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87 1572년 3월 상순



※역자 코멘트: 카네츠구의 시즈코에 대한 말투가 평어에서 경어로 바뀌는데, 항상 그렇지만 이 경어법 관련한 처리가 매우 골치아픕니다-ㅅ-. 시즈코와 그 일행들 사이의 대화도 경어법이 일관적이지 않고, 단순히 공적인 대화와 사적인 대화의 차이를 넘어선 수준이라, 일단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제외한 자기 수하들에게는 반경어, 나가요시나 아야, 쇼우 등에게는 평어를 쓰는 것으로 통일하고, 카네츠구에게는 시즈코가 기본적으로 평어를 쓰고, 카네츠구가 시즈코에게 하는 말은 그냥 그대로 번역하겠습니다.



"머리가 아파"


이마에 손을 대고 시즈코는 신음했다. 카네츠구(兼続)가 간단히 정체를 밝혀버린 덕분에, 시즈코의 호위들은 경계심을 높이고 있었으나,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사이조(才蔵) 같은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일 경우 손을 쓸 분위기였다. 하지만, 카네츠구 쪽은 주위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시즈코 님을 보러 왔어. 정체를 감추고 엿보는 것 따윈 성격에 맞지 않아. 뭣보다 나는 간자가 아니야"


머리를 감싸쥐는 시즈코에게, 두통의 씨앗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전히 경계는 풀지 않았지만, 돌봐줄 역할로 임명된 케이지(慶次)는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오다와 우에스기(上杉)의 전쟁이 될 뻔 했어, 정말로"


"전쟁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다. 전쟁터에서 모든 결판을 짓겠다, 라고 영주님(お実城様)이라면 말씀하시겠지. 전쟁을 터지게 한 내가 화려하게 산화한다면 더욱 좋고"


"그렇게 '잠깐 나갔다 올게'라고 하는 분위기로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말아줘. 네가 일찍 죽으면 이래저래 곤란하거든"


우에스기 가문의 후계자 다툼에서, 라고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덧붙였다.


요로쿠, 훗날의 나오에 카네츠구(直江兼続)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죽은 후, 우에스기 카게카츠(上杉景勝)와 우에스기 카게토라(上杉景虎) 사이에 벌어진 내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오타테의 난(御館の乱) 이후, 포상과 맞바꾸어 카게카츠 진영으로 변절해 큰 공적을 남긴 모우리 히데히로(毛利秀広)가, 야마자키 슈우센(山崎秀仙)의 의견에 의해 포상이 취소된 것에 격분하여, 나오에 노부츠나(直江信綱)와의 회담 도중에 야마자키 슈우센 및 나오에 노부츠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후계자를 잃은 나오에 가문은, 카네츠구를 나오에 노부츠나의 처 오센(お船)의 데릴사위로 맞아들인다. 카네츠구는 나오에 가문을 잇게 되자 카노우 히데하루(狩野秀治)와 함께 우에스기 가문을 계속 뒷받침했다.


"아, 혹시 그 때, 같이 있었던 연상의 아이는 나가오 키헤이지(長尾喜平次) 씨(氏) (나가오 키헤이지 아키카게(顕景) 훗날의 우에스기 카게카츠)?"


"용케 맞췄네. 설마 그런 장소에서 수행원도 없이 다닐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 그 때의 간자들의 놀란 표정은 볼만했다고"


"장난이 너무 심한데"


"주군께서는 그 때의 일에 감사하시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번에는 내가 멋대로 온 거라서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지"


뭘 생각하고 쿄(京)에 파견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도 모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우에스기 가문과 얽힐 생각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저쪽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우에스기 가문은 꽤 으스스하지. 깊게 얽혔다간 데이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여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나으려나)


전국시대의 상식을 뒤엎은 것은 오다 노부나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게 비견될 수 있는 괴짜가 우에스기 켄신이다.

독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당시의 사상, 신조, 도덕관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을 여럿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도중 시즈코 일행은 어떤 마을로 들어갔다.

작년부터 노부나가가 운영, 관리를 맡긴 마을로, 시즈코의 저택에서도 적당히 가까우면서 항구 마을로 통하는 주간 도로(主幹道路, ※역주: main street)가 정비되어 있었다.

항구 마을에서 각 방면을 잇는 도상에 마을이 있었기에, 마을 안에는 상인들의 모습이 많았다.

시즈코의 저택이 가깝다는 입지상, 시즈코 군의 태반이 이 마을에 기거하고 있어, 병사들이나 그 친지들도 상인들에 뒤지지 않는 세력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모이고 물건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돈이 굴러들어온다. 상인들이 항구 마을에서 기후(岐阜)나 쿄(京)로 갈 때, 우선 이 마을에서 숙박하기 때문에 오와리(尾張) 령에서도 굴지의 번화함을 보이고 있었다.


시즈코의 저택이 있고 시즈코 군이 집결해 있기에, 주민들의 태반은 시즈코가 이 땅의 영주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대관(代官)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도시 계획은 지배자인 노부나가가 하지만, 이 마을에 한해서는 모든 권한을 시즈코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근대적 설계가 포함된 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한 획을 긋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가장 이채를 발하는 것은 도로, 그것도 가도(街道)를 그대로 끌어들인 중심가(目抜き通り)였다.

중세, 근세의 일본에서는 주로 군사적인 이유로 도로가 정비되지 않았다. 길이 없는 곳을 진군할 것을 강요하면 적을 소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 중의 예외가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개발한 신겐 제방(信玄堤)이나 봉도(棒道)다. 이것은 신겐이 갖는 카리스마, 자금력, 인심 장악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규모 공공 사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큰 제방이나 가도 정비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시(城下町)를 벗어나면 논두렁길(あぜ道) 정도, 그것도 구불구불 구부러져서 대단히 이동하기 힘든 길들 뿐이었다.


이러한 길은 물류가 정체되기 쉽고, 또 교차점(십자로(辻))에서의 유괴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즈코는 폭이 넓은 직선의 주간도로를 정비했다.

또 가드레일에 해당하는 목제의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여 보행자와 우마차나 마차를 분리, 보도와 차도의 경계를 설정했다.

이 덕분에 항구 마을과의 물류가 대폭 증가, 오와리는 물론이고 미노(美濃)에까지 다양한 물자들이 흘러들게 되었다.

물론, 사람의 이동이나 물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대로 다른 나라의 간자들이 들어오기 쉬워지지만, 그것은 엄격한 법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시즈코 님, 저건 무엇이지?"


시즈코의 옆을 걷고 있던 카네츠구가, 길 옆에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시즈코는 그게 뭔지 이해했다.


"저건 우마음수조(牛馬飲水槽). 문자 그대로, 소나 말을 위한 급수장(給水場)이야"


우마음수조란 문자 그대로 우마용의 수조(水槽)이다. 마시는 물이므로 사람이 마셔도 문제없지만, 소나 말에 맞춰 수조의 높이나 폭이 설계되어 있기에 사람이 마시기엔 맞지 않았다.


"우마용의 급수조라니 희한하군"


"상인들에게는 꽤 인기거든. 그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으니까 나쁜 장난은 치지 않는 게 좋아. 어이쿠"


카네츠구에게 설명하고 있던 도중, 시즈코의 말이 우마음수조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항구 마을로 갔었기에 수분 보급이 불충분했던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말이 좋을대로 하게 놔두었다.

우마음수조에 도착하자, 말은 머리를 움직여 물을 마시고 싶다고 어필했다. 시즈코가 우마음수조를 보니, 내용물이 거의 없었기에 물을 퍼올릴 필요가 있었다.


"알았어. 지금 물을 넣어 줄게"


말을 쓰다듬어 진정시킨 후, 시즈코는 우마음수조 옆에 있던 수동식 펌프를 움직여 물을 퍼올렸다. 물이 적당히 받아졌을 때 말이 얼굴을 들이밀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려 줘. 심심하면 근처를 관광하고 와도 좋아"


가신이 가져다놓은 걸상(床几)에 앉아서 시즈코는 어꺠의 힘을 뺐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카네츠구였으나, 시즈코를 관찰하러 온 것이기에 시즈코의 곁을 떠나는 건 본말전도(本末転倒)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지나치게 무방비한 그녀가 걱정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오, 시즈코 님 아니십니까. 이런 데서 휴식이라니, 부디 저희 찻집을 이용해 주세요"


"아쉽지만 내가 아니라 말이 휴식중이야"


보도를 걷고 있던 남자가 멈춰서더니 시즈코에게 싹싹하게 말을 걸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카네츠구는 깜짝 놀랐지만 주위는 익숙한 기색으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유감이네요. 어이쿠 이런, 얼른 돌아가지 않으면 애엄마에게 혼나겠네요. 부디 애용해주십쇼"


말하자마자 남자는 뛰는 듯한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들이 시즈코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떄로는 유머를 섞어가며 대답했다.


"시즈코 님, 이런 데서 한가하게 계시면 겐로(玄朗) 님의 벼락이 떨어집니다요"


"그 때는 도망칠테니 안심하세요"


"그런 데서 뭉개지 마시고 제 가게에서 돈 좀 쓰고 가 주세요―"


"핫핫핫, 내게 돈을 내게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오거라―"


눈 앞의 광경이 믿겨지지 않아 카네츠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동안에도 차도는 그가 처음 보는 인력거나 마차가 속속 통과해 갔다.

그들은 시즈코의 옆을 지나갈 때, 머리를 숙이거나 쓰고 있던 모자를 벗거나 하며 인사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대답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라기보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끼리 인사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멍해져 있는 그에게, 히죽히죽 웃음을 떠올린 케이지가 한 마디 했다.


"자알 구경해 두라고, 저게 시즛치다"




결국, 마을이 궁금해진 카네츠구는 일단 시즈코와 헤어져 마을을 구경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즈코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케이지에게 길안내를 맡긴 후, 그대로 수하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 케이지도 시즈코 일행이 보이지 않게 되자, 어디의 가게에 있겠다고 카네츠구에게 알려준 후 그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시즈코들에게서 신뢰받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업신여겨지고 있는건지 종잡을 수 없다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괜찮은 건가 저거. 사이조 님은 내 행동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저래뵈도 케이지 님도 시즈코 님의 호위대(馬廻衆)였지? 전혀 정반대인데 용케 다투지 않는군"


케이지로부터 건네받은 돈주머니를 품 속에 넣고, 카네츠구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자 그것은 종이 무더기가 들어 있는 나무 상자였다.


"어째서, 이런 장소에 종이 무더기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카네츠구는 가장 위에 있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종이에 쓰인 내용은, 이 마을에 있는 숙박시설의 정보 잡지였다.

마을에는 몇 군데 여관(旅籠)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행상(行商)부터 대인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호상(豪商)까지 폭넓은 사람들에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어디쯤에 숙박 시설이 있고, 얼마만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처음 오는 상인들에게는 알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용자가 모르면 의미가 없다. 좋은 것이 알아서 퍼지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발신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인 것이다.


그것들을 해소하는 것이, 마을 곳곳에 배치된 여관 안내 잡지였다. 카네츠구가 집어든 것은 그 중 한 권이다.

물론 정보 잡지는 무료 배포다. 한 권에 얼마를 내라, 라는 째째한 짓은 안 한다. 하지만, 뒷면에 '아는 사람에게 책자를 양도하여 퍼뜨려 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흐ー음, 저녁 식사(夕餉)는 없지만 요리점이 늘어서 있는 도로가 있으니, 그쪽을 이용하라는 건가. 내일 아침 식사(朝餉)는 나오는 거군. 그걸로 숙박료를 낮추고 있는 건가. 오오! 요금을 내면 창고에 짐을 맡아주는 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군"


카네츠구는 통행인의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까지 이동하더니 여관 정보 잡지를 다시 펼쳐들었다.

내용은 모두 새로운 것들 뿐이었다. 카네츠구는 감탄성을 내며 정보 잡지를 읽어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수상쩍은 듯 보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뭐냐, 이 점수표라는 건…… 호호, 자주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이런저런 특전을 붙여주는 거군. 여관에 따라서 바뀌고, 손님은 어디에 숙박할지 고민하겠군"


여관에는 조합(組合)이 있고, 그 조합은 포인트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가입한 여관에 숙박하면 포인트가 붙어, 점수에 따라 다양한 특전이 제공된다.

포인트로 얻을 수 있는 특전은 각 여관이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

다양한 특전이 준비되어 있어, 비교적 낮은 포인트라도 오와리(尾張)의 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 등, 외부인에게는 탐나서 견딜 수 없는 품목들이었다.


"과연. 밥은 식당(飯屋), 숙박은 여관으로 구별해 놓았으니 숙박료를 낮출 수 있군. 게다가 상부상조(持ちつ持たれつ)하는 관계이니, 어딘가의 조합에 계속 돈이 모이는 일도 없겠군"


중얼거리면서 카네츠구는 요리점이 늘어선 도로로 발길을 옮겼다. 요리점이 나란히 늘어서있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지만, 그 이상으로 술이 저렴하다는 것이 카네츠구에게는 중요했다.

게다가 오와리나 미노의 술은, 주군인 켄신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술이다. 뭣보다 술고래인 에치고(越後) 사람으로서 다른 나라의 술을 궁금해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한 이야기다.

그러나 거의 다 간 시점에서 그는 발을 멈추었다. 술을 마시면 과연 자제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자문자답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다, 다음에 오자. 아무래도 연이어서 돈을 요구하는 건 파락호(破落戸)나 다름없지)


유곽에서 아픈 맛을 본 카네츠구는 단장(断腸)의 심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후에는 머릿속에서 술 생각을 털어내고 냉정하게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크게 5개의 구획이 설정되어 있었다. 마을 중심에는 다양한 공공 시설이 늘어서 있었다. 중심에서 우측으로 농업 관계의 구획이 2개, 좌측은 위쪽이 상업, 아래쪽이 공업지구로 되어 있었다.


가장 떠들썩한 장소는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업지구였다. 다양한 상품이 늘어서 있고,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만큼 물건이 넘치면, 강도(夜盗)나 도둑(物取り)이 빈발하는 게 아닌가 하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까이 있던 사람을 붙잡고 질문했을 떄 해결되었다.

마을에서는 범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 정기적으로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쫓는 전문 추적부대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대장장이(鍛冶) 일가를 살해한 범인을 쫓아 아즈치(安土) 근처까지 쫓아가 포박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추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범죄자가 자포자기하게 되기 쉽지만 재범이 일어나지 않는 점, 범죄에 대해 엄격한 태도가 강한 억지력이 되어 상인이나 여행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게다가 기후(岐阜)의 시장과 달리, 시끄럽다기보다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자세히 조사하지 않아도 활발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国人)를 알고 싶으면 백성을 보아라, 켄신의 말을 카네츠구는 떠올렸다.


(다들 생기가 넘치는군. 오다 가문이 사방팔방에 적 투성이가 되어도 계속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인가)


대부분의 지배자는 백성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는다. 하지만,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오와리, 미노는 빼앗는 것이 아니라 공존한다. 백성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신 세금을 낸다. 세금을 받은 오다 가문은 백성을 지킨다.

백성이 없으면 오다 가문은 먹고 살 수 없고, 그렇다고 백성들만으로는 평화를 향유하는 것은 불가능.


(이거 영주님(お実城様)이 버겁다고 생각하실만 하군. 우리들과 같은 힘…… 아니, 그 이상이다)


무사(いくさ人)이기에 오다 가문과의 전쟁은 기대하고 있던 카네츠구였다.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아도 오다 가문과 우에스기 가문이 손을 맞잡으면, 많은 백성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라고도 생각했다.


(어떻게 보고할지, 이야기가 까다롭게 되어 버렸군)


쓴웃음을 지으며 카네츠구는 케이지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즈코 관찰은 지금부터다, 느긋하게 즐기자고 생각하면서 그는 한 발을 내딛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카네츠구와 헤어져 먼저 집으로 귀가한 시즈코는 그에 대해 아야(彩)에게 이야기했다. 그에 대한 아야의 대답은 지극히 단순했다.

오다와 우에스기는 동맹이지만, 가신이 교류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 그걸 멋대로 자택에 끌어들여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인가가 아야에게는 의문이었다.


"어차피 영주님(お館様)이시니까 그의 행동도 빈틈없이 조사하고 계시겠지. 거기다 지금 그는 중요한 안건에 관계하고 있지 않으니까. 뭐, 영주님에게는 어떻게 할지 확인은 하겠지만"


"그건 그렇습니다만……"


"뭐, 신경쓰지 않아도 문제없어. 어설프게 몰래몰래 하는 것 같으면 '우에스기 가문의 무사가 간자 흉내라니 언어도단(言語道断)'이라고 말할 수 있고, 당당하게 한다면 비트만들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니까"


시즈코의 저택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비트만 패밀리의 영역이다. 사람에 의한 감시와 동물에 의한 감시를 양쪽 다 돌파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만약 카네츠구가 몰래 간자 흉내를 낸다면, 그 점을 찔러 주도권을 쥐면 된다. 그러지 않고 당당하게 하더라도, 지금의 시즈코에게 감춰야 할 비밀은 없다.


"그렇다곤 해도 방심은 금물. 당분간 비트만들이나 마루타(丸太) 정도를 방에 들여놓을까. 꽤나 경계심이 강하니까, 마루타는"


아야는 흘깃 마루타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계심 제로로 배를 다 드러낸 채, 게다가 대자로 누워 자고 있는 마루타를 보고 경계심이 높다는 말을 들어도 머릿속에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만들이 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하여, 아야는 마루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저는 영주님께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해 오겠습니다"


처음에는 읽고 쓰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야였으나, 시즈코가 확실히 교육시킨 덕분에, 지금은 읽기, 쓰기, 주판이 가능한 재녀(才女)가 되었다.

지기 싫어하는 쇼우(蕭)도 분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부(勉学)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읽고 쓰기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의 피를 이었기 때문인지, 주판 실력은 쑥쑥 늘고 있었다.


"잘 부탁해ー"


"다른 사람들에겐 쇼우 님이 연락하시게 하겠습니다. 저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임시 주택에 옮겨살기 시작한 이후인지, 아니면 새로운 저택은 대인원을 전제로 한 것인지, 오다 가문 가신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을 시즈코의 시녀 또는 저택의 고용인, 허드렛일꾼(下働き) 등으로 파견하게 되었다.

임시 저택이라고는 해도 아야나 쇼우만으로는 다 관리할 수 없어, 그것 자체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야가 평민 출신이라는 것이 집의 관리에서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시즈코가 있는 곳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실력과 운이 필요불가결하다.

지금에야 수백의 병사를 맡고 있는 겐로(玄朗)였으나, 처음에는 대장장이였으며 마을을 습격당해 노예가 되었고, 그 후에 노예로 구매한 주인에게서 도망쳐 강도가 되었으나 시즈코의 부대에게 진압당했다.

간신히 처벌은 면했으나, 이번에는 고기방패(肉盾)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찌어찌 살아남아, 다양한 무공을 세워 간신히 시즈코 부대에 편입된 경력의 소유주이다.

궁기병대(弓騎兵隊)의 대장격인 니스케(仁助)와 요키치(四吉)도 파란만장(波瀾万丈)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이 시즈코를 신봉하는 것도, 나락(どん底)을 경험하고 밑바닥(最底辺)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실력만을 평가해주기 때문이다.


저택 안에서도 시즈코의 실력주의는 변함이 없어, 재녀가 된 아야를 곁에 두고 집안의 관리 총괄역(取りまとめ)으로 채용하고 있다.

다만,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었다.

인사(人事)에 신분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사전에 들어도, 지금까지 신분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리 간단히 의식을 바꿀 수 없는 걸까라고 시즈코는 약간 포기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애초에, 어설픈 짓을 했다간 가장(家長)으로부터 호된 질책이 기다리고 있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생각하는 것으로만 그치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하면 아야 짱을 내 여동생으로 삼는 방법도 있어"


"……저 같은 것에겐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그래서는 시즈코 님께 모두 의존하는 것이 됩니다. 조금 더 제 몸 하나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 뭐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감사합니다. 그 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이만 마치고, 이쪽의 서류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깊이 예를 올린 후, 아야는 시즈코의 눈 앞에 서류를 쌓아올렸다. 끼익, 하고 책상이 비명을 지른 것은 결코 환청이 아닐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메마른 웃음을 떠올리면서 첫 서류를 한 장 들어올렸다.


"하, 하핫, 꽤 많네"


"금년도의 계획을 세우는 달이기에, 이것저것 처리할 서류가 많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중으로 검토(精査)를 부탁드립니다"


"에엑ー, 뭐 하긴 하겠지만 말야,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줘"


"오늘 중에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당부하듯 다시 말한 후, 아야는 노부나가에게 카네츠구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방을 나갔다. 남겨진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쉰 후, 다시 종이로 눈을 돌렸다.


"……흐ー음, 꽤나 착안점이 좋은 계획이네"


"오, 이런 곳에 있었구나 시즛치"


서류와 부속된 자료를 훑어보고 있을 때, 생긋 미소를 띤 케이지가 들어왔다. 예의고 나발이고 없이 입구의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히거는, 그 기세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시즈코는 맹장지가 망가지지 않을지 걱정할 뿐이었다.


"요로쿠(与六) 님 때문이죠"


"정답. 그래서ーーー"


"밤새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술을 내달라, 고는 하지 않겠죠?"


순간, 케이지가 웃는 표정 그대로 굳었다. 손으로 얼굴을 괴고 시즈코는 생긋 미소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케이지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안주로 카라스미가 좋겠다, 고도 하지 않겠죠?"


"아, 아니 그 말이 맞아. 역시 시즛치, 잘 알고 있네ー. 그러니 부탁해, 응?"


전부 꿰뚫어보여진 것을 안 케이지는, 양손을 모아 시즈코에게 합장했다.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던 시즈코였으나, 생각하는 것도 바보스러워져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저녁 식사는 방어(ブリ)와 야채의 냄비요리에요. 그 때 술을 마시지 않겠다면 허가할게요"


"윽, 냄비요리에 술 금지는 가혹한데"


"이래뵈도 꽤 양보하고 있는 거에요. 원래는 안 된다고 할 상황이니까요"


팔짱을 끼고 신음한 케이지였으나, 아무래도 이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했다.

시즈코가 돈을 대신 내준 것(立て替え) 때문에도 꽤나 고생했으니, 여기는 시즈코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 이외에 케이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할 수 없지, 그 조건을 받아들일게"


"그럼 저녁 식사 후에 열쇠를 받으러 와요. 창고 지하실로 가는 열쇠도 같이 줄테니까"


창고(蔵)는 지상 2층이 기본이지만, 술을 보관하는 창고만은 지하 1층이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지하 쪽이 보존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1층이나 2층의 경우, 사람이 창고의 문을 열 때 습도나 온도가 변화해 버린다. 그 점에서, 지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면 문을 여닫는 정도로는 기온이나 습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품질 유지, 그리고 간단히 가지고 나갈 수 없게 하기 위해, 일부러 술은 지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잘 부탁해ー"


대화가 끝나자 케이지는 손을 살래살래 흔들고 나갔다. 한 번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후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그녀는 서류의 처리를 계속할 뿐이었다.




카네츠구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집 안에 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는 것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놀란 것은 시즈코가 케이지들과 식탁을 함께 둘러앉은 것이었다.

무사의 식사라고 하면 현미(玄米)가 듬뿍, 그것도 적미(赤米)나 흑미(黒米)가 기본이다. 반찬(副食)도 절임(漬け物)이나 매실장아찌(梅干し) 등 짠 것들 뿐이고, 잘해봐야 야채를 익힌 것(煮物)이 나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밥은 백반(白飯), 된장국은 겨된장(糠味噌)이 아니라 콩된장(豆味噌), 주찬은 야채와 방어의 냄비요리였다. 그것도 백반을 먹고 있는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케이지나 사이조 등의 가신들, 그리고 시녀인 아야까지 백반이었다.

밥 뿐만 아니라 반찬도 하나같이 같은 것을 먹고 있었다. 독이 어쩌니 하기 이전의 이야기라고 카네츠구는 경악했다.


"어라, 입에 맞지 않았나?"


카네츠구의 젓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가 식사를 멈추고 질문했다. 그 말에 정신이 든 카네츠구는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백반 같은 건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놀랍군요"


"일단 영양가를 생각해서 가끔 적미나 흑미를 섞는 경우는 있어. 저쪽의 결식아동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어이없는 표정으로 시즈코는 어떤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長可)가 떠들썩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서로 다투듯 냄비 요리를 집어 밥과 함께 퍼먹고는 추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매일매일 백반만으로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영양가를 생각해서 현미식이나 백반이라도 5% 정도의 적미나 흑미를 섞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종류를 보충하고 있었다.

또 적미나 현미는 백미(白米)와 함께 밥을 지으면 보기에 아름다워지고, 적미나 흑미의 독특한 향기를 즐길 수 있는 밥이 된다.

전부 적미나 흑미로 하면 맛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밥이 되지만, 이런 '카야쿠(かやく) 밥'으로 만들어서 밥에도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주고 있었다.

물론, 항상 백반을 먹는 케이지들에게는 적미나 흑미 같은 걸 섞은 밥이나 현미밥은 별로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시녀까지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계시군요"


"응? 방어는 그렇다치고, 냄비요리의 야채나 쌀은 내가 재배한 거고, 된장은 내가 만든 거야. 그러니까 그다지 돈은 안 들었어"


"네?"


시즈코의 말을 듣고 카네츠구는 더욱 고민했다.


(잠깐잠깐, 재배라고?

어째서 오다 가문의 중진(重鎮)이 백성(百姓) 흉내를 내는 거냐. 이건 그녀 나름대로 재력을 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얼버무리는 건가? 아니, 아냐. 아무리 봐도 진심인 눈빛이다. 도저히 사람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그 자신도 우에스기 가문에서 카부키모노(傾奇者)라느니 비상식적(常識知らず)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즈코의 언동은 그런 카네츠구조차 곤혹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달리 생각하자, 요로쿠. 재배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냥 관리하고 있을 뿐이겠지)


"그러고보니 시즛치, 최근에 만든 시설은 뭣 때문에 만든 거야?"


"그건 방류할 연어(鮭)의 치어(稚魚)를 키우고 있는 곳이에요"


억지로 납득하려던 카네츠구였으나, 케이지와 시즈코의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로 다시 사고가 나락으로 떨구어졌다.


(잠깐잠깐, 방류라고?

연어의 치어라니, 대체 뭣 떄문에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어째서 시즈코 님이 직접 키우고 있는거냐. 아니, 가신이라고 해도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는 판인데, 자신의 기술은 가급적 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연어나 송어(マス) 류의 인공 부화는, 단적으로 말하면 산란 시기의 물고기를 잡아서 물이 묻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채란(採卵)하여 수정(受精)시킨 후, 부화에 적합한 환경의 수조(水槽)에 담근다.

이것이 근년에 연어나 송어 류의 인공부화에 쓰이고 있는 건도법(乾導法)이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19세기 후반에 C.G. 앳킨스(Atkins) 박사에 의해 확립되었다.

참고로, 물이 묻지 않게 하는 이유는, 물이 묻으면 알이 수정되었다고 생각하여 수정된 알과 똑같이 성장하지만, 결코 부화하지 않는 미수정란(未受精卵)이 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른 사람이 키우고 있는 치어랑 함께 방류할거에요. 재작년부터 하고 있으니, 앞으로 1년이나 2년은 성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뭐, 내년 쯤에 잔뜩 돌아올거라고 생각해요, 연어"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 연어가 잡히는 강은 봉토(知行地)로 내려질 정도의 강이라고. 타케다는 잡은 연어의 절반 가까이나 세금으로 내게 하고 있어. 그 연어를 늘리는 기술을, 어째서 쉽게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거냐!)


그가 고민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실은 시즈코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어, 그녀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알더라도 딱히 문제없게 하고 있다.

그것이 특허(特許)이다. 특허란 사회에 유익한 발명을 한 인물이나 조직이, 일정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보유하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상공업을 독점하거나, 특허를 이요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특허료를 징수하거나 할 수 있다. 특허는 양날의 검이기는 하나, 장인들이 유익한 기술을 감춘 채 기술이 소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발명자가 개발 의욕을 잃거나,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대한 의욕을 잃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제한없는 우선권(優先権)은 아니다. 시장 독점에는 일정한 제한이 걸리며, 특허료에 대해서도 지불하는 쪽이 불복할 경우 이의 신청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인데, 특허로 인정된 내용을 다른 나라에 팔면 엄격한 처벌이 가해진다.

기술의 랭크에 따라 달라지긴 하나 최저한이라도 일가 전원 참수, 기초 연구 등의 근간기술(根幹技術)일 경우 멸족(族滅), 소위 말하는 일가친지(一族郎党) 전원이 참수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일족 이외의 관계자가 있다면, 관계자에게도 고문을 포함한 심문이 가해진다.

특허에 관해서는 다양한 형법이 제정되어 있지만, 정보 누설이나 스파이 행위는 특히 엄격한 대응이 취해지도록 되어 있다.


(으음ー, 모르겠군)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카네츠구는 실컷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얌전히 백반을 먹으려고 밥을 입에 넣은 순간, 입구의 맹장지가 기세좋게 열어젖혀졌다.


"시즈코오…… 하리하리나베가 연기라는 건 어떻게 된 일이냐~!"


기세좋게 맹장지를 열어젖힌 것은 오이치(お市)였다. 뒤에서 챠챠(茶々)와 하츠(初)가 양손을 펼쳐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세좋게 맹장지를 열어젖히는 것이 예법인가, 라고 카네츠구는 반쯤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아요. 고기를 숙성시키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요"


"음, 듣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모른다"


"그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해체 전에 숙성되어 있다고는 해도,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요. 괜찮습니다, 내일은 먹을 수 있으니까요"


고래는 인간보다 다소 체온이 높다. 그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부패하지 않도록 복부를 갈라(내장은 버리지 않고 남겨둠), 16시간 정도 바닷속에 넣어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여 고기를 숙성시킨다.

포경 후, 항구로 운반된 고래는 신사(神事)를 치른 후에 이 작업을 반드시 거친다. 따라서 신사가 끝난 후, 하루를 기다리지 않으면 고래 고기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건 사전에 전달했을텐데, 오이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크윽, 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은 그 냄비요리로 용서해주마"


"용서해주시고 뭐고, 이건 제 저녁 식사인데요…… 아니 그보다 그쪽에도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텐데요"


"식어빠진 밥 따윈 먹을 게 못 된다. 게다가 맛있는 것은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거다, 라고 노히메(濃姫) 님도 말씀하셨지. 에잇, 이 어미는 너희들을 돌봐주지 않을 것이다. 시즈코에게 돌봐달라고 해라"


말이 끝나자마자 오이치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챠챠나 하츠도 옆에 앉으려 했으나, 오이치는 무정하게도 자기 자식을 내쳤다.

하지만 익숙한 듯, 챠챠와 하츠는 그대로 시즈코 쪽으로 가서 적당한 장소에 자리잡았다.


(남자도 여자도 관계없다. 맛있는 것은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것, 인가. 정말로 파격적인 이야기군…… 하지만 나쁘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네츠구는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목욕(風呂)이란 좋은 것이군"


인생 첫 입욕(入浴)을 경험한 카네츠구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전신이 뜨끈뜨끈한 상태인 카네츠구는, 케이지가 머물고 있는 암자로 향했다.

임시 저택의 뜰에 있는 암자는 크게 잡아도 6첩(畳, ※역주: 6첩은 약 3평 정도)로,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속세에서 동떨어진 정숙한 분위기(風情)가 있었다.


"우선 한잔(一献) 하지"


케이지가 준비한 찻잔(茶碗) 두 개에 술을 따르더니, 하나를 카네츠구에게 내밀었다. 카네츠구가 받아들자, 케이지는 씩 웃으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카네츠구도 그에 따랐다.


"특이한 그릇이로군"


"시즛치 말에 따르면 대폿술(茶碗酒)이라는 거지. 본래는 차를 마시는 그릇으로 술을 마시다니, 대단히 통쾌하지 않나"


"확실히 그렇군"


다도회(茶の湯)는 상류 계급의 오락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그것을 위해 쓰이는 그릇으로 일부러 술을 마신다. 파격적인 이야기지만, 실로 시원스러운(小気味よい) 이야기라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술이 달빛을 반사하는 것을 꺠달은 카네츠구는, 찻잔 속을 들여다보았다.


"물처럼 맑군. 달빛을 비추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어"


"구경하는 건 거기까지 하고, 일단은 마시자고"


말이 끝나자마자 케이지는 찻잔을 기울여 단번에 잔을 비웠다. 조금 늦게 카네츠구도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찻잔의 술을 단번에 마셨다.


"……맛있군! 그 말밖에 못 하겠어"


"좋은 것에 말은 필요없지"


빈 찻잔에 서로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군…… 음, 이 안주도 맛있군. 술이 계속 당기는데"


카라스미를 한 조각 입에 넣고, 이어서 술을 입 안에 흘려넣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맛이 입 안에 퍼져나갔다.

술안주 같은 건 항상 소금절이(塩)로, 그것도 몇 번 마실 때마다 한 번 먹으면 다행이었던 카네츠구에게 카라스미는 기대하지도 못했던 절품(逸品)이었다.

그 이후로는 술맛이 뛰어남을 인정하며 두 사람은 담소했다. 이야기하는 내용은 다양했다. 물론, 기밀에 관한 것은 서로 가볍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아니, 하지만 정말로 부럽군. 이런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 우리 주군께서 칭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시즛치는 봉토가 없으니까. 땅을 주지 못하는 대신, 이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융통해주지. 뭐 가끔 과하게 마셨다가 혼나는 경우도 있지만"


혼나고 있는 것치고는 전혀 변함이 없는 분위기의 케이지였다. 웃으면서 카네츠구가 찻잔을 입에 가져갔을 때,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궁금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자, 케이지도 냄새를 알아챈 듯 열심히 냄새가 어디서 풍겨오는 지 찾았다.


"들어가겠다"


그 말과 함꼐 맹장지가 열렸다. 이어서 큰 접시를 한 손에 들고 사이조와 나가요시가 방에 들어왔다. 냄새가 풍겨오는 곳은 사이조가 들고있는 그릇인 것을 두 사람은 깨달았다.

큰 접시를 중앙에 놓더니 사이조는 적당한 장소에 앉았다. 가지고 있던 술병을 큰 접시 옆에 놓고는 나가요시도 마찬가지로 앉았다.


"네가 이쪽으로 오다니 별일이군. 오, 구운 닭(焼き鳥)이라니 호화롭잖아"


"……시즈코 님께서 '남자들이 이야기할 떄는 이거잖아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술과 안주를 내려주셨다"


"꽤나 멋진 배려잖아. 그럼 당장…… 음, 맛있군"


지금도 카네츠구를 경계하는 사이조에게, 시즈코는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라고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라는 걸 케이지는 이해했다.

나가요시는 신경쓰지 않고 있는 건지, 재빨리 술을 자신의 찻잔에 따르더니 구운 닭을 한 손에 들고 사이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마셔라. 더 못 마시겠다는 말은 못할 거다"


말이 끝나자마자 비어 있는 카네츠구의 찻잔에 사이조가 술을 찰랑거리게 따랐다. 꽤나 마신 카네츠구였으나 그는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이, 에치고 사람을 얕보지 말라고.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냐!"


따라진 술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카네츠구는 술을 단번에 비웠다. 씩 웃더니, 사이조는 자신의 찻잔을 내밀었다. 따라봐라, 라는 의미라고 이해한 카네츠구는, 마찬가지로 술을 찰랑거리게 따랐다.

사이조도 카네츠구와 마찬가지로 술을 단번에 비웠다.


"얕보지 마라, 꼬마야. 이쪽은 술고래(大酒飲み)와 항상 상대하고 있지. 에치고 사람 따위 한 손으로 비틀어주마"


"그쪽이야말로 에치고 사람을 얕보지 말라고. 케이지 님과 먼저 마셨던 정도로 내가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주지"


그 이후에는 서로 술을 단번에 마시고,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이래저래 부추기면서 자신들도 열심히 마셔댔다.

페이스를 생각하지 않고 분위기와 기세로 떠들썩하게 마셔댔기에, 다음 날 네 사람은 나란히 숙취(二日酔い)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술자 마을이나 양조 마을(醸造街)은 설령 우에스기 가문 사람이라도 들어갈 수 없지만, 항구 마을과 시즈코가 관여하고 있는 마을은 평범하게 출입할 수 있었다.

양쪽 모두 해당되는 것이지만, 요리점이 늘어선 장소는 위장이 자극받는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특히 항구 마을은 해산물이 풍부하게 모이는 관계로 요리점이 많았고, 그 때문에 각 가게가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게나 뱃속에 호소하는 냄새로군"


주위에 감도는 냄새를 맡으며 카네츠구는 중얼거렸다. 그렇게까지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먹고 싶어질 정도로 향기로운 요리의 향기였다.


"하핫, 여기는 시즛치가 관리하는 장소니까. 하나같이 맛있찌만, 역시 제일 인기 있는 건 장어집(鰻静)이겠지. 거기는 시즛치에게서 비전의 소스(タレ)인가 하는 걸 받아서 장어덮밥(鰻丼)이나 장어찬합(鰻重)을 시작한 모양인데 이게 엄청나게 유행이야. 장어가 잔뜩 잡힌 날에는 장사진이 생긴다고"


옆을 걷고 있던 케이지가 어느 가게에 들어갈 지 고민하면서 카네츠구에게 설명했다.


"먹어보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인기라면 줄을 서는 것도 큰일이겠군"


"유행이 지나차서 종종 싸움까지 벌어질 정도지. 덕분에 시즛치가 장어의 양식까지 계획하게 되었어"


"……전에도 들었지만, 어째서 굳이 늘리려고 하지? 생선 같은 건 얼마든지 잡힐텐데"


양식이란 대상의 생물을 인공적으로 키우는 산업이다. 현대처럼 해양자원의 고갈이 걱정된다면 몰라도, 외양(外洋)에도 나가지 못하는 시대에서는 해양자원이 고갈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수백년에 한 번 꼴의 기상이변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전국시대의 기후는 현대보다 춥기는 해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양자원이 위험에 빠질 일은 없다.


"잡혔다고 해서, 백성들의 입에 얼마나 들어갈까"


"뭐?"


일순, 카네츠구는 케이지의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케이지는 담배가 들어 있지 않은 담뱃대를 입으로 아래위로 움직이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생선이 풍족하게 잡혀봤자, 백성들이 그 생선을 얼마나 먹을 수 있겠어. 높은 양반들만 먹고 아랫사람들이 먹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


"……즉, 운이 필요한 바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먹거리(食い扶持)를 늘린다, 라는 건가"


"오다 나으리가 천하를 통일하면, 자연스럽게 싸움은 사라져 가겠지. 지금까지처럼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할 수 없게 되지. 그렇게 되면 서로 뺏고 빼앗게 되는 거야. 쟁탈전을 벌이면 이윽고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버리게 되지"


조금 쓸쓸한 듯한 목소리로 케이지는 말을 이었다. 그는 순수(生粋)한 무사(いくさ人)이다. 싸움이 사라지면 그는 죽을 장소를 잃어버린다. 무사에게 있어 죽을 장소를 잃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그래도 그는 시즈코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설령 싸움터를 잃게 되더라도, 그녀가 노부나가 밑에서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복잡(難儀)한 성격이라고 케이지는 생각했다. 무사로서 죽을 장소를 찾으면서, 새로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보고 싶다, 그런 모순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이쿠, 거기 계신 건 케이지 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기에 케이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살집이 좋은 뚱뚱한 여성이 있었다. 종자(お供)인 여성이 뒤에 서 있는 것을 보니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사키(咲)님인가. 별일이군, 이쪽까지 나오다니"


"호호홋, 겨우 이쪽에 가게를 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거든요. 예비 조사(下見)도 겸해서 견학을 왔지요"


본명은 불명, 창녀(女郎) 들로부터는 사키라고 불리는 여성은, 항구 마을에 있는 유곽, 제 2구(二之区)의 유력자였다. 코토(琴)와 오토(音)가 날씬하고 미인인데 반해, 사키는 살이 찐 편인데다 결코 미인이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항상 상냥하고, 때로는 엄하면서도 애정 있는 질타를 하는 사키는, 제 2구의 창녀들로부터 '엄마'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고 있었다.


"아, 당신 쪽은 창독(瘡毒) 환자가 나왔었지"


예전에 사키가 관리하던 제 2구에서 창독, 다른 명칭은 매독(梅毒)이라고 하는 감염증에 걸린 사람이 나와버렸다. 그것도 시즈코의 마을에 지점을 낼 허가를 내주기 직전이었다.

기본적으로 성행위로 감염되는 병이기에, 시즈코가 관리하는 마을에 지점을 낼 허가는 취소되고, 새로운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 조건에 더해졌다.


"한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시즈코님 덕분에 겨우 나았습니다"


"오ー, 그렇다는 건 제 2구 폐쇄는 해제된 건가"


매독이 발생한 이상,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시즈코는 제 2구를 일시적으로 봉쇄했다. 장사는 끝장이었지만, 이것만큼은 계약 관계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호호홋, 겨우 다시 장사 시작이지요. 지금부터 손해본 걸 메꿔야 하니까요. 그럼, 전 이만 실례하지요"


케이지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사키는 동행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흐ー음, 이런저런 일이 있군. 어이쿠, 이런. 우리도 술을 사서 돌아가지"


"꽤나 흥미깊은 얘기였어. 오늘 밤 술안주로 삼자고"


웃으면서 두 사람은 술가게로 갔다. 시즈코의 창고에 술은 잔뜩 있지만, 가끔은 밖에서 파는 술도 마시고 싶어진 두 사람은, 적당한 술을 몇 종류 구입해서 귀로에 올랐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귀가한 두 사람이었으나, 시즈코의 저택 앞까지 왔을때 이변을 눈치챘다.


"엉? 왠지 사람이 많은 거 아닌가"


평소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며 사람의 출입도 적은 편인 시즈코의 저택 앞이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차림새를 보니 신분이 높은 사람의 종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들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즉시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가 콧구멍을 간지럽혔다. 잘 맡아보니 발효 식품 같은 시큼한 느낌이었는데, 상당히 특이한 향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설마!"


뭔가에 생각이 미친 케이지가 서둘러 달려나갔다. 순간 놀란 카네츠구였으나 즉시 그의 뒤를 쫓았다. 예민한 후각으로 향기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던 케이지였으나, 잠시 후 그는 발을 멈추게 되었다.


"이 앞에는 주군께서 계시오. 누구라도 지나갈 수 없소"


케이지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은 호리(堀)였다. 그를 보고 케이지는 발을 굴렀다. 누가 이 집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제길, 뭔가 하려고 하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오늘이었을 줄이야!"


"포기하시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카네츠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케이지에게 물으려고 카네츠구가 입을 벌리려던 순간, 복도(廊下) 안쪽에서 반론을 허용치 않는(有無を言わせぬ) 박력이 담긴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호리는 옆으로 비켜나서 무릎을 꿇었다. 케이지도 속이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복도 옆으로 비켜섰다.


"맛있는 것은 다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단, 내가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지만 말이다"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노부나가였다. 그는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잇는 카네츠구를 쳐다보더니, 입술 끝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네놈이 우에스기에서 온 녀석이냐"


그 한 마디에 그 자리를 고요함이 지배했다.

식은땀을 흘린 카네츠구는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카네츠구는 노부나가에게서 느껴지는 중압감을 겨우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오른팔이 되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근시, 그것도 12세 정도의 풋내기다.

수많은 전장을 달리며 이매망량(魑魅魍魎)이 발호(跋扈)하는 쿄에서 몇 년이나 공가(公家)나 불가(仏家)와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며 정치를 휘어잡고 있는 노부나가를 앞에 두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카네츠구는 최대한 허세를 부렸다.


"훗…… 호리, 곧 시즈코가 남만의 음식인 '피자'라는 걸 구울 것이다. 너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걸 나르게 해라. 갓 구운 것이 맛있다는 것 같으니, 빨리 날라오도록 엄히 명해라"


모든 것을 꿰뚫어본 노부나가였으나, 카네츠구의 허세는 지적하지 않고 호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순 카네츠구를 본 호리였으나, 곧 정중하게 노부나가에게 예를 올리고 조용히 떠나갔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면 시즈코와 백성들을 잘 봐두어라. 그곳에 네놈이 원하는 답이 있다"


그 말만 하고 노부나가는 한 번 돌아보는 법도 없이 카네츠구의 옆을 지나쳐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노부나가가 사라지고 잠시 후, 카네츠구는 겨우 숨을 내쉬었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여 호흡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 정도로 노부나가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방심하면 목젖을 물어뜯길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저것이…… 적이라면 불가조차 멸망시키는 제육천마(第六天魔))


노부나가의 별명이 되어 있기도 한 제육천마. 하지만, 이 이름이 붙여진 것은 노부나가가 처음은 아니다.

유명한 인물로서는 최초로는 엔랴쿠지(延暦寺)의 천태좌주(天台座主)에 올랐으나, 후에 환속(還俗)하여 아시카가 쇼군(足利将軍)이 된 아시카가 요시노리(足利義教)도, 엔랴쿠지와 적대했을 때 제육천마의 이름으로 불렸었다.

그 밖에도 두 번째로 엔랴쿠지를 불태웠던 호소카와 마사모토(細川政元) 등, 엔랴쿠지와 적대하면 엔랴쿠지 관계자나 민중들로부터 제육천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람이군)


카네츠구는 잠시 홀린 듯이 노부나가가 떠나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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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86 1572년 1월 상순



시즈코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월을 보내고, 2일째의 연회에도 얼굴을 내밀고, 3일째 이후에 오다 가문 가신들에게 인사하러 다니는 것을 마쳤다.

평소에는 시즈코의 곁을 떠나지 않는 호위대(馬廻衆)인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타카토라(高虎), 곁에서 시중드는 쇼우(蕭)도 친족이 있는 곳으로 귀성하여, 항상 소란스러운 시즈코의 저택도 잠시간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가롭네"


아야(彩)가 끓여준 차를 마시면서 시즈코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밖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추위에 강한 동물들은 뜰에서 활기차게 놀고 있었다.

얼음이 언 연못을 미끄러지며 노는 녀석도 있었다. 가끔 넘어져서 엉뚱한 방향으로 미끄러져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도 애교였다.


정월만큼은 세상의 소란스러움(喧噪)도 잊고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그녀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아직 마츠노우치(松の内, ※역주: 설에 門松(=대문 앞에 세우는 소나무 장식)를 세워 두는 동안(설날부터 7일 혹은 15일까지))인 10일 미명(未明), 미츠히데(光秀)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내용은 사카모토 성(坂本城) 축성(築城)을 위해 파견한 쿠로쿠와슈(黒鍬衆)에 대해서였다.

직속(子飼い)의 쿠로쿠와슈에서 축성(築城) 전문의 장인들을 선발하여, 얼마간의 자재와 함께 사카모토 성으로 파견했는데, 뭔가 문제가 발생한 건지 미츠히데로부터 장인들의 파견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탄원이 온 것이다.

사카모토 성은 엔랴쿠지(延暦寺)의 감시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성이다. 어설픈 성으로는 문제가 생기기 떄문에, 시즈코는 예정을 조정하여 본래 연말이었던 파견 기간을 해가 바뀌고 연초의 일들이 일단락될 때까지 연장했다.


미츠히데의 건이 끝나자, 그와 교차하듯 노부나가로부터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시가(志賀) 군(郡) 북부(北部)의 성을 공격할 것이므로 무구(武具)의 생산을 명하는 내용이었다.

기술자 마을과 후방 부대인 부츠류슈(物流衆, ※역주: 물류팀)에 무구류를 '컨테이너'로 운반하도록 명했다. 최근의 부츠류슈 컨테이너 수송을 주로 하고 있었다.

컨테이너의 이점은 뭐라 해도 수송 코스트가 대폭 낮아지는 점이다. 규격화된 용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한번에 운반할 수 있는 양을 컨테이너의 숫자만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후방지원 작업은 가볍게 보여지기 쉽지만, 노부나가와 미츠히데, 그리고 히데요시(秀吉)만은 후방지원 작업은 전쟁을 하기 위해 중요하며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는 작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서 후방지원 작업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무공을 세울 자리를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필요하다고 설득해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주종관계에 깊은 골이 생기게 된다.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다. 노부나가의 방어망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시즈코의 물자 수송 부대인 부츠류슈의 존재가 크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받은 정보와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물자 운반에 관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다. 정월부터 시간이 남아돌고 있는 오이치(お市)였다.


"심심하구나, 뭔가 없느냐 시즈코"


"책장에 도연초(徒然草)의 사본(写本)이 있습니다"


당연한 듯 죽치고 있는 이치에게 시즈코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도연초는 일본 3대 수필의 하나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지만, 이치에게는 따분한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딱 봐도 건성인 것이 티가 나는 시즈코를 보고 이치는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눈 앞의 서류 정리에 바쁜 시즈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시즈코―, 심심해―"


"심심해―"


챠챠(茶々)가 두 팔을 벌리며 말하자, 조금 늦게 하츠(初)가 챠챠의 포즈를 흉내냈다.


"비싸게 주고 산 조수인물희화(鳥獣人物戯画)의 사본 전권(全巻)이라면 윗칸에 놔뒀습니다"


조수인물희화란, 당시의 세상이나 풍자 등이 동물이나 인간을 이용해 희화적으로 그려진 두루마리다.


지본묵화(紙本墨画, ※역주: 수묵화나 뭐 그런 의미 같은데 검색해봐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음) 작품으로 갑(甲), 을(乙), 병(丙), 정(丁)의 4권으로 구성되며, 토끼와 개구리가 씨름(相撲)을 하고 있는 묘사가 있는 갑권이 특히 유명하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현대의 만화(漫画)에 통하는 효과 등도 포함된 작풍(作風) 때문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유래(成立)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으며, 각권에 이어지는 내용이 없고 필치(筆致)나 화풍(画風)도 다르기 때문에, 12~13세기에 걸친 폭넓은 연대에 복수의 작가에 의해 쓰여진 다른 작품을 집대성한 결과, 조수인물희화가 완성되었다고 생각된다.


"겐지 이야기(源氏物語), 청소납언사(清少納言抄=침초자(枕草子), ※역주: 세이쇼나곤(清少納言)이라는 여류작가의 수필작품), 방장기(方丈記) 같은 건―"


"에잇, 그게 아니다. 따분한데 뭔가 재미있는 건 없느냐고 묻고 있는게다"


"친정에 가셔서 느긋하게 지내시는 건 어떠신가요"


"흥, 나는 아자이(浅井) 가문의 배신을 저지하지 못했단 말이다. 친족들은 다들 나를 꺼리고 있지. 오라버니 이외에는 다들 서먹서먹하더구나"


이치의 말을 들은 시즈코는 자신의 실언(失言)을 깨달았다. 이치는 아자이 가문과 오다 가문이 동맹을 맺기 위해 아자이 가문에 시집갔다. 그러나 아자이 가문은 집안 소동 끝에 가장(家長)인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가 쫓겨나 버렸다.

동시에 아자이 가문과 오다 가문의 동맹은 파기되었다.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치가 친족들로부터 백안시당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뭐랄까…… 죄송합니다"


"상관없다. 오라버니의 위광(威光)을 등에 업고 지껄이는 놈들 따윈 내버려두면 된다. 그런 치졸한 놈들 따윈 놔두고 말이다, 시즈코는 내 심심풀이를 돕거라"


"돕거라―"


"돕거라―"


이치, 그리고 딸들인 챠챠와 하츠가 나란히 재촉했다. 이 이상 화제를 돌리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본심을 말하면 조금 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뭐라 해도 얼핏 보기에는 그냥 적당한 사무처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중요한 처리를 중요한 듯 하면 사람의 인상에 남기 쉽다. 하지만, 지금처럼 잡담을 섞어가며 하면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즉, 타인의 인상에 남지 않기에 정보가 새어나갈 우려가 적다. 결점이 있다고 하면, 지금의 이치처럼 작업에 끼어들어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고로(高炉)의 주역은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고 나는 재료를 갖추기만 하는 거니까, 그렇게까지 신경쓸 필요도 없나)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어젯밤 눈이 많이 내렸으니 썰매(ソリ)라도 타죠"


썰매라는 생소한 단어를 들은 순간 이치가 눈을 빛냈다. 시작하기도 전부터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으나, 어찌어찌 참으며 준비를 했다.

필요한 것을 갖춘 후, 시즈코는 이치들을 데리고 병사 훈련소로 왔다. 지금은 정월 휴가도 겹쳐 아무도 없었다.


(훈련용의 언덕이지만, 여기면 되겠지)


본래는 앞으로 수그린 자세로 언덕을 오르는 것으로 병사들의 다리와 허리를 단련하기 위한 시설이었지만 이것저것 다 따질 수는 없었다. 정비된 언덕 같은건 잘 없고, 설령 있다 해도 보도(歩道)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


"겨, 겨우 다 올라온 것이냐. 후―, 피곤하구나"


설피(雪皮, かんじき)를 장비하고 있다고는 해도, 훈련받지 않은 이치들에게는 언덕을 오르는 것은 중노동이다. 정월 휴가라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마(駕籠)로 오르는 것은 포기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체력을 길러 주세요. 뭐, 일단 이것에 타십시오"


"으, 음. 이러면 되느냐?"


들은 대로 시즈코는 썰매에 탔다. 삐져나온 의복을 썰매 안으로 밀어넣은 후, 시즈코는 이치의 등에 손을 댔다.


"그럼, 다녀오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이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시즈코는 이치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기세가 붙은 썰매는 눈 위를 시원스럽게 미끄러져 가속해갔다.


"오, 오, 오~~~~~~~~~~~~~!"


썰매가 미끄러지는 동안 이치는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완만하지도 않은 언덕이라, 딱히 설명도 없이 미끄러지게 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운 놀이기구(絶叫マシン)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럼 아야 짱은 하츠 님을, 나는 챠챠 님을 테우고 미끄러질게―"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나는 것을 직접 본 탓인지, 아야의 표정이 약간 굳어져 있었다. 그에 반해 하츠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기에, 아야는 작게 한숨을 쉬고 썰매에 탔다.

이치와 마찬가지로 아야의 등을 밀어 미끄러지게 했다. 그게 끝나자 챠챠를 썰매에 태우고, 시즈코는 발로 땅바닥을 걷어차 기세를 붙인 후 썰매에 올라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햐아아―――!"


"햐―――!"


시즈코와 챠챠, 둘 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졌다. 약 100m 정도 미끄러지자 언덕을 다 내려오게 되었다.


"후―, 재밌었어. 어라, 오이치 님은?"


이마의 땀을 닦은 시즈코는, 먼저 미끄러져 내려왔을 이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썰매를 안고 언덕을 오르고 있는 이치의 등이 보였다.


"대단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라, 한번 더 미끄러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거 다행이네"


"시즈코―, 한번 더―"


"한번 더―"


이치의 행동력에 어꺠를 움츠렸을 때, 챠챠와 하츠가 썰매를 태워달라고 재촉해왔다. 이래서는 어느 쪽이 소성(小姓)인지 모르겠네, 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시즈코는 두 대의 썰매를 짊어졌다.




30번 정도 미끄러지자 몸이 차가워졌기에, 시즈코들은 썰매타기를 마치고 차가워진 몸을 덥히기 위해 온천에 들어갔다.


"후~, 극락이로다"


이치는 가장자리에 턱을 올리고 온천을 만끽했다. 챠챠나 하츠는 유모에게 보조를 받으며 탕에 들어가 있었다.


"(하― 치유된다) 아야 짱도 충분히 몸을 덥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시즈코도 아야를 데리고 온천을 만끽하고 있었다. 당초에 신분이 다른 자신이 함께 들어갈 수는 없다며 사양한 아야였으나, 차가워진 몸 때문에 건강을 해치게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시즈코가 억지로 데려왔다.


(새로운 온천이 발견되어서 이용하기 편해진 게 다행이네―. 뭔가 계획서를 보니, 내 새 집은 데지마(出島) 처럼 되어 있는데…… 뭐 괜찮으려나)


본래, 온천관(温泉館)은 시즈코의 집이 대개조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사용불가에 가까웠다. 하지만, 물 확보를 위해 우물을 팠을 때, 어떤 지점에서 현재 솟아나고 있는 온천과 동등한 온천이 솟아났다.

처음부터 온천이 솟아나던 곳와 새로 솟아난 온천은 거리가 떨어져 있었기에, 노부나가는 계획을 변경하여 새롭게 솟아난 온천을 시즈초의 집 안에 포함시키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지금까지 최초의 온천을 기점으로 저택이 증개축되고 있었으나, 새롭게 솟아난 온천을 중심으로 새로운 저택을 건축하도록 변경되었기 때문에, 최초의 온천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후우, 기분좋구나. 시즈코의 새 저택이 완성되면 나는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는 것이 유감이다만"


시즈코의 새 집이 완성되면, 원래의 온천관은 노부나가가 관리, 새로운 온천은 시츠코 일동의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이치도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애초에 이치가 노부나가의 별장에 사는 것은 일시적인 조치다. 사정이 바뀌면 어딘가의 성으로 이동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런가요?"


"오라버니는 친족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나를 이리로 보내셨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머지 않아 챠챠나 하츠는 어딘가로 시집가겠지. 그렇게 되면 나도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오라버니께서 아자이 가문을 멸망시키면, 나도 신쿠로(新九郎, ※역주: 여기서는 아자이 나가마사를 말함) 님과 계속 부부로 있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른다"


상락(上洛)을 위해 아자이 가문과 오다 가문의 동맹을 맺기 위해 이치는 나가마사에게 시집갔다. 그러나, 히사마사(久政)가 배신한 시점에서 아자이 가문과 오다 가문의 동맹은 파기되었다.

현재는 히사마사가 추방한 나가마사를 노부나가가 보호하고 있는 관계상, 나가마사와 이치의 혼인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노부나가가 히사마사의 본거지인 오다니 성(小谷城)을 합락시킨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치와 나가마사의 혼인은 끝나고, 이치는 다른 누군가에게 시집가게 되리라.

뭐라 해도 오이치는 절세의 미인이다. 시집갈 곳은 얼마든지 있으리라. 하지만 오이치는 그것으로 행복할 것인가, 는 본인 밖에 알 수 없다.


"그건 어떨까요. 쓸모없어졌으니 함부로 버린다, 라는 인상은 별로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타인의 평가 따위 오라버니가 신경쓰실 리가 없다. 항상 어딜 보고 계신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머나먼 무언가를 이야기하시듯 말씀하시지. 보통 사람에게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오라버니는"


"단순히 당대 제일의 자유분방한 분(気儘人, ※역주: 내키는 대로 충동적으로, 다소 독선적으로 행동한다는 사람이란 의미인데,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의역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핫핫핫, 그건 시즈코가 오라버니와 같은 "것"이 보이기 때문이겠지. 우리들 범인(凡人)에겐 무리다. 그렇기에 오라버니는 시즈코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시지"


"항상 굉장히 어려운(無茶) 일만 맡기시니, 조금은 치하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오라버니가 '시즈코라면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오라버니는 재능이 넘치시기에 뭐든지 혼자서 결정하고, 가신들에게는 지시대로 움직일 것을 요구하시지.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시즈코에게 맡기고 계시니, 오라버니께서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본다만"


그런 걸까, 라고 시즈코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치의 말대로, 나름 자유롭게 일을 떠맡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노부나가가 맡긴 일을 처리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떄문에 영 실감이 되지 않았다.

결국 우쭐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비굴해지지 않고, 평소대로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시즈코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포경선(捕鯨船)이 돌아오는구나. 그 날 저녁은 냄비 요리(鍋), 그것도 하리하리나베(はりはり鍋)이려나"


"……쿄우나(京菜, ※역주: 가짓과의 야채)와 다시마(昆布)를 요구하신 건 그 때문인가요"


옛부터 교토(京都)에서 재배되었기에 쿄우나라고 불리며, 현대에서는 미즈나(水菜)라고 불리는 가지과의 작물과 고래고개를 사용한 냄비 요리가 하리하리나베이다.

하리하리의 유래는, 미즈나의 아삭아삭한 식감을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냄비요리와 달리 다시마로 맛국물을 내고 고래고기와 미즈나만 넣는 간소한 냄비요리이다.


"후훗, 시즈코가 항구마을에서 어업 관계에 관여하고 있으니 다양한 것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것을 생선에 하더구나. 뭐라고 했더냐…… 처리(絞め)?"


"이케지메(活け締め)와 신케이지메(神経絞め)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것이다"


생각이 난 듯 이치는 양손으로 가볍게 손뼉을 쳤다.

이케지메란 어획한 후에 생선에 하는 처리법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는 피를 뺴어 선도를 유지하는 처리법을 말하지만, 단순히 생선을 죽이는 것을 이케지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식칼로 하지만 '손갈고리(手カギ)'라고 하는 도구 쪽이 범용성이 높기 때문에, 항구 마을에서는 '손갈고리'로만 이케지메를 하고 있었다.


신케이지메란 이름 그대로, 생선의 숨골(延髄) 및 중추신경(中枢神経)을 파괴하는 처리법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연수베기(延髄斬り), 신경뽑기(神経抜き)라고도 한다.

이케지메와 달리, 신케이지메는 송곳(錐)으로 뇌와 연수를 파괴하고, 등뼈를 따라 피아노줄이나 철사(針金) 등을 넣어 충추신경을 파괴한다는 숙련된 기술이 요구된다.

이 처리를 하는 이유는, 생선의 사후경직을 늦추어 선도(鮮度)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신케이지메는 작은 생선이나 중형의 생선에는 하지 않는다. 신케이지메 처리를 하면 살이 물러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케지메는 일본에서 발상된 기술이지만, 이케지메가 꽃을 파운 것은 냉동기술이나 수송기술이 눈부시게 진보한 쇼와(昭和) 버블 시대 이후가 되어 의외로 역사는 짧다.

그것은 옛날에는 소금에 절인 생선이 중심이었기에, 생선의 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에서는 선도가 높은 생선의 수요가 생겨났다. 그 때문에 이케지메나 신케이지메라는 기술이 태어나게 되었다.


"단순히 생선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생선의 피가 남아있으면, 그게 원인이 되어 부패가 빨라지거든요"


"과연.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이것저것 다 생각한 행동인 것이냐"


"……자주 듣는 말인데, 저는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요"


"그럼, 슬슬 나갈까. 현기증을 일으켜도 좋지 않으니 말이다"


눈을 반쯤 뜨고 노려보는 시즈코를 무시하고, 이치는 재빨리 온천에서 나갔다.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이치를 따라 온천에서 나갔다.

몸을 닦고 욕의(浴衣)로 갈아입은 후, 시즈코는 얼음을 넣은 보리차(麦茶)를 마시며 한숨 돌렸다.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물에 초석(硝石)을 넣으면 열을 빼앗으니까 얼음을 만드는 건 의외로 간단하지. 뭐, 공기식 제빙기가 있으니 우리 집은 그런 고생은 필요없지만)


물에 초석을 넣으면 초석이 물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춘다. 그렇게 생겨난 초석이 들어간 얼음에 초석을 더 섞어서,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물을 식히면 얼음이 만들어진다.

그 후에는 초석이 든 얼음을 물과 초석으로 분리하여 초석을 회수한다. 이렇게 하면 시기에 관계없이 몇 번이고 초석을 사용하여 얼음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애초에 초석을 쓰지 않고 공기만으로도 제빙기나 냉동고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시즈코는 효율은 좋다고 하기 어렵지만, 초기형의 공기식 제빙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제빙기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그 문제는 제빙기 자체가 아니라, 얼음의 가치가 변화하는 것에 기인한다.

제빙기가 일반적이 되면 얼음의 가치는 격감하여, 현재 제빙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얼음을 유통시키는 물류에도 영향이 미친다.

결과적으로 경제가 정체되고, 많은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다. 얼음은 사치품이라는 위치가 딱 좋은 것이다.


공기식 제빙기는 단순한 원리로 되어 있으나, 효율은 좋다고는 하기 어렵다. 얼음판 한 장 만드는 데 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은 얼음을 만드는 것에 한정하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오거(auger) 방식이라는 구조로, 차게 식힌 원기둥의 벽에 물을 천천히 흘린다.

원기둥의 벽에 생긴 얼음막을 깎아서 모은 후, 마지막에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태의 얼음을 만드는 것 뿐이다. 흘려넣는 작업으로 하는 것이라서 대량의 얼음을 만드는 데 적합하지만, 투명하고 아름다운 얼음은 만들 수 없다.


(스털링 엔진의 완성은 아직인가―. 저번의 보고로는 겨우 검증기(検証機) 개발에 돌입했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해도 유압이나 공기압이 있는 것만으로 이만큼 작업 효율이 올라갈 줄은 몰랐어)


시즈코는 잊고 있지만, 엔진의 발명은 산업혁명의 상징이다. 엔진이라는 기관이 탄생된 것이 산업혁명의 시작이기도 한 것이다.

원시적인 엔진이라고는 해도, 스털링 엔진이 완성되면 가능한 일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진다.

코스트를 무시한다면 발전기나 냉장고, 에어컨 등도 가능해진다.

물론 개발했다고 해도 코스트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기에, 잘해봐야 노부나가같은 한정된 권력자가 이용하는 데 그치겠지만.


"시즈코―, 차―"


두 손을 펼쳐 챠챠는 시즈코가 들고 있는 차를 요구했다. 이래서는 어느 쪽이 소성인지 모르겠네, 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시즈코는 챠챠에게 찻잔을 건네주었다.

기쁜 듯 받아들더니 챠챠는 단숨에 차를 마셔버렸다. 온천에서 뜨거워진 몸에는 딱 좋았던 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찻잔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한잔 더―"


"……찻잔, 두 개 정도 더 필요하겠네"


시즈코의 예상은 적중하여, 챠챠를 발견한 이치와 하츠도 마찬가지로 얼음을 넣은 차를 요구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시즈코였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케이지 이외에는 설날에서 7일이 지나면 시즈코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전원이 한숨 돌린 지 며칠 후, 시즈코는 항구마을로 갔다.

새해 첫 포경선이 귀환한 것을 맞이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항구마을에서는 포경이 성행하고 있었으나, 다른 것과 달리 포경에는 다양한 조직이나 규칙이 존재한다. 우선 포경을 하는 사람은 모두 포경조합(捕鯨組合)에 가입해야 한다.

가입 날짜는 물론이고 신장이나 체중, 연령이나 건강 상태 등이 기록된다. 그러한 정보들은 모두 고래절(鯨寺)에 보관된다.


고래절이란 포경한 고래를 위한 위패(位牌)를 만들고, 계명(戒名)을 붙여 공양탑(供養塔)을 건립 및 관할하는 절이다. 일본에는 몇 개가 있으며, 가장 유명한 절은 시코쿠(四国) 하치쥬핫카쇼(八十八箇所)의 류우즈 산(龍頭山) 콘고쵸지(金剛頂寺)이다.

절에는 고래를 위한 위패나 공양탑, 포경조합의 명부(名簿) 외에, 포경장(捕鯨帳)이라고 불리는 포경에 관한 서류가 보관되어 있다.

포경장에는 포경한 날짜와 시간, 잡힌 고래의 크기, 대략적인 장소, 관여한 포경조합의 멤버 리스트, 해체한 부위의 매각처나 처분 방법 등, 포경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생선과 달리 고래에는 세세한 규칙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포경장에 기록되지 않으면 예를 들어 운좋게 해안가로 떠밀려온 고래라 하더라도 일체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이것은 고래가 해안가로 떠밀려온다는 것은 바다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그밖에도 포경한 고래는 바로 해체하지는 않고, 일정한 순서에 따른 신사(神事)를 치른다는 규칙이 있다.


우선 고래절에 포경 보고를 하고, 주지(住職)가 고래에 계명을 붙인다.

그 후, 고래의 혓바닥을 잘라내어 바다에 흘려보낸다. 이것은 '우리들은 고래에 감사하며 남김없이 활용하겠습니다'라는 서약을 해신(海神)에게 전하기 위함이다.

혓바닥을 바다에 흘려보내고, 해신의 사자라고 간주되는 범고래(シャチ)가 고래의 혓바닥을 먹은 경우, 해신에 대한 서약은 전달되었다고 해석한다.

이 때, 만에 하나 범고래가 혓바닥을 먹지 않은 경우, 해신이 마음 속으로 켕기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여, 포경된 고래는 공양탑을 세운 후에 정중하게 장사지낸다.


"혓바닥이라고 해도 꽤 무거워……"


지구에 존재하는 최대의 동물인 대왕고래(シロナガスクジラ)는, 혓바닥만으로도 중량이 약 4톤이나 된다. 그보다 작은 개체라고는 해도, 수백 kg의 무게가 나가는 혓바닥을 운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용의 운반차가 없으면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미안하군요, 설날에 허리를 다쳐서 말입니다. 허허허"


허리를 통통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래절의 주지가 사과했다. 본래는 고래절의 주지가 운반차를 밀지만, 허리를 삐끗했기에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리로서 시즈코가 선택되었다. 나 아니라도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으나 지위니 뭐니 성가신 것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신사니까 도와달라, 고 할 수도 없고. 아아, 벌써 혓바닥을 노리고 범고래가 모여들기 시작했네"


몇 마리인가 머리를 수면 위로 내밀고 주위를 정찰하는 '스파이 호핑'이라고 불리는 동작을 하고 있었다. 식량을 운반해오는 운반차를 발견한 것이 무리에 전달된 듯 하다.

처음에는 3마리 정도밖에 없었던 항구에, 10마리 이상의 범고래가 모여들었다. 범고래는 한 종류밖에 존재하지 않는 종이지만, 식성이나 사이즈에 따라 대략 4가지로 분류된다.

큰 개체라면 고래조차 사냥하는 범고래로, 그런 그들이 좋아하는 고래의 부위는 혓바닥과 입이다.

여담이지만 범고래라고 하면 귀엽게 들리는데 영문 명칭은 '킬러 웨일(Killer Whale)', 학명은 '명계(冥界)의 마물(魔物)'이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어 있다.


"뀨잉뀨잉"


거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울음소리로 우는 범고래들. 남은 건 운반차를 소정의 위치까지 이동시키고, 주지가 공양의 기도(祈祷)를 올린 후, 고래의 혓바닥을 바다로 흘려보내면 완료된다.


"앗! 이놈이!"


운반차를 다 옮겼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시즈코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작은 칼을 한 손에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지스님, 물러나세요!"


시즈코의 목소리에 주지도 비상 상태임을 깨달았는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며 운반차 뒤로 숨었다. 그걸 보고도 남자의 행동이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니, 목표는 시즈코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어쩌지. 신사라서 날붙이 종류는 전부 두고와 버렸어!)


날붙이 종류는 '벤다'라는 것 때문에 불길하다고 여겨져, 신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쓰지 않고 휴대가 허용되지 않는다. 평소에는 주위를 둘러싸는 호위들도 신사라는 것 때문에 떨어져 있던 것도 불행이었다.

상대는 작은 칼만 보이고 있었으나, 그 이외에도 뭔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그 남자를 노리고 돌이 날아왔다.

시야의 바깥에서 날아온 돌을 피하지 못하고, 남자는 두 개의 돌에 맞은 충격으로 밸런스를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졌을 때 작은 칼을 놓친 듯 하여, 작은 칼은 땅바닥을 굴러 시즈코의 발 밑으로 미끄러져왔다. 찬스라고 판단한 시즈코는, 작은 칼을 빼앗으려 달려나갔다.

한편, 몸을 일으킨 남자도 작은 칼이 앞에 굴러가고 있는 걸 깨닫고 당황해서 일어나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으라차―!"


약간의 차이였으나 남자 쪽이 빠르게 작은 칼을 붙잡았다. 하지만, 남자가 일어서기 전에, 시즈코가 남자의 얼굴을 힘껏 걷어찼다.

작은 칼을 잡는 것에만 의식을 집중하고 있던 남자는, 시즈코의 발차기를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얻어맞아 그 기세대로 땅바닥을 굴렀다.

아무리 시즈코가 여자라도 의식의 바깥쪽에서 발차기를 맞으면 뼈아픈 일격이 된다. 특히 머리는 잘만 맞추면 뇌를 뒤흔들러 행동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시즈코의 발차기가 뇌까지 대미지를 주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남자가 일어나지 않는 걸 보고 용케 의식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을 기뻐했다.


"작은 칼이라니 위험하네 위험해. 자, 얼른―――――――――"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경련하고 있던 남자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몸을 비틀어 일어나더니, 도망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서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당황해서 바다 쪽을 보았다.

뛰어든 남자가 허공을 날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어 시즈코가 주위를 둘러보자, 범고래의 등지느러미가 남자의 주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허공을 날았던 남자의 몸이 수면에 내팽개쳐졌다. 틈을 주지 않고 남자의 몸이 다시 허공을 날았다. 남자가 허공을 날 때 범고래의 등지느러미가 보이는 것을 보니 꼬리나 몸 전체를 활용하여 내던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범고래가 쳐올리는 힘은 강력하여, 100kg짜리 바다사자(アシカ)를 수면에서 20m 이상 날려보낼 수도 있다.

일설에는 꼬리로 사냥감을 수면 위로 집어던지는 행위는 새끼에게 사냥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현대에도 확실한 이유는 판명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설령 범고래가 장난으로 쳐올렸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생명의 위기에 처하는 위험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5번 정도 날려지는 것을 보고 있자, 시즈코 근처에 범고래들이 몰려들었다. 물기둥을 뿜고 있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범고래들이 어서 고래 혓바닥을 내놓으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주지스님, 주지스님. 범고래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어요. 얼른 신사를 재개하죠"


겁에 질려 있는 주지를 재촉하여 신사를 재개했다. 혼란스러웠던 것인지 이것저것 빼먹은 주지였으나, 지금은 그런 걸 따질 틈은 없었다.

모두 끝나자 시즈코는 운반차를 기울여 고래의 혓바닥을 바다로 떨어뜨렸다. 즉시 범고래들이 모여들어 고래의 혓바닥을 차례차례 뜯어먹었다.

남자를 가지고 놀고 있던 범고래들도 고래 혓바닥을 확인했는지, 마지막으로 남자를 꼬리로 날려버린 후에 쏜살같이 고래 혓바닥이 있는 곳까지 왔다.

무리 중에는 범고래의 새끼가 있는지, 어른들에 섞여 열심히 고래의 혓바닥을 먹고 있었다.


"후우, 간신히 항구가 부서지지 않고 끝났네. 주지스님, 돌아가죠"


남자가 쓰던 작은 칼을 주워들고, 슬슬 주저앉을 듯한 주지와 함께 돌아갔다.


(음―, 직접적인 살상 행위에 나섰다, 라는 건 위험인물로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아무래도 궁금하지만, 어차피 저 남자는 신분을 알려주는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겠지. 생각할 수 있는 건 타케다(武田). 하지만 지금도 침묵하고 있는 호죠(北条)도 수상하려나. 우에스기(上杉)는 암살 따윌 했다간 가신들의 결속이 산산조각날테니 그런 건 실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도 좋으려나)


작은 칼의 제작자를 확인하면 흉기의 출처를 어느 정도는 특정할 수 있지만, 그것도 미묘한 부분이다. 살고 있는 장소에서 구입했는지, 아니면 임무 도중에 손에 넣었는지 시즈코는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지 기대하진 못하겠네, 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작은 칼을 집어넣었다. 주지를 데리고 신사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그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일별했다.


"우발적인 문제가 일어났지만, 어찌어찌 신사는 마쳤습니다. 해신님의 사자는 고래의 해체를 허락하셨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가 무사히 신사가 끝났음을 고하자, 그들은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소의 문제는 있었으나, 올해의 첫 포경의 신사는 완료되었다. 그 후에 남자가 어떻게 되었는진 알 수 없었다. 범고래가 몇 번인가 던져올리다 싫증난 이후에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 수 없었다.

찾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시즈코는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보다도 항구 마을의 경비대(警備衆)가 날듯 달려와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土下座) 것을 진정시키는 쪽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정말로 면목이 없습니다"


"자, 자, 사람은 누구나 실패는 있는 법이에요. 이번 사건으로 배를 가를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실패를 어떻게 만회할지를 생각해 주세요"


"예, 옛―! 시즈코 님의 관대함(寛恕)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울 것 까지야) 아직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건강에 주의하면서 직무를 수행해 주세요"


한번 더 깊이 고개를 숙인 후 경비대원들은 떠나갔다. 자객보다도 경비대에 대응하는 것에 피곤해진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돌로 원호해준 건 고마웠어요. 하지만 설마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시즈코는 이마에 손을 짚으며, 자객에게 돌을 던진 인물인 케이지, 그리고 쿄에서 만났던 연하의 소년 쪽을 돌아보았다.


"우연이야. 그보다 돌을 던진 건 이 녀석 쪽이 빨랐으니, 인사는 이 녀석에게 해줘"


"나는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야. 게다가 전에 쿄에서 신세를 졌으니까"


히죽 웃으며 케이지는 엄지손가락으로 연하의 소년을 가리켰다. 소년도 지지 않겠다는 듯 밝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묘하게 좋은 것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듣자하니 유곽(花街)에서 만나서 의기투합, 그대로 함께 떠들썩하게 놀았다는 것이다. 조금 안 좋은 예감이 들었을 때, 시즈코의 어깨에 척 하니 손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보자 생근 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띤 코토(琴)가 그곳에 있었다.


"시즈코 님, 그 두 사람의 계산, 지불해 주시겠나요"


그녀는 왼손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말했다. 기세좋게 케이지 쪽을 돌아보자, 두 사람 다 시즈코에게 양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었다.


"……얼마인가요"


이런 일로 호위대가 끌려가서 감옥에 쳐넣어지는 것은 수치다,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대금을 대신 내주기로 했다. 코토는 생긋 웃으며 청구하는 금액을 제시했다.


"……얼마나 놀면 그만한 금액이 되는 건가요"


"두분 모두 그야말로 즐겁게 노셨으니까요, 최상급의 접대를 해드리지 않는다면 저희들의 수치입니다"


"노린 거군요"


"시즈코 님이 말씀하시는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는 시즈코의 말을 코토는 유유히 받아넘겼다. 이 이상 추궁해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지갑을 꺼냈다.


"여기 있어요"


"매번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 주십시오"


"이런 건 두번은 사양이에요"


시즈코의 불평에 킥 웃은 후, 코토는 시즈코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조심하십시오. 저 어린애(童子)는 우에스기 가문의 근시(近習)인 요로쿠(与六)입니다. 목적이 무엇인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만 하고 코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떠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소년의 정체에 머리가 아파졌으나, 지금 그 말을 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입을 다물었다.


"나 참, 둘 다 나중에 출세하면 갚아줘요. 그럼 돌아가죠"


"아, 잠깐 기다려줘"


전원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그것을 소년, 훗날의 나오에 카네츠구(直江兼続)인 요로쿠가 제지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에 발을 멈추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일단 이야기는 들어볼게"


"아까 노자가 다 떨어졌어. 눈 때문에 집에 돌아갈 수 없으니, 당분간 신세지고 싶어"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노자가 없으면 일하면 되잖아. 이 근처에는 숙식이 포함된 노동 정도는 모집하고 있거든"


머리가 아파졌다. 설령 그가 나오에 카네츠구가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숙식 포함 노동을 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를 거절하여 그게 켄신(謙信)에게 전해져 나쁜 인상을 주게 되어버리면 큰 문제다.

노부나가가 켄신과 신겐(信玄)에 대해 직접 대결을 피하고 회유하는 정책을 항상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정책을 박살내버릴 수는 없다.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한 시즈코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생각했다.


"시즛치가 있는 곳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에 당분간 머물러. 그거라면 문제없겠지?"


고민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케이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케이지는 작은 암자(庵)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곳에서 시즈코의 저택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사람들의 눈에 띈다.

전원에게 이야기하여 혼란을 초래하기보다, 일부러 빈틈 하나를 만들어 케이지에게만 이야기해두는 쪽이 효율적이라고 시즈코는 결론지었다.


"……그럼 그걸로. 제대로 '대응'하면 아까 빌려준 돈은 없던 걸로 해줄게요. 실패하면 두 배로 받을 거에요"


"좋았어! 꼬마야, 조금 좁지만 내 암자에서 묵어라"


"신세지는 입장이니 장소에 불평하거나 하진 않아. 눈이 녹을 때까지 신세 좀 지겠어"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교환했다. 막역(莫逆)한 친구라고 말하듯 사이가 좋아진 두 사람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머리가 아파지는 얘기였다.


"어이쿠, 잊고 있었군. 내 이름은 요로쿠, 우에스기 가문의 근시야. 지금부터 잘 부탁해, 핫핫핫핫!"


지금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던 시즈코였으나, 카네츠구의 말 한 마디에 그 계획은 기초부터 산산조각으로 분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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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5 1571년 12월 하순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환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케이지(慶次)들도 따분함을 주체하지 못해 빙 둘러앉아 담소하고 있었다. 도중에 나가요시(長可)도 끼어들어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다.

유일하게 란마루(蘭丸)만은 안절부절 못하며, 수시로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사라진 맹장지 저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야, 란(蘭). 아까부터 두리번두리번 정신사납다"


보다 못해, 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번거로워하고 있는 나가요시가 약간 눈을 가늘게 뜨며 란마루를 노려보았다.


"혀, 형님은 신경쓰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사람을 물리고 여자와 밀회라니, 저는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네가 하고 있는 건 헛추측(邪推)이다. 그런 쪽으로의 걱정은 해봤자 소용없어. 거기에 방해되니까 딴데로 가라"


란마루의 필사적인 호소도 누구네 집 개가 짖냐는 듯, 나가요시는 왼손으로 귀를 파면서 오른손 검지를 란마루에게 보이고는 좌우로 움직이며 손사래를 쳤다.


"주군의 명령이시다. 우리는 그에 따를 뿐. 따르지 못한다면, 너는 소성을 맡을 수 없지"


얕보는 태도에 란마루는 크게 화를 냈지만, 호리(堀)가 그를 다독였다. 작게 한숨을 쉰 후, 호리는 나가요시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군. 란마루는 주군께서 시즈코 님을 중용하시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어린애(童)의 비뚤어짐(僻み)이라 생각하고 흘려들어 주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갑자기 소성으로 임명되어서, 어른(一人前)이 된 기분으로 주제넘게 말참견을 하게 된 거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도 시즈코가 여자라서 그런 걸테고. 아―, 못쓰겠네, 꼬맹이(餓鬼)의 질투는 보기 흉하다고"


나가요시도 완전히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을 알고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才蔵)는 나가요시에게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냈다.


"그,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저는 주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럼 주군의 명령에는 따라야지"


"크윽!"


나가요시와 란마루가 싸움, 아니 나가요시가 일방적으로 란마루를 놀리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와 시즈코는 국책(国策)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중국(唐)을 공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천하통일 후의 해외 정책이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성급한 이야기였다.

해외까지 시야에 넣은 의논이 가능한 것도, 시즈코가 가져온, 전국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확한 측량에 의한 정밀한 세계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노부나가는 일본이 얼마나 작고 벽지(僻地)에 있는지, 또 유럽이 무서울 정도로 멀리 있으며, 그 까마득한 땅으로부터 일본까지 손을 뻗쳐오는 남만인(南蛮人)들의 수완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남만인들이 귀중햐게 여기는 향신료의 산지를 무시하면서까지 세계의 끝에 있는 호주(豪州)로 방향을 잡는 것의 이점을 말하라"


"우선은 이쪽을 보아 주십시오"


노부나가의 질문에 시즈코는 세계지도에 부속된 자료집에서 요약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것에는 호주에 잠자고 있는 금, 은, 구리, 철 등의 지하자원에 관한 매장량이 적혀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면 농업국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방대한 천연자원을 가진 자원국이기도 하다.

특히 알루미늄의 원료가 되는 보크사이트의 매장량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며, 장소에 따라서는 땅 위에 광맥이 노출되어 있어 노천 채굴이 가능하다.

본토(本島)와 태즈매니아(Tasmania) 섬이 발견된 것은 1642년 무렵이나, 당시의 유럽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해도 가볍고 가격이 나가는 향신료를 캘 수 없다면 불모의 땅이라고 간주했다.


"항해 기술이나 수송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지금에야 향신료는 귀중하게 여겨집니다만, 언젠가는 대량생산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 가치가 내려갑니다. 하지만 지하자원은 산출되는 토지를 지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가볍게 요리에 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 후추 재배의 계기였으나, 노부나가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니 시즈코의 취미(道楽)가 순식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향신료의 산지 확대와, 대량 생산에 의한 가치의 저하를 증명한 것이었다.

지금에야 유럽인들은 향신료를 전략 물자로서 중요시하고 있으나, 언젠가는 공업화에 필수적인 금속 자원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나타내듯, 오와리(尾張)에서의 후추 생산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험한 바다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지 않아도, 수고만 들이면 일본도 향신료의 산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노부나가도, 시즈코로부터 헌상된 후추를 유럽 상인들이 비싸게 매입한 것에 의해 간신히 시즈코의 의견이 올바르다는 것을 이해했다.


"또, 대륙의 동부와 남부는 비옥한 곡창지대입니다. 자연재해도 적기 떄문에, 방대한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남부 산악지대는 강설지대(降雪地帯)이지만, 그 이외의 동부와 남부는 비교적 온난한 기후에 비옥한 곡창지대이다.

대륙 전체에서 보면 얼마 안 되는 땅이지만, 생산량은 일본의 총생산량을 웃돈다.

현대의 오스트레일리아는 물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으나, 그냥 풀어놓는(野放図) 축산을 중시한 것에 따른 폐해이며, 계획적으로 농업을 운영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쌀은 어떠냐"


"충분히 재배 가능합니다"


그다지 알려져있지는 않으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쌀은 재배되고 있다.

쌀 재배 뿐만 아니라, 벼농사(稲作), 곡식 농사(穀作), 콩과(マメ科)의 목초(牧草) 재배와 방목(放牧)을 로테이션으로 하는 것으로 제한된 땅에서 정말로 많은 산물을 얻을 수 있다.

일본과 달리 자연재해가 적고, 그러면서 사계절에 가까운 계절감이 있기에, 오스트레일리아는 벼농사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선주민(先住民)이 있습니다만, 그들의 성지(聖地)를 침범하지 않는 한 우호적입니다. 그들의 성지는 불모의 황야 부분에 있기에, 저희들이 신경쓸 일은 없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선주민족인 애버리지니(Aborigine)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성지 울루루(Uluru, 영국의 탐험가가 에이어즈락(Ayers Rock)이라고 이름붙였다)에 침입하지 않으면 우호적인 태도로 접해온다.

설령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르더라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영국인 입식자(入植者)들은 처음에는 그들과 다툼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입식자인 영국의 유형수(流刑囚)들은 점차 오만한 태도를 취하게 되어, 이윽고 스포츠 헌팅이라고 칭하고 많은 애버리지니를 학살하기에 이르렀다.

사우스 웨일즈 주의 도서관에는, 당시의 영국인 입식자들이 애버리지니의 학살을 스포츠 감각으로 즐겼던 것을 나타내는 일기장이 남아있다.

1600년 무렵에는 100만명, 700개 이상의 부족이 있었던 애버리지니는 1937년까지 백인에 의해 학살당하여, 태즈매니아 섬의 애버리지니는 절멸, 오스트레일리아 본토는 수만 명 정도로까지 줄어들었다.

그 이후에도 오만한 백호주의(白豪主義)에 의한 강제 동화 정책이 실시되어, 1970년까지 많은 애버리지니들이 강제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버리게 되었다.


"저로서는 그들과 우호적으로 접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그들과 다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깊이 관여하는 것은 금물이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적인 스포츠 헌팅, 물가에 독을 풀거나, 애버리지니를 외딴 섬에 내버려두어 굶어죽게 하거나 하는 짓을 한 영국 입식자들이지만, 시즈코에게는 백인지상주의 같은 사고는 티끌만큼도 없다.

물론, 속셈(下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부족이라고는 해도 선주민족과의 커넥션을 얻게 되면, 다른 부족과 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즈코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옥한 곡창지대에서의 농산물과 지하자원이다. 타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독립국으로서의 체재를 갖출 필요는 있지만, 그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남만인의 침략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서는 군사력도 필요한가"


"호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륙입니다. 나라를 만드는 데는 10년, 20년은 보는 게 좋겠지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든다는 것이구나.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어깨를 움츠린 노부나가는, 말과는 달리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백성조차 없는 장소에 나라를 세우려면 방대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은 눈 앞의 적을 처리하지 않으면, 호주에서의 국가 수립 같은 건 그림의 떡이지"


"옛. 우선은 타케다(武田)이겠죠. 하지만 이쪽은 문제없습니다. 현재까지는 타케다는 제 계획(棋譜) 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든든하구나. 나는 네 계책을 따라 타케다와 일을 벌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겠다. 속이 검은 너구리(※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도 타케다와 표면적으로 대립하지 말라고 서신을 보냈다. 지금쯤 너구리놈은 꽤나 부루퉁해 있겠지"


"……대답은 삼가겠습니다. 타케다 다음은 우에스기(上杉)…… 라고는 해도 사도(佐渡)의 금광(金山)이 목적이므로, 우에스기에 대해서는 유화(宥和) 정책으로 문제없겠지요. 타케다는 오다의 이름을 일본 전역에 떨치기 위한 산제물(生け贄)이니 멸망시켜야 합니다만"


"타케다가 산제물이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발언이구나"


말과는 달리 노부나가는 대답하게 웃었다. 그는 시즈코에게 설명을 듣고, 이미 타케다와 전쟁을 해도 이길 수 있는 계획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전면에 드러내면 타케다가 경계하여 움직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코우슈(甲州)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5명에 필적한다'. 노부나가에게는 어떻게든 그 말을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평소에도 전쟁시에도, 병사의 이미지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병의 이미지가 붙는 것만으로 쓸데없는 전쟁을 회피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적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줄 수 있다.


"앞서도 말했으나 네게 우선적으로 자금(金子)을 주겠다. 충분히 준비하여, 마음껏 이름을 날려라"


"옛!"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시즈코 군 중에 유일하게 시식회(試食会)에 참가하지 않은 아시미츠(足満)는 신사(神社)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나무숲에서 대나무를 모으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나무를 필요로하지 않았던 아시미츠였으나, 바이오 코크스를 만들 수 있다면 대나무는 좋은 원료가 된다. 하지만, 수분을 빼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벌채하여 건조시키고 있었다.

가장 적합한 원료는 메밀껍질(そば殻)로, 알갱이의 굵기나 수분량이 거의 이상적이다. 건조나 분쇄 가공은 필요없고, 메밀껍질을 그대로 바이오 코크스 제조에 투입할 수 있다.

아직 메밀껍질은 중요시되고 있지 않다. 용도로서는 토양 만들기(土作り)에 이용되거나, 베개의 소재로 쓰이는 정도로, 그것들도 꼭 메밀껍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메밀껍질은 바이오 코크스의 원료로서는 이상적인 소재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메밀껍질만으로는 불안하기에, 아시미츠는 다양한 재료로 바이오 코크스를 제조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사람을 고용할까. 아니, 벌채에 시간이 걸리지. 나라면 칼로 금방 할 수 있지만, 다른 자들은 나타(鉈)라도 준비할 필요가 있으니 번거롭군"


아시미츠가 허리에 차고 있는 칼(太刀), 분류적으로는 대태도(大太刀)에 속하는 칼은, 현대 과학과 전통 기술이 융합되어 탄생한 걸작이었다.

실전을 위해 칼날이 두꺼운 칼날이 불룩하게(蛤刃) 되어 있는 아시미츠의 칼은, 참격 능력(斬撃能力)이라면 어떠한 명도(名刀)라도 추종을 불허한다. 손질이 조금 번거로운 점을 제외하면, 지고(至高)의 무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그가 손에 장비하고 있는 토시(小手)에도 같은 기술이 사용되었다.


당연하지만 대나무를 베는 것 정도는 아시미츠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한 그루, 나란히 있을 경우에는 몇 그루의 대나무를 한꺼번에 벌채할 수 있다.

오해되기 쉬운데, 일본도는 다루기가 어려워서, 초짜(素人)가 명도를 휘둘러도 금방 못쓰게 된다. 마찬가지로 달인이라고 해도 무딘 칼을 쓰면 금방 칼날의 이빨이 빠진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자가 명품을 다루어야 처음으로 일본도는 진가를 발휘한다. 그 정도로 일본도를 다루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역자 코멘트: '천재만이 다룰 수 있는 최고의 검(=무기)'이라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무기에 대한 허상적 클리셰로군요)


"흡!"


적당한 사이즈로 보인 대나무를, 아시미츠는 기합과 함께 뿌리 부분을 절단했다. 조금 지나 중력을 따라 쓰러진 대나무를 치운 후, 뿌리 쪽을 허리에 찬 나타로 십자로 쪼갰다.

이것은 절단면에 물이 고여서 모기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빨리 썩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경트럭이라도 있으면 한번에 옮길 수 있는데, 그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지"


아시미츠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본도로 대나무를 벌채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시즈코의 시대였기 때문에, 칼로 하는 벌채는 이래저래 수고가 들어갔지만, 벌채 후의 운반은 대단히 편했다.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경트럭에 싣고, 짐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밧줄로 묶으면 고생없이 운반할 수 있었다.


(광차(トロッコ) 같은 게 있다면…… 아니, 관두자. 운반되는 모습이 대단히 우스꽝스럽겠군)


대나무와 함께 자신이 광차로 운반되는 모습을 상상한 아시미츠였으나, 즉시 그것을 머리 속에서 털어냈다. 바이오 코크스용과는 다른 용도로 필요한 청죽(青竹)을 짊어진 아시미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나 그 발은 즉시 멎었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로부터 화살이 날아와 아시미츠의 바로 옆의 땅바닥에 꽂혔다.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수(射手)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한숨과 함께 땅바닥에 꽂힌 화살을 뽑았다.

화살의 중앙 부근에 종이가 묶여 있었다. 소위 말하는 화살편지(矢文)라는 것이었다. 편지를 한번 본 후, 아시미츠는 대나무를 짊어지고 신사로 돌아갔다.


"어라, 시간이 꽤 걸리셨는데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신사에 돌아가자 아저씨즈(s) 중 한 명인 미츠오(みつお)가 생선을 해체하며 말을 걸어왔다. 다른 한 명인 고로(五郎)는 필사적으로 불의 세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츠루히메(鶴姫)와 시녀인 시바(柴)가 있었다.


"적당한 청죽을 찾다보니 시간이 걸렸다. 이쪽도 준비를 시작하지"


"잘 부탁합니다"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운반해온 청죽에 가지치기(대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행위)를 한 후, 적당한 길이로 잘랐다. 다음으로 대나무 마디를 1번 밑으로 전부 뚫었다.

여기까지가 아시미츠의 작업이었다. 필요한 처리를 마친 아시미츠는, 그 걸음으로 고로가 조정하고 있는 모닥불에 다가가더니, 아까 날아온 화살편지를 던져넣었다.

순식간에 편지째로 화살에 불이 붙었지만, 아시미츠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시 미츠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가와서 갑자기 화살을 던져넣은 것에 고개를 갸웃한 고로였으나, 아시미츠가 기괴한 행동을 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불을 조정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생선을 망지(網脂, ※역주: 소나 돼지의 내장 주변에 붙어있는 그물 모양의 지방. 한글로는 적당한 단어가 검색되지 않았음)로 감싸 대나무에 넣고, 그 후에는 대나무를 굽기만 하면 민물고기의 청죽구이(青竹焼き)가 만들어집니다"


"다음에는 청죽으로 지은 밥이군. 그 사이에 돼지국(豚汁)이 만들어지면 완벽하다"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입니다만"


"어-이, 아저씨랑 아시미츠 씨. 불 준비가 다 됐어-"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항상 하는 말을 주고받으며 세 사람은 요리를 계속했다. 기본적으로 밑준비를 한 후에 대나무째로 굽는 요리가 많았기에, 대나무를 조리용으로 가공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제 남은 건 굽는 것 뿐이다. 미츠오는 부인을 돌봐주기라도 해라"


준비가 끝나고 대나무를 굽기 시작했을 무렵, 아시미츠는 미츠오에게 말했다. 고로도 같은 의견인지, 휘파람을 불며 미츠오를 힐끗 보았다.


"뭡니까, 기분나쁘게요. 또 뭔가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죠?"


"호~, 끝까지 시치미를 뗄 셈이냐. 그래서…… 부인은 몇개월째냐"


아시미츠의 지적에 미츠오의 표정이 굳었다. 당황해서 고로 쪽을 쳐다보자, 그는 미츠오의 표정을 보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모두 알려졌다는 것을 이해한 미츠오는, 몸을 작게 움츠리고 머뭇거리며 물었다.


"……언제 눈치채셨나요?"


"처음부터다. 네놈의 태도는 뻔하지. 평소와 달리 묘하게 부인을 신경쓰고 있으면 누구든 눈치채지. 하여간, 뭐~가 어린애니까, 냐. 할 건 빠짐없이 다 했구만"


"아니, 저도 말이죠.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수치심이 들었는지, 미츠오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몸을 흔들었다. 아시미츠는 미츠오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솔직해져라, 미츠오"


"아니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시미츠 씨라면 아시겠죠.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말입니다"


시대 운운하면 고로가 수상쩍게 생각하므로, 그 부분만 목소리를 작게 하며 미츠오는 반론했다. 그러나, 아시미츠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남자는 다들, 젊은 여자를 좋아하니까"


"그 말투는, 제가 지조(節操)없는 남자라는 걸로 들리잖습니까"


"아니냐?"


"전력으로 부정하겠습니다. 아니, 딱히 츠루히메 씨가 싫은 건 아니거든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멋지고, 공주님(姫君)이면서도 오만한 구석도 없고, 정말 멋진 옛 야마토 나데시코(大和撫子)라고 할까요. 축산은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중노동인데, 싫은 표정 없이 도와주고…… 아니 뭡니까"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미츠오였으나, 아시미츠와 고로는 배가 다 부르다는 듯한 태도였다. 고로의 경우 이마에 손을 대고 보라는 듯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들으셨습니까 고로 씨. 이게 전설의 '미츠오의 자랑질(惚気)'이지요"


"알고 있답니다 아시미츠 씨. 분명히 오다 나으리께서 딸을 측실로 받아달라고 했을 때 아저씨가 성대하게 자랑질을 해서 없었던 일이 된 사건 말이군요"


"그렇지요 고로 씨. 오다 나으리를 앞에 두고 반 각(刻) 가까이 자랑질을 한 그겁니다. 정말 뜨겁지 뭐에요"


"그러네요 아시미츠 씨. 저는 벌써 더위 떄문에 땀으로 범벅이에요"


아주머니들이 우물가에서 수다를 떠는 것(井戸端会議)처럼 아시미츠와 고로는 땅바닥에 쭈그려앉아 소근소근 이야기했다. 미츠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눈 앞의 두 사람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미츠오, 너는 부인을 아껴주고 와라"


"맞아, 아저씨. 이대로는 대나무가 아저씨의 자랑질에 타버리겠어"


하지만 두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 쇠귀에 경읽기이고,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성대하게 한숨을 쉰 후, 아시미츠와 고로에게 "요리를 부탁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츠루히메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요리는 이제 끝난 건가요, 미츠오 님"


옅게 미소지으며 츠로이메는 미츠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까까지 앉아있던 장소에서 비켜서 거기에 미츠오가 앉게 하려고 생각한 츠루히메였으나,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미츠오는 어깨에 손을 얹어서 멈추게 했다.


"안 됩니다, 좀 더 몸을 아껴 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츠루히메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미츠오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아까까지 불가에 있었기에 겨울바람의 추위에 뼈가 조금 시렸다.

하지만 미츠오는 결코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츠루히메의 어깨에 캐시미어(cashmere) 숄(stole)을 걸쳐주었다. 정성껏 키운 캐시미어 산양으로부터 얻은 털을,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 가져가서 짠 명품이다.


(정확히는 캐시미어는 아니지만, 귀찮으니 캐시미어라고 해두죠. 하지만, 시즈코 씨는 굉장하네요. 그만한 사람들을 종이 한 장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츠오 개인이 털을 가져가도 틀림없이 문전박대당할 것이 뻔하다. 사실, 시즈코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여주기 전에는 쌀쌀맞은 반응을 보였다.

캐시미어 산양의 털에서 실을 만들고, 그것들을 지정한 색으로 염색한다.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는 있으나, 비단(絹)이나 목면(木綿)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짜면 원하는 제품은 완성된다.

말로 하는 건 쉽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구별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이 가져온 것 따위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었다.


(하지만, 시즈코 씨의 편지를 보여주자 태도가 확 바뀌었죠. 그건 굉장한 태도변화였습니다)


"왜 그러시나요, 미츠오 님?"


생각에 잠겨있는 미츠오를 츠루히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니, 별 거 아닙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우(親友)가 두 명이나 있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부인이 곁에 있으니까요"


말하면서 츠루히메의 어깨를 감싸안고 미츠오는 그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것인데, 츠루히메는 공주님으로 대우받기보다 한 개인으로서 대우받는 것을 선호했다.

그것은 전국시대, 여성은 정치의 도구나 약탈품이라는 취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츠루히메는 갓난아기 때, 몸이 약했기에 친족에게 함부로 다루어졌다.

그 때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츠루히메에게 입장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겨났다.


"괜찮습니다. 소첩은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 미츠오 님을 남기고 죽지도 않습니다. 돌을 씹어먹더라도 살아남아 보이겠습니다"


미츠오의 마음 속의 말을 헤아린 츠루히메는, 미츠오의 손에 자신의 손을 덮었다. 순간 놀란 미츠오였으나 즉시 미소를 떠올리면서 어깨를 안은 팔에 약간 힘을 주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그녀를 겹치는 듯한 말을 해버려서. 이래서는 언제까지고 몹쓸 남편이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츠오 님은 소첩에겐 과분할 정도의 남편이십니다"


츠루히메는 미츠오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으며 한 점의 흐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츠오는 어깨를 감싸안았던 팔을 풀더니 츠루히메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탕을 뱉을 정도로 달콤하구만"


"보고 있는 이쪽이 다 부끄럽네요"


"놀리지 마세요. 모처럼의 분위기를 다 잡쳤잖습니까"


아시미츠와 고로의 놀림에 미츠오는 한숨을 섞어 말했다.




혼간지(本願寺)의 요청에 응한 카이(甲斐) 국(国)의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이 무렵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다 가문을 뭉개버릴 계획이 서 있었으며, 그의 생각대로 각국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세 속에서, 단 하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그의 생각에서 벗어난 인물, 그것은 시즈코였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기보다, 이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앞서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애초에 같은 무대에 서 있지 않고 마음대로 농락당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노에(近衛) 가문의 딸은 동향을 읽을 수 없군. 어린 계집에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하면 그 뿐이지만, 뭔가가 걸린다)


겨우 여자아이 한 명에게 자신이 그리는 악보(譜面)가 뒤집힐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으나, 오랜 세월 동안 전장에서 길러진 감과 경험이 시즈코에게 주의하라고 경종을 울렸다.

따라서 안심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으나, 이게 생각처럼 모이질 않았다. 표면적(外枠)인 정보는 모여도 중요한 부분의 정보가 구멍이 뻥 뚫린 듯 빠져 있었다.

중요한 직책을 맡거나 비장의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건가 싶더니,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노부나가에 아까운 기색도 없이 넘겼다.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신겐은 짜증이 나고 있었다.


시점을 바꿔보자고 생각하여, 신겐은 시즈코가 아닌 주위의 무장들로부터 정보를 얻으려고 햇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먼저 케이지는 가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행동만 눈에 띄었다. 아무 연락도 없이 며칠 집을 비웠나 싶더니, 돌아와서도 시종 먹고 마시기만 할 뿐이었다.

신겐을 포함한 타케다 가문 가신들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불려가 성으로 가고 있을 때, 케이지는 정을 통한 여자와 항구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다는 정보였다.

호위대(馬廻衆)이면서 전혀 그 책무를 수행하지 않고, 경호를 받아야 할 시즈코 자신이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주종관계냐면서 신겐 이하 타케다 가문 가신들이 머리를 감싸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밖의 인물들도 접촉해 보았으나, 사이조는 시즈코에게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데다, 나가요시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회유에 응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와 입장이 난처해질 이야기 어느 쪽도 마찬가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가요시에 이르러서는 역린(逆鱗)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그때까지 웃고 있다가 돌연 표변(豹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를 죽였다.

그 두 사람보다 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아시미츠였다. 왜냐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내면에 파고들려는 자는 예외없이 죽였다.


(이색적인 자들만 모인 무장들을 제어할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만큼 자기 주장이 강한 자들을, 어떤 수법으로 부리고 있는 것이냐)


시즈코에게는 부하들에게 포상으로 나누어줄 수 있는 봉토(知行地)가 없다.

또, 노부나가로부터도 봉토가 주어지는 기색도 없었다. 그렇기에, 전국시대 초기(初期)의 사고방식이 강한 타케다 가문으로서는 시즈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즈코를 이해하려면, 노부나가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오다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리 가신들에게 주는 것은 봉토가 아니라 지위와 금전(金銭)이다. 소위 말하는 화폐경제를 권장하고, 고용도 금전 거래로 하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많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주위가 따라오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봉토보다, 생산물을 살 수 있는 금전을 받는 쪽이 '이득이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토지를 개발하여, 다양한 산업을 일으키고 발전시켜, 시장에 물건이 넘치는 상태를 만든다. 그렇게 얻어진 돈을 일단 모아서, 가신들에게 뿌려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

가신들은 받은 돈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생활하며 사치도 즐긴다.

그러면 자연을 상대로 토지를 경작하며 운에 좌우되는 수확을 기다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賃金)을 받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 대부터 집안 소동이나 가신들끼리의 다툼이 많았던 신겐에게는 시즈코의 속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전력으로 오다에 대해 조사해라"


지금 이상으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느낀 신겐은, 가신들에게 호령을 내렸다.




"아하핫, 꽤나 유쾌한 상황이 되었구나"


노키자루(軒猿)로부터 돌라온 시즈코에 대한 보고를 듣고, 켄신(謙信)은 호쾌하게 웃었다. 간자들의 정보를 듣고 얼굴을 찡그렸던 신겐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웃을 일이 아니옵니다, 영주님(お実城様). 오다는 착착 적을 없애가고 있습니다"


카게츠나(景綱)가 헛기침을 하며 쓴소리를 했다. 그가 머리아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때는 존망의 위기에 섰던 노부나가였으나, 현재는 거꾸로 포위망에 참가했던 영주(国人)들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롯카쿠(六角) 씨는 멸망, 아자이(浅井) 씨는 대부분의 지성(支城)이 함락되었고, 아사쿠라(朝倉) 씨는 카네가사키 성(金ヶ崎城)까지 함락된 상태다. 엔랴쿠지(延暦寺)는 사카모토(坂本)에 있는 미츠히데(光秀)가 눈을 번득이고 있어, 재기(再興)할 기색조차 없었다.

혼간지는 이시야마(石山) 혼간지까지는 함락되지 않았으나,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몇 번인가 오다 군을 공격했지만 지나치게 산발적이라 효과는 별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렇게 반(反) 오다를 외쳐놓고는 아직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웃지 않겠느냐"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손만 빨고 있어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겠지요"


카게츠나의 말에 켄신은 씩 웃었다. 그도 이대로 노부나가가 포위망을 깨부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카이의 괴물(巨獣), 타케다가 움직이면 오다 군은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겠지요. 그들의 강함은, 칼날을 맞대어본 우리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요"


타케다와 우에스기(上杉), 그리고 호죠(北条)는 때로는 동맹을 맺고, 때로는 전쟁을 벌이는 관계다. 타케다나 호죠의 강함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타케다의 전쟁을 모르는 오다 군은 10분의 1에 불과한 타케다 군에게 박살날 것이 눈에 선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켄신은 카게츠나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반대로 말하면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놓치고 있는 맹점이 있는게 아닐까, 라고 그는 최근들어 생각하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타케다 군과의 전쟁을 너무나 가까이 느끼고 있었기에, 변화나 기회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들은 타케다와 몇 번이나 싸웠다. 그렇기에야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쩌면, 오다 군은 우리들은 생각지도 못한 맹점을 찔러서 타케다 군을 격파할지도 모른다"


"설마, 그럴 리가요"


말하면서도 카게츠나는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다. 노부나가는 악운(悪運)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운(強運)으로, 본래는 멸망당했어야 할 오다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설마, 라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카게츠나는 생각해버렸다.


"물론, 대단히 쉽게 패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오다 님은 악운을 가진 분이다. 거기에 시즈코 님의 존재도 있지. 그녀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과연 그만한 힘이 있을까요"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의 그녀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노키자루가 말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타케다와의 싸움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들은 그 결말을 예상할 수 없게 되지"


매사에 비할 데 없는 성과를 보여온 시즈코가, 유독 군사(軍事)에 관련해서만은 손대지 않는 것에 켄신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한 영지(叡智)의 소유주가 군사에 대해서는 어둡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고 켄신은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오다가 크게 움직일 떄, 그 기점(起点)은 시즈코 님이 되겠지. 타케다도 호죠도 시즈코 님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후에는 그녀의 정보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다"


"옛, 노키자루에게는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를 올리도록 명하겠습니다"


"'그들'을 쓸 수 있다면 금방 접촉할 수는 있겠지만, 억지로 밀어붙이다간 기회를 놓치지"


켄신은 시즈코가 쿄(京)에 있을 때, 그녀에게 접근하게 시킨 2인조를 떠올렸다. 기후(岐阜)나 오와리(尾張)에서 우연을 가장해 만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위에 쓸데없는 경계심을 품게 할 위험도 있다.


"그게…… 저……"


켄신의 말을 들은 카게츠나가, 보기드물게 우물거리는 태도를 취했다.


"왜 그러느냐, '그들'에게 뭔가 문제라도 생겼느냐?"


"……저, 말입니다. 그 녀석이 '시즈코 님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오와리로 가 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풉, 푸하하핫!

그거 참 유쾌한 이야기로다. 그 녀석은 시즈코 님을 보고 뭔가 심금을 울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겠지. 내버려 두어라. 놔두면 알아서 불쑥 돌아오겠지"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뜬 켄신이었으나, 곧 표정을 풀고 크게 웃었다. 그런 켄신을 보고 카게츠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시식회는 대성황으로 끝났다. 도중에 시바타(柴田)와 히데요시(秀吉)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술을 사용한 후, 즉석의 연회(宴会)가 되어버린 점을 모른척 한다면, 말이지만.


12월도 후반에 접어들어, 큰 싸움도 없었기에 정월(正月) 준비에 들어간 시즈코에게 큐지로(久治郎)가 찾아왔다. 뭔가 주문했었던가, 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시즈코에게 큐지로는 어떤 것을 보여주었다.


"잊으셨습니까, 시즈코 님. 꽤나 예전이지만, 남만인(南蛮人)에게 이것을 받도록 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항상 그렇듯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큐지로가 보인 것, 그것은 새장이었다. 새장 뿐만이 아니라, 짐승을 넣는 소형의 우리(檻) 몇 개가 발 밑에 있었다.

그제서야 시즈코는 큐지로가 무엇을 가져왔는지에 생각이 미쳤다. 잊고 있었던 것을 사과한 후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려 했다.


"아뇨아뇨, 바쁘신 것 같으니, 대금만 받으면 저는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큐지로는 이마를 탁탁 치며 사양했다. 정월을 앞두고 있으니 장사 이야기가 많은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의 말을 따라 아야에게 대금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뭔가 필요하시면, 꼭 저를 불러 주십쇼"


약속한 금액에 조금 더해 건네주자, 그는 아주 기분좋게 떠나갔다. 그와 교차하듯 비트만들이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시즈코가 있는 곳에 오면 평소에는 어리광을 부리지만, 이번에는 즉시 새로운 동물들의 냄새를 느꼈는지 우리에 대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경계하고 있었다.


"워워, 괜찮아. 그리고 이건 중요한 동물이니까 다치게 하면 안 돼"


비트만들을 쭉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아야(彩)와 쇼우(蕭)와 함께 셋이서 우리를 집 안으로 운반했다. 처음 보는 동물들에 두 사람은 질겁했지만, 실은 시즈코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즈코가 유럽 상인으로부터 구입한 동물은, 시즈코의 시대에는 멸종해버린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남획(乱獲)에 의해 19세기에 멸종한 큰바다쇠오리(オオウミガラス)였다. 외모가 펭귄을 닮았지만 대형의 바다새로 분류된다.

전장이 80cm 이상으로, 바다쇠오리(ウミスズメ) 종류 중에서 가장 큰 몸을 가진다. 남극에 있는 펭귄과 닮았는데, 본래는 큰바다쇠오리가 펭귄이라고 불렸었다.

하지만 멸종해버린 지금, 남극 펭귄이 펭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간에 대해 경계심이 별로 없고, 오히려 스스로 인간에게 다가올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하다. 먹이를 주려고 우리에서 내보내자, 경계심 없이 시즈코에게 다가왔다.

펭귄과 꼭 닮아서 귀엽다고 생각했으나, 환경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귀여워히지 않는 정도로 억제하고 먹이를 주었다.


큰바다쇠오리의 체크 겸 먹이주기를 마치자, 다음에는 마찬가지로 남획에 의해 19세기에 멸종한 바다밍크(ウミベミンク)였다.

큰바다쇠오리와 다른 점은, 큰바다쇠오리는 식용으로 포획되었으나, 바다밍크는 모피(毛皮)를 목적으로 포획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모피와 고기를 노리고 바다밍크 사냥을 했으나, 유럽으로부터의 입식자들이 더욱 열심히 모피의 수요를 채우려고 남획을 거듭했다.


이쪽은 경계심이 강하여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나, 바다밍크가 특별히 경계심이 강한 것이 아니라 밍크 종류는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

모습을 보니 배고플 거라 짐작한 시즈코는, 남아있던 생선을 우리에 던져넣었다. 그 순간, 바다밍크는 생선으로 쇄도하여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배가 불러서 만족했는지, 그대로 드러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대답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고민되는 부분이었으나, 얌전해졌으니 됐다고 생각하고 그들도 큰바다쇠오리와 마찬가지로 사육지(飼育地)로 운반했다.


마지막이 멸종 동물 중 가장 유명한 새인 나그네비둘기(リョコウバト)다. 조류 중에서도 가장 개체수가 많아, 일설에는 50억에서 60억 마리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그네비둘기도 앞서의 두 종과 마찬가지로, 유럽이나 미국인에 의한 남획이 원인으로 20세기 초반에 멸종했다.

나그네비둘기의 고기는 대단히 맛있다고 하여, 도시에서도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그에 더해 미국은 화약의 원료인 초석(硝石), 유황(硫黄), 목탄(木炭)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 때문에, 그 그림자로 대낮을 어둡게 할 정도의 무리를 짓는 그들을 향해 총을 쏘면 나그네비둘기와 납탄이 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 후에는 탄을 재활용하여 계속 쏘면, 화약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나그네비둘기를 사냥할 수 있었다.


막대한 숫자를 자랑하던 나그네비둘기였으나, 번식력은 약하여 얼마 안 되는 개체만으로는 번식하지 못하고, 또 숫자가 많았던 점 때문에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워서, 그러는 동안 새끼(ヒナ)까지 계속 남획되었다.

19세기 말, 그 때까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있었던 나그네비둘기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보호에 나섰으나, 이미 기울어진 저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거기에 숫자가 줄어든 것 때문에 나그네비둘기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밀렵자들이 끊이지 않아, 20세기 초에 야생종(野生種)이 사냥꾼의 총에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야생종의 나그네비둘기가 멸종되었다.

동물원에서 약간이나마 사육되었던 나그네비둘기였으나, 야생종이 멸종된 지 수십년 후, 마지막 개체가 노쇠하여 죽게 되어 나그네비둘기라는 종은 멸종되었다.


"일본도 그렇지만, 앞뒤 생각 안 하고 사냥하는 건 어떻게 안 되나"


개체수가 많은 것이 꼭 좋지는 않다. 한 마리가 줄어들어봤자, 라는 심리가 작용하여 쉽게 사냥당하게 된다.

예전에 일본에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따오기(トキ)가 있었으며, 에도(江戸) 시대에는 따오기가 너무 많아서 논밭이 황폐화되어 버렸기에, 백성들이 윗사람들에게 따오기의 수렵 허가를 탄원했던 기록도 있다.

하지만 메이지(明治) 시대에 들어선 후 겨우 100년도 되지 않아 멸종해 버렸다.

깃털 목적의 사냥, 환경의 급격한 변화, 농약에 의한 수은중독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21세기 초에 일본 고유종인 따오기는 멸종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따오기는 중국의 따오기 뿐이다.


"일본의 도토리로도 괜찮으……려나?"


잘게 부순 도토리 열매를 줘봤는데, 나그네비둘기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먹이에 달려들었다.


나그네비둘기의 먹이는 나무열매나 씨앗으로, 먹이가 풍부한 지역을 찾아 이동했다. 도토리 외에도 초목(草木)의 씨앗이나 열매, 작은 곤충에 지렁이 등도 먹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기후는 다종다양했기에, 먹이가 풍부한 지역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단은 생태 관찰이라도 할까"


아주 약간 나그네비둘기의 고기가 궁금해진 시즈코였으나, 큰 돈을 내고 구입한 나그네비둘기를 쓸데없이 줄이고 싶지 않았기에 자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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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4 1571년 12월 하순



타코야키(たこ焼き)와 붕어빵(たい焼き), 오방떡(大判焼き)의 대 시식회를 앞두고, 시즈코는 자신이 이권을 쥐고 있는 항구마을로 갔다.

시즈코는 굴(牡蠣)이나 김(海苔) 양식(養殖), 또 일부의 계류시설(係留施設)을 관리, 운용하는 권리를 가지고, 정박하는 선박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세수(税収)의 태반을 양식장의 확장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 덕분에 당초에는 굴밖에 없었던 양식 대상은 바지락(アサリ)에 가리비(ホタテ), 전복(アワビ), 소라(サザエ) 등 폭넓게 취급하는 데 성공했다.

여담이지만 담수생(淡水生)의 재치조개(シジミ)도 별도로 양식장을 준비하여 생산에 착수했다.

식용 이외의 품종으로는 진주조개로 유명한 아코야 조개(阿古屋貝)에도 손을 뻗쳐, 양식에 의한 진주의 안정적인 공급을 개시했다.

대형의 식용 조개로 기대한 소라나 전복은 사육이 어려워서 실패의 연속이었으나, 바지락이나 재치조개, 가리비는 양식의 전망이 확보되어, 안정적 공급을 향한 스타트를 끊었다.

자금원으로서 기대한 진주 양식은 천연의 아코야 조개도 사용했기에 진주의 질에 편차가 있었으나 알이 굵은 것들을 다수 수확할 수 있었다.

조개 자체도 정리되어 양식하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알이 균일한 8mm 사이즈의 진주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번에는 갑(甲) 진주가 많네"


"옛, 금년의 진주는 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진주 양식의 지휘자인 우두머리(親方)가 뒤통수를 긁으며 웃음을 띠웠다.


진주는 그 크기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시즈코는 위로부터 직경 8mm의 것을 갑, 7mm를 을(乙), 6mm 이하를 병(丙) 등급으로 정했다.

8mm를 넘는 앍이 굵은 진주가 얻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9mm 이상은 규격외로서 갑이 아니라 최저 등급인 정(丁) 등급으로 했다.

이것은 9mm 이상의 진주를 얻으려고 하면 생육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어, 조개의 사망 리스크가 크게 높아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도박이 되어버리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도박에 이겨도 10mm 정도가 한계이며, 대부분 리스크에 걸맞지 않는 결과가 되는 것이 다른 하나의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진주 양식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큰 사이즈를 얻으려는 의식 자체를 억제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생산된 진주는 등급에 따라 용도가 구별되었다.

갑을의 상위 랭크는 보석으로서 장식용으로 사용되지만, 을 이하의 하위 랭크의 것들은 약용(진주는 양질의 칼슘이기에 분말로 만든 가루약(散薬)이 해열제로 쓰인다)이나 화장품 등의 재료로 사용했다.

또, 아코야 조개 자체도 식용에 적합하지만,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포획을 금지했다.

진주를 꺼낼 때에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조개관자(貝柱)는 예외적으로 양식업자와 주변 주민들에 더해, 시즈코들 관리자 측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먹는 것이 허용되었다.

조개관자 이외의 고기조각은 내장을 제외한 일부를 새로운 진주의 핵(核材)으로 재활용하고, 남은 부분도 유기물은 비료로 가공했다.

조개껍질 자체도 아름다운 진주질을 갖는 아코야 조개는, 조개껍질조차도 가공하면 미술공예품으로 쿄(京)나 사카이(堺)에서 인기가 좋았다.


"좋아, 계산 끝. 세금을 빼고 대충 이 정도의 가격이겠네"


진주에 한정되지 않고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양식이 자리를 잡아 질, 양이 안정될 때까지 판로를 가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규정된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시장에 유통시킨 결과 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떨어지는 2급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며, 또한 시즈코가 관리하는 마을 전체의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양식업자도 인간인 이상 밥줄이 없으면 굶주리게 된다. 그래서 양식이 안정될 때까지는 전량을 시즈코가 사들여 선별하여 어용상인(御用商人)에게 납품한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안정된 생산 실적을 올린 업자들만이 시즈코의 손을 떠나 독자적인 판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완전히 자유로운 독자 판로는 허가되지 않고, 노부나가가 관리하는 도매 조합(卸組合)을 통해서만 매매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오오, 감사합니다"


시즈코가 돈이 든 나무 상자를 진주 우두머리에게 건네주고, 그 대신 우두머리는 진주를 하나하나 목면(木綿)으로 감싸 외벽이나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배려된 나무 상자를 시즈코의 병사에게 건넸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근처에 사는 꼬맹이가 뭔가 묘하게 냄새나는 돌을 주웠다고 합니다. 분명히, 시즈코 님께서는 그런 돌을 모으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직 필요하십니까?"


상자를 8할 정도 쌓았을 때 어떤 것을 떠올린 우두머리가 말했다.


"……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 가능하면 현물이 있으면 좋겠어"


"옛, 알겠습니다. 어이! 스케(助, ※역주: 이게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진 명사인지 정확히 모르겠음) 네 아들내미한테 그놈이 주웠다는 냄새나는 돌을 가져오라고 전해줘!"


가까이 있던 젊은이들에게 우두리가 소리쳤다. 젊은이들은 허리를 펴더니 급히 달려나갔다. 잠시 후, 오랫동안 표류했는지 뾰족한 부분이 닳아 둥그래지고 희게 변색된 돌과, 14세 정도의 남자애를 데리고 돌아왔다.


"으악, 냄새! 확실히 냄새가 굉장한데"


코를 부여잡고 우두머리는 손을 흔들어 냄새를 쫓았다. 한편 시즈코는 젊은이들에게서 작은 누름돌(漬物石) 정도 크기의 돌을 받아들고 면밀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표류에 의해 외부가 깎여나간데다 자외선에도 노출되고 산화되어 있었지만, 표층에 특징적인 부리(嘴) 모양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생각했떤 물건이 맞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웃었다.


"이건 바로 내가 찾던 물건이네. 일단 무게는…… 대충 700g이려나. 표면은 깎아내야 하지만, 이 정도로 큰 거라면 비싸게 사들일게"


"사들이신다니…… 그 냄새나는 걸 말입니까? 참고로 얼마 정도입니까?"


"일단 60관(貫)에 어때?"


"60관!?"


60관은 현대의 금전 가치로 따지면 약 600만 엔이다. 몇 만엔으로 1개월을 살 수 있는 그들에게 600만은 터무니없는 거금이 된다.


"이웃나라에서 이걸 귀중하게 여겨서 수요가 있거든. 하지만 고래가 특정한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물건이야. 우리는 포경(捕鯨)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입수하지 못했으니 너는 정말로 운이 좋아"


그렇게 말하고 악취를 뿜는 하얀 돌, 아니 향유고래(マッコウクジラ)의 결석(結石)인 용연향(龍涎香)을 가리켰다.

용연향은 결석이긴 하나 귀중한 천연 향료이다. 향유고래를 해체했을 때 몸 속에서 얻거나, 배설된 결석이 해안가에 떠밀려온 것을 우연히 줍는 것 이외에는 입수할 방법이 없다.

용연향은 물보다 비중(比重)이 가벼워서 해면(海面)에 떠서 표류하기 때문에 운에 따라서는 일확천금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의 소재이기도 하다.

현대의 이세 만(伊勢湾)에는 어패류(魚貝類)의 서식밖에 확인되어있지 않으나, 20세기 무렵까지는 고래나 범고래(シャチ) 같은 대형 해양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세 만 근처에 우연히 지나가던 향유고래가 있었고, 그 개체가 담석(胆石)을 가지고 있었으며, 게다가 이 타이밍에서 몸 밖으로 배설되었고, 외양(外洋)으로 흘러가지 않고 표착하여, 해안가에서 파도에 의해 깨지기 전에 우연하게 어린애가 주웠다는,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은 것이 이 용연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용연향은 그 자체로는 악취밖에 나지 않지만, 다른 향료와 섞어서 태우면 그 향을 오래 유지하면서 부드럽고 중후한 향을 더한다는, 달리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아, 네네. 60관으로 좋습니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받고, 이거라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욕심이 생긴 꼬맹이였으나, 즉시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자신이 냄새나는 돌을 주웠다는 것은 우두머리나 젊은이들에게도 다 알려져 있는데다, 큰 돈에 팔아넘겼다는 사실도 알려진다.

이제와서 가격을 끌어올리면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는데다, 시즈코는 이 지역 일대에 일거리를 주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로부터 돈을 뜯어냈다는 소문이 퍼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여기는 시즈코가 제시한 금액에 넘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럼 60관을 가져오게 할게"


병사 중 한명에게 60관을 가져오게 한 시즈코는 스케의 아들에게 나무상자를 넘겼다. 그리고 용연향을 소중하게 상자에 넣은 후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용무 끝. 돌아갑니다"




진주가 든 나무상자를 가지고 돌아간 시즈코는, 즉시 크기와 등급으로 분류된 진주를 더 세세하게 선별했다.

체크의 기준은 다양했지만, 기본은 광택, 상처 유무, 형상, 색상(色味)의 네 가지로 선별했다.

우선 진주의 형상이 완전한 구체인지 어그러짐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완전한 구체인지를 확인하는 이유는, 진주는 완전한 원(円)을 그리며, 원(円)을 연(縁, ※역주: 일본어로는 독음이 같음, '운'이라는 의미가 있음)이라고 써서 운을 불러오는 물건(縁起物)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상처 유무나 광택은 겉보기에 관계뙨다. 아무리 완전한 원형이더라도 상처가 있거나 광택이 살지 않은 진주로는 가치가 떨어져 버린다.

색상을 체크하는 이유는, 진주질은 백색만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으로 색상을 띠기 때문에 검은 색상이나 붉은 색상을 가진 진주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코야 조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진주는 백색을 최상으로 치며, 다른 색을 가진 진주는 하급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체크가 끝난 진주는 최고 품질을 특(特), 고품질을 상(上), 저품질을 하(下)로 추가로 세분화시킨다.

진주 중에 최고 품질이 '특팔갑(特八甲)'(8mm의 최고품질 진주) 및 '특칠갑(特七甲)'(7mm의 최고품질 진주)이 되며, 이어서 '상팔갑(上八甲)', '상칠갑(上七甲)', '하팔갑(下八甲)', '하칠갑(下七甲)'으로 설정된다.

품질이 좋은 것은 보석과 장신구로 취급되며, 품질이 낮은 것은 가공품으로 돌려진다.


"이게 특팔갑만으로 만든 진주 목걸이. 이쪽은 은(銀)과 진주로 된 비녀(簪)려나"


시즈코는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머리에 섬세한 은세공에 진주가 상감(象嵌)된 비녀를 꽂았다.

목걸이는 단순히 8mm 진주를 이은 것 뿐이지만, 비녀는 매화꽃을 모티브로 하여 가지와 잎에 꽃잎을 섬세한 은세공으로 표현하고, 알이 굵은 순백의 진주를 배치하여 고급감을 내는 한편, 일부러 색을 띤 코럴 오렌지(coral orange)의 진주를 화심(花芯)에 배치하고 주변에 금으로 된 암술대(花柱)를 곁들인, 다이내믹하고 도전적인 의욕작(意欲作)이다.

차분한 은색과 백색이 고급감을 감돌게 하고, 지나치게 크지 않은 장식이 차분한 어른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네, 네에. 잘 어울리십니다"


하지만, 아야(彩)와 쇼우(蕭)의 반응은 미묘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비녀는 다양한 머리모양이 유행한 에도(江戸) 시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쓸데없는 장식을 하지 않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을 아름답다고 본 전국시대에서는 미묘한 반응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반응이 시원찮네. 역시 별로인가"


아야도 쇼우도 머리장식은 달고는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묶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머리를 묶은 후에 머리 장식을 단다는 것은 전국시대의 패션에서 볼 때는 이단아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아져도, 기이한 눈초리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아뇨, 그런 건"


"핫핫핫, 뭐 머리를 늘어뜨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한텐 좀 안 어울리려나"


쇼우가 다급히 커버하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늘어뜨린 머리를 쳐주는 전국시대였으나, 어느 세상이건 새로운 유행이란 괴짜(奇矯) 취급을 받는 법이지, 라고 시즈코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그건 그렇고, 며칠 후면 시식대회(試食大会)인데, 팥(小豆)이나 설탕(砂糖) 운반은 완료되었어?"


"아, 네. 식재료는 전부 운반을 마쳤습니다. 기술자 마을로부터 지정하신 도구 종류를 한 벌(一式) 씩 전부 들여왔습니다. 남은 건 전날에 고로(五郎) 님이 팥소(餡)의 조리에 착수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팥소는 하룻밤 재워두면 맛이 안정되고 부드러운 단맛이 된다. 조리 중에도 재워두는 공정이 있기는 하지만, 완성 후에 하룻밤 재워두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과 수고가 드는 이유는, 일본 과자(和菓子)에 있어 팥소의 맛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팥소의 맛이 나쁘면, 아무리 고급 식재료를 쓰더라도 과자 자체를 다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만드는 붕어빵(たい焼き)이나 오방떡(大判焼き)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껍질과 팥소 뿐이다. 팥소의 맛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코야키(たこ焼き) 용의 다시마와 카츠오부시도 문제없네. 근데, 이렇게 보니 이세 만(伊勢湾)에서 다시마를 생산할 수 없는 게 아쉬워"


다시마의 양식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걸 하려면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방해된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세 만을 완전하게 장악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렇게까지 비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타케다(武田) 군과 마찬가지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굴복시킬 작전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잘만 하면 타케다 군과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한번에 제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세 만은 완전히 노부나가가 장악하게 되어, 시즈코는 다시마 양식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상황은 순조롭네. 예정대로 신겐(信玄)은 도쿠가와(徳川)에게 트집을 잡아서 토오토우미 국(遠江国)을 침략하고 있어)


오다와 타케다, 오다와 도쿠가와, 타케다와 도쿠가와는 상호 동맹국이다. 하지만 에이로쿠(永禄) 12년(1569년)에 타케다 측이 일방적으로 동맹을 파기하여, 타케다와 도쿠가와(타케다와 오다는 수년 후에 동맹 파기)는 적대 관계가 되었다.

이후, 타케다가 멸망할 때까지 오다-도쿠가와와 타케다 사이에 동맹관계가 부활하는 일은 없었다. 이에야스(家康)가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거처를 옮긴 것도 타케다 가문에 대한 방어 강화가 목적이다.


(그런 시기에 그 두 사람을 여기에 놔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뭐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 조사 후에 돌아갔지만)


예상 외의 사건이기는 했으나, 시즈코의 계획에서 볼 떄는 사소한 문제였다. 계획은 틀어지지 않고 간단히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었다.


(예정으로는 1500…… 아니, 1300이네. 탄(弾)은 4만, 그건 15발, 발파(発破)는 3000 정도지만, 쓸 수 있는 건 1500 정도려나. 어느 쪽이든, 란체스터의 법칙(※역주: 상호간의 무기의 성능이 동등할 경우 다수가 소수를 훨씬 적은 피해로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법칙)으로 계산한 결과는 아주 좋아. 나머지는 계획대로, 그들이 출진하면 돼. 그렇게 되면, 8할의 확률로 승리를 거둘 수 있어)


아무리 역사를 잘 알아도, 사람이 역사적 사실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이에야스(家康)가 예상 외의 행동을 취했기 때문에 시즈코는 약간 계획의 궤도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에야스의 행동은, 오히려 시즈코에게 바람직한 것이었다. 역사를 알고 있다는 이점에 안주하여 무의식중에 방심하기 시작했던 시즈코의 마음을 다잡아주었던 것이다.

기분좋은 긴장감을 준 이에야스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랐다.


"시즈코 님, 아시미츠(足満) 님이 오셨습니다"


"어라, 뭔가 긴급한 보고가 있는 걸까. 아, 두 사람은 다시 일하러 가도 돼"


아시미츠가 직접 찾아왔다는 것에 뭔가 긴급한 보고가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아야와 쇼우에게 자리를 비키도록 말했다.

두 사람은 시즈코에게 인사를 한 후 방을 나갔다. 그녀들과 교대하듯이 아시미츠가 방으로 들어왔다.


"희한하네, 아저씨가 먼저 찾아오다니"


"간신히 마지막 일이 끝나서 말이지"


그 말에 시즈코의 표정이 약간 움직였다. 현대의 기술을 알고 있는 아시미츠에게 시즈코는 다양한 일을 극비리에 의뢰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마지막 일이라고 하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완성했어? 그 어려운 걸"


"유압(油圧) 시스템과 온도 유지에 고생했지만. 말보다 실물을 직접 보는 게 빠르겠지"


품 속에서 검은 덩어리를 꺼낸 아시미츠는 그것을 시즈코에게 던졌다. 검은 덩어리를 한 손으로 받아든 시즈코는, 감촉을 확인하기 위해 몇 번 쥐어본 후, 그것을 눈 앞으로 가져갔다.

지긋하게 검사한 후, 시즈코는 싱긋 웃었다.


"응, 틀림없네. 우리들의 시대에서 쓰이던 바이오 코크스(bio-cokes)에 손색없는 물건이야"


"아무래도 그 시대만큼 재료가 풍부하진 않지. 하지만, 이걸로 연료 문제는 클리어다. 드디어 만들 수 있어. 고로(高炉)를 말이지"


바이오 코크스란 식물성 폐기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석탄 코크스의 대용품이다.

대충 말하자면 천연의 석탄이 만들어질 떄의 압력과 온도를 식물성 폐기물에 가하면 된다. 하지만 규정된 압력을 얻기 위해서는 유압(油圧) 프레스가 필요불가결하며, 이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막대한 노력이 들어갔다.

또, 열은 특정한 온도를 넘어서면 재료가 되는 식물성 폐기물이 타서 재가 되고, 밑돌게 되면 바이오 코크스를 생성하기 위한 화학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유압만큼 까다롭지는 않았다. 단순히 가열된 것에 물을 끼얹으면 그 때의 물의 반응으로 현재의 온도는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네. 남은 건 남만에서 석탄을 수입해서 코크스를 만드는 것. 부산물로 황산(硫酸)이나 암모니아, 유황(硫黄)을 얻을 수 있어. 코크스를 얻을 수 있으면 강철을 제련할 수 있지"


바이오 코크스의 결점은, 그것 하나만으로는 석탄 코크스의 대용품이 되지 않는 점이다. 석탄 코크스는 1500도를 넘는 열량을 낼 수 있으나, 바이오 코크스만으로는 1400도가 한계이다.

또, 석탄 코크스와 달리 환원작용을 가지지 않아, 그 때문에 온도 유지에 필요한 연료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석탄 코크스는 직접 만들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귀중품이다. 가능한 한 사용량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몰래 할 필요는 없네. 타케다도 착착 오다 가문을 쳐부술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까"


"조사해 봤지만, 혼간지(本願寺)의 대머리가 보낸 거병 요청의 서신에 답장을 했더군. 타케다의 대머리는 지금부터 생트집을 잡아 속이 시커먼 너구리에 대한 침공을 강화하겠지"


"아니, 두 사람 다 삭발했으니까 머리카락은 없지만 말야. 그건 그렇고, 좋은 경향이네. 출진하면 거의 승리는 결정된 거니까. 뭐, 방심은 금물이지만"


시즈코의 말에 아시미츠는 조용히 웃었다. 사키히사(前久)가 봤다면 몇 번이고 다시 봤을 정도로, 평소의 그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보급 루트는 내게 맡겨라. 하마마츠 성까지 피스톤 수송이 가능한 루트는 몇 개 파악해두고 있다"


"전쟁은 최종적으로 맛있는 밥을 많이 먹은 쪽이 이기는 거니까. 특히 처음에는 농성이라고 듣게 될 테니까, 얼마나 맛있는 밥을 줘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게 하는가가 중요해"


"통조림은 무리지만 병조림이라면 가능하다. 밥도 병조림으로 보존이 가능한 것도 검증이 끝났다. 다만, 역시 통조림만큼의 보존력은 바랄 수 없지. 뭐, 금방 병사들의 뱃속으로 들어갈테니 이번에는 신경쓸 필요는 없겠군"


병조림이란 식초나 술, 야채 등을 병 속에 넣는 행위와, 병조림을 끓여서 안의 식품을 장기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후자는 뒷날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조림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19세기에 들어선 후의 일이다.


"생선 조림이나 굴의 식용유 절임 같이 해산물로 만든 게 좋겠네. 성 안에 틀어박히게 되니까, 해산물은 진수성찬으로 보일테니"


"건더기가 든 된장 큐브를 양산해야겠군. 보통의 된장국 자체가 성 안에서는 사치품이지만 시기가 시기니까, 추울 때 마시는 된장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오케이―, 식량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네. 뭐, 시기가 시기니까 부패는 걱정없지 않을까. 여름이라면 좀 걱정이지만 말야"


병참의 의미에서 시즈코는 아시미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전국시대, 아니, 일본인은 병참을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건 화려하게, 단시간에 결판이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화려한 승리도, 평범한 작업을 거듭하여 얻은 결과이다.

싸움에서 승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 전부터 승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의 현지 조달을 해라, 라고 손자(孫子) 병법에 적혀 있다고 챠마루(茶丸) 군에게 가르쳤지만 라야. 뭐, 로지스틱스(※역주: 물류)는 어려워. 나도 이것저것 조사해봤고, 프로가 쓴 책을 몇 권이나 읽어봤어. 그런 그들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직면하니까 말야"


"뭐 그런 문제도 내가 처리하지"


"알았어. 병참에 대한 전권을 줄테니, 아시미츠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줘. 나한테는 사후보고해도 상관없어"


"……내가 말을 꺼내긴 했지만, 간단히 수락하는구나"


"즉단즉결(即断即決)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일이 나한테 허가를 받으라고 하는 건 시간낭비야. 결과만 알 수 있으면 문제없어. 무슨 일이 있을 때 책임을 지는건 내 일이니까"


시즈코의 대답에 아시미츠는 옅게 웃었다. 하극상의 시대에 제장(諸将) 들에게 권력을 주고, 거기에 보고를 그때그때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 제후들은 크게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시즈코라는 모체(母体)에서 뱀이 몇 마리나 풀려나는 셈이지. 뱀만 주시하고 있으면 시즈코에게 잡아먹히고, 시즈코에게만 고집하면 뱀에게 잡아먹힌다. 적으로 돌리면 까다로운 상황이지)


케이지(慶次), 나가요시(長可), 사이조(才蔵), 타카토라(高虎), 그리고 자신까지 5명. 타카토라는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각자가 지금은 어엿한 무장으로까지 급성장했다. 게다가 우사 산성(宇佐山城)의 전투에서 잃은 정예병들도 복구되고 있었다.

앞으로 1년만 있으면 충분히 타케다 군에 대항할 수 있는 군이 되리라.


"알았다. 병참은 내게 맡겨둬라"


1년 후가 기대되는군, 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아시미츠는 옅게 웃었다.




타코야키나 붕어빵의 시식회 당일, 노부나가의 정원 주변은 대단히 소란스러웠다. 뭐라 해도 주요 가신들, 그들의 정실(正室)이나 적자(嫡子)까지 노부나가가 초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가신을 불러 이벤트를 개최하는 노부나가를 보고, 그가 축제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인원수가 인원수다보니, 정월 설날과 마찬가지로 출입구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경호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시즈코 님이 오셨습니다―!"


마중하는 역할의 병사가 큰 소리로 내방객의 이름을 외쳤다. 맨 끝의 병사로부터 200미터 가량을 무장한 아시가루(足軽)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시즈코는 그 모습을 흘긋 보며 일그러진 미소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렇게까지 거창한 이벤트가 될 줄은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이 마중은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든 초대받은 손님들은 중진(重鎮)들 뿐이라는 걸 떠올리고, 지나친 경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흠"


헛기침을 하여 기분을 새로 한 후, 표정을 굳히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항상 하는 남장이었지만 허리에는 오오카네히라(大包平)를 차고 있었다. 양산품보다는 폼이 날 거라 생각해서 오랜만에 창고에서 꺼낸 명품이다. 배 앞에 찬 단도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다마스커스 나이프였다.

수행원(従者)은 호위대(馬廻衆)인 케이지와 사이조였다. 사이조는 정장 차림이었으나 케이지는 이런 자리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관철하고 있었다. 즉, 언제나의 카부키모노(傾奇者) 차림새였다.


(뭐랄까…… 굉장한 마중이네. 역시 나오지 않고 뒤에서 타코야키를 굽고 싶었어)


표면적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내심으로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노부나가가 이따금 개최하는 시식회는 이렇게까지 대대적이지 않다.

평소에는 가신들의 노고를 위로할 때, 명목상으로는 노부나가 주최의 시식회로서 새로운 요리를 대접했었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경호도 전쟁시의 진영과 같은 레벨로 하면서까지 시식회를 연 전례는 없다.


(미츠타다(光忠)가 만든 칼을 줄 테니 얼굴을 내밀어라, 라고 했지만 낚이는 게 아니었어)


영지(知行地)는 필요없고, 포상금도 필요한 만큼 외에는 부하들에게 뿌리고, 미식이나 차도구(茶道具)에 흥미가 없는 시즈코가 유일하게 열광하고 있는 취미가 명품 수집이다.

아무래도 소우자사몬지(宗三左文字) 같은 노부나가의 애도(愛刀)는 손에 넣을 수 없었지만, 그 이외에 손에 들어온다면 무슨 어려움이라도 무릅쓰고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소유하고 있는 미츠타다가 만든 칼(太刀)이 하사된다는 이야기만으로 평소에 싫어하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 어슬렁어슬렁 얼굴을 내민 것만 봐도 명백했다.


(아무래도 짓큐 미츠타다(実休光忠)는 아니겠지. 아마, 후세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燭台切光忠)라고 불린 쪽이려나. 아니, 요시테루(義輝)에게서 하사받은 모가미 미츠타다(最上光忠)일 가능성도)


미츠타다가 만든 칼 중 가장 윰병한 것이, 노부나가로부터 히데요시(秀吉), 히데요시로부터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로 소유주가 바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이다.


하지만, 미츠타다가 만든 칼은 그 밖에도 몇 종류인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노부나가가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혼노지(本能寺) 사변 당시 마지막으로 휘두른 칼이 짓큐 미츠타다라고 한다.


모가미 미츠타다는 아시카가(足利) 쇼군(将軍)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명품인데, 요시테루가 노부나가에게 하사했다. 그 후, 노부나가는 모가미 요시아키(最上義光)를 데와노카미(出羽守)로 임명했을 때의 그에게 기념품으로서 모가미 미츠타다를 주었다.

모가미 요시아키는 기뻐했으나, 그 후 여러가지 이유로 히데요시에게 모가미 미츠타다를 몰수당해버렸다.

히데요시에게서 히데요리(秀頼)의 손으로 넘어가고, 이후 이에야스, 히데타다(秀忠) 등 여러 인물들을 거친 끝에, 마지막에는 모가미 가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는 칼과 소유자는 모두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외에 미츠타다가 만든 칼들도 노부나가는 수집하여, 그 숫자는 총 30자루 이상은 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수집한 이유는, 노부나가가 미츠타다가 만든 화려한 칼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뭐 괜찮으려나. 아마도, 헤시키리하세베(へし切長谷部) 같은 건 무리일테고, 낚이는 건 이번만이려나. 그보다 바다 저편(外洋)에 대해 알고 싶다, 고 한 게 신경쓰여. 일단 이것저것 자료는 준비했지만 말야)


그리고 그녀는 몰랐으나,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확실치 않은 츠루마루쿠니나가(鶴丸国永)나 정 3위(正三位)의 지위를 가진 히노모토고우(日本号) 등,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부려먹을 때를 위해 하사할 명품들을 여러가지 소유하고 있었다.

다만 내놓는 것을 아껴서 시즈코에게는 몇 개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시들은 나무들이라는 살풍경함이 아니라, 푸르름이 넘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얼마 안 되지만 꽃이 피어 있어, 그것이 겨울 풍경으로서 색을 곁들이고 있었다.


"오오, 굉장하네"


눈 앞의 광경을 보고 시즈코는 감탄성을 냈다. 정원의 곳곳에 양탄자(毛氈)가 깔려 있는 긴 의자(長椅子)에 커다란 파라솔(妻折傘, 爪折傘이라고도 함)이 세워져 있었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답게 양탄자와 파라솔 모두 붉은 색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겨울의 추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담소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게냐―. 츠부앙(粒あん)의 맛을 모르다니, 이 얼간이가!!"


"얼간이에 멍청이는 네놈이다. 코시앙(こしあん)의 맛을 모르는 원숭이놈이 잘난 듯 떠들다니!!"


"츠부앙은 코시앙처럼 맛이 끝까지 똑같지 않다. 씹을 때마다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데, 그걸 모르다니!"


"멍청이. 코시앙은 만들고 남은 것을 가지고 한 가지를 더 만들 수 있다. 츠부앙처럼 다 섞어버리는 건 어리석음의 극치다!"


"뭣이라!"


"해볼테냐 원숭아!"


산책하는 도중, 시바타(柴田)와 히데요시가 항상 그렇듯 츠부앙과 코시앙으로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린 후, 시즈코와 사이조와 케이지는 일제히 몸을 돌려 못본 척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타코야키나 붕어빵, 오방떡이 구워지는 광경을 보고 시즈코는 그리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현대 같은 소스는 없기 때문에, 타코야키는 간장 맛국물로 먹게 되었다.

그 외에도 레몬 간장이나 마요네즈, 폰스(ポン酢) 등도 있다. 타코야키 전용의 소스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소스에는 향신료나 허브가 듬뿍 사용된다.

전국시대의 일본에서는 향신료나 허브를 모으는 것은 어렵기에, 이번에는 다른 조미료로 먹게 하기로 했다.


"호호홋, 맛국물로 먹는 타코야키는 맛있구나. 붕어빵도 버리기 아깝지만, 타코야키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좋도다. 나는 뭐든 좋지만, 이 폰스인가 하는 게 취향에 맞는구나"


"저는 된장이 취향에 맞는군요. 네네 님은 역시 간장인가요?"


"호홋, 간장 냄새가 참을 수 없군요. 요즘에는 소비가 편중되어 남편이 곤란한 표정을 하기에, 가끔은 된장도 쓰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모자라면 시즈코의 창고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가면 되느니라.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말 안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는 해도 불만은 없겠지"


(뭔가 굉장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쪽을 눈치채기 전에 도망치자)


노히메(濃姫)를 필두로 무장의 아내들도 모여서 대화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끔 불온한 대화가 귀에 들어온 시즈코였으나, 얽히면 끝장이고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기에 전략적 후퇴를 했다.


"마치 축제날(縁日) 같은 분위기네"


여기저기서 즐거운 듯한 대화가 들렸다.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걸 잊고 다들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축제날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우물우물…… 붕어빵은 꽤 맛있군"


"케이지 님, 양 팔 가득 안고 입에 가득 무는 것은 무인으로서 조심성이 부족하외다"


"입에 파를 묻히고 있는 녀석이 할 말이 아닌데"


어느 새인가 케이지와 사이조는, 양 팔에 타코야키나 붕어빵을 안고 있었다. 정원을 만끽하는 것도 지겨워졌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적당한 긴 의자에 앉았다.


"즐기고 있느냐"


한숨 돌렸을 때 타이밍 좋게 노부나가에게 발견되었다. 그는 호리 히데마사(堀秀政)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그리고 딱 봐도 나이어린 소성(小姓)을 데리고 있었다.

시기로 볼 때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의 자식인 모리 란마루(森蘭丸)(신장공기(信長公記)에는 란(蘭)이 아니라 란(乱)이라고 기술되어 있으나, 알기쉬움을 중시하여 란마루(蘭丸)를 사용함)일거라고 시즈코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영주님. 물론 즐기고 있습니다"


"그대로 있도록. 흠, 내 눈에는 너보다 뒤의 두 사람 쪽이 만끽하고 있는듯 보인다만"


케이지는 노부나가가 나타나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한편 사이조는 직립부동으로 서 있었으나, 입 주변이 타코야키의 간장 맛국물에 들어간 파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마를 손으로 짚은 시즈코를 일별한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니 지금의 노부나가는 매우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잊기 전에 처리해 두지. 따라와라"


뭐를, 이라고 일순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즉시 미츠타다가 만든 칼을 하사해준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걷기 시작한 노부나가들의 뒤를 시즈코들이 따라갔다.

간혹 란마루가 머리만 돌려 시즈코를 보았으나, 몇 번째인가에 그걸 눈치챈 호리가 란마루의 머리를 쿡 찔렀다.

그 후, 두 사람은 몇 번인가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건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호리가 란마루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다.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은 시즈코는, 뒤에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두 사람도 호리와 란마루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어깨를 움츠렸다.


"여기서부터는 시즈코 뿐이다. 나머지는 기다리고 있거라"


시즈코 이외의 사람을 일별, 이라기보다 노려보며 못박은 후, 노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케이지는 어깨를 움츠린 후, 가까이 있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자세를 풀었다. 케이지의 자유분방함에 사이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 앉는 것을 보니,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릴 생각인 듯 했다. 호리와 츠네오키도 사이조를 따라 케이지의 근처에 앉았다.


(이건 괜찮은 걸까……?)


"란마루,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라"


유일하게 소성인 란마루만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 란마루를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호리가 한숨을 섞어 란마루에게 말했다. 몇 번인가 시선을 방황시킨 후, 란마루도 호리 근처에 앉았다.


(아, 역시 모리 란마루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도 방에 들어갔다. 등 뒤에서 란마루의 강한 시선을 느꼈으나, 맹장지를 닫기 직전에 머리에 주먹을 내려치는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적의(敵意)나 살기(殺気)는 아니었으나, 어째서 란마루가 저런 태도를 취하는지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회가 있으면 본인이나 모리 님한테 물어볼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몇 개인가의 빈 방을 경유하여 시즈코는 목적한 방에 도착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는 해도, 방을 계속 들락날락하는 것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진절머리가 났다.


"늦다, 시즈코"


방에 들어가자마자 상좌(上座) 쪽에서 노부나가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말처럼 화가 난 모습은 아니고, 오히려 즐거운 듯한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딱히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으니, 너도 편하게 있어도 좋다"


그 말대로 노부나가는 대단히 릴랙스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긴장감이 없이 보였으나, 그것은 시즈코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점이 있었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긴장을 풀고 있는 것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저어, 그런데 눈 앞에 늘어놓여진 칼들은 대체……?"


노부나가와 시즈코 사이에, 칼걸이(太刀掛)에 장식된 칼이 10자루 놓여 있었다. 하사되는 것은 미츠타다가 만든 칼 한 자루일텐데, 눈 앞에 10자루나 칼이 있는 것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워졌다.


"훗, 미츠타다가 만든 것이 가지고 싶다면 스스로의 눈으로 맞춰보아라. 보기좋게 미츠타다의 칼을 골라낸다면 골라낸 칼을 네게 주마"


으스대면서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했다. 콜렉션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마음과, 이만한 숫자를 모은 것을 자랑하고 싶은 노부나가였다.

콜렉션을 눈 앞에 두면 사람은 누구나 어린애같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도검을 쥐기 위한 천을 꺼냈다.

마스크는 도검에 침이 튀지 않기 위해, 장갑과 천은 도검에 먼지나 오물이 묻지 않도록, 또 묻었을 경우에 닦아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시즈코는 도검유(刀剣油) 등 도검용의 손질 도구를 꺼냈다.


"……꽤나 준비가 좋구나"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준비해 두었습니다"


반쯤 어이가 없어진 노부나가의 중얼거림에 대답하고, 시즈코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도검을 확인했다. 모든 칼을 다 확인한 시즈코는, 미츠타다가 만든 것은 6자루 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도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大倶利伽羅広光)에 츠루마루쿠니나가, 헤시키리하세베, 소우자사몬지네. 근데, 어째서 시험하려고 생각한 걸까. 뭐 괜찮겠지, 이걸 받자)


모든 칼을 확인하고 도구를 갈무리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한 번 숙이고 어떤 칼을 손에 쥐었다.


"그럼 이 미츠타다가 만든 한 자루를 가지고 싶습니다"


말을 끝내기 전에 노부나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시즈코가 고른 미츠타다가 만든 칼은 노부나가가 사랑해마지 않는 짓큐 미츠타다이기 떄문이다.


짓큐 미츠타다는 구별법이 존재한다. 이름의 유래가 된 미요시 짓큐(三好実休)가 최후에 미츠타다로 적을 베었을 때, 칼날의 이빨이 약간 빠져 버렸다. 이것이 미츠타다가 만든 다른 칼들과 짓큐 미츠타다를 구별하는 방법이다.

이 구별 방법은 시즈코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비슷한 기록이 있다.

노부나가가 사카이의 호상(豪商) 들에게 미츠타다가 만든 칼들을 늘어놓고 짓큐 미츠타다가 어떤 것인지 맞춰 보아라, 라고 말했을 때, 감정인(鑑定人)으로서 이름높은 키즈야(木津屋)가 보기좋게 짓큐 미츠타다를 맞춰냈다.

이 때, 키즈야가 20자루 이상 있던 미츠타다가 만든 칼 중에서 짓큐 미츠타다를 맞춘 방법이, 짓큐 미츠타다에 있는 칼날의 이빨이 빠진 부분이라는 이야기였다.

아즈치 성(安土城)에서 벌어진 짓큐 미츠타다 맞추기 게임이었기에, 그 이전의 짓큐 미츠타다에도 칼날의 이빨이 빠진 부분이 있었으며, 동시에 노부나가가 소유하고 있는 미츠타다가 만든 다른 칼들은 칼날에 이빨이 빠진 칼이 없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시즈코. 좀 더 다른 칼도 보지 않겠느냐. 자, 이건 정말로 훌륭한 만듦새이니라!"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는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를 손에 쥐고 재촉하듯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누가 봐도 노부나가가 동요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시즈코는 대단히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 이상, 영주님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실례가 됩니다. 저 같은 것은 이 칼날의 이빨이 빠진 한 자루로 충분하옵니다"


"큭…… 네 이놈, 알고 있구나"


"무엇을 말이옵니까"


보통의 하사품이라면 시즈코도 적당한 걸로 끝냈겠지만, 안타깝게도 시즈코도 열을 올리는 도검이 하사품이다. 그렇기에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큭큭큭, 시즈코도 제법 컸구나"


잠시 당황했던 노부나가였으나, 갑자기 뻔뻔한 웃음을 지었다. 진정한 것도 있겠지만, 이만큼 자기 뜻을 고집하는 시즈코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네겐 약점이 있지. 시즈코…… 명령이다. 짓큐 미츠타다를 내게 헌상해라! 대신 명품을 두 자루 주겠다"


"우와, 비겁합니다!"


시즈코의 약점, 그것은 노부나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생트집에 가까운 난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다보니,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명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었다.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했다. 그녀 안에서는 충견(忠犬) 정신과 명품 수집 정신이 다투고 있었다. 잠시 후 시즈코는 한숨을 쉬며, 그와 동시에 절충안을 노부나가에게 제시했다.


"그러시다면…… 짓큐 미츠타다를 헌상하는 대신, 미츠타다가 만든 칼 한 자루와 다른 두 자루의 칼을 원합니다!"


"음, 좋다"


자포자기해서 말한 절충안이었으나 노부나가는 쉽게 수락했다. 그에게는 짓큐 미츠타다만 돌아온다면 다른 칼은 내줘도 문제없다는 것이리라. 아니, 조금 달랐다.


"……어, 어느 틈에 칼이 줄었어!"


처음에는 미츠타다의 칼 6자루와 다른 칼 4자루였으나, 지금은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에 츠루마루쿠니나가, 헤시키리하세베, 미츠타다다 만든 칼 두 자루 등 합계 5자루밖에 놓여있지 않았다.

어느 틈에 노부나가가 칼을 치운 것이다. 거기에 지금, 시즈코의 눈 앞에 놓여있는 칼들은, 원래부터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하사할 예정이었던 칼들 뿐이었다.


"여, 여기서 째째함을 발휘하시다니"


"째째하다니 무례한 녀석이구나. 고도의 흥정술이라고하지 못하겠느냐"


"크으으윽. 그, 그럼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와 하세베쿠니시게(長谷部国重, 헤시키리하세베), 그리고 이 미츠타다가 만든 칼(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를 원합니다"


"좋다. 세 자루 다 가져가도록"


시즈코가 항복한 모습을 보고 노부나가는 승리감에 넘친 표정을 지었다. 이길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역시 조정이나 쇼군, 영주(国人)들과 정치적 흥정을 계속해온 노부나가였다.

시즈코 정도의 책략으로는 승산은 없었다. 애초에 시즈코도 진심으로 짓큐 미츠타다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세 자루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세 자루는 손으로 들고 운반할 수 없었기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와 헤시키리 하세베를 등에 지고,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를 손에 들고 운반하기로 했다.


"돌아가서 가신들에게 신경쓰는 것도 귀찮군. 당분간 나와 이야기를 하자"


"(일단, 저도 가신인데요……) 옛,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부나가는 품 속에서 붕어빵과 오방떡이 든 봉투를 꺼내서 자신의 눈 앞에 펼쳤다. 허리의 대나무 수통을 꺼내고는, 뚜껑을 열어 안에 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무엇부터 이야기할까"


이거 장기전(長丁場)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내심으로 질색하면서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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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3 1571년 11월 하순



시즈코가 키묘마루(奇妙丸)에게 폭탄발언을 했을 무렵, 어떤 신사(神社)의 신주(神主)는 성대하게 재채기를 했다.


"음, 누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군"


코를 문지르며 아시미츠(足満)는 툴툴거렸다. 그런 그의 발 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언제쯤부터인지 신사에 눌러앉은 고양이로, 당초에는 쫓아냈으나 그래도 신사에 눌러앉은 고양이들에게 아시미츠가 손을 들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고양이는 형제인 듯 항상 함께 있었다. 거기에 친구도 있는지 삼색(三毛) 고양이나 검은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도 있지만, 형제 이외에는 항상 함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형제라. 훗, 내 동생은 끝이 없는 멍청이라 곤란하군. 이미 아시카가(足利)에 세상을 다스릴 힘은 없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다니 말이다"


현대에서 자신의 죽음 후의 역사를 알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시미츠는 자신이 습격당했을 때, 쇼군(将軍) 가문의 위광(威光)은 이미 없고 아시카가 가문은 멸망할 운명이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정치적으로 쇼군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졌다면 몰라도, 암살이라는 비열한 수단으로 반역을 하고, 거기에 주위는 그 행동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쇼군 따위 껍데기만 남은 존재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암살하려 했던 것을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지)


"고양이와 햇빛을 쬐고 있다니, 꽤나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미츠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미요시(三好)의 바보놈들을 죽일지 생각하는 중이다"


"그거 무서운 얘기군"


말을 건 인물, 사키히사(前久)는 익살맞은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당연한 듯 그의 옆에 앉더니 품에서 도자기(陶器)로 된 마개 달린 술병(とっくり)을 꺼냈다.


"좋은 술을 구했지. 하늘을 안주삼아 마시지 않겠나?"


"……어차피 안 마신다고 하면 멋대로 마실 거 아닌가. 마음대로 하라"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사키히사는 잔을 두 개 꺼내어 각자에 술을 부었다. 말없이 잔을 손에 쥐고 묵묵히 아시미츠는 반 정도를 단번에 들이켰다.


"내게 붙어있어봤자 네놈에게 이득은 없다"


"벗과 이야기하는데 손득 계산은 풍류가 없지. 애초에 내가 이익만을 좇는다면 일부러 이곳에 오지는 않네"


"……일리있군"


중얼거린 후, 아시미츠는 잔을 기울여 남은 술을 다 마셨다. 빈 잔에 사키히사가 미소를 띄우며 술을 따랐다. 술이 가득찬 잔을 내려놓고, 답례로서 아시미츠는 사키히사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한층 더 짙어진 미소를 지으며 사키히사는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역시 시즈코 님인가?"


순간, 잔을 입에 댄 채로 아시미츠가 굳었다. 몇 초 후, 감정의 고삐를 다시 잡은 아시미츠는, 사키히사를 일별한 후 잔을 비웠다.


"……최근, 타케다(武田)의 간자가 많아졌다. 시즈코의 근처에조차 말이다. 찾아내는대로 처리하고는 있지만 전혀 줄어들 기색이 없다. 오다는 저택으로 수비를 강화하는 모양이지만,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는 건 쓸데없이 간자가 끼어들 여지를 주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신경이 곤두섰는지 아시미츠는 잔을 쥐어부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다(怒髪天を衝く)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분노하는 아시미츠의 옆에서 사키히사는 태평하게 잔을 기울였다.


"그렇게까지 걱정되면, 여길 나가서 시즈코 님에게 가면 되지 않는가"


"그게 가능하면 고생할 일이 없다. 귀찮은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거 어렵군"


그렇게 말하고 사키히사는 술을 비웠다. 한편, 짜증이 가라앉지 않는 아시미츠는, 자기 손톱을 물어뜯으며 감정의 제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심약한 사람이라면 아시미츠가 발산하는 살의(殺意)라고도 할 수 있는 분위기에 위축되겠지만, 이매망량(魑魅魍魎)이 발호(跋扈)하는 복마전(伏魔殿)인 조정(朝廷)을 쥐락펴락하는 칸파쿠(関白) 직책도 맡았던 사키히사는 갈대밭에 부는 바람인마냥 멀쩡한 표정으로 받아넘기고 있었다.


"자자, 그런 표정을 짓지 말게. 아무래도 '손님'이 오신 모양이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키히사는 어떤 방향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약간 러프한 차림새였으나, 허리에 두 자루 칼을 차고 남장한 인물이 서 있었다.


"얼래, 제가 방해한 건가요?"


태평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남장한 인물, 시즈코는 뒤통수를 긁었다.




오와리(尾張)의 어떤 장소, 주위에 차폐물은 없고, 또 사람이 숨을 수 있을 만한 그늘도 없는 장소에 노부나가와 몇 명의 가신들이 모였다.

주위에는 시즈코나 미츠히데(光秀) 직속의 정병들이 거리를 두고 에워싸듯 경비하고 있었다. 사람은 커녕 고양이 새끼 한 마리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사냥개 부대나 경비대(警備衆)도 경호에 참가하고 있었기에,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모여든 가신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아시미츠(足満), 그리고 시즈코 등 5명이었다.

8명 이상 모이면 어딘가에서 정보가 새기에, 그 이하의 인원으로 금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걸맞는 인물을 모은 결과였다.


"훗, 이번에는 아무리 나라도 놀랐다"


상좌에 앉은 노부나가가 웃음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리는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아시미츠와 시즈코는 지극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헛기침을 하여 분위기를 바꾼 후, 시즈코는 말했다.


"먼저 작년의 싸움, 저 같은 것의 계책을 채용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예정대로 패배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랴쿠지(延暦寺) 공격, 이걸로 타케다를 '끌어낼' 상태가 갖춰졌습니다"


세 사람의 표정이 굳은 이유, 그것은 작년의 패배가 처음부터 미리 짜여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놀랐으나 그들은 곧 어떤 것에 생각이 미쳤다.

주요 무장들은 부상은 입었더라도 한 명도 전사하지 않은 것. 배신자가 몇 명이나 나왔으나 유능한 무장들은 노부나가 곁에 있는 것이었다.


"상관없다. 나는 네 계책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그것 뿐이다"


"감사합니다. 중신 여러분께도 일패도지(一敗塗地)하여 결코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쳤습니다만, 이것도 최종적으로 오다 가문의 승리를 얻기 위한 것이기에,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니, 승패는 병가지상사. 아까의 설명으로 이해가 되었으니, 신경쓰지 마시오"


아직 표정은 굳었으나,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이 갔는지 모리 요시나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 따라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을 태도를 보고 시즈코는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옆에 놓여 있던 종이를 펼쳤다.


"제 1차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의 조사로, 여러가지 좋은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이걸로 점점 더 타케다는 불리해집니다. 뭐 불리함을 감추기 위해 전군을 이끌고 나오겠지요. 그 숫자는…… 약 3만 정도일거라 생각됩니다"


"3만!"


자기도 모르고 미츠히데가 목소리를 높였다. 타케다 군 3만이라는 것은, 냉정침착한 미츠히데가 당황할 정도의 위협이었다. 그러나,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걱정을 가볍게 흘려버렸다.


"숫자에 의지하는 자는 숫자에 당하는 법입니다. 3만은 확실히 위협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약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한 숫자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적비대(赤備え), 헐거운 화살촉(ゆる矢じり, ゆる鏃) 등의 군사적인 면, 공병 공성(工兵攻城)이나 편익포위(片翼包囲), 딱다구리(きつつき) 전법 등의 전술적인 면 등, 타케다 가문의 군사교리는 기발한 전술은 별로 없고, 기본에 조금 개량을 가한 정도의 것이 많다.

그곳에 타케다 병사의 순수한 강력함과, 그를 이끄는 무장들의 질이 높은 것이야말로 타케다 군 최대의 무기다. 그렇기에 야전(野戦)에 강하며, 그 증거로 신겐(信玄)은 평생동안 두 번밖에 전술적 패배를 겪지 않았다.

타케다 병사가 강한 이유는, 코우슈(甲州)라는 혹독한 생활 환경이 표한(剽悍)하고 늠름한 병사를 낳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카와(三河)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세 명에 필적한다', ' 코우슈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다섯 명에 필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타케다 병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강인한 전사였다.


그 중에서도 정예병을 모은것이 유명한 '타케다의 적비대'이다. 오부 토라마사(飯富虎昌)가 창설하고, 그가 죽은 후에는 동생인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가 계승한 전국시대 최강의 부대이다.

이 타케다의 적비대 중의 특공대(特攻隊)가 무토우 키헤에(武藤喜兵衛), 훗날의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이다.

10배의 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격파하는 적비대는, 훗날의 적비대 정예 신화를 낳았다. 이 신화를 따라, 도쿠가와(徳川) 최강 부대인 '이이(井伊)의 적비대'와 사나다가 이끄는 '사나다의 적비대'가 태어났다.


하지만, 전국시대 최강이라 이름높은 타케다 군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타케다 가문 당주의 권력이 약한 점'이다.

가신들의 발언력이 강하여, 봉건제(封建制)를 채택하고 있으나 과두정치(寡頭政治)에 가까워서, 당주가 독단으로 재가를 내리고 가신들이 수락하는 체제가 아니다.

또,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쾌진격을 거듭한 이유의 태반이, 유능한 부하의 공적이나 헌책(献策, ※역주: 계책을 올림)이었기에, 독립독보(独立独歩)의 기풍이 강하여 당주를 중심으로 결속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약육강식을 체현하는 신겐의 외교 방침은, 동맹을 맺어도 상대가 약체화된 순간 배신하고 영토 침략을 계속했기에, 동맹 상대와의 신뢰성을 쌓지 못하여, 항상 뒤통수를 맞을 위험성을 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출진을 하기 어려워서, 단기간에 승패를 결정지을 필요에 쫓겼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타케다 신겐이 죽은 후, 카츠요리(勝頼)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가신단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신겐은 가신들의 의견을 듣고, 중요한 일은 가신과 의논하여 결정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합의제(合議制)에 가까워서, 우수한 리더이기는 했으나 의장 겸 조정자로서 가신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데 부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가신들끼리 다투어도 신겐에게는 막을 방법이 많지 않았다는 셈이다. 애초에 가신들은 독자적인 영토와 병사들을 가진 소국의 영주로, 각각이 싸울 힘을 가진 자들이다.

전원의 의견을 정리하여 행동하지 않으면 배신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이 상태를 타파하려고 한 것이 노부토라(信虎)였으나, 아들인 신겐이 그를 추방해버렸기에, 타케다 가문 당주의 독재력(独裁力)을 강화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구식의 군사 제도에서 탈피하지 못한 점이다. 동원하는 병사들은 농병(農兵)과 지방의 토착 무사(地侍)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철포(鉄砲)의 장비 비율도 보통 정도였다.

약졸(弱卒)과 강병(強兵)의 차이를 없애버리는 철포를 싫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금부족이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쨌든 타케다 병사의 철포 장비는 크게 뒤떨어졌다.

이것은 철포가 전래된 지 5년 후에는 철포에 신시대(新時代)의 가능성을 깨달은 노부나가와 대극(対極)에 있는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타케다는 강적입니다. 그렇기에, 최대 인원으로 덤벼오는 그들을 맞아싸워 완전히 박살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혼간지(本願寺)가 깔아놓은 오다 포위망을 깰 방법은 없습니다"


호각의 힘을 갖는 우에스기(上杉), 호죠(北条) 등은 별도로 치더라도, 타케다를 쳐부순다는 것은 오다 포위망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영주들에게 충격을 주게 된다.

아자이(浅井)나 아사쿠라(朝倉)는 물론이고, 혼간지에 협력하는 영주들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 정도로 타케다는 빅 네임(Big Name)이자 반 오다 세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타케나카 한베에가 의문을 제기했다. 평온한 표정을 하고는 있었으나, 반대를 용납치 않는 박력이 느껴졌다.


"시즈코 님의 계책은 흐름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타케다를 쳐부술 근거를 제시하시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힘으로 정강무비(精強無比)한 타케다 군 3만을 쳐부술 수 있다고 확신시키실 생각이십니까?"


그것은 노부나가도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설명에 아무 의문점도 없고, 시계열(時系列) 적으로 위화감은 없고, 대략 타케다 군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예측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상대하는 타케다 군을 어떻게 쓰러뜨릴지, 시즈코의 이야기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몇 가지 '병기'를 쓸 것입니다만, 가장 크게 활용할 것은 '이것'이겠죠"


시즈코가 망설임없이 타케나카 한베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을 때, 아시미츠가 신형 화승총을 주위에 보이도록 들어올렸다.


"저와 아시미츠 아저씨가 개발한, 현행 화승총에 비해 몇 배나 되는 초장거리를 유효 사정거리로 가지는 신형 화승총입니다"


신형 화승총이란, 샤프스(Sharps) 군용 카빈을 베이스로, 엔필드(Enfield) 총이나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카빈 등, 다수의 총의 장점을 가져온 총이다.

유효 사정거리는 830m, 발사속도는 매분 9발, 중량은 4.6kg, 초속은 420m/s, 탄은 종이 탄피(紙薬莢)를 한 발만 후장하는 방식이다.

무연화약(無煙火薬)을 쓰면 초속이 600m/s 이상이 되며 납이 녹아버리기에, 사용하고 있는 화약은 갈색화약(褐色火薬)이다.

종이 탄피는 현대에서 일반적인 센터파이어(centerfire)식 뇌관을 채용하고 있다. 발사 후에 갈색 화약이 타고남은 찌거기는 종이에 달라붙기 떄문에, 총신 내부의 더러움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순 계산하면 1분 이내에 최소 9명을 사살할 수 있다. 100정이 있다면 1분에 900명을 사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백미터 저편의 적을 겨냥하면,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참고로, 무연화약을 쓴 실탄은 탄속이 너무 빨라서 마찰열에 의해 납의 용융(溶融)이 일어나, 몇 발만 발사하면 탄이 막히는 정도면 다행이고, 최악의 경우 폭발을 일으켜 총신이 파열되어 발포자가 위험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 피복강탄(被覆鋼弾,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이다.

하지만 피복강탄은 가공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비싸기에, 많은 수량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탄약(소모품)으로서는 채용할 수 없어 성능이 떨어지는 갈색화약과 종이 탄피로 대용했던 것이다.


"완성된 것이냐!"


그렇게 외치며 노부나가는 기세좋게 일어섰다. 당장이라도 신형 화승총을 빼앗아들 듯한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 시즈코였으나, 헛기침을 하고는 아시미츠로부터 신형 화승총을 받아들었다.


"상세한 것은 비밀입니다만, 제가 가진 기술 모두를 쏟아부었습니다. 몇 가지 재료는 남만(南蛮)으로부터 수입하였습니다만, 그들은 그것들의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한 듯 합니다. 뭐 그 덕분에 백금(Platinum)과 마찬가지로 싸게 입수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현대에서는 대단히 비싼 금속인 백금이지만, 대항해시대에는 가짜 은 취급을 받아 대량의 백금이 바다에 폐기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유럽에서 귀하게 여겨지던 은으로 착각하여 약탈해서 가지고 돌아갔으나, 은의 가공시설에서는 전혀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은의 융점(融点)은 약 960도이지만, 백금의 융점은 약 1770도이다.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백금을 은의 가공시설에서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시즈코도 다를 게 없지만, 그녀는 백금이 거의 산화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하여 백금을 가공했다.

분말형태로 가공한 후, 분말치금(粉末冶金)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보관하기 쉬운 잡아늘린 막대기(延べ棒) 형태로 성형한 것 뿐이지만.

스페인 상인이나 포르투갈 상인에게 일본이 녹일 수 없는 은을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퍼진 덕분에 상당한 양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태도를 볼 때 바보 취급당하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속고 있는 쪽이 유리했기에 시즈코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속고 있는 척 하는 정도로 막대한 양의 백금이 입수할 수 있으니 이득인 것이다.


"우선 성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아케치 님, 조금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양쪽 다 준비를 마친 후, 노부나가들은 화승총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1km 정도의 초장거리까지 사격용의 표적이 준비된 장소였다.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1km 밖의 표적을 맞출 사격 능력은 없지만, 최대 사정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준비했다.


"우선은 아케치 님부터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고 미츠히데는 종래의 화승총을 겨누고, 21간(間, 약 38m)에서 사방 1척(尺)의 표적을 관통시켰다. 당시의 화승총이나 탄환의 성능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에 사관(仕官)했을 때, 25간(약 45m)에서 사방 1척의 표적에 맞췄다는 이야기도 영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과연 아케치 님이십니다. 그럼, 신형 화승총의 성능을 보아 주십시오"


샤프스 총에 종이 탄피를 장전한 후 시즈코는 총을 겨누었다.

탄환의 장전 방법이 너무나 달랐기에, 노부나가들은 시즈코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말을 걸기 전에 시즈코가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폭발음이 났나 싶더니 61간(약 110m) 저편에 있던 사방 1척의 표적이 산산조각났다.


"후우…… (아아, 다행이야. 자신만만한 얼굴로 설명해놓고 빗나갔으면 창피하다는 레벨로는 안 끝났겠지)"


예정한 표적과는 달랐지만, 보기좋게 명중한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들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명백히 배 이상의 거리의 표적에 명중시켰다.

그것도 직선상에 있는 표적에 말이다. 화승총은 탄환이 구체(球体)이기에, 위력은 그런대로 있으나 발사시에 총신 내부에서 좌우로 흔들리기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탄환을 똑바로 날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그걸 시즈코의 화승총은 어렵잖게 해냈다. 일찍부터 화승총을 연구하고 있던 노부나가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흠, 보시는 대로입니다"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노부나가들에게 시즈코는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간신히 머리로 이해되었는지, 노부나가는 표정을 조이더니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나는 확신했다, 타케다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시즈코, 그 화승총을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하라.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내겠다"


"옛!"


시즈코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리는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캐물어봐야 메리트가 없었기에, 의문을 속으로 삼켰다. 원리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노부나가로부터 예산을 받아냈기에, 시즈코는 1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신형 화승총을 제조하기로 했다. 간자 대책을 고려하여, 부품별로 따로 생산하여 마지막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채용한다.


그 후, 이런저런 의논을 하고 각자 해산하게 되었다. 시즈코는 실질적인 타케다 전(武田戦)의 총사령관이 되었으나, 명목상으로는 키묘마루(奇妙丸)가 총사령관이 된다.

자신이 제일 위에 있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제부터 시즈코는 타케나카 한베에와 타케다 전의 계책을 의논하거나, 미츠히데의 철포대(鉄砲隊)의 힘을 빌리거나, 모리 요시나리와 함께 병사들을 훈련시키거나 하게 된다.

바빠지겠지만, 이 싸움이야말로 오다 가문의 운명을 좌우하기에, 적당히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피곤해―"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더 이상 자신감이 넘칠 수 없는 표정으로 설명했기에, 태도에 어울리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할 일이 많아서 시즈코는 약간 우울해졌다.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거냐"


한동안 걷다가 문득 아시미츠가 물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떤 것을 품 속에서 꺼냈다.


"아무래도 이게 비밀병기, 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잖아요?"


시즈코가 꺼낸 것, 그것은 현대에서는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는 접이식 우산이었다.


"……나와 미츠오, 그리고 시즈코의 접이식 우산. 충분한 양이다"


"그러네요. 하지만, 어째서 다들 접이식 우산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특히 미츠오 씨가 가지고 있었던 게 이상해요"


찰나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아시미츠의 표정이 씁쓸하게 일그러졌다. 그것은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시즈코가 알려 했기 떄문인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시즈코가 입에 올렸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시즈코에게 접이식 우산이 3개 있는 것은 단순한 의문이었으나, 아시미츠에게는 시즈코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그는 알고 있는 사정이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아시미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시즈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접이식 우산 같은 건, 그 시대라면 누구든지 가지고 있지. 유비무환, 이라는 거다"


"뭐― 그러네요. 갑자기 비가 온다던가 자주 있는 일이니까"


대단한 의문이 아니었던 시즈코는, 아시미츠의 말에 납득하고는 접이식 우산을 품 속에 넣었다. 아시미츠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마음 속으로 어떤 말을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시즈코. 하지만 나는…… 이제 두번 다시 네가 우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단다)




11월 하순이 되자 한층 더 추위가 혹독해져,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조사에서 몸이 안 좋아진 사람들이 늘어났기에, 시즈코는 지형조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를 마쳤기에 타카토라(高虎)가 돌아오고, 이어서 비공식 참가(陣借り)를 마친 케이지(慶次)와 나가요시(長可)가 돌아왔다. 하지만 시즈코의 집은 대 개수중이었기에 그들도 시즈코용의 임시 거처에서 먹고 잘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케이지는 어디에 살던 케이지였다. 다만, 마음대로 목욕을 할 수 없는 것만이 그들의 불만이었다.


노부나가로부터 예산은 얼마든지 좋다(青天井), 라는 언질을 받은 시즈코는, 예산을 무시하고 곳곳에 방대한 숫자의 부품 생산을 명했다. 그 후, 시즈코가 할 일은 대(対) 타케다 전투에서 결과를 낼 뿐이다.

모든 것은 시즈코가 생각한 대로 각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혼간지도, 엔랴쿠지(延暦寺)도, 타케다도, 우에스기도, 그리고 도쿠가와도였다. 이 때 만큼은, 모든 세력이 시즈코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모든 세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시즈코는 겨울이 되자 늘어나는 편지의 답장을 쓰고 있었다.

추위 때문에 실내에 있는 일이 많아진 탓일까, 라고 그녀는 생각했으나, 상대방은 겨울에는 시즈코로부터의 답장이 빠르기 때문에 시기를 골라 편지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편지 상대가 매년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히데요시(秀吉)나 타케나카 한베에, 시바타(柴田), 니와 (丹羽), 삿사(佐々),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등은 전부터 편지를 보내왔지만, 이 무렵에는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하야시 히데사다(林秀貞), 호리 히데마사(堀秀政) 등의 유명한 무장들로부터도 편지가 오게 되었다.

가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한 무장들로부터도 오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가신들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 뿐이었다.

생각났다는 듯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가 편지와 함께 터키시 앙골라에 관한 시(和歌)를 두꺼운 책자(冊子)로 보내왔다.

역사적 자료로서는 일급품이기에, 그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가지고 싶어할 물건이리라.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읽는 게 피곤한데다 길다보니 매번 잘도 이만큼 쓸 수 있네라고 어이없어지는 물건이었다.


"오, 또 편지라도 왔어?"


평상복(着流し) 차림의 케이지는 시즈코에게 말을 거는 것과 동시에 가까운 곳에 앉더니 사양하는 법도 없이 가까이 있던 편지를 집어들었다.

프라이버시가, 라고 일순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시즈코에게 전해지는 편지는 모두 검열된 것이기에 이제와서 누가 봐도 곤란할 내용 같은 건 쓰여있지 않으므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써야 할 답장의 숫자가 많다보니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가하면 오이치(お市) 님 상대를 부탁해"


"핫핫핫, 내게 그 말괄량이 공주님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편지를 원래 장소로 되돌려놓고 케이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흘려버렸다.

오이치는 처음에는 얌전했다. 얌전했다, 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다르고 낯선 생활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만도 벅차다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단 생활에 익숙해지니 그야말로 노부나가의 친여동생, 이것저것 주위의 사물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녀의 말 따윈 마이동풍, 때로는 혼자서 설렁설렁 산책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편지를 보내 부드럽게 주의를 주려고 생각했다.


"오이치답구나. 책임은 그 녀석 자신이 지는 것이다. 내버려 둬라"


하지만 돌아온 편지는 짧았고, 그리고 시즈코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볼 때 오이치의 행동은 기행(奇行)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성격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는 것과 납득하는 것은 별개지만, 어쨌든 멋대로 나다니다가 밖에까지 나가면 곤란하기에, 시즈코는 문지기에게 오이치를 통과시키지 말라고 명령했다.


"겨울은 금년도의 개발품을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곤란하네"


큰 피로감을 느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즈코의 개발 계획은 기본적으로 1월부터 2월에 예산을 획득하고, 4월까지 계획을 정리하여 기술자 마을에 발주한다.

그 후에는 시즈코가 노부나가를 따라 군사 행동을 취하기 떄문에, 쌀의 수확을 하는 9월에서 10월까지 진행은 완전히 맡겨놓은 상태다. 수확이 완료된 후, 각 계획의 잔행 상황을 듣고, 지연되고 있다면 재촉을 한다.

완성되어 있다면 검증용 제품을 받아서 최종 체크를 한다. 시즈코의 검증에 합격하면 계획은 보기좋게 완료, 세세한 후처리를 하고 프로젝트는 종료된다.

노부나가의 군사 행동이 봄에서 여름에 걸쳐 집중되기에, 이러한 계획의 흐름이 되어 있는 것이다. 시즈코가 겨울에 자택에 틀어박히기 십상인 이유는, 농한기(農閑期)다보니 검증할 시간을 비교적 내기 쉽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 어째서 붕어빵(たい焼き) 틀이나 타코야키(たこ焼き) 틀, 오방떡(今川焼き, 大判焼き, 二重焼き, 御座候 등 복수의 애칭이 있음) 틀을 만들려고 생각한 걸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시의 나를 두들겨 패버리고 싶어"


금년에 계획을 세운 것은 거울(鏡), 자석(磁石), 육분의(六分儀), 측거의(測距儀), 해시계 컴퍼스(日時計コンパス), 각종 원형 계산자(円形計算尺), 기계식의 해양 크로노미터(chronometer), 스털링 엔진(Sterling engine) 등 여덟 가지였다.

거울, 자석, 육분의, 측거의, 해시계 컴퍼스, 각종 원형 계산자는 이미 양산체제에 들어가기만 하면 될 뿐으로, 거기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계식의 해양 크로노미터는 배 위에서 안정시키는 것에 시간이 걸려서, 아직도 시제품의 제조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스털링 엔진은 단순히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그다지 만족스럽게 진척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의외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추가로 전구(電球)용 유리를 발주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뭘 생각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즈코는 붕어빵 틀과 타코야키 틀, 오방떡 틀의 개발을 발주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검증용 제품이 도착해서 시즈코가 머리를 감싸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팥소(あん)는 집안의 불화의 씨앗이 되니까 만들지 않는 편이 좋은데 말야"


"우리 숙부는 츠부앙(つぶあん) 파에 들어가 있었지"


웃으면서 말하는 케이지였으나, 시즈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뭐라 해도 '팥소'의 취향은 금기에 가깝다. 어설프게 다른 '팥소'를 깎아내렸다가는 중진(重鎮)들의 벼락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 양갱(羊羹)의 난(乱)이었다.


양갱의 난에서 태반의 사람들은 코시앙(こしあん)이나 츠부앙 파로 갈라졌다. 다만 미츠히데는 말차(抹茶), 니와나 모리 요시나리는 유자(柚), 타키카와(滝川)와 사쿠마, 하야시는 소금, 노부나가는 밤(栗) 등 취향은 세분화되었다.

양대 파벌 중에서 코시앙 파 필두가 시바타, 츠부앙 파 필두가 히데요시라는, 대단히 싸움이 벌어지기 쉬운 사람들이 필두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시바타는 친구인 마에다 토시이에가 츠부앙 파, 히데요시는 동생인 히데나가(秀長)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코시앙 파였기에, 더더욱 상대를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로, 히데나가가 코시앙 파라는 것을 알았을 때, 히데요시는 시저(Caesar)가 심복인 브루투스(Brutus)의 배신을 비난했을 때와 비슷한 대사(※역주: 유명한 "Et tu, Brute?"를 말하는 듯)를 내뱉았다고 한다.


"나는 뭐든지 좋아. 맛있는 게 중요해"


"그만큼 결단력이 있으면 그런 말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야"


현대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는 츠부앙 파 vs. 코시앙 파 논쟁, 전국시대에 결판이 날 리도 없어서, 두 사람은 시즈코가 개최하는 오와리(尾張)-미노(美濃) 센류(川柳, ※역주: 5-7-5글자로 된 일본 시의 일종) 대회에서도 다투었다.


"뭐― 만드는 건 좋지만, 오늘은 안 되겠네. 챠마루(茶丸) 군이 없으니, 만들었다간 또 화낼 것 같고"


저번의 소금가마구이(塩釜焼き)에서 따돌림당한 것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키묘마루는 요즘 시즈코에게 물건이 올 때마다 '다음에는 꼭 불러라'고 입아프게 고함치고 있었다.

따라서 오늘, 노부나가에게 가 있는 동안 붕어빵을 만들었다간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삐질 것이다.

그가 삐지면 이래저래 귀찮아지므로, 시즈코는 기후(岐阜)로 파발마(早馬)를 보냈다. 내용은 키묘마루의 귀가가 언제인지를 묻는 것 뿐이었으나, 이것이 시즈코에게 불행을 부르게 된다.


다음 날, 파발마 대신 대량의 팥(小豆)과 설탕이 시즈코에게 배달되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시즈코는 동봉된 편지를 읽어보았다. 편지에는 노부나가와 오다 가문 가신들(一族一門衆), 그 가족들도 시식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량의 팥과 설탕이 보내어진 이유는, 그만큼 대인원으로 참가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추가로 문제가 발생했다.


"나를 따돌리다니, 시즈코도 많이 컸구나"


팥과 설탕을 가져온 것은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노히메(濃姫)였다. 그녀는 자주 와서 익숙한 다른 사람의 집처럼,  출입금지 간판이 서 있는 구역도 용서없이 들어왔다.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효과가 전혀 없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머리가 아팠다.


"딱히 따돌리려던 것은"


"뭐 좋다. 헌데 요즘, 새를 들여다 가지고 놀고 있다고 들었다만? 그 묘하게 시커먼 새도 그 중 하나인 것이냐?"


어떤 닭을 부채로 가리키며 노히메가 물었다.

지금 시즈코가 예뻐하고 있는 새는 오골계(烏骨鶏)라는 닭의 품종이었다. 이름 그대로 뼈까지 새카맣다는, 다른 닭에는 없는 특이한 특징을 가진다.


원산지는 여전히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역사적으로는 중국산의 품종이 유명하다.

옛부터 중국에서는 영조(霊鳥)로 취급되었으며, 11세기에는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 14세기에는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録)'에도 그 기술이 보이는 오래된 품종이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닭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거기다 그 살이나 뼈, 내장까지 검은 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계란도 영양면에서 일반적인 계란과는 동떨어진 우수성을 가지기에 각국에서 약용으로 중히 여겨진 적이 있다.

애초에 산란수가 적어서 절대적인 숫자가 적기 떄문에 현대에서도 값비싼 계란, 닭고기로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지역에서 자란 오골계 중에서 우수한 개체를 선별하여, 그것들을 조합하여 산란수가 많은 순혈의 오골계 품종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네, 이웃나라의 닭입니다. 그 밖에도 들여오고 있습니다"


오골계 외에 코친(九斤黄, Cochin) 종이라는 중국의 토종닭도 시즈코는 들여왓다. 이름 그대로 대형의 닭이라, 브로일러(broiler) 종이 약 2.5kg인데 비해, 코친 종은 통상 4kg에서 5kg까지 성장한다.

이 코친 종과 오와리의 토종닭을 조합한 품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고야(名古屋) 코친이다. 시즈코가 코친 종을 들여온 것도 나고야 코친에 가까운 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 사츠마 닭(薩摩鶏)에 도도(Dodo) 새, 타조도 들여왔습니다"


사츠마에서 키워지는 토종닭을 사츠마 닭이라고 한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헤이안(平安) 시대에서 카마쿠라(鎌倉) 시대의 무장인 시마즈(島津) 씨의 조상인 시마즈 타다히사(島津忠久) 때부터 사육되었다고 한다.

성질이 난폭하여 투계(闘鶏)에 적합한 성격이지만, 검고 긴 꼬리에 붉고 선명한 몸 색깔도 맞물려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 관상용으로도 사육되었다.


일본 3대 토종닭으로 꼽히는 마지막 한 종류, 히나이 닭(比内鶏)은 태국에서 수입된 군계(軍鶏)와 아키타 현(秋田県) 북부에서 사육되던 토종닭을 교배시켰다고 한다.

이쪽은 아키타 현 북부라는 입지가 오다 가문의 세력권 밖이었기에 아무래도 입수는 어렵다고 단념하고, 시즈코는 히나이 닭을 베이스로 한 품종개량 계획을 중지했다.


한편, 도도새는 발견된 지 겨우 100년도 되지 않아 멸종한 새이다. 야생 생물치고는 대단히 경계심이 옅어, 처음 보는 인간에게도 경계하지 않고 다가갈 정도였다.

그 때문에 유럽의 입식자(入植者) 들에 의한 포식이 일반화되고, 또 입식자들이 반입한 작은 동물들이 야생화하여 도도새를 습격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땅 위에 둥지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도도새는 순식간에 멸종했다.


유럽에 반입된 기록을 볼 때 환경 적응 능력이 높고,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수율(歩留まり)도 좋았으며, 거기에 성격이 온순하기에 사육도 쉬울거라 판단한 시즈코는, 예수회를 통해 도도새를 일본으로 수입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어느 정도 높은 환경 적응 능력이 있는 것은 판명되었지만, 거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다른 닭들과는 달리 격리된 장소에서 사육하고 있었다.

지금 판명된 것은 새끼를 키울 때만 경계심이 강하지만, 그 이외에는 사람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다가올 정도로 경계심이 없었다.


마지막이 타조였다.

조류 최대의 새인 타조는 경이적인 생명력과 환경 적응 능력을 가지고, 상처나 질병에도 강하며, 잡식이라 생활 부산물인 야채 부스러기 정도로 사육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이미 사육되었던 기록이 있으며, 고기 뿐만 아니라 가죽이나 지방 등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성체의 경우 더위나 추위, 높은 습도에도 잘 견디며, 감염증에 강하고, 조용하고 얌전하며, 냄새도 나지 않고,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며, 영역 다툼을 하지 않는 타조를 사육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다른 닭들과 달리 1년 가까운 사육 기간이 필요하지만, 잡식이기에 목초(牧草)나 야채 부스러기 등의 식물 주체로 사육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가지 난점을 들자면, 경이적인 생명력을 가지기에 목을 잘라내는 정도로는 즉사하지 않고, 생명의 위기에 처하면 시속 60km나 되는 속력을 지탱하는 심장이 전력으로 전신에 혈류를 공급하는 것이다.


타조 고기는 조직이 치밀하고 섬세하며 튀는 맛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말하자면 전신이 닭가슴살에 가까운 육질을 가지고 있기에, 앞서 말한 상태로 방치해두면 한계를 넘어서는 혈류가 공급된 전신의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고기의 구석구석까지 혈류로 시뻘겋게 물든다.

일단 이 상태가 되어버리면, 원래 담백하고 섬세한 고기이므로 피비린내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결점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현대에서는 탄산가스 등으로 재운 상태에서 잡는 것으로 전술한 현상을 회피하고 있다.


"뭔가 처음 듣는 이름이 많구나"


"그야 뭐, 닭의 품종 개량을 하기 위해 모으고 있으니까요……"


닭은 소나 돼지와 달리 생명 사이클이 짧아 품종 개량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품종은 손쉽게 사육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닭은 사육하기 쉬운 데 비해 영양가가 높은 것도 높이 평가된다.

다만 이번에 들여온 닭들 중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오골계이리라. 닭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영양가를 자랑하는 오골계이지만, 검은색 때문에 식욕이 일지 않는 모습이 되기 쉽다.


"호호홋,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만, 맛은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 말만 하고 노히메는 시원스럽게 떠나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잠시 후 노히메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오골계의 사육 작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손은 금방 멈췄다.


"잊고 있었노라. 뭔가 최근에 맛있는 것을 먹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나를 부르지 않다니 어찌된 것이냐?"


떠난 줄 알았던 노히메가 어느 틈에 등 뒤까지 다가와서 시즈코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귓가에서 속삭였다.


"다음에는 잊지 말거라"


노히메는 어깨에 얹은 손에 약한 힘을 넣으며 경고했다. 시즈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만족한 노히메는 생긋 웃더니, 양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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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2 1571년 10월 상순



엔랴쿠지(延暦寺)는 히요시타이샤(日吉大社)의 앞마당(門前町)이기도 했던 사카모토(坂本)가 멸망한 것만으로 노부나가에게 굴복했다.

본산인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는 무사했으나 도저히 승산이 없었기에 이대로 싸워봐야 패배는 틀림없다는 것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그건 세상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라, 이것이 원인으로 엔랴쿠지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지금까지처럼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토양이 조성되었다.

엔랴쿠지의 종주(宗主)인 천태좌주(天台座主)는 히에이 산에서 쫓겨났고, 그에 대해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이나 조정은 탓하지 않았다.


엔랴쿠지의 근본중당(根本中堂)과 대강당(大講堂), 히요시타이샤는 소실되었고, 사찰의 영토(寺領, 社領)는 노부나가에게 모두 몰수되었다.

그 영토들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나카가와 시게마사(中川重政),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에게 분배되었다. 다섯 명은 각자의 영토를 가지면서, 여력을 파견하여 분배받은 영토를 통치하게 되었다.


천태좌주인 카쿠죠(覚恕) 법친왕(法親王)을 필두로, 노부나가와 교섭했던 쇼카쿠인 고우세이(正覚院豪盛) 등은 카이(甲斐)까지 도망쳐서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에게 비호를 요청했고, 신겐은 그에 응하여 그들을 보호했다.

또, 엔랴쿠지에 대한 노부나가의 조치를 알고 "노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천마(天魔)가 둔갑(変化)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다음 날인 13일, 전후 처리를 아케치 미츠히에데게 맡기고 노부나가는 정예만을 이끌고 상락했다. 그 동안, 각 군은 오우미(近江)의 잇키(一揆)를 각개격파해 나갔다.

쿄(京)에 들어가 엔랴쿠지 토벌의 보고와 전후 처리에 관한 공작(根回し), 각종 인사 등의 정무를 처리한 후 노부나가는 기후(信長)로 귀환했다.

쿄에 체제하던 도중 신경쓰이는 소문을 몇 번이나 들은 노부나가는, 원인으로 생각되는 아시미츠(足満)를 호출했다.


"네놈, 마츠나가(松永)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던 소문은, 타카츠키 성(高槻城)을 포위하고 있던 마츠나가 군에 대해서였다.

유리한 전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전선을 이탈하여 자국으로 돌아가 문을 걸어잠그고 틀어박혀버려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수하의 간자를 풀어 뒷조사를 해본 노부나가는, 아마도 아시미츠의 짓이라고 짐작했다.

아시미츠의 짓이라고 짐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미요시 3인방(三好三人衆)과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에게 암살당할 뻔 했다. 깊은 증오를 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훗, 조금 겁을 준 것 뿐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


노부나가의 물음에 아시미츠는 웃으며 대답했다.

꿈쩍도 안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그였으나, 마츠나가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자기 손으로 죽인 상대가 살아 있었고, 힘을 기른데다 자신을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적전 도주도 납득이 간다.


"쫑알쫑알 떠들지 마라, 변명은 듣지 않겠다. 소우이(宗渭, 미요시 소우이(三好宗渭), 미요시 3인방 중 한 명)와 같은 꼴을 당하고 싶으냐"


"네놈에겐 죽음조차 사치다"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복수할 의미라고?

네놈이 멀쩡히 밥을 먹으며 살고 있고, 네놈이 하루를 더 사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내가 평온하게 잠들기 위해 네놈들은 벌레처럼 죽어라!"


마츠나가 히사히데, 히사미치(久通) 부자를 향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시미츠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떠올렸다.


"당분간은 얌전해지겠지. 뭐 너무 겁을 먹어서 정신이 이상해질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적당히 하라"


"노력해보지"


그건 NO라고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이해한 노부나가는 아시미츠에게 그 이상 무언가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자히 히사마사(浅井久政)에 대한 공작을 마친 시즈코 군은, 뒷처리를 히데요시(秀吉)에게 맡긴 후 오와리(尾張)로 귀환했다. 이번에는 결코 적지 않은 부상병이 나왔으나, 죽은 사람의 숫자는 양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그쳤다.

남겨진 가족에 대한 대응을 겐로(玄朗)에게 맡긴 후, 시즈코는 이번의 싸움에서 공이 있는 자들에게 포상을 내렸다.

그 중에는 나가마사(長政)도 들어 있었다. 그는 100명의 병사가 주어졌으며, 거기에 엔도(遠藤)와 미타무라(三田村)가 요리키(与力, ※역주: 직속 부하 정도의 의미)로서 주어졌다. 원래는 나가마사의 가신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시즈코 휘하의 병사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의 포상으로, 그들은 지금까지처럼 우연을 가장할 필요 없이 당당히 나가마사를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두 사람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시즈코가, 부대 내부에서 쓸데없는 불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세 사람을 한 곳에 모은 것 뿐이었지만.


전후처리를 마치고, 논공행상도 일단락된 후, 시즈코는 중요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후추의 수확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는 3월에서 5월에 걸쳐 수확하지만, 심은 시기나 기후 때문인지, 시즈코의 후추밭은 8월에서 10월이라는 늦은 수확 시기가 되어 버렸다.

8월 하순 무렵부터 열매를 맺은 후추였으나, 여전히 작은 열매가 달렸을 뿐이라 9월이 지나고, 간신히 9월말을 전후하여 열매가 크게 성장했다. 줄기성 식물인 후추 나무는 줄기 하나당 약 2kg의 열매가 달린다.

하지만 시즈코가 재배한 후추는 토양이 적합하지 않았던건지 아니면 온도가 부족했던 건지, 열매가 맺히는 게 신통치 않아서, 열매를 맺은 10그루에서 합계 5kg 정도밖에 수확할 수 없었다.

본래의 기대 수확량으로는 약 20kg가 기대되었으나, 금년에는 열매는 고사하고 꽃조차 피지 않은 나무가 4그루나 있어, 투자한 금액을 고려하면 대적자가 확실한 흉작이었다.


"후추다, 후추다"


수수께끼의 춤을 추며 시즈코는 후추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했다. 전국시대의 일본에서 후추 재배 같은 건 꿈 같은 소리인데, 그걸 약간이지만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수확량이 적은 흉작보다, 약간이라도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


"화이트 페퍼(white pepper)와 블랙 페퍼(black pepper)를 만들고, 그걸 섞어서 후추를 만들자"


후추의 열매를 원료로, 수확 시기나 제법의 차이에 의해 블랙 페퍼, 화이트 페퍼, 그린 페퍼(green pepper), 핑크 페퍼(pink pepper)가 만들어진다.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하고, 그것을 원료로 블랙 페퍼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완전히 익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화이트 페퍼였다.


화이트 페퍼는 블랙 페퍼와 달리, 우선 물에 침지(浸漬)시켜 완전히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발효 후에 껍질을 벗기고 천일(天日) 건조시키면 완성이다. 한편, 블랙 페퍼는 덜 익은 열매를 천일 건조시키기만 하면 완성된다.

현대 일본의 가정에서는 블랙 페퍼와 화이트 페퍼를 블렌드한 분말 형태의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말 형태로 만든 것은 향이 날아가기 쉬운데다 유통기간이 짧아진다.

알갱이(粒) 형태라면 블랙, 화이트 페퍼는 상온에서 최장 3년은 간다. 따라서 전국시대라면 페퍼 밀(pepper mill)에 알갱이를 넣고 필요할 때마다 갈아쓰는 게 가장 좋다.


전동 밀(mill) 같은 건 바랄 수도 없지만, 페퍼 밀은 목제로 된 수동식이 가장 폼이 난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몇 개월 전에 중심이 잘록한 목제 페퍼 밀을 남만 선박에서 구입했었다.

후추는 포함되지 않고 용기 뿐이며, 대형의 짐도 아니기에 운반하기 쉬워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덤으로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넣던 로리에(월계수(月桂樹)의 잎을 건조시킨 향신료)와 월계수의 묘목도 구입했다.

잡초나 마찬가지인 묘목에 큰 돈을 내는 시즈코에게 남만 상인들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으나, 돈을 후하게 지불하는 시즈코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거래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건 곤란했기에, 화물(積荷)로서 운반해온 나무 상자에 가득한 로리에와 몇 그루의 묘목을 그녀에게 양도했다.


월계수는 자택으로, 페퍼 밀은 기술자 마을에 보내 똑같은 것을 만들도록 의뢰했다. 꽤 많은 숫자를 구입했기에 몇 개는 구조를 알기 위해 분해되었으나, 그 덕분에 빠르게 재현할 수 있었다.

허브로 분류되는 월계수는 방치 재배(放置栽培)에 적합했기에, 플랜터에 옮겨심은 후에는 적당히 물만 주는 것 이외에는 내버려두는 식으로 재배했다.

그래도 순조롭게 성장하니, 허브의 생명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닭고기 오케이, 소금 오케이, 로리에 오케이, 발아현미(発芽玄米) 오케이, 후추 오케이, 계란 오케이, 준비 완료네"


화이트 페퍼가 완성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프로이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녀가 원했던 중마종(重馬種)인 데스트리어가 드디어 기후(岐阜)로 운반된 것을 알리는 편지였다.

지금까지 노부나가가 쿄에서 기후로 이어지는 요소(要所)를 봉쇄하고 있었기에, 안전한 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 말의 운반이 늦어져 버렸다.

하지만, 사카모토를 파괴한 것으로 일대의 봉쇄가 해제되어 드디어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편지에 적혀 있었다. 또, 편지에는 만나줫으면 하는 인물이 있다, 고 추신이 적혀 있었다.


(음~, 상황적으로 볼 때 쿄 포교 책임자인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역주: Organtino, Gnecchi‐Soldi, Gnecchi‐Soldo라고도 쓰는 모양)일까나. 큐슈(九州) 포교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카브랄(Francisco Cabral)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는, 겐키(元亀) 원년(元年) 5월에 일본으로 와서, 이후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이탈리아인 선교사이다.

인품이 좋고 일본인을 좋아하는 그는 많은 일본인에게서 우르간바테렌(宇留岸伴天連, ※역주: 오르간티노의 '오르간'과 카톨릭을 뜻하는 '바테렌(伴天連)'을 합친 말)으로 사랑받으며, 노부나가나 히데요시 등 당대의 권력자들과 지기(知己)가 되었다.

밝고 매력적인 인품, 적극적으로 일본어와 일본의 관습을 배우고, 1573년부터 1년에 걸쳐 법화경(法華経)을 연구하여, 착임한 지 3년 만에 킨키(近畿) 지방의 신도를 1만 5천명까지 늘린 큰 공적을 세웠다.

1577년부터 30년에 걸쳐 교토(京都) 지구의 포교 책임자를 맡은 것을 보면, '적응주의(適応主義)'를 실시하여 일본인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오르간티노와 대조적으로 거명되는 인물이, 큐슈 포교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카브랄이다.

그는 당시의 포르투갈 인 모험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해 마지막까지 부정적, 차별적인 태도였다.

카브랄은 적응주의를 맨 먼저 부정하고, 전임자인 코스메 데 토레스(Cosme de Torres)의 방침을 완전히 무시하였으며, 일본인을 저급한 국민으로 불렀기에, 일본인 신도들과 선교사들 사이에 골(溝)이 생겨 버렸다.

최종적으로 포교 책임자의 자리에서 1581년에 해임되어 인도의 고아(Goa)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전히 현지의 신도는 전무, 교회는 하나도 없으며, 연이은 전란 상태의 일본에서,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이 기독교(キリスト教)의 포교를 할 수 있는 것은 코스메 데 토레스의 공적에 의한 것이다.

그는 당시의 유럽인을 뛰어넘은 사상인 '적응주의(선교사들이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를 따라 사는 것)'을 행하여, 자비에르(※역주: 아마도 Francis Xavier를 말하는 듯)의 숙원이었던 교토에서의 포교를 달성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일본에서 쿄나 사카이(堺), 야마구치(山口) 등에 교회가 세워지고 많은 신도들이 생겨난 것은 자비에르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토레스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카브랄은 1573년에 야마구치로 갈 때까지 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 생각했으나 프로이스가 만나게 하고 싶다, 라고 하니 오르간티노일 거라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그는 프로이스와 마찬가지로 쿄의 포교를 담당하고 있기에, 그라는 쪽이 납득이 간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오랜만에 요리를 만들자. 이번에는 값비싼 향신료인 후추를 사치스럽게 쓴 요리야"


아야(彩)와 쇼우(蕭)는 돕겠다고 했으나, 도움받을 일은 없으므로 자신들의 일에 전념하도록 명했다.

이번에 시즈코가 만드는 것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塩釜焼き)였다.

우선 내장을 뺀(袋抜き, 겉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며 내장과 뼈를 밖으로 빼는 기법) 닭(丸鶏)을 물로 씻어서 피(血合い)나 지저분한 것을 제거한다. 동시에 뱃속에 넣는 발아현미를 물로 씻어 10분 정도 물에 담가둔다.

그게 끝난 후, 닭은 물기를 잘 털어내고, 발아현미는 소쿠리(ザル)에 올려둔다.

다음으로 갓 갈아낸 후추를 닭 전체에 반죽하고, 텅 빈 뱃속에 발아현미와 로리에를 섞은 것을 7할 정도 채워넣은 후, 대나무 꼬치 등으로 엉덩이를 꿰매듯 하여 닫는다.

닭의 밑준비가 끝나면 다음에는 소금가마이다. 흰자를 가볍게 거품을 내고, 거기에 소금을 넣어 잘 섞는다.


섞은 소금을 돌가마(石窯)의 받침대(土台)에 두께 1cm 정도로 깔고, 그 위에 닭은 올려놓고, 닭 전체를 덮도록 두께 1cm 정도의 소금 돔(dome)이 생길 때까지 소금을 바른다.

이것을 돌가마에서 1시간 반 정도 가열하고, 불을 줄인 후 여열(余熱)로 30분 정도 뜸을 들인다.

돌가마에서 꺼내면, 그 후에는 망치 등으로 소금을 깨고 안에서 닭을 꺼내면 완성이다.

뱃속에서 채워넣었던 것을 꺼내고, 찜구이된 닭고기를 찢어서 섞은 후, 소금과 직접 닿아서 염분이 강해진 살이 적은 부분은 따로 떼어내어 스프의 건더기로 썼다.


"이 다음에는……"


품에서 부채를 꺼낸 후, 시즈코는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요리를 부채로 붙었다. 꽃의 꿀에 몰려드는 벌레처럼,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끌린 면면들이 다가왔다.

집 전체에 냄새가 퍼지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자 사이조(才蔵), 이어서 케이지(慶次), 나가요시(長可), 마지막으로 아시미츠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전원 모여들었다.


"굶주린 자들(腹ぺこ)아. 오늘은 남만인이 좋아하는 후추를 사용한 요리로다"


"예―이!"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쌍수를 들고 기뻐했다. 두 사람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아야나 쇼우, 타카토라(高虎)도 부르면서 요리를 내왔다. 안타깝게도 키묘마루(奇妙丸)는 노부나가에게 가 있어, 할아범(爺)과 함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돌아오면 시끄럽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자리에 앉았다. 두 손을 모아 식전 인사를 하자, 케이지들도 그것을 따라했다.


"굉장해, 맛있다. 그냥 현미인데, 맛이 배어들어서 맛있어"


"이 스으프, 적당히 닭고기 맛이 녹아들어 맛있군"


"――! ――!"


하이텐션으로 외치며 발아현미를 먹는 나가요시, 천천히 맛보면서 닭고기 스프를 마시는 사이조, 말없이 밥을 퍼먹는 타카토라, 어디선가 술을 꺼내서는 자작으로 한잔 하면서 먹는 케이지 등, 테이블 위는 혼돈 상태였다.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으나, 아야나 쇼우도 맛있다고 먹고 있는 모습에 조금 안도했다. 유일하게 먹어본 경험이 있는 아시미츠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먹고 있었으나,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후추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맛에 까다로운 케이지들도 만족하고 있는 것에 성과를 확신한 시즈코는 주먹을 약간 힘있게 쥐었다.


며칠 후, 시즈코는 프로이스와 회담하기 위해 항상 그렇듯 남장을 준비하고, 평소에는 따라오지 않는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 타카토라를 데리고 기후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의 최종 체크를 마치고, 시즈코는 회담에 대비하여 일찍 취침했다. 다음 날, 2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시즈코는, 프로이스의 방문을 기다렸다.


"프로이스 님이 오셨습니다"


"안내하라"


잠시 후 소성(小姓)에게 안내된 프로이스들이 알현실로 들어왔다. 루이스 프로이스, 로렌초 료사이(ロレンソ了斎), 동행한 수녀, 그리고 사람 좋아보이는 선교사 등 네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알현의 영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그렇듯 프로이스가 절하며 인사하고, 다른 세 사람이 프로이스에 이어 인사했다. 평소대로의 광경으로 보였으나, 시즈코에게는 프로이스의 표정이 약간 어색해보였다.


"얼굴을 드십시오. 하여, 오늘은 소생이 의뢰한 짐을 가져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짜고짜 실례인 것은 알지만, 우선은 말을 보여주십시오. 그 후에 느긋하게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약간 애매모호한 태도의 프로이스를 배려하여, 시즈코는 먼저 말에 대한 것을 처리하기로 했다. 잠시 망설인 프로이스였으나, 사람 좋아보이는 선교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시즈코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우, 우와아……"


말이 매여져 있는 마굿간(厩)으로 안내된 시즈코들 중에서, 먼저 타카토라가 거마인 데스트리어를 보고 기겁했다. 나가요시나 사이조도, 본 적이 없는 대형종(重種)이 가지는 대형동물 특유의 위압감에 표정이 굳었다. 유일하게 케이지만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호오, 멋진 말이군요"


실물을 그림 등에서 보아 알고 있는 시즈코는, 실물의 거대함이나 열을 뿜는 듯한 위압감에 놀라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지는 데스트리에게 호감을 느꼈다.

데스트리어는 성질이 온순하고 순종적이라, 처음 보는 시즈코가 쓰다듬어도 딱히 저항흔 하지 않았고, 오히려 냄새를 맡는다거나 콧등을 손이나 팔 등에 대어보거나 했다.

설령 시즈코가 얼굴을 감추고 있어도 말은 인간의 마음을 간단히 꿰뚫어본다. 무서워하면 말도 경계하고, 반대로 친근하게 대하면 말도 그에 화답해준다.

합계 5마리의 데스트리어를 관찰하고, 시즈코는 그들이 약간 피로해하는 것을 알았다.


"긴 여행으로 말도 피곤한 듯 하니, 마굿간(厩舎, 馬小屋, ※역주: 사전으로는 그냥 '마굿간'이라고 나오는데, 규모나 구조에 따라서 명칭의 구별이 있는 듯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음)에 넣고 물과 사료를 듬뿍 주세요. 톱밥은 새것으로 깔아놓았었지요. 그리고 고양이는 풀어놓았나요"


시즈코는 마굿간을 관리하는 말구종(馬丁)에게 질문했다. 마굿간(厩舎)이란 말하자면 말을 위한 집이다. 남향의 넓고 밝고 청결한 방은 최저 조건이라고 해도 좋다.

말은 청결한 동물이기에, 자신의 방이 더러울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톱밥은 목재를 재단할 때 생기는 미세한 나무 가루들이다. 제재(製材)를 하면 일상적으로 대량 발생한다.

톱밥은 짚(敷き藁)을 까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보온 효과가 있으며, 소취(消臭) 효과도 있다. 분뇨 냄새를 억제할 수 있기에 말과 관리하는 사람 양쪽의 정신 위생상 좋은 소재이다.

프리패브(prefab) 공법에서 사용하는 일정한 규격의 목재를 매일 제조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톱밥을 입수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톱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그녀는 만약을 대비하여 짚도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마굿간에 고양이를 풀어놓는 이유는 쥐 대책, 그리고 말과 고양이는 의외로 사이가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옛! 모두 문제 없습니다"


"좋아요. 다섯 마리의 피로가 풀리면 오와리로 운반합니다. 그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세요"


말도 피곤할 때 지나치게 신경쓰면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시즈코는 약간 담백하다고도 할 수 있는 태도로 말과 헤어진 후, 사이조들을 거느리고 프로이스들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알현실로 돌아가자 시즈코는 소성에게 차를 준비하게 했다. 두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약간 마시기 불편했으나, 어찌어찌 목을 축인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소생의 용무는 끝났습니다. 다음은 그쪽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요"


애초에 시즈코는 프로이스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대강 예상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에게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실례, 제 이름은 오르간티노라고 합니다. 이후 잘 부탁드립니다"


"귀하가 고명한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 님이시군요.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밝히지도 않은 풀 네임을 듣게 된 것에 오르간티노는 약간 반응을 보였으나, 금방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핫, 재상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다니 이거 영광입니다"


이름을 물으려고 생각한 오르간티노였으나, 이 자리에서는 묻지 않기로 했다.

일본인의 권력자는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기피한다. 말에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언령(言霊)을 믿고 있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즈코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노부나가로부터 정체를 밝혀도 좋다는 명령이 없기 때문일 뿐, 오르간티노의 생각과는 약간 엇나가 있긴 하지만.


"하여, 어떤 용건이십니까?"


"이거 참, 재상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던가요. 오다 님에 대해 알고, 저희들과 친구가 된다고. 그에 따라 저도 저희들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하여, 당신과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니오, 저도 말이 지나쳤습니다. 이해해 주셨으니, 시작할까요. 우리들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그로부터 몇 시간 동안 대화는 계속되었으나, 오르간티노는 생긋 웃는 표정을 시종 허물지 않았다.




시즈코와 오르간티노의 회담은 몇 시간에 걸쳤다. 오르간티노의 이야기는 폭넓어서, 일본에 살면서 놀란 일이나 감동한 일을,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했다.

가끔 프로이스가 유럽과 일본 문화의 차이점을 화제에 올리거나, 시즈코가 일본은 물론, 서양이나 동남아시아 각국, 인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여 오르간티노를 놀라게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오르간티노의 독무대였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3시의 간식을 함께 먹었으나 화제는 전혀 바닥나지 않았다. 결국,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드디어 회담 자리는 끝났으나, 둘 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오랫동안 함께 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뇨, 소생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또 대화를 즐기도록 하지요"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오르간티노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프로이스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역사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던 시즈코는 감개가 무량했다. 충실한 느낌과 만족감이 있었으며, 지금이라면 대부분의 일은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아, 역시 당시 사람들은 잘 알고 있네. 내가 모르던 세세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최고야)


사이조나 케이지가 봐도 시즈코가 대단히 기분이 좋은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시즈코와 오르간티노가 한 이야기의 절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는 할 수 없었으나, 남만인에게도 시즈코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인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에 약간 불안과 놀라움을 느낀 두 사람이었다.


"허허, 이거 참 놀랍군요. 저렇게 우리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한편, 오르간티노도 시즈코의 박식함에 내심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즈코로부터는 서양인데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 권력자에게 흔한 경계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쪽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 그에 응하여 경계심을 늦추고 우호적인 태도로 대응해왔다.


"오르간티노 님도 놀랍습니다만, 그것에 따라갈 수 있는 두건재상님에게도 새삼 놀랐습니다"


"아니오, 프로이스 군. 쓸데없는 경계심을 품어선 안 됩니다. 이쪽이 성의를 보이면, 그들은 그에 응해 줍니다. 이 나라에서는 정직한 것이 미덕이니까요"


프로이스가 약간 경계심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대해, 오르간티노는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이며 그의 생각을 부정했다.

일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오르간티노다운 생각이었다. 그는 저서에서도 유럽인은 현명하다고 하나 일본인에 비하면 야만스럽다, 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선교사들 중에서 누구보다 일본인을 좋아하고, 가장 일본인을 잘 이해한 인물이다.


"이 나라에서는 성의야말로 최고의 전략, 정직함이야말로 최고의 전술입니다. 특히 권력자는 우리들의 경계심에 민감합니다. 어설프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도, 항상 성실한 태도로 있을 것을 명심해 주세요"


"예, 옛"


유럽에서는 유명인이 된 프로이스도, 일본에서의 포교에 관해서는 오르간티노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했습니다만, 두건재상님을 신도로 만들자, 라는 생각에 저는 반대합니다. 그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특정 종교를 편드는 것을 싫어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 그는 어떤 종교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자자, 그건 그의 정치에 대한 생각입니다"


표정이 흐려진 프로이스의 걱정을 오르간티노는 일소에 부쳤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을 도와준 와다(和田) 님의 예도 있습니다. 두건재상님은 신도는 아니지만, 우리들과 적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교도라고 거절하기보다, 우호의 손길을 내미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애초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카프랄 님은 웃었습니다만"


말의 내용과 달리 그다지 신경쓰는 기색은 없이, 오르간티노는 태연한 태도였다. 이 부분은 고지식한 프로이스와, 사소한 것을 신경쓰지 않는 오르간티노의 성격의 차이가 드러났다.


"하지만, 카프랄 님과는 만나게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라는 프로이스 군의 의견에는 찬성입니다. 카프랄 님으로는 재상님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그의 긍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 같고, 어설프게 재상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문제니까요"


"예. 와다 님이 전사하신 지금, 우리들은 오다 님, 그리고 두건재상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급무입니다. 실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타카야마(高山)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타카야마 부자는 포교를 너무 서두르고 있습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라는 말이 머리 속에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는 머지 않아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 사면초가에 빠지겠죠. 프로이스 군, 그들에게는 자중하도록 당부해 두십시오"


자중, 이라는 부분에서만 오르간티노는 약간 어조를 강하게 하여 프로이스에게 명령했다.


"예"


프로이스의 대답에 만족하고는, 오르간티노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역시 쿄에서 유행병을 억제한 인물과 두건재상님은 동일인물이군요. 감추고는 있지만 성별의 차이까지는 완전히 감추지 못했지요. 하지만, 어째서 정체를 감추는 것일까요. '그녀'가 우리들에게 정체를 밝히는 것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거기까지 생각하고 오르간티노는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죠. 감추고 있다는 것은 뭔가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것이겠죠. 우리들은 와다 님이라는 좋은 지원자를 잃었습니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했다가 강대한 지원자인 오다 님까지 잃을 수는 없지요. 두건재상님이 여자라는 것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주님께서 정하신 일이니까요)


오르간티노는 시즈코의 건에 대해서도 주님이 정한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회견으로부터 5일 후, 말의 피로가 풀렸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다섯 마리의 데스트리어를 오와리로 운반했다.

하지만 대형종이 다섯 마리나 나란히 있으면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뿜는다. 체고(体高, 어깨까지의 높이)가 평균 160cm로 당시의 일본인 평균을 상회하기에 머리 위치는 올려다보는 높이가 된다.

거구이기에 보폭이 넓고 자세가 낮은 걸음걸이가 특징인 데스트리어는, 평범하게 걷기만 해도 다른 것을 추월해버린다. 따라서 견인 방법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경험을 쌓는다는 구실로 한 마리에만 마구(馬具)를 장착시켰으나, 나름 키가 큰 편인 시즈코도 타는데 고생했다.

시야의 높음에 약간 식은땀이 흘렀으나,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오와리까지 도착했다.


"꽤, 꽤나 피곤하네. 난 마차 타입이야, 응"


케이지에게 '마음에 드는 것 한 마리를 골라요'라고 말한 후, 시즈코는 허리를 문지르며 문을 통과했다. 비트만들의 거친 환영을 받고, 이어서 셰퍼드 패밀리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정하지 않았네. 좋아…… 너는 사쿠라(サクラ, ※역주: 벚꽃), 너는 츠바키(ツバキ, ※역주: 동백나무), 너는 키쿄(キキョウ, ※역주: 도라지). 오늘부터 그렇게 부를테니까 잘 기억해 둬"


셰퍼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시즈코는, 셰퍼드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걸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멍해 있던 셰퍼드들이었으나, 그게 자신들을 부르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작게 짖었다.

상황을 보니 마음에 들었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약간 힘주어서 셰퍼드, 사쿠라나 츠바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새끼들 이름까지는 무리네. 번호로 부른다는 것도 멋대가리 없고"


생후 1년 미만이지만, 울프독들은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울프독은 정한(精悍)한 얼굴, 날카로운 후각, 셰퍼드와 마찬가지로 쫑긋 선 귀, 반사신경과 운동신경이 우수하고, 북슬북슬한 처진 꼬리가 특징이다.

주인에 대해 충실하고 애정이 깊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환경에서도 인내심이 강하지만, 늑대 특유의 신중함과 주의깊음, 경계심도 가지고 있었다.


개의 유순함과 늑대의 주의깊음을 겸비한 울프독은, 체고가 평균 30cm, 체중은 10kg 전후에서 20kg로, 생후 수 개월이면서 이미 중형견 정도의 체구가 되어 있었다.

개는 반년에서 2년 정도면 성견이 된다. 이대로 순조롭게 자라면 체고는 65cm에서 75cm, 체중은 35kg에서 45kg까지 성장할 거라는 계산이다.

결점을 들자면 적으로 간주한 상대에게는 짖기 전에 공격을 시작하는, 공격성이 높은 일면을 가지고 있는 점, 단독보다 2, 3마리 쪽이 잠재능력을 내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그래, 착하지"


체구가 중형견 클래스라도, 울프독들은 아직 어렸다. 뭐든지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전력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부모의 피 떄문인지, 아니면 성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데스트리어를 오와리로 운반한 지 며칠 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마리를 선택한 케이지였으나, 정작 그 말에게 타는 것을 거부당하고 있었다. 지금도 타려다가 실패하고 힘껏 내떨쳐져서 강에 처박혔다.

그래도 서서히 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기에, 슬슬 탈 수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기운이 넘치네"


"벌써 4일째입니다. 매일 긁힌 상처 투성이로 돌아오는데 전혀 포기할 기색이 없습니다"


이마 앞에 손을 대고 구경하는 시즈코의 의문에 사이조가 대답했다. 그만큼 말에게 거절당하고 포기하기는 커녕, 길들여보이겠다고 정열을 불태우는 케이지에게 사이조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정열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에 약간 부럽다고도 느꼈다.


"아직 멀었다!"


올라탔다가 말에게 거부당해 낙마했다. 그걸 반복하길 열흘째, 겨우 케이지와 말 사이에 변화가 찾아왔다.


데스트리어가 케이지를 보더니 그의 어깨를 가볍게 물었다. 몇 번 살짝 물더니, 말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타라, 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케이지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착된 마구를 쓰다듬은 후 말에 올라탔다. 지금까지처럼 말이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고, 소리높여 울음소리를 냈다.

며칠에 걸친 말과의 격투 끝에, 케이지는 데스트리어에게 자신의 등에 태우기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달려라아!"


케이지의 말과 함께 말은 달렸다. 순발력은 좋다고 하기 어려웠으나, 흐르는 듯이 깨끗한 폼이었다.

과연 100kg를 넘는 중장보병(重装歩兵)을 태우고 달리는 군마(軍馬)였다. 2미터 가까운 케이지를 태우고도 지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키소 말(木曽馬)이라면 어림도 없고, 금방 스태미너가 떨어질 게 뻔하다.


"이 하늘까지 달려올라갈 듯한 속도! 오늘부터 너는 마츠카제(松風)다!"


연일에 걸쳐 격렬한 격투를 벌였기에 여기저기 긁힌 상처 투성이인 모습이었던 케이지였으나, 그 표정은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10월에 들어서자마자 이에야스(家康)로부터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의 지형조사 허가가 떨어졌다. 물론, 시즈코들 뿐만이 아니라 타다카츠 부대(忠勝隊)의 감시하에서 지형조사가 이루어진다.

사전에 준비해 두었던 덕분에, 시즈코들은 당황하는 일 없이 짐수레에 조사 기재를 싣고 미카타가하라 대지로 향했다.


"오오, 역시 넓네"


남북 약 15km, 동서 약 10kg에 표고는 낮은 지점은 25m였으나, 가장 높은 지점은 110m나 되었다.

텐류가와(天竜川)의 선상지(扇状地)가 융기되어 형성된 것이기에, 얼핏봐서는 완전히 평평한 장소는 적고 언덕이 많은 분위기였다.


'우선은 대지(台地)의 형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다음으로는 표고 측정이 필요하겠네"


타케다(武田) 군은 3만이나 되는 대군으로 미카타가하라 대지에 진을 쳤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오다-도쿠가와(徳川) 연합군이 포진했던 점을 생각하면, 자연히 싸움터가 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된다.

역사적 사실에서 싸움터가 된 장소와 주위의 지형을 정확히 파악하면, 타케타 전투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쉬워진다.


"좋―아, 이 지점에 천막을 설영하자"


지형의 상황 파악도 겸하여 걷다 보니, 시즈코들은 상당한 인원이 진을 치기에 최적의 지점을 발견했다.

대나무로 만든 지주(支柱)를 동물 가죽으로 감고, 땅바닥에 멍석(筵)을 깔아 천막을 설영했다. 겨울에도 어느 정도 추위나 모래먼지 등을 막을 수 있는 천막은, 지형조사에 딱 맞는 장비였다.

다들 익숙해져 있었기에 짐을 짐수레에서 내리고 각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천막의 설치가 끝나니 식사 시간대였다.

식사라고 해도 주먹밥과 된장국(味噌汁), 그밖에는 절임 등의 반찬 뿐이었다. 하지만 된장국은 시즈코가 타케나카 한베에와 함께 생각해낸 즉석 된장국이다.


전국시대의 즉석 된장국이라고 하면 이모쿠키나와(芋茎縄), 또는 토요토미(豊臣) 가문 5대 부쿄(五奉行)의 일각을 담당했던 마시타 나가모리(増田長盛)가 고안한 즉석 된장국이 유명하다.

하지만 시즈코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함께 고안한 즉석 된장국은 고형(固形) 큐브 형태를 하고 있다. 된장에 다시마(昆布)나 카츠오부시(かつお節)를 넣어 맛국물 된장으로 만든 후, 건조야채를 넣어 큐브 형태로 만들면 끝이다.

그 후에는 필요할 때 끓는 물에 타서 먹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이모쿠키나와와 다르지 않지만, 이모쿠키나와는 된장국이라기보다 맑은 장국(すまし汁)에 가깝다.

장기 보존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모쿠키나와에 비하면 맛은 훨씬 좋다. 몸이 따뜻해지는 된장국 쪽이 좋지만, 물을 끓일 수 없는 경우에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합(飯盒)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대의 알루미늄제와 달리 전부 철제이기에 무거워서 개인 휴대에 적합하지 않다.


"따뜻한 된장국은 그 자체로 정의네"


머그컵에 넣은 된장 큐브를 시즈코는 대나무로 만든 일회용 젓가락으로 녹여서 마셨다. 이어서 주먹밥(お握り)을 베어물었다. 조금 차가웠으나 소금맛이 배어들어 맛있었다.

내용물(具)은 매실장아찌(梅干し), 국물을 내고 남은(ダシガラ) 다시마로 만든 츠쿠다니(佃煮), 마찬가지로 국물을 내고 남은 카츠오부시로 만든 가다랑어포(おかか)였다. 맛국물을 낸 후의 다시마나 카츠오부시라고는 해도, 수고를 좀 들이면 충분히 주먹밥의 내용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씨름(角力)을 하고 있다는 건…… 또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투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버려둬도 문제없습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타다카츠 부대 사람들이 씨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젠 익숙한 광경이라고 말하듯 시즈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조(半蔵)는 적당히 대답했다.


시즈코에게 그럴 생각은 없었으나, 그녀나 케이지들의 생활 스타일은 천천히 타다카츠 부대를 침식해들어가고 있었다.

물들기 쉬운 사람은 며칠 만에 물들고, 완고한 사람도 겨우 몇 주일 만에 함락되어 버렸다. 그런 그들이 가장 많이 다투는 원인, 그것이 주먹밥의 내용물 다툼이었다.

기본적으로 매실장아찌 파벌, 츠쿠다니 파벌, 가다랑어포 파벌 등 3개 세력이 다투고 있었으나, 그 중에는 주먹밥 재료로는 좀 아닌 것 같다, 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까지 재료로 취급되었다.

그런 그들이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툴 때, 결판내는 방법이 씨름이었다. 그렇기에 미카와(三河) 무사들끼리 씨름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투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현재는 매실장아찌 파벌인 헤이하치로(平八郎)가 최대 파벌이군요"


"아니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거, 말리지 않아도 되나요?"


"바보(阿呆)에게 듣는 약은 없습니다"


영 성의없는 태도였으나, 한 번 말리려고 했다가 타다카츠에게 던져진 경험상, 한조는 저 상황의 그들에게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학습한 것이리라.

뒤에서 씨름으로 불꽃이 튀어도 냉정한 태도로 주먹밥을 입 속 가득 우물거리고 있었다.

도중에 아시미츠가 씨름에 참가하여 타다카츠와 대접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이야말로 네놈을 쓰러뜨리겠다!"


"웃기지 마라, 꼬맹아! 내게 이기려면 1000년은 이르다!"


식후의 차를 마시고 있자니 씨름이 벌어지는 쪽에서 노성이 들려왔으나, 시즈코는 전부 흘려들었다.




도착한 날은 이런저런 일이 있어 기분이 느슨해졌던 사람들이었으나, 다음날부터 전원 기분을 다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조사에 계속 달라붙어있을 필요는 없지만, 킥스타트 만큼은 반드시 참가해야 햇다.

킥스타트가 끝나면, 기본적으로는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보고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다.

스털링 엔진이나 측거의(測距儀) 등도 마찬가지로, 최근의 시즈코는 프로젝트의 예산을 획득하는 것과 계획을 입안하기만 하는 입장이다.

가끔 개발에 관여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만, 신분이 높아진 것 때문에 주위에 사람들이 따라오는 상태로는 주위의 방해가 될 뿐이었다.

계획을 통과시키기 쉬운 이점을 얻은 대신, 시즈코는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이미 그녀는 자기 자신의 뜻만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입장인 것이다.


계획서대로 인원을 배치하고 조사를 개시하게 한 후, 타카토라와 그 전용의 참모를 몇명 배치한지 1주일 후,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로부터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때를 같이하여 타다카츠에게도 이에야스로부터의 서신이 도착했다. 양쪽이 글 내용을 미리 맞춘 건 아니지만, 취해야 할 행동은 같았다.

시즈코는 전투병의 절반을 이끌고 오와리로 귀환했고, 타다카츠들은 한조의 수하들만을 남기고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향했다.


"곤란하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역시 반응해버린 건가"


오와리로 향하던 도중, 시즈코는 곁에 있던 사이조에게 투덜댔다.

서신에는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에 타케다가 반응했다'라는 내용이었다. 오다 군만이 이동하면 침략행위로 보이겠지만, 이에야스의 가신들과 함께 행동하면 쓸데없는 자극은 주지 않을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은 어설펐다. 타케다는 평소의 절반 정도의 군에 대부분이 후방지원병인 시즈코 군에도 반응하여 도쿠카와의 움직임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다-도쿠가와 양쪽은 지금 타케다와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양쪽 다 병사들을 물리라는 명을 내렸다.


(뭐,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는 순조롭네. 이거라면 1년이 아니라 반년만 있으면 대부분의 데이터는 모이려나)


당초에는 1년 걸릴거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쿠로쿠와슈의 솜씨가 좋았다. 지형조사는 현지에서의 계측과 끊임없는 계산인데, 다들 당황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지형조사가 개시되면 시즈코가 할 일은 이미 없다.

현대에서도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아래에서 올라온 서류를 확인하거나, 보고서를 읽거나, 문제에 대해 인원을 할당하기만 하게 된다.

시즈코는 오와리에 도착하자 군을 해산시켰다. 그 후, 주인장에 기재된 나머지 절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마을(街)을 만들테니 번영시켜라, 라는 건 너무 대책없는 거 아닌가요)


노부나가는 미노(美濃)의 기후(岐阜)에서 오와리의 항구도시까지를 잇는 선 위에 몇 개의 마을을 건설했다. 자연스럽게 생긴 마을과 달리, 일반적인 상인들의 이동거리를 계산하여 하루만에 도착할 수 있는 지점에 마을을 건설하고 있었다.

마을 안에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거리 등, 상인들이 돈을 쓰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장사를 시켜서, 오와리-미노 전체에 사람과 물건이 넘쳐나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물론, 상인에게 장사를 시켜서 세금의 징수액을 높이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었다. 이러한 성질의 마을이 시즈코의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새롭게 건설되게 되었다.

그 마을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번영시키는 수단은 묻지 않겠으니 스스로 떠오르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도 좋다, 라는 조건이 붙었던 것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보다 현지에서 읽지 못한 쿠로쿠와슈의 보고서를 읽자"


하지만, 마을이 생긴다고 해도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시간이 걸린다.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두 번 정도 밤에 강도(夜盗)의 습격을 받았으니 거의 손해없이 물리쳤다고 한다. 또, 조사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1개월만 지나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다, 고 적혀 있었다.


"오호― 역시 우수하네, 쿠로쿠와슈. 다들 빼가려고 난리인 것도 납득이 가"


보고서를 읽은 후에 할 일은 없다. 사무 방면의 인원도 조금씩 모으고 있었기에, 지금에 와서는 시즈코는 서류를 읽어보고 승인할 뿐이다.

아무래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인물은 채용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숨겨진 우수한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일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할당하고 있는 덕분에, 최근의 시즈코는 자유로운 시간을 내기가 쉬워졌다. 그 대신 24시간 관계없이 이야기거리를 가져오는 노부나가의 상대를 할 필요가 있지만.


"주인장 건은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비트만이나 윳키를 충분히 예뻐해줘야지"


방에서 데굴거리고있는 비트만 등 동물들을 시즈코는 남김없이 쓰다듬으며 스킨십을 했다.

일 각 정도 쓰다듬고 있었는데, 문득 시즈코의 귀에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입구의 맹장지를 쳐다보고 있자니, 기세좋게 맹장지가 열어젖혀졌다.


"시즈코오! 어째서 나를 부르지 않은 거냐아!"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힌 것은 키묘마루였다. 그가 피눈물을 흘릴 듯한 기세로 고함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은) 상대가 타다카츠라면 일격에 녹아웃시켰겠지만, 흥분하고 있는 키묘마루에게는 효과가 제로였다. 시즈코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키묘마루는 몸통박치기를 할 듯한 기세로 시즈코에게 달려들었다.


"또 맛있는 걸 먹―――― 아야야야얏! 야, 그만둬! 아야야야야얏!"


갑작스런 일이었기에 시즈코의 방어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달려드는 키묘마루를 붙잡고 그라운드 기술(寝技)을 걸었다.


"――――헛!"


키묘마루의 관절에서 위험한 소리가 나기 시작할 무렵, 간신히 현재 상황을 파악한 시즈코가 다급하게 기술을 풀었다. 아픈 부분을 문지르며 키묘마루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부주의하게 접근한 것은 자신인 것이 켕겼는지,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아픔이 가실 무렵, 키묘마루는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바로했다. 그에 따라 시즈코도 자세를 바로했다.


"아―, 미안해. 언니의 교육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어버려서"


"뭐, 뭐어 됐다. 그보다, 얼마 전에 맛있는 것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나도 먹고싶으니 만들어라"


"응? 아, 그거. 무리"


"야야야야!! 어째서 무리인 거냐아―!"


시즈코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드는 키묘마루였으나, 고함쳐봤자 그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를 먹을 수는 없다.

시즈코에 대한 행패가 보아넘길 범주를 넘었다고 판단한 비트만들이 당장이라도 키묘마루를 덮치려고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손을 잡더니 이번에는 관절기를 걸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줄래? 닭을 통째로 한마리 쓰기 때문에, 그건 바로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크어어어어억!! 아파, 아프다고! 알았다, 알았으니까 놔라!"


한숨을 한 번 쉰 후, 시즈코는 관절기를 풀었다. 둘 다 난리를 쳤을 때 흐트러진 의복을 바로 한 후, 키묘마루는 오늘 두 번째로 헛기침을 했다.


"하여간,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의외로 사정이 없구나 너는"


"이 애들이 물 것 같아서 긴급수단을 취한 것 뿐이야. 뭣보다 관절은 빼지 않았으니까 문제없어"


"……역시 너는 무서워. 이야기가 샜군. 그래서, 그 소금가마구이인가 하는 건, 언제라면 먹을 수 있는거냐. 나는 빨리 먹고싶다"


꺾였던 관절 부분을 풀면서 키묘마루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를 재촉했다. 그의 귀에 들어갓다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노부나가도 같은 목적으로 찾아올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니 그 뿐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몫도 준비해야 한다. 키묘마루와 달리, 노부나가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는 것은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며칠 안에 준비할거야. 닭을 한 마리 통째로 해체하는 거라서 엄선해야 하거든"


"흐―음, 손이 많이 가는 것이군. 어? 야, 시즈코. 저 나무상자는 무엇이냐? 꽤나 엄중하게 봉인되어 있는데"


방 한 구석에 떡하니 놓여진 나무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묘마루가 물었다.

나무상자만이라면 딱히 이상한 구석은 없지만, 그 나무상자는 튼튼한 밧줄로 단단히 묶여서, 일부가 튼튼한 기둥에 묶여 있었다.


"아, 저거. 으―음, 말해도…… 되려나. 뭐, 괜찮으려나"


팔짱을 끼고 고민한 후, 시즈코는 평소의 표정으로 폭탄발언을 했다.


"저 안에는 신형 화승총(火縄銃)이 들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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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1 1571년 9월 중순



노부나가에 의해 사카모토(坂本)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을 무렵, 시즈코는 칙명을 받고 히데요시(秀吉)와 함께 오다니 성(小谷城)을 공격하여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를 못박아두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 군, 히데요시 군으로 구성된 연합군(寄り合い所帯)이었으나, 지휘계통은 각각 독립되어 있었다.

양 군은 수비측의 요충지인 정면 출입구(大手口)를 공격하고 있었다.

정면 출입구는 성의 방어의 핵심인 동시에 급소이기도 하다. 여기를 뚫리면 적군이 대거 공격해들어오기에 방어 측에서도 많은 인원을 할당하여 정예를 배치해두고 있었다.

시기적으로는 노부나가의 사카모토 공격 전부터 포위공격을 하고 있었으나, 공성은 방어측이 유리하여 일진일퇴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열세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세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시즈코 군은 정예부대를 물러나게 하고, 신병이나 숙련도가 낮은 부대만을 이용하여 규칙적인 전투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각에 전투를 시작하여, 무리하게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느긋하게 압력을 가하는 데 치중하고,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철수했다.

적 측에서 본다면 쓸데없이 소모할 뿐 전과를 올릴 수 없는 어리석은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기 위한 함정이다. 즉, 오다 군은 낮에만 공격해오고, 밤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방어를 담당하는 자들은 생각하게 되었다.

7일이나 같은 짓을 계속하면 야간 순찰도 소홀해지기 일쑤이다. 그 방심이야말로 시즈코가 절실히 원하는 것이었다.


"그럼 여러분, 오늘은 12일입니다. 영주님의 사카모토 공격은 끝났을 무렵이겠죠. 그렇다면, 우리들도 슬슬 공격으로 전환해도 될 때입니다. 실컷 무공을 세우죠"


모인 사람들을 향해 시즈코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여전히 패기(気負い)를 느낄 수 없는 태도의 시즈코였으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조(才蔵)는 그녀가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보는 게 빠르겠죠"


그 말만 하고 이야기를 끝낸 시즈코는, 겐로(玄朗)에게 부탁하여 지정된 병사들을 모았다. 또, 사이조에게 츠키가세 성(月ヶ瀬城)으로부터 어떤 것을 회수하도록 명했다.


"오늘, 조금 위험한 것을 사용합니다. 광범위하게 영향이 미치므로, 평소보다 부대를 뒤로 물려서 대기해 주십시오"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병사들이었지만, 뒤로 물러서라는 명령에 불만은 없었다.

각 소대에 연락이 전해지자 시즈코는 활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평소처럼 정면 출입구 앞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히데요시가 시즈코의 모습을 보자마자 히데나가(秀長)와 한베에(半兵衛)를 데리고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슬슬 뭘 할 건지 가르쳐 줬으면 좋겠군. 한베에는 알고 있는 듯 한데, 내게도 말해주질 않는다"


"후훗, 소생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만 시즈코 님과의 약속이라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계책을 선보인다고 하시니,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겠지요"


이번의 작전은 한베에에게만 사전에 설명해두었다. 하지만 한베에도 개요만 들었고 자세한 내용까지는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정보 유출을 경계해서 그러는 건가 하고 그들은 생각했으나, 시즈코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정면 출입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상, 아자이(浅井) 측으로부터의 간자가 자군에 섞여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그들에게 '뭔가를 한다'라고 알려주기 위해, 시즈코는 핵심 부분만을 은폐하며 일부러 정보를 흘리고 있었다.


"하핫, 말로 설명하는 건 간단합니다만…… 그보다 보는 쪽이 빠를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어째서냐. 아무래도 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단계까지 와서 간자를 경계할 필요도 없잖나?"


"형님, 아무래도 시즈코 님은 자신이 있으신 듯 합니다. 여긴 일단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라면…… 그렇군요, 청주(清酒) 한 잔이라도 받도록 하죠"


여전히 알고 싶은 듯한 태도의 히데요시 때문에 시즈코가 곤란해하고 있자, 히데나가가 싱긋 웃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아무래도 동생인 히데나가가 그렇게 말하자, 히데요시는 순순히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실행할 때는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신딘당부한 후, 히데요시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진으로 돌아갔다. 떠나갈 때 히데나가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을 보니, 실행 직전에 히데요시에게 연락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과연 히데나가네. 정말로 히데요시를 다루는 게 능숙해. 어떤 의미에서는, 히데요시를 조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


히데요시가 망설이면 슬쩍 등을 밀고, 히데요시가 화를 내면 잘 달래서 화를 풀게 하고, 히데요시가 바라는 것을 가장 먼저 손에 넣어온다.

어떤 의미에서는 히데요시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해도 좋은 히데나가였으나, 그는 항상 생긋 웃는 표정을 지을 뿐 결코 스스로의 무공을 자랑하는 적은 없었다.


(뭐 준비는 완료되어 있지만, 어젯밤의 일은 알고 있다고 봐도 좋겠네)


눈치가 빠른 히데나가다. 시즈코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볼 때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대략 파악하고 있으리라. 아마도 타케나카 한베에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대략 그 흐름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이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면서 소정의 장소로 이동했다.


"반 각(刻)(약 1시간) 후에 개시합니다"


말 그대로 시즈코는 1시간 동안 가만히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1시간 후, 정오가 되기 전에 드디어 시즈코가 행동을 개시했다. 그녀는 먼저 히데요시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렀다.


"드디어냐. 기다리다 지쳤다!"


기대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히데요시에 한베에와 히데나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린애처럼 들떠 있는 히데요시에 시즈코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지금부터 할 일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저 문을 파괴할 겁니다"


한 번 헛기침을 하여 분위기를 바꾼 후, 시즈코는 정면 출입구에 있는 정문(大手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정문을 파괴한다, 그게 가능하면 지금의 상황은 크게 바뀔 것이다. 시즈코가 뭘 할지 이해한 세 사람이었으나, 바로 의문이 떠올랐다.


"어떠한 방법으로 정문을 파괴하시는 겁니까?"


그것은 정문의 파괴 방법이었다. 정문의 파괴가 목적이라면, 지금까지 시즈코가 평범한 전투를 반복해 온 것과 모순된다.

방어하는 아시가루들을 섬멸할 기색도 없이 단지 소모를 반복해왔던 것과 뭔가 관계가 있는건가, 그것을 세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자자, 지금부터 보여드릴테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곤혹스러워하는 세 사람을 가볍게 넘긴 후 시즈코는 딱 좋은 위치로 이동했다.

말에 타고, 쌍안경으로 정문을 확인했다. 찾는 것이 확실히 부착되어 있으며, 상대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메가폰을 입에 대고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로 말했다.


"정문을 지키는 아자이 병사들에게 고합니다. 슬슬 진지하게 침공하겠습니다. 우선 정문을 부술테니, 죽고싶지 않은 사람은 정문에서 떨어져 주세요"


박력도 없고, 반대로 맥이 빠질 듯한 목소리가 정문에 울려퍼졌다. 순간 멍해졌던 아자이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자,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예상의 범주였기에 시즈코는 메가폰을 내려놓더니 활을 조준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빗나가면 창피하지. 잘― 조준해서)


"어이어이, 화살로 성문을 파괴하겠다는 거냐. 농담은 그 말투만으로 충분한데"


아자이 병사들이 야유를 했지만, 시즈코는 신경쓰지 않고 정문에 설치된 어떤 것을 노렸다. 조준이 맞았다고 느낀 순간, 시즈코는 화살을 날렸다. 그것은 호를 그리며 깔끔하게 정문의 한 지점에 명중했다.


순간,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을 수반한 대폭발과 함께 정문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직선상에 있던 아자이 병사들을 깔아뭉개면서 3미터 정도 날아간 후, 거대한 정문은 중량감있는 소리를 울리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낙하시의 충격으로 모래먼지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모래먼지가 걷히고 시야가 트였지만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자이 병사들도, 오다 병사들도, 그리고 시즈코의 뒤에 있던 히데요시나 한베에, 히데나가까지, 누구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는 활을 내리고는 다시 메가폰을 입에 대호, 아까와 변함없는 기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정문의 파괴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침공을 개시합니다. 지금부터 열을 셀 동안만 항복을 받겠습니다. 전군으로 공격할 것이니 빨리 판단해 주세요. 그럼 하나―, 둘―, 셋―"


너무나 황당한 상황에 멍해있던 오다 병사들이었으나, 시즈코의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카운트에 겨우 자신들이 할 일을 떠올리고 전투준비를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시즈코가 무슨 짓을 한 결과로서 정문이 날아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넷―, 다섯―"


궁기병대(弓騎兵隊)도 혼란에서 깨어나 당황하며 활을 들었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여기저기서 오다 병사들이 돌격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덟―, 아홉―"


"기, 기다려! 하, 항복이다. 그쪽에 투항할테니, 공격하지 말아줘!"


이제 시즈코가 팔을 내리면 침공이 시작되기 일보 직전에, 아자이 병사들 측에서 항복 의사를 표했다. 시즈코는 손을 올린 채, 망원경을 한 손에 들고 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얼래, 좀 너무 심하게 놀래켰나? 굉장히 겁먹어서, 약간 불쌍해지네)


멍하니 선 채로 굳어 있는 자, 벌벌 떨며 머리를 감싸쥔 자, 개중에는 실금(失禁)한 채 기절한 자도 있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일격에 성문을 날려버리는 무기가 있으며, 그것은 자신들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것이리라. 뿌리부터 뜯겨 날아간 원래 성 정문이었던 물체에 자신의 미래를 겹쳐보고 절망한 게 아닐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주의깊게 관찰했으나 아자이 병사들에게 저항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자, 시즈코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무기를 모두 뒤로 던진 후, 양손을 머리 뒤에서 깍지끼고 땅바닥에 엎드려 주세요. 한 명이라도 서 있거나, 무장 해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저항의 의사가 있다, 고 간주합니다"


그 말대로 아자이 병사들은 소지하고 있던 모든 무기를 뒤로 던졌다. 기절해 있는 자는 부근에 있던 자들이 허리에 찬 칼이나 창을 빼앗아서 뒤로 힘껏 던졌다.

다급히 무장해제를 마친 자들부터 땅바닥에 엎드렸다.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 서 있는 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아직까지 곤혹스러운 모습의 병사들에게 호령했다.


"선행대(先行隊), 정문 상황을 확인!"




"예…… 옛!"


일순, 멍해 있던 바람에 반응이 살짝 늦은 겐로였으나, 즉시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 후 500명을 이끌고 정면 출입구를 돌파했다.

버려진 무기들을 회수하고 아자이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저항의 의사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명씩 갑주를 벗긴다. 어깨를 친 사람부터 일어나라!"


무기가 오다 군의 진까지 운반된 것을 확인한 겐로는, 다음으로 아자이 병사들 전원의 갑주를 압수했다. 시간이 걸리기에,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아자이 병사들의 갑주를 벗겼다.

무장 해제가 끝나면 약간의 노자와 하루이틀치의 식량을 주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조치는 이해의 범주를 넘어섰는지, 아자이 병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오다 병사들을 쳐다보았다.


"우리 주군께서는 대단히 자비로우시다. 네놈들 같은 잡병들의 죽음에도 슬퍼하시지. 그렇기에 항복한 자는 무장을 해제한 후, 집으로 돌아간다면 보내주도록 되어 있다"


곤혹스러워하는 아자이 병사들의 의문에 겐로가 대답했다. 그는 시즈코와는 달리 박력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주군의 자비도 한 번 뿐이다!

네놈들, 언제까지나 주군의 자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음에 싸움터에서 만나면 용서없이 베어버릴 것이다. 자, 그만 가라!"


말을 끝내자 겐로는 아자이 병사들을 쫓아냈다. 차례차례 병사들이 무구를 벗어던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문에 있던 아자이 병사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돌아갔다. 정문 파괴에 말려든 시체도 깊은 구멍을 파고 생석회와 함께 매장한 후, 흙을 볼록하게 쌓아 간소한 묘를 만들었다.


"해체(解体)다!"


아자이 병사들을 정면 출입구에서 몰아낸 후, 겐로는 병사들을 배치하며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쿠로쿠와슈(黒鍬衆)가 함성을 지르며 건물로 돌격했다.

그들의 임무는 방어시설의 해체였다. 평소에 건물을 짓는 일이 많은 그들은, 거의 할 일이 없는 해체라는 작업에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다.

판자를 뜯어내고, 때로는 파괴하거나 하면서 건물을 해체해 갔다. 해체된 자재는 순차적으로 운반되어, 중고 자재로서 오우미(近江) 상인연합(商人連合)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오다 군은 오다니 성의 방어망을 파괴할 수 있었고, 쿠로쿠와슈는 해체 작업에 만족했으며, 오우미 상인연합은 자재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다들 행복한 상황이었다.

굳이 불행한 사람을 들자면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 그리고 자신이 쌓아올린 방어시설이 눈 앞에서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나가마사(長政)이리라.


"팍팍 해체하라!"


겐로가 쿠로쿠와슈를 재촉했다. 그에 대해, 쿠로쿠와슈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파괴음으로 대답했다.


한편, 오다 군의 본진에 있는 시즈코는, 히데요시로부터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었다.


"폭약이라고? 그만한 양으로, 어떻게 정문을 파괴한 것이냐?"


"그게 말이죠. 자세한 계산은 생략하겠습니다만――"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 히데요시에게 시즈코는 넌더리가 났지만, 그가 끝나도 뒤에 히데나가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하루는 날아가겠네, 라고 시즈코가 포기했을 때, 갑자기 히데나가가 입을 열었다.


"형님, 슬슬 저희들에게도 질문하게 해 주십시오. 아까부터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엇,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형님은 이후 질문 금지입니다"


드물게 강경한 말투가 된 히데나가에, 히데요시는 마지못한 태도로 물러났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히데나가는 쓴웃음을 짓더니, 타케나카 한베에 쪽을 보았다.


"아마도 같은 질문을 하시겠지. 그렇다면 한베에 님부터 하시오"


"이거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싸움, 시즈코 님은 무엇을 꾸미고 계신 겁니까?"


히데나가에게 인사를 한 후, 타케나카 한베에가 질문했다. 히데나가도 그가 말한 대로 같은 질문을 할 생각이었던 듯,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시즈코에게 질문하고 있는 동안, 타케나카 한베에는 지금까지 시즈코가 한 일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정문을 간단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서, 그녀는 오늘까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평범한 전투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적을 정면 출입구에 몰아놓기 위한 평범한 전투인가 하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생각했으나, 정문을 간단히 파괴한 지금,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는 결론지었다.


"딱히 대단한 속셈은 아닙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알쏭달쏭한 상태를 만들었다'일까요"


"알쏭달쏭한 상태?"


수줍게 웃는 시즈코의 말에 타케나카 한베에는 앵무새처럼 되물었다.


"제 설명을 들으신 타케나카 님은, 제가 부린 '수작'을 알고 계시죠. 하지만 아자이 측은요? 또, 이 싸움을 보고 있던 간자들은?

그럼, 그들이 본 저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 가 되지 않겠나요"


"음, 확실히……"


시즈코가 한 것은, 현대에서도 하는 문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문의 연결부위를 따라 셈텍스(Semtex) 등의 플라스틱 폭약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대각선으로 붙인 후 가운데 부분에 신관을 매설한다.

그 뒤에는 신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폭시키면, 폭발의 충격으로 문이 뒤쪽으로 날아가던가, 문을 고정하는 금속구 부분만이 파괴되어 그 자리에 쓰러진다.

이번에 시즈코가 한 것도 그것과 거의 같은 것이다. 셈텍스가 아니라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폭약인 젤리그나이트(Gelignite)를 사용했다.

규조(珪藻) 다이너마이트와는 달리, 젤리그나이트는 니트로글리세린이 배어나오지 않는 이점 떄문에 당시부터 편리한 폭약이었다.


(금광이나 은광용으로 다이너마이트의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산물이 생겨버렸었지)


최근에는 안포(ANFO ※역주: Ammonium Nitrate Fuel Explosive) 폭약에 의해 대체되어 빛을 보지 못하는 폭약이지만, 광산 개발에 사용되는 폭약이라고 하면 다이너마이트가 유명했다.

니트로겔에 질산 암모늄, 감열소염제(減熱消炎剤, 식염(食塩) 등)을 섞으면 광산채굴용의 다이너마이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니트로글리세린은 불안정한 물질로, 제작에 고도의 설비가 요구된다. 게다가 니트로 셀룰로오스를 니트로글리세린과 혼합할 때, 온도와 농도 관리에 실패하면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현대에서도 가압하여 고온에서도 안정되도록 한 후에 혼합하지만, 전국시대에 가압실(加圧室)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압실의 대용품으로서 저온실(低温室)을 만들고 거기서 혼합하는 방법을 채용했다.

혼합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소량밖에 혼합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이너마이트의 위력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 가치가 있다.


"야간 전투는 없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준 후에 야음(夜暗)을 틈타 폭약을 설치했으니, 그 수작을 모르는 적은 성문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문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느낍니다. 그 불안이 자신을 좀먹는 중압이 되어, 이윽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부성(付城) 전술과 조합하면, 적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상태로 있을 수 없게 되지요"


"하지만,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 상대는 끈질깁니다만"


타케나카 한베에의 의문은 온당한 것이었다. 아무리 방어시설에 불안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사람은 간단히 망가지지 않는다.

불안을 느끼면서도 버텨내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는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버텨서 해결될 문제일까요?"


"……버텨봤자 무의미, 라는 겁니까"


"부성 전술로 주위를 포위당한 상태에서 원군은 기대할 수 없다. 성을 지키는 정문은 아주 간단히 순식간에 돌파당한다. 오다 군은 그 밖에도 숨겨진 수가 있지 않을까? 지금의 성과 병사들로 지켜낼 수 있을까?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무의미하게 깊이 생각해버리죠. 그리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 무너지면…… 이미 의사 결정은 어려워집니다"


오다 군이 부성을 이용하여 원군을 끊고, 견고해야 할 정문을 일격에 날려버렸다. 이것은 확실히 결과가 남아 있기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날려버렸는지를 알 수 없다.

결과가 보이는데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는, 상대에게 더없는 불안감을 주게 된다. 그 밖에도 뭔가 숨겨진 수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에 빠져 정신적인 소모를 강요받는다.


공포가 아닌 불안을 느끼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공포는 구체적인 대상을 수반하지만, 불안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불안은 제어하는 데 막대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오다 군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라는 불안은 막연하고, 그 불안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거기에 걱정을 더하면 부정적인 사고에서 더욱 강한 불안을 느끼게 되어버린다.


"(뭐어, 태반은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가 짠 이론이지만) 마지막에는 항복해오겠지요. 큰 피해도 없이 상대의 병력을 고스란히 자군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멋대로 자폭하고, 멋대로 항복해 주니까요"


시즈코의 공성은 기본적으로 아시미츠가 고안한 것이다.

우선 부성으로 포위하여 원군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성에 있는 자들을 바깥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 다음으로 성 내부에 불안과 걱정의 씨앗을 심어 냉정함을 깎아낸다.

이미 주위는 포위당한 상태이다. 오다 측은 초조해 할 필요가 없고, 설령 적이 치고 나와도 부성까지 철수하여 견고한 성에 틀어박혀 맞아싸우면 된다. 이윽고 적은 공략을 단념하고 자신의 성으로 도망쳐 돌아간다.

빠져나갈 수 없고, 외부의 정보가 일체 들어오지 않게 되면 성 내부에서는 항복인지 철저 항전인지로 의견이 갈려, 가신들 사이에 불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적당히 불화가 만연했을 때,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흘린 것처럼 보이는 공작을 하여, 가신들이 서로 의심하는 상태에 빠지게 한다.

정보 누설의 용의자로 몰리게 된 인물은 정보를 누설하지 않았다, 는 악마의 증명을 강요받게 된다. 하지만, 누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변명하거나 혐오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론하거나 하면, 주위에서 수상한 태도로 보이게 된다.

가엾은 용의자는 목숨이 걸려 있으니 필사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런 것조차 깨닫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뒷말이나 험담의 응수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며, 마지막으로는 파벌이 생겨나 칼부림을 벌이는 사태로 발전한다.


마지막 마무리로서 시즈코 측에서 배신을 권장한다. 가장 먼저 투항한 자만 목숨을 구해주겠다, 고 외부에서 알려 배신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설령 항복 권유에 응하지 않더라도, 적당한 사람을 한 명 유괴하면 된다. 그 후에는 멋대로 서로를 의심하여 있지도 않은 배신자를 찾으려 혈안이 된다.

아무리 견고한 성에 틀어박히더라도, 성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이 꺾이면 쉽게 함락된다.


"이쪽은 소모하지 않고, 상대도 윗사람들만 멋대로 자멸해갑니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손쉽게 자원을 징수할 수 있죠…… 어, 왜 그러시나요?"


설명하고 있는 도중에, 히데요시 등 세 명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뭔가 거슬리는 말을 한 건가, 하고 불안해진 시즈코였으나, 그걸 부정하듯 타케나카 한베에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문제없습니다. 약간 놀란 것 뿐입니다"


"그, 그러신가요. 그럼 설명은 이쯤 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요"


시즈코의 제안에 히데요시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벙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악랄한 공성을 생각해내는 녀석이군"


자신의 진으로 돌아가던 도중, 문득 히데요시가 말했다. 타케나카 한베에와 히데나가도 같은 의견인지, 고개를 끄덕여 히데요시의 의견에 찬동했다.

세 사람 모두 상상력이 풍부했기에, 시즈코가 생각한 것을 실제로 당했을 경우 손쓸 방법이 없는 상태에 빠질 것을 깨달은 것이다.


"원군이 오지 않는다. 내부에 불화가 생기면 탈주병은 끊이지 않는다. 대체 누굴 믿어야 될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미 군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 겠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히데나가가 가볍게 말했다. 그걸로 어느 정도 기분이 누그러졌는지, 히데요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베에, 그렇게까지 지독할(苛烈) 필요는 없다. 적이 가여울 지경이다"


"그건 적을 공포에 빠뜨려서, 주위에 항복을 재촉하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지독한 계책은 아닙니다"


"끄렇군요. 공격받고 있는 성은 정보를 차단당해도, 외부의 성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방법으로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히 함락될지도 모르겠군요"


"으…… 으하하핫! 무, 물론 나도 깨닫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두 사람이 납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초조해졌는지, 히데요시가 식은땀을 흘리며 얼버무렸다. 뻔히 보이는 태도였지만 타케나카 한베에와 히데나가는 깊게 지적하지 않고 쓴웃음을 짓는 데 그쳤다.


(……과연,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히데요시와 히데나가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타케나카 한베에는 어떤 것을 이해했다.


(시즈코 님이 하고 있는 것은, 희생을 최소화하며 성을 함락시키는 것. 성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하여, 항복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그걸 본 주위는, 다음은 자기 차례다, 라고 두려워하게 되지)


타케나카 한베에는 시선을 히데나가 쪽으로 돌렸다. 싱긋 웃고 있는 히데나가였으나, 그의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그가 자신과 같은 해답을 얻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력이 아닌 심리전으로 함락시킨다. 간단히 흉내낼 수 없는 무서운 전술이군. 지금부터 시즈코 님에게 함락되는 성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한 불가사의한 상태가 되겠군)


다음 차례는 츠키가세 성인가, 라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마음 속에서 덧붙였다.




시즈코-히데요시 연합군의 본대가 오다니 성의 정문을 공략하고 있던 무렵, 별동대가 츠키가세 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전술은 변함없이 주위를 이중, 삼중으로 부성으로 둘러싸 보급로를 차단하고 원군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 후에는 공격했다 물러나고, 공격했다 물러나는 지연 전술을 반복했다.

원군이 오지 않는 것, 보급선이 완전히 끊긴 것 때문에, 성을 지켜낼 자신이 없어진 츠키가세 성의 성주 츠키세 단고노카미 요리츠구(月瀬丹後守頼次, ※역주: 독음 확실치 않음)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토라고젠 산(虎御前山)에 성채를 지은 노부나가였으나, 바로 서쪽에 츠키가세 성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협공당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노부나가에게 츠키가세 성과, 가까이 있는 야마모토 산성(山本山城)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함락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즈코의 쿠로쿠와슈를 동원하여,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응용하여 개발한 '하룻밤 부성(一夜付城)'을 이용해 두 성을 둘러싸게 했다.


하룻밤 부성은 현대의 프리패브 기술처럼, 부성을 지을 장소에서 자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안전한 장소에서 부성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 가공하고, 부성을 지을 장소에서 조립하는 방법이다.

히데요시의 스노마타 성(墨俣城)에서 따서 이름붙은 공법은, 겉보기는 완성되어도 알맹이는 텅 비었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눈 앞에 하룻밤 새에 부성이 생긴다는 것은, 성에 틀어박힌 병사나 백성들의 전의를 꺾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아랫사람들이 모조리 전의를 잃어버리면, 성주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항복밖에 없게 된다.


이걸 증명하듯, 츠키가세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날이 갈수록 전의를 잃어갔다.

첫날에 부성이 완성되고, 둘째 날에 성 안에서 불화가 생겼으며, 셋째 날에 야마모토 산성의 원군이 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알게 된 그들은 항복 의사를 밝혔다.

야마모토 산성의 정보는 거짓이지만, 주위에 적의 성이 있는 상태는 그들에게 막막한 느낌을 들게 하여,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머리를 잃게 했다.


"좋아, 필요한 만큼은 입수했다"


시즈코로부터 의뢰받은 것을 손에 넣자, 사이조는 당장 시즈코-히데요시 연합군 본대로 향했다.


"공성전을 벌이지 않고 츠키가세 성을 함락시켰으나, 소생은 좀 불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종자(従者)들 중 한 명이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쟁터의 공훈에 따라 출세를 노릴 수 있으나, 시즈코의 전법은 거의 싸울 일이 없었다. 이래서는 공훈 운운 이전의 문제였다.


"츠키가세 성은 아자이-아사쿠라(朝倉)에게 중요한 거점이다. 그것을 피해 없이, 싸우지 않고 함락시키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라. 병법에서도 말했다. 싸워서 성을 함락시키는 것은 하책(下策), 싸우지 않고 성을 함락시키는 것이 상책(上策)이라고 말이다"


"옛……"


약간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사이조는 종자를 무시하고 본진으로 서둘렀다. 그에게 시즈코의 곁에서 장기간 떨어져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초조해졌다.

말에 약간 무리를 시키며, 보통 걸릴 시간의 2/3만에 본진에 도착한 사이조는, 곧장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작전회의를 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이조는 시즈코가 히데요시들과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신히 시즈코의 모습을 보았을 때, 사이조는 작기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곧장 절을 하며 말했다.


"시즈코 님. 명령하신 대로 적당히 선별한 자들로부터 그것을 받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외로 빨랐네요. 병사들에게는 휴식을 취하게 하세요. 다음 야마모토 산성은…… 영주님에 달렸으려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사이조에게 부탁했던 것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편지(文)였다. 그러나, 그녀가 편지를 펼치자, 그 안에는 백지, 아니, 그 사람이 썼다고 증명하는 화압(花押)만이 구석에 쓰여 있었다.

함께 있던 히데요시나 타케나카 한베에는 물론이고, 히데나가도 그걸로 뭘 할건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어이, 시즈코. 그 백지는 뭐에 쓸 것이냐?"


궁금해진 히데요시가 부채로 편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편지를 펼쳐서 히데요시들에게 보이며 시즈코는 대답했다.


"뭐라고 하셔도, 이것에 오다 가문에 내통한다는 내용을 기재할 뿐이에요. 뭐, 편지를 받을 사람은 오다니 성에 틀어박혀 있는 아자이입니다만"


"츠키가세 성은 함락시켰잖나? 왜 굳이 내통한다는 편지를 쓰는 거냐?"


"내통한다는 편지와는 별도로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무너져가는 결속을 보는 것은 허무한 일이구나'라는 편지를 첨부할 겁니다. 그 후에 편지를 읽은 아자이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뭐 마음대로 하라고 하죠"


"……? ――억!?"


처음에는 알 수 없었던 히데요시였으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타케나카 한베에나 히데나가, 사이조도 해답을 깨닫자마자 식은땀을 흘렸다.

시즈코가 지금부터 펼칠 계책이 성공하면, 야마모토 산성은 악마의 증명을 강요받게 된다. 내통하는 편지가 아자이의 손에 들어가면, 그는 배신자가 있었기 때문에 츠키가세 성이 함락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리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통한 자가 있다고 아자이가 생각하기만 하면 이득이다. 영주(国人)는 애초에 가신의 배신에는 만반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야마모토 산성도 마찬가지, 라는 말만으로 아자이 히사마사는 의심에 빠지게 된다. 야마모토 산성도 똑같이 함락되면, 그들은 더욱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내통자가 있다면, 자신들의 움직임이 알려진다.

만약 내통자의 손에 의해 야마모토 산성이 함락된다면 원군이 섬멸당할 우려가 있다. 더 이상 원군을 보낼 여력이 없는 아자이에게, 원군의 괴멸은 피하고 싶은 사태다.

하지만, 영주는 지성(支城)에 원군을 보낼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게을리하면 가신들은 일족을 지키기 위해 영주를 간단히 배신한다.

원군을 보낼지, 아니면 내버릴지, 아자이 히사마사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리라.


"아자이는 골머리를 썩히고, 가신들(家中)은 서로를 의심하고, 근거 없는 혐의를 받은 야마모토 산성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겠지요. 그대로 방치해두면 아자이 가문의 단결은 쉽게 무너지고, 멋대로 내분을 시작할 겁니다. 아자이 가문이 적당히 약해졌을 때 단번에…… 쳐부숩니다"


쳐부순다, 라는 말과 동시에 시즈코는 테이블을 강하게 쳤다. 좀 아팠지만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고 말을 이었다.


"오다니 성은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굳세고 단단한 벽도, 단 하나의 균열이 원인이 되어 붕괴합니다. 얼마나 성을 견고하게 만들던, 병사들의 마음이 꺾이면 함락됩니다. 이번의 계책으로 아자이 가문에 균열을 만들면, 나중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요"


그 말을 증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히사마사가 함부로 야마모토 산성의 성주, 아츠지 사다유키(阿閉貞征)를 의심하여, 사다유키와 히사마사 사이에 골(溝)이 생겼다. 그리고 그 골은 없어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넓어질 뿐이었다.

결코 얕지 않은 골로까지 넓어졌을 때, 아츠지의 마음에 마(魔)가 끼게 되었다. '노부나가와 내통한다'는 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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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0 1571년 9월 중순



정치의 세계란 알쏭달쏭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즈코였다.

쿄(京)에서 기후(岐阜), 기후에서 오와리(尾張)로 돌아온 시즈코들은, 군을 해산한 후 각자 귀로에 올랐다. 1개월 만의 집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변한 것이라고 하면, 갈 때와 달리 사람 수가 늘어난 것이었다.


"오다 가문의 중진(重鎮) 치고는 초라…… 실례, 소박한 저택이군요"


"실례일세, 한조(半蔵) 님. 하지만 아무래도 작다는 느낌은 드는군"


도쿠가와(徳川) 가신단(家臣団) 중, 도쿠가와 십육신장(十六神将)의 일각이 되는 핫토리 한조(服部半蔵), 그리고 도쿠가와 삼걸(三傑) 중 한 명이 되는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 두 사람이 시즈코의 집을 보고 감상을 말했다.


노부나가와 이에야스(家康) 사이에 뭔가의 거래가 이루어져, 두 사람이 시즈코에게 맡겨지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 밖에 시즈코는 알지 못했다.

정보 보안면에서 문제없을까 생각했으나, 시즈코에게 있는 기술의 태반은 각지로 흩어졌다. 이제와서 그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보다는 각지에 밀정을 배치하는 편이 빠르다.

남아있는 것은 전국시대에는 재현할 수 없는 현대 물품이나, 아니면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들 뿐이다.


"(그래도 일단, 주의는 해야겠지) 주의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만, 특히 산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태반이 야생동물의 영역이기에, 외적(外敵)을 쫓아내려고 공격해오니까요. 특히 안쪽의 광엽수림(広葉樹林) 지역에는 곰이 나오니 유의해 주십시오"


본토에 서식하는 동물들 중, 생태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하는 동물이 반달곰이다.

곰 중에서는 소형으로 분류되는 반달곰이지만, 시속 30km에서 60km로 달리는 각력과 그 상태를 수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너, 작은 칼 정도는 되는 발톱을 가진 팔에서 뿜어지는 공격은 관목(灌木)조차 꺾어버린다.

따라서 반달곰에게 공격받으면 인간 따위는 남아나지 않고, 뒷발로 서서 머리라도 공격받게 되면 목부터 위쪽이 몸통과 작별하게 될 정도이다.


그런 그들의 식생활은 의외로 초식 경향이 강한 잡식이다. 도토리나 밤 등을 주식으로 하지만, 곤충이나 동물의 사체, 맹금류의 새끼나 초식동물의 유생을 잡아먹기도 한다.

곰이라고 하면 연어(鮭)를 즐겨먹는 이미지는 있지만, 연어를 먹는 곰은 반달곰이 아니라 불곰이나 그리즐리이다.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 마을에서는 여러가지 동물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구경하는 정도라면 상관없습니다만, 가능한 한 접촉은 피해 주십시오. 영주님의 지시로 사육하고 있는 귀중한 동물이 많기에, 만에 하나 죽게 해버리면 도쿠가와 님께 막대한 금액을 청구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성 하나는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짐승입니까"


"우리 나라의 고유종인 뇌조(雷鳥), 남만의 개, 고양이, 원숭이, 그리고 장수의 상징인 땅거북(象亀)입니다. 특히 남만 고양이는 영주님이나 고노에(近衛) 님이 아끼고 계시기에, 확실하게 질책을 받으시겠지요"


야생동무르이 태반은 먹이가 풍부한 낙엽(落葉) 광엽수림 지역에 있지만, 침염수립 지역에는 뇌조가 서식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일본 고유종인 일본 뇌조는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의 오와리에 있는 작은 산에도 서식이 확인된 것을 보면, 예전에는 더 광범위하게 서식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비상 능력(飛翔能力)이 낮기에 암컷이나 새끼, 알이 여우나 까마귀 등의 천적에게 노림받기 쉬운데, 시즈코의 주변에는 천적을 포식하는 동물이 많았기에 뇌조에게는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고산 지대가 영역인 뇌조가, 평지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내려온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잘 알겠습니다. 명심하도록 하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겠습니다만, 우선 두 분께서 지내실 집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병사 한 명에게 타다카츠와 한조의 안내를 부탁했다. 물론, 두 사람은 도쿠가와 가신이기에 시즈코가 사는 구역이 아니라 외곽부분에 있는 집에 머물게 된다.


"아쉽군"


진심으로 낙담한 타다카츠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한 조치겠지. 아무리 주군과 오다 님이 정하신 일이라고는 하나, 그리 쉽게 가까이 살게 할 이유는 없지"


귀찮은 듯한 표정의 한조가 뻔한 일이라며 타다카츠에게 태클을 걸었다. 한조는 조금 더 먼 집으로 안내될 거라 생각했으나, 시즈코의 집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이었다.

방심하고 있는건가라고도 생각했으나, 사람과 짐승이 상시 감시하고 있는 장소에 숨어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땅 뿐만이라면 모르겠으나, 하늘로부터도 감시되고 있는 상황은, 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숨어드는 데만 해도 막대한 수고가 들겠군. 게다가 경비가 가장 허술할 터인 산에는 맹수가 살고 있다. 얼핏 보면 어설픈 듯 하면서 빈틈없는 경비체제로군)


반달곰은 아침이나 저녁 등 어두컴컴한 시간대에 활동하는 박명박모성(薄明薄暮性) 동물이다. 하지만 그건 기본적인 얘기고, 개체나 환경에 따라서는 대낮이나 밤중에도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사슴이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멧돼지나 일본 늑대도 서식이 확인되었다. 작은 산에 다수의 동물들이 정착했지만, 그걸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산의 먹이는 풍부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주변 지역에 살게 되면 곤란하기에 내쫓고는 있지만, 산의 대부분은 짐승들의 근거지로 변해 있었다. 시즈코가 사용하고 있는 장소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아닐테지, 한조 님"


침묵하고 있는 한조를 타다카츠는 힐끗 노려보았다. 그 반응이 어지간히 재미있었는지, 한조는 작게 웃음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당분간 재미있는 일이 이어지겠군, 이라고 생각한 것 뿐일세"




혼다 타다카츠, 핫토리 한조 두 사람은 당장 시즈코의 세례를 받게 되었다. 식사 방법이나 시간, 목욕, 그 외에 미카와(三河)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얼이 빠졌다. 그래도 며칠 지나니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5일이 지났을 무렵에는 두 사람은 완전히 녹아들어서, 타다카츠는 목욕, 한조는 청주(清酒)의 포로가 되었다. 한조는 저녁 식사와, 그 후 가끔 케이지(慶次) 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했다.


양자가 표면적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이가 좋아졌는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서로 으르렁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지켜보기로 했다.

뭣보다 최근에 태어난 저먼 셰퍼드 울프독의 교육에 바빴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다려!"


총 10마리의 셰퍼드 울프독은, 순식간에 시즈코의 명령에 따라 멈춰섰다. 카이저와 셰퍼드로부터 5마리, 쾨니히와 셰퍼드 사이에서 2마리, 리터와 셰퍼드 사이에서 3마리가 태어났다.

역시랄까, 비트만과 바르티 사이에서는 새끼가 태어나지 않았다. 환경이 안정되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야생 환경은 아니었기에, 자손을 남기는 본능이 옅어진 게 아닐까 시즈코는 생각했다.

야생의 환경에서는 번식하더라도, 사육 환경에서는 번식행동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안정된 식사와 위험이 없는 영역을 얻게 되면, 개체수를 늘리는 것이 생존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버리게 되는 게 원인이라고도 한다.


(아차차. 지금은 울프독의 훈련을 해야지)


모든 개체에 공통되는 것은 쫑긋 선 귀, 더부룩하게 늘어진 꼬리, 체격이 단단하고 유연성이 있는 몸에 윗털과 아랫털이 있는 더블 코트, 그리고 늑대를 방불하게 하는 날카로운 눈매였다.

반사속도나 지구력, 종합적인 운동신경이 대단히 높아, 생후 수 개월밖에 안 되었음에도 성체의 시바견(柴犬)에 필적하는 개체도 있었다. 하지만 울프독에 공통되는 내면의 차이는 현저하게 나타났다.


우선 카이저의 새끼들은 몸이 크고 사람을 잘 따르는 성격이 많았지만, 한가해지면 문제행동을 일으키기 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훈련시키기 전부터 리더에 대해 대단히 순종적이었다.

다음으로 쾨니히의 새끼들은 평소에는 쿨하게 행동하지만, 상대해주지 않으면 갑자기 어리광을 부리는 귀찮은 성격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세 종류 중 가장 복종심이 강했다.

마지막으로 리터의 새끼들은 상황 판단 능력이 대단히 우수하여, 다른 울프독들은 명령이 떨어진 후에 반응하지만, 리터의 새끼들은 시즈코의 거동을 보고 명령을 예측하여 행동했다.


"고생하시는군요"


울프독을 훈련시키고 있는 시즈코에게 한조가 말을 걸었다. 요 며칠, 시즈코를 감시하고 있던 그는, 시즈코가 특수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다수의 동물이 따르고, 아시가루(足軽) 들에게 '주군(殿)'으로서 존경받으며, 성격이 까다로운 무장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표리가 다른 하극상의 세상에서, 혈연 관계가 없는 가신들이 강철같은 결속을 굳히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다.

그러면서 느긋한 '여유'가 존재하고, 긴장감이 부족한 듯 보였다. 무질서하게 보이며 질서가 있고, 각자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면서, 시즈코를 중심으로 규칙성을 가지고 운용되고 있었다.

그것이 며칠 동안 시즈코라는 정점에서 말단의 머슴(下男)에 이르기까지 조사한 한조의 결론이었다.


"그렇지 않아요. 개를 훈련시키는 건 주인의 의무니까요"


"호오…… 소생은 개를 키워본 적은 없습니다만, 훈련은 주인의 의무입니까"


말하면서 한조는 시즈코를 향해 살기를 뿜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그녀의 주위에 있는 늑대개들만이 살기에 반응했다. 늑대개들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내며 한조를 위협했다.


"오, 오, 왜 그래? 괜찮아, 안심해"


갑자기 으르렁거리는 늑대개들을 쓰다듬으며 시즈코는 늑대개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잠시 한조를 노려보던 늑대개들이었으나, 한조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자 으르렁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살기에 반응하지 않다니, 이 소녀는 정말로 난세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조사 대상이라고는 해도 한조는 시즈코의 무방비함에 약간 걱정이 느껴졌다. 한숨을 쉰 순간, 한조는 등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 기세가 너무 강하여, 자세를 바로잡을 틈도 없이 땅바닥을 굴렀다.


"시즈코 니임! 무사하십니까!?"


한조를 날려버린 인물은 타다카츠였다. 그는 톤보기리(蜻蛉切)를 한 손에 들고 초인적인 속도로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우연히 그가 달리던 경로상에 한조가 있었던 것 뿐, 타다카츠는 의도적으로 그를 날려버린 것은 아니다.


"뭔가 살기를 느꼈습니다만, 안심하십시오! 이 혼다 타다카츠! 누구 하나 시즈코 님께 접근시키지 않겠습니다!"


"어, 아니, 그…… 그건 그렇고 한조 님이"


"음? 오오, 한조 님. 시즈코 님의 앞인데, 아무리 거리낌없는 성격이라 하나 누워 있다니 실례가 지나치군"


타다카츠는 순순히 시즈코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타다카츠로부터 1미터에서 2미터 앞에 한조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한조를 날려버렸다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쓴소리를 했다.

잠시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한조였으나, 갑자기 소리도 없이 일어나더니 말없이 타다가츠에게 다가갔고, 그대로 힘껏 그를 후려갈겼다.


"무슨 짓인가!"


"무슨 짓인가, 는 이쪽이 할 말일세!"


갑자기 눈 앞에서 드잡이질이 벌어진 것에 시즈코는 안절부절 못 했다.


"어이가 없군"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아시미츠(足満)가 시즈코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시즈코와 달리, 말 그대로 타다카츠와 한조의 드잡이질을 어이없게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들의 바보같은 소란이겠지. 시즈코, 말려들면 위험하다. 이런 멍청이 두 명은 내버려두고 차라도―――"


아시미츠는 마지막까지 말하지 못했다. 그 전에 타다카츠가 한조와 마찬가지로 아시미츠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한조와 달리 아시미츠는 공중에서 몸의 방향을 바꾸더니, 낙법을 치며 화려하게 착지했다.


"네 이놈! 거리낌없이 시즈코 님의 어깨에 손을 얹다니 용서할 수 없다! 소생조차 손대본 적이 없…… 커흠커흠! 어쨌든 여인에 대해 지나치게 뻔뻔하구나!"


아까까지 드잡이질을 하고 있던 타다카츠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아시미츠에게 고함쳤다. 아시미츠는 격앙된 타다카츠를 무시하고, 왼손을 목에 대고 우두둑 우두둑 하고 뼈를 울렸다.


(아, 큰일났다 이거)


한 눈에 봐도 아시미츠가 화가 나 있는 것을 시즈코는 알 수 있었다. 대단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되면 시즈코의 목소리도 아시미츠의 귀에는 닿지 않는다.


"재미있는 소리를 지껄이는 꼬맹이구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부터 땅바닥 맛을 실컷 맛보게 해주마. 말해두지만 네놈에게 시즈코를 주진 않는다"


"뭣! 네, 네놈, 시즈코 님과 어떤 관계냐"


"훗, 네놈과 달리 시즈코가 요만~큼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지"


아시미츠는 승리를 자랑하는 듯한 표정으로 타다카츠의 질문에 대답했다. 절망감을 떠올린 타다카츠였으나, 양손으로 얼굴을 치며 기합을 넣었다.


"저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지만,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끝내줫으면 좋겠는데요…… 아니, 하하하"


쭈뼛거리며 말해봤지만 예상대로 양쪽 다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서로가 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즉, 네놈을 쓰러뜨리면, 시즈코 님과 함께 꽃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군"


"꼬맹이가 밝히기엔 100년은 이르다. 돌아가서 유모의 젖이라도 빨아라"


순간, 공기가 파열되는 소리가 귀에 들린 듯한 시즈코였다. 타다카츠와 드잡이질을 했던 한조도,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소리없이 타다카츠로부터 물러났다.


"네놈과는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 것 같군"


"우연이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한 참이다"


서로 그런 말을 하면서 타다카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아시미츠는 칼과 토시(篭手)를 벗어 근처에 놓았다. 분노가 마음을 지배했더라도, 칼부림은 금기라고 생각할 만한 이성은 남아있었다.

무기에 이어 상의를 벗더니, 약속한 듯 근처로 던져버렸다. 타다카츠 것은 한조가, 아시미츠 것은 시즈코가 회수하여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말없이 서로 노려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아시미츠와 타다카츠 두 사람 모두 허리를 약간 낮추었다. 칼부림을 하지 않고 싸우는 방법, 그건 씨름(相撲)이다.

씨름이라면 훈련이라는 명목이 생긴다.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용서를 빌 거라면 지금이다"


"웃기지 마라, 꼬맹아. 와라, 상대해주마"


서로 주고받은 말 뒤에 흐르는 약간의 정적, 그것을 먼저 깬 것은 타다카츠였다. 약간 늦게 아시미츠도 움직였다. 서로 몸통박치기(ぶちかまし)를 날려, 살과 살이 부딪혔다.

하지만 어깨부터 부딪혔을 때의 소리는 마치 흙벽으로 된 창고(蔵)에 나무망치를 힘껏 후려갈겼을 때와 같은 소리였다. 그만큼 격렬한 몸통박치기를 했음에도 어느 쪽도 뒤로 밀려나지 않고 서로 밀고당기고 있었다.


"흥!"


잠시 둘 다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으나, 약간의 틈을 놓치지 않은 아시미츠가 타다카츠를 메다꽂았다. 나가떨어진 타다카츠는 바로 일어서더니, 다시 아시미츠에게 몸통박치기를 했다.


"두 사람 다 기운이 넘치네"


반쯤 어이없어하면서 시즈코는 두 사람의 씨름을 구경했다. 네 번 정도 승패가 갈렸을 무렵부터 서서히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타다카츠나 아시미츠와 마찬가지로 상의를 벗고 씨름에 끼어들기도 했다. 물론, 끼어든 것은 시즈코 쪽 사람들만은 아니었다.


혼다 타다카츠와 핫토리 한조가 노부나가, 엄밀하게는 시즈코에게 맡겨지는 형태가 되었으나, 맡겨진 것은 그들 두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혼다 타다카츠 부대(本多忠勝隊) 중, 정예 중의 정예인 가신들이 30명 정도 행동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 30명 중에는, 혼다 종가(宗家)의 후계자로서 타다카츠를 키워낸 숙부인 혼다(本多) 히고노카미(肥後守) 타다자네(忠真).

'혈창(血鑓) 쿠로(九郎)'라는 별명을 가진, 전쟁에 관한 것을 타다카츠에게 교육시킨 나가사카(長坂) 히코고로(彦五郎) 노부마사(信政).

타다카츠가 병에 걸려 누워 있을 때, 그 대신 군졸을 지휘했던 사쿠라이(桜井) 쇼노스케(庄之助) 카츠츠구(勝次).

혼다 가문의 필두(筆頭) 가노(家老)인 츠쿠시(筑紫) 소우자에몽(惣左衛門) 히데츠나(秀綱).

츠쿠시 씨 일족과 함께 가노로서 대대로 혼다 가문을 뒷받침해온 카지(梶) 씨 가문의 카지(梶) 킨페이(金平) 카츠타다(勝忠) 등, 쟁쟁한 인물들이 타다카츠 부대(忠勝隊)로서 참가하고 있었다.


이에야스의 잘 이해할 수 없는 명령 떄문인지, 아니면 환경이 변화한 것에 의한 스트레스인지, 다들 상의를 벗고는 씨름에 참가했다.

참가하는 사람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따라 관객들도 씨름에 열광했다. 때로는 내던져진 선수(力士)들이 관객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뭐 이런 방식도 있는 걸까"


씨름을 하는 사람 숫자가 늘어났을 즈음부터, 시즈코는 위험하다고 느끼고 조금 떨어진 건물의 2층에서 견학하고 있었다. 원래는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하면 안 되지만, 다들 씨름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 다음은 누가 상대냐!"


"그럼 소생이 상대하도록 하지!"


상대를 집어던진 케이지가 씨름판(土俵) 위에서 알통을 드러내며 두들겼다. 그의 도전에 타다카츠 부대의 누군가가 손을 들며 씨름판 위로 올라갔다.

씨름을 한 덕분인지 그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다니 도쿠가와니 하는 그런 벽은 사라져 있었다. 차를 홀짝이면서 시즈코는 씨름을 즐기고 있는 남자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남자는 단순하네―. 하지만, 그런 점은 부러워"




타다카츠들이 시즈코의 마을에 체류한 지 1주일 후, 노부나가로부터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하자, 이번에 시즈코가 그들을 맡게 된 것은, 그녀가 도쿠가와의 영토를 조사하기 위한 밑준비라는 얘기였다.

이에야스가 시즈코의 지형 조사를 받아들인 것은, 어른의 여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최대한의 허세였다. 가신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감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의사 표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노부나가는 이에야스의 진의를 알고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거꾸로 이에야스의 요구를 간단히 받아들일 정도의 도량을 보였다.


노부나가가 시즈코가 있는 곳에 이에야스의 부하들을 두어도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시즈코가 손대는 모든 사업에 시즈코가 키 맨(key man)으로서 구속되어 있었으나, 아시미츠와 미츠오(みつお)가 합류한 이후로는 분업 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던 점이 크다.

현 체제에서는 시즈코가 농림수산업 및 연구개발, 미츠오가 축산 관계, 아시미츠가 군사 전반으로 명확히 분업화가 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가장 주시하고 있을 군사 사정은 아시미츠가 총괄하고 있기에, 시즈코에 대해 간첩을 보내봐야 이미 군에서 채용되어 실전 배치가 끝난 물품에 관한 기술정보가 나오는 정도이다.


게다가 시즈코와 아시미츠 사이에 한정시킬 경우 대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리터러시(literacy)의 장벽이 높아, 딱히 방첩(防諜)을 의식할 필요조차 없다.

예를 들면 시즈코가 다이너마이트를 필요로 할 경우, 아시미츠 이외의 사람에게라면 다이너마이트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시미츠 상대라면 '발파(発破) X개, O월까지 필요"라고만 하면 충분하다.

말소리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발파'와 '다이너마이트'를 연결짓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도 생활을 함께 하며 접하는 시간이 장기간에 걸칠 경우 어렴풋이나마 내용이 파악될 위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이해했을 무렵에는 진부해져서 기밀이 아니게 된다.

이 때문에 장래적으로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도쿠가와 가신을 시즈코의 곁에 두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한 정치적 조절(駆け引き)은 모르는 시즈코였으나, 주인자을 볼 때 시즈코가 원하는 장소의 지형 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그럼, 남은 1년 동안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의 대지(台地)를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으려나)


미카타가하라 전투는 겐키(元亀) 3년 12월 22일에 미카타가하라 대지에서 일어난, 타케다(武田) 군과 오다-도쿠가와 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타케다 군은 당시의 타케다 씨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병력인 3만이었기에 문자 그대로 총력전이었던 것과, 이에야스가 대패한 것으로 유명한 전투이다.

역사적 사실이 어떠한 흐름이었는지 파악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딱 한 가지 알 수 없는 점이 있었다. 그것이 당시의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이었다.

현대에서는 원형을 보존하고 있지 않았기에, 대체 어떤 모양인지 상상조차 어려웠다. 따라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되는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는, 타케다와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조사였다.


주인장이 도착하자 시즈코는 가신들을 불러모았다.

이번에는 케이지,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아시미츠, 그리고 타카토라(高虎) 등 다섯 명이었다. 아직 수습(見習い)인 타카토라가 호출된 것을 케이지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시즈코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미카타가라하 대지의 지형조사 허가가 내려왔습니다. 지금부터 조사대를 결성해서, 1년에 걸쳐 면밀하게 조사합니다. 당분간 쿠로쿠와슈(黒鍬衆)가 움직이기 어렵게 되지만, 쿠로쿠와슈도 꽤나 인원이 늘어났기에 그다지 문제는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시즈코가 거느린 쿠로쿠와슈는 인원은 물론, 다양한 전문분야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기본으로 하여, 전국시대에 맞춰 개량한 독자적 공법에 의한 진지구축 덕분에, 오다군 내부에서는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로마 군단병을 목표로 한 쿠로쿠와슈는, 우수한 백병전투원이자 공병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토목공사가 주된 임무로 견고한 진지의 설영, 사찰을 항구적인 주둔지로 개조, 진군을 위한 공도(公道) 정비 등 다양한 임무에 종사한다.

그들이 만든 도로는, 후에 노부나가가 상업 루트의 하나로서 이용할 정도의 완성도였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일이 많으며 전장에 설 일이 적은 그들이지만, 그 실력은 노부나가조차 감탄시킬 정도로, 노부나가 휘하의 오카베(岡部)도 몇 번인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일을 했다.


시즈코가 결성하고 키워낸 쿠로쿠와슈는 말하자면 오다 군을 그늘에서 뒷받침하는 부대이다.

이번에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에 시즈코는 쿠로쿠와슈 중에서 지형관계의 전문가를 포함한 2000명의 부대를 데려갈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원수가 늘었다고는 해도 2000명이나 되는 사람을 지형조사에 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다. 뭣보다 쿠로쿠와슈는 수요가 높은 부대이다. 상당한 불만이 나올 것이 뻔히 보였다.

시즈코가 키운 부대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조직의 일원인 이상 본래의 기능을 훼손할 정도로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중진인 시즈코라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따라서 2000명이라는 과다한 인원을 요청은 했지만, 실제로 데려갈 수 잇는 것은 절반 이하가 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뭐― 쿠로쿠와슈는 그들의 높은 능력 떄문에 요청이 끊이질 않는 부대니까…… 지형 조사에 동원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1000명이 한계겠지요. 그래서, 조사대에는 저와 아시미츠 아저씨와 사이조 씨, 그리고 요키치(与吉) 군을 데려갑니다. 케이지 씨와 카츠조(勝蔵) 군은 비공식 참가(陣借り)려나요"


"비공식 참가라니…… 일부러 나눌 필요 없고, 전원 같이 이동하면 되잖아"


"아무래도 전군으로 도쿠가와 영토에 이동하는 건 문제가 있지. 케이지 씨와 카츠조 군의 군은 강하다는 평판이고, 대외적으로도 전력의 절반 정도로 보여두지 않으면 주위에 쓸데없는 자극을 주게 되어 버리는 거야"


시즈코 군은 오다 군 내에서, 그리고 다른 영주들 사이에서도 나름대로 유명하다. 시즈코 군의 전 병력이 도쿠가와 영토로 이동하면, 도쿠가와에 대해 적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고, 도쿠가와가 납득하더라도 근처의 다른 나라들이 전쟁 준비로 병력을 모으고 있다는 긴장감을 높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노부나가를 위해서도 쓸데없는 소동을 불어일으키는 짓은 삼가야 한다.


"흐흥,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강하다는 평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나가요시는 콧김을 내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넉살좋은 태도에 케이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를 건드렸다가 이야기가 중단되면 귀찮다고 생각하고는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말했던 말, 그건 언제쯤 도착하지?"


"아―, 그거. 저번에 연락이 와서, 9월중이나 그쯤이라고 들었어요. 아마도이지만 조사는 10월쯤일테니, 출발하기 전까지는 올거에요"


예수회에 의해 데스트리어는 일본으로 운반되고 있었다. 중마종(重馬種)으로 분류되는 데스트리어는 운반하는 것도 고생이지만, 뭣보다 유지하기 위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다.

이 문제 때문에 아랍종과는 달리, 배를 몇 척이나 사용하면서도 운반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일본으로 코끼리를 운반한 역사적 사실이 있는 점을 볼 때 대형 동물(重種)의 운반은 가능하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큰 돈을 들여서 운반할 수 있었던 게 겨우 몇 마리 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예상외로 비용이 많이 든 것에 머리를 감싸안았다.


"뭐, 달리 질문이 없으면 이만 끝내려는데, 질문 있어요?"


"요키치는 뭣 때문에 데려가는 거야?"


케이지의 질문에 사이조와 아시미츠가 약간 반응했다. 요키치는 아직 수습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지형조사라는 중요한 임무에 데려갈 인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즈코가 데려가려는 이유를 아직 듣지 못했다.


"아―, 요키치 군은 쿠로쿠와슈와 함께 토목 기술의 공부에요"


"옛! 저, 저기― 시즈코 님. 소생이 쿠로쿠와슈와 함께 할 이유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만"


예상외의 말에 타카토라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머뭇거리며 시즈코에게 이유를 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요키치 군에게는 축성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쿠로쿠와슈와 함께 토목기술을 배웠으면 하는거야. 뭐, 억지로 시키려는 건 아니거든? 그런 걸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아, 아니…… 예. 시즈코 님께서 자질이 있다고 하신다면, 소생에게 이의는 없습니다. 다만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축성 기술에 정통했다고 평가되는 토우도 타카토라(藤堂高虎)이지만, 그가 재능을 발휘하는 것은 에도(江戸) 시대 초기이다. 따라서 시즈코는 타카토라에게 쿠로쿠와슈 밑에서 건축기술을 배워서 축성 기술의 재능을 조기에 꽃피우길 바랬다.


"미안해, 무리한 얘기를 해서. 아무래도 무장(武将)을 그런 곳에 배치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납득해줘서 다행이야"


참고로 시즈코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타카토라는 시즈코의 설명에는 납득했으나, 아시미츠와 사이조로부터의 살기에 가까운 시선을 받고, 거절했다간 그 후가 두려워져서 고개를 끄덕인 것도 있다.


"그럼, 달리 없어요? 없으면 회의를 종료합니다"


"옛!"


시즈코의 회의 종료 선언에, 전원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8월 28일, 일본에 있는 예수회의 선교사들에게 있어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라이카와라(白井河原) 전투에서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비호해왔던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가 전사했다.


호소카와(細川) 씨의 내분(에이쇼(永正)의 착란(錯乱)) 이래로, 셋츠(摂津) 국은 항상 전란의 땅이었다.

현재는 와다 코레마사와 이바라키 시게토모(茨木重朝),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와 나카가와 키요히데(中川清秀)가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상락한 후에는 진정되었으나, 아직 하나로 뭉치지는 못했다.

시가의 진(志賀の陣)에서 노부나가가 패한 이후, 억지력이 사라져 양자는 다시 대립했고, 8월 28일에 시라이카와라를 끼고 양측의 연합군이 대치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이 전투는 세대교체의 상징적 전투이기도 했다. 전국시대에 활약한 셋츠 삼대 슈고(摂津三守護)(와다 코레마사는 그 중 한 명)가 무대 위(表舞台)에서 퇴장하고, 아즈치(安土) 모모야마(桃山) 시대의 무장들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와다 코레마사와 마찬가지로 선교사들을 비호하고 있는 타카야마 토모테루(高山友照), 우콘(右近) 부자는, 와다 코레나가(和田惟長, 와다 코레마사의 자식)과 함께 타카츠키 성(高槻城)의 방어를 강화했으나, 아라키-나카가와 연합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상황은 더욱 악회되어,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와 그 자식인 히사미치(久通),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 시노하라 나가후사(篠原長房) 등이 타카츠키 성의 포위에 참전했다. 그들은 타카츠키 성의 성시(城下町)를 이틀에 걸쳐 불태우고 철저히 파괴했다.


지금까지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프로이스였으나, 이대로는 타카츠키 성 주변에 있는 카톨릭 교회(キリスト教会)가 파괴될 것을 걱정하여, 로렌초 료사이(ロレンソ了斎)를 오다 노부나가에게 파견하여 어려움을 호소했다.

셋츠 국이라고 하면 키나이(畿内)의 요충지, 천하인이 되고자 하는 노부나가의 발밑에서 일어난 전투에 그는 조정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9월 9일에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를 사자로 파견하여, 즉각적인 정전과 쌍방의 타카츠키 성으로부터의 철수를 권고했다. 그러나, 양쪽 군 모두 노부나가의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체면이 뭉개진 노부나가였으나, 이 결판은 9월 말까지 늦어지게 된다.


타카츠키 성에서 와다 코레나가와 타카야마 부자, 아라키-나가카와 연합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의 악명을 일본 전역에 떨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다.

겐키 2년(1571년) 9월 12일, 해가 뜨기 전에 노부나가는 약 3만이라는 대군으로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를 포위했다.

정확하게는 히에이 산 엔랴쿠지가 아니라, 엔랴쿠지의 승병들이 사용하는 길, 그리고 사카모토(坂本)의 육로와 해로의 출입구였다. 병사들이 빈틈없이 둘러싼 모습에, 사카모토의 장로들(老人衆, ※역주: 딱히 어떤 고유명사라기보다는 그냥 한자 그대로의 뜻 같은데, '노인들'이라고 하면 좀 이상한 것 같아 임의로 '장로들'이라고 의역함)은 금을 바치며 공격 중지를 탄원했다.


"이것이 무가(武家)의 싸움이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을 되돌려보냈다.

전투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카모토의 승병들은, 비교적 포위망이 약한 히요시타이샤(日吉大社)의 중심부(奥宮)인 하치오우지 산(八王子山)에 틀어박혔다. 그곳으로 도망쳐 들어가도록 노부나가가 꾸민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리고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노부나가는 전군에 총공격을 명하여, 전투라는 이름의 학살이 막을 올렸다.

오다 군은 우선 사카모토, 카타타(堅田) 주변에 불을 놓고, 그것을 신호로 곳곳에 있는 무장들이 소라고둥(法螺貝) 소리와 함성(鬨)을 올리며 공격해 올라갔다.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사쿠마 노부모리, 타케이 세키안(武井夕庵)、나카가와 시게마사(中川重政)、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그리고 시즈코 군에서 아시미츠와 모리 나가요시(森長可)가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달리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木下藤吉郎秀吉)가 없는 이유는, 히사마사(久政)의 견제로서 시즈코 본대와 함께 오다니 성(小谷城)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익! 사, 살려―― 끄악!"


"목숨만은…… 아악!"


여기저기서 비명과 애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하지만, 오다 군 중 누구 한 사람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담담하게 사카모토에 있던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승병은 물론이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또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목을 베었다.

건물이란 건물은 모두 태우고, 적이라면 갓난아기조차 용서없이 죽이던 오다 군이었으나, 이상하게도 히에이 산 엔랴쿠지의 본당(本堂)이라 할 만한 장소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히요시타이샤에 틀어박힌 승병들을, 사찰째로 불태워버린 오다 군이, 말이다.


노부나가가 엔랴쿠지의 본당을 방치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애초에, 그는 엔랴쿠지의 모든 것을 멸망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당시의 엔랴쿠지는 군사 거점이며, 사카모토를 필두로 거대 상업도시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려들은 히에이 산을 내려가 사카모토나 시모사카모토(下坂本)를 생활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엔랴쿠지는 인라이(院来), 슈토(堂衆)、가쿠세이(学生)、쿠닌(公人)이라는 승려의 네 가지 계층이 있었으며, 부패의 중심은 쿠닌이라 불리는 승려들이었다.

그들은 여색을 탐닉하고, 물고기나 새를 태연히 먹어댔다. 또, 유흥비가 모자라면 법의료(法儀料)나 시주(布施) 등을 훔치고, 부정한 뇌물을 받았으며, 악질적인 고리대금업에도 손을 댔다.

때로는 상대를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집이나 땅, 여자 아이들까지 담보로 잡고는 폭력으로 돈을 받아냈다.

또, 쿠닌은 엔랴쿠지의 권력을 배경으로 산령(山領, ※역주: 아마 엔랴쿠지가 관할하던 영지라는 의미로 짐작되지만 정확히 모르겠음)의 공물(年貢)을 독촉하고, 유사시에는 흰 천을 머리에 두르고 무기를 든 채 각지에서 마음껏 날뛰었다.

때로는 요여(神輿)를 들고 쿄에 난입하여,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사카모토의 히요시야마 곤겐(日吉山権現)은 엔랴쿠지와 마찬가지로 전국에 다수의 사찰을 두고 전국적인 권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사카모토하마(坂本浜)를 외항(外港)으로 삼고 술을 한냐탕(般若湯), 창녀(遊女)를 연잎(蓮の葉)이라는 은어로 부르며, 엔랴쿠지에 참배(参詣)하는 단체가 이용하는 여관(旅籠)이나 환락가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그것은 '신장공기(信長公記)'에 '천하의 조롱조차 부끄러워하지 않고, 하늘(天道)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을 정도의 부패함이었으며, 승려들의 대부분이 속세에 물들어 향락에 빠져 신앙을 잊고 있었다.


엔랴쿠지는 노부나가의 화공을 '겐키의 법난(法難)'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을 봐도 노부나가는 히에이 산을 전부 불태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사카모토 주변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기에, 엔랴쿠지에 대해 무슨 짓을 했는지 직접 목격한 제 3자는 한 명도 없었다.

노부나가의 화공에 관해서는 프로이스의 보고서나 '언계경기(言継卿記)', '어탕전상일기(御湯殿上日記)' 등 여러 기록에 남아 있으나, 앞서도 말했듯이 그들은 오다 군의 화공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들은 이야기(伝聞)를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들은 이야기'란 도중에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장식된다.


노부나가의 히에이 산 엔랴쿠지 화공이, 그 때까지 정설로 여겨지던 대학살이 아니라 실은 과장된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쇼와(昭和) 시대에 실시된 발굴 조사에서 판명되었다.

발굴조사에 관여한 카네야스 야스아키(兼康保明) 씨는 '노부나가가 불태운 건물은 사카모토 중당(中堂)과 대강당(大講堂) 뿐'이라고 보고했다.

또, 엔랴쿠지의 건물은 겐키 이전에 폐쇄(廃絶)된 것이 많아, 출토된 유물은 겐키 시대에 소실(焼亡)된 것을 나타내는 것이 거의 없었다.

노부나가보다도 호소카와 마사모토(細川政元)에 의한 엔랴쿠지 화공 쪽이 철저했으며, 이 때 대부분의 주요 시설이 소실되었다는 것도 판명되었다.


그리고 당시의 히에이 산의 주인은 오오기마치 천황(正親町天皇)의 동생인 카쿠죠(覚恕) 법친왕(法親王)이었다. 만약, 노부나가가 산 전체를 불태워버렸다면 그도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며, 노부나가를 조정의 적(朝敵)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히에이 산 화공 후에도, 오오기마치 천황은 노부나가에 대해 태도를 바꾸지 않았으며, 딱히 이렇다 할 대응을 취했다는 기록도 없다.

또, 카쿠죠 법친왕도 조정에 대해 공작을 벌이지 않고, 엔랴쿠지를 비호하고 있던 타케다 가문에 의지했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그대로 히에이 산 화공의 소문을 방치했던 노부나가였으나, 이번에 그는 제 6군을 이용하여 정보를 쿄나 사카이(堺)에 퍼뜨렸다.

'엔랴쿠지를 썩게 한 것은 사카모토에 있는 자들'이라던가 '오다 가문은 이 이상 부처를 사칭하는 악귀들을 두고볼 생각은 없다' 등, 마치 엔랴쿠지의 부패를 개탄하여 그 원인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손에 의해 오다 군이 사카모토에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9월 초에는 쿄나 사카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서 정착되어 있었다. 그 동안, 재산을 가지고 사카모토에서 도망친 자들을 노부나가는 쫓지 않았다.

나아가 사카모토 부근에 오다 군을 배치한 것은 9월 10일로, 다시 말해 9월 12일이 되어도 남아 있던 자들은 오다 군을 얕보았거나 철저 항전을 할 각오인 자들, 이라는 상황으로 그들을 몰아넣었다.


이제와서 그들이 난리를 쳐도 이미 늦었던 것이다.

쿄나 사카이에서는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속보(瓦版, 신문)이 뿌려져, 사카모토를 침공하기 전부터 노부나가에게 유리한 정보가 정착되어 있었다.

또, 코우가슈(甲賀衆)들에게 사카모토에서 도망친 자들을 연기하게 하여 정보를 확산시켰다. 정보전에서 완전히 승리를 거둔 노부나가는, 일체 사정을 봐주거나 사양함이 없이 사카모토를 멸망시켰다.


"일체의 구별 없이 몰살(鏖殺)시켜라"


목숨을 구해달라는 탄원이 오다 군에게 수없이 들어왔으나, 노부나가의 대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공격한다는 정보는 일부러 흘렸고, 전날에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도 보였다. 그럼에도 철저 항전할 자세라면 어쩔 수 없다.

이 이상 발칙한 놈들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탁(汚濁)에 물든 추태를 보이기 전에 베어버리는 것이 자비이다, 라고 노부나가는 주위에 얘기했다.

지금까지 엔랴쿠지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던 자들도, 사카모토에 사는 승병들의 추악함을 직접 목격하고 노부나가의 생각이 바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손에 사정을 두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노부나가는 한 가지 책략을 강구해두고 있었다.


"한번 더 묻겠다. 어째서, 사카모토의 사람을 놓아주었느냐"


그것은 아시미츠에 의한 아군의 감시였다. 아군이라고 해도 오다 군이 아니라, 이번의 사카모토에 종군한 오다 가문 가신들 이외의 사람들에 대해서다.

이것을 행한 이유는, 히데요시가 사카모토 침공에 참전하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 히에이 산 화공에서 오다 군이 사카모토를 불태웠을 때, 미츠히데나 시바타는 노부나가의 명령대로 철저히 사카모토를 파괴했다.

하지만, 요코가와(横川) 방면을 담당한 히데요시는 사카보토에서 도망친 사람들을 못본 척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태업을 한 셈이지만, 이것은 단순히 히데요시가 인도주의자라서도, 도망친 사람들을 동정해서도 아니었다.

어째서 미츠히데나 시바타는 명령에 충실했고 히데요시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는가. 그것은 그의 출생이 관계된다.


히데요시는 농민 출신이며, 미츠히데나 시바타와 달리 유력자와의 연줄이 거의 없다. 하급 아시가루(足軽) 출신이라고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다른 가문과의 연줄이 없는 것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에 반해 미츠히데나 시바타는 가문의 역사가 있었으며, 유력자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다. 이 차이가 사카모토를 공격햇을 때 대응의 차이로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즉, 히데요시는 유력자와의 연줄을 손에 넣기 위해, 사카모토에서 도망쳐온 자들 중에 '힘이 있는 자들' 만 놓아준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도움이 되어, 히데요시는 천하를 손에 넣었을 때 사카모토로부터 막대한 상납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런 것을 노부나가는 모르지만, 그는 돈 때문에 적을 놓아주는 아군이 나타나고, 그 때문에 포위망을 돌파당하는 것을 걱정하여, 아시미츠에게 아군의 감시를 명했다.


"그, 그것은……"


아시미츠의 물음에 무장은 말끝을 흐렸다. 가까운 곳에 널브러진 어미와 아이 두 명의 시체를 일별했다. 그는 모자의 모습에 자신의 처자를 겹쳐보아버려, 자신도 모르게 사정을 봐 주어 버렸다.

하지만 아시미츠의 수하(토비카토(鳶加藤)를 필두로 하는 닌자 집단)가 자초지종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의해 그 모자는 즉시 포박되어, 문답무용으로 참살당했다.

그리고 그 시체를 무장의 눈 앞에 내던지며 아시미츠가 추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카모토의 사람은 한 명도 살려두면 안 된다. 자비는 일체 필요없다. 그 명령을 어긴 이유를 대답해라"


아시미츠가 노려보자 그 무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에게는 아시미츠의 눈이 아군을 보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등골에 한기를 느꼈기에 한 발자국 물러선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태도를 켕기는 곳이 있다고 판단한 아시미츠는 눈을 약간 가늘게 떴다.


"세 명으로 용서하겠다"


"뭐……?"


"네놈이 놓아준 사람 만큼의 머리로 용서하겠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시미츠의 말에 무장은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놓아준 사람 숫자와 같은 숫자만큼 그 자신의 부하를 죽여라, 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망설이고 있는 무장을 보고 아시미츠는 작게 한숨을 휘더니, 팔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순식간에 어딘가에서 화살이 날아와, 무장에 근처에 있던 아시가루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오다 님의 명령은 몰살이다. 그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한 놈에게 볼일은 없다"


항의하려던 무장이었으나, 아시미츠들의 살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을 삼켰다.

이제와서 간신히 그 무장은 이해했다. 아시미츠는 자신들을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고, 단지 자신들의 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그와 명확하게 적대하게 되면, 아시미츠는 즉시 자신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몰살시키리라. 그리고 그가 자신들을 처분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그 무장은 충분히 이해했다.


"죄송하오. 다음부터는 주의하지"


오기(意地)와 긍지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는 것을 택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무장은 후자를 선택했다.


"다음은 없다"


그 말만 하고 아시미츠는 무장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 뒤에 남겨진 것은 굴욕으로 이를 갈고 있는 무장과 가신들, 그리고 무참하게 살해당한 모자의 시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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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9 1571년 8월 중순



7월 상순, 시즈코는 2000의 정예병을 이끌고 쿄(京)로 상락(上洛)했다.

이번의 목적은 노부나가가 터키시 앙골라의 새끼를 천황에게 헌상하기 위한 종군이다. 그래도 정병은 완전 무장하고 언제든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태였다.

집 안을 관리하는 아야(彩)와 오이치(お市) 등을 오와리(尾張)에 남겨두고, 그 이외의 멤버인 시녀인 쇼우(蕭), 무장인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등 세 명과 수습(見習い)인 타카토라(高虎)가 상락에 참가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평소의 키소 말(木曽馬)이 아닌 아랍 종의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타고 있는 것은 시즈코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네 명 뿐이었다. 나머지 기병과 타카토라, 쇼우는 키소 말에 타고 있었다.


케이지를 필두로 요란한 차림새를 한 카부키모노(傾き者) 들도 눈에 띄었지만, 그보다 더욱 쿄 백성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이 시즈코였다.

구체적으로는 시즈코 본인이 아니라 그녀의 주위에 있는 짐승들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눈에 띄었다.

체고(体高) 약 155cm로 비교적 큰 아랍종, 말을 에워싸듯 한 비트만 일가, 시즈코의 왼팔에 시로가네, 말 머리 위에 아카가네, 시즈코의 앞에 쿠로가네 등, 시즈코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비트만 일가이리라. 시바 견(柴犬)이나 일본 늑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체구, 눈빛은 날카롭고, 늠름한 분위기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가 그들을 데려온 것은 최근 놀아주지 못했기에 데려온 것 뿐으로, 그다지 깊은 의미는 없었다.


시즈코는 쿄에서 항상 이용하고 있는 거관(居館)으로 들어가서 터키시 앙골라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귀, 눈, 입, 코, 숨, 몸, 피부, 털을 체크하고, 다음으로 기묘한 행동이나 식욕부진이 없는지 체크했다. 간단한 체크였지만 모두 이상이 없는 것을 알게 되자 고양이를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노부나가에게 보내면 시즈코의 일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이후에는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관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대기라고 해도 웬만큼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쿄의 거리에서 놀아도 문제없었다.

케이지는 큰 돈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가요시는 매번 그렇듯 스모 도장(相撲部屋)으로 도장깨기, 사이조는 저택을 나가진 않았지만 바둑이나 장기 삼매경인 등, 쇼우와 타카토라 이외에는 노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놀러가죠"


저택의 주인인 시즈코도 시간이 남아돌고 있었기에 쿄의 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멤버는 시즈코, 사이조, 타카토라, 쇼우였다.

평소에는 하기 힘든 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시즈코였으나, 기후(岐阜)에 비해 시장이 작은 것도 있어 그다지 눈을 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팔리고 있는 물건들에는 기후의 시장에는 없는 '전통'의 향기가 있었다.


"전통적인 물건은 있지만, 이렇다 하게 재미있는 물건이 없네"


"시즈코 님께서는 재미있는 물건을 만드시는 쪽이신 게…… 음?"


뭔가를 발견했는지 사이조가 손으로 전원을 제지했다. 그의 시선 끝을 보니, 뭔가 인파가 생겨 있었다. 사이조의 반응을 보니, 그다지 좋은 의미에서의 인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요키치(与吉) 군, 경라대에 연락. 쇼우 짱은 만일을 대비해서 우리 병사들 중 100명 정도 불러와 줘. 이런 건 시간과의 승부야. 자, 움직여!"


재빠르게 지시를 내리는 시즈코에 비해, 이런 종류의 경험이 적은 두 사람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시즈코가 독려를 하자 자신들이 할 일을 이해했는지, 각자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사이조 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죠. 느긋하게 상황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진 않으니까요"


"옛. 하지만 신변에는 주의해 주십시오. 인파에 섞여 수상한 자가 시즈코 님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응, 객기부리진 않을거에요. 경라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만 있으면 돼요"


두 사람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인파로 다가갔다. 거의 코앞까지 다가가자, 두 사람의 귀에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대화를 들어보니 한 쪽이 노성을 지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이조는 대화의 내용에서 일촉즉발의 사태라는 걸 이해하자, 시즈코의 앞으로 나서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천황께서 계시는 쿄에서 무슨 소란이냐! 이곳에서 다툼은 엄히 금지된 것을 잊었느냐!!"


그건 평소의 사이조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노성이었다. 너무나 큰 목소리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돌아봤지만, 전쟁에 나가는 무사(いくさ人)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사이조를 보고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사이조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자 인파가 갈라졌다.


"양쪽 다 무기를 조용히 내려놓아라! 주위를 잘 살펴라!!"


다툼의 중심에 도착하자, 사이조는 당사자 양쪽에게 경고했다.


"뭐, 뭐야 이 자식은, 갑자기 큰 소리를…… 윽!"


사내가 불평했지만, 사이조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고 도중에 말을 삼켰다. 소동을 일으킨 자들 전원을 일별한 사이조는, 손에 들고 있는 창의 뒷부분(石突)으로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둔중하고 큰 소리에 구경꾼들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소동을 일으킨 한 쪽의 집단도, 사이조에게서 뿜어지는 기백에 주춤했다.


"자, 무기를 집어넣어. 그쪽 두 사람도 괜찮지?"


시즈코는 소동을 일으킨 남자들의 반대쪽에 있는 두 명의 소년에게, 가능한 한 적의를 느끼게 하지 않는 미소를 띠고 물었다. 두 사람은 고민되는 듯, 나이가 어린 소년 쪽이 계속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기를 거두는 편이 제일 좋다고 결론을 내리고,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었다.

여전히 반대측의 리더인 듯한 사내는 칼을 손에 들고 불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사이조가 창을 겨누자 다급히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왜 소란을 피우고 있던 걸까?"


"켁, 너한테 이야기 할……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부루퉁한 얼굴로 외면하던 사내였으나, 사이조의 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했다. 그래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걸 보니, 부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이리라.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찌만, 그걸 지적해봐야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 것을 이해하고는 시즈코는 두 명의 소년 중, 나이가 많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있는 부부의 아이가, 그 남자의 말로는 노예라고 했다. 하지만 부부는 양자라고 말했지. 내가 보기에는 부부가 옳다고 느꼈다. 그래서 부부의 편을 들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틀림없어?"


"맞아. 그 녀석은 노예상인에게서 5관문(貫文)에 샀다고. 난전의 소란에 틈타 도망쳤는데, 겨우 발견한 거야"


양쪽의 이야기를 정리하니 산적 같은 남자가 5관문에 노예를 샀다. 그러나 우사 산성(宇佐山城) 전투에 말려들어 그 와중에 노예가 도망쳤다. 우여곡절 끝에, 부부의 양자가 된 것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야기는 좀 빗나가는데, 두 사람 다 이 부부와 아는 사이야?"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의 정체였다. 보기에 연상인 쪽은 15세, 연하인 쪽은 11세 정도였다.

연상 쪽이 차림새가 좋은 것을 보면, 무가(武家)의 자식과 소성(小姓)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 추론이 올바르다고 가정했을 경우, 소년들이 굳이 부부를 도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방심하다 당했는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연하의 소년은 어깨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나와 부부 사이에 혈연은 없다. 하지만 약한 자를 못본 척 하는 것은 내 신념에 어긋난다"


"……그것뿐이야?"


"그 이외의 이유 같은 건 없다"


망설임없이 단언하는 모습에 시즈코는 소년이 속 검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아까의 문답에서 조금 더 말을 신중히 골랐을 터였다. 하지만 소년은 서투르면서도 말에 일절 꾸임이 없었다.


"응, 고마워. 그럼, 부부에게 묻도록 하지요. 그 애를 양자로서 맞아들였다는 말인데, 어디서 맞아들인 거죠?"


"어, 아, 네. 그…… 저기, 오다 가문이 관리하는 고아원입니다"


"그럼 양자 입양 증서가 있을 텐데, 그건 잘 보관하고 있나요?"


오다 가문 관할의 고아원은 노예 판매장이 아니라, 부모를 잃은 아이를 자립시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까라서 태반은 장인의 공방에 제자로 들어가지만, 드물게 양자로서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그 때, 고아원을 관할하는 오다 가문의 조직에서 발행되는 공문서가 '양자 입양 증서'이다.


"아, 네!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럼 그게 진짜라고 가정하면…… 대금을 청구할 곳은 오다 가문이 되니까, 그쪽과 이야기해 주세요"


산적의 리더 격에게 시즈코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고아원에 있는 고아가 정말로 노예이며 도망 노예였던 경우, 매입 대금을 오다 가문이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노예 상인에게서 고아를 산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증명할 수 없는데다, 노부나가의 기분이 나쁠 경우 뼈아픈 댓가가 기다리고 있다.


"우, 우우우우우우웃기지 마! 이쪽은 5관문(貫文)이나 손해를 본…… 윽!"


격앙된 사내는 다시 칼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은 사라지고, 완전무장한 아시가루(足軽)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깨닫고 움직임을 멈췄다.


"주군, 명령하신 대로, 100명을 모아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산적들의 마음이 꺾이려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노련한 병사들이 시즈코의 앞에서 공손하게 예를 올리며 한 말에 산산이 박살나 버렸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건네받은 양자 입양 증서를 조회해보았으나 위조가 아닌 것이 증명되어, 부부의 주장이 옳은 것이 증명되었다.

산적들은 소동을 일으킨 죄로 경라대에 연행되어갔다. 젊은 소년들은 부부를 지켰기에 문책을 받지는 않았으나, 경라대를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주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소년의 상처를 확인했는데, 예상외로 깊어서 봉합이 필요한 상처였기에 치료하려고 했으나, 소년이 완강히 거절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상처, 대단치 않다"


"으―음, 그렇게 말해도 상처가 붙으면서 썩는 경우가 있거든?"


전국시대의 무장은 상처의 치료를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이것은 치료를 받으면 나약한 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이유였다. 반대로 백성들은 독자적인 치료법을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의 치료방법이라고 하면 실로 거칠어서, 현대 기준으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전투에서의 부상 중 많은 화살 상처의 경우, 화살을 힘으로 잡아뽑은 후에 안정시키는 것 뿐이었다.

게다가 안정시킨다고는 해도 자면 죽는다고 하여 자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게다가 식사도 주지 않는다는 고문에 가까운 난폭한 것이었다.

전장에는 약 같은 건 없었기에, 근처에 있는 것을 이용한 수상한 민간요법이 만연했다.

예를 들면 말똥을 달인 물을 마시면 피가 멎는다던가, 소변을 마시면 통증이 완화된다던가 하는 미신이 받아들여졌다.


시즈코는 그러한 치료 방법을 폐지하고, 부상병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금창의중(金瘡医衆)을 종군시켰다.

현대 의학만큼 고도의 치료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대 의학 중에서 부상병의 치료 방법이나 약학을 배운 금창의(金瘡医)는, 시즈코 군의 전사자를 줄이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부상당한 시즈코 군의 아시가루나 잡병들이 잘 죽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으…… 문제없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원인이 되어 반년 후에 죽거나, 상처가 썩어서 구더기가 생기거나 한 끝에 뼈까지 균이 들어가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뭐 억지로 권하진 않을게"


설득하고 있는건지 협박하고 있는 건지 구별이 잘 안 가는 시즈코의 말에, 연하의 소년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지만 고개를 가로저어 자신의 상상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연상의 소년은,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만, 그를 치료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상처로는, 정말로 당신의 말씀대로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주군…… 고집을 부려 죄송합니다. 소생도 치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연상의 소년이 고개를 숙였다. 섬기는 상대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고집을 부릴 수 없다고 생각한 연하의 소년은, 머리를 땅바닥에 비빌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다 고개를 들어. 하지만 시장의 한 구석을 점거하고 치료하는 것은 문제네. 두 사람이 괜찮다면이지만, 내 집으로 와 줬으면 하는데…… 문제없겠어?


"문제없습니다"


"주군, 어린애(童)라고는 해도 모르는 자를 집에 들이는 것은……"


지금까지 말이 없던 겐로는, 사이조를 보면서 시즈코에게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사이조는 겐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매사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겐로도 이마에 손을 짚고 신음소리를 낸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랬지요, 주군께서는 사이조 님도 어이없어할 정도로 무방비였습니다. 이제와서 늙은이의 잔소리 따위, 간단히 흘려들으시겠죠"


"아니아니아니, 금창의중을 데리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들한테 부탁할 거에요. 게다가 겐로 할아버지 속을 지나치게 썩이지 않게 주의하고 있거든요"


전력으로 부정하는 시즈코였으나 사이조와 겐로는 나란히 한숨을 쉴 뿐이었다. 제대로 호위도 붙이지 않고 쿄의 거리를 싸돌아다니고 있는 시점에서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잔소리를 마음 속으로 집어넣고 겐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보다 주군, 설마 그대로 귀가하실 거라고 말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그냥 무시당해버려서 울고 싶은데…… 아니, 그냥 돌아갈 건데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어이가 없어졌는지 겐로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귀가하실 거라면 이곳에 있는 저희들이 호위하겠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주군! 주군께서는 스스로를 너무 가볍게 여기십니다!"


"네, 네. 잘 부탁해요?"


괜히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겐로의 말에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겐로였으나, 병사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고함쳤다.


"이놈들아! 주군께서 저택으로 돌아가신다! 전원, 위치로!"


겐로의 말에 병사들이 튕기듯 일제히 시즈코의 주위를 둘러쌌다. 누구도 접근시키지 않는 방어진에 시즈코는 건조한 웃음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하, 하하…… 이제 그냥 맘대로 하세요) 그, 그럼…… 돌아갑니다―"


겐로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맥빠지는 목소리로 시즈코는 병사들에게 호령을 내렸다.




소년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여, 실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 2주일 후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금창의중을 남겨두고 기후로 귀환하게 되지만, 노부나가 쪽도 이래저래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 조금 더 쿄에 체류하게 되었다.


"조정(朝廷)이란 데는 이래저래 복잡한 일(決まり이 많은 것 같으니까. 쇼우 짱, 장작 세 개 줘"


예정외의 체류에 시간이 남아돌게 된 시즈코는, 저택에 갖춰져 있는 내화 벽돌제의 아치형 돌가마에서 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 돌가마로 구운 과자는 카스테라였다. 물론, 그걸 혼자서 다 먹는 것은 아니다.


"여기, 장작 세 개 입니다"


"응, 고마워"


장작을 받아들자, 시즈코는 바로 두 개를 던져넣어 화력을 올렸다. 불의 상태를 보니 세 개나 필요없다는 걸 알자, 남은 하나의 장작을 옆에 내려놓았다.


"집을 마냥 비워두면 도적이 침입한다니 고전적이네"


평소에 쓰이지 않는 저택에 사람이 들어오면, 짐을 노리고 도둑이 침입한다. 그리고 숨어드는 인간은 가급적 사람이 적은 시간을 노린다.

시즈코나 케이지들이 집을 비웠을 때, 돈 되는 물건을 노리고 도둑이 세 명 숨어들었다.

다만 도둑의 침입을 한발 빨리 알아챈 비트만들과 시로가네, 쿠로가네, 아카가네가 문답무용으로 그들을 덮쳐갔다.

그 결과, 첫번째 도둑은 비트만들에게 목, 손, 다리를 물려 반쯤 죽은 상태가 된 끝에, 바르티가 마무리라고 말하는 듯 도둑의 목을 물어뜯었다.

두 번째 도둑은 시로가네의 발톱이 안와(眼窩)를 관통하고 뇌까지 파고들어 즉사, 세 번째 도둑은 아카가네와 쿠로가네의 발톱에 눈과 폐, 내장을 파괴당한 끝에 연못에 떨어져 질식사했다.


겐로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시즈코는 병사들을 시켜 똑바로 보고 싶지 않은 시체를 내가게 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병사들도, 뇌나 내장이 드러난 시체는 보고싶지 않은 건지, 천을 덮어 보이지 않게 하고 있었다.

이 도적 침입 사건 이후, 시즈코가 있는 저택에 병사들이 순찰을 돌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비트만들은 스트레스라도 쌓여 있었던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사건 이후부터 그들과 노는 때가 많아졌다.

평소 이상으로 시즈코가 신경써주게 되자 비트만 일가, 시로가네, 쿠로가네, 아카가네의 기분은 고양되었다.

돌가마에서 카스테라를 굽고 있을 때도 놀아달라고 말하듯이 시로가네는 날개를 시즈코를 치고 있었다.


"미안해, 오늘은 손님이 올 거야"


사과의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시로가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로가네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을 좋아하여, 기분좋은 듯 시즈코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시즈코의 쓰다듬이 끝나자 한 번 울더니 날아올랐다. 저택에 있는 마음에 드는 나무에 내려앉더니, 거기서 다시 한 번 울었다.


"후훗, 내일은 놀 수 있으니까 오늘은 참아줘"


말이 끝나자 시즈코는 다시 돌가마 쪽을 향했다. 이윽고 맛있어 보이는 카스테라가 구워졌을 무렵, 소성이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손님이 왔음을 고했다.


"여기로 안내해 줘"


"아뇨, 그게…… 저"


소성이 우물거리는 것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치료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는 이유로 소년들이 오늘 찾아올 것은 소성이나 병사들에게 전달해 두었다.

설령 두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더라도, 그건 친족 중 누군가라던가 아니면 짐꾼인 인부 정도다. 그 정도로 소성이 이렇게까지 당황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였다.


"혹시 다른 사람이 찾아왔어?"


"예…… 도쿠가와(徳川) 님께서, 오셨, 습니다……"


"……미안, 한번 더 물어도 될까?"


자기 귀를 의심한 시즈코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소성에게 질문했다.


"아뇨, 거짓말도 뭣도 아니고, 도쿠가와 님께서 오셨습니다"


"에엑―, 어째서?

나, 초대한 기억도 없고, 애초에 여기에 있다고 전한 기억도 없다고. 이, 일단 손님 방으로 모셔 주겠어? 여길 정리하고――"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저에겐 툇마루(縁側)로 충분하지요"


소성에게 이에야스(家康)를 손님 방으로 안내하라고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시즈코의 목소리를 끊으며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상황에서는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머뭇거리며 물었다.


"도쿠가와 님…… 이시군요. 아니 아무래도 툇마루는 실례가……"


"핫핫핫, 여기에 있는 것은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끌려 온 너구리입니다, 시즈코 님"


대답하기 곤란한 말이었다. 머리를 진정시킨 후, 시즈코는 이에야스 쪽을 돌아보았다.

툇마루 안쪽에 있는 이에야스는 싱긋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뒤에 호위 무장들이 있었는데,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혼다(本多) 님에 사카키바라(榊原) 님에…… 핫토리(服部) 님? 꽤나 엄중한 경호네)


이에야스는 시즈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적당한 장소에 걸터앉았다. 호위역인 세 사람도 각자 소정의 위치로 이동했다.


"죄송하군요. 헤이하치로(平八郎)가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약간 억지스럽지만 실례하게 되었습니다"


"주, 주군!? 소, 소생은 그런 의미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이유를 이야기하는 이에야스에게, 타다카츠(忠勝)는 당황하여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조(半蔵)나 야스마사(康政)도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으나, 시즈코는 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스테라를 자르기 위해 날붙이를 꺼낼 테니, 가능하면 반응하지 말아 주세요"


만약을 위해 미리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손을 씻은 후, 빵 자르는 칼을 꺼냈다. 보통의 날붙이와 달리 물결모양의 칼날(波刃)이긴 했으나, 역시 무장인 세 사람은 무의식중에 반응하고 있었다.

약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여열(余熱)을 뺀 카스테라의 사방을 잘라냈다. 그게 끝난 후 일정한 두께로 자르면 완성이다.


"주군, 예의 두 사람 말입니다만 급한 용무가 생겨버려서 이곳으로 올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이 방금 들어왔씁니다"


카스테라를 접시에 담고 있을 때, 소성이 아니라 겐로가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들은 시즈코는 내심 아쉽게 생각했으나,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용무라면 어쩔 수 없네요"


"예. 듣자 하니 고향에 있는 부모가 병에 걸렸다고…… 그러한 사정은 편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이것입니다"


내밀어진 편지를 받아든 시즈코는 편지를 펼쳤다. 부모가 병에 걸려 방문할 수 없게 된 것, 갑작스러운 일이라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즈코는 편지를 곱게 접어 품 속에 넣었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 기회가 찾아오겠지요. 그 때 감사를 받으면 되는 거에요"


"아뇨, 그들은 편지와 함께 답례품을 보내왔습니다. 이쪽의 칼(太刀)이 그것입니다"


"이러다가 일곱 자루 정도 칼을 차고 다닐 것 같네요……"


전국시대에서 표준적인 선물이라고 하면 황금, 말, 칼의 세 가지였다.

드물게 노부나가가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에게 병풍(屏風)을 보낸 것처럼 진기한 물건을 선물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선택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선물되는 것이 칼이었다.


"뭐 선물에 뭐라고 하는 것도 좋지 않겠죠. 고맙게 받기로 하죠"


창고에 보관하게 되겠지만, 이라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 시즈코였다.

구워진 카스테라를 16조각으로 커팅하여 두 조각씩 접시에 담았다. 3개 모두 16조각으로 커팅했으나, 노부나가에게 하나, 유곽(花街)에 있을 케이지에게 하나씩 전달하도록 의뢰했다.

시즈코에게는 나가요시도 슬슬 케이지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케이지에게 전달해주면 문제없을거라 판단했다.


"특이한 식감이로군요"


푹신한 식감과 부드러운 입맛에 이에야스는 절찬했다. 타다카츠나 한조들도 같은 생각으로, 입에 넣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카스테라를 즐기던 이에야스였으나, 갑자기 접시를 내려놓고는 자세를 바로했다. 그에 따라 시즈코도 무의식중에 자세를 바로했다.


"오늘은 시즈코 님께 부탁이 있어 오게 되었습니다"


"부탁…… 인가요?"


"걱정하지 마시길. 오다 님의 허가는 받아 두었습니다"


이에야스가 눈짓을 하자 한조가 서장(書状)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노부나가의 주인장(朱印状)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이에야스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받은 이에야스는, 싱긋 하고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면서 부탁을 말했다.


"우리 헤이하치로와 한조를 당분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시즈코에게 청천벽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한편, 시즈코의 본래 손님인 두 명의 소년은, 며칠에 걸쳐 어떤 장소로 향했다. 도착 후, 그들은 그 장소의 주인과 만나는 것을 허락받고,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영주님(御実城様)"




화승총에 라이플링을 새기는 작업을 시즈코에게 부탁받은 지 1년, 아시미츠(足満)는 겨우 완성을 보았다.

총에 라이플링을 새기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두 종류가 있다.

라이플링 브로치(rifling broach)라고 불리는 전용 공구로 절삭가공을 하는 방법과, 냉간단조법(冷間鍛造法, cold hammering, ※역주: cold forging이라고도 함)이라 불리는 해머 기계로 쳐서 라이플링을 성형하는 방법 등 두 종류이다.


냉간단조법은 제조설비가 대형화되는 결점은 있으나, 라이플링에서 약실까지 한번에 성형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방법이다.

그러나 수압이나 유압을 사용하여 초 고압 프레스를 하는 설비 같은 건 전국 시대에서 바랄 수 있을 리 없었다. 필연적으로 브로치 칼날에 의한 절삭가공밖에 선택지는 없었다.


브로치 칼날에 의한 절삭가공은 문제없었으나, 가공시간이 대단히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작업은 우선 라이플링 브로치를 총신에 넣고 돌리면서 빼는 것을 몇 번 반복한다. 다음으로 칩(burr)으로 불균일해진 라이플링의 산을 리이머(reamer)를 통해 균일하게 만든다.

라이플링의 산이 균일해지면, 라이플링 브로치 작업을 다시 한다.


기술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 내용이었다. 도중에 수차(水車) 동력으로 라이플링을 새기는 시설을 건설했으나, 토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톱니바퀴를 끼워넣어 토크를 올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중요한 칩을 깎아내어 라이플링의 산을 균일하게 만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하루에 몇 시간만 작업을 하고, 남은 시간은 다른 부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정신적 부담을 해소했다.


화승총은 한 자루 만드는 데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 하지만 라이플링을 새긴 화승총은, 라이플링을 새기는 작업에 5일이 걸리기에, 최하 6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어박스나 토크 컨버터, 절삭가공과 칩 제거를 번갈아 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조금 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하나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시미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밀조(密造) 권총에 관한 프로그램을 봤을 때 겨우 그런 일에 며칠이나 걸리다니 나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의외로 정신적으로 힘들군. 약간이지만 노예가 있으면 좋겠는걸…… 정보 보안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안 되지만)


최종 공정에 들어간 화승총의 총신을 체크하면서 아시미츠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되면 시즈코도 기뻐할 거라 생각하니, 사그러들던 기력도 되살아났다.

총신이 완성되어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라이플링의 성능을 활용하는 미니에 탄의 제조 도구가 필요해진다. 그게 끝나면 총신을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시험 사격을 하면 완성이다.


"겨우 한 자루 완성했다"


겉보기에는 엔필드(Enfield) 총에 가까워서, 지금까지의 화승총처럼 볼에 대고 쏘는 형태가 아닌 견착형의 총상(銃床)이었다.

이걸로 갑주를 입고도 들기 편해지는 형태를 연구할 필요가 생겼으나, 이건 그가 윈체스터 M1873 카빈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문제였다.

옆에서 보면 쓸데없는 고생을 떠안은 아시미츠였으나, 그는 총의 형태를 연구할 때 가장 빛나고 있었다.


(남만 총입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성능은 나중에 보여주지. 먼저 보고를 들어볼까"


들고 있던 화승총을 테이블 위에 놓고 아시미츠는 의자에 앉았다. 토비카토(鳶加藤)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반 오다 연합 중, 가장 오다 가문에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은 엔랴쿠지(延暦寺)입니다. 아자이(浅井) 가문은 지금 군사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아사쿠라(朝倉) 가문은 당주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 그것이 가신들 사이에서 불만이 되고 있습니다. 혼간지(本願寺)는 일부가 이것을 기회로 잇코잇키(一向一揆)의 나라를 세우자고 소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역시 가장 눈에 거슬리는 조직은 쿄에 가까운 엔랴쿠지인가"


(……외람됩니다만 엔랴쿠지는 위험합니다. 지금의 엔랴쿠지는 타케다(武田) 가문이 비호하고 있습니다. 만약 엔랴쿠지를 치면, 그것은 강대한 힘을 가진 타케다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됩니다)


엔랴쿠지는 헤이안(平安) 시대의 승려인 사이쵸(最澄)에 의해 문을 연, 긴 역사를 갖는 천태종(天台宗)의 본산 사원이다.

주지(住職)는 천태좌주(天台座主)라고도 불리며, 콘고부지(金剛峯寺)와 나란히 헤이안 불교의 중심이었다.

황실이나 귀족의 존숭(尊崇)을 얻어 큰 힘을 가지게 되자, 강대한 권력으로 원정(院政, ※역주: 옛날 상황(上皇)이나 법황(法皇)이 천황(天皇)을 대신하여 그 거처인 院에서 행한 정치)을 했던 시라카와 법황(白河法皇)조차 제어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무장화(武装化)가 진행되었다.

전국시대에는 수행을 게을리하고 주색에 탐닉하며, 그들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싸움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던가 요여(神輿, ※역주: 여기서는 쇼군을 말하는 듯)에게 집단으로 떼를 쓰거나 하는 집단으로 변해 있었다.


"훗, 그 자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지만, 도망쳤다고 생각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군. 그렇지…… 그 놈을 박살내서 관록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킨다…… 고 하셨습니다만, 그런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알겠느냐, 토비카토. 이 세상에 절대적인 강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타케다던, 우에스기던, 엔랴쿠지던, 혼간지던, 언젠가는 패하여 멸망한다. 물론, 우리들도 멸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


"애초에 나는 멸망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지만 말이다.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당장 딱히 큰 일거리는 없지. 타케다의 유랑무녀(歩き巫女, ※역주: 적당한 단어가 검색되지 않아 임의로 번역함. 뜻은 특정 신사 등에 소속되지 않고 전국을 떠돌며 일하던 무녀를 말하며, 예능인이나 창녀 일을 겸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는데, 여기서는 타케다의 간자로서 일하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나 우에스기의 노키자루(軒猿)…… 그렇군, 요즘 이래저래 귀찮게 하는 도쿠가와의 이가모노(伊賀者, ※역주: 흔히 말하는 이가(伊賀)의 닌자)를 처리해라. 심문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대단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을테니"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라고 말하듯, 아시미츠는 품에서 돈이 든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화승총을 걸머지더니, 그는 토비카토에게 더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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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8 1571년 5월 중순


간자 사냥이 벌어진 며칠 후, 홍역의 감염자는 확 줄었다. 4월 말에는 신규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격리 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사람들도 거의 무사히 퇴원해갔다.
지금도 여전히 오다 가문의 영향력 밖에서는 맹위를 떨치고 있는 홍역이었으나, 한 번 감염되면 체내에 항체가 만들어져, 10년 이상에 걸쳐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밖에서 온 감염자가 쿄(京)에 들어오더라도, 다시 쿄 안에서 홍역이 유행하지는 않는다. 그 후에는 MR(홍역, 풍진(風疹) 혼합) 백신을 준비할 수 있으면 완벽하지만, 현대에서도 제로 상태에서 환경을 구축하고 제조하려면 몇 년은 필요하다.
전국시대에서는 더욱 시간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완성되진 않을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지금 상태로 가면 실용화는 30년에서 40년 후라고 예상되고 있었다.

저택 앞의 인파도 줄어들고, 쿄는 평소의 조용함을 되찾고 있었다.

"슬슬 오와리(尾張)로 돌아가도 문제없을 것 같네"

전령이 보내온 보고서를 다 읽은 시즈코는,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홍역의 감염자 수는 감소하는 경향이었고, 4일 이상 신규 감염자는 없으며, 임시의 격리 병동도 절반 이하로 충분하다는 상황이라면, 이 이상 쿄에 머무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 종이에 파묻힌 생활이 겨우 끝나네"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주무르는 나가요시(長可)였으나, 그는 그가 말한 만큼 서류 정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볼 때는 다소의 사무 처리라도 서류에 파묻힌 생활로 느껴졌던 것이리라.

"카츠조(勝蔵) 군이 서류 정리를 땡땡이치고 나한테 떠넘긴 건은 불문에 붙일까 했는데, 그런 소리를 할 여유가 있다면 아직 더 할 수 있겠네"

약간 비난을 담아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그 이상 뭔가 말할 생각은 들지 않아, 그녀는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

"카츠조…… 네 이놈, 바깥에서 놀고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시즈코 님께 서류를 떠넘겼던 것이냐"

반응한 것은 사이조(才蔵)였다. 목소리의 톤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아, 아니 잠깐! 이, 이건 말이지, 중요~한 사정이 있었다고. 응, 그러니까, 조금 진정하자……고?"

당장이라도 허리에 찬 칼을 쥘 듯한 분위기의 사이조에게 나가요시는 당황하여 양손을 흔들며 변명했다.

모의전 이후, 나가요시의 마음 속에서 사이조는 '화나게 하면 안 되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싸움(荒事)에 익숙해 있기에 보통 사람이 화를 내는 정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가요시는 사이조의 분노에 순수한 두려움을 느꼈다.
특히 나가요시는, 그가 옅게 미소를 띄우는 것은, 겉에 달라붙은 미소를 띄우는 눈빛 속에 광기를 품고 있다고 느꼈다.
인생 경험이 풍부하다고 하긴 어려운 나가요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이조는 화나게 해서는 안 되는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좋아. 그 변명이라는 걸 들어볼까"

"어, 응. 그, 말이지"

"단, 시답잖은 이유라면 용서하지 않겠다"

정말로 나가요시의 변명이 사이조의 귀에 들어갔는지 수상할 정도로 그는 조금씩 나가요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사이조의 실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나가요시는, 그의 분노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다.
그 옆에서, 싸움은 남자의 훈장이라고 말하는 듯 케이지(慶次)는 두 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재밌어 보이네요. 이쪽은 두통거리가 잔뜩 생겼는데"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방의 한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 구석에는 당장이라도 넘칠 듯 서신이 가득 찬 상자와, 선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서신의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질이 좋은 종이가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보낸 사람은 귀인(貴人)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카톨릭(伴天連)에 종교 세력(寺社), 쇼군 가문(将軍家), 조정(朝廷), 천황의 측근인 고관들(公卿衆), 궁중(禁裏) 관계자 등등 쿄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열렬한 권유가 끊이질 않는군"

말의 내용과는 달리 케이지는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고민거리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각 세력이 그녀에게 정신이 팔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옛부터 유행병은 사회나 경제, 문화 면에 다대한 악영향을 끼쳐왔다.
한 번 감염력이 높은 병이 유행하면 수만 명, 많을 경우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짧은 기간 동안 주민의 7할이 사망한 케이스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홍역은 역병신(疫病神)으로 신격화되어, 천연두나 수두와 함께 '3대 질병(お役三病)'이라고 할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유명하여 다른 질병이 가려지기 일쑤인데, 천연두나 홍역도 충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감염되면 높은 확률로 죽음에 이르는 병을, 희소한 약제(薬剤)를 쓰지 않고 신불(神仏)에게 기도하지도 않고 방역했다.
위로는 벼슬아치들(公家衆)이나 조정 관계짜, 아래로는 노예나 거지까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이 감염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병을 극복하고, 자기 발로 걸어서 퇴원했다.
홍역이 유행했는데 극히 소수의 병사자만으로 억제했다. 이것은 전 일본의 권력자들을 진감(震撼)시켰다.
홍역 방역에 비협조적인 종교 세력이나 무가(武家)들은 '오다가 병든 사람을 죽여 바꿔치기했다'라느니 '이매망량(魑魅魍魎)을 부려 쿄에 병을 일으켰다'느니, 생트집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소문을 퍼뜨렸지만, 태반의 사람들은 오다의 지혜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부나가의 지혜의 출처가 명확했기에, 시즈코에 대해 스카우트 공작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노부나가 이외에는 섬길 생각은 없는 시즈코였으나, 매일같이 권유가 들어오면 기분이 처진다.

"나한테 돈을 쓸 바에야, 치안 유지에 돈을 썼으면 좋겠어. 안 그래도 잇키(一揆) 때문에 치안이 악화되어서, 지금도 사람들에게 여유가 없는데 말야"

쿄는 노부나가의 치안 정책으로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오와리(尾張)나 미노(美濃)와 달리, 사람들의 생활에 여유가 없었기에 경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치나 문화의 중심인 쿄에서는, 다양한 세력들이 뒤섞여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러고보니 케이지 씨 용으로 주문한 말,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라고 했었지. 쿄에 남아 있다가 받을래요?"

"핫핫핫, 시즛치는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군"

"뭐 그러네. 이번의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에는 늦겠지만, 다음 싸움까지는 도착하려나ー"

아랍 종과는 별도로, 시즈코는 케이지 전용의 말을 프로이스에게 주문했었다. 어째서 케이지 전용이냐고 하면, 시즈코가 1년 전에 원했던 말을 제대로 탈 수 있는 게 케이지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데스트리어(Destrier)라. 현대에는 맥이 끊겼지만, 군용의 중마종(重馬種) 중 특히 대형에 제일 스태미너가 뛰어난 종류였지)

중세 유럽에서는 중장기병(重装騎兵)의 군마로서 체격이 큰 마종이 요구되었다.
현대의 중세를 그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거구를 가지고, 순발력이 뛰어난 말보다도 안정된 지구력이 요구되었기에 체고(体高)는 낮으면서 다리도 두꺼운 것이 선호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훌륭하고 강한 군마가 데스트리어다. 대형이라고는 해도 당시의 사람들과 비교해서의 이야기로, 그 체고는 현대의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능은 압도적이라 그레이트 호스(Great Horse)라고 불렸다.
안타깝게도 현대에서는 맥이 끊긴 마종인 데스트리어지만, 오늘날의 중마종으로 그 대형마로서의 유전자는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다.

실제로 전장에서 사용된 군마로서는 코서(Courser)가 가장 유명하며, 어원인 Corsiero(싸우는 말)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그대로, 전쟁에서 타는 말로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에 반해 데스트리어는 전쟁보다도 마상 시합이 주된 용도였다. 이것은 데스트리어가 대단히 고가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코서의 약 30배나 되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대형의 말로 유명한 것은 페르슈롱(Percheron) 종이지만, 현대와 같은 사이즈가 된 것은 근대 이후로, 중세, 근세 시대에는 데스트리어와 크게 차이 없는 크기였다.

"누구 있어요?"

사이조와 나가요시의 소란을 구경하는 것에 싫증이 난 시즈코는, 입구를 향해 말했다. 직후에 거친 발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아까 시즈코가 말을 건 장소에서 소리가 멈췄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겐로(玄朗)의 목소리가 입구 저편에서 들려왔다. 대체 귀가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건지 약간 궁금해진 시즈코였으나, 요즘 피로가 쌓인 그녀는 금방 생각을 멈추었다.

"내일은 오와리로 귀환할 테니까, 데려온 병사들 전원에게 귀환 준비를 명령해둬요. 끝나면 휴식을 취하고, 내일에 대비할 것도요. 이 이상, 쿄의 정치에 휘말리는 것도 지겨우니까요ーーーー"

말하는 도중에 하품이 나온 시즈코였다. 홍역 때는 육체적 피로였지만, 현재는 정신적 피로 쪽이다. 게다가, 상대는 이쪽의 사정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문을 걸어잠그고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이유로 만나지 않더라도, 상대쪽에서 오는 압박으로 시즈코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앗, 미안해요. 아무튼, 나는 이 이상 쿄에는 남지 않아요. 내일은 오와리로 귀환할 거에요. 그 후의 이야기는 오와리에 도착한 후에 하죠. 이상의 내용을 전령에게 전해 주세요"

"옛! 잘 알겠습니다. 주군도 피곤하실 테니, 번거로운 일(露払い)은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부탁해요"

시즈코의 말에 짧게 대답한 후, 겐로는 이번에는 재빠르게, 동시에 발소리를 가능한 한 죽이고 물러났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짜증과 피로가 얼굴에 드러나 있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탓에 둔해져 있는 사고회로를 억지로 가동시켰다.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평소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는 간신히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서투른 사람의 생각은 시간 낭비일 뿐이니(下手の考え休むに似たり),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단 하나였다.
시즈코는 카이저와 비트만을 가까이 끌어당기더니, 딱히 누구에 대해 하는 게 아니라 혼잣말처럼 결론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잘래. 내일이 되면 깨워줘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시즈코는, 다음날 각 세력으로부터의 권유에 일괄적으로 거절하는 답장을 보내고,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오와리로 귀환했다.
오와리의 자택에 도착하자, 시즈코는 즉시 노부나가로부터의 주인장(朱印状)을 아야(彩)로부터 받아들었다. 내용을 확인하자, 그녀의 예상대로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관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하지만 강행군을 할 정도로 급한 내용도 아니어서, 기후(岐阜)로 갔을 때 기진맥진해서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쿄에 종군한 인원들 전원에게 교대로 합계 이틀간의 완전 휴양을 명령했다.

2일 후인 5월 초순.
제대로 휴식을 취한 시즈코는 마음을 다잡고는,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군의 간부들을 소집했다.
소집한 사람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시미츠(足満), 그리고 궁기병대(弓騎兵隊)의 대장인 니스케(仁助)와 요키치(四吉) 등 6명이었다. 타카토라(高虎)는 아직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쇼우(蕭)는 시녀였기에 아야와 마찬가지로 참가할 수 없었다.

"이번의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한 진군 말인데요, 주인장에는 '마음대로 하라'고밖에 적혀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움직이게 되었어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뭘 해야 좋을지 혼란스럽군"

아시미츠가 불만을 말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는 건지 작게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확실히 결정되어 있으니까 안심해요. 우선 적의 상황부터 설명할게요. 나가시마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는 나가시마 성(長島城)과 14개의 성채(城砦)로 방어력을 높이고 있어요. 나가시마 성을 공격하는 건 어려우니, 이번에는 무시할 거에요"

나가시마 성을 중심으로 오오시마 성(大島城), 나카에 성(中江城), 오다미사키 성채(小田御崎砦), 오오토리이 성(大鳥居城), 카토리 성채(香取砦), 야나가시마 성(屋長島城), 마츠노키 성채(松ノ木砦), 시노바시 성(篠橋城), 이치노에 성채(一ノ江砦), 우구이우라 성채(鯏浦砦), 에비에 성채(蛯江砦), 카로토 성채(加路戸砦), 오시츠케 성채(押付砦), 토노메 성채(殿名砦) 등 14개의 성채를 구축하고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오다 군에 저항했다.

역사적 사실에서 제 1차 나가시마 침공은 4일 정도만에 끝난 것을 볼 때, 시즈코는 힘으로 성채를 공격해도 쓸데없이 병사를 소모할 뿐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의 주역은 궁기병대, 지휘는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맡기겠어요. 예의 병기는 완성된 걸 계산에 넣고 있는데, 괜찮아요?"

"과연, 그런 얘기인가. 문제없다, 예의 병기는 운용시험도 마쳤다. 하천(河川) 위에서 사용했는데, 하루 방치해 둔 것도 사용할 수 있었지"

"그럼 문제없네요"

"어이, 무슨 얘기야. 나도 알 수 있게 설명해 줘"

이야기의 내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에 짜증이 난 나가요시가 약간 거친 말투로 의문을 입에 올렸다.

"미안해. 그럼 우선 지도를 봐 줄래?"

시즈코는 킨키(近畿) 지방과 츄부(中部) 지방을 대충 그린 지도를 탁상 위에 펼쳤다. 전원이 그것에 시선을 돌린 것을 확인하자, 시즈코는 작은 지휘봉을 한 손에 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에 수행할 작전의 주 목적은 사이카슈(雑賀衆) 제거에요. 사이카슈(雑賀衆) 제거에요. 사이카슈가 혼간지(本願寺)에 협력하고 있는 건 다들 알고 있지요?  그럼 영주님께서 나가시마를 공격하면, 그들은 반드시 쿠와나(桑名) 방면에서 해로(海路)를 이용해 나가시마에 보급지원을 할 거에요. 이 보급대를 제거하는 게 이번의 목적이에요"

"과연, 보급대를 제거하면 물자와 인원 양쪽으로 피해를 줄 수 있지. 하지만, 바다 위에서 활을 다루는 건 어렵지 않을까"

"그건 이해하고 있어요. 게다가 보통의 활로는 적 방어 시설에 상당히 다가가야 해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도 궁기병대의 실력이 필요한 거에요"

말에서 내린 상태에서는 발 밑이 불안정한 장소에서의 저격을 해내고, 한편 말 위에서도 충분한 저격 훈련을 쌓은 궁기병대라면 배 위에서도 상당한 거리를 두고 보급대를 노릴 수 있다.
문제는 배 위에서의 저격에 관한 숙련도가 낮은 점이지만, 전투가 길어야 며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눈감을 수 있다.

"그만큼 멀면 적의 판별이 힘든 거 아냐?"

"무슨 말이야. 바다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배는 모조리 물고기밥으로 만드는 거야"

무심하게 중얼거린 나가요시의 말에 시즈코는 지극히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대답 내용에 질문한 나가요시 자신이 놀랐지만, 그녀는 딱히 신경쓰지않고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오다 가문의 각오를 보여줄 필요도 있어요. 그러니 일일이 상대를 확인한 후에 예의바르게 공격하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선수필승(先手必勝), 물자고 인원이고 뭐든지 다 가라앉혀버려요"

"항복해온 경우엔 어떻게 할 거지?"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시미츠는 시즈코에게 질문했다. 그의 의도를 이해했는지, 시즈코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전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물자고 인원이고 모조리 바닷속으로 가라앉히는 거에요. 알겠어요? 여기서 약점을 보이면, 놈들은 점점 오다 가문을 얕볼거에요. 그게 장래에 많은 희생을 낳게 되어요. 우리 편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어설픈 소리를 할 여유는 없어요"

"아니, 그건 이해하고 있어. 사이카슈가 물고기 밥이 되던 말던 상관없다고. 그런데, 시즈코의 이야기로는 군의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는데? 우리들은 뭘 하는 거야?"

나가요시의 의문은 당연했다. 시즈코의 작전으로는 궁기병대와 아시미츠밖에 움직일 구석이 없었고, 그 이외의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주력부대에 관해서는 담당 위치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다.
동원해놓고 작전에 종사시키지 않는 상태로는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뭔가 활동을 시켜두지 않으면 좋지 않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음~, 역시 모양새가 안 좋네. 아무래도 1만 중에 50명밖에 움직이지 않는 건 문제려나. 하지만 할 일이…… 아, 맞다. 그럼 그걸 하죠"

나가시마 주변의 지도를 떠올리면서 시즈코는 1만의 병사에게 뭔가 할 일을 줄 수 없을지 생각했다.
잠시 후 그녀는 어떤 전술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거라면 어느 정도 명분이 서며, 나아가 아군의 피해를 억제할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시즈코 님, 뭔가 묘안이 있으십니까?"

"단순히 말하면 부성(付城) 전술을 할 거에요. 부성은 다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설명할게요. 라고 해도 적의 거점의 바로 옆에 이쪽의 거점을 만드는 것 뿐이지만요"

부성이란 적의 성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는, 간이 방어 거점을 가리킨다. [※1]
구조가 비교적 간소하더라도 적의 성을 공격해 함락시킬 수 있고, 또한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적의 성의 근처에 부성을 짓는 전술은 옛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면 별로 의미가 없지 않을까"

부성은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는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부성 전술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시즈코의 부성 전술은 자신의 부성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적 성의 연대를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것으로 외부와의 연락을 끊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방대한 노동력과 토목건축기술, 물자의 수송 능력, 적의 맹공을 막아낼 수 있는 무기 탄약과 병력이 필요해지지만, 그에 걸맞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오와리 측이라면 인프라 정비가 되어 있었기에, 부성용의 물자 반입이나 노동력을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건 부성을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알겠어, 카츠조 군? 예를 들면 이 검은 원이 적의 성이라고 하자. 이 경우, 내가 만드는 부성은 주위를 둘러싸도록 만들게 하는거야"

새하얀 종이의 중심에 검은 원을 그리더니, 시즈코는 검은 원의 주위를 감싸는 육망성(六芒星)을 그리고, 각 정점에 각각 원을 그렸다.

"이 부성 전술의 이점은 이쪽의 피해가 크게 줄어드는 거에요"

부성의 방어 성능을 향상시키면, 설령 적이 치고 나와도 부성에 틀어박혀 양 옆의 부성과 연대하면 간단히 방어할 수 있다. 부상병도 후방으로 보내 부성 안에서 치료하면, 사상자 수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적도 바보가 아냐. 원군을 보내올텐데, 그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적도 후방을 치기 위해(後詰) 원군을 보내올 테지만, 그 때는 부성에 틀어박혀 화살이나 철포를 쏘면 문제없어요. 방어력이 있는 부성에 틀어박혀 있으면, 이윽고 상대는 공략을 단념하겠죠. 그렇게 되면 이쪽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항복시키던, 말려죽이던 마음대로에요"

초기에는 적 성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적 존재였던 부성이지만, 노부나가가 대규모화 및 네트워크화시킨 것에 의해, 시간은 걸리지만 상대의 성을 확실하게 함락시키는 전술이 되었다.
노부나가도 이것을 바로 깨달은 것은 아니고, 고육지책으로 오다니 성(小谷城)을 부성으로 둘러싸고 공격했을 때, 부성 전술의 유효성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부성 전술을 자주 사용하여 견고한 성을 공략해갔다. 또, 부성 전술은 가신들에게도 채용하게 하여, 히데요시(秀吉)가 톳토리 성(鳥取城)을 공격할 때, 그는 부성 전술을 이용한 대규모 병량 공세를 펼쳤다.

"네가 생각하는 건 여전히 지독하군"

"하지만 전술로서는 흠잠을 데가 없다. 원군이 오지 않으니, 성 안에서 항복이냐 철저 항전이냐로 의견이 갈리겠지. 오다 측으로 변절하는 자가 나오면, 적은 더욱 부담이 늘어나게 되기도 하고"

"자재라던가 자금이 잔뜩 필요하지만…… 오다 나으리는 '마음대로 해라'라고 써놓았으니.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지ー"

"토목공사라면 츄우겐(中間)을 고용하면 문제없으니까요. 나로서는 오와리 측에 있는 이치노에 성채나 우구이우라 성채를 공격하고 싶어요. 사실은 쿠와나 방면을 제압하면 좋겠지만…… 이번엔 포기하지요"

"흠, 상황에 따라서는 성채에 해상 보급을 할 가능성이 있군. 거길 내가 공격하면, 상대는 더욱 절망의 늪에 빠져들겠지"

"해상 봉쇄는 쿠키(九鬼) 수군(水軍)의 도움을 받을 거에요. 스크류 프로펠러는 아직이지만, 용골(竜骨)을 채용한 군선(軍船)은 건조하고 있으니까요. 숫자는 아직 20인가 30 정도지만…… 충분한 숫자라고 생각해요"

스크류 프로펠러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 아직 시험 단계로,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의 목재를 용골로 삼는 용골선(竜骨船)의 건조는 실용화되어 있다.

옛부터 일본에서 건조되는 화선(和船)은, 판재(板材)나 꺽쇠(かすがい) 등을 사용하여 배를 만드는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용골이 있는 배보다 경량이라는 메리트는 있지만, 반면 강도가 약해서 충돌에 약하다는 디메리트가 있다. 이 때문에, 화선은 선체를 사용한 전술이 서양의 배보다 적다.

"그럼 정리하죠. 우선 군을 셋으로 나눕니다. 아시미츠 아저씨를 필두로 쿠키 수군과 궁기병대에 의한 해상봉쇄와 수송대 제거를 담당하는 제 1군. 우구이우라 성채를 노리는 케이지, 카츠조 부대의 제 2군. 그리고 이치노에 성채를 노리는 저와 사이조 부대의 제 3군이네요. 자금은 필요한 만큼 제공할테니 신청해 주세요"

"휘익ー, 통이 크구만"

"돈을 내는 건 영주님이니까요.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마음대로 하는 거에요. 그리고, 잊기 전에 말해 두겠는데, 상대는 잇코슈(一向衆)니까 설득은 무의미해요. 그럼 다른 게 없다면 해산합니다"

딱히 이의는 나오지 않았다. 목적이 뚜렷하고, 거기에 목적을 향한 경로도 잡혀 있었다.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들은 물론이고, 아시미츠도 이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즈코는 전원을 일별한 후, 조용히 일어서서 전원에게 고했다.

"그럼 각자 준비에 착수해 주세요. 해산!"



제 1차 나가시마 침공은 역사적 사실 대로 1571년(겐키(元亀 2년) 5월 12일, 노부나가는 5만의 병사를 이끌고 이세(伊勢)로 출진했다.
전군이 뭉쳐서 출진한 것이 아니라, 군단은 넷으로 나뉘어서 공격해 들어갔다.
츠시마(津島)에 진을 친 노부나가 본군(本軍), 나카스지구치(中筋口)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군단, 서쪽 강기슭(西河岸, ※역주: '니시가시'라는 지명인지 서쪽 강기슭이란 의미인지 정확히 모르겠음)의 오오타구치(太田口)에서 공격하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군단, 그리고 이치노에 성채 방면에서 공격하는 시즈코 부대였다.

처음에는 2개 군으로 나누어 공격하려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이치노에 성채의 저항이 생각 이상으로 격렬했던 것 때문에 제 2군과 제 3군을 동원하여 이치노에 성채에 대해 전력으로 부성 건축에 착수했다.
제 2군은 오와리(尾張) 측에서, 제 3군은 노부오키(信興)가 지키는 코키에 성(小木江城) 측에서 부성을 건축했다. 좌우로 나눈 이유는 바람의 방향에 있었다.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이용해 겨우 하루만에 부성이 건설된다. 뒷날 오다 군 내에서 '하룻밤 부성(一夜付城)'이라고 불리는 부성 건축법이 처음으로 실전 투입되었다.
외면을 뒤덮는 석고 보드는 하루를 더 들여서 순차적으로 콘크리트 블록으로 교체되어 견고한 외벽을 가진 부성이 완성되었다.
건축중, 강의 반대측에 있는 부성을 파괴하기 위해 몇 번인가 잇코슈가 치고 나왔으나, 세 방향으로부터의 공격으로 격퇴했다.
그리고 3일째, 겨우 생각대로의 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되었기에, 시즈코는 첫번째 비밀병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단기 결전을 목표로 한다. 최소한 30발은 발사할 것이니, 준비된 사람부터 순차적으로 발사하라!"

시즈코의 첫번째 비밀병기를 든 아시가루(足軽)들이 그녀의 호령과 함께 재빠르게 움직였다.

시즈코의 첫번째 비밀병기는 봉화시(棒火矢)였다.
봉화시는 질냄비 불화살(焙烙火矢)이라고도 불리며, 흑색화약을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원시적인 로켓탄이다. 화약량의 조절이나 순풍에 의해 비거리는 달라지지만, 사정거리가 3km에 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로켓의 연료는 흑색화약이 아니라 초산칼륨과 설탕, 콘 시럽을 사용한 연료이다.
적산화철(弁柄, ※역주: 산화제2철)을 섞으면 더욱 강력해지지만, 이번에는 그것들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에 보류했다.
그리고 앞부분에는 특수한 약품을 재어놓았다. 자세한 사항은 생략하겠지만 설탕과 농황산(濃硫酸, ※역주: 농도 90% 이상의 황산), 그리고 어떤 약품을 섞으면 비오는 날에도 불이 붙는 물질을 정제할 수 있다.
이것을 콜크 비슷한 것으로 뚜껑을 덮고, 착탄과 동시에 내용물이 폭발하여 비산하게 만들면 여기저기서 화재가 일어난다.

병사 한 명이 부성으로 신호를 보냈다. 시즈코들이 봉화시를 이치노에 성채로 쏘아놓을 타이밍을 알리는 신호였다.
부성 쪽으로부터의 대답을 확인한 시즈코는, 지휘도(지휘봉 대용의 일본도)를 이치노에 성채 쪽으로 향했다.
발사의 신호라고 이해한 아시가루들은, 일제히 봉화시를 이치노에 성채로 향했다.

"쏴라!"

시즈코의 호령과 함께 주위가 연기로 뒤덮였다. 봉화시는 대량의 연기를 발생시키기에 주위의 시야가 일순 차단되었다. 하지만 바람 방향이 이치노에 성채를 향하고 있었기에 연기는 곧 걷혔다.
다섯 발 발사하여, 두 발은 빗나갔지만 세 발은 이치노에 성채의 일부에 꽂혔다.

"4번포와 2번포만 발사각을 변경! 나머지는 즉시 차탄(次弾)을 발사하라!"

"알겠습니다! 차탄 장전―――――――――― 장전 완료했습니다! 발사합니다!"

아시가루의 목소리와 함께, 봉화시가 차례차례 발사되어갔다. 이치노에 성채 안에서 여기저기 화재가 일어나, 얼핏 봐도 진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을 무렵, 성채에서 다수의 잇코슈가 뛰쳐나왔다.
일부는 우구이우라 성채 쪽으로 도망쳤지만, 태반은 자포자기한 듯 부성으로 공격해왔다. 하지만 철저히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부성을 공략하는 것은 어려워서, 잇코슈는 차례차례 목숨을 잃었다.
그 동안 시즈코 부대는 제방을 끊어 윤중(輪中) 내부를 물바다로 만들었지만, 증수기(増水時)가 아니었기에 효과는 별로 없었다.

"……정리를 어서 마쳐라!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코키에 성으로 돌아간다!"

"옛!"

그 후, 짧은 시간에 철수 준비를 마친 시즈코 부대는 코키에 성으로 귀환했다. 각 부성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타카토라가 차례대로 귀환했다.
네 사람은 코키에 성에 도착한 후 각자 휴식을 취했다. 타카토라는 눈 앞에서 사람이 산 채로 타죽는 광경을 떠올렸는지, 구석으로 가더니 구토를 했다.

"나약한 녀석이군. 저래선 좀 힘들거라 생각하는데"

"확실히 그건 기분좋은 광경은 아니었지만, 놈들을 보면 사정을 봐주는 건 불가능하지"

"그렇습니다. 시즈코 님께서 철저히 처치하라고 명하신 이유, 놈들을 보고 이해했습니다. 보통은 항복을 권고하겠습니다만, 놈들에겐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멸망시키던가 멸망당하던가 둘 중 하나입니다"

"아니, 나도 꽤 충격이 컸어. 주위의 눈이 없었으면 토했을 거야. 한마디 더 하자면, 그 무참하기 짝이 없는 참상을 보고 태연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카츠조 군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사람이 산 채로 불타는 광경을 본 후, 말린 고기를 태연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경이 굵지는 않았다. 조금 구토가 밀려올라왔지만, 그걸 간신히 억눌렀다.
총대장인 자신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건 병사들의 사기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통이겠지"

"……네 보통은 내 보통하곤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하아…… 진정됐어. 아 맞다. 이치노에 성채 공략에 쓴 부성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내일부터 우구이우라 성채를 공략할거야. 이치노에 성채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지금쯤 우구이우라 성채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내일부터는 좀 힘들겠네"

시즈코의 예상은 반만 맞았다. 이치노에 성채에서 우구이우라 성채로 도망친 도망병들은, 오다 군에 관해 법석을 부리고 있었지만 그건 봉화시에 관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요란한 공격이기에 봉화시는 인상에 남기 쉽다.
그에 반해 부성 전술은 얼핏 보면 부성을 약간 과도하게 설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부성으로 포위함과 동시에 봉화시로 불바다 작전을 결행했기에, 부성 전술의 가치가 이해되지 않았다.

"부성으로 성채를 포위하다니, 재미있는 전술을 생각하는군. 항상 녀석에겐 놀라고 있지만, 이번에도 당했군"

하지만 무엇이든 예외는 있다. 휘하의 장병들이 봉화시 이야기로 떠들썩한 가운데, 노부나가는 부성 전술의 유효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봉화시의 약점을 금방 이해했다. 봉화시는 초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지만, 그것만으로는 적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는 있어도 성채를 함락시킬 수 없다.
따라서 부성으로 성채를 포위한 후, 봉화시로 이치노에 성채를 불태워버린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봉화시가 주력이라면 부성전술은 무대 뒤편의 존재(縁の下の力持ち)이다. 어느 한 쪽이 빠져도 전술로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봉화시는 윤중에서는 사용하기 좋을 뿐, 다른 곳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일반적인 성채는 많은 병사들이 전개할 수 없는 까다로운 지형인 산 속 등에 구축되기 때문이다. 부주의하게 화공 같은 걸 했다가는 산불을 일으켜 자군 진지까지 불바다가 되어버린다.

반면 윤중은 하천(河川) 가운데의 모래톱(中州)에 제방을 쌓아 생활 환경 자체를 둘러싸고 있다. 고생해서 방벽을 넘어 내부로 공격해 들어갔다고 해도 상류의 제방을 끊어버리기만 하면 물에 휩쓸려 격퇴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원거리로부터 불을 질러 일방적으로 공격해버리는 쪽이 손해는 적다. 또, 윤중은 제방에 의해 주위에서 격리되어 있기에, 불이 번질 걱정이 없어 안심하고 화공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대군을 전개하기 어려운 윤중 지대라면, 부성을 구축하여 군을 작게 나누는 것은 합리적이다.

"훗, 주위의 마을들을 불태워버린 후 철수하려고 했는데 취소다. 다른 군단에 전령을 보내라! 부성으로 잇코슈의 성채를 둘러싸고 하나씩 공략하라고 말이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5월 16일에 철수한 오다 군에게 잇코슈가 역습을 걸어 우지이에 보쿠젠(氏家卜全)과 그의 가신 몇 명을 처치했지만, 노부나가가 철수 시기를 몇 주일간 미루었기에 그들이 죽는 일은 없었다.
6월 6일, 이치노에 성채, 우구이우라 성채, 카로토 성채를 함락시킨 노부나가는, 부성에 병사와 당번(在番) 무장을 배치시키고 남은 군을 모두 철수시켰다.

우연히도 노부나가가 철수하는 날은, 역사적 사실에서는 간쇼지(願証寺) 4세(四世)인 쇼우이(証意)가 35세의 젊은 나이에 급사한 날과 같았다.
그 쇼우이는 6월 6일 이후에도 살아있었으나, 역사적 사실대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타도(多度)를 방문했을 때, 숨어 있던 오다 병사들에게 저격당해 목숨을 잃었다.



승승장구 하고 있던 오다 군이 나가시마에서 철수한 이유는 복잡했다.
우선, 시즈코는 겨우 4일 정도라는 것을 전재로, 단기 결전용의 장비로 진군했다.
그리고 나가시마 주변은 대군을 전개할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 개의 군단으로 나누어, 시즈코와 사이조가 이치노에 성채를 공략하는 동안, 케이지와 나가요시의 제 2군이 다른 루트를 이용하여 우구이우라 성채를 공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치노에 성채가 견고한 요새라는 것을 깨닫고, 전력을 분산시킨 채 시간을 잡아먹었다가는 적에게 제방을 끊겨 윤중이 물바다가 되어 단기 결전의 전제가 붕괴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제 2군을 멈추고, 전군으로 이치오네 성채를 공략하는 작전으로 변경했다.
이 시점에서 시즈코는 이치노에 성채 공략을 위해, 모든 병기와 자재를 소모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그 때문에, 큰 돈을 들여 츄우겐들에게 토목공사를 시켜 급피치로 부성을 건설했다.
이후에는 이치노에 성채를 불바다로 만들고, 제방의 위에 있는 가옥들을 전부 태워버리고, 농지에 소금을 뿌린 후, 제방을 수복 불가능한 정도까지 파괴했다. 이걸로 남은 건 철수 명령을 기다릴 뿐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부성 전술의 유효성을 깨달아서, 오다 군이 차례차례 부성 전술로 성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갑작스런 작전 변경에 사쿠마 노부모리 군단과 시바타 카츠이에 군단이 효율좋게 움직일 수 있을 리도 없었고, 또 부성의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공략은 지지부진했다.

노부나가로서는 손해를 막기 위한, 또 나가시마 잇코잇키슈(長島一向一揆衆)는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이길 수 없다는 예감이 든 데 따른 작전 변경이지만, 예상 이상으로 대혼란을 일으켜 버렸다.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노부나가였으나 이미 때는 늦어서, 군의 사기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이치노에 성채에 사용한 자재를 재활용하고, 그것들을 써서 노부나가 본군과 시즈코 군단으로 우구이우라 성채와 카로토 성채를 공략했다.
그러나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느낀 노부나가는, 승리에 흥분하기 시작한 전군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다소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전군이 명령에 따라 나가시마에서 철수했다. 한편,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갑자기 철수한 오다 군을 경계하고, 함정을 두려워하여 습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리하여 제 1차 나가시마 침공은 종막을 고했다.

6월 10일, 나가시마에서 돌아온 시즈코들은 사기가 늘어져 있었다. 적으로부터의 습격으로 생각대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면 털어버릴 수라도 있지만, 이번은 아군에게 발목을 잡힌 모양새가 되었다.
아무래도 이번 싸움은 이겼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나가요시조차 미묘한 표정으로 이번의 싸움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이번은 패배네. 좋은 결과가 아니야"

식사를 하면서 시즈코는 투덜거렸다. 적으로부터의 공격이라면 몰라도, 아군의 행동으로 군단이 혼란에 빠진 것은 지나치게 꼴불견이었다.

"하지만 세 개의 성채를 함락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건 승리라고 할 수 없는 걸까요"

그녀의 투덜거림에 대해 타카토라가 의문을 입에 올렸다. 쇼우도 같은 생각인지, 타카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걸로는 잇코슈를 억누를 수 없어. 코키에 성에서 가장 먼 부성은 버텨봐야 한 달이겠지"

"성채를 공략하더라도, 그 땅의 지배를 유지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부성을 이용당할 수는 없으니,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면 파괴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사이조와 나가요시가 두 사람의 의문에 대답했다. 그들의 말대로, 시즈코는 아직 아사쿠라(朝倉), 아자이(浅井)가 건재한 이상, 현 상태의 오다 군으로는 나가시마 주변을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나가시마 잇코잇키슈가 움직이기 어려워지도록, 제방의 파괴나 의도적인 염해(塩害)를 자행했다.
이치오네 성채가 강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기에, 제방을 끊으면 성채의 일부는 물바다가 되는 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가시마의 제방은 배수를 고려하여 일부에만 제방이 쌓여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제방에 손을 써 놓으면 증수기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서 수해를 입을 거라 판단하고 여기저기 파괴 공작을 해놓았다.
만약 공작이 발각되어도 상대방이 처음부터 제방을 다시 쌓는 게 빠르다고 판단할 정도로 철저하게 손을 썼다.

다음으로 농지다운 농지나 가옥이 있던 자리에 소금을 뿌려 염해를 일으켰다. 염해란 농작물이나 기타 식물이 염분에 의해 해를 입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바닷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소금을 뿌리면 내륙부에서도 인위적으로 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염해를 입으면 작물의 대사(代謝)가 저해되고, 또 영양을 흡수하는 뿌리가 염분으로 파괴되어 버린다.
담수(真水)를 흘리면 제염(除塩)할 수 있지만, 소금이 빠질 때까지 밭을 쓸 수 없게 되기에, 테러 전술(嫌がらせ)로서는 나름 효과는 있다.

"뭐, 2개월 후에는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결국, 큰 성과 없이 끝났으니, 오다 군의 패배라고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니, 딱히 비관하고 있는 건 아니야. 승패는 병가지상사, 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고 하고, 반성할 점을 검토하여 다음번에 활용하자고"

이걸로 이야기는 끝, 이라고 대화를 종료한 후, 시즈코는 식사를 재개했다.



여름의 햇살이 느껴지는 날, 나가시마 침공에서 귀환한 아시미츠는 당분간 신사(神社) 업무에 전념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이번의 오다 군의 행동에 그는 어이가 없어져서 당분간 종군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즈코가 부탁하면 즉시 갑주를 몸에 걸치고 전장으로 가겠지만.

이번의 그의 성과는 좋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레이더도 뭣도 없는 상태에서 바다 위의 어딘가에 있는 수송대를 찾아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쌍안경이나 필드 스코프가 있다고 해도, 발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운에 달린 것이다. 게다가 해가 지기 전에 항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수색 시간이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 1주일 동안은 시간을 낭비할 뿐이었고, 거기서 다시 4일을 의미없이 낭비했다. 하지만 해상 봉쇄 작전을 수행한 지 15일째, 간신히 사이카슈의 수송대를 발견했다.
그 이후에는 일방적인 습격이 되었다. 코하야(小早, ※역주: 소형 쾌속선)나 세키부네(関船, ※역주: 중형선)라면 몰라도, 아타케부네(安宅船, ※역주: 대형선)의 속도는 느리다. 100미터 이상 떨어지면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화살 정도로는 군선을 격침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불화살 외에 화살촉에 흑색 화약을 채워넣은 작약 화살(炸薬矢)을 쏘았다. 착탄한 지점을 파괴하여 선체에 구멍을 뚫는 것이 목적이다.
비밀병기 2호의 작약 화살은 보기좋게 아타케부네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보급대의 호위들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차례차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가까이 가면 화살로 집중포화를 맞았기에 수송대는 도망치려 했지만 추격당하여 물고기밥이 되어갔다. 당연하지만 아시미츠는 항복을 허용하지 않아서, 백기를 든 군선도 용서없이 침몰시켰다.
6할의 배를 격침시키고, 거기에 수송대가 싣고 있던 짐을 대부분 바다로 던져버리고 목숨만 간신히 건져 나가시마로 도망쳐들어갔으니 훌륭한 성과라 해도 좋다.

거의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아시미츠와 쿠키 수군이었지만, 이 날부터 오다 군이 나가시마에서 철수할 때까지 사이카슈의 수송대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 정말로 작은 신사의 신관이로군"

빗자루로 청소하고 있는 아시미츠에게,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사키히사(前久)가 말을 걸었다.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차를 마시는 모습은, 그에 대해 잘 알지 못ㅎ나다면 오섭가(五摂家) 필두(筆頭)의 당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놀리는 거라면 돌아가라"

"쌀쌀맞군. 모처럼 벗이 찾아왔지 않은가. 하다못해 좀 정감있게 환영할 수 없겠는가?"

아시미츠의 딱딱한 태도에 어깨를 움츠리는 사키히사였지만, 그는 사교성 미소(愛想笑い) 하나 떠올리는 법 없이 점점 더 태도가 딱딱해져갔다. 그에 대해 사키히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지만, 입으로 말하는 것만큼 신경쓰고 있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래서, 할 말이 뭐냐"

"그렇게 조급해하지 마시게. 나로서는 좀 더 벗과 대화로 꽃을 피우고 싶으니. 그 정도도 맞춰줄 수 없는가?"

"……마음대로 해라"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하지"

사키히사의 태도에 혀를 찬 아시미츠였으나,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빗자루를 고쳐줘고는 사키히사에게 등을 돌리고 청소에 전념했다. 거절의 의사가 느껴지는 태도였지만, 사키히사는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이건 내 혼잣말이지. 내용은 대단한 건 없으니, 흘려들어도 좋네"

그렇게 말하고는 사키히사는 아시미츠로서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나는 시즈코 님을 양자…로서 고노에(近衛) 가문에 맞아들일 걸세"

순간, 아시미츠의 손이 멎었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후, 빗자루를 던져버렸다.

"가신에게 배신당하고, 부모에게 배신당하고, 그리고 친구에게도 배신당하는가. 내 생애는 배신당하는 일의 연속이군"

말하면서 아시키츠는 사키히사 쪽을 돌아보더니 허리에 차고 있는 칼에 손을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사키히사는 작게 웃었다. 눈 앞에 당장이라도 칼을 뽑으려고 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재미있는 듯 웃었다.

"……뭘 웃고 있나"

"아니, 그 태도로 잘 알았네. 자네가 시즈코 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일세. 자자, 흉칙한 물건에서 손을 떼고 내 이야기를 듣게나"

잠시 사키히사를 응시하고 있던 아시미츠였으나, 이윽고 무거운 한숨을 쉬더니 칼에서 손을 떼었다.

"양자의 건은 자네를 시험해 본 것 뿐이지. 하지만 시즈코 님을 유자(猶子)로 맞이한다는 이야기는 사실일세"

"……"

"성급하면 손해일세.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듣게. 시즈코 님이 오다 님 밑에서 이룬 공적은,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지. 하지만 그녀는 여자이고 홀몸일세. 그녀의 권력을 탐내어 정략 결혼을 노리는 패거리는 무수히 많겠지"

다시 칼에 손을 뻗을 뻔한 아시미츠였으나, 사키히사의 말을 듣고 손을 멈췄다.

정략결혼, 그것은 아시미츠가 가장 걱정하고 있던 이야기였다.
현대보다도 가문과 가문끼리의 관계(繋がり)가 중시되는 전국시대, 쌍방의 가문의 관계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략결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쌍방의 가문이 서로를 신경쓰며,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타국의 가문과의 혼인은, 각각의 나라의 영주들로부터 승인을 얻는 것이 필수 요건이었다.
전국시대 최초의 분국법(分国法)이라고 하는 '이마가와카나(今川仮名) 목록(目録)'에서는, 가신들에게 영토(領国) 이외의 지역과의 사적인 혼인 관계를 금하고 있다.

"시즈코 님에게는 '가문'이 없지. 그렇다면 책략을 꾸미는 어리석은 자들은 늘어날 걸세"

"흥, 그 때문에 고노에 가문을 이용하겠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아시미츠의 말에 사키히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략결혼을 하는 것은 가문끼리의 관계를 맷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정략결혼을 할 떄, 가문끼리의 관계에는 '가문의 격(格)'이라는 것이 중요시되었다.
따라서 영주의 자식과 백성의 딸이 결혼하는 것 같은 일은 드물다, 기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고노에 가문에 걸맞는 가문이, 이 일본에 얼마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게다가 그녀는 오다 가문의 중신(重鎮), 나와 오다 님의 양쪽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그녀와 혼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반대로 말하면 네놈들 두 명이 납득한다면, 그녀의 의사 따위는 무시하겠다는 거겠지. 그 경우, 나는 용서없이 네놈들 둘 앞을 가로막을 것을 잊지 마라"

"하핫, 그럴 리는 없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다 가문이 풍요로워진 이유가 가득 들어 있지. 오다 님이,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그렇다면…… 혼인이 아니라 양자를 내리던가 하겠지"

"시시한 이야기로군"

사키히사와의 대화를 끝낸 후 아시미츠는 던져버린 빗자루를 주워들었다. 이미 쓰레기 같은 게 떨어져 있지 않은 경내를 청소하는 모습은, 마치 쓸데없는 불결함을 털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

"작년, 그녀는 내 아이라고 오다 가문 가신들 앞에서 말한 것, 듣지 못했는가?"

"듣기 싫어도 들렸지. 그 때문에 그녀 주변에 원숭이…가 얼쩡거렸다"

"후훗, 그만큼 주위는 그녀에게 넋이 나간 게지"

"……웃을 수 없는 농담이군"

아시미츠의 말에, 사키히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남은 차를 다 마셨다.

"한 가지 질문해도 괜찮겠나. 아시미츠 님은 어째서, 시즈코 님에게 고집하는 건가. 내가 보아도, 그녀는 걸출한 영지(叡智)를 가진 인물이지. 하지만, 그 뿐일세. 자네가 집착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네만"

"……"

"사소한 의문이지만, 나로서는 이상하게 생각되어서 말일세"

"예전에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던 나를, 그 아이는 필요로 해 주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응? 그건 무슨……?"

아시미츠의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사키히사였으나, 그는 그 이상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아시미츠는 작게 웃음을 떠올리며, 이어지는 말을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돌아왔을 때, 결국 나는 아시카가(足利) 쇼군 가문(将軍家)으로서의 나로서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시미츠라는 남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그 아이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게 설령 자신의 피를 나눈 동생이라도 말이지)

빗자루를 잡은 손을 멈추더니, 아시미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시미츠들의 상공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참고문헌】

[※1 부성전술]
 서적명:역사군상(歴史群像) 디지털 아카이브스<오다 노부나가와 전국시대>노부나가를 승리로 이끈 부성과 기동전술이란?
 출판일:2014년 6월
 판:Version1.0(Kindle판)
 저자:橋場日月
 회사:학연(学研) 퍼블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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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7 1571년 4월 하순


오다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장병들의 정강함(精強), 장수들의 전술안(戦術眼), 그리고 병사들을 통솔하는 힘을 과시한 것은 딱히 시즈코 군만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참가하고 있는 아케치(明智) 군과 시바타(柴田) 군도, 시즈코 군과는 다른 강함으로 다른 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파괴력에 관해서는 오다 가문 제일의 맹장인 시바타 군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본진을 움직이는 일 없이 상대하는 군을 격파하는 용병술은, 키나이(畿内)의 영주들을 떨게 했다.
한편, 아케치 군은 천변만화하는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보였다.
전체를 관찰할 수 있는 관객들은 아케치 군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허실을 뒤섞은 운용에 현혹되어 진짜 공격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런 판에 시야가 제한된데다가 혼전 상태인 상대측에게는 생각도 못한 곳에서 돌격을 당하고, 방어로 전환하면 협격을 당해서 숫자를 끌어모으면 본대와 분단되는 식으로 농락당했다.
어느 새 본대가 산산이 조각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대장기는 빼앗긴 상태였다.
항상 대응이 늦어져, 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은 채 패배를 강요당했다. 아케치 군과 상댛나 무장은 말할 수 없는 공포에 떨었다.

도중부터는 모의전이 아니라 오다 군의 강함을 과시하는 시위 행동이라고 이해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해도 아무 소용없는데다, 설령 입에 올렸다가는 겁장이라고 매도당할 것은 명백했다. 조건이 같은 이상 오다 군의 목표를 깨부수지 못한다면 패자의 변명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따라서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상금에 눈이 먼 시점에서, 그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는 귀신같은 강함으로 정면에서 깨부수는 시바타 군인가, 그도 아니면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농락하는 아케치 군인가, 싸움마다 모습을 바꾸며 임기응변을 체현한 시즈코 군 중 누구에게 요리될 것인가, 그것 뿐이었다.
결국, 모의전은 오다 3군이 우승을 다투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군도 아케치 군에게 맥없이 쓰러졌다. 시즈코는 시바타 군과 상대하게 되어, 이긴 쪽이 아케치 군과 싸우는 조합이 되었다.

"어설픈 잔재주는 관두죠. 저쪽은 전투 경험이 풍부해요. 급조한 책략을 써봤자 통용되지 않을 건 뻔하니까요. 다들, 그들은 백전노장의 정병들, 그리고 뭣보다 오늘까지 살아남은 강한 운의 소유주들이에요"

시즈코의 말에 병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굴복할 듯한 정도의 중압감이었다. 지금까지의 어딘가 나사빠진 군대가 아니었다. 말단 병사들까지 정예인, 진짜 강자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번에는 단순해요. 기책(奇策)을 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형태로, 정면에서 전군 돌격을 감행합니다. 적과 아군이 뒤섞이는 백병전이 되겠지만, 저쪽은 기세가 없고, 반대로 이쪽은 기세를 유지한 채로 적군 속으로 돌격할 수 있어요. 솔직히, 이것 이외에 시바타 군에게 취할 수 있는 전술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케이지(慶次) 등도 같은 생각이었다. 시바타 군에 대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해서 시뮬레이션 해봤으나, 도저히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오다 군이라고 해도 공동으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시즈코들은 시바타 군이 싸우는 모습을 들은 것 외에는 모른다.
거기다, 시즈코가 지금까지 해온 정책들은 딱히 시즈코 군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다 군 전체의 밑바탕이 향상되어 있다. 타군이라도 병사들의 훈련도 쾌히 받아들였다.

(곤란하네. 이런 형태로 자신이 해온 결과를 알게 될 줄이야)

이것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양군, 준비를!"

사회진행자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에 따라, 양군 모두 소정의 위치로 이동했다. 남은 건 개시 신호를 기다린 후, 시즈코가 즉시 돌격 신호를 내면 된다.

"전투 시작!"

개시 신호가 귀에 들림과 동시에, 시즈코는 돌격 신호를 냈다.

"돌격!"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하나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본군을 움직이지 않았던 시바타 군 또한, 시즈코 군과 마찬가지로 전군 돌격을 감행했다.
이것에 약간이나마 시즈코 군이 동요했다. 이 작은 동요가 패인이 되었다. 돌격의 기세는 시바타 군이 앞서, 최초의 격돌에서 시즈코 군은 기세가 꺾여 버렸다.
이렇게 되면 기세를 되찾는 것은 어렵다. 거기에, 적과 아군의 구별이 되지 않는 혼전 상태이다. 후방으로 물러서 다시 돌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혼전에 의해 케이지,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시즈코 등 네 명은 분단되어 버렸다.

"배후가 허술하군요, 시즈코 님!"

재편성을 하려고 시즈코가 움직이려던 때, 시바타가 정예를 이끌고 그녀를 배후에서 급습했다.

(설마 본군의 돌격 자체가 미끼!
혼전의 틈에 후방에서 급습이라니, 정면에서 상대를 깨는 것을 좋아하는 시바타 님이, 설마 이런 전술을 쓸 줄이야!!)

후방에서 군을 움직이며, 무력도 어느 쪽이냐 하면 활이나 화승총 등 원거리 무기가 특기인 시즈코에게, 접근전이 특기인 시바타는 상성이 대단히 나빴다.

"(이렇게 되면……) 우오오오오오오옷!"

하지만, 지금 여기서 도망치면 군이 완전히 와해될 거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시즈코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시바타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음!? 다른 자들은 끼어들지 마라!!"

시즈코의 돌격은 시바타에게도 예상 밖이었는지, 순간적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 전투에 익숙한 그는 즉시 표정을 굳히더니 시즈코의 공격을 받아쳐갔다.

(어리석군. 마상창은 말의 제어를 잃기 쉽다는 것을 그녀가 모를 리는 없을텐데!!)

"에잇―!"

"흥…… 뭣!!"

공격 자체는 단조로워서 시바타는 어렵잖게 막아냈다. 평소라면 그 이후, 말의 자세가 흐트러져서 제어불능에 빠질 터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고삐를 놓은 상태에서 말을 제어하여, 약간 자세가 흐트러졌을 뿐 즉시 자세를 바로잡더니 시바타에게 다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다고는 해도, 역전의 맹장인 시바타에게 벼락치기 무술이 통용될 리가 없었다. 5합 정도 겨뤘을 뿐이지만, 그걸로 시바타는 시즈코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다.
그 이후의 시즈코는 시바타의 공격을 막기에만도 벅차게 되었다.

(크윽! 일격이 무거워!! 이건 오래 못 버티려나)

자신이 버티고 있는 동안, 주위에 있는 시바타 군의 병사들을 제압하여 그를 고립시킨다. 그런 불리한 도박이 시즈코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정예 중의 정예, 간단히 쳐부술 수 있는 장수가 아니었다.

결국, 시즈코가 버틴 것은 2분 정도로, 시바타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아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시즈코는 저항다운 저항을 할 수 없어, 재빠르게 말에서 내린 시바타에게 어이없이 대장기를 빼앗겼다.

"승자, 시바타 군-!"

모의전은 상대의 대장기를 빼앗으면 결판이 난다. 사회진행자가 높은 나무 대(櫓)에서 시바타 군의 승리를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시바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핏 보기에 시바타의 전격전(電撃戦)은 시즈코 군을 완전히 박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도박 투성이의 위험한 승부였다.
시바타는 정예를 자신의 주위에 배치하고, 남은 병사들을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세 명을 막기 위해 투입했다.
시바타 군의 병사들은 케이지들의 병사보다 숙련도가 낮았기 때문에, 장시간 치고받으면 와해될 것은 불보듯 뻔했다. 따라서, 시바타는 정예와 함께 크게 우회하여, 배후에서 시즈코를 습격했다.
후방에서 지휘를 하는 시즈코였기에, 반드시 군의 후방에 있을 거라고 그는 예측했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시바타는 시즈코를 발견하자마자 주위를 싹 무시하고 시즈코에게 돌격했다.
마지막에는 운이 작용하기는 했으나 시즈코를 패배시키고 대장기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어째서 후방으로 물러나지 않은 것이지)

시즈코의 성격을 볼 때 병사들을 앞으로 내보내고, 후방에서 화살을 쏠 거라고 시바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시즈코가 단독으로 시바타에게 전투를 걸어왔다.
잠시 고민한 시바타였으나, 문득 시야에 들어온 시즈코 군을 보고 해답이 뇌리에 떠올랐다.

(과연. 대장이 부하를 지키지 않으면 부하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또 부하가 대장에게 충의고 뭐고 느끼지 않게 되어, 따라서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전국시대, 어지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지성(支城)이 공격받으면 영주들은 원군을 보낼 의무가 있다.
만약 원군을 보내지 않는다면, 지성의 사람들은 영주를 신용하지 않게 되어, 적에게 투항하거나 성을 버린다.
이 현상이 습격당한 성에 그치지 않고 다른 성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영주들은 지성을 함락당하지 않기 위해, 또 가신들로부터의 신용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원군을 보낸다.

이것은 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총대장이 일어서야 할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총대장을 신용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데만 신경쓰며, 최악의 경우 탈주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자리에서 시즈코가 시바타에게 돌격하지 않으면, 시즈코 군은 완전히 와해되어 재편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시즈코는 무모하더라도 돌격해왔다.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시즈코도 또한 앞에 나설 각오가 있다고 주위에 보여주었다, 고 시바타는 결론지었다.

(효율을 추구하는 그녀답지 않은 행동. 하지만, 나쁘지는 않아. 나쁘지는 않소, 시즈코 님)

마음 속으로 한바탕 웃은 후, 시바타는 결승전에 대비해 마음을 새롭게 했다.

결승전은 시바타 군과 아케치 군이었다. 양쪽 모두 일장일단은 있지만, 시바타는 힘으로, 아케치는 전술로 단점을 보완하여,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체력의 차이로 시바타 군이 아케치 군의 본군을 쓰러뜨리고, 시바타가 미츠히데(光秀)로부터 대장기를 빼앗았다.

"이번의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지금 이상으로 정진하라"

무릎을 꿇고 있는 시바타에게 노부나가는 지극히 보통의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 오다 군 중 누군가가 우승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번의 모의전은, 그것을 주위에 알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2위는 시즈코가 즉각 기권했기에 아케치 군의 차지가 되었다. 이미 시즈코에 군에게 아케치 군과 싸울 수 있을 만한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객기를 부렸다간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나온다. 애초에 상위 3위를 오다 군이 휩쓸어버린 시점에서 시즈코에게는 싸울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케치 군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2번이나 연속으로 싸우고도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시바타 군 쪽이 비정상이었다.

"물러서야 할 때에 물러선다, 그것은 간단한 것 같지만 어렵지. 긍지, 명예, 오명, 타인으로부터의 비방이나 조소…… 그것들이 생각을 둔하게 만들지. 하지만 너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물러설 것을 결단했다. 또 한층 성장했구나"

노부나가도 당초의 목적을 이룬 이상, 이 이상의 자군의 손해는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시즈코의 기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끝날 때 그럴듯한 격언을 입에 올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앴다.


3위의 포상을 받은 시즈코였으나, 돈을 받아도 쓸 데가 떠오르지 않아, 한 웅큼 정도의 돈을 작은 주머니에 넣은 후, 나머지를 사이조에게 건네어 병사들에게 분배하도록 명했다.
쓸 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해라, 였다.
예기치 않은 임시 보수에 흥분한 병사들이었으나, 건네받을 때 사이조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았기에 경솔한 행동을 하는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쿄(京)도 꽤나 안정되었네. 상락(上洛) 당시의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니까"

"여기저기 시체가 굴러다니고 벌레가 들끓었습니다. 십자로(辻, 교차로)에는 반드시 시체의 산…… 게다가 시체를 노리고 들개나 곰이 나오는 지경이었습니다. 그 황폐함에서 겨우 몇 년 만에 용케 여기까지 복구되었군요"

노부나가가 상락했을 때, 쿄는 지독한 상황이었다.
오우닌의 난(応仁の乱)으로부터 100년이나 되는 기간동안 파고의 흔적은 수복되지 않고, 또 치안을 지키는 자들은 지방으로 도망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쿄에는 시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는데다, 썩어문드러져 파리나 구더기가 들끓고 지독한 냄새가 가득했다.
현대의 교차로에 해당하는 십자로에도 시체의 산이 있었다. 썩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나 들개, 멧돼지까지 도시 안에 모습을 보였다.
치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노상강도(夜盗)나 도둑, 산적(野武士)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인이나 부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상락하여 쿄의 실권을 쥔 후, 노부나가가 한 것은 시체의 처리와 치안 유지, 도시의 청소였다.
무력으로 노상강도나 도둑을 섬멸하고, 방치되어 있는 시체를 도시 밖으로 운반하여 매장하고, 쿄의 구석구석을 청소하여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렸다.
또, 치안유지대에 도보 순찰을 시켜, 경미한 범죄라도 단속하게 했다. 이에 더해 고아들을 고아원에 들어가게 하여 노상강도나 도둑이 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에게 이득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는 키나이(畿内)의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상락시의 목적 중 하나였기에, 확실히 그에게 이익으로 연결되는 행동이었다.
다만 아무도 그가 계획하는 유통에 의한 경제활동의 활발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이 때의 노부나가의 행동이 확실히 이해된 것은, 그가 상락한 지 무려 수백년 후의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노부나가가 계획한 비전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섰던 것이다.

"주군, 방금 전령이 와서 와다(和田) 님과 프로이스 님이 내일 찾아온다고 합니다"

사이조와 잡담을 나누며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맹장지 저편에서 겐로(玄朗)가 보고를 올렸다.

"어라, 프로이스 님은 이해하겠는데, 거기에 와다 님까지 오시다니 희한하네요. 딱히 문제는 없으니, 내일 방문을 허가하지요"

"옛!"

(정말, 뭐가 목적이지)

의문을 느꼈지만, 딱히 접점이 없는 와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리도 없는 상태로 시즈코는 다음 날을 맞이했다.
모의전이 끝난 지 2일 후,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와 루이스 프로이스, 로렌초 료사이(ロレンソ了斎), 프로이스 밑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도사들이 찾아왔다.
지금까지도 프로이스가 방문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와다 코레마사까지 따라온 적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조금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시즈코는 남장을 하고 프로이스들과 회담했다.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로이스를 시작으로 전원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어째서 그들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자신을 만나러 온 건지 알 수 없어, 시즈코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을 드십시오. 하여, 소생에게 무슨 용무이신지요"

"그럼 소생이 먼저 말씀드리지요"

와다의 말과 함께 소성이 쟁반을 날라왔다. 눈 앞에 놓인 쟁반에 시선을 돌리자, 정중하게 포장된 서신이 한 통 놓여 있었다.
시즈코는 와다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쟁반의 서신을 열고 읽었다. 숙독한 후,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쉬며 서신을 접어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죄송합니다만, 편지의 내용에 찬동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쟁반을 와다 쪽으로 밀었다.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않는 시즈코가 명확한 거절의 의사를 보인 것이 케이지들의 표정이 변했다.
서신의 내용은 모르지만, 좋지 않은 내용이 쓰여져 있는 것이라고 세 사람은 생각했다.

"그만둬요. 그들도 서신의 내용은 모르고 있겠지요. 자세히 밝히진 않겠지만, 아마도 보낸 사람의 독단이에요. 알고 있다면, 주위에서 말렸을 테니까요"

곤혹스러운 모습의 와다를 노려보는 나가요시를 시즈코는 손으로 제지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와다는 단지 서신을 시즈코에게 전달해달라고 명령받았을 뿐으로, 그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

"(외교력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치 센스가 나빠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질 못하네) 서신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와다 님께서 곤란해지시겠죠. 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가주시는 편이, 양쪽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와다 님의 의견을 들어보죠"

말을 하라고 해도 대답하기 곤란한 와다였다. 서신의 내용은 모르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면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상대는 오다 가문의 중역(重鎮), 자칫 잘못하면 또 봉토(知行地)를 몰수당하게 된다.
서신을 받아들고 품에 넣은 후, 와다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대의 말대로, 나는 서신의 내용을 알지 못하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서로 모르는 것으로 하는 편이 좋겠지"

다시 찾아오겠소, 라고 와다가 일어서려던 순간,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에 반응한 세 명이 시즈코를 감싸려고 움직였지만, 그들의 귀에 들린 것은 신음소리였다.
전원이 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장소는 바로 판명되었다. 와다의 발 밑에서 프로이스가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원의 의식이 와다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가 쓰러진 것을 눈치채는 것이 늦어 버렸다.

"프로이스 님!"

로렌초나 젊은 수도사들이 쓰러진 프로이스를 일으켰다. 도움을 받아 일으켜진 것에도 반응하지 않고, 프로이스는 어깨로 거칠게 숨을 쉬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시즈코조차 프로이스가 의식이 혼탁한 상황인 것을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감기인가 하고 생각했던 시즈코였으나, 시기를 따져보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엇다.

"실례"

주위 사람들읋 헤치고 시즈코는 프로이스의 옆으로 이동하더니, 프로이스의 열이나 눈의 상태를 진찰했다.
프로이스의 체온은 불처럼 뜨거웠으며, 눈에는 결막염(結膜炎)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발진(発疹)이 나타나 있었다.

"질문드리겠습니다. 요 며칠, 프로이스 님은 고열로 앓아누우시지 않았나요. 그 때, 기침이 심하지는 않았나요"

"예? 아, 네…… 확실히 프로이스 님은 요 며칠 앓아누우셨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시즈코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프로이스는 어떤 병에 걸려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시즈코는 지금부터의 계획을 머릿속에서 세워갔다.

"그는 어떠한 병에?"

"프로이스 님은 적반창(赤斑瘡)에 걸렸습니다. 아마도 발진기(発疹期)…… 나흘 동안은 발열이 계속되겠지요"

적반창이라는 말에 와다의 표정이 굳었다. 옛날에는 적반창, 현대에는 홍역(麻疹)이라 불리는 병은 천연두(天然痘)나 수두(水痘)와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병이다.
특히 전국시대는 천연두나 홍역이 가장 유행했던 시기이다. 에도(江戸) 시대 이후에도 영양부족이 원인으로 종종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죽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그리고 그들의 병사들은 홍역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지만, 와다나 젊은 수도사들은 항체를 가지고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게 누구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주군!"

시즈코의 고함소리에 겐로가 즉시 달려왔다. 그는 방을 한 번 보고, 심상치 않은 사태라고 짐작했다.

"쿄에 홍역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케치 님에게 급건을 보내, 서둘러 대책이 필요하다고 연락해라. 당장 할 일이 없는 자들에게 격리 병동을 만들 준비를 시켜라. 숫자는 15, 하지만 30개를 만들 생각으로 대응하라"

"옛!"

정중하게 예를 올린 후, 겐로는 그 자리에서 달려나갔다. 즉시 그의 호령이 울려퍼지고, 시즈코의 저택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얼마 안 지나 위생병 5명이 방으로 달려들어오더니, 아직까지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 수도사들을 밀어젖히고 프로이스를 진찰했다. 결과는 시즈코와 동일했다.

"주군께서 예상하신 대로, 홍역이옵니다. 아마도, 균은 쿄의 곳곳에 퍼져 있는 듯 합니다……"

"서둘러 감염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케치 님, 그리고 쿄 치안유지 경라대와 협력하여 병을 봉살(封殺)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쓰러지겠지요. 당신들에겐 고생을 시키게 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합니다"

머리를 숙이는 시즈코에게 위생병들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를 드십시오, 주군. 주군이 안 계셨다면 저희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큰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면, 이제부터 바빠지는 것 정도는 사소한 일입니다"

프로이스를 들것에 실은 후, 위생병들은 그를 격리 병동으로 옮기기 위해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유감이지만 당신들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그들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간신히 사태를 파악할 수 있던 로렌초들이었으나, 그들이 뭔가 행동을 하기 전에 새로운 위생병들이 방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그들을 연행해 갔다.
들렸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즈코는 그들에게 선언했다. 프로이스들과 행동을 함께 했던 그들이 감염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도사인 그들이 카톨릭 교도(キリシタン)들과 함께 행동하며, 그것이 감염된 사람을 더욱 늘렸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감염력이 강한 병에 걸린 사람들 격리 시설에 수용하는 것 이외에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우리들도 할 일을 합니다"

시즈코의 말에 세 명은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쿄에 홍역이 유행할 가능성이 농후, 라는 시즈코의 보고에 아케치들은 물론이고, 기후(岐阜)로 돌아가 있던 노부나가도 충격을 받았다.
노부나가나 가신들 중 일부가 며칠 전까지 쿄에 있었지만, 그러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게 겨우 며칠 만에 상황이 바뀌는 것에, 새삼스레 질병의 무서움을 인식했다.
쿄의 치안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상업 활동의 정체, 적대 세력이 폭동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오다 가문이 주도하여 유행병을 막아내면, 그것은 주위에 오다 가문의 힘을 보여주게 된다.
홍역의 유행을 억제하는 것은 장래적으로 오다 가문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미츠히데나 키나이의 영주들에게 시즈코의 지시에 따르도록 명했다.

"편하다고 하면 편하지만…… 남장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피곤해"

미츠히데나 영주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이 도착하자마자, 다음날에는 시즈코에게 인사를 하러 와서 지시를 요청했다.
유행병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영주건, 조정이건, 종교 세력(寺社)이건, 상관없이 맹위를 떨친다. 그 무서움을 키나이의 영주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내린 지시의 내용은 대단히 간단했다.
호소카와(細川)와 미츠히데에게는 조정이나 쇼군(将軍) 가문에 대한 대응을 추가로 의뢰했으나, 그 밖에는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자들은 격리 병동(長屋, ※역주: 긴 건물 내부에 칸을 막아 여러 가구가 살 수 있게 되어있는 일종의 연립주택 같은 건물)에 격리한다. 지정된 식사를 준다. 풀어주는 것은 회복기로부터 4일 후. 대응하는 자들은 과거 10년 동안 홍역에 걸려 항체를 가진 자들로 한정했다.

프로이스의 홍역 감염 발견으로부터 5일,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 홍역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환자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 상황을 보니, 3주일 정도 전부터 쿄는 홍역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주군. 시바타 님, 니와(丹羽) 님、타키카와(滝川) 님、키노시타(木下) 님、모리(森) 님,、삿사(佐々) 님으로부터 지원병력이 왔습니다"

"지원병력……? 아, 확실히 이래저래 사람이 많이 빠져서 치안 유지가 불안해지네요. 그 이야기, 고맙게 받겠다고 연락해 주세요"

홍역 대책에 쫓겨 쿄의 치안유지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것을 내다보고 병력을 빌려준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그들에게 감사했다.

"옛"

예를 올린 후 전령 병사는 재빠르게 떠나갔다. 하지만, 그와 뒤바뀌듯이 다른 전령 병사가 왔다.

"주군. 쇼군 가문의 사자가 와 있습니다만……"

"호소카와 님께 가게 하세요. 쇼군 가문에 대한 대응은, 전부 호소카와 님께 부탁드리고 있어요. 조정에서 와도 마찬가지에요. 지금은 그들의 상대를 할 여유가 없어요"

"옛"

요 며칠, 연달아 올라오는 정보에 대응하기만도 바쁜데, 거기에 조정이나 쇼군 가문의 상대를 하는 것은 시즈코에게는 불가능했다.

"(바쁠 때일수록 윗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을 하네. 좀 더 진득하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어) 위생대(衛生衆)의 도착은 아직인가요?"

"내일 아침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케이지 씨, 카츠조(勝蔵) 군. 지원병력을 둘이서 나눠서 쿄의 치안유지를 담당해 줘요. 사이조 씨는 제 호위를…… 반 오다 연합(反織田連合)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는 상태이니까, 긴장하고 임무를 수행해 주세요. 치안 악화를 노리는 상대라면, 다소 거칠게 다루어도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각자 무기를 한 손에 들고 두 사람은 방을 나갔다. 다른 의미에서 피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았지만, 치안 유지에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걸 게을리하면, 상대가 약점을 파고 들어온다.
그 후에도 1시간에 20명 정도의 전령 병사들를 상대하고 간소한 점심식사를 한 후, 시즈코는 쿄에 있는 17개의 격리 병동 중, 프로이스가 들어가 있는 제8 격리 병동으로 갔다.

"슬슬 열이 내렸을 무렵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이스 님의 상태는 어떤가요"

"옛. 오늘 아침에는 의식도 뚜렷하고, 이쪽의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3일 후에는 퇴원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프로이스를 담당하는 위생병을 잡고 이야기를 듣자, 오늘 아침부터 차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회복기에 들어서도 홍역은 여전히 감염력을 가지기 떄문에, 며칠 동안은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여기도 단번에 사람이 늘었네요"

"예. 이곳은 제 8 격리 병동입니다만, 이미 수용 한계에 달했습니다"

"제 18, 19 격리 병동을 서둘러 준비시키고 있지만, 그것도 금방 한계에 달할지도 모르겠네요"

"홍역의 감염력은 무섭습니다. 뭐라 해도 며칠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려왔으니까요. 이건 그야말로 질병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물론, 저희들은 패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위생병은 힘있게 주먹을 쥐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천연두로 양친을, 홍역으로 형과 누이동생과 자기 자식을 잃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생병들은 질병으로 가족을 잃은 자들이 많다. 현대라면 병원에 가면 될 정도의 병에 의해서다.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의 원통함이 원동력이 되어, 위생병이라는 전국시대에서는 바보 취급받기 쉬운 일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솔선해서 행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그들의 장래의 의료를 짊어질 사람들이 되겠지요) 우리들이 여기서 노력하면, 나라는 평안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쓰러져서는 안 됩니다"

"옛!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숙인 후, 위생병은 가볍게 달려갔다. 그가 담당하는 환자는 두 손으로는 셀 수 없었다.
좀 더 위생대를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려면 지금 이상으로 무공(武功이 필요했다. 군을 충원하려면 무공을 세우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

"실례합니다. 프로이스 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병으로 쇠약해져 있을 때는 사소한 일이라도 다툼으로 발전한다. 쓸데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프로이스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개인실로 이동시켰다. 그 방에 시즈코는 사이조와 함께 들었다.

"아, 두건재상님. 콜록콜록…… 이런 모습으로 실례합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안정을 취해 주십시오. (전부터 생각했는데, 어째서 나는 두건재상이라고 불리는 걸까. 뭔가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니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탓인가. 하지만 이걸 쓰고 있으라고 한 건 영주님이시니, 정체를 밝혀도 되는 걸까)"

"콜록콜록, 기침이 아직 계속 나옵니다만 콧물은 멎었습니다. 발진은 조금 더 지나면 깨끗하게 없어질 것입니다. 바쁘신 시기일텐데 폐를 끼쳤습니다"

쿄에 있으면 원치 않아도 정보는 들어오는 것일까, 아니면 와다로부터 오다 가문의 사정에 대해 들은 것일까, 프로이스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사죄했다.

"사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유행병에 걸리셨고, 소생은 병의 유행을 막고 싶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그래도 감사의 마음은, 콜록콜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죽음의 늪에 있었던 것을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병에 걸렸을 때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 카톨릭 교도지만, 그는 일본 문화를 숙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일은 고형(固形) 식사를 하실 수 있겠지요. 며칠은 더 답답하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부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네, 그건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참 면목이 없습니다"

"카톨릭(伴天連)이던, 땡중(生臭坊主)이던, 위생병에게 있어 병에 걸린 사람들은 한 사람의 환자. 환자를 돕는 것이 위생병의 임무입니다. 소생은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시겠다면, 그들에게 표시해 주십시오"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프로이스에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방을 나가려다가 프로이스 쪽을 다시 돌아보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일행의 수도사님께서도 홍역에 걸리신 듯 합니다. 당분간 이 병동에 격리하겠습니다만, 만전의 태세로 대응하고 있으니 안심해 주십시오"

그 말과 함께 사이조가 방의 문을 닫았다.


홍역의 맹위는 엄청나서, 프로이스 감염 발견으로부터 1주일 후에는 3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카타르 기(catarrhal period)의 프로이스와 접촉하여 거기서 감염자가 퍼진 건지, 아니면 원래 감염자가 있었고 프로이스는 그 인물로부터 감염된 건지, 이제와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홍역의 감염 확대를 저지하지 못하여, 키나이 일대는 물론이고 츄고쿠(中国) 지방、츄부(中部) 지방, 나아가서는 칸토(関東) 방면까지 홍역은 퍼져나갔다.
다행히 키나이에는 노부나가, 그리고 조정이나 쇼군 가문이 홍역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각국에 명령했기에, 이 시기에 사건을 일으키는 괘씸한 인간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시즈코가 역병 대책을 계속 실시했던 덕분에, 오와리(尾張), 미노(美濃)에서는 소규모 유행은 발생했지만, 금방 봉쇄되어 대유형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번의 홍역 유행은 교통편이 좋아진 것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좋다.
현대에서는 비행기나 선박에 타면 전세계를 이동할 수 있지만, 이게 본래는 풍토병(風土病)이었던 질병을 세계에 퍼뜨린 원인이 되어 버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노부나가가 일본의 상업 활동을 활발화시키려고 오와리나 미노, 키나이의 교통망을 정비한 결과, 상인이나 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이 활발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그것이 극히 한정된 지역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 있던 질병을 각지에 퍼뜨려버리게 된다.
질병을 검사할 도구가 없는 이상, 교통편을 개선하는 것은 질병의 유행을 돕는 폐해를 감수해야 했다.

"상황 보고를 부탁드려요"

"옛. 현재, 300명의 위생병을 20개의 격리 병동에 배치시켜, 홍역의 치료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역의 맹위는 엄청나서, 쿄 주변만 해도 환자는 1만에 달할 기세입니다. 아마도 종교 세력들(寺社)이 비협조적인 것이 감염 확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로이스의 감염 발견으로부터 2주일 후, 시즈코는 항례의 상황 보고를 받았으나 좋은 내용이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병에 걸리면 신불(神仏)에게 기도하는 풍조와, 종교 세력들이 비협조적인 것이 영향을 끼쳐 방역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종교 세력들 뿐만이 아니었다. 반 오다 연합에 있었던 무가들 또한 방역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각 진영의 정치적인 속셈도 맞물려, 시즈코들이 방역할 수 있는 범위는 쿄 주변이 한계였다.
그런 관계로 쿄에서의 홍역에 의한 사망자는 합병증을 일으킨 자들 수십명 뿐이었으나, 키나이의 일부에서는 홍역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자들이 이미 100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조사할 수 없는 키나이 이외의 상태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지만, 항체를 가진 상인들로부터의 보고에 의하면 비참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끝나지 않는 상태였다. 상업도시가 죽음의 도시로 화한 곳도 있다고 했다.

물론, 협조적인 인물도 있다. 호소카와 가문이나 쿄의 유력자들은 오다 가문의 요청을 쾌히 받아들여, 격리 병동을 지을 토지를 준비해주거나 다양한 구호 물자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또, 프로이스가 치료받은 것 때문에 예수회 측도 솔선하여 협력을 자원해 주어, 그런 관계로 카톨릭 교도(キリシタン)들도 시즈코에게 협조적이었다.
종교 세력들 중에도 협조적인 곳은 있었다. 키나이나 나가시마(長島)는 비협조적이었으나, 미노나 오와리의 혼간지(本願寺)는 노부나가에게 협조적이다.

"……어쩔 수 없네요. 우리들이 관할하는 지역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 그 이외의 장소에서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입수해 주세요. 백성들에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차이를 알게 하면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겠지요"

오다 가문과 그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자 수의 추이에 차이가 있다면, 명확한 죽음을 느끼고 있는 백성들은 종교 세력들이 아니라 오다 가문으로 올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래도 여전히, 종교 세력을 의지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싫다는 상대를 구해줄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은 없다.

"옛,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보고를 올려 주세요. 전령(早馬)의 숫자가 적을 경우 신청하면 4명 정도는 늘릴 수 있어요"

각 격리 병동에는 보고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전령을 6명 배치하고 있었다. 사소한 휴먼 에러(human error)가 때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사소한 내용이라도 보고를 올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전령을 두어도 보고를 올리기 어려운 환경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몇 명의 병사를 써서 보고를 상시 올리게 하여, 격리 병동에 보고를 올리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격리 병동에서 스무스하게 보고가 올라가면, 그 후에는 사령부에 있는 시즈코나 병사들이 꼼꼼히 검토하여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마지막으로 해결 방법을 정리한 서류를 격리 병동으로 보낸다. 물론,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 대응 방법을 다른 격리 병동에서 쓸 수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여, 사후에라도 보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렇게 모인 노하우집이 정리되어, 마지막으로 노부나가에게 보고되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축적된 지식이야말로 노부나가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라고 해도 좋다.

"옛!"

보고를 마친 병사는 예를 올리고는 방을 나갔다. 그 밖의 보고도 다 들은 시즈코는 미츠히데에게 전달할 보고서를 작성했다.
입장상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시즈코는, 보고서로 상황을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우필(右筆)을 써서 보고서를 쓰는 게 아니기에 그만큼 시간 손실이나 인식 차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전부 시즈코가 써야 했다.
도중에 보고를 받으면서 미츠히데에게 보낼 보고서를 다 쓰자, 오늘의 시즈코의 업무는 끝났다.

"응~! 아무래도 사무처리만 하자니 피곤하네. 내일은 비트만들이 도착할테니, 앞으로 2주일 정도는 대기하게 되려나"

며칠이면 돌아갈 거라서 비트만들을 데려오지 않았으나, 몇 주일 동안 쿄에 체류할 필요가 있는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그들을 불러오는 쪽이 효율이 좋다.
호위역에 그들이 가세한다면 그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케이지나 나가요시가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곁에 사이조가 있다고는 해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시즈코의 우려는 들어맞았다. 케이지나 나가요시, 사이조가 자리를 비우기 십상인 그녀의 저택에는 간자가 숨어들어 있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것이 위장하기 좋은 상황이 되어, 간자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해 버렸다. 물론, 겉보기와는 달리 정보의 보안이 철저한 시즈코였기에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간자는 없었다.
그래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말단에 흘러다니는 정보로부터 중핵 부분을 유추할 가능성도 있다. 가능한 한, 정보가 새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정보가 새어나갔을 때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대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딱히 눈에 띄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고, 다음 날 시즈코가 있는 곳에 비트만들이 도착한다. 그것을 경계로 간자들이 시즈코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24시간 비트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다,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려고 해도 금방 그들이 눈치채기 때문이다.

비트만들을 부른 이유는 그밖에도 있었다.
홍역은 합병증이 없다면 10일에서 14일 정도에 완치된다. 지금은 프로이스의 감염을 확인한 후 15일이 지난 무렵이었기에, 초기에 격리 병동으로 옮겨진 환자들이 완치되어 순서대로 풀려나고 있었다.
파악된 것 만으로도 약 1만 2500명이, 노부나가의 영향력이 있는 키나이에서의 환자 수였다.
그 중, 사망자는 합병증이나 영양실조로 죽은 아이들이 약 60명, 어른이 약 30명, 60세를 넘은 사람들이 약 120명 뿐이었다.
즉, 홍역이 완치된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에, 지금 이상으로 인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시기에 호위가 불안하다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비트만들을 불렀다.

오다 가문의 영향력이 없는 지역은 감염자가 지금도 계속 증가하여, 그 중 8할이 병사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쿄 주변은 감염자 수에 대해 사망자 숫자가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적었다.
이유는 현대에서도 실시되는 비타민 A를 섭취하게 했기 때문이다. 홍역 감염이 농후한 인물에게는, 사전에 비타민 A를 투여하면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이 현대에서는 증명되어 있다.
하지만 비타민 A를 대량으로 추출, 농축하는 공장이 없기에, 시즈코는 식사에 쑥(よもぎ), 소송채(小松菜), 계란 노른자(卵黄)를 포함시켜 비타민 A를 경구섭취하게 했다.
비타민 A는 간장에서 만들어지며,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지 않도록 제한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의 걱정은 필요없다.
계란 노른자는 그렇다치고 쑥이나 소송채는 재배가 용이하고 입수하기 쉬운 작물이기에 많은 환자들에게 섭취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주위의 경호를 포함해여 준비를 마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며칠 후, 그녀의 예상과는 다른 형태로 인원이 분산되게 되었다.
합병증이 일어난 사람과, 저항력의 강화가 늦었던 사람들 이외에, 홍역에 걸린 환자들은 목숨을 잃지 않고 병이 낫게 되었다.
그리고 홍역이 완치된 사람들은 시즈코의 저택을 찾아와서 감사의 말을 하며 절을 했기에, 저택에는 인간 장벽이 생겨 버렸다.
그 결과, 간자들에게는 사람의 출입이 잦은 상황을 틈타 숨어드는 것이 어려워졌다.

서서히 병자들이 줄어들고, 그와 반비례하여 저택에 사람들이 밀어닥쳤기에, 시즈코들은 저택 주변이 사람들 때문에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병사를 배치했다.
병사들로부터의 시선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여 저택 내부로 침입하는 것은 어렵다.
전령 병사의 복장을 하고 침입하려 해도, 들어갈 때 문지기가 소속과 전령 번호를 묻고, 이것을 모르는 간자는 대답하지 못하여 그대로 포박되었다.

"안 돼. 어딜 가나 사람, 사람, 사람 투성이다. 이래서는 숨어드는 건 불가능해"

인적이 드문 좁은 길에 네 명의 간자가 비밀리에 모였다.
사람의 출입이 잦았을 때는, 소속과 전령 번호의 확인에 의한 시간 손실과 간자가 숨어드는 리스크를 저울질하여, 시산 손실을 줄이는 쪽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현재는 환자 수가 줄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때문에 소속과 전령 번호를 확인하게 되어, 그걸 모르는 간자는 느닷없이 알 수 없는 질문을 받고 대답이 궁해지고, 대답하지 못하는 자를 수상하게 여긴 위병들에게 포박되고 있었다.

"어쩌지, 이대로는……"

간자들의 목숨은 가볍다. 유익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잘해야 좌천, 아니면 책임을 물어 참수당한다.
자신들의 목숨이 가볍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간자들은 핵심 부분에 해당하는 정보를 얻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었다.

"찾―았다"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위험을 깨닫지 못했다. 등골에 오싹 하고 한기가 느껴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간자들 중 세 명은 뛰어 물러섰으나, 마지막 한 명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 있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살이 뭉개지는 소리와 액체가 비산하는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서 있던 간자의 머리가 박살나며, 보기에도 무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제부터 남의 주변을 얼쩡거리던 쥐새끼들은 너희들이냐"

간자 한 명을 바디시로 절명시킨 나가요시가, 남은 간자들을 일별하며 말했다. 갑작스런 나가요시의 등장에 간자들은 동요했으나, 즉시 냉정을 되찾고 무기를 손에 들고 나가요시와 대치했다.
3대 1이라는 보통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가요시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입술을 핥더니 나가요시는 간자들을 위협하듯 바디시를 치켜올렸다.
두께감 있는 바디시의 칼날에, 간자들은 잠깐이지만 움찔했다. 그 잠깐의 틈을 나가요시는 놓치지 않았다.
간자와의 거리를 단번에 좁히더니, 가장 앞에 있던 간자의 머리에 바디시를 후려쳤다. 두개골이 박살나고 뇌장과 뇌수가 함께 비산했다.
흩뿌려진 액체를 피하려고 간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렸다. 빈틈 투성이 상태가 된 간자의 옆구리에, 나가요시의 바디시가 파고들었다.
몸통을 반쯤 절단당한 간자는 낙법 따윈 취하지도 못하고 흙벽에 처박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3대 1이 1대 1이 되자, 남은 간자는 깜짝 놀랐다.

"도망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주마. 그럼, 머리가 박살나는 쪽이 좋으냐? 아니면 몸통이 두 토막 나는 쪽이 좋으냐? 원하는 죽음을 선택하게 해주마"

오만한 대사였으나, 실력 차이를 생각하면 큰소리치는 것도 당연했다. 간자는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나가요시가 살려놓은 상태인 것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목숨은 사라진다. 그걸 이해한 간자는 한 줄기 땀을 흘렸다. 이 자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쓸모없는 짓이었다.
침묵하고 있는 간자에 대해, 나가요시는 아무 말 없이 바디시를 휘둘렀다. 중량감 있는 칼날이 원심력으로 가속했다. 간자의 다리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한쪽 다리는 잘려나가고, 다른 한 쪽 다리는 무릎뼈가 분쇄되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잠시 시간차를 두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간자의 전신을 관통했다. 하지만 절규한 것도 잠깐이고, 나가요시가 바디시에서 모닝스타로 바꿔쥐더니, 풀스윙하여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
오른쪽 어깨 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어깨, 팔꿈치, 배, 턱 등 나가요시는 말없이, 하지만 미소를 띤 채 간자를 구타했다. 찢겨져나간 간자의 육편이 벽이나 땅바닥에 달라붙고, 피와 기름이 땅바닥이나 벽을 물들였다.
이윽고 말못하는 시체로 화한 간자를 내려다보며,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나가요시는 말했다.

"하여간, 쓸데없이 시간을 들이게 하지 말라고. 아―, 좀 개운하네"

간자의 시체를 걷어차버린 후, 나가요시는 물러서 있던 병사들을 불렀다. 처참한 광경을 보고 구토가 치밀어오르는 병사도 있었지만, 토했다간 무슨 말을 들을 지 몰라 억지로 삼켰다.

"어차피 대단한 걸 가지고 있진 않을 거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버려"

신원을 증명할 것은 무엇 하나 없을거라 나가요시는 예상했다. 따라서 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고 처리했다.
간자를 남모르게 처리하고 있는 것은 나가요시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 군의 대장급들도 마찬가지로 간자 사냥을 하고 있었다.
쿄 안에 있는 간자들을 차례차례 처리한다. 그것은 살아 남아있는 간자들에게, 다음은 네 차례다라고 가르쳐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간자들은,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떠나갔다. 남은 것은 오다 가문이 풀어놓은 간자들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녹아든 간자들의 두 종류 뿐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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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6 1571년 4월 상순



시즈코는 손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가 겐로(玄朗) 쪽으로 말머리를 향한 것을 보고 케이지(慶次)나 병사들도 시즈코를 따랐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다급하게"


"아까 전령이 왔습니다. 영주님께서 내일, 저택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땀을 흘리면서 겐로가 시즈코에게 전령의 내용을 전달했다. 이 시기에 노부나가가 호출하다니 희한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또 뭔가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평소와 같은 변덕인가, 판단하기 어려웠으나, 그녀에게는 간다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알겠어요. 내일 아침에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옛!"


기운좋게 대답한 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겐로는 달려서 그 자리를 떠났다. 시즈코는 호위병이나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쇼우(蕭)에게 내일에 대비해 준비하도록 명령했다.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으로 가는 것 자체는 자주 있는 일이기에 각자 탈없이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견학을 겸해 쇼우나 타카토라(高虎)도 동행시키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거관으로 향했다.

아시미츠(足満)만이 없었으나, 시즈코와는 다른 루트에서 노부나가에게 호출된 듯 했다. 즉, 아시미츠만 노부나가는 다른 계통의 인물로 취급하고 있다, 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시미츠 아저씨는 뭘 한 걸까?

요즘 묘하게 위험한 독초를 입수하고 있던데, 그쪽과 관계가 있는걸까)


아시미츠는 몰래 독초를 수집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즈코는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외로부터의 입수 루트를 구축한 것은 시즈코 자신이었기에, 오다 가문의 연줄을 이용하여 해외에서 수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녀가 알게 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아시미츠가 감추고 있다는 것은, ,그걸 모르는 쪽이 좋다는 의미이다. 어설프게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서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상황을 알면서도 아시미츠를 신용하여 일체 캐묻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기로 결정했다.


"영주님, 시즈코 님이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라"


노부나가의 명령과 함께 소성이 조용히 맹장지를 열었다.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시즈코의 눈에 노부나가와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타키카와(滝川), 아케치(明智), 아시미츠(足満) 등 쟁쟁한 면면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수집 담당인 타키카와가 있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고개를 갸웃했으나,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전원 모였군. 그럼, 당장 이야기를 시작하지"


노부나가의 말에 전원이 표정을 조였다. 그가 일부러 소집을 한 인물들이었다. 중대한 대화가 될 것은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현재 상황을 이제와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주변국은 적 투성이, 배신자는 속출, 이라는 참담한 상태다. 이걸 타파하려면 하나씩 적을 없애가는 수밖에 없다"


의리가 두터운 우에스기(上杉)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오다 가문에 적대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타케다(武田)도 명확한 적의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오다 가문의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아사쿠라(朝倉) 가문, 아자이(浅井) 가문, 타케타 가문, 엔랴쿠지(延暦寺), 혼간지(本願寺), 사이카슈(雑賀衆), 나가시마(長島) 등 사방팔방이 적 투성이다. 타케다와 달리, 적극적으로 적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우에스기 가문도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오히려 우에스기 가문 같은 태도가, 섣불리 적대하는 자들보다 질이 나빴다. 아군인 척 하는 적은 대응을 잘못하면 대의명분을 얻을 수 없고, 또 내부에서 상대에게 동정적인 의견이 나오기 쉽다.


"아케치, 너는 변함없이 쿄(京)를 확보해둬라. 쇼군(公方)이 또다시 좋지 않은 일을 꾸미겠지만, 적당히 받아넘겨두도록"


"옛!"


노부나가의 말에 미츠히데(光秀)가 대답했다. 누가 어딜 담당할 것인가, 를 전달하는 자리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자신의 담당이 어디가 될지 조금 궁금해졌다.

이 자리에 불려왔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개인의 재량이 인정받았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소에 따라 좋은 활약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권력은 별로 원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발언력을 획득하려면 권력도 필요해지겠네. 뭔가 공을 세워서 토지의 인프라 정리에 힘을 쏟을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오와리(尾張)-미노(美濃)만이 번영하는 데 그쳐버리니까)


토지의 지배권을 임시로라도 받을 경우, 시즈코가 먼저 하는 것은 인프라 정비이다. 사람과 물건을 움직여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우선 인프라 정비가 만전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인프라 정비가 끝나면 치안유지가 되지만, 그 무렵에는 다른 사람이 토지를 지배하고 있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장기간 특정한 토지에 묶어두지 않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는 존재이며, 토지의 생산력이 안정기에 들어가면 다시 자기 밑으로 돌아오게 해도 문제없다.


"시즈코, 너는 원숭이나 타케나카와 함께 아자이-아사쿠라를 막아라. 단, 아시미츠는 나와 함께 행동해라"


"옛! (아― 역시 아시미츠 아저씨는 다른 담당인가. 아마, 히에이 산(比叡山) 쪽이려나?)"


대답을 하면서 시즈코는 아시미츠가 별도 계통으로 호출된 이유를 이해했다. 하지만, 일부러 아시미츠만을 나누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부나가가 그 정도로 사람을 자기 밑에 두려고 생각할 정도로 얄팍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 네게 할 이야기가 있다. 남도록"


그 후에도 각자 담당이 정해졌다. 하지만 분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나가시마를 공략한 후, 라는 것이었다.

목 앞에 들이밀어진 칼 같은 나가시마를 방치해두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한동한 군사 행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놓아야 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가시마 상대라면, 이런저런 '병시'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나가시마에서 병력의 손해는 줄여두고 싶네. 라이플링 화승총은 아직이고, 그런 데서 폭약을 썼다간 나중에 지배하기가 어려워지지. 으―음, 역시 원거리 계열의 병기려나)


대화로 해결되면 제일 편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취할 방법은 하나, 상대를 대화 자리에 앉히기 위해 전쟁에서 승리한다.

다만, 나가시마를 철저하게 멸망시켜버리는 것으로 다른 잇코잇키(一向一揆)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노부나가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지독한 대응을 했기에 다른 잇코잇키가 숨을 죽였다.

시즈코도 그걸 본받아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자비없는 작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게 다른 잇코잇키를 억눌러서 양쪽 모두가 쓸데없는 피해를 입지 않는 결과가 된다.

어떠한 작전을 펼칠지 생각했으나, 이렇다 할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시즈코는 군을 이끌고 귀로에 올랐다.


노부나가의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으로, 시즈코의 집을 새로 무가 저택(武家屋敷)으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신분과 집의 규모가 맞지 않는 것을 노부나가는 전부터 신경쓰고 있었다.

시즈코는 규모가 큰 집이 필요없었지만,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시즈코가 신분에 맞는 집을 가지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에 맞춰 시즈코가 사는 주변도 다양한 확장을 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뭐든지 다 결정된 사항이라, 시즈코가 의견을 개입시킬 여지는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시즈코에게 맡겨두면 토지를 논밭에 잔뜩 할당하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관계상 어느 정도의 의견은 낼 수 있었으나, 채용될지는 반반이었다.


(머리가 아파…… 그만한 규모가 되면, 둘만으로는 부족해. 처음부터 사람을 늘릴 걸 전제로 계획을 세운 거구나)


무가 저택이 되면, 아야(彩)와 쇼우(蕭) 만으로 집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10명의 고용인이 필요해진다. 집에 들어가는 것도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번거로워진다.

그 대신 비트만들의 침소, 아카가네, 시로가네, 쿠로가네의 오두막, 땅거북들이 겨울을 날 오두막, 셰퍼드들의 침소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부나가의 계획이 완료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격리 시설이나 마찬가지인 장소가 된다. 예를 들면 오다 영토 내에서의 쇄국 지역(鎖国地域), 에도(江戸) 시대에 존재했던 데지마(出島) 같은 것이다.


"……폐탕을 버리는 곳을 해자(堀)처럼 만들어서 약간 따뜻한 탕으로 둘러쌀까. 그거라면 온난한 기후의 동물들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프로이스 님에게 편지를 보내볼까"


시즈코에게 노부나가의 행동은 과잉으로 보였으나,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주위에 간자가 늘었다고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해 시즈코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노부나가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 노부나가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명령인데다 명확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오와리에 도착하자 시즈코는 군을 해산시키고, 각자 귀가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 먹이를 한 손에 들고 시즈코 전용의 연못으로 왔다.

시즈코 전용의 연못에는 홍백(紅白) 또는 홍색(紅一色)의 잉어와 컬러풀한 금붕어(金魚)가 입하되어 있었으나, 마침 바쁜 시기에 입하되었기에 그녀가 잉어와 금붕어를 떠올리는 게 조금 늦어졌다.

다행히 금붕어와 잉어는 잡식성이라 기본적으로 뭐든지 먹는다. 자칫하면 죽은 동료도 먹는다.

잉어는 하루에 몇 번씩 먹이를 줘야 하지만, 금붕어는 하루에 한 번으로 문제없다.


"자~, 먹이다"


먹이를 연못에 던져넣은 순간, 잉어나 금붕어들이 무서운 기세로 먹이에 달려들었다. 5분에서 15분 정도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넣은 후, 시즈코는 잉어나 금붕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질병이나 상처는 없이 건강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잉어나 금붕어의 연못에는, 드물게 위험한 생물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얌마 마루타. 이 물고기는 네 먹이가 아냐"


연못을 들여다보는 마눌고양이인 마루타를 시즈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안아올렸다. 아카가네나 쿠로가네는 새로운 물놀이터를 준비해주자 잉어나 금붕어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지만, 마루타만은 달랐다.


"후냐아아아아아!! 후욱―! 후욱―!"


갑자기 안아올려진 마루타가 위협하는 소리를 냈지만, 다리를 버둥거릴 뿐 박력은 전무했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시즈코는 마루타를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타마와 카이저가 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부근에 묘하게 큰 고양이, 가 아니라 환상의 동물이라고 하는 설표 두 마리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흑백의 반점 모양은 환상적이었지만, 지금은 흙으로 지저분해져 이래저래 모양새가 안 났다.


"윳키―, 시로초코―, 이런 데서 자면 지저분해진다"


설표로 판명된 후 수컷의 이름이 윳키, 암컷의 이름을 시로초코라고 지었다. 두 마리에게 말을 걸었지만, 자는 쪽이 우선인지 꼬리를 흔들 뿐 두 마리 모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한편, 카이저와 타마는 시즈코의 모습을 확인하자, 노는 것을 멈추고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후갸악!"


먼저 카이저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하고, 이어서 도착한 타마가 처음에 카이저의 등에 올라가고, 다음에 옆구리에 끼워져 있는 마루타의 등을 밟고 시즈코의 어깨로 뛰어올랐다.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등에 충격을 받았기에 마루타는 놀라서 주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마루타의 등을 발디딤대로 삼은 타마는 시즈코의 어깨 위에서 데굴거리며 아양을 부리고 있었다.

카이저도 마루타의 놀람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시즈코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결국, 주위를 둘러봐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는지, 마루타는 다리를 늘어뜨리고 다시 자기 시작했다.


"옳―지옳지, 추우니까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애교를 부리는 두 마리의 턱을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어깨에 타마를 태우고, 왼쪽에 마루타를 끼우고, 오른쪽에 카이저를 데리고, 조금 뒤쪽에 어느 새 일어난 윳키와 시로초코를 데리고 현관을 열었다.

아야나 쇼우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두 명의 마중은 없었다. 조금 쓸쓸하게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집에 들어가자 일직선으로 자기 방으로 향했다.

맹장지를 열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부근에서 뒤엉켜 자고 있는 비트만 패밀리였다.


"……내 방은 너희들 침실이 아니거든. 아니, 확실히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는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나"


마루타와 타마를 바닥에 내려놓고, 시즈코는 비치 체어에 누웠다. 원래는 해변이나 풀 사이드에 놓이는 비치 체어지만, 모처럼 넓은 방에 있으니까라면서 실내용으로 개조했다.

다만 실내용 비치 체어는 키소 노송나무(木曽檜)와 먹감나무(黒柿)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쓸데없이 고급품이었다. 쿠션도 비단과 목면과 삼베를 듬뿍 썼기에, 안락함은 최고였다.

그 밖에도 실내용의 해먹 등, 쾌적하게 뒹굴거리는 데 관해서는 충실하게 갖춰진 방이었다.


"……타마와 하나는 고양이집(猫ちぐら)을 쓰는데, 너는 어째서 내 배 위에 올라오는 걸까"


자신의 배 위에 올라와 있는 마루타를 쿡쿡 찌르면서 시즈코는 그렇게 불평했다. 마루타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거기가 자신의 자리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둥글게 몸을 말고 있었다.

마루타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비트만들이, 방해된다고 말하듯 마루타를 쿡쿡 찔렀지만, 당사자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고 있었다.


"괜찮겠지"


그 말만 중얼거리고, 시즈코는 옅에 있던 아델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즉시 나도, 라는 태도로 비트만들이 모여든 것은 애교였다.




4월에 들어서자 시즈코는 군을 이끌고 쿄로 향했다. 진군 목적이 아니라 정기적인 순회가 목적이었다.

노부나가에게 쿄를 잃는 것은 사활문제이다. 정기적으로 오와리, 미노에서 쿄, 쿄에서 오와리, 미노를 순회시켜 이상이 없는지 눈을 빛내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세 무장과 병사 500의 군을 구성했다. 타카토라는 시기상조, 아야와 쇼우는 남겨두고, 비트만들은 군사행동도 아니고 단순한 순찰이었기에 남겨두게 되었다.

아시미츠눈 정체 문제로 쿄에 갈 수 없지만, 시즈코가 그의 뒷사정을 알 수 있을 리도 없어, 긴급시의 대응 멤버로서 오와리에 남겨 놓았다.


쿄의 순회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이었기에, 통상의 군사행동과 다름없는 장비로 수행한다.

영락전문기(永楽銭紋旗)를 사용하고, 말단 병사까지 무구를 장비시켰다. 얼핏 보면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이채(異彩)를 발하는 존재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시즈코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다. 정확히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이 손에 들고있는 무기였다.


시즈코가 들고 있는 무기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푸른 칼날과 자루 끝부분에 붉은 천이 감겨있는 것이 특징인 쿠제(kuse)라 불리는 의례용(儀礼用) 글레이브다.

케이지는 할버드(halberd), 나가요시는 바디시(bardiche)였다. 하지만 할버드와 바디시에는 일본도나 창의 제조기술이 응용되어 있었다.

케이지는 처음에 여러가지 무기를 다뤘지만, 최종적으로 할버드의 화려함에 반했다. 독자적인 개조를 하여, 다목적인 할버드가 더욱 다목적화되어, 문자 그대로 케이지 전용의 무기가 되었다.

나가요시의 바디시는 두꺼워서 중량감이 있다. 문자 그대로 '투구째 뭉개버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무기였다.

흉악한 외관 떄문에 독특한 위압감이 있는 바디시는, 보는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


사이조만 보통의 대신창(大身槍)이었지만, 창신의 재료가 다마스커스 강이라는 특수한 강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19세기에 맥이 끊긴 다마스커스 강의 제조기술이었으나, 전국시대에는 많이 남아 있었다. 이미 많은 잉곳을 입수한 시즈코는, 다마스커스 강으로 창을 만들 것을 도공들에게 의뢰했다.

처음 보는 다마스커스 강에 도공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마스커스 강으로 만들어진 나이프를 보고 반하여, 몇 번인가 실패한 끝에 시즈코가 바라는 창신이 완성되었다.

나뭇결 무늬의 문양이 있는 대창신을 본 사이조는, 처음 본 순간 반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대창신을 손에 들고, 평소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억지스러울 정도로 대창신을 가지고 싶다고 부탁했다.

항상 침착냉정한 사이조가 보인 미친듯한 정열을 보고 시즈코는 이의 따위 있을 리도 없어 그에게 대창신을 주었다.


3인 3색, 각자 반한 무기를 손에 넣었으면 할 일은 하나다. 새로운 무기였지만 손에 잘 맞는 무기를 들고 그들은 잇코슈(一向衆)가 일으키는 소규모 분쟁에, 때로는 용병처럼 참가(陣借り)하면서까지 전쟁터에서 날뛰었다.

그렇기에, 바디시로 인간을 두토막낸 나가요시는 '귀참무사(鬼斬武者)', 전쟁터에서도 괴짜 행동을 하는(傾く) 케이지는 '오다 가문 제일의 카부키모노(傾奇者)', 가지고 갈 수 없는 수급에 대나무 잎(笹)을 물려놓은 사이조는 '대나무잎의 사이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만, 무기를 시험하는 데 너무 집중했기에, 종종 보수를 받는 것을 잊어 지갑 사정이 허전해져, 최종적으로 세 사람은 시즈코에게 돈을 빌렸다.


쿄에 도착한 후, 시즈코는 군에 배정된 저택으로 들어갔다. 무장 해제 후, 계획대로 돈을 200명에게 주고 휴식, 100명에게 저택의 경비, 남은 200병에게는 대기를 명했다.

약간이지만 돈을 쓰게 하는 것이나, 현지에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으로 쿄의 경제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물론, 노부나가가 정한 법을 어기는 것, 도박이나 여자를 사는 것, 뇌물로 쓰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금제를 깨는 자에게는 엄격한 처벌이 내려졌다. 내용이 악질적인 경우 목이 잘려 효수되는 경우도 있다.

상락(上洛) 때도 노부나가는 여자의 얼굴을 엿본 죄, 일전(一銭)을 훔친 죄로 잡병 두 명을 베어버렸다. 소위 말하는 '노부나가의 일전 참살(信長の一銭切り)'은, 오다 군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다는 것의 선전으로서 사용되었다.

엄격한 규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여자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폭행한 자, 식당에서 밥값을 떼어먹은 자, 금제를 깬 자들은 지위에 관계없이 참수되어 효수되었다.


"하지만, 나는 일이 있어서 움직일 수 없어요. 윗사람이 일을 하고 있으면 아랫사람들이 속편하게 놀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두 사람은 평소대로 놀아줘요"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기운차게 대답했다. 군의 규율이 높아도, 그것만으로는 숨이 막힌다.

긴장을 푼다는 의미에서도, 병사들에게는 충분히 놀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가 일을 하고 있으면, 병사들은 신경쓰여서 만족스럽게 놀 수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케이지나 나가요시를 요란하게 놀게 하여 그들의 죄책감을 없앴다. 참고로, 사이조가 참가하지 않는 것은 그 자신의 성격에 의한 부분이 컸다.

돈을 받아든 두 명은 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두 사람의 태세변환에 사이조는 어이가 없어져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어요. 누구나 답답한 매일을 보내고 싶진 않으니까"


"소생은 시즈코 님의 호위대 임무를 맡은 이래, 오늘까지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부터도 변하지 않습니다"


"후훗, 고마워요. 쿄에서는 기대할게요"


"옛!"


사이조의 대답에 만족한 시즈코는 책상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에치고(越後)의 카스가 산성(春日山城)에 있는 켄신(謙信)은, 요즘 오다 영토, 특히 시즈코의 정보 수집에 열심이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오다 가문 가신들도 만만찮은 자들 투성이였다. 그 안에서 중진(重鎮)으로 올라가려면, 고노에(近衛) 가문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무리가 있다.

뭔가의 능력이 있고, 그것이 주위도 납득할 재능이라고 켄신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흠……병원에 방적공장(紡績工場)이라고? 몇 가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구나"


노키자루(軒猿)로부터의 조사 보고를 카게츠나(景綱)에게서 들은 켄신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키자루 자신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노에 시즈코가 나타난 후, 오다 가문의 자금 사정은 압도적으로 윤택해졌습니다. 또, 백성들에게는 굶주림에 괴로워하지 않고, 난세를 느낄 수 없는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하는지 실로 기이합니다"


괴상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카게츠나가 대답했다. 그 자신도, 노키자루의 보고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노키자루의 보고가 올바르지 않다면, 오다 가문이 유복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


"설명은 된다. 요는 건물과 마찬가지다. 백성이라는 토대가 굳건하다면, 다소의 일도 견뎌낼 수 있다. 지금의 난세는 무가(武家), 공가(公家), 불가(仏家, 승려가 있는 절) 모두가 백성들에게서 모든 걸 빼앗는다. 전쟁이 일어나면 뭐든지 약탈하고, 그런 끝에 인신매매를 하지. 그것은 나도 다를 바 없다……어디나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에는 굶주린 백성들로 넘쳐나게 되어 버립니다"


"그렇다. 바로 거기에 그녀의 강점이 있는 것이다"


켄신이 하고 싶은 말이 이해되지 않아 카게츠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느 나라건 굶주리는 자들이 많다. 그건 우리 나라도 다름없지. 하지만, 거기에 굶주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하고, 백성들에 먹거리를, 입을 옷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을 줄 수 있는 자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억압받던 백성들은, 그 자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가 된다. 그 차이는 우사 산성(宇佐山城)과 노다(野田), 후쿠시마(福島)에서 여실히 드러났지"


"확실히, 그렇군요. 혼간지와 오다 군의 전쟁은, 오다 군이 방어 일변도였습니다. 하지만, 우사 산성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지켜냈지요. 잡병들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카게츠나의 말에 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의 대부분은 먹거리 확보를 위한 약탈전이다. 또는, 먹거리를 줄이기 위한 전투이다. 자기 나라만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고, 아무도 다른 나라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누구나 자기 나라만으로 벅차서, 다른 나라를 고려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시즈코 님은 알고 있었다. 우사 산성이 뚫리면, 오다 가문이 멸망한다는 것을. 그것은 쇼군(公方様)과 오다 가문 아래에서 안정을 되찾은 치세(治世)가 또다시 난세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난세로 되돌아가면, 또 백성들은 약탈당핮다. 그 의식이 시즈코 님과 그녀를 따르는 백성들에게 있었기에,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아사쿠라-아자이 연합군으로부터 우사 산성을 지켜냈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오다 군의 피해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제 4차 카와나카지마(川中島) 전투를 뛰어넘는 사망자를 낸 우사 산성 전투에 대해 알게 된 주변국들은, 오다 군의 처절함에 공포를 느꼈다.

그만한 사망자를 낸 것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만한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오다 군은 최후까지 싸웠다는 것에 대해서이다.


"역시, 시즈코 님 쪽에 도리(義)가 있다. 혼간지 측의 요청은 무시하라. 구태의연하게 백성들을 착취해온 자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자들, 과연 어느 쪽이 더 하늘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보고 싶노라"


"옛! 하지만, 오다가 우리 나라를 노렸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게츠나의 걱정은 당연했다. 지금은 오다와 우에스기는 동맹 관계이지만, 언젠가 오다는 우에스기의 영토로 침공해 올 것이다. 그 때, 켄신은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전투에서 후회없는 결판을 짓는 것이지. 내가 패하면, 새로운 세상이 하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반대로 내가 이긴다면, 하늘은 내게 무언가를 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니라"


"……영주님(御実城様)"


"그러기 위해서도 시즈코 군을 철저히 조사하라. 우리 군과 오다 군이 전투를 벌였을 때, 반드시 그 자들이 핵심이 된다. 내 예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느니라"


"알겠습니다. 노키자루들에게 자세히 조사하도록 명령해두겠습니다"


켄신은 카게츠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만약, 내가 오다와 전투를 벌일 때 그녀가 변치 않은 상태라면, 아마도 하늘은 그녀를 사랑하겠지. 하지만, 그걸로 좋다.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초석이 될 각오는 되어 있다)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했다. 매번 있는 일이지만 노부나가의 즉흥적인, 뒤통수를 치는 듯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에 두통이 느껴졌다.


"모의전(試し合戦)에 참가하라니…… 사전에 좀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설령 쿄로 출발하기 전에 들었다고 해도, 과연 참가를 수락했을지는 그 자신도 의문이었다. 전투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시즈코도 손을 쓰지만, 그 이외에는 가능한 한 눈에 띄는 행위는 삼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다 가문의 위신에 관계되니, 할 수 밖에 없으려나"


내키지는 않지만, 이 시기에 모의전을 하는 이유는 이해했다. 노부나가로서는 오다 군은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을 주위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작년에 그만큼 연이어 대패했던 오다 군은, 주변국들에게 약간 얕보이게 되었다. 따라서, 오다 군의 강함을 주위에 과시하자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시즈코의 대답 따윈 하나마나인 듯,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었다. 오다 군으로부터는 아케치 군, 시바타 군, 그리고 시즈코 군이 나가게 되었다.

키나이(畿内)에서도, 노부나가가 상위자에게 지급할 상금을 목적으로 몇 개의 군이 참가했다. 그리고 시즈코가 쿄에 도착한 지 4일 후,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와 조정의 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모의전이 시작되었다.


"아―응,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모의전이니까, 평소의 전투랑은 좀 성격이 달라요"


누가 봐도 기력이나 박력이 전부한 시즈코가, 느긋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병사의 숫자는 규칙에 따라 100명으로 정해졌다.

시즈코는 궁기병대에서 5명, 나머지 보병 95명으로 구성했다. 개중, 시즈코 부대에서 35명,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로부터 각각 20명의 정예병으로 구성되었다.

병사 100명과 5명의 무장, 합계 105명의 군으로 모의전이 치러진다. 시즈코는 무장의 숫자가 3명밖에 없었으나, 5명을 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규칙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시즛치―. 좀 기백을 보여줘~"


케이지가 놀리자 주위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즈코는 얼굴 전체를 덮는 가면(総面을 쓰고 있었기에 외견은 무시무시했지만, 목소리가 느긋했기에 군 전체의 분위기는 느슨했다.


"핫핫핫, 그건 무리한 주문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뭐 진지하게 얘기해볼까요. 첫 전투의 상대는 셋츠(摂津) 반국(半国) 슈고(守護) 와다(和田) 님. 막부의 신하인만큼 방심은 금물이에요"


"나는 기합이 충분히 들어갔어. 선봉은 내게 맡겨줘!"


기합이 충분히 들어간 나가요시가 외쳤다. 하지만, 그가 외치지 않더라도 나가요시가 선봉에 설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의 다음 말에 모두가 놀랐다.


"아, 카츠조(勝蔵) 군은 방어 담당이야"


"어 야! 잠깐 기다려!"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들어. 알겠어? 이번에는 오다 군의 위신을 보여주는 거야. 카츠조 군이 선봉에 서서 그대로 상대를 쓰러뜨려도 의미는 없어. 이럴 때는, 예상외의 인물이 예상외의 위치에 배치되어야 오다 군의 강함을 보여줄 수 있는거야"


항의를 한 나가요시였으나, 시즈코의 설명에 말을 삼켰다. 시즈코의 말은 옳았다. 설령 나가요시가 막부군을 휩쓸어도, 호용무쌍(剛勇無双)의 젊은 무사인 그라면 당연하다고 주위는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가요시가 방어를 담당하고, 다른 인물이 혈로를 개척한다면, 주위는 놀라며 오다 군의 인재층이 두터운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돌격은 사이조 씨한테 부탁해요. 케이지 씨는 유격대, 돌격 신호는 내가 내겠지만, 그 이후에는 전장 상황을 보면서 독자적으로 움직여줘요"


"옛! 알겠습니다"


"휘익―, 맘대로 하라니 시즛치는 대담하네"


"크윽…… 나도 돌격하고 싶었어"


차분한 태도의 사이조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떠올린 케이지, 약간 낙심하고 있는 나가요시 등 3인 3색의 태도였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괜찮아, 상대에 따라서는 다음 돌격은 카츠조 군일지도 몰라"


"진짜냐! 좋아, 약속이다! 다음은 내가 돌격할 거라고!!"


"아니, 그러니까 상대에 따라서라고…… 뭐 괜찮으려나. 다음 군은 부상자가 많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사전에 전달해 둘까"


사람 참 간사하게도 다음에 돌격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가요시는 쌍수를 들고 기뻐했다. 다음 모의전에서는 사망자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시즈코 님, 정말로 소생이 돌격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곤혹스러운 모습의 사이조가 시즈코에게 말했다. 곤혹이라기보다는 뭔가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무엇이 그를 망설이게 하고 있는지 이해한 시즈코는, 사람 좋은 웃음을 떠올리면서 말을 꺼냈다.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저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까,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해방시켜 주세요"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정해진 위치로 말을 걷게 했다. 일순간 놀란 표정을 지은 사이조였지만, 다음 순간, 평소에 떠올리는 일이 없던 대담한 웃음을 떠올리더니 시즈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때, 사이조의 표정은 침착한 자의 표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난폭자(荒くれ者)라고 부를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투 개시!"


와다 군과 시즈코 군이 소정의 위치에 자리잡은 후, 조금 지나가 신호역의 병사가 개시 신호를 외쳤다.

개시의 신호가 들린 순간, 사이조와 20명의 병사들은 돌격을 개시했다. 방어전에서 뛰어난 실적을 가지고 있는 사이조가 창을 들고 돌격하는 모습에 주위는 놀라움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곧 경악으로 변모했다.


"걸리적거린다!!"


창 부대와 격돌하기 직전, 사이조들은 말에서 내려서 창 부대에 돌격했다. 창 부대가 가진 봉은 장창(약 5미터). 그에 반해 사이조 부대가 가진 창은 수창(手槍, 약 2.7미터)로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주위는 사이조가 창의 밥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을 뒤엎고 사이조 부대는 창 부대의 창을 피하고 품으로 파고들더니 수창을 상대의 배에 힘껏 후려쳤다.


몇 명의 병사가 나가떨어졌다. 개중에는 1미터 이상 날아간 사람도 있었다.

사이조와 그의 병사들의 돌격에, 와다 군의 병사들은 걸레짝처럼 나가떨어져,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병사들이 전투불능이 되었다.


"내가 악마(鬼)조차 잡아먹는 나찰(羅刹)이라 불린 카니 사이조(可児才蔵)다! 몸 다치는 게 무섭지 않다면 내 길을 막아보아라!"


전장 한복판에서 사이조가 포효했다. 그 목소리는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요시아키나 조정의 사자, 노부나가나 키나이의 영주들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순식간에 와다 군은 공포에 질려, 무기를 내던지는 자,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실금(失禁)하는 자도 있었다.

그들을 후려갈겨 창 부대를 괴멸시킨 후, 사이조는 그 기세 그대로 와다 군의 본대로 돌격을 개시했다.


"어떻게 된 거냐! 키나이의 장수는 겨우 이 정도냐!!"


시즈코의 밑으로 온 이후의 사이조는, 사려깊고 항상 침착한 분위기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원래는 미노에서 제일 호용무쌍한 젊은 무사였으며, 난폭하고 조야한 무장이었다.

처음에는 주위의 설득으로 내키지 않지만 조용한 태도를 취했던 그였으나, 어느 새 지금의 스타일이 정착되어 버렸다.

본인도 과거를 되돌아볼 때, '어째서 소생은 그렇게 난동을 부렸던 것일까'라고 의문을 입에 올릴 정도였다. 그 때문에, 사이조는 주위에서 침착냉정한 무장으로 생각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잠자는 짐승은 항상 밖으로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짐승을 밖으로 내어 시즈코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이라고 생각하자 사이조는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그게 지금, 시즈코로부터 '아무 문제 없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 사이조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짐승을 밖으로 해방시켰다.


짐승의 포효를 지르며 병사들을 휩쓸어버리는 사이조의 모습을 보고 와다 군의 마음은 완전히 꺾였다.


"슬슬…… 때가 되었으려나. 케이지 부대, 돌격. 도중에 내가 장난을 치겠지만 신경쓰지 말아요"


"핫하―, 그거 기대되는데. 그럼 다녀오겠어!"


말하자마자 케이지 부대는 말을 달리게 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 케이지 부대는 외곽을 따라 이동했다.


"뭐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일은 해야지"


가볍게 어깨를 돌린 후, 시즈코는 우는살(鏑矢)을 시위에 걸었다.


"……3, 2, 1, 발사"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우는살은 케이지 부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와다 군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무의식중에 반응해버렸다. 시간적으로는 잠깐이지만, 그것이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으악! 측면에서 적이!? 크아악!"


정면에서 사이조 부대, 그리고 측면에서 케이지 부대의 공격을 받고, 와다 군의 본대는 괴멸했다. 남은 자들이 자포자기하여 시즈코 부대 쪽으로 향했지만, 나가요시 앞에 전원 손도 못 쓰고 쓰러졌다.


"대장기, 잡았다!!"


모의전은 죽고 죽이는 전투가 아니다. 따라서, 병사들에게는 목숨 대신의 표시용 천을, 총대장에게는 대장기를 주고 싸우게 했다.

병사들은 상대방에게 표시용 천을 빼앗기면 전사로 취급되고, 거기서 전장으로부터 퇴장하게 된다. 그리고 무장이 가진 대장기를 상대에게 빼앗기면, 그 시점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규칙이다.

흥분해서 지나치게 치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표시용 천은 뒤통수에 매달기 때문에, 등 뒤에서 몰래 다가온 자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승자, 오다 군!"


사회진행자가 높은 나무 대(櫓)에서 시즈코 군의 승리를 외쳤다. 선언을 해도 치고받는 자들이 몇 명인가 있었지만, 주위가 뜯어냈다.

그러나, 호용무쌍한 사이조는 가까이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케이지도 사이조 상대라면 적당히 상대할 수 없어서 양쪽 모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어떡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거기까지에요"


어느 새 와다 군의 코앞까지 이동한 시즈코가, 아직도 수창을 휘두르는 사이조에게 말을 걸었다.

패기는 없고, 박력도 전무한 거나 다름없는 목소리였으나, 지금까지 야생마처럼 날뛰던 사이조가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사이조는 수창을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시즈코 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흥분하여, 냉정함을 잃었습니다"


"내재된 짐승을 해방하라, 고 말한 건 저…… 소생입니다.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 어렵다고 한다면, 다음 모의전에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 주세요"


"관대하신 배려, 감사드립니다"


시즈코의 말에 사이조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만큼 미쳐날뛰고 있던 사이조를 단 한 마디로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것에 와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영주들도 말을 잃었다. 유일하게 이유를 알고 있는 노부나가만이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철수한다!"


"옛!"


시즈코의 호령에 따라 병사들이 정렬하고,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대열을 맞추어 행진했다. 기계같이 정확한 움직임은 아름다워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새는 떠나는 자리를 어지럽히지 않는다(立つ鳥跡を濁さず)는 말처럼, 시즈코 군의 깨끗한 철수는 주변국에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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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5 1571년 3월 상순



따뜻한 공기가 흐르기 때문에 몸을 녹이러 동물들이 모여드는 것은 시즈코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케이지(慶次)가 먼저 방에 죽치고, 이어서 나가요시(長可)가 죽치고, 다음으로 사이조(才蔵), 키묘마루(奇妙丸)와 할아범 등, 순식간에 남자들은 방 안에 집결했다.

지금은 케이지가 뭔가의 번역을 하고, 사이조와 할아범이 장기를 두고, 키묘마루가 낮잠을 자고, 나가요시가 밖에서 스트레칭이나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등, 각자 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추우니까 어쩔 수 없지"


엎드려 누워 있는 키묘마루가 시즈코의 말에 반응했다.

표정을 조이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 키묘마루였으나, 등에 터키시 앙골라라 올라타있는 탓에 한없이 폼이 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 비니루…… 라는 건 어떤 물건이냐? 비도 바람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햇빛은 막지 않는다는 신기한 구조를 하고 있구나"


"습관상 비닐하우스라고 말해버렸지만, 정확히는 비닐은 아니야.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온실로 되돌아갔다. 잠시 후 온실에서 나온 그녀는, 호박색(琥珀色)의 사각진 덩어리를 키묘마루 앞에 놓았다.


"이게 소재야"


"뭐냐 이건. 전혀 닮지도 않은 묘한 물건을 내놓고, 나를 놀리는 거냐"


"그게 아니야. 이걸 가열해서 잡아늘리면 밖에 있는 것처럼 투명하고 얇은 막 형태가 되는거야"


비닐이란 비닐기(基)를 갖는 화학물질의 총칭이지만, 시즈코가 꺼낸 그것은 소위 말하는 아메서브(飴サブ, ※역주: 한글 명칭을 검색할 수 없었음. 서브는 'substitute(대용품)'의 약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유채 기름(菜種油)에 염화황(塩化硫黄)을 첨가하여 제조할 수 있는 팩티스(factice)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비닐하우스 등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PVC)과는 달리 고무에 가까운 성질을 갖는 물건이지만 가격이 싸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비닐만큼의 중량대비 인장강도(引張強度)를 갖지 못하는 결점은 있으나, 시트 형태로 만들어 하우스의 피복으로 쓰는 데는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유리를 사용한 온실로 하지 않은 이유는, 태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유리 하우스 건축이 불가능한 점, 판유리를 한 장 제조하는 시간과 코스트를 무시할 수 없는 점 때문이다.

유리의 주성분은 규소(silicon), 즉 광물이라서 보기보다 훨씬 중량이 나간다.

이 때문에 목재나 대나무 지주(支柱)로는 중량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다. 또 파손되었을 때의 교체도 위험한 점이 많아 후보에는 올라갔지만 채용되지는 못했다.


역사를 뒤흔들 기술 발전이 아주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옆에서는, 나가요시가 장난감(猫じゃらし)으로 새끼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나가요시의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2개월 이상 지났기에, 새끼 고양이들은 자립할 준비에 들어간 것이리라.

형제들과 놀거나, 나가요시의 장난감에 정신이 팔리거나 했으며, 어미 고양이인 하나 곁에 있는 새끼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잘됐네―, 놀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면서 놀이에 질린 새끼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자, 이번에는 새끼 고양이들과 놀고 있던 나가요시가 반응했다.


"나, 나는 그저 고양이의 반응에서 전쟁터 감각을 기르고 있는 것 뿐이야. 차, 차차차착각하지 말라고! 사나이가 되서 고양이 따위에 회유될―"


"네네, 그러네―. 카츠조(勝蔵) 형아는, 틈만 나면 아침부터 밤까지 놀아주지―"


"들으라고 임마!"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반론하는 나가요시의 말을 시즈코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다. 다시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새끼 고양이들이 놀아달라고 울기 시작한 것을 듣고 급히 장난감을 새끼 고양이 앞에 흔들었다.


"귀여워하는 건 좋지만 말야. 터키시 앙골라는 단독으로 키워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나면 네 마리 모두 거세해서 양도하게 되는데……?"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 나가요시는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으로 불타버렸다. 생후 1개월 쯤에서 이야기했을텐데,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의 태도를 볼 때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노부나가가 양도할 상대를 결정해놓았기에, 이미 나가요시가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

지금까지 귀여워한 것을 생각하면 나가요시가 약간 가엾게도 생각되었으나, 이것 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시즈코는 방으로 돌아가 서류를 정리했다.


이런저런 서류들이 있지만, 시기적으로 터키시 앙골라들의 거세수슬에 관한 내용이 많다.

터키시 앙골라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쓸데없는 번식을 막는 것이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양이는 1년에 세 번의 출산이 가능하며, 1회의 출산에서 4마리에서 6마리를 낳는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1년에 최저 12마리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의 발정기는 생후 6개월 정도쯤에 오기 때문에, 만약 4년을 살았다고 하면 한 쌍당 50마리를 낳을 수 있다.

물론,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는 태반의 새끼 고양이들이 병사나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번식능력이나 발정기의 시기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품종이던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고양이를 사육할 수 있는 재력 따위, 지금의 일본에서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육의 한계를 넘으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잘해봐야 버려지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먹이가 되어 버린다.

태어나서 바로 버려지는 것과 생식 능력을 빼앗는 것 중 어느 쪽이 좋은지 찬반양론은 있으나, 시즈코로서는 일본 고양이의 혼혈화와, 모르는 사이에 번식하는 것을 막는 것을 생각하여 거세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한 마디로 거세라고 해도 그걸 할 기술이 없다. 또 마취 같은 의료도구도 없다.

다행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전국시대에는 고양이를 먹는 풍습이 있어, 몇 번이나 해체해본 사람들은 꽤 있엇다.

동물학적으로 고양이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거세수술에 관해서는 문제없었다.


역시 문제가 된 것은 마취였다. 전국시대에 준비할 수 있는 마취는 다이에틸에테르(diethyl ether)밖에 없는데, 이 다이에틸 에테르를 정제하는데도 에탄올(ethanol)에 황산(硫酸, sulfuric acid)을 섞어 가열할 필요가 있다.

에탄올을 입수하는 것은 쉽지만, 문제가 된 화학약품은 황산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가열한 유황과 질산칼륨(potassium nitride, 초석(硝石, saltpeter))으로 황산은 정제할 수 있다.

황산이 있으면 질산(硝酸, nitric acid), 염산(塩酸, hydrochloric acid)을 정제할 수 있는데, 현재 공업 생산은 불가능하고 소량밖에 생산할 수 없다.


어쨌든 다이에틸에테르를 소량이나마 생산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이 정제기술, 조금 응용하면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제조에 쓸 수 있는 점과, 이 화학약품들이 하나같이 현대에서 말하는 극물(劇物)로 지정되는 것들이기에 엄중한 관리가 필요했다.

따라서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다 영토 내에 겨우 두 사람밖에 없었다.


"성적은 좋은데, 그 두 사람 굉장히 사이가 나쁘지"


둘 다 이미 수백 마리의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했다. 물론, 실패해서 고양이가 죽은 적도 있다.

현대에서도 거세수술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보다 환경이 나쁜 전국시대에서 8할 가까운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으니 좋은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기, 어느 쪽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옆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고 있는 하나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즈코는 최근 두 사람이 했던 피임 수술의 결과 보고서를 읽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고양이 바보네, 이 두 사람"


시즈코가 고민하는 이유, 그것은 두 사람 모두 엄청나게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중증 애묘가(愛猫家)인 점과, 자신의 부인과 어머니에게 꼼짝 못하는 점이 똑같았다.

동족혐오 때문인지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치면 다툼을 일으키고, 둘 다 나란히 집에서 쫓겨나서 근처 이웃들에게 중재를 부탁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실력좋은 고양이 의사 두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바보 두 사람'으로 이웃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물론 이웃 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존경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추운 날에 덜덜 떨면서 중재를 졸라대는 모습 쪽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 영 훌륭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흑인장(黒印状)을 낼 수밖에 없겠네. 후아――, 오늘은 햇빛도 따뜻하고, 이대로 사치스럽게 낮잠이나 자볼까"


방에 들어오는 햇빛이 겨울 치고는 따뜻하여, 시즈코는 가벼운 졸음기를 느꼈다. 목면 모포의 따뜻함도 겹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시즈코는 주위를 재빠르게 정리하고 가까운 바닥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아아…… 봄의 이불도 저항하기 어렵지만…… 겨울의 낮잠도…… 나쁘지 않네)


다가오는 부드러운 졸음기에 몸을 맡긴 시즈코는, 그대로 의식의 끈을 놓았다.




1월이 되자마자 노부나가는 요코야마 성(横山城)에 있는 히데요시(秀吉)에게 쿄(京)와 호쿠리쿠(北陸)를 잇는 일체의 교통 차단을 명하고, 와사 산성(和佐山城)에 니와(丹羽)를 넣어 기후(岐阜)와 남 오우미(南近江)의 교통을 확보하는 등, 신년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 무장들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다양한 임무에 당하고 있었지만, 시즈코 군 만큼은 평화 그 자체였다.


2월 하순, 유럽에서 홉(hop)이 도착하자, 시즈코는 즉시 재배에 착수했다.

사전에 일조(日照) 조건이 좋은 땅에 마그네시아 석회(苦土石灰)를 섞어서 물빠짐이 좋은 석회질의 용토(用土)로 만든 땅에 심은 후, 줄기를 얽히게 하기 위한 지주(支柱)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수동 가압식 펌프로 목초액(木酢液)을 살포하면 대충 작업이 끝난다.

내한성(耐寒性)이 강한 홉은 일본의 겨울도 견딜 수 있기에, 어려움없이 옥외(屋外) 재배를 할 수 있다. 이후에는 4년 후에 홉을 수확하면 맥주의 원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손에 들어온다.

맥주 효모균(酵母菌)도 있으면 좋겠지만, 홉이 없으면 효모균만 가지고 있어도 쓸 데가 없다.


비트만들과 사슴 사냥을 하거나, 시로가네로 매사냥을 하거나 하면서 시즈코 군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이라는 것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으로, 평온한 시즈코에게 소동이 일어났다.


"……저기,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자기 귀를 의심한 시즈코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마주보고 있는 마츠(まつ)에게 질문했다. 그에 대해 그녀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시즈코의 부탁에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질문에 대답했다.


"내 아이를 시즈코의 시녀로 삼는다, 는 오다 님의 하명이시니 포기하거라"


말의 내용과 반대로 마츠는 대단히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츠의 차녀, 쇼우(蕭) 공주(姫, ※역주: 한국어에서의 '공주(princess)'와는 조금 의미가 다른, '명문가의 아가씨'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지만, 딱히 적당한 말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공주로 직역하겠슴)를 시녀로 삼는다, 는 터무니없는 주인장(朱印状)에 시즈코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주인장은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시즈코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뭐냐, 챠챠(茶々) 님도 시녀? 아자이(浅井) 가문을 섬기던 토우도 요키치(藤堂与吉)를 내린다?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를 공격할 때, 병력을 6천 내일테니 별동대로서 충분히 활약해라? 뭔가 이것저것 한꺼번에 와서 머리가 아프네"


"호호홋, 오다 님은 시즈코에게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 못난 여식이 무례를 저지르면 충분히 벌을 주도록 하거라"


"네에, 저기, 말이죠…… 시녀를 주셔도, 그…… 어떻게 해야?"


"시즈코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느니라. 애초에, 챠챠 님을 시녀로 삼은 건 노히메(濃姫) 님께 뭔가 생각이 있으신 거라 생각되느니라. 나 같은 범인(凡人)으로는 노히메 님의 생각 같은 건 헤아릴 수 없지만 말이다"


마츠의 말을 듣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노히메의 생각을 추측했다.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와 마츠의 딸인 쇼우는, 나카가와 미츠시게(中川光重)의 정실(正室)이다. 언제 결혼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노부나가와 노부타다(信忠)가 혼노지(本能寺) 사변으로 횡사(横死)한 후, 쇼우를 며느리로 맞았던 인연으로 토시이에를 섬겼던 점을 볼 때, 적어도 1582년까지 혼인한 것은 확실하다.

쇼우가 태어난 해인 1563년으로부터 생각해보면, 슬슬 혼인하여 출가할 연령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급거, 시녀로서 채용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자이 가문을 섬기던 토우도 요키치는 토우도 타카토라(藤堂高虎)네. 사이조 씨랑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주군을 바꿨지만, 어째서인지 이 사람은 변절자 소리를 들었지)


타카토라는 몇 명이나 주군을 바꾼 변절자, 또는 주구(走狗)라는 평가를 들으며, 소설 등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주군을 몇 번이나 전전한 카니 사이조(可児才蔵)는, 유교(儒教)의 가르침이 무사들에게 침투한 에도(江戸) 시대에도 인기가 높았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막부(幕府) 말기(末期)의 막부군(幕府軍)과 관군(官軍)의 싸움 속에서, 토우도(藤堂) 씨가 이끄는 츠 번(津藩)이 취한 행동에 원인의 일단이 있다고 전해진다.

츠 번은 당초, 히코네 번(彦根藩)과 함께 관군을 맞아싸웠으나, 막부 측이 열세인 것을 알자마자 관군으로 변절하여, 막부 측에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관군의 닛코(日光) 토우쇼 궁(東照宮)에 대한 공격 명력은 '번조(藩祖, ※역주: 번(藩)의 시조)가 받은 큰 은혜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배신 행동이 타카토라의 악평을 결정지어버렸다고 전해진다.


"뭐, 뭐 깊이 생각해도 어쩔 수 없나. 우선은 자기소개를 할까. 그 뭐냐, 내 이름은 시즈코, 편하게 불러도 좋아"


시즈코가 말을 걸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쇼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즉시 양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 조아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즈코 님! 소첩의 이름은 쇼우라고 합니다! 섬길 수 있는 영광을 받아 삼가 기뻐해 마지않습니다!"


"어, 응, 잘 부탁해…… 그, 고개를 들어도 되거든?


"옛!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쇼우는 일거수 일투족이 기운이 넘치는 아이였다. 남자 못지 않은(男勝り) 소녀라는 건 이런 아이를 말하는 건가, 라고 시즈코는 현실도피를 하면서 마츠 쪽으로 시선만을 돌렸다.


"호호홋, 이 아이는 시즈코의 활약을 들은 이래로 그대를 동경해서 말이지. 그럴 때, 시즈코에게 시녀를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재미…… 마침 좋다고 생각했노라"


"지금, 재미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오늘 점심은 무엇이냐. 나는 조금 기대하고 있다만"


시즈코의 지적에 노골적인 태도로 딴청을 피우는 마츠였다. 다시 지적해봤자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성대하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챠챠 님과 토우도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입니다"


"고지식하구나, 시즈코는"


"이런 말씀 드리기는 실례되지만, 저는 필요한 사람은 스스로 모으려고 합니다. 떠넘겨진 사람이 내부에서 불화를 일으켜서 발목을 잡게 되는 사례는 일일이 다 셀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각자의 생각을 확인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정도의 무공을 세운 이상, 시즈코는 많은 가신을 거느리고 필요 이상의 무공을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괜히 젊은 무사를 보내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곤란하기도 했다.


"우선은 이야기가 빠른 챠챠님 부터군요. 오이치 님도 모셔와 주겠어?"


"네, 알겠――"


"명을 받듭니다! 즉시 전하고 오겠습니다!"


아야에게 오이치, 챠챠, 그리고 시녀와 유모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쇼우가 기세좋게 일어나더니, 주위의 반응을 무시하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시즈코와 아야가 멍하니 있자, 마츠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즐거운 듯 말했다.


"저 아이는 일직선이라서 말이지"




잠시 후 쇼우는 오이치, 챠챠, 하츠(初), 오이치의 시녀, 챠챠의 유모, 하츠의 유모를 데리고 왔다.

사람과 만나는 것도 고려한 넓은 방이라고는 해도, 아무래도 10명 이상이 한 곳에 모이면 비좁게 느껴져버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뵙는 건 두번째입니디만, 우선 자기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시즈코, 편하신 대로 부르셔도 좋습니다"


"나는 오이치니라. 이 쪽이 챠챠, 저쪽이 하츠다"


순서가 밀려 있는 것도 생각하여, 자기소개가 끝난 시즈코는 즉시 본론을 꺼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오이치 님. 이번 건에 대해 뭔가 말씀하실 것은 없으신가요"


"오라버니가 정하신 것이겠지. 그렇다면 내게 이의 같은 건 없다. 게다가 애초에, 키요스 성(清洲城)에 살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라, 남편과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이곳은 일종의 방어시설입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그렇게 간단히 아자이 님과 만나실 수 없게 됩니다만, 그 점은 이해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상관없다. 게다가 얼빠진 남편에게 기합을 넣으려고 나는 여기에 온 것이니라"


이어서 오이치는 시즈코에게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일개 병졸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을. 물론, 실은 시즈코의 부대에 있다는 것은 숨기고 있었다.


당초에는 키요스 성에 살게 할 예정이었으나, 도중에 계획을 변경해서 오이치들을 시즈코가 있는 곳에 살게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없이 시즈코가 있는 곳에 살게 하면 불만이 생긴다. 그걸 회피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챠챠를 시즈코의 시녀로 삼고, 장래적으로는 하츠도 시녀로 삼는다는 이야기로 만들어 전원을 이사시켰다.

전원이 이사하는 이유는, 챠챠가 아직 한 살이 좀 넘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하츠의 경우에는 아예 생후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교육을 시킬 오이치들이 같이 사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여전히 복잡한 일을 만드시네요, 영주님께서는. 뭐 그렇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여러가지로 폐를 끼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들의 저택이 완성될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용하고 있는 별장이 임시 거처가 되었다. 즉 오이치와 그녀의 딸들은 시즈코에게 이웃이 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이 장소에 살려면 이것저것 알려줘야 할 것들이 있다.


"나중에 전해드리겠습니다만, 이 주변은 다른 곳과 좀 달라서…… 이것저것 배우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오라버니에게서 들었느니라. 희한한 짐승들이 많다고 들었지. 오오, 그렇지. 분명히 남만 개와 남만 고양이도 있었지. 나는 조금 흥미가 있다. 빨리 보고 싶구나"


"(아아, 응…… 역시 영주님과 남매구나. 말이 안 통하는 느낌이 있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한명 더, 이야기를 들을 인물이―"


어린애처럼 눈을 빛내는 오이치를 타이르고 있을 때, 갑자기 거친 발자국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그 발자국 소리가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이해한 전원이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순간, 문이 파괴되는 기세로 열어젖혀졌다.


"어이, 시즈코! 이 멍청이는 누구야!"


입구를 기세좋게 열어젖힌 것은 나가요시였다. 그는 한 팔에 끼고 있는 인물을 시즈코에게 보여주면서 따져물었다.

연이어 두통거리가 굴러들어온 것에, 시즈코의 평소에는 끊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자, 카츠조 군. 끼고 있는 사람을 거기에 내려놓고, 이리로 와"


평소보다 약간 톤이 낮아진 시즈코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 나가요시는 얌전히 끼고 있던 인물을 내려놓고 시즈코 앞에 앉았다.


"우선 모르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를 들어볼까?"


"으…… 그게 말이지, 내가 타마랑 하나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저 멍청이가 갑자기 시비를 걸었어"


"그렇구나―, 응. 그건 박살나도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말야, 문답무용으로 손님에게 사형(私刑, ※역주: 린치)을 가하는 건 문제거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모래시계를 꺼냈다. 약 5분만에 모래가 다 떨어지는 그것을 나가요시에게 보여주면서, 시즈코는 그에게 선고했다.


"벌로서 이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과수원의 간판까지 왕복 세 번"


"크억, 과수원이라니 언덕 위에 있는 거기냐!"


과수원은 수목이 햇빛을 받기 쉽게 하기 위해서, 사면(斜面)에 조성되어 있다. 결코 경사가 급한 언덕은 아니지만, 쉬운 언덕도 아니다.

보통이라면 다소 지치는 정도지만, 작심하고 달리게 되면 언덕의 기복으로 체력을 격심하게 소모한다.

지금의 나가요시라면 왕복 한 번이라면 5분 이내에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왕복 세 번이라면, 마지막 왕복은 이미 기력(気力)과의 승부다.


"응, 맞아. 뭔가 문제가 있어? 우리 훈련은―"


"'못 하는 아이는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철저하게 합시다'. '못 하는 아이가 할 수 있게 되면 칭찬해준 후, 더욱 강도를 높여 훈련을 시킵시다'.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아이는 못 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강도를 계속 올려 훈련을 시킵시다'……였죠"


도중에 경어(敬語)로 바뀐 나가요시였으나, 그 정도로 시즈코가 용서해줄 리도 없어서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손님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 그대로 흘려넘길 수는 없거든. 그럼, 모래시계의 왕복이 끝날 때까지 왕복 8번, 힘내"


(늘어났어!)


"그럼 3, 2, 1…… 자, 시작"


"잠깐, 너……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뭔가 말하려던 나가요시였으나 시즈코가 듣지 않을 것을 깨닫자마자 다급하게 뛰쳐나갔다.

시즈코를 제외한 전원이 뛰쳐나간 나가요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아야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치료를 부탁해"


그 후, 9분 55초에 보기좋게 왕복 8번을 마친 나가요시였으나, 그의 무릎은 한동안 후들거리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마츠는 쇼우를 남겨두고 귀가했고, 오이치들도 챠챠나 하츠들과 함께 노부나가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시즈코의 집에 남은 것은 쇼우와 타카토라 두 명 뿐이었다.


"다시 자기소개를 하지요. 내 이름은 시즈코, 주위 사람들은 편한 대로 부르고 있고, 나도 신경쓰지 않으니가 편한 대로 불러도 돼"


"……제 이름은 토우도 요키치라고 합니다"


"이것저것 생각이 있겠지만, 우선은 필요한 이야기를 할게. 우리의 봉록(俸禄)은 봉토(知行地)가 아니라 돈(金子)으로 지급해. 평소에는 1개월마다 기본 급료를 지급하고, 전투시에는 활약에 따라 봉록의 금액이 주어지는 형식이야. 참고로 나는 봉록으로 줄 봉토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거든"


노부나가의 토지에 대한 생각은 다른 영주들과는 달라서,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토지는 전부 오다 가문의 것이고, 가신에게 내리는 토지는 일시적으로 오다 가문을 대리하여 관리인을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가신들은 '지점장(支店長)' 같은 위치에 있으며, 토지나 그 토지에서 생산되는 것은 모두 오다 가문의 것이다.

또, 생산된 것은 일단 오다 가문에 전부 모아져서, 거기서 가신들에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한 것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당연히 지점장은 전근(관리하는 토지의 변경)이 빈발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토지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에,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가 혼노지 사변을 일으켰다고도 전해진다.


"다음으로 우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건, 전부 영주님의 것이니까 함부로 취하는 건 금지. 다음으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의 목록은 아야 짱이 관리하고 있으니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우선 창고의 목록을 확인해 줘"


"네"


"마지막으로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우리 마을에 있는 동물들은 거친 아이들이 많으니까, 함부로 싸움을 걸지 않는 편이 좋아"


"네"


"그 밖에도 세세한 부분은 있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되려나. 여기까지, 요키치 군은 뭔가 느낀 게 있었을까? 싫으면 지금 말해줘. 그렇다고 여기에서의 대우가 변하지는 않지만, 다음에 사관할 곳 정도는 소개해줄게"


시즈코의 말을 들은 타카토라는 잠시 생각한 후, 시즈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그럼, 지금 제가 느낀 것을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오기 전에는 솔직히, 여자가 지휘하는 부대 따위 별 것 아니다, 라고 얕보고 있었습니다. 그 부대에 있는 무장들도 여자에게 알랑거리는 나약한 패거리라고 얕보았기에, 카츠조 님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박살이 났습니다"


"……"


"그 결과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껏해야 우물 안 개구리, 세상에는 저보다 강한 사람은 무수하게 있다는 것을. 이번의 패배는, 아자이 님에게 감사를 받았다는 것으로 기고만장해 있던 제게 딱 좋은 약이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후, 타카토라는 깊이 머리를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런 미숙한 저입니다만,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응, 네 각오는 알겠어. 지금부터 잘 부탁해"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타카토라는 다시 한번 머리를 깊이 숙였다.




시즈코 군에 토우도 타카토라가 가세하고, 시즈코에게 마츠의 차녀, 쇼우와 오이치의 장녀, 챠챠가 시녀로 주어졌다. 하지만 챠챠가 시녀가 되는 것은 시즈코의 마을에 오이치를 살게 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시즈코 자신도 시녀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챠챠가 시녀의 일을 하지 않아도 문제없었다.


타카토라는 기초훈련을 나가요시에게서, 창 등의 무예와 예의범절을 사이조, 두 사람의 보좌로서 케이지가 훈련시키고 있었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깨달은 그는, 세 명의 혹독한 훈련에도 견뎌냈다.

훗날 쿠로다 요시타카(黒田孝高), 카토 키요마사(加藤清正)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성능력(築城能力)의 명인(名人)인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타카토라에게 축성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거나, 쿠로쿠와슈(黒鍬衆)에게 배우게 하거나 했다.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내린 것으로, 타카토라는 소성 정도의 입장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병졸 취급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훈련을 받고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는 좋은 대우였다.


쇼우는 기운이 넘치는 소녀였지만, 동시에 지기 싫어하는 소녀이기도 했다. 나기나타(薙刀)가 특기지만 창을 든 사이조에게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한 이후, 그에게 이기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가끔 시녀의 일도 잊어버리고 사이조에게 승부를 걸었지만, 여전히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전패하고 있었다.


3월에 들어서자 시즈코가 의뢰한 물건들이 차례차례 도착했다. 소비자인 무사들과 달리 생산자도 겸임하고 있는 시즈코는, 생산한 것이 팔리면 이익을 얻게 된다.

도자기 등 공예품은 계절을 따지지 않지만, 농작물은 가을에서 겨울에 집중되어 있다.

해산물인 굴(牡蠣)이나 김(海苔), 봄에서 여름에 걸쳐 수확하는 농작물도 있지만, 기본은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의 수익이 가장 많다.


농가에서 직접 작물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가공업자에게 넘겨 가공시켜, 운송업자에게 지정된 장소로 운반시킨다.

다른 루트로 운송업자에게 쓰레기나 분뇨를 회수하게 하고, 그것들을 퇴비 제조공장으로 운반시켜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다. 완성된 퇴비는 백성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것들을 시즈코는 총괄하고 있었기에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농가도 성시(城下町)까지 나갈 필요 없이 돈이 들어오고, 가공업자나 운반업자는 정기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며, 가공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쓰레기나 분뇨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

시즈코가 혼자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 전원이 이득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다양한 사업으로 얻은 이익으로,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에 발주를 넣는다. 수입을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잉 수입을 방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몸에 붙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하루만에 꽃피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진보시키고 문화를 꽃피우게 하려면 사람들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나 현대나, 사람을 움직이려면 돈이 없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돈이 있어야 비로소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시즈코의 입장은 대단히 좋았다. 애초에 생산자인데다, 현재는 생산자와 경영자의 입장을 겸임하고 있다.

농작물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실이나 천 등의 직물품(織物品), 해산물인 굴이나 김, 미역 등의 양식품(養殖品), 기술자 마을이나 주조(酒造 마을에서 나오는 술이나 공업품 등, 1년 내내 뭔가의 이익을 얻고 있다.

이미 노부나가에게서 급료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입장인 것이 지금의 시즈코였다. 보통, 이렇게 혼자서만 잘나가는 상태가 되면 주위의 질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시즈코가 업종을 늘리고 다양한 물건들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그에 비례하여 오다 가문의 경제 상황도 점점 좋아진다.

노부나가의 주머니 사정이 윤택해지면, 그가 가신들에게 호화로운 생활을 시켜주기 위해 쓰는 금액도 급증한다.

이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가신들은, 시즈코를 실각시키면 돌고 돌아 자신들의 목을 조이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시즈코가 질시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고, 쓸데없는 소동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


윤택해지는 것은 딱히 노부나가나 오다 가문 가신들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는 윤택한 이익을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에게 분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거느리고 있는 병사들에게도 이익분배를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씨름(角力) 대회나, 오와리(尾張)-미노(美濃) 센류(川柳, ※역주: 일본 시의 일종) 대회, 스도쿠(数独) 대회, 면적미로(面積迷路, ※역주: 퍼즐의 일종인듯) 대회, 바둑, 장기대회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상위 입상자에게 포상금도 주고 있었다.

돈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그와 함께 수요가 늘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돈이 돌게 된다. 돈이 사람들에게 고루 퍼지면 신기하게도 다툼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돈을 여기저기에 퍼지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쾌적한 환경을 한 번 알게 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생활하는 것은, 그보다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모를 때 뿐이다.

돈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얻고, 그 생활에 푹 빠지면 두번다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종교(寺社) 세력들은 사람들을 선동하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생활을 버리고 노부나가에 대항해라, 라는 말을 들어도 생활을 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사람을 조종하려면 미래에 기대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 쪽이 유리하다. 미래의 전망이 캄캄하기에 땡중들의 말에 속아 마음껏 이용당한다.

백성들을 다른 세력의 공작에서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활을 보장하여, 다른 세력의 말을 들어도 이득은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큰 돈이 움직인 관계로 시즈코에게 오는 경리 서류는 방대했다.

간신히 주판(算盤)을 다룰 수 있게 된 아야는, 매일 이런 종류의 서류와 격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쇼우가 시즈코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쇼우 짱, 오늘의 예정은 뭐였지?"


"옛, 오늘 예정된 방문자는 없습니다. 도착한 문서는 전부 조사가 끝났습니다"


쇼우의 보고를 들은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말 위에 타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다리만으로도 말을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했기에, 고삐를 놓아도 문제없다.


(으―음, 아야 짱을 사무-경리 담당, 쇼우 짱을 시중이나 스케줄 관리 담당으로 나눴는데, 아직 어딘가 좀 삐걱거리네)


챠챠나 하츠는 아직 아기였기에 일을 시킬 수 없지만, 쇼우는 웬만큼 교양 수업을 받았기에 시녀로서 흠잡을 데 없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일을 두 사람에게 시키는 것은 효율이 나쁘기에, 각기 다른 역할로 나누었다.

지금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있지만, 장래적으로는 아야가 사무, 경리, 창고 담당, 쇼우가 시즈코의 시중, 스케줄 관리 담당이 된다.

아야 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裏方)을 도맡게 되는데, 이것은 시즈코가 아야 쪽을 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츠의 딸이라도, 그다지 오래 알고 지내지 않은 쇼우에게 그런 일을 맡기는 것을 시즈코는 망설였다.


딱히 예정은 없었지만, 시즈코는 밖을 설렁설렁 쏘다녔다.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주변의 간자들이 번거로워져서 그에 대한 대책을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시가의 진(志賀の陣)에서 오다 가문이 패한 이후, 몇 명이나 되는 배신자가 나왔는데, 그 중의 누군가가 시즈코에 대한 정보를 판 모양으로, 간자의 숫자가 예년보다 증가해 버렸다.

수백명의 위병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그리고 비트만 패밀리, 아카가네, 쿠로가네, 시로가네가 눈에 불을 켜고는 있으나, 역시 간자의 숫자가 많다보니 쉽게 근절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시즈코가 관리하는 산에는 반달곰(ツキノワグマ)이 다수 살고 있었다. 반달곰은 다른 개체를 배제하는 고정된 영역을 가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개체간의 활동 범위가 크게 겹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고정된 영역을 가지지 않기에, 식량이 부족해지면 풍족한 땅을 찾아 행동 범위를 넓히는 습성이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반달곰 이외에 먹이를 다툴 상대가 없으며, 대형 육식동물이 살지 않는 조건이라면, 산이 반달곰의 천하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때문에 간자가 들어가기 힘든 산이 되었지만, 겨울에는 대부분의 개체가 동면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간자들이 숨어들기 쉬워졌다.


이제는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늘어나는 것이 현재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자신이 움직여서, 적당히 거짓을 섞어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기로 했다.

사람을 신용하게 만들려면 진실을 보여주면 된다. 설령 중요한 부분은 거짓으로 되어 있어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으면 사람은 얻은 정보를 전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조사해봤자 무의미한데 말야. 그렇다고 해서 방해받게 되면 일에 지장이 생기니…… 귀찮네―"


주변국은 이미 코너에 몰린 상태였다. 노부나가를 유일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기회는 제 1차 오다 포위망, 그것도 노부나가가 쿄로 돌아가기 전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몸풀이 경기(消化試合)가 될 뿐이다.

노부나가가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가 가진 츠루가 항구(敦賀港)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 비와 호(琵琶湖)를 중심으로 한 수상 운송을 빠른 단계에서 육로를 주체로 한 육로 운송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아사쿠라를 서둘러 멸망시킬 이유도 없어졌다.


(아사쿠라는 언젠가 멸망시키겠지만, 사카모토(坂本) 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으려나?)


육로를 중시하게 된 노부나가가 다음에 원할 장소, 그것은 쿄에 가깝고 키나이(畿内) 유수의 대 상업도시인 사카모토(坂本)이다.

사카모토는 천황, 쇼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권력을 갖는 엔랴쿠지(延暦寺)의 문전도시(門前町)이다.

전국에 있는 엔랴쿠지 소유의 장원 영지로부터 도착한 생산물이나 쿄로 운반되는 물자들이 모이는 사카모토는, 금융업자인 전당포(土倉)나 운송업자인 바샤쿠(馬借, ※역주: 말을 이용한 개인운송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가구수(戸数)도 시타사카모토(下阪本)의 카라사키(唐崎)나 히에이츠지(比叡辻)는 3천 가구를 넘을 정도로, 쿄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大阪城)을 건축하여 정치, 경제의 중심이 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하기 전까지, 사카모토는 오우미(近江) 지배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주군―!"


지금부터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겐로(玄朗)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역자 코멘트 ※※


본문중의 토우도 타카토라는, 국내에서는 도도 다카도라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서는 일본어 발음에 맞춰 적었습니다. 참고로 영화 '명량'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란 옷을 입은 저 인물이 바로 토우도 타카토라입니다. 영화 중반부부터는 계속 '리… 슌신…!'만 중얼거린 바로 그 아저씨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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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4 1571년 1월 상순



정월(正月), 노부나가의 주연회(酒宴会)는 해를 거듭할수록 호화현란(豪華絢爛)해졌다.

말린 새끼 멸치(田作り), 흑태(黒豆), 말린 청어알(数の子) 등 축하용 생선 3종은 물론이고, 새우의 우마니(うま煮), 다시마말이, 니시키타마고(錦卵), 다테마키(だて巻き), 생선회(なます) 등 행운을 비는 설 요리가 준비되었다.

술은 탁주(濁酒)가 아니라 귀중한 청주(清酒)가 준비되어, 어떤 의미에서는 노부나가의 힘을 과시하는 요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면이 드러나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노부나가는 작년, 외교나 전투 첩보에서 대패를 맛보고, 한때는 존망(存亡)의 위기에 섰었다.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노부나가였으나, 그 상처는 얕지 않았다.

숙장(宿将)인 모리 요시나리(森可成)가 우사 산성(宇佐山城) 전투에서의 부상에 의해 전선에 설 수 없게되고, 다수의 무장들과 병사들을 잃고, 대량의 이탈자가 발생해 버렸다.

만성적인 지휘관 부족인 오다 군에게 많은 무장을 잃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었다.


또, 모리 요시나리가 현역에서 물러난 것 때문에, 군 내부의 역학관계가 크게 변했다.

지금까지는 노부나가의 오른팔인 모리 요시나리가 군의 정점이었으나, 그가 은퇴했기 때문에 차점(次点)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하시바 히데요시(羽柴秀吉) 등 5대 장수가 군의 정점을 둘러싸고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5대 장수의 아래가 되긴 하지만, 시즈코 또한 오다 군 내부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무기탄약의 제조 및 보급, 식량의 증산 등 간접적으로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시가의 진(志賀の陣)에서 우사 산성을 지켜낸 것, 그리고 도쿠가와(徳川) 군과 협력했다고는 하나 롯카쿠(六角) 씨를 물리친 무공에 의해, 유력한 무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시즈코 군이 다른 군과 다른 점은 축성(築城) 능력이 높은 점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희생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전략을 기본으로 삼는 점이다.


"영주님께서 기분좋게 새해를 맞이하신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새해 인사를 드리려 왔습니다"


정월의 문안인사를 위해 시즈코는 출사(出仕)했다. 시즈코는 기본적으로 매년 정월 2일에 출사하여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고 있다. 이것은 정월의 설날(元旦)에 다도회(茶の湯)가 열리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이다.

전국시대, 다도회는 영주나 무장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교양으로서 널리 전해져 있었다.

센노 리큐(千利休)의 딸은 사사(師事)받은 기록이 있으며, 또 히데요시의 생모나 처(北政所)는 센노 리큐에게서 다도를 배웠다.

하지만 코보리 엔슈(小堀遠州)가 센노 리큐나 '오리베 취향(織部好み)'이라는 유행을 가져온 후루타 오리베(古田織部)로부터의 다도의 흐름에서 독자적인 화도(華道)를 확립할 때까지, 다도회는 카이세키 요리(懐石料理)를 수반하는 접대가 기본이다.

특히 정월의 다도회는 오다 일족이나 가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정치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시즈코는 가능한 한 정월의 다도회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음, 올해도 잘 부탁한다"


시즈코의 인사에 노부나가는 기분좋게 대답했다.

노부나가에 대한 인사가 끝나면 항례의 주연회(酒宴会)에 참가하고, 그게 끝나면 귀가이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며칠에 걸쳐 다른 오다 가문 가신들에게 인사하러 다닐 필요가 있다.


연초의 인사가 끝나면, 다음에는 금년의 개발 계획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오다 가문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쓸데없는 정치동란(政治動乱)에 말려드는 결점은 있으나, 대형 프로젝트를 통과시키기 쉬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작년에 무공을 세운 것 때문에 시즈코는 더욱 예산을 획득하기 쉬운 입장이 되었다. 예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개발의 규모와 숫자는 늘어난다.


"올해는 거울(鏡), 자석(磁石) 육분의(六分儀), 거리 측정기(測距儀), 해시계 컴퍼스(日時計コンパス), 각종 원형 계산척(円形計算尺), 기계식의 해양 크로노미터(chronometer), 스털링 엔진(Stirling engine)…… 좀 숫자가 많으려나"


거울, 자석, 육분의, 거리 측정기, 해시계 컴퍼스, 각종 원형 계산척은 이미 제품이 완성되어 있지만, 이러한 도구류의 규격 통일 및 양산 체제 구축이 계획의 주안점이다.

특히 거울은 육분의, 거리 측정기, 자석은 해시계 컴퍼스의 중요한 부품이다. 공업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크로노미터는 나중에라도 괜찮지만, 스털링 엔진은 빨리 됐으면 좋겠네"


1816년, 스코틀랜드의 목사인 로버트 스털링(Robert Stirling)이, 실린더 내의 가스(또는 공기)를 외부에서 가열, 냉각하여, 부피의 변화를 이용하여 동력(仕事)을 얻는 외연기관(外燃機関)을 개발했다.

고압의 증기 보일러 폭발사고를 자주 일으키던 증기기관(蒸気機関)과 달리, 저압 공기를 쓰는 스털링 엔진은 보일러 폭발사고의 위험성이 없었다.

그 장점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많은 스털링 엔진이 제조되었으나, 수십년 후에 가솔린이나 디젤 기관이 발명되면서 동력의 주류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높은 열효율을 증명해보인 스털링 엔진은 그 후에도 연구가 계속되어, 근년(近年)에는 석유 이외의 에너지 이용을 목적으로 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스털링 엔진은 조용한 엔진, 원리상으로 고효율, 가솔린이나 디젤 기관과 달리 배기가스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그리고 뭣보다 열원을 가리지 않는 이점이 있다.

다만 엔진을 대형화시킬 수 없어, 출력이 큰 엔진을 만들 경우에는 기밀성(気密性)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 기술적 과제로 거명된다.


스털링 엔진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지만, 시즈코의 제 1목적은 뜨거운 물을 열원으로 한 프리 피스톤(free piston) 스털링 엔진이다.

출력은 작지만 적은 부품으로 제조가 가능한 점과, 열원이 뜨거운 물이면 된다는 이점이 있다.

뜨거운 물로 움직이는 스털링 엔진이 완성되면, 제 2단계는 열원을 뜨거운 물에서 고구마로 변경한다.


고구마가 선택되는 이유는 재배가 쉽고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공중 재배가 가능하며, 건조시키면 석탄 대용의 칩(chip), 발효액을 증류시키면 가솔린 대용의 에탄올(ethanol), 쇠똥과 함께 가열하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등, 천연 에너지 중에서도 우수한 에너지 작물이다.

현대에서 작물을 식용이 아니라 연료로 사용하면 가격상승 문제가 발생하지만, 전국시대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식량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스털링 엔진이 실용화되면,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선박이다.

스크류 프로펠러를 부착하면, 군선(軍船)으로서도 수송선으로서도 이동 속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이동속도의 향상은, 후방지원능력과 전투능력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맞다, 스크류 프로펠러의 현재 상황을 들어두자"


거기서 시즈코는 간신히 스크류 프로펠러의 현재 상황을 별로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래의 그녀라면 있을 수 없는 실책이지만, 시가의 진(志賀の陣)에 의한 제 1차 오다 포위망에 대한 대응에 시간을 빼앗겨, 선박 개혁에 관여할 시간을 전혀 낼 수 없었다.

시즈코는 아야(彩)를 통해 노부나가의 수군인 쿠키(九鬼) 수군(水軍)에 연락을 취했다.


지금은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지 않지만, 쿠키 요시타카(九鬼嘉隆)가 이끄는 쿠키 수군은 오다 군 내에서 몇 안되는 수군이다.

세키가하라(関ヶ原) 전투에서 서군(西軍)에 가담해, 패배하여 자결할 때까지 노부나가나 히데요시(秀吉) 휘하의 수군으로서 쿠키 수군은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의 경력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제 1차 키츠(木津) 하구(川口) 전투에서 참패한 후에 건조한 철판을 두른 대형의 아타케부네(安宅船), 소위 말하는 철갑선(鉄甲船)의 건조이다.


현재 철갑선은 건조되고 있지 않지만, 스크류 프로펠러의 실용화, 모우리(毛利) 군이 사용하는 호우로쿠다마(焙烙玉), 사이카슈(雑賀衆)가 사용하는 호우라쿠히야(焙烙火矢)에 대한 대책, 용골의 실용화를 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지지만, 노부나가의 이해를 얻었기에 연구 자금이 고갈될 일은 없었다.

스크류 프로펠러가 실용화되면 이동 속도가 증가하고, 용골이 실용화되면 군선의 충돌공격이 가능해진다.


전국시대에 존재하는 군용선박은 대형의 아타케부네, 중형의 세키부네(関船), 소형의 코하야(小早) 등 세 종류가 기본이다.

그밖에도 병사나 군량을 운반하는 니부네(荷船), 세키부네나 니부네에 누각(井楼)을 설치하여 높은 위치에서 적의 군용선박을 공격하는 세이로부네(井楼船) 등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본 배는 용골을 사용하지 않고, 판재(板材) 못과 '걸쇠(かすがい)'로 연결하는 조선법을 채용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가볍고 쾌속하다는 이점은 있으나, 서양이나 중국의 배보다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충돌에 의한 파손에는 약하다.

따라서 충돌 공격용의 고정 무장인 충각(衝角) 공격을 받으면 항행 불능에 빠지거나 최악의 경우 침몰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충각에는 아군 선박과 충돌했을 때 피해가 심각해진다는 결점이 있어, 사용할 때는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며칠 후, 요시타카(嘉隆)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지금, 개발이 한참 진행중이라 상대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오다 님께 그때그때 보고하고 있습니다"였다.

정말로 상대할 시간이 없는건지, 아니면 2중 보고에 의한 정보유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인지 사실을 알 수 없지만 상대의 대응이 좋지 않은데 무리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무난한 답변을 쓴 편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후추의 성장은 어땠더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이 틈에 체크해두자"


후추의 하우스 재배는 처음에는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지금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후추의 수확이 가능하다.

내년 이후에는 묘목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 서서히 일본 국내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순조롭네. 고기 요리에 후추는 필수니까…… 뭐 지금은 그렇게까지 필요없지만"


문제가 있다고 하면 고기에 자주 쓰이는 후추는, 서양인에 비해 일본인의 소비량이 적은 점이다.

그에 반해, 고추(唐辛子)의 소비량은 크게 증가한다. 고추 자체가 선호되는 것이 아니라, 고추를 주로 한 조미료(mixed spice)인 시치미(七味) 고추(七味唐辛子)를 만든 것이 원인이었다.


노부나가의 출점 러시에 의해 각 업계는 정신없이 바빴다. 특히 건축업계가 바빠서, 쿄(京)에 있는 목수들로는 부족하야 각지에서 목수들이 호출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목수들의 식사였다. 특히 지방의 목수들은 가족들을 남겨두고 혼자서 일하러 와 있기에, 식사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가 되었다.

단순한 요리점에서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이유는, 목수들이 배불리 먹는 것을 꺼려하여 식사를 잘게 나누어 먹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기보다, 얼른 식사를 끝내는 쪽이 좋다, 는 것 때문에 패스트 푸드 종류, 특히 카케소바(かけ蕎麦)가 선호되었다.

카케소바는 추운 시기에 선호되는 먹거리였기에, 가을에서 겨울에 걸친 건축 공사에 종사하는 목수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당연했다.

초기의 고명은 파 뿐이었지만, 작년에 고로(五郎)가 쿄에 체류하고 있을 때, 새로운 고명으로서 튀김 찌꺼기, 고춧가루(一味唐辛子), 시치미 고추를 시험했다.

이 때, 그는 스스로 소바를 뽑는 게 아니라 국수집(そば屋)에 의뢰하여 새로운 고명을 시험했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목수들이 고로의 행동을 알게 되었다.

타인의 의견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고로는, 새로운 고명을 목수들에게 시식하게 했다. 그 중에서 시치미 고추가 가장 높게 평가되고, 그 이야기가 목수들 사이에서 퍼져 순식간에 대유행하게 되어 버렸다.


"내년의 고추 생산은 엄청나지겠네. 뭐, 지금은 시치미 고추 정도에밖에 쓰지 않고, 그 이외에 수요가 나올 거라곤 생각되지 않으니 괜찮지만"


후추의 하우스 재배를 체크한 후, 다른 농작물이나 과수원의 상황도 확인했다.

과수는 수확이 성공하면 묘목이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보내져 생산량의 증가가 꾀해지도록 계획되어 있었기에, 과수원에는 나름대로 신경쓰고 있었다.


과수의 증산도 접붙이기와 꺽꽂이 기술 덕분에, 몇 년 안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가능하다.

'복숭아 밤 3년, 감 8년, 매실은 가뿐히 13년, 유자는 어처구니없이 18년(그 밖에도 패턴이 있음)'(※역주: 뭔가 일본어식의 가락맞추기로 보임, 원문은 桃栗3年柿8年、梅はすいすい13年、柚子は大馬鹿18年)이라고 할 정도로, 씨앗에서부터 재배한 경우에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접붙이기로 재배하면 유자라면 3년에서 4년, 늦어도 5년이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물론, 비료나 재배 방법에 따라 그 이상 느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4년이면 과실을 수확할 수 있다.

매실도 4년에서 5년으로, 꺽꽂이나 접붙이기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품종일수록 효과를 발휘한다.


"귤을 수확한 다음 컴파운드 보우의 연습을 할까"


무장들이 숙박하는 무가저택(武家屋敷)과 함께 궁도장(弓道場) 등 몇 가지 훈련장도 건축되었다. 시즈코는 귤을 세 개 정도 수확한 후, 약 100미터 거리의 과녁장(遠的場)에 들어갔다.

거의 시즈코 전용이라고 해도 좋은 도장이지만, 표적은 3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시즈코도 겨울의 추위가 혹독한 시기 외에는 과녁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배와 다리만으로 말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기마 사격을 주축으로 훈련하는 시즈코와 궁기병대에게, 움직이지 않는 과녁은 그다지 훈련이 되지 않았다.

특히 궁기병대는 시즈코 부대 중에서도 유일한 정예부대이다. 그 때문에 특히 엄격한 훈련 내용이 실시되고 있다.

흐름이 빠른 강에서 과녁을 흘려보낸 후, 그걸 75m 이상의 거리에서 기마 사격하는 훈련을 본 오다 가문 가신들은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야간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밤눈이 밝은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 과녁이라면 50m 가까이 떨어져도 8할의 명중률을 보였다.


"……으―음, 미묘하네"


설령 100미터 떨어져 있어도, 요령만 알면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뭣보다 의욕을 잃게 하는 것은 혼자라는 것이었다. 호적수가 있기에 훈련에 의욕이 나는 것이고, 혼자서 화살을 명중시켜봐야 중압감은 느껴지지 않고 재미도 없다.


"안 되겠네, 훈련에 집중이 안 돼. 이거라면 겨울 산악용 장비를 하고 사슴을 찾는 편이 낫겠어"


늘어진 상태에서 훈련해도 의미는 없다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훈련을 중단하고 궁도장을 정리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즈코 님"


귀가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현관에서 아야가 마중해 주었다. 지저분한 곳을 털어내고, 컴파운드 보우 등을 그녀에게 넘기며 정리를 부탁했다.


"그러고보니 아야 짱은 정월에 집에 안 가?"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키묘마루(奇妙丸)는 정월인 관계로 없었다. 하지만 아야는 한 번도 집에 간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더 생각해보면 아야의 가정 사정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걸 시즈코는 이제와서 깨달았다.


"영주님께 듣지 못하셨나요. 제게는 돌아갈 집도, 의지할 친족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 처럼 집에 돌아갈 일이 없습니다"


"어…… 그, 괜찮으면 알려줄 수…… 있을까?"


"딱히 감출 일은 아니니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세상은 난세입니다. 어디에나 있듯이, 제 부모님이나 형제는 전투에 말려들어 살해당했습니다. 친족은 기억이 없기에, 살아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릅니다"


예상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아야 본인에게서 들은 내용에 시즈코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아야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듯, 평소의 냉정하고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후 이런저런 일을 거쳐 영주님이 주워주셔서, 지금은 시즈코 님을 섬기는 몸이 되었습니다"


"응…… 왠지 미안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신경써주실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안심해주십시오. 몸은 팔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시즈코 님께 병이 옮을 일도 없습니다"


시즈코의 아야에 대한 첫인상은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를 듣고 그건 오해였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아야는 10세도 되기 전에 어른스러운 아이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과연, 처음에 내 방을 뒤졌던 건, 그런 임무를 받았기 때문이구나)


갑자기 몸종이 주어진 의미에 대해 시즈코는 간신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뭘 하려는 건 아니고, 또 이제와서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생각도 그녀에겐 없었다.

당시의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신용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자 몸종에게 감시하게 한 것은 시즈코를 어느 정도 배려했다고 해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 뭐, 나는 아야 짱의 과거를 알았다고 해서 이제와서 태도를 바꾸거나 하진 않을테니, 아야 짱도 출생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돼. 출생을 속이는 것 따윈 무장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니까"


후에 오다 가문 가신들 중 투톱이 되는 아케치 미츠히데와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木下藤吉郎秀吉), 두 사람의 출생에 관한 것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경력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지만, 초창기에는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많아, 정말로 공을 세웠는지 수상한 면이 있다. 그에 비하면 아야가 과거에 노예생활을 했던 것 따위는 시즈코가 볼 때는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나는 신경쓰지 않으니까, 아야 짱도 신경쓸 것 없어"


무거워지기 시작한 분위기를 흩어버리듯, 시즈코는 대화를 억지로 끊었다.




시즈코가 살고 있는 곳에는 온천이 솟아나고 있다. 매일 상당한 탕이 솟아나와 강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전혀 고갈될 기색이 없었다.

화산이 부근에 없기에 비화산성(非火山性) 온천으로 분류되지만, 그 열원(熱源)은 명확하지 않다.

강으로 흘러가는 지점은 겨울에도 따뜻하여, 몸을 녹이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 모습은 동물 대집회(大集合)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그 동물 대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동물도 있었다. 작년에 출산한 암컷 터키시 앙골라, 하나였다.


터키시 앙골라는 9월 무렵부터 발정기에 들어가서, 2개월 후인 11월 무렵에는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아케치 미츠히데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는 출산 실패로 사산, 노부나가와 사키히사(前久)는 3마리가 태어났으나 1개월이 지나기 전에 두 마리가 사망했다. 추위에 새끼고양이가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시즈코가 있는 곳에는 천연의 난방실에 하나가 자리잡고, 거기서 4마리 출산했다. 남탕측을 점거했기 때문에 남성진들은 며칠이나 목욕탕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딱히 불만을 말하지 않고 흐뭇한 미소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 새끼고양이의 출산에 흥분했던 나가요시의 경우에는, 찬물로 목욕해도 문제없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물론, 나중에 감기에 걸려 드러누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로부터 1개월은 필드 스코프로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어미 고양이인 하나에게 맡겨놓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에게 너무 신경을 쓰면, 스위치가 전환된 것처럼 갑자기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의 육아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나면 새끼 고양이에게는 이런저런 교육을 시켜야 한다. 특히 1개월 무렵부터는, 어미 고양이의 모유 뿐만이 아니라 이유식도 먹일 필요가 있다.

새끼 고양이가 부모 고양이로부터 자립하는 생후 6개월까지의 교육이나 육아로 새끼 고양이의 성격이나 능력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생후 1개월의 새끼 고양이라고 하면, 뭐라 해도 장난감에 대한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원래는 어미 고양이가 살아있는 쥐를 주지만, 쥐를 발견하면 잡아먹는 동물이 많기 때문에 쥐를 발견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져 있었다.

그 대신 팩티스로 구체(球体)를 만들어서, 천으로 보호된 간이 고무공을 줬는데, 반응은 예상 이상이었다. 매일 고무공을 상대로 놀고, 가끔 나가요시가 몰래 고양이 장난감(猫じゃらし)으로 상대를 해주었다.

나가요시는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하나가 있는 장소는 필드 스코프로 감시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에, 금방 모두가 알게 되었다.

지적하면 화를 내기 때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다만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셰퍼드는 며칠 편차가 있기는 했으나, 나란히 발정기에 들어갔다. 생후 몇년인지 모르지만, 2년은 넘었다고 생각해서 시즈코는 세퍼드들을 베이스(台雌)로 한 계획을 개시했다.

그것은 회색 늑대를 종견(種犬)으로, 저먼 셰퍼드 독을 베이스로 하는 저먼 셰퍼드 울프독(wolfdog) 계획이었다. 교배 계획은 네덜란드 원산의 사를로스 울프혼드(Saarloos Wolfhond, ※역주: 사를로스 울프독(wolfdog)이라고도 함)에 가깝다.


울프독(늑대개)이란 이름 그대로 개와 늑대의 교잡종, 또는 교배를 통해 태오난 개의 품종을 가리킨다.

고도의 사회성을 가지며, 우수한 청력과 후강을 가지고, 높은 지성을 갖는 늑대개이지만, 독립성이 대단히 강하다. 현대에서도 늑대개가 적은 이유는, 훈련이 어려운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시즈코는 그냥 가지고 싶어서 울프독 계획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태로는 자신은 역사의 한 구석에 남더라도, 비트만이나 카이저, 쾨니히 등은 남지 않는다. 따라서 그녀는 그들이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는 증거를 역사에 새기고 싶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늑대는 무리의 최상위의 페어만 교미하지만, 현재 상황은 예외적으로 무리의 정점에 있는 시즈코가 아니라 비트만과 바르티가 교미하고 있다.

여기에 카이저나 쾨니히, 아델하이트 등을 개와 교미시키면 과연 무리가 성립해 줄지 알 수 없었다.


우선 시험삼아 루츠와 셰퍼드를 넣어봤지만, 갑자기 격리된 것 때문에 루츠의 스트레스가 올라가 맥없이 실패했다.

리터는 부모의 교미를 봤었는지, 교미하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재빠르게 교미했다.

참으로 재빠른 행동이지만, 역시 모르는 개와 같이 있게 되는 건 스트레스였는지, 한동안 어리광부리는 버릇이 나왔다.

아델하이트는 넣어지자마자 셰퍼드에 대해 격한 공격성을 보여서 실패했다.

쾨니히는 대단히 담백했다. 즉시 상황을 이해했는지 셰퍼드와 교미했다. 하지만 끝난 후에는 빨리 꺼내달라고 말하는 듯 울부짖었기에 시즈코는 서둘러 그를 풀어주었다.

카이저도 쾨니히와 마찬가지로 이해력은 높았지만 이쪽은 더 심각했다. 당분간 시즈코 곁을 떠나지 않고, 그녀가 자고 있을 때도 곁에 있을 정도로 어리광부리는 버릇이 나왔다.

리터와 달리 카이저는 거구였기에 어리광을 받아주는 데 좀 고생했지만, 무리가 붕괴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값싼 대가라 생각하고 당분간 카이저들의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이걸로 세 마리의 유전자가 이어져, 그 후에는 태어나는 강아지들 중에서 우량 개체를 선별하고, 다시 시바견(柴犬) 등과 교배해나가는 것으로 우수한 저먼 셰퍼드 울프독이 탄생한다.

그들의 자식들이, 손주들이, 후세에 경비견으로 활약할 것을 시즈코는 바랐다.


"수컷 부채머리 독수리를 부탁했는데, 금방 수송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아카와 쿠로는 알아서 데려올거라 생각하지만, 우리 집에 둥지를 만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보고서를 읽은 시즈코는 머리가 아팠다. 부채머리 독수리는 짝을 평생 바꾸지 않는 맹금류이기에, 수컷 부채머리 독수리를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프로이스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부채머리 독수리를 포획하는 것은 어렵고, 게다가 시로가네가 수컷을 마음에 들어할지가 미지수였다. 아카가네와 쿠로가네의 경우에는 품종을 알 수 없었다. 두 마리는 자력으로 짝을 찾게 할 수밖에 없다.


"시즈코 님, 바테렌(伴天連, ※역주: 여기서는 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카톨릭이라고 하기 보다, 설명적인 목적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부르는 명칭으로서 바테렌이라고 썼음)으로부터 예의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오! 드디어 도착했나! 당장 온천실(温泉室)…로 그걸 옮겨놔줘!"


읽고있던 보고서를 근처에 던져버리고 시즈코는 의기양양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한숨을 쉰 후, 아야는 시즈코가 던져버린 보고서를 주워들었다.




"의외로 빨리 썩네, 카카오는"


열어본 과실 중 태반이 썩어있었기에, 시즈코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가 프로이스에게 부탁한 식물, 그것은 작년에 의뢰한 커피와 카카오의 묘목과 씨앗이다.

일본에서는 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흔히 생각되는 카카오지만, 실은 이즈(伊豆)에서 카카오 재비를 하고 있는 농장은 몇 군데 있다.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카카오를 어떤 방법으로 재배하는가, 그 비밀이 온천에서 나오는 폐탕(排湯)이다.


온천에서 나오는 탕은 태반이 쓰이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 시즈코의 온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태반이 이용되지 않고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달걀의 부화에 쓰거나, 자라의 양식지(養殖池)로 보내거나, 새들의 목욕탕이 되는 등 그럭저럭 활용하고는 있지만, 하나같이 온천 폐탕이 반드시 불가결한 설비는 아니다.


온천 폐탕이 있기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가 눈독을 들인 작물이 후추였다.

그리고, 재배에 필요한 비닐하우스 비슷한 것이 완성되었기에, 온천 폐탕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흘려보내면, 열대우림(熱帯雨林) 기후를 가상적으로 만드는 온천탕기재배(温泉湯気栽培)가 가능하다고 그녀는 확신했다.


온천탕기재배 또는 온천열재배(温泉熱栽培)라고 부르는 재배방법은 딱히 시즈코가 생각해낸 것은 아니다. 표고(標高) 800m, 오쿠히다(奥飛騨) 온천향(温泉郷)에서 온천 폐탕을 사용한 바나나 재배에 성공한 재배 농가가 있다.

그는 이미 바나나 뿐만 아니라 야자나 카카오, 드래곤 프루츠 계열의 재배에도 성공하여, 온천 폐탕을 이용한 재배가 다대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증명했다.

이즈에서 카카오를 무농약 재배하는 데 성공한 농가도 있고, 이를 상업 이용하였기에 낮은 코스트로 재배할 수 있는 것도 증명되었다.


현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국시대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비닐하우스를 위한 비닐을 모으는 것, 그리고 쇠파이프 같은 금속 파츠를 모으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하지만 오카베(岡部)가 부드러운 나무와 단단한 나무를 조합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훌륭한 목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냈다.

요구를 실현해 준 오카베에게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란 시즈코였지만, 정작 오카베 본인은 '이제 좀 살려줘'라는 기분이었다.


오카베의 협력 하에, 전국시대 유일의 열대우림 기후를 재현한 비닐하우스가 세 개 완성되었다.

온천에서 나오는 탕의 태반을 비닐하우스로 흘려보내게 되었지만, 온천의 탕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한정되어 있었기에, 노부나가가 이용할 대만 제한하면 문제없었다.

현대의 비닐하우스와 다른 점은 온천 폐탕을 보내기 위해 시즈코의 집에서 가까운 장소에밖에 설치할 수 없었던 점과, 세 개의 비닐 하우스 중 하나만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시즈코의 집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점이다.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이상, 그리고 높은 습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후추의 재배도 비교적 편해졌다.

장래적으로는 후추의 재배 수를 늘릴 예정이지만, 여유가 생겼기에 시즈코는 비닐하우스에서 후추만 재배하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나나를 재배하려 생각했지만, 씨없는 바나나는 우연의 산물로 태어난 것이기에, 전국시대에는 팥알만한 단단한 씨앗이 들어있는 씨있는 바나나밖에 없다.

다른 과일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으나, 이렇다할 과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콩(大豆)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시즈코의 뇌리에 어떤 작물이 떠올랐다. 그것이 카카오 나무다.


처음으로 카카오의 씨앗을 손에 넣은 유럽인은 콜롬부스이다. 그는 제 4차 항해에서 현재의 온두라스 부근에서 카카오의 씨앗을 손에 넣어 스페인으로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이용방법까지는 모르고 가지고 돌아갔기에, 그 가치를 깨달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유럽에서 카카오의 가치를 처음 깨달은 사람은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의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 de Monroy y Pizarro)로, 그는 1519년에 아즈텍에서 이용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 이래로, 설탕이나 향신료를 첨가한 쇼콜라토르(chocolatre, ※역주: 초콜렛의 원형)는 상류 계급에게 환영받아, 1526년에는 트리니다드(Trinidad) 섬에 재배지가 건설되었다.


시즈코로서는 트리니타리오(Trinitario) 종을 원했지만, 트리니타리오 종은 씨없는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18세기에 우연의 산물로서 태어났기에 입수 불가능한 품종이다.

따라서 전국시대는 유럽의 상류 계급을 매료시킨 크리올로(Criollo) 종, 값싼 포라스테로(Forastero) 종 두 가지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는 스페인이 독점한 상태가 되어 있는 카카오는, 문외불출(門外不出)의 비밀로 지켜지고 있어 입수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프로이스는 괴혈병(壊血病)의 치료방법을 발견한 것으로 예수회 내부는 물론, 유럽 각지의 왕후귀족(王侯貴族)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줄을 대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많았기에, 그 점을 이용하여 프로이스는 스페인 상인에게 카카오의 씨앗을 비밀리에 반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상인으로부터 카카오의 씨앗을 받아든 프로이스는 편지와 함께 노부나가에게 보냈고, 노부나가는 편지를 보고 카카오의 씨앗을 시즈코에게 보냈다. 카카오의 씨앗을 받아든 시즈코는 프로이스에게 대금과 함께 막대한 헌금을 했다.


많은 헌금을 한 이유는, 프로이스가 쿄(京)에서 교회를 건축하고 있는데 자금이 모자랐고, 또 각 조직으로부터 건축자재를 파괴 또는 도난당하는 등 방해공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즈코는 카톨릭(キリスト教) 신앙이 싹튼 것도 아니고, 하물며 프로이스 등 카톨릭(伴天連) 들을 동정한 것도 아니다.

예수회를 통하여 해외의 작물을 수입하기 위해 선행투자의 헌금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으아―, 썩어서 굉장한 냄새네. 빨리 무사한 씨앗을 빼내서 얼른 화분에 심자"


한 개의 열매에 평균 30알 정도 있는 카카오의 열매를 깨서, 무사한 씨앗을 빼내어 그대로 화분에 씨앗을 심었다.

부패한 카카오의 열매에서도 다소 기대를 품고 씨앗을 빼냈지만, 9할 가까운 씨앗이 썩어 있었다.

그래도 씨앗이 많았던 덕분에 두 품종 모두 30에서 40개의 씨앗을 채취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손으로 인도네시아의 자와(Java) 섬에 전해졌다고 해도, 역시 전국시대는 운송능력이 나쁘네. 으헥, 냄새―. 얼른 소각처분해버리자"


참고로, 카카오는 1560년에 인도네시아의 자와 섬에 전해졌으나, 상업생산이 개시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선 이후이다.


커피와 달리 카카오는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 생산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유는 카카오의 식물학적 특성에 있다.

카카오의 나무는 음수(陰樹)로, 성장할 때까지 다른 나무의 그늘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카카오는 강한 햇빛에 약하여, 단일 작물을 광대한 면적에서 일거에 재배할 수 없는 작물인 것이다.

하지만 규모의 메리트를 얻지 못하는 대신, 바나나와의 혼합재배에는 적합하다. 따라서 소규모 농가가 짬짬이 키우기에는 적합한 작물인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야생종(野生種)의 바나나가 아니라 카사바(cassava)를 요구할 걸 그랬나. 뭐,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바나나가 자랄 때까지 적당히 그늘이 될 만한 걸 놔두자"


카카오 나무는 그늘을 만들어줄 피룡가 있어, 그러기 위해서 바나나 묘목과 함께 심는 경우가 많다.

바나나 쪽이 성장은 빠르고, 크고 널찍한 잎사귀가 그늘을 만드는 데 최적이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는 4년째부터 열매를 수확할 수 있지만 바나나는 그보다 빠르기 때문에 먼저 수확할 수 있는 점도 이유이다.


그 밖에도 카카오 열매를 재배하는 데는 조건이 있다.

우선 평균 기온이 22도에서 25도, 최저라도 연간 1500mm의 강수량이 필요하다. 다만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 또, 평균 기온이 15도 이하가 되면 안 된다.

습도가 항상 높은 것도 중요하여, 강 등이 근처에 있는 땅이 적합하다. 결코 건조한 바람을 맞게 해선 안 된다.

흙은 점토질(粘土質)이라도 문제없지만, 뿌리를 내리기 위해 흙이 깊을 것, 그리고 부엽토(腐葉土) 등에 의해 비옥할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 2년 동안에는 직사광선을 50% 이상 차단할 것이다. 2년이 지나면 그늘을 제거해도 문제없지만, 이 조건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서 카카오 재배의 환경을 갖추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일본에서 비닐하우스 재배를 했을 경우, 중유(重油)나 경유(軽油)에 의한 난방비만으로 월 백만 엔에서 2백만 엔이 드는 경우도 있다.


여담이지만 바나나나는 자주 나무와 혼동되는데, 식물 분류학상으로는 풀이 된다.

카카오의 꽃이 수분(受粉)할 확률은 자연수분으로 1%, 인공수분으로 3%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2년에서 3년이면 다 자란 나무가 되지만, 꽃을 피워도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낮아, 7년 정도 열매를 맺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운이 좋으면 2년째부터 카카오 씨앗을 수확할 수 있지만, 별로 기대할 수는 없다.


카카오가 끝나면 다음에는 커피나무였다.

커피의 묘목은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직사광선을 피해서 화분에 심었다. 커피나무는 1m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지 않는다.

꺽꽂이를 하는 시기는 5월에서 7월 무렵이 이상적이지만, 도착하는 시기를 조정할 수 없는 이상 욕심은 부릴 수 없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대한 앙갚음을 할 생각인지, 수백 그루나 되는 커피나무의 묘목이 준비되어 있었으나,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시들어버린 것이 많이 보였다.

플랜트 헌터가 목숨을 걸고 가져와둔 묘목에 감사하며, 시즈코는 커피 묘목을 하나씩 화분에 심어갔다.

남은 망고스틴이나 라이치, 람부스탄, 드래곤 프루츠, 망고, 무화과의 묘목이나 씨앗고 각각 필요한 조치를 했다.

마지막으로 다 심은 화분들을 늘어놓으면 완성이다. 몇 년만 지나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남국(南国) 과일이 자라는 장소가 된다. 지금부터 열매가 맺히는 게 기대된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화분들을 다 늘어놓은 후, 썩은 묘목이나 필요없어진 쓰레기를 소각처분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 후, 생석회와 함께 구덩이에 묻었다.


"이걸로 4년 후에는 초콜렛을 만들 수 있으려나. 아니, 발효라던가 건조 같은 게 있으니, 그렇게 간단히 되진 않으려나"


바로 현대의 것 같은 달콤한 초콜렛이 만들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부나가가 바라는 초콜렛이 되려면,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술을 마시지 못하고 단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남겨진 기록에서 추측되고 있었다.

곶감이나 콘페이토(金平糖)를 즐기는 걸 보면, 단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확실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주연(酒宴)을 매년 열고 있는 것만 봐도, 노부나가는 술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남보다 많이 마시지 못하는 체질인 거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그렇다면 단 것은 어떨까, 라고 생각해서 귤 등의 과일을 헌상해보니,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

스낵파인도 혼자서 하나를 다 먹을 수 있는 것을 보니, 단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틀림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니, 영주님은 세계 최초의 초콜렛 과자를 먹은 사람?)


화분에 심은 파인애플도 하우스 안으로 이동시키고, 작엄을 마친 시즈코는 기지개를 켜면서 비닐하우스를 나왔다. 즉시 차가운 바람이 몸을 급격하게 식혔다.

비닐하우스 안은 겨울이라도 일본의 한여름날이지만, 밖은 겨울의 추위가 퍼져있었다. 온천 폐탕 덕분에 그럭저럭 따뜻하지만, 역시 겨울의 추위와 섞여버리기에 약간 쌀쌀함은 느껴진다.


"……딱히 상관은 없는데 너희들 너무 늘어진 거 아냐?"


비닐하우스와 이어지는 방에서 늘어져 있는 남자들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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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3 1570년 12월 하순



연말(年の瀬)이 다가오며 추위가 한층 혹독해질 무렵, 의외의 인물이 사키히사(前久)를 방문했다.


"우선 삭막한 패거리를 물려주지 않겠나. 풍류를 알지 못하는 촌뜨기들은 밖에서 기다리게 해 주게. 이곳에는 무기 하나 놓아두지 않았지. 맨손인 내게 당할 그대도 아닐테니"


예상외의 진객(珍客)에 놀란 사키히사였으나, 생긋 웃으며 독설을 내뱉았다. 방문객은 통렬한 비아냥에 개의치않고 싱긋 미소를 띄우더니 주위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다.


"꽤나 갑작스럽고, 그리고 뜬금없는 방문이로군, 에치고(越後)의 용(龍) 양반"


"허허헛, 내가 운수(雲水)의 차림새로 돌아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지"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어린애처럼 웃으며, 에치고의 용,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사키히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의 생각대로, 켄신이 기후(岐阜)에 있는 사키히사를 방문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타케다(武田)의 시노비(忍び)들도, 켄신은 카스가 산성(春日山城)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늘 밤은 달이 좋군. 정원을 안주삼아 달구경이나 하며 분위기를 내 볼까"


"……좋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오다 가문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 그걸 절대 잊지 마시게나"


켄신에게 경고한 후, 사키히사는 그를 툇마루(縁側)로 안내했다. 12월 하순이라고 하면 한겨울이지만, 켄신은 기후조차 능가하는 혹한의 에치고(越後) 태생으로, 이 정도의 추위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사키히사에게는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기에, 명주실을 이중으로 짜넣은 카쿠소데(角袖, ※역주: 각진 소매의 옷) 코트를 걸쳤다.


"오늘밤은 춥군. 처음부터 칸(燗, ※역주: 술을 뜨끈하게 데워 마시는 것)으로 마시지"


"칸?"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켄신은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사키히사는 그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몸종에게 아츠칸(熱燗, ※역주: 데운 술)의 준비를 명했다. 잠시 후 몸종이 데운 술(燗酒)과 안주를 얹은 그릇을 날라왔다.

술병(とっくり) 하나를 집어들더니, 사키히사는 잔에 술을 따라 켄신에게 내밀었다. 다소 당황한 켄신이었지만, 사키히사에게서 잔을 받아들고 시선을 잔으로 내렸다.

바닥에 푸른 고리(蛇の目) 모양이 그려져있는 것 이외에는 하얀색의 잔이었다. 하얀 바탕 부분으로 색을 보고, 감색(藍色)과 하얀 바탕의 경계로 투명도를 보았다.

달빛을 반사하여 푸르게 빛나는 데운 술에 켄신은 잠시 홀린듯 바라보았다. 이윽고 대담한 미소를 떠올리며 사키히사와 잔을 부딪혔다.


"우선은 우리들의 재회에 건배"


"그렇군, 우리들의 재회에 건배"


각자 잔을 기울여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익숙해져 있는 사키히사는 그렇다치고, 처음 겪어보는 데운 술의 맛에 놀란 켄신이었으나, 즉시 마음을 바로잡고 맛을 즐겼다.


"맛있군"


"그렇지. 이건 오다 가문 가신들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명품. 오늘같은 날에 마시기 적합하지"


말하면서 사키히사는 정원으로 얼굴을 돌렸다. 켄시도 그를 따라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의 어둠에 뚜렷히 떠올라있는 달, 청명하게 비추어지는 정원, 귀를 간지럽히는 잎사귀들이 스치는 소리.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운 겨울의 정경이 그곳에 있었다. 겨울 특유의 맑은 공기에 떠오르는 메마른 풍경에, 켄신은 호위를 꺼려한 이유를 깨달았다.

조용히, 다만 말없이 눈 앞의 정원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것이 대단히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켄신은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신이라도 덧없이 아름다운 장소를 맨발로 어지럽히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으로 덧없는 아름다움. 자네가 노키자루(軒猿, ※역주: 닌자의 명칭 중 하나)를 꺼려한 이유를 알겠네"


"이 정원은 내 자신작이지. 땀냄새나는 무지렁이는 필요없네"


정원을 바라보며 사키히사는 잔을 기울였다. 켄신도 똑같이 잔을 기울였다.

말없이 정원을 바라보며 술을 즐기던 두 사람이었으나, 문득 켄신이 입을 열었다.


"내가 찾아온 이유를 묻지 않는겐가"


"억지로 물어봐도 대답해 줄겐가?"


켄신의 의문에 사키히사는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켄신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사키히사는 거의 흥미가 없었다. 다만, 옛 친구와 잔을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이었다.

예전에 조정(朝廷)과 아시카가(足利) 정권의 권위 부활의 맹약을 맺고 타케다(武田)와 호죠(北条)에 야망을 분쇄당해 결별했던 두 사람이었으나, 우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훗, 이대로는 단순히 놀래키기 위해 방문했다고 생각될 것 같군. 그렇지……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내가 찾아온 이유는, 자네의 딸이 관계가 있지"


"딸……? 설마……"


이 때 처음으로 사키히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떠올렸다. 대담한 웃음을 떠올린 켄신은, 잔의 술을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타케다와 전쟁을 했을때도 이 정도로 놀란 적은 없었지. 정치에 여자를 쓰다니, 라고. 그렇기에 다들 속고 있는거지. 타케다의 시노비도, 호죠의 시노비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네. 그렇지? 겉보기에는 오다 가문이나 모리 가문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말일세"


"……"


"나도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간자의 보고를 일소에 부쳤겠지. 하지만, 그 아이와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자가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네"


거기서 말을 끊고, 잔의 술을 비운 후 켄신은 한숨을 쉬었다.


"나라의 초석은 백성, 우리들 무사는 백성으로부터 영지를 안전하게 지키는 대신 수확물을 받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네.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 아이는 백성을 번영시키고 있지. 그리고, 자신의 이익도 얻어 힘을 기르지. 간자가 눈을 까뒤집었네. 그 아이가 가진 힘은 120만석의 영주에 필적한다고 말일세"


"……나를 찾아온 이유는, 설마 중개를 해달라는 헛소리는 아니겠지. 그 아이는 고노에(近衛) 가문의 지보(至宝). 그리 간단히 다른 곳에 보낼 수는 없지. 게다가, 지금은 오다 님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 그 애가 싫어하지 않는 이상, 오다 님 밑에서 떼어낼 수는 없네"


이야기가 까다롭게 됐군, 이라고 사키히사는 마음 속으로 신음했다. 타케나다 호죠는 오다 가문의 군사 방면을 주시하고 있기에, 농업이나 어업 등은 소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켄신은 다르다. 그는 백성의 영지를 맡아가지고 있는 것이 무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타케타나 호죠와는 달리, 시즈코의 생산 기술을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잠깐. 네 이놈…… 오늘 찾아온 이유는 설마"


켄신의 속셈을 생각하고 있던 사키히사는, 켄신이 오늘 찾아온 이유는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계산된 것임을 깨달았다.

해답을 찾아낸 사키히사에게, 켄신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뭘, 잡아먹으려는 게 아닐세. 단지, 한번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 뿐이지. 그대의 딸, 고노에 시즈코 님과 말이야"




연말연시에 대비하여, 사키히사는 시즈코에게 다종다양한 상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그 상품들이 도착하는 날이, 켄신이 방문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때때로 노부나가가 접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키히사의 접대는 시즈코가 한다.

평상시에 상품을 배달하는 것만이라면 시즈코 자신이 오지는 않지만, 연말이라는 이유고 그녀는 인사도 겸해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켄신은 그 시기에 맞춰 오다 가문 가신들이라도 상급 무장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시즈코와 회담 자리를 손에 넣었다. 간단히 쫓아낼 수 없는 이상, 사키히사가 위장통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 님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내라"


마음 속으로 으르렁거리면서 사키히사는 시즈코를 안내하도록 명했다. 그 옆에서 켄신은 재미있는 듯한 미소를 띄우고는 시즈코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즐거워하면 할수록, 사키히사는 위장통이 심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안심해라)"


그렇게 말하는 켄신이었으나, 사키히사는 켄신의 표정을 보고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확실히 한바탕 말썽이 일어날 예감을 느낀 사키히사는, 무거운 것을 뱉어내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말과 함께 조용히 입구가 열렸다. 먼저 두꺼운 옷을 입은 시즈코가, 이어서 카이저와 쾨니히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 대비도 없이 거대한 짐승을 보게 되자 켄신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사키히사가 킥 하고 웃었다. 머리로 이해가 된 켄신은, 뺨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아, 죄송합니다. 이 애들이 떨어지질 않아서…… 그, 무섭지 않거든요?"


뒤통수를 긁으며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켄신은 자세를 바로하고는, 다시 카이저와 쾨니히를 보았다.

본 적도 없을 정도의 거구였으나, 결코 조야한 느낌이 아니라, 신비스러울 정도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상관없소. 하지만, 처음에는 놀랐으나 보면 볼수록 단정한 모습이군"


시즈코는 눈 앞의 승려(켄신)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시가의 진(志賀の陣)이 끝난 이후, 비트만들은 시즈코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형편상 짐승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서는 얌전히 떨어지지만, 입구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다. 특히 카이저는 어렸을 때부터의 어리광부리는 버릇이 부활하여, 24시간 찰싹 달라붙었다.

여기저기 이동한 것 때문에 애정 부족을 느낀 건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고노에 님. 목록의 확인입니다만…… 괜찮으신가요?"


내용의 확인과, 외부인이 있는 상태에서도 문제없느냐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서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물었다. 그는 켄신을 한 번 쳐다본 후, 무거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키히사의 태도에 의문을 느낀 시즈코였으나, 깊게 파고들면 그가 곤란해할거라 생각하고 그 이상 질문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시즈코는 보따리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내용을 최종 확인한 후 사키히사에게 건넸다.


"소금, 설탕, 된장, 간장, 미림(味醂), 술, 녹차, 우롱차(烏龍茶), 홍차, 기후 쌀(岐阜米), 오와리 쌀(尾張米)…… 등등 상당한 양입니다. 다소 부엌이 좁아질거라 생각합니다"


"상관없다. 연초에는 지기(知己)를 불러 연회를 열 예정이지. 정월 3일이 지나면 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라면 몇 달은 생활할 수 있는 양을 며칠만에 소비한다. 얼마나 사람을 부를 건지 조금 궁금해졌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떠오른 질문을 되삼켰다.

그 후, 짐을 확인하고 싶다고 시즈코에게 말하고 사키히사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시즈코를 데리고 나갔다. 재빠른 움직임에 켄신도 어이가 없었지만, 머리로 이해되자 작게 웃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친구을 방에 놔둔 채로 밖으로 나온 것에 시즈코는 약간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사키히사는 팔짱을 끼고 신음한 후,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시즈코 님. 내 두 번째 어려운 문제는, 그대를 내 유자(猶子)로 삼는 것이오. 하지만, 이 일은 오다 님과의 사이에서만 이야기된 것이지"


"어, 아, 네, 어?"


엄청난 폭탄 발언을 들은 시즈코였으나, 그녀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사키히사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더니 절박한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그것을, 카부키모노(傾奇者)보다 질이 나쁜 저 대악당(大悪党)은, 어째서인지 알고 있소. 저 사내가 누군데, 틀림없이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겠지. 그래서, 여기는――"


"그렇게 섭섭한 소리를 하지 말게나"


대화 도중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사키히사의 몸이 굳었다. 하지만, 말을 건 인물은 그다지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사키히사들에게 다가왔다.


"실례, 저는 단지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래도 이 녀석이 잔걱정이 많아서 말이오"


켄신은 시즈코 앞에 서더니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아직까지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시즈코였으나, 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의 사키히사였지만, 이윽고 탄식하더니 툇마루에 앉았다.


"후시키안(不識庵) 님. 이 아이는 바쁜 몸이니, 너무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네. 짧게 끝내 주시게"


대책을 세워봐야 깨질 것을 이해한 사키히사는, 켄신이 바라는 대응을 하면서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유도하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사키히사의 속셈을 헤아린 켄신은, 사키하사에게 감사와 사죄를 담아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다시 시즈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전에도 만났지만, 다시 소개하지요. 소승은 후시키안이라고 합니다.


"시즈코, 입니다. 그…… 그 성함, 과 고노에 님의 친구분이시라는 것은…… 에치고의 용, 이라고 불리는 분이신가요?"


에치고의 용이라는 말에 켄신의 표정이 굳었다. 이전에는 정체를 꿰뚫어본 기색도 보이지 않았던 시즈코가, 이번에는 즉시 켄신의 정체를 간파했다.

켄신은 얼굴만 사키히사 쪽으로 돌렸다. 그는 켄신이 놀라는 모습이 어지간히 재미있었는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다시 시즈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켄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만약 내가 에치고의 용이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찌하실 것이오?"


"딱히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후에 몰래 오셨다고 해도 지금은 눈이 내리는 계절이니, 이래저래 불편하신 점 많으신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켄신과 사키히사는 할 말을 잃었다. 에치고의 용, 성장(聖将), 군신(軍神)이라는 별명이 붙었듯이, 우에스기 켄신은 타케나다 호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장이다. 그의 목을 원하는 사람들은 별의 숫자만큼 많다.

그런 켄신을 죽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앞두고, 목을 취할 야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며, 거꾸로 그가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는 시즈코에게는, 제아무리 사키히사라도 예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대답이었다.

살기가 일절 느껴지지 않고, 켄신들이 놀라는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즈코를 켄신은 똑바로 바라보았다. 방금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눈이라고 켄신은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허허허헛, 참으로 기분좋은 말이로다"


"네, 네에"


호쾌하게 웃는 켄신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워졌다. 한바탕 웃은 후, 켄신은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떠올렸다.


"그대에게는 이익만 추구하는 자들에겐 없는 바람을 느끼오. 참으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바람이외다"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는 전국시대의 상식을 몇 번이나 뒤집는 사고방식의 소유주임을 그녀는 떠올렸다.


투서함을 회수할 때, 시즈코는 눈 앞의 인물이 켄신인 것을 깨닫지 못했다. 후시키안이라는 이름이 걸리기는 했지만, 에치고의 영주인 켄신이 호위도 없이 기후에 올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 그렇기에, 다들 켄신의 술수에 걸려들어, 누구 하나 그의 정체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바라건대, 계속 변함없이 있어주었으면 하외다"


"네, 네에, 감사, 합니다?"


"허헛, 오랜만에 마음속이 다 시원해지게 웃었소. 답례로 한 잔 올리고 싶다고 하고 싶지만, 그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차를 한 잔 올리지요, 물론 이놈이 퍼뜨리고 있는 고노에류 전차도(近衛流煎茶道)의 예법으로 말이오"


고노에류 전차도는, 다도(茶道)의 일종인 전차도(煎茶道)를 사키히사가 나름대로 개량한 다도의 일종이다. 말차도(抹茶道)와는 달리 도구는 찻주전자(急須), 찻잔(湯飲み), 끓인 차를 식히는 그릇(湯冷まし), 찻잎 등 네 가지만 있으면 된다.

마시는 법에 추천하는 방법은 있지만, 엄격한 예법은 없다. 마주보고 책상다리를 한 채 마셔도 좋고,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마셔도 좋고, 선 채로 마셔도 좋은 등, 세세한 규정은 하나도 없다.

사키히사의 전차도는 마음가짐(心構え)과 접대(もてなし)에 대한 철학, 그리고 추천하는 순서 뿐이다.


마음가짐이나 접대에 대한 철학은 말차도와 큰 차이가 없다. 순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키히사는 아래의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먼저, 차모임(茶会)을 여는 호스트는 멀리서 어렵게 찾아와 준 사마들에 대해, 목을 축이는 목적으로 미지근한 차를 낸다. 마음으로 차를 마시고 진정된 사람들에게 조금 뜨거운 차와 과자를 낸다.

그 후에는 잡담을 하거나,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는 등, 각자 편한 대로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적당한 온도로 끓인 차를 내면 끝이다.


차는 녹차, 우롱차, 홍자, 호지차(ほうじ茶) 등 뭐든지 좋다. 내는 순서도 종류도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다. 처음에 녹차를 내고, 마지막에 우롱차를 내는 것도 허용된다.

각자가 자신들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마시는 법으로 마시면 되었다. 이 완만한 규정과 차도구(茶道具)의 저렴함이 인기를 끌어, 고노에류 전차도는 무가(武家)나, 공가(公家), 주로 여인들에게 대유행했다.


여담이지만 녹차, 우롱차, 홍차는 전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는 동백과의 차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세 종류의 차이점은 찻잎의 가공 방법이다.

나무의 생잎을 건조, 발효시켜 말들 때, 발효시키지 않은 차를 녹차, 약하게 발효시킨 차를 황차(黄茶), 백차(白茶), 강하게 발효시킨 차를 우롱차, 완전히 발효시킨 차를 홍차라고 부른다. 누룩균(麹菌)에 의한 후발효차(後発酵茶)는 흑차(黒茶)라고 부른다.

따라서, 현대에서는 일본의 차나무에서 만들어지는 국산 홍차가 있다.

인도-스리랑카의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하지만,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 떪은 맛이 적고 산뜻한 맛, 약간의 단맛이 특징이다.


"맙소사, 변함없이 자기 고집을 부리는 사내로세"


켄신의 말에 사키히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겨울의 추위에 견디면서 아시미츠(足満)는 오우신 신사(櫻信之社)의 한 구석의 땅을 갈고 있었다.

그 자신이 갈고 있는 이유는, 지금부터 키우려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여 함부로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시즈코가 알게 되면 불태워버리겠지. 가능한 한 얼버무리도록 하자)


심는 것은 5월로 아직 멀었지만, 언제 바빠질지 모르기에 시간이 있을 때 꾸준히 갈아두자고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손바닥만한 땅밖에 쓰질 않기 때문에 1각(刻)도 걸리지 않아 아시미츠는 땅을 다 갈았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는 가까이 있는 돌에 걸터앉았다.


(희한한 일을 하시는군요)


"봄에 키우는 게 특수하니까"


어디선가 토비카토(鳶加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땀을 다 닦자 그는 몸을 움직여 근육을 풀었다.


(그건 이전에, 타케다의 간자에게 쓰신 것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지나치게 많이 알면 목숨을 잃는다, 토비카토. 뭐 좋아, 네놈은 쓰는 걸 본 적이 있으니, 특별히 가르쳐주지. 내가 키우는 것은 세뇌를 위한 독초이다. 남만에서는 앤젤 트럼펫(Angel Trumpet)이나 다튜라(Daturas)라고 부르지"


엔젤 트럼펫, 다튜라, 다투라, 만다라케(曼陀羅華) 등 여러가지 이름을 가진 흰독말풀(朝鮮朝顔, 이하 다투라)은, 대단히 위험한 독을 가진 1년초(一年草) 또는 고목(高木)이다.

다투라에는 브루그만시아(キダチチョウセンアサガオ, Brugmansia) 속(属)과 흰독말풀 속(属)이 존재한다. 양자의 차이점은 나무가 되는지 풀이 되는지와 꽃이 피는 형태이다.

브루그만시아 속은 높은 나무 또는 낮은 나무로, 꽃이 아래쪽을 향해 핀다. 그에 반해 흰독말풀 속은 1년초 또는 다년초(多年草)로, 꽃이 위를 향해 핀다.

통칭 앤젤 트럼펫이라고 불리는 종류가 브루그만시아 속, 다투라라고 불리는 종류가 흰독말풀 속이다.

공통점은 양쪽 다 유독 식물로, 대단히 위험한 식물이라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흰독말풀의 조선(朝鮮, ※역주: 흰독말풀속의 일본 명칭인 朝鮮朝顔는 그대로 읽으면 조선 나팔꽃이라는 뜻)은 특정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해외에서 들어온 것, 이라는 의미이다.

또, 나팔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다투라는 가지 과에 속하며, 메꽃(ヒルガオ) 과인 나팔꽃과는 종이 다르다.

그리고, 1804년에 세계 최초의 전신마취하에서의 유방암 적출 수술을 한 하나오카 세이슈(華岡青洲)가 쓴 다투라는, 메텔(Metel)이라고 불리는 인도 원산의 풀 종류의 다투라이다.


(미치광이풀(ハシリドコロ, 스코폴리아 뿌리)을 쓴 독초와 같은 종류입니까)


"세뇌에 쓰기엔 이쪽이 좋다"


아시미츠가 수입한 다투라는 대단히 위험한 독초이다.

인도에서는 다투라를 이용해 상대를 만취(酩酊) 상태로 만든 후 강도짓을 하는 다투레아스(Datureas, ※역주: 알파벳 스펠링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라는 범죄 조직이 존재했는데, 그 조직이 사용했다고 하는 다투라가 아시미츠가 키우고 있는 다투라이다.

독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상대가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는 타케다나 호죠의 간자이다. 따라서, 아시미츠는 털끝만큼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에게 있어 시즈코 이외의 사람들의 목숨은 길 옆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정도의 가치조차 없지만.


"하시시(hashish)로는 생각대로 사고(思考)를 제어할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이쪽이라면 제어하기 쉽고, 밖으로 샐 걱정도 없지"


(설마…… 그 30명은……)


"이야기는 이상이다, 토비카토. 이 이상 캐물으려면 그 목을 각오하라"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낸 후, 아시미츠는 도구를 정리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말없이 아시미츠가 갈아놓은 밭을 보고 있던 토비카토였으나, 이윽고 마음 속에 있는 시커먼 것을 뱉어내려는 듯 중얼거렸다.


(목숨을 버린 병사…… 라. 당분간 사이카슈(雑賀衆) 주변은 난리가 나겠군)




12월의 어느 날, 시가의 진에 대한 논공행상이 노부나가의 거성(居城), 기후 성(岐阜城)에서 열리게 되었다.

노부나가 최대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가의 진에서 각자 충분히 활약하였기에, 그는 간신히 멸망의 위기를 넘겼다.


"제 1공!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森三左衛門可成)!"


활약의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굳이 1위를 정하라면 모리 요시나리 이외에는 없다. 그의 활약에 의해 노부나가는 쿄(京)를 빼앗기지 않았고, 그리고 등 뒤에서 습격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전장에 서지 않더라도 인맥을 이용한 외교로 반 오다 연합의 일부에 책략을 성공시키는 등, 누가 봐도 그가 시가의 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것은 명백했다.


"요시나리, 망국의 위기를 이겨낸 활약, 실로 훌륭하였다"


"옛!"


요시나리에는 명품 다기(茶器) 두 점, 돈, 그리고 봉토(知行地)가 내려졌다. 그 후에도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木下藤吉郎秀吉), 니와 나가히에(丹羽長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등 많은 무장들에게 포상이 내려졌다.


"(저기말야, 우리들은 포상이 없을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케이지(慶次)가 시즈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야 그렇지. 이번에 우리들은 명령을 무시했으니까. 우사 산성(宇佐山城) 함락을 저지한 걸로 상쇄된 거 아냐?)"


"(……뭐 원래는 노다(野田)-후쿠시마(福島)로 참전했어야 했던 거니 어쩔 수 없나)"


케이지도 포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지, 금방 납득하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애초에 시즈코는 논공행상에 흥미가 없었다. 주어지는 것은 보물, 다기, 칼, 말인데, 시즈코에게는 하나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것들 뿐으로, 받아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하사하는 게 고작이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와사비의 재배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 쪽이 강했다.


"이상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 외에 무공을 기리는 두 가지 특별 무공이 있다"


논공행상은 끝이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진행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시즈코는 진절머리가 났다.


"첫번째는 우사 산성을 지켜낸 병사들이다. 그들의 용감무쌍한 분투(獅子奮闘) 없이 우사 산성을 지켜낼 수 없었다. 목숨을 버리고 싸운 무사들은, 특별무공으로 기려야 할 것이다"


묵념할 듯한 분위기로 노부나가가 말했다. 특별무공은 그 자신이 말할 것인지, 진행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눈을 감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목숨으로서 조국의 초석이 된 영령들이여, 편히 잠들라"


노부나가의 말을 들은 가신들이, 누구의 말을 들을 것도 없이 합장하고 기도했다. 묘비 없는 땅에 잠든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윽고 전원이 합장이 끝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눈을 뜨고 두번째의 특별무공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두번째도 우사 산성과 관계가 있다. 그들은 우사 산성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고, 반역한 롯카쿠(六角)를 철저히 짓밟아 오우미 국(近江国)의 안정에 기여하였으며, 코우가슈(甲賀衆)에 대한 책략을 용이하게 하였다. 공식적인 무대에 서지 않고, 무공을 탐하지 않고, 다만 무대 뒤편에서의 역할에 진력한 자들에게, 나는 두 번째의 특별무공을 내리고 싶다"


(아,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시즈코 군 총대장, 시즈코!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모리 카츠조(森勝蔵)! 그대들의 활약, 실로 훌륭하였다"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으나, 호명되었으니 앞으로 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다 가문 가신들로부터 상찬의 눈빛, 그와 동시에 따라붙은 질투와 반감 등의 악의.

정(正)과 부(負)의 감정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다수의 전투를 거쳐 늠름해졌는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배짱이 두둑해졌는지, 시즈코는 가신들의 악의를 가볍게 흘리고 노부나가의 앞으로 이동했다.


"호오…… 전쟁이란 사람을 이만큼 늠름하게 성장시키는 것인가. 걷기 시작한 갓난아이가 훌륭한 표정을 짓는 장부(をのこ)로 변했구나"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부나가는 혼잣말을 하며 대담한 미소를 떠올렸다. 시즈코가 눈 앞에 앉자, 노부나가는 표정을 조였다.


"시즈코, 마에다 케이지, 카니 사이조, 모리 카츠조, 그대들의 활약, 훌륭하였다"


봉록(俸禄)은 전원 공통으로 칼, 말, 돈이 내려졌으나, 시즈코에게만 명품 다기 한 점과 영락전문기(永楽銭紋旗, ※역주: 영락전(永楽銭) 문양이 그려진 깃발(旗))이 내려졌다.

영락전문기는 노부나가가 깃발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깃발 문양은 미즈노(水野) 씨、쿠로다(黒田) 씨、센고쿠(仙石) 씨가 받은(拝領) 게 고작이고 가신들에게 내려지는 경우는 적으며, 따라서 대단히 명예로운 것이다.


"이상으로 논공행상은 끝나지만, 한 가지 모두에게 알려둘 이야기가 있다"


노부나가가 가볍게 손뼉을 쳐 소성에게 신호를 보내자,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거기서 방으로 들어온 것은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였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시즈코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해했다. 한층 두통이 심해졌지만, 노부나가가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키히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더올리며 시즈코의 옆까지 이동하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다들 궁금해하고 있을테니, 슬슬 시즈코의 정체를 밝히겠다"


그 말에 주위가 술렁였다. 시즈코의 성은 아야노코우지(綾小路)였으나, 아무리 조사해봐도 시즈코가 아야노코우지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증거는 없었다.

상락 후에도 노부나가는 몰래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에게 조사하게 했으나,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주워와서, 지금은 중히 쓰이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일의 시작은 현 쇼군(将軍)의 형님이신 검호(剣豪) 쇼군과 오다 님께서 밀회했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우에스기(上杉) 가문과 갈라선 이후, 꿈을 맡길 수 있는 무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오다 님과 검호 쇼군의 밀담. 저는 이것을 호기(好機)라고 보고, 억지를 부려 밀담에 참가하는 것을 허락받아, 거기서 오다 님께 힘을 빌려드릴 약속을 했습니다. 그게 그녀입니다"


(거 참 잘도 그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네…… 나한텐 무리야)


사키히사는 새빨간 거짓말을 막힘없이 늘어놓았다. 진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사키히사의 말이 사실이다.


"여러분께서도 어렴풋이 느끼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녀에게는 고노에 가문의 이름을 쓰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하나는 간자 대책, 또 하나는 재주를 보이는데는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쪽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맘대로 하세요……)


여전히 사키히사의 9할이 거짓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綾小路静子)가 그녀의 본명이지만,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는 고노에 시즈코(近衛静子)의 이름이 사실로 정착되었다.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 출신이라는 것에 무장들은 놀라고, 그녀에게 어느 정도 두려움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으며, 케이지에 이르러서는 "사람은 하루에 쌀이 3합(合)만 있으면 살 수 있어. 그보다 술이 마시고 싶어"라며 시즈코의 성보다 술 쪽이 중요했다.

결국,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의 사람이던 아니던 주위에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녀의 지식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담력에 납득이 갈 뿐이었다.


파란은 있었으나 신속하게 이루어진 논공행상으로부터 며칠 후, 시즈코에게는 노부나가에게서 100명의 아시가루(足軽)가 긴급하게 주어졌다.

그녀는 병사의 취급에 골치를 앓았다. 지금까지도 병사의 증감(増減)은 자주 있던 일이었지만, 100명 정도가 주어진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 응, 어쩌지. 당분간 신병훈련을 시키면 되려나"


"항상 하던 것처럼 체력 측정부터겠지"


골치를 앓고 있는 시즈코에게 나가요시가 지적했다.

시즈코 군은 병사들에 대해, 처음에는 체력 측정이라는 이름의 솎아내기를 하고 있었다. 체력 측정에서 탈락한 사람은 병참대(兵站隊)에 맞는 시즈코가 입안한 훈련을, 체력 측정에 합격한 사람은 나가요시 자신이 몸으로 체험한 특별훈련을 시켰다.

어느 쪽이던 나가요시의 감독 아래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의 훈련은 다른 군대에서도 호평이라 가끔 외부에서 훈련에 참가하는 자들도 있었다.


시즈코 군은 전투에 관여하는 전투군(戦闘軍)과,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병참군(兵站軍)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병참군은 토목공사를 하는 쿠로쿠와슈(黒鍬衆) 외에 무장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다이도코로슈(台所衆), 부상병을 치료하는 킨소이슈(金瘡医衆), 위생이나 방역, 병의 치료를 담당하는 에이세이슈(衛生衆), 무기나 식량을 경호, 운반하는 부츠류슈(物流衆), 척후를 담당하는 셋코슈(斥候衆), 전령이나 파발마등의 통신 관계를 담당하는 츠으신슈(通信衆), 군용견을 다루는 케이비슈(警備衆) 등이 있다.

원활하게 군사작전을 진행하려면, 후방지원의 충실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로부터 겁장이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로마 군의 힘은 병참에 있다, 라고 할 정도로 군에 있어 병참은 중요한 존재이다. 또, 유방(劉邦)에 소하(蕭何), 조조(曹操)에 순욱(荀彧) 등, 유명한 인물들에는 병참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반드시 존재했다.


노부나가도 입 밖에 내어 말하진 않았으나, 전투는 그것이 벌어질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가 후방지원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때로는 그녀의 아이디어를 슬쩍 채용하기도 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설령 적이 특기로 하는 전술, 전략, 이론조차 자군(自軍)에 채용한다. 이 빠른 상황판단이 노부나가의 강점이기도 했다.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의견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그를 바라보며 결론을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달릴게. 요즘 바빠서 훈련을 많이 빼먹었으니까"


"그러냐. 이번에는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그런 대화를 하며 두 사람은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친 후 100명의 병사들이 기다리는 광장까지 이동했다.

미리 정렬시켜둔 덕분에, 큰 노력 없이 시즈코와 나가요시는 100명 앞에 섰다.


"에―, 자 주목―. 이야기는 사전에 들었을거라 생각하니,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지금부터 체력 측정을 합니다"


나무로 된 발판 위에 올라가, 나무로 된 메가폰을 써서 시즈코는 100명의 병사들에 말했다. 역시, 랄까 벌써부터 패턴이 되고 있는 듯, 신병들은 시즈코를 깔보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고 있는 케이지나 사이조, 그리고 시즈코 옆에 있는 나가요시는, 그들의 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흥미진진하다는 웃음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약 50분이다. 나머지는 체력 측정에 들어가기 전의 준비운동에서 비명을 지른다. 대충 20분이나 버티면 오래 버틴 축이다.


"원래는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 복장 그대로 부탁드립니다"


그로부터 10분 정도 후 체력 측정, 아니 단순한 런닝이 시작되었다. 선두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시즈코, 그 뒤를 100명의 신병들이 나란히 달릴 뿐이었다.

규칙은 단순하여, 시즈코가 체력의 한계에 달할 때까지 달린다, 전원이 기권한다,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시즈코를 제외하고 남지 않는다 중 하나였다.


"오―, 제법 열심히 하는데. 아마 두 바퀴도 돌기 전에 반은 탈락하겠지만 말야"


멀리서 보고 있던 케이지였으나, 가까이서 보는 편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틈에 나가요시 옆에 서 있었다.

눈 위에 손을 올리고 재밌다는 듯 보고 있는 케이지와 달리, 나가요시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은 한 바퀴나 돌면 다행일걸. 모래 위를 달리는 건 보기보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니까. 이런 종류의 훈련을 경험한 적이 없는 신병들에게는 힘들겠지"


나가요시의 생각은 옳았다. 한 바퀴 500미터의 레인을 달릴 뿐이지만, 모래 때문에 지면을 강하게 박찰 수가 없다. 필연적으로 단단한 지면보다 힘을 많이 쓰게 된다.

한 발자국만이라면 작은 차이였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나나를까, 두 바퀴를 돌았을 무렵에는 8할 가까이 지칠 대로 지쳐서 다리를 끌고 있었다.


"2바퀴 완료―. 자자, 아래를 보면 더 힘들어요"


그에 반해 시즈코는 아직 여유만만이라는 표정이었다. 처음과 다름없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세 바퀴 째에 돌입했다. 반도 달리기 전에 7할이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며 발을 멈추었다.

세 바퀴 째의 골에 도착한 것은, 시즈코를 제외하면 겨우 한 명 뿐이었다. 그 인물도 네 바퀴 째를 완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에, 시즈코는 거기서 체력 측정을 멈추었다.


"전원 탈락 같으니 종료"


시즈코의 종료 선언에 신병들은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들은 절망을 알게 되었다.


"그럼 10분 휴식 후, 다음에는 턱걸이(懸垂)를 합니다"


체력 측정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신병들은, 문자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훗, 역시 익숙하지 않으면 매제도 힘든 건가"


노부나가였다. 그는 나가마사(長政)로부터 '신병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상담을 받았을 때, 맨 먼저 시즈코 군에 던져넣을 것을 떠올렸다.

다른 곳에서는 정체 때문에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점에서, 시즈코 군은 괴짜들이 수두룩한 군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물이 들어가도 딱히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즈코 군은 신분이나 혈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재능과 운이 있다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운명과 싸워라 매제여. 만약, 네게 운명을 굴복시킬 힘이 있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


노부나가는 아자이(浅井) 가문을 멸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다니 성(小谷城)은 견고함을 자랑하는 성이다. 그러나, 어떤 성이라도 단독으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과 식량의 보급 루트를 전부 끊어버리면, 안쪽으로부터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금부터 2년, 그 때까지 힘을 키워라"


누구에게 대고 말하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는 작게 중얼거렸다. 호위대(馬廻衆)가 반응하기 전에 노부나가는 말머리를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요양을 마친 모리 요시나리가, 연말 인사를 겸하여 시즈코의 집을 방문했다. 그것 자체는 딱히 문제도 없이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그러나, 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요시나리가 나가요시와 대련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왼팔에 장애가 남아, 지금도 약간 저림이 있는 요시나리로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가요시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자, 시즈코는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진짜 창으로 대련하다 살상 사태가 나면 전원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장봉(長棒)으로 대련하게 되었다. 요시나리는 봉을 몇 번 휘둘러서 감촉을 확인한 후, 나가요시 쪽을 향했다.


"사양할 필요는 없다. 나를 적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덤벼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나가요시가 요시나리를 향해 달려갔다.


처음에는 요시나리가 열세에 몰리는게 아닌가, 하고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시즈코나 케이지, 사이조는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가요시의 완패였다.

두 사람의 주위에는 치고 들어갈 때의 생긴 발자국 투성이였는데, 그 대부분이 나가요시의 발자국이었다. 요시나리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나가요시의 공격을 흘려내고, 그대로 기세를 붙여 나가요시를 공격했다.

50대가 다 된, 그것도 왼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젠장! 젠장!"


거친 목소리를 내면서 나가요시는 장봉을 휘둘렀다. 초조함과 한 번도 맞부딪히지 못하는 짜증 때문인지, 그냥 무턱대고 휘두를 뿐이었다. 그런 공격이 요시나리에게 맞을 리가 없어, 간단히 회피당했다.


"크억!"


빈틈투성이의 모습을 드러낸 나가요시의 몸통에, 요시나리의 장봉이 호되게 작렬했다. 아픈 나머지 무릎을 꿇은 나가요시였으나, 요시나리는 용서없이 장봉으로 요시나리의 손을 후려쳤다.

승부의 결과는 누가 봐도 요시나리의 압승이었다. 나가요시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단련시키기위해 이런저런 훈련을 시켰던 시즈코 본인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실력은 좋지만, 교활함은 아직 멀었구나"


나가요시가 떨어뜨린 장봉을 주워든 후, 요시나리는 대련의 감상을 말했다.

다소 호흡이 거칠어지긴 했으나, 아직 한참 여유가 느껴졌다. 반면, 나가요시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어, 체력을 극심하게 소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술에 너무 의지하고 있다. 카츠조, 너는 기본을 너무 소홀히하고 있다. 그래서는 아무리 덤벼봐야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요시나리의 말에 나가요시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의 지적대로, 도중부터 기술을 남용하고, 그게 맞지 않았기에 다음 기술을, 이라는 진흙탕에 빠진 것을 나가요시는 깨달았다.

그가 약간의 지적으로 해답을 얻은 것에, 요시나리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알겠느냐, 카츠조. 기술로 상대(兵)에게 두려움을 주지 마라. 찌르기 한 번,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찌르기만으로 상대를 두려워하게 해라. 그걸 할 수 있으면 어엿한 무사라고 할 수 있다"


"……예"


나가요시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떠올리고는 나가요시는 그를 일으켜세웠다. 나가요시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그는 나가요시의 성장을 기뻐했다.

하지만, 요시나리가 그것을 말로 하지는 않았다. 말주변이 없는데다, 나가요시는 칭찬하면 우쭐하기 쉽다. 하지만, 말로 하지 않더라도, 요시나리의 손을 통해 마음은 나가요시에게 전해졌다.

이윽고 흙을 다 털어낸 요시나리는, 나가요시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내 등을 넘어서라, 카츠조. 너라면 할 수 있다"


"아버지…… 응,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아버지의 등을 넘어서 보이겠어!"


나가요시의 대답에 요시나리는 작게 미소지으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요시를 단련시킨 후,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를 찾아갔다.

설령 전선에서 물러나서 장남에게 가문을 잇게 하더라도 그가 노부나가의 오른팔이자 가장 신뢰받고 있는 인물임에 변함은 없다.

정치나 외교의 보조, 인맥을 살린 교섭, 다음 세대의 육성 등, 부상당하기 전과 다름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시즈코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의뢰한 물건들을 연말까지 끝내려고 했는지, 여러가지 물건들이 배달되었다. 연말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번째는 유리로 된 샬레(Schale)였다.

샬레란 미생물의 배양 실험에 쓰이는 유리로 된 납작한 그릇으로, 한천 배지(寒天培地)를 평판 배지(平板培地)로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독일의 세균학자 율리우스 리하르트 페트리(Julius Richard Petri)가 발명한 이래, 일반적인 용기로서 과학 실험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이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페니실린의 제조와 관계가 있다. 제조처의 규모는 작지만, 페니실린의 제조는 시작되었다.

제조된 페니실린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샬레에 한천 배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하지만, 샬레는 유리로 되어 있기에 생산이 따라오질 못했다. 그래도 필요한 수를 갖추기 위해 시즈코는 몇 번이고 생산을 의뢰했다.

지금은 페니실린 용출액(溶出液)이지만 정제도가 올라가면 알코올의 탈수작용으로 결정화(結晶化)시켜 분말로 만드는 것도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 천연 페니실린, 현대에서는 페니실린 G(벤질페니실린, Benzylpenicillin)이라고 불리는 항생물질은 기본적으로 그램 양성구균(グラム陽性球菌, Gram-positive bacteria)에 활용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매독(梅毒)이다. 매독 스피로헤타를 치료할 때, 페니실린 G가 다른 항생제(抗菌薬)보다 효과적이다.


매독은 제1 감염경로가 성행위(性行為)이지만, 임신중, 출생시의 모자감염(母子感染)에 의한 선천성 매독도 있다.

배양이 불가능하기에, 1998년에 모든 게놈의 DNA 배열이 결정되긴 했으나, 현대에서도 병원성(病原性)의 기구(機構)는 거의 해명되어 있지 않다. 다만, 토끼의 고환 안에서는 어째서인지 배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1512년에 처음으로 매독이 기록상에 등장했다.

매독이 서양의 역사에 나타난 것이 15세기 말(다만 여러가지 설이 있기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겨우 수십년 만에 일본에 도달했다는 것이 된다.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간 매독은 페니실린이 발견될 때까지 치료약은 없어서, 일본에서는 카토 키요마사(加藤清正), 유우키 히데야스(結城秀康), 마에다 토시나가(前田利長), 아사노 요시나가(浅野幸長) 등의 저명 인사들이 매독으로 사망했다.


페니실린이 발견될 때까지 매독에는 수은 요법(水銀療法)이나, 의도적으로 말라리아에 감염시켜 고열 상태로 만들어서 체내의 매독 트레포네마(Treponema pallidum)의 사멸을 확인한 후, 키니네(kinine)를 투여하여 말라리아 원충을 사멸시킨다는, 대단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도 시행되었다.

하지만,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 그러한 치료법은 자취를 감추었다.

현대에서도 매독 트레포네마는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단계에 따라 다르긴 하나 최고 12주 정도 동안 페니실린 G를 투여하면 치료된다.


여담이지만 미합중국 앨러배마(Alabama)주의 터스키기(Tuskegee)에서 빈곤층의 흑인 400명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정부기관이 매독의 생체실험을 1932년부터 40년에 걸쳐서 실시했다.

소위 말하는 터스키기 매독 인체실험은, 매독 말기에 일어나는 다양한 중증 합병증을 연구할 목적으로 실시되어,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알리지 않고,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했다.

또, 건강체(健康体)인 사람은 건강진단 후, 혈액에 악성의 질병이 있다는 거짓을 알리고, '치료'의 이름 하에 매독을 주사하여 의도적으로 감염시켰다.

게다가 1946년 7월에서 1948년 12월에 걸쳐, 같은 보험기관이 중남미의 과테말라에서도 매독의 인체실험(소위 말하는 과테말라 매독 인체실험)을 한 것이 2010년에 밝혀졌다.

이 인체실험의 무서운 점은, 질병이 어떻게 감염되는지 판명된데다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는 시대에 시행된 점이다.


샬레는 페니실린 용이지만, 두 번째로 도착한 것은 개똥쑥(クソニンジン)이다. 학명은 알테미시아(Artemisia)라고 한다.

입에 내기 꺼려지는 일본 명칭(※역주: 일본 명칭은 직역하면 '똥당근')이지만, 악취 같은 것은 없고 쑥과 라벤더 특유의 냄새가 난다.

건조시키면 더욱 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영문 명칭은 Sweet Wormwood(달콤한 향쑥)이라고 한다.

다만, 개똥쑥의 번식력은 허브로 분류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왕성하다. 1년초이지만 지하경(地下茎)이 남아 있으면 거기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개똥숙의 에테르 추출물 알테미시닌(Artemisinin)은, 키니네에 내성을 갖는 말라리아에게도 경이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재배는 손쉬우며, 자연에서 유래된 약 중에서도 비교적 간편한 특효약이다.

말라리아의 특효약이라고 하면 키니네가 가장 유명하지만, 일본에서는 키나(quina, kina)의 재배가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를 경유해서 유럽 상인들이 일본에 내방하는 전국시대, 말라리아 대책의 약을 가질 필요성이 있었다.

최초로 말라리아의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는 기원전 8천년에서 1만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터키의 고대 도시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것으로 생각되는 인골(人骨)이 발굴되었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도 말라리아로 고생하였으며, 그에 관한 부조(relief)도 발굴되었다. 이 부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말라리아 유행의 기록이라고 한다.

게다가 말라리아는 열대지역 특유의 질병이 아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핀란드에서도 20세기 초에 수천명이 감염되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감염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일본도 감염 범위 바깥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말라리아였으나, 1880년에 알제리 주재 프랑스 육군 군의(軍医) 샤를 라브랑(Charles Louis Alphonse Laveran)이 환자의 혈액에서 말라리아 병원충(原病虫)을 발견했다.

그리고 영국의 의사, 로널드 로스(Sir Ronald Ross)가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것은 모기라는 것을 증명한 것은 1897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이, 시즈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방한복 세트였다.

구체적으로는 장갑, 양말, 복대, 도자기로 만든 탕파(湯たんぽ, 湯婆) 등 4점 세트였다. 이것들을 쓰는 것은 시즈코가 아니라, 그녀의 거점을 방위하고 있는 병사들이다.


시즈코가 사는 장소는 노부나가의 배려에 의해 항상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추위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해도, 이래서는 몸이 상한다.

여름의 더위와 함게 겨울의 추위 대책은 꼭 필요하다. 방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추위 때문에 손이 얼어서 중요할 때 움직이지 못해서야 이야기가 안 된다.

따라서, 추위 속에서도 병사들이 가능한 한 만전의 상태로 있을 수 있도록 대첵을 세우는 것은 중요했다.


"에―, 주목!

지금부터 방한구 4점을 두 벌씩 지급할테니, 받은 사람부터 착용하세요. 또, 이번에는 실용검증(実地検証)도 겸하고 있으므로, 사용감에 대한 감상을 들을 겁니다"


"옛!"


시즈코의 선언을 신호로, 4점 세트를 포장한 보따리가 두 개씩 병사들에게 건네어졌다. 병사들은 즉시 복대, 장갑, 양말을 신고, 도자기로 만든 탕파에 뜨거운 물을 넣었다.


"따뜻하다…… 나, 이 시기에는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여기서 술이 있으면 완벽, 하다는 건가?"


"그만둬. 그런 짓을 했다간 오다 님의 벼락이 떨어진다"


추위가 완화되어 여유가 생겼는지, 여기저기서 병사들은 잡담을 나누었다. 방한화를 배치할 수 있으면 완벽하지만, 현재로서는 코스트가 너무 들어서 병사들에게 돌릴 여유는 없다.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彩) 등 측근에게 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만큼 성능은 보증되어 있어, 물이나 눈이 녹은 길을 걸어도 목이 긴 신발처럼 물이 스며드는 일은 없었다.


"자, 잡담도 좋지만 받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임무에 복귀해 주세요. 겨울 동안에는 이 4점을 착용하도록 합니다. 가끔 사용 소감을 물어보러 갈 거니까 즉시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아, 옛!"


느슨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병사들이, 시즈코의 독려에 당황하여 대답을 하고 표정을 조였다.

다 입은 병사들은 예비 보따리를 한 손에 들고 각자 소정의 위치로 돌아갔다. 전원이 수령을 마치자, 시즈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좋―아, 연말까지 할 일은 다 끝났네―. 뭐, 내년이 되자마자 할 일이 있지만 며칠은 푹 쉴 수 있어"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시즈코는 굳은 어깨를 풀었다. 하지만, 새해가 지나면 또 일거리가 생긴다. 이 바쁜 몸은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하고 때때로 생각하는 시즈코였다.


"내년에야말로 실컷 놀면서(左団扇) 생활해주겠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시즈코는 잊고 있었다. 작년 연말에도, 똑같은 것을 결의했던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상의 정세는 그녀에게 안식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무명이었던 시즈코 군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충격적인 초전을 장식했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자마자 오우미 국의 패자(覇者) 롯카쿠 씨를 괴멸시킨 것에 각국은 놀라서 정보를 얻으려고 많은 간자를 풀었다.

지금까지 조용했던 그녀의 주위도 서서히 소란스러워져간다. 아무리 그녀가 조용한 생활을 원하더라도, 시즈코의 파란만장한 생활은 지금부터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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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2 1570년 12월 하순



역사적 사실 대로라면 내년 초부터 전투가 시작되는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강화를 맺기 전부터 화살의 증산에 주력하고 있었다.

현대라면 듀랄루민제나 카본제의 화살을 써서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전국시대의 이대(矢竹)를 살대로 가공하여 만드는 화살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기본이 된다.

따라서 저격에 쓰이는 화살이 아니라, 많은 수를 쏘기 위한 화살은 질을 따지지 않는다. 얼마나 단시간에 필요 최저한의 품질로 양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많은 걸 바라고 필요 이상의 질을 추구하면 그만큼 완성이 늦어진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면 시세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특히 궁병이 많아 화살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시즈코 군에게는, 단시간에 범용성이 높은 화살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전(継戦) 능력이 저하되어 버린다.

병기로서 통용되는 최저한의 '질'을 확보한 화살을 충분한 '양'을 준비한 후에, '질'을 추구하여 차츰 교체해나가면 된다.


"하루에 3000대인가. 다른 군에도 납품하고 있으니 이대로는 때를 맞추지 못하겠네"


화궁(和弓)을 쓰는 사람은 별개로 치고, 오다 군이 쓰는 견제 목적의 단궁(短弓)은 규격이 통일되어 있기에, 어느 아시가루(足軽)가 사용하더라도 최저한의 성능을 낼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능력에 따라 차이는 발생하지만, 기본적인 성능은 전혀 다르지 않다.


아시가루의 손실을 막으려면 돌격해오는 적병을 화승총으로 쓸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화약이 있어도 충분한 숫자의 화승총을 갖추는 게 어렵다. 윤택한 군자금이 있는 오다 가문이라도, 아무래도 수천 정이나 되는 화승총을 독점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균형 문제도 있어 어렵다.

그래서 노부나가가 생각한 것이 간소한 활에 의한 일제 사격, 즉 적에게 화살비를 퍼부어 탄막을 치는 전법을 채용했다.


처음에는 크로스보우를 생각했으나, 활시위의 위력이 약하면 수십미터 앞의 인간도 죽일 수 없는 것이 판명되었다.

컴파운드 보우는 구성 부품도 많고 높은 '질'을 요구하는 무기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간소한 구조의 단궁을 양산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유효 사정거리는 100미터 정도이지만, 뭣보다 훈련을 시키면 화살을 걸고 쏘기까지의 시간을 1, 2초 정도로 짧게 할 수 있다.

설령 100미터를 평균 13초에 돌격해오는 적군이 있다고 하면, 거의 10번이나 화살비를 퍼붓는 것이 가능해진다.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노부나가는 화살의 일제사격 전법을 각군에 채용하도록 했다.


그 활과 화살의 제조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 시즈코였다.

원래 그녀가 확립한 전법이었기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시즈코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대량생산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생산되는 활과 화살을 아시가루가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기 위한 연구가 존재했다.


화살의 길이는 양손을 펼쳤을 때의 길이에서 38.1cm(15인치)를 빼고 2로 나눈 숫자가 적당한 화살 길이라고 한다.

이 길이에서 크게 벗어나면, 활시위를 제대로 당길 수 없고, 또 관절 등을 다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즈코가 취한 대책이, 화살에 맞춰 병사를 모으는 것이다.

즉, 아시가루 한 명 한 명에 화살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화살의 길이의 규격을 통일하고, 그에 적합한 아시가루를 모으는 것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이상의 생산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어쩔 수 없네. 그럼 우리 군을 뒤로 미루고, 다른 군에 우선적으로 납품해줘. 물론, 영주님께 납품처의 우선순위를 확인받고 나서야"


"알겠습니다"


"맞다맞아, 꽤나 추워졌으니까, 건강에는 주의해. 나는 아까부터 덥지만"


시즈코가 겨울에도 더운 이유는 비트만들이 그녀의 주위에 몰려있기 때문이었다.

늑대의 체온은 항상 섭씨 40.6도에서 41도로 높고, 거기에 땀을 흘려 체온조절을 하는 게 아니라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서 체온조절을 한다.


"전투식(戦闘食)…… 그 뭐냐, 타케나카(竹中)님에게 '전쟁밥(いくさ飯)'의 메뉴표는 도착했어?"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는 군용식을 전투식이라고 부르면 의미를 알기 어렵다고 하며 시즈코에게 명칭을 전쟁밥으로 변경하자는 편지를 보냈다. 시즈코도 명칭에는 딱히 집착이 없어서, 명칭 변경에 반론하지는 않았다.

이후, 오다 군에서 직접 준비하는 전투용의 식량을 '전쟁밥'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착되었다.


"어제, 무사히 도착했다고 파발마가 왔습니다"


"5리터의 수동 가압식 펌프의 시제품은 완성되었던가?"


"며칠 전에 시제품이 도착하였고, 어제 시즈코 님이 쓰신 보고서와 합께 반송했습니다"


"어라, 그랬던가? 그럼 됐어"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피제(嫌忌剤)를 효율적으로 산포하기 위해, 가압식 핸드 펌프의 제조를 의뢰했었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의뢰나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 시제품이 도착해서 직접 검증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

검증시에 시즈코가 문제삼았던 것은 분무구의 노즐 정밀도로, 기술적 한계 때문에 조임이 어설퍼서 1회 분무량이 너무 많았다.

휴대용 탱크의 용량을 5분만에 전부 소진해버렸기에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최근에 이것저것 만들어진 게 도착해서, 검증하고 보고서를 돌려보내고 있다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네"


"피곤하신 듯 하군요. 조금 쉬시는 게 어떨까요"


"그러네. 이제 곧 연말연시니까, 조금 쉬기로 할게"


새해가 되면 곧 노부나가는 군비를 갖추어 히데요시(秀吉)에게 쿄(京)와 호쿠리쿠(北陸)를 잇는 경로(육로와 해로)를 완전히 차단시키고, 니와(丹羽)를 사와 산성(佐和山城)에 입성시켜 기후(岐阜)로부터 남 오우미(南近江) 사이에 있는 도로의 안전을 확보했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여기부터 파죽지세로 침공하여, 5월에는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의 정벌, 9월에는 히에이 산(比叡山)을 불태우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도 바쁜 전투의 나날들이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지긋지긋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가지 수동식의 도구를 재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하나같이 그저 그런 성능밖에 나오질 않네. 처음부터 고성능을 바라면 안 되지만)


고성능의 완성형을 알고있는 만큼, 몇 번이나 검증과 개량을 반복하며 모래성을 하늘까지 쌓아올리는 듯한 작업을 생각하자 의욕이 사라지는 시즈코였다.

성능면에서 불충분하더라도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한 물건은, 일단 실용화하여 실제로 다수의 사람들이 시험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점이나 개선점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완전히 세련된 완성형보다도, 이 시대의 사람들이 운용하기에 최적인 형태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자기 혼자서 판단하기보다, 많은 사용자들로부터 의견을 집약하여 꾸준히 이상형에 근접시키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즈코밖에 검증을 할 수 없어, 기술자 마을과 그녀 사이에서 개수나 시험을 반복하여 시즈코의 합격 판단을 받아 제품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많은 제품을 세상에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시즈코 혼자이고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병목현상(작가 주: 다른 것을 아무리 향상시켜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치명적인 부분을 가리킴)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도구'가 갖춰지기 시작하고 있어. 슬슬 편해졌으면 하는데…… 왠지 바빠지네. 그러고보니 고노에(近衛) 님이 말한 '두 번째 어려운 부탁'은 결국 뭐였을까. 그 이후 뭐라고 말할 기색이 없으니)


그 '두 번째 어려운 부탁'이 사키히사(前久)와 유자(猶子)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는 그녀는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녀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온천에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의 기후(岐阜)에서, 노부나가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가 오다 가문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던 말던, 그는 오직 기회를 엿보며 자복(雌伏)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요시나리(可成), 솔직하게 묻겠다. 나는 이미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


야나가와나베(柳川鍋, ※역주: 미꾸라지 요리의 일종)를 먹으며 마주보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에게 노부나가는 그렇게 물었다.

모리 요시나리는 놀라움을 드러내며, 다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노부나가는 화내지 않고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됐다. 네 태도를 보니 잘 알겠다"


"……죄송합니다"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확실히 나는 패했다. 한 때, 쿄를 지배했던 나를 알고 있는 자들이라면, 지금의 나는 초라해 보이겠지"


"영주님"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리 요시나리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는 적당한 말을 하나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런 모리 요시나리의 심정을 헤아린 노부나가는, 평소와 같이 대담한 표정으로 단언했다.


"걱정하지 마라, 요시나리. 나는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남아준 충신에게 감사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적을 하나씩 쳐부수고, 이 손에 천하를 쥐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주님!! 소생은 늙은 몸이지만, 영주님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분골쇄신할 각오입니다"


"네가 있어주어 다행이다. 당장 미안하지만 네게 부탁이 있다"


"옛, 뭐든지 하명하십시오"


왼쪽 어깨를 부상당해 이미 창을 잡을 수 없는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노부나가의 명령이라면 몸에 창을 비끄러매고서라도 싸울 기세였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부탁은 그의 예상 밖의 내용이었다.


"부탁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시즈코에 대해서다"


"옛, 시즈코 님이 뭔가……?"


"너도 알고 있겠지. 이번에, 시즈코는 수많은 무훈을 세웠다. 그게 문제다"


무공을 세우는 게 문제, 라는 노부나가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즈코는 자신이 쓰러진 후에도 병사들을 이끌고 우사 산성(宇佐山城)의 전선에 서서,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 연합군을 저지한 공로자이다.

그 뒤에 과로로 쓰러졌지만 그녀를 대신하여 나가요시(長可)가 각지에서 반 오다 군을 쳐부수고, 도중에 복귀한 시즈코도 케이지(慶次)와 사이조(才蔵)를 데리고 가세하여, 남 오우미의 교통망을 회복시켰다.

지금까지 시즈코를 '전쟁터에서 아무 공도 세운 적 없고 단지 운이 좋기만 한 여자'라고 야유하던 패거리도 할 말을 잃을 정도의 공적이었다.

그녀가 세운 공적의 뭐가 문제인지 모리 요시나리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시즈코가 싸우는 방식은 '이단(異端)'이다. 수급(首級)을 취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이 정한 승리 조건을 위해 싸우지. 나는 그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 이상으로 시즈코가 무공을 세울 경우, 녀석이 '여자'라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시즈코는 나이 스물을 넘겨서, 이미 혼인할 적령기(適齢期)를 놓쳤다. 하지만 생각해보거라, 요시나리. 무훈도 있고, 내정(内政)에도 영향력을 갖는 시즈코가 홀몸이라는 것은, 녀석이 갖는 영향력을 수중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을 의미하지"


전국시대의 통례에서는 빠르면 10세 이전, 늦어도 18세까지는 결혼하여 가정을 가진다.

오이치(お市) 처럼 21세에 결혼하는 예도 있지만, 이것은 노부나가가 오이치를 놔주기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실은 오이치는 한 번 결혼했다가 뭔가의 이유로 이혼한 후에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와 재혼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결혼 경험이 없고, 20세인데도 독신인 시즈코는, 전국시대 기준으로 말하면 혼기를 놓친 여성이라는 말을 듣는 입장이다.


"예전처럼 쓸데없는 소동은 사양이다. 녀석을 정략결혼의 장기말로 쓸 수는 없다. 시즈코의 머릿속에는 많은 비의(秘儀)가 잠자고 있기에, 누군가와 결혼시키는 것도 문제다. 녀석의 입장을 강화하면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간단히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지"


"영주님의 양자(養子)로 삼으시는 것입니까"


"양자로 삼는 것도 생각했지만, 후계자 문제 때문에 반드시 다툼이 일어난다. 나로서는 시즈코에게는 오다 가문의 분가(分家) 하나를 맡아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자로 삼기보다, 녀석에게 내 아이를 양자로 받게 하는 편이 좋지. 하지만 단순히 양자를 받게 해도 안 된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아이여야 하지"


전국시대에는 양자 입양, 정략결혼이 당연한 것이었으며, 천하인(天下人)에 가까운 노부나가도 예외없이 자기 자식을 양자로 보내거나, 인질로서 내놓거나 했다.

시즈코에게 노부나가의 자식을 양자로 받게 하여, 그녀를 오다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시즈코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자식을 후계자로 삼는 것으로, 노부나가에 대한 충성심을 주위에 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오다 가문의 일원이 될 경우, 친족으로부터의 시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오다 가문으로 끌어들이려면, 양자를 받게 하였으나 입장은 미묘, 하다는 대단히 까다로운 밸런스가 요구된다.


"요시나리, 부탁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사연이 있는 내 아이의 교육을 담당해다오. 지금까지 수많은 전공을 세워온 네게 이런 일을 부탁하는 것은 견딜 수 없지만, 너 이외에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를 섬기기 시작한 후 16년 동안 많은 무공을 세웠다.

노부나가의 가독(家督) 상속과 오와리 국(尾張国) 통일에 진력하여,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와의 오케하자마(桶狭間) 전투에 참가했고, 그가 상락(上洛)할 때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와 함께 선봉을 맡았다.

6월에 일어난 아네가와(姉川) 전투에서는 이소노 카즈마사(磯野員昌) 부대의 진격을 저지하고, 우사 산성 전투에서는 계속 선두에 서서 싸웠다.


노부나가에게 있어 모리 요시나리는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부터도 오른팔인 것에 변함은 없다.

그런 모리 요시나리를 노부나가의 후계자가 아니라, 잘해봐야 말석의 분가가 될 정도의 자식의 교육을 맡으라고 하는 것이다.

모리 요시나리가 굴욕이라고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특수한 사정의 시즈코를 이해하고, 그녀를 보좌할 수 있는 것은 모리 요시나리 외에는 있을 수 없었다.


"영주님,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생은 창을 잡지 못하는 밥벌레입니다만, 이 늙은 뼈가 도움이 된다면 그만큼 기쁜 일은 없습니다. 그 대임(大任), 훌륭하게 달성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모리 요시나리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남들이 보면 좌천(左遷), 그것도 말석으로 쫓겨나는 것으로 보이리라. 하지만, 시즈코의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지 이해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가 얼마나 고심해서 낸 결론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즈코는 아무리 공적을 세워도 뒤집을 방법이 없는 디메리트, 즉 여자라는 사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지금부터도 변하지 않는다. 이 여자라는 입장이, 때로는 그녀의 존재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노부나가는 그것을 사전에 예방하려고 생각했다, 고 모리 요시나리는 이해했다.


"부탁한다, 요시나리"


모리 요시나리의 말을 듣고, 노부나가는 온화한 웃음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제 1차 오다 포위망을 극복했지만, 오다 가문에 불리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덕을 보고 있던 인간들은 손바닥을 뒤집고는, 다양한 구실을 가져다대며 반 오다 연합 측에 붙으려 했다.

떠나가는 인간은 쓸모없는 무능한 것들이라고 떨쳐버린 노부나가였으나, 이 상황 하에서 이탈하지 않는 가신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들을 충분히 위로했다.

당연하지만 시즈코를 필두로 미츠오(みつお), 아시미츠(足満) 등 타임슬립 팀은 노부나가를 배신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또 그녀들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즈코 등 타임슬립 팀은, 충성을 맹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아시미츠는 전투에서, 미츠오는 요리나 축산에서, 시즈코는 농업이나 다수의 기술 관계로 오와리(尾張)-미노(美濃)를 번영시켰다.

특히 시즈코는 몇 년에 걸친 농업 개혁으로, 전국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오와리에 식량을 넘치게 만들었다.

오다 가문 영토에 한정시킬 경우, 식량을 손에 넣기 위해 백성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강탈할 필요가 없었고, 농한기(農閑期)에 목숨을 걸고 돈을 벌러 나갈 정도로 곤궁하지도 않았다.

오와리-미노의 도로를 정비하고, 치수(治水)를 행하고, 치안을 유지하고, 산업을 발전시켜, 사람과 물자가 넘치는 나라가 된 것도 그에 앞장선 노부나가에게 시즈코가 기술을 전수했기 때문이다.

이탈자들 중 일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시즈코를 빼가는 것은 반 오다 연합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도중에 있는 관문의 통행료를 50배로 올려도 포기하지 않겠다니, 그 의욕을 다른 데서 발휘해 줬으면 좋겠네"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대책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현 시점에서 책략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것이 시즈코, 아시미츠, 미츠오, 고로(五郎) 등 네 명이다. 앞의 세 명에 고로가 추가된 이유는, 그가 세 명으로부터 다수의 요리 레시피를 전수받아, 지금에 와서는 노부나가, 노히메(濃姫)의 전속 요리인에 가까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로는 사키히사의 연회에서 요리장(料理長)을 맡은 적도 있어, 지금의 오와리-미노에 있는 식재료에 대해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이도 모였군. 화톳불 피우는 데라도 쓸까?"


눈 앞에 있는 편지의 산을 보면서 아시미츠가 어깨를 움츠렸다. 종이만으로 웬만큼 작은 산이 생길 정도의 양이, 그들이 얼마나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정치에는 흥미가 없어. 요리 실력이 올라간다면 생각해보겠지만,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제일 좋은 건 오다 가문이지"


"배신하고 간 곳에서 입장이 보장된다는 보장은 없지요. 어디까지나 '빼내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을 경우, 배신한 후에는 모른척한다면 몰라도 제거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 아저씨의 말대로, 배신한다고 해서 전혀 좋을 일이 떠오르질 않아"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고로는 요리 이외에 흥미는 없지만, 그건 뒤집어 말하면 요리의 길을 위해서라면 오다 가문도 배신할 수 있다, 라는 것을 의미했다.


"제가 입수한 정보로는, 반 오다 연합은 구심점이 없어요. 즉, 설령 고로 씨가 배신해도, 반 오다 연합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돼요"


시즈코 나름대로 부드럽게 고로를 설득했다. 현재, 배신해봤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파멸 뿐이다.

특히 여기서 노부나가를 저버리는 것 같은 짓을 했다간, 그의 머리가 몸통과 작별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알고 있어. 아무리 정치에 둔한 나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오다 가문을 배신하면, 잘해야 두 토막 난다는 건. 신세를 지고 있는데, 상황이 나쁘니까 안녕이라는 건 아무래도 신의(信義)에 어긋나지"


"현명한 판단이다. 뭐 안심해라. 배신한다면 내가 깨끗한 수급으로 만들어주마"


"그것의 어디에 안심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는, 같은 편에게 처분당하는 쪽이 낫다, 는 건가요?"


세 명의 이상한 콩트에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하지만 세 명 모두 책략에 넘어갈 기색은 없어서 그녀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설프게 타임슬립한 사람들이 흩어지게 되면, 확실하게 진흙탕 싸움이 일어난다.

시즈코는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했다.


"일단 이후에도 책략이 이어질거라 생각하지만, 전부 영주님께 보고하도록 부탁드려요"


전원의 의사가 통일되었다고 인식한 시즈코는, 그 말과 함께 회의를 끝냈다.




롯카쿠(六角) 씨로부터 이탈한 코우가슈(甲賀衆)였으나, 그게 그대로 노부나가에 대한 복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애초에, 코우가슈가 사는 방식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사회 정세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력이나 인술(忍術)을 행사해왔다.

롯카쿠 씨에게 협력하던 이유도, 코우가슈의 존속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롯카쿠 씨의 쇠퇴를 직접 보고, 그들은 노부나가 쪽으로 기울어진 자세를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코우가슈는 결코 노부나가의 신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노부나가의 고압적인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설령 코우가슈가 신하가 된다고 해도 그것은 표면적인 것(面従腹背)이 된다.

미묘한 입장에 처한 코우가슈였으나, 그런 그들에게 충격적인 정보가 들어왔다.


"이럴 수가…… 그만한 돈을 어디에 보유하고 있었단 말이냐!"


그 시작은 오와리(尾張)에 풀어놓았던 척후로부터의 보고였다.

노부나가가 오와리 각지에서 짐수레로 뭔가를 모으고 있다, 그러한 보고를 받은 코우가슈는 시노비(忍び, ※역주: 흔히 말하는 닌자의 명칭 중 하나)의 숫자를 늘렸다.

짐수레의 내용물이 뭔지 조사하려고 했으나, 엄중한 경비 속에 운반되는 짐수레에는 가까이 갈수도 없었다. 다만 깊이 패인 바퀴자국에서 상당히 무거운 물건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짐수레의 내용물을 알게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기후(岐阜)로 넘어가려던 때에, 짐수레 중 하나의 바퀴가 파손되며, 내용물이 성대하게 쏟아졌던 것이다.

운반되고 있던 것은 금(金)막대기(延べ棒)였다. 그것도 몇 개라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 몇십개, 어쩌면 100개 이상 되는 금막대기가 실려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일이지만, 더욱 눈이 튀어나올 만한 사실을 목격하게 되었다.

차바퀴의 파손을 볼 때 수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오다 병사는, 금막대기를 앞뒤의 짐수레에 분산하여 싣기로 했다. 그 앞뒤에 있는 짐수레에도, 똑같이 대량의 금막대기가 실려 있었다.

최종적으로 금막대기는 86개, 은(銀)막대기가 52개 실려 있었다. 앞뒤의 짐수레에도 옮겨 실을 때 금막대기가 보였기에, 코우가의 첩자들은 화물 전체가 금은막대기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것에 당황한 그들은 다른 척후들과 의견을 정리한 후, 즉시 코우가슈에게 정보를 보냈다.

보고를 받은 코우가슈의 두목(頭目)은 즉각 간부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그만한 돈이 있다면, 우리들을 멸망시키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오!"


"그렇소. 우리들 따위 하룻밤에 멸망당할 것이오. 여기는 오다의 신하가 되는 쪽이 살아남을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노부나가가 대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그들은, 노부나가의 신하가 되는 것의 가부를 따지는 상태에서, 노부나가의 신하가 되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자신들이 노부나가에 대해 내부적인 불안요소(獅子身中の虫)인 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코우가슈는 당황했다. 인간은 초조해지면 사고나 시야가 좁아져서, 본래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다.


만약 척후들이 대량의 금막대기에 놀라 당황하여 보고를 올리지 않고 지긋하게 조사를 했다면 노부나가가 친 함정을 눈치했으리라. 태반의 짐마차에는 금막대기가 실려있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노부나가가 대량의 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사실'로 인식했다. 이후, 노부나가를 조사하여 금막대기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그것은 '노부나가가 감추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게 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오다는 우리들에게 불신의 시선을 보낼 것이오. 늦어도 새해가 될 무렵에는 답을 내야 합니다"


코우가 53가문이 모여 회의를 했지만, 의논할 것도 없이 결론은 나와 있었다. 자금력이 약한 코우가슈로는 윤택한 자금을 가진 노부나가를 적으로 돌리게 되면 승산은 없다.

반 오다 연합군에 참가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구심점이 없는 반 오다 연합군으로는 설령 참전해봤자 이용만 당하다 소모될 가능성이 높았다.


몇 번이나 열린 회의 끝에, 코우가슈는 노부나가의 신하가 될 것을 결정했다.

노부나가에게 신하가 되겠다는 편지를 보내고, 모치즈키 가문(望月家)과 야마나카 가문(山中家)에서 정예의 시노비들을 인질로서 노부나가에게 바쳤다. 그에 맞춰 각지에 흩어져있는 코우가의 시노비들에게 귀환할 것을 명했다.


코우가슈가 신하가 될 것을 청해온 것에 노부나가는 득의의 미소를 짓고는, 그들에게 일정한 자치를 인정하면서도 이후의 작전행동을 하나하나 오다 가문에게 알릴 것을 명했다.

또, 바쳐진 인질 이외에도 몇 명의 시노비들을 고용하여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등의 가신들에게 내렸다.

우수한 코우가의 시노비들은 제 6군에 포함되어,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정보수집 측면을 강화한 노부나가는, 당장 제 6군에게 이런저런 정보수집을 명했다.




기후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노부나가의 매제(義弟)가 되는 나가마사(長政), 그의 가신인 엔도(遠藤)와 미타무라(三田村), 나가마사의 처이자 노부나가의 여동생인 오이치(お市)가 노부나가와 대면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속세를 떠난 사람과 마찬가지였던 나가마사였으나, 지금은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어, 반년 전의 추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형님, 그렇게 놀라실 일입니까?"


미소를 짓는 나가마사였으나, 반대로 노부나가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나가마사의 요청은 노부나가에게도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네가 일개 병졸이 되겠다, 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하핫, 항상 형님께는 놀라기만 했습니다. 가끔은 매제의 도락(道楽)에 어울려주시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웃는 나가마사였으나, 금방 표정을 조였다.


"우선, 얼간이나 다름없던 저를 도와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이상 형님께 응석을 부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과 일개 병졸이 된다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냐"


"어려운 이야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아자이(浅井) 가문에서 추방된 몸. 그리고, 아자이 가문은 오다 가문을 배신했습니다. 이후,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그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미 아자이 가문은 멸망하는 것이 숙명. 그리고, 역사에 배신자의 일족으로서 이름을 남기겠지요"


나가마사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다 가문과 아자이 가문은, 병력도 자금력도 규모가 너무 차이가 난다. 게다가 노부나가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나가마사를 당주로 앉혀 아자이 가문을 존속시킨다던가 하는 희망은 없다.


"하지만, 저도 예전에는 아자이 가문의 당주였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와의 결판은 저 스스로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배신자가 병사를 빌려달라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형님 및에서 일개 병졸부터 시작하여 올라가는 것밖에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그 전에 내가 네 아버지를 쓰러뜨린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건 하늘의 뜻이라는 것. 제게는 아버지를 쓰러뜨리는 무대에 설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겠죠. 형님, 저를 가신으로 삼는다던가 하는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형님의 가신들이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은 필연적입니다"


"순조롭게 네 아버지를 쓰러뜨린 후에는 어쩔 것이냐"


노부나가의 물음에 나가마사는 상쾌한 미소를 떠올렸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아자이 가문은 멸망할 운명. 아버지를 처치한 후에는…… 그렇군요, 형님의 발 밑을 위협할 존재가 될까요"


"웃기지 마라"


나가마사의 말을 노부나가는 웃어넘겼다. 나가마사의 굳은 각오를 알게 된 지금, 말없이 지켜보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핫, 너무 큰 꿈을 이야기했군요…… 형님,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이 좋은 자라면, 형님의 군문에 투신하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긍지를 버려가면서까지 목숨을 아까워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이게 제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법입니다"


"네 각오, 확실히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 하시면?"


조건이라는 말에 나가마사는 괴이쩍은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노부나가는 대담한 미소를 떠올리더니, 나가마사와 이치(市)를 바라보며 조건을 말했다.


"이따금 이치에게 얼굴을 보이러 가라. 이치의 표정이 흐려지면 네놈 머리에 벼락이 떨어질 줄 알아라"


"하핫, 그거 무섭군요. 형님의 벼락은 뼈가 저린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먼저 노부나가가 웃고, 이어서 나가마사가, 그리고 두 사람을 따라 이치 등이 웃었다.


"매제여, 만약 모든 것이 끝난 후, 아무 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죽었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돌아보아라"


"죽었다고 생각하고…… 말씀입니까?"


노부나가는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가마사는 아버지 히사마사(久政)를 쓰러뜨린 후, 배를 갈라 자결할 생각인 것을.

주위의 평가는 별개로, 노부나가는 나가마사의 고지식한 성격을 좋아하고 있었다. 타인에게서 요령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우직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이 노부나가에게는 눈부시게 보였다.


"뭘 해도 자유…… 하지만 그 자유는 죽음과 등을 맞대고 있는 것. 그러나 죽은 자가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보아라. 자신을 버리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날개치는 새들처럼 자유롭게, 뜻대로 살아보아라. 죽는 건 그 이후에도 늦지 않겠지"


"형님…… 모두 꿰뚫어보고 계신 겁니까. 그렇군요…… 죽은 이가 되어 산다, 그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키는 대로 살고, 때가 되면 땅을 베개삼아 죽는다. 아자이 가문의 당주로서는 불가능한…… 하핫…… 사치라…… 큭…… 으윽……"


끝까지 말하기 전에 나가마사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예전에 롯카쿠 씨의 지배를 떨쳐내고 훌륭하게 싸우는 모습으로 많은 가신들을 취하게 하였던 북 오우미(北近江)의 지배자가 울었다.


전국시대에서 배신은 흔한 일이지만, 실패는 자신의 목숨만으로는 보상할 수 없고, 연좌제로 일족도당이 모두 사형에 처해진다.

도저히 배신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세에 몰릴 것을 고려하여 일족의 혈통이 끊기지 않도록, 다른 가문에 양자를 보내거나 딸을 시집보내거나 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아자이 가문의 경우는 그런 대처를 하지 않아서, 이번의 배신에 대한 처벌 범위는 물론 나가마사에게도 미친다.

말하자면 나가마사는 이미 사형수이며, 현재는 단지 집행유예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부나가의 태도는 북 오우미를 지배하는 영주일 때도, 죄인이 된 지금도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가문이라는 전국시대의 틀을 넘어서, 한 개인으로서의 나가마사를 존중해주는 것을 알게 되자 가슴이 뭉클했다.

정신이 들어보니 자신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울음을 그친 나가마사는 시원해진 듯 상쾌한 표정을 지으며 노부나가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노부나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 번만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은 전해졌다.

머리를 든 나가마사는, 이번에는 엔도와 미타무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엔도, 미타무라, 나는 일개 병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이런 나이지만, 따라와주지 않겠느냐"


"주군…… 옛, 어디까지나 함께 하겠습니다"


엔도와 미타무라는 터질 듯한 눈물을 참고, 주먹을 굳게 쥐며 나가마사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느 시대이고 권력을 둘러싼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히사마사가 다시 북 오우미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노부나가에게 패한 것으로 정세가 혼란스러워졌다.

가신들의 일부는 나가마사를 처자식과 함께 추방한 것에 반발하여, 표면적으로만 따르면서(面従腹背) 노부나가에게 귀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혼간지 세력에게 패배한 것 때문에, 오우미 국의 내정은 더욱 혼란되어 의견의 대립을 낳았다.

지금은 오우미 국의 토호(土豪)들은 누굴 따라야 이기는 편에 설 수 있을지,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오다 군이라고 하면 모리 요시나리가 필두였으나, 그는 우사 산성 전투에서 부상을 입어 전선에 설 수 없게 되었다.

모리 요시나리는 군사 관계에서 물러나, 노부나가의 정무를 보좌하는 입장이 된다.

모리 가문은 장남인 모리 요시타카(森可隆)가 가문을 잇고, 군사 관계는 차남인 나가요시가 맡았으며, 3남인 란마루(蘭丸, ※역주: 모리 나리토시(森 成利)), 4남인 보우마루(坊丸, ※역주: 모리 나가타카(森 長隆)), 5남인 리키마루(力丸, ※역주: 모리 나가우지(森 長氏))가 소성으로서 노부나가를 섬기게 되었다.

모리 요시나리의 6남인 타다마사(忠政)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부나가의 소성으로 섬기게 할지는 보류되었다.


자신의 입장을 우위에 서게 하려고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키노시타 히데요시(木下秀吉)의 5대 장수가 권력투쟁을 벌였다.

각 무장은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여, 역량은 거의 같았다. 그런 그들이 가장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인물이, 권력투쟁은 나몰라라 하고 있는 시즈코와, 그녀가 이끄는 시즈코 군이었다.


아자이-아사쿠라 연합군을 사카모토(坂本)에서 저지하고, 엔랴쿠지(延暦寺)나 아자이-아사쿠라를 견제하는 수단이자 쿄의 요로(要路)를 잇는 최중요 거점인 우사 산성 함락을 막아냈으며, 롯카쿠 세력을 괴멸로 몰아넣은 무훈은, 시가의 진(志賀の陣)에서 노부나가의 위기를 구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식량이나 무구 보급 면에서도 그녀가 같은 편이라면 이런저런 융통을 받을 수 있다. 오대 장수들의 고민이라고 하면, 미노-오와리의 특산품은 거의 그녀가 관여하고 있고, 본인이 무욕(無欲)이기 때문에 그녀를 끌어들일 책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시즈코 군은 노부나가 직속의 부대라는 위치이며, 후에 후계자인 키묘마루(奇妙丸)가 지휘권을 이어받을 것이 내정되어 있다. 자신들의 신하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종적으로는 직접 만난다, 편지를 쓴다, 가끔 선물을 한다는 기본적인 것 이외에는 손쓸 방법이 없었다. 정작 시즈코 본인은, 갑자기 편지가 늘어난 것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지만.


그런 시즈코는 내년도부터 시험을 개시하는 수경재배(水耕栽培)에 달라붙어 있었다.

수경재배란 땅을 쓰지 않는 양액재배(養液栽培) 방법이다.

수경(水耕) 물재배(水栽培)라고 하여,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뿌리채소 종류의 재배가 가능하며, 원예에서도 울타리 없는 재배에 이용되고 있다.

이 재배방법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이 와사비(わさび, ※역주: 와사비는 국내에서는 고추냉이라고 쓰는데, 이 명칭 자체에 여러가지로 논란이 있는 듯 하고, 또 품종명을 적을 때 문제가 생겨서 그냥 와사비로 쓰겠음) 재배이다.


와사비는 맑은 물(清流)과 적절한 수온, 산소를 많이 머금고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장소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작물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물을 순환시킬 경우에는, 대량으로 공기를 불어넣는 설비가 필요해진다.

우선 맑은 물이 필요한 이유는, 와사비가 방출하는 이소티오시안산 알릴(allyl isothiocyanate)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많은 작물은 땅 속에 있는 인산이나 수분을 뿌리에 있는 VA균을 이용하여 모으는데, 와사비에는 VA균이 없기 때문이 경쟁력이 약하다.

그래서 이소티오시안산 알릴이라는 물질을 흙 속에 방출하여 다른 식물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동시에 와사비 자신의 성장도 저해한다. 이 현상을 자가중독(自家中毒)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와사비를 곱게 가는 이유는, 세포 안에 있는 미로시나제(myrosinase)라는 효소와 시니그린(sinigrin) 배당체(配糖体)라는 성분이 반응했을 때, 매운맛 성분인 이소티오시안산 알릴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자가중독을 막기 위해서도, 와사비는 항상 흐르는 물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이 때, 물이 탁할 경우 탁기의 주성분인 점성분(粘土分)이 퍼져서 와사비의 뿌리가 산소부족을 일으킨다. 이 장해가 일어나기 때문에, 와사비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 아니면 자라지 않는 것이다.


다음으로 적절한 수온이 필요한 이유인데, 와사비는 평균 수온 15도 이하가 적정 수온이다. 16도를 넘으면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부족해져버린다.

와사비의 성장에 산소는 중요하여, 가급적 차가운 물(평균 수온 12도)이 바람직하다. 수온이 낮을수록 산소가 녹아들기 쉬운 것이 그 이유이다.


재배용의 물을 순환시키는 경우, 물에 공기를 불어넣는 이유는 물에 녹은 이소티오시안산 알릴을 날려버리기 위해서이다.

이소티오시안산 알릴은 휘발성이 높기 때문에, 폭기(曝気, 액체에 공기를 공급하는 행위)를 하면 축적을 막을 수 있다.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자갈(砂利)이나 작은 돌(小石)만 있고 점성분이 없으며, 수온이 평균 13도에서 14도 정도, 물은 산소가 풍부하게 녹아 있고, 가급적 그늘진 곳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자연 환경을 이용한 재배는 토지를 가리지만, 수경재배는 재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기 쉽다.


시즈코가 와사비 재배용으로 준비한 환경은 단순했다. 우선 물 공급조(供給槽), 다음으로 공급조를 다단식으로 설치한다. 맨 위의 고추쟁이 재배조 위에 여과조(ろ過槽)를 설치한다.

여과조는 구멍이 뚫린 바닥판을 다단식으로 설치하고, 각각의 여과조에 화산암(火山岩)을 깐다. 이 여과조에 물을 샤워처럼 공급한다.

화산암에 접촉하는 것으로 여과되고, 또 물의 유입을 샤워식으로 하는 것으로 물의 표면적을 늘려 산소를 포함하기 쉽게 했다.

이 깨끗한 물이 와사비의 재배조로 흘러든다. 각 재배조의 출구에는 배출구가 존재하여, 이 장소를 거쳐 아래쪽의 재배조로 물이 흘러가는 구조이다.

맨 아래의 재배조까지 통과한 물은 물 공급조로 되돌아가, 폭기를 하는 조로 보내진다. 현대라면 에어펌프를 쓰면 폭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전국시대에 에어펌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음압(負圧)의 원리를 이용하여 에어펌프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우선 물 공급조보다 아래에 폭기조(曝気槽)를 만들고, 물 공급조에 연결된 대나무제의 배수 파이프를 연결한다.

그 배수 파이프에 스트로 정도의 직경을 갖는 구멍을 뚫고, 팩티스(factice)로 만든 튜브(이하, 에어튜브라고 함)를 통과시켜 앞쪽 끝을 비스듬하게 자른다.

비스듬하게 자른 끝을 배수 출구 쪽으로 향하게 한 후, 에어튜브의 반대쪽을 공기중에 노출시킨다.

공기에 접촉하는 것으로 진공압(음압)이 발생하여, 압력이 공기를 끌어들여 물에 대량의 산소를 공급한다.

이 음압의 원리를 응용하여 물에 산소를 대량으로 보내고, 동시에 이소티오시안산 알릴을 날려버린다.

단적으로 말하면 주변에 있는 재료로 만든 디퓨저(diffuser)이다. 이 물을 쓸어올려 여과기로 보내면, 다시 산소를 잔뜩 머금은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구조이다.


시즈코가 와사비 재배에 사용하는 순환형의 다단 와사비 재배장치이다. 산소공급된 물 공급조의 물을 수격(水撃) 펌프로 끌어올려 여과조에 흘려넣는 장치를 만들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처리된다.

배수 밸브에서 배수된 물도, 수차(水車)와 톱니바퀴(歯車)를 이용한 퍼올리기 장치를 경유하여 물 공급조로 되돌아간다.

비닐하우스 재배하면 해충을 가능한 한 피할 수 있다. 물도 수온이 높아지면 근처 산에 있는 지하수로 교환하면 된다.

매일 수온 체크는 필요하지만, 그 이외에는 물의 교환 정도이다. 1년만 지나면 훌륭한 사와 와사비(沢わさび)가 자라난다. 2년간 재배하면 전국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와사비를 수확할 수 있다.


"참와사비(本わさび)는 미노에서 발견했고, 자갈이나 작은 돌은 근처에 있는 강에서 가져오면 되니까. 2ha 정도 넓이를 썼으니 4만개 정도 재배할 수 있으려나?"


"여전히 재배수의 단위가 이상하구나. 하지만 와사비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면, 우리 나라도 풍족해지겠지"


와사비 재배장치를 시즈코와 함께 보고 있던 키묘마루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사비는 아스카(飛鳥) 시대(※역주: 593~686)부터 재배되었던 기록이 남아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에도(江戸) 시대 전기(前期)이다.

전국시대에 와사비는 재배되지 않았으며, 식용은 자생하고 있는 와사비를 수확한 것 뿐이었다.


"뿌리, 줄기, 잎, 꽃 등 버릴 데가 없으니까. 뭐 다들 원하는 건 뿌리 부분이겠지만"


"쿄에서 들었는데, 듣자 하니 그걸 가는데 상어 가죽? 이라는 걸 쓴다고 하더군"


"어려운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촘촘하게 천천히 갈면, 매운맛 성분이 잘 나오거든. 그런 의미에서도 상어가죽이 제일이야"


키묘마루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시즈코는 수온을 확인했다. 겨울의 추위도 있었지만 수온은 12도로 와사비를 재배하기 좋은 온도였다.

유리 제조가 가능해졌기에 막대형 수은 온도계의 제조도 가능해졌다.

양산이 어렵지만 이용가치가 높았기에, 시즈코는 비닐하우스나 수온, 지온(地温) 체크용으로 합계 10개의 제조를 의뢰했다.

막대형 수은 온도계 덕분에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도 관측하기 쉬워져, 실온 확인 작업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1년생 참와사비와 2년생 참와사비를 구별해서, 재배하면서 품종개량을 할까"


자생 와사비에서 씨앗을 채취하여 재배하고 있는 와사비와 섞으면, 언젠가 수경재배에 적합한 품종이 태어난다. 태어나는 시기는 알 수 없지만, 항상 같은 품종을 계속 재배하는 것보다는 낫다.


"음―, 작업 끝. 다음에는 술을 돌릴 준비를 해야겠네"


"힘들겠구나. 뭐 기후 주조 회사(岐阜酒造会社)의 설립자니까, 힘내라고밖에 할 수 없군"


"그렇게 거창한 입장에 설 생각은 없었는데 말야"


키묘마루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와리, 미노의 주조 업계는 얼마 전까지 괴멸 상태였다.

그러나 시즈코가 양조 마을에 포함시켜 재건을 꾀하고 술의 배리에이션을 늘린 것으로, 탁주(濁酒)는 물론이고 기후 쌀(岐阜米)이나 오와리 쌀(尾張米)로 만들어지는 청주(清酒), 고구마를 원료로 한 고구마 소주(芋焼酎), 화이트 리커(white liquor)를 쓴 매실주(梅酒) 등의 과실주(果実酒), 당밀(糖蜜)을 원료로 한 럼주(rum) 등, 지금에 와서는 이름높은 주조 지역이 되었다.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은 명칭을 '기후주(岐阜酒)'로 통일하고, 오와리, 미노에서 주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기후 주조 회사'라는 조직에 가입시켰다.


기후 주조 회사는 양조 마을과 상인들 사이의 가교 노릇을 하는 조직이다. 전국시대, 상품을 정직하게 배달한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빼앗고 상인을 살해,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등 살벌한 시대였다.

그러한 사태가 되지 않도록 상인들이 안전하게 술을 매매할 수 있고, 과당경쟁을 억제하며, 상인들을 하나의 회사에 소속시켜 세금의 징수를 일원화시켜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후 주고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주조가(酒造家)와 상인들을 잇는 회사로, 가입 자체는 무료이다. 하지만 주조가에서 술을 사려면 '주식(株式)'이라고 불리는 것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 기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출자금(出資金)에 해당한다.

이 출자금이 많은 사람일수록 양조 마을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기에, 주식의 보유수는 늘어난다. 주식의 보유수에 따라 살 수 있는 술의 한도량이 정해진다.


술을 사는 것 자체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양조 마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기에, 다양한 특전이 붙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기후 주조 회사의 운영에도 관여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현대와 마찬가지로 주식의 보유수가 많은 사람일수록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쉽다.

의제(議題)를 제기하는 것은 한 주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가능하지만, 가결(可決)에는 기발행 주식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찬성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술의 가격은 주식 미보유자보다 저렴하다. 예를 들어, 주식보유자가 100문으로 1리터를 구입할 수 있는데 반해, 주식 미보유자는 100문으로 700ml밖에 구입할 수 없다.

또, 이익이 난 경우 1년에 한 번 이익 분배가 이루어진다. 분배는 돈(金子)으로 받을지 술(酒)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주식의 양도는 가능하지만, 오다 가문에 반기를 들면 주식의 권리는 모두 소멸한다.

주식을 나타내는(表章) 유가증권(有価証券)으로서의 주권(株券)을 발행하지만, 반권방식(半券方式)으로 절반을 오다 가문이 보관하고, 남은 절반을 구입자가 보관한다.

권리를 행사할 때는 대조 작업이 이루어지며, 또 의사록(議事録)을 작성하여 누가 어떤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는지 기록된다.

주식의 보유수는 설립을 승인하고 군사력을 대여하고 있는 노부나가가 30%, 총괄직인 모리 요시나리가 11%, 브랜드를 설립한 시즈코가 10% 보유하고 있다.

남은 49%를 상인들이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노부나가와 모리 요시나리, 시즈코의 의견이 일치하면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세 명 중 누군가를 설득하여 납득시키면 노부나가가 반대해도 의견이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독단이 되지 않도록, 그 자신이 배려한 결과였다. 상이들에게 이득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출자금을 내게 할 계산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술의 구입은 양조 단계에서 대략적인 생산량이 계산되어, 총량이 주식 보유자들에게 전달된다.

그걸 들은 상인들이 오다 가문으로 구입할 술의 양을 신청한다.

그 후에는 생산된 술을 오다 가문이 일단 사들인 후, 상인들에게 배달하고 술의 양에 맞는 주세를 가산한 대금을 청구한다. 대금을 지불하면 상인들은 안전하게 술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이다.

판매되지 않는 술은 주조가(酒造家)가 직접 소비하는 몫이나 근처에 나눠줄 분량을 제외하고 오다 가문이 전부 사들인다.


시즈코는 매년 10%로 구입할 수 있는 한계까지 술을 구입하고 있다. 그녀가 마시는 게 아니라,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 키묘마루가 마시기 위해서다.

그래도 오와리, 미노에서 생산되는 술의 1할은, 개인 소비로는 어림없는 양이다. 따라서 잉여분을 무장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술의 배리에이션이 늘어난 결과, 각 무장들이 선호하는 술들이 보기좋게 갈려버렸다.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럼주를,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는 매실주, 모리 요시나리나 히데요시는 청주, 니와는 고구마로 만든 소주를 좋아했다.


"아무래도 럼주는 출하량이 빡빡하네"


폐당밀(廃糖蜜)로 만드는 럼주는 장기간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일본주처럼 담근 그 해에 출하할 수가 없다.


"뭐 현재는 두 사람밖에 안 마시니까 괜찮지만"


현재는 시바타 카츠이에와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밖에 마시지 않지만,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면 지금의 생산체제로는 수요를 맞출 수 없다. 생산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와사비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집으로 돌아간 후, 시즈코는 아야(彩)가 준비한 목록을 훑어보았다.

술의 양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아직 주판에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계산하는 부분만 공백이었다.

시즈코는 주판을 책상 위에 놓고, 팔 술의 양과 금액, 남는 술의 양을 계산했다.


"그러고보니 술은 양갱(羊羹)처럼 다투지 않았어?"


고양이와 놀면서 사색에 잠겨 있던 키묘마루가 문득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응,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던 걸 생각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양갱은 일반적으로 팥(小豆)이 주체인 팥소(餡)를 틀에 넣고 우무(寒天)로 굳힌 일본 과자를 가리킨다.

우무로 확실히 굳힌 것을 연양갱(煉羊羹), 우무를 적게 해서 부드럽게 만든 것을 물양갱(水羊羹)이라고 한다.

또, 우무 대신 밀가루나 갈분(くず粉)을 섞어 찐 것을 찐양갱(蒸し羊羹)이라고 한다.

양갱은 당도가 대단히 높기 떄문에, 적절한 상태라면 상온에서 1년 이상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다.

이 특징을 살려 현대에서는 비상식량, 또는 군대의 영양보조식품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로 고효율의 양갱을, 시즈코가 오다 군의 전쟁밥으로 채용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시바타와 히데요시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의 취향으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들 뿐만이 아니라 아케치 미츠히데, 니와 나가히데, 타키카와 카즈마스, 모리 요시나리 등 무장들마다 취향이 갈려 버렸다.

이 소동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다름아닌 시즈코였다.


현대의 양갱은 다채로운 종류가 있지만, 전국시대에는 설탕을 사치스럽게 쓴 설탕양갱과, 설탕을 쓰지 않고 팥만으로 만든 양갱 두 가지가 주류이다.

거기서 시즈코는 현대와 마찬가지로 코시안(こしあん), 츠부안(つぶあん), 밤(栗), 말차(抹茶), 소금(塩), 벌꿀(蜂蜜), 유자(柚), 홍차(紅茶) 등 풍부한 종류를 만들어냈다.

어느 정도의 그룹은 생겼지만, 취향이 완전히 갈려버린데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양갱이야말로 최고라고 말하여, 전쟁밥으로 채용하는 게 곤란해졌다.

어설프게 한 가지만을 채용하면 그거야말로 가신들 사이의 다툼으로는 끝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노부나가는 소동을 즐기기에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양갱의 난(羊羹の乱)'이라고 불린 일련의 소동은 양갱의 이름을 퍼뜨림과 동시에, 전쟁밥으로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표면적으로는 다투지 않게 되었지만, 물밑에서는 아직 다투고 있거든"


진정된 듯 보였지만 가신들 사이에서의 양갱 다툼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권력투쟁이 아니라 먹거리의 취향에 의한 다툼이기에, 노부나가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방치해두고 있다.


"식사의 취향은 어렵구나"


"뭐, 그 덕분에 가게가 생겼으나, 그건 그거대로 좋은 결과? 라고도 할 수 있을…… 까?"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의 양갱 열풍은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퍼져나가, 지금은 스테이터스 심볼의 하나가 되었다. 아랫사람들은 양갱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을 꿈꾸면서 주야로 무공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윗사람들은 포상용으로 양갱을 사고 술안주로 하거나, 차와 양갱을 즐기거나 한다. 이렇게되면 시즈코 혼자서는 다 대처할 수 없는 양이 요구된다.

어쩔 수 없이 시즈코는 고로를 감독으로 삼아, 기후에 오다 가문 전속의 감미처(甘味処, ※역주: 단 간식을 파는 가게.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한자를 그대로 읽었음)인 '기후야(岐阜屋)'를 개점했다. 또, 보존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주문생산 방식으로 했으나, 그래도 반년 뒤까지 예약이 밀려 있었다 (※역주: 위에서는 양갱의 보존능력이 좋다고 써놓고 여기서는 보존능력이 약하다고 써놓은 이유를 모르겠음).


"슬슬 아야 짱 혼자서는 서류를 다 처리하지 못하니, 사무, 경리 담당이 있으면 좋겠네"


하지만, 사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무훈을 세워 입신출세(立身出世)를 목표로 하는 자들은 많이 있지만, 주군을 그림자 속에서 보필하는 문관을 찾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설령 있다고 해도 이미 다른 주군을 섬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무를 담당할 사람은 찾는 게 아니라 스스로 키워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아야 짱은 우수하지만…… 아무래도 무리를 시킬 수는 없으려나)


어떻게 안 되나 하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간단히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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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1 1570년 12월 하순



시즈코는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대기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품의한 의견도 노부나가에게 계속 기각되고 계속 전후 처리(戦後処理)를 담당하라는 말만 들었다.

바쁠 때에는 방문해서 시즈코를 뒤흔들던 면면들도 소식이 없었다.

키묘마루(奇妙丸)는 노부나가와 함께 히에이 산(比叡山) 포위전에 나가 있었고, 나가요시(長可)는 아시미츠(足満)와 함께 코키에 성(小木江城)의 방어, 신출귀몰한 노히메(濃姫)였으나 지금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전몰자(戦没者)니 상이자(傷痍者)에 대한 대응은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에게도 조력을 구했다.

우선 전몰자들을 위해 위령비(慰霊碑) 및 공양탑(供養塔)을 건립했다. 다음으로 각 사찰에 쌀을 시주하여 공양을 의뢰했다. 이번의 전쟁에서 전몰자는 천명 이상이나 되었으며, 개중에는 원래 노예였던 자들이나 전과자들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전원에게 같은 양의 쌀을 내어서, 모두 똑같은 공양을 의뢰했다.

그것 하나만 해도 주위를 놀라게 한 시즈코였으나, 주위의 경탄을 신경쓰지 않고 '어떤 사람이든 죽으면 시체(仏). 그러니 속세의 죄과(罪科)도 지위(地位)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여 더욱 감동시켰다.

상이자들에게는 의사를 모아 임시 치료원을 설립하고, 거기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알선하고 위문편지를 보냈다.


대규모의 시책을 필요로 한 것은 전몰자 유족에 대한 대처에 관해서였다.

조의금 등의 일시금을 지급하면 그 자리에서의 지원은 가능하지만, 돈을 벌어올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는 언젠가 곤궁해질 것은 명백했다.

재혼할 수 있다면 좋지만, 과부(남편과 사별한 후 재혼하지 않는 여성)가 되면, 언젠가 몸을 망치는 것은 필연적이다.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결과, 시즈코가 떠올린 것은 방적공장(紡績工場)을 세워, 거기에 여공(女工)으로 취직시키는 방법이었다.


방적이란 이름 그대로 면(綿)이나 마(麻), 비단(絹), 양모(羊毛) 등을 실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건물에서 하던 방적도, 지금은 평지에 쌓은 성(平城)과 맞먹는 넓이를 가진 공장으로 발전했다.

광대한 토지에 공장을 세우면, 많은 종업원이 필요해진다.

방적 업무에 관련된 사람과 업무를 서포트하는 사람, 병원이나 격리병동(隔離病棟) 등 질병의 유행을 막는 사람, 갓난아기나 어린아이들을 맡는 보육소, 다음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을 교육하는 서당(寺子屋), 공장을 지키는 위병(衛兵)이 필요하다.


공장 하나로 다양한 고용이 발생하게 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유행성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이다.

감염력이 높은 질병이 유행하면, 그것만으로도 공장을 포함하는 주위 일대가 죽음의 마을로 변해버린다. 항생물질이나 치료약이 없는 전국시대에서, 방역(防疫, 질병을 미리 방지하는 것)은 사활문제였다.

질병의 유행을 막으려면, 자연 치유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이 두 가지를 높이려면 의식주는 물론, 공중위생(公衆衛生), 법질서 등 다양한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대부분이 재혼했지만…… 역시 과부가 되는 사람들이 생기네. 세이프티 하네스(safety harness) 숫자를 늘려야겠어"


세이프티 하네스, 정확히는 베이비 하네스(baby harness)라고 부르며, 걸을 수 있게 된 젖먹이 유아가 부모에게서 멋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도구이다.

시작된 것은 중세 유럽으로, 당시에는 걷기 시작한 젖먹이 유아들의 보행을 보조하기 위해 옷에 꿰매붙인 끈 형태의 것이었다. 그것이 시대와 함께 역할이 바뀌며, 현대의 것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수백년의 역사가 있으며, 주로 상류 귀족 사이에서 유행했고, 만년의 루이(Louis) 14세와 가족을 그린 초상화 등에도 베이비 하네스는 등장하고 있다.

물론 현대와 다름없이 당시부터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작은 사고라도 죽음으로 직결되는 시대 배경 떄문인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용하는 귀족들은 많았다.


"뭐 그거,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는 엄청나게 불평이었지. 오랜만에 권력을 써서 보급시켰어"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전국시대에도 현대에도, 어린아이가 느닷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다름이 없다.

어머니가 넘어진 아이를 도와 일으키려고 하는 찰나, 다른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가 강에 빠져 익사했다는 이야기는 몇 건이나 시즈코의 귀에 들어왔다.

아무리 보육소를 만들더라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세대를 짋어질 아이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도, 세이프티 하네스의 보급은 필요 불가결했다.

하지만, 유럽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반대 의견은 나왔다. 원래는 시간을 들려 침투시키는 것이지만, 목숨의 문제인만큼 보급은 급선무였다.

따라서 시즈코는 평소 잘 쓰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여, 어머니들에게 서양식 이름을 피하고 미아끈(迷子紐)이라고 부르며 착용 지도를 하고, 불시 검사를 하여 사용하지 않는 부모에게 벌칙을 내렸다.


"뭐, 미아끈의 생산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지금은 공중재배(空中栽培) 보고서를 정리할까"


시즈코는 고구마(薩摩芋)의 공중재배에서 얻은 실험결과를 정리하여 노부나가에게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

고구마의 공중재배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역시 크기가 땅에서 키울 때보다 한층 작았다.

하지만 고구마의 크기는 4개월을 피크로 하여, 그 이상은 시간을 들여도 별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로부터 4월에서 8월, 그리고 7월에서 11일의 이기작(二期作, ※역주: 1년에 두 번 재배하여 수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전기(前期)는 고구마, 줄기, 잎사귀를 수확할 수 있고, 후기(後期)는 고구마와 줄기를 수확할 수 있다.

고구가마 조금 작더라도 2기작을 하면 전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전용면적 1평방미터의 삼각선반 5단(三角棚五段)으로 재배한 결과, 200kg의 단작 수량(単作収量, ※역주: 한 번의 재배에서 수확한 양을 말하는 듯)을 달성했다.

2기작을 하면 단순 계산하더라도 1평방미터당 40kg의 단작 수량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실험 때문에 잔뜩 생겨버린 고구마네"


고구마 칩스를 먹으면서 시즈코는 투덜거렸다. 애초에, 비상식량으로서 일정 수량을 재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험을 위해 고구마를 추가로 재배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수확량은 예년보다 많다. 하지만 고구마의 소비량은 변하지 않기에, 고구마 칩스 같은 걸로 만들어서 간식용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뭐 보고서는 조금만 더 쓰면 완성되겠네. 그보다 오늘은, 얼마 안 되는 외출일이니까 준비해야지"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엄격한 이동 제한을 부과했으나, 1개월을 경계로 제한을 완화했다. 그것은, 꼭 그녀가 나가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말의 수령이었다. 말이라고 해도 키소 말(木曽馬) 처럼 일본에 옛부터 있는 말이 아니다.

해외, 그것도 현존하는 개량마 중 최초로 확립된 아랍종이다.

말의 품종으로 유명한 서러브레드(Thoroughbred)도, 이 아랍종과 영국 고유의 품종인 헌터 등의 품종을 교배시킨 결과 태어난 것이다.

그들은 평평한 땅을 달리는 데 적합한 말로, 스태미너가 높아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반면, 대단히 식사량이 많고 키소 말과 달리 고저차(高低差)에 약하며, 식사가 시원찮으면 본래의 잠재능력을 끌어낼 수 없다.

국토의 6할이 산지인 일본에서는 쓸 데가 마땅치 않지만, 키소 말과 교배하면 고저차에 강하고, 튼튼하며 시원찮은 식사에도 잘 견디고, 유지관리도 비교적 용이한 앵글로아랍과 동등한 말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이스와 만날 때 하는 남장을 한 후, 시즈코는 그와 만나 수컷 30마리, 암컷 20마리, 합계 50마리를 수령했다. 그리고 말 중에 가장 좋은 개체를 골라 마구(馬具)를 장비시켰다.

노부나가가 보면 확실하게 한 마리 내놔라, 고 말할 것은 뻔했기에, 그 전에 제일 좋은 개체를 자기 것으로 삼았다.


"좋은 말입니다"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키소 말에 타고 있는 프로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아랍종을 일본으로 수입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진력해준 부분이 크다. 물론, 무상의 봉사는 아니다. 서로 이해가 일치한 결과이다.


유럽은 1500년에는 아랍종을 수입했기에, 그 말을 50마리 정도 일본으로 돌리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다만 아랍종은 서양의 군사와 관계가 깊어서, 당초에는 예수회도 난색을 표했다. 일본에서의 터키시 앙골라 소동을 고려해서, 예수회는 고양이로 얼버무릴 수 없을지 생각했다.


중세 유럽은 고양이에게 암흑시대라고 해도 좋다. 마녀의 사역마라고 생각되어, 특히 검은 고양이가 혐오받은 시대로, 많은 고양이가 근거없는 죄로 산 채로 화형에 처해졌다.

고양이가 악의 상징으로 간주된 이유는, 카톨릭이 그노시스(※역주: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 파를 '검은 고양이로 모습을 바꾼 악마와 손을 잡고있다'고 비난한 것이 시초이다.

이 일로 검은 고양이가 박해받게 되고, 나아가 마녀사냥으로 대표되는 이단자 사냥과 연관되어, 고양이는 마녀의 사역마가 되어 버렸다.

고양이가 줄어들자 쥐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페스트 균을 가진 벼룩이 확산되어버린 결과,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가 대유행했다.

이것을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욱 많은 고양이를 학살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페스트를 옮기는 벼룩이 달라붙은 쥐를 더 늘어나게 해서 페스트의 유행을 돕는 결과가 되었다.


한편, 일본이나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는 옛부터 신비로운 생물로 중히 여겨졌다. 저장한 곡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는 귀중한 파트너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숭배가 강하여,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주인은 상을 치르고, 고양이를 미이라로 만들어 관에 넣어 정중하게 장사지냈다.


일본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복고양이(福猫)라고 부르며 대단히 중하게 여겨졌다.

그 중에서도 우다(宇多) 천황이 선대 코우코(光孝) 천황에게 선물받아 5년동안 키워온 고양이 사육일기 '관평어기(寛平御記)'에 나오는 중국(唐)에서 온 검은 고양이는 특히 유명하다.

또, 침초자(枕草子)에 나오는 이치죠(一条) 천황도 고양이를 사랑하여,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자 사람과 같은 의식을 치러 '묘부노오모토(命婦のおもと)'라는 이름과 5위(位)의 지위를 내렸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예수회가, 어쨌든 고양이로 어떻게 얼버무리라고 프로이스에게 편지와 함께 산고양이를 잔뜩 보내왔다.

그러나 프로이스는 예수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의에 어긋나는 태도는 이 나라에서 가장 혐오된다고 반론, 예수회 본부에게 아랍종을 보내도록 설득했다.

최종적으로 설득을 받아들인 예수회는, 거세되지 않은 아랍종 50마리를 일본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프로이스는 보내져온 마눌고양이(マヌルネコ)나 묘하게 큰 흰 고양이를 잘 이용하여 시즈코에 대해 말의 운송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서 헌상했다.


산고양이들이 강제로 포획된 것을 알게 된 시즈코는, '이번 같은 일로 소생에게 동물을 헌상할 필요는 없음. 이번에는 받아들이겠지만 이후에는 부주의한 남획을 자제할 것'이라고 프로이스에게 전했다.

일본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걱정한 발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프로이스에게는 불교의 가르침이 관계된 것으로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처음에는 병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야생동물은 생명력이 강하네)


마눌고양이는 균이 적은 고지대에 서식하는 산고양이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견디지 못하고 병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로 운반되는 도중에 튼튼해진건지, 아니면 많은 개체 중에 가장 강한 마눌고양이만 살아남은 건지, 어쨌든 마눌고양이는 기운차게 날뒤고 있었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야행성인 쥐 종류를 문답무용으로 사냥하고 있었다.

비교적 소형의 산고양이이기는 하나, 쥐를 노리는 라이벌이 동족인 고양이들을 제외하면 일본 수달(日本川獺) 정도인 점과, 대형의 육식동물에게 노림받을 걱정이 없다.

다만 비트만 등 회색늑대 일가와, 맹금류의 왕자인 부채머리 독수리인 시로가네, 밤의 맹금류인 아카가네와 쿠로가네에게는 대들지 않았다.


묘하게 큰 흰 고양이는 종류가 확실하지 않았다. 반점 같은 모양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동물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즈코는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근대에는 동물보호의 개념이 없기 떄문에, 멸종 위기종인 동물들도 태연하게 포획한다. 그걸 생각하면 흰 고양이는 귀중한 동물일 가능성도 있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키워보는 것 이외에는 판단재료가 없었다.

현재 상태에서 알고 있는 것은 암수 한 쌍, 그리고 두 마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반출되었다는 것 뿐이다.


마눌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하여 생각보다 잘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커다란 흰 고양이는 처음에는 경계했으나, 시즈코가 먹이를 주는 존재라고 인식했을 떄부터 경계심이 옅어져, 지금은 시즈코의 뒤를 따라 걷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쪽도 고양이 특유의 변덕스러움으로, 따라올지 아닐지는 그들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커다란 흰 고양이는 종류를 알 수 없었기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류했지만, 마눌고양이는 그 둥글둥글한 외모 때문에 '마루타(丸太)'라고 이름붙였다.


(흰 고양이 쪽은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드네. 뭐 자세히 생각하는 건 관두자. 그보다 모처럼 동물을 수입해다 주니까, 이 틈에 멸종된 도도새도 요구해 볼까)


노부나가가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했기에 고양이의 예산이 주어졌다고는 해도, 이 이상 동물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멸종된 동물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도도새는 발견된 지 겨우 100년만에 멸종된 날지 못하는 새다. 1598년에 존재가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1681년을 마지막으로 목격정보가 사라져서 멸종되었다고 전해진다.

기회가 있다면 부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도망친 대형의 맹금류,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려나) 프로이스 님, 이전에 도망쳤다고 한 대형의 새,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대형의 새…… 아, 그 새 말씀이십니까. 확증은 없습니다만, 선원이 동료와 함께 일본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는 소문이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프로이스에게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도망친 맹금류가 동료까지 데리고 있었다는 점에,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였지만 지금은 쓸데없이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호호, 그거 무섭군요. 뭐 지금은 신경써도 소용없겠지요. 그보다도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이스 님, 이 말을 운반하는 동안, 소생과의 약속은 지켜주셨습니까?"


"예. 말을 운반하는 데 300명의 선원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명도 피를 토하는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즈코가 프로이스와 거래한 것은, 괴혈병(壊血病)의 치료방법이었다.

콩나물 재배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 고 그들에게 증명하려면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 것과, 괴혈병에 걸린 사람이 치료되는 것 두 가지를 증명해야 했다.

그 중, 첫번째는 후추의 묘목이나 씨앗을 운반할 때 증명되었다.

또 하나의 콩나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하려면, 인도에서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일본으로 말을 운반해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는 약 반년에 걸쳐 아랍종을 운반하게 되었으나, 이 기간 동안 선원들이 한 번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기에, 콩나물 섭취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었다.


식민지 정책이 가속될 불안이 있었던 시즈코였으나,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은, 이 치료방법을 카톨릭 교회의 비의(秘儀)로 삼았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실추된 교회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

원인불명의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피를 토하는 병입니까. 소생은 괴혈병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괴혈병, 입니까?"


"이빨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다음으로 피부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탈력감이나 둔한 통증이 심해지며,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병. 그 원인은 해상 생활에서는 보충할 수 없는 야채의 부족. 이웃나라인 명(明)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이 방법'에 착안하였습니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괴혈병'이라는 것인가요"


"예. 하지만 이것으로 괴혈병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지겠죠"


"그렇군요. 이걸로……"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 그 반응을 확실히 느낀 프로이스였다.




11월 중순, 혼간지(本願寺)에서 파견된 방관(坊官)인 시모츠마 라이탄(下間頼旦) 등이 이끄는 잇키슈(一揆衆)는, 그 숫자가 수만명으로까지 불어나있었다.

북방세력 48가(北勢四十八家)라고 불린 이세 국(伊勢国) 북부의 북 이세(北伊勢) 지역에 세력을 가진 성주(城主), 호족(豪族) 중 일부가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에 가담하는 등, 오다 가문에 반기를 드는 존재들은 착실히 늘어갔다.

그들은 이토(伊藤) 씨 일족이 성주를 맡고 있는 나가시마 성(長島城)을 함락시키고는 그 성을 나가시마 잇코잇키의 거점으로 삼았다.

이어서 노부토모(信興)가 지키는 코키에 성을 공격해 함락시키고자, 그들은 기세를 몰아 코키에 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절망(絶望)'이라는 한 단어였다.


코키에 성은 콘크리트 성벽 등, 최신의 건축기술이 도입된 견고한 요새로 변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봐도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함락시킬 수 없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성벽에는 숫자의 폭력에 의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접근한 잡병들이, 갑자기 쓰러진 채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현대의 사람이라면 독가스나 생물, 화학병기(BC병기)를 의심하겠지만, 전국시대에 그런 병기는 개발되어 있지 않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에게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어가는 모습은, 남겨진 잇키슈의 전의를 심각하게 저하시켰다.


낮 동안에는 대단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철수한 잇키슈였으나, 곤란에 처한 무리를 그냥 보낼 이유는 없다.

적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밤중에 게릴라전을 걸어, 철저히 괴롭혔다 (harassment).

순찰병을 발견하면 크로스보우로 저격하여 부상을 입힌다. 폭죽을 터뜨려서 수면을 방해한다.

적이 지나갈 만한 곳에 함정을 설치한다. 여기저기서 화재 소동을 벌이는 등, 나가요시가 주도하여 매일 밤 괴롭혀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아시미츠가, 밤부터 심야까지는 나가요시가 주도하여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에 대응했다.

두 사람의 작전은 정공법도 있었지만 비겁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악랄한 방법도 있었으나, 철저히 상대를 두들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공통되어 있었다.

여자 아이의 구별도 없이 잇키슈라면 적으로서 멸망시킬 각오를 품고 있었다.


코키에 성을 포위하면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일부 병사들을 쿠와나 성(桑名城)으로 보내, 성주인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를 패주시켰다.

주위의 성들도 차례차례 함락시켜 고립무원 상태로 만든 후, 시모츠마 라이탄은 코키에 성에 항복을 권했다.

하지만 코키에 성으로 간 사자는 목이 잘리고, 거기에 머리가 나타로 두 토막이 나서 성 밖으로 던져졌다. 세 번 정도 똑같이 사자를 보냈지만, 하나같이 대답은 똑같았다.


"자, 야습은 이제 못하겠군. 그렇다곤 해도, 놈들은 공격해올 수 없어. 수수께끼의 즉사공격을 병사들이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밝혀져봐야 달라질 건 없다. 그건 우리들의 주변에 존재하는 것을 조금 손봐서 위험한 독으로 바꿔놓은 것 뿐이니까"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전투가 끝난 어느 날, 아시미츠와 나가요시 두 사람은 금후의 전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려보기만 하다 끝날 리는 없어. 놈들, 뭔가 수작을 부려오겠지"


"……뭐, 히에이 산 쪽에서 책략을 쓰고 있다면, 포위한 채로 끝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아시미츠의 말은 옳았다. 노부나가는 오다 포위망의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요시아키(義昭)를 이용하여 각 방면과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거절하고, 오다 포위망을 더욱 강화한다면 노부나가의 목숨도 위험하다.

그러나 강화를 중개하는 것으로, 반 오다 연합군에게도 노부나가에게도 쇼군(将軍)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요시아키는, 조정에 칙허(勅許)를 주청(奏請)했다.

노부나가를 몰아붙여놓고 노부나가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 요시아키에게 전략적 안목이 없음을 엿볼 수 있었다.


"주위에는 숨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따라서 지하에서 공격해올 가능성은 낮지"


"만약 공격해 온다면?"


"연락견은 귀가 좋지. 땅 속에서 파나가는 소리를 들을 거다. 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면, 그 후에는 기름을 흘려넣고 불사르면 된다"


좁은 동굴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일산화탄소 중독사가 잔뜩 발생하니까, 라고 아시미츠는 마음 속에서 덧붙였다.

화톳불이 보이는 장소를 바라보면서, 아시미츠는 작게 중얼거렸다.


"한번에 공격해 들어와주면 편한데 말이지"


"아무래도 적도 바보가 아니니까. 죽는다는 걸 알면서 돌격은 안 하겠지"


아시미츠는 흔한 기체이지만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을 사용했으나, 그걸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껏해야 1000에서 2000이다.

세상에는 일상적으로 흔한 것들에 조금 손을 보면 순식간에 인체에 위험한 독가스로 변모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산소는 필요하지만, 그 농도는 21% 정도로 유지되어 있다.

그보다 낮아져도, 그보다 높아져도 인체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생긴다. 만약 산소농도가 6%가 되면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호흡정지가 일어나서 6분만에 죽음에 이른다.


그가 한 것은 그에 가까웠다.

냄새가 없고 공기보다 비중이 무거우며 위험한 상태의 환경을 만들면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만 결점으로서 아시미츠가 한 공격은 범위가 좁았다. 시간이 지나면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무독화되어버리는 것을 골랐기에, 잘해봐야 반경 10m 정도였다.

그래도 효과는 절대적이라,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도우려고 한 사람까지 말려들었다.

굳이 요새화를 한 것도, 공격해오는 적병을 모으기 위한 포식으로 삼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방어력을 높인다는 의미에서도 요새화는 필요했다.


"이쪽도 여유는 없다. 당분간 방어에 철저하면서 히에이 산 쪽에서 움직이기를 기대하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못박아놓은 상태에서 버티고, 그 동안 노부나가가 강화를 성공시킨다.

그것이 아시미츠의 작전이었다. 도저히 숫자의 차이를 메울 수 없는 이상, 끝까지 버티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로켓 불꽃도 연막탄도 캡사이신 폭탄도, 상대가 통상의 아시가루(足軽)라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死兵)이며, 그들에게 죽음이란 극락(極楽)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향종(一向宗) 문도들은 불교라는 종교에 의해 결속되어 있는 집단이다. 그들이 신앙을 버리지 않는 이상, 싸움에 패하더라도, 자신들이 있는 나라가 멸망하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일향종 문도를 어떻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게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 그 숫자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쌍방 피해를 감수해도 좋다면 방법은 있지만, 만약 노부나가가 그걸 쓰려고 해도, 1년은 기다릴 필요가 있군)


아시미츠는 겨우 하루만에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전멸시킬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독가스나 위험한 기체가 아니라, 좀 더 직접적인 폭력이었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그 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언제 방아쇠를 당기는가 하는 것 뿐이다.


"아시미츠 님, 잇키슈로부터 사자가 왔습니다"


"베어버리고 와라"


"옛"


연락병도 처음부터 대답을 알고 있었는지, 물 흐르는 듯한 대응이었다.

잠시 후 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 두 사람이었지만, 별로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적이 취할 가능성이 있는 전법에 대한 대처를 생각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는 이상, 당분간 감시할 수밖에 없나"


결국, 감시 이외에 유효한 방법이 없다고 이해한 두 사람은, 감시를 강화하는 방침으로 합의했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지금 이상으로 오와리(尾張)에 침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숨을 돌린 미요시 3인방(三好三人衆)은, 카와라바야시(瓦林), 이바라키 성(茨木城)을 공략하여 기세를 놓였으나, 그래도 한계라는 것은 있었다.

만약 노부나가에게 배후를 공격받을 경우, 그들은 당장 고립되게 된다. 협력 체제가 불안정한 상태인 이상, 무리했다간 자멸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도 마찬가지였다. 오와리에는 국방(国防)을 맡는 병사들이 각지에 존재한다.

그리고 코키에 성을 무시하고 안쪽으로 전진하면, 국방의 병사들에 의해 분단당한다.

군의 지휘가 가능한 사람이 미노(美濃), 오와리에 있는 이상, 그건 결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하려면 코키에 성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의 코키에 성 공략은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인간은 무의미한 죽음을 가장 두려워한다.

가까이 가면 죽는 것을 잇코잇키슈가 인식하고 있는 이상, 무의미한 돌격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잇코슈가 모두 나무아미타불(南無阿弥陀仏)을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봐도 노부나가가 일향종 문도들을 몰살시켰을 때, 다른 문도들은 오다 군에게 반항하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며 숨을 죽였다.

그리하여 죽음의 공포를 이해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코키에 성을 앞두고 속절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히에이 산과 노부나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와 코키에 성의 수비대.

양쪽 다 교착상태에 빠져, 길게 끄는 포위전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된 노부나가는, 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각지에 있는 작은 반 오다 세력을 괴멸시키는 작전으로 전환했다.


우선 코키에 성에 있는 나가요시의 병사 2000명에 예비 1000명을 추가하여, 오우미(近江)의 일향종 문도와 결탁한 롯카쿠(六角) 세력을 괴멸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들은 미노와 쿄(京)의 교통을 차단하고 있어, 보급로가 끊기는 사태는 그냥 보아넘길 수 없었다.

요코야마 성(横山城)에 있는 히데요시(秀吉)와 니와(丹羽)도, 미노와 쿄의 교통을 차단하고 있는 일향종 문도를 괴멸하기 위해 출진했다. 쿄로 접근하는 미요시 3인방은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가 분전하며 틀어막고 있었다.


세타(瀬田)-쿠사츠(草津) 사이에 전개한 도쿠가와(徳川)의 원군에는,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나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등 주력급이 롯카쿠 세력과 소규모 전투를 거듭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케이지와 사이조에게 각각 1000의 예비병력을 주어, 도쿠가와를 돕도록 파견했다.

하지만 여기서 노부나가의 예상을 뒤집고, 시즈코가 궁기병대 50을 거느리고 케이지들과 함께 출전했다.

서둘러 막으려 했으나 "국가의 위기에 속편하게 누워있을 수 없습니다"라는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대답이 궁해졌다.

결국, 국방을 담당하는 사람을 모아 병력을 500정도 주고 그녀의 출전을 묵인하기로 했다.


미노(美濃)-오와리의 수비력은 약해졌지만, 노부나가는 반 오다의 봉화가 이어지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가요시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그는 악마적인 직감력으로 적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풍부한 지력으로 효율적으로 롯카쿠 세력을 쳐부쉈다.

그 철저한 섬멸전에 적은 물론이고, 아군의 예비병력 1천까지도 공포에 떨엇다.

11월 상순에 출진한 히데요시들은, 16일까지 일향종 문도들이나 롯카쿠 세력을 축출하고 교통을 회복시켰다.


원군인 도쿠가와 군의 원군이라는 복잡한 입장의 시즈코들은, 무사히 그들과 합류한 후 즉시 롯카쿠 세력이나 소규모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뭉쳐서 움직이기보다 두 부대로 나뉘어 행동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그들은 두 패로 나뉘었다.

그리고 주위가 떨떠름해할 정도의 타다카츠의 강한 의향을 반영하여, 시즈코와 타다카츠와 한조(半蔵), 케이지와 사이조와 야스마사의 두 패로 나누고, 나머지를 진의 방어에 돌렸다.

시즈코를 홀로 두는 것에 케이지들은 불안을 느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잡병은 무시하고, 부대장만을 철저하게 노린다"


시즈코의 선언대로, 잡병들은 전혀 노리지 않고 부대장만을 철저하게 노렸다. 도망쳐서 숨으려고 해도 화승총의 표준 사정거리인 50m를 넘는 위치에서 저격당하기 때문에 그들은 대응할 수 없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소생을 방해하게 놔두진 않겠다!!"


패기가 넘치는 타다카츠는 문자 그대로 적을 휩쓸어버리고 있어,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었다.

롯카쿠 세력을 발견하면 대부분 그가 처음으로 돌격하고, 그에 이끌려 타다카츠의 병사가 적진의 한복판에 돌격하며, 시즈코와 한조가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 패턴이었다.

그 덕분에 한조는 시즈코를 관찰할 여유가 어느정도 생겼으나, 동시에 타다카츠의 행동에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활솜씨는 우수하고, 지휘능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훈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에 집중하는 모습은 이질적이군. 역시 주군의 말씀대로, 그녀의 주위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이질적인 인간들이 모여드는 것인가)


"우측의 적에 돌격할 기색이 보여. 견제 화살의 일제 소사(掃射)로 기세를 제압한다"


(……묘하게 감이 좋지만, 헤이하치로(平八郎)님의 연모는 깨닫지 못하는 둔감함이 있군. 안타깝군, 헤이하치로 님. 동정은 하지만 공감은 못하겠소)


거기서 생각하는 것을 멈춘 한조는, 롯카쿠 세력의 괴멸을 위한 생각으로 전환했다.


"우리들은 시즈코 님의 소사(掃射) 후, 적의 우측으로 돌격한다! 시즈코 님, 신호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좋아, 지금이다 소사 개시!"


잠시 후 시즈코가 호령을 내림과 동시에, 화살비가 적진의 우측에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더없이 기막힌 타이밍에 소사를 받은 적병들은, 돌격의 기세가 꺾여 우왕좌왕했다.


"간다, 돌격 개시―!"


갑작스런 측면 공격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한조가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했다. 부대를 재편하는 도중에 돌격을 받아, 이미 적은 조직적인 반격이 불가능해졌다.

얼마 안 가 전투의 결판이 나고, 롯카쿠 세력이나 소규모 세력에 의한 반 오다군은 괴멸상태에 빠졌다. 간신히 도망친 자들도 끝까지 한조의 추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어지간히 제압된 모양이군"


저녁식사를 마친 케이지가, 입으로 담뱃대를 놀리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시즈콰 사이조, 그리고 도쿠가와 군의 타다카츠, 한조, 야스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미 롯카쿠 씨의 세력은 이미 멸망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수의 무장이 전사하고, 원래 많지 않았던 병사들을 대부분 잃어, 이제는 군을 유지하는 것조차 곤란한 상태였다.

무장이나 병사가 적은 것에 착안한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은, 2군 체제를 4군 체제로 변경하여, 각지의 반 오다 세력을 진압해갔다.

세분화되자 롯카쿠 측은 적은 병력을 다시 쪼갤지, 아니면 거점을 버릴지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롯카쿠 씨가 거점을 버린다면, 이미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원군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거점을 사수하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아래의 글이 쓰인 짧은 권고문을 거점에 보내면 된다.


"복종이냐, 아니면 죽음이냐, 후회하지 않는 쪽을 택하라"


단순한 권고문에, 롯카쿠 가문에 협력하고 있는 영주들은 즉시 이해했다. 이미 자신들의 운명은,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결국, 버려진 거점은 전부 항복하고, 이후 반 오다 연합군에 협력하지 않을 것을 확약받았다.

자기 목숨이 아까워 거점을 버린 것 때문에, 롯카쿠 가문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다대한 지원을 하고 있던 코우가슈(甲賀衆)도 있었다.

가신들이 차례차례 연합군으로 변절하여, 예전에 남 오우미(南近江)의 유력자였던 롯카쿠 가문의 위광(威光)은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반 오다 세력의 맹공은 격렬하여, 오다 군의 상황이 좋아질 기색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각지에서 반 오다 세력을 제거하려고 분투하는 오다 군이었으나, 정세는 악화될 뿐이었다.

11월 말이 되어도 히에이 산에 틀어박힌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 군은 항복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각지의 반 오다 세력도 세력을 더해가기만 했다.

와카사(若狭)에서는 일시적으로 실각했던 타케다 노부카타(武田信方)가 복권하자, 오오이 군(大飯郡)이나 오뉴 군(遠敷郡)에서 반 오다 세력이 반격에 나섰다.

11월 25일에 물류의 거점인 카타다(堅田)의 방어를 굳히려 하였으나, 11월 26일에 아자이-아사쿠라 연합군이 히에이 산에서 치고 나왔다.

전투는 대격전이 되어, 마에바 카게마사(前波景当)를 전사시켰으나, 오다 군은 사카이 마사타카(坂井正尚)나 안도 우에몬노스케(安藤右衛門佐)가 전사하여 오다 군은 괴멸되었다.

카타다의 이카이 노부사다(猪飼昇貞), 이소메 마타지로(居初又次郎), 바바 마고지로(馬場孫次郎)가 노부나가와 내통했으나, 카타다의 싸움에서 패배하였기에 그들은 카타다를 버리고 비와 호(琵琶湖)를 건너 도주했다.


2개월 이상 포위는 계속되었으나,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 이상의 계전(継戦)은 한계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11월 30일에 조정과 요시아키를 움직여 강화를 획책했다.

이 때, 노히메도 상황을 볼 때 노부나가가 강화 쪽으로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니히메(仁比売)의 이름을 이용하여 조정에 손을 썼다.

오우닌의 난(応仁の乱)이나 그 후의 지방에서 발발할 난전 등, 전화(戦火)의 기억이 남아있는 조정은 오다 군과 반 오다 세력의 전투를 멈추기 위해 움직였다.

사키히사(前久) 또한 반 오다 연합을 멈추기 위해, 쿄의 유력자들을 교묘하게 부추겨, 반 오다 연합 안에 계쩐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계전에 불안을 가지고 있던 아사쿠라는 가장 먼저 요시아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지막까지 강화에 반대했던 엔랴쿠지(延暦寺)였으나, 조정에서 윤지(綸旨)가 내려오자 투덜거리면서도 받아들였다.

12월 13일에 미이데라(三井寺)에서 노부나가는 아사쿠라와 강화를 체결하고, 아사쿠라 씨가 구축한 츠보카사 산성(壺笠山城)에서 인질 교환을 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여러 통의 탄원서(起請文)를 요시카게(義景)에게 제출했고, 그 중에는 '천하는 아사쿠라 님에게, 나는 두번다시 천하를 넘보지 않겠음'이라고 쓴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막부 체제와 요시아키의 추대(推戴) 하에 있던 노부나가는 '천하를 넘보지 않는다'라고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잘해봐야 '쿄를 넘보지 않겠음' 정도의 뉘앙스이리라.

때로는 수치도 체면도 버릴 수 있는 노부나가라면, 이 정도를 써서 상대를 띄워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오우미 북군(近江北郡)의 3분의 1을 아자이, 3분의 2를 노부나가가 차지한다는 것도, 인질교환을 아사쿠라가 지은 성에서 한다는 것도, 위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내일이 없는 노부나가에게는 이의 따위 있을 리도 없어, 자존심(挟持) 따위는 길 옆에 버리고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다음 날인 14일에 즉시 진을 걷어낸 노부나가는, 큰 눈이 내리는 가운데 기후(岐阜)로 돌아갔다.

각지에 흩어진 반 오다 연합에 대응하던 군도, 노부나가를 따르듯이 진을 걷어내고 미노나 오와리로 돌아갔다.

한발 늦게 아자이, 아사쿠라도 진을 걷어내고 본거지로 철수했다. 혼간지나 엔랴쿠지도 산문(山門)은 안전할 것이라는 윤지를 받고 병사를 물렸다.

여기서 노부나가의 생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까지 했던 겐키(元亀) 원년(元年)의 2대 전투 '노다(野田)-후쿠시마(福島) 전투'와 '시가의 진(志賀の陣)'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자만심이 불러온 이 2대 전투는, 그렇게 간단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많은 병사들을 잃고, 가신들을 다수 잃고, 몇 개의 성이 함락당하고, 대량의 이탈자가 생겨버렸다.

각지에서 반 오다 세력은 기세를 더해가고, 그 기세에 오다 가문이 멸망할거라 생각한 자들 중에서 이탈자가 생겼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오다 군은 이후에도 계속 이탈자가 나오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노부나가는, 가신들에게 일정한 휴식을 주었다.

또 전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공양미를 기진(寄進)하고, 부상당한 가신들에게 위문의 편지를 보냈다.

지금까지 복종하고 있던 가신들 중 일부가, 오다 군의 의외의 약함을 목격했기 때문인지 세금을 내지 않고 일부를 자기 주머니에 챙겨 사복을 채우려고 하기 시작했다.

이것에 대해 노부나가는 토착 무사들(地侍)을 용서없이 징벌하여, 백성들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과 함께 정치적인 불안에서 발생하는 치안 악화를 억제했다.


"남만의 말은 크구나"


내정이 자리를 잡은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수입한 아랍종 50마리를 시찰하러 왔다.

아랍종은 체고(体高)가 약 150cm로, 일본에 있는 키소 말 등의 평균 130cm에 비해 20cm나 높다.

키소 말이라도 145cm 등 비정상적으로 큰 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130cm대가 많다.


"타보시겠습니까?"


"음, 준비해라"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는 마쳐두고 있었기에 말이 바로 나왔다.

씩씩하게 말에 올라타더니, 그는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기(茶器) 콜렉터이자 말 콜렉터이기도 한 노부나가는, 아랍종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아, 아마도 한 마리 내놓으라고 하겠네, 이거)


말에 올라탄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고, 시즈코는 다음에 나올 노부나가의 말을 예측했다. 잠시 걷게 하거나 조금 달리게 하거나 해본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예상대로의 말을 했다.


"마음에 들었다. 내게 한 마리 보내라"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노부나가는 말을 한 마리 원했다. 멋대로 고르면 기분이 상할 거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원하는 말을 고르게 하기로 했다.

한 마리씩 지긋하게 관찰한 후, 노부나가는 한마리의 숫말을 골랐다. 체고 148cm로 평균보다 조금 작았지만, 아랍종들 중에서 가장 다리가 굵었다.


"이 녀석이 마음에 든다"


"알겠습니다. 마구를 준비하겠습니다"


군마로서 사용되고 있는 키소 말과 아랍종은, 체고나 다리의 굵기 등이 다르다.

또, 아랍종은 서러브레드나 앵글로아랍의 조상이기도 하기에, 필연적으로 승마에 쓰는 마구 쪽이 잘 맞는다.

카우보이들이 쓰던 웨스턴 식의 안장이나 재갈(馬銜はみ), 그걸 고정하는 두락(頭絡), 말고삐, 말발굽(護蹄 또는 蹄鉄) 등, 마구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마구를 착용하면 말의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보기에 좋아지며, 말을 달리는 노부나가가 돋보인다.

문제는 마구의 재료비가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특히 안장은 장시간 타고 있어도 피로해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사슴가죽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마구만 해도 큰 돈이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말을 나란히 하고 걷는 두 사람은 처음에는 말이 없었지만, 잠시 후 노부나가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들려줄 수 없는 혼잣말이었다. 그는 오다 가문 당주로서,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약한 소리를 하면 지금의 가신단은 총체적으로 붕괴하여, 오다 가문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뭐든지 예외는 있는 법이다. 노부나가에게는 그런 푸념이나 약한 소리를 해도 용납되는 상대가 약간이나마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시즈코였다.


"가신의 대다수는 이탈하여 반 오다를 표방하고 있다. 내가 만사가 순조로울 때는 아첨을 하다가, 실추하기 시작하니 손바닥을 뒤집는구나. 쓰레기들에게는 정말로 구역질이 난다"


"불행을 알기에 행운을 실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주님, 그런 쓰레기들을 위해 시간을 쓰시는 것은 아깝습니다. 지금은 이 열세에서도 충의를 다하는 충신들이 있는 '행운'을 음미하도록 하죠. 그리고 별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들이 냉큼 사라져준 '행운'을 기뻐하도록 하지요"


"……후, 후하하하하하!!!

그렇구나, 네 말이 맞다.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멋대로 적대해주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놈들을 멸망시킬 대의명분이 있다, 라는 것이냐"


시즈코의 말에 일순 멍해진 노부나가였으나, 다음 순간 입을 벌리고 웃었다.

자신의 고민이 바보스럽고, 그리고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이해된 것이다. 얼마든지 적대해라, 이 상태에서 떨어져나가는 가신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라고 망설임없이 떨쳐버릴 수 있었다.


"너는 멍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 날카로운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서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가 궁금하다"


"네? 무엇인가요?


"너는 내 밑으로 온 후, 한 번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게 네 긍지인가 생각했으나, 이번의 싸움에서 너는 철저히 무장들만을 처치했지. 알고 있느냐? 네 궁기병대는 '무장척살단(武将殺し)'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야기를 되돌릴까. 너는 사람을 죽인 것을 두려워하였느냐? 아니면…… 후회하였느냐?"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후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힘없이 웃었다. 그녀는 똑바로 앞을 보더니, 먼 하늘 저편을 보는 듯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최적이라고 생각한 길을 그저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 길을 다 걸었을 때, 뒤돌아보고 후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설령 제가 선택한 길 때문에, 최악의 결말을 초래했다고 해도…… 말입니다"


"……"


"그리고 후회하는 것은, 그 때의 자신의 전부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후회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숙한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고, 그것을 다음에 살리려고 하는 편이 중요합니다. 아니요…… 그 길을 선택한 자로서의 의무입니다."


"그렇게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말해도 설득력은 없다"


노부나가의 말대로, 시즈코는 자신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비통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적받자 그녀는 겨우 깨닫고,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내게는 오다 가문 당주로서의 책무가 있다. 어설프게 너만을 상냥하게 대할 수는 없지. 그러니, 괴로워지면 동료를 의지해라.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설령 네가 이 세상의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 어깨를 빌릴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걸어라"


"네……"


"그럼 칙칙한 이야기는 끝이다. 뭔가 맛있는 것이라도 먹고 영기(英気)를 비축하기로 할까"


"갑작스레 여쭈어서 죄송합니다만, 설마 요리를 만드는 게 저는 아니겠지요?"


"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소성들이 걱정하겠구나"


말을 꺼내자마자 노부나가는 말을 달리게 하여 마굿간으로 향했다.

노부나가의 행동에 얼이 빠진 표정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상황이 이해된 순간 노부나가에게 외쳤다.


"어라―, 아까까지의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 자, 잠깐 영주님――――!!! 듣고 계신가요―――!! 슬슬 좀 외출용의 요리사를 고용해 주세요――!!"


겨울 하늘에 시즈코의 고함소리가 허무하게 울려퍼졌다.




오다 군은 반 오다 연합이 구축한 포위망에 의해 대규모 작전에 실패하고, 거기다 다수의 이탈자가 생긴다는 굴욕을 맛보았다.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대패를 당한 오다 군을 보고, 우쭐해지는 패거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필두가 현 쇼군인 요시아키였다. 그는 오다 군의 약점을 알게되자마자, 노부나가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각지에 있는 반 오다 세력을 규합하여, 오다 포위망을 견고하고 구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노부나가가 없었으면 쇼군이 될 수 없었던데다, 그럴듯한 권위나 박력이 없다.

혼간지나 엔랴쿠지는 그에게 따를 의무나 의리가 없었다.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마찬가지인데다가, 소규모의 반 오다 세력들도 굳이 결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이 마지못해 결탁한 반 오다 연합을 보고, 요시아키는 노부나가도 이것으로 끝났다고 착각했다.

그는 각지의 반 오다 세력에 "오다를 쳐라!"고 격문을 보내어 반 오다 세력을 지금 이상으로 늘리려고 했으나, 어떤 세력도 리스크와 리턴을 고려하여 이야기를 반쯤은 건성으로 들었다.


요시아키가 밀서를 뿌리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국경 부근에서 일어난 유괴미수 사건의 대응으로 바빴다.

지금까지는 오다 군을 두려워하던 그들이었으나, 대패의 소식을 듣자마자 오다 영토에서 사람을 유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세키가하라(関が原)를 봉쇄하고, 요코야마 성에 있는 히데요시나 니와가 도로를 봉쇄했기에 전부 미수로 그쳤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그들의 만행에 격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유괴범 정벌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고 철저한 단속을 명했다.


이 인사에 유괴범 패거리들은 물론이고, 뒤가 구린 곳이 없는 정규의 수속을 밟은 인신매매업자들도 공포에 떨었다.

나가요시라고 하면 귀신도 울며 도망칠 정도로 잔학무도하기 짝이 없는 짓을 태연히 저지르는 무장, 이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붙잡히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고 생각한 유괴범 패거리는 거미새끼들이 흩어지듯 도망쳤다.


그러나 도망친 정도로 나가요시가 용서할 리도 없었고, 그는 노부나가가 기대한 대로의 활약을 보였다. 남김없이 붙잡아서는 훈도시(褌, ※역주: 일본식 속옷. 긴 천 한 장을 기저귀처럼 감아서 입음) 이외에는 모두 몰수하고, 거기다 '혼내기(折檻)'를 사칭한 고문을 했다.

그 모습은 유괴당한 사람들이, 증오스러울 유괴범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나가요시에게 탄원할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로 나가요시가 멈추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노부나가가 명령한 것을 실행하고, 그에 더해 마음대로 날뛴 나가요시의 악명 덕분에, 유괴범들은 겨우 1주일만에 자취를 감추었다.


"아니, 이해해. 이해는 하는데, 나한테 항의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어"


잔뜩 쌓인 항의 서한을 훑업존 후, 시즈코는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가요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항의서를 보낸 사람도,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보다는 시즈코 쪽에 보내는 편이 쉽다. 필연적으로 나가요시에 대한 항의문이 시즈코에게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가요시 본인으로서는 노부나가의 명령에 따른 것 뿐인데 이렇게 항의받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하지만 뭐, 남의 무기를 멋대로 가지고 나갔으니, 이런 얘기를 해두지 않으면 본보기가 서질 않지?"


단순히 날뛴 것 뿐이라면 잔소리 좀 하고 끝이다. 하지만, 시즈코가 도공들에게 의뢰한 남만 무기를 나가요시가 가지고 나간 것 때문에, 잔소리로는 끝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의뢰한 무기는 할버드(halberd), 바디시(bardiche), 글레이브(glaive), 폴 액스(pole axe), 방천화극(方天画戟), 구르카 나이프(kukri), 워 사이드(war scythe, 戦鎌) 등 다양했는데, 나가요기사 가지고 나간 것은 바디시와 구르카 나이프 두 가지였다.

바디시는 아시가루보다 경장비(軽装備)인 유괴범들 상대로 쓰는 물건이 아니다.

과잉 공격이 되는 바디시를 휘두르고, 그걸 쓰기 어려운 장소에서는 나타와 구르카 나이프로 유괴범들 상대로 흉맹(凶猛)한 백병전을 펼친 덕분에, 양쪽 모두 극악한 무기라는 인상이 붙어 버렸다.

군의 상징 무기로 쓰려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두 가지 무기의 나쁜 인상은 도저히 지울 수 없어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게 되었다.

그 후, 케이지가 할버드를 써보고, 워 사이드는 겉보기가 좋지 않다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최종적으로 장식을 단 의례용의 글레이브인 쿠제(kuse)가 채택되었다.


"알고 있으면 빨리 끝내줘"


"카츠조(勝蔵), 말이 지나치다. 조금은 시즈코 님의 마음고생을 생각해라"


곁에 있던 사이조가 쓴소리를 했다. 케이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가요시를 편들지도 않았다.

두 사람으로부터의 무언의 위압에, 제아무리 나가요시라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기분이 고양되어 있는지, 침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으―음? 항의문에 화내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닌가?)


아무래도 나가요시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평소의 나가요시라면 불손한 태도로 흘려들을텐데,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고양되어 있다기보다, 자신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아―…… 아―, 그런가. 벌써 그럴 나이구나"


한동안 나가요시의 상태를 관탈하고, 그리고 그의 경력을 떠올린 순간, 간신히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수상한 거동의 이유를 이해했다.

그걸 깨달으니, 나가요시가 몸매무세에 신경을 쓰거나, 시즈코나 아야(彩)의 특정 부위를 보더니 즉시 시선을 피하거나, 묘하게 반항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시즈코 님? 뭔가 짚이시는 곳이 있으십니까?"


"아니, 카츠조 군도 제 2차 성징기(性徴期, 사춘기(思春期))에 들어섰구나 하고 생각해서. 하지만 나는 엄마가 아니니까 나한테 반항해도 곤란해"


"제2차 성징기?"


그 말에 세 사람이 나란히 고개를 갸웃했다. 마찬가지로 곁에 있던 아야는, 그게 당연한 일인 듯 종이와 먹을 꺼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야. 제2차 성징기라는 건, 몸과 마음이 모두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말해. 타인의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고, 이성(異性)의 신체에 흥미를 가지고, 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신경쓰이는 식으로, 마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카츠조 군 자신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야"


"큭, 그, 그런 건가"


"저기 말야, 카츠조 군. 아무리 나라도 네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 정도는 알거든?

뭐 그 부분은 남자의 본능이라는 걸로 눈을 감아주겠지만, 이상한 짓을 하면 비트만들과 즐거운 산악달리기를 하게 만들거에요"


"아, 아니 아무래도 그런 짓은 안 해. 신세를 지고 있으니…… 까 (바보냐!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간 혼다(本多) 헤이하치로(平八郎)가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나는 자살하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어!)"


자기도 모르게 말할 뻔한 나가요시였으나, 직전에 멈추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그…… 제2차 성징기라고 하는건가? 그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거야?"


"몸도 그래. 변성(変声, 목소리가 바뀜)하거나, 어깨 폭이 넓어지거나, 근육이 발달하거나, 얼굴이 변화하거나, 성적으로 성숙되거나 하는거야. 사람에 따라서는 심하지 않지만, 카츠조 군의 경우에는 계단을 달려올라가는 기세로 온 거 아닐까?

그러니까 몸의 성장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지금처럼 거친 느낌이 된 게 아닐까― 하는거야. 의사가 아니니까 단언은 못 하겠지만"


하지만 나가요시가 폭주하는 이유를 알아도 시즈코로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제2차 성징기는 부모로부터의 자립이나 타인과는 다른 '자신'이라는 것을 확립시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리하게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칫 잘못하면 나가요시의 정신적인 면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었다.

여기는 그가 아무리 괴로운 표정을 지어도 참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음, 일단 제2차 성징기를 알기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카츠조 군이 폭주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가져갈까. 그 다음에는 케이지 씨나 사이조 씨, 무슨 일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도 있을테니, 남자끼리인 쪽이 이야기하기 편할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상관없어. 그리고, 카츠조는 당분간 내 방에서 자라. 네가 이상하게 폭주해서 시즛치를 덮쳤다간 늑대밥이 될 것 같으니까"


"……시즈코 주위에 있는 늑대가 일어나서 컴컴한 어둠 속에서 공격받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거냐. 뭐, 뭐어, 진정될 때까지는 케이지에게 신세를 지겠어.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따라가질 않아"


"아침에 일어났더니 피투성이 시체가 있더라, 라는 건 사양이야"


"아니,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어"


"그렇게 바라고 싶어. 자, 이걸로 이야기는 끝. 이쪽에서 이것저것 설명해둘 테니까, 카츠조 군은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어떨까. 원래는 안 되지만, 지금이라면 창고의 술은 두 통(樽)까지는 허가할게"


"그거 좋네. 술을 한 손에 들고 남자끼리 대화해 보자고"


말하자마자 나가요시의 멱살을 붙잡더니, 케이지는 그대로 웃으면서 그를 납치해갔다.


"기다려 임마!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에에잇, 놔라――!!"


나가요시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시즈코는 잠시 생각한 후 그를 외면하기로 했다. 나가요시에게 케이지의 강제적인 부분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찮겠지, 아마도"


어쩐지 건성스러운 느낌이 배어나온 시즈코의 말에, 사이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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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0 1570년 11월 중순



9월 23일, 노부나가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와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를 후위로 남겨놓고, 노다(野田), 후쿠시마(福島)에 전개중인 모든 병사를 물려 에구치(江口)의 나루터로 향했다.

에구치는 중, 근대에 있어 수상 교통의 요충지로, 쿄(京)에서 온 배편도 여기서 타고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지가와(宇治川), 요도가와(淀川)의 지류(支流)가 섞여드는 에구치 부근은 물살이 세고 수량이 많다.

그리고, 에구치의 나루터 일대는 이미 잇키(一揆)의 봉기 하에 있어,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반대쪽 기슭에 몰려있는 상태였다.


"시작해라"


긴박한 사태에 뒷걸음치는 아시가루(足軽)들을 후방으로 물리고, 아시미츠(足満)는 투석병(投石兵) 100명을 세 부대로 나누어 기슭에 배치했다.

잇코잇키슈는 죽창을 들고 모여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여기서 돌을 던지면 효과는 절대적이다.

그들은 돌이 닿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전국시대의 투석은, 기본적으로 손으로 던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쳐라"


아시미츠의 짧은 호령으로 기슭에 모인 돌이 100개, 하늘을 날아 반대쪽 기슭에 있는 잇코잇키슈를 덮쳐갔다.

제대로 된 방어구를 장비하고 있지 않은 그들은, 돌이 반대쪽 기슭까지 도달한 것에 경악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날아오는 돌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을.

차례차례 날아드는 돌에 잇코잇키슈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에, 노부나가는 가장 먼저 말을 강으로 몰아넣으며 뒤에 있는 전군에 도하(渡河)를 명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사전에 가신들에게 보폭을 작게 해라, 수평으로 가로지르지 마라, 발을 끌면서 걸어라, 흐름에 대해 대각선으로 향해라, 하류 방향을 향해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등, 서바이벌에서의 도하 기술을 전수했다.


"계속 던져라"


단순히 돌이 날아오기만 하는 공격은 막기 어렵다. 방어에만 몰리게 되면 잇코잇키슈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아무 것도 없다.

개중에는 돌의 소나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반격에 나서 돌격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물에 발목을 잡혀 기동성이 떨어진 인간 따위, 궁기병대에게는 좋은 과녁이었다.

예상대로, 돌격한 사람들은 강을 반도 건너기 전에 궁기병대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잇코잇키슈는, 철수하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하지만, 잇코슈(一向衆)가 뿔뿔히 흩어져 철수를 개시하기 전에 오다 군은 강을 다 건넜다. 설령 무기를 버렸다고 해도 오다 군에게는 관계가 없었고, 그들은 잇코잇키슈를 측면에서 급습했다.

오다 군의 신속하고 과감한 돌격에, 잇코잇키슈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괴멸했다. 반대쪽 기슭의 안전이 확보되자, 남아있던 아시미츠들도 강을 건넜다.

등 뒤에서 추격하는 적병들을 뿌리치고, 겨우 하루도 되지 않아 노부나가는 쿄로 돌아갔다. 24일에는 노부나가는 오오츠(大津)에서 사카모토(坂本)로 진군하여, 우사 산성(宇佐山城)을 구원하러 갔다.

노부나가의 전광석화같은 행동에, 우사 산성을 공격하고 있던 아자이(浅井), 아사쿠라(朝倉) 연합군은 당황하여, 츠보카사 산성(壺笠山城)이나 히에이 산(比叡山)으로 서둘러 도망쳤다.

오다 본군과 전투하게 되면 확실하게 패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도망치는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쳐다보지도 않고 즉시 우사 산성에 입성했다.


"현 상황을 보고하라"


"옛, 저희들은 사카모토에서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진군을 저지했습니다만, 23일에 진이 괴멸했습니다. 그 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오오츠의 바바(馬場), 마츠모토(松本), 그리고 야마시나(山科)를 불태우며 이 우사 산성을 공격했습니다"


아오치 시게츠나(青地茂綱)가 자리를 대표하여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외에도 노부성(野府城) 성주(城主)인 오다 노부하루(織田信治),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의 가노(家老)인 카가미 모토마사(各務元正) 등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곳에 우사 산성 성주(城主)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은 없었다.


감이 좋은 노부나가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질문을 했다.


"요시나리는 어디 있느냐"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들이 말없이 모리 요시나리의 갑주(甲冑)를 노부나가 앞에서 조립했다.

피투성이가 된 갑주를 보고 노부나가는 싫어도 모리 요시나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해했다.


"바보 같은 놈이. 누가 목숨을 걸라고 명령했더냐"


노부나가는 비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제로, 그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최악의 경우에는 우사 산성을 버려라'고까지 명령했었다.

성은 다시 지으면 된다. 빼앗긴 영토는 되찾으면 된다. 하지만 모리 요시나리라는 인물은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사람이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면서도, 노부나가는 평정을 유지한 표정으로 모리 요시나리의 갑주 앞으로 이동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갑주를 바라본 후, 노부나가는 갑주의 어깨에 손을 대고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고하였다"


노부나가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 일동은 눈물을 흘렸다.




나가요시(長可)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 모습은 태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홀연히 사라졌나 싶더니, 승병(僧兵)이나 연합군의 척후(斥候)를 붙잡아서 성으로 돌아와, 심문(尋問)이라는 이름의 고문(拷問)을 했다. 하지만, 그건 화를 적에게 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흐윽…… 부, 부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소행. 오, 오다에게는 언, 젠가…… 부처의 벌…… 이 내, 릴 것이다"


"그러면 부처를 데려와. 이 자식아, 어떻게 된 거냐. 부처의 벌이나 신의 벌을 내릴 수 있다며"


승병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얼굴 뿐만이 아니었다. 팔이나 다리도 굽혀지지 않은 방향으로 굽혀진데다, 손가락이 몇 개나 뜯겨나가 있었다.


"부처를 데려와! 내가 죽여버릴 테니까!"


손에 든 메이스로 있는 힘껏 승병을 후려갈겼다. 나가요시의 일격에 완전히 의식이 날아간 승병이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팔을 반대로 휘둘러 다시 승병을 후려갈겼다.


"부처의 힘이란 걸 보여보라고!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이 비린내나는 땡중들아!!"


"그만둬. 이미 그 놈은 죽었다"


나가요시의 폭주를 케이지(慶次)가 제지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평소의 밝은 표정이 아니라, 깊은 슬픔이 감돌고 있었다.


"젠장!"


나가요시는 승병의 시체를 걷어찼다. 체액이 주위로 뿌려져서 두 사람의 주위는 처참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쓸 여유가 그들에겐 없었다.

지금까지 방어에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그걸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오다 본군이 합류한 지금, 생각할 시간이 잔뜩 생겨버렸다.


"결국…… 결국, 나는 아버지를 따라잡지 못했어. 뭣 때문에, 지금까지 죽기살기로 단련해 온 거야. 나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힘을 손에 넣었을 텐데……"


"뒤돌아보지 마라, 카츠조(勝蔵). 괴로울 때일수록 앞을 봐라. 그리고, 네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지 마"


나가요시의 가슴을 가볍게 친 후, 간신히 평소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고 케이지는 말을 이었다.


"싸움은 불합리(理不尽)하고 부조리(不条理)하지. 그러니까, 내키는 대로 싸우고, 불합리하게 죽자고"


"……흥, 나는 아직 죽을 생각은 없어. 더 강해져서 아버지의 등을 넘겠어"


점점 평소의 상태를 되찾고 있는 나가요시는, 케이지에게 밉살스럽게 쏘아붙였다.

주위에 처참한 승병들의 시체가 없었다면, 전쟁영화처럼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주면에는 피와 내장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시즛치는 어쩌고 있냐"


분위기를 바꾸려고 생각한 케이지는 다른 화제를 나가요시에게 꺼냈다.


"아버지를 죽게 해버린 책임을 느끼고 있는 건지, 오늘도 아침부터 일만 하고 있어"


"……좋지 않구만"


"그래, 그 녀석 잘못이 아니야. 아버지는 중상이었어…… 누가 진찰해도 살아나지 못했겠지"


나가요시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지금의 시즈코는 가장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그녀는 쓰러진다. 그러나, 시즈코의 귀에는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어. 그 상처를 입고 살아났다면, 그거야말로 기적이라는 걸"


그래도, 나가요시는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시즈코라면 어떻게든 해 줄거라고, 그런 아련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허무한 바람이었다는 것을, 모리 요시나리의 시체를 보았을 때 그는 깨달았다.


(아버지…… 미안해)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면서, 나가요시는 마음 속으로 모리 요시나리에게 사죄했다.




슬픔에 휩싸인 우사 산성에 오다 본군이 입성한 지 며칠 후, 노부나가는 엔랴쿠지(延暦寺)의 승려들을 호출했다.

주군을 잃은 슬픔은 분노로 변하여, 엔랴쿠지의 승려들은 저주와 비슷한 분노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오다 군이 자신들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살기를 얼마나 뿜어내던 간에, 오다 군은 꼼짝도 못할 것이라고 얕보고 있었다.


엔랴쿠지를 호출한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단적으로 말했다.


"산문령(山門領)을 반납하겠다. 그 대신, 무가(武家)의 전투에 끼어들지 말고 중립을 지켜라. 아니면, 모두 잿더미가 되는 쪽을 원하느냐"


강경한 협박에 일순 두려워진 승려들이었으니 금방 침착함을 되찾았다.

히에이 산은 부처가 다스리는 불입(不入)의 땅이며, 동시에 성역(聖域)이다. 그곳에 있는 엔랴쿠지의 승려들인 자신들에게는 항상 부처의 가호가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엔랴쿠지는 과거에 두 번 불태워졌으나, 불태운 인물들이 모두 가신들에게 배신당하는 결말을 맞이한 것이, 부처의 가호가 있다고 그들이 확신하는 이유였다.


"……?"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승려들은, 가끔 뭔가 끌리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무거운 무언가를 끄는 소리와, 물 같은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섞여,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에 대해 노부나가나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끄는 소리는 점점 자신들에게 가까워져왔다. 그래도 노부나가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계속 엔랴쿠지의 대응을 비난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리의 발생원은 승려들이 있는 방 앞에서 일단 멈췄다. 무슨 일인가 하고 눈썹을 찌푸린 승려들의 귀에, 입구가 조용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가!? 흐,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신경쓰인 승려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고, 그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큰 소리에 다른 승려들도 등 뒤에 있는 것이 신경쓰여 돌아보았다. 그리고, 처음의 승려와 마찬가지로 비명을 질렀다.


믿기지 않는 인물이 입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갑주 차립의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전신이 흙으로 더러워져 있고, 이곳저곳에 화살이 박히고, 피가 끊임없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망설임없이 승려들을 포착하고 있었다.


승려들은 공포에 질렸다. 수급은 취하지 못했으나, 심장을 화살에 꿰뚫린 모리 요시나리는 전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쇼우쥬라이코우지(聖衆来迎寺)에 모리 요시나리의 무덤이 있다는 것과, 그곳까지 오다 병사들이 모리 요시나리의 시체를 운반했다는 보고도 받았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인물은 틀림없이 노부나가의 오른팔인 모리 요시나리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하여, 승려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음을 진정시키지도 못한 채, 혼란되어 제대로 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중에게는 입구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교의(教義)라도 있는 것이냐"


노부나가의 말에 승려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은, 승려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승려 중 한 명이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소리를 내며 입구에서 움직이지 않고 승려들을 노려보는 모리 요시나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노부나가는, 한숨을 쉬고 승려가 가리킨 장소를 한 번 보았다. 하지만, 바로 쓴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입구에 뭐가 있다는 것이냐.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이, 어! 모, 모모모모……!"


공포에 질린 나머지, 승려의 입에서는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구에 서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승려의 목소리에 호응하는 듯 움직였다. 시선을 승려들로부터 떼지 않고, 침묵한 채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걷기 시작했다.

이미 승려들은 분노의 표정으로 자신들을 노려보는 모리 요시나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승려들의 태도를 불쾌하게 생각한 노부나가는 일어서더니, 눈앞에 있던 상을 걷어차면서 외쳤다.


"적당히 해라! 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나와 이야기하는 게 싫다면 꺼져라!"


순간, 승려들은 튕겨오르듯 일어나서 방에서 달려나갔다.

잠시 후 병사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사라지고, 방에 고요함이 찾아들자, 노부나가는 성대하게 웃었다.


"와하하하핫! 보았느냐, 요시나리. 놈들의 얼굴을!

부처의 가호를 받는다고 큰소리친 주제에, 죽은 자의 연기 따위에 겁먹고 필사적으로 내빼는 꼴을!"


어지간히 유쾌했던 것이리라. 노부나가는 배를 잡고 웃었다.


"유감입니다. 눈 앞에서 팔을 떨어뜨릴 준비는 다 해 놓았는데, 선보일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연기를 지도해주신 시즈코 님이 안됐군요"


노부나가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대답했다. 그에게서는 음산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평소의 침착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큭큭큭, 유감이다. 요시나리의 팔이 떨어졌다면, 놈들은 놀란 나머지 눈알이 튀어나왔겠지!"


지나치게 통쾌했는지, 아니면 웃음의 포인트를 건드린 건지, 노부나가는 잠시 동안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배를 잡고 웃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버지이이이이이이이!!! 서, 서서서서서서서성불하시죠―!?"


당연하지만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을 본 아오치 시게츠나나 케이지, 사이조(才蔵), 나가요시, 모리 요시나리의 가로인 카가미 모토마사 등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전원이 놀라는 모습에 모리 요시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뺨을 긁었다.


"다리는 붙어 있다. 자, 봐라"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면서 모리 요시나리는 익살을 부렸다 (※역주: 일본의 귀신은 다리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함). 하지만, 나가요시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알 수 없어,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전원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노부나가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하지만, 비밀을 밝히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모든 계획을 세운 시즈코를 호출했다.


"미안해, 모리 님이 죽었다는 얘기, 그거 거짓말이야"


호출된 시즈코는, 쥘부채(檜扇)로 자신의 뺨을 찌르면서 가볍게 비밀을 밝혔다.


"어, 잠, 잠깐 기다려. 그럼, 아버지가 빈사의 중상이었다는 얘기는?"


가장 먼저 머리로 이해가 된 나가요시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의문을 입에 올렸다.


"확실히 빈사였어. 마지막에는 모리 님의 생명력에 걸었으니까. 그 도박엔 보기좋게 성공했지"


"아, 그렇구나. 아니, 그게 아니고 말야. 어째서 아버지가 죽은 걸로 한 거야!"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얘기하지. 그 날, 나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창을 쥘 수 없게 되었다"


여전히 따져묻는 나가요시에게, 모리 요시나리가 가벼운 말투로 중대한 이야기를 했다.


"카츠조, 너라면 알겠지. 창을 쥘 수 없는 나 따위, 전선에 있어봐야 쓸모없다. 그렇다면, 죽은 것으로 하여, 놈들을 방심시키는 쪽이 훨씬 좋지"


"그, 그럼 시즈코가 내간 시체는……?"


"도중까지는 모리 님이 연기하셨지만, 쇼우쥬라이코우지에 운구할 때는 다른 사람이었어. 참고로, 시체는 사카모토에서 주워왔어. 모리 님이랑 닮은 시체를 찾는 거 꽤 고생했거든"


"아버지 시체 앞에서 자신을 베라고 말한 건?"


"그건 연기야. 간자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도, 요란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었어"


"운구되기 전에 성대하게 울었던 건?"


"그것도 연기야. 비장감을 드러내서 모리 님이 확실하게 죽었다고 간자들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야. 설마 병사들이 덩달아 울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죽을 정도로 일하던 건?"


"그것도 연기야. 정신적으로 몰린 느낌을 내지 않으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들킬 테니까"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냐!!"


여기서 간신히 전원이 머리로 이해하게 되어,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의 엉뚱한 계획을 이해했다. 죽음을 감추는 경우는 있어도, 죽은 것을 선전하여 퍼뜨린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들, 두 사람의 작전에 보기좋게 말려들어, 완전히 모리 요시나리가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 상태라면 간자가 무슨 짓을 하던,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애초에,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시즈코와 본인인 모리 요시나리, 도중부터 노부나가 등 세 명이다. 거기에 시즈코와 노부나가에게는, 모리 요시나리가 살아있었으면 하고 바라기 쉬운 배경이 있다.

만에 하나, 두 사람 중 한 명이 살아있는 것을 발설하더라도,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망상이나 바램이 입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 작전만큼은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했어. 그러니까, 적을 속이기 위해서, 아군인 모두를 속인거야. 사괴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미안해"


"시즈코 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소. 이것은 내가 부탁한 일이다. 탓하려면 나를 탓해라. 그녀는 내 부탁에 대해 최대한으로 협력해준 것 뿐이다"


고개를 숙이는 시즈코 옆에서, 모리 요시나리도 또한 고개를 숙였다.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전모를 알게 된 나가요시는 피곤한 듯한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놀랐지만…… 그, 필요한 책략이었겠지. 그럼, 어쩔 수 없지…… 게다가 '적을 속이려면 우선 아군부터'라고 하니까.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나가요시 본인은 묵직한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힘을 넣지 않고 가볍게 친 것 뿐이었다.

시즈코 자신도 아픔은 거의 없었고, 카츠조가 무거운 분위기를 날려버리기 위해 한 짓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시즈코는 농담을 하려고 머리를 든 순간, 갑자기 시야가 컴컴해졌다.


"어라……?"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마치 건전지가 다 된 것처럼 시즈코는 의식의 끈을 놓았다.




모리 요시나리는 전사했다. 그것이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 잇코슈가 조사한 결과였다.

실제로, 놓치기는 했으나, 죽음 직전까지 모리 요시나리를 몰아부였다. 또, 우사 산성에서 엄중하게 유체가 운구되는 광경을 간자들이 목격했다.

쇼우쥬라이코우지에서 공양되고 묘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그 후, 오다 군의 분투나 그들의 분노를 바탕으로, 연합군은 수급은 베지 못했지만 모리 요시나리가 전사했다고 판단해다.


하지만, 그곳에는 쌍방의 다소의 착각이 있었다.

우선 모리 요시나리는 확실히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직전에 나가요시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위험을 알린 것, 나가요시가 외침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던진 것이 적병의 얼굴에 맞아 겨냥이 빗나간 것으로, 모리 요시나리의 심장을 꿰뚫을 화살이 가슴에서 어깨에 걸쳐 관통하는 방향으로 빗겨갔다.

다행히도 그 화살은 주요 혈관이나 폐 등의 내장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에서 어깨를 관통한 화살은 모리 요시나리에게 중상을 입혀, 누가 어떻게 봐도 죽어가는 몸으로 보였다.

전국시대의 의료기술이라면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하지만, 시즈코가 알고 있는 의료기술은 수백년 후의 기술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평범하게 알려진 치료로 충분했다. 그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현실은 비정하여 그는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


왼쪽 어깨에 꽂힌 화살이 어깨 근육을 찢었기에, 모리 요시나리의 왼팔에는 후유증이 남았다. 후유증은 몇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그를 괴롭게 한 것은 창을 휘두를 힘을 낼 수 없게 된 것이었다.

창을 잘 쓸 수 없다는 것은, 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의사가 아닌 시즈코에게는, 화살로 파괴된 어깨의 치료는 불가능했다.

일상생활에 영향은 적었지만, 싸울 힘을 잃은 그 날, 9월 23일에 모리 요시나리는 무변자(武辺者)로서는 죽었다.


상담을 받는 시즈코는 즉시 이런저런 연기를 하여, 마치 모리 요시나리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가짜 시체를 준비하고, 묘를 준비하고, 거짓 정보를 아군에 흘려 모리 요시나리의 죽음을 진실로 고정시키고, 연합군 측에 '사람을 거쳐 전해지도록' 했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죽은 인간을 살아있는 것으로 하는 책략에는 생각이 미쳐도, 살아있는 인간을 죽은 것으로 하는 책략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 보기좋게 모리 요시나리가 죽었다고 착각했다.


즉, 쌍방의 정보 발신원이 되는 시즈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오다 군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완전히 믿었다.

사진도 영상도 없는 전국시대이기에 가능한 책략으로, 현대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거짓을 간파당한다.

그래도,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거짓말을 상대에게 믿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단순하면서도 그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사람은 부정하게 입수한 정보나, 믿고 있는 상대로부터 들은 정보는 무조건적으로 믿어버리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 끝, 이라고 생각되었으나 모리 요시나리는 엄청난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단순히 살아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하는 것만으로는 재미없다, 뭔가 연합군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게 엔랴쿠지의 승려들을 대상으로 벌인 소동이었다. 묘에서 되살아난 모습으로 승려들을 말없이 노려본다. 그리고,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은 승려들에게만 보이는 것으로 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은 일체 보이지 않는 척 했다.

이 계획은 대성공을 거두어, 승려들은 혼란에서 패닉을 일으켜, 꼴나사운 모습을 주위에 보이면서 엔랴쿠지로 도망쳤다.


"그 때의 중놈들의 얼굴, 너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노부나가, 모리 요시나리와 그의 가노인 카가미 모토마사 등, 아오치 시게츠나에 노부 성 성주인 오다 노부하루가 금후의 대응을 생각하기 위해 작전회의를 열었다.

9월 23일에 다수의 병사를 희생시키면서도,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많은 가신들은 전사를 면했다. 많은 병사들이 사병(死兵)으로 화한 덕분에 추격을 받지 않아서 살아남았다고도 할 수 있다.


노부나가는 엔랴쿠지로 도망친 아자이, 아사쿠라 군의 인도를 엔랴쿠지에 요구했으나 대답은 없었다.

애초에, 히에이 산 엔랴쿠지는 쿄의 간방(丑寅, 북동쪽)에 위치하여, 국가진호(国家鎮護), 불교 신앙의 성지로서 지금까지 무가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또, 대단나(大檀那, ※역주: 큰 시주)인 아사쿠라 씨를 시작으로 많은 무가 신자들과 관계를 맺어 전국의 잇키(一揆)의 뒤를 봐주거나 승병을 용병으로 보내거나 하는 등 일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다 포위망이 완성된 지금, 노부나가는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하여 엔랴쿠지는 노부나가에 양보할 생각은 일체 없었다.


"……나도 적이 너무 많다. 우선 아자이나 아사쿠라 중 어느 쪽을 쳐부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랴쿠지를 포위할 필요가 있다"


"실례입니다면 영주님, 엔랴쿠지는 인도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포위하더라도 엔랴쿠지 측이 응할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니, 신경쓰지 마라. 곧 눈이 내리는 계절이 온다. 눈이 내리면 아사쿠라는 에치젠(越前)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지. 그걸 이용해서, 요여(神輿, ※역주: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를 이용하여 조정에서 칙허(勅許)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놈들도 무리한 짓은 할 수 없게 된다"


노무나가의 생각은 옳아서, 아사쿠라는 오다 군의 포위 때문에 에치젠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에치젠은 4개월 가까이 아사쿠라 가문 당주와 아사쿠라 본군이 부재인 상태에 빠진다.

주변국이 가만히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아사쿠라는 눈이 내리기 전까지 에치젠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눈이 내릴 무렵이다. 그 때까지는 절대 긴장을 풀지 말도록"


"옛, 알겠습니다"


"하지만 몸이 상한 시즈코와 모리 요시나리, 너희들은 먼저 기후(岐阜)로 돌아가서 몸을 쉬어라. 아무 것도 신경쓰지 마라. 몸을 쉬게 하는 것도 일이다. 지금, 너희들이 무리해서 쓰러지면 곤란하다"


연기를 위해서라고는 해도, 시즈코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사 산성의 방어, 모두가 잠들 무렵에 모리 요시나리의 치료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입성한 후에도 아침부터 밤중까지 바빴던 것과 사카모토 전투의 피로가 겹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쌓여, 결국 쓰러져 버렸다.

우사 산성에 있는 병사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던 시즈코가, 건전지가 다 된 것처럼 뒤로 쓰러졌을 때는 성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땡중은 죽인다, 부처도 죽인다고 공언하고 있던 나가요시는 신불(神仏)에게 기도하기 시작하고, 냉정해보이는 사이조는 보고서를 거꾸로 든 채로 읽기 시작했으며, 케이지에 이르러서는 담배에 불을 붙여놓고는 피우지 않은 채 재만 날리고 있었다.

아시미츠에 이르러서는 항상 위압감을 뿜어내며,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살의를 뿜어내는 지경이었다.

원인은 과로에서 오는 심인성(心因性) 발열로 며칠 안정을 취하면 진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강우량아였던 시즈코가 쓰러진 것에 노부나가도 적지않게 동요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우리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피로가 극심한 시즈코를 이 이상 일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노부나가는 케이지와 사이조, 아시미츠와 병사 2000의 호위를 붙여 오와리(尾張)로 귀환시킬 것을 결정했다.

시즈코 군은 병력 7500이었으나 사카모토 전투, 그리고 우사 산성의 방어에서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들어, 지금은 3000과 쿠로쿠와슈(黒鍬衆) 500밖에 남지 않았다.

그중, 1000명과 나가요시는 우사 산성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오와리로 귀환시킨다는 모양새였다. 그 후, 아시미츠와 병사 2000 및 쿠로쿠와슈는 코키에 성(小木江城)에서 방어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본래는 전원을 귀환시킬 예정이었던 노부나가였으나, 나가요시와 일부 병사들이 남아서 싸우겠다며 귀환을 단호히 거부했다.

최종적으로 나가요시와 병사 1000만을 남기는 것을 타협안으로 삼았다. 남은 병사들은 피로를 느끼면서도 여전히 사기가 높았다. 아니, 사카모토 전투를 시작하기 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요시나리, 네 아들은 듬직해졌구나. 지금은 훌륭한 무장이다. 조금 거친 구석은 있지만, 젊은이는 그 정도가 딱 좋지"


"황송한 말씀입니다. 아직 풋내기이지만, 영주님을 위해 분골쇄신하도록 당부해두겠습니다. 부디 마음껏 부려 주십시오"


깊이 머리를 숙이는 모리 요시나리의 눈에는 한 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카모토 전투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시즈코 부대는 병력을 절반 이상 잃었다.

시즈코 군은 재편성을 하여, 케이지와 사이조는 본래의 임무인 시즈코의 호위대(馬廻衆)에 전념하게 된다.

시즈코 자신도 연일의 전투로 체력을 극심하게 소모했고, 게다가 이런저런 중압 때문에 몸이 나빠져, 지금은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모리 요시나리 또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장남이 지키고 있는 모리 가의 봉토(知行地)로 돌아가 재활에 전념했다.


즉 나가요시의 고삐를 잡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가 둘 다 나가요시의 곁에 없는 상태였다.

노부나가로부터의 기대를 느낀 나가요시는, 지금 이상으로 활약하려고 생각했다. 즉, 튀는 행동에 나섰다.

후세에 시가(志賀)의 진(陣)이라고 불린 전투에서, 나가요시는 전국시대에 이름을 남긴 무장들 중에서도 특히 광기어린 일화를 남겼다.


처음에는 노부나가의 '엔랴쿠지에 협력하는 마을을 설득하고 와라'는 명령에 대한 대응이었다.

임무를 받은 그는, 기대를 마음에 품고 마을을 설득하러 갔다. 하지만, 다음 날 돌아오니, 마을 사람들은 전멸, 집부터 밭까지 모든 게 불태워져 있었다.

마을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한 것은 명백했으나, 나가요시는 노부나가를 앞에 두고 태연하게 말했다.


"촌장을 설득하려 했습니다만, 대화 도중에 등 뒤에서 습격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무력으로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 없다"


노부나가는 나가요시의 말에 순순히 납득했다. 게다가, 그는 '좋았어, 더 해라'라는 의미를 상당히 완곡하여 나가요시를 부추겼다.

설득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 나가요시였으나, 일체 처벌을 받지 않은 그는 더욱 튀는 행동에 나섰다.


다음으로 한 것은, 엔랴쿠지가 관할하는 관문(関所)이었다. 당연하지만 오다 군의 통행을 관문은 인정하지 않았다. 보통은 다양한 책략을 쓰던가, 주군에게 대응 방법을 물으러 갈 것이다.

하지만 나가요시는 달랐다. 문지기들 모두 죽이고 관문에 불을 질렀다. 문지기의 시체를 버려둔 채로 진군하여 마을을 습격하고, 거기서 또 실컷 참살(惨殺)과 약탈을 한다는 악마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노부나가에게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광기어린 대사를 노부나가에게 말했다.


"지나갈 수 없었기에 지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수고했다"


관문에서의 학살과 방화, 그리고 마을의 습격을 해도 나가요시가 처벌받는 일은 없었다.

그를 통해 울분을 풀고 있는 것처럼, 노부나가는 나가요시의 행동을 인정하고 부추기는 듯한 언동을 하는 모양새였다. 양쪽 다 악의가 없는 만큼 엄청나게 질이 나빴다.


어느 날, 병사들을 숙박시킬 숙소로서 엔랴쿠지 세력의 절을 발견하자, 나가요시는 상대의 사정 따위 신경쓰지 않고 절 안으로 쳐들어가서 멋대로 병사들을 휴식시켰다.

그리고 항의를 하러 온 승려들에게 "밥을 준비해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당연히 승려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했으나, 그걸 들은 나가요시는 담담하게 승려들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절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그는 문득 생각했다. 아무래도 불상을 태우는 건 문제가 아닐까 하고.

그래서, 나가요시는 아시가루들에게 불상을 운반하여 절이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한 후, 아무 문제없다고 중얼거리고는 절에 불을 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절을 보면서 그는 아시가루들을 향해 광기어린 대사를 내뱉었다.


"절이 잘 보이니 부처도 꽤나 기뻐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는 그로부터 5일 후, 자신이 가져다놓은 것을 잊어버리고, 길 옆에 내팽겨쳐진 상태의 불상을 파괴하여 장작 재료로 쓰는 악마적 행위를 저질렀다.


나가요시의 광기어린 행동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엔랴쿠지의 척후로 보이는 승병을 붙잡자, 심문이라는 이름의 고문에 처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어떻게 된 거라는 말을 들을 판인데, 그는 승병을 기둥에 묶더니, 산채로 화형에 처했다.


"도망쳤기에 추적했습니다만, 승병이 분신자살을 해버렸습니다"


현장을 보면 명백하게 나가요시가 태워죽인 것으로 보였으나, 역시 노부나가는 탓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미 나가요시가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신은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이리하여, 일화가 나올 떄마다 적의 누군가가 희생이 되는데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혀 자책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는 나가요시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오다 가문 가신들은 귀신(鬼)도 몰살시킬 기세의 그를 '오니키리(鬼斬)'라고 불렀다.


적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명실공히 광기의 무변자 취급을 받은 나가요시였으나, 그 정도로 그가 생각을 고쳐먹지는 않았고, 게릴라 전술을 자기 나름대로 개조하여 여기저기서 잔학무도의 끝을 보여주었다.

역사적 사실 이상으로 머리의 회전이 빨라서 더욱 질이 나빠진 나가요시는, 전국 역사상 최흉최악(最凶最悪)의 비상식인의 간판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날뛰었다.


그 후, 히에이 산이나 사카모토에서 산불 소동을 일으켰을 때는, 제아무리 노부나가라도 나가요시를 호출했다.

이걸로 조금은 얌전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가신들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나가시마(長島)에서 잇코잇키가 창궐하고 있다. 네게 병사 2천을 맡기겠다. 코키에 성으로 가서 나가시마의 잇코잇키에 대비하라"


"옛, 알겠습니다. 나가시마의 잇코잇키는 어떻게 할까요"


"철저히 짓밟아라"


단순히 나가요시가 설칠 장소가 바뀐 것 뿐이었다. 그래도 그가 이동한다는 것에 가신들 대부분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과로로 쓰러진 시즈코는 1개월 가까이 자택에서 요양생활을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만일을 위해 요양생활을 강요한 셈이지만, 역시 이 요양생활도 반 시즈코 파가 떠드는 원인이 될 뻔 했다.

하지만, 키노시타 히데나가(木下秀長)가 이번에는 반 시즈코 파의 면면과 회담을 가지고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다 가문을 위해 스스로 전선에서 싸운 그녀를 '가신'이 아니라 단순히 '장기말'로 취급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소. 우리들은 슬슬, 그녀가 훌륭한 오다 가문의 '가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불씨를 만들고, 스스로 진화하는, 말하자면 병주고 약주는 짓을 한 히데나가였으나, 그것을 모르는 반 시즈코 파는 그의 설득을 받아들여 서서히 목소리를 낮췄다.

1개월쯤 지나니 그런 목소리도 사라져,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 다시 반 시즈코 파가 떠오르는 일은 없어졌다. 그들의 행동에 만족한 히데나가는, 다음으로 시즈코에게 '말린 은어(アユ)'라는 선물을 보냈다.


은어의 제철은 6월에서 8월, 산란기라 맛이 떨어지는 은어는 9월에서 10월이다.

오우미(近江) 상인연합(商人連合)과 연줄을 가지고 있는 히데요시(秀吉)는 은어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원 보호를 명목으로 11월에서 5월까지 은어 낚시를 금지시켰다.

동시에 은어를 하룻밤 말린 것이나 말린 은어, 훈제 은어 등, 보존성이 뛰어난 조리법을 퍼뜨렸다. 은어의 금어 시기(禁漁時期)를 정하고, 보존성이 뛰어난 조리법을 공포하는 것으로 은어의 가치는 올라갔다.

특히 말린 은어는, 말리는 것으로 감칠맛이 응축되고 민물고기(川魚)의 독특한 냄새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어를 경원하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상품이 되었다.


히데요시의 행동에 주목한 노부나가는, 간장(醤油)과 맛국물 된장(出汁味噌)의 판매 구역을 확대하기 위해, 말린 은어나 은어를 하룻밤 말린 것을 이용한 레시피를 제 6군에 퍼뜨리도록 명했다.

각 지역에 이주하여 '첩자(草)'로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은, 말린 은어의 솥밥(釜飯)이나 말린 은어의 감로찜(甘露煮) 등 다양한 요리를 각 지역에 퍼뜨렸다.

요리 방법이 퍼질 때마다 간장이나 맛국물 된장의 사용 지역이 늘어나고, 그에 대해 상인들이 모두 오다 가문으로부터 간장이나 맛국물 된장을 구입하게 되었다.

쿄에 사는 요리인들도 처음에는 시골의 조미료라고 깔보았지만, 후에 간장의 만능성을 알게 되자 태도들 바꾸어 사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3대 조미료의 일각으로까지 부상한 간장은, 노부나가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그 막대한 부를 가져온 간장의 제조법을 노부나가에게 전수한 시즈코는, 또다시 새로운,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수상한 조미료의 개발을 하고 있었다.


"으―음, 그저 그러려나"


그건 유자후추(柚子胡椒)이다. 유자라는 이름에서 유자와 후추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유자 껍질과 풋고추가 원료인 조미료이다.

큐슈(九州)나 나가노(長野)의 일부에서는 고추를 후추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고, 또 유자후추의 발상지가 큐슈라고 하기 떄문에, 유자고추가 아니라 유자후추라고 불리고 있다.

옛부터 가정의 조미료로 이용되는 한편, 쇼와(昭和) 25년(1950)년에 상품으로서 판매된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유자후추의 발상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여러 지역이 발상지라고 추측되고 있다.


유자후추는 유자나 고추의 비타민 A나 B6, C, E, 나트륨이 풍부하여, 일본식(和風) 요리의 고명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닭고기의 훈제나 숯불구이에 유자후추를 첨가하거나, 스낵과자에 풍미를 내는 재료로서 첨가되는 경우도 있다. 매운 맛은 있지만, 시즈코는 유자후추를 조미료의 하나로 추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닭의 숯불구이, 유자후추맛 정식은 유행하지 않을지도"


"새로운 요리의 제공 형태야? 확실히 따로따로 나오는 것보단 좋지만, 바쁜 사람에게 맞겠네"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뺨에 손을 대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시대, 식사는 그릇을 마룻바닥에 놓고 먹는 경우가 많다. 위생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즈코의 집에서는 밥상(膳)에 놓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밥상은 작은 것밖에 없어서, 몇 개의 밥상으로 나뉘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필연적으로 아야의 부담이 늘어나기 떄문에, 시즈코로서는 정식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밥상이 필요해졌다.

하코젠(箱膳, ※역주: 식기 보관통과 밥상의 역할을 겸하는 일본식 개인 밥상)도 생각했지만, 기름을 쓰는 요리가 있는 이상 하코젠의 이점인 씻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사라진다.


"(이쪽을 취하면 저쪽이 문제된다……인가) 흐―음, 뭐 이것저것 생각해볼까. 시간은 잔뜩 있으니까"


"요양 때문에 외출을 맘대로 못해서 그런 거야?"


"칩거(蟄居)하고 있는 기분이야. 이제 건강해졌는데 '내가 확인할 때까지 문에서 나가지 마라'잖아. 행동범위가 너무 좁아서 곤란해"


출입문과 창을 닫고, 자택의 한 방에서 근신하는 형벌을 칩거라고 한다.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 공가(公家)나 무가에 대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시즈코는 칩거를 명령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녀가 자유롭게 행동하려면 노부나가가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지만, 그는 지금 히에이 산을 포위하는 중이다.

즉, 시즈코가 자유롭게 되는 것은 꽤나 나중인 것이 확정되어 있다.


"시즈코 님, 이즈미노카미(和泉守)와 마고로쿠(孫六)에게서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오, 마침 좋을 때 시간때우기 도구가 왔네. 이쪽으로 가져와줘"


"사이조 님께 협력을 받아, 이미 상자를 이쪽으로 운반해 놓았습니다"


말과 함께 맹장지가 열리고, 거기서 사이조가 큰 나무상자를 두 개 안고 들어왔다. 시즈코 앞에 나무 상자를 내려놓고 그는 공손히 인사를 한 후, 그녀의 곁에 앉았다.


"설마 반년만에 완성되다니. 과연 미노(美濃)를 대표하는 도공(刀工)들이네"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다양한 크기와 두께를 가진 나타(鉈, ※역주: 네이버 일본어 사전에서는 '손도끼'라고 되어 있는데, 손도끼와는 다르고 정확히 말하면 일종의 정글도나 벌목도 같은 것. 막칼이라고 표현해도 되지만, 여기서는 한글 명칭을 정하기보다 그냥 일어 원어를 쓰겠음)였다.

시즈코의 쿠로쿠와슈 500명의 장비는 다목적 군용 세이버(saber), 켄나타(剣鉈)인 마타기(マタギ, ※역주: 일본의 특정 지역의 사냥꾼 집단) 칼, 손도끼이다.

시즈코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을 진행한 것은 다목적 군용 세이버였지만, 켄나타나 코시나타(腰鉈)도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실제로 써봐야 처음으로 불만이 나온다. 그걸 알기 위해서, 도공글에게 나타의 제조를 의뢰했다.

나타라고 해도 일본도를 제조하는 기술이 응용되어 있기에, 두께가 있는 나타는 겉보기가 흉악했다.


"그리고 시즈코 님. 카츠조 님이 히에이 산을 떠나 코키에 성의 방어임무에 당한다고 합니다. 도중에 이곳에 들리겠다고 파발마로 보고가 있었습니다"


"오, 마침 잘 됐네. 그럼, 이 나타를 카츠조 군에게 운반시킬까"


코키에 성에 있는 쿠로쿠와슈 500명은, 성 및 주변을 요새화하기 위해 전원이 공사에 달라붙어 있었다.

누구한테 가지러 오라고 할까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으나, 나가요시가 코키에 성으로 간다면 그에게 건네주는 편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마을에 도착한 나가요시에게 나무 상자를 건네주자, 그는 '한 자루 가지고 싶다'고 시즈코에게 부탁했다.

용도를 짐작하지 못했던 시즈코였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고 나가요시에게 길쭉한 코시나타를 주었다.

날길이 300mm, 칼등폭 6mm의 코시나타는 겉보기의 박력이 굉장하여, 나가요시는 한눈에 반했다.


나가요시의 나타에 '골통(脳天) 쪼개기(かち割り) 나타'라는 일화가 붙은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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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잡담2018. 10. 5. 15:41

전국시대 소설 번역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나 애로사항 등을 좀 끄적여봤습니다.


1. 경칭 및 칭호 문제


일본의 경어법이나 당시의 호칭, 그리고 상하관계는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 점이 있다보니, 예를 들면 모리 요시나리나 다른 노부나가의 부하들과 시즈코의 관계 등에서 조금 골치가 아픕니다. 그리고 시즈코도 부하들에게 경어나 하대, 반경어(?)를 섞어쓰고 있다보니 역시 이것을 처리하는 게 문제가 되더군요. 하여 번역문에서는, 원문에서도 경어를 쓰고 있는 아케치나 타케나카 한베에 등은 문제가 되지 않고, 시즈코를 殿(씨, 님)라고 부르지만 말 자체는 평어나 하대에 가까운 모리의 경우, 인물 설정이 조금 정중한 느낌이 있다보니 시즈코에게 반경어를 쓰는 식으로 일괄 처리하고 있고, 이후 시즈코에 대해 하대나 평대를 하는 것은 노부나가나 노히메 외에는 히데요시 정도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시즈코와 시즈코의 부하들에 대해서는, 겐로 등에 대해서는 경어, 케이지와 사이조에 대해서는 반경어와 평대, 나가요시나 기타 특별한 신분적 특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령적으로 어린 인물들에 대해서는 평대라는 식으로 알기쉽게 통일하기로 했습니다.


2. 고유명사의 처리 문제


인물명이나 지명의 경우 구글에서 찾아보면서 하고 있는데, 메이저급 인물이라면 몰라도 다소 마이너한 인물이나 지명의 경우에는 구글에서 독음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농사 관련 용어는 한글로 적당한 말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임의로 직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도시에서만 살아본 사람이고 화분같은 것조차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정확성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가 없네요^^;; 지명의 표기도 처음에는 ~야마, ~가와, ~죠 같은 경우 각각 ~산, ~강, ~성 이런 식으로 적었는데, 예를 들면 아네가와 등의 경우 아네 강, 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고, 아네가와 강, 이라고 쓰기도 애매해서 이런 경우에는 그냥 '아네가와'라는 식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3. 오타나 오역 문제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취미로 하고 있는 것이지 제가 정식으로 대가를 받고 작업하는 게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검수 프로세스가 철저하기가 어렵습니다. (본업으로 하는 번역 작업 검수하는 것만도 버겁다보니) 그리고 분량이 분량이다보니 거의 기계적으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타자를 치는 식으로 작업하는 상황이라, 작업중에는 오역의 경우에는 그나마 발견하기가 쉽지만, 오타의 경우에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타는 나중에라도 발견하는 대로 가급적 수정하고 있습니다.


4. 번역 페이스


이건 사실 저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본업이 바쁘면 당연히 지연되고, 본업이 좀 한가해지더라도 체력적으로 버거울 경우 늘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또 일시적으로 페이스가 급격히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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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9 1570년 9월 하순



게릴라전에 전선과 도덕은 없다, 게릴라의 기본은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게릴라전은 미리 표적을 정하지 않고, 전선 바깥에서 소규모, 산발적으로 수행되는 비정규 전투를 가리킨다.

시즈코는 군에서 악랄한 행위에 대해 기피감을 갖지 않는 자들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800명이 지원했다. 당초 예정했던 정원인 1000명보다 약간 적었지만, 계획에 지장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신들까지 따라올 필요 없거든?"


시즈코를 따라오는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에게 반쯤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말하자면 명문 출신이며, 기피되는 지저분한 일에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아야노코우지(綾小路)라는 성이 있다 해도 전국시대에는 일족 따위 없었기에 그런 종류의 체면을 지킬 필요는 없다.


"신경쓰지 마, 가끔은 이런것도 괜찮을까 생각한 것 뿐이야"


"어떤 장소이든 함께 가겠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뭐…… 상관없지만, 제대로 따라와야 해"


세 명의 가벼운 대답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일동은 야음(夜陰)을 틈타 길이 아닌 길을 질주했다. 달빛도 비추지 않는 시커먼(ぬばたま) 밤을 대낮과 별 차이 없는 스피드로 달리는 시즈코에게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만일을 위해 안내견(案内犬)을 데리고 있기는 했지만, 자기 손가락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은 어둠 속을 선두에서 달리는 시즈코의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윽고 어둠 속에 떠오른 빛을 발견하고, 어느 세력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적측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陣幕)를 발견했다. 일동은 아마도 아자이(浅井)나 아사쿠라(朝倉)의 진지라고 짐작했다.

막사까지 약 15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자, 시즈코는 가져온 흑색의 쌍안경(배율 7배, 구경 50mm)으로 진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


"(방심하고 있네. 그럼, 혼란을 일으키도록, 진지에 방화를 할까요)"


아무리 주위를 경계하더라도 완벽하게 진지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야습(夜討ち朝駆け)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정규군을 이끌고 하는 야습이 아니라 게릴라 전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중의 예법(戦中作法)이라던가 인도(人道), 기타 등등의 듣기좋은 소리 따윈 신경쓰지도 않는다. 컴파운드 보우를 등에서 풀어내더니, 시즈코는 허리에 매달고 있던 소도구들을 땅바닥 위에 놓고, 앞쪽에 솜이 달린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파이어 피스톤으로 불씨를 만들어서 솜에 가까이 가져가 불을 붙였다. 불화살을 다 만들자, 시즈코는 잽싸게 진지로 쏘아넣었다. 막사가 조금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경비 인원들이 화재를 알아챘다.


"(자―, 그럼 다음에는 이걸 드리지요)"


시즈코가 다음에 시위에 건 화살에는 화살 자체에 통이 매달려 있었다. 그 통에서 뻗어나온 도화선에 불을 붙이더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화살을 쏘았다.

이번의 화살은 막사가 아니라, 불을 필사적으로 끄려고 하는 병사들과 막사 사이에 떨어졌다.

순간, 시즈코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은 천둥소리와 닮은 굉음을 들었다. 소리가 잦아들 무렵,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은 크고작은 이런저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자, 끝. 돌아가자―)"


컴파운드 보우를 등에 메고, 소도구를 재빠르게 회수한 후 시즈코는 세 명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철수로군. 저쪽도 적습(敵襲)을 눈치챘으니)"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극력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시즈코들은 허리를 숙인 자세로 이동했다. 후각이 뛰어난 개를 선두로 하여, 시즈코 등 4명은 적병을 회피하면서 우사 산성(宇佐山城)을 향했다.


나무나 풀이 무성한 장소를 밤중에 망설임없이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개에 의한 안내 덕분이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어린 남매가 빵부스러기를 뿌려서 돌아오는 길의 이정표로 삼은 것처럼, 시즈코는 휘하의 개를 사전에 훈련시켜 특수한 약물의 냄새를 기억시켰다.

그리고 그 약물을 천에 스며들게 한 것을 추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 천을 야음을 틈탈 수 있게 검은 천을 사용하여, 낮에 밝을 때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 두었다.

밤중의 빛이라고 하면 달빛이나 별빛밖에 없는 전국시대에서, 사람이 야간에 검은 천을 발견하는 건은 어렵지만, 개에게는 날카로운 후각이 있기에 다소 떨어져 있어도 발견하는 것은 간단하다.

개에게 검은 천의 위치까지 안내하게 하여 천을 회수하는 것을 반복하면,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적진으로 망설임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냄새였다. 3만이나 되는 군세가 이동하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이동의 흔적은 남는다.

출입하는 상인이나 노부나가가 거느린 상인들에게 적진에서 장사를 하게 하면, 그러한 흔적을 남기는 것도 쉽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행군중의 군이 발견되는 것은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행군 후에 남은 흔적에서 정보가 읽히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후에는 흔적을 지도와 조합하면, 적의 이동 속도와 루트를 어느 정도 산출할 수 있다. 거기서 더욱 계산을 해서 다음의 포진 위치를 산출해내고, 최종 조정을 개에게 시켜서 적의 막사를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였어?"


적병에게 들키는 일 없이 우사 산성 가까운 곳까지 왔을 무렵, 케이지가 시즈코에게 물었다. 폭발물을 던진 것은 알았지만, 어마어마할 정도의 폭음에 반해 얼핏 보니 즉사한 병사는 없었던 듯 생각되었다.


"흑색화약을 굳혀서 잡균이 번식한 흑요석(黒曜石), 자갈, 쇠의 녹이랑 같이 포장한거야. 폭발하면 흑요석이라던가 쇠의 녹이 퍼져나가는 구조지"


"그런 것 치고는 살상 능력이 낮던데"


"게릴라 활동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중압을 계속 주는 것'이니까, 간단히 죽어버려도 곤란해. 제물(적병)을 정신붕괴 직전까지 몰아넣고, 그 모습을 본 주위에서는 공포로 사기가 떨어진다는 작전이니까. 뭐, 그밖에도 이것저것 있지만, 며칠 동안은 이런 것만 할거야"


그 선언대로, 시즈코는 철저히 테러 행위(嫌がらせ)를 했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식사에 독버섯(섭취해도 독으로 죽지 않는 부류의 버섯)을 넣어서 병사들을 설사 상태로 만들거나, 심야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에 대량의 폭죽을 터뜨리거나, 진군 방향에 구덩이를 파거나, 마름쇠(撒き菱) 비슷한 것을 깔아놓거나, 야생 멧돼지를 붙잡아서 진군하고 있는 연합군에게 돌격시키는 등, 자신이 당했다면 치를 떨었을 행위를 주저없이 실행했다.


경계하고 있는 적병에게 몇 번인가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다행히 부상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게릴라 활동에 지원한 아군에게서 비겁, 비열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분출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도 없는 미지의 전법에 오히려 전의가 고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가요시의 경우 처음에는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날에는 솔선해서 게릴라 활동에 참가했다.

그리고 점차 그만의 독자적인 게릴라 전법을 고안하는 데 이르렀다.


예를 들면 적의 척후를 붙잡은 후, 손발을 묶어서 땅 속에 묻어, 목부터 위쪽만 노출되게 한다. 그 상태에서 벌꿀을 귀나 콧속에 발라넣고 방치한다.

그러면 달콤한 냄새에 끌려 다양한 벌레들이 막을 방법도 없는 구멍으로 쇄도한다는 악독한 내용이었다.

피해자가 지르는 비명을 들은 아군이 구출하면 죽음에는 이르지 않지만, 저항하지 못하는 채로 자신의 몸 속을 벌레들에게 유린당하는 광경은 적을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시즈코들이 게릴라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모리 요시나리(森可成)는 시즈코 부대 6500,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 노부하루(信治) 부대 1000을 이끌고 사카모토(坂本)에 진을 쳤다.

아무리 시즈코들이 게릴라 전술을 구사해도, 여전히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本願寺) 연합군 쪽이 병력에서 우세하다.

적과 아군이 정면에서 격돌하는 흐름은 바꿀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아사쿠라, 아자이 병사들의 몇 할인가가 탈락하여 병력의 차이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사흘만 더 있으면, 좀 더 제대로 된 걸 할 수 있었는데"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여유는 없어. 내일이라도 연합군과 전투가 벌어질 게 뻔해"


"감염증은 유행하지 못했네. 슬슬 카츠조(勝蔵) 군과 사이조 씨는 돌아가서 병사를 움직이는 쪽이 좋겠네. 케이지 씨는 흩어진 사람들을 집결시켜줘. 아마도 이 이상의 게릴라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알았어"


전원이 대답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시즈코도 주위에 녹아들도록 신경쓰면서 우사 산성으로 일단 돌아갔다. 우사 산성에는, 보급이라고 칭하고 이런저런 무구를 숨겨서 운반해놓았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시즈코 본인의 명령이 없으면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주위에 흩어져 있던 병사들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가 우사 산성으로 돌아오자, 시즈코는 전원에게 채비를 갖추도록 명령했다.


"그걸 사카모토까지 운반할 거야"


"알겠습니다!"


2각(刻) 후, 준비를 마친 시즈코 부대의 잔여 인원은 서둘러 모리 요시나리의 진으로 이동했다. 도중에 승병의 습격 같은 것은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시즈코가 합류한 후,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작전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발목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그러기 위해 전원이 하나가 되어 싸울 각오였다.

게릴라 활동 덕분에 연합군은 3만에서 2만 5000까지 병력이 줄어들었고, 그 대부분이 아사쿠라 군이라는 상태였다.

혼간지(本願寺) 세력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결속되어 있어, 중압을 가하면 탄압에 대항할 때처럼 쓸데없이 결속을 강화하는 결과가 될 거라고 모리 요시나리는 감상을 늘어놓았다.


"애초에, 혼간지는 일향종(一向宗)의 정점에 서는 사찰. 일향종은 독립하여 부처가 다스리는 나라르 만들자, 라는 자치, 독립 운동이 왕성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나라를 빼앗는다는 생각이겠네요. 일단, 부처의 가르침을 퍼뜨려 구제하고, 나라의 세금을 보시(布施)로 하여 부처의 가호를 얻자, 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들은 방해물이라는 것인가요"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중얼거렸다.


"이것은 제가 살고 있던 나라의 야유입니다만, '신자(信者)라고 쓰고 돈줄(儲かる)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종교는 믿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아무리 미사여구로 장식하더라도, 종교세력이 원하는 건 결국 돈입니다, 돈. 그 밖에는 권력일까요"


"이미 사찰에 정신적인 권위는 없다, 라는 것입니까"


모리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 님,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는 설령 몸이 불타더라도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지요. 그들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빠르게 목숨을 빼앗는 것입니다"


모리 요시나리는 결의를 파악하려는 듯 시즈코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는 무장의 저격에 전념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의 시선을 되받으며, 또렷하게 그 말을 입에 올렸다.




혼간지에는 '왕법위본(王法為本)'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의 통치자에 따르고, 정치와 질서를 돕는 것이 불법(仏法)의 길이다'라는 생각이다.

본래 일향종은 '불법령(仏法領, 부처가 다스리는 나라)를 만든다'는 자주독립의 사상이며, 혼간지는 오히려 일향종의 자주독립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왕법위본'을 추진했다.

그렇기에 처음에 혼간지 법주(法主)인 켄뇨(顕如)는, 스스로 노부나가에게 인사하러 갔고, 갑자기 그에게 군자금 제공(5000관)을 요구받아도 즉석에서 수락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일향종 문도들은 '자주독립'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이윽고 잇코잇키(一向一揆)가 발발. 카가(加賀)의 국주(国主)는 자결하여 여기에 일향종의 나라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자신들의 나라를 얻은 것에 일향종은 흥분하여, '자주독립'의 움직임은 가속되어갔다. 이리하여 각지를 지배하는 영주들과의 대립, 항쟁이 시작되었다.

혼간지는 권력자와 정면에서 대립하는 움직임을 억제하려고 했으나, 그 동안에도 노부나가의 요구는 가열(苛烈)함을 더해가여, 결국에는 중요 거점인 이시야마(石山) 혼간지를 넘기라고 말했다.


혼간지는 각지의 문도나 승려글로부터 '잇코잇키의 움직임을 인정해 달라'는 압력을 받았다.

거기에 노부나가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다간 자주성이 상실되어 독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혼간지 내부에서도 압력을 받았고, 결정타라고 하듯이 당대의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로부터도 '노부나가를 치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세에 더해, 켄뇨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불안이 겹쳐, 그는 9월 12일에 드디어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 것을 결의한다.

이것을 계기로 정토진종(浄土真宗)의 총본산 '혼간지'는 없어지고, 그 대신 혼간지 가문이라는 무장 종교집단이 탄생한다.


"혼간지는 모리(毛利) 가문와 맹약을 맺고, 모리 가문이 키우고 있는 '무라카미(村上) 수군'이 해상 수송으로 보급을 담당한다. 일향종과 우호적인 세력인 '사이카슈(雑賀衆)'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그들은 요청에 응했다. 혼간지 켄뇨의 격문에 의해 나가시마(長島) 잇코슈(一向衆)나 카가 일향종국(一向宗国) 등, 각지에 있는 일향종 문도들이 일제히 무장봉기한다라. 멋지다 할 정도의 사면초가(四面楚歌)로군. 시즈코가 '복수의 적 세력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십시오'라고 지적한 것은 잊어버렸나?"


"……알고 있다"


아시미츠(足満)의 지적에 노부나가는 기분나쁜 표정으로 외면했다. 지금, 그들은 둘이서 비밀 회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두 사람만의 회담은, 수비의 면에서 불안은 있지만, 아시미츠의 검기(剣技)는 간자 정도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몇 구나 되는 시체가 그들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미요시(三好) 3인방이나 혼간지가 보낸 간자이리라. 시체들 중에는 곧은 칼(直刀)과 함께 두 토막이 난 것도 있었다.


"모르고 있다. 나가시마 잇코슈가 움직인다는 것은, 네 동생이 있는 코키에 성(小木江城)이 공격받는다는 이야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혼간지와 맞춰서 움직인다. 틀림없이 엔랴쿠지도 이 흐름을 타고 움직이겠지. 그럼, 이제 주위에는 적만 남은 상태다. 어쩔 것이지? 오다 나으리"


"요여(神輿, 작가 주: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말함)를 데리고 쿄(京)로 돌아가겠다"


"그 바보는 이미 혼간지 편이다. 일부러 데리고 갈 필요도 없겠지. 혼간지 쪽에 내버려두면, 놈들이 알아서 주워가겠지"


"썩어도 요여는 요여. 놈들이 쓸데없는 짓을 하면 감당할 수 없다. 일단은 쿄로 돌아간다. 그 후에는 각개격파다. 너라면 우선 누굴 노리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군"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를 불태워버린다"


노부나가의 물음에 아시미츠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품 속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그는 밤의 어둠 속을 향해 집어던졌다.

멀리서 무거운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그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제와서 선량한 척 할 필요도 없겠지. 너는 이 나라에 있는 구(旧) 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렸다. 불적(仏敵)이란 소리를 듣고 겁먹어서 망설인다면, 아예 이 손으로 그 인생을 끝내주지"


"흥, 이제와서 그 정도로 주저할 것도 없다"


"입으로만 하는 말이 아니길 빌지. 자, 묻기 전에 대답해두지. 히에이 산 엔랴쿠지를 노리는 것은 딱히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네 가신들에게 결단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천하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릴 각오가 있는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


"슬슬 돌아가지. 아무래도 가신들이 불안하게 생각할테니"


"그렇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회담을 마치고 가신들이 있는 본진으로 돌아갔다. 장시간의 부재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가신들을 앞두고, 노부나가는 배짱 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선언했다.


"쿄로 돌아가기 위해 에구치(江口)의 나루터(渡し)로 간다. 후위는 시바타(柴田)와 아케치(明智)다. 확실히 따라와라"


하지만, 사태는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화되어 갔다.

9월 20일, 노부나가와 혼간지의 강화가 결렬되자, 켄뇨는 스스로 병사 5천을 이끌고 노부나가 본진을 덮쳐갔다.




때는 조금 거슬러올라가 9월 17일, 사카모토구치(坂本口)에서 우사 산성 수비대를 포함한 오다 군 9000과,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 일향종 연합군 2만 5000이 대치하고 있었다.

모리 요시나리는 주변의 도로를 봉쇄하고, 시가(志賀)나 아노우(穴太)에 복병을 배치했다. 1000명 정도를 우사 산성의 방어를 위해 남겨놓고, 남은 모든 병사를 사카모토구치에 집결시켰다.

내용은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명,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하루 부대 1000명, 시즈코 부대 7500명이다.


이번의 전투 목적은 시간벌이라는 것으로, 시즈코 부대의 장비는 콘크리트와 대나무와 목재를 덧댄 방패와 메이스, 손도끼, 1.5m 정도의 한손창이었다.

열세이기에 상대를 배려할 여유 따윈 전혀 없었으므로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무기에는 모두 잡균이 칠해져 있었다. 캡사이신을 바르려고 생각했으나, 숫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했기에 중지했다.


"시즈코 님, 격려(檄)를 부탁하오"


긴장으로 침을 삼켰을 때, 가까이 있던 모리 요시나리가 말을 걸었다. 일순 놀란 표정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금방 표정을 조이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앞으로 나섰다.


"들어라, 우리 병사들이여!"


시즈코의 목소리에 시즈코 부대의 표정이 변했다. 평소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그녀가, 여기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 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었다.


"지금, 우리들은 적의 습격을 받았다. 하지만, 예정에 아무 변경도 없다. 모두 상정한 대로의 상황이다. 현 시각부로 작전을 개시한다"


컴파운드 보우를 꺼내, 느릿한 동작으로 시즈코는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용감한 병사들이여, 지금이야말로 무기를 들고 무지몽매한 역도들에게 죽음의 철퇴를 내려라!

지금부터 우리는 짐승이 되어, 불손한 무리들의 목을 물어뜯는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시즈코는 화살을 쏘았다.


"오오―!!!!"


시즈코 부대의 병사들이 대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목소리는 멀리 떨어진 아자이, 아사쿠라 군의 유력한 무장들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최전열(最前列)의 병사들의 경우, 너무나 큰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 동안 시즈코가 쏜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그리고 최전열에 있던 무장의 목에 꽂혔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죽였다. 목숨을 빼앗는 일격을 날려 실수없이 죽음을 불러왔으나 시즈코의 마음은 잔잔한 수면처럼 고요했다.

그것에 놀랄 틈은 유감스럽게도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선수를 쳐 무장을 처치한 것에, 연합군의 병사들은 격앙하여 돌격을 개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원거리 무기인 화살이나 투것부터 시작하고, 그 후에 돌격이 이루어지는 것이 전국시대의 전투의 양식이다. 단, 본래의 무기 방어구 종류를 장비하고 있는 경우의 이야기이긴 하다.


"투석 개시!"


스탭 슬링(staff sling)을 장비한 투석병이, 일제히 벽돌 블럭을 투척했다.

전국시대의 투석은 기본적으로 맨손으로 하는 것으로,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이끄는 투석대(投石衆)가 아닌 이상 유효 사정거리는 50m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스탭 슬링은 지렛대의 원리로 위력과 비거리를 강화시켜, 사정거리는 무려 100m에서 150m에 달했다.

화궁(和弓)과 동등한 사정거리르 자랑하며, 거기에 활과는 달리 어른 주먹만큼은 될 각진 돌이 쏟아져내리는 것이다. 병사들로서는 자기도 모르게 발을 멈추게 되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차탄(次弾) 장전(装填)!"


투석부대는 탄이 되는 돌만 준비해 두면, 몇 번이고 반복하여 투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보병에 의한 돌격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간단하게는 방향을 전환하거나 정지할 수 없다. 발을 멈추려 해도 후속이 차례차례 밀려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밟혀죽게 된다.

4번에서 5번의 투석을 받은 연합군은, 간신히 50m 거리까지 접근했다.

투석부대는 좌우로 갈라져 후퇴하고, 다음으로 최전선에 나온 것은 되감기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장전 가능한 소형의 한손 크로스보우와 방패를 장비한 병사들이었다.

방패를 나란히하여 벽을 만들고, 그 틈새에서 크로스보우로 저격하여 적병을 차례차례 쓰러뜨려갔다.

맞은 곳이 좋아서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더라도, 크로스보우의 화살은 노부나가가 고안한 출혈을 강요하는 화살로 개조되어 있었다.

무리하게 뽑으려고 해도 부러져 버려, 출혈을 멈추려면 절개(切開)를 필요로 하는 흉악한 물건이다.

반면, 중공(中空) 구조에서 유래하는 가벼움과 중량 밸런스의 편중 때문에, 사정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진다.

하지만, 이만큼 적이 가까우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쏘더라도 앞에다 대고 쏘기만 하면 명중하는 것이다.


원거리 공격에 치중하고 있지만, 애초에 병력에 차이가 있기에 접근하기 전에 병력을 줄이지 않으면 압도적인 숫자에 의해 유린당해버린다.

사전의 게릴라 활동이 유효했는지,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은 생기가 없었다. 하지만, 일향종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死兵)으로 화해 있었기에, 이쪽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오다 군에게 승기는 없다.


"아자이 병사들과 아사쿠라 병사들은 내버려둬도 좋아. 우선적으로 일향종과 승병들을 처치해. 가능하면 지휘하고 있는 사람을 노려. 아무래도 그건 희망사항이지만"


스탭 슬링은 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틈을 타고 병사들이 쇄도해왔다.

이제 혼전은 피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각 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마에다(前田) 부대는 기선을 제압하여 일격을 가하라! 카니(可児) 부대는 돌파구를 열어라! 카츠조 부대는 유격(遊撃)하여 유린하라!"


"알겠습니다!"


각각의 부대가 대답과 함께 뛰쳐나갔다.

케이지가 이끄는 마에다 부대는 화려한 의상이나 이질적인 행동으로 적의 눈을 끌고, 기세를 타고 일격을 가한 후 즉시 이탈하여, 다시 부대를 정비한 후 일격을 가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이조가 이끄는 카니 부대는 과묵한 그와 같이, 마에다 부대가 뚫은 구멍을 넓히며 묵묵히 적을 처치해갔다.

풀을 베는 듯 말 한 마디 없이 적병을 베는 모습에 적의 병사들은 공포를 느꼈다.

나가요시(카츠조) 부대는 일단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날뛰는 말 같은 상태였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전투 전체를 파악하고, 군사 급의 전술안(戦術眼)으로 적에게 있어 최악의 타이밍에 공격을 가했다.


각 부대 모두 병사들의 특성을 살리고 각자에 특화되는 것으로, 흡사 근대적인 군의 병과처럼 전장을 분담하여 지배하고 있었다.


(젊은데…… 아니, 젊기에 재능이 싹이 튼 것인가. 카츠조…… 나는 네 활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가요시의 활약에 모리 요시나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칭찬했다.

처음에는 나가요시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함에 골머리를 썩혔지만, 겨우 1년만에 어른스러운 얼굴로 변하고, 이윽고 자신의 주인에게서 이름 한 글자를 받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여기서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다. 카츠조가 모리 가문을 위해, 영주님을 위해, 훌륭하게 역할을 다해 주리라)


십자창(十文字槍)을 움켜쥐며 모리 요시나리는 외쳤다.


"전면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들은 측면에서 오는 적들을 쓰러뜨린다! 병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17일의 전투는 오다 군이 연합군에게 2000에서 3000정도의 피해를 준 시점에서 종료되었다.

뼈아픈 피해를 입은 연합군은 대책 없이 돌격을 반복하여 덧없이 병력을 소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단 철수하여 군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다음 날인 18일에 각 세력의 대표를 모아 작전회의를 열었으나,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했기에 건설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고 귀중한 하루를 허비했다.

게다가 19일에 열린 작전회의에서도, 모두가 서로의 꿍꿍잇속을 살피는 데만 전념했기에, 연합군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우사 산성에 1만이나 되는 병사가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혼간지의 요청을 받아 거병한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장병들은, 우사 산성의 병력은 1000명 정도라고 보고를 받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1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척후의 역할을 맡고 있는 엔랴쿠지의 승병들은, 병력의 증가를 아자이, 아사쿠라 군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아자이, 아사쿠라 측은 엔랴쿠지에 대해 불신감을 품기에 이르렀다.


엔랴쿠지 측이 보고하지 못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들이 이끄는 병사들은 한 군데에 집결하지 않고 적은 인원수의 부대로 우사 산성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기에, 척후들은 적의 총 병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즈코들의 게릴라 활동이 효과를 거두어, 부대간의 연락이 끊기고 부상병이 계속 늘어나는 데 대한 대응에 쫓기게 되어,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아자이, 아사쿠라와 엔랴쿠지 사이 뿐만이 아니라, 아자이와 아사쿠라 사이에도 불화의 싹이 트고 있었다.

게릴라 활동에 의해 부상병이 발생한 것은 아사쿠라 측, 몸 상태 불량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발생한 것이 아자이 측이었다.


이 때 아사쿠라 병사들이 좀 더 끈기있게 싸웠다면, 결정적인 결렬은 회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부상병이 늘어나고, 그 비참한 모습에 동요하여 아사쿠라 병사들은 앞다투어 도망쳤다.

게릴라 활동에 대해 아사쿠라 측이 항전한 흔적은 없고, 저항다운 저항도 없이 퇴각한 것에 대한 아자이 측으로부터의 항의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영부영 말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아군이 될 수 없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벽에 기대는 바보는 없다. 아자이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자신들의 피해를 꺼려서 아사쿠라 측은 일부러 부상병을 내고 퇴각한 게 아닐까.

지휘관도 노무라(野村) 전투(아네가와(姉川) 전투)에서는 아사쿠라 마고사부로(朝倉孫三郎, 카게타케(景健))였으나, 혼간지가 움직인 이번의 전투에는 아사쿠라 마고지로(朝倉孫次郎, 요시카게(義景))가 직접 출진했다.

공동 작전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을 아래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한 번 의심에 사로잡히면, 같은 적을 상대하고는 있지만 목적이 다른 아자이와 아사쿠라였다. 쉽게는 수복할 수 없는 불화가 생겨나고, 지금에 와서는 서로의 틈을 찔러 이용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추태에 혼간지 세력은 어이가 없었다.

연합군은 내부 붕괴에 빠져 군으로서의 체제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이제는 협력해서 오다 가문을 치자, 라는 말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숫자의 강점을 살릴 수 없어, 각 세력이 각자 오다 군과 싸우는 모양새가 된다.


연합군이 다투고 있는 동안에 오다 군은 노부나가에게 구원 요청을 보내고, 다음에 준비하기 위해 보급활동을 했다.

다행히 쿄 측에서 지원이 있었고, 거기에 아오치 시게츠나(青地茂綱)가 병력 2천과 물자와 함께 오다 군의 원군으로서 달려와 주었다.

병사의 숫자는 1만을 넘어, 전날 전투에서 전과를 올린 병사들은 "연합군은 두려워할 게 못 된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자신감은 그대로 사기를 높여, 오다 군은 말단 병사를 포함하여 전례 없을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케이지가 수상쩍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20일의 전투도 오다 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성과를 올린 케이지는 어딘가 납득이 가지 않는 듯도 했다. 케이지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나가요시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군. 아사쿠라나 아자이 병사들의 사기가 낮다. 그리고, 행동도 굼뜨군. 이쪽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뭔가 책략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틀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단지 서로가 믿을 수 없게 된 것 뿐이라고 생각해. 애초에 연합군은 오다 토벌을 이유로 결탁했어. 그게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으니, 오다 토벌 후의 단물……을 우선하려고 하고 있는 거겠지"


뒹굴고 있던 시즈코가 세 명의 의문에 대답했다. 별로 틀리지 않은 추측으로, 20일의 연합군은 단물을 더 많이 얻으려고 다른 세력을 소모시키려고 했다.

적측의 세력이 소규모에 산발적이었기에, 스탭 슬링 등의 원거리 무기의 효과는 떨어졌지만, 상호 불신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수확이었다.


"아, 방심은 금물이야. 이럴 때, 갑자기 단결심이 높아져서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놈들이 철수해서 히에이 산으로 도망칠 때 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그렇군. 그런데, 이번의 시즈코는 대활약이네. 너 혼자서 몇 명이나 되는 적의 무장들을 처치했는지, 셀 수도 없어"


나가요시의 말대로, 시즈코의 전과는 '비정상적'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잘 다루는 재주가 있기 때문인지, 적진 안에 있는 무장 등의 지휘관을 잘 찾아냈다. 발견하면 그 다음은 간단하다.

수급(首級)을 베어 상을 받는 것이 무장의 기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전제조건이 달라서 포상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현 상태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녀는, 그냥 적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된다…….


궁기병대로서, 또 몇 년이나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시즈코는, 활솜씨에 있어서는 일류의 무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궁기병대의 성적 최상위자라도 유효 사정거리 90m가 한계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100m 이상 떨어진 목표를, 거의 7할의 정밀도로 관통시키고 있었다.

야생의 사슴이라는 해수(害獣)를 처분하기 위해, 계속 더 먼 곳에서 노리는 것을 일상으로 한 그녀는, 어느새 활의 재능이 개화되어 있었다.


컴파운드 보우의 최대 사정거리는 도달 위치만으로 따지면 1km나 된다. 최대 유효 사정거리는 활시위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시즈코의 그것은 위력을 높인 수렵용의 75파운드 활시위를 사용하고 있었다.

컴파운드 크로스보우는, 되감기 기구를 사용하여 화살을 장전하는 185파운드의 것까지 개발했지만, 관통력은 늘어도 비거리는 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한 손으로 당길 수 있는 강도의 활시위를 사용하고, 화살의 형상을 연구하는 것으로 비거리를 늘렸다. 애초에, 사냥보다 먼저 전장에서 사용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전투를 효율좋게 하려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장소를 상대보다 먼저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확실히 그렇지. 지형의 이점이 좋다는 것만으로도 작전도 폭이 넓어지니까"


"그 밖에도 한가지 더 방법이 있어"


"호오, 그건?"


"적의 유능한 사람을 처치해 나가는 거야. 존재 자체가 아시가루(足軽)들의 사기를 올리는 사람, 전령(伝令)을 담당하는 사람, 지휘능력이나 전국(戦局) 분석 능력이 뛰어난 사람부터 처치해 나가면 더 효율적이지. 하지만 나중에 장기말로 쓸 수 있는 무장이 줄어든다는 결점도 있지만 말야"


그 말에 세 사람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평소의 시즈코는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전투 등의 비상시가 될 경우 합리성을 중시하고, 상대의 심리를 철저히 찌르는 전략을 취하며, 그리고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담력을 보였다.


그러한 정석 파괴는 지휘에도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군의 지휘계통은 상명하복이 원칙임, 구체적인 명령이 없는 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지휘관 사망시 등의 비상시에는 현장의 판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전장에서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시즈코 군은 한 마디로 말하면 '난잡'했다. 그녀는 군사 작전을 '연합군을 히에이 산으로 쫓아낸다'는 한 마디로 끝냈다.

하지만, 군사학(軍事学)에서의 전투의 9원칙에는 '간명(簡明, 간단하고 명확)'이라는 것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뭘 하면 되는가, 가 뚜렷한 '연합군을 히에이 산으로 쫓아낸다'는 시즈코 군에게 순식간에 침투했다.

여담이지만 전투의 9원칙이란 목적(目的), 공세(攻勢), 물량(物量), 전력(戦力)의 절약(節約), 운동(運動), 기습(奇襲), 경계(警戒), 간명(簡明), 협조(協調)이다.


군사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닌 시즈코는 군사(軍師) 흉내는 낼 수 없다.

쓸데없는 지시로 부대를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근대 프러시아(Prussia) 군이 만든 지휘계통을 부대 단위로 하는 아메바형 지휘계통을 채용했다.

이것은 부대에 군사 작전을 인식시키고, 그 후에 역할과 목표를 누어, 작전이 개시되면 그 후에는 부대장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역할은 '적 부대의 혼란'이다. 시즈코 직속의 궁기병대는 '부대장의 처치'였다. 마지막으로 시즈코가 지휘하는 보병을 중심으로 한 아시가루 부대가 각개격파한다.

이 전법으로 적은 병력이었지만 숫자에서 앞서는 연합군과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를 만들어냈다.


시즈코가 무장을 어렵지않게 노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투구이다. 투구는 위엄과 풍격, 신앙, 그 인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전공을 어필할 때, 자신의 무사함을 알릴 때 사용되고 있어, 기본적으로 투구는 눈에 잘 띄도록 만들어져 있다. 즉, 눈에 띄는 투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일정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즈코는 전공을 어필할 필요가 없기에, 눈에 띄는 투구를 표적으로 삼아 맞추면 된다.


하지만, 이 작전은 연합군이 연대하지 못하고 전력을 축차 투입하고 있기에 성립되고 있었다.

연합군이 작전을 바꾸어 소모를 각오하고 포위섬멸 작전을 채택하면, 여러 방면을 동시에 상대할 수 없는 병력이 적은 측은 용서없이 갈려나가 버린다.


"나는 단지 운이 좋았던 것 뿐이고, 거기에 장수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에 불과해. 딱히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그런 말 하지 마. 강한 장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시가루들의 사기가 올라가니까"


"……그러네. 그건 이해하고 있어"


시즈코는 병사들의 사기가 언제까지나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합군의 병력은 착실하게 깎아내고 있지만, 물론 오다 군의 병사들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피해가 늘고 있어, 병력 수에서 뒤떨어지는 오다 군은 점차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쿄로 돌아가 병력을 이끌고 우사 산성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 연합군을 격퇴할 방법은 없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24일에 도착했지. 그렇다면, 앞으로 나흘은 바위에 달라붙어서라도 버틸 수밖에 없어)


그 후, 하늘이 오다 군을 도왔는지, 연합군 내부에서 또다시 책임 전가가 시작되어, 이번에는 예상 이상으로 불어난 피해를 누구에게 청구할지로 다투기 시작했다.

다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현재 상태로는 아자이나 아사쿠라 측에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이다. 뭔가 이익을 얻지 않으면 이번에는 가신들에게 추궁당하게 된다.

결국, 연합군은 여기서 이틀을 허비하며 오다 군을 완전히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사면초가에 빠진 것처럼,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에게도 최악의 사태가 찾아왔다.

연합군은 전날까지의 피해를 기피하는 전법을 중단하고, 오다 군의 약점을 찔러 대공세로 나섰다.


"카츠조 부대, 모리 님의 군과 합류해서 적을 되밀어내줘. 사이조 부대는 여기서 적을 저지할 것. 케이지 부대는 좌익 쪽의 지원을!"


이른 아침부터 점심 무렵까지는 정면 일점에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법이, 점심 무렵을 경계로 일변하여 세 방면에서 동시협격으로 전환해왔다.

전환했다기보다, 아침의 공세는 측면 공격을 하는 병사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적과 접촉하게 되면 궁기병이나 투성부대의 사정거리를 살린 전법은 쓸 수 없다. 거리를 벌리지 못한 채 진흙탕의 혼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시즈코의 위치에서라면 멀리 있는 사람은 저격할 수 있기에, 기병의 말을 중점적으로 노렸다.


"이거 어렵습니다. 놈들, 포위해서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분산당하면 어렵네"


난전 상태가 되어 대열을 유지하지 못했기에 활을 정렬하여 일제 사격을 할 수 없었다. 세 방면에서 공격당했기에 방패로 벽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연합군은 이제와서 오다 군의 강점을 분석하여, 그것을 물리치는 작전을 실행했다.


"으라차! 비켜라, 송사리들아!!"


모리 군에 합류하려고 하는 나가요시 부대였으나, 무수한 적병들이 방해되어 생각대로 다가가지 못했다.


"칫, 저놈들 아버지를 노리고 있군. 이놈들아! 냉큼 돌파한다!"


격려를 날려도 숫자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차례차레 숫자가 줄어드는 모리 군을 보고 나가요시는 조바심을 느꼈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는 뭣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위대한 아버지의 등, 그 등에 시선을 향했을 때 나가요시의 시야를 불길한 그림자가 스쳤다.

적의 궁병이 아버지의 등에 화살을 쏘려고 하고 있는 광경이.


"아버지! 위험해! 피해!"


그렇게 나가요시가 외치고, 모리 요시나리가 반응하여 얼굴을 나가요시 쪽으로 향한 순간, 적의 화살이 그에게 깊숙히 꽂혔다.




전장의 기척을 예민하게 느낀 사이조는 깨달았다. 싸움의 추세(趨勢)는 결정되어 버린 것, 그리고 자신들은 패하고 있다는 것을.


"전원, 시즈코 님이 있는 곳으로 간다"


승패가 결정된 이상, 누군가가 후위를 맡아 적의 추격을 막을 필요가 있다. 사이조는 누구에게 명령받을 것도 없이, 그것은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조 부대의 면면도 그의 생각을 이해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사이조의 뒤를 따랐다.


"시즈코 님, 분하지만 승패는 결정되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지금 즉시 철수해 주십시오"


컴파운드 보우로 적을 쓰러뜨리는 시즈코에게, 사이조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사이조에게 향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책임자에요. 여기서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안 됩니다"


사이조는 시즈코의 말을 즉시 부정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절대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인물은 당신이십니다. 당신은 우사 산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주실 책무가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마지막까지 역할을 완수해 주십시오, 시즈코 님"


"사이조 씨"


"자, 서둘러 주십시오. 후위는 소생이 맡겠습니다. 뭘요, 쫓아오는 부대를 박살낸 후 금방 따라가 보이지요"


"주군――――――!!"


사이조가 퇴로를 손으로 가리키자, 멀리서 겐로(玄朗)의 목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려왔다. 가늘고 아슬아슬한 길이지만, 연합군의 맹공을 막아내며 아시가루들이 퇴로를 만들고 있었다.

시즈코가 겐로 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아시가루들의 방어를 뚫은 적병이 겐로를 베어갔다.


"무슨 짓이냐, 이 망할 새끼가! 여긴 주군께서 지나가실 길이다!!"


가볍게 베인 것에 격노한 겐로가, 소도(小刀)를 뽑아 적병의 목을 찔러버렸다.


"주군, 이쪽입니다―!"


소도를 뽑아내고 적병의 시체를 근처에 던져버린 후, 그는 크게 손을 흔들어 시즈코를 불렀다.


"……무운을. 그리고, 죽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망설이면 그들에게 폐를 끼친다. 그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재빠르게 철수 행동에 들어갔다. 빠른 결단에 사이조는 작게 미소를 떠올린 후, 얼마 안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철수하는 시즈코의 등 뒤를 향해 중얼거렸다.


"안심하시길. 소생이 죽을 장소는 이곳이 아닙니다"


사이조가 앞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의 표정이 변했다. 한 명의 전사(いくさ人)가 된 사이조는, 창을 강하게 움켜쥐고 눈 앞에 있는 적병을 베어넘겼다.

창을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기에, 베어진 적병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로 쓰러졌다. 주위의 동요를 무시하고, 사이조는 차례차례 적병을 베어넘겼다.

완력(剛力)이라고 하며 우선 케이지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사이조 역시 시즈코 밑에서 몇 년을 지냈기에, 그에게 뒤지지 않은 완력의 소유주였다.

단순히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베이게 된다.


(처음에는 흥미본위였다. 여자를 섬기라니, 바보 취급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창이나 화살을 막으면서 사이조는 차례차례 적병을 베었다. 귀신같은 분전에 적병이 공포를 느껴, 창의 간격 안에서 병사들이 없어지자, 사이조는 창을 고쳐쥐었다.


(하지만 시즈코 님과 함께 행동하면서, 어째서 오다 님께서 시즈코 님을 중용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저 분은 눈부신, 그것도 감싸는 듯한 태양의 빛. 분명히 오다 님은 무의식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이겠지. 그것은…… 소생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대담한 웃음을 띄우더니, 사이조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변에는 시체가 겹겹이 쌓여 있었고, 숨이 막힐 듯한 피냄새가 감돌고 있었지만 사이조는 신경쓰지 않았다.


"죽고 싶은 놈은 앞으로 나와라!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간다!!"


이름을 말함과 동시에, 그는 창을 한 손에 쥐고 적병들에게 돌격했다.




전장을 둘러보고,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 후, 케이지는 살짝 중얼거렸다.


"이건 진 싸움이군"


비관적인 말과는 반대로 그는 대단히 즐거워 보였다. 그는 담배를 길게 한 모금 피운 후, 담뱃대 속의 재를 옆에다 버렸다. 창을 고쳐잡고, 그는 시즈코에게 철수하도록 진언하는 전령을 보냈다.


"자 그럼, 여기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지"


이미 세 방향이 포위된 상태에서, 언제까지나 남아있어봐야 기다리는 미래는 죽음이다.

하지만, 케이지는 불안도 후회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지금부터 놀러가는 듯한 분위기를 띤 채 돌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를 멈추게 한 인물이 있었다.


"나으리, 당신은 이런 데서 죽을 분이 아닙니다요"


그건 이름없는 병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양손을 펼치고 케이지 앞에 서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등에는 몇 발이나 되는 화살이 박혀 있었으며,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은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직전임은 명백했다.

그래도, 남자의 눈은 죽지 않았다. 아니, 결사의 각오가 불타고 있었다.


"저는 머리가 나빠서, 어려운 건은 모릅니다요. 하지만…… 저 분에게 필요한 건 저 같은 녀석이 아닙니다. 나으리 같은 분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케이지는 말없이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각오를 굳힌 눈에, 말은 필요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 분만 살아있으면, 어머니도, 애엄마도, 제 자식도, 아무 걱정도 필요없지요. 그렇지요? 나으리"


"……그렇지"


"헤, 헤헷. 그럼…… 부탁합니다. 죽으러 가는 노인이 가엾다고 생각해 주신다면, 부디…… 저 분을 지켜 주십시오"


주위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케이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받게 된 케이지는, 한번 크게 숨을 내쉬고, 그리고 병사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의 꿈과 내일은 내가 맡았다! 잘 가라!"


그것은 실로 기분좋은 웃음이었다. 이름도 없는 노병은 케이지의 미소에, 이쪽도 죽음을 각오한 자 특유의 투명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때, 상처입은 노병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적을 처치하는 수라(修羅)의 모습이었다. 케이지는 말고삐를 쥐고는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케이지를 눈으로 전송한 후, 사병(死兵)으로 화한 수라들은 출혈 때문에 느릿하게밖에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기력으로 몰아붙이며 적진으로 돌격했다.

그 후, 남자는 적장에게 베이면서도 그 목젖을 물어뜯어 적장과 함께 죽었지만, 그것을 케이지가 알 수는 없었다.


"괜찮아?"


시즈코는 나가요시와 함께 부상당한 모리 요시나리를 데리고 사카모토에서 철수한 것을 알게 된 케이지는, 후위로 남아 있던 사이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케이지가 사이조와 합류했을 때, 그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피를 뒤집어쓰고 있엇다.

어디까지가 자신의 피고, 어디까지가 적에게서 튄 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오랫동안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없다"


그런 그는 케이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평소처럼 까탈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덤벼드는 적병을 베어넘기면서, 케이지는 평소처럼 걱정없는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가자"


"알겠다"


성격도 뭣도 틀린 두 사람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약간의 병사와 함께 사카모토에서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우사 산성의 전투는 오다 군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오다 군의 후위 부대에 발목을 잡혀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승패는 결정되었는데 생각대로 진군하지 못하는 것에 아사쿠라는 짜증이 났다.


"상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느냐! 어째서 이렇게 애를 먹고 있는 것이냐! 이러한 장소에서 시간을 뺏길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총대장인 요시카게가 보고하러 온 전령에게 고함쳤다.

고함쳐봤자 사태는 바뀌지 않지만, 그에게는 겨우 1000명 정도의 병사에게 1만에 달하는 군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현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옛…… 하지만 우사 산의 병사들은 사병으로 화하여, 그 무시무시한 사기에 잡병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에 있는 3000의 병사는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전령의 보고대로, 사병으로 화한 오다 군의 맹공에, 승자 측인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병사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놔, 놔라! 네, 네놈 무슨 짓을!"


"헤, 헤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 그러니까, 저 세상까지 같이 가줘야겠어!"


등 뒤에서 껴안은 적 무장의 배를, 오다 병사가 소도로 찔렀다. 당연히, 껴안고 있는 자신까지 찌르게 되지만, 오다 병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칼로 몸을 찌르기 전부터 몸에는 무수한 화살이 꽂혀 있었고, 배에서는 멈출 수도 없이 피가 흘렀으며, 상처에서는 내장이 삐져나와 있었고, 출혈과다로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제와서 상처가 하나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오다 병사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커헉…… 이…… 이놈…… 이……"


"미, 미안… 하군. 길안내…… 부탁… 해……"


칼을 꽂은 상태로 두 사람은 절명했다. 죽은 자들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아자이, 아사쿠라 쪽은 공포에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오다 병사는 아픔도 뭣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전장 전체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다 병사들의 맹공이 펼쳐지고 있었다.

목숨을 버린 자는 몸을 돌보지 않는다. 화살이 박혀도, 창칼에 베여도, 다리가 움직이는 한 오다 병사들은 계속 싸웠다.

그에 반해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은,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면 포상이고 뭐고 헛되게 된다. 상처 때문에 죽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살아냠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 자와, 목숨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버린 자, 어느 쪽이 위험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히, 히익! 이 , 이이이런 데서 죽을 수는 없어. 나는 도망치겠어!"


짐승의 포효를 내지르며 덮쳐드는 오다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느낀 아사쿠라 병사들은 공포에 얼어붙엇다.

무턱대로 격돌하는 오다 병사들과 아사쿠라, 아자이 병사들이 겹치는 것과 동시에, 핏방울이 튀어오르고, 절규와 노호가 울려퍼지며, 무수한 생명이 아까운 기색도 없이 사라져갔다.

오다 병사가 쓰러지는 순간, 전선에 있던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이 몇 명이나 쓰러지며, 몇 시간 동안이나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돌격을 계속하는 오다 병사들의 숫자가 100명 아래로 줄어들어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공포에 휩싸여 좀처럼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간신히 서 있는 오다 병사들이 없어지자, 전원이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진군을 개시했다.

그러나, 죽은 듯 보인 오다 병사들은, 실은 몇 명이 살아있어서, 자신을 넘어가는 자를 붙잡아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그 목을 물어뜯었다.

분노의 형상으로 목을 물어뜯는 오다 병사들을 보고,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이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은 몇 번이고 오다 병사들을 베었다. 오다 병사의 힘이 부족해 살아난 자도 있었지만, 태반은 목을 물어뜯겼다.

살아난 자들도 자신의 목에 이빨 자국이 난 것을 이해한 순간, 의미를 가지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했다. 그 공포와 광기가 전선 부대에 파급되어, 아자이, 아사쿠라 군은 대혼란에 빠졌다.


오다 군 1만 1000중,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명, 아오치 시게츠나의 병사 1500명,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하루 부대 1000명, 시즈코 부대 4500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희생되었다.

희생된 병사들의 장렬하고 처절한 최후에, 승자일 터인 아사쿠라와 아자이 병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껴, 철수하는 오다 군을 추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약병(弱兵)이라고 놀림받는 오다 군이라도, 사병으로 화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이해했다.

옥쇄(玉砕)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집단을 추격했다가는 설령 전군으로 부딪혀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꺠달은 아자이와 아사쿠라는, 불필요한 피해를 피하기 위해 추격을 포기하고 진지로 철수했다.


사카모토 전투는 오다 군의 패배로 끝났고, 노부나가는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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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8 1570년 8월 하순



후추 재배는 예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현대가 얼마나 축복받은 시대인지를 통감했다.


후추의 묘목 90그루, 씨앗을 100개 구입하여, 오와리(尾張)로 운반했을 때는 묘목이 45그루, 씨앗은 70개.

거기서 자라난 묘목은 놀랍게도 12그루. 씨앗에 이르러서는 발아한 것이 6개라는 참담한 결과였다.

게다가, 묘목은 도중에 2그루 정도 시들어 버리고, 거기에 발아한 씨앗은 2개가 발아한 후 며칠만에 변색하여 그대로 썩어버렸다는 덤까지 붙었다.


2개월 정도 재배하여 건강한 묘목은 10그루, 발아한 후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씨앗은 4개 뿐이었다.

성장한 후추가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최대의 난관이 하나 남아있었다. 현재 상태로는 일본의 겨울을 날 수 없는 점이다.

그것을 위한 대책으로서, 비닐하우스의 건설에 서둘러 착수했다. 하지만, 보통의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약간의 시설이 추가되기 때문에 건설에 약간 시간이 필요했다.


후추 재배에 분투하면서 시즈코는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목적은 추가적인 작물의 입수였다.

플랜트 헌터(plant hunter)가 없는 이상, 해외의 작물을 손에 넣으려면 프로이스 등 예수회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괴혈병 건이 어지간히 충격적이었는지, 평소에는 로렌초가 따라오던 프로이스의 뒤에, 몇 명의 젋은 수도사들이 시립하고 있었다.

다들 15세에서 17세의 젊은이였는데, 딱 한 명 수녀(修道女)가 있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놀랐다.


(이 시대에, 시스터(Sister)가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가?)


의문으로 생각했지만 어딘가 유복한 집안 아가씨가 수녀로 파견되었다, 고 생각하기로 했다.


중세의 카톨릭 교회에서 수녀는 누구든지 될 수 있었지만, 취급에는 격차가 존재했다.

양가의 여자는 그에 걸맞는 기부금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수도원 내에서도 나름대로 대우를 받았다. 가벼운 작업만 할당되고, 글을 배우고, 다양한 서적에서 신의 가르침을 배웠다.

반대로 일반인의 수녀는 취사, 세탁, 청소나 농사일 등의 중노동이 할당되었다. 그런 걸 생각해볼 때, 일본에 온 수녀는 상당히 신분이 높은 사람의 딸, 이라는 것이 된다.


(아니, 어쩌면 마녀 사냥에서 도망치기 위한 걸지도……?)


"죄송합니다. 이들은 제 아래에서 수행을 하고 싶다고 바란 이들입니다. 수행중의 몸이면서 남을 가르치다니 대단히 주제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여,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시즈코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프로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수도사들에 대해 설명했다. 소개받은 그들은 시즈코를 바라보면서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따라 시즈코도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새로운 작물을 의뢰하러 왔습니다. 물론, 의뢰 내용에 걸맞는 자금은 준비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소성을 불렀다. 큰 나무 상자와 서류가 올려진 쟁반을 프로이스의 앞에 놓고 소성들은 인사를 한 후 물러났다.

서류부터 손에 든 프로이스는 내용을 훑어보았다. 다 본 후, 그는 사람좋은 미소를 띄우고 말을 꺼냈다.


"두건재상께서는, 동물 뿐만이 아니라 식물에도 흥미가 있으십니까?"


"……우리 나라는 전쟁과 재해가 이어져, 항상 백성들이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언젠가 영주님께서 일본을 통일하더라도, 중요한 백성들이 굶어서는 이야기가 안 되지요. 따라서, 다종다양한 작물의 연구가 급무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정말 다종다양하군요. 바나나, 카카오, 커피, 망고스틴, 라이치, 람부탄(rambutan), 드래곤 프루츠, 망고, 무화과(イチジク). 과일이 많이 보이고, 처음 듣는 이름도 많군요"


"그렇습니다. 이 나라에 오던 도중…… 각지에서 먹었던 과일입니다. 주의할 작물은 카카오와 커피이겠죠. 카카오는 스페인 제국이, 커피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조금 번거로울지도 모르지만, 무리라면 그건 그거대로 좋습니다. 언젠가 기회는 오겠지요"


"(이 나라에 왔다……? 처음부터 일본이 목적지였던 것일까요) 커피는 이교도의 음료, 라고 동료로부터 들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커피는 1454년에 일반 민중의 음용(飲用)이 정식으로 인정되자, 중동,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유럽에 커피가 전래되자 단번에 커피 열풍이 일어났으나, 당시 커피콩은 터키의 전매품이었다.

싹이 나지 않도록 한 번 끓여서, 비밀을 엄수할 수 있는 전문의 장인에 의해 굳혀질 정도로 치밀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엄격한 비밀로 지켜져, 100년 넘게 카카오 열매는 주변국에서는 단순한 양의 똥이라고 생각되었다.


여기에는 큰 맹점이 있었다. 아즈텍 사람들은 카카오의 씨앗을 알고 있었지만, 카카오팟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

그리고, 커피도 터키는 씨앗의 발아에 신경쓰고 있었지만, 커피 나무를 꺾꽂이로 늘릴 수 있는 것은 모른다.

지나치게 비밀을 엄히 지킨 것에 의해 발생하는, 반출 금지품 이외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 점을 노린 밀수방법이다.

그다지 칭찬할 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편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해외의 작물은 수입할 수 없다.

시즈코 자신은 딱히 필요하지 않은 카카오와 커피였으나, 타임슬립 때에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함부로 노부나가에게 건넨 것, 그리고 콩 커피가 대용품이라고 노부나가에게 알려준 것 때문에 필요하게 되었다.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얘기지만,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는 노부나가를 앞에 두고 거절할 수 있을 리도 없어, 이렇게 프로이스로부터 카카오나 커피의 묘목을 입수할 수 있도록 교섭하는 상황이 되었다.


"커피가 이슬람의 음료이기 때문입니까"


"알고 계셨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그러한 대답을 드린 것도 이해해 주실거라 생각합니다"


"네,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커피 같은 맛있는 음료를 악마가 독점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세례를 내려 놈들에게서 빼앗아주자, 고. 이교도의 농담입니다만, 저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프로이스는 말문을 잃었다. 프로이스 뿐만이 아니라 로렌초, 뒤에 시립하고 있던 수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게 된 프로이스는, 시즈코의 예상을 뒤엎고 크게 웃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확실히 두건재상의 말씀대로입니다. 악마의 힘이 되는 커피에 세례를 내리고 놈들의 독점을 막는 것도 신의 뜻에 맞는 일이겠지요"


한바탕 웃은 프로이스는 금방 시원하고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작물의 건은 잘 알겠습니다. 자료의 그림으로 찾아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시간이 걸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이스와의 회담은 원만하게 끝났다. 커피나 카카오의 입수는 어렵지만, 일거리에 걸맞는 자금을 건네주었다. 그렇기에, 입수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그들의 수완에 달렸다.

시즈코가 예수회에 씨앗이나 묘목의 입수를 의뢰하는 것은 그들의 영향력이 그 이유이다.

보라색 양배추(紫キャベツ)나 결구형(結球型)의 양배추, 강낭콩(いんげん豆), 올리브, 닝보 금감, 염소, 양 등 평범하게 손에 들어오는 것들은 약간 돈을 얹어주면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입수가 가능하다.


염소나 양은 털이나 고기는 물론이고, 풀베기 동물로서도 우수하다. 경사지의 제초는 염소, 평지의 제초는 양으로 각각 잘하는 부분이 다르지만,  약간 수고를 들이기만 하면 제초를 해준다.

두 종류 모두 털, 가죽, 고기, 젖 등 버릴 부분이 적고, 특히 털은 방한복으로서 우수하다.

따라서, 염소의 자넨(Saanen) 종이나 캐시미어(Kashmir) 종, 양의 셰틀랜드(Shetland) 종이나 사우스다운(Southdown) 종(올드(Old) 사우스다운) 등 많은 품종을 수입했다.

양이라고 하면 스패니시 메리노(Spanish Merino)가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18세기의 스페인 독립전쟁에 여러 나라들이 개입하여, 전리품으로서 스패니시 메리노를 가지고 갈 때까지 문외불출의 비장의 품종이다.


"강낭콩과 양배추, 보라색 양배추, 청경채(チンゲン菜), 닝보 금감은 씨앗을 늘리는 중. 화분에 심었지만 올리브도 재배중. 염소와 양은 미츠오 씨에게 맡기는 중. 으―음, 이 정도가 포르투갈 상인의 한계일까"


곤란한 장소에 있는 작물이라면 상인들은 바로 엉거주춤한 태도가 된가. 하지만 선교사들은 다르다.

그들은 고난의 길을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그런 부분의 정신력이 다르기에, 시즈코는 예수회를 통하기로 했다.

물론, 기독교(キリスト教)의 가치관이 강하다는 결점은 있지만, 그래도 플랜트 헌터를 조직해서 파견하는 것보다는 싸다.


"남만의 소도(小刀)와 재료가 되는 철괴(鉄塊)를 수입하지 않나, 카톨릭 교도(伴天連)들에게 과일 씨앗을 의뢰하지 않나, 정말 시즛치는 이래저래 바쁘네. 들어본 적도 없는 과일의 맛은 기대되기는 하는데"


"남만의 소도라니 다마스커스 나이프 말이야?"


케이지(慶次)의 말을 듣고 시즈코는 허리에 차고 있는 소도를 만지작거렸다.

전장 450mm, 날 길이 295mm, 날 두께 5mm, 층 구조는 알 수 없다는 성능이었다. 핸들(나이프를 쥐는 부분)의 소재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인도라는 걸 생각하면 물소의 뿔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칼집(sheath)은 두꺼운 소가죽제로, 견고하고 튼튼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져있어, 장인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잠금장치 부분 등의 일부에는 인도산의 진주가 사용되어 있었다.

인도는 12세기에는 면(綿)을 환원제(還元剤)로 사용하여 금속 아연을 제련하고 진주를 제조하고 있었다.

그 기술은 16세기에 중국으로 넘어가, 이후 중국도 금속 아연과 진주를 제조했다.


"하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이십니까. 명도(名刀)를  수집하시더니, 갑자기 저희들에게 칼을 하사하시고 남만의 소도를 구하시는 것에 이 사이조(才蔵), 약간 의문을 느낍니다"


"좀 사정이 생겼거든"


아네가와(姉川) 전투 이후, 아시미츠(足満)는 정식으로 시즈코의 가신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천하오검(天下五剣) 중 하나인 '미카즈키 무네치카(三日月宗近)'를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귀찮은 일이 생겼다.

천하오검은 시즈코가 정력적으로 모으고 있었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하사한 적이 없다. 아시미츠만 가지고 있는 상태로는 보기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따라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도우지기리 야스츠나(童子切安綱)를 케이지, 오니마루 쿠니츠나(鬼丸国綱)를 사이조에게 양도했다. 나가요시(長可)에게는 주지 않았지만, 오오텐타 미츠요(大典太光世)나 쥬즈마루 츠네츠구(数珠丸恒次)가 손에 들어오게 되면 양도하기로 약속했다.


노부나가가 아네가와 전투 이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시카가(足利) 가문의 보물인 오오텐타 미츠요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 밖에도 후타츠메이노리무네(二つ銘則宗), 호네바미 토우시로(骨喰藤四郎), 다이한냐 나가미츠(大般若長光) 등 아시카가 가문의 보물들을 가지고 돌아온 것을 보면, 밀서의 건으로 정치적인 교섭을 했을 거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하지만 쥬즈마루 츠네츠구는 니치렌(日蓮) 상인(上人, ※역주: 승려에 대한 존칭)의 세 가지 유품으로, 미노부(身延) 산 쿠온지(久遠寺)에 보관되어 있는데, 어떻게 손에 넣으실 생각일까?)


생각해 보았으나 그럴듯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 시즈코는 과감하게 생각하는 것을 단념했다. 깊이 생각하면 뭔가 좋지 않은 결과가 보일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프로이스 씨와 회담에 투서함(目安箱)의 내용물 회수에, 이동거리가 긴 일거리 뿐이네"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시즈코는 불평했다.

프로이스와의 회담으로 새로운 품종의 수입을 계획한 시즈코였으나, 목적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투서함의 내용 확인이라는 중요한 일거리가 있었다.


투서함은 1721년(쿄호(享保) 6년)에 도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가 설치했다고 전해지지만, 사가미(相模) 국의 호죠(北条) 씨나 카이(甲斐) 타케다(武田) 씨 등, 전국시대에도 투서함 제도를 실시한 사람들은 있었다.

그리고 투서함의 투서(目安)는 소장(訴状)을 말하며, 에도(江戸) 시대에는 그냥 상자(箱)라고만 불리웠다. 상자가 투서함으로 바뀐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이다.


투서는 당초에 다양한 것들이 허용되었으나, 얼마 안 가 엄격한 룰이 적용되었다.

먼저 내용은 에도 시대와 마찬가지로 '정치에 도움되는 의견'이나 '관리들의 악행, 부정에 관한 통보'의 두 가지만이 투서 내용으로 인정되었다. 그 밖에는 대상외(対象外)로 취급되지만 파일링되어 관리된다.

주소(마을의 이름)과 이름을 명기한다. 투서할 수 있는 날은 2개월에 한 번,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 사이 뿐이었다.


이만큼 세세한 규정이 있음에도, 매번 많은 투서가 모여들었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확인이 곤란한 민원도 적지 않게 들어있었으나, 정치에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도 들어 있었다.

물론, 모든 민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개중에는 우선도가 낮은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개발할 수 있는 토지의 진언을 받아들여 새 논밭(新田)의 개발을 하거나,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을 위해 아동보호시설을 건설하거나, 산적의 통보를 받고 토벌을 하거나, 하천(河川) 이용에 관한 중재를 하는 등, 투서함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현된 정책은 얼마든지 있다.


"이번에도 잔뜩 들어있겠지"


"투서함이 너무 대인기를 끌어서, 관리하는 병사들에게 술을 선물하는 관습이 생겨버렸으니까"


투서함의 내용물은 백성의 인기를 모으거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준비된 상자다. 문제(不備)가 있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상자가 놓여 있는 동안에는 몇 명의 보초가 배치된다.

하지만, 계절이 겨울이라면 눈이 내리는 가운데 아무 난방기구도 없는 상태에서 서 있게 되는 것이다. 여름이라면 폭염 속에서 그늘에 들어가지 못하고 보초를 서야 한다.

교대도 없고 혹독한 환경에서 보초를 서는 것을 위로하기 위해, 시즈코는 자신의 술창고에서 한 홉(升) 만큼의 청주를 병사들에게 선물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지 술을 바라고 투서함의 보초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매번 선별하느라 고생하게 되었다.


술은 전국시대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며, 동시에 막대한 부를 가져오는 물건이다.

에도 시대에 들어서기까지, 고품질의 술이라고 하면 대사원(大寺院)에서 주조(酒造)되는 승방주(僧坊酒)였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그들의 술을 대항 세력으로 생각하고, 그 명성을 뭉개기 위해 대사원에 간자를 침투시켰다.

물론, 대사원 측도 노부나가의 양조 마을에 간자를 침투시켰지만, 대부분이 번견(番犬)에 의해 발각되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갔다.


"앗싸, 왔다―――아, 죄, 죄송합니다! 수, 수고하십니다!?"


투서함이 놓인 장소에 도착하자, 시즈코의 모습을 본 병사가 펄쩍 뛰듯 기뻐했다. 그러나, 사이조가 노려보는 것을 깨닫고 즉시 태도를 바로했다.


"말 위에서 실례할게. 정각이 되었으니 투서함 설치는 끝난 것으로 합니다. 이 후에는 부대장에 보고하고 해산해도 좋아. 술은 보냈으니까 나중에 동료랑 마시도록 해. 이야기는 이상, 뭔가 질문이 있어?"


"아뇨, 없습니다!"


"……뭐, 좋겠지. 수고했어. 나머지는 이쪽에서 처리할게"


마음이 딴데 가 있는 상태의 병사에게 반쯤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였으나, 길게 붙잡아두는 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여 못본척 하기로 했다.

점점 더 험악해지는 사이조의 얼굴에 겁을 먹으면서도 병사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오, 이번에도 꽤나 묵직하네"


투서함을 안아들자, 시즈코는 상자에서 묵직한 중량을 느꼈다. 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것은 종이, 허리가 빠질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말에 투서함을 매단 후에 말에 타려고 시즈코가 등자에 발을 얹은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자에서 발을 뗴고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운수(雲水, 수행승(修行僧))가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그는 깊이 눌러쓴 삿갓을 들어올려 얼굴을 보인 후 깊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실례합니다, 소승은 후시키안(不識庵)이라고 합니다. 그 상자에 대해 조금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지금 여쭈어보아도 괜찮을까요?"


"아, 네. 상관없습니다. 대답할 수 있는 범위라면 제가 대답해드리지요"


사람 좋은 미소를 떠올린 시즈코는, 운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이조는 말에서 내리고, 케이지는 말에 탄 채로, 그러나 운수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케이지가 시즈코를 안아올려 도망치고, 그 동안에 후위로서 사이조가 창을 휘두를 태세였다. 말로 하지 않아도 호흡을 맞춰 움직인 두 사람에게 운수는 약간이나마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즉시 미소를 띄우고는 시즈코에게 질문했다.


"당신께서 가지고 있는 상자는, 백성들이 의견을 투서하는 상자라고 들었습니다. 실례입니다만, 백성으로부터 의견을 공모하는 이유를 소승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백성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계시는 건가요"


"지배하는 쪽이 지배받는 쪽에 무언가를 말하듯, 지배받는 쪽도 지배하는 쪽에게 하고 싶은 말 정도는 있지 않겠나요. 지배받는 쪽의 목소리에 지배하는 쪽이 귀를 기울이고, 동시에 지배하는 쪽의 목소리에 지배받는 쪽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나라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되어버립니다"


시즈코의 말에 운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짐승처럼 이익만을 좆는 전국시대에서, 시즈코처럼 쌍방의 이익이 되는 의견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理想)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춰 실행하는 것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해한 운수는, 부드러운 웃음을 띄우며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을 위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멸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만을 위해서 타인을 멸시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생각은 훌륭하고, 그리고 몽상을 말하는 것 뿐만이 아니군요"


"그렇게까지 훌륭한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듣기는 좋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지요. 백성에게서 개발할 수 있는 토지의 보고를 받고 개척을 해도, 결국은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무료 양성소를 건설하는 것도, 노동력이 되는 백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개척할 수 있는 토지를 공공사업으로 개발해도, 걷을 수 있는 세금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투서함은 백성들의 불만을 듣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오다 가문의 이익을 제일로 생각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투서함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세워도, 오다 가문의 이익이 높은 것부터 추진되고, 낮은 것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지요. 보십시오, 백성들의 얼굴을. 다들, 좋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운수의 말을 듣고 시즈코는 길을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난세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내일은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미소였다.


"영주가 펼치는 정책의 결과는 백성의 얼굴에 나타납니다. 당신이 이익을 계산하여 정책을 펼치시더라도, 백성들이 미소를 띠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정책에 감사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얼굴을 맞대고 그런 소리를 들으니 쑥스럽네요"


운수가 칭찬하는 말에 창피해진 시즈코는, 창피함을 얼버무리기 위해 볼을 가볍게 긁었다. 그 반응이 풋풋하다고 느낀 운수는, 상냥한 미소를 떠올렸다.


"아쉽지만, 벗과 약속이 있기에,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 네. 조심해서 가시길"


삿갓의 끈을 다시 조인 후, 운수는 시즈코에게 깊게 머리를 숙였다. 그를 따라 시즈코도 머리를 숙였다. 머리를 든 운수는 마지막으로 작게 미소를 떠올린 후, 시즈코들로부터 떠나갔다.


"특이한 사람이었네"


"어…… 그러네"


운수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시즈콘느 말에 타면서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케이지로부터 어영부영한 대답이 돌아온 것을 미심쩍게 여긴 시즈코는 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케이지는 평소 보지 못한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시선을 깨닫자, 평소의 거북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잠깐 옛날 생각이 났어. 자, 떨떠름한 얘기는 끝. 얼른 돌아가자고"


"어, 아, 응. 그러네, 얼른 돌아갈까"


말하자마자 시즈코는 말고삐를 조정해서 귀로에 올랐다. 그녀의 뒤에 케이지와 사이조는 나란히 서더니, 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대화했다.


"(몇 명 있었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은 되겠지)"


"(아무 일도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빈틈없이 사람이 배치되어 있다니, 저 중은 어딘가의 높은 양반인가)"


그 말과 동시에 케이지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는 깨닫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운수의 주위에 호위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기척을 느꼈고, 게다가 전원이 임전태세에 있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모르지만 주의해둘 필요는 있지. 간자를 보낼까?)"


"(소용없어. 금방 미행을 들켜서 처리될 게 뻔해. 이번에는 이대로 물러나자)"


결론이 나온 두 사람은 운수를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넣고 평소대로의 표정을 지었다. 시즈코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시키지 않기 위한, 그들 나름의 배려였다.

케이지는 품 속에서 담뱃대(煙管)를 꺼내서 불을 붙인 후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죽음을 각오하다니, 사이조는 꽤나 시즛치에게 반해 있는 모양이군. 훗, 물론 나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반은 흥미였다. 아무리 노부나가의 명령이라고 해도, 여자의 호위대(馬廻衆)가 되라니 바보 취급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에 케이지는 강한 흥미를 가졌다.

그걸 이해한 상황에서 일부러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호위대를 내린 이유를. 그 대답은 바로 나왔다.


시즈코는 다음 행동의 예상이 되지 않아, 어딘가 눈을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잘 차려입고 노부나가와 회담하나 싶더니, 다음 날에는 작업복 차림새로 흙을 파헤치고 있다. 노부나가에 종속되어 있나 했더니, 정면에서 반론할 때가 있다.

내버려두면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없어,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게 시즈코에 대한 케이지의 인물 평가였다.

그리고, 이 생각은 자신만에 그치지 않고, 사이조나 나가요시, 그리고 병사들도 똑같을 거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기근(飢饉)을 없애기 위해 천하를 손에 넣는다. 오다 나으리와는 다른 천하를 부르짖은 시즛치의 꿈――― 좋은 걸, 크고 깊고, 그러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꿈이야)


담배연기를 뿜어낸 후, 케이지는 시즈코의 등을 보았다. 사람은 우두머리의 꿈의 깊이로 그를 따를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 꿈이 깊고 클수록, 아랫사람은 우두머리가 몇 번 패하더라도 일어서고, 한 번 싸움에 나서면 목숨을 버린 무인이 된다.

그 점을 생각하면 시즈코의 꿈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그리고 바다보다 넓다고 케이지는 생각했다.


"(이 나라를 통일하는 것은 과정. 진짜 천하통일은 누구나 밥을 먹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최후의 적은 하늘 그 자체…… 지나치게 무모한 얘기군. 하지만 그게 좋다. 그 정도로 큰 꿈이니까 좋은 거다!) 시즛치, 오늘 저녁은 뭐지?"


뜨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케이지는 미소를 띄우고 저녁식사에 대해 시즈코에게 물었다.

질문을 받은 시즈코는 이마에 손을 대고 메뉴를 생각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말이 없던 사이조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저번에, 미츠오 님이 만드신 볶음밥과 스프, 그건 맛있었습니다"


"어이어이 사이조, 슬그머니 요구를 하지 말라고. 그렇다면, 나는 오야코동(親子丼)이라는 게 좋겠어"


"말하는 건 자유지만, 실제로 요리하는 건 아야(彩) 짱인 걸 잊지 말아줘"


두 사람의 요구에 시즈코는 어이가 없어져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정말로 싫어한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저녁식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저녁식사 후의 술은 얼마나 마시고 싶어?"


케이지와 사이조는 얼굴을 마주보고 끄덕인 후, 상쾌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1홉(1.8리터)"


"안 돼. 4합(合, 720ml)로 참아"


허가가 떨어지지 않자 두 사람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시즈코는 생긋 웃은 후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일을 도와준다면, 한 사람당 7합(1.2리터)까지 허가를 내줄 수도 있지요. 그럼, 두 분의 대답은?"


시즈코의 제안을 두 사람은 즉각 수락했다.




7월 21일.

예전에 키나이(畿内)를 지배한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은 아와(阿波) 국 이와쿠라 성(岩倉城) 성주(城主) 미요시 야스나가(三好康長)나 미요시 씨의 가신인 아와 국 우에자쿠라 성(上桜城) 성주 시노하라 나가후사(篠原長房) 등의 협력을 얻어 아와 국에서 이즈미(和泉) 국으로 바다를 건넜다.

7월 27일에 상륙하자, 그들은 즉시 진격하여 셋츠(摂津) 국 나카지마(中島)의 텐마가모리(天満森)에 포진했다..

맹주 자리에 관령(管領, ※역주: 쇼군을 보좌하여 정무를 총괄하던 벼슬) 가문의 적류(嫡流)인 호소카와 아키모토(細川昭元)를 앉힌 미요시 3인방 군의 병력은 약 1만 3천이었다.

군세 속에는 훗날 혼간지(本願寺)를 도와 노부나가를 괴롭히는 키이(紀伊) 국의 사이카슈(雑賀衆)를 이끄는 사이카 마고이치(雑賀孫一, 스즈키 시게히데(鈴木重秀)), 북 이세(北伊勢)의 나가시마(長島)에 망명중인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 등이 있었다.


8월에 들어서도 미요시 3인방은 진군을 계속하여 옛 영토를 회복했다. 이어서, 쿄(京)로의 침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하여 셋츠 국 이타미(伊丹) 성의 성주, 이타미 치카오키(伊丹親興)를 공격했다.

게다가 이시야마(石山) 혼간지에 가까운 노다(野田)와 후쿠시마(福島)에 성채를 구축하자, 아와지(淡路) 국에서 미요시 일족인 아타기 노부야스(安宅信康)가 달려와서 아마가사키(尼崎)에 진을 쳤다.

셋츠 국 이케다 성(池田城)에서는 성주인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가, 미요시 3인방의 책략에 말려든 가신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와 일족인 이케다 토모마사(池田知正, 이케다 카츠마사의 적자)에 의해 이케다 성에서 추방당했다.

이케다 카츠마사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여 이케다 가문의 일족이 되어 있던 아라키 무라시게는, 이 혼란을 틈타 이케다 가문을 장악한다.


이 사태를 무겁게 본 쇼군(将軍) 요시아키(義昭)는 노부나가에게 연락하고, 키나이의 슈고(守護) 들에게 미요시 3인방의 토벌명령을 내렸다.

요시아키의 명령에 카와치(河内) 슈고인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와 카와치 하반국(下半国)의 슈고 하타케야마 아키타카(畠山昭高)는 응하여, 카와치 국 후루하시 성(古橋城)에서 미요시 3인방의 침공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진군을 멈추지 못하고 후루하시 성은 함락되었다.


야마토 국(大和国) 슈고인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도 야마토와 카와치의 국경에 있는 시기 산성(信貴山城)으로 옮겨, 이 성을 거점으로 미요시 3인방을 맞아싸울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후방에 있는 츠츠이(筒井)나 하시오(箸尾) 등의 영주들이 준동(蠢動, 힘없는 자들이 소란을 일으키는 것)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미요시 3인방을 공격하러 나갈 수 없었다.


노부나가는 미요시 3인방의 진군에 격노하여, 소모된 병사들을 보충하고, 8월 20일에 기후(岐阜)를 출발하여, 23일에 쿄의 숙소인 혼노지(本能寺)에 들어갔다.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후, 25일에 진군을 재개하여, 26일에 노다, 후쿠시마에서 5km 정도 남쪽으로 떨어진 텐노지(天王寺)에 본진을 두었다.

노부나가는 선두 부대를 텐마(天満), 카와구치(川口), 와타나베(渡辺), 칸자키(神崎), 난바(難波) 등 곳곳에 배치하여 노다, 후쿠시마의 성채에 틀어박힌 미요시 3인방을 멀리서 포위했다.

현대의 오사카(大阪)에는 그 흔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전국시대의 노다, 후쿠시마는 하천에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였다.


열세였던 키나이의 슈고들은 오다 군 4만의 도착에 활기가 솟아났고, 반대로 미요시 3인방은 병력을 내지 않고 농성전 태세를 취했다.

아네가와(姉川) 전투에서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노부나가는, 힘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는 작전을 취했다.

또, 노부나가는 8월 30일에 요시아키의 출진(出馬)을 강하게 요구하였고, 요시아키는 이에 응해 출진하여, 8월 3일에 셋츠 나카지마에 있는 호소카와 후지카타(細川藤賢)의 거성으로 들어갔다.


노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노부나가와 미요시 3인방의 전투여말로, 일본 역사상 최초의 철포(鉄砲)끼리의 전투라고 하며, 쌍방 모두 격렬한 철포 공격의 응수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노부나가로부터 명령을 받은 아시미츠와 궁기병대 40명, 그리고 호위역할의 병사 백 명이 각 진지를 이동하고 있었다.


"이곳인가"


미요시 3인방과 서로 화승총을 쏘아대고 있는 장소 중 하나에 아시미츠와 궁기병대 20명, 호위역할의 병사 50명이 도착했다.

미리 이야기를 들었던 병사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요시 병사들은 저쪽에 있습니다!"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쌍안경으로 관찰하니, 그의 말대로 미요시 병사들이 천연의 벽이나 자신들이 만든 벽을 차폐물로 삼아 화승총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병은 스탭 슬링(staff sling) 준비를 해라"


그 말과 함께 보병들이 스탭 슬링에 벽돌을 장전하고, 궁기병대가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미요시 병사들이 화승총을 쏘기 위해 얼굴을 내민 순간, 궁기병대가 화살을 쏘았다. 그 숫자는 21대, 그리고 적병에게 명중한 숫자는 19대, 그야말로 9할 이상의 명중률이었다.

상대방이 동요한 것을 확인한 보병들이, 스탭 슬링을 휘둘러 벽돌을 투척했다.

벽돌은 그냥 햇빛에 말리기만 한 것이지만, 그래도 폭과 길이가 10cm, 두께 5cm의 벽돌은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가 된다.

예상대로, 병사들 중 몇 명이 머리를 직격당해 땅바닥에 쓰러졌다.


"좋아, 충분하겠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그렇게 말하고 아시미츠들은 지금의 현장을 이탈하여, 또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화승총을 쓴느 병사들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아시미츠들의 임무였다.

이번의 임무에 연사능력은 필요없었기에, 아시미츠들은 컴파운드 보우의 위력을 증가시켰다.

그 덕분에 사정거리가 늘어났다. 화승총의 살상거리는 200m 정도 되지만, 갑추를 관통하는 거리는 50m 정도이다. 100m는 충분히 상대를 살상할 수 있는 거리이다.

따라서, 화살을 쏘면 즉시 후방으로 물러나서 화승총의 사정거리 밖으로 이동, 그 동안 스탭 슬링을 장비한 보병이 벽돌을 투척하는 작전이었다.


캡사이신 폭탄을 쓰면 간단히 전멸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캡사이신 폭탄의 대상은 사이카(雑賀) 텟포슈(鉄砲衆)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카 텟포슈는 독자적인 전법으로 화승총의 연사를 가능하게 했지. 즉, 다른 텟포슈보다 뭉쳐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사이카 텟포슈는, 캡사이신 폭탄가 높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아시미츠는 사이카 텟포슈를 우선적으로 처치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철포끼리의 사격전에서 오다 군이 열세인 장소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오다 군이 대단히 고전하고 있는 장소를 아시미츠는 몇 군데 발견했다.


"이곳인가. 너희들, 작전대로 시작한다"


사이카 텟포슈를 상대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아시미츠는 컴파운드 보우의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노다, 후쿠시마에서 오다 군과 미요시 3인방이 전투를 벌이고 있던 무렵, 시즈코를 필두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와 병사들 7500명은 오와리에 있었다.

노부나가로부터 종군 명령이 왔지만, 시즈코는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물론 종군할 수 없는 이유를 확실히 설명하여 노부나가에게 어째서 종군할 수 없는지를 전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지(死地)로 간다는 걸 전해야겠네"


시즈코는 전군을 정렬시킨 후, 급조된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단상 위에서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연상인 사람, 연하인 사람, 앞길 창창한 젊은이, 처자가 있는 사람, 예전에는 자신보다 신분이 높았던 사람, 단지 먹고살기 위해 따르는 사람, 그리고 이런 자신을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동경해주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군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지금부터 죽으러 가라고 선언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 싸움에 이기지 못하면 모두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운명의 톱니바퀴를 파괴하려면, 도망치는 것을 생각하는 것 따위 용납되지 않았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우사 산성(宇佐山城)으로 간다"


시즈코의 말에 병사들이 술렁거렸다.

우사 산성은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와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의 남진에 대비하고, 또 비와 호수(琵琶湖)와 북국가도(北国街道)를 제압하기 위해 노부나가가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에게 명하여 오우미(近江) 시가 군(滋賀郡)에 건설한 성이다.

지금, 노부나가가 싸우고 있는 장소는 셋츠 국, 이동할 장소로서는 너무 멀었다.


"다양한 정보를 취합한 결과, 아자이, 아사쿠라가 좋지 않는 것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들은 오다 본군이 협공받지 않도록 후위 부대가 되어, 우사 산성에서 놈들의 남진을 막는 인간 방패가 된다"


병사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즈코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지금의 우사 산성에는,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을 맞아싸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우사 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놈들은 당당하게 쿄를 지배하에 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셋츠 국에 남겨진 영주님께서는 퇴로를 잃고 이윽고 쓰러지시게 된다. 즉, 우사 산성은 적군을 저지할 수 있는 최후의 성이다"


"……"


"오다 가문이 멸망하면, 많은 사람들은 학살당한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든 것을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한다. 그것을 막으려면 우리들이 피를 흘리며 목숨을 걸고 적의 남진을 저지할 수밖에 없다. 한번 더 말하겠다. 우사 산성에서 적군을 저지하지 못하면 이 나라는 멸망한다"


고요함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한 명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똑바로 시즈코를 본 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모두에게 묻겠다. 우리들의 생활은, 선조들이 피와 목숨을 바친 댓가로 성립되어 있다. 만약…… 만약 당신들의 마음 속에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줬으면 한다"


지금처럼 침묵이 무겁고 괴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첫 마디 말부터 병사들은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말없이 자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군"


묵직한 침묵 속에, 한 명의 아시가루(足軽)가 앞으로 나었다. 그의 이름은 겐로(玄朗, ※역주: 원문에는 독음이 없음)라고 한다. 시즈코를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주군'으로서 모시는 곧 초로(初老)가 될 사람이었다. 그는 몇 발자국 앞으로 나오더니 쾌활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려운 말씀을 하시다니, 주군답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는 그냥 저희들에게 '가서 죽어라'고 명령하시면 됩니다"


"겐로…… 할아버지"


"여전히 눈을 뗄 수 없고, 내버려둘 수 없는 분이시군요, 주군께서는. 싸우는 의의가 뭐라던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겁니다. 상황은 단순합니다., 자, 저희들에게 명령해 주십시오. 사지(死地)로 간다, 고"


겐로의 말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아진 시즈코는 얼른 손을 눈가에 댔다. 지금부터 우사 산성으로 가면, 많은 피가 흐르고, 무수한 목숨이 사라질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한 일은 모두 영주님을 위해…… 하지만, 우사 산성은 나를 위한 거야. 나는 명장(名将) 같은 눈부신 매력도 없고, 단지 흙을 갈던 꼬마 계집애야. 이런 날 위해서 목숨을 버려도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마음 속으로 부르짖으면서도, 시즈코는 눈가에서 손을 떼고 힘있게 주먹을 쥐었다. 두 어깨는 지금이라도 당장 깔려죽을 듯 무거웠다. 하지만, 시즈코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힘차게 치켜올렸다.


"명령을 내리겠다(御下知有り)"


망설이고, 고민하고, 괴로워한 끝에 내놓은 대답이, 그녀가 가야 할 길이라고 시즈코는 확신했다.

따라서, 지금의 그녀에게 망설임은 일체 없었고, 옆의 잔디는 전혀 푸르게 보이지 않았다.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현대로 돌아간다던가, 그런 건 이제 생각하지 않겠어. 나는 이 시대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겠어) 우리들은 우사 산성으로 간다. 하지만 명심하라. 우사 산성에서 전투가 일어나더라도, 우리들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일은 없다"


"――!"


"하지만! 우리들의 피와 목숨이 이 나라의 내일을, 평화로 인도하는 것이다! 다들, 얼굴을 들어라! 무기를 손에 들어라! 우리들의 긍지와 각오를 적에게 보여주자!"


순간, 병사들이 하늘높이 주먹을 치켜들며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열기를 느낀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는 무의식중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멀리에서 시즈코를 지켜보고 있던 토비카토(鳶加藤)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열기…… 나잇값도 못하고 전투에 대한 흥분이 치밀어오르는군)


아시미츠가 열을 올리는 모습이 신경쓰여 슬며시 시즈코를 지켜보고 있던 그는 겨우 이해했다. 그녀는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인물이다.

무의식중의 그녀의 언동을 눈으로 쫓고 있는 것을 깨달은 토비카토는, 작게 미소를 떠올렸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당신의 동향을 지켜보겠습니다, 시즈코 님)




노다, 후쿠시마에 있는 오다 군의 면면은, 시즈코 부대의 위치를 알 수 없는 것에 약간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안심해라. 녀석들은 지금,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고, 노부나가는 어디까지나 심플하게 '임무중'이라고만 대답했다.

단순한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가신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하여, 오다 가문 가신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목의 대상인 시즈코의 본군은, 사카모토(坂本) 수비대이자 우사 산성의 성주인 모리 요시나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성 안에 있는 것은 시즈코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와 약간의 병사들 뿐으로, 남은 병사들은 우사 산에 부비 트랩(Booby Trap)을 설치하고 있었다.

부비 트랩을 설치하는 이유는, 시즈코들이 우사 산에 도착했을 때 엔랴쿠지(延暦寺)의 승병(僧兵) 집단에게 공격받았기 때문이다.


간신히 쫓아내는 데 성공하고 무사히 우사 산성에 들어갈 수 있었던 시즈코들은, 거기서 모리 요시나리들이 엔랴쿠지의 승병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승병의 존재 자체가 심리적 부담이 될 거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거꾸로 승병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단을 강구했다.


그 수단이란, 정신적인 면에 주는 위력이 높은 부비 트랩을 설치하는 것이다.

부비 트랩은 지리적인 잇점을 살리거나, 심리적인 맹점을 찌르거나 하는 게릴라 전술의 하나이다.

사카모토 수비대는 시즈코의 군을 합쳐도 1만 정도, 그에 반해 연합군은 3만으로 몇 배나 차이가 난다.

지금부터 오게 될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연합군을 상대로, 시즈코는 부비 트랩을 이용하여 승병들의 정보 전달 속도를 늦추고 심리적으로 제압하는 작전에 나섰다.


병사에게 부상을 입히는 함정이라는 목적 때문에 사카모토 수비대의 면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비 트랩이었으나, 반대로 현자에서 트랩을 설치하고 있는 병사들은 진절머리날 정도로 이해했다.

24시간, 함정의 공포에 떠는 승병들 중 몇 명인가가 정신적으로 피폐하여, 무릎을 끌어안고 떨고 있는 모습을 본 이후로, 설치하고 있는 병사들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시즈코가 엔랴쿠지의 승병에 대응하고 있는 동안, 드디어 역사적인 대사건이 일어났다.

9월 12일 밤중, 이시야마 혼간지의 법주(法主), 켄뇨(顕如)가 거병하여 노다, 후쿠시마의 전투에 참전했다.

물론, 오다 군이 아니라 미요시 3인방 측에 붙었다. 이 날부터 노부나가와 켄뇨의 오랜 싸움이 되는 '이시야마 전투(石山合戦)'가 시작되었다.


막부(幕府, 오다) 세력과 미요시 3인방 세력의 항쟁에, 지금까지 중립적인 자세를 고수하던 이시야마 혼간지가 거병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노부나가가 엔랴쿠지의 산문령(山門領)을 빼앗은 것 때문에, 언젠가 자신들의 영토도 빼앗기는 게 아닐까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다음으로 쿄뇨(教如)나 쇼이(証意) 등, 노부나가를 불적(仏敵)으로서 정벌해야 한다는 강권파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노부나가의 포진이 이시야마 혼간지를 둘러싸는 형태라서, 미요시 3인방의 다음은 자신들이 표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꼈다.

노부나가의 그때까지의 경위를 보아도, 다음 목표는 자신들일 거라 생각한 켄뇨는, 드디어 궐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시즈코의 뒷공작이 효과를 발휘하여, 켄뇨가 거병을 생각한 것은 9월에 들어선 이후였고, 그리고 거병은 최종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궐기에 대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이고, 이시야마 혼간지가 일어섰다고 하면 키나이의 다양한 세력들이 노부나가 토벌을 위해 일어서게 된다.

그것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해한 노부나가는, 아까까지 앉아있던 걸상(床机)을 걷어차며 외쳤다.


"철수한다!"




본래 10일에는 노부나가에게 혼간지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노부나가는 본진을 텐마가모리에서 노다, 후쿠시마로부터 10정(町) 정도 북쪽에 해당하는 에비에(海老江)로 옮겼다.

텐마가모리는 이시야마 혼간지와 노다, 후쿠시마의 중간지점에 있으며, 좌우로 끼어 있다는 입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비에도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좌우로 끼어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쇼군인 요시아키가 죽으면 자신의 입장도 위험하다. 그 점을 이해한 노부나가는 노다, 후쿠시마의 전투에서 전개할 병사들을 물리고 요시아키를 수행(供奉)하여 나카지마로 나가기로 했다.

이번의 연락은 확실성을 필요로 했기에, 노부나가는 연략견을 여러 마리 풀었다. 애초에 개를 연락용으로 쓴다는 발상이 혼간지 세력에는 없었기에, 연락견은 노림받지 않고 목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화급한 사태라는 것을 이해한 각 진의 무장들은 즉시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13일에는 벌써 이시야마 혼간지 세력이 오다 세력에게 철포를 발포하여 교전상태에 들어갔다.

오전에는 우세했던 오다 세력도, 오후에는 수세에 몰렸다.

다음 날 14일에 혼간지 세력은 이시야마를 나와 텐마가모리까지 다가왔다. 대응하기 위해 노부나가도 병사를 내어, 요도가와(淀川) 제방(堤)에서 양 군이 격돌했다.

오다 군의 1번 타자는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였으나 부상을 입었기에 물러나고, 그 대신 2번 타자로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제방길의 한가운데(中筋, ※역주: 이게 고유 지명인지 아니면 단순히 한가운데라는 말인지 불분명함)를 전진하여, 거기서 좌우에서 적군이 쇄도했기에 난전이 되었다.

이 날도 오전에는 우세였지만 오후에는 방어전이 되기 시작하여 노무라(野村) 엣츄노카미(越中守)가 전사하고, 마지막에 미요시 3인방의 군이 끊은 요도가와 제방에서 노부나가의 진은 침수되는 등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사태는 더욱 나쁜 방향으로 발전한다.

미요시 3인방에게 강화를 타진하지만 완전히 거부당하고, 그들의 원군으로서 네고로슈(根来衆), 사이카슈(雑賀衆), 유카와슈(湯川衆), 키노쿠니오쿠고호리슈(紀伊国奥郡衆), 도합 약 2만의 전력이 지원하러 왔다.

그들은 스미요시(住吉)나 텐노지(天王寺)에 진을 치고 오다 세력에게 철포 3천 자루를 쏘아붙였다.

노다, 후쿠시마 전투가 일본 역사상 최초의 철포끼리의 전투라면, 이 때의 전투는 철포가 전면으로 나온 최초의 전투이다.


이 열세에서도 아시미츠가 지휘하는 궁기병대는 활약했다.

그들은 비열하다느니 정정당당이라느니 하는 적들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철저히 화살로 살상한 후 거짓으로 철수하는 작전을 취했다.

지금까지 철포대를 사살하던 아시미츠였으나, 이 때부터 부상병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들의 화살촉에는 인간에게 위험한 잡균이나 곰팡이가 잔뜩 묻어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보통의 화살촉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화살이 박혀도 바로 죽지는 않는다. 단지 감염증으로 죽을 뿐이다.

그 감염증이 만연하게 되면, 오다 군에게도 약간이나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도적으로 화살의 숫자가 부족했다. 거기에 번거롭게도 동생인 요시아키나 그 가신들이 있었기에, 얼굴을 감추고 있어 시야가 나빴다.

평소에는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는 그임에도 화살이 은근히 빗나가기 일쑤였다.


(어서 시즈코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초조해진 아시미츠였으나 사태는 생각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13일부터 이어지는 이시야마 혼간지와의 전투는 비기거나 패배가 계속되고 있었다.

형세가 불리함을 느낀 노부나가는 16일에 일시 휴전하고 이시야마 혼간지와의 강화 교섭에 들어갔다.


하지만, 하늘은 노부나가를 버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17일에는 노부나가의 진영에 최악의 정보가 들어왔다.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연합군 3만이 오우미를 남하하여 사카모토로 몰려들고 있다, 는 정보가.




9월 13일, 우사 산성에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이 남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노부 성(野府城)을 맡고 있는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하루도 가세하여, 사카모토 수비대의 병력은 1만으로 늘어났다.


"다들, 상황이 지금 이러하다. 쓸데없는 개인적인 사정은 버려라. 그럼 시즈코 님, 그대의 군은 7500,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소. 나는 이 작전회의에 그대가 참가하는 것을 인정하겠소"


사카모토 수비대는 작전회의를 열었는데, 모리 요시나리는 거기에 시즈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를 참가시켰다.

세 명은 그렇다치고 시즈코의 참가에 다른 가신들은 반대 의견을 늘어놓았으나, 모리 요시나리는 일축했다.


"하하하…… 여러분이 꺼려하시는 것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허나, 지금은 오다 가문의 위기, 아직 젊은 나이이기는 하나 작전 회의에 참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시즈코는 우사 산성 주변의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간소하고 큼직한 사이즈였다.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입지를 간단히 알 수 있도록 그려져 있었다.


"이쪽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우선 미요시 3인방의 셋츠 국 침공은, 영주님을 셋츠 국에 못박힌 상태로 만들기 위한 양동입니다. 하지만, 미요시 3인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언가 거대한 세력이 움직일 것이다, 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엔랴쿠지의 승병들의 공격을 받게 되어, 간신히 누가 움직였는지 확신했습니다"


"혼간지 세력 말입니까"


예감은 했지만,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자이, 아사쿠라와 엔랴쿠지는 결탁하여 연합군으로서 오우미 국을 남하해왔습니다. 추측입니다만, 혼간지의 잇코슈(一向衆)도 섞여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 숫자는 3만에서 4만으로 보면 되겠지요"


"3만! 우리들은 1만 밖에 안 되는데……"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들에게 동요가 흘렀다. 지금 상태로는 연합군에게 숫자로 짓밟힐 것은 뻔히 보였다.


"……치고 나갈 수밖에 없다"


"기다려 주십시오. 치고 나가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숫자가 열세일 때 유효한 전법이 있습니다"


"야습(朝駆け夜討ち) 말입니까"


모리 요시나리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검지손가락만을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유격전(게릴라)입니다"


게릴라란 소규모의 비정규 부대를 운용하여, 미리 공격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기습이나 매복, 후방 지원의 파괴 등의 교란행위나 공격을 하는 전법이다.

고대부터 게릴라 전술은 존재했지만, 게릴라라는 말이 태어난 것은 1808년에 스페인 독립전쟁에서 스페인 군이나 민중이, 나폴레옹 군에 대해 행한 작전을 '작은 전쟁(※역주: Guerra (전쟁) + -illa(작은))'이라고 스페인어로 부른 것이 어원이다.

우세한 적에 대해, 소모전이나 신경전을 강요하여 정신적인 면으로 데미지를 주거나 할 수 있다. 반면, 게릴라전만으로는 결정적인 군사적 손해를 주는 것은 어렵다.


"다행히, 제 군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천 명 정도 동원하면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건 좋지만,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오?"


야습도 게릴라 전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예의바른 전투'였다.

반면, 지금부터 시즈코가 하려는 것은 '악독한 짓(外道)'이라고 할 수 있는 전술이다. 과연 그들이 납득할까 하고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으―음. 내용을 말씀드려도 되지만…… 그다지 기분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한 마디로 말하면 '악독한' 행위를 하는 것이니까요"


"상관없소. 이것저것 따질 여유는 우리들에게 없소. 영주님께서도 말씀하셨지. 아무리 예의바르게 패배해도, 패배하면 모든 것이 악행으로 화한다. 자신의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길 수밖에 없다, 고. 그러니, 나는 어떤 수단이라도 쓸 각오가 되어 있소"


각오를 굳힌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순순히 납득할 수는 없었는지 약간 망설이는 모습이 보였다.


"알겠습니다. 예를 들자면, 끓는 기름을 퍼붓는다던가, 적진에 대한 방화, 적 세력의 식량에 오수(汚水)를 끼얹는 등의 식량 오염 등입니다. 그 밖에도 있습니다만,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겠지요. 여러분,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시니"


시즈코의 말대로, 모리 요시나리 가신들 중 몇 명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그들은, 게릴라 전술의 무서움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들은 존재하지 않는 군, 아자이, 아사쿠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른 척 하시면 문제없습니다"


"……조심하시오"


모리 요시나리의 말은 GO 사인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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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7 1570년 6월 하순



6월 27일.

요코야마(横山) 성을 공격중인 노부나가는, 이날 밤에 오오요리(大依) 산에 화톳불이 꿈틀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어둡고 먼 장소이기에 육안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웠으나, 필드 스코프가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급조된 감시 망루에서 화톳불이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자, 노부나가는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내일 새벽에 놈들은 온다. 빠르게 포진하라"


그 대호령을 받은 오다(織田) 군의 면면에 긴장이 스쳤다. 전국시대, 대군이 전개할 수 있는 땅에서의 전투는 드물다. 대부분 군을 몇 군데로 나누어서, 각각 공격하는 것이 주류였다.

하지만 아네가와(姉川) 근처(畔)에는 1만의 군이 전개할 수 있는 넓이가 있다. 게다가 아네가와에는 오카야마(岡山, 이에야스(家康)가 승리한 것에 유래하여 이후 '카츠야마(勝山)'라고 불리게 되었다)가 있어, 오다 군과 도쿠가와(徳川) 군은 분단된 상태였다.

필연적으로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과 아자이(浅井), 아사쿠라(朝倉) 연합군이 아니라, 오다와 아자이, 도쿠가와와 아사쿠라의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요코야마 성을 방어하는 아자이 가문 가신인 카미사카(上坂, ※역주: 카미사카인지 우에사카인지 모르겠음) 씨, 미타무라(三田村) 씨, 노무라(野村) 씨는 원군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들이 긴장을 풀기는 아직 일렀다.

노부나가는 요코야마 성을 포위하는 군을 아네가와로 이동시킨 것 뿐으로, 결코 포위망을 해제한 것이 아니다.

그는 군의 대부분을 아네가와에 포진시키면서도, 요코야마 성으로부터의 추격을 막기 위해 수천의 병사를 남겨놓았다.


6월 28일 미명(未明), 양 진영은 포진을 완료했다.

아네가와 강을 끼고 북쪽에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이 포진하고, 남쪽에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이 포진했다.

아자이 군은 노무라에 포진하고, 그에 반해 노부나가는 아자이 군의 반대쪽 기슭에 포진했다. 아사쿠라 군은 미타무라에 포진하고, 그에 반해 이에야스는 아사쿠라 군의 반대쪽 기슭에 포진했다.

아네가와 부근의 입지상 양 진영 모두 진형이 가로로 길게 되어, 뜻하지 않게 정면돌파의 힘이 중요한 형태가 되었다.

노부나가는 13단의 포진을 했으나, 이에야스는 어떤 작전을 위해 주력급의 무장을 후방으로 물렸다.


"모두들. 전날 말한 작전대로, 우리들은 당분간 그들…의 후방에 포진한다"


갑주 차림의 이에야스가 주요 가신들에게 말했다.

그들, 이란 말할 것도 없이 시즈코 부대 1천 5백명과 궁기병대 30명을 이끄는 아시미츠(足満)였다. 남은 병사들과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는 오다 군의 모리 요시나리(森可成)가 있는 제 5진에 있었다.


"하지만…… 괜찮을까요"


곁에 있던 가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의문을 입에 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선을 맡는 것은 무인의 영예이다. 그것을 오다 군에게 맡기는 것은 약간 불쾌하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1만, 그리고 아사쿠라 군도 1만의 병력이다. 단순한 충돌은 양쪽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지. 그걸 막기에는 딱 좋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예, 예에……"


"걱정할 필요없다. 작전의 편리함을 위해서이지만, 깃발은 도쿠가와의 것을 쓰고 있다"


"……"


"확실히 그대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지. 나는 이런 곳에서 그대들을 잃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것은 내 독선이겠느냐?"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주군의 마음, 저희들에게에는 아까운 것입니다"


"고맙다. 도저히 그들을 믿을 수 없다면, 그들을 믿은 나를 믿어다오"


이에야스의 말에 가신 일동은 감격했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 상태에서 이에야스가 어휘를 선택한 것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부나가에게서 속이 검은 너구리라는 말을 듣는 이에야스는, 가신들의 말에 미소로 대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는 뱃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즈코 님의 신임을 얻은 무장은, 대체 어떠한 싸움을 보여줄 것인가?

꼴사나운 패배는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2천 정도로 1만의 군을 무찌르는 작전은 조금 궁금하군)


이에야스는 아시미츠의 작전을 반 이상 듣지 못했지만, 싱긋 미소를 지으며 수락했다.

하지만 작전회의가 끝남과 동시에, 한조(半蔵)를 필두로 간자들을 아시미츠가 이끄는 시즈코 부대의 배후에 전개하여 아시미츠의 행동을 낱낱이 감시하도록 명령했다.

그런 한편 타다카츠(忠勝)나 사카키바라(榊原)를 후방으로 물리고 그들에게 다른 명령을 내렸다.


"작전대…로 돌격하라"


타다카츠들에게 전달한 내용을 이에야스는 아시미츠에게 전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전투가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승리할지 결론이 나와 있었다. 남은 것은 아시미츠를 포함한 전원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따라서 쓸데없는 정보를 아시미츠에게 전달할 필요는 없었고, 전달할 필요성도 이에야스는 느끼지 못했다.


찌르는 듯한 시선에 아시미츠는 혀를 찼다. 하지만 그는 등 뒤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제 곧 아사쿠라 군이 시야에 들어올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아시미츠의 눈은 곧장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스케(仁助), 시키치(四吉), 미리 선언해두지. 시즈코에게 신임을 얻은 너희들은, 내가 전권을 갖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겠지"


아시미츠의 물음에 니스케와 시키치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지적대로 시즈코 부대, 특히 궁기병대의 멤버는 시즈코에 대해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다.

출세 코스에서 볼 때, 시즈코 부대는 출세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들은 시즈코를 부대의 리더로서, 또 지휘관으로서 경애하고 있었다. 출세 코스보다도 궁기병대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것이 갑자기 튀어나온 남자에게 전권이 넘어갔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를 믿을 수 없다면 그걸로 좋다. 하지만, 나를 믿은 시즈코를 믿어주게"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도 없다. 시즈코 님께서 당신에게 전권을 맡겼을 때부터, 우리들은 당신의 명령에 따를 뿐"


"다만 기억해 두도록. 허튼 지휘를 했다간 용서없이 화살을 쏘겠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없다. 자, 시작할까"


니스케와 시키치의 협박을 가볍게 흘려버리고 아시미츠는 짓궃은 장난을 치는 표정을 지으며 선언했다.


"교육의 시간이다"




아사쿠라 군은 제 1진이 아사쿠라 카게토시(朝倉景紀) 부대의 병력 3천, 제 2진이 마에바 신파치로(前波新八郎)의 병력 3천, 제 3진이 아사쿠라군 대장인 아사쿠라 카게타케(景健)의 병력 4천, 합계 1만의 군이었다.

그에 대해 도쿠가와 군은 제 1진이 아시미츠 부대의 병력 1천 5백과 궁기병대 30, 제 2진이 사카이 타다츠구(酒井忠次) 부대의 병력 1천, 제 3진이 오가사와라 나가타다(小笠原長忠) 부대의 병력 1천, 제 4진이 이시카와 카즈마사(石川数正) 부대의 병력 1천, 제 5진이 이에야스가 있는 본대의 병력 2천, 오다 군 1530과 도쿠가와 군 5천…의 연합군이었다.


아사쿠라 군은 도쿠가와 군의 병력이 자신들보다 적은 것을 깨닫고 아네가와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단번에 도쿠가와 군에게 돌격할 생각임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의 아네가와는 강폭이 2백미터 정도 되지만, 전국시대에는 개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좁았다. 강폭은 넓어봤자 50미터가 고작이었다.

경계심 없이 강의 바로 앞까지 아사쿠라 군이 접근해준 것에 대해, 아시미츠는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전군은 들으라!"


병사들을 고무하기 위해 아시미츠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포효에 아사쿠라 카게토시 부대가 자신들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 땅을 붉게 물들여라! 아무 것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전투, 이…긴 것은 우리들이다! 전군, 돌격―!"


창을 아사쿠라 쪽으로 향하더니, 아시미츠와 궁기병대 30명이 뛰쳐나갔다. 하지만 뛰쳐나간 병사들은 그들 뿐으로, 등 뒤에 있는 1천 5백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아사쿠라 병사들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에 대해 아시미츠들의 등 뒤에 있는, 사카이 타다츠구 부대의 면면과 한조가 이끄는 간자들은 기묘한 것을 깨달았다. 아시미츠와 궁기병대는 활을 등 뒤로 감추고 있었다.

그 이유가 뭔지 몰랐던 한조였으나, 그 대답은 단순한 것이었다.


"――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멍청이들!"


갑자기 아시미츠와 궁기병대 전원이 말을 급정지시켰다. 그들은 창을 내던지더니, 등 뒤에 감추고 있던 컴파운드 보우를 꺼내어 쏘았다.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으나, 겨우 30대의 화살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으악!!"


"뭐, 뭐야!!"


아사쿠라 카게토시 부대가 순식간에 하얀 연기에 휩싸였다. 갑작스런 전개에 아사쿠라 병사들은 물론이고, 뒤에서 감시하고 있던 한조들도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아시미츠와 궁기병대는 그런 놀라움을 무시하고 두 발, 세 발 아사쿠라 군에게 화살을 쏘았다.


"제 2파를 실시하라!"


아시미츠의 말에 궁기병대는 신속하게 반응하여, 미리 준비해두었던 화살을 날렸다.

잘 보면 처음 것도, 제 2파의 화살에도 대롱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이번에도 연기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 화살은 높은 위치에서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두 발 정도 쏘았을 때 궁기병대가 좌우로 갈라지고 아시미츠만이 뒤로 물러났다. 갑작스런 연기로 혼란스러워한 아사쿠라 카게토시 부대였으나, 태세를 정비하고는 분노에 떨며 아시미츠들에게 돌격했다.

하지만 그들과 아시미츠들이 격돌하는 일은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아!!"


"아, 아아아아아악!! 아파아아아아!!"


갑자기 아사쿠라 병사들 중 일부가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돌격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과 다른 병사들이 충돌하며, 곳곳에서 도미노 전도(将棋倒し) 사고가 일어났다.

콘크리트나 계단이 아니더라도, 갑주를 몸에 두른 사람이 겹쳐 쓰러지면 그것만으로도 중대 사고가 된다.

거기에 수수께끼의 통증으로 미쳐날뛰는 병사들이 더해지만, 혼란에 더욱 박차가 가해진다.


"일제 발사!"


아시미츠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후방의 궁병 5백 명이, 아사쿠라 군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그들의 화살에는 대롱이 달려있지는 않았으나, 그 대신 화살촉에 어떤 것이 묻어 있었다.

그것은 잡균(雑菌)과 곰팡이였다. 체표면과 비교하여 피부 속 깊은 부분은 잡균이나 곰팡이에 약하다. 몸 속에 세균이 번식하면, 아네가와 전투에서는 살아남더라도 그 후에 감염증으로 사망한다.

잡균이나 곰팡이라는 개념 그 자체가 없는 전국시대, 독보다 잡균 쪽이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아시미츠는 화살촉을 잡균이나 곰팡이로 범벅하게 했다.

화살을 동물의 사체에 꽂아놓거나 오물을 발효시켜 화살에 묻히는 등, 화살촉에 잡균을 번식시키는 것은 간단하다.


"좌우에서 궁기병대가 원호사격을 한다! 너희들은 그냥 쏘기만 하면 된다!"


궁병의 전방에 1천의 병력으로 안행진(雁行陣)을 펼쳤다. 이번에도 아시미츠는 콘크리트로 보강한 대나무 다발을 방어에 이용했다.

콘크리트의 두께는 5cm는 되어, 화살이나 화승총의 공격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 반면, 무게 때문에 운반이 곤란해지지만, 아시미츠는 가까운 곳에서 콘크리트를 제조하여 운반 문제를 해결했다.


"아시미츠 님! 그것이 준비되었습니다!"


"좋아, 불을 붙여라!"


안행진을 펼치는 병사들로부터 1미터 정도 앞에, 위쪽으로 경사진 사각형의 상자들이 놓아졌다.

상자의 뒤로 연결되어 있는 한 가닥의 코드에, 몸을 숙인 병사가 횃불로 불을 붙였다.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하자, 병사는 몸을 숙인 채로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불을 뿜으며 일정한 속도로 타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상자에 연결되어 있는 코드는 도화선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도화선의 불이 상자 안으로 빨려들어간 순간, 고막을 찢는 소음과 함께 상자 앞쪽으로 불화살이 튀어나갔다.


"내가 준비한 장난감…… 의 위력, 그 몸으로 겪어 보거라"


하얀 연기를 뿜으며 날아가는 물건은, 현대에서 말하는 '해수(害獣) 대책용의 로켓 불꽃'이다.

로켓 불꽃의 구조는 심플하여, 겨우 4그램의 흑색화약으로 최대 50미터를 날아간다. 10에서 15그램을 쓰면 바람의 방향이나 날씨에 따라서는 300미터나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로켓 불꽃 자체를 모르는 아사쿠라 군에게 쏘아붙이면, 음향 효과나 폭렬로 패닉을 유발하는 것은 간단하다.


"연막은 순조롭군. 무풍(無風)에 가까우니 연기가 날아갈 걱정도 없지"


연막, 발연탄(発煙弾)이라고 하는 그것은 초산칼륨, 설탕, 왁스라는 실로 심플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WP 발연탄(백린 발연탄)만한 성능은 없지만, 초산칼륨과 설탕은 캔디 로켓으로 불릴 정도로 연기를 뿜어낸다.

혼합 방법에 따라 연기의 양은 원래의 체적의 6백 배나 되기도 하기 때문에, 로켓 관측의 비상적(飛翔跡, ※역주: 로켓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왁스를 추가하면 더욱 연기의 양이 증가하여, 시야의 차단에 발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점으로서는 밖에서 쓸 경우, 무풍 상태가 아니면 금방 연기가 흩어져버리는 점이다.


"뛰쳐나오는 병사는 없는가. 상상 이상으로 효과적이군, 캡사이신 폭탄"


캡사이신 폭탄이란 아시미츠와 궁기병대가 제 2파 공격때 쏘았던, 폭도 진압용의 최루폭탄이다.

고추(唐辛子)를 건조시킨 후, 잘게 분말 형태로 만든 것에 무수(無水) 에탄올을 넣어 섞는다.

어느 정도 섞였을 때 거름종이와 깔때기를 사용하여, 액체를 여과시켜 다른 용기로 옮긴다. 마지막으로 에탄올을 휘발시키고 남은 분말이, 다소 불순물이 섞인 캡사이신의 결정이다.

이 에탄올에 녹이는 행위와 여과를 반복하면, 순수한 캡사이신의 결정에 가까워지지만 메리트는 별로 없다.

인간을 수십분 행동 불능 상태로 빠뜨리는 것만이라면 1만에서 5만 스코빌(Scoville, ※역주: 매운 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 정도면 된다.

1만 스코빌 정도라면, 보통 고추에서도 충분히 추출 가능하다.


이 캡사이신 결정을 잘게 빻아서, 통에 넣어 안쪽으로부터 폭발시켜 주위에 산포하면 그것만으로도 병기다.

눈이나 코, 입의 점막에 달라붙으면 참기 힘든 고통을 느끼며, 기침과 눈물이 멎지 않게 된다. 게다가 캡사이신은 물에 잘 녹지 않고, 기름(지방)에 녹기 쉬운 지용성(脂溶性)이다.

따라서 물로는 씻어낼 수 없고, 거꾸로 손이나 얼굴의 기름에 녹는다. 그 상태에서 아픈 곳을 만지면 아픈 곳이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캡사이신의 고통은 아무리 단련된 인간이라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작은 입자이기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누구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피아 식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전 상태가 되면 아군에게도 대미지를 주기 때문에, 대단히 쓰기 어려운 무기이다.


그리고 캔디 로켓의 연막탄이나 캡사이신 폭탄, 로켓 불꽃을 현대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쏘면 경찰에 체포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덧붙여둔다.


궁병들이 화살을 날리는 소리, 궁기병대가 날리는 캡사이신 폭탄의 파열음, 로켓 불꽃의 발사음과 폭렬음, 아사쿠라 군의 비명, 오열, 통곡, 신음, 절규가 전장을 지배했다.


아사쿠라 군이 반전 공세에 나설 수 없는 것은 캡사이신 폭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밖에도 이유가 있었다.

심리학 용어에 정동전염(情動伝染)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그대로 품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고차원적인 뇌기능이라고 한다.


집단 속에 연막을 던져넣은 정도로는 아사쿠라 군도 패닉에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지간한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캡사이신 폭탄이나 로켓 불꽃을 쏘아넣게 되자 아사쿠라 군은 처음으로 "비정상적인 사태"를 깨닫는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 혼란은 순식간에 전염되어, 이윽고 집단 전체가 히스테리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도 심리적으로 문제이지만, 캡사이신 폭탄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간 문제가 발생한다.


혼란된 부대를 재편하는 데는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사쿠라 군이 철수를 결정하면, 전장에서 도망치는 자들과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 자들이 생긴다.

이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 자들의 집단이 히스테리 상태에 빠지면 피해가 확대된다.

전속력으로 도망쳐서 다른 사람과 충돌하거나,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해 칼이나 창을 휘둘러 아군을 살상하거나, 망상이나 환각에 사로잡혀 헛소리를 하여 주위를 혼란시키거나 한다.


연막탄도 캡사이신 폭탄도 로켓 불꽃도, 아사쿠라 군을 위험에서 제때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히스테리 상태와 마찬가지로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아사쿠라 군이 손을 댈 수 없는 히스테리 집단으로 화하면, 무리하게 다가갈 필요는 없고, 멀리서 화살을 계속 쏘아대면 알아서 자멸한다.

아사쿠라 군의 혼란을 보고, 누구나 승패는 결정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시미츠의 예민한 귀는, 약간이지만 이질적인 소리를 포착했다.

캡사이신 폭탄이나 연막, 로켓 불꽃, 집단 히스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누군가가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아시미츠는 컴파운드 보우를 꺼내어 상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바로 죽으면 편해질 수 있는 것을, 바보는 죽어도 낫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이구나"


아사쿠라 군 대장인 아사쿠라 카게타케는 이미 철수했을 것이라고 아시미츠는 예감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옳아서, 아사쿠라 카게타케는 혼란된 군을 재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철수했다.

다만 철수할 수 있었던 병사들은, 연막이나 캡사이신 폭탄의 영향 밖에 있던 아사쿠라 카게타케 부대의 병사 4천 뿐이었다. 아사쿠라 카게토시와 마에바 신파치로의 부대는, 이미 손을 댈 수 없는 집단 패닉 상태였다.

거기에 마에바 신파치로는 이 혼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운나쁘게 궁기병대가 쏜 화살에 맞고 전사했다.

아사쿠라 카게토시는 전사는 하지 않았으나, 약간의 인원만을 데리고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 군대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목숨만 건져 철수했다.


아사쿠라 군은 제 1진과 제 2진의 지휘관이 부재, 제 3진은 이미 철수했다는, 군으로서 거의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굳이 도쿠가와 군에게 돌격해올 인물을, 아시미츠는 세 명 정도 알고 있었다.


"괘씸한 수작에 당하여 어이없이 도망쳤다가는 이름이 더럽혀진다! 이 책략을 쓴 무장에게 한 칼 먹이고 말겠다!"


"……마가라(真柄) 쥬로자에몬(十郎左衛門) 나오타카(直隆)인가. 어리석은 인간이로다.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는데, 이제와서 네놈 한 명이 돌격해봤자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한숨을 쉬면서 아시미츠는 컴파운드 보우의 조준을 나오타카에게 맞추었다.

캡사이신의 통증으로 날뛰는 말을 제어하면서 전진하려고 하는 나오타카였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눈은 캡사이신에 당하여 아시미츠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했기에, 아시미츠는 가문의 명예나 체면 때문에 도망치지 못하고 이렇게 자포자기의 특공을 하는 나오타카를 약간 가엾게 생각했다.


"유감이다, 나오타카. 네가 조금 더 영리했다면, 내 장기말로서 써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아시미츠가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정확하게, 한 치도 빗나가지 않고 나오타카의 목을 꿰뚫었다. 경추가 파괴된 나오타카는, 타로타치(太郎太刀)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하늘을 올려다본 후, 입에서 피를 토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타로타치를 가져와라. 옆에 있는 아자이 군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가까이 있던 병사가 나오타카에게서 타로타치를 빼앗아 아시미츠에게 건넴과 동시에, 지금까지 아사쿠라 군에게 연막탄이나 캡사이신 폭탄을 쏘고 있던 궁기병대 30명이 돌아왔다.

몇 명인가 부상을 입었지만 죽음에 이르는 부상은 없어서 부대로서의 손해는 경미했다. 하지만 장시간 말에 타고 있던 것이 예상 이상으로 체력을 소모했는지, 전원 숨이 거칠었다.


"자, 지로타치(次郎太刀)다"


등에 메고 있던 지로타치를 니스케가 아시미츠에게 거칠게 던져주었다. 지로타치를 받아들고는 아시미츠는 대담한 미소를 띠웠다.


"타카모토(隆基)도 처치했나. 아주 좋군. 이걸로―"


아자이 군은 끝이다, 라고 아시미츠는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말을 그가 입에 올림과 동시에, 혼란에 빠진 아사쿠라 군의 측면에서 도쿠가와 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도쿠가와의 군기를 휘날리면서 급습하였고, 혼란에 빠진 아사쿠라 군을 두 토막으로 나누었다.

거기서 다시 전후의 아사쿠라 군에게 돌격했다. 군을 퇴각시킬 무장이 없어 아직도 혼란에 빠져 있던 아사쿠라 군은 반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다.


"칫, 당했다"


다급히 등 뒤를 확인한 아시미츠는, 도쿠가와 군이 묘하게 적은 것을 깨달았다. 얼핏 보니 3천이나 있으면 다행이었다.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에게 명하여 아네가와의 하류에서 우회시켜, 아사쿠라 군의 측면에서 기습공격을 시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아시미츠였으나, 이에야스는 상상 이상으로 속이 시커먼 너구리라는 것을 그는 이해했다.


"연막이 옅어지는 것과, 궁기병대가 일단 물러설 시간이 겹칠 거라고 생각하고, 전투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병력을 움직였던 건가"


사카이 타다츠구,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오오쿠보 타다요(大久保忠世), 오가사와라 나가타다 등 주력 무장이 기습 공격을 하고 있는 이상, 아사쿠라 군은 아시미츠의 분투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연기에 휩싸여있는 동안 도쿠가와 군에게 유린당했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자이나 주위의 영주들도 마찬가지다.

전과를 자랑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지만, 이렇게 보기좋게 전과를 빼앗기면 그건 그거대로 화가 났다.


"재주는 우리가, 돈은 도쿠가와, 라는 셈인가"


"어이쿠, 지원을 위해서 내보낸 부대가, 생각지 못한 오해를 낳아버린 건가요"


표표(飄々)한 태도의 이에야스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아시미츠의 말에 어깨를 움츠렸다.


"실례했습니다. 기계장치 무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여, 아사쿠라 군의 반격을 받지 않으려고 생각해서 병력을 움직였습니다"


그 말은 얼핏 옳게 들렸다. 수만 발이 있던 로켓 불꽃은 다 쏘았고, 게다가 연막탄이나 캡사이신 폭탄을 궁기병대는 전탄 다 쏜 상태였다.

아시미츠가 준비한 병기는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누가 봐도 승패는 결정되었으며, 남은 것은 보병을 남김없이 사냥할 시간이었다. 사실, 아시미츠는 장비를 재정비한 후, 궁기병대와 시즈코 부대와 함께 아네가와를 넘어서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킬 예정이었다.

따라서 장비를 재정비할 약간의 시간을 노리고, 이에야스가 아사쿠라 군을 추격했다고 아시미츠가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당신의 마음 속에서는 그런 것이겠지요"


"하핫, 이거 용서가 없으시군요. 확실히 좋은 부분만 빼먹었다고 생각되어도 반론은 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전투니까요. 좋을 때 좋은 수를 쓰는 게 당연하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자, 이제 승패는 결정되었습니다. 아시미츠 님도, 당신의 병사들도 피곤하겠지요. 괜찮으시다면 제 진에서 피로를 푸십시오. 필요하시면 제 진에 있는 자들을 쓰셔도 좋습니다"


이에야스의 말은 아시미츠들을 배려하는 듯 들렸으나, 본심은 이 이상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다.

유일하게 그것을 이해하고 있던 아시미츠는 마음 속으로 혀를 차고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띄우고 이에야스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럼 부상자나 피로가 극심한 자들부터 그쪽 진에서 휴식하도록 명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진에 있는 자들에게는 그렇게 전해두지요"


아시미츠의 말에 이에야스 또한, 생글거리는 미소를 띄우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도쿠가와 군과 아사쿠라 군의 전투는 도쿠가와 군의 압승이었으나, 한편 오다 군은 아자이 군에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아사쿠라 군은 아자이의 원군이며, 자신들의 땅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에 반해 아자이 군은 바로 지금, 오다 군에게 침략을 받고 있는 입장이다.

자신들의 성을 되찾는다, 라는 아자이 군의 각오가, 병력의 차에 의한 열세를 뒤집고 오다 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특히 아자이 군 선봉인 이소노(磯野) 부대가 맹공을 가해 오다 군의 제 1진이나 제 2진을 돌파하였고, 거기에 히데요시(秀吉) 부대나 시바타(柴田) 부대까지 무너뜨리고 모리 요시나리 부대까지 돌파하여 노부나가가 있는 본진에 접근할 기세였다.


"핫하―, 여기부터 만회하는 게 우리들이 할 일이지"


모리 요시나리 부대에 있는 케이지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외쳤지만, 상황은 완전히 아자이 측으로 기울었다.

그래도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여 적의 발을 묶는 나가요시 부대, 주위를 혼란시키는 트리키(tricky)한 움직임을 보이는 케이지 부대, 한 명씩 확실하게 처리해나가는 질실강건(質実剛健)한 사이조 대가 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수십명의 아자이 병사들이 모리 요시나리 부대의 방어망을 돌파하고 제 6진의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부대로 다가갔다.


"사쿠마 부대 나간다―"


사쿠마 부대의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과 아자이 병사들이 격돌했을 때, 제 5진와 제 6진 사이에서 보급을 마치고 도쿠가와의 진에서 달려온 시즈코 부대 1천 5백명이 끼어들었다.

순간적으로 새로운 적인가 하고 혼란스러워진 사쿠마였으나, 군기를 확인하자 곧장 상황을 이해했다. 시즈코 부대가 제 5진과 제 6진 사이에 끼어듦으로서, 이소노 부대의 병사들은 앞뒤로 협공받는 상태에 빠졌다.

퇴로를 차단당한 것에 의해 이소노 부대는 당황하여, 지금까지의 기세가 거짓말인듯 차례차례 쓰러져 갔다.


그리고 상황은 아자이 군에게 더욱 나쁘게 흘러갔다.

이소노 부대가 제 6진까지 도달한 것에 위기감을 느낀 요코야마 성 감시역(視役)인 우지이에 보쿠젠(氏家卜全), 안도 모리나리(安藤守就) 등은, 유격대를 결성하여 아자이 군의 좌익 쪽을 찔렀다.

거기에 타다카츠나 야스마사가 이끄는 도쿠가와 군 2천, 그리고 이나바 잇테츠(稲葉一鉄)의 병력 천 명이 아자이 군의 우익 쪽을 찔렀다.

세 군대에서 협공받게 되자, 퇴로가 끊기는 것을 두려워한 아자이 군은 이소노 부대와 마찬가지로 당황하여, 이윽고 전군이 붕괴되며 오다니(小谷) 성으로 패주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오전 6시에 개시되어, 아사쿠라 군이 괴멸하여 궤주(潰走)한 것이 오전 9시, 아자이 군이 궤주한 것이 오전 10시, 오전 11시까지 대세가 결정되었다.

이 전투를 노부나가와 히사마사(久政)는 노무라(野村) 전투, 아사쿠라는 미타무라(三田村) 전투, 이에야스는 아네가와 전투라고 각자 자신들이 있던 장소의 지명으로 불렀다.


아자이, 아사쿠라 쌍방 모두 다수의 무장들을 잃고 병사들의 소모도 컸으나, 그것은 오다 군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도쿠가와 군만 병사의 소모는 적었지만, 수비병 2천을 남겨놓은 오다니 성의 공략은 불가능했다.

다양한 상황을 감안하여 노부나가는 오다니 성의 공략을 단념하고, 요코야마 성을 공략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히데요시를 요코야마 성으로 들여보내 오다니 성을 억제하게 했다.

노부나가로서는 오다니 성의 공략까지 진행하고 싶었으나, 가신인 사카이 히사츠네(坂井尚恒, 향년 16세)가 전사하고 병사의 소모율이 높았기에 공략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요코야마 성을 수중에 넣은 의의는 컸다. 만족스러운 성과라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노부나가는 확신했다.


노부나가가 요코야마 성을 공략하고 있는 동안, 아시미츠는 병사들을 써서 전투에서 죽은 군마를 회수했다. 말은 말기름 외에 고기, 가죽, 털, 뼈 등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위가 많다.

특히 말가죽은 쇠가죽에 비해 섬유 밀도가 낮아서 튼튼함은 떨어지지만, 대단히 유연성이 있기에 의류 등에 이용된다.

손상이 심한 부위 이외의 가죽을 다 벗기고, 그 후에는 각 부위의 고기를 잘라내고, 병행하여 말기름을 채취하고 뼈에서 고기를 떼어냈다.

고기는 전부 소금이나 소금누룩(塩麹), 된장으로 절이고, 말기름은 정제하여 항아리에 넣었으며, 뼈는 본 차이나(bone china, ※역주: 영어의 china의 경우, c를 소문자로 쓰면 '도자기'라는 의미임)의 재료, 비료 등에 사용하기 위해 세척했다.


본 차이나는 자기(磁器)의 종류 중 하나로, 18세기에 영국 런던에서 발명되었다.

당시의 영국은 중국 자기에 많이 사용된 백색 점토의 입수가 어려웠다.

백색 점토의 대용품을 찾고 있던 영국은, 최종적으로 소의 뼛가루(인산칼슘)를 도자기 흙(陶土)에 섞어서 제작하는 것을 고안했다.

일반의 자기와 달리 특수한 유약(釉薬)을 사용하고, 2차 소성(焼成)을 저온에서 하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뼛가루를 사용하는 것으로 따뜻함이 있는 유백색(乳白色)의 바탕이 갖추어졌다.


일반적으로 본 차이나는 소의 뼛가루로 만들어진다.

말뼈는 소뼈만큼 인산칼슘이 풍부하지 않고, 산화철도 많기 때문에 백색으로 소성할 수 있을지는 수상하지만, 유백색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제조 자체는 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라, 잘하면 소뼈와는 다른 느낌의 자기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내가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어 소재가 많아서 나쁠 일은 없지)


아시미츠는 한 마디도 불만을 말하지 않고 묵묵히 말을 해체했다. 수많은 말들을 전부 해체하자, 그는 쓸모없는 내장이나 쓰레기를 몇 군대에 나누어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구덩이에 묻어두면 내장이나 쓰레기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들개나 곰에게 파헤쳐질 가능성은 있지만, 썩은 먹이를 멀리 운반하는 새들이 쪼아먹지 않는다면 문제없다.

질병의 만연을 막기 위해서도, 내장을 구덩이에 묻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걸로 됐다. 나머지는 상인들에게 고기를 팔아치울까"


오래 보존할 수 없는 고기만을 상인들에게 팔아넘기고, 남은 말의 털이나 말기름, 말 뼈를 오와리(尾張)로 운반하도록 조치했다.


(빨리 신사로 돌아가고 싶군. 이제 곧 적대하게 될 혼간지(本願寺)와의 대책을 세워야 해. 뭐…… 담배(煙草)에 건조대마(乾燥大麻)를 섞어서 혼간지에 퍼뜨리면, 약물 오염에 의한 내부 붕괴를 일으킬 수 있지만)


대마라고 하면 마(麻) 전반을 연상시키지만, 정확히는 마약 성분이 많은 인도 마 등을 가리킨다.

시즈코가 재배하고 있는 마는 일본에 자생하는 마였다. 일본의 마는 마약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성분이 0.1% 미만으로 다른 아종보다 낮다.

그에 반해 인도 마는 최저라도 1.8, 최고 20% 함유하고 있다. 인도나 자마이카에서는 간쟈(ガンジャ, 신의 풀)이라고 불리며, 2000년도 전부터 품종개량되어왔다.

여담이지만 대마의 꽃이나 약을 건조시킨 것을 건조대마(乾燥大麻, 마리화나), 대마의 수액을 건조시킨 것을 대마수지(大麻樹脂, 하시시), 건조대마나 수지를 알코올이나 기름에 녹인 가공품을 액체대마(液体大麻, 허니 오일)라고 한다.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일본의 마에서도 건조대마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시즈코처럼 산업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마 재배와, 기호용으로 이용하기 위한 마 재배는 방식이 달라서 양립시킬 수는 없다.

설비나 재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마밭을 보게 되면 어느 쪽을 목적으로 재배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봄에 뿌린다고 치고…… 여름에는 중독자가 되어, 가을에는 금단증상에 고통받고, 겨울에는 재배가 불가능하니 섭취할 수 없게[되어, 무기력해져서 아사하던가, 멋대로 세상을 한탄하면서 자살하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종이 궐련(紙巻き) 담배로 만들어 뿌리면 순식간에 퍼져나가겠지)


일본에 담배가 전래된 것은 4백년 전이지만, 담배 자체의 역사는 오래되어 기원전 1000년 무렵에는 남미에서 피웠다.

하지만 그때는 향이나 니코틴 섭취에 의한 도취감(陶酔感)에 의해 신탁을 듣거나 연기가 올라가는 방식을 보고 미래를 점치는 등, 현대같은 기호품으로서가 아니라 종교행위의 도구로서 사용되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1492년,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다. 그 때 그는, 원주민에게서 건조한 담배의 약을 헌상받았다. 이것이 처음으로 서양인이 담배와 접촉한 순간이라고 한다.

그 때의 콜롬부스는 가치를 알지 못하여, 수수께끼의 잎사귀라고 생각해 기분나빠하며 헌상된 잎사귀를 버렸다. 후에 쿠바에서 담배 잎사귀의 사용법을 알게 되자, 그는 담배 잎사귀를 스페인으로 가지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우여곡절을 거쳐 유럽에 퍼진 담배였으나, 현대와 마찬가지로 유럽인들 사이에서 담배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릴랙스 작용이나 각성 작용이 있는 약으로서 이용했다. 반면 규제파들은 급속히 퍼지는 약물에 대해 방어반응을 보이며, 수많은 규제를 행했다.

유명한 것으로 스페인 왕 펠리페 3세(Philip III)가 담배를 금지시키고 국내의 담배를 전부 소각처분했다. 또, 로마 교황 우르바노 8세(Urbanus VIII)는 신성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자들을 파문에 처했다.


한 마디로 담배라고 해도 다양한 방식과 피우는 방법이 존재한다.

종이 궐련에 물담배, 코담배(嗅ぎ煙草), 씹는 담배(噛み煙草), 직접 말아피우는 담배(手巻き煙草)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피우는 방법도 종이 궐련 담배, 엽권(葉巻), 파이프, 담뱃대(煙管)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 종이 궐련 담배는 다른 방식에는 없는 '간편함'이 있다. 엽권이나 파이프, 담뱃대는 피우기 위한 준비와 피우는 방법이 순서가 있어, 종류에 따라서는 피우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간단히 피울 수 없다.

그에 반해 종이 궐련 담배는 상자에서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이면 끝이다. 피우는 시간도 엽권이 20분에서 80분인데 비해, 종이 궐련 담배는 3분에서 4분이면 끝난다.


자동 담배 말이 기계가 발명되자, 폐기되는 줄기 등을 재가공하여 담배에 섞은 것으로 질은 나쁘더라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피우기 위한 준비가 필요없다, 는 등의 이유로 종이 궐련 담배는 보급되었다.

예전에는 종교 행위의 도구였던 담배는, 오늘날에는 전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간편한 기호품이 되었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보급된 것에 의해, 공공 장소에서의 흡연 매너가 문제시되어, 중세 유럽 때와 마찬가지로 담배의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3년…… 아니 2년만 있으면 된다. 준비가 갖춰지면 가장 먼저 사이카슈(雑賀衆)를 내부에서 붕괴시킬까. 훗, 출입하는 상인을 찾아내야겠군)


담배가 폭발적으로 보급된 이유, 그리고 흡연 환경 논쟁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이 '간편함'이다.

이 간편함을 이용하여, 사이카슈에게 담배 앞에 건조대마를 섞은 종이 궐련 담배를 보급시키는 것이 아시미츠의 책략이었다.

니코틴, 일산화탄소, 타르, 시안 화압물 등의 중독성이 강한 것들이나 위험한 물질들이 몸 안으로 들어가지만, 대마에 있는 행복감을 가져오는 진통작용이나 식욕증진 등의 약리작용이 작용하기 때문에, 피우고 있는 사람은 위험한 물질이 몸 안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사이카슈는 해외와의 무역을 특기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몇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서 행동한다. 대마가 든 담배가 만연할 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 책략에는 문제가 있다. 대마가 든 담배가 다른 곳으로 퍼지면, 그 폐해도 같이 퍼지게 된다.

따라서 상황을 신중하게 파악한 후에 책략을 쓸 필요가 있다.


여기부터는 필자의 생각이지만, 흡연 환경 논쟁에 일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분연(分煙, ※역주: 흡연구역 분리)을 하기보다 종이 궐련 담배를 폐지, 그리고 어린아이가 쉽게 살 수 없을 정도로 엽권의 가격을 낮추는 (※역주: 오역이 아니라 원문에 '낮춘다'고 되어 있음) 편이 좋다.

식후에 한 대, 휴식시간에 한 대, 자고 일어나서 한 대, 자기 전에 한 대, 모두 종이 궐련 담배가 '간편하게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 궐련 담배의 최대의 이점인 동시에 결점이기도 한 '간편함'을 없애면, 분연에 대해 다투는 사람들이나 길 위에서 담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또 건조대마는 의존성이 낮고, 다음날에는 몸에서 전부 빠져나간다고 하지만, 의존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건조대마를 합법화하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치안 악화나 사회보장비 증대, 출생률 저하, 인구 감소라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실제로, 유럽의 어떤 나라에서는 합법화하는 것으로 불법 마약의 밀매인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치안 악화나 사회보장비 증대가 발생했다.

따라서 목숨이 걸려 있지 않은 이상,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섭취, 그리고 합법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상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제어가 어려운 건조대마 함유 담배를, 어떻게 사이카슈 내부에서만 유통시킬지, 그 방법을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뭐 좋아, 시간은 아직 있다.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으니, 지금 서둘러 생각할 필요도 없지)


지금 당장 답을 낼 필요는 없다, 그렇게 결론지은 아시미츠는 작업을 재개했다.




7월 1일,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은 이소노 카즈마사(磯野員昌)가 농성하는 사와(佐和) 산성(山城)을 공격했다.

하지만 사와 산성의 합락이 곤란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위에 무장을 배치시켜 장기 포위망의 체재를 굳혔다. 포위망 완성 후, 도쿠가와 군은 미카와(三河)로 귀환하고, 노부나가는 4일에 상락(上洛)한 후 8일에 기후(岐阜)로 돌아갔다.


후세에 이름을 남긴 '아네가와 전투'에서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완전히 아자이, 아사쿠라를 굴복시킨 것은 아니라서, 양쪽 모두 저항할 힘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점에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무장들이나 병사들에게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각자 휴식을 취하도록 통보하고 그 자신도 시즈코의 마을에서 피로를 풀었다.


"이번 전투는 실패다"


목욕물로 몸의 더러움과 피로를 씻어내고 시즈코의 요리를 비운 노부나가는, 식후의 차를 마시면서 중얼거렸다.


"아자이와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역사 운운에 관계없이 아네가와 전투는 노부나가의 승리, 라고 그녀는 들었다. 하지만 승리한 노부나가는 아네가와의 전투를 실패로 보고 있었다.

그의 뜻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히사마사를 감시하도록 비젠노카미(備前守)에게 말해두어야 했다. 내가 방심하고 자만했기에 히사마사는 비젠노카미를 쫓아내고 다시 오우미(近江) 국의 영주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다"


그 말과 함께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종이뭉치를 던졌다.

지금 이 자리에는 노부나가와 시즈코 두 사람밖에 없었으며, 소성이나 시녀들조차 물려놓은 상태였다.

즉 그만큼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료라고 이해하고, 시즈코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종이뭉치를 들어올렸다.


"네 좋은 이해자인 아시미츠. 놈은 노무라나 아네가와의 지형을 빠짐없이 조사했다. 전투는 시작되기 전에 얼마만큼 준비를 잘 갖추었는지가 중요하지. 나는 그런 기본적인 것도 잊고, 병력 차이에 안주하고 있었다.


종이 뭉치에는 아시미츠가 측량한 아네가와의 토지 지도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상세하게 측량된 지도 위에, 자신들의 배치도가 꼼꼼하게 쓰여 있었다.

배치도를 써넣은 지도는 한 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측량한 지도를 기본으로, 몇십 패턴이나 되는 배치도가 준비되어 있었다.

역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어디에 포진할지, 정확한 위치는 남아 있지 않다. 그렇기에 세밀한 측량을 하여, 어디에 포진해도 문제없도록 대응한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나 자신의 한심함에 어이가 없다"


차를 단번에 마셔버리고 한숨을 내쉰 노부나가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몇 초 후, 다시 눈을 뜬 노부나가는, 지금까지처럼 느슨한 표정이 아닌, 험악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이번 전투는 나의 패배다"




겐키(元亀) 원년(元年)은 전투의 연속인 것을 시즈코는 알고 있다. 다음 전투를 대비해 그녀는 남몰래 준비를 갖추었다. 반드시 방어력을 강화해야 하는 성이 두 군데가 있다.

그것은 모리 요시나리가 지키는 우사(宇佐) 산성과,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오키(信興)가 지키는 코키에(小木江) 성이다.


오다 군이 아자이, 아사쿠라를 공격하고 있을 때, 빈틈을 찔러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이 셋츠(摂津) 카와치(河内) 국을 공격한다.

이 때,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가 미요시 나가야스(三好長逸)와 내통하여, 이케다(池田) 성에서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를 추방해 버린다.

미요시 3인방의 침공을 막기 위해 노부나가가 셋츠에서 전투를 벌일 때, 혼간지(本願寺) 켄뇨(顕如)가 봉기하여 여러 나라의 문도들에게 노부나가 토벌령을 내린다.

셋츠에 노부나가가 못박혀 있을 때,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에게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가 가담하여, 우사 산성이 공격받아 모리 요시나리(향년 48세)와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하루(信治, 향년 26세)가 패사(敗死)한다.

이 우사 산성에 대응하려고 노부나가가 군을 움직였으나,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히에이 산에 틀어박힌다.

그 동안 북 이세(伊勢)에서 봉기한 이세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오키를 쓰러뜨리는 등 오다 가문은 각지에서 궁지에 몰린다.


이 제 1차 오다 포위망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노부나가의 천하포무(天下布武)에 있어서 최대의 난관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제 2차, 제 3차 오다 포위망에 시즈코는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제 2차, 제 2차 포위망은 제 1차 포위망에 비해 결속이 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 1차 오다 포위망에 타케다(武田)나 우에스기(上杉)까지 참가했다면, 오다 가문은 완전히 끝장났으리라.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질 때까지, 그들은 오다 포위망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신중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다 포위망에 대한 대응이 시즈코에게는 한층 더 어려워 보였다.

어설프게 상승무패(常勝無敗)를 계속하면 타케다나 우에스기가 위기감을 느끼고 제 1차 오다 포위망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지는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모리 요시나리나 노부나가의 동생들인 노부하루, 노부오키의 목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역사대로의 사건을 고의로 일으키면서도 중요한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으―음, 안 돼. 역시 어느 한 쪽의 성밖에 강화할 수 없어"


오다 포위망에 대한 승리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아무리 자금이 있다고 해도 시즈코 혼자서는 강화할 수 있는 성은 잘해야 하나였다.


"으으음…… 페니실린(penicillin)이나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cin)도 실용화시켜야 하는데. 아― 진짜, 전쟁 따위 하지 말고 얼른 항복해 버리면 좋을텐데"


문제가 산적한 현실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쥐고 불평했다.


매독(梅毒), 임질(淋病) 등의 STD(성매개병)를 시작으로, 다양한 감염증에 유효한 것이 세계 최초의 항생물질이라고 하는 페니실린이다.

그리고 스트렙토마이신은 페스트나 결핵의 특효약, 그리고 세균성 설사병(赤痢) 등 많은 세균성 질환에 유효하다.


다만 양쪽 다 적용되는 말이지만, 항생물질은 많이 사용하면 그것에 내성을 갖는 균이 출현한다.

실제로 페니실린 내성균은, 항생물질의 무질서한 남용이 기폭제가 되어 태어났다.

스트렙토마이신 내성균도 출현하는 등, 항생물질은 사용할 곳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게다가 스트렙토마이신은 보관이나 균의 추출이 어렵고, 페니실린은 더 곤란한 문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항생물질의 순도를 올리려면 배양과 추출을 하여, 그 중에서 우량 개체를 써서 다시 배양과 추출이라는, 정신이 아득해질 듯한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그 때문에, 항생물질은 특효약이라는 비전 중의 비전 취급을 하고 평소에는 인체가 갖는 저항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지이다.

결핵은 빈곤층을 덮치는 '가난한 자의 질병'이라고 하며, 건강을 챙기지 않는(不養生) 생활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 점을 고려하여 식량을 풍부하게 생산 가능하게 한 시즈코의 정책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었다.


정책의 효과가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인물이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였다.

몸이 약하고 겉보기에는 여위어 보인다고 하는 그였으나, 지금은 혈색이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사이토(斎藤) 가문을 섬기던 때의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지금의 타케나가 한베에를 본다면 자기 눈을 의심하리라.

어렸을 때부터 타케나카 한베에를 보아 온 동생조차 놀랄 정도로 건강체가 되어, 장시간의 격렬한 운동은 지금도 무리이긴 하지만, 씨름(角力)을 할 정도의 체력은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도 시즈코와 처음 만났을 때의 케이지는 압도적인 장신이기는 했으나, 뼈의 성장에 살이 따라가질 못해 여윈 몸이었다. 그게 지금에 와서는 근육이라는 갑옷을 두른 거한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이조, 나가요시, 키묘마루(奇妙丸)에 그의 교육 담당자는 물론이고, 노부나가를 필두로 모리 요시나리, 시바타(柴田), 히데요시(秀吉) 등의 무장들, 여성진은 노히메(濃姫)를 필두로 네네(ねね)나 마츠(まつ), 에이(えい) 등도 시즈코 식 건강법을 받아들였다.

하루 세 번, 영양 밸런스가 잡힌 식사를 하고, 라디오 체조 제 1과 제 2를 아침점심저녁으로 하고, 유연체조를 하고, 이를 닦고, 푹 잘 수 있는 침구를 이용하는 등, 태반은 현대인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다.

물론, 완벽한 건강 생활은 거꾸로 건강에 나빠지는 경우가 있어, 어느 정도의 여유는 필요했다.


"항생물질은 나중에라도 문제없지만, 어느 쪽이냐 하면 BCG 백신이라던가 MR백신이 먼저네. 뭐, 그런 건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눈 앞의 현실에 대응해야겠지. 하지만 병사는 늘어나고, 소속은 바뀌고, 아니 왜 귀찮은 일들은 한꺼번에 오는거야"


아네가와 전투에서 아시미츠,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는 훌륭한 활약을 보였다. 그에 대한 포상으로서 아시미츠는 시즈코 부대의 정식 무장으로 배속되게 되었다.

도, 각 무장들에게는 병사 5백이 추가되어, 시즈코 부대 2천과 쿠로쿠와슈(黒鍬衆) 5백, 케이지 부대 1천 5백, 사이조 부대 1천 5백, 나가요시 부대 1천 5백이 된다.

아시미츠는 그 자신도 병사를 가지는 것을 허락받아 병력 1천이 할당되었다. 궁기병대도 새롭게 시험을 실시하여 20명이 추가되어, 합계 50명의 궁기병대가 되었다.

시즈코 군은 4530에서 7550과 쿠로쿠와슈 5백으로 병력이 늘어나, 그 규모는 노부나가의 중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시즈코 군의 소속은 제 5군이었지만, 전원을 일단 군에서 탈퇴, 재결성시켜 노부나가 전용의 제 0군(第零軍) '특수작전사단(特殊作戦師団)'에 배속되었다.

말하자면 독립 유격대이며, 노부나가의 명령에 의하 다양한 임무에 투입된다. 또, 제 0군은 후에 키묘마루가 지휘관이 될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노부나가는 간단히 지휘계통을 바꾸거나 배속 장소를 변경하거나 하는데, 말려드는 쪽은 보통 고생이 아니다.

병사가 들어나도 살 땅이고 뭐고를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게다가 그 땅을 준비하는 것이 시즈코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배치를 생각한 것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집을 짓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닐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입장에 걸맞는 권력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부여하였다.

게다가 노부나가는 '노성지중(老成持重)'의 흑인(黒印)을 시즈코에게 하사하여, 한 번 노부나가가 내용을 확인한 후 전달하는 구조였지만, 어느 정도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었다.


"흑인장(黒印状)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듯이 들리긴 하지. 역시 인사는 중요해. 커뮤니케이션을 끊으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질 않지. 뭐 당분간은 후방에서 배우게 할 필요가 있겠네. 뭣보다 항체(抗体)가 너무 부족해"


추가된 병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우두(牛痘)에 의한 천연두(天然痘)와 홍역(麻疹)의 면역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먼저 배속된 4500명의 병사들과 가족들은, 이미 천연두와 홍역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다.

천연두는 우두에 걸린 소와 접촉시켜 면역을 얻게 하는 것뿐이지만, 홍역은 한정적으로 감염시켜 면역을 얻게 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홍역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병사들의 저항력을 강화시킨 후에, 병의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감염시키는 것 이외에 홍역의 면역을 손에 넣을 방법은 없다.

병의 증상이 심해진 자들은 격리 치료를 하고, 그 이외에는 통상적인 홍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비타민 A를 섭취하는 것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기에, 닭의 간, 소송채(小松菜), 산양젖, 건포도 등을 섭취시켜서 가능한 한 병의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래도 병의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는 이상, 홍역의 면역을 얻으려다가 사망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홍역 감염에 의한 사망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해서 무리하게 홍역의 면역을 가지게 하려는데는 이유가 있다. 면역을 가진 여성이 아기를 출산한 경우, 아기는 생후 8개월까지 홍역에 대해 면역을 가지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면 잃어버리는 면역이지만, 그래도 갓난아이가 홍역에 의해 사망하는 비율을 줄일 수 있다.


홍역과 천연두의 면역획득 프로그램은 착실하게 성과를 내고 있엇다.

시즈코들은 물론이고, 그 주변 지역에 사는 백성들이나 병사들이 사는 지역은, 주위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들의 지역에서 유행하는 일은 없었다.

설령 감염자가 나오더라도, 대응 방법을 이해하고 있는 병사들이나 백성들은, 즉시 격리치료를 하여 전염병의 유행을 막았다.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병원균을 가진 사람을 격리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그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뭐 식사의 내용을 바꾼다던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건 선배 병사들에게 맡기자"


몽땅 다 떠넘긴다고 할 수 있지만, 전부 다 자신이 지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데다, 맡길 수 있는 부분은 맡기고 신뢰하면 지켜보지 않으면 사람은 성장하지 않는다.


"자, 여기부터 2개월이 승부가 되려나"


중얼거린 후, 그녀는 어깨를 돌리며 기합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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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6 1570년 6월 하순



많은 동물들을 맞아들인지 1주일이 지났다. 시즈코는 터키시 앙골라의 수컷을 타마, 암컷을 하나라고 이름붙였다. 동물의 숫자가 많았기에, 땅거북이나 진공작의 이름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개의 질병은 종류에 따라서는 몇 개월이나 잠복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해도, 격리에 의해 셰퍼드들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지 자주 관찰했다.

다행히 셰퍼드들은 널찍한 토지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질병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이 상황이라면 걱정은 필요없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타마는 비트만과 카이저, 하나는 바르티와 사이가 좋아져서, 지금은 함께 나란히 누워 자는 사이까지 되었다.

누운 순서대로 비트만, 타마,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릿터, 루츠, 조금 떨어져서 하나, 바르티였다.

타마의 꼬리가 가끔 카이저의 배 근처를 때리지만, 카이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하나는 아예 배를 드러내고 자고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배를 드러내고 잔다는 것은 경계심이 전혀 없는 증거다.

외적은 없다고 완전히 안심하고 있는 증거였지만, 시즈코에게는 하나가 자는 모습은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이가 좋은 건 좋은데, 넓은 방에 죽치는 건 좀 그렇네"


어이없어하면서도 시즈코는 누워있는 카이저의 턱 아래를 쓰다듬었다. 즉시 카이저가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기운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 시즈코는, 비트만이나 쾨니히의 턱 아래를 쓰다듬었다.

바르티가 가장 반응이 약하긴 했으나, 시즈코가 턱 아래를 쓰다듬자 모든 늑대들이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오오, 늑대에게도 기분이 좋은 포인트 같은 게 있는 걸까?"


재미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하면서 턱 아래를 쓰다듬고 있자니, 타마가 울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기지개를 켠 후, 몇 번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원이 자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 타마는 한 번만 가볍게 운 후에 방을 나갔다.


"자유분방하네"


시즈코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와 도쿠가와(徳川), 히사마사(久政), 아사쿠라(朝倉)의 주위에는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히사마사는 미노(美濃)에 가까운 성의 개수에 착수했고, 아사쿠라는 군수품을 사들이거나 징병을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이에야스(家康)에게 아자이(浅井) 정벌의 건에 대해 알리고,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에게 군의 편성을 일임한 후 자신은 내정에 착수했다.

계절은 장마철에 들어섰기에, 도로 정비의 상황을 보고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군사에 사용하는 루트의 도로 정비는 급피치로 끝내게 했지만, 상업 루트를 겸용하는 도로 정비는 아직 완성 예정이 잡혀있지 않았다.

안정된 재정을 손에 넣기 위해서도, 상업 루트의 정비는 오우미(近江) 침공과 같은 정도로 중요한 안건이었다.


노부나가는 확인을 미루었던 서류에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가 절반 정도 서류를 처리했을 때, 입구가 조용히 열렸다.


"오라버니, 지금 괜찮으신가요"


입구를 열어젖힌 것은 오이치(お市)였다. 노부나가는 오이치를 한번 쳐다본 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서류로 되돌렸다. 오이치는 노부나가의 정면에 앉더니, 깊이 고개를 숙였다.


"우선은 위험한 상황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편은 아직 낙담하고 있지만, 틀림없이 오라버니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게 튄 불똥을 쳐낸 것 뿐이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로 노부나가는 대답했다.

퉁명스러운 태도로 보이지만, 오이치에게는 노부나가가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일부러 쌀쌀맞은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작게 웃음을 띄웠지만,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불안한 듯이 오이치가 중얼거렸다. 나가마사(長政)는 이미 아자이 가문의 가계에서 추방되었다.

오우미 국의 영주가 아니라, 그냥 아자이 나가마사였다. 지금은 부하들이 있지만, 언젠가 그들도 나가마사를 떠나가리라. 그렇게 되었을 때, 그는 말 그대로 혼자가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매제(義弟)는 지킨다. 신쿠로(新九郎, ※역주: 아자이 히사마사)는 죽인다. 그것 뿐이다"


"변하셨군요. 예전의 오라버니셨다면, 그러한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요. 오라버니의 말씀은 언제나 먼 곳을 내다보는 말씀이었으니까요"?


"나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네가 내가 변했다고 한다면, 그건 네가 변한 것 뿐이다"


"아뇨, 그…… 확실히 변하셨다고 생각하는데요?"


곤혹스러운 표정의 오이치는, 조심스럽게 어떤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예전의 오라버니셨다면, 어깨에 고양이를 태우시거나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오이치의 지적대로, 노부나가의 어깨에는 그가 시즈코에게 양도받은 터키시 앙골라가 타고 있었다.

힘을 빼고 축 늘어져서 전신을 노부나가의 어깨에 맡기고, 다리를 똑바로 뻗고 있었다.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노부나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귀엽지 않느냐"


오이치의 지적에 노부나가는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지나치게 예상을 벗어난 노부나가의 태도에 오이치는 한동안 놀란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오이치가 머리로 이해한 것과 동시에, 고양이가 잠에서 깼다. 얼굴을 앞발로 긁적인 후, 재주좋게 노부나가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한번 더 기지개를 켜는 듯 싶더니, 터키시 앙골라는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노부나가의 손을 핥았다.


"게 누구 없느냐!"


"옛! 여기 있사옵니다!"


노부나가의 목소리에 즉시 소성이 달려왔다. 약간 숨을 헐떡거리는 소성이었으나, 노부나가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토라지로(虎次郎)가 밥을 원하고 있노라. 즉시 준비해라!"


"예? 옛!"


일순 얼빠진 표정을 지은 소성이었으나, 즉시 표정을 조이고는 노부나가에게 인사를 한 후 조리장(調理場)까지 달려갔다. 토라지로는 그 동안, 인간들의 소동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다미(畳) 위에서 데굴거리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파안하며 토라지로의 등을 쓰다듬었으나,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오이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너도 비젠노카미(備前守)도 마음이 지쳐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것이다. 내 휴양지에서 머리를 비우고 와라. 장소는 저기서 훔쳐듣고 있는 녀석이 알고 있다"


"어머나, 들켜버렸군요"


조용히 장지문이 열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훔쳐듣고 있던 노히메(濃姫)가 들어왔다.


"그럼 오이치, 가자꾸나"


오이치를 붙잡더니 노히메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끌고갔다. 갑작스런 일에 혼란스러워진 오이치는, 노히메가 끄는 대로 끌려갔다.


"어, 저기, 노히메 님"


"주군은 내버려 두거라. 토라지로와 사랑을 속삭이고 계시니"


"저, 저기―, 그, 그럼 오라버니, 실례하겠습니다"


노히메에게 끌려가면서도 오이치는 노부나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녀가 인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내지 않도록 장지문이 조용히 닫혔다.




노부나가에게 보호받은 이후, 나가마사의 조락(凋落)은 비참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1개월 전에는 오우미 국을 지배하는 영주, 아자이 가문의 당주였으나, 지금은 아자이 가문에서 추방당한 몸이다.

가신도 엔도 나오츠네(遠藤直経)와 그의 친구인 미타무라(三田村) 뿐이고, 병사는 제로에 시중을 들어주는 시종밖에 없는 상태였다.

누가 어떻게 봐도 나가마사가 재기할 가능성은 없다, 고 보였다.


"매제도 동생이지. 못본척 하면 사나이 체면이 떨어진다"


노부나가는 훌륭한 무가(武家) 저택과 신품 의상(衣装)을 나가마사를 위해 준비하고 그를 정중하게 보호했다.

게다가 히사마사가 보낸 나가마사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편지에 대해, 노부나가는 편지를 찢어버리고 사자를 베어죽여 일체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감사하였으나, 성실한 그는 부모와 적대하는 것에 대해 고뇌했다.


"하지만, 네 남편의 낙담은 심하구나. 이래저래 드는 생각이 많겠지만, 지금은 허세를 부릴 때라고 생각한다만?"


노히메의 지적은 어떤 의미에서 옳았다. 나가마사를 등진 가신들은, 나가마사의 입장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그가 낙담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떠난 자들도 있다.

나가마사가 조금 더 재기의 의욕을 보였다면, 그의 참상은 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군요, 가신들도 어처구니가 없어진 것이겠지요. 그래도 남아준 가신이 있는 것에 남편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충신(義臣)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예"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거기서 느긋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해라"


그로부터 몇 각(刻) 후, 노히메들은 목적이인 시즈코의 마을에 도착했다. 가마에서 내리더닌 노히메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전히 흙냄새가 나는 장소로구나"


대단히 실례되는 대사를 흘리면서 기지개를 켜더니, 익숙한 자기 집처럼 노히메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그에 반해 오이치들은 경비의 엄중함에 놀라서 흠칫거리는 태도로 노히메의 뒤를 따라갔다.

나가마사나 오이치는 바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처음 보는 내방자들의 존재를 눈치챈 비트만 패밀리가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비트만들뿐만이 아니었다. 좁은부리 까마귀나 흰죽지 참수리, 부채머리 독수리인 시로가네, 부엉이인 쿠로가네와 아카가네가 지붕 위에서 오이치들을 내려다보았다.


"걱정할 필요 없다. 새로 온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 뿐이니라"


언제든지 칼을 뽑을 수 있는 태세인 나오츠네에 대해 노히메는 그의 걱정을 일소에 붙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경계심을 보이는 가운데, 당당한 태도로 걸어갔다.




노히메가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을 무렵, 그녀는 새로 건설한 작업장, 공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공방은 농업 계열의 작업장이 아니라 목공 계열의 작업장이었다. 공방을 건설한 이유는 목업(mock-up)을 만들기 위해서다.

새로운 도구류를 설명할 때, 종이에 적은 것보다 형태가 있는 쪽이 전원의 이미지를 통일시키기 쉽다.

특히 지나치게 새로운 도구류는, 장인들이 종이에서 형태를 연상하기 어려워서, 그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대형의 도구를 개발 요구하는 경우도 생각하여, 목업을 만드는 것은 시즈코와 장인들의 이미지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 그리고 쓸데없는 공정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 되었다.


"대충 되었으려나?"


"그러네요―. 목업으로서라면 이 정도로 문제없지 않을까요"


현재, 시즈코가 만들고 있는 목업은 고무동력 스크류 선박이었다. 물론, 이걸 그대로 어선의 동력원으로 삼진 않는다. 뭣보다 고무는 열화가 빠르다. 그리고 동력원으로 삼기에는 강도가 부족했다.


"이후에는 인력으로 스크류를 돌리면, 나름 빠른 어선이 되려나"


자전거의 구조를 응용하여, 체인과 톱니바퀴로 스크류를 돌리는 구조가 시즈코의 이미지였다.

손으로 노를 젓는 목조 어선보다 스크류 프로펠러를 저속회전시켜 물을 휘저어 양력을 만들어 추진하는 힘을 얻는 쪽이 노력은 덜 든다.

하지만 스크류 프로펠러에 수생 생물의 부착이나, 구동축의 에너지의 약 1/3은 추진력에 기여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다.

그래도 스크류 프로펠러가 동력원으로서 우수하기 때문에, 현대에서는 거의 모든 선박에 표준으로 채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크류 어선을 만들 이유는 뭔가요. 딱히 손으로 노를 젓는 어선이라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작업을 돕고 있는 미츠오가 살짝 중얼거렸다. 그의 지적대로, 어선이 스크류 프로펠러를 장비해도 그다지 의미는 없다.

오히려 구조가 복잡해지는 만큼, 고장시의 수리가 비싸게 먹힐 가능성도 있다.


"아니,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장래에 동력원이 내연기관이 되었을 때, 스크류 프로펠러가 상식이 되어 있다면 쉽게 채용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거든요"


"과연. 스크류 프로펠러가 상식이라면, 동력이 바뀌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내연기관은 원유가 필요하니 전국시대에 재현은 불가능하지만, 증기 엔진이라면 구조를 알고 있으니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배의 동력원을 증기 엔진으로 하려면 스크류 프로펠러가 전제되어야 해요. 뭐 증기 엔진은 효율이 나쁘지만요"


"흠흠. 이렇게 보니, 의외로 물건이 변하는 데는 의미가 있는 거군요"


"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알아도 무의미하지만요"


"무의미하니까 취미라고도 할 수 있죠. 인간은 태반의 시간을 무의미한 일에 낭비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네요"


그 때 다른 작업을 하고 있던 아시미츠(足満)가 대화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뭘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해서 시즈코는 그의 작업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곳에는 직접 제조한 모델건을 한 손에 들고, 소년처럼 흥분하는 아시미츠가 있었다. 기묘한 포즈를 취하면서 스핀 코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즈코는 가만히 내버려두자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끝났나?"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아시미츠 씨. 참고로 그건 뭔가요?"


미츠오의 질문에 아시미츠는 대담한 웃음을 띄웠다. 스위치가 들어갔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슬쩍 아시미츠의 등 뒤로 돌아갔다.


"미츠오, 남자라면 이해하겠지. 어느 시대이던 남자는 무기에 낭만을 느끼지. 이것은 내가 만든 모형총이다. 이름은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카빈이라고 한다. 윈체스터 사가 만든 최고 걸작 총기 중 하나이지. 별명 '서부를 정복한 총'이라고 불리며 장탄수는 14발, 작동방식은 레버 액션, 전장은 125.2cm, 총신 길이는 76.2cm, 중량은 4.3kg, 설계연도는 1873년, 제조기간은 1873년부터 1919년까지로, 건맨이나 카우보이들이 사용했지. 스핀 코킹이 가능하면 멋이 나지"


"어, 그, 저기, 이, 일단 굉장한 건 알겠으니, 진정하시지요"


"뭘 사양할 필요가 있나. 남자라면 총을 동경하는게 당연하지. 네 것도 만들어주마"


멈추지 않는 아시미츠의 설명에 미츠오는 쩔쩔맸다. 시즈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아시미츠의 등 뒤에서 시즈코가 뭔가를 들어올리고 있는 것이 미츠오의 눈에 들어왔다.


"에잇"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시즈코는 모형총의 개머리판(銃床)으로 아시미츠의 머리를 힘껏 후려갈겼다. 꽤나 아팠던 듯, 아시미츠는 맞은 부위를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눈물맺힌 눈으로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열을 올리는 건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는 정도로 해 줘"


"……노력하지"


"뭐, 뭐어 진정하셨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모형총을 만드실 수 있다니, 아시미츠 씨는 다재다능하시군요"


"아뇨, 아시미츠 아저씨는 총 매니아가 아니에요. 영화에서 바이크에 탄 배우가 스핀 코킹하면서 샷건을 쏘는 장면(※역주: 터미네이터 2의 유명한 장면을 말하는 듯^^)에 반해서, 설계도부터 모조리 머릿속에 넣어버린 것 뿐이라, 확실히 말하면 이 총 이외의 모형은 못 만들어요"


"딱 한 번 영화 흉내를 냈더니 경찰 신세를 졌던 건 좋은 추억이지"


"……아무리 사유지라도, 선글라스를 쓴 아저씨가 바이크에 타면서 모형총을 휘둘러대면 누구라도 신고하지"


"하, 하핫, 아시미츠 씨도 의외로 와일드하시군요"


"그 영화의 주역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삶의 모습 그 자체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세 사람의 배가 공복을 호소해왔다.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누가 말을 꺼낼 것도 없이 뒷정리를 시작했다.


"기다리기 힘들군요. 큰 바지락(大あさり)의 술찜(酒蒸し), 전복의 오도리야키(踊焼き), 소라의 츠보야키(壷焼き), 혼모로코의 덴뿌라"


신선한 어패류를 입수한 고로(五郎)가, 지금까지 배운 것의 성과를 보이고 싶다고 말하며, 오늘의 점심 식사는 레시피도 포함하여 전부 고로가 준비했다.

따라서 시즈코나 미츠오가 알고 있는 것은 고로가 어떤 요리를 낼 것인가 하는 정도였다. 그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볼 때, 분명히 맛있는 요리가 나올 것이라고 세 사람은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메인은 보리멸새우(車海老)에 보리멸(きす), 참전갱이(真あじ)의 덴뿌라를 얹은 호화로운 튀김 덮밥. 현대라면 큰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는 것을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술이 있으면 더 좋겠군"


"식(食)보다 더한 쾌락은 없다, 지요. 자, 정리가 끝났습니다. 점심식사를 즐기도록 하죠"


그런 그들이, 타이밍 좋게 노히메가 방문한 것, 그리고 골치아픈 손님을 데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약 10분 후의 일이었다.




그 날의 점심식사는 장례식(通夜)처럼 조심스러웠다.

식사 자체는 맛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네 명이나 섞여 있었기에, 서로 사양한다는 사태에 빠졌다.

대화도 끊기기 일쑤였다. 이 자리를 세팅한 노히메는 "실패인가"하고 중얼거린 이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식사에 전념했다.

평소에는 항상 밥을 추가로 주문하는 케이지(慶次)들도, 점심식사의 분위기에 학을 떼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얼른 퇴장했다.

키쿄마루는 '분위기가 미묘해지니까'라는 이유로 점심식사 자리를 사퇴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도망친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미안하구나. 오이치들의 기분전환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비젠노카미 님의 낙담이 심했던 것 같다"


자리를 싸하게 만든 것에 대해 노히메는 사과의 말을 했다.

다른 분위기를 접하면 기분이 전환될 거라고 노히메는 생각했으나, 그게 어설픈 생각이었음을 알자 이 이상 쓸데없는 소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오이치나 나가마사를 데리고 바로 기후(岐阜)로 귀환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시즈코들은 기분을 고쳐먹고, 1주일 후에 요리의 발표회를 다시 하기로 했다. 발표회는 노히메들 대신 츠루히메(鶴姫)와 시바(柴)가 점심식사에 참가했다.

무거운 분위기가 될 원인은 없었기에, 그 날의 점심식사는 모두 즐겁게 보냈다.


점심식사 후, 시즈코와 아시미츠는 공방으로 이동했다.


"왠지 화학 실험이 떠올라. 하지만 이거, 위험한 약품 아니었어?"


유리 장인들에게 만들게 한 비이커의 내용물을 섞으면서 시즈코가 작게 중얼거렸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어떤 액체로, 독성은 낮지만 취급에는 주의가 필요한 물건이다.


"싸움에 인정은 필요없다. 하지만 이것도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애초에 이 시대라면 TNT를 정제해도 경찰에 체포되지 않으니까"


"일본의 경찰은 그런 점은 우수하니까. 양산하려고 하면 반드시 꼬리가 잡히는 시스템을 만든 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테러리스트 투성이가 되겠지. 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읽으면, 폭약의 기초적인 제조 지식은 손에 들어오니까 말이다"


"뭐 그렇지. 하지만 이번의 이거, 꽤나 질산칼륨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괜찮아?"


다양한 화학물질의 추출 작업을 하고 있는 시즈코와 아시미츠였는데, 태반의 것에는 질산칼륨이 필요해진다.

흑색화약도 막대한 양이 필요해지지만, 그것들을 아시미츠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허가를 노부나가에게서 받아놓았는지 시즈코는 약간 불안했다.


"문제없다. 오다(織田) 나으리에게서 허가는 받았다. 애초에 화승총을 대량으로 쓸 기회가 없으니까. 그리고 시즈코의 제법으로 양은 남아돌고 있는 모양이다. 달리 쓸 데가 있다면, 그걸 알려주는 대신에 대량 사용의 허가가 내려왔다"


"대량으로 쓴다니…… 하지만 화승총 이외에 쓸 데가 있어?"


흑색화약 이퀄(equal) 화승총이라는 생각이 강한 시즈코에게, 흑색화약의 다른 용도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시미츠는 작게 웃음을 띄우더니 시즈코의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시즈코는 몰라도 된다. 손을 더럽히는 것은 나 한 명이면 족하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는 사람을 더러운 방법으로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상대가 더러운 방법을 쓴다면, 그 이상으로 더러운 방법으로 뭉개버리는 것도 싫어하지 않지. 그리고 시즈코와 만나기 전부터, 틀림없이 내 손은 피로 더럽혀져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피가 좀 더 묻는다고 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상냥하게 말하는 아시미츠의 목소리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전에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하지만 힘있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그렇게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나 혼자만 안전한 장소에 있는 건, 모두가 용납해도 내가 용납할 수 없어. 분명히, 나는 전투해서 해야 해. 손을 더럽히는 일을"


"시즈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그게 계속 이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그 '언젠가'에서 도망치고 피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이상 도망칠 수는 없다. 결단할 때라고 시즈코는 깨달았다.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고 계속 싸워갈 것인가, 아니면 손을 더럽히는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계속 도망칠 것인가를.


"게다가…… 나는 깨닫지 못한 것 뿐이지, 분명히 몇 명이나 죽였다고 생각해. 내가 만든 것이, 결코 평상시에만 쓰이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


"그런 표정 짓지 마, 아시미츠 아저씨. 역사를 배웠으니 이해하고 있어. 평화란 힘과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 전쟁은 상대가 문답무용으로 쳐들어오는 것에 시작되지. 그걸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 뭐든지 늦어버려. 그런 것도 깨닫지 못하고…… 이쪽이 무기를 버리면 상대도 버려줄 거라고, 그 때…… 의 일본인은 어설픈 망상에 사로잡혔어"


"……그렇, 군. 누군가를 암살하는 것도 정중하게 알려준 다음에 하지는 않지. 기회가 있다면 그것에 편승하여 암살하러 오지"


"안이한 인도주의나 평화운동이 거꾸로 침략자의 야심에 불을 붙이지. 맞아…… 내 부모님 세대는 알게 되었을거야. 평화운동 따위 상대를 방싴시키고 유리하게 침략을 전개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평화 따위 다음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의 준비기간이라는 걸 말야"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마라. 정의란 승자, 악이란 패자. 상대를 악으로 내세우면 약자를 어떻게 괴롭히던 정당화된다, 인가"


아시미츠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어.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때도 있어. 그러니, 나는 아시미츠 아저씨에게만 손을 더럽히게 할 생각은 없어"


"알았다. 시즈코의 안에 그런 각오가 있다면, 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먼저 손을 더럽힌 사람으로서 충고해두지. 그 부담은 시즈코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괴롭다. 그러니 괴로우면 내게 의지해라"


시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역시 이 아이는 상냥하고, 그리고 강한 아이라는 것을.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우선 깜짝 장난감……을 잔뜩 만들자"


그렇기에 아시미츠는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시즈코를 지켜낸다. 설령 그것을 실행하는 것으로 비겁자의 낙인이 찍히더라도 그는 멈춰서지 않는다.


(지켜보는 것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이 정도로 약한 소리를 한다는 건 언어도단. 예전에 이 아이는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벽을 녹이고, 그리고 사람의 따스함을 알려주었다. 그 때의 시즈코의 고생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 따윈 쉬운 일이다)


(※역주: 현재까지 나와있는 원어판의 내용에도 정확한 설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하면 여주가 있던 시대는 지금(2018년)보다는 최소 십수년에서 몇십 년 정도 미래라는 설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일본은 전체주의 같은 분위기의 사회로 보이며, 위의 대화 내용을 볼 때 다른 나라에게 공격받아 전쟁을 겪은 듯 한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라는 입장을 세탁하기 위한 설정이 아닌가 의심되네요)




히사마사의 쿠데타와 아사쿠라 가문 가신들의 미노 침공에 의해, 노부나가와 아자이, 아사쿠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정세가 되었다.

보복전투라고 말하듯이 노부나가가 '오우미(近江) 침공'의 대호령을 발한 이후, 히사마사나 아사쿠라는 상인들에게서 군수품을 사들이고, 각지의 농촌에서 강제 징수에 가까운 형태로 군수품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사쿠라는 그렇다치고 히사마사는 물자의 매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나가마사를 지원하고 있던 오우미 상인 연합이 거래에 잘 응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와 명확히 적대하는 것에 의해 지금까지처럼 장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위구하여, 히사마사와의 매매에 소극적인 태도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게 된 노부나가는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람들을 기후로 불러서, 히사마사와 매매해도 자신과의 관계는 악화되지 않을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내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아자이에게는 물건을 마음껏 팔아라. 필요하다면 내 영토에서 물건을 사도 좋다"


노부나가의 말에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자는 곤혹스러워했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오다가 매매에 압력을 가해서 무구를 만족스럽게 구입하지 못해서 졌다, 같은 변명을 아자이가 하면 내가 곤란해진다"


히사마사와의 매매에 관해서 노부나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자는 간신히 이해했다.


후일, 오우미 상인 연합은 히사마사와의 거래에 응하게 되었으나, 가격은 평소보다 비쌌다.

하지만, 그것은 장사꾼의 원칙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를 실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 사자를 보낸 수고비가 약간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전투를 향해 움직이는 히사마사와 아사쿠라에 대해,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오우미 침공의 전권을 부여했다.

그 모리 요시나리도 제 5군에 군수품의 준비를 명하고, 그 후에는 필요 서류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제 5군은 상인들로부터의 매입, 농촌에 매입 통지를 보내고 가져오는 사람들에게서만 매입했다.

이것은 단순히 보관되어 있는 군비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상인이나 농촌에 매입 통지는 반드시 보낸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물물교환이 아니라 화폐거래를 하는 것으로, 농민들에게 화폐를 쓰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목적이 있었다.

그 후에는 모여든 군수품으로 오우미 침공의 계획을 입안하고, 노부나가에게 승인을 받으면 모리 요시나리의 임무는 완료된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로부터의 전령이 도착했다. 내용은 아자이, 아사쿠라 정벌의 종군 명령이었다.

이번에는 오우미 국이라는 이유로 제 5군의 시즈코 부대 1500명과 정예 궁기병 30명, 케이지(慶次) 부대 1000명, 사이조(才蔵) 부대 1000명, 나가요시(長可) 부대 1000명의 계 4530명의 병사와 비전투원을 포함하여 합계 6000명의 독립여단으로서 움직인다.

유감이지만 시즈코 본인은, 노부나가에게서 다른 명령이 내려져 남게 되었다.

각오를 굳힌 시즈코였으나 시작부터 발목을 잡혀버려서, 그 각오가 김이 빠져버렸다.


미츠오나 고로는 당연히 남았지만, 아시미츠는 종군하게 되었다. 종군이라기보다 시즈코 부대를 움직이는 대리인이라는 입장이다.

시즈코 부대는 어느 정도 아시미츠의 사람됨이나 강함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 명령에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아시미츠를 부대 사람들과 교류시켜두길 잘했다, 고 시즈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투에 참가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준비 기간 동안은 제대로 일하자고 생각한 시즈코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돈이나 무구류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녀는 군사에 관한 사항은 철저한 합리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었다.

병기는 규격통일을 하여, 범용성을 가장 중시하고, 장인 생산이 아니라 공업 생산을 하고 있었다.

평시에 쓰는 것들은 장인을 중시하는 그녀가, 병기에 대해서는 합리주의로 바뀌는 모습은 시즈코를 잘 아는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화살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규격통일이 이루어져, 길이나 무게가 균일하게 맞춰지게 할 정도로 철저했다.


화살 등의 병기는 물론이지만, 그녀는 그 이외에도 베인 상처나 쓸린 상처용의 알로에 연고, 쑥(よもぎ), 대나무(笹) 잎사귀, 소독용의 알코올, 탈지면이나 깨끗한 천 등도 모아들였다.

알로에 연고는 알로에 오일을 추출하고, 해바라기에서 유화 왁스를 추출하여 정유(精油)를 섞으면 정제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결점은 있으나, 생 알로에를 운반하는 것보다 소형화, 경량화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모든 것이 일단 시즈코에게 모여들고, 예정된 숫자가 모인 것부터 창고에 저장되었다.

들어오는 것들의 절반 가까이는 누구도 가치를 알지 못하여, 어째서 이만큼 대량으로 모으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장사가 성립되는 이상, 상인들은 말없이 상품을 모아서 시즈코에게 팔았다.


"헷헷헤, 과연 시즈코 님. 잔뜩 사들이고 계시는군요"


수상쩍은 웃음을 띤 큐지로(久治郎)는, 창고로 운반되는 물건들을 시즈코와 함께 바라보았다.


"남만으로부터의 향신료 종류는 어때요?"


"저쪽이 비싼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군요.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는 약초인가요. 그런 것들은 순차적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시즈코는 중국과의 교역, 인도나 열대 아시아와의 교역, 그리고 유럽 포르투갈과의 교역 루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루트에서 다양한 허브나 작물을 수입하고 있었으나, 역시 입수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다양한 작물을 복수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하여 의뢰했다. 비용은 배 이상 들게 되었지만, 확실하게 입수하는 데는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그래요…… 인도와 하고 있는 그 거래는 아직 어려운 느낌이에요?"


"남만인들에게 이것저것 말하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녀석들도 가치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 후에는 팔아줄 상대를 찾는 게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뭐 녀석들에게는 열심히 찾아보게 하지요"


"그래요, 가급적 빨리 찾아줘요. 틀림없이 있을 거에요, 다마스커스(damascus) 도검이"


나뭇결 형상의 무늬를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우츠 강을 사용하여,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제조된 도검을 다마스커스 도검이라고 한다.

다마스커스 강은 고대 인도에서 개발제조된 우츠 강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다른 종류의 금속을 적층단조(積層鍛造)하여 무늬를 떠오르게 한 강재를 다마스커스 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본래의 다마스커스 강과는 다른 물건으로, 진짜 우츠 강의 제조기술은 완전히 실전되었다.

하지만 맥이 끊긴 것은 19세기로, 전국시대라면 우츠 강의 생산에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우츠 강의 제조방법은 구전으로 기술계승되었기 때문에, 우츠 강을 제조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데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

원래는 나름대로 돈이 필요하지만, 큐지로의 말솜씨가 좋은 건지 포르투갈 상인은 그가 원하는대로 부림받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뭐, 여름이 끝날 때 쯤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도록 하지요"


"부탁해요"


우츠 강의 잉곳, 우츠 강으로 만들어진 다마스커스 도검. 그 두 가지를 시즈코는 원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실전된 지 오래되었기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는 마음과, 우츠 강으로 일본도를 제조했을 경우 어떤 것이 완성될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일본도 뿐만 아니라 구르카 나이프 등도 신경쓰였다.

현대에서는 완전히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된, 고대 도검으로 분류되는 카마쿠라(鎌倉) 시대의 일본도 제조기술도 시즈코는 흥미가 있었다.

어떤 문헌에는 히데요시의 칼사냥 포고령(刀狩り令)에 의해 고대 도검의 제조기술이 실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전국시대라면 고대 도검의 제조기술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약간 있었다.


(천하오검(天下五剣)도 그렇지만, 세계에 흩어져 있는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수집도 버리기 아깝네. 역사를 배울 때마다 상상했던 물건이 내 관리 하에 들어오다니…… 역사 애호가로서는 참을 수 없지)


허리에 차고있는 도우지기리야스츠나(童子切安綱)와 오오카네히라(大包平), 그리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오니마루쿠니츠나(鬼丸国綱). 남은 세 자루의 칼도 지금부터 순조롭게 성과를 올리면 입수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쥬즈마루츠네츠구(数珠丸恒次)와 미카즈키무네치카(三日月宗近), 오오텐타미츠요(大典太光世). 남은 세 자루도 빨리 손에 넣고 싶네. 하지만 미카즈키는 히데요시(秀吉)에게 전해질 때까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쥬즈마루는 미노부 산(身延山) 쿠온지(久遠寺), 오오텐타는 요시아키(義昭)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뭐 미카즈키도 요시아키가 가지고 있겠지. 그에겐 미안하지만, 아시카가(足利)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명도는 한 자루도 남김없이 받아내겠어요)


시즈코의 시대에 명도, 명창(名槍) 등의 무구류는 거의 다 소실되었다.

디지털화되어 남아 있는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는 시즈코에게, 현물의 명도나 명창을 볼 수 있고, 게다가 자신의 관리하에 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민간 기술도 흥미가 있지만, 역시 전국시대는 싸움의 시대. 갑주나 칼, 창 쪽에 강하게 끌리게 되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수집만이 목적은 아니다.

노부나가가 천하의 다기(茶器)를 모으며, 자신은 천하인(天下人)에 걸맞는 인간이라고 어필하고 있는 것처럼, 전승(伝承)을 갖는 명도를 소유하는 것은 가신을 필요할 때 모으기 쉬워진다.

즉, '나에게는 노부나가로부터 명도를 하사받을 만큼의 힘이 있다'고, 자기 자신의 힘을 어필할 수 있다. 누구라도 힘이 없는 사람 밑에는 모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곧 오우미 침공이 시작되니까, 지금부터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랬지요. 저도 싸움을 대비해서 준비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꺼내자마자 큐지로는 순식간에 인파들 속으로 섞여 사라졌다.

그의 빠른 발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창고로 시선을 되돌리며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지금부터 큰일이 벌어질거야"




아네가와(姉川) 전투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시즈코는 준비하는 것에만 그칠 수는 없었다.

몇 가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아자이의 동맹 파기나 아사쿠라의 적대 등 큰 흐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절망했다.

이대로 역사가 진행되면 노부나가의 최대의 이해자인 모리 요시나리가, 우사(宇佐) 산성(山城)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코키에(小木江) 성의 성주, 오다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오키(信興)가 전사하면, 노부나가의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에 대한 대처는 가열(苛烈)해진다.

신뢰가 두터웠던 노부오키가 전사한 것이, 노부나가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비정한 수단까지 쓰게 된 이유라고 전해진다.


(여기서는 아네가와 전투에서 아사쿠라 군을 거의 괴멸시켜서, 에치젠(越前)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려나)


어떻게 해서든 모리 요시나리의 죽음은 피해야 한다.

그걸 이루려면, 최소한 아사쿠라 군이 원군을 보내지 못할 정도로 피해를 입을 필요가 있다. 아사쿠라 군의 참전이 불가능해지면, 우사 산성의 전투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는 상황이 불리해진 순간 즉시 철수 행동을 취하는 버릇이 있다. 이것이 오다 포위망의 구멍이 되어 노부나가가 핀치를 찬스로 바꾸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문제가 된다.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살아남는 것은 문제없다. 오히려 틀어박히는 경향이 있는 그에게는, 같은 편에게 배신당할 때까지 당주로 있어줬으면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다만 이번처럼 군에 큰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무모한 돌격을 하는 멧돼지 무사(猪武者)인 쪽이 유리하다.

좀 뻔뻔한 얘기라고는 해도, 시즈코는 어떤 책략을 쓸지 고민했다.


"으―음, 역시 이런 건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상담하는 편이 좋으려나―"


자기 혼자서는 책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시미츠가 살고있는 신사(神社)로 걸음을 옮겼다.


"……과연, 시즈코로서는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켜두고 싶은데,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냐"


시즈코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아시미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응. 그야…… 뭐. 언니라면 TNT 폭탄으로 폭살시키거나 할 것 같지만, 나는 그런 건 좀 안 맞으려나"


"이 시대에도 RDX라면 만들 수 있다. 정제에 극독(劇物)을 쓰기 때문에 몇 명의 희생자가 필요해지겠지만"


"……축산의 분뇨에서 암모니아랑 인을 회수할 생각이야? 그럴 거면 비료로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MAP(Magnesium Ammonium Phosphate: 인산 마그네슘 암모니움) 법에 대해서는 미츠오 쪽이 잘 알고 있겠지. 그건 축산농가의 부수입이었으니까"


"축산의 분뇨에 수증기를 뿜어내면 암모니아를 회수할 수 있지. 남은 것에서 MAP 법으로 인산을 회수할 수 있어. 획득한 암모니아를 반으로 나눠서, 한쪽을 솔베이 공정(Solvay Process)로 탄산 나트륨과 염화 암모니움을 정제하고, 다른 절반은 인과 중화시켜서 인산 이수소 암모니움을 정제하고, 솔베이 공정의 부산물인 염화 암모니움을 첨가해서 냉각하면 인안(リン安)이 생성되니까…… 탄산 나트륨은 유리의 재료가 되고…… 응, 꽤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석회 가마(石灰窯)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인가. 그렇게 되면 연료도 바이오 코크스(Bio-Coke)가 있으면 좋겠군. 유압 프레스로 가압하기 때문에 기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결점은 있지만, 재료는 얼마든지 있다는 이점이 있지"


"식물 기름이라면 아주까리(ヒマシ) 기름이려나? 점도가 높아서 식용으로 쓸 수 없으니 대량으로 사용해도 문제없으니까. 지금까지 생약(生薬) 용으로만 재배했는데, 바이오 코크스를 만들거면 대량으로 재배할까"


"이야기가 빗나갔군, 되돌릴까. 현대의 것 같은 과학병기가 없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로 시즈코의 소원을 이루는 것은 가능하다"


그 말과 함께, 아시미츠는 미리 준비해 둔 자료를 시즈코에게 건넸다. 받아든 시즈코는 자료를 죽 훑어보았다.


"이거…… 진심이야?"


자료를 다 읽은 시즈코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아시미츠에게 질문했다. 자료에 적혀 있는 것은 취급을 잘못 하면 위험하지만, 결코 목숨에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을 써서 어떻게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키는 건지 시즈코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우리들이라면 '장난감'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미지(未知)'의 것이지. 자, 시즈코. 집단 행동을 할 때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이지?"


"그…… 패닉을 일으키는 것?"


"그렇지. 지금 이 시대, 군대는 거의 통솔이 잡히지 않은 집단이다. 거기에 공포나 불안을 주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느냐"


"군의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거?"


"정답이다. 한 번 공포나 불안으로 사기가 떨어진 군은, 순식간에 붕괴하지. 누구든 개죽음은 싫으니까. 보통은 이걸로 문제없지만, 시즈코의 요망을 이루려면 좀 연구가 필요하지"


턱에 손을 대고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잠시 생각한 후, 그는 시즈코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이번에는 파괴 병기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가지. 다만 많은 피가 흐를 것은 알아둬라. 그리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아사쿠라는 금방 도망치는 겁장이니까 말이다"


"그건 알고 있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나는 그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가치관은 내가 있던 시대의 가치관, 결코 전국시대의 가치관이 아니야"


"……"


"그런 표정 짓지 마, 아시미츠 아저씨. 라고는 해도, 아마도 마음 속의 어딘가에는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을거라 생각하니, 속편하게 "각오한 바다"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방아쇠를 당긴 건 나, 라고 나 자신에게 당부해 둘게"


"나는 다양한 수단을 써서 많은 적을 죽이고 상처입힌다. 그 방아쇠를 당긴 건 시즈코 자신…… 이라는 건가"


"그런 거야"


아시미츠의 말에 시즈코는 힘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히사마사는 미노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타케쿠라베(長比)나 카리야스오(刈安尾)에 성채를 구축하는 작업을 급피치로 진행했다. 게다가 요코야마(横山) 성이나 카마하(鎌刃) 성의 수비를 강화하여 방어망을 펼쳤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명령을 받은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의 책략에 의해, 타케쿠라베 성의 히구치 나오후사(樋口直房), 카마하 성의 호리 히데무라(堀秀村), 그리고 미노우라(箕浦) 성까지 오다 측으로 변절하여, 일찍부터 히사마사의 방어망에는 금이 가 있었다.


아자이 가문의 본성(本城), 오다니(小谷) 성의 방어망에 바람구멍을 뚫는 데 성공한 노부나가는, 책략을 시행한 후 겨우 하루도 되지 않아 타케쿠라베 성에 진을 쳤다.

노부나가의 신속한 행동은 히사마사에게 무너진 방어망을 재구축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정신적인 면에 약간 약점이 있는 그는, 노부나가의 비정상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행동에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태세를 재정비하는 데 실패했다.


좌절을 딛고 일어난 히사마사는 아사쿠라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것과 함께, 요코야마 성이나 오오하라(大原) 칸논지(観音寺)에 3천의 병사를 투입하여 방어를 강화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이미 오다니 성의 남서쪽 약 4km 거리에 위치하는 토라고제(虎御前) 산(토라히메(虎姫) 산이라고도 불린다)에 본진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오와리(尾張), 미노(美濃), 이세(伊勢) 국에서 모은 병력 2만에, 원군으로 달려온 도쿠가와(徳川의 선봉대 5천이 더해져 총 2만 5천의 군세가 되었다.


노부나가는 우선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나 히구치 나오후사 등에게, 오다니 성 아래에 철저하게 불을 지르도록 명했다.

이것은 야전(野戦)에서 결판을 내기 위해, 오다니 성에 틀어박힌 히사마사의 군세를 도발하기 위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도발 행위에 히사마사는 넘어오지 않고 농성 항전의 태세를 풀지 않았다.


원군인 아사쿠라 군이 도착할 때까지 히사마사가 농성할 것을 이해하자, 노부나가는 오다니 성 공격을 중단하고 남쪽 9km 정도 거리에 있는 요코야마 성을 먼저 공격하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본진의 이동을 아자이 측이 탐지하자, 그들은 추격대를 내보내 등 뒤에서 급습을 가했다. 하지만 전군(殿軍, ※역주: 맨 후위를 지키는 부대)인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의 활약으로 오다 군은 류우가하나(龍ヶ鼻) 까지의 이동을 당일에 완료했다.


류우가하나에 포진한 지 이틀 후, 노부나가는 요코야마 성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야스(家康) 본군 5천이 합류하여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은 3만의 군세가 되었는데, 때를 같이하여 히사마사에게도 아사쿠라 요시카게를 주장(主将)으로 하는 1만의 군세가 도착했다.

히사마사는 전군을 이끌고 오다니 성을 나와 아사쿠라 군과 합류했다. 그리고 요코야마 성을 구원하기 위해 오오요리(大依) 산까지 진군했다.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과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전투가 시작된다. 주위의 영주들은 물론이고, 쇼군이나 천황까지 전투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그 무렵, 시즈코는 인부를 모집하여, 쿠로쿠와슈(黒鍬衆)와 함께 동물원 비슷한 것의 건설에 착수하고 있었다.

우선 4000평의 면적을 빈터로 만들어, 동물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성벽으로 둘러쌌다.

이 때, 성벽은 회반죽(漆喰)을 사용한 흰 벽으로 만들었다. 회반죽 벽은 방화성이 뛰어나지만, 비에 젖으면 녹아버리는 결점이 있다.

이 결점을 방지하기 위해, 비에 젖기 쉬운 장소에 널빤지를 깔고, 10년에서 15년에 한 번 벽을 새로 칠할 필요가 있다.


성벽이 완성되면, 다음에는 성벽의 안쪽에 동물원용의 물을 겸한 해자를 판다. 방위가 주 목적이 아니기에 해자의 폭은 통상의 15간(약 27m)보다 좁은 12간(약 21m)로 했다.

깊이는 물을 축적하는 것도 겸해서 3m에서 4m 사이로 했다. 게다가 해자의 안쪽에는 흙담을 쌓아 내부로부터의 도망을 막는 설비를 갖추면, 그 이후에는 각 동물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진공작은 번식을 고려해서 각 쌍에게 10평, 높이 4미터의 금사(禽舎)를 준비하과, 거기에 폭 50cm, 높이 70cm, 깊이 90cm의 터널 모양의 상자를 네 구석 설치했다.

터널 모양의 상자를 준비하는 이유는, 진공작의 암컷을 번식기의 수컷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번식기의 수컷은 암컷에 대해 공격적이 되어, 때로는 암컷을 죽이는 경우가 있다.

암컷의 살상을 막기 위해, 피난처가 되는 상자를 금사의 네 구석에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수컷이 암컷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펼치는 깃털, 이름을 상미통(上尾筒)이라고 하는데, 그걸 회수할 필요도 있었다.

수컷 공작이 암컷에게 프로포즈하는 깃털은 평생 변치 않는 깃털이라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매년 새롭게 자라난다.

번식기인 4월에서 6월에 걸쳐 가장 아름다워지며, 그걸 지난 7월부터 서서히 깃털이 빠지기 시작해, 11월에는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

그리고 12월 무렵부터 새로 나기 시작하여, 다시 번식기인 4월부터 6월에 걸쳐 가장 아름다워진다.

빠져 떨어진 깃털을 장식용의 소재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입수할 수 있으면 이득이라는 정도의 취급이었다.


땅거북에게는 산란용의 방조(防鳥) 네트로 둘러싼 구획과, 입구가 좁고 안쪽에 부드러운 흙을 깐 잠자리를 준비했다.

땅거북은 물이 있으면 있는대로 마시기 때문에, 극력 물을 멀리해둘 필요가 있다.

통상의 동물이라면 수분 부족에 빠질 환경이지만, 그들은 야채나 들풀, 과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분으로 충분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다만 추위에 약한 땅거북은 일본의 겨울을 날 수 없기 떄문에, 가을이 끝날 무렵부터 겨울에는 온천 근처에 있는 헛간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다행히 셰퍼드는 광견병 등의 병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지금도 힘차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녀들을 베이스(台雌)로 하여 개의 품종개량을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는, 셰퍼드의 환경에 가장 신경을 썼다.

하지만 그녀들은 넓은 토지나 쾌적한 환경보다도 새로운 장난감 쪽에 열중이었다.

대형견의 셰퍼드에 의한 거친 환영에, 며칠만에 장난감이 너덜너덜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000평이나 되는 면적에 저택이나 성 이외의 시설을 건설한다.

참으로 기묘한 토목공사라고 츄우겐(中間, ※역주: 이 경우 인부, 일꾼의 의미)들은 생각했으나, 돈을 받을 수 있는데다 전투 같은 위험이 없다.

토지에 얽매이지 않는 츄우겐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터였다. 그래서 이 위험이 없는 토목공사에 츄우겐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출진할 때까지 모집을 중지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토목공사로 돈을 받는 쪽이 좋다고 츄우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즈코는 동물원의 건축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태반을 쿠로쿠와슈에게 일임했다. 이유는 노부나가에게서 명령받은 화승총의 특별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라지로(虎次郎)를 맡는 것, 고양이용의 펫 하우스 '네코치구라(猫ちぐら, ※역주: 짚으로 만든 고양이집의 일종)'의 제조 지휘 등, 그 밖에도 일거리는 있었지만, 가장 큰 일거리는 화승총의 특별 훈련이었다.


화승총이라고 하면 노부나가가 나가시노(長篠) 전투에서 사용한 3단 사격이 유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휘자를 따라 일제 사격을 하려 해도, 거리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명령이 늦게 전달된다. 거기에, 준비에 미적이는 사람과 재빨리 끝내는 사람이 생겨버려, 쓸데없는 시간이 잔뜩 걸린다.

철포대(鉄砲隊) 일제 사격에 의한 3단 사격을 하지 않아도 병력에서 앞서는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다.

간결하게 말하면, 타케다(武田) 군을 둘러싸고 두들겨패면 된다. 아무리 굳세고 강한 타케타 병사들이라고 해도 병력 수에서 밀리는 시점에서, 포위전 앞에 굴복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나가시노 전투에서 노부나가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고 생각된다.

우선 병력을 일부러 분산시켜, 본진을 타케다 군보다 적은 상태로 보여 카츠요리(勝頼)를 유인하고, 그 동안 토비가스(鳶ヶ巣) 산채(山砦)와 네 개의 지채(支砦, ※역주: 보조 요새)(나카야마(中山) 요새, 히사마(久間) 산채、우바카후토코로(姥ヶ懐) 요새、키미가후쿠시도코(君ヶ伏所) 요새)를 함락치키고 나가시노 성을 구원한다.

사카이(酒井) 기습부대의 기습이 성공함에 따라, 시타라가하라(設楽原)로 진군했던 타케다 본대는 퇴로를 위협받는 상태가 되어, 최종적으로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의 본진에 돌격한다.

타케다 군의 돌격에 대해, 노부나가는 3단 사격이 아니라 세 방향에서 타케다 군에게 공격을 가해, 이름있는 무장들을 다수 쓰러뜨려 타케다 군을 괴멸상태로 몰고 갔다고 생각된다.

타케다 군이 1만 명 이상이나 되는 희생을 낸 것을 고려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3단 사격보다, 세 방향에서의 반포위망 전투를 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시즈코는 하야고우(早合, ※역주: 전장식의 화승총을 간편하게 장전하기 위한 도구)를 사용한 사격 훈련, 그리고 시마즈(島津) 가문의 장기인 장탄 담당과 사격 담당을 전후로 교대시키면서 계속 쏘게 하는 윤번(輪番)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 의해 통상 40초에서 50초가 걸리는 화승총의 사격을 고작 15초에서 20초까지 단축시킬 수 있었다.

훈련의 성과는 훌륭하여, 전원이 1분 동안 4발의 발사가 가능한 정도까지 실력을 올렸다. 윤번 사격은 아직 삐걱거리는 부분이 남아있어, 장기간에 걸친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머지는 영주님이 결정하시겠죠. 아네가와 전투에서 돌아오면 오다 군의 텟포슈(鉄砲衆, ※역주: 화승총 부대의 명칭)도 그럭저럭 강화되겠네요"


그리고 강화하는 데는 미니에 탄을 사용 가능한 화승총의 개발이 가장 좋지만, 그쪽은 아시미츠가 진행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개발이라고 해도 라이플링 가공의 도구 제조나, 미니에 탄의 규격 통일 등 할 일은 많았다.

특히 화승총의 구경은 수제로 제작하는 만큼 통일성이 없어서, 처음에 가장 평균적인 구경에 맞춘 미니에 탄의 사이즈 설계가 필요했다.


"뭐, 그쪽은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맡겨두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쓸데없는 잡념을 버리고, 시즈코는 텟포슈의 훈련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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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5 1570년 5월 중순



노부나가의 도발행위에 아사쿠라(朝倉)는 손쓸 방법도 없이 철수했다. 그 사실에 아사쿠라 가문 가신들과 아자이(浅井)의 친 아사쿠라 파는 충격을 받았다.

아사쿠라 가문이라고 하면 헤이안(平安) 시대부터 이어지는 명가 중의 명가이며, 제 2의 쿄(京)라고 불릴 정도로 쿄 문화가 꽃피는 우아한 문화도시를 이치쵸다니(一乗谷)의 성시(城下町)에 건설한, 명실공히 손에 꼽는 힘을 가진 영주이다.

쿄에 가까운 것 때문에 아사쿠라 가문은 조정이나 쇼군 가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쇼군 가문으로부터는 매년같이 쇼군이 직접 에치젠(越前)을 방문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사건으로 아사쿠라 가문은 명가가 아니라, 그만한 도발행위를 당해도 이치죠다니로 도망쳐가는 얼간이라는 인상을 주위에 심어주게 되어버렸다.

이 일로 몇 명인가의 가신이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를 저버리고 장래성이 있는 오다 가문으로 변절하게 되었다.


굴러떨어지듯 몰락한 것은 히사마사(久政)도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와 나가마사(長政)의 회담 때 추태를 보인 히사마사는, 친 아사쿠라 파의 가신들로부터 '친 아사쿠라파의 수장으로서는 약간 문제가 있다'고 보이게 되었다.

이쪽도 장래성을 단념한 아자이 가문의 가신들이, 손바닥을 뒤집어서 나가마사 진영으로 변절했다.


아자이 히사마사와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서서히 세력을 잃어간다. 거기까지는 노부나가가 예상한 범위 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통한의 실패를 한다. 두 사람을 지나치게 조급하게 몰아붙인 것, 그리고 방심해 버린 것이다.

노부나가는 아자이 가문의 가신들은 강한 쪽에 붙는 체질인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사쿠라도 내부 붕괴를 저지하기 위해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궁지에 몰린 히사마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리고 나가마사에게도 히사마사를 주시하도록 조언하지 않았다.


1570년 (겐키(元亀) 원년(元年)) 5월 14일, 역사적 대사건이 발생한다.

아자이 히사마사와 아사쿠라 요시카게의 두 사람이 결탁하여 일으킨, 아자이 나가마사의 암살 미수 사건 '오다니(小谷) 성 사변'.

이 날 일어난 '오다니 성 사변'이야말로 겐키의 혼란의 시작이었으며, 동시에 제 1차 오다 포위망이 시작된 날이었다.




1570년 (겐키 원년) 5월 11일, 아사쿠라 가문 가신의 일부가 오다 가문의 영토인 미노(美濃)를 침공했다.

이 일에 노부나가가 격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를 정벌군의 총대장으로 임명한 후, 그에게 "일체의 항복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직접 섬멸을 명하고 출진시켰다.


아사쿠라 군은 금방 섬멸할 수 있을 거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1570년 (겐키 원년) 5월 14일, 원군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나가마사를, 갑작스레 거병한 히사마사 군이 덮쳤다.

쿠데타의 발발에 혼란에 빠진 나가마사 군은, 히사마사 군에게 차례차례 쓰러져 갔다. 나가마사 본인이 칼을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한 번 혼란에 빠진 군의 재편은 극히 어려웠다.

나가마사는 나오츠네(直経)의 진언을 받아들여, 처자식과 약간의 가신을 데리고 오다니 성에서 탈출했다.


다수의 병사들을 잃으면서도 나가마사는 탈출에 성공했으나, 이 일로 나가마사 진영은 괴멸 상태가 된다.

히사마자 진영에 기세가 있다고 생각하자마자 냉큼 손바닥을 뒤집어 나가마사 진영으로부터 다수의 가신들이 변절했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나가마사를 따른 가신은, 그의 오른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엔도 나오츠네(遠藤直経)와 그의 동료(朋輩)인 미타무라 이치자에몬(三田村市左衛門) 이외 몇 명의 가신들과 병사 3천이었다.

절망의 늪에 빠진 나가마사였으나, 그는 얼마간의 희망을 걸고 처자식을 데리고 미노를 향했다.


아사쿠라 군의 미노 침공과 오다니 성 사변으로부터 아자이 히사마사와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결탁한 것을 알게 된 노부나가는, 수중에 남은 군 중 1만의 병사를 히데요시(秀吉)에게 주어 오우미(近江) 국 침공을 명했다.

명목상으로는 '오이치(お市)의 구출'이었지만, 노부나가는 히데요시에게 나가마사 군을 구원하도록 비밀리에 명했다.


겨우 하루만에 진군한 히데요시였으나,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나가마사 군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가마사 군은 히사마사 군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어서 이동하고 있는데다, 군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져서 발견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노부나가나 히데요시는 간자를 풀었지만 좋은 정보는 얻지 못하여, 다만 시간을 낭비할 뿐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나가마사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군이 먼저 나가마사와 합류해 있었다.

그것은 멀리 동남아시아에서 도착한 후추의 묘목과 씨앗을 받으러 갔던 시즈코 군이었다.


"사진(斜陣) 1천 5백! 좌익에 궁 5백 전개! 니스케(仁助), 시키치(四吉, ※역주: 독음 불확실), 궁기병(弓騎兵) 10기를 이끌고 궁병과 말을 중점적으로 저격!"


시즈코가 히사마사 군과 싸우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 불행이 겹친 결과였다.

먼저 시즈코는 프로이스로부터 후추의 모와 씨앗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행군 훈련을 겸하여 무구를 완전히 장비한 쿠로쿠와슈(黒鍬衆)를 포함한 전군을 데리고 쿄로 들어갔다.

거기서 후추의 모와 씨앗을 수령한 후, 곧장 오와리(尾張)로 귀환했다면 아자이 가문의 소동이 발발하기 전에 기후(岐阜)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괴혈병의 특효약이 예상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했기 떄문에, 예수회는 시즈코에게 입막음료를 겸해서 후추의 모와 씨앗과 함께, 헌상용의 동물을 일본으로 가져왔다.

당초에 예수회는 몇 마리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콩나물의 효과에 놀라서 약간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지시를 남발했기 때문에, 연락 내용이 말옮기기(伝言ゲーム)처럼 바뀌어버렸다.

최종적으로 각지에서 동물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착각되어, 다양한 동물들이 모아졌다.


먼저 친한 사이인 이슬람 상인으로부터 터키시 앙골라의 암수 3쌍을 사들였다.

터키시 앙골라란, 터키의 산악 지대에서 자연발생한 품종이다. 터키시는 '터키의'라는 의미, 앙골라란 터키의 수도 앙카라의 옛 명칭이다.

16세기에 유럽에 건너갔을 때부터 현대와 다르지 않은 용모가 기록되어 있기에, 적어도 유럽에 건너가기 수백년 전에는 품종으로서 확립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고양이 등록협회(CFA)에 등록되어 있는 터키시 앙골라는 원종(原種)이 아니다. 이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유럽인이 숫자를 늘리기 위해 페르시안과 교배시킨 것 때문에, 순수한 터키시 앙골라가 터키 국외에서는 멸종되었다.

다음으로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터키에 있는 터키시 앙골라가 멸종의 위기에 처해 버렸다.

1950년대에 들어서, 터키의 앙카라 동물원에서 보호 사육되던 것을 미국 군인이 발견하여 미국으로의 수입을 교섭했다.

그러나 터키에서 '살아있는 국보'로 소중히 여겨지던 터키시 앙골라에 대해 유럽과 미국인들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있던 터키는 국외 반출에 난색을 표했다.

최종적으로 미국에 수입되어, 태국의 지보(至宝)인 시아미즈(Siamese, ※역주: 샴 고양이)와 교배하여, 페르시안같은 통통한 체형에서 원래의 슬립한 체형으로 되돌리는 번식계획이 시작되었다.

결국 현대의 터키시 앙골라는, 터키시 앙골라와 페르시안과 시아미즈의 세 가지 품종에서 태어난 품종이다.

물론, 시즈코에게 건네어진 터키시 앙골라는, 페르시아나 시아미즈와 교배되지 않은 원종의 터키시 앙골라였다.


다음으로 인도에 주재하는 카톨릭 선교사가 희한한 개(독일 원산의 목양견(牧羊犬) 저먼 셰퍼드(German Shepherd))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섭해서 암컷을 몇 마리 사들였다.

출항 직전, 어떤 포르투갈 상인이 스페인 상선에서 큰 거북을 샀다고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고, 반쯤 협박해서 여섯 마리를 사들였다.

그리고 출항 후, 보급 목적으로 들린 류큐(琉球) 국에서 장사하고 있던 중국인 상인에게서 진공작(真孔雀)의 암수 두 쌍을 사들였다.

예수회는 프로이스의 보고서대로 개, 고양이, 새를 모으고, 거기에 희한한 동물로서 땅거북(象亀)을 추가하여, 그 모든 동물들이 사카이(堺)에서 쿄로 운반되고, 그리고 시즈코에게 인도되었다.


사람을 동물원 원장이나 뭐 그런 걸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하고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였으나, 불행은 또 찾아왔다.

시즈코에게 동물을 떠넘긴 후, 프로이스는 로렌초와 함께 사카이의 용무를 처리하기 위해 쿄를 떠났다.

게다가 땅거북을 한 번 보려고 시즈코가 있는 곳을 찾아온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와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가, 땅거북이 아니라 터키시 앙골라의 매력에 함락되었다.

두 사람은 가신들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고양이를 예뻐한 후, 시즈코에게 한 마리 양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두 사람의 열의에 두 손을 든 시즈코는 발정기에 두 마리를 만나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수컷 터키시 앙골라, 호소카와 후지타카에게 암컷 터키시 앙골라를 양도했다.


하지만 쿄에서의 소동은 이걸로 끝나지 않았다.

터키시 앙골라는 날씬한 몸과 섬세한 털(被毛) 때문에 예민한 고양이라고 생각되기 쉬운데, 의외로 근육질에 순응력이 높은 고양이다. 다만 다른 고양이와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하여, 기본적으로는 단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런 터키시 앙골라는 높은 곳과 상하운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때문에 아케치 미츠히데, 호소카와 후지타카 각각의 고양이방에 캣타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시즈코는 쿠로쿠와슈를 데리고 각각의 고양이방에 캣타워를 설치하기 위해, 쿄에서 쓰는 저택을 비우기 일쑤였다.


그 동안, 나가요시(長可)와 다른 병사들은 남은 암수 두 쌍을 예뻐했는데, 어느 날 시즈코가 없을 때 한 마리의 터키시 앙골라를 캣 케이지에서 내보내 버렸다.

모험심이 강한 터키시 앙골라는, 앗 하는 사이에 저택 밖으로 뛰쳐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이것에 당황한 나가요시들이 갑주를 입고 고양이 대수색을 개시하여, 도중에 경라대와 쿄의 백성들까지 말려든 대소동을 일으켰다.

최종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간 터키시 앙골라를 회수한 것은, 사건과 관계없던 케이지(慶次)였다.


대소동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축제 기분으로 즐겼으며, 게다가 터키티 앙골라의 외모에 한눈에 반한 백성들이 속출하여, 연일 시즈코에게 고양이를 양도해 달라는 부탁이 급증했다.

최종적으로 고양이의 양도는 일체 거부, 새끼 고양이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후, 시즈코 대(隊)는 구충이 끝난 터키시 앙골라, 땅거북, 진공작, 셰퍼드를 데리고 오와리를 향했다.


오우미 국을 통과하던 도중에 히사마사의 쿠데타가 발발했다. 게다가 병사는 적지만 오다 군이 오우미 국에서 진군하고 있다, 는 정보를 입수한 히사마사가 오다 군(알맹이는 시즈코 군)을 무찌르기 위해 습격을 가해왔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즈코도 자신의 불행에 한탄하고 싶어졌다. 다만 히사마사의 습격에 시즈코 군은 와해되기는 커녕, 거꾸로 군의 의지가 통일되고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터키시 앙골라였으나, 장비를 완전히 갖추고 있다고는 해도 병사 4천 정도로는 좀 불안하다.


히사마사 군을 격퇴한 후, 시즈코는 미노 국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 퇴각했다. 하지만 나가요시와 그의 병사들이 살기를 띠고 있었기에, 퇴각 명령이 전해지기 전에 도망친 히사마사의 병사들을 추격해갔다.

그걸 말리기 위해 남은 시즈코 군이 서둘러 그들을 쫓았지만, 합류한 장소는 히사마사가 나가마사를 쓰러뜨리기 직전인 전장이었다.


나가마사 진영으로부터 새로운 적이라 의심받고, 히사마사 진영으로부터는 오다 군을 무찔러야 한다고 공격받고, 거기에 반응한 나가요시가 히사마사 군에 돌격하여, 그야말로 혼돈스러운 전투로 변해 버렸다.

다행히 나가마사의 얼굴을 알고 있던 시즈코는, 우선 주위의 나가마사 군을 설득하면서, 나가마사의 진중까지 들어와있던 히사마사 군을 쫓아냈다.

나가마사의 진중이 안정되자, 시즈코는 나가마사들에게 자신들은 오다의 원군이라고 말하고, 함께 히사마사를 격퇴하기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방금 전까지 죽기 직전이었던 것도 있어 나가마사는 시즈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오다의 원군이 왔다는 것을 병사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령을 내보냈다.

연이은 패전이나 현지 백성들의 배신으로, 당초 3천 명이었던 나가마사 군은 이제 1천 명 정도까지 숫자가 줄었지만, 오다 군의 원군이 왔다는 정보에 그들은 잃어버리려던 사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시즈코 군 4천과 나가마사 군 1천은, 히사마사 군 6천과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동안 진형을 재편했다.

하지만 부상이 심한 나가마사 군은 나가마사를 지키기 위해 후방으로 물러나 있었고, 실제로는 히사마사 군 6천과 시즈코 군 4천의 대치였다.

양측의 대치는 돌격 준비가 갖춰진 히사마사 군에 의해 깨어졌다.

돌격해오는 히사마사 군에 대해, 시즈코는 안행진(雁行陣)을 펼쳤다. 그리고 선두의 아시가루(足軽)들을 콘크리트로 보강된 대나무 다발로 굳혔다.

사방(斜方)을 밀집시키는 것으로 정면으로부터의 돌격을 피하고, 그 사이에 측사(側射)로 히사마사 군을 공격하는 작전이다.


"상대는 6천 정도! 그렇다면 한 명이 둘을 죽이면 된다!"


히사마사의 제멋대로인 태도에 열이 뻗친 시즈코는, 적절한 지시를 각 부대에 날려서 절처하게 히사마사 군을 몰아붙였다.

평소에 화내지 않는 사람이 화내면 무섭다, 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시즈코를 보고, 시즈코 군 중 몇 명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궁병 사격! 신경쓰지 마라! 적은 어차피 대단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있는 대로 쏘아붙여라!"


5백 명에 의한 화살비에 적의 병사들은 차례차례 목숨을 잃었다. 운좋게 화살비를 피할 수 있었던 병사들도, 사진(斜陣)을 구성하는 중보병의 손도끼나 칼(剣鉈)에 목숨을 잃었다.

적의 궁병이나 기병은, 컴파운드 보우를 장비한 궁기병의 종횡무진한 움직임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는가 했으나, 상대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다. 화살비 속을 돌격하는 것은 자살행위라 생각하고 일단 뒤로 물러났다.


"피리를 불어서 케이지, 사이조(才蔵), 카츠조(勝蔵) 부대에 돌격 신호를 보내라!"


피리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사진의 전곡(前曲)과 후곡(後曲)에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부대가 앞으로 나와 히사마사 군을 좌우에서 협공했다.

정공법으로 소모전을 벌이다 갑자기 포위당한 히사마사 군은 당황하여 시즈코 군의 습격에 저항다운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죽어라죽어라죽어라! 남의 고양이에 손대는 놈은 이 도깨비 방망이로 패죽여주마!"


큰 소리로 외치면서 나가요시는 약간 길게 만든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그가 모닝스타를 휘두를 때마다 선혈이 흩날렸다. 그 뿐만 아니라 나가요시 부대의 아시가루들도, 창이나 칼로 적병을 베어넘겼다.

물론, 케이지 부대나 사이조 부대도 그들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당황하고 있는 적병을 쓰러뜨려 갔다.


시즈코 군에게 포위당한 히사마사 병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돌격하려고 해도 시즈코 부대 본군은 사진으로 단단히 지켜지고 있어서 중앙 돌파는 불가능, 거기에 궁병에 의한 일제 사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히사마사 진영은, 포위망에서 가장 얇은 부분으로 강행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포위가 얇은 부분은 나가요시들이 히사마사 병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포위를 약하게 해둔 것 뿐이었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유인당한 히사마사 명사들은, 차례차례 말못하는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히사마사는 나가마사 토벌대 6천 중 무려 2천이나 되는 사상자를 내게 되었다.


"좋아! 적이 철수하는 것에 맞춰서 이쪽도 철수한다! 깊게 추격하는 것은 엄금, 저쪽에는 아직 멀쩡한 군이 남아 있으니까!"


나가마사 토벌군을 격퇴했으나, 아자이 히사마사의 본군은 멀쩡하게 남아 있다. 그에 반해 시즈코 군에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3할 가까운 부상병이 발생했다.

나가마사 병사들도 피로의 한계에 달해 있어, 이 이상의 추격은 뼈아픈 반격을 당할 것이라 생각한 시즈코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길길이 뛰고 있던 나가요시의 뒷덜미를 붙잡고 철수를 개시했다.

승리에 흥분하고 있던 병사들에게도 당부하여, 필요없는 짐에 모두 불을 지른 후 시즈코는 나가마사와 함께 철수를 개시했다.


오후 3시경에 간신히 히데요시 군의 척후에게 발견되어, 시즈코 군과 나가마사 군은 히데요시 군과 합류했다. 이로서 나가마사 군, 시즈코 군, 히데요시 군을 합쳐서 1만 5천의 병력으로 팽창했다.


"훌륭하네. 용케 아자이 비젠노카미(備前守)님의 궁지를 구했군"


"아, 네. 감사합니다"


히데요시에게 칭찬받은 시즈코였으나, 그녀는 거의 무아지경이었기에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갑자기 히사마사 병사들에게 습격받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격퇴한 무렵부터 히데요시에게 합류할 때까지의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시즈코 군의 아시가루들이 묘하게 시즈코를 두려워하는 이유로 모른 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내일은 세키가하라(関ヶ原)에 도착하네. 놈들도 이 이상 깊게 추격할 수 없으니, 내일 도착하면 일단 안심이지"


히데요시의 말은 결코 자만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히사마사와 오우미 국의 상황, 아사쿠라 군의 움직임, 그것들을 정리하여 생각해서 나온 결론이 '아자이 히사마사는 이 이상 군을 움직일 수 없다'였다.

그리고 히데요시의 생각은 옳았다. 히사마사가 독자적으로 군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이상 군을 멋대로 움직이려고 해도 가신들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쿠데타가 아자이 가문을 위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따라온 가신들을 앞에 두고, 히사마사는 다시 아자이 가문 당주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다시 오우미 국의 영주임을 천명해야 한다.

그 이외에도 아사쿠라나 다른 반 오다 조직과 연계를 강화하는 등, 이 이상 나가마사에게 시간을 들일 수 없는 것이다.


"오우미 국과 동맹이 해소된다고 하면, 기후와 쿄를 잇는 요로(要路)의 안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없네. 이미 영주님께서는 오우미 침공을 향해 움직이고 계시지. 이번에는 시즈코도 종군할지도 모르겠군. 누가 뭐라 해도 이번에 최고의 활약을 보인 것은 그대이니까"


"그렇군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어디에서 전투를 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부터 해야 했으니까요"


"(척후를 내보낼 여유가 없었다는 건가)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뺨을 긁적거리며 시즈코가 중얼거릴 때, 문득 된장 냄새가 콧구멍을 간지럽혔다.


"오, 이제야 왔나. 어서 가지고 오너라―!"


히데요시도 된장 냄새가 나는 것을 깨닫자, 더 기다릴 수 없다는 태도로 급사를 재촉했다. 그들이 가져온 것은 약간, 아니, 평소보다 상당히 기름기가 떠 있는 된장국이었다.


(페미컨(pemmican)과 구운 된장 볼(ball)과 말린 밥을 섞은 거군요)


그것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와 시즈코가 생각한 전시 식사(戦時飯) 중 하나였다.

페미컨은 캐나다 및 아메리카에 사는 인디언들의 전통적인 휴대 보존식이다.

여름에도 주의하기만 하면 1주일은 품질을 유지한다. 다만, 이 페미컨은 고기나 야채, 과일을 동물성 지방으로 밀봉해서 굳히는 것이기에 대단히 기름지다.

따라서 그대로는 확실히 배탈이 나는 사람이 생긴다. 그래서 한 번 불에 올려 액상화시킨 기름기를 좀 줄이는 공정을 추가했다.


그래도 기름이 번질대는 밥을 먹는 것은 저항감이 있기에, 닭가슴살 등 지방이 적은 고기를 맛국물용 된장으로 감싼 고기 된장볼을 풀어넣어 돼지국 비슷하게 만든 후, 말린 밥을 섞기로 했다.

쓸데없는 기름기를 완전히는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전시에는 고칼로리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평소에 페미컨의 야전식을 먹게 되면 틀림없이 몸에 탈이 난다.


"기름기가 너무 많군. 하지만 군사행동시에 과식은 좋지 않으니, 이걸로 먹는 양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좋은 쪽이려나?"


"흠, 아직 개량할 점은 있군요. 그러고보니 시즈코 시, 활을 장비시킨 기병…… 뭐라고 하셨었죠?"


"어, 아, 궁기병 말씀이군요"


궁기병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기사(騎射, ※역주: 말에 타고 활을 쏘는 것)를 하는 기병을 말한다. 하지만 이 궁기병은 우수한 기마술과 궁술, 그리고 안장이나 등자 등의 우수한 마구(馬具)가 필요해진다.

필연적으로 말이 생활의 일부에 녹아들어 있는 유목민들이 궁기병을 구성하기 쉽다. 흔히 활을 장비한 기병을 용기병(竜騎兵)이라 부르지만, 실제는 총 등의 화기를 장비한 기병을 용기병이라 부른다.


궁기병의 메리트는 우수한 기동력과 탁월한 궁술에 의한 높은 명중률이다.

특히 위장 퇴각과 기사(騎射)의 전술을 취한 궁기병은 보병의 천적이 되었다. 같은 기동력을 가진 경기병조차 궁기병에는 애를 먹었다.

일본에는 평지가 적지만, 시즈코의 부대에 있는 궁기병들은 컴파운드 보우의 이점을 살려 '적의 인식범위 밖에서 기사(騎射)를 하고,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안전지대까지 퇴각한다'는 장거리 사격전술을 기본으로 했다.

뛰어난 궁술은 물론이고 탁월한 기마술도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에, 구성인원수가 겨우 30명으로 소수 정예였다.


훈련도 상식을 벗어난 내용이었다. 말고삐를 쓰지 않고 다리 만으로 말을 조종하여 산악지대를 주파시킨다.

급류에 휩쓸리며 떠내려오는 과녁을, 강의 흐름에 대해 수직으로 말을 달리게 하면서 75m 이상의 거리에서 맞추게 한다.

날아다니는 새나, 강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쏘아 맞추는 훈련도 한다. 물론, 남김없이 다 먹는 것도 훈련 내용이다. 그 이외의 기초 훈련은 나가요시가 지도하고, 거기에 다양한 좌학(座学) 등도 습득하게 했다.

집안이나 혈통에 좌우되지 않지만, 재능과 노력과 다소의 운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이 시즈코의 궁기병 부대였다.


"맞습니다. 듣기로는 1정(약 100m) 거리에서 화살을 맞추는 부대라고 하더군요"


"기사와 즉시 퇴각이 기본 전술이니까요. 멀리서 맞출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하여, 그런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활 같은 원거리 무기가 '무사의 무기가 아니다'고 생각되게 된 것은, 에도(江戸) 시대에 일어난 시마바라(島原)의 난을 진압한 이후였다.

그 때까지 활은 결코 비겁자의 무기가 아니었다. 카마쿠라(鎌倉) 시대에는 화궁(和弓)을 쓰는 기병이 주전력이었으며, 전국시대의 영주나 무장들은 활이나 화승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했다.

이론적으로 화궁은 30m가 갑주를 관통할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되며, 화승총은 그 두 배인 60m라고 한다.

100m 떨어지면 화궁이나 화승총의 살상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전국시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궁기병은 갑주를 관통할 수 있는 거리가 약 100m, 살상범위는 150m였다. 맞은 곳이 나쁠 경우 200m 저편의 사람도 사살할 수 있다.


"그런데 아자이 님이나 오이치 님께서는 어디 계신가요?"


"아무래도 아버님의 거병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조용히 놔두고 있지"


완전히 사이가 틀어진 상태라도, 고지식한 나가마사에게는 부모에게 목숨을 노림받은 것은 심신 양면에서 충격이었다.

의기소침하여 어깨를 늘어뜨린 모습을 보고, 히데요시나 타케나카 한베에는 조용히 내버려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나가마사는 히데요시나 타케나카 한베에, 시즈코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일이 되면 세키가하라에 도착한다. 거기부터는 기후까지 일직선이지. 아사쿠라도 구축이 끝났을테니, 오늘은 피로를 풀도록"




다음 날, 히데요시와 시즈코, 그리고 나가마사의 연합군은 해가 뜨기 전부터 이동을 개시했다.

히사마사가 습격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간자를 이용한 비정규군의 습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상, 빠르게 미노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히사마사의 추격은 없었고, 일행은 세키가하라를 통과하여 기후에 도착했다. 기후에서 연합군은 해산되었고, 나가마사와 히데요시는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시즈코는 오와리로 향했다.

하지만 기후에서 출발하기 직전, 터키시 앙골라의 건으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보고할 것을 명령받았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 노부나가와 그와 함께 터키시 앙골라를 본 사키히사(前久)도, 아케치 미츠히데 등과 똑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포기의 경지에 달한 시즈코는, 메마른 미소를 지으며 양도 조건을 전한 후, 수컷을 노부나가, 암컷을 사키히사에게 양도했다.

그 때,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땅을 빌려쓰고 싶다고 청했다. 터키시 앙골라에 홀딱 빠진 노부나가는, 통크게 4000평(약 13000 평방미터)이나 되는 토지를 시즈코에게 내렸다.


언질을 받은 시즈코는 캣타워의 설영을 쿠로쿠와슈에게 의뢰한 후,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도망치고 싶었던 시즈코는 행군 속도를 빠르게 하여, 해가 지기 1각 전에 자택에 도착했다.

부상병을 다시 치료한 후 군을 해산시켰다. 치료를 마친 병사들부터 각자 귀로에 오르고, 시즈코들은 마을의 문을 통과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즈코 님. 오시는 도중에 있었던 일은 들었습니다. 목욕 준비는 이미 마쳐놓았으니, 피로를 풀어 주십시오"


마중나온 아야의 말에 따라 네 명은 목욕탕에서 몸을 치유했다.

입욕 후, 시즈코는 우선 땅거북에 호박, 뽕나무잎, 칡의 잎, 들풀, 소송채를 주었다.

거북의 종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페인 상선에서 사들였다는 이야기가 정말이라면, 갈라파고스 땅거북일 가능성이 높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1535년에 갈라파고드 제도가 발견된 이래, 서양인들에게 살아있는 식량과 물통으로 취급되었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건기에는 물이 고갈되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갈라파고스 땅거북에는 심장 부근에 있는 심낭(心嚢)이라는 장소에 물을 저축하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 때문에, 유럽의 포경선이나 상선의 선원들이 음료수를 목적으로 많은 땅거북을 포획했다.

고기가 달고 대단히 맛있는 점, 물을 저축하는 능력이 있는 점, 발이 느린 점, 먹이를 주지 않아도 몇 개월은 사는 점을 이유로 땅거북은 계속 남획되었다.

마스카렌 제도(Mascarene Islands)의 로드리게스(Rodrigues) 섬에서는, 1732년부터 1771년 사이에 28만 마리의 땅거북이 식량으로서 포획된 기록이 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 중 가장 유명한 개체는, 2012년 6월 24일에 사망한 핀타섬 땅거북인 론섬 조지(Lonesome George)이다.

핀타섬 땅거북 최후의 한 마리이며, 번식을 시도했으나 가까운 아종과의 번식은 모두 실패, 근연종의 암컷을 써서 알의 인공부화를 시도했으나 모조리 실패로 끝났기에, 론섬 조지는 멸종 위기종의 상징이었다.


"아니 인도에서 왔으니까 알다브라 땅거북의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 하지만 등껍질이 돔(dome) 형태네…… 뭐, 아무래도 괜찮으려나"


등껍질이 돔 형태인 것을 볼 때 식량이 풍부한 장소에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먹이에 달려드는 모습을 보니, 몇 개월 가까이 식사를 주지 않았던 것도 확실했다.

땅거북을 사육할 경우, 운동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기에 먹이의 빈도는 하루에 한 번, 마른 잎사귀나 섬유질이 많은 풀을 중심으로 한 먹이를 주는 것과, 비닐하우스 등의 온실이 필요해진다.


"셰퍼드는 질병도 고려해서 4개월이나 5개월은 격리할 필요가 있으려나"


질병을 고려해 격리된 셰퍼드들이었으나, 운동부족이 되지 않도록 넓은 땅을 준비했다.

또 잠자리가 될 개집도 설치하여 비나 이슬을 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먼 셰퍼드는 인류가 품종개량 끝에 탄생시킨 견종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간주된다.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풍부하며, 주인에게 충실하다. 또 훈련을 좋아하여 높은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엘리트견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훈련을 잘못 시키면 지배욕이 강하고 공격적인 성격이 되어, 이것을 교정하는 것은 어렵다.

정한(精悍)한 얼굴이나 탄력있고 강인한 몸 때문에 애완동물로서도 인기가 높으며, 경찰견이나 군용견으로서 대단히 우수하다.


다만 시즈코가 수령한 저먼 셰퍼드는 현대에서 경찰견이나 군용견으로 사역되고 있는 저먼 셰퍼드가 아니라, 원종이라는 단어가 붙은 올드(Old) 저먼 셰퍼드이다.

작업견종의 능력을 중시하여 번식되어 온 견종이기 때문에, 근육질의 체격에 다리도 저먼 셰퍼드보다 굵은 편이다. 등은 평평하지만 목은 두껍고 튼튼하며, 또 허리도 튼실하다.


"진공작들은 당분간 연못에서 참아줘―"


저먼 셰퍼드의 처리를 마친 후, 시즈코는 진공작들을 간이 울타리로 둘러싼 거처로 이동시켰다.

진공작은 비취색의 장식깃털이 아름다운, 꿩 종류 중 가장 큰 새이다. 낙엽이나 곤충 등 대단히 잡식성이 강하며, 입에 들어오는 곤충이나 무척추동물, 양서류 등 다양한 것을 먹이로 삼는다.

게다가 신경독의 내성을 가지고 있기에, 독전갈이나 킹 코브라 등의 독사류도 즐겨 먹는다.


"야채라고 하면 나물(菜) 종류, 부추, 파, 양파였던가. 뭐 적당한 야채 부스러기를 약간 모자라게 놔두면 되려나"


도망치지 않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고, 땅거북과 마찬가지로 진공작들에게 먹이를 준 시즈코는, 마지막으로 불행을 부르는 대명사가 되려 하고 있는 터키시 앙골라를 비트만들과 만나게 했다.

진입 금지의 울타리에는 가까이 가지 않도록 교육시켜놓았기에, 비트만들이 땅거북이나 진공작들에게 다가가는 일은 없다.

하지만 터키시 앙골라는 얘기가 다르다. 속박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터키시 앙골라는, 처음에 얼굴을 익혀놓게 하지 않으면 포식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비트만들은 터키시 앙골라에게 경계심을 명확히 드러냈고, 터키시 앙골라도 대형의 포식동물인 비트만들을 보고 울음소리를 냈다.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고 있자니, 무언가를 받아들였는지 비트만들은 경계심을 늦췄고, 터키시 앙골라는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시즈코는, 지금이라면 문제없다고 생각하여 터키시 앙골라를 캣 케이지에서 꺼냈다.

순간, 케이지에서 한 마리의 터키시 앙골라가 뛰쳐나왔다. 활발함을 볼 때 수컷이라고 생각되는 터키시 앙골라는, 비트만들의 주위를 쫄래쫄래 돌았다.

귀찮다고 생각했는지 카이저가 앞발로 밀듯이 터키시 앙골라를 넘어뜨렸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반격할 생각이었는지, 일어난 터키시 앙골라는 잽싸게 카이저에게 접근하더니 카이저의 앞발에 고양이 펀치를 후려쳤다.

발톱이 닿아서 아팠는지, 카이저는 다시 터키시 앙골라를 넘어뜨렸다. 그리고 고양이 펀치의 응수를 받고, 다시 넘어뜨렸다.


시즈코의 눈 앞에서 인의(仁義) 없는 늑대 펀치 vs 고양이 펀치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내버려두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카이저와 터키시 앙골라의 전투를 시야 밖으로 밀어내고, 워디안 케이스에 들어있는 후추의 묘목과 씨앗을 확인했다.


(역시 바닷길은 힘들었나…… 들은 이야기로는 상당수의 묘목이 있었지만, 썩어있는 묘목이 많이 있네)


묘목의 손상이 경미한 것을 기뻐해야 할지, 라고 할 정도로만 썩어있는 묘목은 숫자가 적었다.

시즈코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녀가 묘목에 취한 조치가 다행히 좋았기 때문에, 시든 것을 면한 묘목이 많았다. 만약 그녀 이외의 사람이 수령했다면, 7할은 못쓰게 되었으리라.


(묘목이 하나…… 둘…… 전부 다 해서 45그루, 씨앗은 70알. 이거라면 씨앗의 발아는 5알, 묘목은 14그루가 기대치네)


대량의 자본을 투입해서 후추의 묘목을 90그루, 씨앗을 100개 구입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피해를 입어서, 묘목은 45그루, 씨앗은 70개까지 숫자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후추 재비는 처음에 최대 최악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워디안 케이스에서 육성하고 있지만…… 씨앗의 발아율이 역시 너무 나빠……"


최대의 난관, 그것은 발아율의 저조함이다.

통상, 후추 재배는 삽목용의 어린 줄기를 묘목으로 3개월에서 4개월을 들여 키운다.

다음으로 지주(支柱)를 대어 묘목을 정식(定植)하고, 그 후에는 성장시키는 것 뿐이다. 빠르면 1년 반, 늦어도 2년부터 수확이 가능해지며, 최대 25년 동안 한 그루의 후추에서 약 2kg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씨앗으로부터 육성한다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발아 온도는 25도에 호광성(好光性), 게다가 건조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발아 온도가 대단히 타이트하여, 현대라면 보온 히터 등이 있지만 전국시대에 그런 편리한 도구는 없다.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문제가 되는 발아 온도를, 어떻게 유지할지가 난관이었다.


후추 나무는 높이 5미터에서 9미터까지 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높이가 요구된다.

시즈코는 후추의 묘목을 화분에 심고, 씨앗은 뜨거운 물에 적신 천으로 감쌌다. 그러한 조치들이 끝나자, 그녀는 전국시대식 비닐하우스 1호로 운반했다.

비닐하우스라고 해도, 육성 장소만이 비닐로 덮여있을 뿐으로, 그 이외의 장소는 유리창이나 나무판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강도를 유지하기 위함과 온도 조절을 하기 위함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제의 비닐은 석유 비닐보다 내구성, 기능성이 뒤떨어지며, 게다가 잘 분해되지 않는 (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점이 없다.

시험해보지 않고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시즈코는 짧으면 5년, 길어도 10년에 한 번은 비닐을 전부 새로 갈아야 할 필요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후추는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에서 재배되는 열대성 식물이다. 7도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으며, 4도 이하가 되면 문답무용으로 시든다.

일본에서는 겨울이 되면 4도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별로 드물지 않다. 따라서 온도 조정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했다.


온도를 알기 위해서는 온도계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시즈코는 알코올식 온도계(한난계(寒暖計))를 제작했다. 알코올식 온도계는 정밀도는 나쁘지만, 구조가 심플하고 붉게 착색한 감온액(感温液, 알코올)을 사용하기에 수은보다 안전하다.


후추는 습도에도 민감하므로, 시즈코는 모발습도계를 제작했다.

이것은 모발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기상청의 기상업무관측 등에서도 쓰이고 있는 신뢰성이 높은 습도계이다. 다만 핵심이 되는 모발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는 결점이 있다.


온도계와 습도계는 원기(原器)가 되는 것이 필요했으나, 시즈코는 언니의 구입품인 트래블 킷(travel kit)의 온도계와 습도계를 원기로 삼았다.

이에 의해 온도계와 습도계의 성능이 보장되어, 시즈코는 본격적으로 후추 재배에 착수했다.




초기의 후추 재배는 계측 일변도였다. 매일, 온도와 습도를 기록하고, 후추의 묘목의 상태를 기록하고, 씨앗의 발아 상황을 기록하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작업 뿐이었다.


"응…… 24호 짱, 오늘 사망을 확인"


번호가 붙여진 묘목들 중, 시즈코는 새카매진 후추의 묘목 24호를 잡아뽑았다. 재배 개시로부터 십수일이 지난 5월 30일에 이미 12그루가 못쓰게 되었다.

씨앗은 더욱 비참하여, 70개 중에 발아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적인 하나 뿐이었다.


"기온과 습도가 나쁜 걸까. 좀 더 생각해보자……"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묘목이 다섯 그루, 발아한 씨앗은 하나 뿐이라는 상태다. 지금까지 순조로운 재배를 거듭해온 시즈코였으나, 아무래도 후추를 전국시대에서 재배하는 것은 어렵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계측기나 약품이 없는 전국시대의 일본에서, 후추의 묘목이 다섯 그루나 성장하고 있는 것에 시즈코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8호, 13호, 21호는 순조롭고, 36호와 41호는 조금 기운이 없는 걸까"


그로부터 다시 며칠 후, 못 쓰게 된 걸까 하고 생각한 묘목들 중, 무려 10그루나 되는 묘목이 되살아났다.

이것에 시즈코는 대단히 기뻐했으나, 그 희망을 짓밟는 것처럼 다음 날에 두 그루의 묘목이 기세를 잃었다.

한 번 묘목이 시들게 되면 시즈코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재배 기록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손을 써서 시들지 않도록 분투했지만, 그 노력이 허망하게도 묘목은 시들어 버렸다.

70그루 중, 성장을 계속하는 묘목은 12그루 뿐이었다. 카톨릭 교도가 운반해 왔다고 12사도냐, 라는 식으로 자조적인 기분이 들기 시작한 시즈코였으나, 두 손으로 뺨을 때리며 기합을 넣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생각한 시즈코는, 접붙이기를 한 귤과 레몬밭으로 이동했다. 이쪽은 후추와 달리 성장률이 높아서, 벌써 대부분의 접지(穂木)에서 싹이 터 있었다.

조금 더 성장하면 방수용의 밀랍을 바른 목면천을 걷어내고 식목 화분(植木鉢)에 옮겨심어 각지로 발송할 예정이었다. 발송되는 묘목의 태반이 귤이었지만, 레몬도 약간 발송된다.

남은 묘목은 과수원의 한 구석에 심어지고, 밑나무(台木)를 심었던 땅은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밑나무를 심게 된다.


과수원에는 새로운 친구들도 늘어났다. 중국 원산지의 금감(金柑), 닝보 금감(寧波金柑), 체리(サクランボ), 중국종 양앵두(シナミザクラ)였다.

중국종 양앵두는 중국앵두(中国桜桃), 카라미자쿠라(唐実桜)라고도 불리며, 헤이안(平安) 시대의 기록에 '앵두(桜桃)'라는 이름으로 나올 정도로 오래된 재배종이다.

하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단양 앵두(甘果桜桃)가 주류로, 신맛이 강한 산과앵두(酸果桜桃)나 중국앵두가 시장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체리는 많은 재배종이 자가불결실성(自家不結実性, 스스로의 꽃가루로는 수분되지 않고,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수분함)이지만, 중국앵두는 자가결실성이라서 한 그루로도 열매를 맺는다.

두 가지는 식목 화분으로 재배하고 있지만, 닝보 금감은 접붙이기, 중국종 양앵두는 씨앗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닝보 금감의 밑나무가 되는 탱자나무의 재배수를 지금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이곳에 계셨습니까, 시즈코 님"


과수원의 상태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야가 말을 걸어왔다. 약간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니, 급보가 도착하여 다급하게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급보야?"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습니다. 아사쿠라와 아자이 정벌의 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야에게서 편지를 받아들고 확인해보니, 그녀의 말대로 주인장에는 대나무 화살(竹矢)을 증산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나무 화살은 화살대(矢軸)의 재료에 이대(矢竹)를 사용하며, 장인들이 숙련된 솜씨로 정성껏 제조한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화살은 '예술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라는 인식이었다. 따라서 장인을 데려다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제조하여 마지막에 조립하는 공업생산 방식을 채용했다.


화살촉(矢尻), 화살대, 화살깃, 오늬(筈)를 규격에 따라 제조하여, 마지막에 조립하고 검품하여 출하한다.

시즈코의 반(半) 공업생산 체제는 처음에야 불량품이나 시간 손실이 많았으나, 점점 불량률이 낮아져서 지금은 장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효율좋게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대나무 화살은 지금의 배를 생산해줘. 그리고, 임시 보수를 지불할 준비도 해 줘"


"알겠습니다"


"전투의 준비도 필요하네. 가능하면 오와리를 떠나고 싶지 않지만…… 뭐 2개월 후라면 괜찮으려나"


"그리고 기술자 마을에서 레…… 렌즈가 도착했습니다. 상당히 엄중한 봉인이 되어 있어서, 내용물을 검사할 수 없었습니다"


"괜찮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바로 알 수 있는 물건이니까"


곤혹스러운 표정의 아야를 보니, 엄중한 봉인이 된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시즈코가 생각하는 대로의 물건이라면, 엄중하게 봉인한 이유는 내용물을 검사받는 것을 피하려는 것보다, 뚜껑을 열었을 때 안에 있는 것이 튀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약간 파손되기만 해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니, 장인들이 운반중의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당연했다.


"……대체, 뭘 만드신 건가요?"


"음―, 전투의 상식을 뒤엎는 물건이야. 나중에 아야 짱에게도 보여줄게"


아야의 질문에 시즈코는 어깨를 움츠리며 가볍게 대답했다.




기술자 마을에서 도착한 상자를 아야에게서 받아들고 시즈코는 엄중한 봉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시즈코의 예상대로, 크고작은 다양한 대물렌즈와 직각 프리즘이 들어 있었다.


(겨우…… 겨우 만들 수 있겠네. 쌍안경과 필드 스코프)


유리 제조를 한 최대의 목적, 그것은 쌍안경과 필드 스코프의 두 가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후추 재배와 합쳐 시즈코는 대량의 자산을 투입하여 대물 렌즈의 완성을 서둘렀다.

유리 연마기가 없는 이상, 렌즈나 프리즘의 완성도는 장인들의 실력에 달리게 된다. 단기간에 장인들에게 유리 제조의 완성도를 높이도록 질타한 적도 있지만, 그것도 겨우 끝났다.


(좋아, 조립하자)


대물렌즈가 들어있는 상자를 손에 들고, 시즈코는 대적(大敵)인 먼지를 제거한 후, 물건을 놔두지 않은 방으로 이동했다.

먼지의 대부분은 의류나 이불, 카펫 등의 면 먼지이다. 발생원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다. 남은 건 공기의 대류를 만들어, 가능한 한 먼지를 불어내도록 하면 먼지는 쌓이지 않는다.

몸에 붙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방에 들어가서 렌즈와 프리즘을 조립했다.


(이번의 대물렌즈는 대형이지만, 기회가 있으면 소형의 대물렌즈를 만들어서 현미경도 만들까)


소형의 대물렌즈가 있으면, 시즈코의 시대에 보급되어 있는 페이퍼 크래프트(papercraft) 현미경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9할이 종이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렌즈만 필요한 극히 심플한 설계이다.

게다가 렌즈도 정밀기계로 제조한 정밀 커브 글래스 렌즈가 아니라, 보통의 구면렌즈로 문제없다. 종이의 모양을 바꾸기만 하면 명시야(明視野) 현미경이나 형광(蛍光) 현미경으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도상국에서도, 거의 공짜로 만들 수 있는 역병검출도구로서, 또 현미경으로 간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교육도구로서, 페이퍼 크래프트 현미경은 대단히 우수한 성능을 가진다.


(페이퍼 크래프트 현미경의 렌즈를 만드는 게 문제려나. 그 후에는 질병이라던가 그럴 때밖에 필요없지. 애초에 나는 의학에 관련해서 그렇게 잘 아는 게 아니고…… 장래에 누군가가 필요할 때 쓸 정도려나)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 대물렌즈가 작아진다는 점이다. 현미경에 사용하는 크기의 렌즈라도, 연마에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핀셋으로 집을 정도의 렌즈 제조는 불가능에 가깝다.

사용 빈도를 생각하면 페이퍼 크래프트 현미경보다, 구조가 심플한 광학 현미경 쪽이 현실적이다.


(뭐, 장래의 과제로 삼자. 현미경만 있어봤자 쓸 데가 없으니까)


현미경은 장래의 과제로 결론지은 후, 시즈코는 쌍안경의 조립에 집중했다. 얼핏 단순하고 간단할 것 같은 작업이지만, 쌍안경의 조립은 신경을 소모한다.

특히 정립(正立) 프리즘은 2, 3개의 직각 프리즘을, 정확히 90도씩 비틀어 조립할 필요가 있다.

이 각도에 실패하면, 정확히 정립하지 않고 사물이 기울어 보이는 '쓰러짐(倒れ)'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시즈코는 조립한 후 체크하여, 실패했다면 분해, 조정, 재조립을 했다. 결국, 쌍안경 3개와 필드 스코프 2개를 만드는 데 십수회의 조정을 했다.

완성된 것은 노부나가용의 6배율 30구경과 8배율 42구경 쌍안경, 30배와 60배의 필드 스코프, 그리고 자신을 위한 7배율 50구경 쌍안경 등 도합 5개였다.


필드 스코프는 별명이 지상 망원경이라고 하여, 정립 프리즘을 포함하고 있는것이 천체 망원경과의 큰 차이점이다.

쌍안경와 필드 스코프의 차이는 주로 사용 용도이다.

필드 스코프는 측량이나 지형 파악, 정점(定点)에서의 적군 감시 등에 쓰인다. 반면 쌍안경은 전장에서의 전개 확인이나 상황 확인 등에 쓰인다.

시즈코는 자신을 위한 7배율 쌍안경을 들고는, 미세 조정하면서 성능을 확인했다.


(조금 무겁지만, 성능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네. 다음은 필드 스코프의 성능을 확인하자)


핀트를 맞추는 손잡이를 조정하면서 시즈코는 필드 스코프로 주위를 확인했다. 하나같이 요구 성능을 만족시키고 있었기에, 최종 확인은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쌍안경도 필드 스코프도 20개를 만들 수 있는 숫자의 렌즈가 있는데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은 5개라는 점은, 아직 작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자, 이걸로 오니마루쿠니츠나(鬼丸国綱)을 받을 수 있겠지. 이제 곧 아네가와(姉川) 전투가 시작될테니, 얼른 영주님께 편지를 쓰자"


쌍안경, 필드 스코프의 렌즈 부분에 나무 뚜껑을 씌운 후, 시즈코는 편지를 쓰기 위해 책상으로 갔다.

편지는 노부나가의 호기심이 자극될 내용을 썼다. 전투가 가까워진 것을 이유로 시찰을 나중으로 미루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반(反) 시즈코 파를 침묵시키고 장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노부나가가 쌍안경에 대해 알 필요가 있었다.


편지를 받아든 노부나가는 글 내용에서 시즈코의 의도를 알아채고, 가신들을 데리고 그녀가 있는 곳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전투의 상식을 뒤엎는다, 라는 이야기였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물었다.


"예, 그 말씀대로입니다.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여, 오늘까지 기다리시게 한 것을 깊이 사죄드립니다"


"후훗, 괜찮다. 그럼 그 전에 건네두도록 하지. 가져오거라!"


노부나가의 일갈에 소성이 화려하게 꾸며진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소성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한 자루의 칼이 들어 있었다. 칼을 소성에게서 받아들고, 노부나가는 그대로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약속했던 오니마루쿠니츠나다. 받아라"


"어, 하지만 아직……"


"상관없다. 네가 자신을 가지고 내놓는 것이다. 그에 걸맞는 물건이겠지. 아니면 너는, 자신의 작품에 자신이 없는 것이냐?"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받는 데 아무 문제도 없지 않느냐"


그렇게 말하고 노부나가는 재촉하듯이 다시 칼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시즈코는 오니마루쿠니츠나를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럼, 물건을 볼까"


"예, 이쪽입니다"


칼을 아야에게 맡긴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지정된 장소로 안내했다. 그곳은 적당한 넓이에, 간소한 망루(櫓)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영주님, 저쪽에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어, 보이는구나. 무엇이 쓰여 있는지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시즈코나 노부나가에게서 500m 가까이 떨어진 장소에 작은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물론, 너무 멀어서 팻말에 무엇이 쓰여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통 같은 것이, 이번의 주역이라는 것이냐"


"혜안이 놀라우십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우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가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시즈코는 렌즈 커버의 뚜껑을 벗긴 후, 핀트를 맞추고 팻말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 노부나가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시즈코는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기묘한 표정인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것이 옆에서 보기에는 통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약간 창피한 생각도 들었으나, 시즈코는 핀트 조정을 완료했다.


"……괜찮습니다. 영주님, 이쪽을 들여다봐 주십시오"


"음"


시즈코의 지시에 따라 노부나가는 필드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곧바로 얼굴을 들어올려 놀란 표정으로 팻말을 응시했다.

팻말을 보다가 필드 스코프를 들여다보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한 후, 노부나가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듣겠다. 요시나리, 너도 보아라. 확실히 이것은 전투의 상식이 뒤집어진다"


"옛"


노부나가의 명령을 받고 모리 요시나리도 필드 스코프를 들어다보았다.. 그도 노부나가와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필드 스코프에서 얼굴을 떼어 팻말을 응시한 후, 다시 필드 스코프를 들여다보는 동작을 반복했다.


"용도는 다릅니다만, 쌍안경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쪽도 확인해 주십시오"


시즈코는 준비해놓은 8배율의 쌍안경을 노부나가에게 건넸다. 필드 스코프 때 익숙해졌는지, 노부나가는 그다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이 동그란 부분으로 보이는 방식이 변하는구나. 딱 맞아떨어지면 흐릿하던 세계가 깨끗하게 보이게 되는군. 요시나리,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화, 확실히 이것은 전투의 상식이 뒤집어질 것입니다. 저렇게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가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되면, 적에 대한 감시 체제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그렇지. 망루가 있는 걸 보니, 저것에도 이 검은 통을 준비해 놓은 것이렷다?"


"예. 저 망루는 약 33척(대략 10m)의 높이입니다. 한 가지만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결코 햇님(태양)을 바라보지 말아 주십시오. 눈이 상하게 됩니다"


시즈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노부나가는 망루에 올랐다. 거기에서 30배의 필드 스코프를 들여다본 후, 뭔가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띠었다.


"확실히 이건 전투의 상식이 변한다. 시즈코, 이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우냐?"


"이론만 알고 있다면 그 후에는 실제로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에서는 아무도 습득하지 않은 기술입니다. 이제부터 설령 습득한다고 해도 1년은 걸리겠죠. 게다가, 이것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소재가 바다에서밖에 나지 않습니다"


유리 제조에서 투명도를 올릭시 위해 소다회(ソーダ灰)가 필요해진다. 게다가 연마제는 금강사(金剛砂, 가넷(garnet) 분말)인 등, 다종다양한 소재를 모아서 처음으로 투명도가 높은 유리가 완성된다.


게다가 현대라면 유리 연마는 기계로 할 수 있지만, 그러한 기계가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장인들이 연마 솜씨를 갈고닦을 수밖에 없다.

매일 자나깨나 유리에 대해 생각하고, 천을 넘는 유리의 연마 훈련을 하여 간신히 기술이 몸에 붙는 것이다.

물론 그만한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있는 재력이 필요해지지만, 그것은 자금력을 가진 시즈코가 담당했다.


"과연, 즉 그렇게 간단히 손에 들어오는 물건은 아닌 것이구나"


"예"


필드 스코프가 50배율인 경우, 1000m 저편의 사물을 보게 되면 20m까지 다가가서 육안으로 보는 것과 거의 같아진다.

이것은 1000m나 떨어져서 진지(陣幕)를 감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중량은 늘어나지만, 배율을 높이면 더 멀리서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은 이런 정보를 전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게 되지만 필드 스코프가 있으면 그것도 필요없다.

적의 진군을 알리는 깃발을 흔들고, 그것을 다른 감시원이 다시 깃발을 흔드는 식으로 깃발 통신을 하면 순식간에 전해진다. 정보의 전달이 재빠르게 이루어진다, 적에게 있어 이만한 위협은 달리 없다.


"시즈코, 이 렌즈인가 하는 것의 성능을 높여라. 이것은 이후, 바다 위에서도 쓸 수 있을테니 말이다. 더욱 좋은 것을 만들어둬서 나쁠 일은 없겠지"


"알겠사옵니다"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시즈코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약간 목소리의 톤을 낮추어 속삭이듯 말했다.


"다른 이야기다만, 연말에 맛있는 것을 먹었다고 키묘마루(奇妙丸)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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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4 1570년 3월 상순



겨울의 추위가 누그러지기 시작하는 2월 하순,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는 청주를 뜨겁게 데워 마시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탁주로도 뜨겁게 데워마시는 건 가능하지만, 데우는 것으로 독특한 튀는 맛이 나오거나 신맛이 강해지는 술이 많다.


그에 반해 청주는 데우는 것으로 한층 향기가 짙어지고, 요리와의 상성이 증가한다.

또, 첫잔 째부터 마신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음주 속도가 적정하다면 적은 양으로도 적당히 취할 수 있다. 게다가 알코올의 신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작용이 강해지기 때문에, 추운 날에 청주를 뜨겁게 데워마시는 것은 이치에 맞는다.


탁주는 뜨겁게 데워마시는 것이 어려운 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주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차갑게 식히면 풍부한 맛과 목넘김이 좋아지는 탁주는, 냉주(차게 한 청주)와는 다른 맛이 있다. 또, 주질이 청주보다 변하기 쉬워, 경년변화(経年変化, ※역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변화)에 따른 숙성을 즐길 수도 있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도 탁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어, 전원이 한결같이 뜨겁게 데워마시는 데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차게 해서 마시는 탁주와는 달리, 청주를 뜨겁게 데워마시는 데는 한 가지 결점이 있다. 그것은 안주가 먹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에는 위액의 분비를 늘리고 소화를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 따라서 탁주라도 안주가 먹고 싶어지게 되는 경우는 있지만, 뜨겁게 데워마실 경우 알코올이 데워지기 때문에 식욕을 증진하는 2차 효과가 강하다.

이것은 딱히 일본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주(焼酎)를 뜨거운 물로 희석한 것, 쓴맛 성분 홉이나 탄산 가스가 있는 맥주도 식욕 증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술안주를 구하는 것만이라면 기후(岐阜)에서도 가능하지만, 바다를 접하고 있는 오와리(尾張) 쪽이 종류는 풍부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시즈코가 있는 장소는 최적이었다.

숙박할 시설이 갖춰져 있고, 술안주가 되는 것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다. 기후에서 적당히 가깝고, 또 바다와도 적당히 가까우며, 다음날에는 따뜻한 목욕물에 들어갈 수 있다, 고 하면 유행하지 않을 리가 없다.

계절에 따르긴 하지만 가지의 간장조림(煮浸し)이나 말린 전갱이(真鯵), 겨울숭어의 훈제, 생선뼈를 가볍게 구운 것, 고기 감자조림(肉じゃが), 문어의 초된장무침, 냉두부(冷奴) 등 다종다양한 안주가 선호되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선호되는 것이 카라스미였다.

짭쪼름하고 맛있는 카라스미(※역주: 어란. 명란젓과는 다른 것임)는 일본주와의 상성이 좋고, 스스로 한 조각의 두께를 조정할 수 있는 점이 인기의 이유였다.


일본에서 카라스미라고 하면 숭어의 난소(卵巣)로 만든 것,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숭어의 난소는 카라스미 중 하나에 불과하며, 본고장인 지중해 연안에서는 다양한 바닷생선의 난소가 사용된다. 카가와(香川) 현에서는 삼치(サワラ) 또는 고등어의 난소를 사용한다.

따라서 어떤 난소를 사용하더라도 카라스미의 제법에 따라 만들면 카라스미가 되는 것이다.


손이 많이 가는 관계로 카라스미의 값은 비쌌기에, 주머니 사정이 허전한 사람은 선뜻 손대기가 어렵다.

하지만 난소의 된장절임말림(味噌漬け干し)이라는 유사품이 만들어져서, 하급무사라도 카라스미에 가까운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만드는 법은 단순해서 된장에 마늘, 미림, 술을 섞어서 터퍼(Tupper) 등의 보존 용기에 된장, 천, 난소, 천, 된장의 순서대로 넣고 10일 정도 차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그 후에는 그물(干し網)에서 카라스미처럼 표면이 딱딱해질 때까지 천일(天日) 건조시키면 완성이다.

낮은 가격에 염분이 적다는 이유로 인기 상품이 되었지만, 술의 소비량이 급증하여 지갑을 직격한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뜨겁게 데워 마실 때의 안주는 뭐가 제일이냐 하는 것으로 백열된 논쟁을 벌인 가신들이었으나, 그들의 주군인 노부나가는 술이 아니라 망토의 완성에 열심이었다.

처음에는 시즈코에게 만들게 한 망토를 걸치고 있던 그였으나, 후에 선교사들로부터 헌상된 빌로드의 망토를 보고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이것은 시즈코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녀는 외관보다 기능을 중시했다. 게다가 색상은 차분한 색을 좋아했기에,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로서는 영 마음에 차지 않는 색상이었다.

노부나가는 선명한 붉은 색을 한 망토를 원하여, 홍화(紅花) 로 염색한 시제품을 장인들에게 몇 번이나 만들게 했다.

최종적으로 노부나가의 마음에 든 제법으로 완성된 붉은색이 채용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의 색 이외에도 노부나가는 많은 공을 들였다. 망토의 끝부분 처리를 하고, 그 위에 금사(金糸)나 은사(銀糸)로 자수를 넣었다.

등 부분에 닿는 곳에는 일면에 무늬가 그려진데다, 끝부분과 마찬가지로 금사나 은사로 자수를 넣었다. 고정구 부분도 훌륭할 정도로 정교한 세공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세부에 이르기까지 노부나가의 취미가 채용된, 시가총액 불명의 노부나가 전용 망토가 완성되었다.

그 완성도에 대단히 만족한 노부나가는, 관련된 장인들에게 상을 내리고 그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후하하핫! 어떠냐, 내 망토는! 큰 돈이 들어갔지만 그에 걸맞는 완성도가 아니냐!"


완성된 망토를 노부나가는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럴 때, 모(苗)의 경과보고와 도우조 하치야(堂上蜂屋) 곶감을 헌상하기 위해 노부나가를 방문한 시즈코를 발견했다. 그는 불문곡직하고 시즈코를 붙잡아서는 그녀에게 망토의 완성도를 자랑했다.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망토를 휘날리는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어떻게 대답할지 속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대, 대단히 잘 어울리십니다"


"음! 그렇지, 그렇지!"


노부나가가 아주 기분이 좋은 태도를 보니 무조건 칭찬만 하면 되는 것이다, 라고 시즈코는 깨달았다. 다만, 노부나가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변하면 즉시 대답이 바뀌기 때문에 잘 주시할 필요는 있다.


"그럼, 다른 이야기가 되는데, 시즈코. 기술자 마을에서 굴리고 있는 짐수레는 언제 이쪽으로 돌릴 수 있느냐?"


"어, 아, 리어카 말씀이신가요. 그거라면 큰 문제를 해소했기에 현재 양산중입니다. 4월 말에는 1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흠…… 쌀을 사용하는 이상, 과잉 생산은 어려운가. 하지만 짐수레를 사용한 병참을 조기에 운용하게 하고 싶다. 짐수레를 10대, 제 5군에 납품하라"


"옛,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바빠질 것이라고 시즈코는 예감했다.

애초에 리어카의 고무 타이어에는 팩티스로 대용하고 있다. 역시 고무의 대용품으로 선택되는 만큼, 팩티스의 성능은 고무에 가깝다.

고무와 비교하면 고온에 대한 내구성에 난점이 있기는 하나, 현재 상황에서 고온 환경하에서 타이어를 사용할 일은 없다.

시판되고 있는 고무와 동등하다고 봐도 좋은 팩티스는, 시즈코에게 농기구를 진화시킬 길이 열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실은 생고무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는 인도 고무나무밖에 없지. 당분간은 고무 수액을 수입해야 하려나)


현대에서는 파라 고무나무(Hevea brasiliensis)에서 얻을 수 있는 고무액이 일반적이다.

어째서 파라 고무나무가 유명하냐고 하면, 브라질 국외로 반출이 금지되어 있는 파라 고무나무를, 영국이 몰래 가지고 가서 고난 끝에 식민지 각지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국이 원산지 브라질과 마찬가지인 열대 우림 지대의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큰 이유이다.

게다가 원산지인 남미에서는 자낭균(子嚢菌)에 의한 남미 엽고병(葉枯病) 때문에, 고무나무를 원하는 대로 늘릴 수 없었다. 따라서 지금도 원산지에서는 천연의 자생수목으로부터 고무액을 채취하고 있다.


수액의 양은 인도 고무나무보다 파라 고무나무 쪽이 많지만, 수액의 질은 인도 고무나무 쪽이 우수하다.

또, 인도 고무나무는 내음성(耐陰性), 내서성(耐暑性), 내한성(耐寒性)이 뛰어나, 일본에서는 2차 대전 전부터 관엽식물로서 재배되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정원에 심어서 크게 자란 인도 고무나무도 있다.


(고무의 묘목은 수입한다고 치고…… 유리 가공도 궤도에 올라서 워디안 케이스(ウォードの箱)라는 성과도 나왔어. 이시야마(石山) 전투 때까지 쌍안경이나 필드 스코프가 완성되면…… 나쁘지 않은 성과이려나)


테라리움의 선구자 격이 된 워디안 케이스란, 대기오염이 심각했던 런던에서 외부와 단절된 세계를 내포하는 획기적인 발명이다.

1829년 무렵에 외과 의사였던 나다니엘 백쇼 워드(Nathaniel Bagshaw Ward)가 발명한 이 유리 용기는, 용기 바깥 세계로부터 일종의 독립된 환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내부에 식물의 생육 환경을 봉입한 채 운반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세계 각지에서 식물을 모으는 플랜트 헌터들의 활동을 크게 돕게 되어, 선구적인 식물 재배 용기로서 평가가 높다.


우수한 가반성(可搬性)을 가진 워디안 케이스를 이용한 사례로서,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인 로버트 포츈(Robert Fortune)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차나무 2만 그루를 인도 동북부의 아삼(Assam) 주로 운송했다.

그 밖에도 브라질에서 비밀리에 반출한 파라 고무나무 씨앗의 발아에 성공한 영국은, 이 케이스를 사용하여 스리랑카의 실론(Ceylon) 섬이나 일대 고무 농원을 계획하고 자국령이었던 말레이시아로 운반했다.


현대에서는 육상에서만의 환경으로 사육, 재배하는 테라리움, 수중에서만의 환경으로 사육, 재배하는 아쿠아리움, 수중과 육지가 혼재한 환경에서 사육, 재배하는 아쿠아테라리움 등, 워디안 케이스처럼 용기 내부에서 사육, 재배, 감상하는 기술이 여럿 발명되어 있다.


"(하지만 유리 연마가 장인의 감에 의존하고 있으니 양산이 힘드네)"


유리 제조가 궤도에 올랐다고는 해도, 아직 유리 제품은 희소품 취급이었다.

질이 나쁜 유리 제품이나 장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유리 제품은 세상에 나오지 않고 잘게 분쇄되어 다시 재료에 섞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리 장인이 적은 것이었다.

원재료에 소다 석회를 넣더라도 높은 투명도를 내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마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상에 나와 있는 유리 제품은 대단히 적어서, 일본에서도 오와리 하리코(尾張切子)를 소지하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와 가신인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와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노부나가로부터 헌상받은 천황, 챠챠(茶々)의 출산 축하 선물로 받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 뿐이었다.


"뭘 중얼거리고 있는 게냐"


"어, 아뇨,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었습니다"


"흠…… 뭐 좋다"


항상 있는 일, 이라고 생각하고 노부나가는 그 이상 시즈코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 후, 도우조 하치야 곶감을 헌상하고 이야기를 끝내려도 획책한 시즈코였으나, 유감이지만 그 행위는 노부나가의 망토 자랑에 곶감 이야기가 더해졌을 뿐이었다.




3월 상순, 시즈코는 양잠업(養蚕業)을 하고 있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인 이유에 따른 방문이었다.


"잘 없네, 비색 잉어(緋鯉)"


개인적인 이유란 잉어(真鯉)의 변종인 비색 잉어를 찾기 위해서였다.


잉어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케이코(景行) 천황이 연못에 풀어놓았다는 기술이 있을 정도로 옛부터 사육되고 있었다.

양잠업의 부산물인 누에의 번데기는 잉어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시즈코는 양잠업을 하고 잇는 마을에서 잉어의 사육을 하도록 했다.

약용 생선이나 요양 생선이라고 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고, 더러운 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높은 환경 적응 능력이 있기에, 양식하기 딱 좋은 민물고기였다.

메기도 양식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지만, 부화에서 치어가 될 때까지 수고가 장난이 아닌데다, 잉어와 달리 어느 논밭에서나 살고 있는 메기를 양식할 의미가 별로 없었기에 보류했다.


"색깔이 화려한 잉어라. 나는 본 적이 없는데, 사이조는?"


"없군. 그래서 흥미가 생긴다"


"둘 다 본 적이 없나. 이렇게…… 새카만 몸이 아니라 화려한 붉은 색의 개체인데…… 역시 돌연변이종은 그렇게 간단히 발견되지는 않는 건가"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단잉어의 원조가 된 비색 잉어는, 식용 잉어를 양식할 때 생겨난 품종이다. 그렇다면 양잠업을 하고 있는 마을의 어딘가에 비색 잉어가 탄생할 가능성은 제로는 아니다.


"맞다, 수전양리(水田養鯉)를 하는 마을에도 가보자"


수전양리란 이름 그대로 수전(水田)에 잉어의 치어를 방류하여, 쌀농사와 병행하여 잉어를 키우는 양식 방법이다.

오리(合鴨, ※역주: 집오리와 청둥오리의 교잡종) 농법과 마찬가지로 수전에 잉어를 풀면, 잉어의 왕성한 식욕으로 해충이나 잡초가 격감한다. 또 잉어가 헤엄치면서 물이 흐려져서 잡초가 싹트는 것을 막는다.

드물게 잉어가 벼를 다치게 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풀어 키우는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태반의 잉어는 1년 안에 식용으로 쓰여서, 몇 년에 걸쳐 양식되는 잉어는 드물다.


그에 반해 양잠업이 성행하는 마을은, 먹이인 누에고치가 쉽게 손에 들어오기 때문에, 수전이 아니라 저수지(ため池)나 그물가두리(網いけす) 양식이 성행했다.

1년생 잉어에서 3년생 잉어까지 출하 연수가 조정하기 쉬워서 저수지별로 구별되어 있기 때문에, 수전양리처럼 성장 연수가 다른 잉어가 섞일 걱정도 없다.

다만 수전양리도 저수지 양리도, 4년 이상 양식에 시간을 들이는 일은 없다. 이것은 4년생 이상의 잉어는 살이 단단해지고 산란 등으로 영양을 잃어버려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으음…… 역시 안 되나"


수전양리가 도입된 5개의 마을을 돌아봤지만, 여전히 돌연변이종의 잉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겉보기에 색이 화려한 잉어는 크기를 묻지 않고 고가로 사들이겠다는 뜻을 촌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비색 잉어 찾기는 끝났다.


"산책 대신 시로를 데려오길 잘했네. 이 북슬북슬함이 나를 치유해줘"


풀이 죽었으면서도 시즈코는 팔에 앉아 있는 부채머리 독수리를 쓰다듬었다. 이름 때문에 고민한 시즈코였으나, 부채머리 독수리의 깃털이 허옇다는 것으로 그녀는 시로가네(銀)라는 성의없는 이름을 붙였다.

부엉이들은 형을 아카가네(銅), 동생은 쿠로가네(鉄)라는 이름을 붙였다. 단순히 금속에서 따왔지만, 의외로 부엉이들이나 부채머리 독수리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다들 이름에 '가네'가 공통되어 있었기에, 풀 네임을 부르면 다들 동시에 반응한다. 따라서 부채머리 독수리를 '시로(白)', 부엉이 형을 '아카(朱)', 부엉이 동생을 '쿠로(黒)'라고 부르고 있다.


도중에 아무 일 없이 집에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은 후, 시즈코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연못으로 갔다.


"기껏 만든 연못인데 허무하네……"


금붕어나 비색 잉어용으로 서서히 깊어지는 얕은 여울과 들새로부터 도망칠 수 있도록 깊이가 최대 80cm로 변화하는 연못에, 자갈을 깔고 수초를 심고, 미생물로 물을 정화시키는 시스템을 설치했으나, 중요한 잉어나 금붕어가 없으면 그냥 물구덩이였다.

자연석으로 일본 정원의 분위기를 낸 연못의 얕은 여울에 작은 새들이 놀러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얕은 여울은 작은 새들이 아니라 아카가네와 쿠로가네가 멱을 감는 장소가 되었다.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건지 두 마리는 오늘도 힘차게 멱을 감고 있었다. 주위가 물바다가 되어 있었지만, 쿠로가네는 신경쓰지 않고 얕은 여울에서 날개치고 있었다.

아카가네는 아예 날개를 펼치고 재주좋게 떠 있었다. 그 모습은 리조트에서 풀장에 떠 있는 비치 매트에 누워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였다.


"너희들, 너무 긴장감이 없는 거 아냐?"


연못에 떠 있는 아카가네를 쿡쿡 찔러도 반응이 둔한 걸 보고, 시즈코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두 마리의 장래에 불안감을 느꼈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 들어서자, 노부나가는 나가마사(長政)에 대한 책략을 강화했다.

선물을 보내거나, 편지를 교환하거나, 때로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거나 하면서 정력적으로 나가마사를 자기 진영에 흠뻑 빠지도록 유도했다.

나가마사의 부친인 히사마사(久政)는 노부나가의 꿍꿍이를 눈치채고 방해 공작을 펼쳐 멀리 하도록 했으나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펼치는 경제 정책의 영향으로 오우미(近江) 국의 경제도 자극받았고, 또 쿄(京)와 미노(美濃)를 잇는 요충지가 있는 것 때문에 물류가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히사마사의 시대보다도 오우미 국은 윤택해졌기 때문이다.

이익이 노부나가에게 집중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오우미 국에 사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지갑이 두둑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익을 우선시하고 히사마사의 이야기를 흘려들었다.


지금의 자신들은 노부나가로부터 떡고물을 받아먹는 빨판상어다, 라고 생각하고 히사마사는 노부나가에 대한 반발이 강해졌다.

히사마사의 동향을 바로 곁에서 보고 있던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어느 정도 존경을 품으면서도, 사실은 그가 위구할 정도로 노부나가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지는 않았다.

오우미는 쿄로 이어지는 요충지이지만, 비와(琵琶) 호수 때문에 인구는 적다. 필연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사람의 이동이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그걸 이해하고 있었기에, 노부나가의 경제정책을 나가마사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동시에 아버지인 히사마사와 그 똘마니들의 현실감각 부족에 진절머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노부나가, 나가마사, 히사마사 사이에서 격렬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던 무렵, 노히메를 필두로 마츠, 오네, 에이 등 네 명이 시즈코가 있는 곳에 모였다.


"호홋, 겨우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냐"


"네, 대단히 시간이 지체된 점을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겨우 낙농업도 궤도에 올라, 이렇게 노히메 님이 시식해주실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녀들의 목적은 흑돼지의 요리였다. 그것 이외에도 양이나 소의 유제품이나 고기 등, 전국시대에서는 희귀한 요리가 나왔다.

하지만 소고기를 맛있게 만들려면, 운동을 시키지 않고 살찌게 하여 지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방이 적은 붉은 고기라도, 무나 파인애플 즙으로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신경쓸 것 없느니라,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이지. 자, 잡담으로 꽃을 피우는 것도 재미있겠다만, 그래서는 요리가 식어버리지. 우선 요리를 즐기도록 하자"


"옛, 그럼 우선…… 남만의 음료인 '우유'와 '산양젖'을 시식해 주십시오"


노히메들의 앞에 우유와 산양젖이 놓였다. 양쪽 다 말 그대로 소의 젖과 산양의 젖이다.

유리의 생산 숫자가 적었기에 양쪽 다 자기로 만든 머그컵에 들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분감을 느낀 미츠오는, 머그컵에 우유를 넣는 것에 저항감은 있었지만 잠시 생각한 후 눈을 감기로 했다.

다행히 노히메들은 머그컵에 우유가 들어 있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녀들은 우유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응시했다.


전국시대의 일본에는 우유를 마시는 습관 따윈 없었다고 생각되기 쉬운데, 실은 6세기 무렵부터 한정적 범위에서 유제품으로서 식탁에 올랐다.

우유의 전래에 대해서는 전술한 6세기 무렵에 고토쿠(孝徳) 천황에게 약으로서 헌상된 기록이 있으며, 우유를 관리하는 직책으로서 야마토쿠스시노오미(和薬使主)의 칭호가 내려졌다.

그 이후, 교토(京都)나 나라(奈良)에 유호(乳戸)라고 불리는 낙농가가 늘어나, 천황 일족에게 우유를 공급했다고 한다.

게다가 낙농의 확대에 따라 생산량이 소비량을 웃돌면 우유를 10분의 1까지 졸인 유제품인 소(蘇)가 등장한다.

이에 따라 927년에 소를 세금으로서 납부하는 '공소(貢蘇)' 제도가 성립되었다.


생산량의 확대와 함께 천황 가문 뿐만 아니라 후지와라(藤原) 가문 등의 유력 귀족에도 소는 건강식품 또는 약으로서 중용되게 된다.

하지만 헤이안(平安) 말기에 무사 계급의 대두와 함게 소보다도 말의 생산이 중요시되어, 우유는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다시 우유가 주목받게 되는 것은 에도(江戸) 시대까지 시간을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에도(江戸) 막부(幕府) 제 8대 쇼군(将軍)인 요시무네(吉宗)가 네덜란드 인 수의사로부터 말의 치료에 우유나 버터가 좋다고 추천받아 인도에서 흰 소를 세 마리 수입했다.

이것을 근대 낙농의 선구자라고 하는 치바(千葉)의 미네오카(嶺岡) 목장에서 사육하여, 말의 치료를 시작으로 이 소의 젖으로 만든 소(蘇)를 백유락(白牛酪)이라고 불렀으며, 쇼군이나 다이묘(大名)의 식탁에 공급되었다.


산양젖도 우유와 마찬가지로 긴 역사를 가지며,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치즈는 산양젖으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15세기 무렵에 중국에서 산양이 전래되었다고 하나, 이것은 고기를 얻기 위한 것으로, 큐슈(九州)나 오키나와(沖縄) 등 일부 지방에서만 사육되는 데 그쳤다.

본격적으로 젖을 얻기 위한 산양은 페리 제독(※역주: Perry, Matthew Calbraith; 일본의 개항을 이끈, 소위 말하는 '흑선내항' 사건에서 미군 함대를 지휘했던 인물)이 내항한 칸에이(寛永) 시대에 도입되었다.

즉 시즈코가 사육하고 있는 산양도 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지만, 당연히 임신하면 젖을 생산한다.

단순히 채취 가능한 젖의 양이 젖을 얻기 위한 품종에 비해 적은 것 뿐이다.


"짐승 젖 따위를 마시다니, 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입에 잘 맞는구나. 나는 산양젖이 마음에 드느니라"


짐승 젖이라고 하여 경원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미츠오였으나, 노히메는 그 정도를 신경쓰는 인물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 뿐만 아니라 마츠나 오네, 에이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우유가 마음에 드는군요. 마츠 님은 어느 쪽이신가요?"


"저는 양쪽 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후훗,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젖을 마실 줄은 생각하지 못했구나"


"남만에서는 우유나 산양젖은 옛부터 건강에 좋다고 하여 즐겨 마셨습니다. 특히 산양은 잡식이지만 소식이고, 또 소보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높기 때문에, 산악 지대 등 특수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영양원으로서 중시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산양은 산악 지대의 단애절벽에서도 살 수 있는 높은 신체 능력을 가진 동물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히말라야 산맥에서도, 산양은 가혹한 환경에도 끄떡없이 생존하고 있다.


"흠…… 나쁘지 않구나. 하지만 오늘의 주역은, 류큐 국(琉球国, ※역주: 오키나와)인가에서 들여온 흑돼지이지. 우유나 산양젖이 좋더라도, 흑돼지가 좋지 않으면 의미가 없느니라"


"이거 참 엄하시군요. 하지만 안심하십시오. 오늘은 흑돼지의 모든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식후의 남만 과자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소성들이 반응하여, 요리가 노히메들 앞에 놓여졌다.


"설명드리겠습니다. 밥은 흑돼지의 생강구이덮밥, 국은 돼지국(豚汁)입니다. 또 고기만을 즐겨주시기 위하여 큐브 스테이크에 커틀릿, 소시지를 준비하였습니다. 입가심으로는 몇 종류의 절임이 있습니다"


"호한(芳飯)과 비슷하지만, 된장국이 없군. 대신 고기에 즙이 뿌려져 있구나"


"된장국을 빼다니 참신한 발상이구나. 우리들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요리로다"


"좋지 않습니까. 새로운 요리라는 것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으로 태어나서 퍼지는 것입니다"


"그렇지. 겉보기가 어찌되었던 맛있는 것은 맛있고, 맛없는 것은 맛없지. 다만 그뿐이니라"


덮밥(丼もの)이나 치라시 초밥(ちらし寿司)의 원점은, 밥 위에 생선이나 야채를 썰어 얹고, 그 위에 된장국을 붓는 호한(芳飯)이 원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식인 밥과 반찬을 따로따로 내놓는 것이 기본인 일본에서는, 현대에도 주식에 반찬을 얹는 것을 기피하는 사람이 있다.


(상당한 모험이었지만, 뭣보다도 임팩트가 필요했으니까요. 어쩌면 예술가가 귀족에게 후원을 부탁할 때라는 건, 지금의 저와 마찬가지로 위장통을 느끼면서 반응을 살폈던 걸까요)


자칫 잘못하면 노히메들을 격노하게 만들었을테지만, 그런 일은 없이 그녀들은 즐겁게 수다를 떨면서 요리를 비웠다.

그녀들의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부탁하기 쉬울 거라고 미츠오는 생각했다. 하지만 미츠오가 뭔가를 말하기 전에, 노히메는 그가 어떤 소원을 입에 올릴 지 추측했다.


"맛있었다, 미츠오. 이만하면 틀림없이 주군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실테지. 츠루히메(鶴姫)에 대해서도 내가 잘 말씀드려 주마"


"감사합니다"


시마즈(島津) 가문에서 시집온 츠루히메에게는, 오와리, 미노의 이동에 제한이 걸려 있었다. 특히 중요한 거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상태였다.

당연하지만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그녀는 오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입수할 수 있는 도구 종류도 나름대로 제한이 걸린다는 불편한 생활을 강요받고 있었다.

하지만 노히메가 말을 잘 해준다면, 상당히 생활이 편해질 거라고 미츠오는 생각했다.


"(사정을 설명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노부나가의 정실이니까 알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군요) 식후에는 남만 과자인 바움쿠헨(Baumkuchen)을 드셔주셨으면 합니다. 특수한 조리 기구가 필요했습니다만, 시즈코 씨의 협력을 받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지, 시즈코는 어찌된 것이냐? 녀석이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다니,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오늘은 제 흑돼지 시식회였기에, 나서는 것은 실례라 하며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시즈코의 뜻을 받아들여, 미츠오의 요리를 진지하게 즐기도록 하자꾸나"


"감사합니다 (틀림없이 장난감이 될 테니 도망친다, 라고 말한 건 못 들은 걸로 하는 게 좋겠지요)"


미츠오의 마음 속의 말대로, 시즈코는 노히메의 장난감이 되기 전에 전략적 철수를 완료했다.




노히메가 흑돼지에 큼직하게 인증도장을 찍고 있을 무렵, 시즈코는 아시미츠와 함께 과수원에 있었다.


"고기 요리는 역시 후추가 있으면 좋겠네"


"일본의 환경에서 후추의 재배는 어렵지 않을까"


후추는 인도 원산의 후추과 후추속의 덩굴성 식물이다. 일본에서 재배하려면 열대성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온실 환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후추에 대한 지식과 재배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 텃밭에는 맞지 않는 작물이다.


"확실히 어렵네. 뭣보다 씨앗의 발아율이 너무 나빠. 하지만…… 한 번 발아하면 비닐하우스만 있으면 해볼만 해"


"……비용적인 의미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 고 시즈코는 말하지 않았었던가"


"현대 일본에서는 그렇지. 확실히 그 시대에서 나는 후추의 재배에 도전했지만…… 그것도 그냥 오기로 했던 것 뿐이야. 하지만 전국시대에 후추 재배가 가능하다면, 우수한 교역품이 될 거야"


"그걸 위해서 비닐하우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냐"


"유리 하우스는 고도의 건축기술이 요구되니까. 뭐 시험적으로 건축해보고는 있지만…… 어려우려나. 오, 귤과 레몬을 접붙이기로 늘리기 위한 밑나무는 순조롭게 자라고 있네"


귤과 레몬은 양쪽 다 감귤류로 분류되기에, 밑나무는 탱자나무가 가장 우수하다.

일반적으로 접붙이기는 육종연한(育種年限)의 단축을 꾀하기 위한 기술이지만, 또 하나 고접(高接ぎ)이라고 불리는 기술이 있다.

이것은 수익성이 저하된 품종을, 새로운 품종으로 단기간에 갱신하기 위한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응용하면, 한 그루의 나무에 몇 종류나 되는 과수를 만들 수 있다.

사과의 예를 들면, 어떤 품종의 사과 나무를 밑나무로 하여, 후지(ふじ), 츠가루(つがる), 무츠(むつ, ※역주: 셋 다 일본 사과의 품종명으로 보임) 등 세 종류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고접은 품종에 따라서는 성공률이 낮아서, 열 그루 정도 고접했는데 전멸, 이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접붙이기는 문제없나. 얘기를 되돌리겠는데, 후추를 키우려면 온도계가 필요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어쩔 거지?"


"응? 간단한 스트로 온도계라면 이미 실용화했는데? 다만 비닐하우스 같은 장소가 아니면 별로 의미가 없지만"


"……확실히 후추는 7도 이하가 되면 시들었지. 그럼 후추의 묘목이나 씨앗이 손에 들어오고 비닐하우스가 완성된다면 후추 재배에 착수한다는 건가"


"실제로는 더 귀찮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해. 묘목이나 씨앗의 입수에는 큰 돈이 필요하고, 전국시대의 일본에서 발아할지 어떨지도 모르니까"


후추는 씨앗을 심은 후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3년이 걸리며, 그 이후로 15년에서 20년 동안은 수확할 수 있다.

시즈코가 후추 재배에서 가장 고생한 부분이 낮은 발아율이었다. 후추는 씨앗부터가 아니라 꺽꽂이로 늘리는 이유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후추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다.

결국, 온도나 수량을 부지런히 기록하여 최적의 온도와 수량을 찾아내기 위해 열 알에 5백엔인 씨앗을 20봉지 정도 소비했던 시즈코였다.

아무리 시즈코라도 그 이상 씨앗에서 재배하는 일은 없었고, 꺽꽂이로 늘려가는 방식을 채용했다.


"(아무래도 라이벌의 후추 재배를 방해하기 위해서 상대의 밭에서 삽목을 가져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뭐 순조롭게 모와 씨앗은 입수할 수 있었어. 비닐하우스도 이번 달에는 완성될 것 같으니까"


남만이나 명나라와 교역하는 루트를 가진 시즈코는, 일찍부터 후추의 재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후추는 귀중한 향신료이다. 아무리 예수회의 협력이 있다고 해도, 거래에 응해주는 상인은 적다. 게다가 큐지로 경유로 거래를 의논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템포도 나빴다.


그래도 간신히 예수회의 이야기에 응한 인물이 나타났다. 예수회는 그 인물에게 후추의 삽목을 만드는 방법을 종이에 적어 주었다.

하지만 그 인물은 예수회에게 배운 방법을 착각하여, 수확의 방해를 하기 위해 라이벌의 후추밭에서 가져온다는 폭거를 저질렀다.

그 이야기를 큐지로를 경유해서 들었을 때, 시즈코가 머리를 감싸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예정했던 숫자보다 많은 모와 씨앗을 운반중이라는 얘기였기에 잘됐다고 해야 할지 어떤지가 고민이었다.


"뭐 태반은 죽었겠지. 운좋게 살아남은 강한 개체를 써서, 미니어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잘 되면 좋겠지만……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힘들려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현대와 달리, 후추의 삽목을 운반하는 데는 적어도 1개월은 걸린다. 그 동안 절반 가까이는 썩어버릴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성의있게 취급해줄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예수회에 '후추의 연구'라고 전했을 뿐, 본래의 목적인 '후추 재배'에 대하 말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후추를 재배한다고 말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이 남지만, 가능한 한 불안요소는 제거하고 싶었다.

속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입수 자체가 불가능해지는데다, 자칫 잘못하면 일본에 대한 침략에 열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제일이다.


(보고에 따르면 삽목용이 백 그루, 씨앗이 70개였지. 성 하나를 지을 정도의 자금을 썼는데…… 잘 되면 5년 안에 본전을 뽑을 수 있으려나)


이래저래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일본에 모나 씨앗을 수입하는 것이 어려워져 있었다. 후추 외에도 열대 작물의 모나 씨앗을 구입하려고 분투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열대 우림 기후를 가상적으로 만드는 계획도, 중요한 모나 씨앗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헛되이 끝나게 된다.


"아, 맞다. 아시미츠 아저씨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괜찮을까?"


"시즈코가 내게 의지하다니 별일이군. 사양은 필요없으니 뭐든지 말해라"


"그렇게까지 긴장할 얘기는 아니야. 내가 가지고 있는 화승총에 라이플링(강선)을 새겨줬으면 해"


"……미니에 탄인가"


아시미치의 말에 시즈코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4월 14일, 노부나가는 2월 말부터 진행하고 있던 아사쿠라(朝倉) 정벌 준비를 마쳤다.

그가 아사쿠라 정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이유는, 1월에 키나이(畿内)나 주변 나라들에 대해 "상락하여 궁궐(禁裏)의 수리나 막부의 일을 도우라"는 서신을 보낸 것에 유래한다.

표면적으로는 조정이나 막부의 위신을 되찾는 형태였지만, 실제로는 노부나가에 적대하는 세력과 복종하는 세력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이 호출에 직접 응한 것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키타바타케 토모후사(北畠具房),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 등으로, 오오타가키(太田垣)나 오오토모(大友) 등 멀리 있는 영주들은 사자를 보내왔다.

하지만 노부나가와 긴장감이 감도는 관계인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는 이 호출에 응하지 않았다. 미리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노부나가는 대외적인 의미도 담아 이유를 묻는 서신을 몇 번인가 아사쿠라에게 보냈다.

물론 그 서신들에 대해 아사쿠라가 답장을 보내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궁궐이나 막부의 권위를 등에 업은 상락 명령에 따르지 않는 아사쿠라를 노부나가는 이 때 처음으로 적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아사쿠라 정벌이 아니라, '와카사(若狭) 국 슈고(守護)인 와카사 타케다(武田) 씨와 피관(被官)인 무토우(武藤) 씨 정벌'을 천명했다.

이 때, 와카사 타케다 씨 최후의 당주(제 9대)인 타케다 모토아키(武田元明)는, 1568년에 와카사에 침입한 아사쿠라 씨에 의해 납치되어 이치조다니(一乗谷)로 끌려간 상태였다.


와카사 타케다 씨가 타케다의 성을 쓰는 이유는, 카이(甲斐) 겐 씨(源氏)의 적류(嫡流) 카이 타케다 씨와 동족이기 때문이다.

카마쿠라(鎌倉) 정권 발족시의 카이 겐 씨 적류 카이 타케다 씨는 카이의 슈고(守護)였으나, 죠큐(承久)의 난(乱) 후에 아키(安芸)의 슈고 직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카이 겐 씨 적류 카이 타케다 씨의 제 10대 당주인 타케다 노부타케(武田信武) 때, 카이 슈고는 적자(嫡男)인 노부나리(信成)가 이었고, 아키 슈고는 차남인 우지노부(氏信)가 이었다. 이 때, 우지노부가 아키 타케다 씨의 시조가 된 것이다.


최후의 당주 모토아키가 이치죠다니에 있는 이상, 타케다 씨의 와카사 지배는 실질적으로 끝난 것이지만, 노부나가에게는 관계없었다.

그의 목적은 아사쿠라 정벌이다. 눈 앞에 딱 좋은 대의명분이 굴러다니고 있는데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4월 20일, 노부나가는 자신의 군에 동맹인 도쿠가와 군을 합쳐 3만을 이끌고 표면적 이유인 와카사를 향해 사카모토(坂本)를 출발했다.

목적은 막부의 명에 거스른 와카사 국의 무토우 토모마스(武藤友益)의 정벌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누가 어떻게 봐도 아사쿠라 정벌이 진정한 목적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노부나가는 막부의 신하들이나 공가(公家)의 인물들도 행군에 동행시켜, 독단적인 출진이 아니라 관군의 입장에서 출진한 것임을 주위에 내보였다.


출진할 때는 3만에서 4만 정도의 군세가, 오우미지(近江路)에서 와카사 국에 들어서자 와카사슈(若狭衆) 등 각지에서 군세가 모여들어, 총 10만의 군세로 팽창했다.

와카사에 있는 오바마(小浜)의 타케다 일족이나, 피관인(被官人) 들 일부가 반 노부나가를 외치고 있었으나, 와카사 슈고 타케다 씨를 대대로 섬겨온(譜代) 신하 아와야시(粟屋) 엣츄노카미(越中守) 카츠히사(勝久)는 노부나가와 내통하고 있었다.


4월 22일에 노부나가는 오우미(近江)에서 와카사로 빠지는 쿠마가와쥬쿠(熊川宿)에 들어섰다.

이 때, 이에야스는 토쿠호우지(得法寺)에 머물렀다. 그 토쿠호우지에는 츠루가(敦賀)로 출발할 때 앉았다는 소나무(이에야스가 앉은 소나무)가 전승으로서 남아있다.


4월 23일, 쿄(京)에서 연호가 에이로쿠(永禄)에서 겐키(元亀)로 바뀌었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의향이 아니라, 요시아키(義昭)의 독단이었다. 조정이 행하는 개원(改元)에 개입한 것 때문에 그에게 불만을 가진 계층이 늘어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4월 24일, 노부나가는 와카사와 에치젠(越前)의 국경에 있는 쿠니요시(国吉) 성에 입성했다. 쿠니요시 성의 성주인 아와야시 엣츄노카미 카츠히사는, 오랫동안 아사쿠라의 와카사 침공에 대항해 온 인물이다.

여기서 노부나가는 일단 군의 전진을 정지시켰다. 그제서야 간신히 노부나가의 군이 기묘하다는 것을 이에야스는 깨달았다.


"한조(半蔵), 오다 님의 군에 모리(森) 님의 모습은 보였느냐?"


"……쿄에 있을 때부터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오른팔인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의 모습이 없는 점이었다. 이만큼 큰 싸움에서, 그의 모습이 없다는 것은 기묘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에야스는 생각했다. 무예가 뛰어난 모리 요시나리를 노부나가가 아사쿠라 정벌에 데려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생각하고 있는 동안, 한조의 부하가 어딘가에서 나타나서 한조에게 보고를 했다. 그것을 들은 한조는 천천히 이에야스 쪽을 향하면서 말했다.


"주군. 보고에 따르면 오다 군은 둘로 나뉘어서, 하나는 세키가하라(関ヶ原) 주변에 집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숫자는 적어도 3만은 된다고 합니다"


"……아자이(浅井) 님이 배신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인가"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아자이 비젠노카미(備前守) 님과, 사효노죠(左兵衛尉) 님은 완전히 대립 상태입니다. 그러니 오다 님은 사효노죠 님이 배신하여 등 뒤에서 급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키가하라에 군을 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세키가하라에 있는 오다 군을 이끌고 있는 것은…… 모리 님인가"




미노(美濃) 국 세키가하라(현재의 기후(岐阜) 현(県) 후와(不破) 군(郡) 세키가하라(関ヶ原) 쵸(町))는, 천하를 가른 전투라고 하는 세키가하라의 전투가 벌어진 장소이다.

일반적으로 세키가하라의 전투는 문치파(文治派)라고 불린 정무(政務)를 담당한 장수들과, 무단파(武断派)라고 불린 군무를 담당한 장수들이, 세키가하라를 주 전장으로 삼아 벌인 야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치파의 중심인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와, 무단파의 중심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양쪽 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가신이다. 따라서 양자가 싸운 이유는, 토요토미 정권에서의 주도권 싸움이다.


세키가하라는 토우고쿠(東国)와 사이고쿠(西国)를 잇는 요충지이며, 거의 모든 사람들은 세키가하라를 경유하지 않으면 토우고쿠에서 사이고쿠로, 또는 사이고쿠에서 도우코구로 갈 수 없다.

그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대군을 전개할 수 있는 세키가하라를 중요 지점이라고 생각하여, 방위 시설을 다수 건축하고 몇 겹이나 되는 방어진을 쳐 놓았다.

그러나 미완성인 곳이 다수 있는 관계로, 주위에는 방어 지점으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았다.


요새화가 진행중인 세키가하라에 오다 군 3만이 집결했다. 총대장은 모리 요시나리, 부대장은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였다.

오다 가문 가신 제일의 맹장 시바다 카츠이에와, '공격의 산자(三左)'라는 별명을 가진 무용으로 이름높은 모리 요시나리가 나란히 세키가하라에 포진했다.

그것에 가장 놀라고 두려워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였다. 그는 노부나가가 아사쿠라 영토로 침공하면, 카네가사키(金ケ崎)에서 아사쿠라와 연대하여 협공할 속셈이었다.

그러나 모리 요시나리가 세키가하라에 포진하고 있으면, 오다 군을 협공하는 작전은 펼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협공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히사마사는 노부나가의 행군을 방관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의 상황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자이 사효노죠 님이 배신할지, 아니면 포기할지는 영주님의 행동에 달렸다"


세키가하라에 있는 성 중 하나에 포진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는, 대단히 느긋한 분위기로 중얼거렸다.

장기간 체재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그는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은 거꾸로 정신을 소모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신들의 눈에는 모리 요시나리가 느긋하면서도 항상 임전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였다.


"영주님께서는 쿠니요시 성에서 4일이나 움직이지 않고 계십니다. 아사쿠라가 진군하고 있다고 하는데, 느긋하게 대처해도 괜찮겠습니까"


"신경쓰지 마라. 영주님은 무토우 정벌이 목적이다. 거기에 공격을 가할 대의명분이 아사쿠라에겐 없다. 만에 하나, 아사쿠라가 공격해온다면, 그거야말로 아사쿠라 정벌을 당당히 내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효노죠 님도 아사쿠라 정벌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게 되지. 아니…… 아사쿠라와 연대해 주는 편이, 우리들에게는 싸울 장소가 생기니 좋은 일이겠구나"


모리 요시나리는 익살을 떨어 가신들 일동의 웃음을 자아냈다.


"보고드립니다. 영주님, 움직임 없음. 아자이, 움직임 없음. 아사쿠라, 이치죠다니에서 진군했다고 합니다"


"수고했다. 시바타 님으로부터는 무슨 말이 없었느냐"


"옛. 팔이 녹슬어서 곤란하다, 고 하셨습니다"


시바타의 투덜거림에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들이 다시 웃었다. 그들은 결코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세키가하라에 머무르는 것으로, 그들은 목적의 절반을 이미 달성하고 있었기에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틀 후의 4월 30일, 드디어 노부나가에게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자이, 아사쿠라를 놀라게 하는 움직임이었다.

쿠니요시 성에 있는 노부나가는 히사마사와 아사쿠라의 예상을 뒤엎고, 그 자리에서 관군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도쿠가와 군을 이끌고 아사쿠라 영토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나가마사(長政)의 거성으로 향했다.

관군이 해산되었기에 막부의 신하들이나 공가의 인물들은 진군 루트를 되짚어서 쿄로 귀환했다.

세키가하라에 있는 모리 요시나리는 1만의 병사들을 이끌고 노부나가의 진군에 맞춰 나가마사의 거성으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노부나가가 이끄는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과, 모리 요시나리가 이끄는 오다 군의 거리를 생각하면, 모리 요시나리가 행군하는 것은 노부나가보다 며칠 늦게 된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양자가 거의 동시에 행군한 것에 아사쿠라는 놀라고 두려워했다. 그는 키노메(木芽) 고개(峠)를 넘은 시점에서 군을 정지시키고, 정보 수집에 집중하며 군을 후퇴시키려 했다.


하지만 노부나가에게 실컷 얕보였으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사쿠라가 철수를 선택한 것에 가신들은 반발했다. 이 반발에 아사쿠라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키노메 고개에 못박힌 상태가 된 아사쿠라 군을 비웃는 듯,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은 에치젠의 국경을 스치듯이 진군했다.


최종적으로 노부나가의 도발에 대해 적당한 대의명분을 댈 수 없는 것을 이유로 아사쿠라는 가신들을 설득하여 이치죠다니로 귀환했다.

아사쿠라 군이 이치죠다니로 돌아갔다는 보고를 받은 히사마사는, 비밀리에 소집한 군을 해산시켰다.

아사쿠라도 히사마사도 기회를 놓쳤다며 원통해했으나, 노부나가가 진군하지 않았던 목적이 뭐였는지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경과는 어찌되고 있느냐"


"아주 좋습니다"




노부나가가 관군을 이끈 이유는, 무토우 토모마스 정벌도 아사쿠라 정벌도 아니었다.

아자이 히사마사의 군사에 관한 정보, 그리고 아자이 군의 정보를 모으는 것이야말로 노부나가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물론,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무토우 토모마스 정벌을 목적으로 하여, 잘하면 아사쿠라 정벌도 그는 의도하고 있었다.


아사쿠라 군은 2만의 병사를 동원하여, 그 중 6천을 국내에 남겨두고 병사 1만 4천을 이끌고 이치죠다니를 출진했다.

아자이 군은 1만 8천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지만, 히사마사와 친 아사쿠라 파만으로는 8천이 한계였다.

아자이, 아사쿠라 양쪽을 합쳐도 병력은 3만이 되지 못한다. 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노부나가의 진정한 목적의 절반은 달성되었다.

게다가 아자이, 아사쿠라 양 군에 쓸데없는 낭비를 시키는 것도 성공하였으니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군의 정보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노부나가는 또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나가마사의 거성 오다니(小谷) 성으로 향했다.


"먼 곳에서 잘 와 주셨습니다, 형님(義兄上). 오늘은 어떤 일로 오신 겁니까"


정중한 인사를 하는 나가마사였으나, 그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가신들은 많았다. 그들에게 있어 나가마사의 언동은, 노부나가에 대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품는 것은 물론 히사마사 진영이었다. 어떤 상대라도 예의에는 예의를, 무례에는 무례를 되돌려주는 것이 나가마사의 생각이었다.


"(이거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군) 무토우 정벌에 까다로운 일이 생겼다"


"실례지만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이 제 성에 오신 이유에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약간 관계가 있다. 우선 막부의 명에 거스른 무토우 씨지만, 그의 주군은 1년 전에 아사쿠라 군에 의해 납치되었다. 무토우 씨는 주군의 와카사 타케다 씨를 놔두고 자신이 상락하는 것에 저항감이 있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을 변명거리로 삼지 않고 묵묵히 싸우는 모습은 훌륭한 충의심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노부나가가 덮어놓고 칭찬하자 히사마사 진영은 약간 술렁였다. 아직 노부나가를 시골 영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무력만으로 기어오른 조잡한 인간, 이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불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와카사 타케다 씨를 구원하러 가는 것은 가능했지만, 상대가 아사쿠라 씨라면 일이 단순하지 않지"


"이거 뜻밖의 말씀을 하시는군요. 설령 아사쿠라 씨와 맞서더라도, 그것은 아사쿠라 정벌이 대의명분이 될 뿐입니다. 거기에 병력이 너무나 차이가 큽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잊었느냐. 아사쿠라 씨와 맞설 경우, 나는 그대와 의논하겠다는 약속을 했지. 따라서 아사쿠라 씨의 진군을 알게 되었을 때, 너에게 이 건에 대해 의논하자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아까부터의 태도를 보니, 편지는 네 손에 전해지지 않았군"


노부나가는 생각하는 시늉을 하면서 시선만을 히사마사 쪽으로 향했다.


"내가 그 편지를 감추었다고 말하고 싶기라도 한 것이냐!?"


그 시선이 자신을 탓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히사마사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고함을 질렀다.

마음에 켕기는 구석이 있는 인간의 태도 그 자체였으나, 머리에 피가 솟구친 히사마사는 깨닫지 못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사효노죠 님"


"네 이놈!"


"그렇게 흥분하시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노기를 가라앉히시고 냉정하게 대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뭔가 잘못을 했다면, 먼저 사과드리지요"


히사마사의 격앙에 노부나가는 냉정한 태도로 대답하고, 거기에 사죄의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미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지는 명백했으나, 히사마사는 노부나가의 사죄조차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러나십시오!"


여전히 뭔가 말하려던 히사마사였으나, 나가마사의 일갈에 그것은 지워졌다.

노부나가로부터 나가마사에게 분노한 얼굴을 향한 히사마사였으나, 나가마사는 냉정하게, 그리고 또렷하게 단언했다.


"아자이 가문의 당주는 이 접니다. 당신께서 나설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정적인 말이었다.

나가마사와 히사마사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되었다, 고 아자이 가문 가신들은 순간적으로 이해했다.


"형님, 아버님의 무례를 대신 사죄드립니다"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지나간 일을 말해봐야 소용없다. 이야기를 되돌리겠다만, 와카사 타케다 씨는 네게 맡기고 싶다. 아무래도 아사쿠라 님은 나를 싫어하고 있는 것 같아 전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나는 매사를 무력으로밖에 해결하지 않는다고 주변에 생각되기 일쑤니 말이다. 이 이상 내가 관련되는 것보다는, 아사쿠라 가문과 관계가 싶은 아자이 가문이 해결하는 쪽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니라"


"자칫 잘못하면 등 뒤에서 공격받을 수 있음에도, 거기까지 생각해주신 형님의 사려깊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잘 부탁한다"


아사쿠라를 상락시키는 것은 아자이의 임무, 그 확약을 받은 노부나가는 일찌감치 회담을 끝냈다.


그 후, 그는 나가마사와 함께 오이치(お市), 그리고 갓난아기인 챠차(茶々)를 보러 갔다. 오이치와 인사를 나누고 챠챠를 안아올렸으나, 챠챠는 노부나가가 안아올린 순간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챠챠히메(茶々姫)는 내 투박한 팔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


주위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노부나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호쾌하게 웃었다.

그래도 안아올리지 못한 것이 내심 분했는지, 몇 번인가 챠챠를 안아올리는 것에 도전한 노부나가였다.

하지만 몇 번을 해도 챠챠가 울음을 터뜨려서, 제대로 안아올릴 수 없었다.


"와하핫, 챠챠히메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구나. 예전의 오이치를 보는 듯 하여 기분이 좋다. 크면 좋은 여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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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잡담2018. 9. 13. 00:11

제가 오늘(12일)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현재 다음화는 2/3 정도 작업해놓은 상태인데, 몸이 아픈 관계로 업뎃은 조금 더 미뤄질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다음주 초까지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3 1570년 1월 상순



매년, 설날(元旦) 다음 날에 열리는 노부나가 주최의 주연(酒宴)에 시즈코는 평소와 같이 참가했다.

올해는 지난 해와 달리 노부나가에게 '새해 선물'을 올린 시즈코였으나, 이것은 창고 안에 잠자고 있는 군수품을 노부나가에게 헌상하는 것과 창고 정리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물론,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창고를 싹 비울 기세로,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木下藤吉郎秀吉),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 중진들에게도 선물을 보냈다.

시즈코에게는 모르는 새 쌓여 있던 것들을 방출하여 창고정리를 한 정도의 인식이었으나, 말단의 가신들에게는 작은 나라 수준의 군사 행동이 가능한 인물로 보였다.

게다가 누구나 두려워하는 노부나가에 대해 지극히 자연스럽게 대하며, 중진들과 하나같이 우호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고 하면, 신규 가입한 가신들에게는 굉장한 인물로 보여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작년보다 더욱 주목을 끌어모으며 이런저런 인물들로부터 인사받는 입장이 된 시즈코였으나, 그 상황에 그녀는 학을 떼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생글거리는 미소로 대응하면서도, 인사해 오는 인물들의 야망에 위장이 아팠다.

누군가에게 붙어 위를 노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걸 요구하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그것이 그녀의 꾸밈 없는 속내였다.

사람이 올 때마다 위가 욱신거리는 그녀를 배려했는지, 모리 요시나리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여 가신들을 쫓아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평온한 주연을 만끽하고 있었던 시즈코였으나, 노부나가가 손짓으로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평온은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르셨습니까, 영주님"


"아까 니와와 다도회에서 쓸 만한 말이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네……? 다도회…… 말씀이십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종이와 먹은 이미 준비해 두었느니라"


(그쪽의 걱정이 아닌데요…… 라는 말은 못 하겠지……)


시즈코의 대답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던 것처럼, 노부나가는 그녀의 앞에 종이와 먹을 준비했다. 포기한 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종이에 어떤 사자숙어를 썼다.


"일기(一期)……일회(一会)?"


그것은 다도의 정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인 '일기일회'였다.


센노 리큐(千利休)가 남긴 말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직접 쓴 것은 없다. 그의 제자인 야마노우에 소우지(山上宗二)의 저서에 리큐의 말로 등장할 뿐이다.

의미는 일기가 불교 용어의 일생(一生)을 가리키는 말이며, 인생에서 단 한번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성의를 다 하는 마음가짐을 가리킨다.

참고로 '일기일회'라는 사자숙어로서 널리 알린 것은, 에도(江戸) 시대 말기의 히코네(彦根) 번주(藩主)이자 에도 막부의 대로(大老, ※역주: 에도 막부의 관직으로, 쇼군을 보좌하는 가장 높은 직위)도 맡았던 이이 나오스케(井伊直弼)이다.


(뭐, 센노 리큐,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 츠다 소우규(津田宗及) 등 천하삼종사(天下三宗匠)가 있는 시대에 내 말 따윈 금방 잊혀질 거야)


아직 살아있는 인물의 말을 쓰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했으나, 이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어, 라고 그녀는 자신을 설득했다.


"일기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이라는 의미. 일회란 주로 법요(法要) 등에서 하나의 모임이나 회합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같은 곳에 머무르는 일은 없습니다. 다도회에 임할 때, 이 사람과의 다도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없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성의를 다하는 마음가짐. 그것이 일기일회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한동안 시즈코가 쓴 글자를 보고 있던 노부나가였으나, 갑자기 부드러운 웃음을 떠올렸다.


"세상만사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이라는 것이냐. 재미있구나, 당장 다도실에 교훈으로서 걸어놓지"


"네, 네에…… (괜찮으려나, 아무래도 이건…… 뭐 말해봤자 소용없나)"


노부나가는 명물사냥이라고 야유받을 정도로, 군사력과 재력을 배경으로 다기를 매집하고 있었다.

그 행위가 야만인이라고 뒷말을 듣고 있기에, 다기를 매집하기만 하는 야만인이 아닌 다도에 정통한 문화적인 말을 하는 문화인이다, 라고 주위에 알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성 하나에 맞먹는 가치까지 올라가는 다기이지만, 시즈코가 볼 때는 씻지 않은 불결한 그릇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부터 다기는 새로운 은상(恩賞), 다도는 정치에 깊게 관여하며 권력의 연출 장치가 된다.

그런 다도에 얽혀봤자 좋을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시즈코는 가능한 한 다도에는 관여하지 말자고 정했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다기는 씻고 있으려나. 아니 안 씻을까)


현대에서 다도의 체험입학을 해본 시즈코였지만, 예의범절, 매너, 차 끓이는 법, 기타 이런저런 규칙이 너무 많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예의범절이나 매너는 중요한 것이라고 이해는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차를 즐긴다기보다 예의범절의 발표회라는 느낌을 받아버린 것이다.

결국, 다도는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이해하고, 그녀는 다도의 사상이나 철학만을 배우기로 했다.


그 이후 노부나가에게 얽히는 일은 없었고, 주위에 사교적 미소를 뿌리면서 시즈코는 주연을 마쳤다.

새해 벽두부터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그녀는 돌아가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생각하고, 주연이 끝나자마자 바로 귀로에 올랐다.

하지만 출발 직전, 그녀는 노부나가의 소성에 의해 멈춰세워졌다.


"영주님께서 시즈코님에게 내리시는 상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말과 함께 소성은 장방형의 나무 상자를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내용물이 뭔가 확인하기보다 집에 돌아가서 수면을 취하는 쪽을 우선시한 시즈코는, 딱히 아무 말도 없이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귀가했다.


다음 날, 피로가 풀린 시즈코는 나무 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져, 조용히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오래 사용되어 군데군데 지저분해져 있는 한 자루의 화승총이 들어 있었다.

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즈코는, 아야에게 천과 물, 끓는 물, 그리고 가느다란 막대기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화승총의 분해는 할 수 있지만, 방아쇠 구조는 특주품이니까 주의해야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군용으로 쓰이는 무구류는 구조가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것은 단순한 구조 쪽이 유지관리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화승총도 예외는 아니라 부품 수가 적고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다.


우선 총신(銃身, 배럴)과 총상(銃床, 개머리판), 그리고 가장 주의해야 할 브리치 플러그(breech plug)를 분리한다.

주의하는 이유는 화승총 안에 화약이 눌러붙어, 찌꺼기가 나사산에 끼어 굳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블리치 플러그는 굳어있지 않았고, 방아쇠의 구조도 단순했기 때문에, 시즈코는 화승총의 분해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화승총의 구조는 극비 정보로 일반에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시즈코는 상세한 구조를 문헌으로 배웠고, 게다가 화승총의 분해 쇼에 몇 번이나 가본 적이 있다. 따라서 화승총의 구조는 세세한 곳까지 머리 속에 들어 있었다.


분해가 끝나면 다음은 세정이다. 흑색화약의 찌꺼기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로 닦으면 대부분 닦인다.

물로 닦이지 않은 더러움을 닦아내기 위해, 각 부품을 수건으로 닦는다. 그게 끝나면 마지막 마무리로 뜨거운 물을 총신에 붓는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총신이 가열되어, 그 열로 수분이 증발하는 원리이다.


도중부터 조마조마해하며 보고 있는 아야를 보고 쓴웃음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그녀도 '전장식 총은 뜨거운 물로 닦는다'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솔직히 놀랐기에 그녀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꽤나 지저분하네…… 응, 이걸로 깨끗해졌어"


세정에 쓴 물이나 뜨거운 물이 탁해진 걸 보니, 유지관리를 게을리했던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아, 맞다. 아야 짱, 동백기름(椿油)을 가져다 줄래?"


"동백기름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유채 기름(菜種油)과 마찬가지로, 식물 기름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시즈코는 그 밖에도 콩, 참깨, 해바라기, 땅콩, 쌀겨, 홍화(紅花), 동백기름을 제조했다.

하지만 콩은 군수품, 참깨는 경작지에 비해 수확량이 미미했고, 쌀겨는 겨에서 채취할 수 잇는 기름의 양이 적었다.

그에 반해 해바라기는 풋거름(緑肥) 용으로 육성, 땅콩은 노부나가에게서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홍화나 동백나무는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 때문에, 기름용의 가공품으로서 대량으로 사용해도 문제는 없었다.


해바라기나 땅콩과 달리, 일본에서 홍화나 동백나무가 이용된 역사는 오래 되었다.

특히 동백나무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歌集)인 '만요슈(万葉集)'에서도 노래되며, 옛부터 아름다운 꽃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동백나무 목재는 가구, 장식품, 공예품, 땔감용. 나뭇재(木灰)는 주조(酒造)나 염색(草木染め), 열매에서 얻을 수 있는 기름은 최고급의 튀김기름, 화장품, 의료용 재료로서 중히 여겨져 왔다.

특히 동백기름은 카마쿠라(鎌倉) 시대에 확립된 채소 요리(精進料理)에 튀김기름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시즈코가 동백기름의 준비를 부탁한 이유는, 동백기름이 녹방지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에도 시대에 식칼의 손질용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으며, 현대에서도 도검이나 식칼, 조각도의 손질용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동백기름은 머리카락의 케어에도 쓰인다. 전국시대, 길고 윤기있는 검은머리는 미모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그러기 위한 헤어케어에 동백기름은 중히 여겨졌다.

잠시 후 돌아온 아야에게서 동백기름을 건네받은 시즈코는, 솔을 사용하여 총신 표면에 얇게 발랐다.


"표면에 바른 정도지만, 이걸로 당분간은 괜찮으려나―"


화승총에는 탄소를 거의 포함하지 않은 연철이 쓰이고 있다. 따라서 동백기름을 바를 필요성은 거의 없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 시즈코가 동백기름을 바른 이유는, 만약을 대비해 녹방지용의 기름을 발라두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아……"


"하지만 양이 적네. 좀 더 동백나무를 늘리면 기름을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어째서 다들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


"시즈코 님이 아니라면, 신성목(神聖木)인 동백나무에 대해 그렇게 호쾌한 짓은 할 수 없습니다"


동백나무는 영력이 깃든 성스러운 나무, 신성목으로서 옛부터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었다.

다만 영력을 1mm도 믿지 않는 시즈코는, 언제나처럼 동백나무에서 삽목(挿し木, ※역주: 꺾꽂이에 쓰는 나무)이 되는 부분을 잘라냈다.

물론, 그녀가 삽목을 채취한 동백나무는 신성목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흔한 보통의 동백나무였다.

그래도 몇 사람이 말렸기에, 채취한 삽목의 숫자는 예정의 절반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실생(実生, ※역주: 씨앗부터 자라는 것)의 경우 개화까지 수 년, 길면 10년 정도 걸린다. 그에 비해 꺾꽂이를 하면 1년에서 2년 만에 개화하는 경우가 많다.

시즈코는 동백꽃의 품종 개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암꽃술을 가진 결실용(結実用)의 동백나무를 늘리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녀에게 동백나무를 씨앗부터 키우는 것에 대한 메리트는 하나도 없었다.

다만 동백나무는 타가수분(他家受粉)으로 열매를 맺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열매를 맺게 하려면 인공수분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품종개량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그렇게 신경쓸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동백나무가 늘어나면, 동백기름이 늘어나서 다들 만만세?"


"제겐 무리입니다"


"으―음, 뭐 괜찮으려나. 그리고, 동백나무 잎과 찻잎을 비비면(揉捻) 동백차(椿茶)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쪽 준비도 해 둬야겠네"


"현재 동백나무 관리에 그다지 사람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잎을 수확할 때는 인부를 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우선은 동백기름을 만드는 장인은 늘릴까"


동백기름을 채취하려면 꽃이 떨어진 후에 열리는 열매에서 씨앗을 채취하여 천일(天日) 건조한 후에 찌고, 이것을 '각동(角胴)'이라고 불리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인력압착기에 넣고 짜낸다. 게다가 장기간의 보존에 견딜 수 있도록 기름을 고온으로 끓이고, 천으로 대강 한 번 거른 후 화지(和紙)로 제대로 걸러서 간신히 투명한 황금색의 동백기름을 얻을 수 있다. 수율은 원료인 씨앗 10kg에 대해 한 되(升) 반(약 2.7리터)로 비교적 양호했다.

부산물로 얻을 수 잇는 동백기름 찌꺼기는, 천일 건조 후에 비료로 배포했다.


정제된 동백기름의 태반은 노히메들이 사들였다. 가끔 출입하는 상인들이 사들인다는 얘기였는데, 어디로 팔러 가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시즈코에게 남는 양은 얼마 안 되지만, 개인 소비를 생각하면 충분한 양이기에 그녀는 그걸로 만족하고 있었다.

줄이려고 하고 있는 돈이 거꾸로 늘어나는 것을 모른 척 한다면, 이지만.


또 동백나무와는 직접 관계는 없지만, 벌꿀과 밀랍 채취는 특수한 기구가 완성되어 효율이 올라갔다.

그것은 스크류를 회전시키며 압력을 가하는 압축제랍기(圧縮製蝋器)이다.

벌꿀은 회수한 벌통의 벌집에 칼집을 넣으면 중력에 의해 떨어지지만, 그걸로 전부 채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남은 것을 짜낼 필요가 있다.

밀랍도 끓인 물에 녹인 후, 목면 자루에 넣어 짤 필요가 있다. 벌꿀고 밀랍도 짜내는 방법은 인력 뿐만 아니라 고생스럽기 때문에 시즈코는 압축제랍기의 제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압축제랍기는 벌꿀 채취와 밀랍 채취 양쪽에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스크류 기술이, 화승총에 쓰이고 있는 군사기술이기 때문에 금속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금속보다 강도는 떨어지지만, 공구만 있으면 간단히 양산할 수 있는 목제 볼트와 너트를 제조했다.

이점은 재료가 금속보다 입수하기 쉽고, 다이스, 밑마무리탭(下仕上げタップ, ※역주: 용어가 검색되지 않아 직역함), 마무리 탭(仕上げタップ)이라고 불리는 공구를 쓰면 크기를 통일해서 제조하기 쉬운 점이다.

금속보다 굵은 둥근 봉을 사용하지만, 선반을 쓰면 굵기의 조정은 쉬웠다.

금속의 스크류 제조를 금지한 노부나가도, 이러한 꼼수로 대응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지만 바로 기분을 다잡고, 목제 복트와 너트의 이용가치의 연구에 착수했다.


벌꿀이나 밀랍용으로 압착기를 제조하여 효율을 올린 이유는, 단순히 두 가지 물건의 수요가 높은 점이었다.

벌꿀은 말할 필요도 없이 찬합(重箱)식 벌통이 없으면 채취하기 어려운 고급품이다.

그리고 밀랍은 일본 벌꿀을 유도하는 금릉변(金稜辺)과 함께 사용되거나, 왁스로서 사용되거나, 식물 기름을 섞어서 립이나 핸드크림, 양초로서 사용되는 등 활용 방법은 많다.

특히 식물 기름과 밀랍을 섞은 양초는 그을음이 적고 부드러운 빛을 내는 이점 덕분에 대인기 상품이었다.


압축제랍기는 구조를 응용하면, 유채 씨앗(菜種)이나 땅콩 등의 함유량이 높은 식물에서 유지(油脂)를 짜내는 압착기에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 기름은 벌꿀이나 밀랍에 비해 많은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이 짜낼 수 있는 수차동력식의 대형 압착기가 제조되었다.


"그러고보니 케이지 씨가 없는데, 어디 나갔어?"


"예년과 마찬가지로, 창고에서 이것저것 꺼내서 본가로 가셨습니다. 아마도 반 개월은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케이지가 창고에서 꺼내간 것의 목록을 시즈코에게 내밀며 아야가 말했다.

목록을 받아든 시즈코는 대충 훑어보았다. 여전히 잘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을 가지고 갔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뭐, 설날이니까"


"반 개월은 설날을 크게 지난 것 같습니다만……"


"딱히 신경쓸 것 없어. 어차피 이제 곧 바빠질테니, 이 틈에 휴식을 취해두는 것은 중요해"


마치 확정 사항인 것처럼 말하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야는 그 이상 깊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막연하나마 시즈코에게서 깊이 캐묻는 것을 거절하는 의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의 없는 상황에 아야는 동요해버렸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물을 기회를 놓쳐 버렸다.


(아니, 분명히 정보망에서 뭔가 들으신 것 뿐…… 그것 뿐일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 아야였으나, 불안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1월 23일, 노부나가는 요시아키(義昭)에게 궁중 법도(殿中御掟)의 추가 5개 조항을 승인하게 했다.

이것은 지난 해에 승인하게 한 궁중 법도 9개 조항(에이로쿠(永禄) 12년 1월 14일)과 궁중 법도 추가 7개 조항(에이로쿠 12년 1월 16일)보다 훨씬 엄격한 쇼군의 권력, 정치권한 규정이었다.

특히 중요시된 것이 4번째 조항인 '천하의 거동, 무엇이던 노부나가에게 맡겨졌으니, 누구에게도 의하지 않고, 상의(上意)를 구할 것 없이, 분별에 따라 행할 것"이다.

의미는 "천하의 정치에 대해 쇼군은 노부나가에 맡겼으므로, 노부나가는 누군가를 따를 필요는 없고, 또 쇼군의 뜻을 아우를 필요도 없이, 노부나가 자신의 판단으로 행할 수 있다"이다.

합계 21개 조항의 궁중 법도는 노부나가와 요시아키의 불화를 드러나게 했다. 하지만 양자의 사이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대립이 결정적이 된 것은, 겐키(元亀) 연간(에이로쿠 13년 4월 23일)에 들어선 후였다. 그 때까지 노부나가와 요시아키 사이에 불온한 분위기는 있었으나, 표면적으로는 온화한 상황이었다.


2월에 들어서자 시즈코의 상황이 좀 변했다.

먼저 시즈코의 상관은 모리 요시나리이지만, 군속은 제 5군의 임시 소속이며, 4천 명의 병사가 추가로 내려졌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시즈코의 호위대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들도 군속은 제 5군이 되었다.


나가요시는 작년의 이세(伊勢) 침공에서, 약관 11세임에도 훌륭한 활약을 한 것에 대한 상으로서, 1월 말에 성인식의 허가가 내려졌고, 게다가 노부나가로부터 이름 한 글자를 하사받아 '모리 카츠조 나가요시(森勝蔵長可)'라는 이름을 쓰는 것을 허락받았다.

군속은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가 있는 제 3군이 아니라, 제 5군 시즈코 대의 부대장이 되었다.


시즈코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에게 각각 천 명의 병사를 주고, 남은 천 명과 쿠로쿠와(黒鍬) 부대의 5백 명을 자신의 휘하에 넣었다.

게다가 활재주가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컴파운드 보우를 장비한 궁기병대(弓騎兵隊)를 결성했다. 단, 궁기병대의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겨우 30명이었다.


제 5군은 수송임무가 없는 시기에, 다른 군과 달리 오와리(尾張), 미노(美濃)에 있는 모든 길이란 길에 매커덤 포장의 정비 공사를 맡았다.

기술자 마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원이 투입되어, 오와리, 미노의 길들이 매커덤 포장으로 정비되었다.

급피치로 도로 정비를 한 덕분에, 노부나가가 제창한 평시(平時), 군사(軍事)의 물류 관리 시스템은 예정보다 조금 빨리 가동하기 시작했다.


말의 수요에 대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노부나가는 말로 끄는 치중차(輜重車)와 인력으로 끄는 치중차 두 가지를 준비하고, 나아가 화물선으로 물자를 운반하는 하천 루트를 구축했다.

말로 끄는 치중차는 최대 적재량이 인력보다 많고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길지만, 운반비가 높아서 간단히 치중차를 늘릴 수 없다.

인력의 치중차는 말보다 이동 속도가 늦고 이동 거리도 짧지만, 가격이 싸서 치중차를 쉽게 늘릴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하천 루트는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양이 가장 많지만, 운반 루트가 강의 흐름에 좌우되고, 날씨가 나쁜 날에는 운반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각각 일장일단은 있으나, 상인들은 화물에 맞춰 사용하는 운반 방법을 선택했다.


치안 유지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했다. 치중차를 써도 치안이 나쁘면 상인의 신용은 얻을 수 없다. 신용을 얻지 못하면, 돈이 오와리, 미노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도적은 이유를 불문하고 최저 금고형, 경우에 따라서는 참수되는 경우도 있었다.

금고형도 취급은 심해서,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을 강요받는다. 이것은 말을 듣지 않은 아이를 때려서 말을 듣게 하는 방법에 가까웠다.

고생하고 싶지 않으면 도적질이나 산적질을 하지 말고 노부나가가 정한 법률을 지키라는 것이다.


도적이 구축되고 치안이 향상되며, 오와리, 미노에 있는 길들이 매커덤 포장으로 정비되어 갔다. 도로 포장이 끝나면 그 지역은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전쟁으로 황폐화된 지역이 부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다 가문을 둘러싼 불온한 분위기는, 그들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갈수록 강해져 갔다.




여전히 그녀의 후각은 비정상적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즈코였다.


"남만의 과일은 단 것이 많구나"


수확된 귤의 시식을 마친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감상을 말했다.


가을에서 겨울 초순에 걸쳐 수확되는 귤을 2월에 먹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귤의 과실은 나무에 늦게까지 열리게 해 두면 단맛이 증가하고 신맛이 적어져 굉장히 맛있어진다.

극조생온주(極早生温州) 귤처럼 신맛의 감소가 빠르고 단맛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 예외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늦게까지 열리게 두면 맛있어지는 품종은 많다.

하지만 동백새나 직박구리의 먹이가 되기 쉽고, 또 늦게까지 과실을 열리게 두면 내년의 착화(着花) 숫자가 적어지는 결점이 있다.

이것을 회피하기 위해, 시즈코는 바깥쪽이나 윗쪽에 있는 귤을 12월 초순의 수확시기에 수확하고, 나무의 안쪽에 있는 귤에는 새에 먹히지 않도록 자루를 씌워두었다.


"과실을 맺는 나무가 한 그루라니 쓸쓸하구나"


"어머나, 뻔뻔하시군요 노히메 님. 시즈코가 귤 나무를 늘리기 위해 이곳저곳에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은 잘 아실 텐데요"


마츠의 지적대로, 시즈코는 귤과 레몬, 그리고 유자 나무를 늘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귤이나 레몬, 유자 등의 감귤 품종을 늘리기 위해서는 접붙이기가 제일 좋다고 한다.

꺾꽂이는 뿌리를 내리는 비율이 낮고, 씨앗부터 재배할 경우에는 열매를 맺기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을 필요로 한다.

그에 반해 접붙이기는 접본(台木)에 쓰이는 탱자나무를 입수하기 쉽고, 또 감귤 품종과 활착(活着), 친화성이 높다. 그리고 빠르면 3년, 늦어도 7년 정도면 개화하고 열매를 맺는다.


"오늘의 차과자는 메밀과자(そばぼうろ)인가"


메밀과자의 '보우로(ぼうろ)'는 포르투갈어로 '케이크'를 의미하는 '볼로(bolo)'가 어원이다.

일반적으로는 가볍게 씹히고 입 속에서 사라락 녹는 식감이 특징이지만, 개중에는 카스테라처럼 구워낸 것도 존재한다.

모양도 둥근 것에서 납작한 것, 전병처럼 큰 것이나 작은 것 등 다양했다.

여담이지만 '메밀과자'는 메이지(明治) 말기, 교토의 '카와미치야(河道屋)'라는 메밀국수 가게에서, 보우로의 재료에 메밀가루를 넣어 매실 모양으로 구운 것이 시작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마루보우로(丸ぼうろ)'는 사가(佐賀) 시의 명과이다.


"요즘은 어떠신가요?"


"미츠오와 아시미츠가 고로에게 요리를 가르쳤다고 하는데, 아직 미츠오의 수준에는 달하지 못했느니라"


"하아…… 그런가요"


"농담이니라. 단적으로 말하면, 좋은 상황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시즈코가 물은 내용은 오다 가문을 둘러싼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파악하기 쉬운 노히메가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의미를 시즈코는 진절머리날 정도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수를 써도,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걸까)


1570년에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동맹 파기, 아네가와(姉川) 전투, 그리고 혼간지(本願寺) 법주(法主) 켄뇨(顕如)의 봉기에서 시작되는 시가(志賀)의 진(陣, ※역주: '공방전' 쯤으로 볼 수 있을 듯)이다.

특히 시가의 진의 초반에 일어나는 사카모토(坂本) 전투가 문제였다.

이 싸움에서 노부나가의 오른팔인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아오치 시게츠나(青地茂綱),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하루(信治) 등 세 명이 전사한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혼간지가 봉기한 것으로,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가 발생하여 코키에(小木江) 성을 포함하는 오와리의 성들 몇 군데가 공격받는다. 이 싸움에서 코키에 성을 지키던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오키(信興)는 분전한 끝에 자결했다.

노부오키는 노부나가로부터의 신임이 두터운 동생으로, 그가 죽음을 당하자 노부나가는 잇코잇키 무리에 대해 강한 증오를 가지게 되어 일체 용서하지 않게 되었다고도 한다.


(코키에 성의 개수 공사는 만전, 하지만 이시야마(石山) 혼간지가 봉기하지 않으면 일이 까다로워지지. 이럴 때 여자는 불편하네―. 무공이 없으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까)


사전에 준비를 하는 것은 남녀에 관계없이 할 수 있지만, 역시 전장에서는 여자의 취급은 낮아진다.

무장을 설득하려면, 역시 마찬가지로 무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설득은 어렵다.


(슬슬 피할 수 없으려나. 분명히…… 사카모토 전투가 결단해야 할 날이 될 거라 생각해)


무장들과 원활하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무공을 올린다. 그것은 인생으로서의 선택, 되돌아갈 수 없는 중요한 결정을 시즈코가 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인부를 모집하기 쉬운 농한기, 노부나가의 명령을 받은 시즈코는 오와리 각지에서 개간을 하고 있었다.

오와리는 산간지역이 적은 비옥한 대지였으나, 오랜 세월에 걸친 난세의 영향으로 황폐화된 마을은 많고, 또 개간되지 않은 지역도 많이 남아 있었다.

노부나가는 지금 이상으로 오와리의 세수(税収)를 늘리기 위해, 황폐화된 촌락의 부활이나 황무지를 개간하는 경지 면적의 확장 계획을 세웠다.


한 마디로 개간이라고 해도 인력, 축력(畜力), 기계 개간의 세 종류가 있다.

현대라면 불도저 등의 대형 중장비에 의한 기계 개간을 하여 단기간에 용지의 개척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전국 시대에 대형 중장비 같은 것이 존재할 리도 없으니, 인력이나 축력 중 어느 한 쪽 밖에 선택지는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부근의 촌락에서 소나 말을 빌려오고, 인부를 다수 고용하는 것으로 작업 시간의 단축을 꾀했다.

또 3남, 4남 등 농지를 가지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촌락으로의 이주를 타진했다.

인부는 츄우겐(中間, 용병 같은 것)이나 돈을 벌러 나온 백성들 뿐만 아니라, 인신매매에 의한 노동 노예도 포함되어 있었다.


츄우겐은 충성심이 없고, 몸의 위험을 느끼면 바로 도망을 꾀하는 결점이 있다. 하지만 보충하기 쉽고, 이쪽의 사정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노예도 나쁘게 말하면 보충을 하기 쉽고, 이쪽의 사정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특히 전쟁이 집중되기 쉬운 농한기에는, 노예의 가격이 통상적인 2관문(약 20만 엔)에서 20문(약 2천엔)까지 급락한다.

하지만 노예의 가격이 싸더라도,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할 수는 없다. 본보기 목적으로 일하지 않은 노동자를 죽이는 행위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

그런 짓을 하면 사람은 성장하지 않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노동 의욕이 솟지 않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인부들이지만, 그런 그들의 노동 의욕을 올리는 방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그것은 노동에 의한 사망률의 저하, 불평불만의 개선, 열심히 일하는 자나 열심히 노력하는 자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그에 걸맞는 상을 주고, 일을 잘 해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부들의 노동 의욕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전체의 작업 효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것을 증명하는 에피소드가, 히데요시의 '키요스(清洲) 성의 돌담 건축을 3일만에 완료"했을 때의 대응이었다.

히데요시는 인부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작업 장소를 분담시키고, 나아가 빠르게 작업을 끝낸 조는 빨리 끝낼수록 상을 많이 주겠다고 약속하여 서로 경쟁시켰다.

즉, 히데요시는 신분에 구애되지 않고 상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인부들의 마음을 장악하는 것으로, 보기좋게 3일 만에 공사를 완공시킨 것이다.


하지만 올바르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츄우겐이나 노예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상의 의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올바르게 평가받은 자들에 대한 포상에 관한 이야기, 부정을 저지른 자에 대한 벌칙에 관한 이야기, 시사(時事) 화제 등을 정리한 노동자용의 안내판(瓦版)을 작성하여 배포했다.


항상 노동 조건의 개선을 꾀하고 있기에 츄우겐이나 노예뜰의 노동 의욕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그들 중에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자들이 나타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 사람을 이끄는 것을 잘하는 사람, 작업 효율을 올린 사람, 노동자의 불평불만의 해소가 능숙한 사람 등이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작업이 진전되지 않고 나태해지는 사람,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여 주위와 다투는 사람, 부정한 방법으로 평가받으려 하는 사람 등, 나쁜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를 보면 노동 의욕은 올라가서, 당초의 예정보다 빠르게 개간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응, 좋은 느낌이네. 이대로 가면, 몇 년 안에 300만 석까지 생산력이 올라가려나"


"계산대로 되면 단위가 두 자릿수가 올라가네. 뭐, 예정대로 되지 않아도, 자릿수가 하나 올라가는 건 확정이군"


시즈코가 보고 있는 보고서를 집어든 케이지가, 주판을 튕기면서 중얼거렸다. 원래는 나가요시를 위해 가르쳤던 주판인데, 의외로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케이지였다.

그는 솜이 물을 흡수하듯, 주판이나 아라비아 숫자, 수학의 공식을 습득했다.

이미 현대 초등학생, 어쩌면 중학생이 배우는 내용까지 습득하고 있는 상태지만, 케이지는 그쯤에서 수학의 학습을 중단했다. 그 이유는, 정말 케이지다운 이유였다.


"뭐든지 조금 모르는 편이 좋은 거야. 전부 이해해 버리면, 모르는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없게 되니까"


그가 주판을 튕기는 모습에서 그 말을 떠올린 시즈코는 킥킥 웃었다. 재밌다는 듯 웃는 시즈코를 따라서 케이지도 웃었다. 하지만 떠올린 것은 좋은 추억뿐만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주판에서 생각났어. 또 마에다 마타자에몬(前田又左衞門) 님을 놀린 건 아니지?"


시즈코의 지적에 케이지는 시선을 피했다.

애초에 케이지가 시즈코에게 주판을 배운 이유는, 숙부인 마에다 토시이에(利家)를 놀리기 위해서였다.

시즈코는 처음에 케이지가 토시이에를 놀리는 것이 주판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그녀는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케이지가 한 것은, 토시이에가 처리할 일거리를 미리 처리해두는 것이었다. 마에다 가문의 결제는 크고작음을 가리지 않고 모두 토시이에 자신이 하고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다도 담당(茶坊主)이었던 쥬아미(拾阿弥)에게 여러 번 모욕을 받고 끝내 베어죽여버린 코우가이키리(笄斬り) 사건에 의한 2년 동안의 낭인 생활에서 돈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츠로부터 '인색(吝嗇, 구두쇠라는 의미)'하다고 야유받는 토시이에였으나, 그 성격 덕분에 마에다 가문의 재정은 건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결제를 먼저 처리하는 것이 케이지가 토시이에를 놀리는 방법이었다. 그것도 서류에다가 직접 써넣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 답을 적은 별도의 종이를 첨부해 둔다는 공을 들인 것이었다.


"응…… 뭐 좋지는 않지만 포기할게"


"미안해, 시즛치. 나는 그냥 숙부님의 일을 돕고 있는 건데, 어째서인지 원망을 받거든"


"적당히 해. 그런데 요즘, 창고에 있는 청주가 줄고 있는―"


시즈코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그 전에 케이지가 잽싸게 몸을 돌려서 방에서 다급하게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였으나, 머리로 이해하게 된 그녀는 아야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시즈코 님"


"창고의 청주를 마신 건 케이지 씨, 그리고 추측이지만 카츠조 군이라고 생각해. 뭐, 그건 아무래도 좋고, 이 서류를 영주님께 보내줘"


곁에 두고 있던 두꺼운 종이다발을 집어든 시즈코는 그것을 아야에게 내밀었다. 받아든 아야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훑어보았다.


"조선(造船)에 관한 서류입니까?"


"농지 개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슬슬 배에 대한 것을 물으실 거라 생각해. 그래서, 이쪽에서 준비할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해 뒀어"


자료는 배의 추진기인 스크류 프로펠러에 관한 정보였다.

플라스틱에 유리 섬유를 강화재로 혼합한,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배(FRP 선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도 제조는 가능하다.

하지만 배를 폐기할 때에 문제가 발생한다. FRP 선박은 폐기처리나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FRP 폐선은 해체, 분쇄하여 콘크리트의 원재료로서 재이용하는 기술은 존재한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실용화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검증해보기 전에는 확증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한 문제가 있어, 시즈코는 FRP 선박의 정보 공개를 미루었다.


"알겠습니다. 영주님께 전해 올리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 말대로, 아야는 며칠 내에 노부나가에게 시즈코의 서류를 전달했다. 그걸 받아든 노부나가는 즉시 쿠키(九鬼) 수군을 이끄는 쿠키 요시타카(九鬼嘉隆)에게 스크류 프로펠러의 연구를 할 것을 명령했다.




때는 조금 거슬러올라가, 추위가 몸에 스며드는 1월 하순.

이세의 운영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고 쿄나 오와리, 미노의 정무가 자리를 잡았을 무렵, 노부나가는 사키히사나 이에야스, 자신의 가신들과 함께 매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매사냥은 참매(大鷹)나 새매(灰鷹), 송골매(隼) 등의 맹금류를 훈련시켜, 조류나 토끼 등의 작은 동물을 잡게 하여 성과를 겨루는 사냥의 일종이다.

일본의 매사냥의 역사는 오래되어, 매사냥에 관련된 책이 몇 권이나 남아있다.

818년에 편찬되어 현존하는 매사낭 기술 교과서로서 두번째로 오래된 '신수응경(新修鷹経)', 아사쿠라 소우테키(朝倉宗滴)가 사육했던 참매가 번식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기록'양응기(養鷹記)', 고노에 사키히사가 집필한 매사냥의 전문적인 해설서를 겸하는 가곡집(歌集) '용산공응백수(龍山公鷹百首)' 등이 있다.

카마쿠라(鎌倉) 시대 때부터 무가에도 매사냥이 퍼졌고, 전국시대에는 영주나 무장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공가 및 공가의 수종(随身)들에 의한 매사냥도, 후에 에도 막부를 여는 이에야스가 금지할 때까지 대표적인 오락 중 하나였다.


무가가 매사냥을 하는 이유는, 매를 날리는 순간을 간파하는 것으로 전쟁터의 감을 키우고, 적진의 예비 조사를 겸한 정찰 임무를 할 수 있으며, 가신들을 수족처럼 움직이는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부나가와 이에야스의 매사냥 에피소드를 보면, 자랑하는 매를 타인에게 뽐내고 싶은 게 제일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느 시대건 남자들은 변함이 없는 걸까―)


1주일 정도 전에, 사키히사는 한 쌍의 참수리(大鷲)를 포획해서 가지고 돌아갔다.

표면적인 이유는 참수리의 사육과 매사냥의 훈련을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본심은 순수하게 일본 최대의 맹금류인 참수리가 가지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시즈코는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부엉이(木菟)들을 훈련시켜야겠네"


시즈코가 보호한 올빼미 형제는 머리에 귀 모양의 깃털(羽角)이 있는 올빼미, 부엉이라고 분류되는 품종이었다.

아무래도 품종명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몸 길이를 측정해보니 형의 몸 길이가 75cm, 동생의 몸 길이가 73cm로, 부채머리 독수리의 몸 길이 105cm에 뒤떨어지지 않는 체구였다.

알맹이는 아직 제대로 사냥도 못하는 병아리였으나, 형제 모두 옅은 갈색과 짙은 갈색이 섞여 있었고, 훌륭한 귀와 날카로운 눈, 그리고 당당한 모습은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올빼미는 야행성으로 진화한 맹금류로, 본래 낮 동안에는 거의 활동하지 않고 밤중에만 활동한다.

이것은 독수리나 매에게 포식당할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포식자가 없으면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밤에는 자는 생활을 하는 개체도 있다.

낮에 활동할 수 있다고 해도 눈의 구조상, 햇빛이 강한 날에는 얌전히 있는 경우가 많다.


형제가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전부 똑같은 것은 아니고 세세한 부분에 차이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눈의 색깔이었다. 형은 일출, 일몰시에 적응한 오렌지색(橙色)의 눈을 가지고 있었고,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동생은 낮에 적응한 황색의 눈을 하고, 항상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는 형과 달리, 때때로 졸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잡아온 작은 사슴을 쓸게"


부엉이들은 생후 2개월 정도로, 뭔가의 사정으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것을 시즈코가 보호했다.

따라서 시즈코는 부모 새를 대신하여, 어린 부엉이들을 훈련시킬 의무가 있었다.

훈련이라고는 해도 단거리 비행 훈련, 장거리 비행 훈련, 사냥감을 붙잡는 훈련, 팔 위에 앉히는 훈련 등 기본적인 것들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는 훈련은, 소형의 사슴을 부엉이들에게 잡게 하는 훈련이었다. 소형이라고는 해도 들토끼나 쥐에 비하면 크기는 급수가 다르다.

하지만 두 마리에게 겁먹은 기색은 없었으며, 오히려 빨리 잡아먹게 해달라는 듯한 태도였다.


깃발을 흔들어서 사슴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슴을 놓아주도록 신호를 보냈다. 구속이 풀린 사슴은 쏜살같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즈코가 확인한 후, 드디어 부엉이들을 풀었다.

미리 사냥감을 정하고 있었던 듯 두 마리는 망설임없이 날아갔다. 날개의 구조상, 날갯소리가 무음에 가까운 부엉이들의 접근을 사슴은 눈치채지 못했다.

접근을 깨달았을 때, 사슴들이 울음소리를 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부엉이들의 발톱이 용서없이 사슴들을 덮쳐갔다.

형은 긴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슴의 숨통을 끊고, 동생은 사슴의 측면을 걷어차 급경사를 굴러내려가게 한다는 특이한 사냥 방식을 취했다. 동생이 노린 사슴은 살아있었으나, 뒷다리 뼈가 부러져서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날개를 펼쳐 경계와 위협을 하고 있던 동생 부엉이도, 이윽고 상대가 저항할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자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슴의 숨통을 끊었다.


"동생 쪽은 꽤나 유쾌한 사냥방식이네"


시즈코는 동생 부엉이의 사냥 방식에 감탄했지만, 사실 사냥감을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는 것은 희귀한 사냥법은 아니다. 고지대에 사는 산양을 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고 그 후에 둥지로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야생의 환경에서는 다른 동물에게 사냥감을 도둑맞는 문제는 있지만, 발톱으로 움켜쥔 채 사냥감을 끌고갈 힘과 비상 능력이 있다면, 높은 곳에서 사냥감을 떨어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법이다.


"하지만 수컷치고는 크네. 무리에서 이탈한 새일 가능성도 있으니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형의 부엉이는 꽤나 한정적인데"


형제의 품종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두 마리에게 시선을 돌리니, 식사를 마치고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사슴은 미묘했을까. 역시 밸런스가 좋은 메추리가 좋았으려나"


사슴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고기가 꽤나 남아 있었다.

흙으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던가 둘 중 하나였기에, 사슴의 사체는 방치해둬도 문제없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녀는 두 마리를 팔에 태우고 말고삐를 다루며 귀가했다.


(……어떡할까. 부채머리 독수리도 부엉이 형제도, 자연으로 되돌려보내야 하려나, 아니면 책임지고 사육해야 하려나)


말 등 위에서 흔들리면서 시즈코는 생각했다. 비트만들과 부채머리 독수리의 차이는, 고유한 이름을 붙였는지 아닌지였다.

고유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 대상이 되는 동물을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동물의 목숨을 맡아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배려하고, 마지막까지 사육하는 책임과 각오를 짊어지는 것이 된다.


시즈코가 비트만 등 회색 늑대의 사육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개를 사육해본 경험과, 개와 늑대의 생태, 습성, 생리에 관한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부채머리 독수리나 부엉이의 사육 경험은 없다. 특히 부채머리 독수리는 멸종 위기종 중 하나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개인이 사육경험을 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건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간단히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면 고생할 일이 없지)


생태나 습성을 거의 모르는 맹금류들을, 그냥 귀엽다거나 멋있다는 이유만으로 키우면 양쪽 다 불행해질 것은 뻔히 보인다.

하지만 맹금류는 짝의 상대와 마찬가지로, 한 번 주인으로 인정한 상대와 평생 함께한다. 부채머리 독수리나 부엉이들이 시즈코를 따르는 모습을 보면, 양쪽 모두에게 가장 좋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보호한 자신의 어설픔이 부끄러워졌다.


(아―! 관두자 관둬. 어차피 고민해봤자 대답은 나오지 않아. 좋아, 정했어!

한 달…… 한 달 안에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책임을 지고 평생 사육할 것! 지금, 내가 정했어!)


사고회로가 출구가 없는 미로가 되기 시작했을 때, 시즈코는 모두 머릿 속에서 털어내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것은 평생 사육할 것을 결심한 것과 같은 의미였지만, 흥분한 그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후, 결단을 내린 시즈코는 바쁜 것도 있어서 부채머리 독수리와 부엉이를 사육해야 할지 말지라는 문제를 잊고, 한 달 후에 당시의 결단을 떠올리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뻔한 스토리 같은 결과였으나, 우유부단해지려던 시즈코에게는 좋은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어거지스럽긴 해도 문제를 해결한 시즈코였으나, 곧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이름…… 어떡할까?"


부채머리 독수리와 부엉이 두 마리의 이름이 결정되지 않는 것 때문에 시즈코는 다시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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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62 1569년 12월 상순



12월 중순, 노부나가는 쿄(京)의 일각에 휘하의 상인들의 점포를 차례차례 개점했다.

음식점, 의상점, 잡화점 등 내용은 다방면에 걸쳤으나, 판매하는 것은 전부 오와리(尾張), 미노(美濃)의 특산품이었다.

하지만 상품이 풍부해져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모이지 않으면 시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점을 인식하고 있던 노부나가는, 소비자들이 모일 방법을 궁리했다.


노부나가는 상품의 정보를 효율좋게 사람들에게 전달, 확산시키는 것이 소비자를 모으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시미츠에게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높이는 전단지를 만들게 하여, 그것을 시즈코가 만든 등사판 인쇄기로 대량으로 인쇄하여 시장이나 거주지에서 전단지를 무료로 배포했다.

전단지를 사용한 선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쿄에 퍼져나가, 구경하려거나 신기함에 모여드는 자들이나, 적정 시찰을 겸한 장사꾼들이 발길을 옮겼다.


소비자의 구매나 상인간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노부나가는 동란으로 황폐해진 쿄의 부흥을 명목으로, 모든 거래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했다.

세금은 일부 사치품에만 부과되는 특별세와, 현대 일본의 소비세와 유사한 일반 간접세였다.

징수한 세금은 궁궐(禁裏)의 수리 비용, 파손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인프라의 정비 비용, 치안을 유지하는 경라대의 비품 구입 비용 등에 사용되었다.

게다가 노부나가는 징수한 세액, 그리고 세금의 사용 용도를 쿄의 백성들에게 공표했다.


이러한 정책을 노부나가가 시행하는 이유는, 요시아키(義昭)의 쇼군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었다.

요시아키는 노부나가의 조력으로 쇼군의 자리에 올랐지만, 어릴 때부터 불문(仏門)에 있었던 그는 믿을 수 있는 가신이 적었다.

이대로는 막부의 운영은 일찌감치 파탄난다. 그래서 요시아키는 노부나가로부터 몇 명의 가신을 빌려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막부를 운영하려고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요시아키의 요청에 쾌히 응하여, 무라이 사다카츠(村井貞勝)를 시작으로 몇 명의 가신을 쿄에 파견하여 막부의 업무를 도왔다.


노부나가의 가신이 막부의 업무를 돕는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막부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요시아키의 보좌로서 아시카가(足利) 막부를 뒷받침하는 입장이다.

또, 특정한 영주를 끌어들여 막부를 성립시키는 운영 방법은 노부나가가 처음은 아니다.

제 10대 요시타네(義稙)의 오오우치 요시아키(大内義興)와 호소카와 타카쿠니(細川高国), 제 12대 요시하루(義晴)의 롯카쿠 사다요리(六角定頼) 등, 이중 정권은 후기 아시카가 막부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중 정권으로 막부를 운영하며 노부나가의 우수한 가신을 다수 끌어들이더라도, 중요한 요시아키는 쇼군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또 그는 권위를 높이기 위해 시행한 토지 재판의 조정, 그리고 조정에 대한 참견 등 외교를 둘러싼 여러 실책으로 주위의 불평을 사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요시아키에 대해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노부나가는 우려하여, 요시아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근래, 쿄의 백성들로부터 쇼군(御所)에 대한 불평이 끊이지 않습니다. 평소의 행동을 좀 더 반성하시어, 백성들이 불평을 하게 된 원인을 고쳐 주십시오"


편지로 쇼군을 꾸짖을 정도로 노부나가는 요시아키의 연이은 실책에 화가 나 있다고 가신들은 두려워했으나, 정작 노부나가 본인은 미움보다는 피로감에 젖어 있었다.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몇 안 되는 수하들만 데리고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다.

머리를 비우고 탕치(湯治)하는 것이, 노부나가의 몇 안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기 때문이다.


"한숨도 안 나온다"


술잔을 기울이며 노부나가는 불평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노부나가가 뜨겁게 데운 술을 퍼마시는 걸 보니, 그가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을 시즈코는 알 수 있었다.


"힘드시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노부나가의 심적 피로를 헤아린 시즈코였으나,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중간한 상냥함은 상냥함이 아니라는 것을 시즈코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노부나가가 단순히 상냥함을 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영주님, 고노에(近衛)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안내하라"


소성에게 짧게 대답한 후, 노부나가는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소성들에게 술잔이나 술병을 치우게 하는 것과 동시에, 사키히사가 상쾌한 웃음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사키히사 혼자라면 딱히 신경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사키히사를 따라 아시미츠도 방에 들어온 것에 시즈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오다 님. 얼마나 힘드실 지 짐작이 갑니다"


인사하면서 사키히사는 적당한 곳에 앉았다. 아시미츠는 노부나가와 사키히사를 한 번 쳐다본 후, 두 사람과 시즈코 사이에 앉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두 사람으로부터 시즈코를 지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어허, 아시미츠 님에게는 미움받은 모양이군"


어깨를 움츠리면서 사키히사가 놀리듯 말했다. 노부나가도 아시미츠의 태도에서 꿰뚫어 본 듯,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시미츠는 두 사람의 태도에 대해 신경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나, 시즈코에게는 그가 약간 신경이 곤두선 듯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태도에 신경이 곤두섰다기보다, 다른 무언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뭐에 대해서 아시미츠가 신경이 곤두서있는 것인지까지는 시즈코도 알지 못했다.


"후훗, 그럼 지극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 아는 대로, 쇼군 님의 실태(失態)는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내가 쇼군님의 명예회복을 꾀하면, 이유 불문하고 기분나빠하지. 하지만, 방치해두면 막부는 내부로부터 붕괴한다"


"제 쪽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립니다. 특히 전례를 무시한 조정에 대한 간섭은, 제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불만을 사고 있는 듯 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볼 때 요시아키의 실태는 위험 수준에까지 달해 있다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쇼군 님의 실태가 문제인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인가요?"


"상관없다. 지금은 기탄없는 의견이 필요할 때다. 시즈코와 아시미츠, 두 사람도 금후의 일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


자칫하면 막부의 운영을 뿌리부터 뒤엎는 얘기가 된다. 그런 것에 참가당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노부나가의 대답으로 입장에 속박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아시미츠와 마주본 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로 괜찮으시면 협력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기대는 하지 말도록"


"후훗, 그걸 판단하는 것은 오다 님이시죠. 그럼, 제 의견입니다만 쇼군 님이 오다 님의 동향을 얌전히 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뭔가 수를 써 오겠지요. 하지만 쇼군 님은 군을 소유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오다 님에게 등을 돌릴 경우, 쇼군 님은 어디서 군을 얻으실까요"


아시카가 쇼군 가문이 운영하는 무로마치 막부는, 일본의 정치기관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무로마치 막부의 실태는 비참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우닌(応仁)의 난(乱) 이후, 막부군의 주 전력인 막부 호코슈(奉公衆)는 각지의 영주들에게 가신단으로서 흡수되었다.

영지도 쿄를 중심으로 한 키나이(畿内)는 얘기가 다르지만, 지방은 이미 무법지대로 화해 있었다.

권력도 에이로쿠 사변(永禄の変, 미요시(三好) 가문에 의한 아시카가 요시테루 암살사건) 이후 완전히 실추되었다. 경제 기반도 약하여, 이미 무로마치 막부는 껍데기만 남은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히 처음부터 군을 준비할 필요는 없지. 각지에 밀서(御内書)를 보내어 비밀리에 오다 가문만을 정치,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포위망을 구축해서 오다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거지. 적당히 약해졌을 때 다른 나라들에게 군세의 파견을 요청하여, '역적 토벌'의 대의명분 하에 오다 가문을 제거한다. 호코슈를 잃은 아시카가 쇼군 가문으로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겠지"


사키히사의 의문에 아시미츠가 대답했다. 그는 현실적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의 무로마치 막부는 그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과연, 다른 나라의 군세를 이용하는 것이군요"


"하지만 오다 가문은 키나이의 세력을 거의 장악하고 있지. 만약 쇼군이 다른 나라의 군세를 이용한다면, 아마도 아자이(浅井), 아사쿠라(朝倉), 모리(毛利), 타케다(武田), 우에스기(上杉) 정도다. 누구든 좋다고 생각한다면 혼간지(本願寺)나 엔랴쿠지(延暦寺)에 기댈 가능성이 있지"


"막부의 권위가 실추된 지금, 각 세력이 하나로 뭉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시즈코의 지적은 옳았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오다 포위망을 구축한 요시아키였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각 세력은 한 번도 뭉치는 일 없이 제멋대로 오다 가문에 반발했다.

그 때문에, 노부나가는 적대 세력이 싸움을 걸어와도, 그 후에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또, 포위망을 구축한 세력이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력에 싸움을 걸어도 다른 세력이 원군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노부나가는 각 세력을 분열시켜 약화시키는 데 착수했다.

대소를 가리지 않고, 노부나가는 적대 세력에 대해 정략(調略) 또는 섬멸을 하여, 11년에 걸친 오다 포위망을 돌파했던 것이다.


"한 번은 뭉치겠지. 하지만 금방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하여, 포위망으로서의 단결력을 잃을 것이다. 즉, 설령 오다 포위망이 완성되었다고 해도, 최초의 포위망만 돌파하면 오다 포위망을 뭉개버릴 수 있는 가능성은 남는다"


"흠…… 만약 오다 포위망이 완성된다고 하고, 지금부터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지?"


노부나가의 물음에 세 사람은 조금 생각한 후, 각자의 대답을 말했다.


"물량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 기반의 발전이군요"


"물자의 생산 기반을 반석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화기(火器)의 공업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개발해 두는 것, 일까"


사키히사, 시즈코, 아시미츠의 대답은 하나같이 중요했다. 물량을 지탱할 수 있는 경제 기반, 화기를 다수 보유하는 것, 대군을 유지할 수 있는 물자 생산력은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잘못하면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들여 조금씩 환경을 갖추어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그것을 각자의 목표로 삼아라"


노부나가의 한 마디에 각자가 행동할 방향성이 정해졌다.


그 후, 사키히사는 부채머리 독수리를 한 번 보고 싶다며 시즈코와 함께 자리를 떴다. 노부나가와 아시미츠 두 명은 그 자리에 남아서, 잠시 말없이 술잔을 나누었다.

그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시미츠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 채로 중얼거렸다.


"키소(木曽) 삼천(三川)에 저수지를 만들고 있었지. 그것의 공사를 앞당기거나, 아니면 사람을 늘릴 수는 없는가"


"……사람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 헌데 그 이유는 무엇이냐"


치수(治水) 및 이수(利水) 대책으로서, 노부나가는 우선 키소 삼천에 대해 저수지 공사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저수지 공사에 착수한 이유는,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이다.


장마나 태풍이 오고 한번에 대량의 비가 내리면 하천의 물이 늘어난다. 수량이 하천의 허용량의 한계에 달하면 범람이 일어나 강을 따라 위치한 촌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하지만 저수지를 설치하면, 맑을 때는 일정의 수량을 저수지에서 방출하고, 태풍이나 큰 장마 때는 미리 방류를 하여 용량을 비워서 큰 비에 의해 늘어난 하천 물의 일부를 저수지에 저장해두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저수지에서 방류하는 양을 조절하여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를 막는 수법을 홍수 조절이라고 한다.


"저수지의 수량은 막대하지. 자칫 잘못하면 미증유의 재해가 발생할 정도로 말이다"


"네놈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걸 실행할지는 내가 판단한다"


"상관없다. 나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니"


"……저수지의 확장 공사를 명해 두지"


아시미츠의 계책을 실행하면 미증유의 재해가 발생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태연하게 계책으로서 제안하는 것에 노부나가는 소름이 끼쳤다.




노부나가의 오와리, 미노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

최우선 개발 지역이 미카와(三河) 국과 접하는 동(東) 오와리. 다음으로 치타 반도(知多半島)를 포함하는 남(南) 오와리, 세번째가 미노 국과 접하는 북(北) 오와리이다.

하지만 마지막 지역인,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을 포함하는 서(西) 오와리는, 다른 곳과 달리 정책 수립의 예정조차 없었. 정책 수립의 예정이 없는 이유는, 서 오와리가 노부나가의 지배하에 있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오와리 국과 이세(伊勢) 국의 국경에 있는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은, 키소 강의 흐름에 의해 육지로부터 격리된 지역이다.

육지의 고도(孤島, ※역주: 외딴 섬) 같은 지역은 일곱 개의 윤중(輪中, ※역주: 제방 등으로 둘러싸인 저습지의 촌락)으로 나뉘어져, 예전에는 나나시마(七島)라고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지 나나시마가 변하여 나가시마(長島)로 불리게 되었다.

이세 국 쿠와나(桑名) 군(郡)에 있지만, '신장공기(信長公記)'에 의하면 오와리 국 카와치(河内) 군(郡)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1501년(분키(文亀) 원년(元年)), 스기에(杉江) 지역에 간쇼지(願証寺)가 창건되어, 렌뇨(蓮如)의 6남인 렌쥰(蓮淳)이 주지로 취임하였다.

이후, 혼간지는 현지의 영주 계층을 끌어들여, 나가시마 주위에 나카에 성채(中江砦), 오오토리이 성채(大鳥居砦) 등의 방어 시설을 증설하여 무장 강화를 꾀하고, 수십 개의 사원, 도장을 세워서 지역 일대를 완전히 지배했다.


나가시마는 노부나가와 복잡한 관계가 있는 땅이기도 하다.

노부나가에 적대한 자들, 또는 과거에 적대하여 패퇴한 자들이 도망치는 곳이 나가시마였다.

츠시마(津島)의 남쪽에 있는 카와치(河内)에 세력을 가진 핫토리(服部) 당의 두령, 핫토리 토모사다(服部友貞)는, 1560년(에이로쿠(永禄) 3년) 오케하자마(桶狭間) 전투에서 이마가와(今川) 군에 참가하여 노부나가와 적대했다.

1567년(에이로쿠 10년), 이나바(稲葉) 산성(山城)의 전투에서 노부나가에게 패배한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는, 북 이세의 나가시마로 망명했다고 전해진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는 나가시마를 공격하지 않고, 북 이세의 지방 영주들을 복속시키는 데 그쳤다.

에이로쿠 4년에 오와리 통일을 이루었을 때에도, 노부나가는 나가시마를 포함하는 키소 삼천 하류지역의 지배를 단념했다.


노부나가도 진군을 주저하는 윤중 지대를 지배하는 렌쥰은, 이 무렵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초조함을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노부나가가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했지만, 그에 대해 자신들(혼간지 세력)을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그의 주장을 알기쉽게 말하면, 기술을 넘겨라, 이익의 일부를 넘겨라이다.

노부나가가 혼간지에 복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가 나가시마를 한 번도 공격하지 않는 것에 렌쥰은 우쭐해져서 무가(武家)인 노부나가가 종교적 권위를 갖는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엇다.


또 하나는 니히메(仁比売)의 존재였다. 혼간지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니히메에 대해 조사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된 정보가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이 니히메를 조사하고 있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수익에 관계된다. 노부나가가 지배하는 오와리, 미노는 석고(石高)로 따지면 대략 100만에서 110만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백만 석이 아니라, 그 세 배인 3백만 석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수수께끼였으나, 니히메의 존재를 알게 되자, 노부나가는 니히메로부터 기술을 계승받았다고 켄쥰은 생각했다.

즉, 니히메를 혼간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노부나가의 수익을 그대로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렌쥰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니히메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익한 정보는 무엇 하나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니히메의 이미지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니히메는 노부나가에 의해 만들어진 시즈코의 허상이다. 물론,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이미지를 그대로 니히메에게 채용하지 않았다.

전국시대의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綾小路俊量)가 죽은 것이 1518년, 거기서부터 역산해보면 니히메는 50세에서 60세 전후의 노파라고 주위에서 믿도록 정보를 조작했다.


정보가 모이지 않는 것에 렌쥰은 초조함을 느끼면서도, 니히메에 대해서는 그렇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노부나가가 니히메에 대해 높은 지위나 상을 내렸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종교적 권위가 있는 지위를 준다고 말하면, 니히메는 간단히 혼간지 세력으로 올 거라고 그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그런 소리를 하면 태반의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전국시대에는 종교적 권위가 세력을 떨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니히메가 자신들에게 간단히 넘어올 거라고.


"후―, 끝났다―. 비트만들의 브러싱은 꽤나 피곤하네"


그러나 니히메의 실상인 시즈코에게, 종교적 권위는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보다 못했다.

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는 그녀였으나, 지장(地蔵)이나 불상, 묘를 보면 합장한다.

시즈코는 종교나 신불(神仏)을 부정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현대 일본인에게 많은 창창종교(創唱宗教)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특정 종파에 입신하여 교의를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무종교파일 뿐이다.




사람들이 연말연시의 준비에 착수할 무렵, 시즈코를 포함하는 오다 군은 쿄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군사 행동이 아니라, 요시아키의 민폐를 덮어쓴 가신들을 위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초대자가 막부의 신하들(幕臣)이라는 것 때문에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에 더해 모리 요시나리, 시바타, 삿사, 사쿠마, 히데나가, 타케나카 형제 등 오다 가문의 정예 가신단도 종군했다.


아케치(明智)나 무라이(村井)를 필두로 하는 오다 가문으로부터 쇼군 가문으로 파견되어 있는 가신들,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나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 사카이(堺)의 호상(豪商) 등, 노부나가와 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위로회(慰労会)에 초대되었다.

쇼군인 요시아키는 주위에 막대한 민폐를 끼치는 원인이었기에 위로회에는 초대되지 않았다.


위로의 요리를 만드는 대임을 맡은 인물은 고로였다.

몇 년 전까지는 쿄에 있는 이름없는 요리점에서 견습으로 일하던 그였으나, 마음을 새롭게 먹고 미츠오나 아시미츠, 시즈코에게 요리를 배우던 도중에 요리사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어느 틈에 노히메의 요리사일 뿐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요리사로도 임명되어, 지금은 오다 가문의 주방을 책임지는 수석 요리사(料理頭)로까지 출세했다.


처음에는 위축되었던 고로였으나, 덜덜 떨리는 심신에 기합을 넣고, 보기좋게 위로회를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그가 만든 요리는 포르투갈인이나 중국인들과 교역을 하며 산해진미를 모조리 먹어보았다고 자부하는 사카이의 호상들도 맛있다고 보증을 할 정도였다.

특히 수분을 많이 포함하는 관계로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생과자들은 참가자들의 혀를 매료시켰다.


위로회 후, 시즈코나 고로는 콩으로 만드는 콩가루(きな粉), 찹쌀로 만드는 백옥분(白玉粉, ※역주: 찹쌀가루를 물에 담가 희게 한 후 말린 것), 멥쌀(うるち米)로 만드는 상신분(上新粉, ※역주: 정백미를 빻은 가루), 감자로 만드는 얼레짓가루, 옥수수로 만드는 콘 스타치(cornstarch) 등, 조리용 가루에 관한 제조법을 노부나가 소유의 요리점에 전수했다.

2개월만 지나면 노부나가 휘하의 상인들의 가게에서 미타라시 경단(みたらし団子)이나 백옥경단(白玉だんご) 등이 팔리고, 그것들을 목적으로 호상(豪商)이나 공가(公家) 등의 유력자들이 쿄에 돈을 쓰고 간다는 식이다.


정무나 다양한 안건들을 모두 처리한 후, 오다 군은 기후로 귀환했다. 모리 요시나리가 노부나가에게 보고를 마치자, 오다 군은 해산하여 각자 귀로에 올랐다.


"여러분,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오와리로 돌아온 지 1주일 후, 시즈코도 또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위로회 겸 망년회를 열었다.

참가자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 키묘마루, 할아범, 아시미츠, 미츠오, 츠루히메(鶴姫), 시바(芝), 그리고 시즈코까지 열한명이다.

처음에는 연회에 가까운 형식으로 할까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모처럼의 망년회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형식으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예의를 집어치운 연회 형식으로 바꾸었다.

최종적으로 시즈코는 대형의 통짜형 풍로(切り出し七輪)를 여러 개 늘어놓고, 그 위에서 꼬치구이를 하는 바베큐에 가까운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연회 형식을 채용한 폐해로서, 전례없는 행위를 용인할 수 있는 사람들밖에 초대하지 못했다.


꼬치구이의 재료는 다양하여, 고기는 닭이나 거위, 메추라기는 물론이고 사슴이나 멧돼지 고기도 준비했다.

짐승고기 뿐만 아니라 양파나 호박, 파 등의 제철 야채나, 혼모로코(ホンモロコ)나 겨울숭어(寒ボラ), 감성돔(黒鯛) 등의 제철 어류도 갖추었다.

제철은 아니지만 새우나 게, 전복, 가리비, 소라, 대합, 양식중인 굴도 준비했다.

각각의 재료에 밑준비를 한 후, 밑준비가 끝난 재료부터 꼬치에 꽂으면 준비는 완료된다. 이후에는 각자 취향대로 구워서 원하는 때에 소스를 뿌리면 완성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무사히 연말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딱딱한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은 실컷 먹고 마시며 영기를 북돋아주세요. 남자들아, 기뻐하도록. 술은 잔뜩 준비했노라. 도가 지나친 짓만 하지 않는다면, 오늘은 아무리 마셔도 좋다!"


순간, 남자들이 환성을 질렀다.

그녀의 말대로, 방의 한 구석에 청주의 술동이(약 18리터)가 4개, 탁주가 든 술동이가 3개 놓아져 있었다. 가까운 테이블에는 술을 뜨겁게 데워먹을 때 쓰는 술병(徳利)이나 작은 사기 잔(猪口), 술잔이 가득 놓아져 있었다.


시즈코의 감독 하에 청주는 제조되고 있지만, 시장에 돌아다니는 청주의 양은 극히 미미하다. 그 청주를 마음대로 마셔도 좋다고 하니 남자들이 기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배의 선창에 전원이 이어서 화답했다. 시즈코의 인사가 끝나자, 각자 멋대로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 묵묵히 구워먹기만 하는 사람, 술대결을 하는 사람 등, 그야말로 부레이코(無礼講, ※역주: 신분이나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마음놓고 즐기는 주연으로, 한글로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일본어 독음으로 적었음)였다.


여담이지만 입장이나 자리 순서, 예의바름을 무너뜨리지 않는 젓을 인긴코(慇懃講)라고 한다.

또 부레이코의 본래 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다.

헤이안(平安) 시대, 공가 사회의 연회는 자리 순서가 신부닝 높은 사람부터 엄숙하게 정해져 있어, 한 번 그 자리에 앉으면 결코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없었다.

하지만 고다이고(後醍醐) 천황이 가마쿠라(鎌倉) 막부(호죠(北条) 씨)를 쓰러뜨릴 의사를 살피기 위해, 미노(美濃) 겐(源) 씨의 토키 요리사다(土岐頼貞), 타지미 쿠니나가(多治見国長), 아스케 시게나리(足助重成) 등을 초대한 주연에서 상식이나 예의, 전통을 무시했다.

예의나 전통을 무시한 이유는, 내용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신분 관계를 제쳐놓고, 세상을 속이기 위해 연회를 가장한 협의 자리인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주연의 모습에 크게 놀라, 격식을 내려놓은 연회를 부레이코라고 불렀다. 이것이 부레이코의 유래이다.


처음에는 꼬치구이와 술을 만끽하고 있던 위로회였으나, 참가자의 태반이 취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서서히 혼돈의 장으로 변해갔다.


"아, 아저씨. 진짜 세…… 군"


"분하다…… 우풉"


"후후훗, 근처 선술집에 얼굴사진이 첨부되어 무한리필을 금지당한 저와 술대결을 하다니, 백 년은 이르군요"


케이지와 사이조는, 무모하게도 간장만큼은 명예 러시아인인 미츠오와 술대결을 벌였다. 술고래인 케이지조차 패한 것을 보니, 정말로 미츠오는 술에 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가요시도 케이지들과 함께 바닥에 엎어져 있었지만, 귀찮으니 시즈코는 세 사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멋져요, 미츠오 님"


큰 잔을 한 손에 들고 승리 선언을 하고 있는 미츠오를, 츠루히메는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미츠오에 뭐에 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의 연애사정에 함부로 끼어드는 것은 센스가 없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쪽이 재밌으니까, 라는 본심을 마음 속 깊이 처박아두고.


"시즈코, 마시고 있느냐―. 아―, 너는 못 마셨지"


이미 취기가 오른 키묘마루가, 묵묵히 꼬치를 굽고 있는 시즈코에게 엉겨붙었다.

전국시대, 영주나 무사 계급은 성인식을 마친 후, 농어촌에서는 '와카슈(若衆)', '무스메나카마(娘仲間)' 조직에 가입하여 성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받은 후에 음주가 허락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미성년이 어른의 기분을 맛보기 위해 숨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끊이지 않는다.


"너는 확실히 마시고 있네"


"어,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없으니까 말이다. 할아범도 취해 있으니, 지금이라면 시끄러운 사람은 없지!"


웃으면서 키묘마루는 들고 있던 술잔을 기울였다.

할아범은 아시미츠와 함께 마시고 있는데다, 뭔가 즐거운 듯 대화하고 있어 키묘마루에게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잔소리를 듣지 않을거라고 키묘마루가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내일 숙취 때문에 고생해도 난 몰라. 음―, 대합이 맛있네. 살아있는 채로 운반하는 데 고생했는데, 그에 걸맞는 맛이야"


"나는 새구이의 껍질이 좋군. 밥이 당기는 게 결점이지만"


"야채도 먹어"


"핫핫핫핫, 하지만 사양하겠다. 그러고보니 쿄에서 바테렌(伴天連)과 회담을 했다고 하던데, 대체 뭘 하고 온 거냐?"


"지금은 아직 비밀이려나. 뭐 그렇게까지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어"


쿄에서 오와리로 귀환하기 전날에, 시즈코는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애초에, 시즈코의 목적은 프로이스와 회담하여 어떤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딱히 다투는 일 없이 쌍방은 성과를 얻었다. 세간에서 볼 때는 프로이 쪽이 큰 이익을 얻었다.

왜냐 하면 프로이스가 얻은 것은 괴혈병의 치료약에 관한 정보였다. 괴혈병은 비타민 C를 섭취하면 되지만, 비타민 C와 괴혈병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1932년이다.


300년 이상 미래의 기술이나 지식을 얻은 프로이스에 대해, 시즈코가 얻은 것은 '다양한 품종의 수입에 대해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즈코가 원하는 농작물의 묘목이나 동물을, 예수회가 책임을 지고 일본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시즈코가 프로이스에게 최초로 요구한 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후추의 묘목,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말의 품종개량종인 아랍종, 맥주의 원료인 홉 등 세 가지였다.

그 이외에도 요구할 품종은 있었으나, 시즈코 측의 치료약에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그녀는 세 가지로 제한했다. 물론, 성과가 나오면 수입에 진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괴혈병의 치료 방법이 확립된다는 건…… 식민지 주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자)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는, 본래의 특효약인 파슬리 당의정(糖衣錠)이 아니라, 스펀지(海綿)를 이용한 콩나물(もやし)의 속성재배를 괴혈병의 특효약으로서 알려주었다.

콩나물은 물과 태양과 녹두(緑豆)가 있으면 된다. 배 위에서는 물과 생야채가 귀중품이지만, 흡수성이 높은 스펀지를 쓰면 재배용으로 물을 할애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에 반해 파슬리 당의정은 파슬리와 기름과 벌꿀과 죽초액(竹酢液)을 섞어 반죽하고, 그것을 백설탕으로 감싼 알약이다. 백설탕으로 감싸는 이유는, 습기 대책과 너무 써서 먹지 못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다.

보존에 신경쓰면 1년 가까이 버티고, 콩나물보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배 위에서의 콩나물 재배보다 고효율이기에, 식민지 지배가 앞당겨지는 것을 두려워한 시즈코는 파슬리 당의정을 비밀로 했다.


구운 대합을 먹으면서 아직도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키묘마루에게 시즈코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뭐…… 이래저래 사정이 있는 거야, 이래저래"




노부나가가 이세를 평정한 것 때문에 주변국이 졸지에 소란스러워졌다.

주변국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노부나가의 동향에 서쪽으로는 모리(毛利), 동쪽으로는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 등의 유력한 영주들은 물론이고, 일본 전체의 영주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종교 세력이나 조정도,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피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많은 영주들은 노부나가의 대두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주시하는 데만 그치고 있었다.

혼간지나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는, 노부나가로부터의 군비 요구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의 정책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점에서 적대시하지는 않았다.

조정은 거의 사육되고 있는 입장으로, 적대시하면 자신들의 살림이 불을 뿜을 것은 자명했기에, 상황을 살피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노부나가에 대해 명확한 적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요시(三好) 3인방과 아사쿠라 가문 뿐이었다.

그 아사쿠라 가문과 관계가 깊은 아자이 가문은, 요시아키가 보낸 밀서가 원인으로 가문이 둘로 딱 갈라지는 집안소동이 일어났다.

지금은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의 노부나가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파벌과, 요시아키의 밀서에 따라 맹우(盟友)인 아사쿠라 가문과 연대하여 노부나가를 치자는 파벌이었다.

전자는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가 필두였고, 후자는 아사이 히사마사(浅井久政)가 필두였다. 억지로 은거당하여 권한을 대부분 잃은 히사마사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배경에는, 친 아사쿠라 파의 가신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아무리 쇼군(公方) 님의 밀서가 왔다 하더라도, 주변국이 간단히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은 아시카가(足利) 장군가(将軍家)는 단순히 장식이며, 장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영주가 나올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오다 가문을 솔선하여 적대하여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는 이상, 지금은 태도를 보류하는 편이 낫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나가마사 진영은 '한동안 상황을 본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쇼군 님의 의향은 오다의 말살. 밀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들에게는 대의가 있다. 그리고 여기서 오다를 치면, 아자이 가문은 장군가에 대해 발언력을 늘릴 수 있다. 좋게 생각하라. 지금의 오다는 자신 이외의 권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이윽고 아자이 가문은 복종을 강요받고, 거절하면 멸망당할 것이다. 아자이 가문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라도 맹우인 아사쿠라 가문과 연대하여, 오다라는 역신을 쳐야 한다"


그에 대해 히사마사 진영의 의견은 '솔선하여 밀서에 따라야 한다'였다.


양쪽 모두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은 없었고, 아자이 부자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기만 했다.

가신의 대부분은 히사마사 진영이었으나, 나가마사 진영은 오우미(近江) 국의 상인 연합이 지원하고 있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는 상태였으나, 사소한 일로 우열이 갈릴 위험성도 품고 있었다.


"이상이 오우미 국의 근래 상황입니다"


"음, 훌륭하다. 간자들에게는 충분한 상을 주고, 다음에 대비해 휴식을 취하게 해라"


타키카와(滝川)에게서 오우미 국의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타키카와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의 제6군단은 정보기관이며, 간자들을 이용한 타국의 정보 수집이 업무의 일환이었다.

지금은 노부나가의 의향에 따라, 오우미 국의 내정을 가능한 한 조사하고 있었다.


"정확성이 높은 정보는 때로 1만의 병력조차 능가한다. 지금부터도 잘 부탁한다"


"칭찬해 주셔서 황공합니다"


타키카와를 물러가게 한 후, 노부나가는 보고를 되새기며 생각에 잠겼다.


(자, 이걸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판명되었다. 다음에는 히사마사 진영에서 무능한 놈을 선별하여, 오우미 상인 연합에게 열렬하게 환영해주도록 의뢰해 둘까)


노부나가에게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인가 아군인가, 둘 중 하나이다.

그것은 설령 동맹국이라도 예외는 없어, 그는 아자이 가문의 내정을 노사하여 적과 아군을 구별했다.

적이 명확해지면, 다음에는 적 중에서 무능한 자를 고른다. 무능한 자를 꽤나 유능한 인물처럼 다루어 열렬한 환영을 반복하면, 이윽고 그 인물은 조직 내에서 강한 권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유능하지 않은 인간이 권력을 가지면, 내부는 이윽고 와해된다. 붕괴해버리면 이쪽 마음대로, 유능한 인간을 받아들이고, 무능한 자를 처벌하면 뒤탈도 없다.


(지금은 위험을 범할 때가 아니다. 정보 수집에 철저하며,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


연말이라도 노부나가에게 쉴 틈은 없었다.




일거리 하나를 끝마친 시즈코는, 지저분해진 몸을 씻기 위해 곧장 목욕탕으로 향했다.


"아야 짱. 나 좀 씻어야 겠으니 먼저 목욕할게. 식사는 그 후에 할래"


"알겠습니다. 갈아입으실 옷은 나중에 가져가겠습니다"


"잘 부탁해―"


손을 팔랑팔랑 흔든 후, 시즈코는 온천으로 향했다. 권력은 원하지 않는 시즈코였지만, 매일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만큼은 오기로라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목욕을 하는 쾌감은, 전국시대를 살아남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대충 씻고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한 순간, 그녀의 귀에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비트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녀의 주위를 돌면서 애교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샴푸라도 필요하려나, 너희들도 들어갈 거야?"


시즈코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비트만들은 가벼운 울음소리를 냈다.


"알았어. 오늘은 탕의 온도를 좀 낮춰야겠네"


개나 늑대는 냄새가 자기주장의 도구이기 때문에, 냄새가 사라지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특히 늑대의 경우에는 냄새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자신의 냄새가 사라지는 것은 사활문제이다.

하지만 위생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한 달에 한두번은 샴푸를 해줄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이 하면 피부가 상해 버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흐흐흥~. 그런데 언제부터 목욕해도 괜찮게 된 걸까. 바르티는 처음부터 여유였지만, 비트만들은 싫어했는데"


물은 마시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아무리 시즈코의 부탁이라도 비트만들은 목욕을 거부했다.

하지만 바르티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지, 그녀만은 순순히 시즈코의 샴푸를 받아들였다.

그것을 본 비트만들은 질투의 불꽃을 격하게 불태웠다.


애초에 비트만들은 물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만, 첫 목욕에 자기들도 모르게 겁을 먹어 버렸다. 그것을 바르티가 꿰뚫어본 것이라고 비트만들은 생각한 것이리라.

처음에는 물 속에 잠수하는 훈련을 하고, 이어서 물 속을 헤엄치는 훈련을 자기들 스스로 했다.

그렇게 눈물 없이는 말할 수 없는 노력을 거듭한 비트만들은, 드디어 3미터의 잠수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즈코가 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거듬한 그들은, 간신히 목욕탕에 겁내지 않고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맛본 샴푸의 감상은, 최고라는 말 뿐이었다.


"타올 오케이, 전부 준비 오케. 으으, 추워추워…… 얼른 들어가자"


코소데(小袖)나 속옷을 벗어 바구니에 넣은 후, 목욕 세트를 옆구리에 낀 시즈코는 여성 전용의 온천에 들어갔다.

자신의 머리나 몸을 재빨리 씻은 후, 무환자나무 분말을 물에 타서 비트만들에게 샴푸를 해 주었다.

아무래도 전원을 한꺼번에 샴푸해 주다보니 땀이 났지만, 그건 물을 끼얹어 씻어냈다.


"후이~, 극락이로다"


뜨거운 물에 담그는 순간의 쾌락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비트만들은 전용의 미지근한(37도 정도) 목욕물에 나란히 들어갔다. 그 풀어진 표정들은 신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늑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프로이스 씨한테 이불 같은 거 선물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려나"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프로이스로부터 이런저런 것들을 받은 시즈코는, 받기만 해서는 미안하다고 생각하여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프로이스에게 도테라(どてら, ※역주: 솜을 누빈 잠옷), 코타츠(炬燵), 이불, 목욕용 나무통(木桶風呂)을 선물했다.

아는 사람이 알게 되면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타락시킬 도구라고 생각하겠지만, 시즈코에게는 추위를 이기기 위한 정도의 의식밖에는 없었다.


"일본의 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한 목욕은 최고다냐―"


최고급품의 키소 노송나무(木曽檜)에서 감도는 향기를 즐기면서, 적당히 따뜻한 온천으로 피로를 푼다.

비트만들도 욕조의 가장자리에 머리를 올려놓고 풀어진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보고, 시즈코도 욕조 가장자리에 팔짱을 끼고 얼굴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가슴이 답답해"


가슴의 답답함에 시즈코는 눈을 떠서 시선을 내렸다.

그녀의 눈에는, 욕조의 가장지리와 자신의 몸 사이에 끼어 뭉개지고 있는 자신의 가슴이 보였다.


컴파운드 보우로 사슴 사냥을 하는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대흉근이 단련되어 있었다.

궁도에서도 양궁에서도 활을 쏘기 위해서는 팔 뿐만이 아니라 다리, 허리나 상반신의 근육을 쓸 필요가 있다.

그 영향으로 완력 뿐만이 아니라 어깨 주변의 근육이나 등 근육도 단련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단련되는 것이 대흉근이다.


여성의 대흉근은 유방을 지지하는 받침대 역할의 근육으로, 여기가 약해지면 가슴의 모양이 흐트러진다. 하지만 평소의 생활에서는 대흉근을 단련하는 것이 어렵기에,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서 함께 쇠퇴해 버린다.

하지만 활은 대흉근이 적당히 단련되기 대문에, 버스트 업 효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활을 다루면 반드시 버스트 업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즈코의 경우에는 성장기에 활을 다루는 일이 많아졌고, 또 원래의 식생활이 좋았던 탓에, 가슴이 커지는 효과가 나와 버렸다.

그 이외에도 등 근육이 단련되어 자세가 좋아지고, 운동과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체내의 신진대사가 높아져 있었다.


"군살이 붙은 건 아니니까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야. 하지만 가슴이 커지면 천을 감기 힘들다고. 프로이스 씨랑 만날 때 얼굴을 감출 필요가 없어진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말야"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욕조 가장자리에 팔을 올리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녀에게 가슴이 커져도 큰 이점은 없고, 오히려 코소데를 입을 때 약간 괴롭다는 결점만이 눈에 띄었다.

입는 방법을 연구한 덕분에 괴로움은 사라졌지만, 지금 이상으로 성장하면 귀찮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관두자. 아무 생각도 없이 머리를 비우는 편이 좋네"


두통을 느낀 시즈코는 가볍게 머리를 흔든 후, 눈을 감고 욕조 가장자리에 엎드렸다.




프로이스는 평소와 같이 펜을 손에 들고, 예수회에 보낼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오다 님의 곁에 있는 두건 재상은 무섭다. 그는 피를 토하는 병(괴혈병)의 치료약을 소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이웃나라가 옛부터 치료약으로서 섭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치료약은 본래 비밀스러운 제법이지만, 어떤 것과의 교환을 조건으로 제법을 적은 비전서를 양도해 주겠다는 곳까지 거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이란, 우리 조국도 인도에서 수입하고 있는 이슬람의 말(아랍 종), 후추의 묘목이라는 것, 그리고 홉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나 혼자의 재량으로는 결정할 수 없기에, 승인을 얻기 위한 서류를 별도 제출하였다"


승인서를 먼저 송부한 프로이스였으나, 거부될 것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동식물로 불치의 병에 대한 치료약에 손에 들어온다면, 본부에서 말의 수입에 난색을 표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요구를 볼 때, 두건 재상은 일본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한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에 보석이나 금세공을 헌상했지만 그다지 반응은 좋지 않았으며, 게다가 몇 가지는 수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오다 님에게 헌상한 큰 독수리는 그가 키우고 있는 것을 볼 때, 내 추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큰 동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볼 대, 개, 고양이, 새 등 소형에서 중형의 동물이 취향이라고 추측된다"


거기까지 쓴 후 프로이스는 펜을 내려놓고 한 숨 돌렸다.


그로서도 이번의 이야기는 좋은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거짓말을 하기보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가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교회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그와의 거래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거래가 성공하고, 실험이 성공하면 프로이스에게도 이익이 생긴다.

그는 예전부터 포르투갈 상인들의 인신매매를 혐오하고 있었다. 물론, 인류애 같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교회의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치며, 상인들은 인신매매를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서둘러야 합니다. 이 나라는 타국과 달리, 문화나 군사력이 뛰어납니다. 추방령이 내려지면, 이번에야말로 포교 그 자체가 금지될 것입니다"


보고서를 정리한 후 프로이스는 당장이라도 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소원이었다. 쿄의 치안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호위도 붙이지 않고 밤중에 외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으으…… 조금 추워졌군요. 하지만 과연 두건재상. 이 코타츠인가 하는 것은 쿄의 추위를 경감해 줍니다. 그러고보니 도테라라는 의상이 있었군요. 그 밖에도 분명히…… 마침 좋은 기회이니 아츠칸(熱燗, ※역주: 술을 뜨겁게 데워먹는 것)에도 도전해보지요"


그 후 프로이스는 도테라를 입고 마루청을 뚫어 설치한 코타츠(掘り炬燵)에 들어가, 카라스미를 안주로 뜨거운 술을 마시며 몸과 마음이 모두 만족한 상태에서 이불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오와리 문화에 머리 끝까지 물든 프로이스는, 다음 날 보고서에 이렇게 덧붙였다.


"두건 재상에게서 선물받은 코타츠라는 도구, 이것은 악마의 발명품이다. 사람을 타락시키는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도테라라고 불리는 의상을 입으면 이미 저항은 불가능해진다. 만약 이 보고서를 읽고, 일본을 방문하려고 생각한 선교들은, 덕을 잔뜩 쌓아두기를 권한다"




사키히사가 기후에 저택을 마련한 지 수 개월, 그는 공가의 유력자들과 쿄 주변의 실력자들을 모아 연회를 벌이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옆에서 보면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는 것뿐으로 보이지만, 공가 사회에서 연회는 중요한 의식이자 정치 활동의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리 순서 뿐만 아니라, 좌석 그 자체가 중요시된다.


당주가 쿄에서 추방된 몸이라도, 고노에(近衛) 가문은 반석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연회에 초대받고 거절할 수도 없어, 처음에는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태도로 유력자들은 연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사키히사는 그들이 두 번 다시 연회를 거절하지 못하게 될 책략을 꾸몄다. 그것은 미식(美食)이라는 '맹독(猛毒)'이었다.

전국시대, 몰락한 공가는 경제적으로 핍박되어, 지방의 장원에 눌러앉거나 유력한 영주들의 신세를 지거나 했다.


빠듯한 경제 상황에 놓인 공가는 수입을 얻기 위해 정신이 없어, 오락을 즐길 여유가 없어진다.

그런 그들에게 미식의 유혹은 강렬한 '맹독'이 된다.

한 번 알아 버리면 두번 다시 저항할 수 없고, 무리하게 저항하면 막대한 정신적 긴장을 강요받게 된다.

미식이라는 단순한 책략, 아니, 매일 반드시 하는 식사이기에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키히사는 값비싼 식재료나 희귀한 식재료 뿐만 아니라, 공가 사람들이 많이 봐서 익숙한 재료에서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요리가 제공되는 사키히사의 연회는 입소문으로 퍼져, 다른 자들에게 권유받고 마수에 빠지는 식으로 공가 사회는 미식의 맹독에 침식되어 갔다.


"잘 와 주셨습니다. 편히 계시면서 오늘의 연가회(連歌会, ※역주: 連歌 - 두 사람 이상이 和歌의 상구(上句)와 하구(下句)를 서로 번갈아 읽어 나가는 형식의 노래)를 즐겨 주십시오"


사키히사의 연가회 겸 연회는, 기본적으로 17명이라는 적은 인원밖에 참가할 수 없다. 하지만 전원 키나이(畿内)에서는 실력자이며, 한 명 한 명이 다양한 인맥을 가진 권력자이기도 하다.


"고노에 님, 오늘은 반가선(半歌仙, 십팔구(十八句))으로 괜찮겠습니까"


575를 상구(上句), 77을 하구(下句)로 하여, 이 둘을 각각 일구(一句)라고 부른다.

십팔구란 사키히사로부터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다음 구를 붙여 전개하여, 마지막 사람인 18명째의 구로 완성된다.

그 밖에도 36구인 '가선(歌仙)', 44구인 '세길(世吉)', 100구인 '장련가(長連歌, 백운(百韻)이라고도 부른다)'가 있다.

참고로 장련가를 10작품 모은 것이 '천구(千句)', 이 '천구'를 10작품 모은 것을 '만구(万句)'라고 부른다.


"그렇습니다"


"저(麻呂)로서는, 조금 더 떠들썩한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결코 고노에 님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하핫,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군 님의 눈길이 엄하여, 여러분을 초대하여 연가회를 즐기는 것조차 좋지 않은 일을 꾸미다니 괘씸하다고 의심받는 지경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을 초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조금 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게 되면, 연가회도 화려해질텐데…… 실례, 여러분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요"


슬쩍 흘린 사키히사였으나, 물론 이 불평조차도 계산에 넣고 말한 것이었다.

식(食)의 맹독이 전신에 퍼진 사람들은 사키히사의 연회가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며, 설령 용무로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대리인을 보낼 정도였다.

선물로 매실장아찌나 맛국물 된장, 간장 등 오와리의 특산품을 사키히사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맛에 중독증상을 일으키고 있지만, 체면 관계상 낮게 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고노에 가문의 선물이라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핑계가 생기는 것이다.


"호호호, 저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사키히사의 옆에 있던 인물이 가볍게 흘리면서 싯구를 읊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는 생글거리고 있었으나, 내심으로는 현 쇼군인 요시아키에게 배알이 뒤틀리는 심정이었다.

그는 사키히사의 맹독에 전신이 침식되어, 말기 상태의 간장광이었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다.

맛국물 된장이나 간장에 정신이 홀린 사람들은 이미 두 손으로는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유력자들이 갖는 인맥을 이용하여, 사키히사는 조정에 간접적인 어프로치를 시도하고 있었다.


"과연 고노에 님. 요리도 술도 좋은 것을 준비하셨군요. 또 요리인의 실력도 좋습니다"


"저는 이 반짝이는 구이(照ぬ・焼き, ※역주: 데리야키를 말하는 듯)가 좋군요. 아름답게 빛나면서, 뿌려져 있는 즙이 참으로 맛있습니다"


"아니, 이쪽의 타누타누… 즙(타르타르 소스)도 만만치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회의 요리를 실력자들은 격찬했다. 쿄의 요리를 알 만큼 알아서 혀가 고급인 그들조차 격찬할 정도의 진수성찬들을 앞에 두고, 사키히사는 남몰래 웃었다.


"(후후훗, 실컷 맛보고 미식의 독에 중독되도록. 저항하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지)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오늘은 술과 요리를 잔뜩 준비해 두었습니다. 여러분, 부디 느긋하게 즐겨 주십시오"


사키히사는 사키히사 나름대로의 수단으로 착실하게 조정에 대한 기반을 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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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잡담2018. 7. 22. 15:30

우선 다들 궁금해하실 업데이트 예고부터...


이번 달에 본업 쪽이 바쁘다보니 업뎃이 지연되고 있는데, 현재 다음화 50% 정도 작업한 상태입니다. 아마 다음주 수요일이나 목요일 전후에는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 모처럼 시간과 체력이 좀 남아서 매일같이 올린 적이 있는데, 이제 한동안 그런 페이스는 무리고... 빠르면 1주일에 한편, 늦으면 한 달에 한 편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편할 듯 합니다. 일단 이후로는 늦어도 한 달 간격은 넘기지 않게 해보겠습니다만...




그리고 아래는 그냥 깨작대는 근황...


얼마전에 32인치 UHD 모니터가 싼 게 있길래 덥석 구매했는데(직업상 문서작업용으로 고해상도 모니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970 그래픽카드에 연결해서 썼더니, 게임을 돌리거나 하면 컴퓨터에 연결된 모니터가 모두 꺼지는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각기 다른 브랜드의, 각기 다른 시점에 구입한 모니터들이 일제히 같은 고장이 날 리는 없으니, 처음에는 그래픽 카드 문제인가 했는데, UHD 모니터를 빼고 기존에 쓰던 2560*1440 모니터와 FHD 모니터를 연결하니, 껌뻑거리기는 하는데 꺼지진 않더군요.


그래서 이거 970 그래픽카드가 버거운 건가? 하고, 큰맘먹고 1080으로 업글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증상이 발생하더군요 ㅋ 그냥 문서작업이나 에뮬(안드로이드 에뮬) 돌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고, 옵션(해상도) 타협하면 고사양 게임도 돌아가기는 하는데, 그래서는 UHD 모니터를 산 의미가 없었죠.


그럼 남은 가능성은, 전문가가 아니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파워서플라이의 파워부족밖에 떠오르는 게 없더군요. 기존에 쓰던 게 700w 짜리인데, 내장 SSD나 HDD가 몇 대 되다보니 글카를 풀로 돌리기에는 파워가 부족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왕 글카 업글한거 도로 물리기도 그러고 해서, 파워도 교체해보기로 했습니다.


850w 브론즈 파워 세일하는게 있길래 구매해서, 며칠 기다렸다가 오늘 오전에 큰맘먹고 컴퓨터를 열었죠. 빅타워 케이스라 무지무지 무거운...;;


전에 컴터 조립해준 분이 선정리를 좀 못해놔서 -ㅅ-; 한참 고생한 끝에 파워를 분리하고, 새 파워를 넣고 케이블 보이는 대로 끼우고 다시 닫아서 컴퓨터 기동...


.


.


.


파워 부족 문제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FHD 해상도 창(전체화면 모드 아님. 그러니까 UHD 모니터로 보면 진짜 손바닥만한 크기로 돌려야 했죠 -ㅅ-ㅋ)으로 돌려야 되던 고사양 게임이, 3042 어쩌고 하는 큰 크기의 창으로 돌려도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데... 컴퓨터를 열어보니... 케이스 쿨링팬 몇 개가 죽었더군요. 근데 이 쿨링팬만 교체하자고 케이스를 완전분해하기도 보통 대공사가 아니니... 그냥 이참에 케이스를 새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케이스는 주문해놓은 상태니 내일 올테고... 문제는 이거 제가 직접하기엔 여러모로 엄두가 안나서 업자 불러서 조립해야 할텐데(이 날씨에 저 거대한 쇳덩이를 들고 매장찾아다니는 건 사양이라서)... 공임비를 얼마나 부를지 겁나네요 ㅋ;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61 1569년 9월 상순



쌀의 수확에서 세금 징수까지 끝났을 무렵부터, 시즈코는 이세 만(伊勢湾) 방면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항만도시군 계획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일본 지도를 숙독한 노부나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 몇 개의 항만도시를 건설하여 이세와 오와리를 해운으로 연결하는 도시 계획을 세웠다.

현재의 어업이나 양식업에서 생산된 것을 빠르게 쿄(京)나 사카이(堺), 미카와(三河)로 운송하는 것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것이 계획의 목적이었다.

해운은 중량이나 거리당 비용이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아, 그야말로 대량, 장거리 운송에 최적의 방법이다.

운송 시간은 육로보다 길어지지만, 노부나가처럼 정밀한 일본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해로에 의한 대량 운송은 충분히 메리트를 향유할 수 있다.


애초에 이세 만 주면은 해운이 활발한 지역이다.

오우미(近江) 국과 토우고쿠(東国)와의 물자의 중계 지점인 이세 쿠와나(桑名), 아노츠(阿濃津)를 시작으로, 이세 신궁(伊勢神宮)의 외항으로서의 오미나토(大湊)나 토바(鳥羽) 토마리우라(泊浦) 등을 중심으로 많은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오미나토는 토우카이도(東海道) 일대에 펼쳐지는 신궁 령(領)의 공양미가 하역되는 유명한 땅이기에, 물자 이외에 사람이나 돈도 많이 모여서, 상당한 액수의 관문세 수입이 있었다고 한다.


노부나가 직영의 항구 도시는, 이미 다종다양한 선박이 활발하게 왕래하고 있었다.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키나이(畿内), 사이고쿠(西国), 토우고쿠(東国)을 불문하고 정박이 가능하며, 추가로 보증금을 지불하면 항구 도시에서의 상거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항구 도시이긴 하나, 범죄의 증가나 지역 주민과의 마찰은 일어나지 않고 양호한 치안이 유지되고 있었다.


상선은 많은 물자를 효율좋게 운송한다. 따라서 한 번의 상거래에서 움직이는 돈은 육로와는 단위가 다르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던 노부나가는, 안전의 확보와 치안에 대한 신뢰야말로 항구 도시가 번영하는 대전제라고 생각하여, 경라대의 총력을 기울여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의 적발이나 범죄 방지에 힘을 쏟았다.

또, 다른 치안부대와 달리, 항구 도시의 경라대에는 6개조(정리, 정돈, 청결, 청소, 예절(作法), 예의(躾))의 교육을 했다.

평범한 일을 소홀히하지 않고 매일 묵묵하게 치안유지에 힘쓰는 것으로, 노부나가의 항구 도시는 단기간에 상인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 중의 하나, 완성되면 오와리 최대급의 규모가 될 항구도시에 시즈코는 사이조를 데리고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코토(琴) 씨"


환락가에 있는 찻집, 그 가게 앞에 놓여진 걸상(縁台)에 앉아 담뱃대를 피우고 있는 요염한 여성을 보자마자 시즈코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졸린 건지 귀찮은 듯 얼굴만 돌린 코토라고 불린 여성은, 상대가 시즈코인 것을 알게 되자 그녀가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만들었다.


"어이쿠, 시즈코 님. 천한 창녀(女郎)에게 무슨 일이신가요"


"며칠 전에 유곽(花街)에서 싸움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 후에 어떻게 되었나 해서요"


시즈코는 코토의 말을 반쯤 흘리면서 그녀가 비워 준 공간에 앉았다.


"유곽에서는 싸움은 금지, 어떤 사람이던 싸움은 양쪽 모두 처벌. 오다 님께서 정하신 대로, 경라대에게 인계하고 끝났지요. 점주(店主), 차랑 메밀떡 2인분"


"그건가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런데 메밀떡을 2인분이라니, 그렇게 좋아하시나요?"


"……사이조 님. 시즈코 님은 가끔 멍한 구석이 있으시군요"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한숨을 쉬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시즈코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즈코 님 식으로 말하면 '쏘는' 겁니다. 이쪽은 덕분에 장사를 잘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어딜 가도, 쓰레기들의 '패거리'들이 시비를 걸어왔으니까요"


"저는 어디까지나 장소를 제공한 거에요. 장사가 번성하고 있다면, 그건 코토 씨들이 열심히 한 증거가 아닐까요"


"……여전히 특이한 분이시군요. 창녀가 앉아 있는 곳 따위 언어도단(言語道断)이라는 인간들이 많은데, 당신은 신경쓰지 않고 앉으시네요"


시즈코의 언동에 어이가 없어진 코토는, 담뱃대를 한 번 피운 후, 담배를 비치된 재떨이에 버렸다.

환락가의 일각을 차지하는 유곽에는 크게 세 개의 구역이 있었으며, 각각의 구역에 유력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1번 구역의 유력자 코토, 2번 구역의 유력자 사키(咲), 3번 구역의 유력자 오토(音).

세 사람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유곽의 이익을 독점하고 있었다.

유곽의 이익 독점에 대해 노부나가가 용인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들이 성적 서비스를 포함한 창녀들의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넘치는 도시는, 얼마나 엄하게 단속해도 창녀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유곽을 처음부터 환락가에 포함시키고, 그곳에 창녀들을 밀어넣으면 된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것을 이유로 노부나가는 창녀령(女郎令)을 시행하여, 그 내용이 적힌 나무팻말을 곳곳에 세웠다.

창녀 명부에 등록할 의무를 창녀에게 부과하여 무등록 영업을 금지했다. 또, 등록자도 유곽 이외에서의 영업을 금지했다.

이것들을 위반한 사람은 체포되어서 조사를 받은 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도시에서 추방된다.

하지만 태반의 위반자들은 경라대의 조사가 아니라, 유곽의 유력자들로부터 영역 침범에 대한 제재(린치)를 받았다.


"저는 제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담뱃대를 옆에 내려놓고, 코토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빠르군요. 이 도시에도 다양한 나라의 간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타케다(武田), 우에스기(上杉), 호죠(北条), 동맹국인 아자이(浅井)와 도쿠가와(徳川), 그리고 혼간지(本願寺)에 엔랴쿠지(延暦寺)네요. 그 밖에도 여럿 있지만, 대충은 그 정도지요"


유곽은 노부나가로부터 이익의 독점을 용인받는 대신, 다양한 임무를 받고 있다. 타국의 간자를 조사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밖에도 무허가의 창녀에게 제재를 가해 성병의 만연을 방지하거나, 세금 대신 상납금을 바치거나 하는 등 세세한 규칙이 합의되었다.


"영주님께서는 대규모의 항만도시군(群)을 만들려고 하고 계시니까요. 설령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조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겠죠"


"저는 정치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어이쿠, 점주. 이제야 메밀떡을 가져왔나요"


찻집 안에서 차와 넓은 접시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늦어진 것을 사과하면서, 양손에 들고 있는 쟁반을 시즈코와 코토에게 건넸다.

쟁반을 받아들고 코토는 대금을 점주에게 건넸다. 대금이 충분한지 세어본 후, 점주는 웃는 얼굴로 "매번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가게 안쪽으로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코노 씨, 잘 먹을게요"


"무슨 말을 하나요. 이쪽은 시즈코 님 덕분에 단 과자를 쉽게 먹을 수 있는 처지니까요. 감사해야 하는 건 제 쪽이지요"


메밀떡은 메밀가루, 쌀가루, 소금, 폐당밀(廃糖蜜, 원래는 설탕), 물을 섞은 후에 불에 가열하면서 반죽하여 모양을 잡아 찐 것이다. 차는 옛날부터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쑥(よもぎ) 차였다.

해운(海運)은 선원이 영양부족이 되기 쉽다. 그 점을 고려하여, 항구도시의 식사는 맛있고 영양이 있는 것을 저가격에 제공하는 가격제한령(価格制限令)이 시행되고 있었다.

감주(甘酒)나 군고구마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구입할 수 있도록 최고 5문(文), 메밀국수(蕎麦)나 가케소바(かけ蕎麦)는 최고 15문으로 가격을 제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끄는 음식이 군고구마와 새구이로, 정박하는 선박 숫자에 따라서는 경라대가 줄의 정리에 동원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메밀떡은 맛있지만, 폐당밀을 쓰는 관계로 색이 단색이 되어버리네요"


"그건 점주의 솜씨에 달린 부분이겠죠"


폐당밀은 식품 폐기물의 일종이긴 하나, 60퍼센트 정도 당분을 함유하고 있다.

시즈코는 이 폐당밀을 비료, 에탄올, 럼주, 갑류소주(甲類焼酎, white liquor)의 재료에 쓰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일본과자(和菓子)의 감미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저는 슬슬 가볼게요"


잡담을 섞은 정보 교환이 끝나자, 시즈코는 코토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드리지요"


코토는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시즈코를 전송했다. 시즈코는 한번 더 고개를 숙인 후, 사이조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등 뒤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담배를 담뱃대에 채우면서 코토는 살짝 중얼거렸다.


"여전히 꿍꿍이 속을 알 수 없는 애네"




8월 26일.

키타바타케(北畠) 가문의 중신인 오오미야 뉴도(大宮入道)가 농성하는 아자카(阿坂) 성에, 히데요시를 앞세운 오다 군이 공성을 개시했다. 아자카 성 공격에는 모리 요시나리도 참가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나가요시와 케이지도 아자카 성 공격에 참가했다.


공성이 시작되기 전,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에게 "어엿한 무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주위가 납득할 만한 재주를 보여봐라"라는 말만 하고 케이지와 함께 아시가루(足軽)들 속으로 던져넣었다.

케이지와 함께 던져넣는 걸 보면 자식에 대한 무른 구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래도 어린애라는 이유로 나가요시를 특별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조금은 놀라긴 했으나 나가요시는 토라지거나 하지 않고, 반대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카츠조, 쓸데없는 긴장은 하지 마라. 뭐, 걱정하지 마. 실수하면 죽는 것 뿐이니까"


벼르는 게 지나쳐서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 있는 나가요시에게, 케이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지었다.


케이지의 태도에 긴장이 풀린 나가요시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호흡을 정돈했다.

2초 정도 코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그대로 5초 동안 숨을 참는다. 그리고 10초 가까운 시간을 들여 입에서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이것을 세 번에서 네 번 연속해서 반복하니, 나가요시에게서 쓸데없는 힘이나 긴장이 빠져나가며 심신 모두 릴랙스된 상태가 되었다.


"이번은 성 안이 전장이다. 십자창(十文字槍)으로는 길이 때문에 불리해지는 경우도 있지. 흠…… 맞다, 그 무기를 써 보자"


"첫 출전에서 시험이라니, 꽤나 재밌는 생각을 하잖아. 그런 거, 난 싫지 않아"


두 사람이 따분함을 달래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병사들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해했다. 전군(前軍)이 아자카 성 공격을 개시한 것을. 바로 나가요시와 케이지가 있는 중군(中軍)에도 아자카 성 공격의 명령이 날아들었다.

명령을 들은 나가요시는 자신을 고무시키기 위해, 땅바닥을 힘차게 밟으면서 포효를 내질렀다. 그것은 가까이 있던 잡병들이 모두 귀를 막을 정도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무장의 목은 어디냐―!!"


저돌맹진(猪突猛進)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나가요시는 기세좋게 달려나갔다.

갑주를 몸에 두른 상태로 효율좋게 달리는 훈련을 나가요시는 매일 묵묵히 해왔다. 그 덕분에 그는 똑같이 달리는 아시가루나 잡병들을 순식간에 제치고, 어느 틈에 중군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오다 군과 키타바타케 군의 잡병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를 빠져나가, 나가요시는 오로지 성의 입구를 목표로 달렸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적장의 목을 베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여러 가지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인 모닝스타(Morning Star)를, 그는 어느 틈에 손에 쥐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도깨비가 든 금쇄봉(金砕棒, ※역주: 우리나라에서 흔히 도깨비 방망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형태의 것)이 모닝스타와 유사한 무기이다.

동양 서양을 가리지 않고, 갑옷은 베어 끊는 것은 어렵지만, 타격에 대해서는 내성이 낮다.

넓은 공간이라면 구타 무기는 리치의 차이가 문제가 되지만, 성은 급격한 계단이나 좁은 통로가 많고(※역주: 일본의 성은 다른 나라의 성에 비해 방어를 목적으로 극단적으로 내부 통로를 좁고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이 특징 중 하나임), 그 때문에 리치가 긴 무기는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 문제점의 해결책으로서, 나가요시는 타격 무기를 직감적으로 떠올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듯, 나가요시는 당장 대장간에 모닝스타의 제작을 의뢰했다.

완성된 물건은 중량감 있는 외형을 하고 있었으나, 지렛대의 원리와 원심력으로 구타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은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걸리적거린다―!!"


성문 앞에서 히데요시 군의 발을 묶고 있던 적병의 옆구리에, 난데없이 옆에서 나타난 나가요시의 모닝스타가 틀어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살이 뭉개지는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적병은 비명도 지르기 전에 뼈와 내장이 뭉개지는 고통으로 쇼크사했기 때문이다.

피와 살, 체액을 뿜어내며 적병의 사체가 걸레짝처럼 굴러갔다.

상황을 처음부터 목격한 양 진영의 병사들은 할 말을 잃은 채, 나가요시를 보면서 멍하니 서 있었다.


나가요시는 그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멍하니 서 있는 키타바타케 병사들을 차례차례 때려죽였다.

이윽고 나가요시의 갑주가 피투성이가 되었을 무렵, 간신히 키타바타케 병사들이 머리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의 전의는 완전히 분쇄되었다.


"아, 악마다―!! (※역주: 일본에서 오니(鬼)라는 단어는, 우리말에서 귀신, 도깨비, 악마라는 세 가지 뜻으로 모두 사용됨. 여기서는 상황에 맞추어 의역하였음)"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적병들이 도망쳤다.


"예의가 없는 놈들일세"


모닝스타를 걸머지며 나가요시가 중얼거렸다. 그는 도망치는 적병을 무시하고 성 안으로 돌격했다.

아자카 성 안은 이미 난전 상태로, 가는 곳마다 오다 군과 키타바타케 군이 충돌하고 있었다. 키타바타케 군은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기 어려워서, 오다 군의 기세에 휘말려 병사들은 차례차례 목숨을 잃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잡병들 끼리의 난전을 무시하고, 적 무장의 목을 찾아서 성 안을 뛰어다녔다. 하지만 딱 알맞게 적 무장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는 성 안을 뛰어다니면서도, 잡병들 상대로 5피트(약 1.5미터)의 창, 칼이라기보다는 단검(脇差し)에 가까운 길이의 칼 등, 좁은 장소에 맞는 무기의 효과를 시험했다.

그 중에서 1미터 정도 길이의 모닝스타는 간편하고 쓰기 쉽다고 그는 생각했다.

한 번 휘두르면 기세의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결점은 있으나, 거의 일격에 잡병을 때려죽일 수 있고, 흉악한 외관으로 적병의 전의를 상실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뭣보다 모닝스타는 중량감 있는 외관을 가지고 있어, 적과 아군을 불문하고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 그것이 그에게 무엇보다 기분좋았다.


(공기가 무거워. 이게 전장의 공기인가…… 나쁘지 않아!)


덤벼드는 적병들을 박살내면서 나가요시는 성 안을 뛰어다니며 무훈이 되는 무장을 찾았다.

오다 군의 승리가 거의 확정되었을 무렵, 간신히 그는 적 무장을 발견했다. 주위를 아시가루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 적 무장은 나름대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고 나가요시는 추측했다.

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덤벼드는 오다 병사들을 베어넘기며 활로를 찾으려고 하는 적 무장의 분석을 시작했다.


(……조금 부족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첫 싸움에서 적장의 목을 벨 수 없어. 좋아!)


기합을 넣은 후, 나가요시는 모닝스타에서 창으로 바꿔잡았다. 만에 하나, 얼굴을 뭉개버리면 적장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 강대한 오다 군이라고 해도, 병사들은 별 거 아니구나!"


오다 병사들을 조롱하며 적 무장은 가까운 적병을 베어갔다. 공포에 질린 오다 병사는, 멍하니 자신에게 덮쳐오는 칼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 무장의 칼은 오다 병사를 베지 못했다. 나가요시의 창이 적 무장의 칼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그대로 힘으로 칼을 밀어냈다. 예상 외의 사태에 동요하던 적 무장은, 나가요시의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몸이 뒤로 젖혀졌다.


"잡병들 뿐이라 지겨웠겠지. 와라, 상대해주마"


여유있는 표정을 띄운 나가요시는, 오른손의 엄지 이외의 네 손가락을 위로 하고 접었다 폈다 하면서 적 무장에게 싸구려 도발을 날렸다.


"꼬맹이가! 그 창과 같이 토막쳐주마!?"


도발에 넘어간 적 무장은 주위를 물리치고 나가요시를 베기 위해 칼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가 칼을 치켜든 순간, 나가요시의 창이 정확히 적 무장의 목을 관통했다.


"싸구려 도발에 간단히 넘어가는 네 이름 따윈 필요없다. 목만 두고 가라"


"커헉…… 쿨럭……"


뜻을 알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적 무장이 쓰러졌다. 한 번 칼을 주고받지도 못한 채, 자신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나가요시가 순식간에 승패를 결정지은 것에 다들 말을 잃었다.


"목, 받아간다"


그 자리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멍하니 서 있는 잡병들을 향해, 나가요시는 당연하다는 듯 선언했다.




예전에 무로마치 막부 3만의 군세에도 버텨내며 '난공불락의 성'의 명성을 천하에 알렸던 아자카 성은 오다 군의 맹공 앞에 그날로 함락되었다.


키타바타케 가문의 필두 가노(家老)인 중신이자 아자카 성의 성주인 오오미야 뉴도(大宮入道) 간닌사이(含忍斎)는 붙잡혔다.

아깝게도 그의 장남이자, 히데요시의 대퇴부에 중상을 입힌 오오미야 뉴도 간닌사이의 장남 오오미야 다이노죠(大宮大之丞)  카게츠라(景連)는 도망쳤다.

자신의 대퇴부에 중상을 입한 카게츠라를 보기좋게 놓친 것에 히데요시는 분개했다.

당장 찾아내라고 병사들에게 명하기는 했지만, 그 자신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는지 명령을 내린 후에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나가요시도 또한, 하늘을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 후에 목을 몇 개 더 베었지만, 하나같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 뿐이었다. 첫 전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던 나가요시였으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찾는 방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야겠군"


"오, 카츠조. 어때? 첫 전투는 화려하게 장식했냐?"


축성의 공부를 해야 하나 하고 나가요시가 생각하고 있자, 공성 때에 홀연하게 모습을 감추었던 케이지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라면 뭘 하고 있었는지 추궁했을 나가요시였으나, 의기소침한 지금의 그에게는 케이지를 추공할 기력조차 솟아오르지 않았다.


"첫 전투가 화려한 결과였다면, 지금쯤 이런 데서 부루퉁해있지 않겠지"


"와하하핫, 그거 안 됐군. 하지만, 뭐든지 잘 풀리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없다고 생각해"


"알고 있지만, 너한테 들으면 짜증이 난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잡병들이 묘하게 약했는데, 뭐 아는 거 없어?"


나가요시는 공성중의 일을 떠올렸다. 견고한 아자카 성의 병사들에게 어울리지 않게, 잡병이나 아시가루들은 금방 항복했다.

처음에는 겁쟁이들이라고 깔봤지만, 성주인 오오미야 뉴도가 오다 군의 항복 권고에도 응하지 않고 철저 항전 태세를 보인 점을 생각하면, 아시가루들의 빠른 항복은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얘기지. 키타바타케의 영토는, 보기드문 흉년이 들었어. 보고 왔는데, 성 안에는 거의 비축이 남아있지 않았지. 아마도 아시가루나 잡병들은 오늘 먹을 것도 부족할 정도였던 거겠지"


"……비축이 전혀 없었어?"


"잡병을 시켜서 식량 창고를 이 잡듯이 뒤졌어. 포로를 심문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식량이 고갈되어 있다는 것 외의 결론은 나오지 않아. 흉년인데다 비축이 바닥났다, 그러니 아시가루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던 거겠지"


"흐―음. 역시 시즈코는 특수하다는 건가. 그 녀석의 경우, 가뭄이나 흉년의 기미가 보이면, 뭔가 잘 알 수 없는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까. 가뭄으로 수확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일정한 수확량은 항상 확보하고 있고"


"뭐 우리는 시즛치가 없었다면, 군비가 훨씬 적었을거라 생각해. 대군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으니까"


키타바타케가 다스리는 남(南) 이세(伊勢)는 흉년에 의한 식량 부족이 일어나고 있는데, 오다 군과 싸우기 위해 억지로 식량을 매점했다.

백성은 지배자가 누구인건간에,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라면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배자가 백성들을 간단히 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손바닥을 뒤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굶주린 백성들을 회유하는 책략을 펼쳐 그들의 신뢰를 얻었다.

현지 백성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게 되면, 키타바타케 군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의도적으로 정보가 차단되게 하거나, 허위 정보를 흘려서 키타바타케 진영을 혼란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군비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키타바타케 군에 비해, 오다 군은 충분한 군비가 있었고, 게다가 시행단계라고는 해도 병참을 도입하고 있었다.

오와리, 미노에서 무구(武具) 종류나 식량이 차례차례 진중으로 실려와서, 짐이 없어진 마바리대에 보급이 이루어졌다.

이 차이에 키타바타케 군은 물론이고, 아군인 코우베(神戸) 씨나 나가노(長野) 씨도 노부나가에게 공포를 느꼈다.

작년의 세금으로 얻은 쌀을 방출하여 금년에 거둘 세금의 보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남 이세 침공 시기를 9월로 정했다, 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다 군은 이것저것 실험만 하고 있군. 2군 체제도 그 일환이지"


"뭐야 그게?"


"키타바타케가 농성할 것을 예측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의 전투는 5만의 병사를 1개월 단위로 교대시킨다고 하더군"


노부나가는 당초, 이세 침공에 10만이라는 대군을 도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세 침공의 작전을 생각하다보니, 그는 중대한 문제를 깨달았다. 10만이나 되는 대군으로 침공했을 때, 무구 종류나 식량의 소비량은 어느 정도인가. 물자의 수송 비용은 어느 정도 필요한가.

키타바타케 진영이 농성을 선택하여 해를 넘기기를 기다리는 작전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노부나가는 최전선에서 어느 정도 싸운 부대는 일단 후방으로 물려 보급과 휴양을 주기로 했다.

5만의 병사를 30일에서 40일마다 교대시키면, 키타바타케 진영에 대해 정신적인 중압을 줄 수 있고, 나아가 타국에 대해서도 아직 병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을 과시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전력의 축차 투입(※역주: 병력을 한번에 몰아치지않고 찔끔찔끔 땜빵하는 형식으로 일부만 투입하다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노부나가는, 작전의 전부를 5만의 병사로 수행할 수 있는지 어떨지로 계산했다.


"농성하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항복시키기 위한 압력인가"


"그래, 오카와치(大河内城) 성의 사방을 포위하고 항복을 재촉하는 작전이지. 하지만 키타바타케 부자가 열세에 처해도 완고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으니 시간은 걸릴 거라 생각하지만 말야"


"흥, 어차피 60일도 지나기 전에 항복할 거야"


"그렇겠지. 그걸 생각하면, 키타바타케 씨도 바보라고밖에 할 수 없어. 옛부터 비축이 없는 농성은 지옥같이 비참한데다, 사태가 호전될 일은 일단 없는데 말야"


"배가 고픈 정도로 나약하게시리, 라고 하고 싶지만, 아자카 성의 잡병들을 보니, 비쩍 야윈 잡병들은 적에게는 고맙지만, 아군일 경우에는 골치가 아프겠네"


"오다 군은 식량난에는 빠지지 않으니까. 게다가 금년에는 시즛치의 정책이 결실을 보는 해지"


"아아, 기후 쌀이었던가. 확실히 그건 맛있는 쌀을 많이 만들 수 있는 품종, 이라고 시즈코가 말했었지"


기후 쌀은 원래 좁은 땅에서 생산고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된 품종이다.

적미(赤米)나 흑미(黒米)를 뛰어넘는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며, 게다가 적미나 흑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다.

또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교잡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유기재배라도 농약재배에 가까운 수확량이 가능하다.

그 기후 쌀 생산이, 금년부터 오와리, 미노 전투로 퍼진 것이다.


"나도 보고서에서 추측된 수치를 봤는데…… 솔직히 말해서 시즈코가 아니었다면 머리를 의심했을 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뭐, 나는 기후 쌀보다 오와리 쌀이 취향이지. 분명히 금년은 상당한 양을 생산했을테니, 돌아가면 기대되는데"


"오와리 쌀은 하사품으로도 사용되니까, 얼마나 남을진 모른다"


그런 대수롭지 않은 잡담을 하면서 두 사람은 진으로 돌아갔다.

그 후, 오다 군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키타바타케 토모노리(北畠具教), 토모후사(具房) 부자가 농성하는 오카와치 성을 포위했다.




8월 28일.

노부나가는 오카와치 성의 동쪽에 있는 산에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을 거느리고 진을 쳤다.

서쪽에는 히데요시 (秀吉), 우지이에 보쿠젠(氏家ト全),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등을, 북쪽에는 사이토 신고(斉藤新五), 사카이 우콘노죠(坂井右近将監) 등을, 남쪽에는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恆輿, ※역주: 한자가 조금 다른데 오타인 것 같음)、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 등을 두었다.

게다가 사방에 울타리(鹿垣)를 이중삼중으로 설치하게 하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등이 울타리를 경비했다.


포위 개시로부터 며칠 후, 노부나가는 일단 윤택하게 보유한 흑색 화약과 사카이(堺)에서 조달한 화승총을 사용하여 키타바타케 부자에게 군비의 차이를 보여주어 정신적으로 굴복시키는 작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통상의 전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흑색 화약을 사용하여 성의 일부를 벌집으로 만들면서 몇 번이나 항복을 권고하는 서한을 오카와치 성에 보냈지만, 열흘 정도 지나도 항복에 응하는 내용의 서한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포위한 지 12일째인 9월 8일, 노부나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야습을 결의했다.

하지만, 그 날은 점심 때가 지났을 무렵부터 이세의 산들 위에 회색 구름이 나타나고,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도 가을 치고는 뜨뜻미지근했다. 노부나가는 뜨뜻미지근한 바람은 느끼면서 생각에 잠긴 후, 모리 요시나리를 호출했다.


"요시나리, 오늘 밤에 비는 내릴 거라 생각하느냐?"


"……확실히 단언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나쁜 예감이 들어맞는 경우는 많습니다"


"흠"


노부나가는 야습 시에 비가 내리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비 때문에 화승총을 쓸 수 없고, 시야가 나빠지기에 거리감이 어긋난다. 그것은 야습이 실패할 리스크를 올리는 것 뿐이라는 것을 이해한 노부나가는, 야습의 지시를 약간 변경했다.

남쪽에 포진하고 있는 니와 나가히데, 이케다 츠네오키, 이나바 잇테츠(稲葉一鉄) 등에게 야습을 시키는 것 자체는 변동이 없지만,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야습을 하지 않고 병력을 온존하도록 명령을 변경했다.


또, 비 때문에 시야가 나빠지는 것은 상대방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에, 각 방면에 있는 무장들에게 '상대방의 야습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 덕분에, 역사적 사실에서는 소나기 때문에 철포를 쓰지 못하고 성 병사들의 저항에 손해를 입고 퇴각해야 했던 츠네오키 등이었으나, 비가 내렸기에 노부나가의 지시대로 야습을 하지 않고 철수했다.

무모하게 돌격하지 않고 병사를 물린 것에 기분이 좋아진 노부나가는, 니와 들을 치하하고 야습에 동원되려던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도록 지시했다.


9월 11일, 키타바타케 부자는 여전히 항복 권고에 응하지 않고 철저 항전의 자세를 풀지 않았다.

남 이세의 공략을 단기간에 끝내고 싶은 노부나가였으나, 농성하는 상대를 힘으로 밀어붙이면 병사의 손해를 무시할 수 없다.


(식량이 없다고 생각되는 성에서 농성하면서 가신들의 불만이 높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비축은 고갈될 분위기, 원군은 기대할 수 없고, 식량을 매점하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몇 개월이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원래대로라면 불평불만에 의하 가신들 사이에 불온한 공기가 감돌아야 하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어딘가에서 식량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사냥개(猟犬) 부대를 불러라!"


노부나가는 가까이 있던 소성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냥개 부대란, 훈련된 개를 중심으로 하는 군용견 부대이다. 개는 굉음에 약한 결점을 가지고 있지만, 전투, 전령, 탐지, 추적, 경호, 초계, 운반 등 인간과의 공동작업에 종사하는 충실함이 있다.

개의 한자는 이밖에 '구(狗)'가 있지만, 이것은 '하급의, 뒤떨어지는'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구(狗)'가 아니라 '견(犬)'의 한자를 사용했다.


"밤눈이 밝은 자들을 모아서, 적의 보급로를 찾아라"


잠시 후 사냥개 부대의 대장들이 모였다. 그들에 대해 노부나가는 짧게 명령했다.

짧게 대답한 후, 사냥개 부대의 대장들은 부대 내에서 엄선한 사람들을 모았다.

4일 후, 병사들이 다 잠든 밤에서 새벽에 걸친 시간대에 조사를 한 사냥개 부대는, 몇 가닥의 보급로가 오카와치 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이틀 동안 면밀하게 조사하자, 보급은 한 번에 대량의 물자를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보급로로 나눠서, 그리고 며칠에 걸쳐서 소량의 물자를 운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의미한 고집을 보이면서, 뒤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을 짜고 있었는가. 실로 훌륭하다. 보급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멍청한 표정만 짓고 있었겠지"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칭찬했다. 열세에 몰려도 백기를 들지 않고 승리할 기개를 유지하는 키타바타케 부자를 솔직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급로를 없앨까요?"


"아니, 보급로는 놔둔다. 며칠 동안은, 이쪽이 준비한 보급물자를 운반하게 하지"


"예, 옛"


노부나가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모리 요시나리는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진의를 말하지는 않았다.


9월 20일, 노부나가는 보급물자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물자를 자신들이 준비한 것으로 바꿔친 후에 오카와치 성으로 운반하게 했다.

게다가 그는 무장들에게 주위에 잇는 논밭의 작물을 모두 베게 했다. 그리고 주변의 마을, 성 주위의 주민들을 모두 성 안으로 몰아넣었다.

며칠 만에 이변을 알아챈 키타바타케 진영이었지만, 그걸 내다보고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진영의 보급로를 끊었다.

보급로 사이에 몇 군데 간이 관문을 설치하고, 병사들에게 짐의 절반을 관문세로 징수하도록 명했다.


명확한 방해공작(いやがらせ)임을 알아도 키타바타케 진영은 속수무책이었다.

관문으로 쳐들어가면 그 길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다 진영에게 알려주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관문을 그대로 방치하면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늘어난 주민들 때문에 1개월도 지나기 전에 군비가 고갈된다.

주민을 방치해서 굶어죽게 하면, 이윽고 주민에 의한 식량 폭동이 일어나 노부나가와 전투를 벌일 상황이 아니게 된다.

이런저런 부정적 정보들에 의해, 순식간에 키타바타케 진영은 불온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보고로는 성 안에서 때때로 노성이 들린다고 하더구나"


"예. 주민들에 의한 폭동이 발생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요시나리의 말에 노부나가는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방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궁지에 몰린 놈들이, 여기서 단번에 만회하겠다고 야습을 걸어올 가능성이 있다. 각 무장들에게 야습 대책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환기시켜 두어라"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키타바타케의 후나에슈(船江衆)가 우지이에 보쿠젠의 진지에 야습을 걸어왔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지시를 따라 야습 대책을 세워놓고 있던 우지이에 보쿠젠은 야습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나아가 철저히 몰아넣어 후나에슈를 괴멸시켰다.


우지이에 보쿠젠의 진지에 가해진 야습은 막아냈지만, 키타바타케 진영을 너무 몰아넣은 탓에 노부나가는 뼈아픈 보복을 받았다.

타키카와 카즈마스가 서쪽의 마무시(魔虫) 계곡에서 공격해 올라갔으나, 성 안에서 화살, 철포가 빈틈없이 쏘아졌고, 게다가 창끝에 기름을 발라 불을 붙인 수만개의 죽창이 날아왔다.

오카와치 성으로부터의 격렬한 저항에 타키카와는 뼈아픈 손해를 입고 전과를 올리지 못한 채 철수했다.


"이미 놈들에게 힘은 남아있지 않다. 사방팔방에서 파상공격을 건다"


타키카와의 패퇴에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군이 풍전등화 상태라고 생각하고, 사방에서 파상공격을 걸기로 결정했다.

병사의 교대가 끝나는 9월 27일부터, 오다 군은 오카와치 성에 대해 파상공격을 걸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맹공, 하지만 성에서 치고 나가면 즉시 철수하는 오다 군의 태도에, 키타바타케 군은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가중될 뿐이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활로를 뚫는 것도 하지 못한 채, 키타바타케 진영은 대단히 힘든 상황에 빠졌다.


"일체의 관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조리 죽일 생각으로 성을 공격하라"


하지만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가 얼마만큼 무장과 병사를 잃던 간에 가신들에게 사정을 봐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6일 후인 10월 3일, 드디어 키타바타케 진영은 백기를 올리고 노부나가에게 강화를 타진했다.




강화의 타진을 받은 노부나가는, 즉시 오카와치 성으로 사자를 보냈다.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 부자는 오카와치 성에서 출성(出城)할 것. 챠센마루(茶筅丸)를 토모후사의 양사자(養嗣子, ※역주: 대를 이을 자격을 가진 양자)로 삼고, 키타바타케 토모노리의 딸인 유키히메(雪姫, 센다이고젠(千代御前))의 남편으로 받아들여 챠센마루를 키타바타케 가문의 후계자로 삼을 것.

그 외에 이런저런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면 항복을 인정하겠다고 사자는 키타바타케 진영에 통보했다.

내용은 완전히 키타바타케 가문을 빼앗겠다는 것이지만,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는 노부나가의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고 오카와치 성에서 퇴거했다.


10월 4일, 노부나가는 키타바타케 토모노리, 토모후사 부자를 오카와치 성에서 출성시킨 후, 타마루(田丸) 성을 시작으로 키타바타케 휘하의 성을 철거시켰다.

그리고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에게 성을 제압하게 한 후, 챠센마루가 오카와치 성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앗다.

또, 노부나가는 여행객들을 괴롭히던 이세의 모든 관문을 폐지하고, 관문세의 징수를 엄히 금지하는 포고를 내렸다.


10월 5일, 우지야마다(宇治山田)로 가서 이세 신궁(伊勢神宮)의 내궁(内宮), 외궁(外宮), 아사마(朝熊) 산에 참배한다.


10월 6일, 코사쿠(小作)에 숙박한다.


10월 8일, 이가(伊賀) 우에노(上野) 성으로 이동하여 노부나가는 여기서 군을 해산시켰다.


10월 9일, 호위대와 함께 쿄(京)로 향한다. 하지만 치구사(千草)까지 갔을 때 큰 눈에 발이 묶여, 하룻밤을 묵게 된다.


10월 10일, 오우미의 이치하라(市原)에 숙박한다.


10월 11일, 쿄에 들어가 이세 국 평정을 쇼군 요시아키에게 보고한다.

쿄에서 4일에서 5일 정도 정무를 수행한 후, 노부나가는 17일에 미노의 기후로 돌아온다.


그 스케줄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나가요시 등이 돌아오는 것은 10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케이지와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예상보다 하루 늦은 11일에 귀가했다. 그들은 짐 정리를 마치자 우선 목욕탕에 들어갔고, 다음으로 식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그들이 귀가한 이후, 무장들도 입욕을 목적으로 차례차례 찾아왔다. 그들은 노부나가가 내방할 때까지 얼마 안 되는 휴식을 만끽했다.


"……어째서, 내가 이런 걸 해야 되는 거지……?"


17일에 기후로 돌아온 노부나가는, 쌓은 정무를 처리한 후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왔다.

그는 온천을 만끽하기 전에, 시즈코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다. 그것은 단적으로 말하면 밥을 해라, 였다.

전국 시대,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특히 무장이나 영주에게 식사를 낼 수 잇는 요리인은 극히 적었다.


왜냐하면 영주가 몸이 나빠져서 병에 걸리면 제일 먼저 의심받는 입장이며, 게다가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 같은 명예는 거의 얻을 수 없지만 책임은 중대하다는, 대단히 불우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교의 가르침이 뿌리깊은 전국시대는, 노부나가처럼 사치스러운 식사를 하는 것은 악덕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역으로 찔러 가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교의 개조(開祖)인 석가불타(釈迦仏陀, ※역주: 석가모니)는 '모든 생명은 똑같이 고귀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네놈들은 부처의 말을 무시하고 생명에 우열을 두려는 것이냐?

모든 것에 감사하며, 남김없이 먹는 것이야말로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네놈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론을 말하고는 있지만, 노부나가의 본심은 "일일이 남이 먹는 것에 참견하지 마라"였다.

그는 먹을 것에 집착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타인에게 의미도 없이 지적받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밥을 부탁한다, 라고 다 떠넘기는 건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불평을 말해도 소용없지만,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와버리는 시즈코였다.

하지만 식사회는 유리 제품의 장점을 노부나가에게 전달할 좋을 기회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의욕적으로 메뉴를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한 메뉴는 닭고기와 민가닥 버섯(本しめじ)을 넣어 지은 밥, 송이버섯 국물, 잎새버섯(舞茸)과 표고버섯의 덴뿌라, 계절 야채의 찜요리(温野菜)였다.

여기에 식전주로서 매실주, 그리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올린 밤 푸딩을 냈다.


시즈코가 아이스크림이나 푸딩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거의 미츠오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기술자 마을에서 기어나 크랭크의 재현에 성공했기 때문에, 시즈코는 원심분리기의 개발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깊이 생각한 탓인지, 설계도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미츠오가 나타나서 어어하다가 설계도가 완성되었다.

구조가 너무 심플해서 불안해진 시즈코였으나, 실제로 제조해보니 놀랄만큼 간단히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결점은 있지만, 일단 원심분리기로서의 기능은 충족시키고 있었다.

후에 아시미츠에게 "미츠오는 일요일 목공일이 취미다"라고 듣고, 그가 원심분리기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었던 이유가 판명되었다.

애초에 원심분리기가 없어도, 생그림은 우유를 가만히 놔두면 멋대로 지방분이 분리된다.

그 생크림을 용기에 넣고 상하로 흔들면 단시간에 버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생크림도 버터도 일본 요리에서는 필수 조미료가 아니기 때문에, 시즈코는 크게 바라지는 않았다.

있으면 편리, 라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우유나 생크림이 손에 들어오면, 푸딩이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거의 문제는 없다.

바닐라 에센스 등은 아무래도 입수할 수 없지만, 없어도 아이스크림이나 푸딩을 만드는 데 그다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밤 푸딩의 재료는 삶은 밤, 우유, 설탕, 계란. 아이스크림은 생크림, 설탕, 계란, 우유가 최저한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이 중요하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텀블러 글래스를 얹은 쟁반을, 시즈코는 긴장한 표정으로 노부나가의 앞에 놓았다.


"호오…… 이건 자기나 도기와도 다른 그릇이구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군. 그게 참으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로다"


텀블러 글래스는 아름다운 푸른색의 컷 글래스였다.

망원경에 쓸 수 있는 유리 렌즈의 제조가, 유리 개발의 최종 도달점이다. 그에 반해 컷 글라스는 반 시즈코 파를 침묵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완성도에 따라서는 반발하는 사람들을 침묵시킬 수 있다고 유리 장인 견습생들은 생각하고, 그들을 깜작 놀라게 할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대나무잎에 마(麻)의 잎사귀 문양.

야라이미스지몬(矢来三筋紋, ※역주: 독음 확실하지 않음)이나 에도 키리코(江戸切子)에 흔한 디자인을 그들은 선호했다. 이것은 에도 키리코가 친숙한 일본식(和) 문양을 세공하고 있는 것이 이유이다.


"남만에서 유리라고 부르는 그릇입니다. 저는 오와리 키리코(尾張切子)라 부르고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푸른색의 컷 글라스는 신비로운 빛을 뿜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한 눈에 반한 듯, 내용물이 없어진 유리를 손 위에서 굴리면서 유리의 빛을 즐기고 있었다.


"여, 영주님. 유리는 깨지면 예리한 날붙이가 되기 쉬우니, 손을 다치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취급에는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응?

그러냐…… 만약, 이 중에 지금이라도 시즈코에게 불만을 가진 자가 있다면 나서 보거라. 이 정도로 아름다운 그릇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노부나가의 물음에 대답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럼,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요리를 가져오거라!"


노부나가는 가신들을 한 번 쳐다본 후 호령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성들이, 노부나가의 지시에 따라 차례차례 요리를 운반해왔다.


"과연, 시즈코로구나. 대단한 진수성찬을 만들었도다"


매실주에서 밤 푸딩까지 대체로 호평이었다. 특히 잎새버섯과 표고버섯의 덴뿌라가 대호평으로, 노부나가는 드물게 세 번이나 추가 주문을 했다. 물론, 무장들도 추가 주문을 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참으로 맛있군요"


"이 버섯과 고기를 섞은 밥은 매일 먹고 싶을 정도입니다"


(뭐, 민가닥 버섯은 내 시대에서도 사치품이었으니까)


역사적 사실은 알 수 없지만, 다행히 노부나가에게서 빌리고 있는 산은 버섯의 보고(宝庫)였다. 물론, 위험한 독버섯도 있지만 그것들은 깊은 구덩이에 묻어서 버리고 있다.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즈코의 입장은 군침이 흐를 것이다.

송이버섯, 잎새버섯, 민가닥 버섯, 게다가 인공재배 표고버섯. 그 외에도 마이너하지만 맛있는 버섯을 제철에 딸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만에 하나 그것을 어기면 엄격한 처벌이 내려진다.


"온천에서 몸을 치료하고, 맛있는 것을 실컷 먹고 영기(英気)를 축적하도록"


노부나가는 배불리 밥을 먹는 가신들에 대해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모두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띠고 식사를 하는 가운데 묵묵히 먹는 사람이 있었다. 히데나가(秀長)였다.

반 시즈코 파를 부추긴 히데나가는 속셈이 실패했지만, 애초에 그는 어떤 결과라도 상관없었다.


반 시즈코 파가 강해지만, 주류파와의 사이를 중재하여 양쪽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주류파가 힘으로 반 시즈코 파를 억누르면, 반 시즈코 파를 자기 진영에 끌어들일 수 있다.

시즈코가 실패하여 실각하면, 그녀를 건져내어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인다. 시즈코가 성공을 거두어 훌륭한 결과를 낸다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있다.

이번의 소동은 그에게는 떠보기 정도로, 시즈코를 제거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저 계집, 의외로 담이 크군. 설마 해를 넘기기 전에 성과를 보이다니. 그냥 주위에 끌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야. 적에 대해서는 용서없이 치고 들어오는 패기가 있군. 주류파가 그녀를 옹호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표면만 본다면,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마음대로 이용당하기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빈약한 분위기는 위장이며, 내면에는 무장에 뒤지지 않은 투쟁심이 있다고 히데나가는 생각했다.


(여자라고 얕보다간 뼈아픈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는 잠시 상황을 살피도록 하지요. 하지만, 때가 되면 그 힘은 오다 님이 아니라 형님을 위해 써 주셔야겠소, 시즈코 님)


이세를 평정하고 천하포무에의 길은 순풍에 돛을 단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산 넘어 산, 그야말로 시련과 곤란의 연속인 것을 그들은 모른다.

오다 가문을 둘러싼 불온한 분위기는 서서히, 그리고 착실하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겨울의 도래를 맞아, 추위도 한층 뼈에 스며들 무렵.

오우신 신사(櫻信之社)에 있는 사무소(社務所) 겸 주거구역에서, 두 자루의 애도를 허리에 차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아시미츠가 나왔다.

머플러는 그가 골랐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북유럽 계열의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아시미츠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어떤 나무 뿌리에 앉았다. 명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물론 그는 명상 따위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쇼군(公方)은 밀서를 아사쿠라(朝倉)에게 보냈는가?"


(예. 당신께서 예측하신 대로, 아시카가(足利) 쇼군께서는 밀서를 각지에 보냈습니다)


눈으로 볼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아시미츠의 물음에 대해 노인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는 듯 질문을 이어갓다.


"오다가 각지의 영주에게 상락을 부추기고 있는데, 아사쿠라는 그것을 무시하고 있군"


(수하가 조사한 바로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자이(浅井)에게 보내진 밀서는 누가 받았는가. 비젠노카미(備前守)인가, 아니면 사효노죠(左兵衛尉)인가"


(사효노죠께서 먼저 받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서둘러 아사쿠라와 거래를 하겠지. 그 부분을 주의깊게 감시해라. 비젠노카미는 그렇다치고 사효노죠는 아사쿠라 정도의 송사리에 집착할 가능성은 높다"


아자이 가문은 롯카쿠(六角) 가문과 오랜 세월에 걸쳐 세력다툼을 계속해왔다.

그런 롯카쿠 가문으로부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아자이 가문은 킨키(近畿) 북부의 명가인 아사쿠라 가문과 동맹을 맺었다.

이후, 아자이 가문과 아사쿠라 가문은 서로 깊은 신뢰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고 한다.

하지만 아자이 가문과 아사쿠라 가문은 대등한 관계였는가. 몇 가지 증거를 보게 되면 그 의문이 떠오른다.


"최후(詰め)의 성"에 위치하는 오오즈쿠(大嶽)에 있는 성은, 아자이 가문의 성이 아니라 아사쿠라 가문의 성이다.

오다니(小谷) 성을 시작으로, 주변의 아자이 씨의 성곽에는 모두 아사쿠라의 성곽 기술이 사용되었다.

아자이의 영토인 오우미(近江) 국과, 아사쿠라의 영토인 에치젠(越前) 국과의 국경 부근에, 아자이가 성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아사쿠라의 본거지인 에치젠 이치죠다니(一乗谷)에는, 아사쿠라의 가신들에 섞여 아자이 씨의 저택이 있다.

비밀(禁制) 서류(書留文言)에 아사쿠라 카게타케(朝倉景健)의 '하지(下知, ※역주: 분부함)'에 대해,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비밀 서류에는 '집달(執達, ※역주: 윗사람의 뜻을 아랫사람에게 전함)라고 쓰여 있는 등, 이상한 점을 들자면 끝이 없다.


특히 아사쿠라와의 국경 부근에 성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 비정상적이다.

한 번은 동맹이었다가 후에 적대 관계가 된 노부나가에 대해서는, 아네가와(姉川) 전투 전에 미노(国境)와의 국경에 있는 성의 방비를 강화하기 위해 급거 수축(修築) 등을 진행했다.

아이치(愛知) 강을 끼고 대립 관계였던 롯카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국경의 방어를 담당하는 '경계선(境目)의 성'을 구축했다.

하지만 아사쿠라와의 사이에만 '경계선의 성'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

아사쿠라에게만 국경이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아자이 가문의 태도야말로, 아자이 가문이 에치젠 아사쿠라 가문의 피관(被官, 슈고(守護) 다이묘(大名)에 종속되는 영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외람되오나 아사쿠라 가문은 유서깊은 명가. 송사리라는 평가는 눈살이 찌푸려집니다만)


"유서깊은 명가라, 그게 뭐라는 거냐. 아시카가 씨도 이름만이라면 오래되었지만, 지금은 쇼군 한 명 지킬 힘조차 없다. 오다 가문의 재력과 군사력이 있기에 놈은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게 현실이지"


(……당신께서는 아시카가 씨를 위해 움직이고 계시는 게 아닌 겁니까)


"착각하지 마라, 토비카토(鳶加藤). 내게는 쇼군이 죽던, 아시카가 씨가 멸망하던 관계없다. 물론,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아이는 비젠노카미와 오이치를 신경쓰고 있지. 그래서 나는 움직이고 있는 것 뿐이다"


여자아이를 달래는 듯한 눈으로, 잘 깨지는 것을 만지듯 상냥한 손길로 머플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상냥한 눈의 안쪽에서 광기를 느낀 토비카토는, 무의식중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네게 타케다(武田)의 암살을 알린 것도, 상냥함 같은 값싼 이유가 아니다. 네 능력이 내게 도움이 된다. 단지 그뿐이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살아난 것은 사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몸이지만, 마지막까지 당신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나를 위해 일해라"


그 말만 하고 아시미츠는 몸을 일으켰다.

앉을 때는 없었던 자루가 그루터기에 놓여 있었으나, 아시미츠는 신경쓰지 않고 사무소 겸 주거구역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그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토비카토는 작게 중얼거렸다.


(한 번도 방심하지 않으셨다. 철저하시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저 분은 항상 배신당해 오셨으니까. 그래도 저 광기가 내 영혼을 뜨겁게 한다. 훗, 나도 이미 광기에 휩쓸린 인간인지도 모르겠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가벼운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었다.

나무들의 흔들림이 멎었을 때, 그루터기에 있던 자루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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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