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5 1571년 12월 하순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환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 케이지(慶次)들도 따분함을 주체하지 못해 빙 둘러앉아 담소하고 있었다. 도중에 나가요시(長可)도 끼어들어 한층 더 시끌벅적해졌다.

유일하게 란마루(蘭丸)만은 안절부절 못하며, 수시로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사라진 맹장지 저편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야, 란(蘭). 아까부터 두리번두리번 정신사납다"


보다 못해, 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번거로워하고 있는 나가요시가 약간 눈을 가늘게 뜨며 란마루를 노려보았다.


"혀, 형님은 신경쓰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사람을 물리고 여자와 밀회라니, 저는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네가 하고 있는 건 헛추측(邪推)이다. 그런 쪽으로의 걱정은 해봤자 소용없어. 거기에 방해되니까 딴데로 가라"


란마루의 필사적인 호소도 누구네 집 개가 짖냐는 듯, 나가요시는 왼손으로 귀를 파면서 오른손 검지를 란마루에게 보이고는 좌우로 움직이며 손사래를 쳤다.


"주군의 명령이시다. 우리는 그에 따를 뿐. 따르지 못한다면, 너는 소성을 맡을 수 없지"


얕보는 태도에 란마루는 크게 화를 냈지만, 호리(堀)가 그를 다독였다. 작게 한숨을 쉰 후, 호리는 나가요시에게 사과했다.


"미안하군. 란마루는 주군께서 시즈코 님을 중용하시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어린애(童)의 비뚤어짐(僻み)이라 생각하고 흘려들어 주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갑자기 소성으로 임명되어서, 어른(一人前)이 된 기분으로 주제넘게 말참견을 하게 된 거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도 시즈코가 여자라서 그런 걸테고. 아―, 못쓰겠네, 꼬맹이(餓鬼)의 질투는 보기 흉하다고"


나가요시도 완전히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을 알고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才蔵)는 나가요시에게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보냈다.


"그,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저는 주군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럼 주군의 명령에는 따라야지"


"크윽!"


나가요시와 란마루가 싸움, 아니 나가요시가 일방적으로 란마루를 놀리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와 시즈코는 국책(国策)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중국(唐)을 공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천하통일 후의 해외 정책이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성급한 이야기였다.

해외까지 시야에 넣은 의논이 가능한 것도, 시즈코가 가져온, 전국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확한 측량에 의한 정밀한 세계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노부나가는 일본이 얼마나 작고 벽지(僻地)에 있는지, 또 유럽이 무서울 정도로 멀리 있으며, 그 까마득한 땅으로부터 일본까지 손을 뻗쳐오는 남만인(南蛮人)들의 수완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남만인들이 귀중햐게 여기는 향신료의 산지를 무시하면서까지 세계의 끝에 있는 호주(豪州)로 방향을 잡는 것의 이점을 말하라"


"우선은 이쪽을 보아 주십시오"


노부나가의 질문에 시즈코는 세계지도에 부속된 자료집에서 요약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것에는 호주에 잠자고 있는 금, 은, 구리, 철 등의 지하자원에 관한 매장량이 적혀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면 농업국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방대한 천연자원을 가진 자원국이기도 하다.

특히 알루미늄의 원료가 되는 보크사이트의 매장량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며, 장소에 따라서는 땅 위에 광맥이 노출되어 있어 노천 채굴이 가능하다.

본토(本島)와 태즈매니아(Tasmania) 섬이 발견된 것은 1642년 무렵이나, 당시의 유럽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해도 가볍고 가격이 나가는 향신료를 캘 수 없다면 불모의 땅이라고 간주했다.


"항해 기술이나 수송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지금에야 향신료는 귀중하게 여겨집니다만, 언젠가는 대량생산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져 가치가 내려갑니다. 하지만 지하자원은 산출되는 토지를 지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가볍게 요리에 쓸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 후추 재배의 계기였으나, 노부나가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니 시즈코의 취미(道楽)가 순식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향신료의 산지 확대와, 대량 생산에 의한 가치의 저하를 증명한 것이었다.

지금에야 유럽인들은 향신료를 전략 물자로서 중요시하고 있으나, 언젠가는 공업화에 필수적인 금속 자원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나타내듯, 오와리(尾張)에서의 후추 생산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험한 바다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지 않아도, 수고만 들이면 일본도 향신료의 산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노부나가도, 시즈코로부터 헌상된 후추를 유럽 상인들이 비싸게 매입한 것에 의해 간신히 시즈코의 의견이 올바르다는 것을 이해했다.


"또, 대륙의 동부와 남부는 비옥한 곡창지대입니다. 자연재해도 적기 떄문에, 방대한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남부 산악지대는 강설지대(降雪地帯)이지만, 그 이외의 동부와 남부는 비교적 온난한 기후에 비옥한 곡창지대이다.

대륙 전체에서 보면 얼마 안 되는 땅이지만, 생산량은 일본의 총생산량을 웃돈다.

현대의 오스트레일리아는 물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으나, 그냥 풀어놓는(野放図) 축산을 중시한 것에 따른 폐해이며, 계획적으로 농업을 운영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쌀은 어떠냐"


"충분히 재배 가능합니다"


그다지 알려져있지는 않으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쌀은 재배되고 있다.

쌀 재배 뿐만 아니라, 벼농사(稲作), 곡식 농사(穀作), 콩과(マメ科)의 목초(牧草) 재배와 방목(放牧)을 로테이션으로 하는 것으로 제한된 땅에서 정말로 많은 산물을 얻을 수 있다.

일본과 달리 자연재해가 적고, 그러면서 사계절에 가까운 계절감이 있기에, 오스트레일리아는 벼농사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선주민(先住民)이 있습니다만, 그들의 성지(聖地)를 침범하지 않는 한 우호적입니다. 그들의 성지는 불모의 황야 부분에 있기에, 저희들이 신경쓸 일은 없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선주민족인 애버리지니(Aborigine)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성지 울루루(Uluru, 영국의 탐험가가 에이어즈락(Ayers Rock)이라고 이름붙였다)에 침입하지 않으면 우호적인 태도로 접해온다.

설령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르더라도 그렇다. 그런 이유로 영국인 입식자(入植者)들은 처음에는 그들과 다툼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입식자인 영국의 유형수(流刑囚)들은 점차 오만한 태도를 취하게 되어, 이윽고 스포츠 헌팅이라고 칭하고 많은 애버리지니를 학살하기에 이르렀다.

사우스 웨일즈 주의 도서관에는, 당시의 영국인 입식자들이 애버리지니의 학살을 스포츠 감각으로 즐겼던 것을 나타내는 일기장이 남아있다.

1600년 무렵에는 100만명, 700개 이상의 부족이 있었던 애버리지니는 1937년까지 백인에 의해 학살당하여, 태즈매니아 섬의 애버리지니는 절멸, 오스트레일리아 본토는 수만 명 정도로까지 줄어들었다.

그 이후에도 오만한 백호주의(白豪主義)에 의한 강제 동화 정책이 실시되어, 1970년까지 많은 애버리지니들이 강제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버리게 되었다.


"저로서는 그들과 우호적으로 접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그들과 다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깊이 관여하는 것은 금물이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관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적인 스포츠 헌팅, 물가에 독을 풀거나, 애버리지니를 외딴 섬에 내버려두어 굶어죽게 하거나 하는 짓을 한 영국 입식자들이지만, 시즈코에게는 백인지상주의 같은 사고는 티끌만큼도 없다.

물론, 속셈(下心)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부족이라고는 해도 선주민족과의 커넥션을 얻게 되면, 다른 부족과 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즈코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옥한 곡창지대에서의 농산물과 지하자원이다. 타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독립국으로서의 체재를 갖출 필요는 있지만, 그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남만인의 침략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서는 군사력도 필요한가"


"호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륙입니다. 나라를 만드는 데는 10년, 20년은 보는 게 좋겠지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든다는 것이구나.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어깨를 움츠린 노부나가는, 말과는 달리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백성조차 없는 장소에 나라를 세우려면 방대한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선은 눈 앞의 적을 처리하지 않으면, 호주에서의 국가 수립 같은 건 그림의 떡이지"


"옛. 우선은 타케다(武田)이겠죠. 하지만 이쪽은 문제없습니다. 현재까지는 타케다는 제 계획(棋譜) 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든든하구나. 나는 네 계책을 따라 타케다와 일을 벌이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겠다. 속이 검은 너구리(※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도 타케다와 표면적으로 대립하지 말라고 서신을 보냈다. 지금쯤 너구리놈은 꽤나 부루퉁해 있겠지"


"……대답은 삼가겠습니다. 타케다 다음은 우에스기(上杉)…… 라고는 해도 사도(佐渡)의 금광(金山)이 목적이므로, 우에스기에 대해서는 유화(宥和) 정책으로 문제없겠지요. 타케다는 오다의 이름을 일본 전역에 떨치기 위한 산제물(生け贄)이니 멸망시켜야 합니다만"


"타케다가 산제물이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발언이구나"


말과는 달리 노부나가는 대답하게 웃었다. 그는 시즈코에게 설명을 듣고, 이미 타케다와 전쟁을 해도 이길 수 있는 계획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걸 전면에 드러내면 타케다가 경계하여 움직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코우슈(甲州)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5명에 필적한다'. 노부나가에게는 어떻게든 그 말을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평소에도 전쟁시에도, 병사의 이미지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병의 이미지가 붙는 것만으로 쓸데없는 전쟁을 회피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적에게 보이지 않는 압력을 줄 수 있다.


"앞서도 말했으나 네게 우선적으로 자금(金子)을 주겠다. 충분히 준비하여, 마음껏 이름을 날려라"


"옛!"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시즈코 군 중에 유일하게 시식회(試食会)에 참가하지 않은 아시미츠(足満)는 신사(神社)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나무숲에서 대나무를 모으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나무를 필요로하지 않았던 아시미츠였으나, 바이오 코크스를 만들 수 있다면 대나무는 좋은 원료가 된다. 하지만, 수분을 빼는 데 시간이 걸리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벌채하여 건조시키고 있었다.

가장 적합한 원료는 메밀껍질(そば殻)로, 알갱이의 굵기나 수분량이 거의 이상적이다. 건조나 분쇄 가공은 필요없고, 메밀껍질을 그대로 바이오 코크스 제조에 투입할 수 있다.

아직 메밀껍질은 중요시되고 있지 않다. 용도로서는 토양 만들기(土作り)에 이용되거나, 베개의 소재로 쓰이는 정도로, 그것들도 꼭 메밀껍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메밀껍질은 바이오 코크스의 원료로서는 이상적인 소재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메밀껍질만으로는 불안하기에, 아시미츠는 다양한 재료로 바이오 코크스를 제조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사람을 고용할까. 아니, 벌채에 시간이 걸리지. 나라면 칼로 금방 할 수 있지만, 다른 자들은 나타(鉈)라도 준비할 필요가 있으니 번거롭군"


아시미츠가 허리에 차고 있는 칼(太刀), 분류적으로는 대태도(大太刀)에 속하는 칼은, 현대 과학과 전통 기술이 융합되어 탄생한 걸작이었다.

실전을 위해 칼날이 두꺼운 칼날이 불룩하게(蛤刃) 되어 있는 아시미츠의 칼은, 참격 능력(斬撃能力)이라면 어떠한 명도(名刀)라도 추종을 불허한다. 손질이 조금 번거로운 점을 제외하면, 지고(至高)의 무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그가 손에 장비하고 있는 토시(小手)에도 같은 기술이 사용되었다.


당연하지만 대나무를 베는 것 정도는 아시미츠에게는 식은 죽 먹기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한 그루, 나란히 있을 경우에는 몇 그루의 대나무를 한꺼번에 벌채할 수 있다.

오해되기 쉬운데, 일본도는 다루기가 어려워서, 초짜(素人)가 명도를 휘둘러도 금방 못쓰게 된다. 마찬가지로 달인이라고 해도 무딘 칼을 쓰면 금방 칼날의 이빨이 빠진다.

탁월한 실력을 가진 자가 명품을 다루어야 처음으로 일본도는 진가를 발휘한다. 그 정도로 일본도를 다루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역자 코멘트: '천재만이 다룰 수 있는 최고의 검(=무기)'이라는 전형적인 일본인의 무기에 대한 허상적 클리셰로군요)


"흡!"


적당한 사이즈로 보인 대나무를, 아시미츠는 기합과 함께 뿌리 부분을 절단했다. 조금 지나 중력을 따라 쓰러진 대나무를 치운 후, 뿌리 쪽을 허리에 찬 나타로 십자로 쪼갰다.

이것은 절단면에 물이 고여서 모기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과 동시에 빨리 썩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정도면 되겠지. 경트럭이라도 있으면 한번에 옮길 수 있는데, 그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지"


아시미츠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본도로 대나무를 벌채했던 때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시즈코의 시대였기 때문에, 칼로 하는 벌채는 이래저래 수고가 들어갔지만, 벌채 후의 운반은 대단히 편했다.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경트럭에 싣고, 짐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밧줄로 묶으면 고생없이 운반할 수 있었다.


(광차(トロッコ) 같은 게 있다면…… 아니, 관두자. 운반되는 모습이 대단히 우스꽝스럽겠군)


대나무와 함께 자신이 광차로 운반되는 모습을 상상한 아시미츠였으나, 즉시 그것을 머리 속에서 털어냈다. 바이오 코크스용과는 다른 용도로 필요한 청죽(青竹)을 짊어진 아시미츠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나 그 발은 즉시 멎었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로부터 화살이 날아와 아시미츠의 바로 옆의 땅바닥에 꽂혔다.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수(射手)를 찾을 수는 없었다. 한숨과 함께 땅바닥에 꽂힌 화살을 뽑았다.

화살의 중앙 부근에 종이가 묶여 있었다. 소위 말하는 화살편지(矢文)라는 것이었다. 편지를 한번 본 후, 아시미츠는 대나무를 짊어지고 신사로 돌아갔다.


"어라, 시간이 꽤 걸리셨는데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신사에 돌아가자 아저씨즈(s) 중 한 명인 미츠오(みつお)가 생선을 해체하며 말을 걸어왔다. 다른 한 명인 고로(五郎)는 필사적으로 불의 세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츠루히메(鶴姫)와 시녀인 시바(柴)가 있었다.


"적당한 청죽을 찾다보니 시간이 걸렸다. 이쪽도 준비를 시작하지"


"잘 부탁합니다"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운반해온 청죽에 가지치기(대나무 가지를 잘라내는 행위)를 한 후, 적당한 길이로 잘랐다. 다음으로 대나무 마디를 1번 밑으로 전부 뚫었다.

여기까지가 아시미츠의 작업이었다. 필요한 처리를 마친 아시미츠는, 그 걸음으로 고로가 조정하고 있는 모닥불에 다가가더니, 아까 날아온 화살편지를 던져넣었다.

순식간에 편지째로 화살에 불이 붙었지만, 아시미츠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다시 미츠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가와서 갑자기 화살을 던져넣은 것에 고개를 갸웃한 고로였으나, 아시미츠가 기괴한 행동을 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불을 조정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생선을 망지(網脂, ※역주: 소나 돼지의 내장 주변에 붙어있는 그물 모양의 지방. 한글로는 적당한 단어가 검색되지 않았음)로 감싸 대나무에 넣고, 그 후에는 대나무를 굽기만 하면 민물고기의 청죽구이(青竹焼き)가 만들어집니다"


"다음에는 청죽으로 지은 밥이군. 그 사이에 돼지국(豚汁)이 만들어지면 완벽하다"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입니다만"


"어-이, 아저씨랑 아시미츠 씨. 불 준비가 다 됐어-"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항상 하는 말을 주고받으며 세 사람은 요리를 계속했다. 기본적으로 밑준비를 한 후에 대나무째로 굽는 요리가 많았기에, 대나무를 조리용으로 가공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제 남은 건 굽는 것 뿐이다. 미츠오는 부인을 돌봐주기라도 해라"


준비가 끝나고 대나무를 굽기 시작했을 무렵, 아시미츠는 미츠오에게 말했다. 고로도 같은 의견인지, 휘파람을 불며 미츠오를 힐끗 보았다.


"뭡니까, 기분나쁘게요. 또 뭔가 꾸미고 있는 건 아니겠죠?"


"호~, 끝까지 시치미를 뗄 셈이냐. 그래서…… 부인은 몇개월째냐"


아시미츠의 지적에 미츠오의 표정이 굳었다. 당황해서 고로 쪽을 쳐다보자, 그는 미츠오의 표정을 보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모두 알려졌다는 것을 이해한 미츠오는, 몸을 작게 움츠리고 머뭇거리며 물었다.


"……언제 눈치채셨나요?"


"처음부터다. 네놈의 태도는 뻔하지. 평소와 달리 묘하게 부인을 신경쓰고 있으면 누구든 눈치채지. 하여간, 뭐~가 어린애니까, 냐. 할 건 빠짐없이 다 했구만"


"아니, 저도 말이죠.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수치심이 들었는지, 미츠오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몸을 흔들었다. 아시미츠는 미츠오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솔직해져라, 미츠오"


"아니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시미츠 씨라면 아시겠죠. (이 시대의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말입니다"


시대 운운하면 고로가 수상쩍게 생각하므로, 그 부분만 목소리를 작게 하며 미츠오는 반론했다. 그러나, 아시미츠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어깨를 움츠렸다.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남자는 다들, 젊은 여자를 좋아하니까"


"그 말투는, 제가 지조(節操)없는 남자라는 걸로 들리잖습니까"


"아니냐?"


"전력으로 부정하겠습니다. 아니, 딱히 츠루히메 씨가 싫은 건 아니거든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멋지고, 공주님(姫君)이면서도 오만한 구석도 없고, 정말 멋진 옛 야마토 나데시코(大和撫子)라고 할까요. 축산은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중노동인데, 싫은 표정 없이 도와주고…… 아니 뭡니까"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미츠오였으나, 아시미츠와 고로는 배가 다 부르다는 듯한 태도였다. 고로의 경우 이마에 손을 대고 보라는 듯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들으셨습니까 고로 씨. 이게 전설의 '미츠오의 자랑질(惚気)'이지요"


"알고 있답니다 아시미츠 씨. 분명히 오다 나으리께서 딸을 측실로 받아달라고 했을 때 아저씨가 성대하게 자랑질을 해서 없었던 일이 된 사건 말이군요"


"그렇지요 고로 씨. 오다 나으리를 앞에 두고 반 각(刻) 가까이 자랑질을 한 그겁니다. 정말 뜨겁지 뭐에요"


"그러네요 아시미츠 씨. 저는 벌써 더위 떄문에 땀으로 범벅이에요"


아주머니들이 우물가에서 수다를 떠는 것(井戸端会議)처럼 아시미츠와 고로는 땅바닥에 쭈그려앉아 소근소근 이야기했다. 미츠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눈 앞의 두 사람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미츠오, 너는 부인을 아껴주고 와라"


"맞아, 아저씨. 이대로는 대나무가 아저씨의 자랑질에 타버리겠어"


하지만 두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도 쇠귀에 경읽기이고, 들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성대하게 한숨을 쉰 후, 아시미츠와 고로에게 "요리를 부탁합니다"라고 중얼거리고 츠루히메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요리는 이제 끝난 건가요, 미츠오 님"


옅게 미소지으며 츠로이메는 미츠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까까지 앉아있던 장소에서 비켜서 거기에 미츠오가 앉게 하려고 생각한 츠루히메였으나,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미츠오는 어깨에 손을 얹어서 멈추게 했다.


"안 됩니다, 좀 더 몸을 아껴 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츠루히메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미츠오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아까까지 불가에 있었기에 겨울바람의 추위에 뼈가 조금 시렸다.

하지만 미츠오는 결코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츠루히메의 어깨에 캐시미어(cashmere) 숄(stole)을 걸쳐주었다. 정성껏 키운 캐시미어 산양으로부터 얻은 털을,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 가져가서 짠 명품이다.


(정확히는 캐시미어는 아니지만, 귀찮으니 캐시미어라고 해두죠. 하지만, 시즈코 씨는 굉장하네요. 그만한 사람들을 종이 한 장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미츠오 개인이 털을 가져가도 틀림없이 문전박대당할 것이 뻔하다. 사실, 시즈코로부터 받은 편지를 보여주기 전에는 쌀쌀맞은 반응을 보였다.

캐시미어 산양의 털에서 실을 만들고, 그것들을 지정한 색으로 염색한다.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는 있으나, 비단(絹)이나 목면(木綿)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짜면 원하는 제품은 완성된다.

말로 하는 건 쉽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구별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장인들의 입장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람이 가져온 것 따위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었다.


(하지만, 시즈코 씨의 편지를 보여주자 태도가 확 바뀌었죠. 그건 굉장한 태도변화였습니다)


"왜 그러시나요, 미츠오 님?"


생각에 잠겨있는 미츠오를 츠루히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니, 별 거 아닙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한 것 뿐입니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우(親友)가 두 명이나 있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부인이 곁에 있으니까요"


말하면서 츠루히메의 어깨를 감싸안고 미츠오는 그녀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것인데, 츠루히메는 공주님으로 대우받기보다 한 개인으로서 대우받는 것을 선호했다.

그것은 전국시대, 여성은 정치의 도구나 약탈품이라는 취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츠루히메는 갓난아기 때, 몸이 약했기에 친족에게 함부로 다루어졌다.

그 때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츠루히메에게 입장이 아니라 그녀 자신에게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생겨났다.


"괜찮습니다. 소첩은 어디로도 가지 않습니다. 미츠오 님을 남기고 죽지도 않습니다. 돌을 씹어먹더라도 살아남아 보이겠습니다"


미츠오의 마음 속의 말을 헤아린 츠루히메는, 미츠오의 손에 자신의 손을 덮었다. 순간 놀란 미츠오였으나 즉시 미소를 떠올리면서 어깨를 안은 팔에 약간 힘을 주었다.


"죄송합니다. 당신에게 그녀를 겹치는 듯한 말을 해버려서. 이래서는 언제까지고 몹쓸 남편이군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츠오 님은 소첩에겐 과분할 정도의 남편이십니다"


츠루히메는 미츠오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다.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으며 한 점의 흐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츠오는 어깨를 감싸안았던 팔을 풀더니 츠루히메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탕을 뱉을 정도로 달콤하구만"


"보고 있는 이쪽이 다 부끄럽네요"


"놀리지 마세요. 모처럼의 분위기를 다 잡쳤잖습니까"


아시미츠와 고로의 놀림에 미츠오는 한숨을 섞어 말했다.




혼간지(本願寺)의 요청에 응한 카이(甲斐) 국(国)의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은 이 무렵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다 가문을 뭉개버릴 계획이 서 있었으며, 그의 생각대로 각국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는 정세 속에서, 단 하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그의 생각에서 벗어난 인물, 그것은 시즈코였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기보다, 이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앞서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애초에 같은 무대에 서 있지 않고 마음대로 농락당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고노에(近衛) 가문의 딸은 동향을 읽을 수 없군. 어린 계집에 한 명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하면 그 뿐이지만, 뭔가가 걸린다)


겨우 여자아이 한 명에게 자신이 그리는 악보(譜面)가 뒤집힐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으나, 오랜 세월 동안 전장에서 길러진 감과 경험이 시즈코에게 주의하라고 경종을 울렸다.

따라서 안심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으나, 이게 생각처럼 모이질 않았다. 표면적(外枠)인 정보는 모여도 중요한 부분의 정보가 구멍이 뻥 뚫린 듯 빠져 있었다.

중요한 직책을 맡거나 비장의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건가 싶더니,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노부나가에 아까운 기색도 없이 넘겼다.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신겐은 짜증이 나고 있었다.


시점을 바꿔보자고 생각하여, 신겐은 시즈코가 아닌 주위의 무장들로부터 정보를 얻으려고 햇다. 그러나,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먼저 케이지는 가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행동만 눈에 띄었다. 아무 연락도 없이 며칠 집을 비웠나 싶더니, 돌아와서도 시종 먹고 마시기만 할 뿐이었다.

신겐을 포함한 타케다 가문 가신들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불려가 성으로 가고 있을 때, 케이지는 정을 통한 여자와 항구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다는 정보였다.

호위대(馬廻衆)이면서 전혀 그 책무를 수행하지 않고, 경호를 받아야 할 시즈코 자신이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주종관계냐면서 신겐 이하 타케다 가문 가신들이 머리를 감싸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밖의 인물들도 접촉해 보았으나, 사이조는 시즈코에게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데다, 나가요시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회유에 응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와 입장이 난처해질 이야기 어느 쪽도 마찬가지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가요시에 이르러서는 역린(逆鱗)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그때까지 웃고 있다가 돌연 표변(豹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를 죽였다.

그 두 사람보다 더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아시미츠였다. 왜냐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내면에 파고들려는 자는 예외없이 죽였다.


(이색적인 자들만 모인 무장들을 제어할 수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만큼 자기 주장이 강한 자들을, 어떤 수법으로 부리고 있는 것이냐)


시즈코에게는 부하들에게 포상으로 나누어줄 수 있는 봉토(知行地)가 없다.

또, 노부나가로부터도 봉토가 주어지는 기색도 없었다. 그렇기에, 전국시대 초기(初期)의 사고방식이 강한 타케다 가문으로서는 시즈코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즈코를 이해하려면, 노부나가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오다 가문은 다른 가문과 달리 가신들에게 주는 것은 봉토가 아니라 지위와 금전(金銭)이다. 소위 말하는 화폐경제를 권장하고, 고용도 금전 거래로 하고 있었다. 그것을 가장 많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주위가 따라오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봉토보다, 생산물을 살 수 있는 금전을 받는 쪽이 '이득이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토지를 개발하여, 다양한 산업을 일으키고 발전시켜, 시장에 물건이 넘치는 상태를 만든다. 그렇게 얻어진 돈을 일단 모아서, 가신들에게 뿌려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

가신들은 받은 돈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생활하며 사치도 즐긴다.

그러면 자연을 상대로 토지를 경작하며 운에 좌우되는 수확을 기다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賃金)을 받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눈으로 보면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 대부터 집안 소동이나 가신들끼리의 다툼이 많았던 신겐에게는 시즈코의 속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전력으로 오다에 대해 조사해라"


지금 이상으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느낀 신겐은, 가신들에게 호령을 내렸다.




"아하핫, 꽤나 유쾌한 상황이 되었구나"


노키자루(軒猿)로부터 돌라온 시즈코에 대한 보고를 듣고, 켄신(謙信)은 호쾌하게 웃었다. 간자들의 정보를 듣고 얼굴을 찡그렸던 신겐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웃을 일이 아니옵니다, 영주님(お実城様). 오다는 착착 적을 없애가고 있습니다"


카게츠나(景綱)가 헛기침을 하며 쓴소리를 했다. 그가 머리아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때는 존망의 위기에 섰던 노부나가였으나, 현재는 거꾸로 포위망에 참가했던 영주(国人)들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롯카쿠(六角) 씨는 멸망, 아자이(浅井) 씨는 대부분의 지성(支城)이 함락되었고, 아사쿠라(朝倉) 씨는 카네가사키 성(金ヶ崎城)까지 함락된 상태다. 엔랴쿠지(延暦寺)는 사카모토(坂本)에 있는 미츠히데(光秀)가 눈을 번득이고 있어, 재기(再興)할 기색조차 없었다.

혼간지는 이시야마(石山) 혼간지까지는 함락되지 않았으나,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몇 번인가 오다 군을 공격했지만 지나치게 산발적이라 효과는 별로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그렇게 반(反) 오다를 외쳐놓고는 아직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걸 어떻게 웃지 않겠느냐"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손만 빨고 있어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겠지요"


카게츠나의 말에 켄신은 씩 웃었다. 그도 이대로 노부나가가 포위망을 깨부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카이의 괴물(巨獣), 타케다가 움직이면 오다 군은 한 주먹 거리도 되지 않겠지요. 그들의 강함은, 칼날을 맞대어본 우리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요"


타케다와 우에스기(上杉), 그리고 호죠(北条)는 때로는 동맹을 맺고, 때로는 전쟁을 벌이는 관계다. 타케다나 호죠의 강함은 뼈저리게 알고 있다.

타케다의 전쟁을 모르는 오다 군은 10분의 1에 불과한 타케다 군에게 박살날 것이 눈에 선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켄신은 카게츠나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반대로 말하면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놓치고 있는 맹점이 있는게 아닐까, 라고 그는 최근들어 생각하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타케다 군과의 전쟁을 너무나 가까이 느끼고 있었기에, 변화나 기회를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들은 타케다와 몇 번이나 싸웠다. 그렇기에야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쩌면, 오다 군은 우리들은 생각지도 못한 맹점을 찔러서 타케다 군을 격파할지도 모른다"


"설마, 그럴 리가요"


말하면서도 카게츠나는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다. 노부나가는 악운(悪運)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운(強運)으로, 본래는 멸망당했어야 할 오다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설마, 라고 생각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카게츠나는 생각해버렸다.


"물론, 대단히 쉽게 패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오다 님은 악운을 가진 분이다. 거기에 시즈코 님의 존재도 있지. 그녀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과연 그만한 힘이 있을까요"


"있을지도 모르고,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의 그녀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노키자루가 말하고 있다. 만약, 그녀가 진심으로 타케다와의 싸움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들은 그 결말을 예상할 수 없게 되지"


매사에 비할 데 없는 성과를 보여온 시즈코가, 유독 군사(軍事)에 관련해서만은 손대지 않는 것에 켄신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만한 영지(叡智)의 소유주가 군사에 대해서는 어둡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고 켄신은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오다가 크게 움직일 떄, 그 기점(起点)은 시즈코 님이 되겠지. 타케다도 호죠도 시즈코 님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후에는 그녀의 정보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다"


"옛, 노키자루에게는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를 올리도록 명하겠습니다"


"'그들'을 쓸 수 있다면 금방 접촉할 수는 있겠지만, 억지로 밀어붙이다간 기회를 놓치지"


켄신은 시즈코가 쿄(京)에 있을 때, 그녀에게 접근하게 시킨 2인조를 떠올렸다. 기후(岐阜)나 오와리(尾張)에서 우연을 가장해 만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주위에 쓸데없는 경계심을 품게 할 위험도 있다.


"그게…… 저……"


켄신의 말을 들은 카게츠나가, 보기드물게 우물거리는 태도를 취했다.


"왜 그러느냐, '그들'에게 뭔가 문제라도 생겼느냐?"


"……저, 말입니다. 그 녀석이 '시즈코 님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오와리로 가 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풉, 푸하하핫!

그거 참 유쾌한 이야기로다. 그 녀석은 시즈코 님을 보고 뭔가 심금을 울리는 것을 느꼈던 것이겠지. 내버려 두어라. 놔두면 알아서 불쑥 돌아오겠지"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뜬 켄신이었으나, 곧 표정을 풀고 크게 웃었다. 그런 켄신을 보고 카게츠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시식회는 대성황으로 끝났다. 도중에 시바타(柴田)와 히데요시(秀吉)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술을 사용한 후, 즉석의 연회(宴会)가 되어버린 점을 모른척 한다면, 말이지만.


12월도 후반에 접어들어, 큰 싸움도 없었기에 정월(正月) 준비에 들어간 시즈코에게 큐지로(久治郎)가 찾아왔다. 뭔가 주문했었던가, 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시즈코에게 큐지로는 어떤 것을 보여주었다.


"잊으셨습니까, 시즈코 님. 꽤나 예전이지만, 남만인(南蛮人)에게 이것을 받도록 명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항상 그렇듯 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듯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큐지로가 보인 것, 그것은 새장이었다. 새장 뿐만이 아니라, 짐승을 넣는 소형의 우리(檻) 몇 개가 발 밑에 있었다.

그제서야 시즈코는 큐지로가 무엇을 가져왔는지에 생각이 미쳤다. 잊고 있었던 것을 사과한 후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려 했다.


"아뇨아뇨, 바쁘신 것 같으니, 대금만 받으면 저는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큐지로는 이마를 탁탁 치며 사양했다. 정월을 앞두고 있으니 장사 이야기가 많은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의 말을 따라 아야에게 대금을 가져오도록 명했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뭔가 필요하시면, 꼭 저를 불러 주십쇼"


약속한 금액에 조금 더해 건네주자, 그는 아주 기분좋게 떠나갔다. 그와 교차하듯 비트만들이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시즈코가 있는 곳에 오면 평소에는 어리광을 부리지만, 이번에는 즉시 새로운 동물들의 냄새를 느꼈는지 우리에 대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경계하고 있었다.


"워워, 괜찮아. 그리고 이건 중요한 동물이니까 다치게 하면 안 돼"


비트만들을 쭉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아야(彩)와 쇼우(蕭)와 함께 셋이서 우리를 집 안으로 운반했다. 처음 보는 동물들에 두 사람은 질겁했지만, 실은 시즈코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즈코가 유럽 상인으로부터 구입한 동물은, 시즈코의 시대에는 멸종해버린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남획(乱獲)에 의해 19세기에 멸종한 큰바다쇠오리(オオウミガラス)였다. 외모가 펭귄을 닮았지만 대형의 바다새로 분류된다.

전장이 80cm 이상으로, 바다쇠오리(ウミスズメ) 종류 중에서 가장 큰 몸을 가진다. 남극에 있는 펭귄과 닮았는데, 본래는 큰바다쇠오리가 펭귄이라고 불렸었다.

하지만 멸종해버린 지금, 남극 펭귄이 펭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간에 대해 경계심이 별로 없고, 오히려 스스로 인간에게 다가올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하다. 먹이를 주려고 우리에서 내보내자, 경계심 없이 시즈코에게 다가왔다.

펭귄과 꼭 닮아서 귀엽다고 생각했으나, 환경의 변화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귀여워히지 않는 정도로 억제하고 먹이를 주었다.


큰바다쇠오리의 체크 겸 먹이주기를 마치자, 다음에는 마찬가지로 남획에 의해 19세기에 멸종한 바다밍크(ウミベミンク)였다.

큰바다쇠오리와 다른 점은, 큰바다쇠오리는 식용으로 포획되었으나, 바다밍크는 모피(毛皮)를 목적으로 포획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모피와 고기를 노리고 바다밍크 사냥을 했으나, 유럽으로부터의 입식자들이 더욱 열심히 모피의 수요를 채우려고 남획을 거듭했다.


이쪽은 경계심이 강하여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나, 바다밍크가 특별히 경계심이 강한 것이 아니라 밍크 종류는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

모습을 보니 배고플 거라 짐작한 시즈코는, 남아있던 생선을 우리에 던져넣었다. 그 순간, 바다밍크는 생선으로 쇄도하여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배가 불러서 만족했는지, 그대로 드러누워 잠을 자기 시작했다. 대답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고민되는 부분이었으나, 얌전해졌으니 됐다고 생각하고 그들도 큰바다쇠오리와 마찬가지로 사육지(飼育地)로 운반했다.


마지막이 멸종 동물 중 가장 유명한 새인 나그네비둘기(リョコウバト)다. 조류 중에서도 가장 개체수가 많아, 일설에는 50억에서 60억 마리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그네비둘기도 앞서의 두 종과 마찬가지로, 유럽이나 미국인에 의한 남획이 원인으로 20세기 초반에 멸종했다.

나그네비둘기의 고기는 대단히 맛있다고 하여, 도시에서도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그에 더해 미국은 화약의 원료인 초석(硝石), 유황(硫黄), 목탄(木炭)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 때문에, 그 그림자로 대낮을 어둡게 할 정도의 무리를 짓는 그들을 향해 총을 쏘면 나그네비둘기와 납탄이 같이 떨어져 내렸다.

그 후에는 탄을 재활용하여 계속 쏘면, 화약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나그네비둘기를 사냥할 수 있었다.


막대한 숫자를 자랑하던 나그네비둘기였으나, 번식력은 약하여 얼마 안 되는 개체만으로는 번식하지 못하고, 또 숫자가 많았던 점 때문에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워서, 그러는 동안 새끼(ヒナ)까지 계속 남획되었다.

19세기 말, 그 때까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있었던 나그네비둘기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보호에 나섰으나, 이미 기울어진 저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거기에 숫자가 줄어든 것 때문에 나그네비둘기의 가치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밀렵자들이 끊이지 않아, 20세기 초에 야생종(野生種)이 사냥꾼의 총에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야생종의 나그네비둘기가 멸종되었다.

동물원에서 약간이나마 사육되었던 나그네비둘기였으나, 야생종이 멸종된 지 수십년 후, 마지막 개체가 노쇠하여 죽게 되어 나그네비둘기라는 종은 멸종되었다.


"일본도 그렇지만, 앞뒤 생각 안 하고 사냥하는 건 어떻게 안 되나"


개체수가 많은 것이 꼭 좋지는 않다. 한 마리가 줄어들어봤자, 라는 심리가 작용하여 쉽게 사냥당하게 된다.

예전에 일본에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따오기(トキ)가 있었으며, 에도(江戸) 시대에는 따오기가 너무 많아서 논밭이 황폐화되어 버렸기에, 백성들이 윗사람들에게 따오기의 수렵 허가를 탄원했던 기록도 있다.

하지만 메이지(明治) 시대에 들어선 후 겨우 100년도 되지 않아 멸종해 버렸다.

깃털 목적의 사냥, 환경의 급격한 변화, 농약에 의한 수은중독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21세기 초에 일본 고유종인 따오기는 멸종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따오기는 중국의 따오기 뿐이다.


"일본의 도토리로도 괜찮으……려나?"


잘게 부순 도토리 열매를 줘봤는데, 나그네비둘기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먹이에 달려들었다.


나그네비둘기의 먹이는 나무열매나 씨앗으로, 먹이가 풍부한 지역을 찾아 이동했다. 도토리 외에도 초목(草木)의 씨앗이나 열매, 작은 곤충에 지렁이 등도 먹는다.

아메리카 대륙의 기후는 다종다양했기에, 먹이가 풍부한 지역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일단은 생태 관찰이라도 할까"


아주 약간 나그네비둘기의 고기가 궁금해진 시즈코였으나, 큰 돈을 내고 구입한 나그네비둘기를 쓸데없이 줄이고 싶지 않았기에 자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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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