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92 1572년 9월 상순
미츠오(みつお)는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육아에 필요해질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필요해졌을 때 허둥대지 말고 사전에 사두자고 생각한 것이다.
"최우선은 아기끈(抱っこ紐)일까요. 그게 있기만 해도 아기를 안은 채로 양손을 쓸 수 있어서 비약적으로 편해지니까요"
쇼핑이라고 해도 현대처럼 풍부한 품목이 갖춰져 있을 리도 없어, 필연적으로 구입하는 물품 수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오와리(尾張)에만 있는 육아의 수고를 경감해주는 획기적인 제품, 아기끈(子守帯(아기띠)라고도 함, ※역주: 아기끈, 아기띠 모두 의역입니다)과 분무기(霧吹き) 등 두 가지 만큼은 구입할 예정이었다.
아기끈은 부모가 장착하여, 아기를 안을 때 양손을 쓸 수 없게 되지 않기 위한 도구이며, 분무기는 아기의 하반신을 씻기 위한 도구이다.
당연하지만 아기는 스스로 변의(便意)를 제어할 수 없다.
현대같은 고성능 기저귀 같은 건 바랄 수도 없으니 실례(粗相)를 할 때마다 갈아줄 필요가 있지만, 매번 따뜻한 물에 담궈서 씻어주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럴 때 분무기가 활약한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미지근한 물을 넣은 분무기로 아기를 씻어주고 새 기저귀로 갈아주는 것이다.
"점주(店主), 이것 주십시오"
"매번 감사합니다"
아기끈 쪽은 간단히 구입할 수 있었다. 화폐경제가 침투하여 물물교환이 아니라 돈(金子)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편리했다.
물물교환으로는 양쪽이 원하는 물건의 가치가 맞도록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에, 본래 필요없는 것까지 구입하게 되는데다, 무엇을 등가(等価)로 볼지 파악하는 눈썰미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돈을 건네고 상품을 받아서 가방에 넣고 가방을 메었다. 다음으로 찾을 것은 분무기다.
아기끈은 용도가 한 가지라서 취급하는 가게를 파악하기 쉽지만, 분무기는 다르다. 원예(園芸)에도 사용하고, 화장(化粧)에도 쓰인다.
가게의 분류가 거리(街道) 별로 구별되어 있다고 해도, 분무기를 뭐에 분류할 지는 점주 마음이다.
"물건이 가득하네요. 처음으로 쿄(京)에 갔을 때는 농담인가 싶었을 정도로 썰렁했으니까요, 이 북적임은 좋은 일이군요"
줄지어 서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목표한 물건을 찾았다. 사반각(四半刻) 후, 농기구를 취급하는 가게에서 원하는 물건을 발견했다.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어 있어, 대, 중, 소 중에 대자와 중자 분무기를 골랐다.
대자는 자신이 쓰는 것이며, 중자는 츠루히메(鶴姫) 용으로 고른 것이다.
육아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각자 다른 책임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요구되는 역할이 다르며, 어머니만이 아기를 돌보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첫째 아이였던 딸 때는 뭐가 뭔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실패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다.
배를 아파하며 자기 아이를 낳는 어머니와 달리, 남자 부모는 자기 아이와 교류를 통해서 아버지의 자각을 가지는 것이라는 것을.
(세상은 난세, 내일도 알 수 없는 시대에 희롱당하는 아이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와 츠루히메 씨의 육아가 서서히라도 퍼져나가면, 그런 불행한 아이들이 줄어들지도…… 모르겠네요)
오와리, 미노(美濃)에 한정되긴 하나, 어린아이의 사망률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버려지는 아이들도 다소 줄었다.
설령 아이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 빠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오다 가문이 거두어서 시설에서 어릴 때 부터 가신(家臣)으로 키우고 있다.
물론 아무리 오다 가문이라도 무제한으로 거두어들였다간 파탄이 나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두고는 있다.
그리고 한 번 오다 가문에 거두어진 아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부모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애초에 선발에서 떨어지면 죽었을 목숨이다. 그런 부모에게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오다 영토 내로 한정하면 위생 환경도 좋고, 영양 상태도 비교적 좋기 때문에 일찍 죽어버리는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물론 현대와 비교하면 의료 기술이 떨어지므로, 운없이 병을 얻어 쉽게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미츠오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실례했습니다"
당황해서 앞을 보자, 부딪힌 상대가 안고 있던 짐이 땅바닥에 흩어졌다.
땅에 떨어진 것은 야채 종류였다. 밟혀버리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미츠오는, 순간적으로 쭈그려앉아 서둘러 야채를 주워모았다.
"아니, 이쪽이야말로 실례했습니다. 생각을 하다보니 앞을 보고 있지 않았군요"
상대도 사죄의 말을 하며 미츠오와 마찬가지로 야채 줍는 것을 도왔다. 다행히 오가는 사람들이 적어서 누구에게도 밟히지 않고 야채들을 모을 수 있었다.
군데군데 흙먼지가 묻었지만, 주인은 가볍게 손으로 털 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못쓰게 되었으면 변상해드릴테니, 사양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쪽의 잘못이기도 하니…… 꼭 보상을 해주시겠다고 하면,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차 말입니까? 딱히 상관없습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이 근처는 잘 알지 못하여, 어딘가 쉴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습니다"
미츠오의 안내로 근처에 있는 찻집(茶屋)으로 이동해 한숨 돌린 후, 미츠오는 그 남자에게 여러가지를 물었다. 그 남자는 시로(四郎), 병에 걸린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최근에 오와리로 왔다고 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이쪽으로 오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쪽에 온 이후로 어머니의 용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한 때는 금생(今生)의 이별을 각오했습니다만 안도했습니다. 처자식에게도 고생을 시켰지만, 겨우 안심시킬 수 있을 듯 합니다"
시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츠루히메에게 고생을 시켰기에, 미츠오는 시로에게 공감을 느꼈다.
"자녀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지요?"
"(세는 나이(数え年)로) 4살이 됩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항상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쪽으로 온 후로는 개구쟁이가 되어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하핫, 하지만 귀엽지요. 저도 바로 얼마 전에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거 축하할 일이군요"
그 말과 동시에 시로는 찻잔(茶碗)을 들었다. 의도를 헤아린 미츠오는, 찻잔을 손에 들고 시로의 찻잔과 건배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우리들의 친교가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라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은 차를 단숨에 마셨다. 다 마시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라는 것은 빨리 지나가는 법으로, 순식간에 반 각(刻)이 흘렀다.
아무래도 차 한잔으로 죽치기에는 조금 거북하다고 느낀 두 사람은, 점주에게 오래 자리를 차지한 것을 사과하고 가게를 나섰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죠"
"조심해 가십시오. 인연이 있어 또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맛있는 술이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그럼, 이만"
한 손을 들더니 시로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나갔다. 그야말로 담백한 이별이었으나, 미츠오는 이상하게도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로(五郎) 씨 이외에는 처음이네요. 이쪽의 친구가 생긴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다지 타인과 접하지 않았구나라고 미츠오는 생각했다. 그만큼 매일이 충실했다고도 할 수 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조금 판단이 서지 않았다.
"뭐, 괜찮겠지. 츠루히메 씨에게 돌아갈까요"
가방을 고쳐 메고는 미츠오는 츠루히메가 있는 병원으로 발을 옮겼다.
9월에 들어서도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는 성에 틀어박힌 상태였다.
그 침묵은 오다를 두려워하고 있다기보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제장(諸将)들이 생각하기 시작했을 무렵, 돌연 노부나가는 히데요시(秀吉)에게 성을 맡기고 자신은 기후(岐阜)로 귀국했다.
그 때까지 계속 아자이-아사쿠라 포위를 지휘하고 있던 노부나가가 9월도 반이 지난 16일에 돌연 귀국한 것을 주요 무장들은 괴이쩍게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도 품었다. 뭔가 좋지 않은 정보가 들어와서 그것 때문에 귀국한 게 아닐까 하고.
그것을 시사(示唆)하듯, 가신들은 일단 풀렸던 포위망이 서서히 재결성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번과 달리, 퇴로(退路)가 끊긴 것은 아니고, 쿄(京)가 적의 손아귀에 떨어질 기색도 없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기후로 귀국했다. 이 상태에서 포위망을 형성해봤자 오다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는 없다.
그래도 포위망이 형성되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다 측 무장들이 그에 대해 이런저런 예상을 하고 있을 때, 하나의 중대한 위기에 생각이 미쳤다.
"타케다(武田)가 공격한다, 입니까"
그 중대한 일을 걱정한 히데나가(秀長)는, 단도직입적으로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에게 질문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오다 포위망을 구축해봤자, 오다를 상대로 뼈아픈 일격을 줄 수 있는 전력 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한 번 무너진 포위망을 다시 한 번 구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대답이 나오겠지요?"
"흠…… 확실히 타케다의 움직임은 최근에 수상쩍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실례지만, 뭔가 생각이 있으십니까?"
"설마요. 하지만 약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타케다의 오다 침공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에 대해서는 조금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뭔가를 탐색하듯 눈을 가늘게 뜬 히데나가였으나, 곧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렸다.
"가능하면 학문이 얕은(浅学) 소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많은 군자금을 준비할 수 없습니다, 라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격해와도, 성에 틀어박혀 계속 저항하면 됩니다. 언젠가 그들의 군자금은 바닥나서 고향(国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혼간지(本願寺)가 있습니다. 그들이 자금을 제공하면, 타케다는 몇 년이고 싸울 수 있을 겁니다"
"설령 혼간지가 자금원조를 하더라도, 병사들의 마음까지는 살 수 없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그걸로 표면적으로는 납득한 히데나가였다. 하지만 이 때, 타케나카 한베에가 시즈코와 비밀스런 회담을 가졌던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인 히데요시는, 전투식(戦闘食)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으로 납득하고 있다. 하지만, 그거라면 어째서 회담을 비밀로 하고 있는가, 그것이 히데나가에게는 걸리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리는 없겠지요. 뭐, 상황을 보니 배신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기회가 있다면 알 수도 있겠죠)
모르는 걸 아는 것은 즐겁지만, 모르는 걸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도 즐겁다. 히데나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 이상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깊게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즈코 님에겐 언제나 놀라는군요. 저번의 포위망, 상대의 노림수를 정확히 읽고 오다 가문에 유익한 가신은 빈틈없이 살려낸 수완은 훌륭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지요. 과연 이번의 침묵도 또한, 뭔가의 묘안(妙案)이 있어서의 행동일지도 모르겠군요. 후훗…… 시시한 결말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시즈코 님)
오다 가문 가신들이 각자 생각과 의혹을 품고 있을 무렵, 신겐(信玄)은 거의 모든 가신을 불러모았다. 그 중에는 뒷날의 타케다 사천왕(武田四天王)이라고 불린 바바 노부후사(馬場信房)나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의 모습도 있었다.
"우리들까지 소집이라니, 영주님(御屋形様)께서는 진심이신 모양이군"
"오다의 꼬맹이를 비틀어버리는 데 우리들이 전군(全軍)으로 달려들 필요도 없지만, 땡중(坊主)들이 귀찮게 하는 것이겠지"
"그러고보니 아키야마(秋山) 님, 그대는 오다가 오우미(近江)에 눈을 돌리고 있는 동안 놈의 지성(支城)을 공격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가?"
"이봐, 아무리 영주님의 저택이라고는 해도, 큰 소리로 말할 내용은 아니지 않나"
각자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나, 신겐이 들어오자마자 대화는 딱 멈추었다. 신겐은 평소처럼 앉더니,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신무월(神無月, 음력 10월) 초부터 오다 영토를 공격한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신 일동이 엎드려 절했다(平伏). 이미 필요한 대화는 끝난 상태였다. 이후로는 준비를 갖추고 오다 영토로 침공하는 것 뿐이기에, 작전회의(軍議)는 금방 끝났다.
"그야말로 신속(神速). 허나 오다의 꼬맹이 정도에 쓸데없이 작전회의를 여러 번 열 필요도 없지"
"음. 영주님의 기보(棋譜)대로 움직이면 문제없지. 항상 승리는 확정되었으니, 이후에는 외통 장기(詰め将棋)를 둘 뿐"
이에야스(家康)와 노부나가를 쳐부술 계획은 세워져 있었다. 어느 정도 오만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병법의 "이기는 군대는 승리를 얻은 후에 개전한다(勝軍は勝利を得てから開戦する)"를 실천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았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부터 승리하고 있는 상태를 만들어 두면, 어떻게 진행되던 지지는 않는다.
그건 잘못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외통수로 몰아놓은 바둑판이라면, 전투를 개시한 순간 승리는 확정된다. 단, 신겐을 제외한 그들은 매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자신들이 "외통수로 몰아놓은 바둑판"을 얻으려 한다면, 당연히 상대도 "더욱 빨리 상대를 외통수로 몰아놓은 바둑판"을 얻으려 한다는 것을.
"각자, 실수 없이 싸울 준비를 해 두어라"
가신들에게 못을 박는 의미에서 신겐은 약간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한편, 기후로 돌아간 노부나가는, 각 방면의 정보 수집을 비밀리에 하고 있었다.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는 해도, 타케다가 공격해온다, 라는 사실에 그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지성 중 하나, 이와무라 성(岩村城)에서 타케다와 국지전(小競り合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명백한 도발 행위, 하지만 노부나가에게는 원군을 보낼 여유는 없다.
지금, 여기서 원군을 보내면 대(対) 타케다 전투에서 필요한 병력이 더욱 줄어든다. 그렇다고는 해도 원군을 보내지 않으면 다른 자들도 타케다에게 기울어져버린다.
(알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시즈코의 작전이라는 것을…… 하지만, 역시 답답하군(重苦しい). 이런 기분은 이마가와(今川)의 상락(上洛) 보고를 들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이미 신형 화승총, 이미 화승총이 아니라 다른 계통의 총으로까지 진화한 총이 수백정 제조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다.
그래도 노부나가는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총은 강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타케다를 굴복시킬 수 있을지 노부나가는 의문으로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그걸 시즈코에게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모두 맡기겠다'라는 선언에 그녀는 '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 물음을 던지면 자신은 시즈코를 신용하고 있지 않다, 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걸로 시즈코와의 사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노부나가의 전권 위임은 그 정도로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한 번 보낸 신뢰를 의심하는 것은 솥의 무게를 묻는 (鼎の軽重を問う, 실력자의 실력이나 능력을 의심하는 것, ※역주: 초(楚) 장왕(莊王)의 고사인 문정경중(問鼎輕重)) 어리석은 행동, 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던, 내가 아무리 생각해봤자, 타케다를 무찌를 계책을 찾지 못했지. 그 총과 시즈코의 작전, 그리고 녀석이 말한 '새로운 기술'에 걸어볼 수밖에 없다. 저번의 포위망에서도 녀석은 훌륭하게 해냈지. 여기서는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때, 자유분방하게 자고 있던 터키시 앙골라 토라지로(虎次郎)가 노부나가의 시야에 들어왔다. 잠깐 토라지로를 보더니, 그는 표정을 풀었다.
(그래, 초조해봤자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시즈코는 나보다, 아니, 오다 가문의 누구보다도 가장 위험한 곳에 뛰어드는 것이다. 녀석이 목숨을 걸고 있는데, 내가 우왕좌왕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평소처럼 듬직하게(どっしり)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노부나가는 토라지로의 등을 쓰다듬었다. 기분좋다고 말하는 듯, 토라지로는 표정을 풀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데굴거리면서 더 쓰다듬으라고 재촉했다.
턱 아래나 머리 등을 쓰다듬자, 토라지로는 완전히 흐늘흐늘해진 상태였다. 그 무렵에는 노부나가의 불안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음. 처음에는 짐승 따위, 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은 기분이 좋구나. 뭐였더라…… 분명히 마음의 불안을, 시즈코는 스투레수? 라고 했었지. 좋구나, 마음이 가벼워진다"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노부나가였으나, 그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다 가문은 성이나 요새(砦) 안에 있는 식량 창고 부근에 고양이를 풀어서 키우고 있다. 이것은 식량 창고에 있는 식량을 노리는 쥐에 대한 대책이다.
옜부터 일본, 아니, 세계의 위정자들은 식량 창고에 침입하는 쥐 때문에 골머리를 썩혔다. 그 쥐 대책 중 가장 효율이 좋은 방법이 고양이를 풀어 키우는 것이다.
일설에는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집고양이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리비아 살쾡이(リビアヤマネコ)를 식량 창고 주위에 풀어 키우고, 다른 장소로 식량을 운반하는 배에도 동승시켰다고 전해진다.
고양이는 쥐 사냥 능력이 높고, 또 식량 창고에 있는 식량을 먹어치우거나 하지 않는다. 생후 2개월부터 적절한 훈련을 시키면 사람에게 적의를 보이는 일도 없다.
수컷보다 암컷이 대접받는데, 고양이과는 암컷이 사냥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주의해야할 점은 부모가 쥐 사냥의 경험을 쌓았을 것과, 새끼는 클 때까지 부모에게서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사냥 수법이 전해진다. 전술한 대로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사냥의 수법을 보여주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육아기의 어미 고양이는 특히 우수한 사냥꾼으로 변모한다. 이것은 모성본능이 강한 어미 고양이가, 둥지(巣)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자기 자식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많은 사냥감을 잡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도 키우는 고양이가 주인에게 자신이 사냥한 쥐나 곤충의 시체를 가져오는 것은, 주인을 사냥을 못하는 미숙한 새끼 고양이라고 생각해서 식량을 나눠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오다 가문에서도 식량 창고를 노리는 쥐 대책을, 고양이를 풀어 키우는 것으로 해결했다. 쥐 대책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싸고, 간자 등의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먹이도 사냥하는 쥐만으로도 문제없고, 괜히 사람이 손을 대어 수렵 본능을 둔하게 만들 수도 없다. 물론, 사냥 성과가 나쁘면 먹이를 주기도 하지만.
"하하핫, 귀여운 녀석"
손을 끌어안고 부비부비거리는 토라지로를 보고, 노부나가의 뺨이 자연스레 늘어졌다. 하지만, 토라지로를 예뻐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여, 그는 자신에게 향해진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시선을 눈치채자, 재빨리 토라지로를 안아들고 거리를 벌렸다.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작은 칼(小刀)을 품에서 꺼내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시선의 주인이 누군지 깨닫자, 노부나가는 손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얼 하고 있느냐"
아까까지의 긴박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노부나가의 표정에 어이없음이 떠올랐다. 입구가 약간 열리고, 거기서 얼굴을 비추고 있는 인물은 노히메(濃姫)였다.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짓더니, 입구를 조용히 열었다.
"주군께서 사랑스러운 여아라도 희롱하고 계신가 하여, 이렇게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멍청한 것. 애초에 그런 생각 따윈 하지 않았지 않으냐"
노히메의 태도를 볼 때, 딱장대(堅物)인 노부나가가 토라지로와 놀고 있는 것을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짜증난다고 생각한 노부나가였으나, 추태를 보인 것은 그였기에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해봤자 창피만 더 당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여, 무슨 용무냐"
노부나가는 토라지로를 어깨에 태우고 있는 동안 옆에 앉은 노히메에게 질문했다. 상식을 초월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노히메였으나, 이유도 없이 노부나가가 있는 곳을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재미없어서 그럽니다"
"뭣이?"
"대단히 큰일(一大事)이 벌어지고 있는데, 주군께선 전혀 변함이 없으십니다. 그야말로 둔감할 정도로 동요하지 않으십니다. 조금은 우왕좌왕해서 소첩을 즐겁게 해주시옵소서"
"네 악취미에 대해서는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하고, 이제와서 우왕좌왕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후에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어머나, 매일 밤 그렇게 고민하시던 주군께서, 이제와서 묘안이라도 떠오르신 건가요"
"알고 싶으면 스스로 답을 찾아라"
"후훗, 확실히 답을 간단히 알게되면 재미없지요. 조각을 하나 찾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 또한 재미이겠지요"
거의 부부간의 대화라고 하기 힘들었으나, 이번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노부나가와 노히메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부부 사이는 최악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히메에게 다가가는 간자들은 많지만,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간자들은 몸으로 알게 된다.
"그렇다고는 하나, 실마리(足懸かり)는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하지 않고 소첩의 가슴속에 묻어두지요. 주군, 소첩의 생각을 알고 싶으시면, 스스로 대답을 찾아 주세요"
"아까의 되갚음이냐. 흥, 멍청이가. 네 생각은 훤히 알고 있다. 몇 년동안 너와 부부로 지냈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머나, 이거 기쁜 이야기네요. 주군께선 그토록 소첩을 생각해주시고 계신 건가요"
"좋을대로 생각해라"
"그럼 좋을대로 생각하지요. 자, 그럼 주군, 소첩은 시즈코에게 가겠습니다. 곧 맛있는 것이 많이 손에 들어오는 시기. 마츠(まつ)나 네네(ねね)도 불러서 식도락을 즐기고 오겠사옵니다"
달력으로는 가을에 들어서, 쌀을 포함한 많은 식재료가 모이는 시기이다. 시즈코 군은 직업군인이므로 농사일은 관계없지만, 백성(百姓)이었던 때가 그리운지 가까운 마을의 수확을 돕는 경우는 있다.
시즈코 자신도 중진(重鎮)으로 한계까지 출세하였지만 농사일은 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각국의 과일들은 지금 시즈코가 있는 곳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망고에 이어 바나나라는 작물을 수확하기 시작했다는 정보가 노히메에게 들어왔다.
"……좋을대로 해라"
노부나가는 노히메의 목적이 바나나인 것을 헤아렸으나,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바나나는 재배 시기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진다. 또, 현대의 씨없는 바나나와 달리, 전국시대에는 원종(原種)이라고도 할 수 있는 씨있는 바나나밖에 없다.
현대 일본의 농림수산성(農林水産省)에 의한 정의(定義)로는, 바나나는 과수(果樹)로 분류된다. 농림수산성의 기준으로는 1년초를 야채(野菜), 다년초를 과수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유통상으로서는 과일로 분류되고 있는 수박이나 멜론 등도 1년생 식물이며, 야채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야채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로서 '주식(主食)'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쌀이 주식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구미(欧米)에서는 쌀은 야채로 분류된다.
무엇을 야채로 하고, 무엇을 과실(果実)로 할지는 지역에 따라 정의가 달라진다.
"바나나라고 해도, 씨앗이 딱딱한데다 많아서 먹기 힘들어. 거기에 현대의 품종만큼 달지 않아"
현대의 바나나는 당분이 높지만, 야생 바나나는 말처럼 달지 않다.
개중에는 매쉬 포테이토에 가까운 식감을 주는 품종도 있으며, 과실이라기보다는 굽거나 튀겨서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또, 얼핏 보면 과실 이외에 이용할 수 있는 부위가 없을 것 같은 바나나이지만, 바나나를 수확할 후의 줄기 부분에서 튼튼한 섬유를 얻을 수 있다.
이 섬유는 성질이 삼베(麻)와 흡사하여, 대용품으로서 다양한 제품에 이용되고 있다.
바나나의 줄기에서 섬유를 뽑아내는 해섬(解繊) 공정에서, 화학약품에 의한 처리가 불필요한데다 수고가 별로 들지 않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현대에서는 그 재배량 때문에 산업폐기물 취급인 바나나 줄기이지만, 전국시대의 일본에서는 시즈코가 있는 곳에서만 소량 생산될 뿐이다.
따라서 따로 수고를 들여서까지 섬유를 얻을 필요는 없고, 기후를 타지 않는 삼베로 충분하다.
그 밖에도 파인애플의 잎사귀로부터도 섬유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치고는 얻을 수 있는 섬유량이 적어 생산성이 낮은 경향이 있다.
파인애플의 잎사귀에서 얻을 수 있는 섬유로 만들어지는 천은 필리핀에서 피냐(piña)라고 불리며, 우의(羽衣) 같이 얇고 섬세한 직물로 전해지고 있다.
피냐의 생산성이 낮은 하나의 원인은 엽맥 섬유(葉脈繊維)이기에 끊어지기 쉬워서, 필요한 길이로 자아내려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참고로, 현대에서는 다루기 쉬운 견사(絹糸)를 날실(経糸)로 이용한 실크 피냐(piña silk)가 개발되어, 생산성과 수요가 늘어났다.
"꽃봉오리(つぼみ)도 먹어봤지만, 의외로 보통이네"
바나나는 보라색 꽃이 피고, 그게 시든 후에 위에서 순서대로 과일로 변한다. 하지만, 끝부분에 큰 수술(雄しべ)이 남고, 이 수술은 과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잘라낸다.
내버려둬도 알아서 땅으로 떨어지지만, 잘라내면 과일에 더욱 많은 양분이 보내어진다. 또, 일본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꽃봉우리도 야채로 취급되어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
바나나의 꽃봉우리는, 죽순처럼 껍질을 벗겨서 안쪽 부분만을 먹는다. 식감은 꽃봉우리와 닮았으나, 생으로는 조금 먹기 힘들고, 위생상의 관점에서도 끓는 물에 데쳐먹는 쪽이 좋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갱 후어플리(แกงหัวปลี, 이름 그대로 바나나 꽃봉우리 스프, ※역주: 발음은 구글번역에서 들리는 대로 적었는데, 정확한 발음명칭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지적 바람)가 정석이다.
"뭐 내버려뒀다 썩어도 아까우니, 바나나를 수확해서 돌아가자"
벌레가 붙지 않도록 자루를 씌워놓은 바나나에서, 잘 익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선별해서 수확했다. 현대에서는 익기 전에 수확해서 운반 도중에 후숙시키는 방법이 일반적이지만, 상품이 아니기에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씨앗으로부터도 재배할 수 있지만, 바나나는 뿌리에서 나오는 흡아(吸芽)를 분주(株分け)하여 늘리는 쪽이 좋다. 그렇다고는 해도, 씨앗이나 흡아나 성장 스피드나 수확 시기는 별 차이가 없다.
단순히 조리에 쓰이는 일이 많기 때문에 씨앗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 뿐이다.
다만 분주는 클론이 늘어날 뿐으로, 품종개량을 하기 위해서는 씨앗을 채취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우량개체의 과일은 식용으로 쓸 수 없다.
씨앗과 흡아, 양쪽 모두 재배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 형질을 고정시켜가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작물과 다르지 않다.
"좋아, 돌아가자"
바나나가 든 바구니를 메고 시즈코는 비날하우스를 나섰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눈에 익은 가마(駕籠)가 보였다. 반사적으로 시즈코는 몸을 돌렸다.
"에잇, 도망치다니 어떻게 된 것이냐"
하지만 몸을 돌린 순간, 등 뒤에서 양 어깨를 붙잡혔다. 어느 틈에 다가와서 등 뒤로 돌아갔는지 시즈코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모른다.
"도망친 게 아니에요ー. 준비가 필요하려나ー 라고 생각한 것 뿐이에요ー"
약간 교과서를 읽는 듯한 말투로 시즈코는 변명했다. 변명은 통하지 않은 듯, 대답 대신 볼이 잡아당겨졌다.
"그쪽에는 부엌도 창고도 없느니라. 나를 피하다니 쓸쓸하구나"
"아아으이, 아우에어(알겠으니, 놔 주세요)"
"오오, 그랬지. 그래서, 바구니에 든 것은 무엇이냐?"
시즈코의 볼을 잡아당기는 것을 그만둔 직후, 노히메는 재빠르게 시즈코가 바구니를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안에는 본 적도 없는 형상을 한 것이 들어있어, 노히메는 즉시 흥미가 일었다.
"남만의 과일인 바나나에요. 전에 카톨릭(伴天連)에게 헌상받아서 영주님께서도 드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록으로서 남아있는 것 중에는, 일본에서 최초로 바나나를 먹은 것이 노부나가라고 한다.
어쩌면, 그 이전에 바나나를 먹은 일본인이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기록에 없는 것은 고려되지 않는다.
현대의 씨없는 바나나는 돌연변이로 태어난 것이기에, 당시에 노부나가가 먹은 것은 씨가 잔뜩 들어있는 바나나라고 생각되고 있다.
"오오, 그랬지. 뭔가 씨가 잔뜩 들어서 먹기 힘들다, 라고 불평하셨었지"
"뭐 그렇네요…… 아무리 봐도, 그대로 먹는 것은 아니죠"
원종 바나나에는 단단한 씨가 가득 들어있다. 이걸 씨없는 바나나로 만들려면, 원종 바나나를 '2배체(二倍体, diploid)'(염색체 숫자가 2의 배수로 되어 있음) 상태에서 '3배체(三倍体, triploid)'(염색체 숫자가 3의 배수로 되어 있음) 상태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염색체가 3배체로 변이하면 세포 분열이 불규칙해진다. 그에 따라 씨앗이 잘 생기지 않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숙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에서는 작물 뿐만 아니라 물고기 등도 3배체로 만드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히다오오아마고(飛騨大天女魚, ※역주: 검색해봐도 한글 명칭이나 영어 명칭 등을 찾을 수 없어 그대로 적음) 등 일부에서는 방법이 확립되어 실용화되어 있다.
그 이유는 성적으로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산란에 영양을 빼앗기지 않게 되고, 육질도 변하지 않은 채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이유는 있으나, 3배체의 동식물의 최대의 이점은, 인간이 식용하는 데 편리하고, 자손을 남길 수 없기에 생태계에 대미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3배체 물고기의 자연 수역(水域)으로의 방류는 수산청(水産庁)의 요강(要綱)으로 금지되어 있음)
"생선처럼 씨앗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냐?"
"아마고(アマゴ) 말인가요? 그건 알을 미지근한 물에 담그기만 하면 환경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바나나는 방법이……"
아마고의 수정란을 통상적인 환경에서 키우면 2배체의 염색체를 갖는 아마고가 탄생한다. 하지만, 수정란을 미지근한 물에 담근다는 환경변화를 일으키면, 3배체의 아마고가 탄생한다.
인간이 볼 때는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이나 별 차이는 없지만, 물고기에게는 따뜻한 물이라는 시점에서 큰 환경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에 의해 3배체의 아마고가 탄생한다. 통상 1년이면 산란하고 수명을 다하는 아마고가, 3배체가 되면 산란하지 않고 몇 년 동안 계속 성장한다.
염색체의 변화, 라고 하면 유전자 조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실제는 미지근한 물에 담그거나 통상적인 환경에는 없는 수압을 가하는 등, 동식물에게 환경 변화라고 인식시켜서 본래 배제되는 염색체를 유지시켜 3배체로 만들고 있는 것 뿐이다.
또 '초남성 증후군(supermale syndrome)'이나 '초여성 증후군(triple X syndrome)',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 등, 인간에게도 3배체 같은 염색체의 돌연변이는 일어난다.
"아마고는 연어(鮭)의 부록 같은 거였고, 3배체로 하는 쪽이 이득이니까요"
"처음에 그게 아마고라고 했을 때는 나를 놀리는 줄 알았느니라"
3배체 아마고는 성장 상황에 따라 무려 1kg까지 성장한다. 평균 100g인 2배체 아마고와 비교하면 다른 물고기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600g의 3배체 아마고를 내놓았을 때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꿀밤을 맞을 뻔 했다.
"약간의 환경 변화로 본래와는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되니, 생물이란 건 참 신비하지요"
"그럴듯한 말을 해서 내 질문을 피해가지 말거라"
"들켰나요. 바나나로도 가능하지만, 식물은 꽤 어렵거든요. 그래서 3배체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언제 생길지는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현대에서는 2배체의 씨앗 없는 바나나도 존재하지만, 그건 끊임없는 노력의 결정체이다. 그렇게 간단히 3배체, 2배체의 씨없는 바나나가 생기면 고생할 일이 없다.
현대에서는 씨없는 수박 등도 나돌고 있지만, 아마고나 은어(鮎)보다 손이 많이 간다. 우선 통상적인 수박을 재배하고, 싹이 날 시기에 콜히친(Kolchizin) 등의 약품을 싹에 바른다.
이걸 그대로 키우면 4배체(tetraploid)의 수박이 된다. 이듬해, 4배체의 수박에서 채취한 씨앗을 뿌려, 2배체의 수박과 수분(受粉)시켜 키운다.
키운 수박에서 씨앗을 채취하면, 그 씨앗은 3배체의 씨앗이 되어 있다. 그걸 키우면 3배체, 즉 씨없는 수박이 탄생한다. 단순 계산으로 3년이나 걸리는 셈이다.
그동안의 수고와 시간을 생각하면, 씨없는 수박이 시장에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마. 우선은 시즈코가 들고 있는 바나나인가 하는 걸 즐겨보도록 하지"
"(아, 역시 먹는구나) 그럼, 여기 있습니다"
시즈코는 바구니에 들어있던 바나나에서 한 송이를 골라, 가장 끝의 바나나를 하나 뗴어냈다. 노히메에게 건네자, 그녀는 바나나를 받아들고 껍질을 벗겼다. 잠시 열매를 감상한 후, 한 입 먹었다.
"단맛 속에 아련한 신맛이 있다. 그게 단맛을 돋우는구나. 씨앗의 처리가 조금 번거롭다만"
씨있는 바나나는 으름(アケビ)과 마찬가지로, 씨앗째로 입에 넣어 가식부(可食部)와 씨앗을 입 안에서 분리한다. 조금 먹기 피곤한 방법이지만, 씨앗이 단단해서 씹어부수는 것보다는 편하다.
씨앗을 씹어부술 정도로 노히메의 턱힘은 강하지 않다. 필연적으로 먹으면서 가식부와 씨앗을 입 안에서 분리하여 씨앗을 뱉어낸 후 가식부를 즐기고 있었다.
"주군께서 먹기 힘들다고 하신 것도 납득이 가는구나"
그런 말을 하면서도 바나나를 세 개 먹어치운 노히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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