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4 1569년 3월 상순



노부나가의 짜증은 2월 상순에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는 2월, 3천의 군세를 이끌고 다른 곳에 진을 쳤다. 그리고 항구도시인 아마가사키(尼崎)에 시전(矢銭, ※역주: 군자금을 요구하는 것)을 부과했으나, 아마가사키 슈(衆)는 이것을 거부했다.

사카이(堺) 슈에 이은 아마가사키 슈의 태도에, 노부나가는 군사적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마가사키 슈와 일전을 벌인 후, 각각 독립된 도시(町)인 아마가사키 사정(四町) (이치니와쵸(市庭町), 벳쇼쵸(別所町), 후로츠지쵸(風呂辻町), 타츠미쵸(辰巳町))를 모조리 불태웠다.

이 철저한 초토화 작전에 각 도시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노부나가에의 복종을 주장하는 파, 끝까지 철저 항전을 주장하는 파, 혼간지(本願寺) 등 다른 세력과 연대할 것을 주장하는 파 등,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

내부 분열에 의한 자멸이야말로 노부나가의 진짜 목적인 것도 모르고.

결국, 아마가사키 슈를 선동하고 있던 사카이 슈는 굴복하여, 2월 11일에 사실상 사카이가 접수되어 노부나가의 사자(上使)들이 파견되었다.

사카이의 에고우슈(会合衆, ※역주: 카이고우슈라고도 읽는 듯. 자치회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함)는 군자금 2만 관을 내고, 이후 병사를 고용하지 않을 것과 낭인(牢人, 주인 가문을 떠나 봉록을 잃은 자. 에도 시대 중기 무렵부터 낭인(牢人)을 낭인(浪人)이라 부르게 되었다)을 품지 않을 것을 노부나가에게 맹세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겨우 용서받은 셈이지만, 노부나가는 다른 도시들에 대한 경고도 겸하여 사카이에 가혹한 조세를 부과했다.


이에 의해 사카이에는 큰 손해를 입고 몰락(凋落)한 자들과 이 기회에 세력을 키운 자들이 뚜렷이 갈렸다. 두각을 나타낸 자들의 필두가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였다.

그는 한 발 빠르게 노부나가에게 복종의 태도를 보였기에, 이후 노부나가의 철포(鉄砲) 수주를 한 손에 거머쥐는 철포, 화약의 어용상인이 되었다.

이에 의해 이마이 소우큐는 단번에 사카이 슈의 톱이 되었다. 하지만 매사가 순조로워 보이던 그에게도 생각지 못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환심을 사려고 다도회(茶の湯)에 초대한 이마이 소우큐였으나, 그의 예상과 반대로 노부나가는 다도회에 눈을 떠 버렸다.

노부나가는 예전에 헤이 가문(平家)을 서쪽으로 쫓아내고 상락을 달성한 미나모토노 요시나카(木曽義仲)와 같은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뭣보다 다도회는 당시의 귀인(貴人)들의 소양, 즉 스테이터스 심볼이다.

공가(公家)나 쿄의 사람들에 대한 컴플렉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무력 뿐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문화를 몸에 익히고 천하의 다기(茶器)를 소유하는 것으로 천하를 쥐는 데 어울리는 실력자임을 증명하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도회에 눈을 뜬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최저한의 다기를 갖추고 스스로의 숙련도에 맞춰 단계를 밟아 도구를 바꿔나간다는 정석을 일체 무시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지만 골동품이나 미술품 등의 수집은 돈만 내면 되는 게 아니다.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무턱대고 모아서는 졸부 취미가 되어 버리고, 진위를 간파하는 눈썰미를 가지지 못하면 가짜에 속는 일도 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무력을 배경으로 위압하는 것으로 질이나 품위가 뛰어난 것들을 내놓게 하고,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싹쓸이했다.

후세에 '다기 사냥', '명물 사냥', '명기 사냥' 등으로 불리는 노부나가의 다기 수집은, 사카이나 쿄의 다도인들을 진심으로 떨게 만들었다.


명물 사냥에서 조금은 분이 풀렸는지, 노부나가의 기분은 약간 나아진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주 중 식주 환경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잠자리, 입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 특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9명이나 되는 요리사들이 해고되었기에, 한시라도 빠른 해결이 요구되었으나, 해결책을 내 줄 것 같은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오와리를 떠나지 못했다.

결국, 3월 상순까지 히데요시나 미츠히데는, 노부나가의 살기에 가까운 위압을 계속 받게 되었다.




3월 상순, 간신히 시즈코는 진두지휘를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낼 수 있었다.

그보다 조금 전, 2월 상순에 세 대의 목제 선반(旋盤)이 완성되고, 2월 하순에 수동식 세탁기가 완성되어 가동을 개시했다.

고비는 넘겼다고 하나, 아직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오와리를 떠나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그녀였지만,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에게서 날아오는 편지의 간격이 짧아졌기에 이 이상 미루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속부하 500명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을 데리고 쿄로 향했다. 엄중한 경호가 붙은 대열이었기에 시즈코 자신이 준비한 짐도 많았지만, 편승해서 쿄까지 물자를 운반하는 마바리의 행렬도 이어져 훗날의 다이묘(大名) 행렬처럼 보였다.

시즈코 자신은 짐보다 먼저 쿄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기에 소수 정예를 이끌고 말을 바꿔타면서 앞서갔다.

뒤이어 쿄에 오는 마바리대도 히데요시로부터 파견된 병사들 덕분에, 며칠 늦게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쿄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쿄에 도착한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마중을 받았다.


"수고했소, 잘 와 주었소. 강행군의 피로가 있겠지만, 영주님을 잘 부탁드리오"


"아케치 님이 직접 마중해주시다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위통을 앓고 있는 그는, 시즈코를 향해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츠히데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시즈코가 여자인 것에 놀라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와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인물은, 거의 전원이 시즈코의 성별과 젊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츠히데가 다른 사람에게 시즈코에 대해 들었을 가능성을 더하더라도, 시즈코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그거 거기까지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욕조 쪽은 부하들에게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영주님께 올릴 오찬의 준비에 착수하겠습니다"


"음, 미안하지만 잘 부탁드리오. 조리장 쪽은 준비를 마쳐 두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위장 언저리를 누르며 떠나갔다. 방치해두면 위궤양으로 쓰러질 듯한 기세였다.

이대로는 노부나가의 스트레스가 부하들에게 전염된다. 최악의 경우, 그게 한 원인이 되어 내부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노부나가가 어째서 식사에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시즈코는 생각했다. 대답은 대단히 단순했다.

쿄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안 한다. 그에 반해 노부나가는 무가(武家) 출신이다. 필연적으로 쿄의 사람들보다 많은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 등 무가 문화와, 귀족 등의 공가 문화는 거쳐온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하지만 공가는 쿄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 야만스러운 미개인이라고 생각하고 우월감에 빠진다.

자신들이야말로 일본의 중심이라고 우월감에 빠져, 자신들의 문화를 멋대로 상위라고 해석하고, 다른 문화를 야만스럽다고 한 끝에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그런 행위야말로 인류 역사상 자주 등장하여 충돌을 낳은 최악의 '야만'적인 행위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야기의 초점을 음식으로 돌려보자.

오와리 출신의 노부나가는 진한 간을 좋아한다. 그걸 가지고 쿄의 문화인이 뒤에서 노부나가의 미각을 비웃더라도, 쿄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이다.

현실은 비정하다. 노부나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쿄의 미래는 밝아지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끌려나오는 것은 좀 불쾌했지만, 불평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식사에 대한 불만의 원인을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칸사이(関西)와 칸토(関東)의 간이 다른 것은 꽤나 복잡한 사정이 있다.

예를 들면 메밀국수의 국물(つゆ)은, 칸사이에서는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국물, 칸토에서는 색이 진하고 농후한 국물이 사용된다. 이 차이는 '맛국물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한다. [*1]

칸사이 풍과 칸토 풍 모두에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을 조합하여 감칠맛을 끌어내고 있는 점이다.

글루타민산은 다시마나 간장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며, 한편 이노신산은 카츠오부시(鰹節)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감칠맛 성분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가 식문화의 역사적 배경으로서 나타난다.


칸사이에서는 애초에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있었기에 다시마로 글루타민산, 카츠오부시로 이노신산을 보충하고, 소금 또는 옅은 간장으로 맛을 냈다.

이 때문에 색이 옅은 맛국물이라도 강한 감칠맛을 갖는 요리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편 칸토는 다시마가 생산지로부터 운반되는 시기가 늦었고, 게다가 교통기관의 미발달에 의해 다시마는 고급품의 부류였다.

따라서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없어, 진한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보충했다.

이에 의해 카츠오부시(이노신산)에 진한 간장(글루타민산)을 더하는 것으로 감칠맛을 구성하여, 색이 진한 칸토 풍의 국물이 탄생했다.


정리하면 칸사이에서는 다시마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옅은 간장을 조금만 써도 되었고, 칸토에서는 짙은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다시마는 필요없었다.

설령 칸토에도 다시마가 대량 유통되었다고 해도 보급되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칸토의 물은 경도가 높은 '경수(硬水)'이기 때문이다. 경수로 다시마를 삶으면 물에 포함된 칼슘이 다시마에 달라붙어 감칠맛을 추출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달라붙은 칼슘이 다시마의 성분과 결합하여 떪은 맛이 되어 맛국물을 흐려버린다. 게다가 경수로 삶으면 다시마의 좋은 향과 동시에 나쁜 냄새도 잘 나게 된다.

'경수'로도 다시마 맛국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다 연수(軟水)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 식으로 과제가 많았기에 칸토에서 다시마가 쓰이지 않은 것은 역사적 필연이었다.


(사소한 불편이라면 조용히 참는 영주님께서 큰 목소리로 불만을 말한다는 건, 표층(表層)이 아니라 뿌리 부분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의 예상은 되었지만 결정적인 정보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요리에 관여한 사람, 그리고 그의 생활에 관여한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기대한 대로의 대답이 돌아왔기에, 시즈코는 즉시 조리에 착수했다. 점심 먹기에 딱 좋은 시간에, 그녀는 요리를 완성시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쟁반을 든 소성과 함께 노부나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상석에 노부나가가 앉아 있고, 그의 왼쪽에 히데요시와 미츠히데가 앉아 있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


히데요시가 시즈코를 보자마자 표정이 밝아졌지만, 나온 요리를 보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소박한 요리였다.

밥그릇에 담긴 밥, 파가 든 된장국, 닭고기 감자조림, 소송채 나물, 순무 껍질의 아사즈케(浅漬け).

닭고기 감자조림은 그렇다치고, 히데요시가 볼 때 시즈코가 내놓은 요리는, 오와리에서는 무장이라면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것들이었다.


"어서 드십시오"


쟁만을 노부나가의 앞에 놓는 동시에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먹기 전에, 어째서 이 요리를 택했는지 듣지"


노부나가의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 그걸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였으나, 시즈코는 긴장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실례지만 영주님께서 요 며칠 드셨던 식사들을 조사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사치를 부린 쿄 풍의 진수성찬들 뿐이었습니다. 며칠 정도라면 신기함도 있기에 괴롭지는 않겠지만, 매일같이 진수성찬만 먹으면 질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만, 영주님께서는 식사를 하시는 것에 고통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전히 제 눈으로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녀석이구나"


"그 말씀은 긍정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질리지 않는 일상적인 식사와, 평소에는 한 번이면 끝나는 진수성찬은 의도하는 바가 다릅니다. 미식에 식상함을 보이시는 영주님께는 고향인 오와리를 생각나게 하는 일상적인 요리야말로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훗, 마음의 평온을 주는 요리인가. 좋아, 사양않고 먹겠다"


노부나가는 닭고기 감자조림의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에서 서서히 험악함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이번 작전은 성공햇다고 시즈코는 확신했다.


"마음을 만족시키는 식사, 라……"


요리를 깨끗이 비운 노부나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가 중얼거린 말이, 고독감으로서의 외로움이 포함된 것처럼 들린 시즈코였다.




"잠시 괜찮으시겠소? 시즈코 님"


사이조를 데리고 노부나가의 식기를 걷어가고 있던 시즈코는,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불러세운 것은 미츠히데였다. 그는 시즈코의 앞까지 오더니, 등 뒤에 가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즈코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다.


"감사하오"


짧지만 그것이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해 준 것에 대한 감사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당황해서 미츠히데에게 고개를 숙였다.


"화, 황송합니다"


"하하핫, 겸손하지 않아도 좋소. 하지만 이야기로는 들었으나, 정말로 젊은 여자였을 줄이야. 조금 놀랐지만, 저 영주님을 앞두고 동요하지 않는 담력은 훌륭했소"


미츠히데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럼 실례하겠소. 지금부터도 영주님의 힘이 되어 주시오"


그렇게 말하고 미츠히데는 떠나갔다. 그의 등 뒤에 있던 가신들은 시즈코에게 인사를 하고는 미츠히데의 뒤를 쫓았다.

다양한 평가가 있는 미츠히데지만, 시즈코의 눈에는 성실한 성격의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그는 일본 통일 직전의 노부나가를 해치고, 게다가 후계자인 노부타다까지 해친 인물이다.

미츠히데가 혼노지(本能寺) 사변을 일으킨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완전히 그를 신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사람 더, 오다 가문 가신 중에 주시해야 할 인물이 있는데……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확증이 없는 이상, 섣불리 오다 가문 가신을 계속 의심하는 것은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킨다.

지금은 혼노지 사변이 일어날 징조를 모조리 없애버릴 힘을 축적할 시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려면 많은 협력자가 필요한데…… 섣불리 파벌을 만드는 것도 문제네―)


"시즈코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케치 님에 대해 무슨 생각이라도 드셨습니까……?"


미츠히데가 보이지 않게 된 이후에도 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즈코에게 사이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쿄 치안유지 경라대에 대해 묻지 못했네, 라고 생각해서"


"아,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아케치 님이 인수하셨었지요"


"현재 상황을 알고 싶었는데…… 뭐, 이번에는 됐으려나"


시즈코의 말에 납득했는지, 사이조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주방에 식기를 가져다주고 와야지"




식사 사정의 개선 이외에도 시즈코에게 맡겨진 안건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먼저 오와리로부터 운반해온 오카베(岡部, ※역주: 노부나가 휘하의 기술자 이름) 식의 나무통 욕조와 족욕용의 통으로, 노부나가의 목욕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킨다. 잠자리는 단순히 이불을 들여놓은 것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허가 없는 이불의 제조는 금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별장에 놔두고 있던 이불 세트를 운반해오기로 했다.

나무통 욕조, 족욕용의 통, 이불 세트, 그 외에 방석이나 도자기 등, 모두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쿄로 운반해왔으나, 그 후에 노부나가는 그것들은 시즈코의 예측과는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자기로 된 식기는, 노부나가가 쓰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며, 다양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밥그릇과 된장국, 반찬을 올리는 그릇을 나열하여 처음으로 하나의 그림을 이루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세토(瀬戸)의 도기(陶器)와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 만드는 자기(磁器)에 대해 다양한 보호 정책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자기 자체가 드문 전국시대에, 디자인성까지 뛰어난 식시를 당연한 듯 다룬다.

그것으로 지금까지 노부나가를 '문화적 교양이 없는 거칠고 난폭한 산원숭이'라고 무시해 온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열등감을 품게 된다. 족탕이나 뜨거운 물을 담은 통욕조, 이불을 알게 되고 더욱 할 말을 잃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는 타이밍을 재어가며 몇 명인가에게 도자기를 상으로 하사했다. 마치 그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신경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하듯이.

받은 사람들은 도자기의 독창성에 경탄했다. 개중에는 이 정도의 물건을 자랑하는 촌놈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려던 사람도 있었으나, 그 자신이 그 이상의 물건을 도저히 준비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명예에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대단히 사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고 시즈코는 훗날 얘기했다. 그 자신이야말로 문화인이라고 큰소리치는 놈들에게, 문화적이면서 그들이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을 선물하는 것이니 꽤나 속이 시원했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 자신도 깨닫지 못한 점이 있었다. 인간은 살고 있는 지역이나 문화적 배경, 인종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깊은 공포가 있다.

그 중에 '미지의 것은 무섭다'라는 게 있다. 즉 노부나가로부터 도자기를 선물받게 되자,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특히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도자기를 선물한 것은 '자랑'에 가까웠으며, 적의나 악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공포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가 시즈코에게 적의를 보이는 것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보다 '미지의 존재'라는 이유가 강하다.


노부나가가 문화인 패거리들에게 복수하고, 식사에 크게 만족하며,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이불에서 기분좋게 자기 시작한지 7일 후.

이제는 노부나가에 공포를 느끼는 부하들은 없었고, 그들은 기운차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노부나가 자신도 처음의 살기에 가까운 분위기는 조용해지고, 지금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쿄에서의 목적은 달성되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로 돌아갈 뜻은 노부나가에 전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조금 더 쿄에 체류하라'였다.

이유를 듣기 위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며칠 전에 남만(南蛮)의 선교사가 알현을 신청해왔다. 그 남만의 선교사와 만나는 것이 내일이라는 얘기였다.


(아―, 시기는 좀 어긋났지만, 상대는 루이스 프로이스(Luís Fróis)겠네)


작년의 상락 때, 노부나가가 루이스 프로이스와 만난 적은 없었다.

가신인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로부터 루이스 프로이스의 상황은 들었으나, 그는 '남만인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 모른다'는 이유로 만나는 것을 거절했다.

그 때는 선물을 하나만 받았으며, 그 이외에는 만나지 않는 것을 사과하기 위해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되돌려주었다고 한다.


"남만이라는 것이 영 와닿지가 않는군. 마침 잘 됐다, 오늘은 세계에 대해 듣지. 너는 남만 출신이니까 말이다"


"……………………………네? 아, 네. 그, 그랬네요. 네…… (아직 유효했구나, 그 설정)"


미래에서 온 것은 들키지 않았으나,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 출신이 아니라고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만 출신이라고 들었을 때, 시즈코는 잠시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잡념을 털어버리고 머릿속을 정리한 후 서둘러 노부나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좋다…… 거기서는 이야기하기 어렵군. 좀 더 가까이 와라"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두 발자국 정도 노부나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납득하지 못했는지 그는 "좀 더 가까이 와라"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노부나가의 눈치를 살폈다. 이윽고 상좌(上座) 바로 앞까지 와 버렸지만, 그래도 노부나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억…… 이, 이 위에 올라가도 되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관없다. 냉큼 올라와라"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상좌에 올라올 것을 재촉했다.

소성이나 부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시즈코 쪽이 놀라고 있었다. 상좌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앉는 곳이며, 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다.

잠시 망설인 시즈코였으나, 허리를 굽히고 상좌에 올라갓다. 여기까지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뭔가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즈코가 노부나가의 거의 코앞까지 이동했을 때,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라는 신호이다.


"말만으로는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손으로 들 수 있는 흑판을 준비했다. 그걸 설명의 보조로 쓰도록"


말과 함께 흑판을 건네받았다. 잘 보니 흑판에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것에 의식을 향하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라]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볼 뻔했으나 직전에 멈췄고, 시즈코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흑판을 가볍게 쓸었다.

손으로 노부나가가 쓴 글자를 잘 지우고는 흑판을 노부나가에게 돌려주었다.


"품질에 문제는 없군요. 영주님께서도 뭔가 쓰실 거라 생각되니, 말하는 사람이 흑판을 들기로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흠…… 좋은 생각이구나, 그렇게 하지. 먼저…… 나는 부처와 신의 차이를 모르겠다. 중놈들은 기독교를 사교도라고 욕하지. 하지만, 양쪽 다 신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대체, 신과 부처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


[종교세력은 견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냐]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흑판을 건네받았다. 가급적 흑판에 의식을 돌리지 않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군요…… 부처도 신도 '힘을 나타낸다'라는 점에서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나타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부처는 힘을 '성질'로서 드러내고, 신은 힘을 '인격'으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원은 요새도시이며, 무기 제조의 기지이기도 합니다. 또 상업 및 물류의 거점을 지배하고 있어, 거기서 이윤을 낳아 막대한 부를 얻고 있습니다]


"힘을 드러내는 형태가 다른 것이냐.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신이나 부처나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군. 결국은, 사람이 '힘'을 어떻게 보느냐에 불과한 것이구나"


[키나이(畿内)의 종교 세력 중 세력이 강한 곳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부처도 신도 믿지 않습니다. 아뇨…… 믿지 않는다기보다 맹신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좋을까요"


[우선 일본 최대의 부호 조지이자, 장원(荘園) 영지(領地를 다수 소유하고, 고리대금업 같은 약점을 잡는 대부업을 하여 상업 및 물류를 지배하고 있는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 현재의 히에이 산의 천태좌주(天台座主, ※역주: 엔랴쿠지의 주지 겸 천태종 불교 소속의 사원들을 총괄하는 직책)는 후시미노미야 사다아츠(伏見宮貞敦) 친왕(親王)의 5남인 오우인 뉴도(応胤入道) 친왕(親王)입니다]


"호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네게는 부처의 신앙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만?"


[혼간지는]


"제 할머니는 항상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두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해라. 그것들을 전부 다 한 다음에 처음으로 사람 손으로는 닿지 않는 것에 대해 신이나 부처의 힘을 청해야 한다, 고"


[혼간지는 키나이의 유통 거점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주님이 기후에서 시행하신 낙시낙사(楽市楽座) 정책(※역주: 당시 기성 세력의 기득권을 뒤엎은 경제개혁정책)의 원형으로 이윤을 낳고 있습니다. 혼간지의 제 11대 종주는 켄뇨(顕如). 켄뇨는 법명이며, 계명(院号)은 신교인(信樂院), 휘(諱)는 코우사(光佐). 부인은 뇨슌니(如春尼)로, 그녀의 언니는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의 정실인 산죠노카타(三条の方)]


"자신이 한 일을 신에게 보이고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것이냐"


[여전히 자세히도 아는구나]


"진인사이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린다, 고 말합니다"


[어째서 자세히 아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나,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게 의지하는 게 편하지 않느냐?"


[그건 묻지 않겠다. 출신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재주있는 자를 멀리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 게다가 너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나는 너를 신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나라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의 왕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부하들은 만능의 왕의 결단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여, 무슨 일이건 왕의 판단을 따릅니다. 설령 부부싸움에 대해서도요"


[재주없는 몸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처음부터 강자에게 의지하는 태도는 확실히 기분이 나빠지는군. 과연,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후에 하늘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인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지. 기독교란 어떤 것이냐?"


[이야기를 되돌릴까.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에 적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양할 필요는 없다. 숨김없이 이야기해라]


노부나가는 과장되게 헛기침을 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던 것이리라.

물론, 주위의 사람들이 아닌 자신과 시즈코 사이의 분위기였지만.


"남만…… 저는 유럽(欧州)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유럽 최대의 종교입니다. 다른 종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소규모라고 해도 좋겠지요"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과 적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우선은 영주님께 적의를 품고 있는 아사쿠라(朝倉)와 아자이(浅井) 사효노죠(左兵衛尉, ※역주: 관직명) 님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영주님께 적대할 거라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아자이 신쿠로(浅井新九郎) 님을 이쪽 진영으로 끌어들일 것을 아룁니다]


"이쪽의 불교 같은 것이냐"


[아무래도 상황은 내 상상보다 훨씬 나쁜 것 같구나]


"그렇군요. 일본의 불교처럼,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널리 믿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쪽으로 선교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결코 헛된 위협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만…… 한번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면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영주님께서는 답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허용 범위를 설정하고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과연. 너무 선입관이 지나쳐도 좋지 않겠지. 기독교 이야기는 이 정도로 좋다"


이야기는 끝났다. 간신히 끝난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간으로는 두 시간 정도였지만, 그녀는 반나절 가까이 이야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즈코는 천천히 상좌에서 내려갓다. 이야기가 끝났으니 상좌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고, 뭣보다 상좌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조여들어왔다.


"수고했다.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도록"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실례하겠습니다"


"음, 내일도 잘 부탁한다"


흘려들을 수 없는 말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를 마주보았다.

그는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미소를 띄우며 시즈코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너도 동석하거라"




다음 날, 노부나가가 선언한 대로 시즈코는 프로이스와의 알현에 동석하게 되었다.

방범(防犯的)의 의미에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다, 는 것으로 두건을 쓰고 무가의 정장을 착용하고, 가슴 부분에 천을 묶어 가능한 한 남자로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


(가, 가슴이 답답해……!!

아니, 남한테 자랑할 정도로 가슴이 큰 건 아니지만 말야. 게다가 얼굴이 푹푹 쪄……)


이렇게까지 하면서 알현에 참가시키고 싶은건가라고 생각했으나, 잘 생각해보면 이번의 알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그녀는 이해했다.

쿄나 사카이는 법화종(法華宗) 신도가 많다. 하지만 이 법화종, 신도를 확대하기 위해 다른 종의 비방중상을 하는 등 상당히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그 결과, 전투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비린내나는 항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자주 있엇다.

그런 다툼에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이리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출석시키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라는 게 시즈코의 본심이었다.


역사적 사실대로, 노부나가는 니조 성을 만들고 있는 공사현장의 다리 위에서 프로이스와 만나게 되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노부나가로, 그로부터 조금 지나자 사제로 보이는 인물과 신도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루이스 프로이스 사제(司祭), 그리고 통역인 로렌초(Lorenzo Ryosai(了斎)) 수도사네)


멀리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 중, 40대 가까운 남성이 프로이스 사제.

반대쪽에 일본인 예수회 회원인 로렌초 료사이 수도사(irmão)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크리스천 보호파인 와다 코레마사가 보이지 않네. 분명히 문헌에서는 프로이스를 가마에 태우고 이쪽으로 왔을텐데……?)


눈만 움직여서 와다 코레마사로 보이는 인물을 찾았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루이스 프로이스입니다. 오늘은 배알할 영광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특유의 인터네이션으로 프로이스와 자기소개와 회견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오늘은 햇살이 강하지. 모자를 쓰도록"


(저는 얼굴이 푹푹 찌는데요)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두건 속은 조금 더웠다. 하지만 벗을 수도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루이스 프로이스를 보았다. 외모는 유럽인 특유의 얼굴과 체형이었다. 신장은 평균적인 일본인보다 머리 하나는 크지만 그 대신 깡말라 있었다.

프로이스는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력을 가졌으며, 그가 쓴 보고서는 예수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다 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념으로, 오늘은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아, 유명한 그게 나오는구나)


처음부터 게임 클리어 상태에서 약간 재미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 책으로 아는 것과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은 감동에 차이가 생긴다.

프로이스가 뭘 헌상할지 알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두근두근거리는 시즈코였다.


"콘페이토(Konpeitō, 金平糖)와 알펠로아(alféloa, 有平糖)입니다"


그걸 본 노부나가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풀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 그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무사들도 그 신기한 것에 순간적으로 매료되었다.

유일하게 그게 뭔지 알고 있는 시즈코만이, 내심으로는 감동하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프로이스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하지만 금방, 얼굴을 두건으로 감추고 있으니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꽤나 흥미깊구나"


바로 손으로 들 거라 생각되었던 노부나가였으나, 그는 콘페이토가 든 프라스코(frasco) 병을 시즈코에게 건네주도록 손짓으로 지시했다.


"(아―, 이게 뭔지 말하라는 거구나) 이쪽, 프라스코 병에 들어 있는 것은 콘페이토군요. 양귀비 씨앗에 당밀(糖蜜)을 묻혀 굳힌 설탕과자입니다 (※역주: 흔히 말하는 별사탕)"


"코, 콘……?"


발음을 잘 듣지 못했는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노부나가가 다시 물었다. 시즈코는 약간 기분을 진정시킨 후, 다시 한 번 콘페이토(金平糖)의 어원이 된 포르투갈어의 단어를 말했다.


"콘페이토, 입니다. 일본어로 옮기면, 콘페이토(金平糖)가 됩니다"


"……과연, 이쪽의 통 같은 것은 무엇이냐"


"알펠로아입니다. 이쪽도 일본어로 옮기면, 아리헤이토(有平糖)가 됩니다"


콘페이토와 아리헤이토 모두 남만 과자의 일종이다. 양쪽 다 습기에만 주의하면, 설탕과 마찬가지로 2년에서 3년은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콘페이토는 전통적 제법으로 만들면, 습기만 주의하면 20년에서 30년은 간다고 할 정도로 보존성이 좋다.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 섭취, 타액의 분비 촉진, 컬러풀한 과자를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기에, 얼음사탕(氷砂糖)과 함께 비상식량인 건빵에 동봉된 적이 있다.


(양쪽 다 포르투갈 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으니 조금 알아듣기 힘들려나…… 어라?)


시선을 느낀 시즈코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프로이스와 로렌초가 안색이 나빠져서, 뚜렷한 두려움을 느끼며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헌상한 남만과자 등은, 어떤 영주에게도 놀란 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프로이스가 일본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노부나가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의 곁에 시립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에게 자신의 선물이 무엇인지 간파당해 버렸다.

프로이스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으나, 그것을 신앙심으로 억지로 눌렀다.


(주여, 가호해 주십시오)


프로이스는 그의 소문을 여럿 들었으나, 별로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노부나가는 부하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본 것 외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부하에게서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 중에서 최상의 것과 자신의 의견을 조합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에 와서 몇 명이나 되는 지배자를 알현했으나, 노부나가 같은 타입은 처음이라고 프로이스는 생각했다.

선한 인성과 명석한 판단력을 가진 보기 드문 우수한 인물이며, 큰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가졌다.

가신들이 노부나가에 대해 어딘가모르게 두려워하고 있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엇다. 그 이상으로 불길하게 느껴진 것이, 얼굴을 감춘 무사(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느긋한 표정으로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노부나가가 프로이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프로이스가 대답한다는 느낌이었지만.

그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서, 나이는 몇인가, 살고 있는 나라는 어딘가, 인도란 어떤 나라인가, 일본어를 배우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등 호기심 왕성한 노부나가다운 내용이었다.


그 물음에 대답한 후, 때때로 얼굴을 감춘 무사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이 프로이스는 약간 신경쓰였다.


"프로이스여, 네 친족은 너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예, 아, 아뇨…… 괜찮습니다"


갑작스럽게 질문이 개인적인 내용으로 바뀌었기에 프로이스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가. 하지만 부모는 소중히 해야 한다. 효도하고 싶을 때 부모가 없는 것은 쓸쓸하니 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을 때에는 부모는 없다"였다. 말하자면 프로이스를 배려한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어떤 좌절을 겪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효도라고. 저는 그 가르침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나라에서 데우스의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선교사의 사명은 다른 나라에 데우스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프로이스는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약간 흥미를 가졌다.


"설령 신자가 한 명만 남더라도, 저는 그 사람을 위해 평생 일본에 머무를 결의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프로이스의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눈은, 그 말에 거짓이나 꾸임이 없는 본심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이 나라를 찾았다고 판단했다.

프로이스는 깨닫지 못했지만, 노부나가는 프로이스 등 예수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본국의 척후이며, 침략을 돕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 예수회의 선교활동이 '적응정책(適応政策)'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예수회에 대해 일본에서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영주였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식민지 정책의 척후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진심으로 신앙심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노부나가는 스스로의 마음 속으로는 '포교의 허가를 내린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어, 수하들에게 물었다.

질문받은 쪽은 미칠 노릇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단지 질문을 받은 무사들의 대부분은 무난한 대답밖에 하지 않았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조바심이 난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향해 물었다.


"지금부터 그들에게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승들은 그들을 사교라 욕하며 포교의 방해를 하겠지요.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나오겠지요"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한번 눈을 감았다 뜬 후 말을 이었다.


"루이스 프로이스 님, 로렌초 료사이 님. 두 분께서는 적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까?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마태복음 제 5장 44절)'하실 수 있습니까?"


"그 말…… 네, 저희 주님의 가르침은 '미워하지 말라. 너의 적을 사랑하라'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성경의 한 구절이 나온 것에 프로이스는 순간적이나마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풀더니, 자애로움에 가득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영주님, 저…… 소생은 그들의 포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아룁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랑으로 포교를 한다면, 소생에게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소생은 그들과 칼을 맞대고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소생은 그들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


그럴듯한 말을 하고는 있지만, 실은 시즈코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쩐지 떠오른 말들을 늘어놓고, 어쩐지 식자(識者) 같은 분위기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만인과 벗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복할 거라 생각했다만


그 생각이 노부나가에게 들켰는지, 그는 히죽하고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의문을 말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시즈코의 종교관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외람되지만 영주님. 소생이 그들을 설복해서 머리를 숙이게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때의 소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그들을 내려다보기 위해 설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생이라는 존재를, 그리고 영주님을, 지금부터 알게 하기 위해 벗이 되는 것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재미있구나"




【참고문헌】


[*1]Column Latte


칸사이와 칸토, 메밀국수 국물의 색이 다른 이유는? 맛국물에서 배우는 일본 식문화

(関西と関東、そばつゆの色が違うのはなぜ?出汁から学ぶ日本食文化) (1/2)


   참고 URL:latte.la/column/2696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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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