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9 1567년 7월 중순
오다 가문 상담역에 임명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2개월 가까운 시일이 흘렀음에도 노부나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호위대(馬廻衆)나 병사의 이야기도 일체 없었고, 그들을 데리고 사람이 찾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농번기를 피해서 이야기하려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인 것이지만, 아무 말도 없는 상황에 시즈코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의 일거리는 '소금과 칠판의 생산 및 제법을 기록해라'라고 시즈코는 예감했다.
그것들에 필요한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갈대발(よしず)이나 발(すだれ), 그리고 그것들을 매달기 위한 재목(材木)이다.
칠판은 먹과 감물(柿渋, ※역주: 날감의 떫은 즙. 방부제로 사용)에 판형의 목재, 분필은 풀과 석고가 있으면 된다.
내친 김에 돌가마(石窯, ※역주: 참숯 제조용 가마)를 만들자, 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금방 문제가 발견되었다. 당시의 일본에는 벽돌(煉瓦)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벽돌만이라면 재료를 반죽해서 햇빛에 말리면 되지만, 돌가마는 내화(耐火) 벽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방식(連房式) 도자기 굽는 가마(登窯)의 건설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소성(焼成) 온도가 최고 1300°C 전후로 유지되는 도자기 굽는 가마는, 내화 벽돌을 양산하기에 최고의 가마이다.
의기양양하게 흑역사 노트를 펼쳐들고 도자기 굽는 가마의 구조를 찾아본 시즈코는,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자기 굽는 가마에 필요한 재료 목록에, 내화 벽돌이 쓰여 있었다.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내화 벽돌이 필요하다는 수수께끼의 딜레마에 빠진 시즈코였다.
고민한 끝에 간신히 그녀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화 벽돌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가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행히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마의 제작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인의 지식의 정수인 결과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벽돌이 구워질 리는 없었기에, 작업의 각 공정에서 실패하고, 그에 대한 원인 분석에 시간을 필요로 했다.
먼저 점토를 만들기 위해 토련기(土練機)가 필요한데, 이 기계를 설계했을 때 시즈코는 커다란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조립해 버렸다.
그 때문에, 토련기는 가동 직후에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며 뒤틀려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시즈코는 파손된 토련기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설계도와 파손 상태와 눈싸움을 하며,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내는데 2주일이나 소비한 끝에, 가동 후에 발견된 작은 문제점을 모조리 수정하여 토련기 2호기를 제작했다.
이번에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사용하면서 미세 조정을 반복하여 점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보였다.
그것만 극복하면 내화 벽돌을 만들수 있다, 라는 건 아니고 역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벽돌은 다 구운 후에 시간을 들여 식힐 필요가 있는데, 시즈코는 그걸 빼먹고 급격하게 식혀 버렸다. 당연하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간 벽돌은 그것에 견디지 못하고 수축된 후 갈라졌다.
내화 벽돌 제조용의 가마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앞쪽과 안쪽에서 온도차가 발생하여 균등하게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 대책으로서 연기를 내는 구멍 '연도(煙道)', 즉 굴뚝을 다른 것으로 교환했다.
무려 3미터가 넘는 긴 굴뚝으로 바꾸어 기압차에 의해 연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불을 안쪽까지 끌어들여 전달시켰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농업처럼 실천을 거듭하여 체득한 지혜와 달리, 내화 벽돌 제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기는 커녕, 그 실패조차 즐기고 있었다. 문제점이 있으면 원인 조사, 수정, 검증이라는 지루한 작업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런 진흙탕 생활이 1개월 반 정도 이어졌을 무렵, 간신히 제대로 된 내화 벽돌이 완성되었다.
구워진 벽돌의 숫자는 3백개 정도로 숫자는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열매를 맺은 것을 증거하듯, 내화 벽돌은 작은 망치로 때리면 금속을 때렸을 때처럼 높고 맑은 소리가 났다.
지금부터 수천, 어쩌면 수만 개의 내화 벽돌이 필요해지지만, 지금부터는 천천히 만들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화 벽돌에 대해 어떤 것을 잊고 있었다.
돌가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화 벽돌은, 강철을 제련 가능한 용광로에도 전용 가능한 전략적 자원이기도 한 것을.
"하―, 평화롭네……"
때때로 파발마를 통한 타다카츠의 편지가 오는 정도로, 시즈코의 마을은 평화 그 자체였다.
기술 전달은 그 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기쁘게도 성모용(成苗用) 2조식(二条植)의 인력 이앙기가 완성되었다.
다소 정비가 번거롭지만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내기에 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면화도 잘 자라고 있네…… 혼다 님이 직접 씨앗을 가져왔을 때는 놀랐지만……"
공동 면화 재배는 표면적으로는 노부나가로부터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타다카츠가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토가 관련되면 바로 장소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계획은 내년도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년까지 한 번은 면화 재배를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 '면화의 씨앗을 보고 싶어요'라는 어련무던한 말을 덧붙였다.
그걸로 씨앗을 손에 넣는다면 이득, 안 되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타다카츠의 행동은 시즈코의 예상을 벗어났다.
"시즈코 님! 씨앗을 가져왔습니다!"
설마 하던 타다카츠 본인이 씨앗을 전해주러 왔다. 두 사람의 편지의 중계 지점이 되어 있던 니와도 이것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니와가 말해도, 타다카츠는 '소생이 시즈코 님께 전하겠소!'라고 고집을 부리며 양보하지 않아, 결국 시즈코가 호출되게 되었다.
"시즈코 님, 모리 님께서 오셨습니다"
"으엑, 뜬금없네. 응, 알았어. 바로 갈게"
멍한 얼굴에 기합을 넣은 후,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오래 기다리셨…… 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서자,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성인 남성 두 명과 어린애 한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거대한 체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국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거구의 소유주였다.
다른 한 명은 고지식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야성미도 느껴지는 신비한 인물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항상 앉는 장소에 앉았다.
그녀가 앉는 것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위대의 건으로 왔소. 파발마도 보내지 않고 급하게 와서 미안하오"
"어, 아뇨, 문제없습니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도 미안하니 짧게 하도록 하겠소. 우선은 호위대를 소개하지. 오른쪽에 있는 것이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님,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이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역주: 카니 요시나가(可児吉長))이오"
소개된 사람들 중, 시즈코를 재미있는 녀석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케이지라고 불러줘. 당신이지? 얼마 전에 오다 나으리의 술자리에서 굉장한 전설을 만든 게"
(뭐야, 그 굉장한 전설이라는 게!?)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위로의 술자리에 시즈코는 참가햇었으나,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방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두의 태도가 싹 변했었다.
묘하게 저자세로 나오는데다, 그 이유를 물어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니와를 추궁해 봤더니 전력으로 도망쳤다.
노부나가는 변함없었지만, 그 '뭔가'가 영향을 끼쳤는지 노히메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소인은 사이조라고 합니다. 사이조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시바타(柴田) 님을 섬길 예정이었습니다만, 뭔가 사람이 안 모인다고 하여 급거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거기서 시즈코는 깨달았다. 마지막의 소년이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을.
"저어…… 그런데 뒤쪽의 소년은?"
"응? 아, 이 애는 내 아들이오"
묘하게 노려보는 소년에 몸이 움츠러든 시즈코는, 어색하게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지금도 물어뜯을 듯한 분위기에, 시즈코는 차남인 모리 무사시노카미 나가요시(森 武蔵守 長可)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은 쇼우조(勝蔵)요"
안 좋은 예감만 적중한다, 고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네에…… 그런가요. 자, 잘 부탁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순간, 그의 머리에 모리 요시나리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나가요시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픈 곳을 감싸쥐었다.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시즈코 님은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이시자, 영주님의 중요한 요인이시다"
"하, 하지만, 아버지. 아무리 영주님의 요인이라고 해도, 여자가 아닙니까! 이 사람에게서 제가 무얼 배우라는 겁니까!"
(어라―, 뭔가 얘기가 이상한 거 같은데?)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의문을 입에 올리려 했다.
그 전에,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힌 나가요시가 시즈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이라고는 하나, 여자를 섬기는 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저어―, 뭔가 불안을 느끼는 단어가 들리는데요……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요?"
작게 손을 들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묻자, 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군에도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소이다"
"네"
"그래서 쇼우조를 시즈코 님 밑에서 단련하게 하라는 명이시오"
"………………………………………………………………네?"
뭔 소리래 이 사람, 이라고 말할 뻔 했기에 시즈코는 다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단련을 시키다니 뭐를 말인가요?"
"그건 시즈코 님께 맡기신다고 합니다"
"(모조리 떠넘기는 겁니까……) 저기, 거부권은…… 없, 겠죠?"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아직도 기분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나가요시를 어떻게든 설득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딱히 불만은 없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에게 대들지 않았다.
특히 케이지 쪽은 시즈코가 어떻게 움직일지 즐기고 있는 듯, 히죽히죽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약―간 터무니없고 위험하지만…… 이 방법으로 갈까) 저기, 일단 쇼우조 군……이면 되려나. 나를 섬긴다느니 단련받는다느니 하는 게 불만인 거지?"
"……"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입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나는 독심술사가 아니고…… 뭐 이대로는 평행선이니, 여기는 승부를 해서 이야기를 결판짓자"
"승부우?"
괴이쩍다는 표정을 떠올린 나가요시였지만, 바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승부 = 무예 대결이라고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내가 이기면 얌전히 말을 들을 것. 지면 내가 영주님께 이 임무를 취소해 달라고 설득할께. 어때?"
"흥, 너 따위가 영주님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거냐"
"싫다면 승부를 거절해도 좋지만, 그 경우 너는 '여자가 승부를 걸었는데 도망쳤다'는 평판이 따라다닐 걸?"
신경에 거슬렸는지 나가요시는 눈을 크게 뜨고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그것에 내심 겁먹으면서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네"
"잠깐, 누가 거절한다고 했냐. 좋아, 그 승부 받아주지"
"좋아. 승부의 방법인데…… 말을 꺼낸 건 나니까, 내가 정해도 될까?"
"상관없다.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
나가요시가 함정에 빠진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모리 님. 죄송하지만, 승부의 증인이 되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모리 요시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후, 시즈코는 나가요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시 승부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승부의 방법을 정하는 건 나. 그리고 내가 이겼을 경우에는, 영주님의 명령에 따를 것. 제가 졌을 경우에는, 제가 영주님께 이 이야기를 없었던 걸로 해 주시도록 설득하겠음. 괜찮지?"
"그걸로 좋다. 그래서, 중요한 승부는 뭐냐? 말이냐? 활이냐? 아니면――――"
"아아, 응. 보기좋게 내 예상대로의 내용이네. 하지만 아니야. 내 승부는 굉장히 간단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붓을 손에 들고, 종이에 글자를 적어갔다.
괴이쩍다는 표정을 짓는 나가요시를 무시하고 뭔가를 다 적자, 시즈코는 종이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걸 일본의 말로 번역해봐. 훌륭하게 번역하면 네 승리. 번역하지 못하면 네 패배야"
전원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HIZUKO "Why don't you listen to me?"
SYOZO "No problem. Everything's fine"
번역)
시즈코 "어째서 내 말을 안 듣는거야?"
쇼우조 "괜찮아. 문제없다"
20초 가까운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그것을 깬 것은 나가요시의 절규였다.
"뭐, 뭐야 이게――――――――――!?"
"뭐냐니, 남만의 문자 중 하나야. 자, 번역해 봐?"
나가요시의 동요고 짜증이고 싹 무시하고 시즈코는 대단히 태연한 태도로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자, 장난하지 마! 뭐냐 이 승부는! 남만의 문자 따윌 어떻게 알아!?"
"장난이 아니야, 아주 진지해. 그러니까 몇 번이나 물었잖아. 승부는 내가 정해도 되냐고. 그에 대해서 너는 내가 정해도 된다고 단언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었다는 거야"
"뭣……!?"
여전히 뭔가 격하게 말하려던 쇼우조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국시대의 남만인이라고 하면 포르투갈인이나 스페인인중 하나로, 유명한 루이스 프로이스(※역주: Luís Fróis)도 포르투갈 출신의 카톨릭 사제이다.
그렇기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 뿐, 영어를 쓸 수 있는 남만인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이상, 시즈코는 '전국시대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승부에 영어를 쓴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무예로 승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단지 네가 그렇게 믿었을 뿐이야.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큰코 다치는 법이거든?"
"이, 이 비겁――――"
"적당히 해라"
부들부들 떨면서 고함치던 나가요시였으나, 그것은 모리 요시나리의 말 한 마디에 지워졌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 듯한 느낌에 시즈코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케이지도,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사내답지 않게 아우성치는 그 추태,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구나"
담담하게, 평소대로의 말투로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상냥해보이는 미소는 없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네놈은 시즈코 님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느냐.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라고 대답하지 않았더냐. 잊어버렸다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다. 상대가 반드시 네놈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네놈은 그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걸 잘 이해하고, 아우성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라"
"……"
"이 승부, 시즈코 님의 승리다"
모리 요시나리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의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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