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원년(元年) 키나이(畿内)의 사회기반 정비
122 1574년 12월 상순
노부나가의 야마토(大和) 순시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귀로(岐路, ※역주: 작가가 음이 같은 帰路를 잘못 쓴 듯) 도중에 쿄(京)에 들러, 란쟈타이(蘭奢待)에서 잘라낸 한 조각을 오오기마치(親町) 천황(天皇)에게 헌상하고 기후(岐阜)로 귀국했다.
노부나가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던 시즈코는, 기후에서 노부나가와 헤어져 오와리(尾張)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수고했어"
저택에 돌아가자, 한 손에 주먹밥을 든 나가요시(長可)가 마중나왔다. 카가(加賀) 공격이 끝났다고는 듣지 못했기에 돌아와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시즈코는 놀랐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미 대세는 결정지어졌고, 잔당 사냥이나 병량(兵糧) 공격에 참가할 생각도 없어서 귀환했다는 듯 했다.
"그런 사정이라면 어쩔 수 없네. 병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돈은 계속 줄어드니까"
"군의 규모도 축소 경향이라서 말야, 예상이 빗나갔는지 케이지(慶次)도 돌아왔어. 미노(美濃)까지는 함게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어딘가로 사라졌지"
"아ー, 어쩐지 알겠어"
목적을 정하지 않았을 때의 케이지는 바람 부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그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기하게도 위급할 때는 지각하지 않기 때문에, 실이 끊긴 연 같은 거라고 다들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뭐, 시음회(試飲会)까지는 돌아오겠지"
"시음회?"
익숙치 않은 단어에 시즈코는 고개륵 갸웃했다. 실언을 깨달은 나가요시가 다급히 발길을 돌렸으나, 달려나가기 전에 시즈코에게 목덜미를 꽉 붙잡혔다.
"질문받고 도망친다는 건, 뒤가 구린 일이 있다는 거겠지?"
"어, 아니…… 하핫"
명백히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말도 하고는 있지만 완강하게 실토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이라고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시즈코를 마중나온 사이조(才蔵)와 아시미츠(足満)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골적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이건 남자들이 결탁해서 뭔가 나쁜 짓을 벌이고 있다고 헤아린 시즈코는, 한숨과 함께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네요. 창고의 열쇠를 녹여버리고(鋳溶), 창고 입구도 봉인하죠"
"""자, 잠깐!!"""
시즈코의 진심을 감지하고 세 사람이 안색을 바꾸며 시즈코를 제지했다. 시음회라고 하니 뭔가 새로운 술을 마시는 이벤트이겠지만, 이렇게까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왜 비밀인 거죠?"
"……그, 뭐냐. 시즈코가 재배하고 있던 홉(hop)이 있었지?"
세 사람은 서로 눈짓을 햇지만, 이윽고 단념했는지 아시미츠가 대표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응? 아, 그러고 보니 있었네요"
시즈코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보리(大麦)의 유효한 사용처로서 맥주 제조를 시야에 넣고, 이른 단계에서 남만 경유로 홉을 수입하여 재배하고 있었다.
애초에 한랭한 기후를 좋아하는 홉의 재배는 난항을 겪었으나, 올해가 되어 간신히 가공 가능한 품질의 것을 수확할 수 있었기에, 번식용의 포기와는 별도로 구별한 미수정(未授精)의 암그루(雌株)만을 수확했다.
성숙한 홉의 암그루는 '구화(毬花)라고 불리는 솔방울과 닮은 꽃 같은 것을 피운다 (엄밀하게는 꽃이 아니다).
시즈코가 가져온 지식에서는 미수정의 구화만을 사용하는 것이었기에 수그루의 재배는 한정적이 되었다.
이 구화는 맥주의 원료 중 하나이며, 쓴맛이나 향을 연출하고, 잡균의 번식을 억제하여 보존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원료용으로 분쇄가공만 해서 보관해 둔 채였네요"
수확한 구화는 저온하에 두고 송풍(送風)하여 건조시키고, 그 후 분쇄한 것을 압축하여 펠렛(pellet)으로 가공한다. 이렇게 하는 것으로 보존성이 높아져서 수 년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역시 시간을 두면 풍미(風味)가 떨어지잖느냐? 그게 아까워서, 그만 전부 써 버렸다……"
그러고보니 아시미츠는 갓 수확된 구화를 둘로 갈라서, 중심 부근에 있는 레몬색의 '루풀린(lupulin) 알갱이'를 꺼내서 그 선명(鮮烈)하고 화려한 향기에 거하게 취해 있었다.
오랫동안 마시지 않은 맥주의 향기를 떠올리고, 그 무렵부터 계획을 세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잘 알겠어요"
세 사람이 조급해하는 이유, 그것은 주세(酒税)에 있었다. 오다 영토 내에서 주류는 담근 단계의 양에 따라 과세되며, 현물 또는 금전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다만 과세는 상용주조(商用醸造)에 한정되며, 연구개발이나 자가소비하는 분량에 대해서는 관례적으로 못본 척 하고 있었다.
이번의 경우에 적용한다면 자가소비라고 강변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아마 처음에는 평소의 네 사람만이 마실 양을 담글 예정이, 서서히 참가자가 늘어남에 따라 규모가 커져버린 것이리라.
그들이 시즈코에게 말하지 않은 것도, 아무래도 이 양은 문제가 있지(拙い) 않을까라는 의식이 있었던 게 아닐까.
어쨌든 시즈코로서는 주조(酒造)의 총 책임자(元締)이기도 하며, 노부나가에게 바치는 주세의 총괄도 맡고 있다.
"참고로 만든 맥주는 어쩔 생각이었어요?"
표면적으로는 생긋 웃는 상태로 기묘한 박력을 띤 시즈코가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졌다고 헤아린 아시미츠는, 사이조의 옆구리를 찔러 눈짓을 교환했다.
"(아무래도 이거 안 좋아진 것 같다, 솔직히 사과하자)"
"(알겠소)"
"(미, 미안. 내가 입을 잘못 놀려서……)"
"(오히려 전화위복(怪我の功名)이군. 여기는 어설프게 감추려고 하지 말고 밝힐 수밖에 없다) 우리들이 마실 만큼만 만들어서 전부 마셔버릴 생각이었다……"
시즈코는 두통을 참는 듯 미간을 손가락으로 주무르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오다 영토 내에서는 술을 담그려면 신청이 필요하고, 담근 양에 따라 납세의 의무가 부과된다고요. 개인이 소비할 정도의 양이라면 눈감아 줄수도 있지만, 모두가 마실 양이면 장사 규모잖아요? 위정자가 지키지 않는 법 따위 아무도 지키지 않게 되어버리니, 이후에는 반드시 상담해줘요? 알았어요?"
스스로도 잔소리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차근차근 말했다. 아마도 시즈코의 손을 번거롭게 하지 말자고 몰래 만들었을 아시미츠가 쓸쓸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아시미츠가 현대의 시즈코 집에서 얹혀 살았을 때, 그는 자주 시즈코의 아버지와 풋콩(枝豆)을 안주로 저녁에 맥주를 마셨었다.
"(임시 거처였다고는 해도, 향수를 느낄 정도로는 생각해 줬던 걸까?) 그래서, 시음회에 참가하는 건 누구에요?"
"예, 옛…… 저희들 세 명 이외에, 케이지 님과 미츠오(みつお) 님, 고로(五郎) 님――"
"알았어요. 예상 이상으로 대규모인 모양이네요. 그렇게 되면 눈감는 정도로 끝날 양이 아닐테니, 주세는 모두의 급료에서 빼두겠어요"
가볍게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한 시즈코는 사이조의 말을 가로막았다.
"(여러 사람 손을 빌리는 동안 규모가 확대되어 간거겠지. 내 직속의 무장들이 무허가로 술을 담글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테니……) 용서하는 건 이번 뿐이에요? 다음에도 했다간 당신들이라고는 해도 처벌하지 않을 수 없으니, 나한테 그렇게 하게 하지 말아줘요?"
"시즈코, 정말 미안하다……"
아시미츠를 필두로, 다른 두 명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듯 하여, 시즈코는 이 이상의 질책은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그보다도 불미스런 일(不始末)에 대처하기 위해 움직이는 편이 건설적이다.
"그럼, 이 이야기는 끝이네요"
시즈코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각종 수속을 하러 가려고 할 때, 마치 노린 듯한 타이밍에 쇼우(蕭)가 나타났다.
"이쪽에 계셨습니까, 시즈코 님. 노히메(濃姫) 님께서 오셨습니다. 시즈코 님과의 면회를 원하십니다"
"알겠어요. 아무래도 이 꼴로는 뵐 수 없으니, 목욕(湯浴み)을 하고 가겠어요. 그 동안의 환대(歓待)를 부탁해요. 그리고 주세의 신고 누락을 발견했으니, 아야 짱에게 전해줄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쇼우는 날렵하게 인사를 하고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쁘게 떠나갔다. 항상 묘하게 타이밍좋게 나타나네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을 시작으로 몸치장을 갖추는 동안 노히메를 꽤 오래 기다리게 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응접실로 이동했다.
"대단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사전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니,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노라"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시즈코의 지위(立場)가 높아짐에 따라 공식적인 자리 또는 그에 가까운 장소에서는 의례적인 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気心の知れた) 노히메 상대로도 마찬가지라, 고용인들(家人)을 물린 사적인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흐름이 되었다.
"후우, 참으로 딱딱하구나"
시즈코의 사실(私室)로 안내되자마자 노히메는 평소의 스스럼없는 태도로 돌아왔다. 노골적일 정도의 전환에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그만큼 마음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서로 지위가 생겼으니 그에 맞는 행동을 요구받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노히메 님께서는 천하인(天下人)의 정실(正室)이시니까요"
"알고 있으니까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에 맞게 행동하고 있지 않느냐? 애초에 천하인의 처(妻)이니 뭐니 떠받들려봤자 나 자신에게 무슨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情)으로 움직이는 여자가 정치에 관여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느니라"
"저기, 저도 일단 위정자인데요"
"시즈코는 숫처녀(未通女) 아니더냐? 여자로는 치지 않느니라"
"저는 그렇다치고, 본심은요?"
"정치는 남자의 일. 남자의 등을 슬쩍 밀어주고 지친 남자를 치유해주는 게 좋은 여자라는 것이니라"
"그렇겠죠"
노히메의 성격은, 천하인의 정실이라는 권위를 휘두르기보다, 자신의 기량만으로 내키는 대로 인생을 구가하는 쪽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입장상 정치에 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제약이 가해지는데도 그 안에서 최대한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노히메의 모습에 천하인의 처의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었다.
파앙-!!
"시즈코는 없느냐? 아, 언니(義姉上)! 먼저 오셨습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호쾌하게 맹장지를 열어젖힌 것은 오이치(お市)였다. 뒤에 챠챠(茶々)와 하츠(初), 유모(乳母)에게 안겨 있는 고우(江)가 있었다.
오다 가문의 여자들은 방문을 미리 알리지 않는 습관이라도 있는 건가 하고 의심하고 싶어지지만, 그러고보니 노부나가도 갑작스레 찾아오기 때문에 오다 가문의 혈통이라고 납득했다.
"호호홋, 내가 길을 서두른 것 뿐이니라. 신경쓰지 말거라"
"집주인인 저는 신경쓰이는데요…… 그런데 어떤 용건이신가요?"
요즘에는 노히메나 이치 등의 부인들(奥方衆)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노히메 혼자라면 변덕(気紛れ)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두 명 동시가 되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시즈코가 경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거라. 뭐,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니라. 나와 오이치들 일동은, 당분간 오와리에 체류하게 되었느니라"
"네, 그러신가요…… 네!? 그건 대체 어째서?"
내년에 당장이라도 노부나가는 본거지를 아즈치(安土)로 옮긴다. 이미 임시 궁궐(仮御殿)은 완성되어 있지만, 새해맞이(年賀) 행사가 있기에 기후에 머물고 있으며, 정월이 지나면 아즈치로 이주할 것이 결정되어 있다.
이 시기에 노히메나 이치가 오와리에 머무르는 이유가 시즈코에게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즈치라기보다 오우미(近江) 일원(一円)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느니라. 그런 상황에서 주군의 급소가 될 수 있는 우리들이 무방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면 좋지 않은 일을 꾸미는 패거리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도 사람의 출입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경비가 느슨해지고, 간자들이 끼어들 여지도 늘어나겠지. 그래서 우리들이 오와리에 체류하게 된 것이니라. 주군께서 자리를 잡으실 때까지 당분간 신세를 지겠노라"
"과연, 사정은 이해햇습니다. 그 정도의 중대사인데, 사전에 당사자인 저에게 이야기가 오지 않았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거라면, 내가 중간에 막았느니라"
"아아…… 그런 건가요"
시즈코에게 소식이 오지 않은 것은 노히메의 소행이었다. 치기에 의한 장난인지, 아니면 심모원려(深謀遠慮)에 의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귀인(貴人)을 받아들이려면 준비가 필요하기에, 하다못해 한 마디 귀띔해줬으면 싶었던 시즈코였다.
"우리들 외에도 친족들이 오와리에 체재하겠지만, 시즈코가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것은 나와 이치의 가족들 뿐이다. 수행원도 최저한으로 했으니, 그리 번잡하게 하지는 않을게다"
"잘 알겠습니다. 친족의 안전을 염려하여 피난을 권하시다니, 주상께서는 일가친지를 아끼시는군요"
"무슨 헛소리냐. 걸리적거리니 그런 것 뿐이다. 오우미는 구석구석까지 살필 수 있는 기후나 오와리와는 다르다. 지금부터는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놈들이 아니라, 호의적으로 접하며 비벼보려는 놈들도 나오겠지. 그런 정세에서는 쓸모없는 아군만큼 골치아픈 것은 없느니라"
"어떻게 적에게 무능한 자를 떠넘길지는 옛부터 정치에서 쓰인 수법이군요. 그걸 생각하면 싸울 수 없는 아군은 방해된다고 주상께서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조차 없는 자는 급소가 될 뿐만이 아니라 아군을 피폐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적을 이롭게 하게 된다. 무능한 아군을 안에 품고 있으면, 적은 그냥 앉아서 유리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노부나가는 고사(故事)에 따라 아군에서 무능한 자를 배제하고, 유능하다면 적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런 것이니라. 우리들은 주군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다못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몸을 숨기는 것이 내조(内助)의 공(功)이니라"
노히메는 일체의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잘라 말했다. 노부나가로부터 방해꾼 취급을 받고 있는데도 신경쓰는 기색조차 없다.
"그래서, 본심은요?"
오래 알고 지내지 못한 사람이라면 노히메의 속이 깊음에 감명을 받으리라. 하지만, 노히메가 그런 기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는 시즈코는 눈을 가늘게 뜨며 떠보았다.
"주군 공인의 휴가(骨休め)니라. 이걸 즐기지 않고 어찌할 것이냐!"
시즈코의 상상대로, 노히메는 노부나가의 태도 따윈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잘되었다며 아예 거리낌없이(大手を振って) 놀 구실로 삼을 속셈이었다.
이치가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말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걸 보니, 이미 계획은 짜여져 있는 것이리라.
"호호홋, 주군의 태도에 일희일비(一喜一憂)할 정도로 순진(初心)하진 않느니라. 게다가, 지금의 주군께서는 멸사봉공에 철저해야 하실 때, 친족들을 규합해서 주군을 보좌하는 게 처(妻)의 임무이니라"
"……강하시군요. 제겐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썩어도 살무사(蝮)의 딸, 미적지근한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느니라. 자, 따분한 이야기는 끝이다. 방의 준비를 부탁할 수 있겠느냐?"
"알고 있습니다. 쇼우에게 준비를 시킬테니, 이쪽에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고 쇼우를 불러 노히메들이 지낼 방을 준비하도록 명했다.
노히메들이 시즈코 저택에 기거하게 된 얼마 후, 남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음회가 열렸다.
발기인(発起人)은 코타로(虎太郎). 부추긴 것은 케이지, 찬동자가 사이조, 나가요시, 아시미츠, 타카토라(高虎), 미츠오, 고로, 시로(四郎), 야이치(弥一)였다.
"훗훗훗, 작년의 와인은 실패였지만, 까마귀머루(エビヅル)인가 하는 것으로 담근 올해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백포도주라는 건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제법인데, 포도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코타로가 준비한 와인은 두 종류. 일본의 고유종인 까마귀머루라는 포도를 사용하여 담근 적포도주와, 코우슈(甲州) 포도로 만든 백포도주였다.
당초에 코타로는, 준비되어 있던 코우슈 포도를 사용하여 적포도주를 담그려고 했다. 그러나, 서양의 품종에 비해 당도(糖度)가 낮아서인지, 가당(加糖)을 해도 여전히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부패해 버렸다.
썩은 와인을 폐기하는 현장에 우연히 나타난 미츠오가 와인 제조의 힌트를 주어, 올해의 와인 제조를 무사히 성공으로 이끌었다.
"어이쿠, 첫 선을 보이는 맥주도 잊으면 곤란하지. 아시미츠 아저씨가 웬일로 열심히 착수한 명품(逸品)이야. 원료도 시즛치가 공들여 키워낸 일급품, 맛이 없을 리가 없어!"
맥주가 든 통을 치면서 케이지가 웃었다. 단골이 된 청주(清酒) 외에 소주(焼酎)나 럼 주 같은 증류주들도 놓여있어, 그야말로 품평회라고 해야 할 분위기를 드러내어 참가자들은 어쨌든 흥분(高揚)했다.
그러나 아시미츠에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은 침통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개중에도 나가요시는 창백해 보일 정도로 안색이 나빠, 한 눈에도 정상이 아닌 모습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왜 그래? 다들 기운없는 표정을 하고? 성가신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술을 마시며 떠들자고"
케이지가 어깨를 치면서 나가요시를 격려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평소라면 기분을 고쳐먹고 함께 떠들텐데, 정말로 몸 상태가 안 좋은건가 하고 케이지가 괴이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 미안해, 실은……"
나가요시가 사정을 말하기 전에, 입구의 문이 팡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조심스레 사전 교섭을 한데다가 창고 안에서 몰래 개최하고 있었던 만큼, 사정을 알고 있는 세 사람 이외의 전원의 시선이 입구로 집중되었다.
"안녕? 몰래 모여있는 여러분. 밀조주(密造酒)의 제조는 엄벌에 처해진다는 건 알고 있나요?"
그곳에는 온화한 미소를 떠올리면서도 박력을 띠고 있는 시즈코가 서 있었다. 몰래 소비할 만큼만 살짝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심상치않은 사태에 전율했다.
"미안, 말실수를 해버렸다……"
나가요시가 쥐어짜듯 말했다. 그 한 마디로 현 상황을 헤아린 남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윗사람이 법을 무시하면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서지 않잖아요? 그런 고로, 이 술에 대해서는 세금을 징수하겠어요"
"아니, 그, 말이지"
케이지가 어물거리면서도 변명을 하려고 했으나, 시즈코는 그쪽을 한 번 노려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봉쇄해버렸다.
"변명은 소용없어요! 처벌이 없을 수는 없으니, 다음 급료에서 주세를 빼겠어요. 그 대신 정식 품평회로 만들어 줄테니, 이런 좁은 곳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큰 방(広間)으로 모여요!"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고 발길을 돌렸다. 남자들도 묘한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시즈코를 따라 큰 방으로 향했다.
큰 방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이미 연회석 준비가 갖추어져 있어, 긴 탁자 같은 좌탁(座卓)이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 김을 풍기는 큰 접시에 담긴 요리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다.
"특례 조치는 이번 뿐이에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모두를 처벌하고 싶지 않으니, 다음부터는 제대로 신고하라고요! 자, 설교는 끝. 모처럼이니 비교하면서 마셔보고, 요리와의 상성 같은 것도 나중에 보고해주면 좋겠어요"
타조 고기나 오골계(烏骨鶏), 오와리(尾張) 코친(cochin)의 닭튀김, 닭의 난반즈케(南蛮漬け), 어패류의 조림(煮付け), 각종 버섯 덴뿌라(天ぷら), 보울(bowl) 가득히 담긴 생야채 샐러드, 야채 절임(香の物)에 오와리 쌀의 흰쌀밥이 가득 담긴 밥통(お櫃)이 늘어서 있었다.
"모두의 보고를 바탕으로 주상께 헌상할 메뉴를 정할 거니까, 주의해서 맛보도록 해요. 그럼, 나머지는 잘 부탁해요"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맹장을 닫고 연회장으로 화한 큰 방에서 나갔다.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다들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시음회는 계속해도 되는건가? 급료에서 깎이는 건 뼈아프지만, 그 이상의 요리가 놓여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데"
"뭐가 어찌되었든, 모처럼의 요리가 식어버린다. 촌스러운 말은 하기 없기야. 새로운 술과 맛있는 밥, 이걸 먹지 않겠다는 건 거짓말이지"
케이지가 부추기자, 의기소침해 있던 사람들도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주상께 헌상할 것을 정하는 이상, 취하도록 마실 수도 없지. 각각을 확실히 음미하고, 모두의 의견이 정리된 후에 실컷 마시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건 어떨까? 나는 뭔가 시음회를 계속할 구실이 없으면 우리들도 흥을 내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 시즛치의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말야. 정말로 그런 걸 정할 생각이라면 시즛치는 더 정성껏 절차를 밟을거야"
"아마도 케이지의 말대로겠지. 하지만, 시즈코의 자비심(仏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각자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고, 내일부터는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사이조의 말을 케이지가 부정하고, 아시미츠가 마지막을 마무리했다.
"아시미츠 아저씨의 말대로네. 밀조주를 만든 건 아무래도 너무 지나쳤어"
머리를 긁적이며 케이지가 드물게 반성을 입에 올렸다. 모두가 각자 반성하고, 자리가 조용해졌을 때 미츠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하죠. 모처럼 시즈코 씨가 준비해준 요리입니다. 그 뜻을 헛되게 해서는 더더욱 면목이 없게 되겠지요"
"아저씨치고는 좋은 말을 하잖아! 좋아, 답답한 얘기는 끝이야. 마음을 새로이 하기 위해서도, 오늘은 밤새 마시자고!"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고로가 일부러 밝게 말하고, 그에 대해 미츠오가 단골 멘트를 날렸다. 평소대로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떠오르는 일동이었다.
"내 와인은 사전에 확실히 신고하고 세금도 제대로 납부했는데 말이지……"
"자자, 다행히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시음회니까,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하죠"
혼자서만 뒤가 구린 곳이 없었던 코타로가 멋진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툴툴대고, 야이치가 달래면서 개회(開会)를 촉구했다.
"그럼, 시즛치의 관대한 조치에 감사하고, 또 충분히 반성했으니 시음회를 시작하자고!"
"오-!"
케이지의 선언에 남자들은 주먹을 치켜들었다.
"(현대인으로서는) '어쨌든 생(生)'이죠! 욕심을 말하자면 시릴 정도로 차게 한 것을 마시고 싶지만 말입니다"
중얼거리면서 미츠오가 맥주를 쭉 마셨다. 현대 일본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맥주는, 라거(lager) 계열의 필스너(pilsner) 스타일로 제조되고 있다.
필스너 스타일의 역사는 184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체코의 플젠(Plzeň)에 있는 필젠(Pilsen) 양조장에 독일인 양조가(醸造家) 요제프 그롤(Yosef Groll)이 초빙되어, 이 때 제조된 맥주가 유명한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우르켈은 원조(元祖)나 오리지널(元)이라는 의미)'이며, 그 제조방법을 필스너 스타일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일본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맥주 메이커가 필스너 스타일을 채용하여 맥주를 제조하고 있다.
맥주는 크게 나누면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뉘며, 발효 과정에서 효모(酵母)가 보리즙(麦汁)의 상부에 떠오르는 '상면발효(上面発酵)'로 만들어진 것을 에일이라 부르고, 반대로 아래로 침전되는 '하면발효'로 만들어지는 것을 라거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는 에일 쪽이 오래되었으며, 라거는 중세기 무렵에 탄생하여, 19세기 무렵부터 주류가 되었다. 이것은 라거의 발효 온도에 의한 부분이 크다.
일반적으로 20에서 25도의 상온에서 발효되는 에일은 잡균이 번식하기 쉽고, 그에 반해 라거는 5에서 15도라는 저온에서 발효시키기 때문에 품질이 안정적이다.
산업혁명 이후의 대량생산의 흐름에는 품질이 안정적인 라거 쪽이 유리하여, 시대에 등을 떠밀리는 형태로 주류로 도약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라거를 주류로 밀어올리는 원동력이 된 것은, 프랑스의 세균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1866년에 저온살균법(파스퇴라이제이션(pasteurization)이라고도 부른다)이라는 세균의 번식을 막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 크다.
맥주 양조의 과정에서 한발 빨리 저온살균법을 채용한 독일은, 부패(腐敗) 내성(耐性)을 향상시켜 고품질의 맥주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본래 파스퇴르는 맥주를 위해 저온살균법을 발명한 것이 아니고, 프랑스 와인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연구를 계속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자국인 프랑스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독일을 대단히 싫어했던 그의 공적이 하필이면 독일 맥주의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으리라.
후에 파스퇴르의 저온살균법은 우유에도 응용되게 된다.
또, 일본에서는 파스퇴르보다 300년 이상 전에 일본주의 제조 공정에서 '히이레(火入れ)'라는 저온살균법이 경험적으로 탄생했었다.
에일과 라거는 발효 방법만이 아니라 마실 때의 적절한 온도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에일은 상온 부근이 적절한 온도라고 한다. 이것은 상온인 쪽이 맥주가 가진 향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라거는 차게 해서 마시는 쪽이 적절하다.
이것은 차게 한 쪽이 라거가 가지는 섬세함(キレ)이나 쓴맛, 탄산(炭酸)의 상쾌함(爽快感)을 확실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특히 시릴 정도로 차게 한 라거가 선호되는 것은 기후에 의한 영향이 크다.
일본은 1년 내내 습도가 높고 여름의 더운 시기가 길다. 이 때문에 목넘김이 상쾌하고 청량감(清涼感)이 있는 차가운 라거가 선호되고, 상온의 에일은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건조하고 추운 기간이 오래 계속된다. 이 때문에 몸이 차가워지는 라거보다도 상온의 에일이 선호된다.
"크으으!! 직접 만든 맥주는 수고 때문에라도 맛도 한결 더 좋군요"
"묘하게 쓰고, 입속이 얼얼해. 뭐라 말할 수 없는 맛이군"
맥주의 평가는 딱 둘로 갈렸다. 맥주에 익숙한 아시미츠나 미츠오는 기세좋게 술잔을 비우고 있었으나, 나가요시나 타카토라는 미묘한 표정을 떠올리면서 살짝살짝 핥듯 마시고 있었다.
처음 경험하는 탄산의 자극에 익숙해지지 않아 조금식 마시고 있기에 목넘김(喉越し)이 좋다는 점이 느껴지지 않고 쓴맛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으음! 이 백포도주는 대단히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맛이군"
코타로의 말에 야이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숙성 기간이 짧기에 아직 거친 부분이 남아있는 마무리였으나, 작년의 곰팡이 투성이 포도주와는 한 획을 긋는 완성도였다.
"미츠오 님에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설마 이 정도의 맛이 될 줄이야……"
"하하하, 저는 텔레…… 어흠. 다른 사람에게 들은 지식을 말했을 뿐입니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요"
순간적으로 텔레비전이라고 말하려던 미츠오는 다급히 얼버무렸다. 코우슈 포도가 백포도주에 적합하다는 것도, 까마귀머루로 적포도주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했다.
백포도주의 대략적(大雑把)인 제법과, 코우슈 포도가 재료로 적합한 점, 또 생식으로는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까마귀머루가 와인으로 만들면 훌륭한 맛을 낳는다는 정보만을 전달했다.
이 전국시대에서 원재료인 코우슈 포도나 까마귀머루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시즈코의, 나아가서는 오다 가문의 위광(威光)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겸손도 지나치면 아니꼬움(嫌味)이 되겠지. 당신의 지식은 크게 도움이 되었소. 나도 주인에 대해 면목이 서게 되었지"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저도, 맛있는 와인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타로의 사의를 받아들이자, 이번에는 미츠오도 생산자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감사를 표했다. 일순 멍해진 코타로였으니, 곧 파안(破顔)하더니 미츠오에게 적포도주도 권했다.
"백포도주도 좋지만, 이쪽의 적포도주도 지지 않지. 모국의 와인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소"
"아직 젊은 와인이라 그런지 신맛과 쓴맛이 강합니다만, 산양 치즈와 조합하니 끝내주는군요!"
"그 새빨간 와인이라는 건 그렇게 맛있어? 나도 한 잔 마셔볼까!"
"맛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케이지가 와인에 흥미를 보였다. 즉시 야아치가 비교적 마시기 쉬운 백포도주를 따라서 케이지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크ー. 청주만큼 세지는 않지만 꽤나 강한 술인데. 포도다운 신맛이 재미있어"
"갓 담근 젊은 와인이니까요. 몇 년이나 숙성을 거듭하면 모난 부분이 없어져서 부드러워지고, 수분도 날아가 다른 맛이 됩니다"
"호오! 조금씩 맛이 변하는 건가, 꽤나 재미있는데. 다음에는 적포도주인가 하는 걸 부탁할까?"
"알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생긋 웃은 야이치가, 적포도주를 케이지에게 건네주었다. 와인글라스에라도 따라서 빛을 투과시키면 그렇지도 않지만, 아직 투명도가 높은 유리는 귀중하여, 와인글라스의 가격도 무섭도록 비싸다.
이 때문에 시음회에서는 기껏해야 보통 술잔(ぐい呑み)으로 마시고 있었기에 빛이 차단되어 피처럼 보였다. 피를 부정한 것(穢れ)으로서 기피하는 사람들은 적포도주를 기피하고 있었지만, 케이지에게는 관계없었다.
"술고래(蟒蛇)인 미츠오가 와인을 마시고 있는 틈에 내가 맥주를 마시지"
미츠오나 케이지가 와인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아시미츠는 맥주를 계속 마시고 있었다. 맥주병 같은 건 없었기에 통에서 직접 퍼마시고 있어, 몇 잔 째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다지 과음(深酒)을 하지 않는 아시미츠의 페이스는 명백히 일본주(日本酒)를 마실 때보다 빨랐다.
"아시미츠 씨, 그거 몇 잔 째야?"
"처음부터 세지 않았다. 그런 걸 신경쓰고 있으면 술이 맛없어지잖나"
"아니, 과음은 좋지 않은 거 아니야?"
"이 정도는 마신 축에도 안 든다. 그보다 네놈도 마시지 못하겠냐, 모처럼의 맥주가 미지근해진다"
"에엑!? 평소와 달리 엄청나게 들이대는데……"
"시끄럽다. 내 술을 못 마시겠다는거냐?"
고로의 지적에, 아시미츠는 술주정뱅이의 단골(定番) 대사로 받아쳤다. 가까이서 듣고 있던 시로는 괜히 벌집을 건드릴 것 없다는 듯 그 자리를 떠났다.
"이 닭튀김이라는 건 맛있네. 이건 밥이 지나치게 당겨"
"카츠조(勝蔵)! 이 시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레몬 즙을 뿌리면 더 맛있어진다!"
"잠깐! 난 그 즙, 싫어한다고!! 아ー아, 전체에 다 뿌려버렸어……"
시로와 마찬가지로 아시미츠의 주사(絡み酒)를 피한 사이조나 나가요시, 타카토라는 닭튀김을 차례차례 먹어치웠다.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있던 큰 접시의 요리는 깨끗하게 사라졌다ㅑ.
요리가 없어진 후에도 그들은 한 손에 술잔을 들고 담소하였으며, 그것은 미츠오 이외의 전원이 취해 쓰러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남자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 동안, 시즈코는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리하여 도깨비(鬼)를 퇴치한 모모타로(桃太郎)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보물을 가지고 돌아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잘됐네요(めでたし、めでたし)"
시즈코가 챠챠와 하츠를 선두로, 여성진 전원에게 상연(上演)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직접 만든(謹製) 종이연극(紙芝居)이었다.
서민을 위한 오락의 제공과 기본적인 교양의 습득, 권선징악(勧善懲悪)의 스토리를 고르는 것에 의한 도덕심의 향상을 노리고 시험적으로 만든 것이다.
화려한 색채를 가진 종이연극의 한 장에 챠챠가 관심을 가지고, 시즈코가 그것을 실연(実演)해보이자, 어른들도 끼어들 정도로 대호평을 받아, 끊임없이(延々) 상연을 반복하게 되고 있었다.
"저는 슬슬 자고 싶은데요……"
"아니 된다! 아직 그 밖에도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노히메와 이치의 기세에 눌려, 결국 시즈코는 밤새도록 종이연극을 계속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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