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4년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종언(終焉)


105 1573년 6월 상순



5월 하순, 전국시대의 종언(終焉)을 고하는 역사적 이벤트가 미노(美濃)의 기후 성(岐阜城)에서 막을 올렸다.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다이묘(大名) 중 한 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노부나가의 거성(居城)인 기후 성에서 신하의 예를 올렸다.

이것으로 에치고(越後)는 노부나가의 지배하에 편입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 나라가 함락되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노보다 동쪽에 있는 나라들은 상락(上洛)하려고 하면 반드시 노부나가가 지배하는 땅을 통과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상락이 불가능해졌다.

오다, 도쿠가와(徳川), 우에스기의 3개국으로 사이고쿠(西国)로 통하는 길을 틀어막았다.

이 사실은 노부나가에게 토우고쿠(東国)에 대해 동원할 병력의 수를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사이고쿠 문제에 집중 대응할 수 있게 되는 메리트를 가져온다.

한편, 세력이 분단된 형태가 된 엣츄(越中)나 에치젠(越前)의 일향종(一向宗)은 궁지에 빠졌다.

육로를 통한 보급로가 끊기고, 오다-우에스기의 양쪽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받게 된다. 무력에서 떨어지는 일향종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도식이 성립되었다.


주변국이 갑작스럽게 뒤바뀐 세력구도에 대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원흉(元凶) 중 한 명인 시즈코는 다른 일로 정신없이 바빴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뭐가 어떻게 되어 지금의 상황이 된 건지, 시즈코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우에스기 켄신이 노부나가를 방문하고, 신하의 예를 올릴 때까지는 예정대로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째서 우리 집 집들이가, 어느새 우에스기 가문을 환영하는 주연(酒宴)으로 바뀐 거지?"


시즈코는 혼자서 불평했다. 새 집이 완성되었으나 집들이를 하지 못했기에, 가까운 사람들(身内)을 초대하여 한식구(内輪)끼리 축하연을 열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 주군인 노부나가나, 그 맹우(盟友)인 이에야스(家康)가 참가하는 것까지는 간신히 납득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 축하연에 우에스기 켄신까지 참가할 것이 결정되었다고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애초에 우에스기 가문이 신하가 되는 것을 축하해도 되는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시즈코에게는 있었다.


"지금부터는 우리들도 시즈코 님과 한식구가 됩니다. 한식구의 경사에 불만 같은 게 있을 리 없지요"


하지만, 켄신 본인이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그러긴 커녕 시즈코 저택의 구조(造り)에 흥미진진하여 축하연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오와리(尾張)의 최신(今様) 저택…… 곳곳에 여러가지 배려(工夫)가 되어 있군"


"영주님(御実城様), 한동안 체재해보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만, 옛것과 새로운 건축 양식이 훌륭하게 융합되어 있습니다! 이쪽을 보아 주십시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로 훌륭한 저택이군요, 시즈코 님"


"어이쿠, 이건 시즈코 님, 대단히 멋진 궁궐(御殿)이군요. 소생도 언젠가 이런 저택을 가지고 싶습니다"


"카하하핫, 좋구나 좋아(善哉善哉)! 경사스런 일이 겹치니, 우리들의 미래도 밝을 것이야"


그 후에도 초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들까지 차례차례 방문해왔다.

타케다(武田)를 쳐부수고 우에스기가 신하가 된 것에 의해 당면한 위협이 없어진 것 때문인지, 오다 가문의 중신들도 거리낌없이 집들이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예상외의 대 북적임에 수용 능력이 시험받게 되었으나, 기적적으로도 참가자 전원이 연회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아져 있었기에, 어디에 누가 있는지 상좌(上座) 부근을 제외하면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이제 딱히 우리 집 집들이가 아니어도 괜찮은거 아닌가"


시즈코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이 날을 위해 준비해온 디저트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위 말하는 딸기의 쇼트케이크였다.

딸기라고 해도 현대와 같은 양딸기(オランダイチゴ)가 아닌, 일본에 옛부터 자생하고 있는 산딸기(キイチゴ) 속(属)의 장딸기(クサイチゴ)를 사용했다.

장딸기는 산딸기 중에서도 대형이고, 현대의 품종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강한 단맛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품종과 달리 약간 자기주장이 강한 신맛을 갖지만, 잼 등으로 가공해버리면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신맛을 약화시키기 위해 시럽을 졸여 약간 불을 들였다.


여담이지만 스폰지와 크림을 층층이 쌓아서 크림 장식과 함께 딸기 등의 과일을 얹은 쇼트케이크는 일본이 발상지이다.

영어권에서는 레이어(layer, 또는 레이어드(layered)) 케이크라고 부르는 비슷한 케이크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용되는 반죽(生地)은 스폰지가 아니라 비스킷이라고 불리는 단단한 식감의 반죽을 사용하며, 크림이나 과일을 중간에 끼워넣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정석이 되는 딸기의 쇼트케이크라는 것은 일본에만 존재한다.


"으ー음, 역시 케이크는 좋아. 너무 많이 먹으면 살찌지만…… 아니, 예전과는 운동량이 다르니까, 하나쯤 더 먹어도 괜찮…… 을지도 몰라"


하나쯤 더,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둥글둥글한 자신을 상상하고 자제했다. 그리고 쟁반에 쇼트케이크를 몇 개 얹은 큰 접시를 놓은 후, 이것을 노히메(濃姫)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도록 몸종(小間使い)에게 명했다.


그 후, 별실(別室)에서 자유롭게 집주인이 없는 집들이를 만끽하고 있던 노히메들에게 말을 걸고,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상좌로 발을 옮겼다.

축하받을 입장인 집주인인데 어째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건가 하고 일순 쓸데없는 생각을 했으나,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노부나가 등 비호자(庇護者)들이 정치적인 협상을 취사선택해줄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다들, 오늘은 실컷 마시고 먹고 즐기자꾸나"


그 후, 노부나가가 개회사를 하여 시즈코 저택 집들이 연회가 개막되었다.




처음 본 에치고(越後) 사람들을 한 마디로 나타내지면, 그들은 술에 대해서는 사양하지 않았다. 에치고 사람들이 있는 자리와 없는 자리는 술통의 소비량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무서운 기세로 마시고 있는데 취해 쓰러지지 않는 술고래(蟒蛇) 투성이였다.

소문이 헛되지 않은 에치고 주호(酒豪) 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제아무리 노부나가나 이에야스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내 금주령은 풀리지 않았지만…… 말야)


흐르는 작업처럼 술통에서 퍼올려져서 운반되어가는 술병(徳利)을 보면서 시즈코는 자신에게 채워져 있는 목줄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을 위해서 대량으로 술을 준비하고 술가게(酒屋)에서도 대량으로 사들였으나 남을 일은 없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우에스기 사람들에 비해 이에야스 등 도쿠가와 사람들은 아직 청주에 익숙하지 안하, 그 소비 페이스는 느릿했다.

지금은 미카와(三河)나 토오토우미(遠江)에도 오와리나 미노에서 생산된 청주가 팔리게 되었으나, 아직 생활에 침투하는 데는 이르지 못한 모양이다.

노부나가는 평소처럼 자신의 페이스로 마시고 있었다. 애초에 술을 잘 못 마시는(下戸) 것으로 알려진 노부나가였기에, 그다지 많은 양의 술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그는 술보다 단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식구끼리의 속편한 연회가 어쩐지 거창한 주연(酒宴)이 되어 버렸네)


주역이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마찬가지로 상좌에 위치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노부나가, 이에야스,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 우에스기 켄신이라는 쟁쟁한 인물들이었기에 조금도 긴장이 늦춰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후, 노히메들과도 얼굴을 맞댈 필요가 있다.


(마음이 무겁네)


조금도 편히 즐길 수 없는 연회가 계속된다고 하면 아무리 시즈코라도 기분이 처진다. 하지만 입장상, 축하받을 집주인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폭거는 있을 수 없기에, 결국 포기의 경지에 도달했다.


"죄송합니다. 용무가 있어 잠시 실례(中座)하겠습니다"


슬슬 때가 되었나, 하고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자리를 비울 것을 알렸다. 노히메들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머리를 탁탁 하고 가볍게 친 후에 말했다.


"뼈는 주워주마"


"아니, 죽으러 가는 건 아닙니다만"


"평소에도 종잡을 수 없는(一筋縄ではいかぬ) 오노(お濃)에 술까지 들어간 상태다. 제대로 된 결과로 끝날 리가 없지 않느냐"


노부나가의 말을 듣고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하지만 주군의 눈 앞에서 그 부인(細君)의 험담을 긍정할 수도 없어 다급히 태도를 바로했다.

깊이 고개를 숙인 후, 시즈코는 조용히 연회장을 나왔다. 애초에, 연회도 절정을 맞이하여 취객들로 넘쳐나고 있는 연회장이었다.

설령 시즈코가 알기쉽게 연회장을 나섰다고 해도 신경쓰는 사람은 적었으리라.


"후우…… 피곤하네"


연회장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을 때 시즈코는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걷고 있자니, 모퉁이에서 아야(彩)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시즈코를 발견하자, 발소리를 내지 않고 시즈코에게 다가왔다. 뭔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는 건가, 라고 즉시 이해한 시즈코는, 가까운 방으로 아야를 부르며 먼저 들어갔다.

잠시 간격을 두고 아요도 시즈코를 쫓아 방으로 들어왔다.


"영내에 잠입해 있던 사나다(真田)의 간자를 포박했습니다. 그런데 기묘한 것이, 그 간자는 시즈코 님께 이 서신을 전해달라고……"


"용케 들어왔네…… 아니, 지금이니까 그런가. 외부인이 이렇게 많이 들어오는 건 지금밖에 없으니까"


자신이 예전에 썼던 계책을 쓴 거라는 것을 시즈코는 헤아렸다.

오다, 도쿠가와, 우에스기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초대객까지는 파악할 수 있어도, 수행원들 한 사람 한 사람 까지는 아무래도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하늘의 감시원(空番)'만은 속일 수 없었던 듯 합니다. 비밀리에 처분하려고 했습니다만, 사나다로부터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듣고, 지금은 묶어서 감옥에 가두어두기만 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이 저택을 구역으로 삼고 있는 애들보다 사람 숫자가 많으니까. 뭐, '하늘의 감시원'인 까마귀들이라면 숫자도 충분하지만 말야"


비트만들이나 시로가네 등, 시즈코의 저택을 구역으로 삼고 있는 동물은 많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같은 공간을 구역으로 정하고 있는 동물은 있다.

가장 많은 것이 까마귀 패밀리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100마리 가까이가 시즈코의 저택 부근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청소부(scavenger)의 지위대로, 시즈코의 저택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의 처리를 까마귀들이 맡고 있었다.


그런 관계로, 시즈코의 저택에 간자가 숨어들려 해도, 먹이를 다투는 적으로 인식되어 어디에 숨어있었냐고 묻고 싶어질 정도의 숫자로 간자들을 덮쳐간다.

생활 쓰레기를 지정한 장소에 버리기만 하면 되는, 천연의 간자 대책이었다.


"흠…… 흠"


사나다로부터의 서신을 아야에게서 받아들고 시즈코는 서신의 내용을 확인했다. 읽어감에 따라 시즈코의 표정이 험악해졌고, 필연적으로 아야의 긴장도 높아져갔다.


"곤란하네, 이건"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요"


"간단히 말하면 집안 소동. 되돌려보낸 무토 키헤에(武藤喜兵衛)가 사나다 가문을 이었지만, 그가 타케다륵 등지고 오다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다투고 있는 모양이야. 게다가 전투중에 후퇴 명령이 나오기 전에 군을 물렸기 때문에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것 같아. 타케다 가문의 간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인 모양이지만"


서신에는 타케다 가문의 상황과, 사나가 가문이 놓여 있는 상황이 적혀 있었다. 우선 무토 키헤에는 정식으로 사나다 가문을 이어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로 개명하였다.

하지만 사나다 가문을 잇자마자 그는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에서 신겐(信玄)의 후퇴 명령보다 앞서 병사를 물러나게 한 책임을 추궁받았다.

책임을 추궁한다고 하면 듣기는 좋지만, 요는 패전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본보기로서 영지를 몰수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마사유키를 시작으로 사나다 가문 전체가 가볍게 보이고있다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본보기로 이용된 것은 타케다의 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카츠요리(勝頼)는 신겐이 고심해서 만들어낸 간자 조직을 '얄팍한 쓰레기(人でなし)들의 집단'으로 단정했다.

그리고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오다 측의 정보를 모으지 못한 것의 책임을 그들에게 지웠다.


이에 의해 타케다 직속의 간자 네트워크는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된다.

훗날 카츠요리가 범한 뼈아픈 실책으로서 종종 거론되게 되는데, 전국시대에서 간자를 경시하는 것은 극히 일반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모아온 정보가 음미하지도 않고 버려져서야 사기를 유지할 수 없다.

예쩐에 타케다를 섬겼던 간자들이 신겐이 죽은 후에 사나다의 밑으로 모여든 것도 새롭게 태어난 사나다가 정보를 중요시하여 간자들을 버리는 돌처럼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본보기…… 입니까?"


"단적으로 말하면 조직 전체의 문제를 특정 개인에게 떠넘겨서 체재(体裁)를 보존한 거야. 손실도 보전할 수 있으니까. 그 상황에서는 사나다가 병사를 물리지 않았어도 승산 따윈 없었지만…… 뭐, 생트집이네"


"그건, 자신의 팔다리를 먹어서 배고픔을 채우고 있을 뿐으로, 팔다리가 없어지면 밭도 일구지 못하는데요……"


"그런 거야. 타케다는 조직 전체로서 패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그 뿐만 아니라, 일부의 겁장이들이 발목을 잡았다고 자기 보신(保身)을 꾀한 거야. 이쪽 입장에서는 좋은 경향이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자를 가진 조직은 머지앖아 붕괴하니까"


어디보자, 라고 시즈코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이미 역사는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서 벗어났다. 이제부터는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대로 각 세력이 움직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걸 생각하면 사나다 마사유키에게는 빨리 복귀해 줬으면 좋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시될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자는 당분간 감옥에 가둬놔. 괜히 움직이게 해서 이 이상 정보를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확실히 제거될 테니까. 그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감옥에 넣어두고 나중에 풀어주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간자에 대해서는 함구(秘匿)하도록 명해두었고, 만에 하나 알려져도 정보 수집중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잘 부탁해. 지금부터의 싸움은 정보가 중요해져. 지금 이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그러러면 실력좋은 간자가 많이 필요해지니까"


이걸로 이야기는 끝, 이라고 말하듯 시즈코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노히메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시즈코는 아직이냐, 라고 중얼거렸다. 몸종들은 허리를 꼿꼿이 펴며 아직 안 오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한숨을 쉬면서 노히메는 몸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노히메 님, 시즈코는 오라버니께 붙잡혀 있겠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치(市)가 노히메를 다독였지만, 정작 노히메에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


"주군께서도 시즈코를 너무 부려먹으시느니라. 모처럼의 경사이니, 마음 편하게 지내게 해주면 될 것을…… 그렇지 않느냐, 이치"


"제게는 오라버니의 생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드신 걸까요"


"주군의 생각은 어려워 보이지만 단순하느니라. 아마 시즈코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계시겠지. 바깥에도, 안에도 말이다"


말하면서 노히메는 앞에 있던 접시에 놓인 과자를 집어먹었다. 이치에게는 노히메가 약간 초조해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남자 사회에서밖에 통하지 않는 논리다. 여자가 아닌 주군께서는 그걸 알지 못하시지. 여자 사회에서는, 혼인하여 아이를 낳고, 집안을 잘 관리하고, 각 가문의 부인(奥方) 들을 잘 상대(切り盛り)하고, 적자(嫡子)를 키워내야만 제 몫을 다 했다고 간주되지. 그 관점에서 본다면, 시즈코는 아무 의무도 다하지 않고 있는 밥벌레(穀潰し)이니라"


"확실히 시즈코는 집을 가지더라도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라버니의 밑에서 천하통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저희들의 생활이 풍족해진 것도, 오다 가문이 융성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시즈코가 진력한 결과이겠지요"


"이치, 슬픈 일이다만, 인간이란 그렇게 매사를 잘 이해하는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니라. 시즈코가 얼마만큼 어려운 일을 해내더라도, 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그 한 가지만으로 비난하는 패거리는 얼마든지 있느니라. 특히 집이라는 좁은 세계에 틀어박혀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것만을 유일한 자랑으로 삼는 '무능한' 년들 중에 말이지"


드물게 감정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욕설을 하는 노히메에게 이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치를 신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낯간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노히메가 말했듯, 전국시대의 무가(武家) 사회의 최심부(最奥), 여자 사회에는 명확한 의무가 존재했다.

남자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면서도 그 영향에서 단절된 사회에서는, 아무리 남자 사회에서 유용함을 드러낸다 해도 여자 사회에서는 그에 대해서는 일체 평가받는 일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시즈코에게 벅찬 일을 시키시는 거군요"


여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사회의 정점인 노히메로부터 총애를 받고 있다. 당연히 아래의 여자들이 기껍게 생각할 리가 없다.

하지만 노히메로부터 각별한 돌봄을 받으면서도 성가신 일을 떠맡게 되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떨까?

시즈코에게 질투하면서도, 그 입장을 대신하고 싶다는 여자들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시즈코가 선보이는(発信) 다양한 문물을 노히메가 대신 퍼뜨리는 것으로 가볍게 보이는 일도 없이 받아들여져, 시즈코 본인은 그렇다치고 시즈코가 생산하는 물건들은 유용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배려들이 있기에 비로소 시즈코는 남자 사회에만 전념할 수 있으며,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자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여자들에게 시즈코는 유용하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일신에 총애를 받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불우(不遇)하다는 절묘한 배역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단순히 시즈코를 귀여워하여 돌봐주면, 그 비뚤어진 생각(僻み)이나 질시(嫉み)는 시즈코에게 집중되지. 아무리 사회 전체에 대해 유익하더라도, 여자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한 가지만 가지고 악(悪)으로 몰리는 것이니라"


어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의무를 다하지 않고 보수만을 받는 자는 미움받는다. 설령 어떤 위업을 해내더라도, 꾀를 부렸다고 하여 평가받지 못한다.

예를 들면 주식(株式)의 오발주(誤発注)가 벌어져, 실수로 비정상적으로 싸게 방출된 상표(銘柄)를 매점하여 적정 가격으로 파는 것으로 거액의 부를 얻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세상은 그를 높이 평가할 것인가? 남의 약점을 파고들어 폭리를 취했다던가,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평가받는 게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자리에 설 수 있는가 아닌가만이 운(運)의 요소이며, 비정상적인 낮은 가격을 꿰뚫어보는 눈이나, 즉석에서 가능한 한 사들인다는 결단력과 자본력이라는,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보이지 않는 중첩된 요소(積み重ね)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를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적다. 시즈코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그 얼마 안 되는 이해자가 노히메이며, 운만으로 출세한 여자라는 불필요한 질투나 따돌림(隔意)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이기도 한지, 시즈코는 남자 사회에서는 오다 가문의 중신(重臣)으로서 경의를 받게 되고, 여자 사회에서도 자신들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고생을 도맡아 하는 사람(苦労人)이라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관계되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시즈코에 대해 질투를 품는 자들이 생겨난다.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때때로 모두에게 보이도록 시즈코를 부려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즈코는 주군께서 내리신 최대의 난제, 타케다 토벌을 해냈느니라"


"그렇군요. 지용(知勇)을 겸비한 많은 장수들을 거느린 타케다를 쓰러뜨리라니, 터무니없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즈코는 해냈다. 이것으로 남자 사회에서의 지위는 확고해졌지. 그렇게 되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부채로 입가를 가린 노히메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치는 이해했다. 이치도 노히메를 따라,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주군께서는 시즈코에게 주군의 아이를 양자로 보내신다고 한다. 이걸로 무능한 놈들은 조용하게 만들 수 있지)"


"(과연…… 그리고 시즈코는 오라버니의 아이를 자기 아이로 삼는 것으로, 오라버니에 대한 충성을 드러낼 수 있지요. 그야말로 일석이조로군요)"


"(음. 주군께서도 시즈코의 남편감에 대해서는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몇 번을 고노에 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애초에, 이건 시즈코가 문제라기보다, 녀석의 군이 붕괴하는 쪽이 큰 문제이기 때문이지)"


"(오라버니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시즈코 군이 있는 덕분에 전쟁에서 해야 할 번거로운 일들이 반으로 줄었다고. 과연, 이제부터 두 배로 일을 하라, 고 해도 불만이 분출하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시기는 알 수 없기에, 이렇게 우리들이 시즈코를 지켜야 하느니라)"


"(노히메 님의 심모원려(深謀遠慮), 실로 감복했습니다. 그렇다면, 미력하지만 이 이치도 돕겠습니다)"


"(이것아, 어렵게 생각하지 말거라. 평소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평소대로, 말이지)"


그걸 마지막으로 노히메는 부채를 접었다. 비밀 대화는 종료, 라는 신호다. 이치도 조금 늦게 부채를 접었다.




아야와 헤어진 후, 시즈코는 노히메들이 있는 여자용의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까이 갈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시즈코였으나, 무시할 수도 없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연회장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있는 대연회장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오히려 격식을 차리는 것은 주최자인 노히메가 싫어하기 때문에, 대단히 느슨한 분위기로 가득차 있었다.


"오오, 드디어 왔느냐. 자, 이쪽으로 오거라"


가장 먼저 시즈코를 발견한 노히메가 손짓을 했다. 노히메의 말대로 시즈코는 노히메가 지정한 장소에 앉았다.


"설계 단계에서도 보았지만, 꽤나 훌륭한 저택이다. 주군께서도 지나치게 기합을 넣으셨구나"


"네에…… 확실히 과분한 대저택(豪邸)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고용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들었느니라. 마츠(まつ) 님의 딸 뿐마니 아니라, 아케치(明智) 님의 딸도 고용했다더구나"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씀이 맞습니다. 어째서인지 다들, 우리 딸은 어떻소, 라고 하시네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의 딸, 이름을 타마(珠, 타마(玉)라거나 타마코(珠子)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타마(珠)를 채용함)라고 했다.

하지만 메이지(明治) 시대에 기독교도가 그녀를 칭찬했기 떄문에, 오늘날에는 호소카와 가라샤(細川ガラシャ)라고 하는 쪽이 유명하다.


새 저택은 이전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넓이였기에, 아야나 쇼우(蕭) 만으로는 관리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시즈코는 새로 사람을 고용하기로 했는데, 이걸 들은 미츠히데가 "제 딸은 어떠십니까"라고 추천했다.

이게 방아쇠가 되었는지, 다른 무장들도 앞다투어 그 뒤를 따르려고 하여 일종의 소란이 벌어졌다.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야, 라고 생각해서 시즈코는 무장들을 딸을 맡는 형태로 고용하게 된다. 당초에는 불안도 있었지만, 본래 교육을 받은 무장들의 딸들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생활과 전혀 다른 환경 때문에 행동이 불안불안했으나, 곧 적응하자마자 척척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국어(国語)나 산수(算数)같은 시즈코 저택에서만 필요한 지식 레벨이 낮았기에, 종종 그것들의 보충수업(補習)을 하여 지식의 기본 바탕을 높이고 있었다.

덕분에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은 딸에게서 한자로 쓰인 편지가 왔다, 라는 유쾌한 상황이 여기저기의 가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쇼우(蕭)짱은 기운이 넘치지만, 타마 짱은 호기심이 왕성하네요ー. 제가 고용한 남만인(南蛮人)에게도 겁먹지 않으니까요. 뭐 지나치게 저돌맹진(猪突猛進)한 것이 옥의 티입니다"


"괜찮지 않느냐. 그 쪽이 재미…… 어흠, 유쾌하니 말이다"


"얼버무리려조차 하지 않으시네요!"


말을 바꾸는 건가 생각했는데, 노히메는 단지 의미는 같지만 다른 단어를 말했을 뿐이었다. 어깨에서 힘이 축 빠진 시즈코는, 피로한 듯한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적의가 없는 미소를 계속 짓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피곤한 것 같구나. 그럴 때는 실컷 노는 것이 중요하느니라"


"이게 끝나면 당분간은 마음 편하게 지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복도 쪽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용무라도 있었나, 라고 시즈코가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린 순간, 맹장지가 기세좋게 열어젖혀졌다.


"도착ー!"


"착ー!"


맹장지 너머에 있던 것은 챠챠(茶々)와 하츠(初)였다. 주위가 놀라는 것을 무시하고 둘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목적의 인물인 시즈코를 발견하자, 표정을 풀며 그녀에게 돌격했다.


"시즈코오ー! 새 집, 축하하느니라ー"


"니라ー"


둘은 어린아이, 하지만 전 체중을 실은 태클은 어린아이라도 위력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시즈코는 둘의 태클을 받아냈다. 하지만 둘은 신경쓰지 않고, 새끼 고양이처럼 시즈코의 품에서 아양을 부렸다.


"자, 두 분. 갑자기 입구를 기세좋게 열면 안 돼요. 물건은 소중히 다루도록 해요"


"네ー"


시즈코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하는 둘이었으나, 시즈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까지는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이해하기보다 먼저, 흥미의 대상이 다른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즈코ー, 이거 모야ー?"


챠챠는 시즈코의 등에 올라타며 쟁반에 올려져 있는 과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남만의 과자에요. 이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갸토(gateau, 프랑스어로 케이크라는 의미)라고 부르고 있어요"


케이크의 역사는 오래되어서,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달콤한 빵이 케이크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플라켄타(プラケンタ)라고 하는 고대의 치즈케이크도 탄생했지만, 오늘날의 케이크와는 성향이 조금 다르다.

현대인이 떠올리는 케이크가 탄생한 것은, 그로부터 1천년 가까이 지난 중세 유럽 시대, 현대의 굽는 방법이 된 것은 그로부터 다시 수 세기를 거친 17세기라고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전국시대에 전래된 카스테라가 케이크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수 세기를 걸쳐, 타이쇼(大正) 시대에 후지야(不二家)가 현대의 쇼트케이크를 개발, 판매했다.


시즈코가 만든 케이크는 한입 사이즈의 스폰지 사이에 크림과 과일을 끼워넣고, 위에 버터 크림으로 약간 장식을 한 정도의 미니사이즈 케이크이다.

하지만 설탕이나 계란, 생크림에 버터를 듬뿍 사용하기에, 미니사이즈라고는 해도 권력자밖에 맛볼 수 없는, 그냥 고급이 아니라 '초' 고급 과자가 되었다.


"달아ー, 셔ー, 근데 달아ー"


"천천히 드셔야 해요ー. 신맛이 있는 건, 장딸기가 끼워져 있어서 그래요"


전술한 듯이 장딸기는 약간 신맛이 강하지만, 그래도 야생 딸기(野イチゴ) 중에서는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한 품종이다.

재배도 쉬워서, 건조와 일조량에만 신경쓰면 수고를 들이지 않고 늘릴 수 있다.

다만, 땅에 심으면 지하경(地下茎)을 뻗어 한없이(野放図) 증식하기 때문에, 배지(培地)를 한정할 수 있는 플랜터 재배가 바람직하다.


장딸기는 갓 수확한 것에 시럽을 끼얹어 단맛을 강조하고 있지만, 어린아이의 예민한 미각에는 산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미묘하게 셔. 하지만 달아서 신경 안 쓰여"


이러니저러니 말하면서도, 챠챠와 하츠는 미니사이즈 케이크를 마음에 들어하여, 놓여진 미니사이즈 케이크를 차례차례 먹어치웠다.

하지만, 둘 다 한자릿수 나이의 어린아이, 배가 부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만족이니라ー"


"니라ー"


배를 문지르며 둘은 시즈코에게 기댔다. 시즈코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몸종에게 모포를 가져오도록 명했다.

하지만, 시즈코는 곧 후회하게 된다. 모포를 덮어주자, 챠챠와 하츠가 본격적으로 잠이 들어버려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전신이 저리네"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곤란해하는 시즈코를 보다 못한 노히메가, 챠챠와 하츠의 유모를 불러 둘을 회수하게 했다. 시즈코는 노히메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근처를 산책했다.

연회장을 살짝 들여다보았는데, 이미 만취한 사람들이 잔뜩 있었기에 시즈코는 살짝 입구를 닫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으ー음, 몸에서 우둑우둑 소리가 나네"


관절에서 뚝뚝 하는 소리를 내면서 시즈코는 기지개를 켰다. 이대로 잘 되면 몇 년 안에 일본이 오다 가문에 의해 통일되겠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건 모든 일이 잘 되면, 의 이야기다. 뭔가 문제가 생겨서 엎어질(とん挫)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오다 가문이 천하통일을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既定路線)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음? 저건……"


"시즈코 님"


멀리 뭔가 보인 시즈코였으나, 눈을 가늘게 뜨기 전에 이름을 불리웠기에 그녀는 그쪽으로 의식을 향했다. 얼굴을 돌리자, 그곳에는 약간 술냄새가 나는 미츠히데가 있었다.

그는 시즈코가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것을 알자 인사했다.


"제 딸이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딸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미츠히데의 질문에 시즈코는 말 대신 어떤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한 미츠히데였으나, 시즈코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을 보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잘 있습니다. 보시는 대로, 기운이 좀 넘치지만요"


시즈코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는, 미츠히데의 딸인 타마가 고양이 장난감(猫じゃらし)을 한 손에 들고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지금은 시즈코의 집들이, 몸종들 중 하나인 그녀도 필연적으로 바빠지는데, 그녀는 땡땡이를 치고 있었다.

짐작컨대 고양이가 신경쓰여서 그쪽으로 의식이 집중되었기에, 일을 잊어버린 것일거라 시즈코는 이해했다.

미츠히데로서는 창피한 나머지 얼굴이 확확 달아오를 지경이라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버릇이 없는 딸이라 죄송합니다. 잘못을 저지르면 사양치 말고 꾸짖어주셔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제대로 일을 잘 하고 있으니, 이 정도로 눈을 부릅뜰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내버려두면 우쭐할 지도 모릅니다. 잠시, 실례를"


말이 끝남과 동시에, 미츠히데는 타마를 향해 큰 걸음으로 다가갔다. 고양이에게 집중하고 있던 그녀는, 고양이 장난감을 흔드는 데 정신이 팔려 미츠히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미츠히데가 바로 뒤에 서자, 그제서야 타마는 등 뒤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깨달았으니, 이미 때는 늦었다.


"아, 아버님! 이, 이건 그…… 고양이가 귀엽습니다!"


"그런 건 알고 있다! 타마! 일을 잊어버리고 고양이와 놀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꺄웅!"


(아, 타마 짱이 꿀밤을 맞았다. 변명하기보다 얼른 사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말야ー)


마음 속으로 조언을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결코 미츠히데와 타마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10분 정도 혼이 난 후, 두 사람은 함께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꿀밤이 아팠던 듯, 타마는 머리를 열심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양이를 안고 있는 모습에 시즈코는 이제 쓴웃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똑바로 일을 하도록 말해두었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짓을 한다면 사양말고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직접 처단하겠습니다"


"시즈코 님, 일하는 걸 잊어서 죄송합니다"


먼저 미츠히데가, 그에 뒤따르는 형태로 타마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들어 주세요, 아케치 님. 타마 짱이 혼난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문제없습니다. 자, 타마 짱. 늦은 걸 만회할 정도로 일해줘"


"네, 네!"


기운차게 대답한 후, 타마는 빠르게 뛰어갔다. 달릴 때도 고양이를 놓지 않았찌만, 도중에 싫증이 났는지 고양이가 타마의 손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일순 멈춘 타마였으나 미츠히데에게 혼난 것을 떠올렸는지, 고양이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서둘러 주방 쪽으로 달려갔다.


"맙소사, 어린애라고는 해도 좀 더 정신을 차렸으면 좋겠군요"


타마의 어수선함에 한숨을 쉬는 미츠히데였다.




"영감님, 들어간다ー…… 여전하구만"


술병을 한 손에 들고 케이지(慶次)는 코타로(虎太郎)가 틀어박힌 방으로 들어갔다.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들어간 순간, 방의 난잡함에 케이지는 쓴웃음을 떠올렸다.

여기저기에 휘갈겨쓰이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도식(図式)이나 계산식은 학문이 없는 케이지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데나 흩어놓는 건 좀 그렇다, 고 그는 생각했다.


"……어엉? 뭐냐 애숭이(若造)냐. 부탁받은 일이라면 처리했다"


의자에 앉은 채 자고 있었는지, 잠이 덜 깬 눈으로 코타로가 말했다. 지금은 별을 관측할 필요가 있어서, 코타로는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영감님, 술이라도 한 잔 하겠어?"


"거절하면 어차피 거기서 마실 거 아니냐. 하여튼, 조금은 노인을 배려해주는 게 어떠냐"


"배려하니까 너무 몰두하다가 쓰러지지 말라고 이렇게 왔잖아"


"뭐…… 그건 일리가 있군"


훌륭한 턱수염을 훑으며 코타로는 작은 테이블을 잡아당겼다. 도중에 테이블 모퉁이가 가까이 있던 책더미에 걸려 더욱 노출된 바닥 면적이 줄어들었으나, 코타로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연구는 순조롭수?"


"순조……롭다고는 못 하겠지만, 좋은 기자재가 준비되어 있어서 곤란하지는 않다"


코타로의 잔에 술을 따른 후, 케이지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우며 물었다. 코타로의 연구란 지동설(地動説)이 올바른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시즈코로부터 이런저런 기자재를 받았다. 망원경(굴절식)은 물론이고, 태양 투영판(投影板)이나 전용의 태양시계 등이다.

특히 태양 투영판은 우수하여, 이것 덕분에 코타로는 실명의 걱정 없이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투영판이라고 거창한 이름은 붙어 있지만, 원리는 단순하여, 천체망원경의 접안렌즈의 연장선상에 하얀 종이나 판을 설치할 뿐인 단순한 것이다.

관측 대상이 태양이기에 저배율의 접안렌즈라도 기능(機能)은 하지만, 대상을 관측하면서 미세한 조정을 할 수 없기에, 태양을 투영판에 비추는 수고만큼 쓸데없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결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가.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영감님이 즐거워 보이니 다행이네"


"코페르니쿠스의 저서를 번역한 것 뿐으로, 원래는 그렇게까지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말이지. 하지만, 알면 알 수록 재미있다. 게다가, 이게 올바르다고 판명할 수 있으면, 교회 놈들이 울상을 짓게 만들어줄 수 있지"


"즐거워 보이네, 영감님. 하지만, 즐긴다는 건 중요하다고"


"이제 높으신 분들의 안색을 살피며 비굴하게 사는 건 사양이다. 어차피 사람의 삶은 한 번 뿐, 그렇다면 후회없이 죽기 위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재미있지"


"맞아맞아, 맛있는 걸 먹고, 햇빛 잘 드는 곳에서 뒹굴거리면서 지내는 것도 즐겁다고. 오늘은 경사가 있으니 맛있는 걸 슬쩍해오는 것도 간단하고 말야"


"뭔가 소란스럽다고 생각햇는데, 그런 걸 하고 있었나. 애숭이, 너는 안 나가도 되는거냐?"


"나는 그런 딱딱한 자리는 질색이야. 서로 뱃속을 탐색하면서 마시는 술 따위 맛도 없잖아"


"그 말이 맞다"


거기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고, 그리고 잔에 담긴 술을 비웠다.


"처음에는 기묘한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익숙해지니 이 술도 맛있군"


"헤헷, 오늘은 경사니까. 좋은 술이 잔뜩 나왔거든. 조금 넉넉하게 슬쩍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셈이지"


"과연. 그런데, 고향의 와인이 몹시 마시고 싶어지는군. 주인에게 말하면 흥미를 끌 수 있으려나…… 아니, 주인이라면 와인을 만드는 법 정도는 알고 있을 것 같군"


"시즛치라면 알고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지금 마시는 이 술도 시즛치가 지휘(音頭)해서 만들기 시작한 거야. 뭐, 시즛치에게 술을 마시게 하면 이래저래 야단이 나서 다들 시즛치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말야"


"술주정(酒乱) 같은 것인가. 그 정도가 딱 좋지. 인간은 너무 완벽하면 재미없으니까"


"음ー, 술주정…… 이려나. 뭐, 술버릇이 나쁘다는 점은 같은 얘기겠네. 어쨌든 술 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것을 알고 있을테니, 어쩌면 만드는 법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몰라"


애매한 대답을 괴이쩍게 생각한 코타로였으나, 그다지 흥미를 끌지는 않았기에 흘려듣기로 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이것저것 담소하며 때때로 술을 들이켰다.


"남만은 어떤 느낌이야?"


"어떠냐…… 고 해도. 나는 어떤 학자 밑에서 일하고 있었지. 학자라는 건 세상사에 둔감해서 말야. 그 덕분에, 나도 속세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채로 나이를 먹었지"


"그거 큰일이네. 인생은 즐기지 않으면 손해야. 가끔은 실컷 놀아야지"


"내 경우에는 놀기 시작한 게 좀 늦은 것 뿐이다"


"오, 제법 좋은 말을 하잖아, 영감님"


히죽 웃은 후, 케이지는 잔의 술을 비웠다. 조금 늦게 코타로도 잔을 비웠다. 케이지가 코타로의 잔에 술을 따랐고, 무뚝뚝하게나마 코타로도 케이지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네가 말하는 남만은, 단적으로 말하면 최악이다. 종교로 백성들을 속박하고, 암흑시대를 나아가고 있지. 주인에게 말했지만, 나는 유태인. 기독교도 놈들이 볼 때는 유태인이라는 것만으로 악(悪)으로 취급받지"


"시답잖은 얘기구만"


"어, 실로 부조리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가 형성되고, 그 나라의 국교(国教)로서 정착되었다면, 그런 사고방식이 상식이 되지. 뭐, 우리들 유태인들도 배타적인 부분이 있으니, 다수파가 되면 다를 바가 없겠지만 말이다"


"묘한 얘기군. 내가 볼 때, 믿는 신은 똑같은 거잖아? 일본에서도 같은 부처를 섬기면서, 다양한 종파로 갈려 있어. 그리고 자신이 속한 종파 이외에는 이단이라고 배척하지. 가르침은 같으니, 해석의 차이에 불과한 것인데 다투는 건 무의미(不毛)할 뿐이야"


"그렇지.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종교가(宗教家)가 세력을 떨치지 못하는 게 좋군. 성지 탈환이라느니 이단자 사냥이라느니, 그런 바보같은 소동에 말려드는 건 질색이다"


"우리는 신앙을 강요하는 게 없으니까"


"자신의 수하가 무엇을 믿던 구애받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도 주인의 방침인가. 그것 때문에 생각났는데, 주인은 대체 정체가 뭐지? 저 나이에, 저만큼 달관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아직까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견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말이지"


"글쎄?"


"글쎄…… 라니"


케이지의 성의없이 들리는 대답에 코타로는 어이가 없어졌다. 주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뿐만 아니라 흥미도 없다는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코타로의 표정을 눈치채고, 케이지는 악의없는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시즛치의 진짜 정체가 뭔지, 같은 건 알아봤자 의미는 없어. 흥미도 없지. 우리들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건 시즛치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야"


"……"


"시즛치가 하는 일은 재미있고, 다음에 어떤 일을 저지를지, 기대와 흥미로 두근거리지. 그것만으로 충분해"


"과연. 확실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뭐 주인의 경우, 맥락이 없는 일에 너무 폭넓게 손을 대서, 뭘 하고 싶은지 보이지 않는 게 난점이지만 말이지"


"그것조차 즐길 수 있게 되면 영감님도 어른(一人前)이 된 거지"


"연장자를 어린애(半人前) 취급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마주보고 웃었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술잔을 나누며 대화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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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