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상순
눈 앞에는 몇 개인가의 밭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메말라 있어, 도저히 작물이 자랄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4……5개일까. 하지만 토양 정비는 중노동이고, 전부를 정비하는 건 불가능. 여기는 큰 농장 두 개 이외에는 버릴 수밖에 없어)
강에 적당히 가깝고, 또 비에 의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나가지 않는 장소가 두 군데 있었다.
아마도 제일 나은 작물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간신히 농작물 전멸이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1ha(헥타르; 10,000평방미터 = 한 변이 100미터)정도일까. 고구마나 호박을 재배하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강에 제일 가까운 곳에 스위트 콘, 그 다음에 토마토, 호박으로 첫번째 밭은 OK일까. 남은 하나의 밭에 고구마를 심고, 구석에는 사탕수수를 심자. 그러기 위해서도 땅을 파서 일궈둬야 해)
"어흠…… 저기 두 군데의 밭만을 씁니다. 나머지 밭에는 금년 1년은 아무 것도 심지 않아요"
"어, 그러면 작물이 적은 게……"
"문제없어요. 토양 정비는 상당한 중노동이에요. 전부에 대해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보다는 노동력을 집중해서 한시라도 빨리 쓸 수 있는 농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 먼저 흙을 파서 일구는 것부터 부탁드려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뭔가 수근거렸지만, 결국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농기구를 걸머지고 지정된 밭으로 향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도 2개월 후니까-)
메말랐다, 고 해도 불모의 토지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구마나 호박 등, 환경에 강한 작물이 아니면 수확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는 메말라 있었다.
현대라면 퇴비나 부엽토를 사들여서 토양의 정비에 쓰겠지만, 아쉽게도 전국 시대에는 구입이라는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직접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짚, 왕겨, 쌀겨는 있었고 쇠똥은 문제없고…… 말똥이 있으면 좋겠네…… 아, 그렇지!) 잠깐 기다리세요!"
묘안을 떠올린 시즈코는 옆에 있던 을병정반에 그렇게 말하고는 어떤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10분 후, 돌아온 시즈코는 생글생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을병정반 사람들이었지만, 굳이 지적하기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넘어갔다.
"자, 그럼 병반은 퇴비를 만들어주세요. 이거 중요한 작업이니까 열심히 해 주세요-"
"퇴비......?"
생소한 말에 병반 사람들은 이상한 듯 물었다.
"간단히 말하면 유기물을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한 비료에요. 유기 비료와 같은 의미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거에요"
"그런 거 준비하지 않아도, 직접 똥을 뿌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농농. 똥은 발효할 때 가스를 발생시켜요. 그게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나아가서는 해충을 불러들이게 되어버려요. 지금까지 뿌리가 썩거나 이상하게 해충이 끓었던 적 없어요?"
"그건……뭐……"
"퇴비는 잘 분해되는 유기물을 완전히 분해한 거니까 가스나 해충은 생기지 않아요. 부식질의 공급과 토양 상태의 개선, 미생물을 공급하는 것에 의한 병충해의 억제, 완충기능의 증대에 의한 토양의 안정화. 그것들을 위해서는 퇴비 만들기는 필수에요. 만드는 데 최소 반년은 걸리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니까 할 필요는 있어요"
거기까지 설명하고 시즈코는 마을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여우에라도 홀린 듯한 얼굴인 것을 깨달았다.
역시 너무 어려웠나, 라고 시즈코는 뒤늦게 실패한 것을 이해했다.
(미생물이라던가 병충해라던가, 그런 지식은 이 시대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우니까-. 하지만 퇴비가 없으면 내년의 농작업에 영향이 있을 거고…… 어쨌든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밀어붙여야지!)
"저기-"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하던 방법으로는 무리일테니…… 당신 의견에 따르지요"
설득하려고 말을 꺼낸 순간, 의외로 마을사람들 쪽에서 납득했다는 말을 했다.
아니, 납득한 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리라. 그 증거로, 아직도 퇴비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필요하다고 하니까 한다"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도 되겠지)
마지막 을반과 정반은 설명이 편했다.
일단 목재를 모아와 달라고 하면 끝인 것이다.
물론, 그냥 모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 모은 다음이 중요했다.
(삽이랑 농업용 쇠스랑, 그게 없으면 퇴비를 만드는 데 엄청 고생하겠지. 남은 건 멧돼지 대책으로 경사진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고)
멧돼지는 입체감이 있는 것을 어려워해서, 비스듬하게 세워진 울타리는 넘지 못한다.
위에 철책이 있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만으로 멧돼지로부터 농지를 지킬 수 있다.
금속은 없으니까 목재로 만들 필요는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1개월 정도는 매일 중노동이겠네……으으……목욕하고 싶어-)
전국시대에 서민이 입욕 같은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리도 없고, 결국은 물로 몸을 씻을 수밖에 없다.
(입지를 볼 때 온천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나중에 산책해 볼까)
매일 장작을 태워서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노력은 할 수 없지만, 온천이라면 뜨거운 물을 끌어오기만 하면 된다.
운좋게 발견하면 좋은 거고, 없더라도 주변의 환경을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억지로 납득한 후, 시즈코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4일 정도 지났지만, 하고 있는 일은 퇴비 만들기, 부엽토 만들기, 토양 정비 뿐이었다.
처음에는 부엽토 따위 필요없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낙엽이 꽤 모이기에 급거 만들기로 했다.
부엽토 만들기는 간단해서, 통 속에 낙엽을 넣고 적당한 크기의 돌을 위에 덮는다.
그 후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휘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삽이나 농업용 쇠스랑도 현대의 것처럼 깨끗한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대용품으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었다.
퇴비 만들기나 토양 정비의 효율이 올라가, 당초의 예정보다 조금 빨리 끝났다.
(모종도 꽤나 자랐네. 슬슬 밭의 구석에 심을까)
작았던 모종도 지금은 통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슬슬 양산을 위해 모종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현대라면 아직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아쉽게도 전국시대. 해 두면 좋다는 수준의 공정은 생략할 수밖에 없네)
"그럼, 슬슬 나무통의 모종을 농장으로 옮깁니다"
"예에에에? 아직 흙을 파서 일구기만 한 상태인데요-!"
"문제없어요. 요놈은 갈라진 땅에서도 성장하는 생명력이 강한 작물이거든요"
고구마나 호박, 토마토 등은 메마른 대지에서도 자란다.
섬세함이 요구되지 않기에, 과거의 기근 당시 활약했던 것이다.
특히 고구마는 영양이 풍부하기에,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뭐 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나무통을 가져와 주세요-. 그리고 작은 통에 물도 부탁해요"
토양정비반에게 나무통과 물을 부탁한 후, 시즈코는 목제 삽을 한 손에 들고 밭으로 이동했다.
역시 4일 정도로는 정비 상황은 썩 좋지는 않아, 절반 가까이 손대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종을 늘려서 심어 가는 것이 주목적이니 문제는 없다.
"여기면 되려나……"
구석 쪽에 목표를 정한 후, 시즈코는 밭의 흙을 일구었다.
보기에는 메말라 있다고는 해도 비로 겉흙이 쓸려간 정도고, 쓸려가지 않은 곳까지 일구어서 섞으면 충분히 작물은 자란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다음은……"
흙을 일군 시즈코는 밭두렁 만들기에 착수했다.
원래는 정식하기 약 1주일 정도 전에 만드는 거지만, 그런 시간적 여유 따위 없다.
"촌장님-, 가져왔습니다…… 뭐 하시는 건가요?"
"이거? 밭두렁을 만드는 거에요"
시즈코는 높이 30cm에서 40cm 정도의 밭두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흙을 쌓아놓은 시즈코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4일이나 침식을 함께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금방 답이 나온다.
즉,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건 관두자"이다.
"헤-, 오늘은 그걸 만들면 되는 건가요?"
"두 줄만 있으면 돼요. 아무튼 잘 부탁해요-. 아, 통은 거기에 놔두면 돼요"
"알겠심다"
토양정비반은 통을 땅바닥에 놓고,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을 갈았다.
보고 흉내내서 밭두렁을 만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건지 모양이 엉망이었다.
"자, 그럼, 모종은……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4……아니 5모는 되겠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인지, 고구마의 모는 엄청난 기세로 증식하고 있엇다.
애초에 그늘에서도 1주일 지나면 증식할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은 통에서 꺼내서…… 미리 파둔 구멍에 묻고……"
흙이 들어 있는 나무통에서 모종을 꺼내서, 주위의 흙까지 함께 구멍에 넣었다.
남아 있던 흙을 주위에 덮은 후, 다음에는 물이 든 나무통으로 물을 뿌린다.
너무 많이 줘도 문제이므로, 약간 적은 느낌으로 주었다.
"다음은 모종 심기-"
처음의 모종을 심은 후, 다음에는 자라 있는 모종을 잘라내어 새로운 모종으로 만들었다.
잘린 부분을 물에 담근 후, 마찬가지로 구멍을 파고 모종을 심어갔다.
모종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기에 비스듬하게 심고, 물을 저장하기 위해 작은 구덩이를 팠다.
"이걸로 완료. 나머지는 1주일 후에 대비해서 밭두렁을 만드는 건데…… 대충 끝났으려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밭두렁을 만들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면서, 시즈코는 나무통에 들어있는 물로 손을 씻었다.
주된 농작물은 고구마라고 정했기에, 시즈코로서는 고구마의 모종을 거의 한계까지 양산할 예정이었다.
대신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는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4월 하순에 밭두렁을 만들고, 5월 초에 씨를 뿌리면 충분히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이 시대에 설탕은 분명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으면 상당한 강점이 되겠지)
하지만 사탕수수의 모종은 별로 많지 않다. 금년에 심는다고 해도 수확한 것은 전부 모종으로 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2년 후이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여기서 살아갈 것도 생각해야……)
길을 걷고 있더니 전국시대로 왔으니까, 어쩌면 길을 걷다 보면 현대로 돌아갈 수 있으맂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했지만, 돌아갈 수 있을 듯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태도를 바꿨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고구마, 토마토, 호박, 스위트 콘, 사탕수수, 하나같이 현대의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것들 뿐. 그러니까 환경에 강하고, 그리고 전래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이걸로 노부나가의 호감을 살 수 밖에 없지만…… 성과가 나오는 게 10월쯤이니까-)
시험삼아 조금 캐내서 가지고 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 정도로 만나줄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임팩트가 있는 고구마를 산처럼 쌓아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어디 그럼, 대체 얼마만큼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으려나"
매주 모종을 늘려간다. 그걸 6월 말까지 반복한다.
말로 하긴 쉽지만, 기계도 뭣도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전부 수작업이다.
"(강이 있으니까 소형의 수차를 만들 필요도 있을지도. 뭐, 뭣보다) ……목욕이 그리워……"
욕조를 떠올리면서 시즈코는 나무 통을 짊어지고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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