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6 1570년 6월 하순
많은 동물들을 맞아들인지 1주일이 지났다. 시즈코는 터키시 앙골라의 수컷을 타마, 암컷을 하나라고 이름붙였다. 동물의 숫자가 많았기에, 땅거북이나 진공작의 이름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개의 질병은 종류에 따라서는 몇 개월이나 잠복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해도, 격리에 의해 셰퍼드들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지 자주 관찰했다.
다행히 셰퍼드들은 널찍한 토지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질병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이 상황이라면 걱정은 필요없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타마는 비트만과 카이저, 하나는 바르티와 사이가 좋아져서, 지금은 함께 나란히 누워 자는 사이까지 되었다.
누운 순서대로 비트만, 타마,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릿터, 루츠, 조금 떨어져서 하나, 바르티였다.
타마의 꼬리가 가끔 카이저의 배 근처를 때리지만, 카이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하나는 아예 배를 드러내고 자고 있었다. 개나 고양이가 배를 드러내고 잔다는 것은 경계심이 전혀 없는 증거다.
외적은 없다고 완전히 안심하고 있는 증거였지만, 시즈코에게는 하나가 자는 모습은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이가 좋은 건 좋은데, 넓은 방에 죽치는 건 좀 그렇네"
어이없어하면서도 시즈코는 누워있는 카이저의 턱 아래를 쓰다듬었다. 즉시 카이저가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기운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도 같은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 시즈코는, 비트만이나 쾨니히의 턱 아래를 쓰다듬었다.
바르티가 가장 반응이 약하긴 했으나, 시즈코가 턱 아래를 쓰다듬자 모든 늑대들이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오오, 늑대에게도 기분이 좋은 포인트 같은 게 있는 걸까?"
재미있는 발견이라고 생각하면서 턱 아래를 쓰다듬고 있자니, 타마가 울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기지개를 켠 후, 몇 번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원이 자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자, 타마는 한 번만 가볍게 운 후에 방을 나갔다.
"자유분방하네"
시즈코는 동물들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와 도쿠가와(徳川), 히사마사(久政), 아사쿠라(朝倉)의 주위에는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히사마사는 미노(美濃)에 가까운 성의 개수에 착수했고, 아사쿠라는 군수품을 사들이거나 징병을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이에야스(家康)에게 아자이(浅井) 정벌의 건에 대해 알리고,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에게 군의 편성을 일임한 후 자신은 내정에 착수했다.
계절은 장마철에 들어섰기에, 도로 정비의 상황을 보고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군사에 사용하는 루트의 도로 정비는 급피치로 끝내게 했지만, 상업 루트를 겸용하는 도로 정비는 아직 완성 예정이 잡혀있지 않았다.
안정된 재정을 손에 넣기 위해서도, 상업 루트의 정비는 오우미(近江) 침공과 같은 정도로 중요한 안건이었다.
노부나가는 확인을 미루었던 서류에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가 절반 정도 서류를 처리했을 때, 입구가 조용히 열렸다.
"오라버니, 지금 괜찮으신가요"
입구를 열어젖힌 것은 오이치(お市)였다. 노부나가는 오이치를 한번 쳐다본 후,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서류로 되돌렸다. 오이치는 노부나가의 정면에 앉더니, 깊이 고개를 숙였다.
"우선은 위험한 상황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편은 아직 낙담하고 있지만, 틀림없이 오라버니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게 튄 불똥을 쳐낸 것 뿐이다"
큰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로 노부나가는 대답했다.
퉁명스러운 태도로 보이지만, 오이치에게는 노부나가가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일부러 쌀쌀맞은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작게 웃음을 띄웠지만,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라버니,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불안한 듯이 오이치가 중얼거렸다. 나가마사(長政)는 이미 아자이 가문의 가계에서 추방되었다.
오우미 국의 영주가 아니라, 그냥 아자이 나가마사였다. 지금은 부하들이 있지만, 언젠가 그들도 나가마사를 떠나가리라. 그렇게 되었을 때, 그는 말 그대로 혼자가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매제(義弟)는 지킨다. 신쿠로(新九郎, ※역주: 아자이 히사마사)는 죽인다. 그것 뿐이다"
"변하셨군요. 예전의 오라버니셨다면, 그러한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요. 오라버니의 말씀은 언제나 먼 곳을 내다보는 말씀이었으니까요"?
"나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네가 내가 변했다고 한다면, 그건 네가 변한 것 뿐이다"
"아뇨, 그…… 확실히 변하셨다고 생각하는데요?"
곤혹스러운 표정의 오이치는, 조심스럽게 어떤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예전의 오라버니셨다면, 어깨에 고양이를 태우시거나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오이치의 지적대로, 노부나가의 어깨에는 그가 시즈코에게 양도받은 터키시 앙골라가 타고 있었다.
힘을 빼고 축 늘어져서 전신을 노부나가의 어깨에 맡기고, 다리를 똑바로 뻗고 있었다. 긴장감 없는 표정으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노부나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귀엽지 않느냐"
오이치의 지적에 노부나가는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지나치게 예상을 벗어난 노부나가의 태도에 오이치는 한동안 놀란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오이치가 머리로 이해한 것과 동시에, 고양이가 잠에서 깼다. 얼굴을 앞발로 긁적인 후, 재주좋게 노부나가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한번 더 기지개를 켜는 듯 싶더니, 터키시 앙골라는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노부나가의 손을 핥았다.
"게 누구 없느냐!"
"옛! 여기 있사옵니다!"
노부나가의 목소리에 즉시 소성이 달려왔다. 약간 숨을 헐떡거리는 소성이었으나, 노부나가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토라지로(虎次郎)가 밥을 원하고 있노라. 즉시 준비해라!"
"예? 옛!"
일순 얼빠진 표정을 지은 소성이었으나, 즉시 표정을 조이고는 노부나가에게 인사를 한 후 조리장(調理場)까지 달려갔다. 토라지로는 그 동안, 인간들의 소동 따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다미(畳) 위에서 데굴거리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파안하며 토라지로의 등을 쓰다듬었으나,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오이치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너도 비젠노카미(備前守)도 마음이 지쳐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만 하는 것이다. 내 휴양지에서 머리를 비우고 와라. 장소는 저기서 훔쳐듣고 있는 녀석이 알고 있다"
"어머나, 들켜버렸군요"
조용히 장지문이 열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훔쳐듣고 있던 노히메(濃姫)가 들어왔다.
"그럼 오이치, 가자꾸나"
오이치를 붙잡더니 노히메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끌고갔다. 갑작스런 일에 혼란스러워진 오이치는, 노히메가 끄는 대로 끌려갔다.
"어, 저기, 노히메 님"
"주군은 내버려 두거라. 토라지로와 사랑을 속삭이고 계시니"
"저, 저기―, 그, 그럼 오라버니, 실례하겠습니다"
노히메에게 끌려가면서도 오이치는 노부나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녀가 인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소리를 내지 않도록 장지문이 조용히 닫혔다.
노부나가에게 보호받은 이후, 나가마사의 조락(凋落)은 비참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1개월 전에는 오우미 국을 지배하는 영주, 아자이 가문의 당주였으나, 지금은 아자이 가문에서 추방당한 몸이다.
가신도 엔도 나오츠네(遠藤直経)와 그의 친구인 미타무라(三田村) 뿐이고, 병사는 제로에 시중을 들어주는 시종밖에 없는 상태였다.
누가 어떻게 봐도 나가마사가 재기할 가능성은 없다, 고 보였다.
"매제도 동생이지. 못본척 하면 사나이 체면이 떨어진다"
노부나가는 훌륭한 무가(武家) 저택과 신품 의상(衣装)을 나가마사를 위해 준비하고 그를 정중하게 보호했다.
게다가 히사마사가 보낸 나가마사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편지에 대해, 노부나가는 편지를 찢어버리고 사자를 베어죽여 일체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감사하였으나, 성실한 그는 부모와 적대하는 것에 대해 고뇌했다.
"하지만, 네 남편의 낙담은 심하구나. 이래저래 드는 생각이 많겠지만, 지금은 허세를 부릴 때라고 생각한다만?"
노히메의 지적은 어떤 의미에서 옳았다. 나가마사를 등진 가신들은, 나가마사의 입장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그가 낙담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떠난 자들도 있다.
나가마사가 조금 더 재기의 의욕을 보였다면, 그의 참상은 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군요, 가신들도 어처구니가 없어진 것이겠지요. 그래도 남아준 가신이 있는 것에 남편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충신(義臣)은 소중히 여겨야 한다"
"예"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거기서 느긋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해라"
그로부터 몇 각(刻) 후, 노히메들은 목적이인 시즈코의 마을에 도착했다. 가마에서 내리더닌 노히메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전히 흙냄새가 나는 장소로구나"
대단히 실례되는 대사를 흘리면서 기지개를 켜더니, 익숙한 자기 집처럼 노히메는 목적지를 향해 걸었다.
그에 반해 오이치들은 경비의 엄중함에 놀라서 흠칫거리는 태도로 노히메의 뒤를 따라갔다.
나가마사나 오이치는 바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처음 보는 내방자들의 존재를 눈치챈 비트만 패밀리가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비트만들뿐만이 아니었다. 좁은부리 까마귀나 흰죽지 참수리, 부채머리 독수리인 시로가네, 부엉이인 쿠로가네와 아카가네가 지붕 위에서 오이치들을 내려다보았다.
"걱정할 필요 없다. 새로 온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 뿐이니라"
언제든지 칼을 뽑을 수 있는 태세인 나오츠네에 대해 노히메는 그의 걱정을 일소에 붙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경계심을 보이는 가운데, 당당한 태도로 걸어갔다.
노히메가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을 무렵, 그녀는 새로 건설한 작업장, 공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공방은 농업 계열의 작업장이 아니라 목공 계열의 작업장이었다. 공방을 건설한 이유는 목업(mock-up)을 만들기 위해서다.
새로운 도구류를 설명할 때, 종이에 적은 것보다 형태가 있는 쪽이 전원의 이미지를 통일시키기 쉽다.
특히 지나치게 새로운 도구류는, 장인들이 종이에서 형태를 연상하기 어려워서, 그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대형의 도구를 개발 요구하는 경우도 생각하여, 목업을 만드는 것은 시즈코와 장인들의 이미지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 그리고 쓸데없는 공정수를 줄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 되었다.
"대충 되었으려나?"
"그러네요―. 목업으로서라면 이 정도로 문제없지 않을까요"
현재, 시즈코가 만들고 있는 목업은 고무동력 스크류 선박이었다. 물론, 이걸 그대로 어선의 동력원으로 삼진 않는다. 뭣보다 고무는 열화가 빠르다. 그리고 동력원으로 삼기에는 강도가 부족했다.
"이후에는 인력으로 스크류를 돌리면, 나름 빠른 어선이 되려나"
자전거의 구조를 응용하여, 체인과 톱니바퀴로 스크류를 돌리는 구조가 시즈코의 이미지였다.
손으로 노를 젓는 목조 어선보다 스크류 프로펠러를 저속회전시켜 물을 휘저어 양력을 만들어 추진하는 힘을 얻는 쪽이 노력은 덜 든다.
하지만 스크류 프로펠러에 수생 생물의 부착이나, 구동축의 에너지의 약 1/3은 추진력에 기여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다.
그래도 스크류 프로펠러가 동력원으로서 우수하기 때문에, 현대에서는 거의 모든 선박에 표준으로 채용되고 있다.
"하지만 스크류 어선을 만들 이유는 뭔가요. 딱히 손으로 노를 젓는 어선이라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작업을 돕고 있는 미츠오가 살짝 중얼거렸다. 그의 지적대로, 어선이 스크류 프로펠러를 장비해도 그다지 의미는 없다.
오히려 구조가 복잡해지는 만큼, 고장시의 수리가 비싸게 먹힐 가능성도 있다.
"아니,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장래에 동력원이 내연기관이 되었을 때, 스크류 프로펠러가 상식이 되어 있다면 쉽게 채용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거든요"
"과연. 스크류 프로펠러가 상식이라면, 동력이 바뀌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내연기관은 원유가 필요하니 전국시대에 재현은 불가능하지만, 증기 엔진이라면 구조를 알고 있으니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배의 동력원을 증기 엔진으로 하려면 스크류 프로펠러가 전제되어야 해요. 뭐 증기 엔진은 효율이 나쁘지만요"
"흠흠. 이렇게 보니, 의외로 물건이 변하는 데는 의미가 있는 거군요"
"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알아도 무의미하지만요"
"무의미하니까 취미라고도 할 수 있죠. 인간은 태반의 시간을 무의미한 일에 낭비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네요"
그 때 다른 작업을 하고 있던 아시미츠(足満)가 대화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뭘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해서 시즈코는 그의 작업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곳에는 직접 제조한 모델건을 한 손에 들고, 소년처럼 흥분하는 아시미츠가 있었다. 기묘한 포즈를 취하면서 스핀 코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즈코는 가만히 내버려두자고 생각했다.
"이야기는 끝났나?"
"즐거워 보이시는군요, 아시미츠 씨. 참고로 그건 뭔가요?"
미츠오의 질문에 아시미츠는 대담한 웃음을 띄웠다. 스위치가 들어갔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슬쩍 아시미츠의 등 뒤로 돌아갔다.
"미츠오, 남자라면 이해하겠지. 어느 시대이던 남자는 무기에 낭만을 느끼지. 이것은 내가 만든 모형총이다. 이름은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카빈이라고 한다. 윈체스터 사가 만든 최고 걸작 총기 중 하나이지. 별명 '서부를 정복한 총'이라고 불리며 장탄수는 14발, 작동방식은 레버 액션, 전장은 125.2cm, 총신 길이는 76.2cm, 중량은 4.3kg, 설계연도는 1873년, 제조기간은 1873년부터 1919년까지로, 건맨이나 카우보이들이 사용했지. 스핀 코킹이 가능하면 멋이 나지"
"어, 그, 저기, 이, 일단 굉장한 건 알겠으니, 진정하시지요"
"뭘 사양할 필요가 있나. 남자라면 총을 동경하는게 당연하지. 네 것도 만들어주마"
멈추지 않는 아시미츠의 설명에 미츠오는 쩔쩔맸다. 시즈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주위를 둘러봤을 때, 아시미츠의 등 뒤에서 시즈코가 뭔가를 들어올리고 있는 것이 미츠오의 눈에 들어왔다.
"에잇"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시즈코는 모형총의 개머리판(銃床)으로 아시미츠의 머리를 힘껏 후려갈겼다. 꽤나 아팠던 듯, 아시미츠는 맞은 부위를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눈물맺힌 눈으로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열을 올리는 건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는 정도로 해 줘"
"……노력하지"
"뭐, 뭐어 진정하셨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모형총을 만드실 수 있다니, 아시미츠 씨는 다재다능하시군요"
"아뇨, 아시미츠 아저씨는 총 매니아가 아니에요. 영화에서 바이크에 탄 배우가 스핀 코킹하면서 샷건을 쏘는 장면(※역주: 터미네이터 2의 유명한 장면을 말하는 듯^^)에 반해서, 설계도부터 모조리 머릿속에 넣어버린 것 뿐이라, 확실히 말하면 이 총 이외의 모형은 못 만들어요"
"딱 한 번 영화 흉내를 냈더니 경찰 신세를 졌던 건 좋은 추억이지"
"……아무리 사유지라도, 선글라스를 쓴 아저씨가 바이크에 타면서 모형총을 휘둘러대면 누구라도 신고하지"
"하, 하핫, 아시미츠 씨도 의외로 와일드하시군요"
"그 영화의 주역은 내가 이상으로 삼는 삶의 모습 그 자체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세 사람의 배가 공복을 호소해왔다.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 그들은, 누가 말을 꺼낼 것도 없이 뒷정리를 시작했다.
"기다리기 힘들군요. 큰 바지락(大あさり)의 술찜(酒蒸し), 전복의 오도리야키(踊焼き), 소라의 츠보야키(壷焼き), 혼모로코의 덴뿌라"
신선한 어패류를 입수한 고로(五郎)가, 지금까지 배운 것의 성과를 보이고 싶다고 말하며, 오늘의 점심 식사는 레시피도 포함하여 전부 고로가 준비했다.
따라서 시즈코나 미츠오가 알고 있는 것은 고로가 어떤 요리를 낼 것인가 하는 정도였다. 그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볼 때, 분명히 맛있는 요리가 나올 것이라고 세 사람은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메인은 보리멸새우(車海老)에 보리멸(きす), 참전갱이(真あじ)의 덴뿌라를 얹은 호화로운 튀김 덮밥. 현대라면 큰 돈을 내야 먹을 수 있는 것을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술이 있으면 더 좋겠군"
"식(食)보다 더한 쾌락은 없다, 지요. 자, 정리가 끝났습니다. 점심식사를 즐기도록 하죠"
그런 그들이, 타이밍 좋게 노히메가 방문한 것, 그리고 골치아픈 손님을 데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약 10분 후의 일이었다.
그 날의 점심식사는 장례식(通夜)처럼 조심스러웠다.
식사 자체는 맛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네 명이나 섞여 있었기에, 서로 사양한다는 사태에 빠졌다.
대화도 끊기기 일쑤였다. 이 자리를 세팅한 노히메는 "실패인가"하고 중얼거린 이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식사에 전념했다.
평소에는 항상 밥을 추가로 주문하는 케이지(慶次)들도, 점심식사의 분위기에 학을 떼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얼른 퇴장했다.
키쿄마루는 '분위기가 미묘해지니까'라는 이유로 점심식사 자리를 사퇴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도망친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미안하구나. 오이치들의 기분전환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비젠노카미 님의 낙담이 심했던 것 같다"
자리를 싸하게 만든 것에 대해 노히메는 사과의 말을 했다.
다른 분위기를 접하면 기분이 전환될 거라고 노히메는 생각했으나, 그게 어설픈 생각이었음을 알자 이 이상 쓸데없는 소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오이치나 나가마사를 데리고 바로 기후(岐阜)로 귀환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시즈코들은 기분을 고쳐먹고, 1주일 후에 요리의 발표회를 다시 하기로 했다. 발표회는 노히메들 대신 츠루히메(鶴姫)와 시바(柴)가 점심식사에 참가했다.
무거운 분위기가 될 원인은 없었기에, 그 날의 점심식사는 모두 즐겁게 보냈다.
점심식사 후, 시즈코와 아시미츠는 공방으로 이동했다.
"왠지 화학 실험이 떠올라. 하지만 이거, 위험한 약품 아니었어?"
유리 장인들에게 만들게 한 비이커의 내용물을 섞으면서 시즈코가 작게 중얼거렸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어떤 액체로, 독성은 낮지만 취급에는 주의가 필요한 물건이다.
"싸움에 인정은 필요없다. 하지만 이것도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애초에 이 시대라면 TNT를 정제해도 경찰에 체포되지 않으니까"
"일본의 경찰은 그런 점은 우수하니까. 양산하려고 하면 반드시 꼬리가 잡히는 시스템을 만든 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테러리스트 투성이가 되겠지. 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읽으면, 폭약의 기초적인 제조 지식은 손에 들어오니까 말이다"
"뭐 그렇지. 하지만 이번의 이거, 꽤나 질산칼륨을 쓴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괜찮아?"
다양한 화학물질의 추출 작업을 하고 있는 시즈코와 아시미츠였는데, 태반의 것에는 질산칼륨이 필요해진다.
흑색화약도 막대한 양이 필요해지지만, 그것들을 아시미츠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허가를 노부나가에게서 받아놓았는지 시즈코는 약간 불안했다.
"문제없다. 오다(織田) 나으리에게서 허가는 받았다. 애초에 화승총을 대량으로 쓸 기회가 없으니까. 그리고 시즈코의 제법으로 양은 남아돌고 있는 모양이다. 달리 쓸 데가 있다면, 그걸 알려주는 대신에 대량 사용의 허가가 내려왔다"
"대량으로 쓴다니…… 하지만 화승총 이외에 쓸 데가 있어?"
흑색화약 이퀄(equal) 화승총이라는 생각이 강한 시즈코에게, 흑색화약의 다른 용도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시미츠는 작게 웃음을 띄우더니 시즈코의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시즈코는 몰라도 된다. 손을 더럽히는 것은 나 한 명이면 족하다.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는 사람을 더러운 방법으로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상대가 더러운 방법을 쓴다면, 그 이상으로 더러운 방법으로 뭉개버리는 것도 싫어하지 않지. 그리고 시즈코와 만나기 전부터, 틀림없이 내 손은 피로 더럽혀져 있었을 거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피가 좀 더 묻는다고 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상냥하게 말하는 아시미츠의 목소리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전에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하지만 힘있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돼. 그렇게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나 혼자만 안전한 장소에 있는 건, 모두가 용납해도 내가 용납할 수 없어. 분명히, 나는 전투해서 해야 해. 손을 더럽히는 일을"
"시즈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그게 계속 이어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그 '언젠가'에서 도망치고 피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이상 도망칠 수는 없다. 결단할 때라고 시즈코는 깨달았다.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고 계속 싸워갈 것인가, 아니면 손을 더럽히는 일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계속 도망칠 것인가를.
"게다가…… 나는 깨닫지 못한 것 뿐이지, 분명히 몇 명이나 죽였다고 생각해. 내가 만든 것이, 결코 평상시에만 쓰이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
"그런 표정 짓지 마, 아시미츠 아저씨. 역사를 배웠으니 이해하고 있어. 평화란 힘과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 전쟁은 상대가 문답무용으로 쳐들어오는 것에 시작되지. 그걸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되면 뭐든지 늦어버려. 그런 것도 깨닫지 못하고…… 이쪽이 무기를 버리면 상대도 버려줄 거라고, 그 때…… 의 일본인은 어설픈 망상에 사로잡혔어"
"……그렇, 군. 누군가를 암살하는 것도 정중하게 알려준 다음에 하지는 않지. 기회가 있다면 그것에 편승하여 암살하러 오지"
"안이한 인도주의나 평화운동이 거꾸로 침략자의 야심에 불을 붙이지. 맞아…… 내 부모님 세대는 알게 되었을거야. 평화운동 따위 상대를 방싴시키고 유리하게 침략을 전개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평화 따위 다음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의 준비기간이라는 걸 말야"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마라. 정의란 승자, 악이란 패자. 상대를 악으로 내세우면 약자를 어떻게 괴롭히던 정당화된다, 인가"
아시미츠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어.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때도 있어. 그러니, 나는 아시미츠 아저씨에게만 손을 더럽히게 할 생각은 없어"
"알았다. 시즈코의 안에 그런 각오가 있다면, 이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먼저 손을 더럽힌 사람으로서 충고해두지. 그 부담은 시즈코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괴롭다. 그러니 괴로우면 내게 의지해라"
시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역시 이 아이는 상냥하고, 그리고 강한 아이라는 것을.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우선 깜짝 장난감……을 잔뜩 만들자"
그렇기에 아시미츠는 주저하지 않는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시즈코를 지켜낸다. 설령 그것을 실행하는 것으로 비겁자의 낙인이 찍히더라도 그는 멈춰서지 않는다.
(지켜보는 것은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이 정도로 약한 소리를 한다는 건 언어도단. 예전에 이 아이는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벽을 녹이고, 그리고 사람의 따스함을 알려주었다. 그 때의 시즈코의 고생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 따윈 쉬운 일이다)
(※역주: 현재까지 나와있는 원어판의 내용에도 정확한 설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측하면 여주가 있던 시대는 지금(2018년)보다는 최소 십수년에서 몇십 년 정도 미래라는 설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일본은 전체주의 같은 분위기의 사회로 보이며, 위의 대화 내용을 볼 때 다른 나라에게 공격받아 전쟁을 겪은 듯 한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라는 입장을 세탁하기 위한 설정이 아닌가 의심되네요)
히사마사의 쿠데타와 아사쿠라 가문 가신들의 미노 침공에 의해, 노부나가와 아자이, 아사쿠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정세가 되었다.
보복전투라고 말하듯이 노부나가가 '오우미(近江) 침공'의 대호령을 발한 이후, 히사마사나 아사쿠라는 상인들에게서 군수품을 사들이고, 각지의 농촌에서 강제 징수에 가까운 형태로 군수품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사쿠라는 그렇다치고 히사마사는 물자의 매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나가마사를 지원하고 있던 오우미 상인 연합이 거래에 잘 응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와 명확히 적대하는 것에 의해 지금까지처럼 장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위구하여, 히사마사와의 매매에 소극적인 태도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게 된 노부나가는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람들을 기후로 불러서, 히사마사와 매매해도 자신과의 관계는 악화되지 않을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내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아자이에게는 물건을 마음껏 팔아라. 필요하다면 내 영토에서 물건을 사도 좋다"
노부나가의 말에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자는 곤혹스러워했으나, 그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오다가 매매에 압력을 가해서 무구를 만족스럽게 구입하지 못해서 졌다, 같은 변명을 아자이가 하면 내가 곤란해진다"
히사마사와의 매매에 관해서 노부나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것을 오우미 상인 연합의 사자는 간신히 이해했다.
후일, 오우미 상인 연합은 히사마사와의 거래에 응하게 되었으나, 가격은 평소보다 비쌌다.
하지만, 그것은 장사꾼의 원칙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를 실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 사자를 보낸 수고비가 약간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전투를 향해 움직이는 히사마사와 아사쿠라에 대해,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오우미 침공의 전권을 부여했다.
그 모리 요시나리도 제 5군에 군수품의 준비를 명하고, 그 후에는 필요 서류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제 5군은 상인들로부터의 매입, 농촌에 매입 통지를 보내고 가져오는 사람들에게서만 매입했다.
이것은 단순히 보관되어 있는 군비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상인이나 농촌에 매입 통지는 반드시 보낸다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물물교환이 아니라 화폐거래를 하는 것으로, 농민들에게 화폐를 쓰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목적이 있었다.
그 후에는 모여든 군수품으로 오우미 침공의 계획을 입안하고, 노부나가에게 승인을 받으면 모리 요시나리의 임무는 완료된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로부터의 전령이 도착했다. 내용은 아자이, 아사쿠라 정벌의 종군 명령이었다.
이번에는 오우미 국이라는 이유로 제 5군의 시즈코 부대 1500명과 정예 궁기병 30명, 케이지(慶次) 부대 1000명, 사이조(才蔵) 부대 1000명, 나가요시(長可) 부대 1000명의 계 4530명의 병사와 비전투원을 포함하여 합계 6000명의 독립여단으로서 움직인다.
유감이지만 시즈코 본인은, 노부나가에게서 다른 명령이 내려져 남게 되었다.
각오를 굳힌 시즈코였으나 시작부터 발목을 잡혀버려서, 그 각오가 김이 빠져버렸다.
미츠오나 고로는 당연히 남았지만, 아시미츠는 종군하게 되었다. 종군이라기보다 시즈코 부대를 움직이는 대리인이라는 입장이다.
시즈코 부대는 어느 정도 아시미츠의 사람됨이나 강함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 명령에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아시미츠를 부대 사람들과 교류시켜두길 잘했다, 고 시즈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투에 참가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준비 기간 동안은 제대로 일하자고 생각한 시즈코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돈이나 무구류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녀는 군사에 관한 사항은 철저한 합리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었다.
병기는 규격통일을 하여, 범용성을 가장 중시하고, 장인 생산이 아니라 공업 생산을 하고 있었다.
평시에 쓰는 것들은 장인을 중시하는 그녀가, 병기에 대해서는 합리주의로 바뀌는 모습은 시즈코를 잘 아는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화살을 만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규격통일이 이루어져, 길이나 무게가 균일하게 맞춰지게 할 정도로 철저했다.
화살 등의 병기는 물론이지만, 그녀는 그 이외에도 베인 상처나 쓸린 상처용의 알로에 연고, 쑥(よもぎ), 대나무(笹) 잎사귀, 소독용의 알코올, 탈지면이나 깨끗한 천 등도 모아들였다.
알로에 연고는 알로에 오일을 추출하고, 해바라기에서 유화 왁스를 추출하여 정유(精油)를 섞으면 정제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는 결점은 있으나, 생 알로에를 운반하는 것보다 소형화, 경량화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모든 것이 일단 시즈코에게 모여들고, 예정된 숫자가 모인 것부터 창고에 저장되었다.
들어오는 것들의 절반 가까이는 누구도 가치를 알지 못하여, 어째서 이만큼 대량으로 모으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장사가 성립되는 이상, 상인들은 말없이 상품을 모아서 시즈코에게 팔았다.
"헷헷헤, 과연 시즈코 님. 잔뜩 사들이고 계시는군요"
수상쩍은 웃음을 띤 큐지로(久治郎)는, 창고로 운반되는 물건들을 시즈코와 함께 바라보았다.
"남만으로부터의 향신료 종류는 어때요?"
"저쪽이 비싼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렵군요. 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는 약초인가요. 그런 것들은 순차적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시즈코는 중국과의 교역, 인도나 열대 아시아와의 교역, 그리고 유럽 포르투갈과의 교역 루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루트에서 다양한 허브나 작물을 수입하고 있었으나, 역시 입수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다양한 작물을 복수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하여 의뢰했다. 비용은 배 이상 들게 되었지만, 확실하게 입수하는 데는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그래요…… 인도와 하고 있는 그 거래는 아직 어려운 느낌이에요?"
"남만인들에게 이것저것 말하고는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녀석들도 가치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 후에는 팔아줄 상대를 찾는 게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뭐 녀석들에게는 열심히 찾아보게 하지요"
"그래요, 가급적 빨리 찾아줘요. 틀림없이 있을 거에요, 다마스커스(damascus) 도검이"
나뭇결 형상의 무늬를 특징으로 하는 인도의 우츠 강을 사용하여,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제조된 도검을 다마스커스 도검이라고 한다.
다마스커스 강은 고대 인도에서 개발제조된 우츠 강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다른 종류의 금속을 적층단조(積層鍛造)하여 무늬를 떠오르게 한 강재를 다마스커스 강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본래의 다마스커스 강과는 다른 물건으로, 진짜 우츠 강의 제조기술은 완전히 실전되었다.
하지만 맥이 끊긴 것은 19세기로, 전국시대라면 우츠 강의 생산에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우츠 강의 제조방법은 구전으로 기술계승되었기 때문에, 우츠 강을 제조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데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
원래는 나름대로 돈이 필요하지만, 큐지로의 말솜씨가 좋은 건지 포르투갈 상인은 그가 원하는대로 부림받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뭐, 여름이 끝날 때 쯤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도록 하지요"
"부탁해요"
우츠 강의 잉곳, 우츠 강으로 만들어진 다마스커스 도검. 그 두 가지를 시즈코는 원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실전된 지 오래되었기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는 마음과, 우츠 강으로 일본도를 제조했을 경우 어떤 것이 완성될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물론, 일본도 뿐만 아니라 구르카 나이프 등도 신경쓰였다.
현대에서는 완전히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된, 고대 도검으로 분류되는 카마쿠라(鎌倉) 시대의 일본도 제조기술도 시즈코는 흥미가 있었다.
어떤 문헌에는 히데요시의 칼사냥 포고령(刀狩り令)에 의해 고대 도검의 제조기술이 실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전국시대라면 고대 도검의 제조기술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약간 있었다.
(천하오검(天下五剣)도 그렇지만, 세계에 흩어져 있는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수집도 버리기 아깝네. 역사를 배울 때마다 상상했던 물건이 내 관리 하에 들어오다니…… 역사 애호가로서는 참을 수 없지)
허리에 차고있는 도우지기리야스츠나(童子切安綱)와 오오카네히라(大包平), 그리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오니마루쿠니츠나(鬼丸国綱). 남은 세 자루의 칼도 지금부터 순조롭게 성과를 올리면 입수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쥬즈마루츠네츠구(数珠丸恒次)와 미카즈키무네치카(三日月宗近), 오오텐타미츠요(大典太光世). 남은 세 자루도 빨리 손에 넣고 싶네. 하지만 미카즈키는 히데요시(秀吉)에게 전해질 때까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쥬즈마루는 미노부 산(身延山) 쿠온지(久遠寺), 오오텐타는 요시아키(義昭)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뭐 미카즈키도 요시아키가 가지고 있겠지. 그에겐 미안하지만, 아시카가(足利)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명도는 한 자루도 남김없이 받아내겠어요)
시즈코의 시대에 명도, 명창(名槍) 등의 무구류는 거의 다 소실되었다.
디지털화되어 남아 있는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는 시즈코에게, 현물의 명도나 명창을 볼 수 있고, 게다가 자신의 관리하에 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민간 기술도 흥미가 있지만, 역시 전국시대는 싸움의 시대. 갑주나 칼, 창 쪽에 강하게 끌리게 되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수집만이 목적은 아니다.
노부나가가 천하의 다기(茶器)를 모으며, 자신은 천하인(天下人)에 걸맞는 인간이라고 어필하고 있는 것처럼, 전승(伝承)을 갖는 명도를 소유하는 것은 가신을 필요할 때 모으기 쉬워진다.
즉, '나에게는 노부나가로부터 명도를 하사받을 만큼의 힘이 있다'고, 자기 자신의 힘을 어필할 수 있다. 누구라도 힘이 없는 사람 밑에는 모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곧 오우미 침공이 시작되니까, 지금부터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랬지요. 저도 싸움을 대비해서 준비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꺼내자마자 큐지로는 순식간에 인파들 속으로 섞여 사라졌다.
그의 빠른 발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창고로 시선을 되돌리며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지금부터 큰일이 벌어질거야"
아네가와(姉川) 전투가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더라도, 시즈코는 준비하는 것에만 그칠 수는 없었다.
몇 가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아자이의 동맹 파기나 아사쿠라의 적대 등 큰 흐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절망했다.
이대로 역사가 진행되면 노부나가의 최대의 이해자인 모리 요시나리가, 우사(宇佐) 산성(山城)에서 목숨을 잃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코키에(小木江) 성의 성주, 오다 노부나가의 동생인 노부오키(信興)가 전사하면, 노부나가의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에 대한 대처는 가열(苛烈)해진다.
신뢰가 두터웠던 노부오키가 전사한 것이, 노부나가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에 대해 비정한 수단까지 쓰게 된 이유라고 전해진다.
(여기서는 아네가와 전투에서 아사쿠라 군을 거의 괴멸시켜서, 에치젠(越前)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 수밖에 없으려나)
어떻게 해서든 모리 요시나리의 죽음은 피해야 한다.
그걸 이루려면, 최소한 아사쿠라 군이 원군을 보내지 못할 정도로 피해를 입을 필요가 있다. 아사쿠라 군의 참전이 불가능해지면, 우사 산성의 전투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는 상황이 불리해진 순간 즉시 철수 행동을 취하는 버릇이 있다. 이것이 오다 포위망의 구멍이 되어 노부나가가 핀치를 찬스로 바꾸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게 문제가 된다. 아사쿠라 요시카게가 살아남는 것은 문제없다. 오히려 틀어박히는 경향이 있는 그에게는, 같은 편에게 배신당할 때까지 당주로 있어줬으면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다만 이번처럼 군에 큰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무모한 돌격을 하는 멧돼지 무사(猪武者)인 쪽이 유리하다.
좀 뻔뻔한 얘기라고는 해도, 시즈코는 어떤 책략을 쓸지 고민했다.
"으―음, 역시 이런 건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상담하는 편이 좋으려나―"
자기 혼자서는 책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시미츠가 살고있는 신사(神社)로 걸음을 옮겼다.
"……과연, 시즈코로서는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켜두고 싶은데, 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냐"
시즈코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아시미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응. 그야…… 뭐. 언니라면 TNT 폭탄으로 폭살시키거나 할 것 같지만, 나는 그런 건 좀 안 맞으려나"
"이 시대에도 RDX라면 만들 수 있다. 정제에 극독(劇物)을 쓰기 때문에 몇 명의 희생자가 필요해지겠지만"
"……축산의 분뇨에서 암모니아랑 인을 회수할 생각이야? 그럴 거면 비료로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MAP(Magnesium Ammonium Phosphate: 인산 마그네슘 암모니움) 법에 대해서는 미츠오 쪽이 잘 알고 있겠지. 그건 축산농가의 부수입이었으니까"
"축산의 분뇨에 수증기를 뿜어내면 암모니아를 회수할 수 있지. 남은 것에서 MAP 법으로 인산을 회수할 수 있어. 획득한 암모니아를 반으로 나눠서, 한쪽을 솔베이 공정(Solvay Process)로 탄산 나트륨과 염화 암모니움을 정제하고, 다른 절반은 인과 중화시켜서 인산 이수소 암모니움을 정제하고, 솔베이 공정의 부산물인 염화 암모니움을 첨가해서 냉각하면 인안(リン安)이 생성되니까…… 탄산 나트륨은 유리의 재료가 되고…… 응, 꽤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석회 가마(石灰窯)에서 이산화탄소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인가. 그렇게 되면 연료도 바이오 코크스(Bio-Coke)가 있으면 좋겠군. 유압 프레스로 가압하기 때문에 기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결점은 있지만, 재료는 얼마든지 있다는 이점이 있지"
"식물 기름이라면 아주까리(ヒマシ) 기름이려나? 점도가 높아서 식용으로 쓸 수 없으니 대량으로 사용해도 문제없으니까. 지금까지 생약(生薬) 용으로만 재배했는데, 바이오 코크스를 만들거면 대량으로 재배할까"
"이야기가 빗나갔군, 되돌릴까. 현대의 것 같은 과학병기가 없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카드로 시즈코의 소원을 이루는 것은 가능하다"
그 말과 함께, 아시미츠는 미리 준비해 둔 자료를 시즈코에게 건넸다. 받아든 시즈코는 자료를 죽 훑어보았다.
"이거…… 진심이야?"
자료를 다 읽은 시즈코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아시미츠에게 질문했다. 자료에 적혀 있는 것은 취급을 잘못 하면 위험하지만, 결코 목숨에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을 써서 어떻게 아사쿠라 군을 괴멸시키는 건지 시즈코는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우리들이라면 '장난감'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미지(未知)'의 것이지. 자, 시즈코. 집단 행동을 할 때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이지?"
"그…… 패닉을 일으키는 것?"
"그렇지. 지금 이 시대, 군대는 거의 통솔이 잡히지 않은 집단이다. 거기에 공포나 불안을 주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느냐"
"군의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거?"
"정답이다. 한 번 공포나 불안으로 사기가 떨어진 군은, 순식간에 붕괴하지. 누구든 개죽음은 싫으니까. 보통은 이걸로 문제없지만, 시즈코의 요망을 이루려면 좀 연구가 필요하지"
턱에 손을 대고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잠시 생각한 후, 그는 시즈코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이번에는 파괴 병기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가지. 다만 많은 피가 흐를 것은 알아둬라. 그리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아사쿠라는 금방 도망치는 겁장이니까 말이다"
"그건 알고 있어.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 나는 그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 가치관은 내가 있던 시대의 가치관, 결코 전국시대의 가치관이 아니야"
"……"
"그런 표정 짓지 마, 아시미츠 아저씨. 라고는 해도, 아마도 마음 속의 어딘가에는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을거라 생각하니, 속편하게 "각오한 바다"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방아쇠를 당긴 건 나, 라고 나 자신에게 당부해 둘게"
"나는 다양한 수단을 써서 많은 적을 죽이고 상처입힌다. 그 방아쇠를 당긴 건 시즈코 자신…… 이라는 건가"
"그런 거야"
아시미츠의 말에 시즈코는 힘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히사마사는 미노와의 국경 부근에 있는 타케쿠라베(長比)나 카리야스오(刈安尾)에 성채를 구축하는 작업을 급피치로 진행했다. 게다가 요코야마(横山) 성이나 카마하(鎌刃) 성의 수비를 강화하여 방어망을 펼쳤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명령을 받은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의 책략에 의해, 타케쿠라베 성의 히구치 나오후사(樋口直房), 카마하 성의 호리 히데무라(堀秀村), 그리고 미노우라(箕浦) 성까지 오다 측으로 변절하여, 일찍부터 히사마사의 방어망에는 금이 가 있었다.
아자이 가문의 본성(本城), 오다니(小谷) 성의 방어망에 바람구멍을 뚫는 데 성공한 노부나가는, 책략을 시행한 후 겨우 하루도 되지 않아 타케쿠라베 성에 진을 쳤다.
노부나가의 신속한 행동은 히사마사에게 무너진 방어망을 재구축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정신적인 면에 약간 약점이 있는 그는, 노부나가의 비정상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행동에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태세를 재정비하는 데 실패했다.
좌절을 딛고 일어난 히사마사는 아사쿠라에게 원군을 요청하는 것과 함께, 요코야마 성이나 오오하라(大原) 칸논지(観音寺)에 3천의 병사를 투입하여 방어를 강화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이미 오다니 성의 남서쪽 약 4km 거리에 위치하는 토라고제(虎御前) 산(토라히메(虎姫) 산이라고도 불린다)에 본진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오와리(尾張), 미노(美濃), 이세(伊勢) 국에서 모은 병력 2만에, 원군으로 달려온 도쿠가와(徳川의 선봉대 5천이 더해져 총 2만 5천의 군세가 되었다.
노부나가는 우선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나 히구치 나오후사 등에게, 오다니 성 아래에 철저하게 불을 지르도록 명했다.
이것은 야전(野戦)에서 결판을 내기 위해, 오다니 성에 틀어박힌 히사마사의 군세를 도발하기 위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도발 행위에 히사마사는 넘어오지 않고 농성 항전의 태세를 풀지 않았다.
원군인 아사쿠라 군이 도착할 때까지 히사마사가 농성할 것을 이해하자, 노부나가는 오다니 성 공격을 중단하고 남쪽 9km 정도 거리에 있는 요코야마 성을 먼저 공격하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본진의 이동을 아자이 측이 탐지하자, 그들은 추격대를 내보내 등 뒤에서 급습을 가했다. 하지만 전군(殿軍, ※역주: 맨 후위를 지키는 부대)인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의 활약으로 오다 군은 류우가하나(龍ヶ鼻) 까지의 이동을 당일에 완료했다.
류우가하나에 포진한 지 이틀 후, 노부나가는 요코야마 성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야스(家康) 본군 5천이 합류하여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은 3만의 군세가 되었는데, 때를 같이하여 히사마사에게도 아사쿠라 요시카게를 주장(主将)으로 하는 1만의 군세가 도착했다.
히사마사는 전군을 이끌고 오다니 성을 나와 아사쿠라 군과 합류했다. 그리고 요코야마 성을 구원하기 위해 오오요리(大依) 산까지 진군했다.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과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전투가 시작된다. 주위의 영주들은 물론이고, 쇼군이나 천황까지 전투의 흐름을 지켜보았다.
그 무렵, 시즈코는 인부를 모집하여, 쿠로쿠와슈(黒鍬衆)와 함께 동물원 비슷한 것의 건설에 착수하고 있었다.
우선 4000평의 면적을 빈터로 만들어, 동물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방을 성벽으로 둘러쌌다.
이 때, 성벽은 회반죽(漆喰)을 사용한 흰 벽으로 만들었다. 회반죽 벽은 방화성이 뛰어나지만, 비에 젖으면 녹아버리는 결점이 있다.
이 결점을 방지하기 위해, 비에 젖기 쉬운 장소에 널빤지를 깔고, 10년에서 15년에 한 번 벽을 새로 칠할 필요가 있다.
성벽이 완성되면, 다음에는 성벽의 안쪽에 동물원용의 물을 겸한 해자를 판다. 방위가 주 목적이 아니기에 해자의 폭은 통상의 15간(약 27m)보다 좁은 12간(약 21m)로 했다.
깊이는 물을 축적하는 것도 겸해서 3m에서 4m 사이로 했다. 게다가 해자의 안쪽에는 흙담을 쌓아 내부로부터의 도망을 막는 설비를 갖추면, 그 이후에는 각 동물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진공작은 번식을 고려해서 각 쌍에게 10평, 높이 4미터의 금사(禽舎)를 준비하과, 거기에 폭 50cm, 높이 70cm, 깊이 90cm의 터널 모양의 상자를 네 구석 설치했다.
터널 모양의 상자를 준비하는 이유는, 진공작의 암컷을 번식기의 수컷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번식기의 수컷은 암컷에 대해 공격적이 되어, 때로는 암컷을 죽이는 경우가 있다.
암컷의 살상을 막기 위해, 피난처가 되는 상자를 금사의 네 구석에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수컷이 암컷에게 프로포즈하기 위해 펼치는 깃털, 이름을 상미통(上尾筒)이라고 하는데, 그걸 회수할 필요도 있었다.
수컷 공작이 암컷에게 프로포즈하는 깃털은 평생 변치 않는 깃털이라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매년 새롭게 자라난다.
번식기인 4월에서 6월에 걸쳐 가장 아름다워지며, 그걸 지난 7월부터 서서히 깃털이 빠지기 시작해, 11월에는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
그리고 12월 무렵부터 새로 나기 시작하여, 다시 번식기인 4월부터 6월에 걸쳐 가장 아름다워진다.
빠져 떨어진 깃털을 장식용의 소재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입수할 수 있으면 이득이라는 정도의 취급이었다.
땅거북에게는 산란용의 방조(防鳥) 네트로 둘러싼 구획과, 입구가 좁고 안쪽에 부드러운 흙을 깐 잠자리를 준비했다.
땅거북은 물이 있으면 있는대로 마시기 때문에, 극력 물을 멀리해둘 필요가 있다.
통상의 동물이라면 수분 부족에 빠질 환경이지만, 그들은 야채나 들풀, 과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분으로 충분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
다만 추위에 약한 땅거북은 일본의 겨울을 날 수 없기 떄문에, 가을이 끝날 무렵부터 겨울에는 온천 근처에 있는 헛간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다행히 셰퍼드는 광견병 등의 병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지금도 힘차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녀들을 베이스(台雌)로 하여 개의 품종개량을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는, 셰퍼드의 환경에 가장 신경을 썼다.
하지만 그녀들은 넓은 토지나 쾌적한 환경보다도 새로운 장난감 쪽에 열중이었다.
대형견의 셰퍼드에 의한 거친 환영에, 며칠만에 장난감이 너덜너덜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000평이나 되는 면적에 저택이나 성 이외의 시설을 건설한다.
참으로 기묘한 토목공사라고 츄우겐(中間, ※역주: 이 경우 인부, 일꾼의 의미)들은 생각했으나, 돈을 받을 수 있는데다 전투 같은 위험이 없다.
토지에 얽매이지 않는 츄우겐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터였다. 그래서 이 위험이 없는 토목공사에 츄우겐이 너무 몰리지 않도록,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출진할 때까지 모집을 중지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토목공사로 돈을 받는 쪽이 좋다고 츄우겐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즈코는 동물원의 건축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태반을 쿠로쿠와슈에게 일임했다. 이유는 노부나가에게서 명령받은 화승총의 특별 훈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라지로(虎次郎)를 맡는 것, 고양이용의 펫 하우스 '네코치구라(猫ちぐら, ※역주: 짚으로 만든 고양이집의 일종)'의 제조 지휘 등, 그 밖에도 일거리는 있었지만, 가장 큰 일거리는 화승총의 특별 훈련이었다.
화승총이라고 하면 노부나가가 나가시노(長篠) 전투에서 사용한 3단 사격이 유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휘자를 따라 일제 사격을 하려 해도, 거리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명령이 늦게 전달된다. 거기에, 준비에 미적이는 사람과 재빨리 끝내는 사람이 생겨버려, 쓸데없는 시간이 잔뜩 걸린다.
철포대(鉄砲隊) 일제 사격에 의한 3단 사격을 하지 않아도 병력에서 앞서는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에게는 좋은 방법이 있다.
간결하게 말하면, 타케다(武田) 군을 둘러싸고 두들겨패면 된다. 아무리 굳세고 강한 타케타 병사들이라고 해도 병력 수에서 밀리는 시점에서, 포위전 앞에 굴복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나가시노 전투에서 노부나가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고 생각된다.
우선 병력을 일부러 분산시켜, 본진을 타케다 군보다 적은 상태로 보여 카츠요리(勝頼)를 유인하고, 그 동안 토비가스(鳶ヶ巣) 산채(山砦)와 네 개의 지채(支砦, ※역주: 보조 요새)(나카야마(中山) 요새, 히사마(久間) 산채、우바카후토코로(姥ヶ懐) 요새、키미가후쿠시도코(君ヶ伏所) 요새)를 함락치키고 나가시노 성을 구원한다.
사카이(酒井) 기습부대의 기습이 성공함에 따라, 시타라가하라(設楽原)로 진군했던 타케다 본대는 퇴로를 위협받는 상태가 되어, 최종적으로 오다, 도쿠가와 연합군의 본진에 돌격한다.
타케다 군의 돌격에 대해, 노부나가는 3단 사격이 아니라 세 방향에서 타케다 군에게 공격을 가해, 이름있는 무장들을 다수 쓰러뜨려 타케다 군을 괴멸상태로 몰고 갔다고 생각된다.
타케다 군이 1만 명 이상이나 되는 희생을 낸 것을 고려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3단 사격보다, 세 방향에서의 반포위망 전투를 했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이야기를 되돌리자.
시즈코는 하야고우(早合, ※역주: 전장식의 화승총을 간편하게 장전하기 위한 도구)를 사용한 사격 훈련, 그리고 시마즈(島津) 가문의 장기인 장탄 담당과 사격 담당을 전후로 교대시키면서 계속 쏘게 하는 윤번(輪番)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 의해 통상 40초에서 50초가 걸리는 화승총의 사격을 고작 15초에서 20초까지 단축시킬 수 있었다.
훈련의 성과는 훌륭하여, 전원이 1분 동안 4발의 발사가 가능한 정도까지 실력을 올렸다. 윤번 사격은 아직 삐걱거리는 부분이 남아있어, 장기간에 걸친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머지는 영주님이 결정하시겠죠. 아네가와 전투에서 돌아오면 오다 군의 텟포슈(鉄砲衆, ※역주: 화승총 부대의 명칭)도 그럭저럭 강화되겠네요"
그리고 강화하는 데는 미니에 탄을 사용 가능한 화승총의 개발이 가장 좋지만, 그쪽은 아시미츠가 진행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개발이라고 해도 라이플링 가공의 도구 제조나, 미니에 탄의 규격 통일 등 할 일은 많았다.
특히 화승총의 구경은 수제로 제작하는 만큼 통일성이 없어서, 처음에 가장 평균적인 구경에 맞춘 미니에 탄의 사이즈 설계가 필요했다.
"뭐, 그쪽은 아시미츠 아저씨에게 맡겨두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쓸데없는 잡념을 버리고, 시즈코는 텟포슈의 훈련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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