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2



05 면(麵) 전쟁(戦争)



현대 일본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면(麺)을 좋아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발전한 랍면(拉麺,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일본풍의 일본식 라멘과는 구별된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일본에 옛부터 있는 소면(素麺)에 소바(ソバ, ※역주: 메밀국수. 여기서는 고유명사 등의 관계로 그냥 소바로 쓰겠음), 우동 등 화양중(和洋中)을 막론하고 일본의 곳곳에서 즐겨지고 있다.

개중에는 본고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본에서 창작된 요리도 존재한다. 면요리에 국한되지 않고, 창작 요리에 대해 듣고 본고장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창작 요리가 풍부하다.


전국시대, 시즈코의 마을에서는 다양한 면요리가 경쟁하고 있었다. 가장 구하기 쉬운 소바가 가장 강하지만, 우동이나 라멘도 지지 않는다.

라멘이라고 해도 현대 일본처럼 밀가루와 물, 간수(かん水)로 뽑은 면이 아니라, 중국의 랍면인 밀가루와 물, 소금으로 면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쫄깃함이 없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 랍면이 된다.

간수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하는 데 비용이 들기에, 기본적으로 오키나와 소바(沖縄そば)처럼 초목(草木)을 태운 잿물을 졸여서 위에 뜬 것을 간수의 대용품으로 사용한다.


"어서옵쇼, 어서옵쇼. 우리 집 소바는 오와리(尾張) 제일입니다ー!"


"까불고 있네! 남자라면 소바가 아니라 우동이지ー!"


"뭐라고! 우동이나 소바보다 당연히 소면이지!"


"새로운 '라아멘'은 어떠십니까? 소바나 소면에는 없는 새로운 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ー!"


여기저기서 호객 소리와 함께 다른 면을 깎아내리는 말이 날아다녔다. 이미 이해불가(摩訶不思議), 혼돈에 빠진 세계에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활기가 있는 건 좋지만, 활기가 지나쳐도 문제네"


시찰할 필요가 있지만, 시즈코는 싸움이 날 듯한 소란스러움을 보고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시찰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에, 내키지 않았지만 길을 걸었다.

어느 가게나 손님들의 흥미를 끌만한 화려한 깃발(のぼり旗)을 세워놓고 있었다. 종가(宗家)라느니 원조(元祖)라느니 이것저것 쓰여 있었지만, 이미 뭐가 종가인지 쓴 본인도 모를 것이다.


"소바(蕎麦), 소면, 우동, 랍면이 4대 면인 거겠네. 하지만 뭐 토핑에도 집착이 있겠지"


소바 하나만 봐도 덴뿌라에 튀김 찌꺼기(天かす), 파(葱), 개중에는 생선을 얹는 가게도 있었다.

소바도 모리소바(もりそば, ※역주: 국물에 찍어먹는, 김을 올리지 않는 소바), 자루소바(ざるそば, ※역주: 김을 올려먹는 소바), 카케소바(かけそば, ※역주: 국물을 넣어 먹는 소바) 등 종류가 풍부하여, 다양한 조합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뭔 소리야! 자루소바라고 하면 대나무발(竹ざる)이 당연하지!"


"멍청아! 옛날부터 자루소바는 나무찜통(蒸籠, ※역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에 올리게 되어 있는 거야! 대나무발 따윈 사도(邪道)다!"


"아이고~~~, 너 진짜 모르는구나. 덴뿌라는 마지막에 올리는 거야 등신아!"


"츠키미소바(月見そば)의 계란을 뭉개지 마ー!!"


하지만 조합의 종류가 풍부하다는 것은, 먹는 방법의 파벌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기저기서 먹는 방법에 대해 다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떠들썩한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에너지를 다른 것에 쏟지 못하나, 하고 시즈코는 머리가 아파졌다.

하지만 식사, 특히 맛에 경제적인 리소스를 할애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여유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람들에게 여유가 있는 시대는 식사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가 조성(醸成)된다. 하지만, 생활에 여유가 없을 경우, 화려한 문화 따윈 태어나지 않고 식사도 심플한 것 투성이가 된다.


"면 만으로 저만큼 난리니까,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


식사라는 것은 문명의 척도이며, 그 나라의 축도(縮図)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이 평소에 무엇을 먹고 있는지로 그 나라의 생산력, 경제력을 알 수 있으며, 메뉴의 풍부함은 그만큼 잉여 생산된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식재료가 풍부한 것은 유통이 발전되어 있는 것을 알려주며, 요리의 색이나 겉보기는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얼마나 길러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고작 요리, 하지만 나라의 문화, 문명의 척도를 알려주는 것, 그것이 요리이다.


면요리 가게가 늘어선 길을 빠져나와 시즈코는 다른 요리점 거리를 걸었다.


"다른 데도 별 차이 없네"


"면만이 식사는 아니라는 거지"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에게 케이지(慶次)가 가볍게 대답했다. 면요리점과 다르지 않은 도발적인 깃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호객 소리, 식사에 거는 열의는 면요리에 뒤지지 않았다.


"가까운 곳엔 항구가 있지. 그리고 양식을 통해 식재료는 대량 생산되고 있지. 산의 먹거리(山の幸)도 어느 정도는 유통되고 있으니, 이 마을 사람들이 요리에 열의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잖아?"


"열의가 지나쳐도 문제에요. 뭐 폭력사태로 번져 싸움을 하거나 가게를 부수는 게 아니라면 딱히 상관없으려나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량스러운 거리로밖에 안 보이겠지만요"


애초에 시즈코가 요리점 거리를 시찰하고 있는 이유는 요리점 거리에 불평이 어느 정도 쌓인 것이 이유였다.

사정을 모를 경우 요리점 거리의 다툼은 어쩔 도리가 없는 광경으로 보였다. 그것이 단지 열의가 지나친 것인지 정말로 싸움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즈코가 시찰하게 되었다.

시즈코가 케이지 말고 다른 사람을 데려오지 않은 것도 괜히 시찰이라는 게 알려져서 사람들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는 자주 이 거리를 돌아다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위험하면 그 전에 보고가 올라올테니까요. 그렇다고해서 방치해둘 수도 없잖아요. 제대로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어둬야죠"


"그러네. 뭐, 문제없으면 적당히 뭐라도 먹고 가자고"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돌아가지 않으면 집에서 밥을 짓고 잇는 사람들에게 미안하잖아요"


"그러네"


케이지는 시즈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요리점 거리의 시찰을 마친 시즈코는 케이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식사 후, 그녀는 요리점 거리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개입할 필요 없음, 이라는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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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