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7 1569년 5월 상순
회담 후에,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선물로서 간장, 맛국물 된장, 매실장아찌를 1주일분 정도 건넸다.
그게 최후의 함정인 것을 모르는 사키히사는, 시즈코가 건넨 선물을 웃으면서 받아들여버렸다.
그 선물이야말로 지효성(遅効性)의 독이며, 선물을 다 쓴 후의 식어빠진 맛없는 식사에 견디지 못하고 다음 회담을 손가락을 꼽으며 마음 속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사키히사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시즈코가 제시한 두 가지 요구 중, 더욱 무게를 두고 있던 것은 사키히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목적은, 혼간지(本願寺) 제 14세 종주 켄뇨의 장남, 쿄뇨(教如)와 사키히사의 유자(猶子) 관계의 해소였다.
이것을 시즈코가 목적으로 삼은 이유는, 혼간지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노부나가의 숙적은 이시야마(石山) 혼간지라는 종교 세력이다. 11년이나 이어진 이시야마 전투는 노부나가의 천하포무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었다.
문제의 이시야마 전투가 시작한 날은 겐키(元亀) 원년(元年, 1570년) 9월 12일이다.
그 날을 경계로 중립을 지키고 있던 이시야마 혼간지와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반 노부나가의 기치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 배경에 전 칸파쿠(関白) 고노에 사키히사가 있었다.
키나이(畿内)에서 제 1차 노부나가 포위망의 움직임이 일어나자, 사키히사는 미요시(三好) 3인방에게 켄뇨에게 궐기할 것을 촉구하도록 설득할 것을 의뢰받았다.
조정의 실력자인 사키히사가 속세의 권력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시야마 혼간지의 켄뇨를 어떻게 움직였는가.
그것은 일단 혼간지의 뒷사정을 알 필요가 있다.
혼간지는 신란(親鸞)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퍼뜨리며 하층민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후, 혼간지는 큰 문제에 직면한다. 거대화된 조직, 광대한 소유지와 방대한 숫자의 문도들, 그것들을 지켜낼 힘이 당시의 혼간지에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것을 손에 넣으면 그것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조정에서 내려지는 '수호사불입권(守護使不入権)'이다.
수호사불입(守護使不入)은 수호불입(守護不入)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막부가 정한 특정한 공령(公領, ※역주: 막부 직할령)이나 장원(荘園)이 행사 가능한 권리이며, 이것을 인정받으면 수호(守護, 수호 다이묘(大名))나 수호사(守護使, 수호 다이묘가 파견한 관리)가 단전(段銭, ※역주: 세금의 일종) 징수나 범죄자 추적 등의 명목으로 출입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원래 '수호사불입권'은 카마쿠라(鎌倉) 막부가 성립했을 때, 수호나 마름(地頭)의 횡포에서 조정이나 종교 세력이 소유한 영지를 지키기 위해 설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키나이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종교 세력에 전답을 기증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는 하나같이 조세 면제를 목적으로 한 움직임이었다.
이 움직임 덕분에, 국가에 대한 조세를 거부할 수 있는 '불수권(不輸の権)' 뿐만 아니라, 장원 외부로부터의 사자의 출입을 거부할 수 있는 '불입권(不入の権)'을 얻게 되는 장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권리가 확대됨에 따라, 종교 세력의 토지나 민중들에 대한 사적 지배가 시작되었다.
그 '수호사불입권'을 획득하려면 '문적사원(門跡寺院)'이 될 필요가 있다.
'문적사원'이란, 친왕(親王)이나 오섭가(五摂家) 출신의 사람이 주지를 맡는 사원으로, 그러한 사원들에는 조정에서 '수호사불입권'을 포함한 다양한 특권이 주어졌다.
당연히, 혼간지 종주(宗主)는 친왕도 오섭가 출신의 사람도 아니다.
통상적으로는 '문적사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유자(猶子)'라는 방법을 쓰면 그게 가능해진다.
유자(猶子)란, 형제나 친척, 타인의 아이와 친자관계를 맺는 제도이다.
양자(養子)와는 달리 법률적인 요소가 강하며, 또 상황에 따라 관계를 간단히 해소할 수 있다.
예로서 오오우치 요시나가(大内義長)의 경우를 소개한다.
요시나가는 분고(豊後) 오오토모(大友)씨의 제 20대 당주 오오토모 요시아키(大友義鑑)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아마고(尼子) 씨와 오오우치(大内) 씨의 싸움에서 후계자를 잃은 오오우치 요시타카(大内義隆)의 부탁을 받고 유자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후에 요시타카에게 친자식인 요시타카(義尊)가 탄생했을 때 유자관계가 해소되어 분고로 귀국했다.
물론 이 일방적인 결연 해소는 큐슈(九州)의 다이묘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반석같은 입장은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오섭가의 누군가와 유자 관계를 맺는 것이 혼간지 종주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오섭가의 유자가 되지 못하면 '문적사원'의 자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간지 제 10세 종주인 쇼뇨(証如)는, 조정의 뒷배경을 손에 넣기 위해 오섭가의 하나인 쿠죠(九条) 가문에 접근하여, 제 15대 당주 쿠죠 히사츠네(九条尚経)의 유자가 되었다.
그의 장남인 켄뇨도, 쿠죠 가문의 제 16대 당주 쿠죠 타네미치(九条稙通)의 양자가 되었다.
이로써 혼간지는 '문적사원'이 되어 '수호불입권'을 획득했다.
제 9세 종주인 지츠뇨(実如)에서 제 11세 종주 켄뇨에 이르는 백 년 동안, 혼간지의 교세는 현저하게 발전하여,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일대 세력의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조정의 뒷배경이라는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조정과 동등한 세력으로 생각되는 종교 세력도, 실제로는 조정의 지배 체제와 무관할 수는 없고, 오히려 종속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오다 가문으로 되돌리자.
시간이 흘러 저번의 회담으로부터 2주일이 경과하고, 오늘 시즈코는 고노에 사키히사와 다시 회담을 가지고 있었다.
사키히사로부터 저번 정도의 적의나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게 되었지만, 시즈코가 제시한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신뢰 관계까지는 구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회식 때는 독 검사를 하지 않는 등, 확실한 진보를 보이고 있었다.
저번 회담 때부터 완전히 사키히사의 마음에 든 식후의 매실다시마차를 마시며 한숨 돌린 후, 사키히사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저번의 요구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사키히사의 표정이 변했다. 맛있다는 듯 차를 홀짝이던, 어딘가 빈틈이 있는 사키히사가 아니었다.
동란기에 칸파쿠 좌대신(左大臣), 태정대신(太政大臣)를 맡아, 이매망량이 발호하는 조정의 세계에서 무려 14년 동안 칸파쿠를 맡은 걸물이 그곳에 있었다.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움켜잡혀 중압에 깔려버릴 듯한 시즈코였으나, 어금니를 악물고 기합으로 견뎌냈다.
"대답해 주십시오, 시즈코 님. 당신의 말에 찬동한다고 하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 것이지요?"
저번과 달리 사키히사는 시즈코의 이름을 말했다. 그 의미를 시즈코는 진절머리날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설령 시즈코가 10살이나 연하인 여자라고 해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했다는 것과 동시에, 여자라 해도 사키히사는 일체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노에 님의 물음에 대답하기 전에, 이 회담의 저의 독단에 의한 것이며, 제 주인이신 오다 단죠노죠 님의 의향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반할 의도가 있다'고 간주될 수 있는 시즈코의 독단행동이었으나, 그녀는 이 회담은 목숨을 걸고라도 성공시켜야 했다.
"새삼스럽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노에 님이 바라시는 것은 쇼군과 니죠(二条) 칸파쿠 님의 제거, 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호오…… 아니, 속을 떠보는 짓은 하지 않겠소. 확실히 내가 바라는 것은 시즈코 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요. 하지만 오다 님은 쇼군을 옹위하여 상락하셨소. 그런 오다 님이, 쇼군의 제거에 협력적이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근거없는 죄를 물어 걸물로 이름높으신 고노에 님을 추방하는 어리석은 자를 제 주인이 언제까지나 섬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핫, 시즈코 님은 용서가 없군요"
"본심을 이야기하자, 고 하셨기에 저의 쇼군에 대한 평가를 정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훗, 그랬지요…… 좋소, 시즈코 님의 이야기에 찬동하지요"
의외로 순순히 사키히사는 찬성의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몸에서 힘이 빠지려고 했다.
"다만, 시즈코 님의 요구에 걸맞는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 주셔야겠소"
사키히사의 말에 다시 몸에 기합을 넣었다.
시즈코가 말한 사키히사와 노부나가의 이해의 일치는 결과론이며, 대가로서 제공되는 이득은 될 수 없다.
오다 진영으로 옮겨, 쿄뇨(教如)와의 유자 관계를 해소하는 데는 그에 걸맞는 것을 그가 손에 넣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그렇군…… 흠, 나의 지인이 각병(脚病, 각기병)을 앓고 있소이다. 약사가 달인 약탕이나 가지 기도(加持祈祷)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를 써 봤으나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디 시즈코 님께서 치료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그건 도저히 무리입니다!"
사키히사의 말에 나가하루가 먼저 반응했다.
각기병은 비타민 B1이 발견된 후에도 난치병 취급이었으며, 1950년대 후반이 될 때까지 많은 사망자를 냈다.
게다가 이것은 쇼와(昭和) 시대의 이야기로, 전국시대라면 불치병 취급이다. 즉, 사키히사의 요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라는 생트집이 된다.
"시즈코 님이 말씀하시는 유자 관계의 해소라는 것은 그 정도로 어려운 일. 그렇다면 이쪽도 그에 걸맞는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주시지 않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지요. 자, 그러면 시즈코 님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만"
"문제없습니다. 그 정도……로 고노에 님의 조력을 얻을 수 있다면 값싼 대가이지요"
"호오, 각병을 치료하실 자신이 있다는 건가요. 실례지만 각병이 무엇인지, 시즈코 님은 알고 계십니까?"
"우선 식욕부진, 전신의 권태감. 이어서 심장의 두근거림, 숨참, 감각의 마비, 다리의 저림이나 붓기. 더 진행될 경우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지요. 마지막에는 심장에 이상이 발생하여 죽음에 이릅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그리고 각병을 앓고 목숨을 잃은 사람은 많지요. 반면 병이 나은 사람은 극히 소수. 그래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각병이 나았을 때는, 나는 오다 가문의 편을 들 것을 확약하지요. 하지만, 낫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에 걸맞는 각오를 해 주셔야겠습니다"
협박을 하는 사키히사였으나, 시즈코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작게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대 파란을 보인 시즈코와 고노에 사키히사의 회담은 약 두 시간 정도의 짧은 것이었으나, 곁에 시립하고 있던 나가하루와 아야에게는 반나절로 느껴졌을 정도의 긴장을 강요받는 것이었다.
회담으로부터 며칠 지나지도 않아 사키히사는 각기병 환자를 기후로 옮겨왔다. 회담 전부터 준비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른 일처리에 시즈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을 위해 시즈코는 환자를 진찰하기로 했다.
간단한 문진(問診)에서 건반사(腱反射)를 보는 나무망치에 의한 슬개건(膝蓋腱) 반사확인을 해보자, 역시 주위의 견해대로 공가(公家)에 발생이 잦은 각기병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기병의 원인은 비타민 B1 부족이며, 치료법은 단순명쾌하다.
비타민 B1을 주면 된다. 따라서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다음과 같은 치료방침을 전달했다.
"제가 드리는 지시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식사는 하루에 세 번 할 것. 하나는 식사 때마다 반드시 삼씨를 세 개, 무와 순무 잎의 겨된장절임, 감주(一夜酒)를 마실 것. 하나는 세 번의 식사 이외에는 자유롭게 행동하게 할 것. 이상의 사항을 지켜주시면, 열흘도 지나지 않아 눈에 띌 정도로 증상이 개선될 것입니다"
각기병이라고 하면 죽을 병이라는 인식이 있는 사키히사는, 너무나 간단한 이야기에, 약탕도 마시게 하지 않는 방법에 자신을 속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사키히사의 눈으로 봐도 시즈코는 대단히 진지했으며, 그걸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사키히사는 시즈코의 지시대로의 식이요법을 환자에게 적용했다.
치료를 개시한 지 7일 후, 예정보다 빨리 사키히사 측에서 회견 신청이 왔다.
즉시 수락한다는 답장을 하고, 시즈코는 기후의 별장으로 발을 옮겼다.
환자가 쾌차했다는 보고일 것이라는 추측을 마음 속에 담고 말을 몰았다. 예상은 적중했지만, 예상 외의 덤까지 따라왔다.
"우선은 결과를 보고하지요. 시즈코 님의 지시대로 한 결과, 각병에 걸린 벗은 며칠 전의 용태가 거짓말처럼 차도를 보였습니다"
"그런가요. 그건 다행입니다"
"약속대로, 나는 이시야마 혼간지를 나와서 오다 님의 진영으로서 미력하나마 힘을 다하도록 하지요. 또, 시즈코 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쿄뇨 님과의 유자관계도 해소하겠소"
"감사합니다"
"하지만 시즈코 님의 요구는 두 가지, 나는 아직 한 가지밖에 어려운 조건을 받아들여주시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요구를 하고 싶습니다"
"제게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문제없습니다"
"하핫, 약간 협박같이 되어버렸군요. 아니, 두번째의 어려운 조건은, 오다 님과 회견할 자리를 만들어 주시면, 직접 오다 님께 말씀드리고 싶군요"
"네?
네. 그, 영주님께 상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립니다. 얼마간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그렇군요. 시즈코 님께서 문제없으시다면, 오다 님과의 회견까지 이 집을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 하지만, 말씀드리긴 뭣한데, 이 집은 좁습니다만?"
애초에 시즈코의 별장은 거주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도저히 오와리에 돌아갈 수 없을 때 임시로 묵기 위해 지은 집이다.
따라서 최저한의 생활 환경이 갖춰져 있기는 하나, 고관대작(公卿)이 기거할 정도의 설비는 없다.
고노에 가문 당주가 살기에는 도저히 격이 맞지 않는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상관없소. 무상관(無常観)이 감도는 정원이 나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있는 대로 지내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시다면 문제없습니다만……"
일단 시즈코의 목적인 고노에 가문을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리고 사키히사와 쿄뇨의 유자 관계 해소도 성공했다.
혼간지 측의 설득 공작은 있겠지만, 그가 약속을 저버릴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이걸로 반 오다 연합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공작은 절반은 끝난 걸까. 뭐라 해도 반 오다 연합의 축은 혼간지가 아니라 고노에 가문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니까……)
요시아키(義昭), 아사쿠라(朝倉), 아자이(浅井), 혼간지(本願寺), 엔랴쿠지(延暦寺), 타케다(武田), 그 외 크고작은 다양한 세력이 결탁하여 노부나가를 크게 괴롭히는 '노부나가 포위망'은, 혼간지가 주축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온건파인 켄뇨에게 거병을 결단하게 한 것도, 11년 후에 이시야마 혼간지가 성문을 열게 만든 것도, 사키히사가 크게 관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조정에서 사키히사를 추방한 요시아키도, 후에 노부나가와 관계가 악화되자, 사키히사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반 노부나가 연합군을 구성할 수 없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결국 요시아키가 켄뇨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조정은 물론이고 많은 영주들, 그리고 종교 세력에까지 연줄과 인맥을 가지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는 오섭가 필두 고노에 가문의 힘이 절대적으로 불가결했다.
(남은 건 코가(甲賀)를 끌어들이는 것 뿐이네. 영주님은 독자적으로 쿄단(饗談)이라는 시노비 집단을 가지고 계시지만, 코가는 있으면 좋지. 아, 이가(伊賀)는 무리네. 거기는 이가 죠닌(上忍) 세 가문이 지배하고 있어서 간단히 계책이 먹히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바보 아들래미의 대학살은 막아야지)
이가, 코가와 오다 가문의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텐쇼(天正) 6년(1578년), 노부나가의 차남인 오다 노부오(織田信雄)가 8천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이가에 독단적으로 침공하는, 소위 말하는 '텐쇼 이가의 난(天正伊賀の乱)' 사건이 일어났다.
다만 이 때, 이가는 현대에서 말하는 게릴라 활동을 전개하여, 겨우 수백의 이가 닌자군에게 노부오 군은 괴멸. 노부오 본인도 허둥지둥 도망쳤다.
참고로 노부오 군의 무장들의 명예를 위해 언급하지만, 애초에 노부오의 이가 침공은 주위가 필사적으로 마음을 바꾸도록 진언했을 정도로 무모한 작전이었다.
그 때문에, 침공하기 전부터 군의 사기는 낮고 통제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런 상태의 군으로는 설령 이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괴멸시킬 수 있었으리라.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8천의 병사에 6천을 잃고, 게다가 중신인 츠게 야스시게(柘植保重)가 전사하는 등 참담한 결과에 노부나가는 격노했다.
하지만 이것에 의해 노부나가는 닌자에 대해 경계심을 강화하게 되어버려, 수년 후에 오다 군이 전군을 투입하여 이가를 침공하는 '제 2차 텐쇼 이가의 난'이 일어나 버렸다. 이 때의 총대장도 노부오였다.
노부오는 '제 1차 텐쇼 이가의 난'의 원한을 풀듯, 함락된 사원이나 마을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몰살시켰다.
후세에는 노부나가가 이가 닌자를 학살했다고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바보 아들로 이름높은 노부오가 남김없이 몰살시킨 것 뿐이다.
"(뭐 그건 이세 침공 후에 생각하자. 고노에 님의 동향에 약간 불안은 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짓거리는 안 하는 편이 좋겠지) 그러면 이 집은 고노에 님께 드리겠습니다. 부디 편하신 대로 이용해 주십시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정한 성과가 보인 것에 시즈코는 어깨의 힘을 뺐다.
니죠 성 축성이 모양새를 갖추게 되자 노부나가는 미츠히데에게 뒷일을 맡기고, 그 외의 사람들을 데리고 기후로 돌아갔다.
귀국 직전, 그는 이세에 대해 요시아키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남(南) 이세를 지배하는 키타바타케(北畠)와의 싸움에는 요시아키도 난색을 표했다.
뭐라 해도 키타바타케 씨는 공가 출신, 게다가 쇼군보다 높은 종 3위의 품계를 가지고, 곤노츄나곤(権中納言)에도 임관되었다.
즉 요시아키는 키타바타케 씨를, 무로마치(室町) 막부를 지탱하는 일원으로서 인식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무로마치 막부를 지탱하는 일원인 노부나가와의 싸움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요시아키의 입장에서는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요시아키는 골치가 아팠다.
요여(神輿, ※역주: 요시아키)의 반응을 보는 정도의 기분이었던 노부나가였으나, 이건 예상외로 귀찮다고 재차 인식했다.
노부나가는 설득과 구슬림을 구사하여, 금년중에 싸움이 결판나지 않을 경우에는 요시아키를 중재자로 하여 화해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세 국 평정을 허용한다라는 확약을 요시아키에게서 받아냈다.
사실상의 면장(免状)을 얻은 노부나가는 즉각 이세 국 평정에 나설 거라고 생각되었으나, 주위의 예상을 뒤짚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후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고, 수하들을 치하하고 병사들을 훈련시킬 뿐이었다.
즉단즉결(即断即決)을 신조로 하여 전광석화처럼 행동하는 노부나가의 침묵에 각국의 영주들은 한결같이 긴장하게 되었다.
사실은 군수물자의 피축이 규정량을 밑돌았기 때문에, 물자의 소비가 격심해지는 행군을 자제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군비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해서 이세를 침공하기보다, 철저히 정보수집에 치중하며 기회를 노리는 편이 상책이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 비축도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 정책을 오와리, 미노 전토에 펼치고 있었기에, 9월에서 10월쯤 되면 막대한 양이 손에 들어온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추정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 8월 하순까지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9월부터 침공해도 이세를 평정할 수 있는 승산이 있었다.
기후로 돌아온 노부나가는 당장 시즈코를 불러내어 고노에 사키히사와의 회담의 목적을 캐물으려 했다.
"여인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같은 멋없는 일은 하지 마시지요"
하지만 그걸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히메였다.
"이대로 내버려두라고 너는 말하는 것이냐?"
"지금까지 시즈코는, 반드시 주군을 통하여 이야기를 진행시켰지요. 그게 이번에 독단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는 것은 주군을 통하지 않는 편이 주군의 이익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겠지요"
"……하아"
성대하게 한숨을 내쉰 후, 노부나가는 거칠게 앉았다.
"후훗, 따돌림받아서 화가 나신 건가요?"
"글쎄. 그건 그렇고 고노에 가문을 우리 진영으로 끌어들이다니…… 여전히 시즈코의 재주에는 놀라게 되는군"
"네, 여전히 예상 밖의 행동으로 즐겁게 해 주는 여아이지요, 시즈코는. 그럼, 그런 시즈코가 끌어들인 고노에 가문 당주님께서 주군께 회담을 신청해왔습니다만…… 대답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말할 것도 없지. 시즈코가 공을 들여 마련한 자리, 여기서 물러서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
회담의 준비는 즉시 이루어졌다.
이틀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별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거관이라도 문제없었지만, 시즈코의 별장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 이렇게 발걸음을 한 것이다.
"처음 뵙겠소이다, 오다 단죠노죠 님"
한 쪽은 조정 제일의 실력자이자 오섭가 필두 고노에 가문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 한 쪽은 쿄의 실권을 쥐고 천하인(天下人)에 가장 가까운 영주인 오다 노부나가.
역사의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의 순간에 동석한 것은, 정원을 둥지로 삼는 벌레들 뿐이었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마주보았으나, 뜻을 정한 듯 사키히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언제까지 서로 마주보고 있어도 시작되지 않지요. 차를 한 잔 올리지요"
"……받도록 하지"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다도회(茶の湯)가 아니라 전차(煎茶).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차를 마시면서 청담(清談)이나 나누도록 하지요"
"……"
"라고, 시즈코 님께 배웠지요. 이게 제법 좋더군요. 최근에는 정원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는 일에 빠져 있습니다"
사키히사의 말대로, 그의 예법은 노부나가가 쿄에서 배운 다도회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다도회와는 다른 우아함이 느껴져,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다고 노부나가는 느꼈다.
"신비한 여인이군요, 시즈코 님은"
"그렇군. 나도 때때로 놀라고 있네"
내어진 차를 받아들며 노부나가는 주저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군. 다도회에서 맛보는 차와는 또 다른 맛이군"
"후훗, 그렇겠지요. 나도 처음에는 괴상한 차도 다 있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은 시원한 저녁 바람을 쐬며 한 잔 마시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키히사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로부터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냥 정원을 안주삼아 차를 마신다, 그것 뿐이었다.
다만 두 사람을 둘러싼 분위기는 상쾌하고, 누구도 끼어들지 못하는 고요함이 있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나는 또 한 가지 시즈코 님께 요구하는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재가를 오다 님께 받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첫번째는 무엇이었나"
"시즈코 님은 나에게 오다 가문에 대한 협력을 부탁했지요. 그 대신 나는, 벗의 각병을 치료해 줄 것을 부탁하고, 이미 치료가 되었습니다"
"그 멍청이가……"
각병은 불치병 취급받고 있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발병의 기전이나 치료법까지 전해듣고 있었다.
그 이점을 이용하여 각병이 많은 공가를 끌어들이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추어 두어야 할 카드를, 시즈코는 고노에 사키히사와의 회담에서 써 버린 것이다.
19세에 칸파쿠에 임명된 준영(俊英)인 사키히사다. 각병에는 무엇이 좋은지, 대략적인 검토는 끝냈을 것이리라.
(고노에 가문의 힘을 손에 넣은 것으로 그 실수는 상쇄할 수 있나)
"시즈코 님의 또 하나의 부탁은 쿄뇨 님과의 유자 관계를 해소하라는 것, 이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움직이도록 하지요. 그에 대해 내가 바라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상쾌한 미소를 지은 사키히사는, 그 표정과 반대로 엄청난 말을 꺼냈다.
"나는 시즈코 님과 유자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 당주와 친자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노부나가에게 청천벽력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만약 시즈코가 고노에 사키히사의 유자가 될 경우, 그 영향이 어디까지 파급될지 노부나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노부나가의 모습에서 그의 심정을 헤아린 것이이라. 사키히사는 작게 한숨을 쉬고 이렇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이건 아직 시즈코 님께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즈코 님이 거절한다면 거기서 끝나는 이야기지요"
"고노에 님은 시즈코를 꽤나 높게 평가하고 계신 것 같군"
"그야 그렇지요. 세상에 나올 일이 없는 여인의 몸으로, 이 나를 앞에 두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관철시켰소이다. 어지간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거기서 한 호흡을 쉬고 사키히사는 남아있던 차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가볍게 한숨을 쉰 후, 그는 말을 이었다.
"오다 님께서 천하통일의 길을 걸으신다면, 언젠가 시즈코 님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지요"
"본인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이것저것 획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만"
"하핫, 그러하겠지요. 하지만 언젠가 그녀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가 아니지요. 난세라는 존재가, 그녀가 뒤에 숨는 것을 용납하지 않게 됩니다. 시대가 그녀를 필요로 하여, 반드시 무대 앞에 서게 될 날이 오겠지요"
"설마…… 그걸 위한 유자인 것인가?"
"그렇습니다. 세상에 나왔을 때, 그냥 여자아이로서는 불리하겠지요. 나의 유자라면, 나름대로 관록은 붙을 겁니다"
노부나가에게는 관록이 붙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확실히 관록은 붙겠지. 하지만 그 유자를 맺는 시기는, 이쪽에서 지정하고 싶다"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부터 시즈코 님을 지키기 위한 책략. 주인 되시는 오다 님이 좋다고 생각하실 때 선언하시지요. 그 때까지 나는 조정에서의 입장을 확고한 것으로 해 두지요"
"그건……"
"오다 님의 꿈은 천하통일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언젠가 현 칸파쿠 님과 쇼군이 방해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패도는 이룰 수 없습니다"
"훗, 확실히 그렇군"
사키히사의 가식없는 말에 노부나가는 즐거운 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 후, 매사냥이라는 공통의 화제가 있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해가 지기 직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6월 중순.
톱니나 크랭크 등의 동력전달기구의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한여름을 앞두고 간신히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양산할 수 있는 전망이 섰다.
기술자 마을의 부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수차 동력식 자동세탁기(이후에는 수차식 세탁기라고 줄임)는 전술한 동력전달기구 문제를 해결한 것에 의해 규격화된 제품으로서 조립되었다.
현재 프로토타입을 운용중이다. 내구 시험을 클리어하면 수차동력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지 수차식 세탁기를 설치할 수 있다.
세제로서 사용되는 무환자나무 분말은 생분해성이 대단히 높기 떄문에, 세탁 배수를 하천으로 흘려보내도 심각한 수질오염을 초래할 위험은 낮다.
그렇다고는 해도 절대적으로 안심할 수는 없으며, 또 어독성(魚毒性, 물고기가 섭취하여 생체 농축하는 것에 의해 독성을 가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배수의 처리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조 마을도 각종 양조 시설과, 장인들이 사는 연립주택(長屋)이 완성되어, 준비가 된 사람들부터 이주를 개시하였다.
마을의 관리도 기술자 마을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특히 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고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쌀식초(米酢), 소금누룩(塩麹), 미림(みりん), 된장(味噌), 간장(醤油), 청주(清酒)나 소주(焼酎)를 포함하는 일본주(日本酒) 등, 일본의 대표적인 조미료를 시작으로 발효가 관계뙤는 것이라면 뭐든지 제조한다.
물론, 기술자 마을이나 양조 마을은 하나뿐이 아니다. 노부나가는 이후, 이러한 마을을 분산시켜 각지에 건조할 예정이다.
분산 고나리와 집중 관리의 방법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지만, 노부나가는 기술 유출의 리스크를 각오하면서까지 분산 관리를 선택했다.
생산 거점이 분산되는 것으로 관리 비용이나 기술 유출 리스크가 배가되지만, 분산화에 의해 재해나 전쟁으로 거점이 붕괴해도 기술이나 생산이 끊기지 않고 다른 곳에서 대체 가능하다는 가용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또, 각각의 생산 거점이 서로 보완하는 것으로, 타국에게는 공격해야 할 치명적인 급소를 판단할 수 없게 된다는 메리트가 있다.
급료(salary)의 어원이 되는 소금은 중요한 군수물자임과 동시에, 된장이나 간장의 제조에 빠질 수 없는 생활물자이기도 하다.
이것들의 증산에 힘을 쏟은 결과, 유하식(流下式) 염전의 규모 확장이나 생산을 담당하는 마을도 늘어나, 유통량이 대폭 증가했다.
일시적으로 시장에의 유입이 수요를 초과하여, 소금의 가격붕괴가 일어났다.
애초에 비쌌기 때문에 수요가 낮았을 뿐이며, 잠재적인 수요는 사람 숫자만큼 된다.
즉시 공급량에 걸맞는 수요가 발생하여, 가격은 서서히 안정되어 갔다.
지금은 오와리, 미노 한정으로 소금은 귀중품이 아니라, 서민들조차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조미료가 되었다.
생산 거점의 확대에 따라, 시즈코가 실시한 기술 지도의 답례로서 농산물이나 소금, 양조품이나 공업제품이 시즈코에게 배달되었다.
순수하게 지도에 대한 답례이지만, 저희들은 이만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는, 선생님에게 숙련도를 확인받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받아들이는 건 시즈코 혼자였기에 방대한 물자가 모이게 되어, 물자 집적용의 창고를 급거 추가로 짓게 되었다.
"……없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많아도 곤란하네"
시즈코 개인이 수백 kg이나 되는 소금을 소비하는 게 가능할 리도 없어, 다양한 보존식을 만든 후, 남은 것들은 노부나가의 군비로서 비축하기로 했다.
전국시대, 뇌물과 사례금과 사례품으로 불리는 사례의 경계선은 미묘했다.
사례금을 뇌물로 간주하고 엄격하게 금지한 것은 통일적인 권력을 수립한 에도 시대 이후의 일이다.
즉, 권력자 측에게 유리하게 농업 개혁이 이루어졋다고 해도, 그것으로 이익을 얻었을 경우에은 농촌 측에서 사례금을 보내는 당연한 예의이자 도리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배달된 대량의 선물 중에서는, 감사 이외의 의도를 포함한 것들도 섞여 있었다.
오와리에서만 다 소비할 수 없는 물자는 당연히 상인을 통하여 일본 전국으로 유통된다.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자라면 시즈코 본인에게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기술 지도를 하는 핵심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정보를 원해서 뇌물이나 수고비를 출입하는 상인에게 중개시키는 자들도 생긴다.
시즈코에게 배달되는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물건들은, 단물의 원천을 발견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이건 책략(빼돌리기)네. 사람을 경유해서까지 책략을 쓰는 걸까"
말할 필요도 없이 전국시대는 실력주의이며, 파벌이나 혈연 등에 관계없이 땀과 실력만으로 출세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주가 있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빼돌리기 공작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노부나가에 의한 오와리, 미노의 농지 개혁을 뒤에서 주도한 시즈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영주에게 알려질 정도의 재간을 드러낸 죄라고 해야 할까"
배달된 선물들에 첨부된 글을 읽은 키묘마루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흥. 무조건 제놈들 밑으로 들어오라니.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천하의 패권을 장악한 오다 가문도 꽤나 가볍게 보였나 보군"
나가요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내게 오면 오다 가문 이상의 두터운 대우를 약속한다는 공수표.
이 종이조각 한 장으로 시즈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무도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런 공작을 해도 무의미하다는 걸 모르는 걸까. 하지만 돌려보내려고 해도 중개한 상인들이 하나같이, 상대방의 체면을 뭉개는 게 되니까 돌려보내면 안 된다고 했는데"
"흠. 뭐,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딱히 이래저래 말하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처리할 지는 흥미가 있다"
"다기(茶器)는 흥미 없으니까 편지랑 같이 영주님께 보내면 되려나. 금품은 필요없으니, 이것도 영주님께 드려서 논공행상에서 공이 있는 사람에게 환원하시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나한테 돈이 계속 모이는 것도 불건전하니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권력이나 돈을 추구하지 않는 시즈코에게 다기는 감당이 되지 않는 물건이었다. 다도의 도구를 수집하는 취미는 없고, 뭣보다 이름있는 다기를 소유하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다도회는 정치적에 깊은 관계를 가지기에, 권력의 연출 장치로서 노부나가가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권력에 과도하게 다가갈 우려가 있는 다도회는, 시즈코에게 위험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이제와서 내가 빠져봤자, 영주님의 개혁은 멈추지 않는 단계에 와 있는데 말이지"
"호오, 그건 흥미로운 이야기구나"
"별로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내가 없어도 개혁 기구가 돌아가도록 하고 있으니까. 그 기구가 구축된 지금, 내가 빠져도 정체는 생기겠지만, 길게 보면 큰 영향은 없어. 뭐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다른 곳으로 갈 생각도 없지만"
농업 개혁을 할 때, 시즈코는 자신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시스템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담이 허용량을 넘거나, 몸이 망가지거나 하면 모든 것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없어도 문제없이 가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쏟았다고 할 수 있다.
"모르겠군. 그러면 너는, 언젠가 버려진다는 말인데?"
시즈코의 생각이 잘 납득되지 않는지, 팔짱을 끼고 나가요시가 중얼거렸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다른 사람보다 훨씬 앞서가는 사람은, 항상 목숨의 위험에 노출되는 거야. 나는 겁이 많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살해되는 건 싫거든?
그러면 어느 정도의 길을 만든 후에는 냉큼 몸을 빼는 편이 위험은 적어져"
"그런 어리석은 놈들의 질투 따위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남을 시샘하는 것밖에 못하는 놈들 따위, 존재 가치는 없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으니"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현실주의에 겁장이야. 타인에게서 악의를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낙관적이 되진 못해. 내가 있는 곳만 수확이 좋으면, 언젠가 주위에서 질투해서 습격받게 돼. 그래서 오와리, 미노 전토의 생산력을 올린거야.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건, 정치적인 파벌 싸움에 말려드는 걸 피하기 위해서고. 그리고 평화가 왔을 때, 문관과 무관은 확실하게 권력 투쟁을 하니까, 그것에도 말려들고 싶지 않아. 나는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 싶으니까, 권력투쟁 따윈 사양이야"
"뭐 네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오다 가문은 너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간단히 조용한 여생은 찾아오지 않지 않을까"
"여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감정을 우선시하기 쉬운 여자에게 과도한 권력을 주지 않는 편이 좋아. 단지 감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악귀나찰(悪鬼羅刹)이 될 수 있지.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7월 왕정 시대에서 프랑스 제2 공화정 시대까지의 정치가이자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 소설가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겉보기에 약한 여성이라도, 모친이라는 존재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라는 의미이다.
"확실히 당(唐, ※역주: 여기서는 특정 왕조가 아니라 그냥 중국을 지칭하는 말)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여자의 악영향으로 멸망한 왕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니, 딱히 시즈코가 그렇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그 점은 주의해야 할까"
"딱히 신경쓰지 않아. 게다가, 나도 언제 이론보다 감정을 우선시하게 될 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보험으로서, 누군가가 멈출 수 있게 해 둬야지. 뭐, 지금은 그게 영주님이시지만"
"과연. 즉 다른 곳에서는 그 보험에 잘 기능하지 못해서 암살당할지도 모르니까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도 이유 중 하나려나"
"나는 정치 같은 어려운 것은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네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분하다"
"후훗, 고마워"
나가요시의 말에 기뻐진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나가요시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지만, 직전에 손을 멈췄다.
그는 빨리 성인식을 치루고 성인이 되고 싶어하고 있다. 그런 그를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미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이것저것 다 빼고 간단히 말하면, 나는 여기가 좋으니까. 여기는 내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야"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시즈코에게, 두 사람은 어딘가 기쁜 듯한, 그러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는 기술자 마을을 두 번째 시찰차 방문하고 있었다.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기와지붕의 시옹법인 세로(縦桟) 나사 고정 공법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것.
목제 선반(旋盤)이 완성된 것. 자동 세탁기가 완성된 것. 톱니나 크랭크의 연구 성과가 빛을 보게 된 것이었다.
"오오! 이것이 '선반'이냐!
참으로 해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만, 이것 하나로 장인들 몇 명 몫의 작업을 생략할 수 있다는 건가!"
눈 앞에서 벌어진 데몬스트레이션을 본 노부나가는 표정이 풀어지며 격찬했다. 뭐라 해도 볼품없게 제재되었던 각재(角材)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균일한 굵기의 봉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가공의 흐름에 노부나가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가공된 봉을 휘둘러보고, 구체(球体)를 집어들더니 여기저기 굴려보며 구면의 매끄러움을 확인했다.
"(굉장히 흥분했네……) 저, 저어 영주님, 즐기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발 밑으로 굴리면 아무래도 위험하오니……"
"오오, 미안하다. 각진 나무조각이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멋진 구슬이 되다니…… 어쩐지 얼마나 둥근지 확인하고 싶어져서 말이다"
"(어쩐지, 로 사람이 있는 장소에 굴리지 말아 주세요. 장인들이 다른 의미로 무서워하잖아요) 어흠, '선반'의 성능은 보신 대로입니다. 사용법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장인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마무리했던 가공이, 누구나 단시간에 균일한 정밀도의 제품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음, 그 삼실을 가공하는 기계에도 놀랐지만, 이번 것은 그 이상이구나"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떠올렸다. 노부나가가 슐리히텐 박피기를 시찰했을 때의 일을.
그 때도 노부나가는 희색이 만면하여 슐리히텐 박피기를 조작했다. 이번 시찰에 동행하는 호위대가 적은 것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인가, 라고 시즈코는 어쩐지 이해했다.
"슐리히텐 박피기로군요. 소모 부품의 제조에 시간이 걸리기에 현재도 여섯 대 밖에 가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대라도 생산력은 압도적입니다. 견사(絹糸) 용의 방적기(紡績機)는 12대 1조로 계산하면 9조가 있습니다"
"분명히 견사로 만들지 못하는 것을 너는 명주솜(真綿)이라고 했지. 그걸로 만든 덮는 이불은 정말 좋았다"
대량의 견사를 생산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모든 누에에서 생사(生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사의 품질에 이르지 못하는 누에고치도 생긴다.
그래서 저품질의 고치를 모아 가공하여 명주솜을 만들기로 했다. 명주솜은 희고 광택이 있으며,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덮는 이불 속에 채워넣는 소재로서는 우수한 것이다.
참고로 중세 일본에서의 양잠(養蚕)은 오직 명주솜의 생산을 의미했다.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견사만이 인기가 있어, 국내에서 생사를 견사로 자아내는 기술이 유실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톱니바퀴나 크랭크에 관해서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이 기구들을 응용하여 콘페이토(金平糖)를 제조하는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흑설탕을 많이 소비합니다만, 간신히 콘페이토의 시공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콘페이토냐. 흠, 바테렌(伴天連)의 공물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것도 맛있구나. 후훗, 바테렌 녀석들이 놀라는 얼굴이 눈에 선하구나"
(그것 때문에 콘페이토를 만들어라, 라고 하신 건 아니겠죠?)
콘페이토의 잠재능력(맛은 물론이고 영양가, 보존성, 운반성(可搬性) 등)에 매료된 노부나가는, 당장 시즈코에게 제조를 명했다. 에도 시대에도 개인적인 제조가 가능할 정도로 콘페이토의 레시피는 어렵지 않다.
심재(芯材)에 끊임없이 뜨거운 꿀을 발라서 식힌다는 공정을 반복한다는 인내심을 시험받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한 작업을 경감하기 위해 톱니바퀴나 크랭크가 필요해졌다. 다만, 그래도 고열 환경에서의 장시간 작업이라는 가혹함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으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질문 등이 없으시면, 이어서 식사하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분명히 남만의 파온이라는 먹거리를 준비했다고 하였지"
"네. 유럽에서의 주식입니다. 감자라는 다른 주식도 있습니다만, 이쪽은 양산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민초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 이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식재료가 늘어날수록 우리 나라는 부유해진다. 여유가 있는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라"
새로운 작물은 서서히 생산 거점을 늘려서 양산 체제에 들어가고 있지만, 역시 1년 정도로는 모든 생산 거점에 충분한 모종을 제공할 수 없어 대체 작물을 심고 있는 거점도 생기고 있다.
내년 이후라면 가까운 마을에 제공하고, 거기서 문제가 없다면 '삼조지일가'에 배포한다. 거기까지 궤도에 오르면 단번에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삼조지일가'도 순조롭다. 이미 오와리, 미노는 타국의 추종을 불허한다. 식량의 불안이 없는 덕분에, 백성들로부터의 불만도 적어졌다. 솔직히,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이만큼 효과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내일의 식사를 걱정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백성들은 다소의 일에 대해서는 못본척 하니까요……"
"그 조맹덕(曹孟徳)은 백성들의 식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행군할 수 있는 군비를 확보했다. 나도 그 수법을 이용하겠다"
"그럼……"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행군을 위해 매점매석을 하면 치안이 악화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진군중에 발밑이 불안해지는 것은 감당할 수 없다. 타국의 개입 때문에 잇코잇키(一向一揆)가 존재할 수 있는 이상, 백성에게는 적당히 식량을 줄 수 있는 상태가 좋다"
"의식주 중, 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어풉"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었다. 갑작스런 일에 시즈코는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모양이 유쾌한 느낌이 되어버렸으나, 노부나가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식사란 살아가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가 만드는 요리는 내 눈을 즐겁게 해주고, 향기를 즐기게 해주고, 식감을 즐기게 해주고, 맛을 즐기게 해준다. 이제는 오노(お濃, ※역주: 노히메. 일본에서는 여자 이름의 앞 글자만 따서 그 앞에 오~를 붙여서 부르기도 한다) 녀석이 식사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하여튼, 너는 대단한 녀석이다. 항상 내게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구나"
그로부터 잠시 동안 노부나가는 계속 시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술자 마을에 이어 노부나가는 양조 마을을 방문했다.
이쪽은 노부나가와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주요 가신들, 시즈코의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도 동행했다.
이번의 양조 마을 시찰의 목적은 술, 그것도 청주(清酒)였다.
전국시대의 술은 기본적으로 탁주(濁酒)이며, 또 술의 제조는 종교 세력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청주의 시작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셋츠(摂津) 코우노이케(鴻池)의 야마나카 쇼우안(山中勝庵)이 탁주에 재를 넣어 청주를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현대의 청주의 제법에 가까운 방법이 '어주지일기(御酒之日記)', '다폐원일기(多閉院日記)' 등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 탁주에서 청주로 바뀌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술은 단순한 기호품에 그치지 않고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끊임없이 계승되는 술의 역사를 알고 있는 시즈코는, 현역에서 은퇴하거나 종교 세력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의 양조 기술자(杜氏)들을 모아서 현대의 청주의 제조 방법을 전수했다.
청주의 제법은 탁주의 그것과 비교하여 필요한 작업 공정이 많아 양조 기술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맑은 물 같은 맛있는 술이라고 듣자, 그 길의 전문가로서는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청주 제조 공정의 9할은 추운 시기에서 장마 시기 즈음에 끝나지만, 최후의 공정은 저장이며, 2개월로 끝내는 경우도 있고 3년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술의 종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에 담근 청주는 엄선한 오와리 쌀을 윤택하게 깎아내서, 무려 바깥쪽의 4할을 깎은 본양조주(本醸造酒)로 만들었다.
약 반년을 들여 시험 제작을 거듭하여, 노부나가에게 제공할 수 있을 만한 품질을 확보한 통(반년 숙성)의 첫 선을 보이는 것이었다.
"자, 그럼 첫 마개를 따볼까요"
술을 검사하기 위해, 탱크의 마개(呑口)를 여는 것을 '마개따기(呑切り)'라고 한다. 이것은 첫 마개따기를 하는 6월에서 출하되는 가을까지 1개월마다 한다.
에도 중기 무렵까지 일본주는 1년 내내 만들어졌다. 시즈코의 양조 마을도 예외는 아니라, 탁주지만 거의 1년 내내 양조가 행해지고 있었다.
이번의 첫 마개따기 대상은, 품질이 뛰어난 것이 만들어지는 '칸즈쿠리(寒造り)'로 만든 청주였다.
양조용의 큰 통에서 이번의 첫 마개따기 용으로 준비한 한 말짜리 통에 옮겼다.
청주가 뿜어내는 그윽한 향기가 주변에 가득하자, 다들 하나같이 그 향에 취한 표정이 되었다.
가신들 중에서도 삿사와 시바타와 케이지는, 지금일까 지금일까 하고 기다릴 수 없는 모습으로 묘하게 초조해하고 있었다.
"오늘은 첫 마개따기에 모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청주가 무엇인가, 라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니, 우선 드셔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우선 검은 색의 술잔에 청주를 따랐다. 탁주가 아니다, 라는 증명이었다.
이어서 흰 색의 술잔에 따르고, 그 투영함을 노부나가나 주된 가신들에게 어필했다.
"오오, 마치 물처럼 투명하군"
의도한 대로의 반응을 얻은 시즈코는, 한층 더 훌륭한 두 개의 술잔에 청주를 따랐다.
그녀의 주군인 노부나가와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를 위한 것이다. 술잔을 쟁반에 얹어 우선 노부나가에게 바쳤다.
노부나가는 말없이 술자는 받아들었다. 이어서 사키히사가 술잔을 받아들었다.
두 사람은 먼저 잔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향기를 즐겼다.
"흠, 꽤나 주정(酒精)이 약한 것인가. 탁주 정도로 향이 강하진 않군"
"그렇군요. 대신 약간 달콤한 과실 같은 향기가 나는군요. 복숭아 같기도 하며 싱싱한 신맛도 엿볼 수 있는 실로 그윽한 향기, 이건 맛이 기대되오이다"
봉인을 땄을 때 향을 맡은 시즈코는, 라이치(litchi)와 닮은 향이라고 느꼈다.
사키히사의 말을 신호로 두 사람은 동시에 잔을 기울였다.
물과 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강한 주정이 목구멍을 불태우며, 목구멍을 확 하고 뜨겁게 하는 액체가 지나갔다. 일순간 코가 뻥 뚫리는 과실과 비슷한 달콤한 향기에 혀에 작렬하는 주정과 쌀의 맛.
"이건 생각보다도 강한 술이군. 확 뜨거워지는 목넘김과 뒤에 남는 향기가 훌륭하다"
"탁주 같은 잡미(雑味)가 없는 만큼, 쌀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군요"
"시즈코, 요시나리들에게도 마시게 해 줘라. 슬슬 참지 못하게 된 녀석이 세 명 정도 있으니 말이다"
노부나가의 말대로, 시바타와 삿사와 케이지는 당장이라도 통에 손을 집어넣을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쓴웃음을 지으며 시즈코는 각 무장들에게 술잔을 돌리고 청주를 따라주었다.
역시 주군이 맛있게 마셨던 영향인지, 술을 받은 사람들은 앞다투어 술잔을 기울였다.
"항상 마시고 있는 술과는 격이 틀리군요"
"물처럼 투명한 것이 좋군. 술잔에 그림이 있다면 더욱 풍류가 느껴지겠지"
"문제는 저도 모르게 과음해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군요"
좋은 감촉을 얻은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술만 드셔도 좋습니다만, 청주는 요리와 함께 드시면 또 다른 표정을 드러냅니다. 어제 그물에 걸린 생선 중에 좋은 것이 있었기에, 몇 가지 요리해 봤습니다. 술안주로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가 신호를 하자 안쪽에서 대기하던 아야나 하녀들이 요리를 가져왔다.
도기(陶器) 그릇에 대나무 잎을 깔고 놓여진 생선의 소금구이. 일부러 소금 입자가 남도록 발라서 구운, 보기에도 아름다운 흰살이 빛나고 있었다.
"이 생선은 부사리(ヒラマサ)라고 합니다. 담백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특징입니디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으므로 부디 술과 함께 드셔봐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에 가장 먼저 젓가락을 든 것은 역시랄까 노부나가였으며, 그에 이어 사키히사가 젓가락으로 생선살을 뜯어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독 검사니 뭐니 하는 촌스러운 소리를 하는 자들은 없었다.
"호오!
잉어(鯉) 같은 살이면서 전혀 흙냄새가 나지 않는군. 역시 바다의 생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구운 소금의 단맛, 짠맛이 생선의 맛을 정리해주고 있군"
"쿄에서는 이런 맛은 도저히 맛볼 수 없군요. 송어(鱒)나 은어(鮎), 곤들매기(岩魚)도 맛있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다만 약간 지나치게 담백한 경향이 있군요"
그리고 이어서 청주를 한 모금 마셨다. 입 속에 가득하던 짠맛이 선명한 향기와 함께 씻겨내려갔다.
"과연, 이거 좋군. 술과 함께 먹으면, 지나치게 담백한 맛이 거꾸로 한 입 더 먹고 싶어지게 된다"
"짠맛이 강한 안주와 매운 맛이 있는 상쾌한 술. 이것을 번갈아가면서 먹는 것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었던 쾌감이군요"
상석의 상황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도 차례차례 젓가락을 댔다. 여기저기서 환성이 터지고, 청주가 받아들여진 것에 시즈코는 웃음을 지었다.
"이쪽에 찍어 드셔도 맛있습니다"
시즈코의 신호에 이번에는 빨간 무더기가 접시 옆에 놓였다.
"이것은 양조 마을에서 담근 매실장아찌의 과육을 갈아서 약간의 술과 맛국물로 개어 만든 매장(梅醤)입니다"
담백한 흰살에 짠맛, 그리고 매실의 풍미와 산미(酸味)가 더해져서 상쾌함이 배가된다.
"이럴 수가! 매장과 함께 부사리를 먹은 후에 청주를 마시니 향기가 바뀌는군!"
아직 일본에는 전래되지 않았기에 다들 모르는, 라이치 같은 달콤한 향기에 매실의 풍미가 더해져서 과실 같은 향기에서 스파이스 같은 복잡한 향기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것이 청주…… 이것에 세상에 퍼지게 되면 탁주를 몰아낼지도 모르겠군"
사키히사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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