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6 1569년 5월 상순
4월 상순, 시즈코의 마을을 포함하는 다섯 마을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주인장(朱印状)이 발행되는 것으로 정식으로 해체되게 되었다.
이후에 그녀의 마을에서 북쪽은 기후 주변, 남쪽은 치타(知多) 반도의 뿌리 부분까지 본격적인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
치타 반도의 주변에는 몇 개의 항구 도시가 만들어진다. 또, 그 항구 도시와 도중에 있는 마을 등을 도로로 연결한다.
도로는 1리(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시즈코의 1리는 4km) 마다 도조신(道祖神)을 배치한다.
이것은 여행자의 표식으로서 설치되는 것으로, 팽나무 등의 나무를 심어 여행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게다가 주요 도로 한정이지만 5리마다 물터, 10리마다 찻집이 설치될 예정이다.
물터를 포함하는 땅은 오다 가문의 영토지만, 어떠한 신분이라도 자유롭게 물을 마시는 것이 허락되고, 불법 점거할 경우 무력으로 섬멸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또, 찻집은 여행자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참고로 도조신에는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비밀 정보가 새겨져 있었다.
도조신의 설치 장소는, 경위도(経緯度)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GPS 위성이 없다면 알 수 없다고 생각되기 쉬운 경위도이지만, 실은 태양이냐 별을 관측하여 관측지점의 경위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필요한 것은 중학교 레벨의 지식, 중학생이 보통 사용하는 도구, 나머지는 몇 명의 관측 협력자가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현대 레벨의 정밀도는 바랄 수도 없기에, 쉽게 km 단위의 오차가 생긴다. 거기다가 육지에서밖에 계측할 수 없어, 해상의 경위도를 알기 위해서는 크로노미터(정밀도가 높은 휴대용 태엽시계)가 필수이지만.
이 재개발 사업에서는 오와리의 주요 도시를 간선도로로 잇고, 그 외의 모든 마을에 지선도로를 깔아서 항구 도시로 이어지는 도로를 잇는다.
간선도로로 이어지는 주요 도시는 규모는 다르지만 현대에서 말하는 현청소재지(県庁所在地)에 해당한다. 그에 걸맞도록 도시의 중앙에 입법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을 두고, 서쪽에 공업지대와 상업지대, 동쪽에 농업지대와 양조, 어업지대를 배치한다.
그리고 각지에 군사시설을, 미노와 오와리의 국경, 그리고 세키가하라(関ヶ原) 부근에 요새를 건설한다.
아무래도 이 계획은 몇 년 만에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10년, 어쩌면 수십년이나 걸린다. 그야말로 대형 국가 프로젝트이다.
인프라를 제로에서 구축하는 것이니 당연하지만, 인프라의 정비가 궤도에 오르면 그것 만으로도 이익을 낳는다.
즉, 종래에는 종교 세력이 독점적으로 쥐고 있던 물류와 상업의 제어를, 노부나가 자신이 관장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종교 세력과는 달리, 그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필요가 있다.
노부나가에게는 종교 세력이 오랜 세월 쌓아온 지배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도를 실행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트러블에 대한 대처 등의 견식이 없다.
그 노하우를 효율좋게 모으기 위해, 노부나가는 책임이 있는 입장의 사람들 전원에게 정기 보고서에 더하여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발생 원인부터 그 대처, 결과까지의 일련의 흐름을 기록한 장해대처보고서를 반년마다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했다.
이 종이도 노부나가는 개혁을 했다. 미농지(美濃紙)를 공용 종이로서 사용하고 있는 노부나가는, 종이의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통일성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도량형을 제정해도, 실제로 쓰이는 것에 제정한 도량형이 쓰이지 않으면 의미는 없다.
그 점을 고려하여, 노부나가는 현대의 A0에서 A6에 해당하는 7가지 치수를 제정한 '용지표준규격령'을 발표했다.
물론, 제정과 동시에 시즈코가 양산하고 있는 '자'도 무료 배포했다. 그와 동시에, 작년에 이어 마을사람들의 강제 이주 정책이 진행되었다.
쾌정하다고 말해도 좋은 어느 날, 다이이치를 필두로 한 초기의 마을 사람들 30명은 마을 입구에 집합했다.
"촌장님, 지금까지 신세를 졌습니다"
노부나가의 이주 계획에 의해 그들은 익숙한 땅을 떠나게 되었다. 다이이치들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 님, 당신께는 크게 신세를 졌습니다. 솔직히, 당신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굶어죽었겠죠"
방위 라인 문제상, 니사쿠 들도 또한 이주하게 되었다.
다이이치는 그렇다치고, 산의 백성인 니사쿠들과는 이야기가 까다로워질거라 생각했던 노부나가였으나, 딱히 다툼 없이 순조롭게 이야기가 통했다.
"아뇨, 저는 계기를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아요. 여러분이 힘을 쥐어짜 스스로가 살 곳을 쟁취했기에 지금이 있는 거에요"
"하핫, 여전히 겸손하시군요. 조금은 스스로의 위업을 자랑하셔도 좋습니다. 뭐, 촌장님이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렇지. 어느 쪽이냐 하면, 시즈코 님은 홀연히 나타나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시는 인상이 강하군요"
그게 정곡을 찔렀는지,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대답하기 곤란해진 시즈코는 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당시에는 웃을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어린 계집애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만약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하핫, 뭐 저도 그렇게 보여도 어쩔 수 없겠네라고 생각했어요"
설령 그게 틀린 생각이라도, 그들은 이 땅에서 정착하여 지금까지 생활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즈코 같은 어린 계집애가 나와서, 지금부터 그녀가 촌장이라는 말을 들어도 마을 사람들은 간단히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당신은 저희들에게 살아갈 희망을 주셨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지 않고, 농사일을 간략화하고, 저희들에게 평온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말하는 겁니다만, 이게 어떤 문제를 낳았습니다"
"문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다소의 실패는 있었으나, 계획이 크게 흔들릴 만한 실패는 들은 적이 없다.
무슨 일인지 이상하게 생각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코에게, 다이이치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게 평온해진 탓에, 마을에 일부에서 불만이 나왔었습니다. 촌장이 여자라니 마음에 안 들어, 라고 대단히 실례되는 불만이……"
"어? 그런 불만은 들은 적이 없는데요"
"저희들과, 아야 님이 어떻게든 틀어막았습니다만, 역시 무리하게 억누른 게 좋지 않았던 거겠지요. 동조하는 자들이 늘어가기만 해서…… 하지만, 이런 걸 촌장님이 아시게 할 수도 없어서, 결국 전원을 이주시켜서 회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이이치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2년째까지는 괜찮았지만, 3년째부터 시즈코는 거의 마을 일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이이치들은 노부나가의 일이 바쁘기 때문에 이쪽에 관여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름만 촌장인 시즈코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시즈코가 실패하도록 획책해서 마을에서 쫓아내자, 라는 생각을 하는 패거리도 있었다.
그런 패거리들과 다이이치들은 몇 번이나 대화를 나누었지만 평행선인 채로 끝났다. 이대로는 조공에도 영향이 나올 거라 생각한 다이이치는, 아야를 통하여 노부나가에게 어떻게든 해결해 달라고 탄원했다.
그 결과가 마을에 새롭게 추가된 50명의 백성과 가족의 대이주였다.
갑작스레 추가된 50명의 백성와 가족을 통째로 이주시킨 노부나가의 속사정을 이해하게 된 시즈코였다.
"아, 아―, 과연, 그래서 그만큼 빼간 거군요. 하지만 불만이 있다면 직접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건 저도 생각햇습니다만, 오다 님께서 '그렇게 촌장이 하고 싶다면 하게 해주마'라고 말씀하시며 이주시켜 버렸습니다"
"하아…… 그런가요"
"아마도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오다 님께서는 '시즈코만큼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즈코가 이룬 성과의 절반을 요구하겠다. 네놈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한 일의 겨우 절반이다. 이걸 못 하겠다면 그 때는 쓸모없는 놈들이라는 낙인과 함께 추방해주마'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우와아"
뭘 요구했을지 손에 잡힐 듯 알 수 있었던 시즈코였다.
실현불가능한 터무니없는 난제는 말하지 않는 노부나가였으나, 죽기살기로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레벨을 요구한다.
즉 노부나가는 상대에게 편한 요구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노부나가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전국시대, 목숨은 가볍지만 책임은 무거운 것이 표준이었다. 현대 감각으로는 믿을 수 없을 듯한 요구도, 목숨을 걸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댓가도 큰데다 능력이 있으면 더욱 출세를 노릴 수 있지만.
"영주님의 명령은 힘들어요. 뭔가 의문이 있으면 질문공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 대답에 의문이 생기면 다시 질문이……"
"네, 네에. 그건 저도 탄원하러 갔을 때 느꼈습니다. 그걸 계속 해오신 촌장님께서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안고 가는 상태인 것도 문제이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희들은 촌장님의 가르침대로, 저희들의 손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그리고 죽을 장소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 이유들도 있었기에 이번의 오다 님의 이주 계획을 받아들였습니다"
"뭐어 이 나이에, 다이이치와 함께 다시 마을을 개척할 줄은 몰랐지만"
"애초에 산의 백성들과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을 사람들을 나눈 것인데, 겨우 수십년 만에 원래대로 돌아왔네"
두 사람은 그런 말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지금부터 신천지로 향하는 불안 따위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는 확신했다. 그들은 괜찮다. 이후 그들에게 곤란이 닥치더라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고.
"하핫…… 그럼 저희들은 슬슬 가보겠습니다. 촌장…… 아니, 시즈코 님.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당신께 받은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곤란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대단한 힘은 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만, 저희들은 당신께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언제든지 달려올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동시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마을 사람들도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주시니까…… 부디 건강하시길. 저는 이 땅에서, 여러분들의 새로운 생활에 행운이 가득하도록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시즈코는 울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간신히 참으면서 그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게 지금까지 꾸려온 마을의, 그리고 몇 년에 걸쳐 맡았던 촌장으로서의 마지막 일이었다.
다이이치들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시즈코는 그들을 전송했다.
그들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 후 시즈코도 자신의 집으로 발을 옮겼다.
걸으면서 그녀는 사람의 인연이란 신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초상현상(超常現象)으로 전국시대로 날려져,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과 교류했다.
처음에는 어째서 내가, 라고 현 상황을 한탄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타임슬립한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생각은 없어. 단지 내가 관여한 것으로 이 전국시대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오다 막부(幕府)가 완성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흐름은 변하지 않고 혼노지(本能寺) 사변이 일어날 것인가. 어느 족이든, 이제와서 역사가 바뀐다 운운하는 생각을 해봤자 소용없네)
이미 역사는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노부나가는 지금, 적극적으로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아자이 나가마사의 배신을 저지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아자이 나가마사는 배신할 것인가.
어느 쪽이던 시즈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새롭게 결의했다.
그녀에게 감상에 빠질 틈은 없었다. 일 때문에 정신없이 바빠서 순식간에 2주일이 지났다.
그 무렵에는 나가요시나 케이지, 사이조의 임시 거처가 완성되었고, 다시 일주일 후에 키묘마루의 임시 거처도 완성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틈만 나면 시즈코의 집에 눌러앉았다. 특히 식사 때가 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제는 처음부터 5인분(시즈코, 아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결식아동녀석들. 우리 집에 있는 식량을 다 먹어치울 생각인가"
문제시할 레벨은 아니라고는 해도, 이대로 계속되면 쌀의 분배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와리 쌀(토모호나미 계열의 쌀)이 큰일이었다.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헌상된 오와리 쌀을 도쿠가와와 아자이, 그리고 쿄에 있는 요시아키(義昭)와 천황에게 각각 선물했다.
자신의 영토에서 맛있는 쌀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주위에 알리려고 한 것이리라. 하지만 결과는 노부나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전원 오와리 쌀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평소에는 보리밥인 이에야스도 "이 쌀이라면 매일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천황과 요시아키는 "모종(苗)을 내놔라"고 말하는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와리 쌀은 일본의 중부 지방,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이치(愛知) 현의 환경에 맞춰 품종개량되어 있기에, 킨키(近畿) 지방에서의 재배는 어려웠던 것이다.
뭣보다 오와리 쌀의 정보는 군사 기밀이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생산 난이도가 높은 점을 전면에 내세워 상대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 후, 오와리 쌀의 선행 예약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쇼군과 천황에게서 이것저것 보내져 온 것은 또 다른 이야기.
그런 오와리 쌀을 매일 먹고 있는 결식아동 3인방(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이었던 것이다.
"내년이 되면 10명은 먹일 수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지만…… 으―음, 금년은 조금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되려나"
"오다 나으리가 오와리 쌀의 생산을 허가제로 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모종 상태로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게 시즛치 뿐이고, 생산 허가가 내려진 것은 원래 시즛치의 마을에 있었던 사람들 뿐이었던가?"
"응. 그래서 상당한 넓이의 수전(水田)을 만들었으니까 내년에는 문제없거든. 대충 1ha당 40에서 50가마니를 평균으로 해서…… 전부 해서 60ha니까 최대 3000가마니려나. 생산은 문제 없지만…… 일단 전부 회수되는게 번거롭네"
오와리 쌀은 다른 세금과 달리, 생산된 것 전부가 노부나가에 의해 회수된다.
거기서 세금을 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다른 것과 달리 오와리 쌀은 반납되지 않고, 대신 한 가마니당 3에서 4가마니의 기후 쌀이 지급된다.
즉 오와리 쌀 50가마니를 세금으로 납부하면, 최대 200가마니의 기후 쌀이 손에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시식품으로 뿌렸던 기후 쌀은 서민에게 큰 반응을 얻었고, 반대로 오와리 쌀은 무가(武家)나 공가(公家)에 크게 어필한다는, 일종의 공존 관계가 생겼기에,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은 혜성같이 출현한 오와리 쌀을 둘러싸고 노부나가, 이에야스, 나가마사, 요시아키, 그리고 천황 사이에 격렬한 정치적 흥정이 오가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는 모르는 이야기고, 만약 알았다고 해도 '난 상관없음'이라는 태도를 취했을 것이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노부나가도 잊고 있었지만, 오와리 쌀은 물의 관리가 대단히 빡빡하다.
그리고 병에 강하다고 해도,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병에 대해 정확한 케어를 할 수 없다면 다른 쌀과 마찬가지로 전멸하는 경우도 있다.
요약하면 오와리 쌀은 다른 쌀에 비해 재배하는 것이 대단히 번거롭다. 게다가 이 번거로운 부분은, 영주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뭐 맛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 게다가 매일 먹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으니까"
"……그야, 너는 그만큼 부식을 먹어대니까. 그런데 카츠조 군(※역주: 모리 나가요시의 아명인데, 처음 등장했을 때 원문에서는 독음이 ‘쇼우조’로 되어 있었으나, 원문에 표기된 독음이 ‘카츠조(かつぞう)’로 바뀌기 시작함. 일웹을 검색해보니 예전에는 쇼우조라고 읽었는데, 요즘은 카츠조라고 읽는 경향이 있는 듯함. 이후에는 카츠조라고 통일), 그 훈제 무 절임, 어디서 빼왔는지는 모르지만, 포장해 놓은 건 혼다 님에게 보내는 거니까 조심해"
순간, 나가요시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 태도를 볼 때, 시즈코는 그가 혼다 타다카츠 용으로 포장해놓은 훈제 무 절임에서 몇 개 빼온 것을 이해했다.
"나중에 아야 짱에게 말은 해 둬. 그럼, 오늘은 오랜만에 돌가마를 써볼까"
별장이 완성된 탓인지, 시즈코는 노히메들로부터 자주 편지를 받게 되었다. 편지라기보다는 9할은 요구사항이었지만.
그 중에서 오네로부터 온 편지에 '파온(빵의 포르투갈어)이라는 남만의 음식을 먹고 싶다'라는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문제는 빵을 부풀리기 위한 천연 효모였다. 전국시대 일본에는 천연효모를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다.
"뭘 만들지는 모르지만"
"시식이라면"
"맡겨 주십시오"
나가요시, 케이지, 사이조가 호흡이 맞는 선언을 했다.
"사이가 좋네, 너희들. 오늘 만드는 건 남만의 주식이야. 이쪽에 비교하면 쌀이겠네"
16세기 유럽에서는 루터에 의한 로마 교회에의 항의(종교개혁의 시작)나, 로마 카톨릭 교회에 대한 반란(독일 기사 전쟁)에 의해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종교 개혁에 의한 영향으로, 로마 카톨릭 교회는 11세기부터 13세기의 최전성기를 자랑한 정치 권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빵은 신의 살, 와인은 신의 피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시즈코도 착각하고 있는 것이 기독교의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유럽은 밀 빵, 파스타 이외에는 주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뭣보다 쌀을 키우려면 대량의 물과 고온이 필요하여, 유럽의 기후에서는 일단 재배할 수 없다.
그리고 감자는 대항해시대에 안데스에서 유럽으로 전래되기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냉한한 기후에서도 자라는 밀이 메인이 된 것이다.
"그러네…… 세계의 주식인 쌀과 밀과 감자. 각각 뭔가 만들어 볼까"
감자의 겨울 재배에 성공한 시즈코는, 개인적으로 소비한다면 문제없을 정도의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품종은 알 수 없었지만 웅성불임(雄性不稔)의 남작서(男爵薯)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왜냐하면, 겨울 재배한 감자에 열매가 맺혔기 때문이다.
본래 감자는 뿌리(芋)를 심고 뿌리를 거두는 영양번식식물이며, 열매가 맺히지 않아도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과실은 중요했다.
왜냐 하면 과실 속에는 씨앗(真正種子)이 수십개 들어 있다. 그리고 씨앗에서 자란 모종은, 뿌리 숫자(芋数, ※역주: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음)나 무게, 크기에서 부모를 능가하는 우수한 모종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자라고 하면, 그 동그란 거 말이야?
솔직히, 그거 먹을 수 있는 걸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 얼마 전에 감자 먹었을 텐데?"
시즈코가 그렇게 말하자 세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감자를 먹은 기억은 없다.
"그, 닭고기랑 양파랑 감자 조림. 셋이서 큰 접시를 서로 다투었던 그거 말야"
"……! 아, 아―! 그건가. 어, 그거에 감자가 들어 있었어?"
이해가 간 나가요시가 양손을 탁 하고 치면서 말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도 기억이 났는지, 나가요시와 마찬가지로 양손을 탁 쳤다.
"분명히 말했는데…… 뭐 됐어. 우선은 빵이려나"
몇 가지 있는 천연 효모 중에서 시즈코는 건포도를 선택했다.
건포도는 보존식으로서 우수한데다, 천연 효모 중에서는 빵과 상성이 좋다.
약간 신맛이 나고 드라이 이스트 정도는 아니지만, 무발효 빵보다는 훨씬 부풀어오른다.
만드는 법은 대단히 간단하다.
우선 포도를 말려서 건포도로 만든 후, 물로 한번 씻어 표면의 지저분한 것을 털어낸다.
다음으로 끓는 물로 소독한 용기에 건포도를 옮기고, 건포도가 완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붓는다.
그 후에는 하루에 네 번 정도 용기를 흔들고, 뚜껑을 열어 공기를 통하게 해주면 끝이다.
건포도가 전부 떠올라서 하얀 거품이 나면 완성이다.
천연 효모가 있다면 그 후에는 빵을 만드는 것 뿐이었다.
다만 우유나 버터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쓰지 않고 설탕과 소금, 기름과 천연 효모, 밀가루만으로 식빵을 만들엇다.
발효나 돌가마의 온도 조정으로 시간은 걸렸지만, 몇 개의 빵을 구워냈다.
"이제 계란 샌드위치를 만들면 끝이려나. 감자는 이번에 닭다리살과 함께 소금누룩(塩麹)으로 조리기만 했으니 편하네"
이래저래 하는 동안 순식간에 저녁이 되었다.
덕분에 전원의 저녁식사가 계란 샌드위치, 남만 타르타르 소스 치킨 샌드위치, 닭다리살과 감자의 소금누룩 조림, 된장국과 오와리 쌀이라는 의미불명의 메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빵 계열의 식사는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금년에는 어떤 실험을 하자, 고 시즈코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하는 실험은 '쌀의 양동이 재배'와 '농작물의 공중재배' 두 가지였다.
양동이 재배는 이름 그대로 양동이를 써서 쌀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결코 효율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쌀 재배의 메커니즘을 실제 체험을 통해 학습하게 할 수 있는 교재로서 중히 여겨진다.
오히려 메인은 농작물의 공중재배다.
이것은 거꾸로 매달아서 재배한다고도 하며, 땅에서 떨어뜨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메리트로서는 거친 땅을 밭으로 개간할 필요가 없고, 종래의 토양에 심어 재배하는 것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디메리트는 보수능력이 낮기 때문에 통상 재배보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며, 또 재배가 끝난 후에 흙의 교환 작업이 발생하는 점이다.
그래도 산성 등 통상적으로는 밭을 개간할 수 없는 장소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메리트는 디메리트를 압도할 정도로 크다.
이 공중재배에서 가장 좋다고 하는게 고구마다.
통상적으로 고구마는 평지에서 재배되지만, 이 고구마를 여러 층의 선반에서 재배하는 방법이 공중재배다.
여러 층의 선반의 단에 따라서는 겨우 1평방미터에서 20kg나 되는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지하수맥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성에서 대량의 고구마 재배를 할 수 있다.
농성전이 되어 보급로가 완전 봉쇄되어도, 어느 정도의 식량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다. 병사들의 분뇨를 퇴비로 가공하는 시설을 함께 설치하면 순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소나무와 함께 고구마의 공중재배는 만에 하나를 위한 대비로서 최적이었다.
이 고구마의 공중 재배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플랜을 알아내는 것이 시즈코의 일이었다.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은, 약간의 흙과 퇴미로 많이 수확할 수 있으며, 물의 소비가 적은 것이다.
그 이상적인 환경을 찾아내기 위해, 매일 계측을 계속하는 시즈코였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5월이 되기 직전, 매일 숫자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찻잎이 보내져왔다.
계절상 처음 딴 차에 해당하는 찻잎이었으나, 배달된 찻잎은 말차(抹茶, 찻잎을 비비지 않고 건조하여 분말로 만든 것)가 아니었다.
재배 방법으로 종류를 구별하여, 전차(煎茶), 옥로(玉露), 카부세차(冠茶) 등 3종류를 준비했다.
새싹이 나온 후에 딸 때까지 일절 햇빛을 차단하지 않는 것인 전차, 새싹이 나왔을 무렵부터 차를 따기 3주일 정도 전부터 피복재배(被覆栽培, 빛을 가리는 천을 덮음)로 키워서 따는 것이 옥로.
차를 따기 10일에서 1주일 정도 전에 피복재배를 하여, 옥로보다 낮은 차광률로 키워서 다는 것이 카부세차이다.
빛을 차단하여 차나무에 광합성을 시키지 않는 이유는 맛에 관계가 있다.
찻잎은 광합성을 하면 떫은 성분인 카테킨(catechine)이 늘어나고 맛있는 성분인 테아닌(theanine)의 함유 비율이 줄어든다.
즉, 광합성을 억제하면 찻잎의 카테킨의 증가를 억제하고, 테아닌의 함유 비율을 올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그 결과, 전차는 적당히 떫은 맛과 상쾌한 향기, 옥로는 단맛과 깊이가 있는 맛과 차광 재배의 독특한 덮음 향기(覆い香)라고 하는 향기, 카부세차는 전차와 옥로의 중간적인 맛이라는 차이가 생긴다.
"꽤나 많이 보내왔네. 그만큼 풍작이었다고 생각해야 할까"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본 시즈코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차를 시음하시겠습니까?"
"응, 물론 할거야. 아, 식었어도 좋으니까 밥이랑 매실장아찌도 내줘"
"그건……? 아아, 네, 알겠습니다. 식은 밥입니다만 가져오지요"
"그 뜸들임이 뭔지 신경쓰지이지만, 뭐 됐어. 어차피 결식아동들도 냄새를 맡고 올 테니까, 아야 짱을 포함해서 5인분 부탁해"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시즈코에게 머리를 숙인 후, 아야는 준비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그녀가 찻잎을 받은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시즈코는 차밭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이미 차밭을 가진 농가와 계약을 한 것이다.
전국시대, 차는 고급품이긴 하나, 우지차(宇治茶) 같은 고급품도 있고, 조금 급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차들도 있었다.
기후는 미노차(美濃茶)가 있었지만, 일본 3대 차로 꼽히는 시즈오카차(静岡茶), 우지차(宇治茶), 사야마차(狭山茶) 또는 카고시마차(鹿児島茶) 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따라서 시즈코라도 잘 되면 계약을 하는 것은 가능했다. 뭣보다 노부나가의 이름을 팔면 이야기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계약에 이르기까지는 시즈코의 화술에 좌우되었지만.
차밭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최종적으로 시즈코는 네 군데의 농가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라고 해도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시즈코의 지시대로 차나무의 환경을 갖춰 육성하고, 딴 찻잎은 지정된 가공을 하는 등 서로의 약속 사항에 가깝다.
그리고 독점 계약이기에 당연히 처음 딴 차부터 네 번째로 딴 차까지는 전부가 시즈코의 몫이다. 그 대신 찻잎의 대금 대신 쌀이나 소금 등의 식료품을 시즈코는 농가에 보내고 있다.
그녀가 차밭 농가와 독점계약을 한 이유는, 어촌에서 '작은 물고기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해온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비료로 만들어서 밭에라도 뿌릴까 생각했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도 아니고 그날그날 달랐다.
생선을 압착해서 지방을 제거하고 건조시킨 후 분쇄한 '어박(魚粕)'을 만들어도 사용할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어백이 효율적인 작물은 뭔지 생각했다.
그 결과, 차밭을 가진 농가에게 쓰게 하려고 독점계약을 맺은 것이다.
즉 어촌이 작은 물고기의 처리에 곤란을 겪지 않았다면, 시즈코는 차밭을 가진 농가와 독점계약을 맺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30분 후.
정말 어디서 듣고 왔는지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세 명에 더해, 키묘마루와 그의 교육을 담당하는 할아범까지 차를 시음하러 모여들었다.
"오늘은 대체 어떤 게 나오는거야?"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 그렇게 물었다.
"……오늘은 말이지, 전차도(煎茶道)를 위한 찻잎을 시험할거야. 참고로 말차를 쓰는 말차도(抹茶道)와는 다르게, 찻주전자(急須)를 써서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형식이니까, 다들 알고 있는 다도와는 상당히 달라"
일반적으로 다도라고 하면 말차를 쓰는 말차도를 말하며, 찻주전자로 끓인 차를 마시는 전차도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본래 중국 문화였던 전차를 일본에 퍼뜨린 것은 에도 시대 초기에 황벽송(黄檗宗, 선종(禅宗)의 한 갈래)의 시조가 된 인겐 류우키(隠元隆琦)라고 한다.
전국시대에서, 전차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대의 다도는 산센(三千) 가문이 주도하고 있지만, 전차도는 주류파가 존재하지 않는 군웅할거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찻주전자는 한 벌씩 준비해 두었으니, 전차, 카부세차, 옥로의 순서대로 마시는 거야"
전문적으로 전차도를 배우지 않은 시즈코였지만, 애초에 전차도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전차를 마시는 '전차 취미(煎茶趣味)'가 기본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차를 끓일 때 주의해야 할 '펄펄 끓는 물은 쓰지 않는다', '찻주전자를 돌리지 않는다', '한번에 찻잔에 따르지 않는다'라는 세 가지 포인트만 지키면 문제없다.
참고로 물의 온도는 전차는 대략 80도, 카부세차와 옥로는 60도 정도가 좋다고 한다.
끓인 물을 식히는 데 쓰는 그릇에 물을 부어 식힌 후, 찻잎 준비에 착수한다.
준비를 마친 후, 80도 가깝게 식은 물을 찻주전자에 따르고, 찻잎이 벌어지는 것을 기다린다(약 1분 30초).
옥로나 카부세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차를 끓인다.
"뭐 일단은 차만 마셔봐. 참고로 케이지 씨, 아까부터 저기에 있는 식은 밥을 보고 있는데, 그건 나중에 틀림없이 먹게 해줄거야"
시즈코의 말에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은 케이지는, 다른 두 사람으로부터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옥로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음― 뭐랄까, 설탕이 들어있지 않는데 달달한 차로군"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라. 흠…… 확실히 다도회에서 마시는 차와는 맛이 다르군"
"다도회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이건 맛있구나 시즈코!"
"맛있다. 그 말밖에 생각나지 않아"
"노인에게는 다도회는 피곤하기에, 이쪽이 마음에 드는군요"
나름대로 좋은 평가가 나온 것에 만족한 시즈코는, 밥그릇에 밥을 담고 차를 부은 후, 마지막으로 매실장아찌를 곁들였다.
소위 말하는 차즈케(茶漬け, ※역주: 차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이다. 뜨거운 물을 부은 경우에도 차즈케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뜨거운 물을 부은 경우에는 유즈케(湯漬け)라고 불러 구별한다.
차즈케가 시작된 것은 엽차(番茶)나 전차가 보급되고, 차가 서민의 기호품으로서 정착한 에도 시대 중기 이후라고 전해진다.
전차에는 약간의 감칠맛 성분(글루타민산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어 뜨거운 물보다 맛이 좋았지만, 서민은 기본적으로 엽차(전차같은 어린 찻잎이 아니라 성장한 찻잎)를 부어먹었다.
"유즈케가 아니라 차즈케라. 이렇게 먹는 방법도 있군"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요리를 낸 거지?"
"……언제였더라. 시험삼아 만든 걸 먹고 있었더니 치사하다던가 말했던 사람이 네 명 정도 있었는데?"
순간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키묘마루 등 네 사람은 시선을 피했다.
5월 상순, 시즈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장난 편지인가 하고 의심했던 아야였으나, 그렇다기에는 질이 좋은 종이가 사용되어 장난으로 보기에는 정성이 들어 있었다.
의문으로 생각하면서도 일단 모든 확인을 마친 후, 최종적인 판단을 청하기 위해 시즈코에게 건넸다.
"이거 봉서지(奉書紙)네. 이걸로 편지를 보내온다는 건……"
손의 촉감이나 종이의 두께를 볼 때 봉서지라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편지를 펼치고 내용을 읽었다.
닥나무를 원료로 한 두꺼운 종이로, 기본적인 구조는 동백나무 종이(椿紙)와 다르지 않지만, 닥풀(黄葵)의 뿌리나 백토(白土) 등을 섞어서 강도와 두께를 부여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 종이는 무로마치 시대때부터 만들어졌으며, 또 무로마치 막부가 봉서지를 공문서로서 사용하였던 것 때문에 명령서라는 의미의 '봉서(奉書)'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흠…… 흠흠……으으으음……"
"저기, 대체 누가 보낸 건가요?"
미간을 찌푸리며 편지를 읽는 시즈코에게 아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노부나가에게서 편지가 왔을 때조차 보인 적이 없는 표정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낀 아야였으나, 시즈코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아야 짱! 얼마를 써도 좋으니까, 기후에 있는 내 별관을 청소해 줘!
아, 그리고 이것저것 식재료를 모을 건데, 내가 꼼꼼히 검사할 거니까 보내는 건 보류해 줘!"
이거 안 되겠다고 생각한 아야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시즈코의 머리에 촙을 내려쳤다.
"꺄웅"
"진정되셨나요, 시즈코 님"
"아파요…… 지, 진정했으니까 그 손을 내려주면 고맙겠어"
아야가 손을 들어올리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재빨리 머리를 감싸면서 몇 걸음 물러섰다.
성대하게 한숨을 쉰 후, 아야는 손을 조용히 내렸다. 어느 쪽이 주인인지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래서, 어느 분에게서 편지를 받으신 건가요. 시즈코 님이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흥분하시는 상대는, 솔직히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일단 말해두지만, 이건 쇼군(公方様)께서 보내신 봉서가 아니야. 나는 쇼군께 볼 일도 없고"
"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쇼군께서 시즈코 님께 일부러 편지를 보낼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뭐 그렇지. 보낼 거라면 영주님께 보내겠지. 그래서, 누구한테서 왔냐 하면…… 훗훗훗, 듣고 놀라지 마시라. 현재 고노에(近衛) 가문 당주님에게서 온 거야!
이거 봐, 화압(花押, ※역주: 수결)이 공가(公家)의 양식이 아니라 무가(武家)의 양식이잖아. 고노에 님은 10년 가까이 전부터 무가 양식의 화압을 사용하고 있으니 틀림없어"
"(어째서 그런 사정을 알고 계시는 건지…… 는 물어도 의미없네요) 실례지만, 현 고노에 가문 당주님은 쇼군의 형님을 죽이는 데 가담한 죄가 있었습니다만……?"
"응,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듯한 태도의 시즈코를 보고 질문한 아야는 말이 막혔다.
"그거에 대한 사정은 아야 짱보다 자세히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그런 나쁜 소문을 고려해도, 고노에 가문은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일 가치가 있어"
"……알겠습니다. 시즈코 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분명히 유능하신 분이겠죠"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편지를 보내고 완전히 무시당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든 걸까. 뭐, 생각해도 소용없나. 어쨌든 이 이야기를 잘 끌어가서, 고노에 가문 당주를 오다 진영으로 끌어들이자"
주먹을 쥔 시즈코는 기합을 넣었다.
그 후, 시즈코는 선언한 대로 노부나가가 준비한 시즈코용의 별관에, 자신이 고른 최고급의 식재료를 가져갔다.
시어머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방의 구석구석까지 청소가 잘 되었는지 체크하고, 잘 되지 않았으면 다시 하게 할 정도로 꼼꼼했다.
요란한 움직임을 보인 시즈코였기에, 당연히 고노에 가문 당주와 회담한다는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갔다.
평소에 필요 이상으로 다른 사람과 얽히지 않고 철저히 배후에서 일하는 시즈코가 치밀한 준비를 하고 고노에 가문 당주와 회담에 나선다. 무엇이 목적인지, 노부나가도 그녀의 꿍꿍이를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세한 내용은 아야에게도 전달하지 않고, 그냥 입버릇처럼 '고노에 가문 당주는 오다 진영에 큰 힘이 된다'고밖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큰 힘이 무엇인가, 노부나가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골머리를 썩게 된다.
약간 고민하긴 했으나, 그는 시즈코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자신에 대한 적의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주위에 호위를 겸하는 간자를 몇 명 집어넣는데 그쳤다.
이래저래하여 시즈코의 주위가 약간 소란스러워졌을 무렵, 고노에 가문 제 17대 당주인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와 고노에 가문 가신이자 케이시(家司, ※역주: 지체높은 가문의 집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듯)인 신도 나가하루(進藤長治)가 기후에 도착했다.
"그럼, 죽은 자의 말은 거짓일까 참일까"
기후의 거리를 감상하면서 사키히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섭가(五摂家, ※역주: 섭정이나 칸파쿠(関白)가 될 수 있는 다섯 가문)의 하나인 고노에 가문 당주인 사키히사는, 나이는 33세였지만 20대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젊은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으며, 공가 사람답지 않게 호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풍격(風格)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사키히사는 겨우 19세 때 칸파쿠가 되었을 정도로 조정 제일의 정치가였으나, 에이로쿠(永禄) 11년에 노부나가가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받들어 상락을 한 후, 그는 제 1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 살해에 관여한 혐의로 조정에서 추방되었다.
추방된 후에는 쿠로이(黒井) 성의 시모타테(下館)에 머물렀고, 2개월 후에 칸파쿠에서 해임되자 셋츠(摂津) 국 오사카(大坂)의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에 거처했다.
"하, 하지만…… 그 꿈에 나온 죽은 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실 것은 없지 않으십니까"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그놈의 광인같은 눈은 잊을 수 없다. 떠올리는 것만으로 코가(古河) 성에 남겨졌을 때보다도 소름이 끼쳤다. 따라서 회담을 해서 얼른 그 녀석을 성불시켜야지"
나가하루의 진언도 무시하고, 사키히사는 농담을 섞어가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지만 뺨에 한 줄기 땀이 흐르는 것을 나가하루는 물론이고 사키히사 본인도 깨닫지 못했다.
그로부터 잠시 기후를 관광한 후, 두 사람은 반 각 정도 걸려 시즈코의 별관에 도착했다.
"……작군"
사키히사의 첫 감상은 그것이었다.
기후에 있는 시즈코의 별관은, 주위에 있든 다른 오다 가문 가신들의 저택과 비교해서 두 단계는 작았다.
나쁘게 말하면 초라하고, 좋게 말하면 과한 장식을 배제하고 필요 최소한만을 남기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시즈코의 별관은 툇마루(縁側)가 있는 전통적인 일본 가옥이었다. 물론, 기와지붕 등 몇 가지 선진적인 기술을 도입하고는 있다.
"하지만 나쁘지 않군"
처마를 깊게 잡아, 시각적으로 저중심의 차분한 모습의 집아 사키히사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문 앞에서 서 있을 수도 없었기에, 나가하루가 문을 몇 번 두들겼다.
미리 문 근처에서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는지, 문은 금방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고노에 님"
마중나온 것은 아야였다. 평소의 움직이기 쉬운 옷차림이 아닌, 공가의 사람과 만나는 데 어울리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제 주인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키히사는 호위하는 병사가 없는 것에 놀랐지만, 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따라갔다.
문에서 집 안에 들어올 때까지 무섭도록 조용한 것에 사키히사는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음조차 나지 않는, 속세와 차단된 장소로 착각할 듯할 정도였다.
"시즈코 님, 고노에 님을 모셔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야는 미닫이문을 조용히 열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노에 님"
"……어, 음"
고노에 사키히사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다. 사전에 시즈코라는 존재를 가능한 한 빠짐없이 조사했다.
시즈코가 여성인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보다 한 세대는 젊은 인물이 오다 가문 가신 중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는 인물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문이 막힌 그였지만, 마음을 다져먹고 인삿말을 늘어놓은 후, 시즈코가 지정한 자리에 앉았다.
"먼저 선언해 두지만, 서로 속을 떠보는 짓은 시간 낭비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오. 숨기는 것 없이, 서로의 본심을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물론, 사키히사는 솔직히 본심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본심을 이야기하자고 말해도, 시즈코는 본심을 숨기고 회담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길 찔러서 회담의 주도권을 쥐려고 사키히사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도 무의미했다.
"그렇군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쪽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다 진영의 편을 들어 주실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혼간지(本願寺) 법왕(法王) 켄뇨(顕如)와의 유자(猶子) 관계를 해소해주셨으면 합니다"
왜냐 하면, 시즈코는 본심을 감출 필요 따윈 없었으므로.
"그렇다고는 하나,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피곤하시기도 하겠죠. 식사를 준비했으니 괜찮으시다면 드셔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툇마루에 있는 손님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최상석에 사키히사가 앉고, 남향의 툇마루 쪽에 나가하루가 앉았다. 두 사람의 안내를 마친 시즈코는 맹장지 앞의 하석에 앉았다.
그녀는 사키히사를 한 번 쳐다본 후, 가볍게 손뼉을 쳐 신호했다. 곧 맹장지를 열고 아야가 방에 들어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밥그릇을 올려놓은 밥상을 세 사람 앞에 놓았다.
"오와리는 쿄에 비하면 시골이기에 일류라고는 할 수는 없으나 이쪽이 준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준비하였습니다. 우선 이쪽을 드셔 주십시오"
두 사람은 눈 앞에 놓인 밥그륵에 주목했다.
얼핏 보면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뚜껑 달린 밥그릇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차가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뚜껑이 있는데다 나무로 된 숟가락이 함께 나온 걸 보니 차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볍게 만져보자 확실히 열이 전해져오는 걸 보니, 내용물은 뜨거운 국(羹)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호오…… 이러한 요리는 본 적이 없는데, 대체 뭐라고 하는 이름의 요리이오?"
사키히사의 물음에,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시즈코가 대답했다.
"바로 얼마 전에 오와리에서 만들 수 있게 된 차완무시(茶碗蒸し, ※역주: 여기서는 계란찜의 일종으로 보임)라고 합니다. 계란을 주 재료로 한 찜요리입니다"
시즈코의 설명을 듣고 나가하루가 씌워져 있던 뚜껑을 열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꾸미지 않은 색깔(生成り色)의 부드러운 표면. 이어서 건더기로서 들어간 두툼한 표고버섯의 검은 색. 그리고 곁들여진 생선알로 생각되는 적갈색에, 선명한 녹색을 띠는 감귤류의 껍질 같은 것.
눈으로 보기에도 화려한 색채는, 먹기 전부터 나가하루에게 맛의 기대를 품게 했다.
"뜨거울 때 드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만, 독 확인도 하지 않고 드실 수도 없겠지요. 원하신다면 제가 독을 확인하겠습니다만, 어떠실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독 확인은 소생이 맡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당신께서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당연하신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이쪽은 이의가 없습니다"
나가하루의 제안에 시즈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완무시를 일단 걷은 후, 각각의 밥상에 나가하루가 무작위로 골라서 재배치했다.
놓여진 차완무시를 먼저 시즈코가 먹고, 그 모습을 확인한 후 다음으로 나가하루가 먹는다. 하지막으로 시간을 두고 사키히사가 먹는다는 흐름으로 회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시즈코는 차완무시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퍼서 입 안에 넣었다.
네 번 정도 그녀가 입에 넣은 것을 확인한 나가하루는, 시선으로 사키히사에게 확인을 받은 후 뚜껑을 열었다.
확 하고 퍼져오는 좋은 향기가 나가하루의 위장을 당장 휘어잡았다. 그윽한 맛국물의 향기에, 상쾌한 감귤류의 향기가 기분좋게 느껴졌다.
공복 상태는 아니었는데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가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어 꾸미지 않은 색깔 부분을 퍼서 입에 넣었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완전히 뭉그러진 죽보다도 더 부드럽군요"
이어지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에 머금은 순간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촉감. 그 반면 농후한 맛국물 맛을 입에 남기고 사라져갔다.
지금까지 체험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식감에, 나가하루는 한 숟가락 더 퍼서 입으로 가져갔다. 독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항상 머리 한 구석에 있었지만, 그의 손은 그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였다.
두터운 표고버섯을 씹었다. 버섯이 가지는 좋은 향기와 함께 폭발하는 맛덩어리로 변한 즙이 입 속을 유린했다.
"이 적갈색을 한 알갱이는 대체 무엇이지?"
최상석에서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던 사키히사가 질문했다.
"이것은 근해에서 우연히 잡힌 연어(鮭)라는 생선의 알을 간장에 절여, 설실(雪室)에서 재워둔 것입니다. 약간 튀는 맛이 있습니다만 기운을 보하는 식품이므로, 이렇게 바탕의 계란과 연어 알, 유자 껍질을 함께 드셔봐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하니 먹을 수 밖에 없어진 나가하루는 흘깃 사키히사를 쳐다보았다.
사키히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신호로 나가하루도 숟가락을 넣어 연어알의 간장절임과 함께 차완무시를 입에 넣었다.
약간 단조로워지기 쉬운 맛을 강한 짠맛으로 마무리하는 생선알이 톡톡하고 씹을 때마다 터지면서 어패류의 맛을 토해냈다.
그 비린내를 상쾌하게 씻어주는 감귤류의 껍질. 이것은 대단히 완벽하게 계산된 섬세한 요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여 맛은 어떻더냐? 아까부터 부드럽다는 말밖에는 안 했잖느냐"
주인인 사키히사의 말에 난처해진 나가하루.
즉시 대답하고 싶지만 자신의 지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말에 솔직히 감상을 늘어놓았다.
"제가 지금까지 입에 대었던 것들 중 최상의 맛인 것은 보증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맛을 표현할 재주가 없습니다. 비슷한 맛의 음식조차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우선은 모두 맛보고 독 확인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가하루는 다시 차완무시에 달려들었다.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또 다른 건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얗고 맨질맨질한 표면을 드러낸 양파 같은 모양을 한 미지의 식재료에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것은 백합근(百合根)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백합의 인경(鱗茎), 즉 뿌리지요. 토란(芋)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을 듣고 나가하루는 고개를 갸웃했다. 백합근은 백합(百合)이라는 한방약이라는 것이 나가하루가 알고 있는 지식이었다.
쓴 맛과 떪은 맛이 강한 약이라고 알고 있는 그는, 백합근을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
입에 넣은 순간, 백합근은 약간의 쓴 맛을 품으면서도 달고 덧없이 녹아내렸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 이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아내는 미각의 향연.
어설프게 맛을 아는 혓바닥을 가진 만큼 깊게, 깊게 매료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한 조각까지 퍼서, 예의에 어긋나게도 숟가락까지 입에 물고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안타깝지만 제철이 지났기에, 완전한 차완무시를 낼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이오나, 마음에 드신 듯 하니 다행입니다. 그렇게까지 기뻐해 주시면 만든 보람이 있습니다. 조금 식어버렸습니다만 슬슬 고노에 님께서도 드시는 게 어떠실지요?"
제철이 오면 이 요리는 지금보다 더 맛있어지는 건가 하고 전율을 느끼는 나가하루를 보고, 결국 조바심이 난 사키히사가 차완무시를 손에 들고 한 숟가락 퍼서 입에 가져갔다.
(과연…… 나가하루가 말을 잃은 것도 이해가 가는군. 단순하게 보이지만 엄청나게 완성도가 높은 요리이다)
약간 열기가 남은 차완무시는, 평소에 먹는 식어빠진 요리와는 차별되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확인하듯이 입에 가져가는 사키히사를 보면서, 시즈코가 다음 것을 준비하도록 했다.
"식사를 하실 준비가 되셨으니 주 요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시즈코가 손뼉을 쳤다. 다시 안쪽의 맹장지가 열리고, 쟁반을 든 아야가 나타났다.
이번의 요리는 무게가 있기 때문인지 두 번에 걸쳐서 날라져왔다.
눈 앞에 늘어놓아진 물체를 사키히사는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히츠(櫃, ※역주: 장어덮밥 등에 쓰이는 나무로 된 직사각형의 밥그릇)인가요? 자랑하시는 오와리 쌀을 먹을 수 있는 거군요"
"네, 그것도 의도하였습니다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들으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쿄에서 장어를 마구 잡은 적이 있었지요"
약간 볼을 붉히면서 쓴웃음을 섞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장어를 맛있게 먹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그 결과가 이쪽입니다. 히츠마부시(櫃まぶし, ※역주: 장어덮밥)라고 합니다"
그렇게 덧붙이며 히츠의 뚜껑을 열었다.
당장 폭력적인 향기가 주위에 넘쳐났다. 밥 위에 올려진 장어의 배를 가르고 소스를 발라 구운 것, 밥에까지 소스가 스며들어 갈색의 바탕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그 위에 뿌려진 산초(山椒) 가루가 한 줄기 산들바람을 곁들였다.
"우선 이대로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가 직접 밥그릇에 밥을 담았다. 내밀어진 밥그릇에는 기름이 오른 장어가, 소스를 머금은 밥이 폭력적인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움켜쥐듯 젓가락을 집어든 나가하루는 장어와 밥에 젓가락을 찔러넣었다. 상당한 명인이 구운 것인지 저항다운 저항도 없이 젓가락이 파고들었다. 떠올린 밥과 장어를 입에 넣고 깨물었다.
"――――――――!!!!"
이제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가하루에게는 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을 잘 알면서, 그는 밥그릇에 입을 대고 젓가락으로 쓸어담듯이 입으로 퍼넣었다.
한껏 기름이 오른 장어는 입에 들어가자 사르를 녹으며, 기름과 함께 끈적할 정도의 맛을 해방시키고, 그것을 매콤달콤한 소스가 맛을 마무리했다.
주역은 장어였지만, 천황이나 쇼군조차도 매료시킨 오와리 쌀이 있었기에 가능한 맛이었다.
장어의 기름과 소스를 빨아들이면서도 쌀 자체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고 묵직하게 받아내어 혼연일체가 된 맛을 자아냈다.
오와리 쌀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맛을 품을 수는 없었을 끈기와,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맛이 나가하루의 입 속 가득히 퍼졌다.
"다음에는 고명(薬味)을 곁들여 드셔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에 나가하루는 정신이 들었다.
이미 당초의 목적 따윈 머릿속에 없었고, 또 다른 맛을 제공해주는 시즈코를 응시했다.
히츠의 곁에 놓여진 접시에서 세 가지 고명을 얹은 밥그릇을 내밀자, 그는 나꿔채는 듯한 기세로 밥그릇을 받아들었다.
나가하루가 알 수 있는 것은 잘게 썬 파 뿐으로, 뭔가 검은 종이 같은 잘게 썬 것과 옅은 황록색의 무엇인가를 갈아놓은 것은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게 무엇인가, 를 생각하기 전에 히츠마부시를 입 속에 넣고 있었다.
"이 고명은 파(파), 잘게 썬 김, 와사비를 간 것입니다. 와사비는 상당히 매우므로 한번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귀에 남아서, 흘려듣고 있는데도 말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먹어가면서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장어의 기름이 끈적하게 느껴지게 되기 직전의 타이밍에서의 고명들.
파의 매운 맛으로 기름기가 중화되고, 잘게 썬 김이 바다의 향기를 전하고, 그리고 소량의 와사비와 함께 먹으니 끈적함이 단번에 씻겨나갔다.
배가 부른 상태나 맛에 대한 익숙해짐을 계산하여,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도록 철저히 연구된 절품 요리였다.
고명을 조절하면 그 맛은 천변만화(千変万化)하여, 각자가 다른 자신만의 진정한 맛을 추구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있었다.
"마지막 한 그릇은 차즈케로 하여 드셔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빈 밥그릇에 다시 퍼담아진 밥과 장어, 그 위에 잘게 썬 김과 고추냉이, 그리고 훈제 무 절임이 놓여진 후 흙병에서 차가 부어졌다.
배가 불러와서 슬슬 젓가락을 놓을까 생각했을 때, 차의 그윽한 향기가 다시 식욕을 자극했다.
보통의 차로는 이렇게까지 향기가 나지 않는다, 고 그는 괴이쩍게 생각했다.
"일전에 좋은 차가 들어왔기에, 불에 볶아 호지차(ほうじ茶)로 만들어 봤습니다. 깔끔하고 마시기 좋기 때문에 차즈케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끓이기만 해도 좋은 향기를 내는 차가, 볶으면 더욱 그윽한 향기를 내게 되는 건가)
나가하루는 몇 번이나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는 것을 자각했다.
차즈케가 된 히츠마부시를 다시 입에 넣었다. 차와 고명과 장어와 소스, 각자 다른 향기였으나 이상하게도 서로 싸우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맛이 되어 있었다.
배가 거의 불러와 약간 피로해진 위장에 차즈케가 진하게 스며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웠다.
"하여 독은 들어 있더냐? 아니, 이제 됐다. 나도 먹지"
사키히사는 그렇게 말하고 히츠의 뚜껑을 열고, 거기서 감돌고 있는 향기를 실컷 빨아들였다.
이미 차완무시를 다 먹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위장은 빨리 먹으라고 자신을 괴롭혔다.
나가하루가 그랬듯이, 우선 그대로 한 그릇의 밥을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다음으로 고명을 한 종류씩 얹어 각각의 맛을 즐겼다. 마지막으로 모든 고명과 차를 부어 충분히 뜨거운 차즈케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멍해진 듯 한숨을 쉬었다.
"만족하신 모양이니, 식후의 차를 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야와 함께 히츠마부시를 치운 후, 새 쟁반에 밥그릇을 올려서 돌아왔다.
차완무시의 때와는 달리 뚜껑이 없는 밥그릇에서는 좋은 향기가 풍겼다.
차만의 향이가 아니라, 어딘가 새콤한 향기도 감돌고 있었다.
"조금 별종이긴 합니다만, 식후에 마시면 이상하게도 진정되는 차입니다. 맛을 보시지요"
두둑해진 배를 문지르며 나가하루는 밥그릇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향기로움과 함께 부드러운 떫은 맛과 바다의 향기,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것을 씻어내는 매실의 향기.
"매실다시마차(梅こぶ茶)라고 합니다. 다시마라는 해초를 건조시켜 깎아내어 차와 함께 끓이고, 말린 매실을 풀어넣었습니다"
완벽하게 계산된 환대를 받고, 사키히사는 시즈코라는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담 전부터 이 정도의 계산을 하는 인물에게 섣불리 부딪혓다가는 자신의 밑천을 드러낼 것이 뻔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한동안 우의를 맺은 후에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자신은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우의를 맺는다는 것은, 이런 자리도 또 있게 되리라. 그 자신의 미식에 대한 욕구를 협상에 필요한 것이라고 정당화시킨 사키히사는 시즈코에게 말했다.
"시즈코 님, 나는 조금 지나치게 조급했던 것 같소. 그쪽이 원하는 바는 확실히 들었습니다. 차후에 다시 날을 잡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시즈코는 자신의 환대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을 확신하자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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