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9 1571년 8월 중순
7월 상순, 시즈코는 2000의 정예병을 이끌고 쿄(京)로 상락(上洛)했다.
이번의 목적은 노부나가가 터키시 앙골라의 새끼를 천황에게 헌상하기 위한 종군이다. 그래도 정병은 완전 무장하고 언제든지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태였다.
집 안을 관리하는 아야(彩)와 오이치(お市) 등을 오와리(尾張)에 남겨두고, 그 이외의 멤버인 시녀인 쇼우(蕭), 무장인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등 세 명과 수습(見習い)인 타카토라(高虎)가 상락에 참가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평소의 키소 말(木曽馬)이 아닌 아랍 종의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타고 있는 것은 시즈코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네 명 뿐이었다. 나머지 기병과 타카토라, 쇼우는 키소 말에 타고 있었다.
케이지를 필두로 요란한 차림새를 한 카부키모노(傾き者) 들도 눈에 띄었지만, 그보다 더욱 쿄 백성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이 시즈코였다.
구체적으로는 시즈코 본인이 아니라 그녀의 주위에 있는 짐승들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눈에 띄었다.
체고(体高) 약 155cm로 비교적 큰 아랍종, 말을 에워싸듯 한 비트만 일가, 시즈코의 왼팔에 시로가네, 말 머리 위에 아카가네, 시즈코의 앞에 쿠로가네 등, 시즈코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비트만 일가이리라. 시바 견(柴犬)이나 일본 늑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체구, 눈빛은 날카롭고, 늠름한 분위기는 보는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가 그들을 데려온 것은 최근 놀아주지 못했기에 데려온 것 뿐으로, 그다지 깊은 의미는 없었다.
시즈코는 쿄에서 항상 이용하고 있는 거관(居館)으로 들어가서 터키시 앙골라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귀, 눈, 입, 코, 숨, 몸, 피부, 털을 체크하고, 다음으로 기묘한 행동이나 식욕부진이 없는지 체크했다. 간단한 체크였지만 모두 이상이 없는 것을 알게 되자 고양이를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노부나가에게 보내면 시즈코의 일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이후에는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관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대기라고 해도 웬만큼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쿄의 거리에서 놀아도 문제없었다.
케이지는 큰 돈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가요시는 매번 그렇듯 스모 도장(相撲部屋)으로 도장깨기, 사이조는 저택을 나가진 않았지만 바둑이나 장기 삼매경인 등, 쇼우와 타카토라 이외에는 노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놀러가죠"
저택의 주인인 시즈코도 시간이 남아돌고 있었기에 쿄의 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멤버는 시즈코, 사이조, 타카토라, 쇼우였다.
평소에는 하기 힘든 윈도우 쇼핑을 즐기는 시즈코였으나, 기후(岐阜)에 비해 시장이 작은 것도 있어 그다지 눈을 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팔리고 있는 물건들에는 기후의 시장에는 없는 '전통'의 향기가 있었다.
"전통적인 물건은 있지만, 이렇다 하게 재미있는 물건이 없네"
"시즈코 님께서는 재미있는 물건을 만드시는 쪽이신 게…… 음?"
뭔가를 발견했는지 사이조가 손으로 전원을 제지했다. 그의 시선 끝을 보니, 뭔가 인파가 생겨 있었다. 사이조의 반응을 보니, 그다지 좋은 의미에서의 인파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요키치(与吉) 군, 경라대에 연락. 쇼우 짱은 만일을 대비해서 우리 병사들 중 100명 정도 불러와 줘. 이런 건 시간과의 승부야. 자, 움직여!"
재빠르게 지시를 내리는 시즈코에 비해, 이런 종류의 경험이 적은 두 사람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시즈코가 독려를 하자 자신들이 할 일을 이해했는지, 각자 목적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사이조 씨,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죠. 느긋하게 상황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보이진 않으니까요"
"옛. 하지만 신변에는 주의해 주십시오. 인파에 섞여 수상한 자가 시즈코 님을 노릴지도 모릅니다"
"응, 객기부리진 않을거에요. 경라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만 있으면 돼요"
두 사람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인파로 다가갔다. 거의 코앞까지 다가가자, 두 사람의 귀에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대화를 들어보니 한 쪽이 노성을 지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이조는 대화의 내용에서 일촉즉발의 사태라는 걸 이해하자, 시즈코의 앞으로 나서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천황께서 계시는 쿄에서 무슨 소란이냐! 이곳에서 다툼은 엄히 금지된 것을 잊었느냐!!"
그건 평소의 사이조에게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노성이었다. 너무나 큰 목소리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인상을 쓰며 돌아봤지만, 전쟁에 나가는 무사(いくさ人)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사이조를 보고 당황해서 시선을 돌렸다.
사이조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자 인파가 갈라졌다.
"양쪽 다 무기를 조용히 내려놓아라! 주위를 잘 살펴라!!"
다툼의 중심에 도착하자, 사이조는 당사자 양쪽에게 경고했다.
"뭐, 뭐야 이 자식은, 갑자기 큰 소리를…… 윽!"
사내가 불평했지만, 사이조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고 도중에 말을 삼켰다. 소동을 일으킨 자들 전원을 일별한 사이조는, 손에 들고 있는 창의 뒷부분(石突)으로 땅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둔중하고 큰 소리에 구경꾼들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소동을 일으킨 한 쪽의 집단도, 사이조에게서 뿜어지는 기백에 주춤했다.
"자, 무기를 집어넣어. 그쪽 두 사람도 괜찮지?"
시즈코는 소동을 일으킨 남자들의 반대쪽에 있는 두 명의 소년에게, 가능한 한 적의를 느끼게 하지 않는 미소를 띠고 물었다. 두 사람은 고민되는 듯, 나이가 어린 소년 쪽이 계속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기를 거두는 편이 제일 좋다고 결론을 내리고, 손에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었다.
여전히 반대측의 리더인 듯한 사내는 칼을 손에 들고 불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지만, 사이조가 창을 겨누자 다급히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왜 소란을 피우고 있던 걸까?"
"켁, 너한테 이야기 할……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부루퉁한 얼굴로 외면하던 사내였으나, 사이조의 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했다. 그래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걸 보니, 부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것이리라.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찌만, 그걸 지적해봐야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을 것을 이해하고는 시즈코는 두 명의 소년 중, 나이가 많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있는 부부의 아이가, 그 남자의 말로는 노예라고 했다. 하지만 부부는 양자라고 말했지. 내가 보기에는 부부가 옳다고 느꼈다. 그래서 부부의 편을 들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틀림없어?"
"맞아. 그 녀석은 노예상인에게서 5관문(貫文)에 샀다고. 난전의 소란에 틈타 도망쳤는데, 겨우 발견한 거야"
양쪽의 이야기를 정리하니 산적 같은 남자가 5관문에 노예를 샀다. 그러나 우사 산성(宇佐山城) 전투에 말려들어 그 와중에 노예가 도망쳤다. 우여곡절 끝에, 부부의 양자가 된 것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야기는 좀 빗나가는데, 두 사람 다 이 부부와 아는 사이야?"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이 두 사람의 정체였다. 보기에 연상인 쪽은 15세, 연하인 쪽은 11세 정도였다.
연상 쪽이 차림새가 좋은 것을 보면, 무가(武家)의 자식과 소성(小姓)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 추론이 올바르다고 가정했을 경우, 소년들이 굳이 부부를 도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방심하다 당했는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연하의 소년은 어깨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나와 부부 사이에 혈연은 없다. 하지만 약한 자를 못본 척 하는 것은 내 신념에 어긋난다"
"……그것뿐이야?"
"그 이외의 이유 같은 건 없다"
망설임없이 단언하는 모습에 시즈코는 소년이 속 검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아까의 문답에서 조금 더 말을 신중히 골랐을 터였다. 하지만 소년은 서투르면서도 말에 일절 꾸임이 없었다.
"응, 고마워. 그럼, 부부에게 묻도록 하지요. 그 애를 양자로서 맞아들였다는 말인데, 어디서 맞아들인 거죠?"
"어, 아, 네. 그…… 저기, 오다 가문이 관리하는 고아원입니다"
"그럼 양자 입양 증서가 있을 텐데, 그건 잘 보관하고 있나요?"
오다 가문 관할의 고아원은 노예 판매장이 아니라, 부모를 잃은 아이를 자립시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까라서 태반은 장인의 공방에 제자로 들어가지만, 드물게 양자로서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그 때, 고아원을 관할하는 오다 가문의 조직에서 발행되는 공문서가 '양자 입양 증서'이다.
"아, 네!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럼 그게 진짜라고 가정하면…… 대금을 청구할 곳은 오다 가문이 되니까, 그쪽과 이야기해 주세요"
산적의 리더 격에게 시즈코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고아원에 있는 고아가 정말로 노예이며 도망 노예였던 경우, 매입 대금을 오다 가문이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노예 상인에게서 고아를 산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이다. 증명할 수 없는데다, 노부나가의 기분이 나쁠 경우 뼈아픈 댓가가 기다리고 있다.
"우, 우우우우우우웃기지 마! 이쪽은 5관문(貫文)이나 손해를 본…… 윽!"
격앙된 사내는 다시 칼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은 사라지고, 완전무장한 아시가루(足軽)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깨닫고 움직임을 멈췄다.
"주군, 명령하신 대로, 100명을 모아왔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산적들의 마음이 꺾이려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노련한 병사들이 시즈코의 앞에서 공손하게 예를 올리며 한 말에 산산이 박살나 버렸다.
그 후에는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건네받은 양자 입양 증서를 조회해보았으나 위조가 아닌 것이 증명되어, 부부의 주장이 옳은 것이 증명되었다.
산적들은 소동을 일으킨 죄로 경라대에 연행되어갔다. 젊은 소년들은 부부를 지켰기에 문책을 받지는 않았으나, 경라대를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주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소년의 상처를 확인했는데, 예상외로 깊어서 봉합이 필요한 상처였기에 치료하려고 했으나, 소년이 완강히 거절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상처, 대단치 않다"
"으―음, 그렇게 말해도 상처가 붙으면서 썩는 경우가 있거든?"
전국시대의 무장은 상처의 치료를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이것은 치료를 받으면 나약한 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이유였다. 반대로 백성들은 독자적인 치료법을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의 치료방법이라고 하면 실로 거칠어서, 현대 기준으로는 효과가 의심스러운 황당무계한 것이었다.
전투에서의 부상 중 많은 화살 상처의 경우, 화살을 힘으로 잡아뽑은 후에 안정시키는 것 뿐이었다.
게다가 안정시킨다고는 해도 자면 죽는다고 하여 자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게다가 식사도 주지 않는다는 고문에 가까운 난폭한 것이었다.
전장에는 약 같은 건 없었기에, 근처에 있는 것을 이용한 수상한 민간요법이 만연했다.
예를 들면 말똥을 달인 물을 마시면 피가 멎는다던가, 소변을 마시면 통증이 완화된다던가 하는 미신이 받아들여졌다.
시즈코는 그러한 치료 방법을 폐지하고, 부상병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금창의중(金瘡医衆)을 종군시켰다.
현대 의학만큼 고도의 치료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대 의학 중에서 부상병의 치료 방법이나 약학을 배운 금창의(金瘡医)는, 시즈코 군의 전사자를 줄이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부상당한 시즈코 군의 아시가루나 잡병들이 잘 죽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으…… 문제없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원인이 되어 반년 후에 죽거나, 상처가 썩어서 구더기가 생기거나 한 끝에 뼈까지 균이 들어가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뭐 억지로 권하진 않을게"
설득하고 있는건지 협박하고 있는 건지 구별이 잘 안 가는 시즈코의 말에, 연하의 소년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하지만 고개를 가로저어 자신의 상상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연상의 소년은,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만, 그를 치료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상처로는, 정말로 당신의 말씀대로 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그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주군…… 고집을 부려 죄송합니다. 소생도 치료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연상의 소년이 고개를 숙였다. 섬기는 상대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고집을 부릴 수 없다고 생각한 연하의 소년은, 머리를 땅바닥에 비빌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다 고개를 들어. 하지만 시장의 한 구석을 점거하고 치료하는 것은 문제네. 두 사람이 괜찮다면이지만, 내 집으로 와 줬으면 하는데…… 문제없겠어?
"문제없습니다"
"주군, 어린애(童)라고는 해도 모르는 자를 집에 들이는 것은……"
지금까지 말이 없던 겐로는, 사이조를 보면서 시즈코에게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사이조는 겐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매사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본 겐로도 이마에 손을 짚고 신음소리를 낸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랬지요, 주군께서는 사이조 님도 어이없어할 정도로 무방비였습니다. 이제와서 늙은이의 잔소리 따위, 간단히 흘려들으시겠죠"
"아니아니아니, 금창의중을 데리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들한테 부탁할 거에요. 게다가 겐로 할아버지 속을 지나치게 썩이지 않게 주의하고 있거든요"
전력으로 부정하는 시즈코였으나 사이조와 겐로는 나란히 한숨을 쉴 뿐이었다. 제대로 호위도 붙이지 않고 쿄의 거리를 싸돌아다니고 있는 시점에서 완전히 방심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 잔소리를 마음 속으로 집어넣고 겐로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그보다 주군, 설마 그대로 귀가하실 거라고 말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그냥 무시당해버려서 울고 싶은데…… 아니, 그냥 돌아갈 건데요?"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어이가 없어졌는지 겐로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귀가하실 거라면 이곳에 있는 저희들이 호위하겠으니 안심하십시오! 그리고 주군! 주군께서는 스스로를 너무 가볍게 여기십니다!"
"네, 네. 잘 부탁해요?"
괜히 거스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겐로의 말에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겐로였으나, 병사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고함쳤다.
"이놈들아! 주군께서 저택으로 돌아가신다! 전원, 위치로!"
겐로의 말에 병사들이 튕기듯 일제히 시즈코의 주위를 둘러쌌다. 누구도 접근시키지 않는 방어진에 시즈코는 건조한 웃음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하, 하하…… 이제 그냥 맘대로 하세요) 그, 그럼…… 돌아갑니다―"
겐로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맥빠지는 목소리로 시즈코는 병사들에게 호령을 내렸다.
소년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여, 실을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 2주일 후였다.
최악의 경우에는 금창의중을 남겨두고 기후로 귀환하게 되지만, 노부나가 쪽도 이래저래 시간이 걸리고 있어서 조금 더 쿄에 체류하게 되었다.
"조정(朝廷)이란 데는 이래저래 복잡한 일(決まり이 많은 것 같으니까. 쇼우 짱, 장작 세 개 줘"
예정외의 체류에 시간이 남아돌게 된 시즈코는, 저택에 갖춰져 있는 내화 벽돌제의 아치형 돌가마에서 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 돌가마로 구운 과자는 카스테라였다. 물론, 그걸 혼자서 다 먹는 것은 아니다.
"여기, 장작 세 개 입니다"
"응, 고마워"
장작을 받아들자, 시즈코는 바로 두 개를 던져넣어 화력을 올렸다. 불의 상태를 보니 세 개나 필요없다는 걸 알자, 남은 하나의 장작을 옆에 내려놓았다.
"집을 마냥 비워두면 도적이 침입한다니 고전적이네"
평소에 쓰이지 않는 저택에 사람이 들어오면, 짐을 노리고 도둑이 침입한다. 그리고 숨어드는 인간은 가급적 사람이 적은 시간을 노린다.
시즈코나 케이지들이 집을 비웠을 때, 돈 되는 물건을 노리고 도둑이 세 명 숨어들었다.
다만 도둑의 침입을 한발 빨리 알아챈 비트만들과 시로가네, 쿠로가네, 아카가네가 문답무용으로 그들을 덮쳐갔다.
그 결과, 첫번째 도둑은 비트만들에게 목, 손, 다리를 물려 반쯤 죽은 상태가 된 끝에, 바르티가 마무리라고 말하는 듯 도둑의 목을 물어뜯었다.
두 번째 도둑은 시로가네의 발톱이 안와(眼窩)를 관통하고 뇌까지 파고들어 즉사, 세 번째 도둑은 아카가네와 쿠로가네의 발톱에 눈과 폐, 내장을 파괴당한 끝에 연못에 떨어져 질식사했다.
겐로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시즈코는 병사들을 시켜 똑바로 보고 싶지 않은 시체를 내가게 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병사들도, 뇌나 내장이 드러난 시체는 보고싶지 않은 건지, 천을 덮어 보이지 않게 하고 있었다.
이 도적 침입 사건 이후, 시즈코가 있는 저택에 병사들이 순찰을 돌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비트만들은 스트레스라도 쌓여 있었던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사건 이후부터 그들과 노는 때가 많아졌다.
평소 이상으로 시즈코가 신경써주게 되자 비트만 일가, 시로가네, 쿠로가네, 아카가네의 기분은 고양되었다.
돌가마에서 카스테라를 굽고 있을 때도 놀아달라고 말하듯이 시로가네는 날개를 시즈코를 치고 있었다.
"미안해, 오늘은 손님이 올 거야"
사과의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시로가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로가네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을 좋아하여, 기분좋은 듯 시즈코에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시즈코의 쓰다듬이 끝나자 한 번 울더니 날아올랐다. 저택에 있는 마음에 드는 나무에 내려앉더니, 거기서 다시 한 번 울었다.
"후훗, 내일은 놀 수 있으니까 오늘은 참아줘"
말이 끝나자 시즈코는 다시 돌가마 쪽을 향했다. 이윽고 맛있어 보이는 카스테라가 구워졌을 무렵, 소성이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손님이 왔음을 고했다.
"여기로 안내해 줘"
"아뇨, 그게…… 저"
소성이 우물거리는 것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치료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는 이유로 소년들이 오늘 찾아올 것은 소성이나 병사들에게 전달해 두었다.
설령 두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더라도, 그건 친족 중 누군가라던가 아니면 짐꾼인 인부 정도다. 그 정도로 소성이 이렇게까지 당황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따라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였다.
"혹시 다른 사람이 찾아왔어?"
"예…… 도쿠가와(徳川) 님께서, 오셨, 습니다……"
"……미안, 한번 더 물어도 될까?"
자기 귀를 의심한 시즈코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면서 소성에게 질문했다.
"아뇨, 거짓말도 뭣도 아니고, 도쿠가와 님께서 오셨습니다"
"에엑―, 어째서?
나, 초대한 기억도 없고, 애초에 여기에 있다고 전한 기억도 없다고. 이, 일단 손님 방으로 모셔 주겠어? 여길 정리하고――"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저에겐 툇마루(縁側)로 충분하지요"
소성에게 이에야스(家康)를 손님 방으로 안내하라고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시즈코의 목소리를 끊으며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상황에서는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머뭇거리며 물었다.
"도쿠가와 님…… 이시군요. 아니 아무래도 툇마루는 실례가……"
"핫핫핫, 여기에 있는 것은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끌려 온 너구리입니다, 시즈코 님"
대답하기 곤란한 말이었다. 머리를 진정시킨 후, 시즈코는 이에야스 쪽을 돌아보았다.
툇마루 안쪽에 있는 이에야스는 싱긋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뒤에 호위 무장들이 있었는데,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혼다(本多) 님에 사카키바라(榊原) 님에…… 핫토리(服部) 님? 꽤나 엄중한 경호네)
이에야스는 시즈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적당한 장소에 걸터앉았다. 호위역인 세 사람도 각자 소정의 위치로 이동했다.
"죄송하군요. 헤이하치로(平八郎)가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약간 억지스럽지만 실례하게 되었습니다"
"주, 주군!? 소, 소생은 그런 의미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이유를 이야기하는 이에야스에게, 타다카츠(忠勝)는 당황하여 부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조(半蔵)나 야스마사(康政)도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으나, 시즈코는 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스테라를 자르기 위해 날붙이를 꺼낼 테니, 가능하면 반응하지 말아 주세요"
만약을 위해 미리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손을 씻은 후, 빵 자르는 칼을 꺼냈다. 보통의 날붙이와 달리 물결모양의 칼날(波刃)이긴 했으나, 역시 무장인 세 사람은 무의식중에 반응하고 있었다.
약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여열(余熱)을 뺀 카스테라의 사방을 잘라냈다. 그게 끝난 후 일정한 두께로 자르면 완성이다.
"주군, 예의 두 사람 말입니다만 급한 용무가 생겨버려서 이곳으로 올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이 방금 들어왔씁니다"
카스테라를 접시에 담고 있을 때, 소성이 아니라 겐로가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들은 시즈코는 내심 아쉽게 생각했으나,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용무라면 어쩔 수 없네요"
"예. 듣자 하니 고향에 있는 부모가 병에 걸렸다고…… 그러한 사정은 편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이것입니다"
내밀어진 편지를 받아든 시즈코는 편지를 펼쳤다. 부모가 병에 걸려 방문할 수 없게 된 것, 갑작스러운 일이라 죄송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즈코는 편지를 곱게 접어 품 속에 넣었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 기회가 찾아오겠지요. 그 때 감사를 받으면 되는 거에요"
"아뇨, 그들은 편지와 함께 답례품을 보내왔습니다. 이쪽의 칼(太刀)이 그것입니다"
"이러다가 일곱 자루 정도 칼을 차고 다닐 것 같네요……"
전국시대에서 표준적인 선물이라고 하면 황금, 말, 칼의 세 가지였다.
드물게 노부나가가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에게 병풍(屏風)을 보낸 것처럼 진기한 물건을 선물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선택되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선물되는 것이 칼이었다.
"뭐 선물에 뭐라고 하는 것도 좋지 않겠죠. 고맙게 받기로 하죠"
창고에 보관하게 되겠지만, 이라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 시즈코였다.
구워진 카스테라를 16조각으로 커팅하여 두 조각씩 접시에 담았다. 3개 모두 16조각으로 커팅했으나, 노부나가에게 하나, 유곽(花街)에 있을 케이지에게 하나씩 전달하도록 의뢰했다.
시즈코에게는 나가요시도 슬슬 케이지와 행동을 함께 하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케이지에게 전달해주면 문제없을거라 판단했다.
"특이한 식감이로군요"
푹신한 식감과 부드러운 입맛에 이에야스는 절찬했다. 타다카츠나 한조들도 같은 생각으로, 입에 넣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카스테라를 즐기던 이에야스였으나, 갑자기 접시를 내려놓고는 자세를 바로했다. 그에 따라 시즈코도 무의식중에 자세를 바로했다.
"오늘은 시즈코 님께 부탁이 있어 오게 되었습니다"
"부탁…… 인가요?"
"걱정하지 마시길. 오다 님의 허가는 받아 두었습니다"
이에야스가 눈짓을 하자 한조가 서장(書状)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노부나가의 주인장(朱印状)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자,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들어 이에야스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받은 이에야스는, 싱긋 하고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면서 부탁을 말했다.
"우리 헤이하치로와 한조를 당분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시즈코에게 청천벽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탁이었다.
한편, 시즈코의 본래 손님인 두 명의 소년은, 며칠에 걸쳐 어떤 장소로 향했다. 도착 후, 그들은 그 장소의 주인과 만나는 것을 허락받고,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영주님(御実城様)"
화승총에 라이플링을 새기는 작업을 시즈코에게 부탁받은 지 1년, 아시미츠(足満)는 겨우 완성을 보았다.
총에 라이플링을 새기는 방법은 크게 나누어 두 종류가 있다.
라이플링 브로치(rifling broach)라고 불리는 전용 공구로 절삭가공을 하는 방법과, 냉간단조법(冷間鍛造法, cold hammering, ※역주: cold forging이라고도 함)이라 불리는 해머 기계로 쳐서 라이플링을 성형하는 방법 등 두 종류이다.
냉간단조법은 제조설비가 대형화되는 결점은 있으나, 라이플링에서 약실까지 한번에 성형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방법이다.
그러나 수압이나 유압을 사용하여 초 고압 프레스를 하는 설비 같은 건 전국 시대에서 바랄 수 있을 리 없었다. 필연적으로 브로치 칼날에 의한 절삭가공밖에 선택지는 없었다.
브로치 칼날에 의한 절삭가공은 문제없었으나, 가공시간이 대단히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작업은 우선 라이플링 브로치를 총신에 넣고 돌리면서 빼는 것을 몇 번 반복한다. 다음으로 칩(burr)으로 불균일해진 라이플링의 산을 리이머(reamer)를 통해 균일하게 만든다.
라이플링의 산이 균일해지면, 라이플링 브로치 작업을 다시 한다.
기술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든 작업 내용이었다. 도중에 수차(水車) 동력으로 라이플링을 새기는 시설을 건설했으나, 토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톱니바퀴를 끼워넣어 토크를 올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중요한 칩을 깎아내어 라이플링의 산을 균일하게 만드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하루에 몇 시간만 작업을 하고, 남은 시간은 다른 부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정신적 부담을 해소했다.
화승총은 한 자루 만드는 데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 하지만 라이플링을 새긴 화승총은, 라이플링을 새기는 작업에 5일이 걸리기에, 최하 6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어박스나 토크 컨버터, 절삭가공과 칩 제거를 번갈아 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조금 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하나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시미츠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밀조(密造) 권총에 관한 프로그램을 봤을 때 겨우 그런 일에 며칠이나 걸리다니 나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의외로 정신적으로 힘들군. 약간이지만 노예가 있으면 좋겠는걸…… 정보 보안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안 되지만)
최종 공정에 들어간 화승총의 총신을 체크하면서 아시미츠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것이 완성되면 시즈코도 기뻐할 거라 생각하니, 사그러들던 기력도 되살아났다.
총신이 완성되어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라이플링의 성능을 활용하는 미니에 탄의 제조 도구가 필요해진다. 그게 끝나면 총신을 조립하고 마지막으로 시험 사격을 하면 완성이다.
"겨우 한 자루 완성했다"
겉보기에는 엔필드(Enfield) 총에 가까워서, 지금까지의 화승총처럼 볼에 대고 쏘는 형태가 아닌 견착형의 총상(銃床)이었다.
이걸로 갑주를 입고도 들기 편해지는 형태를 연구할 필요가 생겼으나, 이건 그가 윈체스터 M1873 카빈 형태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나온 문제였다.
옆에서 보면 쓸데없는 고생을 떠안은 아시미츠였으나, 그는 총의 형태를 연구할 때 가장 빛나고 있었다.
(남만 총입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성능은 나중에 보여주지. 먼저 보고를 들어볼까"
들고 있던 화승총을 테이블 위에 놓고 아시미츠는 의자에 앉았다. 토비카토(鳶加藤)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반 오다 연합 중, 가장 오다 가문에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은 엔랴쿠지(延暦寺)입니다. 아자이(浅井) 가문은 지금 군사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아사쿠라(朝倉) 가문은 당주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 그것이 가신들 사이에서 불만이 되고 있습니다. 혼간지(本願寺)는 일부가 이것을 기회로 잇코잇키(一向一揆)의 나라를 세우자고 소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역시 가장 눈에 거슬리는 조직은 쿄에 가까운 엔랴쿠지인가"
(……외람됩니다만 엔랴쿠지는 위험합니다. 지금의 엔랴쿠지는 타케다(武田) 가문이 비호하고 있습니다. 만약 엔랴쿠지를 치면, 그것은 강대한 힘을 가진 타케다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됩니다)
엔랴쿠지는 헤이안(平安) 시대의 승려인 사이쵸(最澄)에 의해 문을 연, 긴 역사를 갖는 천태종(天台宗)의 본산 사원이다.
주지(住職)는 천태좌주(天台座主)라고도 불리며, 콘고부지(金剛峯寺)와 나란히 헤이안 불교의 중심이었다.
황실이나 귀족의 존숭(尊崇)을 얻어 큰 힘을 가지게 되자, 강대한 권력으로 원정(院政, ※역주: 옛날 상황(上皇)이나 법황(法皇)이 천황(天皇)을 대신하여 그 거처인 院에서 행한 정치)을 했던 시라카와 법황(白河法皇)조차 제어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무장화(武装化)가 진행되었다.
전국시대에는 수행을 게을리하고 주색에 탐닉하며, 그들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싸움에 나가서 사람을 죽이던가 요여(神輿, ※역주: 여기서는 쇼군을 말하는 듯)에게 집단으로 떼를 쓰거나 하는 집단으로 변해 있었다.
"훗, 그 자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지만, 도망쳤다고 생각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군. 그렇지…… 그 놈을 박살내서 관록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군"
(타케다 가문을 멸망시킨다…… 고 하셨습니다만, 그런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알겠느냐, 토비카토. 이 세상에 절대적인 강자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타케다던, 우에스기던, 엔랴쿠지던, 혼간지던, 언젠가는 패하여 멸망한다. 물론, 우리들도 멸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
"애초에 나는 멸망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지만 말이다. 그럼, 이야기는 끝이다. 당장 딱히 큰 일거리는 없지. 타케다의 유랑무녀(歩き巫女, ※역주: 적당한 단어가 검색되지 않아 임의로 번역함. 뜻은 특정 신사 등에 소속되지 않고 전국을 떠돌며 일하던 무녀를 말하며, 예능인이나 창녀 일을 겸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는데, 여기서는 타케다의 간자로서 일하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나 우에스기의 노키자루(軒猿)…… 그렇군, 요즘 이래저래 귀찮게 하는 도쿠가와의 이가모노(伊賀者, ※역주: 흔히 말하는 이가(伊賀)의 닌자)를 처리해라. 심문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대단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을테니"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라고 말하듯, 아시미츠는 품에서 돈이 든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있는 화승총을 걸머지더니, 그는 토비카토에게 더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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