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8 1565년 6월 상순
계절은 봄에서 장마를 향해 바뀌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이미 고구마의 모심기는 끝났고, 그 후에는 잡초 뽑기가 주된 작업이었다.
현재 키우고 있는 고구마, 호박, 토마토는 빗물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물을 줄 필요도 없기에, 잡초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사이갈이나 북돋우기는 수확할 때까지 세 번 정도면 되므로 빈번하게 할 필요도 없다.
사탕수수도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품종이라 해충 구제도 그다지 필요없었다.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빗물과 강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밭에 대해 큰 작업은 거의 없었다.
수차를 만들어 작업의 자동화를 꾀하는 일과 해수 대책이 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슴 대책에는 덫 외에 다른 비밀병기가 손에 들어왔다.
"굉장해…… 늑대를 길들이다니…… 과연 촌장님이셔!"
"맞아, 너무 굉장합니다 촌장님!"
"아, 아하하-, 고, 고마워요"
마을사람들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에 압도당하면서 시즈코는 쓴웃음을 띄웠다.
옆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마을사람들로부터 경의를 받게 된 원인인, 사나운 얼굴을 한 늑대가 있었다.
그 날 사슴고기에 끌려 온 늑대는, 식사를 한 후에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과 반대로, 늑대는 그녀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개의 선조는 늑대,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부분 일치된 생각이다.
즉, 개의 습성은 거의 늑대에게서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늑대는 시즈코를 무리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무리의 일원이 되려고 생각했다.
"뭐 괜찮겠지-"
애초에 개를 키워봤었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시즈코는 태평했다.
그보다도 주위의 산들을 다시 수색한 결과, 추정치로 천 마리 가까운 사슴이 있을 가능성이 밝혀진 것이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렇게까지 사슴이 늘어난 원인은 간단했다.
산을 어설프게 벌목했기 때문에, 산의 지면에 햇빛이 비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산 속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천적인 늑대 등의 육식동물의 모습도 없었다.
가까이에는 농지도 있어 식량이 풍부한 점 등, 그야말로 사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환경으로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슴은 번식력이 왕성해서 4년에 약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다처라서 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도 번식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대에도 사슴의 증가 원인이 천적인 일본늑대의 멸종이나 중산간지※1의 과소화(過疎化). 그리고 버려진 경작지의 증가와 온난화에 따른 겨울의 적설량 감소 등이 이유니까)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번식의 원인은 현대와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그녀의 시대에서는 사슴이 증식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중산간지 뿐이었다.
평탄한 농경지가 적고 농업의 생산 조건이 불리한 지역인 중산간지는 애초에 농작물의 생산성이 나쁘다.
천적도 없고 퇴치하는 사람도 손으로 꼽을 정도.
현대의 중산간지는 사슴이 번식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에서나 전국시대에서나, 사슴이 까다로운 해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한 번 번식할 환경이 갖춰져 버리면, 그 환경을 뒤엎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나무를 심으려고 해도 사슴이 새싹일 때 먹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사슴이 먹어치우는 식물을 생각해보면 적당한 개체수 조절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노동력을 전혀 확보할 수 없다.
작은 마을이니까 노동이 가능한 사람은 20명 정도이고, 개중 10명은 밭일에서 손을 뗄 수 없다.
대장장이나 목재를 가공하는 사람도 5명이 있고, 남은 5명도 퇴비 만들기가 전문이다.
즉, 이 마을에서, 상시 사슴 사냥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음-, 그렇게 되면…… 일단 증가를 막으려면…… 그거네요"
턱에 손을 대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새끼를…… 중점적으로 노려서…… 증가를 막는다.
그리고 수컷보다는 암컷을 노려서 개체수 조절을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트만이 얼른 무리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암컷 본 적 있니?"
옆에 있던 늑대, 즉 비트만 앞에서 쭈그리고 앉았다.
이름을 붙인 것은 당연히 시즈코였지만, 어째서 독일 이름이냐고 스스로 지적해 버렸다.
시즈코는 비트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다.
머리를 쓰다듬자 비트만은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없겠지. 너 일본늑대인가 했는데, 회색 늑대니까…… 신부는 못 찾겠지-"
새삼 비트만의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몸 길이는 140cm에 가깝고 체중도 50kg를 넘었다.
꼬리 길이도 40cm 가까이 되는,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늑대의 모습을 되찾았다.
일본 늑대는 몸 길이가 1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있기에, 140cm에 가까운 사이즈가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대륙으로부터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일본으로 들여온 것이리라.
(전국시대에 동물 수입 규제법 같은 건 없으니까. 개인이 맘대로 들여온 거겠지)
유럽이나 중국에 있는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헌상품으로서 일본에 들여왔다.
그리고 쇼군이나 유명한 영주, 아니면 사카이(堺)의 거상에게 넘겼으리라.
하지만 늑대는 틈을 봐서 탈주, 그대로 산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비트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쩌면 다른 회색 늑대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의외로 이 부근에서 사슴 사냥을 하고 있을지도?"
회색 늑대는 한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을 중심으로 하는 7~13마리의 무리로 생활한다.
그리고 늑대의 무리를 팩(Pack)이라고 부른다. 엄격한 수직 사회로, 모든 개체에 순위가 정해져 있다.
가장 높은 순위의 수컷을 알파 메일(Alpha Male),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순위의 암컷을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알파 메일과 피메일이 짝을 지으며, 그 외의 암컷은 새끼를 낳지 않는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늑대의 기본적인 생태는 그렇게 되어 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해도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결론짓고, 시즈코는 농업을 마을사람들에게 맡긴 후, 비트만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
사슴의 새끼를 노린다, 라고 해도 그렇게 간단히 마주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뭣보다 상대는 야생동물이라 경계심이 대단히 강하다.
운좋게 마주쳐도 바람불어오는 쪽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냄새로 알아채고 도망가 버린다.
바람불어가는 쪽에 위치해서 상대보다 먼저 발견, 이라는 사냥꾼 같은 스킬은 시즈코에겐 없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러 산에 올라간 걸까.
"이 근처가 먹이터 포인트일까"
그건 사슴의 먹이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산 전체가 사슴에게 풍부한 먹이터인 것은 아니다.
먹이가 되는 잡초가 풍부하게 우거진 장소가 산의 여기저기에 점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사슴은 식사할 때 잡초가 풍부한 장소로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번에는 밧줄을 설치할 수 있겠네. 비트만, 잠깐 가만히 있어줘"
비트만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시즈코는 배에 감아두었던 밧줄을 풀어냈다.
늑대를 구속하기 위해 묶어놓은 게 아니고, 다른 목적으로 늑대의 몸에 밧줄을 묶어두었다.
매듭을 풀자 밧줄은 간단히 풀려나가, 이윽고 네 가닥의 긴 밧줄이 되었다.
그걸 튼튼해 보이는 굵기의 나무에 묶은 후, 반대쪽을 가까운 나무에 연결했다.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천적의 냄새가 밴 밧줄"
모든 밧줄을 묶어놓은 시즈코는 달성감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먹이터가 되는 포인트에 천적인 육식동물의 냄새를 설치한다.
사슴은 이 냄새를 두려워하여 먹이터에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밧줄의 효과는 별로 없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없다고 알게 되면 분명히 먹이터에 들어올 테니까"
냄새만 있고 천적이 실제로 없다고 알게 되면 사슴은 먹이터로 들어올 것이다.
즉 시간 제한이 있는 장치이며 언젠가는 무의미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 돌아갈까"
나중 일을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내듯 시즈코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장마철,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바깥에서의 작업은 거의 중지된다.
즉, 할 일이 없어져서 시즈코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한가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일은 있지만, 시즈코는 큰맘먹고 늘어지기로 했다.
즉 뒹굴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시즈코의 뒹굴거림은 점심이 지났을 때 끝을 고했다.
"갑자기 방문해서 미안하오"
왜냐 하면, 점심이 지났을 때 모리 요시나리가 시즈코의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때 시즈코는 사슴의 말린 고기를 먹으면서, 삼백초로 끓인 차를 마시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실례되기 짝이 없는 꼴이었지만, 모리 요시나리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아, 아뇨……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부끄러움에 볼을 붉힌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해서 분위기를 얼버무렸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음. 먼저 시즈코 님이 만든 온천인가 하는 것에 관해서요"
"네? 저기…… 온천이 왜요?"
"영주님께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말이오. 온천을 대개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진두 지휘를 시즈코 님에게 부탁하고 싶소"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입 안에 들어 있던 삼백초 차를 뿜어낼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참고 삼켰다. 그래도 기관에 걸렸는지 약간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그 온천을 대개조한다니,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영주님께서는 물론, 상으로서 쓰는 것도 생각하고 계시오. 그렇다고 해서 시즈코 님에게서 빼앗지는 않소. 요는 상으로 들여보낼 온천과, 평소에 시즈코 님이 쓰는 온천을 따로 나누어 줬으면 하시는 거요"
"아 네……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만. 하지만 꽤나 큰 개조가 되겠네요. 온천을 넷으로 나눠야 하니까요"
"그 부분도 포함해서 시즈코 님이 진두 지휘를 해주었으면 하오. 물론, 성공했을 때는 상을 내리시겠다고 영주님께서도 말씀하셨소"
그렇게 말하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뭣보다 뜨거운 물의 양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온천은 심플하게 온천원의 탕을 간소한 필터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처리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욕실로 운반한다.
24시간 내내 흐르면서도 탕이 마르지 않는 것을 보면, 방대한 지하수가 뭔가의 열로 덥혀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확인할 방법은 전무했지만.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가, 고맙소"
그렇게 말하며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여전히 저자세인 사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재료 말인데, 어찌어찌 모을 수 있었소"
"아,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헌데 그러한 것을 대체 무엇에 쓸 것이오?"
"뭐 여러가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최소한 3년 후라서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알겠소. 하지만 하나만 묻겠소. 그건 영주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오?"
그 물음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하면 오다 노부나가는 물론이고 전국의 영주들이 들고 일어나 원하게 될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일본에서는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되고 있는 물건이다.
(현대에서는 별거 없는 정보라도, 이 시대에서는 극비 중의 극비 취급인 정보. 간단히 입을 열 수는 없어. 요구한 재료로는 30kg 정도밖에 못 만들겠지만…… 그래도 충분하네)
"알겠소. 그러면 시즈코 님을 믿겠소"
"감사합니다"
모리 요시나리의 말에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역주:
(※1: 中山間地, 일본의 농림수산성의 지역구분 기준으로, 평야의 가장자리에서부터의 산간 지역을 이르는 말. 참조: http://www.maff.go.jp/j/nousin/tyusan/siharai_seido/s_about/cy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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