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6 1571년 4월 상순



시즈코는 손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가 겐로(玄朗) 쪽으로 말머리를 향한 것을 보고 케이지(慶次)나 병사들도 시즈코를 따랐다.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다급하게"


"아까 전령이 왔습니다. 영주님께서 내일, 저택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땀을 흘리면서 겐로가 시즈코에게 전령의 내용을 전달했다. 이 시기에 노부나가가 호출하다니 희한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또 뭔가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건가, 아니면 평소와 같은 변덕인가, 판단하기 어려웠으나, 그녀에게는 간다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


"알겠어요. 내일 아침에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옛!"


기운좋게 대답한 후,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겐로는 달려서 그 자리를 떠났다. 시즈코는 호위병이나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쇼우(蕭)에게 내일에 대비해 준비하도록 명령했다.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으로 가는 것 자체는 자주 있는 일이기에 각자 탈없이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는 견학을 겸해 쇼우나 타카토라(高虎)도 동행시키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거관으로 향했다.

아시미츠(足満)만이 없었으나, 시즈코와는 다른 루트에서 노부나가에게 호출된 듯 했다. 즉, 아시미츠만 노부나가는 다른 계통의 인물로 취급하고 있다, 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전부터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시미츠 아저씨는 뭘 한 걸까?

요즘 묘하게 위험한 독초를 입수하고 있던데, 그쪽과 관계가 있는걸까)


아시미츠는 몰래 독초를 수집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즈코는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해외로부터의 입수 루트를 구축한 것은 시즈코 자신이었기에, 오다 가문의 연줄을 이용하여 해외에서 수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녀가 알게 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아시미츠가 감추고 있다는 것은, ,그걸 모르는 쪽이 좋다는 의미이다. 어설프게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해서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상황을 알면서도 아시미츠를 신용하여 일체 캐묻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기로 결정했다.


"영주님, 시즈코 님이 도착했습니다"


"들여보내라"


노부나가의 명령과 함께 소성이 조용히 맹장지를 열었다.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시즈코의 눈에 노부나가와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타키카와(滝川), 아케치(明智), 아시미츠(足満) 등 쟁쟁한 면면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수집 담당인 타키카와가 있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고개를 갸웃했으나,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전원 모였군. 그럼, 당장 이야기를 시작하지"


노부나가의 말에 전원이 표정을 조였다. 그가 일부러 소집을 한 인물들이었다. 중대한 대화가 될 것은 간단히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현재 상황을 이제와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주변국은 적 투성이, 배신자는 속출, 이라는 참담한 상태다. 이걸 타파하려면 하나씩 적을 없애가는 수밖에 없다"


의리가 두터운 우에스기(上杉)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오다 가문에 적대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타케다(武田)도 명확한 적의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오다 가문의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아사쿠라(朝倉) 가문, 아자이(浅井) 가문, 타케타 가문, 엔랴쿠지(延暦寺), 혼간지(本願寺), 사이카슈(雑賀衆), 나가시마(長島) 등 사방팔방이 적 투성이다. 타케다와 달리, 적극적으로 적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우에스기 가문도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오히려 우에스기 가문 같은 태도가, 섣불리 적대하는 자들보다 질이 나빴다. 아군인 척 하는 적은 대응을 잘못하면 대의명분을 얻을 수 없고, 또 내부에서 상대에게 동정적인 의견이 나오기 쉽다.


"아케치, 너는 변함없이 쿄(京)를 확보해둬라. 쇼군(公方)이 또다시 좋지 않은 일을 꾸미겠지만, 적당히 받아넘겨두도록"


"옛!"


노부나가의 말에 미츠히데(光秀)가 대답했다. 누가 어딜 담당할 것인가, 를 전달하는 자리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자신의 담당이 어디가 될지 조금 궁금해졌다.

이 자리에 불려왔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개인의 재량이 인정받았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소에 따라 좋은 활약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권력은 별로 원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발언력을 획득하려면 권력도 필요해지겠네. 뭔가 공을 세워서 토지의 인프라 정리에 힘을 쏟을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오와리(尾張)-미노(美濃)만이 번영하는 데 그쳐버리니까)


토지의 지배권을 임시로라도 받을 경우, 시즈코가 먼저 하는 것은 인프라 정비이다. 사람과 물건을 움직여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우선 인프라 정비가 만전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

인프라 정비가 끝나면 치안유지가 되지만, 그 무렵에는 다른 사람이 토지를 지배하고 있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장기간 특정한 토지에 묶어두지 않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는 존재이며, 토지의 생산력이 안정기에 들어가면 다시 자기 밑으로 돌아오게 해도 문제없다.


"시즈코, 너는 원숭이나 타케나카와 함께 아자이-아사쿠라를 막아라. 단, 아시미츠는 나와 함께 행동해라"


"옛! (아― 역시 아시미츠 아저씨는 다른 담당인가. 아마, 히에이 산(比叡山) 쪽이려나?)"


대답을 하면서 시즈코는 아시미츠가 별도 계통으로 호출된 이유를 이해했다. 하지만, 일부러 아시미츠만을 나누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부나가가 그 정도로 사람을 자기 밑에 두려고 생각할 정도로 얄팍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 네게 할 이야기가 있다. 남도록"


그 후에도 각자 담당이 정해졌다. 하지만 분담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나가시마를 공략한 후, 라는 것이었다.

목 앞에 들이밀어진 칼 같은 나가시마를 방치해두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한동한 군사 행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들겨놓아야 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가시마 상대라면, 이런저런 '병시'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나가시마에서 병력의 손해는 줄여두고 싶네. 라이플링 화승총은 아직이고, 그런 데서 폭약을 썼다간 나중에 지배하기가 어려워지지. 으―음, 역시 원거리 계열의 병기려나)


대화로 해결되면 제일 편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취할 방법은 하나, 상대를 대화 자리에 앉히기 위해 전쟁에서 승리한다.

다만, 나가시마를 철저하게 멸망시켜버리는 것으로 다른 잇코잇키(一向一揆)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노부나가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지독한 대응을 했기에 다른 잇코잇키가 숨을 죽였다.

시즈코도 그걸 본받아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자비없는 작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게 다른 잇코잇키를 억눌러서 양쪽 모두가 쓸데없는 피해를 입지 않는 결과가 된다.

어떠한 작전을 펼칠지 생각했으나, 이렇다 할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다 들은 시즈코는 군을 이끌고 귀로에 올랐다.


노부나가의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으로, 시즈코의 집을 새로 무가 저택(武家屋敷)으로 짓겠다는 것이었다. 신분과 집의 규모가 맞지 않는 것을 노부나가는 전부터 신경쓰고 있었다.

시즈코는 규모가 큰 집이 필요없었지만,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시즈코가 신분에 맞는 집을 가지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에 맞춰 시즈코가 사는 주변도 다양한 확장을 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뭐든지 다 결정된 사항이라, 시즈코가 의견을 개입시킬 여지는 하나도 없었다.

이것은 시즈코에게 맡겨두면 토지를 논밭에 잔뜩 할당하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관계상 어느 정도의 의견은 낼 수 있었으나, 채용될지는 반반이었다.


(머리가 아파…… 그만한 규모가 되면, 둘만으로는 부족해. 처음부터 사람을 늘릴 걸 전제로 계획을 세운 거구나)


무가 저택이 되면, 아야(彩)와 쇼우(蕭) 만으로 집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10명의 고용인이 필요해진다. 집에 들어가는 것도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번거로워진다.

그 대신 비트만들의 침소, 아카가네, 시로가네, 쿠로가네의 오두막, 땅거북들이 겨울을 날 오두막, 셰퍼드들의 침소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노부나가의 계획이 완료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격리 시설이나 마찬가지인 장소가 된다. 예를 들면 오다 영토 내에서의 쇄국 지역(鎖国地域), 에도(江戸) 시대에 존재했던 데지마(出島) 같은 것이다.


"……폐탕을 버리는 곳을 해자(堀)처럼 만들어서 약간 따뜻한 탕으로 둘러쌀까. 그거라면 온난한 기후의 동물들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프로이스 님에게 편지를 보내볼까"


시즈코에게 노부나가의 행동은 과잉으로 보였으나,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주위에 간자가 늘었다고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해 시즈코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노부나가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 노부나가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명령인데다 명확히 거부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오와리에 도착하자 시즈코는 군을 해산시키고, 각자 귀가하는 것을 지켜본 후에 먹이를 한 손에 들고 시즈코 전용의 연못으로 왔다.

시즈코 전용의 연못에는 홍백(紅白) 또는 홍색(紅一色)의 잉어와 컬러풀한 금붕어(金魚)가 입하되어 있었으나, 마침 바쁜 시기에 입하되었기에 그녀가 잉어와 금붕어를 떠올리는 게 조금 늦어졌다.

다행히 금붕어와 잉어는 잡식성이라 기본적으로 뭐든지 먹는다. 자칫하면 죽은 동료도 먹는다.

잉어는 하루에 몇 번씩 먹이를 줘야 하지만, 금붕어는 하루에 한 번으로 문제없다.


"자~, 먹이다"


먹이를 연못에 던져넣은 순간, 잉어나 금붕어들이 무서운 기세로 먹이에 달려들었다. 5분에서 15분 정도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넣은 후, 시즈코는 잉어나 금붕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질병이나 상처는 없이 건강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잉어나 금붕어의 연못에는, 드물게 위험한 생물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얌마 마루타. 이 물고기는 네 먹이가 아냐"


연못을 들여다보는 마눌고양이인 마루타를 시즈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안아올렸다. 아카가네나 쿠로가네는 새로운 물놀이터를 준비해주자 잉어나 금붕어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지만, 마루타만은 달랐다.


"후냐아아아아아!! 후욱―! 후욱―!"


갑자기 안아올려진 마루타가 위협하는 소리를 냈지만, 다리를 버둥거릴 뿐 박력은 전무했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시즈코는 마루타를 옆구리에 끼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기 직전에, 타마와 카이저가 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부근에 묘하게 큰 고양이, 가 아니라 환상의 동물이라고 하는 설표 두 마리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흑백의 반점 모양은 환상적이었지만, 지금은 흙으로 지저분해져 이래저래 모양새가 안 났다.


"윳키―, 시로초코―, 이런 데서 자면 지저분해진다"


설표로 판명된 후 수컷의 이름이 윳키, 암컷의 이름을 시로초코라고 지었다. 두 마리에게 말을 걸었지만, 자는 쪽이 우선인지 꼬리를 흔들 뿐 두 마리 모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한편, 카이저와 타마는 시즈코의 모습을 확인하자, 노는 것을 멈추고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후갸악!"


먼저 카이저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하고, 이어서 도착한 타마가 처음에 카이저의 등에 올라가고, 다음에 옆구리에 끼워져 있는 마루타의 등을 밟고 시즈코의 어깨로 뛰어올랐다.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등에 충격을 받았기에 마루타는 놀라서 주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마루타의 등을 발디딤대로 삼은 타마는 시즈코의 어깨 위에서 데굴거리며 아양을 부리고 있었다.

카이저도 마루타의 놀람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시즈코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결국, 주위를 둘러봐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는지, 마루타는 다리를 늘어뜨리고 다시 자기 시작했다.


"옳―지옳지, 추우니까 집 안으로 들어가자"


애교를 부리는 두 마리의 턱을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어깨에 타마를 태우고, 왼쪽에 마루타를 끼우고, 오른쪽에 카이저를 데리고, 조금 뒤쪽에 어느 새 일어난 윳키와 시로초코를 데리고 현관을 열었다.

아야나 쇼우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두 명의 마중은 없었다. 조금 쓸쓸하게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집에 들어가자 일직선으로 자기 방으로 향했다.

맹장지를 열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부근에서 뒤엉켜 자고 있는 비트만 패밀리였다.


"……내 방은 너희들 침실이 아니거든. 아니, 확실히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는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나"


마루타와 타마를 바닥에 내려놓고, 시즈코는 비치 체어에 누웠다. 원래는 해변이나 풀 사이드에 놓이는 비치 체어지만, 모처럼 넓은 방에 있으니까라면서 실내용으로 개조했다.

다만 실내용 비치 체어는 키소 노송나무(木曽檜)와 먹감나무(黒柿)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쓸데없이 고급품이었다. 쿠션도 비단과 목면과 삼베를 듬뿍 썼기에, 안락함은 최고였다.

그 밖에도 실내용의 해먹 등, 쾌적하게 뒹굴거리는 데 관해서는 충실하게 갖춰진 방이었다.


"……타마와 하나는 고양이집(猫ちぐら)을 쓰는데, 너는 어째서 내 배 위에 올라오는 걸까"


자신의 배 위에 올라와 있는 마루타를 쿡쿡 찌르면서 시즈코는 그렇게 불평했다. 마루타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거기가 자신의 자리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둥글게 몸을 말고 있었다.

마루타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비트만들이, 방해된다고 말하듯 마루타를 쿡쿡 찔렀지만, 당사자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고 있었다.


"괜찮겠지"


그 말만 중얼거리고, 시즈코는 옅에 있던 아델하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즉시 나도, 라는 태도로 비트만들이 모여든 것은 애교였다.




4월에 들어서자 시즈코는 군을 이끌고 쿄로 향했다. 진군 목적이 아니라 정기적인 순회가 목적이었다.

노부나가에게 쿄를 잃는 것은 사활문제이다. 정기적으로 오와리, 미노에서 쿄, 쿄에서 오와리, 미노를 순회시켜 이상이 없는지 눈을 빛내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세 무장과 병사 500의 군을 구성했다. 타카토라는 시기상조, 아야와 쇼우는 남겨두고, 비트만들은 군사행동도 아니고 단순한 순찰이었기에 남겨두게 되었다.

아시미츠눈 정체 문제로 쿄에 갈 수 없지만, 시즈코가 그의 뒷사정을 알 수 있을 리도 없어, 긴급시의 대응 멤버로서 오와리에 남겨 놓았다.


쿄의 순회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이었기에, 통상의 군사행동과 다름없는 장비로 수행한다.

영락전문기(永楽銭紋旗)를 사용하고, 말단 병사까지 무구를 장비시켰다. 얼핏 보면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이채(異彩)를 발하는 존재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시즈코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다. 정확히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이 손에 들고있는 무기였다.


시즈코가 들고 있는 무기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푸른 칼날과 자루 끝부분에 붉은 천이 감겨있는 것이 특징인 쿠제(kuse)라 불리는 의례용(儀礼用) 글레이브다.

케이지는 할버드(halberd), 나가요시는 바디시(bardiche)였다. 하지만 할버드와 바디시에는 일본도나 창의 제조기술이 응용되어 있었다.

케이지는 처음에 여러가지 무기를 다뤘지만, 최종적으로 할버드의 화려함에 반했다. 독자적인 개조를 하여, 다목적인 할버드가 더욱 다목적화되어, 문자 그대로 케이지 전용의 무기가 되었다.

나가요시의 바디시는 두꺼워서 중량감이 있다. 문자 그대로 '투구째 뭉개버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무기였다.

흉악한 외관 떄문에 독특한 위압감이 있는 바디시는, 보는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


사이조만 보통의 대신창(大身槍)이었지만, 창신의 재료가 다마스커스 강이라는 특수한 강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19세기에 맥이 끊긴 다마스커스 강의 제조기술이었으나, 전국시대에는 많이 남아 있었다. 이미 많은 잉곳을 입수한 시즈코는, 다마스커스 강으로 창을 만들 것을 도공들에게 의뢰했다.

처음 보는 다마스커스 강에 도공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마스커스 강으로 만들어진 나이프를 보고 반하여, 몇 번인가 실패한 끝에 시즈코가 바라는 창신이 완성되었다.

나뭇결 무늬의 문양이 있는 대창신을 본 사이조는, 처음 본 순간 반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대창신을 손에 들고, 평소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의미에서는 억지스러울 정도로 대창신을 가지고 싶다고 부탁했다.

항상 침착냉정한 사이조가 보인 미친듯한 정열을 보고 시즈코는 이의 따위 있을 리도 없어 그에게 대창신을 주었다.


3인 3색, 각자 반한 무기를 손에 넣었으면 할 일은 하나다. 새로운 무기였지만 손에 잘 맞는 무기를 들고 그들은 잇코슈(一向衆)가 일으키는 소규모 분쟁에, 때로는 용병처럼 참가(陣借り)하면서까지 전쟁터에서 날뛰었다.

그렇기에, 바디시로 인간을 두토막낸 나가요시는 '귀참무사(鬼斬武者)', 전쟁터에서도 괴짜 행동을 하는(傾く) 케이지는 '오다 가문 제일의 카부키모노(傾奇者)', 가지고 갈 수 없는 수급에 대나무 잎(笹)을 물려놓은 사이조는 '대나무잎의 사이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만, 무기를 시험하는 데 너무 집중했기에, 종종 보수를 받는 것을 잊어 지갑 사정이 허전해져, 최종적으로 세 사람은 시즈코에게 돈을 빌렸다.


쿄에 도착한 후, 시즈코는 군에 배정된 저택으로 들어갔다. 무장 해제 후, 계획대로 돈을 200명에게 주고 휴식, 100명에게 저택의 경비, 남은 200병에게는 대기를 명했다.

약간이지만 돈을 쓰게 하는 것이나, 현지에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으로 쿄의 경제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물론, 노부나가가 정한 법을 어기는 것, 도박이나 여자를 사는 것, 뇌물로 쓰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금제를 깨는 자에게는 엄격한 처벌이 내려졌다. 내용이 악질적인 경우 목이 잘려 효수되는 경우도 있다.

상락(上洛) 때도 노부나가는 여자의 얼굴을 엿본 죄, 일전(一銭)을 훔친 죄로 잡병 두 명을 베어버렸다. 소위 말하는 '노부나가의 일전 참살(信長の一銭切り)'은, 오다 군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다는 것의 선전으로서 사용되었다.

엄격한 규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여자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폭행한 자, 식당에서 밥값을 떼어먹은 자, 금제를 깬 자들은 지위에 관계없이 참수되어 효수되었다.


"하지만, 나는 일이 있어서 움직일 수 없어요. 윗사람이 일을 하고 있으면 아랫사람들이 속편하게 놀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두 사람은 평소대로 놀아줘요"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기운차게 대답했다. 군의 규율이 높아도, 그것만으로는 숨이 막힌다.

긴장을 푼다는 의미에서도, 병사들에게는 충분히 놀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가 일을 하고 있으면, 병사들은 신경쓰여서 만족스럽게 놀 수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케이지나 나가요시를 요란하게 놀게 하여 그들의 죄책감을 없앴다. 참고로, 사이조가 참가하지 않는 것은 그 자신의 성격에 의한 부분이 컸다.

돈을 받아든 두 명은 당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두 사람의 태세변환에 사이조는 어이가 없어져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어요. 누구나 답답한 매일을 보내고 싶진 않으니까"


"소생은 시즈코 님의 호위대 임무를 맡은 이래, 오늘까지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부터도 변하지 않습니다"


"후훗, 고마워요. 쿄에서는 기대할게요"


"옛!"


사이조의 대답에 만족한 시즈코는 책상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에치고(越後)의 카스가 산성(春日山城)에 있는 켄신(謙信)은, 요즘 오다 영토, 특히 시즈코의 정보 수집에 열심이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오다 가문 가신들도 만만찮은 자들 투성이였다. 그 안에서 중진(重鎮)으로 올라가려면, 고노에(近衛) 가문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무리가 있다.

뭔가의 능력이 있고, 그것이 주위도 납득할 재능이라고 켄신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흠……병원에 방적공장(紡績工場)이라고? 몇 가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구나"


노키자루(軒猿)로부터의 조사 보고를 카게츠나(景綱)에게서 들은 켄신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노키자루 자신도 곤혹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노에 시즈코가 나타난 후, 오다 가문의 자금 사정은 압도적으로 윤택해졌습니다. 또, 백성들에게는 굶주림에 괴로워하지 않고, 난세를 느낄 수 없는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하는지 실로 기이합니다"


괴상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카게츠나가 대답했다. 그 자신도, 노키자루의 보고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노키자루의 보고가 올바르지 않다면, 오다 가문이 유복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


"설명은 된다. 요는 건물과 마찬가지다. 백성이라는 토대가 굳건하다면, 다소의 일도 견뎌낼 수 있다. 지금의 난세는 무가(武家), 공가(公家), 불가(仏家, 승려가 있는 절) 모두가 백성들에게서 모든 걸 빼앗는다. 전쟁이 일어나면 뭐든지 약탈하고, 그런 끝에 인신매매를 하지. 그것은 나도 다를 바 없다……어디나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에는 굶주린 백성들로 넘쳐나게 되어 버립니다"


"그렇다. 바로 거기에 그녀의 강점이 있는 것이다"


켄신이 하고 싶은 말이 이해되지 않아 카게츠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느 나라건 굶주리는 자들이 많다. 그건 우리 나라도 다름없지. 하지만, 거기에 굶주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하고, 백성들에 먹거리를, 입을 옷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을 줄 수 있는 자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억압받던 백성들은, 그 자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가 된다. 그 차이는 우사 산성(宇佐山城)과 노다(野田), 후쿠시마(福島)에서 여실히 드러났지"


"확실히, 그렇군요. 혼간지와 오다 군의 전쟁은, 오다 군이 방어 일변도였습니다. 하지만, 우사 산성은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지켜냈지요. 잡병들에게는 도망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카게츠나의 말에 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의 대부분은 먹거리 확보를 위한 약탈전이다. 또는, 먹거리를 줄이기 위한 전투이다. 자기 나라만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고, 아무도 다른 나라에 대해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누구나 자기 나라만으로 벅차서, 다른 나라를 고려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시즈코 님은 알고 있었다. 우사 산성이 뚫리면, 오다 가문이 멸망한다는 것을. 그것은 쇼군(公方様)과 오다 가문 아래에서 안정을 되찾은 치세(治世)가 또다시 난세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난세로 되돌아가면, 또 백성들은 약탈당핮다. 그 의식이 시즈코 님과 그녀를 따르는 백성들에게 있었기에,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아사쿠라-아자이 연합군으로부터 우사 산성을 지켜냈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오다 군의 피해는 그야말로 비정상적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제 4차 카와나카지마(川中島) 전투를 뛰어넘는 사망자를 낸 우사 산성 전투에 대해 알게 된 주변국들은, 오다 군의 처절함에 공포를 느꼈다.

그만한 사망자를 낸 것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만한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오다 군은 최후까지 싸웠다는 것에 대해서이다.


"역시, 시즈코 님 쪽에 도리(義)가 있다. 혼간지 측의 요청은 무시하라. 구태의연하게 백성들을 착취해온 자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자들, 과연 어느 쪽이 더 하늘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보고 싶노라"


"옛! 하지만, 오다가 우리 나라를 노렸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게츠나의 걱정은 당연했다. 지금은 오다와 우에스기는 동맹 관계이지만, 언젠가 오다는 우에스기의 영토로 침공해 올 것이다. 그 때, 켄신은 어떠한 대응을 할 것인지가 마음에 걸렸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전투에서 후회없는 결판을 짓는 것이지. 내가 패하면, 새로운 세상이 하늘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반대로 내가 이긴다면, 하늘은 내게 무언가를 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니라"


"……영주님(御実城様)"


"그러기 위해서도 시즈코 군을 철저히 조사하라. 우리 군과 오다 군이 전투를 벌였을 때, 반드시 그 자들이 핵심이 된다. 내 예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느니라"


"알겠습니다. 노키자루들에게 자세히 조사하도록 명령해두겠습니다"


켄신은 카게츠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만약, 내가 오다와 전투를 벌일 때 그녀가 변치 않은 상태라면, 아마도 하늘은 그녀를 사랑하겠지. 하지만, 그걸로 좋다.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초석이 될 각오는 되어 있다)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했다. 매번 있는 일이지만 노부나가의 즉흥적인, 뒤통수를 치는 듯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에 두통이 느껴졌다.


"모의전(試し合戦)에 참가하라니…… 사전에 좀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설령 쿄로 출발하기 전에 들었다고 해도, 과연 참가를 수락했을지는 그 자신도 의문이었다. 전투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시즈코도 손을 쓰지만, 그 이외에는 가능한 한 눈에 띄는 행위는 삼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다 가문의 위신에 관계되니, 할 수 밖에 없으려나"


내키지는 않지만, 이 시기에 모의전을 하는 이유는 이해했다. 노부나가로서는 오다 군은 아직 건재하다는 모습을 주위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작년에 그만큼 연이어 대패했던 오다 군은, 주변국들에게 약간 얕보이게 되었다. 따라서, 오다 군의 강함을 주위에 과시하자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시즈코의 대답 따윈 하나마나인 듯, 이야기는 착착 진행되었다. 오다 군으로부터는 아케치 군, 시바타 군, 그리고 시즈코 군이 나가게 되었다.

키나이(畿内)에서도, 노부나가가 상위자에게 지급할 상금을 목적으로 몇 개의 군이 참가했다. 그리고 시즈코가 쿄에 도착한 지 4일 후,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와 조정의 사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모의전이 시작되었다.


"아―응,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모의전이니까, 평소의 전투랑은 좀 성격이 달라요"


누가 봐도 기력이나 박력이 전부한 시즈코가, 느긋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병사의 숫자는 규칙에 따라 100명으로 정해졌다.

시즈코는 궁기병대에서 5명, 나머지 보병 95명으로 구성했다. 개중, 시즈코 부대에서 35명,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로부터 각각 20명의 정예병으로 구성되었다.

병사 100명과 5명의 무장, 합계 105명의 군으로 모의전이 치러진다. 시즈코는 무장의 숫자가 3명밖에 없었으나, 5명을 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규칙 때문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시즛치―. 좀 기백을 보여줘~"


케이지가 놀리자 주위가 웃음을 터뜨렸다. 시즈코는 얼굴 전체를 덮는 가면(総面을 쓰고 있었기에 외견은 무시무시했지만, 목소리가 느긋했기에 군 전체의 분위기는 느슨했다.


"핫핫핫, 그건 무리한 주문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뭐 진지하게 얘기해볼까요. 첫 전투의 상대는 셋츠(摂津) 반국(半国) 슈고(守護) 와다(和田) 님. 막부의 신하인만큼 방심은 금물이에요"


"나는 기합이 충분히 들어갔어. 선봉은 내게 맡겨줘!"


기합이 충분히 들어간 나가요시가 외쳤다. 하지만, 그가 외치지 않더라도 나가요시가 선봉에 설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의 다음 말에 모두가 놀랐다.


"아, 카츠조(勝蔵) 군은 방어 담당이야"


"어 야! 잠깐 기다려!"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들어. 알겠어? 이번에는 오다 군의 위신을 보여주는 거야. 카츠조 군이 선봉에 서서 그대로 상대를 쓰러뜨려도 의미는 없어. 이럴 때는, 예상외의 인물이 예상외의 위치에 배치되어야 오다 군의 강함을 보여줄 수 있는거야"


항의를 한 나가요시였으나, 시즈코의 설명에 말을 삼켰다. 시즈코의 말은 옳았다. 설령 나가요시가 막부군을 휩쓸어도, 호용무쌍(剛勇無双)의 젊은 무사인 그라면 당연하다고 주위는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가요시가 방어를 담당하고, 다른 인물이 혈로를 개척한다면, 주위는 놀라며 오다 군의 인재층이 두터운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돌격은 사이조 씨한테 부탁해요. 케이지 씨는 유격대, 돌격 신호는 내가 내겠지만, 그 이후에는 전장 상황을 보면서 독자적으로 움직여줘요"


"옛! 알겠습니다"


"휘익―, 맘대로 하라니 시즛치는 대담하네"


"크윽…… 나도 돌격하고 싶었어"


차분한 태도의 사이조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떠올린 케이지, 약간 낙심하고 있는 나가요시 등 3인 3색의 태도였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괜찮아, 상대에 따라서는 다음 돌격은 카츠조 군일지도 몰라"


"진짜냐! 좋아, 약속이다! 다음은 내가 돌격할 거라고!!"


"아니, 그러니까 상대에 따라서라고…… 뭐 괜찮으려나. 다음 군은 부상자가 많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사전에 전달해 둘까"


사람 참 간사하게도 다음에 돌격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가요시는 쌍수를 들고 기뻐했다. 다음 모의전에서는 사망자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지을 수 없었다.


"시즈코 님, 정말로 소생이 돌격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곤혹스러운 모습의 사이조가 시즈코에게 말했다. 곤혹이라기보다는 뭔가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무엇이 그를 망설이게 하고 있는지 이해한 시즈코는, 사람 좋은 웃음을 떠올리면서 말을 꺼냈다.


"망설일 필요는 없어요. 저는 당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까,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해방시켜 주세요"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정해진 위치로 말을 걷게 했다. 일순간 놀란 표정을 지은 사이조였지만, 다음 순간, 평소에 떠올리는 일이 없던 대담한 웃음을 떠올리더니 시즈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때, 사이조의 표정은 침착한 자의 표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난폭자(荒くれ者)라고 부를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투 개시!"


와다 군과 시즈코 군이 소정의 위치에 자리잡은 후, 조금 지나가 신호역의 병사가 개시 신호를 외쳤다.

개시의 신호가 들린 순간, 사이조와 20명의 병사들은 돌격을 개시했다. 방어전에서 뛰어난 실적을 가지고 있는 사이조가 창을 들고 돌격하는 모습에 주위는 놀라움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그 놀라움은 곧 경악으로 변모했다.


"걸리적거린다!!"


창 부대와 격돌하기 직전, 사이조들은 말에서 내려서 창 부대에 돌격했다. 창 부대가 가진 봉은 장창(약 5미터). 그에 반해 사이조 부대가 가진 창은 수창(手槍, 약 2.7미터)로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주위는 사이조가 창의 밥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을 뒤엎고 사이조 부대는 창 부대의 창을 피하고 품으로 파고들더니 수창을 상대의 배에 힘껏 후려쳤다.


몇 명의 병사가 나가떨어졌다. 개중에는 1미터 이상 날아간 사람도 있었다.

사이조와 그의 병사들의 돌격에, 와다 군의 병사들은 걸레짝처럼 나가떨어져,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병사들이 전투불능이 되었다.


"내가 악마(鬼)조차 잡아먹는 나찰(羅刹)이라 불린 카니 사이조(可児才蔵)다! 몸 다치는 게 무섭지 않다면 내 길을 막아보아라!"


전장 한복판에서 사이조가 포효했다. 그 목소리는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요시아키나 조정의 사자, 노부나가나 키나이의 영주들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순식간에 와다 군은 공포에 질려, 무기를 내던지는 자,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실금(失禁)하는 자도 있었다.

그들을 후려갈겨 창 부대를 괴멸시킨 후, 사이조는 그 기세 그대로 와다 군의 본대로 돌격을 개시했다.


"어떻게 된 거냐! 키나이의 장수는 겨우 이 정도냐!!"


시즈코의 밑으로 온 이후의 사이조는, 사려깊고 항상 침착한 분위기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원래는 미노에서 제일 호용무쌍한 젊은 무사였으며, 난폭하고 조야한 무장이었다.

처음에는 주위의 설득으로 내키지 않지만 조용한 태도를 취했던 그였으나, 어느 새 지금의 스타일이 정착되어 버렸다.

본인도 과거를 되돌아볼 때, '어째서 소생은 그렇게 난동을 부렸던 것일까'라고 의문을 입에 올릴 정도였다. 그 때문에, 사이조는 주위에서 침착냉정한 무장으로 생각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잠자는 짐승은 항상 밖으로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짐승을 밖으로 내어 시즈코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이라고 생각하자 사이조는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그게 지금, 시즈코로부터 '아무 문제 없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 사이조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짐승을 밖으로 해방시켰다.


짐승의 포효를 지르며 병사들을 휩쓸어버리는 사이조의 모습을 보고 와다 군의 마음은 완전히 꺾였다.


"슬슬…… 때가 되었으려나. 케이지 부대, 돌격. 도중에 내가 장난을 치겠지만 신경쓰지 말아요"


"핫하―, 그거 기대되는데. 그럼 다녀오겠어!"


말하자마자 케이지 부대는 말을 달리게 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 케이지 부대는 외곽을 따라 이동했다.


"뭐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일은 해야지"


가볍게 어깨를 돌린 후, 시즈코는 우는살(鏑矢)을 시위에 걸었다.


"……3, 2, 1, 발사"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우는살은 케이지 부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와다 군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무의식중에 반응해버렸다. 시간적으로는 잠깐이지만, 그것이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으악! 측면에서 적이!? 크아악!"


정면에서 사이조 부대, 그리고 측면에서 케이지 부대의 공격을 받고, 와다 군의 본대는 괴멸했다. 남은 자들이 자포자기하여 시즈코 부대 쪽으로 향했지만, 나가요시 앞에 전원 손도 못 쓰고 쓰러졌다.


"대장기, 잡았다!!"


모의전은 죽고 죽이는 전투가 아니다. 따라서, 병사들에게는 목숨 대신의 표시용 천을, 총대장에게는 대장기를 주고 싸우게 했다.

병사들은 상대방에게 표시용 천을 빼앗기면 전사로 취급되고, 거기서 전장으로부터 퇴장하게 된다. 그리고 무장이 가진 대장기를 상대에게 빼앗기면, 그 시점에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규칙이다.

흥분해서 지나치게 치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표시용 천은 뒤통수에 매달기 때문에, 등 뒤에서 몰래 다가온 자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승자, 오다 군!"


사회진행자가 높은 나무 대(櫓)에서 시즈코 군의 승리를 외쳤다. 선언을 해도 치고받는 자들이 몇 명인가 있었지만, 주위가 뜯어냈다.

그러나, 호용무쌍한 사이조는 가까이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케이지도 사이조 상대라면 적당히 상대할 수 없어서 양쪽 모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어떡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거기까지에요"


어느 새 와다 군의 코앞까지 이동한 시즈코가, 아직도 수창을 휘두르는 사이조에게 말을 걸었다.

패기는 없고, 박력도 전무한 거나 다름없는 목소리였으나, 지금까지 야생마처럼 날뛰던 사이조가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사이조는 수창을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시즈코 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흥분하여, 냉정함을 잃었습니다"


"내재된 짐승을 해방하라, 고 말한 건 저…… 소생입니다.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 어렵다고 한다면, 다음 모의전에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 주세요"


"관대하신 배려, 감사드립니다"


시즈코의 말에 사이조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만큼 미쳐날뛰고 있던 사이조를 단 한 마디로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것에 와다 병사들은 물론이고,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영주들도 말을 잃었다. 유일하게 이유를 알고 있는 노부나가만이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철수한다!"


"옛!"


시즈코의 호령에 따라 병사들이 정렬하고,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 움직임으로 대열을 맞추어 행진했다. 기계같이 정확한 움직임은 아름다워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새는 떠나는 자리를 어지럽히지 않는다(立つ鳥跡を濁さず)는 말처럼, 시즈코 군의 깨끗한 철수는 주변국에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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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