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원년(元年) 키나이(畿内)의 사회기반 정비


120 1574년 9월 하순



"큭큭큭. 당대 제일로 이름높은 요우헨텐모쿠(曜変天目)가 모두 내 손 안에 들어왔도다"


노부나가는 아주 기분좋게 중얼거렸다. 요우헨텐모쿠 찻종(茶碗)은, 철을 포함한 흑색 잿물(黒釉)을 써서 특징적인 텐모쿠(天目) 형태로 구워낸 텐모쿠 찻종 중에서도 최고봉의 것으로 친다.

남송(南宋) 시대의 한 시기에, 건요(建窯)에서 극소수만 구워졌다고 하는 요우헨텐모쿠 찻종. 만든 이도 알 수 없으며, 두번다시 구워지지도 않아, 만들어진 나라(窯元)인 중국에는 도편(陶片) 밖에 남아있지 않다.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물건은 모두 바다를 건너 일본에밖에 존재하지 않는 등 여러가지로 불가해한 점이 있지만, 그릇 속에 별하늘(星空)을 담는 웅대한 조형은, 당시의 권력자들의 넋을 빼놓았다.

다기(茶器)에 흥미가 없는 시즈코조차,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신비적인 빛에 매료되었다.


"군태관좌우장기(君台観左右帳記)에 기록된 대로군요"


아시카가(足利) 쇼군 가문(将軍家)이 수집한 보물들의 목록인 '군태관좌우장기'에는, 각각의 보물의 등급이 분류되어, 그 모양이나 내력에서 실제로 입수햇을 때의 가격같은 것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요우헨텐모쿠 찻종을 모으는 데 있어, 가짜에 속지 않기 위해서도 군태관좌우장기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시즈코는, 현물을 앞에 두고 기술이 정확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흠…… 츠다(津田, 사카이(堺)의 호상(豪商)인 츠다 소우큐(津田宗及))의 요우헨은 다른 것에 비해 평범하구나. 그래도 다른 다기에는 없는 빛을 뿜고 있다"


"하지만, 욕심많은 상인이 용케 포기했네요. 다기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요우헨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재력이나 권세를 담보해주는, 상인이라면 누구나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탐내는 명품이라고 하더군요"


"그 재산이나 권세도 목숨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과연 이름높은 호상이군. 시류를 잘못 읽지 않는다"


노부나가는 암암리에 협박해서 빼앗았다고 으스댔다. 그러면서 말을 할 때는 상대를 칭찬해 보이니 질이 나쁘다.

아마도 방방곡곡에서 츠다가 문물 보호를 위해 스스로 공출했다고 이야기하며, 선견지명이 있고 속이 깊은 인물이라고 칭찬하고 있으리라.

자신의 재력을 담보하는 명물을 빼앗겼다고는 해도, 천하인(天下人)에 가장 가깝다고 하는 노부나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되면 그것이 대신 신용을 낳게 된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행동한다. 정치가로서도 일류의 재간을 보이는 노부나가는 역시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참고로, 이것들은 노부나가가 사리사욕을 위해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정에서 임명된 문물보호의 명목으로 시즈코가 맡아가지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백지수표(空手形)라고는 해도 언젠가 반납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기에, 한가닥(一縷) 희망을 품으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시즈코에게는 뿔뿔이 흩어졌던 예술품이나 수많은 서적들이 모여들어, 그것들을 집약해서 국문학(国文学)이나 국사(国史)의 편찬에도 착수하고 있었다.

명물을 강탈하기 위한 명목으로는 지나치게 유명해져서, 대놓고 싫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헤아렸습니다"


"호오? 네게도 '뱃심(腹芸)의 기초'를 가르칠 때가 온 것이냐"


"진의를 감추고 전달되는, 주상의 명령을 몇 년이나 수행해 온 덕분입니다"


"핫핫핫, 너도 많이 컸구나. 그것도 시즈코라면 숨은 뜻을 헤야려 줄 것이라 기대하고 한 것이니라"


놀리자 노부나가가 웃었다. 입으로는 기특한 소리를 해보이지만, 종래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정작 노부나가 본인은 나란히 놓여있는 요우헨텐모쿠 찻종을 눈으로 비교하고 손에 들어 손바닥에서 굴려보는 등 시종 매우 기분이 좋았다.


"흠, 충분히 즐겼노라. 하지만, 가치가 있는 물건은 세상에 나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주상께서는 요우헨텐모쿠 찻종을 정치에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노부나가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헤아리고 시즈코가 질문했다. 임기응변(当意即妙)의 대응을 보이는 시즈코를 만족스럽게 쳐다본 후, 노부나가는 부채를 펼쳐 스스로 부쳤다.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곳에 모든 요우헨텐모쿠 찻종이 모여 있으면, 큰 불이나 도난 등으로 모두 유실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신용할 수 있는 수하에게 분산시켜 관리하게 하면 더욱 안전해지겠지. 아니냐?"


"제가 목록을 만들고, 현물은 각지에 분산시켜 보관한다는 형태로 하사하실 생각이라는 점은 이해했습니다"


"헤아림이 너무 좋은 것도 재미없구나"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치있는 것은 사용해야 가치가 있으며, 사장(死蔵)시켜서는 의미가 없다는 주상의 방침은 알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즉시 그렇게 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을 듯 합니다"


"지금 당장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토우고쿠(東国) 정벌이 성공했을 때는 그에 걸맞는 상이 필요해지겠지. 그때까지는 네가 관리하여, 네가 집착하고 있는 '사진'인가 하는 것으로 '군태관좌우장기'를 뛰어넘는 자료를 만들어보여라"


노부나가는 현물에 그치지 않고 그것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사진의 유용성이나 그 이용가치까지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어, 다양한 값비싼 시약(試薬)을 물쓰듯 쓰는 사진이라는 돈먹는 하마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추진하라고 등을 떠밀었다.


"옛,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좋다. 사본(写し)이라고는 해도 당대 제일의 미술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하면 돈을 아끼지 않을 호사가는 적지 않지"


시즈코의 각오를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어넘겼다. 이어서 소성(小姓)을 불러들여서는 요우헨텐모쿠 찻종을 치우게 했다.


"요즘은 매사가 잘 풀리는구나. 아니, 지나치게 잘 풀린다"


요우헨텐모쿠 찻종 대신 아무 특징도 없는 찻잔(湯呑)으로 녹차를 즐기면서 노부나가가 중얼거렸다. 다소 계획(目論見)에 어긋남은 있어도, 큰 줄기에서는 노부나가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推移)되고 있었다.

카가(加賀) 일향종(一向宗)의 영토에 대해서도 착실히 잘라내고 있어, 눈이 쌓이는 겨울까지는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빼앗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물론 유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3분의 2라는 숫자는 너무 많지만, 상대가 회복하기 전에 가능한 한 잘라내는 것은 정석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곧 본거지를 아즈치(安土)로 옮긴다. 새해의 임시 궁궐(仮御殿) 준공(落成)에 맞추어 이주할 예정이다. 네게는 오와리(尾張)를 맡기겠다. 오와리 동쪽을 견제하라"


"키묘(奇妙) 님이 토우고쿠 정벌에 성공하면 애초에 견제할 상대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반의(叛意)의 싹(萌芽)이 있다. 어느 세상이든 무분별한 놈들(不心得者)은 끊이지 않는 법, 커지기 전에 네가 잘라내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수괴(首魁)인 혼간지(本願寺)가 무너지면, 종교세력(寺社) 놈들은 오합지졸이 될 것이다. 원래 통치자의 무법에 대항한다는 것이 무장(武装)의 명분(建前)이었지. 통치자가 무력이 아니라 만인이 지켜야 할 법으로 속박하는 이상, 놈들이 무장할 정당성은 사라진다. 무력을 가지기에 싸움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비무장한 상대끼리는 승부를 읽을 수 없기에 어설프게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겠지"


확정된 미래를 말하듯 담담하게 말을 마치자, 노부나가는 차로 목을 축였다. 한숨 돌린 후 말을 이었다.


"남는 것은 조정(朝廷)에 둥지를 틀고 있는 호리병박(うらなり) 놈들이다. 오다의 태두(台頭)를 좋게 보지 않는 공가(公家) 놈들이, 기득권익(既得権益)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암약하고 있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는 '오다는 언젠가 쓰러질 것이다(高転びに転ぶ)'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오만해진 내가 발목을 잡힐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이 '쓰러질 것이다(高転びに転ぶ)'라는 말은, 모우리(毛利) 가문의 외교(外交) 역할을 맡았던 승려, 안코쿠지 에케이(安国寺恵瓊)가 야마가타(山県) 에치젠노카미(越前守) 이노우에 하루타다(井上春忠)에게 보냈다고 하는 편지 안의 유명한 말(예언이라고 함)이다.

타인의 심정을 돌아보지 않고 가혹(苛烈)한 정치를 하는 노부나가는 천하를 얻을 수 없다. 조만간 노부나가의 천하는 끝나고 히데요시(秀吉)의 세상이 올 것을 예견했다고 한다.

에케이의 의도가 어떠했던, 역사적 사실에서 노부나가는 미츠히데(光秀)에게 배신당해 혼노지(本能寺)에서 횡사(横死)했다. 그가 예견한대로 히데요시가 그 뒤를 이어 천하인이 되고, 에케이는 재빨리 그에 빌붙어 모우리 가문의 평안무사함(安泰)을 얻어낸다는 성과를 올렸다.

본래는 감춰져야 할 에케이의 말이 조정 내에서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노부나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세력이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그렇군요. 주상께서는 합리성을 추구하신 나머지, 심정을 경시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급진적(先鋭的)이라 다른 사람과의 공감을 얻기 힘든데, 말씀이 부족하니 스스로의 마음 속을 밝히지 않으시고, 그리고 땡깡(我儘)이 심하신 듯 합니다"


"본인을 앞에 두고 잘도 말하는구나!"


"하지만, 천하인의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주상을 제외하면 적임자는 없습니다. 스스로가 선두에 서서 개혁을 추진하고, 또 그 책임을 질 각오를 갖는 영주(国人) 따위, 주상 이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상의 치세(治世)는 길지는 않겠지요. 주상께서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는 개혁자(変革者)이십니다. 민중은 태평(泰平)을 바라며, 개혁(変革)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훗, 내 그릇에 일본은 좁다. 세상이 태평해지면, 키묘에게 뒤를 맡기고 세계로 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얏!"


노부나가는 웃으면서 시즈코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가볍게라고는 해도 무인(武人)의 일격에 시즈코는 일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내 땡깡은 귀여운 수준이지"


"예!? 하지만 그게 먹고 싶다, 이게 가지고 싶다라고 발작적으로……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이 나옴에 따라 험악해지는 노부나가의 시선을 받고 시즈코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노부나가도 이것저것 무리한 요구(無茶)를 했다는 자각은 있는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뭐가 권력자라는 거냐. 자, 슬슬 점심식사 때로구나. 식사 준비를 하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밥은 오와리 쌀(尾張米)의 햅쌀이다. 된장국에는 두부와 유부(油揚げ)가 좋겠구나. 반찬(菜)은, 그렇군, 저번에는 타조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오와리 코친(Cochin, 九斤黄)이 좋겠다. 식후의 단맛(甘味)은 제철 과일이 먹고싶다"


노부나가는 태도를 바꿨는지, 시원스러울 정도로 땡깡스러운 요구를 꺼냈다. 자각이 없는 땡깡도 골치아프지만, 배를 째라고 나오면 더 답이 안 나온다고 스스로의 실언을 후회하는 시즈코였다.




9월도 하순을 맞이하여, 오와리, 미노(美濃)에서는 세금(年貢)의 징수가 일단락되었다. 올해도 예측 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수확량을 확보할 수 있어, 겨울을 날 수 없는 아사자(餓死者)가 나올 가능성은 낮았다.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자, 백성들은 신사(神社)로 가서 무사히 수확을 맞이한 것을 신들에게 감사드리고, 내년의 풍작을 기원했다.

오와리, 미노에서는 쌀농사 이외의 산업도 번서하고 있기에, 도축(屠畜) 등으로 목숨을 빼앗긴 동물들을 공양하는 위령제(慰霊祭)도 열린다. 가축(家畜)이나 가금(家禽)은 말할 것도 없고, 양잠(養蚕)이나 양봉(養蜂)에 의한 곤충이나 어패류(魚介類)에 대해서도 함께 제사를 지낸다.

현대에서도 농업학교 등에서는 실습에서 희생되는 동물들을 제사지내는 공양탑(供養塔)이 존재하며, 매년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도 순조롭네. 병해(病害)나 충해(虫害)는 확대하기 전에 대처하고 있으니 손해는 허용범위 내로 억제되었어"


예년의 수확 실적에서 산출한 예측 수치와, 아야(彩) 들이 막 정리한 세수(税収) 실적을 비교하며 시즈코는 예산실적(予実)의 정밀도를 가볍게 계산했다.

다소의 오차는 발생하지만, 뭔가의 대처가 필요해질 정도의 오차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즈코의 창고(蔵)에 보관되기만 해서는 수확물에 상품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은 백성들이 생각할 것이 아니라, 뭐가 어찌되었든 위정자(為政者)인 시즈코가 해야 할 일이다. 석고(石高) 상으로는 5만 석(石)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쌀에 한정된 이야기이며, 다종다양한 산물을 통합하면 백만 석은 될 듯한 수익이 발생했다.

항구 마을(港街)을 정비한 이래로 토우고쿠 경제의 현관문이 되어 있는 오와리에서는, 수확기 이외에도 항상 세수가 발생한다는 점이 크다.


"오와리 쌀을 어떻게 한다?"


손에 들고 있는 장부의 한 곳에 붓으로 밑둘을 그으며 시즈코는 한숨을 쉬었다. 오와리 쌀이라고 하면, 천황이 애용하는 쌀(御用米)로 이름을 날려, 천하 일품이라는 명예로운 쌀이 되었다.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테이터스 심볼이며, 답례용(贈答用)이나 경사(祝い事) 자리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름 그대로 오와리에서밖에 재배되지 않아, 유통량이 제한되어 있는 것이 희소가치를 낳고 있었다.

서민들이 볼 때는 한 그릇조차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가격이 되는 오와리 쌀이, 시즈코의 창고에는 산더미처럼 보관되어 있었다. 올해의 수확이 많았던 것도 한 이유지만, 최대의 원인은 작부량(作付け量)을 늘린 것이다.

노부나가의 방침에 의해, 오와리 쌀은 시즈코의 마을을 중심으로 한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생산되었다. 하지만, 오와리 쌀의 수요는 노부나가의 예상을 아득히 웃돌았다.

그 결과, 오와리 쌀은 식량으로서가 아니라 투기적 가치를 가지는 상품으로서 상인들이 매점하여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사장시키거나 하게 되었다.


고심해서 만들어낸 오와리의 명산품(名産品)이 돈벌이 도구가 되어서는 매우 화가 난다며, 노부나가는 한정시켰던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품종개량이 된 오와리 쌀은, 통사으이 품종보다도 많은 시비(施肥, ※역주: 거름주기)를 필요로 하며, 종래의 품종에 비교해 키가 작기 때문에 수위(水位) 관리에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

만들라고 해서 금방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래서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유통량의 두 배 정도를 작부하게 하여, 시즈코의 마을 사람들에게 농사 지도를 하게 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노부나가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해 보였다. 절반을 예상한 수확량은, 뚜껑을 열어보니 8할 이상의 수량이 되어, 오와리 쌀이 남아돈다는 진기(珍妙)한 현상이 발생해 버렸다.

노부나가로서는 투기적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싶을 뿐이며, 오와리 쌀의 가격이 폭락한다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소량씩을 장기적으로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한다는 작전이 역효과가 나버린 모양새가 되었다.

오와리 쌀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노부나가는, 남은 오와리 쌀의 처리 일체를 시즈코에게 일임했다. 일임했다고 하면 듣기는 좋지만, 시장에 낼 수 없는 물건이기에 용도는 제한된다.


"……일단 가문 내에 뿌릴까? 한식구끼리 소비하는 걸로는 시장 가치에 영향을 줄 거라 생각되지 않으니까"


고민한 끝에, 시즈코는 자신의 가신들이나, 오다 가문 후다이(譜代) 가신들을 중심으로 오와리 쌀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을 것 같으면 가공해서 다른 상품으로 만들면 된다.

평소에 정치적인 선물에 대해서는 최저한으로 끝내는 시즈코가 대대적으로 오와리 쌀을 뿌리게 되면 야심이 있다고 간주될 게 뻔하다. 그래서, 시즈코는 '풍작의 나눔(お裾分け)'이라는 형태를 취하여 곳곳에 선물할 방침을 세웠다.


"사실은 술 쪽이 효율이 좋지만…… 남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네요. 어떻게 생각해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술고래(呑兵衛) 씨들"


시즈코가 장부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자 맹장지의 그림자에서 몇 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케이지(慶次)와 사이조(才蔵)가 멋적은 표정을 떠올리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상하네. 기척은 지웠을 텐데……"


"매년 똑같은 문답을 주고받고 있잖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케이지 씨들이 마실 분량은 확보해 뒀어요. 고민되는 건, 내 명의로 되어 있는 술의 처리에요"


주조사업(酒造事業)의 총 책임자(元締め)인 시즈코에게는, 세금으로서 술이 현물로 납부된다. 술지게미(酒粕)나 감주(甘酒) 등은 쓸데라도 있지만, 통술(樽酒)의 경우 금주령(禁酒令)도 있어서 시즈코는 조리(調理) 이외에는 전혀 소비할 수 없다. 그래서 시즈코의 창고에는 몇 년의 숙성을 거친 청주(清酒)가 잠자고 있기도 하다.


"주상께서는 그다지 술을 드시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고노에(近衛) 님께는 이미 상당한 양을 돌리고 있으니, 이 이상은 가치의 폭락을 불러와버리겠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면, 또 정치적인 의미를 의심받을테고…… 슬슬 놓을 장소도 문제네요"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책상 위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축하 자리에서 모두에게 뿌리거나, 바쁘기 짝이 없는 쿠로쿠와슈(黒鍬衆)에게 쏘기도(差し入れ) 하고 있지만, 그래도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나는 양이 웃돌고 있었다.

오와리 쌀이나 오와리의 청주라고 하면 상류계급 사이에서 종종 선물용(進物)으로 귀하게 여겨질 정도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 쿄(京)에서 희소한 것에 의미가 있기에, 지방이라고는 해도 대량으로 방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 아냐? 시즛치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대로 하면 되는거야.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보호자가 나서주겠지"


"……그러네요. 지금 가장 무난한 건 카가 침공군에 보내는 걸까요. 진중위문(陣中見舞い)이라는 형태라면 소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테니까요"


"그럼, 시바타(柴田) 님께 파발(早馬)을 보내죠"


"아, 타진은 주상을 경유해서 해놓았어요. 주상께서도 소비한다면 상관없다고 말씀하셨고, 시바타 님에게서 '배려, 감사스립니다'라고 대답을 받았으니, 남은 건 규모의 조정을 하고 있는 단계에요. 단, 아케치(明智) 님만이 진이 멀리 떨어져서 고립되어 있으니 수송할 때는 호위의 숫자를 생각할 필요가 있으려나 해서요"


"어, 그러고보니 카가 일향종이 시바타 군과 전투를 시작했을 때, 에치젠 쪽에서 배후를 기습했던가? 첫 수에 큰 전과를 낚아챘는데, 그 이후에는 연계가 되지 않아 고립 기미라는 이야기였지"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긍정했다. 당초, 미츠히데는 시바타 군이나 하시바(羽柴) 군이 카가 일향종을 몰아넣을 때까지 국경 부근을 굳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개전 후에도 움직일 기색이 없는 모습으로 보고, 카가 일향종의 수뇌부는 아케치 군은 퇴로를 봉쇄하는 부대라고 단정짓고 전력을 전선에 집중시켰다. 후방에 대한 주의가 소홀해진 틈을 놓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아케치 군의 복병부대가 급습했다.

이 미츠히데의 용병(用兵)은 시바타들에게도 사전에 전달되지 않은 완전한 기습(不意打ち)으로 기능하여, 자칫 후토게 성(二曲城)이 함락당할 뻔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케치 군도 본대는 아니고 유격대였기에 숫자에서 밀린다. 공격하여 함락시키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자, 즉시 방어시설의 파괴로 방침을 전환하여, (櫓)이나 무기고에 불을 지르고 성문을 닫을 수 없도록 공작을 한 후, 화려하게 물러나 보였다.

이 일련의 움직임 덕분에 시바타 군은 단번에 깊숙한 곳까지 공격해 들어가, 후토게 성에 틀어박힌 카가 일향종은 해자(堀)와 성벽(廓)에 의지하여 절망적인 농성을 강요받고 있었다.

얄궂게도 미츠히데의 기습에 의해 카가 일향종은 치고 나가는 방침에서 농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바타 군으로서도 깊이 추격하는 것을 피하고 토리고에 성(鳥越城)과의 연계를 끊으려 움직이고 있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 일련의 공방에 의해 카가 일향종의 주력 부대는 그 숫자가 크게 줄어, 미츠히데의 전공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단 협공(挟撃)하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아케치 님의 부대는 숫자가 적어요. 거기에, 시바타 님이나 하시바 님을 미끼로 해서 새치기(抜け駆け)한 형태가 되었으니 원군은 도저히 바랄 수 없겠죠. 그렇다고 해서 병력을 물릴 수도 없으니,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겠네요"


"그걸 잘 알고 새치기한 거겠지. 사견이지만, 싸움이라는 건 무슨 짓을 해서든 이기면 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동감이다. 아케치 님의 방식으로는 언제 새치기를 당할지 불안해져서 도저히 옆이나 등 뒤를 맡길 수 없지. 자신들만은 버려지지 않을 거라고 아무 근거없이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낙천적이 될 수는 없다"


(예견하고 있었지만, 역시 아케치 님의 평판은 나쁘네……)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기에 독단전행(独断専行)에 빠지기 쉽고, 냉소가(皮肉屋)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를 파악 못하는 발언이 눈에 띈다. 대단히 뛰어난 능력 때문에 중용되고 있지만, 협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배경을 이해하고 있다고는 해도, 시즈코로는 미츠히데를 어떻게 할 수는 없고, 할 생각도 없다.


"뭐, 우리들이 참견할 일도 아니니, 깊게 관여하지 않도록 하죠. 자, 아케치 님에게는 누가 갈래요?"


"내가 가지"


일단은 가장 위험이 예상되는 미츠히데의 진에 화물을 운반할 부대의 호위역을 고민하고 있자, 빈말로도 일을 열심히 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케이지가 손을 들었다.


"……수송부대를 호위하는 것 뿐인데요?"


"그건 이해하고 있어. 대장이 미움받는다고 해도, 말단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있다고. 그 남자다움(漢気)에 보답해줘야 된다는 바보가 있어도 괜찮잖아?"


"음ー, 그런 바보는 싫지 않을것 같네요. 그럼, 아케치 님에 대한 수송부대의 호위를 케이지 씨에게 부탁할게요"


"맡겨둬"


카부키모노(傾奇者)의 방식(流儀)을 좋아하는 시즈코는 케이지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호위대(馬廻衆)의 임무는…… 아니, 말하지 않겠다. 그런 녀석이었지, 네놈은"


미츠히데의 부대가 고립되어 있기에 일부러 격려하러 간다. 위의 속셈은 어떻든간에, 현장의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부대의 숫자가 적고 포진이 얇다는 것은 적으로부터의 습격을 받기 쉽다는 것도 의미한다.

역경 속에서 원군으로 달려가서 운 좋으면 적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다면 통쾌할 것이다. 그런 카부키모노의 어쩔 수 없는 천성(性)을 느낀 사이조는 말없이 보내기로 했다.


"아무래도 시바타 님의 진에는 저 자신이 가야겠죠. 부하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본인은 후방에 틀어박혀 있어서는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요"


"시즈코 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쓸데없는 위험을 피하는 것은 위에 서는 사람의 의무입니다. 소생이 대리(名代)로 가도록 하지요"


"으ー음, 그런가요?"


특히 급한 용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직접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자, 소성(小姓)이 아시미츠(足満)의 귀환을 알려왔다.

즉시 이쪽으로 안내하라고 소성에게 명하고는 사이조 쪽을 돌아보았다.

시즈코가 잠깐 시선을 뗀 사이에, 어느새 케이지가 실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위험이 따르는 임무를 앞두고 기분을 내려고(景気づけ) 유곽(花街)에라도 간 것이리라.

사전에 서로 짠 것도 아닌데 시즈코와 사이조가 서로 쳐다보고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옷을 약간 지나치게 껴입은 차림새의 아시미츠가 들어왔다.


"일단 수고하셨어요. 귀환하자마자 죄송하지만, 서둘러 개요만이라도 구두로 보고를 부탁해요"


"인프라 정비에 관해서는 자연이 상대이니 다소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겠지만, 남은 건 시간 문제겠지. 문제는 우에스기(上杉) 가문의 집안 소동이다. 시즈코의 판단대로 불온한 사태가 되어 있지. 지금은 후시키안(不識庵)이 제압하고 있지만, 카게토라(景虎, 호죠 우지야스(北条氏康)의 친자식) 진영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후시키안이 오랫동안 에치고(越後)를 비우게 되면 무장봉기도 일어날 수 있겠지"


"흠흠. 그렇게 되면, 오다 가문이 토우고쿠 정벌에 주력하고 있을 때가 위험하려나요? 주상이시라면 일부러 봉기를 유도해서 쳐부술지도… 으ー음, 한번 상담을 해보는 편이 좋겠네요"


반 오다의 기수(旗頭)였던 타케다(武田) 가문을 잃은 지금, 혼간지에게 의지할 곳은 토우고쿠의 영웅(雄)인 호죠 외에는 없다. 이 무렵, 켄뇨(顕如)가 각 방면에 보내는 문면(文面)도 기세가 꺾여, 예전의 격문을 띄우던 기세는 자취를 감추었다.

만에 하나 호죠까지 오다 가문에 굴복하면, 혼간지의 운명(命運)은 끝장나버린다. 켄뇨로서는 저자세로 나가더라도 호죠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성가신 얘기네요. 반대로 말하면, 호죠를 제외하면 토우고쿠는 평정된 셈이려나요"


"그렇게 되겠지. 그보다, 좀 말해둬야 하는 이야기가 생겼다. 보고하러 들렀던 기후(岐阜)에서 오다 님에게 서신을 맡아가지고 왔다"


그렇게 말하고 아시미츠는 품에서 봉인된 서신을 꺼냈다. 시즈코가 내용을 확인하자, 노부나가가 야마토(大和)로 갈 때 동행하라는 내용으로, 일정과 경로(順路)가 적혀 있었다.

문면을 볼 때, 일단 쿄에서 합류한 후 야마토로 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 노부나가가 야마토로 가는 노림수를 알 수 없었다.

딱히 의미도 없이 서신을 꼼꼼히 뜯어보던 시즈코였으나, 문득 어떤 것을 떠올렸다.


"츠츠이(筒井)와 마츠나가(松永) 사이의 불화(確執) 때문일까?"


츠츠이란 '야마토 네 가문(大和四家)'으로 꼽히는 츠츠이 씨(筒井氏)를 가리키며, 현 당주(当代)는 츠츠이 쥰케이(筒井順慶)가 맡고 있었다. 이 쥰케이와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에는 적지않은 악연(因縁)이 존재한다.

쥰케이는 예전에 마츠나가에 의해 거성(居城)인 츠츠이 성(筒井城)에서 쫓겨나 한동안 자복(雌伏)의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과 결탁한 쥰케이는, 마츠나가 히사히데에게서 츠츠이 성을 탈환했다는 경위를 가지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서로 죽고 죽이던 두 사람이 함께 오다를 주군으로 섬기게 된 것이다. 그리 쉽게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한편, 마츠나가 히사히데는 노부나가의 신하가 된 후, 그의 명령에 따라 타몬야마 성(多聞山城)을 넘겼다. 타몬야마 성에는 미츠히데나 시바타 등이 당번제(当番制)로 들어가게 되어, 야마토의 백성들에게 오다 가문의 세력 아래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츠나가는 거성을 빼앗긴 채 얌전히 있을 인물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오다에게 빈틈(綻び)이 보이면 그 목젖을 물어뜯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리하여, 각자의 속셈이 뒤엉킨 결과, 아직 야마토에는 수상한 전란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었다.


"오다 님이 노리는 것은, 야마토의 권력자에서 민초(民草)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는 오다라는 것을 드러낼 생각이겠지. 흠…… 마츠나가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


"어? 아시미츠 아저씨, 마츠나가 히사히데랑 교류가 있었어요?"


"음. 나는 그놈에게 '대단히 신세를 졌고', 이쪽도 이것저것 '편의를 봐 준' 사이지. 적지 않은 교분을 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로 즐거운 듯한 미소까지 떠올리며 아시미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전히 사교적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아시미츠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시즈코였으나, 어림짐작으로 교우 관계에 참견할 수도 없었기에 의문을 속으로 삼켰다.


"그럼, 주상께서 야마토에 도착하셨을 때 인사하러 오게 하도록 부탁할 수 있겠어요? 츠츠이 씨는 주상께 어머니를 인질로 바쳤을 정도니까 말할 것도 없이 오겠지만…… 혹시 모르니 편지를 보내두죠"


노부나가가 일군(一軍)을 이끌고 야마토에 들어가고, 동시에 현지의 유력자들이 모조리 인사하러 간다는 구도는, 장병들이나 민초들에게도 알기 쉽게 지배구조를 어필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럼, 케이지 씨와 카츠조(勝蔵) 군은 카가로, 요키치(与吉) 군은 계속 아즈치에 잔류. 그렇게 되면, 나는 사이조 씨가 시바타 님의 진에서 돌아오는 대로 주상과 동행하게 되는 걸까요?"


"야마토로 간다면 나도 동행하지. 다름아닌 마츠나가가 얽혀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직접 가서 녀석과 조금 '대화'를 할 필요가 있겠지"


"그러네요. 주상의 앞에서 츠츠이 쪽과 다투어도 곤란하니, 그런 부분은 교우(交友) 관계가 있는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맡길게요"


"거성도 잃고 처지가 곤란한 마츠나가에게는 나쁜 이야기는 아닐테지. 지기(知己)나 마찬가지인 내가 중재에 들어가는 것이니 '싫다고 하지는(無下にされる)' 않겠지" 


마츠나가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弱り目に祟り目)으로 재난(災難)일 뿐이지만, 실로 기분좋게 이야기하는 아시미츠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주상께서 야마토에 체재하시는 동안에 문제를 일으키면 큰일이 될테니까요. 츠츠이 쪽도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을테고, 마츠나가 쪽은 아시미츠 아저씨가 제어해 주는 거죠? 주상 앞에서 다툼이라도 일으켰다간 어떤 처벌이 내려질지 몰라요"


마츠나가는 노부나가가 대단히 원하는 차관(茶釜)인 코텐묘(古天明) 히라구모(平蜘蛛)(이후 히라구모라 부름)를 소유하고 있었다. 마츠나가는 노부나가의 신하가 될 때 명품 '츠쿠모카미(九十九髪) 나스(茄子)'를 헌상했으나, 히라구모에 관해서는 몇 번 요청을 들어도 결코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위도 있어, 히라구모를 바친다면 싸움을 해서 쌍방 모두 처벌하게 되어도(喧嘩両成敗) 마츠나가 측은 사정을 봐줄 가능성이 높다.  츠츠이 측으로서는 먼저 손을 쓰면 필패인 상황이 되니, 마츠나가만 제어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히라구모도 명물조사(名物調査)의 일환으로 맡게 되겠지만, 지금 시기에서는 억지력이 되니까 손대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요"


"호오…… 그러고보니, 시즈코는 히가시야마고모츠(東山御物)도 수집하고 있었던가"


"딱히 금전적 가치가 있어서 원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들의 시대에서는 유실되었다는 것을 후세에 남길 수 있다면 내가 이 시대에 살았던 의미가 있으려나 해서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 뭐, 마츠나가에 대해서는 내게 맡겨둬라. 나쁘게 하지는 않을테니"


"응, 부탁해요. 이쪽은 야마토로 갈 계획을 세울게요"


"걱정말아라(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볼만하겠군)"


마츠나가가 아시미츠로부터의 편지를 받아들고 어떤 표정을 떠올릴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옅은 미소가 치밀어오르는 아시미츠였다.




노부나가의 야마토행이 착착 진행되는 동안, 이시야마(石山) 혼간지에서는 내분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큰 이유로서는 노부나가가 새롭게 닦은 도로의 존재가 있었다. 이세(伊勢)를 경유하여 오와리와 사카이(堺)를 육로로 잇는 정비된 도로는, 중소규모의 상인들의 교역을 활발하게 했다.

이세를 지배하에 둔 노부나가는, 오와리에서 축적된 해산물의 양식 기술을 이세에도 들여오게 했다. 양식이 궤도에 오르기에 앞서 가공시설이 가동을 시작하여, 말린 전복이나 말린 해삼이 비교적 싼 가격으로 유통되게 되었다.

말린 전복이나 말린 해삼은, 이웃나라인 명(明) 나라에서는 건화(乾貨)라고 불리며, 말린 표고버섯과 함께 인기높은 상품이다. 중량당 이익률이 높은 상품으로서 알려져 있지만, 종래에는 상선을 보유한 대상인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선망의 상재(商材, ※역주: 장사할 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부나가가 닦은 도로라면, 큰 가게라고 부를 수 없는 작은 상인들에게도 일확천금의 찬스가 주어졌다.

그 결과, 그야말로 골드 러시에 들끓었던 미국 서부 같은 성황(盛況)이 이세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야심을 품은 상인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상품을 사입(仕入)하여 전국으로 흩어졌다. 대상인들은 종래대로 해운(海運)을 통한 해외무역을 하고, 그 이외의 상인들은 육로로 국내의 유통을 담당하여 자연스러운 분업(棲み分け)이 이루어졌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수요가 생겨나고, 그것을 기회(商機)로 시장이 들어선다. 시장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변 일대에는 전에 없었을 정도의 돈이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이렇게 판을 깔아놓은 노부나가는, 이 거대한 권익구조의 일부를 이시야마 혼간지를 편드는 세력, 그것도 네고로슈(根来衆)나 사이카슈(雑賀衆)(오오타 당(太田党))에 나누어주었다.

적을 이롭게 하기만 하는 행위일 뿐이기에 처음에는 함정을 의심한 네고로슈나 사이카슈였으나, 전에 없던 기세로 팽창하는 재화(財貨)에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사이카슈는 원래 상인집단으로서의 측면도 가지고 있어, 상인들이 교역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무장한 결과 용병집단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상인으로서 키워온 연줄(縁故)에 의해, 서쪽으로는 큐슈(九州)에서 동쪽으로는 북(北) 칸토(関東)까지 커버하는 인맥(伝手)을 가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장사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상인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당연히 나오게 된다.


이 일련의 흐름에야말로 노부나가의 매복(埋伏)의 독(毒)이 숨어 있었다.

사이카슈는 의사결정을 각 세력의 대표들에 의한 합의제에 맡기고 있었다. 사이카 당(雑賀党)과 오오타 당의 2대 파벌은 있지만, 그 밖에도 유력한 세력들이 군웅할거(群雄割拠)하여, 세력의 대표를 순번제(輪番制)로 맡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용병 사업에 특화되는 것으로 큰 이익을 내고 있었기에, 일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세력 내부의 파워 밸런스가 크게 뒤흔들려 버렸다.


"오다에 빌붙는 얼간이들에게 제재(制裁)를!"


"어디서 흘러오건 돈은 돈이다! 이 상기(商機)를 놓치지 않고 힘을 축적하는 것이 선결이다!"


"오다의 주구(走狗)로 전락했느냐, 사이카슈의 수치(面汚し)가!"


"무기가 없으면 전쟁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무기를 갖추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상이나 긍지만으로는 배는 부르지 않아!"


그들은 자신의 재화를 지키기 위해 무장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그가 정한 상거래의 규칙(約束事)을 지키는 한, 적을 편드는 쪽이더라도 상인들을 비호해준다.

이렇게 목숨을 걸면서도 벌이가 적은 용병 사업을 버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파벌과, 어디까지나 자주독립을 관철하며 권력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을 계속하는 파벌로 나뉘어 다툼이 시작되었다.


"당했군"


노부나가가 펼친 사이카슈 붕괴의 책략을 깨달은 사이카 마고이치(雑賀孫一)였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는 합의(合議)를 열려 해도, 회의(会議)가 분규할 뿐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연합 세력(寄り合い所帯)의 취약함이 드러나 버린다. 각각의 파벌이, 자신들이 속하는 집단을 이끌고 멋대로 행동하게 되어 버렸다.


"재편(立て直し)은 어려운가"


험악한 표정의 마고이치에 대해,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이 의문을 입에 올렸다.


"혼간지 내부에서도 승병(僧兵)의 도망이 줄을 잇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기를 같이 하여, 사이카슈의 내부 붕괴. 이것을 우연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조금 지나치게 상황이 잘 맞아떨어집니다"


라이렌 뿐만이 아니다. 그의 옆에는 승려 차림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에케이(恵瓊). 노부나가의 실추(失墜)를 예언했던 모우리(毛利) 가문의 외교승(外交僧), 바로 그 사람이었다.

세 사람은 화톳불을 둘러싸고 마주보고 있었다. 각각 중요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실내조차 아닌 장소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일종의 기묘한 상황이 생겨났다.

라이렌이 속한 이시야마 혼간지는 오다와 강화를 맺었고, 마고이치가 속한 사이카슈의 일파도 표면상으로는 오다에게 복종하고 있다. 직접 칼을 맞대지는 않았으나, 에케이가 섬기는 모우리에게 오다는 잠재적인 적이다.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이기에, 많은 상인들로 떠들썩한 야외에서 잡담(世間話)을 가장하여 비밀 회합을 가지고 있었다.


"오다에게 한 방 먹었군요"


"무력으로 상회하면서 정치적 책략(搦め手)까지 쓰다니, 합의제의 약점을 찔렸소"


"칼날을 맞대는 것만이 싸움은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돈을 화살로 삼아 욕망을 꿰뚫는 싸움도 있다고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무변자(武辺者)라는 소문은 믿을 게 못되는군요"


에케이의 중얼거림에 라이렌은 팔짱을 끼고 말없이 생각했다. 대화를 주도하고 있던 그가 입을 다물었기에, 고요함이 자리를 지배했다. 때때로 들리는 벌레 소리와 장작이 터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라이렌은 자기 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눈부시게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었다. 지금부터 노부나가가 취할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면 이시야마 혼간지의 만회는 절망적이 된다.

숙고한 끝에 라이렌은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설마, 오다는 자신을 미끼로 삼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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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