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2년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
129 1575년 9월 중순
통상 하루이틀만에 종료되는 가을의 미각축제(味覚祭り)였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인 장기간 개최가 되었다.
노부나가가 끌어낸 동맹 관계에 있는 각 가문과의 친목회를 겸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가을을 테마로 하여 한껏 사치를 부린 요리가 매일 밤낮으로 제공되는 연회가 되어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식재료로는 당연히 충분할 리가 없어서, 시즈코는 조리장을 고로(五郎)와 조수인 시로(四郎)에게 맡기고, 메뉴(献立)를 생각하면서 식재료 조달을 지시하거나 손님을 맞이하거나 하는 등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돌발적으로 공전(空前)의 규모가 된 연회에 대해, 술도 요리도 빠짐없이 계속 제공할 능력이 있다는 오와리(尾張)의 저력을 보게 된 타국의 영주(国人)들은, 그 풍요로움에 전율마저 느끼고 있었다.
"겨우 끝났다……"
아무래도 오와리 체재가 1주일 가까이 되자, 아즈치를 맡고 있는 호리(堀)에게서 노부나가에 대한 귀환 재촉이 자주 도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번 읽기만 하고 무시했던 노부나가였으나, 문면(文面)에 비장함이 서리기 시작하자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노부나가의 귀환을 신호(皮切り)로 가을의 미각 축제도 막을 내리게 되고, 동행해온 사키히사(前久)와 켄신(謙信)도 함께 각자의 영국(領国)으로 돌아갔다.
당초의 주빈(主賓)이었던 이에야스(家康)도, 갑작스럽게 예정외의 폐를 끼친 사죄로서 시즈코가 들려준 산더미같은 토산품(土産)과 함께 미카와(三河)로 돌아갔다.
유일하게 노부타다(信忠)만큼은 돌아갈 곳이 가까운 미노(美濃)였고, 시즈코의 자식이 된 시로쿠(四六)와 우츠와(器)와의 접견을 희망했기에 남아 있었다.
공식적인 회견으로 하면 관계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시즈코 저택 깊숙한 곳의 한 방에서 당사자들만이 모이게 되었다.
"너희들이 시즈코의 자식인가. 그리 긴장하지 말거라. 어머니는 다르더라도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니, 우리들은 형제가 되는 것이다"
노부타다는 시로쿠와 우츠와에게 웃으면서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말대꾸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이미 저희들은 시즈코 님을 어머니로 모시고 있습니다. 가신의 자녀로서 대해 주십시오"
시로쿠의 대답을 듣고 노부타다는 약간 멍해졌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야무진 대답, 거기에 혈연에 안주하지 않고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한 발언 내용.
과연 자신이 같은 나이였을 때 이러한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노부타다는 이 한 마디의 말에서 시로쿠가 어린애로 있을 수 있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던 배경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노부타다가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겉치레를 꾸민 처세술이 아닌, 본래의 사람됨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여 방법을 궁리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시즈코의 태도를 보아라. 주가(主家)의 적자(嫡子)에 대한 경의 따윈 찾아볼 수도 없지 않느냐"
노부타다는 웃으면서 손에 든 부채로 시즈코를 가리켰다.
시로쿠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즈코는 졸린 듯한 모습을 감추려 하지도 않은 채, 입가를 소매로 가리고 크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딱딱한 태도를 싫어한 게 누구였더라? 나는 딱히 격식을 차린(余所行き) 태도라도 상관없는데?"
자식의 눈 앞에서의 추태(失態)는 아무리 시즈코라도 창피했는지, 약간 원망스러운 듯 노부타다에게 시선을 던졌다.
돌이켜보면 노부타다가 처음으로 출진했을 때, 시즈코는 가신으로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때까지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 온 시즈코가 갑자기 서먹서먹해진 듯 느껴져서, 원래대로 행동하라고 명한 것은 다름아닌 노부타다였다.
그 이후에도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면 시즈코는 이전과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하고, 노부타다도 그것을 기분좋게 생각했기에, 나쁘게 말하면 야자(慣れ合い) 비슷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공사의 분별은 하고 있었고, 비공식 접견이라는 선언도 했기에, 노부타다는 자신이 물러서기로 했다.
"아니, 시즈코는 이대로가 좋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시로쿠들은 학교에 다니게 하고 있는 건가?"
"으ー음, 이제 곧 농한기(農閑期)니까 시기적으로는 좋지만 말야. 조금 더 신변이 안정된 다음이 좋으려나라고 생각하고 있어"
시즈코의 생각은, 시로쿠와 우츠와 두 명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되는 기간으로서 1년 정도를 보고 있었다. 그 후, 본인들이 희망한다면 학교에 다니게 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보다 일찍 희망한다면 다니게 하는 것에 이의는 없다.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시로쿠는 빨리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한다. 학우(学友)를 얻어 좋은 자극을 받는다면, 이 녀석은 걸물이 될 지도 모른다"
"과분하신 말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다. 너희들의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시즈코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말하자면, 겉모습만으로 매사를 판단하는 어리석은 놈들 쪽이 많지. 그러니까 시즈코의 학교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언젠가 일본의 최고 학부(学府)로 불리게 되겠지. 그곳을 수료했다고 하면, 너희들에게도 관록이 붙게 된다"
"관록, 말씀이십니까?"
시로쿠의 말에 노부타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코가 개설한 학교는 신분을 따지지 않고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평민도 있고, 귀족이나 무가(武家)의 자녀들도 재적하며, 그들을 구별하는 것은 학습 수준(習熟度合)뿐이다.
단위 제도를 도입했기에, 각자가 목표로 하는 진로에 맞춰 교육이 실시되지만, 일반 교양 등의 공통분야에 관해서는 남녀의 구별없이 같은 교실에서 책상을 나란히 하고 배우게 되어 있다.
현실문제로서 고등 교육을 필요로 하는 여성의 진로가 제한되어 있기에 희망자 자체가 적기는 하지만, 원할 경우 여성이라도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최저한의 교육만으로 한정하더라도, 글의 읽고 쓰기에 주판(算盤)을 시작으로, 지리나 역사에 도덕까지, 생활하는 데 있어 실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애초에 아무리 풍요로운 오와리라도 해도 노동력이 되는 연령에 달한 남녀를 놀게 해 둘 정도로 여유가 있는 부모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 평민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최저한의 교육만에 그치는 경향이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듣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던 시즈코는, 처음의 인사 이후로 우츠와가 입을 열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우츠와에게 시선을 돌리자, 노부타다와 시로쿠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따분한 듯한 모습이었다.
만에 하나 노부타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거나 했다가는 큰일이기에, 시즈코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기로 했다.
"둘이서 이야기를 할 거라면, 나와 우츠와는 먼저 실례하려고 생각하는데?"
"음, 그러고보니 어린아이에게는 가혹한 시간인가. 애초에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 뿐이니 우츠와는 상관없다. 먼저 쉬게 하도록. 하지만, 시즈코는 안 된다"
"시로쿠에게 열심이신 것 같으니 내가 남는 건 상관없는데, 먼저 용무를 처리해야겠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손뼉을 쳐서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아야(彩)를 불러 우츠와를 잠자리로 데려가도록 부탁했다.
노부타다는 아야에게 손을 이끌려 방을 나가는 우츠와의 모습을 보면서, 우츠와의 자의식(自意識)이 희박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영 속세를 떠난 것(浮世離れ) 같달까,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달까, 적어도 시로쿠와는 다른 의미에서 어린애답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시즈코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었기에, 딱히 뭐라 말할 것도 없어 입을 다물기로 했다.
"자, 시로쿠. 시즈코의 학교를 수료한 후에 나를 섬기지 않겠느냐?"
노부타다는 내일의 날씨를 말하는 듯한 태평함으로 시로쿠의 일생을 좌우할 권유를 했다.
예상 밖으로 중대한 내용과, 애초에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가도 하지 않고 있는 노부타다의 태도에 시로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의 자식인 채였다면, 후계자 지위를 둘러싸고 다투는 입장이 되기에 이러한 권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즈코의 자식이 된 지금이라면, 형제끼리 손을 잡을 수 있지. 내게는 마음 속을 떠보지 않아도 되는 심복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로쿠, 너는 스스로 시즈코의 자식이라고 단언했다. 설령 그게 본심이 아니라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 나는 네 각오와 재능을 높이 사고 있다"
"하…… 하지만, 저는 아직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학업을 닦으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패도 끝에는 전란이 사라진 태평한 세상이 되겠지. 싸움밖에 할 줄 모르는 놈들은 10년도 지나지 않아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다. 지금 당장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학업을 닦아 보여라"
"예…… 옛! 키묘(奇妙) 님의 기대와 어머니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도록 한층 더 분발하겠습니다"
시로쿠는 노부타다의 말에 감명을 받았는지, 깊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모습을 노부타다는 만족스럽게 지켜보았다.
"꽤나 파격적인 등용이네"
"다름아닌 시즈코, 너 자신이 보여주지 않았더냐? 출신이 백성이던 죄수(牢人)이던, 재주를 발굴하여 올바르게 이끌어 주면 제구실을 하는(一廉)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유능하다면 출신을 묻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재야에 묻혀 있던 재능의 발굴과 육성을 시야에 넣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간 느낌이 있는 사상을 이야기하는 노부타다에게 시즈코가 야유를 해보았으나, 예상외의 반격을 받게 되었다.
"올바르게 사람의 재능을 꿰뚫어보는 눈과, 그것을 제대로 써먹는 주인으로서의 재능도 시험받게 되지만, 그건 추후에 증명할 수 있겠지. 전라의 세상을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뒤를 내다본 준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유능한 자는 결코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 눈 뜨고 놓쳐서 나중에 적대하게 되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지"
"(으ー음, 예상 이상으로 시야가 넓어져 버렸네. 사상이 너무 앞서나가서 고립되지 않으면 좋겠는데……) 흐ー음,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네"
가까운 장래 뿐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에 의한 일본 통일 이후도 내다본 포석을 이미 두기 시작하는 노부타다를 보고, 시즈코는 위태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친부인 노부나가도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언동을 하기 때문에 만들지 않아도 될 적을 만들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대로는 노부타다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는, 돌출된 재능을 가지는 것에 의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한번 더 주위와 발걸음을 맞추거나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거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도, 노부타다에게는 패배를 배우게 해야 한다.
(옛날부터 영특한 아이이긴 했는데, 이제와서 단번에 개화한 느낌이네. 역사적 사실에서도 주상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전쟁도 정치도 고르게 재능을 보였다고 했던가. 원래부터 재능이 있었는데 내가 훈수(入れ知恵)를 둔 것 때문에 크게 꽃을 피웠다는 걸까? 그렇다고 하면, 과거의 행적이 돌고 돌아서 지금의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건 꽤나 심한 아이러니네)
토우고쿠(東国) 정벌에서 노부타다에게 패배를 배우게 한다는 노부나가의 속셈은, 다름아닌 노부타다 자신의 재능에 의해 실패할 공산이 높아진 상태였다.
원래부터 앞을 예측하기 힘든 토우고쿠 정벌에 추가적인 불안요소가 늘어난 것으로,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된다.
"나도 언제까지나 아버지나 시즈코의 등 뒤를 쫓고 있던 꼬맹이(童)가 아니다. 선인(先人)에게 배우고 따라잡아 추월하도록 노력도 하지"
시즈코의 걱정도 모른 채 노부타다는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 10월이 되려고 하던 때, 연기만 피워올리고 있던 오다와 혼간지(本願寺)를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혼간지의 중핵을 이루는 인물 중 한 명,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이 아즈치에 들어선 것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노부나가의 직할령인 아즈치라는 것도 있어, 혼간지 측은 노부나가가 라이렌을 암살한게 아닌가 의심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에 대해 노부나가는, 암살할 생각이라면 자신에게 혐의가 씌워지는 아즈치가 아니라, 라이렌이 혼간지에 있을 때를 노린다.
애초에 라이렌을 암살까지 해가면서 배제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혼간지의 본거지에서라도 라이렌을 암살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암살의 용의를 부인해 보인 것이다.
이것에는 제아무리 혼간지라도 할 말이 없어져, 이 이상 추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라이렌이라는 혼간지 존속을 바라는 온건파의 필두를 잃은 것에 의해, 오다와의 철저 항전을 부르짖는 쿄뇨(教如)를 시작으로 하는 강경파가 혼간지의 주류파가 되었다.
한동안 이어진 융화(融和)에 질린 쿄뇨 등 강경파는 오다 가문과의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노부나가는 서로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켄뇨(顕如)에게 친서를 계속 보냈으나, 모두 쿄뇨가 중간에서 가로채 버렸다.
이 상황이 되어서도 혼간지 법주(法主)인 켄뇨는 스스로의 의향을 드러내려고는 하지 않고, 다만 말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름 억지를 쓰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 건지, 쿄뇨는 켄뇨가 자신을 책망하지 않는 것에 미간을 좁혔으나, 침묵은 용인(容認)의 증거라고 속편하게 해석하고는 곧 의식 밖으로 밀어냈다.
정력적으로 행동하며 강경하게 반말하는 쿄뇨의 자세와는 대조적으로, 노부나가는 어디까지나 이성적이었다.
라이렌 암살설을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영내에 동원령을 내려 라이렌의 수색을 명하고, 이 건에 관해서는 라이렌 수색을 자청하는 혼간지 신자에게도 편의를 봐 주도록 당부했다.
노부나가를 죽여야(誅戮) 한다고 소리높여 외치는 쿄뇨였으나, 그에 대한 혼간지 내부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먼저, 법주인 켄뇨가 아직 의향을 나타내고 있지 않았다. 두번째로, 라이렌이 노부나가의 손에 죽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적대하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리 쿄뇨가 켄뇨의 친자식이라 해도, 현 법주의 의향이 정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그의 명에 따르는 것은 꺼려졌다.
라이렌이 소식이 끊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시체나 소지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설령 라이렌이 죽었다고 해도, 그게 오다의 손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
게다가 아즈치는 노부나가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간자의 도가니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되어 있었다.
오다와 혼간지를 싸우게 하기 위해 다른 세력이 라이렌을 납치했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한 배경도 있어, 아무리 쿄뇨가 전의를 부추기더라도, 피리를 불어도 아무도 춤추지 않는다는(笛吹けど踊らず)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다.
"먼저 조바심을 참지 못하게 되는 건 쿄뇨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지금이 아니에요. 아무리 쿄뇨가 경솔하더라도,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 강경책을 취했다가는 같은 편에게 죽게 될 거에요"
혼간지의 상황을 살피게 했던 간자가 가지고 돌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시즈코는 작전회의 자리에서 입을 열자마자 선언했다.
다들 정기적으로 열리는 작전회의에 의해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지, 시즈코의 의견에 반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쟁터에서의 후각이라는 본능에 가까운 능력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나가요시(長可)조차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법주인 켄뇨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하고 라이렌이 실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이 벌어진다면 토우고쿠 정벌 후가 되지 않을까요?"
"맡겨둬! 혼간지 따위 언제든지 날려버리겠어!"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나가요시가 주먹을 손바닥에 내려치며 전의를 드러냈다.
"아니, 그러니까 먼저 토우고쿠 정벌이 기다리고 있다니까"
"토우고쿠라니…… 타케다(武田)는 이미 기울고 있고, 호죠(北条)는 고립되어 있잖아……"
토우고쿠 정벌이라고 들은 나가요시는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타케다에 예전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어서, 여전히 군비 증강에 힘쓰고 있는 듯 하지만 타국을 침공하러 움직일 정도의 여유는 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타케다와 국경에서의 소규모 분쟁을 계속해온 도쿠가와 가문(徳川家)이었으나,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이후에는 그러한 소규모 분쟁조차 끊겼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궁지에 몰린 사람은 예상외의 반경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
"그건 그거대로 기대되는데,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의 괴력(火事場の馬鹿力)이 오래 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전쟁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건 상관없지만, 본래의 목적을 잊지 말도록"
주 목적이 싸우는 것이 되어버린 나가요시를 사이조(才蔵)가 타일렀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탈선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나가요시는 항변하지 않고 물러섰다.
"불확정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쉬운 싸움이 되진 않을 거야. 아직도 기치(旗幟)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은 호죠의 행동에 따라서는, 에치고(越後)를 근거로 하는 친 호죠 파와, 타케다의 세력도 더해진 대규모 반항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지 못하게 위해서 우에스기(上杉)가 있는 거 아냐?"
"설령 토우고쿠 정벌에서 타케다와 싸움을 하게 된 경우, 주상께서는 우에스기에도 참전을 요청하실 거라 생각해. 혼간지라는 불안 요소를 품고 있는 이상, 조기에 결판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니까"
"과연. 에치고의 용이 집을 비우면, 그 틈에 호죠의 세력(手勢)을 끌어들여 봉기한다는 건가……"
토우고쿠의 영웅이었던 타케다가 몰락(凋落)하여, 토우고쿠 3대 세력인 우에스기, 타케다, 호죠의 역학관계는 우에스기가 한 발 앞선 형태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타케다와 호죠가 손을 잡으면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차이에 불과했다.
"만약 최악의 경우, 즉 타케다, 우에스기, 호죠 연합군을 상대하게 될 경우, 그 시점에서 토우고쿠 정벌은 실패한 거라 생각해. 그 떄는, 키묘 님을 오다 영토까지 피신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
"한꺼번에 박살내버리면 되는 거 아냐?"
"가능 불가능은 별개로, 타케다와 호죠 뿐만이라면 그 논리로도 상관없는데, 우에스기가 얽히면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거든. 반기를 들었다고 해서 해명할 자리도 주지 않고 몰살시켜버리면, 함께 싸워준 우에스기 군과의 사이에 불화(確執)가 생기게 돼. 그런 쓸데없는 불화의 씨앗은 가능한 한 안고 가지 않으려고 하거든"
"흐ー음. 뭐, 승패는 병가지상사.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철수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받았는데 반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시즈코의 말에 나가요시가 불온한 미소를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주위는 나가요시가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를 제지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전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우에스기에 관해서는 주상의 의향에 달렸지만, 그 이외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나와야지!"
사실상의 용인 선언을 듣고 나가요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위(殿)는 가장 피해가 커지는 곳인데도 오히려 전의가 고양되는 나가요시의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대략적인 방침은 정해졌고, 급하게 우리가 뭘 해야 할 것도 없어요. 키묘 님은 여전히 병량을 매입하시고 있으니, 토우고쿠 정벌의 호령이 떨어지는 건 머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때까지는 각자 예기를 가다듬어 주세요"
필요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이 말과 함께 작전회의를 마쳤다.
라이렌 실종을 계기로 긴장을 띠게 된 오다 가문과 혼간지와의 관계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잠시간의 평온의 종언을 고한 것은, 누구나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땅에서 도착한 소식이었다.
도쿠가와 영토에서, 카이(甲斐), 사가미(相模)의 동향을 한발 빨리 감지할 수 있는 요충지, 타카텐진 성(高天神城)에 타케다 군이 쳐들어온 것이다.
다행히 낙성(落城)을 면하고는 있으나, 수비측 2천에 대해 타케다 군은 1만을 넘는 군세로 포위하고 있었다.
도쿠가와 측도 타케다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파악하고 있었으나, 도저히 대군을 타국에 파병할 여유는 없다는 방심이 있었다.
이미 사태는 도쿠가와 한 나라를 넘어서 오다 가문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야스는 노부나가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노부나가는 이에 응하여 노부타다를 대장으로 삼은 토우고쿠 정벌군을 파견했다.
누구나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던 토우고쿠 정벌군은 노부나가의 명령을 받고 그날로 오와리를 출발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타카텐진 성을 포위하는 타케다 군의 부대를 덮쳐갔다.
적은 포위망 안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타케다 군은 예상외의 습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졌고, 포위를 풀고 아군의 진으로 퇴각해 갔다.
개수일촉(鎧袖一触)으로 타케다 군을 무찌른 토우고쿠 정벌군은, 부대의 일부를 성 안으로 들여보내고, 그 이외에는 성 밖에서 진을 쳤다.
질풍신뢰(疾風迅雷)처럼 달려온 오다 군보다 늦게 도쿠가와 군이 합류하자, 대장인 노부타다의 진에서 작전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저희들의 궁지에 이렇게 빨리 달려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찰(物見)로부터의 보고에 따르면, 타케다 군의 후방에 호죠의 깃발(旗指)이 보였다고 하는데, 놈들이 손을 잡았다고 하면 일이 간단하지는 않겠습니다"
"다 죽어가던 타케다가 기사회생의 한 수를 치고나온 것도 호죠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놈들도 여기서 영지를 빼앗기게 되면 머지 않아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을 터, 결코 방심해도 되는 상대는 아닙니다"
역전의 노장인 이에야스에 대해, 노부타다는 실전경험도 얼마 되지 않고 나이도 한 세대 이상이나 떨어져 있다.
서전(緒戦)에서 성과를 올린 것도 도움이 되어, 노부타다는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주를 상대로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였다.
서전은 발이 빠른 부대만을 선행시켜서 적군의 등 뒤를 급습하는 것으로 승리를 잡아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성을 사이에 두고 양 군이 대치하는 야전(野戦)이 무대가 된다.
지금도 속속 병참부대 등의 발이 느린 부대가 합류해오고 있었다. 적군이 포위하는 가운데 성 안으로 들여보낼 수 있었던 부대는 많지 않다.
어떻게 군을 편성하여 성 안의 부대와 어떻게 연대하여 싸울지가 과제가 된다.
(선진(先陣)은 도쿠가와, 그것을 잇는 형태로 오다 군이 공격해 들어간다, 라)
작전회의 결과, 최초로 타케다 군을 치고 들어가는 것은 도쿠가와 군. 그것을 잇는 형태로 오다 군이 뒤따라가게 되었다. 오다 군은 원군이며, 어디까지나 토우카이(東海)의 영주는 도쿠가와라는 자부심도 있어서이리라.
노부타다로서도 도쿠가와의 체면을 뭉갤 수도 없어 이에야스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럼 작전회의 결과, 도쿠가와 군이 선진을 맡고, 우리들은 유격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좋았어! 선봉은 내게 맡겨라!"
유격이라는 말을 들은 나가요시가 가장 먼저 나섰다. 다른 부대와 발걸음을 맞출 필요가 없고, 어느 정도 독자적인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격부대는 나가요시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케이지(慶次)는 유격부대로서 기습하기보다도 정면에서의 힘겨루기를 선호하고, 사이조는 시즈코를 호위하는 임무 때문에 본진에 남는다.
유격부대에는 기동력이 요구되기에, 간자(間者)를 포함하여 군의 대부분을 보병이 차지하는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도 또한 잔류하게 된다.
그리고 아시미츠(足満)와 타카토라(高虎)에 관해서는 혼간지에 대한 대비로서 오와리에 남아 있었기에 참가하지 않았다.
"반대의견도 없는 것 앝으니, 타케다 공격의 선봉대는 카츠조(勝蔵) 군에게 맡기겠어"
"따귀를 호되게 후려갈겨주겠어!"
"……적당히 해. 너무 깊이 들어가면 포위되고, 뭣보다 유격대가 본대보다 전과를 올리는 건 문제니까 말야"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 자리에 한정할 경우 주역은 도쿠가와 군이 된다.
이곳을 탈환한 후에 적군을 추격하는 자리가 된다면 새롭게 활약할 장소를 얻을 수 있으니, 지금 무리할 필요성은 적다.
"아무리 나라도 유격대로 적진에 특공같은 걸 하진 않아. 도쿠가와 군만 보고 있는 멍청이들의 눈을 뜨게 해줄 뿐이야"
"그걸 이해하고 있다면 문제는 없어. 괜히 잔소리를 길게 해봤자 소용없으니, 나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어요"
정치가 얽힌 싸움은 성가시다고 시즈코는 혼잣말을 했다.
작전회의에서 얻은 정보로는 호죠 군이 섞여 있는 것은 확실했으나, 그들에게 호응하여 우에스기 가문 내부의 친 호죠 파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
노부타다에게 패배를 배우게 한다는 목적에서 볼 때는 타케다와 호죠를 동시에 상대하는 양면 작전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 전국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에스기의 동향이 열쇠가 된다.
우에스기 가문 내부의 동향은, 켄신이 에치고에 기거하고 있었기에 전혀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래저래 암약하고 있는 호죠의 지원에 따라서는 켄신조차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타케다, 호죠 연합군 만으로 도쿠가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예상했던 걸까?
각각의 세력의 속셈이 교차하는 이 자리에서 어떤 역사가 짜여질지, 그것은 이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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