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4년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종언(終焉)


109 1573년 8월 중순



시즈코의 노림수대로, 아케치(明智) 군의 후방을 시즈코 군 본대가 따라가고, 시즈코와 용기병(竜騎兵), 호위들만이 미츠히데(光秀)와 함께 행동하는 모양새로 아사쿠라(朝倉) 군을 추격하게 되었다.

서로 함께 싸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앞뒤로 나누어 배치했다는 것이 미츠히데의 말이었으나, 이 상황으로 몰아넣은 전공은 아케치 군에 있다고 노부나가가 인정하고 있으니, 전공을 얻을 기회은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게 마땅했다.

그러나, 이 포진도 시즈코의 입장에서는 좋았다. 기세에 탄 이긴 싸움이라고는 해도, 백병전이 되면 병사의 소모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소화 시합(消化試合)에서 약간의 공만을 세우기 위해 고심해 키워낸 병사를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다.


맹렬하게 추격하는 아케치-시즈코 군이었으나, 에치젠(越前)과 오우미(近江)의 국경 부근에서 그 발이 멈추었다.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아사쿠라 군이 어느 쪽 길로 갔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요시카게(義景)가 토네사카(刀根坂)를 통해 히키다 성(疋壇城) 쪽으로 갔다고 하지만, 이미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길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역사적 사실대로 토네사카를 선택했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면에 남은 발자국으로 판단해보려고도 했으나, 양쪽 길 모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고 생각되는 무수한 새로운 발자국이 남아있어 판단의 재료가 되지 못했다.


(전술적으로 생각해도 역사적 사실대로 히키다 성과 츠루가 성(敦賀城)이 있는 토네사카 방면을 선택할 거라 생각되지만, 궁지에 몰려 길을 잘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지)


신들린 듯 날카로운 감각을 보이는 노부나가가 없는 이상 대장인 미츠히데가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그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귀중한 시간을 덧없이 소모하고 있던 그 자리에, 잡병(雑兵)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적의 공격(敵襲)인가 하고 경계하기도 했으나,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있을 뿐 전투의 기색은 없었다.

병사들의 바다를 헤치듯 하며 다가오는 사람 모습이 보이고, 그것은 말에서 내리더니 무기를 말에 기대어 세워놓고 맨손으로 걸어왔다.


"여어! 이런 데서 언제까지 밍기적대고 있는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미츠히데나 시즈코도 어꺠의 힘을 뺐지만, 상대가 다가옴에 따라 그 비정상적인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목소리의 주인은 에치젠으로 가는 지름길인 츠바키자카(椿坂)로 통하는 길에서 나타난 나가요시(長可)였다.

하지만, 그 풍모는 다가올수록 농밀해지는 피냄새와, 아직도 김을 풍기고 있는 피와 기름기(血脂)로 번들번들 빛나는 갑주에 의해 거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부터 피와 내장을 뒤집어쓴 것 같은 꼴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잃고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아사쿠라 군 본대는 이쪽을 선택하지 않은 모양이야"


자신의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가요시는 대담하게 웃었다.


"아사쿠라 군은 츠바키자카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고 봐도 틀림없겠나?"


미츠히데가 확인을 겸해 못을 박았다. 나가요시는 전의로 고양된 흉상(凶相)을 떠올리며 단언했다.


"'이곳을 지나간 아사쿠라 병사는 없다'"


본인의 말대로 아사쿠라 군 본대는 아니라고 해도, 적지 않은 사람 숫자의 발자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요시는 단언했다.

지금도 갑주에서 흘러내리는 적의 피와, 그가 남긴 시뻘건 발자국을 보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적은 츠바키자카가 아니라 토네사카를 통해 철수하고 있을 것이다. 아군의 성으로 도망쳐 들어가기 전에 추격한다!"


판단의 재료를 얻은 미츠히데는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아사쿠라 군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 미츠히데의 호령을 들은 아케치 군은, 대열을 정비하고 토네사카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고했어. 그 폭풍우 속에서 용케 앞질렀네"


노부나가가 오오즈쿠 성(大嶽城)을 공격하고 있었을 때, 케이지(慶次)와 나가요시는 직속 부하들을 이끌고 아사쿠라 군의 진을 돌파하여 배후로 빠져나갔다.

야간의 폭풍우 때문에 보초가 줄어들어 있었다고는 해도, 들키면 포위되어 섬멸당했을 결사의 행동이다.

보기좋기 아사쿠라의 감시를 돌파하여, 그들은 이 분기점에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도 여기서 시즈코와 같은 명제에 골머리를 썩게 된다.

둘 중 하나에 걸고, 츠바키자카 안쪽에 진지를 구축하고 매복했다.

아깝게도 당첨되지는 않아서, 그들은 본대에서 낙오된 병사들을 모조리 쓰러뜨리고, 추격해올 아군에게 올바른 루트를 알려주기 위해 합류했던 것이다.


궤주(潰走)하고 있는 아사쿠라 군이 볼 때는 나가요시와 마주쳤을 때의 절망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으리라.

배후에서 맹렬하게 추격해오고 있을 오다 군이 전방에도 나타났다. 앞으로 가도 지옥, 뒤로 돌아가도 지옥이라면, 이라고 생각하여 전방 돌파를 꾀한 병사들은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냉정하게 피아의 전력차를 비교할 수 있었다면 자군 쪽이 우세라고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공황 상태에 빠진 병사들은 무구를 내던지고 도망쳤다.

후방으로 도망치려고 하는 선두 집단과, 쫓겨서 필사적이 된 후방 집단이 격돌하며 그들의 혼란은 정점에 달했다.

아군끼리조차 싸우기 시작한 아사쿠라 군을 상대로, 케이지나 나가요시들은 개수일촉(鎧袖一触)의 승리를 거두었다.


"지금부터 아사쿠라 군 본대를 칠 건데, 올 거야?"


원래는 시즈코도 미츠히데와 함께 이동해야 하지만, 나가요시들에게 다음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들에게는 각자의 재량으로 움직이는 것이 허용되어 있었다.


"간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피곤하네. 나는 괜찮아도 병사들이 피로에 지쳤어. 나와 케이지들은 병사들을 데리고 일단 본진으로 돌아가겠어. 너는 아사쿠라를 확실히 멸망시키고 와"


"알았어. 습격해 오는 아사쿠라 병사는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일단 조심해"


"어. 길게 휴식을 취한 후에 전원 다 같이 이동하겠어. 뭐, 아사쿠라 병사를 발견하면 패죽여놓을게"


"적당히 해"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말머리를 돌려 떠나갔다.

그녀가 떠난 후 잠시 간격을 두고, 이윽고 케이지들이나 나가요시의 병사들도 따라붙었다. 그들도 나가요시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전신을 적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이쿠, 조금 늦었나. 뭐, 이쯤에서 휴식한 다음 진에 돌아가서 잘까"


"아무래도 피곤하네. 어차피 도망칠 거면 에치젠까지 단번에 도망칠 거라 생각했는데"


"예측이 빗나겠네. 잡병들 뿐이었고 본체는 반대로 향한 거겠지"


"다음이 있아면 이번엔 놓치지 않아"


서로 그런 말을 나누면서 그들은 자기 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깨닫지 못했다. 깃발(旗印)조차 새빨갛게 물들어 적인지 아군인지 판별할 수 없는 피투성이 군단이 다가왔을 때, 진을 지키는 병사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공격할 기색도 없고 천천히 다가오는 피투성이 집단을 괴이쩍게 여긴 위협사격을 받게 되자 처음으로 깃발의 참상을 깨닫고, 예비의 것과 교체하는 것으로 간신히 아군끼리 싸우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한편, 미츠히데와 시즈코는 아사쿠라 군을 쫓아 밤의 어둠을 질주하고 있었다.

배후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세에 퇴각을 포기한 야마자키 나가토노카미(山崎長門守) 등, 몇 안되는 무장들은 몇 번인가 반전하여 오다 군에게 과감하게 덤벼들었다.

이 결사의 반격에는 제아무리 아케치 군이라도 발을 멈추고 응전하여, 본대의 추격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 쫓기며 소모될 대로 소모된 후위(殿軍)로는 기세를 타고 있는 아케치 군을 당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결국 야마자키도 전사했다.


후위가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벌어낸 시간도 허무하게, 아사쿠라 군이 토네사카의 중간 쯤에 걸쳤을 무렵, 시즈코 군은 드디어 그 꼬리를 물어뜯었다.

그들을 격파하면 남는 것은 요시카게와 얼마 안 되는 병사들 뿐이다.

하지만, 썩어도 마지막까지 요시카게를 따른 가신들은 침착했다. 이제 철수는 불가능하다고 알게 되자 반전하여 시즈코들을 거꾸로 물어뜯으려고 덮쳐왔다.


"2식(弐式) 관탄(관통탄(貫通弾))을 장전. 신호와 함께 일제 발사하라"


시즈코는 신겐(信玄)에게서 물려받은 지휘부채(軍配)를 하늘높이 들어올렸다. 진로가 제한되는 외길(一本道)이라는 것은, 신식총의 특수 탄종의 관통탄 및 산탄이 가장 효과를 발휘하는 지형이다.


"일제 발사!"


지휘부채가 휘둘러내려짐과 동시에 뇌명(雷鳴)과 닮은 총성이 울려퍼졌다. 2식 관탄은 인체를 상대로도 그 관통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예상 이상의 전과를 올렸다.

총탄이 관통했기에 즉사는 면했으나, 최전열에 부상병의 산이 생겨나고, 그 뒤에 시체의 산이 쌓여졌다.

시체의 산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밟고 넘는다 해도, 부상자를 밟아죽이는 것은 쉽지 않다. 필연적으로 돌격은 기세를 잃고, 아사쿠라 병사들은 최후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


일순 주저했으나, 시즈코는 고개를 흔들어 망설임을 떨쳐내고 추가 소사(掃射)를 명령했다. 다시 굉음과 함께, 경단(団子) 모양으로 뭉쳐 있던 집단이 풀썩풀썩 쓰러졌다.

완전히 기세를 잃은 아사쿠라 군에게, 미츠히데가 이끄는 주력부대가 덮쳐갔다.

과연 미츠히데의 주력부대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격류를 역행하는 물고기처럼 적병을 짓밟고 찢어발기며 전선을 밀어올렸다.

사기에 더하여 병장(兵装)도 숙련도도 앞서는 아케치 군은, 닥치는 대로 적진을 난도질했다. 아사쿠라 군은 정면에서 물어뜯겼고, 무장들도 빗의 이빨이 나가듯 전사해갔다.


토네사카 전투에서, 아사쿠라 군은 아사쿠라 미치카게(朝倉道景)나 키타노(北庄) 성주(城主) 아사쿠라 카게유키(朝倉景行) 등 일족들(一族衆), 야마자키 요시이에(山崎吉家)나 카와이 요시무네(河合吉統) 등 유력 무장까지 잃어, 아사쿠라 군의 중핵을 구성하는 부대는 괴멸 직전의 상태였다.

후의 수급 확인(首実検)에서 판명되는데, 예전에 노부나가에게 함락된 이나바 산성(稲葉山城)의 예쩐 성주인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도 이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싸움에서 요시카게를 본 사람은 없었고, 아케치 군과 시즈코 군은 사전에 정한 대로 약간의 병력만을 남기고 주력부대는 요시카게를 쫓았다.

목표는 요시카게 뿐이라는 의견이 일치한 미츠히데와 시즈코는, 최소한의 휴식조차 아끼며 추격했다.

이 신속(神速)이라 해야 할 행군 덕분에, 히키다 성으로 도망쳐 들어간 요시카게는 이치죠다니(一乗谷)로 가지 못하고 포위되었다.


직접 전투를 하지 않은 시즈코 군의 후방지원부대는,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이치죠다니로 통하는 길과, 비와 호(琵琶湖) 쪽으로 빠져나가는 길 양쪽을 완전히 봉쇄했다. 포위의 완성을 기다려 미츠히데가 책략(調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적에게 전한 내용은 '요시카게가 항복한다면 가신들도 함부로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이 단 한번의 권고를 거부하고 항전을 선택할 경우, 여자고 어린아이고 가리지 않고 모두 죽이겠다'였다.

공성에는 시간과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한다. 증원이 오지 않는 절망적인 농성을 하고 있는 아사쿠라 군에게는, 힘으로 공격하기보다 공갈을 포함한 책략 쪽이 효과적이라고 미츠히데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성에서 보이는 범위를 시즈코 군에게 맡기고, 아케치 군이 배후에서 많은 군기를 내걸고 실제 숫자보다 많아 보이게 한 결과, 아사쿠라 군의 전의는 꺾였다.

거의 시간을 끌지 않고 아사쿠라 요시카게, 요시카게의 측근인 토리이 카게치카(鳥居景近), 타카하시 카게아키라(高橋景業), 히키다 성 성주 히키다 로쿠로사부로(疋壇六郎三郎) 등이 성문에서 나왔다.

요시카게 본인은 성 안에서 할복할 생각이었는지, 갑주를 몸에 걸치고 있지 않았다. 노림수대로 요시카게를 산 채로 붙잡을 수 있었던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사쿠라 가문 당주(当主), 아사쿠라 사에몬노카미(左衛門督) 님으로 보입니다만, 틀림없습니까?"


초췌한 나머지 인상(人相)조차 변해 있었기에, 미츠히데가 만약을 위해 확인했다. 요시카게는 체념한 표정을 떠올리면서도 똑바로 미츠히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미츠히데는 시즈코에게 눈짓을 했다.

시즈코는 말없이 큰 지휘부채를 휘둘렀고, 그에 맞춰 성을 포위하고 있던 시즈코 군은 포위를 풀고 시즈코의 등 뒤에 정렬했다. 길을 봉쇄하고 있던 사람들도 봉쇄를 해제하고 돌아와 있었다.


"약속대로, 포위는 해제했습니다"


미츠히데의 선언과 함께, 따라붙어 있던 시즈코 군 본군은 아사쿠라 병사들의 무장 해제와 철수 준비를 개시했다.

그 후에는 이치죠다니 성(一乗谷城)만 남았지만, 당주인 요시카게가 항복한 이상, 이미 그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힘은 없었다.

미츠히데는 오다 군에게 히키다 성에서의 무장 해제와 개방을 맡기고, 이치죠다니 성으로 향할 군을 재편성했다.

광대한 성시(城下町)를 품은 이치죠다니 성으로 한꺼번에 몰려가서 잡병들이 폭주해버리면 답이 없기에,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할 필요가 있었다.


"코토쿠인(高徳院)만 포박할 수 있다면 에치젠은 함락된 거나 마찬가지다"


코토쿠인이란 요시카게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그밖에도 코쇼쇼(小少将)나 요시카게의 차남인 아이오마루(愛王丸) 등 요시카게의 혈족을 포박하면 아사쿠라 가문은 멸망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런 인물들보다 요시카게의 딸 요히라(四葩)를 최중요 인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그녀는 이치죠다니에서 도망쳐, 그대로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로 도망쳐 들어갔다.

그리고 예전부터의 약정대로, 혼간지 켄뇨(顕如)의 장남인 쿄뇨(教如)와 결혼했다고 한다.

그 후, 켄뇨와 쿄뇨에 대해 요히라가 어떤 이야기나 부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년 후에 에치젠에서 잇코잇키(一向一揆)가 발발한다. 이 때, 노부나가에게 변절했던 아사쿠라 가문의 대부분이 사망(討ち死に)했다.


"아케치 님,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시즈코는 이치죠다니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미츠히데에게 말을 걸었다. 미츠히데는 연전에 의한 피로를 보이지 않고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실은, 상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시즈코는 이곳에 올 때까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미츠히데에게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놀라던 미츠히데였으나, 시즈코의 이야기를 다 듣자 턱에 손을 대고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 쪽이 좋겠지요. 주상께서도 다기(茶器)를 손에 넣기 위해서, 라고 하면 불태우지 않아도 탓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시즈코의 이야기란, 역사적 사실에서 벌어진, 이치죠다니를 불태우는 것을 늦추는 것이었다.

이치죠다니에는 많은 문화재나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들이 남아 있다. 현대에서도 불탄 흔적에서 다기가 출토되고 있기에, 당시부터 많은 다기가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본심을 말하자면 문물(文物)의 보호를 빼더라도 이치죠다니를 불태우는 것은 회피하고 싶었다. 이치죠다니는 에치젠 문화의 집결지이기에, 이걸 불태워버리면 에치젠의 백성들에게 큰 화근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이치죠다니는 아사쿠라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기에, 그 붕괴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도 이치죠다니를 불태우는 것은 불가피한 사건이었다.

이것을 늦추는 것에 노부나가가 난색을 표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도(茶の湯)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노부나가로서는 다기의 보호를 구실로 삼으면 당분간이라면 참아주기도 할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역사적 사실대로 성시를 포함하여 잿더미로 변하겠지만, 그래도 시즈코는 최저한의 문화재 보호가 끝난 후에 그렇게 했으면 했다.


"그쪽에 대해서는 이미 주상께 올릴 서신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마도 서신만으로 문제없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만약의 일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럼, 주상께의 대응은 부탁드립니다. 이쪽은 병사들이 약탈하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강화하겠습니다. 명물(名物)의 보호는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치죠다니에 불을 지르지 않는다. 문화재를 가장 먼저 반출하고, 노부나가에게는 다기를 수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병행하여 다기의 회수도 진행하여, 발견된 다기를 노부나가에게 보내면 노부나가도 시즈코의 부탁을 함부로 거절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와 미츠히데는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었던 느낌을 받았다.




미츠히데와 시즈코가 요시카게를 붙잡기 조금 전, 노부나가는 오다니 성 부근에 설치된 본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이미 아사쿠라가 멸망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 에치젠에 대한 견제로서 배치했던 시바타들도 오다니 성 포위에 참가하도록 명령했다.

오다 군이 총력을 기울여 오다니 성을 포위하고 있을 때, 시즈코로부터 서신을 받은 히데요시(秀吉)는 자기 진으로 돌아가자 히데나가(秀長)를 호출했다.


"네에네에, 무슨 용무이십니까 형님"


평소와 같은 표표(飄々)한 태도로 응하는 히데나가에게 히데요시는 물어뜯을 듯 추궁했다. 그는 히데요시가 뭘 묻고 싶은지 알고 있었지만, 그걸 전혀 내색하지 않고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너, 시즈코에게 무얼 내놓았느냐!?"


히데요시는 시즈코로부터 걷네받은 서신을, 작전지도를 펼쳐놓은 탁자에 내려치듯 놓으며 외쳤다. 히데요시가 격앙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시즈코의 서신에는 오다니 성에 관한 기밀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부근 일대의 상세한 지형도에 더해, 오다니 성의 방어시설의 규모와 상세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어, 군사기밀을 알고 있는 내통자로부터 얻은 정보인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히데요시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만한 정보를 얻기 위해, 히데나가가 시즈코에게 무얼 내놓았는가, 그것이 히데요시의 관심사였다.


"그 뭐냐, 얼마 전에 아사쿠라 가문의…… 뭐였죠"


"에치젠 오오노 군(大野郡)의 군사(郡司)를 맡고 있는 아사쿠라 마고하치로(朝倉孫八郎)다"


"네네 맞습니다, 그 아사쿠라 마고어쩌고를 필두로 몇 명인가가 요시카게를 배신하고 오다 군에게 유리하도록 병사를 움직일테니 대신 목숨을 살려달라, 는 내용을 연명(連名)으로 쓴 서신이 도착했잖습니까? 그것과 교환했습니다"


"그것 말이냐…… 어, 그것 뿐이냐?"


히데나가가 시즈코에게 내놓은 것을 알게 된 히데요시는,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었다는 점에 맥이 빠져버렸다.

배신의 증거라고는 해도, 구명의 탄원서의 용도 따윈 히데요시에게는 짐작가는 것이 없어, 그의 마음 속에서는 휴지조각으로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아마도 요시카게나 에치젠의 백성들이 품을 원한을 유도하기 위해 쓰겠지요. 자신들을 패배시킨 상대보다도, 배신한 아군 쪽이 증오할 상대로서 적합하니까요"


"과연. 하지만, 탄원서를 받아놓고 그걸 무시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구명의 탄원서인가 하는 건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에 없는 이상은, 우리들에게 도착하지 않았다. 그걸로 된 거 아닙니까. 아사쿠라 토벌에서 최대 무공은 아케치 님으로 확정입니다. 그렇다면 아사쿠라의 일족들을 살려줘봤자 우리들에게 이익 따윈 없을 겁니다. 그 놈들이 어찌되던 우리들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죠"


"뭐, 그렇구나"


히데나가의 말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한 히데요시는, 이 이상 탄원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는 시즈코에게서 받은 서신을 정리하여, 작전회의용으로 펼쳐놓은 지도와 비교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오다니 성을 함락시키는 것에 전력을 쏟도록 하자. 이 정보가 있으면 확률이 높은 도박을 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공격할 때다"


"그 말씀 대로입니다, 형님"


히데요시의 힘있는 선언에 히데나가는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오다니 성에 관한 기밀을 흘리다니, 이거 참 놀랍군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상세한 정보를 입수한 걸까요. 그녀의 휘하에 있는 간자들의 움직임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후훗, 뭐 좋겠죠. 이번에는 탄원서 정도로 형님께 무공을 올릴 기회가 굴러들어온 것이니까요. 쓸데없이 캐다가 풀을 쳐서 뱀(아시미츠(足満))이 나오면 곤란하죠)


탁자에 펼쳐진 서신의 내용을 읽으며 히데나가는 웃었다. 지금까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금후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으리라. 왜냐하면 다른 무장들도 시즈코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한 명의 여자에게 다 큰 남자들이 정신이 필린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연애질(色恋沙汰)에 넋이 나간 어리석은 자들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이곳 이외에 활로(活路)는 없습니다. 이 세상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시즈코 님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이 금후의 향방(行方)을 좌우합니다)


지금부터의 일을 생각한 히데나가는 점점 더 미소가 짙어졌다.




시즈코는 미츠히데와 함께 이치죠다니에 들어갔다. 이치죠다니 성을 지키는 장병들이나 이치죠다니의 성시에 사는 백성들은 오다 군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당황해서 도망쳤다.

평시라면 북적거릴 성시의 왕래도 끊기고, 백성들이 도망칠 때 떨어뜨린 천쪼가리 등이 바람에 휘날려올라가 쓸쓸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백 년의 영화(栄華)를 자랑한 이치죠다니도 이렇게 되어버리면 폐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복병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토리이 님, 쓸데없는 살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투항을 권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요시카게의 측근인 토리이가 권고하면 병사들도 항복하기 쉬울거라고 미츠히데는 생각했다. 궁지에 몰려 자포자기한 적병이 같이 죽자고 거리에 불을 지르는 것을 회피하고 싶었다.


"시즈코 님은 문화재의 보호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미츠히데가 역할을 지정하고, 각자가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시즈코는 문화재의 보호, 회수를 정력적으로 수행했다. 시즈코 군의 병사들은 말단까지 통제가 잘 잡혀 있어, 만에 하나라도 약탈을 저지를 우려가 없었기에 적임이었다.

실제로 시즈코 군의 수완은 매우 뛰어나서, 문화재의 보호나 숨어 있던 장병들의 처자들의 보호 등도 효율좋게 수행했다.

속속 모여드는 문화재를 보자, 나름 지식을 갖춘 시즈코조차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중국(唐物)의 밥공기(茶碗) 같은 것도 있네"


정원이나 건축물 등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 또는 반출할 수 없기에 아예 파괴되어 버린 것 이외의 것들이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내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첨부되어 있는 것도 있었지만, 태반은 어떤 시대에 어떤 경위로 들여온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 뿐이었다.

눈여겨본 밥공기 이외에도 꽃병(花瓶)이나 항아리(壺, 회화(絵画), 족자(掛け軸), 편지(手紙), 서적(書物) 등 회수된 물건들은 다종다양했다.


"꽤나 많이 모였네"


"시즈코 님! 그쪽은 장부 기재(記帳)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만져보실 거라면 이쪽의 장부 기재가 끝난 물건들로 부탁드립니다"


시즈코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적들 중 한 권을 손에 들고 펼쳐보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재의 목록을 작성하고 있던 병사에게 야단을 맞았다. 거북한 표정을 떠올리면서 시즈코는 서적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고 물러났다.


"야단맞아버렸네. 기록이 끝난 것부터 읽어볼까"


아무래도 숫자가 방대했기에, 목록에 기재된 것들부터 임시 보관소로 징발된 무가(武家) 저택(屋敷)에 분류하여 운반되고 있었다.

그곳에 놓인 서적이라면, 이후에는 포장해서 노부나가에게 보내기만 하면 되기에, 포장될 때 까지는 읽어도 문제없었다.


"시즈코 님,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섰을 때, 소성 한 명이 시즈코를 불렀다.

기세가 꺾인 느낌이 들었지만, 노부나가가 필요로 하지 않는 문화재를 상으로 받을 예정인 것을 떠올리고, 나중에라도 괜찮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다시 앉았다.


"무슨 일이죠?"


"옛. 실은 아사쿠라 요시카게의 모친인 코토쿠인이 시즈코 님을 만나뵙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케치 님이 대화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저한테 무슨 용건일까요? 뭐, 여기서 입씨름을 해봐야 소용없죠. 만날테니 이쪽으로 안내하도록 전해주세요"


"옛, 바로 그리하겠습니다"


대답을 한 소성은 코토쿠인을 불러오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후 억세 보이는 귀부인과, 그 뒤에 몹시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여성이 따르고, 여성의 뒤에 숨으려는 듯 하는 가장 나이어린 여성이 안내되었다.

시즈코는 사전에 얻은 정보로부터, 억세 보이는 귀부인을 코토쿠인, 그 뒤가 요시카게의 처인 코쇼쇼, 가장 뒤의 여성이 바로 요히라일거라고 시즈코는 헤아렸다.


시즈코는 앉아 있던 걸상(床几)에서 일어나 그녀들의 대표인 코토쿠인에게 이름을 밝히고 자리를 권했다.


"제가 시즈코라고 합니다. 자, 앉으시기 바랍니다. 행군중이기에 아무래도 좋은 가구(調度)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땅바닥에 앉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코토쿠인이 감사 인사를 하고 앉자, 멍하니 있던 코쇼쇼와 요히라도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여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용건을 듣기 전에 우선 한 잔 올리지요. 독 같은 건 넣지 않습니다. 당신들을 독살할 필요성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손수 차를 끓이고, 먼저 입에 머금어 보였다. 그대로 같은 찻주전자(急須)에서 차를 따라 세 명에게 건넸다.

시즈코가 독이 없음을 보였지만, 코토쿠인은 생사여탈을 상대방이 쥐고 있는 지금 독살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 주저없이 차를 마셨다.

코쇼쇼와 요히라는 코토쿠인의 모습을 흘끔거리면서 쭈뼛쭈뼛 차를 마셨다.


"그럼, 제게 용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어떤 용건이신지요? 저희 군의 최고 책임자는 아케치 님입니다. 제가 어떠한 판단을 하더라도, 아케치 님이 아니라고 하시면 그걸로 결정은 뒤집히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여쭙겠습니다만,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에치젠은 주상께서 지배하시게 되고, 아사쿠라 가문은 단절되겠지요. 주상께서는 아사쿠라 가문에 몇 번이나 호되게 당하셨습니다. 이제와서 용서를 빌어도 용서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요시카게가 노부나가와 적대할 것을 표명한 지 3년. 노부나가는 몇 번이나 쓴맛을 보았고, 아사쿠라가 오우미(近江)에 있는 것만으로도 견제를 위해 병력을 쪼개야 했다.

특히 신겐(信玄)이 직접 나선 카이(甲斐) 타케다(武田)의 대원정(大遠征), 즉 서상작전(西上作戦)에서는, 오다 가문의 운명을 걸어야 하기까지 했다.

그만한 짓을 한 이상, 노부나가가 아사쿠라 가문에 온정을 베풀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아무리 재보를 내놓더라도 요시카게와 그 적자(嫡子)의 참수는 피할 수 없다.


"패자(敗者)의 일족(一族) 단절(断絶)은 난세(乱世)의 상식.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이제와서 저항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요히라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어떻게 되느냐고 하셔도……"


"시치미떼지 마십시오. 저는 요히라를 확실하게 붙잡으라고 당신이 명령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들(愚息)이 아니라 요히라를 붙잡으라고 명령하신 이유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이제부터 죽으러 가는 사람에 대한 전별(手向け)로서 부디 온정을 베풀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겨우 이해가 간 시즈코였으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시즈코는 분명히 요히라를 반드시 붙잡으라고 명령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알기에, 그녀가 살아서 혼간지에 도착하면 훗날 에치젠에서 잇코잇키가 발발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배지역에서 잇코잇키가 발생하면 진압하는 데 적지않은 희생이 생긴다.

이 이상 에치젠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문제의 싹을 자르는 의미에서 그녀의 포박을 명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체라도 상관없다고 덧붙여서.


그 명령을 어떤 경위로인지 알게 된 코토쿠인이, 시즈코에게 본심을 들으러 온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요히라가 시즈코를 바라보는 겁먹은 시선에도 납득이 갔다.


"그것은 요히라 님이 혼간지 켄뇨의 적자와 혼인할 약정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간지로 도망쳐서 켄뇨의 비호를 받아 잇코잇키를 선동해서는 곤란합니다. 물론, 잇코잇키가 발생하게 되면, 가담한 일향종(一向宗)은 씨를 말릴 것입니다"


"만약 잇코잇키가 발생했다고 하면, 그 때 에치젠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사견(私見)입니다만, 이라는 전제를 두겠습니다. 우선 아사쿠라 가문을 배신하고 오다 가문으로 변절한 자들이 혼란을 틈타 살해되겠지요. 그 후, 오다 군이 진압을 위해 출진하여, 일향종을 뿌리째 뽑아버립니다. 나가시마(長島)에서는 이유가 있었기에 이시야마 혼간지로 돌려보냈습니다만, 이곳 에치젠에서의 잇코잇키에는 그러한 이유가 없기에, 마지막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처치할 것입니다. 몇 만이나 되는 사람이 죽게 됩니다. 물론, 일향종이 된 에치젠의 백성들이, 말입니다"


알아듣기 쉽도록 차근차근(噛んで含める) 코토쿠인에게 들려주었다. 실제로는 나가시마 때와 마찬가지로 일향종을 이시야마 혼간지로 떠밀어보내게 되겠지만, 그보다도 처참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억지력이 된다.


"제 예상이라고는 해도,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 분께서는 잘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걸 아시고도 도망치실 생각이라면 혼간지로 가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희들도 추격대를 보낼 것이지만, 도망치는 데 성공하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


"하지만,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많은 피가 흐르고, 수많은 목숨이 사라집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에치젠의 백성들'의 죽음을 '평생 짊어지실 각오'가 없으시다면 섣부른 행동은 그만두시기 바랍니다"


담담한 시즈코의 말투가 공포를 부채질했는지, 요히라가 손이 떨려 잡고 있지 못하게 된 밥공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거기에 허리에 힘까지 빠졌는지, 뒤로 쓰러질 뻔한 것을 코쇼쇼가 얼른 부축해 주었다.

싸움터의 의자기에 등받이가 없었고, 그 때문에 쓰러지고, 그 때문에 즉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지만, 부축한 코쇼쇼도 공포에 움츠러든 상태여서 조금 가엾게 느껴졌다.


"조금 으름장이 심했군요. 하지만,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미래입니다. 에치젠에 시체의 산을 쌓고 그 땅을 선혈로 물들여서라도 저희들에게 한 방 먹일 것인가, 아니면 원한(禍根)을 품으면서도 조용히 여생을 보내실지, 그 선택을 하시는 것은 여러분 자신들입니다"


코토쿠인은 똑바로 시즈코를 바라보고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안색은 창백해지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승패는 병가(兵家)의 상사(常), 원한을 잊으시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들어올린 주먹을 내려치실 곳도 필요하시겠죠. 그것을 고려하여, 저는 지금부터 어떤 서류를 분실할 것입니다. 패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생각하시는 것도 좋겠죠"


말을 끝내자 시즈코는 일어서서 소성에게서 서신(書状)을 받아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으로 코토쿠인 쪽으로 떨어뜨린 후 자리로 돌아갔다.

시즈코의 의도를 알 수 없었던 코토쿠인이었으나, 서신을 펼쳐 내용을 읽어본 그녀의 수려한 미간에 점점 주름이 패였다.


"……전쟁의 향방은 알 수 없는 것. 부모 마음으로서는 아들이 이겨줬으면 했습니다. 여기까지 몰려서, 간신히 당주로서 어울리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건만……"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듯, 코토쿠인은 서신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 자들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융성(隆盛)할 때는 실컷 단물을 빨아놓고, 일족의 위기에 처하자 당주에게 거역할 뿐만 아니라 행패(足蹴)를 부리고, 나아가 당주를 팔아넘기는 패거리들 따위……"


시즈코가 코토쿠인에게 보여준 것은 카게아키라(景鏡)의 구명 탄원이 적힌 서신의 사본이었다.

요시카게와 카게아키라의 다툼(禍根)으로 아사쿠라 가문이 쪼개져서 훗날의 에치젠 잇코잇키로까지 발전하는 이상, 여기서 재앙의 뿌리를 뽑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정치적인 판단이며, 시즈코도 본심을 말하자면 이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화근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 싹은 잇코잇키라는 형태로 싹을 틔워, 훗날 몇 만이나 되는 목숨이 사라진다.

설령 정도에 어긋나더라도, 때로는 위정자는 비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실제 체험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이쪽의 지시에 따라주신다면, 카게아키라에게 한 방 먹일 기회를 드리지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참고 있던 코토쿠인이 시즈코의 말에 얼굴을 들었다.


"단, 저희들이 드리는 것은 기회 뿐입니다. 카게아키라를 처치할지, 아니면 모른 척 할지, 그것은 당신들의 자유입니다. 저희들은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다시 말씀드리지요. 이것은 아케치 님도, 그리고 주상께서도 인정하신 이야기입니다. 남은 것은 당신들의 판단으로 결정됩니다"


"……"


"내통한 자를 팔아넘기는 것은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배신이라는 것은 본래 들키면 파멸할 각오를 하고 저지르는 것. 이것도 사견입니다만, 아마도 주상께 카게아키라는 이미 이용가치가 없는 것이겠죠"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후 손뼉을 쳤다. 그 소리에 놀란 코토쿠인과 코쇼쇼가 움찔하며 허리를 폈다.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히, 카게아키라를 용서할 것인가, 용서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 뿐입니다"


코토쿠인은 시선을 시즈코에서 서신으로 돌렸다. 잠시 서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였으나, 천천히 서류를 움켜쥐고는 둘로 찢어버렸다.


"좋습니다"


그것이 코토쿠인의 대답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가까이 있던 소성에게 명해 코토쿠인이 찢은 서류를 미츠히데에게 전하라고 했다.




이치죠다니 성 함락 소식은 즉시 노부나가에게 전해졌다.

단, 성시를 포함한 이치죠다니 일대의 소각(焼き討ち)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이유로서 다기(茶器) 등의 명물품(名物品)을 회수하여 전비(戦費)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는 보고가 올라갔다.

모든 보고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 표정에는 아무 감정도 떠올라있지 않아, 미주하고 보고를 마친 병사는 이마에 땀이 솟으며 입술이 퍼래질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좌우에 있던 오다 가문 중신들도 마른침을 삼키며 노부나가의 말을 기다렸다.


"보고, 수고했다. 물러가도 좋다"


그 한 마디를 들은 병사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떠나가는 병사를 노부나가는 재미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실제로 노부나가는 흥이 깨진 상태였다.

아사쿠라는 멸망하고, 오다니 성에 대해서는 히데요시가 뭔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자이(浅井)-아사쿠라 토벌을 내걸고 출진했는데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결판을 지을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뻔히 결과를 알고 있는 보고를 그냥 기다린다는 것이 이 정도로 따분할 줄은 몰랐다. 무료함을 달래려 해도, 그게 가능할 만한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아버님,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멀리 떨어져 있는 유쾌함의 씨앗(愉快の種)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노부타다(信忠)가 노부나가에게 진언했다. 기분전환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하여 노부나가는 노부타다의 발언을 허락했다.


"듣자하니 아사쿠라 가문 당주 및 적자는 아직도 참수되지 않고, 이치죠다니의 소각도 미루어진 듯 합니다. 전비 회수를 위해 다기나 명물을 모은다고는 해도, 이래서는 조금 약하다고 생각됩니다"


"……키묘(奇妙) 이외에는 물러나라"


엉뚱한(頓珍漢) 소리를 한 노부타다에게, 노부나가는 눈가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지시대로 좌우에 있던 중신들이 물러가고, 그 자리에 노부나가와 노부타다만이 남겨진 것을 확인한 후, 노부나가는 말을 이었다.


"아사쿠라가 어떻게 되던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번의 일은 시즈코가 영주(国人)가 될 수 있을지, 그 시련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시련…… 입니까?"


"그렇다. 시즈코는 여차할 때(ここ一番) 마무리가 허술하다. 타케가와의 싸움에서도, 녀석은 스와 카츠요리(諏訪勝頼)를 놓쳤다. 나가시마 일향종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통치하기 위해서라느니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고는 있지만 말이다"


"그것은……"


놓아준 채로 괜찮은 건가 하고 의문을 입에 올리려던 노부타다는 말을 삼켰다. 괜찮지 않다고 판단되었다면 시즈코는 이미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현재 시즈코가 처벌을 받지 않은 이상,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허술함(甘さ)을 이해하면서 그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즈코의 허술함에도 이용가치는 있다. 하지만, 위정자는 때로는 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부하에게 죽으라고 명령할 수는 있게 되었지만, 정치적 판단으로 대를 살리기 위해 소를 죽이는 것을 못하고 있다"


"그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아사쿠라는 딱 좋은 상대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지금까지처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즈코가 스스로의 의지로 쳐들어가서,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하오나…… 할 수 있겠습니까? 시즈코는 지금까지 정치적 판단을 피해 왔습니다"


"할 수 있다. 시즈코는 반드시 적을 처단한다. 그게 우연히 아사쿠라였다는 것 뿐이다"


지금까지 시즈코는 잡병이나 아시가루(足軽), 무장(武将)들을 처치해왔다. 하지만 타국을 침공하여 영주를 처형한 적은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본인이 피했던 것도 있지만, 그러한 냉혹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항상 노부나가나 아시미츠가 대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을 스스로 해야만 한다.


"항상 아시미츠가 있어줄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녀석도 언젠가 그 허술함 때문에 시즈코의 몸이 위험에 처할 것을 고려하여 내 시련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지"


"아버님은 시즈코를 그렇게까지 평가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물론이다. 녀석이 훌륭한 영주가 된다면, 오와리(尾張)를 맡겨도 좋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오와리를 맡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노부타나는 뼈아플 정도로 이해했다. 자신의 근거지(お膝元)를 맡기는 것은 노부나가의 아버지 대부터 섬겨온 가신들에게조차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어엿한 영주로서 성장한다면, 오와리라는 한 나라(一国)를 맡겨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특별 취급되는 것에, 노부타다는 질투를 금할 수 없었다.


"지금은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즈코가 영주가 되어, 우에스기(上杉)나 도쿠가와(徳川)와 연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에 능숙해지게 되면 토우고쿠(東国)의 견제는 완벽해진다. 나는 사이고쿠(西国)의 지배에 집중할 수 있지. 등 뒤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정말로 편하다"


과연 시즈코는 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노부타다는 의문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이미 확신하고 있는지, 자신이 부여한 시련을 시즈코가 극복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노부나가의 확신이 올바른 것임을 노부타다는 알게 된다. 카게아키라의 목이 노부나가가 있는 곳에 도착한 그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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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