 지옥, 초청을 거절해도 지옥.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

결국, 일 각 정도 고민했지만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시즈코는, 최종수단을 택했다.


"아야 짱―, 영주님께서는 이 편지에 대해서 뭐라고?"


그건 노부나가에게 판단을 모조리 떠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타다카츠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직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영주님의 판단을 듣고 싶네. 아마 거절하라고 하실 거 같지만……"


"그러네요. 시즈코 님이시라면, 미카와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실 것 같기도 하니까요"


"……저기, 아야 짱. 아야 짱은 나를 모시는 거지? 뭔가 요즘, 빡세지 않아?"


"무례를 무릅쓰고 주인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도 아랫사람의 도리입니다"


비난의 뉘앙스를 담은 말투였지만, 아야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 상태였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무렵의, 어딘가 벽이 있는 듯한 언동보다는 낫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좋아. 맞다맞다, 신사의 건축은 어떻게 돼가?"


"예정보다 빨리, 신전을 포함한 시설은 거의 건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뭔가 오카베 님께서 의욕이 넘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미노의 성 건축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쪽의 작업은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부탁했던 부속 시설은?"


"6할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즈코 님께서 명하신 것들 중에, 몇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기에 한 번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럼, 농업의 확인을…… 우선 재거름은 각 마을에 다 배포됐어?"


"각 마을에 있는 모든 밭에 산포가 끝났습니다. 퇴비도 산포 완료. 경운, 정지 등의 작업도 끝나서 토양 만들기는 완료되었습니다"


"오, 거기까지 스스로 한 건가. 토양산도계(土壌酸度計)가 없으니까 계측은 못 하지만, 그건 각자의 감에 맡길 수밖에 없으려나… 모 만들기는?"


"다이이치 님의 감상으로는 잘 되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솜씨좋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다만, 역시 올해에 생긴 마을의 백성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뭐 그렇지, 익숙하지 않을테니―. 뭐, 내년에는 모양이 잡힐 거라 생각하니,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으려나"


"계란에 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문제는 없습니다. 농업 관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야의 보고대로,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을 싹 없앴기에,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문제랄 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순조로운 시작을 보이고 있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당분간은 다이이치들에게 다 맡겨놓아도 문제없으리라.


"미소마치(味噌町: 된장 마을)에서 시험적으로 만들고 있는 장은?"


"다소 당황하고 있지만, 제법이 비슷하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장…… 아마, 간장이라는 이름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중요한 조미료거든. 다음, 아사마치(麻町: 삼베 마을)는?"


"마는 시즈코 님께서 설계하신 슈… 슈슈휘텐 박피기 덕분에,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생산량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슐리히텐 박피기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이 담당하고 있는 견사(絹糸, ※역주: 명주실) 쪽은 수차(水車)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繰糸機, ※역주: 실 뽑는 기계)가 가동하고 있었지. 그쪽은 어때?"


혀가 꼬여서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던 아야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헛기침을 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쪽은 더욱 생산량이 올라갔습니다. 다만 장시간 가동시키면 실에 균일하지 못한 부분이 생긴다고 합니다. 2각(※역주: 1각은 약 2시간)마다 한 번, 반 각 정도 쉬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질좋은 견사를 대량생산할 수 있기에, 영주님께서도 기뻐하고 계셨습니다"


견사는 누에고치에서 실마리를 뽑아낸 후, 목표로 한 굵기가 되도록 몇 가닥을 합쳐서 꼰다.

그리고 한 가닥의 생사로 집속된 후, 물레(小枠)라고 불리는 것에 감는다.

이 공정이 가장 시간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간다. 그래서 시즈코는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를 킨조에게 만들게 했다.

슐리히텐 박피기는 본래의 설계도가 있지만,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는 시즈코의 오리지널이다.

게다가 설계한 이유가 구동의 조사기를 보고 '자동화할 수 없나'라고 생각한 게 발단이라는, 그야말로 이과계열의 기술자 같은 이유였다.

결국, 그럭저럭 자동화 장치가 완성되어,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에 견사가 만들어진다는, 거의 자기만족적인 형태로 끝났다.

그 때의 경험을 지금 활용한 셈이다.


"마, 명주, 이쯤 되면 면도 있으면 좋겠네"


"면?"


"응. 뭐 그건 기회가 있으면, 정도면 될까. 이웃나라인 미카와 국에 전래되고 있을 텐데, 그쪽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물물교환으로 간단히 얻을 수 있겠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그게 정해진 미래 같은 말투……) 상인을 통해 입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야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고 대답했다.


"완성품은 필요없어. 나는 목면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거야. 즉,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그렇습니까. 미츠마치(蜜町: 벌꿀 마을)와 타케마치(茸町: 버섯 마을)에는 딱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흠흠, 순조로운 시작이라는 거네. 뭐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보고를 올려줘"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 편지를 어떡할지 생각해 볼게"


밝은 목소리로 손에 든 편지를 살랑살랑 흔드는 시즈코였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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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