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2년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
128 1575년 9월 중순
정신없게 시즈코의 인사(挨拶回り)가 일단락되고 오와리(尾張)의 정세가 안정될 타이밍을 가늠하여 노부나가가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다.
명목상으로는 조정으로부터 전란(戦乱)의 진압(鎮圧) 명령을 받았다는 것으로 꾸미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우리(毛利)의 하리마(播磨) 침공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노부나가는, 오사카(大阪)에 사쿠마(佐久間), 탄파(丹波) 방면에 미츠히데(光秀), 하리마 방면에는 히데요시(秀吉)를, 각자가 지휘하는 방면군(方面軍)을 파견했다.
조정으로부터 윤지(綸旨)가 도착하는 것을 기다려 행군을 개시했으나, 즉시 진군할 수 있었던 점을 볼 때 사전에 주도면밀한 준비가 갖춰진 것은 명백했으며, 모우리 측의 대응이 늦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아키(安芸)의 동란(動乱)에 대해서는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고, 시코쿠(四国)의 움직임은 봉쇄되었어요. 응, 이거라면 의외로 빨리 결판이 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토우고쿠(東国)의 동향은 어떤 느낌인가요?"
"옛. 호죠(北条)가 타케다(武田)와 손을 잡으려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에스기(上杉) 가문 내의 호죠 파도 호응하듯 기세를 올려, 착실히 세력(手勢)을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우고쿠 정벌시에는 그쪽에도 주의를 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시즈코는 정보수집을 담당하고 있던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에게는 토우고쿠 정벌의 숨겨진 다른 목적, 즉 노부타다(信忠)에게 패배를 배우게 한다는 뜻을 전해 두었다.
이것은 모은 정보를 취사선택할 때, 무엇을 목표로 삼을지에 따라 정보의 중요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본래의 목적을 감추어서는 본래 필요로 했던 정보를 빠뜨릴 가능성이 있어 그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뒷사정을 들은 마사유키는 처음에는 동요했으나, 아무 질문도 없이 받아들이고는 철수에 주안점을 둔 보고를 올리게 되었다.
"우에스기 님이 견제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건 봉기(蜂起)할 준비가 갖춰진 걸까요? 주상(上様)이시라면 그걸 알고도 우에스기 님을 출진시켜 반란을 부추길지도 모르지만요……"
"그럴 가능성은 크겠지요. 이야기를 토우고쿠 정벌로 돌리겠습니다만, 키묘(奇妙) 님께서 주도하시는 타케다 가문과 영민에 대한 '이간공작(離間工作)'이 상상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타케다 가문 영토에서 농지를 포기하고 도망치는 백성들이 끊이지 않고, 이 악순환을 끊어낼 만한 힘이 지금의 타케다 가문에는 없습니다. 타케다 가문은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灯火)라고 할 지경입니다"
"으ー음, 자칫하면 이쪽이 손을 쓸 것도 없이 상대가 자멸하게 되는 게 문제려나요"
이 토우고쿠 정벌은, 노부타다에게 노부나가의 비호가 있는 동안에 패배를 배우게 하는 기회임과 동시에, 유사시에 본성을 드러내는 '내부 변절자(獅子身中の虫)'를 추려내는 것도 목적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효과적'으로 패할 필요가 있었다.
타케다 가문의 정세로서, 신겐(信玄)의 '서상작전(西上作戦)'에 의해 원래부터 적었던 식량의 비축을 토해내게 되어, 영민들은 극도의 긴축 상태(爪に火を点す)로 간신히 먹고살고 있었다.
그러한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츠요리(勝頼)는 타케다 가문의 내부의 장악을 우선시하여 군비에 자금을 썼기 때문에, 굶주린 영민들이 결속하여 대규모 잇키(一揆)로 발전하는 곳조차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 이외에도 불안요소가 있네요……"
"그리 말씀하심은?"
"키묘 님을 너무 단련시켰달까, 작전 입안 단계에서 우에스기 가문 내의 불온분자들의 동향이나, 타케다와 호죠에 더해 우에스기 가문의 반란분자들에게 포위당했을 경우까지 상정해서 준비하고 있는 구석이 있어요"
"세 개의 세력에 포위당해 버리면, 철수하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타케다 영지의 마을들에 식량이나 물자, 금품을 뿌리면서 철수한다는 지시서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과연, 상당히 효과적인 책략이군요"
호죠나 우에스기 가문의 반란분자들에게 있어 타케다 영지의 곤궁함 같은 건 파악할 방법이 없는 일이다. 오다 군이 남기고 간 물자가 있으면 당연한 권리로서 그것들을 회수할 것이다.
하지만, 기아(飢餓) 상태에 빠져 있는 영민들에게 있어, 일단 손에 들어온, 내일을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 그 자체가 된 물자를 빼앗으려 들면, 죽기살기의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현장은 혼란에 빠져, 추격을 보낼 상황이 아니게 될 테고, 호죠나 우에스기 가문으로서는 동맹자의 영민을 해쳤다고 추궁받게 된다.
일석이조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상당히 악랄한(いやらしい) 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누구에게 영향을 받은건지, 용의주도한데다 만만찮은 전법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마사유키에게는 비슷한 전법을 사용하는 인물에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이상, 그것을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의 분별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주상의 후계자라고 해야 하겠군요"
아군이 우수해서 곤란할 일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즈코였다. 노부타다는 기후(岐阜)로 거처를 옮긴 이래, 타고난 재능을 개화시켜 짦은 기간에 미노(美濃) 및 오와리를 장학하여 장족(長足)의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신변에야 직속(子飼い) 부하로 굳히고는 있지만, 그 이외에는 각 파벌로부터 밸런스 좋게 인재를 받아들이고, 주위의 의견도 잘 들으면서 엇나가지 않도록 지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세 방향의 정면 작전이 되면 철수하는 데 이의는 없겠지만, 좀 더 빠른 단계에서 철수를 지시했을 경우에 부하들이 따라 줄지가 문제려나요"
"아마도 패한 척을 하면서 유인당할테니, 승리에 기세가 붙은 패거리들이 명령을 무시할지도 모릅니다"
"뭐, 그 때는 버릴 수밖에 없죠. 총대장에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노부타다 자신은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는 아직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부하가 성장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단 궁지에 빠졌을 때, 노부타다의 지시에 목숨을 걸어줄 무장이 얼마나 있을지 시즈코는 걱정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서 일어난 '카네가사키 퇴각전(金ヶ崎の退のき口)'처럼, 따르지 않는 부하를 버리고 자신만이라도 철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의 노부타다다 어떤 행동에 나설지, 그의 성장 덕분에 예측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뭐, 무슨 속셈이었던 간에 그에게는 철수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후위(殿)를 맡죠.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입수해야죠"
"잘 알겠습니다"
어떻게 사태가 진행이 되던 나오던 시즈코가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가능한 한 보험을 들어두기로 했다.
5월은 전란(戦乱)의 분위기가 감도는 상태에서 바쁘게 지나갔지만, 장마가 시작됨과 동시에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다.
중부지방(中部地方) 전역에 걸쳐 예년보다도 강수량이 많았지만, 각지에 건설된 저수지(溜め池)를 활용하여 계획적인 수량 조절을 실시했기에, 고민거리였던 하천의 범람 등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
7월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고, 8월에 들어서자 쿄(京)에서는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불꽃놀이 대회의 소문으로 떠들썩했다.
사전에 널리 알려져, 천황(帝)이 임석(臨席)한다는 것도 맞물려서 노부나가의 권위를 천하에 드러내는 공전절후의 대 이벤트가 된다.
노부나가는 오다를 편드는 사람들은 물론, 명확하게 적대 자세를 보이는 혼간지(本願寺)나 모우리 가문, 사이카슈(雑賀衆)에조차 이 일대 사업에 초대해보였다.
귀중한 화약을 불꽃놀이라는 형태로 대량으로 소비하고도 여전히 오다 가문은 가렵지조차 않다는 것을 시위(示威)하는 것이 목적이긴 했으나, 너희들로는 적수조차 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명백한 도발이긴 했으나, 이 초대에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이 사이카슈였다.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것도 있어, 철저 항전파조차 반목(確執)을 일단 접어두고, 장사할 거리(商材)를 가지고 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곤궁한 것에는, 노부나가가 시코쿠에 만들게 한 항구의 존재가 크게 관여하고 있다.
홀수선이 얕아 외양(外洋)에 나가지 못하는 일본 배(和船)에게, 큐슈(九州) 방면과의 교역을 생각할 경우 토사(土佐)에 출현한 거대한 항만도시의 존재는 매력적이었다.
충실한 항만 설비와 반대로, 저렴한 항만 이용료나 오와리로부터 차출된 숙련된 하역부(荷役夫)들의 일솜씨는 화주(荷主)들을 크게 만족시켰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을 무라카미(村上) 수군(水軍)에 지불하고 세토(瀬戸) 내해(内海)를 항행하기보다 멀리 돌아가게 되는 토사 경유의 항로를 선택할 정도로.
"이익보다도 반석같은 거점을 구축하는 것을 우선시하라"
항만도시에서 날마다 들어오는 막대한 이익은, 노부나가의 명령 한 마디에 의해 항만도시로 재투자될 것이 결정되었다.
본래라면 항만도시 정비를 위해 가져온 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고 싶지만, 일부러 연기했다.
얼핏 보면 무모하게도 보이는 자금 운용이지만,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로부터의 외양선(外洋船)까지 받아들여 그 수익은 착실하게 늘어가고 있었다.
"요란하게 선전했기 때문인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었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장사 기회가 생겨난다. 장사 기회가 있으면 어디에서라도 모여드는 것이 상인이다. 그리고 상인들은 먼 땅(遠地)의 얻기 힘든 정보도 가지고 온다.
시즈코는 마사유키 휘하의 간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여, 지방의 상인들로부터 정보를 모으도록 명했다.
그렇다는 해도, 외부의 상인들의 신용을 얻으려면 그들과 가까워져야 하기에(彼らの懐に飛び込まねばならず), 간자들이 상인들과 술을 마시고 다니는 광경을 쿄의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임무에 따른 이득(役得, ※역주: 임무나 의뢰 등을 수행하면서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이득)이긴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한은 다소 느슨해지더라도 잔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푹푹 찌네요. 바람이 불지 않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열기가 굉장한 탓일까요?"
"쿄의 여름은 원래 이렇다"
아시미츠(足満)의 쓴웃음 섞인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든 부채를 부쳐도, 향목(香木)의 방향(芳香)과 함께 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한 미지근한 바람이 일어나기만 했다.
본래 시즈코가 체재하고 있어야 할 쿄 저택에는 이것저것 더위 대책이 취해져 있었다. 그러나, 현재 그녀의 쿄 저택은 노부나가와 사키히사(前久)에게 점거되어버렸다.
엄청나게 높으신 분들(雲上人, ※역주: 사전에는 궁중 사람이나 궁중에 출입하는 귀족이라고 되어 있으나 일부러 의역) 두 분 상대만으로도 고생을 강요받고 있는데, 거기에 시즈코까지 체재해서는 고용인(家人)들이 안심할 틈이 없을거라고 생각해서 시즈코는 최저한의 수행원만을 데리고 여관(旅籠)에 묵고 있었다.
"뭐, 어전 불꽃놀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이 더위에 견딜 수밖에 없겠네요. 사진(写真) 기술의 실용화의 전망이 섰으니 얼른 오와리로 돌아가고 싶은게 본심이지만요"
"유리 건판(乾板)의 품질이 안정되기 시작했으니 말이지. 습판(湿板)에 비해 응답성(応答性)이 높으니, 실제 시험에서 문제가 없으면 본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겠지. 문화의 보호는 말할 것도 없고, 천문학이나 지리학, 의학에 군사 등, 그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성능이 안정되지 않았던 유리 건판이었으나, 유리판에 도포하는 사진유액(写真乳剤, 감광재료(感光材料))의 원료를 재검토하여 실용화가 가능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질산은(硝酸銀) 등 필수 약품은 여전히 고가였으며, 디지털 카메라 같은 사용법은 바랄 수도 없지만, 한 장의 사진에 성인 여러 명이 한 달은 먹고살 수 있는 돈이 날아간다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
재료에 관해서는 기술이 확립되면 공업적인 생산과 함께 추가적인 코스트 다운을 기대할 수 있다.
건판 자체는 보관에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밀폐된 상자에 넣어두기만 하면 원하는 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실용시험의 결과에 달렸지만, 토우고쿠 정벌에도 쓸 수 있겠네요. 중량이 나가는데다 깨지는 물건이니 많이는 가져갈 수 없지만…… 톱밥이라도 넣어서 운반할까요?"
"카이(甲斐)는 오와리만큼 도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다. 행군중에는 길 아닌 길을 가는 경우도 있겠지. 완충재를 넣어도 주의해서 운반해야 할 거다"
"치중대(輜重隊)에 전용 짐수레를 끌게 할까요. 그건 그렇고 덥네요…… 얼른 어전 불꽃놀이 대회가 시작되었으면 좋겠어요"
익을 듯 푹푹 찌는 더위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불평했다.
시즈코가 익숙하지 않은 쿄의 더위에 진절머리 내기를 며칠, 간신히 천황이나 주요 공가(公家) 들과 노부나가의 일정 조정이 끝나, 어전 불꽃놀이 대회가 개최되게 되었다.
발사 장소는 현대에서는 바랄 수도 없는 카모가와(鴨川) 하천 부지(河川敷)로, 카모가와의 양 기슭에 구경꾼들이 대거 몰려와 지켜보는 가운데, 불꽃놀이 기술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드디어 이 날이 왔다. 천자(天子) 님께서 임석하시는 전대미문의 행사다. 화약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녀석들을 위해서도, 우리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쿄 녀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자! 기합을 넣어라!!"
"""옛(応)!"""
두령(頭領)의 호령(発破)에 답하여 기술자들이 기염을 토했다. 낮은 위치에 있는 강바닥(川底)에서 양쪽 기슭을 올려다보면 새까맣게 모인 인파들이 밀어닥치는 듯 했지만, 기술자들에게 주눅들은 기색은 없었다.
경비 문제도 있어 기술자들에게 보이는 위치에 천황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강변의 떠들썩함(喧噪)에서 떨어진 조용한 저택에서 천황이나 사키히사를 포함하는 고노에 파(近衛派)의 공가들, 관위(官位)를 가진 노부나가의 관계자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택 일대는 통행금지(人払い)가 되어 있고, 거기에 주위를 둘러싸듯이 노부나가의 병사들이 경비하고 있었다. 쥐새끼 한마리도 놓치지 않는 엄중한 경비였으나, 고양이라면 다른 곳도 아닌 천황의 무릎 위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있었다.
"어전에 내놓을 요리를 맡는 건 대단한 영광이지만……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네"
천황이나 공가들을 포함하여, 노부나가의 관계자 등 귀빈들에게 식사를 낼 요리인으로서 고로(五郎)가 발탁되어 버렸다.
그는 쿄에서 요리의 수행을 쌓다가 인연이 닿아 오와리로 흘러들러가서 노부나가나 노히메(濃姫)의 요리사를 맡아온 인물이다.
전통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자세를 노부나가가 보증하고, 천황이 그것을 인정했기에 실현된 인사(人事)였다.
고로에게는 승전(昇殿)이 허락되는 종5위하(従五位下)가 내려졌고, 대임을 멋지게 수행할 경우 대선직(大膳職, 천황 이외의 신하에 대해 요리(饗膳)를 내는 관청)의 관직이 주어지게 된다.
"투덜거려도 소용없겠지. 뭐, 실패하면 배를 가르게 될 뿐이니까"
고로의 보좌는 시로(四郎)가 하고 있었다. 정체(出自)가 수상한 시로가 주방에 서 있는 것도, 노부나가가 신원을 보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실패는 노부나가의 추태(失態)로 이어진다는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기도 했다.
참고로 시로는, 고로와 의기투합한 이래로 종종 그의 요리를 돕게 되었고, 요리의 온도를 꿰뚫어보는 천성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판명되어, 지금은 고로의 보좌를 맡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아직 만들어보지 못한 음식(献立)이 산처럼 많다고. 그렇게 쉽게 죽을 순 없어!"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자, 오늘의 요리는 완전히 똑같은 음식을, 소금간만 바꿔서 두 종류 준비할 거야. 평소에 몸을 움직이지 않는 공가님들은 옅은 맛으로, 주상을 필두로 하는 무가 사람들에게는 진하게 간을 해서 제공한다"
"그래서 주방을 두 개 전세낸건가. 밑준비는 고용인들에게 맡길 수 있지만, 맛을 결정하는 단계가 되면 고로가 솜씨를 보일 수밖에 없겠지"
"조리 순서를 조정하고 있으니, 순서대로 돌리기만 하면 요리는 완성돼. 문제는 몇 번이나 간을 보다 보면 혀가 둔해진다는 거지. 시로의 눈썰미를 믿고 있다네, 동지(相棒)!"
"책임이 막중하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각오를 굳힐 수밖에 없겠지"
천황이라는 귀인의 정점에 위치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권력을 이용하여 산해진미를 모으게 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답게, 그릇까지 일급품을 준비하는 철저함이었다.
어중간한 요리로는 그릇에 져버리기 때문에, 요리장인 고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틈이 없었다.
전쟁터 같은 상황인 주방을 뛰어다니며 어찌어찌 모든 요리가 운반되어 나갔을 무렵에는 두 사람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자,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어. 남은 건 심판을 기다릴 뿐인데, 실패했을 때는 함께 처벌받게 되어버리겠지. 미안해 시로"
"신경쓰지 마.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너와는 오랫동안 사귄 막역한 친구라고도 할 수 있을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런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도 하나의 재미지"
고로의 사과를 시로는 가볍게 흘렸다. 귀족들에게는 소재의 맛을 활용한 섬세한 간을 하고, 무인들에게는 펀치력이 있는 강한 간을 했다.
도저히 소금간을 할 수 없는 요리에는, 얼레짓가루(片栗粉)로 끈기를 주어 맛을 오래 남기는 수법을 써서 해결했다.
(주사위는 던져져 버렸다…… 이젠 될 대로 돼라(野となれ山となれ), 다)
사람 기척이 뚝 끊긴 주방의 땅바닥에 등을 맞대고 주저앉아, 어느 틈에 두 사람은 수마(睡魔)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들 혼신의 요리가 쿄의 귀인들에게 예상 이상의 호평과 함께 받아들여져서 두 사람 모두 기겁하게 되는 것은, 어전 불꽃놀이 대회가 끝나버린 후의 일이 된다.
어전 불꽃놀이 대회는, 호르륵호르륵 하고 피리소리 비슷한 소리가 난 후, 밤하늘에 작은 꽃잎이 피는 것을 신호로 시작되었다.
전기식의 연속착화장치 같은 건 있을 리도 없기에, 나름의 간격을 두고 밤하늘에 그려지는 빛의 꽃들.
뱃속에 울리는 듯한 포성과, 아득한 상공에서 작렬하는 파열음. 그리고 밤하늘을 캔버스삼아 흐르는 인공의 유성들.
강물이 흐르는 소리와, 풀밭에서 삶을 구가하는 벌레소리. 감도는 화약연기 냄새와 별이 떨어지는 듯한 연소음(燃焼音).
모두가 체험한 적이 없는 흥분에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도화선의 길이를 조정하여 동심원 형태로 발사통을 배치하는 것에 의해 실현된, 로켓 불꽃(打ち上げ花火) 16연발은, 쿄의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강변(河原)에서 떨어져있기는 하나, 밤하늘에 퍼져가는 꿈결같은 광경과,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요리를 맛보며 천황은 물론이고 공가들도 꿈꾸는 듯한 느낌을 맛보았다.
이리하여 어전 불꽃놀이 대회는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쿄의 사람들은 불꽃놀이에 열광하였으며, 어전 불꽃놀이 대회를 연 노부나가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았다.
이 결과를 안 노부나가는 혼자서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모두가 혈안이 되어 전쟁을 위해 모으고 있는 화약을, 여흥을 위해 성대하게 소비해보이는 것으로, 문화인(文化人)들에게는 노부나가라는 인물이 거칠기만 한 무사(猪武者)가 아님을 드러냈다.
그 한편, 노부나가에게 적대하고 있는 무장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상에서 하늘높이 쏘아올려져 커다란 꽃을 피운 불꽃놀이였으나, 그게 밤하늘이 아니라 자신들의 거성(居城)에서 작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단지 여흥을 위해서 그만큼 소비되었는데, 얼마만한 양을 퍼부어올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화살과 창으로 전쟁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싫어도 납득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불꽃놀이 대회, 실로 수고하였다. 그대에게 쿄에서의 불꽃놀이 대회를 개최할 칙허(勅許)를 내리노라"
노부나가는 천황으로부터 어가상(御嘉賞,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독점적으로 불꽃놀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리는 받아, 이후 여름의 풍물시(風物詩)로서 불꽃놀이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 반 노부나가의 급선봉인 혼간지는, 불꽃놀이의 포화에 간담이 서늘해지기는 했으나, 한 번의 불꽃놀이 대회에서 사용된 화약의 양을 알게 되자 "이걸로 당분간 노부나가가 전쟁을 벌이지는 않겠지"라고 안도하고 있었다.
어전 불꽃놀이 대회로부터 몇 주일이 경과하여, 가을이 깊어짐과 함께 각지에서는 작물의 수확 시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영주가 직접 주도하여 농업개혁에 나선 것도 있어, 농업지도를 받은 에치젠(越前)이나 오우미(近江)에서는 현저하게 수확량이 증가되어 있었다.
특히 전쟁 피해(戦災)로부터의 복구에 힘을 쏟고 있는 에치젠에서는, 전에 없던 수확량과 극심한 기온(寒暖) 차이가 낳은 예상 이상의 음식맛(食味)에 들끓고 있었다.
한편, 오와리-미노는 안정된 고수확을 보이고 있었다. 남는 쌀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그것이 타국으로 전매되어 유통, 되어야 했다.
"남는 쌀을 비싸게 사들이겠다. 원하는 사람은 말하라"
이것에 노부타다가 제동을 걸었다.
위와 같은 통고를 각 농촌에 보내고, 농민들도 노회한(海千山千) 상인들과 교섭하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하여, 전량을 매입할 것을 약속해준 노부타다의 매입에 응했다.
그 결과, 방대한 양의 쌀이 노부타다에게 모여들었다.
그 양은 근년에 소문이 돌고 있는 토우고쿠 정벌을 시야에 넣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분량이어서, 그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던 적국의 간자들은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약간 수상함이 감돌 무렵, '에치고(越後)의 용(龍)', 즉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5천의 병력을 이끌고 상락(上洛)을 개시했다.
명목으로서는 노토 국(能登国)을 지배하에 둔 것에 대한 보고 및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전의 상락 이후로 끊겼던 천황에 대한 인사차 가는 것이라고 했다.
켄신의 행동 자체에는 아무런 수상한 점은 없지만,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켄신이 이 시기에 상락하게 되자, 주변의 여러 진영들은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런 주위의 속셈과 무관하게, 노부나가의 직속 부대(手勢)와 합류하여 켄신은 무사히 상락을 마쳤다. 선언한 대로 천황에 대한 인사와 보고를 끝내고, 이어서 교우가 있는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의 저택을 방문했다.
그 후, 사키히사와 함께 아즈치(安土)로 가서 노부나가와 회담을 가졌다.
"……그래서, 어째서 마지막은 우리 집인데?"
시즈코는 덮져온 재난에 자기도 모르게 불평했다. 켄신은 사키히사를 동석시켜 노부나가와 비밀 회담을 가진 후, 노부타다와 인사(顔つなぎ)를 하기 위해 기후 성(岐阜城)으로 향했다.
여기까지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의문을 품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기후 성을 방문한 후, 노부나가까지 동행하여 시즈코 저택으로 밀고 들어오는 이유(道理)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여기가 불타면 일본의 세력구도가 일거에 뒤바뀌어버리지 않을까?"
"불길한 말씀을 하지 마시고, 주상과 고노에 님의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응, 항상 갑작스러워서 미안하지만, 뒤쪽(裏方)의 지휘를 부탁해"
아야의 변함없이 냉정한 지적을 받고 제정신이 든 시즈코는, 한숨을 삼키면서 자신의 주인인 노부나가에게 인삿말을 늘어놓았다.
"주상께서도 편안하신 듯 하여……"
"딱딱한 인사는 필요없다. 마음에도 없는 겉치렛말을 하지 않아도 네 얼굴에 본심이 쓰여 있느니라. 갑작스럽게 밀고들어와서 민폐라고 말이다"
"아신다면, 하다못해 사전 연락이라도……"
그렇게 시즈코가 말을 마치기 전에, 노부나가의 수도(手刀)가 그녀의 머리에 작렬했다. 충격을 남김없이 전달했을 때 특유의 둔중한 소리가 나며,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직한 것은 미덕이다만, 때로는 겉치레(建前)도 중요하느니라"
"아파요…… 하지만, 정말 무슨 용무이신가요? 지금 이 시기에 주상께서 아즈치를 떠나실 정도로 화급한 안건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오다 가문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오다 가문 1강(強)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위협으로 거론되는 것은 혼간지였으나, 이미 그 경제력도 군사력도 오다 가문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모우리의 견제로 사이고쿠(西国)에 수하를 파견하고, 토우고쿠의 동향은 노부타다에게 맡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양쪽의 보고를 받아야 하는 노부나가가 거점인 아즈치 성을 비워도 괜찮은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것조차 무시하고 노부나가 자신이 왔으니, 예상 외의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가 걱정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작년에는 첫 수확제(初穂祭)를 구실로, 꽤나 맛있는 것을 먹었다고 하더구나"
"……혹시 가을의 미각 축제(味覚祭り) 말씀이신가요?"
시즈코가 말하는 '가을의 미각 축제'란, 시즈코의 영지에서는 항례(恒例)가 되어 있는 행사를 가리킨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시즈코가 큰 돈을 가지고 성시(城下街)를 방문하여, 여기저기서 다양한 식재료를 사들여서 신작 요리를 선보이는 일련의 이벤트이다.
만들어진 요리는 각지의 첫 수확제에서도 뿌려지고, 후일 조리법도 공개된다. 누구에게도 입막음 같은 것은 하지 않았기에, 돌고 돌아 노부나가에게 전해졌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내가 부자유스러움을 참고 있을 때, 너희들만 맛있는 것을 독점하다니 배짱 한 번 좋구나. 네 주인이 누군지 다시 한 번 확실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아즈치로 거처를 옮긴 후에 생활에 불만이 쌓여 있던 걸까)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리(堀)에게 확인해보자고 마음 속으로 정한 후, 시즈코가 직접 노부나가를 자리로 안내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성(小姓)을 붙일 계산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요리는 기대하고 있다. 그 후에, 네 양자도 만나보고 싶다. 절차는 맡기지"
어깨를 두드린 것은 노부타다였다. 그는 자신의 용건만을 말하고 웃으면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앗 하는 사이의 사건이라, 시즈코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런가. 주상께서 오신다면, 그가 동행하는 것도 당연하네"
노부나가에 노부타나, 사키히사에 켄신 등, 하나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호화스러운 면면이었다.
아까의 농담이 아니라도, 이 자리를 습격할 수 있다면 단번에 천하를 눈앞에 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혼노지 사변(本能寺の変)처럼 부하들이 소수라면 모를까, 이곳은 시즈코의 앞마당이다.
시즈코 직할의 군에 더해, 노부나가나 노부타다의 신변을 경호하는 정병들 외에, 켄신이 끌고온 에치고 군까지 있다.
애초에 시즈코가 쳐놓은 경비망에 걸리지 않고 여기까지 군대를 진군시킬 수 있고 게다가 이 포진을 돌파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면 벌써 천하를 손에 넣었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 우에스기 님에게는 의사의 진찰을 받게 해 줘요. 결과에 따라서는 소량의 음주라면 허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옛, 알겠습니다"
켄신은 시즈코에게 금주를 맹세했지만,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소량의 음주를 허가해도 괜찮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모처럼의 연회석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도 멋대가리 없으니 말야. 남은 건 도쿠가와(徳川) 님인데…… 이 멤버에 놀라시지 않을까?)
당초에 '가을의 미각 축제'의 내빈(来賓)은 이에야스(家康) 뿐일 예정이었다. 부쿄(奉行) 취임(就任)의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미각 축제의 이야기가 나오자 꼭 참가하고 싶다는 부탁을 받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즈코의 손님맞이 준비로서는 이에야스와 그의 가신들 외에, 시즈코와 그녀의 직속 신하들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정 외의 인물이 네 명이나 더해져버린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켄신이 이 행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노부나가와 노부타다는 당연히 알고 있었을테고, 사키히사는 그들의 꿍꿍이에 재미있어하며 끼어든 것이리라.
"식재료가 충분하려나?"
돈을 아낌없이 들여 대량으로 사들였지만, 단숨에 늘어난 초대객 때문에 식재료의 수배가 불안해진 시즈코였다.
노부나가가 도착한 후 약간 늦게 이에야스도 시즈코 저택에 도착했다.
시즈코로부터 예정 외의 손님에 대해 듣고는 약간 놀란 모습이었으나, 과연 역전의 노장(古強者). 즉각 머릿속을 비우고는 다른 초대객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뭔가 굉장한 일이 되어버렸구만"
몸종(小間使い)들 뿐만 아니라 소성들까지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케이지(慶次)와 나가요시(長可)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았다.
잘 알고 지내는 동료들끼리의 거리낌없는(無礼講) 자리에서 상황이 일변하여 상당한 예의범절이 요구되는 연회석으로 변해 있었다.
평소에는 조리장(調理場)에 숨어들어 술안주를 슬쩍했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키지 않았다.
"모처럼의 축제였는데 말야"
"그렇군. 나는 영감님이 있는 곳으로라도 도망칠까. 딱딱한 연회석 따윈 절대 사양이야"
"적당한 술통을 슬쩍할까"
처음부터 상사(上司)가 자리하는 딱딱한 연회석이라고 알고 있었다면 참을 수도 있지만, 직전에 물을 뒤집어써서는 흥이 깨진다.
그래서 상사의 접대는 시즈코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자신들끼리 조용히 가을의 은혜(恵み)를 즐길 속셈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있었나"
어떻게 안주를 조달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등 뒤에서 사이조(才蔵)가 말을 걸어왔다.
좋지 않은 인물에게 들켜 버렸다고, 두 사람은 시선으로 서로 확인했다.
"나는 참가하지 않겠어"
"마찬가지"
"이놈들아…… 마음은 알겠지만 시즈코 님의 체면도 있다. 참아라"
두 사람의 태도에 사이조는 한숨을 쉬었다.
"무리무리. 겉모습만 꾸며봐야 마각이 드러날 뿐이야. 억지로 참가했는데 시즛치의 체면까지 구겼다고 하면, 아무리 나라도 고개를 들 수 없다고"
"하아…… 하여간. 시즈코 님이 말씀하신 대로군"
"응? 시즛치가 뭔가 말했나"
"그래, 의례적인 자리가 되었으니 네놈들은 확실히 도망칠 테니까, 못본 척 해주라고 하셨다. 하다못해 시즈코 님의 마음 씀씀이라도 전하려고 말을 건 거다"
"역시, 시즛치는 말이 통한다니까. 주인의 마음 씀씀이를 감사히 생각하며 나는 참가하지 않겠어"
의리가 강한(義理堅い) 케이지 치고는 묘하게 완강한 태도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이조는 물러서기로 했다.
"별채(離れ)에 술과 요리를 보내겠으니, 마찬가지로 도망치고 싶은 녀석과 먹고 마셔라, 고 하셨다"
"준비성이 좋구만"
"네놈들의 방식을 존중해주시는 시즈코 님께 감사하면서 먹어라. 소생은 시즈코 님을 그 자리에 혼자 둘 수 없으니 말이다"
가볍게 손을 휘두르며 사이조는 그 자리를 떠났다. 손해보는 성격이구만이라고 생각하면서 케이지는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나가요시도 뒤를 따랐다.
"그럼, 잔소리 심한 녀석들에게 들키기 전에 얼른 별채로 도망칠까"
"그렇군"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인파에 섞여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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