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2
06 난월어기(卯月御記, ※역주: 우즈키(卯月) 기록(御記)) (현대어 스타일)
4월 14일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로부터 헌상된 고양이는 매우 아름답고, 기품있는 태도에는 눈을 끄는 구석이 있다.
이름을 우즈키(卯月)라 하고, 오늘부터 짐이 돌보게 되었다.
후궁 여인들이나 공가(公家)의 자들은 짐이 돌보는 것에 난색을 표했으나 어쩔 수 없다.
짐은 오다 단죠노죠에 거스를 힘 따위 없다. 헌상된 고양이를 함부로 다룰 수도 없다.
놈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짐이 스스로 돌보는 것이 조정이 살아남을 길이리라.
그건 그렇고 우즈키는 귀엽구나.
5월 23일
우즈키가 온 지 30일은 지났는가. 평소에는 어딘가 어두운 궁궐(御所)이 밝아보인다.
다들, 우즈키의 아름다우면서 자유로운 태도에 미소를 짓고 있다.
귀여우면서도 우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은 훌륭하도다.
6월 4일
우즈키의 식욕이 나쁘다. 오다 단죠노죠에게 물었더니 흔히 있는 일이라 한다.
신경쓸 필요 없다, 라고 해도 신경쓰인다. 빨리 건강해지도록 짐은 신불(神仏)에게 기도하였다.
6월 6일
뭔가 먹이고 있는 것이 문제, 라고 오다 단죠노죠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당장 평소에 먹이고 있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구나.
6월 9일
우즈키의 몸이 좋지 않은 이유가 판명되었다.
아무래도 파 종류를 삶았던 냄비로 함께 우즈키의 식사를 만들고 있었던 듯 하다.
고양이에게 파는 안 되는 것인가. 짐은 한 가지를 배웠노라.
당장 우즈키를 위한 냄비를 준비하자, 라고 생각햇더니 오다 단죠노죠가 냄비를 선물로 보내왔다.
처음에는 난폭한 토호(土豪)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알뜰한 듯 하다. 짐은 아직 멀었구나.
6월 15일
우즈키의 몸이 좋아져, 오늘도 힘차게 밖에서 뛰놀고 있다.
아름다운 몸을 가졌으면서,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뛰놀 수 있는 자유로움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즈키의 매력이다.
6월 16일
오늘은 축축하니 비가 내리고 있다. 우즈키가 쓸쓸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진다. 내일은 맑아지거라, 고 신불에게 기도했다.
7월 1일
지긋지긋한 장마가 지나가고 매일 더위를 느끼는 성하지절(盛夏の候). 제아무리 우즈키라도 더위에는 당할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 짐의 차양막(日避け)에 들어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귀엽구나.
8월 4일
우즈키가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쉰다. 즉시 오다 단죠노죠에게 서신을 보냈다.
8월 6일
열중증(熱中症)이라고 오다 단죠노죠로부터 회신이 왔다. 당장 시원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에서 쉬게 했다.
8월 8일
우즈키가 건강해졌다. 짐은 신불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8월 15일
오다 단죠노죠로부터 서신이 왔다.
자신이 키우고있는 토라지로(虎次郎)가 얼마나 귀여운지에 대한 자랑이 길게 쓰여 있었다.
이 무슨 굴욕인가. 답신에 우즈키의 사랑스러움을 시(和歌)로 적어보냈다.
결국은 시골(田舎) 호족(豪族)일 뿐인가. 우즈키가 가장 귀여운 게 당연하지 않은가.
9월 10일
평소에는 나무에서 놀지만, 최근 다치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해지는 경우가 있다.
잠시 생각한 후, 전용의 집(小屋)을 세우는 게 좋다는 결론에 달하였다.
당장 기술자를 부르도록 명했다. 비용은 오다 단죠노죠에게 내도록 명하였다.
9월 18일
우즈키 전용의 집이 완성되었다. 제법 잘 만들어졌다.
우즈키도 마음에 든 듯 벌써부터 놀고 있다. 잘 되었구나.
9월 21일
오다 단죠노죠로부터 시가 도착했다. 내용은 토라지로에 대한 것이었다.
짐에게 거역하다니 어리석구나. 바로 우즈키의 사랑스러움을 시로 적어보냈다.
어리석은 놈이. 우즈키가 가장 귀여운 게 당연하지 않느냐.
어서 포기하거라.
10월 6일
오다 단죠노죠의 말이 바르다면, 우즈키와 똑같은 고양이는 세 마리가 더 있다고 한다.
고노에(近衛)에 아케치(明智), 그리고 호소카와(細川)인가. 다른 고양이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10월 9일
요즘 우즈키가 쌀쌀맞다.
혹시 다른 고양이를 만나보고 싶다, 고 생각한 것이 원인인 것일까.
10월 12일
후궁 여인들이나 공가의 자들이 짐은 고양이를 지나치게 소중히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잊고 있었다. 우즈키는 자유롭고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10월 13일
또 후궁 여인들이나 공가의 자들이 쓴소리를 했다.
10월 15일
어제와 오늘, 이틀이나 우즈키를 예뻐하지 않았다.
10월 16일
오늘도 지나치게 우즈키를 예뻐하지 않도록 했다.
업무는 차질없이 마쳤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피로를 느낀다.
10월 17일
기분이 좋지 않다. 중요한 업무만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0월 18일
몸이 좋지 않다. 우즈키에게 병이 옮지 않도록 떨어져 지낸다.
허탈감이나 피로감이 든다. 현기증이 나고, 뭘 하려고 해도 기력이 솟지를 않는다.
우즈키는 집에 끈으로 매어두었다고 한다.
10월 19일
병이 전혀 낫지를 않는다. 오늘은 죽 밖에 입에 대지 않았다.
이래서는 우즈키를 만날 수 없지 않은가.
10월 20일
오늘은 우즈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말도 안 된다, 우즈키는 이곳에 없다.
짐의 몸은 어떻게 된 것일까.
아니, 짐보다, 짐이 없어진 후에 우즈키는 어떻게 될 것인가.
10월 21일
오늘도 몸은 좋지 않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업무를 끝냈다.
사소한 소리에도 신경이 쓰인다.
10월 23일
자리에 누워 있는데 우즈키가 모습을 보였다. 짐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는지 한 번 울었다.
한동안 우즈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진 모습에서 신성한 분위기를 느꼈다.
10월 24일
오늘은 몸 상태가 좋다.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다들 신기해 했다.
밤에 우즈키가 짐을 만나러 온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10월 25일
신기하다. 신하에게 들으니, 우즈키는 끈으로 매여 있다고 한다.
어째서 짐이 있는 곳을 올 수 있는 것일까.
10월 26일
오늘도 우즈키는 짐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건 이제 신불이 우즈키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는 증거.
짐은 미리 사람을 대기시켜 두었다. 우즈키가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다들 크게 놀랐다.
역시, 우즈키는 신불에게 축복받은 고양이인 것이겠지.
11월 4일
짐의 침실에서의 사건 이후, 우즈키를 끈으로 매어놓으려는 자는 한 명도 없게 되었다.
후궁 여인들이나 공가의 자들도 신불에게 사랑받고 있는 우즈키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
시끄럽게 잔소리를 들을 일도 없어지고, 반대로 짐의 곁에 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1월 24일
오다 단죠노죠의 이야기로는 이제 곧 우즈키의 나이는 (세는 나이(数え年)로) 2살이 된다고 한다.
성대하게 축하해 주어야겠다.
12월 3일
추운 날이다. 요즘, 우즈키는 매일 밤 짐의 침소에 숨어든다. 곤란한 녀석이다.
12월 6일
오다 단죠노죠로부터 이불(布団)이라는 것이 헌상되었다. 푹신푹신하고 따뜻하다.
이거라면 겨울의 추위도 견딜 수 있다. 우즈키도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 밤 온다.
12월 14일
조금 이르지만 우즈키의 2살 생일을 미리 축하(前祝い)했다.
12월 28일
이제 연말(年の瀬)이다. 우즈키와 지낸 나날들을 되돌아본다.
대단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12월 30일
이걸 쓰고 있을 무렵, 이미 이듬해가 되어 있으리라.
내년도 잘 부탁한다, 우즈키.
후세에서 우다 천황(宇多天皇), 이치죠 천황(一条天皇), 오오기마치 천황(正親町天皇)은 '3대 고양이 애호 천황'으로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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