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원년(元年) 키나이(畿内)의 사회기반 정비
118 1574년 7월 중순
시즈코가 시바타(柴田) 등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은 지 이미 1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작전회의가 재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시즈코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낙관시하고 있었다.
시즈코에게는 전쟁 준비보다도 카카오 빈즈의 마무리 쪽이 중대사였다. 기대대로 발효가 진행되었다면, 슬슬 다음 공정인 건조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발효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시즈코는 실제로 카카오 빈즈를 갈라 확인하는 컷 테스트(cut test)를 실시했다. 검사 항목은 두 가지. 색깔(色合い)과 향기(香り)를 확인하여 발효 상태를 평가한다.
발효 전의 카카오 빈즈라면, 단면은 폴리페놀(polyphenol)의 일종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에 의한 자색(紫色)을 띠고 있다. 이 자색은 발효가 진행되면서 발효열로 중합반응(重合反応)을 일으켜, 갈색(褐色)을 띠게 된다.
색깔에 이어 향에 대해서도 확인해본다. 초콜렛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된장(味噌)을 연상케 하는 끈적임을 가지면서, 그러면서도 달콤한 듯한 향기가 난다.
순조롭게 발효가 진행되었다면 좀 더 산미(酸味)가 있는 향기가 나지만, 그것은 환경의 차이라고 포기하고 건조(乾燥) 공정으로 이행하기로 했다.
카카오 빈즈는 중량 중 3분의 1 이상을 수분이 차지한다. 이 수분량을 8~6% 정도까지 줄이는 작업을 건조 공정이라 부른다.
원산지에서 실시되는 건조 작업은, 노지(露地) 등에 1미터 정도 높이로 짜놓은 나무 틀(木枠) 위에 '대나 띠로 엮은 발 같은 것(すのこ)'을 깔고, 그 위에 카카오 빈즈를 늘어놓고 천일(天日) 건조를 한다.
이 건조 작업중에도 천천히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현지의 토양균(土壌菌)이나 건조 방법에 따라 카카오 빈즈의 맛이 좌우되게 된다.
현대에서는, 이 건조 작업을 거쳐 최종 품질 체크가 실시되고, 합격한 카카오 빈즈만이 마대자루(麻袋, 표준 60kg)에 넣어져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좋은 느낌으로 건조되고 있네"
일본은 온난습윤(温暖湿潤) 기후이며, 오래 이어진 장마(梅雨)의 영향도 있어 노지에서의 천일 건조가 어렵다. 그래서 시즈코는, 당초 비닐하우스 내에서 천일 건조를 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닐하우느 내부는 온천의 폐탕(廃湯)이 지나가고 있어 대단히 온도가 높은 환경이 되어 있었다. 명백하게 건조 공정에 부적절한 환경이었기에, 새롭게 폐자재(廃材)나 단재(端材)를 유용한 소형의 비닐하우스(투명 팩티스(factice)로 된)를 지었다.
금후의 재배 확장에 따라 언젠가는 대형의 건조 시설이 필요해지겠지만, 당분간은 이 시설로 운용하게 된다. 건조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통기성(通気性)을 중시한 설계가 되어 있고, 목재가 많이 사용되었다.
값비싼 투명 팩티스를 사용하는 부분이 천정 부분만이기에, 보는 느낌상으로는 비닐하우스라기보다 천창(天窓)이 달린 헛간(納屋)에 가깝다.
전용의 설비를 준비한 덕분도 있어, 비가 오는 날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빈즈는 잘 건조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해도 '초콜렛의 재료가 만들어졌다'라는 것 뿐이며, 초콜렛으로 만들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은 카카오 빈즈를 카카오 매스(cacao mass)로까지 가공해야지"
건조를 마친 카카오 빈즈는 당연히 단단한 외피(外皮)에 감싸여 있어, 카카오 매스로 가공하려면 이것을 제거하여 알맹이를 꺼낼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우선 카카오 빈즈를 가볍게 볶아서 외피(husk)에 금이 가게 한다. 이어서 수차(水車)를 동력으로 하는 분쇄기에 넣어 카카오 빈즈를 거칠게 분쇄한다.
분쇄된 카카오 빈즈를 풍구(唐箕, 볍씨(籾) 선별용(選別用)의, 수차 동력을 사용한 대형의 것)과 체(篩)를 사용하여 외피를 제거한다. 남은 배젖(胚乳, nib) 부분을 카카오 닙(cacao nib)이라고 부른다.
이 닙에는 지방질(脂質)인 카카오 버터(cacao butter)가 중량비(重量比)로 보면 5할 이상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 닙을 잘게 갈아서 페이스트(paste)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마쇄(磨砕)라고 부른다.
이쪽도 수차 동력에 연결된, 기술자 마을(技術街)의 기술자 근제(謹製)의 마쇄기(磨砕機)에 의해 닙은 자잘한 조각으로 분쇄된다. 잘게 마쇄됨에 따라 함유되어 있는 카카오 버터가 유리(遊離)되어, 마찰열(摩擦熱)에 의해 녹으면서 페이스트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마쇄기의 최종 공정인 롤러 부분에서, 복수의 롤러 사이를 통과하여 페이스트 상태가 된 카카오 매스가 반출된다. 이 카카오 매스는 롤러에 달라붙어 있기에, 철제 칼날이 이것을 긁어내어 꺼내어진다.
현대의 기계라면 한 번의 작업으로 충분한 입자경(粒子径)이 될 때까지 마쇄되지만, 전국시대의 원시적인 기계에 거기까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따라서 꺼내어진 페이스트 상태의 카카오 매스를 다시 마쇄기에 걸어, 반복 처리하는 것으로 정밀도를 보완한다.
이렇게 매끄러운 페이스트 상태가 된 카카오 매스는, 설탕과 무당연유(無糖練乳, 전분유(全粉乳)가 이상적이지만 제조 난이도가 높아서 포기했다)와 혼합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뒤섞이게 된다.
카카오 매스의 본질은 유지(油脂) 성분으로, 액당(液糖)이나 통상의 우유(牛乳)와는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수분을 극력 제거한 상태에서 혼합시킨다. 그래도 페이스트 상태의 물체에 분말 등을 녹이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게다가 큰 저항이 걸리기에 강한 힘이 필요해졌다.
그 때문에, 여기서 사용하는 혼합기(믹서)의 동력은 축력(畜力)이 된다. 봉에 매여 혼합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소의 모습은, 가내수공업(家内制手工業)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초콜렛 도우(chocolate dough)라고 불리며, 초콜렛을 초콜렛답게 하는 특색있는 공정으로 진행된다.
1880년에 스위스의 루돌프 린츠(Rudolphe Lindt)에 의해 탄생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100년도 넘는 세월동안 초콜렛 제조의 심장부라 불리는 것이 콘칭(conching) 공정이다.
콘칭이란, 간단히 표현하면 '반죽하는(練る)' 작업이다. 마쇄된 초콜렛 도우를 콘체(conche)라고 부르는 기계로 끊임없이 반죽한다.
장시간 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반죽하기 때문에 다시 수차가 동력이 되어 콘체를 움직인다. 이 콘칭을 하는 것에 의해 도우에서 유분(油分)이 스며나와 서서히 연화(軟化)를 시작한다.
원초(原初)의 콘체로는 72시간 걸렸다고도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들여 반죽하는 것에 의해, 수분이나 불쾌한 냄새의 원인이 되는 성분이 증발하고 제거되어 특유의 아로마(aroma)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계속 반죽하는 것으로 수분과 유분이 섞이는 '유화(乳化)'가 진행되어, 걸쭉한 초콜렛 특유의 식감(舌触り)이 생겨난다.
이 공정을 마친 후, 다시 템퍼링(tempering)이라 불리는 온도조정을 행하여 카카오 버터의 결정 구조(結晶構造)를 정렬하는 것에 의해, 반질반질(艶やか)하고 식으면 단단히 굳은 초콜렛이 된다.
현대인이라면 당연하게 먹을 수 있는 초콜렛 과자지만, 그 뒤에는 실로 수고스러운 제조 공정이 존재하고 있다.
시즈코는 완성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제조를 진행할 수 있지만, 제법이 고안될 때까지는 대단히 긴 역사가 있었다.
카카오는 16세기에 유럽에 전래되었으나, 19세기에 초콜렛의 4대 혁명이라 불리는 기술 혁신이 등장할 때까지 초콜렛이라는 것은 음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단, 당시의 초콜렛은 현대의 코코아 같은 것과는 다른, 쓴맛이 강하고 대단히 기름진 것이었다. 그 때문에, 당초에는 기호품(嗜好品)이라기보다 약으로 취급되어, 빈말로도 맛있는 음료는 아니었다.
그 후, 오랫동안 약으로 쓰인 초콜렛이었으나, 19세기에 들어서자 다양한 기술 혁신이 일어났다. 그 선구(先駆け)라고도 불리는 발명은, 네덜란드의 식품 메이커 '반 호텐(Van Houten)'에서 태어났다.
반 호텐의 창업자인 카스파루스 반 하우텐(Casparus van Houten)은, 1828년에 카카오 빈즈에 50% 이상이나 함유되어 있는 카카오 버터를 유압식 압착기에 넣어 절반 정도까지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게다가 건조시킨 카카오 매스를 잘게 부숴 분말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뜨거운 물에 녹기 쉬운 코코아 파우더로서 유통시켰다.
그 뒤를 이은 2대 업주 콘라드 요하네스 반 하우텐(Coenraad Johannes van Houten)은, 카카오 빈즈를 알칼리 용액으로 처리하는 방법인 '더치 프로세스(Dutch process)'를 개발한다. 이것으로 발효 과정에서 생산된 산을 중화시켜, 수용성을 높인 '코코아'가 탄생한다.
이 기술 혁신을 계기로 1847년에 뜨거운 물에 녹이지 않고 직접 먹을 수 있는 고형 초콜렛을 고안하고, 1875년에 주식회사 네슬레(Nestlé)의 창업자 앙리 네슬레(Henri Nestlé)가 더욱 부드러운 밀크 초콜렛을 개발했다.
4대 혁명의 마지막은, 1879년에 루돌프 린츠가 우연의 산물(여러가지 설이 있음)로서 입 안에서 녹는 부드러운 초콜렛(후에 린츠 초콜렛이라고 부르는 브랜드가 된다)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콘칭 제법을 발견했다.
이들 4대 발명이 탄생하자 스위스에 린츠 사, 네슬레 사, 영국에 캐드베리(Cadbury) 사, 미국에 허쉬(Hershey) 사 등의 초콜렛 기업이 탄생하여, 공장에 의한 대량생산에 의해 그때까지 고급품이었던 초콜렛이 일반 대중도 접할 수 있는 것이 되어 보급되기 시작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인류에게는 맛있는 감미(甘味)일 뿐인 초콜렛이지만, 개나 고양이에게는 유해한 물질이 된다. 초콜렛에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 불리는 크산틴(Xanthin) 유도체(誘導体)가 존재한다.
이것은 카페인 등의 친척으로, 인간에게는 어지간히 대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한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 등은 테오브로민의 대사속도(代謝速度)가 느려서, 과도한 흥분상태나 탈수증상을 일으켜, 최악의 경우에는 죽게 된다.
"콘칭은 하루 이상 걸리니까 얼른 시작하자"
각종 원료를 투입하고, 수차 동력을 전달받은 콘체가 가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상태를 지켜보면서 다 반죽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이리하여 약간의 여유를 얻은 시즈코였으나, 거기에 또다시 태클(横やり)이 들어왔다.
"……하아, 머리가 아프네"
전령이 가지고 돌아온 편지를 읽고,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했다. 편지의 내용은 카가(加賀) 일향종(一向宗) 토벌의 건으로, 극력 관여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지만, 일이 나쁜 쪽으로 진행된 모양이었다.
시바타(柴田)는 관계자를 모아 작전회를 여는 게 아니라, 시즈코의 생각을 결정사항으로서 문서화하여 각 무장에게 통지했다.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었던 시바타들조차 곧바로 이해하지는 못했던 내용이니만큼, 항목별로 적은(箇条書き) 문장을 받기만 한 무장들은 곤혹스러워했다.
아쉽게도 시바타 자신이 보냈었던 문서는 첨부되어 있지 않아서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시즈코 쪽으로 문의가 온 이상 치명적으로 설명이 부족했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바타의 문서는 시즈코가 발안자라고 적혀있었던 모양이라, 편지를 통한 우원(迂遠)한 연락이 아니라, 모여서 작전회의를 열고, 그 자리에 시즈코도 참가해 줬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다.
(확실히 시바타 님은 주인의 의도에 관계없이 명령받은 것을 우직하게 수행하는 분이니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경위라던가 하는 것도 당연히 알고 싶겠지……)
작전회의에서 시즈코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초안(草案)의 내용을 전원에게 알기쉽게 전달하여 구체적인 계획으로 구현하는 군사(軍師)이다.
편지를 보낸 것이 시바타가 아니라 미츠히데(光秀)나 히데요시(秀吉)였다면, 두 사람 다 책모를 구사하는 지장(智将) 타입이기에, 주도면밀한 사전 교섭(根回し)을 한 후에 작전회의를 열었으리라.
그에 반해 시바타는 '공격하는 시바타에 물러나는 사쿠마(かかれ柴田に退き佐久間)'라고 평가되었듯, 선봉을 맡는 일이 많은 저돌맹진(猪突猛進) 타입의 맹장(猛将)이다. 일단 명령이 떨어지면 망설임없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전쟁터에 나서는 호담한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그런 명령은 따를 수 없다고 거부하게 되어, 시바타로서는 몸을 사리는 겁쟁이라며 격앙하게 된다.
이러한 쌍방의 어긋남이 악순환을 낳아, 양자의 골이 결정적인 수준으로 깊어지기 전에 시즈코가 호출되었다.
"이 얘기, 조절(匙加減)을 잘못하면 카가 일향종 정벌이 문제가 아니게 되겠네"
카가 일향종 정벌의 총대장은 시바타이다. 총대장의 명에 따르지 않는 집단 따위 이미 군이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 카가 일향종은 어쨌든 수십 년에 덜쳐 카가를 계속 통치하고 있다.
군으로서의 통솔을 잃은 상태에서 상대할 수 있는 적일 리가 없다. 뭣보다 카가 일향종은, 나가시마(長島) 일향종보다도 광신적(狂信的)이라는 정보가 시즈코에게는 들어와 있었다.
종교적인 열광이라는 것은 탄압받을 수록 불타오른다. 그 신앙심을 무기로 집단으로 묶어 제어하고 있는 지휘 중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정을 볼 때 사전 교섭은 무리겠고…… 어느 정도 애드립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으려나. 우선 판단 재료가 없으면 이야기가 되질 않으니, 파벌이나 세력간의 정보를 파악하자"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는, 쇼우(蕭)와 아야(彩)에게 명령을 내렸다.
6월 하순이 되자 겨우 작전회의가 열렸다.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은 가신들의 모습에 노부나가가 짜증을 내고 있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었다.
작전회의의 장소는 시즈코가 운영하는 학교의 강당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을 만한 넓이가 있고, 주위에 숨을 수 있는 장소 같은 게 없었기에, 병사들을 숨겨놓거나 무기를 숨겨놓거나 하는 좋지 않은 생각을 할 도리가 없었다.
회장의 경비는 시즈코 직속의 부대가 맡고, 주도면밀한 밑조사를 한 후에 사람들을 물려놓았다. 회장에는 시바타나 미츠히데, 히데요시 같은 주요 무장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다른 무장들도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나, 시바타의 문서가 야기한 불신감은 어떻게 할 수 없는지, 다들 각자 불만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아 시작하기 전부터 찌릿찌릿(ギスギス)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상이 제 생각(案)입니다"
총대장인 시바타의 체면도 있기에, 시즈코는 흑판을 끌어내서 그림이나 도형을 그려가면서 문서의 내용을 '보충하는'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고생한 가치가 있었는지, 무장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으며, 시바타의 지시가 황당무계한 것이 아니라고 납득할 수 있었다는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의 설명은 스타트 라인에 지나지 않는다. 카가 일향종을 전쟁터에 세울 때까지의 무공을 따지지 않고, 그 후의 성과에 따라 무공을 정한다는 큰 줄기는 전해졌다.
그럼,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서, 어떤 위치에 포진하느냐라는 구체적인 작전으로 작전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되면 시즈코가 나설 일은 없고, 모두의 생각이 일치될 때까지 듣는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전원이 결론이 나지 않는 작전회의에 피로를 느꼈을 무렵, 미츠히데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흠…… 이대로는 끝이 안 나겠군요. 누구나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원하기에 이야기가 전혀 결판이 나질 않는군요"
작전회의가 분규하여 하나같이 짜증을 느끼고 있을 때, 미츠히데가 일부러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안 그래도 나쁜 분위기를 굳혀 버렸다.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점, 융통성 없음에 한숨을 쉬고는, 슬슬 때라고 생각하며 손을 들어 목소리를 냈다.
"발언의 허가를"
"말씀하십시오"
모두가 미츠히데의 무책임한 말에 노기를 띠는 가운데, 시바타가 즉시 허가했다.
"아케치(明智) 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이대로는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여기는 일단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포진부터 확정해가는 게 어떨까요? 이 작전회의에 앞서 여러분의 상황을 조사했습니다. 애초에 완전히 평등한 배치 따윈 불가능하니, 큰 부분을 굳힌 후에 세부적인 것을 좁혀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포진이라는 것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가 시즈코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시즈코가 한베에의 주인인 히데요시를 보자, 그는 시즈코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히데요시의 사정(窮状)을 작전회의 자리에서 공표해도 상관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하시바(羽柴) 님께는 군비(軍備) 제공을 맡아주십시오. 새 영지인 오우미(近江)는 아직 수확이 안정되지 않고, 이마하마(今浜)에의 투자로 군자금이나 군수물자의 비축이 충분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자금이나 물자는 저희 군이 제공하고, 그걸 각처에 전달하는 병참(兵站)의 일익(一翼)을 맡아줄 인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부끄럽지만, 이마하마는 전쟁피해(戦災) 복구(復興)가 한창입니다. 치안유지를 위해서도 병사는 필요하며, 나라(国許)를 비울 수도 없습니다. 빌려주신 자금이나 물자는, 세수가 안정되는대로 서서히 갚겠습니다"
히데요시와 눈짓을 교환한 한베에가 대답했다. 적지 않은 빚을 지게 되지만, 없는 건 어쩔 수 없다(無い袖は振れない). 히데요시로서도 스스로 말을 꺼내지 못한 약점을 밝히고 빚을 지면서까지 돈과 병사를 내놓은 것으로 일단 체면이 선다.
합격점을 받은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다음으로 아케치 님입니다만, 아케치 님께는 카가 일향종이 에치젠(越前)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견제해 주십시오. 그 때, 저희 군의 텟포슈(鉄砲衆) 300과 충분한 탄약을 제공하겠습니다. 거기에 산악 소탕전(山狩り)에 능한 병사와 군용견(軍用犬) 등을 예비병으로 5000 빌려드리겠습니다"
미츠히데에게는 카가 일향종이 에치젠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국경을 굳히는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 중심적인 인물이 한 명이라도 살아 도망치면 재기할 가능성이 있기에, 다른 사람보다 병사를 동원하기 쉬운 미츠히데가 적임이라 할 수 있었다.
숙련된 텟포슈 300으로 도로를 봉쇄하면, 얼마 안 되는 군세로는 도저히 돌파할 수 없는 방벽을 칠 수 있다. 길 아닌 길을 가려 해도, 군용견을 데리고 있는 병사들이 순찰하는 산을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다.
"시즈코 님의 배려, 감사드립니다"
시즈코의 추가 파병에 의해 미츠히데는 유격군(遊撃軍)을 조직할 수 있어, 카가 일향종 공격에 돌릴 병력을 늘릴 수 있다. 이 두 사람의 포진이 결정되면, 나모지는 자동적으로 분배가 시작된다.
총대장은 시바타이기에, 시바타 파의 무장들이 정리되고, 이어서 아케치 파의 무장들이 에치젠 부근을 담당하게 된다. 하시바 파의 무장들이 조금 손해를 보는 모양새가 되지만, 대신 소모를 적게 억누를 수 있기에 표면적으로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즈코의 발언으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작전회의는, 시즈코가 총대를 메어(身を切った) '세 사람이 한 냥씩 손해봄(三方一両損, ※역주: 고전 만담(落語)의 내용으로, A라는 사람이 3냥을 주워서 본래의 주인인 B에게 가져다주었는데, B는 일단 떨어뜨린 이상 자기 것이 아니라며 받지 않아 다툼이 일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영주 C가 1냥을 더하여 A와 B에게 2냥씩 나누어주어, A는 3냥을 주웠는데 2냥만 가지게 되었고, B는 3냥을 떨어뜨렸는데 2냥만 돌아오고, C는 1냥을 내주었으니 세 사람이 각각 1냥을 손해보았다는 이야기라 함)'으로 간신히 수습되었다.
한 번 치명적인 불화를 불러오게 되면, 아무리 오다 군이라고 해도 내부 붕괴는 면할 수 없다. 시즈코는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오다 군 전체로서 이득을 보는 쪽을 택했다.
한 때는 붕괴의 위기에 빠졌던 작전회의는 차질없이 끝나, 시바타가 마무리의 말을 했다.
"그럼 여러분, 결코 준비를 게을리하지 마시오"
이 말과 함께 작전회의는 해산되었다.
이 이야기는, 며칠의 시간을 두고 노부나가의 귀에도 들어갔다. 노부나가는 보고를 다 듣더니, 매우 좋은 기분으로 각자의 행보(行く末)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시즈코는 위장이 아파질 듯한 작전회의가 끝났기에 어깨에서 힘을 빼고 있었다. 작전회의 전부터 준비를 진행했기에, 각각의 무장에 대한 지원에 관해서는 이미 시즈코의 손을 떠난 상태였다.
다시 자유로운 시간을 짜낼 수 있었던 시즈코는, 중단했던 초콜렛 제작을 재개했다. 콘칭이 끝나, 식혀서 굳힌 초콜렛을 꺼낸 후, 마지막 공정인 템퍼링에 착수했다.
템퍼링이란 온도조정이며, 우선 중탕(湯煎)을 이용해 초콜렛을 50도 가까이 가열하여 녹인다. 액상화된 초콜렛을 중탕에서 꺼내, 얼음물 등을 이용하여 28도 전후까지 식힌다.
그 후, 다시 중탕에 넣어 초콜렛을 덥혀, 30~32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 템퍼링의 온도는 초콜렛 메이커나 초콜렛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시즈코의 경우에는 불순물이 많을 것을 상정하여, 여유를 두고 온도 설정을 했다.
이리하여 매끄러운 상태로 마무리된 초콜렛을, 사전에 준비해 둔 틀에 부어넣고 식히면 완성된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에이징(aging)이라 불리는 정온 창고(定温倉庫)에서의 숙성기간이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라며 포기했다.
초콜렛으로 완성되어 버리면 유통기간이 3개월 정도로 한정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이번에 사용하지 않은 분량은 콘칭 전의 카카오 매스 상태로 보존하기로 했다.
식혀서 굳힌 카카오 매스 상태라면, 온도만 주의하면 1년 동안은 보존이 가능해진다.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갔지만, 드디어 완성이다! 음ー…… 아무래도 현대의 시판품보다는 몇 등급 떨어지네. 뭐, 가루가 날리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디야"
식혀서 굳힌 초콜렛을 틀에서 떼어내어 접시 위에 담았다. 박리(剥離)가 잘 되지 않은 것, 금이 간 것 등을 제외하고, 보기 좋은 것들을 선별하여 노부나가에게 헌상할 분량으로 삼았다.
시즈코는, 박리에 실패해 쪼개진 초콜렛 조각을 입에 넣고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기억에 있는 초콜렛은 좀 더 부드럽게 녹았지만, 혀 위에서 껄끔거리는데다가 목구멍에 달라붙네……"
시즈코는 불만스럽게 투덜댔지만, 함께 시식할 기회를 얻은 남자들은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 입에 넣었을 때는 카키모치(かき餅) 처럼 딱딱한데, 입 안에서 곶감처럼 녹았다!"
"와하핫, 뭐야 이게? 쓴 건지 단 건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맛은 술에 어울릴 것 같군"
헌상품의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초콜렛의 실패작은 케이지(慶次)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미지의 식감과, 긴장되는(引き締まる) 쓴맛과, 그 뒤를 잇은 단맛에 매료되어, 초콜릿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당신들, 먹는 건 좋은데 말이에요, 좀 더 맛을 음미해줬으면 하는데요? 그거 만드는 데 엄청나게 고생했거든요?"
"미안미안. 먹기 시작하니까 멈추지 않아서 말야"
"하여튼…… 주상께 헌상하러 갈 거니까, 외출 준비를 해둬요"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숨겨들고 있던 접시를 안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목표한 인물은 금방 발견되었다. 예상외의 진객(珍客)을 데리고 있었지만.
"시즈코 님, 주상께 가신 게 아니었나요?"
아야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진객, 즉 챠챠(茶々)와 하츠(初)가 목덜미를 붙잡혀 끌려가고 있는 것 보니, 또 짓궂은 장난이라도 쳐서 연행되고 있던 거라고 짐작했다.
"응. 그 전에 잠깐 용무가 있어서 말야. 아야 짱, 입을 벌려. 거부권은 없어. 이건 명령이에요"
"그 손에 들고 계신 것과 관계있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명령이라고 하시면 이의는 없습니다"
챠챠와 하츠를 마룻바닥에 굴려놓은 채로 아야는 얌전히 시즈코 앞까지 가더니 순순히 입을 벌렸다. 소위 말하는 아ー 라는 상황인데, 의외로 창피하게 느껴져서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아야의 입에 초콜렛 조각을 던져넣었다.
처음에는 씹지 않고 혀로 햝아 확인하던 아야였으나, 금방 눈을 크게 떴다. 입 안에서 초콜렛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뚜렷하게 모양을 갖춘 고형물(固形物)이 이렇게 녹아버리는 것이 기묘하게 생각된 것이리라.
눈을 껌뻑거리면서도, 그녀가 초콜렛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신기한 음식이군요. 단단하면서도, 전에 먹었던 물엿(水飴)처럼 녹아 사라졌습니다"
"맛있지?"
"그러네요. 신기한 향기와 녹는 단맛, 조금 씁니다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야의 기준을 만족시켰는지, 그녀는 평소답지 않게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평소의 포커 페이스가 무너질 정도였으니 만든 보람이 있다고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코ー, 나도ー, 아ー"
"아ー"
하지만 챠챠와 하츠의 목소리에 제정신을 차린 아야는, 평소의 포커 페이스를 떠올리고는 다시 챠챠와 하츠를 구속했다.
"우선은 야단을 맞은 다음입니다"
"하나 정돈 상관없어. 아야 짱의 흐트러진(デレた) 얼굴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먹이를 조르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챠챠와 하츠에게 초콜릿을 던져넣어주었다. 그녀들은 즉시 씹어버렸지만, 그래도 입 안에서 녹는 초콜렛에 눈을 빛냈다.
"달아ー, 맛있어ー, 하나 더ー"
"하나 더ー"
"안 됩니다. 간식은, 야단을 맞으신 다음입니다"
아야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둘은 초콜렛을 하나 더 달라고 졸랐다. 아야는 따끔하게 호통을 친 후, 용서없이 둘을 끌고갔다.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둘은 몸부림쳤으나, 아야도 익숙해져서 어린아이(幼子)의 탈출은 불가능했다.
"남겨둘테니까, 제대로 사과하면 먹어도 좋아요ー"
"남지 않을게다. 남은 건 내(妾)가 먹을테니"
시즈코가 멀어지는 둘에게 말할 때,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접시의 무게가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시즈코에게서 접시를 빼앗아 초콜렛을 입으로 가져가는 이치(市)가 보였다.
"오랜만이구나, 시즈코. 별 일은 없느냐?"
"오이치(お市) 님, 언제 오셨나요?"
"아까 언니(義姉上, 노히메(濃姫))와 함께 왔다. 언니는 방에서 쉬고 계시니, 내가 시즈코를 부르러 왔느니라"
얼마 전부터 이치는, 출산을 위해 한동안 시즈코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자이(浅井) 세자매 중 막내인 고우(江)이다.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난산(難産)이었기 때문인지 회복을 위해 한동안 입원한다고 했다.
퇴원했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환자 본인인 이치의 등장에 시즈코는 크게 놀랐다.
"오이치 님, 이제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제아무리 아야라도 어머니인 이치 앞에서 챠챠와 하츠를 끌고 갈 수도 없어, 두 사람을 놔주고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좋아졌느니라. 미리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이니 딱딱한 인사는 필요없다. 이거 참 신기한 맛이구나"
"어머니ー, 저도ー!"
"도ー"
"안 된다. 너희들은 유모에게 야단맞고 오거라"
"부ー, 치사해요ー"
접시를 향해 손을 뻗는 챠챠와 하츠였으나, 이치는 접시를 높게 들어올려 방어했다. 의외로 예절교육에 엄격한 모습을 흐뭇하게 생각하였으나, 지적했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았기에 시즈코와 아야는 사태를 조용히 관망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일로 이쪽으로 오셨는지요?"
"아니, 시즈코에게 용무가 있었다만, 오라버니가 계신 곳으로 간다고 들었다. 아무리 나라도 오라버니를 앞지를 수는 없지. 시즈코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 이야기하도록 하겠느니라"
"(그건, 우리 집에서 묵으신다는 것 결정이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오는대로 연락을 드릴테니, 그때까지 편하게 쉬고 계십시오"
"음, 부탁한다. 에잇, 그렇게 부어있지 말거라. 언니께 드린 다음, 너희들에게도 나누어줄테니, 어서 일을 보고 오너라"
시즈코의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이치는, 볼이 부은 챠챠와 하츠에게 말하고 조용히 떠나갔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짓과는 대조적으로 폭풍 같은 사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면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기후 성(岐阜城)에 등성(登城)하자, 시즈코는 다실(茶室)로 안내되었다. 노부나가는 결정사항을 주지(周知)할 때는 큰 방(広間)에서 회담을 갖지만, 다실로 안내될 때는 비밀스런 이야기가 된다.
시즈코로서는 다실 따위는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지만, 의외로 안내되는 기회가 많아서 이미 달관(諦観)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평소와 같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맡기고, 손발을 씻고, 실내의 노부나가에게 말을 걸어 대답을 받은 후, 작은 출입구(躙り口)로 다실로 들어갔다.
칼을 맡기는 행위는 다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건 풍류가 없다(無粋)는 면도 있지만, 상대에게 목숨을 내맡기는 자세를 나타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밀실인 다실로 초대받는 것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신뢰의 증거이며, 무기를 맡기고 빈손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에 답하는 의식(儀式)으로서의 일면을 가진다.
입실 전에 손발을 씻는 것도, 위생적인 면도 그렇지만 손발에 독을 묻히지 않았다는 증명이 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겨우 다실로 입실할 수 있다.
"실례합니다"
보온용의 질산암모늄(硝安)을 넣었기에 의외로 나무 상자가 커서, 우선은 초콜렛이 든 나무상자가 다실로 들어가고, 이어서 시즈코가 들어갔다.
물론, 헌상품인 초콜렛은 시식시종(毒見役)이 독이 없다고 확인한 것을 반입한 것이다. 다실에 들어가자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본래는 쿄(京)에 있어야 할 미츠히데였다.
그는 시즈코를 보고는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시즈코도 당황해서 마찬가지로 인사를 했다.
"시즈코는 여전히 사람을 애타게 하는 게 능숙하구나"
"죄송합니다. 서둘러 왔습니다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상관없다. 농으로 말한 것 뿐이다. 낑깡, 너도 먹어보아라"
바로 헌상된 초콜렛에 손을 댄 노부나가가, 나무 상자를 미츠히데 쪽으로 돌렸다. 품에서 회지(懐紙, ※역주: 접어서 품에 지니는 종이(과자를 나누거나 술잔을 씻을 때 씀))를 꺼내 공손하게 초콜렛을 집어올린 미츠히데였으나, 반들거리는 윤기를 띤 갈색의 물체를 앞에 두고 굳어 있었다.
사전에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라면 도저히 먹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주인인 노부나가가 권한 이상에는 각오를 굳히고 먹을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인 텀을 거쳐 미츠히데는 초콜렛을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렸던 그도, 서서히 부드러운 표정을 떠올렸다.
"신기한 식감입니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데, 입 안에 넣으니 갓 만든 떡(餅)처럼 흩어지며 훨씬 부드럽게 녹습니다"
노부나가가 두 개째에 손을 뻗고, 이어서 미츠히데도 그에 따랐다. 두번째 이후에는 두 사람 다 주저없이 입에 던져넣었다. 잠시 동안 말없이 초콜렛을 맛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만족했는지 초콜렛 상자를 옆으로 밀었다.
다실의 온도에 녹으면 곤란하기에, 보냉제(질산암모늄)가 든 팩티스 자루를 넣고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었다.
"자, 미지(未知)의 과자를 즐겼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호죠(北条)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 키묘(奇妙)가 토우고쿠(東国) 정벌에 나서면, 반드시 부딪히게 되겠지"
"강화(和睦)를 목적으로 일전을 겨룰 생각일까요?"
"낑깡의 말대로, 나와 창칼을 맞대어 토우고쿠에는 호죠가 있다고 드러낸 후에 강화할 속셈이겠지"
노부나가는 전부터 호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적으로 돌아서던 노부나가의 밑으로 들어오던, 어느 쪽을 선택해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호죠 가문에 관한 최신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해두었다.
그리고 매일 전달되는 정보에서 호죠 가문의 주류파가 오다 가문과 교전하는 방향으로 뭉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처음부터 절충안(落としどころ)을 생각하고 있다면, 예전에 시즈코에게 말했던 계획이 빛을 보게 된다.
"타케다(武田) 가문의 무위(武威)를 꺾고 우에스기(上杉) 가문도 끌어들인 지금, 토우고쿠에 대한 준비(仕込み)는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지. 그러나, 호죠 가문이 명확하게 우리들과 적대할 자세를 드러낸 경우, 이쪽에 이점이 생긴다"
"호죠 가문과 싸움을 하여 패하거나 또는 비기도록 하여, 오다 가문에 대해 적대적인 세력을 색출한다, 라는 것입니까?"
"그 말 대로다. 타케다가 대패를 맛보고 우에스기가 우리들에게 항복한 지금, 호죠는 토우고쿠 최후의 대국(大国). 그렇기에 놈들이 '기대를 품는 상황'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반 오다 연합이 기대하는 결과란, 토우고쿠의 영웅(雄)인 호죠가 일어나 오다 가문을 패배시키는 것이다.
"시즈코, 너는 상황을 만들어라"
"옛"
"낑깡은 그 후, 우리 편(身内)에 숨어있는 배신자, 모반을 꾸미는 자, 내통 등의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자들을 모조리 조사해라"
"옛"
"놈들은 충분히 궁지에 몰려 있다. 먹이를 흔들어보이면 검정망둑(ダボハゼ)처럼 달려들겠지. 그 먹이 뒤에 낚싯바늘이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놈들은 바늘에 걸리는 순간 끝장으로, 일망타진하여 쓸어버리겠다"
대국을 내다보고, 큰 승리를 얻기 위해 작은 패배를 받아들인다. 입으로 말하는 건 쉽지만, 실행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상대가 이겼다고 판단할 정도로는 피해를 받아야 하며, 그러면서 그 이상의 피해를 억누르며 철수해야 한다.
이 정도의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떄로는 노부타다(信忠)에게조차 비밀을 유지해야 하리라. 노부타다는 시즈코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기에, 일이 드러난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시즈코, 조정으로부터의 예사(芸事) 보호(保護)는 어찌되고 있느냐"
"호소카와(細川) 님 등 쿄의 유력자들의 조력을 얻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정에서 받은 역할에 대해 질문을 받았기에 시즈코는 현 상황을 보고했다. 예사 보호라고 해도 하는 일은 지루(地味)하다. 먼저 어디에 뭐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한다. 그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하고, 그 중에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선별한다.
마지막으로 현물(現物)을 확인하여, 문서 종류라면 현물 또는 사본을 얻는다. 회화(絵画)나 골동품(骨董品) 종류라면, 가능하다면 매입하고, 무리라면 소유주를 목록에 등록한다.
사진(写真)이 실용화되었다면 회화 종류에 대해서도 사본을 만들 수 있지만, 사진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느긋하게 마음먹고 진행하도록"
"옛!"
"음. 그럼 일단 물러가라. 나중에 용무가 있으니, 별실에서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실례하겠습니다"
노부나가는 일단 시즈코에게 퇴석(退席)하도록 명했다. 시즈코는 다실에서 나와서, 란마루(蘭丸)의 안내를 받아 가까운 곳에 지어진 정자(四阿)에서 쉬기로 했다.
최근에는 호리(堀)가 따라붙지 않고 란마루 혼자서 안내를 맡는데, 그는 매번 여러가지 표정(百面相)을 보여주기에 그걸 보면 지루하지는 않았다.
시즈코는 정자에 도착하자 내어진 차를 마시며 가져온 책을 읽었다. 잠시 후 노부나가의 호출이 떨어져, 책을 품 속에 넣고 다시 다실로 향했다.
"요즘에는 많은 일거리를 수하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 같더구나"
"네, 제가 없으면 안 되는 일거리는 적어졌습니다"
예전에 시즈코가 시작한 사업도, 서서히 수하들에게 인계되어, 각각의 분야에 전임(専任) 가신들이 성장하고 있었다. 후미(入り江)에서의 양식 사업(養殖事業)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시즈코의 손을 떠나, 지금은 보고서를 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것만큼은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유지하고 있던 남국(南国)의 과실(果実) 재배도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시즈코의 손을 떠나기 시작하리라.
"그러면 됐다. 너는 뭐든지 너무 혼자서 끌어안으려고 한다. 남에게 맡길 수 있는 건 맡기고, 너밖에 할 수 없는 것을 해라"
"예"
"뭣보다, 너는 스스로에 대해 너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가신이나 기술자들의 휴식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너 자신은 쉬려고 하지 않지 않느냐! 그래서는 아랫사람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느니라!"
"예, 예에…… (어째서, 나는 잔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갑작스러운 노부나가의 질책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워졌다. 시즈코의 내심은 신경쓰지 않고, 노부나가의 잔소리는 1각(刻, ※역주: 1각은 약 2시간)이나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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