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중순



역사상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면 대체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그런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었다.

단지 '만약'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노트에 이것저것 글로 적어보며 만족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망상 노트라는 부류에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오늘부터 그 노트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네놈, 대체 누구냐"


타임 슬립해버렸으니까.



(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떻게 된거야-------------!)


패닉중의 소녀는 눈 앞의 인물과 지금의 자신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 그러니까, 분명히 할아버지 집에서 농사일을 도운 후에, 몇 가지 수확물하고 씨앗을 받아서…… 그리고 할머니의 조림 요리를 가지고 돌아가려고 할 때 언니한테서 전화가 와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떠올려봤지만, 타임 슬립한 이유 따위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타임 슬립 자체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조차 몰랐다.


(밀리터리 물을 사오라고 해서, 무겁길래 지름길인 짐승들이 다니는 샛길을 통해서 집 뒤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소녀는 왼쪽을 보았다. 이어서 오른쪽을 보았다. 어느 쪽을 봐도 울창한 삼림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 나 있는 나무들은, 집 근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종류의 것들 뿐이었다.


"계집. 나는 성질이 급한 편이다"


다시 패닉에 빠질 뻔 했지만,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쭈뼛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하자, 거기에는 푸른 핏대를 세운 30세 정도의 남성이 말 위에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네놈,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칼자루에 손을 댄 상태로 말을 걸어오는 인물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결코 만날 수 있을 리 없을, 그 인물의 이름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


그 때, 뚝 하고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소녀는, 전 신경을 집중시켜 바로 옆으로 뛰었다.


"네놈…… 그 목숨이 필요없는 것 같구나!"


참격을 날린 남성은 이마에 푸른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죽일 생각에 가득찬, 다음에는 확실히 죽인다는 걸 뚜렷하게 보여주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히에에에에엑----!! 그러고보니 전국 시대에는 실명을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


전국시대, 다이묘 클래스의 사람의 이름은 현대 일본인이 본다면 복잡기괴하다.

예를 들면,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정식 명칭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織田上総介三郎平朝臣信長)다.

오다(織田)가  성씨라고도 가명(家名)이라고도 하여, 그 사람이 소속된 가족의 이름이다.

카즈사노스케(上総介)가 가명(仮名: 통칭)이라고 하여, 직업 같은 것이지만 자칭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사부로(三郎)는 배행명(輩行名)이라고 하여, 부모가 자식을 부를 때 등에 쓰는, 현대의 '이름'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타이라(平)가 씨(氏)라고 하여, 자신의 일족의 뿌리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관록을 더하기 위해 멋대로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손(朝臣)이 성(姓)이라고 하여, 조정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노부나가가 실명이다.

그리고 실명은 달리 휘(諱)라고 부른다. 이것은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이름'이라는 의미다.

어째서 그렇게 불리느냐 하면, 전국시대에는 실명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존중하는 뜻에서 실명을 부르지 않는 것을 예의로 쳤다.

바꿔 말한다면 소녀처럼 아무리 봐도 아랫것이 실명을 부르는 것은 대단히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즉,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죄, 죄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카즈사노스케 님! 부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럼 어떻게 타인을 불러야 하냐면, 남자의 경우에는 "관직명" 등의 통칭에 경칭을 붙여 부르는 것이 올바른 호칭법이다.

흔히 드라마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히데요시(※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노부나가 님!"이라고 부르는 묘사가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간 농담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실명이 사용되는 경우는, 노부나가보다 상당히 높은 사람이 노부나가를 부를 때 정도밖에 없으니까.

또는 조정의 공문서 등에 쓰이는 경우이다. 애초에 그런 경우에는 조정과의 관계를 뜻하는 '타이라노아손노부나가'라는 이름으로 기재된다.


"……본래는 베어버려야 하지만, 네놈의 그 이상야릇한 옷차림에 흥미가 있다. 세 번째는 없다. 네놈의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이마에 핏대를 세운 노부나가는 손을 움찔거리면서도 칼을 칼집에 넣었다.

다음에야말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배드 엔딩 코스, 즉 그 자리에서 베일 것을 이해한 소녀는 입술을 떨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静子)……아야노코우지(綾小路) 시즈코라고 하옵니다"




엎드렸다기보다 엎어져 조아린 상태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유심히 보면서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차림새로다. 이런 차림새는 본 적이 없군…… 그러면 남만(※역주: 유럽)인가)


적인지 아군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첩자라기에는 꽤나 멍청하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아까부터 떨고 있는데다가 움직임도 느려 간단히 처치할 수 있을 듯 했다.


(……남만 사람은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걸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시즈코라고 했느냐……네놈, 태어난 나라는 어디냐?"


"네? 태어난 나라? 아, 태어난 장소 말입니까. 어, 그게…… 도쿄입니다만"


"도쿄?"(※역주: 이 시대에는 '도쿄'가 아니라 '에도'라는 이름이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과 차림새, 그리고 소지하고 있는 물건으로부터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죽이기보다 시즈코가 가진 기술을 써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이름이로다. 뭐 좋다, 용무는 끝났으니 가도 좋다"


"……네?"



하지만 시즈코가 자신에게 얌전히 복종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부나가는 꾀를 하나 냈다.


혼자라는 점에서, 시즈코는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다.


멍청한 꼴을 보니 첩자질은 무리일 것이다.


"못 들었느냐. 당장 꺼지라고 했다. 나도 슬슬 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어, 그게……아, 저기!"


혼자라면 누군가의 비호가 없이는 전란의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다행히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과 불안한 상태를 보아 비호를 청해올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가,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없으신가요!?"


"거절한다"


"커헉!"


"내가 네놈 같은 정체를 모르는 것을 데려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냐"


"어! 그게, 어……"


시즈코는 안절부절 못하며 메리트를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보며 입술을 치켜올려 웃음을 띄웠다.


(이 계집으로부터 남만의 기술을 손에 넣는다. 그것으로 세계에 맞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


"아! 그, 그그그그렇습니다. 저, 농업을 배웠기에…… 그것으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호오, 농작물인가"


(나쁘지 않군. 나는 먹는 것에는 흥미는 없지만, 식량 자급률을 올리는 것은 부국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백성들의 봉기 같은 것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전국시대, 봉기의 문제는 끊이지 않는 두통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봉기라도 일으키면, 생산성이 확 떨어져 버린다.

그건 공물로 걷어들일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좋아. 네놈의 능력 나를 위해 쓰거라. 네놈이 나에게서 떨어질 때는 죽을 때, 그것을 잊지 말아라"


"네, 네!"


그건 "배신하면 죽인다. 뭔가 실수해도 죽인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당장 눈앞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꽉 찼는지 그걸 깨닫지 못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군. 남만의 기술이 손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원숭이(※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별명, 노부나가는 생전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항상 '원숭이'라고 불렀다)나 요시나리(※역주: 모리 요시나리)를 설득할까)


들고 있던 가방을 등에 메고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따라갔다. 당연하지만 도보로.

말에 태워줄 리도 없으니,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게 되었다


(언니의 책…… 버리고 싶지만, 만약 돌아갔을 때 없으면 언니한테 죽을거야……)


폭군인 언니가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부탁(명령)한 물건, 이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병기 일람'이라는 책이다.

밀리터리 매니아인 언니다운 물건으로, 그 외에 두 개 정도 사게 되었지만, 그쪽도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받은 몇 종류의 씨앗. 그걸 이용해서 노부나가를 놀라게 해야겠어……)


역사대로라면 노부나가는 성질이 급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두 토막이 난다.

하지만 그 반면, 전국시대의 무장 중에서는 이단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혁신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주였다.

신기한 것이나 미지의 것 등을 꺼리기는 커녕 흥미를 가지고 관찰할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했다.



(분명히 고구마는 에도 시대에 카고시마를 경유해서 퍼진 것…… 그러면 고구마는 '미지의 맛'일 거야)


가방을 고쳐 메면서 시즈코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정리했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호박 씨앗, 스위트 콘(옥수수) 씨앗, 토마토 씨앗, 소송채 씨앗, 매운 양파 씨앗, 사탕수수의 정식모. 그리고 수확해서 받은 고구마가 세 개, 편의점에서 산 티롤 초콜렛 몇 개랑 과일맛 사탕……좋아!)


이거면 되겠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고구마는 물에 담궈서 싹이 나오면 심으면 되고, 화산재 토양에서도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추위에는 약하지만, 노부나가가 있다고 하면 미노노쿠니(美濃国, ※역주: 현재 일본의 기후 현 남부) 또는 오와리노쿠니(尾張国, ※역주: 현재 일본의 아이치 현 서부) 중 하나이다.


(오와리노쿠니는 토카이도에 있는 아이치 현 서부. 기후는 충분하고 호박이나 토마토, 소송채는 손이 별로 안 가고 영양가가 높고 수확량도 많아.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필요하지만 그건 어떻게 되겠지. 게다가 뭐라 해도 사탕수수. 이 시대에 일본은 설탕을 엄청나게 수입했으니, 설탕이 손에 들어온다는 건 큰 강점이겠지)


토마토나 스위트 콘의 선명한 색깔, 고구마나 호박의 수확량, 그리고 사탕수수.

어느 것도 노부나가에게는 '미지의 것'에 해당한다. 애초에 서양(남만)에서도 미지의 것이다.


(전래된 것과 다르게, 이쪽은 21세기의 과학기술 등으로 품종개량된 야채. 또, 농업기술도 이 시대에서는 오버스펙적인 지식이 된다)


시즈코가 가진 지식은, 노부나가가 있는 시대에는 미지의 과학기술에 해당한다.

당연히, 노부나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자신을 마구 부려먹을 것이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 시대는 여자가 나서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시대……지)


전국시대는 여자가 말에 끼어드는 것조차 기피되던 시대이다.

쉽게 말하면 여자에게 인권 따윈 없었다.

정략결혼이 당연하고, 자유연애 끝에 결혼한다는 것 따위는 덧없는 꿈이라는 세계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부나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너무 실적을 올려버려서 다른 부하들에게 반감을 사도 안 돼. 어, 어려워~~~~~~~~~~~~~~!!)


노부나가가 "놓치기엔 아깝다"라고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버리면 이번에는 부하들의 반감을 산다.

절묘한 밸런스가 요구된다.


(언니 왈, '병사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은 둘. 하나는 병, 다른 하나는 굶주림이다'라고 했으니까,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다면……)


병사들을 써서 직접 공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병사들의 강함을 뒷받침한다면 반감은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말하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병사들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 따윈 모르고, 어쨌든 살아남을 수밖에 없어!)


불안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이 전국의 세상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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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