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5 1569년 3월 상순
(※역주: 원문에서 프로이스 등을 キリシタン, 伴天連, イエズス会 등으로 적고 있는데, 역자는 해당 종교의 엄밀한 구분명칭과 일본에서의 선교 역사 배경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관계로, 네이버 일한사전을 참고하여 임의로 크리스천, 기독교(도), 예수회 등으로 번역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아시는 분들이 지적해주실 경우 검토하여 반영하겠습니다)
이 날의 회견은 두 시간 남짓 이어졌다.
일본이라는 섬나라에서 다 볼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노부나가다운 회견이었다.
노부나가는 세계에 대해 프로이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프로이스가 대답하고, 가끔 시즈코에게 확인을 하여 나름대로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 몰두했다.
표면상으로는 평온하고 문화적인 회견이었지만, 프로이스는 당초의 목적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프로이스를 시작으로 하는 선교사들은, 예전부터 포교를 위한 윤허장(권력자가 후원하는 허가증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저번에는 알현은 하되 대화를 나눌 수 없었기 때문에 포교로 이어지는 근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의 회견에 반응을 느낀 프로이스는, 큰맘먹고 노부나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다 님, 새삼스럽지만 이번 회견에서 부디 검토를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어냐, 새삼스럽게. 신경쓰지 말고 부담없이 말해보거라"
"저희들은 지금, 쿄에서의 포교를 허용받지 못했습니다…… 부디 힘을 빌려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저희들의 포교가 허용되게 되면 그에 걸맞는 사례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제 1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足利義輝)는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을 보호하고 쿄에서의 포교 활동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가 암살당하자 상황이 뒤집혀서, 이번에는 쿄에서 추방되었다.
그 상태에서 몇 년이 지나고, 노부나가가 상락하여 지금까지 쿄를 지배하고 있던 미요시 3인방을 제거했다.
작년(1568년)까지는 노부나가에게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프로이스였으나, 쿄의 정세를 듣고 그와 회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첫 회견은 아무 성과도 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윤허장을 손에 넣고 싶었다.
프로이사 등 쿄의 크리스천들은 은을 늘여 만든 막대기 세 개를 준비하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와다 코레마사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일곱 개의 은막대기를 준비했다.
그것을 바치고 윤허장을 얻으려고 프로이스 등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노부나가에 대해서 말하자면 역효과였다.
노부나가는 헌상된 은막대기 10개를 한 번 쳐다본 후, 프로이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프로이스여, 그대는 나를 조금 오해하고 있구나"
"……네?"
프로이스는 그 말에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노부나가는 은막대기를 눈 앞에 두고 기뻐하고 있다기보다, 거꾸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만한 은을 준비하는 데 꽤나 고생했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생각해 보거라. 내가 너희들의 포교에 협력하는 대가로 이것을 받게 되면, 나는 폭력으로 권력을 쥐고 그것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부패한 권력자와 똑같아지게 된다"
권력을 배경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허가를 주어 사복을 채운다. 그것은 그야말로 노부나가가 싫어하는 일향종(一向宗) 등 썩어빠진 땡중들이 하는 짓과 똑같았다.
노부나가는 상상했다. 그 은막대기를 받아들인 후, 자신이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를.
천박한 웃음을 띄우는 그것은 이미 자신의 얼굴로는 생각되지 않는 짐승의 얼굴이었다.
"착각하지 말거라, 프로이스여. 그대는 자신의 신념의 실현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뇌물을 거절했다. 종래대로라면 효과적이었을 노력을 한 것 자체는 올바르다.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네"
"올바름이란 사람의 숫자만큼 존재하며, 절대적인 정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자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올바르다. 다만 그것이 타인의 정의와 부딪히는 것도 또한 필연. 이야기를 되돌리지. 쿄에서의 포교 활동에 대한 허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윤허장은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뭐,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고, 며칠 정도다"
그 말에 프로이스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윤허장이 손에 들어온다면 쿄에서의 포교가 가능해진다.
불교도로부터의 방해는 지금부터도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신자를 늘려서 이쪽도 어느 정도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소수파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것은 세상의 예상사이므로.
"저희들의 소원을 들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뒷날, 다시금 정식으로 예를 올리겠습니다"
프로이스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노부나가에게 사의를 표했다.
그 후, 노부나가는 와다 코레마사를 부르더니, 프로이스와 함께 니죠 성의 건설 현장을 견학하도록 지시했다.
건설 현장 견학을 마친 프로이스는, 다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인사를 하고 귀로에 올랐다.
"프로이스 님, 저희들의 비원이 드디어 이루어졌군요"
로렌초가 기쁜 듯이 말했다.
쇼군 아시카가 요시테루가 암살당한 후, 그들은 쿄에서 쫓겨나 사카이로 도망쳤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간신히 쿄에서의 체류가 허가되고, 거기에 포교의 허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로렌초와는 달리 프로이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반응이 둔한 것을 깨달은 로렌초는, 프로이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점이 있으셨습니까?"
"……오다 님의 곁에 시립해 있던, 소년처럼 높은 목소리의 종자(従者). 그는 우리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네"
"어, 아, 아아…… 그 두건을 쓰고 있던 사람 말이군요. 확실히 여인처럼 높은 목소리였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신경쓸 인물인가요?"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 그가 한 말은, 성경의 한 구절이지. 우리들 선교사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성경의 한 구절을, 어째서 그는 읊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우리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정도로 내 조국에 대해 정통한 자가, 이 일본에 왔다는 소식은 받은 적이 없네"
유럽의 문화를 선교사들이 전하는 경우는 있어도, 일본인이 유럽의 문화를 간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프로이스는 유럽에 정통한 인물, 또는 유럽에서 누군가가 일본으로 이주하여 노부나가를 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정력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라면, 발자취 하나나 둘 정도는 남겨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쟀든, 그의 언동이 오다 님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네. 와다 님께 그가 누군지 물어보도록 하지"
"하지만…… 와다 님께서 알고 계실까요. 거기서 유일하게 얼굴을 감추고 있었는데, 오다 님이 탓하지 않으셨는데요"
"으으음……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가"
지금부터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한 그는, 노부나가에게 묻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확보해둔 여관으로 돌아갔다.
눈이 핑핑 도는 하루였기 때문에 피로를 느낀 프로이스였으나, 기합을 넣고 책상으로 향했다.
프로이스는 어학과 문필의 재능을 높게 평가받고 있어, 1561년에 고아(Goa)에서 사교(司教)로 서품되어, 각 선교지로부터의 통신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했다.
그 외에도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리는 편지나 보고서를 가끔 보냈다. 이 보고서는 예수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프로이스를 따라 일본에 오는 선교사들이, 적응정책을 펼칠 때 참고자료로서 숙독했을 정도였다.
책상에 앉은 프로이스는 오늘의 일을 기억해내면서 붓을 놀렸다.
'오늘, 일본을 대표하는 인물인 오다 님과 회견을 가졌다. 소문이란 믿을 게 되지 못한다. 냉혹, 비정, 감정적인 인물이라고 들었으나, 실제로 만나보니 그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다.
그는 대단히 이지적이고 총명한 인물이다.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문이 생기면 바로 질문을 하는 등,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면, 그는 아무 신앙도 가지지 않았다. 우리들의 신은 물론이고, 승려들이 믿는 부처라는 이교의 신조차 믿지 않는다. 법화경에 귀의하였으나, 그것조차 제대로 믿지 않는다.
자신이 신이라고 우쭐할 줄 알았으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불교도를 미워하고 있는 건가 했지만, 그런 느낌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의 신앙에 대한 태도는 기묘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내로서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쿄에서의 체류가 허가될 가능성이 높은 점, 포교를 허락받은 점 등 다양한 보고를 기재했다.
이윽고 다 쓴 프로이스는 붓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되돌아보니 어떤 점이 빠져 있는 것을 깨닫고, 그는 붓을 손에 쥐고 글의 마지막에 덧붙였다.
'오다 님의 휘하에 단 한 사람, 기묘한 인물이 있었다. 얼굴을 두건으로 가리고, 목소리는 마치 소년처럼 높아서 젊은 나이임을 추측할 수 있는데, 현자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영지(叡智)로 넘치고 있었다. 오다 님의 태도를 볼 때, 그는 오다 님의 지혜주머니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들에게 포교의 허가가 떨어진 것은, 그의 의견에 의한 점이 크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인물은 오다 님에 대해 어딘가 두려움을 품고 있었으나, 그만은 있는 그대로, 극히 자연스럽게 오다 님과 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오다 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추측이지만, 그는 극히 오다 님의 신뢰가 두텁고, 뛰어난 영지로 그의 요망을 차례차례 실현하였던 것이리라. 그렇지 않다면 그가 그만큼 신뢰받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한 그가 우리들의 신을 믿어준다면, 이만큼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다"
프로이스는 시즈코를 남자, 그것도 노부나가의 측근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노부나가가 의도적으로 오해하도록 유도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프로이스는 시즈코에게 편의상 '두건 재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목소리가 높은 인물'이라는 걸로는 정보량이 너무 적었기에 좋은 보고를 들을 수 없었다.
이래저래 하는 사이에 그를 괴롭히는 인물이 나타났다.
천태종(天台宗)의 승려인 아시야마 니치죠(朝山日乗)였다.
고나라(後奈良) 천황에게서 니치죠 상인(上人, ※역주: 승려를 높여 부르는 말 또는 본래 덕이 높은 승려에게 내려지는 호칭)의 칭호를 받은 그는, 일관적으로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의 추방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노부나가에게 집요하게 선교사 추방을 주장했다. 어느 날, 프로이스가 노부나가를 찾아왔을 때, 우연히 니치죠가 동석하고 있었다.
거기서 사소한 일을 계기로 프로이스와 니치죠에 의한 종교 토론이 시작되었다. 두 시간에 걸친 긴 토론 결과, 프로이스의 말에 니치죠는 크게 노하여 이를 갈며 일어섰다.
로렌초의 목을 베겠다고 외친 그는 방의 한 구석에 있던 노부나가의 나기나타(長刀, ※역주: 그냥 긴 칼을 말하는 건지 '나기나타'를 말하는 건지 불확실함)를 향해 돌진하여, 나기나타의 칼집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행동은 간과할 수 없었기에 노부나가, 와다 코레마사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다른 영주들이 일제히 니치죠를 제압했다.
노부나가는 여러 명에 의해 제압되어 움직일 수 없는 니치죠를 보며 말했다.
"말로 당할 수 없으니 칼을 뽑는 것이냐. 네놈의 폭거를 용납하면 이 웃기는 수작에 지금까지 끌려왔던 우리들도 미개한 토인이 되는 셈인데, 네놈은 그걸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른 영주들도 같은 의견이었는데, 프로이스 등 기독교도들을 보호하고 있는 와다 코레마사는 "오다 님 앞이 아니었다면 당장 니치죠의 목을 날려버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프로이스와의 종교 토론은 니치죠의 폭주로 끝났으나, 그 후에도 그는 선교사 추방 공작을 계속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기독교도들의 추방을 지시하지 않는 것을 보자마자, 다음에는 요시아키(義昭)에게 갔다.
여기서도 좋은 대답을 받지 못한 그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듯이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에게 하소연했다.
간신히 여기서 '기독교도 추방 윤지(綸旨, ※역주: 칙지를 받아 근시(近侍)가 내는 문서)'를 받아든 그는, 그걸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요시아키에게 갔다.
하지만 '기독교도 추방 윤지'를 본 요시아키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궁(内裏)에 전하라. 누구를 수도(都)에 들일지 추방할지는 내 관할이며, 폐하께서 지시하실 일이 아니다. 나는 사제에 대해 이 일본에서 자유롭게 포교할 허가장을 내렸다. 또, 이에 더해 어부(御父) 오다 단죠노죠(弾正忠殿) 공의 허가장도 받았다. 따라서, 그들을 추방할 이유는 없다"
쉽게 말하면 '조정이 참견하지 마라. 정치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인 내가 지휘한다'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기독교도 추방 윤지'에 대해, 궁에 일임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의해, 쿄에서는 또다서 선교사 추방의 기운이 높아지고 있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와 미츠히데, 시즈코라는 오다 가문의 사실상의 중진들이 자리를 비운 동안, 노히메는 어떤 것을 질문하기 위해 아시미츠를 불러냈다.
"아시미츠, 나는 예전부터 궁금하던 것이 있다만, 한 가지 물어도 되겠느냐?"
점심을 먹으면서 노히메는 눈 앞에 시립하고 있는 아시미츠에게 말을 건넸다.
어느 쪽이든 '네'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아시미츠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러냐. 그럼 한 가지만…… 네가 소중히 차고 있는 그 칼, 어디서 손에 넣은 것이냐?"
"도적들을 쫓아냈을 때 한 자루 얻은 것 뿐입니다"
"그러냐. 그럼 그 도적은 꽤나 신분이 높은 자였던 게구나. 다름아닌 산죠 무네치카(三条宗近)가 만든 미카츠키(三日月)를 소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카츠키라는 단어에 아시미츠는 약간이나마 동요를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지 못할 약간의 시간을 노히메의 눈은 놓치지 않고, 그가 동요에서 회복할 때까지의 태도를 빠짐없이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한 명도(名刀)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함부로 다루었던 제 어리석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후훗, 감출 것 없다. 아시미츠…… 네가 그 칼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를 거라 생각했더냐?"
흰쌀밥을 천천히 씹어 삼킨 후, 노히메는 긴장감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나라도 놀랐느니라. 설마 살해당한―"
마지막까지 노히메가 말을 마치기 전에 아시미츠가 움직였다. 그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품에 숨기고 있던 소도(小刀)을 뽑아들더니 주저없이 집어던졌다.
"성급한 사내로구나"
하지만 그 소도는 노히메가 아니라 입구의 맹장지 하나에 꽂혀 있었다.
아시미츠는 노히메의 말을 무시하고, 맹장지에 꽂힌 소도를 손에 잡고 아무렇게나 뽑았다.
소도를 뽑은 후 조금 지나자, 맹장지 저편에서 작은 물소리와 함께 무거운 것이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소도에 묻은 붉은 액체를 닦아내고는 그것을 품에 넣었다.
"모처럼 타케다(武田)의 간자를 가지고 놀려고 생각했는데, 금방 망가져 버렸구나"
"……한 가지만 말하지. 너는 내가 만나본 여자들 중에 최고로 악취미인 여자다"
"칭찬해 봤자 나올 것도 없느니라. 하지만 처리한 간자가 슬슬 30에 달하니, 내게는 이 이상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죽은 양반이 어째서 이제와서 모습을 나타낸 것이냐?"
화제를 돌리지 못했기에 아시미츠는 혀를 찼다. 칼부림 따윈 신기하지도 않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신경도 쓰지 않은 건지,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노히메의 존재는 너무 위험했다.
어디서 정보를 입수해서, 자신의 정체를 눈치챘는지를 알 수 없었으므로.
"그렇게 경계할 것 없느니라. 전에도 말했지만, 네게는 주군의 꿈을 도와줬으면 하는 것 뿐이니라. 설령 네가 존귀한 출신이라도 말이다"
"……그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유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기묘한 노파에게 '네 역할을 다 하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도대체, 그 역할이라는 게 무엇인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흠…… 뭐 좋다. 게 누구 없느냐, 치우거라"
노히메가 그렇게 선언하자, 어디선가 시녀들이 여러 명 나타나서 그녀의 앞에 있는 식기들과 맹장지 저편에 있는 간자의 시체를 익숙한 손길로 치웠다.
그녀들이 정리를 마치고 조용히 나간 것을 확인한 후, 노히메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시미츠. 심심하구나,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느냐?"
급한 것들을 일단 정리한 시즈코는 남은 작업을 인계한 후, 권모술수가 소용돌이치는 쿄에서 도망치듯 오와리로 돌아갔다.
갈 때보다 올 때 붙은 인원이 많아진 것이 신경쓰였지만, 그만큼 안전은 확보된다고 시즈코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기후에 도착하여, 거기서 대열의 반 이상은 기후에 머물렀다. 오와리에 도착할 무렵에는 출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5백 명의 부하들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뿐이었다.
(역시 쿄의 옷은 예뻤네)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심플한 승마용 바지(袴, 검도 등의 연습복에 가깝다)였다. 평상복은 코소데(小袖, ※역주: 통소매의 평상복)이었지만 이것도 심플한 무늬였다.
그녀는 아직 20세가 되지 않았다. 멋을 내고 싶은 기분은 남들만큼은 있었다.
(모처럼이니 예쁜 무늬의 코소데라도 살까)
시즈코는 단조로운 문양의 반복이 아닌, 계절감이 있었던 다채로운 그림 문양이 그려진 염색이나 자수가 들어간 코소데를 이미지했다.
나쁘지 않아, 라고 생각한 그녀는 귀가 후, 아야를 통해 다채로운 그림 문양이 그려진 코소데, 라는 조건을 붙여 다섯 벌 정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장인들은 무시무시한 난이도와 다섯 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생각한 후,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만족스러운 수확이네. 정말로 손에 들어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도우지기리야스츠나(童子切安綱)와 오오카네히라(大包平))
노부나가가 다도회에 눈을 뜬 것과 같은 시기, 시즈코는 누구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고 도검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 일본도를 교묘하게 다룰 실력은 없다. 훗날에 흩어져 사라질 명도를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술품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할 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명도나 명창이 손에 들어오면 고생할 일이 없다. 대부분은 남의 것, 그것도 신분이 높은 인물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녀는 운이 좋았다. 노부나가의 기분을 좋게 만든 것, 그리고 프로이스와의 회견에서 훌륭하게 보좌를 수행한 것에 대한 상으로서 하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거기서 시즈코는 통하면 이득이라는 식으로 두 자루의 칼을 원했다. 그것이 도우지기리야스츠나와 오오카네히라였다.
평소에는 감사장만으로 끝나는 시즈코가 드물게 현물을 희망한 것에 노부나가는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까지 몫까지 보상해주겠다고 분발했다.
사람을 써서 오오카네히라를 찾아내고, 거의 무력을 배경으로 현재의 소유주에게 헌상시켰다.
도우지기리야스츠나는 아시카가 장군가가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명도로서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쪽도 무력을 배경으로 거의 협박해서 빼앗은 모양새였다.
참고로 역사적 사실에 다르면 도우지기리야스츠나는 요시아키에게서 히데요시, 이에야스(※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 히데타다(秀忠, ※역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셋째 아들이자 도쿠가와 막부 제 2대 쇼군)로 이어졌다.
오오카네히라는 노부나가의 중신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의 차남인 이케다 테루마사(池田輝政)의 대부터 오랫동안 이케다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케다 가문 이전의 전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시즈코도 노부나가가 오오카네히라를 입수한 경로를 몰랐다.
"다음 일을 잘 처리하면 오니마루쿠니츠나(鬼丸国綱)를 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천하오검(天下五剣)이 손에 들어오다니 꿈만 같아"
현대에서라면 일단 소유가 불가능한 명도를 자신의 관리 하에 두고 목적을 향해 매진할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남몰래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는 별개로, 농사일에 기술자 마을에서의 회의, 그리고 양조(醸造) 관계 시설을 집약시킨 마을의 건설 등, 시즈코는 항상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시즈코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유리 개발이다.
딱히 희귀하기에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유리 렌즈를 사용한 망원경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었다.
망원경은 구경이 큰 대물렌즈와, 구경이 작은 접안렌즈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갈릴레오 식 망원경은 대물렌즈가 볼록렌즈, 접안렌즈가 오목렌즈로 정립상(正立像)을 얻을 수 있지만 시야가 매우 좁다.
케블러 식 망원경은 대물과 접안 렌즈가 모두 볼록렌즈로 도립상(倒立像)이 되지만, 그 반면 시야가 넓다.
거꾸로 보이는 도립상이지만 정립(正立) 프리즘이라는 기술을 적용하면 정립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또 이 기술을 응용하면 측거의(測距儀)도 만들 수 있다. 기본은 삼각 측량이며,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으면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다.
유리의 재료는 미노, 오와리에서 모을 수 있었고, 연마제도 에도 키리코(江戸切子)에서 쓰이는 금강사(가넷 분말)로 가능했다.
케블러 식 망원경의 완성에서 문제가 되는 소재는 하나도 없다. 문제는 유리 장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유리라는 서양의 기술을 하고 싶다는 장인이 과연 있을까, 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파리(玻璃)로 알려진 유리 공예 이상가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은 기술자 마을에 여덟 명이나 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세대였으나, 그들은 시즈코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의욕에 넘치고 있었다.
그들은 기초적인 것을 시즈코에게 배운 후, 3단 계단식 가마를 개조하여 유리 제작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깔려있는 레일을 걷는 것 같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유리를 녹이려면 1300도 이상이나 되는 고온이 요구되지만, 그들은 계단식 가마 내부의 온도를 1300도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요령을 파악하는 데 1개월을 소비했다.
그들은 1개월이나 되는 기간 동안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 귀중한 연료를 계속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다른 장인들은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 낭비할 거라면 이쪽에 달라며 항의나 불만이 분출했다.
유리가 꼭 필요했던 시즈코는, 그들에게 '2개월 이내에 유리를 제조할 것'이라는 기한을 설정했다.
그리고 이 2개월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는 재능이 없다고 판단, 이후 그 여덟 명에게는 유리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엄격한 조치를 내걸었다.
이걸로 다른 장인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었으나, 여덟 명은 항상 등 뒤에서 '재투성이(장작을 태워 재를 만들기만 하는 사람)'라고 놀림받았다.
계단식 가마를 제어하여 유리 제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의 제조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아직 과제는 많았다. 완성된 유리는 철분의 제거가 불완전했기에, 도저히 렌즈에 쓸 수 있는 투명함은 없었다.
"으―음, 크리스탈 글래스와는 거리가 먼가"
앞에 놓여진 유리를 확인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옅은 갈색의 유리에서, 색이 혼재되어 있는 유리 등, 거의 투명하다고 할 수 있는 유리는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모양도 문제였다. 작은 사발 상태에서 유리를 펴는 작업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펴는데, 이 작업이 숙련된 기술을 요구한다.
이제 겨우 유리 가공을 할 수 있게 된 그들로는, 어그러짐이 없는 균일한 품질을 가진 유리를 제조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높은 이상을 품었던 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한 여덟 명은 완전히 의기소침해 있었다.
"뭐 처음부터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우선은 가마를 바꿔보자. 계단식 가마로는 넓이가 있어서 열전도율이 나빠. 탱크식 가마……는 무리니까 항아리식 가마가 되려나"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는 항아리식 가마이지만, 그만큼 연료의 소비가 개조된 계단식 가마나 탱크식 가마보다 낮다.
유리 가공의 제법을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만들게 하는 방법밖엔 없었는데, 그래도 연료의 소비는 억제해야 한다.
여전히 연료를 계속 소비하는 그들에게 다시 불만이 쏟아질 것이 뻔히 보였다.
"가마의 재료는 나중에 들여오기로 하고, 설계도는 이거야. 유감이지만 사람은 고용할 수 없었으니, 너희들이 조립할 수밖에 없어"
"네, 넵"
설계도를 펼쳐도 누구 하나 얼굴을 들지 못했다. 무리도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박살난 상태였다.
2개월 걸려서 겨우 요령을 파악했는데, 다시 환경을 몽땅 바꿔서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심연(深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난제에 하나같이 희망을 느낄 수 없었다.
"……너희들의 의욕은 그 정도였어?"
약간만 악역이 되어 독려할 수박에 없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물론, 이 정도로 그들이 얼굴을 들지 않는 것은 예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봤을 거야. 새로운, 누구도 지나간 적이 없는 길을. 불안과 기대를 느끼며 봤을거야. 하지만 몇 번의 실패로 너희들은 그 길을 포기하려고 하고 있어. 너희들은 열정은 그 정도였던 걸까? 다소의 실패로 정열을 잃을 정도로 한심한 거였던 걸까?"
"……"
"7일을 주겠어. 그 때까지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봐. 여기서 그만두는 것도 좋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것도 좋아. 나는 강요하지 않겠어. 오로지 너희들 자신이 스스로 해답을 찾는 거야"
그 말만 하고 그녀는 자료를 정리해서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 직전, 그녀는 여덟 명에게 등을 돌린 채 이렇게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
한편 시즈코는, 아무 성과도 올리지 못한 채로 자원을 계속 낭비하는 개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해명을 할 필요가 생겼다.
만약 시즈코가 자신의 봉토(知行地)를 가지고, 그 지배하에 있는 토지의 자원으로 개발을 한 거였다면 이런 사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낭비하는 자원은,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토지에서 모아들인 것이다.
오다 가문에서의 시즈코의 지위는 노부나가의 총애도 있고, 또 보통 사람으로는 성과가 나오기 힘든 방면에서 성과를 계속 거두고 있는 점도 있어, 이미 중진으로서의 입장을 확고하게 하고 있었다.
여인인데다 나이도 어리고 전장에서 공을 세운 것도 아닌, 안전한 곳에서 농사일을 할 뿐이며 우연히 운이 좋았을 뿐인 벼락출세라는 식으로 보는 패거리도 당연히 있었다.
다만 그러한 자들은 오다 가문에 있어 비주류파이며, 게다가 급선봉이었던 시바타(柴田)와 삿사(佐々)도 우연이라고는 하나 주류파에 회유되어 버린 상황이다.
그에 대해 주류파의 사람들은, 시즈코의 공적이나 이번의 실험에도 이해를 나타내고 있었다.
본래는 비방중상 같은 걸 무시해도 문제는 없었으나, 시즈코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세력으로 만든 인물이 있었다.
그 이름은 키노시타 히데나가(木下秀長, 훗날의 토요토미 히데나가(豊臣秀長)). 히데요시의 씨다른 동생으로서 오다 가문 내부에서 비밀리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던 사내였다.
그는 결코 표면적으로 시즈코를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고, 반의(反意)을 품은 인물에게 접촉하여 누구누구도 그런 말을 했었다는 소문끼리 연결하는 수법으로 시즈코 반대파를 부추겼다.
반 시즈코 세력은 스스로의 의사로 단결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뒤에서 손을 뻗어 꼭두각시 인형으로 만들어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히데나가가 획책하고 있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반 시즈코 세력의 사람들은 숫자를 믿고 곳곳에서 시즈코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낭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그냥 놔두는 것은 신상필벌의 신념에 반한다고 난리를 쳐서, 시즈코 옹호파인 오다 가문 주류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즈코 옹호파와 반 시즈코 파가 가신들끼리의 다툼이라면 노부나가의 일갈로 끝났겠지만, 반 시즈코 파가 챠센마루(茶筅丸, 훗날의 오다 노부타카(織田信雄))를 급선봉으로서 내세웠기에 간단히 끝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 소동은 노부나가에게 맡기는 것으로 일단 진정되었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를 통해, 1년 이내에 뭔가의 성과를 보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부나가로부터의 지시에 시즈코는 혼자 고민했다. 애초에 지위나 명성에 흥미가 없었기에, 자신 혼자서 책임을 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렌즈 개발은, 공격력만 지나치게 강해진 오다 가문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 기술이다.
다방면에서 쳐들어와 수세에 몰렸을 때 정보를 한 발 빨리 취득할 수 있는 관측 기기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다만 기술이라는 건 한 명이 비장하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널리 전파시켜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바탕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유리 장인 수습생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알고는 있지만, 여기서 책임을 물어 개발이 단절되어 버리는 것은 피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 그 후에는 일개 촌장으로서 그들을 지켜볼 각오를 굳혔다.
7일 후, 시즈코는 다시 여덟 명의 유리 장인 수습생들의 공방을 찾았다.
여덟 명은 저번과는 달리, 목숨을 걸고 일하러 가는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시즈코는 대답을 이해했으나, 일부러 그들에게 물었다.
"답은 나왔어?"
"예…… 저희들, 계속 고민했습니다. 모자란 머리로 고민하고, 고민하고…… 그래서 나온 답이, 지고 싶지 않다였습니다"
"……"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희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그 말과 함께 여덟 명이 고개를 숙였다.
"1년. 지금부터 1년 이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를 필두로 너희들도 책임을 묻게 될거야.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목숨도 잃고 명예도 땅에 떨어져. 그걸 각오하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 싶다고 하는 거라 생각해도 좋을까?"
"네! 이걸로 안 된다면, 저희들은 처벌을 기다릴 것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실패할 생각은 저희들에게 없습니다!"
"좋아요. 그 말과, 너희들 안에 있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믿겠어요"
그 후, 시즈코는 그들에게 개발 자금과 오목렌즈의 설계도를 건넸다.
기한은 이듬해 여름이 끝나는 9월 상순.
그 때까지 망원경에 쓸 수 있는 유리 렌즈가 완성되지 않으면, 시즈코 자신의 실각을 조건으로 하더라도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허가될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들의 과제는 판유리의 제조 기술과 그 판유리를 오목렌즈로 연마하는 기술 두 가지였다.
그건 그야말로 장인의 기술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기술이며, 시즈코도 가르칠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였다.
여덟 명은 그걸 손으로 더듬어가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달리,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시즈코 자신도 이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죽음의 땅에서 살 길을 찾아내는 결사의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시즈코는 분명히 될 거라고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 시즈코 파를 조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렌즈 이외에 하나 더 눈으로 가치를 알 수 있는 유리 공예품이 필요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렌즈의 전 단계로서, 키리코(切子, 커팅 글래스)의 설계도도 그들에게 주었다.
에도 키리코(江戸切子), 사츠마 키리코(薩摩切子) 등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이라면, 반 시즈코 파의 사람들을 설득하기 쉬워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즈코는 유리 렌즈에만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밖에도 많은 프로젝트들에 관여하고 있다.
그것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시즈코의 일 중 하나였지만, 지금까지와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그리고 그의 동생인 타케나카 큐사쿠(竹中久作)가 따라오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동생은 형인 타케나카 한베에를 호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으나, 형인 타케나카 한베에는 뭐가 목적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악의를 가지고 달라붙는 게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목적을 알 수 없었기에 약간 소름끼치는 느낌이 든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개인적 흥미로 시즈코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기에.
"호오…… 이것이 주판(算盤)입니까. 전에 마에다 마타자에몬(前田又左衞門) 님께서 쓰고 계셨던 것은 이러한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만"
"그건 외국식 주판(スワンパン, ※역주: 중국에서 전래된 형태를 말하는 듯 하여 의역함)이에요. 제 것은 10진법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계산 보조 기구에요. 10진법…… 뭐어, 숫자를 셀 때 0에서 9를 사용해서 세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연…… 가능하면 다음에 사용법을 가르침받고 싶습니다"
"아, 아하하, 기초적인 것 뿐이지만, 저로 괜찮으시다면. 그런데 거기서 관계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쇼우조 군. 원래는 네게 가르칠 내용이니까, 모르는 척 해도 소용없어"
순간, 나가요시는 엄청나게 싫은 표정을 지었다. 공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머리보다 몸을 움직이는 쪽이 좋은 듯 했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알아 줬으면 좋겠는데,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지만 강요하는 것은 거꾸로 악화를 초래한다.
"주판이라…… 시즛치, 그 주판은 나한테도 가르쳐주지 않을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케이지가 드물게 의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단, 이유를 묻겠는데 주판을 배워서 뭐에 쓰려고?"
"숙부를 놀려줄 거야"
"……케이세이마치(傾城町) 때처럼 너무 장난치지 말아줘"
전에 쿄에 갔을 때, 케이지는 일을 하지 않고 케이세이마치(시마하라(島原))라는 공창가에서 진탕 놀고 있었다.
그 때 '종이비행기'를 가르쳐준 시즈코였는데, 그걸로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린다는 대단히 악취미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질이 나쁜 손님만 상대로 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문을 쓴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는 건 좀)
한문의 내용도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마라' 같은 내용이었는데, 잘 모르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둥실둥실 날고 있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 소름끼치는 광경이었다.
덕분에 질이 나쁜 손님들이 다가오지 않게 되어 공창가 사람들에게는 호평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두통거리였다.
하지만 카부키모노(傾奇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던 시즈코는, 입장상 잔소리는 했지만 '카부키모노' 식의 풍류를 좋아했다.
"그럼, 주판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어. 수차형(水車型) 세탁기는 시험중, 톱니는 연구중, 크랭크는 프로토타입을 제작중…… 남은 건 모래주머니를 20개 가지고 가면 되려나?"
목제 선반(旋盤)은 작년 10월에 간신히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거기서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지난 달에 두 대의 선반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프로토타입에서 더 부품이 추가되어, 제품은 총 중량이 100kg 가까이 나가게 되었다. 주요 부품은 10kg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일단 설치해 버리면 쉽게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결국, 부품별로 운반해서 가동시킬 장소에서 하루 가까이 시간을 들여 조립하게 되었다.
고생은 잔뜩 했지만 그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수차형 세탁기는 이름 그대로, 수차가 동력원인 전자동 세탁기 비슷한 것이다.
이쪽은 힘의 전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강도를 중시하면 힘의 전달이 나쁘고, 반대로 힘의 전달을 중시하면 강도가 낮아진다.
그에 관련하여 톱니나 크랭크라는 기구를 알려준 것이다.
기술자 거리는 여성에게 잡혀 있는 집안이 많은지, 장인들은 부인들로부터 재촉받고 있는 상태였다.
뭐라 해도 세탁물을 집어넣으면, 그 후에는 시간만 지나면 세탁이 끝나는 것이다. 땡볕 아래에서, 또는 몸이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강물에 들어가 빨래판으로 세탁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수동식 세탁기처럼 시간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니 부인들이 장인들을 재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래주머니라면 소생도 좀 많이 필요하군요. 구획을 만드는 데 딱 좋으니까요"
타케나카 한베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물론 시즈코 처럼 '비료 운반용 자루' 같은 용도로 사용하진 않는다.
시즈코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모래주머니는 군대에서 진지의 설영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어디에나 있는 흙으로 내탄성(耐弾性, ※역주: 총알 등에 대한 방어력)이 있는 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시즈코가 만드는 것들은 얼핏 보면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도구가 많지만, 실은 사용법을 궁리할 경우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원래 도구 종류는 민간 시장에 나도는 군용 물품에서 개발된 것이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것을 남김없이 찾아내는 것이, 시즈코를 잘 관찰하고 있는 타케나카 한베에의 목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성과를 올린 것이 모래주머니와 그물이었다.
모래주머니는 흙을 넣어 쌓아올리기만 하면 화승총이나 화살조차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벽을 만들 수 있다. 물을 먹여서 높은 곳에서 던지면,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로 변한다.
삼실이 원료였으나, 시즈코가 만든 슐리히텐 박피기 덕분에 삼실은 간단히 입수할 수 있다.
즉 어디에나 있는 흙으로 만들 수 있고, 흙을 빼면 운반은 쉬우며, 다소의 구멍 정도라면 꿰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고, 못쓰게 되면 불을 피우는 재료로 삼으면 된다, 라는 버릴 곳 없는 군사물자인 것이다.
그물도 투망(投網)이라는 점에서 대활약이다.
기병이나 보병의 집단에 던지면 그물이 얽혀서 행동에 큰 제약이 가해진다. 그 후에는 화살을 그물을 향해 쏘면 그것만으로도 패닉이 일어난다.
산악 등 행동에 제한되기 쉬운 장소에서 쓰면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문제가 있다면, 설치해도 100퍼센트 상대가 걸려준다는 보장이 없는 점이다.
"타케나카 님은 농사일을 하셨던가요?"
제일 문제되는 점은, 그런 전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즈코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그 부분이 개선되면, 시즈코로부터 더욱 편리한 군용물품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종종 생각했다.
"간이 벽을 만드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금은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어, 아뇨, 그 점은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발판을 만드는 데나 쓰는 자루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뭐, 이래저래 있습니다. 이래저래"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
후세에 '에치고(越後)의 호랑이', '에치고의 용', '군신(軍神)'으로 숭배된 우에스기 헤이조 카게토라(上杉平三輝虎, '후시키안켄신(不識庵謙信)'은 법명. 1570년 12월부터 칭했다)가 다스리는 에치고 국(國).
그 카게토라는 거성인 카스가(春日) 산성에서 노키자루(軒猿, ※역주: 닌자의 호칭 중 하나)로부터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오다 영지의 상황은 어떻더냐?"
"옛, 역시 영주님이 보신 대로, 오다 군은 방대한 군수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가볍게 어림잡아서…… 5만의 군세를 60일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양입니다"
곁에 있던 나오에 카게츠나(直江景綱)가 카게토라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는 나가오 타메카게(長尾為景), 하루카게(晴景), 카게토라(景虎, 훗날의 우에스기 카게토라) 등 3대에 걸쳐 섬긴 원로 가신이었다.
주로 내정, 외교 면에서 활약했으나, 시치테구미(七手組) 대장으로서 군사면에서도 활약한, 그야말로 나가오 가문(우에스기 가문) 가신들 중에서 측근 중의 측근이었다.
"그런가. 백성들의 모습은 어떠하더냐"
"압정에 신음하는 모습은 없다고 합니다. 이 난세에 놀랄 정도로 활기에 넘치고 있었다고 노키자루들은 자기 눈을 의심한 모양입니다. 도적이나 무뢰한(乱波)들도 엄하게 단속되어, 치안은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다만……"
"다만, 무엇이냐?"
"그 치안을 유지하는 체제가, 과하게 높은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합니다. 노키자루의 보고로는 개가 많았다고 합니다"
나오에의 보고를 다 들은 카게토라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오다 령지의 번영은 우에스기의 눈으로 볼 때 비정상적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다, 라고 카게토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오다 영지에는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 동맹국인 도쿠가와(徳川)나 아자이(浅井)의 간자가 몇 명이나 들어가서 정보수집에 매진하고 있었다.
(견고한 방어를 자랑하는 장소…… 게다가 개를 부리는 인간이라. 이만큼 까다로운 건 없군)
카게토라는 개의 무서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도망 무사(落ち武者)들이 죽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들개에게 습격받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훈련된 노키자루나 다른 나라의 간자들이라도, 들개를 상대로는 너무나 불리하다. 특히 들개는 통솔이 잡힌 무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단독이나 몇 명이 움직이는 간자들은 처음부터 열세인 것이다.
"하여, 대체 어떠한 자가 오다 영지를 번영시킨 것이냐. 상당히 영지가 넘치는 자이겠지"
천천히 눈을 뜨면서 카게토라는 나오에에게 물었다.
"그것이…… 정말 기묘하게도, 그럴듯한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봉토를 받았다던가, 막대한 부를 하사받았다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고 하는 게냐?"
"기괴하게도 그러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한 때 오다가 감사장을 대량으로 발행했다는 정도로, 그 이외의 이야기는……"
"점점 더 해괴한 이야기로다. 그만한 공을 세운 자라면, 그에 걸맞는 상이 주어져야 하는 법. 다만 그것을 오다와, 그 인물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면 감사장으로 만족한 것인가……"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와리의 수확량을 두 배로 올리고 그 상이 감사장 한 장인 것에 만족하는 사람 따위 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카게토라와 나오에에게 상식이었다. 물론, 시즈코에게 그 상식이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시즈코에게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인물을 찾아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라. 비옥한 대지를 가진 오와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 것이다. 그 힘, 반드시 우리 나라에 도움이 된다"
"옛, 노키자루에게 총력을 다해 찾아내라고 명하겠습니다"
"음. 아마도 다른 나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지금부터 누가 제일 먼저 그 자를 찾아내는가가 승부가 된다"
카게토라의 예감을 닮은 생각은 들어맞고 있었다.
"오다 영지를 풍요롭게 만든 인물을 찾아내라. 그 자의 힘, 이 난세에서는 귀중한 존재이다"
그가 노키자루에게 명령을 내렸을 무렵, 그의 숙적인 타케다 신겐(武田信玄)도 또한 자신이 거느린 시노비(忍び, ※역주: 닌자의 호칭 중 하나) 집단에게 시즈코 수색의 대호령을 내리고 있었다.
"오다 영지를 부유하게 만든 인물은 숨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힘…… 나를 위해 쓰게 하겠다. 후우마(風魔, ※역주: 유명한 닌자 집단)에게 명하라, 반드시 그 인물을 찾아내라고"
때를 같이하여 호죠도 카게토라나 신겐과 마찬가지로, 시즈코 수색의 대호령을 후우마에게 내렸다.
물론, 시즈코를 노리는 영주는 적국뿐만이 아니었다.
"한조(半蔵), 부하들을 풀어 시즈코 님의 행동을 낱낱이 조사해라. 가능한 한 자극은 하지 말도록. 어디까지나 신중하게 처리하라"
동맹 상대인 미카와(三河) 국의 영주인 이에야스도 또한, 시즈코를 노리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세 명과 다른 점은, 그가 시즈코의 능력을 정확히, 그리고 노부나가 이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시즈코를 노부나가에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엿보면서 그 기술을 옆에서 훔쳐배우려는 것 또한 다른 영주들과 다른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가 노부나가를 제칠 생각이 없고, 또 조금 뒤처지는 쪽이 극히 자연스럽게 기술이 퍼졌다고 노부나가가 생각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카이(甲斐)나 에치젠(越前) 같은 적국, 그리고 동맹국이 하나같이 오와리, 미노의 기술을 원하는 것은 딱히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노부나가는 입증했던 것이다. 날씨가 나빠지기 쉽고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난세라 해도, 농업의 기술을 터득하면 안정된 수확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에취…… 으으음, 감기 걸렸나"
단지 매번 그렇지만 시즈코 본인은, 자신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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