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4년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종언(終焉)
111 1573년 10월 중순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 가문의 멸망으로부터 1개월이 경과했다. 그동안 노부나가는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히데요시(秀吉)와 미츠히데(光秀)는 대립을 표면화시키면서도, 각자 노부나가로부터 맡겨진 영지의 통치에 부심(腐心)하고 있었다.
당초의 쟁점이었던 쿠로쿠와슈(黒鍬衆)는, 도로정비로부터 돌아온 인원을 포함해 균등하게 분배하여 각자에게 공평하게 할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히데요시에게는 첫 성이다. 자신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 또 부하들의 구심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조속히, 그리고 사카모토 성(坂本城)에 지지 않는 성을 짓고 싶다는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우선적으로 자재를 돌려줬으면 한다고 해도…… 내 재량 밖이거든"
역사적 사실에서는 향년 62세에 사망한 히데요시의, 30대도 후반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짓는 성이 되는 나가하마 성(長浜城). 편의를 봐주고 싶지만,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도 없다.
자칫 편의를 봐 주었다가는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번만큼은 양쪽이 사용하는 건축자재의 가격을 아슬아슬하게까지 낮추는 것으로 납득하게 하기로 했다.
"자, 하나 처리됐다. 다음은 수확에 관한 보고네"
"옛. 쌀에 관해서는 작년과 비슷한 수확이 될 거라는 예상입니다. 그 외의 곡물이나 야채에 대해서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병충해의 피해도 최소화되었습니다. 해산물에 관해서는 양식(養殖) 부문이 호조이며,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연어(鮭)는 벌써부터 풍어(豊漁)라는 보고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가. 연어의 치어(稚魚)를 잔뜩 방류했으니 그 결과가 나오고 있는거네. 하지만 연어의 회귀율(回帰率, 방류한 연어가 돌아오는 비율)은 낮으니까, 하다못해 1퍼센트 정도만 돌아와 주면 좋겠는데 말야"
연어는 한 번의 산란에서 30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모든 과정을 자연에 맡긴 경우, 무사히 성어(成魚)가 되어 강으로 돌아오는 것은 몇 마리 정도가 되어버린다.
자연 산란의 경우에는, 우선 부화할 수 있는 확률부터 4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사히 치어가 되었다고 해도, 성장 과정의 도태에 의해 숫자가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번식할 있게 되는 개체는 엄청나게 적다.
하지만, 인공부화를 하는 경우에는 부화율을 95퍼센트 가까이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회귀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자연 산란의 연어는 회귀율이 0.5퍼센트 정도인 데 대해, 인공부화를 한 경우의 회귀율은 조건에 따라 4에서 6퍼센트까지 된다.
"일 파ー센토, 입니까?"
"백 분의 일이라는 의미야. 자연이라는 건 약육상식이거든. 더 많이 돌아와주게 하기 위해서도, 내년도의 방류 숫자는 더 늘릴거야. 거슬러 올라온(遡上) 연어는 포획해서 계속 인공수정을 시켜줘"
"예, 옛"
백분율을 나타내는 퍼센트라는 낯선 단어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떠올렸던 쇼우(蕭)였으나, 시즈코의 지시를 받고 생각을 새로 정리했다.
시즈코는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흥분한 어조로 어획량을 이야기하는 보고를 받은 쇼우는 시즈코가 내다보는 미래의 아득함에 전율했다.
올해의 연어의 소상량(遡上量)은 문자 그대로 단위가 다른데, 시즈코에게는 그조차도 통과점에 불과한 것이다.
시즈코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떠올리려고 한 쇼우는, 강에서 연어가 넘치려 하는 소름끼치는 광경이 뇌리를 스치며 몸을 떨었다.
"연어의 풍어에 대해 듣고, 귀가 밝은 상인들이 모여있는 모양이네. 고노에(近衛) 님의 칸파쿠(関白) 취임도 있어서 상당수를 유통시키지 않고 확보해 두어야 하니까, 어느 정도를 시장에 풀 지가 고민거리네"
"연어는 그렇다치고, 예넌과 마찬가지로 농산물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영지로부터의 세수(税収)도 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백성들로부터 감사의 표시로서 헌상되고 있습니다"
"으ー음…… 오곡풍양(五穀豊穣)의 답례인 것 같은데, 우리 집은 신사(神社)가 아니거든. 모두의 호의니까 함부로 할 수도 없네"
"그럼, 올해도 수확제(収穫祭)에서 뿌리는 것으로 방출하죠"
그밖에도 세세한 보고를 한 후, 쇼우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올해도 예상 이상의 수확을 거두어, 백성들이 굶을 상황은 회피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여, 곳곳에 비축미(備蓄米)를 집적해놓고 있기에, 유통이 차단되는 것 같은 대재앙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거라 예상되었다.
"모처럼의 수확기니까, 이것저것 사들여볼까. 시험해보고 싶은 요리도 있고"
가을이라고 하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가을이라는 말이 있듯이, 식재료가 풍부한 계절이다. 예전이라면 혹독한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質素倹約)을 강요받아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지기 일쑤였다.
일찍부터 병농분리(兵農分離)를 추진하고, 직업군인을 다수 보유하는 오다 군에 대한 영향은 경미하지만, 많은 나라에게 겨울 준비는 사활문제가 된다.
오와리(尾張)에서도 소규모 농가 등은 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지기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환원하기 위해 시즈코는 가을에 다양한 요리를 시험해보고 있었다.
"아야(彩) 짱ー, 돈 줘ー"
"……아, 벌써 그런 시기군요. 알겠습니다"
시즈코는 금고지기를 자인(自認)하는 아야에게 돈을 졸랐다. 벽에 걸린 달력을 확인하면서 아야가 대답하고, 금전이나 물품의 출납을 관리하는 출납부를 펼쳤다.
예산의 계상(計上)에서 출금까지를 아야에게 부탁한 후, 시즈코는 호위대(馬廻衆)를 불렀다.
사이조(才蔵)는 항상 곁에 있으니 문제없었지만, 케이지(慶次)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에 나가요시(長可)에게 물었더니 '아침 일찍부터 나갔다'라고 듣고 포기하기로 했다.
"자, 그럼 새로운 식재료를 찾으러 출발이다"
의기양양하게 호령을 내리며 시즈코는 사이조와 병사들을 대동하고 항구마을로 출발했다.
시즈코가 가고 있는 항구마을에는, 혼간지(本願寺)의 인간이 들어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 뛰어난 무장인 동시에 유명한(名うて) 정치가이기도 했다.
혼간지의 중요 인물이기도 한 그가 직접 잠입해 있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전부터 시즈코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간자를 풀어 정보를 모으고 있었으나, 도무지 성과가 나오질 않았다.
간자의 잠입 자체는 성공하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알맹이가 빠져 있었다(精彩を欠く). 몇 번이나 인원을 교체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기에, 참다 못해 직접 나선 것이다.
(이 마을(街)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라이렌은 시즈코가 관리하는 마을을 돌아보며 간자들이 정보를 가지고 돌아가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마을의 생활은 독이다. 청결하고 쾌적하며 자유롭다. 이 상황에 익숙해진 자가 위기감을 계속 유지하는 것 따위 불가능하다. 하물며 편한 것을 배운 사람이, 그 생활을 버릴 수 있을 리도 없다)
간자로서 마을에 살며, 자리를 잡고 활동하면 할수록 쾌적한 환경이라는 독이 정신을 갉아먹는다. 사람, 물건, 돈이 모여들어 활기가 넘쳐흐르는 항구마을에서는 일자리도 많아서 먹고 사는 데 곤란할 일은 없다.
손톱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은 일향종(一向宗)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능한 한 체류를 연장하여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결과, 라이렌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가 모여들지 않는다.
담당에서 뺀 간자들이 그 후 연락이 끊긴 이유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라이렌조차 겨우 며칠의 체류로 결의가 둔해질 정도였으나, 다른 사람이라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리라.
고난에 견딜 수는 있어도, 쾌락을 끊는 것은 어렵다. 빠르게 조사를 마치고 귀국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라이렌의 눈에 묘한 인파가 들어왔다.
"이거 보십쇼! 오늘 아침에 막 올라온 대물입니다. 본 적도 없는 생선이지유?"
"아침에 딴 채소가 들어왔습니다ー!"
"산의 먹거리(山の幸)라면 우리 가게가 제일이에요!"
엄청나게 북적이는 인파에 다가감에 따라, 그들의 외침 소리가 라이렌의 귀에도 들려왔다. 누군가에게 물건을 팔려고 하고 있는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기에는 파는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다.
"실례, 이건 대체 무슨 행사(催し)입니까?"
이미 장사가 끝났는지, 떨어진 위치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던 상인에게 라이렌은 말을 걸었다.
승려의 모습을 한 라이렌이 말을 걸자 대단히 놀란 상인이었으나, 검소한 옷차림에 호감을 느꼈는지 쾌히 알려주었다.
"이 마을에서는 매년 연례 행사요. 이 시기가 되면 시즈코 님이 연일 큰 돈을 가지고 오셔서, 이런저런 것들을 대량으로 사가시지"
"호오…… 꽤나 이름있는 부호(御大尽)이겠군요"
"뭐, 오가는 금액의 자릿수가 다르니까 부호이신 건 맞겠군.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외다. 여기서 거래된 것들은, 조금 지나면 재미있는 것으로 변하여 돌아온다고"
"어떻게 말입니까?"
"스님, 이 마을은 처음이신가? 그럼,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큰 마을이 있는 건 알고 있소?"
상인의 물음에 라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항구 마을에 오기 전에 지나친, 중계지(中継地)가 되는 큰 마을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럼 얘기가 빠르지. 그곳은 시즈코 님의 직할(お膝元)인데, 여기서 산 것을 사용해서 이런저런 요리를 시험하시지. 그 요리를 만드는 법이, 각 마을의 요리점들에 공표된다오. 절임(漬物) 같은 보존식(保存食)에서, 큰 가게의 주인이나 드실 듯한 고급요리까지 폭넓게 알려주시니 고마운 일이야. 말하자면 사가신 물건들은 훗날 날개돋친 듯 팔릴 게 틀림없다는 거지"
"과연…… 요리?"
"그렇지. 이 항구마을에서도, 여기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요리점 거리가 있으니 가보슈. 직할 마을 만큼은 아니지만 맛있는 요리가 갖춰져 있지. 바다의 재료에 한정한다면 여기가 최고지. 어이쿠, 슬슬 돌아가서 사입(仕入)을 하지 않으면 장사할 기회를 놓치지. 스님도 조심해 가슈"
인파가 흩어지기 시작할 시점을 가늠한 상인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라이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떠나갔다.
바쁘게 대화가 끊겼지만, 그래도 많은 수확이 있었다. 요리점에 대해서는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시즈코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 상황을 살폈다.
눈에 띄는 인파가 적어지고, 큰 거래를 성공시켰는지 아주 기분이 좋은 상인들이 많이 보였다.
(이만한 숫자의 사람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사들이다니…… 꽤나 사정(羽振り)이 좋은 모양이군)
인파는 사라졌지만, 시즈코들이 떠날 기색은 없었다. 매물(出物)이나 대물(大物)을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인 듯한 그 모습에서 윤택한 자금이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오다의 비정상적인 융성(隆盛)도, 놈의 존재가 있기 때문인가. 몇 번이고 크게 뿌려도 마르지 않는 재산을 어떻게 모은다는 것인가)
라이렌은 시즈코의 끝을 알 수 없는 재력의 원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별 뜻 없이 본 가게의 장식용 접시(絵皿), 그 멋진 꽃무늬(大輪)를 본 그는 천계(天啓)를 깨달았다.
(그런가! 놈은 자신의 영유지(所領) 뿐만이 아니라, 오와리(尾張) 일대 전체를 번영시킨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지금까지는 각각의 점으로박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선을 이루며 형상(像)이 되어 떠올랐다.
전국시대에서의 부(富)란, 풍요로운 타인의 땅을 빼앗는 것에 있다. 지금 있는 것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그 점에서, 타인의 부를 빼앗는 방법은, 싸움이라는 도박을 통해, 이기면 즉시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오와리의 가치는 기라성(綺羅星)처럼 높아져, 내버려둬도 사람이나 물건, 돈이 모여든다.
오와리 한 나라만으로도 무서울 정도의 물량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오다의 경제를 봉쇄하는 것 따위 잠꼬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라이렌은 깨달았다.
(점이라면 포위하여 가두기라도 하겠지. 무수한 점을 이은 면을 상대로, 약간의 점을 없애봤자 다른 점들이 그것을 보완해버린다. 주요 도로를 봉쇄하려 해도, 오다 령을 통하는 모든 길을 봉쇄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자신들이 현재 상황을 얼마나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곡해하여 인색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제와서는 오다를 포위하는 것 따위 불가능했다.
반 오다 세력이 일치단결하여 죽을 각오로 저항한다면 가능성도 있겠지만, 통일성 없는 잡다한 집단(寄り合い所帯)에 단결 따윈 바랄 수도 없다.
(너무 늦었다(遅きに失した). 이제와서 시즈코를 조사해도 의미가 없다. 이미 놈이 없어도 번영하는 구조가 생겨났다. 그래도 시즈코를 처리하면 약간의 유예는 얻을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 필요해지는 희생이 너무 크다)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 최초의 오다 포위 때, 얼마만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방면에서 동시에 공격을 했다면, 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우에스기(上杉)가 오다에게 굴복한 것도,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차선책을 모색한 결과, 인가)
계속 쓰고 있던 깊은 삿갓(深編笠)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라이렌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떠나갔다.
라이렌이 낙담해서 떠나갔을 때, 시즈코는 사들인 것들의 목록과 예산을 비교하며 주위에 말했다.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
시즈코를 호위하는 사이조는 물론이고, 병사들도 수상한 승려 차림의 사내를 눈치채고 있었다. 라이렌이라고 꿰뚫어본 것은 아니고, 혼간지의 간자일 거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시즈코는 추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괴이쩍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신의 위기관리라는 한 가지에 있어 시즈코의 신용은 낮다.
"아니, 저렇게 노골적이면 아무리 나라도 눈치채요. 저 모습을 보니, 성과가 나지 않아서 현장을 보러 온 윗사람(上役) 쯤 될테고,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가지고 돌아가주는 쪽이 내부의 사기가 떨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어요. 자, 계속 물건을 사러 가죠"
사이조의 충고를 솔직하게 받아들인 후, 시즈코는 항구마을에서의 쇼핑을 계속했다.
규모가 큰 거래 이외에는 현물과 현금으로 거래하기 떄문에, 어느 정도 짐이 쌓이면 짐꾼을 고용하여 순차적으로 시즈코 저택으로 운반하게 했다.
이게 며칠이나 계속되니, 상인들이 장사할 기회라고 기합을 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는 타이밍을 살펴서 귀가했다.
시즈코 저택에서는, 미츠오(みつお)와 고로(五郎)가 시즈코들에 앞서 운반되어 온 식재료를 앞두고 신음하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시로(四郎)가 밑준비 등의 잡일을 하고 있었으나, 시즈코는 면식이 없었기에 새로운 하인(下男)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만큼 신선한 식재료를 모을 수 있다는 건 굉장하네…… 재력만으로는 무리니까. 하지만, 이만큼 있으면 뭣부터 쓸지 고민되네"
"그렇지. 하지만, 그걸 어떻게 요리하는지가 실력이지"
"아뇨…… 시식하시는 분(味見役)들이…… 그……. 너무 도전적인 요리는 피하는 게……"
미츠오의 말에 나란히 앉아있는 시식자들을 훔쳐보았다.
옆의 손님방(座敷)에는 노부나가를 필두로, 노부타다(信忠) 등 오다 일족,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나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등 마침 짬이 난(都合のついた) 오다 가문 가신들에 더해, 조금 떨어진 가까운 쪽(手前側)의 자리에는 카네츠구(兼続)나 카게카츠(景勝) 등 우에스기 가문 사람들까지 있었다.
시식회(試食会) 참가를 절실히 희망(切望)하고 있던 이에야스(家康)는 안타깝게도 시간이 나지 않았지만, 다음에도 꼭 불러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게다가 한식구(身内枠)로서, 쿄(京)로 갔어야 할 사키히사(前久)가 앉아 있었는데, 오직 시식회에 참가하기 위해 잠시 돌아왔던 것이다. 케이시(家司)인 신도 나가하루(進藤長治)도 빈틈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마찬가지로 한식구인 나가요시와 케이지 등, 시즈코의 가신들도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명백하게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면면이구만"
"식탐(食い意地)이 강한 분들이네…… 어쩔 수 없지. 사력을 짜내 볼까!"
결사의 각오로 기합을 넣는 그들에게,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시즈코가 식재료를 운반해 왔다.
"상황은 어때요?"
또 새로운 식재료가 추가되었다고 미츠오들이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는 톱밥이 가득 찬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완전히 얼어붙어 있어서, 빙실(氷室)에서 꺼낸 지 꽤 지났는데도 반도 해동되지 않았네요"
시즈코가 운반해온 것, 그것은 회귀한 연어를 이케지메(活け締め)하여 내장을 뺀 후에 냉동해둔 생연어였다.
기생충의 감염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장기간 냉동해두었고, 그중 몇 개를 골라 해동하고 있었다.
현대에서는 당연하게 식탁에 올라오는 생연어이지만, 전국시대에는 한정된 사람밖에 먹을 수 없는 고급품이다.
냉동기술이나 수송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아무리 돈을 내더라도 제철(旬)인 시기와 입지(立地)를 겸비한 영지에서밖에 구할 수 없는 고급품(逸品)이었다.
고로가 머리를 잡고 들어올려 해동 상태를 확인하고 있자 시식자들의 자리에서 환성이 터져나왔다.
제철의 회귀 연어인데다 이만큼 대형의 것은 영주(国人)라 하더라도 쉽게 볼 수 없다.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가 했던 그거, 내볼까?"
"아, 차가움과 식감이 재미있는 요리였지. 반응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불평을 피하기 위해서도 단골(定番) 요리도 내죠! 연어의 뫼니에르에 지게미 장국(粕汁)…… 아! '하라코(はらこ) 밥' 같은 건 어떨까요?"
"연어알의 간장절임이 있었던가? 좋아, 연어 잔치(尽くし)로 해볼까"
연어를 중심으로 야채나 조미료가 든 상자를 뒤집으면서 미츠오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시즈코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듯 하여,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떤 요리가 나올까"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시즈코는 턱을 괴면서 중얼거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연어를 넣어 지은 밥인 '하라코 밥', 연어의 뫼니에르, 연어의 루이페(녹은 음식이라는 의미의 아이누어, 반해동 상태의 생선회), 연어 껍질 구이와 연어의 지게미 장국입니다"
시식자들 앞에 놓인 요리는 연어 잔치의 이름에 걸맞는 메뉴였다.
대호평 속에 끝난 시식회로부터 다시 1개월이 경과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다고 생각될 무렵 아시미츠가 에치고(越後)에서 귀환했다. 예상 밖의 인물을 데리고.
"응, 사나다(真田) 가문 사람들은 예상했었는데, 어째서 우에스기 가문까지?"
토우고쿠(東国)의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가 우에스기를 의지하여 출분(出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은 했찌만,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까지 동행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저번에 대면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약간 적개심이 느껴졌다. 사정이 이해되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아시미츠만을 불러세워 사정을 물었다.
"……고코타이(五虎退)의 양도는 상관없지만, 금주령(禁酒令)에 가까운 주량 제한 따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량 승부(呑み比べ)를 해서 이기면 내가 시즈코에게 이야기해주겠다고 말했지"
고코타이란 켄신이 에이로쿠(永禄) 2년(※역주: 1559년)에 상락(上洛)했을 때,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天皇)으로부터 하사받은, 아와타구치 요시미츠(粟田口吉光)가 만든 단도(短刀)이다. 견명사(遣明使, ※역주: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에서 명나라에 파견한 사절)가 이것을 사용해 다섯 마리의 호랑이를 쫓았다는 일화가 있어, 그것이 이름의 유래라고 전해진다.
"금주에 반발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주량 승부로 결판을 낸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량을 제어하는 게 건강에 도움된다고 전해줬어요?"
"술의 양을 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더 이상 들은 척도 않더군. 고집이 센 녀석이다"
그렇게 말하며 아시미츠는 시즈코에서 시선을 피했다. 감이 좋은 시즈코는, 그 모습에서 아시미츠가 굳이 그 이상의 설득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을 헤아렸다.
우에스기 켄신이라고 하면, 3합(合) 용량의 '마상배(馬上盃)'를 애용할 정도의 대(大) 주호(酒豪)이다. 그 애주 때문에 고혈압성 뇌출혈을 일으켜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났다.
일설에 의하면 켄신은 40살 때도 가벼운 뇌출혈을 일으켜 왼쪽 다리에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고도 한다. 그걸 알고 있던 시즈코는, 켄신의 다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약간 끄는 듯한 버릇이 있었으며, 다리도 붓기가 있었다. 때때로 여기저기를 긁는 것을 보니, 전신에 가려움이 나타다고 있는 것이리라.
현대에서 작성했던 흑역사(黒歴史) 노트에는, 켄신을 아군으로 끌어들였을 때의 알코올 의존증 대책을 이것저것 조사했었기에, 어느 정도의 대책은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뇌출혈의 직접적 원인은 고혈압이니, 시즈코는 우선 고혈압 대책에 착수하려고 생각했다. 고혈압의 요인은 운동부족에 알코올이나 염분의 과잉 섭취를 생각할 수 있다.
전국시대의 사람이 운동부족이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기에, 문제는 식생활과 알코올이라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얄궂게도 켄신의 아시미츠에 대한 태도가, 그의 알코올 의존증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사람은 음주의 폐해를 모른 척 하지. 공격적이 되는 것도 의존증의 심리에 맞아떨어지고, 이건 슬슬 강제력을 동반한 치료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되려나)
역사적 사실대로 켄신이 죽으면, 후계(家督) 싸움에서 '오타테(御館)의 난(乱)'으로 발전할 것은 명백하다.
그걸 이유로 우에스기 가문에 개입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토우고쿠의 견제를 위해 켄신은 건재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켄신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동안, 그 동안에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 모가미(最上) 등의 츄우부(中部), 칸토(関東), 토호쿠(東北)에 걸친 영주들을 장악한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우에스기 가문의 후계자 싸움이 어떻게 결판이 나던 대처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네. 자신이 제안한 승부에서 지면 변명도 못 하겠지. 이번의 폭음(暴飲)은 필요경비라고 납득하죠"
"놈은 서약서(誓紙)를 준비해 두었다. 신앙심에 걸고라도 약속을 깨지는 않겠지. 뭐, 상대는 미츠오다. 그 녀석이 출입금지를 당한 무한리필(飲み放題) 이자카야(居酒屋)는 셀 수도 없지"
"객기를 부릴 것 같으면 말려줘요. 이것 때문에 간경변(肝硬変)이나 뇌경색(脳梗塞)이 오면 의미가 없으니까"
"잘 알고 있다"
시즈코는 아시미츠에게 수상쩍은 시선을 보냈다. 약간 수상한 기색(挙動不審)을 보인 아시미츠였으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자루에 손을 댔다. 여차하면 힘으로라도 막겠다는 뜻이리라.
약간 어이가 없어졌으나,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하고 시즈코는 안쪽에 대고 말했다.
"쇼우 짱, 미츠오 씨를 데려와줘"
순수하게 1대 1 주량 승부를 하려고 한 시즈코였으나, 문득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직접 대결하는 것보다, 팀 대항전으로 해버리는 쪽이 부담도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발길을 돌리려던 쇼우를 멈춰세우고,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도 불러오도록 명령했다.
"당신들,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주호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 없어요?"
이리하여 오와리(尾張) 팀과 에치고 팀에 의한 주량 승부가 벌어졌다. 차례차례 술통이 개봉되고, 알코올 냄새가 감도는 대회장에서 일찌감치 퇴장한 시즈코는, 다음 날 우승자로부터 직접 결과를 들었다.
오와리나 미노(美濃), 에치고의 위신을 건 주호들의 주량 승부, 날이 밝았을 때 서 있었던 것은 미츠오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주량 승부에서 소비된 술의 양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지만, 시즈코는 켄신이 약속대로 술을 끊을 결의 표명으로서 '마상배'를 깨버린 것을 알고 기뻐했다.
치열하기 짝이 없었던 주량 승부였으나, 당사자인 미츠오 본인은 일부 사람들로부터 '주신(酒神様)'이라고 숭배받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잠정적으로 천하제일의 주호가 된 미츠오에게 츠루히메(鶴姫)가 새삼 다시 반하여,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미츠오가 자랑질(惚気)을 해댄다고 아시미츠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뱉았다.
"사이가 좋은 건 아름다운 것일까요. 자, 드디어 완성되었나요, 신(新) 화폐(貨幣)"
시즈코는 쟁반에 놓인 신 화폐를 바라보았다. 금(金), 은(銀), 동(銅)의 세 가지 주화였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노부나가는 삼화제도(三貨制度)의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만, 화폐는 천한(卑しい) 것이라는 가치관이 많았기에 뒤로 미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노부나가'에게는 여력도, 새로운 가치관을 꺼내들고 보급시킬 발신력(発信力)도 있었다.
노부나가는 불환지폐(不換紙幣)를 시기상조(時期尚早)라며 포기하고, 삼화제도를 통해 금본위제도(金本位制度)로 유도하여, 이윽고 태환화폐(兌換貨幣)로의 전환을 내다보고 신 화폐의 운용을 개시했다.
새 제도라고는 해도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동화(銅貨)는 유통되고 있는 영락전(永楽銭)과비슷하게 주조하고, 은화(銀貨)는 사각형의 판 모양, 금화(金貨)는 에도(江戸) 시대에 유통되었던 짚신(草鞋) 모양의 코반(小判)이었다.
교환 레이트를 크게 변경하면 혼란을 가져오기에, 동화 1닢을 현재의 정전(精銭)과 같은 가치로 하고, 은화 1닢을 동화 100닢으로 정했다.
그리고 금화 1닢을 은화 10닢과 같게 하여, 금화 1닢으로 1000문(文), 즉 1관문(貫文)으로 정했다.
각각의 화폐의 금속 혼합비는 극비로 하여, 통화 발행에 관여하지 않았기에 시즈코도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전용(全容)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와, 통화좌(通貨座)를 총괄하는 기술자들 뿐이다.
도래전(渡来銭, 중국의 전화(銭貨))의 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나, 일본의 통화를 통일하려면 이행 기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도래전, 노부나가의 신 화폐, 각국이 독자 주조하고 있는 영국(領国) 화폐(貨幣)의 세 종류가 혼재하게 되리라.
노부나가 자신도 성급한 화폐 이행은 경제에 영향이 나온다고 생각하여, 금후 20년을 잡고 신 화폐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신 화폐의 보급은 쿄(京)나 사카이(堺) 등 키나이(畿内) 일대(一帯), 오와리나 미노 등 노부나가의 직할령 내에 그칠 것이라 예상하고, 일본 전체의 통화 제도의 쇄신을 노부타다의 역할로 삼았다.
태환지폐(兌換紙幣)나 불환지폐에 관해서는, 노부타다의 자손의 과제로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내년부터 세금의 징수는 이 신 화폐로 이루어지는 건가"
올해의 세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대로 하고, 내년부터 납세에 한해 신 화폐로만 하게 된다. 아전(鐚銭)은 오와리와 미노에서만 다른 곳보다 앞서 올해까지만으로 사용 제한을 두었다.
아전이나 정전의 신 화폐로의 교환은 항상 이루어지기에, 노부나가의 직할령(お膝元)에 한정한다면 빠른 단계에서 전환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오와리나 미노를 시금석으로 삼아, 쿄나 사카이 등 키나이 권역은 3년을 잡고 아전 구축을 실시한다. 각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영국 화폐에 대해서는 5년을 기준으로 사용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조정의 이름으로 전국에 포고되고, 위반한 경우에는 조적(朝敵)으로서 처벌된다는 엄격한 내용이었다.
"위조화폐인 사주전(私鋳銭)을 만들면 조적이 되고, 사용 기한을 넘은 통화를 납세에 사용하면 사형인가. 용서없네. 뭐, 몇 년의 유예가 있는데 환전하지 않은 거니까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통화를 사용'할 경우에 한한 제한 사항이며, 사용기한을 넘은 통화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는 죄로 간주되지 않는다.
현대에서도 사용할 수 없는 통화, 소위 말하는 고전(古銭, ※역주: 옛날 돈)을 수집하는 콜렉터는 많다.
공적인 장소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신 화폐 이외의 것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행 기간을 지나면 환전할 수 없게 되어, 고전에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호사가(好事家)들 사이에서만 거래가 성립하게 된다.
"흐ー음. 큰 상거래를 하려면 금화 한 종류 만으로는 불편하려나. 은화, 금화에 대해서는 여러 종류를 준비하도록 주상께 상신해 둘까"
"시즈코 님. 사나다 님이 오셨습니다"
"안내해줘요"
신 화폐를 앞에 두고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성(小姓)이 사나다 마사유키의 내방을 알려왔다.
즉시 안내하도록 시즈코가 명령하자, 소성 한 사람이 마사유키를 데리러 가고, 나머지는 알현의 준비를 갖추었다.
숙취인지 안색이 좋지 않은 케이지나 사이조 등도 집합하고 잠시 지나자, 소성의 안내를 받아 사나다 마사유키와 몇 명의 남성들이 들어왔다.
"푹 쉬었나요?"
"과분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쇠약해져 있던 처자식도 완전히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시즈코의 질문에 대해 마사유키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아시미츠가 마사유키를 데리고 돌아온 직후의 상태는, 극도의 피로 때문인지 심하게 쇠약해져있어, 먹을 것도 고형물(固形物)은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대화 같은 게 가능할 리도 없어, 시즈코는 마사유키들에게 며칠 휴양을 취하라고 했다.
"자, 아시미츠에게서 개요는 들었습니다만, 확인의 의미도 겸하여 다시 묻겠습니다. 사나다 가문의 사정과,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가능한 한 자세히 말해 주세요"
"옛"
마사유키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한 마디로 대답하더니 품 속에서 종이(懐紙)를 꺼내어, 그걸 확인하면서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사나다 가문을 둘러싼 상황에 관하여, 사나다 가문은 마사유키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유키타카(幸隆)가 건재했으나, 적자(嫡男)인 노부츠나(信綱)와 둘째 형(次兄)인 마사테루(昌輝)가 모두 전사했다.
그래서 3남인 마사유키가 급거 사나다 가문에 복귀하여 가문(家督)을 이었다.
그러나, 이미 적자인 노부츠나가 당주가 되었었기에, 이 가문 계승은 혼란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다. 먼저 마사유키는 무토우(武藤) 가문의 후계를 포기하고, 대신 무토우 츠네아키(武藤常昭)가 가문을 이었다.
그리고 죽은 장남 노부츠나(信綱)의 적녀(嫡女, 정처(正妻)의 장녀(長女))인 세이온인(清音院)을 처로 맞이했다. 이것으로 사나다 가문 당주로서, 적류(嫡流)의 혈통(血筋)이라는 정당성을 담보하려 했다.
바로 그 때, 마사유키는 스와 카츠요리(諏訪勝頼)로부터 영토(所領) 일부에 대한 몰수를 통고받았다. 사나다 가문에게는 청천벽력이라, 사나다 가문에서 계승 문제가 다시 타올랐다.
주군 가문(主家)인 카츠요리에게 마사유키의 복성(復姓, ※역주: 성을 되찾는 것)과 가문 상속은 인정받았으나, 갑자기 영지를 몰수당하는 사람을 사나다 가문 당주로 앉혀놓아도 되는가라고 가신들이 갈라졌다.
거기에 남은 영토에 대해서도 다른 곳보다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어, 마사유키 배척 세력의 기세가 강해졌다.
이 소동은 앞서의 계씅 문제보다도 오래 계속되어, 타케다 가문에 인질을 보낼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마사유키는 아버지인 유키타가와 상의하여, 이 이상의 소동은 사나다 가문을 단절로 이끌거라고 판단했다. 마사유키가 당주인 한 이 소동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에, 마사유키는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
그래서 에치고를 오다 군이 방문했을 때, 마사유키는 자신이 쫓겨나는 형태로 사나다 영토를 뒤로 하고 에치고 영토로 가서, 그곳에서 오다 군과 합류하여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것을 계획했다.
용의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마사유키가 드물게 발작적으로 행동했기에, 이런저런 착오가 발생했다.
사나다 영토를 출발한 뒤에 일행에 노부유키(信之)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완전히 사나다 가문을 배신한 도피행으로서 사나다 가문에서 추격대가 붙게 되었다.
"뭐랄까…… 긁어 부스럼(藪蛇)이랄까, 역효과가 나버린 감이 있네요"
경위를 듣고 있던 시즈코는, 계획성의 결여와 나쁜 타이밍에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례적인 행동이었기에 도망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꼼꼼히 계획하고 행동하는 마사유키의 성격을 알고 있는 만큼, 크게 우회한 탈출 경로를 택할 거라고 예상되었고, 추격대의 숫자가 적었기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즈코는 턱에 손을 대고 사나다 가문과 적대한 것에 대해 생각했으나, 이미 움직여버린 사태는 바꿀 도리가 없다.
마사유키의 건에 대해서는 노부나가에게도 보고하였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후에는 그의 처우를 시즈코에게 일임한다는 말을 들었다.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언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의 처우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마사유키의 뒤에 있던 남자 한 명이 나섰다. 마사유키가 그의 움직임을 막으려 했으나, 시즈코는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다.
"상관없습니다. 발언을 허가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착오가 있었기에 주군께서는 직속 부대(手勢)를 이끌지 않으시고 저희들 랍파(乱破)들만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쟁터에서 전력으로는 칠 수 없는 저희들이지만, 전쟁터 이외에서의 그늘에 가려진 일들(陰働き)에 도움이 되어 보이겠습니다. 부디 주군께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의 비장한 결의를 듣고 시즈코는 인식이 어긋난 것을 깨달았다.
마사유키는 몸만 달랑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와서 사나다 가문과 온건하게 결별한 후에 직속 부대를 부를 생각이었기에, 그가 데려온 것은 약간의 측근과 마사유키의 눈과 귀가 되는 많은 간자들 뿐이었다.
전국시대의 상식에서 볼 때, 그들은 도저히 전력으로 칠 수 없다. 짐덩어리로서 냉대받는 게 아닌가 하고 그 간자 사내는 생각한 것이리라. 대단한 오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오해가 있는 듯 하니 정정하겠습니다만, 나는 애초에 당신들에게 전력을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곳의 방식(流儀)에 물든 정규병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랍파 쪽이 고마울 정도입니다. 나는 사나다 님의 지혜를 기대하고 초대한 것입니다. 판단의 재료가 되는 정보를 가져오는, 눈이나 귀인 당신들 랍파를 가벼이 여길 리가 없지요. 나는 전쟁터에서의 무공보다, 그러기까지 어떻게 정보를 얻는가, 전쟁터에서도 한발 빨리 정보를 얻는 것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은 시즈코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노부나가의 방침이 시즈코나 다른 가신들에게 즉각 전달되는 것은, 노부나가 자신이 정보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 정비의 일환으로, 각지에 '역(駅)'을 건설했다.
역은 소규모의 것부터 여관마을(宿場町)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규모의 것까지 있지만, 하나같이 갈아탈 말과 전령들의 휴게소, 식량이나 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
전령이 릴레이 형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달리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와 은밀성을 유지하며 가신들에게 정보가 전달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나 물류의 인프라 정비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있어, 간자를 천한 것으로 보는 풍조를 혐오하고 있었다.
"그걸 듣고 안심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명심해 주세요. 정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하는(見極める) 눈은 엄격해집니다. 당신들이 모아온 정보로 우리들은 싸움의 향방을 판단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가져오면, 이길 수 있는 싸움에 지고,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몸을 던지게 되는 겁니다. 그 정도로 정보라는 것은 '무거운' 것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간자 사내는 경탄의 표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즈코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세상(巷)에서는 싸움의 승패는 머릿수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정밀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아닌지에 우리들의 운명은 크게 좌우됩니다. 결코 천한 일이라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마세요"
"……옛,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말해두지요. 정보는 양만 많으면 되는 건 아닙니다. 정보가 '없다'는 것도 또한 정보입니다. 어째서 '없다'고 판단했는지를 추적해보면 훌륭한 성과로 판단합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정보의 누락'입니다. 정보가 없을 때 억지로 보고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얻어주면 됩니다. 좋은 정보에는 그에 걸맞는 보수를 약속하지요"
"그것은……"
"신상필벌. 공 있는 사람은 반드시 상을 내리고, 죄과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벌합니다. 딱히 이상한 얘기는 아니잖아요?"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간자 사내가 말하려 했으나, 시즈코의 대사가 사내의 발언을 막았다. 간자 사내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것을 가져와요"
이야기가 일단락되자, 시즈코는 소성에게 명령하여 나무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소성들은 하얀 나무(白木)로 만든 나무 상자를 마사유키 앞에 몇 개 늘어놓고 인사를 한 후 구석으로 물러났다.
"뭘 하더라도 자금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당신들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백성들로부터의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서 말을 끊고 시즈코는 마사유키에게 나무 상자를 열어보도록 했다.
마사유키가 나무 상자 중 하나에 손을 대어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빈틈없이 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엄청난 거금이 준비되어 있는 것에 마사유키는 경악했다.
"그렇기에, 사비(私費)로 착수금(支度金)을 준비했습니다. 이만큼 있으면 당분간의 자금은 곤란하지 않겠지요. 이 이후에는 기본적인 보수에 더해, 성과에 따라 성과보수도 지급하겠습니다"
"각별하신 배려…… 이 마사유키,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한 가지 충고하면, 남의 돈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람은 고생하지 않고 얻은 공돈(あぶく銭)을 간단히 낭비해 버립니다. 이걸 잃으면 이제 다음은 없는, 생명줄(命銭)이라 생각하고 유효하게 사용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시즈코의 충고에 마사유키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뭘 하려고 해도 마사유키는 우선 오와리에 생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마사유키에게 당분간의 주거를 알선하고 자리를 잡도록 명령했다.
몸만 달랑 오와리로 왔기 때문에 생활 거점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토지나 저택의 취득은 현지 사람의 협력이 없이는 대체로 잘 되지 않는다.
우선은 자리를 잡고,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그의 첫 임무가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시즈코는 마사유키에게 어떤 명령을 내렸다.
그녀가 명령한 것은 사람을 모으는 것, 그것도 카이(甲斐) 출신 중에서 류우지(竜地)나 단고(団子) 등 코우후(甲府) 분지(盆地)에 있는 마을 출신자들 또는 그 마을들에 대하 잘 아는 사람들을 찾게 했다.
마사유키는 시키는대로 직속 부하들로부터 대상자를 선출했는데, 모여든 것은 겨우 4명에 지나지 않았다.
"'도로카부레(泥かぶれ)'라는 병을 알고 있나요?"
모여든 사람들에 대해 시즈코가 물었을 때, 마사유키를 포함한 전원은 시즈코의 말을 이해했다.
도로카부레, 후에 일본주혈흡충증(日本住血吸虫症)이라고 명명되는 풍토병(地方病)이다.
초기에는 발열이나 설사 등의 경미한 증상이지만, 병이 깊어지면 팔다리가 야위고 배가 부풀어올라 죽는다.
흙탕물병에 해당하는 병이 처음으로 기재된 문헌은 갑양군감(甲陽軍鑑)이며, 병이 깊어진 오바타(小幡) 분고노카미(豊後守) 마사모리(昌盛)가 카츠요리에게 휴가를 요청했을 때의 상황이 적혀 있다.
이것이 카이에 도로카부레가 만연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록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 질병이 언제부터 퍼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천년 이상 옛날부터 계속 유행해온 질환이라고 생각된다. 세상에서는 '코우후 분지의 백성들은 도로카부레로 죽는 것이 운명'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이것은 지배자 계층이 거의 감염되지 않고, 백성들이나 소작인(小作人)들에게만 발병률이 집중된 것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유행지인 어떤 마을에 딸이 시집갈 경우, 관(棺桶)을 등에 짊어지게 해서 보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였다.
백성들도 유행지가 편중되어 있는 것은 깨달았으나, 어떤 원인으로 발병하는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 도로카부레에 정부(行政)가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明治) 14년(※역주: 1881년). 유행의 종식이 선언된 것은 무려 헤이세이(平成) 8년(※역주: 1996년) 2월 19일이다. 그야말로 11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친 도전이었다.
"배가 부풀어 죽는 병 말씀입니까?"
간자 중 한 명이 머뭇거리며 발언했다. 시즈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맞아요. 당신들의 임무는, 도로카부레가 발생한 마을을 이 지도에 표시하는 거에요"
"그러기만 하면 됩니까?"
"기억할 수 있는 한 전부를 부탁해요. 예방 대책은 있지만, 아직 카이는 타케다가 지배하는 땅.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시즈코가 '예방 대책이 있다'고 말한 순간, 네 명 중 한 명이 눈을 크게 떴다.
"막을 수 있는 겁니까!?"
"발병한 후에는 치료할 수 없지만, 무엇에 주의하면 피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어요. 남만(南蛮)에도 같은 질병이 있고, 거기서 어느 정도 효과를 올린 대응책이 있거든요"
물론, 시즈코는 현대의 지식으로 감염원(感染源)도 대응 방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걸 알려줘봤자 의미가 없다.
시즈코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란 감염원에서 멀어지는 것이며, 감염원을 근절시키는 것이 아니기에, 생활하면서 감염원에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 그들에게 알려줘봤자 대책을 세울 방법이 없는 것이다.
도로카부레는 기생충증(寄生虫症)으로, 오염된 물 등에 접촉하는 것으로 감염된다.
일본주혈흡충(日本住血吸虫)의 유생(幼生)인 세르카리아(cercaria)는, 물 속에 숨어서 종숙주(終宿主)인 포유류와 접촉하면 그 피부를 물어뜯고 체내에 침투하여 번식한다.
이 세르카리아는 대단히 작아서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근절 대책을 위해 취해진 시책은, 일본주혈흡충의 중간숙주(中間宿主)인 미야이리가이(ミヤイリガイ, ※역주: 宮入貝, 학명 Oncomelania hupensis, 다슬기 비슷하게 생긴 고둥)의 멸종이었다.
일본주혈흡충의 중간숙주는 반드시 미야이리가이여야만 하며, 다른 담수산 고둥(巻き貝)류에는 기생할 수 없다.
일본주혈흡충의 생활사(生活史)는, 분변(糞便)을 통해 물 속으로 흩어진 알(虫卵)이 부화하여, 미라시디움(miracidium)이 된다. 이 미라시디움이 미야이리가이와 접촉하여, 이 고둥의 체내에서 세르카리아로 성장한다.
세르카리아는 미야이리가이를 벗어나 물 속으로 이동하여, 물과 접촉한 포유류를 경피(経皮) 감염시킨다.
포유류를 감염시킨 세르카리아는 성충(成虫)인 일본주혈흡충이 되어, 그 이름 그대로 혈관 내부에서 하루에 3000개나 되는 알을 낳는다.
이것이 분변을 경유하여 다시 밖으로 배출되어, 비 등을 통해 물 속으로 돌아가는 라이프 사이클이다.
이 생활사에서, 인류의 감염원이 되는 것은 미야이리가이에 기생할 수 있었을 경우 뿐이기에, 미야이리가이를 근절할 수 있으면 일본주혈흡충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미야이리가이 자체가 번식력이 왕성하고, 물 속에 그치지 않고 땅 위에서도 생활할 수 있기에 근절은 대단히 어렵다.
실제로, 유행지에서 미야이리가이를 구축할 때까지 70년이나 되는 세월이 소요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주혈흡충은, 종숙주인 포유류에 기생할 때까지 타이트한 타임 리밋이 존재한다.
알에서 부화한 미라시디움은 18시간 이내에 미아이리가이로, 유충인 세르카리아는 48시간 이내에 종숙주에 기생하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이것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보여, 미라시디움의 단계에서는 인간을 감염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야이리가이만 멸종시킬 수 있다면, 일본주혈흡충의 알이 얼마나 남아있던간에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렇……습니까"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지, 간자는 얼굴을 손으로 덮고 눈물을 흘렸다. 가까이 있던 다른 간자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했다.
"죄송합니다. 그의 여동생은 도로카부레로 목숨을 잃었기에……"
"그건 유감이에요. 하지만, 그의 여동생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 임무에 진지하게 임해 주세요.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면 됩니다. 감염자를 낸 마을에 표시를 해 주세요. 내 생각이 맞다면, 특정한 하천(河川) 유역(流域)에 집중되어 있을 거에요"
"옛!"
간자들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네 명이 서로에게 달라붙듯 지도를 각각 한 손에 받쳐 들고 방을 나갔다. 함께 나가려던 마사유키였으나, 시즈코가 제지했다.
"……당분간 토우고쿠의 정보 수집을 부탁해요. 특히 타케다의 동형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부탁해요. 측량(検地)이나 상공업(商工業)에 대한 관여, 부국(富国)에 이어지는 정보를 중점적으로 모아 주세요"
"옛!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타케다에게 예전의 영광은 되찾지 못할 거라 생각됩니다. 그만한 인원을 할당할 필요가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만"
"아니오. 지금의 타케다는 궁지에 몰린 쥐(窮鼠)에요"
시즈코는 마사유키의 말을 명확하게 부정했다.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을 패배시킨 시즈코가 그렇게까지 단언하는 것에 마사유키는 놀랐다.
"우리들은 승리를 얻기 위해 준비를 갖추고, 이길 수 있는 장소로 끌어들여, 상대의 실력을 봉쇄하는 형태로 승리했어요. 상대의 앞마당(土俵)에서 승리한 게 아니에요. 궁지에 몰려서 남은 영토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된 쥐는 고양이에게도 이빨을 들이댑니다. 방심하고 얕보다가는 뼈아픈 일격을 당하게 되겠죠"
시즈코의 말에 마사유키는 공감가는 곳이 있었다. 누구나 자신이 안주할 땅을 누군가가 빼앗으려고 하면 죽기살기로 저항한다. 거기에 이길 수 있느니 없느니의 승산은 관계없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단기적으로는 보통 사람(常人)을 능가합니다. 본거지만 남은 타케다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어요. 각오가 서게 되면, 카이의 정병(精兵)은 위협적이에요. 다시 힘을 되찾지 못하도록, 완전히 쇠약해진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서도, 철저한 정보수집이 필요해집니다"
"눈이 확 트였습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 보이지요"
"잘 부탁합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자녀분들은 건강해졌나요?"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당황한 마사유키였으나, 시즈코에게 다른 뜻이 없음을 알자 미소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지나치게 건강해서 감당이 안 됩니다"
"그거 잘 되었군요. 제가 보기에는 두 사람 모두 맹장(猛将)이 될 것입니다. 아까운 것은, 우리들이나 당신의 활약에 따라 태평한 세상이 되면 활약할 장소가 없어지는 것 정도일까요"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군요. 하다못해 10년, 아니 5년만 빨리 태어났더라면 도움이 되어드렸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가(武家)의 남자가 연약해서는 안 되지요. 언젠가 시기를 봐서 단련에 참가시키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마사유키는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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