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4년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종언(終焉)
100 1573년 1월 하순
연말(年の瀬).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속해있는 진영에 따라 뚜렷하게 명암이 갈려 있었다.
오다 가문을 중심으로, 동맹 관계에 있는 도쿠가와(徳川) 가문도 화려한 새해를 기대하며, 바쁘면서도 활기찬 연말을 보내고 있었다.
대조적으로 반 오다 동맹의 면면들은, 장례식 같은 묵직한 분위기 속에 저물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반 오다 동맹의 우두머리(旗頭)였던 타케다(武田) 가문의 패배라는 사실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지적인 패배가 아니라, 타케다 가문의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완패라고 할 정도로 철저한 패배를 맛본 것이다.
반 오다 세력은, 누구 하나 타케다의 패배를 예상하지 않았으며, 다소의 고전은 할지라도 타케다 군의 상락(上洛)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수괴(首魁)인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을 시작으로, 바바 노부후사(馬場信房),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 나이토 마사토요(内藤昌豊)라는 타케다 사천왕(四天王) 중 무려 세 명이나 전사했다.
간신히 스와 시로 카츠요리(諏訪四郎勝頼, 뒷날의 타케다 카츠요리(武田勝頼))는 도망쳤으나, 타케다 가문의 유력한 무장들이 줄줄이 전사하여, 타케다 가문의 존속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참상이 벌어졌다.
그에 비해 오다 측의 손해는 경미하여, 오다-도쿠가와 합쳐서 500 정도의 사상자를 내기는 했으나, 유력한 무장이 전사하지는 않았다.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에서 압승하여 천하를 진감(震撼)시킨 오다-도쿠가와 군이었으나, 그 이후의 오다 군의 행동은 반 오다 동맹의 참가자들을 기겁하게 했다.
타케다 군의 역사적 대패로부터 2일. 막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 오다 포위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노부나가는 일기하성(一気呵成)으로 나가시마(長島)를 공격해 함락시켰다. 14개에 달하던 방어의 핵심이던 요새들도 하루에 3개라는 비상식적인 속도로 함락되었다.
세상이 타케다 가문의 패배라는 충격에서 깨어나기 전에 나가시마는 깨끗하게 털리고, 오다 군에 의한 나가시마 성(長島城) 침공이 시작되기 전에 항복의 쓰라림(憂き目)을 맛보았다.
이 충격적인 침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자군의 승리를 확신하고 여력을 남겨두었기 때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천하에 알린 것이다.
12월 중순 무렵에 도쿠가와 가문에 대한 증원을 결정하고, 겨우 반 달 정도만에 세상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역사의 전환점이었겠지만, 그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특히 상황이 뒤바뀌어 열세에 몰린 반 오다 동맹 편 사람들에게, 이 해의 연말은 다가오는 죽음의 기운에 몸이 얼어붙는, 숨을 돌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것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노부나가가 타케다 신겐을 쳐부수고, 적자(嫡男)인 노부타다(信忠, 키묘마루(奇妙丸))가 나가시마 일향종(一向宗)을 박살낸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오다 가문 내에서는 그 모든 대업을 뒷받침한 시즈코의 존재야말로 승리의 핵심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도쿠가와에 대한 원군(後詰め)으로서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가서, 핍박하는 전황을 두려워하는 도쿠가와 가문 가신들까지 설득하여 미카타가하라 전투를 승리로 이끈 것도, 나가시마에서의 쾌진격을 뒷받침한 병사들의 숙련도와 무장을 갖춰낸 것도, 모두 시즈코가 주도면밀하게 세운 계획의 성과였다.
기묘하게도 무토 키헤에(武藤喜兵衛)가 예언했던 것처럼, 오다 가문 안팎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시즈코는, 평소라면 자택에서 보낼 설날(元日)의 해가 뜨기도 전부터 노부나가의 호출을 받았다.
그것도 첫 해돋이(初日の出)를 볼 테니 함께 와라, 라는 이유에서였다.
"추워……"
"춥다고 생각하니 추운 것이다"
"아니 실제로 춥거든요. 그보다 어째서 저인가요. 일출까지는 따뜻한 집에서 뒹굴게 해 주세요"
노부나가가 천하에 손을 대던, 시즈코가 얼마나 무공을 쌓아올리던, 주위에서 보는 눈길은 변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뭐, 네게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이유 따윈 필요없지"
"그런가요"
너무나도 노부나가다운 말에 시즈코는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뜨기 전의 추위(冷え込み)에 제아무리 노부나가라도 말수가 적어져,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거북한 침묵은 아니고, 조용히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자, 밤의 어둠에 한 줄기 광명이 비추었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빛을 향해 눈을 돌리자, 지평선 너머로부터 주위를 아침햇살(朝焼け)로 물들이며 태양이 떠올랐다.
"와아"
그건 멋진 첫 해돋이 광경이었다. 공기가 맑기 떄문인지, 현대보다도 뚜렷하게 밤이 밝아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담이지만 설날의 해돋이를 가리키는 말로서 '해맞이(ご来光, ※역주: 우리말에는 ご来光이나 初日の出을 따로 구분하는 명사가 없는 듯 하여 임의로 의역함)'와 '첫 해돋이(初日の出)'가 있으며, 이 두 가지는 혼동되기 쉽다.
하지만 '해맞이'는 높은 산에서 보는 일출을 의미하며, 석존(釈尊, ※역주: 석가세존(釋迦世尊)의 줄임말)이 후광(光背)과 함께 내영(来迎, ※역주: 사람이 죽을 때 부처나 보살이 극락정토로 맞이하러 오는 것)하는 것에 빗대어진 것이다. 즉, 신앙의 대상은 부처(仏陀)이며, 불교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그에 반해 '첫 해돋이'는, 일출과 함께 세덕신(年神様)께서 강림하신다고 믿어졌기에 참배 대상이 되었다. 신앙의 대상은 세덕신이며, 신토(神道, ※역주: 일본의 토속 신앙)에서 정월(正月)의 중심 행사가 되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오랫동안 가로막고 있던 걱정거리가 불식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설날(元旦)이라는 것도 맞물려, 노부나가는 재생되는 태양을 평소보다 신성하고 장업한 것으로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타케다를 쳐부술 줄이야"
노부나가조차 지금도 가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진짜 자신은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에서 타케다를 격파하지 못하고 기후 성(岐阜城)에 틀어박혀 다가오는 죽음에 두려워하고 있으며, 지금의 자신은 절망 속에서 꾸는 희망사항으로 가득한(都合の良い) 물거품 같은 꿈이 아닐까 하고.
그러한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은 해도, 때때로 확인하게 되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저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승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훗…… 그건 그렇고 그 신식총(新式銃)은 흉악하구나. 저쪽의 공격이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노리고 쏠 수 있으니 말이다. 상호간에 총격전(撃ち合い)이 벌어지기 전에 큰 손해를 강요받게 된다면, 아무리 머리가 나쁜 멍청이(撃ち合い)라도 주저하겠지"
"총만의 공적은 아닙니다. 모두가 제 말을 믿고 따라와 주었기에 이 큰 전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의 전공은 저 개인이 받을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변함이 없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무 것도 변함이 없다"
과거를 그리워하듯 말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묘한 녀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신비하게도 어딘가 차분한 안정감이 있었다.
끝없이 대지에 도전하는 농업을 생업으로 삼기 때문인지, 굳건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기묘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큰 전과를 세웠음에도 추호도 흔들리지 않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계속 마음껏 가지를 뻗어내기에, 가지치기를 하는 데 손이 무척 많이 가지만 커다란 열매를 가져오기도 하는 큰 나무와 같은 '이상한 녀석'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이제부터도.
"타케다가 옛 기세를 되찾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우에스기(上杉)의 귀추(帰趨)는 모르겠다만, 호죠(北条)는 심하게 동요하고 있지. 혼간지(本願寺)도 믿었던 패가 사라졌기에 내부적으로는 발칵 뒤집히는 대소동이 일어났겠지.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쇼군(将軍)에게는 아시미츠(足満)를 보내겠다"
"아시미츠 아저씨를요?"
"음. 녀석을 보고도 여전히 헛된 꿈을 꿀 수 있을 깜냥이라면 다시 볼 법도 하지만, 그런 기량은 없을게다. 아무래도 이번 건에서 어설픈 대응은 할 수 없지. 아들을 인질로 바치게 하고 녀석 자신은 칩거(蟄居)하도록 하겠다"
강한 어조와는 반대로 노부나가의 모습에서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느낌(徒労感)이 엿보였다. 쇼군 요시아키(義昭)에 대한 것은 노부나가에게 두통거리일것이다.
아무리 장식뿐인 요여(神輿)라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정치 감각이 없으면 떠받들고 있는 쪽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1년이다. 네 군은 하나로 합쳐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로 재편성하여 활약해줘야겠다. 물론, 네 비장(虎の子)의 텟포슈(鉄砲衆)도 포함해서 말이다"
"반석의 지배체재를 확립하기 위해서인가요?"
"지금의 통치로는 각지에서 반기를 들면 그것만으로도 병력의 운용에 지장이 생긴다. 키나이(畿内)의 안정(安堵)은 혼간지를 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뭐 너 자신이 나가야 할 일은 그다지 없겠지만 말이다"
"어,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시즈코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노부나가는 히죽하고 웃음을 떠올릴 뿐이었다. 이런 태도를 취할 떄의 노부나가는 대부분 자비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시즈코는 경험적으로 배웠다.
"너 자신이 어찌 생각하던, 타케다와 나가시마(長島)와의 싸움에서 보인 시즈코 군의 활약은 압도적(頭抜け)이었지. 그 시즈코 군의 본대가 움직이지 않고, 각지에 별동대가 파견된다면 적은 어찌 받아들이겠느냐?"
"……별동대의 파견은 경고. 설령 물리쳤다 해도, 그 몇 배의 군세에게 공격받아 멸망당한다는 것일까요"
"좋은 수읽기(読み)다. 간단히 굴복했다고 하면 체면이 서지 않겠지만, 타케다조차 꺾어버린 본대가 상대로는 싸움이 되지 않지. 경고 단계에서 얼마나 잘 대처할지, 목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고생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엄청난 정신적 중압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이제는 부성(付城) 전술이 표준화된 오다 군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를 포위당하여, 치고 나가려고 해도 신식총에 박살나고, 원군이 없는 절망적인 농성을 강요당한다.
사방팔방으로부터 언제 공격받을지도 모른 채 시시각각 줄어가는 병량(兵糧)을 바라보며, 이윽고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는 완만한 자살. 보통의 신경으로는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뭐, 일벌백계(一罰百戒)를 실천하고 있는 것 뿐이다. 죽은 자의 살을 먹고 피로 목을 축이는 참상을 알게되면, 섣불리 대들려는 생각 따윈 하지 않겟지"
"일벌(一罰)이 너무 가혹한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만, 뭐 그건 어쩔 수 없겠죠. 피아의 차이를 추정하여 최선의 수를 강구하는 것이 영주(国人)의 임무이니까요. 판단을 잘못한 영주를 모신 댓가는 치루어야만 하겠죠"
"그 말대로다. 자, 첫 해돋이도 충분히 만끽했다.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노(濃, ※역주: 노히메) 녀석이 설날 요리를 다 먹어버리겠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노부나가는 발을 돌렸다. 멍해져 있던 시즈코였으나, 정신이 들자 당황해서 노부나가의 뒤를 쫓았다.
"올해도 천하를 얻는 데(天下取り) 바쁠 것 같구나"
시즈코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면서 노부나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설날(元日) 아침,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그의 일가친지(一族衆)라고 정해져 있다. 이것은 '가족이나 친족을 가벼이 여기는 자는, 가신이나 병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라는 노부나가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솔선해서 모범을 보이고자, 노부나가는 정월(正月)을 처자나 친족들과 함께 맞이했다. 즉, 그 이전에 시즈코와 일출을 보러 나간 것은,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노부나가가 그것을 의도했는지, 아니면 무의식적인 것인지는 그 이외에는 알 방법이 없다.
"에취. 우우……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고 있는 걸까"
첫 해돋이를 본 후에 일단 집으로 돌아온 시즈코였으나, 점심 때가 지났을 무렵 다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설날에 열리는 노부나가의 다과회(茶会)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항상 참가하지 않았던 시즈코였으나, 아무래도 올해만큼은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귀찮다고는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몸단장을 마친 시즈코는 아야(彩)의 전송을 받으며 노부나가의 거성(居城)으로 출발했다.
아무래도 정월쯤 되면 사람들의 왕래도 줄어들어, 상인들이 빽빽하게 오가는 큰길도 한산했다.
주요 도로(街道)는 물론이고 도로 근처의 큰 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는 덕분에,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기후 성(岐阜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하인(天下人)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노부나가가 있는 기후 성쯤 되면,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방문한 사람들이 줄을 짓고 있어, 수행원들도 포함하면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다.
시즈코는 낯익은 소성(小姓)에게 말을 맡기고는 만나기로 한 사람들을 찾았다.
"분명히 현지 집합이라는 이야기였는데…… 아, 저기 있네"
사이조(才蔵)나 나가요시(長可)도 정월에는 부름을 받았지만, 그들은 집으로 돌아갔었기에 점심때부터 노부나가에게 인사하러 갈 때 현지에서 집합하기로 되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시즈코는 사이조의 모습을 발견했다. 시즈코가 사이조의 곁으로 달려가자, 사이조도 시즈코를 확인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즈코 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게 끝나자 사이조는 평소대로 시즈코의 뒤에 섰다. 새해 첫날부터 호위대(馬廻衆)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사이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기로 했다.
그 후, 나가요시에 아시미츠(足満), 타카토라(高虎)가 차례차례 합류했다. 놀랐던 것은, 케이지(慶次)가 새해 인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아무래도 올해는 갔다와라, 고 양부(養父)께서 말씀하셔서 말야"
카부키모노(傾奇者)인 케이지도 은혜를 입은 양부에게는 약하여, 올해는 인사를 드리고 와라, 라는 양부의 말에 거역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 케이지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은 양부시잖아요. '효도하고 싶을 때 정작 부모님은 안 계신다'고 하잖아요"
"알고는 있어. 하지만, 아무래도 이 나이가 되면 뭘 해야 좋을지"
지금까지 카부키모노로서 살아온 케이지에게 무엇이 양부에게 효도하는 것이 될지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는 몹시 괴로워하며 정월을 맞이했다.
"뭐, 천천히 생각하면 되지 않아요?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고 하니까요. 슬슬 가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모두와 걸음을 맞추어 걸었다. 아시미츠가 옆에 서고,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뒤를 따랐다.
가는 도중에 여기저기서 속삭이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그 내용은 다양해서, 시즈코의 업적을 칭찬하는 것도 있고, 선망이나 질투, 욕설(悪罵)에 가까운 것까지 있었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국시대 최강의 자리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최강의 자리에 있는 한, 이 이상의 무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즈코의 무공에 트집을 잡으면 창피를 당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되는 것이다.
타케다를 패배시켰다는 것은, 시즈코를 기껏해야 뒷바라지 역할(裏方)이라고 가볍게 여기던 사람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견줄 수 없는 압도적인 무공이었다.
한편, 질투나 악의를 받는 시즈코는, 뉘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태연하게 받아흘리고 있었다.
사람이란 감정의 생물인 이상, 그러한 악의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달관하고는, 상대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신경을 껐다.
건설적인 의견이나 의미있는 비판이라면 받아들이지만, 단순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비방중상(誹謗中傷) 같은 것은 피곤해질 뿐 얻는 것도 없기에 상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설날의 노부나가는 오전을 가족이나 일족과 함께 지내기에, 필연적으로 대외적인 인사는 오후에 집중된다.
주요 가신들도 마찬가지지만, 준비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어, 설날의 기후 성에서 사람의 기척이 끊기는 일은 없다.
애초에 노부나가의 경우에는 2일 이후에도 방문객이 끊기는 일은 없다. 어쨌든 시즈코도 다른 방문객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노부나가와의 접견을 허락받고 정월 인사를 올렸다.
"올해도 잘 부탁한다"
시즈코가 정월 인사를 했을 때, 노부나가는 대담한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 시즈코는 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다.
(어ー, 그러니까,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된 걸까)
시즈코는 내심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 사양할 필요 없다. 원하는 것을 말해라"
노부나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의 눈 앞에는 요우헨텐모쿠챠완(曜変天目茶碗)이 놓여 있었다.
현대에서는 국보(国宝), 그것도 현존하는 것은 3개 뿐이라는 최상급의 텐모쿠챠완(天目茶碗)인 요우헨텐모쿠챠완이 아까운 기색도 없이 놓여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밖에도 노부나가가 애용하는 다기(茶器)가 늘어놓아져 있었다. 다기 뿐만이 아니라 히노모토고우(日本号)나 짓큐미츠타다(実休光忠) 등의 명창(名槍)이나 애용하는 칼까지 놓여 있었다.
명품들을 앞에 두고 시즈코는 한숨을 쉬었다. 노부나가는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타케다를 결정적으로 패배시키고, 또한 나가시마의 잇코슈(一向衆)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최대 공로자인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말했다.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런저런 현물(現物)을 시즈코에게 보여주면서 그는 논공행상을 시작했다.
(어쩌지. 다기 같은 건 필요없고, 취급에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해서 칼이나 창이라는 것도 멋대가리가 없겠지)
마음 속으로 신음하면서 시즈코는 생각했다. 갑작스레 정월에 논공행상을 하는 것도 노부나가에 뭔가 생각이 있어서일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현물이 잔뜩 있는데 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시점에서, 말로만 하지 않았지 뭔가 속셈이 있는 논공행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잠시 생각한 후 시즈코는 결론을 내렸다. 이거라면 노부나가의 체면을 지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영…… 어흠, 그러시면 '주상(上様, ※역주: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주상(主上)으로 의역)'께 세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주상(上様)이란 노부나가의 경칭이 된다. 전까지는 '영주님(お館様)'이었으나, 연말 무렵부터 주위에서는 노부나가를 '주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타케다와 나가시마를 쓰러뜨린 것 때문에 호칭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우연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즈코도 노부나가를 '주상'이라고 고쳐 불렀다.
"말해보아라"
노부나가의 재촉을 받고 시즈코는 자세를 바로했다. 히죽 웃으며 이야기를 들을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니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언동을 재미있어하는 듯 보였다.
"……그럼 첫번째로, 싸움에서 죽은 자들의 영을 진혼(鎮魂)할 신사(社)의 건축 허가를 받고 싶사옵니다. 두번째는 토우시로 요시미츠(藤四郎吉光)의 칼 수집에 조력을 부탁드립니다. 세번째는 히노모토고우를 받고 싶사옵니다"
"좋다, 히노모토고우는 네게 주마"
시즈코의 청을 노부나가는 주저없이 승낙했다. 일순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에 오히려 시즈코 쪽이 당황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히죽 웃을 뿐이었다. 몇 번인가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가라앉힌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옵니다(有り難き幸せ). 하면, 히노모토고우의 운반 준비를 위해 이만 실례하겠사옵니다"
히노모토고우를 운반할 준비를 한다, 는 명목으로 시즈코는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너무 신경이 쓰여서 지쳤다고도 할 수 있다. 조금 휴식할 시간이 있었으면 하여 말한 이유였으나,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승낙했다.
"붙잡히거든 포기하거라"
마지막에 노부나가가 한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히노모토고우의 운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한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시즈코. 내게 인사도 없이 돌아가려 하다니 꽤나 몰인정(不人情)한 처사로구나?"
"피곤해. 이제 두번다시 가고 싶지 않아"
히노모토고우의 운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운나쁘게 노히메에게 붙잡혔기에 시즈코는 크게 고생을 했다.
간신히 운반에 관한 지시는 내렸지만, 그 이상 뭔가 말하기 전에 시즈코는 노히에메게 질질 끌려갔다.
도중에 이치(市)와 챠차(茶々)들의 눈에도 띄여서, 그대로 여자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강제 연행되었다. 그로부터 시즈코에게는 지옥이었다.
노히메와 이치의 콤비는 전혀 자비가 없었고, 반대로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이미 시즈코에 대해 뭔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대응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뭐 주상께 야겐(薬研)이나 란(乱) 같은 것의 하사를 확약받았으니 잘됐다고 생각할까……"
야겐토우시로(薬研藤四郎)는 아시카가(足利) 쇼군 가문(将軍家)의 보물(重宝)이었으나, 마츠나가(松永) 단죠(弾正)가 아시카가 요시테루(足利義輝)를 암살했을 때, 후도우쿠니유키(不動国行) 등과 함께 빼앗아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겐키(元亀) 4년 1월 10일에, 마츠나가 단죠는 야겐토우시로와 후도우쿠니유키를 노부나가에 헌상했다고 전해진다.
"아, 기왕이면 후도우쿠니유키도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뭐, 애도(愛刀)로 삼으실테니 무리겠지만"
"시즈코 님, 집계가 끝났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야가 말을 걸어왔다. 정월부터 일을 시키게 되어버렸으나, 그걸 생각해도 조금 곤란한 상황이 시즈코에게는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됐어?"
"'주상'으로부터의 하사금을 합쳐 2만 7500관문(貫文)이 됩니다"
문제는 시즈코가 소지한 돈이었다.
"큰 돈을 받아도 곤란한데 말야"
"어쩔 수 없습니다. 오와리(尾張)나 미노(美濃)의 것은 대부분 시즈코 님이 관여하고 계시니까요. 그러니 돈이 가장 무난한 것이겠죠"
어째서 시즈코가 큰 돈을 소지하고 있냐 하면, 노부나가는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다기나 돈으로 보수를 지불하고 있었다.
무장들이 다기를 원하는 가운데,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돈을 받아서 개간(開墾)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언제부터인지 시즈코에게는 돈으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와리, 미노에서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등의 국가적 초대형 공사 이외에는 어느 정도 개간은 끝나 있었다.
다른 지역은 각각 지배자가 있기에 시즈코는 개간에 대해 참견할 권리가 없다.
그녀의 영향력은 오와리, 미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노부나가의 직할지(膝元)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쩔까…… 아, 이세(伊勢) 신궁(神宮)이 있었지. 신궁 식년천궁(式年遷宮, ※역주: 신사(神社)에서 일정한 해에 새 신전을 짓고 제신(祭神)을 옮기는 일)을 위해서 기부하자. 일단 3000관 정도면 되려나"
"시즈코 님이시니 가신이나 병사들에게 나누어주실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것도 좋지만, 슬슬 다른 곳에도 돈을 돌게 해야지. 그러러면 큰 곳에 쓰는 편이 편해. 기부하면 나중에 '오다 가문은 종교 세력(寺社勢力)을 멸망시킬 생각은 없다'는 어필도 되고 말야"
노부나가는 종교 세력에 가혹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었다. 적대한다면 어떤 종교, 종파를 불문하고 싸우고, 중립이나 아군 진영의 편을 든다면 평등하게 보호했다.
시즈코가 포경(捕鯨)에 활용하고 있는 고래 신사(鯨神社)가 노부나가에게 아무 말도 듣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은 노부나가와 적대할 생각은 없이 말 그대로 고래에 관한 일에만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무구(武具)를 구입하고 낭인(浪人)을 고용하기 시작하면 노부나가의 눈길을 끌게 된다.
"일단 주상께 이세 신궁에 대한 기부에 대해 허가를 받아줘. 그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생각하자"
"알겠습니다"
"잘 부탁해ー. 이제 곧 이사인데, 이사가 끝나면 모두에게 직함 같은 걸 줘야겠네. 슬슬 제대로 조직화하지 않으면 누가 뭘 담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
노부나가가 준비한 시즈코의 저택에 이사하면, 지금 이상으로 고용인(家人)이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처럼 어정쩡한 조직으로는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원활하게 가문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직함을 정해줄 필요가 있었다.
"이미 생각하신 바가 있으신가요"
"일단 바깥쪽과 안쪽을 구별해야지. 바깥쪽은 케이지 씨나 카츠조(勝蔵) 군들이 정점이고, 안쪽은 아야 짱이나 쇼우(蕭) 짱이 정점이려나"
"……그건……"
아야는 약간 망설였다. 쇼우는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와 마츠(まつ)의 딸이다. 집안(家柄)은 흠잡을 데 없고, 실력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다. 지금에 와서는 내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서류(書状)에 '쇼우(蕭)'라는 도장(印鑑)을 찍어 처리할 권한도 있다.
즉, 시즈코의 집은 쇼우가 관리(切り盛り)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면 아야의 작업은, 지금도 시즈코가 사적, 공적을 가리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것들의 관리이다. 즉, 창고의 물건과 돈의 관리. 바꿔 말하면 아야의 일은 현대에서 말하는 관재인(管財人)이 된다.
"집안 같은 건 신경쓸 필요 없어. 그렇다기보다 나는 창고의 관리를 누구에게 맡길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었거든"
"그건 어째서인가요"
"간단해. 내 창고에는 여러가지가 들어있어. 그 중에는 아직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어. 그런 것들의 유혹에 지지 않고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창고를 담당해 줬으면 하는거야. 타케다와의 싸움도,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신식총이 유출되었다면 지금같은 결과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돌려 말한 것이지만 시즈코가 하고 싶은 말은, 가장 신용하고 있는 것은 아야라는 것이었다.
"시즈코 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금은 편하게(デレ) 가자고, 아야 짱. 지금은 다른 사람도 없으니까, 자! 언니의 가슴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거라!"
양손을 펼치고 웰컴(welcome)을 하는 시즈코를 보고, 신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사한 마음이 싹 날아간 아야였다.
"그럼 3000관문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어~이, 이대로는 나는 꽤나 썰렁한데 말야…… 큭, 아야 짱이 편하게 행동하는 날은 언제가 되는 것이냐"
"바보같은 말씀 하지 마시고, 정월다운 일을 하며 지내 주십시오"
그런 말을 하는 아야는 깨닫지 못했다. 그녀 자신이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 곧 이사라는 타이밍에 노부나가로부터 쿄(京)로 동행하라는 명령이 시즈코에게 전달되었다.
매사냥을 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진짜 목적은 달리 있다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애초에 매사냥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무장(武装)을 지시받았기 떄문이다.
명백한 시위(示威) 행위였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기세를 드러내보여, 적대자들의 반항의 싹을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즈코 군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꽤나 심한 생각을 하시네. 뭐 이걸로 싸움이 줄어든다면 좋은 거지만"
명령서를 다 읽은 시즈코는, 아야에게 평소의 멤버를 모으도록 지시했다. 케이지만큼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시간은 걸렸지만, 어찌어찌 전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후아아~, 자고 있는데 깨우다니, 시즛치는 너무한데"
"미안해요. 뭐, 일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해요. 이게 끝나면 아마 한가해질 거라 생각하니까"
크게 하품을 하면서 불평하는 케이지에게 시즈코는 한 손을 세우며(拝む) 사과했다. 케이지도 그렇게까지 불만은 아니었던 듯, 사이조가 팔꿈치로 찌르자 볼을 긁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럼, 이번에는 단순히 쿄로 가기만 하는 거에요. 다만 이런저런 속셈들이 얽혀 있으니, 제대로 무장을 하고 가는 거에요. 뭐 이쪽은 이만한 힘이 있다, 라고 보여주기 위한 거겠죠"
"그거 참 의욕이 솟지 않는 얘기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나갈 필요가 있는거야?"
"자자, 이 정도로 떨어져나가는 상대 같은 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힘을 보여주고, 그래도 싸울 기개를 가진 상대를 확인한다고 생각하면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 뭐…… 그건 그렇네"
가장 먼저 불평하던 케이지를 시즈코는 간신히 설득했다. 의욕이 솟지 않는 것은 시즈코도 마찬가지다.
굳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아도, 이미 타케다와의 싸움에서 실컷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이상 보란 듯이 뭘 할 필요는 없다고 시즈코도 생각하고 있었다.
"뭐, 쿄에서는 놀아도 문제없지 않겠어요? 비용이라면 어느 정도는 내줄게요"
"휘익ー, 과연 시즛치. 말이 통하잖아"
"이봐, 한심한 소리를 하지 마라. 평범해 보이지만, 시위 행위도 중요한 일이라고"
"알고있어. 알고는 있지만, 재미없는 건 재미없다고"
"뭐ー 나도 내키진 않아요. 하지만, '그것'을 수령해야 하니까,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오, 그럼 드디어 양도받을 수 있는 건가!!"
시즈코의 말에 나가요시가 반응했다. 나가요시의 질문에 시즈코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두 손을 쳐들며 기뻐했다.
'그것'은 해외의 토종(土着) 고양이였다. 터키시 앙골라에 반한 이후, 노부나가는 다른 해외의 고양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더 많은 해외의 고양이가 가지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그런 욕구를 품게 된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 다른 고양이도 모아라'고 명했다.
가지고 있는 연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시즈코는 서양 고양이를 모았다.
우선 러시아 동부에서 자연발생한 토종 고양이 사이베리안(Syberian). 서력(西暦) 1천년 무렵부터 존재가 확인되어, 지금은 러시아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고양이다.
호기심이 와성하고 두뇌가 명석하면서 온화하고 참을성이 강하며, 그리고 어리광이 많은 성격의 고양이다.
그러면서 탁월한 사냥 능력을 가지고 있어, 물을 기피하는 고양이 종류임에도 물고기를 포획하는 사이베리안까지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영국의 토종 고양이인 브리티쉬 숏헤어(British Shorthair). 그 시작은 고대 로마가 영국을 침공했을 때, 식량을 노리는 쥐 대책으로 데려온 고양이가 시초라고 전해진다.
20세기에 품종의 표준화가 확립되었으나, 그보다 1세기나 전에 영국 국내에서 토종 고양이로서 관심을 받고 있었다.
본종(本種)은 단모종(短毛種)이지만, 장모종(長毛種)으로서 브리티쉬 롱헤어(British Longhair)라는 고양이도 존재한다. 이쪽은 비교적 새로운 고양이 품종이다.
다음으로 노르웨이의 토종 고양이 노슈크 스쿠캇(Norsk skogkatt, ※역주: 구글번역에서 들은 발음대로 적음). 영어로 노르웨지언 포레스트 캣(Norwegian Forest Cat)이라고 불리며, 의미는 노르웨이어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숲 고양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옛부터 존재하는 토종 고양이인데, 4천년 이상 전부터 존재하는 고양이라거나, 남유럽에 있던 단모종이 노르웨이의 추위에 견디기 위해 장모종으로 변화했다거나, 11세기에 바이킹이 데려온 고양이가 원조라고 하는 등, 지금도 그 기원이 뚜렷히 밝혀지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방수기능이 있는 2중 털 등, 노르웨이의 환경에 적응했다는 점이다.
다만 한랭지방에 적응한 품종이기에, 아열대나 열대 지방에서는 열중증(熱中症)에 걸리기 쉽고, 방수를 위한 피부는 피부염에 걸리기 쉬운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된 집고양이라고 하는 이집트의 토종 고양이 이집션 마우(Egyption Mau). 마우란 고대 이집트어로 고양이를 의미한다.
피라미드의 벽화에도 이집션 마우로 보이는 것이 그려져 있어, 이집션 마우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 존재했던 게 아닐까라고 추측되고 있으나 확증은 없다.
반점(斑点) 무늬를 가진 고양이인데, 이 무늬는 고양이 품종들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손이 닿아 생겨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반점 무늬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현대의 이집션 마우는 가장 오래된 고양이로 유명한데, 러시아 왕녀 나탈리(Natalie Trubetskaya)가 이집트에서 집고양이를 몇 마리 들여와서 미국에 고양이들과 함꼐 망명한 후에 품종개량된 고양이가 정식 품종으로 등록되었기에, 비교적 새로운 미국 원산(原産)이라고도 한다.
시즈코가 들여온 것은 나탈리 왕녀가 이집트에서 들여왔다고 하는 집고양이다. 혼란을 막기 위해 시즈코는 이집션 마우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러한 토종 고양이들을 구입한 시즈코였으나, 그 구입 방법은 조금 특수했다. 일단 이 시대에, 고양이는 짐을 쥐로부터 지키는 중요한 존재였다.
항상 보아 익숙한 토종 고양이라고는 해도, 남만 상인들은 고양이를 간단히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고양이를 일시적으로 맡아서, 일본에서 번식시킨 후에 남만의 배에 부모 고양이를 반납한다는 방법을 취했다.
물론, 그 동안 선박은 이동할 수 없게 되지만, 그에 드는 비용은 노부나가(정확히는 사카이(堺)의 상인들)가 부담했다.
이렇게 키워진 새끼 고양이가 드디어 양도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양도는 언제나처럼 쿄에서 이루어진다.
그밖에도 시즈코가 의뢰한 것들이 있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어도 문제없었다.
"좋아좋아, 나는 의욕이 마구 솟아나는데"
"타산적(現金な)인 녀석이군"
나가요시의 180도 달라진 태도에 사이조는 어이가 없어졌다. 하지만 의욕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쓴소리는 하지 않았다.
케이지는 의욕이 없는 태도이기는 했지만, 시간때우기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뭐, 편한 마음으로 가자고요. 그럼 잘 부탁해요"
시즈코의 마무리에, 각자 나름대로 대답했다.
1월 하순, 쇼군 요시아키는 타케다가 패한 것 때문에 마지못해 노부나가에게 항복했다. 하지만, 노부나가 본인은 요시아키가 오다 가문에 적대하여 거병했던 것조차 몰랐다.
몰랐다, 라기보다 떠오르지조차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머릿속은 시즈코가 타케다를 쳐부술 때까지 계속 그쪽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알게 된 미츠히데(光秀)도 보고를 올리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는 타케다에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쿄에 돌아왔을 때 요시아키로부터 사자가 와서 겨우 기억해냈다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요시아키의 거병은 노부나가에게는 하찮은 일에 불과했다.
이번에, 형식상으로는 경솔하게 거병한 요시아키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형태이지만, 쿄의 모든 사람이 노부나가는 요시아키를 징벌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 생각은 맞았다. 단지 질책할 뿐이라면 군대를 끌고오지는 않는다. 군대는 요시아키에 대한 위압과 위협을 위한 것이라고 쿄의 백성들은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이제 곧 오다 군이 오는 모양이야"
"쇼군 님은 거병했다면서 한 번도 싸우기 전에 항복한 건가. 하여간 한심하구만"
"맞아맞아, 하다못해 한 번은 좀 싸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의 언동이 겹쳐서, 쇼군 요시아키에 대한 경의 따윈 바랄 수도 없었다. 애초에 경의가 없다면 천하인조차 바보 취급하는 것이 쿄의 백성들이다.
한 번도 싸우지 않고 항복했다고 하면 아무리 쇼군이라고 해도 비웃고, 웃음거리로 삼는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들이 향하고 있던 쪽과는 반대쪽에서 남자가 한 명 달려왔다.
"오, 상황을 보러 간 녀석이 돌아왔네. 어땠어?"
"어, 어어어어떘어가 아냐! 이, 일단 물러나, 너희들!"
무릎에 손을 짚고 호흡을 고른 남자는, 다급하게 밀어내듯이 남자들을 가장자리로 비켜나게 하려 했다. 곤혹스러워진 남자들이었으나, 그 비정상적인 당황함에 투덜거리면서도 그 말을 따랐다.
도로 가장자리로 비켜나고 조금 지나자, 오다 군의 깃발이 보였다. 보려고 목을 길게 뺀 남자를, 상황을 보고 왔던 남자가 다급히 잡아끌었다.
"(뭐, 뭐야. 보는 정도는 문제없잖아)"
"(됐으니까 내 말대로 해!)"
그러고 있을 때 오다 군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상황을 보고 왔던 남자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를 그들은 알게 되었다.
오다 군의 행진은 대단히 통솔이 잘 잡혀있었다. 5명을 한 줄로 하여, 굵은 나무 같은 열을 짓고 있었다.
보통, 잡병이나 아시가루(足軽)가 뒤섞이면 대열은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가늘고 긴 형태가 된다. 그런데 등간격(等間隔)으로 열을 짓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경악스러운 광경이다.
게다가 무장도 놀라웠다. 양쪽 끝의 사람들은 창을 들고 있었으나, 안쪽의 세 명은 총을 장비하고 있었다. 그게 길게 열을 짓고 있다. 이해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대량의 화승총을 소지하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멀리서 보고 있던 간자들이라면, 그 광경만으로도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을 것이다.
(거 참, 주상께서도 짓궂으시다니까. 분명히 쇼군하고 쿄에 있는 간자들 양쪽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거겠지. 현대에서 말하는 군사 퍼레이드일까?)
벌써 몇 번째 본건지 알 수 없는 쿄의 백성들의 놀란 얼굴을 흘려보면서 시즈코는 말고삐를 쥐었다. 도보 행진 훈련은 현대의 자위대도 할 정도로 체력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 기본적인 훈련이다.
또 하나, 지형의 파악이라는 목적도 있지만, 시즈코는 체력의 향상을 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병사 훈련소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입대한 사람 모두가 셀 수 없을 정도로 한다.
훈련에 따라서는 배낭의 무게가 바뀌어, 가벼우면 20kg, 무거우면 60kg를 짊어진다. 거리도 짧으면 몇 km이지만, 길면 오와리에서 기후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시즈코 군을 쿄로 데려왔다. 통솔이 잡힌 군대가 많은 화승총(절반 이상은 훈련용의 사격성능이 없는 목업)을 장비하고 있는 광경은 적의 전의를 꺾기에 충분하다.
무장하고 행진하기만 하면 반항의 싹을 자르고, 쓸데없는 싸움을 줄이며, 적을 편드는 자들까지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노부나가를 따르는 것은 타케다를 쓰러뜨린 시즈코 군이다.
노부나가의 입장에서는 이만큼 효율이 좋은 책략은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걷기만 하는데 적이 줄어드는 것이니.
(뭐, 쓸데없는 싸움이 줄어드는 건 나도 찬성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목적지로 향했다.
그들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 쿄의 백성들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뭐, 뭔가, 전에 봤을 때보다 더 강해진 거 아냐? 오다 군은"
누군가가 중얼거리고, 이어서 겨우 실감이 났는지 남자들은 얼굴에서 땀을 흘렸다.
"장난 아닌데…… 저런 놈들에게 거스르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맞아맞아. 게다가 생각해봐. 오다 군이 강하다는 건, 이 도시가 안전하다는 이야기야"
"소문으로는 타케다 군이 전력으로 싸웠는데 박살을 내서 쫓아버렸대"
"으ー음, 오다 군은 굉장하네"
그 후에도 남자들이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해, 어느새 원래 이야기에 꼬리 뿐만이 아니라 다리까지 붙어서 멋대로 부풀려져버렸다.
쿄의 백성들의 오다 군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 노부나가는 남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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