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4년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종언(終焉)


101 1573년 2월 중순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는 자업자득에 의해 궁지에 몰려 있었다.

전국시대 최강이라고 평가받으며 반 오다(織田) 사상의 근간이 되었던 타케다(武田) 군은, 한 수 아래라고 생각된 오다-도쿠가와(徳川) 연합군에게 처절할 정도의 패배를 맛보았다.

시류(時流)를 잘못 읽었다. 그것을 깨닫게 된 반 오다 연합의 영주(国人)들은 거미새끼가 흩어지듯 이탈해 갔다.

아사쿠라(朝倉)의 경우에는 2만이나 되는 병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번도 창칼을 맞대는 일 없이 자기 영토인 에치젠(越前)으로 도망쳐갔다.

반 오다 세력의 급선봉, 혼간지(本願寺)는 나가시마(長島) 일향종(一向宗)의 패잔병 수용으로 자승자박에 빠져 있었다.

노부나가는 패잔병에게 필요 최저한의 식량만 줘서 해방시켰기에, 혼간지에 도달할 무렵에는 굶주려서 살기를 띤 난민으로 화해 있었다.

이것을 저버리면 중생구제(衆生救済)를 외치는 혼간지는 대의명분을 잃는다. 받아들이면 머지않아 식량부족으로 파탄이 날 것이 뻔히 보였다.

교의(教義)를 바탕으로 민중을 동원한 만큼 행동에 제약을 받아, 교의 때문에 파멸로 나아가게 된다는 노부나가의 책략에 항거할 수 없었다.


요시아키 진영의 내부붕괴도 시작되고 있었다. 우선 요시테루(義輝)가 암살되었을 때부터 지지해준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가 이탈했다.

그대로 미츠히데(光秀)를 통해 오다에 투항하여, 요시아키 진영의 내부 사정까지 모조리 밝혀지게 되어버렸다.

호소카와 후지타카가 이탈하기 전에 요시아키에게 한 마지막 말이 "이젠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였다.

이바라키(茨木) 성주(城主)인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도, 미요시(三好) 가문에서 오다 가문으로 옮긴 것도 있어 새로이 노부나가의 신하가 될 것을 선언했다.


이미 요시아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의 편을 드는 사람은 없었고, 하물며 이제와서 병력을 내겠다는 말을 하는 기특한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상황 하에서, 타케다 군을 개수일촉(鎧袖一触)으로 쓰러뜨린 오다 군을 이끄는 노부나가가 쿄(京)로 온다.

요시아키 뿐만 아니라, 반 오다 연합의 편을 들었던 영주들은 잠못드는 밤을 보내며, 도망칠 수 없는 죽음의 기척에 떨며 지내고 있었다.


"후훗, 귀여운 녀석이로다"


일약 화제의 인물(時の人)이 된 노부나가였으나, 그는 서양의 고양이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가(公家) 필두(筆頭)의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 오다 가문에서 쿄의 중심인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그리고 요시아키를 떠난 호소카와 후지타카 등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조정을 좌지우지하던 칸파쿠(関白), 니죠 하루요시(二条晴良)는 노부나가로부터 미움받아 세력을 잃었고, 그를 옹호하던 요시아키도 무력화(死に体)되었기에 고립되어, 노부나가가 천황에 올린 상소도 있어 사키히사는 귀락(帰洛)이 허용되었다.

사키히사는 니죠 성(二条城) 앞에 새 집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그때까지는 지금까지처럼 기후(岐阜)에서 지내고 있었다.


"정말로 사랑스러운 몸짓(仕草)이로군……"


오늘은 배에서 온 고양이를 선보인다는 명목으로 세 사람은 특별히 초대받았다.

뭣보다 터키시 앙골라를 노부나가로부터 양도받아 키우고 있었기에, 네 사람의 친교는 생각보다 깊어져 있었다.


"냐ー 냐ー"


"냐옹"


쟁쟁한 멤버들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고양이들은 자유분방하게 행동하였고, 누구도 그것을 탓하지 않았기에, 발톱질을 당한 다다미는 너덜너덜해지고, 미닫이문(障子)이나 맹장지(襖)는 구멍투성이라는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노부나가들은 그걸 탓하기는 커녕, 거리낌없는 표정으로 털을 고르고 있는 모습에 표정이 느슨해져 있었다.

귀인(貴人)을 위한 사치스러운 과자에도 손을 대지 않고,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고양이의 모습(生き様)을 사랑했다.


"마치 고양이 카페네요"


현대의 애니멀 카페를 알고 있는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완전히 풀어진 표정을 보면 그들의 체면(沽券)에 관계된다고 생각하여 뒤쪽으로 물러나있던 그녀였는데, 그 생각은 맞았다.

아마도 네 사람의 현재 상태는, 그들의 수하들에게는 도저히 보일 수 없는 꼴이리라.

매일매일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릴 것을 요구받고, 항상 긴장을 강요받는 생활을 하고 있는 탓인지, 고양이의 사랑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와, 기품조차 느껴지는 자유분방한 행동에 매료된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양이들이 크게 기지개를 키더니 웅크리며 자려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낮잠 시간이라는 것을 헤아린 시즈코는, 전원에게 들리도록 일어서며 손뼉을 쳤다.


"자, 끝입니다ー"


네 사람은 불만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으며 돌아보았다. 아무리 불만이라도, 이 이상은 고양이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에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암묵적으로 좀 더 연장하라고 요구하는 네 사람에게, 시즈코는 손가락을 교차시켜 X자를 만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안 됩니다. 이 이상은 고양이가 싫어한다고요"


고양이가 싫어한다는데야 네 사람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군, 고양이를 쉬게 하지. 옆에서 장기라도 둘까?"


"주상(上様), 소생이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소생이 기록을 맡지요"


"그럼 저는, 조금 바깥 공기를 쐬고 오지요"


네 사람은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행동이 기묘한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그들을 제지했다.


"기다리세요! 여러분, 뭘 품속에 넣고 계신 건가요?"


움찔이라는 의태어가 귀에 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굳어버린 네 사람은, 시즈코의 시선을 피하듯 노골적으로 등을 돌려 딴청을 부렸다. 그러나, 동시에 어딘가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즈코는 그것으로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한 마리를 품속에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나쁜 손버릇에 시즈코는 머리가 아파졌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한 분당 한 마리까지, 양보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좋아! 언질을 받았다. 들어와라 이놈들아"


노부나가의 말과 함께, 입구에서 고양이 운반 전용의 바구니를 든 소성(小姓)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의 소성들에게 품에서 꺼낸 고양이를 맡기며 바구니에 고양이를 재우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철저한 준비성에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시즈코였다. 이윽고 네 사람은 노부나가가 사이베리안, 사키히사가 브리티쉬 숏헤어, 미츠히데가 노슈크 스쿠캇, 호소카와 후지타카가 이집션 마우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시즈코는 시종(使用人)들과 함께 남은 고양이를 케이지에 넣은 후에 앉아서 한숨 돌렸다.


"이렇게까지 고양이에 열광할 줄이야. 천황(帝)이나 쿄의 백성들도 터키시 앙골라에 푹 빠져있고 말이지"


노부나가에게서 선물받은 터키시 앙골라를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天皇)은 깊이 사랑했다. 우다(宇多) 천황과 마찬가지로 고양이 일기를 매일 쓰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고양이가 제일 귀엽다!'고 주위에 자랑하고 있었다.

일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오오기마치 천황은 터키시 앙골라를 위한 '전용의 집(小屋)'을 세우고, 고양이 돌보미(世話役)를 다섯 명을 두고, 가까운 곳에 수의사를 대기시켰다.

그 열광하는 모습은 천황의 총애를 다투는 여성들을 질투하게 하고, 후궁의 여인들(後宮女房)이나 공가의 인물들(公家衆)도 애증이 뒤섞이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오오기마치 천황보다 조금 늦게 쿄의 백성들에게도 터키쉬 앙골라가 선물되자, 쿄의 백성들은 '하양이님(お白さま)'이라 부르며 대단히 귀여워했다.

백성들은 누구의 지시를 받을 것도 없이 솔선하여 터키쉬 앙골라를 돌보고, 아이들도 스스로 놀이상대를 해주고 있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이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에 심취하는 원인의 하나가 된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개도 마찬가지로 애완동물이긴 하나, 한때 쿄에서 맹위를 떨친 들개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어, 개의 인기의 복권(復権)은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가 쇼군과 교섭한다고 햇던가. 고노에 님은 문제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괜찮으려나"


이번의 교섭에서는, 요시아키에게 아들을 인질로서 노부나가에게 내놓고, 칩거중에 가신들로부터 간언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요시아키는 옹고집(意固地)을 부리면 주위를 살피지 앟는다. 처형되지 않는 것을 믿고 철저 항전 태세를 취할 가능성까지 있었다.

이 교섭 자리에서 아시미츠가 어떻게 요시아키를 제어할 수 있을지, 그것이 시험받는 자리가 된다.


"적반하장(逆恨み)으로 한번쯤 더 싸움을 걸어올 것 같네"


그런 미래를 예상하며 투덜대는 시즈코는 모른다.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말한 목표는 어디까지나 최저한이며, 진정한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것을.

노부나가의 진정한 목적. 그것은 '아시카가 쇼군 가문이 스스로 막부(幕府)를 폐쇄하는' 것이다. 무로마치(室町) 막부의 숨통을 끊는 것, 아시미츠는 그야말로 딱 맞는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오다 가문과 아시카가 쇼군 가문의 교섭은, 도저히 교섭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시미츠는 입을 열자마자 일방적으로 요구를 들이댔다.


"이의가 있으면 말해보아라. 그 시점에서 '나의 적'이 되겠지만 말이다"


정숙이 지배하는 자리에서, 아시미츠가 아시카가 쇼군 가문을 섬기는 자들을 흘겨보았다(睥睨). 그 모습은 비정상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오다 가문의 교섭역으로서 왔을 터인 아시미츠가, 본래 요시아키가 앉아야 할 상좌(上座)에 앉아 있었다. 정작 요시아키는 아시미츠의 엉덩이 밑에 깔려 방석(座布団)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요시아키의 얼굴은 훌륭하게 부어올랐고 여기저기에 푸른 멍이 들어있는 것을 볼 때, 아시미츠가 요시아키를 때려서 침묵하게 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오다는 이 멍청이의 자식을 쇼군으로 옹립하려 하고 있지. 허나, 나는 그런 이야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시카가 쇼군 가문은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의 자리를 반납하는 것이 세상의 흐름이다"


"혀, 형님…… 그건 너무…… 크헉!"


요시아키가 반론하려고 했으나, 아시미츠는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요시아키의 머리를 짓밟아 그의 얼굴을 마룻바닥에 비벼문댔다.

아시미츠의 완력에 저항할 수 있을 리도 없어, 요시아키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마룻바닥에 이마를 비비게 되었다.


"이렇게 되었는데 아직도 모르겠느냐! 어리석은 놈들. 천하가 태평하다면, 네놈들 무능한 놈들이 놀고 있더라도 세상은 돌아간다. 하나 지금은 난세(乱世)이다. 네놈이 쇼군 자리에 연연하여 달라붙어서 무능함을 계속 드러낸다면 백성들은 꾸준히 이어져내려온 쇼군을 가벼이 여기게 된다. 타케다가 오다를 쓰러뜨리면 아시카가의 세상이 돌아온다고? 헛소리하지 마라. 타케다가 오다로 바뀔 뿐 아시카가의 세상 따윈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난세에서 힘이 없는 것은 죄악이다. 힘없는 쇼군을 따르는 자 따윈 없다. 아시카가 쇼군 가문은 지반을 굳힐 때까지의 이음새에 지나지 않으며,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죄를 뒤집어쓰고 단죄될 것이 뻔하다"


설령 타케다가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을 격파하여 상락에 성공했다고 치자. 스스로가 믿는 종교조차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신겐(信玄)이다. 아시카가 쇼군 가문의 권위를 이용하는 데 주저할 리가 없다.

노부나가와 마찬가지로, 아니 더욱 가혹하게 요시아키를 이용하여, 세력 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숙청을 거듭하고, 그 모든 것을 요시아키에게 죄를 물어 처단할 것이다.

결국, 싸울 힘을 가지지 못한 아시카가 쇼군 가문은 잡아먹힐 뿐인 약자에 지나지 않는다.


"카미교(上京, ※역주: 교토 일부를 가리키는 지명)와 함께 멸망당하는 것을 바라느냐, 아니면 풍파를 일으키지 않고 떠나겠느냐, 원하는 쪽을 선택해라.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 가지만 알려주마. 네놈들이 다시 오다에 반기를 들었을 때, 그 앞에 서는 것은 '나'다"


아시미츠는 허리에 찬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그 소리에 아시카가 쇼군 가문의 사람들은 아시미츠를 올려다보고, 그리고 말을 삼켰다.


그들은 아시미츠의 표정을 보고 벌벌 떨었다. 예전의 그를 아는 사람은, 변모한 그의 모습에 곤혹스러워졌다. 아시미츠의 표정은 도저히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악귀나찰(悪鬼羅刹) 같은 존재의 것이었다.

의견을 말할 것도 없이, 시선을 맞대기만 해도 죽음을 당한다. 기묘한 열기를 띠면서도 등골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자, 자신들이 한 칼에 베여버리는 미래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어, 얼굴을 드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아시카가 가문도 무가(武家)의 일문(一門). 개중에는 호담(豪胆)한 자도 있었겠지만, 다들 하나같이 침묵한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떨고 있었다. 그들은 아시미츠를 '두려워하고(畏怖)'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비명에 간 원령(怨霊)이 현현(顕現)한 것이 아닐까라고조차 생각했다.


"말해두지만, 나는 나를 저버린 아시카가 가문을 원망하거나 하진 않는다. 추호도 말이지. 나는 다양한 요인을 재어보고, 아시카가 가문에게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농담처럼 말하는 아시미츠였으나 누구도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수 없었다.

웃음소리를 내는 순간 아시미츠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나도 악마(鬼)는 아니다. 이쪽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주지. 아시카가 가문은 타케다의 '부추김을 받았다'라던가 하는 식으로라도 해명을 하라. 내가 오다에게 잘 말해주지"


"알겠, 습니다. 오다 가문으로부터의 조건, 전부 받아들이고 항복하겠습니다"


결국, 이것은 교섭이 아니라 오다 가문으로부터의 항복 조건을 고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아시카가 쇼군 가문에게는 처음부터 항복이냐 죽음이냐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다가 타케다를 격파했기에 세상의 흐름은 오다 가문으로 기울었다. 지금까지 반 오다 연합에 가담했던 영주들도 차례차례 이탈하고, 급선봉이었던 혼간지조차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완전히 고립된 아시카가 쇼군 가문으로서는 애초에 교섭의 무대에 설 수조차 없다.


"그 말, 잊지 마라"


그 말만 하고 아시미츠는 요시아키에게서 일어나서 주위의 시선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방을 나갔다.

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무렵, 아시카가 쇼군 가문 일동이 성대하게 한숨을 내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가 요시아키에게 내민 조건은 여러 가지였으나, 주된 것은 이하와 같다.

하나,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정이대장군에서 '자주적으로 물러나', 그 지위를 조정에 반납한다.

하나, 아시카가 가문에 전해지는 보도(宝刀)나 명도(名刀), 그 외에 사유재산의 전부를 오다 가문(실제로는 아시미츠)에게 양도한다.

하나, 쿄에서 퇴거하여, 이후에는 모우리(毛利) 가문에 의탁한다.

하나, 적자(嫡子)인 아시카가 기진(足利義尋)을 노부나가에게 인질로 바친다.




쇼군 요시아키와의 교섭도 무사히 종료되었다고 듣고 시즈코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노부나가의 귀국을 따라 돌아갈 뿐이지만, 출발 소식이 영 오지 않았다.

귀로 도중에 이세 신궁(伊勢神宮)에 들러야 하기 떄문에 그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그것마저 끝나자 본격적으로 할 일이 없어졌다.

노부나가는 권력자로서의 접대(付き合い)나 결재해야 할 안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사키히사는 건설중인 자택을 시찰하거나, 관계자에 인사를 하거나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엄선한 소수의 인물들밖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농지(農地)가 없는 쿄에서는 시간때우기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뭘 할까 고민했던 시즈코였으나, 쿄에서만 가능한 조사를 하자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것은 시장조사(市場調査)였다. 오와리(尾張)-미노(美濃)에 대해서는 말단까지 파악하고 있지만, 교토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느 가게가 무엇을 어디서 얼마만큼 들여와서 그게 얼마나 시장으로 흘러가고, 남은 것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자세히 조사하자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시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종교 세력(寺社勢力)의 돈줄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혼간지로 대표되는 종교 세력은, 키나이(畿内)에 그물망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물이나 상품의 공급량을 조정하여 높은 시장 가격을 유지하여 폭리를 취한다는 과점기업(寡占企業)같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무장한 승병(僧兵)을 보유하고, 전매품(専売品)에 의한 시장 조작을 자행하는 거대한 조직. 조정이나 많은 무가와 연줄을 가진 그들을 쳐부수려면, 단순히 무력으로만 밀어붙여서는 효율이 나쁘다.


거기서 시즈코가 착안한 것이 경제였다. 경제를 거론하려면 경제학이 나와야 하지만, 고교생이었던 시즈코에게는 버겁다. 그 쪽은 아시미츠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 일본의 고등 교육을 받은 시즈코는 방대한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고, 원래부터 역사를 취미로 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의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본 역사과 경제는 일견 관계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특히 노부나가가 취한 시책(施策)들은 경제에 기인(根差)한 것이 많았고, 그 때문에 그는 당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이단으로 취급받았다.

후세에서 노부나가가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불리게 되는 것도, 운부천부(運否天賦)가 좌우하는 상매매를 하면서 그 운명을 관장한다는 신불을 모시는 종교 세력을 정면으로 상대했기 때문이다.


"으ー음, 생활 필수품이 꽤나 비싸네. 특히 기름이 비싸"


전국 시대, 기름은 등유(灯油)로서 수요가 높다.

특히 사찰이나 신사는 야간에 하는 행사가 많았고, 그 때문에 기름을 독점적으로 다루는 아부라자(油座)가 사찰이나 신사에 많았으며, 개중에는 지닌(神人, ※역주: 중세에, 속인(俗人)인 채 신사(神社)에서 잡역을 하던 사람들)의 자격을 가진 아부라지닌(油神人)이라고 불리는 상인들이 있었다.

특히 유명한 아부라자가, 이궁(離宮) 하치만궁(八幡宮)의 오오야마자키(大山崎) 아부라자이다. 물론 오우닌(応仁)의 난(乱)에서 막부의 권위가 실추됨과 동시에 그들의 권력 또한 땅에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지는 생각할 수 없으려나"


파고들 틈은 보였다. 하지만,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생각치 못한 반격을 받게 된다.


"시즈코 님, 주상께서 오셨습니다"


어떤 개입이 바람직할까를 생각하고 있을 때, 소성이 노부나가의 내방을 알렸다. 딱히 급한 용건도 없었기에, 바로 갈테니 먼저 노부나가를 안내하도록 명하고 준비를 갖추었다.


"아시미츠 이외에는 물러나라"


노부나가와 그와 동행한 아시미츠, 그리고 그들을 맞이한 시즈코가 자리에 앉자, 노부나가는 입을 열자마자 사람들에게 물러나도록 명했다. 소성들이 숨을 들이켰지만, 노부나가의 무언의 압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란마루(蘭丸)만이 미묘한 표정을 떠올렸으나, 노부나가의 명령에 거역할 수 있을 리도 없어, 모두와 함께 방을 나갔다.

세 사람만 남은 방에서, 노부나가는 준비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래서, 무얼 꾸미고 있느냐"


"네?"


"……요즘, 시장 조사라는 핑계로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고 있지 않았더냐. 또다시 뭔가 계책을 떠올린 것이겠지. 무엇을 할 셈인지 미리 말하라, 고 하는 거다"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해 멍한 대답을 하는 시즈코를 보고, 노부나가는 한숨을 쉬며 경위를 설명했다. 시즈코가 시장 조사를 시작한 것은 바로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게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매상을 조사하고 있는 것 뿐이다. 웬만한 상인이라면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정도라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천하인(天下人)의 심복(懐刀)으로서 이름높은 시즈코가 직접 손댈만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아…… 네. 단적으로 말하면, 혼간지의 힘을 깎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개피리를 불어 개들에게 주위를 경계하게 한 후, 시즈코는 헛기침을 하고 계책을 설명했다.


"혼간지를 시작으로, 종교 세력은 키나이의 경제를 한 손에 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재력은 막대하여, 우리들이 무력으로 압도하려고 해도, 그들은 경제력을 배경으로 항전을 계속하겠지요. 그렇다면, 보급을 지탱하는 경제력을 끊어버린다는 것이 저의 계책입니다"


"그것과 시장 조사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말해라"


"그들의 시장 지배는 자(座)에 의해 지탱되고 있습니다. 독점 판매권(独占販売権, 비과세권(非課税権), 불입권(不入権) 등의 특권을 방패삼아 경쟁 원리를 배제하고, 생활 필수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품을 조사하여, 더욱 싼 가격으로 시장에 푸는 겁니다. 같은 상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면, 이익에 밝은 상인이라면 달려들겠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원하는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됩니다. 어떤 세상이라도 군사력을 지탱하는 것은 경제력입니다. 경제력을 잃으면 자연스레 유지할 수 있는 병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자(座)라는 것은 특권을 가진 일부의 사람들이 상품을 독점하여 비싼 값으로 시장에 유통시키는 구조이다. 이것이 종교 세력에 부를 가져다주는 원천이라고 시즈코는 말하는 것이다.

이 구조를 파괴하고 경쟁 원리가 작용하는 시장을 되찾는 것으로, 기득권익을 갖는 종교 세력의 힘을 깎아내고 활발한 경제 활동을 촉진시켜, 백성들에게까지 그 이익을 환원시킨다.


"흠, 아시미츠와는 다른 방향인가"


"어라, 아시미츠 아저씨도 뭔가 생각했었어?"


"……단적으로 말하면 금융 정책이다. 그러기 위해 화폐 발행권을 손에 넣는다. 이것만 장악하면, 누가 어떤 권리를 휘두르던 관계없다. 돈을 통해 상업이 성립하는 한, 누가 시장을 지배하던간에 그 이익을 가로챌 수 있지. 통화(通貨)를 지배하는 자, 즉 그것이 경제의 지배자가 된다"


신용을 배경으로 무(無)에서 돈(金)을 낳고, 그 돈을 돌게 하는 것으로 더욱 많은 돈을 창출하여 이익을 얻는다. 아시미츠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었다.

상거래의 원칙은 물물교환이며, 그것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통화가 존재한다. 모든 상거래가 통화로 이루어지면, 통화를 제조하는 사람이 물건의 가치의 지배자가 된다.

에도(江戸) 시대의 막부 지배가 반석의 체제였던 것도, 화폐 주조(鋳造)는 다른 곳에 위탁하기는 했으나 통화 발행권을 독점하여 경제를 계속 지배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통화 발행권은 지배자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뭐 확실히…… 지폐(紙幣)를 발행하는 거야?"


"그것도 불환지폐(不換紙幣)를 말이지"


불환지폐란 금화(金貨)나 은화(銀貨)의 교환이 보증되지 않는 지폐를 가리킨다. 금은의 가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부의 신용으로 유통되는 화폐이기에, 신용지폐(信用紙幣)라고도 한다.

현대의 선진국은 불환지폐로, 경제 정책이나 공급량의 조정을 하여 통화 가치의 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을 관리통화제도(管理通貨制度)라고 한다.


그에 반해 19세기에서 20세기 전반의 지폐는 태환지폐(兌換紙幣)라고 하여, 금화나 은화로 교환하는 것을 전제로 한 지폐였다.

지폐라기보다, 화폐가 되는 금이나 은 등의 귀금속의 보관증(預かり証)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불환지폐와 달리, 교환할 금은 등의 귀금속의 가치의 영향을 받는다.


"권위와 신용은 조정과 오다 가문이 담보하고, 시장에 유통하는 것은 사찰이나 신사에게도 협조하게 하면 된다. 그놈들이 쓴다고 하면 인지도는 높아지지"


불환지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종이쪼가리다. 그 종이쪼가리를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는 조건이 있다.

그것은 신용, 인지도, 그리고 충분한 양이 시장이 공급될 것이다.

신용은 조정이 보증하지만, 그것이 통용된 것은 화폐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귀금속이기 때문이다.

화폐 그 자체에 가치가 없는 불환지폐를 담보하려면 조정만으로는 부족하여, 오다 가문이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오다 가문에도 부담이 가해지지만, 그 대신 다양한 특권도 얻을 수 있다.

우선 통화 발행을 조정에서 위탁받는다는 형식을 취하면, 통화를 위조한 상대를 역적(朝敵)으로서 대의명분 하에 처벌할 수 있다.


그밖에도 조정으로부터 신용(信認)을 얻을 수 있는 점도 크다. 정치의 실권을 잃은 조정이라 해도, 끊임없이 이어진 천황(帝)의 권위는 비할 데 없는 것이며, 그 뒷배경을 얻는다는 것은 큰 메리트가 된다.


마지막으로 불환지폐를 발행하는 것에 의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누구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나 금융에 어두운 무가는 물론이고, 공가(公家)나 종교 세력이라도 미지의 사정에 대해서는 대처할 수 없다. 그게 어떠한 메리트를 오다 가문에 가져오는 지 알게 될 때는 이미 늦게 되는 것이다.


"타케다가 패배한 것으로, 혼간지는 오다 가문과 화해하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대량의 짐덩어리를 끌어안고 있는데, 지금 오다 가문과 다투는 것은 자살행위일 뿐이지. 그 때, 조건으로서 여러가지를 인정하게 하면 된다. 놈들은 언젠가 반기를 들 생각이니, 공수표로서 조건을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겠지"


"송전(宋銭)이나 명전(明銭)은 슬슬 한계다. 새로운 화폐가 필요해지지. 하지만, 그것을 지금처럼 외국(唐)에 의존해서는 외국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게된다. 정전(精銭)과 아전(鐚銭)의 교환 비율을 정했지만(에이로쿠(永禄) 12년에서 이듬해에 발령(発令)된 선전령(撰銭令)), 상인들로부터 번거롭다는 불평도 많다. 그렇다면, 새로운 화폐의 발행을 장악하는 게 가장 좋지"


"화폐의 권위는 조정이 보증하고, 그 가치를 담보하고 제조, 발행을 맡는 것이 오다 가문, 유통을 추진하는 것은 종교 세력이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시기에 상대의 경제 기반을 축소시키는 것은 좋은 생각은 아니네요"


"그렇다. 새로운 화폐를 유통시키려면, 종교 세력의 유통을 이용한다. 하지만 시즈코의 계책도 나쁘지는 않다. 지금은 화폐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 뿐이다"


과연 하고 시즈코는 납득했다. 노부나가로서도 종교 세력의 경제력을 깎아내고 싶다. 하지만 새로운 화폐를 유통시키려면 종교 세력이 가진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쪽이 유리하다.

경제력을 빼앗을 것인가, 새로운 화페의 유통 촉진인가를 저울에 달아보고, 노부나가는 화폐가 유통된 후에도 경제력을 빼앗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먼저 새 지폐의 유통과 인지도 향상을 우선시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럼 새 지폐의 유통과 동시에, 장부 기재를 상인들에게 의무화시키는 게 좋겠죠. 위에서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높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수고는 들지만 매상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 1년에 한 번 장부를 제출하게 하여 초과 납부한 세금의 환급이나, 세금을 속이는 자들을 처벌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 장부의 기재에 응하지 않는 자들은 미리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 뜨거운 맛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장부라.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다"


"장부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게 있으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고 하면 실행하도록 해라"


"나중에 가르쳐주지. 우선은 통화 발행권을 얻는다. 이게 최초이자 최대의 중요 사항이다. 이게 있고 없고로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혼간지가 화평을 청해왔을 때, 이것만큼은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


"알겠다. 혼간지에는 그 밖에도 세제(税制)나 토지 개혁을 인정하게 해야 하지만, 통화 발행권은 확실하게 인정하게 하지"


혼간지가 화평을 청해왔을 때, 노부나가는 몇 가지 조건을 받아들이게 할 생각이었다. 도로 정비, 토지의 소유자 문제, 세제 개혁, 시장 개혁 등이다.

도로 정비는 물론 유통을 정비하기 위해서다. 군용 도로로서 정비해도 평소의 유통에도 대단히 도움이 된다. 지름길이 생기거나 하면 사람이나 물자의 유통이 촉진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토지의 소유자 문제란, 현재의 토지에는 복수의 소유자가 있는 문제이다.

선조 대대로 토지를 다스려온 사람과 막부로부터 토지를 받은 사람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투어, 무력 충돌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상태에서도 각자가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백성들은 세금을 낼 곳이 2중, 잘못하면 3중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을 정비하는 것이 노부나가의 토지 개혁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발적(差出)으로 측량(検地)을 하게 하여 토지의 소유자를 명확하게 한다. 이 자발적 방식으로의 측량을 전국 규모로 행한 것이 훗날의 '태합검지(太閤検地)'이다.


"하지만 토지 문제는 꽤나 다툴 것 같은데요?"


"그 때는 군대를 보여주어 조용하게 만들겠다"


"아, 그런가요"


시즈코가 지적을 했으나, 노부나가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 듯 막힘없는 대답이 나왔다.

즉 자발적 방식에 따라라, 아니면 죽어라라는 이야기다. 상당히 억지스럽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토지 문제는 평생 해결되지 않는다, 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토지의 소유자가 명확히 결정되면, 공가나 종교 세력들은 장원의 권리를 잃는다. 하지만 백성은 복잡한 다중 과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되고, 결과적으로 부담이 경감되어 기뻐한다. 오다 가문에도 지배 체계를 간략화할 수 있어 정비하기 쉬워진다, 라는 것인가요"


"그렇다. 시장 개혁은 말할 것도 없이 낙시낙좌령(楽市楽座令)이다. 이것은 현지(地元)의 요청도 있으니 내용은 지역마다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러네요. 우선은 도로 정비를 해서 유통을 촉진시키고, 다음으로 토지 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시장 개혁일까요. 통화의 발행은 처음부터 계속해갈 필요가 있으니, 순서대로가 아니라 병렬적으로 하게 되겠군요"


"그렇다. 그럼, 이야기는 대충 이것으로 끝이다. 나중에 세부적인 조정을 하도록 하지. 나는 배가 고프다. 뭔가 맛있는 밥을 준비해라"


대화가 끝나자 노부나가는 자세를 풀고 그런 말을 했다. 전환이 빠른 건 여전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방을 나갔다.




노부나가의 정무가 끝남에 따라 시즈코도 기후로 귀국했다. 도중에 이세 신궁에 들려서 식년천궁(式年遷宮)을 위한 자금으로서 3000관문을 기부했다.

갑작스런 오다 군 방문에 이세 신궁의 신관들은 크게 당황했으나, 기부의 이유를 듣고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밖에도, 노부나가가 가신들을 격려하면서 귀국했기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겨우 기후에 도착한 후, 시즈코는 오와리로 돌아왔을 때 깜짝 놀랐다.


"크다"


그것은 시즈코가 쿄에 가 있는 동안 저택이 완성되어, 이미 새 집으로 이사가 끝난 것에 기인한다. 이사만이라면 문제없다. 아야(彩)에게도 이사에 관한 이야기는 사전에 의뢰해두었다.

문제는 자택의 문이, 이전의 그것과 비해 월등히 거대해진 것이었다. 성이 아니기에 방어시설은 적었으나, 성문을 지키는 병사 등은 이전과 다름없었다.


"크네ー"


집을 보고 시즈코는 그 이외의 감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집은 크게 세 개로 나뉘어 있었다.

우선 가장 큰 본전(本殿)이다. 집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시설이라고 하는 쪽이 맞다. 현대에서 말하는 청사(庁舎)에 가까운 역할로, 그녀 이외의 사람이 정치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이용된다.

노부나가가 정치나 정책을 펼칠 때 이용되는 것도 고려되어 있어, 시즈코의 집이라기보다 오다 가문의 통치용 시설이라는 면이 강하다.

물론, 시즈코도 접견하거나 회의를 열거나 하는 경우에 이용하는 시설은 본전이 된다.


다음으로 두 사이즈 정도 작은 후전(裏殿)이다. 이곳이 시즈코의 집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그녀를 위한 프라이빗 공간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신이나 그 가족들이 머물거나 하는 경우도 있기에, 전부가 그녀의 공간은 아니다.

본전에도 주방(台所)은 있지만, 후전은 식량 보관 창고에 가깝고, 물터나 목욕탕도 있다. 시즈코는 물론, 아야나 쇼우(蕭)의 방도 있다.

지위가 낮아짐에 따라 방이 좁아져서, 시녀들은 공동으로 방을 쓰게 된다.

그 밖에도 비트만 패밀리나 터키시 앙골라인 타마, 하나. 설표인 윳키, 부채머리 독수리인 시로가네 등, 시즈코가 키우고 있는 동물들의 잠자리도 후전 안에 있다.


마지막이 측전(側殿)이다. 노부나가를 시작으로, 무장들이 머무르는 시설이다. 본전이라는 정치 시설이 있는 관계상, 이러한 시설이 필요해졌다.

다른 것과 달리 무가 저택을 작게 만든 것이 몇 채 늘어서있을 뿐이다. 노부나가용 시설만이 한층 더 큰 것은 알기쉬운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비닐하우스들이나 논밭, 식량이나 무구, 시즈코가 수집한 칼, 헌상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 닭이나 집오리 등의 가축을 사육하는 구획, 마굿간, 방어를 담당하는 병사들의 기숙사나 부수 시설, 공방 등 다종다양한 시설이 존재한다.

그것들을 성벽으로 빙 둘러싸고, 바깥쪽에 해자(堀)가 있는 것이 시즈코의 새 집이었다. 집이라기보다는 거점이라고 하는 쪽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새 집에서 일하는 스태프들도 전보다 한층 늘어났다.


"이제 그냥 웃을 수밖에 없네"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시즈코는 후전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당신들은 전용의 방이 있을텐데요?"


들어가려다가 뒤에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나가요시(長可) 등 평소의 멤버가 있는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그런 넓은 장소에선 마음이 편하지 않아"


"소생은 호위대(馬廻衆)니까요"


"나,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말야, 고양이들이 놓아주질 않아서 말이지"


새 집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나,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아시미츠와 타카토라(高虎)는 전체를 둘러보고 오겠다며 갔으나, 언동을 볼 때 그들도 이 거점으로 옮겨살게 될 것일까, 라고 시즈코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결국, 평소와 다름없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새로운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관에서 깨달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대인원이 오락가락한 흔적이 보였다.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면서 시즈코는 휴식(寛ぐ)을 위한 방으로 이동했다.


"오오, 드디어 돌아온 것이냐"


시즈코의 안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후전의 주인이 휴식하기 위한 자기 방에, 주인인 시즈코보다 더 느긋하게 쉬고 있는 노히메(濃姫)가 있었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이치(市)나 마츠(まつ), 네네(ねね) 등, 평소대로의 멤버도 다 모여 있었다.


"……뭘 하고 계신지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보면 모르겠느냐. 쉬고 있느니라"


"아니, 그건 알겠습니다. 더 이상 확실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제 질문은, 어째서 제 집에서 쉬고 계신가, 인데요"


"새 집을 축하하러 왔는데, 정작 집 주인이 없더구나. 하여 집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쉬고 있던 것이니라"


전반과 후반이 지나칠 정도로 전혀 이어지지 않아서,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오, 드디어 왔느냐. 기다리기 지쳤노라"


시즈코가 무거운 한숨을 쉴 때, 아야가 쟁반에 무언가를 받쳐들고 들어왔다. 시즈코에게 인사를 한 후, 아야는 쟁반을 노히메들의 앞에 놓았다.

쟁반에는 푸딩(プリン)이 놓여 있었다. 현대와 같은 노란색이 아니라 백색의 푸딩이었으나 '기포(す)'가 없이 깨끗한 표면을 가지고 있었다.


"남의 집 식재료를 다 먹어치우실 생각이신가요"


"어차피 다 쓰지 못해서 썩히고 있을테니, 내가 유효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 뿐이니라"


"윽, 아픈 곳을……"


소비보다 공급이 꽤나 오버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식재료를 소비해주는 인물은 고마웠다.

하지만, 노히메는 무엇을 얼마만큼 소비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 점만이 시즈코의 두통거리였다.

하지만 소비하지 않으면 썩어버릴 공산이 컸기에, 식재료의 소비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전체적으로 다다미(畳)를 깔다니 꽤나 크게 마음을 먹었구나"


"다다미 생산이 따라오질 못해서 아직 다다미가 들어가지 않은 방도 있지만요"


"전부터 하고 있던 연구가 성공해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더구나"


다다미는 에도 시대, 도쿠가와 요시무네(徳川吉宗)가 쿄호(享保) 개혁을 하여, 간척이 적극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재료인 골풀(藺)이 대량 생산되어 가격이 하락했지만, 그때까지는 고급품이었다.


물론, 노부나가도 시즈코의 진언을 따라 간척을 적극적으로 행하여, 골풀의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골풀의 재배는 기본적으로 3단계로 나뉜다. 최초의 전묘(畑苗, 1차 모종). 이것은 다른 것과 다르지 않게 바탕이 되는 모종(苗)을 만드는 밭이다.

12월 무렵에 모종을 심어, 그대로 모가르기(苗わり)를 하는 이듬해 8월까지 기다린다.

시기가 오면 골풀은 모밭에서 2차 모종의 밭으로 이동시킨다. 모종을 뽑아내어 진흙을 털어내고, 모종을 하나하나 갈라서 심어간다.

심은 직후에는 한 그루의 모종이지만, 골풀의 생명력은 강하기 때문에 차례차례 새로운 싹이 난다. 몇 달만 지나면 처음의 연약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몰라볼 정도로 훌륭한 모종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종을 재배할 본밭(本田)에 심는다. 하는 작업은 1차 모종을 2차 모종의 논밭에 옮겨심는 내용과 같지만, 모종이 큰 만큼 재배할 논밭에서 하는 작업에는 숙련된 솜씨가 요구된다.

모종을 심은 지 2년 후인 7월에 골풀은 수확된다. 그 후, 진흙염색(泥染め)이라는 염토(染土)를 녹인 물에 담근 후, 건조시켜서 드디어 완성되는 것이다.


골풀의 재배는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지만, 시즈코는 전 공정의 대부분을 기계로 대용하는 연구를 하여 멋지게 성공하였기에, 오와리의 골풀 생산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골풀의 이식기(移植機), 수확기(収穫機), 골풀 돗자리(畳表)의 제직(製織) 등등, 그런 전용의 기계를 개발하여 고품질의 다다미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요가 폭등하여, 공급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도 일장일단이 있구나"


"그렇다고 해서,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생활의 질은 올라가지 않지요"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차과자(茶請け)가 없어졌으니, 뭔가 맛있는 것이라도 부탁하자꾸나"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쟁반을 보았다. 쟁반 위에 있던 푸딩은 어느 틈에 전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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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