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상순
"이게 바로 극락이로다"
몸의 힘을 뺀 릴랙스 상태의 노부나가는, 어깨까지 뜨거운 물에 담그고 온천을 만끽하고 있엇다.
반대로 시즈코는 바닥에 엎어져서 완전히 그로기 상태였다.
(피, 피곤해…… 설마 전신을 씻게 할 줄이야……)
대량의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를 보고 기분이 고양되었는지, 노부나가는 옷을 벗고 바로 탕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씻지 않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오염물이 탕에 떠다니게 되므로 비위생적이다.
그래서 그대로 전라로 욕조에 들어가려던 노부나가를 어찌어찌 설득하여, 몸을 씻을 필요성을 말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순순히 받아들이고는, 시즈코가 준비한 욕실 의자에 앉았다.
일순 당황한 시즈코였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노부나가의 옷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머리, 얼굴, 몸 순서로 씻겼다.
(하지만…… 몸을 단련하는 게 취미인 만큼, 굉장한 몸이네요)
현대인인 시즈코가 보기에는 단련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노부나가의 몸은 전신 근육덩어리였다.
악력이 얼마나 될까, 같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자택은 꽤나 청결하게 했다고 전해지지…… 몸도 그렇게 지저분하지는 않고, 의외로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걸까, 노부나가라는 사람은)
"마침 좋은 기회로군…… 네게 물을 것이 있다"
"(스모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신체능력이 높은 것도 이해가 가네) 아, 네. 무엇이옵니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노부나가가 말을 걸었다.
갑작스런 일에 조금 놀란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만 박력있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슬슬 네 정체가 무언지, 이실직고해라"
"……어, 저기, 묵비권은…… 없겠죠……?"
"싫다면 할 수 없지. 베어버리겠노라"
조심스럽게 말한 시즈코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농담도 뭣도 아닌 명확한 협박에 시즈코는 단숨에 패닉을 일으켰다.
"(어, 어쩌지! 미래에서 왔다, 라고 말해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거고…… 일단 남만! 남만에서 왔다고 말하자!) 나, 남만! 네, 남만에서 왔습니다!"
"호오, 몇 살 때 남만을 나왔느냐"
"어, 저기…… 13세……?"
시즈코가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한 순간, 노부나가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노부나가는 시즈쿠에게 불신감을 품고 있다고,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태도였다.
뭔가 변명을 하려고 한 시즈코였지만, 뭘 말해도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괜히 자기 무덤을 파게 될 거라는 걸 이해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 좋다. 네가 어디에서 왔건, 내게 이익을 가져오면 됐다. 처음에 말한 대로, 네가 내 곁을 떠날 때는 죽을 때다"
"네, 네 (뭔가 배신하면 벤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시즈코의 상상은 정답으로, 처음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너는 네 재주를 내게 보여라. 그게 네가 할 일이다"
"며,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얘기는 이만이다. 하지만 온천이라는 건 아주 훌륭하군. 상으로서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
"아, 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武田太郎晴信, ※역주: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가지고 온 욕실 도구를 정리하면서 시즈코는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라고……?"
조용하지만 살기마저 어린 듯한 목소리로 노부나가가 물었다.
"네. 그 사람, 비탕(隠し湯)이니 뭐니 하면서 탕치장(湯治場)을 개발했었고요. 그걸 부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으니 뭔가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아서요. 아, 지금은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이었던가요. 얼마 전에 출가해서 개명했던 걸로……?"
시즈코가 말하면 말할 수록 노부나가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솟아올랐다.
노부나가를 등지고 욕실 도구를 정리하고 있던 시즈코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정보를 입에 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피로에서 오는 권태감이, 그녀의 위기감이라는 중요한 것을 둔화시켰던 것일지도 몰랐다.
"……닥쳐라……"
뭐, 이제와서 위기감을 가진들 늦었지만.
"네? 지금, 뭔가 말씀하……셨……나요?"
나무 통이나 의자를 안고 일어선 시즈코는, 아무 생각 없이 얼굴만 돌려 노부나가를 보았다.
순간, 그녀의 손에서 나무 통이나 의자가 미끄러 떨어졌다. 탱그랑 하는 건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정도로 시즈코의 정신에는 여유가 없었다.
살기마저 감돌고 있는 노부나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라는 편이 무리한 주문이다.
"네놈, 타케다의 간자냐"
그 질문에 시즈코는 열심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쇼군(将軍)의 간자냐"
다시 물은 내용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남만의 간자냐"
뭘 말해도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시즈코였다.
애초에 간자(현대에서 말하는 스파이)로 착각되면 끝이다. 잘해봐야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참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이 시대에서 타케다 신겐의 탕치장은 극비 정보였지-!)
시즈코가 있던 시대, 먼 미래라면 타케다 신겐의 정보는 간단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는 누가 어디에 있는 정도의 정보조차 간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시즈코 처럼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툭툭 내뱉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뭐 좋아, 나는 약속을 지키는 남자다. 네놈이 나를 배신하지만 않으면 벨 필요도 없겠지"
"예, 예엣……"
이젠 웃을 수밖에 없기에, 시즈코는 그냥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메마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기분 탓인지 욕의가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더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군. 너, 지금 당장 출발 준비를 해라"
"예……?"
"지금부터 성으로 돌아간다"
굳은 채로 멍한 표정을 짓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전국시대, 성에 살기 시작한 것은 노부나가가 최초인 듯 하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현실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시즈코가 지금 처한 상황은 위에 좋지 않았다.
(위에 구멍이 뚫리겠어……)
시즈코는 좌측을 훔쳐봤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리 요시나리 이외에는 모두 시즈코를 이상하다는 듯한 태도로 보고 있던가, 수상한 인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갑자기 소집령이 떨어져서 와 봤더니 여자가 한 명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시즈코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얼굴을 들라"
"(다, 다리가 저려……) 네"
큰절 모드를 해제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말대로 얼굴을 들었다.
푸른 힘줄이 떠오를 듯한 삼엄한 눈초리의 노부나가와 순간적이지만 눈을 마주쳐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해버렸지만, 누구든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면 눈을 피할 것이다.
그 증거로, 신하들도 미묘하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시즈코,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에 대해 말해라"
"네?"
갑작스런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타케다 신겐에 대해 떠올렸다.
보통이라면 타케다 신겐 따위 이름을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시즈코는 농업 뿐만이 아니라 역사나 지리도 좋아했다.
아무래도 희귀한 책까지는 읽지 못했지만, 역사적인 자료 등은 대부분 읽어보았다.
특히 무로마치(室町) 시대 말기부터 에도(江戸) 시대까지를 매우 좋아하여, 그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 이벤트라면 대부분 외울 수 있었다.
"음!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 카이 국(甲斐国)의 수호(守護, ※역주: 시대에 따라 경비 책임자나 영주를 뜻함)로서 타케다 가문 제 19대 당주. 실명(謂)은 하루노부, 통칭은 타로(太郎). 출가하여 법명을 얻은 후에는 토쿠에이켄(徳栄軒信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타케다 신겐에 대해 줄줄 말하는 시즈코를 보고 모리 요시나리를 비롯한 신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는 역사를 말할 수 있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대단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라기보다 반쯤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에치고 국(越後国)의 수호인 나가오 카게토라(長尾景虎, 훗날의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과 몇 번의 항쟁을 거듭하면서 시나노(信濃, ※역주: 현재의 나가노(長野) 현)를 거의 평정하고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한편 내정에도 정력적으로 임하여, 경제적으로는 남만에서 흘러들어온 굴삭 기술이나 제련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막대한 양의 금을 산출했습니다. 그 금을 밑천으로 금본위 제도를 갖춰 코우슈킨(甲州金; 고이시킨(碁石金); ※역주: 일본 최초의 금화)"을 주조했습니다. 이것은 일본 최초의 금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폐의 유통으로 활성화된 재력을 바탕으로 치수 사업이나 군비 확충을 꾀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모르겠는데)
"치수 사업에 있어서는 신겐이 스스로 앞장서서, "고후(甲府,) 분지를 종종 덮치는 수해를 막기 위해 신겐 제방(信玄堤)이라고 불리는 제방을 정비했습니다. 이것에 의래 하천의 범람을 막고 광대한 새 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국력의 밑바탕 향상을 꾀했습니다. 이 치수 공사에는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 됐다"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박력을 가진 노부나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말을 제지당해 불만을 느낀 시즈코였지만,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고 그런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두 토막이 날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는, 들고 있는 부채로 뭔가 리듬을 맞췄다.
통통, 통통 하고 가벼운 소리만 울렸다.
"……베겠다"
그 순간, 시즈코의 등골에 진땀이 대량으로 흘렀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놈의 농지 개혁,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 결과에 따라 생각하지"
"……휴"
일단 지금 당장 베일 일은 없다는 것을 안 시즈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을 미룬 것 뿐이다. 실패하면 베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오나 영주님, 이 자는 너무 위험하옵니다. 영주님께 다가가려는 간자일지도 모릅니다"
시즈코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의 부하 중 한 명이 진언했다.
"원숭이, 이 자가 간자로 보이느냐? 내겐 그냥 멍청한 꼬마 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숭이, 라고 불린 인물은 노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얼굴을 시즈코에게 향했다.
(원숭이……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확실히 간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자가 간자라면, 시골 계집조차 간자이겠지요"
"언니도 아닌데 스파이라니……"
"뭐? 시다고?(※역주: 일본어로 '(맛이) 시다'라는 단어의 발음이 '스파이'이다)"
"(아차, 혼잣말이 나와버렸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쓸데없는 발언은 자제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일단 엎드려 조아린 채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시대가 시대니까. 신분증명 따위 불가능에 가깝지. 쓸데없는 의심을 사는 발언은 위험하네)
시즈코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후세에 전해진 내용이다.
전국시대의 사람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던 것이 아니다.
뭐가 비밀 정보고, 어디에 간자가 있는지 모르는 이상, 말은 가급적 적게 하는 편이 좋았다.
"됐다.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지식은 달리 얻기 힘든 것"
"옛……"
뭔가 더 말하려고 하던 히데요시였으나, 노부나가의 발언을 듣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물러났다.
다른 무장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일하게 모리 요시나리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즈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지. 영주님께 드릴 헌상품이 있었사옵니다"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떤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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