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69 1570년 9월 하순
게릴라전에 전선과 도덕은 없다, 게릴라의 기본은 이 한마디로 축약된다. 여기서 말하는 게릴라전은 미리 표적을 정하지 않고, 전선 바깥에서 소규모, 산발적으로 수행되는 비정규 전투를 가리킨다.
시즈코는 군에서 악랄한 행위에 대해 기피감을 갖지 않는 자들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800명이 지원했다. 당초 예정했던 정원인 1000명보다 약간 적었지만, 계획에 지장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신들까지 따라올 필요 없거든?"
시즈코를 따라오는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에게 반쯤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말하자면 명문 출신이며, 기피되는 지저분한 일에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었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아야노코우지(綾小路)라는 성이 있다 해도 전국시대에는 일족 따위 없었기에 그런 종류의 체면을 지킬 필요는 없다.
"신경쓰지 마, 가끔은 이런것도 괜찮을까 생각한 것 뿐이야"
"어떤 장소이든 함께 가겠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뭐…… 상관없지만, 제대로 따라와야 해"
세 명의 가벼운 대답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일동은 야음(夜陰)을 틈타 길이 아닌 길을 질주했다. 달빛도 비추지 않는 시커먼(ぬばたま) 밤을 대낮과 별 차이 없는 스피드로 달리는 시즈코에게 세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만일을 위해 안내견(案内犬)을 데리고 있기는 했지만, 자기 손가락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은 어둠 속을 선두에서 달리는 시즈코의 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이윽고 어둠 속에 떠오른 빛을 발견하고, 어느 세력인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적측의 것으로 보이는 막사(陣幕)를 발견했다. 일동은 아마도 아자이(浅井)나 아사쿠라(朝倉)의 진지라고 짐작했다.
막사까지 약 15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자, 시즈코는 가져온 흑색의 쌍안경(배율 7배, 구경 50mm)으로 진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
"(방심하고 있네. 그럼, 혼란을 일으키도록, 진지에 방화를 할까요)"
아무리 주위를 경계하더라도 완벽하게 진지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야습(夜討ち朝駆け)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정규군을 이끌고 하는 야습이 아니라 게릴라 전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중의 예법(戦中作法)이라던가 인도(人道), 기타 등등의 듣기좋은 소리 따윈 신경쓰지도 않는다. 컴파운드 보우를 등에서 풀어내더니, 시즈코는 허리에 매달고 있던 소도구들을 땅바닥 위에 놓고, 앞쪽에 솜이 달린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파이어 피스톤으로 불씨를 만들어서 솜에 가까이 가져가 불을 붙였다. 불화살을 다 만들자, 시즈코는 잽싸게 진지로 쏘아넣었다. 막사가 조금 타오르기 시작할 무렵, 경비 인원들이 화재를 알아챘다.
"(자―, 그럼 다음에는 이걸 드리지요)"
시즈코가 다음에 시위에 건 화살에는 화살 자체에 통이 매달려 있었다. 그 통에서 뻗어나온 도화선에 불을 붙이더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화살을 쏘았다.
이번의 화살은 막사가 아니라, 불을 필사적으로 끄려고 하는 병사들과 막사 사이에 떨어졌다.
순간, 시즈코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 사람은 천둥소리와 닮은 굉음을 들었다. 소리가 잦아들 무렵,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은 크고작은 이런저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자, 끝. 돌아가자―)"
컴파운드 보우를 등에 메고, 소도구를 재빠르게 회수한 후 시즈코는 세 명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철수로군. 저쪽도 적습(敵襲)을 눈치챘으니)"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극력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시즈코들은 허리를 숙인 자세로 이동했다. 후각이 뛰어난 개를 선두로 하여, 시즈코 등 4명은 적병을 회피하면서 우사 산성(宇佐山城)을 향했다.
나무나 풀이 무성한 장소를 밤중에 망설임없이 이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개에 의한 안내 덕분이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서 어린 남매가 빵부스러기를 뿌려서 돌아오는 길의 이정표로 삼은 것처럼, 시즈코는 휘하의 개를 사전에 훈련시켜 특수한 약물의 냄새를 기억시켰다.
그리고 그 약물을 천에 스며들게 한 것을 추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 천을 야음을 틈탈 수 있게 검은 천을 사용하여, 낮에 밝을 때 일정 간격으로 설치해 두었다.
밤중의 빛이라고 하면 달빛이나 별빛밖에 없는 전국시대에서, 사람이 야간에 검은 천을 발견하는 건은 어렵지만, 개에게는 날카로운 후각이 있기에 다소 떨어져 있어도 발견하는 것은 간단하다.
개에게 검은 천의 위치까지 안내하게 하여 천을 회수하는 것을 반복하면,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어둠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적진으로 망설임없이 이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냄새였다. 3만이나 되는 군세가 이동하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이동의 흔적은 남는다.
출입하는 상인이나 노부나가가 거느린 상인들에게 적진에서 장사를 하게 하면, 그러한 흔적을 남기는 것도 쉽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도 행군중의 군이 발견되는 것은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행군 후에 남은 흔적에서 정보가 읽히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후에는 흔적을 지도와 조합하면, 적의 이동 속도와 루트를 어느 정도 산출할 수 있다. 거기서 더욱 계산을 해서 다음의 포진 위치를 산출해내고, 최종 조정을 개에게 시켜서 적의 막사를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였어?"
적병에게 들키는 일 없이 우사 산성 가까운 곳까지 왔을 무렵, 케이지가 시즈코에게 물었다. 폭발물을 던진 것은 알았지만, 어마어마할 정도의 폭음에 반해 얼핏 보니 즉사한 병사는 없었던 듯 생각되었다.
"흑색화약을 굳혀서 잡균이 번식한 흑요석(黒曜石), 자갈, 쇠의 녹이랑 같이 포장한거야. 폭발하면 흑요석이라던가 쇠의 녹이 퍼져나가는 구조지"
"그런 것 치고는 살상 능력이 낮던데"
"게릴라 활동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중압을 계속 주는 것'이니까, 간단히 죽어버려도 곤란해. 제물(적병)을 정신붕괴 직전까지 몰아넣고, 그 모습을 본 주위에서는 공포로 사기가 떨어진다는 작전이니까. 뭐, 그밖에도 이것저것 있지만, 며칠 동안은 이런 것만 할거야"
그 선언대로, 시즈코는 철저히 테러 행위(嫌がらせ)를 했다.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식사에 독버섯(섭취해도 독으로 죽지 않는 부류의 버섯)을 넣어서 병사들을 설사 상태로 만들거나, 심야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에 대량의 폭죽을 터뜨리거나, 진군 방향에 구덩이를 파거나, 마름쇠(撒き菱) 비슷한 것을 깔아놓거나, 야생 멧돼지를 붙잡아서 진군하고 있는 연합군에게 돌격시키는 등, 자신이 당했다면 치를 떨었을 행위를 주저없이 실행했다.
경계하고 있는 적병에게 몇 번인가 발견된 적은 있었지만, 다행히 부상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게릴라 활동에 지원한 아군에게서 비겁, 비열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분출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도 없는 미지의 전법에 오히려 전의가 고양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가요시의 경우 처음에는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날에는 솔선해서 게릴라 활동에 참가했다.
그리고 점차 그만의 독자적인 게릴라 전법을 고안하는 데 이르렀다.
예를 들면 적의 척후를 붙잡은 후, 손발을 묶어서 땅 속에 묻어, 목부터 위쪽만 노출되게 한다. 그 상태에서 벌꿀을 귀나 콧속에 발라넣고 방치한다.
그러면 달콤한 냄새에 끌려 다양한 벌레들이 막을 방법도 없는 구멍으로 쇄도한다는 악독한 내용이었다.
피해자가 지르는 비명을 들은 아군이 구출하면 죽음에는 이르지 않지만, 저항하지 못하는 채로 자신의 몸 속을 벌레들에게 유린당하는 광경은 적을 공포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시즈코들이 게릴라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모리 요시나리(森可成)는 시즈코 부대 6500,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 노부하루(信治) 부대 1000을 이끌고 사카모토(坂本)에 진을 쳤다.
아무리 시즈코들이 게릴라 전술을 구사해도, 여전히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本願寺) 연합군 쪽이 병력에서 우세하다.
적과 아군이 정면에서 격돌하는 흐름은 바꿀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아사쿠라, 아자이 병사들의 몇 할인가가 탈락하여 병력의 차이가 조금은 줄어들었다.
"……사흘만 더 있으면, 좀 더 제대로 된 걸 할 수 있었는데"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여유는 없어. 내일이라도 연합군과 전투가 벌어질 게 뻔해"
"감염증은 유행하지 못했네. 슬슬 카츠조(勝蔵) 군과 사이조 씨는 돌아가서 병사를 움직이는 쪽이 좋겠네. 케이지 씨는 흩어진 사람들을 집결시켜줘. 아마도 이 이상의 게릴라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알았어"
전원이 대답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시즈코도 주위에 녹아들도록 신경쓰면서 우사 산성으로 일단 돌아갔다. 우사 산성에는, 보급이라고 칭하고 이런저런 무구를 숨겨서 운반해놓았다.
아무래도 이런 것은 시즈코 본인의 명령이 없으면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주위에 흩어져 있던 병사들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가 우사 산성으로 돌아오자, 시즈코는 전원에게 채비를 갖추도록 명령했다.
"그걸 사카모토까지 운반할 거야"
"알겠습니다!"
2각(刻) 후, 준비를 마친 시즈코 부대의 잔여 인원은 서둘러 모리 요시나리의 진으로 이동했다. 도중에 승병의 습격 같은 것은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시즈코가 합류한 후,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작전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발목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그러기 위해 전원이 하나가 되어 싸울 각오였다.
게릴라 활동 덕분에 연합군은 3만에서 2만 5000까지 병력이 줄어들었고, 그 대부분이 아사쿠라 군이라는 상태였다.
혼간지(本願寺) 세력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결속되어 있어, 중압을 가하면 탄압에 대항할 때처럼 쓸데없이 결속을 강화하는 결과가 될 거라고 모리 요시나리는 감상을 늘어놓았다.
"애초에, 혼간지는 일향종(一向宗)의 정점에 서는 사찰. 일향종은 독립하여 부처가 다스리는 나라르 만들자, 라는 자치, 독립 운동이 왕성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나라를 빼앗는다는 생각이겠네요. 일단, 부처의 가르침을 퍼뜨려 구제하고, 나라의 세금을 보시(布施)로 하여 부처의 가호를 얻자, 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그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들은 방해물이라는 것인가요"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중얼거렸다.
"이것은 제가 살고 있던 나라의 야유입니다만, '신자(信者)라고 쓰고 돈줄(儲かる)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종교는 믿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아무리 미사여구로 장식하더라도, 종교세력이 원하는 건 결국 돈입니다, 돈. 그 밖에는 권력일까요"
"이미 사찰에 정신적인 권위는 없다, 라는 것입니까"
모리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 님,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는 설령 몸이 불타더라도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지요. 그들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빠르게 목숨을 빼앗는 것입니다"
모리 요시나리는 결의를 파악하려는 듯 시즈코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는 무장의 저격에 전념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의 시선을 되받으며, 또렷하게 그 말을 입에 올렸다.
혼간지에는 '왕법위본(王法為本)'이라는 것이 있다. '현재의 통치자에 따르고, 정치와 질서를 돕는 것이 불법(仏法)의 길이다'라는 생각이다.
본래 일향종은 '불법령(仏法領, 부처가 다스리는 나라)를 만든다'는 자주독립의 사상이며, 혼간지는 오히려 일향종의 자주독립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왕법위본'을 추진했다.
그렇기에 처음에 혼간지 법주(法主)인 켄뇨(顕如)는, 스스로 노부나가에게 인사하러 갔고, 갑자기 그에게 군자금 제공(5000관)을 요구받아도 즉석에서 수락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일향종 문도들은 '자주독립'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이윽고 잇코잇키(一向一揆)가 발발. 카가(加賀)의 국주(国主)는 자결하여 여기에 일향종의 나라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자신들의 나라를 얻은 것에 일향종은 흥분하여, '자주독립'의 움직임은 가속되어갔다. 이리하여 각지를 지배하는 영주들과의 대립, 항쟁이 시작되었다.
혼간지는 권력자와 정면에서 대립하는 움직임을 억제하려고 했으나, 그 동안에도 노부나가의 요구는 가열(苛烈)함을 더해가여, 결국에는 중요 거점인 이시야마(石山) 혼간지를 넘기라고 말했다.
혼간지는 각지의 문도나 승려글로부터 '잇코잇키의 움직임을 인정해 달라'는 압력을 받았다.
거기에 노부나가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다간 자주성이 상실되어 독립을 유지할 수 없다고 혼간지 내부에서도 압력을 받았고, 결정타라고 하듯이 당대의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로부터도 '노부나가를 치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세에 더해, 켄뇨의 개인적인 고민이나 불안이 겹쳐, 그는 9월 12일에 드디어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 것을 결의한다.
이것을 계기로 정토진종(浄土真宗)의 총본산 '혼간지'는 없어지고, 그 대신 혼간지 가문이라는 무장 종교집단이 탄생한다.
"혼간지는 모리(毛利) 가문와 맹약을 맺고, 모리 가문이 키우고 있는 '무라카미(村上) 수군'이 해상 수송으로 보급을 담당한다. 일향종과 우호적인 세력인 '사이카슈(雑賀衆)'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그들은 요청에 응했다. 혼간지 켄뇨의 격문에 의해 나가시마(長島) 잇코슈(一向衆)나 카가 일향종국(一向宗国) 등, 각지에 있는 일향종 문도들이 일제히 무장봉기한다라. 멋지다 할 정도의 사면초가(四面楚歌)로군. 시즈코가 '복수의 적 세력을 동시에 상대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십시오'라고 지적한 것은 잊어버렸나?"
"……알고 있다"
아시미츠(足満)의 지적에 노부나가는 기분나쁜 표정으로 외면했다. 지금, 그들은 둘이서 비밀 회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두 사람만의 회담은, 수비의 면에서 불안은 있지만, 아시미츠의 검기(剣技)는 간자 정도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몇 구나 되는 시체가 그들 주위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미요시(三好) 3인방이나 혼간지가 보낸 간자이리라. 시체들 중에는 곧은 칼(直刀)과 함께 두 토막이 난 것도 있었다.
"모르고 있다. 나가시마 잇코슈가 움직인다는 것은, 네 동생이 있는 코키에 성(小木江城)이 공격받는다는 이야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혼간지와 맞춰서 움직인다. 틀림없이 엔랴쿠지도 이 흐름을 타고 움직이겠지. 그럼, 이제 주위에는 적만 남은 상태다. 어쩔 것이지? 오다 나으리"
"요여(神輿, 작가 주: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말함)를 데리고 쿄(京)로 돌아가겠다"
"그 바보는 이미 혼간지 편이다. 일부러 데리고 갈 필요도 없겠지. 혼간지 쪽에 내버려두면, 놈들이 알아서 주워가겠지"
"썩어도 요여는 요여. 놈들이 쓸데없는 짓을 하면 감당할 수 없다. 일단은 쿄로 돌아간다. 그 후에는 각개격파다. 너라면 우선 누굴 노리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군"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를 불태워버린다"
노부나가의 물음에 아시미츠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품 속에서 작은 칼을 꺼내더니, 그는 밤의 어둠 속을 향해 집어던졌다.
멀리서 무거운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그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제와서 선량한 척 할 필요도 없겠지. 너는 이 나라에 있는 구(旧) 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렸다. 불적(仏敵)이란 소리를 듣고 겁먹어서 망설인다면, 아예 이 손으로 그 인생을 끝내주지"
"흥, 이제와서 그 정도로 주저할 것도 없다"
"입으로만 하는 말이 아니길 빌지. 자, 묻기 전에 대답해두지. 히에이 산 엔랴쿠지를 노리는 것은 딱히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네 가신들에게 결단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천하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릴 각오가 있는 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
"슬슬 돌아가지. 아무래도 가신들이 불안하게 생각할테니"
"그렇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회담을 마치고 가신들이 있는 본진으로 돌아갔다. 장시간의 부재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가신들을 앞두고, 노부나가는 배짱 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선언했다.
"쿄로 돌아가기 위해 에구치(江口)의 나루터(渡し)로 간다. 후위는 시바타(柴田)와 아케치(明智)다. 확실히 따라와라"
하지만, 사태는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화되어 갔다.
9월 20일, 노부나가와 혼간지의 강화가 결렬되자, 켄뇨는 스스로 병사 5천을 이끌고 노부나가 본진을 덮쳐갔다.
때는 조금 거슬러올라가 9월 17일, 사카모토구치(坂本口)에서 우사 산성 수비대를 포함한 오다 군 9000과,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 일향종 연합군 2만 5000이 대치하고 있었다.
모리 요시나리는 주변의 도로를 봉쇄하고, 시가(志賀)나 아노우(穴太)에 복병을 배치했다. 1000명 정도를 우사 산성의 방어를 위해 남겨놓고, 남은 모든 병사를 사카모토구치에 집결시켰다.
내용은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명,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하루 부대 1000명, 시즈코 부대 7500명이다.
이번의 전투 목적은 시간벌이라는 것으로, 시즈코 부대의 장비는 콘크리트와 대나무와 목재를 덧댄 방패와 메이스, 손도끼, 1.5m 정도의 한손창이었다.
열세이기에 상대를 배려할 여유 따윈 전혀 없었으므로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의 무기에는 모두 잡균이 칠해져 있었다. 캡사이신을 바르려고 생각했으나, 숫자가 압도적으로 부족했기에 중지했다.
"시즈코 님, 격려(檄)를 부탁하오"
긴장으로 침을 삼켰을 때, 가까이 있던 모리 요시나리가 말을 걸었다. 일순 놀란 표정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금방 표정을 조이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앞으로 나섰다.
"들어라, 우리 병사들이여!"
시즈코의 목소리에 시즈코 부대의 표정이 변했다. 평소에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그녀가, 여기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 쪽으로 시선이 가게 되었다.
"지금, 우리들은 적의 습격을 받았다. 하지만, 예정에 아무 변경도 없다. 모두 상정한 대로의 상황이다. 현 시각부로 작전을 개시한다"
컴파운드 보우를 꺼내, 느릿한 동작으로 시즈코는 활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용감한 병사들이여, 지금이야말로 무기를 들고 무지몽매한 역도들에게 죽음의 철퇴를 내려라!
지금부터 우리는 짐승이 되어, 불손한 무리들의 목을 물어뜯는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시즈코는 화살을 쏘았다.
"오오―!!!!"
시즈코 부대의 병사들이 대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목소리는 멀리 떨어진 아자이, 아사쿠라 군의 유력한 무장들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최전열(最前列)의 병사들의 경우, 너무나 큰 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 동안 시즈코가 쏜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그리고 최전열에 있던 무장의 목에 꽂혔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죽였다. 목숨을 빼앗는 일격을 날려 실수없이 죽음을 불러왔으나 시즈코의 마음은 잔잔한 수면처럼 고요했다.
그것에 놀랄 틈은 유감스럽게도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선수를 쳐 무장을 처치한 것에, 연합군의 병사들은 격앙하여 돌격을 개시했다.
원래대로라면 원거리 무기인 화살이나 투것부터 시작하고, 그 후에 돌격이 이루어지는 것이 전국시대의 전투의 양식이다. 단, 본래의 무기 방어구 종류를 장비하고 있는 경우의 이야기이긴 하다.
"투석 개시!"
스탭 슬링(staff sling)을 장비한 투석병이, 일제히 벽돌 블럭을 투척했다.
전국시대의 투석은 기본적으로 맨손으로 하는 것으로,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이끄는 투석대(投石衆)가 아닌 이상 유효 사정거리는 50m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스탭 슬링은 지렛대의 원리로 위력과 비거리를 강화시켜, 사정거리는 무려 100m에서 150m에 달했다.
화궁(和弓)과 동등한 사정거리르 자랑하며, 거기에 활과는 달리 어른 주먹만큼은 될 각진 돌이 쏟아져내리는 것이다. 병사들로서는 자기도 모르게 발을 멈추게 되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차탄(次弾) 장전(装填)!"
투석부대는 탄이 되는 돌만 준비해 두면, 몇 번이고 반복하여 투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보병에 의한 돌격은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간단하게는 방향을 전환하거나 정지할 수 없다. 발을 멈추려 해도 후속이 차례차례 밀려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밟혀죽게 된다.
4번에서 5번의 투석을 받은 연합군은, 간신히 50m 거리까지 접근했다.
투석부대는 좌우로 갈라져 후퇴하고, 다음으로 최전선에 나온 것은 되감기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장전 가능한 소형의 한손 크로스보우와 방패를 장비한 병사들이었다.
방패를 나란히하여 벽을 만들고, 그 틈새에서 크로스보우로 저격하여 적병을 차례차례 쓰러뜨려갔다.
맞은 곳이 좋아서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더라도, 크로스보우의 화살은 노부나가가 고안한 출혈을 강요하는 화살로 개조되어 있었다.
무리하게 뽑으려고 해도 부러져 버려, 출혈을 멈추려면 절개(切開)를 필요로 하는 흉악한 물건이다.
반면, 중공(中空) 구조에서 유래하는 가벼움과 중량 밸런스의 편중 때문에, 사정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진다.
하지만, 이만큼 적이 가까우면 그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쏘더라도 앞에다 대고 쏘기만 하면 명중하는 것이다.
원거리 공격에 치중하고 있지만, 애초에 병력에 차이가 있기에 접근하기 전에 병력을 줄이지 않으면 압도적인 숫자에 의해 유린당해버린다.
사전의 게릴라 활동이 유효했는지,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은 생기가 없었다. 하지만, 일향종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死兵)으로 화해 있었기에, 이쪽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오다 군에게 승기는 없다.
"아자이 병사들과 아사쿠라 병사들은 내버려둬도 좋아. 우선적으로 일향종과 승병들을 처치해. 가능하면 지휘하고 있는 사람을 노려. 아무래도 그건 희망사항이지만"
스탭 슬링은 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틈을 타고 병사들이 쇄도해왔다.
이제 혼전은 피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각 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마에다(前田) 부대는 기선을 제압하여 일격을 가하라! 카니(可児) 부대는 돌파구를 열어라! 카츠조 부대는 유격(遊撃)하여 유린하라!"
"알겠습니다!"
각각의 부대가 대답과 함께 뛰쳐나갔다.
케이지가 이끄는 마에다 부대는 화려한 의상이나 이질적인 행동으로 적의 눈을 끌고, 기세를 타고 일격을 가한 후 즉시 이탈하여, 다시 부대를 정비한 후 일격을 가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이조가 이끄는 카니 부대는 과묵한 그와 같이, 마에다 부대가 뚫은 구멍을 넓히며 묵묵히 적을 처치해갔다.
풀을 베는 듯 말 한 마디 없이 적병을 베는 모습에 적의 병사들은 공포를 느꼈다.
나가요시(카츠조) 부대는 일단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날뛰는 말 같은 상태였다. 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전투 전체를 파악하고, 군사 급의 전술안(戦術眼)으로 적에게 있어 최악의 타이밍에 공격을 가했다.
각 부대 모두 병사들의 특성을 살리고 각자에 특화되는 것으로, 흡사 근대적인 군의 병과처럼 전장을 분담하여 지배하고 있었다.
(젊은데…… 아니, 젊기에 재능이 싹이 튼 것인가. 카츠조…… 나는 네 활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가요시의 활약에 모리 요시나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칭찬했다.
처음에는 나가요시의 방약무인(傍若無人)함에 골머리를 썩혔지만, 겨우 1년만에 어른스러운 얼굴로 변하고, 이윽고 자신의 주인에게서 이름 한 글자를 받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여기서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다. 카츠조가 모리 가문을 위해, 영주님을 위해, 훌륭하게 역할을 다해 주리라)
십자창(十文字槍)을 움켜쥐며 모리 요시나리는 외쳤다.
"전면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들은 측면에서 오는 적들을 쓰러뜨린다! 병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17일의 전투는 오다 군이 연합군에게 2000에서 3000정도의 피해를 준 시점에서 종료되었다.
뼈아픈 피해를 입은 연합군은 대책 없이 돌격을 반복하여 덧없이 병력을 소모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단 철수하여 군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다음 날인 18일에 각 세력의 대표를 모아 작전회의를 열었으나,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했기에 건설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고 귀중한 하루를 허비했다.
게다가 19일에 열린 작전회의에서도, 모두가 서로의 꿍꿍잇속을 살피는 데만 전념했기에, 연합군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우사 산성에 1만이나 되는 병사가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혼간지의 요청을 받아 거병한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장병들은, 우사 산성의 병력은 1000명 정도라고 보고를 받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1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척후의 역할을 맡고 있는 엔랴쿠지의 승병들은, 병력의 증가를 아자이, 아사쿠라 군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아자이, 아사쿠라 측은 엔랴쿠지에 대해 불신감을 품기에 이르렀다.
엔랴쿠지 측이 보고하지 못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들이 이끄는 병사들은 한 군데에 집결하지 않고 적은 인원수의 부대로 우사 산성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기에, 척후들은 적의 총 병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즈코들의 게릴라 활동이 효과를 거두어, 부대간의 연락이 끊기고 부상병이 계속 늘어나는 데 대한 대응에 쫓기게 되어, 여유가 없어져 버렸다.
아자이, 아사쿠라와 엔랴쿠지 사이 뿐만이 아니라, 아자이와 아사쿠라 사이에도 불화의 싹이 트고 있었다.
게릴라 활동에 의해 부상병이 발생한 것은 아사쿠라 측, 몸 상태 불량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발생한 것이 아자이 측이었다.
이 때 아사쿠라 병사들이 좀 더 끈기있게 싸웠다면, 결정적인 결렬은 회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실은 부상병이 늘어나고, 그 비참한 모습에 동요하여 아사쿠라 병사들은 앞다투어 도망쳤다.
게릴라 활동에 대해 아사쿠라 측이 항전한 흔적은 없고, 저항다운 저항도 없이 퇴각한 것에 대한 아자이 측으로부터의 항의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영부영 말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아군이 될 수 없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벽에 기대는 바보는 없다. 아자이 병사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자신들의 피해를 꺼려서 아사쿠라 측은 일부러 부상병을 내고 퇴각한 게 아닐까.
지휘관도 노무라(野村) 전투(아네가와(姉川) 전투)에서는 아사쿠라 마고사부로(朝倉孫三郎, 카게타케(景健))였으나, 혼간지가 움직인 이번의 전투에는 아사쿠라 마고지로(朝倉孫次郎, 요시카게(義景))가 직접 출진했다.
공동 작전이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을 아래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한 번 의심에 사로잡히면, 같은 적을 상대하고는 있지만 목적이 다른 아자이와 아사쿠라였다. 쉽게는 수복할 수 없는 불화가 생겨나고, 지금에 와서는 서로의 틈을 찔러 이용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자이, 아사쿠라, 엔랴쿠지의 추태에 혼간지 세력은 어이가 없었다.
연합군은 내부 붕괴에 빠져 군으로서의 체제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이제는 협력해서 오다 가문을 치자, 라는 말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숫자의 강점을 살릴 수 없어, 각 세력이 각자 오다 군과 싸우는 모양새가 된다.
연합군이 다투고 있는 동안에 오다 군은 노부나가에게 구원 요청을 보내고, 다음에 준비하기 위해 보급활동을 했다.
다행히 쿄 측에서 지원이 있었고, 거기에 아오치 시게츠나(青地茂綱)가 병력 2천과 물자와 함께 오다 군의 원군으로서 달려와 주었다.
병사의 숫자는 1만을 넘어, 전날 전투에서 전과를 올린 병사들은 "연합군은 두려워할 게 못 된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자신감은 그대로 사기를 높여, 오다 군은 말단 병사를 포함하여 전례 없을 정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케이지가 수상쩍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20일의 전투도 오다 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성과를 올린 케이지는 어딘가 납득이 가지 않는 듯도 했다. 케이지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나가요시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렇군. 아사쿠라나 아자이 병사들의 사기가 낮다. 그리고, 행동도 굼뜨군. 이쪽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뭔가 책략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틀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단지 서로가 믿을 수 없게 된 것 뿐이라고 생각해. 애초에 연합군은 오다 토벌을 이유로 결탁했어. 그게 현실감을 띠기 시작했으니, 오다 토벌 후의 단물……을 우선하려고 하고 있는 거겠지"
뒹굴고 있던 시즈코가 세 명의 의문에 대답했다. 별로 틀리지 않은 추측으로, 20일의 연합군은 단물을 더 많이 얻으려고 다른 세력을 소모시키려고 했다.
적측의 세력이 소규모에 산발적이었기에, 스탭 슬링 등의 원거리 무기의 효과는 떨어졌지만, 상호 불신에 빠져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수확이었다.
"아, 방심은 금물이야. 이럴 때, 갑자기 단결심이 높아져서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놈들이 철수해서 히에이 산으로 도망칠 때 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그렇군. 그런데, 이번의 시즈코는 대활약이네. 너 혼자서 몇 명이나 되는 적의 무장들을 처치했는지, 셀 수도 없어"
나가요시의 말대로, 시즈코의 전과는 '비정상적'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잘 다루는 재주가 있기 때문인지, 적진 안에 있는 무장 등의 지휘관을 잘 찾아냈다. 발견하면 그 다음은 간단하다.
수급(首級)을 베어 상을 받는 것이 무장의 기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전제조건이 달라서 포상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현 상태 이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녀는, 그냥 적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된다…….
궁기병대로서, 또 몇 년이나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시즈코는, 활솜씨에 있어서는 일류의 무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궁기병대의 성적 최상위자라도 유효 사정거리 90m가 한계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100m 이상 떨어진 목표를, 거의 7할의 정밀도로 관통시키고 있었다.
야생의 사슴이라는 해수(害獣)를 처분하기 위해, 계속 더 먼 곳에서 노리는 것을 일상으로 한 그녀는, 어느새 활의 재능이 개화되어 있었다.
컴파운드 보우의 최대 사정거리는 도달 위치만으로 따지면 1km나 된다. 최대 유효 사정거리는 활시위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시즈코의 그것은 위력을 높인 수렵용의 75파운드 활시위를 사용하고 있었다.
컴파운드 크로스보우는, 되감기 기구를 사용하여 화살을 장전하는 185파운드의 것까지 개발했지만, 관통력은 늘어도 비거리는 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한 손으로 당길 수 있는 강도의 활시위를 사용하고, 화살의 형상을 연구하는 것으로 비거리를 늘렸다. 애초에, 사냥보다 먼저 전장에서 사용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전투를 효율좋게 하려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장소를 상대보다 먼저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확실히 그렇지. 지형의 이점이 좋다는 것만으로도 작전도 폭이 넓어지니까"
"그 밖에도 한가지 더 방법이 있어"
"호오, 그건?"
"적의 유능한 사람을 처치해 나가는 거야. 존재 자체가 아시가루(足軽)들의 사기를 올리는 사람, 전령(伝令)을 담당하는 사람, 지휘능력이나 전국(戦局) 분석 능력이 뛰어난 사람부터 처치해 나가면 더 효율적이지. 하지만 나중에 장기말로 쓸 수 있는 무장이 줄어든다는 결점도 있지만 말야"
그 말에 세 사람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평소의 시즈코는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전투 등의 비상시가 될 경우 합리성을 중시하고, 상대의 심리를 철저히 찌르는 전략을 취하며, 그리고 주저없이 실행에 옮기는 담력을 보였다.
그러한 정석 파괴는 지휘에도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군의 지휘계통은 상명하복이 원칙임, 구체적인 명령이 없는 한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지휘관 사망시 등의 비상시에는 현장의 판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지 않으면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전장에서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시즈코 군은 한 마디로 말하면 '난잡'했다. 그녀는 군사 작전을 '연합군을 히에이 산으로 쫓아낸다'는 한 마디로 끝냈다.
하지만, 군사학(軍事学)에서의 전투의 9원칙에는 '간명(簡明, 간단하고 명확)'이라는 것이 있다.
따라서, 자신이 뭘 하면 되는가, 가 뚜렷한 '연합군을 히에이 산으로 쫓아낸다'는 시즈코 군에게 순식간에 침투했다.
여담이지만 전투의 9원칙이란 목적(目的), 공세(攻勢), 물량(物量), 전력(戦力)의 절약(節約), 운동(運動), 기습(奇襲), 경계(警戒), 간명(簡明), 협조(協調)이다.
군사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닌 시즈코는 군사(軍師) 흉내는 낼 수 없다.
쓸데없는 지시로 부대를 혼란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근대 프러시아(Prussia) 군이 만든 지휘계통을 부대 단위로 하는 아메바형 지휘계통을 채용했다.
이것은 부대에 군사 작전을 인식시키고, 그 후에 역할과 목표를 누어, 작전이 개시되면 그 후에는 부대장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역할은 '적 부대의 혼란'이다. 시즈코 직속의 궁기병대는 '부대장의 처치'였다. 마지막으로 시즈코가 지휘하는 보병을 중심으로 한 아시가루 부대가 각개격파한다.
이 전법으로 적은 병력이었지만 숫자에서 앞서는 연합군과 팽팽하게 맞서는 상태를 만들어냈다.
시즈코가 무장을 어렵지않게 노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투구이다. 투구는 위엄과 풍격, 신앙, 그 인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전공을 어필할 때, 자신의 무사함을 알릴 때 사용되고 있어, 기본적으로 투구는 눈에 잘 띄도록 만들어져 있다. 즉, 눈에 띄는 투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일정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시즈코는 전공을 어필할 필요가 없기에, 눈에 띄는 투구를 표적으로 삼아 맞추면 된다.
하지만, 이 작전은 연합군이 연대하지 못하고 전력을 축차 투입하고 있기에 성립되고 있었다.
연합군이 작전을 바꾸어 소모를 각오하고 포위섬멸 작전을 채택하면, 여러 방면을 동시에 상대할 수 없는 병력이 적은 측은 용서없이 갈려나가 버린다.
"나는 단지 운이 좋았던 것 뿐이고, 거기에 장수로서의 의무를 다한 것에 불과해. 딱히 칭찬받을 일도 아니고"
"그런 말 하지 마. 강한 장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시가루들의 사기가 올라가니까"
"……그러네. 그건 이해하고 있어"
시즈코는 병사들의 사기가 언제까지나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연합군의 병력은 착실하게 깎아내고 있지만, 물론 오다 군의 병사들도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피해가 늘고 있어, 병력 수에서 뒤떨어지는 오다 군은 점차 약해지게 된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쿄로 돌아가 병력을 이끌고 우사 산성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외에 연합군을 격퇴할 방법은 없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24일에 도착했지. 그렇다면, 앞으로 나흘은 바위에 달라붙어서라도 버틸 수밖에 없어)
그 후, 하늘이 오다 군을 도왔는지, 연합군 내부에서 또다시 책임 전가가 시작되어, 이번에는 예상 이상으로 불어난 피해를 누구에게 청구할지로 다투기 시작했다.
다투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현재 상태로는 아자이나 아사쿠라 측에 이득이 전혀 없는 것이다. 뭔가 이익을 얻지 않으면 이번에는 가신들에게 추궁당하게 된다.
결국, 연합군은 여기서 이틀을 허비하며 오다 군을 완전히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사면초가에 빠진 것처럼, 모리 요시나리와 시즈코에게도 최악의 사태가 찾아왔다.
연합군은 전날까지의 피해를 기피하는 전법을 중단하고, 오다 군의 약점을 찔러 대공세로 나섰다.
"카츠조 부대, 모리 님의 군과 합류해서 적을 되밀어내줘. 사이조 부대는 여기서 적을 저지할 것. 케이지 부대는 좌익 쪽의 지원을!"
이른 아침부터 점심 무렵까지는 정면 일점에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전법이, 점심 무렵을 경계로 일변하여 세 방면에서 동시협격으로 전환해왔다.
전환했다기보다, 아침의 공세는 측면 공격을 하는 병사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적과 접촉하게 되면 궁기병이나 투성부대의 사정거리를 살린 전법은 쓸 수 없다. 거리를 벌리지 못한 채 진흙탕의 혼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래도, 시즈코의 위치에서라면 멀리 있는 사람은 저격할 수 있기에, 기병의 말을 중점적으로 노렸다.
"이거 어렵습니다. 놈들, 포위해서 숫자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분산당하면 어렵네"
난전 상태가 되어 대열을 유지하지 못했기에 활을 정렬하여 일제 사격을 할 수 없었다. 세 방면에서 공격당했기에 방패로 벽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연합군은 이제와서 오다 군의 강점을 분석하여, 그것을 물리치는 작전을 실행했다.
"으라차! 비켜라, 송사리들아!!"
모리 군에 합류하려고 하는 나가요시 부대였으나, 무수한 적병들이 방해되어 생각대로 다가가지 못했다.
"칫, 저놈들 아버지를 노리고 있군. 이놈들아! 냉큼 돌파한다!"
격려를 날려도 숫자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차례차레 숫자가 줄어드는 모리 군을 보고 나가요시는 조바심을 느꼈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는 뭣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위대한 아버지의 등, 그 등에 시선을 향했을 때 나가요시의 시야를 불길한 그림자가 스쳤다.
적의 궁병이 아버지의 등에 화살을 쏘려고 하고 있는 광경이.
"아버지! 위험해! 피해!"
그렇게 나가요시가 외치고, 모리 요시나리가 반응하여 얼굴을 나가요시 쪽으로 향한 순간, 적의 화살이 그에게 깊숙히 꽂혔다.
전장의 기척을 예민하게 느낀 사이조는 깨달았다. 싸움의 추세(趨勢)는 결정되어 버린 것, 그리고 자신들은 패하고 있다는 것을.
"전원, 시즈코 님이 있는 곳으로 간다"
승패가 결정된 이상, 누군가가 후위를 맡아 적의 추격을 막을 필요가 있다. 사이조는 누구에게 명령받을 것도 없이, 그것은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조 부대의 면면도 그의 생각을 이해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사이조의 뒤를 따랐다.
"시즈코 님, 분하지만 승패는 결정되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지금 즉시 철수해 주십시오"
컴파운드 보우로 적을 쓰러뜨리는 시즈코에게, 사이조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사이조에게 향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책임자에요. 여기서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해야 합니다"
"안 됩니다"
사이조는 시즈코의 말을 즉시 부정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절대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되는 인물은 당신이십니다. 당신은 우사 산성에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주실 책무가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던, 마지막까지 역할을 완수해 주십시오, 시즈코 님"
"사이조 씨"
"자, 서둘러 주십시오. 후위는 소생이 맡겠습니다. 뭘요, 쫓아오는 부대를 박살낸 후 금방 따라가 보이지요"
"주군――――――!!"
사이조가 퇴로를 손으로 가리키자, 멀리서 겐로(玄朗)의 목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려왔다. 가늘고 아슬아슬한 길이지만, 연합군의 맹공을 막아내며 아시가루들이 퇴로를 만들고 있었다.
시즈코가 겐로 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아시가루들의 방어를 뚫은 적병이 겐로를 베어갔다.
"무슨 짓이냐, 이 망할 새끼가! 여긴 주군께서 지나가실 길이다!!"
가볍게 베인 것에 격노한 겐로가, 소도(小刀)를 뽑아 적병의 목을 찔러버렸다.
"주군, 이쪽입니다―!"
소도를 뽑아내고 적병의 시체를 근처에 던져버린 후, 그는 크게 손을 흔들어 시즈코를 불렀다.
"……무운을. 그리고, 죽으면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망설이면 그들에게 폐를 끼친다. 그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재빠르게 철수 행동에 들어갔다. 빠른 결단에 사이조는 작게 미소를 떠올린 후, 얼마 안 되는 병사들을 이끌고 철수하는 시즈코의 등 뒤를 향해 중얼거렸다.
"안심하시길. 소생이 죽을 장소는 이곳이 아닙니다"
사이조가 앞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의 표정이 변했다. 한 명의 전사(いくさ人)가 된 사이조는, 창을 강하게 움켜쥐고 눈 앞에 있는 적병을 베어넘겼다.
창을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기에, 베어진 적병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로 쓰러졌다. 주위의 동요를 무시하고, 사이조는 차례차례 적병을 베어넘겼다.
완력(剛力)이라고 하며 우선 케이지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사이조 역시 시즈코 밑에서 몇 년을 지냈기에, 그에게 뒤지지 않은 완력의 소유주였다.
단순히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베이게 된다.
(처음에는 흥미본위였다. 여자를 섬기라니, 바보 취급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창이나 화살을 막으면서 사이조는 차례차례 적병을 베었다. 귀신같은 분전에 적병이 공포를 느껴, 창의 간격 안에서 병사들이 없어지자, 사이조는 창을 고쳐쥐었다.
(하지만 시즈코 님과 함께 행동하면서, 어째서 오다 님께서 시즈코 님을 중용하시는지 알게 되었다. 저 분은 눈부신, 그것도 감싸는 듯한 태양의 빛. 분명히 오다 님은 무의식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신 것이겠지. 그것은…… 소생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대담한 웃음을 띄우더니, 사이조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변에는 시체가 겹겹이 쌓여 있었고, 숨이 막힐 듯한 피냄새가 감돌고 있었지만 사이조는 신경쓰지 않았다.
"죽고 싶은 놈은 앞으로 나와라!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간다!!"
이름을 말함과 동시에, 그는 창을 한 손에 쥐고 적병들에게 돌격했다.
전장을 둘러보고,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본 후, 케이지는 살짝 중얼거렸다.
"이건 진 싸움이군"
비관적인 말과는 반대로 그는 대단히 즐거워 보였다. 그는 담배를 길게 한 모금 피운 후, 담뱃대 속의 재를 옆에다 버렸다. 창을 고쳐잡고, 그는 시즈코에게 철수하도록 진언하는 전령을 보냈다.
"자 그럼, 여기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나설 차례지"
이미 세 방향이 포위된 상태에서, 언제까지나 남아있어봐야 기다리는 미래는 죽음이다.
하지만, 케이지는 불안도 후회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지금부터 놀러가는 듯한 분위기를 띤 채 돌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를 멈추게 한 인물이 있었다.
"나으리, 당신은 이런 데서 죽을 분이 아닙니다요"
그건 이름없는 병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양손을 펼치고 케이지 앞에 서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등에는 몇 발이나 되는 화살이 박혀 있었으며,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은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직전임은 명백했다.
그래도, 남자의 눈은 죽지 않았다. 아니, 결사의 각오가 불타고 있었다.
"저는 머리가 나빠서, 어려운 건은 모릅니다요. 하지만…… 저 분에게 필요한 건 저 같은 녀석이 아닙니다. 나으리 같은 분이 반드시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케이지는 말없이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의 각오를 굳힌 눈에, 말은 필요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 분만 살아있으면, 어머니도, 애엄마도, 제 자식도, 아무 걱정도 필요없지요. 그렇지요? 나으리"
"……그렇지"
"헤, 헤헷. 그럼…… 부탁합니다. 죽으러 가는 노인이 가엾다고 생각해 주신다면, 부디…… 저 분을 지켜 주십시오"
주위에서 싸우고 있는 병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케이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받게 된 케이지는, 한번 크게 숨을 내쉬고, 그리고 병사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의 꿈과 내일은 내가 맡았다! 잘 가라!"
그것은 실로 기분좋은 웃음이었다. 이름도 없는 노병은 케이지의 미소에, 이쪽도 죽음을 각오한 자 특유의 투명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다시 얼굴을 들었을 때, 상처입은 노병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 적을 처치하는 수라(修羅)의 모습이었다. 케이지는 말고삐를 쥐고는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케이지를 눈으로 전송한 후, 사병(死兵)으로 화한 수라들은 출혈 때문에 느릿하게밖에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기력으로 몰아붙이며 적진으로 돌격했다.
그 후, 남자는 적장에게 베이면서도 그 목젖을 물어뜯어 적장과 함께 죽었지만, 그것을 케이지가 알 수는 없었다.
"괜찮아?"
시즈코는 나가요시와 함께 부상당한 모리 요시나리를 데리고 사카모토에서 철수한 것을 알게 된 케이지는, 후위로 남아 있던 사이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케이지가 사이조와 합류했을 때, 그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피를 뒤집어쓰고 있엇다.
어디까지가 자신의 피고, 어디까지가 적에게서 튄 피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오랫동안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없다"
그런 그는 케이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평소처럼 까탈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덤벼드는 적병을 베어넘기면서, 케이지는 평소처럼 걱정없는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가자"
"알겠다"
성격도 뭣도 틀린 두 사람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약간의 병사와 함께 사카모토에서 철수하는 데 성공했다.
우사 산성의 전투는 오다 군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오다 군의 후위 부대에 발목을 잡혀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승패는 결정되었는데 생각대로 진군하지 못하는 것에 아사쿠라는 짜증이 났다.
"상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느냐! 어째서 이렇게 애를 먹고 있는 것이냐! 이러한 장소에서 시간을 뺏길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총대장인 요시카게가 보고하러 온 전령에게 고함쳤다.
고함쳐봤자 사태는 바뀌지 않지만, 그에게는 겨우 1000명 정도의 병사에게 1만에 달하는 군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현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옛…… 하지만 우사 산의 병사들은 사병으로 화하여, 그 무시무시한 사기에 잡병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에 있는 3000의 병사는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전령의 보고대로, 사병으로 화한 오다 군의 맹공에, 승자 측인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병사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놔, 놔라! 네, 네놈 무슨 짓을!"
"헤, 헤헤…… 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 그러니까, 저 세상까지 같이 가줘야겠어!"
등 뒤에서 껴안은 적 무장의 배를, 오다 병사가 소도로 찔렀다. 당연히, 껴안고 있는 자신까지 찌르게 되지만, 오다 병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칼로 몸을 찌르기 전부터 몸에는 무수한 화살이 꽂혀 있었고, 배에서는 멈출 수도 없이 피가 흘렀으며, 상처에서는 내장이 삐져나와 있었고, 출혈과다로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제와서 상처가 하나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오다 병사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커헉…… 이…… 이놈…… 이……"
"미, 미안… 하군. 길안내…… 부탁… 해……"
칼을 꽂은 상태로 두 사람은 절명했다. 죽은 자들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아자이, 아사쿠라 쪽은 공포에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오다 병사는 아픔도 뭣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전장 전체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다 병사들의 맹공이 펼쳐지고 있었다.
목숨을 버린 자는 몸을 돌보지 않는다. 화살이 박혀도, 창칼에 베여도, 다리가 움직이는 한 오다 병사들은 계속 싸웠다.
그에 반해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은,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면 포상이고 뭐고 헛되게 된다. 상처 때문에 죽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살아냠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 자와, 목숨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버린 자, 어느 쪽이 위험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히, 히익! 이 , 이이이런 데서 죽을 수는 없어. 나는 도망치겠어!"
짐승의 포효를 내지르며 덮쳐드는 오다 병사들에게 두려움을 느낀 아사쿠라 병사들은 공포에 얼어붙엇다.
무턱대로 격돌하는 오다 병사들과 아사쿠라, 아자이 병사들이 겹치는 것과 동시에, 핏방울이 튀어오르고, 절규와 노호가 울려퍼지며, 무수한 생명이 아까운 기색도 없이 사라져갔다.
오다 병사가 쓰러지는 순간, 전선에 있던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이 몇 명이나 쓰러지며, 몇 시간 동안이나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의 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돌격을 계속하는 오다 병사들의 숫자가 100명 아래로 줄어들어도, 아자이, 아사쿠라 연합군은 공포에 휩싸여 좀처럼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간신히 서 있는 오다 병사들이 없어지자, 전원이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진군을 개시했다.
그러나, 죽은 듯 보인 오다 병사들은, 실은 몇 명이 살아있어서, 자신을 넘어가는 자를 붙잡아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그 목을 물어뜯었다.
분노의 형상으로 목을 물어뜯는 오다 병사들을 보고, 아자이, 아사쿠라 병사들이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은 몇 번이고 오다 병사들을 베었다. 오다 병사의 힘이 부족해 살아난 자도 있었지만, 태반은 목을 물어뜯겼다.
살아난 자들도 자신의 목에 이빨 자국이 난 것을 이해한 순간, 의미를 가지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했다. 그 공포와 광기가 전선 부대에 파급되어, 아자이, 아사쿠라 군은 대혼란에 빠졌다.
오다 군 1만 1000중, 모리 요시나리 부대 500명, 아오치 시게츠나의 병사 1500명, 노부나가의 동생, 노부하루 부대 1000명, 시즈코 부대 4500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희생되었다.
희생된 병사들의 장렬하고 처절한 최후에, 승자일 터인 아사쿠라와 아자이 병사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껴, 철수하는 오다 군을 추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약병(弱兵)이라고 놀림받는 오다 군이라도, 사병으로 화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뼈저리게 이해했다.
옥쇄(玉砕)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집단을 추격했다가는 설령 전군으로 부딪혀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꺠달은 아자이와 아사쿠라는, 불필요한 피해를 피하기 위해 추격을 포기하고 진지로 철수했다.
사카모토 전투는 오다 군의 패배로 끝났고, 노부나가는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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