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2년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
126 1575년 5월 중순
오와리 팀(尾張勢)과 에치고 팀(越後勢)으로 나뉜 씨름대회(相撲大会)는, 근소한 차이로 에치고 팀이 승리한 모양이었다.
모양이었다라고 하는 건, 시합 후에 승패에 관계없이 연회로 몰려가서 관계자 전원이 엉망으로 취한 결과, 모두의 기억이 애매해져서 아마도 에치고 팀이 이겼던 게 아닐까라는 것밖에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회에서 다 소비하지 못한 술은 승자의 권리로서 에치고 팀에게 넘겨져, 오와리의 명물로서 고향에 보내거나, 동료끼리 모여서 주연을 열거나, 개인이 달구경(月見酒)이라는 멋을 내거나 하는 등 각양갹색으로 소비되었다.
"부추겼다고는 해도, 술창고 한 채 분량이 사라졌다는 건 역시 굉장하네"
시원하게 비워진 창고 안쪽을 보면서 시즈코는 감개가 깊은 듯 중얼거렸다. 맡긴 열쇠를 반납받았기에, 확인이나 청고를 위해 창고 문을 열었는데, 상량(棟上げ)했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텅텅 빈 창고 안을 보게 되었다.
아마도 에치고 팀 사람들이 감사의 표시로서 청소를 한 것이리라. 광이 나는 기둥이나 먼지 한 톨 떨어져있지 않은 바닥을 보니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시즈코는 다시 창고에 자물쇠를 채우고 쇼우(蕭)에게 창고 열쇠를 맡겼다. 재삼 쇼우에게 창고 상황을 확인한 후, 새로운 술들을 운반해넣도록 명했다.
"시즈코 님, 아무리 동맹을 맺은 에치고 사람들이라고는 하나, 아무래도 너무 멋대로 하게 두시는게 아닌가요?"
집무실로 돌아오자, 서류 정리를 해주고 있던 아야(彩)가 한 마리 쓴소리를 했다. 카게카츠(景勝)들의 신분은, 켄신(謙信)이 노부나가의 신하가 된 증거이며, 나쁘게 말하면 모반에 대비한 인질이다.
함부로 다루어도 되는 건 아니지만, 손님처럼 대접할 것도 아니지 않을까 하고 아야는 생각하고 있었다.
"인질 생활이라는 건 의외로 마음 편할 날이 없거든. 가끔은 기분전환도 중요해. 아직 우에스기(上杉)의 후계(家督)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그들과 우의를 맺어두는 건 의미가 있고 말야"
"그렇다고는 해도 한도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케이지(慶次) 님이 함께 있다고는 하나, 요로쿠(与六) 님이 이틀이나 연락이 끊겼습니다. 다행히 윤락가(花街)의 유곽(遊郭)에 계속 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한 발자국만 잘못되면 외교 문제도 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만?"
"아ー…… 그건, 아무래도 곤란하네"
케이지가 카네츠구를 데리고 이른 아침부터 외출하고는 그대로 이틀간 소식이 없어서, 하마터면 도로를 봉쇄하고 수색대를 파견하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을 떠올렸다.
하루 정도라면 아침에 돌아오는(朝帰り) 범주이며 딱히 문제시하지 않았지만, 전혀 연락이 없는 상태로 이틀째가 되면 그럴 수도 없다.
아무리 케이지라고 해도 사람임에는 틀림없으니, 허를 찔리면 실패할(不覚を取る) 수도 있다. 그럴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케이지가 죽음을 당하고 우에스기로부터의 인질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모두가 초조해하면서 결단의 때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틀째의 저녁 시간에 두 사람이 홀연히 돌아왔다. 당장 추궁하자, 두 사람 다 '서로 상대방이 연락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꼴이었다.
아무래도 문책이 없을 수는 없어서, 두 사람 다 반년 동안의 밤놀이(夜遊び) 금지에 처했다는 결말이었다.
"뭐, 뭐어, 이것도 전략의 하나야. 이렇게까지 인질에 대해 자유를 주고 정중하게 대우하면, 에치고(越後)에서 정변(政変)이 일어나더라도 오다 가문에 대해 의리를 저버리기 힘들게 될 테니……"
"거기까지 생각하신 겁니까. 저는 시즈코 님께서 인질을 관리하는 것이 귀찮으셔서 방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경솔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얕은 헤아림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아니, 그렇게 긴장하지 마. 그러네, 아야 짱 말대로, 조일 부분은 조이고 있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네. 하지만, 지금은 미묘한 시기니까 당분간은 현상 유지로 부탁해"
마음 속을 읽히고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정중하게(殊勝に)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눈을 반쯤 뜨고 있는 모습에서 본심이 엿보였다. 시즈코로서는 케이지라면 문제없다고 신뢰하여 맡겼기에,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책임을 질 각오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케이지가 마음을 허용하는 상대가 자신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가능성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즈코 님, 타키카와(滝川) 님과 니와(丹羽) 님이 함께 오셨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응? 사전 연락은 없었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알았어, 바로 갈게"
시즈코가 아야의 시선을 받으며 거북한 느낌을 받고 있을 때, 소성(小姓)이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마침 잘됐다고 생각하며 아야의 추궁을 피해 그쪽의 대처를 하기로 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응접실로 들어가며 시즈코는 두 사람으 기다리게 한 것을 사과하고, 상좌(上座)가 아니라 두 사람을 마주보고 앉았다.
"이쪽이야말로,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타키카와와 니와도 무례한 내방을 사과하며 시즈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저와 이쪽의 니와 님 모두 시즈코 님께 알려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우선 저부터"
각자 인사를 마쳤을 때 타키카와가 솔선해서 입을 열었다.
"앞서 주상께 토우고쿠(東国) 정벌에 참가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싸움 준비를 갖출 것인데, 우선 참전(参陣)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날짜에 여유가 없기에 좀 정신없는 인사가 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급작스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즉시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타키카와 님의 조력이 있어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토우고쿠 정벌군의 편성에 있어,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가 이끄는 타키카와 군도 마찬가지로 막하(幕下)에 편입되었다. 하리마(播磨)나 모우리(毛利) 가문 등 사이고쿠(西国)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는 군에는 히데요시(秀吉)와 미츠히데(光秀)가, 호쿠리쿠(北陸)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시바타(柴田)를 필두로, 삿사(佐々)와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담당한다.
즉, 토우고쿠 정벌의 진용은 노부타다(信忠)를 필두로 시즈코와 타키카와가 양익(両翼)을 떠받치는 형태가 된다. 또, 동행하고 있는 니와의 경우, 아즈치 성(安土城) 축성(普請)의 최고 책임자이기도 하기에, 일련의 군사행동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시즈코 군 중 실전부대 이외에는 각 방면군에 병참 담당으로 임대되어 있기에, 오다 가문 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영항력을 미치는 장수로서 인식되고 있었다.
지금은 원활한 군사 운용은 물론이고, 물류나 토목공사 같은 대규모 사업은 미리 시즈코와 상의를 해 두었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에, 후다이(譜代)의 중신들이라도 시즈코에 대한 인사를 빼먹을 수는 없게 되었다.
"제 용건은 아즈치 성 축성에 대한 상담입니다. 앞서 낙뢰(落雷)에 의한 산불 때문에 노송나무 목재(檜材)의 제재소가 불타버려, 예정했던 재목 조달의 전망이 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정말 죄송스럽지만, 시즈코 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노송나무 목재를 이쪽으로 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시즈코가 보유하고 있는 노송나무 목재란, 타나카미 산(田上山)에서 산출되는 노송나무를 말한다.
비와 호(琵琶湖)의 수해를 억제하기 위해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청하여 타나카미 산의 벌채를 돌아가며 순번제(輪番制)로 하는 계획성(計画性) 임업(林業)으로 변경한 것이 발단이 되어, 오우미(近江) 일원의 노송나무 목재 공급을 전담하게 되었다.
시즈코로서는 유통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양을 시장에 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긴급하고 대량의 재목이 필요하게 된 경우, 그것을 융통할 수 있는 것은 시즈코를 제외하면 달리 없었다.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재가 끝난 것으로 괜찮으시다면 상당한 양의 비축이 있습니다. 다만, 타마기리(玉切り, 일정한 길이로 절단하는 것) 후의 통나무(丸太材)라면 그렇게 많이 준비할 수는 없습니다"
시즈코는 소성에게 명령해 재목의 비축 자료를 가져오게 하여 서류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목재라는 것은 산에서 잘라내어 바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조시키거나 잿물을 빼거나(灰汁出し) 하는 등, 판자나 목재로 가공하기 전의 단계에도 손이 많이 간다. 일정한 규격으로 제재한 후에도 건조를 시키지 않으면 수분이 빠지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변형되기 떄문에 쓸 수 없게 된다.
갑자기 요청을 받고 즉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아무래도 재목의 총 책임자(元締め)인 만큼 충분한 양의 비축이 준비되어 있었다.
"쿠로쿠와슈(黒鍬衆)나 도편수(棟梁)들의 예상으로는 이 정도의 자재가 있으면 충분할 거라는 서류를 받아 왔습니다"
니와가 품 속에서 꺼낸 서류를 소성이 받아서 시즈코에게 건넸다. 건축에 관해서는 시즈코가 이전에 MKS 단위계로 기준을 정했기에, 전문가가 아닌 니와는 대략적인 어림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는 자료였지만, 시즈코는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규격의 목재라면 충분히 융통해드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나중에 정식 인도서를 작성하여 니와 님께 전달해 드리지요"
"옛!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용건은 일찌감치 끝나 버렸다. 자신의 용무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는 것은 지나치게 실례이기에, 두 사람은 시즈코와 근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의 토우고쿠 정벌에서야말로 큰 공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멀리 떨어진 땅(飛び地)인 토우고쿠의 영지를 하사받더라도 처치곤란인 것이 난점이군요"
"현재로서는, 토우고쿠는 미노(美濃)와 오와리(尾張)에 사람, 물자, 돈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키묘(奇妙) 님의 토우고쿠 정벌이 성공했을 때에는 호죠(北条) 영토인 사가미(相模) 쯤까지 번영시킬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군요"
"그렇습니다! 쿄(京)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僻地)라고 생각해서인지, 가신들도 좋은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지금의 오와리처럼 번영할 거라 생각하면 모두를 독려할 수 있겠습니다만"
"쿄라고 하시면,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작년, 주상께서 중지하신 납량(納涼) 어전(御前) 불꽃놀이 대회(花火大会). 올해야말로 반드시 여시겠다고 기세가 대단하시더군요. 준비에 시간을 들인 만큼 성대하게 하시겠다고 하시니, 이래저래 전대미문의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아ー, 저도 얼핏 들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공가(公家)의 일파가 방해를 꾀했다던가요…… 제 귀에 들어왔다는 것은, 당연히 주상께서도 알고 계실테고, 주상의 분노를 산 그들의 거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저라 해도 쿄에서 쫓겨났겠지요. 잘못하면 목이 붙어있을지 어떨지…… 날씨나 폐하(帝)의 건강이라는 이유라면 몰라도, 권모술수의 고식(姑息)적인 수작이라면 주상께서 용서하실 리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겠지요. 사람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울 수는 없는 법, 어째서 자신들만은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사견(私見)입니다만, 그러한 계략(謀)을 좋아하는 패거리들은 자신들만은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근거없이 믿고 있는 것이겠죠. 자신을 지혜롭다고 착각한 어리석은 자들의 숫자만큼 많은 것도 없겠지요"
"환담하시는 중에 실례합니다"
쿄의 소문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입구 저편에서 소성이 시즈코를 불렀다.
"시즈코 님, 아케치(明智) 님께서 오셨습니다"
"오늘은 갑작스런 손님들이 많으시군요. 유감이지만, 지금은 두 분과 협의를 하는 중이므로, 잠시 기다리시거나, 날을 잡아 이쪽에서 찾아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미츠히데의 이름을 듣고 니와, 타키카와 두 명이 노골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중립을 표방하는 시즈코로서는 모르는 척 하고 소성에게 명령했다.
미츠히데가 미움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카가(加賀) 일향종(一向衆, ※역주: 一向宗을 잘못 쓴 듯)을 공격할 때 사전 상의 없이 미끼 역할을 떠맡게 된 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는 대인배들 뿐이라면 아무도 고생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대국적으로 보면 미츠히데가 기세를 꺾어놓은 덕분에 전국(戦局)을 시종 유리하게 진행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해도, 심정적인 응어리는 어쩔 수 없다.
"저희들의 경우를 모른 척 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만, 이런 급작스런 내방이라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까?"
"주상이시라면 사전 연락을 하고 오시는 쪽이 드뭅니다만, 다른 분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타키카와의 질문에 시즈코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당시의 유력자에 대한 내방은, 사전에 사키부레(先触れ)라고 하는 사자(使者)를 보내어 예정과 용건을 미리 전달한 후 일정을 조정하고 날짜를 잡아 방문하는 것이 예의였다.
노부나가처럼 상대의 상황도 확인하지 않고 직접 본인이 온다는 건, 화급한 용건이라고 해도 말도 안 된다.
예정이 꼬이니까 사전에 연락을 달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노부나가가 태도를 바꿀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거듭 죄송합니다. 시즈코 님의 말씀을 전달했습니다만, 그…… 시코쿠(四国)의 일로 화급한 용건이시라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곤란하네요"
소성이 말을 흐리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미츠히데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헤아렸다.
(어쩌지)
시코쿠의 일로 긴급하다고 하면, 노부나가와의 중개 역할을 담당한 시즈코로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먼저 찾아온 타키카와와 니와 두 사람을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미츠히데와의 용건을 이야기하는 동안 기다리게 할 수도 없다.
선약이 있었던 것도 아닌 미츠히데를 우선시하여 두 사람을 돌려보내는 것도 실례가 아닐까 하고 시즈코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저희들도 예정에 없이 방해한 입장이니 급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요. 착임(着任)할 때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잇는 시즈코에게 타키카와가 한숨과 함께 물러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니와도 타키카와에게 동조하여 마찬가지로 물러가겠다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변변찮은 대접도 해드리지 못하고"
"배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즈코 님께서는 충분히 저희들에게 보답해 주셨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니와와 타키카와가 방을 나간 후, 시즈코는 소성에게 시코쿠에 관한 자료를 가져오라고 명하고, 다시 차와 차과자 준비를 갖춘 후에 미츠히데를 안내하도록 했다.
"무리한 청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주상을 알현하기 전에 꼭 시즈코 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여 상담을 드리러 왔습니다"
"이쪽이야말로, 급하신 용건임에도 기다리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시간도 촉박할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응접실로 안내된 미츠히데가 인삿말(口上)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것에 시즈코가 대응한 후에야 미츠히데가 일어서서 자리에 앉았다. 함께 온 가신들도 주군을 따라 고개를 들고, 안내받은 자리에 착석했다.
일련의 의식(儀式)같은 행위를 마친 후, 시즈코가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재촉하고, 미츠히데가 입을 열었다.
"예. 시코쿠 통일의 기한이 임박하고 있는 것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건에 대해, 3년의 기한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무리를 거듭하여, 자칫 잘못하면 통일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하게 될 듯 합니다"
쵸소카베(長宗我部)의 수군을 담당하는 이케 씨(池氏)와 회담했을 때, 오다 군으로부터의 원조를 멈추는 대신 3년 안에 시코쿠 통일을 이루겠다고 이야기했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서 있었던 것도 있어 쵸소카베의 시코쿠 통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지나치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사다마(好事魔多し)'라는 말이 있듯, 시코쿠 제패가 현실로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났다.
3년 이내의 시코쿠 통일을 목표로 세우고 그것을 향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무리를 강요했다. 그 결과, 아군(身内)에게 발목을 잡혀, 지금은 집안 소동(お家騒動)으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확실히 화급한 용건이군요"
미츠히데의 설명을 다 들은 시즈코는 아래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3년의 기한이란, 쵸소카베에 대한 오다 군의 개입을 중지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시즈코가 제시하고, 이케가, 나아가서는 쵸소카베가 가능하다며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설령 3년이 지났다고 해서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노부나가 자신이 만사 순조로운 인생을 걸어온 것도 아니라는 점도 있어, 그는 의외로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대해 관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노부나가의 인품을 잘 아는 시즈코였기에 가질 수 있는 시점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는 가혹한 주군으로 생각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걸 전혀 문책하지 않는다면 호언장담하고 임무를 맡아놓고는, 결과적으로 펑크를 내어 피해를 내는 패거리가 만연하게 되어 조직이 유지되지 못하게 된다.
(주상께 3년 안에 통일한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불가능했습니다라고는 말하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상담하고 싶다는 걸까?)
바보처럼 솔직하게 노부나가에게 보고하면 오다 군의 개입이 재개될 것은 자명한 이치. 그걸 피하면서 자주독립을 유지하고 3년의 제한을 풀고 싶다.
거기에 여유를 가지고 쵸소카베에게 시코쿠를 통일시켜 자신들의 지지 기반도 보강하고 싶다는 것이 미츠히데의 노림수일 것이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갑작스런 정책 전환을 하게 됩니다만, 지배 지역은 유지한 채로 집안 소동의 진정을 꾀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그것만이라면 가능합니다. 외적(外敵)과 내우(内憂) 양쪽 모두에 대처할 여유가 없기에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만, 대처를 어느 한 쪽으로 집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흠. 그거라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주상께 재가를 받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주상께 말입니까. 하지만 그것은……"
노부나가에게 보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순간 미츠히데가 우물거렸다.
노부나가에는 알리지 않고 몰래 일을 처리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노부나가에 대한 보고는 자신이 할 생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즈코의 개입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속을 떠보는 짓(腹芸)을 좋아하지 않는 시즈코는, 다른 사람을 끼워넣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보다 당사자가 직접 전하여 오해를 낳지 않는 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숨겨봤자 언젠가 주상의 귀에 들어갈 거라 생각하는데 말야) 우선은, 어떤 이야기를 가져갈지,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즈코는 미츠히데에게 떠올린 방법을 이야기했다.
미츠히데와의 회담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시코쿠의 건으로 상담드릴 것이 있다는 편지를 써서 파발마를 보냈다. 5월이 되자마자 노부나가로부터 답장이 와서, 1주일 후에 아즈치에서 회담하게 되었다.
당일이 외자, 시즈코는 미츠히데 및 쵸소카베 휘하의 이케와 합류하여 아즈치에 도착했다. 아즈치에서는 목하(目下) 최대의 사업인 아즈치 성 축성이 진행되고 있어, 곳곳에서 땀을 흘리는 인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즈코들은 우선적으로 정비된 도로를 통해 곧장 노부나가의 임시 궁궐(仮御殿)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아! 혹시, 주상과 면회할 약속을 잡는 게 어려우니까 아케치 님도 이케 님도 주저했던 걸까?)
임시 궁궐이라고는 해도 천하인(天下人)으로 지목받는 노부나가의 거처(御座所)이다. 노부나가와의 면회를 바라는 사람들이 보낸 사자들이, 대합소(待合所)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지어 있었다.
면회의 예약을 잡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그들 옆으로, 시즈코들은 소성에게 선도되어 임시 궁궐의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알현실로 이어지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시즈코들의 순서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묘하게 기특한 소리를 하는구나. 하여, 내게 상담하고 싶다는 시코쿠의 일이라는 게 무엇이냐?"
정형화(定型句)된 인삿말을 가로막고 노부나가는 당장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다. 가벼운 말투와는 반대로 날카로운 시선을 시즈코와 미츠히데, 그리고 이케에게 향했다.
내성(耐性)이 없는 이케는 성대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었으나,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세 사람의 반응을 보며 즐기고 있는 것을 헤아릴 수 있었다.
"(주상께서도 사람이 나쁘시다니까) 예. 주상께는 이전에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시코쿠 통일 후의 영지 개발 계획에 대해 재검토를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기다려 인원을 시코쿠에 파견해서 농산물이나 해산물의 연구나 항만 정비를 실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통일을 연기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호오?"
노부나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시코쿠 통일을 연기한다는 것은, 노부나가의 천하통일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을 감수하면서 계획을 앞당길 필요성이라는 것에 노부나가는 흥미를 보였다.
"(내가 보고한다고 정해놓길 잘했네. 주상께 위압당해서 속사정(舞台裏)을 들켜도 곤란하니까) 쵸소카베 님의 현재 상황을 보니, 약간 통일을 지나치게 서두르신 경향이 있어 발 밑이 허술해진 듯 보였습니다. 이래서는 시코쿠에서 적을 쫓아내도 아군 속에서 적이 생겨나게 되어버립니다. 시코쿠는 모우리나 큐슈(九州) 세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중요한 땅. 이곳이 반석같지 않다면 도저히 사이고쿠 정벌은 이룰 수 없습니다"
"발판을 단단히 다질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러나, 그것은 입식(入植)을 서두르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통일을 미루면서까지 입식을 진행하는 노림수는 무엇이냐?"
"시코쿠의 통일이 이루어지면, 모우리는 목젖에 칼날이 들이대어진 형세가 됩니다. 토우고쿠 정벌을 앞둔 이 시기에, 모우리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지금은 일부러 통일을 피하고, 그로 인해 생겨난 유예 기간에 아와 국(阿波国)에 항구를 정비합니다. 이곳을 거점으로 시코쿠의 요새화(要塞化)를 진행합니다"
"요새화라는 것이 무엇이냐?"
"아와의 항구를 확충하여, 군항(軍港)을 시야에 넣은 해운 거점으로서 항구마을까지 포괄한 개발을 진행합니다. 그와 동시에 오와리에서 파견한 인원 및 현지 사람들을 써서 시코쿠의 식량 생산량을 최저라도 두 배로 늘립니다. 군항을 중심으로 주위에 위성도시(衛星都市)를 짓고, 그것을 떠받치는 농림수산업(農林水産業)의 효율화를 꾀합니다. 5년을 목표로 이 계획을 추진하면, 적지인 이요 국(伊予国, 현재의 에히메 현(愛媛県))을 제외한 삼국만으로 통일 후의 시코쿠를 상회하는 사람, 물자, 돈을 시코쿠 내부에서도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시즈코의 설명을 말없이 들으며 노부나가는 숙고하고 있었다.
모우리에게 경계심을 주지 않는 상태이면서 통일 후를 상회하는 생산량을 선취한다. 화려함은 없지만, 메마른 땅에 물이 스며드는 듯한 착실한 침략의 형태.
이 계획이 성공하면 시코쿠에 대군을 주둔시키는 것도 가능해져, 단번에 대공세를 걸어 시코쿠 통일은 물론이고 모우리의 급소에 일격을 가하는 것조차 가능해진다.
거기에 군선(軍船)이 주둔하는 군항을 정비하여 대대적으로 운용을 개시한다면 키이(紀伊) 수도(水道)를 통해 해운업으로 벌어먹는 사이카슈(雑賀衆)의 목줄을 죄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확실히 나쁘지는 않다"
웃으면서 노부나가는 중얼거렸다. 시코쿠 통일은 쵸소카베의 비원(悲願)이지만, 현재 상태로 3년에 한정된 통일을 추진하면 사상누각(砂上楼閣)처럼 어이없이 무너진다.
이 정도의 논리라면 당사자 중에서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3년이라고 큰소리를 쳐놓았으니 계획의 연장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하는 쵸소카베에게 편의를 봐주고, 노부나가에게 중개 역할을 할 계획을 내놓는다.
아마도 시즈코는 그렇게 말을 꺼냈으리라. 하지만, 군항과 생산거점에 시즈코가 관여한다고 하면, 쵸소카베의 심장을 움켜쥐는 것이나 다름없다.
곳곳에 편의를 봐주고 관계자 전원에게 이득을 주면서도, 중요한 곳은 확실히 확보한다. 산포요시(三方よし, ※역주: Win-Win)을 신조로 삼는 오우미 상인 뺨치는 수완이었다.
(벌레도 죽이지 못할 얼굴로 여전히 징그러운(厭らしい) 계책을 내놓는군. 스스로 떠넘기는 게 아니라, 상대의 궁지를 구해주면서도 은근슬쩍 독을 먹이지. 그러면서 관계자들은 아무도 손해보지 않는다는 그림을 그리는가……)
생각을 정리하기위해서인지, 단순한 무료함 때문인지, 노부나가는 손에 든 부채로 다른 한 손을 쳤다. 탁탁 하는 리드미컬한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케는 등을 움츠리고, 미츠히데는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며 긴장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마음 속에서 손득(損得)의 저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헤아리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혼간지(本願寺)는 그렇다치고, 모우리를 없애려면 아직 몇 년은 더 걸리겠지. 그렇다면 시코쿠 통일을 늦추어서 모우리의 방심을 유도하는 편이 유리해진다. 게다가 쵸소카베의 기간산업(基幹産業)에 시즈코가 관여하면, 쵸소카베의 배신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 크다. 더욱 큰 과실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모자란(不出来) 꽃은 솎아내는 것이 최고지. 쵸소카베의 몸 속의 고름은 모조리 짜내게 하는 편이 좋다)
게다가 뒤에 예정된 큐슈를 고려했을 때도, 반석같은 보급기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육로 뿐만이 아니라 해로에서도 공격할 수 있다면, 연안부(沿岸部)의 나라에 대해 큰 중압(重圧)이 될 수 있다.
그걸 찔러서 큐슈의 세력을 무너뜨리면, 설령 모우리가 큐슈에 어딘가와 손을 잡는다고 해도 큐슈를 전란(戦乱) 상태에 빠뜨려 모우리를 고립시킬 수 있으리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게 손해는 없다. 시코쿠 통일을 늦추더라도 요새화를 진행하는 계책은 유용하군)
팡 하고 한층 강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전원이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노부나가가 부채를 강하게 접었을 때 난 소리였는데, 모두의 시선을 모은 것을 기회로 노부나가가 말했다.
"좋다. 애초에 쵸소카베에 의한 시코쿠 통일은 네가 그린 그림. 네 뜻대로 해라"
"옛!"
맨 먼저 시즈코가 대답하고, 한 발 늦게 미츠히데와 이케가 그에 따랐다.
"내정(内政)을 주로 하여, 확실히 발판을 굳혀라. 싸움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적절히 대응하라. 이요 국에서는 손을 떼도 상관없지만, 적이 이요 국에서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노부나가의 재가를 얻은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투에 대해서도 현재의 세력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침공한 지점을 포기해도 좋다는 허가까지 받았다.
내정에 대해서는 쵸소카베의 정치적 수완에 달렸지만, 미츠히데가 가능하다고 맡고 나선 이상, 그가 책임을 지고 성공시켜줄 것이었다. 시즈코는 그렇게 낙관시하고 있었다.
"물러가도 좋다"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들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알현실을 나섰다.
노부나가와의 알현을 마친 시즈코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다시 대기실로 안내되었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다행이군요. 어깨의 짐이 덜어졌을 때의 차 한잔은 각별합니다"
일거리 하나를 마쳤다는 태도의 시즈코는 완전히 이완된 표정으로 차를 홀짝였다. 미츠히데와 이케도 이에 따랐으나, 시즈코만큼 개방감을 얻지는 못했다.
"시즈코 님. 이번에도 적잖게 조력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주군도, 이걸로 꽤나 마음이 편해지시겠지요"
살겠다는 기분이 든 이케가 시즈코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어서 중개해 준 미츠히에데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건 다행입니다. 이쪽으로서도 시코쿠는 반석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한 수고를 아낄 생각은 없습니다"
시즈코로서는 시코쿠 통일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하지만, 서두른 결과로서 불안정한 정권이 된다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농업이나 수산업의 연구 같은 건 대단히 불안해진다.
게다가 지배가 확립된 땅에 동맹국으로서 인원을 파견하는 것과, 상대의 초빙을 받아 산업 시동(立ち上げ) 때부터 관여하는 것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위에 큰 차이가 생긴다.
"지금부터의 일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락망은 현재 상황을 유지합니다. 계속 아케치 님과 이케 님께 시코쿠에 관한 조정(取りまとめ)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쿄에 연락원을 남겨둘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그쪽을 통해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계획을 앞당긴다고는 해도, 현재 상태의 쵸소카베, 미츠히데, 시즈코의 연락망을 변경할 필요성은 없다. 시즈코로서는, 당분간은 이전부터 데워놓고 있던 계획을 실행 계획으로 재정리하는 것만 해도 벅차게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휴식을 마치고 임시 궁궐을 나와서 미츠히데와 이케에게 작별을 고하고 시즈코는 오와리로 발길을 서둘렀다. 귀가하여 바로 집무실에 들어가 쌓여 있던 서류를 확인했다.
우선순위대로 놓여진 서류를 차례차례 확인하자, 농업에 관해서는 큰 문제도 없이 진행(推移)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 인력에 의한 농작업의 효율화는 한계에 부딪혀서, 사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은 작아져 있었다.
한편, 내년부터 스털링 엔진을 탑재한 경운기(耕運機)의 실용시험(実用試験)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것이 성공하면 추가적인 비약을 기대할 수 있었다.
"우선 가장 힘이 필요한 경운기인데, 스털링 엔진의 소형화가 가능해지면 언젠가는 벼 이앙기(田植機)로, 좀 차원이 다르게 어렵지만, 언젠가는 콤바인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몰라. 기계를 도입해서 편해지는 것에 기피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써 보면 그 유용성은 이해할 수 있겠지"
새로운 기술이란 어떤 것이라도 처음에는 반드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그 의견이 이치에 맞다면 경청하겠지만, 단순한 감정에서 오는 반발이라면 들을 생각도 없고, 권력을 사용해서라도 기계화를 추진할 생각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 곧 고노에(近衛) 님이나 도쿠가와(徳川) 님 등, 각 방면에 인사하러 가야지……"
5월은 쿄에 있는 사키히사(前久), 토오토우미(遠江)에 있는 이에야스(家康) 등, 이곳저곳의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러 갈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렇다 할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커넥션의 유지는 중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5월 중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시즈코는 이곳저곳에 인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선은 아즈치로 가서 주군인 노부나가의 기분을 살폈다.
그 때 모인 군자금이나 군수물자, 그밖의 답례품(贈答品)으로 쓰이는 각종 생산물도 상납했다. 이러한 생산물들은 평시에는 시즈코의 창고를 압박하는 짐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정치에 능숙한 노부나가의 손에 들어가면 납탄 이상가는 전과를 올리게 된다.
오와리에는 흔해빠진 물건이라도, 쿄까지 운반하면 오와리의 유행품으로서 가치가 더해진다. 안 그래도 가치가 높은 물건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입지, 그 점에서 아즈치는 이상적이었다.
"네 충의(忠義), 확실히 받았느니라. 수고하였다"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시즈코는 아즈치를 떠나 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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