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하순
그 광경을 눈 앞에 두고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다 노부나가는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행동적이었다.
그런 감상을 느낄 정도로 갑작스런, 그 탁류 같은 행동력에 압도되었다.
옆에 있는 남성을 슬쩍 보았다.
말에 탄 50대 초반의 남성이었지만, 그 얼굴은 나이에 의한 쇠퇴함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은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森三左衛門可成), 노부나가가 가장 신뢰했던 무장 중 한 명이었다.
어떤 역경에서도 노부나가의 곁에 있으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전해진다.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가신에게 성을 하사한 것도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라고 한다.
(하지만 보기에는 굉장히 겸손한 아저씨네……말하면 죽을 것 같지만)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니 엎드려 있는 남녀 합쳐 30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대에는 어디에나 있는 농촌 중 하나. 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금년에도 너희들의 공물은 지정된 양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냐"
병사 중 한 명이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마을에서 바치는 공물의 양은 적었다.
지정된 공물의 반도 바치지 못했고, 게다가 해가 갈수록 양이 줄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에, 노부나가는 마을을 없애버릴 셈이었다.
그런데 그 때 시즈코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마을에게 지정된 연간 공물을 바치게 한다. 또는 농작물을 대량으로 출하하게 한다……가 명령인가)
성으로 초대되어 시즈코를 휘하에 두겠다고 노부나가가 말했을 때, 당연하지만 휘하 무장들은 반대했다.
당연히 노부나가도 그럴 것을 알고 있었던 듯, 그는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된 관습에 흥미는 없다. 쓸 수 있는 것은 쓴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용서없이 버린다. 시즈코는 농업에 대한 남만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여 내게 네 재주를 보여라]
그것만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노부나가가 시험한다, 고 하는데 휘하 무장들이 불평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장으로서 휘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에 안도한 무장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여자가 무장 흉내 따위 낼 수 없는데다……아니 그보다 나, 칼 따위 잡아본 적도 없어!)
자신의 언니라면 기쁘게 칼을 손에 들고 전장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전쟁광이 아니다.
극히 보통의, 소위 말하는 일반인이며, 농업의 지식과 실천 경험이 그럭저럭 있는 정도의 여자애였다.
"본래는 목이 잘려야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매우 자비깊으시다"
거기서 병사가 시즈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앞으로 나와라, 라는 뜻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머뭇거리며 병사 옆에 섰다.
"여기,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의 지시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해라"
"에엑!"
농민들로부터 경악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야 그렇겠지. 소개된 것이 나이어린 소녀였으니까.
놀라지 말라는 쪽이 무리한 얘기다.
(뭐, 나도 같은 말을 했겠지-)
"불복이냐? 그렇다면 너희들의 목을 대신 받아야 한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사들이 허리의 칼을 뽑았다.
삶이냐 죽음이냐, 그 양자선택밖에 없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겁먹었지만, 여기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수상하게 생각될 것이므로 온 힘을 다해 태연함을 가장했다.
"아, 아뇨아뇨아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하도록"
(에엑-! 갑자기 말인가요-!?)
이래저래 지적하고 싶은 곳이 잔뜩 있었지만, 애초에 선택지가 없는 시즈코는 병사의 말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 어흠. 그럼 일단 밭을 보여주세요. 다음으로 생활 환경을. 마지막으로 마을 주위를 한바퀴 안내해 주세요"
할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이고 뭐고 모른다면,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력과 환경 적응력에 눈물지으며 시즈코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밭, 집 따위의 생활 환경, 마을 주위를 시즈코는 시찰했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밭의 흙은 나쁘지 않은데…… 땅이 개울 쪽으로 경사져 있어서, 비가 내리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내려가는 모양이네)
일단 마을 중앙에는 그런대로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개울을 경계로 서쪽이 집 등의 촌락, 동쪽이 밭 따위의 농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촌락 쪽은 평탄했지만, 농지는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실제로 물이 흐른 듯한 자국이 몇 개나 있었으며, 그것이 강을 향해 도랑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아무리 토지를 경작해도, 제일 중요한 토양이 메마를 뿐이다.
(다행히 경사는 대단하지 않으니까 밭두렁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토양이 쓸모없으니, 일단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겠네-)
만드는 데는 정식(定植, ※역주: 묘판에서 재배한 모종을 정식으로 심는 것) 약 1주일 정도 전 예정.
그 때까지는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기 위한 재료가 문제였다.
(소는 마을에 두 마리밖에 없어. 아마도 마을 사람들의 공동재산적인 위치겠지. 하지만, 두 마리 만으로는 좀 부족해)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 배설물과 함께 볏짚이나 쌀겨 등의 부재료를 혼합해서 쌓아놓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같이 섞을 수 있으니까, 가축 배설물의 퇴비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큼직한 통을 준비해서 거기다 만드는 게 좋으려나. 장소는 소가 있는 곳에서 하면 되고……)
"어떻겠소, 시즈코 님"
"으햐악!"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말을 걸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 버렸다.
약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돌아보니, 거기에는 말에 타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예, 옙! 일단 토양 정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흙을 다지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서둘러서 엎드려 조아리며 시즈코는 빠른 말로 그렇게 지껄였다.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는 있지만, 역시 전국시대의 무장.
현대인인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께 기대를 걸고 계시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노력하시기 바라오"
"예, 예엡!"
시즈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리 요시나리는 주위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성으로 돌아간다!"
"옙!"
그 구령과 함께 모리 요시나리를 포함한 병사들은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전원은 아니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병사들이 남아 있었다.
(아-, 아마도 감시겠지. 아무래도 갑자기 신용할 리는……없겠지-)
다른 사람 일처럼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 전원이 모여 있었기에, 일단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알게 된 것은, 남성의 인원수가 20명이고 여성이 10명이라는 것.
그리고 남성 중에서 대장간 기술자가 1명, 건축 등의 목재 가공이 가능한 기술자가 3명.
촌장만이 나이가 많아 40대 초반이었기에, 순수한 노동력은 15명 정도라는 것.
(5명을 한 조로, 토양 정비, 목재 모으기, 퇴비 만들기. 기술자들은 대용 공구 만들기일까. 이 시대에 농기구는 갖춰도 이 마을로는 숫자가 너무 부족해)
마을사람들 쪽을 보니, 다들 영양부족으로 깡말라 있었다.
촌장도 40대라고는 했지만, 겉보기에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듯 보였다.
(금년은 고구마를 메인으로 해야겠다. 그건 기근일 때 쓰일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그렇게 되면……)
"저, 저어, 촌장님? 저희들 뭘 하면……"
"아아, 미안해요. 그럼 죄송하지만, 일단 목재 가공하고 대장간 기술자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한 조를 짜 주세요-"
"알겠습니다-"
한 배에 탄 입장이라는 것을 뼈저릴 정도로 이해한건지, 여자인 시즈코가 명령해도 싫은 얼굴은 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죽음, 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의 협박이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지금부터의 계획을 정리했다.
5분 정도 지나서 세 개의 조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시즈코는 다음 명령을 했다.
"반을 알기쉽게 이름을 붙이겠어요. 왼쪽부터 갑, 을, 병으로 합니다. 기술자 분들은 정반이라고 합니다. 자기 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맨 앞에 있던 소년으로도 청년으로도 보이는 남성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일단 갑반은 토양정비를 합니다. 뭐, 농지의 땅을 파뒤집기만 하는거에요. 다만 평소보다 조금 깊게 파주세요. 다음으로 을반은 목재를 모읍니다. 이건 정반이 도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니까 정반도 같이 작업하세요. 병반은 퇴비를 만듭니다. 큰 통을 준비해 주세요. 가능하면 세 개 정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한 개라도 상관없습니다"
"아, 예에……"
"자, 준비 개시- 후딱 움직이세요-!"
"네, 네-!"
독려받은 갑을병정 반은 도망치는 토끼처럼 각각 지시받은 것을 가지러 갔다.
"저어? 저희들은 뭘 해야……"
남성들이 떠난 후, 이번에는 여성들이 머뭇거리는 느낌으로 물어왔다.
"나무 통을 하나 준비해 주세요. 거기에 흙을 넣어주세요. 흙은 어디서 가져와도 상관없어요. 그 후에는 물도 준비해 주세요"
"네, 네-"
여성들도 지시받은 물건을 가지러 갔다.
아마도 지시의 태반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지금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해야지…… 그럼, 나도 고구마의 모종을 가지러 갔다 와야지)
그로부터 30분 후, 각각 필요한 것이 준비된 마을사람들은 아까와 같은 장소에 모였다.
모종을 심을 나무통, 물이 담긴 병, 퇴비를 만들 때 쓸 나무 통 세 개, 농기구 한 벌, 벌채도구.
조금 낡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고 시즈코는 생각하기로 했다.
"자. 먼저 여성들부터 작업 시작합니다. 하지만 할 일을 간단해요. 먼저 흙에 구멍을 파고 이걸 심어서……"
말하면서 시즈코는 싹이 나온 고구마의 일부를 흙 속에 묻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신기한 듯 보면서 시즈코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다음엔 물을 뿌립니다. 모종을 위해 쓰는 것이니 하루에 한 번 정도면 돼요. 그리고 이걸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설치하고 와 주세요. 그걸로 여성들의 작업은 끝입니다. 나머지는 평소 하던 대로 해 주세요"
"이것뿐…… 인가요?"
"네. 그럼 잘 부탁해요. 다음은 토양 정비의 갑반-. 농장으로 가요-. 다른 반은 그 자리에서 대기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농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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