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2년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
130 1575년 9월 중순
타카텐진 성(高天神城)을 둘러싸고 오다-도쿠가와(徳川) 연합군과 타케다(武田)-호죠(北条) 연합군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하룻밤이 지났다.
동쪽 하늘이 겨우 하얗게 물들기 시작한 어스레한 무렵, 승려 차림의 인물이 홀로 타케다의 본진을 방문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군을 물려 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설마 그대가 사자(軍使)로 올 줄은 몰랐다, 무토우(武藤)…… 아니, 지금은 사나다(真田)인가. 돌아가서 그대의 주인에게 전해라. 토우고쿠(東国)에 오다와 타케다는 함께 설 수 없노라고. 지금이야말로 자웅을 가릴 때이다!"
사자로서 타케다 본진에 안내된 것은, 카츠요리(勝頼)가 말했듯이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 그 사람이었다. 원래는 타케다 가문을 섬기던 몸이라, 카츠요리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인물과 면식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타케다 가문에서 볼 때는 주군 가문(主家)을 배신하고 오다로 변절한 배신자이며, 이렇게 본진에 도착하기 전에 살해될 가능성조차 있었다.
그런 위험을 무릅써가면서까지 마사유키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으로부터의 항복 권고이며, 철수한다면 추격은 하지 않겠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로부터의 서신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 마사유키, 원통하기 그지 없습니다. 예전의 은혜에 보답할 최후의 봉사(御奉公)로서 사자를 지원했습니다만, 뜻을 바꾸지는 못하는 겁니까……"
"끈질기구나! 그대의 각오는 확실히 받았다. 그래도 굽힐 수 없다! 굽힐 수는 없는 것이다"
옛 주종(主従)에 의한 정전(停戦) 교섭은 결렬되었다. 마사유키가 자욱한 아침 안개 속에서 적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전송하고, 태양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을 무렵, 양군은 나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쌍방의 진에서 성대하게 진태고(陣太鼓)가 울려퍼지고,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에 앞서 타케다-호죠 군이 진군을 개시했다. 한편,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은 밀집진형을 형성하고는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양군의 거리가 좁아짐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어, 양군이 서로의 진용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한 그 때, 천둥번개(雷鳴)와 같은 굉음과 함께 타카텐진 성이 불을 뿜었다.
엄청난 작렬음과 함께 타케다-호죠 연합군의 후방에 포진하고 있던 호죠 군에 불타는 죽음의 돌덩어리들이 쏟아져내렸다.
호죠 군 상공에서 작렬한 그것은, 철의 회오리바람으로 변하여 지상의 병사들을 휩쓸었다.
도쿠가와 군에 오다 군이 합류한 것으로, 타케다-호죠 연합군은 사정거리가 긴 신형총(新型銃)을 경계하면서 진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전투에서 알게 된 신형총의 사정거리를 비웃는 듯한 거리였음에도 공격을 받았다.
게다가 단 한번의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명이, 어쩌면 백 명에 달할 지도 모르는 병사들이 죽고 다친다는 악몽의 광경이 펼쳐져, 장병들 모두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적진 상공에서 작렬을 확인. 저점(狙点) 수정 필요성 있음, 거리 계측을 부탁함"
"방위각 수정 동쪽으로 3도, 거리 수정 전방 2백 미터"
적진에서 대혼란이 발생하고 있던 때, 타카텐진 성의 세번째 성곽(三の丸)에서는 철야로 보강이 더해지고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전의 망루(物見櫓)에 시즈코 군의 기술자들이 모여 있었다.
누각의 중앙에는 소형의 대포 같은 것이 2문 놓여져 바퀴막이(車輪止め)로 고정되어 있었다. 뭣보다 특징적인 것은, 망루의 좌우에서 돌출된 금속제 부품.
태양빛을 반사하며 불길하게 빛나는 이형(異形)의 물체.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형용하자면, 망루에서 수평으로 돌출된 게의 눈알처럼 보였다.
"아시미츠(足満) 아저씨의 비밀병기, '게안경(カニ眼鏡)', 즉 측거기(測距儀, 시차(視差)를 이용한 삼각측량(三角測量)을 하는 기계)는 문제없이 운용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그쪽은 문제없습니다만, 박격포(迫撃砲)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쪽으로 운반하기 전의 시험 사격과, 아까의 제 1사에서 개폐기구(開閉機構)에 비틀림이 발생했습니다"
"으ー음, 실전 투입은 역시 아직 이르네요. 아시미츠 아저씨가 꼭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왓는데, 내구성에 문제가 있네요"
시즈코는 망루에서 떨어진 지상의 진에서 기술자의 조수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곧 경고 종소리가 울리고, 잠시 간격을 둔 후, 다시 굉음이 울려퍼졌다.
즉시 망루에 붉은 색의 손깃발이 올라갔다. 이것은 명중 표시이며, 보고하고 있던 조소는 인사를 하고 시즈코의 앞에서 물러나와 전성관(伝声管, ※목소리를 전달하는 관)에 달라붙었다.
전성관의 뚜껑을 열고 귀를 기울여 망루 위쪽에서 전달되는 내용을 메모하여 다시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서 보고했다.
"거리, 방위각 모두 양호. 포가 망가질 때까지 효력사(効力射)를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알겠어요. 포신(砲身)이나 개폐장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으면 포격은 중지해 줘요. 아시미츠 아저씨가 만일을 위해서라며 건네준 이 포탄은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발 밑에 놓은 나무 상자에 모셔져 있는 한 발의 도토리 모양 포탄으로 시선을 돌렸다. 색이 칠해지지 않은 나무(無垢材)로 된 상자에 톱밥이 채워지고, 그 안에 덜렁 놓여진 무기질의 포탄.
나무 상자에는 붉은 색으로 '위험'이라고 크게 쓰여 있어 일종의 이상(異様)한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자신이 시즈코와 함께 올 수 없기 때문에, 패주할 것 같으면 일단 바람 부는 쪽으로 도망쳐서 적진으로 쏘라며 건네준 포탄이었다.
아시미츠의 말로는 한 발로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사회생의 비밀병기라고 하는데, 시즈코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기에 봉인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일정 간격으로 울려퍼지던 포성이 갑자기 멎었다. 한동안 기다려도 재개될 기색이 없었고,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조수가 다시 보고하러 돌아왔다.
"박격포 2문 모두 폐쇄기구(閉鎖機構)가 파손되었습니다. 보수해서 무리한다면 한동안 더 포격은 계속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적진이 붕괴했기에 중지했다고 합니다"
"알겠어요. 그럼 포격은 종료합니다. 필요한 계측을 마치면 철수 준비에 들어가 주세요"
시즈코의 지시를 받은 조수가 전성관으로 달려가고, 다시 주변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볼 수 없지만 멀리 떨어진 전장을 떠올리며 시즈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토우고쿠의 패권을 다툰 일전은, 개전으로부터 겨우 일 각(2시간) 정도에 끝을 고했다. 태양이 중천에 걸릴 무렵에는 이미 승패가 결정지어졌고, 패주하는 타케다-호죠 군에 대해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은 추격대를 보내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였다.
"카츠요리는 너덜너덜해졌군. 아마도 권토중래(捲土重来)를 꾀한 행군이었겠지만, 뼈아픈 일격을 당한 모양이 되었네"
카츠요리는, 어떻게 했는지 호죠의 협력을 얻어낸 것으로 욕심이 생겨버린 것이리라. 노린 장소도, 군의 진용도 문제없었다. 단 하나, 시기가 나빴다.
상대가 도쿠가와 군 뿐이었다면 기세를 타고 밀어붙여 얼마간 영토를 빼앗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통상적으로는 원군 요청을 보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원군이 달려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물러설 때를 잘못 판단했다. 예상보다도 빠르게 원군이 달려오고,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견제 상태가 되어, 불확정요소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 시즈코 군의 깃발을 본 시점에서 물러나야 했다.
"타케다 카츠요리(武田勝頼), 무장으로서는 우수하지만, 영주(国人)로서는 미숙하네.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어"
군신(軍神)이라고도 불리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조차 경계하게 할 정도의 뛰어난 무장(いくさ上手)으로서 카츠요리는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시즈코 군의 등장에 의해 전쟁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의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듯, 이미 개인의 무용이 결과를 가져오는 개체의 전투가 아니게 되고 있었다.
자군의 총보다도 사정거리가 뛰어난 무기가 등장한 시점에서 시대의 변혁을 느끼지 못해서야 같은 경쟁선상에 설 수조차 없다.
"삼국지(三国志)에 등장하는 여포(呂布)같은 타입이었던 걸까, 카츠요리는. 전투에서는 귀신(鬼神)같은 강함을 자랑해도, 위정자로서는 2류에 그치네"
시즈코에게 용서없는 혹평을 들은 카츠요리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이유도 또한 존재했다.
카츠요리는 타케다 가문 당주가 되기 위해 키워진 것이 아니고, 어쩌다보니 차례가 된 것 뿐인 임시 당주로 생각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위는 카츠요리에게 기대하지 않고, 다음 당주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腰掛け)로 그냥 거기에 앉아만 있을 것을 요구했다.
당연하지만 카츠요리로서는 유쾌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카츠요리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타케다 가문 인물들(家中) 중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렇게 주종관계가 비틀린 결과, 알기쉬운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성과에 집착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저번 싸움 결과도 포함하여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이 듣고 싶어요. 이대로 토우고쿠 정벌에 나선다고 하면, 교묘한(上手な) 패배는 가능할까요?"
"십중팔구 무리겠죠. 우리 군은 전의도 고양되어 있고, 기세도 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의 추세는 두 가지, 대승(大勝)이나 대패(大敗)겠죠"
전후처리가 시작된 타카텐진 성에 체재하고 있는 시즈코는, 마사유키를 비밀리에 불러내더니 입을 열자마자 숨겨진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곤 해도, 마사유키에게서 썩 좋은 대답은 얻을 수 없었다. 시즈코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더니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키묘(奇妙) 님께 눈에 보일 만한 허점이 없습니다. 행군 개시부터 지금까지의 지휘만 보아도, 스물 남짓한 젊은이에게 가능한 수준이 아닙니다. 본래는 기뻐해야 하겠습니다만, 이번에는 고민스럽군요"
"주상(上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 으려나요. 전황(戦況)을 다지더라도 패배가 용납되는 상황이라는 건 얻기 힘드니, 이 기회를 놓치면 좋지 않겠네요"
"이렇게 된 이상 운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키묘 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독단전횡(独断専行)을 하는 바보들이 속출하게 되면 패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운에 맡기는 건가요"
이미 통상적은 방책으로는 목적 달성의 가능성은 없어졌다. 그래도 패배시키려고 한다면, 아군에 대해 파괴공작 같은 짓을 할 필요가 있어, 한 발자국만 잘못되면 아무리 시즈코라도 사형을 면할 수 없다.
그런 시즈코의 고민과는 별개로, 노부타다와 이에야스는 군을 재편성하여 타케다 영토를 향해 진군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카츠요리 자신은 타케다 영토로 도망쳐 돌아가 다시 방어를 위한 진용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볼 때, 무장으로서의 자질은 대단히 높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다 죽어가는 타케다가 방어 태세로 전환해봤자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카이(甲斐)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하니까 사진 촬영용의 기재 운반도 포기했는데, 여기에 밀명이랄까 주목적을 달성할 전망이 서질 않아…… 토우고쿠 정벌은 고난의 연속이네"
이미 달관(諦観)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어느 시점을 경계로 상황이 변화했다. 시즈코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지만,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에게는 불행한 사건이었다.
도쿠가와 영토에서 타케다-호죠 연합군을 격퇴한 것을 계기로 작전회의가 열렸다.
의제는 타케다 영토를 침공할지 아닐지였다. 통상적이라면 일정수가 신중론을 외치겠지만, 전의 일전(一戦)에 의한 손해가 거의 없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강경론 일변도가 되어 버렸다.
"타케다가 패주한 지금이야말로 공격할 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토우고쿠의 영웅(雄)이라 불린 호죠도 꼬리를 말고 도망쳤소. 타케다를 쳐부순 김에 호죠까지 평정해주겠소!"
타케다-호죠 연합군은 약하다. 그런 오만(増長)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에 지배된 무장들은 한결같이 진군을 요구했다.
가장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노부타다 진영으로, 그 다음이 도쿠가와 진영. 타키카와(滝川) 군은 다소 신중한 의견을 내면서도 진군에 반대라고는 하지 않았다.
대 전과를 올린 시즈코 군이었으나, 비장의 비밀병기가 일찌감치 파손되어버린 것만을 보고하고 후방지원에 전념하겠다는 말만 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너무 방심하는 걸까. 승전은 사소한 실수로 총체적 붕괴가 일어나기 쉬우니 좀 무섭네)
카츠요리는 당주로서의 호소력(訴求力)은 떨어졌으나, 일단 전장에 서면 일기당천의 무장으로 활약할 수 있다.
호죠 군은 박격포의 집중포화를 얻어맞아 큰 피해를 내고 궤주(潰走)했으나, 카츠요리가 지휘하는 타케다 군은 군으로서의 체재를 유지한 채 퇴각했다.
상대에게 지형적 이점이 있는 타케다 영토로 침공해 들어갔다가 반격을 당해 아군이 붕괴했다고 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노부타다에게 패배를 경험시킨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노부타다가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싸움을 걸고, 그것을 상대가 한 수 위를 가던가 예상밖의 사건으로 실패하게 되어 스스로의 모자람을 통감하면서 패배해야 한다. 단순히 운이 나빴다, 로는 패배하는 의미가 없다.
(자, 어떡할까…… 응ー?)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회의만큼 쓸데없는 시간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가을 낮인 만큼 하늘은 높고 맑게 개어 있었으나, 먼 쪽의 하늘은 납빛으로 구름이 낀 것이 보였다.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있어!?)
구름의 이동속도는 평균 시속 50km 정도이지만, 계절에 따라서는 그 두 배나 되는 경우가 있다. 전형적인 가을의 하늘 모습에서 구름이 빠르게 흐르게 되는 요인은 하나 뿐이다. 즉, 저기압의 접근이다.
(이건 며칠 내에 비가 내리겠네. 비옷(雨具) 준비를 해두자)
맑은 날들이 계속된 후의 저기압 도래는 높은 확률로 우천이 될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서도 상세한 관측 데이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꾸준히 기록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라면 기상위성이라는 신의 시점으로부터의 정보를 얻어 실시간으로 기후 변동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제 겨우 기계화의 문턱에 닿았을 뿐인 전국시대에 그런 걸 요구하는 건 가혹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대책으로서 비옷의 준비만을 지시하자고 결론내렸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네)
강경파의 의견에 지배되어가고 있는 작전회의는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는 날씨가 크게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 각(刻) 정도 지나,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은 작전회의는 결론을 냈다.
간단히 도쿠가와 영토로 침공하려는 생각 같은 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타케다 영토로 진군하여 어느 정도의 전과를 올린다.
전군이 진군해봤자 길이 나빠서 한번에 진군할 수 있는 병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추격부대는 노부타다 군과 이에야스 군만으로 결정되었다.
타키카와 군은 이대로 타카텐진 성에 체재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된다. 시즈코 군은 본진을 타카텐진 성에 두고, 이에야스와 노부타다가 추격하기 쉽도록 후방지원부대를 보내기로 했다.
(다 내던지고 그냥 종군하기만 하는 거라면 이만큼 속편한 것도 없는데 말야)
노부타다 군의 편성을 들은 시즈코는 그렇게 탄식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만의 극치(増上慢)라 할 수 있는 진용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전공을 세운 적이 없는 사람들만 대충 모은 듯한, 너무나도 심각한 아군의 상황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마도 노부타다 본인의 의향보다도 주위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일거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나가요시(長可)가 타케다 사천왕(四天王)의 일각을 쓰러뜨려 무명(武名)을 얻은 것처럼, 예전만큼의 세력이 없다고는 해도 타케다를 상대로 이기고 있는 싸움이다.
노부타다나 이에야스의 가신들이 타케다를 쳐부순 자라는 명성을 원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리고 노부타다나 이에야스에게는 조급히 날뛰는(逸る) 그들을 다독이기에 충분한 논거(論拠)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흥분해 날뛰는 개의 목줄을 그들의 주군이 쥐고, 그들의 싸움의 판을 깔아주고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피곤한 역할(貧乏くじ)을 타키카와와 시즈코가 맡게 되었다.
"하아…… 어쩌지?"
지금부터의 일을 생각한 시즈코는, 무의식중에 위장 언저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타케다, 호죠, 두려워 할 것이 못 된다! 놈들에게 보여주자, 진정한 토우고쿠의 패자에 어울리는 것이 누구인지를 말이다!"
타카텐진 성에서 보급을 마치고 군을 재편성한 노부타다와 이에야스는 카츠요리를 쫓아 타케다 영토를 향해 출진했다.
스와(諏訪)의 요충지인 타카토오 성(高遠城)을 함락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했는데, 타카토오 성을 빼앗길 경우 타케다에게는 목젖에 칼이 들이밀어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다.
타카토오 성을 카이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면, 토우고쿠 정벌은 단번에 현실감을 띠게 된다.
아무래도 전국시대를 살아온 무장들인 만큼, 아무리 자만하더라도 현재의 군세로 타케다 본국을 침공하려고 할 정도로 어리석은 자는 없었다.
노부타다와 이에야스가 출진한 후, 시즈코는 주요 가신들을 모아 작전회의를 열고 있었다.
"자, 키묘 님과 도쿠가와 님께서 출진하셨는데…… 사나다(真田) 씨는 계속해서 정보 수집을 부탁드려요. 특히 키묘 님의 본진의 움직임을 주의해서 살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키묘 님이라면 크게 움직이기 전에 이쪽에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요?"
"보통이라면 그러겠죠. 다만,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은, 자신의 전공에 참견받는 것을 싫어해서 보고를 왜곡하거나 은폐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군은 기세가 있지만, 반면 통제를 잃기 쉬워요. 한 번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빠지면, 와해되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요"
"잘 알겠습니다"
"다른 모두는 보급부대의 지원을 부탁해요. 솔직히, 지금의 타케다에게 유격대를 조직해 보급부대를 칠 여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싸움에 한해서만은' 천성(天稟)을 타고난 것이 카츠요리니까요"
카츠요리는 자기 영토로 도망친 이후 일체 공세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호죠는 어지간히 피해가 컸는지, 타케다 영토로는 퇴각하지 않고 그대로 자국으로 퇴각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의리는 지켰다는 걸까요, 호죠는. 일단 확인하겠는데, 만약 호죠가 퇴각한 척 하고 몰래 돌아온다면 어떻게 할 거죠?"
"물론, 날려버리겠어"
나가요시가 즉시 대답했다.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도 같은 의견이었는지,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좋아요. 다음에 호죠 군을 발견하면 용서없이 두들겨줘요. 본래는 주상께 여쭈어야 하겠지만, 깨물렸는데 두들기지 않는 쪽이 주상의 심기를 더 상하게 할 테니까요"
토우고쿠에 진군하고 있는 그들은 알 수 없었으나, 타케다와 호죠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부나가는 격노하고 있었다.
사전에 호죠의 행동을 예측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타케다와 손을 잡으면 오다를 쓰러뜨릴 수 있을거라고까지 얕보여서는 노부나가가 아니라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기는 싸움이란 건 재미가 없군"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서 따분했는지, 케이지가 하품을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사이조가 가볍게 옆구리를 찔러 반성을 재촉했지만, 케이지가 태도를 바꾸는 일은 없었다.
"일단 적지로 향하고 있다고는 해도, 전선은 아득히 멀고,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인 장소에서 적 습격 따윈 있을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행군속도가 느린 보급부대와 발을 맞추고 있으니, 케이지 씨가 따분하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편한 일을 하루 하면, 그 날이 끝날 때는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다고"
"보급물자에는 술도 있으니까, 그 이득(役得)은 기쁘군. 저쪽에 도착할 때까지 술이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말야"
"아무래도 그건 곤란해요. 뭐, 농담은 이쯤 하고, 이번에도 확실하게 부탁해요"
"시즈코 님, 이 녀석이 적에게 밀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위험이 닥쳐오지 않는 한 술만 마시다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케이지의 태도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사이조가 이야기에 끼어들어 쓴소리를 했다.
"케이지 씨가 적 습격의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조금 긴장을 푸는 정도로 눈을 부릅뜰 생각은 없어요"
예상 이상으로 시즈코에게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낯간지러워졌는지 케이지는 얼굴을 돌리고 뻑뻑 담배연기를 피워댔다.
"사이조 씨가 하고 싶은 말도 알겠어요. 하지만, 이건 케이지 씨를 가신으로 삼을 때 맺은 약속이에요"
"……그렇다면 시즈코 님께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시즈코 님과 이 녀석이 한 것. 소생이 꾸짖는 것은 괜찮으시겠지요?"
"그건 상관없어요. 불만을 계속 쌓아두면 비틀림이 생기니까요. 직접 말로 하는 쪽이 건전하겠죠"
애초에 타인의 이해를 얻으려고도 생각하지 않는 카부키모노(傾奇者). 올곧은(実直) 사이조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우리들은 후방 지원에 전념합니다. 당장은 보급부대의 호위에요. 습격자는 산적이건 적군이건 싸그리 섬멸합니다. 나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어요"
쓸데없는 이야기가 늘어나지 않도록 말을 조심하면서 시즈코는 작전회의를 마무리했다.
노부타다와 이에야스가 타케다 영토에 침공해 들어간지 벌써 5일이 경과하고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타케다 가문에, 나아가서는 카츠요리에게 비협조적이었다.
그에 반해 노부타다는 개전 전에 사모아서 시즈코 군의 보급부대에게 운반하게 했던 잉여식량을 아군에게 협력한 현지 백성들에게 상으로 나누어주고 있었다.
거기에 마사유키가 노부타다에게 진언하여, 이 노부타다의 방침을 타케다 영토 전역으로 퍼뜨리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타케다 영토에 들어선 이래로 어디의 농촌이건 다 곤궁해있어, 사전에 소문을 듣는다면 더욱 스무스하게 이야기가 진행될거라 생각한 노부타다는 마사유키의 계책을 수락했다.
가는 곳마다 식량을 뿌리며 다니고 있었기에, 노부타다 군의 진군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하지만, 타케다 영토에 들어섰는데 타케다 군은 저항다운 저항은 보이지 않아서, 노부타다도 이에야스도 김이 빠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적과 각지에서 받는 환영에 타케다 군의 붕괴를 느꼈는지, 노부타다 휘하의 젊은 계층은 더욱 자만했고, 그 고삐를 쥐는 노부타다는 통제를 유지하는 데 고심하고 있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비가 오네"
시즈코는 비가 오기 시작한 바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아직 약할 때 노부타다와 이에야스의 진에 물자를 전달한 부대가 돌아와서, 다시 보급물자의 적재가 시작되어 있었다.
카이는 오와리(尾張)나 미노(美濃)에 비해 도로 정비 같은 건 없는 거나 다름없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게 되면 노면은 진흙탕으로 변하여 물자 운반은 커녕 병사들이 걷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그것을 내다보고 다음 진의 출발은 비가 멎을 때까지 보류하도록 노부타다로부터 시즈코에게 전언이 와 있었다.
타카텐진 성에 주둔하고 있는 타키카와 군과, 타카토오 성을 향하는 노부타다-이야스 군의 중간 정도 위치에 시즈코 군의 중계기지가 건설되어 있었다.
물자 집적소도 겸하기 때문에, 즉석이기는 하나 프리패브(prefab) 건축의 응용으로 지붕이 있는 작은 건물(小屋)을 여러 채 가진 진이 건축되어 있어, 다소의 비바람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구조가 되어 있었다.
시즈코의 예상으로는 이후 빗발(雨脚)이 강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쿠로쿠와(黒鍬) 부대가 총동원되어 보강하고 다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는 자신에게 할당된 건물 안에서 마사유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키묘 님은 타카토오 성 바로 앞에 진을 치셨군요"
"예. 하지만, 이 빗속에서 평야부에 진을 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격적으로 폭풍이 될 예감을 느낀 이에야스는, 진로상에 있던 함락된 성에 머무르며 폭풍이 지나가게 하려고 생각했다.
한편 노부타다는 부하들의 의견도 있어 진군을 계속하여, 타카토도 성을 바라보는 평야부에 진을 치게 되었다.
큰 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산기숡의 평야부에 진을 치는 것은 홍수(鉄砲水)의 위험조차 있다.
그러나 한 번 뇌우(雷雨) 속에서 야습을 성공시켰던 노부타다였다. 이번에도 같은 수단을 취하는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해봤자 늦었고, 애초에 의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있을지조차 의심스럽네요"
"제가 주제넘게 나선 탓에…… 면목이 없습니다"
"상관없어요. 나도 그렇게까지 전공에 조바심을 내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마사유키는 시즈코의 판단을 묻지 않고 노부타다에게 협력자에 대한 포상 이야기를 유포하도록 제안했었다.
이것 자체는 시즈코도 노부타다도 문제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효과적인 제안(立案)이라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을 서두른 부하들에게는 외부인인 마사유키의 공이 인정받았다는 것이 조급함을 낳았다.
자신들이 아무 공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데, 안전권인 후방 지원만을 하고 있는 자가 주군의 칭찬을 받았다.
이 일 하나가 노부타다의 부하들을 몰아세워 무리한 진군으로 이어져 버렸다.
"어쨌든 일어나버린 일은 어쩔 방법이 없어요. 지금부터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기분을 새로이 하죠"
"옛"
"문제는 날씨가 어떻게 진행될지네요. 바람도 점점 강해지고 있고, 어쩌면 폭풍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빈지문(雨戸)이 움직이지 않도록 못(目釘)을 박아놓았는데도 불어닥치는 바람 때문에 덜컹덜컹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시즈코는 이게 단순한 비가 아니라 때 아닌 (季節外れ) 태풍이 도래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이게 태풍이라면……)
최악의 케이스를 상상한 시즈코는, 그 생각을 털어내듯 머리를 흔들었다.
대체적으로 나쁜 예감이라는 것은 적중하는 법이라, 시즈코의 예상은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일몰을 맞이했을 무렵, 약간 빗발은 약해졌으나, 그 대신이라고 하는듯 바람의 기세가 강해졌다.
풍속을 계측하지 않고 있기에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체감적으로는 낮의 몇 배는 되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뒷받침하듯, 망루(櫓)가 쓰러지고 키가 큰 수목이 쓰러졌다는 보고가 연이어 들어왔다.
시즈코는 작은 건물(小屋)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조금 갑갑해지겠지만 전원을 물자반입용 창고로 대피하도록 명했다.
이 건물이 가장 튼튼하게 지어져 있었고, 또 보급물자의 나무상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기에, 고립되더라도 물자가 부족해질 일은 없다.
"으으, 추워…… 이래서는 밖에 나갈 수 없어"
"이럴 때야 말로 따뜻한 국물이 온몸에 스며드네"
기온은 그렇게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지만, 비에 젖은 몸이 강한 바람에 노출된 결과로 체온을 급격하게 빼앗긴 병사들은 벌벌 떨고 있었고, 병사들에게는 화로(火鉢)를 둘러싸고 몸을 덥히도록 명했다.
젖은 의복은 갈아입게 하고, 따뜻한 된장국(味噌汁)을 나누어주도록 지시했다. 젖은 상태로 방치해두면 눈 깜짝할 사이에 저체온증에 걸려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게 된다.
"이 폭풍우에서는 야외에 진을 친 키묘 님 쪽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폭풍우의 기세가 약해지는대로 키묘 님과 도쿠가와 님의 진을 확인하고, 타키카와 님이 기다리는 타카텐진 성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 생각한다. 많은 물자들은 이곳에 포기하게 되는데다 발디딤이 불안한 상황에서의 어려운 작업이 될 거라 생각하나 잘 부탁한다"
태풍이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시즈코는 후방지원부대의 대장들을 불러모아 상황이 안정된 후의 활동 방침을 전달했다.
비교적 견고한 건물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에서 이 지경이다. 산기슭에, 그것도 야외에 진을 친 노부타다가 있는 곳에서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보고에 따르면 도쿠가와 군은 성에 들어갔다고 하기에 일단 이에야스는 걱정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야외에 고립되어 있는 노부타다 군이다.
하지만, 이 폭풍우 속에서 야간 행군으로 노부타다의 진으로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아, 노부타다를 구하기는 커녕 쓸데없이 희생자를 늘리게 될 뿐이다.
시즈코가 할 수 있는 것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오직 견뎌내고, 폭풍이 지나간 후에 되불어오기(吹き戻し) 전에 구조하러 갈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 뿐이었다.
태풍은 밤늦게까지 맹위를 떨치고, 아침햇살에 동쪽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할 무렵에 잔잔해졌다.
"꼴이 말이 아니네……"
망루는 하나도 남김없이 쓰러졌고, 바람에 의해 날아온 것들이 충돌했는지 몇 채의 작은 건물들이 뭉개져 있었다.
외벽(外壁)으로 세워둔 벽판(壁板)도 쓰러져 있어, 외부에서 시즈코들이 틀어박혀 있던 창고가 훤히 보이고 있었다.
사이조를 대동하고 중계기지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시즈코는, 몇 개의 부대가 모습을 감춘 것을 깨달았다.
도망이라는 말도 일순 머리 속을 스쳤지만, 폭풍우가 미친 듯 불어닥치는 상황에서 안전한 실내보다 실외를 선택할 얼간이는 없다.
"……묘하게 병사들이 적은데, 카츠조(勝蔵) 군은 어디 외출한 건가요?"
"예, 옛, 그런 것 같습니다!"
우연히 가까이 있던 나가요시 군의 병사에게 확인하자, 노골적으로 시선을 회피하면서 대답했다. 뭔가를 알고 있지만 함구를 당하여 보고도 하지 못하는 것이라 헤아린 시즈코는 질문을 바꿨다.
"키묘 님의 진을 확인하러 간 걸까요?"
"그, 그렇——"
"라는 건 핑계(建前)고, 키묘 님의 진을 적이 덮치기 전에 먼저 손을 쓸 생각이겠지요, 그 두 사람은"
나가요시와 케이지가 생각할 법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신식총(新式銃)을 다루는 병사들과 화약이나 탄약류를 가지고 나간 걸 보니, 접근전을 거는 게 아니라 지체방어(遅滞防衛, 발을 묶는 것에 주안점을 둔 전법)를 할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주군의 허가 없이 무기탄약을 반출한데다, 독단전횡(独断専行)으로 병사들을 끌고 나갔다.
본래는 처벌될 것은 확실하지만, 애초에 시즈코는 두 사람 중 한쪽을 노부타다의 진 방어로 돌릴 생각이었기에 온건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이거 참, 확실히 키묘 님의 진을 구원하러 가라고 '명했'지만, 둘 다 가라고 한 건 아닌데 말이에요"
"예? 아, 그렇습니까?"
멍한 표정으로 병사가 되물었다가, 사이조가 가볍게 노려보자 병사는 다급하게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명령이 잘못 전달된 걸까요? 이 폭풍우에서 키묘 님의 진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고 있었겠죠. 그렇다면, 그 틈을 노려 타케다가 병사를 파견할 가능성은 높아요. 뭐라 해도 대장의 목이 눈 앞에 있으니까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키묘 님의 진으로 가라고 명했던 거에요"
애초에 두 사람 다 사후승낙으로 용서받을 거라는 묘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동일 거라고 생각하자 시즈코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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